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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9 만들더니 이젠 레이저포까지”…韓·인도, 드론 잡는 무기 손잡았다 [밀리터리+]

    “K9 만들더니 이젠 레이저포까지”…韓·인도, 드론 잡는 무기 손잡았다 [밀리터리+]

    값싼 드론이 전장을 바꿔 각국 군의 방공 전략도 흔들리고 있다. 수백만 원대 소형 드론을 막기 위해 수억 원대 대공미사일을 쏘는 방식으로는 장기전을 버티기 어렵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드론이 핵심 위협으로 떠오르자 기존 방공망의 한계도 뚜렷해졌다. 중국·파키스탄과 동시에 군사적 긴장을 안고 있는 인도도 이 흐름에 가세했다. 기존 대공포와 미사일만으로는 저가·다수 드론 위협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보고, 이동식 자주방공체계와 지향성에너지무기 협력을 넓히는 모습이다. 그 파트너 가운데 하나로 한국 방산기업이 다시 부상했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와 타임스오브인디아는 21일(현지시간) 한국과 인도가 자주방공체계와 지향성에너지무기 분야에서 협력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지향성에너지무기는 고출력 레이저나 마이크로파로 드론, 미사일, 전자장비를 무력화하는 차세대 무기체계로, ‘레이저포’보다 넓은 개념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0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라즈나트 싱 인도 국방장관과 회담을 열고 국방·방산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인도 국방장관이 한국을 찾은 것은 2019년 이후 7년 만이다. 양측은 지난달 한·인도 정상회담에서 도출한 ‘공동 전략 비전’을 계승해 방산 협력을 더 발전시키기로 했다. 이날 열린 한·인도 방산포럼에서는 구체적인 협력 장면도 나왔다. 이용철 방위사업청장과 싱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이 인도 대표 방산기업 라르센앤투브로(L&T)와 각각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L&T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협력해 K9 자주포를 인도에 공급해온 기업이다. 인도가 한국 다시 찾은 이유 인도가 한국 방산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K9 바즈라의 성공 경험이 있다. K9 바즈라는 한국 K9 자주포를 인도 작전 환경에 맞게 개량한 155㎜ 궤도형 자주포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T는 이 사업을 통해 한국의 체계 기술과 인도의 현지 생산 역량을 결합하는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인도 입장에서도 매력적이었다. 인도는 세계 최대 무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지만, 최근에는 단순 구매보다 자국 생산과 기술 축적을 중시한다. 나렌드라 모디 정부의 ‘메이크 인 인디아’ 정책도 해외 무기를 들여오되 현지 생산, 기술이전, 공동개발을 함께 요구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K9 바즈라는 이런 흐름에 맞아떨어졌다. 완성 장비를 그대로 사오는 방식이 아니라 한국 기업과 인도 기업이 역할을 나눠 현지 생산 기반을 만들었고, 이번 협약은 그 성공 모델을 자주방공체계와 지향성에너지무기, 감시정찰·센서 분야로 넓히는 성격이 강하다. 방위사업청도 K9의 상징성을 강조했다. 이 청장은 싱 장관과의 면담에서 “K9 자주포는 한·인도 방산협력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며 “이를 발판으로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은 물론 다양한 무기체계 분야로도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드론 떼, 미사일로만 막을 수 있나 인도가 차세대 방공무기에 관심을 키우는 이유는 분명하다. 드론이 너무 싸고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양측은 정찰 드론, 1인칭 시점(FPV) 자폭 드론, 장거리 공격 드론을 대량으로 투입하고 있다. 전차와 장갑차, 포병 진지는 물론 방공망과 에너지 시설까지 드론 공격의 표적이 됐다. 문제는 비용 교환비다. 값싼 드론을 막으려고 고가의 대공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면 방어하는 쪽이 먼저 지친다. 이 때문에 각국은 기관포, 전자전, 레이저, 고출력 마이크로파를 결합한 다층 방공체계를 모색하고 있다. 지향성에너지무기는 발사당 비용이 낮고 탄약 보급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는 점에서 소형 드론 대응 수단으로 주목받는다. 레이저 무기는 표적에 에너지를 집중해 센서나 기체를 손상시키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고출력 마이크로파 무기는 전자장비를 교란하거나 파괴해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다. 아직 악천후, 출력, 냉각, 사거리, 이동식 플랫폼 탑재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지만 드론전이 확산할수록 각국 군의 관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도에는 이런 수요가 더 절박하다. 북부 국경에서는 중국군과 대치하고 서부에서는 파키스탄과 군사적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두 전선 모두 고산지대, 사막, 국경 감시, 포병전, 무인기 정찰이 맞물리는 복합 전장이다. 인도군이 이동식 자주방공체계와 드론 대응 무기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K방산, 완제품 수출에서 공동개발로 이번 방한은 단순한 의전 일정이 아니다. 한·인도 방산 협력이 완성 장비 수출에서 공동개발과 현지 생산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양국은 국방사이버 협력, 유엔 평화유지활동(PKO) 협력, 양국 국방대학교 간 협력 등 실질적인 국방협력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협약서도 체결했다. 양측은 ‘한·인도 방산혁신 플랫폼’(KIND-X) 출범도 논의했다. KIND-X는 양국 방산기업, 스타트업, 대학 등을 연결해 인공지능(AI), 드론 등 신기술 분야 방산협력을 가속하기 위한 플랫폼이다. 기존 무기 판매를 넘어 무인체계, 사이버, 전자전, 감시정찰 등 미래 전장 기술을 함께 발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입장에서도 인도는 중요한 시장이다. 인도는 대규모 육군과 해군, 공군 전력을 동시에 현대화해야 하고 중국 견제라는 전략적 목표도 뚜렷하다. 다만 단순 구매자가 아니라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강하게 요구하는 시장이다. K방산이 인도에서 성과를 내려면 가격과 납기만이 아니라 공동개발, 장기 정비, 기술 협력까지 제시해야 한다. 드론과 미사일이 전장을 바꾸는 시대, 인도는 더 싸고 오래 버틸 수 있는 방공수단을 찾고 있다. 한국은 K9으로 쌓은 신뢰를 앞세워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포신과 포탄으로 시작한 한·인도 방산 협력이 이제 빛과 전자파, AI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 [영상] “자폭만 하는 줄 알았더니”…우크라 드론, 러 방공망에 로켓 8발 [밀리터리+]

    [영상] “자폭만 하는 줄 알았더니”…우크라 드론, 러 방공망에 로켓 8발 [밀리터리+]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와 점령지를 겨냥하던 장거리 자폭드론에 로켓까지 달았다. 목표물에 충돌해 폭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먼저 로켓으로 방공망을 흔든 뒤 본체로 추가 타격을 노리는 전술이다. 값싼 무인기가 정찰과 자폭 공격을 넘어 ‘소형 공격기’로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군이 주요 시설을 촘촘한 방공망으로 보호하자 우크라이나는 장거리 드론을 개조해 방공체계 자체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는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이 장거리 고정익 자폭드론에 최대 8발의 비유도 로켓을 장착해 러시아 방공망과 전략 시설을 공격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무인체계군은 지난 16~17일 장거리 자폭드론을 심층 타격 임무에 투입했다. 소셜미디어에 공개된 전투 영상에는 드론이 러시아 방공체계를 향해 로켓을 쏘는 장면이 담겼다. 크림반도 내 러시아 해군 관련 시설을 겨냥한 장면도 포함됐다. 자폭 전에 먼저 쏜다…로켓 단 장거리 드론 이번에 포착된 드론은 장거리 자폭드론의 역할을 넓혔다. 기존 자폭드론은 목표 지점까지 날아가 본체 탄두를 터뜨렸다. 그러나 로켓을 장착하면 목표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먼저 화력을 쏟을 수 있다.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방식은 비교적 단순하다. 드론은 러시아 방공망 또는 고정 표적에 접근한 뒤 일정 거리에서 비유도 로켓을 발사한다. 이후 필요하면 본체에 실은 폭약으로 목표물을 다시 겨냥한다. 러시아군은 더 복잡한 대응을 강요받는다. 접근하는 드론과 드론이 쏘는 로켓을 동시에 추적해야 하기 때문이다. 레이더, 발사대, 지휘소, 탄약고 같은 고정 시설은 반복 공격에 더 취약해진다. 우크라이나의 드론 심층타격은 단일 표적 공격을 넘어 대규모 동시다발 작전으로 확대되고 있다.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이틀 밤 동안 러시아 군사 표적 46곳에 186차례 타격을 가했고 표적에는 토르-M2 방공체계와 흑해함대 전략 통신 허브, 연료열차, 항만 크레인 등이 포함됐다. 우크라이나 측은 이 드론이 최대 500㎞ 떨어진 작전 지역까지 침투할 수 있으며, 60㎏급 탄두도 함께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전투기 대신 드론…방공망 제압 공식 바뀌나 눈에 띄는 대목은 이 드론이 전투기 임무 일부를 대신한다는 점이다. 비유도 로켓은 원래 공격헬기나 전투기가 지상 표적을 공격할 때 쓰는 무장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무인기에 달아 유인기 투입 부담을 줄였다. 전통적인 방공망 제압 작전은 위험도가 높다. 전투기나 헬기가 적 방공권 안으로 들어가야 하고 조종사 손실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반면 장거리 드론은 인명 피해 부담 없이 반복 공격을 시도할 수 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번 드론이 우크라이나산 FP-1 또는 FP-2 계열 장거리 자폭드론과 유사한 형태라고 전했다. 이들 기체는 상대적으로 낮은 비용으로 장거리 타격 임무에 투입할 수 있어 고가 전투기나 정밀유도무기를 보완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물론 비유도 로켓은 정밀 타격 무기가 아니다. 목표를 정확히 맞히기보다 일정 구역을 압박하거나 방공망 운용을 방해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드론 본체가 별도 자폭탄두를 갖췄다면 로켓 발사로 방공망을 분산시킨 뒤 핵심 표적을 다시 노릴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 전쟁의 성격을 빠르게 바꿨다. 전쟁 초기 드론은 정찰과 포병 보정에 주로 쓰였다. 이후 FPV 자폭드론은 전차와 장갑차를 사냥했고 장거리 자폭드론은 러시아 본토의 정유시설과 군수시설까지 위협했다. 이제 드론은 로켓까지 쏘는 단계로 넘어갔다. 핵심은 고가 무기 하나로 결정적 타격을 노리는 방식이 아니다. 비교적 싼 무인기를 대량으로 만들고 임무에 따라 계속 개조해 적 방공망의 부담을 키우는 방식이다. 수만 달러짜리 드론을 막기 위해 훨씬 비싼 요격미사일을 써야 하는 상황도 반복된다. 한국군에도 시사점은 작지 않다. 한반도 역시 촘촘한 방공망과 장사정포, 미사일 전력이 맞물린 고밀도 전장이다. 적 방공망을 무력화하거나 교란할 저비용 무인체계의 필요성은 커지고 있다. 주요 기지와 항만, 발전소, 지휘시설을 소형·장거리 드론으로부터 지킬 대드론 체계도 더 중요해졌다. 우크라이나가 보여준 변화는 분명하다. 드론은 더 이상 하늘을 떠다니는 카메라나 일회용 폭탄에 머물지 않는다. 방공망을 흔들고 핵심 표적을 노리는 다목적 공격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 값싼 드론도 방공망을 겨누는 무기가 됐다.
  • 한국전쟁 포화 뚫은 영웅, 한미 우호의 영원한 상징… ‘레클리스’ 전설 계속된다

