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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희귀병 아들 구타·학대 ‘비정한 아버지’ 구속

    서울지검 동부지청 형사2부(부장검사 한명관)는 28일 6살 난 아들을 상습 구타해 희귀병에 걸리게 하고 이를 방치해 결국 숨지게 한 강모(39·울산 남구 무거동)씨를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조사 결과 1998년 이혼한 강씨는 지난해 5월 전처가 돌려 보낸 둘째아들이 같은 달 31일 동거녀와 술 마시는 것을 욕했다는 이유로 방문을 걸어잠그고 10여분간 온몸을 주먹으로 때리는 등 상습적으로 강군을 폭행했다. 강씨는 둘째 아들이 상습 구타의 후유증으로 지난해 6월 ‘요도역류’라는 희귀병 증세를 보였지만,돈이 없다는 이유로 치료도 하지 않고 강군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유지혜기자 wisepen@
  • ‘재벌 은행소유 허용’ 찬반 팽팽

    “전과자 취급만 하지 말고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필요하면 보호감호도 받겠다.” “그랬다가 재범(再犯)이 발생하면 그 땐 누가 책임지나.두번 속을 수는 없다.”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독식이 심화되면서 재벌의 은행 소유 허용 논란이 다시 끓고 있다.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외국자본에 맞설 만한 재력과 능력을 갖춘 토종자본은 재벌밖에 없다는 현실론과 재벌에 은행 빗장을 열었다가는 또다시 사(私)금고로 전락할 것이라는 불가론이 팽팽하게 대립한다.정부는 LG카드의 실패사례 등을 들어 재벌의 은행 소유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은행에도 주인이 필요 ‘주인론’의 근거는 주인이 있어야 책임경영이 가능해지고,국제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논리이다.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기관 지분율이 30%를 넘어서면서 정부 정책의 건전한 동반자 확보도 시급하다는 주장이다.삼성경제연구소 김경원 상무는 “위기의식을 느낀 정부가 뒤늦게 PEF(사모 투자펀드) 등 토종자본을 육성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실적으로 의결권 제한이 따르는 상황에서 누가 투자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최근 일본 소니나 영국 테스코가 은행업에 진출하는 등 국제적 추세도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허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신상익 상무는 “대출 등 각종 금융정보가 은행연합회로 집중되기 때문에 과거처럼 은행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할 위험은 크지 않다.”며 “정 못믿겠으면 금융규제 및 감독을 더 강화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재벌은 실패했다. 재벌들은 지금이야 돈이 남아돌아 ‘반짝 주인경영’을 펼칠지 모르지만,사정이 다급해지면 예전처럼 각종 편법을 동원해 은행 돈을 주머닛돈처럼 꺼내 쓸 것이라고 시민단체들은 주장한다.재벌이 경영능력이나 인재의 우수성 면에서 외국자본에 맞설 현실적 대안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건설사업을 하던 최고경영자(CEO)를 하루아침에 금융산업에 투입하는 게 재벌”이라며 일축했다.대표적인 실패사례로 ‘이익치(전 현대증권 사장)의 바이코리아’와 ‘이헌출(전 LG카드 사장)의 길거리 카드모집’을 들었다.현대와 LG 등 다수의 산업재벌은 이미 금융산업에서 실패해 퇴출됐다는 것이다.한국은행 분석총괄팀 서영만 차장은 “외국자본의 국내 금융계 지배가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재벌에 문호를 여는 것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며 반대했다. ●정부 “시기상조” 금융감독위원회 김석동 감독정책1국장은 “다른 금융기관과 달리 은행은 망가졌을 때 사회적 치유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며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산업의 자기보호장치가 과거보다 튼실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안심할 단계가 못된다.”고 지적했다.국민정서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한때 정부는 재벌의 은행지분 소유한도를 4%에서 10%로 올리는 절충안을 추진하다 국민 반발에 부딪혀 포기했었다.재경부 신제윤 금융정책과장은 “연기금의 주식투자 한도를 늘려 은행 지분의 기관투자가 비중을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한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안미현기자 hyun@
  • [사설] 판교 신도시 교통대책 안보인다

    정부가 지난 26일 내놓은 판교 신도시 개발 청사진을 보면 1990년대 초반의 분당 등 수도권 신도시의 재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자아내게 한다.10여년 전처럼 주택 건설만 있지 정작 선행돼야 할 교통대책은 뒷전에 밀려나 있기 때문이다.정부 당국자가 공언했던 ‘선 교통대책-후 개발’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다.더구나 판교 신도시 교통대책이라는 것도 지금까지 내놓았던 수도권 남부 교통대책을 재탕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로서는 판교 신도시 교통대책에만 5조원가량을 퍼붓는 만큼 과거에 비해 획기적인 투자라고 주장할 것이다.그러나 판교 신도시 입주민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장 중요한 교통수단이라고 할 수 있는 신분당선 전철은 입주 후 2년이 지난 2009년에야 개통된다.서울 강남과 직접 연결되는 경기도 용인시 영덕∼양재 고속도로도 당초 예정보다 1년 늦은 2007년 말에 개통된다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나머지 지선의 확장 계획은 최근 입주가 시작된 분당 등지의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수요를 감당하기에도 역부족이라고 할 수있다. 판교 신도시는 김포나 파주지역에 건설키로 한 신도시와는 다른 의미를 갖는다.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상 열풍을 몰고 온 강남 수요를 대체하겠다는 의도로 조성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사회간접시설과 기반시설도 이러한 정책 목표에 부합돼야 한다.주변 난개발을 방치했다가 교통 지옥으로 변해버린 탓에 입주민들이 다시 강남으로 회귀한 과거 신도시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평당 400만원을 웃도는 개발 이익을 사회간접시설 확충에 투자해야 한다.판교 신도시로도 ‘강남 불패’를 꺾지 못한다면 더 이상 대책이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 선거구획정안 문제점/‘3월31일 기준’ 게리맨더링 논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간 선거법 개정협상 신경전이 한창인 가운데 선거구획정 인구기준 시점과 8년동안 선거구를 조정하지 않기로 한 조항이 논란이 되고 있다. ●8년간 선거구,안 바꾼다? 현재 한나라당,민주당,자민련 등 야3당이 마련한 방안은 앞으로 선거구획정은 8년단위로 하도록 하고 있다. 선거구별 인구편차가 3대 1이내로 정해지면 표의 등가성 시비가 사라질 수 있고 종전처럼 선거 때마다 선거구를 획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여야간 당리당략적인 공방도 막을 수 있다는 게 한나라당측 설명이다. 그러나 현실을 무시한 방안이라는 비판도 있다.농촌에서 도시로의 인구이동이 가속화되는 마당에 농촌 지역구를 보호하려는 편법이라는 것이다.헌법재판소의 한 관계자는 “지나치게 길다는 느낌”이라면서 “구체적으로 사건화된다면 위헌결정까지 날 가능성이 있다.”고까지 지적했다. 분구대상 지역구가 나눠지지 않는 문제점도 있다.민주당 정개특위 위원인 전갑길 의원측은 “광주 광산의 경우,2000년에 인구가 25만명이 못됐으나 현재는 29만명 가까이 된다.”면서 “현재 택지개발이 진행 중인데 이런 식으로 가면 인구유입으로 2007년에는 분구대상 지역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산정 시점은 언제? 지역구획정 인구기준 산정 시점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입법부의 재량인 만큼 언제로 삼든 관계없다는 주장에서부터 주민등록상 가장 최근 통계치를 기준으로 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주장 등 두가지로 요약된다. 야 3당이 마련한 ‘올해 3월 31일 기준안’은 현행 선거법 취지에 어긋나지는 않는다.선거구 획정안을 선거일로부터 1년 전까지 마련한다는 선거법정신에 부합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은 이를 반대한다.이강래 의원은 “만약 4월15일 이전에 획정을 완료했다면 법정신에 맞으나 불행히도 선거구획정을 지금까지 못한 만큼 연말까지 선거법을 정리한다면 11월말 기준이 정답이고 내년 1월에 한다면 연말이 맞다.”고 주장했다.자민련 김학원 정개특위 위원도 “인구산정은 최근 통계치가 나온 시점으로 하는게 바람직하나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3월말을 주장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 박상천 의원의 전남 고흥과 한나라당 김찬우 의원의 경북 청송·영양·영덕 지역구는 3월말 기준으로는 모두 10만명이 넘어 독립 선거구가 된다.그러나 10월말 기준으로 하면 각각 9만 200여명과 9만 6000여명으로 통합대상이 돼 ‘게리맨더링’ 시비도 일고 있다. 박현갑기자 eagleduo@
  • “영사기 소리 못들으면 잠도 안와요”/영사기사협회 안치수 이사

