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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프리뷰]’늑대소년’ 송중기, 그의 변신이 놀라운 이유

    꽃미남 배우 대열의 맨 앞에서 활약하는 배우 송중기가 영화 ‘늑대소년’을 촬영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은 ‘정글북’에 나오는 귀여운 캐릭터의 ‘모글리’를 연상했다. 뽀얀 피부와 동그랗고 큰 눈이 애니메이션 속 늑대소년과 판박이임을 본인도 부인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송중기는 그르렁 거리는 짐승 소리, 칼날보다 날카로운 눈빛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거라는 사람들의 예측을 ‘당당하게’ 비웃고 세상에 없었던 진짜 늑대소년이 되어 나타났다. 여기에 누나들의 마음을 녹일 애절함까지 여러 박자를 두루 갖추고 말이다. ‘늑대소년’은 세상과 동떨어져 철저히 홀로 살아온 늑대소년이 역시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순이(박보영 분)와 그녀의 가족과 만나면서 특별한 방식으로 소통하고 교감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병을 앓는 순이는 세상과 단절한 채 까칠한 성격으로 사람들을 대하다 거칠고 야생적이면서 한없이 순순한 늑대소년의 모습을 발견하고 서서히 마음을 연다. 언제나 외로움과 배고픔, 두려움에 사로잡혀 살던 늑대소년 역시 입는 법, 기다리는 법, 이 닦는 법, 신발 끈 매는 법 등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소녀 순이를 어떤 대가도 없이 지키고 기다린다. 때로는 엄마와 아들처럼, 순수한 사랑을 나누는 소녀와 소년처럼, 말이 통하지 않아도 교감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람처럼 비춰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가 울림을 전하는 것은 어떠한 관계적 정의 없이도 소통과 교감의 미학을 유쾌하게, 아름답게 그리고 애절하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뛰어난 완성도 전면에는 위에서 언급했 듯 송중기라는 배우의 남다른 연기가 있다. 대사가 고작 서너마디와 ‘그르렁’하는 짐승소리 뿐인 이 늑대소년은 오로지 눈빛과 몸짓만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교감과 사랑을 표현해냈다. 송중기는 언론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대사없이 연기하려니 전쟁터에서 총칼을 빼앗긴 느낌이었다.”고 토로했지만, 이 볼멘소리가 그저 애교로 느껴졌을 만큼 그의 눈빛과 몸짓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한다. 여기에 늑대소년을 처음으로 가족으로 받아들인 순이 엄마 역의 장영남, 순이 동생 순자 역의 아역 김향기, ‘올드보이’ 유지태의 아역으로 데뷔한 지태 역의 유연석 등은 뛰어난 연기력과 특유의 코믹함으로 영화의 입체적인 전개를 가능케 했다. 상처받을까 두려워 피하기 일쑤인 우리에게 진심이 무엇인지, 기다림이 무엇인지 일깨워주는 영화 ‘늑대소년’은 31일 개봉한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9)합천 화양리 소나무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9)합천 화양리 소나무

    시인 황동규는 ‘휴대폰이 안 터지는 곳이라면 그 어디나 살갑다’(‘탁족’에서)고 했다. 고작 10년 전에 쓰인 작품에서 이야기한 살가운 곳은 이제 더는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경남 합천 묘산면 화양리 나곡 마을은 아마도 오랫동안 시인의 표현처럼 휴대전화가 안 터지는 살가운 산마을이었다. 그러나 이 한적한 산마을에도 3년 전부터 휴대전화가 연결됐다. 마을 오르는 산길이 매우 비좁고 험한 까닭에 사람 사는 마을이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한 나곡 마을은 칠순 넘은 노인들 일곱 가구가 모여 살아가는 그야말로 평화로운 산마을이다. 마을 노인들은 농사일에서부터 읍내 나들이까지 마음을 맞춰 가며 너나들이로 허물없는 공동체로 지낸다. ●한국전 참전 동네 젊은이들 지켜줘 이 정도만으로도 화양리 나곡 마을 풍경은 충분히 평화롭고 한가로우리라 짐작할 수 있다. 저절로 평화가 지켜지는 깊은 산골이다. 이쯤 되면 마을 풍경 한쪽에서 훌륭한 나무 한 그루쯤 찾을 수 있으리라 예상하게 마련이다. 그렇다. 이 깊은 산마을에 사람들처럼 평화롭게 서 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나무가 있다. “우리 마을을 지켜 주는 나무예요. 한국전쟁 때 전쟁터에 나가게 된 사람들은 나무 앞에 술 한 잔 바치고 절을 올리면서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기원했지요. 그 험한 전쟁에서 다친 사람 하나 없이 성하게 돌아온 것도 모두 나무 덕이지요.” 마을 앞 비탈에 일군 조그만 밭에서 곡식을 갈무리하던 백운기 노인의 이야기다. 올해 75세인 백 노인은 이 마을 최연소자다. 그는 한국전쟁이 끝나고, 자신이 군대에 갈 때에도 나무 앞에서 무사 귀환을 빌었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10년쯤 전에 산 아래에서 큰불이 난 적이 있었어요. 바람도 험하게 불던 날이어서 우리 마을이 꼼짝없이 불길에 포위당해 죽을 뻔했지요. 소방차가 여러 대 출동했는데, 저만치에서 바람이 거꾸로 돌면서 우리 마을은 안전하게 남았지요. 그게 다 마을을 지켜 주는 나무 덕이지요.”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하는 어려움은 이 마을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나무 주위로 눈에 띄게 달라진 풍경이 그 하나의 예다. 서너 해 전만 해도 나무 곁으로는 그림처럼 아름다운 다랑논이 줄지어 펼쳐 있었다. 특히 가을걷이를 앞둔 풍경은 더없이 아름다웠다. 그러나 다랑논은 모두 묵정밭이 되어 허리 높이 위로 어지러이 흐트러진 이름 모를 풀들만이 무성하다. 이태 전 논 임자이던 칠순의 배용수 노인이 농기계 사고로 수명을 달리한 뒤로 버려진 탓이다. ●샘물 흐르던 나무 곁에 마을터 잡아 “산이 깊어 농사짓기도 어려워. 곡식이 익을 무렵이면 멧돼지들이 내려와서 온 밭을 휘저어 놓아서 남아나는 곡식이 없어. 그 사람 죽고 나니 저 밭에서 농사짓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없는 거야.” 백 노인과의 이야기가 깊어질 즈음 밭일을 도우러 나온 거창댁(84)의 이야기다. 이 산골에 마을이 들어선 것은 400년쯤 전 조선 광해군 집권 초기의 일이다. 광해군은 왕위에 올랐지만, 선조가 비밀리에 세자로 지목하려 했던 영창대군을 견제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광해군은 영창대군을 낳은 인목대비를 서궁으로 폐위하고, 인목대비의 아버지인 연흥부원군 김제남을 사형에 처했으며, 급기야 영창대군까지 죽음에 몰아넣었다. 이후 김제남 일족을 멸하려 하자 김제남의 육촌 형제 중 한 사람인 김규라는 사람이 조정의 피바람을 피하고자 은신처를 찾아다니다 이 깊은 산골에 들게 됐다. 김규는 이 골짜기에 이르러 큰 소나무 아래에서 다리쉼을 하다가 낮잠에 들었는데, 꿈에서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물동이를 이고 지나가며 따라오라고 했다. 꿈에서 깨어난 김규는 나무 아래에서 샘을 찾아낸 뒤, 이곳에 터 잡고 마을을 일으켰다고 한다. 그때 그 나무가 바로 지금의 화양리 소나무다. 비단옷을 입은 여인이 알려준 샘이 있는 마을이라 해서 처음엔 ‘나천(川) 마을’이라고 부르다가 샘이 없어지면서 지금은 ‘나곡 마을’로 부르게 된 것도 그런 연유에서다. 조정의 피바람을 피해 김규가 이곳에 찾아든 400년 전에 이미 큰 나무였다고 하는 이야기를 근거로 하면 나무는 최소한 500살은 넘는다. 땅에서 듬직하게 솟구친 중심 줄기에서 여러 개의 굵은 가지로 나뉘며 하늘로 오른 모습은 그야말로 이 강산의 모든 소나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답다 해도 전혀 무색하지 않다. 천연기념물 제289호로 지정한 이유다. 키 18m의 화양리 소나무는 6m쯤 되는 줄기가 3m쯤 높이에서 3개의 굵은 가지로 나눠서 진 뒤에 제가끔 다시 여러 개의 가지를 뻗으며 멋지게 자랐다. 사방으로 20m 이상 고르게 펼쳐진 가지는 단아한 우산 모양이다. 나뭇가지의 꿈틀거림은 마치 하늘로 오르는 용을 닮았으며, 줄기 껍질은 거북의 등껍질을 닮았다 해서 ‘구룡목’(龜龍木)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거북과 용 닮아 ‘구룡목’ 별명도 “지금 나무 옆으로 흐르는 개울은 나무에 물기가 모자란다고 해서 얼마 전에 물길을 돌려 낸 거지. 나무 아래에 샘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무는 이 산골에 사람이 들어오기 전부터 저 자리에 있던 큰 나무였다고 해.” 나무 바로 옆의 낮은 울타리 집에서 나무에서 배어 나오는 평화를 누리며 70년 넘게 살아온 거창댁은 사람의 시간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긴 세월을 살아온 나무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해 늘어놓는다. 세월이 더 흘러 노인들마저 떠나면 다시 들어와 살 사람이 있을지 알 수 없는 깊은 산마을이지만, 나무만큼은 그동안처럼 풍경의 중심으로 의연하게 살아남을 것이다. 스무 명이 채 안 되는 노인들의 평화로운 공동체를 지켜온 화양리 소나무의 참 평화가 마을 노인들과 함께 오래가기를 바랄 뿐이다. 글 사진 합천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남 합천군 묘산면 화양리 835. 88올림픽고속국도의 해인사 나들목으로 나가서 좌회전해 가야천을 따라 야로면으로 간다. 야로면 소재지에서 5㎞ 남짓 직진하면 계동 마을이 나온다. 여기에서 500m쯤 더 간 뒤 고개를 넘으면 오른쪽 산마을로 들어서는 삼거리가 나온다. 우회전해 800m쯤 들어가면 나오는 갈림길에서 오른쪽 길로 2.2㎞쯤 산비탈을 오르면 나곡 마을에 이른다. 마을 가까이의 1.2㎞ 구간은 도로 폭이 좁고 굴곡이 심해 조심해야 한다. 나무는 마을 앞 다랑논 가장자리에 있다.
  •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8) 청송 관리 왕버들

