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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 약 판내 첫날] 복지부 “박카스 광고 바꿔”

    [슈퍼 약 판내 첫날] 복지부 “박카스 광고 바꿔”

    일반약 슈퍼판매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제약사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칼을 빼들었다. 첫 번째 타깃은 동아제약. 복지부는 동아제약의 박카스 광고 내용 가운데 ‘진짜 피로회복제는 약국에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소비자들에게 슈퍼판매용 의약외품이 아닌 일반의약품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반면 동아제약은 광고에 표시된 용법·용량만 바꾸겠다며 신경전을 벌였다. 진수희 복지부 장관은 21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박카스는) 오늘부터 의약외품으로 분류가 됐기 때문에 지금까지 해오던 광고는 이제 틀린 광고가 되는 것”이라면서 “만약 그래도 그 광고를 계속한다면 규제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소비자들이 박카스에 대해 여전히 약으로 팔리고 있다는 오해를 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는 “광고는 전후 맥락을 봐야 하는데 ‘약국에 있다.’는 문구는 분명히 오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이라면서 “의약외품 슈퍼판매 현황을 모니터링한 뒤 제약사들이 약국에서만 약을 판매하려고 나선다면 제재조치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의약품 슈퍼판매 고시에 앞서 지난 19일 제약사 임원들을 불러 “의약외품이 의약품으로 오인되지 않도록 자사의 광고 문안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또 슈퍼판매가 가능해진 48개 의약품에 대해 의약외품 제조신고필증을 신속히 받을 수 있도록 돕는 한편 의약외품 전환 품목이 일반약으로 표시돼 있더라도 오해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게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의약외품 슈퍼판매의 걸림돌을 모두 제거하는 등 제약사의 편의를 최대한 고려하는 성의를 보인 것. 하지만 그럼에도 제약사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자 당장 광고부터 제재조치를 취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이다. 하지만 동아제약은 광고 문구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 기존 광고에서 의약품 용법·용량을 표시한 부분만 삭제하고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에서 재심의를 받기로 했다. 복지부의 지적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아제약은 기존 광고문구를 바꾸지 않고 광고에 포함된 ‘의약품 용법용량 성인1회 1병, 1일 1회’라는 자막만 삭제한 광고안을 광고심의기구에 제출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무상급식 투표, 찬반 아닌 선택 문제”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찬반이 아닌 선택의 문제”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강연에서 “다음 달 24일 전후로 치러질 주민투표는 ‘전면적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 등 두 가지 문안 중 하나에 대해 지지하는 것”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오는 25~26일쯤 주민투표 발의 공고를 하면 ‘선거운동’ 레이스가 시작된다.”면서 “본격적인 공론화를 통해 세간의 오해가 점차 해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투표청구심의회는 시민운동 연합인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가 지난 20일 제출한 주민투표 청구에 대한 심의를 통해 대상과 취지, 이유 등을 존중해 전면적 실시나 단계적 실시를 선택하기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오 시장은 “서울형 그물망 복지 철학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만 줌으로써 미래에 들어갈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무상급식 논쟁은 굶는 아이들 밥 먹이는 문제가 아니라 어느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느냐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결식아동의 경우 지금까지 수백억원을 들여 방학과 주말까지도 점심을 거르지 않도록 챙기는 정책을 폈다.”며 “가난한 사람들이 자립할 수 있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갑자기 부자들에게도 5만원씩 나눠주자는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분단된 대한민국은 일종의 섬이다. 우리가 통일을 생각하면서 복지정책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복지정책이나 교육정책이 나올 때마다 단편적으로 생각할 게 아니라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개헌과 관련해서는 “국력 낭비를 줄이고 국가 안정성을 도모하려면 대통령 선거와 총선, 지방자치단체 선거 주기를 맞추는 정치선진화, 개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씨줄날줄] 아마겟돈(Armageddon)/주병철 논설위원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달러가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기축통화로 등극한 것은 달러 가치의 위력 때문이었다. 미국은 2차대전을 치르기 위해 돈이 필요한 영국에 44억 달러를 빌려줬고, 프랑스에도 10억 달러가량 꿔줬다. 미국이 졸지에 ‘새로운 갑부’로 등장한 것이다. 당시 금본위제 하에서 국제통화였던 금과 파운드가 달러에 밀려 상석(上席)을 내준 계기가 됐다. 영국과 프랑스로부터 경제 패권을 넘겨받은 미국은 마음대로 달러를 찍어 영향력을 확대했다. 달러 패권의 서막이었다. 비슷한 사례는 오래전 중국에서도 있었다. 한때 동맹관계였다가 숙부·조카 사이로 바뀐 금나라와 남송의 관계가 그랬다. 일찌감치 세계 최초로 지불 도구를 발명한 남송은 전국 단위의 유통 지폐를 발행했지만 무리하게 찍지는 않았다. 반면 금나라는 전쟁비용 등을 충당하느라 마구잡이로 지폐를 발행했다. 지폐의 달콤한 맛에 중독됐고, 곧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사람들은 자산을 남송으로 빼돌리고 조국을 버렸다. 금나라는 역사상 지폐 남발로 망한 첫 나라가 됐다. 이후 원나라도 똑같이 망했다. 지금 미국이 그 꼴이다. 달러를 남발한 바람에 국가 부도위기에 몰렸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10.5%로 2차대전 이래 최고 수준이고, 국가채무는 GDP 대비 92.8%다. 그래서 오바마 행정부가 부채 한도(14조 3000억 달러)를 증액하려는데 의회가 브레이크를 건다.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내놓으라는 것이다. 미국은 2000년 이후 성장률이 종전에 비해 절반으로 둔화됐음에도 불구하고 감세정책, 국방비 증강 등으로 빚더미에 올랐다. 미국이 채권국에서 채무국으로 바뀌면서 달러 최대 보유국인 중국이 미국의 위상을 위협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의 국가신용등급 하향 경고도 예사롭지 않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죽했으면 최근 주례방송에서 부채한도 증액의 어려움을 빗대 “최소한 아마겟돈(Armageddon)만은 피합시다.”라고 했겠는가. 아마겟돈은 지구의 종말을 초래할 듯한 대혼란을 의미하는 말로 신약성서 ‘요한의 묵시록’에 나오는 말이다. 부채 더미에 올라앉은 미국이 종말론의 용어를 들먹일 정도가 됐다. 달러 패권의 격세지감이다. 우리가 미국의 사태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수는 없다.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높아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복지포퓰리즘 공약이 도를 넘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이 미국의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았으면 한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 김광현, 지금도 뇌경색 약물치료 중

    김광현, 지금도 뇌경색 약물치료 중

    국가대표를 지낸 프로야구 SK 투수 김광현의 부진이 뇌경색과 관련된 것으로 확인됐다. 흔히 허혈성 뇌졸중으로 불리는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뇌 조직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해 발생한다. 이 경우 뇌 조직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 하게 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 조직에서 괴사가 발생해 반신불수나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19일 의료계 및 프로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광현을 포함한 SK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20일 인천 모처에서 선수단 회식을 가졌다. SK는 전날인 19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 만에 삼성을 제압하고 우승을 확정했다. 경기 다음 날 인천 모처에서 가진 선수단 회식에서 김광현 선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많은 술을 마셨으며, 김 선수는 다음 날인 21일 새벽 4시를 전후해 안면근육 경련과 오른팔 마비,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등 검진을 받았다. 당시 검진 결과 김광현은 뇌혈관의 일부가 혈전에 의해 막힌 상태였으며, 영상 진단을 통해 뇌졸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구단 관계자에 의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시 김광현 선수는 일부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상당 부분 막혀 있었다. 혈관 폐색 상태는 심하지 않았으나 워낙 민감한 부위여서 의료진은 ‘지속적인 치료 및 안정 가료’와 ‘혈전용해제 등 약물 투여’를 처방했으며, 이후 지금까지도 외래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김광현 선수의 경우 선천적으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적기에 치료를 받아 지금은 운동하는 데 문제가 없는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SK 관계자는 “이 때문에 당시 훈련에 집중하지는 못했고, 올 시즌에도 영향을 미쳤으나 운동하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상태가 안 좋았으나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 이를 밝히지 않았던 것”이라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단독] SK 김광현 부진은 ‘뇌경색’ 때문