    안치수(61)씨는 손바닥만한 영사실에서 청춘을 보냈다.미아리 미도극장,돈암동 동도극장,신설동 동보극장,을지로 국도극장·계림극장·명보극장,서대문 동양극장,종로 단성사·파고다극장·세기극장(지금의 서울극장)…. ●딴 작업 꿈꿔본 적 없으니 천직이죠 다른 삶에 대한 미련같은 건 한줌도 가져본 적이 없었다.그럴 겨를도 없었다.손에서 필름을 내려놓은 날이 하루라도 있었던가.43년을 한결같이 영사기사를 천직이라 믿어 의심치 않은 삶이다. 그의 요즘 일터는 태릉사격장 내 자동차극장이다.의정부 집에서 일찌거니 저녁상을 물리고 나와 새벽 1,2시까지 영화를 내리 튼다.“따로 정년이 없는 직장 아닙니까.” 이력이 날대로 나서 한쪽 눈을 감고도 척척 해낼 수 있는 일.쩌렁쩌렁한 입체음향이 아니라 FM주파수를 탄 스테레오 사운드를 듣고 있으면 오히려 기분이 좋아진다.디지털에 점령당하기 전 흑백영화 시절의 추억이 되살아나서다. “옛날 영사기사들이 진짜야,진짜.내가 한창이던 1960,70년 대엔 카본을 태워 그 빛을 필름에 투사시켜 스크린에쐈더랬어요.빛이 일정하게 나오도록 카본을 고르게 잘 태우는 일이 여간 까다롭지 않았어요.요즘 필름은 손이 베일 정도로 견고하지만 그땐 왜 그렇게 쉽게 바스러졌는지.까딱 한눈 팔다가는 카본 불이 필름에 옮겨붙어 낭패보기 십상이었다니까요.” 그의 얘기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에서 어린 토토가 알프레도 할아버지의 영사실에서 필름을 만지다 불을 냈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매일 영화 본다는 말에 그 자리서 OK 서울이 고향인 그가 영사일과 인연을 맺은 것은 서울공고 2학년이던 1960년 4·19 혁명이 있고난 얼마 뒤.뒤숭숭한 분위기에서 결석을 했던 어느 날,미아리 미도극장 앞을 얼쩡대다 매표소 직원의 한마디에 인생을 걸어버렸다. “돈이 없어 초대권만 들고 머쓱하게 섰는데 매표원이 ‘너,매일 영화 볼래?’ 하더군요.뭐에 씌웠나 봅디다.그 자리에서 오케이 해버렸으니 말이에요.” 기계 만지는 일에는 막연히 자신이 있었다.그러나 세상에 말랑말랑한 일이란 없는 거였다.선배 영사기사의 양말,속옷을 빨아주는건 기본 일과.밤잠이 모자라 필름을 돌려놓고 꼬박꼬박 졸고 있을라치면 벼락같이 ‘정신봉’이 날아와 혼줄을 빼놓곤 했다. 꾀가 나서 영사실을 비웠다가 소동이 난 적도 한두번이 아니었다.“한번은 아래쪽 사무실에서 귀한 요리를 시켰다길래 한참 자리를 떴다가 난리가 났죠.영화 한편을 상영하려면 20분짜리 필름 대여섯권을 이어돌려야 하는데,이미 틀었던 필름을 그것도 거꾸로 걸어놓고 갔던 거라.야유에 욕설이 터지고 청년들은 휘파람을 불어대고….” 지금 생각하면 웃음만 절로 난다.1960,70년대엔 아무리 대작이라 해도 요즘처럼 필름을 수백벌씩 뜨는 건 상상도 할 수 없었다.필름이 다 돌아가면 그 즉시 자전거를 타고 이웃극장에 첩보작전 펴듯 전해줘야 하는 일이 허다했다.그러니 영사사고가 끊일 새 없었을 수밖에. “요새는 카본 대신 쿠세논이란 전구를 씁니다.밝기가 일정하니 예전처럼 스크린이 벌개졌다가 퍼래졌다가 할 일이 없어요.필름 재료도 좋아져서 화면이 툭툭 튀거나 주룩주룩 비가 오는 일도 없지요.” ●아들에까지 기술 대물림그래도 옛 시절이 좋았다.새 영화가 한번 들어오면 진득하게 감상할 여유도 있었다.상영작이라야 일주일에 고작 2편쯤이었다.‘성 춘향’‘옥이 엄마’‘여로’‘미워도 다시 한번’‘빠삐용’‘호소자’ 등 장기흥행작들은 절로 술술 대사가 외워지기도 했다.“너나없이 멀티플렉스로 건물을 뜯어 높이고,관객수가 신통찮으면 가차없이 간판을 떼버리는 요즘 극장풍토엔 숨이 찬다.”고 말한다. 한평생 ‘영사 밥’을 먹고났더니 묘한 버릇이 생겼다.“필름 돌아가는 소리를 못 들으면 잠이 잘 안 올 지경”이다.오죽할까.아들에게까지 기술을 대물림해줬다.목동CGV 극장의 영사기사실장인 안성진(36)씨가 그의 아들.“군대가서 좀 편안히 지내라고 16㎜ 영화 트는 기술을 가르쳐 줬는데,(아들이)그걸 평생직업으로 삼을 줄은 몰랐다.”며 웃는다. 아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든든한 힘이 되는 것같다.“요즘같은 세상에 좋아하는 일을 정년없이 마음놓고 할 수 있다는 것만도 축복 아니겠느냐?”며 “최근엔 대졸 출신의 영사기사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한다.●언제나 현역이고 싶다 영사기사(영사기능사)의 초임은 지역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보통 월 200만원을 웃도는 선.영사기능사 자격증을 따는 데는 자격제한이 따로 없다.필기·실기시험을 준비하려면 한국영사기사협회가 대치동교육장에서 실시하는 강습에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여성들의 관심도 부쩍 높아져 현장에서 뛰는 여성기사가 21명이나 된다. “영사실 장비들도 점차 디지털로 교체되고 있어요.영사기사 한사람이 여러대의 영사기를 작동시킬 수가 있으니 고용증가폭은 그리 많지는 않을 거에요.뜻이 있으면 서둘러야 됩니다.멀티플렉스 등으로 스크린수도 늘고 있고,지역문화공간도 꾸준히 확충되고 있으니까요.” “언제나 ‘현역’이고 싶다.”는 그는 올해 부천국제영화제에서도 주요 작품을 틀었다.한국영사기사협회 이사다. 황수정기자 sjh@
  • LG, 왜 금융업서 손떼나/“증자보다 터는게 남는 장사” 계산

