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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예순넘긴 ‘황혼취업’…산재 무방비

    [고령 취업자 안전관리 허술] 예순넘긴 ‘황혼취업’…산재 무방비

    지식산업사회와 고령화사회 도래에 따른 근로자의 건강관리가 노동시장의 새로운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산업현장 고령근로자의 안전과 건강, 복지 등의 문제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따라 노동부 산하기관인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미래사회에서의 효율적인 근로자 건강관리와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다각적인 대책모색에 나서고 있다. ●“작업전 안전교육 제대로 했으면” 제조업체 간부로 일하다 정년퇴직 후 택시기사로 취업한 김형근(63·인천시 서구 가좌동)씨는 2002년 3월 뇌경색으로 쓰러져 지금까지 병원신세를 지고 있다. 실어증에 반신마비로 그 동안 모아놓은 전재산을 병원치료비로 모두 날려버렸다. 가족들은 산업재해 보상 신청을 했지만 1심에서 패소판정을 받고 2심을 준비중이다. 김씨의 가족은 “언제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병원비를 감당할 길이 없다.”면서 “택시회사나 국가차원에서 보상이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울먹였다. 정년퇴직 후 재취업한 박주욱(62·서울시 구로구 독산동)씨. 일할 수 있는 나이에 집안에 틀어박혀 있기 따분해 올해 봄부터 건설회사 일용직원으로 취직했다. 박씨는 타일 붙이는 작업을 보조하다 발판을 잘못디뎌 떨어지는 바람에 척추를 다쳤다. 박씨는 “몇 푼 벌려다 병을 얻어 병원비만 축내고 있다.”면서 “나이든 사람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전교육 등이 있었더라면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이처럼 고령자 취업이 늘면서 직업관련 각종질환과 안전사고 등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고령화 가속, 증가하는 산업재해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7.2%를 넘어서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2019년에는 이 비율이 14.4%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고령사회로의 전환은 미국·일본·프랑스 등 선진국들보다 급속한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고령화 현상은 노동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50세 이상의 고령자와 준고령자 취업인구는 지난 1999년 469만 4000명에서 지난해에는 531만 6000명으로 62만명이나 늘어났다. 이같은 증가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노동현장의 고령화는 산업재해의 급증을 초래하고 있다. 산업현장에서 50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산업재해는 1999년 1만 2970명이었으나 지난해에는 2만 8527명으로 4년 만에 120%(1만 5557명)나 증가됐다. 이는 30세 미만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점차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고령근로자의 안전, 건강에 대한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령근로자 직업병 판정기준 모호 나이든 근로자들에게 가장 빈번하게 발생되는 질환은 뇌·심혈관계질환 및 근골격계질환이다. 단순반복작업, 중량물 취급작업, 직무스트레스 증가 등이 주 원인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뇌혈관 질환에 대한 산업재해 판정기준이 애매모호하다. 방사선보건연구원 김수근 책임연구원은 “법원이 업무상 과로가 뇌심혈관계 질환에 미치는 인과관계를 판단할 때 일관성있는 기준보다는 주관적 판단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뇌심혈관 질환의 위험요인을 관리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체계적인 건강증진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나이든 미숙련 노동자들의 취업이 늘면서 재해율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사용자들이 공사현장 안전관리에 대한 투자를 높이고 고령 노동자에 대한 안전교육 등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진상 최용규기자 jsr@seoul.co.kr
  • [사설] 온라인증명 범죄 악용 대책 세워야

    주민편의와 행정절차 간소화를 위해 도입한 민원서류 전산화 및 온라인 발급제도의 부작용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제 국감자료에서 밝혀진 온라인 인감증명 발급제도 도입이후 인감 위·변조 발생 급증사례는 지나친 행정 간소화가 만능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온라인 인감증명 제도는 지난해 3월 도입 때부터 범죄악용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인감 위·변조 발생건수가 전산화 이전 4년3개월 동안 76건에 불과했던 것이 전산화 이후 단 9개월동안 103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인감증명은 부동산 매매, 대출, 보증 등에 사용돼 잘못되면 개인의 전재산을 날려버릴 수 있는 민감한 서류다. 실제로 부정발급된 인감증명서로 도장을 위조해 5억원을 대출받아 간 사례까지 있었다니 관청에 신고해 놓은 인감도장이 내것이라고 안심할 수만은 없게 된 것 아닌가. 당국은 온라인 서비스의 실효성을 높인다며 인감도장을 지참토록 했던 이전 제도를 바꿔 인감신고자나 대리신청자의 신분증만 있으면 인감증명을 발급받을 수 있게 했다. 발급절차가 간단할수록 본인증명은 까다롭게 해야 하는 게 상식일진대, 오히려 이를 간소화한 것은 전산화 성과를 부풀리려는 과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물론 발급 대상을 제한하거나 온라인발급을 금지하는 인감보호신청 제도도 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다. 당국은 전산화에 대한 과신을 버리고 국민을 안심시킬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도입하고 있는 지문인식제는 바람직한 해법이 아니다. 주민편의 증진제도가 주민을 옥죄는 결과가 되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 서울 농군들 “올해도 쌀 1만5000섬”

