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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바로 “금리 최대 1%P 인하해야” 前 연준의장들 “독립성 보장” 저항

    미중 ‘환율전쟁’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로 불똥이 튀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측이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며 압박을 가하자 전직 의장들까지 나서 연준의 독립성 보장을 촉구하며 측면 지원하고 나섰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대중 강경파인 피터 나바로 미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미국의 기준금리를 다른 나라와 비슷하게 맞추기 위해 연준이 연말 전에 기준금리를 최소 0.75% 포인트 또는 1% 포인트 인하해야 한다”고 밝히며 금리 인하를 노골적으로 압박했다. 그는 이어 금리 인상이 달러를 강세로 만들어 수출을 억제한 반면 중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조작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도 최근 1% 포인트 금리 인하를 주장하며 연준을 자극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나바로 국장이 금리 인하 압박에 나선 것은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달으면서 인하 압박을 바탕으로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자 중국 인민은행이 오는 14일 홍콩에서 환율방어용 채권인 중앙은행증권 300억 위안어치 발행을 발표해 환율안정조치 계획을 내놓은 것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이에 전직 의장들이 연준 ‘사수’에 나섰다. 폴 볼커와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 재닛 옐런 등 전직 의장 4명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에 “미국은 독립된 연준을 원한다”는 제목의 공동 기고문을 실었다. 이들은 “연준 의장은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해임되거나 강등당할 위험 없이 독립적으로, 그리고 경제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며 “역사적으로 보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봐도 건전한 경제 원칙과 데이터에만 의존할 때 경제가 최상으로 작동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직 의장들의 기고문은 달러 약세를 선호하며 제롬 파월 연준 의장에게 줄곧 금리 인하 압박을 해 온 트럼프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말 탄 백인 경찰, 흑인 밧줄로 끌고 가…. 노예시대 악몽에 미국 사회 충격

    말 탄 백인 경찰, 흑인 밧줄로 끌고 가…. 노예시대 악몽에 미국 사회 충격

    미국에서 말을 탄 백인 경찰관들이 흑인 용의자를 밧줄로 묶어 끌고 가는 장면이 SNS에 올라오면서 미 사회가 충격에 빠졌다. 이는 남북전쟁 이전의 흑인 노예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흑인 도널드 닐리(43)는 지난 3일 텍사스주 갤버스턴에서 건물 무단침입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그러나 용의자를 태워갈 순찰차가 없었다. 이에 백인 경찰관은 가지고 있던 밧줄로 닐리를 묶은 채 말에 올라타 그를 경찰서까지 끌고 갔다. 지나가던 사람이 어처구니없는 광경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면서 알려졌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인종 갈등 발언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상황이라 논란은 일파만파로 커졌다. 논란이 커지자 버넌 헤일 갤버스턴 경찰서장은 “이번 체포는 닐리에게 불필요한 당혹감을 줬다”면서 “두 경찰관은 잘못된 판단을 했다. 체포 장소에서 경찰차가 올 때까지 기다릴 수도 있었다”며 사과했다. 헤일 서장은 이어 “이번 사건의 후폭풍은 우리에게 흑인에 대한 경찰의 처우와 관행이 어떠한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다”면서 “이 체포 기술 사용을 중단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닐리는 보석금을 내고 풀려났다. 닐리의 변호사는 “경찰이 닐리를 다룬 방식은 역겨웠다. 가족은 몹시 속상했다”면서 자신 역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아베 “한국이 일방적으로 청구권 협정 위반”…경제제재 정당화

    아베 “한국이 일방적으로 청구권 협정 위반”…경제제재 정당화

    우리나라 대법원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것을 문제삼으며 우리나라를 상대로 수출규제·백색국가(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대상국 명단) 배제 조치를 한 일본 정부에 대해 일본 안에서도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국이 청구권협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일방적으로 했다”면서 한국에게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74주년을 맞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희생자 위령식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이) 국제조약을 깨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는 한일 청구권) 협정을 먼저 제대로 지키면 좋겠다”고 밝혔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또 “한국 측에 적절한 대응을 강력히 요구한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국가 간의 약속을 지킬지에 관한 신뢰의 문제”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지난 2일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하자 문재인 대통령은 긴급 국무회의를 열고 “우리 경제를 의도적으로 타격한다면 일본도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 것”이라면서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베 총리는 공개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배제하는 결정을 내린 뒤로 아베 총리가 공개석상에서 한일 관계를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베 총리의 이날 발언은 우리나라 대법원의 강제동원 관련 배상 판결이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 어긋난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아울러 한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태도 변화가 우선이라는 입장도 그대로 반복한 셈이다. 교도통신은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관계 악화의 발단이 된 징용소송 문제를 한국 정부가 먼저 해결하라고 아베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촉구한 모양새라고 표현했다. 앞서 우리나라 대법원은 지난해 10월 30일 강제동원 피해자 4명이 일본 신일본제철(현 신일철주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재상고심에서 신일본제철이 피해자들에게 1억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후 같은 해 11월 29일에는 강제동원 피해자 4명 등이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미쓰비시가 피해자들에게 1억~1억 5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날 위령식에서 “유일한 전쟁 피폭국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새로운 레이와(令和·일본의 연호)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 우리의 사명”이라고 말했다. 이어 “핵 군축을 둘러싸고 각국의 입장 차가 확대되고 있다”면서 “일본은 핵무기 없는 세계의 실현을 위해 비핵 3원칙을 견지하면서, 핵무기 보유국과 비보유국 간의 가교로서 국제 사회의 (비핵화) 노력을 주도하겠다”고 덧붙였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평화경제’ 언급 뒤 北 미사일 발사…고민 깊어지는 靑

    ‘평화경제’ 언급 뒤 北 미사일 발사…고민 깊어지는 靑

    청와대는 북한이 한미 연합연습 기간인 6일 황해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2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를 쏘아 올린 것과 관련해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평화경제’를 언급했음에도 북한이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올리는 저강도 도발을 이어감에 따라 청와대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정 안보실장, 정경두 국방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은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고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 발사체 발사의 배경과 의도를 분석했다”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관계 장관들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앞으로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하면서 철저한 감시 및 대비 태세를 유지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날 회의에서는 최근 한반도를 둘러싼 전반적인 군사안보 상황 점검이 이뤄졌다고 고 대변인은 전했다. 청와대가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표현한 것은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남북 경제협력’을 거론한 직후 도발이 이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일본의 경제보복 사태와 관련해 “남북 간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일본 경제를 단숨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평화메시지’가 무색하게도 북한은 도발을 그치지 않았다.북한의 발사체 발사는 지난달 25일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보이는 발사체를 쏜 이후 13일 동안 무려로 4번이나 이어졌다. 북한은 지난달 25일 함경남도 호도반도, 지난달 31일 원산 갈마반도, 지난 2일 함경남도 영흥 지역에서 단거리 발사체 각각 2발씩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당장 야당이 반발했다. 정양석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미중 간 무역전쟁, 한미 간 관세전쟁 중 문 대통령이 개념도 실체도 모호한 평화경제를 얘기하고 있다”며 “현실 도피성 발언으로 문 대통령이 제기한 평화경제에 오늘 북한이 미사일로 답했으니 몽상에서 깨어나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남북경협이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 활성화에 미치는 순기능을 기대할 수는 있지만, 경협을 현재 경제전쟁의 해법으로 삼기에는 당장 상황이 너무나 급박하다”고 비판했다. 다만 북한이 협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전략적으로 저강도 도발을 이어가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북한 외무성은 “군사적 적대행위들이 계속되는 한 대화의 동력은 점점 더 사라지게 될 것”이라면서도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대화 여지를 남겼다.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남북 협력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한미 간 긴밀한 공조를 통해 비핵화의 목표 조기 달성하고 남북이 공동번영을 이룰 방안을 끊임없이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데스크 시각] 아베를 몰랐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데스크 시각] 아베를 몰랐다/임일영 정치부 차장

