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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바마 “세계경제 규칙 지켜야” 시진핑 “보호주의는 안돼”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 바이든 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과 만난 자리에서 무역 불균형 문제와 중국 내 인권 문제 등 껄끄러운 현안을 가감 없이 거론했다. 예우는 극진히 하되 할 말은 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시 부주석은 전반적으로 직접적인 반격 대신 낮은 톤으로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면서 예봉을 피하는 모습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85분간 진행된 시 부주석과의 면담에서 “모든 나라가 세계 경제 시스템에서 동일한 규칙을 바탕으로 협력하듯 중국과도 이를 바탕으로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위안화 절상과 무역 불균형 문제 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우회적인 언급이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은 모든 인권의 열망과 권리를 구현하는 문제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며 인권 문제를 언급했다. 이에 시 부주석은 즉답을 피한 채 “양국은 상호 존중과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적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한다.”는 ‘공자님 말씀’으로 일관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 부주석에게 “이란, 한반도 같은 지역적으로 뜨거운 이슈를 다루는 데 있어 미·중 협력으로 상황을 안정시킬 수 있었다.”며 북한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반면 시 부주석은 바이든 부통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과 가진 국무부 오찬에서는 나름대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먼저 바이든 부통령이 무역 불균형 문제와 유엔 안보리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에 대한 중국의 거부권 행사, 중국 내 인권 상황을 비판했다. 그러자 시 부주석은 “양국은 대화와 협력을 통해 경제 우려를 해소해야 하지만 보호주의로 나아가서는 안 된다.”고 ‘반격’했다. 이어 “물론 인권 문제에서 개선할 부분이 있긴 하지만 중국은 많은 인구와 지역 격차 때문에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중국의 특수성’을 강조한 뒤 “중국 정부는 사회 공정성과 인권의 전진을 추구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은 한편으로 양국관계 발전에 관한 덕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시 부주석이 “돌을 더듬으며 길을 건넌다.”는 덩샤오핑의 명언을 언급하자, 바이든 부통령은 “1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는 1만 마일을 여행하는 게 더 낫다는 중국 격언이 있다.”고 화답했다. 바이든 부통령은 “북한과 이란 등 긴급한 안보 과제에서 양국은 과거보다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신화통신 등 중국 언론은 이날 시 부주석의 인권 관련 언급은 한 줄도 전하지 않은 채 시 부주석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타이완 문제는 중국의 주권과 관련된 핵심 문제인 만큼 미국이 수차례 ‘하나의 중국’ 원칙을 표명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으로 중·미 관계의 큰 틀을 지켜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시 부주석이 특히 중·미 관계 강화의 중요성과 관련해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중요한 만큼 친구가 되는 데 방해가 되는 모든 장애를 배제하고 양국이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미국과 중국이 내릴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며 “중국은 미국과 함께 신뢰를 증진하고 공통인식을 강화하며 협력을 확대하고 이견을 관리·통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워싱턴 김상연·베이징 주현진특파원 carlos@seoul.co.kr
  • [씨줄날줄] 포클랜드 vs 말비나스/이도운 논설위원

    남아메리카 대륙의 아르헨티나 남단에서 동쪽으로 460해리 떨어진 곳에 나비가 날개를 편 모양의 군도(群島)가 자리잡고 있다. 이곳이 최근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또다시 영유권 갈등을 빚고 있는 포클랜드(Falkland Islands)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말비나스(Islas Malvinas)라고 부른다. 포클랜드 군도는 16세기 포르투갈, 스페인, 영국 등 유럽의 항해가들에 의해 무인도로 처음 발견됐다. 1832년 영국이 고래잡이 기지로 삼기 위해 영유권을 선언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군도의 영유권도 계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1982년 4월 2일부터 두 나라 간에 75일간에 걸친 영유권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포클랜드 군도는 중심지 스탠리가 있는 동쪽 섬과 서쪽 섬 그리고 776개의 작은 섬으로 구성돼 있다. 면적은 1만 2173㎢로 경기도(1만 136.16㎢)와 서울(605.52㎢)을 합친 것보다 조금 크다. 인구는 3140명(2008년 7월 조사)밖에 되지 않으며 이 가운데 2000명이 스탠리에 살고 있다. 원주민이 61.3%로 가장 많고 영국인 29.0%, 칠레인 6.5%, 스페인인 2.6%이며, 일본인도 0.6%가 사는 것으로 통계에 잡혀 있다. 군도 자체의 경제적 가치도 그다지 크지 않다. 주 산업은 목양(牧羊)이다. 양의 수가 60만 마리에 이른다. 수목이 자라지 않는 불모지가 많아 농산물은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2005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은 7500만 달러.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5000달러로 우리나라보다 조금 높다. 화폐는 포클랜드 파운드를 별도로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포클랜드는 현재보다 미래의 가치가 크다. 우선 근해에 많은 원유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인류의 마지막 자원 보고라는 남극 대륙의 전진 기지에 해당된다. 1차 세계대전 때에는 남대서양의 영국 해군기지 역할을 했다. 부근 해상에서 영국과 독일 함대의 전투가 벌어졌던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1982년 전쟁에서 아르헨티나가 패배한 이유는 100가지가 넘을 것이다. 그러나 1999년 부에노스아이레스를 방문했을 때 만났던 현지 지식인의 탄식은 아직도 마음을 두드린다. “4월 2일 드디어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 주요 일간지의 헤드라인은 그 뉴스가 아니었습니다. 톱 뉴스가 무엇이었는지 아십니까? 아르헨티나가 어떤 나라와의 축구 경기에서 2대0으로 이겼다는 겁니다. 이러고도 우리가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겠습니까?” 이도운 논설위원 dawn@seoul.co.kr
  • 진보연대 신경전

    진보연대 신경전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은 조만간 4·11 총선에서 진보진영 야권 후보자를 단일화하는 선거연대 논의에 본격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공천 심사 과정에 돌입하면서 야권 연대를 논의할 기반이 정비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야권 연대는 석패율제나 각종 정책의 엇박자로 출발 전부터 삐걱거리며 신경전이 치열하다. 통합진보당은 연대 행보가 빠르다. 4일까지 이번 총선에서 후보자를 내기로 한 180개 지역구에서 대부분의 후보자를 확정했다. 5일에는 경기 일산 킨텍스에서 2012총선 승리 전진대회를 열어 주요 강령과 정책을 확정했다. 서둘러 내부정비를 끝내고 민주통합당이 연대 협상에 나서도록 압박하고 있다.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의 정치적 계산과 이해관계 차이는 극명하다. 후보 개인별 이해관계도 복잡하다. 민주당은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보수 진영도 분열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나눠먹기 지적을 받으면서 통합진보당과 연대나 단일화를 안 해도 이길 수 있다.”고 흘리며 느긋하게 협상에 임하겠다는 분위기다. 반면 최근 지지율이 크게 하락한 통합진보당은 서두르는 양상이다. 민주노동당 출신 이정희, 국민참여당 출신 유시민 공동대표의 불협화음이 간간이 터져나오는 것도 부담이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여유 있는 것도 아니다. 당내 경선이 시작되기 전에 야권 연대가 순조롭게 성사되는 것이 전력낭비를 줄인다. 역대 선거에서 야권 연대가 잘되면 야당 후보들이 선전했다. 원만한 야권 연대 구축이 양측의 공통된 숙제다. 상대적으로 입지가 약한 통합진보당은 지난달 16일 광역별 당 지지율을 토대로 양당 간 공천권을 나누는 방식을 제안하기도 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류다.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도권서 많은 양보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부산·경남, 인천, 울산 등의 지역에서는 개별 지역별로 야권 연대 협상이 진척되거나 시작됐다. 중앙당 간의 협상이 진척되지 않을 경우 이들 지역에서라도 야권 연대로 총선을 치를 수 있다는 기류도 감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수도권은 한 표라도 아쉬울 수 있는 만큼, 즉각 전체적인 야권 연대를 포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통합진보당도 후보단일화 없이는 수도권에서 단 한 석도 건지기 어려울 수 있어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양측이 전략적 양보를 통해 극적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이춘규 선임기자 taein@seoul.co.kr
  •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 단행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 취임 후 첫 임원인사 단행