    [단독] SK 김광현 부진은 ‘뇌경색’ 때문

    국가대표를 지낸 프로야구 SK와이번스 투수 김광현의 부진이 뇌경색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흔히 허혈성 뇌졸중으로 불리는 뇌경색은 뇌혈관이 혈전 등으로 막혀 뇌조직에 공급되는 혈액량이 감소해 발생한다. 이 경우 뇌조직이 정상적으로 기능을 못하게 되며, 이 상태가 지속되면 뇌조직에서 괴사가 발생해 반신불수나 언어 장애 등 심각한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 19일 의료계 및 프로야구 관계자들에 따르면 김광현을 포함한 SK와이번스 선수단과 구단 관계자들은 지난해 10월 20일 인천 모처에서 선수단 회식을 가졌다. SK와이번스는 전날인 19일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4차전 만에 삼성라이온스를 제압하고 우승을 확정했었다. 경기 다음날 인천 모처에서 가진 선수단 회식에서 김광현 선수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많은 술을 마셨으며, 김 선수는 다음날인 21일 새벽 4시를 전후해 안면근육 경련과 오른팔 마비, 구토 등의 증상을 보여 인근 인하대병원 응급실에서 MRI(자기공명영상) 촬영 등 검진을 받았다. 당시 검진 결과, 김광현은 뇌혈관의 일부가 혈전에 의해 막힌 상태였으며, 영상 진단을 통해 뇌졸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직후 구단 관계자에 의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시 김광현 선수는 일부 뇌혈관이 혈전에 의해 상당 부분 막혀 있었다. 혈관 폐색 상태는 심하지 않았으나 워낙 민감한 부위여서 의료진은 ‘지속적인 치료 및 안정 가료’와 ‘혈전용해제 등 약물 투여’를 처방했으며, 이후 올해까지도 외래에서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인은 “김광현 선수의 경우 선천적으로 심장 기능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으나 정도가 심하지 않아 운동 등 일상적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수준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심장의 문제 부위에서 생성된 혈전이 혈관으로 유입돼 떠돌다가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의료계의 대체적인 소견이었다.”고 전했다. 이 의료인은 “당시 김 선수의 상태가 위중하지 않았던 데다 적기에 치료를 받아 지금은 운동하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는 상태로 회복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의료계에서는 “김광현 선수에게 발생한 허혈성 뇌졸중은 고혈압·당뇨·고지혈증 등 일반적인 원인 외에도 부정맥이나 심부전·심근경색으로 심장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뇌혈관을 막아 발생하기도 한다.”면서 “특별한 원인 없이 갑자기 발생하는 안면마비나 편측마비, 감각이상, 발음장애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해병대원 4명중 1명 “구타·가혹행위 필요”

    해병대 장병 4명 중 1명은 총기사건이 발생한 후에도 ‘구타 및 가혹행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일 해병대원 4명이 살해 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직후 해당 부대의 장병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나타난 결과여서 심상치 않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해병대 관계자는 18일 열린 해병대 병영 혁신 대토론회에서 “해병대가 총기사고 전후에 구타 및 가혹행위에 대한 인식을 조사했다.”면서 “총기 사건 후 해병 2사단 자체 조사 결과 응답자의 25%가 구타 및 가혹행위가 필요한 것으로 답했다.”고 밝혔다. 사고 전에는 응답자 가운데 무려 46%가 구타 및 가혹행위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한 해병대 관계자는 설문 결과와 관련, “총기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아직도 구타 및 가혹행위가 필요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남아 있음이 확인돼 상당한 우려를 던져주고 있다.”고 말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58개띠, 세상을 바꾼다] 개띠 4인방 “우린 베이비 부머 세대의 허리”

    [58개띠, 세상을 바꾼다] 개띠 4인방 “우린 베이비 부머 세대의 허리”

