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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말매거진 We/장바구니

    ●농수산물유통공사=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센터에서 국산 농축산물과 한과류 등 각종 가공식품을 10∼30% 저렴하게 판매하는 ‘우리 농산물·전통식품 직거래 큰잔치’ 행사를 갖는다. ●한국효소=가정에서 전통 민속주를 간편하게 담가 먹을 수 있는 ‘즉석 민속주’를 선보였다.국내쌀 100%로 만든 전통주로,물을 붓고 적정 온도만 맞춰주면 된다.1020g 8000원.(02)2149-8588. ●롯데백화점=18일까지 본점·수도권 전점 가전 매장에서 수입냉장고·세탁기를 구매하는 고객을 추첨,9쌍에게 제주도 여행상품권,100만원 여행상품권을 증정한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21일까지 전·튀김·나물 등 제수용 음식을 직접 완전 조리해 판매한다.제수용 전은 동태전·완자전(동그랑땡)·산적·깻잎전·녹두전·야채전 등이다.가격은 100g 기준으로 1190∼1390원. ●유일텍=애견용 비데인 ‘클린펫’을 내놓았다.물에 잘 풀어지는 화장실용 휴지에 묻혀 물휴지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점도가 높게 젤화시킨 것이 특징이다.8000원.(042)935-6161. ●한솔CS클럽(www.csclub.com)=사무용품 패션 소품 디자인액세서리 등 150여종 품목을 판매하는 ‘팬시 매장’을 오픈했다.오픈 기념으로 2월말까지 증정 행사를 진행한다. ●타파웨어=첨단 기법과 엄격한 품질관리를 한 현미에서 상황버섯 균사체를 배양,생산한 ‘상황버섯차’를 출시했다.티백 90개들이 6만 9000원. ●현대백화점 목동점=21일까지 지하 주차장에서 ‘귀향 차량 무상점검 서비스’를 실시한다.엔진오일·타이어 공기압·펜벨트 등 기본적인 점검 서비스를 실시하며 엔진오일·미션오일·타이어 등을 20% 할인한 가격에 판매·교환해 준다.오일 교환은 1만 2000원,미션오일 교환은 4만원 등이다.
  • 팥죽/꿀·설탕 넣어 먹거나 동치미 곁들여야 제맛

    전통의 겨울 별미 팥죽.따끈한 팥죽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의 훌륭한 야식거리다.‘작은 설’로 불릴 정도로 큰 명절 가운데 하나인 동지에는 팥죽 색깔의 동지 빔을 입고 뜨거운 팥죽을 ‘호∼호’ 불어가며 먹었다.팥죽에 들어있는 새알심을 골라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나이만큼의 새알심을 먹어야 나이를 제대로 먹는다고 믿었던 까닭이다. 이런 팥죽의 인기가 요즘 높아지고 있다.인터넷에는 미국의 한 웹사이트가 올린 ‘오소리들(badgers)’을 패러디한 ‘팥죽송’도 인기 검색어.하지만 팥죽을 즐기는 취향이 세대마다 조금씩 다르다.연륜이 깊은 전통 중시파는 서울 삼청동의 ‘서울서 두번째로 잘하는 집’(02-734-5302)과 같은 죽집을 고집한다.반면 고급스러움과 독특함을 좋아하는 20·30대의 퓨전파는 카페의 단팥죽을,스피드를 즐기는 10대의 간편파는 패스트푸드점이나 편의점에서 파는 팥죽을 즐긴다. 겨울 별미인 팥죽을 사 먹어도 괜찮지만 집에서 만들어 먹어도 맛있다.서울 반가음식의 맥을 잇고 있는 김숙년(69)씨는 “팥죽은 동장군이오시는 동지뿐 아니라 무더운 삼복에도 먹는 음식”이라며 “동치미를 곁들이면 더욱 좋다.”고 말했다.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팥죽의 텁텁한 맛을 개운하게 씻어주기 때문이다. 팥죽을 먹을 때 소금을 약간 타 짭짤하게 먹어도 되지만,설탕이나 꿀을 넣어 먹어도 좋다. ●재료 불린 쌀 1컵(멥쌀 ⅔컵·찹쌀 ⅓컵),붉은 팥 2컵,물 8컵,소금 약간,새알심 만들기 찹쌀 가루 1컵,소금 ⅓작은술,물 3큰술을 준비한다.찹쌀 가루를 소금과 함께 더운 물에 넣어 익반죽해 손으로 빚어 새알심을 만든다.지름이 1.2㎝ 정도면 된다. ●조리법 (1) 쌀은 씻어 건져 불린다.(2) 팥은 씻어 일어 물을 넉넉히 붓고 끓인다.끓으면 첫 물을 따라내고 다시 물을 부어 팥알이 터지고 물이 졸아들도록 삶는다.(3) 팥이 잘 물러서 으깨질 정도가 되면 물을 부어가면서 주걱으로 으깨 구멍이 큰 체(어레미)에 걸러 팥앙금을 만든다.(4) 거른 팥물중 웃물만 냄비에 따라 끓인 다음 (1)의 쌀을 넣어 죽을 쑨다.쌀이 거의 퍼졌을 때 (3)의 팥앙금을 넣어 섞으면서 잠시 끓인다.(5) 죽이 다 되면새알심을 넣어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저으면서 끓인다.주걱으로 조심스럽게 저어 새알심이 뭉크러지지 않도록 한다.(6) 새알심이 떠오르면 그릇에 담아 상에 차려낸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강성남기자 snk@ ●김숙년씨는 서울토박이.그의 조상들은 500년 전부터 서울에서 살았다.1957년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 성신여중 서예 교사와 창문여고 가정 교사를 지냈다. 96년 퇴직 이후 4대가 함께 산 대가족의 안살림을 맡았던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익힌 반가 음식을 여러 매체에 소개하고 있다.현재 한국전통생활문화학회 고문과 한국전통음식연구소 감사를 맡고 있다.
  • 맑은 생·태·탕

    겨울 초입인 요즘 뜨끈한 국물이 그립다.이럴 땐 따끈한 생태탕이 제격이다.추워지는 날씨에 적응해 가는 요즘,입맛을 돋우거나 간밤의 숙취를 달래주는 데는 생태탕만한 게 없을 듯하다.맑은 국물을 한 숟가락 맛보면 그 시원함이 혀끝은 물론 뱃속 깊이까지 전달돼 짜릿한 느낌으로 온몸이 전율할 정도이다.고춧가루를 풀어 칼칼하게 끓인 생태 매운탕도 괜찮지만 생태탕의 참맛을 보려면 ‘맑은 생태탕’이 제격이다.시원하면서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투명한 국물,하얀 생태살,푸른 야채가 시각적으로 잘 어울린다.살은 젓가락만 갖다대도 부서질 정도로 부드럽고 내장의 고소한 맛은 비길데가 없다.기름기가 없어 비린 것을 싫어하는 어린이들도 좋아한다. 생태의 주재료는 우리의 겨울 바다를 대표하는 생선인 명태로 얼리지 않은 것이다.서울 홍제동의 곽명숙 맛샘요리학원장은 “눈이 맑고 투명하며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고,살이 탄력있고 손으로 눌러봤을 때 단단한 느낌이 드는 것이 싱싱한 생태”라며 좋은 생태 고르는 요령을 알려줬다.또 아가미는 가지런하고 선홍색인 것이 좋다.머리부터 꼬리까지 모양이 반듯하고 윤기가 있으며,지느러미가 제대로 붙어 있어야 한다. 수산시장에선 싱싱한 생태 중간 크기 1마리에 5000원 선이다.생태를 다듬을 때 씁쓸한 맛을 내는 내장의 검은 막을 잘 긁어내야 한다.생태를 사면서 다듬어 달라고 하면 된다.이 때 생태의 알과 내장은 꼭 챙기자. ●재료 생태 1마리,두부 ½모,무 ¼개,콩나물 20g,청·홍 고추 1개씩,굵은 파 ½대, 미나리 약간,국물양념(청주 1큰술,국간장 2큰술,다진 마늘 1큰술,생강 ½작은술,육수 6컵,소금·후추·참기름 약간씩),육수(무 ⅓개,대파 2∼3 뿌리,다시마 20㎝정도,마른 새우 100g,물 10컵,양파 중간크기 1개) ●조리법 (1) 생태는 눈이 튀어나오고,살이 탄력있고 싱싱한 것으로 내장과 아가미를 떼낸다.알이나 내장도 소금물에 흔들어 씻어 놓는다.(2) 육수는 준비된 재료를 넣고 뚜껑을 열고 20분 정도 끓인다.(3) 무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콩나물은 다듬어 머리와 뿌리를 뗀다.청·홍 고추는 큼직하게 어슷 썰고 대파와 미나리도 다듬어 준비한다.(4) 전골 냄비에 (3)의 야채를 돌려담고 가운데에 (1)의 생태를 담아 모양을 잡는다.이때 대파와 미나리는 조금 남겨둔다.(5) (4)의 전골 냄비에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소금과 간장을 붓는다.이때 떠오르는 잔거품은 숟가락으로 떠낸다.다진 마늘을 넣고 한소끔 끓인 다음 남은 대파와 미나리를 넣고 마무리한다. 글 이기철기자 chuli@ 사진 강성남기자 snk@ ●곽명숙 맛샘요리학원장은 우리 전통음식, 특히 폐백·이바지 등 혼례 음식 전문가다.궁중 폐백과 전북 전주 폐백을 두루 섭렵한 그는 지난 5월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때 워싱턴과 뉴욕에서 우리 음식을 전시했다.서울보건대 외래교수,조리사 실기시험 감독위원 등을 지냈다.현재 한국혼례음식문화원(02-720-7525)을 운영하고 있다.
  • 쪽빛 하늘아래 아득한 옛 향기 나는 안동으로 간다