    [고규홍의 나무와 사람이야기] (98) 청송 관리 왕버들

    나무가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만나면 사람들은 사진을 찍는다. 이 같은 자연스러운 행동을 스위스 태생의 영국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책 ‘여행의 기술’에서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본능적 욕구의 발현’이라고 했다. 덧붙여 그는 아름다움을 제 안에 온전히 담는 방법으로 순식간에 완성되는 사진보다 데생이 더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긴 시간 동안 바라봐야 하기에 자연스레 마음 깊숙이 풍경을 담아둘 수 있다는 데에 근거한 이야기다. 그는 마침내 “그림을 배우기 위해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해 그림을 그리라.”는 존 러스킨의 말을 인용하며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에 대한 에세이를 마무리했다. ●사라진 청송 지역의 자랑, ‘만세송’ “이 자리에 왕버들과 함께 서 있던 소나무가 청송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소나무라는데 그게 없으니 아무래도 허전해요. 더구나 청송 지역의 상징이 소나무라잖아요.” 시간의 흐름을 그림에 담아내는 젊은 화가 이장희(39)씨가 청송 관리 왕버들에 내려앉은 세월의 흔적을 그림에 담아낸 뒤 던져 온 이야기다. 천연기념물 제193호인 청송 관리 왕버들은 그의 이야기처럼 바짝 붙어 있던 ‘만세송’과 함께 바라보는 느낌이 독특한 나무였다. 왕버들과 소나무를 그리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고 할 수야 없지만 이 마을에서 두 나무의 어울림은 절묘했다. 넓은 품을 가진 왕버들 곁에서 소나무는 곧게 뻗은 줄기가 훌쩍 솟구친 채 개울가로 가지를 늘어뜨리고 서 있었다. 왕버들이 초록 잎을 내려놓으면 소나무의 푸름이 도드라졌고 봄이 돼 왕버들에 물이 오르면 소나무는 생명이 약동하는 소리가 잦아든 채 다소곳이 왕버들 가지의 반대쪽으로 고개를 숙였다. 마치 잘 어울리는 한 쌍의 부부처럼 자연스럽고도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문화재청에서 왕버들 앞에 천연기념물임을 알리는 근사한 입간판을 세우자 청송군에서는 ‘만세송’(萬歲松)이라는 소나무의 이름을 또렷이 새긴 비석을 소나무 앞에 보란 듯이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청송의 자랑이기도 했던 만세송이 싹둑 잘린 밑동만 남긴 채 왕버들 곁을 떠났다. 뎅그렇게 만세송 표지석만 남아 을씨년스럽게 느껴지는 풍경이 화가의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임 그리워 “2008년 봄이었죠. 만세송에 좀나무병이 들었어요. 반드시 살릴 생각으로 대여섯 달 동안 애를 썼지만 방법이 없더군요. 할 수 없이 베어냈지요. 만세송 표지석은 진작에 철거하려 했는데 아쉬움이 남아 미적거리다가 여태 그대로 두게 된 겁니다.” ‘군목’(郡木)으로 보호하던 나무를 잃게 돼 아쉽다며 청송군청 문화관광과의 문화재담당 우용훈(52)씨도 안타까움을 털어놓았다. 군청에서는 만세송에서 받은 솔씨로 후계목을 키워 만세송이 서 있던 자리 옆에 심어놓았지만 아직 어린 나무에 불과한 탓에 살아있을 때의 만세송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만세송의 부재가 더 안타까운 것은 왕버들과 한 쌍을 이루며 전해 오는 전설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이 마을에는 채씨(蔡氏) 성을 가진 처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의 아버지가 전쟁터에 나가게 되자 처녀를 좋아하던 한 총각이 아버지 대신 전쟁에 나가기를 청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와 혼사를 치르겠다는 약속을 전제로 한 제안이었다. 아버지의 허락을 받은 총각은 처녀와 이별 인사를 나누며 이 자리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전쟁이 끝나고 돌아올 때까지 나무를 보며 자신을 잊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심은 나무가 지금의 관리 왕버들이다. 처녀는 혼인을 위해 목숨까지 던진 총각의 열정에 감동해 그를 기다리며 왕버들을 정성껏 보살폈다. 나무는 부쩍부쩍 자랐고 얼마 뒤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날이 가고 달이 지나도 총각은 돌아오지 않았다. 처녀는 타오르는 그리움을 견디지 못한 채 그새 훌쩍 자란 나무에 목을 매 목숨을 끊었다. 처녀가 죽은 자리 곁에는 얼마 뒤 소나무 한 그루가 자라나 처녀의 한 많은 죽음을 지켜주었다. 만세송이 그 나무다. 전설처럼 왕버들과 만세송은 처녀 총각이 살아생전에 이루지 못한 인연을 나무가 되어 이루는 듯한 형상으로 오랫동안 사이좋게 그 자리를 지켜 왔다. ●원래 크기의 절반을 잘라낸 고통도 겪어 마을 어귀 길목에 서 있는 당산나무로 사람들이 정월대보름에 꼬박꼬박 당산제를 지낸 왕버들은 문화재청에서 공들여 관리하고 있다. 키 10.2m, 가슴높이 줄기둘레 6.5m에 이르는 관리 왕버들은 특히 사방으로 뻗은 가지에서 돋은 푸른 잎이 무성해 단아하고 무척 건강해 보인다. 그러나 이 나무 역시 만세송 못지않은 시련을 겪었다. 나무는 원래 이보다 훨씬 컸다. 1967년에 관리 왕버들의 키는 지금의 두 배 가까운 18m나 됐다고 한다. 당시 서쪽으로 난 큰 줄기에 들어찬 벌집을 제거하고 썩은 줄기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나무 줄기의 상당 부분을 잘라내야 했다. 그로 인해 키가 반으로 줄어들었지만 그나마 몇 차례의 수술로 건강은 회복할 수 있었다. 줄기 중심부에는 여전히 당시의 고통을 간직한 수술 흔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있다. 나무 앞에 서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는 임을 그리워하던 꽃다운 처녀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처녀의 한을 달래듯 솟아오른 한 그루의 소나무도 떠오른다. 줄기의 절반을 잘라내야 했던 수난은 물론이고 곁에 붙어 있던 만세송을 떠나보내며 왕버들이 겪었을 이별의 깊은 통증도 느껴진다. 나무줄기를 따라 흩어진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려 애면글면하는 화가의 마음속 통증까지 더불어 느낄 수밖에 없는 관리 왕버들의 가을 풍경이다. 글 사진 청송 고규홍 나무칼럼니스트 gohkh@solsup.com ▶▶가는 길:경북 청송군 파천면 관리 721. 중앙고속국도의 서안동나들목으로 나가서 안동시 길안면을 지나 지방도로 914호선을 이용해 동쪽으로 16.5㎞ 남짓 가면 청송군에 닿는다. 국도 31호선과 만나는 청송교차로가 나오면 직진해 교차로를 건넌 뒤 달기약수탕 방면으로 좌회전한다. 개울을 건너서 청송시외버스터미널 방면으로 좌회전하여 1.7㎞ 더 간다. 언덕을 넘으면 마을이 나오고 교차로 모퉁이의 빈터에 나무가 있다. 나무 바로 앞에는 자동차를 세울 수 없으므로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서 자동차를 세우고 걸어 나오는 게 좋다.
  • “흉기무장 中어선, 해적과 다름없다”

    “흉기무장 中어선, 해적과 다름없다”