    한국전쟁 포화 뚫은 영웅, 한미 우호의 영원한 상징… ‘레클리스’ 전설 계속된다

    작고 탄탄한 체구 美 해병대와 인연격전지서 하루에 5t 넘는 탄약 운반부상당한 해병들 후방 이송하기도 뛰어난 공적 인정받아 하사로 진급휴전 뒤 美 건너가 제엽염 앓다 숨져‘100대 영웅’ 선정… 美 곳곳에 동상 “작은 체구였지만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 레클리스는 진정한 해병이었다.” 지난 12일 밸러리 A 잭슨 주한미해병대 사령관이 렛츠런파크 제주를 찾아 군마 레클리스(Reckless·1948~1968) 동상에 헌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문은 6·25 전쟁 당시 미 해병대 제5연대 소속으로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대원의 생명을 구한 제주마의 후손 레클리스의 헌신을 기리고 한미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한라마 출신으로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여한 레클리스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렛츠런파크 제주는 레클리스를 중심으로 말 문화를 통한 국제적 우호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특별판 ‘우리의 영웅들을 기리며’를 통해 미국을 빛낸 100인의 영웅을 선정했다. 명단에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테레사 수녀, 배우 존 웨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레클리스’. 대통령도, 장군도, 정치인도 아닌 작은 적갈색 암말 한 마리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군마였다. 레클리스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라마’였다. 어미는 제주마였고, 아비는 서러브레드 혈통으로 추정된다. 이런 혼혈마를 한국에서는 ‘한라마’로 불렀다. 레클리스는 바위가 많은 화산섬 제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고 단단한 체구를 갖춘 제주마의 강인함과 경주용으로 개량된 서러브레드의 날렵함을 두루 갖췄다. 제주마의 피가 흐르는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났다. 그대로였다면 경주마의 삶을 살았을 터였으나 1952년 10월 전환점을 맞는다. 주인이던 한국 청년 김혁문이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은 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레클리스를 250달러를 받고 미 해병대로 보낸 것이다. 250달러는 당시 해병대 중위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액수였다. 레클리스는 새 가족이 된 해병대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며 그들을 위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해냈다. 벙커로 달려가 포격을 피하는 법부터 통신선과 철조망 옆으로 비켜가는 요령까지 빠르게 습득했고 보급 지점에서부터 위험한 산악 지대를 거쳐 최전선 포대까지 대전차화기인 75㎜ 무반동총의 탄약을 나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해병대원들은 그런 레클리스를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로 칭송하며 존경했다. 레클리스의 이름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레클리스는 특히 1953년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 연천에서 있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연천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레클리스는 27일 하루에만 죽음의 고지를 총 51회에 걸쳐 오가며 약 56㎞를 달렸다. 한 번에 8발 안팎으로 전체 무게가 88㎏에 달하는 무반동총의 탄약을 짊어지고서다. 그렇게 하루 5t이 넘는 탄약을 운반했다. 때로는 부상당한 해병들을 후방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자신도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왼쪽 눈 위에, 또 한 번은 왼쪽 옆구리에 파편상을 당했다. 하지만 약간의 치료와 휴식 후 곧바로 임무에 복귀했다. 이런 용기와 헌신으로 레클리스는 두 번씩이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특히 1954년 3월 31일에는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병장에서 하사로 진급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동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인 계급 승진이었다. 이듬해 4월 미 해병대 제5연대 제2대대 앤드루 기어 중령이 당시 주간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네바다 전초 전투 당시 레클리스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네바다 전초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어 중령은 “전쟁에서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대포 사격과 폭격이 펼쳐졌으며 분당 500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빗발쳤다”고 기록했다. 바로 그 순간, 작은 체구의 한라마 한 마리가 묵직한 탄약통을 등에 실은 채 홀로 능선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클리스는 폭격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거친 화산섬의 바람과 돌밭을 견뎌온 제주마의 강인함 그대로였다. 휴전 뒤 미군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말년에 제엽염으로 고통받다가 1968년 5월 20세에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기지 마구간 사무실 뒤편에 무덤 표시도 없이 묻혔다. 해병대 제1사단협회는 1971년 11월 마구간 정문에 석조기념비를 헌정했다. 100대 영웅으로 선정된 뒤 2013년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시작으로 2016년 펜들턴 기지, 2018년 켄터키 말 공원, 2019년 국립 카우걸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과 베링턴 힐스 농장, 2020년 플로리다주 세계승마협회 등 미국 곳곳에 레클리스의 동상이 연이어 세워졌다. 펜들턴 기지 동상 앞에는 언제나 신선한 당근이 놓여 있다고 한다. 2016년 레클리스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연천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동상이 건립됐다. 그리고 2024년 10월 레클리스의 뿌리인 제주에도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70여 년의 긴 여정을 마친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 당시 제막식에서 오영훈 지사는 두려움 없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레클리스에 대해 “한국전쟁과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역사를 함께 쓴 자랑스러운 한라마 레클리스를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곳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운 것은 단순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 국가들의 헌신, 한미 동맹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 트럼프, 한국서 전쟁나면 뒤통수 칠까…“유럽엔 미군 덜 보낼 것” 발칵 [핫이슈]

    트럼프, 한국서 전쟁나면 뒤통수 칠까…“유럽엔 미군 덜 보낼 것” 발칵 [핫이슈]

    미국이 전쟁 등 대규모 위기가 터졌을 때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보내기로 약속한 미군 병력을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로이터 통신이 해당 사안에 정통한 관계자 3명을 인용한 19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주 안에 나토 동맹국에 위기 발생 시 유럽 방어에 동원하는 미군 역량을 축소하는 작업에 착수한다. 미국의 이러한 계획은 단순히 계획에 그치지 않으며 이미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국방정책 책임자 회의에서 동맹국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토에는 일명 ‘나토 포스 모델’(NATO Force Model)이 존재한다. 나토 회원국이 전쟁 등 위기 상황에 놓이면 즉시 차출하기로 약속한 병력과 장비 명단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 포스 모델에 따라 전쟁이 발발하면 며칠 내에 병력을 얼마나 보낼지, 어떤 군사 장비를 얼마나 동원할지 등을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이어 위기가 현실화되면 해당 명단에 따라 약속된 전력이 차례로 배치되는 시스템이다. 가장 중요한 1단계에서 발 빼는 미국나토 포스 모델은 총 3단계로 나뉜다. ▲1단계는 전쟁 등 위기 발발 시 10일 안에 신속 대응 전력 10만명 즉시 투입 ▲2단계는 10일~30일 사이 최대 30만명 확보 ▲3단계는 30~180일 안에 최소 50만명 규모의 추가 병력 동원해 장기전 대비 등이다. 미국은 나토 포스 모델에서 가장 먼저 전장에 투입되는 1단계 신속 대응 전력을 맡고 있다. 신속 대응 전력에는 개전 초기 압도적인 전력으로 상대방을 제압하기 위해 항공모함전단, 폭격기, 공중급유기, 전략 수송기, 정찰위성 등이 포함된다. 전력의 종류와 규모에서 알 수 있듯 현재 나토의 유럽 회원국만으로 동원하긴 어려운 첨단 자산이 대부분이다. 만약 미국이 이 명단에서 자국 분량을 줄인다면 평시에는 주둔하는 미군 규모가 유지되더라도 전시에는 참전하는 미군이 줄어든다. 위기 발발 단 며칠 만에 유럽으로 쏟아져 들어와야 할 대응 전력에 구멍이 생긴다는 의미다. 발등에 불 떨어진 유럽, 거세게 발발하지만…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서 나토 동맹국이 미국을 돕지 않은 것에 분노하며 독일 주둔 미군을 5000명 감축했다. 더불어 폴란드 순환 배치는 미군이 현지에 도착하기 직전 보류시켰다. 유럽 주둔 미군 감축은 평시 상황을 전제로 하지만 이번에 통보한 미군 역량 축소는 실제 전쟁 발생 시를 상정하는 만큼 유럽 안보에 엄청난 타격을 안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피에르 방디에 나토 최고변혁사령관은 19일 브뤼셀 기자회견에서 “속도, 양, 소프트웨어, 드론, 전자전, 우주, 데이터 분야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며 “지금보다 많이 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나토 회원국들은 폴란드와 발트 3국을 중심으로 방위비 지출을 급격히 확대하고 있으나, 실제 전쟁에 투입할 전력을 준비하고 이를 실전에 내보내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독일의 경우 레오파르트2 A8 전차 105대는 2030년에야 인도를 마칠 예정이며, 전투기·방공망은 생산 대기와 조종사·정비 인력 양성까지 감안하면 전력화까지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무엇보다 유럽은 여전히 정보·감시·정찰, 공중급유, 지휘통제, 방공망, 탄약 비축, 장거리 정밀 타격 등 핵심 분야에서 미국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미국의 안보 역할 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나토에서 미국의 역할 변화는 한국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전후로 꾸준히 동맹국들이 안보 부담을 더 많이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나토 포스 모델 축소 역시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에 있으며 한국에도 자립 압박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동맹의 방어를 예전만큼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순간들이 러시아 또는 북한에게 새로운 기회로 해석될 여지도 있다. 무엇보다 미국 우선주의를 무기 삼아 동맹국과의 경제·안보 갈등을 일삼는 트럼프 대통령의 동맹 경시 기조는 유럽을 넘어 한국이 포함된 아시아의 불안감까지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드론 잡는 장갑차?”…韓 카브-Ⅱ 외신도 주목 [밀리터리+]

    “드론 잡는 장갑차?”…韓 카브-Ⅱ 외신도 주목 [밀리터리+]

    ‘물 위의 버스’로 불리던 상륙돌격장갑차가 드론과 장갑차까지 겨누는 전투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 해병대의 차세대 상륙작전 핵심 전력인 카브(KAAV)-Ⅱ가 실물 공개를 계기로 해외 군사매체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군사 전문매체 디펜스 블로그는 19일(현지시간) 한국의 차세대 상륙전투차량 카브-Ⅱ 시제품이 공개됐다며 이 장비가 병력 수송 중심이던 기존 상륙장갑차의 역할을 크게 넓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브-Ⅱ 시제품 사진을 공개했다.유 의원은 지난 13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공장에서 시제품을 직접 점검한 뒤 “기존 카브를 능가하는 성능을 체감했다”며 “해병대 작전 수행 능력을 한층 강화할 차기 핵심 전력”이라고 평가했다. 카브-Ⅱ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 중인 한국형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다. 기존 해병대가 운용해 온 카브-7A1을 대체할 전력으로 꼽힌다. 카브-7A1은 미국 AAV-7 계열을 기반으로 한 한국형 상륙장갑차로 병력을 바다에서 해안으로 옮기는 임무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드론과 정밀타격 무기가 확산된 현대 전장에서는 상륙 직후의 생존성과 자체 교전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병력 수송에서 직접 교전으로 상륙돌격장갑차의 전통적 임무는 비교적 단순했다. 상륙함에서 출발해 해병대 병력을 해안까지 옮기고 해안 돌파 뒤 내륙 목표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대 해안선은 정찰 드론, 대전차 미사일, 정밀 포병, 소형 자폭 드론이 겹겹이 배치된 고위험 전장이 됐다. 카브-Ⅱ는 이런 변화에 맞춰 수상 기동력과 방호력, 화력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 공개된 사진과 국내외 보도를 종합하면 카브-Ⅱ는 최대 시속 20㎞ 안팎의 수상 속도와 40㎜ CTA 주포, 강화된 방호력, 확대된 병력 탑승 공간을 특징으로 한다. 수상 속도 향상은 함정에서 해안까지 이동 시간을 줄인다. 적 감시망과 타격권 안에 머무는 시간이 짧아지는 만큼 상륙 병력의 생존성도 높아진다. 방호력 강화는 드론과 대전차 위협이 커진 전장에서 장병 보호와 직결된다. 40㎜ CTA 무인포탑, 드론·장갑차 대응 가장 큰 변화는 화력이다. 카브-Ⅱ에는 40㎜ CTA 기관포를 장착한 무인포탑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카브가 기관총 중심의 제한적 화력을 갖췄다면 카브-Ⅱ는 장갑차와 해안 방어진지, 저고도 드론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 진화했다. CTA는 ‘케이스드 텔레스코프 탄약’ 방식이다. 탄자가 탄피 안에 들어가는 구조라 탄약 크기를 줄이고 같은 공간에 더 많은 탄약을 실을 수 있다. 무인포탑은 승무원이 포탑에 직접 탑승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피격 위험을 낮추고 차체 내부 공간을 병력 보호와 장비 운용에 더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40㎜급 기관포는 해안 벙커와 엄폐 진지, 경장갑 표적을 제압하는 데 유리하다. 공중폭발탄 같은 탄종과 결합하면 소형 드론 대응 능력도 기대할 수 있다. 상륙부대가 해안에 도착한 뒤 별도 화력 지원만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으로 교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의 핵심 변수 카브-Ⅱ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개념과도 맞물린다. 초수평선 상륙작전은 적 해안 방어망 바깥에서 병력과 장비를 출발시켜 해안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상륙함이 해안 가까이 접근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지만 병력과 장비가 바다 위에서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이 때문에 수상 속도와 안정성, 항속 능력은 핵심 조건이다. 과거 상륙장갑차가 ‘물에 뜨는 병력수송 장갑차’에 가까웠다면 앞으로는 바다 위에서 빠르게 접근하고 해안에 닿자마자 전투를 이어가는 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2019년 공개된 초기 카브-Ⅱ 구상에서도 지상 최고속도 시속 70㎞, 수상 최고속도 시속 25㎞, 승무원 3명과 해병대원 최대 21명 탑승 능력 등이 제시된 바 있다. 실제 양산형 성능은 체계개발 과정에서 조정될 수 있지만 개발 방향은 고속 수상기동과 상륙 후 전투 수행 능력 강화에 맞춰져 있다. K방산 장갑차 기술의 확장 카브-Ⅱ는 해병대 장비 교체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 장갑차 기술이 지상군 중심에서 상륙전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디펜스 블로그는 카브-Ⅱ에 한국형 차세대 보병전투장갑차 사업과 공유할 수 있는 기술이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한국군 장갑차 체계가 개별 장비 중심에서 공통 기술 기반과 디지털 전투체계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뜻이다. 한국군은 이미 K21 보병전투장갑차를 운용하고 있다. 여기에 카브-Ⅱ가 더해지면 지상군과 해병대 장갑차 전력은 서로 다른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센서, 통신, 무장, 방호 기술 측면에서 더 가까운 체계를 갖출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와 드론 대응 체계까지 연동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카브-Ⅱ 사업에는 2036년까지 약 2조 11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디펜스 블로그는 양산이 2029년부터 시작돼 2036년까지 전력화가 완료될 계획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수상 안정성과 검증다만 카브-Ⅱ의 과제도 분명하다. 상륙돌격장갑차는 바다와 육상이라는 전혀 다른 환경을 모두 견뎌야 한다. 해상에서는 파도와 침수 위험을 버텨야 하고 육상에서는 장갑전투차량으로 기동하며 교전해야 한다. 속도, 부력, 방호력, 화력, 탑승 공간을 동시에 만족시켜야 해 기술적 난도가 높다. 2023년 포항 앞바다에서는 차세대 상륙돌격장갑차 시운전 중 침수 사고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났다. 이 사고는 카브-Ⅱ 개발 과정에서 안전성 검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 사례로 남았다. 카브-Ⅱ가 목표대로 전력화되면 한국 해병대는 기존 카브보다 빠르고 강한 상륙전투차량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첫 공개는 출발점일 뿐이다. 남은 시험평가와 체계개발 과정에서 수상 안정성, 방호력, 화력체계, 병력 탑승 안전성을 입증해야 한다. 상륙작전 장갑차는 더 이상 병력을 해안까지 실어나르는 ‘물 위의 버스’에 머물 수 없다. 드론이 하늘을 감시하고 장갑차가 해안에서 맞서는 전장에서는 상륙 순간부터 스스로 싸우는 전투 플랫폼이 필요하다. 카브-Ⅱ가 주목받는 이유도 바로 이 변화에 있다.
  • 포화 속 한국전쟁의 영웅… 7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레클리스’의 전설은 계속된다