    #1. 2018년 2월 9일.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당일 열린 한일 정상회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한미 군사훈련을 연기하지 말라”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주권과 내정에 관한 문제”라고 반박했다. 여권 고위 관계자는 “당시 아베 총리는 한 나라 정상으로 볼 수 없는 비상식적 발언과 태도로 일관했다”고 했다. #2. 한국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배제를 처리하는 각의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1일 일본 자민당 총회. 아베 총리는 “엄중함이 증가하는 국제 정세 안에서 국익을 지켜 나가 헌법 개정 등 곤란한 문제를 한 몸이 돼 해결하고 싶다”고 했다. 두 발언을 곱씹어 보면 아베 총리가 무모할 정도로 경제보복을 밀어붙이는 속내가 엿보인다. 한반도 냉전체제 와해에 대한 경계심, 1990년대 이후 우파의 숙원인 개헌 드라이브를 가속화해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불안 확산은 덤일 것이다. 아베 총리가 전후 최장기 집권을 이어 가는 데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치 않은 조연을 했다. 궁지에 몰릴 때마다 북한의 도발 덕에 기사회생했다. 북핵은 패전의 잔재인 평화헌법 9조 개정을 골자로 한 개헌의 명분이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뒷배인 우파 로비스트 단체 ‘일본회의’를 추적해 온 저널리스트 아오키 오사무는 ‘일본회의의 정체’에서 “일본의회와 아베 정권이 총력을 기울이는 개헌은 증오하는 전후체제의 상징이요 핵심이며 원흉의 타파”라고 했다.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비핵화 대화가 소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6월 말 판문점 남북미 회동으로 아베 총리는 다시 불안에 사로잡혔다. ‘전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자 하는 아베 총리가 뜻을 이루려면 동북아의 긴장·갈등은 필수적이다.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터라 여론을 들쑤실 필요가 있었는데 한일 갈등은 매력적인 불쏘시개였다. 지난 1일 미국이 한일에 ‘현상동결합의’(스탠드스틸) 중재안을 내놓은 뒤 정부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었던 게 사실이다. 한미동맹 못지않게 비대칭적인 미일 관계를 생각하면 일본이 과연 미국 뜻을 거스를 수 있을까란 생각일 터. 하지만 ‘역시나’였다. 미국의 관여는 제한적이었고 현 국면을 개헌 동력으로 삼으려는 아베 총리의 의지가 더 강했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연장이 변수지만, 앞으로도 미국 개입으로 봉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폭주기관차’를 제어할 방법은 없을까. 지난 2일 이후 당정청의 대응책에 ‘결기’는 느껴지지만 당장 상대 숨통을 조일 만큼 위협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역설적으로 일본 여론을 우군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물론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을 안겨 준 것도 일본 유권자란 점에서 쉽지는 않을 것이다. 전후 일본 체제의 민낯을 다룬 대담집 ‘책임에 대하여’에서 다카하시 데쓰야 도쿄대 교수는 “아베 정권의 장기화를 허용한 여러 요인들이 일본 사회에 내재돼 있다”고 했고, 서경식 도쿄게이자이대 교수는 “위안부나 징용공 문제는 이미 일본 사람들 의식 속에 과거화돼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정부의 냉철한 대응과 물밑 교섭 못지않게 아베 정권의 뒤틀린 욕망을 드러내는 여론전을 일본에서 적극 벌일 필요가 있다. 일본 지성인들이 수출 규제 철회 서명운동에 돌입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이후 극우 매체를 제외하면 비판적 논조가 두드러진 점은 고무적이다. 독도 갈등이 첨예했던 2005년 노무현 전 대통령 연설을 빌리자면 하루이틀에 끝날 싸움은 아니다. 유야무야 끝낼 일도 아니다. argus@seoul.co.kr
  •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가족 돌봄은 회생 어렵다… 사회적 돌봄으로 ‘젠더 갈등’ 풀자

