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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둘이상 낳고 싶지만…”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둘 이상 낳아야겠지만 양육과 교육 부담 때문에 실천은 망설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결과는 서울시가 지난달 5∼14일 25∼39세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면접 설문조사해 8일 발표한 자료에서 밝혀졌다. 이에 따르면 여성들 가운데 93.2%는 이상적인 자녀 수를 ‘2명 이상’으로 봤다. 다만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세부적으로는 2명 57.2%,3명 25.8%,4명 이상은 10.2%였다.1명이라는 응답은 6.8%에 그쳤다. 이를 평균으로 환산하면 이상적인 자녀 수는 2.4명이다.그러나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양육비 지원(29.9%), 자녀 사교육비 부담 감소(22.1%)를 손꼽았다. 다음으로는 출산과 육아에 대한 여성책임의 분담(12.1%), 공공보육시설 확충(10.7%), 안정적인 사회생활보장(10.5%)을 지적했다.자녀를 책임질 기간으로는 대학졸업 때까지(37.2%), 학업을 마칠 때까지(18.2%), 고교졸업 때까지(16.4%) 등의 순이었다. 반면 ‘부모를 모셔야 할 의무가 없다.’(56.8%)거나,‘자식의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다.’(92.6%)고 답해 달라진 가족관을 보여줬다. 기혼 여성(360명)의 평균 결혼 연령은 26.6세, 첫 아이 출산 연령은 28.1세였다. 기혼자의 현재 자녀 수는 평균 1.6명으로 계획한 2명보다 적었고,‘결혼 전후 계획한 자녀 수가 다른 이유’로는 양육비 부담(38.3%), 사교육비 부담(35.8%), 출산·육아의 여성책임(10%) 등을 꼽았다. 또 기혼자의 85%가 ‘출산 및 양육 문제로 퇴사를 고려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실제로 퇴사한 경우도 64.6%나 됐다. 미취학 자녀를 둔 기혼 여성(325명) 중 49.9%는 자녀를 보육시설에 맡기고 있었고,41.5%는 직접 돌봤다. 미취학 자녀를 위해 쓰는 한달 보육비는 1인당 ▲10만원 이하 32.6% ▲11만∼20만원 21.8% ▲21만∼30만원 17.8% ▲31만∼40만원 11.7% 등 평균 24만원 정도로 나타났다. 결혼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는 응답이 39.4%였다. 또 16.6%는 ‘자녀를 꼭 낳을 필요는 없다.’고 답했다.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방패’뒤의 눈물-전의경 인권 실태] 내무반·샤워실서 성적 괴롭힘

    [‘방패’뒤의 눈물-전의경 인권 실태] 내무반·샤워실서 성적 괴롭힘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보고된 전경·의경들의 인권실태는 폐쇄된 군 부대와 달리 민간인과의 접촉이 많아 상황이 나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을 뒤집는 심각한 수준임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특히 현역을 상대로 한 조사여서 구타나 성적 괴롭힘 등을 묻는 항목에서 ‘자기검열’이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전·의경의 실제 인권상황은 조사결과보다 나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의경 인권에 대한 논의가 전무한 상태에서 나온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인권위가 어떤 개선 방안을 마련할지 주목된다. 비교적 개방적 구조를 지니고 있음에도 전·의경간 성적 괴롭힘 문제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성적 괴롭힘 유형을 유경험자들이 1∼3순위로 구분했는데 135명 가운데 41.5%인 56명이 포옹을 꼽았다. 이어 신체 만지기가 31.9%, 기타가 11.1%로 그 뒤를 이었다. 성기 만지기를 꼽은 수도 경험자의 8.9%인 12명에 달했다. 접촉 유형 2순위에서는 신체 만지기가 가장 많았고 심지어 성기 삽입 시도도 있었다. 접촉 장소는 내무반(67.0%)이 가장 많았고 샤워실(10.3%)이 뒤를 이었다. 화장실이나 부대 내 한적한 장소뿐만 아니라 훈련장에서도 원치 않는 성접촉은 이뤄졌다. 41.4%가 휴식이나 게임을 하는 도중에 발생했으며 25.2%는 취침시,10.8%는 샤워때 이뤄졌다.6.3%는 출동 등 근무시,1.8%는 외박했을 때가 차지했다. 구타를 1주일에 1회 이상 매주 경험하는 이들은 모두 66명이었다. 이들 중 16.6%는 전경대 근무자이며 75.7%는 기동대 근무자였다. 가혹행위를 1주일에 1회 이상 경험하는 이들은 모두 105명이며 전경대 근무자 15.2%, 기동대 근무자 60.9%, 방범순찰대 근무자 23.8% 순이었다. 기동대 근무자들의 구타나 가혹행위 경험이 타 부대보다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구타나 가혹 행위를 당하는 이유로는 선임대원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았을 때가 가장 많았고 군기 확립, 시위진압작전의 효율성을 위해서가 그 뒤를 이었다. 구타나 가혹행위가 발생하는 시간은 주로 취침점호 전후였으며 시위진압 대기 중에도 구타나 가혹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구타는 주로 내무반과 출동 버스 안에서 이뤄졌다. 유형별로는 구타의 경우 출동버스 속 구타, 발로 짓밟기가 많았고, 가혹행위는 고개숙이고 부동자세로 있기, 금품 빼앗기 순이었다. 가혹행위에는 한동안 문제가 됐던 알몸 신고식도 포함됐다. 이같은 구타나 가혹행위는 자살을 생각하게 하는 원인이 됐다. 자살이나 복무 이탈을 생각 또는 시도한 이유 중 상급자의 구타나 가혹행위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과중한 업무, 자유시간 부족이 그 뒤를 이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亞 원정’ 나선 황제 우즈

    ‘상하이 찍고 미야자키로 간다.’ 올시즌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공식 대회를 모두 마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세계의 골프 스타들과 함께 아시아 원정길에 오른다. 첫 무대는 10일 중국 상하이 시샨인터내셔널골프장(파72·7143야드)에서 개막하는 유럽프로골프(EPGA) 투어 HSBC챔피언스토너먼트(총상금 500만달러)다. 공식적으로는 EPGA 투어 대회지만 아시아프로골프투어(APGA)는 물론, 호주와 남아공프로골프투어까지 겸하고 있다. 따라서 출전자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각 지역 투어 챔피언을 비롯해 세계랭킹 50위 이내의 거물들이 총출동한다. 상금면에서도 웬만한 PGA 정규대회와 맞먹는 규모. PGA 투어 상금왕과 세계 톱랭커의 자리를 되찾은 우즈는 ‘2인자’ 비제이 싱(피지)과 EPGA 투어 상금 1위의 백전노장 콜린 몽고메리(스코틀랜드) 등과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3파전을 벌일 전망. 세계 랭킹 43위로 출전 자격을 얻은 최경주(35·나이키골프)도 올시즌 대미를 장식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우즈의 두번째 무대는 일본 미야자키현의 피닉스골프장(파70·6907야드).17일부터 72홀 스트로크플레이로 열리는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던롭피닉스토너먼트(총상금 2억엔)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출전한다. 우즈에게 있어서는 매우 특별한 대회. 지난해 결혼을 전후로 부진에 시달리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황제의 건재함을 과시했고, 메이저 2승을 포함한 올시즌 6승의 초석이 됐다.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로브·럼즈펠드 경질 임박”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과 정부의 요직을 대폭 개편할 것이라고 시사주간지 타임이 전했다.부시 대통령의 정부 개편은 세금 제도 개편 등 임기말의 핵심 정책을 추진할 동력을 얻고, 내년에 치러질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침체된 공화당에 활력도 불어넣기 위한 것으로 관측된다. 중간선거가 끝나면 부시 대통령의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이 본격화되고 미 정국은 본격적으로 2008년 대통령선거를 향할 것이라고 타임은 분석했다. 타임은 14일자 최신호에서 먼저 부시 대통령의 최측근인 칼 로브 백악관 부비서실장 겸 정치고문이 백악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최근까지도 로브가 없는 부시 대통령을 상상하기도 어려웠지만 ‘리크게이트’ 때문에 상황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타임은 리크게이트를 수사중인 패트릭 피츠제럴드 특별검사가 로브를 위증 등의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증거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면서 로브가 기소되면 루이스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처럼 즉각 사임할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타임은 로브가 기소되지 않더라도 명예롭게 퇴진할 수 있는 기회를 엿볼 가능성이 있다면서 만약 그가 백악관을 떠난다면 백악관 보좌진에 변동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행정부 관리들은 부시 대통령이 1년 안에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을 경질하고 새 비서실장과 공보비서를 임명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부시 대통령은 리크게이트로 기소된 리비 전 부통령 비서실장의 유죄가 결정되면 그를 사면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고 타임은 보도했다. 부시 대통령이 정쟁 과정에서 희생된 측근들을 임기 말에 사면했던 전직 대통령의 사례를 따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타임은 아울러 재무장관과 국방장관도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2002년 백악관과의 의견충돌로 갑작스럽게 사임한 폴 오닐 장관의 후임으로 임명된 존 스노 재무장관은 그동안 부시 경제팀을 장악하지 못하는 ‘약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이에 따라 부시 대통령은 남은 임기 동안의 주요 정책이 될 세제개편을 추진하기 위해 보다 강력한 인물을 찾을 것으로 타임은 예측했다.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경우는 지난해 11월의 대통령선거를 전후해서부터 경질론이 제기됐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재선 뒤 적어도 1년은 럼즈펠드 장관을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워싱턴의 관측통들은 예상했다.럼즈펠드를 교체할 경우 이라크전에서의 실패를 자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장기화된 이라크전 때문에 부시 대통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어 럼즈펠드 장관의 교체 등을 통해 이라크 정책에 새로운 활력을 모색할 수 있다는 것이다.dawn@seoul.co.kr
  • 産銀총재 인선 막바지 혼전

