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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다 “자민과 구국내각” 자민 “총리 내준다면…”

    오는 28일 민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일본 정치권은 온통 대연립에 관심이 쏠려 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은 “구국 내각을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연립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정치는 전진하지 않는다.”며 제1, 2 야당인 자민당이나 공명당과 함께 대연립 내각을 만들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다 재무상이 대연립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참의원에서 여소야대를 타파하려는 의도로 여겨진다. 간 나오토 총리가 야당의 협조를 얻지 못한 채 집권 내내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본 만큼 처음부터 여야 대연립을 호소함으로써 최소한 국회를 원활하게 운영하겠다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민당의 반응은 싸늘하다. 자민당이 민주당과의 대연립을 조건으로 다니가키 사다카즈 총재에게 총리 자리를 양보하는 방안을 요구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온다. 총리를 양보하지 않으면 재무·외무 등 주요 각료를 야당이 맡고 올해 말이나 내년 여름 전 총선거를 실시해야 한다는 조건이다. 인기가 떨어진 민주당을 조롱하는 수준이다. 노다 재무상의 저자세가 비주류인 친(親)오자와 그룹이 뭉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오자와 그룹은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 측과 함께 여야 연립을 구성하면 민주당 정권의 정책 공약이 변질될 수 있고, 총리의 고유 권한인 중의원 해산권이 제약받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광명시, 가학폐광산 관광지로 개발

    경기 광명시 가학동 가학폐광산이 수도권 유일의 동굴 관광지로 개발된다. 이를 위한 전 단계로 오는 22일부터 탐방을 원하는 시민들에게 광산이 개방된다. 가학폐광산은 1916~1972년 은·동·아연 등을 채굴하다 문을 닫은 곳으로 깊이 275m, 총연장 7.8㎞에 이르며 50여개의 크고 작은 동굴로 이뤄진 수도권 유일의 금속 폐광산이다. 곳곳에 공연장만 한 공간과 물웅덩이가 있고 지하 하천이 흘러 오래전부터 관광지 개발 가능성이 점쳐졌다. 광명시는 16일 가학폐광산 내부에 레일바이크, 4D영상을 통한 영화상영관, 동굴공연장 등을 설치해 동굴테마파크인 ‘광명케이번월드’로 개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시는 1999년부터 가학폐광산 개발을 위한 탐사를 시작했다. 2000년 가학폐광산 생태환경공원 조성 계획을 수립한 이후 실태 조사와 심의를 거쳐 2007년 가학폐광산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공원녹지기본계획에 반영했다. 시는 폐광부지 매입과 함께 동굴 내부에 수로를 설치하고 갱도를 정리하는 한편 보강시설 등을 설치한 후 안전진단이 통과되면 동굴 관람 및 탐험을 실시하고 개발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자체 예산이나 민자 유치를 통해 ‘모험과 환상의 동굴나라 테마파크’를 조성, 지하 200m 깊이의 사갱을 따라 다양한 놀이시설을 설치하고 맨 밑에는 지하에서 용출된 지하수를 활용해 보트를 탈 수 있는 지하뱃길을 개발할 방침이다. 아울러 동굴테마파크와 KTX 광명역을 잇는 케이블카 설치도 구상 중이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공공기관 소송 남발 ‘혈세만 낭비’

    공공기관 소송 남발 ‘혈세만 낭비’

    경기 고양시에 사는 장모(41)씨 등 5명은 지난 2009년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고 요구했으나 공사 측은 거부했다. 이들은 관련 정보를 공개하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원고의 손을 들어줬지만 LH는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은 최근 원고 일부 승소였던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는 분양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 공공기관의 주택정책에 대한 국민 참여와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배경을 밝혔다.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한 공공기관이 1, 2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관행처럼’ 대법원에 상고하고 있다. 그러나 승소한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보공개에 대한 공공기관들의 소극적·방어적인 태도가 소모적인 소송으로 이어져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15일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까지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상고해 대법원까지 간 사례는 모두 29건이었다. 대상 기관은 정부부처 및 지자체 5건, LH 등 공사 19건, 검찰 4건, 국가시험원 1건 등이었다. 하지만 상고심에서 결과가 뒤집힌 사례는 전무했다. 대부분 정보를 공개토록 한 원심을 유지하거나 원고 승소 취지로 일부파기 환송됐다. 장씨 사례의 경우 재판부는 “LH는 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으로, 사기업과 달리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분양원가 산출내역 자료를 내놓는다고 사업에 치명적이거나 재정 악화로 공익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곤란해질 수 없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공공기관은 민간기업과 달리 정보공개 적용 범위가 더 포괄적이라는 판단이다. 조전혁(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교육과학기술부를 상대로 대입 수능시험과 학업성취도 평가자료를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도 대법원은 “개인정보만 아니라면 공익에 부합하는 대부분의 행정정보가 공개 대상”이라는 입장을 지켰다. 검찰이 ‘공개할 수 없는 대상’이라며 내놓지 않은 수사 자료도 일단 공개 결정이 나면 예외가 없었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3월 이모(62)씨가 자신의 고소사건 자료를 공개하라며 낸 정보공개 거부처분 취소소송에서 졌다. 검찰은 “현행 정보공개법은 ‘공개될 경우 직무수행을 현저히 곤란하게 하거나 형사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정보’를 비공개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며 자료 공개를 거부했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이 소송도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원심대로 확정됐다. 재판부는 “정보공개법상의 비공개 대상 정보 규정은 행정예규에 불과해 법규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면서 “지침상 제한을 뒀다고 정보 공개를 거부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전문가들은 정보공개를 둘러싼 국민과 공공기관 간의 줄다리기에서 정부기관이 무의미한 항소와 상고를 되풀이한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사법 비용을 충당하느라 공공기관에서 예산을 헛되이 쓰는 것은 물론 자신이 모든 비용을 대야 하는 국민들도 공공기관의 소송 남용으로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은 “행정기관 등은 소송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해 전형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힌다.”면서 “이런 상소 행태는 공공기관이 사법적 판단을 구하면서도 사법부 판단을 신뢰하지 않음을 보여 주는 이율배반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명왕성 빼닮은 ‘얼음행성’ 줄줄이 찾아낼까?

    명왕성 빼닮은 ‘얼음행성’ 줄줄이 찾아낼까?

