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쟁터
    2026-01-2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46
  • “투탕카멘, 병약한 소년 아닌 ‘전사’였을 것” (연구)

    “투탕카멘, 병약한 소년 아닌 ‘전사’였을 것” (연구)

    황금가면의 주인이자 소년 파라오로 알려진 투탕카멘이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병약하기만 한 어린 파라오는 아니었다는 내용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투탕카멘은 이집트 제18왕조 제12대(재위 BC 1361∼1352) 파라오다. 18세의 젊은 나이에 죽었으며, 죽음의 의혹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다만 이탈리아·영국 전문가로 구성된 연구진이 2014년 투탕카멘이 생전 내반족이라는 발 기형에 뻐드렁니를 가졌으며, 근친상간으로 인한 호르몬 불균형 때문에 신체에 여러 장애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었다. 당시 연구진은 투탕카멘의 조기 사망 역시 이러한 병약한 신체와도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노스햄턴대학 연구진은 RTI(Reflectance Transformation Imaging)라는 촬영기법을 통해 3000년 전 죽은 소년왕의 유물을 재분석했다. RTI는 인공조명으로 그림자를 만들어 음각된 글자의 모양을 촬영한 뒤 이미지 처리를 거쳐 선명도를 높여 판독을 용이하게 하는 ‘디지털 탁본’이다. 유물에 전혀 손을 대지 않고도 글자나 그림, 흔적을 찾아낼 수 있어 최근 들어 각광받고 있다. 연구진은 투탕카멘의 무덤에서 발견된 그의 갑옷을 정밀 분석한 결과, 갑옷의 가죽 부분 모서리에서 닳거나 긁힌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투탕카멘이 생전 이 갑옷을 실제로 사용했으며, 전쟁터에 나갈 수 있는 신체를 가진 ‘전사’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루시 스키너 박사는 “갑옷에 있는 흔적은 투탕카멘이 이를 입었으며, 아마 이를 입고 전쟁에 나갔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투탕카멘은 더 이상 병약하고 여린 소년왕이 아닌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연구진은 투탕카멘 가죽 갑옷의 비밀은 여전히 풀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당 갑옷이 세상에 다시 나온 지 약 100년이 흘렀지만, 전문가들은 갑옷에 사용된 가죽이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하고 있다. 스키너 박사는 “일반적으로 가죽은 수분과 만나면 쉽게 손상되기 때문에 고고학적으로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면서 “우리는 이런 종류의 가죽을 만드는데 사용된 고대의 방법을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투탕카멘은 영국인 고고학자 하워드 카터가 1922년 11월 나일 강 서쪽 ‘왕가의 계곡’에서 황금 마스크를 쓴 그의 미라와 수많은 부장품이 보존된 그의 무덤을 발견하면서 유명해졌다. 로이터=연합뉴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 두 달만에 터키에 점령

    터키가 시리아 내전의 혼돈을 틈타 시리아 북서부 쿠르드 지역인 알레포주 아프린을 점령했다고 AP통신 등이 18일(현지시간) 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이날 차나칼레에서 열린 차나칼레전투 승전 기념행사에서 “아프린을 완전히 장악했다”고 선언했다. 터키가 아프린에서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몰아내는 군사작전 ‘올리브 가지’를 전개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YPG는 미군 주도 국제동맹군과 함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 싸웠다. 하지만 터키는 YPG를 자국의 쿠르드 분리주의를 자극하는 최대 안보위협으로 인식하고 테러 집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터키군과 연계 시리아 반군은 이날 아프린시 주요 구역에 진입했다. 반군 조직원들은 아프린 중심부에 있는 쿠르드인 동상을 쓰러뜨려 파괴하고, 반군기를 펼쳐 들어 승리에 도취한 함성을 질렀다. 터키군의 도심 폭격으로 아프린에선 민간인 280명 이상이 숨지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특히 사흘 동안 주민 20만여명이 빠져나갔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는 밝혔다. 농업이 발달해 ‘올리브의 땅’으로도 불리는 아프린은 8년간의 시리아내전 중에도 안정을 유지해 쿠르드 주민뿐만 아니라 전쟁터를 피해 온 아랍인과 소수 민족에게 안식처가 됐던 곳이었지만 이번 군사공격으로 전쟁터로 변했다. 터키군은 아프린을 점령할 의도는 없다고 밝혔지만 이미 치안부대를 배치하고 난민캠프를 설치하는 계획이 진행 중이다. YPG는 아프린 도심 철수를 사실상 시인하며, 게릴라전으로 저항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아프린 행정당국에 해당하는 아프린 집행위원회는 성명에서 “아프린의 구석구석을 모두 수복할 때까지 저항은 계속된다”고 밝혔다.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퍼블릭 IN 블로그] ‘배불뚝이’ 박 대령이 숨 넘어갈 듯 연병장을 달리는 까닭

    아테네 병사 페이디피데스는 달리고 또 달렸다. 숨이 턱까지 차올랐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 젖먹던 힘까지 모두 짜내 가며 달리기를 계속해 아테네에 도착했을 때 수만명의 시민은 마라톤 평원에서의 전쟁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페이디피데스는 숨을 헐떡이며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승·리·했·다. 하·지·만·지·원·군·이·필·요·하·다.” 지금으로부터 2500여년 전인 기원전 490년, 페르시아의 침공을 받은 그리스 아테네의 승리는 병사들의 강인한 체력이 원동력이었다. 33㎏의 중무장을 한 채 40㎞를 세 시간여 만에 내달려 마라톤 평원에서 아테네에 도착한 페이디피데스는 소식을 전한 뒤 곧바로 전쟁터로 돌아갔다고 한다. 승전보를 전하고 숨을 거뒀다는 ‘소설’은 2400여년 만에 재현된 근대 마라톤 경기의 극적 효과를 위해 각색된 것이라는 얘기가 전해진다. 고대 아테네 병사들이 완전군장을 하고 240여㎞ 거리를 사흘 만에 주파했다는 믿기 어려운 기록도 남아 있다. # 63만 군인·군무원 체력검정 돌입 계절의 기세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 같던 맹추위를 결국 몰아냈다. 겨우내 한껏 움츠러들었던 온몸의 근육이 이완돼 꿈틀거리고 있다. 때를 놓치지 않고, 각급 부대에서도 장병의 체력검정이 지난 12일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점심때와 일과후 연병장을 달리는 장병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병사들은 말할 것 없고, 부사관, 위관급 장교, 영관급 장교, 장군들까지 달리기 대열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체력단련장도 만원사례다. 10월 말까지 전국의 군인과 군무원 63만여명이 모두 체력검정을 받아야 한다. 팔굽혀펴기(2분), 윗몸일으키기(2분), 3㎞달리기 등 3종목을 치러야 하는데 나이와 성별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막 임관한 남성 초급 장교(25세 이하)의 경우 팔굽혀펴기는 72회 이상, 윗몸일으키기는 86회 이상, 달리기는 12분 30초 이내여야 특급 판정을 받는다. 각각 47회 이하나 61회 이하, 15분 37초 이상이면 불합격이다. 같은 나이대의 여군은 각각 35회 이상, 71회 이상, 15분 이내면 특급 판정을 받고, 22회 이하와 46회 이하, 18분 44초 이상이면 불합격에 해당한다. 합격 등급은 모두 특급과 1~3급으로 나뉜다. 기준은 연령이 많아지면서 완화된다. 군인과 비교하면 군무원 기준이 낮다. # 체력이 곧 진급… 장군 52%가 특급 미군은 육·해·공군별로 종목이 다르다. 이 중 미 육군은 우리 군 검정 종목과 일치한다. 종목별 합격 평가를 4등급으로 나누는 우리 군과는 달리 미 육군은 100점 만점의 점수를 부여해 평가한다. # 2~3년 연속 불합격 땐 ‘군복’ 벗어야 체력검정 평가는 진급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모두 높은 등급을 받고자 땀을 쏟기 마련이다. 계급이 높을수록 고등급 비율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장군의 특급 획득 비율은 52%, 영관급은 39%로 장군들이 상대적으로 체력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정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면 여러 차례 다시 치를 수는 있지만, 부대별 검정 일정을 감안하면 2~3차례 이상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합격 판정을 받으면 경고를 받고, 2~3년간 연속 불합격이면 ‘현역부적합’ 심사를 받고 군을 떠날 수도 있다. 육군 모부대 ‘배불뚝이’ 박모 대령이 숨을 헐떡이며 연병장을 달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박홍환 선임기자 stinger@seoul.co.kr
  • [그 책속 이미지] 붉은 깃발 휘날리는 北 토목 공사장

    [그 책속 이미지] 붉은 깃발 휘날리는 北 토목 공사장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문범강 지음/서울셀렉션/292쪽/4만 4000원수많은 일꾼들이 대형 배수관을 나르려 안간힘을 쓴다. 이를 악물고 일하는 이들의 옷은 이미 진흙투성이다. 드문드문 보이는 굴착기와 기중기가 공사 현장임을 알려준다. 그러나 일꾼들 속에서 휘날리는 붉은 깃발은 이곳이 단순한 공사 현장만은 아님을 암시한다. 마치, 전쟁터 같다. 이 그림은 북한 청천강 계단식 발전소 공사 현장을 그린 집체화 ‘청천강의 기적’이다. 집체화는 여러 화가가 합동해 그린 그림이다. 북한 화가 최창호를 포함한 6명이 이 그림을 2014년 그렸다. 역사적인 사건을 주제로 하는 북한 집체화는 국가적 사안이 걸린 대형 토목 공사, 지도자의 서거 등을 주로 그린다. 문범강 조지타운대 교수가 최근 낸 ‘평양미술 조선화 너는 누구냐’는 이처럼 흔히 접하기 어려운 북한 미술을 담았다. 2011년부터 6년간 평양을 9차례 방문한 문 교수는 평양의 만수대창작사, 백호창작사, 삼지연창작사에서 화가들을 직접 만났다. 조선화(한국화를 뜻하는 북한말)를 비롯한 북한 미술의 생생한 제작 현장도 살폈다. 대구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대학을 다닌 그는 학창 시절 받은 반공교육의 영향으로 북한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두려움에 뒤로 물러섰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북한 미술의 예술성은 그가 이런 두려움을 뛰어넘게 했다. 이런 게 예술의 힘일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부상병 골든타임 연장…美 ‘생체시간’ 지연 기술 만든다

    부상병 골든타임 연장…美 ‘생체시간’ 지연 기술 만든다

    전쟁터에서 부상병이 살아남으려면 중증외상 환자와 마찬가지로 적어도 1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총탄이 날아드는 곳에서 골든 타임을 지키기는 쉽지 않다. 이에 따라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다친 병사의 생체 시간을 늦춰 골든 타임을 확보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최근 연구를 시작했다고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 등 외신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오스타시스’(Biostasis)로 불리는 이 프로그램은 살아있는 세포의 생화학적인 과정을 늦춰 세포 조직이 파괴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늦추는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즉 이를 통해 다친 병사의 생존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자연계에서 일부 유기체가 특정 단백질을 사용해 이런 방식으로 세포의 기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물곰’으로 불리는 완보동물은 완전히 얼어붙은 극저온이나 수분이 거의 없는 곳부터 방사선이 내리쬐는 곳까지 극한의 환경 조건에서 살아남기 위해 휴면 상태에 들어선다. 이 상태에 들어서면 모든 대사 활동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이들 전문가는 자연계에서 볼 수 있는 이런 과정을 근거로 병사들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인간에게 비슷한 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완보동물처럼 나무개구리도 혹독한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이들은 며칠 동안 완전히 얼어붙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 이에 대해 프로그램 책임자인 트리스탄 매클루어-베글리 박사는 “자연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분자 수준에서 생명체는 일련의 지속적인 생화학 반응이다. 종종 이런 반응은 화학 반응의 속도를 높이는 촉매로 불리는 단백질이나 ‘분자기계’에 의해 발생한다”면서 “연구 목적은 분자기계를 제어해 전체 시스템을 거의 같은 속도로 늦춰 부작용을 피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 연구는 초기 단계로 앞으로 5년 동안에 걸쳐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초등교과서 ‘위안부’ 표현 4년 만에 부활

