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후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호가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 마크
    2026-08-17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7,055
  • [스크린+α] 日 현대영화 가수 나카히라 고우 회고전

    일본 현대영화의 기수로 꼽히는 나카히라 고우(1926∼1978)감독의 회고전이 15일부터 23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나카히라 고우는 파격적이고 신선한 연출스타일로 전후 일본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은 감독. 회고전에는 영화 사상 가장 대담한 데뷔작이라 일컬어지는 ‘미친 과실’을 비롯해 12편의 대표작이 상영된다.(02)745-3316.
  •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뒷골목 맛세상] 삼각지로터리 일대

    남산타워에 올라 남산 기슭에서부터 비롯하여 한강에 이르기까지 푸르게 치달려 내려가는 호로병 형태의 드넓은 녹지대를 바라다보면, 무심코 어어! 하는 탄성을 지르게 된다. 눈앞에 펼쳐진 경관이 얼핏 사실로 믿기지 않아서이다. 서울에도 이렇게 아름다운 녹지공간이 있다니! 울창한 숲과 잔디밭 사이사이로 드문드문 서양식 가옥들이 들어선 이국적인 공원 같은 경관은 분명히 한 폭의 풍경화처럼 아름답다. 그러나 아름다운 녹지공간을 좀더 자세히 바라다보면, 시각적인 구도에 어딘지 모르게 전체적으로 균형이 맞지 않는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렇다. 녹지공간을 둘러싼 주변의 모든 도로며 건물들이 심하게 왜곡되어 있는 것이 너무 쉽게 눈에 뜨인다. 남산 기슭을 입구로 하여 호로병 형상인 녹지공간을 빙 둘러싸고 있는 도로며 건물들은 어쩔 수 없이 초라하고 볼썽사납다. 가운데 있는 녹지공간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반대급부로 호로병 바깥 공간은 더욱 흉물스러워 보이는 것이다. ●60·70년대식 후진 골목… 개발 바람도 잠잠 아름다운 녹지공간은 다름 아닌 미8군사령부다. 용산 동쪽의 대부분을 차지한 채 헬리콥터장이며 골프장까지 갖춘 미8군사령부의 녹지공간을 다치지 않기 위해, 잠수교나 동작대교 같이 한강을 건너 서울 중심부로 달리는 도로들은 왜곡되어 호로병 형상 바깥으로 빙 둘러간다. 어디 도로뿐이랴. 주변의 건물들마저도 군사상 고도제한지역으로 묶여 개발이 불가능하게 되는 바람에 오래된 일본식 적산가옥 따위들만이 호로병 바깥에 무슨 부스럼딱지처럼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런 식이다 보니 삼각지 로터리 어름에 붙어 있는 국방부며 전쟁박물관도 어쩔 수 없이 미8군사령부의 그늘에 가린 것 같은 느낌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전쟁박물관은 육군본부가 들어서 있던 자리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녹지공간 바깥의 호로병 지역에서도 가장 흉물스러운 곳은 삼각지 로터리 부근이었다. 역시 군사상 고도제한에 묶인 데다 주변의 한남동이나 이태원 등은 주로 미8군 소속의 미군들이 즐겨 찾는데 반해, 삼각지 로터리 부근만은 주로 우리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이 즐겨 찾다보니 자연스럽게 거리며 건물 자체가 다른 곳보다 더 쇠락해진 것이다. 지하철 4호선의 삼각지역에서 내려 1번 출구를 빠져나와 단층짜리 우리은행 건물을 돌면, 바로 60,70년대식의 복고조 뒷골목이 나온다. 낡은 적산가옥 건물에 영빈관이라는 중국집이며 오래된 이발관이 있는 뒷골목의 어디에선가는 금방이라도 ‘친구’나 ‘효자동 이발사’ 시대의 주인공들이 뛰쳐나와 한판 싸움을 벌일 듯한 분위기인데, 여기가 바로 70년대 우리의 국민가수 배호가 낮고 흐느끼는 듯 특이한 음색으로 심금을 울린 ‘돌아가는 삼각지’의 본고향이다. 배호의 특이한 음색이 당장에 겨울바람을 타고 긴 꼬리처럼 귓바퀴에 맴돌 듯한 ‘돌아가는 삼각지’에만은 용산 일대에 거세게 불고 있는 개발 바람도 아직 다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여기가 또한 주민등록식 지번으로는 용산구 한강로 1가에 속하는 이른바 속칭 ‘대구탕골목’이다. 한때 육군본부나 국방부에 근무하는 장교들이며 사병들이 한번쯤은 들르지 않은 이가 없고 그렇게 이곳에 들렀다가 전후방으로 전출해 간 장·사병들 사이에 그 맛을 연연해한 끝에, 삼각지의 대구탕 골목을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만들어질 정도로 민간인들보다 군인들 사이에서 먼저 유명해진 골목이기도 하다. 얼핏 둘러보아도 원대구탕, 자원대구탕, 세창대구탕, 참원조대구탕, 등의 간판들이 골목 안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대구탕 골목이라고 해서 딱히 대구탕만 유명한 것은 아니다. 군데군데 양곱창이며 차돌박이를 주로 하는 평양집이며 봉산집이 있고, 이겹살이며 모소리살 같은 돼기고기 특수부위만을 전문으로 하는 삼각정이며 신가생태매운탕 같은 뛰어난 맛집들이 섞여 있다. 어떻게 보면, 고도제한이라는 불리한 지역적 특성이 오히려 서민적인 맛집들을 버려진 들판의 야생화처럼 아름답게 꽃피워낸 것인지도 모른다. ‘원대구탕’(02-717-8222)은 2001년에 작고한 손양원씨가 1979년에 이 골목에 처음으로 대구탕을 시작한 대구탕 골목의 원조격이다. 그러나 그이가 처음부터 이 골목에서 대구탕집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경북 의성 출신인 그이는 원래 같은 골목에 있는 이발소 주인이었고, 부인인 김명희씨가 지금의 ‘자원대구탕’ 자리에서 보신탕집을 했는데, 워낙에 장사가 안 되니까 대구요리로 메뉴를 바꾼 것이었다. 그런데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으로 대구요리 일색인 단순한 메뉴임에도 불구하고 식당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것은 무엇보다도 싼 가격에 비해 양이 많으면서도 맛 또한 뛰어나서 주로 육군본부 소속 군인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진 때문이었다. ●군데군데 양곱창·차돌박이 등 서민적인 맛집 손양원씨는 이발소마저 때려치우고 부인과 함께 식당일에 매달렸고, 가게는 날로 번성해갔다. 그러자 원래 중국집을 하던 집주인이 계약기간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게를 비울 것을 통고해왔다. 그리고 가게가 비자마자 바로 ‘자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대구탕을 시작했다. 이를테면 간판에 ‘자’자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 쓰고 ‘원’자를 크게 쓰는 식이었다. 그이가 낙담하고 있을 때, 뜻밖에도 바로 옆 가게가 전세로 나왔다. 그이는 앞뒤 가릴 것 없이 있는 돈 없는 돈을 모조리 모아 전세를 얻어들었다. 그리고 다시 ‘원대구탕’이라는 간판을 내걸 수 있었다. 지금은 아들인 손석호씨가 원대구탕을 운영하고 있고, 딸인 손숙연씨는 금천구 시흥동에서 역시 같은 상호로 대구탕집을 운영하면서 2대에 걸쳐 가업을 이어가고 있다. 양쪽 모두가 대구탕, 대구지리, 내장탕이 6000원씩인데, 대구탕이며 대구지리는 다 먹은 후 공기밥을 넣어 볶아먹을 수 있다. 지하철 삼각지역 2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신아트와 원아트라는 그림재료를 파는 가게의 간판이 보인다. 그 사이로 겨우 리어카 한 대 지나다닐 만한 길이 나 있는데, 그 길을 따라 들어가면 ‘옛집’이라는 국수집을 찾을 수 있다. 탁자가 겨우 4개뿐인 서너 평의 좁고 허름한 공간이지만,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아 주인할머니 되는 배혜자씨나 그이의 따님 되는 김진숙씨와 눈빛을 마주치는 순간 뭔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히고 만다. 세상에 이렇게 순하고 착한 눈빛을 지닌 이들이 또 있으랴. 그런 느낌으로 온국수를 시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국물과 함께 국수 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또 한번 예사롭지 않은 느낌에 사로잡힌다. 세상에 이렇게 맑으면서도 진한 국물 맛이 또 있으랴. 결코 과장이 아니다. 고백하건대 취재를 갔다가 온국수 국물을 훌훌 마시면서, 나는 몇 번이고 까닭 없이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경험했다. 말하기 좋게 선의(善意)의 사람들이라고 하지만, 이렇듯 선의의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선의의 음식을 맛본 적이 얼마만인가. 옛집의 두 모녀가 지닌 선의는, 음식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그 음식을 먹을 손님을 생각하고, 손님을 생각하기 전에 먼저 손님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는 그런 선의이다. 나는 저녁이 늦어 이미 다른 집에서 식사를 한 후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몇 번이고 눈시울을 뜨겁게 하면서 온국수 한 그릇에다가 김밥 한 줄까지 꾸역꾸역 다 먹어냈다. 만일에 조금이라도 남긴다면 자칫 벌이라도 받을 것 같은 그런 마음이었다. ●손님의 입맛·주머니 사정부터 헤아려 원래 국수집을 하던 가게를 인수받아 배혜자씨가 1981년에 국수집을 하며 다시 24년이 지났다. 그동안에 단골손님들이 어떻게 하면 그렇듯 맛깔스러운 국물 맛을 낼 수 있는가에 대해, 무슨 비법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면, 그이는 한 마디로 대답했다.“비법은 무슨 비법이 있겄다요?있다면 손님을 생각하는 정성이제라우.” 큰 들통에 멸치와 다시마, 양파 등을 넣고 4시간 동안 은은한 연탄불로 오래 끓여낸 다음에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여 국물을 만들어 낸다. 비단 겨울뿐만이 아니라 한 여름에도 연탄불에 끓여내는 것은 변함이 없다. 언젠가는 이제는 편하게 장사를 하라는 자녀들의 등쌀에 못 이겨 가스불로 바꾸었지만, 국물 맛이 나지 않아 당장에 다시 연탄불로 바꾸었다. 국물에 넣는 다데기는 해남에 사는 시누이에게 특별히 부탁하여 무공해로 기른 청양고추를 오래 곰삭혀서 재료로 사용한다. 이 집의 주메뉴인 온국수는 2000원이고, 비빔국수가 2500원, 칼국수가 3000원, 수제비가 3000원, 김밥이 1500원, 여름에만 하는 콩국수가 5000원이다. 손님이 원하면 얼마든지 무료로 사리를 더 준다. 얼마 전에 한 가지 메뉴를 추가했다. 이른 아침에 오는 단골손님들이 아무리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는다지만 김밥을 먹는 것이 가슴 아파서,2000원짜리 우거지국을 팔게 된 것이다. 단 우거지국은 아침 9시까지만이다. 얼마 전에는 서울 시내에서 4식구의 일가족이 외식을 할 수 있는 식당 3곳을 뽑는데, 옛집이 당연히 들었다. ● 걸인도 다독이는 따스함 옛집의 벽에는 모 방송국 PD가 쓴 글이 걸려 있다. 그 글 중의 일부분을 여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삼각지 근처의 국수집 하나를 촬영했을 때의 일입니다. 멸치국물로 진하게 우려낸 국수와 속이 알차 보이는 김밥 정도가 메뉴의 전부이지만, 한 끼를 거뜬히 때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진짜 우리 할머니 같은 주인의 마음씨가 더해지면, 아무리 양이 많은 이도 그득해진 배와 벌어진 입을 추스르며 가게문을 나세게 되는 집이었습니다. 방송 다음날 무심코 제 앞의 전화가 울려서 받았습니다. 한 40대 정도의 남자가 간절한 목소리로 거기 갔다온 PD를 찾아서 당사자임을 밝혔더니 갑자기 귀가 따가워졌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그 할머니 때문에 인생이 뒤바뀐 사람입니다.” 황당한 서두였습니다만, 그의 이야기는 길었습니다. 그는 15년쯤 전,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털어먹고 설상가상으로 아내마저 그의 곁을 떠나버리는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고 합니다. 요즘 말로 노숙자가 되어 용산역 앞을 배회하는 서글픈 인생이 된 거죠. 하루는 배가 너무너무 고파서 용산역 앞에 늘어선 식당들 앞에서 밥 한 술을 구걸했지만, 그는 어느 곳도 발을 들여놓지 못했답니다…. 박절한 세상인심에 그는 반미치광이가 되어갔습니다. 용산역 인근 식당을 일일이 다 들어갔으나 모든 곳에서 박대를 받고나오며 밤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러버리겠다고 독한 마음을 먹었지요. 한 집 한 집 지나쳐가다가 작은 골목에 있는 할머니네 국수집까지 간 것입니다. 할머니는 그의 비루한 몰골을 보고도 환하게 웃으며 선선히 맞아주었습니다. 허겁지겁 국수를 퍼넣고 있는데, 할머니가 갑자기 그릇을 뺐었다네요. 그러더니 할머니는 삶은 국수와 국물을 한가득 다시 가져다주더랍니다. 거의 두 그릇 양은 됨직한 국수를 다 털어넣은 뒤에야 할머니께 무슨 말을 어떻게 할까 하는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할머니가 국수를 삶는 틈을 타서, 그는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습니다. 그때 “그냥 가, 뛰지 말어, 다쳐요!”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자신을 속이기만 하던 세상, 자신을 버렸던 사람들이 쳐둔 얼음장 속에 숨막혀 가던 자신에게 할머니의 말 한 마디는 그야말로 따스한 불씨 한 조각이었다는 겁니다. 그는 얼마 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파라과이로 혈혈단신 이민을 떠났습니다.
  • 日, 현장지휘관에 미사일 요격권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열도를 공격하는 탄도미사일을 현장지휘관 판단으로 요격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자위대법을 개정키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13일 보도했다.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 요구되는 현재의 각료회의를 생략하겠다는 것으로 전후 일본이 유지해온 ‘문민통제’가 크게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 방위청은 자위대법 개정안에 이같은 내용의 ‘미사일방어(MD) 대응조치’ 관련 규정을 넣어 이달 열리는 국회에 제출키로 했다.‘대응조치’는 적대국가의 명확한 선전포고나 미사일 연료주입 등의 공격 조짐없이 탄도미사일이 발사됐을 때를 말한다. 이 때 현장지휘관에게는 미사일요격 권한이 부여된다. 실제 상황에서는 항공자위대의 항공총대 사령관이 ‘탄도미사일 방위부대’ 지휘관을 겸해 요격 권한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휘관은 해상ㆍ지상 레이더를 통해 탄도미사일의 낙하 지점이 일본 영토나 영해인 것을 확인한 뒤 이지스함 탑재 SM3미사일 또는 지상배치 패트리엇미사일로 요격하게 된다. 반면 미리 발사 조짐을 포착했을 경우에는 각료회의와 안전보장회의를 거쳐 무력공격사태로 판단되면 ‘방위출동’을 명령한다. 방위출동이 이뤄지면 미사일 요격을 뛰어넘는 적극적인 무력행사가 가능하다. 언론은 일본 정부가 이같은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가 탄도미사일 요격을 위해서는 신속한 대처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발사 10분 안에 일본 영토에 떨어질 수 있는 북한 노동미사일의 요격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방위청은 이번 자위대법 개정이 문민통제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현행법에서도 ‘긴급피난’ 등의 경우에는 요격을 인정하고 있는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taein@seoul.co.kr
  • [산하기관 탐방] 인천항 갑문관리소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를 현대적 갑문시설로 극복한 국내 유일의 인공 항만이다. 인천항은 조수간만의 차가 영·프해협 다음가는 곳.9∼10m에 이르는 간조시에는 수심이 낮아져 대형 선박의 접안이 불가능하다. 대형 선박은 수면 아래로 잠기는 부분이 10m가량 되므로 일정 수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인천항 내항(55만평)은 8개 부두(76선석)로 둘러싸여 8∼13m의 수심을 유지하고 있으며 갑문을 통해서만 선박이 다닌다. 갑문은 내항과 외항을 이어주는 일종의 ‘병목’인 셈이다. 갑문을 관리하는 갑문관리소(인천지방해양수산청 소속)가 인천항 운영의 핵심으로 불리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1974년 설치된 갑문은 24시간 운영된다.1만t급(폭 24m)과 5만t급(폭 36m)의 2개 통로로 하루 평균 35척의 배가 드나들며, 선박이 갑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40분 정도다. 수위 조절과 갑문 개폐, 선박의 안전을 위한 계류작업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갑문에 가면 대형 선박을 코앞에서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수출을 위해 끝없이 늘어선 자동차 등 인천항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인천항 갑문은 동양 최대, 세계에서는 세번째로 큰 규모다. 갑문은 보안시설이어서 평소에는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지 않지만, 매년 어린이 날(5월1일) 전후 1주일간과 ‘바다의 날’(5월31일) 행사가 열리는 3∼4일간은 일시 개방한다. 짧은 기간이지만 인천항의 장관인 갑문을 보려는 발걸음이 줄을 이어 지난해에만 2만 3400여명이 다녀갔다. 산업체 관계자나 학생 등의 단체 견학은 연중 허용된다. 관리소 운영과(032-761-2492)에서 신청을 받는다. 관리소측은 주말이나 공휴일에 청사 잔디밭 및 조경1지구(2800평)를 시민들에게 야외결혼식장으로 제공한다. 단상, 의자, 카펫, 방송설비 등을 무료로 쓸 수 있는데다 바다와 부두 옆에서 펼치는 결혼식은 특유의 낭만이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92년 이후 지금까지 61쌍이 이곳에서 결혼을 했다. 갑문은 인천시티투어 버스가 경유하는 주요 관광코스이기도 하다. 인천시 중구 북성동1가 102에 자리잡은 갑문관리소(소장 손영대)에는 50명의 기계·전기 전문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월드이슈-日 경기논쟁 재점화]“제2 버블붕괴 올수도” 비관론 ‘고개’

