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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은 “3차 북미회담 더 할 용의…티끌만한 타협도 않을 것”

    김정은 “3차 북미회담 더 할 용의…티끌만한 타협도 않을 것”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3차 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지난 2월말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후 미국과 대화를 이어나갈 것임을 처음으로 직접 대내외에 알린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김정은 위원장이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2일차 회의에 참석해서 가진 시정연설에서 “미국이 올바른 자세를 가지고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론을 찾은 조건에서 제3차 조미수뇌회담(북미정상회담)을 하자고 한다면 한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은 미국과의 대화 시한을 올해 말로 못 박고 미국의 입장 전환을 촉구했다. “제재 해제 문제 때문에 목이 말라 미국과의 수뇌회담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서 “올해 말까지는 인내심을 갖고 미국의 용단을 기다려 볼 것이지만, 지난번처럼 좋은 기회를 다시 얻기는 분명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줄곧 요구하고 있는 이른바 ‘일괄타결식 빅딜’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북한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것과 관련해 “우리가 전략적 결단과 대용단을 내려 내짚은 걸음들이 과연 옳았는가에 대한 강한 의문을 자아냈다”면서 “미국이 진정으로 조미관계를 개선하려는 생각이 있기는 있는가 하는 데 경계심을 가지게 된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도 물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중시하지만, 일방적으로 자기의 요구만을 들이먹이려고 하는 미국식 대화법에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고 흥미도 없다”면서 “우리는 하노이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수뇌회담이 재현되는 데 대해서는 반갑지도 않고 할 의욕도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 요격을 가상한 시험과 한미군사훈련 재개 움직임 등이 ‘노골화’되고 있다며 “나는 이러한 흐름을 매우 불쾌하게 생각한다”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노골화될수록 그에 화답하는 우리의 행동도 따라서게 되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관련해서는 “나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개인적 관계는 두 나라 사이의 관계처럼 적대적이지 않으며 우리는 여전히 훌륭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생각나면 아무 때든 서로 안부를 묻는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이 “나는 김정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다”고 거듭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화답한 제스처로 보인다. 김정은 위원장은 남측을 향한 메시지도 내놨다. 그는 “남조선 당국과 손잡고 북남관계를 지속적이며 공고한 화해협력 관계로 전환시키고 온 겨레가 한결같이 소원하는대로 평화롭고 공동번영하는 새로운 민족사를 써나가려는 것은 나의 확고부동한 결심”이라면서도 “(남측이) 외세 의존 정책에 종지부를 찍고 모든 것을 북남관계 개선에 복종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면서 “말로서가 아니라 실천적 행동으로 그 진심을 보여주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해 문재인 정부가 내세우는 ‘중재자’ 역할에 대해 일종의 ‘거부감’을 표현했다.내부적으론 자력갱생을 바탕으로 한 경제발전 노선을 이어가고 이를 위해 사회적으로 기강을 세워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 국가의 근본 이익에 배치되는 요구를 그 무슨 제재 해제의 조건으로 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미국과의 대치는 어차피 장기성을 띠게 되어 있다”면서 “적대 세력들의 제재 또한 계속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항시적 제재 속에서 사회주의를 건설해왔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에 만성화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면서 “장기간의 핵 위협을 핵으로 종식한 것처럼 적대 세력들의 제재 돌풍은 자립, 자력의 열풍으로 쓸어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그 어떤 도전과 난관이 앞을 막아서든 우리 국가와 인민의 근본이익과 관련된 문제에서는 티끌만한 양보나 타협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 장기화 국면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아울러 “국가 활동에서 인민을 중시하는 관점과 입장을 견지하는 것은 사회주의 건설 과정에 일군들 속에서 세도와 관료주의와 같은 인민의 이익을 침해하는 현상들이 나타날 수 있는 것과 관련하여 중요한 문제로 제기된다”고 말해 ‘부패와의 전쟁’을 이어갈 것을 시사했다. 이날 김정은 위원장의 연설은 앞서 지난달 15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평양에서 북한 주재 외교관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에서 예고한 북한의 공식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당시 기자회견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및 향후 북미 협상과 관련해 “우리 최고지도부가 곧 자기 결심을 명백히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입장 표명 발표를 예고했다. 과거 김일성 주석 시절에는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해 왔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 집권 이후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최고인민회의에서 연설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임정 바로 보기’로 새로운 100년 연다

    ①남북서 외면 김원봉·김두봉 재평가 ②사초부터 확보, 숱한 논란 종식해야 ③분당·송도 등 일제 용어 잔재 청산을 1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일을 맞아 역사학계에서는 정부가 시급히 해야 할 과제로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의 재평가, ‘임정 수립일’이 논란이 될 정도로 부실한 임정 사초 찾기, 여전히 남아 있는 일제의 잔재 청산 등을 꼽았다. 그동안 건국절 논란을 비롯해 이념적 대결 갈등에서 벗어나 ‘임정 바로 보기’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감한 사안이라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임정 관련 일부 독립운동가들의 판결문을 보면 ‘김일성 장군의 활약에 감동받아 항일투쟁에 나섰다’는 구절이 나와요. 생각지도 않은 내용이어서 저희도 놀랐죠.” ‘판결문에 담긴 임정의 국내 활동’을 출간한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10일 이렇게 털어놨다. 당시 임정의 활동에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가들이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우파 위주로 진행된 독립운동사 연구의 범위를 민족 전체로 넓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남과 북으로부터 버림받은 김원봉과 김두봉 등 ‘연안파’에 대한 재평가 주문이 많다. 연안파는 중국에서 항일투쟁을 하다가 해방 뒤 입북한 조선의용대 출신을 말한다. 독립운동연구 전문 이원규 작가는 “이들은 일제와 무력으로 맞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 하지만 해방 뒤 남한에서는 ‘빨갱이’로 몰려 박해당했고, 북한에서는 김일성 독재에 반대하다가 숙청됐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1990년부터 임정 수립 기념일을 4월 13일로 기념해 오다가 올해 4월 11일로 바꿨다. 최근 발굴된 증거를 볼 때 실질적으로 내각을 구성한 날짜가 11일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반병률 한국외대 교수는 “임정 수립 기념일을 다시 정한다면 통합임시정부 대통령과 각원을 선출한 9월 6일이나 이동휘 등 주요 각원이 취임한 11월 3일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임정 관련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은 임정 자료가 거의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한시준 단국대 사학과 교수는 “정부는 임정 수립 100주년을 맞아 사라진 임정 자료부터 찾기 위해 나서야 한다”이것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일제의 잔재인지도 모르고 쓰는 용어를 정리해 임정 수립을 통한 독립의 참뜻을 되새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경기 성남시 분당은 조선총독부가 ‘장터’(盆店·분점)와 ‘당모루’(堂隅里·당우리) 지역을 억지로 합친 뒤 앞글자만 따 만들었다. 인천 송도 신도시도 러일 전쟁 때 침몰한 일본군함 마쓰시마(松島·송도)호에서 유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 미국산車 추가관세 유예 연장…워싱턴 무역협상에 ‘봄바람’ 부나

    중국 정부가 미중 무역협상의 좋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조성하기 위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기로 했다. 중국 재정부는 지난달 31일 공지문을 통해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가 ‘중국대외무역법’, ‘중국수출입관세조례’ 등 법률에 따라 올 1~3월 3개월간 적용했던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4월 1일 이후에도 계속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44개 종목에 대해서는 25% 관세를, 67개 종목에 대해서는 5% 관세를 징수하지 않기로 했다. 재정부는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추가 관세부과 유예 조치를 적용할지는 확정하지는 않고 “별도의 통지가 있을 때까지”라고 단서를 달았다. 국무원은 “미국산 자동차 및 부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중단이 미국 측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세율 인상 유예에 대한 대응적 성격으로 양측의 무역협상을 촉진하기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원은 이어 “미국과 중국이 무역마찰 종식이라는 목표를 향해 협상에 착실한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해 7월 수입 자동차에 대한 관세율을 25%에서 15%로 인하했지만, 미중 무역전쟁 악화 분위기 속에 미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만 40%로 인상했다. 미국 측은 당초 올해 3월부터 2000억 달러(약 227조원) 규모의 중국산 수입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10%에서 25%로 높이려다 협상시한을 연장하면서 관세 부과를 미룬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나 90일간의 무역전쟁 휴전에 합의하면서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 결과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3개월간 유예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미중 양국은 지난달 28∼29일 베이징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달 3일부터는 워싱턴에서 협상을 이어갈 예정이다. 베이징에서 진행된 무역협상에 대해서는 양측 모두 “진전이 있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시진핑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비판한 칭화대 교수 조사