    한국 사회에 변혁의 바람을 몰고 온 ‘미투’ 운동의 진동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각계각층에서 터져나온 여성들의 목소리는 공고하게 이어져 온 남성 중심적 폭력 문화의 민낯을 들춰냈고, 남성 중심 권력 구조에 균열을 냈다. 불법촬영 규탄 시위, 낙태죄 폐지 등 여성 관련 이슈가 주요 의제로 떠오르는 가운데 성폭력 대책과 성평등 정책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반발과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일부 사건은 여혐 대 남혐의 대결 구도로 비화됐고, 역차별을 거론하며 페미니즘에 반기를 드는 남성들도 늘어났다. 서울신문 부설 서울젠더연구소는 출범에 맞춰 국내 대표 여성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조한혜정(71) 연세대 명예교수에게 ‘지속가능한 성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물었다. 조한 교수는 가깝게는 근대의 근간을 형성해 온 군사주의와 과학기술주의에 대해, 멀게는 긴 인류사를 통해 구축돼 온 가정과 공공 영역 분리에 대해 근원적 성찰을 하지 않으면 미래를 상상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교환 영역’(시장)과 ‘재분배 영역’(국가)을 축소시키는 한편 장기적으로 공존의 원리인 ‘호혜의 영역’을 사회의 핵심으로 삼고 확장해 가야 한다는 것이다. 대담은 지난달 서울젠더연구소장 김균미 대기자가 진행했다.-2018년 미투 운동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현재 상황을 진단한다면. “한국에서는 2005년에 여학생의 대학 진학률이 남학생의 진학률을 추월했다. 그런데 아직도 여성을 자신의 소유물이나 노리개처럼 여기면서 폭력적으로 대하는 남성들이 남아 있다. 미투 운동은 ‘더이상 그런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여성들의 단호한 선언이다. 이전의 성폭력 폭로 사건이 피해자를 대변하는 운동이었다면 현재 미투 운동에서는 당사자들이 직접 발언을 하고 나섰다. 이 현상은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의 ‘1·2차 근대’의 개념으로 풀어내면 이해가 쉽다. 1차 근대의 주역은 중세 신분제에서 해방된 남성들이었다. 그들은 산업 역군이자 제국주의 전쟁의 참전자로 1등 시민의 자리에 있었다. 여성들은 그들을 보조하는 현모양처, 가정주부의 자리에 있었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남녀 모두가 경제 활동에 참여하면서 자립가능한 개인으로 살아가게 된다. 여성 운동 차원에서 보면 1차 근대에서 여성은 경제·사회적 자립을 위한 동등한 권리 운동을 펼쳤다. 그런데 2차 근대에 가면 개인의 존엄과 자율적 삶을 존중하자는 운동을 벌인다. 서지현 검사나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 김지은씨의 미투는 2차 근대의 대표적 사례다. 자기 삶의 주인이 된 여성들이 작은 폭력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회원리 자체의 근원적 변화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최근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백래시(반발·반격)가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보시는지. “1차 근대에서 2차 근대로 넘어서는 과도기 현상이다. 2차 근대에 접어들면 여성들도 온전한 독립이 가능해져서 공사 영역에 걸쳐 자율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반면 직장만 있으면 결혼하고 가장으로서 어깨를 펴고 살 수 있으리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며 성장한 남성들에게는 수난 시대가 시작된다. 현재 한국의 ‘일베화 현상’이나 여혐 대 남혐 구도는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 나온 병리적 현상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1차 근대적 여권 운동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높다. ‘여성의 좌절’과 함께 ‘남성의 좌절’도 다루어낼 수 있어야 한다. 남자와 여자 모두 자신의 삶의 주인으로 살되 그간의 발전주의가 파생시킨 문제들을 해결하는 협동적 주체가 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남녀 갈등의 원인 중 하나로 군대 문제가 꼽히는데 교수님께서는 오래전부터 해결 방안으로 사회복무제를 제시하셨다. “한국의 남성 의무복무제는 성차별 체계의 핵심이다. 최근까지 월급 호봉이나 공무원 채용 시험에 가산점을 주는 보상제도가 있었다. 군대를 가지 않은 존재를 따돌리거나 2등 시민으로 취급하는 풍토가 만연해 있었다. 공무원시험 시 군 가산점을 두고 여성과 장애인 대표가 위헌 소송을 내 1999년에 승소했는데, 이 즈음에 병역 제도를 2차 근대적 시점에서 개혁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병사가 총 들고 싸우는 시대도 지났고, 기강을 세우기 힘든 상황에서 군대는 청년 직업훈련소화하고 있다. 냉전 체제는 북한의 개방으로 전혀 다른 지평으로 이동하고 있다. 청년들을 위한 훈련은 이제 재난과 재앙의 시대에 대비하는 것이어야 한다.” -‘젠더’를 둘러싼 논란을 해결하려면 일자리와 결혼, 돌봄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기성 정치인이나 관료, 부모들은 자기 세대의 세계에 갇혀 평생 일자리와 결혼을 전제로 해법을 내려고 해서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혼자서도 잘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으로 선회해야 한다. 앞서 말했지만 1차 근대는 아내가 돌봄을 맡고 남편이 돈을 벌면서 유지됐다. 2차 근대는 여자가 사회에 나간 반면 남자들이 가정의 돌봄 영역으로 들어오면서 여자들이 사회에 나가며 만들어진 공백을 메울 것이라 예상했다. 현실은 어떤가. 어릴 때부터 입시 공부와 직장을 얻기 위한 준비만 한 여성은 남성 못지않게 돌봄에 서툴다. 그렇게 성장한 많은 ‘능력 있는’ 여성들은 출산하고 3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직장에 가고 싶어 한다. 여성들은 남성 못지않게 돈벌이에 몰두하면서 육아를 맡을 사람을 고용하거나 어린이집에 장시간 맡겨 두려 한다. 그렇게 ‘기획된 가족’의 아이들은 장시간 학교와 사교육 시장에 맡겨져 관리·보호된다.” -돌봄의 공백이야말로 우리 사회가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보인다. “그간 가족에게만 맡겼던 돌봄을 ‘사회적 돌봄’의 개념으로 풀어내는 것이 바로 여성가족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1차 근대에서 제기된 생산성, 곧 여성 노동과 인권 문제를 다루면서 동시에 2차 근대의 생산성이 핵을 이루는 사회적 돌봄에 바탕을 둔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거시적 기획을 시도했어야 했다. 사회복무제는 그런 2차 근대적 기획의 핵심 사안 중 하나일 것이다. 남녀 모두가 성인이 되는 시점에 갖가지 위기 상황에 민첩하게 대처하고 아이와 약자를 보호하는 주체가 되는 훈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최근 어린이집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사회복무를 하는 청년 남녀가 참여하게 되면 지혜롭게 풀어 갈 수 있다. 스무살 즈음의 모든 국민들이 천재지변에 대비하고 약자를 돕는 훈련을 집중적으로 받으면서 사회의 책임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더이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족 단위 돌봄을 회생시키려 하기보다 사회적 관계망 안에서 호혜적 관계를 맺고 다음 세대를 함께 키우는 즐거움을 경험하는 새로운 인프라를 만드는 데 세금을 써야 한다.” -‘토건 국가’에서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강조해 오셨다. “경제학자 낸시 폴브레가 쓴 ‘보이지 않는 가슴’이라는 책이 있다.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잘 굴러간다고 하지만 실은 ‘보이지 않는 가슴’이 있어 가능했음을 보여 주는 책이다. 돌봄은 존재와 존재의 만남, 소통과 이해와 공존의 행위다. 그러나 도구적 합리성이 주도하는 사회에서는 이 영역을 무시해 왔다. 여성들, 특히 1차 근대에서 열렬한 운동을 했던 페미니스트들도 돌봄에 대해 상당한 거부감을 갖고 있다. 가정주부 시대에 어머니들이 강요받은 비지불 노동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한 것이다. 돌봄 사회에서 말하는 ‘돌봄’은 가족을 넘어선 ‘사회적 돌봄’이다. 사회적 돌봄이 가능한 사회는 결혼을 강요하기보다 동거를 장려하고 의무적 제도가 아닌 실질적 지원을 하는 사회다. 더 나아가 돌봄은 창의의 근원이다. 창의성은 돌봄이 있는 여유로운 환경에서 나온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더 자연스럽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코리빙 스페이스’(co-living space), 자신이 원하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기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는 ‘리빙 랩’(living lab), 이들이 모여 서로 지지하고 격려하는 ‘창의적 공유지,’ 이런 크고 작은 공동체적 시공간이 돌봄 사회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기반이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차원에서라도 성평등 교육은 중요한데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까. “무엇보다 남자들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지금까지 남자들은 소통을 하지 못하는 조직에서 성장하지 않았나. (그 조직에서)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사실상 그것밖에 선택지가 없었던 거다. 그런 이들은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귀가 잘 안 들리는 존재가 돼 간다. 여자들이 처음 공적 영역에 들어갈 때 적극적 조치가 필요했듯이 남자들을 돌봄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게 하려면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관리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도록 비폭력 대화 등 훈련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남자아이들 문제도 심각하다.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부터 제대로 사회화되지 못하고 있다. 존경스러운 남자 모델도 없고, 어머니나 여자 교사와 거리감을 느끼면서 온라인 전쟁 게임에 몰입하거나 남자 패거리 문화에 휩쓸리게 된다. 아버지가 가르쳐 주지 못한 소통과 돌봄의 능력을 키워 줄 수 있어야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이분법적 구도로 접근하면 역효과만 난다. 각자의 경험을 꺼내 놓고 함께 배워 가는 리빙랩과 같은 분위기에서 시대 변화를 배우고 스스로를 알아 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현재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연구할 시간도 없이 분주하게 ‘계몽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런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성평등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국가의 대대적인 연구와 지원이 필요하다.” -젠더 이슈와 관련한 다양한 공론의 장을 마련하고자 발족한 서울신문 서울젠더연구소에 기대하는 역할이 있다면. “‘젠더’는 생물학적 성과 구분되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성으로서 남성 중심의 사회가 어떻게 구성돼 왔는지 살펴보자는 의미에서 붙여진 단어다. 남녀로 구성된 사회가 긴 인류사를 통해 왜 이렇게 적대적 사회가 됐는지 거시적 관점을 갖고 지금 이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연구하고 해결해 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현재 세계가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이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차 근대의 원리였던 발전주의적 언어를 넘어 근대를 성찰하는 언어로 시대의 문제를 연구하고 풀어낼 것을 기대한다. 페미니즘은 다음 세대가 잘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선언이다. 서울젠더연구소가 남녀와 세대 등으로 나눠진 이들이 같이 모여 의논하고 작업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되면 좋겠다. 특히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2차 근대의 성찰적 페미니즘의 토대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한다.” 김균미 젠더연구소장 kmkim@seoul.co.kr정리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여성·문화인류학자 조한혜정 교수는… 연세대 명예교수. 1981~2013년 연세대 사회학과·문화인류학과 교수로 일했다. 1980년대 여성주의 동인 집단 ‘또 하나의 문화’와 함께 여성주의적 공론의 장을 열었고, 1990년대에는 서울시립청소년 직업체험센터인 ‘하자센터’를 설립해 청소년 대안교육의 장을 마련하는 데 힘썼다. 2000년대부터는 서울시 마을공동체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아 민관 협력의 다양한 모델을 제시했다. 곳곳의 마을을 돌봄과 소통이 있는 배움터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 ‘성찰적 근대성과 페미니즘’, ‘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학교를 거부하는 아이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탈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글 읽기와 삶 읽기’, ‘다시, 마을이다’, ‘가족에서 학교로 학교에서 마을로’, ‘선망국의 시간’ 등이 있다.
  • 코스피·코스닥 시총 50조 증발… 외환당국, 환율 치솟자 구두개입

