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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종전선언 제의 전에 정부 8·15께 먼저해야”

    “美 종전선언 제의 전에 정부 8·15께 먼저해야”

    정부가 오는 8·15 광복절을 전후해 ‘종전(終戰)선언’을 전격 제의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5월4일 안보분야 3대 국책연구기관인 국방연구원과 외교안보연구원, 통일연구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비공개 세미나에서 우리 정부가 한반도 종전선언을 선도적으로 제의하는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된 것으로 8일 확인됐다. ●안보분야 3대 국책硏 5월 비공개 세미나 서울신문이 단독입수한 ‘한반도 안보상황 진전대비 군사분야 추진전략’이란 보고서에서 국방연구원은 “현재 미국이 북한의 2·13 합의 이행을 유도하기 위해 종전선언을 먼저 제의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우리가 종전선언을 주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비핵화와 평화체제 추진의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종전선언 제의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도 “대통령이 8·15 성명 등을 통해 2·13 합의 이행 및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연계해 국제적인 공론화를 추진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 임기 안에 종전선언이 성사된다면 정치적 효과와 상징성이 정상회담을 능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핵화와 평화체제 주도권 확보” 건의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적 노력에 보조를 맞추면서 ‘대선용’이라는 정치적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소의 조성렬 신안보연구실장은 “북한 핵시설의 불능화가 이뤄지는 6개월 이내에 종전선언이 가능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보고서 작성자로 알려진 김모 연구위원은 “세미나는 2·13 합의 이후 북핵 정세 변화에 따른 정책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비공개로 마련된 자리였다.”면서 “BDA 문제 해결로 2·13 합의 이행이 탄력을 받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종전선언 제안의 적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미나가 열리게 된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정부 안팎에선 세미나의 ‘주문자’로 청와대를 지목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핵과 평화체제 문제를 두고 세 연구기관과 수시로 비공개 세미나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세미나 내용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면서 “종전선언 제안과 관련, 청와대 내의 구체적 움직임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용어클릭 ●종전선언 한국전쟁 당사국의 정치지도자들이 ‘정전(停戰)’상태의 종결을 정치적으로 선언하는 것. 일종의 신사협정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대표들이 서명하고 효력발생 시기 등을 명시한다면 조약에 준하는 성격을 갖게 된다. 정전상태의 법적인 종식을 위해서는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하지만 최근 남북관계 및 주변여건을 고려, 평화협정으로 가는 중간단계로 종전선언을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 [여기는 과테말라 평창 운명의 날 D-3] 노대통령·푸틴·구젠바워 3국정상 외교전쟁

    |과테말라시티 임병선특파원|해발 1500m에 위치한 과테말라시티와 시 전역을 빙 둘러선 화산 사이에는 30일(이하 현지시간) 하루종일 짙은 구름이 걸려 있었다. 마치 나흘 앞으로 다가온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 경쟁의 결과를 전혀 예측할 수 없는 현 상황을 웅변하는 것 같았다. 이날 현지에 도착한 박용성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도 “판세는 하느님만이 알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 IOC위원 98명 ‘맨투맨´ 설득나서 박 위원은 “4년 전 2010년 개최지 경쟁 때는 잘츠부르크가 먼저 탈락하고 평창과 밴쿠버가 2차에서 격돌할 것이라는 판도가 점쳐졌다.”며 “하지만 이번은 정말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위원들이 모두 도착하고 2∼3일 지나봐야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위원은 1일 합류하는 이건희 위원과 역할을 분담,4일 IOC총회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되는 98명 안팎의 위원들을 대상으로 맨투맨 설득에 나선다. ●소치, 전세기 9대 동원 막판 물량공세 총회가 열리는 웨스틴카미노레알 호텔이 위치한 ‘ZONA 10’ 구역은 20m 간격으로 총기를 휴대한 경찰 수천명이 호텔 입구를 차단한 채 삼엄한 경계를 폈다.36년의 내전이 1996년 종식됐지만 150만정의 총기가 회수되지 않아 강력사건이 끊이지 않는 불안한 치안 때문. 이날까지 전세기만 9대를 동원해 1000여명의 대표단, 경호인력, 엄청난 공연장비 등을 실어나른 러시아는 총회장 호텔 근처에 아이스링크 두 곳을 가설했다. 하지만 윤리규정상 총회장 밖인 이곳에 위원들을 불러모을 수는 없어 적도 근처의 이곳 주민들에게 눈요깃감 이상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 평창유치위 고위관계자는 “소치가 막바지 대공세를 펴는 것은 그만큼 세가 불리한 것을 자인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잘츠부르크 “두번째 1차 탈락 없게” 읍소 평창이 오히려 신경을 쓰는 쪽은 조용한 잘츠부르크. 유럽 위원들을 상대로 “두번 연속 1차투표에서 떨어지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읍소하고 있다.4년 전 2차투표에서 3표차 역전패한 평창으로선 1차 때 탈락한 도시의 표를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잘츠부르크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평창유치위는 이날 자체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을 두 차례 진행하는 등 바쁜 하루를 보냈다. 특히 오후에는 실제 프레젠테이션에서 15분밖에 걸리지 않는 질의응답(Q&A)에 대비, 자문교수단 15명이 예상 질문 100가지에서 벗어난 송곳 질문들을 던져 실전을 앞두고 ‘보약’이 됐다는 자평. 노무현 대통령이 1일 도착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날 70여명의 ‘조촐한’ 대표단을 이끌고 입국한 알프레드 구젠바워 오스트리아 총리의 정상외교 전쟁이 불을 뿜는다. 노 대통령은 당초 IOC 위원 14명 정도를 접촉할 예정이었는데 유치위는 이를 20명선으로 늘려 득표에 도움을 줄 계획이다. 푸틴 대통령도 일정을 하루 앞당겨 2일 오후(한국시간 3일 오전) 들어온다. 하인츠 피셔 오스트리아 대통령 대신 총리가 오는 것은 4년 전 프라하 패배 때 참석해놓고도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했던 전례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bsnim@seoul.co.kr
  • “완전한 승리 추구해선 분쟁 해결 안돼”

    “완전한 승리 추구해선 분쟁 해결 안돼”

    “분쟁은 한 쪽이 다른 쪽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추구해서는 절대 해결될 수 없습니다. 모두가 더불어 살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30년에 걸친 북아일랜드 신·구교도간 유혈사태를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이비드 트림블(63) 경은 분쟁종식의 필수조건으로 ‘평화를 향한 각 세력들의 의지’를 강조했다. 그는 “완전한 승리의 추구는 대량학살과 전체주의 국가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경고했다. ●북아일랜드 30년 유혈사태 종식 19일 오전 서울의 한 호텔에서 트림블 경을 만났다. 그는 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윤덕홍) 주최로 이날부터 사흘간 열리는 ‘2007 문명과 평화 국제포럼’의 기조강연(주제 ‘평화에 이르는 길’)을 위해 한국에 왔다. 트림블 경의 정치경력을 정점으로 이끈 땅, 북아일랜드는 오랜 기간 분쟁의 상처로 신음했다.1921년 아일랜드가 영국에서 독립하면서 분쟁은 싹텄다. 영국의 신교도 이주민이 다수인 북아일랜드가 영국 관할로 남으면서, 아일랜드공화국군(IRA) 등 구교도 민족주의자들은 영국과 신교도에 무력저항했다.1972년 ‘피의 일요일’ 대참사가 발생했고, 지난 30여년간 양측 충돌로 35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IRA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신교도계의 대중적 인기를 누리던 트림블 경은 1995년 신교도계 얼스터연합당 당수로 선출됐다. 많은 이들은 평화협정이 난항에 부닥칠 거라 우려했지만 예상은 어긋났다. 트림블 경은 폭력종식에 합의한 98년 4월10일 금요일의 ‘굿 프라이데이 협정’ 체결을 주도했고, 구교도계 정당 지도자였던 존 흄과 같은 해 노벨평화상을 공동수상했다. 뒤이어 구성된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초대 수석행정장관을 지냈으며, 지금은 영국 상원의원이다. “나는 태도를 바꾼 적이 없습니다. 협정 체결 전후 IRA에 늘 반대했고 지금도 반대합니다. 다만 오랫동안 폭력을 행사해온 IRA도 전쟁을 그만두고 싶다는 의지를 보였습니다. 정부도 IRA가 폭력을 그만두면 정치적 대화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으로 화답했습니다.‘분쟁의 장’이 아닌 ‘정치의 장’으로 발전했기에 협정이 체결될 수 있었습니다.” 당시 평화협정이 가능했던 핵심 이유로 트림블 경은 “협정을 맺고자 하는 강한 의지”를 꼽았다. 그는 “평화협정은 어느 한 쪽의 제안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면서 “모든 정당에서 요구했고 IRA를 포함한 모든 세력이 염원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분쟁의 심층을 살펴라” 트림블 경은 “분쟁의 심층을 살피라.”고 주문했다. 분쟁의 성격을 제대로 파악해야 해법을 제대로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북아일랜드 분쟁의 주요 원인이 종교라고 알려져 있지만, 그는 이 같은 해석을 경계했다. “종교는 융화되기 힘듭니다. 아일랜드 분쟁을 종교분쟁으로만 파악하면 문제 해결은 더 어려워지기 마련입니다. 북아일랜드 분쟁은 민족간 분쟁입니다. 북아일랜드를 영국 영토로 볼 것인지 아일랜드 통일국가의 영토로 볼 것인지의 문제입니다.” 트림블 경은 또 사회경제적 불평등도 지적했다. 산업화가 집중된 신교도 지역과 배제된 구교도 지역의 차별이 분쟁 저변에 깔려 있다는 지적은 사회양극화가 극심해지고 있는 한국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다. 지속가능한 평화를 위해서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가 필수적이란 얘기다. 그는 정치적 목적을 주장하는 IRA나 스리랑카 반군인 ‘타밀 타이거’의 저항을 단순 테러행위로 간주한다. 정치적 소수자의 저항이라도 민주적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그도 IRA에 대한 ‘완벽한 승리’를 추구하지는 않았고, 그 경험을 한국이 참고할 것을 조언했다. “완전한 승리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분쟁을 피할 수 있는 길이 열립니다. 한국은 북아일랜드의 경험을 참고해 실수를 반복하지 말고 현명하게 남과 북의 갈등을 해결하기 바랍니다.” 트림블 경은 한국 상황을 언급할 때마다 매우 조심스러워했다. 한국 현실을 잘 모른다는 이유였다. 한국에 ‘굿 프라이데이’가 올 것인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북아일랜드와 한국 상황을 대등하게 비교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어떻게 가능할지 알고 싶습니다. 그게 제가 한국을 방문한 이유입니다.” 글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사진 손형준기자 bolta@seoul.co.kr
  • [이젠 포스트 BRICs] (14) 남아프리카공화국(하)