    초등교과서 ‘위안부’ 표현 4년 만에 부활

    ‘유신체제’는 ‘유신 독재’로 수정 자유민주주의 용어는 그대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위안부’ 표현이 다시 명시됐다. 한·일 합의 직후인 2014년 교과서에서 빠진 이후 4년 만이다.5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새 학기부터 사용되는 초등 6학년 1학기 사회 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라는 제목의 사진과 함께 ‘식민지 한국의 여성뿐 아니라 일제가 점령한 지역의 여성들까지 강제로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가 모진 고통을 당했다’는 설명이 실렸다. 이전 교과서에서는 위안부라는 표현은 빠지고 ‘강제로 전쟁터에 끌려간 여성들은 일본군에게 많은 고통을 당했다’고만 표기됐다. 교과서에 실린 사진은 1944년 9월 미군이 중국 윈난성 ‘라모’ 지역에서 찍은 위안부 모습이다. 교육부는 2014년 제작한 6학년용 사회 교과서 실험본에서 ‘위안부’ ‘성노예’라는 표현이 초등학생이 학습하기에 적정하지 않다며 “초등학생 발달 수준을 고려해 기술하되 사진 등은 삭제했다”면서 위안부 표현을 뺐다. 교육부는 이와 관련해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다시 수록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해 지난해 말 위안부 표현이 다시 들어가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새 교과서에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이뤄진 날로 정의했고, 기존에 ‘유신체제’나 ‘유신헌법에 따른 통치’라는 표현도 ‘유신독재’나 ‘독재정치’라는 표현으로 바뀌었다. 최근 중·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 집필 기준 시안에서 빠지면서 논란이 됐던 ‘자유민주주의’라는 표현은 소단원 제목으로 그대로 남았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불가사리 수 천 마리 떼죽음...원인은 ‘동쪽에서 온 괴수’?

    불가사리 수 천 마리 떼죽음...원인은 ‘동쪽에서 온 괴수’?

    영국 켄트주의 해변에서 떼죽음을 당한 불가사리 수 천 마리가 발견돼 당국 전문가들이 조사에 나섰다. 메트로 등 현지 언론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죽은 불가사리 수 천 마리는 파도를 따라 해안으로 떠밀려온 뒤 모래사장을 가득 뒤덮었다. 당시 가족과 이 지역을 산책하던 중 떼죽음 당한 불가사리들을 발견한 사진작가 라라 마이클렘(47)은 “‘괴수’가 이 많은 불가사리를 한꺼번에 죽인 것 같았다”면서 “우리는 가능한 조금이라도 살아있는 불가사리를 바다로 돌려보내려 시도해봤지만 이미 그곳은 ‘전쟁터’였다”고 말했다. 이어 “5살 된 쌍둥이 딸들도 불가사리들을 바다로 돌려보내려 노력했지만 소용없었다”면서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불가사리가 죽어 있는 것은 처음 본다”고 밝혔다. 현지에서는 이번 불가사리 떼죽음이 ‘동쪽에서 온 괴수’(the Beast from the East)의 영향인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엔 최근 며칠간 ‘동쪽에서 온 괴수‘라는 별명이 붙은 시베리아발 한파가 불어 닥치면서 지역에 따라 최대 60㎝의 폭설이 내렸다. 일반적으로 불가사리는 온도에 매우 민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파가 며칠 째 이어지면서 불가사리들이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만큼, 현지에서 이와 관련한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5G 세상 원더풀”

    “현실보다 더 현실 같다…5G 세상 원더풀”

    SKT AI 스피커 ‘홀로박스‘ 주목 KT VR 게임 ‘스페셜포스’ 인기 구글 AR 플랫폼 ‘AR 코어’ 선봬 게임·원격수술 등 상용화 기대감오는 6월 국제이동통신표준 기구인 3GPP가 5세대(5G) 이동통신 표준을 지정하면 가장 먼저 눈앞에 펼쳐질 융·복합 기술은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 될 것으로 보인다. 5G가 상용화되면 방대한 데이터가 저장된 클라우드와 단말 사이에 정보 교환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6일(현지시간)부터 1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상용화를 가정한 5G 기술을 선보이며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미래형 인공지능(AI) 스피커 ‘홀로박스’를 선보였다. 아직까지는 ‘유사 홀로그램’ 형태지만 5G가 상용화되면 완전한 홀로그램 구현이 가능하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홀로박스는 휴대전화 AR 기능으로 언제 어디서든 SK텔레콤의 특정 마크를 비추면 캐릭터가 스마트폰 속으로 뛰어들어 온다. AI 스피커에서와 마찬가지로 웬디를 부르면 손을 귀 옆에 대고 사용자의 말을 듣고 날씨나 여행 정보 등 원하는 정보를 가져다준다. SK브로드밴드 ‘옥수수’가 마련한 ‘VR소셜’도 전시장에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 장치(HMD)를 쓰고 체험해 보니, 영화관 같은 환경이 펼쳐졌다. 바로 옆에 앉은 외국인 체험자의 아바타가 보였다. 손에 든 리모컨으로 테이블 위에 올라가 있는 폭탄이나 팝콘을 찍어 클릭했더니 아바타는 그걸 화면에 던졌다. KT ‘스페셜포스 VR’도 많은 관람객의 눈길을 끌었다. 사용자는 PC를 등에 질 필요 없이 헤드셋, 조끼와 손목밴드를 차고 총만 들면 에일리언이 침공한 전쟁터로 빨려들어 간다. 구글의 증강현실(AR) 개발자 플랫폼 ‘AR 코어’ 체험존에서도 다양한 AR 앱들을 만날 수 있었다. 스마트폰으로 벽면을 비추니 세계적인 축구팀 바르셀로나 FC의 홈구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포르셰 앱을 실행하고 바닥을 비추니 화면 속에 작은 포르셰 자동차가 나타났다. 차량은 360도 회전이 가능하고, 원하는 대로 색깔을 바꿀 수 있다. VR의 필수 기기인 HMD 대표주자인 HTC의 자회사 바이브는 HTC 부스에 코너를 마련해 VR을 게임, 작업, 수술 등에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시연했다. 바이브 관계자는 “VR을 이용한 원격수술 등 세밀한 작업은 네트워크 지연이 거의 없는 5G로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바르셀로나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 30명 총살”…영상기록 최초 공개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 30명 총살”…영상기록 최초 공개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일본군 성노예)를 학살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영상이 최초로 공개됐다.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는 3·1절 99주년을 기념해 27일 개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콘퍼런스에서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을 촬영한 날짜는 텅충 함락 다음 날인 1944년 9월 15일로 함락 당시 연합군에 포로로 잡혀 생존한 23명을 제외한 조선인 위안부 대부분은 일본군이 학살한 것으로 추정된다. 19초 분량의 이 영상은 아시아·태평양 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9월 중국 윈난성 텅충에서 미·중 연합군이 찍은 것으로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학살된 후 한꺼번에 버려진 참혹한 모습을 담고 있다. 시신을 매장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가 시신의 양말을 벗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이는 미·중 연합군의 문서에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라고 적힌 내용을 뒷받침하는 영상기록이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 기사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대 연구팀은 2016년 발굴한 위안부 학살 현장 사진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전쟁 당시 미군 사진부대의 사진·영상 촬영 담당 병사가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해 영상을 추적했다. 사진이 있으니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영상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자료를 뒤져 조각조각 끊어진 필름더미 수백 통을 일일이 확인했다.미·중 연합군은 1944년 6월부터 중국-미얀마 접경지대인 윈난성 쑹산과 텅충의 일본군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개시했다. 같은 해 9월 7일 쑹산을, 일주일 뒤인 14일엔 텅충을 함락했다.당시 이곳엔 일본군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다.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패전이 임박하자 당시 일본 작전참모였던 츠지 마사노부가 쑹산·텅충 주둔 일본군에게 사실상의 ‘옥쇄(강제적 집단자결)’ 명령을 내렸고 이를 거부한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부 민간인과 함께 학살당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은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앞서 텅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1944년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고 기록한 연합군 정보 문서를 발굴해 공개한 바 있다. 연구팀 소속의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진성 서울대 교수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증언 이후 세계 이곳저곳에서 깊이 묻힌 자료들이 발굴되고 있다. 이 자료들이 할머니들의 증언과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위안부 자료 발굴을 2016년부터 지원해온 서울시는 “전시에 여성을 전쟁터로 동원하고 성적 위안의 도구로 사용하다 학살하는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일본은 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과해야만 반복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영상=유튜브 서울시-서울대 인권센터 제공
  • 음성으로 쇼핑하라… ‘AI 스피커 전쟁’

    음성으로 쇼핑하라… ‘AI 스피커 전쟁’

    아마존ㆍ구글 AI스피커에 쇼핑 접목 中 알리바바 자체 개발 AI 선보여 네이버ㆍ카카오 등 후발주자 경쟁요즘 네이버, 카카오, SK텔레콤, KT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반 업체들은 인공지능(AI) 스피커에 ‘음성 쇼핑’ 기능을 담느라 분주하다. AI 스피커를 만들어서 왜 ‘장사’에 몰두하는 걸까. 인간에 가까워져서 인간이 원하고 필요한 것을 가장 잘 아는 것이 AI의 궁극적 목표다. 그러기 위해서 AI는 학습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지식창고’, 즉 데이터베이스가 있어야 한다. 2016년 이세돌 9단을 꺾은 알파고가 프로기사들의 기보 수천만개를 학습했다는 걸 생각하면 쉽다. 지식창고가 크고 다양할수록 AI는 똑똑해진다.특히 상거래 플랫폼 시장은 AI 데이터베이스 확보 경쟁이 펼쳐지는 전쟁터다. ‘어떤 사람이 어떤 것을 원하는가’와 관련된 데이터베이스를 쌓기에 가장 적합한 활동이 상거래이기 때문이다. 2014년 10월 에릭 슈밋 구글 회장은 “구글의 최대 경쟁자는 빙(Bing)이나 야후 같은 검색 서비스가 아닌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일찌감치 상거래 플랫폼의 패권을 잡은 미국·중국 기업들은 AI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몇 발 앞서 나가고 있다. 7억 5000만명이라는 중국 내수시장을 가진 알리바바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자체 개발한 AI로 미국 스탠퍼드대의 인공지능 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인간보다 뛰어난 독해능력을 선보였다.음성 쇼핑을 가장 먼저 준비해 온 아마존은 2014년 최초로 음성 주문 서비스를 선보인 뒤 최근엔 아마존 프라임에서 판매하는 모든 상품을 음성으로 주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최근 문을 연 무인 편의점 ‘아마존고’를 통해 아마존이 얻는 가장 큰 보물도 따지고 보면 양질의 빅데이터다. 아마존고에 들어온 손님들은 말로 주문을 하지 않아도 편의점에 설치된 모든 장비를 통해 인종, 나이, 성별과 쇼핑 방식, 상품 카테고리별 체류시간 등의 정보를 아마존에 내주고 있기 때문이다.구글은 지난해 초 ‘구글홈’에 음성 쇼핑 기능을 추가하고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비롯해 코스트코 및 타겟 등 대형 유통 사업자들과 연합전선을 구축했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아마존의 경쟁사인 이베이와 제휴를 맺고 AI 비서인 ‘어시스턴트’를 통해 원하는 상품을 쉽고 편리하게 찾을 수 있는 기능을 포함시켰다. 한발 늦게 출발한 국내기업들은 이제 막 음성 쇼핑을 통해 사용자 행동을 데이터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단계다.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 AI 스피커가 그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AI 스피커를 통해 기업은 사용자 음성 패턴과 상거래 관련 데이터를 동시에 축적할 수 있다.SK텔레콤은 자회사인 SK플래닛의 ‘11번가’와 연계해 음성 명령만으로 11번가의 상품을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KT도 ‘기가지니2’로 롯데리아 홈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상거래 기능을 강화했다. LG유플러스는 네이버와 손잡고 출시한 AI 스피커 ‘프렌즈 플러스’를 통해 LG생활건강, GS리테일의 제품을 시중보다 저렴한 가격에 당일 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네이버는 ‘배달의 민족’과 클로바 프렌즈를 연동해 목소리만으로 배달 음식을 주문할 수 있는 음성 주문 서비스를 선보였다.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를 판매하고 있는 카카오 역시 지난달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톡 안에서 상품을 주문, 결제까지 할 수 있는 자체 상거래 플랫폼을 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거래 플랫폼의 주도권을 가진 사업자가 결국 AI 시장의 리더십을 가져갈 것”이라면서 “이를 위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말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폭력에 무감각해진 사회에 대한 경고!…‘액트 오브 워’ 예고편

