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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총선 D-7] “선거가 다 뭐드래요”

    “격전지래요? 후보 얼굴 한 번 못봤드래요.” 제17대 총선을 여드레 앞둔 7일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도전리.열린우리당의 이광재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과 한나라당 김용학 현 국회의원의 접전에 세간의 관심이 쏠린 선거구이지만 정작 주민들은 출마후보가 누구인지 잘 몰랐다.하지만 ‘총선바람’에 비켜선 이곳에도 정치권을 꾸짖고 더 나은 국회를 바라는 민심은 있었다. ●후보? 그림자도 보기 힘들어 영동과 영서를 가르는 태백 준령의 한줄기,두타산에 보일 듯 말 듯 살포시 안겨 있는 도전리는 외도전(도전1리)과 내도전(도전2리)을 합쳐 50여가구,150여명이 사는 산골 마을.선거구는 강원 영월·평창·태백·정선 지역구에 속한다. 선거철만 되면 ‘오지(奧地)의 촌심(村心)’을 잡으려는 후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마을 곳곳에서 돼지머리 고기에 탁주 한 사발을 들이켜며 잔치 분위기를 냈지만 이번에는 찾아와 명함 한 장 건네는 후보가 없다.내도전 토박이 이순녀(36·여)씨는 “선거법이 엄해져 이런 데 찾아오면 벌금 물어서 후보들이 안 오는 줄로 알았다.”고 서운한 심정을 내비쳤다. 지난 5일 임계에 선 5일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예전처럼 유세차량이 늘어서 ‘선거전’을 벌이던 시끌벅적한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40년 남짓 도계·삼척·통리 장터에서 생선을 팔아온 장돌림 박성년(69·여)씨는 “다른 장터도 조용한 편이지만 이정도는 아니다.”라면서 “임계장엔 사람이 더욱 적게 모인다고 후보들이 찾지 않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후보들의 발길이 뜸해진 이유는 선거구가 넓어져 오지까지 발길이 미처 미치지 못하기 때문.인구가 갈수록 줄어 이번 총선부터 태백·정선과 평창·영월 선거구가 한데 묶인 것.임계장을 찾은 한 후보 부인은 “선거구 면적이 자그마치 서울의 7배”라면서 “솔직히 구석구석까지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보급률 ‘제로’…정보가 없다 선거구가 넓어지면서 도전리 주민들이 투표할 장소도 바뀌었지만 그 사실을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지역 선관위는 온라인으로 투표소를 공지하지만 도전리를 통틀어 인터넷이 가능한 곳은 임계초등학교 도전분교뿐.그나마 사용하는 주민이 없어 사실상 인터넷 보급률은 ‘0’에 가깝다.도전분교에 설치되던 투표소는 이번에 승용차로 20분쯤 걸리는 면 소재지 내 고교로 합쳐졌다. 버스가 하루 3차례밖에 다니지 않는 이곳에서 노인들이 투표하러 가는 것은 ‘큰일’이다. 도전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고령자는 64명으로 주민의 40%를 넘는다. 하지만 도전리 주민들은 총선정국에서 소외됐다는 서운함보다 생활고에 찌든 농심을 어루만져 주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크다고 했다. ●그래도 “투표는 꼭 해야 하는 거드래요” 하지만 정치권 행태에 질렸다면서도 주민들은 투표를 꼭 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임계면은 16대 총선에서 68.5%의 투표율을 보여 전국 평균 57.2%를 훨씬 웃돌았다. 외도전의 식당 주인 최종권(49)씨는 “정말 정치에 관심이 없다면 냉소도 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같은 촌사람은 욕을 하면서도 ‘투표는 당연히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선 유지혜 이재훈기자 wisepen@seoul.co.kr˝
  • [총선 D-8/권역별 판세] 광주·전남북·제주

    이번 총선은 전북과 광주·전남지역을 예전처럼 한 틀로 묶을 수는 없을 것 같다. 광주·전남은 탄핵 후폭풍이 주춤하고 있다.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폄하’ 발언,신기남 의원의 ‘호남비하’ 발언이 이어지면서 유권자의 자존심을 건드렸다.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의 ‘3보1배’도 지역정서를 자극했다. 민주당 광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보릿고개 때도 씨와 종자는 남겨뒀다.’는 절박한 상황론이 탄핵 이후 싸늘했던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우리당도 여론의 반전을 인정하고 있다.우리당 광주지부 관계자는 “판세를 뒤집을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 당지도부의 실언 이후 40대 이상을 중심으로 이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털어놨다. 전남에선 민주당의 ‘서부 강세,동부 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이는 DJ-한화갑으로 이어지는 서부지역의 전통 지지표와 정당보다는 ‘지역 일꾼론’으로 맞선 전략이 갈수록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민주당은 분석했다. 전북지역은 11개 전 지역구에서 우리당이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민주당이 맹추격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우리당 전북지부 박노훈 사무처장은 “부안·고창,김제·완주,익산갑 지역구는 아직 안심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 지역구에서는 큰 차이로 우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우리당이 기치로 내건 탄핵정국 심판론에 전북 출신 정 의장 효과가 극대화돼 모든 지역구를 석권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오고 있다. 3개 선거구가 있는 제주지역 선거전은 한나라당과 우리당의 양강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탄핵 이후 상당수의 표심이 우리당 쪽으로 쏠렸으나 ‘노인폄하’ 발언 이후 부동층이 30∼40%로 증가,이들을 얼마나 흡수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할 것으로 분석된다. 제주 김영주 전주 임송학 광주 최치봉기자 chejukyj@˝
  • [사설] 총선 공약 현실성 있나

    어제부터 정치권의 사활을 건 총선 선거전이 시작됐다.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총선이 대선의 연장전처럼 달아오르고 있다.선거법의 단속 그물망이 촘촘해지면서 운신의 폭이 대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려는 정치권의 몸부림은 예나 다름없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권자들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유권자들이 과거 어느 선거보다 냉철한 판단과 진위를 가릴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는 특히 정치권이 내걸고 있는 총선 공약은 선거 후 국민의 부담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분석과 판단이 요구된다고 본다.각 정당들로서는 고심 끝에 내놓았겠지만 현실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공약(空約)도 적지 않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다.열린우리당의 공약 가운데 주택 분양원가 공개라든가,선출직 국민소환제 도입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분양원가 공개는 정책협의 과정에서 정부측으로부터 ‘적극 검토’라는 말을 이끌어냈으나 하루만에 ‘장기적으로 신중 검토’쪽으로 선회할 만큼 시장경제에 파급 효과가 큰 정책이다.국민소환제 역시 우리의 정치 풍토를 감안할 때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나라당의 공약은 역대 야당들과 마찬가지로 훨씬 더 현실성이 떨어진다.전 국민에게 연금 혜택을 부여하고 국방비의 40%를 증액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재원 조달 방안이 불분명하다.국가신인도 하락을 감수하면서 재정적자를 확대하겠다는 것인지,조세부담률을 대폭 올리겠다는 것인지 부연 설명이 없다.사병 월급을 20만원으로 올리겠다든가,2006년까지 유가를 동결하겠다는 공약도 같은 범주에 속한다.유권자들의 구미에 맞는 내용만 나열하고 듣기 싫은 내용은 숨기고 있다. 유권자들이 ‘아니면 말고’식의 공약에 현혹되는 한 정치권의 구태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국민들이 선거 이후 덤터기를 쓰지 않으려면 공약(公約)에서 공약(空約)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 지역개발사업 자율성 강화

