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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 대선주자들 7 vs 1 문재인 ‘십자포화’

    민주 대선주자들 7 vs 1 문재인 ‘십자포화’

    민주통합당 대선주자들은 23일 열린 첫 TV합동토론회에서 ‘안철수가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전원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날 현안 OX퀴즈 결과에서 특히 문재인 후보는 “책을 보니 거의 출마 입장 표명으로 보였다.”고 했고, 김두관 후보는 “책에서 여러 부분의 정책대안을 제시한 것을 보니 국정운영에 상당한 준비를 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검찰의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 요구에는 2명이 찬성했다. 김영환·김정길 후보는 “당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소환에 응해 결백을 증명하면 된다.”며 필요하다고 답했다. 비례대표 부정경선 논란을 겪었던 통합진보당과의 야권연대에는 김영환 후보만 반대했고, 문재인·박준영 후보는 기권했다. 이날 MBN이 주최한 TV합동토론회에서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다른 7명의 후보들로부터 집중 포화가 쏟아졌다. 김영환 후보는 “문 후보는 이벤트 정치와 복장 연출을 잘하는 것 같다. 최근 특전사복을 입었는데 광주 시민에게 어떻게 비칠지 생각해 봤느냐.”고 꼬집었다. 김두관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에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조경태 후보는 “4·11 총선에서 부산은 ‘부산 친노’라고 하는 특정계파가 전횡을 저지르다시피 했다. 그야말로 패권주의에서 나온 패착”이라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총선 이전까지는 정치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때 정치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기회주의라 말할 수는 없다.”면서 “기회주의는 노 전 대통령의 인기가 좋을 때 누구보다 ‘노 전 대통령과 가깝다, 친노다’라고 하다가, 인기가 떨어지니 비판하는 입장에 서고 노 전 대통령이 수사받을 때 돌던지는 행태”라고 반박했다. 후보 간 신경전도 팽팽했다. 손학규 후보는 문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슬로건이 좋은데 나중에 제가 후보가 되면 빌려써도 되겠느냐.”고 묻자 “별로 그런 일은 없을 것 같다.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될 것이니까 그런 걱정 안 해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참여정부 실패론에 대해 문 후보는 양극화, 비정규직 대응 부족을 인정하면서도 “참여정부는 총체적으로 성공한 정부”라고 옹호했다. 손 후보는 “노 전 대통령은 민생실패를 반성했는데 정작 남은 분들은 반성을 거부한다.”고 문 후보를 비판했다. 김영환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530만표로 졌고 과반의 열린우리당이 80석으로 쪼그라들었다. 문 후보의 인식과 국민 사이에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두관 후보는 “비정규직 파견법, 정리해고법, 제주해군기지를 누가 시작했느냐. 민주정부 10년간 있었던 일”이라며 반성의 뜻을 표시하자, 조경태 후보도 “저 역시 참여정부의 일원으로서 사과한다.”고 말했다. 강주리기자 jurik@seoul.co.kr
  • 심상정 “재벌구조 해체해 갈 것”

    심상정 “재벌구조 해체해 갈 것”

    통합진보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18일 “재벌의 지배구조를 단호히 해체해 가겠다.”고 말했다. 심 원내대표는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통합진보당만이 재벌에 맞서 굽힘 없이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자격과 의지를 갖고 있다. 재벌 개혁의 잔다르크가 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달 당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산하 새로나기 특별위원회는 당 핵심 정책인 재벌해체론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진보정당의 정체성을 내려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에 대해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된 심 의원이 첫 비교섭단체 연설회를 통해 재벌 개혁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한 것이다. 심 원내대표는 “오랜 세월 재벌과 유착하고 재벌에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선사한 새누리당이 경제민주화를 말하는 것은 도둑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비판하면서 “근본적으로 총수 일가가 수백개의 기업을 전횡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구조를 해체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 제도를 재도입하고 순환출자 금지 등의 법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금산분리 원칙을 철저히 하고 금융계열분리청구제도 같은 수단의 도입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수연기자 songsy@seoul.co.kr
  • [통진당 강기갑號 출범] “야권연대 복원” 외치는 온건파… ‘李·金 제명’이 첫 시험대

    [통진당 강기갑號 출범] “야권연대 복원” 외치는 온건파… ‘李·金 제명’이 첫 시험대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주도해 왔던 강기갑 후보가 15일 새 당대표로 선출되면서 민주통합당과의 야권연대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민주당은 강 후보가 새 당대표로 선출되자마자 논평을 통해 하루빨리 내부를 추스르고 야권연대에 나서길 바란다고 밝혔다. 통진당 새 지도부는 이날 취임 일성으로 야권연대와 당 쇄신에 사활을 걸겠다고 했다. 강 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2기 지도부 출범식에서 “패권적 정파 활동을 종식시키고 책임정치를 실현하고 총선에서 통진당에 표를 주신 국민의 변화 요구를 숙명으로 여기겠다.”며 “재창당에 가까운 혁신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또 “흔들렸던 야권연대를 복원하겠다. 지금까지는 국민 앞에 눈물로 반성했지만, 이제는 사과만 하는 게 아니라 사자후를 토해낼 시기가 왔다.”며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야권연대 복원을 위한 마지막 시험대가 될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은 내주 초 의원총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당 차원의 제명을 위해선 소속 의원 과반수, 즉 13명 중 7명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당 안팎에선 캐스팅보트를 쥔 김제남·정진후 의원이 지난 10일 원내대표 선거에서 후보로 나선 신당권파의 심상정 의원에게 표를 준 것처럼 이번에도 신당권파의 손을 들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많다. 통진당 원내 구도는 신당권파 5명, 구당권파 6명으로 제명안 통과를 위해서는 김·정 의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신당권파 측은 쇄신의 ‘바로미터’나 마찬가지인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만큼은 반드시 통과시키겠다고 벼르고 있다. 이·김 의원 제명으로 야권연대가 급물살을 타게 되면 9월부터는 순회 경선을 통해 확정된 민주당 대선 후보와 통진당 후보와의 단일화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통진당은 9월까지 대선후보 선출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후보로는 신당권파의 심상정 원내대표와 유시민 전 공동대표, 구당권파의 이정희 전 공동대표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심 원내대표는 지난 12일 기자들과 만나 “당이 비상상황인 만큼 본인의 의견보다는 당의 결정을 먼저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자신과 유 전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구당권파 관계자는 “이정희 전 공동대표의 출마설도 들리고 있지만, 아직 구체화된 것은 없고 적어도 8월은 넘어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일단 야권연대가 이뤄지면 통진당 지지층이 더해지면서 지난 총선에서 이 전 공동대표 측이 저지른 모바일 부정 선거 등의 악재가 또 터지지 않는 한 대선에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 대표는 쇄신을 위해 우선 논공행상 식의 인사를 철저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구당권파가 총무실 등 당의 주요 부서 요직을 모두 꿰찼던 것과 같이 한 정파가 인사권을 휘두르는 ‘전횡’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혁신비대위 산하 새로나기특위가 마련한 쇄신안은 일부만 수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강 대표는 “미군 철수 재검토, 재벌 개혁 등과 관련된 새로나기특위의 쇄신안을 놓고 당 안팎에서 우려와 걱정을 한다.”며 “쇄신 보고서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출범식에서도 “쇄신을 하되 당의 정체성과 강령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진당의 모든 쇄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구당권파의 유선희·민병렬·이혜선 후보가 최고위원으로 당선되면서 제동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동부연합과 가까운 유선희 최고위원은 지도부 출범식에서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 중단을 촉구했다. 통진당의 지도체제 개편에 발맞춰 민주당은 17일쯤 국무총리 해임 건의안을 통진당과 함께 제출하는 것으로 야권연대 복원의 첫발을 내디딜 계획이다. 이어 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강 대표의 상견례 자리에서 야권연대 방안을 보다 심도 있게 협의할 예정이다. 다만 이석기·김재연 의원 제명안이 통과되지 못할 경우 야권연대에 힘이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애당초 민주당은 통진당의 지도부가 어떻게 구성되느냐에 따라 야권연대를 검토할 수 있다고 했다. 이·김 의원 제명 문제가 야권연대의 전제가 될 수는 없다는 게 이해찬 대표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현정기자 hjlee@seoul.co.kr
  • YS·DJ 재임중 아들 구속 ‘불명예’

