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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삶과 경영이야기] (25) ‘미래형 CEO’ 하나로텔레콤 윤창번 사장

    [삶과 경영이야기] (25) ‘미래형 CEO’ 하나로텔레콤 윤창번 사장

    윤창번(50) 하나로텔레콤 사장은 1년전 통신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최고경영자(CEO)다.그가 소리소문 없이 통신시장 바닥에서 영역을 넓히는 사이 업계는 그를 ‘옹골찬 미래 기업가’로 평가하고 있다.그는 국책 통신연구원장에서 통신 대기업 사장으로 변신을 했다.그를 만난 이들은 한국의 ‘앨빈 토플러’(제3의 물결 저자)를 찾았다는 말도 서슴지 않는다.내로라하는 통신업계 CEO들을 제쳐두고 그를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해박한 통신지식과 정연한 논리,카리스마와 인간미가 녹아 있다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스스로 “기업경영을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말을 할 정도로 이젠 자신감에 차 있다. ●“잘 노는 수재였다” 윤 사장은 경기중·고와 서울대를 나와 세칭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하지만 그가 전한 학창시절은 ‘사고뭉치’였다.하지만 인생을 삐딱하게 보는 ‘반항아’가 아니라 친구가 좋고 운동이 좋은 자유분방한 ‘문제아’였다. 양친이 모두 대학교수인 학자집안이었지만 중학교 때부터 담배를 피우면서 주먹질을 해대는 생활이었다.어머니가 “창피하니 집에서만 담배를 피우라.”며 담배 한 보루를 손수 사다가 방에 넣어 주면 재밌게 피워 대던 그런 청년이었다.오죽했으면 경기고 시절 문과도 이과도 아닌 ‘무과(武科)생’이란 별칭을 얻었을까. 작은외삼촌과의 에피소드 하나를 들려 줬다.그의 작은외삼촌은 정근모(전 과학기술처 장관) 한림원 원장이다.어릴 때 잠깐만 놓아두면 밖에 나다녀 정 원장이 줄로 묶어둘 정도였다고 한다.윤 사장은 이를 어릴 때 자랐던 외가의 영향이라고 했다.혜화초등교 교장이었던 외할아버지에게 드나드는 손님이 많아 이때부터 사람과 부대끼고 정을 붙이는 성격이 생긴 것 같다는 것이다. 윤 사장은 이런 성격에 지금도 사람 복이 많다고 했다.좌중에서 편안한 분위기로 상대방을 ‘띄워 주는’ 언변은 최고란 찬사를 받는다.그는 한번 만나면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만남이 좋기에 좋은 점만 본다고 했다.‘상대방을 좋게 보지 않으면 그도 나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지 않는다.’는 말을 금언으로 삼고 있다. ●인생수업,외삼촌들에게 배웠다 윤 사장의 인생 진로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 사람은 외삼촌 정근모씨였다.정씨는 23살 때 박사 학위를 받아 당시 장안에서 천재로 불렸다.“외삼촌은 고등학생이던 내게 대학은 공대로 가라고 권했습니다.기술을 배우고 대학원은 상대로 가서 경영공부를 하라고 누차 말했습니다.” 하지만 고교 때 너무 논 탓에 윤 사장은 난생 처음 쓴맛을 본다.서울대 시험을 치렀으나 보기좋게 낙방했다.양친이 음대 교수로 있던 한양대 공대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지만 포기하고 재수 끝에 서울대 산업공학과로 진로를 택했다. ●유학길은 사고의 전환점 그에게도 긴 방랑길을 접게 한 계기가 왔다.대학 3학년 때 취리히 스위스항공사에서의 6개월간 인턴생활은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게 한 거울이었다. “스위스항공사가 블랙박스란 AIDS시스템을 개발했었죠.이륙과 착륙 등에 360개 변수가 들어가는 시스템인데 이때 처음 선진 기술과 기업을 봤습니다.또 이곳에서 독일 대학원생들이 4개 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걸 보고 큰 자극을 받았습니다.” 이 두 가지가 그의 인생관을 바꾸게 한 단초 구실을 했다.윤 사장은 정신을 차리자고 마음을 먹고 죽기 살기로 영어 실력을 닦았다.그의 영어 실력은 자타가 공인한다. 졸업 후엔 당시 가장 인기있던 종합상사 대우실업의 문을 두드렸다.김우중 회장과의 직접 면담을 거쳐 77년부터 기계 수출분야에서 일했다.하지만 이것도 2년뿐이었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알고 지내던’ 정구부 후배인 부인과 결혼에 골인한 79년,그는 명문 미국 컬럼비아대로 유학길에 올랐다.노스웨스턴대에서는 박사학위 공부를 마치고 86∼87년 휴스턴 대학에서 교수로 있다가 외국 생활을 접고 귀국했다.이후 산업연구원에서 연구위원(교수)을 거쳐 89년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입사했다.36살에 기획조정실장의 중책을 맡기도 했다. ●하나로통신,전권을 잡다 윤 사장은 14년간의 정보통신분야 연구를 접고 지난해 8월 하나로통신(현 하나로텔레콤)에서 경영자로서 새 둥지를 튼다.많은 지인들이 말렸지만 늘 언젠가는 한번 CEO를 해보겠다고 마음을 먹어 왔던 터라 아무도 그의 고집을 꺾지는 못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2002년 말 주변에서 요청이 왔을 때 거절을 했다.이듬해 설때 신윤식 당시 회장이 “자신의 역할을 대신해 달라.”며 직접 요청하기도 했다. 그해 3월말 하나로통신에 경영 공백이 왔다.LG,삼성,SK 등 주요 주주들이 모인 이사회에서 그를 다시 불렀다.당시 그에겐 대학 학장,대학원장,법무법인 고문 등의 요청이 잇따를 때였다. 연구원에게 대기업 경영을 부탁한 게 얼른 와닿지 않는다는 물음에 “정책연구원에서 200명의 연구원을 거느리며 경영 경험을 제대로 했다.”고 밝혔다. 예산 확보와 인사,연구 마케팅을 많이 해봤다고도 말했다.통신업계 바닥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정보기술(IT)산업의 흐름을 오랫동안 깊게 봤다는 말이다. ●전문 경영진을 누르다 지난해 LG와 하나로통신의 하나로통신 경영권 뺏기 싸움으로 말머리를 돌렸다.엎치락뒤치락하던 싸움을 고작 연구원장 출신 신참 CEO가 어떻게 이겼을까.“이돈 저돈 가릴 것 없습니다.돈에 색깔이 있습니까.”당시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선 살아남는 쪽을 선택해야 했던 긴박감의 소회였다.그는 결국 ‘소액주주 위임장’이란 비장의 카드를 골랐다.당시 10.4%인 외국인의 소액지분을 우호세력으로 만들기 위한 은밀한 행보를 했다.이 싸움의 마침표를 찍은 소액주주를 포섭하기 위해 영국,미국,싱가포르 등을 두루 돌았다.9.1%의 외국인 위임장을 받아내 ‘골리앗 LG’와의 막판 싸움에서 이겼다.당시 LG측은 윤 사장의 이같은 ‘외국 행보’를 나중에야 알게 됐다. 하지만 윤 사장은 이 와중에도 하나로통신 사장으로 밀어준 1대 주주인 LG 등 대주주와 끊임없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하나로텔레콤은 AIG-뉴브리지로부터 유치한 11억달러로 현재 제2의 창업을 서두르고 있다. ●“변화는 기회” 입버릇 처럼 강조 하나로텔레콤은 지금 모든 게 변신 중이다.외자유치전과 소액주주 쟁탈전에서 승리해 조직이 뭉쳐 있다.대범한 사람보다는 꼼꼼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그의 지론이 담긴 전략이 만든 결집력이다. 그는 일부에서 술렁거리는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고도 있다.묵은 하나로통신의 찌꺼기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이다.영입한 젊은 임원들은 전면에 포진돼 젊은 기업을 만드는 데 앞장 서 있다. 그는 “change(변화)에서 g를 c로 바꾸면 chance(기회)가 된다.”고 직원들에게 입버릇처럼 강조한다.변화를 넘어 기회로 만들자는 뜻이다.그가 처한 통신시장 현실은 KT와 하나로텔레콤의 격차만큼이나 어둡다.시내전화는 95대 5 정도다.하지만 ‘사고를 칠 테니’두고 보란다. 이런 현실에서 뭘 갖고 큰소리를 칠까.KT보다 좋은 품질을 자랑하는 초고속인터넷으로 승부를 걸겠단다.초고속인터넷은 24%를 점유하고 있다.이를 기반으로 KT가 당분간 신경을 쓰기 힘든 결합 서비스를 내놓아 시장을 넓혀 가겠다는 전략이다. 두루넷 인수,휴대인터넷 사업권 확보,케이블TV 업체들과의 협력 등을 통한 멀티미디어사업을 하나로텔레콤의 미래로 보고 있다.매각을 추진 중인 두루넷도 제값을 주고 꼭 인수하겠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윤 사장은 “지금은 큰 기업이 이기는 것이 아니라 빠른 기업이 이긴다.”는 말로 숨겼던 비수를 끄집어 낸다. ■ 윤창번 사장은 윤창번 사장은 소탈하면서도 적극적이다.‘박학다식’하지만 상대방에게 머리를 숙일 줄 안다.생활에 감각과 멋을 갖췄다고나 할까.인터뷰 말미에 선술집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고 제안했다.“그것 좋죠.꼭 한번 해야죠.”그는 흔쾌히 응했다.만나는 사람마다 자기 사람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임·직원들과 스스럼없이 호프 자리와 노래방 모임을 갖기도 한다.그의 18번은 윤도현 밴드의 신곡들이다.젊은 가수인 김범수,왁스의 노래도 즐겨 부른다.젊은 감각이 관리 능력에 바탕이 되고 있다.운동을 아주 좋아한다.테니스,야구,축구 등 못하는 운동이 없다.골프는 한때 1오버파를 기록했다고 한다.핸디는 12로 알려져 있지만 요즘은 일이 바빠 제대로 못한다.가족 관계는 원로 음악가인 윤용석 교수가 부친이고,원로 피아니스트이자 한양대 음대 교수를 지낸 정은모 여사가 모친이다.이 때문인지 클래식 음악을 즐기고 CD 수천장을 소장하고 있다.재즈도 무척 좋아한다.김신배 SK텔레콤 사장과는 처남 매부간이다.서울대 다닐 때 여동생을 김 사장에게 소개해 줬다.남동생도 SK텔레콤 자회사인 SK텔레텍 상무로 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열린세상] 배심제 도입 거부 말아야/유중원 변호사

