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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연리뷰] 첼로의 깊은 탄식, 위로를 담다

    [공연리뷰] 첼로의 깊은 탄식, 위로를 담다

    첼로의 깊은 탄식이 울렸다. 슬픔을 토해 내듯 시작된 단조의 선율. 같은 처지의 누군가를 위로하는 듯했다.지난 21~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노르웨이 출신 첼리스트 트룰스 뫼르크가 선보인 엘가 첼로협주곡은 밀도감 있는 연주로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서울시향이 이 곡을 무대에 올린 것은 2015년 8월 이후 3년여 만이다. 뫼르크는 무대 위에서 늘 관객과 마주 봐야 하는 첼리스트의 고충을 말한 바 있다. 바이올리니스트는 언제든지 자세를 틀어 관객을 바라보지 않을 수 있고, 피아니스트도 건반과 악보만 보고 관객을 ‘외면’할 수 있지만, 첼로 연주자는 늘 관객과 마주하고 연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 같은 부담에 개의치 않는 듯 오로지 음악에만 집중했다. 엘가 첼로협주곡을 연주하며 흔히 볼 수 있는 감정 과잉 같은 제스처는 찾기 어려웠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연주자는 공연장의 특색,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간의 호흡, 그 순간의 감정 등 매번 달라지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최선의 연주를 보여 줄 수 있는지 알아야 하는 일종의 도전이자 압박을 받는다”면서 “공연 전후에 연주를 아무리 잘해도 소용없다. 연주하는 그 순간에 모든 것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대 위의 집중력 때문이었을까. 그의 숭고하면서도 절제된 첼로의 음색에 청중은 공감했다. 엘가 첼로협주곡은 영화 ‘덩케르크’의 OST로도 유명한 ‘님로드’(‘수수께끼 변주곡’ 중 9번째 변주), ‘위풍당당 행진곡’의 작곡가인 엘가가 노년에 작곡한 후기 낭만파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뫼르크는 “1차 세계대전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애도, 작곡가 개인의 인생을 돌아보는 작별의 심정, 후기 낭만주의가 음악사에서 시기적으로 마감되는 것에 대한 감정 등이 복합적으로 담긴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엘가 첼로협주곡이 연주자들에게 더욱 어려운 이유는 영국 첼리스트 재클린 뒤프레의 명연주가 ‘거대한 산’처럼 자리하고 있기 때문. 하지만 이날 연주는 순전히 뫼르크 자신만의 것이었다. 류태형 음악평론가는 “자칫 감정의 과잉으로 빠지기 쉬운 곡이지만, 뫼르크는 밀도 있고 중도적으로 자기만의 연주를 보여 줬다”면서 “뒤프레를 흉내내는 연주도 많은데, 그런 것과 상관없이 곡을 직시함으로써 나오는 미감을 잘 전달했다”고 말했다. 뫼르크는 연주 후 앙코르로 제자 심준호 등 첼로 단원 8명과 함께 20세기 첼로 거장 파블로 카살스의 ‘새의 노래’를 함께 연주했다. ‘새의 노래’는 카살스가 자신의 고향인 스페인 카탈루냐의 민요를 편곡한 곡으로, 그의 첼로 소품집에 담겨 더욱 유명해졌다. 뫼르크는 무대 위 압박을 벗어난 듯 한결 편안한 표정으로 후배들과 함께 거장에 대한 헌정과도 같은 곡을 연주하며 이번 공연을 마무리했다. 뫼르크는 1982년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입상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해 명성을 쌓아온 북유럽의 대표 연주자다. 2009년 뇌염으로 추정되는 질병으로 왼쪽 팔이 마비되는 음악인생 최대의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병을 극복하고 2011년 극적인 복귀 무대를 가진 뒤 다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홍준표·김무성 정계은퇴하라”…정풍 대상자 명단 발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 “홍준표·김무성 정계은퇴하라”…정풍 대상자 명단 발표

    자유한국당 전·현직 당협위원장 일부가 결성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이 24일 ‘정풍 운동’ 대상자 1차 명단을 발표했다. 이 명단에는 홍준표, 김무성 등 16명의 자유한국당 중진 인사들이 포함됐다. 재건비상행동 측은 이들이 정계 은퇴 또는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재건비상행동 측은 24일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풍 운동 대상자 명단을 발표했다. 대상자 선정 기준은 4가지였다. 첫번째 기준은 ‘홍준표 대표 체제 당권 농단에 공동책임이 있는 인사’였다. 여기에는 홍준표 전 대표, 김성태·홍문표·안상수·장제원 의원이 포함됐다. 두번째는 ‘대통령 탄핵 사태 전후로 보수 분열에 주도적 책임이 있는 인사’로 김무성·이종구·정진석·권성동·김용태 의원이 그 대상이다. 세번째 기준은 ‘친박 권력에 기대 당내 전횡으로 민심 이반에 책임이 있는 인사’로 최경환·홍문종·윤상현·김재원 의원이 여기에 속했다. 네번째 기준은 ‘박근혜 정부 실패에 공동 책임이 있는 인사’로 이주영·곽상도 의원이 포함됐다. 이들은 홍준표 전 대표와 김무성·최경환·홍문종·홍문표·안상수 의원은 정계 은퇴를, 권성동·김재원 의원은 탈당·출당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태·장제원·이종구·정진석·김용태·윤상현·이주영·곽상도 의원에 대해서는 차기총선 불출마 선언과 당협위원장 사퇴를 주장했다. 재건비상행동의 대변인을 맡은 구본철 전 의원은 “국민들은 자유한국당 정치인을 미워하는 보편적 국민 병이 생겼다고 하소연하며 저들을 다 쓸어버리라고 한다”면서 “동료와 선배 여러분은 새로운 정치의 장을 열 수 있도록 자유민주주의 국가 대한민국에 있을 종말의 비극을 피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를 값진 자유의 희생물로 바치자”고 호소했다. 구본철 전 의원은 이날 차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현재 자유한국당 인천 계양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구본철 전 의원은 2008년 총선에서 인천 부평을 선거에 나서 당선됐지만 다음해 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은 바 있다. 구본철 전 의원은 “향후 당 지도부가 되겠다고 나서는 3선 이상의 동료와 선배들은 최소한 불출마 선언을 한 뒤 당원들의 선택을 기대하는 게 도리”라면서 삭발식에 나섰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

    트럼프 “김정은,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북한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고,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과 미 CBS뉴스 등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네바다 주 공화당 전당대회 연설을 통해 이같이 밝히고 “엄청난 일이 많이 일어날 것”이라고 공언했다. 이는 북한이 비핵화 절차를 빠르게 이행할 경우 커다란 경제적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북미정상회담을 전후로 여러 차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해왔다. 그는 연설에서 “우리는 훌륭한 케미스트리(궁합)를 가졌다”며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과시한 뒤 북미정상회담 합의에 따라 6·25 전쟁 때 전사한 미군 등의 유해 200여 구를 북한으로부터 돌려받았다고 주장했다. 주한미군은 미군 유해를 넘겨받기 위한 나무 상자를 판문점으로 이송하는 등 송환 절차를 준비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때 미군 전사자 유족들로부터 유해를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고 “우리가 최근 싱가포르에서 다른 문제를 협상할 때 내가 김 위원장에게 그렇게(미군 유해 반환)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면서 “나는 그 일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전당대회 후 지역 기업인들과 감세 문제에 관한 원탁회의 자리를 마련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 대해 “똑똑한 터프가이이자 위대한 협상가”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북한이 “전면적인 비핵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믿는다”며 북미정상회담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올리지 못한 게 아니냐는 미 언론들의 비판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북한의 핵무기 실험 및 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미군 유해 반환 등의 측면에서 양국 정상의 합의가 이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1939년 제작된 ‘히틀러의 식기도구’ 경매 나온다

    1939년 제작된 ‘히틀러의 식기도구’ 경매 나온다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개인 식기류가 경매에 나온다. 21일(이하 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히틀러의 나이프와 포크, 숟가락 등 커틀러리(날붙이류)세트가 최근 도싯주 셔번에 있는 은퇴한 영국 육군 장교의 소유지에서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커틀러리는 이미 고인이 된 고위 군 관계자 저택의 서재 서랍에 보관되어 있었으며, 전쟁 전후 독일에 배치를 받은 장교가 영국으로 귀환시 이를 가지고 온 것으로 추정된다. 두 세트로 이뤄진 커틀러리는 히틀러의 이니셜 ‘A’와 ‘H’, 나치 독수리와 나치를 상징하는 문양인 ‘스와스티카’(Swastika·卍)가 새겨져있다. 히틀러가 인접국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인 1939년 4월, 히틀러의 5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만들어진 3000개 중 일부다. 독일 은세공인 브루크만 운트 죄네(Bruckmann & Sohne)가 은빛 금속으로 만든 커틀러리 세트는 히틀러가 자주 방문하는 곳에 배포됐고, 그가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현지언론은 밝혔다. 또한 커틀러리 세트 대부분이 오랜 세월을 거쳐 사라지거나 녹아서 발견된 적이 없기 때문에 경매 시장에 등장하는 것은 희귀한 경우라고 설명했다. 히틀러의 커틀러리를 찾은 더차터하우스의 경매인 리퍼드 브로멜은 “금속 식기류는 예상대로 질이 좋고 연회와 같은 공식적인 모임에 쓰였다. 그러나 발견 당시 밖에 진열되어있지 않았던 점을 들어 아주 드물게 사용됐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커틀러리의 예상 경매가는 한 세트당 1000파운드(약 147만원)이며, 경매는 영국 현지 시간으로 22일 열린다. 사진=더차터하우스 안정은 기자 netineri@seoul.co.kr
  •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새 뷰티 멘트로 스타 필라테스 강사 강현경 등 발탁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 새 뷰티 멘트로 스타 필라테스 강사 강현경 등 발탁

