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체주의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지역사회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신흥국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건전성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 하얼빈
    2026-03-12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973
  • 국민연금, 총수 일가 견제 현실화… 경영 개입 ‘관치’ 부작용도

    국민연금, 총수 일가 견제 현실화… 경영 개입 ‘관치’ 부작용도

    3월 대한항공 주총서 조양호 재선임 안건 국민연금 반대 전망… 다른 기업들도 긴장 기업가치 높이며 배당 확대 등 윈윈 효과 재계 “정부 입김 따라 과도한 간섭 가능성” 국민 노후자금 장기 수익성 악화 지적도국민연금이 대한항공과 한진칼을 대상으로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사실상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자본시장과 재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증권업계와 전문가들은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 책임 원칙) 첫 적용 사례여서 당장 경영권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적은 지분으로 그룹 전체에 지배력을 행사했던 총수 일가를 견제할 확실한 카드로 평가한다. 반면 재계는 기업 경영권이 정부 입김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관치’를 우려한다.16일 관련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3월에 예정된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 재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명현 기업지배구조연구원장은 “조 회장 쪽 지분을 생각하면 국민연금이 연임을 저지하기가 쉽지 않지만 조 회장에게 ‘경영권을 뺏길 수 있다’는 위협을 주는 데는 충분할 것”이라면서 “다른 대기업 총수들도 경영권을 뺏기지 않으려면 기업가치를 높이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어 국민연금과 해당 기업, 투자자 등 모두에게 좋은 윈윈 효과”라고 말했다. 더욱이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를 본격화하면 사학연금 등 다른 연기금도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 일단 국민연금이 많은 지분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2017년 말 기준 국민연금이 주식을 보유한 국내 회사는 총 799개다. 특히 국민연금이 가장 많이 갖고 있는 주식은 삼성전자로 지분율은 9.6%다. 10대 투자 종목은 SK하이닉스(지분율 10.0%), 포스코(11.1%), 네이버(10.8%), 현대자동차(8.5%), LG화학(9.1%), KB금융(9.6%), 현대모비스(9.8%), 신한지주(9.5%), SK텔레콤(9.1%) 등이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적용이 본격화되면 배당 확대 등 투자자에게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알파전략팀장은 “국민연금이 당장 기업 경영권에 간섭하면 ‘연금 사회주의’라는 비판이 나오기 때문에 주주 우대 정책을 펼치는 방향으로 갈 것이고 가장 먼저 나올 방안은 배당 확대”라면서 “다만 이로 인해 주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은 지나친 낙관론”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문제가 있는 대주주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노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여론 등에 휘둘려 기업 경영에 과도하게 간섭할 가능성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한 재계 임원은 “KT&G 백복인 사장 연임 과정에서 정부가 KT&G 주주인 기업은행을 움직여 연임 저지에 나섰다가 관치 논란을 불렀던 것처럼 우회적인 정부의 경영 간섭이 추후 어떤 식으로 악용될지 모른다”면서 “자칫 국민연금의 정치적 의사 결정으로 국민 노후자금의 장기적 수익성이 악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보수성향 단체들도 반대 집회를 펼쳤다. 바른사회시민회의와 지배구조포럼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국민연금의 경영권 개입을 경계한다’는 제목으로 개최한 토론회에서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영자의 자격을 규율한다는 자체가 문제적 발상”이라며 “형법상 처벌해야 한다면 처벌하면 되지, 범죄를 이유로 재산을 뺏거나 경영권을 뺏는 것은 용납될 수 없는 전체주의·사회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정부 심기 건드리는 콘텐츠 삭제하는 검열업체가 각광받는 중국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정부 심기 건드리는 콘텐츠 삭제하는 검열업체가 각광받는 중국

    리청즈(李城志·24)는 ‘보옌커지’(博彦科技·Beyondsoft)에 처음 입사했을 때 많은 것을 새로 배워야 했다. 얼굴에 여드름 자국이 덕지덕지 남아 있는 앳된 모습의 그는 중국의 많은 젊은이들처럼 1989년 중국의 민주화를 위해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수백 명이 산화(散花)한 ‘톈안먼 사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런 만큼 톈안먼 사태의 주역이자 2010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해서도 역시 들어본 적이 없다. 류샤오보는 중국 민주화 및 인권운동을 치열하게 펼치다가 구금 중이던 2017년 중국 정부의 불허로 간암 치료를 제대로 받아보지 못한 채 사망했다. 지금은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베이징에 본사를 둔 그의 회사 보옌커지는 중국의 온라인 미디어회사들을 대신해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불온한’ 콘텐츠를 낱낱이 찾아내 깨끗하게 삭제해 주는, 곧 검열 대행 업체이기 때문이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지사 사무실에 근무하는 그는 입사 직후 2주 동안 ‘검열 업무’ 교육을 통해 온라인 상에서 무엇을 찾아야 하고, 무엇을 차단해야 하는 지에 대해 철저히 배웠다. 이 덕분에 중국 지도자들의 각종 스캔들이나 중국 당국이 일반 라오바이싱(老百姓·서민)들이 알아서는 안 되는 예민한 주제를 쉽게 찾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에서 인터넷 콘텐츠 검열을 전문으로 하는, 이른바 ‘검열 회사’들이 돈이 되는 신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정부의 ‘역린’(逆鱗)을 건드리지 않는 철저한 ‘자기 검열’이 중국 기업들의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인 만큼 이를 깔끔하게 해결해 주기 위해 수천 명의 전문 인력들을 고용하고 있는 검열 업체가 앞다퉈 등장해 각광받는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정부가 기업들에 스스로 검열하도록 요구함에 따라 검열 전문 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운영된다고 지난 2일 보도했다. 중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광범위하고 치밀한 온라인 검열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으며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출범 이후 검열이 강화되면서 민감한 콘텐츠들이 대폭 늘어나고, 처벌도 더욱 심해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양샤오(楊瀟) 보옌커지 인터넷서비스사업 본부장은 “작은 것 하나라도 놓치면 심각한 정치적 문제가 된다”며 그러나 자신의 회사가 관리하는 고객회사의 공개를 거부했다.중국의 경우 매일 8억명 이상이 인터넷에 접속해 웹서핑을 즐긴다. 한때 인터넷 통제에 신중했던 중국은 “서유럽이나 미국처럼 표현의 자유를 누리는 나라들도 온라인의 규제 여부를 논의할 정도로 많은 나라들이 이에 동조하고 있다”며 인터넷에 대한 정부 검열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에 따라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같은 플랫폼들은 콘텐츠 검열 관리를 위해 수천 명을 고용하고 있다. 보옌커지의 콘텐츠 검열 직원수는 현재 4000명 정도로 2년 전(200명)보다 무려 20배나 늘어났다. 양 본부장은 “우리 회사는 데이터산업에서 ‘폭스콘’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폭스콘(Foxconn·鴻海精密)은 미국 애플사의 아이폰조립 대만 업체이다. 온라인 미디어 회사들은 상당수가 자체 콘텐츠 검열팀을 운영하고 있으며 담당 직원수가 수천 명에 이르는 곳도 더러 있다. 이들 회사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검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 온라인 미디어회사의 AI 연구책임자는 “회사의 AI 머신러닝(기계학습) 모델이 120개에 이른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용자들이 쉽게 AI 알고리즘을 우회하기 때문에 그리 성공적이지 않다. 리청즈는 “AI가 사람 만큼 똑똑한 것은 아니다. AI가 콘텐츠 검열 작업 중 놓치는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보옌커지 청두지사에는 160명이 4교대로 일하면서 뉴스 종합 앱(애플리케이션)에 올라오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를 검열하고 있다. 청두지사 직원들은 본인 휴대폰을 개인 사물함에 보관해야 하며, 업무용 컴퓨터의 스크린샷을 저장하거나 정보를 외부로 보내는 것도 금지돼 있다. 직원 대부분이 20대의 대졸자들로 정치에는 무관심하다. 중국에서는 많은 부모와 교사들이 젊은이들에게 정치에 관심을 갖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뿐이라고 ‘세뇌’하는 까닭이다. 이 회사는 검열 팀과는 다른 별도의 팀을로 산시(陝西)성 시안(西安)시에서 운영하면서 음란물이나 선정적이고 저속한 콘텐츠도 걸러내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보옌커지 신입 사원들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콘텐츠를 가려내는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민감한 정보들에 대해 방대한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했으며 이것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양샤오 본부장이 귀띔했다. 검열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중국 정부가 폐쇄한 ‘불온한’ 웹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이를 통해 DB를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신입 사원들은 대입시험을 보듯 이 DB를 2주 동안 공부한 뒤 시험을 치러야 한다. 직원들이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의 화면보호 프로그램은 동일하며 전·현직 공산당 정치국원 이름과 사진을 싣고 있다. 직원들은 이들의 얼굴을 모두 외워야 한다. 중국에서는 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정치적으로 특별히 승인된 블로그(화이트리스트 등재)만 최고 지도부의 사진을 게재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직원들은 업무 시작 때 정부 검열기관이 내린 지침을 미리 받은 고객사로부터 새로운 검열 지침을 전달받는다. 직원들은 이 지침을 외운 뒤 10개 문항으로 된 설문에 답해야 하며 이 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되는 급여를 받는다. 검열지침과 관련한 설문 문항은 이렇다. “리펑(李鵬) 전 총리의 딸 이름이 다음 중 무엇인가?” 답은 ‘리샤오린(李小琳)으로 온라인에서 사치를 즐기며 부정축재한 고위관리 자녀 가운데 한 명이라고 조롱받는 사람’이다. 좀 까다로운 문항으로 네티즌이 검열을 피하면서 현안에 대해 언급하는 우회적인 방식을 분석해내는 것이다. 예컨대 마오쩌둥(毛澤東)부터 6명의 지도자를 한(漢)나라 시대의 황제 6인과 비교한 2017년 홍콩 뉴스사이트의 글이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중국 지도자들을 언급하면서 홍콩 뉴스에서 비교된 황제의 이름을 사용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어느 황제와 어느 지도자와 연결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다른 문항에는 ‘빈 의자’ 사진이 나오는데 류샤오보가 노벨상 평화상 수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것을 상징화한 것이다. ‘빅브라더’(big brother)를 내세워 당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전체주의 국가의 모습을 그려낸 조지 오웰의 소설 ‘1984년’을 언급하는 것도 금지된다. 보옌커지는 웹페이지를 검색해 문제가 되는 단어들을 찾아내 여러가지 색칠을 하는 소프트웨어를 운영하고 있다. 웹페이지에 색칠이 된 단어가 한 두 개 정도면 문제가 없지만 많은 경우 철저하게 검토한다고 보옌커지 관계자가 전했다. 보옌커지 웹사이트에 따르면 ‘차이훙둔’(彩虹盾·무지개 방패)라는 이름의 콘텐츠 모니터링 서비스에는 10여만개의 기본 민감 단어와 300여만개의 연관 검색어가 축적돼 있다. 이중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단어가 3분의 1을 차지한다. 포르노와 매춘, 도박, 칼과 관련된 단어들이 다음으로 많다. 작원들의 임금은 월 350~500달러(약 39만~56만원)으로 청두시 평균 수준이다. 하루에 1000~2000건의 기사를 처리한다. 앱에 올려진 뉴스는 한 시간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되도록 돼 있다. 이들은 연장근무를 하지 않는다. 집중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실수가 많아지기 때문이다. 이 회사에서 발생하는 가장 심각한 검열 실수 사례는 대부분 고위 지도자들과 관련된 것이다. 이 회사 직원들은 회사에서 배운 톈안먼 사태 등과 관련한 민감한 정보들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일절 발설해서는 안 된다. 톈안먼 사태가 역사적 사실인 데도 감춰야 하느냐는 질문에 리청즈는 “어떤 문제들은 규칙을 따라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데스크 시각] 혐오 시대, 청년들은 무엇에 분노해야 하나/이창구 사회부장

