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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난 나왔는데 찜질방 가 있으라고?”

    “피난 나왔는데 찜질방 가 있으라고?”

    “피난 나온 사람들한테 찜찔방 가라니요.” 24일 오후 3시. 100여명의 연평도 주민들이 인천 옹진구청으로 몰려왔다. 이날 오후 1시 두척의 해양경찰 경비함을 타고 연평도를 빠져나온 피난민들이다. 매캐한 화약내가 진동하는 ‘전쟁터’를 피해 육지로 탈출해 왔지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군청 직원들의 “일단 찜찔방에 가 있으라.”는 말뿐이었다. 전기도, 물도 없는 대피소의 찬 바닥에서 밤을 새우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운 주민들의 마음이 상처로 얼룩졌다. 최전방 영토를 삶으로 지키다 북한군 포탄에 집이 부서지거나 불 타 없어졌지만 피해 보상에 대한 언급은 한마디도 없었다. 당국의 ‘탁상행정’에 주민들이 분개한 것이다. 오후 2시. 인천 해경부두에 도착한 연평도 피난민들은 옹진군청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군청으로 가자는 주민들의 요구에 한 군청직원이 “군청에 가도 별 수 없다. 일단 찜질방으로 가시라.”고 종용한 게 발단이 됐다. 군청에서 준비한 버스 기사까지 나서 “군청으로는 갈 수 없다.”며 주민들의 군청 행을 가로막았다. 연평도에서 30년 넘게 어업을 해 온 김귀진(65)씨는 “한가하게 찜질이나 하라는 거냐.”라며 “일단 흩어져 있으라는 것 같아 불쾌하다.”고 말했다. 이번 폭격으로 집과 식당이 전소된 이향미(33여)씨는 “배를 곯며 밤을 새웠는데 식사 한끼 안 주는 군청을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군청 관계자는 “인천에 친지가 없어 갈 곳 없는 주민들에게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주민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쑥대밭 주택·포탄 파편… 영화 속 전쟁터 같았다”

    “처참함 그 자체다. 집은 무너져 폐허로 변했고, 영화 속의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한나라당 안형환·민주당 이춘석 대변인은 24일 각각 당 지도부와 함께 북한의 무차별 포격으로 큰 피해를 당한 연평도를 직접 둘러본 뒤 이같이 전했다. 안 대변인이 안상수 대표 등과 함께 연평도에 도착하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친 것은 상공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였다. 포격 직후 수십m까지 치솟았던 불길은 진화됐지만, 야산에 남아 있는 잔불이 연기를 뿜고 있었던 것이다. 안 대변인 일행을 태운 헬기는 포 사격으로 파괴된 해병대 착륙장 대신 인근 초등학교 운동장에 착륙해야 했다. 마을 곳곳에는 포탄 파편이 나뒹굴고 있었고, 면사무소 지붕은 폭발 충격으로 날아가 버렸다. 보건소 담벼락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허물어져 있었다. 특히 보건소 진료실 침대에는 피 묻은 거즈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 바닥에는 엑스레이 사진이 흩어져 있어 포격 당시의 긴박함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달 말 개장한 인조잔디 구장도 쑥대밭이 됐다. 그러나 다행히 북한의 도발 당시 대다수 주민은 바닷가로 나가 굴을 따고 있거나 산에서 나무를 심고 있어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다고 마을 주민들은 전했다. 남대리 주민 차태정씨는 “집을 나오고 있는데 50m 뒤에 포탄이 떨어졌다.”면서 “뒤쪽이 불바다가 되는 모습을 봤다.”고 아찔했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민주당 지도부와 함께 연평도를 찾은 이춘석 대변인이 전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건물 곳곳에 파편 자국이 선명했고, 이들이 찾은 지역의 야산은 화재로 불타버렸다. 이 대변인은 민간인 사망자 시신 2구를 발견한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민간인 사망자 시신을 직접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사망 장소인 공사장 컨테이너박스 주변에 장기의 일부로 보이는 것들이 흩어져 있었다.”고 전했다. 이 대변인은 또 “군은 전사한 해병대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이 포 파편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면서 “서 하사는 휴가를 가려고 배를 타러 부두로 나갔다가 복귀 명령을 받고 부대원들과 돌아가던 중 길옆으로 떨어지는 파편에 맞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 3명 중 2명은 발견한 지휘관이 치료 가능하다고 판단, 부대로 이동시켜 진료를 받게 해 생명을 건졌고 서 하사는 상처가 너무 심해 구호 조치를 취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해병대는 또 문 일병의 사망 원인에 대해 “사격개시 전에 통합생활관 옆 대피소에 60명이 대피해 있었는데 벙커 내 전기·식사시설·화장실이 없어서 4~5명이 밖에 나와 있었다.”면서 “문 일병은 그때 인근에 떨어진 포 파편에 의해 사망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민주당 측에 밝혔다. 이 대변인은 특히 군(軍)이 민간인 대책을 마련하는 데 소홀했다고 질타했다. 군사시설과 마을의 거리가 800m에 불과해 포탄 피해가 예상됐는데도 2차례 대피 방송을 한 것 외에는 별다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강주리·김정은기자 jurik@seoul.co.kr
  • [北 연평도 공격] 北 민가까지 무차별 포격 → 화염·산불 →軍 응사… ‘전쟁터 방불’

    [北 연평도 공격] 北 민가까지 무차별 포격 → 화염·산불 →軍 응사… ‘전쟁터 방불’

    조용한 연평도에 북한의 포탄이 날아든 것은 23일 오후 2시 34분이다. 하지만 북한의 공격 징후는 이날 오전부터 나타났다. 북한군은 해병대가 한달에 한번씩 해오던 포사격 훈련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면서 오전 8시 20분 우리 측에 전통문을 보내왔다. 내용은 오전부터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실시될 포사격 훈련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취지였다. 우리 군은 북한의 이 같은 반응을 무시하고 계획된 훈련을 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해병대의 K9자주포 사격 훈련은 연평도와 백령도에서 중국을 바라보는 서해쪽과 우리측 해역인 남쪽을 향해 이뤄졌다. ●北, 오전 “호국훈련 좌시 안겠다” 북한군은 우리 군의 포사격 훈련이 시작된 후 4시간여가 지나 연평도를 향해 포사격을 시작했다. 오후 2시 34분부터 2시 55분까지, 오후 3시 10분부터 3시 41분까지 2차례에 걸쳐 서해 연평도 북방 개머리 해안포 기지와 무도 기지에서 연평도로 해안포 등 수십발을 발사했다. 우리 군은 즉시 K9 80발 이상을 발사했다. 북한군의 도발로 해병대 병사 2명이 숨지고 16명이 부상했다. 마을 주민 3명도 경상을 입었으며 다른 주민들은 연평도 일대에 준비된 방공호로 대피했다. 이 가운데 수십발이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로 떨어져 민간인 3명이 부상했다. 합참 이붕우 공보실장은 “우리 군이 일상적인 해상사격 훈련을 서해 남쪽으로 실시하던 중 북한이 수십 발의 해안포를 발사했고 수발은 연평도에 떨어졌다.”면서 “이로 인해 연평도에 산불이 발생하고 인명피해가 났다.”고 밝혔다. ●북한측 지역도 큰 피해 추정 우리 군은 연평도를 직접 타격한 북한의 해안포 기지가 있는 육상으로 K9 자주포로 대응사격을 했다. 또 추가 도발시 강력히 응징하겠다는 내용의 경고방송도 했다. K9 자주포는 북한의 해안포에 비해 10배 이상의 위력을 가지고 있어 북한측 지역도 많은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군은 추정하고 있다. 또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한 대응전력으로 서해 5도 지역에 전투기를 출격시켰다. 출격한 전투기는 F-15K와 F-16 기종으로 알려졌다. 오후 3시 40분부터 20분간 한민구 합참의장과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이 만나 연합위기관리태세 선포를 검토키로 했다. [현장사진] “온동네가 불바다” 연평도에 北 포탄 ●軍 “사격훈련 해역 사전에 통지” 이어 국방부는 오후 5시 55분 남북 장성급회담 수석대표 명의로 북측에 전화통지문을 보내 도발행위를 즉각 중지할 것으로 강력히 촉구하고 경고 후에도 계속 도발할 경우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합참 관계자는 “오전 10시가 조금 넘어 매달 이뤄진 해상 포사격 훈련을 실시했으며 국제해상 항행통신망을 통해 훈련 해역을 알렸고 백령도 서쪽 및 연평도 남쪽 우리측 해상으로 사격을 했다.”고 말했다. 북한의 해안포 공격은 3시 41분에 중지됐으며, 우리 군은 북한의 움직임을 집중 감시하고 있다. 육군도 군사분계선(MDL) 인근 경계를 강화하고 추가도발에 즉시 대응하기 위해 모든 부대 장병들을 부대에 대기하도록 했다. 오이석기자 hot@seoul.co.kr
  • 대중문화계는 지금…아이돌 전쟁터