    [월드이슈-日 경기논쟁 재점화]“제2 버블붕괴 올수도” 비관론 ‘고개’

    지난해 가을부터 시작된 일본 경제의 성장 둔화를 놓고 경기논쟁이 뜨겁다. 경기동향지수나 가계소비지출, 소비자물가지수 등 통계치가 잇따라 ‘경기 감속경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까닭에 비관론자들은 “성장 모멘텀이 꺾이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제2의 거품 붕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장기불황 10년간 일본경제의 체질이 강화돼 일시적인 둔화를 거쳐 본격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자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경기논쟁은 새해 벽두부터 뜨거워지고 있다. 비관론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경기논쟁은 세계적인 관심사로도 부각됐다. 엔 강세가 일본경제의 성장동력인 수출과 투자를 감소시켜 다시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경제가 고질적 문제점인 디플레이션을 극복 중이란 낙관론도 나온다. ●신중해진 당국자, 낙관론서 선회 후쿠이 일본은행 총재는 13일 지점장회의에서 현재의 경기에 대해 “기조로서의 회복은 계속 중”이라면서도 정보기술(IT) 수요감소나 원유가격 동향 등 내외변수를 들어 “계속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폈다. 하지만 일본경제의 최대 문제인 디플레이션을 올해 탈출할 것이냐에 대해 후쿠이 총재는 지난주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 ‘2005년 디플레이션 탈출 선언 검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입장이다. 그는 특히 “향후 환율 동향에 따라서는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무토 도시로 일본은행 부총재는 한술 더 떠 지난달 말 “일본이 다음 회계연도나 2006년, 심지어는 그 이후 언제쯤이나 디플레이션을 퇴치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상도 최근 12월 월례 경제보고에서 경기 기조 판단에 대해 “일부에 약한 움직임이 보여져 회복이 완만해졌다.”고 말해 그전 달의 “일부 약한 움직임은 있지만 회복이 계속되고 있다.”는 표현에서 2개월 연속 하향수정했다. ●커져가는 비관론,“최악 대비해야” 지난 5일 게이단렌, 경제동우회, 상공회의소 등 경제3단체가 개최한 신년하례회에서는 낙관론과 비관론이 교차했다. 특히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오쿠다 게이단렌 회장은 “전반기엔 정체 기미를 보이고, 후반기에나 회복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기타시로 경제동우회 간사는 “후반기에 회복될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야마구치 상공회의소장은 “성장은 조금 떨어질 것이며, 후반기도 크게 올라갈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기업인들은 개인에 대한 증세정책 등을 우려, 비관론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형국이다. 이데이 소니 회장은 “경기순환상 지난해가 정점이었고, 환율 불안도 있어 올해 경기는 가혹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스즈키 이도요카도 회장도 “개인소비가 포화상태다. 올해 경기전망은 회색이다.”며 저성장을 예상했다. 기업들을 상대로 한 언론들의 연초 경기동향 여론조사에서도 70% 전후의 기업들이 불투명성 확대를 들면서 “경기회복 시기는 2005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낙관론은 크게 줄었다. 최근 들어 극단적인 비관론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기업들이 IT관련 제품의 재고조정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하지만 “재고조정이 의외로 순조롭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재고문제로 상징되는 제조업 경기의 악화가 비제조업으로 확산돼 지난해 4∼6월을 정점으로, 경기가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그것이다. 특히 지난 4년간 경기유지책으로 쓰인 통화팽창정책 때문에 거대한 부동자금이 부동산부문 등에서 ‘제2의 자산 거품’을 야기, 붕괴가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4년간 양적완화정책의 ‘제도피로(制度疲勞)’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일시적 조정론, 하반기 대세상승 비관론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현 시점까지는 전체적으로 낙관론이 우세한 편이다. 요코하마시립대 국중호(재정학) 교수는 “경기순환면에서는 고전하겠지만 구조적인 면에서는 불량채권을 많이 털어내고, 공공단체의 비효율을 개선,13년간의 비효율성이 제거됐다.”면서 제로나 마이너스 성장으로 추락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 교수는 “고이즈미 정권 4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재정을 (공공사업 등에) 투자하면 재정적자만 쌓이고 효과가 없다.’는 것을 실감, 비효율을 털어내게 됐다.”면서 “정부 측면의 군살빼기가 잘 진행되면 일본경제는 충격 흡수력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중국의 경제나 환율 등 해외변수가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동차나 철강 등 제조업은 세계 최강의 기술력으로 선전할 것으로 봤지만, 변화에 느린 일본사회의 특성 때문에 변화가 심한 IT분야는 다소 고전할 것으로 분석했다. 아시아경제연구소 히라쓰카 다이스케 지역통합연구그룹장은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보다 낮을 것으로 보여 일본을 비롯한 한국과 중국 등 아시아 전체가 감속의 영향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일본은 체질을 강화,10년 전의 장기불황 때보다 오히려 좋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18세의 인구가 200만명에서 150만명으로 급감, 각종 소비가 줄어드는 미증유의 경험을 했고, 거품도 붕괴되는 이중의 고통을 겪었다.”면서 “소자녀화의 충격 흡수와 함께 기업체질도 강화됐으며, 중국,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의 시장확대 영향으로 지난해보다는 좋지 않겠지만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taein@seoul.co.kr ■지표로 본 일본경제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 경기관련 지표들이 지난해 가을 이후 잇따라 악화되고 있다. 재무성이 13일 발표한 지난해 11월 국제수지는 경상흑자가 전년 동월비 19.3% 감소한 1조 2038억엔이었다.17개월만에 전년을 밑돈 것이다. 내각부가 11일 발표한 지난해 11월의 경기동행지수는 44.4로, 경기 판단의 갈림길인 50을 4개월 연속 밑돌았다.4개월 연속 50을 밑돈 것은 2002년 1월 이후 경기회복 국면에서는 처음이다. 경기선행지수도 3개월 연속 50에 못미쳤다. 일본은행이 12일 발표한 민간은행 대출잔고는 2004년 연평균 389조 331억엔으로 전년비 4.0% 감소했다.8년 연속 감소다. 경제활동 위축으로 자금수요가 늘지 않은 것이다.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도 계속 중인 것이 지수로 증명됐다. 총무성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2004년 연평균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비 종합 0.1% 하락했다.1999년부터 6년 연속 하락이었다. 가계소비지출도 얼어 있다. 총무성의 지난해 11월 조사에 따르면 일본 전가구의 소비지출은 1가구당 28만 7400엔으로, 실질로 전년동월비 1.3% 감소했다. 전년동월을 밑도는 것은 3개월 연속이다. 통화공급량 증가율도 2004년 1.9%로 1964년 통계 개시 이래 최저수준을 보였다. 그러나 긍정적인 신호도 있다. 일본 공작기계공업회가 12일 발표한 지난 12월 공작기계의 수주 총액은 전년동월비 49.1% 증가한 1153억 7500만엔으로,27개월 연속 전년 실적을 웃돌았다. 신년초 백화점 판매도 호조였다. 지난해 11월 완전실업률도 4.5%로, 전달보다 0.2%포인트 하락,5년 10개월만에 최저수준이었다. 실업자 수도 290만여명으로 3년 11개월만에 처음으로 300만명을 밑돌았다. taein@seoul.co.kr ■日경제를 위협하는 것들 올해 일본 경제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무엇일까. 일본 당국이 은행 개혁을 가속화하고 10년간 지속된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하면 엔·달러 환율의 추이가 첫번째 위협으로 꼽힌다. 지난해 달러화의 약세로 엔화 가치가 뛰면서 일본 경제성장의 엔진인 수출경쟁력은 약화됐다. 이에 따라 성장률은 1·4분기 6.8%에서 2·4분기 0.6%로 급감한데 이어 3·4분기에는 0.2%로 추락했다. 후쿠이 도시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지난 9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회의에서 “환율 등 시장에서의 불규칙성이 여전히 위험을 드러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12일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102.37엔까지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올해 최저 95엔까지 본다.2004년의 평균 환율은 달러당 114.80엔이었다. 엔화 가치가 10% 상승하면 일본의 성장률은 0.2%포인트 하락한다. 세계 경제의 회복도 관건이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 일본의 수출 둔화는 중국 경제의 연착륙 방침과 무관치 않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2008년까지 연 7%의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성장세 9% 이상에는 못 미친다. 중국이 위안화를 절상하고 ‘버블’을 우려해 투자를 억제하면 일본 경제에는 ‘베이징발 한파’가 미칠 수 있다. 미국 경제는 2010년까지 연평균 3%의 성장이 예상된다. 그러나 이라크 재건사업 등으로 재정적자가 늘고 무역적자 폭이 확대되면 추가적인 달러화 약세는 불가피하다. 미 상무부는 지난해 11월 무역적자가 603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달러화가 계속 떨어지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물가상승을 우려해 금리를 인상할 게 분명하고 미국의 소비와 투자에는 재갈이 물릴 수 있다. 유가도 불안하다. 지난 연말 이후 배럴당 40달러 안팎에서 머물던 국제유가는 12일 45달러를 넘었다. 특히 석유수출국들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을 보전하기 위해 감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여 올해 유가는 떨어지기보다 오를 가능성이 크다. IT산업에서의 재고 조정 기간도 관심이다.2001∼2002년처럼 재고 조정이 장기간 이뤄지면 일본산업의 견인차 역할을 하는 반도체 분야에서의 투자는 정체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텔 등 세계적인 IT업체들이 올해 투자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혀, 재고 조정이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점쳐진다. 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잭필드배 핸드볼큰잔치] 부산, 혈투끝 결승행

