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쟁터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 학생증
    2026-01-24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2,546
  •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잇따른 ‘믿을맨’ 사퇴…숙제로 남은 검찰개혁 정치화

    문재인 정부 출범 3주년검찰개혁 어디까지 왔나공수처법 통과 성과에도개혁 속도 기대에 못미쳐문재인 정부의 사회 분야 숙원 과제는 검찰개혁이다. 우여곡절 끝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의 법적 근거도 마련됐다. 공수처는 검찰의 기소독점주의를 깨뜨렸다는 의미가 있다. 경찰에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을 넘겨 주는 검경 수사권 조정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의 상징이자 촛불 세력에 대한 약속인 검찰개혁의 제도적 기반을 갖춘 건 최대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개혁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계획대로라면 2017년까지 공수처 설치 등 관련 법령을 제정하고 2018년부터 수사권 조정안이 시행됐어야 한다. ‘국회’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계획이 크게 틀어진 셈이다. 전쟁터에서 싸울 ‘장수’(법무부 장관)들이 불미스러운 일들로 낙마한 데다 목소리는 컸지만 ‘내용’(검찰개혁 세부안)은 부실한 탓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법무부 장관에 비(非)검찰 출신을 중용했지만 시작부터 꼬였다. 첫 법무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경환(72) 후보자는 ‘도장 위조 혼인신고 논란’ 등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지명 5일 만에 사퇴했다. 비고시·비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 적임자로 평가된 인물이 문재인 정부 공직 후보자 중 첫 낙마 사례로 기록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2개월이 지나서야 박상기(68) 연세대 교수가 법무부 장관에 취임했다. 그는 “법무·검찰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 주겠다”, “개혁을 중도에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인상적인 취임사를 남기며 개혁의 칼을 빼들었지만 검찰을 휘어잡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법령 개정 없이도 할 수 있는 개혁 작업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9월 수사권 조정 작업을 주도한 조국(55)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앉히는 강수를 뒀다. 조 전 장관은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며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으나 ‘가족 비리 의혹’ 수사로 35일 만에 물러났다. 조 전 장관 때 검찰개혁 이슈가 본질에서 벗어나 정치 슬로건으로 변질돼 극심한 국론 분열을 야기한 건 문재인 정부에 큰 숙제를 남겼다. 일부에서는 조국 수호와 검찰개혁을 동일시했고, 보수 야권에서는 “검찰개혁이 현 정부 인사들에 대한 수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지난 1월 취임한 5선 의원 출신 추미애(62) 장관은 검찰개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초반부터 강공 전략으로 일관했고, 이는 검찰의 반발을 샀다. 추 장관은 지난달 취임 100일을 돌아보며 “투명하고 공정한 법무행정을 위해 인사 원칙을 바로 세우고, 관행이라는 명목 아래 반복돼 오던 많은 일을 법과 원칙, 인권의 관점에서 시정해 왔다”고 자평했다. 수사 검사와 기소 검사의 분리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구체화 단계로 이어지진 않았다. 세 명의 장관을 거치는 동안 검찰에서는 문무일(59) 전 검찰총장이 2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해 7월 윤석열(60) 검찰총장에게 바통을 넘겨줬다. 문 전 총장은 직접수사 총량을 줄이고 41개 지청 특수 전담과 2개 지검(울산·창원)의 특수부를 폐지하는 데 앞장섰다. 대검 인권부가 설치된 것도 문 전 총장 때다. 문 전 총장은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진 않았다. 그러나 수사권 조정법이 국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되자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비판했다. 직접수사 통제 대신 사법경찰에 대한 통제권만 빼앗는 것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실제 문재인 정부는 정권 초기 적폐청산과 검찰개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검찰권 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직접수사 부분을 손보는 데 소극적이었다. ‘헌법주의자’라는 윤 총장을 총장직에 앉힌 것도 문재인 정부다. 윤 총장은 지난해 10~11월 8차례에 걸쳐 자체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공수처법에 수사기관의 즉시 통보 의무 조항이 삽입되자 ‘독소 조항’이라며 반발했다. 검찰개혁의 기틀이 마련됐지만 실제 국민 피부에 와닿는 개혁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과도기 과정에서 경찰이 법 적용 등에서 실력을 키우지 못하면 오히려 국민 불편이 더해지고 민원이 폭발적으로 늘 수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제는 정치적 열정을 가라앉히고 내실 있는 변화를 위한 전력 투구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K1 못지않은 스타급 사령탑 포진… K2, 지옥문이 열린다

    K1 못지않은 스타급 사령탑 포진… K2, 지옥문이 열린다

    프로스포츠에서는 늘 1군 리그가 주목받지만 오는 9일 개막하는 올해 한국 프로축구 K리그는 2부리그도 1군 못지않게 관심을 끌고 있다. 황선홍(대전), 설기현(경남) 등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들을 비롯해 U20 챔피언십 우승을 이끌고 첫 성인팀 데뷔를 앞둔 정정용(서울 이랜드) 등 스타급 감독들이 사령탑으로 가세해 물러설 수 없는 자존심 싸움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올 시즌 K리그 1군 리그가 전쟁터라면 2군 리그는 ‘지옥문이 열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판세 예측을 불허한다. 승강제가 기틀을 잡으면서 1부·2부리그 간 벽이 얇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10개팀 가운데 절반이 한때 K리그1에 몸담았던, 그것도 화려한 전성기 시절을 보냈던 팀들이 뛰어들었다. 기존의 경남FC와 대전 하나시티즌, 전남 드래곤즈에 이어 제주 유나이티드와 수원FC가 가세했다. K리그1에 뒤지지 않는 모양새다. 1부 승격은 K리그2 각 팀의 지상과제다. 오는 11월 17일 정규리그 27라운드를 1위로 마쳐 K리그1 ‘직행 티켓’을 차지해야 한다. 4위까지 노크하는 플레이오프(PO)에 출전해 두 장 가운데 하나 남은 티켓을 노리는 방법도 있다. 1위가 돼 1부 꼴찌팀 대신 한 자리를 차지하든, PO를 통해 두 번째 꼴찌를 끌어내리든 ‘저승사자’ 역할을 자처해야 한다. 개막일인 9일 제주-이랜드의 ‘매치업’부터 흥미진진하다. 이름만 바꿨을 뿐 프로 원년인 1983년부터 K리그와 함께했던 제주는 지난해 최하위 추락 전까지는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진출권(1~3위)을 다투던 강팀이었다. 자존심이 망가진 제주는 광주FC, 성남FC를 승격시켰던 경험이 있는 ‘전문가’ 남기일 감독에게 사령탑을 맡겼다. ‘베테랑’ 정조국을 비롯해 주민규, 박원재 등을 대거 수혈해 1부에도 뒤지지 않는 스쿼드를 갖췄다. “이랜드는 더이상 내려가지 않는다”는 부임 첫마디를 남겼던 정정용 감독은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연습경기에서 2-1승을 거뒀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총알에 맞았다… 아!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다”

    “총알에 맞았다… 아! 나는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다”