    ‘태양계 9번째 행성’의 지위를 박탈당한 왜소행성 명왕성(Pluto)을 빼닮은 의심체 3구가 발견돼 천문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워싱턴 카네기연구소의 스캇 쉐퍼드가 이끄는 천문학 연구진이 최근 칠레의 라스 캄파나스 월쇼 망원경으로 카이퍼벨트(Kuiper Belt)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왜소행성인 명왕성과 비슷한 특징을 보이는 의심체들을 발견했다. 카이퍼 벨트는 해왕성 바깥쪽에서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작은 천체들의 집합체를 이른다. 대부분의 비행체는 얼어붙은 메탄이나 암모니아로 이뤄진 바위덩어리로 추측됐다. 연구진은 이 가운데 14개를 의심체로 분류해 조사했고, 단 3개만이 명왕성과 같은 왜소행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연구팀은 “나머지 11개는 중력이 너무 적거나 태양궤도를 돌아야 한다는 왜소행성의 공식적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면서 “최종 의심체로 분류된 3개는 직경 386km가 넘었으며 자체 중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항공우주국(NASA)는 2006년 1월 명왕성과 카이퍼 벨트의 비밀을 풀 탐사선 ‘뉴 호라이즌스’를 발사한 바 있다. 탐사 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48억 km 떨어진 명왕성을 향해 전진하는 이 탐사선은 2015년 7월 명왕성에 1만 km까지 접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일제 잔재 관광자원화 찬·반 논란

    일제 잔재 관광자원화 찬·반 논란

    독도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지자체들이 일제 잔재인 적산가옥(敵産家屋·광복 후 일본인이 물러가면서 남긴 집이나 건물) 등에 대한 관광자원화에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는 오는 2018년까지 포항 구룡포읍 항구에 위치한 과거 일본인 집단 거주지를 복원해 ‘근대 역사 문화거리’로 조성할 방침이라고 14일 밝혔다. 지난해 실시설계에 이어 올해 26억원을 투입, 적산가옥 10채를 보수하고 홍보전시관을 착공한다는 것이다. 일본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일본 거리와 일본 관련 상품 판매장 등도 만들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 동해안 어업의 전진기지로, 꽁치와 대구, 오징어 등이 많이 잡혀 수산업에 종사하는 일본인들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현재 읍내 장안동 골목 400m 거리에 적산가옥 200여채가 보존돼 있다. 전북도와 군산시도 월명동과 영화동 등 군산 옛 도심의 적산가옥과 일본인 은행, 창고 등을 활용해 ‘근대 문화유산 벨트화 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적산가옥 100여채가 밀집한 지역에 탐방로와 경관로를 조성하고 일본식 건물의 외관을 갖춘 조선은행과 창고 등을 예술창작 벨트로 조성하기로 했다. 1899년 5월에 개항한 군산은 일제 당시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한 ‘쌀 수탈 전진 기지’로 악용된 아픈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 앞서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지난달 28일 울릉도 도동리에 있는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제235호)을 개조한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를 개관해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센터는 울릉도·독도와 관련한 근현대사와 문화유산, 가옥문화, 남획으로 사라진 강치(독도 바다사자) 등의 관련 자료 전시는 물론 1950~60년대 ‘문화영화’도 소개할 예정이다. 이처럼 일제 잔재가 관광자원으로 탈바꿈되는 데 대해 문화유산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대구경북헤리티지 관계자는 “국내 일본식 건물의 문화유산 가치를 부인할 수는 없지만 이를 관광자원화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며 ”한 장소가 문화적 가치를 띠려면 보편성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울릉도 관광객 이모(44·교사)씨는 “최근 일본 극우파 의원들이 울릉도 입도를 시도한 바로 그때 울릉도의 역사문화체험센터가 문을 연 것은 황당한 일”이라고 반발한 뒤 “울릉도에는 기존 독도박물관 외에 앞으로 안용복기념관 등이 지어지는 만큼, 적산가옥 내 우리문화·유산 전시는 민족적 자존심을 감안할 때 대단히 신중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화유산연대 관계자는 “역사에는 우리가 부인하더라도 지워지지 않는 교훈을 주는 증거물이 많다.”며 “비록 민족적으로 부정적 의미를 지난 문화유산이라도 우리가 살펴서 교훈으로 삼는다면 보존가치가 있고, 그 의미를 지나치게 과장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접근한다면 관광자원화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지역 항공운송기업 ‘볼가 드네프르’의 도전

    지역 항공운송기업 ‘볼가 드네프르’의 도전

    볼가 드네프르는 물류전진기지 울리야놉스크를 상징하는 민간 토종 항공화물 운송기업이다. 러시아의 첫 민간항공기업인 이 회사는 옛 소련식 공산주의에서 러시아의 시장경제로 넘어서는 전환기를 붙잡은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영업총액은 16억 달러(약 1조 7507억원)로 세계 화물운송시장에서 10위를 기록했다. 2009년 항공화물 수송 물량이 28만 1934t으로 아에로플로트(8만 6762t)를 3배 이상 앞섰다. 어떻게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을까. 이 질문에, 유지 겐나지 부사장은 “국영기업들이 이런저런 제약에 묶여있을 때 우리는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설립자 알렉세이 이바노비치 이사이는 옛 소련 국방부에서 항공전문가로 일한 전직 공군 대령. 군대의 지식과 인맥을 사업에 활용했다. 단번에 150t을 실을 수 있어 세계 최대 대형 수송기로 불리는 루슬란 화물기(An-124-100)를 민간 항공사업의 주 기종으로 활용했다. 울리야놉스크는 항공제조업의 메카이고, 루슬란의 고향이란 점도 주효했다. 군용기로만 쓰이던 루슬란 화물기를 볼가 드네프르는 바로 민간 항공운송 분야에 투입했다. 1991년 단 한 대의 루슬란 항공기를 군에서 빌려 가격 경쟁력에 기대 시작한 사업은 이제 FedEx나 UPS, 에어프랑스-KLM그룹 등에 비해 더 비싼 가격을 받게 됐다. 루슬란 10대를 비롯해 IL-76 등 화물운송기 27대를 보유하며 유럽 16개국을 비롯해 전세계 140개국의 공항을 누비고 있다. 시간을 다투는 전자 정밀부품 운송은 물론 유류와 가스, 자동차와 기계 부품들도 하늘길로 실어 나른다. 유엔과 세계식량기구(WFP), 국제적십자사의 구호물품 운송, 심지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군사장비 수송도 맡고 있다. 삼성 및 현대중공업, LG등도 고객이다. 안드레이 라사드킨 전무는 “한·러 간은 물론 한국과 유럽의 물동량이 많아지면서 한국 고객들의 물량이 크게 늘고 있다.”면서 “전용기만 띄우는 것이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비행기 기종과 시간, 배달 방식 등 모든 요구를 만족시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울리야놉스크 이석우 편집위원 jun88@seoul.co.kr
  • 조선은 왜 근대화 실패했나