    같은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이렇듯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받은 전례가 없다. 전쟁이 끝난 뒤 매년 60만~70만을 헤아리던 신생아 울음이 갑자기 80만의 합창으로 증폭됐다. 이렇게 1958년에 태어난 이 땅의 ‘개띠’들은 초등학교 내내 콩나물 교실과 2부제 수업에 시달려야 했고 중학교와 고교 입시제도가 바뀌는 행운(?)을 누렸다. 권력자의 아들 덕을 봤다는 얘기가 평생 따라붙었다. 1977년을 전후해 최고의 경쟁률을 뚫고 대학에 간 이들은 유신과 휴교령에 맞서야 했고, 산업화 진군에 부응해 울산과 포항·마산 등으로 몰려간 이들은 막강한 숫자와 특유의 응집력으로 다른 연령집단의 부러움과 시샘을 받았다. 몇몇의 비아냥에서 시작된 별칭은 스스로 몸을 굴려 영향력을 키웠고 이제 그것이 ‘집단 운명’을 규정하기에 이르렀다. 군대에선 운동권으로 ‘찍혀 박박 기어야’ 했고, 1987년 6·10 항쟁에 넥타이 매고 머리띠 두르고 나서 민주화와 민주노조 운동에 함께 나섰던 이들. 이제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나 싶을 즈음, IMF 구제금융 사태로 엄청난 희생을 강요당했다. 어느새 53년, 이제 어쩔 수 없이 제2 또는 제3의 인생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지난해 기준 712만명으로 추산된 베이비 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허리’인 이들이 과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감히 질문을 던져 본다. 4인의 속내도 들어봤다. 앞선 베이비 부머와도 차별되는 ‘신노년’의 도래가 가시권에 들어왔는데 정부나 사회는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도 짚어본다. ■ ‘우리가 맏형’ 임영빈 바른몸 상무 서울 청량리에서 버스를 운전하던 이북 출신 아버지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시절 미군이 나눠준 빵을 뜯어먹고 자란 우리에겐 가난과 인내가 ‘DNA’처럼 새겨져 있다. 중학교 진학할 실력이 안 됐는데 박지만 덕분에 추첨제(서울지역 첫 시행은 1969년)로 바뀌어 어렵지 않게 진학했다. 집안이 어려운 데다 동생들 뒷바라지도 해야 할 것 같아 고교 때부터 ‘내 밥그릇은 내가 챙겨야지.’ 생각하고 컸다. 고교 졸업 뒤 대전에 있는 국방과학연구소에 취직, 당시 삼성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았다. 술 사 먹고, 동생들 학비 보태라고 집에 돈을 보내고도 남을 정도였다. 그곳에서 병역을 해결하면서 지방 대학에 다녔다. 전두환 정권 들어 인력을 절반으로 줄이라는 압력이 거세지자 그만두고 무역회사에 들어갔다. 컴퓨터 설계 장비 등을 주로 취급했는데, 남들은 전에 일하던 회사 제품과 경쟁하는 제품을 거래해 재미를 보곤 했다. 난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우리 세대의 특징이기도 한데 남한테 폐 끼치지 않겠다는 의식이 유달랐다. 그렇게 여러 무역업체를 운영해봤다. 후배를 믿고 사업을 벌였다가 완전히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했다. 현재는 의료 관련 비즈니스를 새로 준비하고 있다. 오랫동안 구축한 해외 네트워크를 통해 큰 수익은 못 내도 힘들지 않은 일을 하면서 동시에 하기 때문에 난 괜찮은 편이다. 항상 한 곳에 머무르지 않고 변화와 도전을 하면서 살아왔다. 남은 24년 정도를 ‘작게 꾸준히’ 수익을 내면서 살아가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하지만 한 직장에서 한 우물만을 파온 동년배들이 걱정된다. 이들을 위해서 정부와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하지 않겠는가 생각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임금피크제 등 정부 정책이 피부에 와 닿는 뭔가를 전해주지 못하더라. 고교 동창들 모두 부모 봉양과 동생들 뒷바라지에 아이들 부양까지 책임져야 하는 ‘낀 세대’라고 입을 모은다. 일부는 자녀가 노후를 돌보지 않겠느냐는 미련을 드러내기도 하는데 그런 태도에 대해 구박하는 분위기가 대세다. 유난 떤다고 좋지 않게 보는 시선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늘 변화를 선도했다. 우리가 뭉쳐 일자리와 제2의 삶에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다면 그 열매는 우리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베이비부머 세대의 동생들, 나아가 우리 아이들까지 혜택을 본다. ■ ‘개띠 공돌이’ 김형만 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 경남 마산 바닷가 마을에서 5남3녀의 일곱째로 태어나 열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초등학교 2학년 때 강냉이죽, 이듬해 빵을 학교에서 나눠줬다. 우리만 이런 추억이 유달리 강렬한 건 이전 세대는 아예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골인데도 한 반에 65~70명이나 됐는데 절반만 빵을 먹을 수 있었다. 겨울엔 난로에 들어갈 솔방울 주우러 다녔으니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었나. 1974년에 고입 시험이 추첨제로 바뀌었지만 마산은 시험을 치렀는데 떨어졌다. 2차로 공고에 진학했는데 학생들이 가방에 끌, 대패, 망치 등을 넣어다녔다. 흉악했는데도 의리가 있었다. 공부 잘하던 애들은 시험 보면 정답을 알려주곤 했다. 전국의 공고 학생들이 졸업하면 취업할 데는 널려 있었다. 울산, 포항에 전국의 ‘공돌이’들이 모여들었다. 58년 개띠는 그때 나온 얘기 아닌가 한다. 마산수출자유지역엔 여성 근로자가 엄청 몰리면서 연애 문화도 급변했다. 공고를 졸업한 뒤 포철에 입사해 쇳물 만드는 일을 8년 정도 했다. 장학금 준다고 해 창원대학에 진학한 뒤 1989년부터 서강대 대학원에서 또래 교수들 밑에서 공부하며 박사학위까지 땄다. 1994년에야 사회로 나와 올해로 사회생활 17년째다. 그러니 뭔들 준비가 돼 있겠나. 첫아이가 이제 고2다. 역사와 세월에 맡기고 열심히 사는 것뿐이다. 직장에도 또래가 4명 있는데 잘 뭉친다. (1957년생) 닭띠들도 꼼짝 못한다. 베이비 부머 중에서도 늘 변화의 중심이었다. 숫자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제도가 바뀌지 않았나 싶은데 이런 때 우연히 첫 주자(중학 추첨제가 전국으로 확대된 건 1971년)였을 뿐이다. 우리 뒷세대만 해도 자기 생각에 빠지곤 했는데 우리는 그런 게 없었던 것 같다. 내일 어떻게 될지라도 오늘 끝장을 본다, 뭐 이런 거. 조국이나 집단에 대한 애착에서도 그렇다. 사회 구조가 몇 사람의 의기투합으로 바뀌지 않을 때 방향성을 찾아가는 힘이 뭔지 궁금하다. 그때 개띠란 게 한몫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 미래가 확실해서 간다고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다. 좌절하지도 않고 이겨낼 수 있다고 그냥 생각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그런 게 있다. 분명히 다른 띠에 견줘 또래끼리 얘기가 잘 통하는 것이 있다. 그렇다고 58년 개띠에게 필요 이상의 기대를 할 것도 없다. 과거의 표상일 뿐이지, 하지만 미래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띠를 제쳐두고 개띠만 중심에 놓고 볼 때는 말이 안 되는 구석이 있다. ■ ‘해외에서 본 개띠’ 한주호 GE 헬스케어 전무 일본과 미국에서 20년 가까이 살았다. 초등학교 마친 뒤 아버지 직장 때문에 일본에 갔다. 미군이 배급하던 빵의 추억은 공유하고 있다. 박지만 때문에 중학 입시가 바뀌었다는 소식에 ‘그 친구가 뭔데?’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또렷하다. 일본에서 고교 2년까지 다녔는데 어느 날, 세살 위 형을 제치고 소집 영장이 나와 귀국했다. 병무청은 사무 착오라 했다. 학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해 고교를 다시 들어가 두 살 아래 동생들과 다녔다. 1979년 입대해 전북 정읍에서 근무하면서 광주항쟁을 지켜 봤다. 이런 비극은 우리 세대에 끝내고 50~100년 뒤 후손들이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는 나라를 만들려면 제대로 민주주의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버드 대학 진학을 결심했다. 인터넷이 없어 대학 주소 알아내는 데만 석달 걸려 5년 동안 도전해 입학 허가를 얻었다. 들것에 실려갈 정도로 열심히 공부해 우등생 졸업했다. 환경미화원 일도 했고 미국 명문가 자제들이 얼마나 겸손하고 겉멋 부리지 않고 지역사회에 기여하는지 보고 감명받았다. 코넬대학 로스쿨에 진학해 94년 미국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다. 강단에 서겠다는 꿈은 집안 사정 탓에 포기했다. 한국에 돌아와 법무법인 광장에 들어가 일하다 2005년 10월에 지금의 직장으로 옮겼다. 베이비부머 세대가 힘든 시절을 견뎌내며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뤘다. 그리고 이전 세대보다 고등교육을 받았고 컴퓨터와 영어를 할 수 있어 정치와 사회·문화적으로 많은 기여를 했다는 점, 앞으로 할 것이란 점은 분명하다. 양극화, 부패, ‘SKY’란 표현으로 상징되는 1등주의 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점은 아쉽다. 특정한 해에 태어났다는 이유로 집단적 정체성을 부여하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일 수 있다. 정부나 사회에 요구해 기회를 갖자는 주장에는 고개가 끄덕여지지만 그로 인해 과도한 ‘파워’를 갖는 것도 문제라고 본다. 직장 그만두는 게 은퇴가 될 수 없다. 지금도 나는 미국 대학 진학을 원하는 학생들의 면접을 본 뒤 따로 시간을 내 그 친구들에게 나의 경험을 들려 주고 있다. 일종의 사회 환원이라고 생각한다. 정년 연장이나 임금피크제, 재취업 등이 목적이 될 수도 없다고 본다. 많은 이들이 그런 고민과 기대를 하는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가정을 꾸리고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 이 사회, 자녀, 후손에게 뭘 넘겨줄 것인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탤런트를 사회에 환원하고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제도와 정책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여자 58개띠’ 옥선희 영화칼럼니스트 초등학교 3학년까지 수원에서 다니다 서울로 와 부모와 따로 떨어져 학교를 다녔다. ‘마누라는 없어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던 구로동에 인구가 엄청 유입되면서 학교가 둘로 나뉘기도 했다. 고교 진학할 때 재단이 새로 생기면서 담임 교사들이 몇 등부터 몇 등까지는 어느 학교로, 그 아래 점수는 다른 학교로 이런 식으로 배정했고 장학금 몇푼으로 유혹했다. 좋은 학교 간 아이들은 좋은 대학 가는데, 다른 쪽에선 돌멩이 주워 학교 건물 지었다. 그게 싫어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도 않았다. 한 번도 직장을 가져본 적이 없고 우연히 시작한 영화 칼럼과 책 쓰는 일이 평생 일이 됐다. 하도 ‘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하니까 아이를 낳지 않는 게 애국하는 길인가 보다 생각했다. 그 정도로 내가 단순하다.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었으니 누가 결혼하겠는가. 지금 아이들 취업도 못해 낑낑대는데 정부 등에선 많이 낳아야 한단다.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우리 때는 성실하게만 일하면 직장 구해 먹고살 수 있었는데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않잖은가. 중학교가 남녀 공학이라 동창들이 많이 모였는데 IMF 외환위기로 인해 고꾸라진 친구들이 많았다. 동창회 시작할 때만 해도 ‘아이들 신경 쓰지 말고 부부가 시골 가서 살자.’고 다짐했는데 요즘은 그런 얘기가 쑥 들어갔다. IMF 이후 요식업을 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모두 힘들어하고 미래를 불안해한다. 여자친구들에게 이제 한숨 돌렸으니 시민단체라도 가입해 활동하자고 권하면 젊은 시절, 젖먹이 떼놓고 직장 다녔던 죄의식으로 “손자들이라도 봐야지.” 하더라. 그런 친구들 은근히 많다. 사회에 봉사할 때가 됐는데 손자 보겠다고 하는 것이다. 소모되는 삶을 사는 것 같아 시민단체 활동가들에게 장학금 주는 성공회대 NGO 여성학 대학원에서 공부하느라 고생하고 있다. 중년의 우울을 건강하게 극복하는 방법은 일하는 것과 공부밖에 없다고 하더라. 폴란드에서 공공기관 근무자들이 대부분 머리 희끗한 분들이어서 놀랐다. 왜 우리는 어르신들이 해야 할 일을 젊은이가 하는 등 거꾸로 돼 있는가 많이 생각했다. 거리 청소 같은 건 젊은이들이 하고 체력이 덜 소모되는 일은 어르신들이 하는 게 맞지 않나. 또 경제가 이만큼 됐으니 정부나 사회도 문화를 가꾸는 쪽으로 우리 ‘58년 개띠’들을 유도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정리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권재진 법무 임명 둘러싼 당·청 기류-贊] 洪 대표 “정서상 반대는 곤란하다”

