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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파경

    파경(破鏡)이라는 말이 있다.깨진 거울이라는 뜻이다.대개 부부의 이혼을비유해서 쓴다.본래의 뜻은 전혀 다르다.불가피한 사연으로 헤어지는 부부가 나중에 서로를 찾는 수단으로 깨진 거울을 썼다는 고사가 엉뚱하게 변질됐다.얘기는 진시황에 이어 중국 천하를 통일하던 수나라로 올라간다.수나라에 마지막까지 저항하던 진(陳)나라의 한 장수가 전쟁터로 나가면서 아내와 거울을 깨뜨려 나눠 가졌다.1년 후 정월 보름날에 깨진 거울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으로 생사를 알리는 수단으로 삼자고 했다.천신만고 끝에 전쟁에서 살아온 남편은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바로 깨진 거울을 추적해 아내의 소재를알아 냈다는 것이다. 깨진 거울은 우리네에겐 좋은 징조로 여겨졌다.거울이 깨지는 꿈은 지금까지 상황이 반전될 것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했다.춘향전에서 이도령이 남원골에 암행어사로 출두하기 전에 생사의 기로에 있던 춘향은 거울이 깨지는 꿈을 꾼다.인조 임금도 반정 거사를 앞두고 거울이 깨지는 꿈을 꿨다고 한다.예언가들은 절망으로 보지 않았다.거울이 깨지면 소리가 날 것이니 팔자가바뀌는 전환을 예고하는 길몽이라고 풀었다.부부가 헤어지며 지혜롭게 깨진거울을 나눠 가졌다는 고사와 상황이 반전된다는 해몽법이 얽혀 지금의 변형된 파경의 의미를 만들어 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새 시대를 예고하는 제16대 대통령을 선거하는 날 아침,세상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2년 전 이맘때쯤 세상의 부러움을 받으며 백년가약을 맺었던 프로야구 조성민 선수와 탤런트 최진실 부부가 파경 위기를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졌다.조성민·최진실 부부는 보통 부부가 아니었다.최고의 프로 야구 스타와 연예계 최고의 스타의 결합이었다.최진실씨가 다섯살이 더 많아 세상 사람들의 눈길을 더욱 모았다.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정책 공조를 약조했던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의 ‘지지 철회’도 충격이었다. 그러나 파경의 변을 들어 보면 그 얘기가 그 얘기다.남남이 ‘사랑’으로인연을 맺었다가 바로 그 ‘사랑’이 믿음을 잃게 되자 남남으로 돌아 섰다.‘권력’추구로 인연을 맺고 두 손을 맞잡았다가 바로 그 ‘권력’불신 때문에 원점으로 돌아 갔다.인연은 맺는 것보다 인연을 가꾸기가 어렵다고 했다.인연은 맑은 수정과 같아서 갈고 닦을수록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고 한다.인연의 소중함이 새록새록해지는 요즘이다.인연은 가꾸고 볼 일이다. 정인학 논설위원 chung@
  • 마지막 주민 독거노인 50명 “연말 강제철거 어디로 가나”

    겨울의 난곡은 유난히 춥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짙은 안개 속에 겨울비가추적추적 내리던 16일 오후.철거작업이 막바지에 이른 서울 마지막 달동네서울 관악구 신림7동 난곡 마을은 부서진 장롱 등 가재도구와 콘크리트 더미,동강난 전봇대가 흉물스럽게 널브러져 마치 전쟁터 같았다. 철거가 시작되면서 이주 대책을 요구하며 당국과 맞서던 주민들도 대부분살 곳을 찾아 떠나고 오갈 데 없는 주민 50여명이 마지막까지 마을을 지키며 겨울을 힘겹게 나고 있었다. 대부분 생계 능력이 없는 60,70대의 독거 노인인 ‘최후의 주민’들에게는하루하루가 삶의 투쟁이다.참으로 연탄 한장,쌀 한톨이 아쉽다. “겨울이 한참 남았는데 어떻게 날지 걱정이야.갈 곳도 없고,창문을 뚫고들어오는 칼바람 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자.” 간신히 삶을 이어가고 있는 주공금(72)씨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포클레인의굉음을 들으며 마른 눈물부터 삼켰다.얼음장 같은 오막살이마저도 이달 말까지 비우지 않으면 강제 철거당할 처지다. ‘냉동실’ 같은 1평 남짓 공간에는 때묻은 이불 한 장만 한기를 막고 있었다.끼니는 반신불수 장애인인 이웃 윤복남(71·여)씨가 남부노인복지관에서제공받는 하루 두 끼 도시락을 나눠먹는 것으로 해결한다.온풍기가 있지만전기값 걱정에 켜지도 못한다. 주씨는 “자식들과 소식이 끊긴 지 오래”라면서 “이주 보상비 몇 푼을 받았지만 다른 곳으로 옮기기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때마침 도시락을 들고 주씨 집을 찾은 윤씨는 “이곳 주민은 대부분 카드빚이 쌓여 신용불량자가 된 상태라 은행 대출은 꿈도 꾸지 못한다.”면서 “양로원에갈 여력도 없다.”고 말했다.대통령 선거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골목 어디에도 흔한 선거포스터 하나 찾을 수 없었다.강아지 서너마리만이 쓰레기더미를 뒤지며 골목길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80년대 중반 최대 6000여가구가 대규모 달동네를 형성하고 있었다.재개발사업이 시작되면서 젊은 사람들은 하나 둘 난곡을 떠났고 노인들만 남았다. 거동이 불편하고 나이가 많아 일거리를 구할 수도 없고 일을 할 수도 없다.이들은 “올해 말까지집을 떠나라.”는 최후의 통보를 받은 상태다. 33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는 박모(64)씨는 “난곡에서 조용히 눈을 감는 것이 마지막 남은 소원”이라고 고개를 떨궜다.연탄 한 장 살 돈이 없다며 두꺼운 이불이라도 한 장 구할 수 없겠느냐고 하소연했다.이웃 김모(72)씨는“누군가 화장실 문을 고철로 팔기 위해 떼어갔다.”면서 “죽지 않으려고악으로 버텼는데 이젠 희망의 촛불이 점차 꺼져가는 듯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한 백발 할머니는 허리를 구부린 채 폐허 속에서 고물상에 내다 팔 고철과빈 병을 줍고 있었다.30여년을 이곳에서 살았다는 이 할머니는 “이곳 사람은 사람 취급도 못받는다.”면서 “선거 포스터도,유세하러 오는 후보도 없다.”고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쓰레기 더미 속에서 모닥불로 추위를 피하고 있던 고복수(70)·김세명(41)씨는 “끼니와 추위 걱정에 선거엔 관심도 없다.”면서 “선거 비용의 1만분의1이라도 이곳 주민을 위해 쓰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언덕배기에는 달동네 마지막 재래시장이 형태만 남아 있었다.20년 남짓 대폿집을 운영해온 문순심(57·여)씨는 얼어 터진 수도관을 고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문씨는 “대포 한 잔에 달동네 사람의 애환을 달래주곤 했었는데 이젠 찾는 사람도,대접할 술도 없어진 지 오래”라면서 “이젠 연탄도 다 떨어져서 큰일”이라고 말했다. 난곡에서 17년째 집배원 일을 해온 전모(52)씨는 “요즘 이곳에 배달되는우편물이란 선거공보와 카드고지서 20여개가 고작”이라면서 “힘들게 동네꼭대기에 올라 편지를 배달하고 어르신들께 얻어먹는 냉수 한 잔의 맛은 이제 옛추억이 되어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저녁 무렵 땅거미가 내리자 반짝이는 10여개의 가로등만이 아직 난곡이 사람사는 마을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이영표 황장석기자 tomcat@
  • [대∼한민국 24시] 새벽 주문진항/펄펄뛰는 생선 만큼 어민 삶도 ‘싱싱’