    앞으로 시장·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의 예산 편성 자율성이 대폭 강화된다.이에 따라 예전처럼 예산을 따기 위해 중앙부처를 오가면서 사업을 설명하는 일은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30일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4조원 규모의 지역개발사업에 대해 지자체의 예산 편성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의 2005년 예산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 작성 지침을 확정했다. 총액배분 자율편성 방식으로 예산이 편성되기 때문에 각 부처들은 기획예산처에 5월말까지 총액 규모를 정한 예산요구서를 내야 한다.터무니없이 많은 예산을 요구하면 이전처럼 예산처가 ‘칼질’을 하게 된다.예산처도 이때까지 분야별 재정규모를 확정해야 하는데 탄핵정국 여파로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예산처 고위관계자는 “참여정부의 철학이 담긴 예산을 편성하려면 국무회의에서 난상토론이 벌어지고 대통령의 의견이 중요하다.”면서 “정국상황에 따라 예산편성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고 탄핵정국이 예산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내비쳤다.예산 규모의 한도가 제시되지 못한 점도 이런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전국 16개 시·도는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에 정해진 지방행정 정보화,오지 개발,청소년 육성 등 130∼140개 지역개발사업과 관련,지자체별 예산 한도에 따라 자율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게 된다.유교문화권 관광자원화,남해안 관광벨트 조성,지방운동장 건립,농지기반 조성,외국인 투자 유치,화훼수출단지 조성,수해 상습지 개선,가덕대교 건설,인공어초 시설 등이 대표적이다. 7조원 규모의 연구·개발(R&D)사업은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의 예산 심의에서 1단계 조정작업을 거친 뒤 예산처에 제출된다.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군인연금,사학연금 등 4대 공적연금의 연계성이 강화돼 이르면 내년부터 일반 국민과 공무원,교사,군인 등 수십만명이 연금 혜택을 보게 될 전망이다.이렇게 되면 연금수급자는 2070년 기준으로 국민연금 89만여명,공무원연금 65만여명,사학연금 18만여명 등 모두 200만명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박정현기자 jhpark@˝
  • 정치의식 성숙 ? 탄핵 반짝열기 ?

    4·15총선을 앞두고 대학가의 부재자 투표신청이 급증했다.탄핵정국이 대학생의 정치참여 의식을 높인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하지만 ‘탄핵 신드롬’에 의한 ‘반짝 열기’로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찮다.대학생 상대 설문조사에서도 실제 투표율이 높지 않을 것이라는 응답이 많았다.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젊은층의 정치 무관심과 냉소주의를 해소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0명이상 신청 대학 11곳이나 제17대 총선 대학부재자투표운동본부는 지난 29일 부재자 투표신청을 마감한 결과 전국 70개 대학에서 6만 5000여명이 접수했다고 밝혔다.이는 2002년 대선 당시의 39개 대학,3만 9000여명의 1.7배에 이르는 수치다.특히 투표소 설립 요건인 ‘신청인 2000명 이상’을 총족시킨 대학도 지난 대선 당시 3곳에서 11곳으로 늘었다. 이는 지난 대선을 전후해 젊은층의 정치참여 논의가 활발해진 데다 탄핵정국이 이들의 참여의식을 더욱 촉발시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엄경식(26·강원대대학원 정치외교학 1년)씨는 “탄핵정국에 환멸을 느껴 부재자 투표를 신청했다.”면서 “지역구에 비리 연루 정치인이 출마한다니 한표를 제대로 행사해야겠다.”고 말했다. 상지대 홍성태 교수는 “젊은층이 현실정치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정치를 마냥 내버려두기만 해서는 결국 본인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면서 “탄핵정국으로 부각된 부패정치 청산 문제가 젊은층이 선거에 참여해야 하는 좀더 분명한 이유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선 ‘반짝 관심’우려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같은 대학가 열기가 감정적인 ‘반짝 현상’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실제 일부 부재자투표 신청자는 지역구의 출마예정자나 공약은 물론 투표일조차 모르고 있었다.이모(25·여·고려대 3년)씨는 “부재자투표를 신청하긴 했지만,공약은 잘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사이에서도 총선 투표율이 낮을 것이라는 응답이 높게 나왔다.한총련·학생연대21 등 운동권과 비운동권 251개 총학생회·학생단체가 망라된 ‘2004 총선전국대학생연대’가 지난 22일 전국 18개 대학 재학생 14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총선에 투표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63.7%가 ‘그렇다.’고 답했다. ●자체 예상 투표율 높지 않아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대학생 투표율이 어떻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아주 높을 것(투표율 70% 이상)’과 ‘높을 것(60∼70%)’이 각각 5.4%,20.6%에 그친 반면 ‘조금 낮을 것(30∼40%)’이 28.9%,‘거의 참여하지 않을 것(30% 미만)’이 10.7%로 조사돼 부정적인 응답이 39.6%로 많았다.같은날 경상대신문사가 재학생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에서도 62.6%가 ‘총선에 투표할 것’이라고 답했지만,64.7%는 대학생 투표율이 50%를 밑돌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대학생의 투표참여 의지와 예상 투표율에 차이가 나는 것은 최근의 정치상황에 대한 우려의 표현이라고 해석했다.상지대 정대화 교수는 “최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그것이 종전처럼 젊은층의 무관심으로 표현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면서 “젊은층은 총선에 참여해야 정치권이 깨끗해진다는 확신을 갖고 교육비 재정 확충,청년실업 해결 등 피부에 와닿는 이슈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고려대 사회학과 조대엽 교수는 “인터넷 등 정보 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젊은층이 일상생활에서도 공론의 장을 활발히 마련해 정치참여의 자율성을 높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
  • [남규철의 DVD 폐인]‘한니발’ 식인장면 볼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출시되는 DVD타이틀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은 무엇일까?아마 심의 도중 특정 장면이 삭제 또는 암전처리되거나 심지어 이 장면 때문에 심의불가로 출시 자체가 되지 않는 경우일 듯.특히 과도한 폭력·잔인한 영상,누드나 음모 노출 등 장면이 온전히 심의를 통과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그러나 작품을 소장하기 위해 DVD를 구입하는 이들에겐 ‘원본 훼손’은 참기 어려운 일인지라 마니아들은 외국에서 출시된 ‘무삭제판’을 구해 보기도 한다.그러나 최근 영상물등급위원회의 DVD 심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몇 년 동안 심의가 반려된 작품들이 무사히 통과하여 무삭제판으로 출시가 가능하게 된 것.이런 현상이 일시적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멋진 작품이 무삭제로 출시된다는 것은 어쨌든 즐거운 소식이다. 다음 타이틀들은 오랫동안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출시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 눈여겨 볼 만한 것들.과도한 고어(gore) 신이나 누드가 심의를 통과하지 못한 이유였다고 하는데….한번 직접 심의해 보시기를. ●한니발 무려 2년간 심의가 나지 않아 출시되지 않았던 리들리 스콧 감독의 스릴러.잘 알려진 걸작 ‘양들의 침묵’의 속편으로,전작이 개봉된 지 정확히 10년만에 상영되어 흥행면에서도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다.그러나 ‘너무나 완벽했던’ 전작에 가려 아쉬움도 많았는데 국내 개봉 때에는 주인공의 식인장면을 검게 칠해버려 더 큰 아쉬움을 남겼다.바로 이 식인장면 때문에 심의가 이루어 지지 않았다가 최근 무삭제로 심의를 통과하여 햇볕을 보았다.1.85:1의 아나몰픽 와이드화면은 부드러우면서도 안정된 영상을 보여주며,돌비 디지털 5.1채널로 된 오디오트랙 역시 풍부한 서라운드와 선명한 사운드를 들려준다.다만 부가영상에 한글자막을 지원하지 않아 무척 아쉽다. 무삭제장면은 잔혹한 영상이어서 비위가 약하신 분이나 가족들이 함께 보기엔 적절하지 않을 듯. ●스위밍 풀 프랑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감독인 프랑수아 오종의 2000년 작품.여인의 성적 환상과 현실이라는 소재를 미스터리 분위기로 그렸다.영화 성격상 전신누드나 음모 노출 등의 장면이 들어 있다.그 덕(?)에 오랫동안 심의가 반려됐으나 최근 무삭제로 출시됐다.아름답고 화사한 프랑스의 풍광을 잘 드러내는 깨끗한 영상과 부드럽고 무난한 사운드가 눈길.문제의 노출장면을 보고 “겨우 이 정도에…”라고 놀랄 분들도 있을 듯. 이밖에 ‘삭제장면’의 대명사인 ‘원초적 본능’도 6번의 심의 끝에 출시됐고,잔인한 폭력장면이 포함된 팀 버튼의 ‘슬리핑 할로우’도 무삭제로 나와있다.‘과도한 폭력’으로 극장에서 12초간을 삭제해야 했던 타란티노감독의 ‘킬 빌 vol.1’ 역시 삭제된 장면이 심의를 무사통과함에 따라 4월에 무삭제 DVD판이 출시될 예정이다. DVD칼럼니스트·09DVD업무팀장˝
  • [건강칼럼] 우울한 주름 수술않고 치료