    [권재진 법무 임명 둘러싼 당·청 기류-贊] 洪 대표 “정서상 반대는 곤란하다”

    ●“대통령과 상시적으로 대화할 것”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당·청 일체론, 당 선도론을 거듭 강조했다.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다. 유력 정치인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갖는 자리에 “15년 만에 처음 초청돼 영광스럽다.”고 말문을 연 홍 대표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말 여당 대표로서의 구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도 원활한 당·청소통을 강조했던 홍 대표는 이날도 “상시적으로 대통령과 대화하고 핫라인을 열 것”이라면서 “대통령도 당 선도론에 동의했다. 충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말 정권관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인정하면서 정권을 운영하는 게 실패하지 않는 첫 번째 요인이고, 권력 비리를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당 운영에 대한 구상으로 ‘브리지론’을 펼쳤다. 차기 유력주자의 다리, 병풍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 “‘박근혜 대세론’은 현재 객관적인 상황”이라면서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이 아닌) 2007년 이명박 대세론과 유사한 형태로 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내년 대선의 주요 화두가 될 복지분야와 서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나는 내년 총선까지만 책임을 진다.”며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박근혜 대세론은 객관적 상황” 홍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문제에 대해서도 “내년 1월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소위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국민을 상대로 한 이벤트”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30~40%를 물갈이해도 그 다음 또 물갈이를 해야 하고, 물갈이로 들어온 사람이 물갈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적절한 인사는 곤란하지만 물갈이에 집착하다 보면 이기는 공천을 못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총선 성적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120석 전후를 건질 것”이라면서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당이 한마음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 140석 전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대멸종 직전 지구상 ‘마지막 공룡’ 찾았다

    대멸종 직전 지구상 ‘마지막 공룡’ 찾았다

    공룡 대멸종 직전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마지막 공룡의 화석이 발견됐다. 미국 예일대학교 고고학 연구팀은 지난해 서부 몬태나 주에서 3m에 달하는 트리세라톱스와 같은 각룡의 화석을 찾아냈다. 화석이 발견된 지층연대를 분석한 결과 이 공룡은 지금까지 나왔던 공룡 화석 가운데 가장 어리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졌다. 이번 화석이 발견된 지층은 K-T경계층 단 12cm아래. 백악기~제3기에 형성된 K-T경계층은 지구에 운석이 떨어져 대멸종에 이르렀다고 추정되는 6500만년을 전후를 이른다. 즉, 연구팀이 주목한 이 공룡이 대멸종 직전까지 서식했다는 결정적 증거가 되는 셈이다. 이 공룡이 서식했던 정확한 시기를 찾기 위해서는 지질연대에 대한 보다 정밀한 검사가 필요하다. 하지만 연구팀은 이 공룡이 대멸종이 일어나기 수만 년에서 수천 년 전에 서식했다고 확신하고 있다. 조류공룡을 제외한 지구상 존재했던 공룡들이 운석 충돌로 대멸종에 이르렀다는 가설은 학계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지지만 이견도 있다. “공룡들이 운석충돌 전에 또 다른 이유로 서서히 죽어가기 지구에서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요지의 반론이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이번 발견은 적어도 몇몇 공룡들이 대충돌 직전까지 매우 잘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운석 충돌이 공룡 대멸종에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됐다는 기존의 이론을 다시 확인했다.” 고 ‘바이올로지 레터스’(Biology Letters)에서 주장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홍준표 관훈토론회 “당청 충돌 없도록 할 것”

    홍준표 관훈토론회 “당청 충돌 없도록 할 것”

     “정부와 청와대와 당이 충돌하면 공멸한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14일 당·청 일체론, 당 선도론을 거듭 강조했다.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서다. 유력 정치인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갖는 자리에 “15년 만에 처음 초청돼 영광스럽다.”고 말문을 연 홍 대표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말 여당 대표로서의 구상을 가감 없이 밝혔다.  전날 이명박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도 원활한 당·청소통을 강조했던 홍 대표는 이날도 “상시적으로 대통령과 대화하고 핫라인을 열 것”이라면서 “대통령도 당 선도론에 동의했다. 충돌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기 말 정권관리를 어떻게 할 거냐.”는 질문에는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을 인정하면서 정권을 운영하는 게 실패하지 않는 첫 번째 요인이고, 권력 비리를 관리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 대표는 당 운영에 대한 구상으로 ‘브리지론’을 펼쳤다. 차기 유력주자의 다리, 병풍 역할을 자처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해서 “‘박근혜 대세론’은 현재 객관적인 상황”이라면서 “(2002년 이회창 대세론이 아닌) 2007년 이명박 대세론과 유사한 형태로 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내년 대선의 주요 화두가 될 복지분야와 서민정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우호적인 분위기를 드러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에 대한 질문이 집요하게 이어지자 “나는 내년 총선까지만 책임을 진다.”며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홍 대표는 내년 총선 공천문제에 대해서도 “내년 1월부터 시작할 것”이라면서 말을 아꼈다. 다만 소위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국민을 상대로 한 이벤트”라며 부정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30~40%를 물갈이해도 그 다음 또 물갈이를 해야 하고, 물갈이로 들어온 사람이 물갈이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적절한 인사는 곤란하지만 물갈이에 집착하다 보면 이기는 공천을 못 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어 총선 성적표에 대해서는 “한나라당이 이대로 가면 120석 전후를 건질 것”이라면서 “친서민 정책을 강화하고 당이 한마음으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면 140석 전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허백윤기자 baikyoon@seoul.co.kr
  • 천천히 찔끔 내리고 후다닥 확 올리고… ‘참 나쁜 주유소들’

    천천히 찔끔 내리고 후다닥 확 올리고… ‘참 나쁜 주유소들’