    서울 농군들 “올해도 쌀 1만5000섬”

    서울에도 추수를 앞둔 황금벌판이 있다.그리고 서울 쌀은 아무나 먹지 못한다. 1000만명이 사는 거대도시 서울에서 대규모 벼 농사를 짓는 농민이 513가구에 2000여명 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연간 생산량은 서울시민들이 하루 먹을 분량으로 미미한 수준이다.그러나 서울 쌀은 청둥오리농법 등 친환경적인 농법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2001년에는 ‘경복궁 쌀’이라는 브랜드도 붙였다. 1963년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편입되기 전 김포평야였던 강서구 마곡·개화·과해동이 서울 쌀의 주무대다. 서울의 논 면적은 해마다 조금씩 줄어들어 올해 경작지가 478㏊,바꾸어 말하자면 4.8㎢(145만평)에 이른다.8.4㎢인 여의도 면적의 절반을 조금 웃돈다. 강서구가 457㏊로 대부분이고 구로구 항동이 10㏊(3만 300여평)로 그 다음이다.송파구 마천동 4㏊,강남구 세곡동과 강동구 하일동 각 2㏊,서초구 우면동·노원구 공릉동·도봉구 도봉동 각 1㏊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벼 담당’ 강대경(45·농촌지도사·6급 상당)씨는 수확을 눈앞에 둔 과해동 논을 내려다보며 “청둥오리농법과 왕우렁이,쑥,쌀겨,유박(기름을 짜고 남는 찌꺼기)을 이용한 친환경적인 재배에 온힘을 쏟는 등 서울 농민들의 땀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고 흐뭇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생산량 100% 시내에서 소비 논은 도시계획상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개인 소유의 땅이 대부분이다.임대료는 200평당 쌀 한가마니(80㎏)다.적게는 7000∼8000평에서 수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영농이어서 쌀시장개방 등의 파고가 높은데도 서울 농민들은 ‘먹고 사는’ 데엔 지장이 없다.300평당 60만원의 소득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한다.강씨는 특급 태풍이나 가뭄 등 급변하는 기상때문에 애태우는 적도 많지만 먹거리 만드는 일이니 먹는 문제는 덜어놓은 셈이고,자녀들 교육도 무난히 시키고 있으니 ‘천직’으로 여긴다고 귀띔했다. 벼 재배농민 15명은 오는 8일부터 5박6일 동안 일본 니카타(新潟) 등 9개 지역을 돌며 농장,농업 관련 연구소 현황을 점검하고 돌아올 예정이다.학구열이 대단한 셈이다. 서울농업지도자연합회 수도(水稻)분과위원회 장홍연(54)회장은 “올해도 어김없이 태풍이 찾아왔지만 살짝 비껴간 데다,7∼8월 평균기온이 평년에 비해 0.7∼0.8도 높고 일조량도 20시간쯤 많아진 덕분에 작황이 좋다.”면서 “목표인 2151t(1만 4940섬)을 넘을 것으로 보여 농민들 가슴이 기대에 부풀어 있다.”고 말했다. 현재 공사가 한창인 지하철 9호선이 경작지 밑으로 지나가는 등의 이유로 갈수록 경작면적이 줄어들고 있으나 농민들의 의욕은 높은 편이다.‘경복궁 쌀 연구회’ 회원 22명 가운데 유광환(43) 총무처럼 ‘40대 젊은이’가 11명이나 된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전우신(55·강서구 내발산동)씨의 경우 6만여평을 경작해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농이다.대부분 윗대에서부터 농사를 지었거나,김포평야 등 수도권 다른 지역에서 벼를 재배하는 이들의 자손들이다. ●“이래 봬도 대기업형” 그러나 장 회장은 “수확이 끝난 뒤에는 갈수록 줄어드는 논 면적 생각에 다시 마음이 무거워질 게 뻔하다.”며 거대도시 서울에서의 농사가 쉽지 않다는 점을 내비쳤다. 지난해의 경우 572㏊에서 1만 7915섬 분량인 2580t의 ‘소출’을 거뒀다.이 가운데 407t은 농가에서 소비하고 173t은 수매,나머지 2000여t은 소비자에게 팔려나갔다.그해 서울시민이 하루에 소비한 쌀이 2343t인 데 비춰보면 1.1일분이란 계산이 나온다.전국 연간 생산량이 보통 500만t이기 때문에 서울 쌀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0.06% 정도 된다. 경복궁 쌀은 고급화라는 전략 아래 매우 적은 양을 생산한다는 사실이 특장점으로 통한다.연간 100t 안으로만 상품화한다.따라서 장기적인 재고가 거의 없다.소량 주문을 받고 소비자가 보는 데서 도정(搗精·곡식을 찧는 일)도 하고 각 가정까지 택배도 해준다. 장 회장은 “홍보를 한다고 애써왔는데 아직은 아는 사람만 아는 실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밥맛이 일품인 추청벼(아끼바레)여서 100% 신뢰해도 좋다.”고 뽐냈다. 경복궁 쌀은 소단위 포장으로 신선한 맛을 유지하도록 배려하고 있다.농업기술센터(agro.seoul.go.kr)에 전화(02-3462-5705)로,또는 농가에 직접 주문하면 된다.5㎏짜리 1만 3000원,10㎏짜리는 2만 6000원 받는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항공방제 한 해 3~4차례 농협등서 농약 무상 제공 헬기로 농약을 뿌리는 항공방제를 서울시내에서도 볼 수 있다. 서울지역 벼농사의 마지막 보루인 강서구 마곡·개화·과해지구 일대 경작지 140만평에는 매년 7∼9월중 3∼4차례에 걸쳐 항공기를 이용한 농약살포가 이뤄진다. 서울시 종합방재센터 소속 소방헬기가 동원되며 농약은 강서구와 강서농협,농업기술센터에서 무상으로 제공한다.항공방제는 서울에서 희귀직업에 속하는 농민들을 위한 일종의 지원사업인 셈이다.농업인구가 적은 서울에서 노동력의 부족을 해소하고 농약살포에 따른 안전사고를 예방하며 병해충 피해를 줄여 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것. 지난 1977년 시작된 이 연례행사는 올해로 28번째를 맞았으며 140만평에 농약을 모두 뿌리는 데 약 5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여기에 사용되는 농약은 잎집무늬마름병을 비롯해 도열병,나방류 등 병해충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 대다수다.