    “꼰대 같은 소리 집어치우라”는 댓글이 달릴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청년들을 훈계하려는 게 아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이 안타까워서 쓰는 글은 더더욱 아니다. ‘혐오’의 시대에 청년들은 과연 무엇에 ‘분노’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지난달 17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를 보면 20대 남성의 문 대통령 지지율이 29.4%로 전체 남녀별 연령집단 중 가장 낮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20대 남성들이 앞장서서 끌어내리고 있는 셈이다. 20대 남성들이 문재인 정부와 갈라선 결정적인 원인은 젠더 이슈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학창 시절에는 여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했고, 취업 경쟁과 직장 생활에서는 오히려 군대도 갔다 오지 않은 여성들에게 차별받고 있다고 느끼는 남성들에겐 현 정부의 여성 우대 정책이 실현 여부와 상관없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무리 여성을 혐오해도 우리 사회는 ‘미투운동’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 여성을 적으로 돌린다고 남성 일자리가 늘어나는 것도 아니다. 사회구조를 보면 권력을 휘두르는 다수는 여전히 남성이며, 수많은 여성들이 매일 성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20대 남성이 분노할 대상은 또래 여성이 아니라 폭력적인 가부장주의다. 많은 남성들이 대법원의 양심적·종교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무죄 판결에 반발하고 있다. 일부는 “그럼 군대 갔다 온 내가 비양심이냐”라는 단순 논리를 들이댄다. 총을 드는 것 대신 다른 방식으로 의무를 다 할 테니 종교적 신념과 양심을 지키게 해 달라는 소수를 포용하지 못하는 국가는 전체주의나 다름없다. 우리가 분노해야 할 대상은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아니라 자신은 물론 아들까지 군대에 보내지 않았으면서 철 지난 반공이데올로기를 외치는 자들이다. 난민과 이주노동자를 혐오하는 양상은 남녀 구분이 없다. 난민을 일자리 도둑 또는 잠재적 성폭행범으로 보는 청년도 적지 않다. 난민을 추방하는 서구의 극우세력을 비판하던 이들까지 막상 제주도에 예멘 난민 480여명이 도착하자 생각이 바뀌었다. 난민과 이주민을 다 몰아내면 ‘좋은 일자리’가 늘까? 정작 청년들이 분노해야 할 것은 경제력 세계 12위인 대한민국이 480여명 중 고작 2명만 난민으로 인정한 옹졸함이다. 정규직에 안착한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반대한다. 나는 힘들게 공부해 정규직이 됐는데 정부가 나서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만들어 주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구분을 공정한 경쟁의 결과로 인식한 탓이다. 그러나 비정규직을 양산한 것은 신자유주의 체제다. 비정규직 노동자는 낙오자가 아니라 이 체제의 피해자다. 청년들은 정규직화 정책에 분노할 게 아니라 오직 경쟁만 부추겨 대한민국을 각자도생의 전쟁터로 만든 기득권 세력에 분노해야 한다. 해방 이후 친일과 분단으로 기득권을 유지했던 구세대는 4·19세대에 의해 전복됐고, 군사정권과 야합한 4·19세대는 86세대(80년대 학번, 60년대생)에 의해 부정당했다. 그러나 지금 청년들은 정치적 올바름에 경제력까지 움켜쥔 86세대를 향해 욕만 할 뿐 극복하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 먹고살 길이 없는데 무슨 세대 타령이냐”는 항변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을’들의 싸움을 부추기는 구체제의 본질은 간과한 채 자신보다 약한 타자를 향해 ‘메갈녀’, ‘무기(무기계약직)충’, ‘난민충’이란 혐오만 퍼부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window2@seoul.co.kr
  •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필연인 역사는 없다

    현대사 몽타주/이동기 지음/돌베개/422쪽/2만원유대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는 수백만명의 유대인을 학살 수용소로 보낸 나치 책임자 아돌프 아이히만의 1961년 재판을 취재한다. 재판장에 선 아이히만은 어수룩하기 그지없었다. 아렌트는 아이히만이 상부에서 지시한 사항을 충실히 따랐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에서 이를 ‘악의 평범성’이라고 이름 붙였다.●“악의 평범성보다 능동적 폭력 주목해야 아렌트의 생각은 옳았을까.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각종 사료와 자료, 증언에 기초하면 아이히만은 유대인 절멸을 지지했던 신념에 찬 나치였다. 그는 1941년 나치 지도부가 유대인 절멸을 결정했을 때 학살 현장을 수차례 답사하고, 더 효율적으로 학살할 수 있도록 아랫사람들을 지도했다. 나치가 패망한 뒤 신분을 숨긴 채 살며 옛 친위대 동료에게 “1000만명의 유대인을 죽였으면 만족했을 것이다. 난 일반적인 명령 수행자가 아니었다”고도 말했다.이동기 강릉원주대 사학과 교수의 신간 ‘현대사 몽타주’는 다소 도발적인 책이다. 책의 부제로 붙인 ‘발견과 전복의 역사’라는 말이 심상찮다. 현대사 사건에서 새로이 사실을 ‘발견’하고, 인습적인 역사 해석을 ‘전복’한다는 뜻에서 붙였다. 쉽게 말해 우리가 아는 현대사 사건들에 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권유하는 책이다. 예컨대 저자는 그동안 세상의 한켠에서 금과옥조처럼 여겨졌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에 관해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법정 연극에 속았다고 해서 악의 평범성 자체가 무의미하지는 않다. 아렌트의 주장대로 전체주의가 개인의 자유를 압도하고 보편적 판단 능력을 앗아간 것은 사실”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근대 관료제나 악의 평범성 문제보다 지배 체제와 다양한 폭력 행위자들이 능동적으로 펼치는 상호작용을 통한 과격화 과정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유대인 구한 나치 대위 ‘선의 평범성’ 사례로 저자는 악의 평범성을 뒤집는 다른 사례로 ‘선의 평범성’을 제시한다. 아우슈비츠 생존 작가 프리모 레비는 저서 ‘이것이 인간인가’에서 나치 수용소에서 살 수 있었던 이유를 이탈리아인 로렌초에게서 봤다. 로렌초는 여섯 달 동안 그에게 매일 빵 한 조각을 가져다주었고, 옷과 엽서를 건네주기도 했다. 레비는 “선행을 행하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평범한 그의 태도를 보면서 수용소 밖에는 아직도 올바른 세상이 존재할지 모른다고 믿었다”고 서술한다. 카를 플라게 나치 대위는 나치의 학살에 충격받고 독일 점령지 리투아니아에서 약 1000명 이상의 유대인을 구했다. 플라게는 나치 패망 이후 자신을 의인으로 내세우기는커녕 “나는 나치 동조자”라며 부끄러워하며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 책에서는 제1·2차 세계대전, 1945년 종전, 1955년 반둥회의, 1968년 청년봉기, 1989년 독일 통일을 비롯해 주로 전쟁과 냉전 시대의 현대사 여러 사건을 제시하고, 기존 역사와 다른 시각에서 해석한다. 이를 몽타주(조합)하면서 저자는 “역사에서 구조와 필연이 아닌, 인간의 의지와 선택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역사는 특정한 방향으로 나아가는 필연적 결과’임을 강조하는 E.H 카의 역사 인식론에 관한 반박이기도 하다. 예컨대 1차 세계대전은 유럽 열강의 구조적 대립과 갈등의 산물이었다는 게 기존의 평가다. 저자는 “유럽 열강의 안보동맹이 약했기 때문에 동맹끼리 신뢰하지 못했고, 정치 지도자들의 오판으로 전쟁의 방아쇠가 당겨졌다”고 주장한다.●저자의 물음…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우리의 역사 인식에 관해 던지는 냉혹한 질문도 다시 생각해볼 만하다. 저자는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국정 한국사 교과서에 관해 “1920년대 이탈리아 파시즘이 권력을 장악한 뒤 역사 교육을 통제하고, 1933년 독일의 나치가 권력을 잡고 나서 시도했던 행위들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지적한다. 건국을 둘러싼 좌우 진영의 대립에도 날 선 비판을 날린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하자는 뉴라이트 진영 주장을 놓고는 “친일 부역 세력에게 건국공로자의 역사적 지위를 부여하기 위해서”라고 꼬집는다. 1919년 상하이임시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보자는 반대 의견에 관해서도 “국민 주권의 기본적 조건과 실천 없이 국가 건설이라 부를 수 없으며, 독립운동단체나 망명정부 탄생을 건국이라 하는 사례도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1919년 건국론, 1948년 건국론, 그리고 건국론 무용론을 교과서에 그대로 싣고 학생들이 토론해 스스로 견해를 세우도록 보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국에 의미 없이 세워지는 위안부 소녀상과 우후죽순 난립하는 역사박물관에 관해서도 좀더 면밀하게 따져볼 것을 제안한다. 400여쪽이 넘는 책에서 결국 저자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생각하는 역사란 무엇인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미 법원 “북한, 웜비어 고문·살해 책임…유족에 5억 달러 배상하라”