    “엘지가 어떻게 울게 됐지?” LG는 17일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를 막고 LG의 신용 및 브랜드 훼손 방지 등을 위해 금융사업을 포기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이로써 LG는 금융사업 진출 30년만에 금융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게 됐다. 그럼 재계 서열 2위인 LG그룹이 어쩌다가 금융업에서 손을 떼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맞이하게 됐을까.LG카드는 채권단이 부도를 막아주는 등 내용적으로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이렇게 된 직접적인 이유는 LG카드의 절박한 자금 상황 때문이다. 한 때 업계 1위로 잘나갔던 LG카드는 무리한 확장 경영으로 연체자를 양산했다.그 결과 지난 3·4분기 말까지 1조 168억원의 누적 적자를 냈다.이렇듯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시장에서는 LG카드채를 외면하기 시작했다.LG카드사가 발행한 카드채가 팔리지 않으면서 이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겼다.만기가 돌아온 채권의 차환발행이 안돼 부도 위기까지 내몰렸다. 급기야 LG카드는 지난달 실질적으로 채권단의 공동관리를 받는 처지가 됐다.자금운용의 일거수일투족을 채권단이 감시하는 것이 공동관리다.LG카드는 채권단에서 2조원을 지원받은지 한 달도 채 안돼 1조 5000여억원을 끌어다썼다.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 등에 대한 환매 요구가 쏟아지면서 빚 독촉에 시달렸다.채권단 관계자는 “올 연말까지는 버티겠지만 다음달부터는 추가 지원없이는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LG카드의 기업가치가 점점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채권단은 LG카드에 ‘LG투자증권 끼워팔기’라는 묘안을 짜냈다.우리은행 이종휘 부행장은 “우량회사인 LG투자증권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LG카드의 가치를 높이지 않으면 LG카드 매각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LG그룹은 채권단의 LG투자증권 포기 요구를 의외로 빨리 받아들였다.LG투자증권으로서는 그룹의 부실 계열사로 인해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그룹측이 금융업을 포기하게 된 직접적인 원인은 LG카드에 집착하다가 자칫 전자·화학 등의 주력업종마저 타격을 받을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채권단도처음에는 이들 계열사를 통해 LG카드의 채권 8000억원어치를 인수토록 압박을 가했었다. 그룹측으로서는 일이 이렇게 된 마당에 금융 부실을 터는게 남는 장사라는 계산을 했다는 얘기다.현행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예전처럼 자금줄이나 계열분리 창구로서 금융계열사의 몫이 크지 않은 점도 한몫했다.실제로 LG그룹은 LG화재를 이미 계열분리했다.결과론적인 얘기지만 LG그룹은 금융업에서 손을 뗌으로써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방지’라는 정부 정책에 호응한 셈이 됐다. 박홍환 김유영기자 carilips@
  • “총선 과반땐 상임위장 독식”최병렬대표 ‘병실정치’ 첫포문 ‘체포동의안’ 국회 처리 시사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7일 병실을 개방하며,‘엄청난’ 의욕을 보였다.단식을 마치고 요양에 들어간 지 3일 만이다. ●“과반 정치세력이 국회 장악” 최 대표는 “내년 총선에서 과반수 의석을 확보한 정치세력이 국회 전체 상임위원장을 맡아 국회 전체 운영을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현재 과반수 의석을 가지고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느냐.법안 하나를 마음대로 상정할 수 있나,의장이 예전처럼 직권 상정을 해주나.”라고 푸념한 뒤의 발언이다. 최 대표는 “과거 군사정권이 법안을 밀어붙이고 날치기하는 일을 막기 위해 여야간 합의제를 중시하는 현재의 시스템을 관행으로 유지해 왔지만,앞으로는 다수당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선진국처럼 국회 전체를 책임지고 운영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이어 “국회가 정부를 견제·감시하는 권력분립 차원을 넘어서 국정개혁을 유도하는 능력을 가질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최 대표는 당장 “내년 총선에서 사회적 현안을 선거공약으로 내걸고 바꿔나가겠다.”고 다짐했다.그는 교육문제를 거론하며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선택의 문제다.공약으로 내걸고 분명한 방향을 선택한 뒤 입법 조치로 밀고 나가겠다.교육부 폐지도 우리가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곧 출근하겠다” 최 대표는 “목요일 운영위원회에 참석하고 싶다.”고 욕심을 냈다.“8일 퇴원해서 하드 트레이닝을 한 뒤 (상황을 보고) 출근하겠다.”는 얘기다. 청와대 4당대표 회동에 대해서는 “출근할 수 있으면 피할 이유가 없다.”면서 “다만 형편이 안되면 홍사덕 총무가 나갈 수 있다.”고 답했다. ‘방탄국회’ 시비와 관련,김문수 의원이 전날 TV토론에서 ‘당사자들이 수사를 받을 것이며,체포동의안은 처리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선 “아직 상의받은 바 없지만 당내에서 내부적으로 조율이 있었을 것”이라며 우회적으로 ‘공감’의 뜻을 나타냈다. 이지운기자 jj@
  • 문답풀이/ 주상복합등 공동주택만 적용