    대중문화계는 지금…아이돌 전쟁터

    요즘 연예계는 아이돌 ‘전쟁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이돌 그룹이 대중문화의 주류로 자리 잡았다. 가요는 물론 드라마, 공연계 모두 1년 내내 아이돌의 무차별 공습에 노출되면서 기존의 대중문화 생산 시스템 자체가 변하고 있다. ●아이돌 종횡무진… 대중문화 생산시스템 변화 요즘 가요계는 갈수록 짧아지는 노래 주기에 울상을 짓는다. 한달만 지나도 신곡이 구곡으로 느껴지는 빠른 주기에 가수는 물론 매니지먼트 관계자들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 가요 관계자는 “예전에는 노래 한곡을 3~6개월 정도 꾸준히 홍보했는데, 요즘은 한달 남짓이면 모든 활동이 끝나 버린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이런 변화의 핵심에는 아이돌 그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은 쏟아지는 아이돌의 홍수에 묻히지 않기 위해 1년에 2~3차례씩 신곡을 내고 음원 위주의 활동 경쟁을 벌인다. 한 아이돌 그룹 매니저는 “신곡을 내면 음원 차트에서 1주일 동안 1위를 버티기도 힘든 상황에서 3개월의 공백만 있어도 시장에서 잊힌다는 불안감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이돌 그룹 ‘소녀시대’와 ‘2AM’은 올해 1월, 3월, 10월에 걸쳐 3차례나 신곡을 발표하고 맞대결을 펼쳤다. 바로 직전에는 ‘2PM’이 6개월 만에 신곡 ´아일 비 백´을 내고 컴백했지만, 앨범을 발매한 지 불과 한달여 만에 활동을 마무리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룹 ‘2NE1’처럼 3곡의 타이틀곡을 동시에 홍보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한 아이돌의 생존 전략이다. 이렇듯 가요계가 1년 내내 물량 공세를 퍼붓는 아이돌 위주로 돌아가는 탓에 오랜 기간 공들여 정규 앨범을 작업한 기존 가수들이나 신인 혹은 언더그라운드 가수들이 신곡이나 후속곡 홍보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요즘엔 오랜 기간 인기를 끄는 ‘국민 가요’를 찾아보기 어려워졌고, 작곡자들의 음악 생산 패턴마저 변하고 있다. 가수 겸 작곡가인 윤종신은 “작사, 작곡에 공을 들인 노래일수록 4~5개월 지나서 반응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요즘 작곡가들은 2~3개월에 한번씩 뜰 수 있도록 간단명료하고 히트 패턴에 맞는 노래를 만들다 보니 줄거리가 있는 노래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JYP·SM 등 직접 드라마 제작 참여 한두달 가수 활동을 마친 후의 공백기라고 해서 아이돌의 얼굴을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안방극장이나 공연 무대에서 ‘제2라운드’가 펼쳐진다. 가창력이나 춤 실력보다는 연기나 입담, 예능 등 장외 대결이 더 치열한 경우도 많다. 22일 첫 방송 하는 SBS 월화 드라마 ‘괜찮아, 아빠 딸’에는 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슈주)의 동해, ‘씨엔블루’의 강민혁, ‘포미닛’의 남지현 등 3명의 아이돌이 동시에 연기 출사표를 던진다. 모두 데뷔작이다. 다음 달에는 ‘슈주’의 최시원과 성민이 SBS ‘아테나’와 KBS ‘프레지던트’에 각각 비중 있는 역할로 출연한다. 연말 공연계에서는 ‘슈주’의 규현과 SS501의 김형준이 뮤지컬 ‘삼총사’와 ‘카페인’으로 대결을 펼친다. 영화계에서는 ‘빅뱅’의 최승현이 영화 ‘포화 속으로’를 통해 배우로 안착한 가운데 ‘유키스’의 동호도 신작 영화 ‘이층의 악당’을 통해 스크린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최근에는 아이돌 그룹 기획사들이 아예 드라마 제작에 뛰어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내년 1월 방영 예정인 KBS 드라마 ‘드림하이’는 JYP엔터테인먼트와 키이스트의 합작 드라마로 두 회사의 수장인 박진영과 배용준이 직접 출연한다. 연예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스타 탄생의 과정을 그린 이 작품에는 ‘2PM’의 택연과 우영, ‘미스A’의 수지 등 JYP 소속 가수들이 대거 주연급으로 캐스팅됐다. 이에 맞대응이라도 하듯 SM엔터테인먼트는 2011년부터 드라마를 본격적으로 제작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들 회사는 드라마 해외 판권과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OST) 등을 통해 본격적인 한류 진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힘겨루기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아이돌 편중 현상, 언제까지? 이 같은 아이돌 편중 현상은 길어야 5년 남짓 되는 아이돌의 짧은 생존 주기와도 연관이 있다. 기획사는 신인 때 투자한 자금을 빨리 회수하기 위해 어떻게든 멤버들을 띄워 수익을 창출해야 하고, 그룹 해체 이후의 홀로서기를 염두에 둔 가수들은 활동하면서 연기자든 MC든 자기의 영역을 확고히 하기 위해 경쟁을 펼치는 것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다. 어쨌든 치열한 내부 경쟁으로 K-팝(pop) 활성화를 가져왔고, 신인 기근에 시달리던 안방극장이나 충무로에도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긍정적 평가가 하나 있다. 가수 신승훈은 “어느 시대에나 아이돌 그룹은 있었고, 이들이 침체된 가요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관심을 끌어올린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이돌 가수 활동을 다른 영역에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로 여기고, 이들의 티켓 파워에 기댄 작품이 양산되면서 작품성 하락과 기존 배우들의 상대적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도 공존한다. 강태규 대중문화평론가는 “연기 경험이 전무한데도 아이돌이라는 이유 하나로 주연을 꿰차거나, 티켓 파워 때문에 아이돌을 캐스팅해야 작품이 제작되는 주객전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몇 년씩이나 준비하고도 캐스팅에 번번이 미끄러지는 배우들도 안타깝지만, 아이돌 의존도가 점점 심해지면서 발생하는 작품의 품질 하락은 더욱 우려된다.”고 경계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교황, 스페인서 쓴소리 “동성결혼 불용”… 좌파정부 비난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스페인 좌파정부의 동성 결혼과 낙태 허용 등을 연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현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시대의 스페인에 빗대기까지 한 교황의 발언에 스페인 사회 일각의 반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AP통신, AFP통신 등은 베네딕토 16세가 7일(현지시간)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성 가족 성당)’ 성당 봉헌식에 참석해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사회당 정부가 신앙의 근간을 흔드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강력히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스페인 출신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가 설계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100년이 넘도록 공사가 진행되고 있으나, 이날 미완공 상태로 공식 축성식과 함께 본당 미사를 가졌다. 교황은 강론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는 성당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수와 성모 마리아, 성 요셉의 성스러운 가정에 바치는 성전”이라며 “가족은 정부의 재정적, 사회적 혜택을 받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확고한 사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스페인에서 확산되고 있는 동성 결혼과 이혼을 직접적으로 비난한 것이다. 베네닉토 16세는 전날 스페인의 가톨릭 성지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가는 비행기 내에서도 현재 스페인 정부를 1930년대 내전 당시의 공화국 정부와 비교하며 세속적인 경향의 확대를 경계한 바 있다. 스페인을 ‘유럽 가톨릭 신앙의 미래를 결정하는 전쟁터’로 묘사하며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 온 교황은 사파테로 정부의 동성 결혼 허용과 낙태 및 이혼을 손쉽게 하는 진보적인 사회 정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아 왔다. 스페인 라디오 채널 카데나 SER은 “교황이 오늘날의 스페인을 공화국 시기와 비교했다.”면서 “내전 시기의 폭력적인 반교회주의를 오늘날과 비유하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女談餘談] 신승훈과 ‘슈퍼스타K’/이은주 문화부 기자

