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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휘성, ‘별이 지다’로 다시 별이 되다

    휘성, ‘별이 지다’로 다시 별이 되다

    올 가을 가요계는 남성 솔로 가수들의 전쟁터다. 군제대 후 컴백한 김종국과 ‘발라드의 황제’ 신승훈, ‘월드스타’ 비의 컴백까지. 가요팬들은 이들의 달라진 음악과 춤을 파악하느라 눈과 귀가 바쁘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빅스타가 가세한다. 바로 6집 미니앨범 ‘위드 올 마이 하트 앤 소울’로 돌아온 R&B 싱어송라이터 휘성(본명 최휘성·26)이다. ●흑인음악 감수성 살린 6집으로 컴백 지난 2002년 호소력 짙은 목소리와 시원한 가창력으로 1집 ‘안되나요’를 히트시키며 스타덤에 오른 휘성. 그는 지난해 오랫동안 둥지를 틀었던 YG엔터테인먼트를 떠나 발표한 5집에서 댄스곡 ‘사랑은 맛있다’로 한 차례 변신을 시도하기도 했다. “4집까지 앨범 재킷에 웃는 사진이 한번도 없을 정도로 저를 어둡고 우울한 느낌의 R&B 가수로 보는 시각이 많았어요. 그래서 밝고 새로운 면모를 보여드렸던 거죠. 앨범이 망하지는 않았지만, 기존 휘성의 음악과 다르다며 어색해하는 분들도 더러 계시더군요.” 그래서 그가 이번 6집에서 내세운 것은 음악적 감수성을 바탕으로 한 정통 보컬리스트로서의 면모다. 이를 위해 R&B, 솔, 슬로 잼, 네오-솔 등 본래 추구하던 흑인음악의 본질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이전보다 한결 차분하고 정돈된 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심하게 튀거나 지루한 부분 없이 노래마다 곡 분위기를 살렸어요.” ●소문난 작사가… “판타지 소설도 써보고 싶어요” 가요계의 인정받는 작사가답게 6집 전곡의 가사를 직접 쓴 휘성은 이번에도 톡톡튀는 표현과 손에 잡힐듯한 사실적인 노랫말을 지어냈다.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는 연예인이 된 여자친구와 결국 이별을 선택하게 된다는 내용의 타이틀곡 ‘별이 지다’의 가사는 앨범을 내자마자 본인의 경험담이 아니냐는 궁금증을 자아내기도 했다. “한편의 드라마처럼 뚜렷한 컨셉트와 기승전결이 있는 가사를 좋아해요. 이번에도 혼자 생각을 하다가 톱스타 여자친구(줄리아 로버츠)와 평범한 남성(휴 그랜트)의 사랑을 그린 영화 ‘노팅힐’이 떠올랐고, ‘마지막에 휴 그랜트가 줄리아 로버츠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하는 상상을 글로 옮긴 거예요. 더 이상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결부시키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2번 트랙 ‘완벽한 남자‘에서는 잘난 연인의 수준에 맞추려고 하지만 현실과의 괴리를 느끼는 남성의 심정을, 이효리가 참여한 ‘초코 러브´에선 남자 친구의 집에 처음 놀러간 여인의 떨리는 심리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를 비롯, 윤하의 ‘비밀번호 486’ 등 그동안 100편이 넘는 곡에 노랫말을 붙일 정도로 왕성한 창조력의 비결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우울증 때문에 스스로 나를 믿는 방법을 연구하다가 자기 계발서를 자주 읽게 되었어요. 자신감의 차이는 사물을 다면적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다양한 면을 자꾸 유추해보려고 애썼죠. 나중엔 판타지 소설도 한번 써보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서태지가 극찬한 신인’으로 데뷔한 그에게서 믿기 힘든 발언이 나왔다.“저 스스로 노래를 잘 못한다고 생각해요. 발성도 좋지 않고 테크닉도 빈약한 편이죠. 신인 시절까지 합치면 근 10년인데 지금도 끊임없이 보컬 훈련을 받아요. 언젠가 가수를 그만둘 수도 있지만, 음악이든 다른 예술이든 그때그때 감정에 충실한, 창조적인 아티스트로 대중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암투병’ 패트릭 스웨이지, 연기 복귀 투혼

    ‘암투병’ 패트릭 스웨이지, 연기 복귀 투혼

    영화 ‘사랑과 영혼’으로 많은 여성 팬을 눈물짓게 한 패트릭 스웨이지가 췌장암 판정에도 불구하고 연기에 복귀한 이후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패트릭 스웨이지는 뉴욕타임즈와 가진 인터뷰에서 “항암치료는 지옥 같았다.”며 힘든 투병 과정을 밝혔다. 올초 췌장암 판정을 받은 스웨이지는 지난 여름부터 촬영을 시작한 ‘The Beast’라는 경찰드라마에 FBI 요원으로 출연 중이다. 병 때문에 몸무게가 많이 빠졌지만 다시 살을 찌우고 하루에 12시간 씩 촬영에 몰두하고 있다. 스웨이지는 “마치 전쟁터를 지나온 것 같다.”며 “아직 하고 싶은 게 많다. (연기를) 계속 해야겠다고 다짐했다.”며 연기에 대한 열정을 밝혔다. 한편 스웨이지가 앓고 있는 췌장암은 초기진단이 어려우며 5년간 생존율이 5% 정도에 불과할 정도의 치명적인 병이다. 사진=드라마 ‘The Beast’ 서울신문 나우뉴스 문설주 기자 spirit0104@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뉴스in뉴스]“일제고사 꼭 봐야 해?”…여전히 들끓는 논란

    [뉴스in뉴스]“일제고사 꼭 봐야 해?”…여전히 들끓는 논란

    지난 14~15일 치뤄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과 학습부진아를 구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려는 진단평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부모 단체 등 일각에서는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일제고사는 교육 평준화을 해체하고 또 다시 학교·학생들을 ‘무한경쟁 전쟁터’로 몰고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뤄진 지난 14~15일.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유명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백지 답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일부 교사와 교장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시험 거부 불허 방침에 맞서 시험거부를 유도·승인하는 등 일제고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입장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교육 평준화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일제고사 찬·반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준화를 찬성하는 교사들은 일제고사가 학교·학생들을 줄세우기 위한 비교육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반면, 평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교사들은 일제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학생들의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찬·반 여부에 상관없이 현재 시행되는 일제고사가 곳곳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본 이후 이를 활용할 방법·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10년부터 시행될 고교선택제와 일제고사가 맞물릴 경우 잘못된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시험 성적과 함께 보내지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일제고사 무용론은 학생들 사이에 더 팽배해 있었다. 학생들은 일제고사가 ‘무의미한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는 시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었다. 시험범위는 너무 넓고 문제는 쉬워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경쟁 부추겨” vs “피드백 역할”…교사들 의견 분분   배재고등학교 성평제 교사는 일제고사는 정부의 ‘평준화 무너뜨리기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은 학생들의 자기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학생들의 각기 다른 재능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성 교사는 “하지만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교과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서열화 시키는 것”이라며 “아무리 교육당국이 그럴듯한 의도를 같다 붙인다고 해도 결국 서열화 자체가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일제고사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도 “일제고사가 서열화를 불러일으킬 텐데 어떻게 사교육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그는 “일제고사는 2년 뒤 시행될 고교선택제의 유일한 기준이다.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무한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사교육 경쟁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일제고사를 비롯한 지금의 교육정책은 1등·1류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는학교와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고, 일제고사는 그 첫 걸음이다. 그 동안 정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일제고사가 나쁘게 이용될 확률은 100%”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같은 학교 전충남 교사는 “일제고사 성적은 정보일 뿐”이라며 “이 정보를 활용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 학교와 학생간의 피드백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일제고사 정보를 이용해 학교별 수준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역 내 고등학교의 수준을 다 알고 있다.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도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 교사는 “성적을 다 공개하면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며 “1등을 한 학생이야 좋겠지만 하위권에 쳐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 공개된다면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중학교 정모 교사 역시 “일제고사의 취지에는 일단 동의한다.”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의 수준을 알면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지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하위권 학생들은 따로 집중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졸업할 때 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 된다. 그 학생들도 공부를 잘 하게 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일제고사 방식, 곳곳에 문제점  교사들은 이 같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제고사의 방식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평제 교사는 “일제고사가 단지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립학교의 경우 일제고사 결과가 교장 승진이나 재정지원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근거로 삼아 학교측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은 뻔한 일”이라고 예견했다.  일제고사와 고교선택제가 맞물리게 된다면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 성 교사는 “고교 선택제가 시행되면 아마 학교들은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며 “학교는 교사들을 압박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닥달하게 될 것이다. 또 운동부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아예 일제고사를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아마 수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사는 “지금도 ‘어디는 명문이고, 어디는 비명문이다’라는 입소문이 돌고있는데 일제고사 점수까지 공개되는 것은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일제고사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그저 ‘이것을 기준으로 학업지도를 하라’는 것 뿐이다. 구체적인 해답이 없는 시험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 교사 역시 무조건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보자는 현재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일제고사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보는 경우가 있어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제고사 결과가 노출이 되고 나면 ‘이 학교는 어떻고 저 학교는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아다닐텐데 그것은 분명히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더구나 학교 선택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오면 교사들은 학교의 요구에 따라 본의 아니게 학생들을 옥죄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또 다시 선생·학교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사는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학습지도를 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제도상의 손질이 없이 지금과 같이 강행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전충남 교사는 학생들의 정보공개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 교사는 “아이들이 전부 다 시험을 보면서 그 정보가 잘못 흘러나갈 수 있다.”며 “그냥 성적만 가져가서 종합하면 되는데 굳이 학생들의 개인정보까지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다른 곳으로 전부 넘어가 버리면 나중에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이런저런 나쁜 의도에 악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제고사 아니어도 시험 많아…왜 보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은 일제고사 자체에 대해 무의미한 시험이라며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일제고사의 취지나 장점이 자신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시험도 많은데 왜 쓸데없는 시험을 추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B중학교 3학년 이 모 군은 일제고사가 자신의 수준을 아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군은 “일제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한 반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며 “학교도 별로 신경 안쓴다. 아무도 이 시험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대충 시험보고, 심지어 한 개 번호로 전부 ‘찍은’ 아이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보는 아이들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군은 최근 S중학교 학생 중 일부가 일제고사 시행에 반대하면서 집단으로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백지를 제출한 학생들이 학교에 반성문을 썼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C고등학교 1학년 안지혜 양은 “일제고사가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데다가 문제가 너무 쉬워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 양은 “주변 친구들 중에서 일제고사 공부를 따로 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고, 선생님들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제고사는 안 하느니만 못한 시험이었다.”고 평가하고 “가뜩이나 모의고사나 학교 시험 등 시험 볼 일이 많은데 왜 쓸데없는 시험을 더 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직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의 경우 시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D초등학교 6학년 임 모군은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보라고 해서 정말 힘들었다. 시험이 늘어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임 군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해 특별히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지만 왠지 열심히 해야만 할 것 같았고, 어머니도 일제고사를 대비해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다.”며 “학원에서도 일제고사를 대비해 며칠동안 공부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일제고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무용론’까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제고사 뿐만이 아니라 고교선택제를 비롯해 국제중학교 설립·교원평가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학교와 학생들을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향후 학교 교육을 둘러싼 논란들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쟁을 추구하는 교육정책이 결국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큰 소리’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방증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서울신문 다른기사 보러가기] [뉴스in뉴스] 촛불 농성 100일,조계사에서는 지금… “일부 학교·학원 유착,학생 보내고 소개비 챙겨…” 일제고사 반발 中3 집단 백지답안 제출 일제고사 이틀째… 149명 거부 교사·교장 일제고사 거부 파문
  • “일제고사 꼭 봐야 해?”…여전히 들끓는 논란

