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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약계층 환경고민 해결사 ‘에코벨’ 울린다

    취약계층 환경고민 해결사 ‘에코벨’ 울린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헌법(환경권)에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생활환경에 노출돼 환경성 질환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은 생활주변 환경 문제에 대한 불편·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에코벨(Eco-Bell)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에코벨은 취약계층의 생활 환경과 관련된 고민거리를 접수해 발생 원인과 피해 정도를 조사하고 컨설팅, 교육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전국 16개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함께 환경 문제에 대해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사전 예방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다. 에코벨을 통해 해결한 고충 사례와 제도 이용 방법을 소개한다. 올해 5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한 에코벨에는 다양한 환경 고민거리들이 접수되고 있다. 과학원은 에코벨에 제기된 민원처리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전담팀 10명을 전진 배치했다. 제기된 민원 가운데는 민감·취약 계층인 노인과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의 열악한 시설과 가축사육 시설의 악취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내용이 가장 많다. 접수된 고민 해결을 위해 해당 전문가를 현장에 파견, 정밀 조사와 함께 컨설팅까지 해주고 있어 민원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설이 노후돼 환경개선 불만을 제기한 복지시설에 대해서는 유해물질 측정 등 기초 조사를 거친 뒤, 환기구 마련 등 개선을 통해 쾌적한 공간으로 바꾸어 놓았다. 에코벨 박정민 연구관(팀장)은 “축사시설 악취로 고통을 호소한 충북 음성군 삼성면 농촌마을 주민들이 제기한 민원을 처리할 때 애를 먹었다.”고 토로했다. 이 지역은 대규모로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와 폐기물 처리시설이 밀집돼 있어 끊임없이 민원이 제기돼 왔던 곳이기 때문이다. 여러 차례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벌이는 과정에서 오염 배출 농장주와 주민들 간 불화도 있었다고 귀띔했다. 결국 관련 시설들이 너무 낙후돼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관할 지자체에 수시 관리·감독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에코벨에 고민 해결을 의뢰했던 지역 주민은 “몇 년을 호소해도 누구하나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환경과학원이 직접 나서서 주민들의 고충을 들어주고 군청에 문제점을 얘기해준 것에 감사하다.”면서 “그동안 과학원이 무엇을 하는 곳인지 몰랐는데 기관에 대해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는 법에 대한 불만 사례도 접수해 세부 시행령을 개정하는 성과도 올렸다. 불만 사례로는 가정용 난로나 보일러, 열병합발전소의 연료로 많이 사용되는 목재 펠릿의 경우 현행 ‘대기환경보전법’에 사용시설에 대한 정확한 연료 분류가 없어 업체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민원이었다. 따라서 먼지나 질소산화물의 배출량 산정시 일반 목재로 분류돼 펠릿을 가공하는 소규모 업체들은 오염물질 배출을 많이 하는 것으로 오해를 받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과학원은 세 차례에 걸쳐 현장 조사를 벌인 뒤 배출량 측정 후 배출계수에 대한 고시(환경과학원 고시 제2012-10호)를 개정했다. 에코벨에서 수행하는 업무는 다양하다. 먼저 취약·민감 계층을 대상으로 실내공기질 측정과 시설 개선 컨설팅을 해 준다. 대상은 소규모(연면적 430㎡ 이하) 보육시설·양로원·고아원 등이다. 주택의 실내공기질(라돈)에 대해서도 정밀 진단을 해 준다. 30명 이상이 소속된 단체에서 원할 경우 방문 교육도 해 준다. 저주파 소음, 동물 소음, 실내 진동 등에 대한 측정과 컨설팅 서비스도 제공한다. 또한 법적 관리대상이 아닌 악취 배출시설 주변에 대한 정밀조사도 벌인다. 이 밖에 현장 조사나 진단이 필요한 경우 언제든 전문가들이 현장에 출동해 정밀 진단과 함께 대안도 제시해 준다. 에코벨 제도를 이용하려면 전화나 국립환경과학원 홈페이지에 들어가 에코벨 코너에 환경과 관련된 고민거리를 접수시키면 된다. 접수된 민원은 담당과에서 내용을 검토한 후 민원을 제출한 당사자와 상담을 진행한다. 이후 현장 조사를 통해 시료를 채취하고 오염 원인 파악에 나서게 된다. 1~2주간 시료 분석 과정을 거쳐 관련 자료를 송부해 준다. 단순히 분석 결과만 통보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결과에 대한 만족 여부를 확인한 후 서비스를 종료한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게으르다고 해서 패배자는 아니다

    우화 ‘개미와 베짱이’의 업그레이드 버전이다. 얼개는 비슷하다. 개미는 열심히 일하고, 베짱이는 여전이 논다. 그러다 베짱이가 돈 많은 개미에게 값싼 이자로 돈을 빌려 집도 사고, 땅도 샀다. 마침 부동산 값이 폭등했고, 부자가 된 베짱이는 추운 겨울을 따뜻한 남쪽나라에서 보냈다. 반면, 여름내 일만 했던 개미는 허리디스크에 걸려 고생한다는 줄거리다. 새 버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게으름에 대한 인식 변화다. 아침형 인간으로 태어나 죽도록 일만 하기보다는, 좀 더 창조적인 삶을 살기 위해 적절한 수준의 게으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게으름은 왜 죄가 되었나’(이옥순 지음, 서해문집 펴냄)가 담고 있는 내용 또한 게으름에 대한 우리 사회의 편견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사실 근면을 강조하는 우리 사회에서 게으름은 일종의 죄였다. 그런데 시간을 쪼개 일하지 않는다고 무턱대고 게으르다며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까. 게으름을 죄악시하는 이면에 불편한 이데올로기가 숨겨져 있는 건 아닐까. 저자는 지역과 시대, 종교에 따라 게으름에 대한 인식이 천차만별이라고 본다. 제국주의와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서양에서는 부지런함이 미덕으로 평가받지만 피지배의 아픔을 겪은 아프리카와 인도에서는 적절한 여유를 즐기며 사는 게 오히려 삶을 풍족하게 만들어준다고 여겼다. 종교도 마찬가지다. 기독교에서는 근면이 칭송받지만 힌두교나 불교에서는 일견 나태해 보이는 행동을 통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 가르친다는 것이다. 게으름이 죄악으로 치부되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일까. 저자는 “미국의 문화제국주의적 영향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죽도록 일하지 않는 사람을 게으름뱅이라고 낙인 찍는 분위기가 세상을 지배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청교도 정신으로 무장한 유럽인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면서 게으름을 경멸의 대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대한제국 시기, “조선인의 90%가 일을 안 하고 빈둥거리고 있다.”고 지적한 독립신문 사설에서 보듯 근면을 강조하는 논조가 주를 이뤘다. 본격적인 산업화에 나선 1965년 대한민국의 구호는 ‘일하는 해’였고, 이듬해는 ‘더 일하는 해, 그 다음 해는 ‘전진의 해’였다. 문민정부가 들어선 1994년에도 ‘올해는 일하는 해’였다. 현대사회에서도 게으른 사람은 곧 ‘패배자’로 낙인 찍힌다. 게으름의 장점은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 저자는 “게으름이 세상의 모든 비난을 다 받고 노동과 근면이 칭찬을 독점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인간과 삶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없는 바쁜 사람들이 되레 문제를 야기하게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1만 19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5일 TV 하이라이트]

    ●환경스페셜(KBS1 밤 12시 35분) 20세기 가장 위대한 발명품, 플라스틱. 하지만 지금 바다는 버려진 플라스틱으로 뒤덮이고 있다. 프로그램에서는 6000㎞를 항해하는 동안 눈으로 확인되는 플라스틱으로 오염된 바다의 모습을 관찰한다. 또한 그것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배 위에서 위태롭게 생활하는 30일간의 기록을 직접 동행하며 생생하게 전달한다. ●수목드라마 각시탈(KBS2 밤 9시 55분) 기무라 타로를 일격에 쓰러트린 각시탈(주원). 순간 뛰어 들어온 슌지의 눈에 피를 흘리며 쓰러진 아비의 모습이 보인다. 그렇게 원한에 사무쳐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두 맹수의 치열한 싸움이 이어지는데…. 한편 동진의 요새에서는 만세무장봉기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계획들이 진행된다. ●아랑사또전(MBC 밤 9시 55분) 은오(이준기)는 자신의 어머니의 비녀를 발견한 서낭당 주변에 붙여져 있는 부적을 찾아 수색한다. 그렇게 숨겨져 있는 부적들을 발견해 떼내는 은오. 절벽 쪽 나뭇가지 끝의 마지막 부적을 발견한 은오는 절벽 쪽으로 몸을 내민다. 한편 옥황상제는 무영을 골묘로 내려보내 남아 있는 흔적을 찾아보라 지시한다. ●아침연속극 너라서 좋아(SBS 오전 8시 30분) 마도요(조희봉)는 태양(전진서)이에게 간식을 챙겨주다가 우연히 이혼합의서를 발견한다. 그는 지환(이재황)에게 가서 이유를 묻지만, 지환은 당분간 모른 척 해달라며 부탁한다. 한편 애랑(유지인)은 한 대표를 찾아보지만 연락이 되지 않고, 집에 들어와 보니 깡패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극한직업(EBS 밤 10시 50분) 충남 서천 마량포구에는 8월 중순부터 전어잡이 조업으로 분주하다. 첫 출항을 준비하는 선장과 선원들은 만선을 기원하는 마음을 품고 바다로 나선다. 전어는 고대 중국의 화폐 모양과 닮아 돈 전(錢)자를 사용하여 붙여졌다는 생선이다. 가을철 국민의 사랑을 받는 전어를 잡기 위해 밤낮없이 바다와 맞서는 전어잡이 사람들의 일상을 엿본다. ●미스터리 세계를 가다(OBS 밤 10시) 1865년 4월 15일 암살당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 에이브러햄 링컨의 성품을 이해하기 어렵게 만드는 전설이 창조된다. 프로그램에서는 그의 심오한 역사적, 심리적, 의학적 분석을 통해 그의 성격을 알아낸다. 또한 평범한 시골 농부였던 그의 삶이 대통령이 된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밝혀낸다.
  • ‘태풍 길목’ 가거도 100년 견딜 방파제 건설