    미 법원 “북한, 웜비어 고문·살해 책임…유족에 5억 달러 배상하라”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풀려나 귀향한 지 엿새 만에 숨진 미국 대학생 고 오토 웜비어의 유족이 북한을 상대로 미 법원에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북한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 베릴 하월 판사는 24일(현지시간) “북한은 웜비어에 대한 고문, 억류, 재판외(外) 살인과 그의 부모에 입힌 상처에 책임이 있다”면서 북한은 유족에게 약 5억 113만 달러(약 5643억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AFP 등 외신이 전했다. 하월 판사는 판결문에서 “5일 간의 단체 북한 관광을 떠나기 전 버지니아 대학 3학년이던 오토 웜비어는 건강하고 큰 꿈을 꾸는 영리하고 사교적인 학생이었다”면서 “그러나 북한이 그의 마지막 고향 방문을 위해 미국 정부 관리들에게 그를 넘겼을 때는 앞을 못 보고 귀가 먹고 뇌사 상태였다”고 말했다. 고인은 2015년 12월 말 중국에 있는 한 북한전문여행사를 통해 4박 5일 일정으로 새해맞이 관광을 떠났다. 2016년 1월 2일 귀국 예정이었던 웜비어는 귀국일 하루 전에 묵었던 평양의 양각도 호텔에서 정치 선전물을 떼어내 훔치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후 웜비어에게는 국가전복음모죄가 적용돼 15년의 노동교화형이 같은 해 3월 선고됐다. 그로부터 17개월 간 북한에 억류됐다가 지난해 6월 혼수상태인 채로 미국에 송환된 웜비어는 입원 치료에도 불구하고 엿새 만에 숨졌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웜비어의 사망 직후 “(웜비어가) 북한에 의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고문당했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하월 판사는 “북한은 야만적인 방식으로 웜비어를 고문해 허위 자백을 하게 하고, 북한이 ‘재판’이라고 규정한 절차를 거쳐서 나온 긴 판결문을 대미(對美) 지렛대로 활용해 북한의 외교정책 목표를 추진했다”고 지적했다. 또 웜비어가 겪은 고통의 정도는 북한의 고문 방법과 그의 신체 손상에 대한 보고서를 통해 얻을 수 있다면서 “웜비어 부모는 북한이 아들을 붙잡아 전체주의 국가의 볼모로 쓰는 잔혹한 경험을 직접 했다”고 밝혔다. 앞서 웜비어의 유족은 지난 10월 북한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금과 위자료 등 명목으로 11억 달러(1조 26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번 재판은 웜비어 사망 이후인 지난해 11월 트럼프 정부가 북한을 9년 만에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면서 가능해졌다. 미국은 피해자를 고문, 납치, 상해, 사망케 한 테러지원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판 및 판결은 북한 측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하월 판사는 북한이 아무런 답변도 제출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웜비어 부모는 판결 후 성명을 통해 “북한 정권이 아들의 죽음에 합법적이고 도덕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을 세계가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아들에게 정의가 함께할 때까지 결코 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사려 깊은 이번 판결은 우리의 여정에 중요한 발걸음”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북한이 실제로 배상금을 지불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앞서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 사건의 2015년 2심 재판에서 미 법원은 북한의 책임을 인정하며 3억 3000만 달러(3710억원)를 배상하라는 판결을 했다. 법원은 2016년 유족 측 요청에 따라 판결문을 북한 외무성과 미국 뉴욕의 유엔주재 북한 대표부, 영국 런던과 중국 베이징의 북한 대사관으로 보냈으나 반송됐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방탄소년단 공식사과 “지민 티셔츠+나치 모자, 의도 없었다”[전문]

    방탄소년단 공식사과 “지민 티셔츠+나치 모자, 의도 없었다”[전문]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논란이 된 원자폭탄 투하 장면이 삽입된 티셔츠 착용 및 나치 문양이 새겨진 모자 등을 착용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빅히트 측은 13일 오전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 및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전했다. 이어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이러한 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과거 역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도 해명했다. 빅히트 측은 방탄소년단 지민의 티셔츠 착용에 대해 “의상 자체가 원폭 피해자 분들에게 상처를 드릴 목적으로 제작된 의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원폭 피해자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또한 RM의 나치 문양 삽입 모자에 대해서도 “일체의 의도성이 없었고, 당일 촬영과 관련된 모든 복장과 액세서리들은 해당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과거 나치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빅히트 측은 이후 대응방침에 대해 “일본과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접촉하여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설명 및 상처 받으셨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히고 나치 문양 사건에 대해서도 “해당 문제를 제기한 ‘Simon Wiesenthal Center’에 상황을 설명하고 본 이슈로 인해 상처받았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고 설명했다. <이하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입장 전문> 안녕하십니까 빅히트엔터테인먼트입니다. 최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이하 ‘빅히트’)의 소속 아티스트 방탄소년단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빅히트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최근 제기된 이슈들 중에서 저희 빅히트가 검토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 당사 아티스트가 원자폭탄(이하 ‘원폭’) 이미지가 들어있는 의상을 착용한 내용 - 당사 아티스트가 과거 한국 내 잡지의 화보 촬영에서 나치의 문양이 들어있는 모자를 착용한 내용 - 당사 아티스트가 과거 참여했던 행사의 퍼포먼스에서 나치의 마크를 연상시키는 깃발을 흔들면서 공연을 했다는 내용 2. 상기 내용들에 대한 빅히트의 입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 및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이러한 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과거 역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힙니다. 3. 빅히트는 최근 제기된 이슈들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 빅히트는 원폭 이미지가 들어있는 의상 착용과 관련하여,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체의 의도가 없었고, 의상 자체가 원폭 피해자 분들에게 상처를 드릴 목적으로 제작된 의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원폭 피해자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 빅히트는 화보 촬영 시 과거 나치의 문양이 들어있는 모자 착용과 관련하여,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일체의 의도성이 없었고, 당일 촬영과 관련된 모든 복장과 액세서리들은 해당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과거 나치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나치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 - 그러나, 상기 사안들에 대한 책임은 아티스트들의 소속사로서 세부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빅히트에 있으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들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기 사안들의 책임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힙니다. 4. 빅히트는 이슈가 제기된 공연의 퍼포먼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 드립니다. - 문제 제기가 된 공연은, 2017년 빅히트의 아티스트가 참여했던 한국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서태지의 기념공연으로, 획일적인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교실 이데아”의 퍼포먼스 장면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 문제 제기된 깃발 및 이미지들은 나치와 관련 없는 창작 아트워크이며, “획일적인, 전체주의적 교육시스템을 비판”하기 위한 퍼포먼스였습니다. - 이 퍼포먼스가 일부에서 문제 제기된 것과 같이 나치와의 연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이러한 전체주의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창작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입니다. 5. 빅히트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개선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 “음악과 아티스트를 통해 전세계인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주자”는 것은 빅히트의 존재 이유입니다. 또한, 다양성과 포용의 시대를 살아가며 고려해야 할 요소들이 많아진 것은 저희에게도 도전적인 과제이지만, 이를 잘 수행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 앞으로도 이번에 문제 제기된 사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해 이해를 기반으로, 빅히트 및 소속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저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없도록 더 주의를 기울이겠습니다. - 다시 한 번 빅히트가 이러한 점들을 살피는데 부족함이 있어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를 드립니다. 6. 빅히트는 이번에 제기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취하고 있습니다. - 빅히트는 일본과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접촉하여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한 설명 및 상처 받으셨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빅히트는 현 이슈 관련 문제를 제기한 단체인 Simon Wiesenthal Center에 상황을 설명하고 본 이슈로 인해 상처받았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담은 서한을 발송하였습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BTS 소속사 “원폭 피해자들께 상처 줄 의도 없었다…진심으로 사과”

