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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풀베던 50대 열사병으로 숨져

    20일 오전 11시 40분쯤 전북 순창군 쌍치면 야산에서 풀을 베던 김모(54)씨가 쓰러져 숨졌다. 김씨는 119구급대에 의해 가까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그는 이른 오전부터 동료들과 함께 야산에서 풀을 베다 갑자기 쓰러졌다. 폭염 주의보가 내려진 순창은 김씨가 쓰러질 당시 기온이 30도를 훌쩍 넘었다. 경찰은 김씨가 열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추정하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19일까지 열사병, 열탈진, 열실신 등 전국적으로 414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2명이 숨졌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알맹이 없는 군산조선소 대책에 실망

    정부가 20일 내놓은 군산조선소 지원대책에 대해 전북도와 군산시 등은 ‘알맹이 없는 내용’이라며 추가 방안을 요구했다. 전북도는 정부가 내놓은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경제 활성화 지원대책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진홍 전북도 정무부지사는 정부의 대책 발표 직후 “정부가 최선을 다해 대책을 준비했지만 도는 일관되게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을 요구했고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아쉽다”며 “제1순위는 군산조선소의 재가동인 만큼 하루빨리 정상 가동이 되길 간절히 희망하고 근로자와 협력업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대책이 동시에 추진돼야 한다”고 밝혔다. 전북도 관계자는 “군산조선소는 전북 경제의 8%를 차지하는데 가동 중단으로 6000여명이 직장을 잃었고 가족 2만여명이 생계를 걱정하게 됐다”며 “무엇보다도 조선소의 재가동이 필요하고 전북도가 제시한 대형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군산시는 “가동 중단을 기정사실로 하듯이 시민 달래기 식으로 내놓은 조치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정부 지원대책에 대해 실망을 금하지 못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놨다. 이어 “해결책은 오로지 조속한 정상가동에 있다”며 추가 대책과 함께 현대중공업이 수주물량을 조속히 배정하라고 촉구했다. 군산시의회도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산단 경기침체, 자영업 붕괴, 인구감소 등 경기침체가 도미노로 이어져 군산과 전북 경제가 파탄에 놓였다”며 “노후선박 교체, 공공선박 조기 발주, 선박펀드를 활용한 물량을 군산조선소에 즉시 배정하는 특단의 대책과 일자리 창출 및 경제활력을 위한 지원을 서둘러달라”고 주문했다. 앞서 이낙연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를 열어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에 따른 지역지원 대책’을 심의·확정했다. 대책은 ?선박 신조 수요발굴 및 지원 ?조선협력업체 및 근로자 지원 ?지역경제 충격 완화 및 지원 등 세 가지 부문으로 구성됐다. 군산조선소 재가동 여부는 명확히 밝히지 않았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사이렌 오더 안 돼요” 스타벅스 해피아워 ‘음료 반값’

    “사이렌 오더 안 돼요” 스타벅스 해피아워 ‘음료 반값’

    스타벅스코리아가 개점 18주년을 기념해 20일부터 3일간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두 시간 동안 음료를 반값에 제공하는 ‘해피아워’ 이벤트를 시작했다. 긴 줄을 서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사전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해피아워 행사에는 사이렌 오더를 사용할 수 없다.사이렌 오더 이용 불가 외에도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할인 해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스타벅스 매장 내에서 제조하는 음료에 한정돼 있다. 그 외 병음료나 피지오, 아포가토는 반값 할인 대상이 아니다. 해피아워 기간 동안 1인 1회 3잔 이용이 가능하며 차량에서 주문하는 드라이브 스루도 차량 1대당 3잔까지 구매할 수 있다. 텀블러를 가져가면 300원을 할인해주는 제도는 해피아워 때도 유효하나 통신사 제휴 할인은 중복 적용이 안 된다. 임직원 할인 등도 해피아워 동안 중복으로 해택을 받을 수 없다. 또한 스타벅스 카드를 이용한 샷추가는 무료로 제공되지만 현금 등으로 600원을 내는 별도의 샷추가는 반값 할인에서 제외된다.전국의 모든 스타벅스 매장에서 해피아워 행사가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스타벅스 오션월드점, 마장휴게소점, 설악워터피아점, 인천공항중앙점, 인천공항입국점, 인천공항랜드점, 인천공항출국장점 등에서는 해피아워 행사를 진행하지 않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딱 맞춤이외다…안성맞춤 박물관