    [女談餘談] 신승훈과 ‘슈퍼스타K’/이은주 문화부 기자

    얼마 전 데뷔 20주년을 맞은 가수 신승훈과의 인터뷰 자리에서도 단연 화제는 ‘슈퍼스타K’였다. 마침 다음날 올릴 공연에서 허각, 존박, 장재인, 강승윤 등 ‘슈퍼스타K(슈스케) 2’의 톱4와 리허설을 마친 그는 “그 친구들이 무대 위에서 너무 절제돼 있어서 여기 심사 볼 사람 아무도 없으니 편하게 하라.”는 조언을 건넸다고 말했다. 데뷔 20년이 된 가수와 아직 정식 데뷔도 하지 않은 지망생들이 한 무대에 서는 것은 가요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슈퍼스타K’가 몰고온 인기와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대회는 끝났지만, 톱4가 부른 음원이 각종 온라인 음악차트에서 기성가수들을 제치고 모두 10위권 안에 드는 등 인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슈퍼스타K’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승훈은 “요즘 젊은 세대들은 끈기도 없고 컴퓨터 음악에만 길들여져 있는 줄 알았는데, ‘슈퍼스타K’에서 데뷔도 안 한 젊은이가 기타 하나를 들고 노래하는데 음악적 진정성이 느껴져 감동받았다.”면서 “나 역시 아버지가 중학교 2학년 때 사준 기타를 잡으며 가수의 꿈을 키웠다.”고 털어놓았다. 지난 4일 어렵사리 만난 ‘슈퍼스타K 2’의 준우승자 존박은 “많은 분들이 ‘슈퍼스타K’를 보면서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노래 하나로 그동안 못 이뤘던 꿈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고 공감을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랬다. ‘슈퍼스타K’의 감동은 완벽한 가수라는 결과물이 아니라 그들이 꿈을 이뤄가는 과정에 있었다. 우승자뿐만 아니라 탈락자에게도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어떻게 보면 ‘슈퍼스타K’는 삶과도 닮은 부분이 많다. 우리는 모두 삶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매일매일 냉정한 심사위원의 평가 속에 울고 웃으며 살아가고 있다. 때문에 ‘슈퍼스타K’ 신드롬은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보내는 무언의 격려 메시지는 아니었을까. 이제는 더 이상 겉모습에 휘둘리지 말고 내면의 진정성을 바라보자고. 무조건 결과에 집착하기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여유를 가져보자고. erin@seoul.co.kr
  • 인재기용의 전략가… 인간 조조를 되짚다

    조조(曹操·155~220)는 후한 말기 환관 조등이 양자로 들인 조숭의 아들이다. 조조는 수많은 영웅들이 할거했던 위, 촉, 오 삼국시대에 뛰어난 지략을 발휘하며 최후의 승자로 우뚝 섰고 정치, 경제, 문학 등 여러 분야에서 수많은 공적을 남겼다. 그럼에도 간사하고 잔혹하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강조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남송 때 주희가 편찬한 ‘자치통감강목(資治通鑑綱目)’과 명나라 ‘삼국연의(三國演義)’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겠다. 중국 역사학계의 원로이자 조조 연구의 최고 권위자 중 한명인 대학자 장쭤야오는 ‘조조 평전’(남종진 옮김, 민음사 펴냄)에서 ‘한서(漢書)’와 ‘후한서(後漢書)’ ‘삼국지(三國志)’ ‘진서(晉書)’ ‘자치통감(資治通鑑)’ 등 정통 역사서에 근거하여 조조의 업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잔인했던 사람됨을 비난하면서도 조조의 온전한 면모를 객관적으로 재구성해 나간다. 조조는 권세 있는 가문에서 자라 20세 때 효렴(孝廉)으로 추천돼 낙양 북부위에 임명됐다. 위(尉)는 궐문 수비를 하며 치안을 담당하는 직책이다. 조조는 위였던 시절, 황제가 총애하는 환관의 숙부가 야간통행금지 규정을 어기자 가차 없이 죽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다. 낮은 관직임에도 세도가를 두려워하지 않고 폐단을 바로잡으려 진언하면서 혁신을 이루려는 정치가의 기백을 일찌감치 드러냈던 것이다. 자신의 젊은 인생에서 몇 차례 굴곡을 겪으며 담력, 식견, 능력을 세상에 드러낸 조조는 서른넷의 나이에 도위에 임명되면서 뜻을 펼치기 시작했고 동탁을 토벌하면서 시작된 그의 이후 인생 행보는 잘 알려져 있다. 조조의 독특한 성격과 전쟁터에서의 드라마틱한 사건, 흥미로운 이야기들은 널리 회자됐지만 정작 실제 인간으로서의 조조는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다. 저자는 조조 사후 여러 시대를 거치며 계속해서 엇갈렸던 평가들을 모두 되짚어보면서 좀 더 객관적인 모습의 조조를 재현해 내고자 했다. 즉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나타나는 그의 장단점과 사상을 자세히 분석한 것이다. 역사서에 나타난 전략가로서의 조조는 첫 걸음을 인재 기용에서 시작했다. 사람을 쓸 때 오직 재능만 기준으로 삼았고 특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른 생각으로 인재를 부리고 나아가 지력과 용력이 뛰어난 인재를 기용한다면 결국 천하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인재 한 사람을 얻을 때마다 크게 기뻐했다. 직무에 맞는 개인의 장점이 중요할 뿐 그 외의 사람됨이나 직무와 관련 없는 단점은 문제가 안 된다는 게 조조의 생각이었다. 조조가 인재를 모으려 한 ‘취사물폐편단령’(取士勿廢偏短令)의 ‘품행이 바른 인물이 반드시 진취적인 것은 아니며, 진취적인 인물이 반드시 품행이 바른 것은 아니다…한 개인이 단점이 있다 하여 등용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내용이 이를 말해준다. 이런 용인술은 자연히 신하들을 고무시키고 믿고 따르게 하는 힘의 근원이 되었다. 하지만 조조는 의심이 많아 항상 남을 시험했다. 특히 ‘내가 남을 저버릴지언정 남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 말라.’는 신조를 갖고 살았다. 조조는 또 수준 높은 작품을 남긴 문학가이기도 했다. 생활 속에서 학문과 문학을 쉽게 접했던 그는 시문에 애정을 갖고 활발한 창작 활동을 벌임으로써 악부(樂府)의 전통을 계승하고 새로운 형식의 사언시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가격 3만 5000원. 김문 편집위원 km@seoul.co.kr
  •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강지원 좋은세상] 우리는 왜 이렇게 전쟁처럼 살까