    ‘태풍 길목’ 가거도 100년 견딜 방파제 건설

    태풍 때마다 파손과 복구가 되풀이되고 있는 국토 최서남단의 전남 신안군 흑산면 가거도 방파제가 ‘100년 주기 태풍’에도 견딜 수 있는 ‘슈퍼 방파제’로 새롭게 건설된다. 3일 농림수산식품부 서해어업관리단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2500여억원을 들여 기존 64t짜리 테트라포드(네발 콘크리트 구조물) 대신 1만t짜리 대형 케이슨(사각형 콘크리트 구조물) 10여개를 설치하는 내용의 복구 계획을 마련했다. 항구 바깥쪽엔 100t짜리 ‘시록’을 쌓아 파도를 막는다. 늦어도 올 연말 착공한다. 공사가 끝나면 현재 50년 빈도의 파고(8.3m)로 설계된 기존 방파제가 100년에 한 번 닥쳐올 만한 재해에도 끄떡없는 12m로 높아진다. 가거도는 태풍의 길목에 위치해 매년 크고 작은 피해를 거듭해 왔다. 이 방파제는 최근 태풍 ‘볼라벤’으로 또다시 100m가 유실되고 30여m가 균열됐다. 이번 태풍 때 10m 이상 높이의 대형 파도로 64t짜리 테트라포드 800여개가 유실되면서 항구에 설치된 소형 선박 인양기가 파손되고, 해안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해야 했다. 지난해 8월 태풍 ‘무이파’가 불어닥쳤을 때도 방파제 220m가 유실돼 가옥 등이 침수 피해를 입는 등 200여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태풍 소식이 들리면 극도의 불안에 휩싸이기 일쑤다. 정석규(54) 가거1구 어촌계장은 “지난 30여년 동안 방파제 붕괴가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면서 ‘태풍과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며 “이번 항구 복구계획이 차질 없이 추진돼 주민들이 불안에서 벗어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지난 2일 가거도 현장을 방문해 “더 이상의 피해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완벽한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가거도항 방파제는 1978년 착공해 30년 만인 2008년 완공됐다. 이같이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공사 과정에서 수차례 태풍을 겪으면서 유실과 복구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착공 이후 태풍 ‘셀마’(1987년), ‘프라피룬’(2000년), ‘라마순’(2002년) 등이 불어닥쳤을 때는 공사 현장이 ‘쑥대밭’이 됐다. 완공 이후에도 곤파스(2010년), 무이파(2011년), 볼라벤(2012년) 등 세 차례의 대형 태풍을 겪으면서 부분적인 유실과 응급복구가 반복됐다. 복구 때마다 100억~200억원이 추가로 투입되는 등 예산 낭비란 지적도 제기됐다. 이와는 별도로 가거도 서북측의 가거2구 향리항에 5000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한 국가관리 연안항을 새로 건립된다. 이곳은 국토 안보와 중국 어선 불법조업 단속을 위한 전진기지로 활용된다. 가거도는 목포에서 남서쪽으로 145㎞ 떨어져 있으며 300여 가구 500여명의 주민이 어업에 종사하고 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AUSTRALIA 호주, 어디까지 가봤니? 머드 & 버블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에코 비치의 투어 프로그램이다 Broome브룸 & Pinnacles피너클스 서호주Western Australia는 여전히 생소한 여행지다. 얼마 전 KBS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 방송에서 벙글벙글과 카리지니 국립공원이 소개됐지만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는 서호주. 이번에는 브룸Broome과 피너클스Pinnacles에 다녀왔다. 에디터 트래비 글·사진 Travie writer 이진경 취재협조 호주정부관광청 www.australia.com 서호주관광청 http://kr.westernaustralia.com 브룸에서 찾은 ‘진주’들 우리로 따지면 작은 시골 마을 정도에 지나지 않지만 브룸Broome은 엄연히 서호주 제2의 도시다. 서호주에서도 북서부 지방의 중심도시 역할을 담당하는 브룸이 도시로 태동한 시기는 1861년 브룸의 로벅 베이Roebuck Bay에서 세계에서 가장 큰 ‘핑타다 맥시마Pinctada Maxima·백엽조개’가 발견되면서부터다. 핑타다 맥시마는 진주 굴조개 중 한 종류인 백엽조개다. 이때부터 세계 각지의 진주잡이들이 브룸으로 찾아들었고, 브룸은 단순한 미사여구를 너머 ‘북방의 진주Pearl of the North’가 됐다. 도시로서의 브룸은 킴벌리 아웃백 여정의 출발지다. 벙글벙글과 같은 킴벌리 아웃백으로 여정을 꾸리는 이들은 브룸에서 모든 준비를 마친 후 아웃백으로 떠난다. 브룸의 ‘진주’로는 케이블 비치Cable Beach가 있다. 색과 모양을 달리하며 아름다움을 뽐내는 진주처럼 케이블 비치는 시시각각, 때에 따라 색과 모양을 달리한다. 아름다운 케이블 비치의 석양은 브룸을 유명한 휴양 도시로 만들었다. 브룸에서 차로 1시간 30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한 에코 비치Eco Beach는 브룸의 숨은 진주다. 세상과 절연絶緣하며 또 다른 작은 세상을 이룬 에코 비치에는 아웃백이나 케이블 비치와는 다른 매력이 흐른다. 에코 비치에는 ‘에코 비치’라는 이름의 리조트가 있는데 이름 그대로 에코 시스템으로 돌아간다. 우선 리조트에 필요한 모든 전력을 태양에서 얻는다. 빌라와 텐트에 마련된 집열판에서 태양열을 모으고, 이렇게 모인 태양열은 시스템을 통해 분배된다. 직접 모은 전력만을 사용하는 까닭에 객실 안에는 텔레비전도 헤어드라이어도 없다.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전력을 아끼려는 의도다.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하게 이뤄지며 닭과 채소도 직접 길러 소비한다. 스스로 생산해서 소비하는 ‘절연’은 세상과는 또 다른 작은 세상을 만든다. 서쪽 바다 한 귀퉁이로 해가 떨어지는 소박한 일몰이 끝나면 에코 비치에 밤이 깃든다. 레스토랑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시간이다. 객실에서 레스토랑으로 가는 길은 재활용품을 활용한 에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졌다. 못 쓰는 플라스틱 병에서 탄생했다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나뭇결을 그대로 지닌 길이 정갈하다. 최소한의 조명을 밝힌 길은 어두운 사위에 묻혔다가 나타나길 반복하지만 적당한 어둠에 눈은 금방 적응한다. 레스토랑에서는 매일 밤 바비큐 파티가 열린다. 리조트에서도 단 하나뿐인 레스토랑이라 객실에서 직접 요리를 하지 않는 이상 리조트에 묵는 모든 이들이 밤이면 한자리에 모인다. 왠지 모르게 들뜬 분위기는 레스토랑 한 켠의 캠프파이어로 이어지고 밤의 분위기는 후끈 달아오른다. 마지막 맥주를 주문해야 하는 밤 9시경, 이미 밤하늘의 별은 쏟아질 것만 같다. 네온사인과 절연한 밤에는 자연의 빛이 한층 빛난다. 에코 비치에서는 일출도 일몰과 같다. 서쪽 바다를 품듯 동쪽 바다를 품은 에코 비치에서는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가 소박하게 뜬다. 해가 완전히 하늘로 떠오르는 아침 7시, 에코 비치의 드래곤플라이 생추어리Dragonfly Sanctuary에서는 요가가 시작된다. 요가로 여는 아침은 드래곤플라이라는 이름처럼 상쾌하다. 잠자리가 많은 시기, 에코 비치에는 모기가 사라진다고 한다. 에코 비치의 낮은 마음대로, 내키는 대로 즐기면 된다. 수영장과 해변을 오가며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도, 객실 침대에서 온종일 뒹굴어도 좋다. 불통不通인 휴대전화 또한 세상과의 절연을 도와 일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온전한 휴식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투어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머드 & 버블Mud and Bubbles은 온몸에 머드를 바르고 샴페인을 마시는 프로그램.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누워 눈을 감으면 에코 비치의 바다 내음이 사뭇 다르게 다가온다. 잭스 크릭 익스피리언스 투어Jack’s Creek Experience Tour는 차를 타고 에코 비치를 신나게 달리며 시작된다. 차가 도착한 곳은 호수처럼 잔잔한 에코 비치의 끝. 낚싯대를 담그면 팔뚝만한 물고기들이 줄줄이 올라오는 물 반, 고기 반의 바다다. 문의 +61 8 9193 8015 www.ecobeach.com.au 1 하늘에서 바라본 서호주 북서부의 모습 2 에코 비치를 바라보고 선 에코 비치 리조트 3 에코 비치의 머드 & 버블 투어 프로그램 4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에코 비치의 일몰 5 뷰캐니어 군도의 수평 폭포. 