    [윤기자의 콕 찍어주는 그곳] 딱 맞춤이외다…안성맞춤 박물관

    “그의 원래 이름은 놈, 외할머니가 그의 앞날이 염려되어 걱정아! 걱정아 불렀던 게 ‘꺽정’이 되었다던가.” 벽초 홍명희(1888~1968)의 장편소설 ‘임꺽정’의 한 대목이다. 경기도 안성은 본디 민초들의 땅이었다. 예로부터 임꺽정(1504~1562)과 장길산(미상·조선 숙종 연간)이 이곳 흙길을 무대 삼아 한바탕 자취를 남기었고, 남사당패 꼭두쇠 바우덕이(1848~1870)의 흔들리는 치마폭도 안성장길 들머리에서 시작되었다. 원래 안성은 전주, 대구와 더불어 조선 3대 장터 소재지였다.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 속 허생은 조선 삼남(三南)의 물산이 안성장에 죄다 모이는 것을 알고 제수용 과일을 몽땅 사들인다. 그 뒤 열 배로 되팔아 이문을 남기는 매점매석의 소설 모티프는 연암이 안성땅 지나 밟게 되는 충청도 면천 군수로 재직했었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이렇듯 위세당당하던 안성 지역도 경부선이 평택을 지나치고, 중부고속도로 역시 안성의 동쪽 끝자락 일죽면을 겨우 지나다니다 보니 한양 관문 교통 요지로서의 모습은 이제는 더 이상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도 한때나마 안성은 한양 입구 노른자 길목이었으니 예부터 나라님이나 양반 사대부 세간에 들어가는 공납(貢納) 물품들이 만들어진 곳이기도 하였다. 하루 한두 끼 보리죽도 못 먹은 힘으로, 한양 양반님네들의 먹다 죽어 때깔 고운 조상들 위한 밥그릇 등속 예뻐지라고 두들겨댔으니 배곯던 민초들의 분노가 오죽했으랴. 임꺽정과 장길산은 말 그대로 안성맞춤의 구세주였던가? 경기도 안성의 안성맞춤박물관이다. 생각해보면 박물관 이름하나는 잘 지었다. 희미하게 보였던 안성땅의 정체성이 단박에 머리로 꿀꺽 넘어갈 정도로 시원하게 잡힌다. 원래 이 지역은 라면이 아니라 유기(鍮器)로 이름 내던 곳이었음을 잊으면 안 되리라. 안성맞춤 박물관은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들어가는 초입 왼편에, 흡사 정자 누마루같이 솟은 단아한 모양새로 엎드려 있다. 박물관 건물도 2003년 한국건축가협회상을 받을 정도로 수준급이어서 박물관 들어가는 대문부터 설레게 한다. 박물관에는 주로 놋쇠 그릇, 즉 유기 제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선 유기를 만드는 방법을 알아보자면 만드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두드려서 만드는 방짜기법과 녹여서 만드는 주물기법이 있는 데 이 중 안성은 주물기법의 유기가 유명한 곳이다. 구리 78%, 주석 22%을 녹여 거푸집에 부은 뒤 모양별로 그릇 및 제수, 불교용품을 만들었다. 이 중 안성에서 만드는 유기 제품의 주품목은 바로 양반가에 납품되던 첩 반상기였다. 지체에 따라 12첩부터 3첩 반상기를 만들었는데, 첩 반상기란 뚜껑이 있는 반찬 그릇을 말한다. 바로 여기에서 ‘안성맞춤’이라는 어원이 생겼는데, 보리나 잡곡을 먹던 지방의 큰 그릇과는 달리 쌀을 주식으로 하던 한양의 양반가 한 끼 담을 그릇크기로는 안성에서 나온 유기그릇이 딱 적당하였다. 바로 크기나 모양이 한양 양반들 마음에 안성맞춤이었던 것이다. 안성맞춤 박물관은 2002년 8월에 문을 열어 현재 상설전시실 3실과 기획전시실 1실의 규모로 박물관 치고는 아담하다. 이 곳에는 안성유기가 만들어지는 전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부터 시작해서 각종 첩 반상기, 불교용구, 제수용품, 기타 유기로 만들어지던 각종 생활용품까지 잘 전시되어 있다. 또한 유기 전시물 이외에도 다양한 안성의 역사를 알아볼 수도 있다. 농업역사실에는 선사 시대 유물인 돌검과 돌두검창, 반달돌칼 등을 포함하여 안성지역의 오랜 농업 역사와 특산품 등에 대한 전시품들이 있어 반나절 넉넉한 볼거리가 가득하다. 안성맞춤박물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는 않지만 해당 자치 도시의 특색을 고스란히 잘 담은 좋은 박물관이다. 또한 대학 캠퍼스 내에 위치하여 한여름 더위에 지친 관람객들이 박물관 앞 메타세쿼이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잠시 쉬어가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이다. <안성맞춤 박물관에 대한 여행 10문답> 1. 꼭 가봐야 할 정도로 중요한 여행지야? -안성에 가서 시간이 좀 남는다면, 안성 시민들의 주말 산책 장소. 2. 누구와 함께? -어린 자녀와 함께 3. 가는 방법은? -안성시 대덕면 서동대로 4726-15/ 중앙대 안성캠퍼스 입구. 031) 676-4352 4. 감탄하는 점은? -대학 캠퍼스에 있어 휴식 공간으로 적절하다. 5. 명성과 내실 관계는? -외지인들은 잘 모르는 장소. 6. 꼭 봐야할 장소는? -유기 제품들로 만든 각종 생활용품들 7. 토박이들이 추천하는 먹거리는? -청국장 ‘서일농원 솔리’(673-3171), 설렁탕 ‘안일옥’(675-2486), 묵밥 ‘고삼묵집’(672-7026), ‘모박사부대찌게’(676-1508), ‘보리네생고깃간’(673-6992)/지역번호 031 8. 홈페이지 주소는? -www.anseong.go.kr/tourPortal/museum/contents.do?mId=0101000000 9. 주변에 더 볼거리는? -안성 3.1운동기념관, 조병화 문학관, 포도박물관, 안성팜랜드 10. 총평 및 당부사항 -큰 기대를 가지지는 말길. 다만 시립박물관으로는 적당히 특징적이어서 여름 한낮 더위 피할 공간으로는 훌륭하다. 글·사진 윤경민 여행전문 프리랜서 기자 vieniame2017@gmail.com
  •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정준모의 영화속 그림 이야기] ‘나의 사랑, 그리스’-결국 사랑이다