    포화 속 한국전쟁의 영웅… 70년만에 고향에 돌아온 ‘레클리스’의 전설은 계속된다

    “작은 체구였지만 모든 기대를 뛰어넘었다. 레클리스는 진정한 해병이었다.” 지난 12일 밸러리 A 잭슨 주한미해병대 사령관이 렛츠런파크 제주를 찾아 군마 레클리스(Reckless··1948~1968) 동상에 헌화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방문은 6·25 전쟁 당시 미 해병대 제5연대 소속으로 전장을 누비며 수많은 대원의 생명을 구한 제주마의 후손 레클리스의 헌신을 기리고 한미 동맹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마련됐다. 한국마사회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한라마 출신으로 세계 평화와 자유를 위해 기여한 레클리스는 소중한 역사적 자산”이라며 “앞으로도 렛츠런파크 제주는 레클리스를 중심으로 말 문화를 통한 국제적 우호 증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1997년 미국 시사주간지 ‘라이프’는 특별판 ‘우리의 영웅들을 기리며’를 통해 미국을 빛낸 100인의 영웅을 선정했다. 명단에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 미국 역대 대통령을 비롯해 마틴 루서 킹 목사와 테레사 수녀, 배우 존 웨인 등이 이름을 올렸다. 그 사이 낯선 이름이 있었다. 바로 ‘레클리스’. 대통령도, 장군도, 정치인도 아닌 작은 적갈색 암말 한 마리였다.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전쟁 영웅으로 떠오른 군마였다. 레클리스는 한국에서 태어난 ‘한라마’였다. 어미는 제주마였고, 아비는 서러브레드 혈통으로 추정된다. 이런 혼혈마를 한국에서는 ‘한라마’로 불렀다. 레클리스는 바위가 많은 화산섬 제주의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고 단단한 체구를 갖춘 제주마의 강인함과 경주용으로 개량된 서러브레드의 날렵함을 두루 갖췄다. #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 한국전쟁 최대 격전지 연천 네바다 전투서 맹활약제주마의 피가 흐르는 레클리스는 서울 신설동 경마장에서 태어났다. 그대로였다면 경주마의 삶을 살았을 터였으나 1952년 10월 전환점을 맞는다. 주인이던 한국 청년 김혁문이 지뢰 사고로 다리를 잃은 누이의 치료비를 구하기 위해 레클리스를 250달러를 받고 미 해병대로 보낸 것이다. 250달러는 당시 해병대 중위 한 달 월급에 맞먹는 액수였다. 레클리스는 새 가족이 된 해병대원들과 깊은 유대감을 나누며 그들을 위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해냈다. 벙커로 달려가 포격을 피하는 법부터 통신선과 철조망 옆으로 비켜가는 요령까지 빠르게 습득했고 보급 지점에서부터 위험한 산악 지대를 거쳐 최전선 포대까지 대전차화기인 75㎜ 무반동총의 탄약을 나르는 일을 능숙하게 해냈다. 해병대원들은 그런 레클리스를 ‘불가능한 임무를 수행하는 말’로 칭송하며 존경했다. 레클리스의 이름은 무모할 정도로 용감하다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레클리스는 특히 1953년 3월 26일부터 30일까지 경기 연천에서 있었던 네바다 전초 전투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연천은 6·25 전쟁 최대 격전지 중 하나다. 레클리스는 27일 하루에만 죽음의 고지를 총 51회에 걸쳐 오가며 약 56㎞를 달렸다. 한 번에 8발 안팎으로 전체 무게가 88㎏에 달하는 무반동총의 탄약을 짊어지고서다. 그렇게 하루 5t이 넘는 탄약을 운반했다. 때로는 부상당한 해병들을 후방으로 이송하기도 했다. 자신도 두 차례 다쳤다. 한 번은 왼쪽 눈 위에, 또 한 번은 왼쪽 옆구리에 파편상을 당했다. 하지만 약간의 치료와 휴식 후 곧바로 임무에 복귀했다. 이런 용기와 헌신으로 레클리스는 두 번씩이나 퍼플하트 훈장을 받았다. 특히 1954년 3월 31일에는 뛰어난 공적을 인정받아 병장에서 하사로 진급했다. 이는 미군 역사상 동물로서는 최초의 공식적인 계급 승진이었다.이듬해 4월 미 해병대 제5연대 제2대대 앤드루 기어 중령이 당시 주간지였던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네바다 전초 전투 당시 레클리스의 활약을 자세히 소개하면서 미국인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네바다 전초 전투는 미 해병대 역사상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꼽힌다. 기어 중령은 “전쟁에서도 결코 경험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대포 사격과 폭격이 펼쳐졌으며 분당 500발의 포탄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처럼 빗발쳤다”고 기록했다.바로 그 순간, 작은 체구의 한라마 한 마리가 묵직한 탄약통을 등에 실은 채 홀로 능선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레클리스는 폭격 소리에도 놀라지 않고 침착하게 임무를 수행했다. 거친 화산섬의 바람과 돌밭을 견뎌온 제주마의 강인함 그대로였다. # 하루 56㎞ 이동, 죽음의 고지 51번 왕복, 88㎏의 탄약통 지고 총 5t의 탄약 운반휴전 뒤 미군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레클리스는 말년에 제엽염으로 고통받다가 1968년 5월 20세에 캘리포니아주 펜들턴 기지 마구간 사무실 뒤편에 무덤 표시도 없이 묻혔다. 해병대 제1사단협회는 1971년 11월 마구간 정문에 석조기념비를 헌정했다. 100대 영웅으로 선정된 뒤 2013년 버지니아주 국립해병대박물관을 시작으로 2016년 펜들턴 기지, 2018년 켄터키 말 공원, 2019년 국립 카우걸 박물관 및 명예의 전당과 베링턴 힐스 농장, 2020년 플로리다주 세계승마협회 등 미국 곳곳에 레클리스의 동상이 연이어 세워졌다. 펜들턴 기지 동상 앞에는 언제나 신선한 당근이 놓여 있다고 한다. #70년 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영웅… 오영훈 지사 “한미동맹 기억하기 위해 레클리스 동상 세워”2016년 레클리스의 고국인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연천군 고랑포구 역사공원에 동상이 건립됐다. 그리고 2024년 10월 레클리스의 뿌리인 제주에도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졌다. 70여 년의 긴 여정을 마친 영웅이 고향으로 돌아온 듯했다.당시 제막식에서 오영훈 지사는 두려움 없는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준 레클리스에 대해 “한국전쟁과 한미 동맹의 상징이자 역사를 함께 쓴 자랑스러운 한라마 레클리스를 우리가 오랫동안 기억하지 못했다”며 “이곳에 레클리스 동상을 세운 것은 단순히 역사를 기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한국전쟁에 참전한 유엔 국가들의 헌신, 한미 동맹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 장난감 RC 보트에 탄두가?…베트남 초소형 해상 자폭 드론 화제 [밀리터리+]

    장난감 RC 보트에 탄두가?…베트남 초소형 해상 자폭 드론 화제 [밀리터리+]

    베트남에서 자체 제작한 초소형 해상 드론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군사 전문 매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PG-7 탄두를 장착한 베트남 육군의 초소형 자폭 해상 드론 ‘워터 스파이더’(Water Spider)를 소개했다. 이 해상 드론이 화제가 된 이유는 놀랍게도 무선 조종(RC) 장난감 보트를 기반으로 제작됐기 때문이다. 시중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장난감 보트 선체를 그대로 사용해 여기에 대전차 로켓포 RPG-7의 PG-7 탄두를 접착해 고정한 것이다. 사실상 ‘개발’이라고 부르기 힘든 수준이지만 베트남에서는 의외로 가성비 높은 비대칭 전력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이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인 유연한 기동력을 강과 호수, 수심이 얕고 수풀이 우거진 지역에서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다. 베트남 강이나 호수에 적합한 소형 해상 드론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해상 드론이 맹활약하는 것을 지켜본 베트남군이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비대칭 저비용 무기로 평가했다. 실제로 워터 스파이더는 RC 보트라 레이더 반사면적이 극도로 낮아 탐지가 불가능에 가깝고 제작 비용도 장난감 가격과 PG-7 탄두 한 발 수준이다. 이에 대해 디펜스 익스프레스는 “워터 스파이더는 작은 크기 덕분에 강이나 호수에서 소형 보트나 다른 수상 운송 수단을 빠르게 사냥할 수 있다”면서 “수백 대씩 떼 지어 운용할 경우 매우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해상 드론 흑해에서 맹활약그러나 단점도 명확하다. 매체는 “워터 스파이더 자체 카메라가 없고 RC 보트와 같은 원격 조종기를 사용해 작전은 가시거리 내에서만 가능하다”면서 “비슷한 가격으로 같은 탄두를 탑재하고 더 빠르고 멀리 작전할 수 있는 1인칭 시점(FPV) 드론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크라이나는 이미 해상 드론을 개발해 실전 배치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크라이나가 개발한 해상 드론인 마구라(Magura) 시리즈는 러시아와의 흑해 전쟁에서 판도를 바꾼 핵심 비대칭 전력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특히 최신형인 마구라 V7의 경우 미국산 AIM-9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을 장착해 세계 최초로 Su-30 전투기 2대를 격추한 바 있다.
  • “북한군 숨을 곳 없다”…주한미군, 평택서 소형 드론 띄웠다 [밀리터리+]

    “북한군 숨을 곳 없다”…주한미군, 평택서 소형 드론 띄웠다 [밀리터리+]