    뷰티 간식으로서 아몬드를 알리기 위한 캠페인 ‘아몬드, 마이 뷰티 시크릿(Almonds, My Beauty Secret)’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는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가 새로운 아몬드 뷰티 멘토로 스타 필라테스 강사 강현경과 국내 대표 뷰티 전문가 우현증을 발탁했다고 22일 전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피부건강과 체중조절에 도움이 되는 아몬드의 뷰티 효능에 대해 보다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각 분야별 전문가인 두 사람을 뷰티 멘토로 선정한 것이다. 이번에 새롭게 아몬드 뷰티멘토로 활동하게 된 우현증은 유명 연예인들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이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자신만의 뷰티 팁을 통해 2030 여성들의 지지를 받아온 국내 대표 뷰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피부건강을 중심으로 아몬드의 뷰티 효능에 대해 알릴 예정인 멘토 우현증은 “평소에도 아몬드를 뷰티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며 “항산화 성분인 비타민E가 듬뿍 함유된 아몬드는 피부건강에 도움이 되어 여성들에게 꼭 추천하는 뷰티 아이템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또한 철저한 자기관리를 통한 건강미 넘치는 몸매가 트레이드 마크인 필라테스 강사 강현경은 건강한 에너지와 라이프 스타일이 캘리포니아 아몬드의 캠페인과 잘 어울려 이번에 아몬드 뷰티 멘토로 선정되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많은 2030 여성들의 워너비 아이콘으로 활약 중인 강현경과 함께 아몬드의 체중조절 효능에 대해 중점적으로 알릴 예정이다. 강현경 멘토는 “아몬드는 풍부한 식물성 단백질과 식이섬유로 근육의 성장과 회복에 도움을 주고 포만감을 유지시켜 운동 전후 틈틈이 챙겨 먹는 나만의 뷰티 간식이다”라고 전했다.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는 국내에서 ‘아몬드, 마이 뷰티 시크릿(Almonds, My Beauty Secret)’ 캠페인과 함께 아몬드 뷰티 어택, 아몬드 고메 위크 등 다채로운 온ㆍ오프라인 이벤트를 선보여 아몬드를 뷰티 간식으로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캘리포니아 아몬드 협회의 홈페이지와 공식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을 통해 확인이 가능하다. 한편 다양한 영양소와 천연의 고소한 맛, 풍부한 식감의 아몬드는 피부 건강과 체중 조절은 물론 에너지 공급과 심장 건강에 좋은 뷰티 간식이다. 아몬드 한줌(약 23알, 30g)에는 식이섬유(4g), 비타민 E(8mg), 단백질(6g), 몸에 이로운 단일불포화지방(9g) 등 11가지 필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특히 아몬드에 풍부한 비타민E는 천연 항산화제로 피부노화 방지에 좋으며, 식이섬유와 식물성 단백질은 체중 조절에 도움을 준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폼페이오 ‘당근’, 볼턴 ‘채찍’… 美, 신속한 비핵화 압박 전략

    볼턴 “생화학무기 포기” 또 강조 새주 방러… 미러 정상회담 논의 북·중 밀착, 북미 세부협상 변수 ‘핵 전문’ NSC 백악관 참모 사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0일(현지시간) 6·12 북·미 정상회담 전후로 이어졌던 침묵을 깨고 북한의 신속한 비핵화 이행을 촉구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폭스뉴스에서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북·미) 회담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도 빨리 움직이기를 원해야 할 것”이라면서 북한의 행동을 압박했다. 볼턴 보좌관은 또 “대통령이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 프로그램과 생화학무기, 탄도미사일을 포기하고 국제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지 결정적이고 극적인 선택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면서 “그러면 매우 다른 미래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핵·미사일뿐 아니라 생화학무기까지 폐기 대상임을 거듭 분명히 한 것이다. 잠잠했던 볼턴 보좌관의 재등장은 김 위원장의 3차 방중과 그에 따른 북·중 밀착이 북·미 간 후속 비핵화 세부 협상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협상력 극대화를 위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대북 압박 카드’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아직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협상 카운터파트 등에 대한 답을 주지 않는 등 비핵화 세부 협상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미 협상의 최고 책임자인 폼페이오 장관이 대북 압박에 나서는 것은 후속 협상을 앞두고 부담이 있기 때문에 볼턴 보좌관이 총대를 멘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볼턴 보좌관의 압박은 ‘당근과 채찍’ 전략을 통해 협상 주도권을 높이기 위한 폼페이오 장관과의 역할 분담 차원으로 보인다”면서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행동에 나서기 전까지 볼턴 보좌관의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워싱턴 정가는 또 볼턴 보좌관이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증거를 보일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고 거듭 밝힌 것에 주목하고 있다. 바꿔 말하면 비핵화의 구체적인 행동에 나선다면 제재 해제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볼턴 보좌관이 기존에 주장했던 ‘선 비핵화, 후 보상’ 원칙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볼턴 보좌관은 다음달 11~12일로 예정된 미·러 양자회담을 앞두고 논의를 위해 다음주 초 모스크바를 방문할 예정이다. 한편 앤드리아 홀 NSC 대량살상무기(WMD)·비확산 담당 선임국장이 백악관을 떠난다고 워싱턴포스트가 이날 전했다. 홀 국장은 지난주까지도 국무부와 태평양사령부, 에너지부 핵안보실 등이 참여하는 북한 비핵화 관련 부처 간 태스크포스(TF)를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폼페이오 장관이 지목한 WMD 전문 참모로, 그의 사임은 북·미 세부 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北, 내일 적십자회담인데 명단도 안 보내... 또 무슨 이유?

    北, 내일 적십자회담인데 명단도 안 보내... 또 무슨 이유?

    남북이 22일 8·15 이산가족·친지 상봉 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이 개최할 예정이지만, 북측은 아직 회담 대표단 명단 등을 남측에 통보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남측 대표단을 회담 장소인 북측 금강산 호텔과 인접한 남측 강원도 고성으로 출발했다. 21일 통일부 등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최근 이번 적십자회담에 나설 남측 대표단 명단과 회담에 관한 실무적 내용을 담은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지만, 북측은 이날 오후 3시현재까지 이에 대한 회신을 보내지 않고 있다. 일단 남측은 북측의 회신 여부에 상관없이 우리 측 대표단을 이날 오후 동해선 육로 인근으로 출발시켰다. 우리측 수석대표인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강원도 고성으로 출발하기에 앞서 “북측과 인도주의 제반문제, 특히 이산가족 5만7000명의 한을 푸는 프로그램을 어떤 식으로 얼마만큼 어떻게 하느냐는 것을 잘(협의)하고 오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판문점 선언에서) 8·15 전후로 이산가족 상봉 또는 인도주의 프로그램을 하기로 했고 그 일환으로 제가 가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들이 22일 오전에 바로 고성 남북출입사무소(CIQ)를 거쳐 회담 장소인 금강산으로 이동해 북측과 회담을 가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가장 중요한 의제는 남북 정상이 ‘4·27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8·15 계기 이산가족·친지 상봉행사의 구체적인 일정과 상봉 규모 등을 정하는 일이다.북측은 최근 각종 회담 및 교류협력 일정과 관련해 남측의 통지문에 대한 회신을 최대한 늦추거나 뒤늦게 일정을 수정제의 해오곤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개성공단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준비 작업에 대해서도 당초 우리 정부는 이달 14~15일에 실시하자고 지난 12일 북측에 제의했지만, 북측은 우리 정부 제의일이 지난 15일 오후 뒤늦게 일정을 19~20일로 수정제의 해왔다. 이달 열린 남북 체육회담(18일),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14일)은 남북 간 통지문 교환이 순조롭게 진행되기도 했지만, 5월 16일 열릴 예정이었던 남북 고위급 회담은 회담 당일 북측의 일방적 취소 통보로 무산됐다 이달 1일에 다시 열리기도 했다. 이번에도 북측이 빠듯한 일정을 이유로 회담 기일 연장을 제안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렇다고 해도 정부는 북한의 회신을 압박하는 차원에서도 CIQ 인근인 고성에서 대기하며 북측의 통지를 기다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측도 내부에서 실무적으로 논의나 검토를 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판문점 선언에 담긴 내용이니 북한도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박 회장은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 6명의 송환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협상이라는 게 총론이 우선이 되고 각론이 후에 따라와야 하니까 각론이 총론을 훼방하면 안 된다”며 “그럴 (거론할) 생각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사설] 북·중 밀월, 신속한 비핵화로 이어져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부터 중국을 방문해 그제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3월 말, 5월 초에 이어 짧은 시간에 세 번째로 이뤄진 북·중 정상회담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의 어제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정상회담 후 열린 만찬에서 “조선반도(한반도)와 지역의 새로운 미래를 열어나가는 역사적인 여정에서 중국 동지들과 긴밀히 협력하고 협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비핵화는 북·미 양자가 풀 문제이지만 그 과정에서 북·중이 2인 3각처럼 긴밀하게 협의하고 의논해 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비핵화를 진행해 가는 데 있어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르지는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히는 대목이다. 또한 북·중 관계에 대해 최상급의 표현을 동원해 치켜세웠다. 김 위원장은 “조중(북·중)이 한집안 식구처럼 고락을 같이하는 (관계)”이라고 표현하고 “전통적인 관계를 초월하여 동서고금에 유례가 없는 특별한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을 버리는 불안한 일을 하면서 중국과 같은 든든한 후원자를 두는 것은 나쁘지 않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시 주석이 비핵화와 관련한 “조선 측 결심을 적극 지지한다”고 하면서도 “중국은 계속 자기의 건설적 역할을 발휘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점을 보면 비핵화의 후견인을 해 나갈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비핵화 전후로 중국을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 중국도 대북 영향력을 유지하며 장차 북·미의 과도한 접근을 견제하려는 뜻은 충분히 이해된다. 한반도 평화와 관련한 중국의 역할은 부정할 수 없다. 지난해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단행된 유엔의 대북 제재에 중국이 참여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비핵화 국면은 없었을지 모른다. 또한 중국이 주장해 온 ‘쌍중단’(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한·미 군사훈련의 동시 중단)과 ‘쌍궤병행’(비핵화와 평화체제 병행)도 현실화하고 있다. 미래의 평화협정에도 중국이 참여를 희망한다면 남북·미·중 4개국이 평화체제를 구축하면 좋을 것이다. 북·중의 밀월 복원은 긍정적인 면이 많다. 하지만 중국이 비핵화에 지나치게 개입해 속도를 늦추거나, 프로세스를 흩트리지 않아야 한다. 북·중은 단계적 비핵화를 통해 체제보장 조치를 주고받고, 제재도 완화해 간다는 데 공감하는 듯하다. 이는 완전한 비핵화 후 제재를 푼다는 미국 방침과는 결을 달리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5월 북·중 정상의 다롄 회담 이후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에서 한·미 공조처럼 북·중 공조를 비난할 수만은 없지만 중국은 핵위협의 직접적인 당사자가 아니다. 비핵화는 신속하고 완벽하게 이뤄져야 한다. 불필요한 미·중 대결이나 오해, 불신이 비핵화 국면에 일어나지 않도록 정부의 적절한 중개가 요구된다.
  •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왕과의 산책… 경남 함안 ‘아라가야’ 고분군