    요즘 세간에서 소위 그랑아트투어가 관심을 끌고 있다. 10년 만에 한꺼번에 볼 수 있는 현대미술전람회가 베니스와 독일의 카셀 그리고 뮌스터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어서다. 이번에는 여기에 아테네가 추가되었다. 카셀 도쿠멘타가 ‘아테네에서 배우기’라는 주제를 내걸었다. 주제의 배경에는 “모든 유럽인은 그리스인이다.”(We are all Greeks)라는 바이런의 말처럼 그리스를 빼면 유럽은 없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경제위기로 유럽연합의 ‘돈줄’인 독일과 냉랭한 처지인 그리스가 이 기회에 과연 경제적 부채를 문화적으로 갚을 수 있을지. 또한 기원전 그리스에 문명의 부채를 안고 있는 유럽은 어떻게 이 빚을 갚을 것인가.현실은 여전히 돈, 경제가 먼저다. 그래서 그리스는 아프고 힘들다. 이런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힘은 ‘사랑’이라고 외친다.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2015년)를 관통하는 주제다. 그리스의 배우이자 극작가이며 감독인 크리스토퍼 파파칼리아티스가 만든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영화제에 소개돼 호평을 받았다. 세 가지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전개되다가 종국에 하나의 이야기로 묶이는 나름 반전의 재미도 갖추고 있다.다프네는 밤길에서 치한들을 만나지만 지나가던 청년이 구해 준다. 그리고 둘은 우연히 버스에서 다시 만난다. 시리아를 탈출한 난민 청년과 다프네는 다른 나라, 다른 풍습에도 불구하고 사랑에 빠진다. 고국에서 그림공부를 하다 도망쳐 나온 그는 자신의 습작들을 다프네에게 보여 준다. 그중 하나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그린 데생이다. 영화의 주제가 ‘사랑’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알려 주는 장치다. 그의 데생은 신고전주의 조각가 안토니오 카노바의 ‘에로스와 프시케’(1796)를 그린 것이다. 눈앞의 현실이 두렵지만 이겨 낼 용기를 가진 젊은 사람들답다. 하지만 경제난과 겹쳐 밀려드는 난민들을 향한 불만이 폭력사태로 표출되고 그 와중에 난민 청년과 사랑에 빠진 다프네는 총에 맞는다. 온갖 고난을 사랑으로 극복하는 에로스와 프시케의 신화는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샘물이 되어 주었다. 특히 18~19세기 신고전주의 미술가들이 세속적인 행복을 표현할 때 선호했던 소재다. 라파엘로를 비롯해 프랑수아 제라르나 윌리엄 부게로, 루카 조르다노, 다비드 그리고 반 존스 등 많은 화가가 에로스와 프시케를 즐겨 그렸다. 신고전주의는 그리스 문화에 대한 향수에서 출발해 그리스 문화의 부활을 꿈꾸었다. 이들은 사치와 부도덕한 내용의 바로크나 로코코양식을 배척하고 혁명정신을 대변하는 고대신화 속 영웅담이나 도덕적 윤리가 강조된 역사화를 통해 정치적 신념을 시각화하려 했다. 그리스 로마에 대한 유럽 상류층의 관심은 그랜드투어로, 또 헤라크라네움이나 폼페이의 발굴 등으로 이어졌다. 독일의 미술 고고학자로 고대 그리스를 신앙처럼 떠받들었던 요한 요아힘 빙켈만의 ‘회화와 조각에 있어 그리스 작품 모방에 관한 생각들’(1755)등에 영향을 미쳤고 나폴레옹의 로마에 대한 사랑은 더욱 신고전주의를 부추겼다.두 번째 이야기는 스웨덴에서 출장 온 구조조정 전문가가 바에서 우연히 만난 그리스 남자 지오르고와 하룻밤을 보낸 내용이다. 알고 보니 그 남자는 자신이 ‘잘라야’ 하는 회사 직원. 세 번째 주인공은 독일에서 은퇴 후 그리스로 이주한 세바스찬이다. 그는 마트에서 우연히 도움을 준 가정주부와 사랑을 키워 간다. 각각 단편처럼 전개되던 이야기는 마지막에 하나로 묶인다. 딸과 폭동의 현장에 있던 아버지 그리고 구조조정 위기에 놓인 지오르고와 마트의 가정주부는 모두 한집안 식구들이다. 영화는 그리스에 불법 이민자가 몰려들고, 동시에 디폴트를 선언하는 2015년을 배경으로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에서 몰려드는 난민들의 환승국이 된 그리스는 이들을 받아들이지 않는 유럽 때문에 혼자서 모든 짐을 떠안은 처지였다. 사실 낭만이나 사랑 또는 로맨스를 가져다 붙이기에는 적잖이 부담스러운 환경에도 감독은 ‘사랑을 사랑해’ 영화를 만든 듯하다. 진부하지만 사랑은 모든 것을 견디고 이겨 낸다는 진리의 유효성을 강변하지만 시끄러운 세상 때문에 아주 잘못 없는 한 가정의 일상과 개인의 삶이 철저하게 유린당할 수 있다는 현실은 바꾸어 놓지 못할 것 같다. 역사와 국가라는 거대 담론 앞에 무기력하기 짝이 없는 개인은 단지 ‘그때 그곳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다치고 희생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정녕 사랑이 답일까. 사랑 때문에 일어난 막장드라마 같은 파국도 사랑이면 다 용서가 될까. 영화는 그리스를 유럽의 원천인 동시에 사랑의 시원으로 규정하고 아테네 중앙도서관에 묻혀 있는 ‘사랑’에 관한 장서들의 이야기에 오늘날의 사랑을 추가해 애절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달콤하기보다는 쌉싸름한 초콜릿 맛이다. 오늘이라는 시대를 사유하고 성찰하면서도 극적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연출 실력은 압권이라기보다는 간곡하다. 서사를 이토록 서정적으로 끌어내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요즘 미술 또는 예술은 참여를 통한 변화를 외치면서 주의와 주장이 강해져 창작자들이 관객들을 압도하거나 때론 폭력적이기까지 하다. 인류가 생긴 이래 지금까지 존재해 온 바퀴벌레만큼 생명이 긴 미완의 문제, 즉 전쟁, 난민, 학살, 인종 및 성차별, 소수자에 대한 학대, 소득 불균형 등등을 다루는 예술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물론 한편으로는 출세와 돈을 위해 예술로 포장한 상품을 만들어 내는 사이비(?)예술가도 버젓이 존재한다. 영화를 보면서 예술의 근간인 순수와 상징과 은유를 버리고 목소리만 높이는 예술, 세상을 바꾸겠다는 전투적 예술가들의 작품이 즐비한 카셀 도쿠멘타가 생각났다. 정말 영화 ‘나의 사랑, 그리스’처럼 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하면서도 아름답게 가슴 찡하게 표현할 수는 없을까. 극장에서 상영되면 영화, 미술관에서 스크리닝(?)되면 미디어아트가 되는 요즘, 이 영화를 미술관에서 작가들과 함께 보고 싶다.
  • 놀면서 배워 볼까… 여름방학엔 여기!

    놀면서 배워 볼까… 여름방학엔 여기!

