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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들·딸 감별 단숨에” 태아 성별확인 키트 판매 논란

    “아들·딸 감별 단숨에” 태아 성별확인 키트 판매 논란

    “임신 7주만 되면 아들인지 딸인지 정확히 알려드립니다.” 병원에서 은밀히 알려주던 태아의 성별을 공공연하게 확인해주는 의료 키트가 상용화되어 큰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의 인터넷 신문 허핑턴 포스트는 9일 ‘태아 성감별 혈액 테스트 키트’가 최근 수주간 온라인을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핑그 혹은 블루(분홍색이냐, 청색이냐)’라는 브랜드로 출시된 이 제품이 미국 의사들에 의해 널리 쓰이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리 소문없이 팔려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임신 초기인 7주 이내에 태아 성별을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제조사 측의 홍보가 먹혀들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이 제품의 겉포장지에는 임신여부 등에 대한 테스트 결과가 ‘99% 이상 정확하다!’는 광고 문구가 실려 있다. 임신 초기에 정확한 태아 성감별을 보장한다는 제조사 측의 주장은 많은 유전학 연구자들의 관심과 우려를 촉발시켰다. 일각에선 이러한 간편한 태아의 성감별이 자칫 낙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을 걱정하고 있다. 한편 우리나라에서는 병원 측이 낙태가 불가능한 시점까지 태아의 성별을 임산부를 포함한 가족에게도 알려주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사진=허핑턴 포스트 캡처 서울신문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윤대진 경상대 교수팀, 극한환경 생존식물 ‘저항성 유전자’ 발견

    윤대진 경상대 교수팀, 극한환경 생존식물 ‘저항성 유전자’ 발견

    윤대진 경상대 생화학과 교수팀은7일 “극한 환경에서 생존하는 식물의 저항성 유전자의 존재를 밝혀냈다.”고 밝혔다. 연구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세계수준의 연구중심대학’(WCU) 육성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으며 한스 보나드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 교수와 레이 브레산 퍼듀대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연구결과는 권위지인 ‘네이처 제네틱스’ 9월호에 게재된다. 식물은 크게 환경스트레스에 약한 ‘글라코파이트’ 종과 극한 지역에서도 생존 가능한 ‘할로파이트’ 종으로 나뉜다. 벼, 밀, 보리, 채소 등 대부분의 농작물은 환경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글라코파이트 종이다. 연구팀은 소금호수에서 자라는 식물인 ‘툴룬젤라파불라’의 특성을 집중 분석했다. 툴룬젤라파불라는 다른 할로파이트 식물체에 비해 게놈(한 생물체가 지닌 유전 정보 집합체)의 크기가 작아 유전학적으로 접근이 쉬워서다. 연구팀이 툴룬젤라파불라의 모든 염기서열을 결정해 유전체를 분석한 결과, 할라파이트종 식물은 글라코파이트종 식물과는 달리 게놈상에 스트레스 저항성에 관련된 유전자들이 다량으로 증폭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고유한 환경스트레스 저항성 유전자를 지니고 있었다. 윤 교수는 “발견한 할라파이트종 식물의 특이한 유전정보를 유전자변형(GM) 기술 등 식물생명공학적 기법을 사용해 벼와 밀같은 식물에 보충하면 극한 환경에서 자라는 새로운 종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애들 생각하면 골치 아파”…위대한 학자 다윈의 편지를 엿보다