    [이젠 포스트 BRICs] (14) 남아프리카공화국(하)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남아공) 이석우특파원|요하네스버그 관문인 O R 탐보공항과 제3의 도시 케이프타운 공항은 최근 2010년 월드컵개최를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여기저기 우뚝 선 타워크레인, 뼈대가 올라가고 있는 건물들, 땅을 파헤치는 소리…. 탐보 공항서 요하네스버그 시내와 강남격인 샌턴, 그리고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를 잇는 80㎞의 도심고속철도 ‘하우트레인’ 공사도 2010년 완공을 목표로 속도를 높이고 있다. 월드컵에 대비,530억달러(약 49조 3430억)짜리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셈이다. 경기장 신축·확장 비용만 12억달러. 세계적인 관광지 케이프타운이나 항구도시 더반 등 5곳에 4만 5000∼7만명의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을 짓느라 부산하다. 요하네스버그, 포트 엘리자베스 등 4곳엔 기존 경기장의 확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530억달러 프로젝트… 경제성장 불붙어 “치솟는 광물자원 가격의 오름세 속에 월드컵특수란 호재는 남아공 경제성장에 불을 붙였다.”고 광산재벌 하모니사의 재무담당 요한 반 히덴은 설명했다.“남아공은 월드컵대회 개최가 어렵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개최지 교체를 고려중”이란 소문도 최근 FIFA의 공식 해명으로 일단락되면서 월드컵특수 열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해 7배나 늘어난 외국인 직접투자(FDI)나 다국적기업들의 현지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한 시장진출 열풍은 월드컵 특수와 함께 장기적인 원자재 확보를 겨냥한 포석”이라고 무역산업부(The DTI) 유누스 후센 과장은 지적했다. “월드컵과 관련된 주요 건설 프로젝트는 현지 남아공업체들이 싹쓸이를 했지만 하청 공사나 기자재 수주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들의 참여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코트라 남아공 무역관 고일훈 과장은 설명했다. ●한국기업 자원 확보위한 교두보 이런 열기를 타려고 한국기업의 몸놀림이 빨라졌지만 한국의 남아공 진출은 아직은 초기단계이다.“공장 건설과 대대적인 투자보다는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 상품시장을 개척하고 아프리카 광물자원을 확보, 구매하면서 교두보로 이용하는 단계”라고 요하네스버그 증권거래소(JSE)의 미셸 주버트 상담역은 평가했다. 교민도 3000명 남짓이다. 한국은 남아공에서 철강과 백금, 알루미늄괴 등을 수입하고 남아공에 전자제품과 건설장비, 자동차 등을 판다. 그중에서 으뜸가는 수출품은 휴대전화다. 특히 삼성 애니콜은 모토롤라를 추월,1위 노키아를 뒤쫓고 있다. 삼성전자의 남아공 매출액은 지난해 5억 5000만달러.“올해 6억 5000만달러 달성도 무난해 보인다.”는 구본중 삼성전자 남아공 법인장의 설명이다. 흑인 중산층 확산과 빠른 구매력 증가 탓에 2010년에는 10억달러시장을 기대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허브… 잠재시장 선점부터 30여만명이 모여 산다는 요하네스버그 흑인 집단거주지역 소웨토나 사자와 기린이 뛰노는 사파리지역에서도 삼성 휴대전화나 LG TV와 에어컨 등은 흔히 볼 수 있다. 태석진 LG 남아공 법인장은 “흑인소비층의 급증으로 시장 가능성이 보인다.”고 말했다. 구본중 삼성 법인장은 “남아공 법인을 현지기업으로 키워 시장이 더 커졌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아공과 아프리카에 뿌리 내리기를 시작했다는 의미다.“남아공은 아프리카의 허브다. 커가는 시장을 선점한다는 의미가 크다.”는 설명이다. 남아공 정부도 반짝 특수보다는 경제체질의 한 단계 ‘레벨 업’에 고심 중이다.“월드컵 행사의 최대 도전은 아프리카에 대한 고정관념을 변화시키고 지속적인 발전의 계기로 삼는 것”이라고 부통령실 경제고문인 논라밀라 음조이 음쿠베는 설명했다. ●지속적인 성장이 화두 이같은 고민의 해결책을 음베키 정부는 ‘남아공의 뉴딜정책’으로 불리는 신경제정책(Asgisa)에 담았다. 정책을 총괄하는 부통령실 사비 음투웨클 국장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로, 항만, 전력 등 사회간접자본 투자를 늘리고 전자·통신, 자동차, 조선 등 고용효과가 큰 산업에 중점을 둬 연 6%의 경제성장률을 이끌어 나간다는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경제정책의 추진을 위해 2009년까지 GDP의 2%까지 재정적자 규모를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2010년을 넘어서 지속적인 성장의 토대를 다지고 성장동력을 넓혀 나가겠다는 생각이다. 또 이 기회에 그동안 유럽자본이 지배해 온 경제 틀도 다양화하겠다는 시도가 두드러진다고 JSE 주버트 상담역은 지적했다. 그동안 남아공에 대한 누적 투자는 옛 식민 종주국 영국이 전체 투자의 69%를 차지하는 것을 비롯해 미국, 독일, 네덜란드 등 네 나라의 누적투자액이 91%에 달했다.“백인 손에 있던 남아공 경제를 흑인 주도경제로 세우기 위해 활동공간을 넓혀 나가겠다는 전략”이란 평가다. 자원확보는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놓칠 수 없는 영역.“자원민족 바람이 거세게 이는 아프리카에서 거대 다국적기업들의 틈을 뚫고 생존에 직결되는 전략자원을 어떻게 확보하느냐가 한국에도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관건”이라고 김종인 광업진흥공사 남아공 사무소 소장은 지적했다. jun88@seoul.co.kr ■ 인구79% 흑인들의 씀씀이 |요하네스버그·케이프타운 이석우특파원|흑인들은 과시를 좋아한다?. 200만명선으로 늘어난 남아공의 흑인 중산계층들은 눈이 높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랜 영국식민지의 백인통치 아래 유럽문화가 스며든데다, 아프리카의 거점이라는 국제화된 분위기 탓에 ‘유럽수준’의 품질을 요구하는 시장이란 평이다. 그 가운데 전체 인구의 79%인 흑인들의 소비행태는 백인들과는 확연하게 다르다.“남아공 백인들은 럭비에 열광하는 반면 축구는 단연 흑인들 차지인 것과 비슷하다.”고 케이프타운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윌리 헤이예는 지적했다. 오래 지니고 있기보다는 자주 물건을 바꾸고 유행에도 민감하다. 또 흑인들의 씀씀이는 소득에 비해 백인들보다 훨씬 과감하고 충동적이다. 이종건 코트라 남아공 무역관장은 “흑인들의 소비성향이 백인들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영향으로 가계 부채율도 75∼78%에 이른다는 조사도 있다.”고 말했다. 흑인들은 백인들이 만들어 놓은 제도안에 들어와서 살아 왔지만 여전히 종족과 대가족,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하다. 개인주의적인 백인들과는 차이가 있다.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실용성이 강한 백인에 비해 흑인의 소비패턴은 과시적인 게 특징이라고 케이프타운 관광상가인 워터프런트에서 일하는 중국인 리리산은 지적했다. “1970년대부터 신용카드를 사용해 온 백인들은 카드 사용이 일반적이지만 흑인들은 현금사용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쇼핑하는 것도 즐긴다.”는 설명이다. 고급 휴대전화와 대형 및 고급 평면 TV판매가 급증하는 것도 고가를 선호하는 흑인의 취향과 무관치 않다는 평이다. jun88@seoul.co.kr ■ “선진형 시장·투자대상 다각화 추진” 제리 빌라카지 비즈니스 유니티 사무총장 |요하네스버그 이석우특파원|남아공 흑인들은 1994년 백인 무단통치를 종식시키고 평화로운 흑백 정권교체를 이뤄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숨기지 않는다. 이런 자부심은 최근 자원가격 폭등 속에 경제적 자신감으로 스며 나오고 있다. 비즈니스 유니티 남아공(BUSA)의 제리 빌라카지 사무총장도 자신감 넘치는 남아공 경제의 분위기를 대변했다.BUSA는 남아공 전체 경제기구들을 총괄하고 흑인정부 입장을 전달한다. 또 단체들의 입장을 조율하는 반관반민의 경제단체들의 최상위기구다. ▶남아공 경제에 활기가 넘치는데. -흑인정권이 들어선 지난 94년부터 10년 동안 3%의 경제성장을 유지했다.2004년부터는 연 4% 이상의 성장세다. 인종간 다양성을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에서 남아공을 ‘무지개국가’라 부른다.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이 내전 속에서 피를 흘릴 때 우리는 대화와 타협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 남아공은 아프리카에서 드물게 백인과 혼혈 등 흑인 아닌 인구가 2할을 넘는다. ▶눈여겨볼 변화가 있나. -정부가 추진하는 흑인경제 활성화조치인 BEE정책에 주목하라. 변화하는 남아공 경제에 부응하고 아프리카 흑인경제권에 접근하기 위해서라도 이 정책과 흑인기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국기업들은 검은 아프리카에 진출하는 끈을 갖고 있지 못하다. ▶각종 세금 등을 고려할 때 외국기업들의 남아공 진출 문턱이 결코 낮지 않은데. -조심스러운 거시조정을 통해 개방 기조와 국제규범 수용을 넓혀가고 있다. 서구 위주에서 시장·투자대상의 다각화를 추구 중이다. 한국, 인도, 일본 등과 보다 확대된 관계를 원한다. ▶집중 육성 분야는. -자동차, 전자, 생명공학, 조선 등이다. 재무회계, 물류구매, 계약관리 등 한 단계 나아간 기업업무 아웃소싱인 BPO도 집중 육성하려 한다. 우린 영어사용국가이고, 인도처럼 BPO수준을 세계적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한국과의 관계를 평가한다면. -백금과 철이 한국에 대한 남아공 수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한국은 기계류와 자동차, 전자제품이 주요 수출품이다. 남아공 농산물 가공에 대한 참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 제품들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는데. -한국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가 높다. 일본 제품에 비해 손색없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최근 최신형 평면TV와 고액 휴대전화가 출시되고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것에서 보듯 세계적인 업체들의 경쟁이 쏠리는 만만찮은 곳이다. ▶남아공 경제도약의 걸림돌이 있다면. -기술인력이 부족하다. 전체인구의 8할에 육박하는 흑인 인력의 고도화 없이 도약은 없다. 기술 인력교육을 위해 산업연수생 등을 해외에 대규모로 보내고 있다. 한국의 지원을 바란다. BUSA는 남아공 전체 기업의 80%가 회원사며 38개 경제단체가 참여하고 있다. jun88@seoul.co.kr ■ “흑인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필요” 김종인 광업진흥공사 소장 |프리토리아 이석우특파원|“자원확보를 위해 ‘매머드’ 다국적 기업들, 국제 투기자본들이 아프리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남아공은 생존을 위해 자원을 확보하려는 국가들과 이익 극대화에 혈안이 된 국제 금융자본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전쟁터다.” 지난해 프리토리아에 문을 연 광업진흥공사 김종인 남아공 사무소 소장은 “한국경제 생존에 불가결한 전략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요하다.”며 “유망한 자원개발 기업에 지분 투자, 인수·합병 등을 통해 자원확보의 길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자원민족주의의 확산에 따라 현지 흑인기업들과 전략적인 제휴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라고 강조했다. ▶남아공과 아프리카가 ‘자원전쟁’속에 각광받고 있는데 아프리카 자원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지난 몇년 사이에 전략광물 가격이 10∼100배씩 뛴 것은 수요가 급증한 탓도 있지만 국제 투기자본들의 공세적인 입도선매식 싹쓸이도 한 몫 했다. 아프리카 광산업의 큰 손은 유럽자본이다. 이를 피해갈 수 없다. 기존 서구 회사들과 함께 탐사개발에 참여하면서도 유럽 메이저들에 좌우되지 않으려면 현지 흑인기업들과 손을 잡고 투자할 때다. ▶한국은 국제자원시장에서 ‘상투잡는 나라’로 유명한데. -자원확보는 장기적이고 국가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미리 광산이나 현물을 확보해 놓지 않으면 전자, 자동차 산업에 꼭 필요한 구리, 동, 아연 같은 광물자원 확보에 차질을 빚는다. 물량 확보가 여의치 않거나 비싼 값에 광물을 들여온다면 경쟁국들보다 더 비싼 원가에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면 한국 산업의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자원전쟁 속에 자원확보 대책은. -우선 자원의 탐사 광구를 해당 국가로부터 배분받아 흑인기업들과 함께 초기탐사를 시작해야 한다. 전략 광물의 경우엔 장기구매계약을 맺어야 한다. 비쌀때 허둥지둥해 봐야 늘 상투만 잡는다. 또 가공기술을 통해 부가가치를 높여야 한다. ▶최근 원자력발전 수요가 늘면서 그에 따른 우라늄이 각광받고 있는데. -매장량은 세계 4위이고 생산은 세계 10위다. 교토의정서 발효와 지구 온난화 현상 악화로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우라늄 가격도 뛰고 있다.2006년 심리적인 마지노선이란 파운드당 100달러선을 돌파했다.3∼4년 사이 20배나 뛰어오른 가격이다. jun88@seoul.co.kr
  • [씨줄날줄] 통화전쟁/우득정 논설위원