    황금어장인 우리 서·남해안이 불법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들과 이를 막으려는 해양경찰의 사투로 전쟁터가 됐다. 중국 어선들은 쇠꼬챙이 등 흉기로 단속 해경을 위협하며 불법 조업을 자행하고 있다. 해경은 방검복과 고무탄 등의 진압 장비로 맞서고 있으나 양측이 벌이는 풍랑 위 사투는 전쟁 이상이다. 이로 인해 2008년 9월 전남 신안군 가거도 서쪽에서 단속에 나선 목포해경 소속 박경조 경위가 중국 어선에 승선하던 중 둔기에 맞아 숨졌고 지난해 12월에는 인천 옹진군 소청도 해역에서 인천해경 소속 이청호 경장이 중국 선원이 휘두른 흉기에 찔려 목숨을 잃었다. 16일 전남 신안군 흑산면 홍도 북서쪽 90㎞ 우리 측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발생한 중국인 선원 사망 사건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17일 해경에 따르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어로로 나포된 중국 선박은 2009년 388건, 2010년 375건, 2011년 537건으로 갈수록 느는 추세다. 이들의 불법 행위는 99% 정도가 인천, 군산, 목포 등 서해안에서 발생하지만 요즘은 남해를 거쳐 동해와 제주도까지 침범하는 등 거의 모든 해역에서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중국 어선들이 유엔 해양법 조약상 경제적 주권이 미치는 우리 해역에 들어와 불법 조업을 일삼는 이유는 중국 연안이 싹쓸이 조업으로 어족 자원의 씨가 말랐기 때문이다. 또한 자국 해역이 크게 오염돼 어류의 상품 가치가 크게 떨어진 점도 우리 해역으로 침범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한·중 어업협정에 따라 올해 우리 측 EEZ에 들어와 조업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중국 어선은 1500여척이다. 어획량은 4만 7000t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EEZ를 넘나들며 불법 조업을 하는 어선은 이보다 5~6배 많을 것으로 해경은 추정하고 있다. 중국 어선 가운데 초과 어획 등 조업약정을 위반한 어선은 해경 단속에 순순히 응하지만 불법 조업에 나선 선박은 최대 2억원에 달하는 담보금을 내지 않기 위해 극렬하게 저항한다. 중국 내에서도 이중처벌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필사적이다. 불법 조업은 본격적인 고기잡이철인 4~5월, 10~12월에 특히 심하다. 칼, 도끼, 낫 등으로 중무장한 중국 어선들의 저항은 해적을 연상케 할 정도로 갈수록 흉포화되고 있다. 어민 김모(69·목포시)씨는 “꽃게·조기잡이철이면 우리 어민들은 4~5척씩 선단을 이루지만 중국 어선들은 수십척씩 무리를 지어 나타나기 때문에 이들에게 해를 입을까 봐 항상 긴장한다.”면서 “우리 해역인데도 중국 선단을 만나면 피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목포해경 관계자는 “불법 조업을 둘러싼 중국 어선과 우리 해경의 사투는 갈수록 위험천만한 상황이 되고 있다.”면서 “양국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목포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아프간 전쟁터서 전역하는 ‘스나이퍼 개’ 화제

    아프간 전쟁터서 전역하는 ‘스나이퍼 개’ 화제

    치열한 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군인들의 가장 가까운 친구이자 훌륭한 군견으로 활동해 온 개가 평화로운 ‘전역식’을 가졌다.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의 9일자 보도에 따르면 래브라도 반도 종의 트레오(Treo)는 지난 4년간 탈레반에 맞서 숨겨진 폭탄과 무기를 찾아내는 탐지견으로 활약해왔다. 이 개가 2008년 아프가니스탄에서 6개월간 찾아낸 폭탄은 무려 46개. 트레오는 IED(급조폭발물) 등의 탐색작전에 주로 투입됐으며, 업무수행능력이 뛰어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수많은 영국군의 목숨을 구했다. 트레오의 훈련과 보살핌을 담당하는 데이비드 헤이호 하사관은 최근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잠시 영국으로 돌아간 당시, 힘든 그의 곁에는 언제나 트레오가 있었다. 2009년 트레오는 전쟁에서 임무를 훌륭히 완수한 동물들을 기리위해 1943년 영국에서 처음 신설된 딕킨 메달(Dickin Medal)을 수여받았으며, 이번 전역식에서도 무공훈장을 받았다. 영국군 측은 “트레오는 뛰어난 실력으로 수많은 목숨을 구했다.”면서 “의심할 여지가 없는 훌륭한 군견임으로 훈장 수여가 마땅하다.”고 전했다. 사진=멀티비츠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서울광장] 쇼는 그만 좀 하시지요/육철수 논설위원

    [서울광장] 쇼는 그만 좀 하시지요/육철수 논설위원

    대통령 직선제가 다시 실시된 1987년 대선 때는 분위기가 험악했다. 민주화의 두 축인 김영삼·김대중 후보의 야권 단일화 실패와 지역감정, 군사독재 후유증 등으로 선거판은 전쟁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5년 단임 대통령’ 개헌안은 선거일(12월 16일)을 두 달도 남겨놓지 않은 10월 27일에야 국민투표를 통과했다. 야권은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으로 갈라져 11월 9일(김영삼)과 12일(김대중) 부랴부랴 후보를 정했다. 그러니 유력 후보(노태우·김영삼·김대중·김종필)들은 국정수행 능력과 정책을 검증받거나 알릴 틈도 없이, 각자 기존의 이미지만 갖고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서로 선명성을 내세우고 강성 발언을 쏟아내니 유세장은 폭력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김대중 후보는 대구 유세에서 반감이 있는 청중들에게 돌멩이와 달걀 공격을 받았다. 노태우 후보와 김영삼 후보는 광주 유세 때 돌과 쇠붙이가 연단에 날아들어 연설조차 못했다. 요즘 후보들처럼 부드럽고 친밀한 분위기로 아기자기하게 이끌어 가는 선거운동을 지켜 보면 그 당시와 비교가 된다. 벌써 25년이 흘렀고 후보와 유권자도 많이 성숙해졌다. 하지만 후보들의 중량감과 선거의 역동성이 점점 뒷걸음질 치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 추석을 지나면서 18대 대통령 선거가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연일 발표되는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새누리당)·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등 ‘빅3’ 후보의 박빙으로 나타난다. 아직 선거전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게 아니어서 후보들은 좋은 이미지를 심기에 정신이 없다. 박 후보는 태풍 피해 현장을 찾아 고무장갑을 끼고 빨래를 하고, 대학생들과 어울려 어설프나마 싸이의 말춤을 추었다. 다문화가정을 대표한 베트남 여성의 발을 씻겨주기도 했다. 문 후보가 논산 육군훈련소를 찾아 얼굴에 위장 크림을 바르고 훈련병처럼 각개전투를 하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어느 여성모임에 참석해 앞치마를 두르고 서툴게 요리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안 후보도 소방제복을 입고 휴일 근무자들을 격려하고, 태풍 피해 지역을 방문해 어민들을 위로했다. 대학 강연회에도 참석해 젊은이들과 자주 의견을 나눈다. 후보들은 이런 ‘쇼’를 통해 국민과 아픔을 함께하고, 낮은 자세로 섬기며, 세대 간 소통을 하겠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정치는 쇼 비즈니스’라고 했듯, 연출한 이벤트를 탓할 일만은 아니다. 다만 ‘쇼’가 일회성 사진 촬영용으로 끝나지 않고, 거기에 담긴 마음과 열정이 국정에 파묻힐 대통령이 되어서도 변치 않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는 그들의 겉모습을 볼 만큼 봤다. 하루에 한 가지씩 보이려면 후보도 피곤할 테고, 신선하고 눈길을 끄는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캠프 관계자들은 더 고달플 것이다. 형식적인 ‘쇼’는 하면 할수록 식상하고 감동도 식어 버리기 마련이다. 상품은 외관이 좋아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역시 성능이다. 정치 소비자들은 후보의 성능(국정수행능력과 정책)을 들여다보고 싶어 하는데, 찔끔찔끔 내놓으니 감질이 난다. 박 후보는 ‘하우스 푸어’ 대책을 내놓았다가 시장에서 외면을 당했다. 그래도 대안을 찾으면 되니까 침묵하는 것보다는 낫다. 문 후보는 남북 10·4 선언 5주년을 맞아 대북정책을 밝혔다. 전문가나 언론의 평가·비판과는 별개로 유권자들이 지지 여부를 판단할 근거를 일단 내놓은 셈이다. 안 후보도 “경직된 남북관계를 풀려면 박왕자씨 피격사고,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얽매이지 말고 대화부터 조건 없이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영논리가 분분하겠지만 그의 대북관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한 가지 성능만 보고 물건을 고를 수는 없는 법. 후보들은 경제민주화, 복지, 동북아 정세 등 집권을 위해 준비한 각자의 보따리들을 좀 더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다음 5년 동안에 꿈을 꾸든 미리 희망을 접든 할 게 아닌가. ycs@seoul.co.kr
  • 꿀벌 뇌 스캔해 프로그래밍한 ‘꿀벌 로봇’ 제작