    “펄펄 뛰는 오징어가 개락이래요(많습니다).한 두름(20마리)만 사 가우(사세요).” 늦가을 강원도 강릉 주문진항의 새벽은 짭짜름하고 비릿한 바다냄새와 어민들의 왁자한 목소리로 시작한다.어스름이 걷히기 시작하는 오전 5시30분쯤 주문진 부두는 배가 들어올 때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밤새 전국에서 달려온 활어차 운전사,출항을 준비하는 선원들이 모여들면서 분주하게 아침을 맞는다.부두 한쪽 옆에 설치된 해수관을 통해 연신 쏟아져 내리는 바닷물을 활어차에 싣는 작업부터 부두끝 포장마차에서 새벽 속풀이 해장국을 먹는 출항 앞둔 선원까지 표정도 다양하다. 겨울이 가까워짐에 따라 오징어떼가 울릉도 외항까지 이동하면서 배 입항시간이 오전 7∼8시로 늦어져 그나마 여유로운 시작이다.한여름 연안에서 오징어 어군이 형성될 때는 새벽 3∼4시면 배가 들어오기 때문에 밤을 꼬박 지새우는 경우도 다반사다. 아침 7시를 넘어 부두끝 오징어 위판장으로 집어등(燈)을 주렁주렁 매단 50t안팎의 오징어배들이 줄줄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부두는 더욱 부산해 진다.입찰을 위해 빨갛고 노란 모자로 구분된 수협직원과 중매인,중간상인들이 모여들면서 시끌벅적해 진다.입찰 때는 조용하다가 막상 입찰이 끝나면 활어차를 뱃전으로 부르랴,오징어 나르랴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이때는 모두가 뛰다시피 뱃전과 활어차를 오간다.싱싱한 산오징어를 상전 모시듯 조심스러우면서 재빠르게 차량 수조로 날라야 하기 때문이다. 부두에 정박한 오징어배들도 바쁘기는 마찬가지다.선원들은 밤새 채낚(낚시)으로 잡은 펄떡거리는 오징어를 뜰채로 20마리씩 그릇에 담아 뱃전으로 내느라 정신이 없다. 선원생활 40년이 넘었다는 오징어 배 명전호(52t) 선원 손한용(56·주문진읍)씨는 “주문진에서 8시간 걸리는 울릉도 외항까지 나갔다가 이틀 밤을 꼬박 새우며 오징어 6000여마리를 잡았다.”면서 “어황이 예년만 못해 갈수록 힘이 든다.”고 푸념이다.그래도 “내 손으로 잡은 오징어를 하선시킬 때가 제일 보람 있다.”며 활짝 웃어 보였다. 배 가두리식 수조에서 건져낸 오징어들은 조금이라도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활어차를 배 가까이 정차해 놓고 순식간에 활어차 수조로 옮겨 싣는다.중간 상인 아줌마들까지 동원돼 릴레이식 작업이 이어진다. 중간상인 김매자(56)아주머니는 “주문진 사람이면 누구나 어항에서 장사할 수 있다.”면서 “그동안 고기장사해서 자식들 공부시키고 이만큼 사는 것도 어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더구나 아들이 중매인으로 활동,매일 아들과 얼굴을 대하며 장사할 수 있어 뿌듯해 한다. 활어차에 옮겨진 오징어들은 곧장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의 횟집으로 달려간다.주문진항이 어항 가운데 활어 선도율이 좋다 보니 강원도 동해안 활어생산량의 70%를 차지한다. 수협 지도과 원명식(48)계장은 “고속도로와 국도,어항으로 통하는 교통이 편리하고 어선들도 다른 항구보다 신선도 유지를 잘해줘 활어차들이 주문진항을 가장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활어차 운전사들의 애환도 부두 곳곳에서 묻어난다.충분히 잠을 못자는 것도 그렇고 겨울에는 도로에 바닷물을 흘리고 다닌다며 눈총받는 것도 달갑지 않다. 부부가 함께 소형 활어차(1t)를 10년간 몰고 있다는 방종성(59)씨는 “뱃사람으로 30년을 지내다 이제는 평창,제천,횡성 등 강원 영서지방의 횟집을 오가며 활어를 날라다 주고 있다.”면서 “아내와 활어차를 몰고 있지만 평생 바다에서 살아 그런지 육지생활 적응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부두 입구에 있는 수협어판장에서는 오징어를 제외한 각종 잡어배들이 속속 입항하며 또 다른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대부분 5∼20t급의 소형어선인 잡어잡이배들은 도루묵과 문어,청어,고등어,아지,게르치,새치,도치,연어,삼치,홍게 등 동해안 연안에서 나는 다양한 고기들을 연신 부두로 올린다.부두로 올라온 고기들은 곧장 앉은뱅이 저울로 달아 무게를 잰 뒤 수협직원들의 땡강거리는 종소리에 맞춰 즉석 경매가 이뤄진다.이때도 노란 모자를 쓴 중매인들이 나서 무슨 횟집,무슨 활어차를 부르며 북새통을 이룬다.일순간 번지수가 바뀌어 활어차 수조에 부어질 때면 억센 강원도 사투리 속에 삿대질까지 오간다. 펄펄 뛰는 고기만큼 이곳 부두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어민들의 모습도싱싱하다. 이곳에서 활동하는 중매인들은 모두 14명으로 벌이도 짭짤하다는 것이 뱃사람들의 귀띔이다.중매인들은 대부분 직원 한명씩을 두고 한창때인 여름철에는 한달에 700만∼800만원,연간 평균 월 300만∼400만원은 거뜬히 번다는 것이다.최연소 28호 중매인 안명일(30)씨는 “푹풍주의보가 내리거나 안개가끼는 날은 공치는 날”이라며 “더위와 추위 속에 고생도 만만찮은 직업”이라고 말했다. 어판장 옆 수협수산물직판장 한쪽 벽에는 ‘당신도 적 잠수함을 잡을 수 있다.’는 문구와 함께 북한 잠수함 사진을 넣은 대형 패널이 걸려 있어 이채롭다. 부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좌판 어시장과 횟감을 떠주기 위해 종종걸음으로 손님들을 따라 다니는 아주머니들의 모습은 주문진항의 또 다른 풍경이다. “싱싱한 오징어 횟감 사시우.”를 연발하며 리어카에 바닷물과 함께 산오징어를 싣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은 한번 ‘찍은’ 손님은 절대 놓치지 않는다.횟감을 사러온 손님이다 싶으면 리어카를 이리저리 끌고 따라 다니고 바닷물을 튀기면서 어떻게든팔아야 직성이 풀린다. 횟감을 살 때쯤이면 어디서 나타났는지 회를 썰어주는 아주머니가 득달같이 나타난다.20마리정도를 횟감으로 썰어 주는데 5000원정도의 수수료를 내야하니 칼 한자루와 도마 하나로 벌어들이는 돈이 쏠쏠한 편이다. 몇년 전 주문진항이 새롭게 단장되면서 부두 내에서는 회를 썰지 못하게 됐지만 그래도 이들 아주머니들의 터전은 골목골목으로 옮겨가 번창(?)하고 있다.일손이 바쁘다는 핑계로 나 보란 듯이 부두 한쪽에서 횟감을 썰어 내는 배짱좋은 아주머니들도 있지만 다들 바쁜 마당에 단속의 손길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횟감을 맡긴 아주머니를 찾지 못해 부두 뒷골목 곳곳을 기웃거리며 ‘내 횟거리’ 찾기에 진땀을 흘리는 손님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그래도 아주머니들은 용케 횟거리 주인을 찾아내 아직 한번도 배달사고가 난 적이 없다니 대단한 노하우다. 횟감 뜨는 일만 15년을 넘게 했다는 이음전(54)아주머니는 “오전 이른 시간에는 지방 손님들이 많고 10시가 넘어서면 외지 관광객들이 모이기시작해 주말이면 하루 20명정도 손님은 거뜬히 받아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털어놓는다. 아무렇게나 고기들을 늘어놓고 파는 좌판 아주머니들도 손님을 부르느라 왁자하다.손님과 흥정하다 맘에 들었다 싶으면 덤도 몇마리씩 더 얹어 주며 후한 인심을 쓰기도 한다. 이런 와중에 이웃 좌판 아주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내 손님을 불러들여 왜 장사를 못하게 하느냐.”는 것이 시비의 시작이고 고성의 원인이다. 걸쭉한 입심으로 욕지거리가 오가다 보면 삽시간에 손님은 사라지고 이곳저곳의 아주머니들까지 합세해 한동안 시장통은 아수라장이 된다.부두의 치열한 또 다른 삶의 모습이다. 수협 확성기에서는 “수입 수산물은 사지도 팔지도 말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어시장 곳곳에는 러시아산 대게(일부 어민들은 북한산이라고 주장)도 많이 눈에 띈다. 시각이 아침 11시를 넘어서면서 고기를 내린 배들이 항구의 자기자리를 찾기 시작하고 활어차들이 썰물 빠지듯 떠나가고 나면 어항내 사람들은 출출한 늦은 아침 끼니 해결에 나선다.이때쯤이면 네발 오토바이로 아침을 날라주는 식당이 바빠지기 시작한다. 울긋불긋 등산복 차림의 외지 단풍관광객들을 싣고온 대형 관광버스들이 찾기 시작하면서 주문진 부두의 손님맞이 제2라운드가 시작되는 때이기도 하다. 이때쯤이면 아침나절 한가하던 부두밖 건어상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한다.번듯한 상점을 마련하지 못한 거리의 상인들도 골목마다 또 다른 좌판을 벌여 놓고 정성스레 담은 젓갈류와 말린 고기류를 파느라 시끌해진다. 동해바다의 새벽을 열며 치열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주문진항은 오후에 접어들면서 배들이 꼬리마다 수십마리씩 갈매기떼를 달고 하나둘 자리를 찾으면서 고달픈 하루를 서서히 마감한다. 주문진 조한종기자 bell21@
  • [2002 길섶에서] 삶의 방정식

    이탈리아의 여류작가 오리아나 팔라치는 중학생 시절 반파시스트 레지스탕스 활동에 뛰어든 이래 종군기자로 베트남전쟁,인도·파키스탄전쟁,중동전쟁,남미 폭동 등 피비린내 나는 전쟁터를 누볐다.그녀는 긴장과 갈등이 폭력화되는 현장에서 무수한 생명이 아무런 명분도 없이 사라지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삶의 방정식을 찾고자 고뇌했다. 팔라치는 환갑이 지난 1990년대 초 신의 아들들이 자행한 자살폭탄 테러로 베이루트 주둔 미군 400여명과 프랑스군 100여명이 학살된 사건을 소재로 ‘인샬라’를 발표했다.그녀는 이 소설에서 삶의 방정식을 찾기 위해 이탈리아군 베이루트 분견대에 자원한 안젤로를 통해 ‘삶은 풀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살면서 체험해야 할 신비’라며 자신이 찾아낸 해답을 제시했다.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죽음을 뛰어넘는 값어치가 있다는 의미다. 정치권이 죽기살기식으로 물고 뜯으며 대선 방정식 해법에 골몰하고 있다.전국의 책사(策士)들이 정치권에 집결했다.대선 방정식도 팔라치가 제시한 삶의 방정식과 유사하지 않을까. 우득정 논설위원
  • “이라크, 시가전에 승부걸것”