    롯데그룹이 3일 차세대 주자를 전면에 내세우는 정기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이날 롯데그룹은 신헌(58) 롯데홈쇼핑 사장을 롯데쇼핑 백화점사업본부 대표에 임명하는 등 롯데제과, 호남석유화학 등 주요 계열사 가운데 10개사의 사장을 교체했다. 지난해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처음 단행한 이번 인사를 통해 50대 중후반의 ‘젊은 사장’들을 전면에 배치해 세대교체를 이루고 본격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호남석유화학 대표에 허수영 임명 김용수(54) 롯데삼강 대표가 롯데제과 대표이사에 올랐으며, 롯데호텔 대표에는 롯데그룹 모스크바 법인 롯데루스의 송용덕(57) 대표가 임명됐다. 좌상봉(59) 롯데호텔 대표는 연내 신설 예정인 롯데그룹 중국 법인인 낙천기업관리유한공사 총경리 부사장을 맡게 됐다.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자리다. 허수영(61) 케이피케미칼 대표는 호남석유화학 사장에 임명되고, 정범식(64) 사장은 총괄사장으로 물러났다. 2007년부터 롯데백화점을 이끌어온 이철우(69) 대표는 총괄사장을 맡아 대외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이번 인사에서 이원우(62) 롯데물산 대표와 박상훈(58) 롯데카드 대표를 비롯해 총 194명이 승진했다. 신임 임원 규모는 창사 이래 최대인 96명으로, 지난해 거둔 실적을 반영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롯데그룹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시장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젊고 역동적인 조직 구성에 중점을 뒀다.”면서 “이를 위해 철저하게 성과와 실적을 바탕으로 역량 있는 임원들을 조기 발탁해 전진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룹 주력 계열사인 롯데백화점 대표자리에 오른 신헌 대표가 이를 상징한다. 신 신임 대표는 1979년 롯데쇼핑에 입사해 백화점 점장과 롯데미도파 대표, 롯데홈쇼핑 대표 등을 거쳤다. 노병용 롯데마트 대표, 소진세 롯데슈퍼 대표와 함께 유통 분야 차세대 리더로 꼽혀왔으나 선배인 노 대표와 소 대표에 비해 롯데백화점을 맡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그룹 내부에서 ‘마케팅의 귀재’로 불리는 신 대표는 2008년부터 롯데홈쇼핑을 이끌며 뛰어난 실적을 올려 왔으며, 이에 따른 신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이번 발탁 인사의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이번 인사에서 내부 승진을 통해 첫 여성임원이 탄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평소 신 회장이 여성인재 활용을 줄곧 강조해온 데 따라 송승선(41) 롯데마트 이사대우와 박선미(43) 대홍기획 이사대우 등 2명의 여성임원이 등용됐다. 롯데 여성 임원은 2010년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에 영입한 박기정 이사가 유일했으나 박 이사는 롯데가 패션 기업을 인수하면서 롯데 그룹의 임원으로 자리했었다. ●신격호 회장 딸 영자씨 경영 일선 물러나 롯데는 이번 인사부터 전문 임원제를 신설했다. 광고·연구·조리 등 세 분야에서 특화된 기술과 지식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도입한 것으로, 총 16명이 전문 임원을 달았다. 한편,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 신영자(70) 롯데쇼핑 사장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롯데복지재단·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을 총괄하는 업무를 맡아 그룹의 사회공헌활동 확대·강화에 힘쓸 예정이라고 그룹은 설명했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프로축구] ‘더블’ 어렵지 않아요~

    [프로축구] ‘더블’ 어렵지 않아요~

    뜨겁다 못해 따가운 햇볕 아래 ‘녹색 전사들’이 땀을 비오듯 쏟아낸다. 선수들은 패스가 오면 원터치로 트래핑한 뒤 바로 패스를 내보낸다. 아직 몸에 100% 익진 않았지만 템포는 한결 빨라졌다. 이흥실 감독대행은 “(공) 잡고 바로 줘. 전진패스 아니면 하지 마.”라고 다그친다. 작년보다 점유율을 높이고, 중거리슛을 많이 쏘는 게 올 시즌 목표다. 자체 연습경기도 실전처럼 격렬하다. 지난달 10일 브라질에 도착했으니 전지훈련도 벌써 3주가 넘었다. 까만 피부와 쫙쫙 갈라진 근육이 ‘땀’의 증거. ‘디펜딩챔피언’ 전북은 진화하고 있다. 전북은 ‘닥공’(닥치고 공격)으로 지난해 K리그를 평정했다. 정규리그 30경기에서 67골(32실점)을 몰아쳤고,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울산에 2연승을 거둬 2011년의 주인공이 됐다. 화끈했고 매력적이었다. 이동국을 꼭짓점으로 루이스·에닝요·김동찬·이승현·서정진 등 능력 있는 선수들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공격에 상대는 혼쭐이 났다. 수비도 견고했다. 박원재·조성환·최철순·김상식 등은 안정적으로 ‘뒷일’을 책임졌다. K리그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면서도 둘 다 결승까지 오르는 저력을 과시했다. 그랬던 ‘닥공’이 더 강해진다. 지난해 우승 멤버의 이탈이 없는 데다 김정우와 이강진이 가세했다는 자체로 이미 ‘올킬’이다. 빠르고 테크닉 좋은 외국인 선수도 곧 영입한다. 다른 팀에 간다면 주전으로 풀타임을 뛸 수 있는 능력자들이 무한 경쟁을 하고 있으니 경기력은 쑥쑥 오른다.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로 떠나긴 했지만 선수들은 흔들림이 없다. 전북은 지난달 31일 상파울루주 1부리그 킨지(Quinze) 피라시카바와의 친선경기에서 김상식·이동국의 골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어느 쪽이 주전 팀인지 알 수 없는 탄탄한 ‘더블스쿼드’가 전·후반을 나눠 뛰었다. 경기력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가벼운 골반 통증으로 이날 경기를 쉰 김정우까지 가세하면 중량감이 더해질 게 확실하다. 전북은 이제 웬만하면 지지 않는다. 최인영 골키퍼 코치는 “애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른다. 누굴 만나도 질 거란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다.”며 흐뭇해했다. 선수들은 너나할 것 없이 “올해는 진짜 더블(K리그·챔스리그 2관왕)을 할 거다.”라고 입을 모았다. ‘닥공 시즌2’의 본질은 점유율이나 중거리슛보다 이 기세등등한 자신감에 있는지 모르겠다. 글 사진 이투(브라질)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뒤로 가는 열차 알아? 그 열차 사라진대…