바다가 만들어 내는 폭포는 하늘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제 모습을 드러낸다 6 앤더슨 스테이션에서 여행자들을 기다리는 낙타 경비행기와 낙타의 묘한 조화 경비행기를 타고 서호주의 하늘을 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서호주는 때로는 쓸쓸할 정도로 광활해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만 같다. 브룸에서 더비Derby 방면으로 날아 바다를 만나기 전까지 서호주의 북서부는 온통 붉은 빛으로 가득하다. 서호주의 북서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은 땅이다. 태양에 그을린 것처럼 붉게 물든 땅은 간신히 풀과 나무를 길러내며 생명을 유지한다. 호주 원주민들은 이 땅을 터전으로 살아왔다.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은 척박한 땅에서도 그들은 가축을 쳐 가죽과 먹거리를 얻었다. 더비에서 동남쪽으로 126km 지점. 마운트 앤더슨 스테이션Mount Anderson Station에는 전통적인 양털 깎기 공장을 운영하는 호주 원주민들이 살아간다. 원주민의 우두머리는 해리 왓슨Harry Watson. 지금은 때묻지 않은 호주의 자연을 감상하고 원주민들과 어울리고자 하는 여행자들을 맞고 있다. 원주민 마을에서는 낙타를 탄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 봉착. 있는 힘껏 다리를 벌려 낙타의 등에 오르니 평소에 쓰지 않던 두 다리 아래 근육이 먼저 놀란다. 놀란 근육을 추스르고 몸을 한껏 뒤로 젖혀 자세를 잡으면 낙타가 일어설 차례. 생각보다 큰 낙타의 키에 비명에 가까운 탄성이 터진다. 재미보다는 공포가 앞서는 이 순간만큼은 얼굴을 비비며 애교를 부리는 낙타도 사절이다. 1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인 헤이 스트리트. 거리 악사들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2 퍼스의 볼거리 중 하나인 벨 타워 3 피너클스 투어의 사륜구동 트럭형 투어 버스는 사막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4 1만5,000개의 석회암 기둥이 서 있는 남붕 국립공원의 피너클스 5 석양 무렵 란셀린의 모래 언덕 타닥타닥. 낙타는 수풀을 헤치며 잘도 나아간다. 등에 탄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는 거침 없는 전진에 반바지를 입은 다리가 다 쓸린다. 낙타를 이끄는 원주민들은 이런 길을 반바지에 맨발로 걷는다. 수백 번은 걸었을 이 길, 이 땅에 적응한 그들의 발에는 낙타처럼 단단한 발굽이 생겼을지도 모를 일이다. 낙타 사파리의 종착점은 붉은 돌산 앞 동굴이다. 동굴에는 원주민들이 그린 벽화가 여럿 있는데 뱀 그림도 있다. 지금도 동굴에는 뱀이 살아간다. 벽화나 뱀보다 흥미로운 건 원주민 아주머니가 구워 낸 빵이다. 순수 밀가루만 사용해 만들었다는 빵은 특별한 손맛 덕분인지 우리네 쌀떡처럼 맛있다. 뜨거운 날씨가 무색할 만큼 따뜻한 홍차와도 잘 어울린다. 경비행기가 더비로 접어들면 하늘 아래의 색은 푸르게 물든다. 푸른빛의 정체는 바다. 깊이를 달리하며 저마다의 푸르름을 보여주는 바다는 섬과 섬이 끊임없이 펼쳐지는 뷰캐니어 군도Buccaneer Archipelago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난다. 뷰캐니어 군도에는 섬과 섬이 만들어 내는 바다의 폭포가 자리했다. 이름하여 수평 폭포Horizontal Waterfalls. 두 개의 커다란 바위섬 사이로 비집고 흘러내리는 파도의 포말은 하늘에서 내려다봤을 때 비로소 폭포의 모습을 보인다. 원주민 마을에 이어 진주 양식장인 시그닛 베이 펄 팜Cygnet Bay Pearl Farm에 들른 경비행기는 이후 쉬지 않고 브룸으로 날아간다. 해안선을 따라 붉은 땅과 푸른 바다의 향연이 이어져 서호주 북서부를 두 가지 색으로 기억하게 한다. 문의 경비행기 킴벌리에비에이션 www.kimberleyaviation.com.au 아주 가까운 아웃백 피너클스 서호주 제1의 도시는 퍼스Perth다. 서호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퍼스와 연결되고, 퍼스에서 가장 손쉽게 갈 수 있는 아웃백은 피너클스다. 피너클스는 퍼스에서 북쪽으로 250km 떨어진 남붕 국립공원Nambung National Park에 자리한다. 퍼스에서 차로 4시간을 달려야 하는 거리라 투어 프로그램으로 찾는다 하더라도 꼬박 하루를 투자해야 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Caversham Wildlife Park’와 ‘란셀린Lancelin 샌드 보딩’이 포함된다. 퍼스에서 차로 1시간 거리에 자리한 캐버샴 와일드라이프 파크는 열린 동물원이다. 울타리 없는 동물원에서는 코알라, 캥거루 등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들과 금세 친구가 된다. 손에 먹이를 놓으면 오물오물 잘 받아먹는 캥거루는 집에서 기르는 고양이처럼 친근하다. 곰 같기도 하고 돼지 같기도 한 웜뱃Wombat도 캐버샴의 인기 동물 중 하나다. 사육사 품에 안긴 웜뱃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는 이들이 많다. 점심식사는 로브스터 섹Lobster Shack에서 해결한다. 투어 프로그램에는 로브스터가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로브스터를 맛보려면 따로 주문해야 한다. 로브스터에 관한 영상물을 보거나 로브스터 섹을 한 바퀴 돌며 오디오 가이드를 듣는 일은 덤이다. 투어 버스는 해가 중천에 떠오른 시간, 피너클스에 도착한다. 그렇지 않아도 노란 모래사막은 피너클의 그림자 외에 그늘이란 그늘은 모두 감춘 채 뙤약볕을 한아름 안고 샛노랗게 익어 있다. 이름처럼 사막 위, 석회암 기둥이 우후죽순처럼 솟아 있는 피너클스는 가보지 않은 외계의 행성을 떠올리게 한다. 피너클스의 석회암 기둥은 조개껍데기에서 유래됐다. 세월을 보내며 부서지기를 거듭한 조개껍데기는 모래가 돼 내륙으로 날아왔고 높은 모래언덕을 형성했다. 모래 속에 섞여 있던 석회석 성분은 빗물에 녹아내리며 단단한 석회암 덩어리로 굳었고, 나무뿌리에 의해 균열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이 든 나무는 생명을 다해 사라지고, 석회암은 다시 가루가 돼 바람에 날아갔다. 그렇게 해서 드러난 석회암 기둥이 1만5,000개나 되는 ‘피너클스’다. 사람의 일생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는 기나긴 세월. 그렇게 탄생한 피너클스는 지금도 바람에 제 모습을 바꾸고 있다. 퍼스로 돌아오는 길, 란셀린의 모래언덕에 이르면 사륜구동의 트럭형 투어 버스는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모래언덕의 정상부에 올랐다가 급하강하는 일명 ‘듄 드라이빙Dune Driving’은 바이킹의 하강만큼 짜릿하다. 나무 보드를 타고 모래언덕을 내려오는 샌드 보딩까지 마무리하자 란셀린 사막은 노을을 배경으로 실루엣이 되었다. 문의 +61 8 9417 5555 www.pinnacletour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travie info See in Broome 펄 러거스Pearl Luggers 로벅 베이Roebuck Bay와 가까운 차이나타운에 자리했다. 브룸의 진주잡이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곳으로 진주잡이 초기에 사용되던 배 두 척을 복원해 전시한다. 상당한 무게의 다이빙 헬멧과 부츠를 신어 보거나, 고가의 진주를 구경하고 만져 볼 수 있다. 쇼룸에서는 몇십 달러에서 몇천 달러에 이르는 다양한 가격대의 진주 액세서리를 전시, 판매한다. 문의 +61 8 9192 0022 www.pearl luggers.com.au Stay in Broome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Cable Beach Club Resort & Spa 브룸의 진주 케이블 비치를 온전히 즐기려는 이들 덕분에 22km에 달하는 백사장 주변에는 수많은 리조트가 들어서 있다. 케이블 비치가 가장 아름다운 시기는 해거름 즈음. 해변을 걷는 낙타의 행렬이 해변에 반영되는 시간이면 아름다움은 절정에 달한다. 케이블 비치 클럽 리조트 & 스파는 잘 가꾼 정원과 동양적인 데코레이션이 돋보이는 리조트. 네 개의 레스토랑과 스파, 두 군데에 마련된 수영장 시설도 훌륭하다. 문의 +61 8 9192 0400 www.cable beachclub.com Eat in Broome 맷소스 브룸 브루어리Matso’s Broome Brewery 1997년에 미술관, 카페와 함께 선보인 맥주 양조장. 건물 자체는 1910년에 세워진 것으로 브룸에서는 역사적으로도 꽤 의미가 깊다. 맷소스는 브룸은 물론 서호주 일대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맥주. 여행자들에게는 생강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진저 비어Ginger Beer가 인기다. 