    지난 14~15일 치뤄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은 학업성취도 평가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과 학습부진아를 구제하기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려는 진단평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과 학부모 단체 등 일각에서는 ‘일제고사’라고 부르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일제고사는 교육 평준화을 해체하고 또 다시 학교·학생들을 ‘무한경쟁 전쟁터’로 몰고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학업성취도 평가가 치뤄진 지난 14~15일. 서울 강남 지역의 한 유명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백지 답안을 제출하는가 하면 일부 교사와 교장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시험 거부 불허 방침에 맞서 시험거부를 유도·승인하는 등 일제고사를 둘러싼 파열음이 그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는 교사들의 입장은 천차만별이었다. 특히 교육 평준화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일제고사 찬·반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 평준화를 찬성하는 교사들은 일제고사가 학교·학생들을 줄세우기 위한 비교육적인 정책이라고 비난하는 반면, 평준화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교사들은 일제고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교·학생들의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찬·반 여부에 상관없이 현재 시행되는 일제고사가 곳곳에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들은 일제고사를 본 이후 이를 활용할 방법·대책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 2010년부터 시행될 고교선택제와 일제고사가 맞물릴 경우 잘못된 경쟁을 부추기고 사교육 의존도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이 외에도 시험 성적과 함께 보내지는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문제제기도 있었다. 일제고사 무용론은 학생들 사이에 더 팽배해 있었다. 학생들은 일제고사가 ‘무의미한 시험’이라고 주장했다. ‘성적에도 들어가지 않는 시험을 왜 보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이들의 불만이었다. 시험범위는 너무 넓고 문제는 쉬워서 변별력이 없다는 지적을 하는 학생도 적지 않았다. ●“경쟁 부추겨” vs “피드백 역할”…교사들 의견 분분   배재고등학교 성평제 교사는 일제고사는 정부의 ‘평준화 무너뜨리기 작업’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교육은 학생들의 자기 완성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으로 다양한 차원에서 학생들의 각기 다른 재능을 충족시켜 줘야 한다.”고 전제했다. 성 교사는 “하지만 일제고사는 학생들을 교과성적이라는 하나의 잣대로 서열화 시키는 것”이라며 “아무리 교육당국이 그럴듯한 의도를 같다 붙인다고 해도 결국 서열화 자체가 비교육적”이라고 비판했다. 일제고사를 통해 사교육비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교육당국의 설명에 대해서도 “일제고사가 서열화를 불러일으킬 텐데 어떻게 사교육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한 그는 “일제고사는 2년 뒤 시행될 고교선택제의 유일한 기준이다. 좋은 학교를 보내기 위해 무한경쟁이 일어날 것이고, 이에 따라 사교육 경쟁이 일어날 것은 뻔하다.”고 말했다.  성 교사는 “일제고사를 비롯한 지금의 교육정책은 1등·1류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며 “정부는학교와 학생들을 성적으로 줄 세우기 위한 작업을 차근차근 해나가고 있고, 일제고사는 그 첫 걸음이다. 그 동안 정부가 하는 행동을 보면 일제고사가 나쁘게 이용될 확률은 100%”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같은 학교 전충남 교사는 “일제고사 성적은 정보일 뿐”이라며 “이 정보를 활용해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은 문제될 것 없다고 본다. 학교와 학생간의 피드백은 필요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일제고사 정보를 이용해 학교별 수준을 아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면서 “미국의 경우 학부모와 학생들이 지역 내 고등학교의 수준을 다 알고 있다. 자기 수준에 맞춰서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도 학생들의 성적을 공개하는 것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전 교사는 “성적을 다 공개하면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이 조성될 것”이라며 “1등을 한 학생이야 좋겠지만 하위권에 쳐진 학생들이 자신의 성적이 공개된다면 자괴감에 빠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에 위치한 A중학교 정모 교사 역시 “일제고사의 취지에는 일단 동의한다.”면서도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그는 학생들의 수준을 알면 개개인의 수준에 맞춰 보다 효율적인 지도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하위권 학생들은 따로 집중학습을 시키지 않으면 졸업할 때 까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이 된다. 그 학생들도 공부를 잘 하게 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주장했다. ●현재 일제고사 방식, 곳곳에 문제점  교사들은 이 같은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시행하고 있는 일제고사의 방식에는 문제점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성평제 교사는 “일제고사가 단지 평가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립학교의 경우 일제고사 결과가 교장 승진이나 재정지원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앞으로 이를 근거로 삼아 학교측이 교사와 학생들에게 압박을 가할 것은 뻔한 일”이라고 예견했다.  일제고사와 고교선택제가 맞물리게 된다면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할 것이라는 점도 문제. 성 교사는 “고교 선택제가 시행되면 아마 학교들은 일제고사 점수를 올리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할 것”이라며 “학교는 교사들을 압박하고, 교사는 학생들을 닥달하게 될 것이다. 또 운동부나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아예 일제고사를 보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아마 수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 교사는 “지금도 ‘어디는 명문이고, 어디는 비명문이다’라는 입소문이 돌고있는데 일제고사 점수까지 공개되는 것은 그야말로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더군다나 일제고사 이후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그저 ‘이것을 기준으로 학업지도를 하라’는 것 뿐이다. 구체적인 해답이 없는 시험이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모 교사 역시 무조건 일제고사를 강행하고 보자는 현재 방식은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사는 “학생들이 일제고사의 장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대충 보는 경우가 있어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일제고사 결과가 노출이 되고 나면 ‘이 학교는 어떻고 저 학교는 어떻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아다닐텐데 그것은 분명히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며 “더구나 학교 선택이 가능해지는 시점이 오면 교사들은 학교의 요구에 따라 본의 아니게 학생들을 옥죄게 될 것이고, 학생들은 또 다시 선생·학교에 끌려다니게 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정 교사는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수준에 따라 학습지도를 할 수 있는 기초자료가 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기도 하지만 제도상의 손질이 없이 지금과 같이 강행하는 것은 많은 위험을 안고 있다.”고 밝혔다.  전충남 교사는 학생들의 정보공개 가능성에 우려를 표시했다. 전 교사는 “아이들이 전부 다 시험을 보면서 그 정보가 잘못 흘러나갈 수 있다.”며 “그냥 성적만 가져가서 종합하면 되는데 굳이 학생들의 개인정보까지 가져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학생들의 개인정보가 다른 곳으로 전부 넘어가 버리면 나중에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할 때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이런저런 나쁜 의도에 악용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일제고사 아니어도 시험 많아…왜 보는지 모르겠다”  학생들은 일제고사 자체에 대해 무의미한 시험이라며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일제고사의 취지나 장점이 자신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가뜩이나 시험도 많은데 왜 쓸데없는 시험을 추가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B중학교 3학년 이 모 군은 일제고사가 자신의 수준을 아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손사래를 쳤다. 이 군은 “일제고사를 준비하는 아이들은 한 반에 한두명 있을까 말까 한 정도”라며 “학교도 별로 신경 안쓴다. 아무도 이 시험에 관심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다들 대충 시험보고, 심지어 한 개 번호로 전부 ‘찍은’ 아이들도 꽤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성적에 들어가는 것도 아닌데 열심히 보는 아이들이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군은 최근 S중학교 학생 중 일부가 일제고사 시행에 반대하면서 집단으로 백지 답안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며 “백지를 제출한 학생들이 학교에 반성문을 썼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다.”고 전했다.  C고등학교 1학년 안지혜 양은 “일제고사가 성적에 들어가지 않는데다가 문제가 너무 쉬워서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안 양은 “주변 친구들 중에서 일제고사 공부를 따로 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고, 선생님들도 보는 둥 마는 둥 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제고사는 안 하느니만 못한 시험이었다.”고 평가하고 “가뜩이나 모의고사나 학교 시험 등 시험 볼 일이 많은데 왜 쓸데없는 시험을 더 보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아직 시험에 익숙하지 않은 초등학생의 경우 시험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D초등학교 6학년 임 모군은 “학교에서 일제고사를 보라고 해서 정말 힘들었다. 시험이 늘어나는 것이 싫다.”고 말했다. 임 군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해 특별히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지만 왠지 열심히 해야만 할 것 같았고, 어머니도 일제고사를 대비해 학원을 다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도 했다.”며 “학원에서도 일제고사를 대비해 며칠동안 공부를 시키기도 했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도 현재의 일제고사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무용론’까지 슬며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제고사 뿐만이 아니라 고교선택제를 비롯해 국제중학교 설립·교원평가제 등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이 학교와 학생들을 ‘약육강식’의 전장으로 내몰고 있다는 반대의견이 만만치 않아 향후 학교 교육을 둘러싼 논란들이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경쟁을 추구하는 교육정책이 결국 사교육 시장의 비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우려도 사교육 시장을 잡겠다는 정부의 ‘큰 소리’가 ‘공염불’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론을 방증하고 있다. 인터넷서울신문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나우뉴스팀 박성조기자 voicechord@seoul.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vs 원작자 ‘발칙 토크’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감독 vs 원작자 ‘발칙 토크’

    하반기 극장가 화제작 ‘아내가 결혼했다’(제작 주피터 필름)가 23일 첫선을 보인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이중 결혼’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로 문단뿐 아니라 영화계에서도 문제작으로 회자돼 왔다. 원작 소설가 박현욱(41) 작가와 전작인 영화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에서 한 차례 결혼 제도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는 정윤수(46) 감독을 만나 소설과 영화라는 각각의 매체로 바라본 ‘중혼(重婚)’의 의미를 살펴봤다. ●사회적 고정관념 깨고 다름도 인정해야 ▶이 작품은 결혼한 아내가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한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떤 의도에서 이런 이야기를 소설과 영화로 만들게 되었나. -정형화되지 않은, 뭔가 다른 종류의 사랑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만일 그 사랑이 연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결혼까지 이어진다면 좀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중결혼이 우리사회에서 생소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대학의 가족사회학이나 문화인류학 강의실에 가보면 수백명의 학생들이 우리와 다른 형태의 결혼제도를 당연시하고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눈다. 단순한 연구 대상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끌어들여 생각해보자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출발했다.(박현욱, 이하 박) -사랑이라는 자연발생적인 감정을 제도의 틀에 맞춘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에서 나는 결혼을 우리들의 고정관념 혹은 이 사회에 뿌리박힌 인습으로 봤다. 이중결혼을 통해 내가 믿고 있는 진리와 굳어 있는 생각들을 유연하게 풀고 나와 다름을 인정하자는 것이 영화의 취지다. 물론 그동안 믿어왔던 것을 부정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그것을 깨는 과정을 통해 인간이 성장하고 보다 넓은 스펙트럼을 갖추게 되지 않을까.(정윤수, 이하 정)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하는 남편을 두고 또 다른 남자와 결혼해 ‘두집 살림’을 서슴지 않는 여주인공에게 쉽게 감정이입이 되거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마치 중혼을 부추기는 것처럼 비쳐질 수도 있다. -영화나 소설에 그려진 대로 살거나 배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단 모든 예술 작품을 보고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다른 이들의 삶을 통해 인간을 더 잘 이해할 수는 있다. 이것은 결국 우리 안의 다른 모습을 보게 됨으로써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으로 여러 사람들을 접하고 많이 알게 될수록 우리의 삶이 보다 풍요로워지는 것이 아닐까.(박) -결혼은 사회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만든 제도인데, 이것으로 재단하기에는 이 사회가 너무 복잡하다. 인구도 많아지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양해졌다. 이중결혼을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구속하고 100%의 소유권을 주장할 만큼 그 사람을 사랑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정) ▶취지는 그렇더라도 이런 추상적인 메시지들을 소설과 영화로 풀어내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 같다. 작품속에 오묘한 남녀관계를 축구 경기에 빗대 표현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는데 어떤 점에 주안점을 두고 작업했나. -영화 내용은 우리 현실에 없는 이야기로 일종의 판타지일 수도 있다. 그래서 비현실적인 느낌을 최대한 덜 들게 하기 위해 실제 있었던 축구 경기들을 넣어 피부에 와닿도록 한 것이다.(박) -사랑이 결혼으로, 결혼이 행복으로 도식화된 사회적 통념을 깨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도마에 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여주인공을 통해 뒤집기를 해보는 지점이 마치 여자 조르바를 보는 듯 유쾌했고, 이를 가벼운 코미디로 승화했다. 소설속 인물들이 우아하고 지적이라면, 영화에서는 감정에 호소하고 몸으로 부딪치는 캐릭터를 통해 생기발랄함을 강조했다.(정) ●“소설 본 관객들도 여러가지 생각할 것” ▶인아(손예진)가 예쁜 외모의 소유자로 나온다거나 남자 주인공 덕훈(김주혁)이 더 소심하게 그려지는 등 영화는 분명 소설과 다른 지점이 있다. 원작에 나오지 않는 에피소드들도 포함됐다. -이번에 ‘여배우가 무조건 예쁘다고 좋은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웃음) 영상매체가 활자매체에 비해 생각할 여지나 곱씹을 여유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원작처럼 고상하고 쿨하진 않더라도 고전적인 내러티브 구조들을 만들어 쉽고 친절한 영화가 되고자 했다. 구체적인 소동을 통해 덕훈이 ‘찌질하게’ 그려지는 것은 손에 잡히는 느낌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정) -원작자로서 영화가 아주 잘 만들어졌다 해도 만족하진 못할 것 같다. 소설을 제한된 시간에 맞춰 영화화하면서 극단적으로 과장하거나 축소하기 마련인데, 그 변형의 과정이 편치만은 않다. 아마 원작을 본 관객들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것 같다.(박) ▶실제로 두분의 아내가 여주인공 인아처럼 결혼했다는 선언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당해봐야 알 것 같다.‘무조건 안 된다.’는 식은 아니고 일단 그 사람이 처한 상황을 소상히 들어볼 것 같다. 나 자신에게도 상대방에 대한 사랑의 방식을 자문해 볼 것 같다.(정) -닥치지 않으면 모를 것 같다. 목숨을 걸고 전쟁터에 나가도 총알이 쏟아지면 어떻게 행동할지 모르는 것이 사람 아닌가. 하지만 사랑을 잃은 상실감을 생각할때, 누군가 10~20%라도 사랑을 나눠갖겠다는 제안을 한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박) 글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사진 도준석기자 pado@seoul.co.kr
  • 현정은 “스트레스로 어금니 빠져”

    현정은 “스트레스로 어금니 빠져”