    “애들 생각하면 골치 아파”…위대한 학자 다윈의 편지를 엿보다

    “형 아이가 열 명이 되었다는 것을 축하도 하지만 삼가 애도를 보내. 우리는 아이가 일곱이야. 아들이 다섯인데, 우리 아버지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 아들 하나가 딸 셋 키우는 것만큼 어렵다는 거였어. 그러니 우리는 아이들 열일곱을 키우는 셈이야. 아이들이 뭐 해먹고 살지를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 세상에 희망이라곤 없어 보이는데 말이야.” 이상은 찰스 다윈(1809~1882)이 1852년 성직자였던 육촌 폭스 윌리엄 다윈에게 보낸 편지다. 요즘 아버지와 하등 다를 바 없는 고민을 했던 다윈은 자연 선택에 기반을 둔 진화론을 확립, 인류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을 변화시킨 지성사의 몇 안 되는 거인으로 평가받는다. ‘찰스 다윈 서간집: 기원, 진화’(전 2권, 김학영 옮김, 살림 펴냄)는 평생 2000명이 넘는 사람과 수만 통의 편지를 주고받은 다윈의 편지 가운데 그의 내면의 삶을 알 수 있는 것을 엄선했다. 다윈은 학창 시절과 비글호를 타고 떠난 항해를 제외하면 거의 고향을 떠나지 않았던 조용한 은둔자로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론 하루에 열 통이나 되는 편지를 항해 동료, 친척, 동료 학자, 정원사, 사육사 등과 주고받았던 ‘소통의 달인’이었다. 당시 한 통에 1페니로 잘 확립되어 있었던 우편 제도를 다윈은 적절하게 활용했던 셈. 요즘 세상으로 오면 다윈은 소설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다. 다윈의 삶에 대해서는 공통으로 떠오르는 질문들이 몇 가지 있다. 신학생 출신으로 유물론적 진화론의 주창자가 된 다윈은 자신의 종교적 전환에 대해 고뇌하는 인물이었을까, 아니면 단호한 개종자였을까. 자연 선택의 아이디어를 발견한 후 ‘종의 기원’ 출간까지 20년이 걸린 것은 그가 우유부단한 탓이었을까. 아니면 누군가의 평처럼 다윈은 친구와 동료를 이용해 자신의 입지를 지키고 주장을 방어했던 교묘한 책략가에 더 가까운 인물이었을까. 우선 종교적 문제부터 편지에서 실마리를 찾아보면, 다윈은 “선생께서 제게 ‘인간’에 대해서도 논할 것인지 묻습니다만, 수많은 편견에 둘러싸인 그 문제는 피하고 싶습니다. 다만, 자연 학자에게 인간은 가장 흥미로운 주제라는 점은 온전히 인정합니다.”라고 자연선택 이론을 독자적으로 정립했던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에게 1857년 답장을 한다. 다윈은 ‘종의 기원’ 출간 이후에 “‘내 책이 다소 이단적이라기보다 불가피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인간의 기원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거론하지 않았고 ‘창세기’ 따위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사실들만을 제시했고 그 사실에서 매우 정당한 결론을 이끌어 낸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을까요? 아니면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낫겠습니까?”라고 친구와 상의하기도 한다. 다윈은 평생 병마에 시달렸다. 이유를 알 수 없는 각종 통증이었는데 면역 체계 이상으로 다양한 알레르기 증상에 시달렸다는 가설이 있다. 8살에 어머니를 잃은 탓에 다윈의 심리가 불안했다는 가설도 있고, 최근에는 그가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아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다는 언론 보도도 있었다. 하지만 다윈은 식물의 수정에 관한 연구에 37년, 난초에 관한 연구에 32년, 범생설에 관한 유전학 연구에 27년을 보낼 정도로 오직 연구에 완벽을 기했을 뿐, ‘종의 기원’ 출간에 우유부단했던 것은 아니라고 ‘찰스 다윈 서간집’의 감수를 맡은 최재천 이화여대 교수는 설명했다. 게다가 다윈은 부유한 의사 집안에서 태어났고, 부인 에마는 유명한 도자기 제조업체인 웨지우드 집안 출신이어서 요즘 학자들처럼 정규직을 갖고자 논문 찍어내는 기계가 될 필요도 없었다. ‘종의 기원’이 완성되기 전에 다윈이 알프레드 러셀 윌리스로부터 자기의 학설과 똑같은 취지의 논문을 받은 것은 유명한 사실이다. 다윈은 친구의 도움으로 리네 학회에서 윌리스와 함께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이 때문에 다윈은 경쟁자에게 선점의 명예를 빼앗길까 신경 곤두선 모습을 드러내곤 곧 후회하기도 한다. 다윈은 1859년 윌리스에게 “선생의 생각도 저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텐데, 제가 선생의 이론을 읽고 나서 바꾼 글자는 하나도 없다는 것을 믿으셔도 좋습니다.”란 편지를 보낸다. 연대 순으로 정리된 다윈의 편지들은 흥미롭기 짝이 없다. 그리고 그 편지는 위대한 학자의 지적 여정의 기록이자 한 편의 생생한 드라마다. 각 권 2만 5000원.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에 비해 주인공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기록이 갖는 한계 때문에, 패망한 국가의 군주는 승자가 지워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히틀러가 폴크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비틀’을 만든 주역이라든가,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인물이었는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누구도 말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현상은 자연과학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만 인류의 삶을 바꿀 만한 발견이나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에 대해서는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은둔형 외톨이여서 앞으로 나서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다. 그는 짧은 수식을 적은 후 “나는 이 문제를 풀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라고 썼다. 인류가 흔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그 후로 무려 357년이 걸렸다. 이 밖에도 “다 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과만 내놓거나 “이걸 어떻게 풀었는지 내가 왜 설명해야 하나.”라는 식으로 잠적해버린 천재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업적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 내려온다. 생물학자들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업적에 비해 본인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그는 왜 그 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 주인공은 지난달부터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수도사 멘델이다. 놀라운 발견을 한 그는 왜 철저하게 ‘재야의 과학자’로 머물러야 했을까.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멘델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뷰가 진행되자 멘델은 오히려 “오늘날 내가 받고 있는 존경은 사실 어이없는 행운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중·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덮은 이후 사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는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포털의 과학자 검색 순위에서 당신이 급상승했다. 완두콩도 검색어에 오르고 말이다. -나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더니, 구글이 깜찍한 짓을 했더구먼. 지난달 20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날 구글이 로고를 ‘완두콩’으로 만들었더라고. 뭐 탄생 189주년이니 딱히 기념할 만한 시점도 아닌데,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애들이니. →거 참 질문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답변이다. 검색어 덕분에 당신에 대해서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알려진 게 없더라. 뉴턴이나 다윈 같은 과학자들은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인데 말이다. 검색창에 당신 이름을 넣으면 ‘멘델의 법칙’이나 나오지 당신 얘기는 ‘수도사였다’ ‘유전학의 창시자다’ ‘완두콩을 가지고 실험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던데. 궁금한 점 위주로 개인 신상에 대해 몇 가지 물어보자. 무엇보다 수도사가 왜 과학실험을 한 건가. -그게 사실은 거꾸로란 말이지. 난 과수원집에서 태어났거든. 어렸을 때부터 나무 품종을 개량하면서 유전학자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도 내 교육에 열성적이었어. 문제는 집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안됐다는 거였지. 심지어 여동생 결혼자금까지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 근데 대학 교수가 나보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별로 망설임도 없이 사제 시험을 보고 수도사가 됐지. 마침 내가 있던 성 토마스 수도원 원장은 신학 외에 과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어. →근데 사실 당신 낙제생이었다는, 그것도 생물에서 망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수도사들은 근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교사 자격시험에서 생물과목 과락을 해서 자격증을 못 땄다. 착한 원장님께서 날 밀어준다고 빈 대학에서 특별 과외까지 시켜 줬는데, 또다시 떨어져서 아예 교사의 꿈은 접었어. 근데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학설을 접했고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지. →아 당신보다 유명한 과학자와 동시대를 살았군. 다윈이 당신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어. 수도원 안쪽 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완두를 심고, 만 그루 넘게 심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결과를 기록해나갔어. 생색을 좀 내자면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완두 꽃가루를 모두 손으로 수분시켰고, 내가 원하는 종끼리 수분시키기 위해서 일일이 다 봉지를 씌웠지. 그 실험만 무려 8년을 꾸준하게 계속했고. 그 결과 1865년에 대를 물려도 변하지 않는 형질이 있다는 것, 형질 사이에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 독립적으로 유전이 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 등을 밝혀낼 수 있었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부모의 형질이 왜 잡종인 자손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알아낸 거다. 청출어람이라고 해야 하나. →왜 하필 완두였나. -뭐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완두콩이 번식이 잘되고 하나의 가지에 콩이 많아서였다고 해야 하나. 물론 실험이 망하면 먹을 수도 있었고. 근데 결과를 보면, 정말 운 좋게도 유전형질이 딱 갈라지는 재료를 우연찮게 선택했던 것 같다. →근데 당신은 동네 학회에서도 무참히 밟혔다. 허무하지 않았나.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자연과학협회 회원들이 내 연구결과를 이해나 했겠나. 딱히 큰 학회에 발표하지도 않았고, 다윈한테만 우편으로 보낸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다. 사실 더 열받는 건 내가 다윈한테 보낸 논문이, 다윈이 죽은 후에 방에서 뜯지도 않은 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지. 만약에 다윈이 그걸 뜯어봤다면 창조론자들과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복이 그 정도였구나 하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나도 몇 년 뒤에 수도원장이 되고, 수도원이 세금 때문에 정부랑 싸우는데 앞장서면서 딱히 과학에 관심을 쓸 시간이 없어졌어. 결국 내 연구는 내 시대에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난 셈이지. →당신 연구의 존재감이 얼마나 없었으면 당신이 죽은 후에 당신 동료들이 논문하고 연구 자료까지 아무 생각없이 불태웠을까. 근데 이쯤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겠다. 당신의 논문에는 ‘유전’이나 ‘법칙’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멘델의 법칙’은 어디서 나온 건가. -그게 사람 운인 것 같다. 내가 했던 연구가 한 35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었는데 말이지. 과학자들도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지 1900년쯤에 과학자 세명이 나랑 비슷한 실험을 했거든. 그래서 결과를 얻었는데, 누가 먼저인지 당장 싸워야 할 판이 된 거야. 사실 과학자들이 ‘최초’ 어지간히 좋아하잖아. 그 와중에 어이없게 내가 예전에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논문 ‘식물 잡종에 관한 실험’이 도서관에서 발견된 거지. 싸우기 귀찮으니까 그 영예는 전부 이미 죽은 나한테 돌려버리기로 합의를 본 거고. 하긴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고 하더구먼. →당신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 건가. -근데 그건 또 아니고. 난 잘 몰랐는데, 내가 좀 글을 못 썼던 모양이야. 후대 학자들이 심지어 “멘델은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고, 19세기의 학자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건 글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겠느냐고. →그래도 당신은 오늘날 위대한 유전학자로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어. 베이트슨은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명확한 대목은 손질하고, 원문도 좀 바꿔놓았지. 그 결과 당시 과학계를 주도하던 영국이나 미국의 연구자들은 절대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는 멘델만을 만나고 칭송하게 된 거지. 오히려 내가 사용한 독일어권에서는 인정받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하지. →불운한 학자로 당신을 골랐는데, 듣다 보니 정작 엄청난 행운아 아닌가. -완두콩 1만 그루를 8년 동안 기른 정성은 보답받을 만하다고 생각해. 공부하기 위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그런 노력을 하고도 내가 그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중학교 교사자격시험조차 떨어진 내가 교과서에 길이 남게 된 것이 아닐까 싶어.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참고문헌 -교과서를 만든 과학자들(손영운/글담)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전대호/해나무) -멘델이 들려주는 유전이야기(황신영/자음과모음) -멘델, 현대 유전학의 창시자(비체슬라프 오렐·한국유전학회/전파과학사) -유전학의 탄생과 멘델(에드워드 에델슨·최돈찬/바다출판사)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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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W]수도사 멘델의 고백...“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W&W]수도사 멘델의 고백...“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업적을 쌓았지만, 정작 그 결과물에 비해 주인공이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유도 다양하다.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은 기록이 갖는 한계 때문에, 패망한 국가의 군주는 승자가 지워버렸기 때문에 그렇다. 히틀러가 폴크스바겐의 스테디셀러 ‘비틀’을 만든 주역이라든가, 그가 얼마나 문학적인 인물이었는지가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은 것은 누구도 말하기 꺼려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자연과학계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다만 인류의 삶을 바꿀 만한 발견이나 발명을 해낸 과학자들은 일반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천재이거나, 은둔형 외톨이여서 앞으로 나서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17세기의 아마추어 수학자였던 피에르 드 페르마다. 그는 짧은 수식을 적은 후 “나는 이 문제를 풀 놀라운 증명을 찾아냈지만, 여백이 부족해 적지 않는다.”라고 썼다. 인류가 흔히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로 불리는 이 문제를 푸는 데는 그 후로 무려 357년이 걸렸다. 이 밖에도 “다 알 것 같아서”라는 이유로 결과만 내놓거나 “이걸 왜 풀었는지 내가 왜 설명해야 하나.”는 식으로 잠적해버린 천재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남긴 업적과 함께 전설처럼 전해내려온다. 생물학자들은 교과서에 등장하는 과학자 중 업적에 비해 본인이 가장 알려지지 않은 사람으로 그레고어 요한 멘델(1822~1884)을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근대 유전학의 창시자로 추앙받는 그는 왜 그같은 이미지를 갖게 됐을까.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 이번주 주인공은 지난달부터 전 세계 네티즌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주목받고 있는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전학자이자 수도사인 멘델이다. 놀라운 발견을 한 그는 왜 철저하게 ‘재야의 과학자’로 머물러야 했을까. 그리고 최근 불고 있는 멘델에 대한 관심은 무엇 때문일까. 인터뷰가 진행되자 멘델은 오히려 “오늘날 내가 받고 있는 존경은 사실 어이없는 행운 덕분”이라고 털어놓았는데?   중·고등학교 생물교과서를 덮은 이후 사실 처음으로 당신을 만나는 것 같다. 최근 전 세계 포털의 과학자 검색 순위에서 당신이 급상승했다. 완두콩도 검색어에 오르고 말이다. -나도 이상해서 좀 알아봤더니, 구글이 깜찍한 짓을 했더구만. 지난달 20일이 내 생일이었는데 그날 구글이 로고를 ‘완두콩’으로 만들었더라고. 뭐 탄생 189주년이니 딱히 기념할 만한 시점도 아닌데, 워낙 엉뚱한 짓을 많이 하는 애들이니. 거참 질문에 비해 어이없을 정도로 간단한 답변이다. 검색어 덕분에 당신에 대해서 좀 찾아봤는데 의외로 알려진 게 없더라. 뉴턴이나 다윈 같은 과학자들은 몇 페이지가 모자랄 정도인데 말이다. 검색창에 당신 이름을 넣으면 ‘멘델의 법칙’이나 나오지 당신 얘기는 ‘수도사였다’‘유전학의 창시자다’‘완두콩을 가지고 실험했다’ 이 정도가 고작이던데. 궁금한 점 위주로 개인 신상에 대해 몇가지 물어보자. 무엇보다 수도사가 왜 과학실험을 한건가 -그게 사실은 거꾸로란 말이지. 난 과수원집에서 태어났거든. 어렸을때부터 나무 품종을 개량하면서 유전학자의 꿈을 키웠고 아버지도 내 교육에 열성적이었어. 문제는 집에서 내 뒷바라지를 해 줄 수 있는 처지가 안됐다는 거였지. 심지어 여동생 결혼자금까지 다 써버릴 정도였으니. 근데 대학교수가 나보고 수도원에 들어가 신부가 되면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별 망설임 없이 사제 시험을 보고 수도사가 됐지. 마침 내가 있던 성 토마스 수도원 원장은 신학 외에 과학이나 예술을 공부하도록 장려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어. 근데 사실 당신은 낙제생이었다는, 그것도 생물에서 망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수도사들은 근처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했는데, 부끄러운 얘기지만 중학교 교사 자격시험에서 생물과목을 과락해서 자격증을 못 땄지. 착한 원장님께서 날 밀어준다고 빈 대학에서 특별 과외까지 시켜줬는데, 또다시 떨어져서 아예 교사의 꿈은 접었어. 근데 대학을 다니면서 당시 유행하던 다윈의 학설을 접했고 그게 내 인생의 방향을 결정지은 계기가 됐지. 아, 당신보다 유명한 과학자와 동시대를 살았군. 다윈이 당신에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다윈이 주장하는 진화가 실제로 일어나는 일인지 확인해봐야 겠다고 마음먹고 곧바로 실천에 옮겼어. 수도원 안쪽 뜰에 있는 작은 정원에 완두를 심고, 1만 그루 넘게 심고 키우고를 반복하면서 하나하나 결과를 기록해나갔지. 생색을 좀 내자면 이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거든. 완두 꽃가루를 모두 손으로 수분시켰고, 내가 원하는 종끼리 수분시키기 위해서 일일이 다 봉지를 씌웠으니까. 그 실험만 무려 8년을 꾸준하게 계속했고. 그 결과 1865년에 대를 물려도 변하지 않는 형질이 있다는 것, 형질 사이에 우성과 열성이 있다는 것, 독립적으로 유전이 되는 형질이 있다는 것 등을 밝혀낼 수 있었지.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부모의 형질이 왜 잡종인 자손에게 나타나는지 모르겠다.”고 했는데, 내가 그걸 알아낸거야. 청출어람이라고 해야하나. 왜 하필 완두였나. -딱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냥 완두콩이 번식이 잘되고 하나의 가지에 콩이 많아서였다고 해야하나. 물론 실험이 망하면 먹을 수도 있었고. 근데 결과를 보면, 정말 운 좋게도 유전형질이 딱 갈라지는 재료를 우연찮게 선택했던 것 같다. 근데 당신은 동네 학회에서도 무참히 밟혔다. 허무하지 않았나. -조그마한 소도시에 있는 자연과학협회 회원들이 내 연구결과를 이해나 했겠나. 딱히 큰 학회에 발표하지도 않았고, 다윈한테만 우편으로 보낸 정도였는데 그 이상을 바라는 건 애초부터 무리였어. 사실 더 열받는 건 내가 다윈한테 보낸 논문이, 다윈이 죽은 후에 방에서 뜯지도 않은채 발견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였지. 만약에 다윈이 그걸 뜯어봤다면 창조론자들과 맞설 강력한 무기를 가질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복이 그 정도였구나 라고 생각해야지 뭐. 근데 나도 몇 년 뒤에 수도원장이 되고, 수도원이 세금 때문에 정부랑 싸우는 데 앞장서면서 딱히 과학에 관심을 쓸 시간이 없어졌다. 결국 내 연구는 내 시대에는 개인적인 만족으로 끝난 셈이지. 얼마나 당신 연구의 존재감이 없었으면 당신이 죽은 후에 당신 동료들이 논문하고 연구 자료까지 아무 생각없이 불태웠다는 얘기는 들었다. 근데 이쯤에서 핵심적인 질문을 해야겠다. 당신의 논문에는 ‘유전’이나 ‘법칙’이라는 말 자체가 등장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도대체 ‘멘델의 법칙’은 어디서 나온건가. -그게 사람 운인 것 같다. 내가 했던 연구가 35년 정도 아무도 모르게 묻혀 있었는데 말이지, 과학자들도 생각하는 게 다 비슷한지 1900년쯤에 과학자 세명이 나랑 비슷한 실험을 했거든. 그래서 결과를 얻었는데, 누가 먼저인지 당장 싸워야 할 판인 된거야. 사실 과학자들이 ‘최초’ 어지간히 좋아하잖는가. 그 와중에 어이없게 내가 예전에 썼지만 아무도 관심이 없었던 논문 ‘식물 잡종에 관한 실험’이 도서관에서 발견된거지. 싸우기 귀찮으니까 그 영예는 전부 이미 죽은 나한테 돌려버리기로 합의를 본거고. 사실 내용도 거기서 거기였다고 하더만. 당신이 시대를 앞서갔기 때문에 뒤늦게 빛을 본건가. -근데 그건 또 아니고. 난 잘 몰랐는데, 내가 좀 글을 못 썼던 모양이야. 후대 학자들이 심지어 “멘델은 시대를 앞서간 게 아니고, 19세기의 학자들이 그를 이해하지 못한 건 글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라고 했겠냐고. 그래도 당신은 오늘날 위대한 유전학자로 좋은 점만 부각되고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영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베이트슨에게 감사하고 있다고 전하고 싶다. 베이트슨은 내 논문을 영어로 번역하면서 불명확한 대목은 손질하고, 원문도 좀 바꿔놓았다. 그 결과 당시 과학계를 주도하던 영국이나 미국의 연구자들은 절대적으로 시대를 앞서간 것으로 보이는 멘델만을 만나고 칭송하게 된거지. 오히려 내가 사용한 독일어권에서는 인정받는 데 훨씬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 이를 입증한다. 불운한 학자로 당신을 골랐는데, 듣다보니 정작 엄청난 행운아 아닌가. -완두콩 1만 그루를 8년 동안 기른 정성은 보답받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공부하기 위해서 수도사가 되는 것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 노력을 하고도 내가 그 결과를 인정받기 위해서 애쓰지 않고 스스로 만족했기 때문에 중학교 교사자격시험조차 떨어진 내가 교과서에 길이 남게된 것이 아닐까 싶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교과서를 만든 과학자들(손영운/글담) 과학을 배반하는 과학(에른스트 페터 피셔·전대호/해나무) 멘델이 들려주는 유전이야기(황신영/자음과모음) 멘델, 현대 유전학의 창시자(비체슬라프 오렐·한국유전학회/전파과학사) 유전학의 탄생과 멘델(에드워드 에델슨·최돈찬/바다출판사)
  • 나이스 성적오류 고교생 3만명 달해