    지난 4월 정유사들의 기름값 도매가 ℓ당 100원 인하 땐 가격을 천천히 내렸던 일선 주유소들이 최근 도매가 인상과 관련해서는 가격을 신속히 올리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에는 낮은 가격으로 공급받은 물량이 일부 남아 있음에도 가격을 올리는 주유소도 적지 않다. 강남과 여의도 등 서울 일부 지역에는 휘발유를 ℓ당 2300원에 파는 주유소까지 등장했다. ●재고 남아 있지만 인상 단행 중 13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오후 3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전날 대비 2.03원 오른 ℓ당 1930.19원. 특히 서울 지역은 2017.26원으로 전날 대비 3.37원 상승했다. 최근 가격 상승의 원인은 12일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기름값 100원 할인 단계적 환원에 따라 주간 주유소 휘발유 공급 가격을 ℓ당 20~40원 정도 올렸기 때문이다. 문제는 가격이 떨어질 때는 천천히 내리다가 오를 때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주유소 보통 휘발유 평균 가격은 지난 4월 6일 2022.32원에서 공급가 100원 인하 다음 날인 7일 1992.82원으로 29.5원 내리는 데 그쳤다. 12일에는 1996.80원으로 오히려 가격이 올랐다. 당시 주유소들은 “도매가 인하 1~2주 전 확보한 재고 물량을 먼저 팔아야 값을 내릴 수 있고, 3월 말 국제 휘발유값 상승으로 인하 여지가 크지 않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지난 6일 1994.69원이었던 휘발유 가격은 정유사가 공급가를 올리지도 않았지만 11일 1998.48원까지 올랐다. 정유사들이 도매가를 올린 12일에는 2013.89원으로 15원 이상 치솟았다. 할인 기간 확보한 재고 물량이 남아 있지만 ‘통큰’ 가격 인상을 단행하는 셈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석유제품 공급가 할인을 전후로 ‘한몫’을 잡아보려는 주유소들이 상당수 있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박재완 장관 ℓ당 2000원 장담 ‘무색’ 이날 서울 지역에서는 ℓ당 2300원에 1원 모자란 2299원에 휘발유를 판매하는 주유소도 나타났다. ▲삼성 ▲오천 ▲금성(이상 강남구 삼성동) ▲뉴서울(강남구 논현동) ▲서남(중구 봉래동1가) 등 4곳이나 된다. 2298원에 판매하는 주유소도 오토조이(강남구 청담동) 등 4곳에 달했다. 여의도의 한 주유소는 전날 한때 2302원까지 값을 올렸다가 2298원으로 내렸다. 기름값이 가파르게 치솟던 지난 5월 여의도 일대에 보통 휘발유 가격이 ℓ당 2300원이 넘는 주유소가 일부 등장했지만 정유사가 공급가 100원을 완전히 올리기 전인데도 소매가가 2300원에 육박하는 주유소들이 생긴 것이다. 경유 가격 역시 삼성주유소 등 7곳에서 ℓ당 2239원까지 치솟았다. 자치구별로는 강남(2123원), 용산(2106원), 종로(2105원), 중구(2101원), 마포(2060원) 등 13개구에서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었다. 최근 “기름값이 ℓ당 2000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던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장담이 서울에서는 무색해진 셈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S-오일과 현대오일뱅크도 공급 가격을 인상하면 최근 국제유가 강세와 맞물려 가격 오름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강원도 철원 폭포기행

    강원도 철원 폭포기행

    두 동강 난 이 땅의 과거를 오롯이 기억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강원도 철원입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긴장감이 흐르는 ‘접적지역’이었지요. 그러나 철원에 ‘분단’이란 무거운 주제만 있지는 않습니다. 특히 용암이 흘러가며 만들어 놓은 한탄강 주변 풍경은 정말 빼어납니다. 고석정이 맨 앞줄에 서고, 주상절리 위로 한탄강이 넘실대는 직탕폭포며, 추가령 구조곡의 백미인 순담계곡 등이 숨가쁘게 뒤를 잇습니다. 그 틈바구니에서 어여쁜 매월대폭포를 발견한 것은 행운이었습니다. 매월대폭포는 으뜸을 다투기보다 둘째의 온화한 이미지를 가졌습니다. 폭포를 품은 계곡을 오르다 보면 거창한 상차림보다, 작은 술병에 안주 두엇 올린 소반이 훨씬 더 잘 어울린다는 걸 단박에 알게 됩니다. 남들에게 보여주기보다, 나만 품고 조금씩 꺼내 보고 싶은, 그런 곳인 게지요. ●철원엔 철원이 세 개다? 철원을 방문하는 사람은 늘 헷갈린다. 철원의 정확한 위치가 도대체 어디인지 불분명해서다. 지명은 있되, 실체는 불분명하다. 거기엔 까닭이 있다. 철원은 한국전쟁 전까지만 해도 서울에서 북녘땅을 연결하는 강원 북부의 교통 중심지였다. 그러다 휴전선이 그어지며 철원시가지도 남북으로 갈라졌고, 남측의 철원 땅 또한 민간인통제선 안에 갇혀 버리고 말았다. 동송읍과 갈말읍에 각각 새 시가지가 세워졌다. 한 발짝이라도 더 ‘남쪽’으로 내려가고 싶었던 군청 등 관공서들은 갈말읍에 터를 잡아 ‘신철원’을 이뤘다. 행정의 중심지다. 옛 철원 땅과 가까웠던 동송읍은 ‘구철원’이 됐다. 민통선 이북, 보다 정확히는 북녘에 자기 땅이 있는 ‘철원 주민’들이 주로 모여 산다. 지역 경제의 중심지이자 사실상의 ‘철원’이다. 김미숙 철원군청 문화관광해설사는 “공무원 등 외지인들이 많이 사는 신철원에 견줘 엇비슷한 심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모여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TV 프로그램에 빗댄다면 ‘나는 철원사람이다.’쯤의 심정이겠다. ‘원철원’은 동송에서 북쪽으로 더 들어간, 민통선 너머의 땅을 이른다. 철원이 내주는 풍경엔 특징이 있다. 계곡이 평지에, 즉 발 아래 있다는 것이다. 들판 한가운데를 칼로 파낸 듯, 땅에서 푹 꺼져 높이 20~30m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 화산에서 분출된 용암이 평지를 파고 흐르며 주상절리로 가득찬 계곡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주로 산사면을 따라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형성되는 여느 계곡들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 덕에 자신이 딛고 선 발 아래로 거대한 계곡이 흐르는 묘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용암이 흐른 흔적 가운데 첫손 꼽히는 경승지는 고석정이다. 고석정은 계곡 한쪽의 정자만 일컫는 표현이 아니다. 신라시대 진평왕이 “누각과 순담계곡 등 주변 계곡을 묶어 고석정이라 부르라.”는 ‘영’을 내린 이래 여태 그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고석정 앞의 물빛은 한 해에 네 번 바뀐다고 한다. 물 빛깔만이 아니다. 강변 풍경도 어제가 다르고, 내일이 또 다르다. 한탄강이 쉼 없이 지형을 깎아 새로운 풍경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철원은 한국전쟁을 통해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했다. 그 역사의 산증거가 한탄강을 가로지르는 승일교다. 길이는 120m. 김 해설사는 “1948년 북한에서 공사가 시작됐으나 절반가량 짓다 한국전쟁으로 중단됐고, 전후 땅 주인이 바뀌면서 1958년 나머지 절반가량이 한국 정부에 의해 완성됐다.”고 전했다. 원했든, 그러지 않았든 남과 북이 함께 만든 다리인 셈이다. ●화산이 빚고 시간이 조탁한 풍경 승일교는 최근 조성된 트레킹로 ‘한여울길’의 시발점이기도 하다. 직탕폭포까지 4.88㎞ 구간을 돌아본다. 주상절리 등 용암이 흐른 흔적을 가까운 거리에서 만날 수 있는 길이다. 고석정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빌려 주기도 한다. 직탕폭포는 ‘한국의 나이아가라’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이 별명에서 얼마간의 조롱과 자조가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여행객 가운데 열에 여덟아홉은 ‘한국의 나이아가라’를 본 뒤 ‘애걔’ 또는 ‘그럼 그렇지.’라며 실망감을 표시한다. 규모로 풍경의 깊이를 가늠하려 하기 때문이다. 직탕폭포는 거대하고 위압적인 폭포의 자태와 만나는 곳이 아니다. 용암이 만든 주상절리가 그대로 폭포가 된 지형을 봐야 한다. 강물이 육각형의 주상절리 위를 넘실대며 넘어간다. 강변을 이루고 있는 돌들도 여느 곳과는 달리 거개가 주상절리들이다. 화산이 빚고, 시간이 조탁한 풍경이다. 철원의 관광지 가운데 거의 알려지지 않은 곳이 매월대폭포다. 근남면 잠곡리 복계산 자락에 있는 전형적인 계곡형 폭포다. 매월대는 복계산 정상의 40m짜리 층암절벽을 일컫는다. 세조의 왕위찬탈에 비통해하며 전국을 떠돌았던 매월당 김시습이 은거했다고 전해지는 곳이다.매월대와 사선으로 마주한 매월대폭포는 등산로 입구에서 500m쯤 떨어져 있다. 천천히 걸어도 30~40분이면 넉넉히 닿는다. 폭포로 난 계곡은 작고 소담하다. 고만고만한 돌들 위로 초록 이끼가 내려앉았고, 그 사이로 수정처럼 맑은 물이 ‘또르륵’ 굴러간다. 개다리소반에 맑은 약주 한 잔이 어울릴, 그런 풍경이다. 계곡에 들면 진한 초목의 향기가 풍겨 나온다. 이런 향기라면 세상 그 어느 유명 향수와도 바꾸지 않겠다. 폭포는 계곡을 닮았다. 작고 소담하다. 이리저리 물줄기를 휘돌리는 모양새가 앙증맞다. 폭포 앞 너럭바위는 앉아 쉬며 주변 풍경을 눈에 담기 맞춤한 곳이다. 머리 위 진초록 나뭇잎 사이로 암봉 하나가 옹골찬 자태를 드러낸다. 좀처럼 보이지 않던 매월대다. 뒤집어 보면 매월대에 서야 폭포 전경이 한층 또렷하게 보인다는 뜻일 터. 폭포와 암봉은 그렇게 서로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글 사진 철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43번 국도→신철원사거리→고석정 순으로 간다. 차량 정체를 피하려면 파주와 전곡으로 우회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매월대폭포는 서면에서 신술터널을 지나 사곡리 쪽으로 가다가 오른편에 있다. 철원군청 관광문화과 (033)450-5365. ▲주변 볼거리 철원엔 평화전망대와 승리전망대 등 두 곳의 전망대가 있다. 남측 휴전선을 따라 만들어진 참호와 초소들이 만리장성처럼 능선을 넘는다. 월정리역과 제2땅굴, 노동당사 등 남북 대치의 상흔도 만나보는 게 좋겠다. 월정리역사 옆으로는 저 유명한 ‘철마는 달리고 싶다’의 주인공이 서 있다.
  • “2040년 노동인력 부족현상 본격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로 인한 노동인력 부족 현상이 30년 뒤부터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올해 태어나는 아기가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시기가 2040년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당장 저출산 문제를 해결해야 노동 인력 부족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김용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12일 ‘베이비붐 세대의 규모, 노동시장 충격, 세대 간 이전에 대한 고찰’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김 원장은 “베이비붐 세대는 주로 1955~1964년생을 지칭하지만, 넓게 보면 1965~1974년생을 후기 베이비붐 세대로 볼 수 있다.”면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1650만명의 베이비붐 세대가 쓰나미처럼 움직이며 이들의 자녀세대까지 우리나라 인구 특징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올해 취업자 수는 382만명이지만 2020년이 되면 31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7만명가량이 줄어드는 것. 2020년부터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적으로 시작돼 2040년에는 모든 베이비붐 세대가 외부 지원을 받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노인 세대로 접어들게 된다고 김 원장은 설명했다. 그러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기 시작하는 2020년부터 당장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김 원장은 “그들의 자녀 세대인 ‘에코세대‘(1977~1997년생)가 뒤따라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노동력의 감소가 시작돼도 당장 충격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서히 진행된 노동력 감소 충격파는 전·후기 베이비붐 세대가 완전히 은퇴하는 2040년부터 본격적으로 한반도를 강타할 전망이다. 김 원장은 “인간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데 25~30년이 소요되기 때문에 지금부터 적극적인 저출산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베이비붐 세대가 모두 노년기로 접어드는 2040년에는 정부의 복지재정 압박이 극대화된다.”면서 “베이비붐 세대의 노년기가 시작되는 2020년 이전에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지출구조 슬림화 등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유효서명자 충족… 투표율 33.3%가 관건