    코스피·코스닥 시총 50조 증발… 외환당국, 환율 치솟자 구두개입

    국내 금융시장이 5일 ‘검은 월요일’(블랙 먼데이)을 맞았다. 지난 2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국) 한국 배제 조치 여파로 심리적 저지선이었던 코스피 2000, 코스닥 600, 환율 1200선이 모두 무너졌다. 우리 경제 환경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융시장의 혼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5.6원 오른 1203.6원에 개장하며 빠르게 상승했다. 장중에는 1218.3원까지 오르며 장중 고점인 1227원(2016년 3월 3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이날 오전 외환 당국이 ‘원·달러 상승세는 이유 없는 시장 원리에 의한 결과’라는 구두개입 발언이 나오자 그나마 진정됐다. 전문가들은 한일 경제갈등이 지속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로 고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정훈 KEB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경제전쟁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저하와 기업실적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에 1200원에서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외환당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오름세가 진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결국 외환당국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조절에 나설 것인가가 관건이며 추가 상승은 제한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가 동반 급락하는 등 주식시장도 크게 출렁였다. 이날 하루 동안 국내 주식시장에서 증발한 시가총액은 50조원에 달했다. 코스피시장의 시가총액은 전 거래일보다 33조 5000억원, 코스닥시장은 15조 7000억원이 각각 날아가 총 49조 2000억원이 감소했다. 지난 2일 2000선이 무너진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51.15포인트(2.56%) 하락한 1946.98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142억원, 4420억원을 팔아치웠다. 반면 기관은 7347억원을 순매수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코스피 반등을 위해서는 정책당국과 정부에서 시장 참여자들의 투자 불안 심리에 대한 대안 제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스닥 시장은 패닉에 가까웠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45.91포인트(7.46%) 급락한 569.79로 마감, 2017년 3월 10일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6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경제보복 자체보다는 신라젠을 포함해 제약·바이오주 급락, 정보기술(IT) 기업 투자환경 악화 등이 하락세를 이끌었다”며 “단기 충격이 워낙 큰 만큼 기술적 반등이 멀지 않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대내외 불안이 잇따르면서 안전 자산으로의 쏠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금시장의 1g당 금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800원(3.25%) 상승한 5만 721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동영상] 폭스뉴스 앵커 카부토, 트럼프 엉터리 자랑에 또 ‘팩트 폭격’

    [동영상] 폭스뉴스 앵커 카부토, 트럼프 엉터리 자랑에 또 ‘팩트 폭격’

    오죽 갑갑했으면 그랬을까? 미국 폭스뉴스의 진행자 닐 카부토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과에 대한 자랑질을 곧바로 손수 ‘팩트 폭격’했다. 지난 2일(이하 미국 중부시간) 오후 2시쯤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전용 헬리콥터에 오르기 직전 트럼프 대통령이 출입기자들에게 자신의 관세 부과 때문에 미국 농민들이 얼마나 혜택을 보게 되는지 자랑하는 중계 화면이 끝나고 스튜디오로 넘어오자마자 난감한 표정을 지은 카뷰토는 “어디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먼저 트럼프 발언부터 정리하는 것이 순서에 맞겠다. “내가 관세를 부과한 덕에 미국은 떼돈을 벌게 됐다. 미국 농민들은 내 무역전쟁을 전폭 지지하며 3000억 달러 어치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지지하고 있다. 이 점을 기억해라. 우리 나라는 중국으로부터 수천억 달러를 벌어들이고 있다. (지금까지는) 중국에서 10센트도 벌어들이지 못했다. 우리는 벌어들인 수천억 달러 가운데 일부를 집어 중국이 타깃으로 삼고 있는 농민들에게 줄 것이다. 농민들이야말로 한몫 잡았다.” 이전부터 방송 도중에라도 트럼프 발언의 허점을 종종 짚어왔던 카부토는 “명확히 할 게 있는데 중국이 이들 관세를 무는 게 아니다. 여러분이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간접적으로, 때로는 직접 (관세를) 문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미국 내 유통업자 등이 관세를 물어낸다. 중국 정부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중국에서의 비용이 늘어나게 되면 평가절하가 이뤄진다는 식으로 언급한 대통령 발언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최근 일련의 관세 부과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폭스뉴스와 폭스비즈니스의 앵커로 활약해온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엉터리 경제 정책 자랑의 허점을 날카롭게 지적해왔다. 지난주 초에도 트럼프 행정부의 늘어나는 국채와 재정적자에 대해 트럼프 편에 선 루 답스와 방송 중 열띤 토론을 벌여 주목받았다. 그런데 가만 보자. 카부토가 뭐 어렵거나 복잡한 트럼프 발언의 허점을 예리하게 파고든 것도 아니었다. 경제학 개론이나 일반상식만 아는 이라면 쉽게 헛소리란 점을 알 수 있는 내용이었다. 그만큼 그가 재선을 노리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지지 기반이라 할 수 있는 백인 농민들의 표심을 붙잡기 위해 간절하다는 반증일 수 있겠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아사히·도쿄신문, 소녀상 등 전시 중단 1면 비판 보도

    아사히·도쿄신문, 소녀상 등 전시 중단 1면 비판 보도

    “비열한 협박 결코 용납돼선 안돼”“정치가의 중단 요구는 검열행위”“역사 문제를 직시 않는 불관용” 일본 최대 국제 예술제에 출품된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사흘 만에 협박 등으로 인해 중단된 것에 대해 아사히신문과 도쿄신문 등 일부 일본 언론이 1면에 보도하며 검열 압박을 강력히 비판했다. 앞서 ‘아이치 트리엔날레 2019’의 실행위원장인 오무라 히데아키 아이치현 지사는 지난 3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전시에 항의하는 전화와 팩스, 메일이 쇄도한다는 이유로 소녀상이 포함된 ‘표현의 부자유, 그 후’ 전시를 중단한다고 밝힌 바 있다. 아사히신문은 다음날인 4일 ‘표현의 부자유전 중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해당 전시에서 소녀상 외에도 헌법 9조를 주제로 한 일본의 전통 시가 장르인 하이쿠, 히로히토 전 일왕을 포함한 초상이 타오르는 듯한 영상 작품 등 각 미술관에서 철거된 작품들이 선보였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전시 중단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는 비열한 협박성 전화 행위는 결코 용납돼서는 안 된다”면서 향후 전시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아사히는 “숨을 죽이고 지켜보던 사람들에게 찬반이 있겠지만, ‘표현의 자유’에 대해 생각했을 것”이라면서 “그 기회가 닫혀버리고 말았다”고 지적했다.지난 1일 예술제 개막 이후 항의 전화와 이메일은 1400여건에 달한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쓰다 다이스케 예술감독에 따르면 이 중 절반 정도가 소녀상에 대한 것이고, 40% 정도는 히로히토 전 일왕을 상기시키는 작품에 대한 것이다. 히로히토 전 일왕은 태평양전쟁의 개전을 결정, 일본을 패망으로 이끈 역사적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쓰다 감독은 전시 중단에 대해 “(작가의) 승낙을 얻은 것이 아니어서 미안하지만 어쩔 수 없다”면서 “연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전시 중단을 요구한 가와무라 다카시 나고야 시장과 예술제에 대한 교부금 지원 여부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밝힌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발언이 영향을 줬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관계없다”고 주장하며 “안전 관리 문제가 커졌다는 점이 거의 유일한 이유”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시 중단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밝혔다. 다지마 야스히코 조치대 교수는 “정치가가 전시 내용에 대해 중단을 요구하고 보조금에 대해 점검하는 등 이번 일은 넓은 의미에서 표현의 자유의 침해와 검열적 행위가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나미 고지 와세다대 명예교수는 “소녀상 등의 설치가 불쾌하다는 이유로 전시를 그만두게 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에 반하고, 비판이 강하다는 이유로 주최 측이 전시를 중단하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혼란을 이유로 중단하는 것은 반대파의 의도대로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도쿄신문도 소녀상 전시 중단 소식과 “전시를 계속해야 한다”는 일본펜클럽의 성명 내용을 1면에 함께 전했다. 작가 기타하라 미노리 씨는 전시 중단에 대해 “역사 문제를 직시하지 않는 불관용을 나타내고 있다”고 신문에 말했다. 기타하라 씨는 이번 일이 트리엔날레라는 국제 예술제에서 일어난 사태라는 점에 대해 “인권 의식이 없는 국가라는 점이 세계에 드러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조국 “日정부 ‘갑질’ 앞에 한국 정부 문제라니, 한심한 작태”

    조국 “日정부 ‘갑질’ 앞에 한국 정부 문제라니, 한심한 작태”