    차세대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나이스)의 성적 처리 오류로 전국에서 1학기 내신 석차·등급이 바뀐 고교생은 당초 알려진 1만 7000명 보다 훨씬 많은 2만 9007명으로 드러났다. 이들 가운데 고교 3학년 학생은 659명이다. 성적 석차는 전체 고교생 198만여명의 1.47%인 전국 823개교 2만 9007명, 이에 따른 석차 등급은 전체의 0.12%인 2416명이 변경됐다. 중학교는 전체 학생의 0.009%인 197명으로 집계됐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4일 나이스를 통한 학기말 성적처리과정에서 발견된 오류를 긴급 정정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다음 달부터 시작되는 대입 수시모집을 앞두고 직접 대상이 되는 고교 3학년의 경우, 지장이 없도록 특별관리하겠다.”고 말했다. 교과부와 나이스를 총괄하는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 관계자, 시·도 교육감 등은 23일 서울 중구 퇴계로 KERIS 대회의실에서 대책회의를 갖고 신속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교과부는 일단 성적 오류가 발생한 학교와 과목을 확인한 뒤 25일까지 해당 학교에 통보할 계획이다. 또 27일까지 성적 정정 작업을 끝낸 뒤 늦어도 29일까지 바로잡은 성적표를 발송하기로 했다. 그러나 교과부가 밝힌대로 사태가 오는 29일까지 깔끔하게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다음 달 3만 8169명을 모집하는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원서접수를 앞두고 있다. 더군다나 지난 1일부터 시작된 대학별 재외국민 특별전형은 성적 오류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올해 137개 대학에서 4627명을 뽑는 재외국민 특별전형에서 외국 고교에서 국내 고교로 전학해 졸업한 학생들이 성적 오류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일부 대학에서는 성적 재검증 결과에 따라 원서 재접수나 전형 일정을 늦추는 등의 차질도 불가피할 수 있다. 서울의 한 대학 관계자는 “입시 절차의 신뢰성에 흠결이 생길 수 있다는 점이 문제”라며 “국가 기록도 신뢰하기 힘든데 어떻게 개별 고교·학생이 작성한 기록을 믿을 수 있느냐 하는 문제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 당국이 하루빨리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나이스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교과부도 연말까지 나이스에 대한 전면적인 컨설팅을 받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차세대 나이스는 시간이 갈수록 정보의 종류와 양이 많아져 프로그램 오류로 인한 단순한 문제 외에 다른 문제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필요한 최소한의 내용만 담아 전산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 얘기 들어보니