    은행연합회장에 내정된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의 후임 인선이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김광림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양천식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압축되는 듯했으나 최근 새로운 후보군들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다. 재경부와 금감위는 7일에도 김 전 차관과 양 부위원장이 최상의 적임자라고 각각 말했지만 관료 출신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김 전 차관에 대한 평가는 청와대 내부에서도 엇갈리고 양 부위원장의 경우 유지창 총재와 전주 북중 동기라는 점에서 ‘지역편중’ 논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3의 민간 은행장 출신이 강력히 추천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산은 노조도 앞서 “참여정부는 낙하산 인사의 악순환을 끊고 인사혁신을 단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은 업무의 특성상 정부의 움직임을 잘 아는 관료 출신이 더 낫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김 전 차관과 양 부위원장 이외에 김용덕 건설교통부 차관까지 거론된다. 김 전 차관과 김 차관은 동서사이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김용덕 차관은 건교부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면서 “차관으로 온 지 6개월도 안 돼 산은 총재로 갈 이유가 있느냐.”고 말했다. 김 차관이 국제금융 분야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아직은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민간 은행장 출신이 거론되는 것과 관련, 정부 관계자는 “안 될 것은 없지만 민간인이 더 낫다는 인식은 잘못됐다.”면서 “관료 출신이면 능력이 있어도 낙하산이고, 민간인이면 능력이 없어도 괜찮다는 환상은 지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관료 출신을 선정해도 민간인 후보까지 함께 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이 커 후임 인선은 다소 늦춰질 수 있다.”고 말했다.따라서 당초 7일을 전후해 발표할 예정이었던 산은 총재 인선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백문일기자 mip@seoul.co.kr
  • ‘충청발 정계개편’ 급류

    ‘충청발 정계개편’ 급류

    자민련과 심대평 충남지사가 중심이 된 ‘국민중심당(가칭)’이 4일 통합에 합의했다. 심 지사와 자민련·국민중심당 소속 국회의원 6명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신당 창당에 동참하고, 창당이 완료되면 자민련은 곧바로 신당에 흡수·통합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통합협상에서 걸림돌로 지적됐던 자민련 의원의 당적 문제는 소속 의원 3명 모두가 곧바로 국민중심당 창당준비위원으로 활동하되 김학원 대표만 창당이 완료될 내년 1월까지 현 당적과 대표직을 유지하는 선에서 가닥을 잡았다. 나머지 이인제·김낙성 의원은 “자연스럽게 자민련 당적을 정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로써 내년 5월 지자체 선거를 전후해 정치권 일각에서 거론되는 ‘충청발 정계개편’ 움직임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당초 자민련 소속이었던 심 지사가 탈당까지 불사했으나 결국 자민련 잔류세력과 손을 잡게 됨으로써 김종필(JP) 전 총재로 대변되는 ‘자민련 색깔’에서 벗어나 세 확산에 나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신당 추진파는 이날 “현 정권의 무능과 실정으로 나라의 위기의식이 고조되지만 기존 야당도 대안세력으로 평가받지는 못한다.”면서 “지역 패권정치의 폐해를 시정하고 극복할 수권정당의 밑거름이 되는 신당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심 지사는 민주당과 합당 가능성, 고건 전 국무총리의 영입설 등에 대해 “(창당 준비)과정에서 전혀 논의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특정인을 지칭해 함께 하겠느냐는 문제나 다른 당과의 통합 문제는 창당 이후에 논의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학원 대표는 JP와의 사전 교감설에 대해 “(JP는)정계를 떠난 이후에는 전혀 정치문제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시사 키워드] 저출산 고령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아이는 낳지 않고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 인구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바뀌고 있다. 인구가 적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경제가 활력이 떨어지고 정체된다. 일할 사람은 없고 부양해야 할 사람만 많다면 죽은 사회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을 두고 재앙이라고까지 표현하기도 한다. ■ 포인트 아이를 낳지 않으면 국가발전에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생각해보고, 원인 분석을 통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 알아본다. ●저출산 고령화, 얼마나 심각한가 아이 낳기를 기피하는 바람에 우리의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임여성 1명당 평균자녀수는 2004년 1.16명으로 1.6명 수준인 선진국보다 크게 낮다.1970년 4.53명에서 줄곧 감소해 오다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른 것이다. 현재의 인구를 유지하려면 적어도 2.08명을 유지해야 한다. 미국도 출산 장려정책을 꾸준하게 펴서 이 수준까지 올렸다. 출산율이 떨어져 가장 왕성하게 일할 연령인 25∼49세 인구가 2007년 2082만명으로 정점에 이른 뒤 줄어든다고 한다. 또 생산가능인구(15∼64세)는 현재 3467만명으로 총인구의 71.8%지만 2050년에는 2275만명(53.7%)으로 감소하게 된다. 반면 노령 인구는 계속 늘고 있다.2018년이면 우리나라의 65세 인구가 총인구의 14%를 넘어 고령 사회에 들어선다.2026년이면 노년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 ●왜 아이를 낳지 않나 출산을 기피하는 것은 먼저 출산에 대한 젊은 층의 인식이 변화하고 여성들의 사회진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기혼여성 가운데 91%가 ‘자녀를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지난해에는 54.5%로 급격히 줄었다. 결혼과 출산이 늦어지고 이혼이 늘어나는 것도 출산율 하락의 원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원인은 교육비와 양육비에 대한 부담을 꼽을 수 있다. 우리 경제 수준에 비해 교육비 비중은 너무 높다. 지난해 월평균 자녀 양육비가 가구당 132만원이 들었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월평균 소득의 56.6%에 해당한다. 양육에도 어려움이 많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겨놓고 일할 탁아·육아시설이 매우 열악하다. 한 여론조사에서는 미혼 남녀 네 명중 한 명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했는데 양육비 부담을 가장 중요한 이유로 들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인구는 국력을 구성하는 한 부분이다. 인구가 많은 중국은 1인당 소득은 낮아도 전체 국력은 세계 최상위권으로 본다. 인구가 줄면 성장 동력이 약해져 경제 성장이 둔화된다. 이대로 가다간 100년 뒤 우리 인구는 1620여만명으로 감소한다. 인구가 줄면 내수가 축소돼 기업들의 판매 기반이 없어진다. 노동력의 양적 감소와 함께 고령화의 급속한 진전은 노동력의 질적인 저하를 불러 경제성장률이 2030년 이후에는 1∼2%까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입대할 젊은이들도 줄어 징집대상 인원이 현재의 32만여명에서 2050년에는 절반인 16만여명으로 줄 것으로 보인다. 노령화가 가속화되면 부양부담이 커진다.2020년이 되면 생산가능인구 5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040년으로 가면 2명이 노인 1명을 책임져야 한다. 공적연금과 건강보험 재정, 사회보장 예산이 증가해 세금이 늘어나고 나라재정이 악화된다. 이에 따른 세대간의 갈등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출산율을 높이려면 우선 여성들이 마음놓고 아기를 낳아 기를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탁아소를 늘리고 자녀를 많이 낳으면 세금은 줄여주되 수당과 연금을 많이 줘야 한다. 공무원 채용 때 자녀를 가진 여성을 우대하는 방법도 있다. 아기를 낳으면 출산보조금을 주고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을 보장해 줘야 한다. 정부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런 내용과 비슷한 중장기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5년간 28조 5000억원을 투입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보육료 지원, 국공립 보육시설을 확충, 아동ㆍ청소년의 방과후 활동 지원, 산전후 휴가 및 육아휴직 확대 등이 내용이다. 고령화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의 부담은 늘리되 급여는 줄이고 정년은 보장하되 임금은 서서히 줄이는 임금피크제 시행을 지원하며 건강보험료를 단계적으로 현실화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손성진기자 sonsj@seoul.co.kr
  • 국내 조선 ‘빅3’ “호텔업은 필수”

    삼성중공업이 거제에 특급호텔을 준공함으로써 국내 3대 조선업체가 나란히 호텔을 소유하게 됐다. 삼성중공업은 300억원을 들여 거제조선소 인근에 경남지역 최초의 특1급 호텔인 ‘삼성중공업 거제호텔’을 개관했다고 1일 밝혔다. 삼성중공업 거제호텔은 해외 선주들의 조선소 방문, 선박명명식 전후에 열리는 선주초청 연회, 기자재업체 엔지니어들의 업무출장 등 조선소를 찾는 고객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건립됐다. 일반 관광객들의 숙소 및 지역주민들의 연회장으로도 개방된다. 지하 1층, 지상 6층에 80여 객실 규모인 거제호텔은 수영장, 비즈니스센터, 대소연회장, 외국인 전용 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췄다. 호텔운영은 계열사인 호텔신라에 맡겨 특급호텔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할 계획이다.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거제지역에 호텔이 부족해 1년에 40여차례나 치르는 선박명명식 관련 행사 등을 부산에서 치러야 했다. 해외 선주 등 VIP 방문이 끊이지 않는 현대중공업은 울산과 경주에 현대호텔을 갖고 있다. 운영은 현대백화점에서 맡고 있으며 울산은 284실, 경주는 449실 규모다. 현대중공업은 또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도 155실 규모의 호텔을 갖고 있는데 최근 블라디보스토크시가 갖고 있던 지분 17.14%를 20억원에 인수, 지분율을 57.14%로 늘렸다. 현대호텔은 과거 현대그룹 시절 울산 주변에 산재한 계열사들이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었지만 그룹이 해체되면서 현대중공업이 맡게 됐다. 대우조선해양도 자회사인 웰리브를 통해 거제도 옥포조선소 인근에 129실 규모의 애드미럴호텔을 갖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소들이 대부분 외진 곳에 위치한 반면 찾아오는 고객들은 거물급 인사들이 많아 ‘접대’에 애로가 많았다.”면서 “국내 조선소들이 최근 사상 최대의 수주를 올리는 등 호황을 구가하고 있어 내방객을 위한 호텔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한국엔 여성국극단 日엔 다카라즈카 가극단