    대법원 산하 사법개혁위원회는 현재 일반 국민의 사법참여를 실현시켜 사법의 민주화를 꾀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하여 배심제의 전면적 또는 부분적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그래서 지난달 26일 사법개혁위 주관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대법정에서는 이 제도의 도입 가능성을 시험해보기 위하여 첫 모의재판이 열린 바 있다.그날 검사의 역할을 담당하였던 모 변호사는 원래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극히 회의적이었으나 실제 참여해보고 자신의 고루한 견해를 바꾸기로 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현행 근대적인 사법제도가 정립·시행된 이래 모든 재판업무는 고도의 법률지식으로 무장한 직업법관에 의하여 이루어져 왔다.이러한 형태의 재판제도에 대하여 오랫동안 우리 국민들은 매우 익숙하게 되었고 그래서 직업법관에 의한 재판에 대해 그동안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었다. 그러나 권위주의 정권이 종식되면서 급속히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원리가 정착되고 사법권의 독립이 어느 정도 실현되자 이제는 사법의 영역에 있어서도 국민의 주체적 참여를 통한 국민주권주의와 민주주의의 실현 욕구가 점점 증대하게 되었다.또한 실제 재판을 전담하는 직업법관의 재판진행 과정과 재판결과에서도 여러 가지 누적된 문제점이 노정되면서 현행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점점 증폭되었고,그러한 과정에서 돌이켜보면 재판을 하는 법관이 직업적 타성에 젖어 갖가지 오류를 범할 수 있는 가능성과 특히 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서 법관의 편향된 가치관이 작용하여 오판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법관도 공복으로서 국민에 대한 봉사자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민의 감시 대상이 되어야 한다.그러므로 재판과정에 일반 국민이 일정 한도 참여하고 그들의 건전한 상식에 기초하여 구체적 타당성이 있는 재판결과가 도출된다면 이는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것이고,이러한 제도를 과감히 도입하는 일은 우리의 사법제도에 있어서 일대 전환점이 될 것이 분명하다. 배심제는 형사재판의 경우 법률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 중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일정 수의 배심원들이 사실인정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고,법관은 소송의 지휘,법률의 해석과 적용,양형을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참심제는 직업법관과 비법률가인 참심원이 동등한 자격으로 사실인정과 양형 등에 관여하여 재판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일반 국민의 사법감시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거론되고 있기는 하나,법률지식이 없는 참심원은 결국 재판의 들러리 역할밖에 할 수 없어 도입한다면 차라리 배심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배심제는 영미법계 국가 특유의 역사적·문화적 전통에서 유래한 것으로 대륙법계의 법률문화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제도라고 할 수 있다.그래서 일부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그 시행상의 폐해로 인하여 폐지하기도 하였다.또한 배심제는 철저한 당사자주의에 입각한 소송방식이므로 변호사의 역할이 극히 중요한 바,우리의 미성숙한 법률풍토에서는 아직은 도입이 불가능하거나 시기상조라는 견해도 있고,더욱이 우리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한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의 도입은 위헌이라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또한 배심제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심하며,배심원이 고도로 발달한 인터넷과 대중매체 등에 의하여 여론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고,단순히 대중심리에 휩쓸려 무책임한 판단을 내릴 위험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 제도의 도입에 극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신중하게 검토하고 충분히 준비하면 될 것이므로 도입 자체를 무조건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피고인 측에서 치열하게 무죄를 다투는 중대한 사건 등에 제한적으로 이 제도를 우선 도입하고 정착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그러면 국민의 사법참여와 사법감시를 통하여 사법의 투명성이 제고되고 따라서 사법에 대한 국민의 불신 역시 해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유중원 변호사
  • 정병석 노동차관

    정병석 노동차관

    27년간 노동부에서만 근무했다.정책기획 능력과 해박한 이론을 겸비하고 있으며 적극적인 성격에 합리적인 리더십도 갖추고 있다는 평.최저임금제와 고용보험제를 도입 고용정책의 전환점을 마련했고,종합실업대책을 수립해 실업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했다.백복실(49)씨와 2남.▲전남 영광(51)▲서울대 무역학과▲행시 17회▲지방노동청장·노사정책국장
  • 후반기 지방의회 개원

    후반기 지방의회 개원

    지방의회가 30일 서울시의회를 시작으로 일제히 후반기 일정에 들어갔다. 이번 제4대 후반기 지방의회에서는 현행 지방자치제도의 개편작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여 그 어느 때보다 역할 증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와 25개 자치구의회는 수도이전 등 서울의 현안과 전국 광역,기초의회 선두주자로서의 제 역할을 동시에 찾아가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대중교통체계 개편 등 시민생활과 밀접한 정책 되짚어 서울시의회는 30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열리는 제151회 임시회에서 대중교통 분야를 집중 점검할 계획이다. 정병인 서울시의회 운영위원장은 “집행부의 대중교통 체계 개편으로 시민들에게 엄청난 불편을 초래한 데다 향후 대책 등을 따져보기 위한 것이다.”라고 밝혔다.이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 등 구체적인 사전작업도 진행되고 있다. 시의회는 또 행정수도 이전문제에 대한 이명박 시장의 적극적인 입장표명도 요구할 계획이다.그동안 시의회가 대규모집회 등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으나 집행부와 시장이 미온적으로 대처한 것을 질타하고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반대활동에 나서 줄 것을 요구할 방침이다. 특히 수도이전반대 운동과 관련해 임동규 의장은 지난 26일 25개 자치구의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별 홍보,궐기대회,서명운동 등을 적극 펼쳐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밖에 신임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으로부터 서울시의 전반적인 교육행정을 들을 예정이다. ●자치구의장협의회는 제도개선의 첨병 25개 자치구의장들은 지역현안 해결과 함께 의회제도 개선에도 앞장서야 할 때다.지난 전반기 동안 행자부,정부혁신위원회 등에서 제도개선의 윤곽이 드러난 만큼 제도개선에 지방의회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자체 의견을 모아가고 있다. 특히 기초의회가 명실상부한 지방자치의 중추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각종 제도보완에 적극 대처해 나갈 계획이다.이를 위해 자치구의장들은 협의회를 통해 후반기 4대 추진과제를 마련해 놓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재 하루 7만원으로 책정된 회기수당을 15만원으로 인상하는 등 의정활동비를 연간 2520만원 수준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사무국 직원에 대한 인사권,부단체장 임명에서의 지방의회 동의,상임위원회 설치기준 완화 등도 관철해야 할 중요 현안들이다. 특히 의장협의회는 기초의회의 회기일수를 현행 80일 이내에서 120일 정도로 대폭 늘려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행자부,국회 등에 지속적으로 법개정을 요청할 방침이다. 이재창 서울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장은 “의회가 제대로 일을 하려면 회기일수가 최소 120일은 되어야 한다.”며 “이는 수당현실화와 함께 의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역현안·숙원사업등 활발히 논의 자치구의회는 저마다 주민불편사항 등 지역현안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강남구의회(의장 이재창)는 현재 활발히 추진중인 모노레일사업에 여전히 주민의견이 엇갈린다고 보고 의견수렴과 함께 타당성 조사 등을 철저히 펼쳐나간다는 계획이다.이와 함께 수서·일원동 등 부자동네라는 인식에 갇혀 자칫 소홀해지기 쉬운 영세주민들의 복지지원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쏟기로 했다. 송파구의회(의장 이정열)는 후반기의회 첫 임시회가 열린 지난 26일부터 ‘성동구치소 이전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를 시작했다.가락동에 위치한 성동구치소 이전문제는 법조단지를 유치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해 주민갈등의 불씨가 되고 있다.이에 따라 구의회는 상임위원회,특위활동 등을 통해 현장 확인방문과 주민의견 수렴에 나서기로 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의정활동으로 난제를 풀어가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있다. 성동구의회(의장 이원남)는 지역주민의 숙원사업인 일반계 남자고교 유치를 위해 특위를 구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선다.또 ‘왕십리역 경춘·경원선 기·종점역화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 철도청 등 관계기관과 협의에 나서는 등 의회의 역할을 다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강북구의회(의장 신승호)가 대중교통 체계 개편에 따른 주민들의 불편해소방안을 찾는 데 앞장서고 뉴타운사업으로 주민들간에 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중랑구의회(의장 김동승)는 주민의견 수렴 및 향후대책 마련에 의회의 역량을 모아갈 것이다. 이동구기자 yidonggu@seoul.co.kr
  • [씨줄날줄] 출산 파업/오승호 논설위원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가 출산율이 5명 이상이었던 1960년대에 선정한 가족계획 표어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였다.아이를 너무 많이 낳아 골치 아팠던 시대였다.70년대엔 ‘딸·아들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로 바뀌었다.80년대로 들어서면 둘도 많으니 딱 한 명만 낳기를 권장한다.‘잘 키운 딸 하나,열 아들 부럽지 않다’는 등의 표어가 등장한다.2000년 이후에는 건강한 아이 키우기를 위한 엄마 젖 먹이기 운동이 전개됐다.출산 억제책의 영향으로 여성 1인당 출산율이 2명 미만으로 낮아지는 등 저출산 시대가 뿌리 내렸다. 그런데 올해엔 전환점을 맞고 있다.‘아빠,혼자는 싫어요.엄마,저도 동생을 갖고 싶어요.’지난 6월 선정된 표어다.저출산 문제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통계청은 출산율이 낮은 원인이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지는 것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분석했다.고졸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은 지난 93년 36.3%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엔 77.8%를 기록했다.대학 졸업후 취직 등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이 늘면서 결혼 및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높아지고 있다.아이를 낳을 기회가 줄어들기 마련이다.여성이 20대 때 아이를 낳는 비율(출산 구성비)은 93년 75.1%에서 지난해에는 56.5%로 낮아졌다고 한다. 여성의 지위 향상과 사교육비 부담,자식에 대한 인식의 변화까지 작용하면서 아이 낳는 것을 미루거나 꺼리는 ‘출산 파업’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선진국들도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를 전후해 출산 기피로 어려움을 겪었다.최근 몇년 동안의 낮은 출산율은 장래에 일을 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15∼64세) 감소로 이어진다.반면 현재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고령자가 된다.성장 잠재력이 우려되는 이유다.고령자 부양 등에 대한 국가 부담이 커지면 다른 부문의 투자는 줄여야 하는 등의 부작용도 생긴다.통계청은 ‘2000년 인구 총조사’를 기준으로 분석한 결과,2023년을 정점으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설 것으로 분석했으나 그 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보육서비스 확대,육아휴직 활성화 등의 종합적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때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한·중 고구려사 ‘구두 양해’] 中 왜 서둘러 합의했나