    빅토리아 베컴, 패리스 힐턴, 비욘세, 킴 카다시언, 린지 로한…. 결혼과 이혼, 출산 같은 사생활은 물론이고 들고 다니는 가방이나 즐겨 찾는 마사지숍까지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식당에서 사용한 포크나 한입 베어 물은 사과조차 인터넷 경매에 올라올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리는 그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셀레브러티’(유명인)라고 부른다. 셀레브러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미디어가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도 존재했다. 프랑스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와 같은 왕실의 여인들이 대표적이다. 미국과 유럽 호사가들의 최대 관심사가 ‘사교계의 여왕들’에 대한 얘기였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럼 과연 실존인물 가운데 역사상 최초의 셀레브러티는 누구였을까. 이 물음에 관한 한 영국의 문학평론가 헤럴드 볼룸의 답에 이견을 제시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1540년부터 1905년까지 발레 5편, 오페라 45편, 연극 77편으로 만들어진 여성.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왕이자 위대한 왕국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바로 클레오파트라다. 서울신문 가상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이번 호에서 인류 최초의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를 집중 탐구해 보기로 했다. 역설적이게도 클레오파트라는 어디에나 있었지만, 그 어디에도 없었다. 너무나 당연하게 믿고 있던 그의 미모나 업적은 역사책 어느 곳에서도 자세하게 묘사돼 있지 않다. 심지어 그는 변변한 초상화나 조각조차 남기지 않았다. 클레오파트라는 ‘패자’(敗者)였고, 역사는 예나 지금이나 철저히 ‘승자’(勝者)의 시각에서 쓰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수많은 고고학자와 미술사학자들이 클레오파트라를 찾기 위해 이집트와 이탈리아를 뒤지고 있다. 트로이의 경국지색 헬레나와 거대한 목마가 등장하는 어릴 적 동화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 보고자 했던 독일 고고학자 하인리히 슐리만(1822~1890). 그의 노력으로 트로이 유적이 실제 눈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것처럼, 꿈을 좇는 사람들의 소망대로 클레오파트라의 무덤과 기록이 발견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여인과 마주하게 될까. 실존했지만, 아직은 사람들의 상상 속에서만 살고 있는 클레오파트라와 가상 대담을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구해보자. →‘인류 최초의 유명인’으로 불리는 당신과 내가 마주 앉다니, 정말 믿기지 않는다. 2000년이 넘게 지난 오늘날에도 당신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나라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내 치세 중에 말아먹은 거나 마찬가지인데, 쑥스럽다. 그런데, 도대체 내가 얼마나 인기가 있다는 건가. →웬만한 상품에는 종류마다 다 당신 이름이 붙어 있다고 봐도 된다. 고급스러운 상품은 물론이고 슬롯머신, 보드게임, 드라이클리닝 세제도 ‘클레오파트라’ 상표가 꽤 유명하다. 벨리댄서들 사이에선 여전히 인기 있는 이름이고. 태양계의 한 소행성에도 ‘216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지중해 오염 감시 프로젝트의 명칭도 당신 이름이다. 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담배 상표도 당신 이름과 같다던데. -그런가. 하지만 내 시대에도 클레오파트라는 흔한 이름이었으니 별로 놀랍지는 않다. →뜻밖이다. 원래 왕의 이름은 아무나 못 쓰는 것 아닌가. 예전에 우리 한국에서도 왕의 이름에 쓰는 한자는 백성들은 못 쓰도록 했는데. -그건 이집트 왕조의 전통을 몰라서 하는 얘기다. 내 정확한 이름은 ‘클레오파트라 7세’다. 내 앞에도 이미 클레오파트라라는 이름을 가진 왕비나 여왕들이 여럿 있었다. 클레오파트라는 ‘아버지의 영광’이라는 뜻으로 우리 라지드 왕조에서 상당히 인기있는 이름이었다. 라지드 왕조는 혈통을 중시했기 때문에 내 묘비는 ‘엄청나게 많은 왕들로부터 나온 여왕’으로 시작한다. →그 시절에는 왕의 이름에 호칭을 붙이는 게 일반적이었다는데, 당신도 별칭이 있었나. -‘필로파토르’다. ‘아버지를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뜻이다. 뭐 별칭이라고 해봐야 사실 이집트의 파라오들이 다 거기서 거기다. 일단 부모를 신격화한다. 그래야 그 다음 왕도 역시 신이 되지 않겠나. 그 결과 대부분 ‘필라델페’(형제와 누이를 사랑하는 사람)라거나 ‘테오이 필로파토레스’(아버지를 사랑하는 신들) 같은 식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왕조의 시조답게 ‘소테르’, 구원자라는 영예로운 칭호가 있었다. →지면 관계상 빨리 진행하자. 당신은 이집트인인가. -그렇다. 이집트 여왕인데 당연한 것 아닌가. →솔직하게 말해줬으면 한다. 실제로 당신은 그리스인 아닌가. -(당황하며) 음…. 사실 난 그리스인이면서도 이집트인이다. 위대한 정복자 알렉산더대왕과 동일한 혈통이다. 굳이 따지자면 마케도니아인이라고 해야겠지. 시조 프톨레마이오스 1세는 알렉산더의 아버지인 필리포스 대왕의 사생아로 알려져 있다. 알렉산더가 이집트를 정복하면서 세운 알렉산드리아가 우리 왕조의 근거지였다. 어떤 사람은 그래서 우리 왕조를 ‘마케도니아 왕조’로, 나는 ‘마케도니아 공주’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히 해야 할 것은 내가 혈통으로는 마케도니아인이고, 문화는 그리스인(클레오파트라는 그리스식 교육을 받았는데, 당시 그리스에서는 여성은 교육이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왕족이었고, 왕위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예외였다)이라고 해도 난 이집트의 기반 위에서 통치를 했다는 거다. 내가 알렉산드리아의 그리스인을 대표한 것이 아니라, 이집트인 전체를 통솔했기에 난 분명 이집트의 파라오다. →당신은 18세에 13세인 동생 프톨레마이오스 13세와 결혼하면서 여왕이 됐다. 말하자면 근친혼이었는데,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나. -남동생과 결혼하는 것이 뭐가 이상한가. 우리 아버지도, 그 아버지도 모두 여동생과 결혼해 왕이 됐고 여동생들은 여왕이 됐다. ‘신’의 위치에 있는 우리들이 혈통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 방법뿐이었다. 아버지 프톨레마이오스 12세는 탁월한 정치가였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페르시아 왕조에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복을 멈추지 않았던 로마를 교묘히 이용해 페르시아를 몰아냈다. 처음엔 꽤 괜찮은 방법이었다. 다만 로마에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부은 게 문제였다. 아버지가 줄리어스 시저에게 매년 바친 돈이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많았다. 결국 내가 왕좌에 올랐을 때는 파라오의 창고 따위는 별 의미가 없었다. →당신의 정치는 결국 로마 장군을 상대로 한 미인계 아니었나. -그렇게만 이해하면 곤란하다. 내가 미인계를 쓴 건 정말 마지막 수단이었다. 나와 동생은 친척과 친구, 궁정인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상당히 효율적으로 나라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집트는 주변 국가들 입장에서 정말 탐나는 존재였던 것 같다. 오죽하면 그리스의 역사학자 헤로도토스가 우리 이집트를 ‘나일강의 선물’이라고 불렀겠나. 당시 인구가 700만명(이중 그리스인이 150만명 정도를 차지했다)이나 됐고 엄청난 양의 곡물을 생산하는 농업국이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평화롭게 산다고 해서 가만히 내버려둘 상황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이집트가 그다지 풍요롭지 않았다는 얘기도 있는데. -사실 그랬다. 국가는 파피루스나 기름, 발효 음료수 같은 품목들에 대해 독점권을 행사하면서 부를 축적했는데 이미 내 시대에는 이런 체계가 무너져 있었다. 무엇보다 관리들이 장부에다 무조건 ‘가득 차 있음’이라고 기재하는 게 문제였다. 실제로는 텅 비어 있는 곳간이 서류에는 가득 차 있다고 표기되다니, 정말 환장할 노릇이었다. 결국 이런 문제가 이집트의 발목을 잡았다. 로마와 로마 군단은 점점 다가오는데, 군대를 키울 돈이 없었다. 아버지가 로마를 이집트에 끌어들였다는 이유로 국민들은 나 역시 믿지 않았다. 완전히 내우외환인 상황이었다. →결국 그래서 미인계를 썼다는 얘기 아닌가. -군대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게 뭔가. 로마와 동맹을 맺거나, 로마 장군 한 명을 포섭할 수 있다면 싸우지 않아도 원하는 걸 얻고 이집트를 지킬 수 있지 않겠나. 무엇보다 그 로마 장군 한 명이 시저나 안토니우스라면,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지 않나. →이쯤에서 오늘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당신은 트로이의 헬레나와 함께 가장 아름다운 여인으로 사람들 머릿속에 박혀 있다. 그런데, 실제 당신의 얼굴은 아는 사람이 없다. 얼굴이 정확하게 나와 있는 초상화나 조각은 한 점도 없고, 찌그러진 동전에 옆 얼굴이 새겨진 게 전부다. 당신 정말 미인 맞나.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뭐랄까 미(美)를 가꾸는 데 많은 공을 들인 건 사실이다. 당나귀를 항상 데리고 다니면서 그 젖을 짜서 목욕도 했고. 내가 자부심 높은 여인이기는 하지만 내가 미인이네 아니네를 평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내가 모은 정보에 따르면 경국지색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영웅전’으로 유명한 그리스 역사학자 플루타르코스는 당신에 대해 “그의 미모가 사람들이 경탄할 정도로 빼어난 것은 아니었다.”고 썼다. 다만 “그와 대화를 나누다 보면 마음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의 외모는 논쟁할 때 보여주는 설득력이나 의견을 개진할 때 드러나는 개성과 어우러져 도발적인 매력을 자아냈다.”고 했다. 결국 미모가 아닌 ‘말발’이 당신의 주무기였던 것 아닌가. -내 목소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현악기의 선율’이라거나 ‘듣기만 해도 즐거운 목소리’라는 평가를 내리기는 했다. 하지만 내 화술은 부단한 노력의 결과다. 난 누구와 말할 때도 통역이 필요 없었다. 에티오피아인, 아프리카 동굴인, 히브리인, 아랍인, 시리아인, 메데스인, 파르티아인과도 그들의 말로 얘기할 수 있었다. 마케도니아어와 그리스어는 기본이었고, 당연히 내가 통치하는 이집트인들의 민간언어도 잘할 수 있었다. 질 높은 교육과 유능한 스승들이 있었지만 결국 난 내 힘으로 ‘지적이고, 교양 높으며, 대화에 능란한 여왕’이 된 거다. →제왕 ‘시저’의 연인이었고, 한때 천하를 호령했던 ‘안토니우스’와 함께 살았지만 지나칠 정도로 당신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다. 자료조차 없는데. 심지어 전기 작가인 마이클 그랜트는 당신을 ‘생존 당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수많은 허구와 추문에 가려져 있는 존재’라고 표현했다. -결국 내가 방패로 삼았던 안토니우스가 옥타비아누스에 지면서 모든 것이 사라진 셈이다. 좀 더 강대한 이집트를 만들어, 로마에 대적하고 이겼다면 그들 대신 내 이름이 모든 문서에 기록됐을 텐데 말이다. →당신의 실체를 찾기 위한 학자들의 노력이 드디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무덤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당신이 패배자이기 때문에 변변한 무덤조차 없을 거라고 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당신의 후예인 이집트 정부조차도 타포시리스 마그나에 있는 오시리스 신전의 유적 속에서 곧 당신과 안토니우스의 무덤이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실 신화나 전설은 그대로 남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름다움과 신비로 포장돼 있는 영원한 안식에서 갑자기 깨어나고 싶지 않기도 하다. 그래도 패배자의 입장에서 철저히 묻힌 ‘나의 이집트’가 세상에 알려진다면 후손들이 좀 더 자부심을 느끼게 되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다. 내가 이집트인인지 아닌지, 미인인지 아닌지는 중요한 게 아니다. 말년에 난 ‘필로파트리스’라고 스스로를 칭했다. ‘조국을 사랑하는 왕비’라는 뜻이다. ‘요부’, ‘유혹의 화신’ 같은 불명예스러운 이름도 난 부끄럽지 않다. 모두 내 조국을 위해 한 일이었다는 점을 알아주면 된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내셔널지오그래픽 7월호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마르탱 콜라·임현/ 해냄) 클레오파트라, 파라오의 사랑과 야망(에디트 플라마리옹·지현/ 시공사) 클레오파트라(아델 제라스·이정아/ 맑은가람) 클레오파트라(래티시아 앵그라오·김이정/ 종이비행기)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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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한국인은 일본이나 중국 사람과 어떻게 다른가요? 겉보기엔 다들 비슷한데….” 파란 눈의 친구가 있는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 이런 질문을 받아 봤을 것이다. 사실 유럽이나 미국 사람들은 동양인의 얼굴을 쉽게 구분하지 못한다. 나이도 잘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누군가 나한테 중국 사람처럼 생겼다거나 일본인처럼 행동한다고 말하면 그걸 썩 달갑게 받아들이긴 어렵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한국과 중국, 일본은 분명히 다른 역사를 가진 다른 나라이고 말도 다르며 국민성도 다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한·중·일만큼이나 다른 배경을 가진 나라들이 하나로 묶여진 동네가 있다. 지역은 유럽, 이름은 유럽연합(EU)이다. 1957년 유럽경제공동체 출범 기준으로 반세기 이상 시간이 지났다. 그들은 같은 화폐를 쓰고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든다. 그렇다면 오래전부터 내려온 그들 각각의 민족 감정이나 국민 의식 같은 것들도 빠르게 옅어지고 얇아지고 있는 것일까.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한·중·일 국민 사이의 미묘한 경쟁의식이나 차이점이 EU 내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일어나는지 궁금증을 풀어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영국 최고의 프랑스 전문가인 ‘폴 웨스트’를 만나 직격 인터뷰를 했다. 웨스트는 영국인 스티븐 클라크가 2005년 출간한 소설 ‘똥 속에서의 1년’(A Year in the Merde)의 주인공으로, 프랑스인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프렌치맨’ 속으로 뛰어든 열혈 ‘잉글리시맨’이다. 파리 샹젤리제 거리 뒤편의 한적한 거리에서 웨스트를 만났다. 인터뷰 내내 웨스트는 ‘정말 어이없다’는 표현을 습관처럼 사용했다. 1년이라는 시간을 프랑스인들 틈바구니에서 보낸 27세 청년은 여전히 파리지앵을 이해하지 못했다. →영국과 프랑스를 강타한 소설의 주인공을 만나게 돼서 영광이다. 벌써 6년째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내 이름은 폴 웨스트. 27세다. 영국 런던 출신이다. 프랑스의 레스토랑 체인에서 영국 홍차 프랜차이즈 사업부를 맡아 1년간 일했다. →당신의 이야기는 9월에 시작해 5월에 끝난다. 제목엔 ‘1년’이라고 써 있는데 나머지 3개월은 어디 갔나. -프랑스에서의 1년이지 않은가. 프랑스어를 쓰는 사람들의 1년은 9월에 시작한다. 다른 나라는 전부 1월에 시작하지만. 9월 첫째 주 월요일이면 샹젤리제 거리에서 마치 신년 축하 키스를 나누는 듯한 광경을 볼 수 있다. 수백 쌍이 늘어서서 말이다. 그런데 그 키스의 이유가 “이제 휴가가 끝났으니 아쉽다.”는 것이란다. 정말 어이없지 않나. 소설을 5월에 끝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때가 휴가가 시작되는 때라서다. 뭐 한 3개월간은 나라 전체가 멈춘다고 보면 된다. 아! 여름에 파리가 붐비는 이유? 그 사람들 중에 프랑스 사람은 거의 없다. 다 관광객이지. 휴가가 끝나자마자 “내년 휴가에는 뭘 하지?”라는 생각만 하고 사는 사람들을 데리고 책임자로 일하면서 고생 엄청나게 했다. →책 제목이 비위생적이다. 그냥은 ‘똥’이고, 고상하게 말해 봐야 ‘대변’ 정도인데, 굳이 제목에 그걸 넣은 이유가 무엇인가(불어 ‘Merde’는 ‘제기랄!”, ‘빌어먹을!’ 정도의 의미를 갖는 가벼운 욕설로도 프랑스에서 널리 사용된다.). -처음 파리에 도착하고, 회사 면접을 보고 인사를 나누고 하나하나 적응해 가는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 어디에선가 애완견들이 나타나 내 가방에 실례를 하고 도망갔다. 주인도 같이 있었는데. 내가 파리에서 낯설고 어이없는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때 기억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난 그 기억 속에서 1년을 산 거다. →한국에서는 프랑스 사람들이 영어를 잘 못한다고 알려져 있다. 영어가 모국어인 입장에서 실제로 들어 보니 어떻던가. -아, 프랑스 사람들도 영어를 잘한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정말 웃기는 건 자기들끼리는 그걸 알아듣는다는 것이다. 특유의 악센트는 둘째치고 자기네 알파벳 읽듯이 영어 단어를 읽을 거면 그냥 프랑스어로 얘기하는 게 낫지 않겠나 싶다. 부하 직원 중에 하나는 분명히 자기가 영어를 한다고 주장하는데, 아무리 봐도 걘 헝가리어를 하고 있었다. →책에서 보면 당신은 부하 직원들이 꽤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전혀, 100%, 결코, 한 톨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날 책임자로 스카우트하면서 나한테 직원을 뽑을 권리를 안 줬다. 참고 봐주려고 했더니 내는 아이디어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첫날 회의에서 밑에 직원들이 카페 이름을 ‘내 차는 부자다’(My tea is rich)라고 짓자고 주장하는데, 확 다 부숴 버리고 싶었다. 내가 며칠 동안 저건 문법상으로 영어가 아니라고 아무리 가르쳐도 이해를 못 하더라. 그래서 보스한테 팀을 바꿔 달라고 요구했다. →그래서 원하는 팀을 꾸렸나. -웬걸. 팀원을 바꿔 달라고 했더니 갑자기 보스가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말라고 펄쩍 뛰더라. 팀원을 자르면 회사 직원 전체가 파업을 하고, 그게 비슷한 업종 종사자들의 파업을 유도하면서 사회문제화되고 프랑스 전체가 마비될 수 있다고 했다. →에이, 말도 안 된다. 지나친 비약 아닌가. -그땐 나도 정말 말도 안 되는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돌이켜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프랑스인들은 파업을 거의 스포츠로 생각한다. 당연히 누구나 해야 하고, 재미도 있는 일이라고 느낀다. 아마 프랑스인들을 대상으로 ‘좋아하는 스포츠’ 설문조사를 한다면 1위는 ‘페탕크’(금속과 나무공을 던져서 가깝게 만드는 게임)가 분명하다. 영국에선 노인들이나 하는 스포츠인데 이걸 그렇게 좋아한다. 그 다음이 아마 파업일 것이다. 시도 때도 없이 파업을 하는 건 물론이고, 심지어 지하철이랑 버스 파업을 하는데 승객들한테 알려 주지도 않는다.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다 좌절한 기분, 당신도 아는지 모르겠다. →영국도 가끔 지하철 파업을 하지 않나. 그리고 프랑스 국민들은 파업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제기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다. -하하. 정도가 있는 법이지. 프랑스인들이 파업을 참는 건 자기도 다음에 이 즐거운 스포츠를 즐겨야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인 게 분명하다. 어느 정도냐 하면 식당에서 서빙을 하던 웨이터가 갑자기 디저트 차례를 남겨 놓고는 “파리의 웨이터들이 오후 1시부터 파업을 하기로 했다.”면서 가버린 적도 있었다. 그 이유가 뭐였는 줄 아나. 유로화가 통합된 이후에 사람들이 팁을 1유로 동전으로 주면서 예전에 프랑 동전을 받을 때보다 수입이 줄었기 때문이란다. 그래 갖고 파업을 하면 과연 손님들이 2유로 동전을 주겠는가. 완전히 파업을 위한 파업이다. 게다가 불친절하기 짝이 없는 프랑스의 웨이터들은 이미 계산서에 15%의 봉사료를 받고 있다. →달팽이(에스카르고) 음식에 도전하는 얘기도 인상적이었다. -그게 인상적이라는 건 당신도 끔찍하게 여겼다는 얘기지? 살아 있는 채 찜통에 집어넣고, 소금을 치고. 거참 그걸 왜 먹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 하겠다. →책을 몇 권 써도 할 얘기가 끝도 없이 나오던데, 실제 만나 보니 정말 맺힌 게 많나 보다. -이왕 인터뷰를 하는데 한 가지만 더 얘기하자. 혹시 ‘사데팡’(Ça dépend·그때그때 다르다는 뜻)이라는 말을 아는가. 아시아 친구들은 그게 프랑스에서 제일 싫은 거라고 하던데. 프랑스 애들은 무엇을 하든 처음에는 안 된다고 고개를 가로젓지만, 몇 번 조르면 오히려 안 되는 경우가 드물다. 유학생들, 특히 아시아인들 사이에서는 “체류증 연장 신청을 하러 갈 때 아침에 부부싸움 한 공무원 앞에 서면 안 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과장이 섞이긴 했지만 나이와 성별, 학력까지 모두 같아도 담당자의 기분에 따라 허가가 날 수도 있고 거절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망할 놈의 사데팡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아야 하나. →영국과 프랑스가 예전부터 견원지간이라고 하지 않나. 당신이 자꾸 이렇게 말하는 건 기본적으로 프랑스인을 싫어하기 때문 아닌가. -뭐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사실 EU라는 게 말이 안 된다. 우리 식민지에 불과했던 미국이 세계의 맹주 노릇을 하고 있고, 아시아까지 치고 올라오니까 함께 뭉쳐서라도 잘살아 보자고 만든 건데, 이게 달라도 너무 다르다. 우선 프랑스랑 이탈리아를 보자고. 우리가 보기에 둘은 너무 비슷해. 자기들 음식이 세계 최고라고 하고, 와인이랑 커피라면 환장하고, 휴가 긴 것도 비슷해. 슈퍼마켓에서 줄이 절대 줄어들지 않는 것까지 똑같단 말이지. 근데 프랑스 친구들은 이탈리아인들이 어디에나 출몰하고 시끄럽고, 친한 척하면서 엉겨붙는다고 욕하기 일쑤거든. 반대로 이탈리아 친구들은 프랑스인들이 쓸데없이 딱딱하게 굴고, 음흉하다고 욕하는 게 일상이지. 프랑스 친구는 남한테 얻어먹는 걸 치욕스럽게 여기지만, 이탈리아인들은 집에 초대를 못해서 난리를 치거든. 심지어 잘난 조상 덕에 먹고사는 것까지 똑같은데 말이지. 아마 둘이는 서로 너무 닮아서 참지를 못하는 것 같아. 이렇게 다들 다른데 똑같은 화폐 쓰고 국경 없애면 다같이 뭉쳐서 밝은 미래를 열어 나갈 수 있을 거란 안이한 발상 자체가 문제였던 거지. →영국 얘기는 전혀 안 하고 있는 것 아는가. 사실 영국도 프랑스나 이탈리아보다는 부지런한 편이지만 독일 사람들이 보기에는 게으른 나라 아닌가. -독일 애들은 지나치게 꽉 막혀 있는 거고. 간단한 서류 하나 잘못됐다고 사람을 붙잡아 두거나 일을 중단시키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하고 어떻게 같이 일을 하나. 뭐 이러고 저러고 다 떠들어 봐야 소용없다. 어차피 이미 EU로 뭉친 거 다시 돌리기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빨리 해결책을 찾아야지. 근데 도청 범죄자나 키우는 우리 정치인이나, 스캔들에 시달리는 이 나라 대통령이나, 어린 여자애 돈 주고 사서 문제 생긴 옆동네나 다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러니 답이 없는 거다. 정치인이 바로 서야 나라가 서는데. →사실 그건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누구랑 누구랑 다르다는 얘기만 했는데, 전 세계가 같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1년 동안 파리지앵으로 살면서 느낀 게 바로 그거다. 당신이 나의 독설을 원하는 것 같아서 안 좋은 경험만 추려 얘기하긴 했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결국엔 다 맞춰 살아야 하는 것 아니겠나. 다만 나를 만든 스티븐 클라크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심지어 책도 잘 팔리는 상황이니까 당분간은 그러려니 하고 읽으면서 마음껏 웃어 줬으면 좋겠다. (이 책은 과장과 풍자로 채워진 책이고 실제 지은이의 직업도 방송 코미디 작가다. 프랑스의 실제 모습이 이와 일치한다는 뜻은 아니니 절대로 오해하지 말기 바란다.-편집자 주) 파리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스티븐 클라크 영국의 언론인. 10년 가까이 프랑스 파리의 언론사에서 일하며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쓴 소설 ‘똥 속에서의 1년’(A year in the merde)을 출간했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폴 웨스트는 그가 경험한 내용을 보여 주는 실존 인물에 가깝다. 당초 친구들에게 주기 위해 200부만 찍었던 책인데 출판사의 제안으로 공식 출간됐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6년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클라크는 현재 라디오 방송의 코미디 작가로 활동 중이다. ●참고문헌 똥 속에서의 1년/ A year in the Merde (스티븐 클라크/ 블랙스완) 프랑스인을 혐오한 1000년/ 1000 Years of Annoying the French (스티븐 클라크/ 블랙스완) 달팽이에게 말하기/ Talk to the Snail (스티븐 클라크/ 블랙스완)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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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평창, 꿈을 이루다] “로또 된 듯 기뻐… 국제규격 연습장·실업팀도 생기겠죠”