    한국엔 여성국극단 日엔 다카라즈카 가극단

    지금은 명맥만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여성국극이 인기절정을 누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국전을 전후해 성황을 이룬 여성국극은 임춘앵, 박옥진, 김경애 등 남장 여배우들을 스타로 만들며 엄청난 흥행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 여성국극단이 있다면 일본에는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있다.1960년대 이후 쇠퇴일로를 걸어온 여성국극과 달리 90년 전통의 다카라즈카는 지금도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도쿄와 다카라즈카 시에 4000석 규모의 전용극장을 보유한 다카라즈카는 연간 930회 공연, 연평균 관객 200만명을 자랑한다. 해외 18개국 120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갖기도 했다. 다카라즈카 가극단이 11∼13일 경희대 평화의전당에서 내한공연을 갖는다.1940년 첫 방문 이후 65년만의 한국 나들이다. 그동안 여러차례 국내 공연이 추진됐지만 제작비가 높아 번번이 무산됐다 이번 ‘한·일 공동방문의 해’를 맞아 양국 의원연맹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공연작은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이케다 리요코 원작의 ‘베르사유의 장미’. 프랑스 혁명시기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스웨덴 귀족 페르젠의 사랑 이야기다. 단원 450명이 모두 미혼 여성인 다카라즈카의 배우들은 완벽한 남성연기로 정평이 자자하다. 이번 공연에서 주역을 맡은 고즈키 와타루(페르젠), 시라하네 유리(마리 앙투아네트), 다쓰키 요(앙드레), 스즈미 시오(오스칼) 등은 열광적인 여성 팬들을 거느린 인기배우들이다.2부에선 탭댄스와 블루스 등으로 구성된 댄싱 쇼 ‘솔 오브 시바’를 선보인다. 1914년 창단된 다카라즈카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최초로 일본식으로 소화해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폭풍의 언덕’등 고전 문학을 무대화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5만∼12만원.(02)2113-6856.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日 1978년 A급전범 야스쿠니 합사

    |도쿄 이춘규특파원| 도조 히데키 전 일본 총리를 비롯한 A급 전범 14명의 야스쿠니신사 합사는 주무부처내에서 공식 보고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군 출신 직원들이 포진하고 있던 담당과의 독단으로 이뤄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야스쿠니신사 합사는 옛 후생성(현 후생노동성)이 작성해 통보하는 ‘제신명표(祭神名票)’를 토대로 신사측이 합사 기준에 맞는지 심사해서 결정한다. 후생성은 도조 히데키를 비롯한 A급 전범 12명(뒤에 2명 추가)의 성명과 소속 등을 기록한 제신명표를 1966년 야스쿠니신사에 보냈으며 신사측은 이를 토대로 1978년 A급 전범을 합사했다. 당시 사무차관을 지낸 우시마루 요시토는 31일 “명표 송부사실을 당시 알지 못했다.”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우시마루는 “부처 차원에서 결정한 일은 아니다. 후생성 안에 있던 군 관계자들이 의논해 명표를 보냈다고밖에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A급 전범의 신사 합사와 관련된 후생성 내의 행정절차는 전모를 아는 사람이 없어 전후 일본사의 ‘블랙박스’로도 불린다. 관계자 증언을 종합하면 합사과정에서 육군출신은 원호국의 ‘조사과장’, 해군출신은 ‘업무 2과장’이 최고 결재권을 행사했다.A급 전범도 일반 전몰자와 같은 절차를 밟아 처리했다는 것이다. 후생성 전직 간부도 “통상적인 업무여서 상사에게 새삼 설명하거나 양해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고 증언, 합사가 실무자들에 의해 이뤄졌음을 시인했다. 당시 이 업무를 담당했던 후생성 원호국은 군 출신들이 대거 포진, 장관이나 차관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성역’이었다. 야스쿠니신사측은 1978년 가을 대제에 앞서 A급 전범을 합사했으나 후생성측은 제신명표 송부사실과 합사사실을 일절 발표하지 않았다. 그 뒤 이듬해 4월 언론보도로 합사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taein@seoul.co.kr
  • 고교 ‘사설 모의고사’ 여전

    고교 ‘사설 모의고사’ 여전

    서울지역 일부 고교가 교육당국이 강력히 금지하고 있는 사설모의고사를 여전히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31일 “사설 D학원 등이 지난 26일 실시한 모의고사를 전후해 ‘우리학교가 몰래 모의고사를 치르고 있다.’는 신고가 10여건 접수돼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확인되면 1차로 ‘앞으로는 실시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고,2차로는 ‘기관 주의’, 그래도 시정되지 않으면 ‘기관 경고’의 행정조치가 뒤따른다. 실제 서울 중구 J고와 노원구 S고 등은 10월 사설모의고사를 치른 것으로 확인됐다. 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3월 이후 현재까지 각서 조치가 17건, 기관 주의 조치가 13건 내려졌다. 중등교육과 관계자는 “지난해보다는 절반 정도 줄었지만 여전히 사립고교를 중심으로 모의고사를 보고 있다.”면서 “시험 당일 장학사에게 적발돼 1∼2교시를 치르는 도중에 시험을 중단시키는 경우도 매번 서너건씩 있다.”고 말했다. ●불안한 학부모들이 요구 교육인적자원부는 사교육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지난 1997년부터 사설모의고사 실시 횟수를 점차 제한하다 2001년 전면 금지했다. 대신 2002년부터 한국교육과정평가원과 시·도교육청 주관의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고3의 경우 6회,1·2학년은 3회 실시한다. 일부 학교가 사설모의고사를 강행하는 이유는 일부 학부모들의 요구와 사설기관이 제공하는 입시 자료 때문. 사설모의고사는 7000∼1만 2000원의 시험대금을 학생이 부담하며,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제공하지 않는 ‘배치표’ 및 지원대학·학과별 석차를 토대로 한 ‘예비지원결과’를 제공한다. 그러나 표본이 작고 영역별 반영 등 입시 전형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줄세우기식 분석 자료는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50만명 이상이 응시하는 ‘전수조사’격인 전국연합학력고사에 비해 10만∼15만명 정도가 치르는 사설모의고사의 분석 결과는 상대적으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것. 시교육청 평가담당 김현중 장학관은 “제공되는 배치표 등은 오히려 왜곡된 자료로 혼란을 줄 수도 있다.”면서 “예비지원 결과도 실제 입시 결과와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일선 진로지도 교사들의 공통된 지적”이라고 설명했다. ●지방 대도시 위반사례 더 많아 사설모의고사는 지방 대도시 학교들이 더 많이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월 교육부가 민주노동당 최순영 의원에게 제출한 국감 자료에 따르면, 전국 2036개 고교 가운데 12.5%가 사설모의고사를 치렀으며, 특히 부산·대구 등은 60% 이상의 고교가 관련 지침을 위반했다. 참교육학부모회 장은숙 상담실장은 “학부모들이 막연한 불안감으로 시험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전국단위 학력평가만으로도 충분하며 사설모의고사의 신뢰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효용기자 utility@seoul.co.kr
  • “6·25때 민간인학살 20만~25만명”

    한국전쟁을 전후로 최소 20만여명에서 최대 100만명의 민간인이 학살당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31일 시민단체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진상규명 범국민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945∼1953년 동안 남한에서 일어난 민간인 학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모두 700∼800여건이 발생해 민간인 20만∼25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학살 규명위는 지난 5년간 전국에 걸쳐 민간인 학살사건의 생존자와 유족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이같은 조사결과를 모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학살 실태보고서’를 11월 11일 발간할 예정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남한에서 자행된 민간인 학살사건 가운데는 미군에 의한 학살 150건과 인민군에 의한 학살 90건 등이 포함돼 있다.1000명 이상의 희생자를 낸 사건도 30여건에 달한다. 특히 경주 코발트 광산에서 3500여명이 학살당했으며 강화도 지역에서도 모두 1000여명 이상이 학살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학살규명위 관계자는 “현재 막바지 확인작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 보고서는 단지 시작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조사를 벌이면 학살자 숫자는 100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김준석기자 hermes@seoul.co.kr
  • [프로축구 2005] 박주영 “3관왕이 보인다”