    주한미군이 경기 평택 캠프 험프리스에서 소형 드론을 실제 전투 자산으로 운용하는 훈련에 들어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손바닥만 한 드론이 전차와 포병, 참호를 위협한 것처럼 한반도 전장에서도 소형 무인기가 정찰과 표적 획득, 타격을 잇는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군사 전문 매체 아미 레커그니션은 18일(현지시간) 주한미군 장병들이 지난 7일 캠프 험프리스에서 ‘드론 치명성 과정’(Drone Lethality Course)을 진행하며 소형 무인항공체계(sUAS)를 전투 임무에 통합하는 훈련을 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훈련에는 미 육군 2보병사단·한미연합사단 예하 2전투항공여단 4대대 2항공연대 장병들이 참여했다. 훈련은 캠프 험프리스의 ‘워리어 웍스 이노베이션 랩’에서 진행됐으며, 민간 기술업체 탈론 테크놀로지스가 과정을 지원했다. 미군에 따르면 장병들은 학과 교육과 시뮬레이터 훈련, 초기 비행 훈련을 거치며 소형 드론 운용 능력을 끌어올렸다. 이번 과정은 드론 조종과 기동, 전술적 준비태세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헬기부대가 드론 배운 이유 눈에 띄는 대목은 훈련 주체다. 이번 과정은 보병부대가 아니라 항공여단 장병들이 참여했다. 2전투항공여단은 헬기 전력을 운용하며 한반도에서 공중기동과 화력지원, 수송 임무를 맡는 부대다. 헬기 부대가 소형 드론 훈련에 나선 것은 현대 전장에서 항공 작전의 개념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항공부대의 핵심 자산은 공격헬기와 수송헬기, 정찰헬기였다. 이제 전장은 수십만 원짜리 소형 드론과 1인칭 시점(FPV) 드론, 자폭형 무인기까지 포함하는 다층 공중 공간으로 바뀌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줬다. 양측은 상용 드론을 개조해 참호 안 병력을 추적하고 장갑차와 전차 위로 폭발물을 떨어뜨렸다. FPV 드론은 낮은 고도로 날아가 차량과 방공 장비, 포병 진지를 직접 들이받았다. 드론은 더 이상 후방 정찰 장비가 아니라 최전선의 ‘소모형 정밀 타격 무기’가 됐다. 주한미군의 이번 훈련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아미 레커그니션은 이번 과정이 항공부대가 위협을 더 빠르게 탐지하고 추적하며 교전할 수 있도록 소형 무인기를 전투 임무에 통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정찰용 드론에서 ‘타격의 눈’으로 소형 드론의 가장 큰 장점은 싸고 빠르다는 점이다. 병사 한 명이 짧은 시간 안에 띄울 수 있고 실시간 영상을 통해 적 위치와 이동 방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지휘부는 드론 영상을 바탕으로 포병 사격이나 헬기 화력, 지상 기동을 더 정밀하게 조정할 수 있다. 한반도 전장에서는 이런 능력이 더 중요해진다. 북한군은 장사정포와 방사포, 이동식 미사일 발사대, 특수작전부대 등을 산악 지형과 갱도, 위장 진지에 숨겨 운용한다. 기존 정찰 자산만으로 모든 표적을 실시간 추적하기 어렵다. 소형 드론은 전방 부대가 직접 띄워 숨어 있는 표적을 찾고 포병이나 항공 전력에 좌표를 넘기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필요하면 드론 자체가 폭발물을 싣고 표적을 공격하는 방식으로도 확장된다. ‘손바닥 드론이 북한 표적을 잡는다’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이유다. 미 육군은 최근 여러 훈련에서 소형 드론과 대드론 장비를 빠르게 실험하고 있다. 유럽 주둔 미군도 러시아식 드론 위협을 가정해 드론 소리를 식별하고 대응하는 훈련을 진행했다. 병사들이 지상뿐 아니라 머리 위 하늘까지 위협 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교훈이 확산하고 있다. 한반도에도 온 ‘우크라식 드론전’ 이번 훈련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작전 환경에 우크라이나 전쟁의 교훈을 적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통적 항공 전력만으로는 촘촘해진 방공망과 드론 위협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공격헬기와 수송헬기는 여전히 핵심 전력이지만 전장 곳곳의 작은 표적을 찾고 추적하는 임무는 소형 드론이 더 빠르고 경제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드론은 적에게만 위협이 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도 이미 무인기와 소형 드론을 정찰과 침투 수단으로 운용해 왔다. 한국은 2022년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이후 대드론 체계와 감시망 보강을 서두르고 있다. 주한미군의 소형 드론 전투화 훈련은 공격 능력뿐 아니라 북한 드론 위협을 이해하고 대응하는 훈련으로도 의미가 있다. 전장에서는 드론을 잘 쓰는 쪽이 먼저 보고 먼저 쏘고 더 오래 살아남는다. 미군이 캠프 험프리스에서 소형 드론 훈련을 강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거대한 헬기와 전투기만으로 전장을 지배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이제 한반도의 하늘에는 손바닥 크기의 드론까지 전투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 한국이 6조 원어치 산 美 무기 목록 보니…‘전차·잠수함 킬러’ 다 모였다 [밀리터리+]

    한국이 6조 원어치 산 美 무기 목록 보니…‘전차·잠수함 킬러’ 다 모였다 [밀리터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에 42억 달러(약 6조 2600억원) 규모의 헬리콥터 및 관련 장비 수출을 허가했다. 미 국무부는 1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정부가 요청한 MH-60R ‘시호크’ 다목적 헬기 24대와 관련 무기 및 장비에 대한 대외군사판매(FMS)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국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시호크 관련 장비 및 무기 수출의 주 계약 업체는 미국 록히드마틴이다. 판매 목록에는 헬기 본체 외에도 항법장치, 저주파 소나, 기관총, 엔진, 야간투시장비, 전자지원체계, 다중 모드 레이더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판매 규모는 30억 달러다. 더불어 국무부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미국 보잉이 한국에 AH-64E ‘아파치’ 공격 헬기의 기능 향상을 위한 12억 달러 규모의 관련 장비를 수출하도록 허가했다고 밝혔다. 판매 품목은 아파치의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장비로 화력통제레이더(FCR) 마스트 장착 조립체, 레이더 전자장치 각 8기, 무선기 40대를 비롯해 전술통신단말기, 미사일 경보 시스템, 유·무인 복합운용체계, 야간투시 카메라 등이다. 시호크·아파치 헬기는 어떤 항공기?우리 정부가 4조 5000억원 이상을 들여 구매하는 시호크는 잠수함 탐지·공격(대잠전), 대함 공격, 정찰, 구조, 수송까지 수행하는 다목적 헬기다. 시호크는 잠수함 탐지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레이더·소나·전자전 장비 통합으로 적 잠수함을 탐지하고 위치를 추적한 뒤 직접 어뢰 공격을 가하는 임무까지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대잠전 헬기로 평가된다. 이 헬기는 헬파이어 미사일과 유도 로켓, 기관총 등으로 무장할 수 있어 소형 고속정이나 경비정, 해적선 대응에 매우 강력할 뿐 아니라 조난자를 구조하고 특수부대를 침투시키는 구조 및 수송 작전 등의 임무 수행도 할 수 있다. 우리 군은 기존 헬기의 노후화와 함께 북한 잠수함 위협 증가, 원해 작전 확대, 최신 대잠전 요구 증가에 따라 시호크 헬기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용기인 아파치 공격 헬기는 세계 최정상급 공격 헬기로 평가받는 기체로 강력한 화력, 첨단 센서, 야간전 능력, 전차 사냥 능력 때문에 ‘하늘의 탱크 킬러’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아파치는 걸프전 이후 ‘전차 킬러’로 두각을 드러냈다. 강력한 센서와 야간 작전 능력, 정밀 유도무기 운용, 장거리 전차 공격 등이 가능하며, 레이더 센서를 통해 멀리서도 적을 제거하기 위한 공격을 수행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대표적인 대전차 미사일인 헬파이어를 포함해 비유도/유도 로켓과 기수 아래 30㎜ 체인건 장착이 가능하다. 아파치는 엔진이 분산 배치돼 있고 자체 소화장치와 장갑 조종석 등으로 전장에서 살아남을 확률이 매우 높은 ‘튼튼한’ 공격 헬기로도 유명하다. 미 국무부 “주요 동맹국의 안보 강화 지원”국내외에서는 미 행정부의 이번 승인으로 한국이 북한의 잠수함 전력과 해상 위협 대응 능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시에 해군의 대잠수함 작전 능력과 육군의 공격 헬기 성능 향상을 동시에 추진해 한국군의 입체적 대응 능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국무부는 시호크와 아파치 관련 판매에 대해 “이번 판매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정치적 안정과 경제적 발전을 위한 중요한 세력인 주요 동맹국의 안보를 강화함으로써 미국의 외교정책과 국가안보 목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의 이번 판매가 최종 성사되기 위해서는 미국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 “끝난 줄 알았지?” 삼전닉스 출렁일 때 나홀로 ‘빨간불’ 켰다

    “끝난 줄 알았지?” 삼전닉스 출렁일 때 나홀로 ‘빨간불’ 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동반 하락하며 코스피가 장중 4%대까지 밀린 19일 우주항공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이란 전쟁 종전 기대감의 약화, 캐나다 국방부의 노후 기갑 전력 교체 등의 소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후 1시 전 거래일 대비 6.36% 오른 130만 5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같은 시간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5.13% 오른 88만 2000원을 가리키고 있다. 이들 종목은 ‘우주항공과국방’으로 분류된다. 방산주의 대표 주자인 이들 종목의 상승은 캐나다 국방부가 노후 장갑차와 주력전차(MBT)를 교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신에 따르면 캐나다 국방부는 노후 장갑차와 주력전차(MBT)를 대체하기 위해 글로벌 방산업계를 대상으로 시장 조사 및 정보 수집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캐나다 차세대 전차 사업은 기존 전차 성능 개량과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신형 기종을 최종 선정하는 것이 골자다. 오는 2035년 초도 작전 능력(IOC)을 확보하고 2037년 완전 운용을 목표로 삼고 있으며, 총 사업 규모는 6억2000만 달러(약 9200억 원)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궤도형 장갑차 ‘레드백(Redback)’ 등이 조달 후보군에 포함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미국과 이란 간의 협상이 지지부진하며 종전 기대감이 약화된 것도 방산주를 떠받치고 있다. 이란 전쟁 초기 급등했던 방산주는 양국이 본격적인 협상에 나서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이어 증시 자금이 반도체와 로봇 등으로 쏠리면서 방산주는 기세가 크게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양국의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을 향한 군사 공격을 예고하면서 시장에 긴장감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내일 예정된 공격을 실시하지 않도록 미군에 지시했다”고 밝히면서 일촉즉발의 상황은 넘겼지만,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 때마다 반도체 등 기술주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방산주로 향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스페이스X가 다음 달 12일 기업공개(IPO)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우주 관련주로 자금이 쏠리는 배경이다.
  • “전차 끝났다”더니 韓이 뒤집나…B-21 닮은 ‘괴물 K3’ 정체 [밀리터리+]

    “전차 끝났다”더니 韓이 뒤집나…B-21 닮은 ‘괴물 K3’ 정체 [밀리터리+]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전차의 시대는 끝났다”는 말이 반복됐다. 값싼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이 수십억 원짜리 전차를 파괴하는 장면이 전 세계에 퍼지면서다. 전차는 더 이상 압도적 돌파 무기가 아니라 드론의 표적이 됐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한국은 전차를 포기하는 대신 전차가 살아남는 방식을 바꾸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중심에 현대로템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개발 중인 차세대 주력전차 K3가 있다. 미국 군사 전문 매체 내셔널시큐리티저널은 17일(현지시간) K3를 두고 “B-21 레이더 스텔스 폭격기 같은 전차”라고 평가했다. K3가 장갑과 화력만 앞세운 기존 전차가 아니라 낮은 피탐성, 인공지능(AI), 무인 포탑, 수소 기반 추진체계, 유무인 복합운용을 결합한 차세대 전장 플랫폼이라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전차 무용론 속 등장한 ‘스텔스 전차’ K3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장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소형 정찰 드론은 전차 위치를 실시간으로 찾아냈고, 자폭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은 상부 장갑을 집중적으로 노렸다. 참호와 지뢰, 드론이 결합된 전장에서는 전차가 과거처럼 빠르게 돌파하기 어려워졌다. 그렇다고 전차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지상군이 점령하고 버티려면 여전히 장갑과 화력, 기동력을 갖춘 플랫폼이 필요하다. 문제는 ‘어떤 전차가 살아남을 수 있느냐’다. K3는 이 질문에 대한 한국식 답에 가깝다. 현대로템이 공개한 차세대 전차 개념에는 130㎜ 활강포, 유무인 복합운용, 능동방어체계, 다목적 드론 운용 등이 포함돼 있다. 기존 전차가 장갑과 주포 중심 무기였다면 K3는 전차 자체를 하나의 지상 전투 네트워크로 바꾸려는 구상이다. 130㎜ 주포에 무인 포탑…승무원은 더 깊이 숨는다 K3의 큰 변화는 화력과 구조다. 외신들은 K3가 기존 120㎜급 주포보다 강력한 130㎜ 활강포를 탑재하는 방향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전했다. 아미 레커그니션은 지난해 현대로템의 K3용 130㎜ 주포 시험 성공 소식을 전하며 차세대 전차 화력 경쟁에서 한국이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무인 포탑도 핵심이다. K3는 승무원을 차체 내부 보호 공간에 배치하고 포탑은 무인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된다. 전차 상부를 노리는 드론과 대전차 미사일 위협이 커진 상황에서 생존 확률을 높이기 위한 선택이다. AI 기반 표적 처리와 자동장전 체계도 결합된다. 전차가 적을 먼저 탐지하고 빠르게 계산한 뒤 짧은 시간 안에 타격하는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K3를 B-21 레이더에 비유한 외신 평가도 이 지점에서 나온다. 폭격기와 같은 임무를 수행한다는 뜻이 아니라, 장갑차량도 스텔스 형상과 저소음·저열신호, 네트워크 전투 능력을 중시하게 됐다는 의미에 가깝다. 수소로 달리고 드론과 함께 싸운다 K3의 또 다른 특징은 수소 기반 추진체계다. 전차는 엔진 소음과 열신호가 크다. 적외선 감시장비와 드론, 위성, 정찰자산이 촘촘해진 전장에서는 이 자체가 약점이 된다. 수소연료전지 또는 수소 하이브리드 추진체계는 이런 약점을 줄이는 대안으로 거론된다. 디젤 엔진보다 소음과 열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은밀한 기동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군용 전차에 실전 적용하려면 연료 보급, 야전 정비, 안전성, 혹한·고온 환경 운용성 등 과제가 남아 있다. 드론 대응도 핵심이다. K3는 정찰 드론을 띄워 주변을 살피고 지상 로봇이나 무인체계와 정보를 주고받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자폭 드론을 탐지하고 전파방해 장비나 능동방어체계로 막아내며, 동시에 아군 드론으로 숨어 있는 적을 찾아내는 방식이다. 전차의 종말 아닌 진화 K3의 등장은 K2 흑표 이후 한국 전차 산업의 다음 방향을 보여준다. K2는 폴란드 수출을 계기로 유럽 전차 시장에 한국산 전차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K3는 그다음 단계에서 수소 추진, 스텔스 설계, 무인 포탑, AI, 유무인 복합운용을 한 플랫폼에 묶으려는 구상이다. 당장 수출 시장에 나오는 무기는 아니다. 외신들은 K3의 본격 전력화 시점을 2040년대 전후로 보고 있다. 수소 추진체계의 야전 운용성, 130㎜ 탄약체계, 무인 포탑 신뢰성, AI 표적 처리 안정성, 드론 대응체계의 실전성도 검증해야 한다. ‘B-21 닮은 전차’라는 표현 역시 아직은 외신식 비유에 가깝다. 그럼에도 K3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드론전 시대가 전차의 종말을 뜻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전차가 살아남으려면 더 조용히 움직이고, 더 멀리 보고, 더 빨리 쏘고, 드론과 함께 싸워야 한다. 한국의 K3는 그 방향을 보여주는 차세대 전차 구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 “전차만으론 못 버틴다”…K9 산 루마니아가 韓 무인차에 꽂힌 이유 [밀리터리+]