    원화값이 끝 모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200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원화의 실효환율은 올 1·4분기에 125.9까지 올랐다.7년 전에 비해 25.9% 고평가됐다는 뜻이다. 반면 일본 엔화는 68.5까지 떨어져 31.5%나 저평가됐다. 그 덕분에 일본의 기업들은 경상이익이 18개월 연속으로 증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연 9% 이상의 고도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중국도 미국의 ‘환율조작’이라는 비난에 아랑곳하지 않고 위안화의 평가절상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무역전쟁, 에너지·자원전쟁에 이어 통화전쟁에 돌입했다. 강대국들은 산업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자국의 통화가치를 낮게 매기고 있다. 세계 대공황을 몰고 왔던 1920년대의 통화전쟁과 유사하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재정과 무역부문의 쌍둥이 적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이 촉발한 달러화 약세가 엔화와 위안화 약세와 맞물리면서 한국과 아세안국가, 인도 등 ‘통화주변국’들이 유탄을 맞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외환위기 이후 10년째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와 수출 호황에 최근 외국인 자금의 증시 유입 등이 겹쳐지면서 통화전쟁의 1차 피해국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5월 외환자유화 조치에 이어 올 1월 추가로 외환거래 규제를 대폭 완화했음에도 넘쳐나는 달러화를 퍼내기에 역부족이다. 그러다 보니 수출업체들이 수출대금을 앞당겨 환전하는 ‘환 헤지’가 성행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1985년 9월 G-7 국가를 중심으로 ‘엔화 강세’ 유도에 공동전선을 폈던 ‘플라자 협약’과도 같은 통화전쟁 종식 선언이라도 나왔으면 좋으련만 아직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미국은 말로만 일본과 중국에 공갈을 치고 있고, 일본과 중국은 ‘할리우드 액션’만 취하며 지금의 통화 약세국면을 즐기고 있다. 유럽연합 역시 기축통화인 달러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유로화의 위상이 강화되자 내심 싫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세계 통화정책 이너서클에 들지 못한 한국과 아세안국가, 인도 등만 죽을 맛이다. 해답은 우리도 이너서클에 초대받을 정도로 국력을 키우는 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기고] 실효있는 국가재난 대응훈련 이렇게…/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경제문제를 제외하고 가장 큰 국가위기로 다루어 왔던 것은 전쟁과 관련한 전통적 안보 문제였다. 이에 따라 전시에 원활하게 대응할 수 있는 범국가적인 기능을 갖추기 위해 종합훈련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와 냉전체제의 종식으로 세계 각국에서 전통적 안보에 관한 국가위기는 그 비중이 서서히 경감되는 반면, 태풍·지진·홍수나 화재·붕괴·폭발과 같은 대형 재난과 교통·통신·에너지 등의 국가핵심기반이 마비되는 국가위기의 비중이 점점 증대되는 추세에 있다. 이에 따라 국가위기시 대응 훈련도 전시대응에서 재난대응훈련으로 전환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는 간토대지진이 일어난 9월1일을 방재의 날로 정하고 2000년부터 전국의 지자체와 유관기관이 함께 지진과 지진해일 대비 종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유럽연합(EU)위원회도 22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지진이나 화산폭발 등 자연재난에 대비한 국가단위의 훈련을 실시하는 등 재난대응훈련을 확대 강화해 나가고 있다. 21세기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경제·사회적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되고 국제적 이미지를 실추하게 되므로 재난대응훈련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위기대응 종합훈련은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도상으로 진행하는 지휘소훈련(CPX)과 민간의 유관기관과 일반 국민까지 직접 참여하는 실제훈련(FTX)으로 구분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전시대응을 위한 지휘소훈련으로서 을지훈련을 시행해 왔으며, 민간까지 참여하는 실제훈련은 매월 15일 실시하는 민방공훈련의 형태로 시행하여 왔다. 그러나 최근 실시한 을지훈련이나 민방공훈련은 전시대응보다는 화재진압, 응급복구와 같은 재난대응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최근 나타나고 있는 자연, 인적 그리고 사회적 재난의 양상에 비해 충분히 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재난관리 총괄기관인 소방방재청을 중심으로 2005년부터 을지훈련과 분리하여 재난대응 지휘소훈련으로 국가재난 대응 종합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금년에는 재난대응안전한국훈련(SKX)이라는 명칭으로 총 370개의 중앙부처, 지자체 및 유관기관·단체가 참여하는 가운데 대규모 풍수해 및 지진과 지진해일 대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범정부적 차원에서 재난대응 종합훈련을 실시하는 이유는 대규모 재난발생시 현장 상황관리, 긴급구조·구호, 재난사태 선포 등 일련의 국가재난관리시스템 전반의 작동상태를 점검함으로써 통합적 재난관리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훈련의 주된 목적을 두고 있다. 과거 유선망으로 전달되던 상황메시지가 작년부터는 국가재난정보종합시스템(NDMS)을 통하여 신속하게 처리되며, 기관·단체별로 수립한 안전관리집행계획과 재난대응매뉴얼에 따른 재난대응기능을 점검하여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실제 재난시 신속한 수습에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휘소훈련만으로 충분한 재난대비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우려도 있으며, 을지훈련과 중복되는 부분이 많다는 지적도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제 재난대응은 행정기관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합심하여 극복하여야 할 국가적인 문제이다. 따라서 지휘소훈련도 민·관·군이 모두 참여하는 실제훈련과 연계하여 재난현장에서의 실효적인 대응능력을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여야 할 것이며,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도 재난대응의 중요성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마음가짐을 가져야 할 것이다. 김찬오 서울산업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 베트남주석 종전후 첫 美·日 연쇄 방문

    응우옌민찌엣 베트남 주석이 베트남전쟁 종식 이후 처음으로 올 하반기 미국을 방문하는 등 두나라의 밀월관계가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11일 미국 방문길에 나선 팜자키엠 베트남 부총리 겸 외교부장관은 이번 일정에서 응우옌 주석의 미국방문 일정을 협의할 계획이라고 레 중 외교부 대변인이 밝혔다. 그는 “팜자키엠 장관이 5박6일 일정으로 미국을 방문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만나 조지 부시 대통령과 응우옌 주석의 정상회담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1975년 베트남 종전 후 클린턴 대통령(2000년)과 부시 대통령(2006년)의 베트남 방문이 있었지만 베트남 주석의 미국 방문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베트남 지도자로는 2005년 판 반 카이 총리가 처음 미국을 방문했었다. 두나라는 최근 경협강화와 함께 동남아에서 팽창하고 있는 중국의 확장을 견제하기 위한 안보 대화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이와 관련, 중국측은 최근 미국∼일본∼베트남∼인도로 이어지는 대중국 봉쇄망이 강화되고 있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해 왔다. 베트남은 이와 함께 올 하반기 미국의 동반자인 일본도 함께 방문할 계획이다. 베트남을 방문중인 아사노 가스히토 일본 외무성 차관은 응우옌푸빙 베트남 외교부차관과 만나 베트남 주석을 올가을 일본에 국빈 초청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베트남은 아키히토 일왕 부처와 나루히토 왕세자 부처의 베트남 방문도 공식 요청했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사설] 북·미 정상화회담 첫 단추 잘 꿰야

    북한과 미국이 양국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내일부터 뉴욕에서 갖는다.6자회담의 2·13합의에 따른 실무적 성격의 만남이지만 그 의미는 자못 역사적이다.6·25전쟁후 처음으로 양측이 국교 정상화, 즉 수교를 목표로 머리를 맞대는 것이다. 한반도 냉전체제를 종식할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쏴 올리고, 핵실험을 했던 몇달 전 상황에 견줄 때 실로 넓고 빠른 정세변화라 하겠다. 수십년의 적대적 관계를 하루아침에 걷어낼 수는 없을 것이다. 북·미간에는 핵뿐 아니라 대량살상무기, 즉 미사일과 생화학 무기를 둘러싼 논란과 위조달러 및 마약거래 등 국제적 불법활동, 인권문제 등 풀어야 할 현안이 쌓여 있다.6자회담의 틀에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보조를 맞춰 이같은 북·미간 현안을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만큼 정교한 논의와 신뢰가 관건이다. 한번 이룬 합의를 어김없이 실천해야 함은 물론 보다 전향적 조치들을 통해 더 큰 신뢰를 이끌어 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묶인 북한 자금을 풀고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에 대한 과잉 해석을 시정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고무적이다. 북한도 이에 맞춰 위폐 등 불법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의구심을 씻을 조치를 내놓고, 조만간 이뤄질 북핵 사찰에도 성의를 다해야 한다. 미래 핵뿐 아니라 현존하는 핵을 해결할 의지도 밝혀야 한다. 특히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번 뉴욕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 약속을 반드시 준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신뢰할 수 없는 집단이라는 인식만 씻어낸다면 북·미 관계정상화의 길이 멀지만은 않다. 뉴욕회담을 시작으로 고위급 인사의 교차방문과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해 상시적 대화의 틀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평화무드가 되돌릴 수 없는 흐름이 되도록 첫 단추를 잘 꿰기를 양측에 당부한다.
  • 이라크 전쟁비용 $1,000,000,000,000 얼마나 큰 돈일까