    조선은 왜 근대화 실패했나

    ‘일본, 한국 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 펴냄)는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이 “일본, 도대체 왜 이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논문집이다. 지난해 한·일 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던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이 낸 19편의 글이 실렸다. 일본 잡지 ‘사상’(思想)에 ‘한국 병합 100년을 묻다’를 주제로 발간한 특집호와 뒤이어 열린 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 단행본을 번역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의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고리타분한 유교에 젖지 않아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탈아론’(脫亞論) 자체를 겨냥한다. 미야지마 교수가 보기에 이는 거꾸로다. 유교에 젖지 않아 일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유교 문화권이 아니어서 일본은 내내 주변부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통감으로서 추진한 사법개혁 작업을 한 예로 든다. 일본에 근대 민법과 상법을 도입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조선에 불러들였는데 그는 조선을 연구한 뒤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권리가 한국의 인민에게는 적어도 수백년 전부터 인정돼 왔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미개했던 일본은 서구문명 무조건 수용 쉽게 말해 우매한 조선에 한 수 가르쳐 주려 했더니, 조선은 이미 두세 수 앞서 가고 있더라는 얘기다. 조선은 어떻게 근대적 소유권 제도를 수백년 전에 이미 확립했을까. 미야지마 교수는 “그게 바로 (일본이 끝내 거부한) 유교문명권의 특징”이라고 답한다. 1871~1873년 메이지 정부가 단행한 일본의 근대 개혁 작업에 대해서도 미야지마 교수는 평가절하한다. 그때서야 일본에 도입된 호적·징병제도, 토지매매나 직업·이주의 자유, 군현제는 이미 조선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추진했다는 근대적 개혁의 상당 부분은 조선에는 필요 없었다.”면서 “조선에 이미 있었고, 그 까닭은 유교 모델을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근대화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조선이 일본에 역전당했는가. 미야지마 교수는 “서구와 일본에서 근대 들어 비로소 실현됐던 상당 부분이 조선에 이미 실현돼 있었다는 조건”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다고 본다. ●유 교문명 앞섰던 조선은 비판적 수용… 日에 역전당해 즉 이미 어느 정도 그런 제도가 뿌리내리고 있다 보니 “근대적 변혁을 실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서구 문명 수용이 절실하게 인식되기 곤란해졌으며, 동시에 서구문명을 상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구 문명을 접한 조선·일본 양국 지식인이 남긴 기록을 보면 일본은 ‘매료’가 분명히 드러나는 반면, 조선은 ‘비판적 수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뒤집으면 워낙 밑천이 없었던 일본은 남의 것을 금세 주워 먹을 수 있었지만, 유교 문명권 속에서 오랜 중앙집권적 관료제의 전통을 지닌 조선은 가진 게 워낙 많아 움직임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례로 “일본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정체”를 들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행을 계기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진보가 차곡차곡 쌓여 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서구적 전통을 근대화의 목표로 급속하게 수입한 것과 다소간 뒤틀림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더라도 그 이전 사회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수용하는 것과의 차이라는 뜻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는 7광구의 전진기지/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열린세상] 제주 해군기지는 7광구의 전진기지/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지난 1968년 유엔 아시아극동 경제위원회는 중국과 일본이 해상영토 분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센카쿠열도에 아라비아해에 필적할 만큼 대량의 석유가 매장되어 있다고 발표하였다. 센카쿠열도뿐 아니라 동중국해 전역은 막대한 지하자원이 매장되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어도와 제7광구 역시 예외일 수 없다. 우리나라는 무역으로 생존하는 나라이고 그 무역의 90% 이상이 바다를 이용하기 때문에 해상교통로의 안정적 확보는 국가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도 남쪽의 바다는 국가 생존은 물론, 막대한 자원으로 인해 국가이익과도 직결되는 곳이다. 최근 외부운동가들이 제주도로 내려오면서 해군기지 반대운동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고, 급기야는 야5당뿐 아니라 야당의 유력한 대선주자까지 공개적인 반대운동을 하기에 이르렀다. 해군기지 반대자들의 주된 논리는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대(對)중국 미사일방어망(MD)과 미군기지로 이용될 것이라고 하는데, 이는 실로 무지의 소치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지도만 놓고 본다면 중국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제주도에서 1차 요격하고 일본, 하와이, 미국 본토 등에서 차례로 요격하면 될 것 같지만 이는 무기의 성능을 무시한 2차원적 이야기다. 탄도미사일은 최대 사거리의 약 20~30%를 최대 고도로 본다. 그렇다면 중국에서 미국 본토를 노리고 날아가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은 한반도 상공을 지날 때에는 이미 1000㎞ 이상의 고도가 된다. 이지스함에 장착할 수 있는 SM3 요격미사일의 사정 고도는 불과 150㎞에 불과하기 때문에 탄도미사일 근처도 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 MD론이 논파되자 반대론자들은 최근 일본 요코스카에 있는 미국 7함대 기지를 공격하기 위한 단거리 탄도미사일 1차 요격론을 주장하고 나섰는데, 이 또한 사실과 다르다.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라 하더라도 고도는 500㎞가량이나 되어 우리가 중간 요격할 수 없고, 명중 오차가 2~5㎞ 정도 되기 때문에 도쿄만(灣) 입구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강대국 중 하나인 일본의 수도에 미사일을 떨어뜨려 적으로 돌릴 위험부담을 안을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반대론자들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기지가 될 위험성을 지적하는데, 미군이 주둔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몇 배의 면적이 필요하다. 요코스카에는 9000명의 미군이 주둔하는데 면적이 무려 490만평에 이른다. 제주도 동쪽의 일본 사세보에도 200만평 정도의 대형 미군기지가 있다. 그런데 제주 해군기지의 면적은 14만 6000평에 불과하다. 이 면적에 그들이 주둔하는 데 필요한 각종 부대시설을 건설하고자 한다면 100명도 주둔하기 힘든 것이다. 이런 사실을 외면하고 감성적인 언어로 국민들을 현혹해서는 안 된다. 총사업비 9776억원 중 이미 토지보상, 어업권보상, 항만공사비 등으로 14% 정도인 1405억원이 집행된 제주기지 공사를 중단한다면 그 손실은 누가 보전해 주는가? 그 손실보다 더 큰 남방해역 자원 쟁탈에서 우리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해야 된다면 그 손해도 야5당이 보전해 주는가? 부산의 해군작전사령부에서 이어도까지 481㎞, 21시간을 가야 하는데 중국의 동해함대 기지에서는 14시간(327㎞), 일본 사세보 기지에서는 15시간(337㎞)이 걸린다. 그러나 제주에 해군기지가 들어서면 8시간(174㎞) 만에 이어도에 갈 수 있다. 7광구 또한 마찬가지가 된다. 중국은 해양영토 획득을 위해 베트남을 침공하여 무력으로 서사군도를 빼앗은 전례도 있고, 지금도 수많은 해양영토 분쟁을 하고 있으며,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일본 또한 7광구를 50년간 공동개발하기로 해놓고 고의로 미루고 있다. 이런 주변 강대국들과의 해양영토 취득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제주 해군기지는 필수적인 요소다. 군사력은 바로 외교력의 든든한 배경이 되는 수단이며 히든카드이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들은 반대론자들의 감언보다는 국가와 우리의 미래를 위하는 마음으로 제주 해군기지 공사를 조속히 재개하도록 하여야 한다.
  • ‘잘나가던’ 조선, 왜 일본에 역전당했을까?