    “우매한 나로서는 고준담론 못해”“日불매운동 냉소, 의병·독립군 비하 현대판”“싸울 땐 싸워야…피, 아 구분해라” “누가 가해자고 피해자인지 확실히 해”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이 2일 수출 우대 혜택을 주는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한국을 제외한 것을 ‘경제전쟁’으로 규정하며 국내에서 한국과 일본이 둘다 문제라고 언급하는 ‘양비론’에 대해 “완전히 틀렸다”고 비판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국의 (사법)주권을 모욕하고 자유무역 원칙을 훼손하면서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려는 일본 정부의 ‘갑질’ 앞에서 한국 정부와 법원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심한 작태”라며 정부의 대응 조치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조 전 수석은 “최근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 상황에 대해 일본과 한국 양쪽의 ‘민족주의’ 모두가 문제라며 ‘양비론’을 펼치고 ‘민족감정’ 호소는 곤란하다고 훈계하는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있다”며 포문을 열었다. 조 전 수석은 “이들은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전개하는 일본 상품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냉소적 평가를 던지고 ‘이성적 대응’을 운운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문제 상황에서 양비론은 완전히 틀린 것이다”라면서 “외국이 침공했는데 ‘우리나라에도 문제가 있잖아?’라고 말하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조 전 수석은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 냉소를 던지는 일부 시각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조 전 수석은 “불매운동에 대한 냉소는 ‘의병’과 ‘독립군’에 대한 비하의 현대판”이라면서 “우매한 나로서는 이러한 고담준론(高談峻論)은 못하겠다”고 올렸다. 조 전 수석의 이런 발언은 최근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올린 일본 불매운동 비하 표현에 대한 반박으로 받아들여진다.앞서 차명진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본 제품 불매 운동에 대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나 국산부품 자력갱생운동 같은 퇴행적인 운동”이라면서 “국민의 저급한 반일감정에 의지하는 문재인의 얄팍한 상술을 비판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차 전 의원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에 대한 조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플래카드 게첩(揭帖·내붙임) 사건은 완전 패착”이라면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수출 금지 조치가 주요 공격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한국당 중앙당 사무처가 지난달 26일 전국 당원협의회에 일본 수출 규제 중단과 KBS 수신료 거부 등의 문구가 담긴 플래카드를 게시할 것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을 비판한 것이다. 차 전 의원은 “문재인에게 징용 문제를 제3국 조정위원회에 회부할 것을 요구해야 한다”며 “그거 주장한다고 아베 편을 드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일본은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에 대해 불만을 품고 지난달 4일 한국 주력품목인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을 단행했는데 차 전 의원이 말하는 징용 문제의 ‘제3국 중재위원회 회부’를 한국 정부에 똑같이 요구하고 있다. 조 전 수석은 “싸울 때는 싸워야 한다. 그래야 협상의 길도 열리고, 유리한 협상도 이끌어낼 수 있다”면서 “국민적 분노를 무시·배제하는 ‘이성적 대응’은 자발적 무장해제일 뿐이다”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건 야건, 진보건 보수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확실히 하자”면서 “‘피’(彼)와 ‘아’(我)를 분명히 하자. 모든 힘을 모아 반격하자”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한국 배제 결정 이후 열린 긴급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앞으로 벌어질 모든 책임, 일본 정부에 있다”고 발언한 뉴스 동영상과 아베 정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규탄 집회 모습을 페이스북에 나란히 게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CNN “日, 경제전쟁을 선포하다”…미 언론, ‘무역의 무기화’ 우려

    CNN “日, 경제전쟁을 선포하다”…미 언론, ‘무역의 무기화’ 우려

    “한국에 경제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CNN은 일본 정부가 ‘화이트리스트’(전략물자 수출심사 우대 대상국 명단)에서 한국을 제외하기로 한 2일 결정에 대한 기사에서 양국간 갈등을 ‘전시상황’에 비유했다. CNN인터내셔널판은 ‘경제전쟁 선포’(declaration of economic war)라는 헤드라인과 함께 이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태를 소개했다. CNN은 보도에서 “(일본의 이날 결정으로) 스마트폰과 전자제품의 전세계 공급망을 위협하는 분쟁을 촉발시켰다”고 전했다. 이어 “이것은 무역 금지 사태가 아니다”라는 여당인 한국 민주당 측의 발언을 인용해 “우리나라(한국)에 대한 전면적인 경제전쟁 선포”라며 한일관계가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또 CNN은 이날 오전 코스피 주가가 하락했다고도 전했다. 보도는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관련 대기업들이 이번 사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고 하면서도 한일 경제갈등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CNN은 삼성의 투자담당 임원과의 통화를 인용해 “일본의 수출 통제와 이러한 새로운 상황이 가져올 불확실성 때문에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또 SK하이닉스도 하반기 매출 부진을 우려하며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배재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WP)도 1일(현지시간) 일본의 이같은 경제 보복에 대해 “무역거래를 무기화했다”고 비판했다. 헨리 패럴 미국 조지워싱턴대 국제학 교수 등이 쓴 기고문에서 WP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이유에 대해 안보 문제를 거론하며 정당화했지만, 한국 법원 판결에 대한 보복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라고 전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 “제2 독립운동 촉발” “극단적 선택 말아야”… 여야, 최고수위 경고

    이인영 “경제·기술 독립운동 불처럼 일 것” 군사정보보호협정 폐기 요구도 잇따라 송언석 “65년에 개인청구권 해결 완료, 정부서 先보상해야”… 대법 판결과 배치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는 일본의 조치가 임박한 1일 여야 지도부가 최고 수준으로 대일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일각에서는 다른 목소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는 “제2의 독립운동, 일본으로부터의 경제독립운동·기술독립운동이 불처럼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김민석 부위원장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재연장에 부동의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일본 정부가 양국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갈 극단적 선택을 하지 않기를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일본의 경제 보복 행태는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외교 역량을 총동원해 외교적 해결 능력을 보여 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배제 결정이 나온다면 GSOMIA 폐기를 강력히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송언석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개인 청구권까지 다 해결됐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포함이 됐다고 본다”고 답했다. 한국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에서 개인 청구권은 남아 있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발언이다. 또 그는 “대법원이 판결을 했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가야 된다고 하는 입장을 가지기보다 국가와 국가 간에 국제법적인 조약을 존중하는 측면에서 정부가 대행을 해서 먼저 보상을 하고 일본과 사후에 좀 시간을 갖고 해결하는 방법을 찾는 식으로 나가는 것이 정부가 취해야 될 태도”라고 했다.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한국 정부의 직접 배상을 요구하는 일본의 입장과 비슷해 보이는 발언이다. 송 의원은 “대법원이 결정을 했기 때문에 정부에서는 거기에 따라가지 않을 수 없고 그걸 가지고 일본하고 전쟁에 가까운 경제전쟁 같은 걸 수행해야 되고 그래서 민족 감정을 부추겨 뭔가 선거에서도 표가 되게 한번 나가 보고,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집권 여당과 정부에서 취할 태도는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손지은 기자 sson@seoul.co.kr
  • 트럼프 노예제 비판, 펠로시 가나行, 미국 노예제 400주년 맞아