올해 항공방제는 지난 7월2일을 시작으로 같은달 28일과 8월12일 각각 2,3차를 마쳤으며 7일 마지막 방제가 실시된다. 강서구 관계자는 “항공기로 농약을 살포하면 이에 따른 피해에 대비하기 위해 장독이나 음식물을 덮어야 한다.”면서 “특히 채소류 재배농가는 항공방제 실시후 10여일이 지난뒤 출하해야 안전하며 양봉농가는 봉분관리에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종기자 bell@seoul.co.kr ■ 푸른세상 일구는 ‘서울 4H’ ‘살기 좋은 우리나라 우리 힘으로,빛나는 흙의 문화 우리 손으로‘ 대도시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는 4H노래 후렴이다. 새마을운동이 한창일 무렵 농촌에서 들불처럼 일어났던 4H운동이 오늘날 가장 활성화된 지역이 다름아닌 서울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1907년 미국 아이오와주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지(智·Head),덕(德·Heart),노(勞·Hands),체(體·Health)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네잎 클로버를 상징물로 시작한 이 운동은 국내에서는 갈수록 사그라지는 추세다.하지만 대도시인들에게 친환경적인 활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서울 조직은 맹위를 떨치고 있다.사회변화에 발맞춰 영농교육 위주에서 벗어났다는 얘기다.서울 ‘4H클로버’에는 현재 초·중·고교 등 학생과 일반인을 통틀어 모두 1200여명이나 가입했다. 수도권 곳곳에서 텃밭을 가꾸며 우리 먹을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민들에게 일깨우고 심성도 푸르게 가꾸고 있다.환경캠페인 등에서 자원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이다.청년층 의식구조 개혁이라는 모토에 걸맞게 정식 회원이 되려면 만 9세에서 29세 사이의 나이라야 한다.그러나 학교에서 활동했거나 사회로 진출한 뒤 새로 관심이 생겨 후배들과 교감을 나누는 ‘선배4H회’ 회원도 2개 동아리에 30여명 된다.보육원 아동 등 소외계층으로 이뤄진 특수4H도 연합회에 5곳 가입했다.초·중·고교 동아리는 28개 학교가 소속됐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 4H 담당 주재천(31)씨는 “장년층의 경우에는 다르지만 젊은이들이 떠나는 바람에 공동화된 농촌지역과 비교할 때 각 도시들 가운데서는 학생 4H활동이 가장 두드러진 곳이 서울”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배동환 서울농업지도자 연합회장 “농민이 인구의 0.1%에 불과하다고 가벼이 했다가는 후회할 겁니다.농업의 중요성은 발전한 사회일수록 강조되기 마련이죠.” ‘서울농군’을 자처하는 배동환(56) 서울농업지도자연합회장은 강남구 도곡동 말죽거리 892의 6에 위치한 농업기술센터를 없애자는 주장에 맞서 7년째 투쟁을 벌이고 있다. 1998년 서울시가 현재 농업기술센터의 전신인 농촌지도소의 폐지를 선언하자 배 회장은 시장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매서운 모습을 보였다.이같은 열성이 무서워서(?)인지 시는 그해 8월 직원을 60명에서 30명 선으로 줄이는 ‘차선’을 선택했다. “메마른 도시에서 자라는 새싹들에게 우리 먹을거리와 환경의 중요성을 일깨워야죠.그런데 센터를 없애요?” 2002년 말 서울시가 또다시 센터 폐지안을 시의회에 내자 그는 재정위원회 소속 16명의 시의원을 초청,농업현장을 둘러보도록 설명회를 열어 이해를 구하는 데 성공했다.건의안은 무기한 유보됐다.농업센터 폐지·축소론이 빚을 문제점은 심각하다고 얘기한다.농업 경쟁력 약화는 물론,텃밭·주말농장 가꾸기,생활원예 등 도시형 농업의 기반이 죽어 시민들의 정신적 황폐화가 가속화된다는 것이다. “97년 물난리,2001년 폭설 때 전재산이라 할 철제 비닐하우스가 폭삭 내려앉아 동료 농민들과 함께 새까맣게 속을 태우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16개 시·도 가운데 농촌지도자를 농업지도자로 부르는 곳은 서울뿐이다.도농(都農)이 분리돼 농촌지도자란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국 뉴욕,일본 도쿄 등 세계 대도시들도 저마다 농업센터를 갖추고 있다고 강조한다.2002년에는 국내 농업단체로는 유일하게 세계최고 권위의 영국 국제표준화기구(ISO)로부터 친환경 농업기술 보급 인증서를 따냈다. 그의 한마디가 비수처럼 날아와 등에 꽂힌다.“‘식량전쟁’이란 식량부족현상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닙니다.먹을거리나 환경 등이 얽힌 농업 부문에 무관심하면 분명 후회하게 돼요.환경오염뿐 아니라 정신적인 공황 등 온갖 문제가 빚어지고 결국 식량전쟁으로 번지는 게지요.”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결혼은 미친짓이다? 드라마마다 동거·계약결혼 바람

    안방극장에 ‘계약 결혼·동거’가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방영중이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전 계약 하에 거리낌 없이 결혼이나 약혼,동거를 하는 설정이 앞다퉈 그려지고 있는 것.최근 넘쳐나는 ‘백마탄 왕자와 신데렐라’식 설정만으로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좀더 자극적인 소재가 차용되는 분위기다.물론 남녀 주인공의 ‘신분차이’와 ‘삼각관계’는 기본 공식이다. ‘황태자의 첫사랑’ 후속으로 새달 1일 방영 예정인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아일랜드’(극본 인정옥,연출 김진만)에서 해외 입양아 출신 여자 주인공 이중아(이나영)는 한국으로 돌아와 강국(현빈)과 사랑을 하게 되고 합의하에 동거를 시작한다.이후 이들은 또 다른 동거 커플인 이재복(김민준)-한시연(김민정)을 만나게 되고,서로 교차된 사랑을 한다. 현재 방영중인 SBS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연출 이창한)과 KBS2TV 수목 드라마 ‘풀하우스’(극본 민효정,연출 표민수)에서는 각각 ‘계약 약혼’과 ‘계약 결혼’이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이다.‘형수님은 열아홉’의 남자 주인공 강민재(김재원)는 정략 결혼을 시키려는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도구로 열아홉살짜리 고등학생인 한유민(정다빈)과 계약 약혼을 한다.