    “고구려사 문제를 한국이 이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일지 몰랐다.” 우리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항의할 때 중국 당국자들의 반응이었다.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를 지켜보던 우리 정부가 직접 중국과 외교라인을 통한 협상에 돌입한 것은 지난 4월9일.중국이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고구려 부분을 삭제하면서부터다.정부는 나흘 뒤인 13일 김하중 주중대사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강력 항의하도록 했다.이어 14일엔 최영진 외교부 차관이 리빈(李濱) 주한 중국대사를 외교부로 불러 홈페이지의 원상복구를 강하게 요구했다. 중국측은 우리 정부의 심각한 대응에 놀라면서도 미동도 않았으며,우리 정부는 지난 5일 박준우 외교부 아태국장을 베이징에 급파해 정부의 입장을 거듭 전달했다. 양국 정부는 지난 14일쯤 제3국에서 외교당국자간 극비 회동을 통해 사전조율에 나서 ‘터닝포인트(전환점)’를 마련했다.중국 정부가 지난 22일 우다웨이 외교부 아시아담당 부부장을 극비리에 서울로 보내면서 고구려사 왜곡 파문의 실타래는 풀리기 시작했다.주일본 대사였던 우다웨이 부부장이 본부로 자리를 옮긴 지 3일 만의 일이었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반기문 외교부장관,최영진 외교부 차관,이종석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차장 등 핵심인사들을 잇달아 만나는 고위급 ‘릴레이 협상’을 벌였다.반 장관은 24일 국회에서 “중국 최고위층의 결단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오는 26일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을 앞두고 고구려사 문제를 조기에 해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느긋하게 끌어오던 협상을 외교부 부부장이라는 고위급 인사를 보내 속전속결로 처리한 데는 ‘꼭 숨겨야 하는’ 다른 의도가 깔려 있으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19) 대외정책-대담

    [차이나 리포트 2004] (19) 대외정책-대담

    1992년 수교 이후 한·중 관계는 경제협력 등을 중심으로 하루가 다르게 상호의존도를 심화시키고 있다.그러나 수교 12년을 맞은 올해 양국은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등을 계기로 적잖은 불협화음도 빚고 있다.‘차이나 리포트 2004’ 취재팀은 정종욱 아주대 석좌교수와 장원링(張) 중국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간 대담을 통해 양국 관계의 발전 방향을 짚어보았다.베이징에서 ‘신중국의 대외정책을 말한다’라는 제하로 가진 대담에서 두 석학은 두 나라의 상호의존과 한반도의 평화정착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데 견해를 같이했다.그러나 두 사람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의견을 달리 했다. -정종욱 교수 중국의 대외정책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미국이 주도하는 단극체제를 수용하고 서방 자본주의 국가들과 협력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문제는 이러한 정책의 전략적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중국의 부상이 세계 평화와 안전에 위협으로 인식되어 경계하고 견제당하는 일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히 계산된 협력이라는 시각도 있다.남들이 경계하지 않도록 조용히 실력을 길러 때가 되면 강대국으로 등장한다는 ‘화평굴기’(和平堀起)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장원링 소장 일종의 패권순환론적 시각인데 동의하지 않는다.미국과의 관계는 이라크 전쟁이나 북한 핵 해법 등 여러 문제에서 입장이 다르지만 평화로운 환경을 원하기 때문에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것이다.동남아 국가들과도 자유무역지대를 실현시키고 정치적 신뢰구축을 시도하고 있다.유럽국가들과도 아셈이나 비전그룹 등의 활동을 통해 정치관계를 업그레이드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정 교수 중국은 최근 북한과의 관계도 개선했다.지난 4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베이징 방문은 여러 측면에서 주목할 점들이 있다.김 위원장의 방문에서 중국 정부가 특별히 북한에 전하려 한 메시지가 무엇인가에 대해 추측들이 많다. -장 소장 중·조(중국과 북한) 간에는 동맹조약이 존재하고 있으며 중국은 북한에 대해 일정한 이익을 갖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결정적 시기에 북한에 대한 보호 여부는 약속할 수 없다.확실한 것은 중국은 제2의 한국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중국은 한반도에서 군사적 충돌에 끌려 들어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어떠한 군사적 대치도 직접·간접으로 중국의 경제발전과 개혁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다. -정 교수 김 위원장의 방문이 북한의 개혁·개방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남한에서도 북한이 개혁의 전환점에 들어섰다고 보는 사람들이 생겼다.그런데 개혁·개방을 위해서는 정치시스템을 고쳐야 한다.중국도 1982년에 마오쩌둥의 유산을 정리하는 역사결의를 통과 시킨 후에야 비로소 개혁·개방이 본격화되었다.또한 막대한 국방비 부담을 그냥 두고 경제건설을 할 수도 없다.중국도 4개 근대화에서 국방분야의 우선순위가 가장 낮았다.덩샤오핑도 개혁 초기에 100만 감군을 단행했다.물론 외부적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그러나 외부환경의 개선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적어도 몇 년은 필요하다.반면에 북한의 경제적 필요는 당장 시급한 일이다.이것이 북한의 딜레마이다. -장 소장 과거에 북한은 개혁에 대해 비판적이었다.그러나 이제 북한은 개혁만이 곤란을 넘어서는 길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김정일 위원장 일행이 베이징 근교의 개혁 모범 마을인 한춘허(韓村河)를 직접 방문했다는 사실 그 자체가 개혁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북한은 최근 경제개혁에 대해 과거에 비해 자신감을 가지는 것 같다.그러나 개혁이 당장에 본격화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다.개혁을 해도 정치시스템이 안정된다고 지도자들이 느낄 때만 개혁이 가능하다.어떤 정권도 붕괴를 원치 않을 것이 아닌가.북한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외부 세계의 도움이 필요하다.북한을 가장 많이 도울 수 있는 국가는 역시 한국이다.미국도 일정한 역할이 있어야 한다.무엇보다 북한으로 하여금 자신의 안보에 자신감을 갖게 하는 게 중요하다.북한이 안전하다고 느끼지 않는 한 군 우선 정책을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다. -정 교수 북한이 핵을 안전 보장의 수단으로 간주한다면 핵을 포기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핵 무기가 있다 해도 생존을 보장할 수는 없다.소련은 막대한 핵 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붕괴했다.북한이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중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 소장 중국은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지지하지 않는다.우리는 공개적으로 북한이 핵 개발을 포기하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그러나 중국이 북한을 강압할 수는 없다.중국의 역할은 압력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과 미국이 스스로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주고 협상의 프로세스가 계속되도록 해결의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다. -정 교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핵 문제의 성격상 시간을 오래 끌 수도 없다.나는 1993년 북한 핵 문제가 처음 터졌을 때 한국 정부에서 이 문제를 직접 다룬 경험이 있다.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미국과 북한이 직접 협상을 했지만 한때는 미국이 북한의 핵시설을 공격할 것을 검토하는 등 한반도에서 전쟁의 가능성이 고조되기도 했다.그 때는 북한의 핵 활동에 대한 투명성이 쟁점이었지만 지금은 핵 보유 그 자체가 논쟁의 핵심이다.북한의 핵 보유 여부에 대해 애매한 부분이 있지만 적어도 그 때보다 지금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더 많으며 핵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 숫자도 1차 때보다 훨씬 많다는 점은 확실하다.얼마 전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중국과 한국 등을 방문했을 때 북한 핵 문제와 관련하여 “시간이 우리 편에 있지 않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시간을 오래 끌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핵 문제의 안정된 관리가 위기 상황으로 악화될 가능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우리는 1차 위기의 경험에서 알고 있다.그런 의미에서 6자회담에서 시간을 무작정 끌 수도 없다.합의의 큰 틀이라도 마련되어서 북핵 문제가 동결 상태에 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폐기에 시간이 걸린다면 그 이전에 동결이라도 해서 사태의 악화를 막아야 한다. -장 소장 그런 협박조의 이야기는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북한은 악의 축”이라는 등의 이야기와 다를 게 무언가.이런 자세로 북한이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게 할 수는 없다.미국은 북한이 먼저 핵프로그램을 포기하고 국제사회에 대해 문을 열라고 해왔다.중국은 처음부터 이런 태도가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미국의 태도는 변하지 않고 있다.6자회담은 미국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장소가 아니다. -정 교수 장 소장의 말처럼 어느 한쪽이 상대방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협상이 성공할 수 없다.미국의 태도도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더 이상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 표현하지는 않는다.중국의 역할이 효과를 발휘하는 측면도 있다고 본다.중국이 북한 핵문제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물론 최종적 대답은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나와야 한다.또한 한국 정부의 역할도 중요하다.한국은 북한과 비핵공동선언을 했으며 기본합의서도 체결했다.최근에 남북간 경협과 교류 협력이 활발한 것 역시 북핵 해결에 간접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다.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서는 보다 공고한 평화체제가 자리 잡아야 한다.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장 소장 공감한다.중국은 평화협정에의 참여를 거절하지 않을 것이며,이를 지지할 것이다.그러나 개인적 생각이지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정 교수 이제 한·중관계에 대해 얘기해 보자.한·중관계가 1992년 수교 이래 양적으로 급속한 발전을 해온 것은 모두 인정하지만 최근에는 질적인 변화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여론조사를 보면 미국보다 중국이 한국에 더 중요하다고 믿는 한국 사람들이 많아졌다.한국이 전통적 우방(미국)과 새로운 우방(중국) 사이에서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서는 한·미관계와 한·중관계가 잘 조화를 이루어 적절한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최근 미국의 세계전략이 변하면서 주한 미군의 재배치와 감축문제가 한·미 동맹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지역 내에 다자적 협력 기구를 만들려는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이 모두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느낌이다. -장 소장 한·중관계는 상호의존적이며 남북관계가 좋아지면 한국의 많은 투자가 북한으로 갈 것이다.중국은 균형 잡힌 새로운 지역 협력을 원한다.미국의 한반도 정책은 앞으로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한국은 그동안 일방적으로 미국에 의존해 왔지만 이제 부상하고 있는 이웃 중국이 있다는 사실이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안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국가이다.그래서 미국과 중국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주한 미군은 오래 전부터 있어 왔고 중국에 위협을 주지 않는다.중국이 미군의 주둔을 걱정하지 않는 게 아니라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동시에 미군이 한국에 주둔하고 있다고 해서 한국이 미국하고만 좋은 관계를 갖고 중국과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앞으로 동북아의 구조는 달라질 것이다.새로운 지역안보와 협력 시스템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며 중국도 그런 시스템에 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통일 한국도 그런 시스템 내에서 보면 중국에 위협이 아니며 혜택이 될 것이라고 본다. 정리 베이징 이석우특파원 swlee@seoul.co.kr ■ 정종욱 교수 서울대 교수,대통령외교안보수석,주중대사 역임,아주대 석좌교수(현) ■ 장원링 소장 베이징대·중국인민대·산둥대 겸임교수,정협 위원,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소장(현)
  • 포스코, 용광로 대체 차세대 공법 첫 개발