    ‘축구 천재’ 박주영(20·FC서울)이 2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득점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2경기를 남기고 신인왕, 득점왕, 최우수선수(MVP) 3관왕의 가능성을 부풀렸다. FC서울은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 홈경기에서 박주영과 정조국(21)의 골을 앞세워 부산을 2-0으로 완파했다.FC서울은 플레이오프(PO) 진출은 불가능해졌지만,FA컵 16강전을 앞둔 팀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릴 수 있는 기분좋은 2연승이었다. 특히 박주영은 지난 23일 수원전에서 7경기 만에 골 맛을 보더니 이날 1-0으로 앞선 후반 36분 김승용의 크로스를 받아 감각적인 오른발 슈팅으로 그물을 흔들어 11호 골을 기록했다. 대구 산드로와 성남 두두를 제친 득점 단독 선두. 박주영은 경기내내 빛났다. 전반 19분 자신을 수비하던 부산 윤희준을 퇴장시키는 파울을 유도해냈다. 또 활발한 골문 앞 움직임으로 전반 14분 오른발 발리슛과 31분 아크 정면에서 얻은 프리킥을 절묘하게 감아차 골키퍼 김용대를 깜짝 놀라게 하는 등 득점포의 기운을 감지케 했다. 신인왕은 사실상 굳힌 박주영이 최연소 득점왕 타이틀까지 차지한다면 사실상 MVP까지 휩쓸 가능성이 높아 3관왕을 눈앞에 두게 됐다. FC서울은 후반 20분 정조국이 수비수 맞고 튀어나온 공을 차넣어 2경기 연속골이자 선취골을 뽑아냈다. 한편 PO 티켓 3장의 향방은 막판까지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다. 비기기만 해도 전후기 통합 순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인천은 이날 0-0이던 후반 24분 수비수 장경진의 백패스 실수를 대전 공오균이 가로채 오른쪽 골망을 흔들어 축포를 미뤘다. 성남은 광주를 2-1로 꺾고 후기리그 단독 선두를 유지했고, 부천도 수원을 2-1로 꺾으며 성남을 바짝 뒤쫓았다. 전북은 전남 박재홍의 자책골로 1-0으로 승리했다.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고효율 신차 경연장’ 도쿄모터쇼 둘러보니

    ‘고효율 신차 경연장’ 도쿄모터쇼 둘러보니

    |도쿄 류길상특파원|세계 5대 모터쇼 가운데 유일하게 아시아에서 열리는 도쿄모터쇼는 일본 자동차업계의 자존심 경연장을 방불케 했다. 지난 19일 미디어데이를 시작으로 다음달 6일까지 일본 지바시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리는 제39회 도쿄모터쇼에서 도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빅3’는 물론 마쓰다, 스즈키, 수바루, 미쓰비시 등 나머지 업체들도 미래형 차량과 컨셉트카를 의욕적으로 공개했다. 반면 GM,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 등 미국의 ‘빅3’는 최근 경영악화를 반영하듯 이렇다할 ‘작품’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국내에서는 현대차와 기아차가 컨셉트카를 내놓는 등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서가는 일본차 23종 25대의 차량을 전시한 혼다는 ‘스포츠 4’와 ‘WOW’,‘FCX’ 등 3대 컨셉트카로 관람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FCX컨셉트카는 저상화 기술을 통해 차체를 낮추었음에도 불구하고 넓은 실내 공간을 확보했다. 새로 개발된 수소흡수 물질을 사용한 차세대 콤팩트 수소 탱크가 탑재돼 한번 충전으로 560㎞를 달릴 수 있다. 혼다는 또 가정에서 수소를 충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공개함으로써 수소충전소 확보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스포츠 4는 4인승 스포츠 세단으로 2000㏄ 직렬 4기통 i-VTEC 엔진에 세계 최초로 개발된 4륜 독립형 슈퍼핸들링 시스템이 장착됐다. WOW는 애완견을 위한 별도공간을 마련했고 애완견이 쉽게 뛰어오를 수 있도록 바닥을 최대한 낮게 만들었다. 와타나베 가쓰아키 도요타 사장은 1인용 자동차 ‘아이스윙’을 타고 등장했다. 저항성 우레탄 몸체를 천으로 싸 충격을 완화해주는 이 차는 조이스틱을 움직여 방향을 틀고 속도를 낼 수 있다. 혼잡한 곳에서는 2륜 모드로 천천히 가고 속력을 내야 할 때는 3륜 모드로 전환해 달릴 수 있다. 연료전지 하이브리드 컨셉트카인 ‘Fine-X’는 운전석 공간이 캠리를 능가하고 걸윙(gull-wing·갈매기 날개처럼 위로 열리는 형식) 도어를 채택했다. 닛산은 장난감차를 연상케 하는 미니전기 자동차 ‘피보’로 인기를 끌었다. 운전석 부분이 360도 회전해 차를 돌리지 않고 전후진이 가능하다. 닛산은 스타 최고경영자(CEO)인 카를로스 곤이 피보 외에 무려 5종의 컨셉트카와 3종의 프리뷰카를 직접 타 보면서 카메라 세례를 받았다. 마쓰다는 하이드로젠 리(Hydrogen Re)라는 이름의 수소-가솔린 하이브리드카를 내놓았다. 스즈키도 연료전지 컨셉트카 ‘이오니스(IONIS)’를 선보였다. ●썰렁한 미국차 미국 빅3의 부스는 상대적으로 조용했다. ‘추락하는 거인’ GM은 캐딜락 4개 모델, 시보레 2종, 허머 2종, 오펠 5종, 사브 3종 등 17개 모델을 내놓았다. 연료전지 컨셉트카 ‘시퀄’은 3년내에 레인지(Range·오토차량의 변속 범위)를 두배 증가시키고 가속 시간을 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포드는 3.0ℓ V6 듀라택 엔진을 장착한 SUV ‘이퀘이터’와 신소재 파워 하드톱을 가진 2도어 컨버터블 ‘포커스 비네일’을 선보였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콤팩트한 원박스 바디로 이루어진 5인승 컨셉트카 ‘아키노’를 선보였다. 운전석쪽에 1개, 조수석쪽에 2개, 총 3개의 도어를 가지고 있는데 조수석쪽 도어중 뒷좌석 승객용 도어는 앞좌석 도어와 반대 방향으로 열리도록 돼 있다. ●신차로 무장한 유럽차 폴크스바겐은 136마력의 차세대 TDI 엔진 CCS를 갖춘 ‘에코레이서’를 공개했다. 연비가 29.4㎞/ℓ나 되고 최고시속은 230㎞.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6.3초 만에 도달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수소연료 자동차인 ‘F 600 하이지니어스(HYGENIUS)’를 컨셉트카로 공개했다. 연비가 ℓ당 약 34.5㎞나 되며 한 번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다. 최대 파워 115마력.BMW의 하이브리드 컨셉트카 X3 이피션트다이내믹스(EfficientDynamics)는 시속 100㎞ 가속에 6.7초밖에 걸리지 않으며 최고속도는 235㎞에 이른다. ●체면세운 한국차 50여평의 독자부스를 확보한 현대차는 컨셉트카로 ‘네오스(Neos)-3’를 처음 선보였다. 세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장점을 결합시켜 안락함과 실용성을 동시에 추구한 모델로 현대차가 개발한 4.6ℓ V8 DOHC 32밸브 엔진이 탑재됐다. 전장 4980㎜, 전폭 1960㎜, 전고 1675㎜의 크기로 제작됐다. 네오스-3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현대차 부스를 찾은 수백명 외신기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내년 1월 일본시장에 본격 상륙할 신형 그랜저도 주목을 받았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과 2년전만 해도 부스가 썰렁했었는데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38평 크기의 부스에 2000㏄ 터보엔진을 탑재한 스포티 해치백 스타일의 스포츠 컨셉트카와 옵티마 후속 세단 로체를 전시했다. ukelvin@seoul.co.kr
  • 儒林(46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0)

    儒林(464)-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0)