    조만간 ‘꿀벌 로봇’을 인명 구조 현장이나 전쟁터에서 볼지도 모르겠다. 최근 영국 대학들이 꿀벌을 쏙 빼닮은 로봇을 제작 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끌고 있다. 그간 동물 모습을 닮은 로봇 제작은 꾸준히 이어져 왔으나 이 꿀벌 로봇이 화제가 된 것은 꿀벌의 뇌를 스캔해 프로그래밍 할 예정이기 때문. 연구를 이끌고 있는 셰필드 대학의 제임스 마샬 박사는 “꿀벌의 뇌를 바탕으로 한 인공 두뇌 개발은 이번 로봇 제작에 가장 큰 도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연구팀이 꿀벌의 뇌에 주목한 것은 꿀벌의 뇌 기능을 로봇이 갖게되면 원격조정 없이도 간단한 임무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마샬 박사는 “꿀벌의 뇌는 다른 척추동물에 비해 훨씬 작고 연구가 용이하다.” 면서 “이를 잘 응용하면 보다 정확하고 완벽한 꿀벌 로봇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꿀벌같은 사회성이 있는 곤충은 생각보다 훨씬 인지능력이 우수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셰필드 대학과 서식스 대학 공동 연구팀이 향후 5년간 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다.   인터넷뉴스팀   
  • [글로벌 시대] 나쁜 국가, 착한 개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나쁜 국가, 착한 개인/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이 심상치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전쟁은 주로 영토분쟁 때문에 발발했다. 굳이 남북 간의 긴장고조를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현재 동북아는 지구상에서 가장 전쟁 위험이 높은 지역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을 것이다. 지나친 민족주의와 이로 인한 케케묵은 역사인식, 선거를 앞둔 각국 정치 지도자들의 표를 의식한 단견,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한·중·일의 경제적 역동성과 세계사의 위상 고조,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한·일의 입장과 중국과의 미묘한 관계 등이 동북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주요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과거에 대한 해석, 현재에 대한 상호견제, 그리고 미래에 대한 주도권 문제가 모두 동시에 얽히고설킨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당연한 이치겠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분쟁은 거의 예외 없이 인접 국가들 간에 벌어진다. 그리고 분쟁이 발발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민중의 몫이다. 국가와 민족의 이름으로 전쟁터로 불려나가 죽거나 죽이는 처참한 상황이 발생한다. 전사자들은 국가가 예를 갖춰 추모할 뿐만 아니라 많이 죽인 자는 영웅으로 추앙되기까지 한다. 이제 우리는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우리에게 과연 국가란 무엇인가? 무조건적으로 몸과 마음을 다 바쳐 충성해야 하는 대상인가? 존 로크에 따르면 국가의 목적은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실현하고 보장하는 장치 혹은 수단이다. 과연 그럴까? 어떤 국가도 이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자유로운 합의에 의해 형성된 적이 없다. 무수한 전쟁을 거치면서 영토의 확장과 축소를 거듭해 온 결과다. 이 과정에서 국가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을 넘어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신성하고 절대적인 권력이 되어버렸다. 국가 속의 개인은 국가 권력의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따라서 국가의 명령이나 권위에 저항하고 도전하는 행위는 금기시되고, 더 나아가 강제적 법적 구속을 받을 수도 있다. 특히 이런 체제에 오랫동안 길들여져 온 개인은 국가란 이름 앞에 주눅이 들어 스스로 저항을 포기하고, 국가의 명령을 준수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구성된 주체’로 전락했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그렇다면 과연 국가가 지향하는 가치가 각 개인의 행복과 일치하는가? 나라를 빼앗긴 상황의 한 개인을 가정해 보자. 집에는 돌봐야 할 가족이 있지만, 찾아야 할 국가도 있다. 가족을 지킬 것인가 아니면 독립운동에 뛰어들 것인가? 둘 다 한꺼번에 수행할 수 없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의 가치는 개인의 가치와 상충하기 마련이다. 나아가 역사를 통해 우리는 국가 혹은 국가의 이름으로 저질러진 엄청난 범죄를 무수히 경험했다. 그 과정에서 개인은 나쁜 개인으로 돌변해 국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범죄의 공범자가 된다. 히틀러의 나치 정권, 스탈린의 공산일당독재정치, 일본의 군국주의, 유신독재 등에서 우리는 이런 경우를 헤아릴 수 없이 목격해 왔다. 나쁜 국가나 체제에서 착한 개인으로 남기가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정말이지 어렵다. 나치 정권하에서 독일의 평범한 국민은 절대다수가 나치를 지지하고, 나치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을 애국이고 충성이라 믿었다. 그리고 나치의 이름으로 형언할 수 없는 범죄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저질렀다. 이들 각 개인은 가정에서는 지극히 정상적인 남편이자 자상한 아빠였다. 유신독재의 추종세력들 중에도 개인적으로는 나무랄 데 없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왜 그럴까? 우선 우리 스스로가 국가나 체제를 절대시 혹은 신성시하는 생각의 틀에 갇혀 있는 것은 아닌가? 다음으로 우리의 무사유 특히 타자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부재 때문이지 않을까? 공약이 난무하는 대선을 앞두고 그리고 한·중·일 3국의 영토분쟁과 이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치, 언론과 여론의 편협하고 과열된 반응을 지켜보면서, 주체적으로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구성하는 주체’로서의 개인의 역할 회복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 아프간 전쟁터 한복판서 여군이 출산

    영국 해리왕자가 복무하는 아프가니스탄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군 기지에서 한 영국 여군 병사가 아기를 낳았다고 뉴욕타임즈 등 해외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아기를 낳은 병사는 피지 출신이며 영국군 포병부대 사수로 복무 중이었으며, 영국 국방부 측은 이 병사의 임신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밝혔다. 임신 중인 여군은 작전에 투입하지 않는 영국군 규정상 현역 영국 군인이 전투지에서 출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측은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하다.”면서 “조만간 영국에서 의료팀이 직접 아프가니스탄으로 가 산모와 아기를 데려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아이를 출산한 병사는 현재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영국 여군 500명 중 한명이며, 현재 이 지역에는 영국 군 9500여 명이 머물고 있다. 한편 이 여군이 아이를 낳은 캠프 배스천은 탈레반과 파병군들의 충돌이 끊이지 않는 지역으로, 지난주 탈레반 대원 20여 명이 기지에 침투해 미군 해병대 2명을 사살하고 미군 전투기 등을 파괴하기도 했다. 탈레반은 이날 공격 후 현재 캠프 배스천에서 복무 중인 영국의 해리 왕자를 노린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건설사CEO들 “외화벌이가 답이다”

    건설사CEO들 “외화벌이가 답이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와 국내 공공공사 발주물량 감소로 올해 수주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린 국내 건설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수주 확대를 위해 해외로 뛰고 있다. 과거 건설사 CEO들의 해외출장은 행사 중심이었지만 요즘 들어서는 ‘극기훈련’에 가까울 정도로 일정이 빡빡하고, 실무적이다. 올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목표액은 700억 달러. 만만찮은 액수다. CEO들이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빌 수밖에 없는 이유다. ●허 GS사장 싱가포르·알제리 방문 허명수 GS건설 사장은 올해 8개국 31곳의 해외 현장을 방문했다. 지난 8일 5400억원 규모의 싱가포르 NTF병원 계약식에 참석하고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공사 진행 사항을 점검했다. 오는 16일에는 4박 5일 일정으로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이집트를 방문한다. 허 사장은 “회사의 미래가 해외시장 개척에 있다.”며 해외 공사 현장을 직접 챙기고 있다. 올해 한 달에 두 번꼴로 해외출장을 다니는 정연주 삼성물산 부회장의 출장 일정은 그야말로 실무형이다. 지난 7월 수주한 5억 8900만 달러 규모의 홍콩 지하철 공사도 정 부회장이 프로젝트를 직접 챙긴 결과다. 정 부회장의 발길을 보면 삼성물산이 어느 지역에 관심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과거 중동이 중심이던 정 부회장의 발길은 최근 미국, 칠레, 홍콩, 영국 등지로 옮겨 가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사업이 진행되는 곳보다 발주가 예상되는 지역에서 수주를 위한 기초 작업을 진행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정 삼성부회장 美·칠레 등 발길 서종욱 대우건설 사장은 지난 6월 파푸아뉴기니로 3박 4일간 출장을 다녀왔다. 2010년 수주한 4억 2000만 달러 규모의 LNG플랜트 현장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서 사장은 파푸아뉴기니의 가스 관련 플랜트 발주량이 1300억 달러가 넘을 것으로 보고 꾸준히 공을 들이고 있다.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은 한 달에 2~3회씩 출장을 나간다. 올해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인도, 터키 등을 돌며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쌍용건설 관계자는 “수주의 대부분이 호텔과 같은 고급 건축물이기 때문에 CEO가 직접 발주처와 협의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정 현대사장 20여차례 해외현장에 올해 100억 달러의 해외수주를 목표로 세운 정수현 현대건설 사장은 20여 차례 넘게 해외 현장을 누볐다. 현대건설이 벌써 56억 달러의 해외수주고를 올린 데에는 정 사장의 발품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은 전쟁터도 가리지 않고 뛴다. 한화가 수주한 72억 500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건설 관련 후속 작업을 직접 챙기기 위해서다. 출장 지역도 많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중동에서 건설사 사장들의 친목회를 해도 될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남미와 태평양,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점차 출장 지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김동현기자 moses@seoul.co.kr
  •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Weekend inside-녹색세계은행] 1000조원짜리 유치戰… “평창올림픽 경제효과의 100배”