    이라크 전쟁비용 $1,000,000,000,000 얼마나 큰 돈일까

    미국 정부 정책의 우선 순위를 제시하는 ‘내셔널 프라이오리티즈(National Priorities)’ 사이트에는 초단위로 액수가 올라가는 ‘이라크 전쟁비용 시계’가 공개되어 있다. 지난 2003년 3월 개전 이후 시계 눈금은 초당 ‘1000달러’씩 숨가쁘게 상승하고 있다. 2003년 이라크 침공 이후 미군 3000명이 숨지고 2만명이 부상당했다. 전쟁과 테러로 희생된 이라크인은 산출조차 되지 않고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에 쓴 돈은 직접 비용 7000억달러에 부상 미군 치료 등 간접 비용을 합치면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미 국방부가 이라크 전쟁 전에 밝힌 예상 전비(500억달러)의 14배에 달한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각종 기회 비용과 사망·부상자 손실을 환산하면 2조달러에 달한다고 지적한다. 미 abc방송은 4일(현지시간) ‘1조달러가 얼마나 큰 돈이며,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소개했다. 정치적 수단을 총동원해 이라크 추가 파병을 서두르는 부시 대통령이 매일 3억달러씩 이라크에 쓰는 돈이 어떤 가치가 있느냐는 의문 제기이다. 1조달러(약 936조원)는 얼마나 큰 돈일까. 이 방송은 1초당 1000달러씩 쓴다고 해도 30년 동안 쓸 수 있는 돈이라고 설명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업무시간에만 돈을 뿌린다 해도 120년 이상 쓸 수 있다. 이 돈이 이라크 전쟁이 아닌 지구촌에 쓰인다면 인류의 삶이 바뀐다. 암이 정복될 수 있고 심장병과 당뇨병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전 세계 수백만명의 어린이들은 더이상 비극적인 죽음을 맞지 않아도 된다. 매년 홍역, 파상풍, 호홉기 질환과 설사로 숨지는 어린이 수백만명을 구할 수 있다. 예방 비용은 단돈 2달러. 어린이 1명에게 공급할 수 있는 항생제는 1달러이며 설사약은 10센트면 된다. 현재 에이즈로는 1분마다 어린이 1명이 숨지고 있다. 유니세프 한국위원회는 기부금 10달러로 영양실조 어린이 15명에게 고단백 분말 영양식 한 끼를 제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 끝없는 분쟁으로 30만명 이상이 학살당한 수단 다르푸르 사태를 종식시킬 수도 있다. 1조달러는 인류의 과학 발전에 헌신하는 미 국립과학재단(NSF)과 같은 연구재단 170개를 운영할 수 있고 미 국립암센터의 200년 예산과 맞먹는다. 한해 예산 75억달러로 전 미국 기업과 공장의 공해 방지활동을 벌이는 환경보호국(EPA)이 130년이나 쓸 수 있다. 부시 대통령이 교육 개혁을 위해 추진해온 낙제방지법도 해결된다. 미 교육부의 1년 예산은 550억달러이지만 이라크 전쟁 비용이라면 18년 동안 빈곤층 자녀들에게 질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방송은 1조달러로 미국이 좀더 안전해졌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수십명 정도 있다면서 그들은 딕 체니 부통령이 최고경영자(CEO)로 있던 에너지업체 핼리버튼사의 성공에 흔쾌히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핼리버튼은 이라크 복구사업을 싹쓸이하면서 1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였다. 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후세인사형 파문] 환영·분노 엇갈린 국제여론

    |도쿄 이춘규·베이징 이지운특파원·서울 이순녀기자|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 대한 전격적인 사형 집행에 대해 30,31일 국제사회는 ‘죗값을 치렀다.’는 환영과 ‘비극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을 제외한 이슬람권 국가들과 이슬람신도들은 일제히 분노를 표시했다. 영국의 마거릿 베케트 외무장관은 “후세인이 최소한 이라크인들에게 자행한 끔찍한 범죄 중 일부에 대해 이라크 법정의 심판을 받은 것을 환영한다.”며 죗값을 치렀다고 강조했다. 일본 외무성관계자는 “결정은 이라크의 새 정부가 법의 원칙에 따라 내린 것”이라며 “우리는 이러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中·러 “정세 악화 우려” 중국 정부는 “이라크 문제는 당연히 이라크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며 이라크의 안정화를 기원했다.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라크가 조속한 시일 내에 안정과 발전을 이루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이라크 당국과 이라크 주둔 미군이 왜 이런 때 정치생명이 끝난 인물을 서둘러 처형했는지에 대해 그 속 뜻을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겠지만 국제사회와 여론은 후세인 처형으로 현재의 이라크 난국을 풀기 어렵다는 일치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국의 군사적 점령이 끝나지 않을 경우 점령과 반점령 투쟁도 중지되지 않고 이라크의 난국 역시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후세인 처형의 목적은 혼란 진정이겠지만 그 목적이 실현되기는커녕, 이라크 정세가 설상가상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 후세인 집권시절 이라크와 전쟁을 벌였던 이란은 환영했다. 이스라엘의 시몬 페레스 부총리도 “이스라엘에 대한 중대 위협이자 이라크 국민에게도 수많은 해악을 끼쳤던 그가 죽음을 자초한 것”이라고 환영했다. ●아랍권 “정치적 암살” 반면 아랍권 대부분 국가와 종파는 분노하며 복수를 다짐했다. 팔레스타인 하마스 내각의 포지 바드룸 대변인은 후세인 사형집행을 정치적 암살이라며 “전쟁포로를 보호하도록 돼 있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리비아는 이날부터 3일간을 국가 애도기간으로 선언했다. 후세인이 속했던 이라크 수니파는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이라크 시아파나 쿠르드족 등 후세인 시절 정치적 탄압을 받은 세력은 크게 환영했다. 유럽연합(EU)은 처형을 ‘야만적’이라고 비난하면서 “EU는 후세인이 저지른 범죄와 사형집행을 모두 비난한다.”고 주장했다. 교황청은 보복과 폭력의 악순환을 우려했다.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와 스위스, 이탈리아 등은 “처형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며 우려했다. 스페인 정부도 교수형 집행에 유감을 표시했다. 클레멘테 마스텔라 이탈리아 법무장관은 후세인 처형이 “이라크 문제 해결에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정치·군사적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종파 간의 긴장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비난했다. taein@seoul.co.kr
  • [美 중간선거 여소 야대] “부시 악몽의 시작”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의 탄생이 확정적이다. 8일 민주당의 하원 과반의석(232석) 장악이 확정되면서 미국인의 시선은 민주당 낸시 펠로시(66) 원내대표에 쏠리고 있다. 그녀는 7일(현지시간) 수도 워싱턴의 하얏트 리젠시 호텔에서 “민주당이 미국인에게 새로운 방향 전환을 제안한다.”고 당차게 승리를 선언했다. 이번 당선으로 11선이 된 펠로시 의원은 2007년 1월 제 110대 하원의장에 취임한다. 미 법률상 하원의장은 대통령 유고시 부통령에 이어 서열 3위의 ‘대통령직 승계권자’다. 펠로시 의원은 1994년 공화당의 뉴트 깅리치 하원의장 이후 12년만에 야당 출신 하원의장이며, 첫 주요 정당 여성대표라는 기록도 갖고 있다. 펠로시 의원은 ‘공화당 시대’를 종식시킨 일등공신이다.지난 2003년부터 민주당 원내대표로 당을 이끌어 온 펠로시는 이라크 전쟁에 반대하며 조지 부시 대통령을 ‘무능한 지도자’로 맹공격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폭스6뉴스는 “펠로시 하원의장 시대가 부시 대통령에게는 끔찍한 악몽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화당 지도부는 이번 중간선거에서 강경 좌파적인 목소리를 대변해 온 펠로시 의원을 겨냥, 그녀의 지역구를 딴 ‘샌프란시스코 가치관(SanFrancisco Value)’이라는 용어로 보수층의 위기감을 부추겼지만 참담한 실패를 맛보게 됐다. 펠로시 ‘하원의장 시대’는 미국의 대(對) 이라크전의 중대한 궤도 수정 가능성을 의미한다. 미군 철수 시한이 구체화된 이후에는 부시 행정부가 줄곧 반대한 줄기세포 연구도 승인될 가능성이 높다. ‘아르마니를 입는 좌파’라는 별명답게 세련된 명품 옷차림에 부드러운 미소로 대중을 사로잡지만 민주당 내에서는 손꼽히는 강경파다. 그녀는 낙태를 옹호하는 한편 중국의 인권탄압 등을 비판, 대중국 무역과 인권을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1987년부터 샌프란시스코를 지역구로 일해 온 그녀는 볼티모어시장과 하원의원을 지낸 아버지, 역시 볼티모어 시장을 지낸 오빠 등 골수 민주당 가문 출신이다. 남편은 부동산 재벌인 폴 펠로시다.안동환기자 sunstory@seoul.co.kr
  •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송두율칼럼] 평화의 이해

    끊임없이 인간은 전쟁을 경험하지만, 동시에 평화체제를 수립할 수 있는 존재라는 인간학적인 전제는 먼저 인간을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존재로서 보려고 한다. 자연적인 평화상태보다 오히려 전쟁상태에서 살고 있지만 그 무엇으로도 대치시킬 수 없는 이성의 힘에 의하여 인간은 평화상태를 이룰 수 있다는 데 칸트의 ‘영구평화론’의 철학적 핵심도 놓여 있다. 동족상잔의 참화를 이미 경험했고 그로부터 많은 교훈을 얻었던 우리는 적어도 대량살상무기까지 투입될 수 있는 오늘날의 전쟁이 어떤 비극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쯤은 충분히 이성적으로 통찰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전개되는 한반도의 위기적인 상황 속에서도 ‘국지전’ 정도는 각오해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이나,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유로 북에 대한 제재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려는 ‘평화주의자’에 대한 비난도 적지 않다. 또 ‘안보불감증’이니 ‘안보과민증’이니 하는, 현사태에 대한 정반대의 평가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평가는 둘 다 평화를 너무 단순하게 안보의 종속개념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물론 평화는 안보가 보장되어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이 없는 상태이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의미의 평화 개념에 지나지 않는다고 노르웨이 출신의 평화이론가 요한 갈퉁(J Galtung)은 주장한다. 그에 의하면 적극적 의미의 평화는 전쟁과 같은 직접적인 폭력은 물론 가난과 질병, 교육, 인종간의 차별과 갈등 같은 구조적이며 문화적인 폭력까지도 사라지는 상태를 의미한다. 평화는 단순히 안보의 종속개념이 아니라는 뜻이다. 북핵의 위기적 상황 속에서 사회 일각으로부터 계속 제기되는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은 평화 개념을 너무 좁은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개성공단’이나 ‘금강산관광’도 안보에 대한 위협적 요소로서 보기보다는, 적어도 소극적 의미의 평화를 위한 ‘안보투자’나 더 나아가 적극적 의미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평화투자’로서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은가. 평화는 오늘날 그 자체가 사회발전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을 피하려거든 먼저 그것을 수행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라며 ‘미국의 헤게모니가 싫으면 세계평화에 대한 희망을 묻어야만 한다.’는 주장을 펴는 하케(Ch Hacke)라는 독일 본 대학의 정치학 교수도 있다. 비슷한 논리는 지금 미국 주도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구상’(PSI)에 한국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주장에서도 보인다. 남북의 군사적 대치 상태와 더불어 미국의 헤게모니에 도전하는 중국이 행동반경을 계속 확충하는 오늘날, 그러한 구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과연 미래를 위한 현명한 판단인지 신중하게 따져 볼 문제다. 한반도의 평화체제 수립 문제를 동북아의 평화체제 수립이라는 큰 틀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카터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수립했던 브레진스키(Z Brzezinski)는 냉전종식이후 미국의 헤게모니에도 단지 짧은 역사적 기회만이 주어질 뿐이라고 주장한다. 또 그는 적어도 한 세대 또는 그 이상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빨리 사회와 정치적 변화에 따른 충격을 완화시키는 것과 함께, 평화적인 세계지배를 위한 공동적 책임의 지정학적 중심 수립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이 미래의 미국의 모습으로 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도 이제는 적어도 한 세대 이후의 동북아 체제를 가늠해 보며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밑그림을 그려야만 한다. “겪어본 고통에 대한 인간의 기억은 놀랍게도 짧다. 앞으로 올 고통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은 그러나 더욱 더 한심스럽다.”라는 독일극작가 브레히트(B.Brecht)의 경고도 있지만, 미래의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에 대한 우리의 상상력을 더 이상 ‘안보불감증’이나 ‘안보과민증’을 둘러싸고 티격태격하는 수준의 논쟁에만 비끄러맬 수는 없다.
  • [열린세상] 핵우산과 에너지우산/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북한 핵실험 이후 최근 핵우산 논쟁을 지켜보며 ‘아직도 냉전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한반도’라는 말을 실감하게 된다. 지난 몇년간 필자는 대부분의 시간을 21세기의 국제질서를 형성하는 중심축이 냉전기의 핵우산에서 에너지우산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 규명에 할애해 왔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에너지우산이라는 개념도 생소하거니와 에너지를 국가안보 차원에서 인식하는 풍토도 미약한 것이 현실이다.2차세계대전시 일본군이 즐겨 사용한 ‘석유 한 방울은 피 한 방울과 같다.’라는 말은 자원 때문에 전쟁을 해본 역사적 경험이 없으면 체득하기 어려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안보분야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에너지안보를 일종의 외도로 치부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아마도 안보라는 개념 자체가 군사안보에 치중되어 왔고 지역적으로도 동북아 주변4강의 틀에서 형성된 고정관념이 우리 풍토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는 점이 중요한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있고 에너지우산은 동맹을 재편하는 중요한 연결고리로서 핵심적 역할을 한다.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러시아·이란·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중국의 가장 취약점인 에너지공급 국가로서 동맹 관계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이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 연대만을 중요하게 보고 나머지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경향이 있다. 이 대목에서 1993년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우리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 에너지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라고 한 발언은 많은 점을 생각하게 한다. 냉전이 종식되자마자 일찌감치 향후 국제질서 형성에서 에너지안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구사를 암시한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1990년대 이후 중앙아시아·중동·아프리카 등 중국에 에너지우산을 제공할 만한 지역에 적극 개입하는 선점 전략을 구사했다. 이라크전은 결과와 무관하게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될 것이다. 중국 역시 미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에너지안보 문제에 집요한 노력을 해왔다. 장쩌민 전 주석이 1999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에너지 동반자 협정을 체결한 점이나,2004년 이란과 10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장기 에너지 공급에 합의한 것도 에너지우산을 확보하려는 노력의 일부분이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도 따지고 보면,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거부권을 행사하는 보호막과 더불어 언제든지 에너지우산을 걷어들일 수 있는 칼자루를 쥐었다는 점이 핵심을 이룬다. 그렇다고 막대한 재원을 사용한 것도 아니다. 중국의 대북 석유지원은 1990년대 이전에는 5개년 석유공급 협정에 따라 시장가격의 50% 수준인 t당 58달러 수준에서 매년 약 150만t정도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1990년에는 t당 126달러 수준으로 인상되었으며 공급량도 최근 50만t 규모로 축소되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대북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중국과 러시아의 차이점이다. 러시아는 1991년부터 구상무역 대신 에너지 공급에 대한 대가로 경화 결제를 요구하였고, 북한이 이를 이행할 능력이 부족해 이후 공급 규모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중국 역시 경화 결제를 요구하긴 했지만 북한이 무연탄이나 시멘트 등 구상무역으로 결제를 못하는 상황에서도 원유 공급을 지속했다. 에너지 초강대국 러시아와 수입국 중국의 입장이 북한지원에 있어서만큼은 반대가 된 셈이다. 결과적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에너지우산을 확보함으써 미국으로 하여금 협조 요청을 하도록 했으며, 이는 자신의 우산이 될 이란 문제 해결과정에서 또 다른 영향력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면한 북핵문제를 앞에 두고 에너지우산이라는 이야기가 공허하게 들릴지는 모르나 작은 비용으로 칼자루를 쥔 중국의 행보는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지금 핵우산에서 에너지우산으로 넘어가는 전환기에 살고 있다. 김재두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옻칠은 예술이다…외길 55년