    BTS 소속사 “원폭 피해자들께 상처 줄 의도 없었다…진심으로 사과”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한 멤버가 입었던 티셔츠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BTS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 빅히트는 BTS 멤버 지민이 과거에 입었던 티셔츠에 원자폭탄 투하 이미지가 찍혀 있어 일본에서 논란이 된 일에 대해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다”면서 해명과 사과의 뜻을 밝혔다. 빅히트는 13일 공식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 및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이어 “방탄소년단을 비롯하여 당사 소속 모든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이러한 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과거 역사로 인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으며, 앞으로도 없을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일본의 한 매체가 BTS 멤버 지민이 과거에 입은 티셔츠를 문제 삼으면서 불거졌다. 이 매체가 지적한 티셔츠에는 광복을 맞아 만세를 부르는 사람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원자폭탄이 투하하는 장면의 흑백 이미지가 찍혀 있었다. 빅히트는 “의상 자체가 원폭 피해자분들에게 상처를 드릴 목적으로 제작된 의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음에도,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원폭 피해자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또 과거 국내 잡지 화보 촬영 때 나치 문양이 들어있는 모자를 쓴 일에 대해서도 “당일 촬영과 관련된 모든 복장과 액세서리들은 해당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하여 당사의 아티스트가 착용하게 됨으로 인해 과거 나치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께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나치 이미지와 연계되어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빅히트는 “상기 사안들에 대한 책임은 아티스트들의 소속사로서 세부적인 지원을 하지 못한 빅히트에 있으며, 당사 소속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들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상기 사안들의 책임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이번에 문제 제기된 사안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역사·문화적 배경에 대해 이해를 기반으로, 빅히트 및 소속 아티스트들이 활동하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 저희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는 분들이 없도록 더 주의를 기울이겠다”면서 “다시 한 번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공식입장] 빅히트 “원폭·나치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방탄소년단은 책임 없어”

    [공식입장] 빅히트 “원폭·나치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 방탄소년단은 책임 없어”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최근 방탄소년단을 둘러싼 이슈에 대한 입장을 냈다. 빅히트는 원폭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함께 모든 책임은 소속사에 있다는 점을 밝혔다. 빅히트는 13일 공식 SNS에 ‘최근 방탄소년단에 제기된 이슈들에 대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했다. 빅히트는 본론에 앞서 최근 제기된 이슈 중 ▲당사 아티스트가 원자폭탄 이미지가 들어 있는 의상을 착용한 내용 ▲당사 아티스트가 과거 한국 내 잡지의 화보 촬영에서 나치의 문양이 들어 있는 모자를 착용한 내용 ▲당사 아티스트가 과거 참여했던 행사의 퍼포먼스에서 나치의 마크를 연상시키는 깃발을 흔들면서 공연을 했다는 내용 등 세 가지를 검토했다고 밝혔다. 빅히트는 이와 관련 “빅히트는 모든 소속 아티스트들의 활동에 있어 전쟁 및 원폭 등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하며,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으신 분들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전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나치를 포함한 모든 전체주의, 극단적 정치적 성향을 띤 모든 단체 및 조직을 지지하지 않고 이에 반대한다”며 “이런 단체들과의 연계를 통해 피해를 입으신 분들게 상처를 드릴 의도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원폭 피해자 등에 대한 사과의 말도 덧붙였다. 빅히트는 “당사가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해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가 들어 있는 의상을 착용하게 됐다”며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원폭 이미지와 연계돼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 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밝혔다. 나치 문양이 들어 있는 모자와 관련해서도 “일체의 의도성이 없었고 사전에 충분한 검수를 못해 착용하게 된 것”이라며 “나치로 인해 피해를 입으셨던 분들게 의도하지 않게 상처를 드릴 수 있었던 점은 물론, 당사 아티스트가 나치 이미지와 연계돼 있는 모습에 불편함을 느끼셨을 수 있던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다만 “상기 사안에 대한 책임은 빅히트에 있으며, 당사 아티스트들은 많은 일정들과 현장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책임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공연 퍼포먼스와 관련해서는 “문제가 된 공연은 2017년 서태지의 기념공연으로 획일적인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교실 이데아’ 퍼포먼스 장면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나치와의 연계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전체주의적 현실을 비판하기 위한 창작적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해명했다. 빅히트는 “일본과 한국의 원폭피해자협회 관계자들을 접촉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로 상처 받으셨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제를 제기한 ‘사이먼 비젠탈 센터’에 상황을 설명하고 상처를 받았을 수 있는 분들에 대한 사과를 담은 서한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친절한 파시즘(버트럼 그로스 지음, 김승진 옮김, 현암사 펴냄) 20세기 말 미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에서 관찰되는 전체주의의 전조를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파시즘이 등장하리라는 전망을 내놓은 사회과학 명저. 미국 관료 출신 정치학자인 저자는 거대 기업과 거대 정부가 점점 더 강하게 결탁하며 등장할 ‘친절한 파시즘’이 교묘하게 시민적 자유와 권리를 박탈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720쪽. 3만 2000원.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김관욱 지음, 인물과사상사 펴냄) 가정의학과 의사이자 의료인류학자인 저자가 쓴 ‘무감각한 사회의 공감 인류학’. OECD 국가 중 자살률과 산업재해 사망률 1위라는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는 사회적 질병의 환자다. 가족·낙인·재난·노동·중독이 유발하는 사회적 아픔에 공감하는 순간 나를 짓누르던 아픔 또한 공감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264쪽. 1만 4000원.책물고기(왕웨이롄 지음, 김택규 옮김, 글항아리 펴냄) 한국에 처음 소개되는 중국 작가 왕웨이롄의 중·단편집. 작가는 덩샤오핑의 ‘한 가구 한 자녀’ 정책 실시 이후인 1980년대에 출생한 세대를 뜻하는 바링허우 세대를 대표한다. 카프카의 ‘변신’에서 모티프를 가져온 도입부가 인상적이다. 288쪽. 1만 3500원.백 살에는 되려나 균형 잡힌 마음(다카하시 사치에 지음, 정미애 옮김, 바다출판사 펴냄) 백 살의 ‘정신과 의사 할머니’인 저자가 지금까지 만난 환자들과의 일화를 통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본 책. 낯선 것에 눈길 돌리기, 녹색 식물 기르기처럼 불안정한 마음을 평온한 상태로 유지하고 삶의 균형 잡기를 도와주는 일상 속 방법들을 알려 준다. 180쪽. 1만 1800원.우리는 모두 메이커다(데일 도허티·아리안 콘래드 지음, 이현경 옮김, 인사이트 펴냄) 만들고 싶은 물건을 다양한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제작하고 온라인으로 제작 소스를 공유하는 ‘메이커 운동’의 창시자 데일 도허티가 쓴 책. ‘메이킹’을 통해 개개인이 어떻게 수동적인 소비문화에서 벗어나 삶의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는지 설명한다. 415쪽. 1만 6800원.어느 세계시민의 자발적 이란 표류기(김욱진 지음, 슬로래빗 펴냄) 코트라(KOTRA) 테헤란 무역관에서 5년을 근무했던 저자가 쓴 이란 이야기. 이란 로하니 대통령 취임 때부터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핵 협상 탈퇴까지, 고립된 나라에서 보낸 1800일을 그렸다. 240쪽. 1만 4000원.
  • [열린세상] 김정은과 ‘대중독재’/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열린세상] 김정은과 ‘대중독재’/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대중독재’는 한국에서 탄생한 개념이다. 임지현(서강대) 교수가 2003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장일 때 동료 학자들과 20세기 근대 독재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용어를 만들고 특징을 규정했다.근대독재는 군주독재나 전체주의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권력자가 폭력과 강제로 민중을 억압하고 지배했다는 흑백논리가 아닌 ‘폭력과 강제는 물의 표면에서 작동하는 현상일 뿐 대중의 동의와 자발적 동원 체제를 만들어 내는 다양하고 정교한 장치들이 물밑에 숨어서 작동한다’고 했다. 대중독재는 나치즘, 파시즘, 스탈린주의, 스페인의 프랑코이즘은 물론 중국의 문화혁명까지 두루 다루고 있지만, 주목적은 박정희 체제의 비판에 있었다. 조희연(현 서울시교육감) 교수가 펴낸 ‘동원된 근대화’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적어도 유신 이전까지 박정희 체제의 장기 집권과 그에 대한 폭넓은 대중의 지지와 참여, 근대화와 산업화의 성공을 비판하려면. 박근혜 정부의 몰락으로 지금은 거의 사라져 가고 있지만, 한국 사회에 긍정적 집단기억으로 남아 있는 그의 ‘신화’를 전체주의에 넣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들이 말한 대중독재는 아래로부터의 독재다. 대의민주주의나 의회민주주의가 아닌 대중의 직접 민주주의를 표방한다. 권력의 강압이나 임의적 선택이 아닌 대중의 강제다. 이 때문에 대중의 자발적 지지와 동원의 모습을 띠며, 동의의 정치를 추구하며, 근대화와 산업화의 성공을 통한 대중의 소원과 희망을 반영할 때 더 호소력을 지닌다는 것이다. 실제로 박정희 정권은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추진했고, 대중은 ‘조국 근대화의 기수’란 호칭으로 산업 전사로 동원해 국가경제의 고도성장과 노동자들의 소득 향상을 달성했다. 그 과정에서 노동착취까지 사회적 양보가 받아들여졌다. 도시 노동자들만이 아니었다. 상대적으로 산업화에서 소외됐던 농민들도 ‘잘살아 보자’며 새마을운동에 참여했다. 대중독재에서 이 모두는 자발적 동원이 아닌 강제동원이다. 이를 위해 박정희는 우상화한 개인숭배보다는 대중과 일상을 같이하고, 심지어 인생에 대한 대중의 태도까지 공유했다는 것이다. 대중독재는 무엇보다 유기적 공동체로서 ‘민족’을 강조하며 민족공동체란 소속감이 유지되는 한 체제에 대한 동의도 흔들리지 않는다고 했다. 우리나라처럼 단일 민족국가에서 민족은 국민이고 대중이다. 이 때문에 대중 참여는 곧 국민주권이자 민족주권의 행사이며, 대중의 지지와 자발적 동원이 때론 초법적 권력이 돼 불법을 합법으로 바꾸어 놓기까지 한다는 것이다. 지금에 와서 이 같은 정의와 해석이 타당한가, 아닌가를 따지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수많은 독재자를 포함시켰지만, 다분히 박정희 체제의 비판을 겨냥한 대중독재의 그림자가 30년이 지난 지금 북한의 김정은에게 어른거리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북한 인민(대중)은 물론 우리까지 놀라게 만드는 최근 그의 모습은 과거 전체주의에서의 김일성이나 김정일과는 분명 다르다. 북한 주민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에서 북한 주민의 삶에 대한 관심, 남북 정상회담에서의 유연한 행동과 솔직한 표현, ‘민족공동체’를 강조하는 발언까지 모두 ‘대중독재’가 말하는 것들이다. 계산된 전략이든 아니든 그와 북한의 이미지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다.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그에 대한 신뢰도가 77.5%까지 치솟았고, 보수층에서조차 72.9%를 기록한 것(MBC 4월 29일 조사)이 말해 준다. 나아가 그의 변신은 북한에서의 그의 권력을 더욱 강화, 안정시켜 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남북 평화와 통일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도 알 수 없다. 한국의 진보사학자들이 규정한 대중독재는 과거 20세기 파시즘이나 박정희 개발독재에만 있는 것도 아니다. 북한의 김정은에게만 그 그림자가 어른거린다고 말할 수 없다. 의회제를 부정하면서 대중 참여민주주의의 환상을 심어 주고, 대중의 열광과 갈채로 초법적 권력을 행사하는 정치는 사회주의든 민주주의든, 보수든 진보든 대중독재다.
  • [시론] 손흥민의 병역 문제로 보는 헌법 정신/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