    농암 종택 긍구당의 새벽 태풍이 한바탕 난리를 피운 탓인가.청명한 하늘을 이고 성큼 다가선 가을이 오히려 야속하다.가을은 옛 것이 그리워지는 계절.가을 하늘의 쪽빛만큼이나 깊은 연륜이 느껴지는 곳,경북 안동을 찾았다. 초가을 새벽.문풍지 틈새로 새어드는 바람의 한기에 잠을 깬다.콧 속에 스며드는 새벽 바람이 상쾌하다.문을 열어젖히자 마자 쏟아져 들어오는 나무와 풀 내음.누마루 건너 마주보이는 절벽 밑으로 낙동강 상류 물줄기가 세차게 흐른다. 경북 안동시 농암 종택 긍구당의 새벽은 이렇게 시작된다.도산면 가송리 남청량산 자락의 일명 올미재에 자리잡은 이곳은 국문으로 쓰여진 강호 문학의 창시자로 꼽히는 농암(籠岩) 이현보(李賢輔)의 종택.농암 종택은 본래 인근 분천리에 있었으나 안동댐 건설로 마을과 함께 수몰됐다가 최근 안동시에 의해 가송리에 복원됐다. 사당,안채,사랑채,문간채의 ‘튼ㅁ자’ 구조의 본채와 긍구당,명노당 등 별당으로 구성돼 있었다.다행스럽게도 수몰 당시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긍구당(肯構堂)과 사당은다른 곳에 급하게 옮겨졌다가 종택이 복원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긍구당은 농암이 태어난 건물로 농암 종택의 상징처럼 되어 있다. 안채엔 농암 선생의 종손인 이성원(51)씨 부부가 산다.문학 박사인 이씨는 강호문학연구소란 이름를 내걸고 조선시대의 강호 문학을 연구하는 한편,부인을 도와 전통 민박도 한다. 안채 마루에 차려진 아침밥상이 정갈하다.밥상 앞에서 이씨는 안동댐 건설로 인한 수몰의 아쉬움을 토로했다. “농암의 농암가와 어부가,도산의 도산십이곡의 무대가 바로 이 일대였지요.낙동강 상류 물줄기가 산자락을 한번 돌 때마다 하회마을과 같은 전통마을이 하나씩 있었어요.모두 아홉개 곡(曲)이 있었는데 댐 건설로 여섯개 곡이 물에 잠겨버렸습니다.” 퇴계 체취 그윽한 도산서원 종택에서 안동과 봉화로 이어지는 35번 국도까지는 험한 비포장길.길 오른쪽으로 절벽과 어우러진 강변 풍광이 절경이다.특히 청량산 남쪽 암벽 아래 자리잡은 고산정(孤山亭) 일대의 경치가 뛰어나다.고산정은 퇴계 이황의 제자인 금난수가 지은 정자로,퇴계를비롯한 수많은 선비들이 이곳에서 풍류를 즐겼다고 한다.정자 건너편 구릉지엔 마침 메밀꽃까지 흐드러지게 피어 있어 운치를 더한다. 35번 국도를 타고 안동 시내쪽으로 10분만 가면 도산서원이 있다.이곳은 ‘해동 주자’로 일컬어지는 퇴계가 서당을 짓고 유생들을 교육하며 학문을 쌓던 곳.퇴계 사후 제자들과 유림에서 그의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사액서원(賜額書院·왕이 편액을 내린 서원)인 도산서원을 세웠다. 퇴계가 유생들을 가르치던 도산서당,유생들이 숙식을 하던 농운정사,선생 사후 서원을 세우면서 지은 전교당(典敎堂),책을 찍어내던 장판각 등 20여채의 건물이 있다.이중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는 선생 생전에 지은 가장 오래된 건물.고색창연한 기둥과 툇마루,댓돌 등엔 퇴계의 체취가 그대로 배어있는 듯 하다. 서원 설립 당시 전교당에 걸린 ‘陶山書院’(도산서원) 편액에 담긴 이야기가 재미 있다.이 편액은 당대의 명필 한석봉이 선조의 명을 받아 썼다.한데 도산서원 편액이라는 것을 알면 한석봉이 놀라 붓이 떨릴까봐,선조는 미리 얘기하지 않고 ‘院’‘書’‘山’‘陶’를 거꾸로 불러 한자씩 쓰게 했다.마지막 ‘陶’자를 쓰면서 도산서원 편액임을 깨달은 석봉은 정말 붓이 떨려 도자만 삐뚤게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공자가 임한 곳? 퇴계태실 서원에서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언덕을 하나 넘어가면 퇴계 종택이다.1920년대 선생의 13대손인 이하정이 옛 종택의 규모대로 지었다.정면 6칸,측면 5칸 ‘ㅁ’자 형태인데 총 34칸으로 이루어져 있다.종택엔 종손 이동은옹,차종손 이근필씨가 산다. 이근필(70)씨는 방문객들이 오면 대청마루에 마주 앉아 평소 퇴계 선생이 강조하시던 말씀을 들려준다.그중 특히 요즘 사람들이 새길 만한 말씀은 평소 붓글씨로 써 놓았다가 봉투에 넣어 일일이 선물한다.봉투를 건네는 그의 표정엔 날로 부박해져만 가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이 서려 있다. 종택을 나와 35번 국도를 타고 북쪽으로 5분 정도 가니 퇴계선생이 태어난 퇴계태실이 나온다.단종 2년(1454) 조부 이계양이 세운 집이다.‘ㅁ’자형 본채의 중앙 돌출된 방에서 선생이 태어났다고 한다.퇴계 선생의 어머니 박씨 부인은 ‘공자가 대문 안으로 들어오시는 태몽'을 꾼 뒤 퇴계를 낳았다고 한다.그래서 대문 이름도 ‘성림문’(聖臨門)이라고 지었다고 한다.태실 앞의 좁지만 말끔하게 비질된 마당에 서니 어릴적 선생이 아장아장 걸으며 놀던 모습이 눈 앞에 어른거리는 듯하다. 안동 글·사진 임창용기자 sdargon@ 가이드 ●가는 길 중앙고속도로 서안동IC에서 빠져 34번국도를 타고 안동 시내로 진입해야 한다.시내에서 봉화로 이어지는 35번 국도로 갈아타고 30분쯤 북쪽으로 달리면 오른쪽으로 도산서원,퇴계 종택,왼쪽으로 퇴계 태실이 나온다.퇴계 태실에서 35번 국도를 타고 5분 정도 더 가면 오른쪽으로 농암종택 진입로를 가리키는 표지판이 있다. 버스는 동서울터미널(02-446-8000)에서 안동터미널(054-8298)까지 30분 간격으로,기차는 청량리역에서 안동역(054-856-7788)까지 하루 8회 출발한다. ●숙박 안동에선 잠자리도 전통 체험의 한 코스.지은 지 수백년된 고택에서 하룻밤 묵으며 전통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몇 군데 있다.최근복원한 도산면 가송리의 농암 종택(054-843-1202),임동면 수곡리의 수애당(054-822-6661),임동면 박곡리의 지례예술촌(054-822-2590)이 전통 민박을 운영하는 대표적 고택들이다.농암종택은 낙동강 상류를,지례예술촌과 수애당은 임하호를 끼고 있어 모두 주변 풍광이 뛰어나다. 숙박료는 방 크기에 따라 3만∼8만원.아침식사 5000원. ●2003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오는 26일부터 10월 5일 사이에 안동을 방문하면 탈춤의 진수를 맛보고 다양한 이벤트 행사도 즐길 수 있다. 낙동강변 축제장 및 하회마을 일대에서 열리는 이번 페스티벌에선 하회별신굿탈놀이와 봉산탈춤,강령탈춤 등 한국의 대표적 탈춤과 함께 이탈리아,독일,몽골,태국,일본 등 10개 외국 단체가 참여해 신명나는 탈춤판을 벌일 예정. 축제 관람을 위해 10월 3∼5일 서울(청량리역)에서 매일 오전 8시 10분 안동행 축제 관광열차가 출발한다.요금은 3만7300원.강변 축제장과 시내,하회마을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도 운영된다. 문의 안동시 문화체육관광과(054-851-6393),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추진위원회(054-851-6398). 식후경 헛제삿밥과 간고등어는 안동의 대표적 전통 음식.헛제삿밥은 제사후 제사음식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던 풍습에서 나왔다.평상시 제사는 올리지 않지만 제사 음식과 같은 재료를 마련하여 비빔밥을 만들어먹는다고 해 헛제삿밥이라고 한다. 숙주나물,무나물 등 대여섯가지 나물을 대접에 깔고 밥을 넣어 비벼먹는다.어물이나 육류,산적에 탕국이 곁들여진다.안동댐 인근 월영교 맞은 편의 ‘까치구멍집’(054-821-1056),‘민속음식의 집’(054-821-2944)이 잘하기로 소문나 있다.메뉴는 헛제삿밥(5000원)과 양반상(1만원) 두가지.양반상엔 헛제삿밥에 탕평채,쇠고기 산적,조기구이,안동식혜 등이 추가된다. 안동에서 간고등어가 유명해진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동해에서 잡힌 고등어를 염장해 지고 오는 24시간 동안 적당히 숙성됐기 때문이라는 설,생고등어를 지고오다가 안동 인근에 이르면 선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 염장해 먹으면 최고의 맛이 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민속음식의 집과 나란히 붙어 있는 ‘양반밥상집’(054-855-9900)이 간고등어 전문집으로 유명하다.구이정식과 조림정식은 각각 6000원,구이와 조림이 함께 나오는 구이조림정식은 1만원이다.
  • 건강하게 살빼는 氣다이어트/고원경著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온 몸에 살을 골고루 빼주고,피부를 좋게하는 데다 건강도 지켜주는 완벽한 다이어트 방법이 있을까. 요가,기공,태극권 등을 수련한 고원경씨가 쓴 ‘몸과 마음을 다스리는 기(氣) 다이어트’(사진)는 전통 심신수련법을 이용해 온 몸의 기를 다스리는 다이어트를 소개하고 있다.기 다이어트는 무작정 굶는 것이 아니라 적당히 먹고,다이어트 효과가 탁월한 동작으로 운동을 해주기 때문에 부작용없이 살을 빼준다.또 에너지의 근원인 기를 이용해 기혈순환이 좋아지고,근육과 뼈가 튼튼해져 건강도 지킬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1장 ‘건강미인 만들기’에서는 쉽게 익힐 수 있는 중국의 기공 12동작을 그림과 함께 상세하게 설명한다.10분이면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동작으로 꾸준히 반복하면 균형잡힌 몸매를 만들 수 있다. 2장 ‘시간대별 다이어트’는 개인의 스케줄에 따라 할 수 있는 동작들을 담았다.오랜 업무 처리로 눈이 피로할 때는 바닥이나 의자에 앉아 두 손을 비벼 열을 낸 뒤 손바닥을 눈에 대고 눈동자를 상하좌우로 움직여주면 좋다.의자에 앉아 양손 주먹을 쥐고 허리 뒤쪽부터 엉덩이→허벅지→무릎→종아리→발목 순으로 두드려 주면 다리가 붓는 것을 방지하고 군살도 제거된다.음식을 준비하는 동안이라면 양발을 어깨 너비로 벌리고 양손을 머리 뒤에 모아 쪼그려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을 반복한다.허벅지 군살이 줄고 엉덩이가 처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3장 ‘부위별 다이어트’는 원하는 부위를 원하는 만큼 뺄 수 있는 방법들을 묶었다.편안한 자세로 앉아 양손을 비벼 열을 낸 뒤 오른(왼)손을 이마,오른(왼)쪽 볼과 턱을 순서대로 문지르면 얼굴 살이 빠진다.팔을 양옆으로 벌리고 천천히 앞뒤로 돌려주면 팔의 군살이 없어지고 피로 회복에도 좋다.또 4장은 생리통·감기·변비·요통 등 고질적인 ‘여성질환을 고치는 법’을,5장은 화·불안·짜증 등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담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기 다이어트에 성공하기 위한 기본원칙.동작에 집중하고,모든 동작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느리게 해야 한다.또 하루에 최소 10분은 꾸준히 해 주어야 한다.중앙M&B,1만 3000원. 최여경기자 kid@
  • ‘천하절경’ 中 후난성 장자제 답사/신선놀던 무릉도원 예로구나