    옻칠은 예술이다…외길 55년

    글 · 사진 김부기시인 통영옻칠미술관 무더위가 마지막 기승을 부리던 8월 중순 어느 날 오전, 칠예가 김성수 선생님을 뵈러 <통영옻칠미술관>을 찾았다. 시내를 조금 벗어난 화삼리 언덕에 자리잡은 미술관은 정갈하고 평화로와 보인다. 미술관을 들어서니 선생님은 기다리신 듯 반갑게 맞아 주신다. 칠순을 벌써 넘기신 분 같지 않게 건강하고 활기 넘쳐 보인다. 온화한 얼굴에 좀 수줍게 웃는 모습이 다정하고 마음씨가 고울 것 같아 마음이 편하다. 휴게실로 안내하여 바다가 바라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권하시더니 앞 바다 풍광을 자랑하신다. 전혁림 원로 화백께서 풍경화를 그릴 때, 맨 먼저 이 바다를 그렸다며 구도가 아주 완벽하지 않느냐고 하신다. 특히 달밤에 보는 이 앞 바다의 은파와 섬 그림자는 가히 환상적이라며 당신의 정원이라도 되는 양 으쓱해 하신다. 그래 그런지 선생님이 풍기는 인상과 체취가 앞 바다의 정취와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선생님의 안내로 전시실을 돌며 작품들을 보기로 한다. 회화성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제1전시실은 주제가 ‘칠예’로, 여기에는 선생님의 작품만이 아니라 제자들과 다른 칠공예가들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 작품의 제작기법과 과정 등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둘러본다. 탈태기법으로 조형된 작품 앞에 섰다. 부드러운 곡선과 매끈한 피부가 머금은 농염한 광택, 그것은 은근히 내비치는 절제된 관능이었다. 작품이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선생님이 서울올림픽을 주제로 제작하신 두 폭 가리개 양식의 <비상>에 이르러서는 한쌍의 봉황이 연출하는 역동감과 자개와 옻칠만이 표현할 수 있는 찬란한 색채미의 앙상블에 나는 압도되고 만다. 이 방에는 선생님이 처음으로 국전(제12회, 1963)에 출품하여 공예부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한 <문갑>도 전시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작품으로 연 3회 특상을 수상했다 한다. 음양을 좌우대칭으로 대비시킨,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을 이 옻칠 목가구도 40년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는 듯, 요즘 작품들과 견주어 보면 좀 고졸한 느낌도 든다. 제2전시실은 ‘장신구와 테이블 웨어’를 주제로 하고 있다. 주로 여성들을 위한 액세서리와 수수한 탁상용 소품들로 꾸며져 있어 서민들도 옻칠 제품에 손쉽게 다가갈 수 있게 통로 구실을 하는 것 같다. 특히 여기에는 숙명여대 출신 제자들의 재기발랄한 깜찍하고 재미있는 아이디어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한국옻칠화(Ott Painting)’의 제3전시실은 나전칠기의 전통기법을 현대미술에 접목시킨 ’옻칠로 표현한 회화’로 회화성과 장식성이 돋보이는 새로운 영역이다. 옻칠은 옻칠만이 갖고 있는 3가지 독특한 미학적인 특징이 있다. 그것은 광채와 장식성과 조각미로 다른 도료와는 스스로 차별성을 갖는다. <칠예의 문> 앞에서 격자문 저 안쪽의 옻칠화 <달을 향하여>를 이윽히 바라보다가 오늘 관람한 작품들의 느낌을 나름대로 간추려 본다. 화려해도 사치스럽지 않고(칠예), 투박한 듯 세련되며(장신구), 밝고 흥겹다(옻칠화). 새로 개척하는 장르인지라 낯설어야 할텐데 늘 보아온 듯 친숙하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칠예가 김성수 선생님은 1935년 통영에서 태어났다. 기술을 배워야 한다는 ‘한 친척 아저씨의 권유’로 1951년 통영에 설립된 ’도립 경상남도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 제1기생으로 들어갔다. 6·25 전쟁 중이라 피란 온 이 방면의 고명한 분들로 강사진이 짜였다. 줄음질은 김봉룡, 끊음질은 심부길, 칠예지도에 안용호, 데생은 장윤성, 디자인 설계제도는 유강렬 선생에게서 배웠다. 이밖에 피란 와 통영에 머물던 칠예의 거장 강창원, 화가 이중섭 씨의 특강에 통영출신 화가 김용주 전혁림 김상옥 김종식 제씨도 자주 들러 지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김봉룡 선생의 부름을 받아 1953년 2년 과정을 수료하고 학업을 계속하기 위해 부산으로 가서 고등학교에 편입했다. 그러나 어렵사리 익힌 기능을 중도에서 손 놓아서는 안 되겠다 싶어 야간부로 옮기고 통영칠기사에 입사하여 낮에는 나전칠기 기술을 익히며 장인정신을 키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자 통영의 ‘나전칠기기술원양성소’의 부소장(소장은 도지사였다)을 맡고 계시던 김봉룡 선생의 부름을 받았다. 다시 통영으로 와서(1956) 모교인 양성소의 강사로서 나전기법·옻칠기법·디자인(도안) 제도·정밀묘사·공예사 등 거의 전 과목을 후배들에게 가르치는 한편 스스로 이론 정립과 실기 연마에 여념이 없었다. 이러기를 6년, 통영은 바닥이 좁아 스스로 한계를 느꼈다. 보다 체계적으로 배우고 연구해야겠다는 열정과 포부를 지니고 1962년 3월에 상경하여 본격적인 창작활동에 들어갔다. 이듬해인 1963년 제12회 국전에 <문갑>을 출품하여 최고상인 문교부장관상을 수상하고, 내처 연 4회 특선하여 국전추천작가가 되었다. 1969년에는 홍익대학교 공예학부 전임교수가 되어 후학교육과 작품활동을 병행하였다. 그 사이 두 차례에 걸쳐(1973~1975) 정부파견으로 아프리카 북단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튀니지에 가서 칠공예를 지도하기도 했다. 이것이 빌미가 되어 유럽 여러 나라의 작가들과 교류하게 되었고, 파리에 가서는 그곳 작가들과 함께 창작활동도 하였다. 옻칠화에 전념… LA에서 전시회 이러는 과정에서 우리 전통예술의 소중함을 새삼 깨닫고 전통나전칠기와 채화칠기에 바탕을 둔 새 장르의 형상화 작업을 시도하였으니 이것이 칠예조형물과 한국옻칠화이다. 그러나 바쁜 일정에 매여 정작 자신이 개척한 새로운 미술 장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창작과 연구활동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이런 형편과 선생님의 속내를 알아차린 미국에 사는 큰 따님의 배려로 미국에 건너가 1998년 7월부터 그곳에 머물면서 한국옻칠화 연구에 전념하게 된다. 2002년 미주 중앙일보 창간 28주년과 이민 100주년을 기념하여 미주 중앙일보가 초청하고 LA와 뉴욕 한국문화원이 후원하여 LA한국문화원에서 〈한국현대옻칠화전〉을 개최했다. 이때 새로운 이 미술 장르에 〈한국옻칠화(Ott Painting)〉라는 이름을 지어 붙이고 이를 전 세계에 선포하였다. 그 이듬해인 2003년 뉴욕 한국문화원 갤러리 코리아에서 다시 개최하여 뉴욕 화단에서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호평을 받았다. 이어 2004년 5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옻칠로 표현한 회화’라는 주제의 개인전을 가지면서 세계미술계에 새로운 장을 연 옻칠미술가로 우뚝 서게 된다. 고희의 나이로 고국에 돌아와 전통문화의 현대화라는 어려운 작업의 큰 마디를 넘기고, 많은 제자와 친지들의 축하를 받으면서 선생님의 감회는 어떠하였을까? 맨 먼저 무슨 생각이 났을까? 고향과 어머니, 옛 은사들과 제자들, 나전칠기와 옻칠미술, 예향과 옻칠 르네상스를 위한 마지막 봉사…. 이런 것 아니었을까? 그럴 때 진의장 통영시장의 은근한 귀향 권유가 때를 맞춘 것 아닐까? 사재를 몽땅 털어 고향 언덕에 결국 선생님은 2004년 8월 미국 영주권을 포기하고 귀국하여 고향으로 돌아오셨다. 용남면 화삼리 고향 ‘미늘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산언덕에 1천 2백여 평의 땅을 사서 150평의 아담한 집을 짓고 2006년 6월 15일 ’통영옻칠미술관’을 개관하였다. 이는 국가가 인정하는 유일한 옻칠미술관으로 현대옻칠 중견작가들의 작품 80여 점을 전시하고 있다. 옻칠이라는 화두 하나를 붙들고 55년 외길을 걸어오신 선생님에게 이 정감어린 미술관은 꿈의 완성일까, 새로운 꿈의 시작일까? 400년 나전칠기의 고장 통영을 21세기 세계옻칠문화의 요람으로 새롭게 꽃 피우려면 옻칠전문기능공의 양성이 선결문제라며 이에 대한 복안과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지만, 힘든 일 싫어하는 세태인지라 걱정부터 앞선다. 이 미술관에 선생님의 사재를 몽땅 쏟아 붓고도 모자라 연금까지 일시불로 받아 보태었다는데, 미술관에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는 데 지극히 인색한 풍토에서 운영이 어려울 것은 뻔한 일이다. 세계미술시장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한국옻칠미술을 보호하고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지원이 절실하다. 고향에 돌아와서 “행복하다”며 환하게 웃으시는 선생님의 얼굴을 오래오래 보고싶다.         월간 <삶과꿈> 2006.10 구독문의:02-319-3791
  •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함혜리기자의 프렌치 리포트] (1) 관용의 나라에 관용이 없다