     ‘일본, 한국병합을 말하다’(열린책들 펴냄)는 한국인이 아니라 일본 학자들이 “일본, 도대체 왜 이래?”라는 질문을 던지는 논문집이다. 지난해 한·일병합 100년을 맞아 병합조약의 불법성을 인정했던 일본의 진보적 학자들이 낸 19편의 글이 실렸다. 일본 잡지 ‘사상’(思想)에 ‘한국병합 100년을 묻다’를 주제로 발간한 특집호와 뒤이어 열린 심포지엄 내용을 정리한 단행본을 번역한 것이다.  가장 눈길을 끄는 논문은 미야지마 히로시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교수의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다른 아시아 국가와 달리 고리타분한 유교에 젖지 않아 우뚝 설 수 있었다는 ‘탈아론’(脫亞論) 자체를 겨냥한다. 미야지마 교수가 보기에 이는 거꾸로다. 유교에 젖지 않아 일본이 우뚝 설 수 있었던 게 아니라 유교 문화권이 아니어서 일본은 내내 주변부 외톨이로 지내야 했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통감으로서 추진한 사법개혁 작업을 한 예로 든다. 일본에 근대 민법과 상법을 도입한 법학자 우메 겐지로를 조선에 불러들였는데 그는 조선을 연구한 뒤 “소유권이라 할 수 있는 권리가 한국의 인민에게는 적어도 수백년 전부터 인정되어왔다는 점은 의심할 수 없다.”고 결론지었다.  쉽게 말해 우매한 조선에게 한 수 가르쳐주려 했더니, 조선은 이미 두세수 앞서 가고 있더라는 얘기다. 조선은 어떻게 근대적 소유권 제도를 수백년 전에 이미 확립했을까. 미야지마 교수는 “그게 바로 (일본이 끝내 거부한) 유교문명권의 특징”이라고 답한다.  1871~1873년 사이 메이지 정부가 단행한 일본의 근대 개혁 작업에 대해서도 미야지마 교수는 평가절하한다. 그때서야 일본에 도입된 호적·징병제도, 토지매매나 직업·이주의 자유, 군현제는 이미 조선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야지마 교수는 “일본이 추진했다는 근대적 개혁의 상당 부분은 조선에는 필요 없었다.”면서 “조선에 이미 있었고, 그 까닭은 유교모델을 수용한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근대화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가 있던 조선이 일본에게 역전당했는가. 미야지마 교수는 “서구와 일본에서 근대에 들어 비로소 실현됐던 상당 부분이 조선에 이미 실현되어 있었다는 조건” 그 자체가 걸림돌이었다고 본다.  즉, 이미 어느 정도 그런 제도가 뿌리 내리고 있다 보니 “근대적 변혁을 실시하기 위한 과제가 무엇인지 불명확해지고, 이로 인해 서구 문명 수용이 절실하게 인식되기 곤란해졌으며, 동시에 서구문명을 상대화하려는 움직임이 필연적으로 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서구문명을 접한 조선·일본 양국 지식인이 남긴 기록을 보면 일본은 ‘매료’가 분명히 드러나는 반면, 조선은 ‘비판적 수용’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봤다. 뒤집으면 워낙 밑천이 없었던 일본은 남의 것을 금세 주워 먹을 수 있었지만, 유교문명권 속에서 오랜 중앙집권적 관료제의 전통을 지닌 조선은 가진 게 워낙 많아 움직임이 굼뜰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미야지마 교수는 이 문제는 아직도 풀리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 사례로 “일본 민중운동과 시민운동의 정체”를 들었다. 한국은 1987년 민주화 이행을 계기로 사회제도적 차원에서의 진보가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서구적 전통을 근대화를 목표로 급속하게 수입한 것과 다소간 뒤틀림이 있고 전진과 후퇴가 있더라도 그 이전 사회역사적 경험을 토대로 수용하는 것과의 차이라는 뜻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정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총선 앞둔 정치권 ‘허용’법안 발의