    ‘주름잡는다.’는 말은 어떤 상황에서 국면을 주도하는 리더의 행동양식을 지칭하는 말이고,그래서 어느 분야에서든 ‘주름잡을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그러나 나이와 함께 늘어나는 피부의 주름은 낡은 사인보드의 낙서처럼 자신의 젊음이 ‘주름 잡히고 있음’을 알리는 우울한 신호이기도 하다. 사람의 피부는 25세를 지나면서 노화가 시작된다.진피층의 콜라겐 양이 줄고,탄력섬유가 변형되면서 처지는가 하면 차츰 모공도 커진다.피부로서는 이때가 운명의 순간이다.“그러려니…”하고 관리를 소홀히 해 피부가 나이보다 더 늙어보이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아차’ 싶어 여기에 닿는다는 화장품이나 약품을 사용해 보지만,대부분이 예방 효과는 몰라도 이미 생긴 주름을 펴주지는 못해 이내 실망하고 만다.처지는 근육,깊어가는 주름을 해결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뭐니뭐니 해도 수술적 치료다.지금까지는 주름을 제거하기 위해 귀 바로 앞쪽의 근육을 잡아당겨 잘라내는 방식의 시술이 이뤄져 왔다.당연히 수술 자체도 큰 부담이었고,수술 후 흉터가 회복되는 시간도 길어 많은 사람들이 수술을 꺼렸다.그래서 고안된 치료법이 칼을 대지 않고 주름을 펴는 ‘매직 서마지리프트’ 치료법이다.고주파로 얼굴 전체에 탄력성을 준 뒤 특수 고안된 실을 주름 부위에 삽입해 당겨주는 방법이다. 특히 ‘서마지’는 피부의 콜라겐 재합성을 촉진하고,새로운 콜라겐 생성을 촉진,피부에 탄력을 주고,주름이 개선된 피부를 오래 지속시키는 역할을 해 10년은 거뜬히 거꾸로 되돌릴 수 있다고들 한다.실제로 이 방법을 적용하면 시술 후 곧바로 주름이 개선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별도의 회복기간이 필요 없고,시술도 1시간 정도면 끝나 예전처럼 치료를 위해 ‘비장한 작심’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도 장점이다. 젊게 산다는 것은 기쁨이고,보람이다.주름이 걱정이라면 이런 치료법으로 다시 한번 인생을 주름잡아 보는 게 어떨까. 이상준 아름다운 나라 피부과 성형외과 원장˝
  • 쉬어가기˙˙˙

    배우 박영규(50)씨가 최근 유일한 혈육인 외아들을 잃은 사실이 알려졌다.측근에 따르면 박씨의 전처와 함께 미국에 살고 있는 스물한살의 아들이 지난 14일 친구가 운전하는 오토바이의 뒷좌석에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박씨는 이를 전해듣고 미국으로 건너갔다.박씨는 1998년 현재의 부인과 결혼했지만 2세는 없다.‘순풍산부인과’로 인기를 모은 박씨는 19일 개봉하는 ‘고독이 몸부림칠 때’에서 결혼하지 못한 시골 노총각으로 출연했다.
  • [데스크시각] 한나라, 집안잔치할 때 아니다/박대출 정치부 차장

    한나라당이 임시전당대회를 오는 23 연다고 발표했다.장소는 잠실 학생체육관으로 정했다고 한다.여니,마니 하더니 결국 강행할 모양이다.아직도 전당대회를 탄핵정국의 탈출구로 기대하는 인상을 준다. 한 중진의원의 진단이 흥미롭다.그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열자는 게 아니냐.”고 되물었다.한나라당이 ‘익사 직전’이라는 상황 판단을 깔고 있다.극도의 위기감과 무력감이 짙게 배어 있다. 전당대회는 한때 한나라당 사람들에게 ‘생명의 동아줄’처럼 여겨지기도 했다.지지도 하락을 반전시킬 이벤트로 기획했기 때문이다.하지만 탄핵정국 이전의 일이다.이 의원의 지적대로 이젠 지푸라기쯤으로 전락해버렸다.물론 전당대회까지 일주일이 남았다.탄핵정국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질 수도 있다.하지만 현재로선 위력이 너무 세다.일주일 후에도 전당대회는 초라해질 가능성이 더 높은 것 같다. 전당대회의 값어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은 한나라당 안에 더 많다.‘그들만의 잔치’,‘밥그릇 싸움’으로 비쳐질 만한 일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최병렬 대표 복귀설’,‘박근혜 의원 옹립설’ 등 음모론이 들끓었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를 놓고 한나라당은 두갈래로 쪼개졌다.하자는 쪽은 ‘새판짜기’라는 명분을 내걸었다.주로 소장파 그룹들이 주도했다.이들은 최 대표의 퇴진을 첫 수순으로 설정했다.하지만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그들의 명분은 퇴색됐다.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 없이 당내 비판에만 몰두한 데서 비롯됐다.그들은 ‘어른들을 내치는 젊은 애들’로만 치부돼 버렸다. 하지 말자는 쪽에선 전당대회가 더이상 흥행거리가 안된다는 판단이다.전시(戰時)에 집안잔치가 웬말이냐는 것이다.이들의 상황 인식은 한편으론 현실적이다.하지만 당권 세력의 ‘꼼수’라고 맞받아친 전당대회론자들에게 끝내 밀렸다.떳떳한 반대논리를 제시하지 못한 것은 스스로의 한계였다. 전당대회 회의론자들은 대의원 동원의 어려움도 이유로 꼽는다.한나라당은 대의원 4600명을 참석 대상으로 계획하고 있다.이들을 실어나르려면 지구당마다 최소한 버스 한두대는 필요하다고 한다.하지만 쉽지가 않다.그전처럼 중앙당 예산 지원도 없고,의원들과 지구당 위원장들의 ‘충성’도 모자란다.반쪽 대회가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은 탄핵정국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열린우리당을 향해 ‘천박한 선동’이라고 외쳐대봐도 아무 소용없는 현실이다.사면초가다. 한나라당은 탄핵정국 이후 전당대회를 포기했어야 한다.아예 무시하거나 관심이 없다는 게 국민 대부분의 반응이다.그렇다고 해서 원점으로 되돌릴 수 없는 상황이 됐다.지푸라기라도 잡기 위해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면 서둘러야 할 일이 있다.‘차떼기정당’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바로 그것이다. 인터넷 사이트에 올린 한 네티즌의 글이 눈에 쏙 들어온다.4·15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의 전투력을 배가시킬 전략이 담겨 있다.“폭설 피해로 인해 한 농민이 목숨을 끊었다.정치인들은 고작 싸움질만 하냐.반성 좀 해라.탄핵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르면 된다.폭설 피해로 농가 일손이 부족한데 16대 국회의원들은 가서 일 좀 도와라.하는 일도 없으면서 밥 먹고 밥 값 좀 해라.”는 질타였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당장 논산,공주로 달려가라.몇날며칠 민생정당의 의지를 땀으로 보여주어라.환골탈태는 ‘입’이 아닌 ‘몸’으로 증명해야 한다. 박대출 정치부 차장 dcpark@˝
  • 高대행, 총리실에 “입단속”