    지금부터 약 1년 전의 일이다. 전 세계 언론은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소요·방화사태를 연일 대서특필했다. 신문·방송만 보고 있으면 마치 프랑스가 내전상태에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지난해 10월27일 파리 북부 교외의 클리시-수-부아에서 10대 무슬림 소년 2명이 경찰의 검문을 피해 달아나다 감전사하면서 촉발된 소요사태 1주년을 앞두고 프랑스에서는 다시 대규모 폭력 사태가 재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엄청난 물적·인적 피해를 안겼던 지난 해의 소요사태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그동안 프랑스에 대해 갖고 있었던 고정관념(혹은 이미지)과 진실(혹은 현실) 간의 괴리가 얼마나 컸는지를 실감했다. 프랑스는 여행 가이드북에 소개된 대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것으로만 가득한 나라가 아니었다. 그렇다고 당장에 거꾸러질 나라는 물론 아니다. 유구한 역사와 함께 전국에는 문화유산이 넘쳐나고 드넓은 국토는 아름답고 기름지다. 오랜 세월 다양하고 깊이있는 문화와 예술을 향유한 나라답게 프랑스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식견과 이를 국부(國富)로 가꿔 나가는 노하우는 놀랍다. 지난 3년간 파리특파원 생활의 체험을 바탕으로 프랑스에 대한 거짓과 진실을 파헤쳐 본다. 프랑스에 대해 아주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준 책 가운데 하나가 홍세화씨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다.90년대 중반에 발간된 이 책은 한국에 돌아올 수 없는 처지였던 저자가 프랑스에 정치적 망명을 하고, 호구지책으로 택시운전사를 하면서 보고 느낀 것을 적었는데, 특히 프랑스가 오래 전부터 중시해 온 관용(톨레랑스) 정신을 부각시켜 화제가 됐었다. 이 책은 프랑스를 사회 저변에 다양성과 타인에 대한 배려가 뿌리내리고 있는 관용의 사회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프랑스에서 살면서 내린 결론은 ‘프랑스에는 더 이상 톨레랑스가 없다.’는 것이다. ●톨레랑스 ‘제로’! 프랑스의 치안총책인 니콜라 사르코지 내무장관은 범죄와의 전쟁을 논할 때마다 “톨레랑스 제로”라고 강조한다. 모든 범죄를 단호하게 다스리겠다는 뜻이지만 이 말을 접하면서 한치의 관용이나 아량도 기대할 수 없는 살벌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섬뜩함이 느껴졌었다. 물론 톨레랑스가 아주 사라진 것은 아니겠지만 의미는 확실히 퇴색했다. 사회가 각박해지면서 개인주의가 팽배하고 치열한 국제경쟁 속에 자국 보호주의가 심화되는가 하면 인본주의, 인도주의를 제일로 치던 가치관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각종 사회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물가가 올라서 하루 먹고 살기 힘든데다, 범죄와 폭력이 난무하는데 톨레랑스는 너무 한가한 얘기라는 거다. 역사적으로 프랑스에서 관용이 명문화된 것은 1598년 앙리 4세가 선포한 낭트칙령에서다. 다음 세기 접어들어 식민지 시대가 개막되면서 프랑스는 미개한 인류에 대한 ‘문명화(文明化)의 사명’을 내세우며 그들 나름의 관용정책을 확대시켰다. 민주주의가 태동한 나라는 아니지만 인본주의 사상을 바탕으로 한 관용정책과 함께 민주주의를 꽃피운 나라는 프랑스다. 법보다 인간이 앞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프랑스 땅에 발을 들여놓은 이상 불법 입국자라도 현행범이 아니면 이들을 추방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지난해 11월 소요사태 이후 사르코지 장관은 불법 체류자들을 색출해 강제추방하겠다고 공언하고 공화국에 적합한 사람들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추진했다. 프랑스인들도 대부분 정부의 이런 강경한 태도를 지지하고 있다. ●관용정책의 딜레마 식민지 시대가 종식되면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아프리가 흑인, 베트남인들은 ‘자유·평등·박애의 나라’ 프랑스로 몰려들었다. 이들을 프랑스는 관용의 정신으로 받아들였다. 정치적 망명자에 대해서는 더욱 관대했다. 문제는 이민자들을 프랑스 사회에 통합시키는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프랑스는 지난 해 가을의 소요사태와 같은 뼈아픈 매를 맞아야 했다. 프랑스 정부를 더욱 골치 아프게 하는 것은 밀려드는 불법이민자들이다. 프랑스엔 현재 20만∼40만명의 불법 이민자가 존재한다. 이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면서 화재 등 각종 재난에 노출돼 있다. 불법이민자들이지만 프랑스에서 사고를 당하면 책임은 정부에 떠넘겨진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 상황은 더욱 드라마틱해진다. 프랑스 정부는 불법 이민자들에게 고향으로 돌아갈 여비까지 제공하며 불법이민자 청소에 열을 올리고 있으나 인권단체와 사회당으로부터 공격을 받고 있다. 프랑스 전역의 무슬림(이슬람교도) 수는 전체 인구의 10%에 가까운 500만명을 헤아린다. 이는 유럽 국가 중에서 최대 규모다.10명 중 1명은 무슬림이라는 얘기인데, 실상은 이보다 더하다. 무슬림들이 모여사는 파리 북부지역이나 교외지역에 가보면 10명 중 1명이 프랑스인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대낮에도 날치기, 도난, 차량방화, 폭행 등 각종 범죄가 기승을 부리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가지 않는다. 일부 지역은 경찰들도 근무를 기피할 정도다. 경찰 전문가들에 따르면 파리교외 이민자 밀집 지역의 범죄는 더욱 조직적이고 정도도 심해지고 있다. ●심화되는 인종차별주의 지난해 프랑스 소요사태는 이민자들에 대한 사회통합 정책이 실패한데 따른 결과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회에 팽배한 인종차별주의다. 프랑스 사회에서는 경제적·사회적 위기가 심화되면서 관용이 점점 사라지는 반면 인종차별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린다. 프랑스가 사회주의의 본산으로 여겨지고 있지만 실제로 프랑스인들의 인식은 갈수록 우향우의 경향을 보인다. 여론조사기관 이폽(IFOP) 조사 결과 프랑스인 10명 중 4명 정도는 “극우파의 정책이 프랑스 사람들의 관심사에 가깝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극우파인 국민전선(FN)의 장마리 르펜 당수는 이민을 반대하고, 인종차별적인 발언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받았던 인물이다. 프랑스에서는 드러내 놓고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 프랑스인들은 인종차별주의자로 불리기를 원치 않으며 1972년 이후로 인종차별은 법에 의해 처벌을 받는 행위가 됐다. 그러나 겉으로는 인도주의와 인본주의를 외치지만 속으로는 엄연히 인종차별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 특히 일본이나 미국 등 부자 나라 사람들에게는 관대하지만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가난한 제 3세계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중성을 보인다. 프랑스는 주택문제가 무척 심각한데 아프리카 사람들은 집을 계약하기가 무척 힘들다. 복덕방은 이들에게 아예 기회를 주지 않는다. 정해진 거주지가 없으면 이 나라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아랍식 이름을 갖고 있으면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다. 이민자 가정의 자녀들은 프랑스의 공립학교에서 프랑스식 교육을 받는다. 라 마르세즈(프랑스 국가)를 부르고 프랑스어를 프랑스인처럼 구사하지만 이들은 자신을 프랑스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사회에서는 엄연하게 인종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lotus@seoul.co.kr
  • “조용한 결단력으로 분쟁 조정”

    “조용한 결단력으로 분쟁 조정”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마침내 유엔사무 총장으로 정식 선출됐다. 반 장관은 14일 새벽(한국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에서 5년 임기의 제8대 사무총장으로 인준을 받았다. 이날 총회에서 192개 회원국은 앞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단일 후보로 총회에 추천한 반 장관을 표결 없이 환호 섞인 박수갈채로 인준했다. 반 임명자는 총회 인준 뒤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사적인 수락연설에서 “아시아의 미덕인 겸손을 바탕 삼아 조용한 결단력을 발휘해 아시아 성공의 열쇠이자, 유엔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반 임명자는 유엔의 새로운 임무와 관련,“과거 유엔의 핵심적 활동이 국가간 분쟁을 막는 것이었다면 새로운 세기 유엔의 임무는 국가간 시스템을 강화, 인류의 복리를 증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이는 평화 개발 인권이라는 세 축의 진전을 통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년 동안 지킬 약속의 하나로 “유엔이 일반인들에게 보다 친숙해질 수 있도록 시민사회를 광범위하게 대화에 포함시킬 것”이라면서 “유엔의 대의인 세계 시민을 표방하는 지지 그룹, 기구들의 의견을 수렴해 나갈 것”이라고 역설했다. 반 임명자는 “이 자리에 본인을 있게 해준 모국과 한국 국민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면서 “전쟁의 상흔으로 얼룩진 한국에서의 청년기를 거쳐 이 연단에 서기까지의 여정은 유엔이 우리 국민들의 암담했던 시절에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고 편안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연설에서 냉전이 한창이던 1956년 열두살 초등학생 때 하마슐드 유엔 사무총장에게 편지를 보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하는 한국의 국민들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던 일화도 소개했다. 반 임명자는 총회가 끝난 뒤 코피 아난 현 사무총장과 만나 인수팀 구성 등을 1차 협의하는 등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20일 귀국할 예정이다. 반 임명자는 내년 1월1일 임기를 시작,2011년까지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전, 분쟁 종식을 위한 최고위 조정자 역할을 맡게 된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 [北 핵실험 파장] 前 외교수석 2인 긴급대담