    [평창, 꿈을 이루다] “로또 된 듯 기뻐… 국제규격 연습장·실업팀도 생기겠죠”

    떨리는 마음에 우황청심환을 깨물었다. 연신 손수건으로 땀을 닦았다. 긴장되는 방송 출연, 게다가 생방송이었다. ‘방송 초보’에게는 너무나 버거운 상황. 루지 대표팀 이창용(26) 코치는 모 방송사에 초대돼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 발표 방송에 출연했다. ‘내 새끼’라고 표현한 국가대표 선수 6명 중 2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평창”이 발표되는 순간. 이 코치는 목이 메었다. 눈가가 그렁그렁했다. 생소한 카메라에 긴장해 얼떨떨하고 정신이 없었지만, 카메라가 꺼지자 비로소 실감났다. 이 코치는 방방 뛰었다. 꿈만 꾸던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이 코치는 발표 전까지 마음을 다스렸다. 2010년, 2014년 동계올림픽에서 두번이나 실패했던 평창이었다. 그때마다 이 코치는 울었고, 방황했다. 상실감이 워낙 컸기에 이번에는 기대를 안 하려 무던히도 애썼다. 그는 “평창에서 올림픽을 열면 여건이 좋아지겠지만, 안 됐다고 풀죽어서 방황하는 건 선수 자격이 없는 거죠. 올림픽 개최와 상관없이 우리는 루지 국가대표인 걸요.”라고 의젓하게 말했다. 되면 좋고 안 돼도 상관없다던 ‘쿨가이’는 평창이 2018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되자 어린아이처럼 표정관리를 못했다. 그동안의 기억이 파노라마처럼 흘렀다. 숨을 고른 이 코치는 “로또 당첨된 것 같아요.”라고 했다. 목소리는 가늘게 떨렸다. 이미 지난해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던 빙상(스피드스케이팅·쇼트트랙·피겨스케이팅)도 그렇지만 특히 썰매 종목의 여건은 열악하다. 경기장은 당연히 없고, 스타트 훈련장도 지난해에 겨우 생겼을 정도. 이 코치는 “올림픽을 치르게 됐으니 국제규격 경기장은 당연히 생길 거고요. 실업팀도 창단하고 전지훈련 횟수도 늘려 준다고 했거든요. 루지 선수들한테는 혁명이죠.”라고 눈을 반짝였다. 루지 대표팀은 대부분의 훈련을 경기장이 아닌 필드에서 해왔다. 다른 나라가 국제규격의 슬라이딩센터에서 바퀴 달린 썰매를 탈 동안, 우리는 경사진 아스팔트를 내려오며 긁히고 넘어지고 뒹굴었다. 여름 내내 아스팔트에서 좌우로 턴하는 연습을 하며 컨트롤만 배웠다. 그나마 지난해 생긴 스타트 연습장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코치는 “월드컵 대회에 나가면 1등하고 10등 차이가 0.1초거든요. 그게 다 스타트에서 갈려요. 그나마 스타트 연습장이 생겨서 기록이 줄었죠.” 1년의 절반 이상을 강원도 알펜시아에서 보내지만 실제로 루지를 타는 건 겨울 시즌 때 ‘반짝’일 뿐이다. 겨울에 전지훈련 가서 한 달 정도 훈련하면서 슬슬 감을 잡았고 바짝 컨디션을 끌어올려 기량이 절정일 때 시즌이 끝났다. 그리고 또 하릴없이 아스팔트를 누볐다. 그렇게 반복되는 시즌은 늘 새롭고 생소했다. ●힘든 환경에서도 작년 아시안컵 우승 이런 환경 속에서도 루지는 희망을 쏘았다. 지난해 12월 열린 아시안컵(일본 나가노)에서 남녀 동반우승을 차지한 것. 루지는 아시안게임 종목이 아니기 때문에 아시안컵이 사실상 지역에서 가장 알아주는 대회다. 자신감도 부쩍 생겼다. 이 코치는 “우리나라에 경기장만 생기면 썰매도 세계 톱 클래스에 설 종목이라고 확신해요. 썰매는 일단 많이 타는 게 중요하거든요. 평창에 경기장이 생기면 매일 타면서 감을 유지할 수 있잖아요.”라고 기대했다. 이 코치가 처음 루지와 인연을 맺을 때만 해도 이런 ‘빛나는 순간’은 꿈으로 생각했다. 시작도 다소 무모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보고 루지에 ‘꽂힌’ 이 코치는 그해 3월 바로 무주로 내려갔다. “중학교 2학년이었는데 올림픽 때 루지에 반해서 3월 18일에 혼자서 전학갔어요. 꿈 하나만 믿었죠.” 선수조차 없는 생소한 종목이었지만 가족들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다. 선수도, 실업팀도, 경기장도 없지만 언젠가 동계스포츠가 발전하면 ‘선구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있었다. 루지는 그야말로 ‘황무지’였다. 루지 감독은 황당하게도(?) 레슬링 선수 출신의 박순식(현 무주리조트 과장)씨였다. 당시 루지연맹 회장이었던 쌍방울 회장이 종목을 육성시키려다 회사 직원 중 ‘운동했던 사람’을 추천받았고 레슬링을 했던 박순식씨가 덜컥 루지 감독을 맡았다. 말이 감독이었지 거의 선수와 함께 배우고 토론하며 시간을 보냈다. 이때 멤버가 ‘썰매박사’ 강광배 전 대표팀 감독과 이용 현 봅슬레이 대표팀 감독 등이다. 이들이 싹을 틔웠지만 강광배 감독이 오스트리아로 썰매 유학을 떠나면서 루지는 명맥이 끊겼다. ●이 코치 올림픽서 ‘썰매 전복’에 눈물 그 다음 세대가 이 코치. 겁 없이 덤비다 보니 2002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출전하게 됐다. 부푼 기대를 안았지만 현실은 가혹했다. 워낙 어린 나이에 큰 무대에 출전하다 보니 눈에 보이는 게 없었다고. 공식 연습 때 60명 중 29등을 했던 이 코치는 실전에서 고꾸라졌다. 1차 시기에 썰매가 뒤집혔다. “관중들 환호 소리가 안 들릴 정도로 긴장했어요. 조종도 안 하고 그냥 정신없이 내려가다가 뒤집혔죠.” 참 많이도 울었단다. 올림픽 후 방황하던 이 코치는 2004년 루지를 그만뒀다. 군대 영장은 계속 날아오는데 철없이 돈만 써대며 운동하기에는 눈치가 보였다고. 마침 평창이 2010년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하면서 희망도 사라졌다. 직업군인을 하려고 특수부대에 지원해서 교육받다가 다쳤다. 다시 일반 육군으로 재입대하는 등 꼬이고 꼬여 무려 4년을 군대에서 보냈다. 전역 즈음, 연맹에서 대표팀 지도자를 해보라는 러브콜이 왔다. “콜!” 지난해 4월 지휘봉을 잡았고 선발전을 거쳐 뽑힌 6명(남3, 여3)의 감독이 됐다. ‘초짜’들과 함께 아시안컵 동반우승으로 사고를 친 루지 대표팀은 평창 유치로 쾌속 드라이브가 걸렸다. 이제 탄탄대로다. 이 코치는 “2014년 소치올림픽 때 루지 전 종목에 출전하는 게 목표예요. 평창에서도 화끈하게 달려 보겠습니다.”라고 호기롭게 말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WHO&WHAT] 인류 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 승자는?