    유효서명자 충족… 투표율 33.3%가 관건

    서울시가 ‘소득과 무관한 전면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8월 말쯤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힘에 따라 지난해 12월 이래 8개월 가까이 끌어온 시내 초·중학교 무상급식 논쟁이 한달 남짓 뒤 결판날 것으로 보인다. 이제 주민투표 청구심의회 개최, 청구요지 공표, 주민투표 발의, 주민투표 실시만 남게 됐다. 먼저 오는 15일 전후로 이뤄질 주민투표 청구심의회는 열람기간이 종료된 날 또는 이의신청 심사 결과를 통지한 날부터 14일 이내에 ‘주민투표 청구심의회’를 개최해 이의신청 내용 및 청구인 서명부 유·무효 여부를 심의·의결하게 된다. 의결이 끝나면 오는 25일쯤 청구요지를 공표해야 한다. 이후 유효서명 총수가 41만 8005명을 넘어 주민투표 청구가 적법하다고 인정되면 서울시장은 이를 수리하고 그 요지를 시보와 시 홈페이지에 공표한 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해야 한다. 현재로선 유효서명자가 충족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장은 청구요지 공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투표일·투표안·실시구역 등을 명기해 주민투표 발의 공고 절차를 거치게 된다. 시는 발의를 26일로 예상했다. ●발의 순간부터 투표운동 가능 발의되는 순간부터 투표 전일(다음 달 24~25일쯤)까지 누구나 주민투표에 부쳐진 사항인 ‘전면 무상급식안’과 ‘단계적 무상급식안’ 중 하나의 안을 지지하는 주민투표 운동을 할 수 있다. 투표권이 없는 자, 국회의원, 공무원(지방의원 제외), 선관위원, 언론인 등은 주민투표 운동이 금지된다. 아울러 서울시 공무원은 물론 선거관리위원회직원도 여느 투표와 달리 투표 참가를 독려할 수 없다. 투표에 부쳐진 사항은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1 이상의 투표와 유효 투표수 과반수의 득표로 확정된다. ●3분의1 이상 투표해야 개표 서울시 관계자는 “33.3%의 투표율이 나오지 않으면 투표함은 개봉되지 않으며, 투표 이전 상황이 유지된다는 게 행정안전부의 유권해석이어서 현재처럼 서울시의 예산 지원 여부와 관계없이 교육청과 자치구 예산 중심으로 무상급식이 진행된다.”고 말했다. 김미경 시의회 민주당 대변인은 “투표 절차를 진행하기에 앞서 일주일 동안의 추가 열람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조치 없이 강행하면 불법 서명운동을 한 복지포퓰리즘추방국민운동본부와 묵인·방조한 시 공무원을 사법당국에 고발하고, 투표중지 가처분 소송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강희용 시의원(민주당)은 “대리서명이나 중복서명, 청구권자와 수임권자를 제외한 자가 받은 서명, 양식을 벗어난 서명 등은 위법·불법으로 주민투표에 대한 절차적 하자이기 때문에 주민투표가 원천적 무효”라고 말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우기(雨期) 패션/이춘규 논설위원