    부산시시설관리공단이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결승 티켓을 거머쥐었고, 남자부에서는 충청하나은행이 숙적 두산주류를 따돌리고 결승에 합류했다. 부산시시설관리공단은 12일 의정부실내체육관에서 열린 04∼05큰잔치 준결승에서 대회 통산 최다골을 기록중인 간판슈터 허영숙(12골)과 골키퍼 이민희의 활약으로 삼척시청을 29-26으로 꺾고 효명건설과 결승에서 맞붙게 됐다. 지난해 아테네올림픽에서 한국과 덴마크의 결승전을 떠올리게 할 만큼 처절한 혈투였다. 두 팀은 전후반 60분을 22-22로 팽팽히 맞서 연장전에돌입했다. 연장전 종료 50여초를 남기고 삼척시청이 이설희(9골)의 과감한 점프슛으로 승리를 굳히는 듯했지만, 부산시시설관리공단의 이공주(7골)가 골키퍼의 키를 넘기는 재치있는 오버슛을 성공시켜 스코어는 26-26, 결국 번갈아 7m스로를 던지는 승부던지기로 넘어갔다. 승부던지기의 히로인은 골키퍼 이민희(25·174㎝). 삼척시청의 두번째 슈터 이설희의 날카로운 슈팅을 다리를 쭉 뻗어 막아낸 뒤, 세번째 슈터 유현지의 승부던지기마저 왼쪽 다리로 쳐내 승부를 결정지었다. 남자부에서는 충청하나은행이 대회 3연패를 노리던 라이벌 두산주류를 21-18로 격파했다. 충청하나은행은 대표팀 피봇 박민철(31·191㎝)을 중심으로 중앙 수비벽을 두껍게 쌓아 두산주류의 골게터 이병호를 5골로 봉쇄했고, 피봇 박경석(6골)의 중앙 공격과 레프트윙 김태완(5골)의 측면돌파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승리를 거뒀다. 의정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2) 정감록에 미국이 나온다?