    |장자제(중국) 글·사진 임창용특파원| ‘人生不到張家界,百歲豈能稱老翁(인생부도장가계 백세기능칭노옹)?’ 장자제(張家界)에 가면 가이드로부터 귀가 아플 정도로 자주 듣는 말이다.사람이 태어나서 장자제에 가보지 않았다면,100세가 되어도 어찌 늙었다고 할 수 있겠는가란 뜻.워낙 과장된 수식어구가 많은 곳이 중국이기는 하나 장자제의 절경을 경험한 이들은 대체로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중국의 최고 경승지중 하나로 꼽히는 후난(湖南)성 서북부의 장자제.한고조 유방을 도와 천하를 평정한 책사 장량이 후일 토사구팽 당해 이곳에 숨어들었다가 원주민들에게 성씨를 부여하고 문자를 가르쳐주고 농사법을 전수한데서 마을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도연명(陶淵明)의 도화원기(桃花源記)에 나오는 무릉도원의 실제 무대인 이곳엔 수백미터 높이의 암석 봉우리군과 협곡,호수 등이 어우러져 찾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낸다.무릉원 경치구로 명명된 장자제는 지난 82년 개방된 이후 현재도 개발이 한창 진행중이다.장자제의 중심인 위엔자제(元家界)와톈즈산(天子山),바오펑후(寶峯湖)를 돌아보았다. ●톈즈산 무릉원(武陵源) 시내 중심의 호텔에서 버스로 10여분쯤 가니 톈즈산 입구다.이곳에선 보통 케이블카를 타고 산에 오른다.시간이 넉넉하다면 천천히 걷는 산행을 즐겨도 되지만 3박4일 둘러보아도 모자란다는 장자제 절경을 많이 보려면 시간을 아낄 수밖에 없다.장장 5㎞에 달하는 케이블카 탑승료는 편도 60위안 정도.케이블카는 제법 빠른 속도로 암석 봉우리군 위를,때로는 미국의 그랜드캐년을 연상케 하는 협곡을 따라 올라간다.마치 거대한 수석 전시장 위를 지나가는 느낌.발아래 보이는 수백미터 협곡 바닥을 보다가 아찔함 때문에 이내 고개를 드는 사람이 많다.케이블카에서 내리니 해발 1250m 정상이다.동·남·서쪽 방면 모두 암봉이 숲을 이루어 하늘을 향해 솟아 있고,그 사이로 깊은 협곡이 뻗어 있어 마치 천군만마가 포효하며 달려오는 듯하다.무릉원의 수많은 봉우리중에서도 걸출함을 뽐내는 것이 어필봉과 선녀봉.어필봉(御筆峯)은 각기 높이가 다른 세개의 암석 봉우리가 꼭 붓을 붓통에 거꾸로 꽂아놓은 것 같고,선녀봉(仙女峯)은 선녀가 꽃바구니를 들고 꽃을 뿌리는 모양을 닮았다. ●위안자제 지난해부터 일반에 공개된 코스로 장자제 풍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텐즈산 관람후 순환버스를 타고 20분쯤 가니 위안자제 입구다.이곳은 거대한 협곡의 중간쯤에 위치한 돌산의 정상 가장자리를 따라 관람로를 냈는데,한 바퀴 돌면 다시 출발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관람로 바로 옆 수백미터 아래로 보이는 협곡이 장관이다.쇠파이프로 안전망을 쳐놓았지만 도무지 가까이 다가갈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수직 절벽이 가파르고 높다. 관람로 중간중간 노점상이나 사진사 등이 진을 치고 있다.우리돈 1000원을 내면 생수 2병을 준다.장자제 절경을 담은 사진집도 2000∼3000원에 파는데,잘 흥정하면 1000원에도 살 수 있다.위안자제 관람후엔 케이블카 대신 327m 높이의 전망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다.위쪽 3분의2 부분은 암벽에 붙여서,나머지 아랫 부분은 암석 속으로 설치돼 있다.승강기 창 밖으로 보이는 풍광이 기막히게 아름다운데,불과 몇분만에 내려오는 게 영 야속하기만하다.탑승료는 상행 53위안,하행 43위안. ●바오펑후 무릉원 시내에서 버스로 10여분쯤 가면 쑤오시(索溪)협곡 입구다.협곡을 따라 올라가다가 왼쪽으로 길을 꺾어 가파른 계단을 300여개쯤 올라가니 무릉원의 수경(水景)중 최고라는 바오펑후로 이어진다.협곡 입구에서부터 가마꾼들의 호객행위가 극성이다.우리돈으로 1만원을 내라고 하는데,덥석 탔다가는 낭패보기 일쑤다.2인1조인 가마꾼들은 중간에 가마꾼 1인당 1만원이라느니,날씨가 너무 더워 돈을 더내야 한다느니 해서 원래의 요금보다 2∼3배를 챙기기 때문이다. 바오펑후는 계곡을 막아 생긴 인공호수.최고 수심은 72m,길이가 2.5㎞나 되지만 댐 길이는 수십미터에 불과하다.그만큼 협곡이 좁고 높다는 의미다.마침 안개에 싸인 호수는 신비스럽기까지 하다.갖가지 모양의 암봉과 절벽이 병풍처럼 호수를 감싸고 있고,수면 중간중간 솟아있는 암봉 위엔 푸른 소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 호수 감상은 전기배터리를 쓰는 무공해 유람선을 타고 한다.오염을 막기 위한 중국정부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호수 군데군데 세워져 있는 배에선 유람선이 지나갈 때 마다 전통복장을 차려입은 투자(土家)족 처녀나 총각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며 흥을 돋운다.투자족은 장자제시에 사는 20여 소수민족중 하나로,시의 총 인구 150만명중 60%를 차지한다.노래와 춤을 잘 하지 못하면 시집을 못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가무를 좋아하고,빨래 방망이질,다듬이질 등의 풍습이 우리민족과 비슷하다. sdargon@ 가이드/ 한국관광객 몰려 원화도 받아요 ●가는 길 정기항로는 직항편이 없다.따라서 베이징이나 상하이,청두 등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야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다.베이징,상하이에서 국내선 사정이 여의치 못해 당일로 장자제로 들어가기는 어렵다.보통 하루 묵으며 시내관광을 하고 다음날 들어간다.청두에선 장자제행 비행기가 많아 당일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다.1시간 소요.아시아나항공 및 중국항공이 주 4회 인천∼청두 코스를 운항한다. 일부 여행사가 운영하는 전세기를 이용하면 창사를 경유해 바로 장자제로 들어갈 수 있어 시간을크게 절약할 수 있다. ●환율 및 시차 1위안 160원 정도.요즘은 한국 관광객이 몰리면서 장자제 일원 대부분의 상점에서 한국돈을 받고 있다.굳이 환전하지 않아도 된다.오히려 달러화는 잘 받지 않거나 돈가치를 턱없이 낮게 계산하므로 주의해야 한다.시차는 한국보다 1시간 늦다. ●먹거리 및 쇼핑 특별히 입맛을 당기는 먹거리가 눈에 띄지 않는다.대부분의 음식이 기름기가 많아 몇끼 먹으면 질리기 쉽다.그나마 투자족이 즐겨먹는 돼지고기 요리는 먹을 만하다.돼지고기를 소금에 절여두었다가 야채와 함께 훈제하는데,쫄깃한 고기맛과 야채향이 어우러져 제법 입맛을 돋운다.장자제 시내 또는 무릉원 숙박단지 인근 야시장에서 먹는 돼지고기 꼬치구이 맛도 괜찮은 편.1000원어치만 먹어도 배가 부르다.과일이 싸고 싱싱하다.특히 복숭아가 먹을 만하다.주먹만한 게 한국돈으로 150원 정도.한 입만 베어물어도 단물이 입에 흥건히 고인다. ●호텔 장자제 시내에 5성급은 없고 4성 ,3성급 호텔 4곳이 있다.상룡국제주점,장자제국제대주점 등이 규모가 크고시설도 깨끗한 편.게시된 요금은 매우 비싸지만 의미가 없다.그때그때 사정에 따라 3만∼4만원부터 10만원 이상까지 요금 차이가 많이 난다. ●여행상품 우림여행사가 전세기(중국 남방항공)를 이용해 창사를 경유해 바로 장자제로 들어가는 상품을 운영중이다.장자제엔 국내공항만 있어 창사에서 입국수속을 받은 뒤 같은 비행기에 다시 올라 장자제로 들어간다. 바오펑후∼텐즈산∼위엔자제∼황룽둥(동굴 이름)을 둘러보는 3박4일(매주 일요일 출발) 패키지는 49만9000원,창사의 동정호 및 악양루 관람이 추가되는 4박5일(수요일 출발) 상품은 69만9000원이다.(02)771-8366.
  • 현란한 스텝·경쾌한 금속성 3色 탭댄스 뮤지컬