    폭력에 무감각해진 사회에 대한 경고!…‘액트 오브 워’ 예고편

    액션 영화 ‘액트 오브 워’ 메인 예고편이 공개됐다. ‘액트 오브 워’는 특수부대 소속으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제이콥’이 사회와 치르게 되는 또 하나의 전쟁을 그린 액션 스릴러 영화다. 공개된 예고편은 폭력에 둔감해진 사회와 전쟁터보다 냉혹한 현실에 괴로워하는 주인공 제이콥의 외롭고 치열한 싸움을 예상케 한다. 주인공 제이콥은 지옥 같은 전쟁터에서 사회로 복귀한 전역군인이다. 베테랑 군인에서 민간인이 된 제이콥 앞에 펼쳐진 세상은 뒤틀리고 위태롭다. 그는 중동에서 8개월간 포로로 잡혀 생사의 경계를 경험했다. 직접 전쟁의 참상을 경험한 그와 달리 돌아온 세상은 무분별하고, 사람들의 태도는 환멸을 느끼게 한다. 더욱이 부조리한 현실은 그가 전쟁에서 얻은 극심한 트라우마와 혼재되면서 또다시 그를 폭력 속으로 이끈다. 영화는 자신이 목숨을 걸고 지키려 애썼던 국가와 이웃으로부터 철저하게 외면받으며 벼랑 끝으로 내몰린 주인공이 마침내 최후의 반격에 나서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액트 오브 워’는 오는 2월 22일 개봉한다. 청소년 관람불가. 99분.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특파원 생생 리포트] 美 밸런타인데이 최고의 선물은 초콜릿이 아니라구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가 다가오면서 한국의 모든 편의점과 대형 마트는 초콜릿 매대를 새로 꾸미고 예쁘게 포장된 초콜릿으로 젊은 여성들의 지갑을 열게 한다. 사랑하는 연인뿐 아니라 직장 동료나 가족 등에게도 나눠 주면서 한국의 밸런타인데이는 ‘초콜릿 나눠 먹는 날’로 자리했다. 미국의 밸런타인데이는 좀 다르다. 초콜릿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매대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 여성들은 밸런타인데이의 사랑 고백 도구로 초콜릿이 아닌 ‘손 카드’(편지)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 9일(현지시간) 미 소매상연합회 조사(복수응답)에 따르면 밸런타인데이에 여성들이 남성에게 가장 많이 주는 선물은 정성 들여 쓴 카드(58%)로 나타났다. 이어 캔디(50%), 분위기 있는 저녁 식사(36%), 옷(18%), 꽃(15%) 순이었다. 인기 있는 선물로는 손 카드 이외에 향수와 보석, 커플 속옷, 여행권 등 유행을 타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향수는 유명 브랜드의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여러 가지 에션셜 오일과 알코올을 섞어서 만드는 ‘맞춤 향수’다. 만들기 쉽지 않지만, 세상에 하나뿐인 향수를 연인에게 선물하고, 그 향기를 오랜 시간 같이하면서 밸런타인데이의 ‘의미’를 기억한다고 한다. 또 한국과 일본에서는 밸런타인데이가 젊은이들에게 명절이나 매한가지지만, 미국에서는 남녀노소의 날이기도 하다. 연인뿐 아니라 부부, 가족 등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꽃과 선물을 주고, 집이나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근사한 저녁을 먹는다. 가족을,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각종 선물을 사려는 손님들로 백화점은 인산인해를 이룬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도 대대적인 할인 판매로 이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한다. 재미있는 건, 미국 연인들이 가장 많이 싸우는 시기가 밸런타인데이 전후라는 점이다. 관련 조사를 한 연합회 측은 연인을 위한 선물 스트레스 탓으로 풀이했다. 선물의 금액과 상대방의 취향을 파악하지 못한 선물 등으로 감정이 상하는 커플이 많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체 왜 밸런타인데이가 ‘기념일화’한 것일까. 일단 한국에 뿌리내린 ‘밸런타인데이 선물=초콜릿’이란 공식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1960년 일본의 모리나가 제과가 여성들에게 초콜릿을 통한 사랑 고백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일본식 밸런타인데이’가 만들어졌다. 이것이 그대로 우리나라로 건너온 것이다. 밸런타인데이에는 슬픈 유래도 있다. 로마 황제 클라우디우스 2세가 원정을 떠나는 병사의 결혼을 금지했다. 이는 병사들이 결혼하면 사기가 떨어지고, 전쟁터에서 몸을 사리게 되기 때문이다. 사랑에 빠진 병사들을 가엽게 여긴 발렌타인 신부가 몰래 이들 결혼식의 주례를 섰다. 결국, 발렌타인 신부는 황제에 반기를 들었다는 이유로 2월 14일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이를 기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날이 밸런타인데이다. 또 다른 설은 중세시대 영국의 시인이었던 제프리 초서가 자신의 ‘시’에 새들이 짝을 찾으러 오는 특별한 날이 2월 14일이라고 한 것에서 유래했다는 것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다시 만난 너…이번엔 나야