    고건 대통령 권한대행의 15일 공식 일정은 총리실 확대간부회의와 공명선거관계장관회의뿐이었다.이날 오후에는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집무실에 머물며 가급적 외부 행사를 자제했다.의욕적 행보와는 거리가 있다. 고 대행은 공명선거관계장관회의에서 공명선거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행정자치·법무부 장관의 선거 관련 대국민 담화문이 이어진 것도 고 대행의 뜻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고 대행은 “15·16대 총선에선 정부에서 ‘중립’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으나,17대 총선을 맞아 정부는 ‘엄정중립을 위한 실천지침’을 시·도에 시달했다.”고 강조했다.고 대행은 총리실 간부들에게는 입단속을 거듭 주지시켰다. ●공명선거 강한 의지 이날 회의에서도 그랬듯이 공명선거를 위한 고 대행의 남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대행 업무를 보기 시작한 지난 12일 임시 국무회의와 13일 대국민 담화문 발표에 이어 공명선거 의지를 피력한 게 벌써 세번째다.4·15 총선을 한달 앞두고 어수선한 선거 분위기를 바로잡고,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총선 연기론’에 쐐기를 박으려는 뜻도 배어 있는 것 같다. 고 대행은 “국정운영의 기본 시각을 여야간 정치 논리나 정치 게임이 아니라 국가안정에 최우선적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이어 “17대 총선을 한달 남기고 정국이 어려운 시점에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엄정 중립과 공명선거를 확고하게 다짐하고,선거계획을 보완해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정책 수립과 관련한 선심행정 오해 방지 등 선거관리 3원칙을 비롯,선거법 위반행위를 무조건 엄벌키로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 보고받기로 확대간부회의에선 국회 본회의 시정연설에 부정적이란 언론보도와 관련,“(총리실)간부들이 개인적 의견을 얘기해서 된 것 아니냐.”는 호된 질책이 있었다.고 대행은 “4당이 합의해 제안을 하면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면서 “간부들이 개인적인 얘기를 해 혼선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하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고 대행은 국회를 통과한 사면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내일(16일) 국무회의에 올리지 말고,다음주(23일) 국무회의에 상정하라.”면서 “국무회의 상정에 앞서 국무조정실 중심으로 내용을 충분히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고 대행은 이날 박봉흠 청와대 정책실장으로부터 오전에 열렸던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내용을 보고받고 “청와대 비서실은 종전처럼 국정의 연속성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사항은 대통령이 파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고 한덕수 국무조정실장이 전했다. 한 실장은 “앞으로도 박 실장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내용을 계속 보고할 것이며,현 단계에서 고 대행이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조현석기자 hyun68@˝
  • [인사]

    ■ 통계청 ◇전보 △통계연구과장 崔鳳鎬△경북통계사무소장 裵秉基△(서기관)통계연구과 朴願煥 金漢植 ■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장 朴福奎△입학홍보처장 叢成義 ■ 유한양행 ◇상무 △품질경영실장 겸 오창신공장 운영담당 金榮浩△해외사업부장 朴贊普△개발실장 金賢洙 ■ 국민은행 ◇지점장 △영통 金忠烈△임학동 朴浩奎△동역삼 許世寧△공릉서 權仁九△종로6가 李啓熙△스타타워 朴裕彬△광화문역 吳錫晩 ■ 한화증권 ◇전보(임원) △소매영업부문 영남주재 상무겸 부산지점장 李起南△〃 강북주재 상무겸 영업부장 金昶中△〃 강남주재 상무겸 영동지점장 鄭鉉寀(지점장)△대치 李周賢△반포 李景煥△안성 金珉權(센터장·팀장)△IB영업2팀장 崔炳琪△CS센터장 겸 CS팀장 朴容煜△금융지원팀장 徐宗浩◇승진(지점장)△송파 金輔翼△거창 金鎭洙△오산 文哲豪△울산 李鍾德△영주 庾在榮(센터장·팀장)△시황분석팀장 金星泰 ■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조사연구실장 崔善模△성능〃 龍淇重△안전〃 崔泳泰△주행연구팀장 權海鵬△결함조사〃 金鍾秀△연구기획〃 千命林△성능연구실(2급) 申載昇 李宗賢(항공안전처)△처장 직무대리 姜鉉哲△항공안전팀장 崔勝烈 ■ 조선일보 △부사장 方桂成△부사장대우 金大中△전무 曺然興△상무 겸 광고국장 金文純 ■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산업부 IT팀장 梁承得△〃 증권부장 金榮圭△〃 국제부장 梁洪模
  • [인사]

    ■ 통계청 ◇전보 △통계연구과장 崔鳳鎬△경북통계사무소장 裵秉基△(서기관)통계연구과 朴願煥 金漢植 ■ 성신여대 △교육대학원장 朴福奎△입학홍보처장 叢成義 ■ 유한양행 ◇상무 △품질경영실장 겸 오창신공장 운영담당 金榮浩△해외사업부장 朴贊普△개발실장 金賢洙 ■ 국민은행 ◇지점장 △영통 金忠烈△임학동 朴浩奎△동역삼 許世寧△공릉서 權仁九△종로6가 李啓熙△스타타워 朴裕彬△광화문역 吳錫晩 ■ 한화증권 ◇전보(임원) △소매영업부문 영남주재 상무겸 부산지점장 李起南△〃 강북주재 상무겸 영업부장 金昶中△〃 강남주재 상무겸 영동지점장 鄭鉉寀(지점장)△대치 李周賢△반포 李景煥△안성 金珉權(센터장·팀장)△IB영업2팀장 崔炳琪△CS센터장 겸 CS팀장 朴容煜△금융지원팀장 徐宗浩◇승진(지점장)△송파 金輔翼△거창 金鎭洙△오산 文哲豪△울산 李鍾德△영주 庾在榮(센터장·팀장)△시황분석팀장 金星泰 ■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시험연구소)△조사연구실장 崔善模△성능〃 龍淇重△안전〃 崔泳泰△주행연구팀장 權海鵬△결함조사〃 金鍾秀△연구기획〃 千命林△성능연구실(2급) 申載昇 李宗賢(항공안전처)△처장 직무대리 姜鉉哲△항공안전팀장 崔勝烈 ■ 조선일보 △부사장 方桂成△부사장대우 金大中△전무 曺然興△상무 겸 광고국장 金文純 ■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산업부 IT팀장 梁承得△〃 증권부장 金榮圭△〃 국제부장 梁洪模
  • 의원후원금 작년 총 518억

    2003년 국회의원 후원금 모금에서도 예전처럼 ‘여부야빈(與富野貧) 현상’이 나타났다.또 의원 253명이 거둔 후원금은 모두 518억 1300만원이었다. 10일 중앙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의원 평균 모금액은 열린우리당이 2억 57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민주당은 2억 1600만원,한나라당 1억 9200만원이었다. 정당별로는 한나라당 267억 6000만원,열린우리당 121억 200만원,민주당 112억 5200만원,자민련 14억 6800만원,무소속 1억 7000만원,민국당 4600만원,하나로국민연합 1200만원,국민통합2132만 9500원 순이었다. 후원금 모금액 랭킹 10위 안에는 열린우리당 의원이 절반이나 됐다.열린우리당 실세 3인방으로 불렸던 ‘신기남·정동영·천정배’의원도 여기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민주당에서는 추미애·이낙연 의원이 10위안에 들었다. 한나라당에서는 강재섭·임인배·권오을 의원 등 대구·경북(TK) 인사만 상위권에 오르는 ‘특이한’ 현상을 보였다.맨 꼴찌는 한나라당 김찬우 의원으로 0원이었다.다음으로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 32만 9500원이며,한나라당 김윤식 300만원,민주당 최재승 302만원 순이었다. 이지운기자 jj@˝
  • [씨줄날줄] 新문명충돌론/이기동 논설위원