    1980년 작성된 일기장 14편 기증받아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 일기도 포함 5·18 경험한 평범한 일반인들의 기록 무자비한 국가 폭력의 참상 고스란히#1. “21일 오후 시내에 나갔다. 광주은행 본점(금남로 3가) 앞으로 오니 총성이 나고 있었다. 한 대학생이 마이크를 들고 있다가 왼팔에 총을 맞고 쓰러졌다. 신기했다. 바로 2~3m 전방에 서 있던 사람이 쓰러졌다. 목에서 피가 난 사람도 있었다. 겁이 났다.” 1980년 당시 광주 서석고 3학년 장식씨가 5·18 첫 집단발포가 이뤄진 5월 21일 오후 전남도청 인근 금남로 상황을 이같이 5월 26일 일기장에 기록했다. 장씨는 시민들과 계엄군이 격렬하게 맞섰던 5월 20일 일기에서도 그날의 저녁 상황을 세세히 기록했다. “밤 7시 30분에 시내로 걸어갔다. 남광주 근처에 오니까 시민들이 학동(동구)파출소를 부수기 시작했다.” 5월 20일은 광주역 인근에서 발포가 이뤄져 처음으로 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방송국이 불타는 등 시내가 전쟁터를 방불케 했던 때다. 장씨는 일기장에 5월 31일 광주에 있는 탱크·군인·장갑차 위치를 그린 약도와 당시 상황을 알리기 위한 호소문도 적어 놨다. #2. “하나의 총알이 주방 유리창을 뚫고 맞은편 벽에 꽂혔다. …난데없이 등에 뭐가 꽉 박히며 코와 입으로 피가 쏟아져 나왔다.(아침 6시 30분쯤)” 전남대 2학년생인 김윤희씨가 1980년 5월 27일 옛 전남도청 진압 작전인 ‘상무충정작전’ 때 본인이 입은 총상에 대해 적은 내용 중 일부다. 김씨는 ‘새벽 4시 30분쯤 큰 폭음에 잠이 깼지만 도망을 가지 않고 YWCA에서 밥을 안치는 순간, 총격을 경험하고 총알에 맞기까지 했다’고 썼다. 일기장에는 ‘총알에 맞는 순간, “아! 맞았구나. 하지만 난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적혀 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이 1980년 5·18을 기록한 시민의 일기장 14편을 기증받아 30일 공개했다. 2011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주소연·조한유·주이택·조한금씨 등이 쓴 일기장도 포함됐다. 당시 동산국민(초등)학교 6학년이던 김현경, 주부 김송덕과 강서옥, 5월 27일 당시 전남도청에서 사망한 문용동 전도사, 직장인 박연철, 전남대 사범대 4학년이던 이춘례씨 등의 일기장도 기증됐다. 40년 전 시민들의 일기장에는 1980년 5·18의 진실과 무자비한 국가 폭력에 대한 공포가 담겼다. 기록관 측은 “오월 일기는 5·18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에게 당시 평범한 일반인들의 경험을 전달해 주는 중요한 매개체”라며 “역사 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기증자들은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가짜뉴스를 보며 5·18의 진실을 알리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기증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일기장은 오는 13일부터 10월 31일까지 서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전시회에 공개하고, 홈페이지에도 올릴 방침이다. 광주 최치봉 기자 cbchoi@seoul.co.kr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 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시대의 욕망 그린 무대…새달 2일 ‘서울연극제’

    해마다 작품성을 갖춘 연극을 엄선해 소개해 온 41회 서울연극제가 다음달 2일 서울 대학로 일대에서 개막한다. 개막 첫날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는 극단 실한의 작품 ‘혼마라비해?’는 남한과 북한, 일본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재일 조선인 ‘자이니치’의 애환을 담았다. 2013년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하자 소송을 제기한 사건이 극의 배경이다. 같은 날 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무대에 오르는 창작공동체 아르케의 ‘전쟁터의 소풍’은 스페인 극작가 페르난도 아라발의 부조리극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전쟁 속에서 면회 온 부모와 병사의 소풍을 통해 권력 집단의 극단적 욕망인 전쟁의 허무함을 그렸다. ‘연극계의 시인’으로 불린 고 윤영선 작가의 미발표 희곡도 관객과 만난다. 극단 아어는 윤 작가의 ‘죽음의 집’을 2일부터 13일까지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선보인다.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차이를 묻는 작품이다. 현대소설의 고전 ‘광장’을 쓴 최인훈 작가의 희곡도 이번 서울연극제를 장식한다. 극단 공연제작센터는 효의 상징인 ‘심청’을 암울한 사회 속 몸을 파는 여성으로 그린 ‘달아 달아 밝은 달아’를 5~1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쳐 수십년 혼란의 세월을 산 최인훈의 고뇌가 효에 대한 보상은 사라지고 자비와 구원이 없는 폭력과 착취만 남은 사회에 투영된다. 이 밖에 1986년 중국 문화대혁명을 배경으로 특권층과 빈민의 삶을 그린 ‘만약 내가 진짜라면’(19~29일·한양레퍼토리 씨어터), 땅을 소재로 청년 빈곤 등 사회문제를 바라본 ‘피스 오브 랜드’(9~29일·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 타인의 삶을 갈망해 각자 위치를 바꾸는 ‘환희 물집 화상’(20~30일 대학로 소극장), 학교폭력과 성소수자 등을 조명한 ‘넒은 하늘의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은 춤춘다’(23~30일·대학로 소극장) 등 다양한 작품이 소개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마스크·성금 선뜻 낸 난민들 “한국인 밥 情이 우릴 움직였다”