    최근 녹색기후기금(GCF·Green Climate Fund) 이사회가 열리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는 ‘총성 없는 전쟁터’다. 올해 안에 GCF 사무국이 어느 나라로 갈지 판가름 나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다룰 GCF 이사회가 지난 23일(현지시간) 처음 열려 각국 간에 치열한 유치전의 막이 올랐다. 인천 송도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송영길 인천시장은 물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신제윤 재정부 1차관 등이 세계 각국 유력 인사들을 물밑에서 접촉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신 차관은 “임기 중에 딱 두 가지만 이뤄 놓으면 후대에 평생 여한이 없다. 그중 하나가 GCF다.”라고 공언할 정도다. 일반 국민들에게는 생소하기 그지없는 GCF 사무국 유치에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이렇게 ‘목숨 거는’ 이유는 무엇일까. GCF가 앞으로 1000조원 이상의 기금을 운영하는 ‘녹색산업의 세계은행(WB)’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핵심 미래 아이콘인 녹색산업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효과도 엄청나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반세기 만에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적’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라는 계산도 내심 하고 있다. GCF 유치에 성공하면 사실상 국제기구 사무국 첫 유치가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천문학적 재원 규모… 고용창출 효과 기대 24일 기획재정부와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GCF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의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기후변화 특화기금이다. 2010년 12월 선진국들이 유엔 상설기구로 GCF를 설립하는 데 합의하고, 지난해 12월 기금 설계 방안을 채택하면서 가시화됐다. 지구환경기금 등 기존 기후 관련 기금과 달리 온실가스와 기후변화에 집중적으로 재원을 투입하게 된다. 재원 규모는 천문학적이다. GCF의 이사국과 대리이사국인 41개 선진국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연간 1000억 달러의 장기 재원을 조성하게 된다. 총 8000억 달러, 우리 돈으로 904조원 정도다. 국제통화기금(IMF·8450억 달러)에 버금가는 규모다. GCF의 위상을 WB나 IMF,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동급으로 보는 이유다. 사무국 유치에 따른 부대효과도 상당하다. 정부는 GCF가 연간 120회 정도 국제회의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사무국 직원만도 500명에 이를 것으로 보여 고용 창출 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 관계자는 “부대 비용까지 감안하면 1000조원짜리 수주전”이라고 말했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국가 위상도 크게 올라갈 전망이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있는 국제기구는 국제백신연구소(IVI)와 유엔동북아사무소(UNESCAP) 등 21개다. 하지만 대부분 사무소 수준이다. IVI 직원은 2009년 말 기준 157명이다. 연간 예산은 3000만 달러 수준이다. GCF 사무국 유치에 성공하면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대로 된’ 국제기구로는 처음이 되는 셈이다. 2010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서울에 유치한 것보다 실질적인 효과가 훨씬 크다는 게 정부의 속내다. 유럽과 미국에 편중돼 있던 주요 국제기구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유치한다는 의미도 작지 않다. 아시아 지역에 본부를 둔 국제기구로는 국제열대목재기구(ITTO·일본 도쿄), 국제미작연구소(IRRI·필리핀 마닐라),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아랍에미리트 연합) 등이 있지만 위상은 그리 높지 않다. 외교부 관계자는 “GCF 사무국을 가져오게 되면 지금까지 국제 외교에서 변방에 머물렀던 한계를 단숨에 극복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글로벌 신성장 동력으로 손꼽히는 녹색·기후 분야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확보한다는 의미도 크다. GCF가 기후변화 재원 체계를 총괄하는 환경 부문의 WB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기후변화의 패러다임을 선점하는 데 유리한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다. 태양광과 자동차용 2차전지 등에 눈을 돌리고 있는 국내 기업들의 녹색산업 관련 투자 역시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거시경제실장은 “그동안 분담금 등의 문제 때문에 목소리를 내지 못했지만 GCF를 유치하게 되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인 녹색산업 분야 논의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 전수받아 녹색금융 분야의 질적인 향상도 기대된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은 “국내 금융기관들이 GCF의 선진화된 녹색금융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녹색산업과 녹색금융이 결합하면 향후 우리나라가 100년 이상 먹고살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하는 동시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의 100배 이상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GCF 사무국 유치를 신청한 나라는 한국, 독일, 스위스, 멕시코, 폴란드, 나미비아 등 6개국이다. 오는 11월 말 카타르에서 열리는 제1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18)에서 최종 승자가 결정된다. 우리나라는 일찌감치 물밑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박재완 장관은 지난 6월 열린 ‘리우+20’ 정상회의에서 각국 각료와 양자 면담을 갖고 한 표를 호소했다. 신제윤 차관과 최종구 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최근 미국과 중앙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을 돌며 유치 운동을 펼쳤다. 우리가 카드로 내민 것은 최첨단 사무실 제공과 비용 지원. 우선 다음 달 송도 아이타워가 완공되면 15개층을 GCF 사무국에 무료로 제공할 방침이다. 또 유치 첫해에 200만 달러를 출연하고, 그 뒤 7년 동안 해마다 100만 달러(약 15억원)의 운영 비용도 지원할 방침이다. 정부는 신 차관이 주재하고 관계부처 1급이 참여하는 유치추진단을 발족, 구체적인 운동에 들어갔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민간유치위원회도 출범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풍부한 독일과 스위스다. 특히 독일은 해마다 운영비로 700만 유로(약 100억원)를 GCF에 내놓겠다고 제안하며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 유치전에 직접 나섰다. 신 차관은 “솔직히 다소 불리한 조건에서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해볼 만한 게임이 됐다.”면서 “유럽과 북미에 편중된 환경 관련 국제기구의 지역적 불균형 해소 필요성과 우리나라가 그동안 녹색 분야에 다각적으로 기여한 점 등을 적극 부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글로벌 시대] 밖에서 본 한국, 안에서 본 한국/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글로벌 시대] 밖에서 본 한국, 안에서 본 한국/장홍 프랑스 알자스주 정부개발청 자문위원

    이런저런 일로 유럽의 지인들과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자주 있다. 처음 공항에 내리면 한국의 깨끗함과 현대화에 모두 놀란다. 어쩌면 그들이 막연히 생각했던 것보다 실제 본 한국의 모습이 훨씬 발전했기 때문에, 그 놀라움은 더 극적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한국의 첫인상은 체류기간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그 양상을 달리하는 것 또한 나의 경험상 보편적이다. 어느 날 강남의 한 거리를 걷다, 문득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 말을 툭 던진다. “한국의 인도를 걸으면 술 취한 것 같아.” 아니면 강북의 어디를 지나다 전봇대에 어지럽게 뒤얽힌 전깃줄을 보고는, “한국은 날마다 기적인 나라야.”, 뭐 이런 식이다. 그들에게 강남의 보도블록은 너무나 울퉁불퉁하게 깔려 그 위를 걸으면 마치 술에 취한 것 같고, 강북의 전깃줄 상태로 보아 매일 대형 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신기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만큼 예측이 어려운 나라란 의미도 숨어 있으리라. 10여년 전의 일로 기억된다. 하루는 저녁 시간에 내 호텔방에 찾아온 한 친구가 “밤이 되니 서울은 거대한 공동묘지 같다.”라는 말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영문을 모른 나는 무슨 말이냐고 반박하듯 물었다. 그의 대답인즉, “보라, 저 많은 십자가를.” 그러고 보니 서울의 밤하늘은 온통 붉은 네온의 십자가로 넘실거렸다. 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하여튼 그 프랑스 친구의 눈에는 이런 광경이 무척 황당했던 것만은 분명했다. 언젠가부터 교회의 십자가 네온사인이 사회적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수면권 침해라는 것이다. 한번은 프랑스 의사와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가봉에서 슈바이처 박사의 마지막 조수였으며, 가장 많은 전쟁터에 의료 시술을 나간 의사로 기네스북에도 오른, 좀 색다른 이력을 가진 사람이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그의 안테나에 잡힌 한국인의 모습은 스트레스 덩어리였다. 골목마다 늘어선 식당에서 시도 때도 없이 먹어대는 사람들을 보고 그가 내린 결론이다. 그러면서 “현대인의 병, 특히 암의 90% 이상이 스트레스로부터 오는데….”라며 걱정을 덧붙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업무상 한국을 자주 방문했던 한 프랑스 친구는 거리가 무척 깨끗하고 게다가 노숙자들이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것을 매우 의아해했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정부가 억지로 감추지 않나 하는 의심을 풀지 않은 채. 그러다 IMF 사태가 터지고 거리에 처음으로 노숙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을 본 그 친구는 기쁨(?)에 넘쳐 외쳤다. “드디어 한국 사회도 인간화가 되어 간다!”라고. 지금 그 친구가 서울역 지하도를 지나면 한국 사회가 지나치게 인간화되었다고 좋아할지, 걱정할지 모르겠다. 한국이 스포츠 강국이란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비롯해 최근 런던 올림픽에서 보여준 한국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리라. 유럽의 전통적 스포츠 강국들인 독일과 프랑스를 제치고 금메달 13개를 쓸어담으면서 당당히 5위란 위업을 달성했고, 이에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열광했다. 하지만, 선수들이 받은 영광스러운 메달에 어두운 이면도 있어 보인다. 축구를 제외하면 유럽의 선수들은 정상적인(?) 생활인이다. 정상적인 학업을 이수하고, 정상적인 직업을 수행하며 운동을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실정은 어떤가?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는 운동에만 전념한다. 삶의 다른 양상들은 본의든 아니든 희생되기 마련이다. 한마디로 우리는 메달 제조기를 양성하는, 다분히 비인간적인 시스템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정상적인 사회란 속과 겉이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가 아닐까. 애써 밝은 부분만 드러내려는 사회는 속으로부터 곪은 사회가 아닐까. 사회의 안팎에 숨어 있는 어두운 부분을 감추려 하지 않고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 사회는 밝아지고 발전할 것이다.
  • 삼척서 가스폭발 37명 중경상