    “지금 이 시점이 현대그룹이 나갈 여정의 첫번째 고지 혹은 정거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 때문에 새로운 변화와 도약을 다짐해야 할 중요한 시기입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이후 두문불출했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최근 자신의 일상생활을 거리낌없이 소개해 눈길을 끌고 있다. 9일 현대그룹에 따르면 현 회장은 최근 현대상선 사보 인터뷰에서 취임 5주년을 맞는 소회에 대해 “취임 초부터 경영권 위협의 상황에 부딪혔기 때문에 마치 전쟁터에 나간 것 같은 기분이었다.”면서 “특히 북한과의 경협사업과 관련해 여러가지 힘든 일들을 겪다 보니 아닌게 아니라 5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취임 초기에는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어금니가 다 빠졌다. 딱히 끄집어내기 힘든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자다가 깨서 이를 꽉 물었나 보다.”라고 어려운 심경을 토로했다. 현 회장이 밝힌 스트레스 해소법은 남편인 고(故) 정몽헌 회장을 생각하는 것이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휘청대는 세계금융]‘패닉’ 빠진 외환 딜링룸

    “(장 마감) 10분 남았습니다.” “63만달러 솔드(고객 팔자 주문)” “4.5(1334.5원에 사겠다는 뜻)” 7일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 19층 외환 딜링룸. 장 마감을 앞둔 오후 2시50분이 되자 갑자기 달러화 팔자 주문이 여기저기서 쏟아졌다. 대부분 100만달러 이하 매물이었지만 17인치 LCD 모니터 창의 달러화 매입·매수 시세 숫자들은 일제히 가격 하락을 알리는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투기세력만 좋은 일 하네” 널찍한 딜링룸은 전화벨 소리와 거래 조건을 맞추는 딜러들의 목소리로 순식간에 가득찼다. 결국 환율은 장 막판 20분만에 1331원대에서 1328원대로 뚝 떨어지며 마감됐다. 오전부터 딜링룸 책상 앞을 떠나지 못했던 딜러들은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 밖을 내다보며 한숨 돌렸다. “시장이 미쳐서 결국 투기세력만 좋은 일 하네….” 한 딜러가 이날의 환율 추이를 모니터로 확인하며 나지막이 읊조렸다.‘제 2의 외환위기’에 직면해 있는 외환 딜링룸의 분위기다. 환율이 7년 6개월 만에 장중 1350원대에 진입한 이날 오전 9시 시중은행 딜링룸들은 ‘전쟁터’였다. 특히 장이 시작되는 오전은 달러를 팔겠다는 주문은 사라진 채 사겠다는 주문만 빗발치면서 환율이 폭등하는 ‘달러 백병전’이 벌어졌다. 외환은행 외환운용팀 김두현 차장은 “이날 오전 환율이 개장하자마자 급등하면서 시장이 한순간에 패닉(공황) 상태에 빠졌다.”면서 “이후에도 은행이나 민간에서도 향후 환율 추세를 파악하지 못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관망세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외환시장의 패닉은 정부의 구두개입으로 겨우 진정됐다. 외환당국의 개입 물량도 오전 9시와 정오, 그리고 장 막판에 나온 것으로 추정되면서 환율을 끌어내렸다. 그러나 외환 딜링룸에서 환율이 변하는 상황은 이미 외환위기 수준을 넘어섰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평상시에는 달러를 사고 파는 환율이 10전 내외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2∼3원씩 차이가 난다.”고 설명했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도 “환율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도 달러 매물은 쉽게 찾아보기 어려웠다.”면서 “달러가 조금이라도 나오면 매수 세력들이 쫓기듯 달러를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문 잘못해 환율 급등하기도 환율 시장이 매일 숨가쁘게 돌아가다 보니 외환 딜러들의 피로는 쌓일 대로 쌓인 상태다. 외환시장이 열리는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간다. 올해 들어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물량이 점심 시간에 주로 나오면서 끼니도 거르기 일쑤다. 극심한 스트레스와 긴장감이 쌓이다 보니 실수도 발생한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중순쯤 한 은행 외환 딜러가 수백만달러 주문을 잘못하는 바람에 당시 환율이 잠시 1200원대에서 갑자기 뛰었다.”면서 “1000만달러를 넘어가지 않는 수준에서는 은행이 딜러의 실수를 묻지 않고 그에 따른 손실을 감당하곤 한다.”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기고] 청년실업, 신기술 엘리트 양성이 해법이다/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기고] 청년실업, 신기술 엘리트 양성이 해법이다/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졸업 후 취업하기까지 11개월, 취업준비생 60만명, 청년층 고용률 3년 연속 하락, 신규 취업자 40개월만에 최저치. 대한민국 청년 취업시장의 어두운 현주소다. 하루종일 영어책을 끌어안고 면접 성형을 해가면서까지 치열한 전쟁터에서 좀처럼 열리지 않는 취업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고자 일자리를 늘리고 고용창출을 부르짖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일찍이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나라를 멸망으로 이끄는 일곱 가지 사회악으로 ‘원칙없는 정치, 희생없는 종교, 인성없는 교육’ 등과 함께 ‘노동 없는 부(富)’를 적시한 바 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가 ‘부자 만들기’다 ‘재테크’다 하여 땀 흘려 일하지 않고 부를 축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풍조가 생겨 많은 이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최근 정부에서는 경제를 활성화하고 미래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신성장동력산업을 선정한 바 있다. 향후 10년간 우리 경제를 이끌어 갈 신기술 분야와 기존산업에서 고부가 가치가 창출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R&D 인력뿐 아니라 직접 생산에 참여하고 설비시설의 유지와 보수를 담당하는 중간기술자가 반드시 필요하다. 소품종 대량생산의 산업기술 시대와 달리 다품종 소량생산을 위주로 하는 지식기반산업에서는 다기능을 가진 중간기술인력의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우리 현실은 많은 젊은이들이 전문기술자가 돼 평생 직업을 찾기보다는 단순 아르바이트를 반복하다가 30대 중반에 도달해 실망, 실업자로 전락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길은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조금만 시선을 달리하면 무궁무진한 직업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기술의 무한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하이테크 시대는 간판보다 실력이 중시되는 실사구시, 실용의 시대이기도 하다. 세상은 변해도 기술은 정직하다. 우리 주변에는 진정한 땀의 가치, 기술의 가치를 실현하며 성공의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외국 유학을 다녀온 사람들 중에도 전문기술을 익혀 평생 직업을 찾겠다며 한국폴리텍대학에 재입학하는 사례가 8년째 증가하고 있다. 이런 추세가 이어진다면 대졸자들을 위한 수준별 그룹지도나 조기졸업과 같은 제도 도입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우즈베키스탄 등 외국의 우수한 학생들도 폴리텍에 입학해 인생의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례도 많다. 올해 폴리텍대학 직업훈련 1년 과정에 입학한 학생의 32%에 해당하는 2005명이 직장경험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사회경험 1∼2년차가 60%나 된다. 이들은 일단 직장부터 얻고 보자는 생각에서 취업은 했지만, 적성이나 급여 등에 대해 회의를 느끼고 실망 퇴직한 경우가 많다. 더 나은 일자리로 전직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을 심도있게 배우고자 입학한 경우도 있다. 졸업자 중 취업을 희망하는 사람은 90.3%가 일자리를 얻었다는 통계적 사실도 폴리텍대학에 입학하려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고 본다. 기술직을 보는 시선, 전문기술자를 대하는 사회분위기는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지만 여전히 기준미달이다. 평생을 살아갈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자 하는 청년들의 피땀어린 노력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열성을 다해 격려를 보내줘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자신의 진정한 가치를 발견하지 못하고 좌절시대를 살아가는 이 땅의 수많은 청년들이 경쟁력 있는 실무기능 엘리트로 성장해 대한민국의 희망시대를 열어 갈 것이다. 허병기 한국폴리텍대학 이사장
  • [프로야구] ‘500만 관중’ 꿈★은 다시 이루어졌다

    [프로야구] ‘500만 관중’ 꿈★은 다시 이루어졌다

    ‘부산갈매기’ 롯데의 고공비행과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의 시너지로 어느 해보다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프로야구가 26일 마침내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 이날 잠실구장에 1만 7561명을 비롯,3개 구장에 2만 7946명의 팬들이 몰려들어 누적 관중 500만 9867명을 기록한 것. 한 시즌 500만 관중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95년(540만 6374명) 이후 13년 만이자 역대 두번째. 이날 2위 두산과 4위 삼성이 맞붙은 잠실구장은 포스트시즌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일촉즉발의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전쟁터답게 부상자가 속출했다. 두산의 주포 김동주는 4회 수비 도중 삼성 박진만과 부딪혀 오른쪽 골반 타박상을 입고 김재호로 교체됐다. 삼성의 손실도 만만치 않았다. 선발투수 존 에니스는 3회말 이종욱의 중전안타성 타구를 처리하다가 근육통을 입었고, 김창희는 4회 공격 도중 1루베이스를 밟다가 왼쪽 발이 접질렸다. ‘병사’들이 실려 나간 이날 전투에서 마지막에 웃은 것은 두산이었다. 두산 선발 이혜천의 완벽투에 삼성도 에니스-안지만의 철벽계투로 맞섰다. 하지만 3회 빼앗긴 1점을 끝내 따라잡지 못했다. 두산은 3회 2사 뒤 스트라이크아웃 낫아웃으로 출루한 고영민이 2루를 훔친 뒤 타격왕을 예약한 김현수의 우전 적시타로 금쪽 같은 득점을 뽑아낸 것. 결국 두산이 삼성을 1-0으로 따돌리고 2연패를 끊었다. 두산(68승51패)은 이날 경기가 없었던 3위 롯데(66승54패)와의 경기차를 2.5경기로 벌렸다. 반면 삼성(63승59패)은 2연패를 기록,5위 한화(62승61패)에 1.5경기차로 쫓겼다. 꼴찌 LG는 문학에서 정규리그 2연패를 달성한 1위 SK에 3-1로 승리했다.LG 조인성은 2-1로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9회초 2사 뒤 김원형을 상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115m짜리 솔로홈런을 뿜어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일찌감치 내년을 기약한 하위권 팀간의 각축에선 히어로즈가 난타전 끝에 KIA에 5-4로 이겼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심재억 기자의 짧은 몽골 체류기](하편)