    YS·DJ 재임중 아들 구속 ‘불명예’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은 3일 대검찰청에 출석하면서 “정말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런 한탄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인지, 서운함인지는 불명확했다. 검찰은 현직 대통령의 형으로서 인사 전횡을 휘둘렀다는 의미에서 ‘만사형통’(萬事兄通)으로 불렸던 이 전 의원의 사법처리를 낙관하고 있다. 또 한 명의 대통령 친인척이 비리로 얼룩져 추락한다는 의미다. 이 대통령 역시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마찬가지로 친인척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 정점을 이 전 의원이 찍게 됐다. 부인 김윤옥(65) 여사의 사촌오빠인 김재홍(72)씨는 세방학원 이사로 재직하면서 제일저축은행 유동천(72) 회장으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한나라당 비례대표 자리를 주겠다며 김종원(71) 서울시버스운송조합 이사장으로부터 30억원을 받은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김옥희(76)씨도 김 여사의 사촌언니이다. 전두환 정권 이후 친인척 비리에 시달리지 않은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형 기환씨는 노량진수산시장 운영권 강제 교체에 개입한 혐의로 전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88년 구속됐고, 동생 경환(70)씨도 새마을운동중앙본부 회장 시절 70억원대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같은 해 구속됐다. 전 전 대통령의 형제들을 구속시킨 노태우 전 대통령 역시 다를 바 없었다. ‘6공 황태자’라 불리며 실세임을 자부하던 노 전 대통령의 처사촌 박철언(70) 전 의원은 역시 노 전 대통령 퇴임 직후인 1993년 슬롯머신 업자로부터 6억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구속돼 1년 6개월간 옥살이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이후에는 재임 중 친인척들이 비리에 연루돼 수사를 받거나 구속되는 전통(?)이 세워졌다. ‘소통령’으로 불리던 김 전 대통령 차남 현철(53)씨는 김 전 대통령의 임기 마지막 해인 1997년 한보그룹 사태에 연루돼 66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수감됐다. 김 전 대통령의 사촌 처남 손성훈(68)씨는 덕산그룹 관계자로부터 광주 조선대 운영권을 되찾게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 9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아들들의 잇단 비리로 임기 말 곤욕을 치렀다. 세 아들 가운데 2명이 구속됐고, 나머지 한 명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남 홍일(64)씨는 이용호·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고, 차남 홍업(62)씨는 이권 청탁 등의 대가로 25억원를 수수한 혐의로, 삼남 홍걸(49)씨는 체육복권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주식을 받는 등 모두 15억 4400만원 등의 대가성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청렴함을 무기로 내세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역시 친인척 비리에 시달렸다. ‘봉하대군’으로 불리던 형 건평(70)씨는 세종증권 매각 로비에 개입, 29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딸 정연(37)씨는 미국 아파트 매입과 관련해 100만 달러(약 13억원) 반출 의혹에 연루돼 현재 수사를 받고 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이승만 집권 때도 독립운동가 수감했다”

    “이승만 집권 때도 독립운동가 수감했다”

    서울 통일로 ‘서대문형무소’는 1905년 을사늑약 때일제가 만든 경성감옥이었고 1912년 서대문형무소로 이름이 바뀌었다.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은 이 형무소의 신세를 졌다. 해방 이후 독립운동가들이 다 떠난 서대문형무소에는 누가 수감됐을까? 왜 곧바로 일제의 악행을 고발하는 역사박물관으로 직행하지 못했을까? 김삼웅(69) 전 독립기념관장은 4일 오후 2시 서대문형무소역사관 독립관 무궁화홀에서 열리는 ‘이승만 집권기의 서대문형무소’란 학술대회에서 ‘1948~1959년 서대문형무소’란 제1주제 논문을 통해 서대문형무소 수감자들의 변천사를 밝혔다. 김 전 관장은 “1948~1959년 12년은 이승만의 1인 통치와 자유당의 전횡기였다.”면서 “1949년 1월 반민특위의 검거활동으로 서대문형무소가 악질적 친일파인 소설가 이광수, 일제경찰관 노덕술 등 친일파로 가득했지만, 겨우 1개월 만인 그해 2월 15일 이승만이 반민특위 활동을 비난하고 반민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으로 서대문형무소가 다시 독립운동가들로 가득 차게 됐다.”고 탄식했다. 소설가 이광수는 수감 20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났고, 노덕술은 이승만 대통령이 “경찰의 기술자이며 경험자이므로 그를 제거하고는 국가의 치안을 유지하기 어렵다.”면서 석방을 요청하던 중 그해 6월 6일 반민특위가 와해되자 풀려났다. 1949년 6월 ‘국회프락치사건’이 발생했다. 신의주 등에서 독립운동을 했던 김약수 의원과 반민법 제정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 노일환·서용길 의원 등 13명의 의원이 체포됐다. 김 전 관장은 “헌병사령부 산하에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이들을 심하게 고문해 ‘자백’을 받아 냈다.”면서 “당시 헌병대에는 친일경찰 김정채, 윤우경, 최운하, 김호익 등이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노일환은 재판 과정에서 “남로당 가입 사실과 남로당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는 자백이 고문을 못 이긴 허위 자백”이었다고 진술했다. 즉 반민특위 활동이 와해된 후 서대문형무소에는 일제강점기와 비슷하게 독립운동가들이 가득해졌다는 것이다. 1947~1954년 제주 4·3사건으로 2530여명이 일반재판 및 군정재판, 군법회의 등을 통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중 16~30세 여자 수감자 70여명이 서대문형무소로 이송됐다. 제주도에는 형무소가 없어서 전국 각지 형무소에 분산·수감된 탓이다. 김 전 관장은 “일제강점기에 총독부가 여성 독립운동가들을 수감하기 위해 특별히 여사(女舍)를 지어서 관리했기 때문”이라면서 “6·25전쟁으로 이 중 일부는 인민군에 편입되거나 여맹에 들어갔고, 또 일부는 잡혀서 총살됐다.”고 설명했다. 6·25전쟁 직후부터 3개월 동안 서대문형무소는 북한군이 사용했다. 반공·친미 인사라고 추정되는 사람들을 투옥하고, 후퇴할 때는 대량 학살하거나, 북으로 끌고 갔다. 1950년 9월 28일 서울을 수복한 이승만 정부는 서울시민 중 북한군에게 협조한 부역자들을 색출해 서대문형무소에 가두기 시작했다. 당시 서울시민은 대략 145만명이었고, 이 중 40만명만이 피란을 떠났다. 김 전 관장은 “서울시민은 안심하라는 라디오방송을 거듭하다가 한강다리를 폭파시켜 피난도 못하게 해 놓고는 잔류한 서울시민을 부역자로 모는 것은, 임진왜란 때 한성을 떠난 선조나 병자호란 때 인질로 잡혀 갔던 처자를 ‘환향녀’라며 비난했던 인조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실제 사형에 처해진 사람은 다소 줄었지만, 당시 부역자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자는 867명에 이르렀다. ‘종로의 협객’ 김두한은 1947년 4월을 시작으로 1954년 5월, 1965년, 1966년 ‘국회오물투척사건’ 등으로 4차례 수감됐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나무들 눈으로 본 ‘현실 정치의 폐해’

    존 로널드 로웰의 판타지 소설 ‘반지의 제왕’이 퍼뜩 떠올랐다. 영화로 보면 2편 ‘두 개의 탑’에서 상당히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엔트족은 오랫동안 숲을 지키는 영험한 나무 정령 종족이다. 말하는 데 아주 오래 걸려서 불필요한 말은 아예 하지 않는다든가, 깊이 뿌리를 내려 거센 홍수를 버티는 나무 전령은 선지자의 지혜를 보는 듯 인상적이다. 인간과 함께 거대한 힘에 맞서 싸우는 장면은 엄청나게 웅장해 기억에 확 박혔다. ‘숲의 왕국’(현길언 지음, 물레 펴냄)을 보면서 ‘반지의 제왕’을 떠올린 것은 나무가 생각과 행동의 주체가 된다는 독특한 시각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터. ‘반지의 제왕’이 화려하고 거창한 판타지 소설이라면 ‘숲의 왕국’은 잔잔하지만 예리한 우화다. 작가가 저자의 말에서 “애초에 작품의 창작 동기는 성경 ‘사사기’의 가시나무 이야기”라고 밝혔다. “형의 정치적 음모의 부당성을 백성들에게 호소한 내용이었지만, 정치 권력이 비민주화되는 과정을 은유하고 있다고 생각했다.”는 작가는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이 평화일 텐데, 오히려 정치가 분쟁과 갈등과 음모와 정략만을 만들어 내고 심지어 폭력을 동반한 반평화로 치달았던 것이 인류의 역사였다.”고 말한다. 그 ‘인류의 역사‘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는 현실 정치를 풍자하기 위한 배경으로 작가는 숲을 택했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찾고, 어지러운 세상에서 벗어나고자 찾고,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려고 찾는 숲이야말로 평화가 깨지는 절망과 새롭게 회복하고자 하는 생명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가장 적절해 보인다. “숲이 왕을 세우기로 결정했다더라.”는 말을 들은 원 노인은 그리 나쁘지 않겠다 생각했다. 왕이 자신이 사는 숲을 잘 관리할 테고, 40년 동안 숲을 관리한 목 상무도 좀 쉴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왕으로서 자격이 있다 싶은 밤나무와 잣밤나무, 벚나무가 자리를 고사했다. 결국 나선 것은 키 작고 날카로운 가시밖에 내세울 것 없는 탱자나무였다. 왕이 된 탱자나무의 첫 지시는 이랬다. “내 허락 없이는 사람이나 오소리, 노루, 심지어 새들도 숲을 지나다니지 못하고, 나무들은 매일 같은 자리에 모여 왕의 지시를 받아야 하오.” 왕이 숲의 질서를 바로 잡기를 원했건만, 첫날부터 의문이 생겼다. “우리 숲에 정말 왕이 필요한가?” 왕국이 된 숲은 변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함부로 숲에 들어와 열매를 따자 아예 나무에 열매가 맺히지 않도록 나비와 벌의 출입을 차단했다. 숲에서 흙과 돌들을 몰고 나가는 시냇물도 막았다. 명령을 듣지 않은 나무들은 탱자나무가 가시로 말려 죽였다. 왕을 추대한 호랑가시나무, 윤노리나무, 예덕나무는 권세를 누리지만 다른 나무들은 점점 기운을 잃었다. 왕의 전횡을 견디다 못한 나무들은 반란을 도모한다. 돌산을 숲으로 만들고, 평생을 지켜 온 원 노인은 평화롭던 숲에 정치가 등장하고 힘의 논리로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가만히 지켜본다. 오랜 세월을 숲과 함께한 그는 권력이나 투쟁, 폭력이 아닌 숲의 본령인 평화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작가가 책을 통해 드러내고자 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현실 정치의 폐해를 절묘하고 날카롭게 풍자하는 힘이 책 끝자락까지 이어져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프로야구 선수들 “올스타전 못하겠다”