    삼척서 가스폭발 37명 중경상

    강원 삼척시 상가 밀집지역의 한 노래방 건물에서 대형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해 주변 주민들이 날벼락을 맞았다. 37명이 중경상을 입고 일대 100여m의 건물과 점포 56곳이 부서졌다. 17일 오전 6시 57분쯤 삼척시 남양동 상가 밀집지역에 있는 지상 2층, 지하 1층의 한 노래방 건물에서 가스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건물 주인 김광욱(67·삼척시의회 부의장)씨와 노래방 업주 함모(55·여)씨 등 37명이 다쳐 119구조대 등에 의해 인근 4개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다. 사고 직후 건물주 김씨와 노래방 업주 함씨는 지하 1층과 지상 2층에서 각각 구조됐다. 사고가 난 건물에는 4~5개의 음식점이 입점해 있었으나 영업을 하지 않는 새벽시간이어서 더 큰 인명 피해는 없었다. 폭발 충격으로 사고 발생 지점에서 반경 약 100m 지역까지 건물 12개동 48개 점포와 일반주택 8채의 벽이 심하게 부서지거나 유리창이 깨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주변에 주정차해 있던 차량 13대도 파손됐다. 사고가 발생한 건물은 강력한 폭발로 건물 지하 1층 상판이 내려앉았고 건물 입구와 벽이 심하게 무너졌다. 폭발사고가 난 곳이 음식점 등 상가 밀집지역이어서 건물 피해가 컸다. 부상자 이모(47)씨는 “동료와 아침 식사를 하던 중 맞은편 건물에서 ‘펑’ 하는 폭발음이 들리고 식당 유리창이 깨지면서 파편이 날아들어 다쳤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고가 난 건물 옆에 거주하는 공덕판(68)씨는 “옥상에서 고추를 널고 있는데 옆 건물에서 ‘꽝~’ 하는 굉음이 난 뒤 콘크리트 더미가 머리 위로 날아왔다.”며 “죽을 것 같아 한동안 엎드려 있다가 일어나 보니 주변이 온통 파편들로 뒤덮여 마치 전쟁터 같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공기보다 무거운 다량의 LP가스가 오랜 기간 누출돼 지하 1층 등에 잔류해 있다가 화기와 접촉하면서 폭발한 것이 아닌가 보고 목격자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삼척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南北 사이 쌓인 지뢰도 빨리 제거됐으면”

    “南北 사이 쌓인 지뢰도 빨리 제거됐으면”

    ‘2012 만해상 평화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캄보디아의 지뢰제거 전문가 아키 라(39)가 방한했다. 2010년 CNN이 뽑은 ‘올해의 영웅 10’에 선정되기도 한 그는 크메르루주군에 강제징집돼 캄보디아 곳곳에서 수많은 지뢰를 매설한 소년병 출신이다. 아키 라의 부모는 그가 2~3살 무렵 크메르루주군에 의해 피살됐다. 정확한 출생일도 몰라 1973년생으로 추정할 뿐이다. 이름도 없었던 그는 20대에 일본인 친구를 만나 비로소 ‘영리한’이란 뜻을 가진 아키 라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소년병으로 자란 그는 열 살 때부터 자신의 키만 한 소총을 들고 전쟁터를 누비며 지뢰를 매설했다. 그는 전쟁이 끝나자 자신이 매설한 지뢰를 찾아 나섰다. 그는 “내가 묻은 지뢰가 내 친구와 친척들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일이 나쁜 짓이었다는 걸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라고 돌이켰다. 처음에는 유엔 소속으로 지뢰 제거 사업에 참여하다 1993년부터 독자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후 CSHD(Cambodian Self Help Demining)라는 단체를 만들어 30여명의 동료들과 함께 지뢰 제거 사업을 펴고 있다. 그는 13일 강원도 양구의 전쟁기념관과 비무장지대를 찾는다. 그는 “한국의 아픈 역사를 잘 알고 있다. 남북 사이에 놓인 지뢰도 빨리 제거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美, 시리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카드 꺼내나

    美, 시리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카드 꺼내나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꺼리며 몸을 사리던 미국이 ‘비행금지구역 설정’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언급하고 나섰다. 국제사회가 시리아 영공에 전투기 등의 출격을 금지시켜 공습을 막는 조치다. 지난해 3월 리비아 사태 때도 유엔이 격전지 상공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한 것이 무아마르 카다피 정권 붕괴의 신호탄이 됐다. 존 브레넌 백악관 테러담당 선임보좌관은 8일(현지시간) 미 외교협회(CFR) 토론회에서 시리아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는 문제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방안도 제외하라고 말한 기억은 없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또 “미국 정부는 시리아에서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지, 그에 따라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브레넌 보좌관의 이날 언급은 군사적 지원에 선을 그었던 지금까지와는 다소 다른 발언이다. 오바마 행정부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엄청난 비용이 드는 전쟁터에 다시 발을 들이기를 꺼리고 있다. 반면 야당인 공화당 일각에서는 시리아 반군을 정부군의 공습에서 보호하려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고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미국이 강경 기조로 선회하려는 데는 시리아 문제 해결에 나섰던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의 사임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아난 특사는 “시리아 사태를 풀려면 국제 공조가 중요한데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오는 31일 자로 특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지난 2일 밝혔다. 미국은 시리아 제재안 채택에 공을 들였지만 러시아 등의 반대로 무산되자 외교적 해결이 사실상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 듯하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리비아 사태 때 비행금지구역 설정과 군사 개입을 주도했던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사태가 리비아 때와 비슷하게 흐르고 있다.”면서 즉각적인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다. 성명은 사르코지가 시리아 반정부 연합체인 시리아국가위원회(SNC)의 압델바세트 시에다 신임 의장과 대화한 뒤 나왔다. 최근 측근들의 끝없는 엑소더스로 연일 타격을 받고 있는 알아사드 대통령은 9일 새 총리를 지명하며 정국 수습을 시도했다. 국영 사나통신은 와엘 나데르 알할키(48) 보건장관이 리아드 히자브 총리의 망명으로 공석이 된 총리직을 맡게 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급 인사들의 탈출 행렬은 이날도 계속됐다. 대통령궁 의전담당 책임자인 무헤딘 무슬마니가 9일 정권에서 이탈했다고 반군 조직인 자유시리아군(FSA)이 밝혔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3부) 한국형 공익재단의 도전 (9) 천안 풀뿌리희망재단