    기차는 여행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때론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찐 달걀과 귤 두어 개에 사이다 한병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기분이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지요. 설령 그 여행길 끝에 기다려주는 이 하나 없더라도 좋겠습니다. 우리나라에 풍경을 담고 가는 열차는 여럿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이맘때 꼭 타야 할 노선을 들라면 주저없이 영동선을 꼽겠습니다. 강원 중부 내륙의 험지를 두루 돈 뒤 강릉의 파란 바다 앞에 승객들을 내려놓지요. 오가는 길에 스위치백 구간을 지나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입니다. 급한 경사의 산악 지역을 앞뒤로 오가는 철도 운행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구간이 유일합니다. 그 스위치백이 올 6월께 반세기 동안 짊어졌던 짐을 내려놓고 퇴역합니다. 새로 뚫린 솔안터널에 임무를 넘기고 기억 너머로 사라집니다. >>해발 680m… 가파른 산자락 오르락 내리락 스위치백(switchback)은 자세를 반대로 바꾼다는 뜻이다. 기차가 ‘갈 지’(之) 자 형태의 철로를 따라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급격한 경사를 극복한다. 고도 차가 많이 나는 지역의 급경사에 놓인 계단식 철로를 오를 때 이용된다. 우리나라에 ‘스위치백’ 시스템이 적용된 구간이 딱 한 군데 있다. 국내 철길 가운데 가장 경사가 심한 강원 태백 통리역과 삼척 도계역 사이 구간이다. 보다 정확히는 흥전역과 나한정역 사이 1.5㎞ 구간에서 스위치백 운행이 이뤄진다. 통리역(680m)과 도계역(245m)은 고도 차가 435m에 이른다. 경사도는 45도에 육박한다. 어지간한 스키장의 상급자 코스가 35도 안팎인 것에 견주면 알기 쉽다. ‘핵 추진’ 기관차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급경사를 극복할 추진력을 얻기란 불가능한 일일 터. 그래서 고안해낸 게 스위치백이다. 1963년 완공됐다. 통리역을 출발한 열차는 험준한 산자락을 빙글빙글 돌며 내려간다. 심포리역까지는 대략 8.6㎞. 그동안 지나치는 터널만 12개, 도계역까지는 17개나 된다. 꼭 그만큼의 산을 관통한다고 봐도 틀림없다. 심포리역 바로 앞은 통리협곡이다. 미인폭포를 품고 있는 협곡으로 ‘한국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린다. 이 구간을 겨울철 산악철도의 백미로 꼽는 것도 이런 빼어난 풍경들을 옆구리에 끼고 달리기 때문이다. 산자락을 설설 기어 내려오던 열차는 심포리역에서 숨을 고른 뒤 흥전역을 향해 달린다. 이때부터 스위치백이 시작된다. 앞만 보고 달리던 열차가 흥전역에 올라 멈춰서면 철로 방향이 바뀐다. 그 뒤 열차가 뒷걸음질 치며 나한정역을 향해 나간다. 오를 때는 정반대다. 나한정역에서 거꾸로 오른 열차는 흥전역에서 도움닫기를 한 뒤 힘차게 심포리역을 향해 나간다. 차장이 후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해주기 때문에 여행객이 이 구간을 모르고 지나칠 염려는 없다. 지금은 사라진 1940년대 ‘인클라인’(강삭철도·모터로 열차를 견인하는 방식) 철길도 통리와 심포리 사이에 있었다. 급경사 비탈에 직선 철길을 놓은 뒤 위쪽인 통리역에서 열차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인클라인은 화물열차에만 해당됐고, 여객열차는 두 역이 종착역이었다. 해서 승객들은 가파른 비탈을 걸어 오르내리며 다음 역에서 다른 열차로 갈아탔다. 그 시절에 지정 좌석제 같은 게 있었을 리 없다. 자리를 잡으려면 서둘러 뛰어 오르거나 내려가야 했다. 노약자들은 죽을 노릇이었지만 청춘들에겐 좋은 ‘아르바이트’ 기회였다. 짐 운반과 자리 잡아 주며 챙기는 돈이 여간 짭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중엔 지게꾼까지 등장했다고. 한때 통리재에서는 짐꾼 100여명이 열차 승객과 비탈을 함께 오르내리며 생계를 이어갔단다. 겨울엔 비탈길이 얼어 더 힘들었다. ‘보릿고개 넘기보다 통리 고개 넘기가 더 힘들다.’는 유행어도 그때 나왔다. >>솔안터널 뚫려… 올 6월이면 역사 뒤안길로 오는 6월께 사라지는 스위치백 구간에는 폐선과 폐터널들을 활용한 위락시설이 들어선다. 강원랜드에서 100% 출자한 ㈜스위치백리조트에 따르면 삼척시 도계읍 심포리 일원에 총사업비 475억원을 투자해 개발사업을 벌인다. 오는 10월께 실시설계가 마무리되는 대로 사업이 본격 추진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인클라인 철도가 돌아오는 게 반갑다. 스위치백리조트 측은 통리~도계 간 16.5㎞를 국내 유일의 산악형 열차로 복원해 활용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도계읍 심포리~태백시 통리 간을 오가는 산악형 레일바이크, 스위치백 철도를 활용한 관광열차인 하이원 트레인 등 탈거리와 미인폭포를 돌아오는 통리 협곡 트레킹 코스, 폐갱도를 활용한 탄광 체험 시설 등도 들어선다. 기차 콘셉트의 숙박시설도 도입될 예정이다. 새로 들어설 솔안터널도 철도 여행 마니아들에게 관심거리다. 솔안터널(16.2㎞)은 KTX 금정터널(20.3㎞)에 이어 철도 터널로는 국내 두 번째로 길다. 국내 처음 선보이는 루프형 터널이란 점도 이색적이다. 철로가 연화산(1171m) 아래 200~300m 지역을 나선형으로 휘감으며 올라간다. 태백시 동백산역과 삼척시 도계역 사이의 표고 차(387m)를 극복하기 위해서다. 동백산역은 올 6월께 영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차길 옆 마을… 벽화 세상 펼쳐지고… 태백은 한때 탄부들로 북적대던 탄광 도시였다. 1970~1980년대 석탄산업이 호황을 누릴 당시 태백 시내에는 기차역만 11개에 달했다고 한다. 당시 흔적이 비교적 잘 남아있는 마을이 철암마을과 남부마을이다. 철암마을 주변 풍경은 음울하고 쓸쓸하다. ‘루핑’(모래와 콜타르를 뿌려 비가 새지 않도록 한 기름종이)으로 지붕을 인 집들 사이엔 쇠락의 기운이 가득하고, 작부들의 왁자한 웃음으로 가득 찼을 골목길엔 매서운 바람 소리만 윙윙댄다. 몇 해 전 지역 문화 예술 단체들이 번성했던 지난날을 회상하며 ‘기억의 벽’이라는 거리 벽화를 그려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마저 페인트가 벗겨지는 통에 되레 애잔함만 묻어 나온다. 그에 견줘 상장동 남부마을은 밝다. 주민들의 속사정이야 알 길이 없지만 최소한 겉보기엔 그렇다. 남부마을은 1970년대까지만 해도 함태, 동해광업소 등의 광부 4000여명이 기거하던 대규모 광산 사택촌이었다. 지금도 주민 대부분이 옛 광부사택촌을 리모델링한 집에서 살고 있다. 마을의 볼거리는 노란 색채의 벽화들이다. 마을 담벼락마다 탄광마을의 애환을 담은 벽화 70여점이 그려져 있다. 콘셉트는 ‘나는 광부다’. 광부의 아들이었던 허강일(38) ‘문화예술산업 그림벽’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그렸다. 사람만 벽화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안전모를 쓴 돼지는 ‘햇돼지’를 표현한 것으로, 초짜 광부를 뜻한다. 입에 만원짜리 지폐를 물고 다니는 강아지도 있다. 만복이다. 마을의 마스코트처럼 대접받는 녀석. 탄광 경기가 좋았던 시절 ‘개도 만원짜리를 물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그림으로 표현했다. 글 사진 태백·삼척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33) →열차 타기: 강릉행 혹은 강릉발 열차는 모두 통리역∼도계역 구간을 지난다. 자동차 여행자는 통리역∼도계역 구간만 탑승한다. 평일 기준 하행선 7회, 상행선 8회 정차한다. 통리역 552-1788. →가는 길: 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영동고속도로→만종분기점→중앙고속도로→제천 나들목→38번 국도→영월→태백→황지자유시장 앞 삼거리에서 삼척·도계 방향 좌회전→통리역 순으로 간다. 심포리·나한정·흥전역 모두 38번 국도 변에 있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550-2085. →맛집: 초막고갈두는 두부와 고등어, 갈치찜으로 입소문 난 집. 각 음식의 앞 글자를 따 ‘고갈두’다. 주말엔 번호표를 받고 순번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두부찜 5000원, 고등어찜 6000원, 갈치찜 1만원. 553-7388. 연화반점은 쫄깃한 수타 짜장면이 일품이다. 통리역 아래 있다. 552-8359.
  • ‘100억 애물단지’ 한강아라호 매각 검토

    ‘100억 애물단지’ 한강아라호 매각 검토

    서울시가 ‘한강아라호’를 매각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강아라호는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 구입하고도 지난 2년간 운항일수가 10일에 그치는 등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31일 “한강르네상스 사업 전반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해뱃길을 전제로 구입한 한강아라호를 유지·관리할 이유를 찾을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시는 서해뱃길 사업을 사업조정 안건으로 올려놓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평소 서해뱃길 사업에 회의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서해뱃길 사업이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 서왕진 시장 정책특보도 이와 관련해 “서해뱃길은 별다른 이견 없이 정리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결국엔 오세훈 전 시장이 서해뱃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도입한 관광크루즈선인 한강아라호를 시가 가지고 있어야 할 이유 자체가 사라지는 셈이다. 당시 오 시장은 이 배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왕복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를 위해 서울시의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양화대교 교각 구조개선 공사까지 강행했다. 하지만 서해뱃길 사업 자체가 격렬한 논쟁의 대상인 상황에서 한강아라호는 흉물스러운 고철덩어리 신세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서울시 한강사업본부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한강아라호는 2010년 11월 도입한 뒤 그해 3일, 지난해 7일을 운항한 게 전부다. 그나마 정식 운항이 아닌 ‘건조 후 시범운항’이다. 14개월 동안 10일만 운항한 한강아라호는 지난해 유류비 463만원과 보험료 8178만원 등 관리비로만 1억 247만원을 사용했다. 문제를 더 복잡하게 하는 건 한강아라호가 지나치게 대형 선박이라는 점이다. 한강아라호는 현재 운항하는 한강유람선 가운데 가장 큰 배가 430t인데 한강아라호는 이보다 1.6배나 큰 688t급이다. 설계비를 제외한 구입비용만 107억 7066만원이나 됐다. 전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한강아라호는 무조건 도입하고 보자는 졸속행정이 낳은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라면서 “경인아라뱃길도 얼어 있는 마당에 또 다른 골칫덩어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인사]