    프로야구 선수들 “올스타전 못하겠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사실상 무산됐다.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려는 기존 대기업 구단들의 전횡에 모든 야구인과 팬들의 바람이 좌절됐다. 기득권을 가진 구단들에 휘둘려 장기 비전 제시에 실패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KBO 표결도 하지 않고 “유보” 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한다고 밝혔다.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사회에는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를 비롯해 9개 구단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이사회 뒤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할 것이 우려된다.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조건을 갖춘 뒤 10구단을 창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기업이 구단에 전화돌려 설득 표면적인 이유는 여건 미성숙이지만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10구단 창단 반대의 이면에는 기존 구단의 신규 구단에 대한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다. 당초 KBO는 NC의 내년 1군 진입에 따른 홀수 구단 운영의 파행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삼성과 롯데, 한화 등 일부 구단의 반대가 있었지만 표결을 통해 3분의2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2일 이사회에 이어 일주일 뒤인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 때만 해도 “10구단 창단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안팎으로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10구단을 반대하는 특정 구단이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서며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구단의 모기업 핵심 관계자가 직접 각 구단에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가 야구판에 번졌다.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과의 대립각도 새삼 불거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10구단에 찬성하는 구단은 넥센과 NC뿐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결국 이사회에선 표결도 하지 않고 ‘당분간 유보’라는 어정쩡한 결론이 나왔다. 언제 다시 논의할지 시기도 못 박지 않아 10구단 창단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KBO는 구단과의 논의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홀수팀 파행 운영도 나몰라라 이사회는 역풍을 의식한 듯 당근도 넌지시 꺼내들었다.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의 수익금 일부, NC 다이노스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Baseball Tomorrow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역풍은 시작됐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WBC와 올스타전 참가 거부는 물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은퇴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 역시 선수협과 공조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과 전북 등 10구단 유치를 희망해온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홀수 구단 파행 운영에 따른 고통이 고스란히 선수와 팬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KBO는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를 통해 홀수 구단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상쇄효과는 미지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프로야구] ‘그들만의 리그’ 10구단 좌절… 선수협 “WBC 보이콧”

    [프로야구] ‘그들만의 리그’ 10구단 좌절… 선수협 “WBC 보이콧”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사실상 무산됐다.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려는 기존 대기업 구단들의 전횡에 모든 야구인과 팬들의 바람이 좌절됐다. 기득권을 가진 구단들에 휘둘려 장기 비전 제시에 실패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KBO 표결도 하지 않고 “유보” 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한다고 밝혔다.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 이사회에는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를 비롯해 9개 구단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이사회 뒤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할 것이 우려된다.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조건을 갖춘 뒤 10구단을 창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모기업이 구단에 전화돌려 설득 표면적인 이유는 여건 미성숙이지만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10구단 창단 반대의 이면에는 기존 구단의 신규 구단에 대한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다. 당초 KBO는 NC의 내년 1군 진입에 따른 홀수 구단 운영의 파행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삼성과 롯데, 한화 등 일부 구단의 반대가 있었지만 표결을 통해 3분의2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지난 12일 이사회에 이어 일주일 뒤인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 때만 해도 “10구단 창단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안팎으로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10구단을 반대하는 특정 구단이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서며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구단의 모기업 핵심 관계자가 직접 각 구단에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가 야구판에 번졌다.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과의 대립각도 새삼 불거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10구단에 찬성하는 구단은 넥센과 NC뿐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결국 이사회에선 표결도 하지 않고 ‘당분간 유보’라는 어정쩡한 결론이 나왔다. 언제 다시 논의할지 시기도 못 박지 않아 10구단 창단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KBO는 구단과의 논의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홀수팀 파행 운영도 나몰라라 이사회는 역풍을 의식한 듯 당근도 넌지시 꺼내들었다.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KBO 마케팅 자회사인 KBOP의 수익금 일부, NC 다이노스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Baseball Tomorrow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역풍은 시작됐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WBC와 올스타전 참가 거부는 물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은퇴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 역시 선수협과 공조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과 전북 등 10구단 유치를 희망해온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홀수 구단 파행 운영에 따른 고통이 고스란히 선수와 팬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KBO는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를 통해 홀수 구단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상쇄효과는 미지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속보] 프로야구 선수들 “올스타전 못하겠다”

    [속보] 프로야구 선수들 “올스타전 못하겠다”

    프로야구 제10구단 창단이 사실상 무산됐다. ‘그들만의 리그’를 유지하려는 기존 대기업 구단들의 전횡에 모든 야구인과 팬들의 바람은 좌절됐다. 기득권을 가진 구단들에 휘둘려 장기 비전 제시에 실패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무능력도 도마 위에 올랐다. 프로야구 선수들은 WBC, 올스타전 참가 거부를 선언했다. ●“아마야구 여건 성숙되면 10구단 창단”  KBO는 19일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임시이사회를 열고 10구단 창단을 당분간 유보한다고 밝혔다. 이날 오전 9시부터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이사회에는 구본능 총재와 양해영 사무총장를 비롯해 9개 구단 이사 전원이 참석했다. 이사회 뒤 류대환 홍보지원부장은 “현재 53개에 불과한 고교팀으로는 선수 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프로야구의 질적 가치가 하락할 것을 우려된다. 아마야구의 전반적인 여건 성숙과 구장 인프라 개선 등 제반 조건을 조성한 뒤 10구단을 창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10구단 창단 찬성은 넥센과 NC뿐? 표면적인 이유는 여건 미성숙이지만 속내는 조금 더 복잡하다. 10구단 창단 반대의 이면에는 기존 구단의 신규 구단에 대한 거부감이 도사리고 있다. 당초 KBO는 NC의 내년 1군 진입에 따른 홀수 구단 운영의 파행을 막기 위해 2014년부터 10구단 체제로 운영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었다. 삼성과 롯데, 한화 등 일부 구단의 반대가 있었지만 표결을 통해 3분의2 찬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12일 이사회에 이어 일주일 뒤인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 때만 해도 “10구단 창단이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안팎으로 쏟아진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런데 10구단을 반대하는 특정 구단이 적극적으로 설득 작업에 나서며 기류가 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구단의 모기업 핵심 관계자가 직접 각 구단에 전화를 돌렸다는 얘기가 야구판에 번졌다. 10구단 창단을 희망하는 기업과의 대립각도 새삼 불거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10구단에 찬성하는 구단은 넥센과 NC뿐이라는 푸념까지 나왔다. 결국 이사회에선 표결도 하지 않고 ‘당분간 유보’라는 어정쩡한 결론이 나왔다. 언제 다시 논의할지 시기도 못박지 않아 10구단 창단은 물건너간 분위기다. KBO는 구단과의 논의 과정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팬들의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선수협, 일구회 등 강력 반발 이사회는 역풍을 의식한 듯 당근도 넌지시 꺼내들었다. 향후 10년간 고교 20개팀, 중학교 30개팀 창단을 위해 스포츠토토 수익금과 KB0 마케팅 자회사인 KBOP의 수익금 일부, NC 다이노스 야구발전기금, 포스트시즌 수익금 일부를 활용해 ‘Baseball Tomorrow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역풍은 시작됐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는 “WBC와 올스타전 참가 거부는 물론 선수노조를 설립해 구단 이기주의에 맞서겠다.”며 강력히 반발했다. 은퇴 야구인 모임인 일구회 역시 선수협과 공조해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과 전북 등 10구단 유치를 희망해온 지방자치단체들 역시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나섰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홀수 구단 파행 운영에 따른 고통이 고스란히 선수와 팬의 몫이라는 점이다. KBO는 월요일 경기와 중립지역 경기를 통해 홀수 구단 운영의 문제점을 보완하겠다고 하지만 상쇄효과는 미지수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재단 역할 대학육성에 국한…학사 의결은 대학서 맡아야”