    제4부 百花齊放 제2장 性善說(40) 그렇다면 문공은 맹자에게 무슨 말을 들었던가. 어떤 인상 깊은 말을 들었기 때문에 마음에 끝내 잊히지 않는다고 말하고 평생 동안 맹자를 존경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맹자사상의 골수인 성선지설이었다. 그 무렵, 문공은 아직 세자로서 이웃 강대국인 초나라에 사신으로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말이 사신이지 약소국이 강대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떠나는 진사(陳謝)사절이었던 것이다. 초나라로 가는 길에 송나라를 지나게 되었는데, 그때 마침 송나라에는 맹자가 머무르고 있었다. 송나라도 등나라처럼 규모가 작고 땅은 협소하여 인구가 적었지만 송나라의 임금은 술과 여자에만 빠져 있을 뿐 분발하지 않았으므로 맹자 역시 우울한 식객노릇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때 세자는 강대국 초나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진사로 나가는 자신의 입장을 한탄하자 맹자는 말끝마다 요순(堯舜)임금을 칭하면서 인간본성의 선함을 강조하였던 것이다. ‘맹자’에는 맹자가 문공에게 말하였던 구체적인 내용이 나와 있지는 않지만 전후의 문맥으로 보면 맹자는 ‘인간은 누구나 선한 마음을 갖고 있다. 천하의 성군 요순도 성선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그대도 그 성선을 확장시킬 수만 있다면 반드시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을 것이다.’는 내용으로 설법하였을 것이다. 처음에는 맹자의 말을 그대로 흘려들었던 세자는 초나라에 가서 굴욕적인 외교를 끝내고 돌아올 무렵에 다시 맹자를 만난다. 이때 세자는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도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없는데 어째서 자신에게 그런 듣기 좋은 말을 하였는가 하고 따져 물었던 것처럼 보인다. 그러자 맹자는 대답하였다. 의심하는 세자에 대한 맹자의 명답이 ‘등문공 상편’에 다음과 같이 나오고 있다. “세자는 내 말을 의심하십니까. 도는 하나일 뿐입니다. 일찍이 성간(成 )이 제경공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대도 장부이고 나도 장부이니 내가 그대에게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하였으며, 안연(顔淵)이 말하기를 ‘순(舜)은 어떤 사람이며 나는 어떠한 사람인가. 도를 이룬 자는 또한 이 순과 같다.’고 하였으며, 공명의(公明儀)가 말하기를 ‘문왕은 나의 스승이니 주공(周公)이라도 어찌 나를 속이겠는가.’하였습니다. 지금 등나라는 비록 작다고 해도 국토의 긴 곳을 잘라 짧은 것을 보충하면 오십리가 되니, 그래도 그것을 가지면 좋은 나라로 만들 수가 있습니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만약 약이 몸을 어지럽게 하지 아니하면 그 병은 낫지 아니한다.’고 하였습니다.” 맹자의 이 대답은 인간의 마음속에는 누구나 ‘성선지심’이 있는데, 그 마음을 닦아 도를 이루면 반드시 누구나 요순과 같은 성군이 될 수 있음을 분명하게 못 박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좋은 약을 먹었을 때 약 기운으로 말미암아 잠시 어지러운 증상이 있겠지만 참고 기다리면 곧 좋은 결과가 찾아와 쾌유되는 것처럼 비록 지금 등나라는 사방 50리밖에 안 되는 작은 나라이지만 인의로써 다스린다면 반드시 요순과 같은 성군들의 태평성대를 이룰 수 있음을 확신하는 맹자의 사자후였던 것이다.
  • 이화수 前 요트협회장등 8명 프랑스 출발

    이화수 前 요트협회장등 8명 프랑스 출발

    |레 사블 돌론(프랑스) 함혜리특파원| ‘해양대국’ 한국을 향한 열정으로 똘똘 뭉친 요트인들이 100일간의 세계일주 대장정을 목표로 프랑스의 대서양 연안도시 레 사블 돌론에서 이번 주말 닻을 올린다. 지난 24일 현지에 도착해 출항을 준비 중인 이들은 대한요트협회 부회장을 지낸 사업가 이화수(59·알리아 마린 대표)씨와 전 국가대표 감독 김인범(52·개인사업), 김연식(50·대구도시개발공사팀 감독)씨 등 8명. 대부분이 대학 서클활동으로 요트와 인연을 맺은 경력 20여년의 베테랑 요트인들이다. 강풍과 파도 등 온갖 모험이 기다리고 있는 여정에 오르기에 앞서 이들은 27일 레 사블 돌론항에서 운명을 함께할 요트 ‘레이디 알리아(Lady Alia)’호의 진수식을 가졌다. 해양수산부 후원 ‘광복 60주년 기념 해양주권선양 프로젝트’로 추진된 이번 항해는 당초 28일 시작될 예정이었으나 비와 바람이 예고된 탓에 30일로 미뤄졌다. 항해단은 프랑스 요트제작업체가 소재한 레 사블 돌론항을 떠나 스페인 라 코루나, 포르투갈 리스본을 거쳐 파나마 운하를 관통해 갈라파고스섬, 타히티, 일본 가고시마, 독도, 부산항까지 이르는 험로를 주파하게 된다. 지구 전체 둘레(4만㎞)중 3만㎞의 바닷길을 무역풍을 타고 하루 평균 500㎞씩 항해, 내년 2월10일 전후에 여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요트 ‘레이디 알리아’호는 프랑스업체 알리오라 마린 그룹이 제작한 쌍동선으로 길이 18m, 폭 9.25m,19.5t의 규모에 160마력짜리 엔진이 2개 장착됐다. 평생 꿈꿔 오던 요트 세계일주를 실행에 옮기게 돼 가슴이 설렌다는 이 단장은 “이번 항해를 통해 요트의 저변 확대는 물론 광복 60주년을 맞아 해양국가로서 국위를 선양하고 독도가 우리 땅이며 한·일 사이의 바다 이름이 동해란 사실을 전세계에 널리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항해 전과정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해 책으로 펴낼 계획”이라며 “소중한 체험의 공유를 통해 해양 스포츠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lotus@seoul.co.kr
  •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전국체전 통해 본 서울 체육의 오늘