    “전차만으론 못 버틴다”…K9 산 루마니아가 韓 무인차에 꽂힌 이유 [밀리터리+]

    K9 자주포를 도입한 루마니아가 이번에는 무인지상차량(UGV)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에스토니아 무인체계 전문기업 밀렘 로보틱스와 손잡고 루마니아 UGV 시장을 두드린다. 단순 장비 수출을 넘어 나토 동부 전선의 ‘로봇 전장’ 수요를 겨냥한 K방산의 다음 단계라는 평가가 나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 지상전의 관심은 화력 증강을 넘어 병력 피해를 줄이고 위험 지역 임무를 대신 수행할 무인체계로 확장되고 있다.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부 전선 국가다. K9 도입이 화력 강화의 축이었다면 UGV는 병력 생존성과 전장 운용 방식을 바꾸는 장비로 주목받고 있다. 한화·밀렘, 루마니아 UGV 사업 손잡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루마니아, 밀렘 로보틱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국제 방산전시회 ‘BSDA 2026’에서 루마니아 무인지상차량 사업 공동 참여를 위한 협력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력은 루마니아군의 차세대 UGV 도입 수요를 겨냥했다. 한화는 루마니아 내 무인 솔루션 생산·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럽 발칸 지역 시장부터 무인체계 포트폴리오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루마니아는 K9 자주포 도입 이후 한국 방산과의 협력 기반이 쌓인 시장”이라며 “이번 협력은 자주포 중심의 화력체계를 넘어 무인지상체계와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로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시회에 앞서 부쿠레슈티 인근 야외 전술훈련장에서는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MUM-T) 성능 시연도 이뤄졌다. 한화 뉴스룸과 디펜스블로그에 따르면 시연에는 한화의 차륜형 장갑차 타이곤(TIGON)과 다목적 무인지상차량 그룬트(GRUNT), 밀렘의 궤도형 무인지상차량 테미스(THeMIS)가 투입됐다. 정찰, 군수 지원, 부상자 후송, 드론 연계 작전 등 실제 전장 상황을 가정한 임무가 포함됐다. 한화의 그룬트는 기존 아리온스멧을 기반으로 개발된 차세대 다목적 무인차량이다. 한화 측은 그룬트가 하이브리드 구동 방식과 최대 900㎏급 적재 능력, 자율 추종 주행, 자동 인지·추적, 전자전 대응 성능 등을 갖췄다고 설명했다. 밀렘은 유럽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궤도형 UGV 테미스를 앞세워 협력에 참여했다. 루마니아가 무인체계에 주목하는 이유 루마니아가 무인지상차량에 관심을 보이는 배경에는 안보 환경의 변화가 있다. 루마니아는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나토 동부 전선 국가다. 흑해를 사이에 두고 러시아의 군사적 압박도 직접 체감하는 위치에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루마니아는 포병, 방공, 장갑차, 무인체계 등 군 현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K9 자주포 도입이 화력 강화의 한 축이었다면, UGV는 병력 피해를 줄이고 위험 지역 임무를 대신 수행할 수 있는 전력으로 주목받는다. 우크라이나 전장에서는 드론이 정찰과 공격, 포병 표적 획득의 핵심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병력이 탄약을 나르거나 부상자를 후송하러 나가는 순간 드론과 포병의 표적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UGV는 전차나 장갑차를 대체하기보다 정찰, 보급, 후송 같은 위험 임무를 분담하는 장비로 평가된다. 전장에 사람을 덜 보내고도 감시·수송·후송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 유럽 지상군의 새 과제가 된 셈이다. 단품 수출 넘어 유럽형 전장 패키지로 이번 협력의 핵심은 한국의 산업 기반과 유럽의 무인체계 경험을 묶는 데 있다. 한화는 루마니아에서 이미 존재감을 키워왔다. 루마니아는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를 도입하며 한국 방산 장비를 군 현대화의 한 축으로 선택했다. 밀렘은 에스토니아를 대표하는 무인지상차량 기업이다. 대표 플랫폼인 테미스는 정찰 장비, 수송 장비, 부상자 후송 장비, 원격무장장치 등을 임무에 따라 얹을 수 있는 궤도형 모듈식 UGV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에스토니아의 개발 경험은 루마니아 같은 나토 동부 전선 국가에도 설득력을 준다. 한화와 밀렘의 조합은 차륜형과 궤도형 플랫폼을 함께 제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차륜형은 도로 기동성과 정비 편의성이 강점이고, 궤도형은 험지 주행과 장애물 극복 능력에서 유리하다. 평야와 산악, 흑해 연안 작전환경이 함께 얽힌 루마니아에는 임무별 선택지가 중요하다. 한화가 타이곤 같은 유인 장갑 플랫폼과 그룬트를 함께 시연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유인 장비가 지휘·통제와 화력 지원을 맡고, 무인 장비가 위험 지역 정찰과 수송, 후송을 맡는 방식이다. 단순 UGV 판매가 아니라 유인 장갑차와 무인지상차량을 묶은 패키지형 전장 솔루션을 제시하려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박병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S4사업단장은 “국내 개발 UGV가 유럽에서 첫 성능 시연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기술 경쟁력과 운용 확장성을 글로벌 시장에서 입증했다”며 “나토와 유럽 고객들이 요구하는 차세대 지상전 운용 개념을 제시했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물론 이번 협력이 곧 수주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단계는 루마니아 UGV 사업 참여를 위한 협력 체결과 시연이다. 실제 조달 규모와 일정, 최종 사업자 선정은 루마니아 정부의 요구조건과 예산, 현지 산업 참여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협력은 K방산의 진화 방향을 보여준다. 과거에는 가격 경쟁력과 빠른 납품이 강점으로 꼽혔다면, 이제는 현지 생산, 기술 협력, 유무인 복합 전투체계, 유럽 기업과의 공동 개발까지 경쟁 요소가 넓어지고 있다. 전차와 자주포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전장, 그 틈을 메우는 로봇 전력이 K방산의 새 승부처가 되고 있다.
  • 서울시, 화재 취약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안전 점검

    서울시, 화재 취약한 주거용 비닐하우스 안전 점검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는 주거용 비닐하우스 화재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달까지 유관기관 합동점검을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주거 목적으로 쓰이는 비닐하우스 형태의 시설은 구조적 특성상 화재가 발생하면 빠르게 퍼져 인명 피해 위험이 크다. 서울에는 276개 동의 주거용 비닐하우스가 18개 지역에 각각 밀집해 있다. 이에 본부는 소방서, 자치구, 한국전기안전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와 합동으로 서울시 주거용 비닐하우스를 선제적으로 점검한다. 점검 내용은 ▲주택용 소방시설, 보이는 소화기, 비상 소화장치 유지관리 상태 ▲전기배선, 분전반, 누전차단기 등 전기시설 노후화나 정상 작동 여부 ▲휴대용 가스용기 과다 보관 여부, 액화석유가스(LPG) 용기·가스관 적정 설치나 누설 여부 등이다. 본부는 현장에서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즉시 조치하고 보완이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과 협력해 개선할 방침이다. 거주민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 컨설팅도 진행한다. 전기제품 사용 안전 수칙, 화기 주변 가연물 관리, 대피로 확보, 소방차 통행로 확보, 보이는 소화기와 비상 소화장치 사용법을 안내한다. 홍영근 서울소방재난본부장은 “이번 합동점검으로 소방·전기·가스 분야의 위험 요인을 면밀히 확인하고, 주민 생활공간의 화재 안전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日에서 되찾으려 했던… 이 길 밟지 못하고 의병장은 떠났다[서울 로드]

    日에서 되찾으려 했던… 이 길 밟지 못하고 의병장은 떠났다[서울 로드]

    ‘서대문형무소 1호 사형수’ 왕산 허위서울 탈환 꿈꿨던 길, 의병장 호 붙여 왕이 제 올리고 직접 밭 갈던 선농단‘케데헌’에 관광 명소 된 약령시장 고종시절부터 교통허브인 청량리 수많은 차량·사람으로 활력 넘치는 투박한 풍경에 다양한 의미 담긴 곳 “이천만 동포에게 허위 같은 기상이 있었더라면 오늘 같은 굴욕을 받지 않았을 것이다. 고관이란 제 몸만 알고 나라는 모르는 법이지만, 허위는 그렇지 않았다. 제일의 충신이라 할 것이다.” 1910년 뤼순 법정에서 선 안중근 의사는 구한말 의병대장 왕산(旺山) 허위(1855~1908)를 이렇게 평가했다. 허위는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붓 대신 무기를 들었다가 고종의 뜻에 따라 해산했다. 40대 중반 뒤늦게 관직에 나선 그는 성균관 박사·중추원 의관·평리원 수반판사(대법원장) 등 요직을 맡았지만, 일제에 맞서다가 구금된 뒤 낙향했다. 1907년 고종이 퇴위당하고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자 다시 의병에 합류했다. 전국 의병을 하나로 모은 13도 창의군을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까지 진격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내란 혐의로 교수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서대문형무소 1호로 순국했다. 허위가 안타깝게 멈춰 섰던 그 길은 신설동역에서 시작해 제기동, 청량리를 지나 시조사삼거리까지 이어지는 3.17㎞ 길이의 왕산로가 됐다. 1962년 정부에서 최고 서훈인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추서하면서다. 일제의 박해를 피해 전 세계로 뿔뿔이 흩어졌던 후손 중 손자인 허 블라디슬라브(키르기스스탄)는 지난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동대문구 초청으로 방한해 “허위의 손자로 불리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전했다. 왕산로는 본래 왁자지껄했다. 1969년 신설동역 로터리에 고가차도가 지어지면서 발길이 끊기기도 했지만, 2007년 고가가 철거되면서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길을 따라 제기동에 이르면 선농단(先農壇)이 있다. 태조 이래 조선 임금들은 춘분과 추분에 풍년을 기원했고, 가뭄이 심하면 기우제를 지냈다. 제를 올린 뒤 왕이 직접 밭을 갈아 농사의 중함을 알리는 친경(親耕) 행사를 했다. 설렁탕의 기원이 선농단 제례 후 왕이 백성과 나누던 국밥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도 있다. 선농단을 지나 동쪽으로 가면 분위기는 바뀐다. 쌉싸름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서울 약령시장은 국내 한약 물량의 70%가 유통되는 한방의 메카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데몬헌터스’의 글로벌 흥행 이후 작품에 나온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는 젊은 세대와 외국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다. 청량리에 가까워질수록 거리는 활기를 더한다. 한국전쟁 이후 경기 북부와 강원도의 농산물, 임산물이 청량리역으로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경동시장이 형성됐다. 서울 전통시장 중 최대 규모인 이곳은 오랜 세월 서민들의 주방이자 생계의 버팀목이었다. 서울약령시와 경동시장은 원래 하나였지만, 약령시가 특화 시장으로 분리됐다. ‘전차가 왔다. 사람들은 내리고 또 탔다. 구보는 잠깐 멍하니 그곳에 서 있었다. 그러나 자기와 더불어 그곳에 있던 온갖 사람들이 모두 저 차에 오른다 보았을 때, 그는 저 혼자 그곳에 남아 있는 것에, 외로움과 애닯음을 맛본다. 구보는, 움직이는 전차에 뛰어올랐다’(박태원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1930년대 모던한 서울을 묘사한 박태원의 소설처럼 전차는 왕산로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1899년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도쿄 시내보다 4년 앞서 경성에서 전차 운행이 시작됐다. 근대 교통수단 도입 목적은 물론, 고종의 홍릉(명성황후 묘) 참배 편의를 위해서였다. 돈의문(서대문)에서 출발한 전차는 종로와 흥인지문(동대문)을 거쳐 청량리, 홍릉까지 다녔다. 1960년대 전차 운행이 중단되고 선로가 철거된 길에는 자동차가, 땅 밑에는 1호선이 달린다. 왕산로 중심에 있는 청량리역은 여전히 동북권 교통 허브다. 버스환승센터와 4개 지하철 노선(1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경춘선), KTX가 교차하는 이곳에 이르면 풍경이 극적으로 변한다. 시장 골목 옆 65층 주거단지가 하늘을 뚫을 듯 솟아 있다. 낡고 음습했던 청량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길의 끝자락에 ‘떡전교’라는 옛 지명이 남아 있다. 전농동에서 청량리로 넘어가던 다리 주변에 떡집이 많아 생긴 이름이다. 함경도나 강원도에서 한양으로 오던 길손이 떡으로 허기를 달래며 옷매무새를 고쳤다.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이 길에서 힘을 얻었다. 시조사삼거리를 끝으로 회기, 이문, 전농동 대학가로 이어진다. 경희대, 한국외대, 서울시립대가 밀집해 청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왕산로는 말끔한 도심의 대로는 아니다. 하루종일 차량이 넘쳐나고 시장통은 복잡하며 골목은 투박하다. 켜켜이 쌓인 기억을 품고 수많은 이들이 들고나는 도시의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 한국 K2 사더니 이젠 되판다?…폴란드산 전차, 아르메니아 수출 카드로 [밀리터리+]