    시진핑 국가주석 임기 제한 철폐 비판한 칭화대 교수 조사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주석 임기제 폐지, 6·4 텐안먼(天安門) 사태 등 중국의 민감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비판한 칭화대 교수가 정직처분을 받자 중국의 지식인들이 격렬히 항의하고 나섰다. 27일 홍콩 명보(明報) 등에 따르면 쉬장룬(許章潤·57) 칭화대 법학원 교수는 시 주석을 비판한 혐의로 정직 처분을 당한데 이어 대학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쉬 교수는 조사가 끝날 때까지 모든 강의 활동과 연구 활동에서 배제된다고 대학 당국이 밝혔다. 유명한 법학자인 쉬 교수는 여러 칼럼을 통해 시 주석의 정책을 비판해 왔다. 그는 특히 지난해 7월 시진핑 지도부가 3월 헌법을 고쳐 2기 10년이던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을 철폐한 것을 비판하는 “우리의 두려움과 기대”라는 제목의 논문을 인터넷에 발표해 널리 회자됐다. 쉬 교수는 이어 “공산당 미디어의 ‘신(神) 만들기’가 극한에 달하고 있다”며 시 주석의 숭배 풍조를 경계했다. 그는 “집권자의 국가운영 방식이 최저선을 넘어 시대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며 “지난 1년 사이 중국 정치-사회 퇴조가 심각해지며 중국 민중이 두려움을 갖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공직자 재산 공개법을 실시하고 톈안먼 사태에 대한 재평가도 제의했다. 쉬 교수의 정직 처분 소식이 전해지자 중국의 지식인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궈위화(郭於華) 칭화대 사회학부 교수는 “법학자가 헌정과 민주주의를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업무인 데 어디에 문제가 있느냐”며 대학측의 직무 정지 처분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인기 작가인 장이허(章?和)도 중국의 사회관계네트워크서비스(SNS)인 위챗을 통해 칭화대의 조치에 항의했다. 그는 “정치적 배경을 떠나 왜 그를 강의에서 배제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칭화대에 직무 정지 이유를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장이허의 요구는 특히 주목받고 있다. 그는 중국 지식인 중 최초로 시 주석이 주석 임기제를 폐기한 것을 찬성한 인사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재정부 부장(장관)을 지낸 러우지웨이(樓繼偉) 전국사회보장기금 이사장이 시 주석이 추진해온 첨단 산업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를 비판한 이후 26일 갑작스럽게 해임되기도 했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중인 중국은 당국의 대응 방향에 배치되는 논조의 글이나 보도를 통제하는 등 내부 기강 잡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강남순의 낮꿈꾸기] 이 시대의 스승…대체, 누구십니까

    [강남순의 낮꿈꾸기] 이 시대의 스승…대체, 누구십니까

    한국 미디어에서 종종 등장하는 독특한 표현이 있다. 누군가를 ‘우리 시대의 어르신’, ‘우리 시대의 스승’ 또는 ‘시대의 멘토’라고 지칭하는 표지이다. 그런데 어떤 특정한 사람들에게 붙이곤 하는 이러한 표지는 복합적인 사회적 가치구조를 담고 있다. 이러한 표지는 의도와 상관없이 한국 사회가 지닌 다층적 위계주의가 생산되고 재생산되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노령의 학자 또는 종교의 수장으로 살았던 종교 지도자, 작가, 정치가 또는 교수 등에게 ‘우리 시대의 스승(어르신)’이라는 표제어를 사용하면서 미디어는 그들에 대한 찬사를 생산·재생산한다. 이러한 과장된 표지는 우리가 자신, 타자, 세계를 보고 해석하게 되는 ‘보기 방식’(mode of seeing)을 구성하는 데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들을 마치 당연한 것으로 만든다.누군가를 시대의 어르신, 스승 또는 멘토라고 지칭하는 것은 우선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문제점을 지닌다. 첫째, 그 사람의 삶의 방식이나 이론 생산의 방식에 대한 찬양에서는 사용자의 의도와 상관없이 젠더차별·계층차별·나이차별·학력차별 등의 가치 구조를 생산·재생산한다. 많은 경우 시대의 스승, 어르신 또는 멘토로 호명되는 이들은 주로 남성, 중상층, 종교·정치 지도자, 고학력자 그리고 일정한 나이가 지난 고령의 전문가들이다. ‘고귀한 삶’의 구조가 이러한 차별적 가치 구조에 의해서 구성되는 것이다. 둘째, ‘학문하기’ 또는 ‘전문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극히 단일한 이해를 고착시킨다. 예를 들어 학문하기 또는 이론생산이란 우리의 구체적인 일상적 삶으로부터 ‘고고하게’ 떨어져서 ‘서재’에서만 하는 것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상 세계 한가운데서 매일 씨름하며 자신의 노동과 작업을 병행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전문가’들에게 ‘시대의 스승·어르신’이라는 표지는 어울리지 않는다. 주변에서 쉽게 접근하고 만날 수 있는 얼굴들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타계한 ‘시대의 스승’으로 호명된 모 교수에 대한 기사를 보니, 그는 자신의 ‘서재에서만’ 살았고 평생 ‘읽고 쓰기’만을 하면서 살았다고 한다. 그를 이 ‘시대의 스승’이라고 호명하게 될 때, 많은 이들은 학자로서의 삶과 한 인간으로서의 삶이 마치 상관없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될 때 평생 서재에서만 살았다는 ‘시대의 스승’은 구체적인 삶에서 필요한 일들, 함께 살아가는 타자들과의 삶을 외면하는 것이 ‘학자의 삶’이라고 하는 왜곡된 이해를 만든다. 평생을 서재에서 오로지 글쓰기와 읽기만 하며 살아왔다면, 정작 그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상적 일들은 누가 감당했을까. 그가 먹는 세 끼의 식사는 누가 준비했으며, 그의 옷은 누가 빨고, 그의 서재는 누가 청소했을까. 그는 슈퍼마켓이나 시장에 가서 자신의 생물학적 생존을 위해 끝도 없이 필요한 물건들, 음식들을 사 본 적이 있을까. 한나 아렌트는 인간에게 필요한 일을 노동(labor)과 작업(work)으로 구분한다. ‘노동’은 동물이든 인간이든 생명을 지닌 존재들의 생존을 위해서 인간과 동물 모두에게 필요하다. 반면 ‘작업’은 인간이 동물로부터 구별되는 일이다. 작업은 생존 유지를 위해 필요한 노동의 단순한 반복성을 넘어선다. 책을 읽고, 사유하고,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것과 같이 한 개별인으로서의 ‘나’가 돼서 하는 일이다. 이러한 작업은 인간이 동물성(animality)만이 지배하는 삶의 테두리를 넘어서서 인간성(humanity)을 확장하고 유지하는 데에 필요하다. 노동은 생명 유지에 필요한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그 노동이 한 그룹의 사람들에게만 강요될 때 파생되는 문제는 심각하다. 노동은 무한히 반복되는 일들이며, 뒤에 남겨지는 것도 없다. 예를 들어서 가사 노동을 늘 전담하는 경우 그 노동에서 개별의 창의성이 매번 작동될 필요도 없다. 가사 노동의 전담자는 쉬지 않고 매일 노동을 해야 한다. 그러나 임금 노동을 하는 것처럼 연금이 쌓이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사회에서 인정하는 경력으로 이력서에 써 넣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가사 노동 전담자로서의 ‘경력’은 연륜이 쌓일수록 오히려 그 ‘경력’은 사회적 무능자의 범주로 들어가게 할 뿐이다. 결국 무한히 반복되고 끝없이 요구되는 가사 노동의 자취는 사라진다. ‘보이는 결과물’ 하나 없이 지난한 반복이 있을 뿐이다. 예를 들어 집안 청소를 한 번 했다고 해서 집안이 지속적으로 청결을 유지하지는 않는다. 한 번 식사 준비를 하고, 요리하고, 설거지를 했다고 해서 그다음 이러한 노동이 종식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든 이러한 노동의 과정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먹고, 자고, 빨고, 청소하는 일 등 인간의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이러한 가사 노동을 통해서 우리는 쓰기, 읽기, 강의하기 등 공적 영역과 관련된 작업(work)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에너지를 공급받는다. ‘시대의 스승’으로 호명되는 사람들은 그러한 전문적 일을 하는 데에 필요한 구체적인 일상적 일들, 예를 들어서 음식 만들고, 시장 보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것과 같이 (아이가 있다면 가사 노동의 리스트는 한도 없이 길어진다), 누구든 매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일들과 상관없이 ‘고고하게’ 서재에서, 연구실에서 묻혀 살아온 이들인 경우가 많다. 즉 ‘돌봄의 시혜자’(care-giver)가 아니라 ‘돌봄의 수혜자’(care-taker)로 일상생활을 하는 경우들이 많다. 그러나 사회 구성원들의 삶은 이 두 역할과 경험이 각자 속에서 조화와 균형을 이룰 때에 보다 평등하고 자유로운 사회가 된다. 가족, 연인 등 모든 친밀성의 관계들에서 한 개별인이 돌봄 노동의 시혜자이기도 하고 동시에 수혜자로서 살아갈 때, 행복한 삶의 의미가 구성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그룹의 사람들은 평생 가사 노동의 시혜자가 되고 다른 사람들은 그 노동의 수혜자만 된다면,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자신과 타자를 구체적으로 돌본 경험이 없는 사람들이, ‘보통 사람’들의 구체적인 삶의 문제들을 이해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에마뉘엘 레비나스는 하이데거의 중요한 철학적 개념인 현존(Dasein: 지금 여기 있음)이 지닌 한계를 “현존은 결코 배고프지 않다”(Dasein is never hungry)라는 한 문장으로 밝힌다. 구체적인 일상 세계에서의 경험과 무관하게 구성되는 철학이 지닌 지독한 한계성을 명확하게 지적하는 것이다. 2차 세계 대전 때 전쟁포로로 수용소 생활을 하고, 가족들이 나치에 의해 죽임을 당하는 절절한 현실세계의 경험들은 레비나스가 타자와 사물을 보는 ‘보기 방식’(mode of seeing)의 핵심적 토대를 이룬다. 추상적인 어떤 개념이 아니라 인간의 생생하고 구체적인 ‘얼굴’이 바로 가장 중요한 윤리가 시작되는 자리이다. 레비나스에게서 이러한 ‘윤리’란 타자에 대한 무한한 책임성이며 이러한 책임성의 윤리야말로 ‘제1의 철학’이다. 한국 사회에 등장하곤 하는 ‘시대의 스승이나 어르신’들은 종종 보통 사람들의 일상세계에 굳건히 뿌리를 내린 경험이 부재한 사람들, 즉 ‘결코 배고프지 않은 현존’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다. 그들의 가르침이 다양한 일상적 삶에서 씨름하고 있는 보통 사람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는 것일까. 인간 삶의 복합성과 시대적 복합성을 아우르며 그 시대를 총망라하는 지표를 주는 ‘시대의 스승’이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얽히고설킨 이 현실세계의 다양한 현장들에서 그때마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굉장한 ‘스승’이나 ‘어르신’이 아니라 나와 함께 걸어가며 나를 지켜봐 주는 ‘동료 인간’이 아닐까. 특정한 사람에 대한 이상화된 찬사를 경계해야 하는 이유이다. 글 텍사스 크리스천대,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그림 김혜주 서양화가
  • 미러, 30여년 INF 파기… 中까지 가세 ‘불붙는 핵군비 경쟁’