    1945년 8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왔다. 그러나 미처 봄날을 음미할 새도 없이, 제2차 세계대전의 승자 미국과 소련이 한반도에 진출해 38선을 그었다. 그 때 어느 유명한 신종교 지도자가 신도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선포했다.“미소의 두 힘이 서로 상대하여 버티나 태양이 중천에 오르면 밝은 세계가 되리라.” 태양은 누굴까? 중천에 오른다 함은? 전후 맥락 없이 튀어나온 이 선언에 신도들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메시지만은 분명했다. 미국과 소련이 이 땅에서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것은 잠깐이고, 곧 민족의 구세주가 등장하여 외세를 물리치게 된다는 것! 누가 구세주일까? 김구, 여운형, 조만식, 이승만, 박헌영…. 아니면 김일성? 세상 사람들은 거물 정치가들을 놓고 누가 믿을 만한 민족지도자인지를 점쳤다. 극좌파, 중도파, 극우파의 이념적 스펙트럼에 따라 각자 선택의 폭은 넓었으나 민심의 합일점은 없었다. 지난한 시기였다. 그 때 정감록의 신봉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다. 국난을 뚫고 나갈 진인은 어디 있는가. 계룡산에서 도를 닦았다는 진인, 지리산에서 뛰쳐나온 진인, 주역에 능통한 진인, 부처, 예수, 공자의 영이 내린 진인이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고대해 마지않던 진인은 나오지 않았다. 해방정국은 갈수록 꼬이더니 남북분단은 기정사실이 되어버렸다. ●‘정감록’에 보이는 6·25전쟁 제2차대전 이후 전세계는 미소를 정점으로 한 냉전질서에 편입되었다. 양측의 긴장이 팽팽해지더니 1950년 마침내 6·25전쟁이 터졌다. 한국이 안고 있던 내부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미소 양측의 대리전쟁이라는 설도 있다. 원인이야 어떻든 전쟁이 장기화될 때 괴로운 건 민중이다. 그들은 난리가 언제 끝날지, 살아갈 방도는 무언지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정감록 신봉자들은 가족을 이끌고 병화불입지지(兵火不入之地, 난리의 영향이 미치지 않는 땅)를 찾아 숨는 사람도 생겼다. 정감록 예언에 따라 충북 단양군 영춘면 삼풍리로 숨었던 사람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긴데, 전쟁 내내 인민군은 커녕 국군도 본 적이 없었단다. 그들은 정감록의 영험을 믿는 듯했지만 그곳은 어느 편 군대도 진주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지독한 오지였다. 꼼꼼히 정감록을 살피던 민중의 눈엔 요거다 싶은 예언 몇 구절이 눈에 띄었다.‘호랑이와 토끼해를 당하여 남북이 서로 솥의 발 같이 대치하리라.’ 우연히도 전쟁이 터진 1950년은 호랑이해인 경인년이었다. ‘금강산 서쪽과 오대산 북쪽은 12년간 도둑의 소굴이 된다.’는 구절도 있어 강원도 북부에 있는 금강산과 오대산을 경계로 남북이 무력 대치한다는 예언으로 볼 수 있었다. 다만 12란 숫자는 논란거리가 되었다. 남북의 대치기간이 글자 그대로 12년인가, 또는 갑자, 을축 이런 식으로 12지를 10간과 조합한 1갑자 60년인가? 총성이 멎은 지 벌써 52년째, 글자 그대로의 12년은 이미 지났고 60년 한 갑자가 되려면 8년이 남았다. 6·25전쟁의 전세를 뒤바꾼 인천상륙작전을 상징한다는 대목도 회자(膾炙)되었다.‘인천과 부평 사이 밤중에 배 1000척이 정박한다.’고 했다. 수도권에 ‘시체 더미’가 쌓인다고도 했다. 맥아더 장군이 수많은 전함을 거느리고 인천에 상륙했고 서울을 탈환했으므로 사람들은 그럴 듯하게 여겼다. 그러나 이 구절은 19세기 후반부터 민중을 떨게 했던 전쟁공포증의 흔적 또는 청일전쟁이 남긴 집단적 기억이 재현된 것이라고 나는 판단한다(연재 제1회 참고). ‘정감록’의 또 다른 구절도 민중의 눈길을 끌었다.‘두 서쪽 땅 곧 황해도와 평안도는 3년간 천 리 안에 사람과 불 때는 연기가 없을 것이요, 또한 동쪽 골짜기, 즉 강원도는 심히 꺼릴 땅이라.’ 사람들은 이 구절을 전쟁이 3년 동안 지속된 까닭으로 봤고, 뺏고 뺏기는 육박전이 벌어진 장소가 강원도였다는 예언으로 해석했다. 중공군의 개입,1·4후퇴도 예언되어 있었다.‘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면 평안도와 황해도 하늘에 원한 맺힌 피가 넘칠 것이다.’ 오랑캐라,1950년 한겨울 급작스레 대거 투입된 중공군으로 해석됐다. 중공군은 물밀듯 남하를 계속, 평안도 황해도를 삽시간에 휩쓸었다. 인해전술이란 말은 정감록에 안 보였지만 그 신봉자들에겐 1·4후퇴를 할 수밖에 없던 사정이 이해될 듯 했다. ●미국대통령을 ‘정도령’으로 착각? 그런데 ‘정감록’ 예언에 대한 기발한 풀이는 따로 있었다. 전쟁 당시 미국의 원수(元首) 트루먼! 트루(true)는 참 진(眞), 먼(man)은 사람 인(人)! ‘정감록’에 예언된 진인(眞人)은 다름 아닌 트루먼이라는 해석이다. 트루먼은 6·25전쟁이 일어나자 의회의 자문도 받지 않고 미군의 파병을 결정했다. 트루먼이 아니었으면 공산군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일어났다. 일제 식민지 후반, 특히 1937년 7월 중일전쟁 이후 민중의 살림살이는 참 고단했다.1945년의 해방도 반쪽짜리였고 민중의 형편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전쟁까지 터지자 생지옥이 따로 없었다. 바로 그런 시점에서 미국은 각종 구호물자를 한반도에 대량으로 투입하였다. 수만의 병력과 현대식 무기를 동원하여 전쟁도 수행했다. 사람들은 새삼 미국의 위력을 실감했다. 어떤 이들은 이처럼 구차히 살 바에야 차라리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바랐다. 국회로 보내주기만 하면 미국에 가 달러를 더 많이 동냥해 오겠다며 표를 구걸하는 정치인들도 있었다. 그런 판국이라 미국 대통령을 진인, 정 도령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생긴 것이다. 심지어 1953년 미국 대통령이 아이젠하워로 바뀌자 그가 진짜 정 도령이란 주장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말을 주고받은 민중도 많았다.“미국을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라. 그리고 일본은 일어난다!” 미국-믿다, 소련-속다, 일본-일어나다. 다소 장난스러워 보이는 말투지만 미소는 해방군이 아니라 점령군이란 인식이 확산된 결과 생긴 민중의 구호였다. 비록 패전국이긴 해도 일본을 조심해야 한다는 다짐도 그 안에 포함되어 있다. 오래 전부터 민중은 일본뿐만 아니라, 서양 강대국들을 경원시했다.1894년 동학농민군이 내건 4대 구호 중에 ‘축멸양왜(逐滅洋倭, 서양놈들과 왜놈을 내쫓는다)’란 구절이 있어 그런 분위기를 잘 설명해준다. 그러다가 일제 말기 조상 전래의 성, 말까지 빼앗기자 민중은 주변국가인 중국과 소련에 다소 기대를 걸었다.‘조지로 목친다.’ 이 말이 민간에 퍼졌다. 조지란 남성의 성기를 뜻하는 남부지방 사투리다. 그것으로 어떻게 목을 자를까? 조(조선), 지(지나, 중국), 로(로서아, 소련)가 힘을 합해 목(목인, 히로히토 일본 천황)을 벤다는 예언이었다. 민중의 소망을 담았지만 꽤나 섬뜩한 내용이다. 누구나 한 번만 들어도 절대 잊을 수 없게, 그러나 아무도 그 뜻을 눈치 챌 수 없게 은어에 담았다. ●‘황해도서 난리 발생’ ‘삼국분기설’ 들먹 ‘정감록’으로 6·25전쟁의 참혹함과 미국의 개입을 읽었다니 얼핏 이해가 잘 안될 수 있다. 예언서에 보이는 오랑캐는 만주족 같은 북방 유목민족의 침입을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고려 때는 북쪽으로부터 거란족, 여진족, 몽고족의 침입이 잇따르고 홍건적의 난도 있었다. 조선 초에는 여진족의 침입이 만만치 않았다. 인조 때는 청나라를 건국한 만주족이 병자호란과 정묘호란을 일으켰다. 서북지역은 이민족의 침입로가 되다시피 했고, 그 지역 민중은 외침의 피해를 가장 많이 입기도 했다. 외침의 기억은 민중들에게 잊지 못할 일이 되었고, 이것이 ‘정감록’에 ‘백두산 북쪽에서 오랑캐의 말이 긴 울음소리를 내고’ 라는 식으로 정착된 것이다. 오랑캐의 말울음 소리는 현대에 와서 중공군의 남하로 이해되었다. 이런 변화는 ‘정감록’을 처음 전파시킨 조선시대 술사(術士)들로서는 전혀 예측 못할 일이었다. ‘정감록’에는 외침과 무관하게 평안도와 황해도 지역에서 발생할 난리가 예고되어 있기도 하다. 조선시대에는 서북지방에 대한 차별이 무척 심해서 그 지역 사람들의 불만이 컸다. 순조 연간에는 홍경래의 난이 일어나 여러 고을을 휩쓸었고, 그 와중에 많은 인명이 살상됐다. 사실 서북지방은 18세기 이후 과거시험에서 많은 합격자를 배출했다. 그럼에도 푸대접을 받았다. 내가 조사한 바로는 ‘정감록’이 가장 먼저 등장한 곳도 서북지방이었다. 대다수 서북지방 사람들은 조선왕조의 종말을 마다할 일이 없었고 그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이런 사실들을 생각할 때, 북쪽에서 반란이 재발해 남북에 두 나라가 대치한다는 남북분국설이 정감록에 기록된 것은 당연한 일로 생각된다. 기왕 분국설에 대한 말이 나온 김에 몇 마디 보태보겠다.‘정감록’에는 삼국 분기설도 나온다. 나라가 세 동강 난다는 예언인데, 이런 말은 특히 18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유행했다. 우리 역사에 삼국시대도 있었고 후삼국시대도 있었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고려 때도 이의민은 신라를 부흥시킨다는 구실로 경주일대를 소란케 했다. 이런 역사적 기억이 있어서겠지만, 민중은 나라가 혼란에 빠질 때면 3국 분기설을 들먹였다. 그런데 3이란 숫자는 한국 문화를 이해하는 중요한 코드다. 미륵이 하생할 장소도 산이나 물이 셋으로 나뉘는 곳이었고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길지(吉地) 중에도 3도봉 같은 곳이 포함된다. 지금까지 알아 본 역사적 배경은 아랑곳없이 현대의 정감록 신봉자들은 ‘정감록’에 보이는 서북지역의 혼란상을 국토분단,6·25전쟁의 참상, 또는 1·4후퇴를 예언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민중의 예언 해석에는 시대적 맥락이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할아버지 세대가 그 구절을 뭐라 해석했든, 나는 내 시대의 문제를 푸는 새 해석을 좇겠다는 식이다. 이런 태도에서 예언 문화엔 층위랄까 나이테가 보태졌다. 현대의 민중이 미 대통령 트루먼을 ‘정감록’에 언급된 진인으로 본 것은 어떤가. 진인이란 새 왕조를 열 국왕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통이었고, 정씨 성을 가진 이가 나타나 계룡산 아래 도읍을 정한다고 보는 것이 사실상 정설이다. 우리 역사에서 진인의 도래설이 처음 나타난 것은 17세기였다. 그 때부터 오랫동안 해도진인설(海島眞人說, 섬에서 진인이 나온다는 예언)이 인기를 끌었다. 역모를 꿈꾼 사람들은 늘 진인의 출현을 주장했을 정도다. 어쨌거나 진인은 기존질서에 대항해 싸울 영웅이었다. 그런 진인이 1950년대에는 세계 최강대국을 이끄는 지도자, 기존질서의 사령관인 트루먼으로 둔갑했다. 합리적·체계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한 현대인의 입장에서 보면 ‘정감록’ 신봉자들의 해석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다. 논리적으론 말이 안 된다. 그럼에도, 시의에 맞기만 하면 민중은 꽤 엉뚱한 해석에도 환호한다. 수백 년 동안 ‘정감록’이 생명을 이어온 까닭은 그것이 시대상황에 맞게 새로 해석될 여지가 많아서다. ●예언서는 민중의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해방 이후 미국의 중요성은 국가 차원에서든 개인의 일상생활에서든 날로 커졌다. 민중은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구절을 찾느라 열심이었다. 도대체 미국이란 나라가 이 세상에 있는 줄도 모르던 아득한 시절에 만들어진 ‘정감록’에서 미국에 관한 기록을 찾는다? 여간 우스운 일이 아니지만 필요는 때로 발명이나 발견을 낳는다. ‘정감록’에서 꺼낸 트루먼 진인설과 인천상륙작전설은 억지스러운 발견이었다.1970년대 이후 민중은 미국에 대한 그 이상의 예언을 요구했던지 새 예언서가 등장했다.‘격암유록’,‘율곡비기’,‘송하비결’ 등이 새로 나온 예언서다. 그 중 어떤 것은 특정 종교단체가 배후 조종하여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심지어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도 예언서를 빌려 지도자에게 절대권위를 부여한 흔적이 있다. 새 예언서에는 한·미관계가 자주 나온다. 어느 책에는 9·11사태(2001년 9월11일 발생한 뉴욕 세계무역센터 테러사건)도 언급되어 있다. 더욱 경악할 내용도 있다. 미국은 2004년 북한을 폭격하기 시작해,2005년까지 공격을 계속한다. 그리고 2004년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부시는 재선에 실패하고 이슬람교도의 저격으로 사망한다는 등등의 예언이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미국은 북한을 폭격하지 않고 있으며, 부시는 보란 듯 재선에 성공해서 백악관에 건재하다.2004년의 예언은 완전히 빗나갔다. 내 관심사는 한국 민중이 미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빗나간 예언에도 투영되어 있다는 점이다. 최근 친미와 반미를 둘러싼 논쟁이 한국 사회의 중요 이슈로 등장했는데 민중의 다수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세계지배질서에 반감을 품고 있다. 민중은 부시의 대북 강경노선을 못마땅하게 여겼기에, 부시의 낙선과 암살을 예언한 것이다. 민중은 부시를 미워하면서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래서 부시의 북한 폭격설까지 예언으로 등장한 것이다.50년 전엔 현직 미 대통령을 진인이라 일컫던 것을 생각하면 금석지감(今昔之感)이 있다. 민중이 직접 예언서를 저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중은 예언의 내용을 결정한다. 노스트라다무스든 ‘정감록’이든 사정은 똑같다. 민중의 심리를 정확히 반영한 예언서는 민중의 사랑을 받고 그 생명도 길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예언서는 곧장 버림을 받는다. 민중은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 ‘정감록’을 해석해왔다. 시대가 바뀌면 그 해석은 늘 달라졌다. 한 시대의 해석은 다른 시대가 되면 효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내가 정감록을 바라보는 관점은 통시대적이다. 미셸 푸코가 말한 지식의 계보학에 가까운 입장이다. 푸코의 말처럼 시공간이 바뀌면 지식과 기억은 변화된다. 요컨대 변화된 사물의 의미를 계보로 정리하는 것이 지식 계보학이다. 나의 정감록 산책도 그렇다. 정감록에 담긴 의미의 변천을 역사적으로 정리하는 것, 이것은 한국 역사와 문화의 나이테를 읽는 새 방법일 것이다. 백승종(푸른역사연구소장)
  • 그룹별 인사스타일 분석

    그룹별 인사스타일 분석

    연말연시를 전후해 주요 그룹이 임원인사를 대부분 끝냈다. 어느 그룹이나 성과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공통점이다. 나름의 평가 시스템도 각자 있다. 그래도 안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룹마다 특유의 인사 스타일이 있다. ●현대차 ‘쾌도난마형’ 아무리 요직 임원이어도 문제가 있다 싶으면 사내 여론이나 언론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곧바로 교체한다. 현대차 북경법인 대표·기아차 국내영업본부장·기아차 광주공장장 등 내로라하는 부사장급 임원들을 몇달만에 갈아치운 예가 대표적이다. 거꾸로 잘한 일이 있으면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승진도 바로 시킨다. 현대그룹 특유의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면모다. 다른 그룹에 비해 인사에 미치는 그룹회장(정몽구)의 영향력이 매우 세다. 언제 어느때 허를 잘릴지 모르는 이같은 인사 스타일은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때론 지나치게 예측 불허여서 불안감을 조성하기도 한다. ●삼성 ‘치밀정교형’ 시스템에 의해 치밀하게 관리하고 평가한다. 어느 그룹보다 철저하게 성과 위주로 실리형을 추구한다. 신년초 대규모 정기인사 관행도 뿌리를 내렸다. 현대차와 달리 결정적인 흠이나 성과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중도에 개별인사를 하지 않는다. 여론에 대해서도 적지 않게 신경쓴다. 그룹회장(이건희)의 입김이 강하면서도 인사가 합리적이고 체계적이라는 평을 듣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물론 여느 그룹이나 마찬가지로 ‘로열 패밀리’는 별도 관리된다. 예측 가능한 대신에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LG ‘좌고우면형’ 인화가 창업정신인 그룹답게 인사도 여러 요인을 고려해 신중하게 한다. 성과를 따지면서도 한국적 정서인 연공서열을 무시하지도 않는다. 동·서양의 인사 장점을 최대한 혼합하려고 애쓴다. 최근 들어 LG텔레콤 등 일부 계열사가 특성에 맞게 파격 인사를 하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크게 모나지도, 튀지도 않는 무난한 스타일을 고수한다. ●SK ‘지방분권형’ 옛 선경시절부터 내려오는 ‘SKMS’(SK경영관리시스템)가 인사의 큰 원칙이다. 투철한 기업관과 패기를 으뜸으로 친다. 이같은 인사의 큰 원칙을 공유하되, 인사스타일은 계열사별로 다르다. 삼성이나 현대처럼 그룹 중앙에서 인사를 관장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SK는 다소 보수적인 반면 SK텔레콤은 20대의 윤송이(드라마 ‘카이스트’의 모델로 유명한 공학박사)씨를 상무로 파격발탁하기도 한다. 같은 그룹사인데도 SK텔레콤에는 차장 직제가 있는 반면 ㈜SK에는 없는 것도 다른 그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대목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데스크시각] “한국이 싫다”는 이유/손성진 사회부 차장