    한국 K2 사더니 이젠 되판다?…폴란드산 전차, 아르메니아 수출 카드로 [밀리터리+]

    한국 K2 전차가 폴란드를 거쳐 제3국으로 확산하는 새 수출 모델의 시험대에 올랐다. 폴란드는 한국에서 도입한 K2 전차를 자국형 K2PL로 현지 생산하는 단계에 들어갔다. 아르메니아는 이른바 ‘폴란드산 K2’에 구매 관심을 보였다. 이는 단순한 추가 수출 가능성을 넘어선다. K방산의 유럽 현지화 전략이 제3국 재수출 구조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폴란드 국방부와 현지 군사 매체 포르탈 오브론니 등에 따르면 수렌 파피키얀 아르메니아 국방장관은 지난 6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를 찾았다. 그는 부아디스와프 코시니악-카미슈 폴란드 부총리 겸 국방장관과 회담했다. 양측은 군사 기술 협력과 합동훈련을 논의했다. 바르샤바 주재 아르메니아 군사무관 사무소 개설도 의제에 올랐다. 아르메니아 측은 이 자리에서 폴란드산 군사 장비 구매 의사를 내비쳤다. 핵심 품목으로는 K2 전차를 거론했다. 코시니악-카미슈 부총리도 회동 뒤 현지 매체를 통해 “K2 전차는 부마르-와벤디 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 사업이 양국 협력의 중요한 축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 한국산 전차 산 폴란드, 이번엔 공급자 되나 폴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전차 전력을 늘려온 국가 중 하나다. 2022년 한국과 K2 전차 대규모 도입 계약을 맺었다. 추가 물량과 현지 생산을 포함한 2단계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폴란드형 K2PL이다. K2PL은 한국 K2 전차를 기반으로 폴란드군 요구에 맞춰 개량하는 현지형 모델이다.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PGZ 산하 부마르-와벤디 공장은 조립과 생산, 정비의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현대로템은 지난달 부마르-와벤디와 K2PL 및 구난전차 생산·정비 협력 계약을 맺었다. 폴란드는 K2PL 일부 물량을 현지에서 조립한다. 전차에 들어가는 일부 장비에도 자국산을 적용할 계획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폴란드의 추가 K2 계약은 180대 규모다. 이 가운데 61대는 글리비체의 부마르-와벤디 공장이 맡는다. 현지 생산은 2028년부터 2030년 사이 본격화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구조가 자리 잡으면 폴란드는 단순한 K2 구매국을 넘어 유럽 내 생산·정비·개량 거점으로 올라선다. 아르메니아 사례는 폴란드가 K2 계열 전차를 제3국에 공급하는 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 러시아 멀어진 아르메니아, 무기 공급선 다변화 아르메니아가 K2에 눈을 돌린 배경에는 남캅카스 안보 지형 변화가 있다. 아르메니아는 오랫동안 러시아제 무기와 러시아 주도의 안보 체계에 의존했다. 하지만 나고르노카라바흐 분쟁 이후 러시아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최근에는 프랑스와 인도, 유럽 국가들로 방산 협력을 넓히고 있다. 전차 전력은 아르메니아에 민감한 분야다. 아르메니아는 주변국 아제르바이잔과 군사적 긴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후화된 소련·러시아계 전차 체계를 보완할 필요성이 커졌다. K2 계열 전차는 기동성과 사격통제, 방호력 측면에서 기존 러시아제 전차보다 현대화된 선택지로 평가된다. 다만 아직 실제 계약 단계는 아니다. 공개된 내용은 아르메니아가 폴란드산 군사 장비에 관심을 보였다는 수준이다. 그중 K2 전차가 핵심 품목으로 거론됐을 뿐이다. 도입 수량과 가격은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 시점과 생산 방식도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 사안은 ‘수출 확정’이 아니다. ‘구매 관심’ 또는 ‘협력 의제 부상’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 K2PL, 유럽 전차 시장 새 변수로 K2PL은 폴란드군 전력 강화에만 의미가 있지 않다. 폴란드는 이를 통해 유럽 내 전차 생산 능력을 회복하려 한다. 한국 방산 기업도 폴란드를 발판 삼아 현지화 전략을 넓힐 수 있다. 폴란드가 K2를 대량 도입하고 K2PL 생산까지 추진하면 주변국에 실전형 쇼케이스 효과를 낼 수 있다. 성능 홍보를 넘어 유럽 내 생산과 정비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아르메니아가 실제 구매 협상에 들어가면 K2PL은 유럽 동부와 남캅카스 시장을 잇는 새 수출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완성차를 직접 수출하는 방식과 다르다. 폴란드 생산 기반을 활용하면 현지 정비와 부품 공급, 교육 지원에서 장점을 확보할 수 있다. 물론 변수도 남아 있다. 폴란드는 자국군 수요를 먼저 채워야 한다. 제3국 수출에는 한국과 폴란드 간 기술 이전과 수출 승인 문제가 따라붙을 수 있다. 아르메니아의 재정 여력과 주변국 반응도 실제 계약 여부를 가를 변수다. 그럼에도 이번 회담은 K2 수출 지형의 변화를 보여준다. 한국이 만든 전차를 폴란드가 도입했다. 이제 폴란드 생산형 K2PL이 제3국 수출 후보로 거론된다. K방산의 유럽 진출이 단순 판매에서 현지 생산으로 옮겨가고 있다. 나아가 재수출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 “소속사가 한화” 가수 아냐? 김태연 유튜브 100만 찍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소속사가 한화” 가수 아냐? 김태연 유튜브 100만 찍었다…“열심히 하겠습니다”

    생긴 것은 딴판이지만 대한민국에는 노래 잘하는 김태연이 2명 있다. 걸그룹 소녀시대 메인보컬이자 리더인 김태연(37)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선수 김태연(29)이다. 김태연은 지난 1월 KBS 불후의 명곡 프로야구 특집편에 출연해 부활의 노래 ‘사랑이란 건’을 불렀다.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익히 알려졌던 그의 노래 실력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함께 방송에 출연했던 다른 야구선수들 역시 고음 처리가 매끄러운 김태연의 노래 실력에 감탄했고 팬들은 “노래 잘할 수밖에 없는 이름”, “당장 데뷔해도 되겠다”, “야구 선수치고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가수 같다”, “김태원(부활 리더)한테 연락 올 것 같다”, “소속사가 한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아쉽게도 김태연은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그의 유튜브 영상이 우승한 임준형(26·KT 위즈)의 것보다 인기가 더 많았다. 그리고 그 영상이 13일 마침내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 김태연의 응원 성지가 된 이곳에 팬들은 “100만 조회수 축하한다”는 댓글을 남겼다. 지난 12일 서울 고척돔에서 만난 김태연은 정작 본인의 영상이 그렇게 인기인지 몰랐다고 밝혔다. 김태연은 “야구 영상도 아닌데”라며 머쓱해했다. 김태연의 영상은 그의 성적과 궤를 같이한다. 야구를 잘하는 날 팬들이 영상에 축하 댓글을 남긴다. 김태연이 5월 들어 12일까지 타율 0.438로 달아오르자 코스피 지수보다 더 가파르게 조회수가 올라갔다. 특히 지난 7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데뷔 첫 5안타 경기가 나왔을 때 정점을 찍었다. 김태연은 “조회수가 올라간다는 건 야구를 잘하고 있다는 거니까 기분이 좋다”면서 “야구 잘해야 조회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4월까지 김태연은 타율이 0.107에 그쳤다. 주전 대신 대타로 나서는 경기도 많았다. 그러나 김태연은 인플레이 타구들이 운 나쁘게 수비에 자주 걸렸을 뿐 부진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스트레스받지 않고 자기 페이스대로 야구를 이어가자 성적이 따라왔다. 김태연은 “한 경기, 한 경기 연연하다 보면 슬럼프가 온다”면서 “잘해도 들뜨지 않고 못해도 가라앉지 않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설명했다. 5월 들어 김태연은 주전으로 나서는 날이 많아졌고 김경문 감독의 믿음에 실력으로 보답하기 시작했다.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 상대로 3타수 2안타를 날리더니 이달에만 14개의 안타를 때려냈다. 지난달 3개에 그친 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의 활약이다. 그의 가치는 공격에서만 빛나지 않는다. 김태연은 여러 포지션을 오가며 활약하는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다. 내야와 외야, 1루수 미트까지 이미 3개의 글러브가 있다.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1사단 전차대대에서 현역병으로 복무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1군 주전 선수로 도약한 2021년부터 늘 그랬다. 김태연은 “어느 수비 위치에서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해 부담은 없다”면서 “제가 부담을 느끼고 접근하면 스스로 불안할 거라 생각해서 잡을 수 있는 것 잡고 억지로 하려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주장 채은성이 2군으로 내려간 사이 임시 주장도 맡고 있다. 강백호(27), 노시환(26), 문현빈(22) 등 다른 스타 선수들처럼 화려하게 주목받지는 않아도 팀에 얼마나 필요한 존재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기록상으로 보면 김태연은 6번 타순에서 타율 0.458로 가장 잘 치고 무사 상황에서 타율이 4할로 높다. 1아웃 상황에서 0.286, 2아웃 상황에서 0.208로 떨어지지만 김태연은 “표본이 너무 적다”며 특별한 부분은 아니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태연의 개인 목표는 없다. 오로지 팀의 승리가 그가 야구에 관해 생각하는 전부다. 김태연은 “팀이 하나로 뭉쳐 뛰다 보면 우승도 가능할 것”이라며 “개인 성적보다는 팀 승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 개항 150년 맞은 부산항… ‘지능형 AI 항만’ 닻 올렸다