    여름방학 시즌이다. 학생 자녀를 둔 가정마다 ‘에듀테인먼트’형 관광지를 찾을 때다. 올해는 산업관광 명소들을 돌아보는 게 어떨까. 배움과 즐거움, 두 마리 토끼를 낚을 수 있는 곳이다. 산업관광은 산업 현장, 과거 산업유산 등을 활용한 관광 콘텐츠다. 관광객들은 배움과 체험, 재미를 얻고, 지역이나 기업에서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얻을 수 있다. 산업관광지 전체 정보는 한국관광공사 ‘대한민국 구석구석’(korean.visitkore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사진 서울신문 DB, 한국관광공사 제공① 1930년대 개항기로 돌아간 듯… 인천 아트 플랫폼 옛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 등의 근대 개항기 건물과 1930~40년대 건축물들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창작스튜디오와 공방, 전시장, 공연장 등이 빼곡하다. 인천아트플랫폼이 있는 인천 중구 해안동 일대는 1883년 개항 이후 세워진 근대 건축물들이 잘 보존된 구역이다. 한쪽은 차이나타운, 다른 한쪽은 옛 일본풍 집들이다. 개항 당시 청나라와 일본의 조계지가 맞붙어 있던 지역이라 옛 일본과 중국의 풍경이 자연스레 겹쳐진다. 주변에 옛 일본제1은행(인천 개항박물관), 일본18은행(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등 볼거리가 많다.② 만화 마니아들의 성지… 부천 한국만화박물관 만화 마니아들의 성지이자 만화의 ‘보고’다. 희귀 만화 자료들을 수집, 보존하고 만화책도 열람할 수 있는 곳이다. 부천영상문화단지 안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조성됐다. 만화박물관과 만화도서관, 만화영화상영관, 만화자료실, 체험공간 등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3층의 만화역사관이다. 1909년 시작됐다는 한국만화의 역사가 시대별, 흐름별로 전시돼 있다. 옛날 만화방을 떠올리는 1960년대 만화방을 비롯해 1970~80년대의 성인만화도 만날 수 있다. 해외 작품도 관람할 수 있다. 23일까지 국제만화축제도 열린다.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월요일 휴관.③ 오늘은 내가 태후 송송 커플… 정선 삼탄 아트마인 삼탄아트마인은 2001년 폐광된 삼척탄좌를 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이다. 1964년 문을 열어 ‘석탄산업의 메카’로 번성하다 문을 닫은 아픈 역사를 딛고 예술의 씨앗을 싹 틔웠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 곳이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내방객이 부쩍 늘었다. 지진이 일어났을 때 송중기가 송혜교의 신발끈을 묶어 주는 장면, 송혜교가 테러범에게 납치돼 고문을 당하는 장면 등이 촬영됐다. 송중기가 입었던 군복과 막사 침대 등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폐광 구조물과 예술 작품 전시 공간 등 볼거리도 많다.④ 3대째 만드는 전통 막걸리… 진천 덕산양조장 세왕주조는 국내 오래된 양조회사 중 하나다. 1929년 ‘덕산양조장’으로 설립돼 3대째 양조 명가의 전통을 이어 가고 있다. 옛 덕산양조장 건물은 2003년 근대문화유산(58호)으로 지정됐다. 백두산에서 공수한 삼나무로 지었다고 한다. 건물 앞엔 측백나무가 서 있다. 외부의 열기를 막아 한여름에도 건물을 식혀 준다. 지금도 전통 막걸리와 와인 등을 생산하고 있다. 덕산양조장 옆은 세왕전통주 홍보교육관이다. 건물 외형부터 독특하다. 오크통에 술독을 이어 붙인 형태를 하고 있다. 예약을 하면 시음과 체험을 할 수 있다. 오전 10시~오후 6시 문을 연다.⑤ 일제시대 은행은 어땠을까… 군산 근대건축관 일제강점기에 건립된 옛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이다. 일제가 식민 지배를 위해 운영한 대표적인 금융시설이었다. 1980년대 나이트클럽으로 전락했다가 지금은 군산근대건축관으로 쓰이고 있다. 군산의 근대건축물과 일본강점기 화폐 등의 유물을 전시하고 있다.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다. 연중무휴다. 주변에 일제강점기 때 건물들이 많다.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 중 하나로 꼽힌다는 옛 군산세관, 군산근대미술관으로 변신한 옛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 등이 대표적이다.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일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⑥ 전통 옹기들이 옹기종기… 울주 외고산옹기마을 1950년대 경북 영덕에서 옹기공장을 운영하던 고 허덕만 장인이 울주로 옮겨 오면서 시작된 마을이다. 부산에 피란민이 몰려들면서 옹기 수요가 급증했고, 이후 한국 옹기시장의 50%를 책임지는 최대 공급처로 발돋움했다. 요즘도 외고산 옹기장인들은 전통 방식으로 옹기를 만든다. 어른 키를 훌쩍 넘기는 옹기부터 작은 장식용 옹기까지 그야말로 옹기의 모든 것과 마주할 수 있다. 마을 뒤 옹기박물관에선 전국의 재래식 옹기와 세계 각국의 옹기를 만날 수 있다.⑦ 직접 체험하는 과학… 고흥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청소년들이 손쉽게 만지고 즐기면서 우주과학의 원리를 체험하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다. 우주과학에 관한 기본 원리와 로켓, 인공위성, 우주 탐사 등을 주제로 32종의 작동 체험 전시물과 90여종의 전시품을 마련해 뒀다. 4차원(4D) 돔영상관과 야외 로켓 전시장, 별자리 관측 체험존 등 다양한 시설도 들어섰다. 오전 10시~오후 5시 40분 문을 연다. 월요일은 쉰다. 29일~8월 2일 우주항공축제도 열린다. 축제 기간 중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린 발사 현장을 공개한다. 평소에는 공개되지 않는 장소다. 홈페이지에서 신청받는다.⑧ 내가 만든 어묵 맛보자… 부산 삼진어묵 역사관 어묵은 부산을 대표하는 먹거리 가운데 하나다. 여러 어묵업체 가운데 삼진어묵은 ‘원조’처럼 인식되고 있는 곳이다. 1953년 부산 영도 봉래시장에서 처음 어묵을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3대째 이어 오고 있다. 삼진어묵 역사관은 이 회사가 영도본점 2층에 마련한 체험관 겸 전시관이다. 성형어묵, 피자어묵, 구이어묵 등 다양한 재료를 이용한 어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체험은 주중, 주말 상관없이 전부 예약제로 진행된다. 베이커리 형태의 1층 매장에서는 다양한 어묵을 구입하고 맛볼 수 있다. 오전 9시~오후 6시 문을 연다. 연중무휴다.⑨ 고려제강 공장이 문화공간으로… 부산 f1963 고려제강이 1963년에 건립해 2008년까지 운영하던 공장 건물이다. 지난해 부산비엔날레가 열리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각종 공연·전시회가 수시로 열리고, 서점과 카페 등도 들어섰다. 인접한 고려제강 기념관(키스와이어센터)에선 철강 산업의 역사를 엿볼 수 있어 관광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f1963 입구 쪽엔 대숲이 조성돼 있다. 대숲에 들어 명상에 잠겨도 좋겠다. 주변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폐수처리장을 꾸며 수생식물을 심은 공간이다. 키스와이어센터는 예약이 필수다. 공휴일과 일요일은 휴관이다.
  • 김부겸 “지역 다극 체제로 가야 저성장·지방소멸 탈출”

    김부겸 “지역 다극 체제로 가야 저성장·지방소멸 탈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가장 큰 도시는 로스앤젤레스지만 그 주의 행정수도는 인구 50만명도 안되는 새크라멘토입니다. 미국에는 캘리포니아처럼 각 주의 대표 도시가 주도(州都)가 아닌 곳이 33곳이나 돼요. 건국 당시부터 권한을 최대한 고르게 나눠 지역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미국의 철학이 담겨 있죠. 서울 한곳에 모든 힘을 모아 놓은 우리와는 다릅니다.”(성경륭 전 국가균형발전위원장)문재인 정부의 5대 국정 목표 가운데 하나인 ‘고르게 발전하는 지역’을 구현하고자 다양한 아이디어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행정자치부와 한국지방행정연구원은 19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새 정부의 지방분권·균형발전’을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김부겸 행자부 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더이상 중앙집권적 국가운영 방식으로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저성장과 저출산, 지방소멸 등 직면한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면서 “이제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지역 다극 체제’로 바꾸고 국가 운영 패러다임을 ‘지방분권적 국가운영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참여정부에서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성경륭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 정부가 ‘준(準)연방제 수준의 분권국가’를 실현하고자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장 우리가 미국이나 독일, 스위스 수준의 연방제를 실현할 수 없는 만큼 우선적으로 영국이나 프랑스, 스페인 수준의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게 법적·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성 교수는 “북한의 말뿐인 ‘고려 연방제’와 혼동해 새 정부의 연방제 노력을 색깔론으로 몰아 가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정순관 순천대 행정학과 교수는 중앙과 지방의 현실을 ‘기울어진 운동장’에 비유하며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세입은 중앙과 지방 비율이 8대2로 중앙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정작 재정 사용은 중앙과 지방이 4대6으로 지방이 일을 더 많이 하고 있어 지방이 늘 재정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정 교수는 “새 정부는 반드시 헌법 전문에 ‘대한민국은 지방분권국가’라는 점을 명시하고 지방자치권을 헌법상 기본권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영배 서울 성북구청장은 일본식 용어인 ‘지방자치단체’ 대신 ‘지방정부’로 용어를 바꿔 쓰자고 제안했다. 김 구청장은 “최근 수출이 회복세를 보이고 주식시장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지만 일반 주민의 삶은 하나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면서 “(일부에게만 이익이 집중되는) 복합쇼핑몰 유치를 거부하고 작은 공원과 광장, 미술관 등을 통해 다수가 혜택을 공유하려는 전북 전주시의 사례를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제 발표 뒤 이어진 토론회에서 권영수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사무총장은 “과거 4대강 사업 당시 별다른 시범사업 없이 시행돼 부작용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과오를 반면교사 삼아 지방분권 실험은 순차적이고 계획적으로 차근차근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병철 서울신문 논설위원은 “지방분권·균형발전 논의에 앞서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서울 및 수도권을 과연 어떤 형태로 가져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공론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국보법 위반 박창신 신부 경찰 서면조사 수용