    잘못된 수사로 성매매범 누명을 써 체포되고, 손해배상 청구마저 기각당했다면 심정이 어떠하랴. 검찰과 법원이 왜 존재하느냐고,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을 피해자를 대신해서 따지고 싶다. 보도된 내용이지만, 장성한 아들을 둔 40대 후반의 가장인 김모씨가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을 당한 것은 2001년 7월이었다.15세 H양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것이다. 사건은 아들의 휴대전화를 자기 이름으로 해 둔 데서 비롯됐다. 아들이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그 여자친구도 친구인 H양(성매매범)의 전화기를 빌려 써 결국 김씨가 H양과 통화했다는 오해를 샀다. 검찰은 오해에 그치지 않고 윽박지르고 회유하면서 김씨를 파렴치한으로 몰아갔다. 애초부터 김씨의 전화기는 명의만 자기 것이었지 아들이 사용하고 있었다. 이런 전후사정을 제대로 조사했어도 김씨의 명예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지는 않았을 것이다. ‘군사정권식’ 고문과 가혹행위는 사라졌다지만 피의자를 으르고, 꾀고, 속이는 구태의연한 수사 관행은 여전하다.H양도 검찰 조사관이 새벽 5시까지 붙잡아 두고 머리를 때리고 욕을 해 김씨와 성매매를 했다고 거짓 진술을 했다. 검찰도 개혁을 한다는데 이런 그릇된 수사 행태는 왜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인가. 개혁이 핵심을 짚지 못한 채 변죽만 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수사를 추방하지 않는 한 검찰 개혁은 도로아미타불이다.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결해 줄 곳이 없다는 게 힘없는 시민으로서는 더 답답한 노릇이다. 법원도 답답함을 풀어주기에는 노력이 미흡했다.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김씨는 혐의를 벗긴 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에 대한 물적인 보상은 허락하지 않았다.‘욕하고 때린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만으로 검사가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보기는 어렵고‘이런 법적인 논리를 앞세운 판결의 취지는 당최 납득하기 어렵다. 어째서 욕하고 때린 것이 위법한 수사가 아닌지. 수사를 하다 보면 어쩌다 때리거나 욕을 할 수도 있고 새벽까지 잠을 재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인지. 검찰을 감싸기에 급급했지 시민의 찢어진 명예는 못본 체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개혁은 왜 하며 사법부와 검찰은 왜 있는지 묻고 싶다.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의 귀착점은 국민이다. 국민의 존재를 망각한 채 개혁을 위한 개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수뇌부는 개혁을 외치고 있는데도 일선 판·검사들은 절실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저 잠시 앓고 지나가는 열병 정도로 흘려버려서는 곤란하다. 검찰은 수사기관이고 법원은 재판기관이다. 수사와 재판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 한 개혁은 썩은 육체에 화장하는 짓이다. 허울좋은 전시행정으로 개혁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제도개혁보다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인적개혁이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제도만 바꾼다면 갓 쓰고 자전거 타는 격이다. 사람부터 바꾸어야 한다. 변화하지 못한다면 도태시키고 청산해서 장애물을 없애야 할 것이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한국이 싫다는 말만큼 듣기 싫은 말도 없다. 국가가 배상해주지 않아도 된다는 판결을 받은 후 김씨는 이 나라가 싫어졌다고 했다. 한국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얼토당토않은 혐의를 뒤집어 씌우고 보호막 구실을 해줄 아무런 장치도 없는 한국. 그런저런 이유로 우리는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한국이 싫지 않도록 할 책임은 위정자들에게 있다. 법관과 검사들에게도 있다. 자기가 태어난 나라에 배신당했다는 생각에서 잠시라도 나라를 버리려고 마음먹는 사람이 새해에는 정말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손성진 사회부 차장 sonsj@seoul.co.kr
  • 서울 곳곳 수도동파…한강도 얼었다

    서울 곳곳 수도동파…한강도 얼었다

    10일 서울의 아침기온이 영하 10.8도까지 떨어지며 올 겨울들어 한강에 첫 얼음이 얼었다. 한강의 결빙은 평년보다 3일 이른 것이다. 평년값은 결빙이 1월13일, 해빙이 2월5일이다. 지난해는 1월23일 언 뒤 같은 달 28일에 녹았다. 한강의 결빙은 1906년부터 관측했다. 한강대교 노량진 쪽에서 두번째와 네번째 교각 사이 상류 100m 지점이 얼면 결빙한 것으로 본다. 한강의 결빙 시기를 살펴 보면 1945년 광복을 전후한 시기까지는 12월 중순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후에는 한강이 어는 시기가 조금씩 늦어지는 양상을 보인다. 특히 1981년 이후에는 12월에 한강이 결빙한 사례가 한 차례도 없다. 이해는 1월15일에 얼음이 얼어 불과 사흘 뒤인 1월18일 풀리는 등 결빙 기간도 짧아졌다. 한겨울 얼어붙은 한강에서 챌견지낚시를 하던 풍경도 사라질 수밖에 없었다. 한강의 결빙이 가장 일렀던 해는 12월5일에 얼음이 언 1937년이었다. 반면 가장 늦었던 해는 1977년으로 다음해 2월1일에야 한강에 얼음이 얼었다.1960년과 1971년,1972년,1978년,1988년,1991년에는 아예 얼음이 얼지 않았다. 얼음이 풀리는 시기도 1940년대는 3월초순이었으나,1960년대는 2월중순,1990년대 이후는 1월이 대세를 이루는 등 갈수록 일러졌다. ●온난화로 결빙시기 점차 늦어져 기상청은 한강이 어는 시기가 늦어지는 원인을 놓고 “결빙 시기는 강물의 오염, 강폭, 유속 등에도 영향을 받지만 지구온난화와 환경 오염의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기상청은 “하수물이 흐르던 청계천에는 한겨울에도 얼음이 얼었다는 기록이 없었다.”면서 “한강의 수질오염도 지구온난화만큼이나 결빙시기를 늦추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중부지역에서는 영하 10도를 밑도는 날씨가 3일째 계속되면서 곳곳에서 수도 동파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시 수도사업소는 “9일 저녁부터 하룻밤새 13건의 신고가 접수됐다.”면서 “공사장이 10건이지만, 성북구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수도관 동파 신고도 3건이 들어왔다.”고 밝혔다. 손병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월동대책 상황실 직원은 “지난해 12월20일까지는 동파신고가 한 건도 접수되지 않았지만 이후부터 9일까지 478건이나 접수됐다.”면서 “단독주택뿐 아니라 공동주택도 수도관과 계량기의 보온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상청은 “11일에도 아침 최저기온이 수원 영하 9도, 서울 영하 8도, 대전 영하 7도, 전주·대구 영하 5도까지 내려가는 등 추울 것”이라면서 “한파는 수요일인 12일까지 이어지겠다.”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10일 오후부터 중부·호남 지역을 중심으로 눈이 내림에 따라 도로가 얼어붙는 11일 아침에는 큰 혼란이 우려된다.”면서 “아침 출근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軍과거사규명 실미도·녹화사업 진상밝힌다

    군내 대표적인 의혹사건인 녹화사업과 실미도사건에 대한 대대적인 진상규명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국방부 김홍식 기획조정관은 7일 군 과거사 진상 규명 사안으로 녹화사업과 실미도사건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 기획조정관은 이어 “민간인 전문가가 참여하는 진상규명위원회를 4월쯤 발족시켜 본격적으로 진상 규명에 나서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그동안 꾸준히 민원이 제기돼 온 군내 사망사건과 6·25전쟁 전후 유격대,6·25전쟁 중 민간인 희생사건 등 3건의 경우 위원회가 구성되면 그 기능에 따라 대상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르면 다음 주 중 별도의 회의를 열어 위원회에 참여할 민간인 전문가에 대한 자격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이달 말 군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한 최종 입장을 정리하고 2∼3월에 민간인 전문가를 선정,4월쯤 위원회를 정식 발족할 계획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 경의선 복선전철공사 어디쯤 왔나