    ‘아라가야’라는 이름 앞에 목소리가 작아지고 어깨가 움츠러듭니다. 우리 역사의 한 부분인데도 우리는 아라가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교과서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나라, 1500년 전 경남 함안을 중심으로 창원, 진주, 의령 땅의 일부를 차지했던 나라, 철기 기술이 발달해 ‘철의 왕국’이라 불렸던 나라, 간결한 선의 토기에 불꽃무늬 구멍을 낸 나라…. 함안에는 아라가야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습니다. 아라가야의 왕들이 잠든 말이산 고분군이 있기 때문이지요. 아득한 옛날에는 고개를 들어 눈도 마주칠 수 없었을 왕의 곁을 걷는 일이, 2018년에는 너무나 쉽습니다. 낮은 언덕을 설렁설렁 올라 산책로를 따라가기만 하면 길을 안내하듯 고분이 줄줄이 나타나거든요. 연둣빛 고분 곁을 걸으며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왕국, 아라가야를 만나러 갑니다.아라가야의 숨결 품은 함안박물관 가야는 기원을 전후한 삼한 시대부터 신라에 멸망하는 6세기 중반까지 500여년 동안 낙동강 남쪽과 서쪽 일대에 있던 나라들이었다. 나라‘들’이라고 한 건 가야가 금관가야, 대가야, 소가야, 아라가야 등 여러 개의 나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중 토기와 철기를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던 아라가야는 독자적인 문화를 만들었고, 다른 가야국이 ‘형님의 나라’라고 칭할 만큼 가야를 대표하는 나라였다. 아라가야가 터를 잡은 곳은 지금의 함안이었다. 북쪽에 낙동강과 남강이, 남쪽에 진동만이 있으니 내륙과 바다로 진출하기 유리했다. 아라가야의 고도, 함안에서 1500년의 세월을 거슬러 낯설기만 한 옛 나라에 발을 들여놓는다.말이산 고분군에서 옛 가야의 왕과 귀족을 ‘알현’하기 전에 먼저 아라가야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예의다. 이를 위해 함안박물관으로 향한다. 박물관 구경 뒤에는 뒷길을 통해 말이산 고분군으로 바로 오를 수 있으니 동선도 효율적이다. 박물관은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함안의 역사뿐 아니라 아라가야의 다채로운 유물을 전시한다. 1시간이면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아담한 규모다. 2층 전시실은 다섯 구역으로 나뉜다. 함안의 역사를 시대별로 정리한 제1전시실, 함안의 시기별 무덤 형태를 모형으로 보여 주는 제2전시실, 아라가야 멸망 후 함안의 역사와 문화재를 살펴볼 수 있는 제4, 5전시실 등도 볼만하지만 발길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제3전시실이다. 불꽃무늬 토기, 수레바퀴 모양 토기, 새 모양 장식 미늘쇠, 말 갑옷 등 말이산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을 한데 모아 놓았다. 불꽃무늬 토기는 아라가야의 상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라가야 사람들은 불꽃무늬를 좋아했다. 토기 다리에도 동그라미와 세모를 합쳐 불꽃을 형상화한 무늬를 뚫어 장식했다. 토기는 영남 지역은 물론 고대 일본의 중심지였던 긴키지역에서도 출토돼 당시 아라가야가 왜와 교류했음을 보여 준다. 밝은 회백색 토기는 무심히 빚은 양 담백하다. 대번 눈을 사로잡는 화려함은 적지만 계속 보아도 질리지 않는 은은한 멋이 있다. 말을 탄 무사 조형물에서 눈여겨봐야 할 건 무사보다 말이다. 말 갑옷은 아라가야가 철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났음을 보여 준다. 1992년 우리나라 최초로 완전한 형태로 출토된 말 갑옷은 총 900장 이상의 작은 철판을 가죽끈으로 연결해 만들었단다. 아라가야의 용맹한 무사들은 말에게 물고기 비늘처럼 번쩍거리는 갑옷을 입히고 전쟁터로 달려나갔으리라.말이산 고분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박물관 건물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가면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다. 해발 68m밖에 되지 않는 낮은 언덕은 뒷동산을 산책하는 것처럼 경사가 완만하다. 말이산(末伊山)은 ‘머리산’의 소리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우두머리의 산’ 즉 ‘왕의 무덤이 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뜻이 참 잘 들어맞는다. 함안군이 번호를 붙여 관리 중인 고분은 37기지만 발굴되지 않은 고분까지 더하면 1000기 이상의 고분이 있다. 토기, 철기, 장신구 등 고분군에서 쏟아져 나온 유물만 해도 9500여점에 이른다(2016년 기준). 그야말로 아라가야의 역사가 담긴 타임캡슐이다. 고분군은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됐으며, 김해·고령의 가야 고분군과 함께 2020년 최종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아라가야의 고분은 시대에 따라 형태가 다양하다. 그중 덧널무덤과 구덩식돌덧널무덤에서 많은 양의 유물이 출토됐다. 덧널무덤은 구덩이 안에 나무로 만든 덧널을 넣은 무덤을, 구덩식돌덧널무덤은 구덩이를 파고 돌로 네 벽을 쌓은 뒤 시신과 껴묻거리를 묻고 널따란 뚜껑 돌을 덮은 무덤을 말한다. 37기의 고분을 전부 둘러보기는 힘들다. 1호분부터 13호분까지는 산책로가 이어지지만 14호분부터는 길이 나 있지 않아 험하다. 대형 고분은 북쪽에서 남쪽으로 뻗은 주능선과 서쪽으로 이어지는 가지능선 정상에 몰려 있는데, 산책로를 따라가면 고분 대부분을 둘러볼 수 있다. 유난히 위엄이 넘치는 고분은 규모가 가장 큰 4호분이다. 2, 3호분 사이의 샛길로 올라가면 높이가 아파트 3층과 맞먹는 초대형 고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4호분 맞은편에는 파란 천막으로 덮인 고분이 있다. 지난 5월 둥근고리큰칼과 덩이쇠 등의 유물이 출토된 5-1호분이다. 아라가야의 역사는 여전히 새로 쓰이는 중이다. 쉬어가기에 으뜸인 고분은 9, 10호분이다. 산책로에 서면 고분 너머로 함안 읍내가 어우러진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왕들의 무덤과 우뚝 선 고층 빌딩이 조우하니, 이때 고분의 둥근 선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선처럼 보인다. 9호분 옆의 팔을 늘어뜨린 소나무는 초여름의 훗훗한 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된다. 나무 옆 벤치는 한숨 돌리며 쉬어가기에 더할 나위 없다. 아라가야의 역사를 차치하고라도 말이산 고분군은 근사한 산책로다. 산 위에 두둥실 솟은 연둣빛 고분들이 풍경에 깊이를 더한다. 고분의 둥그스름한 곡선과 산책로의 직선이 중첩되니 걷는 길도 심심하지 않다. 느리게 걷고 고요히 둘러보기, 고분군 산책의 미덕은 여기에 있다. 아라가야 왕들이 영면에 들어 있다는 걸 알기라도 하는 걸까. 산책로는 소란스럽지 않다. 초여름 바람이 고분에 무성한 수풀을 스치더니 여행자의 머리를 훑고 지난다. 바람 한 자락에 1500년 전 가야국의 왕과 연결된 느낌, 사뭇 오묘하다. 고분군에는 그늘이 적어 여름에는 양산이나 모자를 챙기는 것이 좋다.얼큰한 함안 한우국밥 드셔보세요 열심히 걸었으니 빈속을 채울 시간이다. 북촌리에 있는 한우국밥촌은 말이산 고분군에서 차로 10분 거리다. 사실 ‘국밥촌’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함읍우체국 맞은편에는 달랑 세 곳의 국밥집이 여행객을 맞는다. 세 곳뿐이라고 만만히 보아선 안 된다. 국밥집을 말할 때 함안 오일장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역사가 깊기 때문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안 오일장은 큰 시장이었다. 함안 사람들과 봇짐을 멘 장사꾼들이 장에서 물건을 사고판 뒤 약속이라도 한 듯 모여든 곳이 장터 국밥집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오일장은 자취를 감췄지만 국밥집에서 옛 장터의 정겨움을 추억하기에는 모자람이 없다. 국밥촌에서 가장 오래된 곳은 대구식당이다. 2대에 걸쳐 50년째 운영하며 함안 국밥의 명맥을 이어 간다. 함안 국밥은 얼큰한 소고기국밥이다. 한우사골, 양지, 사태 등을 넣고 3~4시간 동안 육수를 뽀얗게 우린다. 여기에 두툼한 소고기 사태, 뭉텅뭉텅 썬 선지, 콩나물, 무 등을 넣고 푸욱 끓여낸다. 얼핏 보면 육개장과 비슷하지만 맛은 훨씬 담백하다. 빨간 국물은 조선간장으로 간을 해 구수하다.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칠원분기점에서 ‘진주,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후 남해고속도로를 따라간다. 함안톨게이트를 통과해 함안 나들목 삼거리에서 함안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함안대로를 따라가면 함안박물관이다. →맛집:한우국밥촌에는 대구식당(583-4026) 한성식당(584-3503) 시장한우국밥(583-5858)이 있다. 자매식당(582-4593)은 오곡 돌솥밥, 모둠생선구이, 다양한 밑반찬을 한 상에 푸짐하게 차려낸다. 황포냉면(582-2097)은 잘게 자른 육전에 계란 지단과 오이를 고명으로 올린 진주식 냉면을 판다. →잘 곳:함안버스터미널 근처에 숙박업소가 몰려 있다. 애플모텔(585-1515)은 함안시외버스터미널에서 가깝다. 함안군청 맞은편의 더문모텔(583-3838)은 공중위생서비스평가 최우수등급을 받았으며, JM모텔(583-5898) 역시 아늑하고 깨끗한 시설을 갖췄다. 글 이수린(유니에스 여행작가) 사진 김상곤(라운드테이블)
  •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2018 서울미래유산 그랜드 투어] 조선 최대 풍류·행락지… ‘대중문화 1번지’로 꽃피다