    다시 만난 너…이번엔 나야

    올림픽은 축제장이면서 냉혹한 전쟁터다. 살아남기 위해 선수들은 4년이란 시간 동안 힘든 훈련을 견딘다. 이 과정에서 라이벌은 선수들에게 도전정신을 자극하는 ‘촉매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과 함께 선수들은 피할 수 없는 승부를 눈앞에 뒀다. 9일 서울신문이 특히 뜨거운 싸움을 벌일 라이벌 경기를 꼽아봤다.빙속 여제 이상화, 고다이라를 넘어라 ‘빙속 여제’ 이상화(29)의 올림픽 3연패는 고다이라 나오(32·일본)를 뛰어넘어야 손에 넣을 수 있다. 이상화는 이번 시즌 월드컵 1~4차 대회에서 7차례 모두 고다이라에게 졌다. 지난 7일 고다이라는 연습경기에서 37초05를 기록해 2014년 소치올림픽 당시 이상화의 올림픽 기록(37초28)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대회를 거듭하며 이상화의 컨디션이 살아나고 있다. 시즌 초반 기록에서 크게는 고다이라와 1초 차이나 됐지만 마지막 대결에서 0.2초대로 다시 좁혔다. 1000분의1초 차이로 승부가 엇갈리는 종목이라 명승부에 대한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승훈 vs 크라머르, 장거리 1인자는 이승훈(30)은 오는 24일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세계 랭킹 1위로 스타일을 구기지 않겠다며 벼른다. 하지만 5000m와 1만m에는 장거리 황제 스벤 크라머르(32·네덜란드)가 굳게 버티고 있다. 크라머르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5000m에서 부상으로 불참한 2011년을 제외하고 우승을 놓치지 않은 강호다. 2010년 밴쿠버, 2014년 소치에 이어 3연패를 겨냥한다. 이승훈은 지난 시즌 참가한 월드컵 대회 5000m에서 입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때 은메달과 같은 깜짝 소식도 기대할 만하다. 하뉴 위협하는 ‘점프 괴물’ 네이선 천 피겨스케이팅 남자 부문은 ‘동계올림픽의 꽃’으로 불린다. ‘피겨 왕자’ 하뉴 유즈루(24·일본)가 아시아 선수 최초로 2연패에 도전한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연습 도중 넘어져 오른쪽 발목을 다쳤고, 올림픽 일정에 맞춰 회복 중이다. 반면 라이벌인 ‘점프 괴물’ 네이선 천(19·미국)이 무서운 상승세여서 주목된다. 지난해 4대륙 선수권에서 하뉴와 정면 승부를 펼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실전에서 4회전 점프 5종(러츠·플립·살코·루프·토루프)을 모두 선보인 최초의 선수다. 시니어 데뷔 2년 만에 올림픽 우승 후보로 급부상했다. 메드베데바 vs 자기토바, 첫 도전 피겨 여제 김연아의 은퇴 이후 피겨의 가장 높은 자리는 비어 있다. 많은 선수들이 여왕에 도전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예브게니야 메드베데바(19), 알리나 자기토바(16)가 이번 대회 금메달을 겨룰 것으로 보인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도핑 문제로 러시아 국가 이름 사용을 불허하면서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 소속으로 출전한다. 메드베데바는 김연아의 세계신기록(228.56점)을 넘어 241.31점을 받은 실력을 뽐낸다. 하지만 신예 자기토바도 2018 유럽선수권대회에서 238.24점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발등 부상을 당한 메드베데바는 자기토바보다 5점이나 뒤졌다. 모두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넘본다. 윤성빈의 무서운 질주, 끝까지 쭉~ 남자 스켈레톤 종목에서 올 시즌 월드컵 랭킹 1위인 윤성빈(24·강원도청)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윤성빈은 2017~18시즌 월드컵 7번 출전에 금메달 5개와 은메달 2개를 얻었다.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반복 훈련을 거듭해 코스 적응력을 키운 것도 이점이다. 반면 2009~10시즌부터 10년 가까이 랭킹 1위 자리를 지켰던 마르틴스 두쿠르스(34·라트비아)는 4위로 밀려나 주춤한 상태다. 세 번째 올림픽을 맞은 그는 2010년 밴쿠버대회와 2014년 소치대회에서 나란히 은메달에 머물렀다. 따라서 노골드 인생을 끝내려는 각오가 대단하다. 원윤종·서영우, 홈에서 독일 꺾나 2015~16시즌과 2016~17시즌 각각 랭킹 1위와 3위를 차지했던 원윤종(33·강원도청)-서영우(27·경기도BS경기연맹)가 함께 나서는 남자 봅슬레이 2인승은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토르스텐 마르기스(독일) 조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지난해 3월 ‘올림픽 전초전’으로 불린 평창월드컵 8차 대회에서도 독일이 금메달을 가져갔다. 하지만 홈 이점이 큰 썰매 종목이기 때문에 결과를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대표팀 총감독은 봅슬레이 남자 2인승을 금메달 종목으로 꼽기도 했다. 삿포로 2관왕 이상호, 설상 첫 메달 도전 스노보드는 훈련 동료들 사이의 전쟁이다. ‘배추보이’ 이상호(23·한체대·세계 랭킹 10위)는 2010년부터 라도슬라프 얀코프(28·불가리아·2위)와 훈련팀 ‘코브라’(KOBRA)를 만들어 함께 훈련하고 있다. 별명은 고랭지 배추밭에서 처음 스노보드를 탔다는 데서 유래했다. 객관적인 기량에선 얀코프가 우위에 있지만, 안방 이점을 살린다면 이상호가 얀코프를 꺾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상호는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평행대회전, 평행회전에서 2관왕에 올랐다. 이젠 한국의 올림픽 설상 종목 첫 메달을 바라본다. 하프파이프의 별, 황제냐 천재냐 황제의 귀환이냐 천재 보더의 황제 등극이냐를 두고 관심이 쏠린다. 자신의 이름을 딴 비디오게임이 있을 정도로 스노보드계의 슈퍼스타인 숀 화이트(32·미국)는 2006년 토리노, 2010년 밴쿠버에 이어 세 번째 금메달을 노린다. 지난 8일 기자회견에선 “아직 내 인생 최고의 경기는 나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달 월드컵 대회에서 생애 두 번째로 무결점 스코어(100점)를 받았다. 화이트와 띠동갑인 히라노 아유무(20·일본)는 처음 출전한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고, 월드컵에서 통산 3번 우승했을 정도로 상승세다. 미국 vs 캐나다… 결승 상대, 또 너냐 남북 단일팀으로 관심을 모으는 여자 아이스하키에서 미국과 캐나다가 금·은메달을 다툴 것으로 보인다. 여자 아이스하키가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1998년 이후 미국이 1회(1998), 캐나다가 4회(2002·2006·2010·2014) 우승했다. 미국은 유독 올림픽 금메달과 멀었지만 세계선수권 8차례 중 7차례를 우승할 만큼 세계선수권에 유독 강해 세계 랭킹 1위를 달린다. 캐나다는 2위다. 양강 구도는 앞으로도 쉽게 깨지지 않을 듯하다. 이번 대회 캐나다 주장을 맡은 마리 필립 폴린(27)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미국과의 경쟁은 오래 지속됐고, 승부는 매번 치열해진다”며 라이벌 의식을 감추지 않았다. 스토흐 올림픽 2연패 향해 점프! ‘인간 새’ 대결인 남자 스키점프에서는 2014년 소치올림픽 노멀힐·라지힐 챔피언인 폴란드 국민영웅 카밀 스토흐(31)가 2연속 2관왕에 도전한다. 올림픽 일정이 시작된 지난 7일 연습경기에서 세 차례 점프를 모두 1∼3위로 마치며 좋은 출발을 보였다. 스토흐는 “올림픽 2연패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 오직 최고의 점프를 선보이며 내 경기력을 펼치고, 올림픽을 즐기러 왔다”고 말했다. 스토흐는 2017~18 국제스키연맹(FIS) 시즌 월드컵 개인전 첫 7개 대회에서 한 차례도 우승을 못 했지만 8~10차 대회까지 3연속 챔피언을 꿰찼다. 경쟁자인 리하르트 프라이타크(27·독일)는 시즌 초반 세 차례 우승 등 정상권 실력을 유지했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등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월드컵 7승 vs 통산 53승 ‘미녀 새’ 마렌 룬드비(24·노르웨이)와 다카나시 사라(22·일본)의 여자 스키점프 대결도 주목을 받는다. 룬드비는 최근 월드컵 9개 대회에서 우승 일곱 번, 준우승 두 번이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룬드비는 올림픽을 앞두고 남자 대표팀에 합류해 강도 높은 훈련을 꾸준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녀 새’로 불리는 다카나시는 개인 통산 53승으로 현재 남녀 통틀어 최다우승 타이기록을 갖고 있다. 1승만 추가하면 단독 1위로 올라선다. 금메달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소치올림픽에서는 아쉽게 4위로 마쳤다. 대기록 수립 부담감을 떨치고 메달을 목에 걸지 관심이 쏠린다. ‘스피드’는 본… ‘기술’은 시프린 알파인스키 활강·슈퍼대회전에서는 ‘미녀 스타’들의 대결이 눈에 띈다. 월드컵 역대 여자 최다승 기록 보유자 린지 본(34·미국)과 소치올림픽 알파인스키 회전 최연소 금메달리스트로 떠오르는 차세대 주자인 미케일라 시프린(23·미국)이 승부를 벌인다. 본은 활강과 슈퍼대회전 등 스피드 종목에, 시프린은 대회전과 회전 등 기술 종목에 주로 출전해 맞대결을 구경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시프린이 지난 시즌 활강 종목에서 월드컵 우승을 한 데 이어 이번 대회에서 슈퍼대회전까지 출전하며 본의 아성을 넘본다. 본은 마지막 올림픽 무대로 삼은 이번 대회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게 목표다. 스키크로스 세계 1·2인자 맞짱 프리스타일스키 스키크로스에서는 세계 랭킹 1위와 2위가 맞짱을 뜬다. 1위 마르크 비쇼프베르거(26·스위스)는 2006년 알파인스키로 데뷔했지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자 2012년 프리스타일스키 스키크로스로 종목을 바꿨다. 2015년 프랑스 발 토랑스 월드컵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빼면 오래 20∼30위권을 맴돌았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개인 통산 두 번째 월드컵 정상에 오르며 복병으로 떠올랐다. 올림픽 출전은 처음이다. 2위 장 프레데리크 샤퓌(29·프랑스)는 소치올림픽 챔피언이다. 최근 부진한 성적으로 슬럼프에 빠졌다는 우려를 샀지만 올 시즌 FIS 월드컵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올림픽 2연패 기대를 높였다. 쇼트 심석희·최민정 집안싸움 여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21)와 최민정(20)은 한 살 차이의 언니, 동생 사이이지만 빙판 위에서는 강력한 맞수다. 최근 성적에선 최민정이 한발 앞선다. 최민정은 500m·1000m·1500m·3000m 계주 모두에서 세계 랭킹 1위에 올라 있다. 무엇보다 탁월한 순발력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덕분에 한국이 약한 500m에서도 우승 후보로 거론된다. 심석희는 소치올림픽 때 3000m 계주 금메달과 1500m 은메달, 1000m 동메달을 목에 건 전력을 자랑한다. 풍부한 경험뿐 아니라 체력과 폭발적인 스퍼트도 장점이다. 어릴 때부터 라이벌인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경쟁하는 동시에 한국 여자 쇼트트랙 최초로 전 종목 석권을 위해 힘을 모을 예정이다. 바이애슬론 金 사냥, 또 푸르카드? 유럽인들이 유난히 열광하는 남자 바이애슬론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마르탱 푸르카드(30·프랑스)와 개인 통산 4개의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에밀 헤글레 스벤센(33·노르웨이)의 라이벌 대결이 평창을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2014년 소치대회 남자 개인과 추적에서 금메달을 딴 푸르카드는 최근 6시즌 연속 국제바이애슬론연맹(IBU) 월드컵 랭킹 1위를 달성하며 유력한 다관왕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스벤센은 동계올림픽에서 메달 10개(금 4개, 은 1개, 동 5개)를 손에 넣었다. 스벤센 역시 최대 5개 세부종목에 출전할 수 있어 동계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인 올레 아이나르 비에른달렌(노르웨이)의 기록을 깨뜨린다는 각오로 나선다. 비에른달렌은 1994년 릴레함메르대회부터 2014년 소치 대회까지 여섯 번의 올림픽에서 메달 13개(금 8개, 은 4개, 동 1개)를 휩쓸었다. 러시아 저지 나선 하키 종주국 캐나다 동계올림픽 최고로 인기를 끄는 종목인 남자 아이스하키는 캐나다와 러시아가 결승전에 진출해 불꽃 튀기는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러시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러시아리그(KHL) 출신 스타 선수들로만 대표팀을 꾸려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라는 평가를 듣는다. 러시아의 독주를 막을 강력한 후보는 ‘하키 종주국’ 캐나다다. 2010년 밴쿠버올림픽과 2014년 소치올림픽에서 2연패를 달성한 캐나다는 지난해 9월 열린 월드컵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정상에 올라 올림픽 3연패 신화를 꿈꾼다. 러블리 캐나다·신예 프랑스 댄스댄스 피겨 아이스댄스에서는 테사 버추(30)·스콧 모이어(32·캐나다)와 가브리엘라 파파다키스(23)·기욤 시즈롱(24·프랑스)이 평창에서 금메달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사랑스러운 연기로 유명한 버추·모이어는 2010년 밴쿠버대회 금메달, 2014년 소치대회 은메달 등 화려한 성적을 자랑한다. 이들에 맞서는 파파다키스·시즈롱은 첫 올림픽 출전이지만 세계선수권 2회, 유럽선수권에서 4회나 우승했다. 지난달 유럽선수권에서도 203.16점으로 세계신기록을 작성하는 등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다. 스노보드 올림픽 강자 대 월드컵 강자 여자 스노보드 크로스에선 두 설상 스타의 금메달 경쟁이 펼쳐진다. 린지 자코벨리스(32·미국)와 에바 삼코바(25·체코)다. 자코벨리스는 올해를 포함해 FIS 세계선수권 5회 우승, 모델 활동 등 누구보다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스노보드계의 슈퍼스타다. 삼코바는 2014년 소치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이번 평창대회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평창 전초전인 2017~2018시즌 FIS 월드컵 성적은 자코벨리스가 앞서지만, 2016~2017시즌에서는 삼코바가 자코벨리스와의 대결에서 4승2패로 앞서며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섣불리 평창 금메달의 주인공을 낙점할 수 없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심현희 기자 macduck@seoul.co.kr
  •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이보게, 귀티나게 쉬어 보시게