    “재단 역할 대학육성에 국한…학사 의결은 대학서 맡아야”

    # 이모(48) 수원여대 총장과 대학 관계자 5명이 뇌물수수와 교비 횡령 등의 혐의로 지난달 9일 불구속 기소됐다. 이 총장은 대학 기획조정실장 재직 당시인 2010년 6~11월 전산장비를 독점으로 납품하게 해주겠다며 업체 대표로부터 1억 6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대학 스쿨버스 용역회사를 운영하는 총장의 친동생은 버스 기름값 등 운영비를 부풀려 대학으로부터 지급받은 뒤 허위로 등재한 직원들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꾸며 6억 2850만원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다. 대학 설립자의 장남인 총장과 차남이 연루된 비리 의혹이 불거진 수원여대는 현재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대학노조에 맞서 재단 측이 직장폐쇄로 맞서 갈등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국내 대학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사학(私學)의 비리는 더 이상 생소한 뉴스가 아니다. 불법찬조금, 인건비 횡령, 입시부정 및 인사 비리 등 연이은 사학재단의 부정부패는 교육기관의 본질 위에 ‘비리 백화점’이라는 불명예를 덧씌웠다. 특히 지난 2009년 영남대의 정이사체제 전환 이후 각종 비리나 전횡을 저지르고 퇴출됐던 옛 재단 인사들이 속속 복귀하는 등 사학 비리와 관련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반복되는 사학비리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사학에 만연한 부정부패는 한국사회 교육 현장 전반에 걸쳐 부패와 비리가 일상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교육과학기술부와 감사원 등 관련 당국은 해마다 비리 사학에 대한 감사를 벌이지만 파문이 가라앉으면 곧 이어 재단의 비리 주역들이 그대로 복귀하거나 같은 비리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사학문제의 현황과 원인을 밝히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한 학술대회가 열렸다. ‘사학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회’(사해연)는 지난 8일 서울 중앙대 서라벌홀에서 ‘사학문제의 해법을 모색한다’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열고 차기 정부 사학 개혁의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윤지관 사해연 회장은 “현 정권 들어 비리나 전횡 등으로 퇴출된 구재단이 ‘대학 정상화’라는 명분을 앞세워 복귀하는 등 문제 사학이 자본주의적 소유권 논리와 결합해 사학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사학 비리의 유형과 현황’에 대해 발표한 홍성학 주성대 산업경영학과 교수는 지난 1999년부터 올해까지 교육과학기술부,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된 사립대학의 부정·비리 현황을 유형별로 분석해 제시했다. 2001~2004년 교과부 종합감사를 통해 드러난 지적사항은 예산·회계 201건(25.8%), 법인 128건(16.4%), 인사 126건(16.2%), 시설 90건(11.6%) 등이었다. 또 2005~2009년 교과부 감사 결과 적발된 대학 손실금만 해도 전문대학과 4년제 대학을 합쳐 무려 2765억 3300만원이나 됐다. 대학당 평균 61억 4500만원에 이르는 규모다. 홍 교수는 “상당수 사립대학 이사장들은 대학을 자신의 사유물로 여겨 사유화하고 있다.”면서 “학교법인이 갖춰야 할 수익용 기본재산은 미비하고, 법인전입금은 거의 없으면서 등록금과 정부지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사립대학 운영과 관련된 인사권, 재정권, 규칙제정권 등의 권한이 모두 법인 이사회와 이사장이 독점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런 상황은 교원의 학문적 자유와 양심적, 비판적 활동을 위축시키고 양심적인 교수들에 대한 부당한 피해가 생길 수 있는 개연성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립대의 과도한 비중이 대학개혁의 걸림돌” ‘사학문제가 대학교육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발표한 조상식 동국대 교육학과 교수는 “사학의 지배구조가 고등교육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2006년 기준 국내 사립대 학생 비중이 77.8%에 달하는 등 사학의 폭발적인 성장이 국가로 하여금 막대한 설립비용을 부담한 사립대학에 지속적인 재정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면서 “고등교육체제에서 사립대가 차지하는 과도한 비중이 대학 개혁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해 기준 다른 나라의 사립대 학생 비중은 일본이 75.9%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반면, 미국은 71.9%가 국·공립대학생, 프랑스·스웨덴·독일·영국 등 유럽은 90% 이상, 호주는 98%가 국·공립대 학생이다. 조 교수는 또 “2003년 기준 재단전입금이 중등은 평균 2%, 대학은 5.6%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많은 사립학교가 처음부터 학교의 운영목적을 교육보다는 이윤 창출에 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사립대학의 퇴출기준에 법인전입금이나 수익용 기본재산의 확보비율 같은 교육투자 열의를 핵심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사립대 친인척 참여비율 5분의 1로 낮춰야” 사학의 공공성 확보와 사학 관련 법의 개정 방향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제시됐다. 임재홍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 사립대를 준(準)국·공립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른바 ‘정부책임형 사립대학’ 방안으로, 사립대학의 국·공립화와 비슷하면서도 기존 학교법인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임 교수는 “사립대 구조조정은 대학의 재정능력을 기준으로 정부독립형과 정부책임형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독립형 사립대에는 행정적 규제를 줄이고, 정부책임형에는 계약을 통해 지원 범위를 설정하되 계획에 따라 ‘반(半)공립 반사립’의 지위를 갖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립대학 비리의 근본적 해결방안에 대해 홍성학 교수는 “법인에 집중돼 있는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법인의 기능을 대학 지원 및 육성기능으로 국한시키고 학사와 관련한 심의·의결사항은 대학에 위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현재 4분의1인 사립대의 친인척 참여비율을 공익법인과 같이 5분의1로 낮추는 방안과, 부정·비리를 방조한 임원들도 제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 사학법에서 삭제된 ‘임원의 부당한 행위를 방조한 임원의 임원취임승인 취소’ 조항을 환원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윤샘이나기자 sam@seoul.co.kr
  • [사설] 지자체 출자·출연기관 제대로 손대야

    정부가 지방자치단체 산하 출자·출연기관에 대해 칼을 들이댈 모양이다. 방만 운영으로 예산 낭비가 심각하다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에 따른 것이다. 권익위원회는 그제 17개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2~4월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이들의 운영실태가 엉망이라고 진단하고 ‘지자체 산하 기관 종합관리체계 방안’을 마련해 행정안전부와 지자체 등에 권고했다. 방안에는 이들 기관이 행안부가 주관하는 경영 평가를 받도록 하고 부패가 잦거나 경영이 부실하면 법인 청산 등 강력한 구조조정을 받도록 하는 것 등이 포함돼 있다. 현재 출자·출연기관은 모두 492개이며 지난해 이들 기관의 총예산은 6조원에 달하고 지자체 보조가 1조 3800억원이나 된다. 권익위가 내놓은 이들 기관의 방만운영 행태를 보면 정말 놀랍다. 업무추진 지출 내용을 비공개로 못박아 아무도 볼 수 없도록 만들어 놓았고, 비공개·특채 규정을 만들어 단체장이 인사 전횡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직원이 20명도 안 되는 기관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모 기관으로 파견된 지자체 공무원은 자신의 봉급 외에 기관에서 파견근무 수당으로 매달 300만원을 받는 어처구니없는 일도 있었다. 관리·감독이 소홀한 틈새로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단체장들이 자신의 영향력 확대와 보은인사 등을 위해 출자·출연기관 설립을 남발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출자·출연기관이 꾸준히 늘 수밖에 없다. 할 일은 별로 없어 적당히 놀고 봉급을 받는 ‘신도 모르는 직장’이 소리 소문 없이 생겨나는 이유다. 권익위에 따르면 2000년 초 180개이던 지자체 산하 출자·출연 기관이 10년 새 312개나 늘었다. 따라서 정부는 지자체의 기관 설립 기준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방만경영이 적발되면 예산지원 삭감은 물론 사법당국에 수사 의뢰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제재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 “경기동부 실체 부정하지 말라” “다수파가 권력 전횡 이익 추구”