    트럼프 노예제 비판, 펠로시 가나行, 미국 노예제 400주년 맞아

    올해는 미국 노예제도 400주년이다. 첫 아프리카 이주민이 미국에 노예로 상륙한 날을 기념하는 것인데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가나에까지 여행 가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제도를 비판하는 등 새삼스럽게 노예 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1619년 20명의 아프리카인들을 태운 배 한 척이 미국 버지니아주 영토인 영국인 정착지에 도착했다. 원래 이들 아프리카인들은 포르투갈의 노예선에 실려 있었는데 멕시코 앞바다에서 영국인 해적들이 나포한 것이었다. 포르투갈 배에 탄 아프리카인들은 350명 가량으로 현재 앙골라에서 끌려온 이들이었다. 이들 대다수는 항해 도중에 질병 등으로 끔찍한 죽음을 당했다. 영국인 해적들은 끌고 온 아프리카인들을 버지니아 식민지 주민들 앞에서 판매했다. 팔린 이들에게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역사 논쟁의 한 대목이지만 공식적으로 노예제도가 자리잡은 것은 한참 뒤 아프리카인들이 훨씬 불어났을 때의 일이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1619년 첫 노예로 상륙한 이들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강조돼선 안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당시에 이미 영국령 버뮤다 식민지들의 담배 플랜테이션(농장)들에서 아프리카 흑인들이 노예로 부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16세기 영국과 스페인 탐사대가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를 누볐을 때도 이미 아프리카 흑인들을 데리고 다녔다. 포르투갈 무역업자들은 15세기부터 식민지에서 노예들을 부리고 있었다. 이런 역사적 사실에도 미국 의회는 노예제 400주년을 특별히 기념하기 위해 위원회까지 만들었다. 펠로시 의장을 비롯해 의회의 고참 흑인 의원들이 대거 가나를 찾는다. 가나도 올해를 귀환의 해로 선포하고 아프리카 후손들이 자국을 찾거나 정착하도록 돕는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다.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30일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을 찾았는데 최초의 주 의회 설립과 서구 대의민주주의 탄생 40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에 참석해 축사를 하던 중 버지니아에 첫 아프리카 노예가 상륙한 지도 400년이 됐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 첫 이주민과 함께 노예도 미국으로 건너왔다는 사실을 상기시킨 뒤 “생명을 야만적으로 교환하는 시작이었다”고 언급하고 “우리는 노예제도의 참상과 노예 생활의 괴로움 속에 고통받은 모든 신성한 영혼을 기억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흑인 운동 지도자인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발언을 인용하는가 하면 아프리카 출신 미국인이 미국 역사에 기여한 바를 나열했다. 또 남북전쟁 끝에 1865년 노예제도가 폐지되고, 다시 한 세기 동안 흑인 인권운동이 전개된 끝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에 대한 노골적인 인종차별 정책이 종식됐다고 평가했다. 이날 연설 도중 이브라힘 사미라 민주당 버지니아주 의원이 ‘네 부패한 나라로 돌아가라, 증오를 추방하라’ 등의 구호가 적힌 종이를 들고 연단 앞에 나와 ‘시위’를 벌였다. 버지니아 주의회는 1619년 7월 30일 제임스타운에서 처음 시작됐으며 미국 주의회 역사의 시초로 여겨진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문 연 민관정협의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문 연 민관정협의회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화이트리스트 배제 대비 대응 방안 점검 핵심 기술개발 매년 1조 지원 추진 합의일본의 경제 보복에 초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구성된 ‘일본 수출 규제 대책 민관정협의회’가 31일 국회에서 첫 회의를 갖고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산업의 경쟁력 강화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공개 회동 후 브리핑에서 “일본 수출 규제 조치가 매우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는 점에서 모든 참석자의 의견이 일치했다”며 7개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협의회 공동 의장에는 홍 부총리와 김영주 한국무역협회 회장이 선출됐다. 협의회는 먼저 일본 정부는 부당한 3대 품목 수출규제 조치를 조속히 철회하고 양국 간 협의에 나설 것과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 배제를 즉각 중단한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는 것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화이트리스트 배제 사태에 대비해 민관정이 시나리오별 대응 방안을 면밀히 점검하고 보완해 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확인했다. 홍 부총리는 “기업은 재고 확보와 수입선 다변화, 설비 신증설 등 공급 안정화 노력을 가속화하기로 했다”며 “정부는 연구개발(R&D) 지원 등 다각적인 예산세제, 금융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정치권은 입법 제도 개선에 필요한 사안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의에는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정책위의장, 자유한국당 정진석 일본 수출규제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바른미래당 채이배 정책위의장, 민주평화당 윤영일 정책위의장, 정의당 박원석 정책위의장 등 여야 5당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정부에선 홍 부총리와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민간에선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 무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장 등이 자리했다. 반면 협의회 참석 대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들은 불참했다. 모처럼 여야가 일본의 부당성에 대해 한 목소리를 냈지만 해법은 조금씩 달랐다. 민주당 조 의장은 모두 발언에서 “국가적 위기 앞에는 여야 구분이 없다”며 “오히려 이번 위기를 소재부품산업의 특정국가 의존도를 탈피하고 국산화를 앞당기는 기회로 삼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한국당 정 위원장은 “이제 감정적 전쟁 국면을 이성적 협상 국면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필요하다면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문대통령 “저도는 이순신 첫 승리한 곳”

    문대통령 “저도는 이순신 첫 승리한 곳”

    문재인 대통령이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을 또다시 언급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과 결부해 수출규제 조치를 취한 일본과의 관계가 악화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이순신 장군은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30일 경남 거제의 섬 저도를 찾은 자리에서 “저도를 국민에 돌려드리겠다는 지난 대선 때의 공약을 지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 휴양지로 일반인의 출입을 제한한 저도를 올해 9월부터 시범개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행사 모두발언에서 “저도는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큰 곳”이라며 “저도 일대 바다는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께서 첫 번째 승리를 거둔 옥포해전이 있었던 곳”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전라남도청을 방문해 “전남의 주민들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열두 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일본 이처럼 수출규제 사태 이후 한일 갈등이 첨예해진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연일 이순신 장군에 대해 언급한 점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저도에는 일본강점기 때에는 일본군의 군사시설 있었고, 6·25 전쟁 기간에는 유엔 군사시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휴전 후 한국 해군이 인수한 후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별장지로 사용됐고, 박정희 전 대통령 때는 정식으로 ‘청해대’라는 이름 붙여 공식으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을 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대통령 별장에서 해제된 후에도 역대 대통령이 때때로 휴양지로 사용하고 군사시설도 있어 일반인 출입은 금지해 왔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곳에서 휴가를 보내는 모습이 담긴 ‘저도의 추억’ (이라는 사진을) 다들 보셨을 것”이라고 말했다.문 대통령은 “저 역시 여름휴가를 여기서 보낸 적이 있다. 정말 아름답고 특별한 곳”이라며 “이런 곳에서 대통령 혼자 지낼 것이 아니라 국민들과 함께 지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밝혔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조국 “日강제동원 부정하면 ‘헌법위반자’…정치권 각성해야”

    조국 “日강제동원 부정하면 ‘헌법위반자’…정치권 각성해야”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30일도 대일 여론전을 이어갔다. 그는 페이스북에 일본 우익의 실체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 감상평을 올리며 “대법원 판결을 매도해 온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 수석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날 본 다큐멘터리 영화 ‘주전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적었다.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유튜버 미키 데자키가 일본군 위안부의 과거를 숨기고 싶어하는 우익의 실체를 추적하는 내용이다. 조 전 수석은 “영화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와 극우세력의 주장을 던져놓고 그 문제점을 지적했다”며 “다수의 한국인이 위안부 문제의 논점을 다 안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나 그런 분에게 영화는 ‘지피지기’가 필요함을 알려준다”고 밝혔다. 조 전 수석은 영화가 ▲위안부 모집에 조선인 중개업자가 개입돼도 일본 정부의 책임이 면해지지 않는 점 ▲피해 여성의 자유의지에 반할 때 강제성이 인정된다는 점 ▲위안부 문제는 한일청구권협정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밝힌 것 등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최근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으로 재조명되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한일 간 타협의 산물”이라며 “‘청구권’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또 “협정 체결자인 시이나 에쓰사부로 당시 일본 외무상이 일본 정부가 제공한 5억 달러는 ‘배상’이 아니라 ‘독립축하금’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며 “일본은 그 이전도 이후도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점에서 일본의 식민지배와 강제동원이 불법임을 선언한 2012년 및 2018년 한국 대법원 판결의 의의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전 수석은 “이를 부정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며 “경제전쟁의 신속한 종결에 외교와 협상이 당연히 필요하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1+1 방안’(한일 양국 기업이 배상금을 내는 방안)이야말로 양국 정부가 ‘면’을 세울 수 있는 최선의 절충안”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또 “2012년과 2018년(대법원 판결)의 의미를 몰각·부정하면 헌법위반자가 된다”며 “대법원 판결을 매도해 온 일부 정치인과 언론은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민주 “전쟁 하자는 건가” 황교안 “北 눈치만 보나” 또 충돌