    화려한 발동작과 바닥을 울리는 경쾌한 금속성 소리가 매력적인 탭 댄스를 전면에 내세운 뮤지컬이 잇따라 무대에 오른다.탭 댄스는 19세기 미국 흑인 사회에 처음 유입된 이후 20세기 초 폭발적인 유행을 불러일으켰으며,국내에선 수년 전부터 탭 동호회가 번성하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창작 탭 뮤지컬 ‘마네킹’ 지난 23일부터 국내에서 첫 시도된 창작 탭 공연으로 탭 마니아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사랑은 비를 타고’로 창작 뮤지컬의 흥행 가능성을 보여준 오은희 작가,최귀섭 작곡가,배해일 연출가가 8년 만에 다시 모였다. 무대는 영업을 끝낸 백화점.낮에는 장식물에 불과했던 마네킹들이 밤마다 살아 움직인다는 상상을 무대로 옮긴다. 디스플레이어를 꿈꾸는 판매원 정화가 마네킹들의 도움으로 꿈과 사랑을 모두 얻는다는 해피엔딩이다.3인조 도둑이 좌충우돌 양념 역할을 한다. 일본 탭 댄스 전문가인 도미타 가오루가 안무를 담당했다.기존 탭 댄스를 단순히 뮤지컬에 삽입하는 것에서 벗어나 극의 흐름에 맞게 여러가지 변형된 탭을 보여준다.남경읍,유나영,채국희 등 출연.7월13일까지 연강홀(02)3675-2275. ●빗속의 탭 댄스 ‘싱잉 인 더 레인’ 1950년대 영화 ‘싱잉 인 더 레인’을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주인공 진 켈리가 비에 흠뻑 젖은 채 ‘싱잉 인 더 레인’을 부르며 탭 댄스를 추는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SJ엔터테인먼트가 브로드웨이 스태프진과 손잡고 국내 초연하는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하이라이트 역시 이 장면이다.이를 위해 매 공연마다 5t의 물을 무대 위에 쏟아붓는다.앞줄에 앉은 관객들은 물세례(?)를 감수해야 한다. 뮤지컬 ‘싱잉…’은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전환기의 할리우드를 배경으로,스턴트맨에서 스타가 되는 돈 락우드와 배우 지망생 캐시의 아름다운 사랑을 그린 작품.지난 83년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첫선을 보인 뒤 브로드웨이로 무대를 옮겨 뮤지컬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남경주와 박용하가 돈 락우드역을 맡아 고난도의 탭 댄스를 선보인다.연출과 안무는 미국 프로덕션 연출가인 댄 모히카가 맡았다.특수효과가 많은 무대세트는모두 브로드웨이에서 공수해왔다.‘화물 연대파업’의 여파로 당초 오는 30일 개막 예정이던 공연이 일주일 연기됐다.새달 5일∼8월31일 뮤지컬전용극장 팝콘하우스(02)399-5888. ●아일랜드 탭 뮤지컬 ‘로드 오브 더 댄스’ 탭 댄스는 원래 아일랜드의 전통 춤에서 비롯됐다.수십명의 댄서가 열정적인 비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발을 움직이는 탭은 아이리시 댄스의 백미로 꼽힌다. 96년 창단된 ‘로드 오브 더 댄스’의 안무가 마이클 플래틀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발을 자랑하는 탭 댄서이다.1초에 35회의 탭 기네스 기록을 갖고 있다. 춤의 제왕과 어둠의 제왕이 벌이는 대결구도,아름다운 사랑이야기 등 아일랜드 전설을 바탕으로 한 스토리 위에 전자 바이올린으로 연주되는 전통 민요,감미로운 선율과 더불어 다양한 독무와 군무가 펼쳐진다. 라스베이거스 오리지널팀이 내한하며,새달 25일부터 7월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려진다.(02)566-7137. 이순녀기자 coral@
  • 세계인 - 우리는 이렇게 산다 / 중국인 ‘건강체조’ 뿌리내린 우슈