    경남 의령을 찾아갑니다. 재물복을 나눠준다는 솥바위가 목적지입니다. 원래는 홍의장군 곽재우의 무용담이 깃든 전승지였지요. 한데 요즘은 ‘부자 되는 바위’로 더 이름을 떨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의령엔 볼거리가 꽤 많습니다. 힘 하나 안 들이고 절경을 눈에 담을 수 있는 한우산, 기골이 장대한 봉황대 등의 자연 풍경에 옛 향기 그윽한 고택들이 수없이 어우러져 있습니다.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아마 1박2일 일정으로도 모자랄 겁니다.의령을 돌다 보면 인상적인 논두렁을 흔히 보게 된다. 돌로 촘촘하게 두럭을 쌓아 논배미의 경계를 이루고 있다. 흙을 쌓아 만든 보통의 논두렁과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다. 농가의 담장이며 논두렁들이 죄다 이런 모습이다. 돌담 두른 시골 마을이 어디 여기뿐일까만, 의령은 유독 그 수가 많다. 낡은 마을들을 보자면 언뜻 발전이 더디다는 생각도 갖게 된다. 한데 그보다는 옛것을 완고하게 지켜내고 있다는 게 맞을 듯하다.솥바위부터 찾아간다. 부자로 만들어 준다는 솥바위의 기운을 받고 싶어서다. 얄팍하다거나 미신에 현혹됐다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사진 찍어 휴대전화 바탕화면에 올려 두면 미구에 솥바위의 기운이 전해질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솥바위는 의령과 함안이 경계를 이룬 남강변에 있다. 한자로는 정암(鼎岩)이라 쓴다. 이름 그대로 솥(鼎)처럼 생긴 바위(岩)다. 바위 절반은 수면 위로 노출됐고, 절반은 수면 아래 잠겼다. 물 아래쪽에도 세 발 달린 솥처럼 세 개의 바위가 떠받치고 있다고 한다. 솥은 예부터 풍요를 뜻했다. 솥바위에도 이와 관련된 옛이야기가 전해 온다. 반경 20리(8㎞) 이내에 부귀가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솥의 다리가 뻗은 세 방향에서 큰 부자가 태어날 것이라는 예언이 있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공교롭게도 솥바위에서 세 방향에 해당되는 의령의 정곡면 중교리에 삼성그룹 창업주 이병철 회장, 함안 군북면 동촌리에 효성그룹 창업주 조홍제 회장, 진주 지수면 승산리에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과 GS그룹 허정구 회장 등의 생가가 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의 창업주 4명이 솥바위 인근에서 나고 자란 것이다. 물론 후대의 호사가들이 지어낸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데 만든 이야기치고는 퍽 기발하고 정교하다. 이쯤 되면 우연이라 치부하기보다 ‘풍수지리적 기운’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심정이다. 솥바위 일대는 예부터 정암진이라 불렸다. 임진왜란 때는 ‘홍의장군’ 곽재우가 2000여 왜적을 섬멸한 전승지였다. 당시 의병을 이끈 곽재우 장군은 밀려드는 왜적을 맞아 의령 곳곳에 전승지를 남겼다. 솥바위는 그중 하나다.솥바위에서 남강을 따라 8㎞쯤 거슬러 오르면 정곡면 중곡리다. 이 마을에 삼성그룹을 일궈 낸 고 이병철 선대회장의 생가가 있다. 이 회장의 할아버지가 지었다는 생가는 뜻밖에 소박하다. ‘고대광실’일 것이란 선입견이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다. 생가는 안채와 바깥채, 그리고 농기구 등을 둔 광채 등으로 구성됐다. 나란히 선 안채와 바깥채의 자태가 단정하다. 어디 한구석 흐트러지는 법이 없다. 초가집의 소박함과 기와집의 엄정함을 동시에 갖춘 듯하다. 생가 주변으로 ‘역사·문화 부자길’이 조성돼 있다. 거리는 14.5㎞다. 의병 전적지, 탑바위, 성황리 소나무(천연기념물 359호) 등을 돌아본다.호사가들은 의령 9경 가운데 솥바위(5경)와 탑바위(6경), 봉황대(3경)의 코끼리 바위를 따로 묶어 ‘3대 기도바위’라 부르기도 한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다. 탑바위는 정곡면 호미산의 수직절벽 위에 얹혀 있는 바위다. 얇고 편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인 형태다. 높이는 8m 정도다. 탑바위 바로 아래는 비구니 스님들의 기도처인 불양암이다. 그 아래로 남강이 흐른다. 강 너머는 들녘이다. 땅은 깃들어 사는 사람 모두에게 요족한 삶을 안겨 줄 만큼 넓다. 궁류면의 봉황대는 거대한 석벽을 일컫는다. 판석처럼 주름 접힌 바위들의 자태가 우람하다. 바위 아래는 일붕사다. 동굴 속에 지은 대웅전으로 이름난 절집이다.부자 여정의 마지막 코스는 한우산이다. 한자로는 찰 한(寒)에 비 우(雨) 자를 쓴다. ‘차가운 비의 산’이란 뜻이다. 한우산은 정상 언저리까지 도로가 나 있다. 이 덕에 승용차로도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도로는 이리저리 굽었다. 그 모양이 색소폰을 닮아 ‘색소폰 도로’라 불리기도 한다. 한우산 정상은 파노라마 전망대다. 지리산 천황봉과 합천 황매산 등 인근의 명산들이 360도로 펼쳐진다. 정상 아래 산사면에 설화원이 있다. 도깨비 전설을 토대로 조성한 짧은 산책로다. 도깨비 등 여러 형태의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부자 여정의 마지막 주인공은 설화원 끝자락의 ‘망개떡 나눠 주는 도깨비’다. 망개떡은 의령 특산품으로, 망개나무 잎으로 싼 떡을 일컫는다.부자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도깨비가 들고 있는 망개떡을 만지기만 하면 된다. 역시 믿거나 말거나다. 관광객이 망개떡을 만질 때마다 ‘돈 나와라, 뚝딱!’이라 외쳤으면 좋으련만, 이 도깨비는 싱글싱글 웃기만 할 뿐 당최 방망이 휘두를 생각은 없는 듯하다. 설화원 일대는 철쭉 군락지다. 봄이 되면 산 사면이 온통 시뻘겋게 물들 터다. 그 장면만 눈에 담아도 부자 소리 들을 만하겠다. 의령은 ‘홍의장군’ 곽재우의 고향이다. 그가 임진왜란 당시 격전을 치렀던 현장들이 의령 곳곳에 널려 있다. 생가는 유곡면 세간리에 있다. 마을에 들면 ‘현고수’(懸鼓樹)가 객을 맞는다. ‘북을 매단 나무’라는 뜻이다. 곽재우 장군이 1592년 첫 의병을 일으킬 때 이 나무에 북을 매달고 거병을 알렸다고 한다. 나무의 수령은 ‘고작’ 550년 안팎이지만 담긴 사연이 깊어 천연기념물(493호)로 지정됐다. 현고수 바로 뒤는 곽재우 장군의 생가 터다. 한국전쟁 당시 전파되는 등 수난을 겪었다. 현재 생가 터에 세워진 건물은 다른 성씨를 가진 이의 소유다. 쇠락한 건물을 보고 있자면 씁쓸한 느낌이 든다. 나라를 구한 영웅의 뒤안길을 보는 듯해서다. 당시 곽재우 장군은 전공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고 한다. 백성을 버리고 줄행랑을 친 임금이 논공행상에서조차 무능했던 셈이다. 의령읍내 끝자락에 있는 충익사는 곽재우 장군과 그를 도운 17장령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다. 둥근 고리로 층층이 쌓은 의병탑, 이채로운 디자인의 충의각, 500년을 살아낸 모과나무 등 볼거리가 많다. 구름다리도 의령의 명물이다. 세 개의 출렁다리가 중심부로 수렴되는 형태를 하고 있다. 세 발 달린 솥바위를 형상화한 듯하다. 출렁대는 다리 위를 걷다 보면 오금이 저릴 만큼 짜릿하다. 글 사진 의령 손원천 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지역번호 055 →가는 길: 솥바위는 의령 남쪽에 있다. 남해고속도로 군북나들목이 가깝다. 솥바위를 기준으로 시계 방향, 혹은 반대 방향으로 돌아보는 게 수월하다. 한우산 등 의령 서쪽부터 짚어 내려가겠다면 대전통영고속도로 단성나들목으로 나오는 게 편하다. 한우산은 해넘이나 해돋이 때에 맞춰 찾으면 좋다.→맛집: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 중 하나가 소바다. 소바는 메밀을 주재료로 만든 면을 일컫는다. 일본식 표현을 차용해 쓰고 있는데, 그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난무한다. 의령 소바는 다소 슴슴하다. 맵짠 여느 경상도 음식과 결이 다르다. 다만 고명으로 얹은 장조림 고기는 짭조름하다. 이 덕에 간이 적당히 균형을 이룬다. 보다 차진 맛을 원한다면 고춧가루 풀고 간장을 한 바퀴 돌리면 된다. 다시식당(573-2514), 화정식당(572-1122), 체인 식당의 본점인 의령소바(572-0885) 등이 알려졌다. 소고기국밥도 의령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꼽힌다. 맛은 평이한 편이다. 중동식당(572-3377)과 마주한 종로식당(573-2785), 수정식당(573-2465) 등이 알려졌다. 주전부리의 최고봉은 망개떡이다. 차진 떡과 달달한 팥소가 기막히게 어울린다. 현지 문화해설사에 따르면 곽재우 장군의 부인이 전장에 나가는 장령들을 위해 만들었다고 한다. 전쟁터에서 비롯된 음식이란 점에서 진주비빔밥과 비슷하다. 전통시장 안쪽에 다수의 망개떡집이 있다.
  • “전사한 친구여, 인천학생들의 6·25 참전 역사 찾기를 도와다오!”

    “전사한 친구여, 인천학생들의 6·25 참전 역사 찾기를 도와다오!”