    ■국무총리실 △재정금융정책관 정무경 ■기획재정부 △대변인 박춘섭△예산총괄심의관 방문규△경제예산〃 송언석△정책조정국장 홍남기 ■외교통상부 △북미국장 이백순△인사기획관 이정규△평화외교기획단장 김수권 ■고용노동부 ◇지방고용노동청장 △부산 박화진△대구 장화익 ■국세청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과장 송성권△국세청 신동렬 ■특허청 △전기심사과장 박형식△산업재산보호팀 판현기△유비쿼터스심사팀 김상우△통신심사과 전영상 ■국회도서관 △국회기록보존소장 박금순△기획담당관 현은희◇과장△전자정보개발 노우진△자료조직 이한민△총무 이강욱△법률자료 최경숙△법률정보개발 장문중△자료수집 이향은◇파견복귀 <과장>△경제사회자료 박옥주△법률정보실운영 최영나△국외자료 이진경△전자정보제작 김정혜◇교육훈련△국내주간대학원 최영수△세종연구소 박미향△국방대 조정권△통일교육원 양성자 ■광운대 △부총장(대학원장 겸임) 천장호◇대학원장△정보콘텐츠 이승현△경영(경영대학장 겸임) 김신곤△교육 박경애△상담복지정책 이대희△환경(공과대학장 겸임) 이원호△건설법무(법과대학장 겸임) 유선봉◇대학장△전자정보공과 김종헌△자연과학 조광섭△사회과학 이창근△동북아 김광열△인문(교수학습센터장 겸임) 김선웅◇학부장△교양(정보과학교육원장 겸임) 김충혁◇처장△기획 김용범△교무(연촌재관장 겸임) 신만중△학생복지 양성현△입학 전진호△국제 조재희△대외협력 김승제△총무 임종대△관리 정승철△정보통신 이상훈◇단·관·원장△산학협력단 최진주△중앙도서관 이동호△전문역량인증원 민상원◇주간△대학신문사 김정권 (2월 1일자) ■상명대 △대외협력처장 임좌상△산학연구〃 백두종△입학홍보〃 정철용△학생〃 이현경△정보통신〃(사이버교육센터장 겸임) 김성철△생활과학대학장(예술디자인대학원장 겸임) 신화경△예술·조형〃 나지영△경영대학원장 이태열△신문방송국장(학보사주간 겸임) 김기태△국제언어문화교육원장 조항록△박물관장 김문자<천안캠퍼스>△기획처장 김두철△대외협력〃 권석환△연구〃 황병기△입학홍보〃 이상호△총무〃 김범응△정보통신〃(사이버교육센터장 겸임) 조태경△융복합특성화대학장 양용준△생활과학〃(경영대학장 겸임) 오동일△신문방송국장 한만춘△국제언어문화교육원장 유진현 (2월 1일자) ■SK차이나 ◇승진 <전무급>△HR 및 기업문화 담당 길인<상무급>△동북RHQ사업개발부장 현창민
  • 안양교도소 이전논란 재점화

    최근 경기 안양·군포·의왕 3개 시 통합 논의가 시작되면서 안양교도소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26일 안양시에 따르면 안양지역 사회단체 대표 등은 교도소이전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교도소 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0일 안양교도소 안양권 밖 이전 촉구 건의문과 20만 1000명이 서명한 주민연서부를 세종로 종합청사 민원실과 과천종합청사 민원실에 접수시켰다. 대책위 관계자는 “안양·군포·의왕시 등 3개 시 통합을 논의하는 마당에 안양교도소뿐 아니라 안양권에 집중된 교정시설도 다른 곳으로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양권 3개 시 가운데 의왕에 서울구치소가 있으며 군포에 서울소년원, 안양에는 안양교도소와 소년원, 서울소년분류심사원이 있다. 이런 가운데 안양시와 법무부도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안양시는 교도소의 시외곽 이전을 요구하고 있으나 법무부는 현재의 자리에 재건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4월 총선이 지난 뒤 안양교도소의 안양권 밖 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양교도소는 1963년 호계동 389만여㎡에 건립돼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됐다. 법무부는 시설물이 낡고 노후해 1295억원을 들여 구치소와 의료교도소 등을 갖춘 새 건물을 짓겠다며 안양시에 건축협의를 요청했으나 시는 지난해 2월 건축협의 불가를 통보했다. 안양시는 이후 2차례 걸친 건축협의 재신청도 거부했다. 안양시는 대신 교정시설 이전 타당성 조사 용역을 의뢰하는 방법으로 법무부를 압박하고 있다. 안양시는 용역을 마무리하고 법무부와 협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용역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교도소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 결과 긴급 보수가 필요한 D등급 판정을 받았다며 재건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법무부 관계자는 “안양교도소 주변에 대단위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이전 요청이 끊이지 않아 10여년 전부터 이전을 추진해 왔으나 이전하려는 곳들도 주민들의 반대로 마땅치 않다.”고 밝혔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서울시 “다 보여드릴게요”

    서울시 “다 보여드릴게요”

    서울시가 투명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혁신적인 정보 공개 방안을 마련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졌던 행정정보 비공개 설정 폐단을 없애도록 조만간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관련 조례도 개정할 예정이다. ●관련 조례도 개정 추진 25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제시했던 정보소통센터 설치를 위한 태스크포스(TF)와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앞으로는 비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는 모든 회의록과 행정정보를 공개하도록 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행정정보 비공개 설정 여부도 정보소통센터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할 예정이다. TF는 그동안 구성원이 비공개였던 도시건축심의위원회에 대해서도 공개 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TF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은 이와 관련, “회의 참가자는 비공개하더라도 회의록 자체는 공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TF의 민간위원인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 정보공개센터를 통해 ‘재건축 서울시’가 아니라 ‘아카이브 서울시’를 만들자는 것이 박 시장과 TF가 공유하는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록물관리법상 의무설치해야 하는 영구기록물 관리기관도 없는 게 시의 현실”이라면서 “정보소통센터에 관련 기능을 부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민감한 내용 드러난다” 반발도 박 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 당시 설치한 정보공개사업단에서 활동했던 전 국장은 미국 정부가 1990년대부터 추진하는 ‘햇볕 프로젝트’가 박 시장에게 큰 영감을 줬다는 점도 언급했다. 햇볕 프로젝트는 ‘거버먼트 2.0’이라는 목표 아래 회의 참가자들의 명시적인 비공개 요구가 없는 한 영상과 녹음기록을 외부에 공개하고, 모든 행정정보를 데이터 수준까지 전자문서로 공개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TF에 참여한 한 민간위원에 따르면 이런 정보공개 방침에 대한 반발 움직임도 있다. 특히 민감한 내용을 담은 회의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유창주 서울시장 뉴미디어특별보좌관은 “박 시장의 철학과 방향에 아직 익숙하지 않아 낯설어하는 것일 뿐 거부반응은 아니다.”고 말했다. ●생활지표 300개 만들어 관리 한편 시는 정보 공개 흐름에 맞춰 예산규모, 부채 등 내부 살림살이를 포함해 정책 추진 성과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15개 분야 300개 항목을 담은 ‘희망 서울 생활지표’를 만들어 오는 3월 구축하는 온라인 시스템에 공개한다. 생활지표는 주거·복지·교육·재정 등 시민 생활과 직결된 시의 모든 정보를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조사한 정보 백과사전에 가깝다. 특히 그동안 시민에게 전면 공개하지 않았던 투자기관 채무 규모, 시유재산 수입 증가율 등 시 재정과 관련한 세부사항까지 담긴다. 각 지표는 매년 시민보고서로 발간되며, 향후 정보소통센터의 공개자료(DB)로도 관리된다. 강국진·정현용기자 betulo@seoul.co.kr
  • 건설업계, 신상품·해외진출로 불황 뚫는다