    폭우의 계절 우기(雨期)다. 우기 패션 기세가 등등하다. 화려한 장화에 레인코트를 입거나 우산을 받쳐든 젊은이들이 우중충한 거리를 한결 밝게 해준다. 아이들의 꿈과 모험을 그린 명작동화 ‘하늘을 나는 장화’ 시절 얘기와는 다르다. 슬픈 영화 ‘셰르부르의 우산’에 나오는 깜찍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비 패션을 뺨치는 아름다운 우기 패션 경쟁이 펼쳐진다. 아이들에 이어 젊은 여성들, 그리고 최근에는 중년 이후 여성들 사이에서도 대인기다. 미국과 일본을 거쳐 수년 전 한국에 상륙한 우기 패션. 그중에서도 형형색색 개성이 넘치는 장화들이 우기 패션을 선도한다. 레인코트와 장화, 겉옷과 장화의 무늬를 일치시킨 패션은 우아함을 더해 준다. 장화의 종류도 진화하고 있다. 비 오는 날은 물론이고 햇빛 나는 날 굽 높은 장화도 자연스럽다. 1만~2만원대에서 20만원대 이상 고급제품까지 다양하다. 비포장도로가 많던 1970년대 전후 농어촌의 생필품, 검정 장화와는 차원이 다르다. 나막신 모양의 크록스샌들도 우기 패션 열기에 일조했다. 소재가 가볍고 앞부분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물이 잘 빠지기 때문에 우기에 편하다. 어린이와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찾는다. 초경량 합성수지로 만들어 신는 사람의 발모양대로 변해 마술 신발이라고도 불리며 화제를 모았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휴양지에서 신어 ‘촌티 패션’으로 유명해졌다. 북미와 유럽, 일본에서 최고의 유행 상품이 된 뒤 우리나라도 휩쓴다. 올해 우기에는 방사능 패션도 인기. 지난 3월 11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폭발사고가 나면서 비가 올 때 방사능비가 우려되자 이를 피하기 위한 패션이란다. 일반 비옷보다 넓고 길며, 장화도 더 길다. 빗방울이 한 방울도 새지 않도록 했다. 빗물을 피하기 위해 망토 모양으로 제작한 것도 나왔다. 소재는 방사성물질을 막아주는 비닐이다. 지나친 법석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패션감각도 살리고 방사능도 막아줘 일석이조다. 통계로도 우기 패션 시대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우기 패션 용품 열기가 뜨겁다. 혹시 내릴지 모를 방사능비를 우려한 심리와 상승작용했단다. 한 대형마트는 레인코트와 장화가 각각 70%대의 매출 신장을 보였다.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최근 한달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장화 판매가 100% 이상 늘었다. 재래시장에서는 저가장화가 인기다.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며 장마현상이 약해지고 우기가 나타나자 때맞춰 패션도 진화하고 있다. 이춘규 논설위원 taein@seoul.co.kr
  • 공기관마다 제각각 투자기준 ‘대략난감’

    공공기관 임직원의 부적절한 주식거래로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들이 저마다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최근 통제 강화 방침을 밝혔고, 11일엔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임직원의 주식투자 금지를 강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그런데 주식거래를 금지하는 내부 규정은 제각각이다. 국민연금공단 외에도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거래소,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대한지방행정공제회 등 임직원들의 부적절한 주식거래가 잇따르고 있지만 사후약방문식으로 각각 대책을 발표하고 있을 뿐이다. 연기금을 관리하는 공기업에도 일반적인 주식 투자 관련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제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할 경우 형평성 문제 등이 제기될 수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최근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주식거래가 잇달아 문제가 되며 개별적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틀이 있어야 할 것”이라면서 “여러 법과 부처가 얽혀 있기 때문에 금융당국보다는 국무총리실이나 행정안전부,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총괄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게 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일반 공무원의 경우 주식거래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점심시간이나 일과 전후 등을 이용한 경제 행위로 허용된다. 다만 근무시간이나 업무와 관련될 경우 엄격한 제약을 받는다. 국가 및 지방 공무원법과 공무원 복무규정상 모든 공무원과 공직자는 근무시간 중에는 주식투자를 할 수 없다. 근무시간 주식거래는 성실근무의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공무원 행동강령 12조는 직무상 알게 된 정보를 이용해 유가증권이나 부동산 등 사욕을 목적으로 한 어떠한 투자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행동강령 13조의 공용물 사적사용금지 조항에 따르면 업무용 PC나 공용 전화기 등을 이용한 주식 등 개인 투자도 금지된다. 금융투자 분야와 연관이 있는 부처나 공공 금융기관 임직원들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과 별도의 자체 규정에 의해 주식거래를 제한받는 게 보통이다. 법에 따르면 기본적인 주식거래는 허용된다. 단 자기 명의로 하나의 계좌를 통해서 해야 하고 거래 내역은 분기별로 보고해야 한다. 주식이나 파생상품 등 직접 투자에만 해당하고 펀드 등 간접투자는 제한이 없다. 물론 금융투자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업무를 하는 경우는 원천적으로 주식거래를 하지 못한다. 최근 금융위는 한발 더 나아가 내부 통신망을 통해 주식거래를 원칙적으로 하지 말라고 권고하며 기존 주식은 처분한 뒤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권고 형식이지만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사실상 주식거래를 금지한 셈이다. 임직원행동강령을 통해 투자금액은 근로소득의 50%를 초과할 수 없고, 매매는 3개월에 10회를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는 금융감독원도 금융위의 ‘주식 거래 금지령’에 보조를 맞출 것으로 보여 다른 공공 금융기관에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한국거래소도 한 달에 20회 이상 주식 매매를 할 수 없고, 연간 투자금액도 연봉의 절반까지만 가능하게 한 내부투자통제 기준을 갖고 있다. 근무시간 내 주식투자에 대한 규정은 없으나, 근무시간 중 사적인 영리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을 하고 있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도 근무시간 내 주식거래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이동구·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女종업원 시중드는 ‘하녀 카페’ 中서 인기

    최근 중국에 상륙한 이른바 ‘메이드 카페’가 성황이다. ‘메이드 카페’는 ‘하녀 카페’라고도 불리며 하녀 복장을 한 젊은 여성이 손님을 주인이나 왕처럼 떠 받드는 카페다. 상하이에 오픈한 한 메이드 카페는 최근 주말이면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북새통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메이드 카페 역시 여성 종업원이 일본에서 처럼 하녀복장에 리본을 하고 있으며 손님이 들어오면 “주인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응대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20세 전후의 여대생이며 일본 애니메이션의 팬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드로 일하는 한 여대생은 “메이드와 손님이 애니메이션 같은 공통된 화제가 있어 언제나 화기애애하다.” 며 “이같은 편한 분위기가 인기 요인”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메이드 카페를 두고 현지 내 찬반 논란도 뜨겁다. 귀여운 외모와 하녀 복장을 한 젊은 아가씨의 ‘복종 서비스’ 가 ‘변태적’이라는 것이 주된 비판이다. 반대로 일부에서는 “소비자의 서비스 다양화에 대한 요구가 영업 형태로 나타났을 뿐 서비스 자체는 건전하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전북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본격화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공공기관들의 신축공사가 이달부터 본 궤도에 오른다. 전북도는 농촌진흥청과 농업과학원, 식량과학원, 축산과학원, 농수산대학 등 5개 농업기능군이 오는 21일 합동 착공식을 갖고 일제히 공사에 들어간다고 11일 밝혔다.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의 개별 착공식은 있었으나 국가 기관의 합동 착공은 전국 10개 혁신도시 가운데 전북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경남 일괄 이전에 반발해 혁신도시 이전 기관들의 실시계획 인가를 보이콧해 오던 전주시와 완주군도 행정절차 이행에 적극 협조할 방침이다. 이전할 농업기능군은 착공식을 전후해 전주시와 완주군으로부터 실시계획 인가를 받아 다음 달부터 토목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들 농업기능군 5개 기관은 2014년 말 이전을 목표로 총사업비 1조 8000억원을 투입해 시험연구동, 부속시설 등 141개 시설을 건립하고 대규모 시험포장을 조성한다. 농업기능군 기관들의 신청사 합동 착공으로 전북혁신도시 조성사업은 속도를 내게 됐고, 다른 기관들의 이전도 촉진될 전망이다. 지방행정연수원과 대한지적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는 오는 8월부터 11월 사이에 신축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농수산대학도 2012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도 다른 기관들과 함께 입주 기간을 맞추기 위해 최근 입지 변경안을 국토해양부에 제출한 상태다. 이같이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할 기관들이 잇따라 착공함에 따라 지역 건설 경기도 힘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6개 국가기관 신축과 이전에는 2조 1222억원이 투입되고, 한국식품연구원 등 5개 공공기관 이전에는 7005억원이 들어간다. 한국토지주택공사와 맞교환된 국민연금관리공단 신축 예산은 1378억원이다. 전북발전연구원은 “농업기능군이 전북혁신도시로 모두 이전하면 연간 8156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와 2600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돼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혁신도시가 완공돼 12개 기관들이 모두 이전하면 인구 3만명이 거주하게 될 혁신도시는 어느 정도 모습을 갖추게 된다. 도 관계자는 “전북혁신도시가 완공되면 전북이 첨단농업기술과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주도하는 지역으로 발돋움하게 되고 전주 서부권 신도시 발전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사라진 구심점’… 의원들 각개전투 총력