    6·25 한국전쟁 당시 6년제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생이었던 이경종(85) 씨는 6·25 전쟁에 자원입대하기 위해 1950년 12월 18일 인천에서 출발해 부산까지 500㎞를 매일 25㎞씩 20일간 걸어갔다. 1951년 1월 10일 부산육군 제2 훈련소(부산진국민학교)에 도착했으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입대가 불허됐다. 결국 실종 군인의 군번을 부여받아 편법으로 입대했고 4년 동안 참전한 후 1954년 12월 5일 만기 제대했다. 1996년 7월 15일 이경종 씨는 큰아들 이규원 치과 원장과 함께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이하 6·25 편찬위)를 창립해 198명의 참전 학생과 참전 스승(신봉순 대위)의 육성을 녹음하고, 흑백 참전 사진과 참전 관련 공문 등을 수집해 인천 중구 용동에 ‘인천학생 6·25 참전관’(오른쪽 사진)을 세웠다. 6·25 편찬위(위원장 이규원 치과 원장)는 부산까지 걸어가서 자원입대한 인천 학생 약 2500명과 참전 스승의 애국심을 기억하고, 전사한 인천 학생 208명과 스승 1명(심선택 소위·24세 전사)을 추모하기 위해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기’를 시리즈로 본지에 기고한다. 편집자 주아래의 글은 6·25전사(戰死) 인천학생 양순혁의 인천상업중학교 동기 동창 이경종이, 전사한 고향 친구 고(故) 양순혁을 추모(追慕)하며 서해문화 1999년 1월호에 기고했던 글이다. 양순혁은 전사하였기 때문에 아래의 글로 양순혁 참전기(參戰記)를 대신한다.인천상업중학교 같은 반 친구 양순혁과 나 양순혁은 인천 중구 경동에서 태어나서, 인천송림국민학교를 졸업하고, 6·25 사변(事變) 때 6년제 공립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다.이 글을 쓰고 있는 나(6·25 참전 인천학생 이경종)하고는 인천상업중학교 동기동창생이었다. 1950년 6월 25일 6·25사변이 터지고, 악몽과도 같았던 인민군(人民軍) 치하에서 지옥보다도 더한 고통을 견디고 9·15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으로 인민군 치하에서 벗어났다. 6·25 사변(The Korean Civil War) 사변은 국가와 비국가 사이에 발생한 문제를 전쟁으로 해결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것으로는 미국 남북전쟁(The Civil War)과 한국 6·25 사변(The Korean Civil War)이 있다. 6·25 사변은 대한민국과 북한 공산괴뢰 집단 간의 무력 충돌이기 때문에 사변이라고 할 수 있으나, 시일이 지나면서 UN군의 개입과 중공군의 참전으로 너무 많은 국가가 참전하여 일반적으로 이제는 한국전쟁(韓國戰爭)이라 한다. 중공군의 참전과 인천학도의용대의 남하 1950년 11월이 되자 우리 국군과 UN군은 압록강까지 북진했으나, 만주 지역 중공군의 참전으로 인하여 1950년 12월에는 우리 국군과 UN군은 후퇴하였다. 인천 지역의 학생들은 인천학도의용대를 결성하고 국가 위난의 혼란한 시국에 호국(護國)활동을 하였는데, 1950년 12월 중공군의 참전으로 단체로 남하(南下)한다는 소문이 들렸다. 1950년 12월 18일 인천학도의용대(仁川學徒義勇隊)가 인천 병사구 사령부(현재의 병무청)에서 파견을 나온 국민방위군(國民防衛軍) 소위를 따라서 경상남도 통영충렬국민학교에 있었던 국민방위군 제3수용소를 최종 목적지로 남하할 때, 나와 양순혁도 같이 걸어서 남하하였다. 18일간 걸어서 내려가 도착한 마산 양순혁과 나는 함께 출발하여 첫날은 안양역에서 자고 그다음 날은 수원역에서 하룻밤을 자고, 대전에 도착했을 때는 1950년 12월 24일이었다. 양순혁과 나는 계속 걸어서 같이 내려 갔는데 대구를 지나서 경산, 청도, 밀양, 삼랑진을 지나서 마산에 도착한 것은 인천을 떠난 지 18일만인 1951년 1월 4일이었다. 양순혁과 나는 추운 겨울 함께 걸어서 내려갔는데, 행진하면서 굶거나 얼어 죽은 국민방위군 시체를 많이 봤다. 국민방위군 사건 추운 겨울 땅이 얼어서 매장도 못 하고 논바닥에 버려진 많은 국빈방위군 시체는 전쟁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 주었다. 국민방위군은 전시에 신속한 병력 동원을 위해 1950년 12월 제정한 국민방위군법에 의한 예비군이었으나 1951년 1·4 후퇴 때 소집된 50만명의 국민방위군 중에서 약 10만명이 굶거나 얼어서 죽은 사건이 발생하여 관련된 장성 5명이 총살당했고, 국민방위군은 1951년 5월에 해체되었다. 1951년 1월 4일 마산에서 해병 6기 지원 양순혁과 나는 국민방위군 사건을 보고 경상남도 통영의 국민방위군 제3수용소(통영충렬초등학교)로 가지 않고 마산에서 해병 6기 모집 광고를 보고 둘이 같이 지원했는데 양순혁은 합격하였지만 나는 탈락하였다. 같은 중학교 같은 반으로 인천에서 마산까지 18일간 함께 의지하면서 같이 걸어서 내려온 양순혁과 나는 1951년 1월 4일 해병 6기에 합격한 양순혁이 입대하는 바람에 헤어지고, 나는 부산으로 배를 타고 가서 1951년 1월 10일 육군 제2훈련소(부산진국민학교)에서 자원입대하였다.47년만에야 알게 된 양순혁의 전사 1996년 7월 15일날부터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역사 발굴을 큰아들 이규원 치과 원장의 도움으로 시작했는데 1997년 9월 10일 동네 친구 민병태를 만나서 양순혁의 전사 소식을 들었다. 동네 친구 민병태가 나에게 “내가 해병 장교로 1958년 10월에 해병 제1사단 근무대대 영현(英顯·죽은 사람의 영혼을 높여 이르는 말) 소대장을 하고 있을 때 경기도 장단·양곡·용주골 등 많은 전투지역의 여기저기 흩어져 가매장(假埋葬)되어 있었던 6·25 사변 당시 해병 전사자 무덤을 찾아 그 유골을 개인별로 홍제동 화장장에 모셔 화장한 후 동작동 국립묘지에 안장하는 일을 지휘·감독한 일이 있었다. 그때 시신을 화장하고 이장하는 과정에서 명단을 보니 양순혁이 그 명단에 있었으며 양순혁은 우리와 같은 6년제 공립인천상업중학교 동기 동창생으로 해병대에 입대했다 전사하여 그때 국립묘지로 이장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48년만에 비석으로 만난 전사한 고향 친구들 동네 친구 민병태로부터 이러한 내용을 들은 나는 1998년 1월 2일 아침에 동작동 국립묘지를 큰아들 이규원(치과 원장)과 함께 찾아갔다. 양순혁이 잠들어 있는 국립묘지 번호는 서(西)16-1091이었고, 바로 옆 서(西)16-1093에는 박명호의 묘(墓)가 있었다. 근처 서(西)16-1386에 있는 최춘국(해병6기)과 근처 서(西)16-0911에 있는 이중수(해병6기)의 무덤도 찾아보았다. 무덤이 없이 위패 봉안소에 봉안되어 있는 해병대 제6기 김윤수(육군 위패06-7-18)와 해병대 제6기 임익순(육군 위패49-5-47)의 위패(位牌)도 찾아보았다.전사한 친구여! 참전역사 찾기를 도와다오! 나는 그들 무덤 앞에 앉아서 “48년 전 인천에서 같이 중학교에 다니다가, 부산까지 20일간 걸어가서 함께 자원입대하여 참전하여 너희들은 전쟁터에서 죽고, 나는 참전하고 살아 돌아와 여기서 만나게 되었구나! 채 피지도 못하고 전쟁터에서 죽어간 너희들 기록을 남기려고 48년만에 이렇게 찾아왔다”라고 그들에게 말하였다. 또한 잠들어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넋이 있다면 부디 편안한 잠들기 바라며, 나와 큰아들 이규원(치과 원장)이 하고 있는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 역사 찾기 사업을 도와다오!”라고 말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글 사진 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회 ▶다음 호에 8회 계속 참전기 7회를 마치며 한때 인천에 중학교 3학년 학생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국가의 징병 모집에 대하여 한참이나 어려서 입대할 필요가 없었던 어린 중학생이었습니다. 저의 아버지 또한 중학교 3학년 16살이어서 인민군(人民軍)에나 끌려갈 나이지, 국군에 입대할 필요는 없는 어린 나이였습니다. 인천상업중학교 3학년 양순혁은 저의 아버지와는 동기 동창으로 같은 반이었습니다. 마산까지 저의 아버지와 같이 내려가서 16살 중학교 3학년 때 국가를 위하여 자원입대하면서 서로 헤어졌습니다. 48년만에 동작동 국립묘지에 누워있는 고향 친구 양순혁을 만나고서 아버지께서 비석을 어루만지시면서 구슬프게 우시는 모습을 저는 지켜봤습니다. 이제 고향 인천에서는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지만, 이 참전기에 그 이름 양순혁을 6·25참전 전사(戰死) 인천학생으로 기록합니다. 이규원 치과 원장(인천학생·스승 6·25 참전사 편찬위원장)
  • 서지현 검사 “자살까지 생각…여자·아내·엄마로서 8년간 극심한 고통”

    서지현 검사 “자살까지 생각…여자·아내·엄마로서 8년간 극심한 고통”

    처음엔 귀를 의심했습니다. 손석희 앵커는 29일 JTBC 뉴스룸에서 검찰 내부 통신망에 고위 간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린 여 검사를 언급했습니다. 뭐 여기까지는 전날 하루종일 인터넷에서 보도된 내용이어서 별로 귀담아 듣질 않았습니다. 그런데 손 앵커는 “잠시 뒤 글을 올린 당사자를 스튜디오로 직접 모시겠다”고 했습니다. 이어진 뉴스 클립에서 기자는 여 검사의 실명을 밝혔습니다.짧은 보도 후 정말 뉴스룸에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가 등장했습니다. 두 눈을 믿기 어려웠습니다. 성추행 사건의 피해자는 익명으로 보도하는 것이 관례입니다. 성씨를 밝히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A씨, B씨 등 영문 이니셜로 처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국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엘리트 조직인 검찰사회에서 벌어진 성추행 사건, 그 피해 당사자가 자신의 얼굴과 실명을 드러내고 생방송 카메라 앞에 서다니요.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서 검사의 폭로는 한 줄 한 줄이 충격적이었고, 머릿기사 감이었습니다. 여자 친구들이 모인 단체 카톡방(카카오톡 메신저)에서 따르릉 따르릉 계속 알람이 울려댔습니다. “서 검사 봤냐. 충격적이다. 용감하다. 대단하다”는 반응, 가해자인 검찰 간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욕이 잇따랐습니다.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면서도 하고자 하는 말을 또박또박 전달하는 서 검사의 모습에 가슴 한켠이 뻐근해졌습니다. 누가 봐도 그는 어디 나서길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이 분명했습니다. 그런 그가 시청률 높은 저녁 뉴스 프로그램에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갈등했을까요. 서 검사가 지난 26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올렸다는 글을 두 번 정독했습니다. ‘나는 소망합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글입니다. 앞부분은 이미 많은 언론에서 보도되었으니 따로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전하고자 하는 부분은 ‘첨부 3’에 있던 글입니다. 5챕터로 나뉜 글은 서 검사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전 소설입니다. 화자는 ‘나’가 아니라 3인칭인 ‘여자’입니다. 객관적으로 쓰려 노력한 티가 역력했지만 억울하고 분통하고 절절한 감정이 그대로 전해져 너무 속상했습니다.여자로서, 아내로서, 엄마로서 지난 8년을 버틴 그의 괴로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여자이자 누군가의 아내이자 누군가의 엄마로 10년간 사회생활을 한 저는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는 그에게 격한 공감을 느끼며 머리 속으로 수도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글을 읽었습니다. 서 검사가 쓴 글은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으로 시작합니다. 1972년생인 서 검사는 책을 덮은 뒤 “나보다 10년이나 어려도 여전히 비슷비슷하게 살아가고 있구나. 끔찍한 출산의 고통을 겪으면서도 이런 고통을 대물림할 딸을 낳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안도했다고 적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또 10년이 지나도 이 세상이 변하기는 글렀다”고도요. “개새끼.” 익숙해진 욕이 그의 입에서 자연스레 튀어나왔습니다. 욕을 해봤자 ‘거지같은 놈’이 전부였던 그가 욕이라도 하지 않으면 모든 일을 참아내기 어려웠던 겁니다. “이 모든 게 다 그 개새끼 때문”이라고 여자는 되뇌었습니다. “일주일 이상 그 놈 얼굴이 계속 뉴스를 도배했다. 쥐새끼 같은 놈, 언젠간 터질 줄 알았어.” 이른바 돈봉투 만찬 사건으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의 직속라인으로 승승장구하던 안태근 전 검사(전 법무부 검찰국장)를 두고 한 말입니다. 서 검사는 머리를 가눌 수 없을 만큼 뱅글뱅글 도는 어지러움을 느껴 일주일간 병가를 내고 입원했다고 적었습니다. 안 전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서 검사는 8년간 극심한 신체적 심적 고통을 느꼈다고 고백했습니다. 불면증이 대표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밀어내도 떠오르는 그 놈의 그 눈빛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수시로 가슴이 조여오고 누웠다가 발딱발딱 일어나고 피가 발바닥에서부터 거꾸로 솟구쳐 올랐다.” 자살을 생각한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심한 스트레스에 둘째 아이까지 유산하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장자연, 성완종, 그런 이름들이 떠올랐다. ‘죽어봤자 밝혀지는 것도 없는데’라고 너무 가볍게 그들을 입에 올렸던 탓일까. 그 놈은 너무 강하고 여자는 아무런 힘이 없는 것이 내내 너무 분했다. 진실을 밝히 위해서는 목숨을 던지는 방법 밖에 없는 것일까. 수도 없이 그녀의 머리를 뒤흔든 생각이었다.”‘그 일’이 있었던 2010년 10월 30일 토요일의 구체적인 상황도 적혀 있습니다. 서 검사에게 악몽과 같았던, 그러나 또렷한 현실이었던 그 날의 기억을 읽어 내려가자니 분통이 치밀었습니다. 서 검사는 왜 그날 자신이 그런 선택을 했는지 두고두고 후회했다고 적었습니다. 그의 잘못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데 8년이 걸렸다고도 했죠. 미혼인 여자 동기의 부친상 장례식장이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콘서트에 갈 작정이었지만 약속이 어긋났고 서 검사는 장례식장으로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때마침 검은 옷을 입은 터였습니다. 잠시 앉았다 일어날 요량이었으나 갑자기 이귀남 법무부 장관이 수행 검사를 데리고 들어왔습니다. 술에 취한 ‘그 놈’이 자꾸 어깨를 기대어 왔습니다. 서 검사는 저항 없이 누군가가 팔꿈치를 찔러서, 그 자리에 앉은 자신을 깊이 책망했습니다. “허리에 스멀스멀한 감촉이 느껴졌다. 그 놈의 손이었다. 땅을 짚다 잘못 닿았겠지.” 서 검사는 처음에는 부인하려 애썼습니다. 그 놈과 간격을 넓히려 했지만 그 놈 손이 따라와 어느새 엉덩이를 더듬고 있었습니다. 서 검사는 환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사람들, 게다가 바로 옆에 장관이 있는데 상식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웃고 떠드는 사람들 속에 이건 환상 아니면 환각이었다.” 너무 큰 충격에 현실이 아닐거라고 부인하던 서 검사는 화장실에서 정신을 차리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아이 생각에 눈을 번쩍 떴습니다. 제가 울컥 터진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부모님 두분이 모두 떠산 뒤 여자가 살아있는 단 하나의 이유는 아이였다.” 아이를 돌봐 줄 일가 친척이 없어 보모, 이른바 ‘이모님’에 의지할 수밖에 없던 자신의 처지가 떠올랐습니다. “어떤 이모님은 애를 데리고 담배 연기 자욱한 불법 도박장에 다녔고, 누구는 석달간 아이에게 맨밥만 먹였다. 알러지가 있는 약을 정량의 5배 이상 들이부어 쇼크로 아이를 잃을 뻔 했다.” 그러면서 서 검사는 “친정 엄마 없이 애 키우면서 회사 다니는 여자는 전생에 나라를 팔아먹은 여자다. 나는 최소 3개는 팔아먹었나보다”라고 자조했습니다. 성추행 사건 이후 자신을 향한 책망은 남편과 돌아가신 부모님께 옮겨갔습니다. 아내 이야기를 들은 서 검사의 남편은 감정의 동요 없이 고소 같은 것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물었습니다. 감당하지 못 하겠다고 한 쪽은 서 검사였습니다. 이런 일의 피해자는 결국 피해자였기 때문입니다. ‘검찰 고위 간부 A에게 성추행당한 여 검사 B’라는 이야기가 퍼지면 B가 누구인지가 가장 첨예한 관심사가 될 게 뻔하고 결국 같이 일하기 꺼려지는 존재가 되는 게 예상 가능한 결말이니까요. 서 검사는 “이 땅에 살아남으려면 어떠한 불의도 참지 말라고, 세상과 타협하지 말라고 가르쳐 주지 않은 아빠, 엄마가 원망스러웠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책망의 화살은 다시 그 자신에게 돌아왔습니다. 밝은 색의 옷과 치마를 좋아했던 서 검사는 어느 샌가 검은색 바지만 입게 됐다고 털어놨습니다. “치마가 조금만 짧아도, 옷의 색상이 조금만 밝아도 ‘네가 이러니 그런 꼴을 당했지’ 어디선가 수근대며 여자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비웃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파마도 언제 했는 지 모르겠다.” 실제 29일 뉴스룸에 출연한 서 검사는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서 검사가 겪은 성폭력은 2010년의 그날 단 하루가 아니었습니다. 성추행과 성희롱은 일상다반사였습니다. 여성이라서 겪는 모든 차별을 견뎌야 했습니다. 여 검사에게 검찰사회는 전쟁터였습니다. 분통하지만 대부분 여성들이 일자리에서 겪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제가 몸 담고 있는 상명하복의 구질구질한 문화가 뿌리 깊은 언론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서 검사는 임관 이틀 전 회식자리에서 난데 없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해병대 출신인 부장은 술 안 먹는 검사는 검사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대생(이화여대 졸업생)을 싫어한다. 나는 여검사를 싫어한다. 너는 내가 싫어하는 것을 다 갖췄으니 완전 악연 중에 악연이다. 너 같이 생긴 애치고 검사 오래 하는 애 못 봤다.” “올해부턴 여검사가 백명이 넘었다. 우리 회사 앞날이 큰일이다.” “검사는 너처럼 공주 같으면 안 된다” “여성은 남성의 50프로다. 인정 받으려면 2배 이상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야, 너는 여자 애가 무슨 발목이 그렇게 굵으냐. 여자는 자고로 발목이 가늘어야 한다.” 화딱지 나는 이런 말들이 모두 공부 깨나 해서 어려운 사법고시를 치르고 높은 자리에 오른 분들의 입에서 나왔다는 사실, 믿겨 지시나요? 수시로 음담패설을 늘어놓고, 노래방에서 부르스를 추자며 손을 내밀고, 회식자리에서 손을 주물러 대고, 잊지 못할 밤을 만들어 줄테니 나랑 자자고 추파를 던지는 역겨운 일들은 지금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검찰사회가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서 검사의 글은 ‘딸을 낳지 않은 게 얼마나 다행이야’라는 씁쓸한 말로 끝을 맺습니다. 조금 전 카톡방 알람이 하나 울렸습니다. “오늘 하루종일 관련 검색어 1위다. 과연 뭐가 바뀔까” 17년 지기 친구의 말입니다. 엘리트 여 검사가 모자이크 없이 자신의 얼굴을 드러내고 변조하지 않은 목소리로 당당히 성추행을 고백했습니다. 무엇이라도 바뀌지 않으면 안 됩니다. 청와대 국민 청원에 서명을 하든, 촛불을 들고 ‘미투 집회’에 나가든 행동해야 합니다. “딸을 낳아서 얼마나 다행이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소방관을 깊이 생각한다/김상연 사회2부장