    [北 핵실험 파장] 前 외교수석 2인 긴급대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고 유엔 안보리가 대북제재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북핵사태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역할이 더욱 높아진 듯하다. 본지는 13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정태익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외교안보수석과 중국 주재 대사를 지낸 정종욱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의 긴급 대담을 갖고 북 핵실험 국면을 어떻게 풀지 등을 짚어봤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 핵문제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라는 국제 핵질서에 대한 도전이다. 북한의 핵보유 의지는 과거의 냉전 질서가 종식됨으로써 북한이 위협을 느끼고 남북 격차가 매우 커져 흡수통일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서 나왔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전 소련 외무장관이 1990년 북한에 한·소 수교를 통보했을 때 김일성 전 국가주석은 “우리는 이제 핵 계획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종욱 전 대사 가장 걱정스러운 점은 북핵 실험에 자극을 받아서 국제사회, 특히 동북아 지역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본이 그렇다. 즉 북의 핵실험은 단순한 한반도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엄청난 함의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1992년에 미국이 철수한 핵무기를 도입하자고 주장하지만, 한반도에 다시 핵무기를 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계적인 추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 안보를 더 불안하게 만드는 악수다. 대신 한·미동맹과 군사협력 관계를 더욱 굳건히 하고 유사시 핵우산을 보다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게 필요하다. 앞으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 열린다면 이 부분에 대해 구체적인 보장이 있어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은 이미 경제적으로 취약해졌고, 핵보유 계획 때문에 더욱 고립돼 더 많은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역설적으로 북한에 제재가 가해지면 북한이 더욱 고립되면서 붕괴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 북한은 모든 것이 미국 중심인 기존 세계 질서에서는 생존할 수 없다고 판단해 핵을 갖기로 했고, 국제 질서를 깸으로써 새로운 활로가 생긴다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세계관은 잘못됐다. 북한이 잘못된 판단으로 잘못된 정책을 선택함에 따라 북한의 붕괴를 가져올 수도 있다. ●정종욱 전 대사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을 계속해야 하는지는 큰 논란거리다. 원칙적으로 금강산 관광이나 개성공단 문제는 적어도 당분간 보류해야 한다고 본다. 우리 안보에 중대한 결과가 생길 수 있는 사태가 발생했는데도 계속 이어간다면 자가당착이다. 적어도 국제사회의 동향이나 북한의 움직임을 봐가면서 다시 조절하더라도 지금 당장은 중단하고 보류시켜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저는 다른 생각이다.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은 상징성을 생각해서 유지하는 게 좋다고 본다. 금강산 관광 사업은 관광객 숫자가 확 줄어 현재 수준으로는 북에 넘어가는 돈이 월 50만달러밖에 안 된다. 또 개성공단은 북한을 개방과 개혁으로 나가게 하는 수단으로 포용정책의 성공사례다. 따라서 그 상징성을 유지하는 게 좋다. 큰 틀에서의 제재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면 채찍과 당근을 잘 배합해 향후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대화의 창구를 열어놓아야 한다. ●정종욱 전 대사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에 참여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우리가 아직까지는 PSI에 본격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만일 유엔 결의안에 PSI가 반영되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행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중국과 러시아 등의 요구로 유엔 결의안이 어정쩡한 수준으로 통과되고, 미국이 독자적으로 PSI를 요구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해상에서의 검색은 지원만 하고, 실제 행동은 미국과 일본이 하라는 입장이었는데 북한 핵실험 이후에도 이것이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우리가 미국의 군사적 협력, 특히 핵우산이 더욱 필요한 상황에서 우리가 필요한 것만 받고 우리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과연 한·미 관계에서 얼마나 받아들여질지 걱정이라는 얘기다. ●정태익 전 대사 PSI를 운영하는 과정에서는 실제 (선박을) 차단하고 검색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북한이 핵실험을 한 이상 감시체계가 강화되고 정보도 빨리 전달돼 북한의 움직임은 세밀하게 포착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한국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은 더 많지 않다. ●정종욱 전 대사 핵실험 이후에 중국과 러시아가 엇갈린 입장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북한의 핵실험이 잘못됐다는 입장이고, 이번 사태에 대단히 강력하게 대응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북한이 9번째 핵보유국이 됐다.”거나 “이번 핵실험 규모가 크다.”는 식의 반응을 보였다. 따라서 중국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지는 않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북한에 대한 정책을 전환할 것이다. 군사적인 압력보다는 정치·경제적인 압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핵문제를 해결하고 대화의 장으로 나오도록 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지난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도 못 믿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의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본다. ●정태익 전 대사 대북 영향력은 중국이 러시아보다 더 크다. 국경도 훨씬 길게 맞대고 있고, 경제교류 규모도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과 우리가 중국에 북한 설득을 요청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 과정에서 북한에 대한 압력은 중국으로부터 더 많이 가해졌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그런 중국에 불만을 표출했을 수도 있다. ●정종욱 전 대사 객관적으로 볼 때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북한은 쌀이나 경제 지원에서 80%가량, 원유나 전략물자는 9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하는 상황일 것이다. 이처럼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압도적인데 중국이 그 영향력을 행사하겠다고 결단하지 못한 게 아니냐고 생각한다. 또 중국이 결단한다고 해도 북한에 강력한 압력을 행사해서 6자회담에 나오게 하고, 핵을 포기하도록 하면 북한의 반발이 엄청나게 클 것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정치 현실에서 대안 정부가 출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결국 중국의 선택은 북한 정권 붕괴냐, 아니면 현 체제 유지냐에서 결정될 문제다. 여기서 북한의 정권 붕괴는 중국에도 큰 문제이므로 북한에 압력을 가해 개혁과 개방으로 유도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리고 그 점이 바로 중국의 대북 영향력 행사에 있어서 한계라고 본다. ●정태익 전 대사 냉전 시절에도 북한은 중국과 소련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중국은 그동안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설득해 왔기 때문에 핵보유 의지가 더 확고해진 북한이 상대적으로 러시아에 더 의존하게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한 예로 6자회담이 계속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는데, 북한은 압력이 가중되니까 회담 장소를 모스크바로 옮기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정종욱 전 대사 북한의 어려움을 단적으로 표현한 사례로 본다. 결론적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에 기초하게 될 것이다. 결의안은 군사제재를 규정한 유엔헌장 7장 42조를 빼고 경제 문제에 대한 제재는 조금 완화시키는 쪽으로 타결된 듯하다. 이로써 국제사회는 북한에 압력을 가하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에 긴장감이 지속되겠지만 문제를 해결할 돌파구는 쉽게 찾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 될 것이다. 비전비화(非戰非和), 즉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상황에서 오히려 군사적인 긴장이 더 증폭되는 불안한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국내적으로 이 문제를 둘러싸고 국론이 분열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정치와 결부되는 것은 배격해야 한다. 한·미 관계를 긴밀하게 해나가는 것도 북핵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태익 전 대사 북한의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이 여태까지 노렸던 북·미 대화의 가능성은 더 멀어졌다. 남북 관계도 훨씬 더 악화됐기 때문에 핵실험 이전의 사고와 전략을 가지고 접근하면 해법이 안 나온다. 북핵을 포기시킨다는 전략적인 목표 아래 미·일은 강력하게, 중·러는 완화적인 태도로 나가는 식으로 역할 분담을 잘해야 한다. 또 북한이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해 종래와 다른 해법, 예를 들어 당분간은 5자회담이라든가 다른 틀을 통해서라도 조율된 입장을 정리해 북한에 채찍을 가하고,‘당근’이 무엇인지도 명확하게 제시해 북한과 거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종욱 전 대사 ‘핵을 만든 사람은 핵을 포기하기 힘들다.’는 명언이 생각난다. 포용정책이 지속돼야 한다는 원칙에 누가 반대하겠는가. 다만 방식은 바뀌어야 한다. 기존의 포용정책에서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남북간 ‘포용’을 위해 기존 한·미 관계 등에 엄청난 상처를 주는 등 제로섬 게임으로 비쳐진 것이라고 본다. 북핵 실험으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 있다. 그래서 당분간 긴장 관리에 역점을 두어야 한다. ●정태익 전 대사 문제를 다루는데 자꾸 누구 탓으로 돌리지 말고, 초당적으로 나가야 한다. 결론은 결국 한·미동맹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달 하순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가 열리면 핵우산을 분명히 하고, 핵무기를 무력화하는 대비체제를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방어체제를 통해 핵 사용을 못하게 하는 조치를 하루속히 취해야 한다. 정리 이세영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정태익 前 주러대사·DJ 외교안보수석 ▲서울대 법학과 ▲외무고시 2회 ▲주미 대사관 참사관 ▲외무부 미주국장 ▲주 이집트 대사 ▲외무부 제1차관보·기획관리실장 ▲주 이탈리아 대사 ▲남북핵통제공동위원회 공동위원장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장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경남대 북한대학원 초빙교수(현) ● 정종욱 前 주중대사·YS 외교안보수석 ▲서울대 외교학과 ▲미국 예일대 정치학 박사 ▲미국 아메리칸대 조교수 ▲서울대 사회과학대 조교수 ▲미국 클레어몬트대 국제전략연구소 연구교수 ▲서울대 국제문제연구소 소장 ▲서울대 사회과학대 외교학과 교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아주대 사회과학대 교수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 교수(현)
  • [시론] 정치권 북핵 등 ‘추석민심’ 들어라/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시론] 정치권 북핵 등 ‘추석민심’ 들어라/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민족의 대이동이 일어나는 추석은 사람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다. 전국의 여론이 한데 모이고 다시 흩어져 민족 대커뮤니케이션이 일어난다. 이 때문에 여론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이들은 이 시기를 놓치지 않는다. 유력 정치인들의 대통령 후보경선 참여선언이 잇달았고, 외국에 나가 있던 정치인들도 돌아왔다. 언제부터인지 한국정치판의 변수가 되고 싶어하는 북한조차 민족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핵실험’ 카드를 들고 끼어들었다. 그러나 이번 추석민심은 말이 없다. 정치권에 대한 욕조차 듣기 어려웠다. 민주화만 되면,3김 정치만 종식되면 민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참정치’가 실현되리라는 믿음이 산산이 부서졌기 때문에 더이상 정치권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세상 모두가 북한을 손가락질해도 우리만 참고 감싸면 언젠가는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이 되리라는 믿음이 무참히 무너졌기 때문에 못들은 척하고 싶은 것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는 집값 때문에 내집 마련을 포기한 서민들, 그러나 이제는 전셋값마저 따라갈 수 없다. 언제 직장의 문을 나서게 될지 몰라 전전긍긍하지만, 그런 직장조차도 못 들어가 취업전쟁이다. 졸업해도 태반이 취직길이 막막한 대학을 가기 위해 사교육전쟁을 벌여야 한다. 외국에 아이를 보낼 여유가 있는 기러기가족이나, 쥐꼬리만한 생활비에서 학원비를 짜내려는 가족이나 모두 전쟁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과 최저의 출산율은 이런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개인들의 최후 항거인 것이다. 물론 우리의 삶이 팍팍하지 않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열심히 일하면 된다는 희망이 있었다. 온 국민이 함께 손잡으면 근대화도, 민주화도,IMF 위기 극복도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막연한 불안과 서로에 대한 불신만이 우리를 짓누르고 있다. 사회적인 장벽이 너무 두터워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뛰어넘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 모두 자신들의 국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과 정치화된 시민사회는 국민을 볼모로 싸움만 하고 있다. 그러나 민심은 말이 없지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실타래처럼 얽혀버린 국제문제를 풀고, 째깍거리는 핵시계를 멈추게 하고, 우리를 압박하는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임인 후보가 누구인지. 남의 눈에 있는 들보만 손가락질하는 게 아니라 자신 먼저, 자기 정당 먼저 혁신할 후보가 누구인지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이번에는 국민들도 확실히 깨닫고 있다. 감성에 휘둘리거나 깜짝쇼에 환호해서는 대한민국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런 민심을 파악했다면, 대권을 꿈꾸는 이들은 TV토론용 2분짜리 정답이 아니라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온몸으로 느끼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정계개편이란 이름으로 의원 머릿수를 세고, 선거공학이라는 이름의 칼을 들고 국민을 분열시킬 것이 아니라 국민의 에너지를 한데 모을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정치권도 아직 1년이 넘게 남은 대선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국회를 내팽개칠 것이 아니라 민생부터 차분히 챙겨야 한다. 가장 먼저 할 일은 헌법재판소부터 제자리에 두는 것이다. 아울러 정부도 해결도 못하면서 문제거리만 쏟아내는 소위 ‘담론의 정치’는 그만두어야 한다. 현재의 일은 제대로 챙기지도 않은 채 장기계획에만 매달리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 정부가 문제를 쏟아낼수록, 먼 장기계획에 매달려 허둥될수록 국민은 더 괴롭다. 김민전 경희대 정치학 교수