    하루하루가 전쟁이다. 순간순간이 전쟁이다. 아침 출근길, 후다닥 일어나 뛰쳐 나간다. 밥 한 숟갈 제대로 먹었나. 자동차 행렬, 끝이 없다. 지하철역에 늘어선 사람들, 문 열리기가 무섭다. 우르르 올라탄다. 이렇게 시작한 아침, 이런 전쟁터 같은 일상은 하루종일 계속된다. 얼굴 펼 시간이 없다. 온통 인상을 쓰고 산다. 길거리에서 부딪치는 사람들, 그들도 죄다 상을 찌푸리고 있다. 화가 난 것일까, 무슨 일에 저렇게 쫓기고 있는 것일까. 내 얼굴도 똑같겠지? 오죽하면 외국인들이 길 물어보기가 무섭다고 할까. 사람들이 집단화되면 더 전쟁같다. 기업·국가의 전쟁은 더 크고 끝이 없다. 열받은 사람들의 입에서는 고운 말이 나오지 않는다. 거칠다. 대화는 대결이 되고 경쟁은 전쟁이 된다. 정치판의 전쟁놀이, 환율전쟁·무역전쟁·판매전쟁 등 경제전쟁, 입시전쟁, 취업전쟁, 취재전쟁, 이념전쟁… 전쟁은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우린 전쟁하기 위하여 사나? 아니다. 살다 보니 전쟁을 하게 된다. 그러면 세상의 모든 사람이 전쟁처럼 사나? 아니다. ‘전쟁처럼’이 아니라,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게 사는 사람도 많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타날까. 근본적인 차이는 꿈과 비전, 목표를 설정하는 데서 나타난다. 어떤 이는 일등, 일류, 최고를 목표로 삼는다. 그것의 대상은 늘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이다. 이런 사회적 결과물들은 달콤하다. 그러니 그것들을 위해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된다. 그것을 위한 열정, 노력, 의지 등이 최고의 덕목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것을 쟁취했을 때의 성취감, 자신이 최고라는 자부심은 어느새 우쭐거리는 자만심으로, 최고를 누리는 오만함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우리네 삶의 진정한 목표는 과연 그것들, 돈과 권력 등등을 획득하는 데 있을까. 오히려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가 함께 따뜻하고 화목하고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이었으면 좋겠다는 것 아닌가.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더 좋은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수단일 뿐 궁극적인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들을 획득하는 과정도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돈, 권력, 지위, 명예, 인기 등등은 정말 달콤하다. 그것들은 크면 클수록 더 달콤하다. 그러니 그처럼 목표와 수단이 뒤바뀌면 당장의 그 달콤함은 우리네 삶의 행태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게 된다. 지나친 성취욕구, 과욕이 그것이다. 돈, 권력 등등을 찾으며 눈앞의 욕망에 빠져든다. ‘과욕사회’가 된다. 이런 과욕들이 충돌하면 ‘전쟁적 사회’가 된다. 이런 전쟁적 삶은 사람을 힘들게 한다. 장래를 불안하게 한다.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을 오고가다가 사고를 치게 한다. 전쟁 같은 삶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트라우마(trauma)다. 누구나 태어날 때부터 가난, 멸시, 학대, 애착 부족 등으로 이런저런 정신적 상처를 받는다. 이 상처들은 독이 되기도 하고 약이 되기도 한다. 이에 굴복해 실패한 이들은 자살에 이르기도 한다. 반면 상처를 이겨낸 성취욕구가 과잉으로 나타날 때도 문제가 생긴다. 이 나라 국민은 지난 짧은 역사 속에서 기막힌 상처들을 받았다. 그것은 집단적 트라우마가 되었다. 지금 그것들이 지나치게 과격하고 충동적인 양상으로 표출되고 있다. 돈? 벌어야 한다. 밥 먹고 살고 자식들 키우기 위해 돈은 벌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 돈·돈하는 세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감투? 권력? 명성? 인기? 그것들도 마찬가지다. 제 적성에 맞는 한 얻으면 좋은 일이다. 그러나 그것도 손바닥 비비고 뒷돈 먹어가며 물불 가리지 않고 해서는 안 된다. ‘적정사회’, ‘적정욕구’의 길을 찾아야 한다. 돈 좀 벌었다고, 권력 좀 쥐었다고, 명성·인기 좀 얻었다고 잘난 체하는 이들, 그들의 내면에는 깊은 트라우마가 자리잡고 있다. 호화 사치하는 이들, 사람 함부로 대하고 화 잘내는 이들도 마찬가지다. 이 전염병 같은 사회적 질병에 국가적으로 시급히 대처해야 한다. 변호사
  • 영화 한장면? …초근접 토네이도 동영상 ‘전율’

    영화 한장면? …초근접 토네이도 동영상 ‘전율’

    엄청난 위력을 자랑하는 토네이도가 미국 텍사스 주를 강타해 하룻밤사이 일대를 초토화 시킨 가운데 당시의 아찔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이 공개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24일 오후 5시 30분 경 텍사스주 나바로카운티 라이스 지역을 덮친 토네이도는 시속 125마일(약 200㎞)에 달하는 위력을 지녔다. 토네이도가 착륙한 뒤 곧장 현장시찰을 나간 나바로카운티 재난관리 조정관 에릭 메이어스는 차량 속에서 학교가 토네이도에 의해 산산조각이 나는 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한 그는 “우리는 지금 토네이도 중심에 있습니다!”를 외치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텍사스를 강타한 이 토네이도는 4명의 부상자와 학교·주택 수 채가 파괴되는 피해를 낳았다. 또 화물열차와 대형 트럭·차량 등이 전복되며 인근 10㎞내외가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아수라장이 됐다. 그러나 병원으로 후송된 4명은 경미한 부상이며 다행히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토네이도는 텍사스주 나바로카운티 뿐 아니라 인근 4개 도시를 강타하고 피해를 입힌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G20 환율중재 호재되나