    [데스크 시각] 소방관을 깊이 생각한다/김상연 사회2부장

    충북 제천 화재 참사 당시 소방관의 대처가 적절했는지를 따지는 기사에 달린 댓글 중 가장 가슴 아팠던 내용은 이것이다. “그렇다면 소방관이 반드시 죽었어야 한다는 건가요? 소방관이 당신들 아버지나 남편, 아들이었다고 해도 그렇게 말할 수 있나요?” 그 절절함으로 미뤄 댓글을 쓴 사람은 소방관의 가족인 듯했다. 그 댓글에 대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히 답한다면 이렇게 말하고 싶다. “소방관이 죽거나 다치기를 결코 바라지 않습니다. 다만 소방관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자신을 내던질 각오가 돼 있어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말은 했지만 마음이 편치 않다. 다른 사람의 직업과 목숨을 놓고 왈가왈부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번에 제천 화재를 기사로 다루면서 소방관과 그 가족의 ‘실존’에 대해 처음으로 깊이 생각하게 됐다. 소방관의 가족은 하루하루가 얼마나 살얼음판일까. 길을 걷다가 어디선가 들리는 사이렌 소리는 보통 사람에게 ‘강 건너 불구경’일 수 있지만, 소방관의 가족에게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악마의 경종일 것이다. 혹시 자신의 남편(아버지, 아들)이 화재 현장에 출동하는 것은 아닌지, 출동했다가 끔찍한 변을 당하는 것은 아닌지 늘 노심초사일 것이다. 아침에 출근하는 남편(아버지, 아들)을 보면서 혹시 이 순간이 마지막이 아닐까 매번 사별을 생각하는 사람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소방관 가족이 거의 유일할 것이다. 전쟁을 하지 않는(가능성은 상존하지만) 나라, 민간인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지 않는 나라에서 군인과 경찰보다 위험한 직업이 소방관이다. 평소 타인의 실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우리 호모사피엔스들은 소방관이 빨간차를 타고 불을 끄러 다니는 또 다른 보통의 호모사피엔스라고 단순히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 소방관은 가장 용감하고 사명감 넘치는 수준의 호모사피엔스보다 단 1 ㎎이라도 더 많은 용기와 사명감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직업이다. 소방관은 자신을 집어삼키려는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자해적 행동윤리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DNA 보존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호모사피엔스의 본능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직업인 것이다. 어쩌면 프로메테우스의 역린을 건드리며 불과 싸운다는 측면에서 소방관은 인간의 영역을 넘어 신의 영역에 근접한 직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래서 나처럼 겁 많고 이기적인 보통 인간은 절대 소방관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소방관이 시민의 생명보다 자신의 안위를 더 걱정할 때, 그러니까 평범한 인간의 영역으로 내려올 때 소방관이라는 직업의 아우라는 급전직하한다. 화마 앞에서 몸을 사리는 소방관은 전쟁터에서 몸을 사리는 군인만큼 무의미한 직업이 된다. 우리가 혈세와 정성으로 군인을 양성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혹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는) 전쟁 때 하나밖에 없는 그들의 소중한 목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소방관을 존경하고 예우하는 것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혹은 영원히 없을 수도 있는) 화재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시민을 구해 주길 바라기 때문이다. 소방관의 처우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선돼야 하지만, 처우가 더 개선돼야 불에 맞설 수 있다는 주장은 소방관의 신성함에서 멀어지는 말이다. 처우가 안 좋다고 불 앞에서 머뭇거리는 소방관은 처우가 좋아져도 머뭇거릴 가능성이 높다. 처우는 인간의 영역이고 불에 맞서는 건 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carlos@seoul.co.kr
  • [In&Out] 여신금융업계 디지털 DNA로 미래 대비해야/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In&Out] 여신금융업계 디지털 DNA로 미래 대비해야/김덕수 여신금융협회장

    무술년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6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라고 한다. 이제 얼마 후에는 평창올림픽도 개최된다. 새해 대한민국에는 형태가 다른 강렬한 꿈과 걱정이 혼재되어 있다. 누군가에게는 꿈인데 한편에서는 걱정이다. 언론마다 가상화폐 투자의 위험을 보도하고 있고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제도를 도입코자 하는데 투자자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문화는 혼자 덩그러니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과학, 기술 발전의 결정체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의 이러한 반응과 식지 않는 열기는 단순히 네트워크와 암호화 기술이 만들어 낸 가상화폐에 대한 투자적 관심을 넘어 좁혀지지 않는 양극화, 스스로의 노력만으로는 얻기 어려워지는 계층 상승의 기회 등 사회적 차원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한 에너지가 모인 부분도 있다고 하니 무조건 하지 말라고 하기도 힘든 난감한 상황이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티베트 속담처럼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걱정은 그냥 걱정으로만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걱정에는 그 임무가 있다. 전문가들은 걱정이 위험이 발생하기 전 이를 예견하고 예상되는 폐해를 파악하여 손실을 줄일 방법을 생각해 내고 계획한 바를 예행연습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비트코인 광풍에 대한 걱정은 지금 필요한 일로 보인다. 타인이 큰돈을 버는 것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 무기력증이라는 비트코인 블루(bitcoin blue)라는 현상까지 나타났는데 실제로 투자한 결과 기대한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경우 그 대가가 너무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우리 여신금융업계에는 숙제가 많다. 카드 가맹점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수수료 인하 요구, 리스할부금융사의 신규 수익원 창출, 신기술금융회사의 벤처투자 여건 개선 등 협회장으로서 이런저런 걱정이 앞선다. 그러나 현명하게 걱정하면 생존의 기술이 되는 것처럼 협회장으로서 카드회사의 지급결제시스템 편의성을 높여 카드 이용자의 효용 확대가 가능한 수익구조가 마련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리스할부금융회사에 대해서는 본업인 자동차금융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 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을 추진코자 하며 신기술금융회사의 벤처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의 필요성도 잊지 않고 지속적으로 건의할 예정이다. 현재 금융업권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제4차 산업혁명의 혁신기술들로 인해 업종 간 경계가 모호해지고 금융서비스의 형태가 모바일 플랫폼으로 통합되는 등 금융서비스의 영역과 성격이 재편되고 있다. “석기 시대가 역사에서 사라진 것은 더이상 사용 할 돌덩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라는 말처럼 이러한 혁신 기술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기존 사업자에 대해서는 큰 위기이며 걱정일 수 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온 사람, 재난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사전에 위험을 가정해 보고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쓸데없이 걱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위기의 순간을 대비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여신금융업계는 제4차 산업혁명에 가장 잘 어울리는 뛰어난 디지털 DNA를 가지고 있다. 카드업계의 빅데이터 활용, 리스할부금융사의 자동차금융 플랫폼, 신기술금융사의 혁신기술에 대한 안목 등을 토대로 미래를 대비하면 오늘의 걱정이 미래를 준비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고 4차 산업혁명의 거친 바람을 순풍으로 바꿔 새로운 혁신을 통해 지속성장이라는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 국가폭력의 참사… 그들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에 있었다