    서울신문이 서울시, 사단법인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8 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6회 홍대 편이 지난 16일 연남동~동교동~서교동~당인동~상수동 간을 포함하는 이른바 ‘홍대 앞’에서 진행됐다. 미국 뉴욕의 센트럴파크에서 따온 연남동 센트럴파크를 줄여서 ‘연트럴파크’라고도 부르는 경의선 숲길과 김대중도서관, 경의선 책거리, 서교 365, 당인리발전소와 상수동 카페거리를 누볐다. 홍대 앞의 확장을 가로막던 옛 경의선 철길이 숲길과 책길로 변하면서 숲과 책에서 번갈아 부는 바람이 초여름 답사의 피로를 잊게 했다.최서향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알찬 해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답사를 이끌었다. “이어폰 가이드 시스템을 귀에 꽂고 들으니 해설이 쏙쏙 들어와서 좋았다”, “늘 다니던 홍대 주변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게 돼 유익했다”, “도시개발의 빛과 그림자를 이제야 알게 됐다” 등의 참가자 호평이 쏟아졌다.우리가 흔히 홍대 앞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학교 앞이 아니다. 행정적으로 홍대 앞은 상수동, 서교동, 창전동, 동교동 지역에 폭넓게 걸쳐 있다. 실제 ‘문화제국’ 홍대 앞은 서강동, 합정동, 망원동, 당인동, 연남동, 신촌까지 아우르고 있다. 준주거지구와 상업지구의 구분이 불분명해진 2010년 이후 ‘협의의 홍대 앞’을 개척한 문화예술인들이 비싼 임대료를 피해 인근 지역으로 이동한 젠트리피케이션의 결과다. 경의선 숲길과 경의선 책거리는 홍대 앞의 무한 확장성을 예고한다. ‘광의의 홍대 앞’이 앞으로 어디까지 뻗어 나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홍대 앞의 유흥성과 확장성은 어디에서 왔을까. 한강의 나루 양화진(합정·망원)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은 한강을 경강(京江)이라고 불렀다. 경강은 한강 800리 중 한양을 끼고 흐르는 물줄기를 다른 지역의 강줄기와 구분 짓는 이름이었다. 지금의 광진에서 양화진까지다. 경강은 구간에 따라 3강, 5강, 8강으로 이름을 달리했으며 12강까지 세분하기도 했다. 18세기 이전까지 한강, 용산강, 서강 3강 체제를 유지하다가 상공업이 발달한 18세기 중엽 들어 3강에 마포와 양화진을 가세시켜 5강이 형성됐다. 18세기 후반에는 여기에 두모포, 서빙고, 뚝섬이 합해져 8강이 됐으며 19세기 전반에 연서, 왕십리, 안암, 전농을 12강에 합류시켰다.경강을 나누는 구간의 중심은 나루였다. 광진~송파진~삼전도~뚝섬~두모포~한강진~서빙고~동작진~노량진~용산~마포~서강~양화진이 주요 거점이었다. 나루가 있던 곳에 한강다리가 들어섰다. 나루의 이름에 진(鎭), 진(津), 도(渡), 포(浦)가 붙은 것은 용도 및 기능에 따른 작명이다. 군사기지(광진, 한강진, 동작진, 양화진)와 나루(뚝섬, 서빙고, 용산), 항구(두모포, 마포)의 성격이 드러난다. 광나루와 삼전도가 북한강이나 남한강을 통해 전국으로 드나드는 동쪽 출입구에 해당한다면 양화진은 가장 서쪽에 위치한 나루로 강화도와 인천으로 나가거나 들어오는 도성의 관문 역할을 했다. 양화나루는 군사기지, 나루, 항구 등 세 가지 용도를 두루 갖춘 중요한 나루였다.버들꽃이 피면 장관을 이루는 양화나루를 조선 초기에는 공암나루라고 불렀다. 삼각산과 함께 서울을 수도로 정한 ‘천도 풍수’의 한 축을 이룬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공암나루는 양천 북쪽 10리 지점에 있는 나루로 북포(北浦)라고도 하는데 물속에 우뚝 선 바위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대중문화 1번지 홍대 앞은 조선 최대의 풍류 및 행락지였다. 양화진과 서강 일대를 한양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명소로 손꼽아 서호(西湖)라고 했는데, 중국 사신의 접대와 양반, 선비들의 단골 모임 장소였다. 양화진 주민들의 비즈니스 마인드도 남달랐다. 한겨울 한강에서 채빙한 얼음을 보관했다가 여름에 내다파는 장빙업(藏氷業)을 통해 부를 축적했다. 망원정(희우정)을 세운 성종의 형 월산대군이 시초였다. 얼음에 채운 생선을 한양으로 운송하는 빙어선(氷漁船) 영업을 독차지했다. 서빙고와 동빙고가 관영 얼음 창고였다면, 양화진은 사설 얼음 창고라고 할 수 있다. 1866년 병인양요를 전후로 쇄국책을 편 대원군은 양화나루에서 프랑스인 선교사와 천주교 신자 2000여명을 처형했다. 나루 앞 20m 높이의 잠두봉에 절두산(切頭山)이라는 비극적인 이름이 붙은 까닭이다. 양화진에 14개국 417명이 묻힌 외국인 묘지가 들어선 것도 배나 기차를 타고 인천에 내린 서양인이 가장 먼저 닿는 서울의 관문이었기 때문이다. 홍대 앞은 조선시대 한양의 유흥과 행락의 장소로 근대 상공업과 서세동점의 바람을 가장 먼저 맞은 땅이었다. 한강의 시대가 끝나고 철도와 도로의 시대를 맞았지만, 홍대 앞은 경의선의 경유지라는 이점을 살려 한때 서울 전체 전력 사용량의 75%를 생산한 우리나라 최초의 화력발전소인 당인리발전소를 등에 업고 살아남았다. 양화진 나루의 전설이 홍대 앞이라는 현대 문화나루의 관성으로 이어졌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사진 문희일 연구위원 ● 다음 일정 : 태릉(경춘선 폐철도) ● 일시 : 6월 23일(토) 오전 10시~낮 12시 ● 집결 장소 : 공릉역 2번 출구 앞 ●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futureheritage.seoul.go.kr)
  • 멕시코 선수단, 집단 감기 증세…한국 대표팀 호재?

    멕시코 선수단, 집단 감기 증세…한국 대표팀 호재?