    중국의 전격적인 금리인상은 주요 20개국(G20) 서울정상회의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환율 갈등의 강도를 다소 낮출 것으로 전망된다. 기준금리가 높이지면 차익을 노린 해외 자금이 대거 유입되고 위안화 절상 압박은 더욱 거세진다. 이런 측면에서 중국은 위안화의 절상 의지를 국내외적으로 피력했다는 의미가 있고,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서방의 거센 압력을 비껴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우리로서는 환율분쟁 해결에 다소 유리한 이번 조치에 대해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이번 금리인상 시기가 G20 정상회의가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다분히 의도적인 제스처라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 6월 캐나다 토론토 G20 정상회의를 일주일 앞두고서 위안화 환율 시스템 개혁을 선언했고, 당시 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절상 문제 논의도 흐지부지됐다. 따라서 이번 금리 인상 조치로 G20 서울정상회의에서 위안화 압박 수위는 다소 낮아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환율전쟁의 또 다른 한축인 미국도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고 있어 서울정상회의가 다소 숨통이 트이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미 재무부는 중국에 대한 ‘환율 조작국’ 지정 여부가 포함될 하반기 환율 정책보고서 발표를 연기했고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도 “9월 초부터 위안화 절상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중국의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며 우호적인 평가를 내렸다. G2(미국, 중국)의 이러한 유화 제스처가 일단 의장국인 한국에는 환율 갈등의 중재안 도출에 있어서 호재로 보인다. 적어도 이번 G20 정상회의가 ‘환율 전쟁터’가 될 것이란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났고 한발 더 나아가 극적으로 환율갈등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오일만기자 oilman@seoul.co.kr
  •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조율 1차관문 G20 경주회의’ 한국 어떤 중재안 내놓을까

    오는 22일부터 이틀간 경주 힐튼호텔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의장국으로서 환율전쟁에 대한 우리나라의 조율 능력이 첫 무대에 서게 된다. 이 자리에서 환율 문제를 중재하면서도 한쪽으로만 이목이 쏠려 포괄적인 이슈에 대해 관심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환율 갈등을 중재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신흥국과 선진국에 상대의 입장을 얼마나 이해시키느냐 하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세 가지 중재방안을 제시한다. 우선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 각국이 공조 이전에 자국의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행보를 거듭하는 것은 국제 공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가 일본의 환율 공세에도 개별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국제 공조로 풀려 하는 것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미국이나 일본의 유동성 확대 정책이 이들 국가의 내수에 도움을 주기보다 상대적으로 신흥시장의 경제여건까지 악화시켜 결국 세계경제의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다. 각국이 환율 하락을 경쟁적으로 유도할 경우 실질 환율은 변동이 없어 수출 증가의 효과가 없어질 수도 있다는 점도 설득 포인트다. 따라서 환율 조정을 유도한 2003년 두바이 G7합의의 ☆전례를 부각시키자는 의견이 많다. 실제 1985년 플라자 합의처럼 각국이 금리를 낮추고 재정을 풀면서 달러 약세를 만드는 종합적이고 강한 조치는 힘들다.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재정 능력이 소진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경주 장관회의는 G20 서울 정상회의를 3주 앞두고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주재로 서울회의의 주요 의제에 대한 점검과 조율을 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따라서 환율 전쟁에만 이목이 쏠리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이번 회의는 ▲세계경제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성장을 위한 협력체계(G20 프레임워크) ▲IMF 개혁 및 글로벌 금융안전망 ▲금융규제 개혁 ▲금융소외계층 포용과 에너지 등 기타 이슈 ▲코뮈니케 서명 등 5개 세션으로 구성된다. 장민 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 실장은 “결국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유동성 공급 정책이 부메랑이 되어 세계경제 성장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중국의 이견이 워낙 큰 데다가 선진국의 경기회복세가 계속 둔화될 것으로 예상돼 합의안이 도출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美 환율보고서 발표 또 연기

    중국의 위안화 절상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가운데 미국 정부가 지난 15일로 정해진 올 하반기 환율정책보고서 발표를 연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의 녹색산업 보조금 지원 여부에 대해 조사에 나설 것임을 밝히면서 통상문제를 바짝 조였다. 미국 법률상 재무부는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에 대한 보고서를 6개월마다 의회에 제출하게 돼 있는데, 올해 하반기분 보고서 제출 시한이 15일이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전반기 보고서도 4월로 정해져 있던 시한을 넘겨 7월 뒤늦게 발표했다. 환율보고서 발표 연기는 위안화 절상 문제 등 중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를 둘러싼 오바마 행정부의 곤혹스러운 입장을 보여 준다. 하반기 환율보고서는 다음 달 서울에서 열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에나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다음 달 2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오바마 행정부가 16년 만에 처음으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나 결국 국제현안에 대한 중국의 협력이 절실하다는 현실론이 우세했다. 이란과 북한의 핵문제를 포함해 국제사회에서 미·중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고 환율조작국 지정이 효과 없이 중국의 반발만 불러일으키며 통상 마찰을 낳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론이 제기돼 왔다. 이 같은 미국 정부의 입장을 반영하듯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15일 “지난 9월 이후 위안화 절상에 속도를 낸 중국의 조치를 인정한다.”면서 “이런 과정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위안화 절상과 관련해 진전을 인정하는 발언이다. 한편 중국 신화통신은 지난 16일 왕치산(王岐山) 부총리가 전날 밤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전화통화해 양국 경제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후진타오 주석의 특별대표인 왕 부총리가 버락 오마바 대통령의 특별대표인 가이트너 장관과 약속에 따라 전화통화를 했다.”고 전해 위안화 환율 등과 관련, 양국 정상 간 간접대화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워싱턴 김균미·베이징 박홍환특파원 kmkim@seoul.co.kr
  •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샌드위치 원화 ‘錢爭’ 45일새 6.6% 절상 ‘총상’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샌드위치 원화 ‘錢爭’ 45일새 6.6% 절상 ‘총상’

    8월까지만 해도 환율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주된 이슈가 아니었다. 몇몇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미국과 중국(G2) 등 일부 국가의 싸움이 일본, 브라질, 태국까지 번지면서 지구촌 전체의 싸움으로 변했다. 더구나 환율전쟁은 자칫 보호무역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G20은 난제(환율)를 피해 갈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계는 환율을 두고 난타전 중이다. 너 나 할 것 없이 다른 나라 화폐가 지나치게 높다고 손가락질하며 헐뜯는다. 경기부양을 위한 수단이 소진된 상황에서 자국의 화폐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리는 것이 유일한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알렉세이 쿠드린 러시아 재무장관은 “미국이 세계 외환시장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 EU 고위 관리도 “미국의 통화 완화 정책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일본 총리와 재무장관도 수출 경쟁국인 우리나라와 중국을 향해 “공통의 룰 속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하는 등 도를 넘은 비판에 나섰다. 싸움의 시초인 미국과 중국의 갈등 역시 여전한 가운데 이런 난타전은 모든 대륙으로 확대된 모습이다. 문제는 말싸움이 몸싸움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태국 정부는 지난주 바트화의 절상을 막겠다며 외국인 투자자에게 15%의 세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브라질도 투기성 단기자본에 부과하는 세율을 2%에서 4%로 인상했다. 일본도 지난달 2조엔(약 27조원)을 투입해 엔화 가치를 낮추려고 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환율전쟁이 보호무역주의로 확산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이미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는 중국 등 환율조작 의심을 받는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 대해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의결해 하원 전체회의로 넘겼다. 지금은 위안화 절상을 위해 중국에 칼날을 겨누는 양상이지만 머지않아 보호무역이란 칼은 불특정 다수의 국가로 향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가 중재자의 역할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의장국이란 지위를 넘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환율갈등이 심화된 지난달 초 이후 원화절상률은 6.6%(15일 종가 기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의 2배(3.1%) 중국의 3배(2.3%)에 달한다. 각각 11.2%와 10.9%를 기록한 호주 달러와 유로 다음으로 돈 가치가 오르는 속도도 빠르다.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가 다른 G20 국가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의 수출의존도는 43.3%로 미국(7.5%), 일본(11.4%), 중국(24.5%)과 비교할 때 약 1.7~5.7배 높은 수준이다. G20 회원국 가운데 세계 10대 수출국에 포함되는 독일(33.8%)이나 프랑스(18.2%), 이탈리아(19.2%), 영국(16.2%)보다도 수출에 의존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수출로 먹고사는 비중이 높은 나라일수록 돈 가치가 올라가면서 나타나는 부작용이 크다.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이 1%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0.05%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07%포인트 하락한다고 전망했다. 계산상 9월 이후 최근 한 달 반 동안 한국의 수출증가율은 0.33%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46%포인트 떨어졌다는 말이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우리는 의장국이라 운신의 폭이 좁지만 수출의존도는 높아 자칫 잘못하면 환율전쟁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게 될 수도 있다.”면서 “현재는 갈등의 조정자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당면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결국 피할수 없으니 즐겨야(?) 하는 상황이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MB ‘환율·영토’ 중재자 성공할까

