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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운찬 퇴장후 범여권 내부기류] 손학규 추대모임 가시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참여 포기선언 이후 열린우리당 내 당 해체파 의원등이 손학규 전 경기지사 추대모임을 조직하는 등 본격적 움직임을 시작한 것으로 2일 포착됐다. 이른바 ‘HH블록’(HAKKYU against HANNARA, 한나라당을 이기는 ‘학규’) 이라는 모임을 구성한 이들은 평소 당 해체를 통한 대통합을 주장해온 열린우리당 정대철 고문과 강창일·김덕규·문학진·신학용·이원영·정봉주·채수찬 의원 등 10명이다.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범여권 대통합을 위해서는 후보 개인 중심의 통합이 아니라 세력을 갖고 있는 후보 중심의 연석회의가 효율적”이라면서 “모임에 참석한 의원 대다수가 손 전 지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일방적 구애가 아니라 손 전 지사와 수시로 교감하고 있다고 한다. 한 의원은 “선진평화포럼 출범 후 손 전 지사에게 ‘두려워하지 말고 전진하시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더니 ‘보이지 않게 지지해줘서 고맙다.’는 답변이 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들은 겉으로는 손 전 지사와의 교감 사실을 드러내지 않고 ‘후보자 연석회의’를 제안하는 등 중립적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2일 ‘이념·지역·남북이 융합하는 삼융(三融)의 정치’를 표방하는 손 전 지사가 경북대 특강에 나선 가운데 이들은 이날 별도로 조찬회동을 가졌다. 모임에 참석한 정봉주 의원은 “오는 15일까지 범여권 대통합의 촉매제로 ‘후보자 연석회의’를 구성해야 한다.”면서 “참여 대상은 손 전 지사와 정동영·김근태 전 당의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힘받는’ 손학규

    30일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범여권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일찌감치 정 전 총장을 유력한 대선잠룡으로 분류하며 ‘후보 중심의 대통합’,‘후보자 연석회의’ 등 범여권에서 마련해온 각종 대선 설계도의 골격이 무너진 상황이 왔기 때문이다. 정 전 총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범여권 대선구도는 고건 전 총리의 불출마 선언 때보다 더 급격하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손학규의 부상? 우선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을 축으로 한 제3후보군의 구도 재편이 예상된다. 특히 손 전 지사의 지지세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범여권 제3후보군은 손 전 지사로 단일화됐다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손 전 지사에 대한 각 정치세력의 구애가 집중되면서 제3후보간 세력경쟁의 균형추가 급속하게 편중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공교롭게도 손 전 지사는 이날 정 전 총장의 불출마 기자회견이 열린 서울 중구 세실레스토랑 맞은편에서 자신의 지지모임인 선진평화포럼 출범식을 가졌다. 손 전 지사는 격려사를 통해 “오늘 이 자리를 통해 ‘융화동진(融和同進·모두 화합해 함께 전진함)의 정치’를 제안하겠다.”면서 “이념, 지역, 남북이 융합하고 조화를 이루는 삼융(三融)의 시대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제3지대 신당 창당 로드맵도 속도를 낼 기세다.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 대한 의원별 지지 표명이 좀더 적극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기존 정치인뿐만 아니라 문국현 사장과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등 또 다른 제3후보를 향한 러브콜도 잦아질 수 있다. 열린우리당내 추가 탈당 흐름이 이같은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정동영 타격, 노 대통령은 영향력 강화? 이른바 ‘정(정운찬)·정(정동영)·손(손학규)’연대를 통해 세 확장을 꾀하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정 전 총장의 정치 포기로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고건 전 총리에 이어 정 전 총장의 낙마로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영향력은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역(호남)과 이슈(남북문제)를 정점으로 한 DJ의 지원과 2008년 총선까지 반한나라당 구도를 끌고가는 데 주력하는 노 대통령의 현실적 파워가 부각될 조짐”이라고 내다봤다. 구혜영기자 koohy@seoul.co.kr
  • 진도대교 ‘안전비상’

    전남 해남과 진도 사이 울돌목을 잇는 진도 1대교가 잇따른 충돌사고로 안전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 다리는 개통(1984년)된 지 20년이 지나 대형차량의 통행이 금지됐다. 일반 차량은 바로 옆 제2 진도대교를 이용한다. 23일 광주국도유지건설사무소와 현대건설, 진도군 등에 따르면 22일 밤 전남 진도군 군내면 울돌목 조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800t짜리 철구조물을 실은 바지선이 빠른 물살에 휩쓸리면서 진도 1대교 주탑(교각)과 중앙부 상판과 충돌했다. 이 때문에 주탑이 일부 파손되고 상판의 내풍판(바람막이)도 세 군데나 구겨져 차량통행이 전면 금지됐다. 사고는 바지선을 진도 물양쪽으로 밀고 가던 예인선 2척 가운데 1척이 빠른 물살에 기관고장을 일으키면서 일어났다. 다리 밑 통과 높이는 20m이나 바지선에 실린 철구조물 높이는 32m여서 충격이 강했다. 현대건설이 조력발전소를 시공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8월27일에도 이 회사가 조력발전소 건설용 해저굴착기(높이 36m)를 싣고 가다 굴착기 1대가 상판에 걸리는 충돌사고를 냈다. 내풍판과 가드레일, 교각과 케이블 일부가 부서져 10여일 동안 차량 통행이 이뤄지지 않았다. 울돌목에는 세계 최대인 1000㎾급 시험 조력발전소가 연말 완공 예정으로 건설되고 있다. 목포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교량 밑을 통과하는 선박의 높이 등을 제한할 수는 없다. 다만 선박회사에서 전화하면 다리 높이 등 정보제공만 한다.”고 말했다. 광주국도유지건설사무소 관계자는 “시설안전기술공단에서 진도 1대교에 대한 정밀안전진단이 끝나야 차량 통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이젠 포스트 BRICs] (3) 멕시코