    미국이 이라크 공격 수순에 본격 돌입함에 따라,이라크도 내부적으로 치밀한 전쟁 준비에 착수했다는 외신보도가 잇따르고 있다.공식적으로는 유엔의 무기사찰 허용 의사를 밝혔으면서도,한편으로는 최악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은 특히 91년 걸프전 패배를 교훈삼아 전략·전술면에서 과거와 전혀 다른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관심을 모은다.그것은 광활한 사막에서의 무모한 승부를 피하고,수도 바그다드 안팎에 방어 화력을 집중시켜 회심의 ‘카운터 블로’를 날린다는 전략으로 집약된다. 이번 미국 공격의 궁극적 목표가 91년과는 달리 ‘후세인 축출’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는 후세인 대통령으로서는 바그다드 시가전을 최종 승부처로 여기고 있는 것 같다. ◇시가전으로 승부-이번에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라크는 미군을 바그다드와 같은 대도시로 유인한 뒤 시가전으로 승부할 전망이라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지가 이라크 정부 고위관료들의 말을 인용해 28일자로 보도했다.이라크가 인구가 밀집한 대도시를 전쟁터로 삼는 것은 무엇보다 미군이 민간인 피해를 우려해 공습을 마음껏 하지 못할 것이란 이유에서다.또 도시에서 싸울 경우 이라크 시민들까지 저항에 가세할 것이란 기대도 감안됐다. 이라크는 91년 걸프전 때 남부 사막에 참호 등 방어선을 구축해 다국적군에 맞섰으나,단 며칠만에 수천명의 병력손실을 당하고 패퇴한 전례가 있다.이번 전략수정은 그같은 경험에서 나온 대책이다. 즉,어차피 정면승부로는 불가항력이라는 점을 인정하고,변칙적 게릴라전에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이는 과거 월남전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하다.월남전이 정글을 방패막이로 삼았다면,이라크는 빌딩숲과 무고한 시민을 보호막으로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현재 인구 480만의 바그다드에만 이라크 최정예군인 공화국수비대가 최소 3개 사단(3만여명) 이상 배치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라크 정부 고위관료인 모하마드 메디 살레는 “사막은 미국이 가져라.우리는 바그다드에서 미군을 기다릴 것이다.”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라크는 또 최근 바그다드로부터 불과 30㎞ 떨어진 외곽지역에 집중적으로 참호를 파고,6만여명의 공화국수비대를 배치시키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3일 보도했다.후세인은 자신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강한 군인들을 이 지역에 집중 배치하고 있으며,이들에게는 중간단계의 명령체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통제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효성 있을까-이라크 주재 한 서방외교관은 “이라크 군은 적어도 도시에서는 미군을 압도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며 “이라크군이 아파트에서 미군을 공격하더라도,미군이 건물을 날려버리지는 못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나,이라크의 전략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허풍’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미국의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은 “미군은 이번 전쟁이 주로 시가전이 될 것이라는 점을 이미 예상해 왔다.”며 “시가전이 벌어질 경우 오히려 후세인에 반감을 가진 이라크 시민들이 이라크군의 위치를 미군에 제보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연기자 carlos@
  • 편집자에게/ 美 ‘평화와 화해’ 대세 역행 말아야

    -‘美 새 안보독트린 발표'(9월23일자 1면)를 읽고 몇 년전 ‘하버드 리포트-한반도,그 운명에 관한 보고서’라는 책을 읽고 가슴을 쓸어내린 기억이 떠오른다.이 책은 1994년 한반도 핵위기 당시 미국이 마음먹기에 따라 한반도가 한순간에 전쟁의 참화 속에 빠질 뻔했고,정작 우리 국민들만 이를 몰랐음을 충격적으로 고발하고 있었다. 한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날 부시 미국 대통령은 ‘새로운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선물을 보내왔다.북한과 이라크를 대량살상무기 생산국으로 지목하면서 선제공격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히 밝혔다.구체적인 위협이 없더라도 자신의 판단에 의해 한반도를 전쟁터로 만들겠다는 얘기다.8년이 흘렀지만 한반도를 전쟁의 위협에 몰아넣으려는 미국의 의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끝없이 가속되던 부시의 군사패권주의는 이 발표로 속내를 유감없이 드러냈다.‘테러방지,전쟁억지’라는 명분은 잠재적 위협국에 선제공격을 가함으로써 세계를 언제든 전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였다. 부시 대통령은 올해 초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전 국민적 방한 반대에 부딪혔다.하지만 그는 이제 세계 어느 곳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인물이 될 것이다.부시 대통령은 군사 패권을 앞세워 전쟁과 분열,갈등을 강요하며 ‘평화와 화해’라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어리석음을 택하지 않기를 엄중히 경고한다. 이주현/ 민주주의민족통일 서울연합 사무차장
  • [CEO 칼럼] ‘수해아픔’ 나누는 추석돼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온다.옛날부터 추석은 풍성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넓은 황금벌판이 그랬고,산과 들의 풍성한 과실들이 그랬다.그래서인지 우리 민족은 추석에 가까운 친척은 물론 이웃간에 정을 나누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손에 손에 선물을 들고 그 힘든 교통체증을 뚫고 고향을 방문하는 가슴 설레는 고통(?)도 추석이 주는 선물임은 물론이다. 그러나 올해 추석은 명절이라는 분위기에 젖어 있기엔 주위에 어려운 이웃들이 너무나 많다.5조여원이 넘는 재산피해를 남긴 태풍 ‘루사’가 전국을 휩쓸고 간 탓이다.TV를 통해 본 실상은 마치 전쟁터처럼 참혹하기만 하다.가재도구도 챙길 사이 없이 맨몸으로 황급히 대피해 목숨은 건졌지만 집이 사라진 현실에 넋을 잃고 있는 수재민의 모습은 가슴을 저미게 한다.더욱이 대부분이 노인들인 농어촌 산간마을,전기시설도 끊긴 고립지역에서 노숙자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모습은 황당스럽기까지 하다. 아마 올 추석은 이들에게 가장 가슴 아픈 명절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다행인 것은 정부를비롯해 각계에서 온정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지난달 12일부터 시작된 수재의연금 모금액이 사상 최고액인 736억원에 달한다.접수창구마다 성금행렬이 끊이지 않아 마감을 연장하고 있을 정도라니 한국인의 따스한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전국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의 행렬도 줄을 잇고 있는 것을 볼 때 참으로 정겨운 민족이라는 생각이든다. 이런 온 국민의 정성이 통해서일까? 실의에 빠져 있던 수재민들은 각계각층의 격려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지원에 힘입어 절망하지 않고 재기의 삽질에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살던 집과 살림살이,넓은 황금들판과 공들여 일궈놓은 과수 등 모든 것을 물에 떠내려 보내 삶을 포기할 것만 같았던 이들이 다시 일어서 복구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 추석은 가족친지도 중요하지만 수해로 삶의 터전을 잃은 수재민과 소외받고 어려운 환경에 처한 사람들을 생각하는 건전하고 따스한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당장 달려가 돕지는 못하지만 그들을 생각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끊겨진다리,유실된 도로로 힘든 귀향길이지만 넉넉한 마음으로 기다리는 여유와 그들에게 눈인사를 건넬 수 있는 따스한 마음이 살아 숨쉬는 그런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사상 초유의 수해를 입은 수재민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살펴 그들의 가슴에 또다시 못을 박는 일이 없도록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필요한 것이다.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행위로 수해지역에 쏟아지는국민의 온정과 성원이 헛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관계당국도 수재민들의 고통을 감안해 재기하는 데 진정 도움이 될 수 있는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도록 조치해야 한다.또한 피해조사가 끝나고 보상이 이루어지기까지 복잡한 행정절차를 거치느라 보통 2∼3개월씩 걸리는 것을 최대한 간소화해 국민들의 가슴을 시원하게 해줬으면 한다. 모두가 온정을 함께 나누면 즐거움은 두배로 늘어나고 어려움은 반으로 줄게 된다.명절을 맞아 어려운 수재민들을 다시 한번 뒤돌아보아 유난히 힘든 이번 추석을 슬기롭게 헤쳐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부디 따스한 정을 서로 함께 나누고 새출발을 다짐하는 계기가 되는 추석이 되었으면 한다. 김주형 제일제당 사장
  • [대한민국 24시] 경기도 양주 아파트공사 현장