    한국 축구대표팀의 두 번째 상대인 멕시코 축구대표팀이 집단 감기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 멕시코 대표팀 선수들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힘키 노보고르스크 다이나모 훈련장에서 열린 마지막 공개 훈련에서 연신 기침을 했다. 주전 공격수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웨스트햄)는 훈련 도중 그라운드에 잠시 멈춰서 콧물을 소매로 닦기도 했다. 멕시코를 반드시 꺾어야 하는 한국 대표팀으로선 호재다. 멕시코 선수들이 집단으로 감기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건 지난 17일 독일전을 전후해서다. 최근 후안 카를로스 오소리오 멕시코 대표팀 감독은 다국적매체 ESPN과 인터뷰에서 “대다수 선수가 감기 증세를 안고 독일전에 뛰었다”고 공개했다. 오소리오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는 거의 회복됐으며 한국전에서 더 좋은 경기력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멕시코 선수들은 몸 상태를 완벽하게 회복하지 못했다. 19일에 소화한 팀 훈련도 컨디션 조절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선수들은 전날 갑자기 내린 비를 그대로 맞으며 훈련을 강행했다. 한국 대표팀은 23일 멕시코와 승부를 펼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월드컵 야식, 韓-치맥 vs 中-가맥…가재 수백만 마리 팔려

    월드컵 야식, 韓-치맥 vs 中-가맥…가재 수백만 마리 팔려

    세계 최대 스포츠축제인 월드컵을 맞아 야식업체 및 배달업체가 호황을 누리는 가운데, 이러한 상황은 비단 한국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중국 베이징르바오의 20일 보도에 따르면 월드컵에 열광하는 중국에서는 주요 경기가 있는 날 저녁마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야식 메뉴와 맥주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알리바바 계열의 중국 최대 배달 애플리케이션인 ‘어러머’(Ele.me)를 통해 월드컵 개막일과 그 다음날까지 밤 9시~새벽 2시 주문량이 전년대비 3배 이상 증가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봤을 때 중국 현지시간으로 14일부터 3일간 팔린 가재의 수는 305만 마리, 맥주는 40만 병에 이른다. 가재요리는 중국의 ‘국민 야식’으로 꼽히며, 한국의 ‘치맥’과 비슷하게 맥주 안주로 인기가 높다. 또 다른 대형 배달 애플리케이션 업체인 ‘메이투안 디엔핑’(Meituan-Dianping)은 첫 경기가 있었던 당일 밤 9시~12시 사이에만 가재 153만 마리와 맥주 28만 병의 주문을 받았다. 주문이 폭증하는 시간은 경기가 시작되기 50분 전으로 조사됐다. 메이투안 디엔핑에 따르면 이 시간대의 주문은 평소 같은 시간대 대비 40%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인들이 ‘월드컵 야식’으로 가재와 맥주만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베이징르바오는 월드컵 경기 전 과일이나 요거트 등을 주문하는 사람도 폭증했으며, 대부분의 요식업체와 배달업체가 7월 중순까지 24시간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일명 ‘치킨대란’이 일어났을 정도로 월드컵 반짝 특수가 시작됐다. IT기반 배달대행업체 바로고에 따르면 18일 배달대행건수는 전주 월요일(6만3000여건) 보다 40% 가량 늘어난 8만9000여건을 기록했다. 가장 주문이 많은 주말 평균 배달건수 7~8만 건을 상회하는 수치다. 주문앱도 덩달아 바빠졌다. 모바일 주문앱 배달의 민족에 따르면 18일 주문건 중 40%가 치킨주문이었다. 특히 경기가 시작하기 1시간 전인 8시를 전후로 최대 트래픽이 몰려 전주 월요일 대비 3~4배 가량 치킨 주문이 폭주했다. 18일 기준 매출 기준, BBQ 매출은 전주 월요일에 비해 110%, 교촌치킨은 60%, bhc는 80% 가량 뛴 것으로 조사됐다. 사진=신화통신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수요 에세이] 근로시간 단축, 꼭 성공해야/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수요 에세이] 근로시간 단축, 꼭 성공해야/이복실 전 여성가족부 차관

    지난달 1년 차 새내기 직장인인 친척 동생을 만났다. 청년실업이 최악인 요즘, 어렵게 취업에 성공했기에 직장만족도가 어떤지 궁금했다.그러나 고개를 흔든다. “일하게 돼 기쁘지만 야근과 회식이 너무 많아 힘들어요.” 이번 주말엔 회사 워크숍을 가는데 주말에도 업무가 계속된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내가 공직을 시작한 1985년이나 30여년 지난 2018년이나 야근과 회식 문화는 크게 개선된 것 같지 않다. 그런데 주 52시간 근로제도의 7월 도입을 앞두고 직장은 무척 혼란스럽다. 이참에 야근이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새내기들이 단체 카톡방을 만들어 근로시간 단축을 제대로 시행할 것을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회사 측의 반응은 재량근로를 택할 것 같은데, 또 법을 빠져나가는 꼼수가 아닐까 우려하고 있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훌쩍 지났다. 가장 잘하는 일로 한반도 평화정착 등 외교안보 분야 성과를 들겠지만 필자는 근로시간 단축을 꼽고 싶다. 30년 워킹맘으로 살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제일 중요한 과제가 정시퇴근이라 생각했고, 정시퇴근 정착을 그 누구보다도 바랐다. 지금 내 딸들이 직장에서 겪는 문제이기도 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25%나 더 일하지만, 노동생산성은 OECD 30개 국가 중 28위인 게 현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굳은 ‘오래 일하는 게 일을 잘하는 것’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이나 관행화된 야근 문화를 한 번에 바꾸기는 쉽지 않다. 2004년 주 5일제 근무 시행 때도 그랬다. 시행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경제가 망가진다고 반대하던 주장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러나 실제로 그렇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삶의 질이 올라갔고 기업 측면에서는 생산성이 높아져 주 5일제 시행 전후 매출이 같거나 증가했다는 사례는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7월 법 시행을 앞두고 예견되는 문제점들이 벌써 논란이 되고 있다. 근로시간 단축에는 일률적으로 칼로 물을 베듯이 52시간을 적용하기 어려운 직종들,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 근로시간 정의에 대한 가이드라인 등 더 복잡한 문제가 얽혔다. 야근은 야근대로 하는데 초과근무수당만 받지 못하거나 법은 엄격한데 현실은 못 따라가 있으나 마나 하는 법이 돼 버릴까 우려하는 사람도 많다. 이런 문제를 넘어 제도가 현장에 정착되려면 정책당국의 치밀한 준비와 고용현장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또 사회 전체의 직장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는 민간 기업에만 강요할 게 아니라 중앙부처를 비롯한 공공기관에서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근로시간 단축의 법제화와 상관없이 일찌감치 일ㆍ가정 양립을 위한 기업 문화 조성을 준비하는 기업도 있다. 2014년 기업문화위원회를 구성, 운영 중인 롯데지주가 그 사례다. 금년엔 업무 시간 외에 전화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업무 지시를 아예 금지했고 나아가 올해 초부터는 PC오프제를 전면 시행하고 있다. 퇴근 시간 30분 이후나 휴무일에는 회사 컴퓨터가 자동으로 종료되고 연장근무를 하려면 상사에게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하루 8시간 근무 기준으로 출근 시간을 자율 결정하는 유연근무제도 시행 중이다. 필자는 기업문화위원으로 회의에 참여해 현장의 의견을 청취할 기회를 가졌다. 참여한 직원들은 “처음엔 환할 때 집에 가는 데 적응하지 못했는데 가족들과 더 많은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너무 좋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취업 사이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근로자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하지만 근로시간 단축은 국민 삶의 질 제고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성공해야 한다. 근면의 상징으로 포장되고 통용됐던 야근 문화는 더이상 우리 후손들에게까지 물려줘야 할 아름다운 전통이 아니라 우리 대에서 극복해야 할 관행이다.
  •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적당한 음주 건강 도움”… 업계 돈 받고 연구한 거였어?

    [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적당한 음주 건강 도움”… 업계 돈 받고 연구한 거였어?

    “적당한 음주가 노년기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 “매일 맥주나 와인을 한두 잔 마시는 사람이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보다 조기 사망할 확률이 낮다”, “남성은 와인 2잔, 여성은 와인 1잔씩 마시는 것이 기대수명을 10년 이상 늘릴 수 있다.” 이런 제목의 연구성과들을 한 번쯤은 접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유명 대학 연구진들이 권위 있는 학술지에 발표한 것들이다 보니 술을 마시지 않는 사람들도 ‘그렇다면 나도 한 잔씩 해 볼까’라는 생각을 했을 수 있습니다. 술을 권하는 듯한 이런 연구들은 외국에서도 발표 때마다 논란이 돼 왔습니다. 지난 15일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알코올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한 임상 시험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NIH 자문위원회가 NIH 내에서 수행되는 연구와 정책들에 대한 정밀 감사를 실시한 결과 ‘적당한 알코올과 심혈관 건강’에 관련된 임상 연구들이 연방정책을 명백히 위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기 때문입니다. 자문위원회는 프랜시스 콜린스 NIH 원장에게 ‘관련 임상 시험의 전면 중단’을 권고했고 콜린스 원장은 즉시 받아들인 것입니다. 자문위원회에 따르면 NIH 산하 국립알코올중독및남용연구소(NIAAA)의 핵심 행정가들이 주류업체들에 연구비를 요청하고 1억 달러(약 1104억 9000만원) 가까운 금액을 받는 조건으로 ‘적당한 음주가 건강에 이롭다는 방향으로 결과가 나오도록 할 것’이라는 주류업계의 요구사항을 수용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연구를 위해 외부 단체에 기증이나 기금 등을 요청할 수 없다’는 NIH 규정을 어긴 명백한 연방정책 위반이라는 것입니다. 연방정책 위반뿐만 아니라 연구자로서 연구윤리를 저버린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알코올 섭취와 건강에 관련한 임상 시험을 이끈 미국 하버드대 의대 케네스 무카말 교수는 연구비를 받기 위해 2014년 8월과 12월 주류업계와 임상 시험 등 실험 설계를 논의했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조니워커, J&B, 기네스 맥주 등을 생산하는 디아지오, 버드와이저, 코로나, 호가든 등 맥주를 생산하는 앤하이저 부시 인베브 등의 업체와 미국증류주협회 등 주류협회들이 제시한 요구사항을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그 전후에도 NIAAA 행정가들과 임상 시험을 실시하는 연구자들, 주류업계 대표들 간 빈번한 이메일 교환이 있었다고 합니다. 자문위원회는 감사 보고서를 통해 “대중의 건강과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는 과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이 연구 결과로 직접적 이익을 얻게 될 주류업계 대표들과 접촉해 실험에 대해 이야기했다는 것은 임상 시험에서 얻은 과학적 지식의 타당성과 신뢰성에 치명적”이라고 밝혔습니다. 연구자들은 연구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고는 하지만 과학계에서도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합니다. 대중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연구에 기업이 끼어들 경우, 결과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고 나머지 선의의 연구 결과들에 대한 신뢰도 하락도 불 보듯 뻔하다는 것이지요. 이번 사태를 보면서 주목한 점은 자문위원회 의견을 그대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수용한 NIH의 결정이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 만난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을 맡고 있는 염한웅 포스텍 물리학과 교수와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한국 정부 부처들은 대통령이 의장이면서 전문가들로 구성된 과기자문회의 정책 권고나 결정에 대해서도 “알았다, 참고하겠다” 정도로 답하고 묵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묵살하는 대범함(?)은 연구개발(R&D)을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 무지한 장관 탓일까요, R&D에 대한 철학이 전무한 과학기술 관료들의 문제일까요. edmondy@seoul.co.kr
  •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논설위원의 사람 이슈 다보기] 추미애 “지역주의 해소한 민주 압승… 솔직히, 文대통령 효과 컸죠”