    ■몽골에서 우리의 옛 모습을 보다 ‘문명의 충돌’이라는 오고바흐타의 진단은 몽골에 체류하는 동안 분명하게 확인되었다. 몽골 입성 4일째 되는 날,의료봉사를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야유를 나섰다.말이 야유지 그것은 또다른 고행의 체험이었다.워낙 햇볕이 따가워 일행들은 함부로 초원에 나서기를 꺼려했다.그냥 차안에서 너른 초원을 보는 것으로 만족하겠다는 투였다.그래도 몽골이라는 나라가 그리 쉽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아니지 않은가.필자는 작심하고 시원한 차량을 나섰다.더운 바람이 턱 하고 숨길을 막았고,발바닥에 밟히는 초원의 감촉은 뜨겁고 푹신했다.뜨거움은 태양에 달궈진 대지의 체온이고,푹신한 것은 빠삭하게 마른 모래흙이 밟히는 감촉이었다.걸음을 뗄 때마다 풀풀 먼지가 일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우리가 몽골과 역사·문화적 뿌리를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흔적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끈 것은 ‘어워’였다.초원을 가로 질러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이어진 길(나중에 지도를 보고 그 길이 러시아령 바이칼 호수 쪽으로 이어지는 간선 국도임을 알았다.)을 따라가자니 길가에 익숙한 돌무더기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바로 어워였다.우리 식으로 보자면 성황당이다.모양도 성황당과 너무 닮았다.몽골인들은 길을 오가다 어워를 만나면 돌을 세개 쌓거나 주위를 세번 돈 뒤 기원을 하고 지나간다.의례까지도 우리의 성황당 의식과 너무 비슷해 놀랐다.요즘엔 차량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예전처럼 돌이 많이 쌓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아직 몽골에는 토템이나 샤먼적 요소가 우리보다 훨씬 많이 남아 있다.예컨대 차량 운전자도 아워 앞을 지나칠 때면 경적을 세번 울리거나 아예 차로 아워 주변을 세번 돌고 지나가는 식이다.우리에게 익숙한 ‘삼세번 문화’와 흡사한 의식의 발현이다. 우리와 다른 점도 있었다.종교든 생활 관습이든 주어진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정 부분의 원형 이탈은 불가피한 것이다.우리의 경우 큰 나무에 영성(靈性)이 깃들었다고 보고 그걸 성황당으로 삼는 데 비해 그들은 그냥 평지에 돌무더기를 쌓아 어워로 삼았다.삼림지대가 아닌 망망대해 같은 초원지대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우리처럼 노거수를 토템의 대상으로 삼기가 쉽지 않은 탓일 것이다.이 때문에 우리는 나무 등걸에 색색의 천을 걸거나 금줄과 유사한 기능의 새끼줄을 걸쳐 공간의 신성성을 표시하는데 몽골에서는 돌무더기 가운데 통나무를 박아 장소성을 나타냈다.그들은 이 나무에 예외없이 파란 천을 친친 두른다.물론 다른 색의 천도 걸려있지만 주종은 파란색 천이다. 파란 색 천은 옛적부터 몽골인들이 외경의 대상으로 삼았던 하늘을 뜻한다.그러고 보니 우리가 탄 버스의 운전석 위에도 씨름 샅바처럼 만 파란 천이 가로로 걸쳐져 있다.이런 습속은 일반인의 생활에도 깊숙히 자리잡아 게르나 현대식 주택엘 들어서도 거의 예외없이 출입문 위에 가로로 걸쳐 놓은 파란 천을 볼 수 있다. 생각해 보면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는 것도 충분히 이해됐다.그들의 삶을 지배하는 태양이 터를 잡은 곳이 하늘이고,철궁으로도 뚫지 못하고,천마를 달려도 다다를 수 없으니 어찌 그들이 하늘을 경외하지 않았겠는가.비록 지상에서는 동과 서,남과 북 천하에 대적할 사람이 없는 대제국을 일궜을지라도 하늘 만큼은 그들의 발아래 꿇릴 수 없었을테니…. 그들이 하늘을 외경의 대상으로 삼은 흔적은 까마귀를 신성시하는 것에서도 확인됐다.그들도 우리처럼 까마귀를 ‘태양의 사자’라고 믿는다.그래서 사냥에 나설 때도 까마귀는 건드리지 않는다.만약 누군가가 까마귀를 해쳤다면 전쟁터로 가는 길이든,결혼식장으로 가는 길이든 모두 포기하고 돌아온다고 한다.까마귀의 영성을 대하는 이들의 시각은 이 정도다. 이런 의식은 우리와도 닮았다.지금이야 까치는 길조이고,까마귀를 그냥 기분 나쁜 새로 여기지만 이는 근대 이후 우리나라에 이입된 서구적 의식의 영향 탓일 뿐 예전 우리 조상들은 까마귀를 영물(靈物)로 여겼다.몽골과 마찬가지로 우리 조상들도 까마귀를 ‘하늘의 사자’라고 여겼으며,이는 우리 신화 속에 깃든 삼족오(三足烏)의 전설이 입증해 준다.혹 어렸을 적에 할머니로부터 이런 얘기 들을 기억이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아,글씨 이 망할 구미호(여우)가 어찌나 신통방통한 둔갑술을 가졌는지 도저히 어찌 해볼 요량이 없는게야.그래 그 사람이 이젠 죽었구나 하고 아예 땅바닥에 다릴 풀고 퍼질러 앉았지.그러고는 조상께 하직인사를 올렸지 뭐야.‘인자 죽게 돼 조상님들께 제사도 못 올리게 되었다고….’그랬더니 눈앞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나타나 이렇게 말하는 게야.‘이 눔아,게서 죽으면 못써.얼렁 내가 일러준 주문을 외워봐.그러면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널 구해줄게다.’ 그래 정신이 퍼뜩 든 이 사람이 그대로 주문을 외았드니 금시 삼족오허고 삼족구가 와서 그 구미홀 쫓아내는거야.” 여기서 삼족오는 다리가 셋인 바로 그 까마귀이고,삼족구는 다리가 셋인 개를 말한다.이처럼 우리 의식 속에서는 둘 다 잡귀를 물리치고 주인을 지켜주는 신성한 영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삼족오를 일본이 잽싸게 건져내 자국의 축구 국가대표팀 문장으로 만들었다.사실 우리 축구대표팀의 문장에 넣은 호랑이는 애당초 우리 의식 속에 늘 있었던 것이어서 놀랄 일이 아니었으나 일본이 삼족오를 내미는 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 때 내 속으로는 “저들이 언제 우리 할머니 이바구까지 훔쳐 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무척 아까웠었다.생각은 그렇더라도 까마귀에 대한 이런 의식이 동양문화의 중추를 관통하고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이로써 대륙의 문명이 한반도에서 일본으로 건너갔음을 확인하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다른 문화의 유사성은 씨름에도 있었다.아워도 그렇지만 씨름도 우리 민족이 중국의 한족과 전혀 다른 문화적 혈통을 가졌음을 확인시키는 결정적 근거가 아닐까.씨름의 민속 벨트가 몽골-러시아 극동지역-한국-일본으로 이어져 중국이 배제되고 있다.인류문화사적으로도 중국은 우리와 전혀 다른 언어 및 인종적 경로를 갖고 있다. 몽골에서 ‘부흐’라고 부르는 씨름은 샅바를 이용하는 우리의 것과 형식적으로는 약간 차이가 있다.그러나 두 사내가 서로 맞붙어 힘과 기술을 겨룬다는 점에서는 똑같다.승패를 가르는 방식,즉 넘어뜨리면 이기는 승패 규칙도 매우 흡사하다.해마다 7월 11∼13일에 몽골 최대의 나담축제가 열리는데,이 축제의 3대 행사가 바로 부흐와 말타기,마상 활쏘기이다.여기에서 그들에게 부흐가 생활의 일부임을 알 수 있다.몽골 역사상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가 된 유도의 투브신바야르 나이단도 원래는 부흐 선수였다.현지에서 듣기로는,그가 부흐를 배우다가 ‘세상이 바뀌어 이제는 부흐로 먹고 살기 어려우니 유도를 하라.’는 아버지의 권유로 유도선수가 되었단다.하기야 유도나 씨름이나 근본적인 역동의 원리는 그다지 달라보이지 않는다. 몽골 체류 중 일행은 울란바토르 시내에서 가장 큰 곳 중 하나라는 재래시장을 찾았다.소액(50토그르기)이지만 입장료도 내야 했다.뙤약볕 아래 제법 널찍하게 펼쳐진 재래시장은 예의 인파로 북적였다.갖가지 물건을 파는 노점상들이 보도를 점령한 것도 우리에겐 익숙한 광경이었다.특히 냉차를 파는 노점은 옛날의 우리 모습을 다시 보는 듯 했다.온갖 잡화가 진열된 그곳은 생각과 달리 잘 정리되어 있었고,풍성했고,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이 시장은 울란바토르에서도 중산층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또다른 익숙한 광경도 눈에 띄었다.식료품 가게에는 감자와 마늘,양파가 즐비했다.현지 안내원에게 물으니 몽골인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들이라고 했다.우리와 다른 점은 어물전이 없다는 거였다.하기야 고비사막을 깔고 앉은 내륙도시 울란바토르에 신선한 생선이 있을리 만무했다.일행중 누군가가 우스개소릴 던졌다.“어디 가서 싱싱한 회나 한 접시 했으면 좋겠구만.” 이 시장이 매력적인 것은 몽골인들의 삶을 가감없이 드러낸다는 점이었다.시장 입구에 들어서니 ‘거리의 악사’가 눈길을 끌었다.초로의 여인이 짙은 화장을 하고 뙤약볕 아래서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아들인 듯 싶은 젊은이는 반주가 담긴 카세트를 켜들고 그 뒤에 물끄러니 서있었다.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우리의 옛날들이 스쳐 지나갔다.일제에 의해 전통적인 우리의 권번이 해체되면서 수많은 기생들이 거리로 내몰렸다.이를테면 그 이전의 관기(官妓)가 중심이었던 ‘공창 시스템’을 자본주의식 ‘사창 시스템’으로 전환시킨 조치였다.하루 아침에 일자리에서 내몰린 기생들이,그것도 ‘애기기생’들을 모두 떠나보내야 하는 늙수그레한 노털 기생들은 천상 길거리에 나앉을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전국을 떠돌며 잔치집을 전전하거나 노상에서 술과 웃음을 파는 들병이로 전락했다.이 몽골 여인의 삶의 내력을 알 수는 없었으나 길거리에서 기예를 파는 처지가 딱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양 한마리를 해치우는데 고작 20여분. 몽골을 떠나기 이틀 전,몽골 현지 ACC 책임자가 아주 특별한 선물을 준비했다.몽골의 자연형 국립공원인 테일지 초원의 게르로 나가 양고기 오찬을 대접하겠다는 것이었다.정중한 초청이었기에 거절할 수는 없었지만 일행 대부분은 이미 여러번의 현지식에서 양고기의 누린 맛에 적잖이 질린 터라 서로 마주보고 눈만 꿈벅거렸다.그때 일행중 한 명이 나섰다.“너무 양고기에 기죽은 표정들 하지 맙시다.이미 초청을 받았는데 안 간다는 것도 결례이고 하니 그냥 가볍게 초원으로 산책 나간다는 생각으로 갔다 옵시다.” 그렇게 해서 울란바토르에서 차로 1시간 쯤을 달려 테일지 자연공원에 도착했다.그곳은 아름드리 삼림이 있고 바이칼호수에서 발원했다는 맑은 강물이 흐르는 천국 같은 곳이었다.산의 능선을 타고 펼쳐진 바위가 마치 금강산의 풍광 한 폭을 뚝 떼어다 옮겨놓은 듯 아름다웠다.안타까운 것은 거기에도 개발 바람이 불어 그 울창한 원시의 수림대가 차차 망가지고 훼손된다는 사실이었다.테일지로 가는 길목 곳곳에 베어넘긴 거목의 시체들이 즐비했다.그곳에서 말등에 올라타고 두개의 야트막한 하천을 건너 한참을 가니 광활한 초원지대가 모습을 드러냈다.상상해 보라.인공이 가해지지 않은 원시의 초원을 눈앞에 두고 선 나그네의 가슴 울렁거리는 희열을. 말인 즉 인공이 가해지지 않았다고 했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그곳에는 양과 말,야크떼를 거느린 유목민들이 살고 있었다.양털과 젖이 그들의 주수입원이었지만 가끔 게르에서 하루,이틀 묵으며 초원을 체험하려는 관광객들을 상대로 제법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하는 그런 곳이었다.그곳 유목민들은 땟국에 절은 입성 말고는 어떤 문명의 티도 내지 않았다.예약된 게르에 들어서자 주인 사내가 딱딱하게 말린 양젖 버터를 권했다.마치 고구마 절편처럼 딱딱했다.맛을 보려고 입으로 가져가니 예의 누린내가 확 끼쳐 슬그머니 내려놓고 말았다. 게르 뒷편에서는 젊은 유목민 사내가 때맞춰 능숙한 솜씨로 양을 잡고 있었다.그걸 지켜보자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살아있는 양의 네 다리를 잡고 땅바닥에 누인 뒤 고작 연필만 한 주머니칼을 꺼내 명치 부위에 10㎝ 가량의 칼집을 냈다.그때까지 양은 멀쩡하게 살아 맴맴거리고 있었다.이윽고 사내는 칼집으로 손을 쑥 집어넣더니 검지를 대동맥에 걸어 뚝 하고 잡아뗐다.그걸로 끝이었다.양은 이내 목을 축 늘어뜨렸다.양의 숨이 끊어지자 사내는 손바닥을 밀어 익숙하게 가죽과 몸통을 분리했다.칼은 발목과 목을 분리할 때만 썼다.다음은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는 일.