    마스크·성금 선뜻 낸 난민들 “한국인 밥 情이 우릴 움직였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빗장을 걸어 잠그며 외국인을 향한 차별과 혐오도 끊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바이러스는 국적과 인종을 가리지 않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국내에서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라”는 여론이 거셌다. 이런 와중에 국내 거주 난민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다”며 오히려 한국 사회에 손을 내미는 사례가 늘고 있다. 최근 코트디부아르와 수단,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 커뮤니티에서는 약 480만원의 돈과 물품을 대한적십자사에 기부했다. 난민 지원단체 ‘피난처’의 도움을 받고 있는 국내 거주 난민들이다. 자신들도 고향을 떠나와 결코 여유롭지 않은 처지에 도리어 남을 위해 기부한 이유는 뭘까. 지난 6일 민주콩고에서 온 놈비(46)와 프레디,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앙쥐(41)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십시일반 기부에도 ‘눌러살지 말라’ 비난 놈비를 한국 땅에 오게 한 건 500만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낳은 2차 콩고 내전이다. 전쟁이 시작된 1998년 무렵 놈비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막 들어간 상태였다. 그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무력으로 납치당해 전쟁터로 끌려갔다. 반군은 총을 겨누는 건 기본이었고, 사람들을 강간하거나 마구 죽였다”고 말했다. 르완다와의 접경지대인 콩고 동쪽 고마 지역에 살던 놈비는 2006년 반군에게 납치됐다가 목숨을 걸고 탈출해 이듬해 한국으로 왔다. 그는 한국에 온 뒤 민주콩고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프리덤 파이터스’ 활동을 하고 있다. 2018년 꾸려진 이 단체는 모두 놈비처럼 전쟁을 피해 도망친 난민들로 구성돼 있다. 공식적인 내전은 끝났지만, 계속 이어지는 크고 작은 시위와 민주콩고 정부의 문제를 알리고 해결하겠다는 목적이다. 그런 그와 동료들이 콩고에 있는 지인이 아닌 이방인들을 위해 선뜻 돈을 내놓은 데 대해 놈비는 뜻밖에 ‘한국인의 밥 정’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놈비는 “한국에서 활동할 때 지원 단체에서 식당에 데려가거나 밥을 같이 먹는 경우가 많았다. 한국인에게 밥은 환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매년 4월 말 프리덤 파이터스 활동가들이 모여 파티를 하는데,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한국 상황이 너무 나빠졌다”면서 “먹고 즐기는 걸 좋아하는 한국 사람이 고통받고 있는데, 우리끼리 즐기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에 내놓은 성금은 이들이 파티에 쓸 비용을 모은 것이다. 무용수이던 앙쥐와 대학생이던 프레디 역시 정치적인 문제 때문에 고향을 떠나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아프리카 기독교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프레디는 “한국은 제2의 고향이다. 이 국가에서 어려운 사람을 돕는 건 형제를 돕는 것”이라면서 “목사로서 위험에 처한 이들을 돕는 건 사랑을 실천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돈을 모아 기부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난민들이 직접 마스크를 만들어 국내 취약계층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최근 국내에 있는 서아프리카 비아프라(현 나이지리아) 난민들도 “코로나19에 대응하는 한국인들에게 힘을 보태겠다”면서 손소독제를 기부했다. 헌혈자 감소로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헌혈에도 동참하겠다고 나섰다. 이들 단체는 지난 7일 경기 동두천시청에 소독제를 전달하며 “우리도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국의 안전과 모두의 건강을 위한 의무에 함께할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난민을 비롯한 외국인을 보는 한국인의 시선은 여전히 편견으로 가득하다. 이들이 십시일반 모은 돈을 기부하고 한국인을 돕고 나섰는데도, 온라인에선 ‘나중에 자기들 가족을 데리고 오려는 투자금일 뿐이다’, ‘언젠가는 본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난민이다. 눌러살지 말라’ 등의 악성 댓글이 달렸다. 난민이 ‘나와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편견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부터가 문제다. 놈비는 “정치적, 문화적 상황이 너무 다른데 외국인은 한국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프리덤 파이터스 활동 이후인 2018년 가택 침입 사건이 있었다. 콩고에서는 이렇게 공격당하거나 죽임당하는 일이 일상적이어서 너무 불안했는데, 한국 수사기관은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고 이해하려는 생각도 없었다”면서 “한국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치안이 좋은 나라니까 그런 것”이라고 했다. 프레디는 “난민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인도적 체류자로 계속 지내면 어렵사리 일을 구해도 3개월이나 6개월에 한 번씩 체류연장 심사를 받아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아도 언어소통이 자유롭지 않은데, 심사 때문에 일을 계속 빠져야 하니 사측에서는 당연히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이렇게 난민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지 못하는 건 단순히 일을 못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프레디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니 경제적 능력이 없고, 돈이 없으니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고, 결국 건강 관리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유령처럼 살아가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다.●소외됐지만 “재난 상황 같이 싸우고 싶다” 하지만 정부 대책에서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찾아볼 수 없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인 난민과 외국인 노동자 등은 완전히 배제됐다. 정부는 지난달 5일 마스크 보급 대책을 내놨지만, 건강보험 가입 자격이 되지 않는 6개월 미만 체류 이주민이나 외국인 미등록자는 마스크 구매 자격조차 부여받지 못했다. 실제 앙쥐는 외국인 등록증이 없어서 마스크 구매를 포기해야 했다. 그는 “난민 신청이 계속 받아들여지지 않아 외국인 등록증이 없는데, 약국에 갔더니 여권을 내밀어도 안 된다고 하더라”면서 “결국 지인이 대신 사다 준 마스크를 몇 번씩 재활용하며 쓰고 있다”고 토로했다. 놈비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아이들이 몸이 안 좋아 병원에 갔는데, 모든 사람의 시선이 우리를 향했다”면서 “단순 몸살 정도라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아무도 듣지 않았고, 무조건 국적이 어딘지 중국에 갔다 왔는지만 물어봤다”고 말했다. 놈비네 가족은 이후 두 달 동안 집 안에만 있었다. 이런 피해는 지난달 20일 이주공동행동 등 이주민 관련 시민단체가 연 ‘코로나19가 드러내는 인종차별 민낯 증언대회’에서 나온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공중시설에서 무조건 외국인의 입장을 제한하고, 이주 노동자들을 아예 공장에서 나오지 못하게 하는 등 차별 실태가 심각했다. 김영아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대표는 “마스크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유일한 자기방어책이다. 또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으면 민폐를 끼치는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있다”면서 “코로나19에 대한 난민과 이주민의 공포가 증폭됐고 사회 심리적 방역은 실패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프레디는 “한국 내의 인종차별이나 편견이 코로나19 때 많이 드러난 것 같다”면서 “코로나19 초기 식당에서 중국어로 얘기하는 사람만 봐도 바이러스 보균자인 것처럼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에선 이미 외국인들이 한국인과 전혀 섞이지 않으니 외국인의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면서 “한국 내 외국인이 코로나19에 잘 걸리지 않는 것도 교류 자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들이 한국을 돕는 이유는 뭘까. 프레디는 “한국은 우리의 희망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인은 우리의 친구다. 본국에 있는 가족보다 여기에 있는 사람을 돕는 게 더 빠르다”면서 “지금 여기에 평화가 없으면 어디에도 없다”고 밝혔다. 앙쥐는 바이러스가 모두의 문제라는 걸 강조했다. 그는 “불이 나면 외국인, 자국민을 가리지 않고 모두 다 태우지 않겠냐. 그러면 같이 힘을 모아서 모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면서 “외국인도 한국에서 이 바이러스와 함께 싸울 수 있게, 그래서 모두의 공동체를 만들 수 있게 해 달라”고 말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온라인 개학은 토종 vs 외산 클라우드 전쟁

    온라인 개학은 토종 vs 외산 클라우드 전쟁

    NBP 초등 3~6학년 ‘e학습터’ 운영 맡아 300만명 수용 서버 갖춰… 긴장 속 점검 MS ‘온라인클래스’ EBS와 2년간 호흡 오늘 중3·고3 대상 NBP 앞서 시험대에 서버 문제 생기면 시장 확대에 치명타9일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이 국산과 외산 클라우드 업체의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됐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양분해 온라인 수업을 위한 클라우드의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450만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함에도 서버가 버텨 내는 쪽은 자사 클라우드의 우수성을 뽐낼 수 있다. 반면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백만명의 학생·교사·학부모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기세가 한풀 꺾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양사의 기술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도전하는 쪽은 네이버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도전했다. 강원 춘천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아직 MS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EBS가 최근 원격 수업을 위한 플랫폼인 ‘온라인클래스’의 서버를 확충하면서 MS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공영방송인 EBS가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는 사업임에도 국산 업체가 외면당해 아쉽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 클라우드 서버 운영을 맡은 NBP는 최근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최대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서버 인프라를 갖췄다. 주로 중·고등학생이 접속하는 온라인클래스와 달리 e학습터에는 초등학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개학 대상인 초등 3~6학년은 약 180만명이다. 전국 교사들이 접속할 것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서버 용량을 보유했지만 NBP 측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300만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큰 방’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거나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발생한 EBS 로그인 오류가 바로 그러한 것”이라며 “온라인 개학이 처음이라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몰라 모두 긴장하며 상황을 보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는 밤을 새우며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MS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온라인클래스도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다. 2018년부터 EBS에 클라우드를 제공했던 노하우를 통해 이번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고등학생이 주로 사용하게 될 온라인클래스는 최대 270만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일 온라인 개학은 중학 3학년·, 고등 3학년을 대상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NBP보다는 MS가 먼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BS 관계자는 “지난 5일 MS와 300만명 동시 접속 증설을 이미 마쳤다”면서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NBP와 MS 이외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도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오전 9시부터 수업이 시작돼 수백만명의 온라인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리면 인터넷 접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트래픽 변화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주요 구간에 서버를 확충하기도 했다. 타 통신사와의 교환회선 용량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여러 개 짜 놓았다”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해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450만명 동시접속 ‘온라인 개학’…토종 VS 외국 클라우드 기술 시험대