    포스코, 용광로 대체 차세대 공법 첫 개발

    ‘제철소에서 용광로가 사라진다.’ 포스코가 세계 철강사를 새로 쓰고 있다. 포스코는 기존의 용광로 공법을 대체할 ‘파이넥스’ 공법을 세계 최초로 개발,17일 상용화 설비 건설에 착수했다. 지금까지 철강업계는 쇳물을 만들 때 철광석과 유연탄을 1차 가공해 쓰거나 덩어리 형태의 원료를 사용하는 용광로 공법에 주로 의존해 왔다. 파이넥스는 오염물질이 적어 친환경적이면서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100여년 역사의 용광로를 대체할 수 있어 전세계 철강 기술사의 일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는 이날 포항제철소에서 이구택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차세대 제철기술인 파이넥스(연산 150만t 규모)의 상용화 설비 착공식을 가졌다.파이넥스 설비는 총 1조 3180억원을 들여 2006년 말 완공돼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포스코는 지난 92년부터 4200억원을 들여 파이넥스 공법 개발을 진행해 왔다.지난해 6월 연산 60만t 규모의 시험설비를 준공했다.현재 3단계에 걸친 기본 기술 개발을 완료한 상태이며,내년 말까지 생산원가 분석을 비롯한 경제성 분석 등 최종 상용화 개발작업을 끝낼 방침이다. 포스코는 산업의 근간인 철강 제품을 생산하는 데 있어 독자적인 기술 개발에 성공함으로써 세계 유수의 철강업체들에 맞설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함은 물론,생산량 확대를 위한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의 상용화를 위해 2008년까지 총 13조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이 중 30%가 넘는 4조 4000억원을 생산량 확대에 집중함으로써 2008년까지 조강생산 능력을 3200만t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파이넥스 설비 착공과 관련,“100년간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받아온 용광로 공법이 파이넥스 기술로 완전히 전환되는 것을 의미한다.”며 “외국 철강업체에 의존해 오던 철강 핵심기술 도입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밝혔다. ●파이넥스 공법 철광석과 유연탄을 사전 가공 공정없이 바로 사용할 수 있어 용광로 공법이나 코렉스 공법보다 진일보한 기술로 평가된다. 용광로 공법은 쇳물을 만들 때 철광석과 유연탄을 덩어리로 만들어 쓰는 방식으로 전세계 조강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코렉스 공법은 철광석을 덩어리로,유연탄을 가루형태로 만들어 쓰는 쇳물 제조방식이다. 파이넥스 공법은 투자비가 용광로 공법의 92% 수준으로 제조원가를 83% 수준으로 낮출 수 있다.또 배출되는 황산화물이 용광로의 8%,질소산화물은 4% 수준에 그치는 등 공해물질의 배출량도 크게 줄일 수 있어 환경 친화적인 미래형 제철공정으로 각광받을 전망이다. 최광숙기자 bori@seoul.co.kr
  • [자문위원 칼럼] 개혁도 관리의 대상이다/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국 사회가 역사적 전환점에 있지 않은 적이 없지만 요즘 상황을 보면 어떤 고비에 서 있음을 느낀다.고비의 징후는 전례없이 근본을 건드리고 있는 사회 이슈와 논쟁의 색깔에서 읽을 수 있다.정치 논쟁은 국가 정체성과 한국의 근현대 역사를 송두리째 쥐고서 샅바싸움을 하고 있고 불황속에서 치러지는 경제 논쟁은 시장과 반시장,자본주의와 사회주의와 같은 이념문제로 비화되고 있다.정치적 수사로 치면 요령부재에다 하도 어설퍼서 설득력이 없고,논쟁의 수준은 현실 민생과 너무나 동떨어져 부질없는 지적 허영의 난무처럼 들린다.상생을 위한 정치적 대화와 합의는커녕 타성까지 붙어버린 당파적 정쟁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위기를 직감할 뿐이다. 작금의 돌출적이고 현란한 이슈,그리고 가닥을 잡기 힘든 정쟁의 뿌리는 한마디로 소위 진보세력이 해방이후 처음으로 대통령과 국회를 장악한 지배세력이 되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진보세력이란 표현이 귀에 거슬린다면 그동안의 지배세력과 ‘다른 정치 세력’으로 불러도 좋다.민주사회에서 정권의 교체는 이전 지배세력의 문제점을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타나 해결하는 과정이고,거기에서 새로운 정권은 정당성을 찾는다.그래서 지금 노무현 정권은 이전의 지배세력이 안고 있었던 해묵은 문제인 정경유착,과거사 청산,지역 분열,인권피해 등을 중요 의제로 삼고 해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사안들은 상당부분 누리던 자와 상처를 입은 자가 명백하게 갈라지는 편 가름과 갈등의 이슈일 수밖에 없다.이전의 지배세력이 누리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독재 권력의 시혜가 광범위하고 오랫동안 뿌리내렸던 만큼,새 정치권력의 의제는 과거청산의 성격이 짙게 되고 그만큼 골깊은 사회적 갈등을 담게 된다.다른 정치세력이 되기로 한 노무현 정권은 이전의 어떤 정권보다도 거센 정치공격을 감수해야 할 처지이다.진정한 정권교체의 역사적 경험이 일천한 한국 정치는 새로운 집권세력이 지금까지의 집권세력과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존재의 이유까지 부정하고 나선다.정치적 다름은 저쪽의 상승이 이쪽의 몰락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더욱이 분열과 갈등속에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용의 민주주의를 학습하지 못한 한국정치는 상대편 정권을 없신여기고 싶어하고 어디 잘하나 보자식의 뒤틀린 심사도 발동한다. 이같은 현상은 언론에도 그대로 투영된다.역대 정권과 유착,타협 또는 반목을 통해 어느새 ‘정치하는 언론’이 되어 버린 언론은 한번 가버린 정파적 노선으로부터 공정과 균형으로 쉽사리 되돌아오지 못한다.최근 탄핵과 17대 총선에서 보여준 보수 신문의 야당 편들기 보도,공영방송의 여당 편향보도, 방송위원회의 아무런 근거나 설명도 없는 탄핵방송 문제없음 결정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독자와의 정치적 교감을 중시하는 일부 언론은 현 정부에 불만을 가진 독자층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정부 공격에 나선다.그럴수록 신뢰위기는 더욱 심해지지만 이렇다 할 대안을 찾지 못한 언론은 정부와 갈등 관계에서 우선 단기적인 득을 보고자 한다. 해방이후 최초로 ‘다른 정치세력’이 된 노무현 정권에 야당과 보수 언론,수구적 지식인과의 갈등은 거의 필연적이다.그것이 한국 정치의 현주소라면 노무현 정권에 갈등은 피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관리의 대상이 된다.대결과 말싸움은 갈등 증폭의 부작용만 낳는다.이젠 설득과 대화,자제,관용,정치적 협상 쪽에서 리더십의 미덕을 찾을 때이다.개혁도 잘 관리하지 않으면 독재가 되기 때문이다.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 나란히 무대나들이 나선 정보석·배종옥