가슴을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흉곽에 그득한 피를 준비한 그릇에 담아 선지 순대를 만들었다.그의 아내인 듯 보이는 여성이 들어낸 내장을 익은 솜씨로 손봐냈다.순대와 내장,적당한 크기로 나뉜 몸통은 그대로 통속으로 들어가 삶겼다.양 한마리를 잡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20여분 정도,그러는 동안 땅바닥엔 피 한방울이 흐르지 않았다.일을 마친 사내는 풀섶에 쓱쓱 문대 손의 피를 닦았다.양 한마리를 그렇게 잡도리했다. 일행이 담소하는 동안 삶은 양고기가 가득 든 통을 든 사내가 게르로 들어섰다.건장한 사내는 순박하게 웃어보이며 통 속에서 막 삶긴 뜨거운 양고기를 꺼내 칼질을 시작했다.익숙한 솜씨였다.통속에는 양고기와 함께 돌과 감자도 들어있었다.게르에 차려진 간이 식탁위에는 금세 맛있게(?) 삶긴 양고기가 그득했다.다릿살이며 내장에 양의 선지를 채운 양순대가 모락모락 김을 피워올리고 있었다.술도 나왔다.말젖을 발효시킨 마유주였다.맛을 보니 시금털털해 아무래도 비위가 얇고 술에도 약한 필자가 감당하기엔 무리였다.일행 중 한 명이 “내 이럴 줄 알고 준비했지.”라며 술 한병을 꺼내 식탁에 올려놨다.몽골에서 가장 유명하다는 칭키즈칸 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돌자 처음엔 양고기 누린내에 고개를 모로 꺾던 사람들이 하나,둘 달려들어 안주 삼아 양고기를 맛보기 시작했다.더러는 “생각보다 먹을만 한데….”라는 후평을 내놓기도 했으나 준비해 간 고추장 맛으로 몇 점 먹어본 것이 고작이었다.30여명이 먹은 양고기가 너댓근에 불과해 보였다.남은 고기가 먹은 것보다 훨씬 많았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이 맞았다.벌써 며칠째 밥 다운 밥 꼴을 못 본 필자는 그걸로라도 면허기를 해야겠다고 생각해 고기덩이 속에서 삶은 감자를 골라냈다.그러나 양고기와 같이 삶긴 터라 감자든 고기든 누리기는 매 한가지였다.양고기와 양순대,간 등이 있었지만 누린내 때문에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그런 필자의 옆구릴 쿡,찌르며 귀엣말을 건넸다.“아직 배가 덜 고팠구만….” ■애들아,말 달리자.저 땅 끝까지. 오찬을 마친 일행은 초원으로 나섰다.초원에서 몽골 말을 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말을 타려니 연전 터키의 한 시골에서 말을 타다가 엉덩이 꼬리뼈 부위가 벗겨져 곪는 바람에 며칠 혼쭐이 났던 기억이 되살아났다.말안장에 쓸린 상처 부위가 덧나 나중에는 차를 타건 비행기를 타건 한시도 의자에 바로 앉지 못했던 그 끔찍한 여행의 기억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을 터였다.그걸 아는 필자로서는 말등에 올라서도 말이 제 멋대로 달리게 할 수가 없었다.말은 과천 경마장에서 내달리는 유럽형 경주마처럼 크지 않았다.키가 작달막해 보였는데 그래도 가까이 다가가니 등이 어른 키높이만 했다.바로 이 말이 옛날 몽골 전사들이 타고 세계를 아우른 그 말이라고 했다.순식간에 내달리는 속도는 유럽산 경주마에 뒤지지만 지구력이 좋아 오래 달린다고 했다.또 먹성도 까탈스럽지 않고 병에도 잘 견딘다니 전쟁터에 타고 나갈 기마용으로는 그만인 듯 했다.그러니 유난히 말을 사랑했다는 당태종이 이곳에서 명마를 골라 준마도,백마도(百馬圖)를 그리고 그 유명한 당삼채로 완성해내지 않았을까. 그렇든 말았든 꼬리뼈의 추억 때문에 고삐를 바짝 당겨쥐어 말이 뛰지 못하게 한 뒤 게르 주변을 한바퀴 도는 것으로 끝냈다.그렇게 조심했는데도 나중에 보니 엉덩이 가운데 꼬리뼈 끝이 빨갛게 쓸려 있었지만 예전처럼 곪지는 않았다. 농사 유전자를 가진 한국인에게 말을 타는 일이 썩 어울려 보이지는 않았다.거북하고 어색한 몸짓이 우스꽝스러웠는지 그곳 아이들이 바라보며 키득거렸다.태어나 걸음을 떼면서부터 말등을 떠나지 않은 그곳 아이들 아닌가.아닌게 아니라 고작 예닐곱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잽싸게 말등으로 뛰어오르더니 ”츄∼츄∼”하는 입소리를 내며 가죽 고삐로 뱃골을 치자 말은 순식간에 초원 저편으로 질풍처럼 내달려 금세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때 누군가가 한가지 제안을 했다.“저 꼬마녀석들에게 뭔가 선물을 줘야 할텐데 그냥 주기도 뭐하니 말타는 모습을 좀 보여달라면 어떨까?” 그런 뜻을 게르 주인에게 전했더니 주인 사내는 한 술 더 떴다.“이 마을(마을이라야 게르 서넛이 멀찍이 자리잡은 것에 불과했다.)에 저 또래 아이들이 모두 여섯인데 그들에게 목표를 정해 말타기 경주를 시켜보면 어떻겠냐는 것이었다.모두가 동의했다.하는 김에 5달러씩 걸어 이긴 사람이 본전을 제하고 나머지를 애들 시상금으로 주자고 제안했다.주인이 제안한 터라 딱히 그 사람들이 기분 나쁘게 여길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자고 동의하자 주인이 초원을 향해 높은 톤으로 소릴 질렀다.멀리 있는 아이들을 부르는 소리였다.잠시 후 여기저기서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모여들었다.그들 뿐이 아니었다.아낙들,젖먹이들도 모두 눈을 반짝이며 게르 앞으로 모여 들었다.꼬마들은 제각각 아끼는 말을 골라타고는 고삐를 바투잡고 나란히들 섰다.그들은 말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 했다.우리야 한번 말등에 오르내리려면 기를 써야했지만 걔들은 가볍게 말등을 오르락거렸다.말에 올라탄 꼬마들은 뭐라고 주문을 외며 우리가 든 게르 주변을 천천히 열바퀴 돌았다.몽골의 전통적인 출정의식이라고 했다.이윽고 목표가 정해지고 모두 출발선에 섰다.목측으로 2000m쯤 되는 거리였다.사내가 신호를 하자 고삐를 꼬나쥔 꼬마들이 초원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마치 옛날의 몽골 전사들이 저렇게 내달려 도버해협과 북해의 거친 해안까지 다다랐던 것은 아닐까.그들의 모습에서 영화로웠던 칭키즈칸과 그의 아들 오고타이,손자인 쿠빌라이칸의 시대를 보는 것 같았다.그 모습은 시공을 초월해 그들이 말(馬)을 매개로 엮어진 불가분의 의식공동체임을 확인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애들이 말을 몰아 목표를 돌아오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얼굴이 발그레 상기된 아이들은 사내의 지시에 따라 마상에서 뭐라고 몇 번 고함을 지른뒤 훌쩍,훌쩍 뛰어내렸다.그들이 마상에서 내지른 소리 역시 무사히 말을 타게 해 줘 감사하다는 일종의 주문이라고 했다.논의 결과 아무리 애들이 수고는 했지만 직접 돈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여겨 사내에게 모은 돈을 한꺼번에 건넸다.그렇게 모은 돈이 한 40 달러쯤 됐다.사내는 한 켠으로 아이들을 불러모은 뒤 뭐라고 얘기를 나눴다.아이들이 깔깔대는 소리가 들렸다.잠깐 말 타는 것을 보여줬을 뿐인데 돈은 무슨 돈이냐는 투였다.거기까진 우리가 관여하지 않기로 했다. ■황무지 제국에도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해가 기울고 있었다.구름 한점 없는 하늘 한 켠이 마치 불길이라도 이는 듯 선홍빛으로 타들었다.대륙의 장엄한 노을이었다.타드는 것이 하늘 뿐만은 아니었다.하늘과 맞닿은 대지도 붉게 달아올랐다.그 노을 속으로 누군가가 말등에 지친 몸을 싣고는 하염없이 길을 걷고 있었다.그의 뒤를 키 작은 양떼들이 따랐다.유목의 사내일 것이다.그 모습에서 문득 몽골의 전사들을 이끌고 천하를 휘저을 때 남긴 칭키즈칸의 말이 떠올랐다.“성벽을 쌓는 자는 망하고 이동하는 자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랬다.비록 그 말이 옛적 유목의 부정형 삶을 두둔하고 옹호하는 의미였을지라도 우리는 지금 그 의미를 결코 백안시할 수도,도외시할 수 없다.오늘날에도 그 교조는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거친 황무지,그 황무지와 하늘을 가장 단순하게 구획하는 일획의 지평선 위로 비장하게 물드는 노을.뜨겁게 달아 올랐다가 아무 것도 남기지 않고 순식간에 스러져 가는 그 노을에서 장대했던 몽골의 옛 제국을 보았다.참으로 비장했던 제국의 영화와 끝.그 노을을 응시하던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말문을 닫았다.자연이 연출한 그 무위의 파노라마 앞에서 온몸으로 느끼는 전율 말고 무슨 영탄이 필요할 것인가.몇몇은 풀섶에 가만히 주저앉아 술병을 땄다.보드카였다.독한 술이 목줄기를 타고 넘어가 순식간에 흉금을 적셨다.노을에 함뿍 적신 얼굴 위로 서서히 술기운이 돌았다.노을과 사람이 함께 익어드는 것 같았다. 이윽고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시작한 노래가 거친 풀섶으로 나즈막히 흘렀다.“천등사안 바악딸째를 울고넘는 우리 님아 물항라 저고리가 궂은 비에 젖는구려…”노래는 다시 이어졌다.“아아∼∼ 신라의 바아암이이이여 불국사의 종소리가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아그네에에여어 거∼얼음을 머어엄추어라 고오오요오하안 다아알빛아래….” 그 노래가 그 시각,그 자리에서 어울리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따지지 않았고,또 생각하지도 않았다.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장대한 자연의 섭리를 앞에 두고 터져나온 노래야말로 가장 진솔한 정서의 토로 아니었겠는가. 이윽고 맞은 저녁.몽골의 밤하늘은 별들의 천국이었다.장관이었다.요요한 풀섶에서 쳐다보는 밤하늘에는 별들이 촘촘하게 박혀 형용할 수 없는 자태의 빛을 발하고 있었다.휘∼ 손을 내저으면 우수수 떨어질 것만 같았다.어린 시절 고향에서 보았던 그 광경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그 모습이 고스란히 몽골의 초원에서 재현되고 있었다.아주 오랫동안 뒤로 고개를 꺾고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가슴이 울렁거렸다.기대하지 않았던 만남이 주는 설레임 때문이었다. 그 싱싱하고 영롱한 별들이 어느 새 술병 속에 떨어져 잠겼는지 몇 잔을 마신 보드카가 이내 목에 턱턱 걸렸다.그렇게 술과 함께 삼킨 초원의 별들이 훗날 내 속에서 어떻게 되살아날까. 봉사단원들은 모처럼 가진 초원에서의 휴식에 모두 흡족해 했다.ACC 김종구 총재가 일행과 함께 하며 했던 말이 다시 떠올랐다.“꽃향기는 황홀해 보여도 산 하나를 넘지 못하지만 남에게 베푸는 봉사의 향기는 국경도 넘는다.” 사실 일상에 쫓기며 살아야 하는 갑남을녀가 ‘봉사’를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그러나 김 총재의 말마따나 “봉사는 마약”인지도 모를 일이다.그렇지 않고서야 선뜻 사재를 털어 빈민에게 새 게르를 지어주기는 쉬울 것이며,자신의 직장일을 뒤로 하고 1년에 몇 차례씩 해외 봉사활동을 나서기는 또 쉬울 것인가.봉사활동 말미에 가진 한·몽 ACC 자평모임에서 김 총재는 이런 말을 했다.“재산이 많아 하는 봉사는 자선일 수는 있어도 엄밀한 의미의 봉사는 아니다.봉사는 자신의 여건을 초월해 나서는 것이다.세상에 아무 것도 잃지 않고서 할 수 있는 봉사란 없다.” 일행을 이끈 아시아 사랑나눔의 배용민씨는 현지에서 정을 나눈 안내원들과 따로 어울리며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그가 대뜸 이런 말을 꺼냈다.“고생할 때는 두번 다시 몽골엔 오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는데 초원에서 밤을 맞으니 그 생각이 틀린 것 같습니다.이걸 보고 몽골을 다시 생각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요.” 그랬다.사실 몽골에서의 체험은 매우 특이했다.그러나 누린 먹을거리에 곤죽이 되고,태양에 주눅이 들었어도 그것이 잘 사는 나라에서 항용 겪는 무관심이나 비하와 모욕의 체험은 아니었다.사람들은 순박했고,지혜로웠다.손님을 대하는 태도도 정성스러웠다.그런 정성이 양고기의 역겨운 노린내를 지우고도 남았다. 애당초 봉사하자고 나선 길에 무슨 호의호식을 바라겠는가.그런 생각이 봉사의 취지를 훼손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숙연해지며 더 많은 땀을 쏟지 못한 아쉬움이 가슴으로 잔잔하게 배어들었다.밤이 지나면 다시 저 망망한 대지 위로 태양이 떠오를 것이다.그리고 그 태양의 순환처럼 이 황무지에도 연대와 공유의 찬란한 세상이 다시 열릴 것이다.그렇게 기원했다. 글·사진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지구촌 식량거래 중심’ 시카고상품거래소