    정부는 3일 ‘보유세 강화’라는 기존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그러나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간의 신경전 등 실제 적용까지는 숱한 고비가 남아 있다.정부 권고안이 변형 적용될 공산도 적지 않다.궁금증을 문답으로 풀어본다. 정부의 건물과표 조정 권고안을 지자체장들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건물과표는 시·도지사의 승인을 거쳐 시장·군수·구청장이 최종 결정·고시토록 법령에 규정돼 있다.세 부담이 크게 느는 곳은 선출직 단체장들이 주민들의 눈치를 볼 것이고,반대인 경우는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재정이 줄어드는 데 반발할 것이 확실시된다. 정부는 그래서 권고안의 ‘수정 적용’ 여지를 열어두고 있다.저가 대형아파트들이 많아 세입이 크게 줄어드는 지자체의 경우 세수 보전을 위해 정부가 별도의 권고안을 내려보낼 방침이다.예컨대 과표상으로는 50% 세액이 감소된 아파트에 대해 지자체장이 내년에는 일단 감소폭을 10∼20% 정도로 조정토록 하는 등의 내용이다. 세수가 크게 늘어나는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 등도 같은 원칙이 적용되나.예컨대 최고7.4배가 오르는 아파트에 대해 강남구청장이 2004년도에는 3∼4배 가량 적용하도록 정부가 여지를 열어두고 있나. -정부는 즉답을 피하고 있다.양도세 강화 등 정부의 여러 부동산 정책이 서울 강남을 타깃으로 하는데,여기에 물을 탈 수는 없기 때문이다.그러나 부유층의 조세저항을 우려해 선출직 단체장들이 유화책을 펴면 정부로서도 도리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시가기준으로 바뀌는 재산세 가·감산율은 모든 주택에 적용되나. -공동주택에만 적용된다.아파트와 주상복합건물 내의 주택,연립·다세대주택 등이 해당된다.단독주택이나 상가·사무실 건물 등은 이전처럼 면적기준에 따라 마이너스 20∼60%의 현행 가·감산율 제도를 그대로 적용한다. 지방의 일부 연립·다세대주택은 국세청 기준시가가 고시되지 않았는데 이 경우 재산세 부과기준은. -국세청에서 고시하지 않은 곳을 행자부나 각 지자체에서 기준시가 외의 다른 기준을 만들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그래서 정부는 면적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기존 방식을 택해 세 부담이 올해와 엇비슷하게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
  • 국회조사단 귀국 회견/ “이라크 치안 나쁘지 않아”

    국회 이라크 조사단은 26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바그다드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치안상황이 그렇게 나쁘지 않았고 한국군에 대한 인상도 좋아 보였다.”고 말해 추가파병 필요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다만 파병 규모나 성격 등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렸다. 조사단장인 한나라당 강창희 의원은 이날 “한국군에 대한 이라크인의 인상은 매우 좋았고 한국군이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고 전했다. 조사단은 지난 18일 출국,서희·제마부대가 있는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와 폴란드 사단이 주둔해 있는 나자프,바그다드,북부 모술과 라다미,키르쿠크,이라크 과도통치위원회(IGC),미군 연합임시행정처(CPA) 등을 둘러봤다.지난 21일엔 투숙하고 있던 바그다드 팔레스타인 호텔이 로켓포 공격을 받기도 했다. 조사단이 전한 이라크 치안 상황 등을 요약한다. ●강창희 의원 전쟁 직후 강도와 약탈 행위에 대한 진압을 미군이 주도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많았다.민생치안은 점차 이라크인에게 넘어가고 있어 전망이 밝다.후세인의 자금 지원도 있는 것 같으며 정치적 테러는 빈발하고 있다.이라크민들은 한국에 대해 대단한 호감을 갖고 있으며 한국이 어떤 형태로든 도와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한충수 민주당 의원 정치적 테러는 약간 강도가 있으나 민생치안은 열심히 하면 진행될 것 같다.이라크 국민은 외국군이 오는 것을 찬성하지는 않는다.다만 인접국인 터키 등보다는 한국군을 덜 꺼린다.중동개발 때 보여준 한국인의 근면성과 서희·제마부대가 좋은 인식을 줬다. ●송영길 열린우리당 의원 치안상황이 안좋다.바그다드에는 ‘그린 존’이라고 해서 일부 지역을 시멘트 담으로 차단해 삼엄한 경비를 하고 있으며,이 지역 밖으로 나가려면 앞뒤로 장갑차 호위를 받아야 한다.정치적 테러도 급증하는 추세다.다만 전선이 있는 교전상황은 아니다.서희·제마부대가 제발 모술로 안떠났으면 좋겠다고 호소할 정도였다.이런 부대의 성격은 좀더 보내줬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중부는 테러가 집중돼 불안했고,키르쿠크 등 북부쪽은 대환영이었지만 수니파가 사는 쪽은 반대였다. ●정진석 의원 베트남전처럼 전면적인 교전상황은 아니다.팔레스타인 호텔에서 공격을 받았으나 매순간 불안속에 조사활동을 한 것은 아니다.다만 ‘소프트 테러’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할 것 같다. 북부 모술지역은 군 관계자와 주민,종교지도자 등이 안정화에 필요한 치안유지군 참여를 강력히 요구하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유정렬 중동·아프리카연구원장 지난 5월 이후 불안한 상태이나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미군과 다국적군,과도정부 모두 위기해소 방안을 모색하고 있어 나아질 것으로 본다. 진경호기자 jade@
  • ‘南北 오락가락’ 끝은 법정행

    ‘조선인민군 전사-탄광 광부-사로청 책임지도원-온성군 수출지도원-우산공장 지배인-탈북-숯불갈비집 사장-입북-노동당 입당-재탈북’ 탈북했다가 입북,재탈북했다가 26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남수(45)씨의 기구한 인생역정이다.1996년 탈북한 남씨는 당시 국내 정착금 864만원 및 주택지원금 840만원과 생계보조금으로 매월 108만원을 받으며 남한 생활을 시작했다. 1999년 결혼,자녀까지 둔 남씨는 대출받은 1억원으로 연 갈비집이 망하면서 극심한 생활고와 가정불화를 겪었다.남씨는 자신의 불행을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으로 인식,2000년 8월 중국 베이징을 통해 북한에 입국했다.전처와 재결합한 남씨는 북한에서 잘나가는 탈북방지 강사로 활동했다. ‘공화국이 그리워 다시 돌아온 모범주민’의 공로를 인정받아 노동당에도 입당했다.남씨는 “남조선으로 도주했지만 영웅 대접은커녕 전기고문을 받으며 상갓집 개처럼 살았다.자본주의는 세금도 수없이 많고 귀순자는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다.”고 강연하며 탈북을 막았다. 그런 그가 동생,아들 2명과 함께 재탈북해 지난달 중국 베이징 한국 공관을 통해 국내로 돌아왔다.검찰 관계자는 “자본주의를 경험한 남씨가 사회주의 체제에도 결국 적응을 하지 못한 것 같다.”면서 “반성은 없고 억울하다는 심경만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지검 공안1부(부장 吳世憲)는 이날 국내 정보기관의 활동과 탈북자 근황을 북한 국가안전보위부에 알려준 남씨를 자진지원·잠입·탈출·찬양·고무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안동환기자 sunstory@
  • 대입특집 / 건국대학교