    국가폭력의 참사… 그들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에 있었다

    그들은 여전히 ‘불타는 망루’ 안에 있었다. 20일 9주기를 맞는 용산 참사 생존자들. 9년 전 남일당 망루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이들은 2013년 1월 대통령 특별사면으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들은 말한다. “출소해서 보니 또다시 전쟁터”라고. “거긴 작은 감옥, 여기 나오니까 큰 감옥”이라고. 자책, 원망, 공포, 분노, 불신, 억울함 등이 마구잡이로 뒤엉킨 트라우마는 여전히 이들을 감옥 안에 가두고 있었다.●“출소해서 보니 더 큰 감옥이 있더라” 오는 25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공동정범’(김일란·이혁상 감독)은 이렇게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대중의 기억에서 멀어진 용산 참사를 현재로 불러온다. 김일란 감독은 2012년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7만 8000여명의 관객을 모은 ‘두 개의 문’을 통해 용산 참사의 진상을 집요하게 추궁해 왔다. ‘두 개의 문’이 당시 경찰 특공대원의 진술, 수사기록, 재판기록, 채증 영상 등 다양한 자료로 참사의 진실을 모자이크처럼 재구성한 것이라면, 스핀오프 격인 ‘공동정범’은 당시 감옥에 있던 생존자들의 생생한 증언과 잦은 클로즈업으로 포착한 감정의 민낯으로 세공한 영화다. 용산 참사 진상 규명 여론을 거세게 불러일으킨 ‘두 개의 문’은 사실 김 감독에겐 ‘미완의 영화’였다. ‘망루에서의 진실’을 알고 있는 철거민들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을 숨지게 했다는 혐의로 ‘공동정범’으로 묶여 수감 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족이자 생존자인 이충연 전 용산4구역 철거민대책위원장과 서울 신계동·상계4동·순화동, 성남 단대동 등 연대를 이뤄준 다른 철거민단체 임원 4명이 2013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하면서 김 감독은 이들의 진술을 통해 생각지 못했던 ‘새로운 서사’를 만나게 된다. 이를 두고 김 감독은 “(애초 영화의 목표로 뒀던) 참사의 진상규명 못지않게 더 중요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김일란 감독 “‘두 개의 문’은 미완성” 같은 기억, 같은 상처를 안고 있는 이들이 서로에 대한 원망과 불신으로 골을 좁힐 수 없는 갈등으로 치달았던 것. 작품을 공동 연출한 김일란·이혁상 감독이 용산 참사를 ‘마음의 참사, 관계의 참사’라고 일컫는 이유다. 김 감독은 “생존자들 간의 갈등 자체가 국가폭력이 빚어낸 것임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싶어 영화 제목을 ‘공동정범’이라 붙였다”고 했다. “출소하신 분들의 기억은 4년간 감옥에 있으면서 고립되고 반복적으로 참사 순간을 떠올리며 이어져 온 기억일 거예요. 하지만 어떤 부분은 일치하는 반면, 어떤 부분은 고통 속에서 조금씩 달라지거나 과장, 축소, 생략되며 바뀌었죠. 기억이 실제적 진실과 달라지면서 점점 갈등이 심해졌고요. ‘왜 갈등이 심해지는 걸까’에 주목하다 보니 이들이 국가에 의해 ‘공동정범’이라는 이름으로 묶여버린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는 억울함과 분노 등의 감정들이 출구를 찾지 못하고 서로를 향해 있는 것이라 깨달았습니다. 국가폭력이라는 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 방식으로 삶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 이것이 우리가 지금 다시 용산참사를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했죠.”(김일란 감독) 영화는 생존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중심으로 쏟아붓는 물대포의 물줄기, 순식간에 망루를 집어삼키는 화염 등 참사 당일의 기록 영상을 교차하며 이들이 겪었을 고통과 두려움을 관객에게 먹먹하게 이입한다. 김 감독은 “영화 ‘1987’이 1987년 6월 민주화항쟁을 기억하는 사람들과 이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가 함께 교감하는 매개체가 됐듯, ‘공동정범’ 역시 용산 참사를 뉴스로 접했던 이들과 그러지 못했던 젊은 세대가 기억을 함께 나누며 타인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105분.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인터뷰 플러스] “6·25 참전 당시 참혹함 체험… 전쟁 종식·평화 정착 이뤄야”

    [인터뷰 플러스] “6·25 참전 당시 참혹함 체험… 전쟁 종식·평화 정착 이뤄야”

    “땅의 평화운동으로 전쟁 없는 세계를 이루자.” 올해로 창립 35주년을 맞는 신천지예수교회는 그동안 ‘성경 중심의 신앙’을 최우선 가치로 평화와 나눔, 봉사를 통한 희망을 전해 왔다고 밝혔다. 그렇다 보니 교단 이름도 성경의 ‘새 하늘과 새 땅’을 요약해 ‘신천지’라 했다고 한다. 교회 창립자인 이만희 총회장은 “6·25 한국전쟁 참전용사로 참전한 까닭에 전쟁의 참혹함을 그 누구보다 똑똑히 체험했고, 성경의 ‘하늘에 영광, 땅의 평화’에 따라 평화운동을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전쟁은 최전방 전투에 나서는 젊은 청년들의 희생을 피할 수 없게 한다. 때문에 청년들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전쟁 종식, 평화 정착’을 이뤄야 한다는 설명이다. “종교 세계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하는 이 총회장을 인터뷰했다. 편집자 주→‘신천지’라는 이름의 유래와 신천지예수교회를 간략히 설명해주십시오. -종교인이 아닌 분들은 이해하기가 어렵겠지만 성경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성경 역사를 보면 한 시대가 부패하면 새로운 시대가 시작됐습니다. 아담이 죄를 지은 후 노아 홍수 사건으로 아담 세계가 끝나고, 노아 세계가 부패하자 아브라함의 자손 모세가 가나안을 정복함으로 끝나고 육적 이스라엘 시대를 시작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스라엘 왕 솔로몬이 이방 신을 섬기니 예수님께서 육적 이스라엘을 심판하고 영적 이스라엘 시대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에는 이 영적 이스라엘도 부패가 되어 끝나고 새 나라 새 민족을 창조한다고 기록이 되어 있습니다. 이를 새 하늘 새 땅, 요약해서 ‘신천지’라고 합니다. 곧 종교 세계를 기준으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하신 것이죠. 세상이 없어지는 게 아니에요. 종교 세계 속에서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면 이전 것은 없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거듭나야 한다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신천지예수교회의 말씀과 다른 교단의 교리가 차별화되는 핵심을 말씀해주신다면. -자랑을 하게 되면요. 사람들은 이 성경을 모르다 보니 인정을 잘 못 합니다. 한마디로 종교 역사가 6000년입니다. 오늘날 우리 신천지예수교회보다 더 나은 곳은 없고, 6000년 있었던 어떤 교리보다 신천지예수교회 교리가 몇십 배는 더 낫다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하늘 위에도 하늘 아래도 ‘일곱 인(印)으로 봉한 책은 그 누구도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비밀이 기록돼 있어요. 일곱 인으로 봉해왔는데 우리 신천지는 통달합니다.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를 수도 있겠지만 그렇습니다. 또 아무나 온다고 안 받아줍니다. 예수님이 2000년 전 씨 뿌리고 갔는데 (추수한) 열매 데리고 와서 계시록의 이룬 실상을 그들에게 알려주고 ‘인(印) 맞는다’고 하는 이 말씀으로 새겨주는 것입니다. 이 사람들이 12지파를 만듭니다. 예수님도 그렇게 했는데 목자로 한다면 14만 4000명입니다. 이것이 끝나자 많은 흰 무리가 모여오게 돼 있어요. 하나님이 약속했으니 한다는 믿음입니다. 새로운 한 시대를 맞이하는 주인공들이죠. 만들어놓으면 종교 세계가 여기서 끝나야 합니다. (신천지는) 성경을 배워서 시험을 칩니다. 시험 쳐서 합격해야 해요. 그래도 급성장합니다. 하늘의 고시인데 엄격하게 해서 시험 치고 점수를 매깁니다. 지구촌에는 이렇게 하는 곳이 없을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신앙인이라면) 하나님 보시기에나 자신에게나 완벽하게 걸어 다니는 성경책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 최고의 말씀이겠죠? 신천지는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성경 전권을 가감 없이 가르치고 있고 특히 요한계시록이 이루어진 실상까지 알려주고 있습니다. 성경을 통달하는 것이 가장 큰 자랑입니다. →교인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관계자로부터 들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말씀이 좋으니까 오는 것입니다. 성경 전권을 육하원칙에 맞게 가르치는 곳은 신천지예수교회입니다. 말씀 배우려고 많이 오는 것이죠. 특정 신학자의 교리나 철학 등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 말씀 그 자체를 가르칩니다. 배워보면 성경이 제대로 보이고 재미있거든요. 참 의미를 알게 되니까요. 이 말씀이 꿀 같이 달다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너무나 확실하거든요. 작년에는 이렇게 공부한 사람들 2만 3000명이 수료를 했습니다. 수료는 수료시험에 합격하고 전도까지 한 사람들이에요. 그렇지 않으면 수료를 할 수 없거든요. 교회에서도 성경 시험을 치고 있습니다. 과정이 어려워도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성 교회에 대한 입장은요. -우리나라 교회는 장로교가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이 장로교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 한국기독교총연합회입니다. 하나님도 성경도 하나인데 해석이 다 다르니까 교파가 나뉩니다. 이 교단 목사님이 저 교단에서는 사역할 수 없습니다. 또 일제강점기 때 일본 신에게 절을 했습니다. 성경에는 하나님 외 다른 신을 섬기지 말라고 했는데 말입니다. 종교인이라면 이래선 안 된다는 것이죠. →한국전쟁 참전용사라고 들었습니다. -네. 전쟁 이야기를 하자면 6·25 전쟁이 터졌을 때 보병 최전방 전투병으로 갔습니다. 너무 참혹해 이루 다 말할 수 없습니다. 총알이 비 오듯 쏟아지고 전투기, 포탄 소리에 가슴이 울립니다. 젊은 청년들이라 견뎠을 것입니다. 전쟁을 하고 나면 사람이 반 이상 죽어서 없어집니다. 어떤 지역은 한두 사람이 살아남았습니다. 전방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학도병들도 많았습니다. 그 어린 학생들이 앞에서 다 죽습니다. 동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부를 원망합니다. 젊은 청년들이 전쟁터에 나갑니다. 권력 가진 사람들은 전쟁에 참여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6·25 때 꽃 한번 못 피우고 많은 청년이 죽었습니다. 얼마나 억울합니까?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서러움을 당하고 해방되고 얼마 되지 않아 동족끼리 전쟁을 했습니다. 그때는 아무리 울어도 어쩔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너무나 가슴 아픈 역사죠. →현재는 평화운동도 하고 계시고요. -네. 제가 왜 평화의 일을 하는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겁니다. 성경에는 ‘평화’ 혹은 ‘화평’이라는 단어가 68곳에서 나옵니다. 하나님의 목적도 평화입니다. 예수님께서 태어났을 때도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라고 했습니다.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들어갈 때도 평화를 외치셨고요. 종교인이 평화의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봅니다. 그런데 종교로 인해 일어나는 전쟁이 80%입니다. 종교인은 이 세상을 선도해야 하는데 종교 때문에 전쟁이 일어난다면 이것은 선행이 아니라 악을 행하는 것입니다. 저는 전쟁을 끝내고 평화의 세계를 후대에 전해주자고 외치고 있고, 이를 위한 다양한 일들을 각국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있습니다. 세계의 청년들 여성들도 함께 지지를 하고 있습니다. →올해로 88세이십니다. 건강비결이 따로 있으신가요. -하나님께서 일 시키시려고 건강하게 하신 것이지… 저로서는 고생을 하고 있습니다. (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사회에는 종교인도 있지만 종교가 없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잘못된 행동은 종교인들도 하고 있습니다. 종교가 없는 분들은 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고요. 그런데 분명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부패된 종교 세계를 끝내시겠다고 하셨기에 그렇게 될 것입니다. 새 시대가 열렸다는 것을 알게 되면 종교가 없는 분들도 하나님을 찾게 될 것입니다. 저는 오히려 종교가 없는 분들과 종교인들을 깨우쳐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