캥거루, 악어 고기를 소스와 함께 내어 놓는 아웃백 플레이트, 어육 완자 요리인 차이나타운과 같은 메뉴는 안주는 물론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다. 문의 +61 8 9193 5811 www.matsos.com.au ▶travie info walk in perth 헤이Hay & 머레이 스트리트 몰Murray Street Mall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서 있는 헤이 스트리트 몰과 머레이 스트리트 몰은 퍼스를 대표하는 쇼핑 거리다. 의류와 기념품 가게를 비롯해 카페, 레스토랑도 꽤 있어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으며, 거리 한 켠에서는 무명의 연주자나 여행자들의 공연이 이어져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스트리트에서 뻗어나간 골목에는 작은 상점들이 밀집해 있는 아케이드가 형성돼 있다. 그중 런던 코트London Court는 영국 튜더 왕조 스타일의 고풍스러운 외관으로 유명하다. 주의할 점은 쇼핑 거리의 가게들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는 사실. 금요일에는 저녁 9시까지 문을 연다. walk in perth CATCentral Area Transit 고양이가 그려진 CAT는 퍼스 시내를 순환하는 무료 버스다. 빨강, 파랑, 노랑색의 세 가지 노선으로 운행되며, 퍼스 다운타운을 비롯해 스완강, 킹스 파크 등 주요 지점에 정차한다. 다운타운에서 스완강까지는 걸어서 20분 이내의 거리이므로 10~25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CAT는 그보다 조금 먼 거리로 이동할 때 유용하다. fly to west australia 항공 캐세이패시픽, 싱가포르항공 등 항공사마다 홍콩, 싱가포르 등지를 들러 퍼스로 가는 항공편을 운항한다. 한국에서 바로 가는 직항 노선은 없다. 브룸 국제공항은 국제 노선이 없는 국제공항. 퍼스에서 브룸까지는 콴타스 항공을 이용하면 된다. 2시간 20분 가량 소요된다. www.qantas.com.au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맥아더는 한민족 은인도, 전쟁광도 아닌 승리추구 전형적 군인이었을 뿐”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웨스트포인트(미국 육군사관학교) 퇴역 연설에서. 더글러스 맥아더(1880~1964) 유엔군사령관은 한국전쟁을 수행하던 1951년 4월 11일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에게 전격 해임당했다. 트루먼 대통령과의 갈등 때문이었다. 태평양전쟁의 영웅이자 공화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대중적 인기를 끌었던 맥아더가 전격 해임되자 온갖 소문이 떠돈 탓에 그해 5~6월 의회에서 ‘맥아더 청문회’도 열렸지만, 맥아더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中부상 등 태평양 중심 세계 재편 예견 그 맥아더는 정치의 계절이 오면 한국에 망령처럼 떠돈다. 지난 21일 인천시 자유공원에 있는 맥아더 동상 앞에서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진보단체와 이를 저지하는 보수단체가 대치하며 또 한 차례 논란이 일었다. 진보단체에게 맥아더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사용하려 했던 전쟁광’이라면, 보수단체에게 맥아더는 ‘민족의 은인이자 반공의 보루이자 기독교의 전파자’인 것이다. 이런 극단적인 인식의 차이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이상호 박사가 최근 펴낸 ‘맥아더와 한국전쟁’(푸른역사 펴냄)은 ‘한국인 시각에서 처음으로 분석해 본 맥아더’라고 한다. 박사 논문을 일반인이 읽기 쉽도록 풀어 써 낸 것으로, 각주가 448쪽짜리 책에서 무려 104쪽으로 4분의1에 해당한다. 다시 말해 온갖 국내외 문헌을 총동원해 맥아더를 객관적으로 조명한 책이라는 의미다. 방대한 문서를 돌린 결과가 “맥아더는 단지 자신의 입장에서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자 한 전형적인 군인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다.”(343쪽)는 결론에 이르게 되니 상당히 맥이 빠진다. 이 책은 박사 논문답게 337~343쪽에 요약본을 결론으로 실었는데, 감히 조언한다면 결론은 각종 문서로 어수선해진 머리를 가다듬는 작업을 위해 읽어야지 결론부터 읽거나 결론만 읽으면 가장 중요한 디테일을 놓치게 된다. 특히 저자가 주장하는 ‘맥아더=전형적 군인’이란 결론에는 동조할 수가 없다. 맥아더는 50여년의 군인생활 중 20여년을 아시아와 인연을 맺은 사람이다. 20대에 아버지 아더 2세의 부관으로 일본 도쿄에서 지낸 것을 시작으로 필리핀과 일본 등을 거치며 태평양전쟁을 치렀다. 그는 당대 미국에서 아시아의 정치·문화·군사를 가장 많이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시아에 매료됐다고 스스로 말할 정도였고, 미국 정계에서 ‘아시아주의자’ ‘태평양주의자’로 불리었다. 미국이 유럽을 중심에 놓고 세계 전략을 짜던 시기에 그는 “태평양을 지배하는 힘은 곧 세계를 지배하는 힘”이라고 발언한 알버트 베버리지 연방 상원의원(인디애나주·1899~1911)에게 동의했다. 맥아더는 “미국의 존재 자체는 물론 장래까지도 아시아, 그 주변 섬들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60쪽). 이때 미국의 사활적 이익이 걸린 지역은 타이완과 일본이고, 한국은 일본의 이익이 걸린 지역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방어선에서 한국을 제외한 일명 ‘애치슨 선언’이 나온 배경이다. 중국이 주요 국가 2위(G2)에 올라서는 등 21세기가 태평양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상황을 보면 맥아더는 너무 빨리 세상을 내다본 셈이다. ●‘한국에 우호적 태도’ 진정성 회의 아시아를 잘 알고 있다는 맥아더는 그러나 오판도 자주 했다. 일본의 진주만 공격으로 시작된 태평양전쟁에 앞서 맥아더는 1939년 일본이 필리핀을 공격할 것이라는 정보 보고에 대해 “일본인의 정서를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오판해 경을 쳤다. 그런가 하면 한국전쟁에서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38선 이북으로 진격을 결정할 때 중국이 참전을 공개적으로 천명했지만, 맥아더는 ‘중국의 허세’라고 오판했다. 중국 참전에 대한 오판은 뼈아픈 것으로, 결국 미국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확대돼 불명예 제대까지 하게 되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일본에 점령군으로 간 맥아더는 기독교와 반공주의를 전파하고, 신도의 국교화를 허용하지 않는 등 일본에 미국식 민주주의를 이식하는 데 열을 올린다. 그러나 그런 노력은 1947년 종료된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반공 전진기지로서 일본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반도 전략은 때때로 모순되기 짝이 없다. 일례로 한국이 해방된 뒤 친일·부일 세력을 기용하지 말라는 내용과 친일·부일 세력을 써도 된다는 내용, 한국을 점령지로 하라거나 해방지로 해야 한다는 내용이 한 문서(미 3부조정위원회(SWNCC)176/1~176/30) 안에 공존하는 식이다. 맥아더의 여러 가지 군사전략과 정책은 미국 국방부(군인)와 국무부(민간)의 갈등 사이에서 채택되기도 하고 배제되기도 한다. 맥아더가 38선을 뚫고 올라가려고 할 때 미국은 3차대전에 대한 우려로 소련의 참전에 엄청난 신경을 쓴다. 결국 미 국무부와 국방부는 ‘만약 북한이 붕괴되고 중국과 소련이 한국전쟁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맥아더로 하여금 유엔의 후원을 받아 북한을 점령하게 한다.’라고 합의하게 된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10월 12일 유엔은 맥아더에게 38선 이남에 머물 것을 명령한다. 미국 정부는 유엔의 명령에 따랐고, 맥아더도 따라가야만 했다. 민간의 통제에 따르는 군인의 모습이다. 이 박사는 결론에서 “맥아더가 한국전쟁 수행 전략에서 보여준 한국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과연 진정성이 있었던 것인지 회의하게 한다.”면서 “오히려 한국인들의 맥아더에 대한 선의의 일방적 해석은 맥아더의 의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의 진보·보수는 쓸데없이 더 싸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행안부,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 104명 첫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