    450만명 동시접속 ‘온라인 개학’…토종 VS 외국 클라우드 기술 시험대

    네이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맞대결 9일 시작되는 ‘온라인 개학’이 국산과 외산 클라우드 업체의 소리 없는 전쟁터가 됐다. 국내 기업인 네이버와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가 양분해 온라인 수업을 위한 클라우드의 운영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450만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함에도 서버가 버텨 내는 쪽은 자사 클라우드의 우수성을 뽐낼 수 있다. 반면 문제가 발생한다면 수백만명의 학생·교사·학부모들로부터 비판을 받는 것은 물론 클라우드 시장 경쟁에서 기세가 한풀 꺾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본의 아니게 양사의 기술력이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도전하는 쪽은 네이버다. 네이버의 자회사인 ‘네이버 비즈니스 플랫폼’(NBP)은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클라우드 사업에 도전했다. 강원 춘천에 데이터 센터를 짓고 국내와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몸집을 키워 나가고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따지면 아직 MS의 아성에 미치지 못한다. 더군다나 EBS가 최근 원격 수업을 위한 플랫폼인 ‘온라인클래스’의 서버를 확충하면서 MS의 클라우드를 이용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공영방송인 EBS가 정부와 협력해 대응하는 사업임에도 국산 업체가 외면당해 아쉽다는 이야기가 업계에서 흘러나왔다. 교육학술정보원의 ‘e학습터’ 클라우드 서버 운영을 맡은 NBP는 최근 온라인 개학에 대비해 최대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는 서버 인프라를 갖췄다. 주로 중·고등학생이 접속하는 온라인클래스와 달리 e학습터에는 초등학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개학 대상인 초등 3~6학년은 약 180만명이다. 전국 교사들이 접속할 것을 고려하더라도 충분한 규모의 서버 용량을 보유했지만 NBP 측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네이버 관계자는 “300만명이 동시에 들어갈 수 있는 ‘큰 방’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그곳에 들어갈 수 있는 문이 좁거나 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최근에 발생한 EBS 로그인 오류가 바로 그러한 것”이라며 “온라인 개학이 처음이라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몰라 모두 긴장하며 상황을 보고 있다. 관련 부서에서는 밤을 새우며 점검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MS의 클라우드를 이용하는 온라인클래스도 300만명이 동시 접속할 수 있도록 서버를 증설했다. 2018년부터 EBS에 클라우드를 제공했던 노하우를 통해 이번에도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고등학생이 주로 사용하게 될 온라인클래스는 최대 270만명의 학생이 동시 접속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9일 온라인 개학은 중학 3학년·, 고등 3학년을 대상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NBP보다는 MS가 먼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EBS 관계자는 “지난 5일 MS와 300만명 동시 접속 증설을 이미 마쳤다”면서 “운영에 문제가 없도록 면밀히 살펴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NBP와 MS 이외의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들도 잔뜩 긴장한 모양새다. 오전 9시부터 수업이 시작돼 수백만명의 온라인 트래픽이 한꺼번에 몰리면 인터넷 접속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트래픽 변화량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했다. KT와 SK브로드밴드는 최근 주요 구간에 서버를 확충하기도 했다. 타 통신사와의 교환회선 용량도 확대했다. 업계 관계자는 “모두가 처음 겪는 일이기 때문에 비상 대응 시나리오를 여러 개 짜 놓았다”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해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월드피플+] 왕관 벗고 코로나19 전쟁터로 돌아간 ‘미스 잉글랜드’

    [월드피플+] 왕관 벗고 코로나19 전쟁터로 돌아간 ‘미스 잉글랜드’

    지난해 영국의 미인대회인 ‘미스 잉글랜드’에서 1위를 차지한 바샤 무케르지(23)가 코로나19로 피폐해진 영국에서 왕관을 벗어던졌다. 인도 출신인 무케르지는 9살 때 영국 더비로 이주한 뒤 노팅엄대학에 진학해 의사의 길을 걸었다. 의사로 활동하면서 미스 잉글랜드 등 각종 미인대회에 출전했고, 미인대회에서 1위를 거머쥔 후에는 청진기를 잠시 내려놓고 세계 곳곳에서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쳐왔다. 무케르지는 아프리카와 터키, 인도, 파키스탄 등 여러 국가에 초청돼 다양한 자선활동을 펼쳤고, 지난 3월 초에는 자신이 새로 맡은 지역사회 자선단체의 홍보대사 활동을 위해 4주간 인도에 머물렀다. 인도의 빈곤층을 위해 학용품을 기부하고,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학생들을 위해 기부금을 건네는 등 외모만큼이나 아름다운 선행을 이어갔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본업인 의사로서 코로나19와 싸우는 수많은 의료진들에 대한 걱정이 쌓여만 갔다. 그러던 중 코로나19의 영국 상륙으로 영국 전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하자, 미스 잉글랜드 출신의 무케르지는 결국 왕관을 내려놓고 잠시 잊고 있던 청진기를 꺼내들었다. 본래 일하던 병원에서 수련의로서 다시 서게 된 무케르지는 “전 세계 사람들이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죽어가고 있고, 내 동료들이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동안 나는 ‘미스 잉글랜드’로 남아있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느꼈다”면서 “내가 미스 잉글랜드로 뽑힌 뒤, 영국을 도울 수 있는 이보다 더 좋은 시기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왕관을 내려놓은 무케르지는 현재 영국 동부 필그림병원에서 의사로 복귀하기 전, 약 2주의 자가격리에 놓여있다. 그녀는 자가격리가 끝나는 대로 자신의 전공인 호흡기 의학을 필요로 하는 곳으로 달려갈 예정이다. 한편 5일 기준 영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4만 7806명이며 사망자는 4934명이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그렇게 사재기하더니…멀쩡한 음식 내다버리는 英 시민들

    그렇게 사재기하더니…멀쩡한 음식 내다버리는 英 시민들

    사재기 광풍으로 속 끓던 영국이 이제는 멀쩡한 음식을 내다 버리는 사람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데일리메일은 코로나19로 공황에 빠진 사람들이 다 먹지도 못할 음식을 사들였다가 결국 유통기한을 넘겨 쓰레기통으로 내다 버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주말 사이 영국 현지에서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멀쩡한 음식 꾸러미가 여럿 발견됐다. 이제 막 유통기한이 지난 파스타부터 포장도 뜯지 않은 닭고기, 푸른색이 가시지도 않은 바나나 송이까지 쓰레기통을 한가득 채울 만큼 많은 양이었다. 더비셔주 더비의 한 주민은 “공황에 빠져 진열대를 싹쓸이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이런 짓을 하고 있다. 벌금을 물려야 한다”며 분노했다. 그레이터맨체스터주 베리 지역에서도 따지도 않은 통조림이 쓰레기통에 수북이 쌓여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비축한 식량을 채 소비도 하지 못하고 그대로 내다 버리는 사람들이 늘자 현지인들도 “망신스럽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몇몇 SNS 이용자들은 “왜 멀쩡한 음식을 내다 버리느냐”, “도대체 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무분별한 사재기를 질타했다. 영국 자유민주당 전 의원인 아지트 싱 아트왈 역시 “공황에 빠져 불필요한 물건을 집에 쌓아두었거나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식료품을 사들이지는 않았나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영국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사재기가 계속됐다. 대형마트는 생필품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전쟁터를 방불케 했고, 매대는 채워지기 무섭게 텅텅 비었다. 영국의 한 간호사는 병원 중환자실에서 교대근무를 마치고 마트에 들렀지만 아무것도 살 수 없었다며 사재기를 멈춰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영국 정부도 식료품 부족 사태는 절대 없을 것이라며 국민들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주문하고 나섰다. 21일 조지 유스티스 영국 환경식품지역문제 담당 장관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식료품을 사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칠 수 있다”며 자제를 당부했다. BBC 등 주요 언론은 사재기가 없는 우리나라와 현지 사정을 비교하기도 했다. 영국 소매 컨소시엄 헬렌 디킨슨 대표는 최근 한 달 사이 영국인들이 비축한 식료품 규모가 10억 파운드(약 1조5000억 원)에 달한다면서 “사들인 것을 먼저 먹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요 유통업체는 인당 구매 개수를 제한하고, 싹쓸이 인파에 밀려 미처 생필품을 사지 못한 노인 가정에 우선적으로 배달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영국 정부는 외출금지령 등 봉쇄 조치를 취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집계에 따르면 31일 현재 영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2만2453명, 사망자는 1408명으로 전 세계에서 8번째로 감염자가 많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911 전화 하루 7000건… 뉴욕은 지금 전쟁터