    [한국의 미래-위기를 희망으로] ‘지구촌 식량거래 중심’ 시카고상품거래소

    |시카고(미국) 박건형특파원|“어제 대두가 큰 폭으로 상승한 데 반해, 옥수수 선물은 보합세를 보였습니다. 올해 수확량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서는 가격 폭등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고층건물이 즐비한 시카고 금융가 입구에 자리잡은 시카고상품거래소(CBOT) 앞 광장. 평일 오전 9시가 되면 이곳에서는 MSNBC, 블룸버그 등 세계적인 통신사 기자들이 줄을 서서 리포트를 하는 광경이 펼쳐진다. 긴박한 목소리로 소식을 전달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카고상업거래소(CME), 뉴욕상업거래소(NYMEX)와 함께 세계 경제 흐름을 결정짓는 CBOT의 위상을 느낄 수 있다. 5대 호(湖)에 인접하고 비옥한 농토의 중심지인 시카고는 1800년대 초반부터 곡물 터미널의 역할을 했다. 거래가 늘어나자 수요와 공급, 운송, 저장 등의 문제점들이 드러났고 혼란 해결을 위해 1848년 82명의 상인들이 모여 CBOT를 출범시켰다. 눈앞에 보이지 않는 미래의 상품을 사고 판다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오늘날 증권시장, 선물시장의 원조다.“CBOT의 역사가 바로 현대 경제의 역사”라는 홍보담당 메리 하펜버그 이사의 말에는 자부심이 배어났다. ●거래액 108경(京)원, 세계 경제 움직인다 “공정성을 유지해야 하는 거래소의 특성상 향후 시장 전망을 내놓을 수는 없지만 전문가들은 곡물시장이 지난 60년 이래 최고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봅니다.” 전 세계적인 식량난을 취재하러 왔다는 기자의 말에 하펜버그 이사는 조심스러우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위기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CBOT 3층에 위치한 거래장. 곳곳에 자리잡은 8각형의 거래대마다 초록, 파랑, 노랑 등 형형색색의 재킷을 입은 거래인들이 수십명씩 모여 있었다. 기묘한 수신호가 쉴 새 없이 오가고 찢어진 종이가 날아다니는 거래소안은 거래인들이 지르는 고성으로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손가락을 꼬는 방식인 거래인들의 손짓으로 한번에 수십만 달러에서 수백만 달러의 상품이 오간다. 축구장 크기인 CBOT에서 거래되는 상품의 종류는 밀·옥수수·대두 등 곡식과 원유·에탄올 등 원자재, 각종 채권, 금융상품 등 30가지에 달한다. 상품담당 유태석 이사는 “CBOT와 CME를 합친 CME그룹은 2006년 기준으로 연간 거래건수 22억건, 계약 성사 액수는 1000조 달러(약 108경원)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거래소 확대 이면엔 식량가 폭등 있어 CME그룹은 올해 150년이 넘는 역사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2006년 그룹 이사회가 의결한 CME와 CBOT합병이 5월 마무리됐고,8월에는 NYMEX를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미국내 모든 파생상품·현물 거래의 98%를 차지하는 거대 공룡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로버트 레이 수석부회장은 “거래소의 거대화는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와 식량시장의 불안정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래에 대한 불안은 곧바로 상품 선점을 통한 미래 투자로 이어진다.”면서 “이같은 시장 불안정성은 선물과 파생상품 위주의 거래소로 이뤄진 CME그룹측에는 시장 확대의 기회”라고 밝혔다. 전세계 식량과 에너지 가격의 결정 주체인 거래인들의 입을 통해서도 시장의 불안정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년째 CBOT에서 일하고 있는 마틴 포그는 “최근 3년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기후변화에 따른 가뭄으로 식량 수확량이 줄어들었다.”면서 “올해 밀 재고량은 3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수요는 계속 늘고 있는데도 대부분의 곡물 재고량이 올 들어 30∼35% 줄어들었기 때문에 곡물값이 급등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사료·연료로 쓰이는 곡물↑식량난 부채질 지난해 거래인 자격을 취득한 리처드 트로스크레어는 “대부분의 거래인들은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이 가격 폭등을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일반적으로 육류 섭취가 늘면 곡물소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나 돼지 사료로 쓰이는 곡물 수요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전체 대두 가운데 바이오 연료용 대두가 30%에 육박하고 있는 만큼 이같은 구조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곡물가격 안정은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kitsch@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전쟁터의 딸(프랑수아 플라스 글, 솔 펴냄) 16∼17세기 프랑스가 배경. 한 평범한 여인을 통해 권력이 개인에게 미치는 힘, 역사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삶 등을 철학적으로 묘사했다.1만 3000원.●비둘기 전사 게이넥(단 고팔 무커지 글, 정소영 그림, 주니어김영사 펴냄) 장엄한 히말라야 정글과 1차 세계대전이 무대. 비둘기 한 마리가 훌륭한 통솔자로 임무를 수행했다는 줄거리. 초등 고학년.9500원.●독특하게 사는 동물이야기(이광렬·이문수 글, 정경호 그림, 고래실 펴냄) 동물들의 독특한 삶의 모습을 동화로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책. 어려운 생활환경을 극복하고 날쌔게 먹이를 잡아채는 동물들이 신기하고 대견하다. 초등생.9000원.●바람과 풀꽃(정채봉 글, 정해륜 그림, 샘터 펴냄) 초등 4학년 읽기 교과서에 실린 시 ‘흙 한 줌’도 볼 수 있는 정채봉 동화집. 용문사 은행나무 이야기 ‘천년 노래’ 등 15편 수록. 초등 3·4학년.8500원.●한국사傳(KBS1TV 한국사傳 제작팀 글, 미스터페이퍼 그림, 세모의꿈 펴냄) 우리역사 속 인물들의 삶과 고뇌, 역경을 극복한 슬기를 전해주는 교양만화. 초등생.8800원.
  • 수애 vs 신민아 vs 한은정의 이유있는 변신

    수애 vs 신민아 vs 한은정의 이유있는 변신

    올 여름 극장가에 불어 온 가장 큰 변화의 바람은 단연 여배우들의 색다른 변신이다. 때론 요염기 뚝뚝 떨어지는 섹시한 매력으로, 때론 쳐다보는 눈빛마다 독기를 품어야 하는 냉혈한으로 늘 다양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여줘야 하는 만큼 배우에게 있어 변신은 필수다. 캐릭터의 다양성만 놓고 본다면 여배우에겐 그 변화의 기회가 남자배우에 비해 열세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변하지 않고선 배우로서 인정받기 어렵고 결과적으로는 영화의 흥행에도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여배우들은 변신해야 한다. 그래서 올 여름 극장가를 휘저을 여배우들의 변신은 더욱 값지고 그 가치를 인정 받을 수 밖에 없다. #청순함에서 강인함으로 ‘님은 먼곳에’ 수애 청순함의 대명사인 수애는 ‘님은 먼곳에’를 통해 단아한 여인의 이미지를 벗었다. 영화 ‘가족’으로 대한민국 영화대상, 청룡영화상 등 영화제에서 신인여우상을 휩쓸며 스크린에 데뷔한 수애는 이 후 ‘나의 결혼 원정기’, ‘그해 여름’ 등 특유의 맑고 청순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 동안 해온 작품에서 청순한 여인의 이미지를 고수한 그였기에 이번 영화의 변신은 관객들에게 신선한 충격일 수 밖에 없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폭격이 쏟아지는 전쟁터 한복판에 뛰어든 순이 역의 수애는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성숙하고 단단한 여인으로 변신했다. 남편을 찾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위문공연단 가수 ‘써니’가 되어야만 했던 만큼 섹시한 의상은 물론 춤과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이끌어냈다. 영화의 엔딩 부분인 남편(엄태웅)을 때리는 장면은 과연 ‘과연 배우 수애가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진 표정과 깊이 있는 연기를 펼쳤다. # 소녀에서 섹시 디바로 ‘고고 70’의 신민아 영화 ‘화산고’를 시작으로 ‘마들렌’, ‘달콤한 인생’,’ 야수와 미녀’ 등 사랑스럽고 풋풋한 소녀의 이미지로 각인된 신민아는 ‘고고 70’을 통해 섹시 디바로 변신했다. ‘고고 70’에서 70년대 유행을 이끈 트랜드 리더 미미 역의 신민아는 아찔한 미니스커트와 화려하게 부풀린 헤어 스타일을 선보이며 지금까지 보여준 적 없는 섹시하고 도발적인 매력을 풍긴다. 귀여운 얼굴에 가려 있던 그의 도발적인 매력의 포스터가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이렇게 섹시한 줄 몰랐다’, ‘신민아가 아닌 것 같다” 등 그의 변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 도시적인 여인에서 당찬 조선시대 여성학자 ‘신기전’의 한은정 서구적인 마스크와 시원한 몸매로 도시적인 이미지를 풍기던 한은정이 ‘신기전’을 통해 조선시대 여인으로 돌아온다. 그간 ‘명랑소녀 성공기’, ‘풀하우스’ 등 작품을 통해 신세대 도시미인의 대표주자였던 그는 세련되고 화려한 도시여성의 인상이 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세계 최초의 다연발 로켓포 신기전을 소재로한 ‘신기전’에서 홍리 역의 한은정은 신념에 찬 여성학자로 신기전 개발을 이루려는 당찬 여성을 연기하게 된다. 이처럼 관객의 입장에서 배우들의 변신을 지켜보는 일은 즐겁다. 올 여름 세 명의 여배우들의 변신에 관객들은 어떤 평가를 내릴지 사뭇 궁금하다. 사진=(위쪽) ‘님은 먼곳에’ ,’고고 70’ ,’ 신기전’ 서울신문 NTN 정유진 기자 jung3223@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여름 극장가 ‘개봉일 전쟁’

    여름 극장가 ‘개봉일 전쟁’

    ‘대학 입시 ‘눈치작전’은 저리 가라.´ 여름 성수기를 맞은 극장가에 ‘개봉일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보통 목요일부터 그주 개봉작을 상영하던 극장가가 수요일로 ‘첫날 승부처’를 바꾸고 있다. 경쟁작들의 눈치를 살피며 이미 고지된 개봉일을 변경하는 경우도 잇따르고 있다. 이처럼 올여름 극장가가 ‘개봉일 전쟁’ 양상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하루씩 당겨 ‘유료전야제´로 관객 탐색 한국영화 대작이 일제히 개봉되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2차 공습’이 시작되는 올해 7월 말∼8월 초 극장가는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님은 먼곳에’ 등 화제작들이 관객몰이에 한창이고, 해외에서 호평받은 외화들이 일제히 개봉하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들의 방학과 직장인의 휴가가 겹친 여름 성수기를 맞아 개봉일을 둘러싼 영화 배급사들의 ‘신경전’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배급사들은 공식 개봉일보다 하루 앞선 전날 저녁 일부관에서 영화를 공개하는 ‘유료전야제’를 실시하거나, 보통 한두 달 전에 정해진 개봉일을 일주일 전에 변경하기도 한다. 극장 측은 화제작을 먼저 보고 싶어 하는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고, 배급사들은 주말 관객수 집계에 도움이 되는 만큼 ‘윈윈’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원래 지난달 31일 개봉 예정이던 한국영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외화 ‘미이라3’는 개봉일을 30일로 앞당겼고,7일 개봉 예정이던 ‘다크나이트’와 ‘월·E’도 하루 앞선 6일 개봉하기로 했다. ●비슷한 관객 대상 영화 많아 더욱 치열 지난달 31일에서 개봉일을 한주 가량 늦춘 애니메이션 ‘월·E’의 경우는 5일 저녁 전국 50여개 관에서 외화로서는 흔치 않은 유료 전야제를 실시할 예정이다. 배급사인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의 석송자 과장은 “여름 방학 기간에는 워낙 비슷한 관객층을 대상으로 한 영화가 많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다.”면서 “유료 전야제도 잘못하면 극장과 영화사에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작품에 대해 자신이 있을 경우에 실시한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CGV의 윤여진 대리는 “본래 수요일이 휴일일 경우 개봉일을 수요일로 잡는 경우가 더러 있었지만,‘놈놈놈’ 등 화제작의 인기가 점차 수그러들고, 여러 작품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양상이 벌어지면서 과열 경쟁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관객 몰이를 위해 개봉 첫주 말 성적에 관심을 보이던 배급사들은 요즘엔 개봉 첫날 성적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주말이 지나야 입소문이 퍼지던 과거와 달리 인터넷이 발달한 요즘엔 개봉 당일 한두 시간이면 관객 평가가 결정되기 때문에 첫날 개봉 성적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개봉변경 맞대응도 하지만 이같은 화제작들 틈새에서 어쩔 수 없이 개봉일을 옮기는 경우도 있다. 본래 ‘다크나이트’와 ‘월·E’와 같은 7일 개봉 예정이었던 한국 공포영화 ‘고사:피의 중간고사’는 최근 급히 6일로 개봉일을 앞당겼다. 영화사측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 개봉 변경에 맞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이유를 밝혔다. 본래 7일에서 14일로 개봉일을 바꾼 영화 ‘당신이 잠든 사이에’의 제작사인 KM컬쳐의 심영 이사는 “요즘은 워낙 개봉 첫날 관객 입소문에 따라 영화 성패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만큼 개봉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면서 “마케팅 기획안이나 영화 컨셉트보다 배급 시장 상황이나 극장 분위기 파악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하반기 가요계 ‘女름’은 가고 ‘男風’ 분다