    정부 “리모델링 수직증축 불허”… 총선 앞둔 정치권 ‘허용’법안 발의

    분당신도시 구미동의 소형 아파트(공급면적 49㎡)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여전히 리모델링 수직증축에 대한 기대를 접지 않고 있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과의 형평성과 안전성 등을 이유로 불허한다는 최종 입장을 내놨으나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이를 내버려둘 리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박씨는 “지난 총선 때 정치권에선 뉴타운이 화두였고 경합지역에선 당락을 갈랐다.”면서 “지금 국회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리모델링의)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해 놓고 있지 않으냐.”고 말했다. 정부가 아파트 리모델링의 수직증축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으나 시장은 동요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공이 정치권으로 넘어가면서 주민들의 관심은 온통 국회에 쏠려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아파트는 32개 단지, 1만 8577가구(부동산114 통계)에 달한다. 경기 분당, 평촌,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다수를 차지하는 가운데 서울 강남구와 강동구, 광진구 등에도 리모델링 추진단지가 몰려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준공된지 15년이 지나 리모델링이 가능한 수도권 아파트는 156만 5800여 가구로, 수도권 전체 아파트 406만 6800여 가구의 40%에 달하는 수치다. ●수도권 32개 단지·1만 8577가구 리모델링 앞둬 지난 재·보선 때 리모델링이 ‘핫이슈’가 됐던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판교 제외)의 경우 전체 14만 1700여 가구의 공동주택 가운데 90%가량이 리모델링 대상이다. 사정이 이러다 보니 정치권도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현재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개정안은 한나라당 백성운·고흥길 의원, 민주당 조정식·최규성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상태다. 수직증축과 일반분양 허용을 담고 있다. 배경에는 아파트 소유자들의 리모델링 사업비 부담이 작용한다. 박씨의 경우 1억원 가까운 리모델링 분담금을 물어야 한다. 그동안 수직증축이 허용되면 늘어난 가구수만큼 일반분양해 분담금을 30~40%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왔다. 박씨는 “현행 수평 증축으로는 면적이 10㎡가량만 늘어 시부모, 고등학생 자녀와 함께 살기가 여전히 벅차다.”고 말했다. 하지만 향후 정치권의 행보는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수직증축 허용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더라도 일반분양 허용 범위, 유사 재건축 규정, 안전진단 강화 등을 놓고 서로 의견이 엇갈려 내년 총선 전까지 개정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함 실장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로 이슈가 되면 그때쯤 관련 단지들의 집값도 (상승)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총선 전까지 개정 가능성 낮을 듯 현재 서울 강남과 분당 등의 대표적인 리모델링 추진 단지들도 정부 발표 뒤 집값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건축심의를 받는 서울 개포동 대청아파트는 70㎡(공급면적)형이 4억 9000만~5억 4000만원으로 지난 한 주간 집값 변동이 거의 없었다. G공인 관계자는 “집값 하락의 징후는 없고 언젠가는 수직증축이 허용될 것이란 기대감은 여전하다.”고 전했다. 추진위가 구성된 경기 분당의 하얀마을주공5단지도 49~54㎡(공급면적)형의 집값이 1억 8000만~1억 9000만원으로 그대로다. 김규정 부동산114 본부장은 “정부의 입장이 확고했고 재건축으로 전환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 당장 실망매물이 쏟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연구소장은 “침체된 시장에서 호재가 될 뻔했는데 안 된 것일 뿐”이라며 “앞으로도 (작은) 악재는 되지만 시장을 크게 위축시킬 정도는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재테크에 초점이 맞춰진 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대상 주택에는 대부분 집주인이 거주해 악재가 있더라도 (집값) 하락 압력은 크지 않다.”면서 “현행법으로도 30%가량 리모델링 주택의 수평증축이 가능해 33~66㎡의 수도권 아파트와 서울 강남의 100㎡ 이하 아파트 리모델링은 어느 정도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서울 강남의 12층 안팎 중층 재건축 단지는 저층단지와 달리 재건축을 빠르게 진행하기 어려워 리모델링이 대안으로 떠오른 상태였다.”며 “(이번 결정이) 집값에 미치는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우면산 산사태 계곡 상류서 시작… 생태공원 관련없다”

    “우면산 산사태 계곡 상류서 시작… 생태공원 관련없다”

    “생태공원이 이번 우면산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공원 저수지가 제 기능을 못한 것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10여명의 사상자와 상당한 규모의 재산 피해를 낸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원인을 놓고 일부에서는 우면산 중턱에 들어선 자연생태공원의 탓으로 지적했다. ‘형촌마을’을 뒤덮은 토사가 뒤쪽 생태공원 방향에서부터 흘러내렸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7일 관련 전문가들과 현장을 둘러보며 생태공원이 꼭 산사태의 원인은 아니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현장에는 정창삼 인덕대 토목환경설계공학과 교수와 이경율 환경실천연합회 회장이 동행했다. 우면산 마을길은 어느정도 산사태와 수해 피해가 정리된 상황이다. 하지만 산속 생태공원은 입구부터 여전히 뻘밭 그래로였다. 입구 왼쪽으로 길게 난 산사태 흔적을 가리키면서 이 회장이 입을 열었다. “본래부터 우면산은 돌 위에 흙이 덮인 산이다. 그런데 비가 많이 올 때 흙을 붙잡아줄 뿌리를 가진 수종(樹種)이 없다. 지금껏 이런 일(시간당 100㎜대 기습폭우)이 없었으니까 당국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산사태 피해 원인으로 지목됐던 저수지(연못)도 폐허이긴 마찬가지였다. ‘두꺼비 천국’이어서 어린이들의 자연생태 학습장으로 사랑받던 곳이지만 주변 시설물까지 모두 무너져 형태를 짐작할 수 없을 정도였다. 줄줄 흘러내린 토사와 뿌리가 뽑힌 나무 등이 어지럽게 널린 현장을 찬찬히 살펴본 정 교수는 “생태공원과 산사태는 별개의 문제”라고 확고한 결론을 지었다. 이에 이 회장 역시 고개를 끄덕였는데, 지형이 깎이고 토사가 흘러내린 흔적이 계곡 상류에서부터 이미 시작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정 교수는 “단시간에 많은 비가 내려 계곡으로 흘러드는 물이 많아지고 이것이 아래로 내려올수록 위력이 커지면서 주변 지형을 깎아내렸다.”며 계곡변에 뿌리를 드러낸 채 서 있는 나무들을 가리켰다. 이 회장은 “굴러 내려가는 눈덩이가 계속 불어나는 모양새”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는 이 방향 산사태는 군 부대와도 무관할 것이라 봤다. 지형이 무너진 흔적이 부대 경계보다는 아래쪽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앞서 서울시·서초구·전문가들로 이뤄진 조사단은 중간발표를 통해 산사태 3개 방향 중 한 곳은 군부대 빗물 모으는 시설에서 시작돼 원인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국방부와 합동조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 교수와 이 회장은 공원의 저수지가 제 역할을 못했다는 데도 의견을 모았다. 정 교수는 “ 모양만 저수지일 뿐 제방 기준에 맞춰 제작된 것이 아니라서 제 기능을 못한 것”이라고 했다. 하천 분류 기준으로 볼 때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는 소하천인 ‘연못’이지 치수 기능을 갖춘 저수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정 교수는 “이는 토목이 아니라 조경의 결과물”이라고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 회장은 관리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이 회장은 “흘러내린 물이 저수지에 모였다가 한꺼번에 터지면서 결과적으로 이번 피해가 커진 것”이라면서 “폭우 때 저수지의 작은 수문만 열어두었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텐데….”라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 ‘자동수위조절시스템’을 해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여기에 정 교수도 동의했다. 그는 “민선 지방자치단체장 시대를 맞아 유권자들의 눈이 갈수록 높아지고, 요구도 많아져 공원이 곳곳에 설치되긴 하지만, 가장 우선으로 삼아야 할 것은 안전을 확보한 뒤 포장을 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실속 있는 대책 마련을 강조했다. 그렇다면 다른 생태공원들이 이 같은 재해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정 교수가 내놓은 해답은 이렇다. 계곡과 연결된 연못이 있다면 우선 물길 안전진단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 계곡물이 처리하기 힘들 정도로 불어나는 걸 막기 위해 중간에 사방(砂防) 댐을 만들되, 그 모양보다 안전부터 따져 시설물을 설치할 것 등을 제시했다. 덧붙여 이 회장은 “뿌리가 얕은 활엽수 대신 침엽수로 수종을 보완·교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환경실천연합은 ‘1인 1나무 갖기 운동’도 추진할 예정이다. 예산에 대한 지적도 빠뜨리지 않았다. 정 교수는 “국가예산 중 예비비는 사실상 매년도 방재비용으로 쓰여 왔다.”며 “이를 차라리 방재 예산으로 공식화하면 지속적인 재해 예방에 크게 도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회장 또한 “방재는 규모가 크고 당장 눈에 띄지 않아 지자체장이 예산을 쏟아넣는 데는 무리가 따르는 게 사실”이라고 동의했다. 한편 지난달 27일 발생한 산사태로 아래쪽에 자리한 형촌마을에서는 120가구 가운데 60가구가 고립되고, 사망자 1명을 포함 1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글 사진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프로야구] 황재균 짜릿한 만루포 ‘쾅’