    911 전화 하루 7000건… 뉴욕은 지금 전쟁터

    응급 요청 폭주… ‘9·11’ 이후 통화량 최다‘뉴욕은 총성 없는 전쟁터.’ 코로나19 확진자가 5만 3000여명, 하루 7000여명씩 느는 미국의 뉴욕은 9·11 테러 이후 가장 공포스런 상황을 맞고 있다. 의료 시스템의 붕괴에 이어 치안 공백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전쟁 지역 : 뉴욕시 앰뷸런스는 지금 9·11 때만큼 바쁘다’라는 기사에서 뉴욕주 사망자(728명)의 90%가량이 집중된 뉴욕시는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고 전했다. NYT는 “시내 병원이 코로나19 환자들로 넘쳐 나면서 시의 보건 의료 시스템이 감당할 수 없는 일부 환자들은 자택에 방치돼 있다”면서 “응급 의료진이 조만간 누구에게 살 기회를 줄지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공호흡기 부족 문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평균 하루 4000여건이던 응급의료서비스를 요청하는 911 전화가 지난 26일에는 7000건이 넘게 걸려 왔다. 이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한 번도 보지 못한 통화량이라고 NYT는 전했다. 폭주하는 응급의료 요청 전화에 소방관과 응급구조요원 등 구급 인력의 피로도는 최고조에 이르렀고, 이들의 감염을 막을 보호장비도 모자란 것으로 알려졌다. 브루클린의 한 응급구조사는 “스카프와 커피 필터로 만든 ‘수제 마스크’뿐 아니라 한 번 사용한 N95 마스크를 며칠 동안 계속 쓰고 있는 요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보호 장비 부족에 따라 뉴욕경찰서의 경찰관 최소 512명과 뉴욕소방서의 소방관과 응급의료 요원, 일반 직원 등 최소 206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에 따라 치안 공백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확진 12만명 넘었는데… ‘뉴욕 봉쇄’ 번복, 우왕좌왕하는 美

    확진 12만명 넘었는데… ‘뉴욕 봉쇄’ 번복, 우왕좌왕하는 美

    확진자 세계 최다… 시카고서 유아 첫 사망 트럼프, 3개주 ‘강제 격리’ 발언 꺼냈다가 “뉴욕은 우한 아니다” 반발에 없던 일로 호흡기 등 방역물품 싸고 연일 감정싸움 뉴욕 911 전화 하루 7000건 ‘전쟁터 방불’전 세계 코로나19 확진환자 5명 중 한 명이 미국 거주자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해진 상황에서 세계 최강국 역시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주 등의 격리를 언급했다가 철회하는 등 코로나19 대응을 둘러싸고 협력도 모자랄 판에 주지사들과 연일 감정싸움 중이다. 확진환자가 12만명을 훌쩍 넘고, 시카고에서 첫 유아 사망자가 나오는 상황에서 인공호흡기 등 의료물품 부족현상이 심화되자 트럼프 대통령은 GM·포드 등에 생산명령을 내렸지만 부족한 현실인식으로 정치적 공방만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오전 10시 30분쯤 트위터를 통해 “핫스폿(집중발병지역)인 뉴욕, 뉴저지, 코네티컷에 대해 격리를 검토 중”이라고 올렸다가 7시간 만인 오후 5시 넘어 “격리는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결정을 번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앞서 같은 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도 3개주 격리 계획을 밝혔었고, 뉴욕으로 출항하는 미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 출항식에서도 이런 내용을 전한 바 있다. 사실 뉴욕주 확진환자 수(한국시간 29일 오후 2시 기준)는 5만 3520명(사망자 834명)으로 미국 전체 확진환자 12만 4665명(2191명)의 42.9%다. 하루 평균 4000여건이던 응급의료서비스 요청 911 전화가 지난 26일 7000건이 넘게 걸려 와, 2001년 9·11 테러 이후 최대 통화량을 기록했다. 뉴저지(확진환자 1만 1124명, 사망자 140명)와 코네티컷(확진환자 1524명, 사망자 33명)까지 합하면 53%나 돼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긴 하다. 그러나 주 정부와의 협의 없이 내린 결정에 해당 주들이 반발하면서 부랴부랴 철회한 것이다. 뉴욕타임스, CNN 등은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가 “연방정부가 주에 선전포고를 했다. 우리는 중국 우한에 사는 게 아니다. 초법적 행위다”고 거세게 반박한 것을 트럼프 대통령이 물러선 이유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도 미국 인구의 10%이자 국내총생산(GDP)의 12%를 차지하는 뉴욕주를 격리할 경우 경제·정치적으로 재선 길에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한발 물러선 트럼프 대통령은 3개주 주민들에게 이날부터 14일간 불필요한 국내 여행을 자제하라는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경보 발령을 전하며, 재량권은 주지사에게 줬고 트럭 수송, 공중보건, 금융 서비스, 식량 공급 등에 종사하는 경우는 예외로 한다고 밝혔다. ‘연방정부의 미흡한 위기대응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 주는 인공호흡기 부족 사태는 정치적 감정싸움까지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7일 폭스뉴스에서 “(뉴욕주에 인공호흡기가) 3만~4만개가 필요하다고 믿지 않는다”고 밝혔고, 빌 드 블라지오 뉴욕시장은 이에 대해 “(트럼프가) 이번 위기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있지 않다”며 반박했다. 인공호흡기 부족에 대한 질타가 쏟아지자 트럼프는 자동차 업체들에 화살을 돌렸다. GM, 포드 등이 기민하게 움직여 주지 않는다고 판단한 그는 지난 27일 국방물자생산법을 발동해 이들 업체에 인공호흡기 생산을 압박하고 나섰다. 특히 GM을 특정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세계 최다 확진환자 수도 그에겐 자화자찬거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브리핑에서 “우리의 (코로나19) 검사에 대한 찬사라고 생각한다”고 아전인수식으로 언급하는 한편 부활절(4월 12일) 이전에 경제활동을 지역별, 단계적으로 정상화하는 계획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재선을 위해 경제에만 신경 쓴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병원에서도 고립...일터는 전쟁터”…美 코로나19 간호사 눈물