    민주 “전쟁 하자는 건가” 황교안 “北 눈치만 보나” 또 충돌

    더불어민주당은 28일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전날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와 외교안보라인 교체, 안보 관련 국회 국정조사 실시 등을 요구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재정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황 대표가 ‘한반도 평화는 신기루’라며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등을 주장했다”며 “참으로 단견이고 한심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명색이 제1야당의 대표가 한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수준”이라며 “황 대표와 한국당이 원하는 것은 전쟁인가. 어렵게 진행된 남북미 대화와 협의의 과정을 무위로 돌리고, 또다시 한반도 긴장을 극단적으로 고조시켜 전쟁 위기를 유발하자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누구보다 초당적 협력으로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는 데 앞장서야 할 제1야당의 대표가 한 말이 이 정도 수준이라니, 국민은 불안하다”면서 “황 대표의 발언이 진심이라면 자격 없다. 외교적 식견도, 안보 전략도, 지도자적 지혜와 리더십도 모두 낙제점”이라고 맹비난했다. 또 “더 이상 정쟁의 얕은수에 평화를 발목 잡힐 수 없다”며 “한반도 평화는 반드시 이뤄내야 하는 대한민국의 내일이자, 우리 국민의 오늘의 삶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정춘숙 원내대변인도 “한국당이 안보 위기를 조장해 본인들이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는 친일적 태도를 상쇄시키려 한다”면서 “안보에는 여야가 없지만 그것을 안보 공백과 안보 위기의 딱지를 붙여 정쟁으로 이용하는 것은 올바른 태도가 아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변인은 “엄중한 안보 상황에서조차 정쟁으로 일관하는 태도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잘한 것은 잘했다고 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이 지정학적 패권을 놓고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고 있는 와중에는 이기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북핵외교안보특위-국가안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 정권은 북한의 명백한 도발과 위협에 침묵하고 있다”며 “북한 규탄 성명 하나 내놓지 않는 정권이 과연 정상적인 안보 정권인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고 공세를 이어갔다. 황 대표는 “대통령도 참석하지 않은 형식적인 NSC(국가안전보장회의) 한 번 열고, 사태를 축소하기에 바쁜데 도대체 국가와 민족을 지킬 의지가 있기는 한 건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이 과연 평화 시대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문재인 정권이 집요하게 한미 동맹을 흔들어 놓은 결과 미국이 자국 안보 우선 정책을 펼치면서 우리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의 핵심축이라 할 수 있는 한미연합전력마저 사실상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제 북한은 자신들의 핵 보유를 인정하라며 우리 국민을 인질로 잡고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며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이 정권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과 이 정권이 북한 편에 서 있으면 이 나라와 국민은 누가 지킨다는 말인가”라며 “현재의 안보상황은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벼랑 끝 위기”라며 “문 대통령은 잘못된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지킬 안보 정책을 내놓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니 종북 세력들이 북한 핵도 우리 것이라며 공공연히 국민을 선동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겠나”라며 “국민의 안전은 내팽개치고, 북한 눈치만 보는 대통령에게 우리 안보와 국방을 맡겨놓을 수가 있겠나”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밝힌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소집 요구 및 대북제재 강화 ▲9·19 남북군사합의 폐기 ▲외교안보라인 전면 교체 ▲안보 상황 관련 국정조사 등 4대 요구사항을 다시 언급하며 “문 대통령이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강조했다. 그는 북한에 대해서는 “김정은의 무모한 도발과 대남 협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엄중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사설] 총체적 외교안보 위기, 재발 요인 없애라

    외교안보상 어려움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져 나오고 있다. 일본과 ‘경제전쟁’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의 폭격기가 편대를 이뤄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하고 러시아 군용기는 우리 영공을 두 차례나 침범했다. 이튿날 중국은 국방백서에 한국의 사드 배치가 안보이익을 훼손한다고 적시했다. 북한은 동해상에 미사일을 두 발 발사했다. 이 복합다단한 외교안보상 위기가 절로 해소되리라 기대한다면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는 일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당장은 묘책이 없고 해결 역량이 부족하더라도 하나씩 분명히 짚고 넘어가지 않는다면, 지금의 위기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재앙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이 가운데 러시아의 영공 침범은 ‘국토수호’와 관련된 것으로, 다른 사안들과 본질적으로 차이가 있다. 많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이번 일을 “중러가 한미일의 반응을 떠본 것”으로 진단했는데, 한국으로서는 ‘떠본 것’으로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다. 주권을 침해당했기 때문이다. 재발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남는다면 국민적 우려를 해소할 수 없으며 국가에 대한 국민적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이 일의 진행 과정은 심히 우려스럽다. 청와대는 당일 “러시아가 깊은 유감을 표명했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고 했지만, 러시아는 몇 시간 후 침범 자체를 부인했다. 나아가 “한국 공군이 경고사격 같은 유사행위를 반복하면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까지 했다. 이 반응으로 볼 때 러시아는 일을 사실 공방으로 끌고 갈 가능성이 크다. 어떤 결정적 증거도 인정하려 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책임 소재를 가려야 한다. 러시아 차석 무관이 우리 측의 관련 자료를 얻어 가려는 목적으로 ‘기기 오작동’ 발언을 했다면 그는 본국으로 송환 조치해야 한다. 이런 중차대한 사안에 차석 무관 정도의 말만으로 상황을 판단했다면 그 당사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차제에 KADIZ에도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중국은 “KADIZ는 영공이 아니며 비행의 자유가 있다”고 했지만 자국 내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온 비행체에 대해서는 전투기를 출격시켜 대응한다. 기존 매뉴얼로 부족하다면 일중러에 동일하게 적용할 새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이 우리의 강력 대응 이후 누그러졌던 사례가 있다. 동해 상공이 주변국의 놀이터가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한편 현시점에서 북의 미사일 도발은 북미가 주연 중인 세기의 협상 무대를 스스로 훼손하는 일일 수 있다. 지정학적 환경이 뒤엉키는 상황은 북에도 이롭지 않을 것이다.
  • 日NHK에 출연해 “NHK를 때려잡자”고 소리치던 남성, 결국...

    日NHK에 출연해 “NHK를 때려잡자”고 소리치던 남성, 결국...