    [시론] 손흥민의 병역 문제로 보는 헌법 정신/박지훈 변호사(법무법인 태웅)

    조선의 백성들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었던 것은 바로 군역의 부담이었다.양반과 노비를 제외하고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남자는 누구도 병역의 의무를 피할 수 없었다. 일견 공평하고 괜찮은 제도인 것 같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징집을 해대고 전쟁터로 끌고 가니 도무지 농사를 지어야 할 장정이 남아나지 않았다. 결국 세수를 확보하는 데 비상이 걸린 조선 조정은 임진왜란을 거치며 일종의 ‘직업 군인’ 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과거에는 전쟁이 나면 직접 칼과 창을 들고 전쟁터로 끌려가야 했던 16세 이상 60세 이하의 남자들은 군대의 경비로 쓰일 군포(軍布) 2필을 나라에 바치는 것으로 군역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됐다. 고을별로 할당된 군포를 징수해 중앙정부에 납부하고 또 이 기회에 자신들도 한몫 챙겨 둬야 했던 지방 관리들은 이미 죽은 사람까지 군적에 올리고, 심지어 태어난 지 100일도 채 안 되는 아기까지 군적에 올려 군포를 징수했다. 바로 그 유명한 ‘백골징포’(白骨徵布)와 ‘황구첨정’(黃口簽丁)이다. 여기에서 그친 것이 아니다. 군포를 마련하지 못해 야반도주라도 하면 그 이웃이나 친척이 도망간 사람이 내야 할 몫까지 떠안아야 했다. 토지에 부과된 조세는 일단 농사를 지으면 설사 흉년이 들어 쭉정이만 남더라도 최소한 그거라도 나라에 바칠 수나 있었다. 그런데 군포는 이와 달랐다. 일년 내내 고생해 농사를 지어 봤자 그 태반을 ‘대동미’(大同米)다, ‘환곡미’(還穀米)다 해서 나라에 뜯긴 농민들에게 군포 2필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몸으로 때울 수도 없는 일이었다(그럼 소는 누가 키우나). 결국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게 된 농민들은 스스로 노비가 되는 길을 택하거나 가혹한 수탈이 없는 곳을 찾아 국경을 넘었다. 허울뿐인 양민으로 사느니 차라리 노비가 되거나 조국을 등지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외적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이유는 그 안에 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 주기 위함이다. 그렇기에 병역의 의무는 “신성하다”고 한다. 그런데 만일 그 병역의무가 ‘다수의 행복’을 위한다는 명분 아래 누군가의 꿈을 꺾어 버리고, 또 누군가의 삶을 허물어뜨리는 것이라면 이것은 더이상 신성할 수 없다. 그 누구도 타인의 희생 위에서 행복할 권리는 없기 때문이다. 일본 속담에 “좋은 쇠는 부수어 못을 만들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법령이 정하는 국제대회에서 입상한 예술·체육 분야의 특기자는 병역법에 따라 예술ㆍ체육 요원으로 편입함으로써 병역의무를 대체하도록 하고 있다. 이른바 병역특례 제도다. 병역법 시행령은 운동선수가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을 획득하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할 때에 한해 병역특례를 제공한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음악인은 입상하면 병역특례를 받을 수 있는 국제·국내 대회가 무려 29개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바이올린 부문에서는 16개, 피아노 부문에서는 15개 대회에서 입상하면 병역특례가 주어지도록 규정돼 있다. 무용(12개 대회)이나 국악 분야의 예술(7개 대회) 분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미술(서예, 공예, 한국화 등) 분야에서는 병역특례를 적용받을 수 있는 대회가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미술대전’ 한 군데에 불과하지만, 이 대회는 개최 주기가 1년이다. 필자는 손흥민 선수가 총칼을 들고 지키는 나라에 살고 싶지는 않다. 길어야 5년 정도 전성기를 누릴 수 있는 프로축구 선수에게 ‘신성한’ 병역의무의 이행을 위해 2년간 공을 차지 말라는 것은 전체를 위해 개인의 희생을 당연시하는 국가주의적·전체주의적 발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 지금 우리가 호흡하고 있는 이 자유로운 공기가 전 세계 그라운드를 누벼야 할 손흥민의 소중한 꿈을 꺾어 버리고, 그가 지금까지 쌓아 온 커리어를 한 번에 허물어뜨려야 유지될 수 있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 헌법이 ‘직업 선택의 자유’를 엄연히 보장하고 있고, 프로 스포츠가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명백하다. 20대의 운동선수에게 그라운드가 아닌 연병장을 뛰도록 강요하는 것이 과연 헌법 정신에 합치되는 것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33년 집권 훈센, 독재 선거로 5년 연장

    1야당·언론사 강제 해산시켜 장기집권 의석 100% 장악… 美 “민주주의 후퇴” 비난캄보디아를 33년 동안 통치해 온 훈센(66) 총리의 캄보디아인민당(CPP)이 ‘엉터리 선거’라는 비난 속에 치러진 29일(현지시간) 총선에서 모든 의석을 싹쓸이했다. CPP는 30일 “전체의석 125석을 모두 차지한 것으로 선거관리위원회의 잠정 득표율 집계 결과 확인됐다”면서 승리를 선언했다. 이로써 현역 지도자로는 최장수 집권 기록을 세운 훈센은 2023년까지 최소한 5년 더 권좌를 유지하게 됐다. 이번 선거는 훈센 총리의 독재가 강화되는 속에서 치러졌다. 훈센 정부는 제1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지난해 11월 해체하고, 캄보디아 데일리와 프놈펜 포스트 등 비판적 성향의 언론사에 대해서는 ‘세금 폭탄’ 등을 통해 폐·정간시키며 재갈을 물렸다. CNRP는 지난해 6월 지방선거에서 44%의 득표율을 얻으며 장기집권에 지친 민심들을 흡수하며 맹렬하게 훈센의 독주를 견제해 나갈 기세였다. 이런 상황에서 훈센 정부와 사법부는 CNRP가 “외부 세력과 결탁해 정부 전복을 시도했다”면서 당 대표를 구속하고, 당을 해산했으며, 소속 의원들의 정치 참여도 금지시켰다. 이 때문에 겉으로는 민주적으로 치러진 선거였지만, 야당과 비판세력들의 손발을 묶어놓은 비민주적인 엉터리 선거라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강력한 야당의 부재 속에서 투표 강요행위나 금권 선거를 통한 매표(買票) 행위를 의심하는 지적들도 이어졌다. 이런 가운데 “의석 100% 장악”이란 전체주의 국가에서나 봄 직한 선거 결과가 윤곽을 드러내자, 국제사회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훈센의 야당 및 인권탄압을 문제 삼아 주요 정부 인사에 대한 비자 제한 조처를 취했던 미국은 이번 총선을 ‘결함이 있는 선거’로 규정하고 비자 제한 조치 확대 등 대응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이번 선거는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는 데 실패했다”면서 “핵심 야당을 배제한 결함투성이 선거는 캄보디아 헌정 사상 최대의 민주주의 후퇴 사례”라고 비난했다. 한편 프랑스에 망명 중인 CNRP 지도자 삼랭시는 “결과가 정해진 엉터리 선거였다”며 캄보디아 국민에게 평화적인 저항을 촉구했고, 인도네시아에 머무는 무 소추아 CNRP 부대표도 자카르타에서 기자회견을 갖었다. 무 소추아 부대표는 “2018년 7월 29일 캄보디아의 민주주의는 죽었다”면서 “국제사회는 CPP와 선관위가 발표한 선거 결과를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단독][커버스토리] 평양의 청춘, 그들도 우리처럼