    “당은 진보 정치의 도구이지 특정 정파의 도구가 아니다.”(통합진보당 박원석 의원) 통합진보당이 당내 패권주의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성찰’의 장을 마련했다. 진보 정당 내 정파 문제와 폐쇄적인 조직 문화, 권위적인 소통 구조까지 낱낱이 해부됐다.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산하의 ‘새로나기특별위원회’는 31일 국회 도서관에서 개최한 ‘민주주의와 소통, 통합진보당의 혁신을 위하여’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통해 구당권파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인사말에서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고, 나만 옳다고 외치는 사람이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는 공당에 있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하는 진보 정치는 용납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석 새로나기특별위원장이 첫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정희 전 대표 등의 구당권파가 ‘경기동부라는 조직의 실체를 알지 못한다’며 오리발 내밀기식 대응을 했다.”면서 “실체가 있는 것을 없다고 주장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순영 “먹을 것 놓고 난리치는 격” 이어 구당권파를 겨냥해 “(대학) 서클적 구조의 다수파가 당의 발전이나 정치 발전보다 정파의 권력과 이익추구를 우선 순위에 놓고 그것을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권력을 전유하고 전횡한 그 지점이 곧 패권주의”라고 꼬집었다. 박 위원장은 당내 권력을 민주적으로 공유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파 활동을 공개하는 ‘정파등록제’ 도입을 제안했다. 최순영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노동자와 농민이 목숨을 걸어온 진보 정당을 하루아침에 말아먹었다.”며 “먹을 게 없을 때는 다들 사이가 좋더니 먹을 게 생기니 정파들이 서로 먹겠다고 난리를 치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진보 정당을 살리려면 권력을 내놓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며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사퇴를 촉구했다. 이석기 의원이 대표를 지낸 정치컨설팅 기업인 CNP전략그룹도 도마에 올랐다. 최 전 의원은 “진보신당 분당 이후 비대위 집행위원장을 맡았는데 당의 빚 50억원 중 CNP전략그룹에 진 빚이 20억원이었다.”며 “CNP와 연관된 당직자들을 대기발령했는데 나중에 모두 복직됐다. 그때 정리됐다면 이런 사태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통진당 사태의 본질에 대한 해석 차이도 엿보였다. 조희연 성공회대 교수는 “2008년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패권주의에 대한 비판이 상식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확증되기 어려운 선거 부정이 확증된 부정이 됐고 보수 언론의 공격이 결합돼 사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이어 “1987년 민주화 체제 과정에서의 1단계 진보정치가 탈민주화 시대에는 혁신을 통해 2단계 진보정치로 전환돼야 한다.”며 ‘진보정치 2.0’을 제시했다. ●박상훈 “정파 유해성 축소가 관건”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정파는 무리를 지으려는 정치적 본성이며 그 자체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정파의 실체를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유해성을 줄이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오유석 여성정치세력연대 공동대표는 “진보당 당수인 조봉암 선생은 스스로 악법도 법이라고 인정하며 저항 없이 죽음을 선택했기 때문에 그가 죽은 뒤에도 진보가 현실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진보 정당은 다수를 위한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안동환·이범수기자 ipsofacto@seoul.co.kr
  •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선택! 역사를 갈랐다] (13) 사육신과 단종 복위

    수양대군이 어린 단종의 왕위를 빼앗은 계유정난(癸酉靖難), 아니 계유사화(癸酉士禍). 어떤 사건이 크면 클수록 그 직접적인 영향에 주목하기 마련이다. 계유사화 같은 정변도 그러하다. 계유사화는 그 자체로 엄청난 살상극이었다. 단종 복위 운동에서 목숨을 잃은 사육신 등을 포함하면, 필자의 추산으로 70명 이상의 인재가 조선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었다. 조선사람들에게 불의가 무력을 이용하여 정의를 대신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뿌리 깊은 내상(內傷)을 심어주었다. 신숙주·정인지·한명회 등은 공신(功臣)이 되어 노비와 전답을 하사받고 잘 먹고 잘살았다. 홍윤성 같은 자는 멋대로 양민들의 토지를 빼앗고 만행을 부려도 세조는 눈감아 주었다. 공신들의 세상. 원래 불의의 특권이 더 달콤한 법이다. ●원기(元氣)가 손상된다는 것 반면 찬탈에 반대했던 사람들은 죽고 가족은 노비가 되었다. 이래서 뜻있거나 젊은 사람들은 세조 정권을 외면했다. 김시습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김시습이 조정에서 별로 활동한 일도 없는데 자꾸 언급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공감의 대표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저항하고 비판하였으되 이름을 남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의 또 다른 이름, 그것이 김시습이었다. 남효온이 젊은 나이에 과거를 그만두었던 것도 마찬가지였다. 김시습이 “나는 세종의 은혜를 받았으니 당연하지만, 그대는 나와 다르니 세상을 살아갈 계책을 세우라.”고 충고했을 때, 남효온은 “소릉(昭陵·문종 비 현덕왕후의 능호)이 추복되었을 때 나가도 늦지 않다.”고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세조의 찬탈은 오랫동안 바로잡히지 않았다. 비판은 좌절되었고, 공신들의 득세는 대를 이어 계속되었다. 사마천은 물었던 적이 있다. 왜 좋은 사람들은 해를 입고 사리사욕을 탐하는 자들은 떵떵거리며 잘사는가, 하늘의 도라는 게 옳은가 그른가? 어디 사마천만 했던 질문이었겠는가? 역사 속에서 숱한 사람들이 던진 질문이요, 지금 우리도 던지는 질문 아니겠는가? 이 질문을 던질 힘이 있을 때는 그래도 괜찮다. 냉소하는 것, 애써 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좌절, 원기의 손상은 거기서 시작된다. 세조의 찬탈은 한동안 조선 사람들의 원기를 손상시켰다. 그것이 세조가 남긴 진짜 업보이다. ●찬탈은 간신(奸臣)을 낳고 임사홍(任士洪)은 그 아들들이 예종과 성종의 사위였으며, 이를 기회로 권력을 등에 업고 횡포를 자행하던 조선조의 대표적인 간신이었다. 도승지에 올라 유자광(柳子光)과 파당을 이루어 전횡을 부렸으며 연산군 4년(1498년) 무오사화(戊午士禍) 때에는 신진 사림들을 김일손(馹孫)의 사초(史草·후일 정리된 기록을 남기기 위해 사관이 그때그때 적어놓는 1차 자료) 사건에 얽어 숙청하였다. 무오사화는 아다시피 이극돈(李克墩) 등이 자신의 비위사실을 있는 대로 적은 사관 김일손 등에게 보복하기 위하여 김종직의 ‘조의제문’(弔義帝文)이 세조에게 죽임을 당한 단종을 애도한 글이라고 몰아가 모반죄로 얽음으로써 일어난 사건으로 연산군 폭정의 서막이었다. ‘조의제문’을 종종 한글을 읽는 호흡에 따라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는 분이 있는데, ‘조-의제-문’하는 식으로 읽어야 한다. 항우(項羽)에게 죽음을 당한 의제를 조문하는 글이란 뜻이기 때문이다. 김종직이 실제로 세조의 찬탈에 비유하여 이 글을 썼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임사홍 등이 그 글을 세조 찬탈을 풍자한 것이라고 하여 김종직 등을 모반죄로 얽었던 데는 그 글의 내용도 내용이거니와, 세조찬탈의 명분에 대해 임사홍 일당과 김종직 등 사림들 간에 첨예한 견해의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그 명분의 차이는 경제 정책의 기조, 정치 운영의 원칙 등의 차이와 연관되어 있었다. 역사의 인과응보는 참으로 알 수 없어, 연산군 10년에 일어난 갑자사화(甲子士禍)로 세조 때의 공신들은 무덤에서 죄를 받았다. 딸 둘을 왕비로 들여보냈던 공신 한명회나 공신 정창손 등은 부관참시되었다. 생모 폐비(廢妃) 윤씨가 사약을 받았을 때 동조했다는 이유로 연산군에게 보복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홍귀달, 이유녕 등 다수의 사림 역시 해를 당했다.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었지만, 중종 14년 기묘사화가 일어난다. 조광조 등 개혁세력들이 공신세력들의 탄압을 받았던 것이다. 연산군의 폭정을 바로잡았던 공신들이 왜 또 사화를 일으켰는가? 공신이라는 특권을 제한하려는 조광조 등의 견제에 대한 반격이었다. 그리고 반정공신의 행태는 세조시대 이지러진 특권의 향유와 행사를 본받았고, 그 결과 출발과는 달리 자신들만의 영화를 위한 특권을 형성하며 부와 권력을 독점하는 방향으로 타락했다. ●기억하는 사람들 언제부터 사육신을 사육신이라고 불렀을까? 단종은 언제부터 노산군이 아닌 단종이 되었으며, ‘노산군일기’는 언제부터 ‘단종실록’이라고 불렸을까? 중종 때 소릉을 복위시키자는 논의가 있었다. 소릉은 단종의 어머니인 현덕왕후인데, 어머니 최씨와 아우 권자신(權自愼)이 처형된 뒤 폐위되었고 능의 석물이 훼손되었다. 중종 8년 반정의 기운이 남아 있어 다행스럽게도 소릉은 복위되었다. 그러나 단종과 사육신은 여전히 금기 대상이었다. 사림정치가 본격화하는 선조대에 이르러서도 이들에 대한 복권은 여의치 않았다. 선조 2년 어느 날 경연에서, 퇴계와의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으로 우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봉(高峯) 기대승(奇大升)은 “그들의 의도는 상왕(단종)을 복위하려는 것이었는데 세조는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으로 오해하였다.”며 복위를 건의한 일이 있으나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했다. 기대승의 논리는 세조에 대한 ‘반역’과 상왕 복위를 분리하여 생각하자는 것이었다. 실은 이 논리밖에는 없었다. 이미 사육신이 세상을 뜬 지 100년이 지난 시점이었지만, 기대승의 문제 제기는 더 이상 진전되지 않았다. 선조 9년 남효온이 지은 ‘육신전’(六臣傳)을 가져다 본 선조는, “내가 그 글을 보니 춥지 않은데도 떨린다. 지난날 우리 광묘(光廟·세조)께서 천명을 받아 중흥하신 것은 진실로 인력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는데 저 남효온이란 자는 어떤 자이길래 감히 필묵을 놀려 국가의 일을 드러나게 기록하였단 말인가? 이는 바로 아조(我朝)의 죄인이다.”라고 단언했다. 민간에서 알음알음 전해오면서 읽어오던 책이 ‘육신전’이었는데, 이는 곧 금서(禁書)였던 것이다. ●군(君)에서 대군(大君)으로 그러나 당색을 막론하고 노산군을 연산군이나 광해군과 같이 보아서는 안 된다는 합의가 이어졌다. 곧 노산군을 노산대군으로 바꾸는 일이 현실화했다. 숙종 7년(1681), 그러니까 숙종 즉위년부터 정권을 담당했던 남인(南人)이 경신대출척(庚申大黜陟·1680)으로 실각하고, 서인(西人) 정권이 들어선 이듬해 7월 무더운 어느 날의 낮 공부(晝筵) 시간에 숙종은 이렇게 말하였다. “정실의 왕비 소생은 대군이나 공주라고 부르니, 노산군도 대군으로 불러야 한다. 대신들은 의논하라.” 이에 따라 논의한 결과 대신들도 대군으로 고쳐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숙종의 견해는 참으로 기발했다. 이것은 이 사건에 대해 200년 이상 축적된 합의가 낳은 대안이며, 올바른 역사적 평가를 내리기 위한 여러 단계 중의 하나였다. 원래 노산군이라고 할 때의 ‘군’(君)은 서자(庶子) 왕자에게 붙이는 칭호와 글자는 같아도 같은 의미가 아니었다. 폐위된 임금을 군이라고 부르는 것은 주자(朱子)가 ‘자치통감강목’에서 만든 역사 기록 범례의 하나였다. 그걸 몰랐을 리가 없다. 숙종의 착상인지 이전에 어떤 의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위의 논리는 노산군에게서 ‘폐군’의 혐의를 벗기고 ‘적실 왕비의 왕자’라는 지위로 전환하는 것이었다. ●‘단종’으로, ‘충신’으로 이로부터 10년 후, 숙종은 노량진에 자리한 사육신묘에 제사를 지내게 하고, 복관 조치를 내림과 함께 사당에도 편액을 하사한다. 당시 이미 민간 차원에서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오던 터였다. 그러므로 편액을 내리는 것으로 사당 건립을 사후 승인한 셈이었다. 이런 배경에는 숙종 6년, 강화유수 이선(李選)이 세조도 아들인 예종에게 ‘사육신은 충신’이라고 유시(諭示)했다는 것을 근거로 사육신을 정려할 것을 요청했던 상소에서도 나타나듯이, 사육신을 충신으로 표창해야 한다는 공론이 뒷받침하고 있었다. 숙종 24년(1698)에는 현감(縣監)을 지낸 적이 있는 신규(申奎)가 노산대군의 왕호를 회복하라고 상소했다. 이후 숙종은 조정의 신하는 물론 지방관과 이미 관직을 그만두고 초야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의견을 묻도록 하였다. 한 달 뒤인 10월에 숙종은 승정원에 비망기(備忘記)를 내려 노산대군의 왕호를 추복하게 하였다. 단종이 영월 땅에서 승하한 지 햇수로 242년 만의 일이다. 이후 곧바로 온 나라의 축하 속에 단종 복위가 반포됨으로써, 강봉된 노산군은 243년 만에 후손들에 의해 단종으로 복원되었다. 우리가 장희빈만 기억하는 시대, 조선사람들의 유전인자에 냄비근성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기나긴 역사바로세우기가 마무리되었다. 오항녕(전주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 버티던 김진규 건대총장 사퇴