    냉전 이후 세계질서 분석틀 중 최대 논란거리를 제공한 이론은 단연 하버드대 새뮤얼 헌팅턴 교수의 ‘문명충돌론’.동서로 양분돼온 세계질서가 서구와 이슬람,중국의 3대 문명축으로 크게 나누어져 갈등과 충돌을 빚는다는 일면 단순명쾌한 논리다.전쟁의 주동인도 이전처럼 이념이나 계급이 아니라 종교에서 비롯된 문명간 갈등이라는 것이다. 중동의 유혈충돌,9·11테러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테러와의 전쟁은 기독교 대 이슬람 문명충돌론을 설파한 헌팅턴교수의 혜안을 가늠케 한다.하지만 정작 헌팅턴교수 자신은 테러와의 전쟁을 문명충돌이 아니라 문명 대(對) 야만의 충돌로 해석한다.테러세력들이 이슬람문명을 대표하는 게 아니라 일부 극단적이고 야만적인 이슬람을 대변할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문명충돌론의 최대 약점은 서구문명 우월론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서구우월주의와 반이슬람,신 황화론(黃禍論)이 근저에 자리하고 있다.그가 5월 출간예정인 새 저서 ‘우리는 누구인가,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들’에서 히스패닉계 이민을 미국의 정체성에 대한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히스패닉계와 앵글로 기독교계가 미국을 두개의 민족,문화,언어로 나눈다는 주장은 차라리 백인우월주의자의 선동구호를 연상시킨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그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글을 실어 또 한번 화제다.히스패닉계가 법치주의와 인권중시의 미국문화를 외면하고 고유언어,문화,가치관을 고집함으로써 미국문화에 이질적 요인이 된다는 그의 주장은 지나친 논리비약.이탈리아계,아일랜드계,유대인이 미국의 주류사회에 편입된 현실에서 굳이 3700만명의 히스패닉계만 동화가 안 된 채 위협세력으로 남는다는 논리적 근거를 헌팅턴은 제시하지 못한다. 대서양을 건너온 이민은 괜찮고 멕시코국경의 리오그란데강을 건너온 이민은 그냥 안 된다는 것이다.미국은 어차피 이민자들의 나라.1200만명의 미국내 불법노동자들 중 절반이 히스패닉계다.이들의 값싼 노동력이 없으면 미국경제는 당장 제대로 돌아가지 못한다.노교수의 혜안이 흐려진 것인가.200만명의 재미 한인동포들도 히스패닉계보다 더 나은 대우를 기대하기는 힘든 처지인데.여러 모로 우려되는 신문명충돌론이다. 이기동 논설위원 yeekd@˝
  • 연립주택 규제일몰제 적용 주택거래신고 2년뒤 재검토

    건설교통부는 이달 말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주택거래신고제 신고대상 주택 중 연립주택은 일단 2년 동안만 한시적으로 운영한 뒤 필요성 여부를 재검토하는 규제 일몰제를 적용키로 했다고 8일 밝혔다. 건교부는 또 연간 집값 상승률이 전국 평균의 2배를 넘는 지역에 대해서도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이 가능토록 했다.당초 안에는 집값 상승률이 월간 1.5%,3개월 누계 3% 이상일 때에만 신고지역으로 지정토록 돼 있었다. 건교부는 또 신고제 지정 구역을 시·군·구 단위뿐만 아니라 동·단지별로 적용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이와 함께 주상복합아파트가 입지하는 준주거,상업지역의 토지매입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사업부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종전처럼 분양주택을 우선 공급키로 했다. 건교부는 또 부동산시장 안정을 위해 ‘부동산시장 조기경보시스템’을 구축키로 하고 이달 중 국토연구원 또는 한국개발연구원에 용역을 의뢰,하반기 중으로 관련 시스템을 구축·가동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경보 지수로는 주택가격추이,매물동향,청약률,미분양추이,이자율,주택건설실적,건축허가면적 등을 조기경보시스템의 예고지표로 활용키로 했다. 류찬희기자 chani@˝
  • 병아리주부 닭요리 도전