    |멕시코시티·몬테레이·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12일 오전 멕시코 몬테레이공항에서 30분을 달려 찾아간 몬테레이 광역지구내 아포다카 산업공단. 주택과 상점이 차츰 뜸해지더니 광활한 녹색 벌판에 대형 공장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낸다. 수십, 수백m 길이의 1층짜리 직사각형 건물들. 미주시장 공략을 위한 다국적 기업들의 전진기지다.LG전자를 비롯해 월풀, 덴소, 바스프, 메탈사 등 굴지의 기업들이 이곳에 터를 닦았다. 미국을 200㎞ 지척에 둔 지리적 위치, 안정된 노사관계 등이 이곳을 멕시코 최고의 다국적 산업단지로 성장시킨 원동력이다. 그 덕에 몬테레이가 속한 누에보 레온주(州)는 멕시코 제조업 생산의 10%가량을 차지하며 전국 평균의 두 배 되는 소득을 올리고 있다. LG전자 직원 후안 페레스는 “외국기업의 진출이 늘어나면서 일자리가 늘고 임금이 오르는 등 생활이 풍요로워졌다. 얼마 전부터 아이들을 학비는 비싸지만 선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날 오전 멕시코시티 서부의 신도시 산타페. 왕복 6차선 도로 한 편으로 20층이 넘는 고층 건물들이 200m가량 줄지어 마천루를 형성했다. 포드, 다임러크라이슬러,IBM, 휼렛패커드(HP) 등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밀집해 있다. 쓰레기 매립장이었다는 옛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도심중앙에는 초대형 복합쇼핑몰 센트로 코메르시알이 위용을 자랑한다. 팔라시오 데 이에로, 시어스 등 유명 백화점에 진열된 고가품들이 부유층의 소비능력을 대변한다. 사회 양극화의 상징으로 비난받는 곳이기도 하지만 멕시코 정부가 1996년부터 국제 비즈니스 허브로 키우기 위해 쏟은 노력의 산물임도 부인할 수 없다. 멕시코 경제가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계속된 성장과 정체의 갈림길에서 드디어 ‘성장’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비드 우르타도 멕시코 상공회의소 부회장은 “국민들이 ‘트리콜로스(녹·백·적 삼색 국기)’에 대한 자부심을 회복하고 있다. 물가와 실업률이 안정을 찾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성장 고속도로를 타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금융시장도 화답하고 있다. 지난 13일에는 증권거래소(BMV) 종합주가지수(IPC)가 3만포인트를 돌파하느냐에 초미의 관심이 쏠렸다. 결국 2만 9762포인트로 마감됐지만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1년 전에 비해 50% 이상 오른 것이다. ●국토와 자원… 마야문명의 축복 멕시코 경제의 잠재력은 땅과 바다, 사람에 있다. 그들이 숭상하는 마야, 아스텍 문명의 햇발처럼 이렇게 복받은 나라도 없을 정도다. 광활한 국토가 북미와 중남미를 연결하고 태평양과 대서양을 좌우로 품는다. 해안선의 길이가 미주대륙에서 두번째로 긴 9219㎞에 이르고 미국과는 3300㎞에 이르는 국경을 나눠갖고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이면서 풍부한 가스전이 널려 있고 금·은·동·우라늄·텅스텐 등 안 나오는 광물이 없을 정도다. 1억 750만명 인구는 중남미에서 브라질(1억 9000만명) 다음이고 8000달러에 이르는 1인당 소득은 외국인에게 미주 진출의 거점 외에 광대한 내수시장의 매력을 안긴다. 올 1월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멕시코가 2050년 중국, 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의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빛나는 경제지표… 높아진 소비성향 멕시코는 지난해 4.8%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거뒀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은 각각 4.1%와 3.6%의 안정세에 접어들었다. 고유 자동차 회사는 없지만 도요타, 혼다, 닛산,GM, 포드, 폴크스바겐, 다임러크라이슬러가 내수 및 수출시장을 겨냥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2위 부호(531억달러) 카를로스 슬림의 통신회사 아메리카모빌과 텔멕스는 중남미 각국에 진출했다. 시멘트, 철강, 맥주산업도 강세다. 푸에블라 POSCO-MPC(철강가공센터) 심경휘 법인장의 말.“10여년 만에 멕시코를 다시 찾았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멕시코시티의 공기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맑아졌다는 것이었다. 금방 멈춰버릴 것만 같던 자동차들이 사라지고 현대식 차들로 대체된 것이다.” 그만큼 소비성향이 높아졌다는 얘기다. 실제로 멕시코에서는 매년 10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팔린다. ●약이 되고 독이 되는 대미 의존도 지난해 멕시코 수출의 85%가 미국으로 향했고 미국내 멕시코 노동자들의 본국 송금액이 250억달러에 달했다. 미국경제가 재채기만 해도 멕시코에는 태풍이 되는 구조다. 최근 주식인 토르티야(옥수수빵)의 가격이 2배 이상 급등한 것도 미국에서 비롯됐다. 미국내 에탄올 수요가 늘면서 미국이 에탄올 원료인 옥수수의 대멕시코 수출량을 줄인 탓이었다. 지난 11일 멕시코시티 중심부 독립기념탑 부근의 미국대사관 앞에는 꼭두새벽부터 줄잡아 1000명 이상의 멕시코인이 미국 비자를 받기 위해 4중,5중으로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30대 중반 근로자는 “미국에 가면 지금의 월 500달러보다 3∼4배 많은 임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는 1000만명의 합법 근로자 외에 1000만명의 불법 입국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푸에블라 공단내 기계부품업체의 구매과장 리카르도 코토는 “대미 경제의존이 높은 것은 문제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현재 멕시코의 관심은 미국경기의 하강세가 어떻게 진행될지에 쏠려 있다.”고 전했다. ●빈부격차와 치안부재… 정부의 과제 빈부격차와 치안 불안은 멕시코의 과제다. 못사는 치아파스, 게레로 등 남부지역의 1인당 소득은 잘사는 잘리스코, 누에보 레온 등 북부지역의 5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10여년 새 심해진 마약과 납치·강도는 어느덧 ‘멕시코 디스카운트’의 상징이 됐다. 우르타도 상의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취임한 펠리페 칼데론 대통령의 제1과제는 빈부격차의 완화”라면서 “1억 인구에 국민소득 8000달러 수준이면 나쁜 것이 아닌데도 빈부격차가 심하다 보니 국부의 생산적인 투자가 저해되고 있다.”고 했다. 인적·물적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고 활용하느냐에 칼데론 정부는 물론 멕시코 경제의 성패가 달렸다는 말이다. windsea@seoul.co.kr ■ ‘멕시칸’ 그들의 특징은 |멕시코시티·푸에블라 김태균특파원| 지난 10일 저녁 멕시코시티의 관문인 베니토 후아레스 공항. 다른 나라 입국심사대 앞에 서면 늘 다소간의 긴장이 일기 마련이다. 게다가 이리로 오기 전 미국에서 빡빡한 입국심사를 거친 터. 하지만 멕시코 관리는 콧수염을 만지며 익살스럽게 “오, 소, 오, 세, 요.(어서 오세요)”라고 한국말을 건네온다. 이게 말로만 들은 멕시칸(멕시코인)의 여유인가. 반면에 자부심과 오기도 대단한 사람들이다. 푸에블라에 있는 POSCO-MPC 임승룡 이사의 말.“한국사람에게 우호적이긴 하지만 내면에는 자기들이 더 우월하다는 인식이 강하다. 마야, 톨텍, 아스텍 등 찬란한 아메리칸 인디오 문명의 원조이고 이미 1968년과 70년에 각각 올림픽과 월드컵을 치른 나라다.‘한국이 경제적으로야 우리보다 나을지 몰라도 지도에 거의 보일락 말락 하는 작은 나라 아니냐.’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듣는다.” 멕시코인들의 낙천성은 중남미에서도 알아준다.2004년 미국 미시간대학이 자기만족도를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세계 2위를 했다. 빈부격차가 심하고 치안도 불안한 것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힘들 정도다. 이들에게 생활을 즐기는 것은 절대적인 가치다.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는 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처음 주재원으로 오면 십중팔구 현지인들과 갈등을 겪는 이유다. 한 주재원의 말.“공장라인 직원은 매주 금요일 1주일 단위로 주급을 받는데 다음 1주일치 먹을 것을 사두고 남는 돈으로 토∼일요일에 밤샘파티를 벌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월요일 아침이면 결근율이 높다. 여전히 이해는 안 되지만 이 문화를 존중하려고 애는 쓰고 있다.”하지만 요즘에는 이런 의식에 적잖은 변화가 오고 있다. 특히 자녀교육에 공들이는 사람들이 늘었다. 외국인들과 함께 다니는 고급 인터내셔널 스쿨의 경우 등록금만 우리 돈으로 월 60만원이 되지만 허리띠 졸라매고 절약하며 자녀들을 이곳으로 보내기도 한다. 다정다감하고 친절한 편이지만 외부인에 대한 배타적 태도와 식민지시대의 전통에서 생겨난 인종·계층 차별의 유습도 남아 있다. 백인(전 인구의 9%)-메스티소(60%·원주민과 백인 혼혈)-원주민(30%)으로 이어지는 신분질서는 강하게 때로는 가혹한 형태로 유지되고 있다. 멕시코에 들어온 외국기업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존재한다. 푸에블라공단에서 만난 현지인 근로자는 “한국이나 미국의 기업이 멕시코에 왜 들어왔겠느냐. 우리나라를 이용할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그렇게 한 것일 뿐이다.”라고 말했다. windsea@seoul.co.kr ■“수출 13년새 5배↑… 빈부 양극화 |멕시코시티 김태균특파원|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논란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13년이 지난 멕시코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NAFTA의 공과(功過)는 말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한국도 그렇게 될까. NAFTA의 성과는 외형적으로는 눈부시다. 지난해 수출(2502억달러)은 NAFTA 직전인 1993년(519억달러)에 비해 5배 가까이,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같은 기간 49억달러에서 189억달러로 4배 가까이 뛰었다. 노동집약 산업에서 벗어나 전자, 생명공학, 정보통신 등 첨단산업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NAFTA로 인해 중소 제조업, 서비스업 및 농업은 막대한 타격을 받았다. 미국자본과 대기업이 경제를 독점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세 델라크루스 몬테레이공대 경제학과 교수는 NAFTA의 명암을 비교적 중립적으로 말하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94∼95년 경제공황이 왔을 때 두 얼굴의 NAFTA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많은 기업이 NAFTA로 인해 도산했지만 반대편에서 많은 기업들이 NAFTA로 인해 이윤을 창출했습니다. 우리 경제가 회복의 기틀을 다진 것은 그 덕이었는데 결국 NAFTA가 병도 주고 약도 준 셈이었지요.” 델라크루스 교수는 “미국과 닿은 북쪽은 NAFTA의 혜택을 보지만 남쪽은 그렇지 못하다. 대기업의 이윤도 중소기업이나 일반 서민들에게 고루 전달되지 못하고 있어 남북·빈부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그동안 NAFTA 시스템에 걸맞은 산업구조로 변모하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라고 했다. 세계 5위 산유국이지만 원유 정제시설을 갖추지 못해 미국에 원유를 수출하고 휘발유 등 가공제품을 수입해 오히려 미국인보다 비싼 값에 기름을 쓰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도 미국과 FTA를 하기로 한 만큼 지금부터 철저히 대비하지 않으면 곳곳에서 심각한 부작용을 겪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AFTA의 사회 시스템 혁신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시장개방을 잘만 하면 빈부격차와 부의 세습을 완화할 수 있지요. 그래야만 멕시코 경제가 지금과 달리 스스로 가진 경쟁력을 100%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답은 정부가 찾아 주어야 하며 이런 사정은 한국도 멕시코와 다를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멕시코의 경제개방은 대외채무 이행연기(모라토리엄)를 했던 198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를 계기로 정부는 폐쇄정책을 버리고 ‘마킬라도라(보세가공 수출입공단)’를 확대하는 등 개방정책을 추진했고 그 결정판이 1994년 발효된 NAFTA였다. 현재 멕시코는 43개국과 12개의 FTA를 맺고 있다. windsea@seoul.co.kr
  • [행정플러스] 주요 등산로 구조구급대원 배치