    국보법 위반 박창신 신부 경찰 서면조사 수용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창신(75) 신부가 3년 5개월 만에 경찰의 서면 조사를 받아들였다. 경찰은 박 신부가 조사서를 제출하는 대로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다.전북지방경찰청은 “국보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박 신부에게 서면 조사서를 전달했다”고 19일 밝혔다. 박 신부는 2013년 11월 22일 군산시 수송동 한 성당에서 열린 시국미사에서 “북방한계선(NLL) 문제 있는 땅에서 한·미군사운동을 하면 북한에서 어떻게 하겠어요? 쏴야지”라며 “천안함 사건 났죠? 북한 함정이 어뢰를 쏘고 갔다? 이해가 갑니까?” 등의 발언을 해 보수 단체로부터 고발됐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2014년 2월부터 3차례에 걸쳐 출석 요구서를 보냈지만, 박 신부의 거부로 최근까지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신중하게 사건을 검토해서 이달 초 다시 박 신부에게 서면 조사 여부를 타진했다”며 “박 신부가 응하겠다고 해 조사 내용을 담은 서류를 전달했다”고 말했다. 박 신부는 “미사 때 한 이야기를 트집 잡는 것은 종교적 탄압이라 생각해 조사에 응하지 않았다”며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만큼 정의로운 결과를 기대하고 조사를 받기로 했다. 2∼3주 이내에 경찰에 서류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북도교육청, 여중생 성희롱 교사 적발

    전북도교육청, 여중생 성희롱 교사 적발

    여중생 제자들을 성희롱한 교사가 적발됐다. 19일 전북도교육청 학생인권심의위원회에 따르면 도내 A 중학교 B 교사가 올해 3월부터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을 성희롱해왔다.B 교사는 ‘왜 다리를 떠냐’며 허벅지와 무릎을 만지고 ‘졸지 마라’며 어깨를 주무르는 식으로 학생들이 원치 않는 신체적 접촉을 했다. 학생들을 칭찬하면서 얼굴과 코, 등, 손 등을 만지기도 했다. 피해를 본 학생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7명에 달한다. B 교사의 일탈은 학생들이 이를 문제 삼은 지난 5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인권심의위원회는 “여학생들이 성적인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육체적 성희롱’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경찰에 고발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으로 보고 전북교육감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위원회는 ‘요즘 학생들이 짧은 옷을 입고 다니니까 성폭행이나 성희롱이 일어난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을 한 C 중학교 D 교사에 대해서도 언어적 성희롱이라며 징계를 권고했다. 또 숙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중학생들에게 매를 든 E 교사의 징계도 요청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주 빛낼 미래 유산 찾는다

    전북 전주시가 훗날 보물이 될 수 있는 미래 문화유산 보존에 나선다. 19일 전주시에 따르면 한옥, 근·현대 건축물, 생활유산 등 전주의 문화유산을 미래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존·관리할 방침이다. 시민들의 추억이 서린 유·무형의 문화유산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보존·활용해 전주시의 미래 보물을 만들어 나간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역사학자, 문화재 전문가, 시민 등 24명으로 구성된 미래유산보존위원회를 구성해 시민들의 기억에 남아있는 사건, 인물, 이야기가 담긴 유·무형 자산 등을 미래유산으로 선정할 계획이다. 시는 시민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기억의 장소, 오래됐지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것들을 미래유산으로 지정하기 위해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시민들이 직접 미래유산의 예비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공모도 진행한다. 오는 9월 전문가 조사가 마무리되면 미래유산보존위원회에서 심의와 소유자 동의 절차를 거쳐 미래유산으로 선정하게 된다. 선정된 미래유산은 표식과 안내판이 설치해 멸실이나 훼손되는 것을 막고 시민과 관광객에게 알릴 계획이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완주엔 용기 주고 감동 나누는 ‘희망 냉장고’ 있다

    완주엔 용기 주고 감동 나누는 ‘희망 냉장고’ 있다

    ‘제 형편과 가난을 드러내지 않고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아요. 그동안 제가 살아오면서 사람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는 ‘죽어라’였는데 이 냉장고는 저더러 살아보라고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전북 완주군 이서면(면장 주영환)이 설치한 ‘행복채움 나눔냉장고’가 감동을 주고 있어 화제다. 지난 2월 전북혁신도시 내 한국전기안전공사 건너편 도로 버스정류장 뒤에 설치된 이 냉장고는 독일의 ‘푸드 셰어링’(Food sharing)에서 착안했다. 냉장고 옆에는 ‘매일 채워지는 나눔냉장고 음식은 누구나 무료로 가져갈 수 있어요’라는 문구가 부착돼 있다. 냉장고는 완주 지역 자활센터 푸드뱅크 사업단과 로컬푸드협동조합에서 기부받은 각종 식재료를 매일 오전과 오후 2차례 채워 놓는다. 좋은 취지가 알려지자 이서면 지역 푸른떡집, 모악식품, Y마트 등도 정기 후원자로 나섰다. 푸드뱅크에서는 편의점 김밥, 빵, 음료 등을 넣어 두고 로컬푸드협동조합은 신선 채소와 두유 등을 채워 준다. 마트에서는 과일, 통조림 등을 가져다 놓는다. 이 냉장고의 단골손님은 경로당 어르신과 일일근로자, 장애인 등이며, 초·중·고생들의 방과후 간식 창고로도 활용된다. 하루 평균 50여명, 설치 이후 현재까지 4000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이 냉장고에서 음식을 가져가는 주민들이 남긴 메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한 이용자는 ‘저희 남편이 택배 일을 하는데 항시 이곳에 들러 끼니를 해결한다면서 감사해합니다.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제육덮밥 소스와 소불고기 덮밥을 두고 갑니다’라는 글귀를 남겨 눈시울을 뜨겁게 했다. ‘주말에 베이글 놓고 가신 분 고마워요. 저 실은 베이글이란 거 처음 먹어 봤어요’라는 글도 있다. 소문이 퍼지면서 기부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한 독지가는 결혼식 화환 대신 받은 쌀을 나눔냉장고에 채워 줬고 전주에 사는 워킹맘은 요구르트를 놓고 갔다. 나눔냉장고에서 가져가기만 했던 경로당 할머니들도 직접 재배한 무공해 상추를 답례품으로 내놓았고, 나눔냉장고에서 빵과 김밥을 꺼내 먹었던 초등학생들도 우유, 요구르트, 연어캔 등으로 ‘고사리손 보은’을 실천했다. 나눔냉장고를 관리하는 하명희(사회복지7급)씨는 “나눔냉장고를 이용했던 사람들이 다시 냉장고에 기부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했다. 주영환 이서면장은 “각박한 세상에서 나눔냉장고의 해피 바이러스가 더 많은 사람에게 퍼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오늘의 경기]