    정시모집에서는 ‘가’‘나’‘다’군에서 모두 3620명을 분할모집한다.‘가’군에서는 서울캠퍼스 수의예과 22명,의상·텍스타일학부 26명을 모집한다.‘나’군에서는 서울캠퍼스 디자인학부에서 20명을 뽑는다.‘다’군에서는 올해 신설 모집하는 예술학부 120명을 포함,서울캠퍼스 2193명과 충주캠퍼스 1359명 등 모두 3552명을 선발한다. 논술은 문과대와 법과대에서만 실시한다.면접고사는 수의과대와 사범대,충주캠퍼스 유아교육과에서 치른다.서울캠퍼스 문과대·법과대는 학생부 40%,수능 57%,논술 3%로 전형한다.수의과대는 1단계에서 수능 100%로 정원의 500%를 선발한 뒤,2단계에서 학생부 45%,수능 50%,면접 5%를 반영한다.기타 단과대는 학생부 30∼40%,수능 35∼60%를 각각 적용한다. 충주캠퍼스는 인문·사회·자연·의과대 대부분이 학생부 40%와 수능 60%로 선발하며,유아교육과는 면접이 추가된다. 계열별 교차지원을 할 수 없지만 서울캠퍼스 의상·텍스타일학부,소비자주거학과,교육공학과에서는 가능하다.단 수능 인문계 응시자에게 외국어 영역의 원점수의 5%를 가산점으로 부여한다.제2외국어 영역 성적은 서울캠퍼스 인문학부 지원자에 한해 원점수의 5%를 가산점으로 준다. 논술고사는 예전처럼 동서양의 고전에서 지문을 제시하고 문제상황을 찾아내 대처방안을 논술하는 방식으로 출제된다.유형은 일반논술형으로 120분 동안 1개문항에 대해 1100∼1200자 분량의 글을 써야 한다.면접은 구술을 통한 심층면접으로 학생 1인당 교수 3명이 참여해 15분 정도 이뤄진다.논리전개의 합리성과 표현의 명확성,발전적 사고능력 등을 중심으로 평가한다.
  • 16대 정기국회 앞으로 20일… 계류법안 1100개/심의도 없이 폐기될 위기

    16대 국회에 계류중인 법률안 1100여건이 심의부실 등으로 무더기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이렇게 되면 16대 국회는 역대 ‘최다 법률 폐기’ 국회로 기록될 가능성도 높다.18일 국회에 따르면 지난 2000년 5월30일 16대 국회 개원 이래 지금까지 상임위별로 계류된 법률안은 1115건이며 동의안·건의안 등을 포함해 모두 1184건의 의안이 계류돼 있다. ▶관련기사 5면 16대 국회임기는 내년 5월29일까지이나 4월 17대 총선이 끼여 있어 사실상 이번 정기국회가 입법에 필요한 마지막 국회로 평가된다.의안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 자동폐기되는 만큼 다음달 9일 정기국회 폐회까지 20여일간 몰아치기 법안 심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개정된 국회법에 따라 정기국회에서는 예산부수 법안을 중심으로 법안을 심사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률안 폐기율 기록경신 가능성 18일 현재까지 16대에 발의된 법률안은 모두 2335건이다.국회는 지난 3년여 동안 이중 절반 정도만 의결했다.이는 역대 가장 부실한 법률심사 실적으로 기록될여지가 많다.지난 15대 국회에서는 모두 1951건의 법률안이 접수돼 이 가운데 390건이 임기종료후 자동폐기됐다.역대 국회의 법률안 폐기율은 20% 내외로,16대 국회는 이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원평가 경쟁이 법률 남발” 이처럼 법안이 무더기로 계류된 것은 16대 들어서 의원발의 법률안이 급증한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16대 국회 들어 지금까지 접수된 의원발의 법률안은 1751건으로 15대 국회 같은 기간의 1003건보다 75%가량 늘어났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16대 국회 들어 시민단체나 언론이 입법 건수로 의원평가를 하게 된 것이 의원발의 입법량을 늘린 원인인 것 같다.”고 진단했다.반면 정부제출 법안은 15대 753건이었던 것이 16대 들어서는 584건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정부제출 법안이 줄어든 또 다른 요인은 “정부부처간 협의가 예전처럼 원활치 않아 부처들이 의원들을 통해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경우가 급증했기 때문”으로 이 관계자는 분석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열린우리당 등은 이에 대해 “지역균형개발법안 등 3대특별법안과 민생법안에 대한 심의를 정부측에서 촉구해 오는 등 입법 수요가 많기 때문에 예산안 통과 이후 법안심의에 상당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지운 박정경기자 jj@
  • [사설] 농민단체의 FTA 수용 결단

    전국농민단체협의회(농단협)가 어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품목별 생산단체인 농단협은 FTA 특별기금을 1조 3000억원으로 증액하고,금리 경감 대상에 상호금융과 경영개선자금도 포함시키는 것 등을 조건으로 내걸며 대의명분에 매달리기보다 선대책을 확실히 보장받는 실리를 택하겠다고 밝혔다.정부는 이들이 내건 조건을 국회가 동의하면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이제 정치권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우리는 FTA 비준이 국가적 과제로 대두한 상황에서 FTA 체결로 직접적인 피해에 직면하게 될 농단협이 ‘당당하게’ 국회 비준을 촉구하고 나선 것을 높이 평가한다.누차 강조했듯이 지역간·국가간 협력체계 구축은 피할 수 없는 세계적인 추세다.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이해단체들의 반발에 발목잡혀 ‘FTA 외톨이’라는 불명예에서 벗어나질 못했다.게다가 FTA 비준이 늦어지면서 칠레시장에서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주요 수출품의 점유비율이 급락하는 등 그 피해도 점차 현실화되는 터였다. 정부는 지난 11일 시장 개방에 대비,농업의 경쟁력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119조원을 지원하는 내용의 ‘농업·농촌 지원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정부는 농민들이 체감할 수 있게끔 농촌지원 청사진을 더욱 구체화하는 한편,예전처럼 ‘밑빠진 독 물붓기’식 지원이 되지 않도록 과거 실패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정치권 역시 내년 총선에 얽매여 ‘선대책’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모든 농민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선대책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이나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등은 FTA 체결은 말할 것도 없고 시장 개방 자체를 반대하며 당초 예정대로 오는 19일 대규모 항의집회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이는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유일한 동력인 수출을 포기하라는 요구와 다를 바 없다.농단협처럼 시대적인 조류에 자신있게 맞설 것을 촉구한다.
  • 서희·제마부대 영외활동 중단

    이라크 남부 나시리야 지역에서 임무를 수행 중인 서희(공병)·제마(의료지원) 부대에 비상이 걸렸다.이탈리아군이 치안 책임을 맡고 있어 비교적 안전지대로 평가를 받아왔으나 지난 12일 대규모 폭탄테러가 발생,2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국군의 희생자는 발생하지 않았지만,사고 지역과 불과 2㎞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42명의 한국군이 임무 수행 중이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국군의 안전문제에 대해 국방부와 합참은 크게 우려하고 있다. 사고 직후 두 부대가 합참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사고 당시 서희부대원 37명은 사고지점에서 2㎞쯤 떨어진 곳에 건립한 서희기술학교에서 지역주민 90명에게 전후 복구를 위한 벽돌쌓기와 미장작업 등을 가르치고 있었다. 또 폭발물처리반 5명은 사고지점과 불과 1㎞ 떨어진 곳에서 옛 시장관사 철거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합참은 일단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부대원들의 영외활동을 중단하라고 긴급 지시했다.지난 3일부터 현지 주민들을 대상으로 실시해온 서희기술학교의 건축기술 교육도 중단했다.다만 애더기지내에서 야전병원을 운영 중인 제마부대는 민간인 환자 치료 활동을 종전처럼 하기로 했다.현재 나시리야에는 서희부대원 379명과 제마부대원 85명이 주둔하고 있다. 조승진기자
  • 논술 준비 이렇게/ 하루 한편 써보며 시간안배 연습