    하반기 가요계 ‘女름’은 가고 ‘男風’ 분다

    상반기 가요계는 ‘여인천하’였다. 원더걸스-이효리-엄정화-서인영으로 이어지는 여성 가수들의 가요계 평정은 그 어느 해보다 두드러져 ‘우먼 파워’를 과시했다. 7월 말 여름의 정점이 지나니 가요계에도 남풍(男風)이 불어 닥치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이는 서태지. 이어 비, 빅뱅, 동방신기, SS501, 김건모, 조성모, 김종국 등 한국 가요계에 있어 소위 내노라 하는 남성 최고 가수들은 일제히 컴백을 선언하고 나서 하반기 가요계는 그야말로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모할 전망이다. ◆ ‘男 음반 밀리언셀러’ 서태지vs김건모 ‘문화 대통령’ 서태지와 한국기네스북에 ‘최다 판매앨범’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김건모. 두 대형 스타의 컴백은 사상 최악의 불황기를 겪고 있는 오프라인 음반 시장에서 가장 먼저 반기고 있다. 실제로 4년 6개월만에 귀환을 알린 서태지의 8집 첫번째 싱글 앨범 ‘아모스 파트 모아이(SEOTAIJI 8TH ATOMOS PART MOAI)는 29일 발매 되기가 무섭게 예매 물량을 포함해 10만장을 팔아치우는 괴력을 보였다. 이는 서태지의 2004년 전 앨범인 7집의 예약 판매량 7만여장 보다 3만여장이나 높은 수치일 뿐만 아니라 침체 일로에 들어섰던 상반기 가요계에서 가히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12번째 앨범 ‘솔 그루브’(Soul Groove)를 통해 대중을 찾는 김건모도 8월 2일 녹화되는 SBS ‘김정은의 초콜릿’을 통해 가요계에 전격 컴백한다. 김건모는 자신의 최고 히트곡인 ‘핑계’, ‘잘못된 만남’ 등을 탄생시킨 인기 작곡가 김창환과 13년 만에 재결합해 옛 명성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굳히고 있다. ◆ ‘男 아이돌 대격돌’ 빅뱅vs동방신기vsSS501 그동안 기간 차를 두고 활동해 좀처럼 비교가 쉽지 않았던 남자 아이돌 그룹들도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에 나선다. 불꽃 튀는 3각 대결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보이는 세 그룹은 빅뱅과 동방신기, 그리고 SS501이다. 먼저 빅뱅은 미니 앨범 ‘Stand Up’ 발표일을 최종 8월 8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컴백을 예고하고 나섰다. 29일 YG 엔터테인먼트의 수장인 양현석은 이들의 컴백 소식을 전하며 각 분야에서 견문과 실력을 넓힌 멤버들의 재결합을 기대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일본에서 한류를 이끌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동방신기와 SS501도 가세했다. 일본에서 발표한 세장의 싱글 앨범이 오리콘 위클리 차트 1위에 오르며 위상을 드높인 동방신기는 4집 앨범으로 8월말 국내 팬들을 찾는다. 24일 미니앨범 ‘FIND’를 발매한 SS501은 29일 일본 활동을 마무리하고 귀국해 다음 달 2일 MBC ‘음악중심’으로 2주간 국내 활동에 돌입할 예정이다. ◆ ‘男 예비역 스타’ 조성모vs김종국 군 복무를 끝내고 돌아온 예비역 스타들의 움직임도 감지된다. 76년 용띠 동갑내기 두 가수 조성모와 김종국은 26개월간의 공익 근무를 마치고 지난 5월 23일 동시에 소집해제 됐다. 지난 2006년 3월 30일 논산훈련소에 나란히 입소했던 이들은 컴백 동향에서도 비슷한 행로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전역 후 이색 신고식을 치뤘는데 바로 유명 스타 결혼식의 축가 전담 가수로 초대된 것. 조성모는 오는 9월 28일에 있을 권상우·손태영 커플의 축가를, 김종국은 지난 유재석·나경은 결혼식의 축가를 맡게 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종국은 다음달 일본에서 첫 팬미팅을 갖고 잠시 해외활동에 나선 후 빠르면 9월 께 국내 가요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조성모 역시 서서히 활동 재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 두 가창력 스타들의 합류도 가요계의 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 ‘男 돌아온 월드스타’ 비 여기에 월드 콘서트 투어를 성황리에 마치고 월드스타로 거듭나 돌아온 비의 10월 초 컴백이 확정되면서 하반기 가요계는 사상 최고의 부흥기에 접어들 예정이다. 지난 27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국내 팬미팅을 개최하며 본격적인 컴백의 신호탄을 알린 비는 “10월 초 아시아 스페셜 앨범을 발매하고 이번 해 말까지는 국내 활동에 주력할 예정”이라며 “가요계를 뒤집어 놓겠다. 쇼킹한 아이템이 많이 준비돼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섹시한 이미지를 부각시킨 여성 가수들의 댄스 음악이 상반기 내 사랑을 받았다면 올 가을 부터는 바야흐로 ‘남성 가수 시대’가 열릴 것으로 보인다. 왕년 음반 왕으로 꼽히는 대형 가수들의 잇따른 컴백과 해외에서 한류를 이끌었던 한류 전도사들의 귀환, 그리고 최근 우세를 보였던 아이돌 그룹 3파전까지…. 음반 전문가들은 “더이상 화려할 수 없이 ‘진수성찬’으로 차려진 하반기 가요계에서 젓가락을 쥔 이는 결국 대중”이라고 평하고 있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10대는 독특한 존재… 성장은 전쟁”

    “성장소설의 주인공인 10대 청소년들은 아이도, 어른도 아닌 독특한 존재라는 점에서 매력적입니다.” 베스트셀러 성장소설 ‘리버보이’의 작가인 팀 보울러(55)가 세 번째 성장소설 ‘스쿼시’(유영 옮김, 다산북스 펴냄)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한국을 방문,25일 기자들과 만났다. ‘리버보이’는 할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삶과 죽음, 만남과 이별, 사랑과 믿음 등의 의미를 깨우쳐 나가는 15세 소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11월 출간 이후 30만부 이상 판매됐다. 보울러는 이 작품으로 1997년 ‘해리포터’를 제치고 영국의 권위있는 청소년문학상인 카네기상을 받았다. 이번에 출간한 ‘스쿼시’ 역시 성장소설로 스쿼시와 관련된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이다. 보울러는 “‘성장’은 일종의 ‘전쟁’으로 정의할 수 있다.”면서 “그런 점에서 성장소설은 10대, 특히 지적이나 감정적, 심리적, 신체적, 성적으로 인생의 그 어느 순간보다도 큰 변화가 일어나는 14∼17세 청소년들이 겪는 전쟁터 같은 환경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50대 중반의 나이에 10대 이야기를 쓰는 것과 관련,“지금 이 나이에 10대 시절을 회상하면 바로 어제처럼 느껴진다.”면서 “10대 때 겪었던 일들에 대한 감성을 연결할 수만 있다면 10대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박홍환기자 stinger@seoul.co.kr
  • “5월 영령들 곁에 묻히고 싶어요”

    “5월 영령들 곁에 묻히고 싶어요.” 5·18민주화운동 당시 외신 기자들에게 ‘광주의 진실’을 알렸던 50대 미국인이 ‘국립5·18민주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청원서를 보내와 관심을 모으고 있다. 24일 5·18기념재단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한 의료 관련 연구회사 부회장인 데이비드 돌린저(55)가 재미 한국교포 오모(55·여)씨를 통해 자신이 죽으면 ‘5·18묘지’에 묻히고 싶다는 의사를 이메일로 전해왔다. ‘임대운’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돌린저는 28년 전 미국평화봉사단의 일원으로 전남 영암보건소에서 일하던 중 5·18을 직접 겪게 됐다. 1980년 주말을 맞아 영암에서 광주에 온 그는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됐던 5월17일과 18일 공수부대의 유혈 진압을 직접 목격한 뒤 근무지로 내려갔다. 그는 3일 후 석가탄신일을 이용해 다시 광주로 향했다. 그러나 광주는 공수부대가 활개치고, 시민들이 무장에 나서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도시 곳곳에는 계엄군의 총검에 시민들이 쓰러지고, 취재하려는 외신 기자들도 속속 도착했다. 돌린저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매일 일기 쓰듯 피로 물든 광주를 기록했고, 뉴욕타임스 등 외신 기자들의 ‘귀와 입’ 역할을 자청했다. 또 사상자들이 즐비한 전남대·기독교병원 등지를 돌아다니며 피해자들을 직접 인터뷰했고, 이같은 참상을 언론 매체 등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렸다. 그는 ‘5월 항쟁’ 이후에도 “피해자들을 돕고 싶다.”며 1년 더 한국에 머문 뒤 1981년 미국으로 돌아갔다. 돌린저는 귀국 이후에도 매년 5월이 되면 직장 동료들에게 한국음식을 대접하고,5·18의 진실을 알리는 등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25돌인 2005년 5월엔 가족과 함께 ‘5·18묘지’를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5·18기념재단 관계자는 “돌린저가 국가유공자가 아닌 만큼 5·18민주묘지에 묻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광주시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구 묘역에 묻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2004년 ‘5월 광주’를 가장 먼저 알렸던 독일출신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71)는 광주시로부터 사후에 구 묘지에 신체 일부를 묻고, 기념비를 세울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70년대 향수 자극한 시골 새댁의 모성애

    70년대 향수 자극한 시골 새댁의 모성애

    “사랑한다고 말할걸 그랬지/ 님이 아니면 못산다 할 것을/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람∼” 영화 ‘님은 먼곳에’(제작 타이거픽쳐스·24일 개봉)는 가수 김추자의 동명의 노래 한 줄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니, 내 사랑하나?”는 말만 남기고, 베트남으로 떠나버린 남편. 주인공 순이(수애)는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총성 요란한 1971년 베트남 전쟁터로 뛰어든다.‘님은 먼곳에’의 두 가지 키워드인 ‘음악’과 ‘여성’을 통해 영화를 짚어본다. ●음악으로 풀어낸 70년대 향수 이 작품의 연출자인 이준익 감독에게 ‘음악’은 ‘영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영화 ‘라디오스타’에서 ‘비와 당신’ ‘아름다운 강산’ 등의 7080 가요를 통해 아날로그 감수성을 건드렸고,‘즐거운 인생´에서 ‘불놀이야´ ‘한동안 뜸했었지´ 등 80년대 록음악으로 직장과 가정에서 소외된 40대 가장들의 울분을 폭발시켰다. 그는 이번엔 특유의 가창력과 섹시함으로 1970년대를 주름잡은 김추자의 히트곡들로 현대사의 아픔을 이야기한다. 이 감독은 “김추자의 목소리엔 영혼의 밑바닥에서 나오는 절절함과 처연함이 배어 있다.”고 말했다. 남편을 만나기 위해 평범한 시골 아낙네에서 베트남 위문공연단 가수로 변신한 순이. 그녀의 삶의 고단함과 서러움은 영화 속 노래들을 통해 전달된다. 첫장면부터 등장하는 김추자의 데뷔곡 ‘늦기전에’와 베트콩에게 붙잡힌 뒤 죽음의 위협 앞에서 절절하게 부르는 ‘님은 먼곳에’는 ‘음악은 모든 이념과 국적을 초월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남편이 전쟁터에서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순이가 미군들 앞에서 ‘수지 Q’를 부르는 대목에선 전쟁에 대한 인간의 분노와 절망을 그대로 드러낸다. 영화평론가 정지욱씨는 “‘님은 먼곳에’는 음악으로서 다양한 세대공감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것이 큰 장점”이라면서 “그러나 감독의 이전 음악영화들과 별다른 차별점이 없고 초반에 지루한 전개를 보이는 것은 단점”이라고 말했다. ●여성의 시각에서 본 전쟁의 허무함 사실 순이의 베트남행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가슴 속에 다른 여자를 품고 자신에겐 눈길 한번 주지 않는 남편을 찾으러 전쟁터에 뛰어든다는 설정 자체가 요즘 시각으로는 잘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그렇다면 그녀는 어떤 대답을 하기 위해 그토록 애타게 남편을 찾았던 것일까. 영화는 여성성보다는 모성애에 더 초점을 맞춘다. 주인공 순이의 캐릭터는 분노와 원망보다는 포용과 치유의 상징에 가깝다. ‘님은 먼곳에’는 상당부분 주인공 수애의 전통적인 여성미에 기댄 영화다. 하지만 망사스타킹에 미니스커트나 핫팬츠를 입고 개다리춤까지 추는 그녀의 변신은 극적인 효과를 발휘한다. 순이는 수동적인 한 여성에서 점차 강인함과 당당함을 보이는 모성애를 지닌 인물로 변모한다.“우리나라에서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를 지닌 배우인 수애에게서 예의 바르면서도 용감한 얼굴을 봤다.”는 이 감독은 “그런 그녀가 강인한 여성이 되어 전쟁터 한복판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최근 영상 중심의 남성영화 일색인 영화계에 등장한 서사 중심의 여성영화라는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영화평론가 심영섭씨는 “여성의 시각에서 전쟁의 허무함을 전달한 것은 의미있지만, 순종적이고 외유내강형 여성에게서 삶의 구원을 얻는다는 메시지는 전형적인 남성과 여성의 이분법적 시각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음반시장의 불황?… ‘TOP5’에게 물어봐