    서울 강남을 필두로 가파른 곡선을 그려온 수도권 아파트 값 상승세가 정부의 부동산 안정대책 발표를 계기로 주춤해졌다.하지만 이미 오를 만큼 오른 가격이 하루 아침에 대폭 내려가지는 않는 법.그래서 “내집 마련할 날이 까마득하다.”는 서민들의 탄식은 여전하다.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건설업체들은 앞다퉈 아파트를 짓는다.아파트 신축현장은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기 때문에 밖에서 보면 일하는 이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그러나 현장에는 산더미같은 자재와 장비,철근과 거푸집이 전쟁터처럼 뒤엉킨 골조 사이에 안전모를 눌러쓴 인부 수백명이 개미처럼 달라붙어 있다.이들은 가족들의 생계와 분양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을 이뤄 주기 위해 새벽부터 구슬땀을 쏟아낸다. ◆공사장의 하루는 현장식당이 연다- 6일 오전 6시 정각,경기도 양주군 양주읍 삼숭리 ㈜성우종합건설의 ‘아침의 미소’아파트 신축 현장.‘함바집’이라 불리는 현장 식당 앞 공터에 인천 번호판을 단 스타렉스 승합차가 도착했다.초가을의 서늘한 새벽공기가 온몸을 감싸는 가운데 20∼40대 남자 6명이 차에서 내리자 마자 현장식당으로 들어섰다.반장 용철순(46)씨와 팀을 이룬 5명의 목수들.잔멸치,알타리무,콩나물무침,소시지 샐러드,삶은 달걀에 쌀밥이 푸짐하게 나오는 3000원짜리 백반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용씨는 예전에 야시장을 돌며 음식과 물건을 팔다 목수일로 돌아선 지가 12년째다.“열심히 일하면 몸은 고되지만 한달에 200만원 이상은 건지니까 벌이는 괜찮아요.50대 중반까지는 이 일을 계속할 생각이지요.” 일행 중에는 20대 젊은 목수도 끼여 있었다.“어떻게 일하십니까.”“아침에 와서 일하고 저녁에 가서 잡니다.”질문 한마디 했다가 퉁명스러운 대답을 듣자 갑자기 ‘너 사회에 불만있냐….’라는 유행가 가사가 떠올랐다. 현장식당엔 계속해서 인부들이 2∼3명씩 짝지어 들어섰다.6시 30분쯤에는 이미 500여평의 식당 앞 공터가 이들이 타고온 차량 70여대로 가득차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가 됐다. ◆각자 위치로!- 7시가 되자 인부들은 일제히 안전모를 눌러쓴 채 현장으로 향했다.2층 골조공사가 끝나고 3층 슬래브 설치를 위해 거푸집이 만들어지고 있는 11개 동의 현장에 나누어 달라붙었다.1만 5000평 부지에 20∼29평형 서민아파트 917가구를 짓는 적지 않은 공사다. 목수들은 거푸집을 세우기 위해 4m가 넘는 긴 각목형 목재와 널따란 합판을 다뤄가며 못질을 계속했다.철근공들은 3층 슬래브 바닥과 기둥에 철근을 깔고 세우는 배근 작업에 구슬땀을 쏟았다.건물외벽에는 비계공들이 작업용 발판을 만들기 시작했다.105동 옆 공터에서는 입주 후 주민들이 사용할 수돗물 저수조시설을 위해 포클레인이 터 파기 작업에 열을 올렸다. 하늘 높이 설치된 5대의 타워 크레인도 육중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철근과 강관파이프 등 무거운 자재를 밧줄로 매달아 옮겨주는 타워 크레인 기사와 현장 기사 사이엔 자재를 옮길 위치를 유도하는 무선대화가 암호처럼 계속됐다. “우로 좀 더 스윙,좌로 스윙.”“안으로 트로리,밖으로 트로리.”“슬라게,슬라게.”(내려,내려)“조금 마게.”(조금 위로 올려)“오 케이.” 영어와 일어가 편할 대로 조합된 용어들이다.타워 크레인 작업을 감독하던 공사차장 정진도(40)씨는 “건설현장에선 여전히 일본식 자재명과 작업용어가 많이 쓰인다.”고 설명했다. 9시가 되면서 속속 현장에 도착한 레미콘 운반 차량들은 철근이 숭숭 박힌 기둥 거푸집 안 틈새와 슬래브 합판 위로 레미콘을 쏟아부었다.레미콘 외에 철근과 목재·합판 거푸집용 유로폼 등을 실은 자재운반차량들도 잇따라 현장으로 들어섰다. ◆달콤한 새참시간- 작업 시작 2시간반만인 9시 30분,오전 새참시간이 되자 인부들이 하나 둘 일손을 놓고 현장에 5∼6명씩 둘러 앉았다.일부는 빵과 우유,음료수 등을 먹고 마시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일부는 현장식당으로 내려가 고된 작업으로 일찍 찾아온 시장기를 라면으로 달랬다.3∼4명이 막걸리와 소주를 한병 주문해 나눠 마시기도 했다.“52살,김씨”라고만 신분을 밝힌 목수는 “일과가 끝나기 전엔 술을 마시지 말아야 하지만 오랜 세월 버릇이 돼서 아주 안마실 순 없다.”면서 “비라도 내려 공치는 날엔 집에 있어도참 시간이 되면 뱃속이 허전해져서 마누라에게 라면이라도 끓여 달라고 하다 핀잔을 듣는다.”며 피식 웃었다. ◆공사장에도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 이유- 이윽고 점심시간.12시가 되자 현장식당은 줄을 서서 배식을 받을 정도로 붐볐다.인부들 중엔 조선족 교포와 가나·나이지리아·세네갈·러시아 등 외국인들도 20여명이 섞여 있었다.인력회사를 통해 현장에 나와 자재 운반과 청소 등 주로 잡부일을 맡는다.현장식당 카운터 일을 보는 40대 후반의 아주머니도 중국 헤이룽장(黑龍江)성 출신의 조선족 교포다.그의 남편도 이 현장에서 목수로 일한다. 한달에 100만원을 받는다는 아담 고두밀라(33)는 3년 전 가나에서 동료 2명과 함께 와 동두천에 방 1개를 얻어 산다.“돈도 많이 벌고 현장식당 식사도 맛있다.”고 만족스러워 하면서 “2년 더 일하고 돌아가 의류 제조공장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꿈에 부풀어 있다.“한국 노동자들은 정말 열심히 일하고 기술도 좋다.”며 엄지손가락을 곧추 세웠다. 현장소장 정씨는 “요즘 건설현장은 어디나 이곳처럼 ‘다국적군’을 연상케 한다.”면서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사실상 건설현장 전체가 올스톱될 판”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인부가 부족하니 작업환경이나 대우가 안좋으면 미련없이 현장을 옮기고 몸이 다는 건 건설업체”라며 “일당도 당연히 덩달아 오르는 추세가 계속된다.”고 말했다. 뉴욕 양키즈 로고가 찍힌 야구모자를 쓴 목수 김석흠(53)씨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볼 때면 70년대에 돈벌러 사우디에 나가 일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김씨는 “술을 거의 안마시고 건강을 돌봐온 덕택에 60이 넘더라도 일할 자신이 있다.”면서 “목수일이 힘들지만 벌이가 괜찮아 할만한데 요즘엔 도대체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이들이 없다.”고 씁쓸해 했다.막일꾼마저 태부족하니 현장에서 외국인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인부 중 목수는 13만∼15만원, 철근공은 11만∼13만원,콘크리트공은 10만∼12만원, 미장공은 20만원의 일당을 받는다.그러나 이들의 월 소득을 일당×30일로 따질 수는 없다.‘비오는 날은 공치는 날’이기 때문이다. 토요일인 이날 현장의 인부들은 여느 때처럼 오후 3시 30분에 다시 한번 새참시간을 갖고 오후 6시 작업을 마쳤다.올 때처럼 끼리끼리 모여 숙소 근처식당 등에서 소주잔을 기울이며 고된 하루일과를 끝냈다. 이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현장은 순식간에 적막에 잠겼다.어둠이 내리자 높다랗게 솟아 거대한 괴물같은 타워 크레인이 건물 골조와 군데 군데 어지럽게 쌓여 있는 자재들을 내려다 보며 현장을 지켰다.컨테이너 임시숙소 등에서는 잡부를 관리하는 건설업체 반장과 경비원,비상사태를 대비한 응급조치 담당 직원,비계·철근·형틀 하도급 인부,현장식당 아주머니 등 20여명이 내일을 기약하며 잠을 청했다. 양주 한만교기자 mghann@
  • 수해현장 제모습 찾는다, 동해고속도 오늘 정상화…국도 속속 개통

    수해복구작업이 활기를 띠면서 전쟁터를 방불케하던 수해현장이 점차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여전히 장비와 인력은 부족하지만 일부 도로가 복구되면서 고립마을이 줄고 집을 잃은 수해민들에게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하우스가 마련되면서 조금씩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 도시기능을 상실했던 강원도 강릉시에는 일부 고립마을을 제외하고는 끊겼던 전기와 통신이 다시 들어오고 오봉댐과 취수장을 잇는 대형 도수관 연결공사가 완료되면서 4일 허드렛물 공급을 시작으로 6일부터 수돗물이 시내 전역에 정상 공급되기 시작했다. 도심지 곳곳에 쌓여 악취를 풍기던 쓰레기들도 치워지면서 도로소통이 원활해지고 지하실 등 침수됐던 지역에 대한 양수작업이 거의 끝나 상인들이 가게에 나와 정리하는 등 수해지역이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통제에 들어갔던 동해고속도로도 5일부터 강릉∼모전구간(8.1㎞)과 정동진∼동해구간(21.8㎞,동해방향 일방통행)이 소통된 데 이어 정동진∼동해구간(21.8㎞,강릉 방향)도 6일부터 소통됐다.모전리∼정동진구간(8㎞)이 개통되는 7일 오후쯤부터는 동해고속도로가 완전 정상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삼척∼동해∼서울을 오가는 고속버스와 삼척∼동해∼강릉간 시외버스 운행도 6일 정상화됐다. 국도도 지난 4일 정선군 임계∼태백시의 35호선과 정선 나전∼평창 진부를 잇는 42호선이 응급복구가 끝난 데 이어 삼척시 미로∼태백시 구간의 38호선도 미로교가 7일중 응급복구되는 대로 소통될 전망이다.양양∼서울을 잇는 한계령과 고성∼서울을 잇는 진부령도 4일 소통이 재개됐고 강릉 연곡∼평창의 진고개(국도 6호선)도 5일 오후부터 통행이 가능해졌다. 이번 폭우로 강원도에서만 52개소 84㎞의 도로가 끊겼으나 그동안 27개소 42㎞를 잇고 나머지 구간도 강릉의 삽당령(정선 임계∼강릉) 일부구간을 제외하고 오는 10일 전까지 대부분의 도로가 응급복구될 예정이다. 도로가 뚫리면서 고립마을도 수해 초기 48개소 1만 3448가구에서 6일 현재13개소 2085가구로 크게 줄어들었다.고립마을에는 헬기를 동원해 구호물품과 의료팀,병력들을 실어나르며 재기에박차를 가하고 있다. 강원도 재해대책본부는 수해민들을 위해 135억원의 예산을 긴급 투입해 임시 주거시설인 컨테이너하우스 1000여개를 확보,터닦이 공사가 마무리된 강릉시 장현동 38개소를 비롯해 삼척시 정라진 등에 87개를 공급해 재기의 공간을 마련했다. 강릉 조한종기자bell21@
  • 경북 태풍피해조사반 동행취재기/ 진흙쌓인 안방 악취 진동