    [단독][커버스토리] 평양의 청춘, 그들도 우리처럼

    8년간 7회 방북… 7개 도시 등 방문 적대감·색안경 벗고 개인의 삶 담아“무섭고 자유가 없는 전체주의 국가의 이미지가 강한 북한에서도 개개인의 삶의 애환이 있고 희로애락의 감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적대감의 색안경이 씌워진 상태로는 볼 수 없는, 이웃국가로서의 북한을 제 카메라에 담아내고 싶었던 거죠.”일본 사진작가 하쓰자와 아리(45)는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일본인의 시선을 좀더 긍정적인 것 또는 객관적인 것으로 바꿔 볼 수 없을까, 그것이 북한 방문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2010년 이후 7차례 북한을 다녀온 그는 북한에서 촬영한 사진 수만 장 가운데 일부를 추려 얼마 전 사진집 ‘이웃, 그리고 38도선의 북(北)’을 펴냈다. 지난 28일 서울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하쓰자와는 “8년 전 첫 방문과 올 2월 마지막 방문을 비교했을 때 가장 큰 차이는 북한의 경제적 발전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북한에 들어간 건 언제였나. -2009년 도쿄의 조선총련을 통해 북한 관광을 신청했는데, 1년을 기다린 끝에야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평양외국어대 일본학과에 있는 학생들에게 일본어 서적을 전달하는 단체 사람들 틈에 끼어 갔는데, 일행 중에 사진작가인 나만 카메라 소지가 허용되지 않았다. →첫 느낌은 어땠나.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는데 “아, 이 사람들도 뿔은 안 달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웃음). 그 정도로 나 역시 북한에 대해 부정적인 얘기만을 듣고 살아왔던 것이다. 공항에서 일행들이 가져온 책을 검사받고 있는 동안 혼자 나와 담배를 빼물었다. 베이징에서 압수됐기 때문에 라이터가 없었다. 인민복을 입은 10여명의 남자들에게 다가가 불을 빌려 달라고 말을 건 뒤 담배를 같이 피웠다. 나에 대한 감시를 맡았던 북측 안내원이 그런 모습들을 보며 차츰 경계심을 풀어갔던 것 같다. →사진 촬영은 두 번째 방북 때부터였나. -그렇다. 2011년 6월 두 번째로 북한에 들어갔다. 1년 전 방북 때 밤에 안내원과 술을 마시며 신뢰를 쌓으려고 노력한 게 어느 정도 먹혀들어 카메라 촬영이 허용됐다고 생각한다.→일본인으로서 비교적 자유롭게 북한을 다닌 것 같다. -평양, 청진, 원산, 회령, 남포, 신의주, 함흥 등 주요 도시를 두루 돌았다. 작은 마을이나 농촌 등도 여러 곳 갔다. 안내원이 주민들에게 ‘이 사람은 우리들에 대한 일본 사람들의 이미지를 좋게 바꾸기 위해 왔다’고 나를 소개하면서 촬영에 도움을 줬다. 그러나 몰래 찍은 사진들도 상당수 있는데, 안내원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그냥 넘어가 주었다. “우리가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주면 그걸로 족하다”고 말하기도 했다.→2016년 다시 북한에 들어간 이유는. -2012년 네 번째 방북을 마치고 그해 12월 ‘이웃, 38도선의 북’이라는 제목으로 사진전을 열었다. 그러고서 한참이 흘렀는데, 북한 경제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좋아지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됐다. 2016년 12월 다시 북한을 갔다. →방북은 매번 순조로웠나. -봉변을 당한 적도 있었다. 당장 올 2월 방북 때 입국심사 과정에서 스마트폰을 압수당하고 1시간 동안 억류돼 있었다. 나의 스마트폰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관련된 사진이 있었는데 그걸 문제 삼았다. 솔직히 그때는 오토 웜비어(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처럼 되는 게 아닐까 싶을 만큼 두려웠다. →방북이 크게 2개 시기로 구분되는데. -2010~2012년(4차례 방북)과 2016~2018년(3차례)으로 나눌 수 있을 텐데, 2012년 떠나올 즈음 북한 사회는 사망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애도 분위기로 크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러나 4년 후 다시 갔을 때에는 한층 활기 넘치는 모습이었다. →어떤 변화를 느꼈나. -평양 거리의 자동차가 4년 전에 비해 얼추 3배 정도 많아 보였다. 특히 북한산 자동차와 택시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백화점에서도 과거 중국산 일색이던 의류 판매대에 북한산이 많이 보였다. 고려항공 기내 촬영이 허용된 것, 고급 음식점에 부유층이 택시를 타고 오는 것, 남자들의 복장이 과거보다 다채로워진 것 등이 과거와 달라진 점들이었다. →스마트폰은 어느 정도나 보급돼 있었나. -젊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갖고 있었다. 그들도 역시 다른 나라처럼 시간이 날 때마다 스마트폰 게임을 즐겼고 수시로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세그웨이(1인용 이동수단)를 타는 사람들도 보였다. 2010년 첫 방북 때에는 못 봤던 카페들도 생겨나 예쁜 여성들이 음료와 케이크를 팔았다. 일본에 없는 ‘낫토(콩을 발효시킨 일본 전통음식) 아이스크림’ 제품도 개발돼 팔리고 있었는데, 맛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왜 사진을 찍나.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하면서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형태의 차별 문제에 눈을 뜨게 됐다. 출발점은 여성에 대한 차별이었는데, 그것이 나중에 오키나와와 재일 한국인의 차별 등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북한을 다녀온 것 역시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이다. →오키나와 문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들었다. -미군의 일본 주둔에 따른 고통을 왜 오키나와 주민들만 뒤집어써야 하나. 오키나와는 원래 류큐 민족이 살던 곳이었는데, 본토인들이 정복한 뒤 원주민들을 태평양전쟁의 참화로 몰아넣었다. 그러더니 전쟁이 끝나자 주일미군을 집중적으로 이곳에 주둔시키면서 일본 전체 안전보장의 부담을 일방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이젠 그 부담을 본토로 가져올 필요가 있다.(그는 2013년 말부터 1년 3개월 동안 오키나와에 살면서 현지를 촬영했고, 현재 ‘오키나와 미군 기지를 본토로 가져오는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일본 정부도, 국민도 어떻게 북한과 마주해야 할지를 생각하지 않고 있다. 북한을 가상의 적국으로 놓고 때로는 무서운 나라로, 때로는 우스운 나라로 만들며 정치에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일본의 학생들 중 태반은 100여년 전 한·일 병합에 대해 전혀 모를 만큼 과거사에 대해 무지하다. 학교에서 안 가르쳤든, 학생들이 열심히 안 배웠든 엄연한 현실이다. 일본은 한반도를 식민지로 삼았던 역사와 그에 따른 남북 분단의 책임에는 눈을 가리고 있으면서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반도 통일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일본은 모든 책임을 다해야 한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하쓰자와 아리는 누구 1973년 프랑스 파리 출생. 일본 조치대 사회학과 졸업. 2002년 전쟁 중인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를 촬영하고 2013년 오키나와의 슬픔을 담은 작품집을 내는 등 반전(反戰), 소외 등을 주로 다루는 사회참여형 사진작가. 사진집 ‘바그다드 2003’, ‘이웃. 38도선의 북’, ‘오키나와를 말하세요’, ‘이웃, 그리고 38도선의 북’ 등을 펴냈다.
  • 데뷔 10주년 샤이니… 오늘도 꿈꾸는 ‘케이팝의 꿈’

    데뷔 10주년 샤이니… 오늘도 꿈꾸는 ‘케이팝의 꿈’