    버티던 김진규 건대총장 사퇴

    최근 빚어진 건국대 내홍과 관련, 김진규 총장이 자진 사퇴하기로 했다. 김 총장은 23일 “6월 2일 이전에 총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김 총장의 사퇴 결정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광진구 건국대 행정관에서 열린 학교법인 이사회 회의 결과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사진은 회의에서 김 총장에 대한 해임안을 발의, 다음 달 2일 심의하기로 결의했다. 김 총장은 이사회의 입장이 자신의 해임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자 자진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이사진은 김 총장의 해임안을 놓고 격론을 벌였다. 김 총장은 최근 교수·교직원·학생 등 학내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사퇴를 촉구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거취를 표명하지 않았다. 2010년 9월 취임한 김 총장은 학교 발전을 위한 개혁을 추진했지만 ‘설익은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학내 구성원들과 번번이 부딪쳤다. 여기에 업무추진비 증빙 없이 사용, 부당 진료비 수령, 성희롱 발언, 강남 술집 여사장과의 소송건 등 각종 비리 의혹과 전횡이 최근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이날 김 총장의 자진사퇴 소식이 알려지자 학내 구성원들은 일제히 “정의가 승리했다.”며 환호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경기동부연합 전횡 불만… 민노총 ‘폭로’

    이재명 성남시장과 통합진보당 당권파였던 경기동부연합 간의 야권연대 뒷거래 의혹은 민주노총에서 제기됐다. 구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의 전횡에 대한 민노총 내부의 불만이 점차 고조되던 시기였다. 서울신문이 17일 입수한 통합진보당의 ‘4·11 총선 평가 토론회’(4월 27일) 녹취록에서 이미숙 민노총 민주일반연맹위원장은 “민노총 조합원 40%가 통합진보당에 가입했지만 당권파가 당내 발언권도 주지 않은 채 끊임없이 (우리를) 조직적으로 탄압하며 당을 위해 조용히 있으라고만 한다.”며 당권파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을 내려고 당에 가입한 게 아니고 노동자와 비정규직을 대변해 주는 당을 기대했는데 지도부가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 기간에는 당 이미지 때문에 말을 자제했지만 성남에서 사회적기업을 (이재명 시장으로부터) 김미희 시장 후보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이 당선된 뒤 성남시의 청소용역 업체 공개입찰을 통해 김 시장 후보가 깊이 관여하고 있는 업체를 선정했다는 얘기다. 이정희 전 공동대표에 대해서도 “성남의 사회적기업 문제와 관련해서는 지도자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비판을 이어 갔다. 민노총은 지자체 직영으로 운영되던 환경미화원 등 청소용역을 민간 위탁 업체 방식으로 고용 전환하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노동계를 대변한다는 통합진보당의 당권파인 경기동부연합이 직접 청소용역 업체를 설립하면서 민노총 내부에서 도덕성을 놓고 비판이 비등했던 것이다. 야권연대 특혜 의혹도 통합진보당 당권파와 비당권파의 대립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왔다. 이 시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시 민노당 후보인 김미희(경기 성남중원) 현 통합진보당 당선자와 야권후보 단일화 협상을 벌였으나 양당 간 기초·광역의원 후보 조정과 맞물려 수차례 결렬되는 등 진통을 겪었다. 이후 성남 지역 시민단체의 중재와 민주당의 기초·광역의원 공천 양보로 선거 20일 전 극적으로 타결됐고, 김 후보는 퇴진했다. 성남은 경기동부연합의 근거지로 지역 영향력이 크다. 이 시장도 지방선거에서 경기동부연합과 공동선대위를 구성하며 도움을 받았고 당선 후에는 경기동부연합 멤버들이 대거 성남시장직 인수위원회에 들어갔다. 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청소용역 업체 나눔환경의 한용진 대표도 경기동부연합 공동의장 출신으로 인수위원을 지냈다. 나눔환경이 성남시의 민간위탁 청소용역 업체로 선정된 과정도 의혹을 받고 있다. 당시 성남시 청소용역 업체는 15개로 규모가 더 큰 수원시의 9개에 비해 난립하는 상황이었다. 성남시는 청소용역 비용으로 매년 평균 15억원을 업체에 지급하고 있다. 나눔환경이 신규 민간 사업자로 선정된 시점은 지난해 1월 26일이다. 나눔환경이 2010년 12월 21일 생활폐기물수집운반업으로 설립한 신생 기업이지만 한 달 만에 청소 위탁 용역을 따내며 신규 민간 사업자로 지정됐다. 12개 업체가 사업자 선정 경쟁을 벌여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업체로는 나눔환경이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 과정에서 시의회에 용역대행 보고도 하지 않았다. 성남시는 2010년 12월 30일 민간위탁 업체 경쟁 공고를 내고 이듬해 1월 7~18일 서류를 접수했다. 하지만 자격 요건이 최소주주 20인 이상의 시민주주 형태의 사회적기업, 성남 시민이 주주 70% 이상 점유 등으로 까다로운데도 신생 업체인 나눔환경이 전 부문 적격 판정으로 최종 선정된 데는 사전에 관련 정보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통합진보당 갈등 최악] 반발하는 유·심