    경의선 복선전철공사 어디쯤 왔나

    수도권 서북부를 북으로 관통하는 경의선 복선전철공사가 올해 본격적으로 닻을 올린다. 대부분의 공정이 끝나는 2007년이면 ‘추억과 낭만’을 간직했던 기존의 미니 ‘역사(驛舍)’들은 ‘역사(歷史)’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난 96년 부터 시작된 용산∼문산간 48.6㎞ 경의선 복선전철사업은 당초 올해 완공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신∼탄현간 일산 구간과, 서울시 구간 가좌∼성산간 지하화 요구로 공정이 지연됐다. 최근 일산구간은 지상화하고 가좌∼성산간 구간은 지하화하기로 가닥이 잡혀 가장 큰 걸림돌이 제거 됐다. 그동안 투입된 공사비는 2900억원에 이른다. 일산구간 지하화가 좌절된 고양시의 횡단시설물·방음벽 등 설치 요구와 이에 따른 설계변경 등을 포함해 앞으로 최소 8000억원의 추가 공사비가 소요될 예정이다. 총 공사비가 1조원을 훌쩍 넘지만 신설공사에 비하면 약과다. 일제는 지난 1906년 대륙경영의 야욕을 품고 서울∼사리원∼평양∼신의주간 518.5㎞의 복선 군용철도인 경의선을 부설했다.1945년 해방이후 서울∼개성간 74.8㎞ 구간만 단축 운행되다 51년 6월12일 전쟁의 와중에서 남북간 운행이 중단됐고 이후 복선 레일 한쪽을 걷어내고 단선으로 운행됐다. 복선전철 공사는 100년전 기존 노반을 활용해 선형을 최소 회전 반경으로 보강, 복선레일과 교량·고가철로·전철주 등을 신설해 현재 디젤 열차 대신 전기철도가 다니도록 하는 공정이다. 경의선 복선전철의 설계속도는 120㎞에 이른다.50m마다 전철주가 세워지고,10m에 16개씩 강선이 들어있는 콘크리트 침목이 깔린다. 노반의 폭은 12m30㎝. 현재 하루 편도기준 26회 운행이 가능하고 실제론 20회(운행시간 1시간 10분)만 운행 중인 선로용량이 288회로 늘어 수도권 전철 수준인 5∼6분에 한 대씩의 여객열차와 화물열차의 통행이 이뤄진다. 소음·진동이 심한 현재의 ‘디젤 통근형 통일호열차’도 쾌적한 전기열차로 모두 교체된다. 이렇게 되면 용산∼문산간은 현행 1시간 10분에서 50분으로 운행시간이 단축된다. ●한반도∼유럽을 잇는 중심철도로 남북통일 전진기지인 고양·파주 등 신도시와 대규모택지개발지구,LG필립스 LCD 등 산업단지를 서울과 연결하는 출·퇴근 교통수단뿐 아니라 개성공단 등 남북간 인력·물자수송의 주 통로가 된다. 미래엔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연계, 한반도와 유럽을 잇는 대동맥을 지향할 수 있게 된다. 경의선 복선전철은 1공구(용산∼가좌) 6.89㎞는 인천공항∼서울 연결 철도를 시설중인 인천국제공항철도주식회사에서 지하 7∼8m에 시공한다. 공항철도는 같은 노선 지하 30m 지점에 시설된다.2공구(가좌∼행신) 10.462㎞,3공구(행신∼탄현) 13.998㎞,4공구(운정∼문산) 17.25㎞는 각각 쌍용토건·남광토건 컨소시엄을 시공자로 한국철도시설공단 수도권지역본부에서 시행하고 있다. 철도시설공단과 시공사 관계자들은 “금촌시가지를 우회하는 3.8㎞의 금촌고가철로 공사 등 난공사 구간이 있지만 예산만 제때 조달된다면 기술적인 애로점은 없다.”며 “다만 기존 운행구간에서 시공 작업이 이뤄지므로 안전을 완벽하게 확보하는게 가장 큰 관건”이라고 말한다.2007년까지 대부분의 토목공정이 끝나지만 이후 레일부설과 신호·전기시설, 시운전(6개월)이 필요해 개통까지 1년이 더 걸릴 예정이다. ●남북 열차 통행 1년후 가능 지난해 6월14일 경의선 군사분계선상에서 남북철도연결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그러나 이후 개성공단 인력과 물자 등 남북교류는 남북연결도로로만 이뤄졌다. 남측은 문산∼군사분계선까지 12㎞의 경의선을 복구하고 임진강·도라산역을 신설하는 공사를 2000년 9월 착공해 완공했으나, 북측은 분계선∼개성간 15.3㎞를 복구하고 판문·손하역을 신설하는 공사를 2002년 시작, 현재 궤도 공사만 마친 상태다. 신호·통신·전력과 역사공사가 안돼 있다. 남북은 지난해 6월5일에 열린 9차 남북경제협력추진위원회에서 2004년까지 나머지 공사를 마치기로 합의했었다. 철도공사는 도라산역을 증축하고 개성공단 교류협력을 위해 마련한 임시 출입국관리시설(CIQ)을 영구시설로 대체하는 공사를 진행하면서 북측의 공사진척을 가다리고 있다. 문산 이북은 북측이 공사를 완료해도 일단 단선으로 운영하고 복선 건설은 추후 논의될 예정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기존 철로는 어떻게 되나 경의선 복선전철이 완공되면 현재의 서울∼신촌∼가좌역 구간 기존 철로는 KTX와 새마을·무궁화호 열차 등이 수색차량기지와 화전∼행신 사이 KTX 차량기지를 오가는 선로로 활용된다. 여객과 화물은 다니지 않고, 청소와 수리·대기후 출발을 위해 서울·용산역으로 다시 돌아가는 회송열차들만 이용한다. 지하 구간인 용산∼성산구간 중 용산∼가좌간의 기존 지상 철로는 폐선될 예정이다. 용산∼수색간은 원래 용산선으로 운영됐으나 현재는 그중 용산∼서강 사이는 상당부분 레일을 걷어내 이미 폐선된 상태이고, 서강∼가좌 구간은 대·소화물과 연탄 등의 화물전용 수송노선으로 쓰이고 있다. 폐선되는 노선의 노반과 주변 철도부지의 장기적인 활용 방안을 놓고 철도공사와 서울시는 공원조성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중이다. 경의선 복선 1공구의 신설되는 공덕역과 연남역(홍대입구역)은 인천국제공항철도와 경의선복선전철역으로 함께 사용된다. 공덕역은 지하 2층 5000평, 연남역은 지하 4층 4500여평의 역사가 지어진다. 경의선 복선은 당초 용산∼가좌 구간만 지하화할 예정이었으나 도심지 지역 단절과 소음·교통장애 등을 지적한 주민들의 요구로 가좌∼성산간도 지하화하기로 했다. 철도공사가 일산구간은 주민들의 끈질긴 요구에도 지하화를 수용하지 않으면서 가좌∼성산은 수용한 것은 지상 철도부지 매각 등을 통해 지하화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낭만의 미니驛舍 추억속으로 경의선 서울역∼도라산역까지 모두 19개의 역이 있다. 복선전철이 완공되면 기점이 서울역에서 용산역으로 바뀐다. 용산역부터 북쪽으로 효창·공덕·서강·연남·가좌·성산·수색(이상 서울시구간), 화전·강매·행신·능곡·대곡·곡산·백마·풍산·일산·탄현(고양구간), 운정·금릉·금촌·월릉·봉암·문산·운천·임진강·도라산(파주구간)까지 27개역이 운영된다. 복선전철은 문산역까지이다. 공덕·연남·성산·풍산·탄현·금릉·봉암·운천 등 8개 역은 새로 생긴다. 나머지 역도 지난 2001년말 준공된 문산역을 제외하고 모두 개량된다. 이때 기존역은 모두 원형을 잃게 된다. 경의선의 기존역들은 대부분 지난 1938년을 전후해 지어져 60년을 넘은 낡은 건물이다. 커봐야 100평을 넘지 않는 단층 역사에 들어서면 전면의 개찰구를 중심으로 좌우에 매표창구와 승객들이 잠시 열차를 타기 전 쉬거나 이별과 만남이 이어지던 빛바랜 나무 장의자들이 배치돼 있다. 때론 술취한 이들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뉘었고, 수많은 이들의 추억과 낭만, 삶의 고단함이 오랜 세월 함께 배었던 공간이다. 그나마 곡산·탄현·운정·월롱 등엔 역무원도 배치되지 않고 승차권도 철도청 매표대행소에서 구입하거나 그냥 승차한 후 열차 객실 승무원에게 정산한다. 그러나 복선전철이 완공되면 이들 미니역과 주변은 상전벽해처럼 변하게 된다. 현재 새 역사 신설공사가 이미 착수된 곳은 수색·행신·월롱역이다. 나머지도 앞으로 3년간 모두 신설되거나 지상·지하·선상·선하역으로 바뀐다. 개량대상으로 지금은 보잘 것 없는 금촌역은 고가철로 아래 연면적 1000평짜리 현대식 선하역사로 탈바꿈한다. 백마역도 2000평 규모로 개량되고, 운정역도 700평 규모로 커진다. 지하에 신설되는 연남역은 무려 4000여평 규모에 이른다. 경의선복선구간은 용산에서 경부선·경의선, 공덕역에서 5호선 전철, 서강역에서 2호선 전철이 연결되고 성산역은 6호선 환승역이다. 대곡역에선 서울지하철 일산선이 연결된다. 경의선 주변 역세권 개발과 관련해 부동산은 이미 오를만큼 오른데다, 토지거래 허가구역이고 경기위축까지 겹쳐 현재는 땅값의 추가 상승이 멈칫한 상태다. 그러나 역사들이 새모습을 드러낸 후에는, 주변에 산재한 전원주택지 매기까지 합쳐 여건변화에 따라서는 추가 상승여력이 충분하다는 것이 부동산업계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파주 한만교기자 mghann@seoul.co.kr
  • 얼굴·소리로 주인인식 로봇 국내서 첫 개발

    얼굴·소리로 주인인식 로봇 국내서 첫 개발

    두 발로 걷는 능력과 얼굴및 음성 등을 인식하는 지능까지 갖춘 인간형 로봇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지능로봇연구센터 유범재 박사팀은 네트워크 방식으로 얼굴 등을 인식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Humanoid) ‘NBH-1’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신체와 같은 구조로 인간을 대신하거나 인간과 협력할 수 있는 지능을 가진 로봇이다. 지난 2000년 일본 혼다사가 개발한 ‘아시모’(ASIMO)와 지난해 12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오준호 교수팀이 공개한 ‘휴보’(Hubo)는 두 발로 걸을 수 있지만, 지능에는 한계가 있었다. 유 박사는 “NBH-1은 영상과 음성 등의 데이터를 무선 네트워크를 통해 외부의 서버로 보내면 서버는 그 의미를 분석, 휴머노이드가 영상을 인식하거나 동작을 수행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다시 전송하는 방식”이라면서 “로봇의 뇌 역할을 하는 서버가 외부에 있어 기존 로봇들이 갖고 있던 지능 향상과 무게 증가 등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설명했다. NBH-1은 키 150㎝, 몸무게 67㎏으로 전후좌우와 대각선 방향으로 보행이 가능하다. 최대 보행속도 시속 0.9㎞이다. 게다가 얼굴과 음성, 동작, 물체 등을 인식할 수 있다. 예컨대 악수할 때 상대방의 힘을 측정, 그에 상응하는 팔 동작을 형성해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어낼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강점 중 하나인 무선 네트워크망을 활용할 경우 서버만 갖춰진다면 하나의 프로그램을 여러 로봇이 공유할 수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이집트 비밀核실험 의혹

    |빈 연합|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무기 개발에 사용될 수 있는 이집트의 소규모 비밀핵실험 증거를 확보한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 실험은 대부분 지난 80∼90년대 행해진 것으로 나타났으나 IAEA는 지난 1년을 전후한 시점에도 실시됐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와 관련된 증거물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집트는 IAEA에 통보하지 않은 채 핵무기확산금지조약(NPT)에 위배되는 여러 종류의 우라늄 성분을 생산하려 했으며 이중에는 ‘6불화우라늄’의 전 단계인 금속 우라늄 및 4불화우라늄 수㎏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이집트 정부 대변인 막디 라디는 “우리의 핵프로그램에는 비밀이 없으며 IAEA에 알리지 않은 다른 어떤 것도 없다.”고 의혹을 부인했다.
  • [★들에게 물어봐]한·일 본격 활동 락그룹 TRAX

    [★들에게 물어봐]한·일 본격 활동 락그룹 TRAX

    “‘트랙스(TRAX)’가 앞으로 어떻게 변해나갈지는 멤버인 우리들조차 가늠할 수 없습니다. 멤버 제각각이 너무 다른 개성으로 다른 음악을 추구하거든요. 애초에 그것을 인정하고 ‘록’이라는 공통분모 위에서 최대한 자유롭게 음악하자고 모인 밴드니까. 그러나 최소한 흔한 아이돌 밴드의 하나로 끝나지는 않을 것임은 확실히 약속드릴 수 있습니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가 키우는 최초의 록밴드, 일본의 전설적인 록밴드 ‘X-재팬’의 요시키의 전면적인 참여, 일본 도쿄 시내 유수의 백화점과 버스 광고 등 한·일 양국을 오가는 마케팅 활동들, 지난달 15일 일본에 두번째 싱글 발매 당일 오리콘 싱글 차트 19위 기록…. 최근 두번째 싱글 ‘Scorpio’를 한·일 양국에 동시발매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재개한 신예 록밴드 ‘트랙스’(TRAX)를 둘러싼 화젯거리들은 여러가지다. 그 대부분이 음악 외적인 부분에서 온다는 비판을 사고 있긴 하지만. 트랙스 멤버들도 이런 지적들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는 듯했다. 이들은 “아직은 밴드의 제 색깔을 찾아가는 시행착오 단계일 뿐이라서 그렇다.”면서 “언젠가는 음악적인 부분만으로 인정받겠다. 애정과 시간을 가지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트랙스는 리더이자 보컬인 타이푼(본명 제이 김·20), 기타와 드럼을 맡은 로즈(본명 노민우·18), 베이시스트 어택(본명 강정우·19), 기타리스트 크리스마스(본명 김정모·19) 등 4명 멤버의 영어 첫글자를 따서 만들어진 이름이다.“녹음한 곡(track)들마다 혼을 담겠다는 팀원들의 각오”를 뜻하기도 한다. 멤버들 나이는 20살 전후지만 모두 중학교 때부터 학교 밴드를 중심으로 아마추어 활동을 계속해온 3∼6년 경력자들이다. 때문에 좋아하고 추구하는 음악도 록이라는 공통분모를 제외하면 전부 제각각.“그게 우리 목표인걸요. 멤버 제각각의 개성을 죽이지 않고 하나로 아울러낼 수 있는, 최대한 자유롭고 규정되지 않는 록요. 우리끼리는 ‘하이브리드(Hybrid) 록’이라고 부릅니다. 아직은 모색단계지만.” 최근 한·일 양국에서 동시발매된 두번째 싱글(일본에서는 첫번째) ‘Scorpio’는 발매 당일 일본 오리콘 싱글 차트 19위, 전체 차트 21위를 기록해 관심을 불러모으기도 했다.SM엔터테인먼트 측은 “‘X-재팬’의 요시키가 참여했다는 화제성이 상당 부분을 기여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한국보다 록의 저변이 넓은 일본에서 신인 밴드가 차트 20위권에 오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애초에 한·일 양국 공동 프로젝트 개념으로 출발한 밴드인만큼, 오는 3월 일본에서 발매되는 싱글 음반 등 일본쪽 작업에는 계속 요시키가 참여할 예정이다. 앨범에는 이외에도 ‘X-재팬’의 곡을 리메이크한 ‘Tears’, 트렌디한 하드록 곡 ‘Beat Traitor’, 사이키델릭풍의 ‘Knife’, 로즈가 작사작곡해 한국 싱글에만 수록한 ‘Over the Rainbow‘의 피아노 버전과 록 버전 등 총 6곡이 담겨있다. 트랙스는 “새해에는 여세를 몰아 일본 등 동아시아 시장 공략에 좀더 집중할 생각”이라면서 “이를 위해 최근 일본어 등 외국어 과외수업에도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뭐니뭐니해도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역시 만국공통어인 음악이죠. 최근 도쿄돔 공연에서 일본 팬들의 호응으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애정을 가지고 계속 지켜봐주세요.”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사진 강성남기자 snk@seoul.co.kr
  • [사고] 2005년 서울신문 주요사업