    “당신이 상상하는 최고의 행운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을 사람들에게 던지면 상당수가 ‘로또 당첨’을 얘기할 것이다. 1등 대박을 꿈꾸며 그렸던 수많은 ‘불가능’이 실제 눈앞에서 현실화하는 것. 그걸 보는 기분은 정말이지 어떤 것일까. 여기 로또보다 더 기막힌 행운의 주인공들이 있다. 무슨 일을 하려고 해도 불운이 겹치는 ‘머피의 법칙’에 가장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경험한 우연과 행운은 ‘돈’뿐 아니라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명예’까지 함께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역사는 이들을 행운아로 기록하지 않는다. 인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가’ 또는 ‘과학자’, ‘고고학자’로만 기억할 뿐이다. 이번 주 서울신문 가상 인터뷰 ‘후 앤드 왓’(Who&What)은 인류 역사상 최고의 행운아를 뽑는 오디션을 개최했다. 심사위원은 샐리 앨브라이트가 맡았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기에게는 유리한 일만 생긴다고 자신하는 그녀,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의 주인공(멕 라이언 분)이자 ‘샐리의 법칙’을 탄생시킨 룰세터다.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은 자기들이 경험한, 그러면서 그들 스스로 믿기 힘들었던 행운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세렌디피티’(우연한 행운)의 대명사가 된 그들의 얘기와 ‘아메리칸 아이돌’의 사이먼 코엘이나 ‘위대한 탄생’의 방시혁에 버금가는 샐리의 독설이 이어졌다. 샐리 : 무려 22년 만에(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1989년에 개봉), 그것도 이렇게 화려한 무대에 심사위원으로 초대돼 정말 영광입니다. 도대체 어떤 행운을 경험한 분들이 등장하실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는데요, 첫번째 참가자 모시겠습니다.  (객석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 샐리 : 으악! 할아버지. 이렇게 발가벗고 나오시면 어떡해요. 아르키메데스 : 허허. 설정이 좀 과했나. 나름대로 그 시절 분위기를 살려본 건데…. 난 인류 최초의 스트리킹 기록 보유자. 아니 물리학자이자 수학자이자 화학자이자… 뭐 암튼 과학자이자 철학가인 아르키메데스라고 하네만. ‘유레카’(Eureka)라는 신조어도 내가 만들었는데. 샐리 : 아. 역사책인지 과학책인지 들은 것 같긴 하네요. 근데 설마 스트리킹이 할아버지의 행운은 아니겠죠? 아르키메데스 : 뭐, 다들 아는 얘기라고 생각해서 스트리킹을 콘셉트로 잡아봤는데 아가씨 좀 무식한 거 아닌가. 실망인걸. 입 아픈 얘기를 또 하자면, 난 기원전 3세기 시라큐스의 목욕탕에서 인류사를 바꿀 발견을 했지. 친구이자 친척인 히에로 왕이 순금 왕관을 만들도록 세공사한테 시켰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딴 걸 섞었을 것 같았단 말이지. 그래서 나한테 그걸 조사해 달라고 하는데, 무게가 같으니까 알아낼 방법이 없었거든. 나라고 별 수 있나. 머리만 싸매고 있다가 목욕탕에 갔는데, 욕조에 몸을 담그는 만큼 물이 넘치는 걸 발견했지. 그 순간 난 벌거벗은 채로 미친 듯이 집으로 뛰어가면서 ‘유레카’를 외쳤지. 어라. 그게 무슨 발견인지 이해를 못하는 것 같은데. 금, 은, 동은 밀도가 다 다르잖아? 그럼 같은 무게가 됐을 경우에 부피가 달라지거든. 결국 금에 다른 걸 섞으면 무게가 같아도 넘치는 물의 부피는 달라지지. 이게 바로 ‘아르키메데스의 법칙’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인류의 성과야. 샐리 : 아. 말씀하시는 동안 뒷조사를 좀 했는데요. 이 오디션의 가장 큰 평가요소가 ‘행운’과 ‘우연’인 건 알고 계시죠? 그런데 할아버지는 모래 위에 기하학 문제를 풀다가 로마 병사가 그걸 밟았다고 화내다가 세상을 뜨셨다면서요? 죄송하지만, ‘가장 어이없는 죽음’ 오디션에 나가시면 더 좋은 성적을 받을 것 같네요. 다음 참가자 나오세요. 단체 참가자군요. 양취위안 : 저희는 중국 시안(西安)에서 온 농부들입니다. 이름은 양씨인데, 별로 중요한 건 아니고. 음…. 샐리 : 오디션 무대가 낯설다는 건 이해합니다. 그래도 뒷 참가자들을 위해서 좀 더 간략하고, 빠르게 설명을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양취위안 : 예. 1974년의 일인데요, 우리는 시안의 리산(驪山)에서 우물을 파고 있었습니다. 아주 가뭄이 심한 해였거든요. 알다시피 농사꾼이 제일 무서운 게 가뭄이잖아요. 그래서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관리까지 와서 우리더러 우물을 파라고 막노동을 시키고 있었어요. 밑으로 4m쯤까지 바닥을 팠는데 갑자기 흙으로 만든 사람이 나오더라고요. 솔직히 벌 받을까봐 무서워서 도망치려고 했는데, 감독관이 계속 파라 그래서 파다보니 사람이 자꾸 나오고 길도 나오고 그랬죠. 샐리 : 그게 뭐였죠? 양취위안 : 그게 진시황제의 병마용이었어요. 한 2000년쯤 됐다고 하대요. 아직도 다 못 팠어요. 어림짐작으로 넓이가 55㎢쯤 된다더라고요. 샐리 : (짝짝짝) 참 대단한 발견들을 하셨습니다. 그래서 돈은 좀 버셨나요? 양취위안 : 아뇨. 우리나라가 공산주의 국가이다보니 별다른 보상은 받지 못했어요. 다시 농부로 돌아갔죠. 다만 시안이 관광지로 각광받으면서 후손들이 지금은 덕을 좀 보고 있어요. 샐리 : 아, 안타깝습니다. 돈과 명예를 얻고 끝이 좋아야한다는 오디션의 취지에는 적합하지 않네요. 그리고 사실 고고학적인 발견에서 ‘농부’나 ‘우물파기’는 너무 식상한 감이 있습니다. 이탈리아 폼페이 유적도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나왔고, 성경해석의 열쇠였던 ‘사해(死海)문서’도 양치기 소년들이 동굴찾기를 하다 발견했거든요. 조심해서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다음 참가자는… 커플, 아니 파트너시군요. 아르노 펜지어스 : 안녕하세요. 전 아르노 펜지어스이고 이 친구는 로버트 윌슨입니다. 저희는 과학자이긴 한데, 사실 하는 일은 거의 안테나 개발자에 가까웠죠. 통신위성을 쏘고 나면 거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는 전파 안테나를 만들었거든요. 1964년에 미국 뉴저지의 벨연구소에 있을 때 자꾸 잡음이 잡히더라구요. 그래서 안테나 위에 비둘기도 쫓아내고, 새똥도 치우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해결이 안 됐어요. 둘이서 계속 머리를 맞댄 끝에 그게 뭔지 알아냈습니다. 샐리 : 뭐였는데요? 펜지어스 : 그게 바로 150억년 전에 우주대폭발 ‘빅뱅’의 흔적인 우주배경복사였습니다. 안테나를 고치다가 우주 탄생의 증거를 찾은 거죠. 그 덕에 노벨상도 받았습니다. 한마디로 인생이 활짝 핀 거죠. 그 일이 없었으면 아직까지 어느 동네에서 안테나나 만들고 있었을 텐데 말이죠. 샐리 : 흥미롭긴 한데, 개념이 너무 어려워서 솔직히 마음에 와 닿지는 않네요. 거기다 빅뱅은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게 너무 많잖아요. 오늘 참가자 중 유일하게 두 분만 생존해 계신 분들이니, 다음 기회에 다시 오시면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분 나오세요. 알프레드 노벨 : 난 앞에 나온 친구들이 받은 그 상을 만든 사람이오. 그 상 받는 게 평생의 소원인 사람들이 전 세계에 몇 억명은 될 걸. 샐리 : 아. 폭탄 제조의 1인자시군요. 근데 ‘우연’이나 ‘행운’과 어떤 관계가. 노벨 : 먼저 1800년대 중반에 제일 많이 연구됐던 폭탄이 니트로글리세린이었다는 사실부터 말해야겠군. 근데 이게 너무 불안정해서 활용이 쉽지 않았지. 맨날 터지고 사고 나고. 한번은 내 공장이 폭발하면서 동생도 죽고, 그 충격으로 아버지도 돌아가셨어. 그래서 난 결심했지. 원활한 철도공사를 위해 더 안전하고 강력한 폭탄을 만들겠다고. 그러던 중에 실험실에서 유리조각에 손가락을 베였고, 당시 치료약으로 쓰이던 콜로디온을 발랐어. 근데 그 끈적끈적한 콜로디온을 활용하면 폭약 제조가 좀 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들더라고. 그 결과 ‘폭발성 젤라틴’을 만들어냈지. 또 니트로글리세린 용기가 부식돼 새어나와 흙에 스며든 것을 보고는 다이너마이트를 만들었지. 샐리 : 둘 다 우연이자 행운이다, 이 얘기이신 것 같은데요. 살아계실 땐 항상 발명품들이 ‘우연’이라는 것을 부인하셨죠? 오디션 욕심은 알겠지만, 좀 모순이네요. 노벨상을 만들어서 인류 발전에 이바지하신 점은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생 고독하게 사셨고 수학자를 싫어해서 노벨상에 수학을 빼셨다는 얘기도 있던데. 노벨 : (묵묵부답) 샐리 : 암튼 만나봬서 영광이었습니다. 다음 분 나오시죠. 찰스 굿이어 : 전 미국의 발명가이자 사업가인 굿이어입니다. 저 때만 해도 고무는 계륵이었어요. 매력적인 재료이기는 한데 모양 변형이 쉽지 않았고 온도가 높아지면 굳어버리거나 부서져 버렸죠. 전 평생 이 일에 매달리면서 여러가지 물질을 섞어봤어요. 그러다가. 샐리 : 잠깐만요, 굿이어씨. 혹시 어디에 실수로 뭘 떨어뜨렸는데 그게 고무를 유용하게 만들어줬다. 뭐 그런 류의 얘기는 아니겠죠? 그러면 좀 전에 노벨씨 얘기와 너무 비슷해서 실망할 것 같은데요. 굿이어 : 그… 그게, 실은 유황을 실수로 고무랑 섞었는데, 녹지 않는 성질을 발견해서. 샐리 : 아. 됐습니다. 별로 창의적인 얘기는 아니군요. 여기까지만 듣겠습니다. (들어가는 굿이어 뒤에 대고) 근데 방금 그 굿이어씨 이름이 ‘굿이어 타이어’의 굿이어랑 같은 건가요? 흠~ 자 그럼 마지막 참가자 나오세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 왜 내가 여기 나왔는지 잘 모르겠데. 난 평생 철저한 철학 속에서 살아왔다고 자부하는데, 이런 내가 우연을 논하는 자리에 서다니 영문을 알 수 없군. 샐리 : 아. 특별초대 손님 괴테님이시군요. 물론 파우스트 같은 문학적 성과나 철학적 성과를 우연이나 행운으로 폄훼하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저희가 오늘 모신 것은 비교해부학의 선구자로서인데요. 괴테 : 아. 그거? 그렇지, 거기엔 좀 우연이 있지. 난 포유류와 사람이 같은 계보라는 증거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과학자이기도 했거든. 당시 학자들은 포유류 위턱의 앞부분에 있는 ‘간악골’이 사람에겐 없다는 이유로 포유류와 사람이 다르다고 주장했어. 그런데 내가 베니스의 한 공동묘지에서 태아의 유골을 보고, 사람의 간악골은 자라면서 점차 유착이 돼서 사라진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지. 뭐 내가 직접 해부를 하지 않고도 찾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인류에겐 큰 축복이자 행운이지. 샐리 : 잠깐만요. 그 공동묘지에서 간악골을 찾아낸 게 사실은 괴테 당신이 아니라 하인이고, 당신은 그 공을 빼았았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전후 사정을 설명하기가 애매하니까, ‘우연’으로 포장한 거 아닌가요? 괴테 : 아니 아니, 그럴 리가 있나. 다 나를 음해하는 주변 사람들과 말 옮기기 좋아하는 후세인들이 만들어낸 얘기라고. 난 불쾌해서 더 이상 이 자리에 못 있겠구만. 들어가겠네. 샐리 : 자~ 그럼 오늘 오디션을 정리하도록 하죠. 시대와 분야에 상관없이 내로라하는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아봤지만, 그 누구도 온전한 ‘행운’과 ‘우연’만으로 역사를 바꿀 수는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닫게 됐네요. 특히 많은 사람들이 우연이라고 믿고 있는 것이 실제로는 그들의 노력에 의한 필연적 산물이라는 것도 확인됐습니다. 우승자는 없다고 해야겠죠?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참고문헌 우연과 행운의 과학적 발견 이야기(로이스톤 로버츠·안병태/도서出판국제) 역사를 다시 쓴 10가지 발견(패트릭 헌트·김형근/오늘의책) 우연한 발견을 위대한 발명으로(최달수/김영사) 우연의 법칙(슈테판 클라인·유영미/웅진지식하우스) 세계사를 바꾼 위대한 발명들(헬레인 베커·하정임/다른) 세계사를 뒤흔든 16가지 발견(구드룬 슈리·김미선/다산초당)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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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명 설계도, DNA 아닌 RNA서도 생성”