    |베이징 오일만특파원|베이징 자오양취(朝陽區)의 룽탄후(龍潭湖)공원은 타이지취안(太極拳) 애호자들의 아침 수련장으로 유명한 곳이다.흔히 우슈(武術)로도 불리지만 우슈안에 여러가지 분야가 있기 때문에 정확한 명칭은 타이지취안이다.명승지 항저우(杭州)의 시후(西湖)를 닮은 호수 주변의 아침 운무가 채 가시지 않은 아침 7시.공원에는 수련자들이 7∼10명씩 동아리를 지어 곳곳에서 수련이 한창이다.호수 주변을 중심으로 조깅족들과 검무(劍舞)체조,건강체조를 즐기는 노인들도 눈에 띈다. 호수를 반쯤 돌아 서남쪽 공터에 이르니 멋들어진 버드나무 아래에서 10여명의 수련자들이 몸을 풀고 있다.천수(陳武) 타이지취안 3대 전수자인 톈추톈(田秋田·70) 교수(베이징 중의대)는 이곳에서 3년째 일반인들을 상대로 타이지취안을 강습하고 있다. “타이지취안으로 사스를 물리친다.” 강습에 앞서 유연한 자세로 몸을 풀던 톈 교수는 100m 앞쯤에 있는 붉은 유니폼을 입은 수련자들을 가리키며 “3년 전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열린 만인 타이지취안 시범대회에 참석한 사람들”이라며 “내 제자들도 몇명 있다.”고 웃는다. 7시30분 톈 교수의 교습이 시작된다.20분 정도 전날 배운 동작을 복습하고 20분은 새로운 동작을 가르친다.수련생들은 모두 40∼50대의 중년남녀들.동작이 서툴러 한눈에 초보자로 보였지만 하나같이 열심이다.동작의 흐름은 완만하고 발차기 등 격렬한 움직임은 전혀 없다.유장한 호흡과 함께 하는 단련 모습은 조용한 호수의 환경과 너무나 어울린다. 이날 배운 새로운 동작의 이름은 옌수훙취안(掩手肱拳)이다.톈 교수가 전체 동작을 세번에 걸쳐 시범을 보인 후 한 동작씩 따라 했다.보기에는 별로 어렵지 않았지만 동작 하나하나에 함축된 의미과 기(氣)를 익히려면 한두번 배워서는 어림도 없다고 한다. ●5분만 하면 땀이 비오듯 수련을 시작한 지 두달이 됐다는 수련생 장런즈(張仁知·46)는 “보기에는 동작이 느리고 힘든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 해보면 5분만 해도 땀이 비오듯 흐른다.”고 말한다. 다른 수련생 황구이화(黃桂花·42)는 “장소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도구도 필요없어 피로를 풀고 신체를 단련하기엔 최고”라며 “아침마다 40분씩 단련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베이징 시민들의 타이지취안 사랑은 유별나다.아침 출근 전 어떤 공원이나 공터를 가봐도 용담호 공원과 비슷한 풍경이다.사스가 기승을 부린 최근 한달 동안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톈씨는 “주위를 보세요.마스크 낀 사람이 하나도 없지요.이 단련만 하면 사스에 신경쓸 필요가 없어요.”라고 환하게 웃는다. ●애호가 1억명 넘어 베이징에는 베이징무술원과 베이징 무술협회에서 운영하는 전문 강습소가 있지만 파견 교습이 성행한다. 톈 교수는 “기업집단이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교습을 신청하면 전문 강습소에서 사범을 파견해 소정의 실비를 받고 가르친다.”고 설명했다.이 때문에 베이징의 공원이나 아파트 단지 어디서든지 단련을 하는 풍경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타이지취안 인구에 대해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톈 교수는 대략 1억명 안팎으로 추산한다.1∼9단까지 있으며 애호가들은 대부분 1∼3단이며 강습요원들은4∼6단이 보통이다.이보다 높은 7∼9단은 고수를 뜻하는 타이지취안가(太極拳家)로 불린다. 전통 타이지취안은 진식(陳式),양식(楊式),오식(吳式),무식(武式),손식(孫式) 등 5대 문파로 나뉜다.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전문가들을 불러모아 각파의 장점을 모아 통일 타이지취안을 만들었다.가장 보편적으로 보급된 양식을 기초로 24식,42식,48식이 인기가 높다.전국대회에서는 42식,48식이 사용되고 톈안먼광장 만인 시범대회 등 행사용으로 24식이 애용되고 있다. oilman@ ■태극권은 우주를 비롯,지구상의 모든 생물체는 음과 양의 양의(兩儀)를 중심으로 이원기(二元氣),즉 에너지를 만드는 근본이 있다.타이지취안 원리는 음양오행과 팔괘(八卦)의 원리에 따라 부드럽고 둥글게,빠르고 느리게 선을 따라 움직이면서 그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고 신체에 기가 흐르는 12경락을 원활하게 소통시킨다는 것이다. 뇌의 명상을 촉진하고 단전에 모태 호흡이 되어 오장육부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신체가 건강해지도록 동작이 이루어져 있다.명상·의료·무술이 일치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기공운동이다. 무당산 도가선인 장싼펑(張三峰)과 명나라 말 무장 천왕팅(陳王廷),타이지취안경의 저자 왕쭝웨(王宗岳) 등 3명의 창시설이 엇갈린다.현재 명말 무장이자 하남(河南)성 온현(溫縣) 진가구(陳家溝)의 제9대 천왕팅이 창시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1912년부터 1948년까지는 현대적 발전 시기다.신해혁명 후 교통수단의 개혁과 전쟁 수단의 발전은 무술의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립 후 현재까지 대중보급 시기다.공산당은 민족문화 유산으로 인정,사회주의 경제건설과 밀접하게 결합시켰다.1953년부터 전국 무술운동 경기종목으로 선정됐고 의료 부문에서의 병치료 효과가 확인돼 대학교에서 정식수업 종목으로 인정하는 등 전국적인 보급이 시작됐다. ■ 태극권 3대 전수자 톈추톈 |베이징 오일만특파원|천스 타이지취안(陳式太極拳) 3대 전수자로서 현재 베이징 무술협회 천스 타이지취안 연구회 비서장을 맡고 있는 톈추톈(田秋田·70·태극권 7단) 교수를 베이징 자택에서 만났다. 허베이(河北)성 완셴(完縣)출신인 그는 70 고령이 무색할 정도로 생기가 넘쳤다.6층 아파트 꼭대기층까지 사뿐한 걸음으로 오른다.고요한 눈빛과 고즈녁한 목소리에서는 50년 가까운 수련의 힘이 느껴졌다. 그는 “타이지취안을 수련함에 있어 끊임없이 탐색하고 사색해야 한다.”며 2시간이 넘는 인터뷰에서 굴곡이 심했던 자신의 무술 인생과 생활 철학을 들려줬다. 어떻게 타이지취안에 입문했는지. -타이지취안에는 계승이 있다.나는 베이징 천스진식씨 제3대 수련자이다.제1대는 천화커(陳發科·1887∼1957) 스승으로 허난(河南)성 온현 진가구 진씨 제17대 계승인이기도 하다.제2대는 숙부 톈슈천(田秀臣)이다.21살(1954년)부터 숙부와 함께 살게 되면서 자연스레 타이지취안을 접하게 됐다. 무협소설에서 보면 무림고수들은 명산에서 수련을 하던데.수련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웃으면서)현대에 와서 영화에서처럼 산 속에서 무술을 닦는 일은 거의 없다.일상 생활과 병행하는 것이 대부분이다.우리 집안은 옛날부터 마오(筆·붓)를 만들었고 나도 붓을 제작하면서 수련했다. 1960∼62년,3년 재해 당시 양식이 부족해 마음껏 수련을 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당시 중국 전역에서 숱한 사람들이 굶어죽을 정도로 식량이 부족했다.수련시간을 줄이고 허기를 달래며 정진을 계속했던 순간 순간이 아름다운 추억이다. 타이지취안의 가장 큰 매력은. -기(氣)를 양성하고 마음을 가라앉히고 인격을 닦을 수 있다.수련을 통해 자신이 상해를 받지 않게 보호할 수 있고 상대방을 물리치는데 응용할 수 있다.중의학에서는 타이지취안을 수련하면 만성 질병을 치료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일반 타이지취안과 차이는. -내가 가르치는 타이지취안은 배우기 쉽게 간소화시킨 현대식이 아니다.천스 타이지취안은 1대 천화커 스승이 1928년 베이징에 와서 다른 성씨의 제자들에게 전수하면서 형성되었다.수련시 나이에 따라 동작 폭과 힘·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 본격 보급을 시작한 게 언제부터인가. -99년부터 베이징 무술원의 요청을 받고 외국인들에게 태극권을 가르치기 시작했다.미국,일본,영국,호주 등에서온 제자들이 있고 한국 학생도 7∼8명이다.84년 숙부가 세상을 뜬 후 유언대로 대중들을 상대로 진식 타이지취안을 보급하고 있다.99년부터 베이징 중의약대 교수로 초빙돼 대학생들도 가르친다. 한국에서도 타이지취안이 인기가 높은데. -한국에서 건강과 인격을 함께 높일 수 있는 무술로 알려져 사랑을 받고 있다고 들었다.내가 키운 제자가 대구에서 타이지취안 도장을 운영하고 있다.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어깨와 팔꿈치·손목 등 관절의 긴장을 풀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수련하기를 권하고 싶다.
  • 붓제작 기능보유자 문상호씨 남산골 한옥마을서 붓전시회“아이들 손잡고 전통붓 구경오세요”

    “서예인구는 갈수록 줄어드는데도,붓은 엄청나게 수입되고 있어요.붓 만드는 사람들에게는 힘든 세월입니다.” 전통 붓 제작자 문상호(文相晧·사진·61)씨는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그럴수록 최고를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최고’에 가까운 붓을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기도 하다. 문씨는 현재 서울 필동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붓 전시회를 갖고 있다.‘한국의 문방문화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최한다. 전시회를 둘러보면 흔히 좋은 붓으로 알려진 노루가슴털이나 족제비꼬리털 말고도 대나무(竹筆)와 닭털(鷄毛筆),칡(葛筆),볏짚(藁筆) 등 재료의 다양함에 놀라게 된다.그 다음으로는 수천년 동안 문자생활의 동반자였음에도 불구하고,붓에 대해 별로 아는 것이 없었음을 깨닫게 된다. 문씨는 “죽필은 대나무를 가늘게 다듬어 만든 것으로 힘있는 글씨를 쓸 때 유용하고,볏짚붓은 2㎜만 닳아도 수명이 다하는 털붓과는 달리 10년 이상 쓸 수 있다.”고 설명하고 “그럼에도 서예가들조차 죽필이라면 대나무 자루를 붙인 붓으로 아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웃었다. 문씨는 전남 장흥에서 태어났지만,17살 때 붓공방이 30여개나 모여 있던 광주 백운동으로 이사하면서 붓만들기에 입문했다. 지난 1일 시작된 문씨의 붓 전시회는 새달 28일까지 계속된다. 서동철기자 dcsuh@
  • ‘우리의 소원’ 작곡가 안병원씨 北아동돕기 유화전

    통일노래 ‘우리의 소원'의 작곡자인 안병원(사진·77)씨가 빈곤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그림전시회를 개최한다.안씨는 4월22∼27일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서울갤러리에서 열리는 ‘통일유화전'에 회화작품 70여점을 내놓는다. 이 작품들은 북한돕기사업을 펴고 있는 한국복지재단에 기증됐으며 판매수익금은 모두 북한으로 보내진다.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안씨는 3월 초 귀국해 작품 가운데 한 점을 통일을 상징하는 뜻으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전달할 예정이다.한국복지재단의 토론토 후원회장인 그는 ‘남북 송년 통일전통음악회'(1990년)와 ‘도쿄 남북한겨레 음악회'(93년) ‘뉴욕 통일음악회'(99년) ‘교토 남북청년 대음악회'(2000년) 등을 지휘했으며,2001년에는 북한당국의 초청을 받아 ‘봄 예술대축제'에 참가한 바 있다. 서울에서 태어난 안씨는 회갑이 넘은 나이에 붓을 잡기 시작,주로 자연풍경을 캔버스에 담아왔고 1995년 토론토에서 첫번째 개인전을 열었다. 복지재단 관계자는 “1998년 세계식량계획(WFP) 조사 결과 6살 이하의 북한 어린이 240만명 대부분이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으며,방글라데시나 인도 보다 열악한 실정”이라면서 “전시회 수익금은 북한의 아동병원과 육아원을 지원하는데 쓸 것”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1947년에 ‘우리의 소원'을 작곡했다. 김종면기자 jmkim@
  • 전통의 틀 깬 조형서예 세계… 황석봉 ‘불립문자’전