    ■프로야구 KIA-넥센(고척) kt-LG(잠실) NC-한화(청주) 두산-SK(문학) 삼성-롯데(울산 이상 오후 6시 30분) ■프로축구 클래식 상주-제주(상주시민운동장) 전북-광주(전주월드컵경기장 이상 오후 7시) 강원-울산(평창알펜시아) 대구-포항(대구스타디움) 인천-서울(인천전용경기장) 수원-전남(수원월드컵경기장 이상 오후 7시 30분)
  • 이광수 ‘무정’ 온전한 초판본 최초 공개

    이광수 ‘무정’ 온전한 초판본 최초 공개

    고려대 도서관이 한국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춘원 이광수의 ‘무정’(無情) 초판본을 17일 공개했다.고려대에 따르면 이 학교 교육대학원 졸업생이자 국어교사 출신인 유덕웅(75)씨는 그동안 개인 소장하던 무정 초판본을 최근 학교 도서관에 기증했다. 춘원은 100년 전인 1917년 1월 1일부터 6월 14일까지 매일신보에 126회에 걸쳐 ‘무정’을 연재했고, 이듬해 7월 18일 출판사 ‘신문관’이 초판본을 인쇄해 20일 발행했다. 이때 찍은 1000부 중 현재까지 전해진 초판본은 한국현대문학관에서 소장하는 것이 유일했다. 현대문학관 소장본도 표지 장정(裝幀)이 유실된 상태여서 1920년 발행된 재판본을 통해 초판본의 겉모습을 추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고려대 도서관이 공개한 초판본은 표지와 책등, 판권지 등 상태가 온전했다. 1918년 발행 당시 모습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학교 측은 “1910년대 발행된 소설들은 화려한 그림으로 이뤄진 통속적인 표지가 대다수였는데, 무정 초판본은 표지에 그림 없이 단정한 글씨로 작가와 제목·발행사만 인쇄돼 이전 출판물과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판권지에 찍힌 스탬프를 통해 이 초판본이 전주의 대화정 남문통(현재 전주시 전동)에 있는 ‘동문관’에서 판매된 서적임이 확인된다는 점 또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유씨는 한국 최초 문고본인 ‘청년문고’의 제1편인 ‘용비어천가’도 고려대 도서관에 기증했다. 학교는 “1915년 ‘신문사’가 발행한 청년문고 제1편 용비어천가는 지금까지 출판 사실만 전해질 뿐 실물은 발견된 적 없었던 한국 최초의 문고본”이라면서 “한국 출판사 연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여고생 성추행 학교장 모르쇠로 일관

    체육 교사가 여고생 40여명을 성추행해 물의를 빚은 전북 부안여고 김모(60) 교장이 전북도의원들의 질의에 ‘모로쇠’로 일관해 빈축을 샀다. 17일 도의회 임시회 교육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한 김 교장은 ‘성추행 사실 등을 전혀 몰랐느냐’는 도의원들의 거듭된 질문에 “학생이나 학부모, 운영위원, 교사 등 누구로부터도 (성추행 사실이나 폭언, 성적 조작 등에 대해) 보고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는 “사건이 터진 후에야 교감으로부터 보고받았고, 그전에는 전혀 몰랐다”고 덧붙였다. 이에 도의원들은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까지 다 아는 사실인데, 교장과 교사만 몰랐다니 이해가 가지 않으며 한심하다”면서 “관리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 교장은 “현재 진행 중인 도 교육청의 감사와 경찰 조사 결과가 끝나면 그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며 사퇴의 뜻을 내비쳤다. 도의원들은 피해 학생들에 대한 2차 피해 보호 대책 미흡, 공개 사과 취소 등 학교 측의 부실한 사후 대책도 따졌다. 이 학교의 50대 체육 교사는 수년간에 걸쳐 여학생 45명을 성추행했다가 최근 구속됐다. 도 교육청은 이에 따른 제재로 내년부터 이 학교의 학급수를 학년당 7개에서 4개로 줄였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전북 임실서 차고지 화재로 버스 6대 불 타

    17일 오전 3시 3분쯤 전북 임실군 임실읍 한 시외버스 차고지에서 불이 나 30여 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주차된 버스 2대가 모두 타고 4대는 불에 그을려 1억 1000여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가 났다. 불이 난 시간은 버스운행이 끝난 시간대여서 인명피해는 없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방화 등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74.6%…1주 새 2%P 하락

    문재인 대통령 국정지지율 74.6%…1주 새 2%P 하락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소폭 하락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여전히 70% 중반대의 높은 지지율을 이어가고 있다.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9주째 50% 이상의 지지율을 얻었다. ‘문준용 의혹제보 조작 사건’ 파문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3주째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여론조사기관인 리얼미터는 CBS의뢰로 지난 10~14일 전국 성인 252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 ±2.0%포인트) 결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 지지율(긍정평가)이 74.6%로 집계됐다고 17일 밝혔다. 전주 조사보다 2%포인트 떨어졌다. 직무수행에 대한 부정 평가는 전주보다 2.6%포인트 오른 18.6%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측은 “한미 정상회담 등 정상외교 효과로 지난 2주 동안 상승세를 이어왔으나 이번에 상승세가 꺾였다”며 “인사 논란과 ‘제보조작’을 둘러싼 여야 대립 장기화로 추경안 처리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정국타개 방식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조금씩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각의 탈원전 반대 주장이나 박정희 기념우표 발행 취소 논란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리얼미터는 “하지만 9주 연속으로 모든 지역·연령·이념성향에서 긍정평가가 크게 높거나 최소 50% 선을 넘겼다”며 여전히 높은 지지율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는 광주·전라(83.6%), 부산·경남·울산(70.1%), 대구·경북(60.5%) 등으로 집계됐다. 연령대별로는 30대에서 88.6%로 높은 지지를 받았고, 60대 이상에서의 지지율은 56.5%를 기록했다. 정당지지율은 민주당이 전주보다 0.4%포인트 내린 53.0%를 기록했다. 리얼미터는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9주 연속 50% 초중반의 강세를 이어갔다”며 “다만 호남에서는 지난주 66.9%에서 이번 주 60.7%로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전주보다 1.8%포인트 떨어진 14.4%의 지지율을 받았다. 리얼미터는 “당 혁신위원장을 둘러싼 ‘극우 논란’이 확산하면서 지난 6주간의 완만한 상승세가 멈췄다”고 전했다. 정의당은 이정미 신임 대표를 선출하면서 전주보다 0.3%포인트 오른 6.5%의 지지율을 기록, 3위로 올라섰다. 바른정당은 전주보다 0.5%포인트 내린 6.1%로 집계됐다. 국민의당은 전주와 비교하면 0.3%포인트 상승하며 5.4%의 지지를 받았다. 국민의당 지지율은 5주만에 하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3주 연속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리얼미터는 “국민의당 일간 지지율은 이준서 전 최고위원 구속과 이언주 의원의 ‘학교 비정규직 발언’ 논란 등으로 주중 4.9%까지 떨어졌다가 안철수 전 대표의 사과 기자회견이 있던 12일 5.2%로 상승했고, 추경안 심사 복귀 의사를 표명한 13일에는 5.8%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1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권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리얼미터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서울 아파트값 0.14%↑… 상승폭 확대