    건설업계, 신상품·해외진출로 불황 뚫는다

    국내 토목공사의 감소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일감 부족에 시달리는 건설업체들이 ‘해외 진출’과 ‘신상품 개발’로 2012년 경영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현대건설과 GS건설은 올해 수주 목표를 100억 달러로 잡는 등 해외 부문 비중을 크게 늘렸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건설 부문 등 10대 건설사는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실시한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 부문과 신사업팀을 신설하거나 인력을 보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건설사는 올해 수주에서 해외 부문 비중을 70% 안팎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에 따라 수주 목표(잠정)도 크게 늘려 잡았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해외개발사업실, 해외영업실, 플랜트기획실 등 7실을 신설하고 개발사업부 인력을 해외 영업에 재배치했다. 올해 목표로 잡은 해외 수주 1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다. 이는 올해 전체 수주 목표 17조원의 65%로 지난해의 두 배를 웃도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체질 개선과 수익성 위주 경영기조를 유지하면서 해외에서 47억 839억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었다. 삼성물산은 올해 수주 목표 16조원 가운데 10조원(88억 달러)을 해외에서 달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주택사업부에 신사업 개척과 해외지원업무를 추가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71억 달러를 해외에서 수주했다. GS건설은 지난해 말 해외영업본부와 민자사업·환경운영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해외에서의 신사업 발굴 등을 통한 수주 확대를 위해 전사적인 영업 역량을 집중키로 한 것이다. 올해 해외 수주 목표는 100억 달러로, 지난해(42억 달러)의 두 배를 훨씬 웃돈다. 이렇게 되면 전체 수주에서 해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75%에 근접하게 된다. 대림산업은 플랜트 영업기획팀과 국내 영업팀을 신설하는 등 영업팀을 대폭 강화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12조원으로, 해외에서는 60억 달러를 수주할 계획이다. 지난해 해외 수주고는 59억 달러였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말 끝난 조직 개편에서 발전·플랜트엔지니어링본부를 신설하는 등 4개 본부를 신설했다. 또 개발사업본부를 확대·개편해 대우건설의 강점인 기획제안형 개발사업을 확대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남아프리카나 남미 콜롬비아 등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그동안 리비아나 나이지리아, 알제리 등 정정이 불안한 지역에서 수주를 이어왔던 기조를 이들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35%였던 해외 비중을 올해 40%, 내년 50%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통적으로 해외에서 가스와 정유 플랜트에서 강점을 보여온 SK건설은 인력을 해외 분야에 전진배치하는 등 해외 부문을 강화했다. 올해 수주 목표는 12조 7000억원, 해외 수주 목표는 지난해(37억 달러)보다 33억 달러 늘어난 70억 달러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Weekend inside] 진료기록부 행방불명…개인정보 줄줄샌다

    [Weekend inside] 진료기록부 행방불명…개인정보 줄줄샌다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A씨는 홍역 2차 예방접종 증명서를 학교에 제출하기 위해 아이가 다니던 소아과를 찾았다가 폐업 사실을 알았다. 관할 보건소에 물어 보니 진료기록이 너무 많아 보관이 힘들어서 원장이 직접 보관한다면서 원장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하지만 원장과 연락이 되지 않아 A씨는 어쩔 수 없이 학교에 사정을 설명하고 넘어가야 했다. 진료기록은 의료분쟁이나 보험, 장애연금, 예방접종 등에 활용되기 때문에 관리가 중요하다. 이 때문에 의료법은 의료기관 폐업이나 휴업 시 진료기록을 해당 지역 보건소로 보내 보관·관리·파기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정작 보건소에선 진료기록과 관련된 세부 규정이 전혀 없다. 진료기록을 받을 때 진료기록이 빠졌는지 확인하는 절차도, 관련 교육도 받은 바 없다. 물론 보관 예산과 인력, 별도 공간조차 관심 밖이다. 그러다 보니 진료기록을 받은 보건소도 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지 못하고 창고에 쌓아둔다. 국민들은 불편을 겪을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 유출 우려까지 높아지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은 8만 2000여개이며 이 가운데 2만여개가 서울에 있다. 2010년 한 해 동안 6541개 의료기관이 신규개업했지만 5130개는 폐업했다. 다시 말하면 해마다 5000개가 넘는 의료기관이 보관했던 엄청난 양의 진료기록과 막대한 개인정보가 어떻게 악용되는지 실태 파악도 안 된 채 방치되는 셈이다. 국민권익위에 따르면 진료기록과 관련해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한 건수가 2009년 2114건, 2010년 2587건, 지난해 10월까지 1982건이나 되는 등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 11월 국민권익위가 전국 20개 기초자치단체의 보건소를 표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2008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폐업한 의료기관은 2549개이지만 보건소에서 진료기록을 보관하는 경우는 41건으로 보관율이 불과 1.6%였다. 나머지는 의료기관 개설자가 보관하고 있었다. 보건소는 진료기록 발급 민원이 들어오면 해당 의사에게 연락하거나 민원인에게 의사 전화번호를 알려주는 실정이다. 하지만 의료기관 개설자 인적사항 관리 규정도 진료기록 보관 책임자가 바뀔 경우 신고하는 절차도 없어 연락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2010년 폐업한 20개 시·군·구의 의료기관 1298개를 조사한 결과 고령·사망·이민 등으로 연락이 끊어진 경우가 15%에 이른다. 실례로 B씨는 병원장이었던 아버지가 남긴 진료기록을 집에 보관했지만 몇 차례 이사하다 보니 어디로 갔는지도 모르게 사라져 버렸다. 병원장 C씨는 유학을 가기 위해 폐업한 뒤 진료기록을 친척에게 맡기고 출국했다. 이에 대해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전진한 사무국장은 “진료기록을 기록물관리법 관리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면서 “이를 보관·관리하기 위한 전국적인 통합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리기관을 둬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이미 생성된 종이 차트는 전산화작업을 하도록 국가가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동대문구 일용직 노동자 ‘아름다운 나눔’