    곧 90회를 맞는 전국체육대회는 몇해 전까지만 해도 나라의 잔치였다. 줄임말로 ‘체전’이라 부르게 된 언저리에는 ‘체력은 국력’이라던 시절의 개인보다도 국가 명예를 최고로 치던 잔영이 남아 있다. 군화발이 득세할 무렵인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전후로 체육이 도색영화, 성(性)산업과 더불어 3S(Screen·Sports·Sex) 정책으로 국민들을 도취시키기도 했다. 스포츠에 매력이 숨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다 프로스포츠가 인기를 누리는 등 격변기를 맞아 체전은 물론 아마추어 대회는 시들해져만 갔다. 어떤 이들은 전국체전을 두고 ‘그들만의 잔치’라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체전은 누구에게든 아련한 추억을 안겨주고 있다. 고향의 마을 어귀엔 아무개 아들이나 딸이 체전 대표로 뽑혔다느니, 무슨 메달을 땄다느니, 몇등을 했다느니 하는 빨간 글씨가 적힌 큼직한 현수막이 오가는 길손들을 맞이하고 있을지 모른다. 복잡하기 그지없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전국체전이라고 해봐야 귓전으로 흘려 들을 정도로 더 싸늘해졌다. 하지만 역시 골목 골목에서는 ‘우리 동네 아무개, 우리 학교 아무개가 몇등을 먹었다.’는 식의 입소문이 환영 플래카드와 함께 들리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신화의 도시’로 불리는 울산에서 제86회 전국체전이 펼쳐졌다.1792명이 뛴 서울시 선수단은 총점수로 순위를 가름하는 대회 방식에 따라 경기도의 장벽을 넘지 못한 채 2위로 돌아왔지만 금메달 숫자는 114개로 가장 많이 따왔다. 서울 체육을 보면 한국 스포츠가 보인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만큼 스타들도 많이 몰린 곳이 바로 서울이다. 인구 1000만이 사는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스포츠에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살짝 들여다본다. ■ 장대높이뛰기 1인자 김유석 “내 아버지가 백만장자라 해도 내 삶은 장대 높이뛰기에 걸었다.” 세살 때 엄마 아빠의 손에 이끌려 태평양을 건너갔던 한 꼬마가 어엿한 청년으로 되돌아와 체육계를 들뜨게 만들고 있다. 그 보물단지는 다름아닌 서울시 체육회 소속, 그것도 한국 스포츠에서 황무지라 할 육상 종목에 있다. 지난 8월초 시청에 입단했다. 더욱이 지위의 높고 낮음을 떠나 이민을 가거나 원정 출산까지 감행하는 게 한국의 요즈음 세태다. ●“날아가는 멋에 살죠.” 김유석(23). 서울시 육상단 선수로 뛰고 있는 그는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자연을 이용해 가장 멀리 날아가는 사람으로 불린다. 현재 장대 높이뛰기 최고기록 보유자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흔히 버거운 살림살이에 쫓겨 아들 딸에게 책을 쥐어주기는 고사하고 운동으로 ‘계층 상승’을 겨냥하기 쉬운 우리 현실과는 다르다. 최소한 학업과 경제사정을 따지면 아쉬울 게 도무지 없는 편이라 그를 바라보는 체육계의 눈은 ‘기대 반, 부러움 반’이라고 할 만하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UCLA(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경제학과 출신이다. 고등학교도 미국의 5대 명문 사립재단인 디어필드 아카데미(Deerfield Academy)를 나왔다. 고교를 졸업한 뒤에는 역시 명문 중에서도 명문인 UPEN(University of Pensylvania)에 스카우트될 정도로 뛰어난 학업성적을 보였다. 하지만 장대높이뛰기 종목을 육성하는 UCLA를 선택하기 위해 1년을 기다리는 고집까지 보였다. 한국 육상을 말하자면 몇몇 굵직굵직한 스타들을 낳은 마라톤 정도가 전부라 하겠기에 더욱 그렇다. 김씨는 전국체전을 다녀온 뒤 약간은 실망스러운 가운데 다음 기회를 벼르며 다시 각오를 되새기고 있다. 올 4월 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MPSF(Mountain Pacific Sports Federation) 육상대회에서 5m61㎝로 한국 최고기록을 일궈낸 그는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기는 했지만 대회 신기록에 머물고 말았다. 그가 한국 기록을 갈아치운 것은 세번째였다.2003년 5월 미국 PAC-10 선수권대회에서 세운 5m55㎝, 지난해 6월 전미 대학육상선수권대회에서 세운 한국기록 5m60㎝를 1㎝,5㎝씩 끌어올렸다. 지난 15일 남자 일반부에 출전,5m36㎝를 뛰어올랐다. 웬만한 이들 같으면 대회신만 해도 기쁘기 이를 데 없는 성적일 수 있는 것이다. ●마이 웨이 UCLA 2학년 때인 2002년 국가대표에 발탁돼 줄곧 육상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실력에 못잖게 조국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20여년을 이국에서 지내오면서도 단 한번도 국적을 바꿔보지 않은 그의 가족들이다. 세 글자가 뚜렷한 이름도 마찬가지다.3년 전 아버지가 한국을 위해 뛰어야 한다며 대한육상경기연맹에 아들 실력을 봐달라고 연락해온 데서도 알아볼 만하다. 이같은 사실을 보란 듯 증명해주는 사례는 또 있다. 육상연맹 홍순모(46) 이사는 이렇게 말한다. “2000년 칠레에서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가 열렸는데, 이 때 유석이를 처음 만났지요. 시드니올림픽을 치러낸 나라라는 거드름에 들뜬 오스트레일리아 육상선수들이 한국 선수들을 ‘미개인’ 운운하며 놀려댔지 뭡니까.” 오징어에 고추장, 된장 등 냄새를 풍기는 음식을 먹는 모습을 보고 시비를 걸어온 것이란다. 그런데 김씨가 한발짝도 망설이지 않고 나섰다. 스포츠를 하는 사람들이 그러면 못쓴다며 무례하게 군 점에 대해 사과하는 뜻으로 무릎을 꿇으라고 해 항복(?)을 받아냈다고 홍 이사는 덧붙였다. 고교 때 동급생들 사이에 최고의 실력을 뽐내던 김씨는 한국 국가대표로 나선 2002 대구 유니버시아드와 지난해 그리스 아테네올림픽에선 뜻밖의 부진을 보였다. 대회참가 직전에 훈련하다가 봉이 부러지는 바람에 손목 부상을 입고도 끈질긴 투혼을 보였다는 대목은 그가 장대 높이뛰기라는 운동을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잘 말해준다. 디어필드 아카데미 2학년에 올라가면서 뉴잉글랜드 사립고등학교대회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내리 3년간 챔피언이 되었을 정도의 실력이었다. 그러나 당시만 해도 한수 아래였던 친구들이 요즈음 들어 (5m)70∼90㎝대까지 기록하는 데 대해 자존심이 상한 상태라고 한다.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장래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이라고 육상인들은 입을 모은다. ●“머잖아 해내고 만다.” “장대 높이뛰기에서만 경험하는 하늘을 나는 그 기분, 그 환희. 그보다 좋은 것은 상상하기 어려웠지요. 저는 장대 높이뛰기를 사랑하게 됐습니다.” 김씨는 고교 동창생이기도 한 형이 의무학점인 스포츠 종목으로 장대높이뛰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뒤따라 배우다 푹 빠지게 됐다. 형은 하버드를 나와 미국에서 사업가로 주목받고 있는 반면, 성적이 더 뛰어나다던 동생은 아예 직업으로 바꿔버린 셈이다. 운동이냐, 전공을 살리느냐를 놓고 고민에 휩싸였을 때 “네 길을 걸어가라.”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이들도 그의 가족이다. 선수이면서 학생회 임원, 학년 대표를 지낼 정도로 친구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고 선수라 해서 수업이나 과제, 시험에서 예외일 수 없는 환경에서 한치도 모라람이 없는 재목이었다.191㎝ 84㎏의 건장한 한국청년은 외모도 빼어나 영화에 출연하고 모델 제의도 받은 적 있다. “더 좋은 대학교를 마다하고 운동을 한다고 덤볐을 때 부모님이 하신 말씀은 삶의 원동력이 됐습니다.” 운동 선수에게는 UCLA보다 더 좋은 대학은 없다, 좌우명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사는 사람의 행복 이상은 없다.’며 어깨를 두드려줬다는 것이다. 김씨는 27일 미국으로 떠났다.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육상 대회에 차례로 나가며 힘을 기르기 위해서다. 대한민국과 서울을 대표하는 ‘장대높이뛰기 사절’인 셈이다. 세계기록 보유자인 우크라이나의 부브카를 지도한 얼 벨 코치와 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인 마이클 톨리 코치가 그를 주목해 단련시키고 있다는 점은 미래를 밝혀주는 사실이다. 독일인 매니저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한국 출신의 월드스타 탄생을 예감케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핏줄을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언젠가 큰 일을 벌일 것이라고 육상인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초등학교 때부터 방학만 되면 모국으로 건너와 한국어를 배운 정신과 스포츠맨으로 제1 덕목인 반듯하고 절제할 줄 아는 태도 때문입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땀으로 일군 ‘스포츠 서울’ ‘아우 먼저, 형 먼저’ 하는 쌍둥이 메달리스트에서부터 방망이 든 프로배구 감독의 아들, 야구 감독의 핏줄을 이어받은 다이아몬드 유망주까지…. 수도 서울의 명예를 걸고 땀을 흘린 전국체전 선수단에는 여러가지 사연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마지막 금메달의 주인공도 서울시 여자축구단이었으니 “막판에 웃는 자가 진짜 승자”라는 자부심에 들뜰 만하다. 이들 가운데 레슬링에 출전, 메달을 따낸 쌍둥이 형제가 남들의 부러움을 샀다. 쌍둥이 아니랄까봐 군에도 나란히 입대한 국군체육부대 김종대·종태(25)형제가 그 주인공이다. 둘은 일란성 쌍둥이로 10분 먼저 태어난 김종대가 형이다. 형제는 중랑중 1학년 때 나란히 레슬링에 발을 들여놓았지만 형은 이듬해 손을 뗐다. 두명 모두 운동을 시킬 수는 없다는 부모님 반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레슬링을 잊지 못하던 차에 3학년 때 다시 매트에 올랐다. 이 때 생긴 공백 탓일까. 동생이 그레코로만 1위를 한 반면 형은 자유형 3위로 동메달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몸무게가 55㎏으로 같지만 서로 매트에서 다투는 일만은 피할 수밖에 없어 세부종목만 나눴다. ‘상무’라는 이름으로 더 알려진 국군체육부대에 뽑힌 것만으로도 실력을 알아줄 만한데 당당하게 메달까지 따냈으니 경사가 아닐 수 없다. 차세대 황영조로 불리는 육상 꿈나무 전은회(17·배문고)는 남고부 5000m와 10㎞에서 우승해 장거리 유망주로서의 기대를 한껏 부풀렸다. 전은회는 지난 5월 전국 고교대회 10㎞에서 29분 27초로 황영조(3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강원도 명륜고 시절인 89년 세운 기록 29분 31초를 4초나 앞당겼다. 이어 지난 6월엔 5000m 레이스에서도 허장규(22·삼성전자)가 갖고 있던 고교 최고기록 14분 17초 93을 12초나 앞당긴 14분 05초 44를 기록해 제2의 황영조라는 별명을 얻었다. 고교부 야구에서 우승한 신일고엔 왕년의 배구스타 아들이 눈길을 끌었다.2학년 강성호(16)군은 아버지 강만수(50) 전 현대캐피탈 감독의 뒤를 이어 중3 때까지 배구를 하다가 야구로 전향(?)한 사례다. 프로야구 LG트윈스 2군 사령탑을 맡고 있는 김인식(52) 감독의 아들 김준(20·고려대 2년)군도 서울시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아쉽게 메달을 놓쳤다. 이밖에 대학부 검도에서는 허동찬(21·성균관대 3년), 동진(19·성균관대 1년) 형제가 5명씩 겨룬 단체전에서 금메달 못지않은 은메달을 따내 ‘칼 솜씨’를 뽐냈다. 서울 대표팀은 신기록도 쏟아냈다. 한국신기록 42개 가운데 5개, 대회신기록 165개 가운데 28개를 낚았으니 체면을 구기지 않은 셈이다. 특히 4관왕에 오른 6명 가운데 수영의 박태환(16·경기고 1년)은 대회 마지막날 최우수선수(MVP)의 영예를 안아 서울을 빛냈다. 여자축구 결승전에서는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올해의 선수 후보에 뽑힌 ‘여자 박주영’ 박은선(19)을 앞세워 경남대교를 2대0으로 물리쳐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동작구청 씨름단 주현섭(27), 강남구청 체조단 박경아(19)와 최미선(25), 성북구청 펜싱팀 남현희(24) 등 서울시 기초자치단체 선수들이 따낸 메달 28개도 색깔을 떠나 어려운 여건에서 건져낸 것들이어서 박수를 받을 만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수능 최종전략](3)외국어영역