    나란히 무대나들이 나선 정보석·배종옥

    ‘여자들의 의리’ vs ‘남자들의 질투’.남자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여자들의 내면,그리고 여자들이 모르는 남자들의 세계를 그린 이색 연극 두 편이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오는 14일부터 서울 산울림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극단 산울림의 ‘데드 피시-네 여자 이야기’(팸 젬스 작,채승훈 연출)와 19일 학전블루소극장에서 막 올리는 악어컴퍼니의 ‘아트’(야스미나 레자 작,황재헌 연출).각각 여자배우 네 명,남자배우 세 명만 등장하는 이들 작품에서 탤런트 배종옥(40)과 정보석(42)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오랜만에 무대에 서는 것도 공교롭다.연습에 한창인 두 배우를 만나 작품 얘기를 들어봤다. ●소심한 공대교수 규태역의 정보석 ‘남자들의 세계’ 하면 우정,의리 같은 거창한 것들이 떠오르는데 연극 ‘아트’는 남자들이 드러내기 싫어하는 질투,시기,이런 감춰진 부분들을 적나라하게 까발리는 통쾌함이 있다.나도 현실에서 이런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친구이기 때문에 억지로 참아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또 겉으론 대범한 척,강한 척해야 하는 남자들의 외로움을 잘 표현한 작품이다. 극중 규태는 지방 공대교수인데 피부과 의사인 친구 수현이 그저 하얀색에 불과한 그림을 1억 8000만원에 샀다는 사실에 경악한다.그러면서 또다른 친구 덕수를 끌어들여 서로의 입장을 이해받으려고 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감정을 터트리게 된다.이런 상처들이 결국 우정에 의해서 치유되는 결말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어찌보면 극중 세 인물이 모두 자신일 수 있다.거액을 주고 선뜻 그림을 사는 수현처럼 살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소심한 규태처럼 살고 있고,그러면서 스스로는 두 친구 사이에서 피해의식을 느끼는 덕수라고 생각하는지도 모른다.남녀가 함께 보면 가장 재밌게 즐길 수 있는 연극이다. 11년만에 무대에 돌아오니 오래만에 고향친구를 만난 것처럼 흥분된다.그런데 막상 공연이 다가오니까 겁이 덜컥 난다.같이 무대에 서는 친구(이남희,유연수)들이 워낙 베테랑인데 내가 앙상블을 깨뜨릴까봐 걱정이다.연극은 이번이 다섯번째다.대학 졸업하고 극단 가교에서 신입단원으로 워크숍만 하다가 방송·영화로 갔다.93년 ‘클레오파트라’를 끝으로 연극무대를 떠난 후 계속 마음만 있었는데 드라마에 함께 출연했던 권해효의 추천으로 이 작품에 합류하게 됐다. 공연팀이 둘이다 보니 부담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특히 다른 팀에서 같은 역할을 하는 권해효와의 경쟁심리를 은근히 부추기는데,사실 우리팀 연기에 집중하기도 벅차서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웃음). 화·목·토는 정보석 이남희 유연수,수·금·일은 권해효 조희봉 이대연 출연.10월3일까지 (02)764-8760. ●페니미스트 피시역의 배종옥 뮤지컬 ‘아름다운 사인’(장진 작·연출) 이후 5년만의 무대 나들이다.연극은 늘 하고 싶었지만 작품이랑 시간이 잘 안 맞았다.드라마 ‘꽃보다 아름다워’를 끝내고 쉬면서 대본을 받았는데 평소 해보고 싶었던 소극장 리얼리즘 연극인데다 ‘여성들의 자매애’라는 메시지가 맘에 들어서 결심했다. 극에 등장하는 네 명의 여자는 각각 형태는 다르지만 모두 전통적인 남녀관계에서 상처를 입은 이들이다.내가 맡은 피시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페미니즘 운동에 뛰어들었으나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의 배신과 이념에 대한 회의로 결국 자살을 택하는 인물이다. 주위에서 나를 페미니스트로 보는 시선이 많은데 실제 그렇진 않다.아마 배우가 아니었으면 페미니스트가 됐을지도 모르겠다.하지만 배우를 하면서 여자라는 이유로 불이익을 당한 경험이 없어서 오히려 그런 측면에는 무감각한 편이다. 올해로 연기생활 19년째다.서른이 넘으면서는 매순간이 고비다.익숙한 작품은 잘 안 하려고 한다.늘 새로운 작품을 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러다 보니 가끔은 스스로 고통을 즐기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연기인생에 전환점이 된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드라마 ‘거짓말’과 ‘바보같은 사랑’이다.‘거짓말’은 멜로가 안 되는 캐릭터라는 편견을 극복하게 했고,‘바보같은 사랑’은 기존의 도회적 이미지를 깨고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도움을 줬다. 요즘 매일 두려움과 설렘으로 연습에 임한다.1시간50분 동안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제압하는 에너지를 유지하는 일이 어렵다.5년 전 뮤지컬할 때와는 또 다르게 스토리 위주로 가는 소극장 연극의 디테일한 재미를 맛보고 있다. 20대부터 40대까지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많이 보러 오면 좋겠다.우린 어떤 결론을 내리거나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는다.지금 우리 여성들이 공감하는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추귀정 정세라 소희정 출연.10월10일까지(02)334-5915.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Seoulites] 1급 지체장애인 박지주씨