    추미애 대표는 꽃을 좋아한다. 연꽃을 으뜸으로 손꼽는다. 추 대표의 어머니가 연못에서 연꽃 두 송이를 따 품에 안는 태몽을 꾸고 그를 가졌다. 낳기도 전에 고이 기르고 싶어서 그림전람회에 걸린 화가 이름을 따 이름부터 지어 놓고 낳기를 기다리던 딸이었다. ‘아름답게(美) 사랑하며(愛) 살아가라’는 뜻이었다. 하지만 추 대표는 이름 같은 인생을 살 수 없었다. 경쟁적인 약육강생의 정치판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독하게 살았다. 15대 초선 전후로 ‘추다르크’로 시작해 ‘추고집’, ‘독불장군’, ‘추설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그런 추 대표가 지난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동산에서 화사한 웃음을 지어 보이니 생경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6·13 압승에 등골이 서늘하게 두렵다”고 했지만, 지방선거 등에서 압승한 당 대표로서 추 대표는 10대 소녀처럼 보였다. 당 대표실에는 축하 난 화분 세 개가 놓여 있다. 두 개는 문 대통령과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가 지난해 10월 23일 추 대표 60세 생일 때 보낸 축하 난이다. 나머지 한 개는 6·13 지방선거 승리 직후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보낸 난이다.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짧게 씌어 있었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승부를 걸었던 노 전 대통령의 유지가 보이는 듯했다. 추 대표는 지난 15일 권 여사에게 감사의 전화 통화를 했다. 권 여사는 “이렇게 좋은 날도 있네요. 대통령이 보셨으면 얼마나 좋아하셨을까…”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추 대표도 수화기 너머 흐느꼈단다. 민주당 사람들에게 노무현은 아직 눈물이다.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노무현을 표현한다. 눈망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걸린 추 대표는 “노 전 대통령이 저를 많이 아껴 주셨어요. 통일부 장관과 환경부 장관을 제안하시기도 했어요”라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한다. 추 대표는 지난 2004년 민주당 대표 시절 노 전 대통령의 탄핵에 찬성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이후 2박 3일 광주 금남로에서 5·18 망월동 묘역까지 15㎞를 삼보일배로 사죄했지만, 그해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런 추 대표를 무척 안타까워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2년 대통령 후보 시절에 “차기에 추미애도 있고, 정동영도 있고”라고 발언했다가, 대선 투표 전날 정몽준 후보로부터 ‘팽’당하기도 했다. 추 대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산·울산·경남의 완승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지역에서의 선전에 한껏 고무됐다. 민주당 출신으로는 처음인 정세용 구미시장의 당선뿐만 아니라 임대윤 대구시장 후보도 39.8%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는 등 분전한 덕분이다. ‘대구의 딸’ 추 대표로서는 뿌듯한 업적이다. “지역주의가 극심할 때는 계층의 이익을 대변해 주는 당보다는 지역주의에 함몰돼 투표하는 경향이 많았다”면서 “하지만 지역주의가 이번 선거에서 해소됐다. 고향 분들이 드디어 마음을 여셨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1997년 대선부터 추 대표는 민주당 깃발을 들고 대구로 향했다. 당시 대구 인심은 민주당이 들어갈 틈도 없었다. 많은 사람이 ‘대구에서 민주당 유세를 하면 돌을 맞는다’는 말이 떠돌 때다. 그러나 그는 마치 잔다르크가 프랑스 샤를 왕세자를 도와 프랑스·잉글랜드 100년 전쟁에 참여해 샤를 7세를 옹립한 것과 같이 대구에 나타나 선거유세를 벌였다. 그는 이때 지칠 줄 모르는 선거유세로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얻었다. 추 대표는 무려 20년을 넘어서야 결실을 본 셈이다. 민주당의 이번 압승을 지지율이 높은 문 대통령 효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지방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게 된 것은 전적으로 청와대 비서실 그리고 내각이 아주 잘해 준 덕분”이라며 선거를 치른 당사자인 여당은 쏙 뺐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후 “오늘 회의는 청와대와 정부 직원들을 상대로 한 회의여서 문 대통령이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라면서 긴급히 진화했다. 추 대표는 “대통령 효과가 컸던 게 사실”이라고 인정한 뒤 “특히 대통령이 현충일 행사에 국가 유공자 자녀의 키 높이에 맞춰서 아이를 격려해 주는 모습처럼 우리는 그런 시각에서 유권자 분들을 대해 이겼다”고 말했다.‘미투(Me Too·나도 피해자다) 정국’에서 여성계는 이재명 경기지사 당선자의 사생활 논란에 대해 옹호하는 발언을 한 추 대표를 비판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이에 추 대표는 “이 당선자는 당의 시스템에 의해 결정된 후보였다. 후보자격심사위원회 등을 통해 일단 후보로 결정됐으면 도와야 하는 게 당 대표의 책무다. 하지만 이 당선자의 사법적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 사견을 피력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민주평화당 등 야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협치는 개방돼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인위적인 정계개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헌과 같은) 국민에게 (대선) 공통 공약으로 내건 것마저도 야당들이 협조할 자세가 안 돼 있어서 개별 정당이 국민에게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대표는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해서도 “(연정도 힘든데) 통합은 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연정 대상으로 자주 거론되고 있는 민주평화당에 대해 그간의 태도를 반성해야 연정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취지로 비쳐졌다. 추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역대 어느 민주당 대표가 이루지 못한 성과를 이뤄 냈다. 우선 여당이었던 새누리당 의원들까지 설득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 냈고, 지난해 대선과 이번 지방선거에서 승리했다. 지방선거와 함께 치른 보궐선거에서도 12개 지역구 중 11개 지역을 휩쓸었다. 2년간의 대표 임기를 완주한 거의 유일한 당대표다. 지난 2008년 이후 정세균, 손학규, 한명숙, 이해찬, 김한길·안철수, 문재인, 김종인 등이 당 대표를 지냈지만 추 대표처럼 2년을 꽉 채운 대표는 없었다. 그만큼 체급이 커진 추 대표이다 보니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국무총리 기용설, 차기 대선 직행설, 법무부 장관 입각설 등 설만 난무한다. 이런 성공적인 당대표로서의 이미지를 형성했지만, 사실 추 대표의 지난 2년간 대표 시절은 녹록지 않았다. 한때 ‘추미애 패싱’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당·청 관계가 매끄럽지 않은 때도 있었다. 추 대표는 “당·청을 이간질하는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사실을 상당히 부풀린 측면이 있었다”면서 “진실이 아닌 이상 묵묵히 기다렸다. 여러 현안에 대해 당·청 간의 소통이 잘 된 편”이라고 자평했다. 오는 8월 25일 전당대회 이후의 계획을 묻자 “지난 23년간 정치를 하면서 개인 진로를 언론에 대놓고 말한 적 없다”면서 “내 진로는 전당대회를 치른 이후에 천천히 생각하겠다”며 지극히 무미건조한 답변만 돌아왔다. “저는 일생 입당원서라고는 한 번밖에 안 써 봤다”는 게 추 대표의 자랑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맺은 인연으로 들어간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한 뒤 당적을 한 번도 바꾼 적 없다. 민주당이 새천년민주당을 거쳐 열린우리당으로 분열했다가 나중에 합쳐 통합민주당, 새정치민주연합, 더불어민주당 등으로 간판을 바꾸었지만, 추 대표는 언제나 민주당이었다. 그는 한번 결정을 내리면 좀처럼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고집불통이라고 비난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그 뚝심이 ‘임기를 채운 당 대표’의 원천이 되지 않았나 싶다. “숨가빴던 지난 2년을 반추하며 여유로운 일상을 즐기고 싶다”는 추 대표는 연꽃처럼 화사하게 웃었다. 보수세력의 앞날에 대한 견해는 어떨까. 추 대표는 “대선 이후 1년간 야당은 전혀 반성을 안 했다. 건강한 보수로 전환했어야 했는데 민주주의를 왜 망쳤는지 아무런 반성 없이 1년을 소진했다. 이번 기회에 보수가 물갈이를 해야 한다. 중진들도 도망치듯 떠날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 국민이 평화를 원하면 그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위장 평화쇼’라며 퇴행적인 모습만 보였다”며 일갈했다. 추 대표는 이어 “김무성 한국당 의원이 2020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기에 앞서 개헌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큰 만큼 책임지고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jrlee@seoul.co.kr
  • [은빛자서전 프로젝트<2>]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내 고향 옥천이여