    미러, 30여년 INF 파기… 中까지 가세 ‘불붙는 핵군비 경쟁’

    “현재 우리는 아무도 위협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유럽에 러시아를 위협하는 중단거리 미사일을 배치할 경우 우리는 즉각 대응할 것이다. 우리가 개발한 극초음속 미사일 ‘지르콘’의 경우 잠수함에서 발사한 뒤 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다.”러시아 국영TV ‘로시야 1’ 방송 진행자 드미트리 키셸로프는 지난달 24일 시사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지도를 보여주며 핵전쟁이 발발할 경우 러시아가 타격할 수 있는 미국 내 여러 목표물을 제시했다. 목표물에는 미 국방부 건물(펜타곤)과 대통령 별장 캠프데이비드 등이 포함됐다. 지난달 20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만약 미국이 원한다면 과거 쿠바 미사일 위기 때와 같은 핵전쟁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타스통신이 전했다.미국과 러시아가 냉전 종식을 상징하는 중거리핵전력조약(INF)을 잇달아 폐기하면서 핵전쟁 공포가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러시아뿐 아니라 중국까지 가세한 전 세계 핵군비 경쟁도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30여년간 유지돼온 INF가 운명을 다하게 된 것은 소련이 붕괴되고(1991년),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계 구축을 본격화한 순간(2001년)부터 이미 예고된 결말이었다는 평가다. ●“소련 붕괴·美 MD체계 구축 따른 예고된 결말” 푸틴 대통령은 지난 4일 INF에 대한 의무 중단을 공식 지시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이미 지난달 1일 러시아가 INF를 위반해 조약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이행 중단을 선언했다. INF는 1987년 미국과 옛 소련(러시아)이 사거리 500~5500㎞ 중단거리 지상발사 탄도순항미사일 생산과 시험, 실전 배치를 전면 금지한 조약이지만 미국과 러시아는 누가 조약을 먼저 위반했느냐를 놓고 공방을 벌여 왔다. 미국은 버락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4년 7월부터 러시아가 개발한 지상발사 순항미사일 9M729의 사거리가 2000㎞를 넘어 INF 위반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러시아는 이 미사일의 사거리가 480㎞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오히려 미국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루마니아와 폴란드에 배치한 미사일 발사대를 근거로 미국이 INF를 먼저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INF는 사실상 중국의 부상으로 더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INF가 체결될 때만 해도 미국과 소련이 양대 초강대국이었지만 지금은 중국이 옛 소련 자리를 대신할 정도로 경제·군사력을 신장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국은 INF 당사자가 아니어서 아무 제약 없이 중단거리 핵미사일을 대거 개발했다. 미국과 러시아가 조약에 발목이 묶여 있는 사이 중국은 중거리 핵전력의 실전 배치를 마쳤고, 특히 둥펑(DF)21D 미사일은 사거리가 2700㎞에 달해 한반도는 물론 일본과 태평양 미 항공모함 전단까지 타격할 수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INF 대상이 되는 중거리미사일 없이도 사거리 1만㎞가 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로 서로를 공격할 수 있다. 사거리 500~5500㎞의 중거리 핵전력이 중요했던 이유는 이들 무기가 미러 양국의 유럽 내 동맹국들을 겨냥해 전진 배치된 무기였기 때문이다. 냉전 당시에는 실제 핵전쟁이 일어난다면 미국과 러시아가 서로를 직접 타격하기보다 동맹국들에 대한 공격이 먼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았다고 판단했다. ●“美, 러보다 태평양서 中 견제 목적” 이에 따라 미국이 INF 파기를 선언한 것은 러시아를 공격하려는 의도보다는 주로 태평양에서 중국을 견제하고, 동맹국이나 괌 등지에 중거리미사일을 전진 배치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다. 미국이 중국을 포함한 다자간 군비 통제 조약을 제안한 배경에는 INF를 대체할 새 조약을 통해 중국의 중거리 핵전력을 묶어 놓겠다는 의도도 포함됐다. 그렇다면 러시아는 왜 INF 위반 논란을 감수하면서까지 끊임없이 다양한 신형 미사일 개발에 나섰을까. 이는 미국이 조지 W 부시 정부 때부터 추진해 왔던 MD 전략과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핵군비 전략에 대한 불신이 크기 때문이다. 1987년 체결된 INF는 1972년 체결된 탄도탄요격미사일(ABM) 제한 조약과 함께 냉전 시대 핵전쟁의 위협을 막은 양대 조약이었다. ABM 제한 조약은 미국과 소련 양국이 신형 MD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해 서로 핵무기로 피격될 가능성을 열어 놓음으로써 ‘공포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협정이었다. 하지만 소련 붕괴와 냉전 종식 이후 거리낄 것이 없다고 여긴 조지 W 부시 정부는 2001년 12월 ABM 조약에서 일방적으로 탈퇴를 선언하고 글로벌 MD 체계 구축에 나섰다. 여기에 2000년대 들어 옛 소련의 영향권에 있던 동유럽 국가들이 하나둘 미국이 주도한 나토에 가입하고 미국 MD가 유럽 곳곳에 속속 배치되면서 러시아의 불안감은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강한 러시아’를 장기 집권의 명분으로 삼아온 푸틴 정권은 MD를 뚫을 수 있는 미사일 공격 능력 배양에 전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푸틴으로서는 2014년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병합 이후 신냉전 구도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유럽 곳곳에 배치된 미 MD 체계와 미군 기지를 무력화할 중단거리 미사일 전력이 절실했다. 푸틴 정권은 이미 9M729 미사일 이외에도 미국이 요격하기 어려운 이스칸다르(SS26) 단거리 탄도미사일, 차세대 ICBM 사르마트(RS28) , 지르콘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킨잘 공대지 초고음속 탄도미사일, 아방가르드 극초음속 순항미사일 등을 잇달아 개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지난달 사거리가 2500㎞에 이르는 해상발사 장거리 순항미사일 칼리브르의 지상용 버전 개발과 양산을 올해까지 마치고 지상발사형 장거리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中 10월 사거리 1만 2000㎞ DF41 공개 예정 미국과 러시아가 INF의 족쇄에 묶여 있는 동안 미사일 전력 개발에 진력해 온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DF21D에 이어 2016년부터는 사거리가 3000㎞로 괌 미국기지를 겨냥한 DF26을 도입했다. 오는 10월에는 사거리 1만 2000㎞의 신형 ICBM DF41을 공개할 예정이며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극초음속 무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정부는 지난 1월 17일 우주 공간에 기반을 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전략을 발표하는 등 MD를 한층 강화하겠다고 맞불을 놓았다. 기존 MD가 지상발사 요격 미사일에 기반한 것이었다면 적의 미사일을 더욱 신속히 탐지하고 요격 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우주 공간에 센서층과 요격 무기를 설치해 MD를 증강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지난해 2월 핵태세 검토보고서를 통해 핵무기의 사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SLBM과 함정에서 발사되는 순항미사일을 활용한 저위력 핵탄두 미사일을 개발한다고 공언했다. 일반적으로 핵무기는 무고한 민간인들이 희생자가 되는 대량살상무기이자 상대편의 핵보복을 불러온다는 점에서 실제 사용하기는 부담스러운 ‘최후의 수단’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한정된 지역과 목표를 대상으로 하는 저위력 핵무기를 개발하면 그만큼 민간인 살상에 따른 도덕적 부담감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더이상 핵무기를 재고로만 쌓아놓지는 않겠다는 트럼프 정부의 의지를 엿볼수 있다. INF에 이어 미러 양국의 또 다른 협정인 ‘신(新)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도 조만간 폐기 수순을 밟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INF가 폐기되면 미러 간 군비 통제 조약은 2010년 오바마 정부 시절 체결한 뉴스타트 협정만 남게 된다. 이 협정은 지난해까지 실전 배치된 핵탄두수를 1550기 미만으로, ICBM 발사장치를 800기 미만으로 감축하는 것이 골자인데 2021년 협정이 만료된다. 하지만 INF 파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러시아 군비 증강을 이유로 뉴스타트 협정 연장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미 당국 “트럼프 첫임기에 북 비핵화 가능” 장담 배경은