    “병원에서도 고립...일터는 전쟁터”…美 코로나19 간호사 눈물

    “지난 13시간은 내게 전쟁과 같았어요.”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미국에서 의료진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폭스뉴스 등 현지 언론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미시간 남동부의 한 병원에서 특수치료시설(ICU)을 담당하는 여성 간호사 멜리사 스테이너는 “교대근무를 하기 위해 버틴 13시간은 전쟁터, 지옥과 같았다”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그녀는 해당 영상에서 “지난 13시간 동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나는 꼭 전쟁터에서 일하다 나온 것 같다”면서 “나는 교대 근무자가 오기 전 13시간 동안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을 보이는 환자 두 명을 보살폈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병원 내 감염 확산에 대한 우려 탓에) 팀에서 고립된 것은 물론이고, 필요한 물자나 필수 재원도 제한된 채로 일했다. 심지어 의사와의 교류도 제한된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또 “이러한 상황은 내게 새로운 일상이 됐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사태가 완전히 끝나기까지는 몇 개월이 더 걸릴 것이라는 사실”이라면서 “나는 이미 무너진 상태다. 아픈 사람들을 위해 제발 이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달라”고 호소했다. 이 간호사의 눈물 어린 호소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의료진이 코로나19 악화에 대처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으며, 의료진의 스트레스와 트라우마가 이미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을 대변한다. 유럽 내에서 코로나19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에서는 며칠 전 코로나19 중환자를 돌보던 30대 간호사가 자신 역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간호사는 확진 판정을 받기 전부터 코로나19 의료진으로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아 왔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전염시킬 것을 가장 두려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한 간호사는 48시간 근무 뒤 교대를 위해 병원 밖으로 나왔다가, 사재기 현상 탓에 생필품을 구하지 못하자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한편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현지시간으로 26일 기준 8만 3836명으로, 그동안 1위였던 중국(8만 1782명)과 2위인 이탈리아(8만 589명)을 한 번에 앞질렀다.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망자는 1186명으로 집계됐다. 송현서 기자 huimin0217@seoul.co.kr
  • 日교과서 82% ‘독도영유권’ 주장…강치 잡는 사진도 넣어 왜곡

    日교과서 82% ‘독도영유권’ 주장…강치 잡는 사진도 넣어 왜곡

     일본 정부의 왜곡된 영토 및 역사 교육 주입이 갈수록 도를 더하고 있다.  24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역사, 공민, 지리 등 중학교 사회 교과서들은 2012년 아베 신조 총리의 두 번째 집권 이후 강조돼 온 수정주의 역사관을 한층 분명하게 반영하고 있다. 내년부터 새롭게 쓰일 전체 17종 사회 교과서의 82%인 14종에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 불법 점거’ 기술이 수록됐다.  일선 학교 채택률이 가장 높은 도쿄서적의 역사 교과서는 “한국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이 발효되기 직전 공해상에 일방적으로 경계선을 긋고, 일본 고유의 영토인 다케시마를 자국 쪽에 포함시켜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했다. 에도시대(1603∼1867) 초기에 일본인들이 독도에서 조업했다는 주장 등도 상세히 다뤄졌다. 독도에서 강치(바다사자)를 사냥하는 사진도 많은 교과서들이 채택했다. 일본은 자국 어민들이 예부터 독도에서 강치 사냥을 했던 점을 영유권의 근거로 주장해 왔다.  독도 영유권뿐 아니라 과거 식민지배 및 침략의 역사에 대한 부정과 왜곡도 곳곳에서 이뤄졌다. 1923년 간토대지진 당시 일본인들에 의한 조선인 학살과 관련해 학살의 주체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조선인과 사회주의자 등이 살해됐다고만 기술된 교과서도 있었다.  니혼분쿄출판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 책임과 관련해 “1965년 일한 청구권협정에서 국가와 개인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것을 확인하는 동시에 일본은 한국에 경제원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정부가 개인 청구권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다루지 않았다. 야마카와출판사의 교과서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내용을 다루긴 했으나 ‘전쟁터에 설치된 위안시설에는 조선·중국·필리핀 등지의 여성이 모집됐다’ 정도로만 기술하는 등 전쟁 중 벌어진 성폭력의 실상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일본의 교과서 검정은 민간 출판사들이 제작한 교재가 학교에서 교과서로 사용되기에 적절한지를 정부가 심사하는 제도로 일본의 패전 직후인 1947년부터 계속됐다. 검정을 통과한 도서만 일선 학교에서 교과서로 쓰일 수 있기 때문에 검정은 정부가 교육 내용을 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지난해 검정을 통과한 초등학교 4∼6학년 사회 교과서에도 9종 모두에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주장이 담겼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번 검정 결과에 대해 “직전인 2015년 교과서 검정 때보다 크게 개악됐다”며 “독도 영유권 주장은 물론 역사를 왜곡하며 일본 제국주의를 미화하는 내용이 포함됐고 식민지 강제수탈과 일본군 위안부 만행 등은 축소·은폐됐다”고 평가했다. 나카지마 데쓰히코 나고야대 교수(교육행정학)는 마이니치신문에 “교과서는 정부의 선전수단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In&Out] 코로나19로 77년 만의 부자 상봉 미뤄질까 걱정/황동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운영관리국장

    [In&Out] 코로나19로 77년 만의 부자 상봉 미뤄질까 걱정/황동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운영관리국장

    중국 우한에서 발병한 코로나19로 전 세계 모든 나라가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가히 세계대전급 전시태세에 돌입한 양상이다. 실제 전쟁은 더욱 끔찍하다. 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슬픔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남의 나라 전쟁터로 강제로 끌려가 고통 속에 죽어 간 국민의 고통은 어떠했겠는가. 더구나 유해마저도 온전히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한다면 이들의 원혼을 어떻게 달래 줄까. 정부는 2018년 11월 행정안전부 산하기관인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강제동원희생자유해봉환과를 신설했다. 대일항쟁기 강제동원됐다가 귀국하지 못하고 이역만리에서 세상을 떠난 희생자의 유해를 국내로 봉환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국외로 강제동원된 인원은 징용을 포함해 125만명으로 추산된다. 1950년 11월까지 약 104만명이 귀환했지만 현지 체류 또는 귀환 과정에서 희생된 조선인은 약 20만명이나 된다. 1946년 이후 지난해까지 국내로 봉환된 유해(위패 포함)는 약 1만 1000위.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수 없는 이들의 원혼을 풀어 드리는 일은 국가가 당연히 짊어져야 할 책무다. 지난해 정부는 이들 희생자의 유해 봉환을 위해 분주히 현장을 누볐다. 일본, 미국, 러시아, 중국을 비롯해 태평양전쟁터였던 관련국과 유해 봉환 문제를 협의했다. 한국인 추정 유해를 발굴했다는 소식이 들리면 유족과 신원 확인 절차를 밟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식별정보 데이터베이스도 구축했다. 태평양 적도 남쪽에 인구가 10만명가량 되는 키리바시공화국이란 작은 나라가 있다. 태평양전쟁 당시 이곳 타라와 베티오섬을 두고 미국과 일본은 1943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교전 인원은 미국이 약 3만 5000명, 일본은 약 4800명이었다. 72시간 동안 벌어진 전투에서 미군ㆍ일본군 전사자는 6400명가량 발생했다. 일본군은 대부분 전멸했다. 일본군 사망자 가운데 1200여명은 억울하게 희생된 조선인 징용자들이었다. 정부는 미국과 일본의 협력으로 한 분의 희생자 유해를 기적적으로 확인했다. ‘타라와 46번’이라는 이름 없이 번호로 매겨졌던 유해는 이제 대한민국 국민 ‘최병연’이라는 이름을 되찾았다. 고인의 유족을 찾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족은 현재 전남 영광군에서 살고 있다. 일본 정부가 1971년 제공한 ‘피징용사망자명부’ 자료도 부실하고 유족의 유전자검사 신청도 적어 희생자의 유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희망을 놓지 않고 부단히 애쓴 결과다. 정부는 당초 5월 중순 최병연 어른의 유해를 국내로 모셔 올 계획이었다. 그런데 급작스레 닥친 코로라19 사태로 언제 봉환할 수 있을지 막막하다. 최병연 어른이 전쟁터로 끌려갈 때 100일이 채 안 되던 아들은 70대 노인이 돼서도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다. 코로나19가 하루속히 소멸돼 두 부자가 상봉할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 [서울광장] 됭케르크, 쓰촨, TK/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됭케르크, 쓰촨, TK/박홍환 논설위원