    [은빛자서전 프로젝트<2>]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내 고향 옥천이여

    정지환 감사경영연구소장은 충북 옥천신문과 손잡고 ‘은빛자서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 자체가 역사이고 작은 박물관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80세 이상 주민의 구술(口述)을 풀어내 자서전으로 정리하는 프로젝트다(서울신문 3월 16일자 ‘인터뷰 플러스’ 참조).이번에 만난 사람은 군북면 대촌리에 사는 류항보(80) 씨입니다. 방아실 혹은 방화실(芳花室)로 불리는 바로 그 마을이 그의 고향입니다. 류 씨는 20대 중반에 고향을 떠나 서울에서 활로를 모색하다 향수(鄕愁)를 이기지 못하고 24년 만에 귀향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의 습관으로 만든 것이 봉사였습니다. 고향에 돌아와선 조용히 살고 싶었지만 운명이 된 봉사를 그만둘 수는 없었습니다. 문화 류씨 종친회 총무와 회장을 맡게 되었고, 최근에는 마을 노인회 회장과 군북면 노인회 부회장, 전국농업기술자협회 옥천군지회 지회장 등으로도 봉사하고 있습니다. 류 씨는 고향을 세 번 떠났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일제 강점기였던 유년 시절에 부모를 따라 중국 흑룡강성 하얼빈에 가서 살다가 꽁꽁 얼어붙은 압록강을 건너서 돌아왔고, 20세 무렵에 군대에 입대하느라 고향을 떠났다가 3년 만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이제 남은 인생 고향을 떠나지 않고 고향을 위해 봉사하며 살고 싶은 것이 류 씨의 마지막 소원입니다.●항상 항(恒) 도울 보(輔), 운명적 내 이름 나(류항보)는 1939년 옥천군 군북면 대촌리에서 태어났다. 1506년 창봉 류근 선생이 화산 아래 터를 잡고 세운 문화 류씨(文化 柳氏) 집성촌인 대촌리는 두 개의 또 다른 마을 이름을 가지고 있다. 외지인들은 ‘방아실’이라 부르고, 주민들은 ‘방화실(芳花室)’이라 부른다. 대촌리는 아랫말, 웃말, 둔턱골로 나뉘는데,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은 아랫말이다. 마을 이름도 두 개였듯이 내 이름도 두 개였다. 문화 류씨 집성촌인 대촌리에선 돌림자를 써야 했다. 그래서 내 이름은 ‘우열(芋烈)’로 지어졌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집에서는 ‘항보’라고 불렀다. 한자로 쓰면 항상 항(恒)에 도울 보(輔)였다. 그리고 그 이름은 나의 운명이 되었다. 실제로 평생 남을 돕는 봉사를 하면서 살아왔다. ●갈까마귀 떼 울부짖던 압록강을 건너서 나는 고향을 세 번 떠났다가 돌아왔다. 첫 번째 출향과 귀향을 체험한 시기는 10세 전후 무렵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기에 우리 가족은 중국으로 이주했다. 당시 흑룡강성의 성도인 하얼빈에서 큰형이 제과업을 하고 있었다. 그곳에서 4~5년 동안 지내다 귀국했다. 우리 가족은 추위로 얼어붙은 압록강을 엉금엉금 걸어서 건넜다. 자칫 얼음이 깨지면 풍덩 빠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귀국길이었다. 압록강을 건널 때 갈까마귀 떼가 하늘을 뒤덮은 채 울부짖던 소리가 지금도 들리는 것만 같다. 고향으로 돌아온 나는 늦은 나이에 대정초등학교에 입학했다. 두 번째 출향과 귀향을 체험한 시기는 20세 전후 무렵이었다. 군대에 입대해 약 3년 동안 병영에서 청춘의 시기를 보내고 귀향한 것이다. 부산에 위치한 육군 부대였는데, 부대장의 신임을 받아 “군대에 ‘말뚝’을 박으라”는 권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선 살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거절했다. 막상 제대하고 귀향하자 먹고 살길이 막막했다. 어렵게 자전거 한 대를 마련해 쌀장사를 시작했다. 수몰되기 전이었던 당시의 대촌리는 116가구의 비교적 큰 마을이었다. 마을에서 농민들에게 쌀을 살 때는 ‘되’나 ‘말’이 넘치도록 고봉으로 측정했고, 대전에 나가서 쌀을 팔 때는 되나 말의 높이에 정확히 맞추어 측정했다. 그렇게 하면 한 말에 보통 4~5홉 정도가 남았는데, 그것이 내가 챙길 수 있었던 이문으로 일종의 유통 비용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쥐꼬리만큼 차익을 남겨서 생계를 유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도시, 특히 서울 생활을 동경하게 되었다. 23세에 지금의 아내를 중매로 소개받아 결혼했다. 동갑내기 아내인 박선호는 당시 이원면 역전에 살고 있었다. 생활력이 강했던 아내는 세천에서 두부 장사를 했다. 이듬해 맏아들 영덕이 태어났다. 아이를 도시에서 공부시켜야 가문을 일으켜 세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져 갔다. ●24년 동안 23회 이사, 부평초 서울 생활 나는 26세가 되던 해인 1964년 마침내 결단을 내리고 상경했다. 아내와 아들을 고향에 남겨 두고 먼저 단신으로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터전을 잡기 위해 보낸 약 2년은 한마디로 ‘맨땅에서 헤딩하기’였다. 밑천과 연줄 하나 없이 시작한 도시 생활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988년 귀향할 때까지 24년 동안 무려 스물세 번이나 이사를 다녔다. 거의 1년에 한 번은 이사를 다닌 셈이었다. 상경해서 가장 먼저 자리 잡은 곳은 동작구 상도동이었다. 그곳에 엉성하게 지어놓은 니트공장(일명 요꼬공장)이 있었다. 따로 묵을 곳이 없었던 사람들 15명이 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숙식을 해결했다. 우리는 낮에는 편직기계를 돌리고 밤에는 그곳에서 칼잠을 잤다. 임시 건물이라 추위를 온전히 가릴 수 없었고, 이와 빈대까지 들끓어 마음 놓고 잠을 잘 수도 없었다. 하지만 달리 기댈 곳이 없었기에 그 추운 요꼬공장에서 두 해 겨울을 보내야 했다. 서울 생활에 어느 정도 익숙해질 무렵에 아내와 아들을 서울로 불러올렸다. 그 무렵 나는 선배가 운영하던 무역회사로 자리를 옮겼다. 플라스틱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하던 회사였는데, 그곳에서도 정말 열심히 일했다. 컵과 쟁반 등 신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창 장사가 잘될 때는 한 달에 25만개의 제품을 생산한 적도 있었다. 힘겨운 생활이었지만 소소한 행복이 우리 부부를 위로했다. 1965년 맏딸 영미가 태어났고, 1968년 둘째 아들 영남이 태어났다. 거의 서울 사람이 되어갈 무렵 나는 독립해 건축업을 시작했다. 이후 10년 동안 서울과 수도권 곳곳을 다니며 약 30동이 넘는 주택을 지었다. 서울에서 거주지는 수시로 바뀌었다. 상도동에서 시작한 서울 생활은 아현2동, 공덕동, 제기동, 아현1동으로 이어졌다. 당시 내가 절감한 것이 하나 있다. 한 사람의 인생에서 이사 다니지 않고 한곳에 정착해 살 수 있는 것만도 큰 영광이자 행복이라는 깨달음이 바로 그것이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만 행복 누릴 수 있어 내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사람을 꼽으라면 아내 박선호를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20대 초반에 가난한 나에게 시집와서 60년 가까이 동반자가 되어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혼자 서울로 올라가 터전을 잡을 동안 두부 장사를 하면서 아이를 키워주었다. 서울로 올라온 뒤에도 수없이 이사를 다녔지만 불평 한마디 하지 않고 가정을 지켜주었다. 나는 아내 박선호와의 사이에서 2남 1녀를 낳았다. 그리고 영덕, 영미, 영남 3남매가 다시 6명의 손주를 낳아주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만이 행복을 만날 수 있고, 누릴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반드시 살길이 열릴 것이다.” 내가 후손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종친회 어른 중의 한 분이 내 호를 ‘방산(芳山)’으로 지어주었다. 남은 인생도 방화실을 지키는 산처럼 살 것을 다짐해본다. 내 이름 항보(恒輔)처럼 항상 남을 돕는 인생을 살겠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사진 옥천신문
  •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콜레스테롤의 두 얼굴