    LG와 롯데가 승차 없는 ‘4강 전쟁’을 이어갔다. LG는 선발 박현준의 호투로, 롯데는 황재균의 천금 같은 만루포로 승리를 합창했다. LG 박현준은 2일 문학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SK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과 3분의2이닝 동안 4안타 2볼넷 2실점(1자책)으로 막았다. 박현준은 시즌 11승째를 기록, 다승 단독 2위로 뛰어오르며 선두 윤석민(KIA)에게 2승차로 다가섰다. 박현준은 사이드암이면서도 최고 시속 147㎞의 빠른 직구를 주무기로 친정팀 SK의 강타선을 요리했다. LG는 박현준의 호투와 이병규(9번)의 2점포를 앞세워 5-4로 이겼다. LG는 롯데와 같은 승률(.506)로 여전히 공동 4위를 이뤘다. 이병규는 3-1로 앞선 7회 2점포를 쏘아올려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LG로 이적해 8회 첫 구원등판한 송신영은 1과 3분의1이닝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봉쇄, 팀의 기대에 부응했다. SK 안치용은 7회 3점포를 폭발시켜 최근 6경기, 6홈런의 무서운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팀의 패배로 빛을 잃었다. 한편 LG 톱 타자 이대형은 1회 초 첫 타석에서 ‘번트 2루타’라는 진기록을 연출했다. 이대형은 글로버의 2구째 공을 3루 쪽으로 번트를 댔다. SK 3루수 최정이 번트에 대비해 전진 수비를 하고 있었지만 공은 최정의 왼쪽을 빠르게 지나쳐 외야 잔디까지 굴러가서야 멈췄다. 유격수 박진만이 2루로 재빠르게 던졌지만 이대형의 발이 빨랐다. 번트로 유격수 앞 2루타. 롯데는 대전에서 황재균의 극적인 만루포로 한화를 9-3으로 꺾었다. 이로써 롯데는 시즌 처음으로 파죽의 5연승을 내달렸다. 롯데는 3-3으로 팽팽히 맞선 8회 무사 만루에서 황재균이 상대 바티스타의 154㎞짜리 2구째 직구를 통타,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짜릿한 만루포를 뿜어내 순식간에 승부를 갈랐다. 삼성은 대구에서 새 외국인 투수 덕 매티스의 역투에 힘입어 넥센을 5-3으로 눌렀다. 삼성은 반 경기차로 KIA에 앞서 선두를 굳게 지켰다. 타자 가코를 대신해 이날 국내 무대에 첫선을 보인 매티스는 6이닝 동안 7안타 3볼넷을 내줬지만 무실점으로 버텨내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9회 등판한 오승환은 3타자를 가볍게 제압, 1994년 정명원(태평양)이 세운 최소경기(37경기) 30세이브와 타이를 이뤘다. KIA는 잠실에서 장단 15안타를 퍼부으며 두산을 8-3으로 잡았다. 4강 꿈을 접지 않은 두산은 최근 4연패에 빠졌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4년뒤 총자산 300조” 企銀 창립 50주년 중장기전략

    “4년뒤 총자산 300조” 企銀 창립 50주년 중장기전략

    “2015년까지 인수·합병(M&A) 없이 100만 기업 고객, 300조원의 총자산을 달성하겠습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이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서울 을지로 본점에서 열린 창립기념식에서 2015년까지 중장기 전략을 제시했다. 조 행장은 “50년 전 작은 나무로 시작한 기업은행이 대한민국 경제의 한 축을 책임지는 뿌리 깊은 기념 거목으로 성장한 것은 1만 1000여 임직원의 피땀 어린 노력 덕분”이라면서 “삼국지에 나오는 ‘봉산개도(逢山開道) 우수가교(遇水架橋)’라는 말처럼 산을 만나면 길을 만들고 물을 만나면 다리를 놓는 자세로 함께 난관을 극복하고 뚜벅뚜벅 전진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는 “여러 차례 위기 속에서 기업은행은 경기가 나쁠 때에도 중소기업 대출을 이어가며 ‘비 올 때 우산을 뺏지 않는 은행’으로 자리매김했다.”면서 “1961년 창립 이후 총자산이 29억원에서 183조원으로, 직원 수 935명에서 1만 1000여명 규모로 성장해 4대 시중은행으로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고 자평했다. 최근 특성화고 출신 공채를 은행권에서 가장 먼저 실시, 고졸 채용 바람을 불러일으킨 데 대해서는 “기업은행에서는 누구든 앞만 보고 묵묵히,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은행장까지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중부 또 폭우] 고속·국도 터널 160곳 긴급 안전진단

    최근 중부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피해가 커지면서 정부가 고속도로와 국도 등 전국 주요도로에 있는 160개 터널에 대한 긴급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또 강우에 따른 도로나 도로 옆 비탈면 등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대응체계도 10분 단위에서 분 단위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국토해양부는 이번 집중 호우로 도로변 절개지가 무너지거나 도로가 유실되는 등의 피해가 발생함에 따라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상의 터널 가운데 최근 3년 내 준공된 160곳에 대한 긴급 안전진단에 착수했다고 31일 밝혔다. 이 가운데 고속도로 터널 128곳은 한국도로공사가, 국도 터널 32곳은 국토부 지방청이 맡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점검은 최근 준공돼 아직 지반이 안정되지 않은 터널을 중심으로, 터널 내부는 물론 입구 등의 비탈면 등에 대해 이뤄진다.”면서 “문제점이 드러날 경우 즉각 보강작업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점검과는 별개로 집중 호우에 대한 대응기준도 강화된다. 현재는 10분 단위 강우량을 기준(강우강도)으로 도로를 설계하거나 수해방지 대책을 수립했으나 이를 분 단위로 세분화하고, 이에 맞게 배수로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는 중부권 집중호우로 서울~춘천 고속도로 3곳 등 모두 18곳에서 산사태나 침수피해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는 또 1일부터 3일까지 사흘 동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29명과 시설공단 직원 19명 등 48명을 동원, 수해 발생 및 재해 우려 지역에 대한 합동안전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는 도시 방재기능 강화를 위해 이달부터 내년 7월까지 1년 기한의 연구용역을 국토연구원에 발주할 계획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남산·인왕산 자락 등 412곳 ‘시한 폭탄’