    1940년 5월 영국 육군의 대륙원정군은 프랑스에서 독일 기갑부대에 패배를 거듭하면서 북부 해안도시 됭케르크까지 후퇴했다. 뒤로는 도버해협이니 더이상 물러설 곳도 없었다. 영국군 20만명, 프랑스군 14만명 등 35만여명의 연합군 병력이 그대로 전멸 위기에 내몰렸다. 특히 영국은 대부분의 정규 지상군 전력이라는 점에서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이들을 철수시켜야 했다. 제공권이 우세했던 독일 공군의 공습에 더해 지상군까지 합세한다면 막아 낼 방도가 없었던 것이다. 결국 윈스턴 처칠 총리는 도버의 해군지휘소에서 ‘다이나모 작전’을 승인했고, 그 유명한 ‘?케르크 철수’가 시작됐다. 같은 해 5월 26일부터 6월 4일까지 900여척의 선박이 동원된 철수작전으로 34만여명의 병력이 무사히 도버 해안에 당도했다. 연합군은 이를 기반으로 반격의 기회를 엿볼 수 있었다. 민간의 적극적인 협력과 지원이 이런 기적을 만들어 냈다. 징발 대상이 아닌 돛을 단 소형 선박과 어선을 몰며 민간인들이 자진해 구출작전에 합류했다. 패배자로 돌아온 군인들에게 영국인들은 따뜻한 차를 대접하며 격려했다. 군인들의 손에는 “대실패가 대성공이 됐다”는 헤드라인의 신문이 들려 있었다. 위기 극복의 이 같은 집단 의지는 ‘됭케르크 정신’(Dunkirk spirit)으로 옥스퍼드 사전에도 등재돼 있다. 집단 의지가 불러오는 기적은 재난 현장에서도 종종 발현된다. 베이징올림픽을 석 달여 앞둔 2008년 5월 12일 오후 2시 28분(현지시간) 리히터 규모 8.0의 강진이 중국 서부 쓰촨(四川)성 일대를 강타했다. 스페인 전체 면적과 맞먹는 규모의 피해지역에서 8만 7000여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베이촨(北川)현은 주민의 절반인 1만5000여명과 함께 통째로 가라앉았다. 산이 무너져 길을 막았지만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어 끊어진 길을 이었다. 1976년 탕산(唐山)대지진 당시 다리를 잃고 고아로 살아남아 개혁개방시기 광둥(廣東)성 선전에서 여행업으로 자수성가한 사업가는 구호물자와 자원봉사자들을 가득 실은 트럭을 직접 몰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쓰촨성을 제외한 전국 30개 성·시가 1대1로 피해지역을 나눠 맡아 재건에 돌입했다. ‘한 곳이 어려움에 처하면 나머지가 돕는다’는 ‘일방유난 팔방지원’(一方有難 八方支援)의 힘은 막강했다. 1년 후 다시 찾은 현장은 상흔이 곳곳에 남아 있었지만 재활의 기운이 넘쳤다. 중국 정부는 대지진 발생 10년 만인 2018년 복구완료를 선언했다. 이번 코로나19 대규모 감염사태에서는 ‘일방유난 팔방지원’에 더해 ‘중지성성’(衆志成城) 구호까지 등장했다. 모두 한마음으로 뭉쳐 굳건한 성벽을 만들어 난관을 극복하자는 뜻이다. 불과 일주일 만에 각각 1000개 병상 규모의 야전병원 두 곳을 뚝딱 짓더니 전국 각지의 의료진 수만명이 가족들의 눈물 배웅 속에 바이러스와의 전쟁터인 우한(武漢) 등 후베이(湖北)성으로 출정했다. 그래서일까, 코로나19 발원지인 중국은 여전히 불신받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급속하게 코로나19 확산 추이가 꺾였다. 위기 때 드러나는 것이 국민의 실력, 정부의 실력, 국가의 실력이다. “지금 같은 시대에 웬 국뽕?”이라고 힐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의 와중에 우리의 실력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신속하고 정확한 진단과 투명한 정보공개를 자화자찬할 계제가 아니다. 7000명 넘는 확진환자의 90%가 대구ㆍ경북(TK)에 집중됐지만 국민은 집단의지는 고사하고 각자도생에 몰두했다. “나와 내 가족만 무사하면 된다”며 마스크를 찾아 헤맸고, 정부여당은 ‘마스크 대란’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 야당은 흠집내기와 비판에 여념이 없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구에 상주하는 동안에도 병원이 아닌 집에서 숨지는 환자가 속출했다. 물론 됭케르크로 배를 몰고 달려간 영국 어민이나 쓰촨과 우한으로 몰려간 중국 의료진처럼 많은 우리 의료진도 자원해서 TK 지역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고군분투는 두고두고 기억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지에서 자원봉사 중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말처럼 여전히 TK 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도움의 손길을 더 내밀어야 한다. 위기가 어디 감염병 팬데믹(대유행)뿐이겠는가. 주기화되는 금융위기도 마찬가지일 테고, 예기치 못하게 찾아올 수 있는 안보위기도 있다. 그때마다 국민, 정부, 국가의 실력이 고스란히 드러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교훈 삼아 국민, 정부, 국가의 위기대처 실력을 더욱 키워야만 한다. stinger@seoul.co.kr
  • 美 중동부 휩쓴 토네이도… 최소 25명 사망

    美 중동부 휩쓴 토네이도… 최소 25명 사망

    3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전역에 강력한 토네이도가 발생해 최소 25명이 사망하고 건물 140여채가 파괴됐다.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하는 폐허로 변한 레바논의 한 주택가가 토네이도의 위력이 어떠했는지 보여 주고 있다. 레바논 AP 연합뉴스
  • [In&Out] 오늘을 만든 선택/박삼득 국가보훈처장

    [In&Out] 오늘을 만든 선택/박삼득 국가보훈처장

    선택(選擇). ‘여럿 가운데서 필요한 것을 골라 뽑다’는 뜻이다. 선택에는 자기 자신의 사고는 물론 주변 환경과 사회 인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먹는 것 하나에서부터 학업, 직장 등에 이르기까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바뀔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오늘의 나는 지난날의 선택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지난 수십년의 시간 동안 많은 고민과 선택을 하며 때로는 만족을, 때로는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지금은 ‘보훈’(報勳)이 국민통합의 기제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책임감 있는 선택을 하는 자리에 있다. 보훈처장으로서 직무를 수행하고 있는 요즘 ‘우리 선열들의 삶과 선택’이 자주 떠오른다. 선열들 역시 수많은 선택의 삶을 살았다. 그러나 지금의 우리가 하는 선택과는 그 무게감 자체가 달랐다. 각자의 삶에 더해 식민지배와 전쟁, 독재라는 나라의 명운(命運)이 걸린 순간에서의 선택이었다. 선열들은 주저 없이 ‘나라를 되찾고, 지키고, 바로 세우는’ 선택을 했다. 불의에 굴하거나 적당히 타협하지 않고 조국의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를 향한 희망의 역사 그 편에 선 것이다. 도도히 밀려드는 운명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한 것이었다. 올해는 봉오동·청산리전투 전승 100주년, 6·25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일제의 억압에 굴하지 않고 무장투쟁으로 행동했으며, 수많은 항일 독립투쟁 끝에 겨레의 염원을 실현시켰다. 우리의 역사를 되찾기 위한 선조들의 불굴의 의지가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포화가 빗발치는 참혹한 전쟁터에서는 스스로의 안전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다.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뜨거운 용기가 대한민국을 지켜 냈다. 부정과 독재로 얼룩진 1960년 대구, 대전, 마산에 이어 전국에서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1980년에는 뜨거운 함성이 광주를 메웠다. 거리로 뛰쳐나온 정의로움은 민주주의를 바로 세웠다. 이 같은 불굴의 의지와 뜨거운 용기, 정의로움이라는 선택으로 만들어진 자유와 평화, 민주주의의 토대 위에서 우리는 세계가 놀라워하는 기적의 경제성장을 이뤄 낼 수 있었다. 국가보훈처는 우리의 현대사를 대표하는 이 10주기 기념일을 학생과 청년 등 미래세대를 비롯한 국민들이 함께 참여하는 기념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지금 대구를 비롯해 전국이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60년 전 대한민국 민주화의 불꽃을 피우기 위해 뜨겁게 타올랐던 대구 2·28민주운동 정신으로 우리는 이 위기를 지혜롭게 이겨 낼 수 있다. 독립·호국·민주의 10주기가 집약된 2020년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모든 국가유공자의 선택에 대해 이제 우리가 당면한 난관을 극복하고, ‘국민통합과 화합’이라는 희망의 미래 대한민국으로 화답할 때다.
  • 마트 사재기 전쟁터라고?… “가짜뉴스로 대구 괴롭히지 마이소”