    6일 오전 이틀째 경북지역 태풍피해조사에 나선 중앙합동 조사반 건설교통부팀.건교부와 경북도 직원 5명으로 구성돼 8일까지 활동할 이들은 경북 구미시청을 출발,제방이 유실됐다는 구미시 고아읍 봉한리 낙동강 제방에 도착했다.제방 윗부분이 유실된 경미한 피해였다. 이곳에서 피해가 비교적 크다는 선산읍 봉남리에 들어서자 감천 제방둑 상단부가 무너져 있었다.길이가 250m정도. 차량을 돌려 선산읍 내고리쪽으로 갔다.국도 59호선 곳곳이 패어있었으나 큰 피해는 눈에 띄지 않았다. 오전 내내 조사된 것은 낙동강 제방둑과 도로 10여군데로 피해액은 7억여원. “태풍이 지나간 지 일주일이 지나서인지 피해가 별로 없는 것 같네요.조사하기에 편하겠습니다.”라고 기자가 말을 건네자 건교부에서 나온 김태현(52)씨는 “여기는 천당이네요.어제 김천지역 현장 조사는 완전히 지옥이었습니다.전쟁터라도 그보다는 나았을 겁니다.”라며 악몽을 되새기듯 말했다. 전날 충격이 너무 컸는지 김씨의 목소리는 흥분돼 있었다.김씨의 기억은 이렇다. 김천시 구성면에 들어서자 땅덩어리와 건물이 폭격을 맞은 듯 거대한 구멍만이 남아 있었다.마을을 연결하는 교량 4개는 모두 끊겨 있었다.군인과 공무원,주민들이 삽을 뜨고 있는 마을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가득했다.하수구에는 퍼낸 듯한 시커먼 진흙더미가 마치 제방처럼 도로 곳곳에 쌓여 있었다. 구성면을 지나 지례면사무소로 가는 길은 어디까지가 하천이고 논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참담한 모습이었다.국도 30호선은 피해가 너무 커 복구에는 얼마나 걸릴지 추정하기도 힘들 정도다.지례면사무소 앞 교리 일대는 문전옥답이 자갈로 가득찼고 오래된 집은 그대로 주저앉았다.물에 잠긴 차량,엿가락처럼 구겨진 가드레일 등 온전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또 다른 합동 조사반인 보건복지부팀이 찾은 경북 의성군 안사면 쌍호리 마을회관.이곳에는 집이 침수된 9가구 18명이 마을회관과 이웃집에서 생활하고 있다. 일주일째 마을회관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있다는 김응종(76)할아버지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물은 빠졌지만 집안이 온통 진흙으로 가득찬데다 물을 먹은 벽이 언제 무너질지 불안해서 말이야.”라고 말했다. 김할아버지는 “마을회관에서 먹고 자는 거야 참을 수 있지만 언제 집에 들어갈지 막연해 답답하다.”면서 “집을 신축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하루빨리 지원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웃 친척집에서 지내는 같은 마을 김연암(68)할아버지는 “집이 침수된 데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비닐하우스마저 떠내려가 앞으로 살길이 막막하다.”고 탄식했다. 조사반 서문교(42·보건복지부)씨는 “주민 피해가 예상보다 심각하다.보상이 조속히 집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씨는 “조사기간이 너무 짧다.6개 조사팀이 있지만 조사분야가 서로 달라 모든 팀이 4일동안 경북도내 전지역을 돌아다니며 피해상황을 파악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특히 피해지역이 대부분 산간오지여서 어려움이 많다.”고 애로를 토로했다. 구미 한찬규·의성 김상화기자 cghan@
  • 5차 이산상봉단 이태석씨/ 이젠 큰소리로 맘껏 불러 볼겁니다 “”아버지””

    “‘아버지’라고 큰소리로 한번 불러 볼랍니다.” 추석 전에 있을 예정인 제5차 이산가족 금강산 순차 상봉자로 확정된 이태석(52·경북 성주군 초전면 동포리)씨는 얼굴 한번 본 적이 없는 아버지 이기탁(77·평남 숙천군 숙천읍)씨를 만날 기대에 부풀어 있다. 제3차 이산가족 생사확인 절차에서 아버지가 생존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최종 상봉자 명단에는 번번이 탈락해 이번 상봉이 더욱 기다려진다고 한다. 아버지 이씨는 한국전쟁이 일어난 뒤 곧바로 입대한 것이 가족과는 마지막이었다.대구에서 훈련을 받고 전선에 투입된 뒤 소식이 끊겼고 전쟁이 끝날 무렵 전사한 것으로 가족에게 통보됐다. 50년 동안 아버지 제사를 지내왔던 이씨는 “처음 아버지가 북에 생존,가정까지 꾸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혼자 고생한 어머니 생각에 원망스럽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이제 그런 마음은 모두 없어지고 하루빨리 만나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한번 불러보는 것이 소원이었지요.학창시절 아버지는 리더십 있고 공부도 잘했다고들었다.”며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15세 때 결혼해 4년만에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고 유복자인 이씨를 혼자 키운 어머니 조금래(73)씨도 “북한에서 결혼해 아들 딸 낳고 잘 살고 있다는데 …”라고 말하면서도 “이번에는 정말 만날 수 있느냐.”고 되물어 남편과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음을 보여줬다. 조씨는 “52년 동안 혼자 살면서 남편에 대한 그리움과 원망이 한없이 쌓여 있지만 만나서 이야기하면 조금이라도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조씨는 “생존 사실을 안 뒤부터 이산가족 이야기가 나오면 가슴이 아팠다.”면서 “남편에게 ‘고생했다.’는 한마디는 듣고 싶다.”고 밝혔다. 이씨 가족은 이씨와 어머니 조씨,작은아버지와 고모 등 5명이 상봉단에 포함된다. 성주 한찬규기자 cghan@kdaily.co
  • 네티즌 마당/ 대선후보 홈페이지 ‘쓴소리·단소리’

    이회창·노무현·정몽준·이한동·박근혜….한나라당·민주당·제3신당·개혁신당·통합신당·정몽준신당….언뜻 무원칙해 보이는 이런 이름들의 한 쪽을 씨줄로 놓고 다른 한 쪽을 날줄로 엮으면 현재의 정치판이 그대로 그려진다. 정치판의 혼란스러운 모습은 인터넷에도 그대로 투영된다.여론조사 선두를 다투며 유력한 대통령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노무현 민주당 후보,정몽준 의원 등의 공식 홈페이지에는 ‘무서운 여론집단’인 네티즌들의 많은 쓴소리·단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회창 후보 홈페이지 (www.leehc.com) 이회창 후보의 보수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며 네티즌과는 먼 관계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부드러운 모습의 캐리커처를 내세운 게시판에는 지지와 질책이 넘친다. “병역문제는 5년 전 낙선을 함으로써 심판을 받은 것으로 대부분의 국민들은 이해하고 있습니다.후보 본인이 병역을 기피했다면 지금의 ‘병풍’공세를 이해하겠지만,아들 문제로 국정은 내팽개치고 정쟁을 일삼는 것을 국민들은 식상해하고 있으니응대하지 마십시오.대신 이 후보께서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플랜을 마련하십시오.”(ID dukbulgo) “상황의 매듭은 이 후보님이 직접 져야 합니다.현 상황에서 병역의혹 수사의 불합리성을 들어 12월 대선 이후 특검 수용의사를 발표하셨으면 합니다.저들(민주당)이 지난 4년 동안 어떤 조작을 진행한 후에 지금과 같은 폭로가 행해졌다고 예측되는바 현 정권 하에서는 난관극복이 쉽지 않을 듯합니다.”(ID luckychang) “최근 병역문제가 불거지면서 민주당이 또 케케묵은 수법을 쓰는구나 하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언론보도를 자꾸 접하다 보니 점점 의구심이 커지는 것은 어쩔 수 없군요.결과적으로는 국방의 의무를 중시했다면,체중을 늘려서라도 입대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어쩔 수 없는 면제사항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ID junchulm) ●노무현 후보 홈페이지 (www.knowhow.or.kr) 네티즌들의 활동이 가장 왕성한 편이다.공식 사이트만 놓고 볼 때도 올라오는 글의 양이나 조회 수가 다른 정치인 사이트를 압도하고있다. “저는 열렬한 지지자는 아닙니다.하지만 노무현님이 대통령이 되셔야 한다는 생각은 하고 있지요.여기서 포기하거나 타협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지금 민주당 안에서 노무현님의 입지가 어느 것도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하지만 힘내시기 바랍니다.정말 많은 사람들이 지지하고 있습니다.”(ID selma0709) “민주당의 공인된 리더로서 좀더 확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습니다.민주당에는 어차피 같이하기 힘든 사람들이 있습니다.희생양을 잘 쓰면 나머지 흔들리는 사람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봅니다.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세요.국민들은 혼돈의 전쟁터 같은 민주호에서 자신의 철학을 지켜내며 승리하는 노 후보를 볼 때 국가를 이끌어갈 자격을 부여할 것입니다.”(ID 민들레홀씨) “노무현은 다른 후보와는 달리 대의명분이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죽을 쑤는 이유는 능력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정치적 영향력을 확고하게 국민에게 어필할 필요가 있다.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호재가 계속된다고 해도 대통령이 되지 못한다.”(ID rainmaker609) ●정몽준 의원 홈페이지 (www.mj chung.pe.kr‘MJ2000’)이라는 이름의 정몽준 의원 공식 사이트는 화려한 디자인부터 눈길을 끈다.또 열렬한 지지를 밝히는 글들이 많이 올라온다. “MJ에게 기대하는 국민입니다.저뿐만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기대를 많이 합니다.혹시나 하는 염려에서 한마디하겠는데 이인제씨나 김종필씨와 절대로 같이 신당을 만들지 마십시오.MJ를 믿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실망을 주는 일입니다.오염되지 않은 정치가를 국민은 원합니다.”(ID 이용환) “제가 바라는 바는 의원님의 의연함입니다.세계 속의 한국을 튼실한 국가로 경영하고자 하는 순수한 열정으로 행보하는 모습,어디까지나 기본에 충실한 철학을 고수하는 모습,시정잡배 정치인과는 다른 모습,따라서 과정 또한 원칙에 부합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표 몇 장이나 세력을 얻기 위한 행보는 어울리지 않습니다.”(ID 나그네)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어차피 대선 출마를 결정했으면,조직과 사람을 만들어야 할 것이 아닌가.모두가 기다리는 것을 자꾸 미룬다고 득될 것이 없다.자신의 조직과 정책을 만들어 내는 것이 급선무고,세력을 만드는 일이 두 번째이며,다른 당과의 연대는 세 번째다.뜸을 오래 들이면 타버린 밥이 될 뿐이다.타버린 밥을 누가 먹으려 하겠는가.”(ID 전문가) 이호준기자 sagang@
  • 中맥주사 타이완 쟁탈전

    (베이징 김규환특파원) 중국 대륙 맥주의 양강(兩强)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칭다오(靑島) 맥주와 옌징(燕京) 맥주가 타이완(臺灣)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타이완 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계기로 주류 전매제를 폐지한 데 이어, 중국 대륙산 맥주의 수입을 전면적으로 해금함으로써 타이완 시장이 활짝열렸기 때문이다. 선두주자는 중국의 최대 업체인 칭다오 맥주.지난 4월 처음으로 타이완 시장에 진출하며 ‘칭다오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칭다오 열풍이 거세지면서 이달초에는 최대라이벌인 옌징 맥주도 타이완 시장에 뛰어들었다. 옌징 맥주는 지난 1일 첫발을 들여놓으면서 8만상자를 투입한데 이어 5일 5만상자,15일 2만상자 등 불과 1개월도 안돼 15만상자를 타이완 시장에 풀며 300여개의 타이완 편의점을 장악한 것이다. 이에 대해 칭다오 맥주는술집에서 일본의 게이샤가 춤추는 내용의 CM방송을 내보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끄는 등 만만찮은 판매전략으로 맞대응하고 있다.타이완은 이제 중국 대륙의 양대 맥주회사들간의‘전쟁터’로 변해가고 있다. khkim@
  • 15일 개봉 윈.드.토.커/ 지옥의 전장… 찡한 전우애