    개항 150년 맞은 부산항… ‘지능형 AI 항만’ 닻 올렸다

    한국형 AI 터미널운영시스템 무인이송장비로 하역~이송 자동화진해신항 사람 개입 없는 환경 추진물류통합플랫폼도 AI 전환화물차에 방문시간 추천·자동 예약선박 도착 예측해 선석 배정 최적화생산성 넘어 안전성 최우선화물 고정 대신하는 로봇 설계 완료 항만 내 충돌 예방 서비스 개발·적용우리나라 첫 근대 무역항인 부산항이 올해 개항 150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수출입 전초기지로 경제성장을 든든하게 뒷받침한 부산항은 세계 2위의 ‘컨테이너 환적 허브’로 위상을 확고히 했다. 다가올 150년을 준비하는 부산항은 물동량을 키우는 양적 성장을 넘어 ‘지능형 항만’으로 질적 성장을 추구하며 ‘인공지능(AI) 전환’ 시대의 세계적 선도 항만으로 도약을 준비 중이다. ●경제성장 함께한 부산항150년 12일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부산항은 신라시대 때부터 한반도의 대일본 관문 역할을 해온 항만이다. 1876년 강화도조약 체결과 함께 부산포라는 이름으로 개항하면서 국제항으로 세계 무대에 등장했다. 일제 강점기 수탈 통로로 이용된 아픈 역사를 지나 6·25 전쟁 때는 국제연합군이 첫발을 내딛고 전후에는 원조물자가 들어와 국민에게 전달되는 소중한 창구였다. 1960년대부터 산업화가 시작되면서 급증한 수출입 물동량을 감당하기 위해 부산항은 국가 차원의 체계적 관리 아래 개발되면서 수출 전진기지 임무를 수행했다. 특히 관리·운영 기관인 BPA가 2004년 출범하면서 성장에 속도가 붙었다. 출범 당시 1041만 TEU(1TEU는 길이 약 6.1m 컨테이너 1개)였던 물동량은 지난해 2480만 TEU로 배 이상 늘었다. 부산항은 국내 수출입 화물의 77%를 처리하고 오가는 화물의 가치가 472조원에 이를 정도로 우리나라 경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 기술로 항만 자동화 완성 세계 주요 항만은 무인 자동화를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AI 기술을 도입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BPA도 부산항 ‘AI 대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지능형 항만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운영 전반에 AI를 도입해 ‘초연결 항만’을 구현하고 컨테이너 터미널의 생산성 30% 향상, 항만 내 인명사고 제로 등을 달성하는 게 목표다. 총예산 8921억원 중 4351억원을 2030년까지 투입해 빠른 속도로 추진할 계획이다. 부산항 AI 대전환의 핵심은 우리 기술로 만드는 ‘AI 기반 한국형 자동화 터미널’의 완성이다. 그 시작은 2024년 4월 개장한 부산항 신항 7부두다. 이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완전 자동화 부두로, 화물 하역부터 이송이 터미널운영시스템(TOS)에 의해 자동으로 이뤄진다. TOS에 입력된 정보가 무인이송장비(AGV)로 전송되고 AGV가 선박에서 화물을 내리는 컨테이너 크레인, 장치장(야드)에서 화물을 반입·반출할 때 쓰이는 트랜스퍼 크레인을 오가며 화물을 나른다. BPA는 이 성과를 바탕으로 7부두 후속 사업인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2-6단계에서 국산 컨테이너 크레인 6기, 트랜스퍼 크레인 34기를 제작하고 장래 진해신항에 항만장비제어시스템(ECS)을 구축한다. TOS가 부두 내 개별 하역·이송 장비에 작업을 지시한다면 ECS는 모든 자동화 장비를 통합 통제한다. 또 AI가 컨테이너를 이송·적재하는 최적 경로를 스스로 판단하면서 터미널 운영 효율을 높인다. 자율주행 기능이 탑재된 야드 트럭, 노면전차 셔틀도 도입해 항만 내에서 컨테이너가 사람의 개입 없이 신속하게 이동하는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다. ●데이터로 연결되는 항만 AI 고속도로 또 하나의 핵심 전략은 항만 물류 데이터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물류통합플랫폼(체인포털)’의 AI 전환이다. 항만에서는 선사, 터미널 운영사, 운송사, 화물차 기사 등 다양한 주체가 복합적으로 업무를 수행하지만 일부 관계자 간 한 방향으로 정보가 전달되면서 비효율이 발생한다. 체인포털의 AI화를 통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유기적으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더 나은 물류 흐름을 만든다는 게 BPA의 계획이다. 이를 위해 부산항에 출입하는 모든 화물차 기사가 이용하는 모바일 앱인 ‘올컨e’에 트럭 방문 시간 추천·자동 예약 기능을 갖춘 음성 대화형 AI를 도입해 항만 게이트 혼잡을 막고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해상에서는 선석 배정 최적화와 실시간 이상징후 탐지 시스템인 ‘포트-i’에 AI를 도입해 고도화한다. AI는 선박과 화물 데이터를 분석해 물류가 지연되면 대체 선박을 추천하고 선박 도착 시간을 정확하게 예측해 선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인다. 또한 글로벌 주요 항만과 데이터를 주고받아 선박 입항부터 하역, 출항까지 모든 과정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만드는 ‘한국형 선박 기항 최적화(K-PCO)’ 모델도 구현해 글로벌 표준을 선도할 계획이다. ●안전 지키는 피지컬AI 도입 부산항의 AI 대전환은 생산성 향상을 넘어 항만에서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도 목적을 두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의 고위험 작업을 로봇과 AI가 대신 수행하는 ‘피지컬 AI’ 도입을 적극 추진한다. 추락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큰 높은 화물 고정(라싱) 작업을 대신할 로봇 설계가 이미 완료됐으며 올해 실증을 거쳐 내년부터 현장에 도입할 계획이다. 선박을 부두에 고정하는 줄잡이 작업에 투입할 로봇 연구도 한창 진행 중이다. 또한 현장 영상을 분석해 항만 내 장비와 트럭, 트럭과 사람 간 충돌 위험을 예측하고 경고를 보내는 ‘AI 충돌 예방 서비스’를 개발해 ‘올컨e’에 적용할 계획이다. AI가 크레인 쇠밧줄의 결함을 자동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해 실증을 진행 중이며, 강풍이 불 때 컨테이너 전도 가능성을 계산해 미리 안전하게 조치하는 시뮬레이션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BPA는 이러한 AI 대전환 추진을 위해 지난해 전담 조직인 ‘디지털 AI부’를 신설하고 민·관·연 협업 체계를 강화했다. 또 중소 물류 업체들도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공 주도의 ‘GPU 서버 팜’과 데이터 센터 구축을 추진하는 등 AI 생태계 조성에도 앞장서고 있다. BPA 관계자는 “부산항 AI 대전환은 우리나라가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라며 “부산항 운영 경험에 AI 기술을 결합해 글로벌 항만 시장의 선도자가 되겠다”고 밝혔다.
  • “사망자 35만 명 넘었다”…푸틴이 시작한 전쟁의 ‘처참한 성과’ 공개 [핫이슈]

    “사망자 35만 명 넘었다”…푸틴이 시작한 전쟁의 ‘처참한 성과’ 공개 [핫이슈]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에서 러시아군 전사자가 35만 명을 넘어섰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러시아 독립 언론 메두자, 메디아조나와 영국 BBC뉴스 러시아판은 전사자 명단과 러시아 상속 등록부, 법원 기록을 토대로 2022년 2월부터 2025년 말까지 최소 35만 2000명의 러시아 군인이 사망했다고 추산했다. 이번 추정치에는 러시아 민사 등록 사무소를 통해 공식적으로 등록된 사망자뿐만 아니라 법원 절차를 통해 사망 또는 실종으로 처리된 군인도 포함됐다. 세 언론사는 “표준 등록 자료를 통해 약 26만 1000건의 사망 사례가 확인됐다. 추가 9만 건은 러시아 법원에서 사망 또는 실종으로 인정한 군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선의 전투 강도가 높아지면서 2024년과 2025년 사이에 사상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 기간 동안 러시아 법원에 실종된 군인을 사망자로 법적 인정해달라는 군부대와 유족의 요청은 최대 8만 6000건에 달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유족의 상속 기록에는 이른바 ‘지연 등록’ 사례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연 등록은 사망 신고일로부터 몇 개월 후에야 상속이 공식적으로 개시되는 경우를 의미한다. 세 언론사는 공동 보고서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기 전에는 지연 등록 사례가 매우 드물었다”면서 “2025년 말까지 유사한 지연 등록 사례는 5만 2000건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망자 추정치는 매우 보수적으로 집계한 것이다. 러시아군에 소속돼 우크라이나군과 싸우는 외국인이나 법원 절차가 완료되지 않아 공식적으로 실종자로 등록된 군인은 포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또 “이러한 병력 손실은 러시아의 병력 보충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우크라이나군 추산을 인용해 “2025년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러시아군 사상자는 15만 6700명에 달하며, 같은 기간 모집한 자원병은 약 14만 8400명이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총참모부는 9일 러시아군이 지난 24시간 동안 추가로 1080명의 병력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2022년 2월 이후 러시아의 누적 병력 손실은 134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기세 약해진 푸틴, 전승절 대폭 축소 진행우크라이나 전쟁이 4년을 넘기고 종전 협상이 교착에 빠진 상황에서 러시아는 올해에도 모스크바 붉은 광장에서 전승절 열병식을 개최했다. 전승절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옛 소련이 나치 독일의 항복을 끌어냈다고 주장하는 기념일이다. 러시아는 매년 전승절에 군사력을 한껏 과시하는 군사 퍼레이드인 열병식을 벌여왔지만 올해는 규모를 한층 축소했다. 지난해 광장을 가득 채웠던 전차와 미사일 등 중화기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의 우려가 커진 탓이다. 러시아 당국은 우크라이나의 공격 차단을 위해 모바일 인터넷 접속을 차단하고 수도 전역의 보안도 대폭 강화해야 했다. 열병식 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공습이 두려워 지하 벙커에 숨어 지낸다는 설이 돌기도 했다. 러시아 내부에서는 길어지는 전쟁과 인터넷 차단 등 정부의 지나친 통제 탓에 전쟁과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의 타티아나 스타노바야 선임연구원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올해 초부터 (국민 사이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다소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공개적으로도 모두가 지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퍼레이드 축소 등 현재 상황은 정부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취약함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국이 중재해 온 종전 협상은 교착 상태가 이어지다가 특히 지난 2월 말 시작된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의 여파로 국제사회 중재 노력에서도 밀려난 상태다.
  • “F-35 대신 보라매?”…캐나다 전투기 재검토에 KF-21 대안론 [밀리터리+]

    “F-35 대신 보라매?”…캐나다 전투기 재검토에 KF-21 대안론 [밀리터리+]