    남산·인왕산 자락 등 412곳 ‘시한 폭탄’

    수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한 서울 서초동 우면산 산사태 이후 산자락 노후건물에 사는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안전진단 최하등급인 D·E등급 건물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하루빨리 재건축 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D·E등급을 받은 시내 재난위험시설은 모두 412곳으로 이 가운데 붕괴 위험으로 철거가 시급한 E등급이 22곳, 주요 부재 결함으로 긴급 보수·보강이 필요한 D등급이 390곳이다. 지난해 D·E 등급은 281곳이었으나 올해부터 사고 위험성이 높은 대형 공사장을 포함시키면서 크게 늘었다. 공사장을 제외한 D등급 건축물은 176곳으로 지난해보다 다소 줄었다. 서울 중구 남산 자락 아래에 있는 회현 제2시민아파트는 2004년 재난위험시설 D등급으로 지정됐지만 200여 가구 주민들이 지금까지 노후 건물에서 살고 있다. ‘특별분양권을 달라’는 주민들과 ‘특별공급을 할 수 없다’는 서울시가 맞서면서 보상이 수년째 난항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건물이 워낙 오래돼 비가 쏟아지면 빗물이 새고 있지만 기약 없는 보상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제1시민아파트는 서울시에서 매입하면서 특별분양권을 줘 이주를 시켰지만, 2008년부터 이 제도가 폐지되면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면서 “시에서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현동 외에도 중구에는 필동, 명동 등 남산과 맞닿아 있는 곳에 노후 건물들이 많이 있지만 고도제한 지구와 맞물려 재건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구 관계자는 “남산일대 111만 5000㎡가 최고고도지구로 지정돼 있어 주민들이 오래된 건물에 살면서도 재건축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시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구에서는 회현동과 신당2동 주택 2채와 약수시장 등 3곳이 D등급을 받았으며, E등급을 받은 회현동 본동시장은 2012년까지 철거할 예정이다. 안산과 백련산 자락을 끼고 있는 홍은동, 홍제동, 북아현동 등은 대부분 재개발·재건축을 추진하는 곳들이다. 낡고 오래된 집들이 워낙 많은 ‘달동네’여서 폭우에 언제 피해를 입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인왕산과 개발제한구역으로 오랫동안 묶여 있는 홍제동 개미마을도 폭우 때마다 주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홀몸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으로 알려진 이곳엔 216가구 46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29일 오전 8시 20분쯤에는 서대문구 북아현동 1층짜리 가건물의 담과 축대가 무너지면서 이 집에 사는 김모(54)씨가 숨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난위험시설의 경우 D등급은 월1회, E등급은 월2회 안전점검을 하고 있으며, 위험 상태에 따라 퇴거 등 강제 조치를 하고 있다.”면서 “재건축이나 이주 문제 등은 보상 등의 문제와 맞물려 있어 단기간 해결이 쉽지 않지만 노후 건물에 사는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조현석·강동삼·강병철기자 hyun68@seoul.co.kr
  • 스텔스기 F-22 독성물질에 조종사 추락사

    스텔스기 F-22 독성물질에 조종사 추락사

    강력한 스텔스 기능으로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의 조종석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비행금지 조치를 당한 F-22 기종에 대한 조사 결과, 기계 장치가 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쓰이는 폴리알파올리펜(PAO)의 잔여물과 엔진 배기가스 등 유해물질이 조종석으로 여러 차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F-22 비행 중 조종사가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세를 겪은 것으로 보고됐고, 조종사들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일부 조종사의 경우 무전 주파수를 바꾸는 방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다가 활주로 주변 나무에 기체가 긁혔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은 “이 물질들은 F-22에 장착된 ‘산소발생장치’(OBOGS)를 통해 조종사의 혈액 속에 들어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하지만 어떻게 섞여 들어갔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OBOGS는 산소가 희박한 고공을 비행할 때 조종사가 정상적으로 호흡하게 도와주는 장비로 F-22를 비롯해 우리나라 공군도 보유한 F-15나 F-16 등 현대 전투기에는 모두 장착돼 있다. 미 공군은 지난해 11월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F-22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OBOGS의 오작동 가능성을 찾아내 지난 5월부터 F-22에 대한 비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따라 미 공군이 보유한 180여대의 F-22 가운데 점검을 위해 일부를 뺀 나머지가 석 달째 발이 묶여있다.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에도 전진배치된 F-22는 유사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군 전력이라는 점에서 비행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최영진기자 zerojin2@seoul.co.kr
  • 김계관 “6자회담 통해 비핵화로 전진”

    김계관 “6자회담 통해 비핵화로 전진”

    북·미접촉을 위해 2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적극적인 대화 의지를 피력했다. 김 부상은 뉴욕 JFK공항 입국장에서 이번 북·미접촉의 목표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고 6자회담을 통해 비핵화로 전진해 나가는 것”이라고 답했다. 6자회담 재개 의지는 물론 비핵화와 남한에 대한 도발 중단 등에 대해 논의할 여지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 부상은 ‘6자회담 재개를 낙관하는가.’라는 질문에 “낙관한다.”고 답했고, ‘북·미관계 개선도 낙관하나.’라는 물음에는 “세상 모든 나라들이 서로 화해하고 살아가야 할 때니까 그 방향에서 낙관한다.”고 했다. 그는 미리 말할 내용을 준비하고 나온 듯 취재진에 “한 말씀 해도 되나.”라고 물은 뒤 “나는 이번에 미 국무부의 초청에 의해 쌍무관계와 현안문제들, 또 6자회담 문제 등 관심사들을 논의하러 왔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이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핵사찰 수용과 핵개발 모라토리엄을 수용할 의사가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그런 얘기는 (북·미접촉이) 끝난 다음에 하자.”라고 했다. 민감한 내용에 대한 즉답을 피한 것이긴 하지만, 적극적으로 부정을 하지 않은 것은 타협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또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를 만나느냐.’는 질문에 “(나를) 만나자고 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라고 답했고, ‘워싱턴DC를 방문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사람들(미국)이 계획하는 대로 하는 것”이라고 말해 미국 쪽에 협상의 형식이나 의제를 맞춰줄 의사가 있음을 드러냈다. 이날 분위기를 요약하면, ‘일이 되는 쪽’으로 협상을 해보고 싶은 표정이 역력했다. 따라서 28일 보즈워스 대표와의 회담에서는 상당히 깊숙한 부분까지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론이 어떻게 나든 다룰 문제는 다 다룰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특히 김 부상은 ‘언제까지 체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확답을 피해, 회담 추이에 따라서는 미국에 비교적 오래 머물면서 미국과의 다단계 협상을 갖는 수준까지 기대하는 기색을 보였다. 김 부상을 수행한 북한 대표단에는 리근 외무성 미국국 국장은 물론 북한 측 6자회담 차석대표를 맡고 있는 최선희 부국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공항 입국 현장에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뉴욕 김상연특파원 carlos@seoul.co.kr
  • [오늘의 눈] 씁쓸한 김계관 취재전쟁/김상연 워싱턴특파원