    [Seoulites] 1급 지체장애인 박지주씨

    “다른 여성 장애인들이 제가 경험한 어려움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게 인생의 목표입니다.” 하반신을 쓸 수 없는 1급 지체장애 여성인 박지주(34)씨를 ‘불쌍하다.’는 선입견으로 대하면 큰 오산이다.비록 두발로 땅위에 설 수는 없지만,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불의에 당당하게 맞서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어둡게 드리운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장애학생 학습권 찾기’ 손배소 승소 현재 서울 용산구 효창동에 위치한 ‘한벗장애인이동봉사대’에서 활동하는 박씨가 세인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1년.박씨는 당시 재학 중이던 숭실대학교를 상대로 ‘장애학생의 학습권을 보장하지 않고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처음으로 제기,법원으로부터 ‘학교는 25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는 승소 판결을 얻어냈다. “98년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했지만,장애인을 배려한 강의실과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이같은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돈 몇 푼 벌려고 학교의 명예를 떨어뜨리지 말라.’‘장애를 팔아먹지 말라.’ 등의 회유와 협박도 있었지만 잘못된 것은 고쳐야 한다는 신념을 따랐을 뿐”이라고 회상했다. 결국 박씨의 승소는 예산상의 이유 등으로 장애 학생을 위한 이동 및 편의시설 설치를 미뤄온 대학 당국들의 행태에 제동을 걸었으며,장애 학생 또한 비장애 학생들과 동등한 환경에서 대학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음을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초등학생때 척수염으로 하반신 마비 제주가 고향인 박씨는 초등학교 3학년 때 결핵성 척수염을 앓아 하반신이 마비된 뒤 줄곧 휠체어에 의지한 삶을 살았다.“중학교 2학년 때 몸이 아파 휴학한 뒤 복학하려 했지만,학교측이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자퇴를 종용해 그만둬야 했다.”면서 “이후 한참 예민한 시기인 시춘기를 포함,4∼5년을 집안에 틀어박혀 지냈다.”고 말했다.그러나 박씨는 1992년 각고의 노력 끝에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해 자동차를 구입했으며,이는 삶과 세상에 대한 박씨의 첫 도전이자 변화의 출발점이 됐다.“장애인의 이동권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이때 깨달았다.”면서 “차를 운전하게 되는 순간부터 장애인으로서 제 삶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20대초에 운전면허 딴 게 인생의 전환점 이어 박씨는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만으로는 사회에서 존재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대학진학을 결심하게 된다.자신이 직접 세운 시간표에 따라 공부에만 전념한 끝에 1998년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당당히 입학하게 됐다. “제주도에서는 비장애인조차 뭍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여성이자 장애인인 저 역시도 두말 할 나위 없었지만,제 삶에서 ‘도전’을 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앞섰습니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같은 신념 때문에 박씨는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자판기 사업부터 명동에서 잡화점 운영까지 오히려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사회 경험을 하게 됐다고 한다.이처럼 다양한 경험을 한 박씨는 요즘 장애인의 성(性)문제에 관심을 쏟고 있다.장애인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성문제를 모른 채 넘어갈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요즘엔 장애인 성문제 체계화 등에 관심 “장애인이 자신의 장애를 가장 절실하게 느낄 때가 다른 사람과 사적 관계를 형성할 때이며,이같은 사적 관계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부분이 바로 성문제”라면서 “좀더 많은 연구를 통해 장애인 성문제를 체계화시키고,이를 바탕으로 장애인의 삶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잃어버린 두 다리를 찾으려는 노력 대신,장애인들이 꿈꿔나갈 수 있는 희망의 크기를 키우기 위한 박씨의 당찬 도전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김기용기자 이경헌시민기자 kiyong@seoul.co.kr
  • 부시 “울고싶어라”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위기에 빠진 것 같다.11월2일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될 가능성이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부시 진영은 대통령 선거의 양대 쟁점인 안보와 경제에서 모두 빨간 경고등을 바라보는 처지다.우선 부시 행정부가 총력을 쏟아붓는 이라크 정국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임시정부에 주권을 이양한 지 40일이 지났지만 연합군과 무장세력간 교전이 전국으로 확대돼 7일(현지시간)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우려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9·11이후 3년째 테러와의 전쟁이 진행됐지만 아직까지 미국인들이 테러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부시 대통령 스스로 7일 라디오 연설에서 인정했다. 특히 주말에 발표된 지난달 고용지표(신규고용 3만 2000명)는 “경제가 개선되고 있다.”고 주장해온 부시 선거캠프를 혼돈속으로 몰아넣었다.워싱턴포스트는 “일자리 창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주식시장이 하락하고,유가가 기록적으로 상승하면서 백악관이 양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경제참모들은 세법과 의료보험·사회보장 등을 중심으로 새 경제정책을 내놓아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반면,정치참모들은 “그같은 시도 자체가 패배주의적”이라고 반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악재가 겹치면서 지지율도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7월말 민주당 전당대회가 끝난 직후까지도 부시 대통령은 민주당의 존 케리 후보와 오차 범위 내에서 경합했다.그러나 7일 CNN에 따르면 최대접전지역인 플로리다와 뉴햄프셔에서 부시는 케리에게 오차 범위를 넘어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플로리다는 지난 2000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승리를 안겨줬던 주였다. 그렇다고 부시 대통령이 절망해야 할 상황은 아니다.부시는 여전히 미국 사회의 주류인 백인 남성들로부터 지지를 받는 것으로 여론조사 결과 나타난다.또 오사마 빈 라덴의 체포,테러 발생 등 선거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변수가 남아있다.부시 캠프는 이달말 뉴욕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가 전환점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dawn@seoul.co.kr
  • 李금감위원장 사퇴안팎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 겸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31일 돌연 사표를 던지면서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금융불안 속에 증시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 데다 금감원 직원들의 집단행동 등 악재가 쌓여 있는 상황이어서 사표를 받은 청와대조차 당황해 하는 기색이다. ●감사원 카드특감 결과 부담 느낀듯 이 위원장의 사퇴를 바라보는 관점은 조직개편과 카드특감 등 크게 두가지면에 모아지고 있다.금감위 고위관계자는 “금융감독기구 개편이 핵심사유일 것”이라면서 “기구개편 논의과정에서 이해상충의 입장에 있는 두 기구(금감위-금감원)의 수장을 동시에 맡고 있어 처신에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현재 청와대는 금감위에 금융감독의 총괄권을 넘겨주는 방향으로 시스템 개편을 추진중이어서 금감원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금감원 노조가 지난 30일 ‘신 관치금융 부활음모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내며 삭발식을 한 것은 이 위원장의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해 말 시작된 감사원의 카드특감 결과에 대한 도의적 책임론도 거론된다.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감원 부원장이 카드감독 실패를 이유로 감사원으로부터 인사조치를 요구당한 상황에서 최고 책임자로서 그냥 있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안 못푼채 퇴진 무책임” 지적 이 위원장은 전면에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일처리를 하는 자신의 스타일이 바깥에 “소극적”이라고 비쳐지는 데 대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현직 위원장이 대전환점을 목전에 두고 자리를 내놓은 것은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조직개편 논의,감사원 징계요구,노조 반발 등 산적한 현안을 일단락지은 뒤 후임자에게 말끔한 상태로 물려주었어야 했다는 것이다. 특히 감독원 직원들의 집단행동이 격화되기 전에 서둘러 전쟁터를 빠져나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이 위원장 자신도 사표제출 직후 기자들을 만나 “비난을 감수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다음주쯤 사표를 수리할 것으로 보인다.후임으로는 이동걸 금감위 부위원장과 유지창 산업은행 총재,정건용 전 산업은행 총재,윤증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박상용 증권연구원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태균기자 windsea@seoul.co.kr
  • [올림픽 마케팅] KT, 그리스 OTE사와 통신망 지원

    국가 기간통신망 사업자인 KT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아테네올림픽 기간에 전방위 통신망 지원에 나선다. 아테네올림픽 주관 통신사업자인 그리스 OTE사와 협력관계를 구축했다. KT의 올림픽 지원은 각종 경기를 국내에 생생하게 TV 중계하도록 돕는 것이다.해저 케이블 등을 활용해 지상파방송인 KBS,MBC,SBS와 위성방송인 스카이라이프 등에 국제방송 중계망을 구축해 주고 운용을 하는 등의 통신지원에 나선다. 지원 규모는 TV중계 14회선(해저케이블),전용회선 13회선(위성 10회선)이다.TV중계와 전용회선은 각각 KBS가 6회선,5회선,MBC 4회선,5회선,SBS 3회선,2회선,스카이라이프는 1회선,1회선이다. KT는 또 한국과 그리스간의 국제전화가 폭증할 것으로 보고,임시로 20회선을 증설,총 49회선을 운용한다. 여기에다가 국제인터넷 소통 및 트래픽도 특별 관리한다.관계자는 “실시간으로 트래픽을 분석,트래픽이 폭증하면 루트를 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아테네 IBC내에도 KT 직원 1명을 파견,대회 기간에 상주시킨다.이 직원은 국내 방송사 지원과 함께 시설,회선을 관리하는 임무를 갖는다.국내에도 올림픽 기간중 기간망본부에 올림픽 통신지원 종합상황실을 설치,운영한다.유사시에 대비하는 조치다. 국제통신팀 관계자는 “KT의 기술력은 월드컵때 이미 세계 최고수준으로 인정받았다.”면서 “이번 아테네올림픽은 KT가 국제TV 중계시장에 선두에 서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seoul.co.kr
  • [서울광장] 시대착오 主敵개념/오풍연 논설위원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폐지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한창이다.진보,보수 단체는 물론 정치권도 찬·반 논쟁을 전개하고 있다.찬성파는 “케케묵고 시대착오적인 주적개념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북한군과 분명히 대치하고 있는 만큼 주적개념을 없애기엔 아직 이르다.”는 게 반대파의 시기상조론이다.양쪽 모두 나름대로 논리를 갖추고 있어 주적개념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먼저 이 개념이 처음 도입된 과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주적(主敵)의 사전적 의미는 ‘주되는 적’이다.한자 뜻풀이 그대로다.군사학이나 정치학에는 없는 용어다.정부 공식문서에 ‘주적’이라는 표현을 적시한 나라는 우리나라 말고는 없다고 한다.주적 표현은 1995년 발간된 국방백서에 처음 들어간 뒤 2000년까지 유지됐다.그 뒤에는 국방백서를 발간하는 대신 국방자료집으로 대체해 왔다.‘주적’이라는 새 용어는 1994년 북한의 ‘서울 불바다’ 발언에서 비롯됐다.당시 김영삼 정권이 감정적으로 격앙된 상태에서 이 용어를 만든 것이다. 북한이 주적개념의 폐지를 요구하는 것도 이해되는 측면이 없지 않다.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는 그 강도가 세지고 있다.남북간 화해·협력을 내세우면서 한쪽을 적(敵)으로 간주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고 주장한다.다시 말해 주적론과 평화번영정책은 양립(兩立)할 수 없다는 얘기다.북한 ‘통일신보’가 지난 5월 “동족과의 대결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국방백서의 발간 중지를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주적은 상대적 개념이다.한쪽이 적으로 생각하면,다른 쪽도 마찬가지로 나와야 한다.따라서 북한도 남한을 주적으로 삼을 법하다.그러나 북한은 남한을 자신들의 주적이라고 밝힌 적이 없다.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철천지 원수’‘백년숙적(百年宿敵)’이니 하면서 증오심과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지 않은가.북한의 주적은 미·일이 되는 셈이다. 주적개념도 시대상을 반영하는 게 옳다고 본다.6·15 공동선언은 한반도의 운명을 바꾸어 놓은 역사점 전환점이었다.그동안 남북 당국간 회담이 100여 차례 이상 열렸고,인적·물적 교류도 크게 늘어났다.철도·도로 연결사업,금강산 관광,이산가족 상봉,개성공단 개발 등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최근엔 남북 장성급 회담을 열고 서해상에서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군사분계선에서의 선전방송은 완전히 중단됐고,선전물 철거작업도 진행 중이다.과거 50년 동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한반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남북간 경제력도 비교해 보자.한국은행의 추정치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 경제규모는 21조 9466억원(원화기준)으로 남한의 33분의 1(3.0%) 수준에 그쳤다.또 1인당 연간 국민소득(GNI)은 818달러(97만 4000원)로 남한 1만 2646달러(1507만원)의 15분의 1(6.5%) 정도였다.북한의 대외무역 규모 또한 23억 9000만달러로 남한의 156분의 1(0.6%)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주적개념을 끝까지 고수해야 할까.이제는 버려야 한다.문제는 국민 정서 및 북한의 태도다.국민들도 북한의 위협을 느끼고 있지 않은 듯하다.주적개념이 있어야 안보태세가 확고해지고,없으면 방어가 허술해지는가.그렇지 않다.이런 문제를 트집잡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고 난센스다.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주적개념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가장 시급한 대책은 남북간 군사적 신뢰구축이다.경제·사회 분야의 교류·협력 활성화를 위해서도 군사적 신뢰구축과 긴장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주적개념을 변경하기 위해 심사숙고 중인 국방부가 내건 전제조건이다.북한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1904 & 2004 한반도] 주변 4强 한반도정책-미국