    캐나다가 미국산 F-35 전투기 88대 도입 계획을 재검토하는 가운데 한국형 전투기 KF-21 ‘보라매’를 대안으로 거론한 해외 군사매체의 주장이 나왔다. KF-21이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고 실전 배치 단계에 들어선 직후 나온 평가여서 한국형 전투기의 수출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캐나다 정부가 KF-21을 공식 후보로 검토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해당 매체는 캐나다가 미국 방산 의존도를 낮추려는 흐름 속에서 스웨덴 그리펜 E/F, 영국·일본·이탈리아의 차세대 전투기 GCAP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지만 비용과 성숙도, 전투 잠재력 측면에서는 KF-21도 현실적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 안보·방산 산업 전문매체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6일(현지시간) ‘미국 F-35에서 다변화하려는 캐나다의 최선의 선택지는 한국의 신형 KF-21 전투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 캐나다 F-35 도입 결론 지연…“비미국산도 검토” 캐나다는 2023년 미국 록히드마틴의 F-35 전투기 88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사업 규모는 190억 캐나다달러(약 20조 4200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미국 방산업계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캐나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전투기 도입 계획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맥긴티 캐나다 국방장관은 지난달 27일 F-35 구매 계획에 대한 검토가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검토는 지난해 9월쯤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결론은 미뤄졌다. 맥긴티 장관은 비미국산 전투기 구매 가능성도 열어뒀다. 캐나다는 첫 16대분에는 법적·재정적으로 묶여 있지만 전체 88대 도입 구성에는 조정 여지가 남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대안으로는 그리펜 E/F가 거론돼 왔다. 스웨덴 사브는 낮은 운용 비용과 정비 편의성, 캐나다 내 조립·정비 가능성을 앞세워 왔다. GCAP도 장기 선택지로 언급된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그러나 캐나다 공군의 요구를 따져보면 KF-21이 더 균형 잡힌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그리펜은 조달비와 유지비가 낮지만 전투 잠재력에 한계가 있고, GCAP는 아직 개발 단계라 지연과 비용 초과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 “그리펜보다 전투 잠재력 크고 GCAP보다 성숙” 매체는 KF-21의 강점으로 사업 성숙도를 꼽았다. KF-21은 2022년부터 비행시험을 진행했고 이미 양산 단계에 들어섰다. 반면 GCAP는 2035년 전력화를 목표로 추진되는 개발 사업이다. 캐나다가 GCAP를 택하면 노후 F/A-18 계열 전투기의 수명을 더 연장해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KF-21은 최근 개발 사업의 마지막 관문도 넘었다. 방위사업청은 7일 한국형 전투기 KF-21 사업이 최종 전투용 적합 판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2023년 5월 잠정 전투용 적합 판정 이후 진행된 후속 시험평가를 통해 KF-21 블록-I 성능 검증을 마쳤다는 의미다. KF-21은 약 1600회의 시제기 비행시험과 1만 3000여개 비행시험 조건 검증을 거쳤다. 공중급유와 무장발사 시험도 수행했다. 올해 3월 출고된 양산 1호기는 하반기 공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KF-21이 F-35보다 저렴하고 정비 부담도 낮추도록 설계됐으면서 그리펜보다 큰 기체와 확장성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F-35와 함께 운용하는 ‘하이-로우 조합’을 염두에 둔 기체라는 점도 언급했다. ◆ 미티어·타우러스 계열 무장도 주목 매체는 KF-21의 무장 통합 계획도 주목했다. KF-21은 유럽제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미티어를 주력 공대공 무장으로 운용하도록 설계됐다. 미티어는 그리펜 E/F가 내세워 온 핵심 무장이기도 하다. 또 KF-21은 장거리 순항미사일 통합도 추진하고 있다. 원문은 한국이 타우러스 순항미사일을 기반으로 한 국산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을 통합하려 한다는 점을 언급했다. 이는 KF-21이 방공 임무를 넘어 장거리 타격 임무로 확장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KF-21이 F-35를 모든 임무에서 대체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F-35는 저피탐 성능과 센서 융합, 네트워크 중심전 능력을 갖춘 5세대 스텔스 전투기다. KF-21은 현재 블록-I 기준으로 4.5세대 전투기에 가깝다. 향후 블록-II와 개량형을 통해 공대지·공대함 능력과 저피탐 성능을 강화할 수 있지만, F-35와 같은 본격 스텔스기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매체도 KF-21의 전투 잠재력이 많은 임무에서 F-35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고도화된 블록-II가 수출 단계에 들어서면 비용 대비 전투력이 높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표준 전투기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 K-방산 지상 장비 이어 전투기 수출론까지 이번 주장이 눈길을 끄는 이유는 한국 방산이 이미 유럽과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K2 전차,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 등 한국 지상 장비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대규모 수출 성과를 냈다. 가격과 납기, 생산 능력을 앞세운 K-방산의 강점이 유럽 안보 환경 변화와 맞물린 결과다. 밀리터리워치매거진은 KF-21도 같은 흐름을 항공 분야에서 재현할 수 있다고 봤다. 유럽제 전투기보다 낮은 비용과 높은 전투 성능을 앞세워 라팔, 유로파이터 등과 경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물론 실제 전투기 도입 사업은 정치·외교·동맹·산업협력 변수가 복잡하게 얽힌다. 캐나다는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체계 안에서 미국과 긴밀히 작전한다. F-35는 미국과의 상호운용성 측면에서 여전히 강력한 장점을 갖는다. 그럼에도 KF-21이 캐나다 F-35 재검토 국면에서 대안론의 이름으로 등장했다는 사실은 의미가 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국형 전투기는 개발 성공 여부를 시험받는 단계였다. 이제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뒤 해외 군사매체에서 F-35 의존도를 낮출 선택지로 거론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KF-21의 캐나다 수출이 현실화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그러나 “한국 전투기가 F-35의 보완재 또는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느냐”는 질문 자체는 달라졌다. 보라매의 다음 시험대는 국내 전력화를 넘어 해외 시장에서 시작되고 있다.
  • 아픈 과거 품은 물길에… 다시, 치유가 차오른다[서울 로드]

    아픈 과거 품은 물길에… 다시, 치유가 차오른다[서울 로드]

    병자호란 ‘환향녀’ 슬픔이 서린 곳과거 씻는다는 의미로 몸 씻게 해50년간 버려졌던 유진상가 지하는빛의 예술길 ‘홍제유연’으로 재탄생커피와 함께 인공폭포서 ‘폭포멍’도 ‘길에는 주인이 없고,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조선 영조 때 실학자 신경준은 ‘도로고(道路考)’에 이렇게 썼다. 소설가 김훈은 ‘허송세월’에서 ’“길은 소통의 통로란 의미”라고 풀었다. 오래 전부터 길을 중심으로 사람과 재화, 서비스가 움직이고 건물이 들어섰다. 이처럼 길은 도시의 경쟁력이자 풍경이며 삶을 비추는 거울이다. 600여년 역사의 서울에는 많은 길이 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단종이 쫓겨갔던 유배길부터 3·1 운동과 4·19 혁명, 6월 민주항쟁, 2002년 월드컵, 두 번의 탄핵 촛불까지, 역사의 변곡점마다 길이 있었다. ‘서울 로드’에서 길에 스며든 과거와 현재, 미래를 풀어보려 한다. “제 외아들의 처가 청나라에 잡혀갔다가 몸값을 주고 돌아왔습니다. 더 이상 아들의 배필로 인정할 수 없습니다. 선조의 제사를 받들 수 없습니다. 이혼하고 새 장가를 들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시오.”(1638년 3월 11일 ‘인조실록’ 중 우의정 장유의 상소문) “제 딸이 청나라군에 사로잡혀 있다가 몸값을 주고 귀국했는데, 사위가 다시 장가들려 합니다. 원통해서 못 살겠습니다.”(같은 날 전 승지 한이겸의 상소문) 병자호란(1636~1637년) 때 청나라에 끌려간 이들은 50만~60만명. 다수가 여성이었다. 일부는 온갖 고초를 겪고 다시 고향 땅을 밟았지만, 정절을 강조하던 조선 사회는 이들을 죄인 취급했다. ‘환향녀’(還鄕女)란 주홍글씨를 덧씌웠고, 잡혀갔었다는 이유로 이혼을 요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인조실록’에서처럼 사회적 논란이 됐다. 급기야 인조가 “홍제원(弘濟院) 냇물에서 목욕을 하고 돌아오면 죄를 묻지 않겠다”고 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럼에도 돌아갈 수 없었던 여성들이 모여 살기 시작했고 왕의 큰 은혜에 감사한다는 의미의 ‘홍은동(弘恩洞)’이 됐다는 속설이 있다. 북한산에서 발원해 홍제동, 남가좌동, 성산동을 거쳐 한강에 이르는 홍제천에는 ‘살아서 돌아온 죄’를 짊어져야 했던 환향녀의 슬픔이 담겨 있다. 이 이야기는 가부장적 사회에서 ‘소거’되기를 강요받았지만, 살아내려 했던 여성 캐릭터를 다뤄 화제를 모은 드라마 ‘연인’과 연극 ‘나비’로 변주됐다. 홍제천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중국 사신이 묵는 홍제원에서 유래했다. 의주를 거쳐 평양, 개성을 찍고 도착한 명, 청 사신이 무악재를 넘어 궁궐에 도착하기 전 의관을 정돈하는 숙소였다. 중국으로 출발하는 학자, 상인도 왕래하던 교통 요지다. 홍제원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3호선 홍제역 2번 출구 표지석에서 흔적을 찾을 수 있다. 1930~40년대 홍제천 일대는 경성이 확장되면서 도시 빈민이 몰려든 사대문 밖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박완서 작가의 자전적 글에 종종 등장하는 현저동에 대한 묘사를 보면 그때 생활상을 짐작할 만하다. “막상 내가 도달한 어머니의 서울 살림은 형편없이 궁색한 것이었다. 반듯반듯한 기와집 동네를 다 그냥 지나쳐 꼬불꼬불한 길을 한없이 기어올라가 깎아지른 듯한 축대 끝에 제비집처럼 매달린 초가집의 우중충한 문간방이 어머니의 서울 살림집이었다.”(‘나 어릴 적에’) 조선시대 중요한 육상교통로 중 하나였던 의주로는 박정희 정권에서 ‘통일로(서울역~파주 통일대교)’라는 새 이름을 얻고, 서울 서북권역의 교통 요지로 계속 기능했다. 1968년은 1·21 사태(김신조 사건)와 푸에블로호 사건, 울진·삼척지구 무장공비 침투 사건 등 군사적 긴장이 한껏 고조된 시기다. 3선 개헌을 준비하던 박정희 정권은 국민 불안감을 활용해 정치적 저항을 억누르는 전략을 취했고,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구호가 ‘싸우면서 건설하자’였다. 이 흐름 속에 세워진 건축물이 유진상가다. 홍제천을 덮은 시유지에 1970년 지어진 유진상가는 최고급 주상복합 아파트이자 랜드마크였다. 세대별 분양 면적이 최소 33평, 최고 68평에 달했다. 상가아파트임에도 고급 공동주택을 일컫던 ‘맨션’이란 명칭이 붙은 까닭이다. 유진상가는 서울 서북부가 뚫렸을 경우에 대비해 일반 건축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 당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방어선은 구파발이다. 북한군이 구파발 저지선을 뚫고 청와대나 세종로로 진출하려면 반드시 홍은사거리를 거쳐야 했다. 구파발에서 6㎞ 남짓 떨어진 이곳에서 세검정길을 거쳐 청와대까지 5㎞, 정부중앙청사까지 4㎞ 거리였다. 유진상가 1층에 거대한 기둥(필로티)을 세우고 공간을 확보해 유사시 아군 전차의 엄폐 진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한 까닭이다. 하부 기둥을 부술 경우 아파트가 넘어지면서 거대한 대전차 장애물 역할도 하도록 지어졌다는 얘기도 있다. 유신 시대를 상징하는 유진상가 위로 1995년 내부순환도로가 개통했다. B동의 절반인 4, 5층이 뜯겨나가고 회색빛 그늘이 드리웠다. 낙후한 부도심인 데다, 지하 주차장이나 엘리베이터도 없고 소음과 분진이 심각했다. 점점 흉물 취급을 받았고, 2010년대부터 재건축 민원이 제기됐다. 서대문구청이 사업시행자를 맡는 등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 4월 최고 49층 규모의 주거복합시설로 바꾸는 정비계획이 확정됐다. 50년 동안 막혀 있던 유진상가 지하의 홍제천은 2019년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군사 목적으로 폐쇄됐던 지하통로를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재생했다. 홍제천을 따라 흐르는 인연이란 의미로 ‘홍제유연(流緣)’이란 이름을 붙였다. 유진상가를 지탱하는 100여개 기둥 사이 물길을 따라 미디어아트 작품이 전시되고 있다. 콘크리트는 캔버스가 되고 물이 스크린이 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온기’의 작가(팀코워크)는 “조선시대 환향녀 이야기에 비춰진 홍제천은 억울하게 외면받던 여성들을 위한 치유의 장소다. 따뜻한 온기를 담은 빛의 향연으로 평온한 정서를 재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유진상가에서 걸어서 홍제천 변 산책로를 40분쯤 거슬러 올라가면 물길이 좁아진다. 홍제천 상류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음풍농월(吟風弄月)을 위해 찾던 장소다. 특히 비 온 뒤 폭포의 모습이 장관이라는 세검정(洗劍亭)이 으뜸이다. 요즘 말로 ‘물멍’ ‘폭포멍’을, 당시에는 관창(觀漲·비 온 뒤 폭포 구경)이라고 했다. 실학자 정약용(1762~1836)은 ‘유세검정기’에서 ‘우두커니 앉아만 있어도 좋기에 / 시 다 짓고도 어서 가자 말하지 않노라’라고 묘사했다. 노년의 겸재 정선(1676~1759)은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세검정이란 이름은 인조반정 때 이귀·김유 등이 모여 광해군 폐위를 결의하고 칼날을 씻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정자 앞 너른 바위는 조선왕조실록 편찬자들이 비밀 유지를 위해 원고 종이를 씻어낸 세초(洗草) 작업의 현장이다. 현재 세검정은 1941년 화재로 불타 주춧돌만 남아 있던 것을 1977년에 복원했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후 서울도성과 북한산성을 보완하기 위해 만든 탕춘대성의 성문 ‘홍지문’도 가까이에 있다. 홍제천 옆 옥천암 바위에는 마애보살좌상이 앉아 흐르는 물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다. 태조 이성계가 도읍을 정하면서 이곳에서 기도를 올렸다는 전설이 있다. 홍제천 상류의 지류인 백사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추사 김정희의 별장터(별서터)가 나온다. 홍제천의 또 다른 이름인 모래내는 1960년대 형성된 남가좌동 모래내시장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맑은 물에 모래가 많아 생긴 이름이다. 장마철이 돼야 물이 흐르는 ‘건천’이었던 홍제천은 요즘 사계절 물이 흐르는 산책로로 바뀌었다. 2008년부터 펌프로 한강에서 상류까지 물을 끌어올렸다. 봄에는 벚꽃, 개나리가, 가을이면 단풍이 흐드러진다. 천변을 따라 달리는 러닝 크루, 자전거 족도 적지 않다. 안산(鞍山) 자락의 홍제천 인공폭포는 커피와 함께 ‘폭포멍’을 즐길 수 있는 또다른 명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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