    샤이니(온유, 키, 민호, 태민, 고(故) 종현)의 지난 10년은 자신들의 이름을 꼭 닮았다. ‘빛을 받는 사람들’이라는 뜻의 ‘SHINee’는 스스로도 완벽에 가까울 만큼 늘 새롭게 빛났다. 지난 25일 공개한 신곡 ‘네가 남겨둔 말’에서 그들은 ‘우린 늘 여전해. 오늘도 꿈을 꾸는 소년들 같네’라고 노래하고 있다. 한 톨의 거짓이나 과장 없는 고백이라는 것을 샤이니와 그들의 음악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터다.전 세계적인 케이팝 한류 인기 덕에 아이돌그룹의 수명도 갈수록 길어지는 추세다. 그러나 멤버 변화나 활동 중단, 장기간의 공백, 인기의 심한 부침 없이 꾸준한 활동을 하면서 10주년을 맞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샤이니의 10년이 더 특별한 이유 중 하나다. 샤이니는 2008년 5월 25일 ‘누난 너무 예뻐’를 외치며 데뷔했다. 아이돌 팬층은 여전히 10대가 중심이라고 생각하던 당시에 ‘누나팬’을 정조준했다. 그들의 신선한 음악이 만든 ‘청량한 노래=샤이니 사운드’라는 인식은 지금도 유효하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샤이니를 춤과 노래만 보여 주는 댄스그룹이 아니라 트렌드를 창조하고 이끌어 가는 ‘컨템퍼러리 밴드’라고 소개했다. 디자이너 하상백에게 샤이니의 스타일링을 맡겨 ‘샤이니표’ 패션을 선보인 것도 이런 시도의 일환이었다. ‘줄리엣’(2009년)으로 청량한 색깔을 확고히 한 샤이니는 이후 아이돌 시장에서 보기 힘든 실험을 시작했다. 건조한 멜로디가 반복되는 ‘링딩동’(2009년)과 ‘루시퍼’(2010년)는 샤이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파격이었다. ‘평론가의 아이돌’이라는 별명을 얻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부터다. 두 곡을 하나로 합친 독특한 구조의 ‘셜록’(2012)에서는 다섯 멤버가 하나의 유기체가 된 듯한 독창적인 안무를 선보였다. 이런 분위기를 극대화하는 콘셉트와 무대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멤버들의 실력은 대중과 평단의 찬사를 끌어냈다. 미묘(본명 문용민) 아이돌로지 편집장은 “샤이니는 패션으로 치면 오트쿠튀르(고급 맞춤복)처럼 모두가 따라갈 수는 없고 과격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트렌드를 앞서 제시하는 역할을 해 왔다”고 평가했다. 2013년 샤이니는 보다 완벽해졌다. 두 장의 ‘더 미스컨셉션’ 시리즈 앨범과 미니앨범 ‘에브리바디’를 연달아 내놓으며 ‘샤이니’를 완성했다. 전체주의 사회의 기계인형에서 착안한 ‘에브리바디’의 퍼포먼스는 3~4분 동안 인간의 체력적 한계를 쏟아내 완성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보이그룹 5년차면 흔히 침체기가 오는 시기인데 샤이니는 1등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자신들만의 음악을 보여 주겠다는 방향성을 확실히 하면서 이를 극복했다”며 “이 시기 샤이니의 방향성 전환이 10년간 변함없이 활동할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설명했다. ‘뷰’(2015)와 ‘원 오브 원’(2016) 역시 샤이니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한발 앞선 음악을 제시한 결과물이었다. 지난해 말 멤버 종현의 죽음은 ‘샤이니월드’(샤이니의 팬덤명)뿐 아니라 케이팝에 관심 있는 누구에게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우기 힘든 슬픔과 상실감은 ‘샤이니답게’ 음악으로 보듬으며 작업을 이어 갔다. 지난달 28일부터 2주 간격으로 발표한 정규 6집 ‘더 스토리 오브 라이트’(The Story of Light)의 에피소드 1, 2, 3은 종현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동시에 팬들에게 건네는 위로이자 약속이다. 지난 11일 두 번째 에피소드를 발표하는 음감회에서 샤이니는 10주년을 맞은 감회를 털어놨다. 막내 태민은 “멤버들끼리는 말하지 않아도 누구보다 잘 아는 관계가 됐다”며 “우리의 끈끈한 유대감을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이 소설의 페이지 마지막까지 함께 채울래’라고 적은 ‘네가 남겨둔 말’의 가사처럼 샤이니의 다섯 멤버가 만들어갈 또 다른 10년은 이제 시작이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문화마당]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문화마당]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송한샘 국제예술대 교수

    “당신의 소녀에게 투표하세요.”지난주 시작한 걸 그룹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48’이 전국동시지방선거에 맞춰 깜찍하게(?)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첫 방송과 동시에 포털 사이트들의 실시간 검색 순위는 ‘프로듀스48’ 관련어로 도배되었으며, 언론도 기사를 쏟아냈다. ‘프로듀스48’은 국민적 인기를 모았던 걸 그룹 아이오아이와 국내외 최정상급 인기 그룹으로 활동 중인 워너원을 배출한 ‘프로듀스101’의 후신이다. 이번에는 연습생뿐 아니라 데뷔 경험자도 참가하고, 우리보다 큰 규모와 오랜 역사의 음반 산업을 일궈 온 일본에서 최고 걸 그룹으로 꼽히는 AKB48이 참여하면서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인정받고 있다. 예고편도 화제였다. 총 96명의 소녀들이 ‘프로듀스…’ 시리즈의 시그니처가 된 피라미드 모양 무대에서 테마곡 ‘픽미’(pick me)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부르면 그들을 태운 두 개의 삼각형이 합쳐져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됐다. 비판의 소리도 있었다. 똑같은 디자인의 교복 스타일 의상은 롤리타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아마 자유복의 경우 예상되는 미적 통일성이나 스타일리스트 동반 시의 형평성 문제, 한ㆍ일 양국의 상이한 패션 트렌드 등 다방면에 대한 고려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은 굳이 “교복보다는 제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제복’이라. 조지 오웰은 소설 ‘1984’에서 감시와 통제, 규율권력의 내면화와 자기검열이라는 전체주의의 폐해를 경고했다. 그가 만든 신조어와 상징은 지금도 여전히 관용어처럼 사용되곤 한다. 소설 속 정부는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의 건물에 위치하고, 비밀 장소인 ‘101호’에서는 규정 위반자를 격리해 교정한다. 오늘날 ‘101호’는 ‘나쁜 일이 자행되는 장소’에 대한 은유로 사용되며 우리 옛 군사정권에서도 고문실을 일컫는 은어로 쓰인 바 있다. 보이지 않는 지배자 ‘빅브러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며 체제가 규정하는 언어와 사고, 감정과 행동만을 허락한다. 결국 시민들은 텔레스크린이 없는 곳에서도 자기 검열 기제를 작동하고 정부가 원하는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 ‘프로듀스…’가 101이라는 숫자를 내걸었던 것, IOI가 101의 형상을, 워너원이 101의 영어 발음을 따서 그룹명을 지었던 것은 오웰과 무관할 것이다. 하지만 화면을 가득 채운 피라미드 구조의 참가자석과 꼭대기 1위석은 분명 권력과 위계질서가 반영된 디자인물이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경쟁자나 악플러의 표적이 될까 두려워 1위석에 한 번쯤 앉아 보고 싶다는 속내를 감추고 말았다. 시즌 내내 소녀들은 숙소와 연습실 등 곳곳의 카메라를 의식한 채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말, 보고 싶은 행동, 느끼고 싶은 감정만 걸러내려고 발버둥칠 것이다. 이미 데뷔했음에도 한국 연습생의 기량에 한참 모자란 AKB48에게 “대체 무엇으로 데뷔할 수 있었냐”고 물은 심사위원과 “일본에서는 (‘칼군무’보다) 관객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자질과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답한 한 참가자의 대화에는 분명 시사점이 있다. 물론 오디션 프로는 늘 순위를 필요로 하며, 순위는 규율이 내면화된 집단을 전제로 한다. 전체주의 시스템은 더 효율적이고 결과는 보다 즉각적일지 모른다. 하지만 다양성과 확장성, 자생성과 지속성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예고편 말미에 소녀들은 한결같이 윙크를 날린다. 전 시즌의 학습효과를 체감한 제작진의 의도이겠지만, 그 결과가 그저 대량생산된 몰개성의 눈 깜빡임으로 보일 여지는 없을지 이제부터라도 숙고해 볼 일이다.
  • 中 ZTE, 美에 10억 달러 벌금 내고 제재 해제 합의

    中, 700억 달러 쇼핑리스트 제시 ‘대만, 중국 표기’ 놓고 갈등 심화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 의제 가운데 하나였던 중국 통신장비 업체 ZTE가 거액의 벌금을 내고 경영진을 교체하는 합의안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은 6일 ZTE가 미국 상무부의 제재 해제 조건으로 벌금 10억 달러(약 1조 710억원)를 내고, 앞으로 발생할 위반에 대비한 보증금 성격으로 4억 달러(약 4284억원)를 추가로 내는 것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ZTE는 지난 4월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가 금지되면서 기업의 존망이 위태로운 상태에 몰렸다. 미국산 반도체를 구매하는 길이 막히면서 문 닫을 위기에 처했던 ZTE 회생합의안에는 미국산 부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검증하기 위한 무제한 현장 방문과 인터넷에 미국 부품 사용 현황을 게시하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3차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700억 달러(약 74조 9700억원) 규모의 쇼핑리스트를 제시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밝혔다. 중국은 미국산 대두, 옥수수, 천연가스, 원유, 석탄 등을 구매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구체적인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중국 협상대표인 류허(劉鶴) 부총리는 “미국이 500억 달러(약 53조 55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 부과를 강행하면 미국산 제품 구매 제안은 없던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WSJ는 전했다. 한편 미·중 갈등의 또 다른 주요 문제인 ‘하나의 중국’을 놓고 양국의 대립이 격화될 조짐이다. 미국 정부는 대만을 독립국으로 인식할 수 있는 표기를 수정하라는 중국의 요구와 관련, 미국 항공사들에게 무시하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관리들이 유나이티드항공,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에 대해 대만을 중국 영토의 일부로 표기하라는 중국 민항총국의 요구를 따르지 말라고 이들 항공사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백악관은 중국의 요구가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난한 바 있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거부하는 미국 항공사에 대해 중국 내 공항 착륙을 금지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중국은 또, 지난달 미국이 핵협정 탈퇴를 선언한 이란에 대한 지지를 하산 로하니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통해 과시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이후 첫 외국 방문으로 8일 칭다오에서 개막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호주항공사도 중국에 굴복... ‘대만표기’요청 결국 수락