    오늘의 한반도는 19세기말과 20세기 중반에 이어 우리의 삶을 좌우할 세 번째의 격변기에 놓여있다.격변은 대외관계로부터 주어지고 있다.개항이후 한국문제는 항상 국제문제였다.동아시아질서를 좌우해온 지역문제이자 세계문제로서의 한반도문제는 한번 지형이 결정되면 최소한 한 세대를 지속해왔다.우리에게 국제관계는 그토록 중요하다.현금의 격동의 중심에는 탈냉전의 뒤늦은 후폭풍인 한미관계 재조정과 북한문제가 놓여있다.그 요체는 우리의 세계 내 위상과 역할,관계의 문제로 귀착된다. 건국과 오늘의 시점을 비교할 때 교육,산업화,민주화,정보화에서 한국의 변화는 세계10위권의 중위국가로 도약한데서 볼 수 있듯 20세기 세계변혁의 상징이었다.그러나 국제관계,외교,안보,평화의 영역으로 오면 크게 다르다.우리는 오랫동안 중국,일본,미국(과 소련)에 대한 일변주의(一邊主義)관계가 초래한 속방,식민,분단의 역사를 갖고 있다.지난 100년의 한미관계는 한국문제의 국제적 변동에 맞춰,‘혜택’과 ‘희생’,‘이익’과 ‘비용’의 결합 속에 세 번의 변화를 겪어왔다.그 만남의 방식과 손익을 깨닫는 것은 너무 중요하다. 최초 중화체제 시기에 미국은 태프트-카쓰라 조약,영일동맹으로 이어지는 ‘미영일 동맹체제’를 통해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지역패권을 조장(助長),중국패권을 해체하고 미영일중러가 경쟁하는 동아시아 만국공법(萬國公法)체제,또는 동아시아 세력 균형체제를 탄생시켰다.중국견제와 일본부상이라는 미영의 구도 속에 한국은 중국속방으로부터 이탈,불안정한 독립국가[대한제국]를 거쳐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였다.탈(脫)속방화와 식민화,이는 한미조우가 낳은 혜택과 희생의 첫 역사적 결합이었다.일본이 지역패권을 넘어 세계패권을 향해 미영에 도전하여 세계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은 이를 패퇴시켰고 한국은 독립되었다.그러나 미국은 소련과의 합의하에 한국을 분단,독립과 분단이라는 혜택과 희생의 두 번째 결합을 낳았다. 한국전쟁은 한국의 세계 내 위상과 한미관계를 정초한 사건이었다.전후 등장한 한미‘동맹’은 남북‘적대’와 함께 한국전쟁으로 주형된 한반도문제의 역사적 쌍생아였다.안보와 경제는 동맹의 두 기축으로서 사회주의와 경쟁하는 동안 세계반공주의와 자유민주주의의 성공표본을 만들기 위해 미국은 확고한 안보공약과 막대한 경제원조를 지속하였다.한국민들은 이 때 위치와 구조를 활용하는 절정의 능력을 보여주었다.그러나 그 성공은 댓가없는 것은 아니었다.외교,안보문제에서의 주권,자율의 위축을 포함해 냉전 내내 위계적 한미관계를 감수해야했다.동시에 공산저지를 위해 제공되는 미국의 안보공약과 경제원조는 이승만,박정희,전두환 체제에서 보듯 권위주의 체제유지의 토대역할을 수행하였다.즉 미국은 권위주의 체제의 보장자 역할을 수행하였던 것이다. 반면 미국은 권위주의 시기동안 적나의 인권유린과 독재를 견제하는 민주화의 후원자이기도 하였다.요컨대 한국에서 미국은 권위주의의 보장자인 동시에,민주주의의 후원자라는 이중 역할을 수행했던 것이다.이를 ‘미국의 범위’(American boundary)라고 부를 때 탈냉전과 함께 ‘미국의 범위’는 이제 재조정,재정의(再定意)의 상황에 돌입해있다.냉전시기 남북적대의 강화는 한미동맹의 강화를 결과했으나,탈냉전 이후 남북적대의 완화는 한미동맹의 재정의를 요구하고 있다.동시에 냉전시대의 한미관계 양자동학은 이제 남북미관계라는 복합적인 3자동학(動學)으로 변전되었다.이제 한미관계는 둘 만의 배타적 양자관계가 아닌,3자관계는 물론 동아시아-미국 등 더 넓은 지평에서 보는,그리하여 국제문제인 우리문제의 한국화와 탈한국화의 접점을 찾아내어 동아시아와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통로가 되어야한다.그럴 때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반미와 친미의 대립은 본질적이지 않다.친미를 통한 탈미공존-유럽통합의 대구상을 꿈꿨던 유럽,탈독일화를 통한 독일화를 이뤄 평화와 통일을 실현한 독일,그리고 반미적 친미,또는 친미적 반미라는,즉 우리문제를 위해 견인과 견제의 의미를 함께 갖는 이중견미(牽美)의 길을 찾은 초기 한국외교수장의 숨은 지혜들을 종합해 세계와 우리에 필요한 보편가치와 국익의 추구를 함께 꿈꾸어야할 시점이다. 탈냉전이후 남북대치의 지속으로 우리가 한미관계의 재형성을 시작하기도 전에 미국은 유일 초강대국이 되었다.글로벌 제국과 글로벌 시민사회가 직접 대면하는 오늘의 국제사회에서 특정국가의 외교란 일차적으로 유일제국 미국과의 관계설정을 의미한다.오늘의 시점에도 친미와 반미는 물론,주한미군 재배치 및 축소라는 동일현상을 두고도 한쪽[진보]에서는 대북전쟁기도라고 비판하고,다른 한쪽[보수]에서는 남침위협증가라고 비판하는 갈라진 정체성과 의식구조를 보며 우리가 진정으로 대전환점에 놓여있음을 깨닫는다.앞선 두 전환기 때 갈라졌던 것처럼.앞선 두 번과는 다른 길을 가기 위해 갈라진 우리의 정신구조와 대안모색을 수렴하고 통합할 사려와 지혜는 이제 선택의 문제를 넘어선다.열정과 신념이 아니라 이익과 지혜가 국제관계와 외교의 본질이라는 점을 깊이 깨달을수록 지난 100년의 경험과 오늘의 혼돈은 미래를 위한 값진 비용이 될 것이다. 박명림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 [1904 & 2004 한반도] 주변 4强 한반도정책-일본