    가장 대표적인 서민 음식을 들라 하면 닭고기가 후보 가운데 하나로 꼽힐 게 틀림없습니다.한집 건너 통닭·찜닭·닭갈비·삼계탕·치킨 집이 있잖아요.이런 닭고기가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조류 독감 탓으로 가격이 뚝 떨어졌다가 요샌 수직 상승입니다.손님 대접이나 잔치상에 거의 빠지지 않는 닭고기.우리나라에선 삼국시대부터 먹어왔습니다.장모가 사위에게 씨암탉을 대접한댔잖아요.맛도 좋고 몸에도 좋기 때문이겠지요.이번 주말엔 내손으로 만들어 더욱 안심인 닭고기 요리,어때요? “치킨을 ‘졸라’(무척) 좋아해요.하지만 할 줄 아는 게 없어요.그래서 오빠(남편)한테서 타박도 듣고.” 닭고기 요리를 못해 체면을 구긴 결혼 4개월의 ‘왕초짜’ 주부 주미화(27·서울 북아현3동),결혼 2년차의 이정미(29·강서구 등촌1동)씨.자존심 회복을 위해 닭고기 요리 고수를 찾아 나섰다. 이들이 찾은 곳은 서울 신길1동 대신시장옆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음식을 가르치지 못해 안달이 난 요리의 달인 안승춘(56) 회장을 찾았다.이들의 지도 요청에 안 회장은 기꺼이 응했다.현재 맡고있는 식생활개발연구회장과 조리직업전문학교 이사장에서 보듯 ‘과외 수업’에 질렸을 만도 한데 전혀 그런 기색이 없다. 성급한 주·이씨,“‘센님’(선생님),어떻게 하면 음식을 잘 할 수 있어요?”.안 회장은 대답 대신 웃으면서 손을 들어보였다.얼핏 보니 안 회장의 손이 곱지를 않다.물 마를 날이 없던 36년간의 요리 경력이 오롯이 녹아든 듯하다. 5개월 된 딸을 업은 이씨,“오빠가 삼계탕과 닭도리탕(닭매운찜)을 ‘넘’(너무) 좋아해요.”,“주말마다 치킨집에 전화를 건다.”는 주씨.이들은 닭고기를 무척 즐기지만 닭요리엔 젬병이라고 털어놨다. “조류독감 파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양계 농가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고 싶었거든요.근데 요샌 닭 값이 넘 올랐어요.”.라고 입을 모은 이들에게서 알뜰 주부의 자질이 엿보였다. “닭고기는 핏물을 잘 빼야 맛을 낼 수가 있어요.1시간가량 찬물에 담가두면 돼.물은 한두 번 갈아주고.” 주·이씨가 싱크대에 서자마자 강의가 시작됐다. “어떤 닭을 사야 돼요?”(주) “음식은 재료를 고르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요리의 기본은 싱싱한 재료를 고르는 안목이거든.”.안 회장은 닭고기는 고르는 요령을 설명했다.눈으로 봤을 때 깨끗하고 선명하며 윤기가 있으며,손으로 만져 봤을 때 탄력이 있는 닭이 좋다.냉동된 것보다는 냉장된 고기가 더 좋단다.“이건 닭고기뿐만 아니라 다른 고기를 고를 때도 만찬가지야.”.과외수업를 받는 주·이씨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뭘 만들지요?”(이) 이들이 도전할 요리는 닭 별미전.이탈리아 요리 피카타를 응용한 것으로 매운 맛을 뺐단다. “닭가슴살을 넓게 포를 떠서 칼등으로 살살 두들겨 밑간에 10분가량 절여두면 돼.밑간은 후춧가루·청주·소금을 조금씩 섞으면 되지.”그래야 닭고기 특유의 노린내가 나지 않는다는 게 안 회장의 설명이다. “닭 껍질도 함께 써요?”이씨는 다소 놀란 모습이다.“껍질이 얼마나 맛있는데,콜레스테롤이 높다고 다들 피하고 있지.껍질보다는 껍질과 살 사이의 흰 부분을 제거하면 돼.이게 바로 지방 덩어리거든.”(안) 그러면서 닭고기가 고단백·저칼로리로 다이어트에 좋은 식품이란 게 안 회장의 말이다.닭고기 열량이 100g당 126㎉.삼겹살(310㎉)이나 소고기 등심(224㎉)보다 낮다. 그리고 파슬리를 곱게 다져 물에 헹궈 꼭 짠 다음 달걀과 가루 치즈에 잘 섞었다.“파슬리가 없으면요?”(이) “그땐 파를 다져 써도 돼.”(안) “어떤 치즈가 좋을까요?”(주) “가루로 된 파마산 치즈야.아무 치즈나 잘게 다지면 돼.”(안) 이들은 살코기에 밀가루를 묻히고 달걀에 담갔다가 밀가루 옷을 ‘열라’(열나게) 입힌다.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밀가루 옷이 자꾸 떨어져요.”(이) “닭고기 표면의 물기를 제대로 제거하지 않아서 그래.물기를 잘 제거해야 되는데 키친 타월로 살살 누르면서 닦아주면 돼.”(안) 그러곤 불을 최대한 높여 팬을 달궈 지져내면 된다.고소한 냄새가 나면서 노릇하게 변했다.“생선전처럼 보이지.자 한번 먹어봐.뜨거우니 조심하고.”(안) “노오란데 파릇한 파슬리가 섞여 있으니 넘 예쁘고 맛있어요.”(주),“치즈가 들어가선지 퍼석한 느낌도 전혀 없어요.”(이) “어떤 요리든지 레서피에 너무 얽매이지 말고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들어 먹는 게 중요해.” 안회장의 마지막 당부다.이번 주말엔 닭 별미전을 만들어 ‘닭살돋는’(?) 주말을 맞겠다는 주·이씨.닭요리에 자신감이 붙은 눈치다. ■ 닭요리 제법 하는 집들 서울 강남역 시티극장 뒤쪽의 닭익는 마을(558-2718)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참숯 닭불구이 전문점.다리살만 이용하는 구이에는 담박한 맛을 내는 흰살구이,매콤달콤한 양념구이,소갈비 맛이 나는 고추장구이가 있다.각 6500원씩이다.점심 메뉴로는 닭개장(5000원)과 닭살 만두뚝배기(5500원)가 있다.특이한 것은 닭도리탕을 한 냄비가 아니라 1인분에 6000원으로도 판다. 홍대앞 던킨도너츠 골목의 다락투(324-0983)는 닭곰탕(4000원)국물 맛이 일품.닭을 푹 끓여 뼈를 골라내고 다시 끓여 국밥식으로 만 것이다.냉장 닭을 이용해 살이 쫀득하다.무엇보다 35년동안 2대째를 잇고 있는 것이 큰 자랑이다. 남산 케이블카 타는 곳 조금 아래쪽의 촛불(755-1777)은 닭고기를 이탈리아식으로 내놓는다.닭 반마리를 구워 내는 주방장 특선 닭요리(1만 4000원)와 치킨 리조토가 인기다.78년 오픈한 것을 기념해 78년생에겐 와인 1잔을 무료로 제공한다. ■ 나도 매콤달콤 닭 요리사 ●닭고기 인삼 롤찜 재료 닭고기(가슴살) 400g(4쪽)인삼 4뿌리,청피망·홍피망·파프리카·당근 1개씩,적채 3잎,표고버섯 2장,다진 돼지고기 100g,대추 10개,완두 20알,소금·후추·식용유 약간씩,인삼칠리소스(인삼원액·녹말 1큰술씩,칠리소스),돼지고기 양념(다진 파 ½큰술,다진 마늘 1작은술,다진 생강 ½작은술,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인삼은 손질하여 잔뿌리와 큰 것 1뿌리를 끓여서 인삼액을 만들고 나머지는 가늘게 채썬다.(2) 닭고기는 칼집을 넣어 살과 껍질을 분리하여 가슴살을 얇게 포를 떠서 두드려 소금,후추를 뿌려둔다.(3) 당근·파프리카·표고버섯·적채는 채썰어 적채를 제외한 재료들을 각각 기름으로 볶아 소금으로 간한다.돼지고기는 양념하여 볶아 볶아낸 표고버섯과 섞는다.(4) 김발 위에 닭껍질을 놓고 그 위에 닭가슴살을 편 후 청피망·홍피망·파프리카·당근을 놓고 그 위에 인삼채를 고루 뿌린다. 그 위에 (A) 넓이로 돼지고기 볶은 것을 깔아준다.(5) 돌려깎기한 대추 속에 완두콩을 채워 말아 돼지고기가 깔린 자리의 시작점에다가 일자로 연결시켜 깔아준다.위의 재료들이 밀리지 않게 잡고 김발로 김밥 말듯이 말아준다.(6) 김이 오른 찜통에 넣어 20분정도 찐다.(7) 칠리소스에 인삼원액을 섞어 끓이다가 물녹말을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8) 요리가 완성되면 약간 식힌 후에 썬뒤 소스를 뿌린다. ●닭 별미전 재료 닭가슴살 400g,(파마산)치즈 50g,달걀 2개,파슬리 10g,맛소금 12 작은술,후춧가루 1/6 작은술,밀가루·식용유 적당량씩 만드는 법 (1) 닭살은 넓게 포를 떠서 두드려 소금·후춧가루·청주로 밑간을 하여 10분정도 재워둔다.(2) 파슬리를 곱게 다져 물에 행궈 꼭 짠 후 달걀·치즈 가루와 잘 섞는다.(3) (1)의 닭살에 밀가루를 묻히고 (2)의 달걀에 담갔다가 건져 식용유를 두른 팬에 노릇하게 지져내면 완성. ●닭고기 땅콩소스 냉채 재료 닭가슴살 200g(2쪽),오이 (B)개,당근·대파 ½개씩,마늘 3쪽,생강 ½쪽,청주 ½큰술,양파 ¼개,땅콩소스(다진 땅콩·식초 2큰술씩,설탕·갠 겨자·꿀 1큰술씩,물 ½컵,간장·참기름½큰술씩,소금·흰 후춧가루 약간씩) 만드는 법 (1) 닭 가슴살은 하얀 기름덩이를 잘라내어 손질해둔다.(2) 냄비에 물 3컵을 붓고 팔팔 끓으면 닭 가슴살과 대파·마늘 저민 것,생강 저민 것,청주를 함께 넣어 닭고기를 익힌다.(3) 닭가슴살을 꼬치로 찔러 보아 핏물이 나오지 않으면 건져내어 차게 식힌 다음 손으로 가늘게 찢는다.(4) 오이와 당근은 4㎝길이로 돌려 깎기하여 채썰어 찬물에 담가두고,양파도 가늘게 채썰어 찬물에 담가두었다가 싱싱해지면 건져 물기를 제거한다.(6) 땅콩 소스 재료를 모두 섞어 땅콩 소스를 만들어 차게 둔다.(7) (3)의 닭살과 양파·오이·채썬 당근을 접시에 소복하게 담고 차게 둔 땅콩소스를 뿌린다. ●닭 산적 재료 닭다리 5개,대파 ½뿌리,붉은 고추·풋고추 1개씩,양념장(다진 마늘·청주·식용유 1큰술씩,고춧가루·참기름 1작은술씩,설탕(또는 물엿)·생강즙 ½큰술씩,후춧가루 ¼작은술,간장 2큰술,마늘 2쪽) 만드는 법(1) 닭은 뼈를 발라내고 닭살만 얇게 포를 떠서 칼등으로 두들겨 놓는다.(2) 마늘은 가늘게 채썰어 놓고 양념장 재료는 섞어 놓는다.(3) 대파는 가늘게 채치고 붉은 고추와 풋고추는 씨를 털어내고 가늘게 채친다.(4) 팬을 달구어 생강즙을 넣고 생강 냄새가 나면 (1)의 닭을 넣고 앞뒤로 익혀 닭의 기름기를 빼낸 후 (2)의 양념장에 재운다.(5) 팬에 (4)의 닭을 놓아 익히면서 (3)의 재료를 얹어 같이 익혀낸다. 글 안승춘 한국식생활개발연구회장 (02-833-1623) 사진 강성남기자 snk@˝
  • [종하랑 선영이의 배낭메고 60개국](6) 베트남 라오스 돈뎃섬