    소방방재청은 9일 봄철을 맞아 등산 중에 고혈압·심장 쇼크 등 갑작스러운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기상 급변이나 안전사고 소홀로 사고 위험이 높아짐에 따라 주요 등산로에 구조구급대원을 배치하는 ‘등산 안전목 지키기’활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 북한산, 도봉산 등 전국 81개 유명산의 등산로 입구 96곳에 구조구급 대원을 3∼6명씩 모두 378명을 전진 배치하기로 했다.
  • 쌀개방반대 시위 농민 사망 사건 법원 “진압 지휘 경찰 감봉 부당”

    쌀개방 반대시위를 진압하던 도중 농민을 숨지게 한 책임을 물어 현장 경찰 지휘자에게 내린 감봉 1개월의 징계는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부장 신동승)는 2005년 11월 농민시위 당시 경찰청 제3기동대장으로 현장의 지휘 책임자였던 명모씨가 “충분한 사실조사 없이 내린 징계는 위법하다.”며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는 원고가 농민시위 당시 안전진압에 대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감봉 처분을 했으나 농민의 사망 사실을 제외하고 피고의 징계사유가 모두 인정된다 하더라도 그 위법성이 감봉 1개월의 처분에 이를 정도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e권력’ 포털 대해부] (4) 문화 텃밭 짓밟는 포털

    [‘e권력’ 포털 대해부] (4) 문화 텃밭 짓밟는 포털

    대형 포털과 동영상 손수제작물(UCC) 전문사이트가 누리꾼들의 저작권 침해를 부추기고 있다. 이들은 저작권자가 신고하기 전에는 불법 콘텐츠를 삭제하지 않고, 불법 저작물에 광고를 붙여 막대한 수익을 챙긴다. 저작권자가 신고를 하면 포털은 해당 콘텐츠를 올린 누리꾼의 ID를 수사기관에 넘겨 주면 그만이다. 누리꾼이 처벌받는 동안 포털은 수익만 챙기는 일은 불공정한 약관에서 비롯된다.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3일 “현행법상 포털과 같은 온라인서비스사업자(OSP)는 신고된 불법 복제물에 한해서 적절한 조치만 취하면 저작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감면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음악 불법 다운로드로 ‘국민 가수’가 사라지고, 음반시장이 죽은 대신 휴대전화 컬러링 시장만 커진 것처럼 포털에서 이뤄지는 대대적인 저작권 침해로 문화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에 대해 포털들은 “우리가 저작권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 누리꾼이 퍼나른 불법 복제물이 검색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며, 콘텐츠를 일일이 걸러낼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포털들은 수익 기반이 되는 트래픽(웹 교통량)을 높이기 위해 불법 콘텐츠 유통을 부추기고 있다. 네이버 초기 화면의 ‘요즘 뜨는 이야기’를 보자. 이곳에는 연예인의 초상권과 퍼블리시티권(성명·초상 등이 갖는 경제적 가치를 상업적으로 사용·통제할 수 있는 권리)을 침해한 사진을 담은 블로그가 많이 모여 있다. 누리꾼이 저작권을 침해하며 자신의 블로그에 사진을 옮기고, 네이버는 이 블로그를 골라 초기화면에 전진 배치시킨다. 사진의 조회수는 20만건을 웃돈다. 초기화면을 한류스타들의 사진으로 채운 NHN(네이버)의 일본 사이트(enjoykorea.jp)와 연예인 사진과 동영상을 모아 놓은 다음의 ‘텔레비존’도 비슷하다. 포털 동영상 검색창에 ‘주몽’이나 ‘거침없이 하이킥’ 등 인기 드라마 제목을 입력하면 방송국의 허가를 받지 않은 수많은 ‘다시보기’ 동영상이 뜬다. iMBC가 지난해 12월6일 하루 동안 포털 등을 모니터링한 결과 네이버 126건, 다음 77건, 판도라TV 62건, 싸이월드 56건의 저작물 침해 동영상을 적발했다.KBS, MBC, SBS 등 방송3사는 네이버, 다음, 네이트 등에 경고했으며, 조만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인터넷에서 저작권 문제 해결을 대행하는 인티그램의 이상은 대표는 “포털들은검색 기술 개발에만 신경쓸 뿐 이를 막으려는 장치 개발에는 소홀하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관계자도 “포털에도 방조책임과 주의의무가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를 조장할 경우에는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창구 강혜승기자 window2@seoul.co.kr
  •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 유치 성공 어떻게 이끌었나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유치] 유치 성공 어떻게 이끌었나

    ‘감동 작전’이 주효했다. 마지막까지 남겨놨던 ‘인센티브 카드’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집행이사들의 표심을 붙들어매는 역할을 했다. 잘 짜여진 대구의 전략과 스폰서의 뒷받침도 세계육상선수권 유치를 이끌어냈다. 대구는 지난달 IAAF 실사단이 대구를 찾았을 때 이미 ‘감동 작전’의 서막을 열었다. 유일한 여성 실사위원인 나왈 엘 무타와켈(모로코) 집행이사는 대구월드컵경기장을 돌아보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400m 허들에서 자신이 우승하던 동영상을 보고 눈시울을 적셨다. ‘감동 작전’은 27일 최종 프레젠테이션(PT)에서도 이어져 승리를 예감케 했다. 모두 11개 부분으로 이뤄진 40분짜리 영상물은 가슴 뭉클한 영상과 뜨거운 유치 의지로 가득 찬 달구벌을 담아냈다. 2003년 대구 하계유니버시아드 장면을 중심으로 스포츠 도시로서의 대구 이미지를 극대화한 ‘이것이 대구!(It’s Daegu!)’가 서막이었다. 이어 IAAF에서 마당발 인맥을 쌓아온 박정기 집행이사가 대표단을 소개했고, 유종하 유치위원장이 세계육상선수권을 유치해야 하는 당위성과 함께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개최 의의 등을 설명했다.“코리아, 그리고 대구, 파이팅!”을 외친 노무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도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은 정부 차원의 지원 의지를 전달하며 ‘준비된 도시’ 이미지를 분명히 했다. 영상은 한·일월드컵 당시 전국을 뒤흔든 붉은 물결에 맞춰 세계 육상의 중심 무대가 동방으로 전진하고 있음을 역동적인 북소리와 버무려 전달했다. 대표단 단장인 김범일 대구시장이 직접 꺼내놓은 ‘인센티브 약속’은 막바지 하이라이트였다. 각국 선수단에 대회 3주 전부터 대회 종료 후 3일까지 모든 숙박비용을 제공하는 한편, 취재단에 하루 100달러의 실비에 숙식을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전체 28명 가운데 3분의2가 넘는 선수출신 집행이사들의 표심을 자극했다. 또 150만달러를 IAAF의 육상사관학교 프로그램에 기부하고 300만달러를 투입, 기금을 1000만달러로 키워나가겠다는 약속도 곁들였다. 아울러 세계 시장을 누비는 국내 굴지 기업들의 후원 약속을 공개해 표심을 사로잡았다. 특히 IAAF 마케팅 대행사인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가 국내 기업의 후원 약속에 고무된 것으로 전해졌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기업에 완성이란 없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26일 발간한 사사(社史) ‘고객에 대한 열정 미래를 향한 도전-LG 60년사’ 발간사에서 “60년은 한 사람의 인생이 완성되는 기간이지만 기업에 있어서 완성이란 있을 수 없다.”며 “기업은 쉬지 않고 도전과 혁신을 통해 변화하고 전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또 “한 기업이 60년을 넘어 성장을 계속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라며 “이는 고객들의 신뢰와 사랑, 우리 사회의 지지와 성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사사는 한국산업의 맹아기에 도전과 개척정신으로 화학산업과 전자산업을 개척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서기까지 LG의 역사를 담고 있다. 사사는 ▲현재의 그룹활동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현황화보’ ▲지난 60년의 역사를 3단계의 성장과정별로 기술한 ‘LG 60년사’ ▲그룹의 중요했던 일들을 기록화 형식의 그림으로 나타낸 ‘연혁화보’ ▲계열사 현황 등을 연표로 작성한 ‘LG현황’ 등으로 구성돼 있다. LG는 이번에 발간된 사사 500부를 국공립 및 대학 도서관 등에 배포할 계획이다.LG 홈페이지에도 사사내용을 게시할 예정이다.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e권력’ 포털 대해부] 네이버, 검색점유율 76%… 정보 독재자?

    [‘e권력’ 포털 대해부] 네이버, 검색점유율 76%… 정보 독재자?