    1904년 한국은 일본의 제국주의적 강점과 병합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1894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여세를 몰아 1904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주변 열강으로부터 한반도 지배의 기득권을 인정받았다. 일본에 있어 한국은 동아시아 식민지 개척의 시발점이자,대륙 팽창정책의 교두보였다.1904년에서 일본이 패전하는 1945년에 이르기까지,일본은 서구 열강에 대항하면서 아시아에 대한 제국주의적 세력권 확대 정책의 연장선상에서 한반도 정책을 펴왔다. 1945년 패전 직후 일본이 독자적인 한반도 정책을 세울 여유는 없었다.1947년경 유럽에서 냉전이 시작되고 아시아에서도 중국 공산화의 그늘이 드리워지자,미국은 ‘역코스’를 단행하면서 일본 강화전략에 나선다.1952년 미국은 점령을 끝내면서 미·일 안보조약을 맺었고,한국은 한국전쟁 종식과 더불어 1953년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였다.따라서 냉전의 국제적인 전개 속에서 일본과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이라는 공통점에 의해 실선처럼 연결되었다.미국은 공산진영에 대항하는 보루로서 한·일 양국간 국교 정상화를 종용했지만,반공과 반일의 기치를 내건 이승만 정권은 이를 사실상 거부하였다. 박정희정권이 수립되면서 양국은 국교 정상화의 발걸음을 내딛는다.미국은 원조를 줄여가면서 일본을 한국에 대한 자금공여국으로 대체하려 했고,한국은 집권의 정당성 확보 및 경제 성장을 위해 일본 자금이 필요했다.한·일 국교정상화라는 1965년 체제의 출발은 냉전하에서 한·미·일 3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가능했다. 한국과 일본은 이후 안보에 관한 대미 의존을 유지하면서 동아시아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파트너로 자리잡게 된다.이는 다른 한편으로 한국에서 권위주의적 개발독재를 가능하도록 하는 토양을 제공했다.냉전기 일본의 한반도정책은 북한을 적대시하면서 한·미·일 삼각동맹을 강화시키는 자유진영의 연대화로 특징지어진다. 냉전 종식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80년대 말 한국이 적극적으로 북방정책을 추진하면서 일본도 대한정책을 넘어선 한반도정책을 구상하기 시작한다.이는 1990년 가네마루 자민당 간사장의 방북 이래 수차에 걸친 북·일 국교 정상화 움직임으로 구체화된다.하지만,한국은 일본이 분단의 당사자인 한국보다 앞서서 북한과 관계 개선을 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미국도 아시아의 화약고인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전환하기 전에 북·일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다.따라서 90년대 중반까지의 일본의 한반도정책은 대북정책의 가닥을 잡기 위해 우왕좌왕한 시기였다. 일본의 한반도정책에 있어 1998년은 전환점이었다.김대중정권은 오부치총리와의 공동 선언을 통해 문화 개방을 포함한 전면적인 미래지향적 관계 설정을 추진했다.한편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획기적인 관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일본의 대북정책도 전환이 요구됐다.2000년 6월 남북 정상회담으로 구체화된 남북한 관계 개선에 일본도 동참할 필요가 생겨난 것이다.2002년에는 북·일 정상회담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일본에 있어 북한은 기회이자 위협이었다.1998년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는 이를 가시화시켰다.일본은 미사일 방어 참여,군사위성의 발사,방위력의 근대화,유사법제의 정비 등 현실주의적 대응으로 나서고 있다.일본에 있어 북한은 수교와 위협의 교차점에 서 있다.탈냉전기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한국과의 협력과 연대를 심화시켜 나가면서도 북한문제의 처리에 고심하는 흔적이 역력하다. 현재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은 두 가지 시험대에 올라 있다.‘반미’‘친북’으로 비쳐지는 한국에서의 진보적인 사회운동의 확산이 미·일동맹을 중시하는 일본을 고민스럽게 하고 있다.민주화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가지면서도 자칫 향후 동북아 정세의 전개가 미·일동맹에 대항하는 남북한 및 중국의 느슨한 연합으로 양분화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아울러,납치와 핵문제로 일본을 위협하는 북한을 감싸고 나갈 것인지,위협의 대상으로 견제할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에 결론을 낸 상태는 아닌 듯 싶다. 박철희 외교안보연구원 교수˝
  • 국제에이즈회의 160개국 2만명 참석

    |방콕 연합|제 15차 국제에이즈회의가 11일 6일간의 일정으로 태국 방콕에서 개막됐다.이번 국제에이즈회의는 태국 보건부와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국제에이즈협회(IAS)가 공동 주관하며 160여개국에서 2만여명이 참석해 ‘모든 사람에게 접근권을 보장하자’는 주제로 논의한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개막 연설에서 아시아의 에이즈 문제가 전환점에 와 있으며 에이즈 문제는 ‘건강의 위기’에 그치지 않고 사회·경제 발전을 총체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정부는 물론 재계와 시민사회,에이즈 환자들이 힘을 합쳐 도전에 응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중국,인도,인도네시아 등 아시아의 에이즈 위기를 집중 조명하고,에이즈 퇴치기금을 더 많이 모으기 위한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게 된다.또 에이즈 관련 학술 회의에서는 1만여건의 주제 발표가 이뤄지고 태국 등 개발도상국에서 임상시험이 실시되고 있는 고효능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HAART)에 대한 평가 작업도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태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최초의 ’에이즈 정상회의’는 초청장을 받은 각국 정상들이 거의 참석하지 못한다는 의사를 밝혀옴에 따라 무산됐다.또 전세계 에이즈 퇴치운동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미국이 올해 대표단 수를 2년전 바르셀로나회의 때보다 무려 4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축소해 이번 회의가 ‘요란하기만 하고 실속없는 회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난 유엔 사무총장 이외에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과 부인 마첼 여사,요웨리 무세베니 우간다 대통령,인도 집권 국민회의당의 소니아 간디 당수,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와 애슐리 주드 등이 참석했다.˝
  • [사설] 남북 군사신뢰 첫발 내디뎠다

    남북군사당국이 어제 장성급회담에서 서해상의 우발충돌 방지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에 합의한 것은 남북한간 군사신뢰구축을 위한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한다.우리는 이러한 조치의 미비로 인해 과거 두차례 해상에서 무력충돌을 겪은 경험이 있다.남북 함정이 같은 주파수를 사용하고 특정색깔의 깃발 등 보조수단을 사용해서 우발충돌을 막자고 합의한 것은,비록 초보단계라 할지라도 꽃게철 충돌방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들이다. 합의문에 명시하진 않았지만 남북한이 함대사령부간 핫라인 구축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것 역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핫라인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이기 때문이다.미국과 소련은 1962년 쿠바미사일위기 때 두 진영이 핵전쟁 직전상황까지 간 이유 중 하나가 핫라인 부재 때문이라고 보고 사태해결 직후 핫라인을 개설한 바 있다.북한측이 당초 예상을 깨고 핫라인 개설에 원칙동의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아울러 우리측이 이번 합의도출을 위해 과감하게 북한이 요구한 대로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선전활동중지 및 선전시설물 제거에 동의한 것은 잘한 일이다.남북한이 이곳에 설치한 각종 선전 시설물들은 사실 상호불신을 키워온 분단의 부끄러운 상징물들이다.군사적으로 심리전의 중요성을 완전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실제로 체제경쟁에서 우리가 이런 식으로 북한과 경쟁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실천이다.북한이 언제 또 북방한계선(NLL)문제 등을 들고나와 합의사항을 뒤집을지 경계를 늦추어서는 안 된다.아울러 현재 군사회담이 대령급실무회담,장성급회담,장관급회담의 3단계로 진행되고 있는데 각 회담의 성격,의제를 보다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이번 합의는 주한미군감축문제 등으로 한반도의 안보불안감이 커질 수 있는 때 나온 것이어서 더욱 값지다.이번 합의가 남북간 군축 대화로까지 이어져 최종 목표인 평화제체 구축의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 12일부터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

    스페인의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는 스스로 “나는 천재이므로 결코 죽지 않는다.”고 했다.그의 말대로 그는 천재다.‘상상력의 천재’요. ‘기괴함의 천재’다.자서전 ‘나의 숨겨진 삶’을 보면 달리의 어린 시절은 격렬한 히스테리의 연속이었음을 알 수 있다.학생들을 선동해 마드리드 미술학교에서 정학당하고,결국 기이한 행동으로 학교에서 쫓겨났다.반정부활동 혐의로 잠시 투옥되기도 했다.달리는 일생에 걸쳐 기괴함을 추구했으며 과대망상적인 과시욕을 보여줬다.그는 이 모든 것이야말로 자신의 창조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올해는 달리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세계적인 ‘달리 열풍’속에 국내에서도 특별기념전이 열린다.12일부터 9월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리는 살바도르 달리 특별전은 달리의 ‘전방위적’인 예술세계를 보여주는 대형 전시다. 달리는 20세기가 낳은 가장 창조적인 작가 가운데 한 명.현대회화의 혁명적 전환점이 된 초현실주의를 대표할 뿐 아니라 순수예술과 대중문화를 이어준 선구적인 예술가다.달리의 창조적 광기는 순수미술에서부터 영화,패션,가구,광고,삽화.무대·보석디자인,심지어 향수에까지 이른다.한 마디로 스스로를 상품화시킨 아트 스타다.이번 전시에선 조각과 회화를 비롯해 가구,패션,사진 등 340점의 작품이 소개된다. 프로이트의 열렬한 추종자였던 달리는 자신의 작품의 가장 중요한 주제인 꿈과 환상의 세계를 재현하는 데 몰두했다.이른바 ‘편집증적인 비판방법’에 의해 광인이 보는 듯한 기괴한 상상과 환각의 세계를 표현하려 했다.전시에선 ‘녹아내리는 시계’와 같은 달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조각작품을 통해 보여준다.‘관능성과 여성성’이란 주제 아래 달리의 무의식적인 성적 강박을 보여주는 공간도 마련된다.밀로의 비너스상에 성적 상징인 서랍을 끼워넣은 ‘긴 서랍들이 관통된 밀로의 비너스’,관능적인 여배우의 입술을 연상시키는 부드러운 조각 ‘매 웨스트 입술 소파’ 등의 작품이 선보인다.‘유니콘’‘성 게오르기우스와 용’ 등 종교와 신화를 주제로 한 조각도 만날 수 있다. ‘응용미술가’ 달리는 디자이너로서도 명성을 날렸다.전시장엔 달리의 작품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가구·패션 작품 15점이 나온다.최고의 패션브랜드로 꼽히는 폴 스미스,모스키노,파라코반,소니아 리키엘 등은 모두 각자의 디자인을 통해 달리의 시각을 재해석해 낸 것들이다.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대부분 스위스에 본부를 둔 달리 재단 ‘스트라튼 파운데이션’의 컬렉션이다.빌리는 데 10억원의 비용이 들었지만 달리의 회화 가운데 유화는 없고 콜라주와 삽화만으로 채워져 아쉬움을 남긴다.관람료는 어른 1만 2000원,중·고등학생 8000원.(02)732-5616.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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