    19대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곳곳에서 조기 경보음이 울리고 있다. 민주당 쪽 진폭이 넓고 센 편이다. 기득권(호남) 포기, 사지(死地) 선택 등 예사롭지 않은 기운이 번진다. 그것도 무게감 있는 중진 의원 중심이다. 유권자들의 개혁 공천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같은 해 대선이 치러지는 터라 차기 주자들의 공천 리더십과도 연관 있다. ‘때 이른 변화’는 19대 총선 전후의 복잡한 정치 환경 때문인 듯하다. ●총선·대선 동시 실시 2012년 총선은 대선 8개월 전 치러진다. 총선 승패가 대선은 물론 이후 짜여질 권력 지형 내 진입 여부를 가늠하게 한다. 19대 의회는 임기 대다수를 차기 대통령과 함께한다. 19대 총선은 이런 차원에서 1992년 3월에 치러진 14대 총선과 엇비슷한 관전법을 갖고 있다. 14대 총선은 양당 체제로 치러졌다. 세력별로 대응하는 구조였다.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의 깃발 아래 총선을 치러야 한다며 대선 후보 조기 가시화를 요구했다. 차기 정권의 예비 선거로 치러야 승리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총선 결과 여당인 민자당은 13대 의석 수의 3분의2에 그친 149석을 얻었지만 민주계의 김 전 대통령이 새 주류로 등장하며 판을 정리했다. 이때는 김영삼·김대중이라는 강력한 보스라도 있었다. 지금은 그만한 구심력이 보이지 않는다. 2012년 총선에서 개인의 생존 문제가 우선순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 세력 담론이 먹히지 않는다. 개별 경쟁력이 강화되는 구도에선 중진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춘패동승(春敗冬勝·봄에 지고 겨울에 이기는 것)은 의미가 없다. 총력전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치환경 변화 급물살 19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움직임이 빨라진 데는 그만한 징후가 있다. 몇 차례 치러진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강세 지역을 취약 지역으로 분류해야 했다.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이 대표적이다. 민주당 중진 현역 의원들이 서둘러 깃발을 꽂고 있는 지역이다. ‘희생적 결단’이라 평가하기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다. 수도권의 경우 민주당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바닥 인프라를 장악했다. 역대 총선과 달리 정책 경쟁, 세대 결집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 지역 대결 양상은 줄어들었다. 17대와 18대만 하더라도 각각 탄핵과 이명박 정권 취임 초 지지율 반감으로 여야는 총선전에서 치열한 정치 대결을 벌였다. 그만큼 선명한 전선이 그어졌다. 김윤철 경희대 교수는 “19대 때는 한나라당마저 좌클릭으로 이동하면서 전선이 불분명해진다. 개별 생존력 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부산·경남과 강원도 등은 기존 투표 행태를 떨쳐 버렸다. 고원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지역 기반의 정치 활동은 앞으로 대세를 좇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현역 의원들의 선제적 대응에 대한 분석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4·27 재·보선의 분당 선거 이후 유권자들은 기존 정책 경쟁에 ‘감동과 결단의 정치’를 요구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주류 교체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민주당의 손학규 체제에 이어 한나라당이 홍준표 체제로 구성됐다. 민주당은 올 연말쯤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정치평론가 김종배씨는 “정당 체제 개편이 예고된 데다 민주당은 야권 연대(통합)라는 변수도 있다.”면서 “기존 지역구에서 한계를 느낀 현역들이 공천 막바지에 움직이면 ‘결단’ 효과가 반감된다.”고 설명했다. 아직 대선 구도가 완성되지 않아 총선 정치가 더 중요해진 부분도 간과할 수 없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CEO 칼럼] 금강산의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CEO 칼럼] 금강산의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장경작 현대아산 사장

    “금강산 길이 이제 열리는 거요?” 얼마 전 현대아산 콜센터로 걸려온 한 노인의 전화 한통에 담당 직원은 말문이 막혔다. 몇 개월 전 “내가 눈감기 전에 고향 땅에서 아버지 제사상 한번 차리게 해 달라.”고 생떼를 쓰던 그 노인이었다. 전후 사정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팔순 노인에게 담당자는 “뉴스 잘 보시고, 금강산에 다시 갈 수 있다고 나오면 그때 꼭 연락주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최근 통일부 등 당국자들이 협의를 위해 금강산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오해하셨던 모양이다. 수개월 동안이나 침침한 눈을 비비며 TV 앞을 지켰을 노인의 모습이 눈에 밟혀 담당 직원은 한동안 수화기를 놓지 못했다고 한다. 오늘로 금강산 관광이 멈춰선 지 3년째다. 여기저기서 안타깝고 애절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앞서 말한 노인처럼 고향을 잃은 이산가족들은 말할 것도 없고, 금강산과 그 길목에 전 재산을 던졌던 이들에게도 하루하루가 가시밭길이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금강산은 이들에게 통일의 현장을 일구는 사명감 그 자체였고,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이었다. 실제로 금강산 10년의 역사는 우리에게 꿈과 희망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반세기 분단의 벽을 허물고 200만명 관광객이 군사분계선을 넘었으며, 학자·청소년·종교인·예술인·노동자·농민 등 남북 각계의 사람들이 금강산에 모여 마음속 통일의 염원을 나누며 민족 화해와 협력을 몸소 실천했다. 금강산은 분단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산가족들의 해한(解恨)의 장소이기도 했다. 금강산에서만 15차례 진행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해마다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고, 상시 상봉을 위해 건립한 금강산이산가족면회소는 다음 생(生)으로 만남을 미뤄야 했던 고령의 이산가족들에게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게 했다. 무엇보다도 금강산은 남북 신뢰의 기초를 다진 곳으로 의미가 깊다. 1998년 남측 관광객이 금강산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남과 북은 서로가 낯설고 두려운 상대였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굳은 표정들은 온화한 미소로 바뀌고, 거리낌없이 남측 손님을 맞는 북측 봉사원들의 모습은 금강산의 평범한 일상이 되었다. 이렇게 쌓인 남북의 신뢰는 중대한 남북교류를 견인해 다양한 협력사업들을 가능케 했다. 금강산의 소중한 경험은 고스란히 2003년 개성공단으로 옮겨졌다. 지금도 불을 밝힌 120여개 공장에서 5만여 남북 근로자가 함께 일하고 있다. 자라온 환경과 생활방식은 달라도 하나의 목표 아래 높은 성과를 거둬내고 있다. 이 또한 금강산 관광이 잉태한 남북경제협력의 대표적 산물이며, 우리가 꿈꾸고 바라는 상생협력의 모범적인 사례라 하겠다. 그러나 3년간 금강산 가는 길이 막히면서 모든 것이 삐걱거리고 있다. 남북 간 잦은 악재로 남북 경협 기업들은 이미 한계상황을 넘어선 지 오래며, 금강산의 문턱인 강원도 고성 길목에는 폐업한 상점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또한, 기약 없는 상봉을 기다리는 이산가족들의 한숨도 더없이 무겁게 느껴진다. 이제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되돌려줘야 할 때다. 물론 얽히고설킨 남북관계가 조화롭게 풀려야겠지만 더 이상 지체하기에는 시간이 없어 보인다. 이들의 꿈과 희망이 곧 우리 전체의 미래일 수 있음을 올바로 인식하고, 더욱 대승적 차원의 진정한 소통이 절실하다. 육화경(六和敬)의 견화동해(見和同解)란 덕목처럼 남과 북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바른 견해로 화합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인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금강산 길이 열리는 뉴스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그 노인을 금강산에 다시 모실 날이 꼭 왔으면 좋겠다. 고향 땅에 차려진 아버지의 제사상을 보며 기뻐할 노인의 선량한 미소가 눈에 선하다. 다만 “내가 눈감기 전에….”라는 노인의 말이 자꾸 마음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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