    “우리는 들러리에요.‘포털 공화국’이 아니라 ‘네이버 공화국’이 맞는 표현이고, 과점이 아니라 ‘네이버 독점’이 더 정확한 진단입니다.”네이버를 제외한 다른 포털들은 현재의 포털 시장구도를 네이버 독주체제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포털에 부정적인 여론에서 비켜나려는 의도도 없지 않을 테지만, 네이버가 한국의 ‘인터넷 제국’을 지배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금알 낳는 거위´… 작년매출 5734억원 네이버는 NHN(Next Human Network)이란 닷컴 업체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다.NHN의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맡고 있는 이해진(40)씨가 1997년 삼성SDS의 사내 벤처기업으로 만든 네이버는 창립 7년 만인 2004년 국내 인터넷 업계를 평정했다.NHN 주가는 13만 5600원(3월23일 종가)으로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 1위(6조 2848억원)다. 지난해 5734억원의 매출 실적에 229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1000원 어치를 팔아 400원을 남기는 수익률이다. 인터넷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이 3월 셋째주(12∼18일) 네이버의 하루 평균 순방문자수(UV·중복방문 제외)를 조사한 결과 1362만명이었다.2위인 다음과는 360만명 차이다. 페이지뷰(PV)는 56억건으로 2위 네이트(47억건)를 크게 앞질렀다. 페이지뷰가 많다는 것은 검색자가 사이트에서 검색을 많이 해 충성도가 높다는 뜻이다. 컴퓨터를 켰을 때 나타나는 초기 화면인 스타트 페이지 점유율은 45.5%다.PC 두 대 중 한 대 꼴로 네이버 화면이 뜬다는 얘기다. 누리꾼들은 하루 평균 댓글 수 14만여건, 블로그 콘텐츠 65만여건을 올리면서 네이버로, 네이버로 몰리고 있다. 검색 광고가 포털업체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포털의 핵심은 검색이다. 네이버의 검색시장 점유율은 76.7%다. 누리꾼들이 검색을 하려고 인터넷에 머무는 시간의 76% 이상은 네이버에서 보낸다는 뜻이다. ●“문화 하향 평준화 부채질 사회적 통제 필요” 네이버가 지난해 검색광고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2987억원. 검색창에서 키워드를 넣고 검색 버튼을 누르는 쿼리(query)는 하루 평균 1억 100만건으로 어마어마하다. 시장점유율 50% 이상이면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시장지배적사업자로 삼는 공정거래위원회 기준으로 보면 확고부동한 시장지배 사업자다. 네이버 채선주 홍보실장은 “우리가 갑자기 1위가 된 게 아니다.”면서 “통합검색과 한게임 유료화 등 꾸준히 추진해 왔던 전략이 빛을 본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우리가 만일 미국 업체였다면 구글보다 더 인기를 모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누리꾼을 울타리에 가둬놓고, 자기 배만 불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구글처럼 연산 결과에 따라 링크된 수치가 많은 순서대로 기계적으로 검색 결과를 제공하고, 해당 사이트를 연결해 주는 역할이 바로 ‘관문’이란 뜻의 포털(portal) 본연의 자세라는 지적이다. 포털 비판론자인 미디어 평론가 변희재씨는 “포털이 메일, 블로그, 쇼핑, 뉴스 등을 모두 장악하는 ‘포털 천하’가 바로 한국”이라면서 “미국에서는 구글 때문에 10만개의 인터넷 기업이 생겼다면, 한국에서는 네이버 때문에 10만개의 기업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는 누리꾼들이 선호하는 검색 결과를 수작업과 편집 과정을 거쳐 전진 배치시킨다. 네이버에서 검색을 하면 해당 웹사이트로 연결해주는 아웃링크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누리꾼들은 네이버 안에서만 머무르게 된다. 뉴스에서 아웃링크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최근 일이다. 변희재씨는 “국내 포털들의 폐쇄적이고 독과점적인 행태는 개방, 공유, 참여라는 ‘웹 2.0’ 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희사이버대 NGO학과 민경배 교수는 “특정 포털로의 집중은 인터넷 문화의 저급화와 하향평준화를 부추긴다.”면서 “포털의 발전을 위해 사회적인 관심과 통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구 강혜승기자 window2@seoul.co.kr ▶2회에는 ‘통제되지 않는 언론, 포털’을 다룹니다.
  • [주말탐방]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주말탐방]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

    이 사내들을 일러 누군가는 ‘창공의 전위예술가’라고 했다.‘공군 최고의 테크니션’이란 찬사도 곧잘 따라붙는다. 그러나 당사자들은 정작 고개를 젓는다. 말 못할 고충과 애환이 적지 않은 탓이다. 긴장과 고통으로 점철된 고난도 기동, 비행 뒤 엄습하는 까닭 모를 허무와 고독….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스의 진실은 이들이 만들어내는 장엄한 스펙터클 너머에 있었다.3월19일 강원 원주시 ○○전투비행단. 그곳에서 ‘광대의 눈물’을 보았다. ●진실은 스펙터클 너머에 있다 회암산 너머로 사라진 2대의 A-37기가 활주로 양편 3시,9시 방향에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서로를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비행기. 정면으로 충돌하는가 싶더니 돌연 기체를 기울여 스치듯 교차해 사라진다. 일명 ‘나이프 에지(knife edge)’. 기체 간 교행 거리가 ‘칼날’두께만큼 가깝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기지 상공을 크게 선회한 비행기가 이번엔 9시 방향에 꼬리를 물고 출현했다. 앞서 가던 한 대가 속도를 줄이며 전진하는 사이 나머지 한 대가 앞선 비행 궤적을 나선으로 회전하며 뒤따른다.‘아파치 롤(apache roll)’이다. 이날 비행에서 블랙이글 5·6호기가 선보인 기동은 10가지. 캐노피를 열고 활주로에 내려선 홍준현(32) 대위는 “힘들지 않았느냐.”는 물음에 “잠시 어지러웠을 뿐”이라고만 했다. 그러나 유난히 흰 그의 얼굴에서 피로와 고단함의 기색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팀원 중 한 명은 비행의 고통을 “한여름 육수가 다 빠지고 껍데기만 남은 느낌”이라 표현했다. 뒤따라 내려선 5호기의 김태일(37) 소령이 담배를 빼 물었다.“한 동안 끊었죠. 그런데 그 놈의 사고 때문에….” 지난해 5월 에어쇼 도중 발생한 추락사고 얘기였다. 당시 사고로 2년 넘게 생사를 함께해온 동료를 떠나 보냈다.‘팀워크’를 목숨처럼 여기는 특수비행팀이기에 그날의 아픔은 각자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화인(火印)’으로 남은 듯했다. ●‘쇼’ 찾아 떠도는 유랑인생 블랙이글스를 바라보는 안팎의 시선은 부러움과 선망으로 가득하다. 상위 3분의1 이내에 들어야 하는 비행성적과 팀원들의 만장일치가 필수적인 엄격한 영입조건 등이 이들을 조종사 집단 내에서도 선택받은 ‘엘리트 서클’로 각인시킨 듯했다. 그러나 이들이 토로하는 삶의 고충은 여느 조종사들과 다르지 않다. 블랙이글스 5년차인 박상현(35) 소령은 “운이 좋아 뽑혀왔을 뿐인데 주변서 자꾸만 띄워주니 부담스럽다.”고 했다.“엘리트 집단은 무슨…. 유랑극단이라면 모를까.” 팀장 김창성(37) 소령의 말이다. 실제 이들의 일상은 연희판을 찾아 전국을 떠도는 사당패의 유랑인생을 닮아있다. 블랙이글스가 1년 동안 펼쳐 보이는 ‘쇼’는 30여회. 지난달 IOC 실사단의 평창 방문 축하비행처럼 예정에도 없는 임무가 불쑥 끼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1주일에 한번꼴로 공연이 잡혀있는 봄·가을엔 한 달에 집에서 자는 날이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하루 공연을 위해선 보통 4일전 현지에 도착,2∼3차례 ‘관숙(慣熟)비행’을 통해 지형지물과 기후특성 등을 눈으로 익혀둬야 하는 탓이다. 이때는 비행기 외에도 9t 트럭 한대 분의 정비부품이 함께 움직인다. 동행하는 정비사와 행정요원만도 30명에 육박한다. ●중력이여, 우릴 내버려 두게나 일단 비행에 나서면 움직임 하나하나가 중력이라는 불가역적 운명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을 견디게 하는 건 제트엔진의 추진력과 금속날개의 양력, 그리고 원심력과 구심력 사이의 미묘한 균형점을 찾아나가는 동물적 평형감각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의 비행은 중력의 비애를 온몸으로 감당하며 ‘절대자유’를 향해 나아가는 이카루스의 모험에 견줄 만하다. 특수비행은 그러나 중력의 필연성에 복종하길 거부하는 영웅적 의지만으로 감당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다. 이들이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적은 속절없이 파고드는 극한의 공포감이다. 김창성 팀장은 말한다.“수백피트의 저고도에서 지면을 향해 곤두박질치며 두려움을 안 느낀다면 사람이 아니죠.” 실제 상공에선 단 1초도 여유를 부릴 수 없다. 시속 600㎞가 넘는 초고속으로 비행하면서 서로의 간격을 1∼2m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1000분의 1초의 판단실수도 황천으로 가는 편도 티켓이 된다. 이들에게 결국 비행이란 사신(死神)을 벗하며 실존의 한계상황을 넘나드는 ‘죽음의 예행연습’인 셈이다. 과연 이 극한의 모험가들이 도달하려는 실존의 정박지는 어디일까.‘중력의 피안(彼岸)’을 향한 사내들의 여정은 오늘도 계속된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블랙이글스가 걸어온 길 공군의 특수비행은 한국전쟁 종전 직후인 1953년 10월 경남 사천 비행장에서 F-51 무스탕 4대가 편대비행과 지상공격 시범을 보인 것이 시초다. 그러나 본격적인 ‘에어쇼’ 성격의 특수비행은 1962년 10월 한강변에서 F-86 4대로 구성된 ‘쇼플라잉팀’이 공중분열과 특수 곡예비행을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1967년 새로 도입된 F-5A 기종으로 ‘블랙이글팀’을 창설했고, 이듬해인 1968년 국군의 날엔 한강 백사장에서 ‘나이프 에지’와 ‘스크루 롤’ 등 12가지의 고난도 기동을 펼쳐보임으로써 50만 관객의 머릿속에 특수비행팀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1977년 국군의 날 행사를 끝으로 블랙이글팀은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다. 노후화된 F-5A 항공기를 대체할 새로운 기종선정 작업이 지체된 탓이었다. 이후 국군의 날이면 다양한 기종으로 대규모 편대군(群)을 꾸려 공중분열을 선보이는 형태로 에어쇼를 대신하다가 상설 비행팀의 필요성을 절감한 공군수뇌부의 지시로 1994년 A-37 항공기 6대로 구성된 지금의 ‘블랙이글스’로 재창단되기에 이른다. ■ 블랙이글스에 관한 오해와 진실 ●블랙이글스는 곡예비행단? 일반적으로 ‘곡예비행’은 항공기 1대로 각종 공중기예를 선보이는 ‘묘기비행’을 일컫는다. 반면 블랙이글스의 비행은 ‘특수비행’으로 불린다. 초음속에 가까운 전투기 6대로 전장에서 사용되는 고난도의 편대·솔로기동을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변형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 ‘루프’와 ‘아파치 롤’ 같은 특수기동은 360도 회전해 뒤에서 쫓아오는 적기를 공격하거나, 적의 미사일 공격을 피하기 위한 전술기동의 형태로 실전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블랙이글스의 A-37은 고물비행기? 지난해 추락사고를 계기로 A-37이 에어쇼에 적합하지 않은 낡은 항공기란 인식이 퍼졌다. 하지만 A-37은 기동성과 선회반경, 저속안정성 면에서 특수비행에 적합한 기종으로 공인받고 있다. 기체가 가벼우면서도 F-5급 엔진을 장착해 강한 추력과 탁월한 상승능력을 과시한다. 다만 긴 날개 때문에 공기저항에 민감, 바람이 강할 때는 6기가 근접비행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는 게 사실이다. 공군은 최근 우리 기술로 개발한 초음속 항공기 T/A-50을 2010∼2011년 블랙이글스에 배치키로 했다. ●조종사에겐 최고 대우가 보장된다? 신규 팀원은 각 전투비행대대에 근무하는 조종사들을 대상으로 비행성적과 인성 등을 종합 평가해 팀원 만장일치로 선발하며,3년 안팎의 임기를 마친 뒤엔 다시 전투대대로 복귀한다. 난이도가 높은 기동을 구사하는 탓에 일반적인 전투조종사들보다 위험에 노출되는 빈도가 잦다. 그러나 보수체계에서 특별한 차등을 두고 있진 않다.‘블랙이글스 조종사’란 명예와 자부심이 육체적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디게 한다는 것이다. ●배우자 동의가 필수적이다? 선발대상이 비행경력 7∼8년 이상인 편대장급 조종사로 한정되기 때문에 기혼자가 대다수다. 본인이 가입을 결심하는 데 가족의 동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긴 하지만, 팀 가입의 조건으로 배우자의 동의서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이들의 비행에 관객들이 탄성을 쏘아올릴 때 가족들은 눈물을 쏟는다. 조종사들의 가슴을 후비는 대목이다.
  • [손학규 탈당이후] ‘빈민운동’ 함께 했던 김부겸의원 대표적