    새 감각 바른언론을 지향하는 서울신문이 2005년을 맞아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겠습니다. 지난해 역사적인 창간 100주년 기념사업 등에 이어 올해는 더욱 다양한 공익 문화사업을 통해 독자 여러분과 만나게 됩니다. ● 공무원·자격시험 강연회 갈수록 어려워지는 취업현실 속에서 공무원 시험, 공인중개사, 교원임용시험 등 정부부처 및 공공기관에서 시행하는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다양한 고급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강연회를 연중 개최합니다. ● 옴부즈만 대상 전국 일선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고충민원 처리 운영실태가 탁월한 기관을 매년 발굴, 시상하는 ‘옴부즈만 대상’을 국민고충처리위원회와 공동으로 개최합니다. 시·군·구 및 교육청, 특별지방행정기관,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제도개선 및 특수시책, 집단·사이버 민원처리 실태 등을 심사하며 수상기관에 대해서는 대통령, 국무총리,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의 표창과 상패가 수여됩니다. ● 아이치 EXPO 참관단 모집 ‘한·일공동방문의 해’와 한·일수교 40주년을 맞아 양국간의 우호를 증진시키고 양국국민들이 서로를 더욱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오는 3월부터 9월까지 일본 아이치현 EXPO 참관단을 모집합니다. ● 서울신문 하프마라톤대회 마라톤의 진흥과 발전을 위해 공직자와 시민이 함께하는 마라톤 축제를 오는 5월 상암동 월드컵공원에서 개최합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아 국내 대형 마라톤대회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으며 하프·10km·5km 3개코스로 열립니다. ● 교정대상 재소자의 교정교화 업무에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교정공무원 및 사회일반인을 발굴 표창함으로써 그들의 노고를 격려하기 위한 제23회 교정대상 시상식이 5월에 개최됩니다. ● 국군모범용사 초대 1964년부터 42년째 매년 6·25를 전후하여 우리 국토의 전후방에서 조국수호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육·해·공군 중에서 선발된 모범용사 60명과 그 배우자를 초청하여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언론사 최고의 행사입니다. ● 청소년 음악회 여름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의 정서 함양과 음악체험을 통한 현장학습의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적인 음악회입니다. ● 국토사랑 글짓기 대회 우리의 미래를 가꿔나갈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삶의 터전인 국토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갖도록 하기 위한 글짓기 대회를 국토연구원과 공동으로 10월에 개최합니다. ● 가을밤콘서트 해를 거듭할수록 인기를 더해가는 가을밤콘서트가 올해로 6회째를 맞이합니다. 온 가족이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가족음악회로서 클래식과 팝이 조화를 이루어 깊어가는 가을밤의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 서울현대도예공모전 한국 현대도예의 모색과 탐구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최고 권위의 도예 단일공모전인 제25회 서울현대도예공모전을 가을에 개최합니다. ● 농어촌 청소년 대상 제25회 농어촌청소년대상은 우리 농어촌 미래의 젊은 역군을 발굴, 후계자로서의 긍지와 사명감을 북돋워주고 그간의 노고를 위로하기 위하여 마련된 농어민 최고 권위의 상입니다.
  • 예비아빠 이승엽 국내서 담금질

    예비아빠 이승엽 국내서 담금질

    ‘올 여름 태어나는 2세에게 명예를 걸겠다.’ ‘아시아 홈런킹’ 이승엽(29·일본 롯데 마린스)의 을유년 첫날은 헬스클럽에서 바가지 땀을 쏟아내는 체력훈련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아쉽게 시즌을 마치고 11월 입국한 뒤 타격 교정훈련과 함께 시작한 ‘몸만들기’. 지난 연말부터는 추위 탓에 야외 배팅훈련은 일단 접고 지금은 대부분의 훈련시간을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메운다. 이승엽의 체력훈련은 하루 5시간. 주로 하체와 복부 근력을 강화시키는 데 주력한다. 당초 보비 밸런타인 감독의 ‘특별주문’이 있긴 했지만 이승엽은 “숙제로 받아온 양보다 훨씬 더 많은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의 훈련을 1대1로 지도하고 있는 오창훈 세진헬스 대표도 “이승엽의 의지가 대단하다.”면서 “이미 지난달 중순 팀이 제시한 훈련 목표량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올시즌을 앞둔 이승엽의 각오가 남다른 것은 지난해 성적 부진 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오는 8월 결혼 3년만에 첫 아이를 보기 때문이다.8월은 이승엽이 국내에서 ‘여름 사나이’로 불릴 만큼 타격감이 절정에 달할 때였다. 지난해 첫 일본무대에서 당한 쓰라림을 올해는 반드시 털어내고 ‘주니어’가 태어나는 시기에 맞춰 구겨진 명예를 회복한다는 각오다. 이승엽은 올 목표를 나름대로 정해뒀지만 공표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목표치는 있지만 내 입으로 말하진 않겠다.”면서 “다만 명예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를 위해 한 타석 한 타석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첫 시즌을 시작하면서 홈런 30개와 타율 .280을 목표로 잡은 그는 14홈런,2할4푼대의 저조한 성적에 그쳤다. 타격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망가질 대로 망가진 타격폼을 바로 잡는 것이 급선무. 이를 위해 이승엽은 지난해 11월 말∼12월 초에 걸쳐 박흥식 삼성 코치와 교정훈련에 들어갔고, 오는 10일 2차 훈련에 돌입할 예정이다. 4일 미국에서 돌아온 박 코치는 “승엽이가 지난해 일본 투수들의 정교한 투구에 대응하다 보니 상체에 지나치게 의존해 제 스윙을 잃어버렸다.”면서 “하체를 중심으로 한 원활한 허리회전 등 타격 밸런스를 바로잡는 훈련에 중점을 둘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성기 때의 타격자세로 되돌리겠다는 뜻. 이승엽은 오는 20일 전후 국내훈련을 마치고 일본으로 복귀한다. 새달 초 가고시마 스프링캠프에 이어 3월2일 시작되는 15차례의 시범경기가 새로운 모습의 이승엽을 기다리고 있다. 3월26일 개막전 이후부터는 메이저리거 발렌티노 파스쿠치(전 몬트리올 엑스포스)의 합류로 주전 좌익수 경쟁도 벌여야 하고, 인터리그 도입으로 새로운 적수도 대폭 늘어날 전망. 그러나 한겨울 국내에서 흘린 땀방울 만큼이나 굵고 자신에 찬 스윙을 되찾을 때 자신의 2세를 위한 ‘명예회복’은 완성될 것으로 보인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서울광장] 새 韓日시대의 원년/이용원 논설위원

    [서울광장] 새 韓日시대의 원년/이용원 논설위원

    2005년에는 우리사회에 일본이 여느 해보다 뜨거운 이슈로 계속 자리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달력을 한장씩 넘기다 보면 곳곳에서 일본이라는 존재와 마주친다.6월22일은, 광복후 20년만에 한·일 협정을 체결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다.8월15일은 광복 60주년 기념일이요, 보름 뒤인 8월29일은 대한제국이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지 95년째 되는 날이다. 이는 11월18일 을사늑약(勒約) 100주년으로 이어진다. 그뿐이 아니다. 오는 17일이면 한·일협정 문건 5종이 공개되는 데다 지난 연말 국회를 통과한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 특별법’이 조만간 가동해 대상자 개개인의 친일 행적을 파헤치게 된다. 일본 쪽에서도 역사교과서 왜곡, 야스쿠니신사 참배, 고위층의 망언 등 외풍은 계속 불어댈 것이다. 결국 우리는 일본이라는 늪에서 허우적대다 올 한해를 마감할지 모른다. 해마다 기념일은 돌아오지만 올해 유난히 일본과의 과거사가 두드러지는 까닭은 ‘광복 60년’‘국교재개 40년’‘을사늑약 100년’처럼 숫자가 부여하는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사회는 이 숫자의 상징성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소화해 민족정신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할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광복이 되고 국교를 재개하고도 일본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기피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국민의 인기를 모은 가요라도 일단 ‘왜색’이라 낙인 찍히면 하루아침에 공개장소에서 사라졌다. 또 ‘일본은 없다’라고 깎아내리는가 하면 일본을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삼아 ‘극일(克日)’을 소리 높여 외쳤다. 이 모든 현상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우리는 오랜 기간 ‘일본 콤플렉스’라는 망령에 시달려왔다고 할 수 있다. 글머리에 밝힌 것처럼 올해 광복 60주년을 맞는다. 인생으로 치자면 환갑을 치르는 것이다. 환갑의 의미를 국가관계에 견강부회할 생각은 없지만 그 세월의 무게를 한번쯤 저울질할 필요는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광복의 해에 태어나 한글교육을 받고 자란 세대가, 일본에서는 전후 1세대가 각각 60세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일제강점기 양국간에 벌어진 가해와 피해의 행위를 여전히 반추하며 목청을 높인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바람직할까. 이제 광복이전의 한·일 관계는 역사의 영역으로 넘겨야 한다고 본다. 일방적으로 용서하고 잊어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다만 현실에서 이를 일상적인 이슈로 삼지는 말자는 뜻이다. 이는 일본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을 위한 제언이다. 언제까지나 일본과의 과거사 풀기에 집착하며 에너지를 낭비할 이유가 없다. 이를 위해 현재 국내에서 이슈가 된 사안들을, 일본을 연계시키지 않은 채 우리 스스로 풀어나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컨대 한·일협정 문서 공개에 따른 피해보상 문제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자체 해결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한·일협정을 체결한 박정희 정부가 비록 국민의 뜻에 반해 그릇되게 처리했더라도 이는 우리 내부의 문제일 뿐, 이를 빌미로 일본에 개정 요구를 하는 것은 국가간 신뢰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21세기에 접어든 지 여러해 지났지만 한·일관계는 아직도 ‘20세기적’이다. 우리는 여태 과거사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은 사과·보상이 끝났다고 반박한다. 앞으로도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을 해소하려면 우리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제가 가한 패악을 잊지 말고 역사의 교훈으로 삼되 이 시대에 더이상은 일본에 대해 목청을 높이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를 한·일관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바뀌는 원년으로 삼아야 한다. 이용원 논설위원 ywyi@seoul.co.kr
  • ‘예술의 고수들’ 원로작가 14인전