    행안부,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 104명 첫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

    “딱딱하고 차가운 이미지가 아닌, 따뜻하고 푸근한 이미지의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따뜻한 이미지의 공무원 되고싶어” 앳된 얼굴로 당찬 포부를 밝힌 김진아(왼쪽·18·인천세무고)양은 내년 3월 졸업을 앞둔 고교 3학년생이다. 김양은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지역인재 9급 추천채용제’로 처음 선발돼 세무직 9급 공무원으로 일선 세무서에서 대민 행정 서비스를 펼치게 됐다. 중학생 때 텔레비전에서 상습·고액 체납자를 추적하는 ‘38세금기동대’를 우연히 본 뒤 “조세 정의를 실현하는 세무 공무원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꿈이 마침내 현실이 됐다. 행안부는 김양과 같은 특성화·마이스터고 졸업생 104명을 9급 공무원으로 처음 선발했다고 27일 밝혔다. 전국 359개 특성화·마이스터고에서 추천된 1193명 가운데 서류전형과 필기·면접 시험을 거쳐 최종 선발했다. 직렬별로는 회계 34명, 세무 22명, 관세 10명, 전기 3명, 일반농업 30명, 전산개발 5명 등이다. 지역별 균형선발 원칙에 따라 16개 시·도에서 모두 합격자가 배출됐다. 서울 이외의 학교 출신 합격자는 91명으로 전체의 87.5%를 차지했다. 1기 지역인재에도 ‘여풍’이 셌다. 합격자의 남녀 학생 수는 각각 39명, 65명이었다. 세무 공무원이 되기 위해 세무고로 진학했던 김양에게 지역인재 추천제는 천금 같은 기회였다. 김양은 “늘 공부하고 준비했기 때문에 시험이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영농학생대회’ 수상 경력 큰 도움 김양과 함께 지역인재 추천제로 처음 선발된 황원준(오른쪽·17·대구자연과학고)군은 농업직 9급 공무원으로 임용된다. 학교에서 버섯재배 분야를 공부한 황군은 고3이 된 뒤 취업을 준비하며 대학 진학도 함께 염두에 두고 있었다. 황군은 특별전형을 통해 대학 진학도 가능했지만, 고교 3년 동안 공부한 농업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길은 대학이 아닌 농업직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지난 5월부터 이번 채용을 준비했다. 농업계 고교의 가장 큰 경진대회인 ‘전국영농학생전진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이력도 선발에 도움이 됐다. 이들은 앞으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의 4주 기본교육과 해당 부처 실무교육 등 6개월간의 견습근무를 한 뒤 일반직 9급으로 정식 업무를 시작하게 된다. 행안부는 지난 3월 말 공무원임용령을 개정해 특성화·마이스터고 출신들을 일반직으로 채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그동안 기능직 9급을 채용하는 기능인재 추천채용제를 운영했던 행안부는 이들 지역 인재들을 일반직으로도 채용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세무·회계·전산 등 분야의 공무원 선발에 나섰다. ●“고교 인재 능력 펼칠 기회 마련” 맹형규 행안부 장관은 “앞으로 지역인재 추천채용제는 학교교육을 충실히 이수한 고교 출신들에게 주요한 공직 진입경로가 될 것”이라며 “우수한 고교 인재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서울 ‘정보공개정책과’ 신설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강조해온 ‘열린시정 2.0’을 실행할 전담 부서가 서울시에 신설된다. ‘열린시정 2.0’은 시정 정보 공개를 통한 행정 투명성과 책임성 강화, 공공데이터 공유, 시민참여 등을 담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10월 조직개편을 통해 기록관리와 정보공개 관련 업무를 맡게 될 정보공개정책과를 신설한다고 22일 밝혔다. 기존 총무과 소속이던 기록정보팀과 정보공개지원팀뿐 아니라 정보화기획단 소속 통계조사팀과 통계자료팀까지 통합할 예정이다. 인력은 40여명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10여명 규모의 기록정보팀만으로 연간 200만건에 이르는 기록물 관리와 정보공개업무를 처리했던 것과 비교하면 위상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이와 함께 시는 기록정보포털 구실을 할 ‘정보소통광장’도 개설했다. 또 연내에 공공데이터 개방과 이용 활성화를 위한 조례를 마련키로 했다. 특히 내년부터 시 대부분의 정책결정 과정이나 결과 정보를 시민이 열람할 수 있도록 약 1만 3000건의 각종 계획서, 보고서, 기안문 등이 포함된 국장 이상 전자결재문서를 전면 공개키로 했다. 2014년부터는 과장 이상 결재문서도 공개할 계획이다. 서울시의 이같은 노력은 기록관리와 정보공유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데 의미가 있지만 하드웨어에 치우쳐 아쉬움을 주고 있다. 전진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소장은 “정보공개를 위한 제도나 조직도 중요하지만 공무원들의 업무혁신이 철저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국진기자 betulo@seoul.co.kr
  •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현대모비스

    [대륙을 질주하는 한국기업] 현대모비스

    현대모비스는 중국에 7개의 생산법인과 3개의 부품법인을 운영하며 해마다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이는 세계 최대의 자동차 소비시장인 중국에서 모듈화 시스템과 글로벌 공급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모듈화 및 부품공급 시스템은 그대로 현대기아차의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02년 12년 첫 해외 생산거점으로 중국 장쑤 모듈공장을 독자법인으로 설립했다. 여기서 천리마, 프라이드, 스포티지 등의 섀시모듈과 운전석모듈을 생산해 둥펑위에다기아기차에 공급했다. 13만대 생산규모였던 이 공장 인근에 연간 30만대 생산 규모의 신규공장을 세워 현재 연간 43만대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 모듈 제품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베이징 현지에 변속기를 생산하는 베이징변속기와 범퍼, 캐리어 등 중소형 부품을 생산하는 모비스 중차법인도 운영하고 있다. 베이징변속기는 연간 40만대 규모의 중소형 변속기 및 신형 수동 변속기 생산 공장을 갖추고 쏘나타, 아반떼, 투싼, 베르나, 프라이드 등 중국 현지의 현대기아차 법인이 생산하고 있는 차종에 공급하고 있다. 또 상하이부품센터(HMS)와 베이징 물류법인(BMP)을 중심으로 물류사업을 펼쳐나가고 있다. 2002년 설립된 상하이부품센터는 최첨단 물류시스템 및 장비를 갖추고 중국지역에서 운행되는 현대기아차의 애프터서비스용 부품 공급과 중국 내 부품업체들이 생산한 일부 경쟁력 있는 부품을 다른 나라의 현대기아차 공장에 공급하는 전진기지로 활용되고 있다. 2004년 베이징기차투자유한공사와 합작으로 베이징에 물류법인(BMP)을 설립하고 베이징 현대기아차가 생산하고 있는 차종에 대한 중국 내 애프터서비스용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2006년 초에는 장쑤성에 물류법인(MPJY)을 설립해 둥펑위에다기아가 생산하고 있는 차종에 대한 부품공급을 책임지고 있다. 이 밖에 중국에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이 생산하는 부품의 품질 확보를 위해 상하이기술시험센터의 문호도 개방했다. 세계적 수준의 최첨단 장비를 갖춘 상하이기술시험센터는 중국 내 생산물량의 품질시험을 할 뿐 아니라 자체 시험장비를 갖추지 못한 협력업체의 품질 향상에 한몫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이런 노력으로 2008년 세계 27위 기업에서 4년이 지난 2012년 글로벌 톱 8위 업체(오토모티브 뉴스 평가)에 이름을 올렸다. 2000년 현대모비스로 사명을 변경하며 자동차부품전문사업을 시작한 지 12년 만에 이룬 성과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최대 자동차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중국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는 전략으로 세계 5위의 자동차부품 기업으로 올라서겠다.”고 말했다.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촉법소년/김산