    2004학년도 대입 정시모집 전형요강이 확정,발표됨에 따라 이제 대학별로 치르는 논술과 구술면접에 보다 철저히 대비해야 할 때이다.정시모집에서는 수능의 비중이 크지만 논술·면접을 소홀히 여겼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수능 성적이 비슷한 수험생들 끼리의 경쟁인 점을 감안하면 새롭게 변별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전형 요소이기 때문이다. 논술이라고 하면 수험생들은 한숨부터 내쉰다.수능과는 달리 평소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했기 탓이다.그러나 시간은 충분하다.다음달 중순부터 시작하는 시험까지는 한 달 이상 남아있다. ●기본부터 익히자 급한 마음에 인터넷에 떠도는 이른바 ‘모범 답안’ 익히기에 시간을 보내서는 안된다.논술의 기본 원칙과 형식부터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글쓰기 전에 문제와 출제 의도부터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서론없이 본론으로 시작하거나 물음표나 느낌표 등을 남발하는 감정적 표현은 삼가야 한다.문체가 간결해야 함은 물론이다.추상적·주관적이거나 근거없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기출문제부터 공략을 지원 대학을 정했다면 최근 몇 년 동안의 기출문제를 분석,출제경향을 파악한다.각 대학 홈페이지에 소개된 기출문제와 해설,출제경향,유의사항,모의고사 문제 등을 참고하면 좋다.특히 채점기준과 예시답안에 주목해야 한다.지난 수시 1학기의 해당 대학 논술고사 경향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같은 해에 출제된 논술고사의 출제경향이 비교적 그대로 이어진다. ●영어 지문에 대비하자. 영어지문은 지난 2001년 처음 등장한 뒤 대학들이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논술 실력 외에 영어 독해능력까지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지원 학부의 전공과 관련된 영어 지문을 주제별로 모아 매일 한두개씩 읽고 요지를 빨리 이해하는 독해력 연습이 필요하다. ●연습은 실전처럼 성공적인 논술의 비결은 많이 써 보는 것이다.논술의 기본을 익힌 뒤에는 지원하려는 대학의 시험시간에 맞춰 주제를 바꿔 매일 글을 쓰는 것이 좋다.실전같은 연습은 시간 배분 연습도 되고 실수와 단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연습은 매일 최소 한 편씩 쓴다는 계획을 세워 꾸준하게 해야 한다.쓴 글은 교사나 선배 등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 받드시 평가받아야 한다.친구들끼리 모여 같은 주제로 글을 쓴 뒤 이를 돌려읽고 토론하면 논술은 물론 면접에도 도움이 된다. ●1점이라도 더 받으려면 논술 시험시간은 보통 100∼150분.분량은 1600자가 보통이다.학교마다 차이가 있지만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지정된 분량의 10%를 넘겨 쓰거나 다 채우지 못하면 감점된다. 대학별 유의사항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문제에만 신경쓰다 보면 필기 도구의 제한이나 반드시 반영해야 하는 조건 등 사소한 것을 놓치기 쉽다.잘못된 문장이나 맞춤법,표현 등을 고칠 수 있도록 마지막 5∼10분은 여유있게 남겨두는 것이 좋다. 김재천기자 patrick@
  • 특검법 내용·수사 대상/ 최도술·이광재·양길승 의혹 초점

    7일 국회 법사위를 통과한 노무현 대통령 측근비리 관련 특검법은,법안의 이름대로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그동안 한나라당이 주장해온 최도술·이광재·양길승씨 등에 대한 각각의 비리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했다. ●최도술씨 관련 비리의혹 김성철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과 부산지역 건설업체 관계자 등이 관급 공사 수주청탁 등으로 최도술 전 대통령 총무비서관과 이영로씨 등에게 30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사건을 다루도록 했다.아울러 최씨가 SK그룹 등 다른 기업이나 개인 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의혹도 수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의 ‘당선 축하금’을 겨냥한 것이지만,대선자금도 함께 노린 조항으로 분석된다. ●이광재씨와 ‘썬앤문’ 썬앤문그룹 전 부회장 김성래씨가 2002년부터 양평TPC 골프장 회원권을 분양하고 농협중앙회 원효로지점에서 115억여원을 불법 대출받는 과정에서 이광재 전 국정상황실장 등의 개입여부를 따지도록 했다. 썬앤문 그룹이 노 대통령 후보측에 95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도 수사대상이다. 이 역시 대선자금까지연결될 수 있는 부분으로,이 그룹 김 전 부회장이 검찰조사에 대비해 가진 비밀 대책회의에서 언급했다는 녹취록을 근거로 하고 있다. ●양길승씨와 이원호씨 우선 이원호씨가 양길승 전 대통령 제1부속실장을 상대로 금품을 제공하고 로비를 한 것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핵심은 2002년 10∼11월 네 차례에 걸쳐 이씨 처 등의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돼 노 후보측에 50억원을 제공했다는 의혹에 있다.아울러 이씨가 2003년 4·6월 청주를 두차례 방문한 양씨에게 4억 9000만원을 건넸다는 의혹도 다룰 수 있도록 했다. 한편 특검법은 당초 국회의장에게 넘기려던 특검 추천권을 예전처럼 대한변호사협회에 돌려놓았다.수사기간은 1차 60일,1회 연장에 한해 30일 등 총 90일로 했다. 이지운기자 jj@
  • 신입行員도 전문가 시대