    서울 아파트값 0.14%↑… 상승폭 확대

    ‘6·19 부동산 대책’ 이후 주춤하던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이 다시 강세를 보이고 있다.이달 10일 기준 전국의 주간 아파트 가격은 0.05% 오르며 전주(0.02%)보다 상승폭이 커졌다. 수도권의 아파트값이 전주(0.06%)보다 높은 0.10%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지방은 0.01% 떨어지긴 했지만 전주(-0.02%)보다는 하락폭이 줄었다. 특히 서울은 지난주 0.14% 오르며 전주(0.11%)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서초구 0.14%, 강남구 0.10%, 송파구 0.11% 등 강남권이 전체적으로 반등하는 모습이었다.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0.01%의 안정세가 이어졌다. 서울이 0.05%로 전주(0.06%)보다 오름세가 둔화된 가운데 서초구는 -0.05%로 전주(-0.02%)보다 하락폭이 커졌다. 지방 전셋값은 0.03% 하락했다.
  •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견훤 탄생 설화 품은 금하굴… 백제 미륵불교 묻어 있는 견훤산성

    [서동철 기자의 스토리가 있는 문화유산기행] 견훤 탄생 설화 품은 금하굴… 백제 미륵불교 묻어 있는 견훤산성

    경북 상주나 문경을 여행하다 보면 견훤산성이나 견훤사당처럼 견훤의 이름이 들어간 이정표와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토박이들이야 그럴 일이 없겠지만, “후백제를 창건한 인물의 흔적이 왜 신라의 옛 땅에 몰려 있나”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마련이다. 견훤(867~936)은 무진주를 점령하고 스스로 왕위에 오른 뒤 완산주로 천도해 후백제 왕이라 칭했던 인물이다. 이후 맏아들 신검에 의해 금산사에 유폐됐고, 왕건에게 투항한 뒤 신검을 토벌해 달라고 요청해 결국 후백제를 멸망케 했다. 무진주는 오늘날의 광주광역시, 완산주는 전북 전주다. 견훤이 뜻을 세운 이후 상주와 문경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렇다. 상주는 견훤의 고향이다. 상주 출생설에 맞서 광주에서 태어났다는 학설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지금도 상주설의 위치는 굳건하다.●가은 지역에 견훤 집안이 백제 유민이라고 전승 상주설의 근거인 ‘삼국유사’ 기록은 이렇다. ‘견훤은 상주 가은현 사람이다. 근본 성은 이(李)였는데 뒤에 견(甄)으로 고쳤다. 아버지 아자개는 농사 지어 살았는데, 광계 연간에 사불성에서 스스로 장군이라 칭했다. 아들 넷이 있어 모두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는데 견훤은 남보다 뛰어나고 지략이 많았다.’ 광계(光啓)는 당나라 희종(재위 885~888)의 연호다. 경상도(慶尙道)는 잘 알려진 것처럼 고려시대 경주(慶州)와 상주(尙州)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땅이름이다. 상주가 이전 왕조의 수도 경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중요한 고을이었다는 뜻이다. 가은은 오늘날에는 문경 땅이다. 하지만 과거 가은현과 문경현은 상주군에 속하기도 했다. 견훤의 흔적을 따라가는 길은 가은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다. 문경시의 서북단 가은읍은 서쪽으로 충북 괴산과 경계를 이루고 있다. 소백산맥 줄기를 이루는 1000m급 준봉(埈峰)이 사방을 에워싸고 있지만 가은에 이르면 하늘이 활짝 열렸다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넓고 비옥한 땅이 펼쳐진다. 이런 가은의 경제력을 바탕으로 했다면 통일신라 말 상주의 호족이었던 아자개의 세력은 결코 간단치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가은에는 견훤의 집안을 백제계로 연결 짓는 전승이 있다고 한다. 신라의 삼국통일로 나라가 망하자 백제인들은 사방으로 흩어질 수밖에 없었는데, 그중에서 경제력이 있는 일부가 산간벽지인 가은 아차마을로 피란해 살았다는 것이다. 물론 문헌상의 근거는 찾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한다. 갈전리 아차마을은 서남쪽의 속리산 줄기에서 발원한 뒤 동북쪽으로 흘러나가 문경과 상주 시내를 거쳐 낙동강에 합쳐지는 영강을 따라 펼쳐진 속개들이 바라다 보이는 가은읍 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아차마을에 닿으면 금하굴(霞窟)을 먼저 찾는 것이 순서다. 금하굴은 견훤의 출생 설화가 드리워진 작은 동굴이다. 일연이 ‘고기’(古記)를 인용해 ‘삼국유사’에 담아놓은 설화의 내용은 이렇다. ‘북촌의 부잣집이 있었다. 어느 날 딸이 아버지에게 “밤마다 자줏빛 옷을 입은 남자가 왔다 간다”고 하자 아버지는 “너는 긴 실을 바늘에 꿰어 그 남자의 옷에 꽂아 두라”고 했다. 날이 밝아 실이 간 곳을 찾아보니 바늘은 북쪽 담 밑에 있는 큰 지렁이 허리에 꽂혀 있었고, 이로부터 딸은 태기가 있어 사내아이를 낳았다.’ 그가 곧 견훤이라는 이야기다.●“견훤 모친 찾아온 큰 지렁이가 금하굴에 살아” 금하굴은 견훤의 어머니에게 밤마다 찾아왔던 큰 지렁이가 살았다는 동굴이다. 1000년에 훨씬 넘었지만, 한 시대를 풍미한 영웅에 얽힌 전설과 그 물리적 흔적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문화가 그만큼 풍요롭다는 증거가 아닐까 싶다. 견훤 아버지의 이름을 따서 아개동이라고도 불리는 아차마을에는 견훤의 집터도 남아 있다. 금하굴 뒤편의 작은 언덕 너머에는 2002년 지은 숭위전(崇威殿)이 있다. 견훤에게 제사 지내는 사당이다. 조선은 역대 왕조의 사당을 만들었는데, 환인·환웅·단군을 모신 황해도 구월산의 삼성사(三聖祠)와 기자를 배향한 평양의 숭인전(崇仁殿)이 그렇다. 숭인전 옆에는 단군과 고구려 동명왕을 합사한 숭령전(崇靈殿)을 지었다. 조선은 신라 박혁거세, 백제 온조왕, 가락국 수로왕을 각각 배향한 숭덕전(崇德殿), 숭렬전(崇烈殿), 숭선전(崇善殿)도 경주, 남한산성, 김해에 세웠다. 고려의 역대 왕을 제사하는 숭의전(崇義殿)은 경기도 연천에 지었다. 그러니 문경시가 견훤 사당의 이름을 숭(崇)자 돌림을 써서 지은 의미를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아자개장터엔 전통문화 체험 시설 만들어 금하굴에서 자동차로 10분이 채 걸리지 않은 읍내의 아자개장터도 둘러보면 좋을 것이다. 볼거리가 적지 않은 전통시장 곁에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아자개 세력의 본거지라는 역사성을 살리겠다는 뜻이 훌륭하다. 전통시장 자체가 문화공간인 만큼 아자개장터는 어린이를 위한 체험 시설로 만들면 더욱 좋을 것 같다. 이제 상주 견훤산성으로 간다. 견훤산성은 오늘날의 행정구역으로는 상주시에 속하지만, 속리산 자락이라고 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속리산 문장대를 수도권이나 충청권 사람들은 충북 보은에서 오르지만 영남권 사람들은 상주에서 오른다. 상주에서 견훤산성을 거쳐 괴산으로 넘어가는 길은 이름부터가 문장로(路)다. 상주시 화북면 장암리 포장도로에서 견훤산성까지는 700m 남짓이다. 산길을 20분쯤 오르면 갑자기 기대보다 훨씬 큰 규모의 석성(石城)이 나타난다. 이곳에서 바라보이는 문장대 너머에는 법주사가 있다. 김제 금산사가 진표율사가 주도한 백제 미륵신앙의 본산이라면 보은 법주사 역시 백제불교 계통의 미륵도량이었다.●견훤산성 가까이에는 백제 미륵도량 법주사 한국 근대 조각의 개척자라 할 수 있는 김복진이 일제강점기 금산사 미륵전 주존과 법주사 미륵을 당시로서는 첨단 재료인 석고와 시멘트로 각각 조성하기도 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견훤산성도 백제불교의 영향이 미쳤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견훤이 훗날 유폐된 곳이 금산사였다는 사실도 우연의 일치는 아니다. 상주시 화서면 하송리의 견훤사당은 견훤산성에서 자동차로 30분쯤 걸리니 가깝지는 않다. 견훤사당은 전면 한 칸, 측면 두 칸의 간소한 건물이지만, 단아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견훤을 마을신으로 모시는 사당은 늦어도 19세기 전반에는 지어진 것이라고 한다. 지금도 청계마을의 동제(洞祭)가 열리는 민속신앙의 구심점이다. 고려 왕조의 시각일 수밖에 없는 ‘삼국사기’는 견훤을 ‘고슴도치 털과 같이 떼지어 일어난 뭇도적 가운데 궁예와 함께 가장 심한 자’로 지목했다. ‘신라의 녹을 먹으면서도 반역의 마음을 품어, 나라의 위기를 요행으로 여겨 도읍을 침탈하여 임금과 신하를 살육하기를 새를 죽이고 풀을 베듯 하였으니, 실로 천하에서 가장 극악한 자’라고도 했다. 그런데 상주와 문경 일대를 돌아보면 민심은 크게 달랐음을 알 수 있다. 글 사진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어머니의 뜻 받들어 전북대에 3억 전달