    이명박 대통령이 ‘중재자’ 역할에 성공할까? 이 대통령이 글로벌 환율전쟁과 중·일 간 영토 분쟁과 관련해 ‘조정자’로서, 일정한 성과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당장 급한 것은 환율마찰과 관련해 다음 달 12일 열리는 서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각 나라의 이견을 수렴해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하는 일이다. 환율문제는 나라마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낙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패하면 서울 G20회의의 주요 이슈인 글로벌 금융안전망 구축, 국제통화기금(IMF) 쿼터 배정 등이 뒷전으로 밀리고 회의장은 환율전쟁터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 이 대통령이 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중재자’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오는 22일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 개막식에 직접 참석하기로 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대통령이 최근 “G20 회의를 개최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떤 (일정한) 결과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자주 강조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3’에서도 이 대통령은 또 한번 ‘중재자’역할을 맡는다.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를 둘러싼 중·일 간 영유권 분쟁에 관해서다. 지난 4, 5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이 대통령이 간 나오토(菅直人) 일본 총리 및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잇달아 만나 이 문제를 포함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제안했고, 양쪽 모두에게서 수락의사를 얻어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日 “¥ 풀어 ₩ 사들이자” 강경론

    [G20 정상회의 환율전쟁터] 日 “¥ 풀어 ₩ 사들이자” 강경론

    일본이 한국을 상대로 한 환율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간 나오토 총리, 노다 요시히코 재무상이 한국의 환율 정책을 문제 삼은 데 이어 이번에는 엔화를 풀어 한국 원화를 사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나 전자산업을 위협하고 있는 한국의 원화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정·재계를 망라한 전방위 공세인 셈이다. 이는 엔 시세가 지난 1995년 4월에 기록한 사상 최고치(1달러 79.75엔) 목전까지 상승하고 있는 반면 한국 통화당국은 환율 개입을 통해 자국 통화 상승을 억제하고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원화의 달러에 대한 시세는 1100원대로 지난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쇼크 직후와 큰 변화가 없다. 그러나 엔의 달러에 대한 시세는 2008년 9월 110엔대를 기록했던 것과 비교해 큰 폭으로 절상됐다. 재계단체인 경제동우회의 마에하라 긴이치 부대표간사는 “일본 메이커가 엔고로 고전하고 있는 한편 한국의 자동차와 가전 제품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회복시기키 위해 정부와 일본은행은 원화를 매수하고 엔화를 매도하는 환율개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원화 매수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자본거래 규제를 하고 있어 엔화와 원화를 대규모로 거래할 수 있는 시장이 없다.”면서 “달러·엔 시장과 달러·원 시장을 우회하는 변칙적 방법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화 매수 등 강경론이 쏟아지는 것은 엔고로 일본 기업이 한국과의 경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엔고 저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한 불만의 표시라는 해석도 많다. 실제로 일본 기업들의 엔고에 대한 공포는 현실화되고 있다. 일본 자동차 대기업이 해외로 생산 거점을 옮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 자동차는 최근 주력 승용차인 ‘캐롤라’의 수출을 2013년까지 중지키로 결정했다. 수출물량의 생산을 모두 해외 공장에 이관한다는 방침이다. 엔고로 일본에서의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쓰비시 자동차도 개발중인 주력 소형자동차를 2012년초부터 태국에서 생산해 일본에 판매키로 했다. 가격 경쟁이 심한 소형차의 생산을 일본 국내에서 지속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고 소형차의 생산공장을 단계적으로 해외로 옮길 방침이다. 하지만 일본의 환율공세에 대한 비판 여론도 잇따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지난 15일자 ‘타국 환율정책에 대한 언급은 부적절하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도 지난달 약 2조엔의 대규모 환율시장에 개입해 한국과 같은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가슴 먹먹한 감동·희망 담아

    11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본 시인의 언어는 ‘단순하고 단단하고 단아’(시 ‘3단’ 중에서)했다. 얼굴 없는 시인이었으며 스스로 ‘실패한 혁명가’라 부르는 박노해(53)씨가 1999년 ‘겨울에 꽃핀다’ 이후 처음으로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느린걸음 펴냄)를 출간했다. 10년 넘게 쓴 5000여편의 시 가운데 304편을 추린 시집은 560쪽으로 웬만한 소설책보다 두껍다. 시는 쉽고 소박한 언어로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감동적이고 희망찬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신문로 ‘나눔문화’(박노해 시인이 이끄는 시민단체) 사무실에서 시집 출간을 기념해 기자들과 만난 박씨는 “1984년 첫 시집인 ‘노동의 새벽’ 발간 후 긴 수배 길과 지하 밀실 고문장, 사형 선고, 무기 교도소를 살아 나왔다. 시인다운 운명의 길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군사 정부의 금서 조치에도 100만부 가까이 팔린 ‘노동의 새벽’으로 박씨는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인물이 되었다. 1988년 자유의 몸이 된 그는 지난 10여년간 지구 곳곳의 가난과 분쟁의 현장을 찾아다녔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직후 전쟁터로 날아가 시작한 평화활동은 지금까지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중남미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시인은 시가 출판되지 않은 지난 11년간에 대해 “슬프게도 길을 잃어버렸다.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고 싶지 않았다.”며 “하지만 10년의 침묵 정진 세월 동안 단 하루도 시를 쓰지 않은 적은 없다. 시가 없었다면 미치거나 자살했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깊은 밤 홀로 앉아 꾹꾹 눌러 쓰다 보면 숨죽인 통곡처럼 펜 끝을 통해 시가 흘러나왔다며 죽는 날까지 처절하게 시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의 언어가 가 닿은 지점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다. 참혹한 전쟁과 테러의 현장에서 고대문명의 근원까지 거슬러 오르지만 그 말들이 결코 거대하거나 무겁지만은 않다. “나는 눈을 감고 스윽슥/ 아이폰 모니터를 벗기고 들어간다// 공돌이로 살아온 내 기억의 속살을/…아이폰 속의 반도체와 하드웨어와 모니터를 만드는/ 가난한 나라 가난한 공돌이 공순이들/ …유독한 화학물질과 방사선을 다루며/ 헥산 중독과 백혈병과 암에 걸려/ 스마트하게 버려지는 젖은 눈동자들”(시 ‘아이폰의 뒷면’ 중에서)처럼 잠깐 빌린 휴대전화의 뒷면에서 시인은 ‘보이지 않는 살인자들의 세계화’를 본다. “저 차가운 삼성 블루/ 일그러진 돈의 원 안에 들어가면/ 생명도 양심도 영혼도/ 우리들 살아 있는 미래도/ 하얘져/ 쌔하얘져”(시 ‘삼성 블루’ 중에서)와 같이 세계화된 자본 권력에 대해서는 비판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그러나 시 대부분은 아프가니스탄에서 만난 아이들의 눈동자,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줄 것, 동네에서 열린 한국-베트남 돌잔치 등 생활에서 소재를 구한 ‘희망의 노래’ 들이다. 시인은 신간 시집 ‘그러니 그대’에 대해 지구 시대의 ‘노동의 새벽’이라고 정의했다. “지금 우리는 ‘주체의 실종’ 시대를 살고 있다. 돈이 있는 자나 없는 자나 삶이 없고 내가 없다. 40~50대는 언제 정리해고가 될지 모르고, 20~30대는 일다운 일자리가 없어 잉여인간이 되고 있다.”며 “달릴수록 영혼이 증발되고 ‘살아남기’가 삶을 잠식해 가는 ‘저주받은 자유’의 시대에 우리에겐 축적이 아닌 혁명이 필요하다.”고 시인은 강조했다. 이어 “2014년 출간을 목표로 삶의 총체적 진보 이념을 담은 책을 집필 중”이라며 “이 책을 내면 실패한 혁명가로서 마음의 빚을 다 갚고 자유롭게 행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낡은 흑백 필름 카메라를 들고 분쟁 현장을 누빈 시인의 ‘빛으로 쓴 또 다른 시’들은 오는 25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리는 사진전 ‘나 거기에 그들처럼’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靑 ‘G20 모드’로