    [오늘의 눈] 씁쓸한 김계관 취재전쟁/김상연 워싱턴특파원

    기자로 밥을 먹으면서 숱한 취재 현장을 누볐지만 이토록 격렬하게 몸싸움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지난 26일 오후 3시 30분쯤(현지시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나타날 때까지 미국 뉴욕의 JFK공항 입국장은 지극히 평온했다. 북·미 접촉을 위해 4년 4개월 만에 방미하는 김 부상을 기다리는 취재진은 한국 특파원과 일본 기자 등 20여명 정도밖에 안 돼 보였다. ‘그 흔한’ 방송 카메라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김 부상이 등장한 순간 어디에 잠복해 있었는지 모를 수많은 기자들이 굶주린 사자 떼처럼 일제히 김 부상한테 달려들었다. 가족을 마중 나온 양 딴청을 피우던 시민들이 알고 보니 외신 기자들이었고,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수많은 방송 카메라들이 ‘다연발로켓포’처럼 김 부상의 얼굴을 정조준했다. 김 부상은 취재진에 익사할 듯 “이렇게 하면 내가 말을 못 하잖아.”라며 휘청거렸고 공항 보안요원은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취재진의 성난 질문 공세를 멈출 도리는 없었다. 100여명의 기자가 엉키다 보니 김 부상이 전진할 때 뒷걸음질치면서 엉덩방아를 찧거나 카메라에 머리를 부딪히는 사람도 있었다. 난생 처음 목도하는 광경에 놀란 미국인들이 “세상에!”(Oh My God)라고 내뱉는 탄성이 그 와중에 들렸지만, 기자들은 마치 이 순간을 놓치면 인생이 영원히 끝날 것처럼 필사적으로 김 부상에게 매달렸다. 보다 못한 신선호 주유엔 북한 대사가 거의 폭력 수준으로 거칠게 취재진을 밀어제쳤고, 몇몇 기자들이 나가떨어졌다. 그래도 취재진은 김 부상이 차에 오르는 최후의 순간까지 질문을 퍼부었다. 김 부상을 보내고 가쁜 숨을 정돈하고 난 뒤 갑자기 자괴감 같은 것이 엄습했다. 왜 우리는 서울도 아니고 평양도 아닌 남의 나라에서 몸싸움을 해야 할까. 이런 상념을 하다 가슴팍이 허전한 느낌에 내려다보니 셔츠 단추 하나가 떨어져 나가고 없었다. carlos@seoul.co.kr
  • F-22 조종사, 정신 몽롱해지는 미스터리…

    F-22 조종사, 정신 몽롱해지는 미스터리…

    강력한 스텔스 기능으로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리는 F-22 랩터의 조종석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미국의 군사전문지 디펜스뉴스는 비행금지 조치를 당한 F-22 기종에 대한 조사 결과, 기계 장치가 어는 것을 방지하는 데 쓰이는 폴리알파올리펜(PAO)의 잔여물과 엔진 배기가스 등 유해물질이 조종석으로 여러 차례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군 소식통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디펜스뉴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모두 14차례에 걸쳐 F-22 비행 중 조종사가 정신이 몽롱해지거나 호흡이 곤란해지는 증세를 겪은 것으로 보고됐고, 조종사들의 혈액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 유해 물질이 검출됐다. 특히 일부 조종사의 경우 무전 주파수를 바꾸는 방법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다가 활주로 주변 나무에 기체가 긁혔는데도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 소식통은 “이 물질들은 F-22에 장착된 ‘산소발생장치’(OBOGS)를 통해 조종사의 혈액 속에 들어가 사고를 일으킨 것”이라면서 “하지만 어떻게 섞여 들어갔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OBOGS는 산소가 희박한 고공을 비행할 때 조종사가 정상적으로 호흡하게 도와주는 장비로 F-22를 비롯해 우리나라 공군도 보유한 F-15나 F-16 등 현대 전투기에는 모두 장착돼 있다. 미 공군은 지난해 11월 알래스카에서 발생한 F-22 추락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던 중 OBOGS의 오작동 가능성을 찾아내 지난 5월부터 F-22에 대한 비행금지 명령을 내렸다. 이 조치에 따라 미 공군이 보유한 180여대의 F-22 가운데 점검을 위해 일부를 뺀 나머지가 석 달째 발이 묶여있다. 일본 오키나와 주일미군 기지에도 전진배치된 F-22는 유사시 한반도에 가장 먼저 투입되는 미군 전력이라는 점에서 비행 금지가 장기화될 경우 심각한 전력 공백이 우려된다. 최영진기자 zerojin2@seoul.co.kr
  • 광주 현대사 상징 전일빌딩 헐린다

    5·18민주화운동 등 광주 현대사의 부침을 함께한 전일빌딩이 헐릴 것으로 보인다. 광주도시공사는 전일빌딩에 대한 3차 경매에서 138억 1000여만원에 낙찰받았다고 25일 밝혔다. 지하 2층, 지상 10층, 넓이 1만 4000여㎡인 전체 건물 가운데 경매 대상은 6개 층과 부지 등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도시공사 관계자는 “한달 안에 잔금을 내고 구조 안전진단을 받은 뒤 앞으로 활용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며 “문화투자진흥지구인 점을 감안하면 관련 콘텐츠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주시는 민자 유치를 통해 40층 규모의 특급 호텔을 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광주시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추진단 등은 인근에 들어설 아시아 문화전당과의 연계성 등을 고려해 이 건물을 철거하고, 문화전당 외곽 주차장과 문화 시설·업체가 들어서는 7~8층 규모의 건물을 신축하기로 했다. 신축 건물은 독일 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 자립형 주차장인 ‘손넨쉬프’(태양으로 가는 배)를 모델로,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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