    영하를 오가는 추운 날씨를 보인 지난 12일 허름한 옷차림에 검은 봉지를 손에 든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한 주민이 동대문구 휘경2동 주민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금액이 적어 보탬이 될지 모르겠지만 어려운 사람을 돕는 데 쓰세요.”라며 검은 봉지를 책상에 내려놓고 황급히 자리를 떠나려고 발길을 옮겼다. 주민센터 복지담당 직원이 급히 기탁서를 작성해야만 접수·처리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물어물어 어렵게 신원을 확인해 보니 휘경동에 거주하는 이철우(65)씨였다. 이씨는 일용직으로 어렵게 생활하면서 하루 일당 중 일부를 1년 동안 모아왔다고 말문을 다시 열었다. 그는 “해마다 한푼 두푼 모은 정성을 우리 고향인 동 주민센터로 보냈다.”면서 “올해는 내가 생활하는 지역에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 뒤 황급히 휘경2동 주민센터를 떠났다. 검은 봉지 안에는 10원짜리 동전부터 구깃구깃 접힌 지폐까지 총 44만 1290원이 들어 있었다.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접수·처리한 담당 직원은 “한가득 느껴지는 따뜻함과 함께 살림살이가 팍팍한 이웃들에게 정성 그득한 돈을 값지게 사용해야겠다는 의무감에 가슴까지 뭉클했다.”고 털어놨다. 휘경2동 주민센터 전진희 주무관은 “이기주의로 가득한 세상이라고들 하지만 자신도 넉넉지 않으면서도 주변을 돌볼 여유를 가진 마음의 부자들이 있어 곳곳이 따뜻해진다는 점을 깨우칠 수 있었다.”면서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온기가 ‘바이러스’처럼 점차 퍼져 우리 사회를 더욱 포근하게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법인을 가다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 법인을 가다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중남미의 멕시코가 한국 기업들의 생산 및 기술 전초기지로 거듭나고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새롭게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는 미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교두보로 떠오르고 있어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들도 오래전부터 이곳에 생산 공장을 가동하며 ‘제2의 내수시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멕시코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생산 현장을 직접 찾아가 봤다. 1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의 국경도시 맥알렌을 거쳐 멕시코 레이노사로 들어가 차로 10분쯤 달리자 대한민국 국기와 멕시코 국기 그리고 ‘LG’의 깃발이 함께 펄럭이는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7개의 생산라인 북적 LG전자가 미국 시장의 ‘시네마 3D TV’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레이노사 법인이다. 공장에 들어서니 넓은 면적의 7개의 TV 생산라인이 눈에 들어왔다. 멕시코 현지 근로자들은 LG 브랜드가 박힌 55인치 액정표시장치(LCD) TV를 박스에 담아 정성스레 포장하고 있었다. 21세기 들어 글로벌 가전업계에는 제품이 다양해지면서 여러 명이 한 작업대에 모여 함께 TV를 만들어내는 이른바 ‘셀 방식’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곳에서 생산하는 3차원(3D) 입체영상 TV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그 물량을 대기 위해 과거 방식인 ‘라인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안내를 담당한 최종룡 LG전자 멕시코 레이노사법인 부장은 “지난해에는 500여만대의 TV를 생산해 LG전자 해외 공장 가운데 가장 많은 생산량을 기록했다.”면서 “올해는 ‘시네마 3D TV’가 미국 시장에서 3D TV 분야 1위를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는 만큼 폭주하는 주문량을 맞출 생산성 혁신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미국 가전업체 제니스(1995년 LG전자가 인수)가 운영하던 멕시코 산업단지 ‘마킬라도라’ 내 레이노사 공장을 2000년 ‘LG전자 레이노사’로 이름을 바꿔 북미시장 생산기지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멕시코는 1992년 10월 미국, 캐나다 등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체결해 북미 지역에 무관세로 가전제품을 수출할 수 있다. 현재 마킬라도라에는 LG전자를 비롯해 파나소닉, 델파이,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공장을 두고 있다. LG전자는 인수 이후 지난해까지 총 8200만 달러(약 940억원)를 투자해 LCD TV와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등 평판TV를 주로 생산해 왔다. 지난해 10월 늘어나는 대형 TV 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기존에 생산하던 모니터와 소형 LCD TV를 멕시코 북서부 멕시칼리 공장으로 이관했다. 현재 레이노사에서는 40~60인치대 LCD·PDP TV만 만들고 있다. LG전자가 레이노사 공장을 인수한 뒤 이곳의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졌다. 2000년만 해도 매출이 4억 달러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5억 7100만 달러를 벌어들여 6배 이상 성장했다. 직원 1인당 생산액도 같은 기간 19만 달러에서 123만 달러로 높아졌다. ●올해 30억弗 매출 목표 현재 이곳에서는 2초에 1대씩 TV가 만들어진다. 불과 10여년 전인 2000년에만 해도 72초에 1대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생산속도가 36배나 빨라졌다. LG전자 관계자는 “2004년 혁신학교가 설립돼 매달 식스시그마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고, 불량률도 통계적으로 관리하며 낮추고 있다.”며 그간의 노력을 소개했다. 올해 레이노사 법인의 TV 생산 목표는 650만대 규모로 매출로는 30억 달러(약 3조 44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보다 15%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LG전자의 미주지역 평판TV 점유율 역시 지난해 15.6%에서 올해는 20%대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특히 레이노사법인은 북미 시장에서 3D TV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물류시스템 개선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 부장은 “레이노사에서 생산된 TV가 미국 댈러스까지 전달되는 데 하루밖에 걸리지 않으며, 뉴욕에도 이틀이면 도착한다.”면서 “올해는 실시간 육로 배송을 통해 납기 강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노사(멕시코)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주현진 기자의 타이완은 지금] 외연 넓히는 타이완… 한국 외교 전략은

    “이렇게 큰 행사인 줄 알았더라면….” 지난해 10월 10일 타이완을 방문했다 당황했던 경험을 털어놓던 한국 여당 소속 젊은 국회의원 A의 모습이 생생하다. 한·타이완 의원협회 회장을 대신한 ‘일상적’인 방문이려니 했는데 가보니 중화민국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역대 타이완 최대 행사였다. 마지막까지 타이완의 친구로 남았던 국가를 대표하는 의원으로서의 무지와 무성의를 반성했다고 한다. 비단 A의원만의 얘기가 아니다. 솔직히 우리는 타이완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타이완의 위상은 중국의 굴기에 따라 쇠퇴의 길을 걸었다. 1971년 중국의 가입으로 유엔에서 축출된 것을 시작으로 외교적으로 고립됐고, 영토·정부·국민을 갖춘 명실상부한 국가이지만 중화민국이란 국호도 쓸 수 없다. 우리 정부 고위 인사들이 ‘하나의 중국’ 원칙 때문에 타이완 방문을 자제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우리처럼 모두 등을 돌린 건 아니다. 미국은 단교로 방위조약이 실효되자 ‘타이완관계법’을 제정해 맹방 역할을 계속해 오고 있다. 일본은 100주년 건국 기념행사 때 정치인·기업인 70명으로 사절단을 꾸려 보낼 만큼 관계 유지에 공을 들인다. 정·관·학·언론계 할 것 없이 중국으로만 쏠리는 우리와 대조된다. 역사적 관계는 차치하더라도 타이완은 한국의 5대 수출국이며 일본·중국·미국에 이어 4번째로 한국을 찾는 관광객 수가 많다. 중화권 한류 해외 진출의 전진기지이기도 하다. 마잉주(馬英九) 총통의 연임으로 양안경제 밀착에 따른 타이완의 변신이 빨라질 전망이다. 양안 경제협력기본협정(ECFA) 후속 협상과 일본·타이완 간 체결된 투자보장협정 효과까지 가시화되면 한국이 소외될 수 있다. 외교는 국익에 기초한다. 인정이 없다면 국익 차원에서라도 타이완을 대하는 우리의 외교 전략을 돌아볼 때다. jhj@seoul.co.kr
  • [킹스컵축구] 골·골·골 이겼지만… 골골댄 수비라인

    [킹스컵축구] 골·골·골 이겼지만… 골골댄 수비라인

    런던올림픽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 홍명보호가 기분 좋게 새해를 출발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축구 대표팀은 15일 방콕의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벌어진 킹스컵축구 1차전에서 전반 원톱 스트라이커 김동섭(23·광주FC)의 선제골과 후반에 교체 투입된 서정진(전북)·김현성(이상 23·FC서울)의 추가골을 묶어 홈팀 태국 대표팀을 3-1로 제압했다. 이번 대회는 새달 5일과 22일 사우디아라비아·오만과의 런던올림픽 최종예선 원정 경기를 앞두고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한 실전훈련이나 다름없는 경기. 그러나 지난해 11월 27일 사우디를 상대로 홈경기를 펼친 뒤 50여일 가까이 느슨해진 조직력을 되찾기엔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해 보였다. 전반 35분 김민우(22·사간토스)의 벼락같은 헤딩슛이 선제골의 신호탄이었다. 김태환(23·FC서울)이 상대 골마우스 오른쪽에서 수비수를 제치고 살짝 올린 크로스를 몸을 던지며 헤딩슛을 날렸지만 공은 왼쪽 골포스트를 벗어났다. 첫 골이 터진 건 7분 뒤. “컨디션이 좋은 선수를 선발로 세운다.”는 홍 감독의 선발 원칙에 따라 원톱으로 나선 김동섭이 주인공이었다. 전반 42분 아크 한가운데서 골문을 등지고 있던 김동섭은 김민우가 하프라인에서 낮게 배달해 준 공을 번개처럼 돌아서며 날린 20m짜리 오른발 터닝슛으로 태국의 골문을 갈랐다. 후반 들어 한국은 어이없는 포백라인의 오프사이드 작전 실수로 동점골을 헌납했다. 포백라인이 수평 대형을 유지하며 빠르게 전진하던 순간 뒷공간으로 그림자처럼 침투해 들어온 티라텝 위노타이가 뛰쳐나온 골키퍼 김승규의 키를 훌쩍 넘기는 로빙슛을 성공시켜 균형을 맞췄다. 그러나 자칫 끌려갈 뻔한 한국에겐 홍 감독이 적절하게 꺼내든 교체카드가 ‘약’이었다. 후반 24분 교체 투입된 서정진이 상대 벌칙지역 왼쪽을 돌파하다 왼발 중거리 터닝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내고, 10분 뒤에는 김현성이 교체 투입되자마자 추가 골을 보태 낙승을 거뒀다. 홍명보호는 유럽의 강호 덴마크와 18일 저녁 6시 30분(한국시간) 맞붙는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금통위원 4월 줄교체… 통화정책 흔들?