    ●듣기와 말하기 대화나 담화문에서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을 요구하는 등 난이도가 조금씩 높아지는 추세다. 예전에는 앞에서 언급된 정답 관련 힌트가 뒷부분에서 반복돼 비교적 정답 찾기가 쉬워졌지만 요즘에는 대화 뒷부분에 내용이 반전되는 경우가 많아 끝까지 집중해 듣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의 전반적인 상황과 흐름을 이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에 대비하려면 남은 기간 가장 중요한 것이 메모 훈련이다. 특히 숫자 문제에서 메모는 필수다. 연도, 가격, 개수, 거리, 시간 등이 나올 때마다 단위는 빼고 숫자만 메모하면 된다. 요일이나 장소 등은 머릿글자 정도만 써놓아도 도움이 된다. 대화나 담화 내용도 메모가 필요하다. 그러나 너무 메모에 매달리면 대화의 흐름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본인만 알아볼 수 있는 간단한 표시 정도로 그치는 것이 좋다. 변별력이 높은 말하기 문제는 선택지에 제시된 응답들을 대화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읽어두면 도움이 된다. 듣기에서 한두 개 정도 틀리는 학생들은 실전문제를 통한 연습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듣기에 자신없는 학생들은 새로운 문제보다 지금까지 들었던 테이프를 다시 들으면서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법과 어휘 불과 4∼5문항 정도밖에 출제되지 않지만 외국어 영역의 변별력을 결정하므로 절대 포기하면 안된다. 우선 어법문제는 ‘기본 문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묻는다. 영문의 정확한 해석을 위해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하는 부분으로 주어·동사의 수의 일치, 시제, 태,to부정사, 동명사, 분사, 관계대명사, 관계부사, 등위접속사 등이 해당한다. 혼동하기 쉬운 문법 사항들은 쓰임새의 정확한 차이점을 알아야 한다. 최근에는 명사 구실을 하는 to부정사와 동명사의 차이점, 현재분사와 과거분사,if/that/what절의 차이점 등이 자주 출제되는 추세다. 빈칸 완성형 문제에 어법문제가 등장하는 것도 최근의 추세다. 이에 대비하려면 영어문장의 기본 구조, 주어 구실을 하는 동명사,to 부정사, 명사절 등 명사상당어구, 동사의 과거형과 과거분사의 구별, 분사구문, 전치사구·to부정사구·부사절 등 주어 앞에 올 수 있는 다양한 수식어 등을 정확히 이해해둬야 한다. 어휘에서는 철자를 혼동하기 쉬운 어휘들(예를 들어 considerable과 considerate,immoral과 immortal), 다의어, 동의어, 반의어를 다시 정리해야 한다. 최근 모의고사에서는 특정 어휘가 문맥의 흐름에 맞게 쓰였는지를 묻는 문제도 등장하고 있다. 어휘의 뜻을 문맥 속에서 파악하는 능력이 있는지를 묻는 것으로, 어휘를 공부할 때는 반드시 예문과 함께 수능 전날까지 계속 익혀야 한다. ●독해 독해에서 어려운 부분은 핵심어(구)를 넣는 빈칸 완성형 문제, 전체 내용의 핵심을 파악하는 주제·요지·제목 파악, 두 문단 이상으로 구성된 복합문·장문 독해이다. 빈칸에 들어갈 적절한 내용을 파악하려면 우선 지문의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이때는 지문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But,however 등의 역접의 접속사·연결사 다음에 제시된 내용, 두 번 이상 반복된 핵심 내용을 파악하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는 주제·요지·제목 찾기 문제를 해결할 때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전후 문맥을 이해하지 않고 반복된 핵심어 찾기에만 주력할 경우 핵심어만 들어있는 오답을 고를 함정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핵심 내용은 동의어를 통해 간접적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복합문과 장문 독해의 핵심은 글의 흐름 파악이다. 이를 위해서는 연결사, 접속사, 대명사, 지시어, 관사를 유의해서 확인해야 한다. 요지 파악 문제는 속담으로 간접적으로 묻기도 하므로 그동안 자주 출제된 속담을 다시 한번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 내용 일치 여부를 파악하는 문제는 문장 하나하나를 정확히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지의 내용과 해당 부분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박주연 환일고 교사·교육방송 외국어영역 강사
  • 소설·산문집 들고 한국찾은 히라노

    “일본인은 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윤리가 종교를 대신하지도 못합니다. 지금은 잘 사는 사람이 승자로 대접받고, 못사는 사람이 패자로 손가락질 당하는 경제지배의 시대가 돼버렸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유지할 것인가, 이것이 작가로서 평생을 안고 갈 관심사입니다.” 1989년 교토대 법학부 재학중 ‘일식’으로 아쿠타카와상 최연소 수상기록을 세우며 일본 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 히라노 게이치로(30). 우리말로 번역된 ‘일식’‘달’로 국내에도 상당수 팬을 확보하고 있는 그가 산문집 ‘문명의 우울’(염은주 옮김)과 장편소설 ‘장송’(전2권·양윤옥 옮김, 문학동네 펴냄)의 번역 출간과 강연회 참석차 방한했다. ‘문명의 우울’은 한 일간지에 2년 간 연재한 글을 묶은 것으로, 시사적인 현상과 사건을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분석한 에세이집.‘장송’은 1848년 2월 혁명을 전후한 프랑스 파리를 무대로 쇼팽, 들라크루아, 조르주 상드 등 낭만주의 예술가들의 삶과 사랑을 그렸다. 1년간의 자료수집과 3년간의 집필과정을 거쳐 탄생한 ‘장송’(2002년)은 낭만주의 예술철학을 다룬 예술가 소설이자 심리소설이며, 당대 사회상을 세밀하게 묘사한 풍속소설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에 맞춰 발자크, 플로베르 같은 19세기 작가들의 문체를 염두에 둔 점도 흥미롭다. 신에서 인간으로, 전통에서 현대로 이행하는 유럽 근대화시기는 문명의 폐해와 물질만능주의로 위기에 처한 오늘날의 풍경과 자연스레 겹쳐진다. 국내에서 인기있는 일본 작가들의 작품이 주로 섬세한 심리묘사와 감성에 무게중심을 둔 반면 그의 소설은 진지한 주제의식과 작품마다 자유자재로 변하는 문체의 다양함을 무기로 삼고 있다.“한살 때 심근경색으로 사망한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는 그는 다음 작품에서 ‘살인’에 관한 이야기를 다룰 예정이라고 밝혔다. 1년 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다 지난 8월 돌아온 그는 고향인 교토를 떠나 현재 도쿄에서 살고 있다.27일에 이어 28일 오후4시30분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이야기-전달한다는 것’을 주제로 강연회를 연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실전논술] 두 글의 공통된 역사관과 타당성 여부