    하나은행은 지난달 말 신입행원 지원서를 받으면서 ‘여신심사’ 부문의 입행 자격을 전자·기계·화학 전공자로 제한했다.그것도 관련 기업에서 1∼2년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들만 받았다.전문성 때문이었다.4∼5명을 뽑는데 내로라하는 대학을 나와 유수 기업에 다니던 이공계 출신들이 420여명이나 지원했다. 은행들이 ‘전문가 양성’에 팔을 걷어붙였다.이것저것 적당히 해낼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만 많지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반성에 따라 자기만의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양성,은행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행원 선발 때부터 전공 나눈다 이런 전문화 노력은 신입행원 선발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난다.하나은행은 올해부터 ▲기업금융 ▲개인금융 ▲리스크관리 ▲여신심사 등 4개 분야로 세분화해 행원을 뽑으면서 아예 전형일자까지 따로 잡았다.인력지원부 이용환 팀장은 “은행에 들어온 뒤에 본인 희망에서 따라 다른 분야로 갈 수도 있지만 전문성 확보를 위해 선발단계부터 1차 교통정리를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일 원서접수를 시작한 기업은행(선발규모 100여명)도 올해부터 ▲기업금융 ▲가계금융 ▲전산업무 등 3개 분야로 모집 직종을 나눴다.지난 29일 합격자 발표를 한 산업은행(90명 선발)은 올해부터 지역금융 직종을 신설,8명을 지역전문가(지방고교-지방대학 출신)로 채웠다. 신한은행도 세무사,회계사,감정평가사 등을 따로 선발해 PB(프라이빗뱅킹),감사,투자 업무,심사업무,부동산 등 전문분야에 배치하고 있다. 직장 구하기가 어려워지면서 올해 ‘전문가’에 적합한 인재들도 어느 때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전체 합격자의 16%인 14명이 국내외 공인회계사,국제공인 재무분석사,금융위험관리사 등 전문자격증 보유자였다.19%인 17명은 기계·우주공학 등 이공계 전공자였다. ●전문가 아니면 발 붙이기 힘들다 전통적으로 은행에서는 다방면에서 경험을 쌓은 사람들을 선호해 왔다.지점망을 바탕으로 영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관리자(지점장)에 대한 수요가 많았다.이를테면 리더십도 좋아야 하고,기업·개인 영업 모두를알아야 하고,여신심사도 잘 해야만 지점을 잘 이끌 수 있다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조직 자체가 개인·대기업·중소기업·신탁·신용관리·리스크관리·투자금융·경영기획 등 ‘본부’로 세분화됐고,임원들의 역할도 CEO(최고경영자) CFO(최고재무책임자) CIO(최고정보책임자) 등으로 전문화됐다.우리은행 조성권 홍보팀장은 “과거에는 지점에서 모든 은행업무가 다 이뤄졌지만 지금은 여신심사 업무의 경우,지점이 아닌 본점에서 처리되는 등 역할구도가 크게 바뀌었다.”면서 “이런 변화들이 전문화를 더 요구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넓은 안목을 가진 ‘제너럴’한 경영인 후보도 따로 양성된다.우리은행은 올해부터 핵심인력 300∼400명을 별도로 관리하기 시작했다.제너럴리스트로 따로 키워지는,이를테면 ‘최고경영자 후보군(群)’인 셈이다.핵심인력 안에 포함돼 있는 사람조차 자신이 모를 정도로 극도의 보안 속에 유지되는 인력이다.하나은행도 우수 인재들에 대해서는 별도로 MBA(미국 경영학석사) 연수 등 프로그램을 통해 여러 방면을 두루 경험시켜 이른바 경영진 후보로 키우고 있다.은행이 직원을 종전처럼 아무 부서에나 돌리지 않고 스페셜리스트든,제너럴리스트든 직원들의 경력관리를 제대로 해주느냐가 인력양성에 중요할 것이다. 김태균 김유영기자 windsea@
  • [인터넷 스코프] 간편해진 결혼 쉬워진 이혼

    결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다.특히 직장 여성들에게 인터넷은 좋은 도우미다.신혼여행 및 결혼식장 선정,청첩장 인쇄,예물 및 혼수 구입,폐백 음식 예약,이사 신청,우편물 주소지 이동 등 하나에서부터 열까지 모든 것이 원 클릭으로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에서 결혼 준비를 하면,복잡한 과정이 간단하게 한 군데에서 모두 해결이 되어 편리하다.비용 문제도 가장 저렴한 곳을 선택할 수가 있다.이러다 보니 예전처럼 결혼 준비하다가 싸우는 경우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인터넷이 좋은 점과 나쁜 점을 고루고루 정리해서 허례허식을 피하게 하는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과거에는 집안 어른들이 결혼 문제에 왈가왈부해서 적잖은 문제를 일으키는데 그런 여지가 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모르는 일들이 생기면 결혼 관련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전문가들의 답을 즉시 들을 수 있다.결혼 생활을 먼저 하고 있는 인생 선배들의 조언도 인기 만점이다.미리 준비만 하면 인터넷은 서울과 지방을 차별하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렇게간편한 결혼 준비를 도와주는 인터넷에 대해 아직은 기성세대의 곱지 않은 시선이 사라지지 않고 있다.인륜지대사인 혼례를 어떻게 인터넷으로 진행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그래도 인터넷 결혼 준비의 편리성은 이미 신세대 결혼 문화의 정점으로 자리잡고 있어 부정적인 인식도 빠른 시기에 불식될 것으로 믿는다. 한데 결혼을 쉽게 하게 도와주는 인터넷이 결혼 생활,가정 생활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매개체가 돼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최근 문제를 일으킨 인터넷 스와핑 모임도 가정,가족과 같은 인륜의 문제를 정면에서 거스르고 있는 단적인 예다. 지금 이 순간도 인터넷은 부정한 일들을 생산하거나 연결하는 고리가 되고 있다.단순히 빠져든 채팅에서 도리를 벗어난 민망스러운 일이 일어나고 가정이 파괴되고 있다.또 인터넷은 높게만 느껴지던 ‘이혼’ 상담의 벽마저 허물고 있는 듯하다. 사이버상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개인적인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다.불특정의 공간에 개인사가 보안이 취약한 인터넷으로 쏟아져 나옴에 따라,경우에 따라서는 소중한가정문제가 희화화되기까지 한다.인터넷 때문에 이혼도 쉽고 빠르게 처리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혼례 등과 같은 생활 정보는 인터넷에 무궁무진하게 있다.이것들을 활용하면 한층 높아진 수준의 준비를 할 수가 있다.그러나 좋은 약도 잘못 쓰면 해롭다는 말처럼,바르지 못한 방법으로 쓰이면 엉뚱한 피해를 보는 건 시간 문제다. 물론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성 개방 풍조,서구문화에 힘입은 개인주의가 높은 이혼율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나온다.하지만 인터넷 문화가 삶의 바른 이정표를 원하는 사람들에게,이혼을 유인하는 쾌락과 황금만능주의의 정보를 먼저 선보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계심이 든다. 경제개발 시대에 ‘빨리 빨리’라는 슬로건이 많은 문제를 일으킨 바 있다.전통문화 가운데에서 불합리한 요소들이 인터넷에 의해 걸러지고 있는 상황만 해도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 틀림없다.인터넷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긴 하지만,앞으로는 이혼의 위기를 인터넷으로 극복했다는 부부들의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으면 하고 기대해 본다. 이 연 희 강릉대 강사
  • 피터 셰퍼 /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극작가 그의 명작 2편 국내서 만난다