    어머니의 뜻 받들어 전북대에 3억 전달

    “후학 양성을 위해 기부하고 싶다던 어머니의 유지를 받들었을 뿐입니다.” 지난 5월 87세로 별세한 곽봉덕 할머니의 자녀들이 14일 전북대에 3억 1000만원의 장학금을 기탁했다. 곽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전북대에 기탁하겠다고 약속했던 기금이다.곽 할머니는 전북대에 장학금 기탁 의사를 밝힌 뒤 약정서까지 작성하고서는 며칠 후 숨을 거뒀다. 자녀들은 장례를 치르고 주변을 정리하자마자 어머니의 약속을 지켜드리기 위해 학교를 찾았다. 가족들은 ”어머니는 평소 베푸는 삶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며 ”마치 꼭 해야 할 일을 다 마쳤다는 듯 갑작스럽게 눈을 감으셨다“고 말했다.전북 장수가 고향인 곽 할머니는 또 ‘농사와 공부는 미루면 안 된다’면서 무엇보다 지역에서 인재가 많이 배출돼야 한다는 생각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거액의 장학금 기탁도 그런 평소의 신념에서 비롯됐다. 3남 1녀인 자녀들도 누구 하나 어머니의 뜻을 따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새만금개발청 기획조정관인 아들 안병주(56)씨는 ”어머니뿐만 아니라 먼저 타계하신 선친께서도 부의 사회 환원에 대한 의지가 강하셨다“며 ”부모님의 뜻을 따르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로, 이의가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전북대는 할머니의 뜻에 따라 2억원은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과 생활비로 지원하고 나머지 1억원은 스마트 강의실을 만드는 데 쓰기로 했다. 장학금과 강의실 이름은 고인의 부군 호인 송은(松隱)으로 하기로 했다. 1000만원은 전북대가 개교 70주년을 기념해 추진하는 ‘헌와·헌수 캠페인’에 쾌척해 할머니의 이름이 대학에 영원히 기억되도록 할 계획이다. 장남 안병혁(62)씨는 가족을 대표해 ”어머님이 남기신 고귀한 뜻이 오래 기억될 수 있으면 좋겠고, 장학금을 받는 후학들도 받은 것을 후배들에게 돌려줄 수 있는 따뜻한 인재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 감사자료 제출거부 전북교육감 벌금형

    감사자료 제출거부 전북교육감 벌금형

    교육부가 요청한 특정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이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형사1부(부장 장찬)는 14일 김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이 형이 확정돼도 김 교육감은 직위를 유지할 수 있다. 재판부는 “교육과학부(현 교육부)가 도내 각 고교에 감사자료 제출 요구 공문을 직접 발송하면서 감사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할 경우 과태료, 징계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 점 등에 비춰보면 피고인도 교과부의 감사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하라는 지시가 행정감사규정에 반해 위법이라는 사실을 충분히 인식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이 훈령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더라도 학교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 사항을 축소·기재하는 수정지침 시행을 지시하는 행위를 넘어서 교육부의 감사자료 제출까지 거부하도록 지시한 것은 직무 행위의 필요·상당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교육감은 재판 직후 “이 사건은 박근혜 정권에서 자행됐던 교육 폭력에 저항하던 과정에서 나온 것”이라며 “제가 대한민국의 법질서를 무시한다거나 넘어서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고자 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는 벌금형을 선고받았지만, 위안이 되는 건 우리 학생들을 방어함으로써 학생들의 앞길이 막히지 않아 위로를 받는다”며 “국가폭력에 대해선 누군가는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 교육감은 학생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어떤 희생을 해서라도 지켜야 한다는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고 덧붙였다.김 교육감의 변호인도 “이명박근혜 정부의 교육 자율권 침해에 대해 자위권 발동으로 한 행위를 재판부가 형법의 고의 과실 개념으로만 좁은시각으로 판단했다”며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은 2012년 12월 교과부의 ‘학교폭력 가해 사실의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지침과 관련한 특정 감사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선의 김 교육감은 시국선언 참여 교사들에 대한 징계를 미룬 혐의로 기소돼 무죄 판결을 받는 등 교육부와 각종 시민·사회단체, 학부모 등으로부터 17차례 고발됐다. 대부분 무혐의 처리됐고 이 중 세 차례 불구속 기소됐다. 전주 임송학 기자 sh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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