    사람의 유전정보가 모두 DNA(유전자)에 담겨 있다는 생물학의 ‘중심원리’(central dogma)를 송두리째 바꿀 수 있는 중대 발견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됐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유전체의학연구소는 4일 ㈜마크로젠과 공동으로 2008년부터 추진 중인 ‘아시아인 유전체 다양성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인 18명의 DNA와 RNA(리보핵산)를 동시 분석한 결과, DNA에는 존재하지 않는 RNA 고유의 자체 염기서열 변이가 대규모로 존재한다는 것을 처음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성과는 유전학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 저네틱스’(Nature Genetics)에 이날 게재됐다. 지금까지 생물학에서는 생명 현상을 주관하는 모든 설계도가 DNA에 있다고 믿어왔다. 즉 단백질을 만들기 위한 설계도는 핵 속의 DNA에 저장돼 있고, RNA는 DNA 설계도 원본 중 특정한 단백질을 만들기 위해 일부분만 복사한 ‘복사본’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DNA의 염기서열이 RNA로 똑같이 전사되는 게 아니라, 전사되는 과정에서 염기가 바뀜으로써 DNA에 없던 변이가 RNA에 새롭게 생기는 현상이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정선 서울대 교수는 “지금까지는 DNA의 특정 변이를 밝히는 것만으로도 인간의 특성과 질병의 대부분이 설명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졌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DNA에 존재하지 않는 변이가 RNA에서 생긴다든가, DNA에 존재하는 변이도 RNA로 발현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또 지금까지 유전체가 밝혀진 CEPH 유럽인, 요루바 아프리카인, 중국인, 일본인에 이어 한국인의 정밀한 유전체 정보를 대량으로 보고했다. 서 교수는 “민족마다 대대로 살아온 환경에 따라 이에 적응하기 위한 고유한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다.”면서 “유럽인과 다른 한민족의 유전체 변이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유럽인 중심의 기존 질병 유전자 발굴 연구 방법론에 대해 한계를 지적한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너무 말라도 ‘심장병·당뇨병’ 걸릴 수 있어…

    너무 말라도 ‘심장병·당뇨병’ 걸릴 수 있어…

    너무 마른 사람도 심장 질환이나 당뇨병 같은 대사증후군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케임브리지 의학연구학회 연구팀이 27일 네이처유전학저널에 발표한 연구 결과를 따르면 체형을 마르게 하는 ‘IRS1’이라는 단일 유전자가 대사증후군의 발병 위험도를 높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단일 유전자는 체내 지방을 덜 쌓이게 한고 해서 ‘린 유전자’(lean gene)로 알려졌는데, 이 같은 유전자가 과체중과 주로 연관된 장애인 2형 당뇨병과 심장질환의 발병 위험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총 7만 5000명 이상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이번 연구에서 IRS1을 가진 사람은 혈중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혈당이 높아 대사증후군이 발병할 위험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부 마른 사람들 역시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을 수 있으며 50세 이전에 심장 마비가 발병할 위험도 클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같은 유전자는 피하 지방이 적은 것과는 관련됐지만 몸에 더 해로운 내장 지방과는 관계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IRS1 유전자를 가진 사람 중 피하 지방이 더 적은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신체 부위에 더 많은 지방이 쌓여 있을 수도 있다.”고 추정하면서도 “마른 사람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보다 일반적으로 더 건강하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변화시키지는 않을 것”라고 말했다. 사진=자료사진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굿모닝 닥터] 요로결핵 아시나요

    최근 만난 50대 남성 외래환자는 고환 통증이 문제였다. 3~4개월 전부터 고환에 통증과 부종이 나타나 인근 비뇨기과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아왔다. 하지만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필자를 찾은 경우였다. 필자도 처음에는 고환염이나 부고환염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항생제가 잘 듣지 않았다고 여겼다. 그렇게 믿고 소변검사를 했더니 결과는 뜻밖에도 결핵이었다. 흔히 결핵이라 하면 폐결핵을 떠올린다. 하지만 결핵균이 혈액을 따라 요로로 퍼지면 소변에서도 결핵균이 검출된다. 당연히 신장이나 요관·방광, 나아가 전립선이나 부고환에서도 결핵이 생길 수 있다. 기침과 각혈 증상을 보이는 폐결핵과 달리 신장이나 요관, 방광 결핵은 진행이 느리며,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물론 요로결핵의 경우 혈뇨나 발열, 옆구리 통증, 체중 감소 등 비특이적 증상이 나타나거나, 전립선이나 부고환 결핵의 경우 고환에 통증이나 부종이 생기기도 하지만 이것만으로 결핵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예전에는 국내의 결핵 유병률이 높아 요로결핵도 흔했지만 최근에는 그렇지 않아 이를 놓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소변검사에서 염증이 확인돼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해도 호전이 없다면 요로결핵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진단을 위해서는 아침 첫 소변을 받아 결핵균 검사를 시행하는데, 최근에는 PCR이라는 분자유전학 기법으로 진단율을 한층 높였다. 치료는 수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하는 것이 원칙. 이 환자 역시 확진 후 항결핵제를 복용하고 있다. 치료에 있어 중요한 점은 항결핵제를 복용하다가 중간에 임의로 중단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럴 경우 결핵균이 내성을 가져 나중에는 다시 약을 복용해도 치료 효과가 낮아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어떤 결핵이든 꾸준한 치료가 미덕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서울대생, 법인화 반대 27일만에 “점거농성 해제”

    법인화를 반대하면서 대학 본관을 점거, 농성 중인 서울대생들이 점거를 해제하기로 26일 결정했다. 법인설립준비위원회 해체와 전면 재논의를 요구하면서 농성에 돌입한 지 28일 만이다. 서울대생들은 25일 오후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를 열고 재적위원 61명 가운데 ‘담화문 및 합의사항을 받고서 점거 해제(1안)’ 40표, ‘점거 유지 후 본부와의 충돌(2안)’ 19표로 해제안을 가결했다. 총학생회는 ”담화문이 법인화법 폐기를 직접 이뤄낸 것은 아니고 애초 담화문에 담으려 했던 총장의 국회 출석 요구 부분도 민주당의 야합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계를 설명했다. 학교 측은 26일 오후 3시쯤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표명할 예정이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B학점’ 개선 빠진 與 등록금 대책

    “학점 제한을 없애지 않은 차상위계층 장학금 지원사업은 보여주기식 사업에 불과하다.” 한나라당이 등록금 부담 완화대책을 내놓으면서 내년에 2000억원을 차상위계층 장학금 지원과 든든학자금 개선 등 국가 장학제도 확충에 사용하겠다고 밝혔지만 ‘B학점(100점 만점에 80점) 이상’인 성적제한에 대한 개선책이 빠져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가정 형편 등으로 장학금 수혜 대상에 들고서도 성적 제한이라는 기준 때문에 상당수가 장학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24일 교육계 등에 따르면 한나라당이 발표한 등록금 부담 완화대책에 국가장학제도의 성적제한 부분은 빠져 있다. 당초 한나라당은 반값 등록금의 수혜 대상을 ‘B학점 이상’으로 제한한다고 밝혔다가 여론이 나빠지자 “내용이 잘못 전달됐다.”면서 한발 물러섰다. 이번 등록금 대책에서는 아예 관련 내용이 나오지도 않았다. 문제는 성적제한으로 꼭 장학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못 받는 경우가 빈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참여연대와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공동으로 한국장학재단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3년간 빈곤층 장학금을 신청했다가 탈락한 비율이 20%를 넘었다. 2008~2010년 기초생활수급권·차상위계층 대학생의 장학금 신청 27만 7290건 가운데 20%가 넘는 5만 7601건이 학점 미달과 직전학기 12학점 이상 이수 등의 자격제한 때문에 탈락했다. 한 대학생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B학점 이상을 받는 것도 쉽지 않고, 상대평가제도에서는 결국 누군가는 B학점 이하를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 같은 기준은 장학제도의 취지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빈곤층과 차상위 계층의 장학금에는 B학점과 12학점 이상이라는 신청기준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적어도 빈곤층과 차상위계층을 위한 장학금은 지원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성적 등 엄격한 자격기준 때문에 못 받는 경우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한국인도 일본인도 영국인도 아닌 내 정체성은 뭘까. 한국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얻고 싶었습니다.” 도쿄 아오아먀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치코’에서 남자 주인공 리하르토 역을 맡고 있는 신원(24·일본명 신겐)씨는 혼혈 한국인 4세다. ●재일학자 故 신기수 선생의 외손자 한·일 관계사 분야에서 저명한 재일 학자로 알려진 고(故) 신기수 선생의 손자다. 신 선생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관계 저서 22권과 ‘해방의 그날까지’ 등 기록영화 10여편을 남겼다. 하지만 신씨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어서 서양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씨는 10세 때까지 영국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 고베에서 생활했지만 2002년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뿌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외모가 서양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말을 걸어 왔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 주지 않아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며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와중에 한·일 관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게 됐다. 당시 고베 아시아 미나미 고교에서 호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행선지를 한국으로 급히 바꿨다.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 중동고 3학년에 전학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모두가 살갑게 대해줘 ‘아 이게 핏줄 의식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는 그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주면서도 저는 제외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받을 정도로 ‘한국식 동료의식’에 푹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간 지낸 신씨는 이때 깨달은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일본에서도 한국식 이름을 자신있게 드러내 놓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세계진출 기여하고 싶어” 와세다대 1학년 때 뮤지컬 ‘렌트’(Rent)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선 뒤 영국국립연극학교(RADA) 워크숍을 이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입학한 뉴욕의 명문 연극학교 ‘슈라이버 스튜디오’에 다니다 뮤지컬 ‘미치코’에 캐스팅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뮤지컬 ‘로키 호러 쇼’에서 주인공 로키 역을 맡게 된다. 배우 조승우와 정용석 뮤지컬 감독의 팬이라는 신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피플 인 스포츠] 정년퇴임 앞둔 ‘야구계의 전설’ 김정택 상무 감독