    통합진보당 지도부의 비당권파인 유시민·심상정 공동대표는 당내 부정 경선 조사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정희 공동대표의 주장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부정 경선 사건을 기화로 이 공동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권파의 패권주의를 무너뜨리기 위해 전면전에 나선 모습이다. 경선 부정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4일 열린 통합진보당 전국운영위에서는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갈등의 불꽃이 첨예하게 튀었다. 유 공동대표는 모두 발언에서 “부정이냐 부실이냐를 떠나 우리 당의 비례대표 경선이 민주주의 일반 원칙과 상식에 어긋났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자신을 쇄신하고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할 수 있는 기초를 만들지 못한다면 당의 앞날은 불투명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이어 “당 중앙선관위는 아직도 현장 투표소 결과를 투표소별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면서 “투표 결과가 최소한의 투명성조차 (담보되지 않고) 상세한 결과조차 알려지지 않으면 무엇을 담보로 투표 신뢰성을 주장할지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심 공동대표 역시 “얘기를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다. ‘썩은 동아줄을 잡고 있는 것인가’라는 절규들이 쏟아졌다. 수십년간 진보정치에 대한 희망만으로 함께해 온 분들의 울분과 실망이 담긴 떨림과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이 공동대표의 진상 조사 결과 의혹 제기에 대해서도 “폐쇄적인 조직 논리, 내부 상황 논리가 우리 치부를 가리는 낡은 관성과 유산을 과감하게 척결해야 한다.”면서 “조사위는 진상 조사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추가한 것이 없다.”고 단언했다. 진상 조사를 맡았던 조준호 공동대표 역시 “정파의 이해를 대변해 공정성을 잃고 조사에 임했다면 당원 여러분의 질책과 책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온전히 당원 동지와 국민 여러분만 믿고 발표한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에 당권파 당원으로 추정되는 한 참석자는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입니다.”라고 조 공동대표를 향해 소리 지르기도 했다. 비당권파는 이번 사건이 당권파의 고질적인 전횡을 뿌리 뽑을 마지막 기회라고 판단한 듯하다. 심상정·노회찬 등 진보신당 탈당파와 친노(친노무현) 그룹인 유시민 대표의 국민참여당, 이정희 대표가 이끈 민주노동당이 합쳐져 지금의 통합진보당이 탄생했지만 이 공동대표의 당권파가 좌지우지해 온 전횡을 근절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이날 폭발했다. 이재연·송수연기자 oscal@seoul.co.kr
  • “수족관 속 활어 월급쟁이 내 신세 닮아 리얼리티 살리려 횟집 아르바이트도”

    “수족관 속 활어 월급쟁이 내 신세 닮아 리얼리티 살리려 횟집 아르바이트도”

    화가를 꿈꾸던 이대희 감독은 뒤늦게 색약(2도 색약)이란 사실을 알고 조소 전공으로 대학을 갔다. 하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을 꺾을 수는 없었다. 때마침 이현세 만화가가 색약이란 기사가 눈에 들어왔고 세종대 애니메이션학과로 진로를 틀었다. 2003년 어느 날 그는 회사 근처 횟집에 들렀다. 수족관에 빼곡히 들어찬 물고기와 ‘교감’을 한 건 그 순간이었다.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사에서 월급쟁이로 일하는 자신의 현실과 횟집 수족관에 갇힌 활어의 처지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13회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상영된 이대희(35) 감독의 애니메이션 ‘파닥파닥’은 그렇게 시작됐다. 순제작비 10억원이 투입된 ‘파닥파닥’은 망망대해에서 잡힌 고등어 ‘파닥’이 어촌의 한 횟집 수족관에 들어오면서 시작한다. ‘파닥’은 틈만 보이면 수족관 밖으로 몸을 내던진다. 오로지 고향으로 돌아갈 생각뿐이다. 그런데 수족관의 헤게모니를 장악한 ‘올드 넙치’를 비롯한 다른 활어들의 시선은 싸늘할 따름이다. 하지만 자유를 찾으려는 ‘파닥’의 몸부림이 계속되면서 양식장 출신들도 서서히 동요하기 시작한다. ‘파닥파닥’이 전주영화제에서 마지막 상영을 한 지난 1일 이 감독을 만났다. ‘파닥파닥’의 기획은 2007년부터 구체화됐다. 애니메이션 회사에 사표를 던진 이 감독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횟집 취업이었다. 영화 엔딩크레딧의 ‘스페셜 생스 투’(제작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부분)에 횟집 이름이 네 개나 나온 연유다. 이 감독은 “2007년 말쯤이었다. 사표를 내고 나온 터라 돈도 필요했다. 낮에는 백화점 물류센터에서 상자를 나르고 틈틈이 각본을 쓰고 저녁에는 대형 횟집에서 아르바이트했다. 6개월쯤 주로 서빙을 했고 전어를 딱 한 번 떠봤다.”며 웃었다. 덕분에 ‘파닥파닥’ 각본은 펄떡거리는 활어처럼 리얼리티를 얻었다. 횟감으로 테이블에 올라 힘겹게 마지막 숨을 들이쉬는 고등어에 담배를 물리는 몰상식한 손님이나 뜰채로 활어를 건져 관상용 금붕어가 있는 작은 어항에 빠뜨리는 짓궂은 꼬마 등 작품에 녹아든 일화들은 그가 횟집에서 목격한 장면에서 비롯했다. 편집에서 빠졌지만 ‘파닥’이 바다에서 그물에 걸리는 과정을 묘사하려고 강원도 속초 동명항에서 고깃배를 타기도 했다. 미술감독, 촬영감독과 함께 올랐다. “(바다에서 잘못돼도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간신히 허락을 얻었다. 손바닥만 한 고깃배였는데 처음에는 (놀이기구) 바이킹을 탄 것처럼 재밌었다. 먼바다에 나가자 파도가 요동쳐 밧줄로 몸을 배에 묶어놓은 채 간신히 버텼다. 온갖 구멍으로 분비물을 토해냈다.” ‘파닥파닥’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고등어, 넙치, 놀래미(원래는 ‘노래미’가 맞다.), 붕장어, 줄돔, 농어, 도미 등 어류들의 성향에 착안해 캐릭터를 설계했다는 점. 낚시를 할 때 잡았다가 다시 놓아줘도 3초 만에 바늘에 걸린다는 놀래미는 아둔한 캐릭터로 등장하고, 밤에 먹이를 포획하는 성향을 지녀 ‘바다의 갱’으로 불리는 붕장어는 1인자에게 복종하지만 동지도 먹이로 삼는 냉혈한으로 그려진다. 주인공 ‘파닥’과 관련해 이 감독은 “고등어는 직진하는 성격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곧잘 욱한다. 저돌적인 행동파로 봐야 한다. 횟집 어항에 들어오면 계속 벽에 몸을 부딪쳐 코가 깨지고 멍들어 일찍 죽는다는 점에 착안해 바다로 탈출하려 하는 집념의 캐릭터로 삼았다.”고 말했다. ‘웬만한 횟집에서는 고등어를 구경도 하기 어렵지 않으냐.’고 농담처럼 물었더니 “가을에 딱 2주 나온다. 우리가 아는 고등어처럼 등이 푸른색이 아니라 형광등 불빛처럼 희멀건 색이라 사람들이 잘 모른다.”고 설명했다. 출신 성분(바다 혹은 양어장)에 따라 수족관 내 계급과 서열이 결정된다든지, 절대 권력의 전횡에도 모두가 침묵하는 설정은 대한민국 사회의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그는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정면에 내세울 생각은 없었다. 궁극적으로는 자유 의지를 말하고 싶었다. 바다로 돌아가려는 고등어의 의지가 꿈이 없는 현실에 만족한 채 근근이 살아가던 놀래미와 넙치의 생각마저 바꿔 놓은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관객 기록을 갈아치운 ‘마당을 나온 암탉’, 평단과 마니아의 지지를 동시에 끌어낸 ‘돼지의 왕’에 이어 토종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이끌 기대작으로 꼽혀온 만큼 영화제 관객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는 “처음부터 수족관을 포로수용소 같은 느낌으로 표현하길 원했는데 생각보단 어두운 톤으로 나왔다.”면서 “(인간 세계에 잡혀 온 열대어의 탈출기를 그린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를 기대한 분들이야 실망하겠지만 상업적으로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걸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7~8월에 50개 안팎 스크린에서 상영하는 게 목표라고 귀띔했다. ‘파닥파닥’의 제작비 10억원 중 절반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지원받았지만 나머지는 이 감독이 대출을 받는 등 스스로 마련했다. “기획 때만 해도 투자를 받는 데는 관심도 없었다. 하물며 캐릭터 상품은 상상조차 못 했다. 그땐 어렸던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마음고생이 심했기 때문일까. 차기작으로는 다섯 살짜리 딸도 볼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고 했다. 물론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디즈니풍은 아닐 거다. “악당과 마녀, 사악한 계모는 잔인한 최후를 맞고 착하면 행복하게 산다는 식의 이분법적 세계관을 담고 싶지도 않고 그게 교육적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글 사진 전주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국회 선진화법 통과 안팎] “최루탄·전기톱 이젠 안된다”… ‘비폭력 선언’ 실천에 달렸다