    중국 청대의 승려화가 석도가 그린 화훼와 묵죽은 “법이 없으면서도 법이 있는(無法中有法)“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는다.옛 법도를 체득하되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자재로 그림을 그린 탓이다.“옛것을 빌려 현재를 연다(借古以開今)”는 그의 화론은 또한 후대의 회화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오늘날 이른바 ‘조형서예’가 추구하는 세계는 바로 그런 석도의 예술의지와 통하는 것이 아닐까. 서예가 시몽(是夢) 황석봉(54)씨가 12일부터 27일까지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여는 ‘불립문자’전은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조형서예의 진경(眞境)에 들게 한다. 조형서예를 감상하면서 저것이 그림일까 글씨일까하는 의문을 갖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다.이미 글씨도 그림도 아니기 때문이다.화가 석도가 마음 속의 산수를 그렸듯이,조형서예 작가들은 마음 속의 문자를 그릴 뿐이다.조형서예는 문자나 말로써가 아니라 마음에서 마음으로 감흥을 전한다.그야말로 ‘불립문자의 예술’이다. 황씨가 지금과 같은 서예작업을 본격적으로 선보인 것은 90년대 초반.그는 철저한 전통서예로 출발했지만 관심은 늘 전통의 틀 밖에 있었다.전통서예의 획일적인 법도는 그에게는 극복 대상이었다.“서예정신과 회화양식을 접목시키려는 나의 작업은 선(禪)의 여백과 도가적 기(氣)의 생성 변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여백은 무가 아니고 빈 마음의 충만이지요.선화(禪)의 근원을 공(空)에서 찾듯이 나의 예술의 뿌리도 ‘공의 여백’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황씨는 서예의 기본인 지필묵을 사용하지 않는다.캔버스와 오동나무 상자가 종이를 대신하며,나이프가 붓을 대신한다.그럼에도 황씨는 서예행위를 강조한다.문자의 의미로부터 완전히 벗어나 있지만 한자의 상형에서 빌려온 점과 선,그리고 획의 조형성과 정신성은 진정 서예라는 얘기다.그는 자신의 예술행위를,점으로 모아지고 획으로 거듭나며 기운을 발산한다는 점에서 ‘기(氣)예술’이라고 부른다. 황씨는 서예의 예술화·세계화·대중화를 기치로 1991년 창립된 한국현대서예협회의 초대 이사장을 지냈다.대중에게 친근하게 다가가 서예의 위기를 극복하자는 것이 협회의 주된 목표였다.그렇다면 조형서예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흑백의 세계에서 벗어나 회화적 색채를 도입하고,어려운 한문중심의 문장을 버렸다고 해서 서예와 일반의 거리가 좁혀졌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문제는 아직까지 조형서예의 개념조차 제대로 확립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조형서예가 여전히 ‘서예’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전통서예의 문법에 보다 충실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괜스레 혼란만 초래하는 이름을 거두고 ‘기 추상’회화 정도로 부르는 게 옳지 않을까.‘불립문자’전은 서예와 회화의 본령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자리다.(02)720-1524∼6. 김종면기자 jmkim@
  • ‘불교와 서양의 만남’ 프레데릭 르누아르 지음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불교와 서양의 만남은 20세기 가장 의미심장한사건”이라고 단정했다.최근 들어 서양에서 불교는 일부 지식층의 지적 호기심 차원을 넘어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얻고 있다.평화로운 붓다의 미소가 고난에 찬 예수의 얼굴을 대신할 날이 올 것인가. ‘비트족의 우상’ 잭 케루악을 비롯해 톨스토이·보르헤스·헉슬리 등 불교의 가르침에 심취한 작가는 수없이 많다.작가들뿐만 아니다.철학자 쇼펜하우어 또한 유럽이 불교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결정적인 구실을 했으며,할리우드 스타 리처드 기어는 불교를 전파하는 데 누구보다 열성적이다.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리틀 붓다’,장 자크 아노의 ‘티베트에서의 7년’,마틴 스콜세지의 ‘쿤둔’ 등 거장들은 앞다퉈 티베트 불교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만들었다.서양 사람들이 왜 이토록 불교에 관심을 보일까. 프랑스 주간지 ‘렉스프레스’의 칼럼니스트인 프레데릭 르누아르가 쓴 ‘불교와 서양의 만남’(양영란 옮김·세종서적 펴냄)은 고대 그리스시대부터현대의 ‘불교적 인본주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불교와 서양의 만남이 어떤역사적 장면과 일화를 남겼는가를 살핀 책이다.서양문화에 얽힌 불교 이야기가 만화경처럼 펼쳐진다. 고대 서양인들은 불교에 관해 거의 알지 못했다.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따라나선 이들이 불교 승려를 만나고,인도의 아소카왕이 붓다의 가르침을 전해 제자들이 생겨난 정도다.동양의 신비한 종교에 대해 어렴풋한 이미지만 갖고 있었을 뿐이다.중세에는 14세기 초 마르코 폴로의 여행기가 나옴으로써 불교 승려들과 붓다의 삶에 관해 더욱 많이 알게 됐다.그러나 불교에매료된 서구인들은 그것을 종교적 논쟁의 도구로 이용하는가 하면,기독교적으로 각색한 붓다 일대기를 지어내기도 했다.도미니크 수도사는 정적에게 일격을 가하려고 불교를 이용했으며,디드로·볼테르 등 백과전서파는 이 새로운 동양 종교를 이용해 진리의 유일한 수호자임을 자임하는 가톨릭 교회를굴복시키고자 했다. 이 책은 불교의 영향을 받은 사상가 중에서도 특히 쇼펜하우어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톨스토이가 “가장 천재적인인간”이라고 부른 쇼펜하우어는 30세 되던 해인 1818년 역작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냈다.여기서 그는 불교 철학과 매우 비슷한 사상을 전개한다.‘고통이 모든 삶의 근본’이라는 허무주의적이고 염세적인 쇼펜하우어 철학은 불교 사상과 많은 부분에서 맥이 통한다.삶과 고통을 동일시하고 고통의 원인을 욕망으로 보는 점,자아에 대한 환상에서 벗어나 집착을 버릴 것을 강조하는 점 등이 똑같다. 문제는 프로이트나 마르크스·니체 등 19세기 후반을 풍미한 유럽 지식인과 동시대 사람들이 불교와 쇼펜하우어 사상을 자주 혼동했다는 사실이다.젊은 시절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제자로 불교에 심취했으며,불교를 기독교보다 많은 장점을 지닌 종교로 이해했다.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는 불교를 염세주의의 가장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여겼으며,유럽이 불교로 개종하게 될까염려했다.오늘날까지 통용되는 불교에 대한 서양의 몇몇 편견은 쇼펜하우어의 영향에서 비롯된 것이다. 19세기 말 불교가 서양인 마음을 사로잡게 된 데는 비교주의(秘敎主義)의역할이 컸다.무엇보다 서양의 비교주의와 불교를 접목시키려 한 신지학회(Theosophical Society)가 한몫 했다.1875년 헨리 스틸 올코트 대령과 러시아출신 여성 헬레나 블라바츠키가 뉴욕에서 만든 신지학회는 당시의 조류인 유물론과 교조주의적 종교들을 비판하며 세를 불려갔다.그러나 신지학회는 불교를 중심 교리로 삼는 과정에서 심각하게 왜곡했다.세상을 창조한 조물주의 존재를 부정하고 개인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는 붓다의 가르침이,유신론과개인적인 자아에 대한 믿음으로 둔갑한 것이 그 한 예다.양차 세계대전 사이 점차 늘어난 불교 신자는 대부분 신지학을 통해 불교를 접했다.신지학은 서양 철학과 신학을 불교개념에 입각해 재해석하려 한 최초의 시도였다. 이 책은 1989년부터 오늘날에 이르는 시기를 ‘불교적 인본주의’라는 범주로 묶는다.1989년은 서양과 불교의 만남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상징적인 해다.프랑스를 비롯한 구미 지역에 널리 불교를 전한 칼루 린포체가 이해에 입적했고,서양인의 집단 무의식 속에 ‘반교황’ 또는 ‘현대판 교황’으로 새겨져 있는 달라이 라마가 노벨상을 받은 것도 이 때다.특히 전통 티베트 불교를 계승한 최후의 큰스님 칼루 린포체의 입적은 서양 불교사상 커다란 사건으로 기록된다.그의 입적 후 서양에서의 불교 전파는 새 장을 열게 된다. 붓다와 그의 가르침에 대한 관심은 1989년 20세기 최후의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상징인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한층 고조됐다.아울러 불교가 지닌‘현대성’도 새삼 조명받고 있다.불교는 아인슈타인이 지적했듯이 “현대과학과 양립 가능한 유일한 종교”다.모든 것이 불확실해진 현실에서 불교는서양인들에게 ‘실용적인’ 정신적 삶의 나침반이 되고 있다.스스로 고갈돼가는 서양의 정신에 깨달음의 빛을 던져 준 불교는 바야흐로 구미사회에서하나의 사회현상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1만 2000원. 김종면기자 jmkim@
  • ‘종이화가’ 권영우.문학진 2人 나란히 작품전

    비구상화지만 각각 한국화와 서양화에서 시작한 원로화가이자,서울대 미대동기동창이 ‘종이’를 이용한 작품전을 나란히 열어 화제다.서양화가 문학진(78)씨와 한국화가 권영우(76)씨가 주인공.문씨가 권씨보다 두살 많지만 1951년 서울미대 1회 졸업생들이다.평소에도 서로 예술세계를 공유하며 친하게 지낸다는 두 사람의 독특한 화면 구성과 예술철학을 살펴본다. ●권영우 권영우씨는 한국화가다.그러나 그에게는 한국화의 3대 요소인 지(紙)필(筆)묵(墨)가운데 ‘종이’만 있다.붓과 먹은 지난 66년 첫 전시회 후 지금까지‘유보’상태다.때문에 그에겐 한국화를 분석하는 틀인 화법·필법·용묵이필요 없다.그는 한지에 그린다기보다 한지 자체로 작품을 만든다.그의 ‘한지 그림’은 실경산수나 수묵의 전통을 이어받은 1950∼60년대 한국화단의분위기를 볼 때 대단히 과격적인 실험이었다. 그는 60∼70년대 종이를 바르고 구멍내는 행위를,80년대 파리 체류기에는 채색을 각각 시도했고 90년대부터는 옷걸이·막걸리통 등 생활용품을 한지 속에 집어넣어 색다른 느낌을 주는 오브제 작업을 시도해 왔다.가나아트센터의 이번 전시는 최근 10여년의 작업을 모은 셈이다. 98년 국립현대미술관의 ‘오늘의 작가’에 선정돼 작업한 신작 90여점 중일부도 전시할 예정.빛을 받으면 자연스러운 음영이 지는 작품들은,장지문에 드리운 달빛처럼 은은한 것이 조촐한 맛이 있다.29일∼12월22일 가나아트센터(02)720-1020. ●문학진 종이를 오려서 화면에 붙이고 그 위에 채색하는 신작 콜라주 작업을 선보이는 문학진씨의 조형세계에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대형 화면에 단아함과담백함이 흘러 넘친다.종이 위에 종이를 덧바르고,다시 자르거나 구겨진 채로 오려,인물 악기 꽃 나비 새 도자기 과일 등 정물적 형태를 보여준다.사물은 과감한 생략과 입체적 조화를 통해 해체됐지만,중심을 향해 모여 있는 모습은 형태의 복원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작업노트에서 ‘종이 작업을 시도할 때 흰색 화선지 같은 여백이 느껴지는 감성에 매료됐다.’며 ‘이번엔 최대로 절제된 화면 위에 여백을 없애고 색깔을 바탕으로 소재 구성에완성도를 높여 때론 즉흥성을, 때론 의도를 강조해 표현했다.’고 밝혔다.26일∼12월24일 쥴리아나 갤러리 (02)514-4266. 문소영기자 symun@
  • ‘한국화 살아남기’ 새로운 시도