    미 당국 “트럼프 첫임기에 북 비핵화 가능” 장담 배경은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제거”…‘1년내 비핵화’ 일정표美 정부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 지지 안해…‘빅딜’ 입장 확인미국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북한과 견해차가 있어 출발은 늦어지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임기인 2021년 1월 안에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달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핵분열 물질부터 대량살상무기(WMD)까지 핵 사이클 전체를 아우르는 완전한 비핵화 방침도 내놓았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언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안에 FFVD가 성취될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그것이 우리가 애쓰고 있는 시간표”라고 말했다. 이어 “그것이 가능하도록 일정표의 개요를 광범위하게 논의했고,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 당국자은 도전은 갈수록 더 커지고 북한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최대한 빨리 도달하기 위해 대담한 방식에 몰두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현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에 그것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다고 전적으로 믿는다”고 확신했다. 그러나 비핵화 시간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비핵화 ‘수준’이라며 시간표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당국자는 “궁극적인 동인은 비핵화를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하는데 필요한 조치들을 만족스럽게 달성할 수 있는 정도(degree)가 될 것”이라면서 시기가 아니라 결과를 끌어내는 것이 임무라고 말했다. 미 정부는 당초 비핵화를 1년 안에 일어나도록 공격적인 일정표를 짰지만, 그 시계를 합리적으로 작동시킬 출발점은 지금은 아니라는 게 이 당국자의 설명이다. 북미간 비핵화 실행조치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여전히 계속되면서 첫 단추를 끼우지 못한 상황이라는 의미다. 그는 이어 “내가 말하는 FFVD는 핵연료 사이클의 모든 핵심 부분을 제거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핵분열 물질과 핵탄두 제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전량 제거 또는 파괴, 모든 WMD 영구 동결을 언급했다. 비핵화 대상을 구체화한 것이다. 그는 또 “미 행정부의 누구도 단계적 접근법을 지지하는 사람이 없다”면서 미국의 ‘빅딜’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빅딜’ 문서를 건네고 비핵화 대상을 WMD 전체로 설정했다고 밝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이다. 그는 “이 같은 비핵화 조치의 대가로 북한은 세계 경제로의 통합과 변화된 북미 관계,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 70년 적대관계와 전쟁의 종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美 민주 하원의원들 “종전선언해야”

    “종전한다고 해서 미군철수하는 것 아냐 카터 전 대통령·시민사회단체도 지지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의회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민주당 로 카나 하원의원실에 따르면 카나 의원은 지난해 중간선거에서 하원에 입성한 한국계 앤디 김 의원 등 민주당 하원의원 18명과 함께 ‘한국전쟁 종전선언’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발의했다. 여성 첫 무슬림 하원의원인 일한 오마르, 당내 예비선거에서 중진을 꺾고 파란을 일으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 의원, 대선 출마를 선언한 털시 개버드 의원 등도 참여했다. 이들은 결의안에서 “북미 상호 조치와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최종적인 한반도의 평화 정착 달성을 위한 분명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과 많은 한국계 미국인,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특히 종전선언이 주한미군 철수 논란으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결의안에서 “종전을 한다고 해서 주한미군을 철수해야 하거나 북한을 합법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결의안은 이어 “한국전쟁에서 숨진 미군 유해의 송환과 한국 및 한국계 미국인 이산가족의 상봉행사를 위한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나 의원은 “남북 간 역사적 관계 개선이 한 세대에 한 번 올 법한 공식 종전의 기회를 만들어줬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를 이루기 위한 이렇게 드문 기회를 허비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의 동맹국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과 손잡고 전쟁을 끝내기 위해,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나 의원은 또 카터 전 대통령뿐 아니라 많은 시민단체들도 한반도 종전선언을 지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카터 전 대통령은 “거의 70년에 가까운 이 전쟁을 끝내는 데 도움이 될 이 중요한 결의안을 반긴다”면서 “나는 북한의 지도부와 대화하고 평화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기 위해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전쟁의 위협을 종식하는 것만이 한국과 미국인 모두에게 진정한 안보를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계속되는 긴장감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북한 국민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저스트포린폴리시와 미주한인회, 우방국법사위원회 등 단체들도 한국전 종전 결의안 지지를 밝히고 나섰으며, 위민크로스DMZ 창립자이자 여성인권운동 아이콘인 글로리아 스타이넘도 이번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카나 의원실을 통해 밝혔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결단·중재·협상’ 케미 통했다…北 경제·북미관계 훈풍

    ■김정은, 체제 불안 감수한 통 큰 결정…남북경협 속도 실질적 성과땐 경제 총력 노선 박차 2차회담 이후 서울 답방 가능성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이번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그 결과에 따라 북한이 목표로 하는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의 명운이 갈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집권 후 최장 공백에 따른 불안과 위험을 감수하고 66시간에 걸친 ‘열차 행군’을 강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위원장으로서는 내년이 노동당 창건 75주년이자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인 만큼 올해 안으로 대북 제재 완화를 이끌어내 경제 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 만에 두 지도자가 다시 마주 앉기까지의 8개월의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러나 비핵화 협상이 고비를 맞을 때마다 김 위원장의 통 큰 결단과 비핵화를 향한 의지가 큰 역할을 했다. 앤드루 김 전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장을 통해 공개된 “내 아이들이 평생 핵을 지고 이고 사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에도 간절함이 묻어 있다. 북한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김 위원장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제재 완화와 관련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둔다면 김 위원장은 향후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비핵화와 개방을 반대하는 내부 세력에 본인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설득하려면 경제적인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지난해 4월 핵·경제 병진노선을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으로 전환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2017년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3.5%로 추정했다. 1997년(-6.5%)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해 9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 “내 판단이 옳은 판단이었다고 느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후 문재인 대통령에게 약속한 ‘서울 답방’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철도, 도로, 사회간접자본(SOC) 등 남북 경제협력 사업에 속도가 붙어 북한 경제에 숨통을 터줄 수도 있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조건 없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를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을 내지 못하면 김 위원장이 천명한 ‘경제 총력’ 노선이 내부적으로 동력을 잃을 여지도 있다. 김 위원장이 올 신년사에서 “미국이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언급한 만큼 북미 관계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문재인, 고비마다 ‘촉진자’ 역할…新한반도체제 날개 제재 완화·경협 화두로 막판 중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주도 의지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8개월여 만에 북미 정상이 27일 마주 앉기까지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보다 가슴 졸이는 순간이 많았다. 북미 대화가 마찰음을 빚을 때마다 국내 보수진영과 미국의 일부 정치권·전문가 그룹에서 ‘비핵화 회의론’이 불거졌다. 문 대통령이 지난 2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여전히 남북 관계·북미 관계 개선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발목을 잡으려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고비마다 ‘대북 제재 완화 필요’, ‘교황 방북’, ‘김정은 연내 답방’, ‘남북경협’ 등 화두를 던져 북미 대화의 막힌 ‘혈’을 뚫으려 했다. 지난해 8월 말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에 이어 11월 미국 중간선거까지 맞물리면서 북미 대화의 소강 국면이 장기화됐다. 문 대통령은 9월 평양 정상회담 이후 일주일 만에 미국 뉴욕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를 담은 김 위원장의 비공개 메시지를 전했다. 10월 유럽 순방 때는 “비핵화가 되돌릴 수 없는 단계라면 유엔 제재 완화를 통해 비핵화를 촉진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설익은 구상’이라고 보수진영은 비판했지만 하노이선언에 대북 제재의 일부 완화가 포함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하노이 회담이 임박하자 ‘촉진자’로 나섰다.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며 대북 제재 일부 완화를 제안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문 대통령의 행보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에 맞춰질 전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 북한의 경제개방 상황을 상정하고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이며 “역사의 변방이 아닌 중심에 서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주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노이선언에서 북미가 ‘종전’을 어떤 형태로 담아내든 1953년 이후 66년간 지속된 지구상 마지막 냉전체제가 실질적으로 종식되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일어나게 된다. 종전선언은 필연적으로 남·북·미·중 등 6·25전쟁에 참전한 4자를 비롯해 다자가 한반도 평화를 담보하는 평화체제 논의로 이어질 전망이다. 우리가 물꼬를 튼 국제질서 변화를 적극 주도하겠다는 의지가 읽힌다. 청와대는 ‘포스트 북미 회담’ 행보와 직결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디테일을 올해로 100주년을 맞는 3·1절 기념사를 통해 밝히겠다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트럼프, 양면술로 북핵 해결 ‘전진’…노벨평화상 기대 승부사적 기질로 대북 회유·압박‘빅딜’ 성공땐 새 북미관계 수립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저서 ‘거래의 기술´에서 밝힌 이 원칙은 그가 어떤 생각으로 지난해 6월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지난 8개월간 미국 내 강경파의 회의론을 뚫고 북핵 해결에 박차를 가해 왔는지를 압축적으로 보여 준다. 트럼프의 목표는 미국 전직 대통령 누구도 이루지 못한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다. 버락 오바마 정부의 중동정책을 뒤엎고 이란 핵 합의를 파기하는 등 파격적인 외교정책을 펴 왔지만 이는 오바마의 흔적을 지운 것뿐이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시작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의 실질적 조치를 마련한다면 자신만의 방식으로 외교 성과를 낸 첫 사례를 만들 수 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에 ‘내가 오바마보다 낫다’고 어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합의로 노벨평화상이라도 받는다면 ‘러시아 스캔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 리스크를 한번에 뒤엎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기회를 잡고자 승부사적 기질을 발동해 말 그대로 전진에 전진을 거듭해 왔다. 지난해 8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을 돌연 취소하고 추가 대북 제재 조치까지 내놓으며 북한을 압박해 협상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 미 행정부 내 강경파들은 북한 비핵화 회의론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며 제동을 걸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미공개 북한 미사일 기지 관련 보고서를 내고 뉴욕타임스가 곧바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의 미사일 기지는 거대한 기만이라고 보도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김 위원장을 향해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면 바라는 것을 이뤄 주겠다”며 ‘회유와 압박’의 양면술을 폈다. 그의 행보와 미국의 정치적 일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은 적어도 이번 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사찰과 검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프로그램 동결을 약속받고 양국 간 연락사무소를 징검다리 삼아 새로운 북미 관계를 수립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이란 대형 이벤트를 연 것 자체에 ‘빅딜’에 합의할 것이란 자신감이 깔렸다. 북미 관계 개선은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지정학적으로 이점을 가져올 수도 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역사에 남을 지도자’ 트럼프 대통령의 꿈이 이뤄지는 셈이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3·1운동 100년] “3·1독립운동 정신은 아베가 명심해야 할 지향점”