    꼬마 자동차 붕붕을 훔쳐 타고 읍내를 질주합니다.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는다고 했지만 죄다 거짓부렁. 꼬마 자동차 붕붕을 질질 끌며 소년은 신작로를 새로 만듭니다. 당신은 전진하고 당신은 따라오고 당신은 넘어지고 당신은 융기합니다. 저수지 숲속에는 밧줄을 맨 나무 교수대들이 엄마엄마 울고. 공중에는 까마귀가 까치까치 웃고. 천둥과 번개가 소년을 심문하고. 장대비와 먹장구름이 소년을 구금합니다. 반짝 해가 뜨고 소년은 만기출소합니다. 터번을 휘감고 양탄자를 탄 소년이 읍내를 질주합니다. 죽은 엄마를 찾아 시장을 지나 들판을 날아 다닙니다. 소년은 크레파스를 들고 크레바스의 품으로 추락합니다. 안녕 안녕 얼음의 입구가 따뜻합니다.
  • 강원 동해~유럽·북미 바닷길 개척 팔 걷었다

    강원 동해~유럽·북미 바닷길 개척 팔 걷었다

    강원도가 동해를 통해 유럽과 북미대륙을 잇는 북극항로 개척에 팔을 걷어붙였다. 강원도 환동해본부는 15일 수도권에서 유럽(북동항로)과 북미대륙(북서항로)으로 통하는 북극항로의 최단거리에 있는 속초·동해·강릉·삼척 등 동해안 항구를 수도권 물류 운송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는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선다고 밝혔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서울~원주~강릉을 잇는 1시간대의 복선전철이 개통되고 항만인프라가 구축되면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동해안으로 통하는 내륙 인프라만 구축되면 육상 물류비만 따져도 수도권~부산항으로 이어지는 물류비용의 70%를 줄일 수 있게 된다. 우선 북극항로가 열리면 극동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천연가스와 석탄을 별도의 포장 없이 배에 싣는 벌크화물로 들여와 동해안 항구에서 철길을 통해 수도권으로 빠르고 값싸게 운송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동해 항만별 특화된 인프라 구축 이를 위해 철길이 놓인 동해·묵호·옥계·호산·삼척항을 특화된 벌크화물항으로 개발하면 승산은 충분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석탄은 삼척과 동해·옥계항을 통해 운송하고 천연가스는 삼척항을 통해 운송하는 방식이다. 동계올림픽을 전후해 국내 유일의 쇄빙선인 아라온호를 동해안 항구에서 북극항로로 시범 출항시키는 방안도 적극 추진될 예정이다. 강원발전연구원 김재진 박사는 “부산·울산항과 경쟁하면서 물류 흐름을 동해로 흐르게 하는 방식보다 북극항로 뱃길과 서울~강릉 복선전철의 철길을 패키지로 엮은 벌크화물을 특화하면 동해안이 북극항로의 전초기지로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기존에 계획했던 동해안 항만별 특화된 인프라를 밀도 있게 추진하면 동해안이 북극항로 전초기지로 발판을 굳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계획에는 동해·묵호항에 컨테이너 물량이 오갈 수 있도록 7만t급 2선석, 5만t급 5선석 등 다목적부두를 신설하고 수송시설과 관리부두, 친수시설 등을 갖추도록 할 방침이다. ●북극항로~복선전철 ‘물류 패키지’ 또 속초항에는 3만t급 여객선 2척이 접안할 수 있는 여객부두와 여객터미널, 마리나, 친수시설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삼척 호산항에는 18만t급 5척이 정박할 수 있는 연료 하역 부두를 신설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속초항(크루즈)과 동해·묵호·옥계·삼척항(벌크), 호산항(에너지) 등 도내 6개 항만을 기능에 따라 특화 개발할 수 있게 된다. 홍진표 도 환동해본부 해양운영 담당은 “강원 동해안이 북극해로 나가는 전초기지로 유리한 여건을 갖춰 나가고 있는 만큼 북극항로 전진기지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폭적인 관심과 지원이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도심 덮친 검은 연기… 숭례문 악몽 되살아나

    도심 덮친 검은 연기… 숭례문 악몽 되살아나

    청와대와 경복궁 인근에 있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4명이 숨지고 24명이 다쳤다. 경복궁 등 인근의 문화재 피해는 없었지만 화재가 시내 곳곳에서 목격될 정도로 서울 도심에서는 근래 보기 드문 대형 화재였다. ●지하3층 우레탄 작업 중 발화 추정 문화재 주변의 신축 공사 현장이었지만 변변한 소방시설조차 없어 자칫 대형 사고로 번질 뻔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와 인명피해가 관리소홀 등으로 인한 인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공사 현장 책임자 등 시공사 관계자를 불러 안전수칙 준수 여부를 조사할 방침이다. 화재는 13일 오전 11시 23분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공사현장 지하 3층에서 발생해 삽시간에 시커먼 연기가 경복궁 주변 하늘을 뒤덮었다. 특히 지하 3층에서 작업을 하던 건설근로자 김모(50)씨 등 4명이 연기에 질식해 숨지고, 연기를 들이마신 23명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또 타워크레인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 1명이 대피하다 20m 아래로 추락해 중태에 빠졌다. 불이 나자 경복궁 경내를 관람하던 국내외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까지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시민들은 경복궁 인근에서 연기가 피어오르자 2008년 2월 숭례문 방화사건을 떠올리며 경복궁에 불이 난 것으로 알고 저마다 신고전화를 해 경찰과 소방서 전화가 한동안 불이 났다. 화재가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신축 공사 현장은 경복궁과 불과 60~70m 떨어져 있다. ●시민들 ‘경복궁 불타나’ 잇단 신고 현장을 지나던 한 시민은 “온몸이 까맣게 그을린 인부들이 동료들에게 들려 현장을 빠져나오고 있었다.”면서 “숭례문 화재처럼 경복궁이 잿더미가 되는 것 아닌지 걱정스러웠다.”고 전했다. 다행히 불이 난 지 10여분 만에 경복궁 인근 경찰들이 현장을 통제해 관광객 등 공사장 외부의 인명 피해는 없었다. 길가던 시민과 관광객도 발걸음을 멈추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시커멓게 솟구치는 연기를 쳐다보며 가슴을 졸였다. 불이 나자 소방당국은 현장에 소방대원 160여명과 소방차 30대를 투입해 진화에 나섰다. 불길은 화재 발생 1시간 20여분 만인 낮 12시 40분쯤 진화됐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지하 3층에서 우레탄 방수·단열 작업을 하던 중 불씨가 인화성 물질에 옮겨 붙으면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신축공사 현장이라 아직 소방설비가 설치되지 않아 화재 진화에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지하 2층에서 일하던 한 근로자도 “매캐한 연기와 함께 불길이 보여 비상계단을 통해 대피했지만 불이 난 지하 3층에서 작업 중이던 40여명 중 일부는 제때 피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경찰, 시공사 관계자 등 조사 방침 소방당국은 현장에 감식반을 투입해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현재 인원을 파악 중인데 수색 결과에 따라 사망자나 부상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 화재와 관련, 사고수습을 위해 미술관에 중앙사고수습지원본부를 설치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공사현장에 보관 중인 작품들은 없었다.”고 전했다. 문화재청도 “12월까지 이전 예정인 종친부 건물과 등록문화재인 기무사령부 본부관 건물은 화재로 인한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48.2%의 공정률을 기록 중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내년 말 개관은 차질이 예상된다. 서울관의 개관 여부는 화재 원인 조사와 사고현장에 대한 안전진단이 얼마나 신속하게 진행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동현·조태성기자 moses@seoul.co.kr
  • [인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정책국>△국제금융과장 윤태식△외화자금〃 김성욱△외환제도〃 김희천△지역금융〃 최지영△국제기구〃 이장로 ■여성가족부 △아동청소년성보호과장 고의수△복지지원〃 강정민 ■국토해양부 △주택정책관 박선호 ■법제처 ◇고위공무원 전보 △기획조정관 황상철△경제법제국장 임송학△사회문화법제〃 신상환△법령해석정보〃 이익현△법제지원단장 이강섭△경제법제국 법제심의관(파견복귀) 김형수△국회사무처 법제실(파견) 권수철◇고위공무원 승진 △법령정보정책관 김계홍 ◇부이사관 전보 △행정법제국 법제관 백문흠△법령해석정보국 법령해석총괄과장 정의방 ◇과장급 전보 △대변인 방극봉△운영지원과장 심현정△기획조정관실 행정관리인사담당관 김수익△경제법제국 법제관 안상현△사회문화법제국 법제관 고낙훈△법령해석정보국 경제법령해석과장 이상훈△법령해석정보국 자치법제지원〃 조용호△법령해석정보국 법제교육팀장 금창섭△법제지원단 국민불편법령개폐〃 권태웅△법제지원단 법제교류협력과장 류철호 ◇서기관 전보 △법령해석정보국 자치법제지원과 안승철△경제법제국 안병준△행정법제국 문민혜△법제지원단 국민불편법령개폐팀 박종구 ■관세청 △통관지원국장 노석환△관세국경관리연수원장 서윤원△부산세관장 이돈현 ■국민권익위원회 ◇서기관 승진 △법무보좌관실 이경희△제도개선총괄담당관실 배영일△국민신문고담당관실 전시현△경찰민원과 임채수△행정심판총괄과 김정대△행정교육심판과 유현숙 ■한국자산관리공사 ◇선임 △경영본부장 이경재△국유재산〃 하현수◇연임△금융구조조정본부장 강명석◇전보△홍보실장 은경△종합기획부장 류재명△전북지역본부장 정지호 ■한국은행 △감사실장 김일환◇2급△커뮤니케이션국 이영수△국제국 정병재△외자운용원 최동현△경제연구원 송욱헌△인사경영국소속 서정국 전진후◇3급△기획협력국 김진용△커뮤니케이션국 김철주 이명희△인사경영국 윤영식△거시건전성분석국 권오식 김성욱 서정의△통화정책국 황인선△발권국 김선창△북경사무소(홍콩주재) 권용준△강원본부 방만승△인사경영국소속 김성용 홍철◇4급△기획협력국 이신영△인재개발원 김두경△발권국 김명석 한정훈(강원본부)△뉴욕사무소 금재명 김충화△동경사무소 이재원△북경사무소 공대희 ■강원대 △생명공학연구소장 박철호△국제교류본부장 조성자 ■한국MSD △아태지역 총괄 상무 백종민 김시내
  • 히잡에 레깅스 사우디 아타르 꼴찌여도 돋보여