    靑 ‘G20 모드’로

    청와대가 ‘G20 모드’로 탈바꿈했다. 이명박(얼굴) 대통령이 “이제부터는 다른 어떤 일보다 주요 20개국(G20) 준비에 ‘올인’하라.”고 최근 수석비서관들에게 지시한 이후 나타난 변화다. 이 대통령 스스로도 G20과 관련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회의 개막을 한 달 남긴 상황에 G20 회의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높이고, 홍보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부터는 G20과 관련한 행사도 많아지고 이 대통령의 관련 발언도 훨씬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이 대통령은 11일에는 청와대로 외신기자들을 초청, 오찬간담회를 갖는다.주요 통신사의 서울지국장 등 80여명의 외신기자들이 참석한다. 이 대통령은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서울 G20회의 준비 상황 등에 대해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G20 관련 보고도 11일부터 ‘일일보고’ 체계로 바뀐다. 지금까지는 2주에 한 번씩 월요일에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에서 이 대통령에게 상황보고를 하는 정도였지만, 이제부터는 ‘데일리 체크’를 하게 된다. G20 의제 관련 진척도 ,국민적 관심도 등에 대한 내용이 이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될 예정이다. 또 오후에는 청와대 외교·경제·홍보수석실에서 G20 관련 각 분야별 준비상황을 이 대통령에게 종합적으로 보고한다. 이 대통령은 또 이달 하순 경주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도 직접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각국의 ‘환율전쟁’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자칫 서울 G20 회의가 ‘환율전쟁터’로 변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전에 중재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또 이달 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3’ 정상회의도 평상시 같으면 하루 정도 머물렀지만, 이번에는 2박 3일 전 기간 참석한다. G20 회의의 주요 의제가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의 조화로운 성장인 만큼, 이 대통령은 가능한 한 많은 동남아시아국가들과 양자 회담을 갖고 G20 회의에 전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北 “核 더 강화할 것”

    박길연 북한 외무성 부상은 29일(현지시간) “미국 핵 항공모함이 우리 바다 주변을 항해하는 한, 우리의 핵 억지력은 결코 포기될 수 없으며, 오히려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박 부상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핵무기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는 한편 천안함 사태 이후 강경해진 한국과 미국 정부의 대응을 정면으로 비난했다. 박 부상은 “책임 있는 핵무기 국가로서 우리는 다른 핵 보유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핵 비확산과 핵물질의 안전한 관리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 동참하려고 한다.”고 말해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했다. 박 부상은 이어 “우리의 핵무기는 다른 사람을 공격하거나 위협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자기 방어를 위한 억지력”이라면서 “만일 선군정치에 의한 강력한 전쟁 억지력이 없었다면 한반도는 이미 수십 차례에 걸쳐 전쟁터로 변했을 것이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은 파괴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 대해 “통일과 공동번영, 화해를 향한 전진인 2000년 6·15 공동성명과 2007년 10·4 선언을 거부하고, 반통일적이고 대립적인 이른바 ‘3단계 통일방안’으로 남북 관계를 단절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부상의 발언은 조선 노동당 대표자회 이후 나온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북한 당국의 첫 입장 표명으로, 지난해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남관계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며 남한에 대한 비방을 삼갔던 것과 대비된다. 본격적인 6자회담 재개 논의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의도와 별개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후계체제 구축에 주력해야 하는 상황을 맞아 당분간 대외 강경노선을 견지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도 해석돼 북한의 향배가 주목된다. 워싱턴 김균미특파원 kmkim@seoul.co.kr
  • 동병상련의 상봉

    동병상련의 상봉

    이라크 전쟁터에서 아들을 잃은 미국인 어머니 9명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 쿠르드족 지역 술라이마니야에서 같은 슬픔을 겪은 이라크 여성 수십 명과 만나 정이 담긴 포옹을 했다. 이들은 서로의 고통과 마음의 상처를 위로하고 화해의 장을 만들었다. 미국 버지니아주에 본부를 둔 여성지원단체 ‘존경받는 가족연대’가 주선한 3일동안의 이라크 방문 프로그램에서였다. ●美어머니 9명 3일간 이라크 방문 AP는 지난 25일 이라크에 도착한 미국 어머니들 가운데 일부는 비행기 트랩에서 내리자마자 땅에 입을 맞추는 등 이국만리 낯선 땅에서 산화한 아들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표시하기도 했다면서 27일 이들의 여정을 전했다.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코도바에서 온 엘레인 존슨은 “여기에 오기 전까지만 해도 아들의 전사에 대해 분노의 마음이 가득했다.”면서 “그러나 이라크 어머니들과의 만남을 통해 이제는 아들의 전사를 받아들이게 됐고, 마음의 평화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존슨의 아들 다리우스 제닝스 상병은 2003년 11월 팔루자 전투에서 전사했다. 솔트레이크시에서 온 애미 갈베스는 “방문을 마치고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귀국할 것”이라고 마음의 화해를 다짐하면서 “내 마음의 한 조각은 영원히 이라크 땅에 머물 것”이라고 웹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그녀는 블로그에서 “비행기가 착륙할 때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아들이 생애의 마지막 시간을 보낸 땅에 내가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녀의 아들 암담 갈베스 하사는 2006년 전사했다. ●“처음엔 분노… 지금은 마음에 평안” 사담 후세인 정권의 쿠루드족 학살 때 양친과 형제자매 4명을 잃었다는 쿠르드족 레로즈 나세르는 “미국 어머니와 포옹했을 때 그 심정을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눈물로 서로 느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우리는 눈물을 통해 비통과 고통을 나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군의 공격으로 자식들과 가족을 잃은 이라크 어머니들도 방문한 미국 어머니들과 여성으로서, 어머니로서 꼭 끌어안으면서 가해자와 피해자를 떠나 이해와 화해를 하게 됐다. 가족연대 바그다드 지부의 나왈 아킬 부소장은 “미국과 이라크 어머니들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는 같은 시련과 고통을 겪었다.”면서 “이번 행사 목적은 각자의 고통을 털어놓음으로써 평안을 찾도록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P는 미국과 이라크의 어머니들이 화해와 포옹의 시간을 갖는 동안에도 유혈사태는 수그러들지 않고 이어졌다고 전했다. 지난 주말 수도 바그다드와 바그다드 서쪽 반군 거점이던 팔루자 부근에서는 반군의 공격으로 경찰 등 공무원들이 살해당하고, 북부 모술과 바그다드의 수니-시아파 공동거주지역에서는 여러 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드라마국장이 전망한 하반기 안방극장