    미국에서 만든 전쟁영화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미국식 휴머니즘·영웅주의를 부추기거나,아니면 망가져가는 인간의 광기에 초점을 맞추거나.‘라이언일병 구하기’‘진주만’등은 전자에,‘지옥의 묵시록’‘씬 레드 라인’등은 후자에 속한다.그런데 영화 ‘윈드토커’(Windtalkers·15일 개봉)는사뭇 질감이 다르다.영웅도 없고 철저히 망가지는 사람도 없다.‘우위썬(吳宇森)표 전쟁영화’라고 할 만하다.주인공은 전쟁의 충격 속에서 우왕좌왕하면서,그래도 순수함을 지켜나가려고 노력한다.그리고 가슴 찡할 정도로 전우를 돕는다. 배경은 제2차세계대전 당시 사이판전투.일본군의 암호교란 작전에 고전하던 미군은 나바호 인디언의 복잡한 언어체계를 이용한 암호 ‘윈드토커’를 만든다.그리고 인디언 출신 암호병 벤 야흐지(애덤 비치)와,유사시 암호를 보호하기 위해 그를 죽일 목적으로 조 앤더스(니컬러스 케이지)중사를 전장에 투입한다.결정적인 순간,조는 과연 벤에게 총구를 겨눌 수 있을까. 영화는 이둘이 서서히 가까워져 가는 과정을 그린다.인간성의 극한을 실험하는 전쟁터의 한가운데에서 인디언 전통의식으로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고 스스로를 정화하는 벤의 모습은 감동적이다.전쟁의 상처로 비뚤어진 조도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이제 조에게는 개인적인 의리와 군의 명령 사이에 선택만이 남는다. 우위썬 영화를 본 적이 있다면 결과를 예측하기란 쉽다.조는 총알을 한발두발 맞아 다리가 꺾이고 쓰러지면서도,위기에 빠진 벤을 안고 탈출한다.적들은 한발만 맞으면 다 죽는데 총알세례 속에서 벤을 구해내는 이 말도 안되는 설정이 그래도 먹히는 까닭은,사나이들의 의리를 비장미에 버무리는 우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빛나기 때문이다. 주제와 분위기는 분명 우감독의 것이지만 연출 기법은 달라졌다.춤추듯 아름답게 묘사한 액션이나 슬로 모션이 사라진 것.들고찍기,줌인,줌아웃 등을 통해 살점이 튀고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전투의 실상을 정직하게 담아냈다.그러나 새롭지는 않다.‘라이언…’이후 전쟁영화는 모두 전쟁다큐보다 더 사실적으로 살육의 현장을 눈앞에 펼쳐보였다. 스펙터클한 전투 장면은 최근 나온 다른 전쟁영화와 비슷해도,주먹을 불끈쥐게 하는 ‘영웅본색’류의 의리와 우정이라는 내용은 분명 차별성을 가진다. 특히 육체와 영혼이 갈기갈기 찢기는 고통 속에서도 정신의 고결함을 간직한 인디언 벤 야흐지는,동양출신 감독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인물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국내보다 두달 앞서 개봉한 미국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다.2차대전으로 미국의 우월성을 증명하거나,전쟁의 참혹함으로 파괴되는 인간성에 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싶은 관객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한 듯.주말 박스오피스 최고 성적 3위에 그쳤다.한국에서는? 김소연기자 purple@
  • 헤밍웨이 1·2-알듯말듯 기행 연속 헤밍웨이 인생 탐구

    ‘그 일요일 아침 7시경에 헤밍웨이는 파자마와 실내복을 입고 총과 한 상자의 탄알을 가지러 지하실로 내려갔다.(중략)그는 12구경 보스엽총에 탄알 두개를 장전해 총열의 끝을 입에 집어넣고는 방아쇠를 당겨 머리를 날려 버렸다.’ ‘위엄있는 패배자’헤밍웨이는 그렇게 스스로가 용납하지 못하는 삶을 제 손으로 정리했다. 자신의 약점은 물론 장점까지도 철저하게 은폐한 기행에,눈부신 문학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죽을 때까지 반지성적 태도를 견지한 어니스트 헤밍웨이.세계에서 가장 많이 탐구된 작가중 한명이면서도 그는 여전히 가장 알려지지 않은 인물로 존재한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이른바 ‘로스트 제너레이션’의 중심에 섰을 뿐 아니라 전쟁터를 누빈 치열한 삶과 여성편력,강인한 남성에의 집착과 하드보일드문체,그리고 자살 등 그는 결코 말 몇마디로 정의되지 않는 작가이다.그의 존재는 그가 산 당대의 역사이기도 했다. 이런 헤밍웨이를 샅샅이 해부한 제프리 메이어스의 평전 ‘헤밍웨이 1·2’(이진준 옮김,책세상)가 출간됐다.지난 85년 출간 당시 미극에서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된 책이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헤밍웨이의 흔적이나 영향력을 찾아내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자살 담론의 주인공이라는 점 말고도 간결하고 명쾌한 문체를 창안해 지금까지 위력을 행사하는 그다.알베르 카뮈가 ‘이방인’에 적용한 짧고 쉬운 문장이 바로 헤밍웨이의 영향력이다. 그러나 모두가 외경의 눈으로 바라본 헤밍웨이의 삶도 자신에게는 불만투성이에 불과했을까.그는 작품 ‘크리스마스 선물’에서 이렇게 회고한다.“나의 과거의 삶은……내가 저지른 실수들과 그 슬픈 일에 관련된 여러 사람들에게 끼친 재난 때문에 종종 아주 혐오스럽다.”각권 1만8000∼2만원. 심재억기자 jeshim@
  • 새달개봉 ‘윈드 토커’ 홍보차 방한 우위썬 감독

    “참혹한 전쟁터에서 꽃핀 우정을 다룬 영화입니다.” ‘영웅본색’‘미션 임파서블2’의 감독 우위썬(吳宇森·사진)이 새달 15일 개봉하는 전쟁영화 ‘윈드토커’홍보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다.1일 신라호텔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는 “마치 집에 온 것 같다.”면서 “한국팀이 월드컵에서 4강에 올라 자랑스럽다.”고,같은 아시아인으로서 친근감을 표시했다. ‘윈드토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사이판 전투에서 맹활약한 나바호 인디언의 암호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암호가 적발될 위기에 처하면 아군에 의해 사살되어야 하는 모순된 상황을 스펙터클한 화면에 담았다.특히 미군중사(니컬러스 케이지)와 암호병(애덤비치)간의 우정을 우위썬의 전매특허인 비장미로 아울렀다. 발레를 추는 듯한 화려한 액션이 돋보이는 이전 작품들과 스타일이 다르다고 지적하자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을 도입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의 실상을 그대로 담고 싶었다.”면서 “하지만 인간 사이의 드라마를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연기한 니컬러스 케이지에대해서는 “저우룬파(周潤發)를 연상시키는,가슴으로부터 연기하는 배우”라면서 “톰 크루즈가 열정에 넘친다면 니컬러스는 조용하고 로맨틱하다.”고 평가했다. 한국영화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홍콩에서 한국영화 붐이 일고 있고,미국에도 팬들이 많이 있다.”면서 “엄청난 에너지가 느껴지는데다 배우들도 국제적인 감각을 가지고 있어 앞으로 한국 배우와 함께 일하고 싶다.”고 대답했다. 할리우드에서의 성공 비결을 묻자 “먼저 홍콩에서 나만의 독특한 영화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개성과 고유한 문화를 담은 영화를 만든다면 할리우드에서도 한국감독을 부를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19세기 중국인과 아일랜드인이 함께 철도를 건설하는 이야기를 다루는 차기작 ‘운명의 남자들'(Men of Destiny)에서 저우룬파와 다시 손을 잡는다.또 두 도둑이 한 여자를 사랑하는 가벼운 코미디와,춤과 액션을 섞은 액션 뮤지컬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김소연기자 purple@
  • [월드컵 뷰] ‘대한민국 브랜드’ 업그레이드

    공을 몰고 갈 땐 조마조마하고,골이 들어가지 않을 땐 발을 동동 굴렀다.상대 팀 선수가 슛을 할 땐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골을 넣었을 땐 아,하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따지고 보면 단순한 축구경기에 불과하다지만 나는 어느새 우리 선수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누며 그 시간 속으로 풍덩 빠지고 만 것이었다. 어디 나뿐이었을까.우리 팀 선수가 골을 넣을 땐 ‘삼천리 금수강산’이 출렁였다.그 순간,경기장에서의 함성은 거대한 파도와 같았고,거리에서 내지른 시민들의 환호성은 텅 빈 빌딩들을 뒤흔들었다.아이들은 아이들대로 껑충껑충 뛰고,젊은이들은 젊은이들대로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고,어른들은 어른들대로 ‘골인이야 골인’하며 소리를 질렀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혼연일체가 되어 기쁨과 아쉬움을 함께 만끽한 적이 있었던가.어떤 이는 ‘8·15해방’이후 처음이라고도 하고,어떤 이는 단군 이래 처음이라고도 한다. 하긴 외침과 폭압적인 정권에 시달려온 우리 국민들로서는 ‘방어적 단결력’을 보여주는 데 익숙해 있을 뿐 그 어떤 순수한 의미에서의 ‘단결력’을 과시할 기회가 없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최근 백년을 돌아보더라도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으로 인해 이 땅은 전쟁터가 되었고,곧이어 나라가 일본의 손아귀에 들어감으로써 나라없는 고통을 겪었다.해방이후 6·25전쟁의 비극이 있었고,이어서 독재 등 정치적 후진성으로 인한 고통이 뒤따랐다. 우리 속담에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진다.’와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거린다.’는 말이 있다.전자는 주변국에 의해 억압받고 짓밟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고,후자는 계속되는 시련 속에서 저항하는 심정을 암시하는 표현이다.이러한 상황에서 나라 밖에 비친 한국의 이미지는 당연하게도 ‘가련한 나라’‘분단의 나라’‘독재의 나라’등 부정적인 것일 수밖에 없었다.개발도상국 과정에서의 고도성장과 더불어 88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나 오랜 세월 부정적 이미지로 각인된 국가이미지를 탈바꿈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바로 얼마 전,통계상의 경제적 성취만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고 자위하는 순간 전대미문의 환란을 맞게 되었고,그로 인해 실추된 부정적 이미지를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했다.이런 우리에게 월드컵은 새로운 국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는 다시 없는 기회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한국이 더 이상 ‘고요한 아침의 나라’가 아닌 ‘역동적인 나라’임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전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어 열광적으로 응원을 하는 나라,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예의바른 민족임을 과시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지칠 줄 모르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한국 축구의 역동성에 놀라고,온나라가 한 덩어리로 움직이는 응원열기에 놀라고 있다.그러나 이것이 어찌 우리 민족이 가진 저력의 ‘전부’일 수 있겠는가. 예부터 우리 민족은 시를 사랑하고,음악을 사랑하는 민족이었다.월드컵 기간에도 영화관이 만원사례를 이루고,오나가나 책을 읽는 ‘문화민족’의 이미지도 이 역동성에 섞어 함께 보여주었으면 한다. 오봉옥/ 시인
  • [제정러시아 외교문서 새 발굴 대한제국 秘史] (7)불꽃튀는 러,日 첩보전