    육상 여자 800m 예선이 열린 8일 런던 올림픽스타디움. 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중들의 시선이 예선 6조 7번 레인에 선 한 선수에게 집중됐다. 흰색 후드(외투 등에 달린 모자)를 쓰고 녹색의 긴 소매 상의, 발목까지 내려오는 운동용 레깅스. 외부에 노출된 건 소매 위로 간신히 나온 손과 얼굴뿐인 선수. 바로 사우디아라비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에 나선 사라 아타르(20)다. 아타르는 지난 3일 변형 히잡을 쓰고 경기에 나선 여자 유도 78㎏급의 워잔 샤흐르카니(16)와 함께 올림픽에 참가한 첫 사우디 여자 선수다. 경기 기록은 초라했다. 2분44초95. 예선 1위로 준결선에 오른 앨리시아 존슨(미국)에 무려 44초 이상 느린 기록이다. 그러나 기록과 예선탈락 등은 그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세계 각국에서 비난을 받을 정도로 여성 인권에 대한 인식이 낮은 사우디 여자 육상 선수로서 올림픽 역사와 사우디 여권 신장에 한 획을 그은 레이스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타르 혼자만의 질주를 지켜본 관중들은 그녀에게 박수갈채를 보내며 환호했다. 아타르는 올림픽에 앞서 가진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우디 여성 최초로 올림픽 경기에 참가해 트랙을 누빈다는 사실을 큰 영광으로 받아들인다.”면서 “사우디의 더 많은 여성들이 스포츠에 참여할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는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역사적인 순간이고 잊지 못할 경험”이라며 “전진을 향한 큰 발자국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바다로 태풍 마중가는 기상관측전문가

    바다로 태풍 마중가는 기상관측전문가

    8~9일 오후 10시 40분 EBS 극한직업은 기상관측전문가를 해부한다. 날씨는 이미 우리와 떼어 놓을 수 없는 관계다. 매체의 발달 덕분에 이제는 방송뿐 아니라 인터넷으로도 간단하게 실시간 날씨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이를 위해서는 정확한 예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먼 바다 해역에서 위험기상 현상을 잘 파악한 뒤 그 기상이 어떤 방식으로 변화해 나갈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 땀 흘리는 이들이 있다. 태풍과 싸우며 망망대해를 누비는 기상 1호의 선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한 달의 절반가량을 바다에 나가서 생활하고, 일부러 거센 파도와 바람을 찾아다니면서도 힘들지 않다는 이들. 태풍이 온다면 철수하는 게 아니라 태풍으로 나아가는 생활을 하는 이들의 활약상을 1·2부로 나눠 조명한다. 1부는 태풍 카눈(KHANUN)의 북행을 추적하는 기상관측선의 움직임을 담았다. 태풍을 마중하러 나가면 10일에서 길게는 15일 정도 바다 위에서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단단히 준비해야 한다. 식재료, 생필품 어느 하나 소홀히 할 수 없다. 모두가 태풍을 피해 항구로 들어올 무렵, 관측선은 오히려 태풍에 가장 가까이 전진하기 위해 항구를 떠난다. 꼬박 하루를 달려 태풍 근처 해역에 도착한 기상 1호 선원들. 한밤중 태풍이 상륙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바다에서 기상 관측을 위한 준비가 분주하다. 그런데 이때 하늘에 날린 고층기상관측장비가 태풍의 강한 바람에 배에 걸려 찢어지고 만다. 급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2부에서도 관측선 대원들의 행적을 고스란히 따라간다. 바람이 거세지고 관측은 점점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히기 시작한다. 결국 관측선은 안전을 위해 관측 위치를 옮기기로 결정한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빠져나갈 수는 없는 노릇. 강력한 진로를 피하면서도 최대한 가까운 곳에 위치를 잡기 위해 갖은 관측과 분석작업을 병행한다. 밤새도록 계속되는 태풍에 정작 간담이 서늘해지는 것은 그들의 가족들. 관측선 대원들이야 어떻게든 괜찮은 정보를 수집해서 보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전화도 터지지 않는 망망대해에서 고생하고 있을 그들 걱정에 마음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폭염에 신음하는 한반도] 불황 속 폭염 특수… 한쪽은 웃는다

    열흘 넘게 이어지고 있는 폭염이 굳게 닫혔던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7일 유통·전자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불황으로 판매가 저조했던 에어컨이 순식간에 동나는 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 에어컨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열대야가 시작된 지난달 하순부터다. 이마트의 지난달 에어컨 매출은 지난해 동기보다 25% 늘었을 뿐이지만 20~31일 매출은 240%나 급증했다. 제조업체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비축량이 부족해 주문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설치 인력까지 모자라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사더라도 1주일 이상 기다려야 에어컨 바람을 쐴 수 있는 지경이다. 롯데마트에서는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6일까지 여름 관련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난 가운데 단연 에어컨(225.8%)이 1위를 기록했다. 선풍기(102.8%), 대나무자리(166.6%) 등도 많이 나갔다. 열대야 때문에 심야 고객도 크게 늘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같은 기간 오후 9시 이후 구매 고객과 매출이 전년 대비 각각 10% 늘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등 냉방이 잘되는 커피 전문점들은 사람들로 연일 북적인다. 스타벅스는 최근 열흘 새 매장 방문객이 평균 10% 이상 늘었다고 전했다. 7~8월은 TV 홈쇼핑업체에게는 비수기.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열대야에다 올림픽 경기로 잠을 설친 고객들로 홈쇼핑채널은 때아닌 짭짤한 ‘새벽 특수’를 맛보고 있다. GS샵(www.gsshop.com)은 지난달 27일 이후 열흘간 전체 매출이 전주 열흘 대비 10% 상승했다고 밝혔다. 한국 선수들의 주요 경기 방송 시간대에 맞춰 전략상품을 전진 배치하고 있다. 지난해 잦은 비로 고전했던 빙과·음료 업계도 폭염이 반가운 곳 중 하나. 편의점업체 세븐일레븐이 7월의 인기 품목을 조사한 결과 스포츠기능성 음료(41.8%), 맥주(33.1%), 생수(29.1%), 아이스크림(17.2%) 등이 꼽혔다. 박상숙기자 alex@seoul.co.kr
  • 올레길서 위급할 땐 ‘단말기 버튼’ 누르세요

    제주도는 홀로 올레길을 찾는 여성 탐방객을 위한 위치 정보 서비스 도입을 긴급 추진하기로 했다고 6일 밝혔다. 이 시스템은 나 홀로 여성 탐방객이 위급 상황에 처할 경우 단말기 버튼만 누르면 곧바로 112상황실로 자동 신고됨과 동시에 위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도는 이를 위해 프로그램 개발 및 서버 구축을 하고 단말기 300대를 구입해 공항과 항만안내소, 올레길 탐방안내소에 비치, 나 홀로 관광객에게 대여해 줄 계획이다. 빠르면 이달 말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올레코스 휴대전화 난청 지역 해소도 시급하게 추진된다. 현재 올레코스 가운데 휴대전화 난청 지역은 5개 코스(11, 14, 14-1, 18-1, 19) 6개 구간이다. 도는 전파관리소, 통신사와 함께 난청 지역 개선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안전한 올레길 탐방이 될 수 있도록 코스별로 ‘올레지기’를 배치키로 했다. 올레지기는 마을에서 추천한 주민으로, 올레코스 중 취약지를 순찰하고 탐방객의 신변 안전을 도모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도 관계자는 “올레길 폐쇄회로(CC)TV는 진행 중인 유관기관 합동 안전진단 결과에 따라 설치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경제 브리핑] 한·베트남, 6일 FTA 협상개시 선언