    금통위원 4월 줄교체… 통화정책 흔들?

    금리 잣대를 정하는 핵심기구인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의 임기가 오는 4월 대부분 끝난다. 금통위 결정을 집행하는 한국은행 임원도 절반 이상이 같은 달 임기가 만료된다. 금통위원의 임기와 한은 임원의 임기가 4월에 몰려 있어 해마다 ‘봄 개편’이 있어 왔지만 올해처럼 이렇게 한꺼번에 맞물려 대거 교체되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고위관료, 대학교수, 금융권 인사 등이 후임 인사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금융시장은 거의 새판 짜기 수준인 금통위원 집단 물갈이에 통화정책 안정성 저하를 우려하고 있다. 게다가 이 같은 ‘떼 교체’가 4년마다 되풀이될 공산이 높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대 규모”… 관·학·금융권 촉각 금통위는 의장(한은 총재)을 뺀 6명 가운데 4명의 임기가 4월에 끝난다. 일반 금통위원은 임기가 4년, 당연직 금통위원인 한은 부총재는 3년이다. 공교롭게 올해 부총재 임기가 끝나면서 교체 폭이 커졌다. 여기에 2년 가까이 공석인 한 자리까지 포함하면 5명이 교체 대상이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년 전에 빈 자리를 채우지 않은 것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했다.”면서 “6명 위원 가운데 1명 빼고 다 바뀌는 셈인데 통화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감안해 금통위는 애초 절반씩 교체되도록 위원들의 임기를 분산시켜 놓았으나 대통령의 인선 지연으로 의미가 사라졌다. ●“잘못 끼운 첫단추가 파행 불러” 금통위원은 권위와 명예가 동시에 따르는, 우리 사회의 몇 안 되는 ‘꽃보직’으로 꼽힌다. 차관급이지만 장관이 ‘하향 지원’을 해도 흉이 되지 않는 자리이기도 하다. 연봉(3억 1000만원)도 높다. 금통위원을 노리는 이력서가 ‘청와대에서 광화문 이순신동상 앞까지 줄 서 있다.’는 우스갯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오 이코노미스트는 “일반 금통위원 5명 중에 4명을 올해 바꾸게 되면 4년 뒤에 또다시 4명의 임기가 몰리는 문제가 발생한다.”면서 “이런 문제점과 앞으로의 상황 변화에 대비한 ‘히든 카드’ 비축 차원에서 이번에 3명만 바꿀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불확실성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적 입김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통위원은 전문성, 객관성, 다양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정권 말기에 선거를 의식한 포석이나 챙겨주기식 인사를 단행할 경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임기 만료 금통위원 중 두 명이 매파(금리 인상론자)여서 가뜩이나 비둘기파 전진 배치를 점치는 관측이 높은 상황에서 이런 관측이 현실화되면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경고다. 일각에서는 금통위원 한 명을 연임시키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으나 현실성은 떨어진다. ●김 총재 이번에도 파격인사? 한은도 5명의 부총재보 가운데 3명의 임기가 동시에 끝난다. 부총재까지 포함하면 4명이다. 비슷한 시기(4~5월)에 임기가 끝나는 자리는 금융연수원장, 외국환중개 사장, 주택금융공사 부사장 정도다. 금융연수원장은 지난번 인사에서 ‘한은 몫’이라는 등식이 이미 깨진 상태다. 김중수 총재의 어깨가 무거운 대목이다. 부총재, 부총재보, 국장으로 이어지는 연쇄 승진 인사도 불가피하다. 부총재를 놓고 누구와 누가 경합하고 있다느니, ‘K-K-M’ 세 명이 부총재보로 유력하다느니, 벌써부터 하마평이 나돈다. 하지만 예전 같으면 임원 승진 0순위로 꼽히던 핵심 국장이 유관기관으로 옮겨가는 등 김 총재의 인사는 ‘예측 불허’라는 점에서 성급한 예단은 금물이라는 지적이다. 안미현기자 hyun@seoul.co.kr
  • 제주 ‘이승만 前대통령 별장’ 지방비 투입 논란

    제주 ‘이승만 前대통령 별장’ 지방비 투입 논란

    붕괴 위기를 맞은 지 한참인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제주별장 보수 계획이 제주도의회에서 제동을 거는 바람에 논란을 빚고 있다. 제주시는 올해 2억 4600만원(국비와 지방비 각 50%)을 투입해 등록문화재 제113호인 이 전 대통령의 별장 ‘귀빈사’를 보수하려고 했으나 지방비를 확보하지 못해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고 2일 밝혔다. 이는 제주도의회에서 이 전 대통령이 제주 4·3사건에 책임을 져야 한다며 이를 보수하기 위해 지방비를 투입하는 데 대해 4·3사건 유족들로서는 수용하지 못할 일이라며 삭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는 4·3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물론 관련 단체 등을 만나 귀빈사의 독특한 건축 양식을 설명하는 등 추경예산을 확보해 별장 보수사업을 계속 추진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市 “이승만 추앙 목적 아니다” 귀빈사는 지난해 구조안전진단 결과 D등급을 받아 보수·보강작업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처지에 놓였다. 시는 4·3사건 유족들을 설득할 경우 이 전 대통령 기념관이 아닌 단순한 별장 건축물만 보수하는 사업에는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각 “반성의 장으로 활용을”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공동대표는 “이 전 대통령에게 분명히 4·3사건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그 자체도 역사다.”라며 “이 전 대통령의 책임과 4·3사건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위해서는 부담되지 않는 범위에서 보수해 다크 투어리즘(휴양과 관광을 위한 일반 여행과 달리 재난 현장과 비극적인 역사의 장소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교훈을 얻는 여행) 등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지난해 20억원을 투입하는 종합정비계획을 마련해 귀빈사를 중심으로 이 전 대통령 기념관 등을 조성할 계획이었지만 4·3사건 유족과 단체들의 반발에 부딪히자 별장 건축물만 정비하는 것으로 수정했다. ●국가원수 사용 근대문화유산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 민오름 인근에 자리한 이승만 전 대통령 제주별장은 1957년 미군의 지원으로 건축된 소규모 벽돌조 건물이다. 대지 660㎡에 건물면적 234㎡의 1층 건물 한 채다. 당시 미국식 전원형 단독주택 형식으로 지어져 이국적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통령 부부가 1957년과 1959년 두 차례 머물렀다. 국가원수가 사용한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2004년 9월 등록문화재로 지정됐다. 현재 별장 건물 안에는 전용 침실을 비롯해 응접실, 주방, 벽난로, 욕실, 수세식화장실, 원형식탁, 화장대 등이 녹슨 채로 남아 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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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도 박사’ 한국해양연구원 심재설 박사