    드라마국장이 전망한 하반기 안방극장

    요즘 안방극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다. 매달 새로운 드라마가 쏟아지는 데다 시청자들의 안목이 높아져 웬만한 작품으로는 높은 시청률을 끌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추석 이후 안방극장은 본격적인 하반기 결전에 들어간다. 방송 3사 드라마 국장에게 ① 2010년 상반기 결산과 하반기 전망 ② 하반기 기대작과 관전 포인트 ③ 최고의 경쟁작과 그 이유를 물었다. ●이응진 KBS 드라마국장 “경쟁작 될 ‘역전의 여왕’ 기대” ① ‘아이리스’부터 ‘제빵왕 김탁구’까지 상반기에 강세를 보인 KBS 수목드라마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안방극장에서 사랑받았다. 특히 ‘제빵왕 김탁구’는 삶의 가치를 관통하는 통속극의 묘미를 선보였고, ‘신데렐라 언니’는 고전 비틀기, ‘추노’는 민중사극, ‘아이리스’는 종합적인 테크닉의 발전을 각각 보여 줬다. 하반기에도 새로운 장르 속에서 극적 장치가 선명하고 완성도를 추구하는 제작 패턴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② KBS는 새 수목드라마 ‘도망자’(29일 첫 방송)와 ‘프레지던트’에 거는 기대가 크다. ‘도망자’는 비·이나영·다니엘 헤니 등 스타 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해 국내 무대를 넘어 아시아 전체를 겨냥한 작품으로 한국 드라마를 국제 무대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추노’의 곽정환 감독-천성일 작가 콤비가 유쾌 발랄한 드라마를 선보일 것이다. 12월 방영 예정인 ‘프레지던트’는 정치적인 소재를 활용하기는 했지만, 대통령이 되려는 집안의 가족사에 얽힌 이야기다. 정치 무대와 가족 이야기를 병행해 대본이 탄탄하고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11월 ‘근초고왕’부터 시작되는 KBS 대하드라마 시리즈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③ MBC 새 월화드라마 ‘역전의 여왕’(10월18일 첫 방송)에 관심을 갖고 있다. 전작인 ‘내조의 여왕’이 인기가 있었을 뿐만 아니라 시즌2로 제작되는 작품으로 한국 드라마의 시즌제 정착 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운현 MBC 드라마국장 “‘도망자’, ‘대물’ 가장 신경쓰여” ① 이제 드라마 시장에서 일관된 트렌드를 찾기 어려워졌다. 대신 우연적인 편성의 흐름이 작용할 뿐이다. 상반기에는 월드컵 등 외부적인 요인이 드라마 시장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고, 그 속에서 분위기가 KBS로 흘러간 느낌이 있다. 하반기에 ‘추노’ 콤비의 후속작 KBS ‘도망자’와 ‘아이리스’의 스핀오프격인 SBS ‘아테나’(12월 방송 예정), 최초의 여자 대통령 이야기를 그린 SBS ‘대물’(10월6일 첫 방송) 등 대형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자못 궁금하다. MBC는 그에 맞서 알찬 내용과 콘텐츠로 승부를 걸 생각이다. ② 하반기에 내놓는 신작 드라마 3편이 모두 기대작이다. 세 작품 모두 색깔이 다르고 경쟁력이 있어 반전을 노려볼 만하다. ‘내조의 여왕’ 후광을 노리는 ‘역전의 여왕’은 박지은 작가와 김남주를 제외하고 인물들의 직업 및 역할 등 모든 것이 다 바뀐다. 거기에 정준호, 박시후 등 새로운 배우들이 대거 투입돼 기대감이 높다. ‘역전의 여왕’이 코미디를 강조했다면 ‘장난스런 키스’ 후속인 수목극 ‘즐거운 나의 집’(10월27일 첫 방송 예정)은 미스터리적 요소에 멜로가 강화된 작품으로 관록 있는 두 여배우 황신혜와 김혜수의 연기 대결이 볼만할 것이다. 새 주말 드라마 ‘욕망의 불꽃’(10월2일 첫 방송)은 요즘 흥행 아이콘인 서우·유승호 등 젊은 배우부터 신은경·조민기·김희정 등 탄탄한 중견 연기자들의 호흡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③ 아무래도 톱스타와 거대 자본을 앞세운 KBS ‘도망자’와 SBS ‘대물’이 가장 신경이 쓰인다. ●허웅 SBS 드라마국장 “드라마 무게중심 男 → 女로” ① 2010년 하반기를 대작으로 마무리하려는 방송사들의 블록버스터 드라마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올해 하반기는 KBS ‘도망자’, SBS ‘아테나’, MBC ‘역전의 여왕’ 등 시장에서의 성공을 기반으로 한 최신 유행 드라마의 경연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에 남자들의 이야기를 내세운 작품들이 많았다면 하반기는 무게중심이 여성 쪽으로 몰린다는 것도 특징이다. ② 하반기 SBS는 현빈·하지원의 ‘시크릿 가든’(11월13일 첫 방송 예정), 정우성·수애·차승원의 ‘아테나’ 등 중량감 있는 기대작이 많지만, 그중에서도 새 수목극 ‘대물’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 ‘시티홀’이 시장의 정치 입문기를 통해 지방자치제도를 조망했다면 ‘대물’은 여성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정치 현실에 한 발 더 나아간 작품이다. 이 드라마는 정의감에 불타는 평범한 시민이 우연히 대권을 잡는 과정을 통해 정치가 선거때만 쟁점이 되는 소재가 아니라 우리 가까이에서 충분히 희망과 기대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려 한다. 특히 주연 배우인 고현정과 권상우의 연기 조합이 상당히 잘 어울린다. 현장에서 고현정은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를 보여 주고, 상대역인 권상우도 앞뒤 안 가리고 행동하는 열혈 검사 역할을 맡아 캐릭터에 적확하게 맞아떨어지는 연기를 보여 주고 있다. ③ MBC ‘역전의 여왕’은 전작이 여성 시청자들에게 공감을 얻었고 시원하게 해준 부분이 있어서 그런 쪽으로 어필한다면 ‘의외의 복병’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즐거운 나의 집’은 대본이 재미있었다. 여기에 연기와 연출의 삼박자가 어우러진다면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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