    한국과 베트남이 오는 6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 개시를 공식 선언한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부후이호앙 장관과 우리 측 박태호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날 오전 11시(현지시간) 하노이에서 통상장관 회담을 열고 양국 간 FTA 협상 개시를 선언할 것이라고 3일 밝혔다. 양국 FTA 협상은 2015년 경제통합을 앞두고 있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전진기지 확보와 신흥시장 진출, 수출선 다변화 등의 측면에서 적잖은 의미를 지닌 것으로 평가된다. 양국 간 FTA 협상이 본격화되면 베트남 최대의 생산품목인 쌀과 열대 과일류, 수산물 시장 개방 등이 최대 쟁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 [저자와 차 한 잔] 진보의 재구성 모색 ‘정치의 이동’ 펴낸 장은주

    [저자와 차 한 잔] 진보의 재구성 모색 ‘정치의 이동’ 펴낸 장은주

    참 거북살스럽다. ‘고(故) 노무현 대통령 영전에 바친다’는 헌사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철학이 ‘집 나갔다’는 말을 너무 쉽게 듣는 여의도 정치판에 전해져야 마땅한 쓴소리인데 도시 귀 기울여 듣는 이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10년 만에 집권한 보수 정권은 역시나 권력형 비리로 비칠거리고, 권력을 내준 진보 진영은 통합진보당 사태에서 보듯 지리멸렬하기만 하다. 그래서 진보 진영과 자유주의 세력 사이에 놓인 ‘이념적 한강’에 다리가 되고 싶었다는 장은주(48) 영산대 법대 교수가 낸 ‘정치의 이동’(상상너머)을 이 무더위에 펼쳐 놓았다. 지난 18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만난 장 교수에게 집필 동기부터 물었다. 그는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요한볼프강괴테 대학에서 ‘하버마스와 그람시의 시민사회론 비교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대학이 있는 경남 양산과 서울의 참여사회연구소를 오가며 ‘지금, 여기’에 몰입하고 있다. 장 교수는 “우리 정치의 발전 방향에 대한 철학적 모색을 정리해 보고 싶은 생각을 평소 갖고 있었다. 지난해 여름방학에 A4 용지 150쪽 분량으로 딱딱하기 이를 데 없는 초고를 썼다. 아내인 하주영 박사와 대학 친구이자 출판기획가인 이건범이 읽어 보더니 ‘꼭 필요한 얘기’라며 더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1급인 이씨가 이런저런 보완할 점들을 지적하고, 초고를 들춰본 이양수 한양대 교수가 A4 30쪽 분량의 의견을 보내와 1년에 걸쳐 책으로 엮었다. 그가 한창 집필에 속도를 내던 때 “모두 책을 산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도 끝까지 읽어 보지 않은 것 같은” 마이클 샌델의 정의론 열풍이 일었다. 그의 초고 제목은 ‘왜 어떤 정의인가’였다. 그러던 차에 일보 전진을 희망하던 이들에게 거듭된 절망을 선사한 4·11 총선 패배와 진보당 사태를 맞게 됐고, 도리어 책 속의 발언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무상급식으로 인한 복지 논쟁이나 용산 참사, 한진중공업 사태를 비롯한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도 장 교수의 논지를 풀어 가는 실마리가 됐다. 그는 “진보·자유 진영이 왜 이렇게 망가지게 됐는가 하면 근본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정치적 지식인’들이 진보 정치의 본성을 이해하는 낡고 잘못된 정치적 사유 습성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의 주장은 단순할지 모른다. 1980년대 불의의 체제를 분노로 견뎌 왔던 진보주의자들이 지독한 성찰을 통해 ‘보수적 진보’의 인식틀을 과감히 깨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각에서 ‘분배 패러다임’이라 이름 붙인 ‘엄청난 괴물’을 넘어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화의 분배에만 초점을 맞추는 정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존중하는 정의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것. 그가 진정 바라는 정치의 방향은?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주체가 되고 그들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스스로 생각하는 민주주의가 필요하다. 공론장이라던가 토론, 대화를 통해 바람직하고 합리적인 정책을 찾아내는, 시민 중심의 민주주의로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지식인 중심의 정치보다 시민 주체성, 아래로부터의 자발적 정치 참여 과정이 올바른 정치 개혁의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게 ‘민주적 공화주의’라고 했다. 독자들이 어떻게 읽어 줬으면 할까? 장 교수는 “대학 교육을 받고 사회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쓰려고 노력했다.”며 “정답을 제시하려고 하는 책이 아니라 함께 모색하며 현실을 돌아보는 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누구보다 정치적 지식인들이 읽어 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똑똑하고 정의롭다고 자부하는 이들이야말로 이 책의 문제의식에 제대로 부딪쳐 볼 일이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모두가 기쁘다 그럼 善일까

    모두가 기쁘다 그럼 善일까

    끈적한 피가 주룩주룩 내린다. 어느 지방의 부도난 병원의 4층 수술방에서, 아프리카의 40년째 내전으로 시달리는 나라에서. 피칠갑으로는 모자라 피를 한 양동이는 거뜬히 뽑아낼 것 같은 기세의 이 소설은 ‘인간의 조건’을 묻고 있다. 납량특집 같은 소설이다. ●자본주의 체제 아래 ‘인간의 조건’ 고민 임성순(36)의 신작 장편소설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실천문학 펴냄)는 자본주의 체제의 바탕이 된 공리주의가 선(善)한 세상을 만드느냐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이 소설의 시작은 습관적 자살자들의 삶을 거두고 그 대가로 그들의 심장, 신장, 간, 폐 등을 꺼내 이식수술이 필요한 환자들에게 제공한다. 자살의 뜻을 이룬 사람도, 장기를 이식받은 사람도, 이를 도와준 회사도 모두 ‘행복한’ 거래일까? 장기 적출이 끝나면 ‘수확’도 한다. 정강이뼈는 2500만원, 각막은 800만원, 아킬레스건은 개당 100만원, 복재정맥은 미터 당 1200만원, 화상환자를 위한 피부조직 등을 모두 거두면 2억 5000만~3억원의 판매액을 거둘 수 있다. 영혼을 뺀 인간의 상품가치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가난해서 치료받지 못한 사람을 위해 사용한다. 이것을 ‘선’(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소설은 계몽주의적인 정신이 투철한 의사 최범준과 추기경이 되고 싶었던 신부 박현석이 주인공이다. 작가는 “고결한 공리주의자 범준”과 “세속적인 존재론자 현석”이라고 부른다. 각각은 인술을 베풀고 싶어서 또는 추기경으로 가는 빠른 사닥다리를 타기 위해 15년전 내전이 벌어지던 아프리카에서 NGO활동을 했다. 내전이 벌어지는 아프리카의 한 나라는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나 ‘호텔 르완다’에서 보던 나라와 다르지 않다. 식민지 시기에 소수부족이 외세에 빌붙어 나라를 팔아먹고 다수부족을 착취했다. 2차 대전 후 독립한 소수부족의 정권은 다수부족들이 봉기함에 따라 내전에 들어간다. 내전에는 반드시 살인·강도·강간이 병행하는 인종청소가 진행된다. 지옥이 따로 없다.세계의 언론은 내전에만 주목하지 내전의 원인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러다 보니 유엔평화유지군이 부패한 외세종속적 정부의 수명을 연장하는 노릇을 하고, 난민캠프는 포악한 반군의 전진기지나 보급창고로 전락하게 된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자원봉사자들의 의도도 순수하지 않다. 20대의 금발머리는 뉴욕의 유엔 사무국 직원이 되려고 경력쌓기 차원에서 활동한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엇이 선한 것인가? 극한의 상황에서 신참내기 의사와 선교사는 잠깐 만나 신의 존재에 대해 갑론을박한다. 그리고 15년 만에 이들은 ‘회사’에서 다시 만났다. ●공리주의 의사·세속적 신부의 어긋난 善 임성순 작가는 이번 소설이 “2010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인 ‘컨설턴트’와 올해 초 출간한 ‘문근영은 위험해’에 이어 “자본주의의 은유로서의 ‘회사’를 통해 우리 사회를 보는 ‘회사 3부작’의 완결작”이라고 설명했다. 출간되기까지 12버전의 원고를 썼고, 초고로 알려진 3번째 쓴 작품의 원고 2400장 중 최종까지 살아남은 원고분량은 300장에 불과하다. ‘문근영은 위험해’ 이후 속전속결로 6개월 만에 작품을 내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이야기다. 니체의 ‘모든 것은 선한 사람들에 의해 철저히 기만되고 왜곡되고 있다.’거나 브레히트의 ‘유혈 참극이 벌어지는 시대에 오히려 다정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경구가 소설에서 내내 날뛴다. 네이팜탄 폭격으로 마을이 불바다가 되고 사람들은 살려달라고 내달리는데 루이 암스트롱의 노래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What a wonderful world)’가 흘러나오던 영화 ‘굿모닝 베트남’처럼 기가 막힐 것이다. 비위가 약하거나 임산부는 일독을 거부하는 것이 좋겠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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