    ‘아마데우스' 20년만에 재공연 극작가 피터 셰퍼의 이름은 낯설어도,그가 쓴 희곡 ‘에쿠우스’나 ‘아마데우스’를 모르는 이는 드물 것이다.‘아마데우스’는 피터 셰퍼가 직접 각색한 영화로도 유명하다.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작가로 꼽히는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77)의 작품들이 잇따라 무대에 올라 화제다.‘아마데우스’가 12∼17일 연강홀에서,‘고곤의 선물(원제‘The Gift of the Gorgon')’이 20∼30일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관객을 맞는다.‘아마데우스’는 20년만의 재공연이고,피터 셰퍼의 근작(92년)인 ‘고곤의 선물’은 국내 초연이란 점에서 뜻깊다.여기에 내년 1월말 ‘에쿠우스’를 극단 실험극장이 공연할 예정이어서 피터 셰퍼의 명작 3편을 차례로 감상하는 드문 기회를 갖게 됐다.연극무대와 TV를 아우르는 베테랑 연기자 송승환(아마데우스)과 정동환(고곤의 선물)이 주연을 맡아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는 두 작품을 미리 엿본다. “20년전에 했던 역할을 다시 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을거예요.저로선 행운이지요.”스물여섯에 모차르트를 연기했던 송승환이 불혹의 나이가 지나 같은 배역을 맡았다.‘난타’제작자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통에 배우로서는 연극 ‘유리동물원’이후 7년 만에 서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원로 연극배우 김길호의 고희를 기념해 극단 춘추가 마련했다.김길호는 20년전 살리에르역을 연습하다 공연 보름전 몸이 아파 무대에 서지 못한 안타까운 기억이 있다.이번에는 살리에르 대신 황제를 맡아 중후한 연기를 선사한다. 방탕한 천재 모차르트와 이를 시기하는 평범한 인간 살리에르의 숨막히는 갈등과 대립을 다룬 이 작품의 주된 관심은 아무래도 송승환과 권성덕(살리에르),두 주연배우의 불꽃튀는 연기대결에 쏠린다. 송승환은 “앨런이 아닌 다이사트가 ‘에쿠우스’의 진짜 주인공인 것처럼 이 작품도 모차르트보다는 살리에르에 더 애착이 가는 연극”이라면서 “좀더 나이들면 살리에르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81년 앨런을 연기했던 송승환은 피터 셰퍼의 열렬한 팬이다. 인자한 인상때문에 악역이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권성덕은 “원래 내가 악역 전문배우”라고 운을 뗀 뒤 “천재의 능력을 주는 대신 천재성을 알아보는 능력만 준 신에 대한 살리에르의 인간적 고뇌가 마음에 와닿는다.”고 했다. 문고헌 연출가는 “관객들이 모차르트와 살리에르,두 인물에게 모두 연민을 느낄 수 있도록 설득력있게 상황을 그려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탤런트 이미영이 모차르트의 아내로 연기생활 25년 만에 첫 연극무대에 서는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02)744-0300. 국내 초연 ‘고곤의 선물' 사실상 피터 셰퍼의 은퇴작에 해당하는 ‘고곤의 선물’은 그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진 않았다.92년 영국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이 마이클 페닝튼,주디 덴치를 캐스팅해 초연한 이래 미국,영국,일본 등에서만 무대화됐다. 로열셰익스피어극단의 명연출가 피터 홀이 “에쿠우스로 시작,아마데우스에서 더욱 다듬은 기교를 이 극에서 완성시켰다.”고 할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을 갖춘 대작이다.피터 셰퍼의 다른 작품에 나타나는 신화성과,그의 가장 중요한 화두인 인간과 도덕관습에 관한 주제가 잘 융합됐다.극단 실험극장은 이미 ‘에쿠우스’로 피터 셰퍼와는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이한승 대표는 “작품 해석이 만만찮은 데다 3시간이나 되는 대작이어서 그간 국내에서는 좀처럼 엄두를 내지 못했었다.”면서 “‘에쿠우스’를 국내 초연했던 실험극장의 창단 43주년 기념작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은 천재 극작가 에드워드 담슨이 그리스 세라섬에 있는 자신의 빌라에서 변사체로 발견된 뒤 아내 헬렌과 전처 아들 필립 담슨이 그의 죽음뒤에 감춰진 비밀을 한꺼풀씩 벗겨나가는 구조를 띠고 있다. 세 주인공들이 같은 무대에서 두개의 다른 장소,세개의 다른 시간을 만들어내는 독특한 구성과 에드워드의 작품들을 극중극 형식으로 풀어내는 구조가 재미를 더한다. 에드워드역을 맡은 정동환은 “에드워드는 피터 셰퍼의 분신과도 같다.자기를 죽이면서까지 연극을 완성시키는 ‘연극혼’이 살아 있는 인물”이라고 분석했다.대작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3개월째 하루 10시간에 이르는 강행군을 계속하고 있다.헬렌역에예수정,아들 필립역에 채용병이 출연한다. ‘고곤'은 바라보면 돌로 변해버리는 그리스신화의 메두사.(02)764-5262. 이순녀기자 coral@ ●피터 셰퍼는 1926년 영국 리버풀 태생으로 케임브리지대학을 졸업했다.58년 ‘다섯손가락연습’으로 데뷔한 이후 ‘에쿠우스’(73년)로 뉴욕 토니상 극본상을 수상했다.대표작은 ‘블랙 코메디’(65년)‘아마데우스’(79년)‘요나답’(88년)‘누구에게 얘기해야 합니까’(89년)‘고곤의 선물’(92년)등.
  • [씨줄날줄] 기러기 아빠

    ‘기러기 아빠’가 또 죽었다.이번에는 자살이 아니라 외로움으로 인한 돌연사라고 한다.아내와 두 딸을 캐나다에 조기유학 보내고 홀로 남아 그 뒷바라지를 해오다 심장병까지 얻어 돌연사한 어느 40대 가장의 얘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기러기 아빠.’ 내 자녀만큼은 남들보다 나은 교육을 받게 하겠다는 병적 집착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기꺼이 내던질 수 있는 사람들이다.이런 가장들이 한해에 1만 5000∼2만명씩 생겨나고 있다.그 유형은 대체로 3가지다.해외 유학·근무 후 아내와 아이들을 현지에 남겨놓고 단신 귀국하는 경우와,국내에서 살다 아내와 자녀들을 해외에 보내는 경우,그리고 이민을 갔다가 혼자 돌아와 살면서 현지를 오가는 경우다. 이들의 직업은 고위 공무원,교수,의사·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대기업 고급 간부,중소기업 대표 등 중상류층에 속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요즘에는 일부 젊은 직장인들도 이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주로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과 분당·일산 등 신도시의 오피스텔이나 원룸과 직장 기숙사등에 기거하는 경우가 많다. 기러기 아빠들은 가족과의 긴 단절과 외로움을 가장 고통스러워한다.서로 멀리 떨어져 장기간 살다보면 가족간에 벽이 생겨 갈등을 겪기도 한다.특히 자녀들은 낯선 외국 문화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고국의 전통과 문화에 밴 아빠와 점점 멀어지게 된다.아내와 아이들에게서는 예전처럼 자주 전화도,이메일도 오지 않는다.월평균 400만∼500만원을 송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도 크다.자녀들은 자녀들대로 현지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이런 저런 걱정으로 초기의 자신감은 점차 두려움과 절망감으로 바뀐다.부모들의 비정상적인 교육열과 정부 교육정책의 실패가 뒤엉켜 만들어낸 ‘현대판 이산가족’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어려움들이다. 혼자 살다보면 갖가지 유혹에 빠져들기도 쉽다.그래서 홀아비 아닌 홀아비 생활을 견디지 못해 현지의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불행한 ‘펭귄 아빠’들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 공용어가 돼버린 영어 학습과 질 높은 교육을 찾아 가족해체의 위험을 감수하며 해외로 떠나는 조기유학 행렬을언제까지 지켜만 볼 것인가.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기러기 아빠들이 황폐화된 삶을 살고 있다. 염주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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