    마트 사재기 전쟁터라고?… “가짜뉴스로 대구 괴롭히지 마이소”

    마트 진열대 텅 빈 사진 잇따라 게재 사진 속 매장 관계자 “평소에도 비슷 규모 작아 재고 물량 비축 적었을 뿐” 마스크 공급 매장 밖 수백m 대기 줄 라면·생수 등 사재기 고객 많지 않아 “사재기요? 그런 일은 전혀 일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24일 이마트 대구 북구 칠성점 매장 앞에는 개장 두 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줄을 선 사람들로 수백m 안팎의 장사진이 펼쳐졌다. 이마트가 이날부터 시중가의 절반 수준인 800원대의 마스크를 대구·경북 7개점에 81만장, 트레이스 대구 비산점에 60만장을 공급한다는 소식을 듣고 주민들이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이마트 측은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릴 것에 대비해 1층 계산대 바로 옆에 있는 입구에 마스크를 상자째 쌓아 두고 일괄적으로 최대 30장씩 판매했다. 이마트 직원은 “오늘 오전 중 입고된 3만장이 모두 소진됐으며, 내일도 들어오는 대로 판매를 재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사람들은 마스크 이외에 다른 제품에는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 진열된 라면과 생수, 쌀, 과일 등 재고는 다른 때와 비슷한 수준으로 쌓여 있었다. 1시간 동안 지켜본 결과 라면을 박스째 카트에 담는 쇼핑객은 3명에 불과했다. 라면을 산 이모(45·여)씨는 “요즘 외출을 자제하기 때문에 라면 등 생필품을 좀 담았을 뿐인데 매대에 많이 놓여 있으니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인근 홈플러스 대구점의 풍경도 평소와 비슷했다. 지하 1층 생필품 코너에는 라면, 생수 등이 가득 진열돼 있었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대구마트 사재기’란 제목으로 마트 진열대가 텅 비어 있는 사진과 함께 마트에 라면과 생수가 동났다는 글이 잇따라 게재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을 확인한 결과 사실과는 거리가 먼 과장보도다. 사진과 글을 본 사람들은 “대구가 완전히 전쟁터 수준이다”며 안타까워했으나 대구시내는 질서 있게 돌아가고 있다. 대구지역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외출을 자제하다 보니 한 번 살 때 많이 사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고 이에 따라 판매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무질서한 사재기가 이뤄지고 있고 매대가 동이 났다는 보도는 허위”라고 지적했다. . 마트 진열대가 비어 있는 사진 속 매장으로 알려진 달서구 이마트 점포는 다른 점포에 비해 규모가 작아 재고 물량 비축을 상대적으로 적게 하는 곳이란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이 점포는 평소에도 판매대가 종종 비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사재기 보도에 대구 시민들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남모(60)씨는 “대구에서 물건이 부족하면 전국에서 바로 채울 수 있다. 타지는 대구의 현실을 왜곡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홍모(55)씨는 “우리 동네 마트는 평소랑 똑같다. 헛소문이나 가짜뉴스를 자제하는 게 대구를 위한 길”이라고 지적했다. 대구 시민들이 힘을 모으는 미담도 전해졌다. 서문시장 한 상가 건물주(74)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직격탄을 맞자 세입자에게 한 달 동안 월세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 건물주는 최근 세입자 20여명에게 ‘고통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한 달간 월세를 받지 않겠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방역 업체인 BK종합청소는 대구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70여곳에 무료 방역소독을 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씨줄날줄] 리원량과 표현의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씨줄날줄] 리원량과 표현의 자유/박록삼 논설위원

    중국 현대사에서 꽤 오랫동안 중국인들의 칭송을 한몸에 받았던 의사가 있었다. 캐나다 출신 외과 의사 노먼 베순(1890~1939)이다. 바이추언(白求恩)이라는 존경심 가득 담긴 이름까지 받은 그는 파시즘에 반대하며 스페인 내전에 종군의로 참여했고, 그 뒤에는 중일전쟁이 한창이던 중국으로 갔다. 광저우, 옌안에 이르기까지 홍군의 대장정에 동행했던 그는 수십 시간 잠도 자지 않고 부상병을 수술하는 등 헌신하다 전쟁터에서 숨을 거뒀다. “부상병이 찾아오길 기다리지 말고, 먼저 찾아가라”는 말을 남겼다. 중국 정부는 그를 기리기 위해 지린성에 바이추언 의대를 설립했다. 그가 묻힌 스자좡(石家莊)에도 그의 이름을 딴 병원이 세 곳 있다. 2020년 2월 중국은 또 한 명의 젊은 의사를 보낸 깊은 슬픔에 잠겨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자신도 감염돼 지난 6일 밤 세상을 떠난 리원량(李文亮·35)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사였다. 그는 지난해 12월 30일 동료의사들이 있는 단체 채팅방에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스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나타난 사실을 알렸지만, 경찰은 오히려 그와 동료들을 ‘유언비어 유포자’로 체포해 반성문을 쓰게 한 뒤 풀어 주었다. 한 달도 안 돼 리원량의 경고가 사실임이 확인됐다. 전 지구적 재앙의 위험성을 일찍이 세상에 알린 그는 ‘영웅 의사’가 됐고, 언론의 자유를 상징하는 인물이 됐다. 그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건강한 사회는 하나의 목소리만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권력의 지나친 개입을 부정했다고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중국 정부에 매우 불편한 존재가 된 것이다. 중국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웨이보에 그의 죽음을 알린 글의 조회수는 벌써 7억 건을 넘어섰다. 당국은 ‘언론 자유를 원한다’는 수십만 건의 글이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족족 삭제하고 있다. 우한 화중사범대 교수들이 먼저 실명을 걸고 공개적으로 “진실을 얘기한 리원량의 초기 경고가 받아들여졌다면, 이런 전 세계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장천판 베이징대 법대 교수 또한 “리원량이 숨진 2월 6일(공식 사망일 7일)을 ‘언론 자유의 날’로 지정해야 하고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는 형법 조항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진핑 체제의 최대 위기라는 전망도 나온다. 리원량이 숨진 직후 중국 SNS에 퍼진 ‘나는 떠납니다. 반성문 들고’라는 제목의 글은 중국인들이 분노하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비록 뒤늦게 리원량의 이름을 빌려 다른 인물이 쓴 글로 확인됐지만 ‘그는 모든 생명을 위해 말했다’(他爲蒼生說過話)라는 글귀는 살아남은 자에게 리원량이 남긴 메시지로써 충분하다. youngtan@seoul.co.kr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