    범여권에서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친분이 있는 인사들은 그리 많지 않다. 김부겸 의원 등 열린우리당 재선의원 그룹 일부와 서울대 65학번 동기 김근태 전 의장 등이 있다. 범여권의 잠재적 대권주자로 꼽히는 정운찬 서울대 전 총장은 손 전 지사의 대학 1년 후배다. 손 전 경기지사와 호흡이 맞는 대표적 인물은 김부겸 의원이다. 당내 김영춘·송영길·안영근·오영식·임종석·정장선 의원 등 재선의원 그룹 맏형인 그는 손 전 지사와 연대 가능성이 높은 ‘전진코리아’ 창립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 의원은 송영길·임종석·정장선 등 일부 재선의원들과 손 전 지사의 만남을 주선해 왔다. 앞으로 직·간접 지원에 나서는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6대 때 한나라당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며 당내 소장개혁파를 배후 지원한 손 전 지사와 인연을 맺었다. 손 전 지사는 김 의원의 ‘정신적 스승’인 빈민운동가 고(故) 제정구 전 의원과 빈민운동을 함께 한 친구. 김 의원을 제외하면 손 전 지사의 우군을 범여권에서 찾기는 쉽지 않다. 김근태 전 의장은 경기고·서울대 동기이자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도피 생활을 한 운동권 동지이지만, 정치적 경쟁자이기도 하다. 민청학련 사건에 함께 연루됐던 유인태·원혜영 의원 등도 있지만, 이들은 애초부터 손 전 지사의 범여권 합류를 내켜하지 않았다. 손 전 지사의 경기고·서울대 후배인 정운찬 전 총장도 그의 연대 제의에 냉담하다. 경쟁자의 출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손학규 탈당이후] “손 前지사와 탈당 의견교환 없었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으로 ‘전진코리아’라는 단체가 주목을 받고 있다.전진코리아는 ‘비(非)열린우리당, 반(反)한나라당’을 표방하는 그룹으로 지난 15일 창립대회를 가졌다. 전진코리아의 김윤 공동대표를 만났다.▶손 전 지사 탈당으로 전진코리아가 주목받고 있는데.-전진코리아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국가경영리더십을 창출하기 위해 만든 정치조직이다. 학계, 경제계, 법조계, 문화계 등 사회 각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30·40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손 전 지사와 미리 의견교환이 있었는가.-손 전 지사와 직접적 의사교환은 없었다. 다만 창립식 때 손 전 지사께서 전진코리아 창립 취지와 목적에 큰 공감을 표시해 주신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더욱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전진코리아가 이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전진코리아는 손 전 지사를 비롯해 정운찬 총장 등 국민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지도자를 모시고 대한민국 중심 정당을 만드는 일에 일조하고자 한다. 우리를 두고 손 전 지사의 중심세력이라고 하는 것은 우리에게 너무 과분한 이야기다.▶손 전 지사 외에도 전진코리아와 교감하고 있는 대선주자가 있는가.-정운찬 전 총장은 새로운 국가경영 리더십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우리는 정 전 총장께서도 손학규 전 지사와 더불어 새로운 정치 질서 창출의 길에 함께하실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이를 위해)오늘 김종인(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앞으로 자주 만나 정국에 대한 의견을 나누기로 했다.▶대선에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세(勢)도 중요한데 전진코리아의 규모는.-현재는 100여명의 정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전국적 시·도지부 건설을 주요한 조직 확대 목표로 삼고 있다. 김윤 공동대표는 서울대학교 81학번으로 서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인천 노동교육연구소 연구실장을 지냈다. 대우자동차 ‘세계경영기획팀장’으로 근무하기도 했으며 재단법인 시민방송에서 경영관리본부장을 역임했다. 현재는 세계경제화 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뉴스 분석] 손학규 탈당 대선정국 요동

    [뉴스 분석] 손학규 탈당 대선정국 요동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하고 새로운 정치 질서를 창조하겠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낡은 수구와 무능한 좌파의 질곡을 깨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새 길을 창조하기 위해 한나라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새판짜기 본격화 손 전 지사는 탈당의 명분으로 개혁과 변화, 시대정신을 외면하는 한나라당의 구태정치와 줄서기 관행 등을 꼽았다. 그러나 그는 이런 표면적 이유보다는 한나라당 내에서는 지지율 10%선을 넘지 못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감안해 탈당결심을 굳혔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그동안 한나라당 후보이면서도 범여권 후보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의 탈당은 정치세력간 합종연횡에 따라 정치지형의 전면적인 변동국면에 돌입했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런 관점에서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기폭제로 범여권의 대통합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그는 당장 범여권보다는 ‘제3지대’에서 세력을 규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비(非) 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중도통합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전진코리아’를 기반으로 일단 대권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특히 손 전 지사가 종국적으로는 이 같은 우회 과정을 거쳐 결국 ‘범여권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간 승자와 대권을 겨루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라는 성급한 추론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민생정치모임의 천정배 의원이 지난 18일 “손 전 지사가 탈당해서 대통합신당을 만드는 데 참여한다면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개혁성향 한나라 지지층 이동 가능성 손 전 지사의 탈당은 한나라당내 경선 판도는 물론 대선구도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나라당으로 기울어 있는 대선지형 자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내에서 개혁적 성향을 일관되게 보여왔고, 한나라당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중에 잠재적 지지층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존 지지층 이동이 예상된다. 또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정계개편의 방향이 이념과 정책이 아닌 ‘후보중심’으로 재편될 것을 예고한다. 정치컨설팅업체 폴컴의 이경헌 이사는 “손 전 지사의 탈당은 향후 정계개편의 척도가 이념과 정책보다는 이미 후보중심으로 재편됐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제3후보군의 조기 등장을 유인하는 요인으로 작용해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과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기존 잠재후보들의 정치행보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락 구혜영기자 jrlee@seoul.co.kr
  • “땅 꺼질까 못살겠다”