    [3·1운동 100년] “3·1독립운동 정신은 아베가 명심해야 할 지향점”

    “3·1독립운동 정신이야말로 또다시 전쟁할 수 있는 국가로 일본의 틀을 개조하려는 아베 신조 총리가 명심해야 할 평화의 이념이자 지향점입니다.” 야노 히데키(68) ‘조선인 강제노동 피해자 보상 입법을 위한 일한공동행동’ 사무국장은 “3·1운동 100주년은 한국뿐 아니라 오늘날 일본에 있어서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과거도 현재도 역사에 냉담” ‘강제연행·기업책임 추궁 재판 전국네트워크’, ‘식민지 역사박물관과 일본을 잇는 모임’ 등에 몸담으며 과거사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죄 및 배상을 촉구해 온 그는 3·1운동의 뜻과 이상을 기리고 이를 자국민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분주한 나날을 보내 왔다. 다양한 3·1절 100주년 기념행사 및 집회가 그의 아이디어로 기획됐다. 지난 20일 도쿄 지요다구의 도쿄구정회관 사무실에서 야노 사무국장을 만났다. 그는 “일본에서 3·1독립운동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게 사실”이라며 “교육당국이 근현대사 중 한국 식민지배 등 침략에 관련된 부분은 입시문제로 일절 다루지 않는 등 수법을 통해 교육현장에서 배제시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야노 사무국장은 “군사적 대치가 초래한 엄혹한 사회구조를 강요당했던 남북한이 이제 그것을 바로잡아 동아시아에 평화를 실현하려 하고 있는데, 일본은 과거도 현재도 되돌아보지 않은 채 역사에 냉담한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3·1운동은 잘못된 정부 바로 잡을 희망·의지” ‘3·1운동이 일본에서 반드시 기억돼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에게 묻자 2가지로 요약했다. “첫 번째는 잘못된 정부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희망과 의지입니다. 2016~2017년 연인원 2000만명에 가까운 한국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여 박근혜 정권을 종식시켰습니다. 저도 ‘촛불혁명’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보았습니다. ‘국가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헌법1조가 노래가 되고 함성이 되는 것을 보니 가슴이 벅차오르더군요. 잘못된 위정자에 대한 단죄를 국민들의 힘으로 이뤄 내는 것을 보면서 그것의 원점이 3·1운동이었음을 확인했습니다. 오늘날 일본에 반드시 필요한 가치입니다.” 두 번째는 ‘평화의 이념’이라고 했다.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의 화합을 시작으로 4월 판문점선언, 9월 평양공동선언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을 통해 한반도에 다시는 전쟁이 없을 것임을 남북이 분명히 했습니다. 아시아 평화 정착의 디딤돌이 놓여진 것입니다. 하지만 일본은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고, 한국과의 관계도 나쁘게 몰아 가고 있습니다. 중국, 러시아와도 좋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군사력은 계속 강화하고 있습니다. 사실상의 항공모함 보유를 선언한 게 대표적입니다. 3·1선언은 ‘동양평화의 실현’이라는 시대의 요구였습니다. 안타깝게도 일본은 100년 전 그때와 유사한 모습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3·1절 100주년 행사 이후 변화 기대” 그는 “3·1절 100주년 행사를 통해 많은 것이 한 번에 성취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일본의 양심세력에 대한 우익의 위협이 한층 거세질 것도 분명하다고 했다. 그러나 “변화는 반드시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달 니가타의 한 대학에서 조선인 강제동원 문제 등에 대해 강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학생들로부터 감상문을 받았는데 ‘강제동원 같은 문제를 전혀 몰랐다가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됐다’, ‘우리가 이웃나라에 이렇게까지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상상도 못했다’, ‘당시 피해자들에게 이제라도 꼭 보상을 해 줘야 한다’, ‘왜 일본의 매스컴은 이런 걸 보도하지 않는가’ 등 반응들이 나왔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희망의 메시지들이었습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남북 냉전체제 해체 전쟁 종식 문서화 만으로도 역사적 전기 文 “주도권 잃지 말아야” 종전선언 염두 남북경협 넘어 北 경제개방까지 내다봐 평화경제 시대로 나가겠다는 의지 담겨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삼가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25일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변 핵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짚이는 대목이다.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향후 평화협정으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완전한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난 66년간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북미 양측이 선언하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의미도 곁들여진다.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과 효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차피 북미 간 적대관계가 그동안 가장 골자였기 때문이다. 또 평화협정 체결 때 4자가 함께하면 된다는 공감대도 남·북·미·중 4자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한다면 지난해 싱가포르선언에서 합의한 3개 항 중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2개 항의 실질적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가 된다면 향후 평화협정 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 안에 불가침선언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불가침선언보다는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종전선언을 선호하는 입장이기에 더 안정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종전선언 내용만 합의문에 넣고 향후 채택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란 표현을 처음으로 쓰며 2차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를 언급한 점도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종전선언 이후 대북제재 해제 및 남북 경협, 나아가 북한 경제 개방까지를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한미 간에 무르익는 상황”이라며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인 북미 관계를 종결시키는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 등을 통해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가겠다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美, 영변핵 폐기 상응조치로 ‘종전 카드’… 4자 평화협정 공감대

    지구상 마지막 남은 남북 냉전체제 해체 전쟁 종식 문서화 만으로도 역사적 전기 文 “주도권 잃지 말아야” 종전선언 염두 남북경협 넘어 北 경제개방까지 내다봐 평화경제 시대로 나가겠다는 의지 담겨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이 합의될 가능성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그동안 종전선언 가능성에 대해 언급을 극도로 삼가며 말을 아꼈던 청와대가 25일 종전선언 합의 가능성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영변 핵 폐기에 대한 상응 조치로 미국이 종전선언 카드를 제시했을 가능성이 짚이는 대목이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향후 평화협정으로 법적 토대가 마련돼야 완전한 전쟁 종식과 평화체제 구축이 된다. 하지만 한국전쟁 이후 지난 66년간 정전상태인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났다’고 북미 양측이 선언하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역사적인 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체제의 해체라는 역사적 의미도 곁들여진다. 북미 양자 간 종전선언은 남·북·미·중 4자 간 종전선언과 효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어차피 북미 간 적대관계가 그동안 가장 골자였기 때문이다. 또 평화협정 체결 때 4자가 함께하면 된다는 공감대도 남·북·미·중 4자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한다면 지난해 싱가포르선언에서 합의한 3개 항 중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및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2개 항의 실질적 진전으로 볼 수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미가 전쟁을 끝내는 데 합의가 된다면 향후 평화협정 프로세스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종전선언 안에 불가침선언이 포함돼 있고, 북한은 불가침선언보다는 쉽게 뒤집을 수 없는 종전선언을 선호하는 입장이기에 더 안정적이라고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종전선언 내용만 합의문에 넣고 향후 채택하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란 표현을 처음으로 쓰며 2차회담 이후 한반도의 미래를 언급한 점도 종전선언을 염두에 둔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반도가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으로 전환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말해 종전선언 이후 대북제재 해제 및 남북 경협, 나아가 북한 경제 개방까지를 내다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 조치로서 한국의 역할을 활용해 달라”며 “남북 사이의 철도·도로 연결부터 경협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북제재의 일부 완화에 대한 공감대는 한미 간에 무르익는 상황”이라며 “과거 냉전시대의 잔재인 북미 관계를 종결시키는 종전선언과 남북 경협 등을 통해 평화경제의 시대로 나가겠다는 신한반도체제 구상은 맞물려 있는 것”이라고 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 중국·이란, 무역전쟁·핵합의 탈퇴 후 美해킹 강화했다

    NYT “보잉사·T모바일 등 美업체 표적” 이란도 美·유럽 통신사·기관 80곳 공격 미중, 워싱턴서 21·22일 고위급 무역협상 중국과 이란이 미중 무역전쟁과 미국의 이란 핵합의 탈퇴 이후 미 정부기관과 기업에 대한 해킹을 강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1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중국의 대미 해킹 활동은 2015년 9월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사이버 해킹방지’에 합의한 이후 소강상태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돼 이 합의가 사문화되면서 대미 해킹 활동은 더욱 은밀하고 정교해졌다. NYT는 최근 미 보잉사와 항공기엔진 제조사 제너럴일렉트릭(GE) 에이비에이션, 통신업체 T모바일 등이 중국의 해킹 표적이 됐다면서 다만 실제 해킹 피해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애덤 시걸 미외교협회(CFR) 국장은 해킹이 과거 중국군에 의해 이뤄졌지만 최근에는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가 주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해킹은 군사적 목적도 있지만 중국의 5개년 경제계획과 첨단기술전략 수요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국가안전부 지원을 받는 해커집단 ‘APT10’이 노르웨이 기업 비스마 네트워크에 침입해 기밀을 빼내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란도 핵합의 탈퇴 이후인 지난해 미국과 12개 유럽국가의 인터넷 서비스공급자와 통신회사, 정부기관 등 80개 표적을 대상으로 해킹을 확대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은 지난 13일 미 정부와 미국인 타깃 사이버공격 등을 지원한 이란 기관과 개인 등 11개곳을 제재했다. 이런 가운데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가 오는 21∼22일 워싱턴DC를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 대표단과 고위급 무역협상을 이어간다고 신화통신 등이 19일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번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에서는 무역전쟁 종식을 위한 양해각서(MOU) 논의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평창유산 한반도 비핵화에 중요… 북·미 2차회담 진전 희망”