    ‘안락사 제도를 생각하는 모임’, ‘일본무당파당’, ‘올리브의 나무’…. 지난 21일 치러친 일본 참의원 선거에는 자유민주당(자민당), 공명당, 입헌민주당, 국민민주당, 공산당 등 기존 정당들 외에도 이렇게 생소한 이름을 가진 군소 정당들이 등장해 유권자들에게 저마다 한 표를 호소했다. 이런 미니 정당들은 대부분 단 1석도 얻지 못했지만, 올 4월 결성된 ‘레이와 신센구미’처럼 강력한 복지정책을 내걸어 2개의 의석을 획득한 곳도 있다. 여기에 또하나의 성공사례가 있으니 바로 ‘NHK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당’, 줄여서 ‘N국’이라 부르는 이색 정당이다. 2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N국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로 나뉘어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비례대표 1석을 얻었다. N국은 선거전에서 복지, 노동, 외교 등 다른 국정 구호는전혀 없이 ‘NHK를 때려잡자’라는 단 하나의 캐치프레이즈만 내걸었다. 그 결과 3.02%의 ‘놀라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N국을 이끌고 있는 다치바나 다카시(51) 대표는 지난 22일 새벽 당선이 확정되자 당 소속 지방의원들 및 다른 참의원 후보자 등 30여명 앞에서 “창당 이후 6년 만에 드디어 목표한대로 국회의원이 됐다”며 감격에 겨워했다. N국의 약진에는 NHK 수신료에 대한 국민들의 광범위한 반감이 큰 원동력이 됐다. 한국처럼 일본도 TV 수상기를 가진 모든 가구는 의무적으로 수신료를 내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선거운동 과정에서 N국은 모든 사람들이 수신료를 내는 게 아니라 수신료를 낸 가구만 NHK를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전직 NHK 직원인 그는 NHK를 통해 방송된 정당대표 연설에서 “NHK를 때려잡겠다”를 연호했다. 그의 연설은 동영상 사이트 ‘유튜브’에도 올려져 300만회 이상의 조회를 기록했다. 자민당 공식 채널에 오른 아베 신조 총리의 동영상 재생횟수(약 240만회)를 웃돌았다. 그가 NHK를 때려잡자고 하는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는 왜 NHK를 보지 않는 사람까지 수신료를 내야하느냐는 것이다. 그는 “전기나 수도는 일상생활에서 없으면 안되지만, NHK는 시청하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강제로 징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NHK의 남녀 아나운서들이 불륜을 저지르며 노상에서 성관계를 맺었는데도 NHK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고도 했다. “3년 전 지역 NHK에서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던 남녀 아나운서가 불륜을 저지른 것이 사진잡지 보도로 드러나자 NHK는 여자 아나운서만 해고했다”면서 “이는 성희롱이자 갑질‘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2% 이상을 득표해 정당 요건를 채운 N국은 약 5900만엔(약 6억 4000만원)의 정당교부금도 받게 됐다. 이를 계기로 다치바나 대표는 앞으로 중의원 선거에 도전할 방침이다. 2015년 지바현 후나바시시에서 처음 시의원에 당선됐던 그는 2016년 지바현 지사 선거에 도전했다가 낙선했다. 2017년에는 도쿄도 가쓰시카구 구의원이 됐고, 지난달 오사카부 사카이시 시장 선거에 나왔다가 낙선한 뒤 다시 이번에 참의원 선거에 출마, 당선됐다. N국은 야금야금 당세가 확장돼 지난 4월 지방선거에서는 도쿄도, 지바현 등에서 26명의 자당 후보를 당선시켰다. 다치바나 대표는 “지방선거는 국회 진출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라고 공공연히 말하고 다닌다. 참의원 비례대표 선거에 나서려면 한 정당에서 최소 10명의 후보는 내야 하고 최소 3000만엔 이상의 공탁금를 준비해야 하는데, 지방의원이 늘어나면 그들의 급여에서 경비를 충당할 수 있다는 계신이다. 이번에 참의원 선거 지역구에 37명을 출마시켰던 것도 N국의 당명을 널리 알려 비례대표 득표율을 높이기 위해서였지 지역구에서 그들을 당선시킬 생각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렇다 보니 후보자를 공천하면서 정치적 신조나 경력 등도 별로 묻지 않았다고 한다. 후보자 공천 심사는 주로 전화통화로 다했다. 후보로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유튜브 활동을 잘 할 수 있는지 여부. 이번에 N국 공천으로 지역구에 출마했던 후보자는 자신이 어느 지역에서 출마할 지도 동영상을 보고 알게 됐고, 그 과정에서 다치바나 대표의 연락을 받은 적도 없었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간사이 지방에서 출마했던 남성 후보자는 “포스터도 명함도 만들지 않았고 선거운동 기간에는 주로 집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주먹구구식으로 공천이 이뤄지고 인재 관리도 안 되다 보니 재일 한국인에 대한 ‘헤이트 스피치‘(혐오발언)를 일삼는 사람이 자방의회에서 N국 공천으로 당선되는 등 문제도 나타나고 있다. 이번에 참의원에 당선되고나서 한 기자회견에서 다치바나 대표는 쿠릴열도 반환문제와 관련해 러시아와 전쟁을 할수도 있다고 했다가 일본유신회에서 제명됐던 마루야마 호다카 의원 영입 계획을 밝혀 주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다치바나 대표의 돌출행동들이 정치를 희화화시키고 정치에 대한 냉소주의를 확산시킬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 또한 현재 일본의 정치와 사회가 빚어낸 일그러진 결과물이라는 자성론도 나오고 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임창용 칼럼] 국민에게 친일파 낙인을 찍으려 하나

    [임창용 칼럼] 국민에게 친일파 낙인을 찍으려 하나

    엊그제 친구 예닐곱이 모인 술자리에서 난상토론이 펼쳐졌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친일파’ 발언을 놓고서다. 지난 20일 조 수석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자에 대한 대법원의 배상 판결과 관련해 이를 부정, 비난, 왜곡, 매도하는 주장을 하는 사람을 마땅히 ‘친일파’라고 불러야 한다고 썼다. 이런 주장이 일본 정부의 입장과 같아서란 이유에서다. 1965년 체결된 한일 청구권 협정에도 불구하고 개인 청구권은 살아 있다는 취지의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대한 친구들의 생각은 엇갈렸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대법원 판결이 타당하고, 정부도 이를 무시해선 안 된다고 봤다. 반면 일부 친구들은 판결이 법리·인권 측면에선 맞을지 모르나 국제정치의 현실을 도외시했고, 국익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판결의 타당성이나 우리 정부의 움직임과 별개로, 일본의 경제보복은 치졸하며 철회돼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했다. 판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은 조 수석의 글에 격분했다. 그의 친일파 정의대로라면 판결을 비판한 자신들도 친일파 범주에 들어간다고 봤기 때문이다. 스스로 친일파로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들은 조 수석이 억지스런 흑백 논리로 친일파 낙인(烙印)찍기에 나섰다고 분개했다. 조 수석은 한일 갈등 표면화 후 연일 페북에 글을 올리며 대국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일본의 보복에 맞서 국민적 통합을 이끌어 내야 한다는 신념의 소산일 수 있다. 개인적으론 그 취지와 진정성을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그의 친일파 규정과 같은 이분법적 논리는 외려 국민을 분열시키는 반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그는 지난 18일에도 페북에 “경제전쟁이 발발했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고 썼다. 국민을 애국자와 이적행위자로 갈라치기 하려는 게 아니라면 써선 안 되는 표현이었다. 조 수석의 친일파 규정이 위험해 보이는 것은 그 대상이 광범위할 수 있어서다. 그가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표적은 한일 갈등과 관련해 기사 댓글을 일본어판에 내는 방식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특정 언론들로 보인다. 언론을 친일파라고 공격하는 것도 언론 자유 측면에서 부적절하지만, 차라리 해당 매체를 콕 찍어 공격했다면 문제는 덜 심각할 수도 있다. 한데 판결을 어떻게 보느냐란 기준으로 친일을 규정하고, 애국과 이적을 구분함으로써 낙인찍기의 전선을 국민으로까지 넓히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민의 일부라도 조 수석의 친일파 구분을 낙인찍기로 받아들인다는 점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현 정부가 지금의 위기 상황에서 친일파 낙인찍기를 정략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닌가 하는 오해를 부를 수 있어서다. 이런 우려를 표명하는 것은 낙인이 역사적으로 권력집단의 지배 수단으로 위력을 발휘해 왔기 때문이다. 16, 17세기 유럽을 휩쓴 마녀사냥이 대표적이다. 신에 대한 사소한 부정이나 모독 행위만으로도 마녀 프레임에 걸리면 처형을 면키 어려웠다. 극적이면서 교훈적인 효과로 사람들을 현혹시켜 급속히 번졌는데 권력자들은 오랜 기간 이를 지배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진화적 관점에서 학자들은 낙인을 특정 집단을 배제해 종의 생존을 강화하려는 메커니즘으로 보기도 한다. 대한민국 사회에선 ‘빨갱이’ 낙인이 가장 치명적이었다. 분단 이후 누구든 ‘빨갱이 프레임’에 걸리면 사법적·사회적으로 가혹한 대가를 면치 못했다. 멀리는 1975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에서 가까이는 2013년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까지 수많은 무고한 국민이 빨갱이 낙인이 찍혀 죽거나 고초를 겪었다. 역대 군사정권이 정치적 위기마다 대형 간첩 조작 사건을 터뜨려 국면 전환을 꾀했음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역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조 수석이라 그의 이런 구분 짓기는 참 실망스럽다. 조 수석은 22일 페북에서도 “일부 정치인과 언론이 대법원 판결을 비방·매도하는 것은 무도(無道)하다”고 날을 세웠다. 노자의 ‘도덕경’ 첫 머리에 “도가도(道可道) 비상도(非常道) 명가명(名可名) 비상명(非常名)”이란 구절이 나온다. 도를 도라고 하면 이미 도가 아니고, 어떤 것에 이름을 붙이는 순간 이미 그것이 아니란 의미다. 누군가를 친일파로 규정하고 무도하다고 낙인찍는 순간 피해자는 평생 그 이미지에 갇혀 살지도 모른다. 하물며 피해자가 다수 국민이라면 어떻겠나. sdrag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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