    [국회 선진화법 통과 안팎] “최루탄·전기톱 이젠 안된다”… ‘비폭력 선언’ 실천에 달렸다

    최루탄, 해머, 전기톱, 쇄사슬, 주먹질…. 18대 국회에서 쟁점 법안을 둘러싼 여야 갈등 과정에서 등장한 소품(?)이다.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몸싸움방지법)이 이러한 소품들의 등장을 차단하는 ‘전가의 보도’가 될지 주목된다. 우선 국회의장 직권상정 요건이 대폭 강화된다. 지금은 직권상정 요건이 모호해서 ‘이현령 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는 기습 또는 날치기 처리 논란을 불러와 여야 관계를 얼어붙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처리 당시가 대표적이다. 이에 따라 개정안에서는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국가비상사태 ▲여야 간 합의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사실상 여야 합의가 전제되지 않으면 직권상정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다수당의 전횡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대신 소수당의 생떼를 방지하기 위해 신속처리(패스트트랙)제도가 도입된다. 신속처리 안건은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과반수 동의로 지정을 요구할 수 있고, 이를 국회의장 또는 상임위원장이 무기명 투표에 부쳐 재적의원 또는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지정된다.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되면 상임위에서는 지정 요구일로부터 180일, 법사위에서는 90일이 경과되면 각각 자동 처리된다. 개정안은 또 법사위에 장기 계류 중인 이른바 ‘낮잠 법안’을 처리할 수 있는 수단도 마련했다. 법사위는 각 상임위에서 의결한 법안이 본회의 상정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에 해당한다. 때문에 지금은 법사위에서 제동이 걸린 법안은 본회의 상정 자체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개정안에서는 법사위에서 120일 이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안건의 경우 해당 상임위 재적위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하면 국회의장에게 안건에 대한 본회의 상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했다. 이어 국회의장은 30일 이내에 여야 원내대표 간 합의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하되, 합의가 불발되면 이 기간이 경과된 후 처음으로 열리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했다. 아울러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제도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의 요구로 개시할 수 있도록 했다. 필리버스터 종료는 재적의원 3분의1 이상이 서명한 종결 동의가 제출된 24시간 후 재적의원 5분의3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개정안에 대해 여전히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19대 국회가 떠안게 된 숙제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하이마트 정상화 ‘급물살’

    하이마트 정상화 ‘급물살’

    하이마트의 경영 정상화와 매각 작업이 급물살을 타게 됐다. 증시에서 10거래일째 정지된 주식매매가 2일부터 정상화되고 단독 대표이사(CEO) 체제를 가동한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은 6월 말까지 매각 작업이 불투명하면 CEO에서 전격 물러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한국거래소(KRX)는 30일 하이마트의 최대주주인 유진그룹이 이날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 계획에 유효성이 있다며 상장폐지 실질심사위원회 심의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 16일부터 선종구 전 하이마트 회장 등의 횡령·배임 혐의를 이유로 하이마트의 주식매매 거래를 정지시켰다. 하이마트가 제출한 경영투명성 개선안에는 이사회와 감사위원회가 대표이사 견제기능을 강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외이사를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리고 기관투자가 등 주요 주주와 상장사 협의회 등으로부터 추천을 받기로 했다. 이사회 부의 기준도 자기자본 대비 2.5% 이상에 해당하는 자산취득·처분으로 못 박음으로써 대표이사의 전횡을 막도록 했다. 또 특수관계인과 거래 때 이사회 부의 기준을 50억원에서 30억원으로 낮췄다. 거래처 선정 때 경쟁입찰도 의무화된다. 이와 함께 하이마트는 오는 3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내부의 신망이 두터운 인사를 영업지배인으로 선임키로 했다. 유 회장은 6월 말까지 하이마트 매각이 불투명할 경우 지체없이 주주총회를 열어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경영 개선안은 주기적으로 시장에 자율 공시될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하이마트는 일단 상장폐지 위험에서 벗어나면서 정상화의 기반을 닦은 것으로 보인다. 1분기 실적 악화와 유통 업황 부진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돼 큰 폭의 등락은 면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25일 이사회에서 단독 CEO가 된 유 회장은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하이마트 본사로 계속 출근하면서 임직원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동안 선 전 대표를 지지해 왔던 일부 임직원도 별다른 동요 없이 업무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데스크 시각] 서초동의 재연극/박홍환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초동의 재연극/박홍환 사회부 차장

    언론사 사회부 법조출입 기자들에게는 ‘징크스’가 있다. 한번 발을 들여놓게 되면 다른 부서로 전출갔다가도 언젠간 다시 불려오고, 그렇게 두번, 세번 법조와 인연을 맺으며 경력의 3분의1이나 절반 정도를 사건 속에 파묻혀 지내는 것이다. 이쯤 되면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는 곳보다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이 더 익숙해지기도 한다. 38개월간 베이징 특파원으로 드넓은 중국 대륙에서 국제뉴스를 취재하다 올 초 귀국하자 역시나 다시 서초동 현장을 맡으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횟수로 네번째, 5년 만의 복귀다. 타사 동료기자들과 법조인들은 반갑게 맞이하면서도 “또 왔어요?”라며 ‘징크스’를 피하지 못한 데 대한 측은함을 표현했다. 예전의 기사들을 뒤적이며 법조기자로서의 감(感)을 찾아 나가는데, 지금 서초동에서 ‘상영’되고 있는 권력 실세 ‘비리 드라마’의 10년 전 ‘원작’이 눈에 확 들어온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한두 달 앞뒀던 이맘때 쯤이다. 전국이 월드컵에 대한 기대감으로 들떴지만 서초동은 비리수사로 한창 뜨거웠다. 김대중 당시 대통령의 세 아들, 이른바 ‘홍삼(弘3) 트리오’가 모두 검찰의 수사대상이었다. 같은 해 5월 16일 마침내 서초동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한 DJ의 막내아들 홍걸씨는 200여명의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채 “부모님께 면목이 없다.”고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겹게 말했다. 지난 25일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서초동 대검찰청에 모습을 나타냈다. 건설 브로커로부터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과 함께 5억~6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권력 실세다. 70대 중반 노인 체력으로 감당하기 버거웠을 14시간의 조사를 마치고 이튿날 새벽 대검청사를 나서는 최 전 위원장은 현직에 있을 때의 당당했던 위세가 무색하게 “몸둘 바를 모르겠다.”며 몸을 낮췄다. 이제 ‘왕차관’으로 불리며 전횡을 휘두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소환될 터이다.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새누리당 의원의 이름도 무대 주변에서 어른거린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2002년 봄 서울지검 형사부 부장검사로, 최재경 대검 중앙수사부장은 서울지검 특수부 부부장검사로 DJ의 세 아들 관련 비리수사를 서초동에서 지켜봤다. 정확히 10년 만에 재연된 서초동의 권력 실세 비리 드라마는 이처럼 ‘배우’만 바뀌었을 뿐 감독이나 관객, 대사까지 똑같다. 검찰의 비리 수사 재연극은 관전할 땐 흥미진진하지만 보고 나면 허탈하다. 10년 전에도 그랬다. 권력자의 측근에게는 이권을 노린 업자와 브로커들이 몰려들었고, 그들 간에는 일반인들이 상상할 수 없는 액수의 돈이 오간다. 퀴퀴한 냄새가 풀풀 나고, 더러운 소문이 꼬리를 물지만 드라마는 항상 권력의 끝물에서야 상영되곤 한다. 권력의 정점에서 단죄가 이뤄졌다면 어땠을까 싶은 까닭이다. 최 전 위원장이 브로커로부터 돈을 받은 시점은 2007~2008년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대선캠프를 거쳐 정부 출범 후 막강 권한이 부여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에 올라 전권을 휘둘렀다. 종합편성채널 선정도 주도했다. 그 시기 최 전 위원장은 이미 범죄 혐의자였던 셈이지만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검찰도 자유로울 수 없다. 물론 권력의 정점에서는 관련 인사들의 범죄행위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은 헤아릴 수 있다. 혐의를 입증할 증거나 진술 등이 부족한 상황에서 섣불리 수사할 수 없는 현실적 한계도 인정한다. 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권력 실세의 비리 수사가 왜 꼭 권력 말기에 집중되는 지, 거기에 검찰의 ‘권력 눈치보기’가 있었던 건 아닌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더 이상 허탈한 서초동의 비리 수사 재연극을 보고 싶은 마음은 없다. 권력 주변 인사들의 자정 노력도 중요하지만 시점을 가리지 않는 검찰의 적극적인 수사만 가능하다면 전혀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stinge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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