‘풀하우스’의 여자 주인공 한지은(송혜교)은 아버지가 남긴 전재산인 집(풀하우스)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상황에서,어쩔 수 없이 비(이영재)와 계약 결혼을 한다. 이밖에 KBS1TV 일일연속극 ‘금쪽같은 내새끼’(극본 서영명,연출 이상우)에서도 비슷한 설정을 엿볼 수 있다.여주인공 고희수(홍수현)가 자신의 집이 경매처분당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돈줄을 쥔 사채업자 집 아들과 자청해 결혼을 하는 것.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과 방송 관계자들은 “현실에서는 신성시되는 남녀간의 결혼이 픽션인 드라마를 통해 너무 가볍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풀하우스의 표민수 프로듀서는 “남녀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를 강조하기 위해 ‘계약 결혼’이란 장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씨줄날줄] 대법관/손성진 논설위원

    1980년 5월20일 10·26사건 상고심에서 김재규에게 ‘단순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낸 대법원 판사 6명은 결국 옷을 벗었다.한 판사는 신군부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국가인권위원회가 조작으로 규명한 ‘인혁당 사건’ 피고인 8명은 1975년 4월9일 대법원 확정 판결을 받고 20시간만에 사형을 당했다.대법관은 영예만큼 굴욕적인 역사를 품고 있다.사법권의 독립을 침탈하는 군부의 압박에 대법관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청렴과,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는 소신은 법관의 최고 덕목이지만 불행히도 이를 지키지 못한 대법관이 많았다. 법조계의 사표(師表)로 불리는 두 분이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과 김홍섭 전 대법원 판사다.며느리의 부탁을 받고 손자의 입시 결과를 알아 보러 중학교에 갔던 비서관을 혼낸 가인의 일화는 추상같은 그의 면모를 보여준다.가인은 판사들에게 ‘굶는 것은 영광’이라고 가르쳤다.고무신과 작업복 차림에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던 김홍섭 선생은 처가에서 보낸 쌀을 돌려줄 만큼 평생 청렴하게 살았다.다음달 물러나는 조무제 대법관도 이 시대의 청렴 법관이다.93년 사법부 내에서 재산신고액이 꼴찌였고 98년 대법관이 됐을 때도 시가 6000만원짜리 25평형 아파트와 예금 1075만원이 전재산이었다. 조 대법관의 퇴임에서 관심을 모으는 문제가 두 가지 있다.하나는 그가 변호사의 길을 선택할까 하는 것이다.대법관은 법관으로서 최고의 명예를 누린 만큼 퇴임 후 경제적인 이유로 사익을 위해 한편을 변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가 있기 때문이다.또 하나는 후임 문제다.시민들이 참여한 대법관제청자문위원회가 조 대법관의 후임으로 여성을 포함해 개혁적인 인물을 천거하느냐에 시선이 쏠려있다. 미국에서도 여성 대법원 판사가 탄생하는데 191년이나 걸렸다.1981년 당시 레이건 대통령이 임명한 뒤 지금까지 24년째 재직중인 샌드라 데이 오코너(71)다.최초의 흑인 대법원 판사 서굿 마셜은 1967년 임명됐다.한국의 사법 역사를 앞당길 혁신 인사가 이번에 실현될지 궁금하다. 손성진 논설위원 sonsj@seoul.co.kr˝
  • [녹색공간] 부안사태는 진행형/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의결한 이후 청와대에서 칩거중인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메일에 격려성 전자우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청와대에 따르면 그동안 보내온 전자우편 수가 1만 수천통에 이르고,그 내용 또한 노 대통령을 위로하고 성원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또한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계속 수행하도록 헌법재판소가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면서 탄핵을 밀어붙였던 야 3당의 오만함을 생각하면,노 대통령이 지금 누리고 있는 반사이익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이런 면에서 여당이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를 거둘 경우,일등공신은 야당이라는 점 역시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하지만 노 대통령과 여당이 탄핵정국의 물살을 타고 일시적이나마 도덕적 우위를 확보했다고 해서,지난 집권 1년간의 혼선과 정책실패가 일거에 정당화될 수는 없는 일이다.그러기에는 참여정부가 범해왔던 실책이 너무 많고 엄중하다. 만일 노 대통령이 반추해야 할 실책들의 목록을 작성한다면 가장 앞줄에 부안사태가 자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부안 주민들의 뜻을 충분히 듣지 않고 위도를 핵폐기장 후보지로 결정하여 혼란을 일으킨 일은 ‘참여 없는 참여정부야말로 사회갈등의 주범’이라는 오명을 남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더구나 노 대통령은 부안사태에 관한 한 주연급 배우이기도 하다.민의를 저버린 부안군수에게 스스로 전화를 걸어 유치 용기를 치하하고 강행을 부추기는 등 타들어가는 주민들의 가슴에 기름을 부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이 혹 지금이라도 부안에서의 실책을 만회하고자 한다면,지난해 11월의 이탈리아를 눈여겨보라고 권하고 싶다.부안사태가 공권력의 과잉 진압과 주민들의 극한적 투쟁으로 파국을 향해 치닫고 있었던 즈음,베를루스코니 정부는 이탈리아 남부 스칸차노 마을을 핵폐기장으로 선정한다고 전격 발표했다.당장 부안사태에 버금가는 상황이 벌어졌음은 물론이다.1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매일 도로를 점거하고 규탄 집회를 여는가 하면,어린 학생들은 핵폐기장 예정 부지에 나무를 심는 등 정부와의 갈등이 1주일 동안 이어졌다. 베를루스코니 정부의 스칸차노 포기 선언은 선정결과를 발표할 때만큼이나 전광석화처럼 이루어졌다.