    [김문이 만난사람] ‘이어도 박사’ 한국해양연구원 심재설 박사

    바다는 생명이다. 섬 사람에게는 운명이다. 그래서 섬에는 생명과 운명이 공존한다. ‘긴긴 세월 동안 섬은 늘 거기 있어 왔다. 그러나 섬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섬을 본 사람은 섬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 아무도 다시 섬을 떠나 돌아온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청준의 소설 ‘이어도’에 나오는 대목이다. 아버지는 뱃사람으로 늘 바다에서 보냈고 어머니는 실종된 아버지가 나타날 때까지 이어도 노래를 부르다 죽는다. 이 소설은 이어도의 전설을 소개하고 정체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그 섬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간섭해 왔고 모습지어 왔는지를 그렸다. ‘이어도’는 김기영 감독에 의해 1977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주목을 받았고, 최근에는 오멸 감독이 ‘이어도’를 흑백영화로 만들어 서울독립영화제 본선에 올려 눈길을 끌었다. 또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이사장 고충석)에서 올해 처음 영문판 ‘이어도 저널’을 발간, 세계에 알리고 있다. 그렇다면 이어도 노래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노 저을 때 내는 여음)/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소나무)의 배여/잘잘 가는 건 잡남(잣나무)의 배여 어서 가자 어서 어서/목적지에 들여 나가자(들어가자) 우리 인생 한번 죽어지면/다시 전생(환생) 못하나니라 원(관원)의 아들 원자랑 마라/신의 아들 신자랑 마라 한 베개에 한잠을 자난(혼자 잠자는)/원도 신도 저은(두려울) 데 없다 원수님은 외나무 다리….’ 주로 바다와 힘겹게 살아가는 어부와 해녀들이 불렀다. 지금도 생생하게 전해지는 구전 민요이자 한많은 노동요인 셈이다. 반어법과 문답법을 적절하게 구사하면서 임(바다로 나간 남편, 아버지)과 이별 없는 이상향을 그리워하는 피안의 내용을 담고 있다. 위험한 뱃길을 이어도 노래로 위안받으며 두려움 없이 바다로 나가고 또 나가곤 했다. 지금도 40대 이상의 제주도민들은 이 노래를 대부분 부를 줄 안다. 이어도는 살아서는 못 가는 섬, 그러나 한번 가면 못 돌아오는 환상과 애증이 사무친 곳이다. 이어도는 육지섬이 아니다. 평균 수심은 50m, 남북 길이 1800m, 동서 길이 1400m인 수중섬(水中島)이다. 평소 정상봉은 해수면 아래 4.6m에 있다. 섬 정상은 파도가 심한 날이면 수면 밖으로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때문에 ‘환상의 섬’이라고 한다. 요즘 중국이 이러한 이어도에 대해 욕심을 심상치 않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14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3000t급 순찰함을 동중국해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이어도와 가거초(可居礁) 부근 해역에서 순찰활동을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명으로 이어도는 쑤옌차오(蘇岩礁).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여 온 중국 정부는 그동안 이어도와 가거초 부근 해역이 중국의 200해리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포함되는 곳이라는 논리를 펴 왔다. 한국 정부는 독도처럼 이어도를 실효 지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이 3000t급 순찰함을 이어도 부근에 보낼 경우 우리의 해양경찰과 충돌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3년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건설할 때에도 중국 정부는 불만을 표시하며 반발했다. 마라도에서 약 149㎞ 떨어진 이어도 부근 해양에는 석유와 천연가스 등 지하자원이 매장돼 있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의 수출입선이 지나가는 해상의 요충지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 19일 경기 안산시에 위치한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심재설 박사를 만났다. 그는 이어도에 해양과학기지를 설계했을 뿐만 아니라 30여 차례나 이어도에 다녀와 이른바 ‘이어도 박사’로 통한다. 특히 그는 가거초 해양과학기지와 황해 중부(군산 앞바다에서 200㎞ 떨어진 곳)에 관측용 부표를 설계·설치한 데 이어 요즘에는 독도 해양과학기지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독도기지가 끝나면 곧바로 백령도 기지 설계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여 해양과학기지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러한 심 박사에게 먼저 독도 해양기지는 어느 정도 진척이 됐는지부터 물었다. 그러자 민감한 사안이라 자세히 말할 수는 없다면서 30% 정도라고만 짤막하게 대답했다. 위치에 대해 다시 묻자 독도 인근의 1㎞ 해역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얘기를 이어도로 옮겼다. “육지에서 300여㎞ 떨어진 해양과학기지를 갖고 있는 나라는 태풍권(허리케인 등 포함)에서 우리가 유일합니다. 그만큼 먼 바다에서부터 태풍을 연구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됩니다. 위성 데이터를 검·교정할 만큼 아주 정확하며 생물 다양성 연구에도 아주 중요하지요. 이어도 기지 설치 이후 그동안 수심별로 여러 생물을 채집해 항암성분 등을 추출한 신물질만 300여종이나 됩니다.” 이 밖에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여러 핵심자료를 제공하고 황사 등 대기오염 물질의 이동 및 분포도 등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전항해를 위한 등대 및 수색 전진기지로도 활용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기지 구조물 수명이 50년이라는 그는 “30여개의 관측장비 대부분이 무인자동화 시스템이지만 설계할 때 8명이 15일 정도 살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지금은 국립해양조사원 요원들이 한 달에 한 번꼴로 들어가 4박 5일 정도 지내고 있다면서 “이어도 기지는 2003년에 설치한 뒤 2007년부터 국립해양조사원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활용연구는 계속 해양연구원에서 하고 있단다. 중국이 요즘 들어서 왜 이어도에 부쩍 관심을 드러내는지에 대해 물었다. “2000년까지는 별로 관심이 없다가 최근 경제력이 높아지면서 그 속내를 보이고 있습니다. 사실 이어도 기지를 세울 때 전격적으로 설치한 뒤 나중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작전을 세웠습니다. 그때 중국에서 외교채널로 (중국정부와) 상의할 것이지 왜 그랬느냐는 항의를 두 번 정도 했습니다. 만약 지금이라면 독도 문제처럼 크게 불거졌을 겁니다. 중국은 서해상에 우리 같은 해상 관측기지가 없습니다. 이어도 주변에는 해상자원과 어족이 풍부합니다. 제가 기지에 머물 때 봄가을에는 중국 어선들로 불야성을 이루는 것을 자주 목격했지요.” 이어도는 중국령 퉁다오(童島)에서 245㎞, 일본 나가사키현(長崎縣) 도리시마(鳥島)에서 276㎞ 거리에 위치해 있는 해상 생태계의 세계적 보고로 알려져 있으며 연평균 25만여 척의 배가 이곳을 지난다. 그는 이어도를 여전히 막내아들처럼 여긴다. 1991년부터 이어도 기지건설 사업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정이 흠뻑 들었기 때문이다. 아슬아슬했던 순간도 여러 차례 겪었다. 이어도에 기지를 설치할 때 바지선과 연결한 줄이 끊어져 바지선이 상하이 앞바다에까지 떠밀려 가 애를 태웠던 일, 2003년 태풍 매미가 불어닥칠 때 배터리가 작동이 안 돼 마음 졸였던 일 등이 대표적이다. “먼 바다에 해양구조물을 설치한 것은 이어도 기지가 우리나라 최초입니다. 쇠말뚝을 박는 일에만 1년 더 걸릴 정도로 어렵게 설치했지요. 수중과 수상의 쇠말뚝을 같이 끼워야 하기 때문에 파도가 조금만 있어도 애를 먹게 됩니다. 나중에 설치가 되고 나서, 아마 전설의 섬에 있는 용왕님이 화가 나서 그러는구나 하는 후일담을 나누기도 했지요(웃음). 설치 3개월 후에 태풍 매미가 불어왔는데 이어도 기지는 정확한 예측으로 피해 규모를 많이 줄일 수 있어서 그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습니다. 기지에 설치된 구조물들이 지금까지 99% 정확하게 작동되고 있지요.” 중국 어선들이 많이 지나가는 곳이어서 크고 작은 분실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없느냐고 했더니 “그런 것을 미리 염두에 두고 아무나 올라갈 수 없도록 자동 사다리 시스템으로 작동되고 있다.”고 대답했다. 지금 설계 중인 독도 해양과학기지는 이어도의 두 배 정도의 규모라고 귀띔한 그는 2016년 백령도 기지 설치를 끝으로 마지막 꿈인 연안침식 연구에 몰두할 예정이다. 연안 침식은 전 세계적으로 현안문제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의미심장한 말을 한다. “해양으로 진출하는 국가는 흥하고 육지로 가는 나라는 쇠(衰)합니다. 바다에 대해 투자를 게을리하면 결코 안 됩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심재설은 1958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어릴 적부터 바다를 좋아해 해양학자의 꿈을 키웠다. 대전고와 연세대 토목공학과를 나온 뒤 1985년 해양연구원에 들어갔다. 박사과정은 중앙대에서 ‘항만 및 해안’을 전공했다. 이후 해양연구원에서 연구조교, 연구원, 선임연구원 등을 거쳐 현재 책임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1991년부터 ‘이어도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했으며 2003년 이어도 해양과학기지 건설 유공으로 철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가거초 해양과학기지 총괄연구책임자를 맡았으며 2009년부터 현재까지 독도 해양과학기지 구축을 위한 설계 및 시공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쓰나미로부터 살아남기 위해’(2009, 역서)와 ‘독도해양과학총서’(2011, 공저) 등이 있다. 이 밖에 ‘연직 원형파일에 작용하는 쇄파파력의 수치해석’ 등 다수의 논문을 발표했다.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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