    러시아 문서보관소 서고속에 묻혀있다 100년만에 햇빛을본 제정 러시아시대의 비밀문서중에는 군사첩보와 관련된전문이나 보고서들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대한제국과 만주에서의 주도권다툼에 열을 올리고 있던 러시아와 일본은 외교라인과 군부를 총동원,첩보전을 전개한 것이다.러시아는 모든 면에서 불리했지만 연해주지역에 이주해 있던 한인들을 첩보요원으로 활용하는 이점이 있었다.러시아의 대일(對日) 첩보전은 러·일전쟁(1904∼1905)을 전후한 시기에 가장 첨예했다. 일본이 대한제국을 보호국화한 이후 일본군의 동향 관찰과 대한제국군의 개편 상황을 감지하기 위한 상주 군사첩보원의 필요성이 긴박해지고 있다.이 비밀첩보 임무로 제2시베리아 보병사단 포병여단의 비류코프 대위를 일본주재 군사무관의 부관으로 임명하여 보내기로 되어 있다.비류코프는 10년간 대한제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1906년 2월13일 러시아군 총참모부장이 외무장관에게 보낸 공문) 비류코프가 군사무관 사모일오프의 부관으로 부임하게 되면 일본이 바로 의심하게 되어 첩보활동이 어렵게 될 것이다.(1906년 7월14일 도쿄주재 바흐메티예프 공사가 외무부에 보낸 비밀전문) 두 건의 비밀문서에 등장하는 비류코프는 대표적인 군사첩보원이었다.1907년 그가 서울로 오자 당시 서울주재 총영사였던 플란손은 이토(伊藤博文) 통감에게 “서울에서러시아학교교사로 일하던중 러·일전쟁이 발발하자 현역에 소집돼 근무했으며 포츠머스 평화회담후 다시 예비역으로 편입돼 정들었던 서울에 다시 와 교사직을 알아보려고 왔다.”고 소개했다.이토는 비류코프에게 동정적으로 대해주었다고 전하고 있다. 비류코프는 서울의 러시아학교 교사 신분으로 국내에서 10년동안 암약하면서 알게된 한인학생 10여명을 러시아의하사관학교 등에 국비유학생으로 입교시켰고 전쟁이 나자소집해 예하의 비밀첩보원으로 활용했다.이후 1911년까지4년동안 원산주재 영사로 근무하면서 첩보수집활동을 했다.그는 1904년 1월 “한국어를 말하고 한복으로 변장한 일본인은 전쟁이 나면 러시아군을 감시할 것이며 또 통역이나 안내원으로 봉사하겠다고 자청할 수 있다.일본인은 용모 등이 한인과 비슷하기 때문에 구별하기가 대단히 어렵다.그러나 걷는 모습을 잘 관찰하면 한인은 성큼성큼 걷는 반면 일본인은 촘촘히 걷는다.”는 첩보를 공사관에 올릴 정도로 한국과 한국인에 정통했다.또 러시아군이 만주와남우수리지방에서 대한제국으로 진격할 수 있는 3개의 길과 그에 관련된 상세한 정보를 보고하기도 했다. 그는 한인생도 출신들의 첩보활동에 대해 “생도들은 고종황제와 조국을 위해 열심히 첩보활동을 하고 있다.한군과 강군은 나와 함께 활동하고 있고 이군은 북청에서,현군은 노보키예프스크,구군은 경성(鏡城)에서 각각 정찰임무를 맡고 있다.”고 1904년 10월19일 보고했다. 서울 불어학교교사로 고종의 헤이그밀사파견 사실을 러시아 극동총독부에 알렸던 프랑스인 마르텔과 프랑스 신문‘저널’지의 도쿄특파원 발레,블라디보스토크주재 프랑스상무관 플라르 등 프랑스인들이 러시아의 비밀첩보원으로활약했던 사실도 흥미롭다. 발레가 페테르부르크에 왔다.그는 전쟁중의 일본의 정세에 관해 흥미있는 정보를 러시아에 전해 주었으며 이제 외무부에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제의해 왔다.(1905년 5월22일외무부에서 육군장관에게).발레의 정보제공 제의는 수락되었다.정보비로 그에게 매월 600루블이 책정되었다.(1905년 6월15일 육군장관이 외무장관에게). 러시아는 일본과의 첩보전에서 대단히 불리한 위치에 있었다.첩보의 통로인 우편 및 전신시설과 전달수단인 철도등 교통시설을 일본이 선점,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02년 니콜라이2세가 외무장관 람즈도르프에게 “서울주재 파블로프 대리공사의 보고서가 늦게 상신되는 이유가무엇이냐.”고 묻자 람즈도르프는 “파블로프의 보고는 비밀스런 성격이 있기 때문에 일반 우편시설을 이용하지 않고 믿을 만한 기회(인편)나 아니면 가끔 대한제국 항구에입항하는 러시아 선박을 통해 발송해 오기 때문”이라고해명하기도 했다.다음 문건은 러시아측의 애로사항을 잘보여준다. 고종황제가 소장하고 있는 러시아 외무부와의 연락용 암호 통신문이 궁정(덕수궁)화재로소실됐다.혹시 일본이 훔쳐 보관하고 있을 수도 있으니 미리 방비하라.(1904년 5월16일 서울주재 파블로프 공사가 외무부에 보낸 보고서) 서울에서 파블로프 공사가 보낸 전문을 받았지만 내용이훼손돼 읽을 수가 없다.일본전신국이 조직적으로 교묘하게 비밀전문을 파손시켜 배달하고 있으며 이는 우연한 왜곡이라고 볼 수 없다.일본은 통신문을 제때에 배달도 하지않는다.모든 우편,전신국은 러시아에 적대적인 일본이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대한제국과의 교신도 불가능하다.배달과정에서 내용을 알 수 없도록 손상시켜 놓은 몇통의 전보문을 첨부한다(1903년 12월7일 일본 나가사키 주재 가가린영사가 도쿄주재 공사에게 보낸 보고문) 대한제국의 우편시설을 장악한 일본이 서울의 러시아공사관에서 보내는 외교행낭을 손상시키거나 배달을 지연시키는 일이 잦아지자 러시아는 임시방편으로 제물포에서 상하이노선을 운항중인 동청철도(東靑鐵道) 소속 여객선을 이용해 외교문서를 발송하고 수신하기도 했다.2주에 1회 왕복운항하는 이 여객선도 비밀문서 수발에는 지장이 많았다.두만강 인접 도시 노보키옙스크지역과 한국간의 전신선을 육상으로 연결하려고 계획했으나 일본의 끈질긴 방해로실패했다.러·일전쟁 이후 한-러간의 통신은 일본 나가사키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해저선을 통했다.러·일전쟁의승패는 통신을 장악한 일본쪽으로 이미 기울어져 있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앞으로 러·일간에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대한제국에서 러·일은 사활을 건 혈전을 벌일 것이며 영국이 가담할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대한제국이 전쟁터가 될 경우 러시아의 남우수리지방은 후방작전 기지가 될 것이다.일본의 병력을 고려할 때 러시아는 10만명이상의 병력과 2만명분 이상의 식량을 확보,비축해야 한다.연해주,아무르주,자바이칼주에는 1년간 공급할 식량을 비축해야 한다.일본군의 병력현황은 다음과 같다.(1899년 3월9일 알프탄 대령이 ‘러·일충돌에 관한 연구’라는 제목으로 작성,보고한 문서) 이 보고서는 4년후 러·일전쟁 발발을 이미 예측하는 등러시아측 정보의 정확성과 뛰어난 분석력을 보여준다.이후 육군장관에 오르는 사하로프 중장이 1902년에 작성한 보고서도 일본 수비대의 주둔지와 규모,철도 및 전신성 공사 현황,저탄장,거주자들의 취득부동산 등 세세한 항목에 이르기까지 보고하고 있다. 무기도입 및 밀수와 관련된 첩보도 자주 등장한다.일본이 대한제국을 경유해 만주로 무기를 밀수출하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일본이 고물 함정을 거액에 대한제국에 팔았다는 내용도 들어있다. 일본은 사용하지 않는 구형 총기를 만주로 수출하고 있다.어느 지방을 통해 어디로 보내고 있는지 추적하라.청국에무기를 공급해 주는 사람에게서 받은 정보에 의하면 일본이 청국의 여러 성(省)에 18만정의 구식 소총을 매입하라고 제의했다고 한다.(1902년 3월29일 하바로프스크의 그로드스키 장군이 서울공사관에 보낸 비밀전문) 주한공사관 쉬테인 공사의 보고에 의하면 미쓰비시사는 8문의 함포가 장착되고 200명의 해군을 태울 수 있는 순양함을 대한제국 정부에 납품하기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1903년 2월3일 람즈도르프 외무장관이 도쿄주재 이즈볼스키 공사에게 보낸 전문). 순양함은 오는 4월 고종황제 즉위 40주년 기념행사때 축포를 발사할 목적으로 석탄선을 개조해 함포만 탑재시킨 것으로 외형만 해군함정으로 보일 뿐이라고 한다.일본의 고무라(小村) 외무상은 고종황제의 순양함 도입계획이 일본에 유익하지 못하다는 말을 했다.(같은해 2월9일 람즈도르프 외무장관이 서울공사관에 보낸 전문) 모스크바와 서울,도쿄를 오간 이들 비밀전문을 보면 순양함을 도입하려던 대한제국 정부가 일본의 국제무기거래 사기극에 속은 것을 알 수 있다.당시 자료에 따르면 이 순양함의 가격은 55만엔이었고 3년 분할상환 조건이었다.대구경 대포 4문과 소구경 대포 4문이 장착되고 장교 25명과해군 200명이 승선하게 돼 있었다. 일본의 첩보망도 만만찮았다.1903년 제물포 부영사 팔야오프스키의 서북지역 출장보고서에는 “평양에는 일본의첩보기관이 있다.일본인들은 시내의 모든 약국을 운영하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피고 있다.이곳에는 약 300명의 일본인이 거주하고 있는데 지방행정권은 일본영사의 수중에 있다.”고 보고하는 등 일본첩보조직의 촉수가 대한제국의 정부는 물론 지방에 이르기까지 거미줄처럼 뻗어있음을 알리고 있다. 간도의 일본 총영사관에는 비밀첩보과가 있다.그 과에는일본인,청국인,그리고 한인이 암약할 것이다.통감부와 헌병사령부 소속의 밀정만도 약 760명에 이른다.이들의 주요 임무는 의병을 추적하는 것이다.밀정중에는 여성도 있는데 대부분 기생이다.벌써 많은 의병을 경찰에 밀고하였다.(1909년 10월23일 소모프 총영사가 외무장관에게 보낸 비밀보고서) 새로 발굴된 문서에는 이밖에 러시아 극동지방에서 일본비밀첩보원으로 활동한 한인 명단(1898년),대한제국내 비밀첩보망 구축안(1905년),흑룡강지방의 조선인 첩보원 명단(1912년) 등도 들어있다. 대한제국을 독식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이 벌인 스파이전쟁에 이용당하거나 희생된 한국사람들의 이름이다. 노주석기자 joo@ ■러 문서에 나타난 대한매일 보도 인용 전 서울 불어학교 교사 마르텔을 비밀첩보원으로 대한제국에 파견했다.그는 일어에도 능통하다.그에게 첩보임무와개인암호를 주었다.그에게 The Korea Daily News(대한매일신보의 영문판 제호)를 늘 잘 살피라고 지시했다.(1904년12월4일 중국 상하이에서 파블로프 서울주재 대리공사가그루세스키장군에게 보낸 보고서) 러·일전쟁(1904∼1905)의 패배로 한반도에서의 영향력을 대부분 상실한 러시아는 이후 2∼3년동안은 그동안 심어놓았던 첩보망과 청,일주재 외교라인 등을 통해 극동정세를 그럭저럭 파악하는 것이 가능했다.하지만 한일합병시기를 전후해서는 ‘정보부족증’에 걸렸다.그래서인지 1908년 이후에는 국내 언론과 일본 신문 기사를 발췌해 본국에 보고하고 있었다. ‘00년 00일부터 00년 00일까지의 일지’‘대한제국내 폭동에 대한 신문스크랩’ 등 러시아문서보관소에서 발굴된수백건의 정보보고가 그것이다.이중 80% 이상 인용된 신문이 당시 한국의 대표적인 항일민족지 ‘대한매일신보’(1904년 발간)였다. 서울주재 공사관이 폐쇄된 이후 만주로 건너가 극동지역첩보수집총책임자로 일한 파블로프가 프랑스인 비밀첩보원 마르텔에게 “대한매일신보를 잘 살피라.”고 지시한 것도 그때문이었다. 26일 하얼빈역에서 5명의 한인이 이토에게 권총을 발사,이토는 곧 절명했다.전 고종황제는 식사중에 이 소식을 듣고 수저를 상에 떨어뜨렸다.(1909년 10월28일자).안응칠(안중근의사의 아호)은 항일운동을 하며 이강,유동설 그리고안창호와 비밀연락을 했다.(1909년 10월30일자).오늘 관보에 지난 9월4일 청·일이 간도에 대해 체결한 조약문이 발표됐다.(1909년 11월9일자) 대한매일신보는 러시아와 중국,그리고 일본인의 간담을서늘하게 한 안중근 의사의 이토 저격사건을 “고종이 수저를 떨어뜨렸다.”는 촌철살인의 한 문장으로 전달하고있으며 고구려와 발해의 옛땅 간도를 청국에 통째로 넘긴일본의 외교술책도 간도협약 체결 기사를 통해 짚어내고있다.무엇보다 대한매일신보의 의병활동 보도는 러시아문서가 인용하고 있는 국내외 신문의 보도를 내용이나 횟수,정확도 면에서 압도하고 있다. 경기도에 군사훈련을 받은 2000명이상의 의병이 집결해 있다.(1908년 2월19일자).대한제국에는 모두 5만명의 의병이 있다고 한다.결정적인 의병소탕을 위해 일본군이 또다시상륙한다고 한다.(1909년 7월29일자).이토가 사살된 이후러시아로 한인이주가 급증하고 있다.(1909년 11월27일). 대한매일신보 1911년 2월15일자와 2월21일자에는 의병장강기동(姜基東)에 관한 매우 흥미로운 기사 2건이 실려있다. 지난 2월12일 원산의 한 일본식당에서 의병대장 강기동이체포됐다.(1911년2월15일자)그는 4년동안 경기도에서 의병 200명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다.강기동은 여객선편으로 서울로 이송된 이후 지금까지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체포당시 주머니에는 일본돈 2엔 밖에 없었으며 손과 발에는 태극기가 그려져 있다.(1911년2월21일자) 노주석기자
  • 새 비디오/ 공각기동대, 코렐리의 만돌린