    사실 베트남에서 라오스 국경을 넘을 때만해도 걱정이 태산이었다.‘말라리아 약을 안 먹어서 모기에 물리면 곧 죽을지도 모른다.’‘그곳엔 사람보다 닭이 더 많다던데 여행자 조류독감 환자 1호가 될 수도 있겠다.’‘얼마전에 푸쿤이라는 곳에서 게릴라들에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던데.’….라오스에 대해 편협한 지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는 마치 사지로 쫓겨 들어가는 사람들처럼 긴장에 또 긴장을 했다. 그런데 막상 이곳에 와 보니 그 모든 걱정들이 기우였구나 싶다.사람들은 이전처럼 평화롭게 살고 있고,또 사람들은 아름다운 자연을 찾아,순수한 사람들의 미소를 따라 여행을 하고 있다.아쉬운 건 라오스의 별미인 닭칼국수와 닭죽을 못 먹어본다는 것 정도이다. 라오스는 영국과 거의 같은 크기의 땅덩이에 인구가 540만명밖에 안 된다.인구밀도가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낮다.라오스에서 가장 큰 도시 비엔티엔도 수도라고 하기에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사람이 없고,차도 드물다.그래서인지 이곳 사람들은 아직 그다지 각박해지지 않은 것 같다.옛날 우리의 시골처럼 인심도 후하고 인상들도 선하다. 우리가 라오스에 들어올 때 예상했던 여행지는 북쪽의 방비엥이나 루앙프라방 같이 한국의 여행자들에게 많이 알려진 곳들이었지만,막상 라오스를 여행해 본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남부 라오스를 가보기를 적극 추천한다.할 수 없다.계획수정,비엔티엔에 도착한 다음 날 바로 남부로 내려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우리가 간 곳은 앙코르와트의 초기유적지가 있는 참파삭과,남쪽으로 더 내려가 4000여개의 섬이 있는 돈콩,돈뎃이라는 섬이다.참파삭에서는 유적지라도 볼 수 있었지만 돈콩,돈뎃 섬은 정말 할거리,볼거리가 없는 곳이다.특히 돈뎃 섬은 아직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해만 지면 칠흑 같이 어두워지기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하지만 구경할 게 없어도 지루하지 않고 할 일이 없어도 죄책감을 갖지 않는 장소가 또 이곳이다.아침에 해뜨면 자전거를 빌려 강변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섬을 한바퀴 돌아 방갈로로 돌아온다.메콩강물로 등목하고 육지에서 공수한 귀한 맥주 한 잔을 들고 강변으로 난 방갈로 발코니의 그물침대에 누워 강물을 보거나,음악을 듣는다. 하릴없이 오후를 보낸 뒤 해질 녘에 다시 산책하면서 주민들에게 인사도 건네고 사진도 찍어준다.서울에서는 잠시라도 가만히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 초조·불안하고,인생의 낙오자가 될 것 같은 안달에 사로잡혀 살았는데,이곳에서는 그런 모든 세상사가 참 덧없이 느껴진다.‘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인데 이렇게 유유자적하며 살 수는 없는 걸까. 이곳을 벗어나면 우리는 또다시 알 수 없는 시간의 힘으로 치열하게 하루하루를 살아야 하겠지만,적어도 이곳에서만큼은 아무 일도 하지 않고,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그냥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내기로 했다. ■ 돈뎃에서 만난 할아버지 전기가 안 들어오는 이곳은 해가 지면 말 그대로 칠흑 같은 어둠뿐이다.초저녁에는 그나마 울타리 입구에 발전기를 이용한 메추리알만한 전구를 하나 켜놓는데 옆집 할아버지는 날마다 삼십분 정도 전구 불빛을 향해 날아드는 수천,수만마리의 날벌레들을 짚단에 불을 붙여 휘휘 저으며 잡는다.해도 해도 계속해서 날아드는 그 날벌레들을 하염없이 잡고 있는 할아버지가 안쓰럽기도 하다. 할아버지와 날마다 손짓,발짓,영어,한국어,라오스어를 섞어가며 유쾌한 대화를 나누었다.할아버지는 별로 찾지 않던 섬에 낯선 이방인 여행객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마냥 신기하기만 한 것 같다.별로 할 말이 없어도 자주 들러 이것저것 알려주고 돌아가시곤 했다.돈뎃에서의 3박 4일동안 좋은 친구가 되어주셨다. “난 배타고 키낙(돈뎃에서 가까운 육지로 아침장이 선다.)까지는 나가 본 적이 있지.(태국 그림엽서를 꺼내며)이건 여행객이 주고 간 건데 방콕에는 이렇게 높은 건물이 있다는데 한국에도 높은 건물들이 있수?” 우리가 방콕보다 더 많다고 하자,손가락으로 6을 가리키며 “6층짜리 빌딩도 있다구?”하신다.한참 웃다가 “63층짜리 건물도 있어요.”하니까 거의 뒤로 넘어가신다.까올리(라오스어로 한국)에 대해 많이 아느냐고 여쭤 보니 “남한은 미국이랑 친하구,북한은 중국이랑 친하구,맞지? 한국사람들은 싸움 잘해.”하며 양 엄지손가락을 높게 세워든다.칭찬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총 쏘는 흉내를 내는 걸 보니 베트남전에 대해 아시는 것 같다. 이곳 사람들이 가장 많이 쓰는 영어는 ‘same same’,‘No Problem’이다.무슨 말이건 대부분 이 두 마디로 해결하는데 재밌는 건 또 그런대로 다 말이 통한다는 것이다.뭘 부탁해도,혹은 뭐가 잘못될까 걱정해도,뭘 잃어버려 미안해해도 무조건 ‘노 프로블럼’이다.그리고 식당에서 음식이 주문한 대로 안 나오거나 서로 말이 잘 안 맞으면 나중엔 그냥 웃으며 무조건 ‘세임세임’이다. 프랑스랑 영국은 같은 서양사람이니 ‘세임세임’이고,방콕이랑 서울은 둘 다 높은 건물이 있으니 ‘세임세임’이다.생선 요리를 시켰는데 물고기가 없으면 돼지고기를 가리키며 ‘세임세임’이니까 그냥 그걸 먹으라고 한다.우리도 재미있어서 한동안 그 두마디로만 대화를 나누었다.조금 엉뚱하긴 하지만 생각할수록 이보다 더 긍정적이고 위트있는 말이 있을까 싶다.˝
  • 국산코미디 2편 나란히 개봉-어깨동무