    한국화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려는 노력이 한창이다.이런 가운데 서울대 동양화과 출신 2명이 6일 각각 여는 두 전시가 눈길을 끈다.이들의 화두는 ‘한국화가 세계 미술계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찾자.’이다. 갤러리 아트사이드는 ‘이종목초대전’을 18일까지,이화익 갤러리는 ‘이기영 초대전’을 26일까지 마련한다.한국화를 현대화해야 한다는 지향점은 같으면서,방법론은 서로 달라 한국화가들의 고민의 스펙트럼을 엿볼 수 있다. 갤러리 아트사이드에서 14번째 개인전을 여는 이종목(45) 이화여대 교수는 동양화의 전통인 지·필·묵의 개성을 살리면서,자연과 인간이 살아가는 풍경을 반구상으로 보여준다.이 교수는 “스피드 시대에 필력을 내세우는 일이 우스워 보일지 모르지만 한 획으로도 내적인 통찰이 드러나도록 했다.”면서 “여백을 현대화한다는 개념을 도입,점과 선이 전면에 드러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대로 붓으로 한 점을 푹 찍어 산 하나를 완성한 그림도 있고,동양화의 특징인 여백을 거의 남김없이 점과 선으로 가득찬 그림도 있다.선과 점은 사람 나무 바위 해 물 구름 등 구체적인 형상을 이미지화한 것으로,한 화면에서 치우침이 없도록 배려했다. 채색화는 한지 앞·뒤에 모두 그리는 동양화의 전통적인 개념을 지켰다.작품 30점을 전시한다. 이화익 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업화가 이기영(39)의 ‘매혹적인 먹꽃’전의 출품작은 얼핏 보면 판화 같기도 하고,실크스크린 같기도 하다.그러나 그림들은 한지에 먹으로 그린 한국화가 분명하다.1998년부터 전업작가의 길을 걸은 그는 개인전을 99년에야 열었다.뒤늦은 출발이었다.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세번째 전시회.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여러 차례 특선을 했다.그러나 공모전을 기웃거리던 93∼97년까지만 해도 한국화가가 된다는 확신이 없었다.”고,그는 자신의 뒤늦은 분발을 설명한다. 그의 그림이 실크스크린처럼 보이는 이유는 독특한 밑작업 때문.한지에 소석회와 대리석 가루를 섞어,접착제로 잘 개어서 나이프로 긁듯이 열 차례나 바른다. 긁듯이 바르기에,밑작업이 끝났을 때 한지의 바탕은 얇지만 잔금이 생기지 않는다.또 먹이 한지로 스며들지도 않는다.그 위에 먹물을 살짝 묻힌 마른붓으로 그림을 그리는데,그린 뒤 마른 수건으로 닦고 그리기를 반복한다.‘먹의 특성을 연구하고 있다.’는 그의 설명이 이해되는 듯하다. 60㎝×60㎝의 정사각형에 담긴 꽃 새 자연 등 소품 30점이 1주일에 10점씩,3주간 번갈아가며 전시된다.갤러리 아트사이드(02)725-1020,이화익 갤러리(02)730-7818. 문소영기자 symun@
  • 문화광장/ 미술

    ◆ 한국화 2인전-오용길·한풍렬= 18일∼11월1일=선화랑(02)734-0458.한국화단의 대표적인 작가들.하나로빌딩으로 이전한 선화랑의 첫 전시. ◆ 이명진 개인전= 22일까지 갤러리 보다(02)725-6751.나무의 연결을 통해 ‘관계’라는 주제를 표현. ◆ Re-mediating TV=11월26일까지 일주아트하우스(02)2002-7777.개관2주년 기획전.70∼80년대 ‘안티-TV’운동을 펼쳐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은 작가들.다라 번바움,바루흐 고틀립,김세진,임흥순 등 12인과 4그룹의 23작품. ◆ G.반지 조각전=31일까지 박여숙화랑(02)549-7574.‘20세기의 미켈란젤로’로 불리는 이탈리아 조각가.대리석 청동 나무 테라코타 조각 16점과 판화8점. ◆ 天工의 솜씨를 찾아서-문방사우의 멋과 향기=19일∼11월9일 서울중요무형문화재전수회관(02)566-5951.전통공예의 맥을 이은 종이 벼루 붓 먹 등 각종 문방구류와 자료 300여점.각 박물관및 개인소장품 50여점도 전시.
  • 여원구씨 몽양묘소 참배/ “”18살 때 떠났던 딸 50년만에 왔습니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회 여원구(74) 의장이 14일 서울 우이동에 있는 아버지 몽양(夢陽) 여운형(呂運亨)선생의 묘소를 참배했다. 여 의장은 이날 오후 5시쯤 서울 워커힐호텔을 출발해 검정색 승용차를 타고 오후 6시50분쯤 묘소 입구에 도착했다.여 의장은 10촌 동생 여익구씨와 수행원 한 명의 부축을 받으며 묘소 입구에서 50여m 오르막에 있는 아버지의 묘소를 올라가는 동안 계속 가슴이 복받치는 듯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여 의장은 참배 물품으로 가져온 백로주를 술잔에 붓고 향불에 데운 뒤 제상에 올려 놓자마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버님,18세 때 아버지 곁을 떠난 뒤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아버지 앞에 찾아왔습니다.아버지,큰절 받으십시오….아버님께서 지난 46년 서울 계동 집 앞에서 평양으로 떠나라며 제 등을 밀어주고 곧 통일된다며 뒤따라 오신다더니 왜 여기에 누워 계십니까….” 여 의장은 가슴에 사무친 한을 털어내듯 10여분 동안 혼잣말로 절규하다 아버지의 묘 주위를 한 바퀴 돌면서 잡초를 뽑았다.여 의장은 지난 47년부터 여운형 선생의 묘를 관리해온 유지현(65·서울 강북구 수유4동)씨에게 제기를 선물로 건네고 “불효자식을 대신해 아버지 묘를 지켜주셔서 고맙다.”며 큰절을 올리기도 했다. 여 의장 일행이 참배를 하는 동안 묘소 주위에 모여든 100여명의 주민들은‘50여년 만의 참배’를 조용히 지켜봤다.주민 양일두(40·서울 강북 수유4동)씨는 “자식이 아버지의 묘소를 찾아오는 것은 우리의 전통”이라면서 “명절 때라도 자주 찾아올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후 7시25분쯤 자리를 뜨면서도 여 의장은 아쉬운 듯 멀어지는 아버지의 묘소를 자꾸만 뒤돌아 보며 눈물을 흘렸다. 구혜영 이세영 기자 sylee@
  • [괴짜 인생 별난 세상] 지두화가 고홍선씨

    ‘지두화(指頭畵)를 아십니까.’ 소리꾼 고홍선(高洪先·40·대구시 서구 평리동·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전수자)씨는 전통 회화기법의 하나인지두화의 맥을 잇는 지두화가다. 지두화란 붓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직 손가락만으로 그리는 그림.18세기 조선시대 최북(崔北),심사정(沈師正) 등이 즐겨 그렸다고 전해진다.지두화는 구한말과 일제를 거치면서 전통의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그러나 지두화에 반해 복원에 나선 고씨의 손끝에서 되살아 나고 있다. 고씨가 지두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벌써 10여년전.전라도 강진 출신인 그는 한학과 판소리 등을 익힌 소리꾼이었고 앞서서는 목회자의 길을 걷는 신학도였다. 그러나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지역 4개대학 투쟁위원장을 맡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게다가 타고난 ‘끼’로인해 인생 항로가 바뀌었다. 고씨는 목회자의 꿈을 접고 상경해 소리꾼으로 활동을 시작했다.그러나 필연이었을까.한 대학 박물관에서 손톱으로 툭툭 쳐 내려간 지두화의 독특한 선(線)에 순간 빠져들었다.어린시절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1891~1977) 화백이 세운 연진미술학교에서 그림의 기초를 다진 그여서 느낌은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고씨는 이때부터 지두화에 관한 고문헌과 조선시대 화가들의 유작들을 찾아나섰다. 또 손가락 지문이 뭉개지고 손톱이 닳아 없어지도록 작업에 몰두했다.그 결과 완벽에 가까운 지두화를 복원해 내기에 이른 것. “손톱이 모두 닳아버려 손톱이 다시 자랄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림을 그리곤 했다.”고 그는 말한다. 고씨가 복원한 지두화는 음악과 춤이 함께 어우러지는 신명의 한판이다.신명나는 판소리 가락과 덩실 어깨춤,막걸리 술판이 질펀하게 벌어지는 저잣거리에서 즐겨 그려졌던 민중예술이다. 이 때문에 고씨는 지두화를 그릴 때 전통 음악에 맞춰 한바탕 춤을 추다 신명이 최고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손끝에 먹물을 묻히는 독특한 방법을 고수한다. 고씨는 3년전 부인의 고향인 대구에 내려와 둥지를 틀었다.지난해 대구에서 열린 봉산미술제에 지두화 시연을 펼쳐 큰 이목을 끌었었다. “사라져 가는 전통문화를 누군가는 복원시켜후대에 물려줘야만 문화민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고씨의 노력에도 지두화를 배우겠다는 젊은 화가가 없다.다시 맥이 끊길 위기다. 고씨의 지두화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미대생이 간간이 화법을 배우기위해 찾아왔지만 손끝에서 시작해 온몸으로 퍼지는 고통을 삼키지 못해 이내 떠나버린다. “언젠가는 지두화의 맥을 잇겠다는 젊은 화가가 나타나겠지요.그들을 위해 지두화 화법을 정리한 책을 쓰고 있습니다.” 고씨는 오는 5월 ‘대구약령시 축제’에서 지두화 시연과 함께 여러대의 붓을 잡고 글을 쓰는 고씨 특유의 악필(握筆) 시연도 선보일 예정이다.(053)566-7276. 글·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 김택상 추상화展 내일부터