    [장수철의 생물학을 위하여] 콜레스테롤의 두 얼굴

    대학종합병원이나 대형병원에서 심혈관센터를 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얼마 되지 않은 짧은 기간에 많은 심혈관센터가 생겨났거나 증축됐다. 초등학생이라도 알다시피 심혈관에 문제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지질의 일종인 바로 ‘콜레스테롤’이다.우리 몸에서 콜레스테롤은 일정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다. 인체 세포는 주로 인지질로 이루어진 막으로 둘러싸여 있다. 세포가 필요로 하는 물질을 세포 안으로 들여오거나 신진대사 결과 생긴 쓸데없는 부산물을 세포 밖으로 내보낼 때는 반드시 세포막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수송이 제대로 수행되려면 인지질로 이루어진 세포막이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부드럽지도 않은 적절한 수준에서 유동성이 유지돼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세포는 생존할 수 없다. 콜레스테롤은 바로 이 유동성을 일정 범위에서 유지하는 데 관여한다.우리 몸에 콜레스테롤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로 정하는데 혈액 100㎖에 들어 있는 양으로 표시한다. 일반적으로 200㎎ 이하이면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에는 LDL, 중성지방, HDL 등이 포함된다. 상대적으로 단백질이 많은 고밀도 지질 단백질인 HDL은 LDL을 제거하는 ‘좋은’ 콜레스테롤로 알려져 있다. 정작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LDL 수치다. 단백질 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질 단백질인 LDL은 ‘나쁜’ 콜레스테롤로 그 수치가 130㎎ 이하일 때 정상으로 본다. LDL이 정상 수준 이상이 되면 혈관 내에 쌓이면서 혈액이 통과할 수 있는 공간을 좁게 만들어 고혈압, 동맥경화 등 각종 심혈관 질환을 일으킨다. 뇌로 가는 혈관이 막혀 버릴 경우 뇌졸중을 일으키고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마비 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LDL을 포함한 혈중 콜레스테롤의 양은 콜레스테롤의 합성에 사용되는 지방(특히 포화지방)을 많이 섭취할수록 증가한다. 그래서 의사들이 먹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지방을 태우라고 하는 것이다. 고(高)콜레스테롤증은 치명적인 유전병 중 하나다. 혈중 LDL 수용체의 유전자가 잘못되면 이 유전병이 발생한다. 잘못된 유전자를 부모 중 한 명으로부터 물려받을 경우 자손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300~400㎎까지 올라가 30대 중반에 목숨을 잃게 된다. 만약 부모 양쪽에서 이 유전자를 물려받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무려 800㎎까지 오르게 되고 5세 전후로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히 의학계에서는 LDL 수용체를 증가시켜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할 수 있는 약을 개발해 사용 중이다. 그런데 왜 HDL이나 LDL 같은 콜레스테롤은 단백질과 결합한 형태를 가지는 걸까? 콜레스테롤은 스테로이드의 일종이다. 스테로이드는 지방, 인지질, 왁스 등과 함께 지질에 속한다. 다른 지질과 마찬가지로 스테로이드도 물에 잘 녹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혈액 속에서 운반될 때 물에 녹는 단백질의 도움을 받게 된다. 그래서 콜레스테롤은 LDL, HDL 등 형태를 갖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많이 들어 본 에스트로겐이나 테스토스테론은 성(性)에 따른 성장과 발달을 조절하는 호르몬이다. 성 호르몬도 스테로이드의 일종으로 구조적인 면에서 콜레스테롤의 사촌 격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성의 발달과 성숙, 그리고 배란을 조절하고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생식기의 형성과 남성성의 발달, 정자 생산을 조절하고 근육 발달을 자극한다. 그런데 에스트로겐과 테스토스테론은 동일한 구조에 OH, O, CO, CH※ 등 원자나 원자들의 결합 형태만 약간 다를 뿐 거의 유사하다. 요즘 우리 사회는 여성과 남성이 마치 전혀 다른 종족같이 대립하고 있다. ‘여혐’과 ‘남혐’이라는 혐오스럽고 공포스러운 말들이 난무한다. 생물학적으로는 거의 다르지 않은데 말이다.
  • 에이스의 안타까운 홀로 뛰기... 고개 떨근 손흥민

    에이스의 안타까운 홀로 뛰기... 고개 떨근 손흥민

    한국 축구 대표팀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이 2018 러시아 월드컵 스웨덴전에서 결국 날개를 펴지 못했다. 손흥민은 18일 러시아 니즈니보브고로드에서 열린 스웨덴과의 F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해 전후반 90분을 모두 뛰었다. 손흥민은 김신욱(전북), 황희찬(잘츠부르크)과 호흡을 맞춰 스웨덴의 골문을 공략했으나 결국 슈팅을 하나도 기록하지 못한 채 대표팀의 무기력한 패배를 지켜봤다. 움직임은 나쁘지 않았다. 공을 잡을 때마다 빠르고 정확한 움직임으로 스웨덴 수비수를 긴장시켰다. 그러나 기회는 많이 오지 않았고 그만큼 존재감도 미미했다. 스웨덴의 장신 포백 수비벽은 예상대로 견고했다. 고전하던 손흥민은 전반 34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손흥민은 역습 상황에서 홀로 공을 몰고 빠르게 상대 진영으로 몰고 갔다. 스웨덴 수비진이 미처 자리를 잡기 전이었지만 뒤따라오는 한국 선수들이 너무 늦었다. 결국 안드레아스 그란크비스트가 손흥민의 크로스를 끊어내면서 귀중한 역습 기회는 물거품이 됐다. 지난 2014년 대표팀 막내로 브라질 월드컵에 나섰던 손흥민은 마지막 경기가 패배로 끝난 후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브라질의 눈물’을 가슴에 품고 누구보다도 비장하게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던 손흥민이지만 첫 상대인 스웨덴의 벽에 막히고 말았다. 그러나 손흥민은 전후반 90분이 끝난 후 눈물을 흘리거나 고개를 떨구는 대신에 이날 페널티킥을 허용한 김민우(상주) 등 동료 선수들을 위로하며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법농단 피해단체 “대법원장은 사과 없고, 대법관은 오만함만”

    사법농단 피해단체 “대법원장은 사과 없고, 대법관은 오만함만”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지난 15일 김명수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이 밝힌 입장을 둘러싸고 ‘재판거래 의혹’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김 대법원장의 사과 및 원상회복 방안 제시 등을 요구했다.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1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동문 앞에서 금속노조, 철도노조, 전교조, 한국전쟁전후민간인희생자전국유족회 등과 함께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 스스로 국민 앞에 속죄하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모든 조치를 취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호철 민변 회장은 김 대법원장이 ‘수사 협조에 마다하지 않겠다’라고 밝힌 점은 “진일보한 측면”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소수와 약자로 희생양이 됐던 피해자들의 억울한 심정을 감싸고 해결하기엔, 그리고 사법권 독립이 내부에서부터 철저하게 무너졌다는 것을 대한 참담함과 분노를 잠재우기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승열 금속노조 부위원장는 이날 마이크를 잡고 “제대로 된 조사와 원상회복이 이뤄지기 위해선 문건을 공개하고 고소·고발을 통해 제대로 조사해야 한다”면서 “지난 시절 있어왔던 농단 피해자들에 대한 원상회복이 안 되면 제대로 된 사법개혁이라 볼 수 없다는 게 노동자들의 심정”이라고 외쳤다. 대법관들이 낸 별도의 입장문을 놓고도 이들은 “오만함을 보여줬다”며 강력하게 규탄했다. 대법관들은 앞서 ‘재판의 독립에 관하여 어떠한 의혹도 있을 수 없다는 데 견해가 일치했다’는 취지의 성명서를 냈다. 조석제 공무원노조 법원본부장은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진상이 규명되면 대법관들에 대한 형사처벌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을 향해선 “즉각 사법농단이라는 헌법파괴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면서 “대법원 고발조치와 수사의뢰가 없다는 이유로 수사를 지체할 이유가 없다”고 촉구했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담당 부서를 공공형사수사부(부장 김성훈)에서 특수1부(부장 신자용)로 재배당했다. 검찰 관계자는 “사안의 중요성과 부서 간 업무부담 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 [여기는 남미] 중국 때문에…볼리비아 재규어 씨가 마른다

    [여기는 남미] 중국 때문에…볼리비아 재규어 씨가 마른다

    볼리비아가 재규어 밀렵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밀렵꾼에 잡히는 재규어가 갈수록 늘어나면서 이러다간 멸종위기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볼리비아에서 재규어 밀렵이 처음으로 확인된 건 2014년. 이후 지금까지 볼리비아 환경경찰이 압수한 재규어 송곳니만 300개에 이른다. 당국에 적발되지 않고 밀매된 송곳니는 최소한 2~3배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반대편 남미국가 볼리비아의 재규어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건 중국이다. 밀렵된 재규어의 송곳니는 사실상 전량 중국으로 밀매되고 있다. 중국에선 재규어 송곳니가 개당 보통 1000달러(약 110만원) 전후의 가격으로 거래된다. 반면 볼리비아에선 헐값(?)에 재규어 송곳니를 사들일 수 있다. 환경경찰 관계자는 "밀매단이 밀렵꾼에게 지불하는 대가는 재규어 송곳니 1개당 2000볼리비아노(약 33만원) 정도"라고 귀띔했다. 가죽이나 뼈 등을 모두 처분하면 밀렵꾼이 벌어들일 수 있는 돈은 4만 볼리비아노, 약 440만원에 육박한다. 볼리비아의 최저임금은 월 2000볼리비아노를 밑돈다. 최저임금을 받고 취업을 하느니 재규어 1마리를 잡는 게 보다 훨씬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밀매는 보통 국제소포나 인편을 통해 이뤄진다. 과거엔 국제소포를 이용하는 조직이 많았지만 최근엔 여행자를 통해 몰래 재규어 송곳니를 보내는 조직이 늘어나는 추세다. 당국은 "재규어 송곳니를 숨기기 쉬워 색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볼리비아에서 중국에 재규어 송곳니를 밀매하는 조직은 약 40개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재규어는 고양이과 포유류로 아메리카대륙에 서식하는 고양이과 맹수 중에선 가장 덩치가 크다. 중국에서 재규어 송곳니는 부의 상징처럼 여겨져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사진=볼리비아 환경경찰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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