  • [03일 TV 하이라이트]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35분) 유럽에서 가장 긴 목재다리가 독일에서 완공됐다.‘용의 꼬리’라 불리는 이 다리는 철재기둥만 빼고 낙엽송과 전나무로 만들어졌다.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구불구불한 디자인과 붉은 색채가 인상적이다. 나무로 만들어서 조금은 불안해 보이지만 한꺼번에 3000명이 건너가도 될 정도로 튼튼하다. ●사이언스 매거진N(EBS 오후 10시5분) 주성치가 각본·감독·주연한 영화 ‘소림축구’ 속의 축구 과학을 찾아본다. 세계는 지금 ‘종자전쟁’시대이다. 다양한 생물종 확보는 생명산업(BT)의 중요한 요소로서 국부 창출의 큰 몫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토종식물을 확보하는 모습을 소개하고 현재 천연 신약물에 대한 노력을 알아본다. ●독신천하(SBS 오후 9시55분) 정완은 운전하는 혜진에게 지헌은 결혼상대자라기보다 연애상대자라는 말과 농담을 던지는데, 이를 듣던 혜진은 약간 기분이 상한다. 정완은 비장한 각오로 드라마 시놉시스를 들고서 방송사로 들어가서는 한 PD를 만나지만, 시놉시스를 버리는 그를 보고는 화가 난 채 할 말을 다하고서는 뒤돌아선다. ●해모수의 주몽이야기(MBC 오후 11시15분) 아들을 앞에 두고 이름 한번 부르지 못했던 해모수. 비극적인 죽음으로 온 국민의 가슴을 울렸던 해모수가 주몽을 다시 만났다. 드라마가 끝난 후 해모수의 잔영에 휩싸여 두문불출했던 허준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해모수의 속내와 그가 말하는 드라마 ‘주몽’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극장(KBS2 오후 8시55분) 어머니와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이 다 제 부모같이 느껴진다는 봉삼씨는 백령도 가을리 슈퍼스타다. 홀로 사는 노인들 집은 하루에 한 번 찾아가 도울 일이 없는지 점검을 한다. 누가 부르면 언제든 달려간다. 손재주 많은 덕에 경운기 고치는 일에서 보일러 고치는 일까지 못하는 일이 없다. ●열아홉 순정(KBS1 오후 8시25분) 윤정을 잡고선 가지 말라고 소리친 우경은 한번 사귀어보자고 말한다. 국화가 자기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것에 속이 상했던 윤후는 우유배달을 시작했다는 국화의 말에 자신의 능력 없음을 뼈저리게 느끼며 미안해한다. 홍영감과 혜숙의 결혼식날 극도로 긴장한 홍영감은 자꾸만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 [9·11테러 5주기 끝나지 않은 악몽] (1) 상처 여전한 뉴욕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 이정표 잃은 뉴욕 사람들 간혹 길을 헤맨다… 그라운드 제로 현장엔 프리덤타워가 들어선다지만… 한쪽선 아직도 유해를 찾으려는 가족들… 죽음의 냄새… 월스트리트, 그 풍요에 머물던 이들 하나 둘 떠나고 주택용 빌딩으로 소리없이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 전쟁의 끝은 어디인가.3000여명이 불과 2∼3시간의 테러 공격으로 무참히 스러진 9·11 이후 5년이 흘렀지만 테러 종식을 명분으로 내건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이라크에서 들려오는 얘기는 답답하기만 하고 유럽과 중동에서의 테러 위협도 여전하다. 근본적으로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는 9·11 이후 5년을 4회에 걸쳐 살펴본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뉴욕 맨해튼의 소호 지하철 역을 빠져나온 패트리샤 켈리는 오늘도 무심코 남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난 2000년 콜로라도주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 취직하면서 맨해튼으로 이주해온 켈리. 그녀는 처음 맨해튼에 정착할 때부터 남쪽 다운타운에 높이 솟아오른 세계무역센터(WTC)를 이정표로 삼았다. 맨해튼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WTC 위치만 확인하면 그녀가 있는 지점의 동서남북이 명확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듬해 9월11일 알 카에다가 조종한 뉴욕 테러가 발생하면서 켈리는 이정표를 잃게 됐다.5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곳 지리도 손금처럼 익숙해졌지만 켈리는 지금도 길을 걷다가 습관처럼 남쪽을 돌아본다. 그러나 WTC가 서있던 7번가 쪽에는 높다란 쌍둥이 빌딩 대신 휑한 하늘만 보인다. 그럴 때마다 팔·다리 하나가 없거나, 이가 하나 빠져버린 느낌이 든다고 켈리는 말했다. 그날의 충격과 상처는 뉴요커뿐만 아니라 모든 미국인의 가슴에 깊이 남아 있다. 이슬람 저항세력인 알 카에다의 테러에 의해 WTC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자리에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속살을 드러내듯 땅이 파헤쳐진 현장 모습은 5년 전의 생채기가 여전함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미국인들이 ‘그라운드 제로’라 부르는 이 현장에는 새로운 빌딩 ‘프리덤 타워’를 세우기 위한 기초공사가 진행 중이다. 공사장 바로 옆에 위치한 지하철역 ‘패스 스테이션’으로 들어가면 공사 현장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 땅 위에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세워졌고 각종 장비를 실은 트럭들이 오가고 있다. 그러나 언뜻 보기에 공사 현장은 활기가 없다. 아직 대부분의 공사가 20여m 지하에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하에서의 기반 공사 작업은 새벽 1시에 시작돼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하루 빨리 붕괴된 WTC의 상흔을 없애고 프리덤 타워를 올리기 위해 공사를 서두르는 것이다.77층으로 설계된 프리덤 타워 건설에는 20억달러(약 2조원)가 소요된다. 프리덤 타워 주변에는 9·11기념공원과 공연장, 프리덤 센터 등이 함께 들어선다. 공사 현장의 감독관인 브라이언 라이언. 건설회사 중견 간부였던 그는 9·11 당시 뉴욕의 소방관이었던 동생 마이클을 잃었다. WTC 남쪽 빌딩에서 구조 활동을 벌이던 마이클은 건물이 붕괴되면서 실종됐다. 시신마저 끝내 찾을 수 없었고 그가 쓰던 장비만이 형에게로 돌아왔다. 브라이언은 그 충격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그라운드 제로에서 동생의 유해 찾기에 몰두했다. 그러다가 결국 프리덤 타워 건설에 참가하기로 결심했다. 브라이언은 “동생을 묻은 이곳을 재건하기 위해 힘을 보태는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일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이따금 희생자 유해 일부나 유물이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무역센터가 자리잡았던 월스트리트는 9·11 이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떠나는 금융사와 금융인들이 늘고 있다. 근처의 업무용 빌딩들은 주택으로 변신하고 있다. 월스트리트를 떠나는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 수입도 줄어 주거용으로 구입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일하는 이들조차 이 지역에서 살기를 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뭔가 ‘죽음의 냄새’가 난다는 이유에서다. 9·11은 미국인들이 개인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뉴욕 데일리 뉴스의 사진기자였던 데이비드 핸드처는 9·11때 납치된 여객기가 세계무역센터 빌딩과 충돌하는 장면을 가장 생생하게 사진에 담은 언론인 가운데 하나였다. 그는 비행기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아비규환을 현장에서 카메라에 담다가 빌딩이 붕괴될 때 매몰됐고 소방관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됐다. 핸드처는 그날 이후 신문사를 위해 사건 현장의 사진을 찍는 일을 접었다. 사진은 ‘먹고 살기 위해’ 꼭 필요할 때만 촬영한다. 그것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사진이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핸드처는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가치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고 이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뉴욕에 살고 있거나, 그날의 사건을 직접 경험했거나,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모두 침대 밑에 귀신들을 묻어두고 살아가고 있다.”면서 “이따금 그 귀신들이 침대를 뛰쳐나와 우리를 조롱하고 물어뜯는다.”고 말했다. 핸드처는 “그러면 어쩔 수 없이 귀신들과 놀아줘야 하며 이를 극복하고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데는 다시 많은 시간과 고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운트 시나이 의학센터가 2002년 7월부터 2004년 4월까지 WTC 현장 정리작업에 참여한 근로자와 자원봉사자 9500명를 조사한 결과, 이 중 70% 정도가 9·11 이후 호홉기 질환을 갖거나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전했다. 더욱 무섭고 슬픈 것은 9·11 테러로 인한 상처가 어린이들에게도 깊이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장을 목격했거나 TV를 시청했던 어린이들이 미술 시간에 비행기가 건물로 돌진, 충돌하거나 오사마 빈 라덴이 WTC를 통째로 집어삼키는 모습을 그린다고 한다. 심리학자인 로빈 굿맨은 “집짓기 장난감인 레고로 높은 건물을 만든 다음에 갑자기 충격을 줘서 무너뜨리는 장난을 하는 아이도 있다.”면서 “이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어린이는 트라우마(정신적인 외상)가 남아 있는 것이므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dawn@seoul.co.kr ■ 현상금 239억원 걸린 빈 라덴 못잡나 안잡나 9·11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묘연하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 침공 직후부터 그의 체포에 나섰지만 못 잡는지, 안 잡는지 의문만 쌓이고 있다. 빈 라덴은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국경지대에 숨어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 CNN은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치트랄이 유력하다고 지난달 23일 보도했다.2003년 공개된 비디오에서 그의 뒤에 비친 나무가 이 지역 고유종이라는 것이다. 어디 있는지 안다고 곧바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지형이 험준한 데다 정보도 완벽히 차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이들은 철저히 인편으로만 소통한다. 미 제10 산악사단 조지 윌리엄스 하사관은 “산 속에서 마치 유령을 쫓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지금은 해체된 미 중앙정보국(CIA) 빈 라덴 체포 전담반 책임자였던 마이클 셰우어는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망이 있으며 원하면 갈 수 있는 장소도 있다.”고 말했다. 은신처를 제집 드나들듯 하는 ‘이슬람 영웅’을 신고할 사람도 없다. 자칫 죽음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현상금 2500만달러(약 239억원)는 그림의 떡이다. 그를 잡을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번번이 목전에서 놓쳤다. 지난 1월 알카에다 2인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가 폭격으로 숨졌을 때 그도 현장에서 불과 몇㎞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주민들은 증언했다.2001년에도 아프간 토라보라산에서 붙잡힐 뻔했다.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2004년 10월이 마지막이었지만 녹음 테이프는 올해만 벌써 5차례나 나왔다. 물론 그가 더이상 테러를 지휘할 수 없을 만큼 고립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메시지만으로도 위력을 발휘하는 ‘카에디즘의 교주’는 이제 잡히더라도 후폭풍이 우려된다. 때문에 미국이 잡을 의지가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사담 후세인만 잡으면 끝날 것 같던 이라크 상황을 볼 때 그의 체포보다는 지역 안정이 급선무라는 지적이다. 현재 아프간 미군 2만명 중 절반이 7만여㎞의 국경지대에서 탈레반 잔당을 쫓기에도 힘이 달린다. 파키스탄도 체념한 듯하다. 미 ABC 방송과 5일(현지시간) 인터뷰한 한 관리는 “그가 만약 파키스탄에 있다 해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으면 굳이 잡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파키스탄군이 탈레반과 평화협정을 맺고 북부 와지리스탄에서 철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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