    ‘캔버스에 머물렀던 물과 물감의 흔적이 남은 작품’. 추상화가 김택상(43·청주대 미술학부 교수)의 그림을 두고 흔히들 하는 말이다.그가 그림을 만드는 과정은 특이하다. 먼저 물을 담을 수 있는 틀을 만들고 그 위에 캔버스 천을 씌운 뒤 물감을 엷게 탄 물을 틀속에 붓는다.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틀속의 물을 빼고 캔버스 천을 말리면 일단 한번의 과정이 끝나게 된다. 이런 과정의 반복을 통해 물은 그 자신이 캔버스 위에 자리했었던 시간의 흔적을 ‘결’ 또는 ‘테’의 형태로 캔버스 위에 남긴다. 김택상의 작품은 물과 물감이 시간의 흐름속에 방치되는동안 만들어지는 과정의 산물이다.그래서 그는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기다림’으로 묘사한다. 아름다운 꽃이 피어나는 데 시간이 걸리듯이 김택상 작품의 색도 시간을 필요로 한다. 그의 작품은 얼마나 오랜동안 방치되었느냐에 따라,또는계절적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따라 다르다. 색에 대한 그의 관심은 비단 미학적인 색감이나 자연의색 등에 국한되지 않고 색이 갖는 사회적 기능으로확장된다. 전통 한의학이 간에는 녹색이 좋고 신장에는 검정 색이좋다는 식으로 각 장기와 색을 연관 짓듯이,그는 색을 통해 우리의 시각적인 환경을 개선하고 건강에도 이로움을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간의 빛깔’이라는 제목으로 15일∼12월13일 서울 청담동 카이스갤러리(02-511-0668)에서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는 전면을 노랑색으로 칠한 대형 전시장에 130여 작품이 선보인다. 시간의 흐름이 ‘결’이란 흔적으로 화면에 드러나는 캔버스 작품의 경우 ‘결 216hrs’라는 제목이 붙게 되는데,이는 물이 캔버스가 씌어진 틀에서 216시간 동안 머물러있었다는 뜻이다. 유상덕기자 youni@
  • 전통문화상품 첫 해외나들이

    반만년 역사와 전통을 간직한 우리의 전통문화상품이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첫선을 보였다. 조달청이 25일 일본 오사카 비즈니스파크 트윈21빌딩 중앙홀에서 개막식을 갖고 5일간의 전시회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전통문화상품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판로가 여의치 않아 후계자 양성조차 안돼 명맥이 끊길 위기에 있었으나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세계무대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성호(金成豪) 조달청장은 개막식 인사말을 통해 “대한민국 정부가 처음으로 주관한 이번 행사가 5,000년 역사를 지닌 우리 전통공예의 맥을 이어온 문화상품의 진수를 일본인들이 감상하고 한국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 청장은 또 “이번 행사가 내년에 열리는 한·일 월드컵대회를 위해 두 나라를 방문하는 세계 각국의 관광객들에게도 우수한 우리 문화의 진수를 알리는 마당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며 “이번 전시회에서 인기가 있는 품목은 내년월드컵 축구대회 캐릭터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라고강조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김 청장외 오사카부 스즈키 시게노부(鈴木重信)부지사 등 지방정부 관계자와 일반인 등 500여명이 참석했으며 대전시립연정국악연구원의 궁중무용과 기악합주 등 부대행사도 펼쳐졌다. 총 200평 규모의 전시장은 전시코너와 판매코너 시연코너공연장 등으로 꾸며져 방문객들에게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관심을 모았다. 전시코너는 22평 규모로 전통자수장 황순회의 국보청자도 수병풍,나전칠기장 김정렬의 나전가리개 등 550여품목이 전시되고 있다.70평 규모의 판매코너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자수장 한상수의 봉황수 병풍,무형문화재 김진한의 남포벼루 등 도자기 칠기 목기 목조각 자수공예 금속공예 악기 등을 전시·판매하고 있다. 시연코너에서는 유기장 이봉주씨, 나전칠기장 김정렬씨 등 9명의 무형문화재 및 명장들이 붓 벼루 나전 장신구 옻칠목기 전통옹기 전통매듭 전통유기의 제작과정이 시연됐다. 함혜리기자 lotus@
  • 전통 자수 향한 ‘8번째 사랑고백’

    ■'이렇게 좋은 자수'펴낸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 서울대 국문과 조동일교수는 “남자 같은 여자와 여자 같은 남자가 소설을 잘 쓴다”라며 작가 박경리여사와 고 황순원씨를 예로 든 적이 있다.대립적인 측면을 동시에 갖고 있는사람이 상상력이 뛰어나다는 논리다.여기에 딱 어울리는 사람이 허동화 한국자수박물관장이다. 자수(刺繡)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여성이다.고정관념을 비웃듯 ‘남자’ 허 관장은 자수,보자기 등 ‘규방문화’에 30년째 무한한 사랑을 쏟아붓고 있다. 그가 최근 ‘이렇게 좋은 자수’‘이렇게 고운 색’(현암사)을 두 권을 펴냈다.23년 전 ‘한국의 자수’(삼성출판사)를 지은 뒤 ‘옛 보자기’(88년 한국자수박물관) 등에 이어 여덟번째 ‘규방문화 짝사랑’을 고백한 셈이다. 10년 동안 준비한 뒤 1년은 꼬박 매달려 만들었다는 ‘이렇게 좋은 자수’는 자신이 운영하는 박물관 소장품 가운데 보물 제563호인 ‘사계분경도(四季盆景圖)4첩’을 비롯,한국전통자수를 대표하는 200여점을 수록했다. ‘이렇게 고운 색’은 자수를자수답게 하는 한국전통색을한 자리에 모은 것이다.허 관장은 “마법사의 손놀림 같은독특한 색채미를 창출한 옛 여성의 빼어난 슬기에 저절로 머리를 숙이게 되었다”고 서문에서 심경을 밝혔다. 서울의 한 레스토랑에서 그를 만났다.먼저 책에 영어를 병기한 이유를 물었더니 “세계화 운운하며 새 상품을 찾는 것도 좋지만 ‘이미 세계화 된 것’에 관심갖는 게 더 중요하다”며 “도자기·불교에 국한된 ‘세계적인 우리 것’ 리스트에 ‘자수’와 ‘색’을 보탤 수 있다는 자부심을 담았다”고 말한다. 조리있는 말솜씨에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음성.자수와는 천상배필이라고 느껴졌다. 그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수치를 제시했다.독일 영국프랑스 미국 벨기에 호주 등 구미의 유명한 박물관과 미술관에서 가진 총 30여차례의 해외전시와 600만여명의 관람객…. “이쯤되면 자수가 당당히 세계화의 대표주자가 될 수 있지않느냐”고 반문했다.“박물관의 역할인 수집,조사·연구,전시 면에서 누구 못지않게 충실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수집 이야기를꺼내면서 자부심과 보람의 뒷켠에 숨은 고충을 털어놓았다.“골동품 상인들이 지어준 별명이 ‘넝마주이’입니다.자수만 보면 깨끗하지만 원료 상태는 먼지 투성이의 헝겊에 불과합니다. 그것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다 보면 옷은 먼지로 뒤덮히고걸레가 되기 십상이죠.” 지천명을 목전에 둔 49세 때 자수의 세계에 뛰어들었다.법학과를 졸업하고 행정학 석사를 취득한 그가 한국전력에서 이사 감사를 지낸 뒤였다. 망설이다 ‘남자’와 ‘자수’가 만난 이유를 물었다.“색채 감각이 특별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성격도 세심한 편이어서 여성문화에 관심이 많았죠.게다가 70년대 중반만 해도 자수는 버려진 분야라 쉽게 접근할 수 있었죠.” 골동품가에서 불리는 그의 별명이 ‘여학생’이라고 귀띔한다.오늘의 그가 있기까지 공식 지원은 ‘가뭄에 콩’이었다.사립박물관은 정책적인 지원의 사각지대이기 때문이다. “기업과 문화지원을 내건 ‘메세나협회’를 찾아가도 ‘안 줄 궁리만 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박물관은 매년 1억원의 적자를 내지만 정작그의 셈법은 다르다. “25년 문열었으니 적자가 25억원입니다.그러나 수익이 전혀 없는 30여 차례 해외전시 효과를 돈으로 환산할 경우 150억여원이나 됩니다.오히려 125억원을 번게 아닙니까.” 그러나 자조적인 말처럼 들렸다. “하지만 영원한 지원자인 내 아내가 있어 외롭지 않습니다.” 치과의사인 동반자 박용숙의 경제적·정신적 지원이 없었으면 그의 작업은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이종수기자 vi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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