    마을 연못이 사라지고 소나무가 주저앉아 부러지는 등 마을 곳곳이 가라앉고 있다.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불안에 떨고 있다. 강원도 태백시 황연동 솔안마을.40여가구 92명이 모여 사는 솔안마을 주민들은 반경 300m 이내의 마을 곳곳이 꺼져 내려앉아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해 4월 이후 지금까지 5곳이 함몰됐다. 이달 들어서만 3곳이나 땅이 꺼지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지반 침하는 지난해 4월 마을의 식수 겸 농업용수로 사용하던 마을연못 험년천(일명 금계연못) 물이 땅속으로 감쪽같이 사라지고 연못 바닥이 10m쯤 꺼지면서 시작됐다. 이어 5월에는 인근 가스충전소 옆 지반이 1m쯤 침하돼 하천수가 지하로 스며들고 비닐하우스가 내려앉는 등의 피해가 발생했다. 또 올 3월 들어 마을을 흐르는 통골천 지반이 내려앉은 것을 시작으로 9일과 14일 잇따라 솔안가든 인근 지반이 내려앉아 커다란 웅덩이가 생기는 지반 함몰현상이 발생했다. 이같은 지반 침하에 대해 마을 주민들은 “마을 아래를 관통하고 있는 동백산∼도계간 영동선 철로이설 터널공사가 원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솔안마을은 한국철도안전시설공단이 지난 2001년부터 공사 중인 동백산∼도계간 영동선 철로이설 공사의 지하터널이 마을 한복판으로 지나가고 있다. 지난해 4월 처음 함몰현상이 발생한 험년천은 지하터널의 바로 상부에 위치하고 있다. 또 그동안 발생한 5번의 함몰 현상은 험년천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 발생한 3번의 함몰 지역과 험년천이 동일 선상에 위치해 주민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솔안마을 장국현 통장은 “조용한 밤에는 마을 지하에서 공사하는 소리가 들릴 정도.”라면서 “함몰 원인이 철도시설공단이 주장하는 것처럼 석회암지대라면 터널공사 자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해 ▲이주대책 강구 ▲정밀 안전진단 실시 ▲공사 중단 ▲영구적인 안전대책 ▲고갈된 농업용수 대책 ▲재난안전지역 지정 등의 요구사항을 철도안전시설공단과 시공사측에 제시하며 반발하고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처음에는 석회암지대여서 마을 지반이 함몰되고 있다고 주장하던 철도시설공사 측이 최근 설명회를 열고 뒤늦게 주민들과 함께 안전진단에 나서겠다고 약속하고 나섰다. 올 들어 지반 함몰현상이 더 잦아지자 태백시도 안전대책을 논의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공을 책임지고 있는 건설사측은 “주민들이 선정한 정밀 안전진단업체의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공사와 주민이주 등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태백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해변의 정사』메거폰 잡는 신봉승(辛奉承)씨

    『해변의 정사』메거폰 잡는 신봉승(辛奉承)씨

    10년동안 1백70여편의 「시나리오」를 내놓은 정력작가 신봉승(辛奉承)씨(38)가 감독「데뷔」 날짜를 8월3일로 잡아놓았다. 첫 작품『해변(海邊)의 정사(情事)』가 8월3일 그의 고향인 강릉(江陵)에서 「크랭크·인」 하게 된 것. 영화계 안팎을 유달리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는 그의 감독「데뷔」말씀은-. 신봉승씨의 감독「데뷔」 가 유별나게 요란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는 것 같다. 그 첫째가 그의 지명도, 영화계 안팎에 그를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60년 국방부의 3백만원 현상「시나리오」공모에서 『두고온 산하(山河)』로 당선, 작가생활을 시작했으니까 이미 영화계 10년을 꼽는다. 그동안 그는 『갯마을』『산(山)불』『팔도강산(八道江山)』『봄봄』등의 화제작 각색을 계속하면서 꾸준히 기반을 다져왔다. 굴곡과 이합집산이 심한 영화계에서 그가 누린 평탄한 전진은 그를 영화계의 행운아로 꼽아도 될 것 같다. 그동안 영화화한 각본이 1백70여편. 이 숫자는 국내 어느 「시나리오·라이터」보다도 많은 숫자고 1년 평균 17편이란 다산작가로서의 그의 정력을 말해준다. 작품의 질적문제를 따지기 전에 시일이 급할 때면 제작자들은 우선 이 속성작가 신태승씨를 찾는다는게 거의 통례가 돼있다. 그 다음은 이른바 문화의 저개발지대라는 영화계에서 신씨가 차지하고 있는 「인텔리」적 비중이다. 그는 「시나리오」를 쓰기전인 56연도 『현대문학(現代文學)』지(誌)를 통해서 시인, 평론가로 문단에 들어섰다. 이것은 그의 시인 평론가로서의 비중여부보다 영화계에서 쉽사리 뿌리를 박을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게 사실이다. 지금도 동국대(東國大) 강사란 직함에다가 경희대(慶凞大) 대학원에서 「현대시」를 연구하고 있는 시학도. 신씨가 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소문은 작년 가을부터였다. 신씨는 자신의 감독 「데뷔」가 「생리적인 욕구」라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울화통이 터질때가 많아요. 영화가 되어서야 비로소 작품으로 발표되는데 감독이 자기 취향대로 뜯어 고쳐버리거든요』 또 하나의 이유는 『국산영화를 지금 상태로 방치할 수 없는 일종의 사명감』 때문에 나섰다고 자못 거창한 결의를 보였다. 국산영화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는건 최근 2,3년에 걸쳐 지적되고 있지만 신통한 대책이 나타나지 않고있는게 사실이다. 신씨는 말한다. 『뭐니 뭐니 해도 영화가 타락하는건 감독의 책임입니다. 감독으로서의 재능, 실력도 없는데다가 근성이 없기 때문이죠』 그는 근성(根性)이란 말을 곧잘 뇌까린다. 『제작자의 요구나 배우의 횡포에 결코 타협하지 않겠읍니다. 감독 마음대로 만드는 겁니다』 그 예로서 그는 8월 3일부터 12일까지 『해변의 정사』에 출연하는 배우들 모두 강릉「로케」지에 묶어 둘 예정이며 「필름」이나 소도구의 제한은 결코 받지 않겠다고 말한다. 영화가 감독의 작품임을 똑똑히 보여주겠다는 것이다. 『해변의 정사』는 송병수(宋炳洙)씨의 단편소설 『한여름의 권태』를 신씨 자신이 각색, 윤정희(尹靜姬) 남궁원(南宮遠)등이 출연한다. 촬영에 들어가기전에 6백 30「커트」의 한「커트」한「신」을 마치 그림 펴보이듯 설명하는, 완전 「콘티」를 갖고 있다. 작품에 들어가는 그의 자세를 알만하다. 『이제까지 한국영화에서 보지 못한 그림이 될겁이다. 촬영수법이 완전히 서구적이니까요』 그의 말이 그대로 영화가 되나면 이 의욕있는 신인감독의 영화는 국산영화가 빠진 침체상태에서 조금쯤 활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선데이서울 70년 7월 26일호 제3권 30호 통권 제 95호]
  • [손학규 탈당 파장] ‘제3세력’ 규합… ‘전진 코리아’ 모태될듯