    호주항공사도 중국에 굴복... ‘대만표기’요청 결국 수락

    대만을 중국 자치주로 표기하라는 중국 당국의 압박에 따르지 않던 호주 항공사가 결국 중국의 요구를 수용했다. 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전날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례 회의에서 호주 콴타스항공 앨런 조이스 대표는 “우리는 (중국의) 요구사항을 따를 방침”이라고 밝혔다. 중국 민항총국(CAAC)은 지난 4월 36개 외국 주요 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대만과 홍콩, 마카오가 중국과 별개 국가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는 홈페이지 및 홍보 자료상의 표현들을 한 달 내에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부분의 항공사가 중국 당국의 요구를 수용했으나,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 델타항공 등 미국 항공사들과 호주 국적항공사인 콴타스는 지난달 말까지 중국의 요구에 따르지 않았다. 전날 콴타스항공이 대만 표기 수정 요구를 수용함에 따라, 이제 미국 항공사들만이 중국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 항공사로 남아 있다. 다만 콴타스항공 측은 IT 기술상 문제로 대만 표기 수정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당국도 이를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IATA 연례 회의에서 더글러스 파커 아메리칸항공 최고경영자(CEO)는 대만 표기 수정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우리는 중국 정부가 아닌 미국 정부의 방침을 따를 뿐”이라고 답했다. 지난달 미국 백악관은 중국 항공당국의 요구에 대한 성명을 내고 “이는 ‘전체주의적 난센스’(Orwellian nonsense)이며, ‘정치적 교정’(political correctness)을 강요하려는 기도에 단호히 맞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은 중국에 진출한 44개 외국 항공사가 모두 대만 표기 방식을 중국 자치령으로 수정하기로 했다고 밝혀, 미국도 중국의 요구를 암묵적으로 수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콴타스항공의 대만 표기 논란은 호주와 중국 두 나라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줄리 비숍 호주 외무장관은 이날 이메일 성명에서 “민간 기업은 정부의 정치적 압력을 받지 않고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며 “콴타스 항공의 웹사이트 표기는 기업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고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이에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홍콩, 대만, 마카오는 언제나 중국의 일부였으며 이는 객관적 사실이자 국제적 합의”라며 “이러한 문제는 기술적 문제가 아닌, 중요한 정치적 이슈”라고 반박했다. 중국과 호주의 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 상태에 놓여 있다. 호주는 지난해 말 중국의 영향력 차단을 위한 목적으로 시민단체에 대한 외국인 기부행위를 금지하고, 외국을 위해 활동하는 로비스트의 등록을 의무화했다. 이어 올해 초에는 중국 등을 겨냥해 외국인의 부동산 투자 규제를 강화하는 조처를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트럼프, 12일 북미대화 외 큰 숙제 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대화 외에 ‘하나의 중국’이란 또 다른 커다란 외교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미국은 대만에 대사관은 없지만 미국·대만 협회(ATI)가 사실상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ATI의 새 건물이 12일 개관식을 연다. 아직 백악관에서 누가 개관 행사에 참석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건물 경비를 미국 해병대 병력이 맡기로 해 중국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2009년 착공해 공사 지연을 거쳐 타이베이 외곽의 네이후(內湖)에 완공된 ATI는 다른 미국 대사관의 안전 기준에 맞춰 건립되면서 39년 만에 미군이 대만에 재주둔하게 됐다. 미 백악관은 대만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ATI 신축 건물 준공 행사를 처리하는 방안을 최근 몇 달 동안 고민해왔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에 장관급과 같은 고위직을 개관 행사에 파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주가 채 남지 않은 개관행사의 미국 측 참석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말까지 백악관은 톰 프라이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참석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미국안보센터의 아비가일 그레이스는 “빌딩 개관 행사일 뿐이지만 중국이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16년 12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시 주석의 분노를 샀다. 당시 미국과 대만의 전화통화는 밥 돌 공화당 전직 대선 후보를 포함한 대만의 강력한 로비 결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 다시 통화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미대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하면서 일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고 천명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미국이 도전한다면 언제든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공무원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은 통과시키면서 항공사들의 대만 표기 수정을 요구한 중국에 대해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판하는 등 ‘하나의 중국’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매우 유화적이다. 심지어 2016년 “새로운 미국 대통령은 대만을 중국의 남중국해 야심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이 참석한 만큼 ATI 개관식에 비중있는 미국 인사가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트럼프, 12일 북미대화 외 큰 숙제 또 있다

    트럼프, 12일 북미대화 외 큰 숙제 또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2일 북미대화 외에 ‘하나의 중국’이란 또 다른 커다란 외교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31일 보도했다.  미국은 대만에 대사관은 없지만 미국·대만 협회(ATI)가 사실상 비슷한 역할을 하는데 ATI의 새 건물이 12일 개관식을 연다. 아직 백악관에서 누가 개관 행사에 참석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건물 경비를 미국 해병대 병력이 맡기로 해 중국이 크게 반발한 바 있다. 2009년 착공해 공사 지연을 거쳐 타이베이 외곽의 네이후(內湖)에 완공된 ATI는 다른 미국 대사관의 안전 기준에 맞춰 건립되면서 39년 만에 미군이 대만에 재주둔하게 됐다. 미 백악관은 대만에 적대적인 정책을 펴온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ATI 신축 건물 준공 행사를 처리하는 방안을 최근 몇 달 동안 고민해왔다. 중국은 지속적으로 미국에 장관급과 같은 고위직을 개관 행사에 파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2주가 채 남지 않은 개관행사의 미국 측 참석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지난해 말까지 백악관은 톰 프라이스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참석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미국안보센터의 아비가일 그레이스는 “빌딩 개관 행사일 뿐이지만 중국이 미국과 대만의 관계를 상징하는 것처럼 포장하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매우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2016년 12월 대만의 차이잉원 총통과 전화통화를 해 시 주석의 분노를 샀다. 당시 미국과 대만의 전화통화는 밥 돌 공화당 전직 대선 후보를 포함한 대만의 강력한 로비 결과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시 주석과 인간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 다시 통화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북미대화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배후론’을 거론하면서 일단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대만은 중국 영토의 일부분이라고 천명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미국이 도전한다면 언제든 중국은 북한을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게다가 트럼프 행정부는 고위공무원 교류를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은 통과시키면서 항공사들의 대만 표기 수정을 요구한 중국에 대해 ‘전체주의적 난센스’라고 비판하는 등 ‘하나의 중국’에 대해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존 볼턴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은 중국과 북한에 대해서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매우 유화적이다. 심지어 2016년 “새로운 미국 대통령은 대만을 중국의 남중국해 야심을 제한하는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이스라엘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참석한 이방카 트럼프 보좌관 수준의 비중있는 미국 인사가 ATI 개관식에 가지는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옳은 결정” vs “준비 부족”… 美의회 ‘트럼프 책임론’ 공방

    “옳은 결정” vs “준비 부족”… 美의회 ‘트럼프 책임론’ 공방

    공화당 “김정은 속임수 꿰뚫어 본 것 金, 또 다른 두 번째 생각 있었을 듯” 민주당 “예견된 일” 즉흥적 외교 비난 펠로시 원내대표 “김정은이 큰 승리자” “북핵 외교적 노력 지속”엔 한목소리 미국 워싱턴 정가와 언론들은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격적인 북·미 정상회담 취소 선언으로 종일 술렁였다. CNN과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의회는 ‘북핵 해결에 외교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지만, 정상회담 결렬의 책임론에서 공화당과 민주당의 의견이 엇갈렸다.공화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을 ‘100% 옳은 결정’이라고 환영의 목소리를 냈지만, 민주당은 ‘준비 부족으로 예견된 일’이라며 즉흥적인 트럼프 스타일의 외교 방식을 비난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이날 성명에서 “북한 정권은 (그들의) 약속에 의문을 품게 할 방대한 이유를 오래도록 제공했다”면서 “동맹국들과 함께 평화적 해결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밥 코커 상원 외교위원장도 “내가 이해하기에는 그렇게 짧은 시간에 그들(북한)과 의사소통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라면서 “아마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는 또 다른 두 번째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며 정상회담 취소 원인을 북한에 돌렸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김정은의 속임수를 꿰뚫어 본 것”이라며 정상회담 취소를 환영했다. 마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도 이날 트위터에 “회담 철수가 100% 옳은 결정”이라면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주간 고의적으로 협상 진척을 막았고, 우리 책임으로 돌리려 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많은 사람이 지속 가능한 것을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할 그 정상회담을 우려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의 빌 넬슨 상원의원은 “회담 취소는 전체주의적 독재자 김 위원장을 다루는 데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준비 부족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낸시 펠로시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이 큰 승리자”라면서 “여기 경찰국가를 운영하고 자기 가족을 살해한 폭력배가 있는데, 미국 대통령에 의해 합법화됐고 이런 편지까지 받았다”고 비판했다. NYT는 “(정상회담 취소 결정으로) 중국의 역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것이며 ‘재팬 패싱(소외)’을 우려한 일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을지 모른다”고 전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한반도의 긴장 고조를 우려했다. 리사 콜린스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북한이 극단적인 방식으로 반응한다면 우리는 6개월 전에 본 긴장 고조의 악순환을 다시 목격할 것”이라고 염려했다. 또 비핀 나랑 핵전략 전문가는 “원점으로 돌아간 것보다 잠재적으로 더 나쁜 결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 “볼턴 보좌관 같은 매파들이 이런 (대화) 절차의 실패를 군사옵션 검토의 정당화 구실로 이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