    음반시장의 불황?… ‘TOP5’에게 물어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음반시장도 불황의 연속이다. 한국음반산업협회가 발표한 ’1999-2008년 상반기 빅4 결산’을 살펴보면 07년에에 이어 08년 상반기도 20만장대의 앨범은 종적조차 찾을 수 없다. 그야말로 ‘음반 시장의 암흑기’다. 그나마 10만장 고비를 넘긴 두 가수는 김동률과 에픽하이. 지난 달 10만장을 넘긴 가수가 단 한명도 없다는 통계가 알려지자 한국가요 음반 시장의 분위기는 참담하기까지 했다. 이에 음반 관계자들은 한국 음반 시장의 위축 원인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찾기에 급급해졌다. 이 시점에서 전문가들은 음반 시장 불황기에도 꾸준히 선전을 펼친 ‘2008 상반기 음반왕 TOP5’ 공통 분모에 주목하고 있다. # ‘2008 TOP5’ 평균 데뷔 8년, 음반력은 역시 중견가수 흥미로운 점은 이들 모두가 중견급 베테랑 가수라는 점이다. ‘2008 상반기 음반왕 TOP 5’ 순위에 든 가수들의 평균 데뷔 연차는 무려 8년. 가장 많은 음반을 판매한 김동률의 경우 올해로 가수 데뷔 15년을 맞았고 그 뒤를 이은 신화 역시 올해로 데뷔 10년을 맞은 최장수 그룹이다. 반면 온라인 음원에서 강세를 보이는 아이돌 그룹은 오프라인 음반 시장에서는 비교적 약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상반기 음반순위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린 ‘걸 그룹’은 소녀시대가 유일하다. 이는 지난해 같은 조사 결과보다 2팀이나 줄어든 수치다. # 신인가수 쏟아져도 성공 사례 극소수 기성가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지면서 신인들은 큰 빛을 발하지 못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수많은 신인들이 디지털 싱글앨범을 내세우며 가요계에 뛰어들었지만 쟁쟁한 뮤지션들과의 경합을 이기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인 가수중 음반 차트 상위를 차지했던 가수는 여성 듀오 다비치와 주(JOO)정도다. 하지만 이들의 경우 소속사의 지지와 홍보의 후광을 업고 등장한 대어급 신인임을 고려해야 한다. 다비치는 톱스타 이효리와 이미연이 출연한 뮤직비디오로 먼저 주목받았고 주(JOO)의 경우 박진영의 ‘숨겨둔 보석’이란 수식어가 대중의 눈길을 끌었다. # 음반 시장에선 ‘편안한 음악’이 대세 사실 2008 상반기 가요계처럼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공존한 때도 드물었다. 1월에는 김동률이 4년만에 오랜 공백기를 깨고 감미로운 발라드 선율을 선사했고 2월에는 쥬얼리가 ‘원 모어 타임’(one more time)으로 복고 바람을 몰고 와 ET춤 열풍으로 이어졌다. 3월에는 거미가 가벼운 일렉트로닉 곡 ‘미안해요’로 음작적 변화를 꾀했고, 4월에는 과감히 소몰이 창법을 버리고 나타난 SG워너비의 5집 ‘라라라’가 사랑 받았다. 5월에는 반복되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에픽하이’ONE’과 코믹한 느낌의 MC몽 곡 ‘서커스’가 1위를 다퉜다. 6월에는 아이돌 그룹들이 솔로 및 유닛 활동에 나섰고 7월에는 엄정화, 이효리, 서인영 등 섹시 퀸들의 귀환이 이뤄졌다. 이렇듯 팔색조를 띤 2008년 가요 상반기 인기 곡들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편안함’을 주무기로 내세웠다는 것. 상반기 음반왕 김동률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앨범 성공 이유에 대해 “진중함과 웅장함 대신에 편안함을 추구한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분석했다. 3년 연속 음반 순위 우위를 차지한 SG워너비 역시 다소 무거웠던 창법을 버리고 흥겹고 쉬운 멜로디에 포크송풍 곡 ‘라라라’를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 음반 구매력 있는 20-30대 음악적 감성을 자극하라 대중문화 전문가들은 “음반 시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들은 여전히 아날로그 세대를 포함한 20-30대 라는 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중 음악 평론가 박은석 씨는 서태지 등 대형 가수들이 컴백하는 2008년 하반기 가요계에 기대감을 내비치며 “기존에 아성을 구축한 가수들을 기억하는 세대들의 향수를 자극해 이는 기대 심리로 작용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앨범 구매력이 있는 20-30대들의 음악적 감성을 자극하는 가수들이 음반 시장에서 선두에 놓인다는 것이다. 근 10년간 상반기 음반 판매 최고치를 기록했던 앨범도 이와 무관치 않다. 조성모(2000년, 155만장), 연가(2001년, 152만장), 김건모(2001년, 82만장)뿐만 아니라 올해 선두권을 형성한 김동률, 신화, 에픽하이, SG워너비, 브라운 아이즈 역시 30대 대중에게도 어필될 수 있는 음악성을 갖춰 비교적 폭넓은 사랑을 얻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 2008 하반기 음반시장 전망 밝다 ‘색시퀸vs아이돌vs대형가수’ 격돌 2008년 하반기 가요계는 역대 최고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면서 음반 시장도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와 그룹들이 대거 무대로 복귀하면서 전례에 없던 격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한국의 마돈나’ 엄정화에 이어 ‘섹시 아이콘’ 이효리가 지난 18일, 서인영이 오는 24일 잇따라 컴백하면서 늦여름까지 여성 가수들의 파워는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성 아이돌 그룹의 자존심 대결도 이어진다. 7월 말 빅뱅의 컴백을 중심으로 동방신기와 SS501에 이르기까지 대표 아이돌 그룹들의 막강 대결 구조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오는 8월 ‘문화 대통령’ 서태지까지 맞불을 놓는다. 이어 군복귀를 마친 김종국, 조성모의 앨범 준비 소식도 들리고 있어 2008 하반기 가요계는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전쟁터로 변할 전망이다. 한꺼번에 컴백을 알리며 맞대결에 나선 국내 정상급 가수들의 대격돌이 오랫동안 침체기에 들어 섰던 한국 음반 시장을 반등시키는 시너지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신문NTN 최정주 기자 joojoo@seoulntn.co.kr@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신문산업과 서울신문] ‘열정과 발품’으로 세상과 소통 꿈꾼다

    [서울신문 창간 104주년 특집-신문산업과 서울신문] ‘열정과 발품’으로 세상과 소통 꿈꾼다

    “기사 하나당 제목 다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나요?”“납활자에서 CTS시스템으로 바뀐 건 언제부터예요?” 지난 1일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서울신문 편집국에는 예비 언론인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한국언론재단 예비언론인과정에 재학 중인 김봉규(25), 임원식(27), 김연정(24), 최새론(24)씨가 그 주인공이다. 전날 사회부와 정치부에서 일일 기자체험을 한 이들은 본지 기자들이 현장에서 건져올린 기사들이 어떻게 지면을 장식하는지 함께 지켜봤다. 언론에 대한 열정과 애정, 날선 비판의 칼을 동시에 품고 있는 언론고시생들. 이들이 체험한 서울신문 제작현장을 함께 가 본다. 진행·정리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김연정 고려대 국어교육과 졸업 끊임없이 던지는 문제제기 기자의 덕목인 것 일깨워 기자의 눈과 기자 아닌 사람의 눈은 달랐다. 지난달 30일 취재에 동행키로 한 사회부 장형우 기자를 서울 혜화경찰서에서 만나 시청으로 함께 이동하는 길. 기자는 지하도를 걸으며 상인들이 서울시의 지하도상가 철거통지에 항의하며 내걸어둔 팻말들을 살피고 있었다. 광화문에 다다라서는 몇날 며칠 전경버스가 저렇게 길 한 편을 차지하고 세워져 있는 건 괜찮은 걸까,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같은 길을 걸어도 달리 보고 있었다. 끊임없는 ‘문제의식’의 힘이었다. 기자에게 ‘문제의식’이 얼마나 중요한지 시작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이날의 취재거리는 서울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농성 중인 시각장애인들.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에게만 안마사 자격을 허용하는 의료법이 합헌임을 주장하기 위해 인권위 앞에 모였다. 기자와 함께 시각장애인들이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건물 옥상과 대한안마사협회 서울지부 회원들 약 200명이 모인 건물 앞을 분주히 오갔다. 문득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기자는 외로운 직업”이라는 말이 실감났다. 누구를 만나서 이야기 들을지, 어디를 가볼지, 어떤 주제에 초점 맞출지, 기사를 어떻게 구성할지 스스로 알아보고 판단하고 정해야 했다. 취재 과정에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맹학교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이뤄지는 거의 유일한 직업교육이 ‘이료 과목(안마 관련 커리큘럼)’뿐이라는 점이었다. 고3에 내일모레가 기말고사인데도 시험도 포기하고 부모님 몰래 농성에 참가 중인 이명국(20)군의 얘기는 안마사란 이들의 외침대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일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했다.4시간 남짓 현장에 머무르면서, 더 취재하고 싶은 내용들이 줄줄이 생겨났다. 지난 1일에는 현장기자들이 취재를 마치고 송고한 기사를 편집-조판-인쇄하는 과정을 지켜봤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 방송기자들이 화려한 포즈로 녹음실을 들락거리며 뉴스를 만들어 내는 것과 달리 신문사에서 기사를 생산해 내는 과정은 꼼꼼함과 지난함이 동시에 요구되는 작업이었다. 사진기자가 필름카메라가 아닌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하고 취재기자가 수첩 말고 노트북도 꼭 들고 다녀야 하듯 취재과정은 점점 디지털화되어 가고 있지만, 편집 이후 과정은 여전히 아날로그식이다. 신문의 하루는 윤전기로 신문을 찍어내고 잉크를 말려 트럭에 싣고 각 지역까지 배달하는 것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서울신문 기자들의 쉴 틈 없는 ‘발품’과 ‘사람장사’는 매일 그렇게 새벽의 여명 속에 독자들에게 찾아가고 있었다. ■임원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쉴새없는 전화 벨·자판 소리 마감시간 기자실은 전쟁터 한나라당 당사 ‘기자실’ “뚜드드드…따다다닥…” 쉴 새 없이 두드려대는 키보드 소리에 숨이 막힌다. 여기저기서 울리는 “○○신문 모 기잔데요.”하는 건조한 음성은 긴장과 치열함으로 찌든 이곳의 ‘일상’을 고스란히 담은 듯하다.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4층 기자실. 한나라당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친이계와 친박계의 세력다툼 양상을 다들 기민하게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당사 맞은편 커피숍에 반장을 제외한 기자들이 모였다. 차가운 커피 한 잔에 목을 축이며 대화가 오간다. 주제는 역시 ‘촛불집회’. 최전선에서 뛰는 기자들답게 취재한 에피소드들이 생생하게 쏟아져 나온다. 시민들의 무고한 피해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민주당 의원들이 폭행당한 얘기로 이어지더니 요즘 청와대 내 분위기와 여당 경선 판도분석으로 귀결된다. 어쩌면 그것이 다른 부서와 정치부의 미묘한 차이인지도 모른다. 개별적 사안도 종국엔 전방위를 아우르는 정치적 사안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치부 기자들의 몫이자 역할이란 생각이 들었다. 김치찌개로 유명한 근처 식당을 찾았다. 식당 안은 인산인해였다. 저만치 서청원 의원과 친박계 의원들도 보였다. 오늘 홍희경 기자의 점심 약속은 한나라당 조윤선 국회의원의 보좌관인 정혜정씨와 잡혀 있었다.“(정치부) 기자들의 남는 시간은 대면 접촉 폭을 넓히기고요. 점심은 가급적 정치인과 약속을 잡아서 기자들과 함께 먹어요.” 전쟁이 시작됐다. 오전 내 취재한 뉴스들을 토대로 기자들은 마감시간을 앞두고 분주하게 기사작성에 돌입했다. 긴장감이 오전의 서너 곱절은 되는 듯하다.“누가 챙겼냐?”“그건 알아봤냐?”“뭐라 그러디?”“전화해 봐.”“하나 써.”반장의 지시는 좀처럼 세 어절을 넘기지 않았다. 이 ‘경제적인’ 화법 지금의 분주한 상황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예는 없을 듯하다. 한나라당 내 계파 싸움이 불거지면서 세인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가 있다. 박근혜 의원. 그에게 세 번째 갈등이 찾아왔다. 당내 지도자 경선 과정에서 친이와 친박의 대결이 그것. 국회헌정기념관은 이미 그의 지지자들만큼이나 많은 언론사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기자들 사이에는 이미 ‘무엇’을 위해 모였으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합의가 이뤄진 지 오래다. 주인공 등장. 조명이 켜지고 플래시가 마구 터졌다. 박 의원을 둘러싸고 본격적인 취재경쟁이 시작됐다. 쇠고기 수입과 현 국정운영 실태, 내각 개편, 당내 계파 갈등에 관해 질문이 쏟아져 나온다. 하루체험으로 지켜본 서울신문 정치부 기자들은 내게 그 모범답안이 되어 주었다. ■김봉규 성균관대 경영학과 4학년 ”발로 뛴 취재 현장의 고단함 초판 신문 받아드니 눈 녹듯” 지난 1일 종로경찰서는 50일이 넘게 이어지는 촛불 문화제의 집회신고를 받고 있었다. 경찰서 기자실은 현재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현장 일선에 있는 위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용했다. 저마다 노트북을 펴놓고 자판을 두드리거나 낮은 목소리로 통화한다. 사회부 김정은 기자 역시 노트북을 펴고 서울신문 내부 전산망에 접속한다. 편집국에서 온 당일 지면계획과 전달사항을 확인하고 수첩에 꼼꼼히 적는다. 우리가 갈 곳은 이날 새벽 압수수색을 당한 대책회의 사무실. 대책회의는 참여연대 사무실 일부를 빌려 쓰고 있다. 차를 타고 통인동으로 향했다. 이동 중에도 쉴 틈이 없다. 김 기자는 곧장 휴대전화를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한참 울리더니 이내 전화기를 내려놓는다.“에이, 수사과장 전화 꺼놨네.” 뒷좌석에서 쓴웃음을 짓는다. 정보과에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물품 내역을 묻지만 모른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압수수색이 종료된 참여연대 사무실은 적막했다. 기자는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사람들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 인권법률의료지원단 임태훈 팀장에게 곧장 가 바싹 다가앉는다. 압수물품을 물어보자 경찰이 준 압수물품 내역서를 보여준다. 편집국 전달사항에 있었던 내용을 다시 확인한다. 경찰이 어느 정도의 인원으로 어느 경로를 통해서 들어왔는지, 몇 시에 어디를 압수수색했는지, 수색절차를 지켰는지 꼼꼼히 받아적는다. 2일 찾아간 서울신문 편집국은 말 그대로 소리 없는 전쟁터였다. 상상 이상의 인력과 장비가 투입된다. 취재한 내용을 받아 편집해서 지면에 배치하고, 그래픽과 사진을 추가해 최종 결과물을 내보내는 과정은 하나의 거대한 공정이다.1면에 배치된 어제 취재 내용을 살펴본다. 취재한 내용이 한 문단에 간결하게 정리돼 있었다. 하루의 노력이 몇 문장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취재현장에 동행하지 않았다면 ‘예스’라는 대답이 자신있게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신문 제작이라는 거대한 공정에 시동을 걸고 연료를 주입하는 것은 기자다. 현장 최전선에서 창을 열어젖히고 세상과 대면한다. 그들의 눈에 비친 형상이 적절한 콘텐츠로 재생산돼 한 부의 신문이 된다. 고된 취재의 피곤함은 ‘경외의 대상’인 신문 앞에서 눈녹듯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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