    “평창유산 한반도 비핵화에 중요… 북·미 2차회담 진전 희망”

    “이번 평창평화포럼에서 엿볼 수 있듯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의 지속적인 지원이 중요하다. 이런 노력은 동북아시아 평화를 다질 기반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 10일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이틀째 열린 ‘평창평화포럼’에서 만난 요시오카 다쓰야(59·일본)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의장은 “이번 포럼이 2020 도쿄하계올림픽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이후 올림픽까지 나아가길 바란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포럼은 한반도를 넘어 세계평화의 씨앗을 심은 2018평창동계올림픽 1주년을 맞아 11일까지 진행된다. 레흐 바웬사(76) 전 폴란드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각 분야 평화운동 단체 대표들과 시민 등 1200여명이 뜨거운 토론을 펼치고 있다. ‘평창에서 시작하는 세계 평화’를 주제로 한반도와 세계 평화의 비전, 로드맵을 짜는 시간이다. 요시오카 의장을 만나 세계 평화와 한·일 관계 해법 등에 대해 들었다.→ICAN은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유엔 핵무기금지조약(TPNW) 준수와 이행을 촉진하는 100여개국 500여개 비정부기구(NGO)와 연합한 글로벌 네트워크다. 호주에서 첫발을 뗐는데 2007년 4월 오스트리아에서 공식 기구로 출범했다.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로서의 획기적인 세계 협정은 2017년 7월 7일 뉴욕에서 탄생했다. TPNW 체결 및 비준에 집중하고 있다. 50개국이 서명하고 비준하면 법적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 현재 70개 가맹국과 21개 정당이 참여했다. ‘폭탄 투하 금지’와 같은 관련 캠페인에도 열심이다. 일본을 비롯해 각국 주요 은행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핵폐기에 대한 진지한 약속을 이어 가고 있다. 핵무기 사용의 비극적 결과를 널리 알리려는 노력으로 2017년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나는 ICAN의 국제조종그룹 10명 가운데 한 명으로 NGO인 피스보트 설립자이기도 하다. 이번 포럼에선 ICAN을 대표한다. →NGO로 활동하며 어려운 점, ICAN이란 큰 주제에 대한 시민사회의 역할은. -ICAN에 닥친 도전은 핵무기를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안보 정책에서 핵 억지력에 의존하는 핵우산 국가들이 조약 가입을 꺼린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핵무기를 비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핵 폐기는 인도주의적으로도 절실하다. 핵무기 사용은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핵은 모든 사람들에게 직접적이고 지속적인 위협을 가한다. 평화를 지키는 데 반하고 국가 간 공포와 불신을 낳을 뿐이다. 핵무기를 금지하고 완전히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핵무기 사용에 대한 유일한 보증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미 TPNW가 밟은 과정에서 입증됐다. 노벨평화상을 ICAN에 주겠다는 노벨위원회의 결정에 의해 인정된 셈이다. →평화올림픽으로 기록된 평창대회의 의미는 무엇이고, 한반도 비핵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지. -전 세계 사람들이 평창동계올림픽을 보았다. 또 남북한 선수들이 함께 행진하는 장면에 감동했다. 남북 여자선수 연합으로 이뤄진 아이스하키 ‘팀코리아’도 잊을 수 없다. 평창동계올림픽 전에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손을 흔드는 것을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올림픽은 세계인들에게 희망을 안긴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이런 유산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바란다. 적어도 이런 과정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진전이다. 우리는 베트남에서 이뤄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지도자들이 마침내 6·25전쟁 종식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단계를 밟기를 희망한다. 핵무기 없는 한반도 건설에 필수적인 단계다. 또 남북한이 TPNW에 가입한다면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과정에서 강력한 국제 지원을 얻어 낼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최근 한국·일본 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느낌이다. 해법은 무엇이라고 여기는지. -우선 일본 시민으로서 일본은 과거 식민지화와 침략에 대한 책임을 먼저 인식하고, 이 책임에 대해 진지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동시에 우리는 양국 사회의 신뢰 구축을 촉진하기 위해 더 많은 시민사회 활동을 필요로 한다. 예를 들어 역사에 대한 공통적인 이해의 증진과 역사 교육에 대한 반영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협력과 평화 활동을 통해 동북아 평화 구축에 필요한 두 사회 모두에 더 많은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2030년까지 세계 평화운동의 공동 실천 의제를 마련할 평창평화포럼에서 ICAN의 역할은. -포럼에선 ‘평창평화의제 2030’을 위한 기본안(프레임 워크)이 채택된다. 이후 1년에 걸쳐 국제적으로 지역과 주제별 후속 논의를 통해 2020년 평창평화포럼에서 정식으로 평창평화의제 2030을 선언하게 된다. 2020년 포럼 이후 10년간 특정 쟁점을 다루는 각 조직이나 운동이 개별적으로 또는 별개로만 작동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자신들의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꾸준히 노력하는 한편 다른 많은 분야와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ICAN은 TPNW의 조기 발효를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다. 이 캠페인은 시민사회 파트너, 정부 및 여러 분야의 다른 행동가들과 협력해 계속 작동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국민들과 세계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한반도의 평화와 비핵화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를 위한 필수적인 평화 문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반도 평화와 비핵화, 동북아 평화 및 세계 평화 달성을 위해 더 강력한 연대 운동과 더 많은 공동 행동을 계속 구축하기를 원한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요시오카 다쓰야는 누구 日 시민사회 지도 30년 국제활동…‘피스보트’ 세워 亞민간 화해 촉구지금까지 30년간 일본 시민사회를 이끌며 교육과 분쟁 해결 분야에서 국제적으로도 맹활약 중이다. 와세다 대학생이던 1983년 비정부기구(NGO)인 ‘피스보트’(Peace Boat)를 설립한 뒤 일본과 다른 아시아 국가 민간인들 간 화해와 대화를 촉구하는 운동을 펼쳐 왔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군사 침략에 대해 1980년대 초 일본 정부가 역사 교과서 검열을 단행하자 이에 맞서며 설립했다. 아시아·남태평양 섬 방문을 시작으로 세계 일주 크루즈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평화와 분쟁을 주제로 한 저술 활동도 활발하다. 평화문화 구축과 같은 문제에 대해 유엔에서 연설하도록 초청도 받았다. ‘지구촌 무장갈등 예방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GPPAC) 창립 멤버이자 동북아 사무국장으로, 전쟁 폐지 캠페인을 벌여 2008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아울러 2017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핵무기폐기국제운동(ICAN) 리더로서 국제 운영 그룹 ‘피스보트’ 회원을 맡았다. 환경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강한 의지와 비화석연료·비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는 열정적인 믿음을 갖고 ‘피스보트’의 생태계 발전을 주도해 세계적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평창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미·중 고위급 협상서 지재권 강화·미 제품 수입 확대 합의

    미·중 고위급 협상서 지재권 강화·미 제품 수입 확대 합의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한 고위급 협상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중국의 미국산 수입 확대 등에 합의하는 등 성과를 도출했다. 1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를 각각 대표로 하는 미·중 협상단 대표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31일까지 워싱턴에서 고위급 협상을 벌여 이런 결과를 도출했다. 미·중 양측은 이번 협의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와 기술 이전 문제를 매우 중시하면서 협력을 강화하기로 동의했다. 특히 이 가운데 무역 불균형과 기술 이전, 지식재산권 보호 문제에 중점을 두고 솔직하고 구체적이며 건설적인 논의를 해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달성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중국의 기술 이전 강요 방식,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중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중국의 산업정보 사이버 절도, 수출보조금, 국영기업 등 중국의 시장 왜곡과 그에 따른 과잉생산이 포함됐다. 아울러 미국 공산품·서비스·농산물의 중국 진입을 제한하는 시장진입 장벽과 관세의 제거 필요성, 미중 교역 관계에서 환율의 역할, 미국의 대중 무역적자 규모 감축도 의제로 명시됐다. 중국은 미·중 무역 균형을 위해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 공업 완제품, 서비스 제품의 수입을 크게 확대하기로 했다. 류허 부총리는 미국산 대두(콩) 수입을 큰 폭으로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중국은 개혁 개방이라는 큰 틀에서 공정한 시장 경쟁 환경을 만드는 데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하기로 했다. 이번 고위급 협상에서는 저작권을 비롯한 좁은 범위의 지식재산권 이슈에서 입장차가 좁혀졌을 뿐 중국의 산업· 통상정책을 개혁하는 구조적인 이슈에서는 별다른 합의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합의하려면 아직 일이 많이 남았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기술 굴기를 상징하는 ‘중국제조 2025’ 계획을 정조준했지만 중국은 기술패권에서는 양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류허 부총리는 이날 백악관 집무실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구두 메시지를 전달했다. 시 주석은 이 메시지에서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 회동해 미·중 관계 안정에 노력하기로 합의한 점가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부과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10%에서 25%로 인상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2월 중순 라이트하이저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부 장관이 중국 측과 협의할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의 조속한 회동을 통해 경제 무역 합의라는 역사적 순간을 함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날 류허 부총리의 트럼프 대통령 접견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므누신 장관,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배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월 1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미 부과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이 기존 10%에서 25%로 인상될 것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최훈진 기자 choigiza@seou.co.kr
  • [씨줄날줄] 합숙 담판/황성기 논설위원