    가족의 학대로 공동생활 가정에서 자란 연우(가명·10)는 외톨이였다.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고,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이었다. 그런 연우가 달라졌다. 고사리손에 바이올린을 쥐게 되면서부터다. 함께 사는 형의 생일날 “축하곡을 연주해주겠다.”고 먼저 나섰다. 음악 선생님이 되겠다는 꿈도 생겼다. 연우에게 이런 꿈을 지펴준 곳은 지난 1월 출범한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이다. 국내 첫 지역재단인 충남 천안의 풀뿌리희망재단이 ‘한국판 엘 시스테마’를 만들겠다며 내놓은 세 번째 인큐베이팅 사업이다. 엘 시스테마는 1975년 빈곤, 폭력, 마약에 무방비로 노출된 베네수엘라 빈민 어린이들을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끌어들인 무상 음악 프로그램이다. 전쟁터 같던 빈민촌의 범죄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무기력했던 아이들은 미래를 말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마에스트로 구스타보 두다멜(로스앤젤레스필하모닉 상임지휘자)도 여기서 배출됐다. 이를 본뜬 클로버청소년오케스트라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 보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 40명으로 꾸려졌다. 오케스트라 출범을 처음 제안한 사람은 풀뿌리희망재단의 창립 멤버인 박성호(53) 상임이사. ●복지·환경등 지역문제 품는 ‘인큐베이터’ 8일 천안시 성정1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박 이사는 “영화 ‘엘 시스테마’를 보고 음악을 통해 아이들이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존재’라는 걸 깨닫고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사업지원 배경을 밝혔다. “엄마, 아빠에게서까지 학대당한 아이들이 있어요. 자칫하면 소외감, 폭력에 빠질 위험이 있는 이 친구들이 화음을 이뤄가는 공동체 생활을 경험하면서 ‘함께하는 삶’의 기쁨을 어른이 되어서도 누리길 바랍니다.” 재단의 뜻을 전해들은 천안시립교향악단 연주자 등 지역 음악가 30여명도 흔쾌히 재능기부에 나섰다. 숨이 턱턱 막히는 무더위 속에서도 요즘 아이들은 내년 1월 첫 연주회를 앞두고 맹연습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는 ‘지역사회의 문제를 품고 해결하는 인큐베이터가 되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설립 목표를 그대로 구현한 결과물이다. “지역사회에서 부족한 공익 인프라를 발굴하고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동시에 거기서 일할 수 있는 사람도 키우자. 이렇게 새로운 분야의 비영리 단체가 만들어지면 처음엔 우리가 품고 돌보지만 자립할 수 있다고 판단이 됐을 때 독립시키자는 아이디어였죠.” 각 분야의 전문 비영리단체와 활동가들을 지원할 지역재단이 절실하다는 문제의식은 1990년대 초부터 천안 지역 시민운동가들 사이에서 공유됐다. 계기가 마련된 것은 2005년이었다. 윤혜란 고문이 천안 YMCA와 ‘복지세상을 열어가는 시민모임’ 등에서 키워낸 인큐베이팅 사업의 성과로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을 수상한 것. 상금 5만 달러(약 5600만원)가 재단을 세울 종잣돈이 됐다. 여기에 시민 143명이 힘을 보태 만든 3억 4500만원을 토대로 2006년 풀뿌리희망재단이 뿌리를 내렸다. ●나눔문화 활성화… 지역재단 확산 기여 박 이사는 “지역재단이라는 도전에 나서기 전에는 돈이란 건 우리와 거리가 먼 것, 우리는 늘 힘들게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느리지만 꾸준하게 시민, 기업들의 기부가 이어져 국내 첫 지역재단의 무모한 실험을 성공으로 이끌었다. 설립 이듬해 1억원이었던 기부금은 지난해 4억 8000만원까지 불어났다. 기부방식도 다양하다. 천안의 산부인과 의사 3명은 새 생명이 태어날 때마다 5000원씩 모아 5년째 한달에 50만원씩을 꾸준히 재단에 보내오고 있다. 이 같은 ‘연쇄 나눔’은 마침내 ‘지역재단이 대체 뭐냐’며 갸우뚱하던 시민들의 기부의식을 깨웠다. 박 이사는 그 비결로 첫 손에 “지역사회의 요구와 딱 맞아떨어진 인큐베이팅 사업 덕분”이라고 꼽았다.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의 방과 후 쉼터인 ‘해누림청소년센터’, 학대·빈곤·유기된 아이들을 키워내는 공동생활가정 ‘꿈찬그룹홈’ 등 절실하면서도 밥벌이 때문에 엄두를 못냈던 사업들을 2년간 지원해 안착시켰다. 박 이사는 기부·활동 내역을 낱낱이 알리는 투명성과 이사들의 활발한 기부 네트워킹 능력, 경상비 최소화 등을 또 다른 성공 비결로 꼽았다. 재단의 나눔은 지구촌으로도 뻗기 시작했다. 천안에서 10년째 일해온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무하마드 자키룰 이슬람의 고향 마을 바길핫에 2010년 이후 우물 30여개를 파주고, 화장실도 만들어 줬다. 정부에 손을 벌리는 대신, 시민들의 기부문화를 활성화하고 지역사회 문제를 스스로 풀어나가겠다는 풀뿌리희망재단의 도전이 빛을 발하면서 최근 전국적으로 지역재단 설립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3월 부천희망재단에 이어 지난 3월에는 성남이로운재단이 설립됐고 안산에서도 최근 재단 준비 작업이 한창이다. 풀뿌리희망재단이 첫 지역재단으로 터를 닦은 지난 6년에 대해 박 이사는 “청소년, 환경, 복지 등 지역 사회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태세를 갖추게 된 시간이었다.”고 자평했다. 천안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결선 못 가도 스타 인터뷰 2시간 걸려

    ‘올림픽의 꽃’ 육상 남자 400m 준결선이 열린 5일 오후(이하 현지시간) 런던 스트랫퍼드의 올림픽스타디움.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6·남아공)가 4번 레인 출발대에 섰다. 두 다리 없이 태어나 장애인 최초로 비장애인 올림픽에 출전하게 된 ‘블레이드 러너’다. 미소를 지으며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어 보였지만 긴장감이 역력했다. 출발 총성이 울렸다. 8명의 선수들은 터질 듯한 심장을 안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 챔피언 키라니 제임스(20·그레나다)가 앞서기 시작했다. 스타트가 늦었던 피스토리우스는 보폭을 넓히며 막판 스퍼트했지만 격차는 그대로였다. 46초54, 8명 중 꼴찌. 4일 예선 기록이자 올해 최고기록이었던 45초44는 물론 자신의 최고인 45초07에도 한참 못 미쳤다. 망연자실하면서도 그는 관중에게 손 들어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잠시 고요했던 지하의 믹스트존은 다시 전쟁터가 됐다. 그런데 기다린 지 30분이 넘어도 그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혹시 기록에 실망해 그대로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게 아닐까.”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언제쯤 나오느냐고 진행요원에게 슬쩍 물어봤다. “한참 멀었어요. 예선 때도 경기가 끝나고 1시간은 있다가 나왔는 걸요. 기록은 안 좋아도 스타잖아요.”라고 그가 답했다. 지난해 대구에서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자들의 질문에 일일이 답해 준 모습이 떠올라 “피스토리우스는 정말 착한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여기자가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그렇지도 않아요. 피스토리우스는 지금 ‘미디어 프렌들리’에 골몰한 거예요.” 사실, 그는 현재 나이키와 브리티시텔레콤(BT), 오클리, 티에리 뮈글러의 후원을 받고 있다. 경기 1시간이 지난 오후 9시 50분. 마침내 피스토리우스가 나왔다. 기자들이 몰려들었고, 마이크까지 설치됐다. 성적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내 목표는 준결승이었다. 올림픽 무대에 선 것만 해도 꿈만 같다.”면서 “남은 400m 계주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44초대는 언제쯤일까라는 질문에는 “내년에는 되지 않을까? 꼭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그가 선수 대기실에 들어간 건 경기가 끝난 지 2시간이 지난 오후 10시 30분이 넘어서였다. 꼴찌지만 그는 분명히 스타였다. 런던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열린세상] G2시대와 한국외교 방향/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주스위스 대사

    [열린세상] G2시대와 한국외교 방향/장철균 서희외교포럼 대표·전 주스위스 대사

    2008년 뉴욕발 미국의 금융위기 이후 국제사회의 화두는 미·중(G2)시대이다. G2는 정치적으로는 이해가 충돌하지만 경제적으로는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으로 돈을 번 잉여 달러로 미국의 국채를 사들이는 상호보완적이다. 중국이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미국의 국민총생산은 세계 총생산의 약 4분의1로 군사력, 과학기술, 소프트파워 등 총체적 국력에서 중국을 크게 앞선다. 중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약 5000달러로 미국의 10%에 불과하다. 중국이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성장에 따른 지역·계층 간 부의 불균형 문제와 자유·평등 욕구의 사회적 확산을 잘 관리하면 2030년쯤에는 미국의 패권을 위협할지 모른다. 구한말 역사는 반복하는가? 한반도 주변에는 미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이 있다. 2030년쯤에는 중국과 함께 러시아의 부활도 예견된다. 러시아의 과학기술은 세계적 수준이고 시베리아의 엄청난 지하자원을 동원하면 경제성장은 시간문제이다. 대(大)러시아를 표방하는 푸틴도 대통령에 복귀했다. 일본은 어떤가? 잃어버린 10년과 경제침체 그리고 정치적 불안정이 일본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경제의 양과 질을 감안하면 여전히 제2의 경제대국이다. 핵무기를 제외한 재래식 군사력도 세계 3~4위 수준이다. 작금의 중국 부상과 미·중 갈등은 일본의 재무장을 부채질하고 있다. 한국은 오늘날 경제와 군사력 모두 10위권의 강소국으로 성장했지만 한반도는 여전히 분단되어 있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일본의 해양세력과 중국·러시아의 대륙세력은 앞으로도 갈등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구한말의 역사가 반복되는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이다. 한반도는 이러한 주변세력의 부침에 따라 이해가 교차되는 전략적 요충지에 자리 잡고 있어 역사적으로 강대국들의 전쟁터가 되어 왔다. 폴 케네디 교수의 지적처럼 한국은 ‘네 마리의 코끼리에 둘러싸인 작은 동물’ 의 모습이다. 네 마리의 코끼리 중에서 한 마리가 움직이면 다른 세 마리를 자극해 한반도는 희생될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핸디캡‘을 갖고 있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이다. 네 마리의 코끼리 사이에서 한국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방법은 우리가 다섯 번째 코끼리가 되는 것이다. 어떤 전략과 대책이 필요한가? 첫째, 성장으로 국력을 증대해야 한다. 한국이 일곱 번째로 ‘20-50클럽’에 가입했지만 아직 코끼리는 아니다. 국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는 허세이다. 새우의 외교로는 고래싸움을 막을 수 없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경제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다. 복지는 필요하지만 가능한 한 적게 하고, 성장을 우선해야 한다. 그리스와 같이 복지국가의 실패를 뒤따라서는 안 된다. 눈앞의 선거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인 국가이익을 고려해야 한다. 둘째, 국내 통일교육과 대외 통일외교를 강화해야 한다. 분단 상태에서는 코끼리 대열에 합류할 수 없다. 통일을 부담스러워하는 시류에서는 새우의 신세를 면하기 어렵다. 20여년 후 미·중 시대와 한반도 주변 4강체제가 자리 잡기 전에 우리는 통일을 이루고 그 후유증을 극복하여 ‘30-80클럽’ 가입을 목표로 해야 한다. 3만 달러 소득과 8000만 인구는 미국, 일본, 독일 세 나라뿐이다. 그러면 명실공히 코끼리 대열에 서게 된다. 통일은 도전이지만 기회이다. 문제는 시간이다. 셋째, 한·미동맹을 계속 굳건히 해야 한다. 중국과는 지금같이 경제를 중심으로 선린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외교노력이 필요하다. 중국의 부상을 의식하여 미·중 사이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려는 소위‘자주외교’는 위험하다. 안보에는 중간지대가 없다. 미국은 한국의 안보, 경제, 통일에도 중요하다. 독일통일 과정에서의 미국의 역할을 상기해야 한다. 넷째, 국내정치적 양극화를 극복하여 초당적 외교를 펼쳐야 한다.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동맹과 자주 같은 2분법으로 외교를 논의하면 국론은 분열되고 국력은 낭비된다. 북한을 포함한 잠재적 경쟁국에 어부지리가 될 수도 있다. 정치가 외교의 발목을 잡게 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보다 정치민주화가 먼저다. 통일이 대세가 되면 ‘ 민족끼리’ 주장도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⑤싱크탱크로 어젠다를 설정하라