    [손학규 탈당 파장] ‘제3세력’ 규합… ‘전진 코리아’ 모태될듯

    ■ 孫의 행보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범여권 단일후보로 연말 대선에서 나선다.’는 김진명씨의 소설 ‘나비야 청산가자’가 현실화될 수 있을까. 쉽사리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손 전지사측은 불가능하다고 단정짓지는 않은 것 같다.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의 노림수는 범여권 단일 후보? 19일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 전 지사는 회견에서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선도할 정치질서를 창조하고, 미래·평화·통합의 시대를 경영할 창조적 주도세력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겠다.”고 말했다. 무능한 극좌세력과 변화를 거부하는 수구보수세력을 배제하는 중도·개혁세력의 대통합을 주장하는 셈이다. 그는 특히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과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는 일문일답에서 “정 전 총장은 서울대 경영을 통해 교육에 대한 훌륭한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진대제 전 장관은 미래 산업의 상징이다.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미래의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드림팀을 확대해 나가서 새로운 정치질서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에 앞서 손 전 지사는 올초 “손학규·정운찬·진대제가 함께 하면 대한민국 드림팀이 될 것”이라고 말해 새로운 정치세력의 통합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로 인해 손 전 지사의 이날 탈당은 이미 오래 전 짜놓은 ‘시나리오’를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는 관측을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고 손 전 지사가 정 전 총장이나 진 전 장관 등에게 당장 손을 내밀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현재로서는 이들 세 사람이 각자의 영역에서 세를 규합한 뒤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통해 ‘범여권 단일후보’로 나서게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 관측이다.‘나비야 청산가자’에 등장하는 손 전 지사의 행보와 흡사한 행보다. ●범여권 일부 인사도 참여할 듯 손 전 지사가 신당 창당에 나설 경우,‘전진 코리아’가 모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중도개혁 성향의 전진코리아는 ‘비(非)열린우리당-반(反)한나라당’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 15일 출범했다. 최배근 건국대 민족통일연구소장, 김 윤 세계경제화포럼 대표, 김유식 디시인사이드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고, 각계 30∼50대 386운동권 출신 100여명이 참여하고 있다.‘전진 코리아’는 오는 6월까지 정강·정책을 완비한 뒤 8월까지 16개 광역시·도 전체에 지부를 세워 오는 연말 대선에 독자 후보를 내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잇다. 손 전 지사가 제3세력 통합에 나설 경우,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의 일부 인사들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제3지대론’ 논의에 참여했던 범여권 의원들이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손 전 지사측에선 한나라당내 일부 개혁성향 의원들과도 접촉을 벌일 계획이지만 현실적으로 큰 기대는 걸지 않고 있다는 후문이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孫의 결단 왜 19일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는 한나라당의 무엇에 실망했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이명박 전 서울시장(지지율 40%대)과 박근혜 전 대표(지지율 20%대)의 높은 벽을 절감한 것이 결정적 요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손 전 지사는 최근 지지율이 상승하긴 했지만 단 한 번도 10%를 넘지 못했다.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 개발독재시대의 잔재가 주인”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나오는 정치인의 말을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어느 정도까지는 탈당선언문을 통해 또다른 ‘손(孫)의 고뇌’를 엿볼 수 있다. 손 전 지사는 탈당선언문에서 “지금의 한나라당은 군정의 잔당들과 개발독재시대의 잔재들이 주인 행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일컫는 말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좀체 오르지 않는 당내 지지율에 대해 손 전 지사가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이기도 하다. 그는 한나라당에서 14년을 몸담았지만 지금처럼 한나라당의 ‘본성’과 맞대면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동안은 ‘개혁적 보수’로 한나라당의 정치적 스펙트럼을 넓혀주는 ‘귀한 존재’로 대접받았지만, 대선으로 가는 길목에서 당으로부터 철저히 소외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 ●“초선의원들 줄서기에 여념없어” 에둘러서 표현했지만 당내 젊은 소장파에 대한 실망도 주요 원인으로 해석된다. 그는 “개혁을 위해 노력했던 일부 의원들과 당원들조차 대세론과 줄 세우기에 매몰돼 시대적 요청을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 전 지사가 출마할 경우 목소리를 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진보·개혁 초선 의원들이 싸늘한 반응을 보였던 것이다. 실제로 손 전 지사가 칩거 첫날 머물렀던 낙산사 정념 스님 등에 따르면 손 전 지사가 “초선 의원들이 목소리를 낼 줄 알았는데 줄서기에 여념이 없다.”면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 경선준비위원회에 투입할 자신의 대리인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수도권 초선 의원들이 일제히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진 것도 이 같은 추측을 뒷받침한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범여권 반응은 손학규 전 지사의 탈당에 대해 범여권은 일단 환영했다. 한나라당의 수구·보수 색깔이 짙어질 것이란 전망에 근거한 것이었다. 하지만 정파별·대권예비주자별로 미묘한 차이를 보였다. 열린우리당은 “이제 한나라당엔 냉전 향수병에 휩싸인 사람들만 남았다.”고 했고, 탈당파인 통합신당모임은 “영남당, 수구보수당임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은 군부독재와 개발독재의 잔존세력들이 여전히 주인 노릇하는 수구보수세력의 본거지임이 증명됐다.”고 했다. 이번 탈당이 범여권에 미칠 파장을 놓고는 계산법이 달랐다. 열린우리당은 추가 탈당을 경계했고 탈당파와 민주당 등은 탈당을 종용했다. 열린우리당 최재성 대변인은 “손 전 지사의 탈당을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관계로 해석하거나 행동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반면 통합신당모임의 양형일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내 중도개혁 통합에 뜻을 같이하는 인사들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내에서 당과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인사들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주요 대권예비주자들의 입장도 달랐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밝힌 새로운 질서의 구축을 위해 큰 길에서 함께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크게 반겼다. 일각에선 정 전 의장이 손 전 지사의 탈당을 계기로 자신도 탈당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근태 전 의장측은 복잡했다. 김 전 의장은 “손 전 지사가 현실에 좌절하지 않고 역사적 책임을 다해 나갈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한 측근 의원은 “당초 왜 한나라당쪽으로 정치에 입문했는지 그 해명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손 전 지사가 탈당회견문에서 범여권을 향해 ‘무능한 진보’라고 표현한 데 대해 “손 전 지사는 유능한 진보를 하기 위해 한나라당으로 갔었느냐.”고 말했다. 천정배 의원은 “한나라당이 3공화국·5공화국 잔재의 낡은 정당임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 역시 김 전 의장과 마찬가지로 손 전 지사의 역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 [손학규 탈당 파장] “이 길이 ‘죽음의 길’ 알지만 나 자신 버려”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9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낡은 정치구조를 깨고 새 정치질서를 창조하겠다.”며 탈당을 선언했다. 회견장은 제3의 정치세력 ‘전진코리아’가 창립대회를 가진 곳이어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이 정치권에 들어와서 받았던 국민의 사랑을 언급하는 대목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듯 한동안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다음은 손 전 지사의 일문일답. ▶무능한 진보와 수구보수가 판치는 정치를 고쳐야 한다고 했다. 중도(中道)를 표방한 것으로 보이는데 중도가 집권할 수 있다고 보나. -중도정치 어렵다. 내가 말하는 중도정치세력은 그저 가운데 서 있는 중도가 아니다. 미래를 향해 세계로 나가는 선진화 개혁세력이다. 낡은 좌파는 국정 운영 능력이 없고 수구보수는 우리가 60∼70년대에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창당한다면 얼마나 많은 의원들이 동참할 것으로 예상하나. 실제 동참 의사를 밝힌 의원은 있나. 또 범여권 후보설에 대한 입장은.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에 대한 공감대가 널리 펼쳐져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폭넓은 참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범여권 후보설에 대해서는 이미 드린 답이 있다. 이 정권은 실정에 대해 분명히 사과하고 그런 가운데 여권과 한나라당, 새로운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새로운 이념적 정책적 좌표를 설정해서 같이 앞으로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조적 세력을 만드는데 주력하겠다는 말은 신당 창당을 의미하나. 또 ‘전진코리아’가 신당의 모태가 되나. -‘전진코리아’도 충분히 새로운 정치세력의 한 바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전진코리아’는 386 세대 중에서 기존 386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부정적 인식을 극복할 수 있는 적극적 사회참여 세력이다. ▶대한민국 드림팀을 만드는데 밀알이 되겠다고 했는데. -정운찬 전 총장은 서울대 경영을 통해 교육에 대한 훌륭한 비전과 경영능력을 보여줬고 진대제 전 장관은 미래 산업의 상징이다. 이런 분들이 대한민국 선진화와 미래의 중요한 힘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경선결과에 승복하겠다고 했는데 탈당을 결심한 구체적인 계기는. -나는 나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이 길이 죽음의 길인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나의 명성과 명예, 영광을 지키기 위해 빤히 보이는 자신의 안위만을 지킬 수는 없다. 회견뒤 손 전지사의 참모들도 “이젠 우리는 험난한 길로 들어섰다.”며 결연한 의지를 비쳤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나라당에서 일정부분 ‘수혜’를 입은 손 전지사가 경선 승리 가능성이 적어지자 탈당을 강행한데 대해 비판도 제기됐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중도 성향 표 이탈 대선 3수 악몽 우려 한나라당은 19일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결국 탈당을 선언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당내 경선이 이념적 반쪽 선거로 전락하면서 ‘대선 3수’의 악몽이 현실화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터져나왔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손 전 지사의 탈당과 관련해 “애석하다.”면서 “이유가 무엇이든 탈당선언을 철회하고 정권교체의 한 길에 힘을 합쳐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나경원 대변인이 전했다. 대선주자 중 한명인 원희룡 의원은 “중도개혁 성향의 국민 지지를 위한 둑이 무너진 셈”이라며 아쉬워했다. 나 대변인은 “새로운 시작을 청하는 악수(握手)를 청하길 기다렸지만, 장고 끝에 탈당이라는 악수(惡手)를 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반면 전여옥 최고위원은 “자신에게 기회와 애정을 줬던 한나라당에 이런 식으로 등을 돌리고 무능한 진보에 명분없는 합류를 함으로써, 손학규에 대한 수많은 기대를 저버렸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책임론 차단’ 조심스런 李 이명박 전 서울시장측은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탈당에 대해 극도로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손 전 지사와 ‘빈둥빈둥 발언’,‘시베리아 발언’등으로 여러차례 날선 공방을 벌였던 ‘전비(前非)’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일부에서 제기하는 책임론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차단에 나서는 등 ‘공세적 방어모드’를 취했다. 이 전 시장은 손 전 지사의 탈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손 전 지사가)국민의 염원인 정권교체를 목전에 두고 당을 떠나게 돼 매우 아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하지만 당은 힘을 모아서 정권교체에 차질 없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측 조해진 공보특보는 “당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같은 어려운 시기에 (책임을 전가하며)다른 사람들에게 손가락질해서는 안 된다.”면서 책임론 예봉을 피한 뒤 “(손 전 지사 탈당)책임 공방 자체가 정략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당초 이날 오전 예정된 일정을 취소하고 손 전 지사 탈당에 대한 대책을 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텃밭 다지기 나선 朴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탈당을 선언하면서 당내 완충지대가 사라진 상황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텃밭다지기에 나섰다. 박 전 대표는 이날 김천지역 당직자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끝까지 같이 갔으면 했는데 떠나게 돼서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애당초 합법적 절차를 거쳐 공정하게 만들어진 경선 룰 원칙을 바꾸려 했던 게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한나라당은 그동안 굉장히 많이 변했는데 당내 사정을 잘 모르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며 손 전지사의 회견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손 전 지사가 ‘군사독재잔당과 개발독재잔재들이 주인행세를 하고 있다’고 말한 데 대해서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면서 “국민들이 한나라당을 바라보는 눈이 바뀌었기에 50%에 육박하는 지지를 받고 있는 것이고 경선 룰 때문에 나가는 것인데 안 하던 말을 하니까 이해가 잘 안 된다.”고 꼬집었다. 박 전 대표는 19일 고령을 시작으로 구미, 안동, 예천, 경주 등 경북 15개 지역을 2박3일의 일정으로 방문한다. 김지훈기자 kjh@seoul.co.kr ■ ‘이인제 학습효과’ 왜 무시했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한나라당 탈당은 이른바 ‘이인제 학습효과’를 일축한 나름의 승부수다. 이인제 현 국민중심당 의원은 지난 199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경선결과에 불복, 탈당한 뒤 국민신당 후보로 나섰다가 김대중·이회창 후보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한나라당은 이 의원의 탈당이 지지층 분열과 정권교체의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탈당=대선 패배’라는 공식을 곱씹어왔다. 그럼에도 손 전 지사가 ‘이인제 효과’를 무시한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정치지형의 변화가 손 전 지사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라고 분석한다.‘김대중’이라는 막강한 상대 정당후보가 존재했을 당시 ‘이인제의 탈당’과 여권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현 상황에서 ‘손학규의 탈당’은 파괴력이 다를 것이라는 계산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19일 “대선 2,3개월을 앞두고 한나라당 후보가 검증과정에서 흔들린다면, 손 전 지사는 한나라당과 범여권 양쪽에서 러브콜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했다. 그는 “손 전 지사에게는 이인제 효과 보다는 2002년 후보단일화 효과가 더 강력하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컨대 현재 거론되는 범여권의 주자와 외곽지역의 제3후보들이 ‘진보·평화세력 결집’을 기치로 후보 단일화를 시도할 때 ‘손학규 카드’가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선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총선이 열리는 정치일정도 탈당 배경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손 전 지사가 관심을 보여온 ‘전진코리아’참여인사들의 ‘총선출마 의지’가 손 전 지사의 권력의지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의 평가는 냉담하다. 이 의원은 10년전 ‘여론조사 1위’와 ‘국민 후보’를 카드로 내밀었지만, 손 전 지사는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정치컨설턴트인 박성민 민기획 대표는 “한나라당이 대북정책에서 유연성을 보이겠다고 선언했고, 당내 경선룰 싸움이 일단락된 상태에서 지지율이 미약한 손 전 지사의 탈당은 명분도 약한데다 타이밍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文人들 역할론? 한나라당 탈당을 선언한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향후 행보와 관련, 황석영(64), 김지하(66)씨 등 손 전 지사와 가까운 문인들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다. 손 전 지사와 30년 이상 친분을 쌓아온 황씨는 손 전 지사에게 ‘제3세력’ 통합에 나설 것을 수차례 권유해 왔다. 프랑스 파리에 체류 중인 황씨는 올초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제3 세력이 기존 정당의 틀을 깰 것”이라며 “역할이 있다면 나도 총대를 멜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연말 대선을 앞두고 모종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일각에선 손 전 지사가 설악산 봉정암에서 내려온 지난 17일 오후부터 다음날까지 황씨와 함께 지내며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는 얘기도 있다. 이에 대해 캠프 관계자는 “손 전 지사가 황씨와 가까운 것은 사실이지만 그 기간에 함께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평소 손 전 지사와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시인 김지하씨도 나름의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쳐 주목된다. 김씨는 “손 전 지사에게 탈당을 권유하지는 않았지만 역사적으로 짓밟힌 중도를 살리기 위해 그가 중요한 결단을 내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山寺로 간 손학규 선택은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6일 강원도 양양 낙산사 인근에서 이틀째 외부와의 접촉을 끊은 채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낙산사 내 승려 숙소에서 하룻밤을 묵은 손 전 지사는 이날 아침 사찰 경내를 산책하던 도중 ‘강재섭 대표가 찾아오면 만날 생각이 있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절에 와서는 묵언”이라고 입을 닫았다. 이후 그는 자신의 승용차를 낙산사에 남겨둔 채 주지 정념 스님과 함께 모처로 떠났다.손 전 지사는 정념 스님과의 대화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게 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는 등 대선에 대한 기대와 안타까움을 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당, 경선참여 설득 나서 강재섭 대표는 이날 당 경선 룰과 관련해 ‘8월-20만명’의 중재안을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원희룡 의원으로부터 수용의사를 이끌어 낸 뒤 손 전 지사와의 회동을 추진했다. 이와 관련, 유기준 대변인은 “강 대표가 17일 중으로 손 전 지사를 만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시장도 “손 전 지사와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한 뒤 측근을 양양으로 급파한 것으로 알려졌다.●손, 경선 불참? 하지만 손 전 지사의 대리인인 정문헌 의원은 “일단 경선 참여는 접은 것 같다.”며 “이후는 탈당을 하건 당에 남건 둘 중 하나를 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측근도 “경선룰과 관련해서는 이미 떠난 문제”라고 말해 손 전지사가 경선 불참 의사를 굳힌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손 전 지사의 향후 선택이 주목된다. 손 전 지사가 한나라당에 남을 경우 경선에서 뽑히는 대선 후보를 위해 백의종군할 수도 있지만 정치적 실익이 분명치 않아 이런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때문에 탈당 이후 중도 성향의 제3지대에서 구심점 역할을 노리거나, 범여권 후보로 대선에 참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손 전 지사는 지난 15일 중도개혁을 표방한 정치결사체인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당위성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말해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했다. 한편 손 전 지사가 경선 불참 및 탈당 여부를 놓고 장고에 돌입하면서 캠프 관계자들도 패닉상태에 빠졌다. 측근들은 ‘함구령’이 내려진 상태라 이날 하루종일 입을 굳게 다물며 허탈해했다. 캠프내에서는 탈당에 대부분 반대하는 분위기가 대세지만 일각에선 ‘명분’만 주어진다면 굳이 못할 것도 없다는 입장이어서 손 전 지사의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양양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 손학규 “FTA관련 똑바로 말한적 있나”