    [피플 인 스포츠] 정년퇴임 앞둔 ‘야구계의 전설’ 김정택 상무 감독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현장에서 사라질 뿐이다.” 야구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통하는 국군체육부대(상무) 김정택(58) 감독 얘기다. 그가 이달 말 땀과 눈물이 고스란히 밴 그라운드를 떠난다. 1982년 상무 전신인 육군중앙경리단 초대 사령탑에 오른 지 꼭 30년 만에 정년 퇴임(서기관)을 맞는 것. 30년간, 그것도 한 팀에서, ‘파리 목숨’과도 비유되는 감독 자리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그가 처음이다. 그는 상무의 특성 때문이라고 몸을 낮추면서도 ‘운명’이라고 단언한다. 하지만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 상무에서는 최삼환 배구 감독과 윤중오 배드민턴 감독이 조만간 그의 뒤를 이을 전망이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김 감독을 만났다. ‘아저씨풍’의 수수한 옷매에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감을 느끼게 했다. 군기는 아직 빠지지 않았다. 눈빛이 여전히 강했다. 누구나 그렇듯, 그도 당장은 시원섭섭할 터. 그렇지만 그는 “대한민국 야구 감독 중 유일하게 연금을 받는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웃는다. 그의 색다른 이력을 말해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김 감독과 야구의 인연은 다소 싱겁다. 부산 성남초교 시절 큰형이 외제 글러브를 사준 것이 계기이다. 부산중·고에서 투수로 활약하다 서울 대광고로 전학하면서 운동을 잠시 접고 공부에 매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야구와의 끈은 이어졌고 당시 김재박(전 프로야구 감독)과 함께 뛰었다. 야구로 큰 빛을 보지 못한 데다 가정 형편도 어려워 군인(단기 사관 육군 소위)의 길을 과감히 택했다. 7년 뒤 대위로 복무하던 1982년 육군중앙경리단이 창설되면서 선수 경험이 있는 그에게 초대 감독 지휘봉이 주어졌다. 인생의 전부가 된 야구와의 운명이 시작된 것이다. 경리단은 이듬해 육군체육지도대, 84년에는 모든 군인을 망라한 국군체육부대로 재편됐다. 자연스럽게 상무의 초대 감독에 올랐다. 그를 거쳐 간 제자들은 수두룩하다. 경리단 당시 장효조, 조종규, 정구선, 우경하 등 당대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있었고 이후 윤학길, 마해영, 양준혁에서 김광삼, 손시헌까지 함께 달렸다. 프로선수가 상무에 입대한 것은 1999년부터다. 김 감독의 성적은 화려하다. 무려 60차례나 정상을 밟았다. 1200경기 이상 출전해 승률이 7할 가까이 된다고 자부했다. 국내외에서 안 받아 본 상이 없고 국가대표 감독도 3차례나 지냈다. 그가 “유일하게 못 해 본 것이 프로야구 감독”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의 야구 철학은 군인 정신과 상통한다. ‘인간다운 행동’을 우선 강조한다. 평범한 얘기 같지만 경험상 이런 선수가 성공한다는 것. 또 투수력과 타력은 감독의 능력으로 한계가 있지만 수비와 러닝은 감독의 몫이라고 말한다. 서둘지 말고 경기를 풀어가라고 늘 주문한다.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 인생과도 비슷하단다. 그가 평생 잊을 수 없는 대회가 있다. 2005년 네덜란드 월드컵(세계선수권). 2연패로 예선 탈락의 위기에서 캐나다에 4-5로 뒤지다 박정권(현 SK)의 극적인 3점포로 7-6으로 승리, 8강에 진출했고 8강에서 막강 일본을 꺾은 것이다. 당시 독도 문제가 불거져 반드시 이겨야 했던 경기였다. 결승에서 쿠바에 져 준우승했지만 극적인 상황의 연속이었다고 회상했다. “아직도 경기에 나서면 질 생각은 없다.”는 김 감독은 “작은 일이라도 야구에 도움이 되고 싶다. 운명이었고 축복이었던 오랜 감독 생활의 노하우를 적절한 곳에서 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글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사진 대한야구협회 제공 ●김정택 감독은 ▲출생 1953년 2월 24일 부산 ▲학력 부산 성남초교-부산중·부산고-서울 대광고-경성대 ▲가족 아내와 첫째 아들(스탠퍼드대 박사과정), 둘째 아들(해군 대위) ▲취미 골프 ▲경력 1982년 육군중앙경리단 초대 감독. 84년 국군체육부대(상무) 초대 감독. 2002~2010년 퓨처스리그 8회 연속 우승. 각종 국내대회 통산 60회 우승. 2005년 국제야구연맹 선정 ’올해의 감독상’
  • [주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KBS1 토요일 밤 12시 55분) 백파이프 연주를 앞세우고 교기를 든 학생들이 강당에 들어온다. 1859년에 창립된 명문 웰튼 고등학교의 새학기 개강식은 그렇게 시작됐다. 학교에 새로 전학 온 토드(에단 호크)는 어린 신입생들과 마찬가지로 두근거리는 가슴을 숨길 수 없다. 또 이 학교 출신인 키팅 선생(로빈 윌리엄스)이 영어 교사로 부임한다. 그는 첫 시간부터 파격적인 수업 방식으로 학생들에게 ‘오늘을 살라.’고 역설하며 참다운 인생의 눈을 뜨게 한다. 닐과 녹스, 토드 등 7명은 키팅으로부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서클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들이 그 서클을 이어가기로 한다. 학교 뒷산 동굴에서 모임을 갖기 시작한 그들. 그곳에서 닐은 정말로 하고 싶었던 연극을 실행하고, 녹스는 크리스라는 소녀와의 사랑을 이루어 간다. 그러나 닐의 아버지는 의사의 꿈을 이루어 주리라고 믿었던 닐의 연극을 보자 군사학교로 전학을 선언한다. 그렇게 꿈이 꺾인 닐은 그날밤 권총 자살을 하고 만다. ●잘살아보세(OBS 토요일 밤 11시 25분) 출산율 전국 1위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최강의 순풍마을 용두리. 평화롭던 그곳에 때아닌 불청객이 찾아온다. 밤일을 관리하겠다고 나선 국가공식 가족계획요원 박현주(김정은)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러나 처녀의 몸으로 피임의 피자도 모르는 용두리 주민을 설득시키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이다. 고민 끝에 마을이장 변석구(이범수)를 현지에서 조달해 급조 요원으로 발탁한다. 아이들을 배불리 먹이는 것이 유일한 꿈인 변석구 요원은 박 요원을 뛰어넘는 현장성으로 마을 친구들의 부부잠자리 관리에 탁월한 잠재력을 발휘한다. 특히 박 요원의 전문적인 설명을 용두리식 ‘생활용어’로 통역하는 데 뛰어난 표현능력을 보여 준다. 하지만 자식농사만이 남는 장사라고 철석같이 믿는 마을주민들의 출산의지를 꺾기란 역부족인데…. ●센스 앤 센서빌리티(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19세기 영국의 조그만 마을. 부유한 귀족인 대시우드는 죽기 전, 법에 따라 아들 존에게 모든 재산을 물려준다. 대시우드는 존에게 계모인 대시우드 부인과 이복 여동생인 엘리너, 마리앤, 마가렛을 부탁한다는 유언을 남긴다. 그러나 존의 아내 페니는 대시우드의 유언을 무시하고,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을 집에서 내쫓는다. 큰딸 엘리너는 이사하기 전에 저택을 방문한 페니의 남동생 에드워드를 사랑하게 되지만 둘 사이를 눈치챈 페니는 서둘러서 남동생을 런던으로 보내 버린다. 결국 대시우드 부인과 세 딸은 먼 친척이 제공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된다. 한편 지적이고 차분한 언니와 달리 정열적이고 감성이 풍부한 마리앤은 발목이 삐었을 때 도와준 윌러비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만다.
  • [포토다큐 줌인] 마이스터高 학생들을 만나다

    [포토다큐 줌인] 마이스터高 학생들을 만나다

    서울 남산 중턱의 정화미용고등학교. 수업을 마친 신다솔(17)양이 가파른 언덕길을 내려오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솔이가 향하는 곳은 학교 근처의 미용실. 헤어스타일리스트가 꿈인 다솔이는 방과 후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겸한 실습을 한다. “올해 안으로 국가기능사 자격을 따면 바로 취업할 거예요. 대학에 갈 생각은 없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다니다 엄마를 졸라 이 학교로 전학 올 때부터 다솔이의 꿈과 진로는 확고했다. 지금은 아르바이트로 번 돈으로 생활비에 용돈까지 충당하면서 공부하고 있다. ●세계최고 피부미용사·플로리스트·셰프를 꿈꾼다 지난 4월 피부미용 국가기능사 자격증을 딴 임가빈(17)양. 선생님 추천만 받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이나 미용 클리닉에 취직할 수 있지만 가빈이는 부천 집에서 학교까지 두 시간이 넘는 힘겨운 통학을 감내하면서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 “처음에 적응을 잘 못하던 아이들이 자신감을 갖게 되고 자격증을 따 사회에 진출하는 걸 보면 마치 백지 도화지에 그림을 그려 나가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든든하고 고마울 따름입니다.” 이 학교 황지영 선생님의 말에 애정과 자부심이 가득하다. ●로봇대회 금메달 딴 후 삼성전자 취업·병역 특례도 강남공고로 출발한 서울로봇고는 2009년 캐나다 캘거리 국제기능올림픽 때부터 생긴 로봇 종목에서 이 학교 학생이 금메달을 따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금메달을 딴 학생은 졸업과 동시에 삼성전자에 취업을 했으며 병역 특례도 받았다. “뚜렷한 목표 의식을 갖고 우리 학교에 지원하는 학생이 적지 않습니다. 로봇에 흥미와 열정이 있으면 우리 학교에서도 일류 대학 출신 못지않은 성공의 길이 열려 있습니다” 이상범 교장은 멀쩡한 아이들이 무한경쟁에 내몰려 성적에 스트레스받고 열등생 취급받는 풍토가 안타깝다고 한다. 특성화 고교가 훌륭한 대안과 탈출구가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집중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성화 고교 중 일찌감치 자리매김하면서 유명해진 곳은 요리전문 고등학교다. 경기 시흥의 한국조리과학고는 웬만한 전문 대학들을 능가하는 커리큘럼으로 교육하고 있다. “10년 전에는 어떻게든 실업계 행을 막아 보려는 부모들과 입학을 원하는 학생들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부모가 권유해서 오는 케이스도 많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거죠.” 일류 호텔 조리사 경력 20년인 김영운 교감의 말이다 경기도 고양고등학교에서 플로리스트를 양성하고 있는 문혜령 교사는 화훼 장식이 데코레이션의 영역을 넘어 하나의 독창적인 문화 코드와 아이템으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세계적으로 독일 플로리스트가 유명합니다. 그런데 국내에 선진국 교육과정이 다 들어와 있어요. 굳이 유학 갈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프로 뺨치는 실력을 가진 고등학생들도 많답니다.” ●“이젠 부모들이 권유… 시대가 변하고 있는 거죠” 과거 실업계, 기술고라는 차가운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개성과 특기, 취미를 살려 꿈을 이루려는 청소년들. 또래들이 사교육의 늪에서 헤매고 있을 때 이들은 자신만의 그림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또래들이 겨우 들어간 대학에서 비싼 등록금에 숨이 턱에 차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취업의 문턱에서 절망의 결정타를 맞을 때, 이들은 약관의 나이에 벌써 한 분야의 장인이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고학력 실업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져 있는 우리 교육환경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좇아 존재를 인정받고 행복할 수 있는 세상, 그런 미래를 만드는 힘. 그 힘을 이들 청소년들의 눈빛 속에서 찾아본다. 글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우리는 모두 엑스맨, 돌연변이다” 연구결과 눈길

    “우리는 모두 엑스맨, 돌연변이다” 연구결과 눈길

    어떤 상처도 금방 아물어버리는 불사신, 온 몸이 다이아몬드로 변하거나 남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초능력 등 돌연변이를 소재로 한 영화 ‘엑스맨’이 그저 영화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연구결과가 발표돼 눈길을 모으고 있다. 영국 웰컴트러스트 생어연구소 (Welcome Trust Sanger Institute)는 “인간은 누구나 부모로부터 최대 60종의 변이된 유전자, 즉 돌연변이 유전자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인간이 얼마나 많은 새로운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니고 있으며, 그것이 부모 중 어느 쪽에서 온 것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했다. 부모와 아이 한명으로 이뤄진 가족 2세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A가정 아이의 변이된 유전자 중 92%의 형질은 아버지에게서 물려 받은 것으로 밝혀졌지만, B가정 아이는 아버지에게서 단 36%의 유전적 형질만 물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대부분의 변이된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내려온다는 기존의 학설을 뒤집은 것이며, 돌연변이 비율은 성(性)에 따라 달리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맷 헐스 웰컴트러스트 생어연구소 박사는 “하나의 정해진 난자와 만나기 위해 각기 다른 형질의 정자가 다툼을 벌이다 수정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대부분의 돌연변이 유전자는 아버지로부터 내려온다고 생각하지만 이는 틀린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적어도 우리의 게놈(세포나 생명체의 유전자 총체)은 부모로부터 최대 60종의 변이된 유전자를 받는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가 돌연변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비록 ‘엑스맨’ 영화 속 주인공인 ‘울버린’(휴 잭맨 분)과 같은 슈퍼 파워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개개인이 생각지 못한 변이된 유전자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이번 연구결과는 유전학 부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영국 ‘네이처 유전학(Nature Genetics)‘ 최신호에 실렸다. 사진=영화 ‘엑스맨’ 시리즈 중 한장면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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