    [씨줄날줄] 합숙 담판/황성기 논설위원

    “우리는 무기를 갖추었기 때문에 서로 불신하는 게 아니라, 서로 불신하기 때문에 무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1985년 11월 19일 스위스 제네바의 호숫가 성(城)인 ‘플뢰르도’에서 이뤄진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의 첫 만남은 레이건의 이런 말로 시작됐다. 두 정상은 첫날 미국이 마련한 플뢰르도 회담에 이어 이틀째 주제네바 소련 대사관에서 회담을 이어 갔다. 2박3일 회담에서 군축에 대한 입장차가 커 두 정상은 만남 그 자체에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듬해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이어 워싱턴과 모스크바를 오가면서 정상회담을 가진 끝에 냉전 종식이란 역사적 합의를 하게 된다. 미 대통령의 휴양지에 머물면서 네 차례 전쟁을 치른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무기한으로 정상회담을 가진 사례가 1978년 9월의 캠프데이비드 회담이다.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과 메나헴 베긴 이스라엘 총리를 불러들여 세기의 ‘끝장 합숙 담판’을 시킨 이가 지미 카터 대통령이다. 워싱턴 북쪽으로 120㎞ 떨어진 메릴랜드 캐톡틴산맥에 위치한 대통령 전용 별장은 80만㎡가 넘는 군사시설이다.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돼 회담을 나누는 데 절호의 장소다. 카터가 사다트와 베긴 사이를 오가며 벌인 13일간의 협상에서 양국은 평화조약에 서명했다. 스웨덴의 수도 스톡홀름에서 50㎞ 떨어진 휴양시설 ‘하크홀름순트 콘퍼런스’가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2월 말로 예정된 북한과 미국의 2차 정상회담 의제를 다룰 실무협의가 2박3일 일정으로 열리고 있는 곳이다. 이곳은 캠프데이비드처럼 군사시설은 아니지만, 호수로 둘러싸인 산속 리조트라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고 회담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스웨덴은 북한과 1973년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양측 수도에 공관을 둘 만큼 서방 국가 중에서 북한에 가장 가깝다. 주평양 스웨덴대사관이 미국, 캐나다 등의 이익대표부를 겸하고 있어 무슨 일만 생기면 대북 창구 역할도 한다. 지난해 3월 리용호 북한 외무상 일행이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마르고트 발스트룀 외무장관이 북·미 정상회담의 중재역이 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스웨덴은 북한 일에 적극적이다. 북·미 협상 장소 제공도 그 일환이다. 북·미가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의 동선을 의도적으로 공개했다. 서로에 대한 압박 효과도 있지만 그만큼 자신감도 있다는 뜻이다. 이번 끝장 합숙 담판으로 불신을 걷어 내고 장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70년 적대관계 청산을 발표하는 날이 그리 멀지 않다는 기대도 들게 한다. marry04@seoul.co.kr
  • “김정은, 영변핵 넘어 ‘+α’ 내놓을 것… 美, 상응조치 가능성 높아”

    “김정은, 영변핵 넘어 ‘+α’ 내놓을 것… 美, 상응조치 가능성 높아”

    2차 북·미 정상회담의 2월 말 개최가 정해진 가운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미가 모여 비핵화 관련 실무 협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의 교착 상태를 감안할 때 극적 반전이다. 일부는 북·미가 이번에는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겠느냐고 불안감도 내비친다.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 장관)을 21일 경기 성남 세종연구소 집무실에서 만나 북·미 비핵화 협상과 남북 관계 전반에 대해 물었다. 그는 영변핵시설 영구 폐기 외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플러스 알파’에 해당하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 대북제재 완화 등 미국의 상응조치와 어떤 수준, 어떤 형식으로든 맞교환이 된다면 2차 회담을 성공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그 가능성을 높게 봤다.→지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평가는. -우리 기대치가 굉장히 높아져 있어서 지난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에 대한 평가가 온전하게 내려지지 않는 거 같다. 3가지의 큰 진전이 있었다. 2017년 말과 같은 전쟁 위협이 사라졌다.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발사가 중단됐다. 능동적인 중단 선언이었고,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 등 남북 및 북·미 간 어떤 협상에도 없었던 비핵화 조치가 현실화됐다. 그리고 한·미 연합훈련이 잠정 중단됐다. 마지막으로 전쟁 종식선언에 버금가는, 김 위원장도 사실상 불가침 선언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남북 간 군사긴장 완화가 있었다. 이 중 하나를 실현하는 데도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 분단 73년 만에 최대폭의 평화 증진이 있었다. 워낙 기대치가 높고 가야 할 길이 멀고 과제가 많지만, 우리가 걸어온 평화의 길 중에 가장 풍성하고 알찬 길을 걸었다는 건 인정해야 한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는 어디에 달렸나. -북한이 현재까지 제안했던 비핵화 조치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진 않은 것 같다. 북한의 ‘플러스 알파’가 있다고 본다. 사실 지난해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상응조치에 따른 영변핵시설의 영구 폐기가 명시됐지만, 이후 미국은 상응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진전을 만드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의미다. 따라서 북한의 플러스 알파는 미국의 안전과 밀접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연관됐을 수 있고, 핵동결이나 이에 따른 사찰일 수도 있다. 반면 북한이 미국에서 받기를 원하는 건 경제 제재 완화와 관련돼 있다. 이 두 가지가 어떤 형식으로든, 또는 어떤 수준으로든 맞교환된다면 성공으로 볼수 있다. →맞교환 가능성은 어느 정도로 보는지. -이달 초 북·중 정상회담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양측은 비핵화 과정 및 협상과 관련한 공동 연구·조정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했다. 즉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카드는 북·중 공동의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중국은 무역갈등 등으로 미국과의 간극을 키울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북·중이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문제를 협의한 것은 그만큼 북·미 간에 조건을 맞교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이 그간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할 때 중국이 부정적 영향을 북한에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중국으로선 이번이 그간의 의혹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다.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남·북·미가 참여한 가운데 실무협상이 진행 중이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의 라인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1차 북·미 회담 때 미국은 구체적 합의안을 마련한 뒤 개최하는 것을 원했고, 북은 우선 만나서 하자는 식이었다. 결국 북한의 의도가 관철됐는데 미국이 2차 회담에서는 다를 것으로 보인다. 또 과거를 돌아볼 때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통일전선부장) 라인이 효과적인지는 양쪽이 다 의문을 품을 것 같다. 반면 비건 대표는 지난해 연말부터 한국에서 (대북 인도지원을 위한 미국인 여행 허가 검토, 남북 철도 공동조사 협의 등)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고, 한국 정부도 비건 대표에 힘을 실어 주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 부위원장의 만남에 비건 대표가 배석했는데, 김 부위원장이 전한 김 위원장의 전언과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모두 들은 뒤 스웨덴으로 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결국 북·미 모두 비건·최선희 라인에서 실무조율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것 같다.→북한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다는 의혹도 일각에서 나온다. -북한의 주장은 무조건 비핵화가 아닌 조건부 비핵화이기 때문에 미국의 자세가 북한의 비핵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북한이 핵보유를 인정받기 가장 어려운 길로 가는 건 명백하다. 비핵화 협상을 안 하고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을 멈추기만 해도 미국이나 국제사회는 추가 대북제재를 하기 힘들다. 즉 도발만 안 하면 현 정세를 유지해 나갈 수 있다. 또 이번에는 북한이 비핵화만 하는 게 아니다. 경제집중노선을 채택했고 전체 사회가 군 중심에서 당정이 이끄는 식으로 동조화되고 있다. 북한의 교과서라 불리는 올해 신년사에서 김 위원장은 군수공업 분야에 대해 ‘경제건설에 모든 힘을 집중할데 대한 우리 당의 전투적 호소를 심장으로 받아안고 여러가지 농기계와 건설기계, 협동품과 인민소비품 생산해 경제발전과 인민생활향상을 추동했다’고 평가했다. 무기 만드느라 애썼다는 게 아니라 농기계 생산하느라 힘썼다는 거다.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수순은. -김 위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뒤에 오는 게 좋다. 북·미 간 성과로 제재 완화에 대한 분위기가 있을 때 그 흐름으로 남북 공동번영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다. 다만 남북 정상이 북·미 정상회담 전에 원포인트로 판문점에서 만나는 것은 긍정적이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다자 구도를 언급하며 4자·6자 구도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졌다. -김 위원장의 언급은 정전협정 당사자로서 남·북·미·중이 평화협정 당사자라는 것을 언급한 것이고, 사실상 합의된 사안이기도 하다. 다만 6자회담까지 이어지느냐는 부분이 해석의 여지가 있는데, 필연적으로 갈 것으로 본다. 비핵화에 대한 일정한 타결이 있으면 제재완화가 거론되고 이는 경제적 보상 문제로 연결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원자력 발전도 못하게 된다면 보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6자 회담이 불가피하다. 6자 회담은 한국에도 중요하다. 비핵화 이후 새롭게 전개될 한반도 중심의 동북아 안보질서를 구축하는 것과 관계가 깊어서다. 한·미 동맹도 유지돼야겠지만 공동안보를 지향하는 다자안보협력으로 가자는 것을 합의한 유일한 문서가 6자 회담 9·19 성명이다. →중재자로서 한국의 입지가 좁아졌다는 시각도 있다. -중재자 역할은 한국이 자임한 것보다 북·미가 부여했다. 9월 평양 정상회담의 결과가 다음의 진전으로 이어지지 못해 중재자로서 일정 한계가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미국 사회가 가진 북한에 대한 큰 불신이 원인이었다. 또 북·미가 직접 풀어야 하는 문제들도 있다. 하지만 한국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는 지난해 말 비건 대표에 대해 대북 관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실질적 통로라는 걸 북한에 보여 주었다. 비핵화와 관련한 아이디어도 비건 대표 측에 전달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은 비핵화에 상응하는 경제성과를 조속히 보여야 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내부 입지가 불안한 듯하다. 시간은 누구 편인가. -지금은 미국 편이다. 1차 북·미 정상회담 때는 시간은 북한 편이었다. 민주국가는 단기적 성과를 중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북한의 도발이 멈추면서 일단 트럼프 대통령이 선방을 했다. 이는 북한이 관리된다는 뜻이고 미국의 우선순위에서 북핵이 밀려났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경제발전 즉 생존이 진짜 목적이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매우 적다. 특히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만 재개해도 북한은 경제개발에 자원을 집중하기 힘들어진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 [세종로의 아침]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이석우 국제부 선임기자