    예림(藝林)이란 말이 있다. 예술의 숲, 즉 예술가들의 사회를 가리키는 말이다. 무예의 고수들이 최고를 꿈꾸며 벌이는 살벌한 적자생존의 세계가 무림(武林)이라면, 예림은 왠지 향기롭고 아늑한 미의 정원을 떠올리게 한다. 한국화가 박노수 오태학 이종상 천경자, 서양화가 김형대 이만익 전혁림 황용엽 하영식, 그리고 조각가 강태성 민복진 백문기 전뢰진 최종태. 이 14명의 원로 작가들이 자신만의 그윽한 예술의 세계로 관람객을 안내한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예림을 걷다-시대와 함께, 작가와 함께’전은 오랜만에 만나는 ‘고전적인’ 분위기의 전시다. 백제 문화가 숨쉬는 몽촌토성을 배경으로 자연과 조각이 어우러진 서울올림픽미술관의 아름다운 공간, 그 속에서 예술의 이상향을 그려보자는 게 기획 의도. 전시장에는 회와와 조각 40여점이 나와 있다. 원로작가들의 초기작이자 애장품인 1950∼60년대 작품부터 80년대 전후의 작품, 최근작까지 두루 만날 수 있다. 한국화는 박노수의 ‘고사(高士)’, 오태학의 ‘월하’, 이종상의 ‘원형상91007-흙에서’, 천경자의 ‘괌도’ 등이 출품됐다. 또 서양화는 김형대의 ‘씨족525’, 이만익의 ‘하백(河伯)일가도’, 전혁림의 ‘민화로부터’, 하영식의 ‘조각보예찬’, 황용엽의 ‘여인의 환상’ 등이 전시중이다. 조각으로는 강태성의 ‘토르소’, 민복진의 ‘모자상’, 백문기의 ‘화우’, 전뢰진의 ‘모자합주’, 최종태의 ‘얼굴’ 등이 나왔다.2월23일까지.(02)410-1060.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이젠 사람입국이다] 이젠 사람이 생산 중심…평생학습 필수

    [이젠 사람입국이다] 이젠 사람이 생산 중심…평생학습 필수

    |클레어몬트(미 캘리포니아주) 전경하특파원| “평생학습은 당신을 젊게 만들고 삶을 윤택하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평생학습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 기업 사회 모두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20세기 최고의 경영학자로 꼽히는 피터 드러커 교수가 ‘사람입국 신경쟁력 특별위원회’(이하 특위)에 보낸 축하 메시지다. 문국현 특위 위원장은 지난해 말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에 있는 그의 집에서 한국에서 드러커혁신상을 제정하는 취지를 설명하고 향후 방향에 대해 의견을 들었다. 이번 만남은 그동안 드러커의 저서 10여권을 번역한 이재규 대구대 총장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지난 50년간 한국이 이룬 경제성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한국전쟁이 계속되고 있던 1952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문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앞으로 30∼40년간 한국은 회복 가능성이 없다고 보고했다. 그러나 한국은 10년안에 전쟁의 상흔을 극복했고 지금은 경제강국이다. 한국의 지난 50년간의 성공은 20세기의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야말로 가장 빠르게 산업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한 나라다. 성공요인은 뭐라고 보는가. -교육이다. 한국에 두 번 갔는데 엄청난 교육열을 보고 놀랐다.50년대 미국 정부에 한국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장학금 제도를 만들도록 해 이에 조금이나마 기여한 게 나에겐 큰 보람이다. 한국민은 학습의욕과 성취욕이 높다. 기업가 정신도 뛰어나다. 지난 50년은 당신이 언급한 지식사회로의 진입단계였는데. -아직 초입이다.50년간의 발전은 혁신이라기보다 진보에 의해 이뤄져왔다. 그러나 앞으로 20년 안에 제조업(manufacturing)과 육체노동자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해 대체될 것이다. 미국에서도 1953년 노동자의 3분의1이 생산직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11%에 불과하다. 컴퓨터가 가져온 진정한 변화다. 지식사회로의 진입은 필연적인가. -기술변화라기보다는 인구학적 변화 때문에 필연적이다. 저출산으로 인구도 줄어들지만 경제성장으로 인해 수입이 괜찮은 제조업 종사자의 아이들도 이제는 공장이 아닌 대학에 간다. 생산의 중심이 기계에서 지금까지의 생산자본 중 가장 비싼 인적자본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결국 사무실과 공장에서 자동화가 필연적이다. 한국은 이민을 받아들인 경험이 없다. 반면 노령화사회로의 진입은 매우 빠르다. 인구부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럼 생산성 문제 해결은. -지식노동자의 인사배치와 지속적인 학습, 두 가지가 중요하다. 지식은 매우 세분화되어 있고 전문적이다. 육체노동자는 똑같은 일을 하고, 그래서 서로 대체가 가능하다. 지식노동자는 아니다. 각자의 영역이 세분화되어 있기 때문에 인사, 특히 상위 직급의 인사배치가 중요하다. 인사에 관한 규칙도 세워야 한다. 지식이 전문화되었기 때문에 인사이동이 더 어렵고 그래서 더 중요하다. 또 지식은 없어질 수 있고 3∼4년만 연습하지 않으면 굳어진다. 계속 훈련받아야 한다. 그럼 교육이 더 중요해지나. -미국에선 교육자가 가장 빨리 성장한 직업군이다.2차 세계대전 전에는 7만 5000명의 교수진이 있었지만 지금은 250만명에 달한다. 늘어난 수만큼 앞으로 교육방법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지식사회에 있어 어느 수준에 와 있나. -유럽과 일본에 비해서는 경이적이다. 유럽은 정보기술에서 많이 뒤처져 있다.‘과거(yesterday)형’이라 할 수 있는 육체노동자조합이 유럽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산업사회에서 노동자의 결속’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다하고 쇠퇴하고 있다. 한국도 탈노조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또 한국은 산업사회에 과도하게 적응했기 때문에 지식사회에 힘이 달려 적응이 늦을 수도 있다. 급속한 성장에 따른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 앞으로 한국경제의 발전은 어디에 달려 있다고 보나. -10년 정도는 중국과의 경쟁, 중국 시장에서의 성공에 달려 있다. 그동안 한국은 중국에 자리를 잘 잡았다. 다음은 인도다. 인도와 중국은 매우 다르지만 어렵고 가능성 있는 시장이라는 점에서는 똑같다. 인도는 미국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쓰는 나라다.1억 5000만명의 주요 언어가 영어이고 7500만명이 제2외국어로 영어를 쓴다. 이런 요인으로 인도는 지식경제에서 중요한 경쟁자이다. 인도에 자리를 잡은 외국은 아직 없다. 지식사회 발전을 위해 한국이 힘써야 할 점은. -정확히는 모르지만 한국 고등학교 졸업생의 25%가 제조업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을 위해 지적인 일을 만들어줄 필요가 있다. 이 분야에서 성공하면 일본을 훨씬 앞서갈 수도 있다. 각국 정부가 취해야 하는 중요한 정책은.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육체노동을 분석하고 이를 독립적이고 경쟁적이며 숙련된 일련의 움직임으로 조직화하는 과학적 경영으로 세계 지도자가 됐다. 이것이 지난 50년간 경제적 성공의 기초가 되었다. 지금은 정보기술분야에 있어서 도입부다. 정부 뿐만 아니라 기업이 리더십을 가져야 지식근로자를 생산적으로 만들 수 있다. 제조공정에서 세부적인 기술들이 프로그램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그러나 사무실에서는 아직 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기업의 시민의식을 강조한 까닭은. -우리 사회는 조직사회다. 최근까지 정치·사회과학과 경영학은 이를 깨닫지 못했다. 이전에는 미국 기업이 사회 자체를 구성했고 교회는 봉사의 중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업이 봉사의 중심에 서야한다. 기업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비영리단체에서 활동하도록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 왜 기업이 직원들의 사회활동 참여를 독려해야 하나. -큰 조직의 문제는 사람들이 은퇴한 뒤다.20대에 영리했던 기술자는 20년 후에도 자신이 여전히 기술자이며 일반 관리자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들은 공동체 조직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 두 번째 경력을 만드는 건가. -한때 두 번째 경력을 믿었다. 오류였다. 훌륭한 두 번째 경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내가 그 예다. 나는 1929년 이후 같은 일을 해오고 있다. 내 일을 좀 더 잘하길 바랄 뿐이다. 필요한 것은 두번째 경력이 아니라 두번째 관심사다. 두번째 관심사는 왜 필요한가. -첫번째 승진에서 사람은 50명인데 일은 20개가 있다. 다음 승진에서는 사람수에 비해 자리가 더욱 줄어들 것이다. 따라서 직업 이후의 관심사가 필요하다. 두 번째 관심사가 있으면 계속 배울 것이다. 또 평생학습은 당신을 젊게 할 것이다. 평생학습을 하게 되면 뇌세포가 늙지 않는다. 뇌세포가 건강하면 육체적으로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사람은 호기심이 없어지면서부터 늙는다. 배우면 젊어지고 삶을 즐길 수도 있게 된다. 지금은 무엇을 공부하나. -몇년전에는 페루 미술을 공부했었다. 지금은 프랑스 혁명 전후의 프랑스 정치와 영국의 보수주의 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lark3@seoul.co.kr ■ 피터 드러커는 누구 피터 드러커 교수는 190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났다. 올해로 만 96세를 맞았지만 지금도 공부를 하고 글을 쓴다. 자신이 만들어 낸 ‘지식근로자’ 개념의 전형인 셈이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로도 불린다. 20대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프랑크푸르트대학에서 국제법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갔다가 미국에 정착한 이후 여러 대학에서 정치학, 통계학, 철학, 경영학 등 강의를 했다.39년 나치의 종말을 예언한 저서 ‘경제인의 종말’,42년 ‘산업인의 미래’로 미국 정치·경제학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50년부터 뉴욕대 정교수로 20년간 일하고 71년부터 지금까지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시 드러커 경영대학원에서 강의하며 현대 경영학의 주춧돌을 놓았다. 또 제너럴모터스(GM), 제너럴일렉트로닉스(GE) 등 대기업에 컨설팅을 하면서 이론의 현실화에도 힘을 쏟았다. 국내에서 ‘경영의 실제(54년)’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93년) ‘21세기 지식경영’(99년) ‘다음 사회’(2002년) 등 저서가 번역돼 있다. ■ 드러커혁신상이란 드러커 교수의 이름을 딴 드러커혁신상 제정은 미국 캐나다에 이어 우리나라가 세번째다. 오는 3월 드러커상 제정에 대한 세부사항이 발표되며 연말에 시상식이 열릴 예정이다. 드러커상은 미국에서 1991년 처음 제정됐다. 매년 11월 일반인들, 특히 소외계층의 삶을 개선시킨 비영리단체에 주어진다.1위 1곳,2위 2곳 등 총 3개 단체가 상을 받는다. 상금은 각각 2만달러와 2500달러다. 캐나다에서는 1993년 제정됐고 수상방식은 같다. 클레어몬트대학 드러커 경영대학원이 2년전부터 선정·시상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 드러커 관련 사업을 드러커 경영대학원 테두리안에 두자는 드러커 교수의 뜻에 따른 것이다. 캐나다에서는 드러커 재단이 총괄한다. 2004년 미국측 수상자로는 극빈층을 위한 차량제공 프로그램을 4년 동안 운영하고 있는 비영리 단체 ‘Wheel Get There’가 뽑혔다. 캐나다에서는 수상자 선정작업이 진행 중이다. 그동안의 수상자와 그들의 활동은 드러커상 홈페이지(www.drucker.org/award)에서 만날 수 있다. 한국에서의 드러커상 운영은 국내 여건이 적극 고려됐다. 비영리단체가 아닌 공공부문이나 기업이 상을 받을 수 있으며 자금 조성에도 정부가 일정부분 참여할 수 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상금을 기업과 독지가들의 후원으로만 마련한다. 드러커상을 총괄하는 클레어몬트 경영대학원의 코넬리스 클류버 교수는 “한국은 미국·캐나다와는 다를 수 있다.”면서 “한국적 상황에서 합당한 것이라면 문제가 없다.”고 전폭적인 지지와 후원의사를 표시했다.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