    ●공각기동대= 오시이 마모루 감독의 1995년작.‘제5원소'‘매트릭스’‘코드명 J’등 할리우드 SF 대작들이 이 작품을 일제히 흉내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원정까지 가서 보고 오는 마니아층을 형성했다.인간이 자유자재 사이보그로 변신할 수 있는 미래.공안9과의 사이보그 경찰은 사이보그의 기억을 조작하고 해킹하는 한 테러리스트를 쫓으라는 특명을 받는다.알고 보니 해커의 정체는 공안6과가 정치적 목적으로 만들어낸 프로그램.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케 하는 심각한 주제의식이 도드라진다. ●코렐리의 만돌린= ‘셰익스피어 인 러브’로 아카데미상7개부문을 휩쓴 존 매든 감독이 ‘전장에서 꽃피는 사랑’을 다뤘다.2차대전중 그리스의 작은 바닷가 마을.총 대신만돌린을 메고 이탈리아 점령군 행렬에 섞여들어온 코렐리 대위(니콜라스 케이지)는 늘 흥청흥청 인생이 즐겁다.약혼자를 전쟁터로 내보낸 의사의 딸 펠라기아(페넬로페 크루즈)는 그가 눈엣 가시같지만 차츰 다가서는 대위를 받아들이게 되는데….‘일 포스티노’같은 서정짙은 작품의 팬이라면 반길만한 멜로물.6월초 출시예정.
  • [씨줄날줄] 아동노동

    1995년 어느 봄날,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크레이그 킬버거라는 12세 소년은 한 신문기사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동갑내기 파키스탄 소년이 4세 때 노예로 팔려가 카펫 공장에서 일하다가 탈출한 후 총에 맞아 죽었다는 내용이었다.킬버거는 급우들과 이 충격적인 사건을 얘기하다가 50명이뜻을 모아 ‘어린이들에게 자유를’(Free The Children)이라는 단체를 결성했다.“투표권이 없다고 해서 남을 돕는일까지 어른들에게만 맡길 수는 없다.”는 데 의기투합한이들은 여름방학이 되자 캐나다를 비롯한 각국의 정치인,그리고 아동을 착취하는 것으로 알려진 외국 회사들의 주소를 알아내 편지를 보냈다.우표값 등 비용은 각자 장난감과 옷가지 등을 팔아 충당했다.처음엔 방학중 여가활동 쯤으로 여기던 킬버거의 부모도 아들이 하는 일이 의외로 진지하고 열성인 데 감복해 적극적이 후원자가 됐다.이 깜찍한 소년들은 그 해 가을,캐나다 노동단체로부터 10달러의기부금을 받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해 지금은 20개국에회원 5천여명을 확보한 국제조직으로 성장했다. 이번에는 전세계 어린이들이 어른들을 향해 경고반 호소반의 메시지를 보냈다.9일 새벽 열린 유엔 아동특별총회에서 세계 어린이들을 대표한 13·17세 두 소녀는 “어린이들이 살기에 적합한 세상을 만들어 달라.왜냐하면 어린이에게 적합한 세상이 모든 사람에게 적합한 세상이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이들은 “우리는 문제의 근원이 아니라 문제해결에 필요한 자원”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의 호소 배경에는 2억 4600만명에 달하는 전세계 아동 노동자들의 참상이 있다.국제노동기구(ILO) 발표에 의하면 이들 중에는 일당 30센트를 받고 12시간씩 양탄자를짜거나 부자 나라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유명 상표의 신발,청바지,티셔츠 공장에서 일하는 아이들도 있다. 어른들은 전쟁을 벌인다.그런데 어른들이 벌이는 전쟁은어린이들을 더 많이 희생시킨다.지난 10년간 전쟁터에서죽은 어린이는 무려 200만명이나 되고 400만∼500만명의어린이가 장애인이 되었다.그리고 전쟁이 끝나면 수많은전쟁고아들이 마약밀매,매춘,현대판 노예로 팔려가노동착취를 당한다.“어른들은 우리를 ‘미래’로 생각하지만 우리에게는 ‘현재’”라는 두 어린이의 호소가 가슴에 와닿는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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