    다음 두 글은 역사를 보는 공통된 입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을 읽고, 두 글이 가지고 있는 공통된 역사관의 내용이 무엇인지 간략히 요약한 다음, 그러한 역사관이 타당한지에 대하여 자신의 입장을 논술하시오.(띄어쓰기를 포함하여 1600자 내외(±200자)로 할 것.) (가)창조적 인물이 나타날 때에는 다행히 뜻을 같이하는 동지를 몇 사람은 얻을 수 있다 하더라도 언제나 그는 타성적이고 비창조적인 대중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모든 사회적 창조의 행위는 창조적 인물 개개인의 노력이거나 아무리 많아도 창조적 소수의 노력이다. 그러므로 잇따른 전진이 있을 때마다, 그 사회 구성원의 절대 다수는 뒤떨어지게 된다. 오늘날 세계에 현존하고 있는 위대한 종교들, 즉 크리스트교, 이슬람교, 힌두교를 보면 우리는 이름만 신자인 대다수의 사람이 입술로만 고백하는 신조가 아무리 고매하다 할지라도 종교에 관한 한 순전한 이교 정신과 별로 멀지 않은 정신적 분위기 속에 아직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대 물질 문명의 업적도 마찬가지이다. 서구 사회의 과학 지식과 그것을 응용하는 기술은 위험할 만큼 밀교적(密敎的)이다. 민주주의와 산업주의라는 새로운 사회의 위대한 흐름은 극소수의 창조적 소수가 일으킨 것이고, 인류의 대다수는 아직도 이 거대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기 이전과 본질적으로 동일한 지적 중간점, 도덕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사실 ‘땅의 소금’을 자처하는 서구 세계가 왜 오늘날 그 맛을 잃어버리려는 위험에 처하고 있느냐 하는 주요한 이유는 서구 사회를 구성하는 대다수의 인간들은 아직도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명의 성장은 창조적 개인들이나 혹은 창조적 소수의 세력에 의해 성취된다는 사실은, 선구자들이 열성적으로 전진할 때 그 게으른 후위 부대를 같이 이끌고 가는 어떤 방법을 강구하지 못한다면 이 비창조적 다수는 뒤떨어지고 말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생각하게 될 때 우리는 지금까지 연구한 문명 사회와 원시 사회의 차이에 대한 정의를 수정할 필요를 느낀다. 이 책의 첫 부분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원시 사회들은 정지 상태에 있는 데 반해 문명들은-발육 정지 문명은 제외하고-동적 운동을 하고 있다고 말하였다. 이제 우리는 오히려 성장하고 있는 문명들은 그 사회 내부에서 창조적 개인의 동적 운동이 행해지고 있기 때문에 정지 상태의 원시 사회와 다르다고 고쳐 말해야 되겠다. 그리고 이 창조적 인물들은 아무리 그 수가 많은 경우라도 결코 적은 소수를 넘지 못한다고 덧붙여 말해야 되겠다. 어떠한 성장기의 문명에 있어서도 거기 관여하는 개인의 대다수는 정지한 원시 사회의 성원들과 마찬가지로 침체된 정지 상태에 있다. 그리고 또 성장기의 문명에 관여한 대다수는 교육이라는 겉치장을 지워 버리면 원시인과 마찬가지의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다. 여기서 우리는 인간성을 결코 변하지 않는다는 격언의 진리성을 발견한다. 탁월한 인격들, 천재들, 신비가들 혹은 초인들-무엇이라고 부르든 간에-이란 평범한 인간성의 덩어리 속에 있는 누룩 이상이 아니다.(중략) 창조적 힘을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직접 불붙이는 것은 틀림없이 이상적인 방법이지만, 전적으로 거기에 의지한다는 것은 실현될 수 없는 이상이다. 비창조적인 일반 대중에게 창조적 선각자들과 동일한 행동을 취하도록 하는 문제는 순전한 모방(mimesis)의 능력-인간성에 별로 고귀하지 않은 능력의 하나로서 영감보다는 훈련에 의해서 길러지는-을 활동시키지 않고는 실제 사회적 규모로 해결될 수는 없다. 어쨌든 ‘모방’은 미개한 인간이라도 누구나 가지고 있는 통상적 능력의 하나이기 때문에,‘모방’을 하는 것은 당장의 목적을 위하여 불가결하다. 우리는 앞서 ‘모방’은 원시 사회에서나 문명 사회에서나 공통된 사회 생활의 일반적 특징이지만 그것은 이 두 종류의 사회에서 각각 다른 양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지적하였다. 정지 상태의 원시 사회에서는 ‘모방’은 살아 있는 사회 구성원 중의 연장자와 사자(死者)를 대상으로 하지만, 문명이 발전되는 역사 과정에서는 ‘모방’의 능력이 새로운 흐름을 시작한 창조적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게 된다. 능력은 동일한 것이지만 향하는 방향은 반대이다. (나)여기서 우리는 잠시 동안 위인들에 대하여, 그리고 그들이 이 세상사에 등장한 방식에 대하여, 또한 위인들이 세계사에서 스스로를 어떻게 이루었으며, 사람들이 위인들을 어떻게 생각하였으며, 위인들은 어떠한 일들을 하였는가 등등에 대하여 말하도록 하겠다. 즉, 영웅과 그가 받은 대우 및 그들의 공적, 그리고 이른바 영웅 숭배와 인간사에서의 영웅적인 것에 대하여 말하도록 하겠다. 물론 이것은 큰 주제로서 우리가 여기서 시도할 수 있는 접근 방식과는 아주 다른 접근 방식이 마땅히 필요한 주제라는 점은 너무도 분명하다. 이 주제는 큰 주제로서, 정말로 제한될 수 없을 정도의 규모를 가진 주제이며, 보편적 역사 자체만큼이나 광범위한 주제이다. 왜냐하면 내가 보기에는 인간이 이 세상에서 무엇을 이루어 놓았는지를 기록하고 있는 보편적 역사는 근본적으로는 이 세상에서 활동한 위인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인들이야말로 인류의 지도자였다. 이 위대한 사람들은 일반 대중이 이루고자 했거나 얻고자 했던 것의 모델을 제시하는 사람이자, 모형이자, 넓은 의미에서는 창조자였던 것이다. 그래서 지금 세계 속에 성취되어 있는 모든 것은 바로 세상에 나왔던 위인들이 품고 있던 사상이 외적으로 드러난 물질적 결과이며, 실천적으로 실현되고 구현된 것이다. 따라서 전 세계 역사의 진수는 바로 위인들의 역사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것이 여기서 충분히 다루어질 수 있는 주제임은 너무나도 명백한 일이다. ● 지문의 분석 (가)는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12권 중 한 부분이다. 역사가 토인비의 필생의 작업이 담겨있는 책으로 독특한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는데, 제2차 세계 대전 전후에 발표되자마자 서구인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복잡하고 오랜 인류 역사에 대해 단순한 해석에 끝나지 않고, 그 해석에 기초하여 미래를 예측하고 현재를 위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다. 이 책에서 토인비는 우선 민족이나 국가가 아닌 문명을 역사 연구의 주요 단위로 설정한다. 그런데 문명은 계속 진보하는 것이 아니라 흥망성쇠의 과정을 겪는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적 반복’을 ‘도전과 응전’이라는 틀로 개념화한다.‘도전과 응전’이라는 틀이야말로 ‘역사의 연구’에서 제시되는 핵심 개념이다. 토인비는 바로 ‘도전과 응전’이란 틀에 의해 문명의 발생과 몰락을 설명한다. 그는 문명이 특별히 좋은 조건으로부터 저절로 발생한다는 관점을 비판한다. 문명은 자연 환경이나 앞선 문명의 해체에서 오는 자연적, 사회적 도전에 대해 응전함으로써 발생하고 성장한다. 그런데 이때 응전의 주체로 ‘창조적 소수’가 설정된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와 비창조적 다수를 구분한다. 문명이 한참 성장할 때에는 비창조적 다수가 창조적 소수를 기꺼이 따르고 모방함으로써 일체감이 형성되어 문명은 통일성을 가지게 된다. 그러나 창조적 소수의 창조성이 약화되고 이에 따라 지도력이 결핍되어 사회의 통일성이 깨어지면, 다수와 소수의 조화의 상실은 곧 문명의 좌절로 이어진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소수가 끊임없이 등장할 때에만 문명은 유지될 수 있다. (나)는 칼라일의 ‘Worship and the Heroic in History’로 자유의 힘이나 자연 과학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계몽주의의 역사 서술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는 낭만주의적 역사 서술의 기본 관점을 보여 주고 있다. 칼라일의 주장에 따르면, 사회는 현명한 자가 지배하고 무지한 대중이 여기에 복종할 때 발전할 수 있다. 따라서 독재자도 현명하기만 하다면 얼마든지 인정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 서술에서도 정치적, 사회적 문제보다는 현명하고 강력한 개인, 즉 위인이나 영웅의 특징적인 성격을 묘사하는 개인 전기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올바른 태도라고 본다. ● 출제의도 역사 발전의 주체가 엘리트인가 대중인가 하는 물음은 그 자체가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고전적 논쟁거리이다. 이 문제의 경우, 논의가 추상적으로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해서 소수 엘리트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입장을 제시문으로 주고 이에 대한 찬반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초점은 둘째 요구 사항에 모아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첫째 요구 사항은 핵심만 짚으면 간략히 처리하면 된다. ● 생각하기 이 문제처럼 제시문에 대하여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을 제시해 보라는 ‘입장 선택형’ 문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다음 세 가지 사항을 충실히 따져 보아야 한다. 첫째, 절충적인 대답이 가능한지 검토해야 한다. 입장 선택형 문제라고 해서 반드시 양자 택일의 논지만 펼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제의 경우 두 제시문은 역사 발전의 주체는 영웅이나 창조적 소수이고 다수 대중은 소수를 모방해야 할 종속 변수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한 정반대 논지는 문명 성장의 주체는 다수 대중이지 소수의 천재들은 실제로는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는 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그러나 제3의 논지도 가능하다. 즉, 소수의 엘리트와 다수 대중에 서로를 자극하면서 유기체적인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야만 사회 발전이 가능하다는 논지도 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제시문의 입장을 타당하지 않은 것으로 보더라도 정반대의 논지를 펼 것이지 제3의 절충적 논지를 펼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둘째, 입장 선택형 문제는 논증력을 측정하는 것이 주안점이기 때문에 이 문제의 경우도 가능하면 답안을 논쟁적으로 구성하고 노력해야 한다. 논쟁적인 답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입장에 대한 적절한 근거도 제시해야 하지만, 특히 상대 입장에 대한 효과적인 반론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입 논술처럼 비교적 짧은 글에서는 결정적인 반례를 제시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따라서 제시문에 찬성할 경우에는 다수 대중이 가진 부정적 성격을 부각하여야 할 것이고, 정반대의 논지를 택할 경우에도 엘리트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측면을 부각하여야 할 것이다. 제3의 절충적 논지를 택할 경우에는 엘리트와 다수 대중의 관계를 일방적으로 보는 입장이 가진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 문제의 경우 제시문을 요약하는 요구 사항 때문에 좀 복잡해질 수 있지만, 답안 구성에서 미괄식과 두괄식 중 어느 쪽이 효과적인지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입장 선택형 문제의 경우 두괄식 구성을 통해 첫 단락에서 자신의 입장을 미리 밝혀주는 것이 훨씬 더 명료한 글이 될 확률이 높다. 채점자가 우선 궁금한 것이 바로 학생의 결론적인 입장이기 때문이다. 문제나 답안의 성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미괄식으로 구성하는 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 어떻게 쓸까 이 문제의 논의의 주제는 개략 역사의 주체로서의 엘리트 정도로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시된 글의 논점을 추출해 논의를 전개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주제문은 대중을 이끄는 개방적인 창조적 엘리트야말로 역사 발전의 주체라는 정도로 잡으면 될 것이다. 서론 부분에서는 문제의 조건에 충실하게 논의의 방향과 화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우선 제시문을 정확하게 요약하는 것이 초점이 된다.(가)에서 토인비는 ‘도전과 응전’이란 틀에 의해 문명이 발생하고 몰락한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문명은 자연적, 사회적 도전에 대해 응전함으로써 발생하고 성장한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 창조적 소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데, 새로운 도전에 응전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적 소수가 끊임없이 등장할 때에만 문명은 유지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이고 있다.(나)에서는 사회는 현명한 자가 지배하고 무지한 대중이 여기에 복종할 때 발전할 수 있다는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점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표명하면 된다. 즉, 소수의 엘리트를 역사의 주체로 보는 두 제시문의 공통된 관점은 타당하다는 정도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다. 본론에서는 그러한 논의의 방향과 관련해 핵심적인 논의를 전개하면 된다. 특히 그러한 논의의 근거로 대중이 지니고 있는 한계와 사회 발전을 위한 엘리트의 역할에 대해 핵심적으로 논의를 전개해야 한다. 결론 부분에서는 논의를 요약하면서 마무리를 하되, 본론 부분에서 논의한 내용에 대한 제한적인 조건을 제시하면서 마무리를 하면 논의가 완결되었다는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석혹 서울 대치메가스터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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