불과 일주일 만에 스칸차노는 다시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로 돌아갔다.베를루스코니라고 정부의 정책이 번복될 경우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을 생각하지 않았을 리 없다.하지만 주민의 동의 없이는 핵폐기장 건설이 불가능하다는 자명한 이치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불과 일주일 만에 주민들에게 손을 들었던 베를루스코니는 무솔리니주의자로 세계의 비난을 한 몸에 받아왔던 인물이다.전재산은 130억달러로 이탈리아의 최고 부자이며,재임시절 돈세탁과 탈세,매수 등 각종 부정 혐의로 지난 98년 2년9개월의 징역형까지 선고받기도 했다. 압도적인 반대의사가 확인되었던 주민투표 이후에도 부안 주민들에게 남겨진 생채기는 아물지 않고 있다.정부가 아직 위도에 미련을 두고 있다는 의심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언론 마피아’라는 별명이 붙여진 베를루스코니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개인사와 정치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베를루스코니가 불과 일주일 만에 했던 일을 노 대통령이 8개월이 지나서도 할 수 없다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헌재가 탄핵을 기각할 경우 노 대통령이 지체 없이 부안문제를 말끔히 해결하는 용기를 발휘하길 기대한다. 안병옥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 [사설] 전두환씨 더 이상 국민 우롱말라

    전두환씨의 숨겨진 비자금이 있다는 항간의 소문이 사실로 밝혀졌다.전씨의 둘째아들 재용씨가 관리하던 괴자금 167억원 가운데 73억여원이 전씨의 비자금으로 확인됐고,재용씨는 조세포탈 혐의로 구속됐다.전씨 비자금의 일각이 드러난 것도 충격적이지만,이 돈을 노숙자 명의까지 도용해 돈세탁했다는 점에서는 허탈감마저 든다. 전씨 비자금이 밝혀진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1000억원대의 비자금 은닉 의혹을 사고 있는 전씨는 법정에서 전재산이 29만원이라고 밝힌 바 있다.그런 전씨가 경조사에 화환을 보내고 골프를 치고,자식들의 재산이 수백억원이 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전씨 일가의 재산은 대부분 전씨로부터 비롯됐다는 것은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그런데도 아버지에 이어 아들마저 이 돈을 외할아버지로부터 증여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전씨 비자금 문제는 권력형 부정부패와 도덕적 타락이 함께 어우러진 불행한 사건이다.전씨 일가의 문제가 아니라 일반 서민들의 의욕을 꺾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전직 대통령의 부패한 돈이 대를 물려,호화빌라를 사고,주식투자를 하고,모 탤런트의 계좌로 들락날락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검찰이 전씨를 소환해 괴자금의 이동을 조사한다고 한다.먼저 전씨가 은닉자금을 고백하고 책임을 진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지금까지의 행태로 볼 때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그렇다면 검찰이 전씨 일가의 자금을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끝까지 추적,강제적으로라도 책임을 지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그것이 정도며 국민들의 울분을 풀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 “화폐에 여성모델 없는 나라는 우리뿐”추진위 결성 동덕여대 김경애 교수

    1만원권에는 세종대왕,5000원권에는 이율곡,1000원권에는 이퇴계,100원권에는 이순신….어? 죄다 이씨 성을 가진 조선시대 남자네! 설날 세뱃돈 등으로 여느 때보다 화폐 속 모델과 자주 만나는 요즘이다. “화폐 모델에 여성이 없는 나라는 우리뿐입니다.북한화폐에도 여성모델이 있지요.여성모델이 없던 일본에서는 4월부터 사용할 5000엔 신권에 메이지시대의 소설가 히구치 이치요(우리의 나혜석과 비슷)가 등장합니다.” 동덕여대 김경애(사진·55)사회학과 교수는 요즘 눈코뜰새 없이 바쁘다.학내분규로 인해 모자란 수업일수를 채우느라 그렇고,최근에는 대학 도서관장직까지 맡아 쏟아지는 행정업무도 처리해야 한다. 여기에 중요 발품이 된 또 하나가 ‘여성을 화폐모델로 하자.’는 서명운동이다. 김 교수는 최근 사회각계 인사 100인이 참여하는‘여성인물을 화폐에!추진위원회’를 결성해 서명운동을 본격적으로 펼치고 있다.20일 현재 각계의 남녀 3000명이 서명했으며 다음달 중 1만명 달성을 목표로 한다.김 교수는 “여성을 화폐에 넣자는 의견이 생각보다 빨리 공론이 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측도 여론만 조성된다면 새로 만들 지폐에 여성을 넣는 것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뜻을 표명해왔다.”고 말했다.또 “기존 화폐에 여성모델을 넣으려면 그 모델의 종친회에서 크게 반발하기 때문에 10만원권 신권화폐가 가장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누가 유력할까? 김 교수는 “남성들 사이에서는 신사임당을 적극 추천하지만 현모양처의 이미지가 너무 부각돼 있다.”고 말했다.여성계에서는 유관순 열사와 허난설헌 등을 거론한다는 그는 “개인적으로는,21세기인 만큼 현대적 인물이 더 적합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초의 여성 변호사로 여성인권 향상에 헌신한 고 이태영 박사를 1순위로 꼽았다. 조선 정조때의 제주 출신 여성기업가이자 굶주린 백성들을 위해 전재산을 희사한 김만덕 할머니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했다. “학계와 법조·경제·종교·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한 뒤 2월 중순쯤 기자회견 및 심포지엄 등을 통해 국민적 여론 모으기 작업에 박차를 가할 예정입니다.5월에는 세계 각국의 여성모델 화폐전을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 여성학을 강의하던 중 학생들 사이에서 우연히 ‘우리나라 화폐엔 왜 여성인물이 없을까.’라는 문제가 제기되자 내친 김에 학생들과 함께 ‘여성인물을 화폐에! 시민연대’(cafe.daum.net/womenmoney)를 발족,여성단체 및 각 대학 행사에 쫓아다니며 시민운동으로 확산시켰다. 김문기자 km@