    손학규 “FTA관련 똑바로 말한적 있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참여 여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손학규 전 경기지사가 15일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향해 강도 높은 비난을 쏟은 뒤 돌연 칩거에 들어갔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오전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21세기 동서포럼´ 초청 특강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 참석한 뒤 측근들에게 “지방에 가서 며칠 머리 좀 식히고 오겠다.”는 말만 남긴 채 모습을 감췄다. 한 측근은 “지방의 산사(山寺)에서 며칠 휴식을 취할 것 같다.”고 전했고, 다른 측근은 “어디로 가셨는지 우리도 모른다.”며 “휴대전화도 꺼놓은 상태여서 연락이 오지 않으면 연락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말했다. 손 전 지사는 이날 ‘전진코리아´ 창립대회에서 “이제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당위성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단지 필요한 게 아니라 당연히 올 것이고, 우리는 새로운 정치질서의 출현을 위해 그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를 향해 통합을 이루고 새로운 창조정신으로 선진국을 만들어가는 여러분들의 조직이 활성화될 때 수구적 정치세력, 역사를 거꾸로 읽는 정치세력들은 여러분 앞에 굴복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발언은 경선 불참과 탈당에 이어 중도를 지향하는 제3세력 규합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섣부른 관측을 자아내기도 했다. ‘21세기 동서포럼´ 초청 특강에서는 당내 경쟁자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특히 이 전 시장을 향해 공세를 집중했다.‘언필칭 경제 전문가´라는 표현으로 이 전 시장을 겨냥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대북 정책, 경제 공약 등 여러 분야에서 ‘구시대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손 전 지사는 “세몰이와 줄서기 정치가 횡행하는 것을 여러분 보시지 않느냐.”면서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이 공천권을 무기로 ‘젊은 국회의원들´을 줄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 문제와 관련해서도 “이렇게 세상이 빠르게 발전하는데 50∼60년대 개발경제로 국민들을 현혹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언필칭 경제전문가라고 하는 사람이 국민들한테 한·미 FTA 해야 한다고 똑똑히 얘기한 적이 있느냐. 국민 표 뺏긴다고…”라며 ‘실물경제 전문가´로 인식되고 있는 이 전 시장을 겨냥했다. 전광삼기자 his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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