    [공익재단-부자의 상상력을 기부하라] (2부) 선진 공익재단 현장을 가다 ⑤싱크탱크로 어젠다를 설정하라

    ‘세상을 바꾸는 정책의 전초기지에 부(富)를 투자하라.’ ‘슈퍼파워’ 미국의 힘의 원천으로 민간 싱크탱크를 꼽는 이들이 많다. 브루킹스연구소, 헤리티지재단 등은 ‘아이디어 전쟁터’인 워싱턴 정가에 ‘실탄’과 같은 정책과 두뇌를 공급한다. 미국을 움직이는 싱크탱크, 그 뒤에는 부자와 이들의 재단이 재정적 버팀목으로 서 있다. 이 자산가들은 어려운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거나 노인 복지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싱크탱크를 통해 공공정책 수립에 기여하는 편이 더 많은 시민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정책 전문가와 아이디어에 기부하는 것이 최고의 자선’이라는 생각이다. ●사람과 아이디어에 투자 미국 행정부의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주요 싱크탱크들은 대부분 슈퍼리치의 재정 지원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이 대표적이다. 1970년대 초반까지 주를 이루던 진보성향의 싱크탱크에 맞서기 위해 콜로라도의 맥주 갑부 조지프 쿠어스로부터 1년 예산인 25만 달러를 기부받아 1973년 설립했다. 이후 스카이프재단 등 보수 재단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초대형재단으로 성장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1981~1989년)의 스타워스 계획(미사일방어 계획)과 적하 경제정책(정부 규제 완화, 감세 등으로 부유층에 혜택을 주면 고용과 소비가 늘어 서민들도 잘살게 된다는 것), 조지 W 부시 행정부(2001~2009년)의 대테러 국토방위 전략 등 최근 30년 내 공화당 정부의 굵직한 정책들이 이 재단에서 나왔다. 미국 보수 싱크탱크의 빠른 성장세는 ‘네 자매’로 불리는 보수적 재단의 지원 덕에 가능했다. 올린재단과 브래들리재단, 스미스리처드슨재단, 사라스카이프재단 등은 1980년대 이후 미국 보수 연구소들이 세련된 논리를 갖추는 데 돈줄 역할을 한다. 중소 규모의 보수 싱크탱크의 경우 재정의 60%를 이들 4개 재단으로부터 지원받는다. 작은 정부와 개인 자유의 확대를 지향하고,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등 보수 가치를 좇는 곳이라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브래들리재단은 ‘교육 바우처제도’(저소득층 학생들이 원하는 사립학교 등에 갈 수 있도록 정부가 재정지원하는 것)를 전국에 확산시키기 위해 연구비용은 물론 바우처제 도입을 머뭇거리는 지자체를 상대로 한 소송 비용까지 지원했다. ●한국도 부호층 지원 절실 갑부와 재단의 화력지원을 받기는 진보 싱크탱크들도 마찬가지였다. ‘세계 최고 싱크탱크’로 평가받는 미국의 브루킹스연구소는 초기 록펠러재단과 카네기기금의 지원 속에 돛을 올렸다. 또, ‘진보판 헤리티지재단’을 표방한 미국진보센터(CAP)는 조지 소로스, 허버트와 매리언 샌들러 등 진보 성향 부자들이 엄청난 재원을 제공했다. 소로스는 2003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조지 W 부시의 낙선을 위해 총력전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뒤 재단 설립의 초기자금을 댔다. 이후 엄청난 성장세를 보인 CAP는 ‘오바마의 두뇌’라고 평가받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큰 역할을 했다. 오바마의 대표적인 개혁정책으로 꼽히는 건강보험·교육 개혁의 틀을 제공했다. 함재봉 아산정책연구원장은 “미국 갑부들은 싱크탱크 지원을 자선의 일환으로 여긴다.”면서 “기업 경영 등을 통해 사익을 얻었지만, 이제는 사재로 (정책 연구를 도와) 공공 영역에 직접 기여하고 자신의 이름을 알리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싱크탱크들은 정책 개발뿐 아니라 ‘전문가 인력 풀’ 역할도 한다. 부시 정권의 2인자였던 딕 체니 부통령과 이 정권에서 각각 재무장관과 유엔 주재 미국대사를 지낸 폴 오닐, 존 볼턴 등은 보수성향의 미국기업연구소(AEI) 출신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CAP의 존 포데스타 초대 소장이 정권인수위원장을 맡고 멜로디 반스 수석부소장이 백악관 국내정책위원장을 지냈다. 우리나라에서도 민간 독립 싱크탱크가 제역할을 할 때가 왔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기업 오너 등 부호들이 정치 논쟁에 휩싸일 수 있는 영역에 기부를 꺼려 연구소들은 재원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다. 싱크탱크 전문가인 홍일표 박사는 “특정 주제의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직접 기관을 세우거나 주제를 정하지 않고 기존 싱크탱크의 운영을 돕는 형태로 기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김상연 특파원 워싱턴 저널] 성인 1명당 1정… ‘총격사망 年 2만명’ 전쟁터보다 많아

    # 미국 버지니아주에 사는 메리 존스(69·여)의 침대 매트리스 밑에는 권총이 있다. 잠을 자다가도 언제든 손만 뻗으면 바로 발사할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풀어 놓았다. 남편과 사별하고 장성한 자식들과 떨어져 혼자 사는 그녀는 “총은 강도로부터 나의 안전을 지키는 유일한 방어 수단”이라고 말한다. 그녀는 공원에 산책갈 때도 운동복 주머니에 권총을 휴대한다. # 메릴랜드주에 사는 루크 케슬러(41)는 16살 때 친구한테서 권총을 구입했을 때의 흥분을 잊지 못한다. 방에서 혼자 거울을 보고 권총을 겨누는 영화 속 장면을 밤새도록 따라해 봤다. 그는 “여러 종류의 총을 소유하고 있는 아버지가 ‘너는 총을 좋아하니 유산으로 총을 물려주겠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지난 1년 사이 기자가 만난 평범한 미국인들의 실상이다. 한국에 있을 때는 미국에서 총기 규제가 안 되는 이유가 주로 전국총기협회(NRA) 등 압력단체의 로비 때문인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미국에 와 보니 일반 국민 중에도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었다. 초등학교 교실에서 어린이들이 총에 맞아 죽어도, 연방하원의원이 대낮에 피격을 당해도 여전히 미 국민 다수는 총기 소지를 찬성한다. “범죄자들은 암시장 등을 통해 여전히 총기를 구할 텐데 일반 시민들만 무장해제시키면 어떻게 하느냐.”는 게 주된 이유다. 미국인 특유의 총에 대한 ‘로망’도 총기 소유 찬성 심리를 부추긴다. 한국인들이 태권도와 같은 무술에 로망이 있다면, 미국인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서부영화처럼 총에 열광하는 심리가 있다. 한 한국인 영화감독 지망생이 미국 대학에 유학와서 조폭들이 쇠파이프로 난투극을 벌이는 장면을 시나리오로 써서 발표했더니 미국인 학생들이 “유치하다. 왜 총을 사용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더라는 얘기도 있다. 미국 국민 전체가 소유하고 있는 총기는 2억 5000만정에 이른다. 미국 인구가 3억여명이니까, 성인 1인당 1정 이상씩 갖고 있는 셈이다. 그리고 연간 2만여명이 총격 사건으로 사망한다. 전쟁터(이라크전 8년 9개월간 미군 4500명, 이라크 국민 11만 5000명 사망)보다 사망자가 많다. 그런데도 총기 소유 찬성 여론은 갈수록 늘어 지금은 70%를 넘는다. 천혜의 환경을 가진 축복받은 땅이 ‘주기적으로’ 총기 난사사건으로 얼룩지는 것을 보면서 세상에 완벽하게 행복한 곳은 없다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carlo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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