  • [농촌경제 비상구가 없다](3)노모와 이별하는 농촌가장-아기 울음 끊긴 농촌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13일 새벽,대구의 한 재래시장.채소가게 한 모퉁이에 짐꾼 서너명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옷도 제대로 입지 못해 무척 추워 보이는 40대 후반의 한 남자가 유난히 눈에 띄었다.지난해 2월 인근 농촌에서 빚 때문에 이곳으로 피신해 온 김모(49)씨였다. “참,뭐라고 말할 수가 없죠.빚 때문에 가정이 산산조각났고,정든 고향 친구와 선후배들에게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지요.돌아가신 어머니를 제 손으로 모시지도 못….” 김씨는 지난 2년여간의 처참했던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그의 짐꾼생활은 빚 독촉을 이기지 못해 야반도주한 뒤부터 시작됐다. “하늘이 캄캄했어요.당장 먹고 잘 곳이 있어야 말이죠.막무가내로 시장을 찾았지요.” 김씨는 2∼3년전만 해도 부자는 아니었지만,어머니를 모시고 자식들을 학교에 보내며 남부럽지 않은 생활을 했다.인건비를 줄이려고 농협에서 영농자금을 빌려 거액의 농기계도 구입했다.그러나 태풍으로 농사를 연거푸 망친 데다 빚보증 때문에 전 재산을 날렸다.아내와다툼이 잦아졌고,술로 날을 지샜다.그렇게 보낸 허송세월이 1년.아내와 이혼도 했다.결국 빚 독촉을 이기지 못해 남몰래 고향을 등졌다.자신의 빚 5000여만원 전액을 보증서 준 고향 친구들에게 떠넘긴 채.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할머니와 함께 살던 고등학생 딸은 가출했다.아들은 구미에서 직장생활을 하지만 연락할 길이 없다.지난 여름에는 어머니가 숨졌으나,고향 사람들 뵐 면목이 없어 장례식에도 못갔다.“어느 날 한밤중에 어무이 산소를 찾아가 목놓아 울었어요.못난 자식이라 그 옆에 계신 아부지도 뵐 면목이 없었어요.”라며 눈물을 뚝뚝 떨어뜨렸다. 하루 수입 3만∼4만원으로 끼니를 때우며,쪽방에서 근근이 산다는 김씨는 “제발 고향 사람들에게 내 소식을 전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특별취재팀 대구 김상화 대전 이천열 광주 남기창기자 ■한마을 46명중 44명 환갑넘어 농촌에서 희망과 미래를 뜻하는 갓난 아기 울음소리가 멎은 지 오래다.대신 상여꾼들의 구슬픈 소리는 더 높아만 간다. 농촌이 출산율 급감과 노령·사망률 증가로텅 비어가고 있다.적은 수나마 농촌을 지켜왔던 젊은이들도 폐농으로 정처없이 하나 둘 떠나고 있다.농촌은 이제 풍전등화다. ●26년째 아기 없어 27세가 막둥이 2002년 말 기준 주민 평균연령이 44.8세로 전국 최고령 지자체인 경북 의성군의 구천면 청산2리는 아기울음 소리가 사라진 지 벌써 26년이 넘었다.이 마을 박종하(55) 이장은 “우리 마을에서 태어난 막둥이가 올해로 27살이 됐다.”고 말했다. 군위군 산성면 무암리도 신생아 출생이 20여년 전의 까마득한 일이 됐다.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100여명이 넘던 주민이 해마다 줄어 지금은 46명만 남았다.그것도 노인들밖에 없다.50대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60대 이상이다. 지난해 말 현재 인구 2만 9762명인 군위군의 주민 사망자 수는 연간 411명으로,출생 143명을 3배 가까이 웃돈다.이런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박영언 군수는 “계속되는 농촌 인구 감소로 지자체의 존립 자체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며 “농촌발전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축사·사육하던 소까지 경매 인구 감소에다 빚을 감당하지 못한 농촌 일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일용직 근로자로 전락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그들은 막다른 골목에서 극단의 야반도주를 택한다. 의성군 점곡면 김모(50)씨는 빚으로 2개월 전 자신의 축사와 먹이던 소들이 몽땅 경매처분되자 가족과 함께 마을을 몰래 빠져 나가 지금은 도망자 신세로 살고 있다. 김씨는 한때 알부자였다.1995년 축협에서 5000만원을 대출받아 축사를 짓고 소도 들여왔다.빚을 추가로 내 소를 계속 불려 나갔다.소가 새끼를 낳으면서 금세 50여마리로 늘었다.남부러울 게 없었다.그러나 98년부터 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자유화되면서 소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했다.결국 6억원의 빚더미에 깔려 신음하다 보따리를 싸고 말았다.군위군 효령면 박모(34)씨도 2년전 어느날 갑자기 도시로 사라졌다.1000여평에서 오이 시설농사를 짓던 그는 면내 지인들의 대출보증을 섰다 전재산을 날렸다.보증서준 사람들 중 상당수가 야반도주해 버렸기 때문이다.자신의 빚 5000여만원에다 이들의 빚 1억여원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농사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게 된 그는 정든 땅을 등질 수밖에 없었다.이런 이유로 지난 한해 동안 의성·군위·고령군에서만 고향을 등진 농민회원만도 20여명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충남 청양군 비봉면 한모(48)씨도 쌀농사와 돼지 등을 기르며 진 빚 2억원이 부도로 이어지자 연대보증을 서 함께 망가진 장인을 남겨둔 채 사라졌다.‘농촌의 보루’라는 영농후계자들도 속속 농촌을 떠나고 있다.80년대 중반 농민후계자로 선정됐던 이모(44·군위군 군위읍)씨는 2년 전부터 농사를 포기했다.의성군 금성면 김모(50)씨도 마늘 등 복합영농을 하면서 진 빚으로 전재산을 날리고 대구에서 막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MF때 귀농인 다시 도시로 IMF사태 이후 농촌으로 몰려 들었던 도시 실직자들도 다시 농촌을 떠나고 있다.경북도에 따르면 97년 이후 지난해 상반기까지 도시근로자 1028가구가 농촌으로 돌아왔다.그러나 영농 경험부족에다 영농비 폭등,농산물 가격 하락 등 열악한 농촌환경을 극복하지 못한 이들이재이농 행렬을 이루고 있다. 4년 전 고향인 영양군 석보면으로 돌아와 부모와 함께 고추,배추,벼 등 복합영농을 하던 전모(47)씨는 지난해 가을 다시 대구로 돌아갔다.기상이변과 농산물값 하락으로 2년 연속 ‘쭉정이 농사’만 지었다.