    ‘목포는 항구다’에 이어 선보이는 또 한편의 조직폭력배(조폭) 소재의 코미디.520만명을 웃긴 ‘조폭 마누라’의 조진규 감독과 ‘가문의 영광’의 김영찬 작가가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그림이 떠오른다. ‘어깨동무’(제작 CK픽쳐스)는 조폭 혹은 어깨들의 세계를 비추되 웃음으로 뒤범벅한 두 사람의 장기가 한껏 재연된 영화다.트레이드 마크인 액션과 상스럽고 코믹한 대사를 영화 전반에 깔면서 순진한 남자(‘조폭 마누라’의 박상면,‘가문의 영광’의 정준호)를 등장시켜 벌이는 해프닝에 약간의 감동 얹기.‘어깨동무’는 그 공식에 두목 태식(유동근)과 꼴통(이문식) 쌍칼(최령) 등 어깨 3인방과 순진남 동무(이성진)를 대입한다.약간 달라졌다면 사건이 더 꼬이고 복잡해졌다는 것. 태식 일당은 대기업 회장의 부탁으로 정치인에게 불법 비자금을 건네는 장면이 찍힌 비디오테이프를 경찰에게서 훔쳐낸다.그 테이프로 일확천금의 꿈을 꾸던 태식은 애인 미숙(조미령)의 비디오대여점에서 테이프를 잃어버리면서 천국에서 지옥으로 떨어진다.힘겹게 수소문해 테이프를 훔쳐간 동무를 찾지만 정작 동무도 테이프가 어디 있는지 모른다.태식 일당은 경찰로 위장한 채 동무를 어르기도 하고 협박도 해보지만 테이프의 행방은 묘연하다. 영화는 경찰로 위장한 태식 일당이 테이프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소동을 ‘웃음’이란 틀에 담고 있다.거기에 태식과 동무가 서로에게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면서 형제애로 발전하는 모습 등으로 잔잔한 감동도 안겨준다. 중후한 왕의 이미지에서 잇단 코믹 연기로 변신을 인정받은 유동근은 의리있고 정 많은 건달로 거듭나면서 영화를 끌어간다.그 곁에 감초역의 이문식이 전천후 웃음제조기로 활약한다.그룹 NRG 출신의 이성진도 자연스러운 연기로 재미를 더한다. 하지만 영화는 웃음을 많이 담으려는 의욕에 눌린 듯하다.사건이 너무 갈래를 많이 뻗어 복마전처럼 펼쳐진 탓에 수습이 벅찬 듯 엉성함을 노출한다.꼬일 대로 꼬이게 한 뒤 매듭을 제대로 풀지 못하는 장면이 되풀이되면서 웃음과 감동의 밀도가 떨어진다.“왜 이렇게 일이 꼬이냐?”라는 꼴통의 대사는 그에게만 혼란스러운 게 아니라 관객에게도 마찬가지다. 이종수기자 vielee@˝
  • [MLB] 박찬호 ‘부활投’ 지켜보라

    ‘부활 지켜보라.’ 지난 2002∼2003년 두 시즌은 박찬호(31·텍사스 레인저스)에게 악몽이었다.2002년 5년간 6500만달러의 에이스 몸값으로 텍사스의 유니폼을 입었지만 지난해 단 1승 등 2년간 고작 10승(11패)에 그쳤다.자유계약선수(FA) 대박을 꿈꾸던 2001년 무리하게 투구하다 고질적인 허리부상을 크게 키운 탓이다.그가 날개를 잃고 추락을 거듭하자 실망한 구단과 팬,언론의 동네북으로 전락했고 자칫 유니폼까지 벗을 최악의 위기까지 내몰렸다. 하지만 그는 올시즌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지난해 일찌감치 시즌을 접고 재활에 이를 악물어온 그가 잇단 재기의 청신호를 드리우고 있는 것.그에게 등을 돌린 언론과 팬들도 다시 신뢰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동안 온갖 수모를 당한 그가 마침내 ‘코리안 특급’ 부활의 시험대에 선다.2004미국프로야구 시범경기 개막이 4일로 다가온 것.그는 시범경기를 통해 달라진 구위를 뽐내며 구겨진 자존심을 곧추세우겠다는 굳은 각오다. 첫 시험 무대는 오는 7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와의 시범경기.이날 케니 로저스,리카르도 로드리게스에 이어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다져온 구위를 점검한다.앞서 3일에는 자체 청백전에 나서 2이닝을 소화한다. 그의 재기 가능성을 한껏 부풀리는 대목은 허리 부상 완치.지난달 21일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에서 시작된 텍사스의 스프링캠프 첫날 예전의 역동적인 투구폼을 선보였다.왼쪽 다리를 가슴 높이까지 차 올리며 공을 뿌려 LA 다저스 시절의 투구품 ‘하이 키킹’을 재현했다.투구할 때 통증이 없어 예전의 불같은 강속구를 뿌릴 조짐이다.지난해에도 하이 키킹을 시도했으나 허리통증으로 버팀목인 오른 다리가 자꾸 주저앉는 바람에 실패했다. 더욱 고무시키는 대목은 갈수록 구위를 더한다는 점.지난달 29일 동료인 브라이언 조던,알폰소 소리아노,에릭 영 등을 상대로 2이닝 동안 ‘라이브 피칭’을 했다.36개의 공을 뿌려 3분의2를 스트라이크존에 꽂았다.특히 뉴욕 양키스에서 이적해온 소리아노를 제외하고는 그의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추지 못해 주위의 찬사를 들었다. 텍사스의 벅 쇼월터 감독은 “공이 낮게 깔리면서 스트라이크로 들어왔고 몸동작도 좋았다.”면서 “무엇보다도 본인 스스로 구위에 만족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찬호는 “30경기 출장과 200이닝 소화가 올 목표”라고 밝혔다.이어 “예년 이맘때면 70%의 컨디션이었지만 지금은 90% 정도”라면서 “허리 상태가 어떻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경기 결과가 말해줄 것”이라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이같은 희망적인 조짐에도 일부 관계자와 언론은 아직도 부활에 의구심을 품고 있다.투수의 생명이나 다름없는 허리 부상이 그렇게 깨끗이 완치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쇼월터 감독도 재기에 확실한 믿음을 갖지 못한다.그의 투구에 박수를 보내면서도 이번 시범경기를 유심히 지켜보겠다는 생각이다. 박찬호가 재기 가능성을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방법은 종전처럼 시속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연신 뿌려대는 것.여기에 자신에 대한 믿음도 구위 회복의 중요한 요체.박찬호가 과연 ‘코리안 특급’의 위용을 드러내며 팀의 ‘구세주’로 거듭날 수 있을까. 김민수기자 kimms@ ˝
  • [씨줄날줄]스타강사의 변명/정인학 논설위원

    요즘 교육 현장에서도 올인 논란이 한창이다.사교육 열풍을 잠재우겠다고 나선 정부나 교육방송이 과외 방송을 준비하면서 이른바 스타강사를 징발했다고 한다.엊그제는 스타강사만 싹쓸이하면 사교육이 해결되는 양 징발을 공언했던 터다.학원가를 주름잡는 스타강사를 방송에 출연시키면 학원 다니던 학생들이 TV 앞에 우르르 몰려들 것이고 그리고 학원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행여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2·17 사교육 대책’도 보나마나 예전처럼 물거품이 될 것이다. 교육방송은 드라마처럼 스타만 동원하면 과외 방송도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그러나 착각이다.드라마는 캐스팅된 얼짱이나 몸짱을 구경하는 게 본질이지만 과외 방송은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공부다.감각적인 드라마는 휴식이지만 과외 방송은 교육적 활동이다.과외 방송 제작은 컨셉트나 테크닉이 드라마와는 전혀 달라야 한다.지금이라도 과외 방송 제작진에 교육적 식견을 갖춘 전문가를 대거 참여시켜 뒤틀림을 바로 잡아야 한다. 교육 당국도 한심하다.성과주의에 집착한 나머지 방송 당국의 스타강사 이벤트에 박자를 맞추고 있다.학습은 학생들의 학습수준이 균질해야 하고 개개인의 자율적 탐구 능력이 뒷받침되어 비로소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과외 방송이 극심한 개인별 학력 편차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요즘 학생들은 더구나 공부할 것을 하나하나 짚어주어야 비로소 학습하는 학원식 학습법에 중독되어 있질 않은가.이같은 교육적 과제들은 스타강사로 극복될 사안이 아니지 않은가. 교육 당국이나 방송 당국은 이제라도 정신을 가다듬어야 한다.교육은 진솔하게 접근해야지 한건주의 이벤트식 발상으론 풀리지 않는다.과외 방송에서 수능 문제를 대거 출제한다고 사교육 문제가 풀릴 것이라고 기대한다면 큰 착각이다.과외 방송은 스타강사 올인이 아니라 학생들의 자율적 탐구능력을 복원시켜주는 데 무게가 실려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학생들은 과외 방송을 요약해 가르쳐 주는 학원을 찾게 될 것이다.교육방송에 올인된 스타강사들이 하루 아침에 보통강사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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