    ‘잇몸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는 뜻의 순망치한 관계로 불렸던 북한과 중국 관계가 요사이 복원된 것 같은 분위기다. 미국과의 정상회담 직전이나 주요 국제적 현안이 있을 때마다 북한은 중국으로 달려간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그해 3월 전용 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들어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그 직전 몇 년간 시진핑의 중국은 핵실험에 미사일을 쏘아올리며 ‘인공위성 실험 성공’을 자축했던 김정은의 북한을 냉랭하게 대하며 상대하지 않았다. 북·미 정상회담 직후인 지난해 6월 베이징으로, 그 직전인 같은 해 5월 다롄으로 김 위원장은 달려갔다.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가운데 지난 7일부터 나흘 동안 김 위원장은 다시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네 번째 회담을 했다. 북·중 관계가 밀월일 때에도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두 나라 정상의 빈번한 만남은 흔치 않았다. “과거 후견인과 피후견 관계가 되살아났다”는 말도 나왔다. 최고지도자(김정은)가 연거푸 이웃 대국(중국)으로 달려가 정상회담을 하는 상황은 일반 국가 관계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는 10월로 수교 70주년을 맞는 두 나라는 여느 국가들처럼 반복되는 애증 관계 속에서도, 갈등하고 의심하면서도 여타 관계에서는 찾기 힘든 인연의 뿌리로 얽혀 있다. 북·중 관계의 출발은 일반적인 대국과 소국 간 ‘후견과 피후견 관계’와는 다르며 오히려 정반대다. 이런 유별난 과거는 깊은 뿌리처럼 북·중 관계를 규정하고 작동시켜며 지탱해 왔다. 조선노동당은 중국공산당보다 역사가 더 오래고, 식민지 조선의 아들딸들은 신해혁명에서부터 제국주의 일본과의 ‘민족해방전쟁’, 장제스의 부패한 국민당과의 내전 속에서 마오쩌둥 군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혹은 중국공산당에 소속돼 중국 땅에서 싸웠다. 마오의 군대가 국민당에 몰려 힘겨운 사투를 벌일 때 이미 국가로 성립해 있던 김일성의 북한은 후원자로서 아낌없는 물적·인적 지원을 보냈다. 김일성과 김정일이 중국 지도자들을 대할 때 동지 관계를 넘어 빚쟁이처럼 구는 까닭도 이런 역사 속에 숨겨져 있다. 냉전 종식 이후 북한이 ‘대미 관계 정상화’를 최대 외교 과제로 겨냥하면서 이런 양자 관계는 북한·중국·미국이라는 삼각관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중국은 대미 관계에서 북한을 전략적 자산이자 부채라는 이중성을 저울질하면서 전략적 말판으로 써 왔다. 북한도 미·중 관계를 생존 자산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왔다. 지난 1년 베이징 방문 때마다 국유 제약사 퉁런탕이나 중국판 실리콘밸리 중관춘을 찾은 김정은의 메시지는 분명했다. “체제 유지속 경제 개발”이라는 ‘중국 모델’의 성취와 국제사회로의 복귀다. 국제사회로 북한을 끌어내고 그렇게 할 수 있게 관여하는 일은 선택 사항이 아니다. 민족공동체 복원과 함께 성장 한계에 막힌 우리 생존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행보다. 미·중과 북한의 삼각관계 속에서 미·중 갈등시대에 한국의 위치와 역할이 무엇일지 더 고민해야 할 때다. jun88@seoul.co.kr
  • [기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국제개발협력/송진호 KOICA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기고] 사람과 사람을 잇는 국제개발협력/송진호 KOICA 사회적가치경영본부 이사

    해방 직후 한국은 세계 최빈국이었다. 국제사회는 식민지배에 이어 동족 간 전쟁을 치른 가난한 나라에 127억 달러 규모의 무상원조를 지원했다. 이제 한국의 다른 이름은 연 3조원 규모의 국제개발협력, 공적개발원조(ODA)를 수행하는 ‘공여국’이다. 지난 2015년 국제사회는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야말로 2030년까지 전 인류가 함께 도달해야 할 목표라는 것에 합의했다. 193개 모든 유엔 회원국이 빈곤의 완전한 종식을 첫 번째 목표로 건강과 웰빙, 양질의 교육, 성평등, 기후변화 행동 등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채택한 것이다. 불평등과 부정의가 만연한 오늘날 어쩌면 SDGs의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목표 이행 4년차의 새해를 맞이해 ‘우리 세계의 전환’을 향한 구체적인 방법이 더욱 더 요청되는 까닭이다.ODA의 올바른 쓰임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사회로 탈바꿈하기 위한 중요한 촉진제가 될 수 있다. 양질의 일자리, 사회복지제도 등 사회 안전망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향유할 수 있도록 ODA 사업을 기획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현지 시민사회와 사회적 혁신 기업 등으로 대상을 확대해 참여를 도모해야 한다. 사실 유엔 등 국제사회는 오랫동안 더 나은 사회를 향한 국제개발협력의 역할을 요청해 왔다. 90년대부터 개발협력의 주요 목적이 협력대상국의 인권 증진에 있음을 확인하였고 참여, 책무성, 비차별, 투명성, 인간존엄, 자력화, 법치를 원칙으로 ODA를 수행할 것을 권고했다. 이런 원칙에 기초한 사업 수행은 사회구조적 차별과 소외의 근본원인을 해결해 모든 이가 공정하고 평화롭고 포용적인 사회에서 살아가게끔 돕는다는 것이다. 사람 중심의 발전은 인권이 침해되는 상태를 고착시키고 평화를 저해하는 모든 요인에 대항해 변화를 시도한다. 경제논리로만 해소할 수 없는 빈곤, 불평등, 소외 등 국제사회에 만연해 있는 문제 해결을 위해 사람들 사이에서 공동의 지혜를 모아줄 협력 파트너십을 요청한다. 지난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은 ‘인권경영규정’을 제정하고 발전과 인권이 분리될 수 없음을 선언했다. ‘사람·평화·상생번영을 통해 누구도 소외받지 않는 상생의 개발협력’의 실천을 향한 KOICA의 도전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
  • ‘유가 불안정’우려에… 정유·석화, 사업 다각화 잰걸음

    ‘유가 불안정’우려에… 정유·석화, 사업 다각화 잰걸음

    정유사, 저유가에 영업익·정제마진 하락 올레핀 생산시설 구축 등 석화사업 진출 항공사는 유류비 크게 줄일수 있어 ‘호재’ 실적 개선 기대감 높은 한화·롯데케미칼 연료 다변화 등 통한 리스크 최소화 계획지난해 끝을 모르고 치솟던 유가가 지난해 말부터 하락세에 접어들면서 정유와 석유화학, 항공 등 유가에 민감한 산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올해는 유가 하락보다도 유가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 ‘롤러코스터’를 타는 유가로 인한 위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산업계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권가에서는 국내 정유 4사의 지난해 4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전분기 대비 80% 이상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유가 속에 지난해 연간 합산 영업이익이 8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도 실현이 어렵게 됐다. 정유사는 원유를 구입한 후 2~3개월이 지나 판매하기 때문에 유가가 내려가면 비축해 둔 원유의 가치가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된다. 정유사들의 수익을 좌우하는 정제마진도 지난달에는 손익분기점(4~5달러)에 한참 못 미치는 2.6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대로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이 원재료 하락으로 이어져 긍정적이다. 석유화학업계는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화학 물질인 납사(나프타)를 핵심 원료로 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데,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미터톤(MT)당 690달러까지 치솟았던 납사 가격이 12월 말 468달러까지 내려갔다. 항공업계 또한 운영비용의 30%가량을 차지하는 유류비를 줄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유가 하락뿐 아니라 유가의 변동성에 대한 우려도 높다. 조상범 대한석유협회 팀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OPEC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여부, 미·중 무역전쟁의 종식 여부 등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면서 “유가에 불확실성이 높아질수록 정유사들은 재고를 비축할지 또는 소진할지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는 불안정한 유가로 인한 사업의 불확실성을 낮추기 위해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는 석유화학사업에 출사표를 던지고 올레핀 생산시설 등을 구축하는 한편 전기차 배터리(SK이노베이션) 등 신성장사업도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도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은 지난해 4분기를 기점으로 흑자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화케미칼은 태양광 부문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롯데케미칼은 셰일가스로 가동하는 에틸렌 공장을 미국에 세우고 상반기 상업생산을 시작한다. 연료를 다변화해 유가 변동으로 인한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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