경북도 및 군 관계자들은 “도시 귀농인들이 정착에 실패,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촌을 떠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군위군의 한 관계자는 “비록 때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는 농민들이 삶의 터전인 농촌에 머물 수 있도록 희망을 심어주고 적극 뒷받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별취재팀 ■‘나홀로 농사' 팔순의 母情 “큰 아들이 도회지로 달아나다시피했지.제발 잘 살아 줬으면 해.여기 일은 하루빨리 잊고….” 경북 의성군 금성면에 사는 박분순(83) 할머니.돈 때문에 곁을 떠난 아들식구 생각에 자나깨나 눈물이 마를 날이 없다.그래서 언제부턴가 늘 염주를 손에 들고 다닌다.노령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거의 매일 절에도 간다.아들(50)이 잘 되게 해달라고 부처님께 빌고 또 빈다. 박 할머니의 기도생활은 1년 전부터 시작됐다.함께 살던 큰 아들 부부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을 감당하지 못해 대구로 도망치듯 떠난 뒤부터다.애지중지하던 손자·손녀도 ‘할머니,할머니…’라고 울먹이며 따라갔다. 할머니는 농사짓는 것 밖에 모르던 아들에게 빚이 그렇게 많아진 게 못내 답답할 따름이다. “텔레비전에 나오는 농산물 개방이니,농가부채 탕감이니 하는 말은 잘 몰라.하지만 농사지으면 빚만 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늘 재롱을 피우던 손자·손녀들이 아른거리는지,할머니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가득 고였다.할머니를 더 안타깝게 하는 건 연락이 뜸한 나머지 세 아들과 딸들.울산 사는 둘째 아들 내외도 지난 추석 때 잠깐 얼굴 본 게 마지막이다.구미에 사는 딸도 생활이 어려운지 좀처럼 기별이 오질 않는다.모두들 살기가 바빠 그런 줄 알지만,섭섭한 속마음은 헤아릴 수 없다. 할머니는 아들이 넷이나 돼 국민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최소한의 생계비도 지원받지 못한다.살기가 고달플 땐 면사무소에 가서 기초생활수급자로지정해 달라고 떼도 써 보지만 ‘그저 알았다.’고 할 뿐 별 소식이 없다.매월 교통비로 나오는 8400원과 이웃들이 틈틈이 도와주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근근이 살고 있다.손수 밥을 지어 먹는 일도 고달프기만 하다.병마와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신경통,고혈압,위장병….병이란 병은 다 달고 다닌다.그래서 요즘엔 자신이 어찌될까봐 늘 불안하다. “이웃들 보고 매일 아침 우리 집에 와서 내가 죽었는지,살았는지 봐 달라고 하지….” 할머니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최근 들어 부쩍 자식들보다 이웃들이 소중하다고 말한다.그래도 할머니는 큰 아들 내외,손자·손녀와 다시 오순도순 사는 게 소원이다. “내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어.하루빨리 농사꾼들이 잘 사는 세상이 돼 큰 아들이 돌아와 같이 사는 게 내 마지막 소원이야.” 특별취재팀
  • ‘날인없는 유언장’ 500억 법정공방

    날인 없는 유언장을 놓고 500억원대 법정공방이 벌어지게 됐다. 연세대는 2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1월 숨진 김운초 전 사회개발연구원장이 학교에 예금 120억원을 포함,전재산을 증여하겠다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했던 사실을 뒤늦게 알게 돼 유족과 법적인 공방을 벌이게 됐다.”고 밝혔다.연세대는 “97년 작성된 유서는 고인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적혀 있고,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보관됐다가 최근 유족이 예금을 인출하려는 과정에서 공개됐다.”면서 “고인이 학교에 증여할 뜻을 밝힌 만큼 예금에 대한 권리는 학교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연세대는 김 전 원장의 유족이 낸 예금청구소송과 관련,최근 서울지법에 ‘독립당사자 참가’ 신청을 냈다.‘독립당사자 참가’란 타인끼리의 소송에 제3자가 당사자로 소송에 참가하도록 한 민사소송법 조항이다. 김 전 원장의 유족은 “유언장에는 고인의 서명 날인이 없어 법적인 효력이 없으며,유족에게 1차적인 상속권한이 있다.”며 은행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예금반환 소송을 냈다. 연세대가 이날 밝힌 김 원장의 예금은 우리은행 97억여원,외환은행 23억여원 등 120억여원이다.연세대는 김 전 원장이 보유했던 부동산 등을 포함하면 총 자산규모는 5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했다.김 전 원장은 세계기독교봉사회 최수열 선교사와 함께 지난 85년 서울 화곡동에 그리스도신학대를 설립했고,모교인 강남대에 3억원을 쾌척하는 등 사회사업에 큰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연세대 관계자는 “고인이 기여금을 투명하게 관리하고,기독교계 대학인 연세대가 세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큰 돈을 선뜻 기부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박지연기자 anne02@
  • “숨진 딸아이 영혼 이곳에 깃들길…”딸 이름 딴 구립도서관 건립에 50억기부 이상철 사장

    한 독지가의 가슴아픈 사연이 담긴 기부금 50억원이 지역민을 위한 도서관을 짓는데 사용된다. 기부금을 낸 주인공은 서울 서대문구에서 중소 의류수출업체 (주)현진어패럴을 운영하는 이상철(57)사장.자수성가한 이씨는 지난 3월 미국 보스턴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3개월만에 교통사고로 숨진 둘째딸 진아(23)양을 기념하는 도서관을 건립하기 위해 50억원을 쾌척키로 했다.우선 4일 서대문구청에 30억원을 기부하는데 이어 내년 1월쯤 20억원을 추가로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이씨는 “기업활동으로 모은 전재산을 언젠가 사회를 위해 사용할 생각이었다.”며 “딸의 갑작스러운 사고로 평소의 소신을 10년 이상 앞당겨 실행하게 됐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서대문구는 기부자의 이 같은 뜻에 따라 현저동 101번지 독립공원내 구 현저동사무소 부지에 지하 1층,지상 4층 연면적 762평 규모의 최첨단 도서관을 짓기로 했다. 도서관 이름은 기부자의 둘째딸 이름을 따서 ‘서대문구립 이진아 기념도서관’으로 정했다. “아무 조건없이 기부하는게 옳지만,굳이 딸의이름을 넣어달라고 욕심을 냈습니다.” 이씨는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사업을 할 수 없게 되면 진아 이름이 적힌 도서관에서 청소도 하면서 노후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내년 2월 착공,9월쯤 준공될 이 도서관에는 93평 규모의 소형 공연장을 비롯,시청각실·전자정보실·멀티미디어실습실·전자문서작성실 등 첨단 시설을 두루 갖추게 된다. 조덕현기자 hyoun@
  • 청주 키스나이트 소유주 이원호씨/“양길승씨 세차례 만났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에게 향응을 베푼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소유주 이원호(사진)씨는 7일 “내가 ‘몰카’를 찍은 범인으로 밝혀진다면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상할수 없는 보도로 큰 피해 결백하다고 장담할 수 있나. -선의로 만난 양 전 실장에게 그같은 일을 할 이유가 전혀 없다.상상도 할 수 없는 보도로 (내가) 파렴치범으로 몰리고 있고 가족들이 크나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양씨와는 언제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가. -지인의 소개로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했다.양 실장이 지난 4월 청남대 개방행사 때 청주에 내려와 술을 한 잔했으며 6월 28일 술자리 때도 만났으나 경찰 수사와 관련해 청탁을 하지는 않았으며 억울한 심정을 하소연했을 뿐이다. 민정수석실에서도 당시 청탁을 했다고 했는데. -청탁을 하려면 서울로 올라가서 단독으로 만나 하지 왜 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곳에서 청탁을 했겠는가.여러사람이 모인 자리에서 청탁이 되겠는가.하소연을 은밀한 청탁으로 몰아붙이면 할 말이 없다. ●계좌추적하면 금품의혹 확인될것 양 전 실장에게 금품을 전달했을 것이란 의혹에 대해서는. -항간의 소문이나 일부 언론의 의혹제기는 계좌추적을 해보면 금방 확인될 것 아닌가.도대체 말이 안된다. 몰카를 원한·갈등관계에 있는 사람이 찍었다는 추측도 있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몰카’를 찍을 이유가 없다.사업상 감정을 상한 사람들은 있지만 원한을 살 정도의 사람은 없다. 형사상 여러가지 혐의을 받고 있는데. -윤락이나 조세포탈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문제가 있으면 죄를 달게 받겠지만 청탁이나 압력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행사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살인 교사 부분에 대해서도 결백하고 지금 당장 조사한다면 당당하고 떳떳하게 응할 것이다. 청주 연합
  • [건강칼럼] ‘지속적 식물상태’ 기약없는 잠

    ””선생님,우리 아빠 언제 깨어나나요?” 신경계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이다. 뇌가 충격을 받으면 의식혼수 상태에 빠지며 특히 생명유지를 관장하는 중추인 뇌간까지 회복 불가능한 손상이 있는 경우를 뇌사라고 한다.뇌사 상태에서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떨어지는 혈압을 약물로 잡아줘도 대개는 2주를 넘기지 못하고 사망한다.이와 달리 뇌간의 기능이 살아있고 호흡과 심장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가 수주 이상 계속되면 ‘지속적 식물상태’라고 한다.‘지속적’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언젠가 깨어날 수도 있다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극히 드문 일이지만 기적처럼 깨어난 경우도 있기도 한 모양이다.최근에도 지속적 식물상태의 환자가 19년 만에 깨어나 ‘엄마’라는 말을 했다는 기사를 봤다.이런 사례는 환자는 물론 보호자에게 엄청난 행운이다.의학적 소견으로는 뇌 자기공명검사에서 뇌심부까지 광범위한 손상이 확인된 식물 환자들의 의식소생을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보통은 식물상태 환자의 평균 생존기간을 3년 정도로 보지만,얼마나 적극적으로 치료하느냐에 따라 10년 이상도 생존할 수는 있다.가족들은 언젠가는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가느다란 희망하나로 전재산을 털어 환자를 치료한다.그 긴 세월동안 식물상태로 기약없는 잠에 빠져 든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의 고통은 형언할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이 어느날 식물상태 환자가 되리라고 누가 상상할 수 있겠는가? 필자는 수년 전 전국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이런 환자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었다.그 결과 발병률은 인구 10만명당 1명꼴이었으며,원인별로는 외상이 50%로 가장 많았고 이어 뇌혈관 질환이었다.이런 저런 치료법이 도입되고 있지만 아직도 정답은 없다.신경외과 의사로서 이런 환자들을 돌볼 수 있는 국민복지 차원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상근 상계백병원 부원장
  • 월남 할머니 김화영씨 전재산 서울대 장학금 기부

    한국전쟁 당시 혈혈단신으로 월남,평생을 혼자 살아온 70대 할머니가 40여년간 공무원 생활로 모은 전 재산을 대학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서울대는 27일 김화영(71·여)씨가 시가 2억 5000만원 상당의 강남구 개포동 15평형 아파트를 이 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의 장학기금으로 기탁했다고 밝혔다.김씨는 1943년 서울대 농대의 전신인 ‘수원고등농림학교’ 임학과에 재학하던 중 폐질환으로 요절한 오빠를 기리기 위해 재산 기증을 결심했다.황해도 해주가 고향인 김씨는 오빠의 사망 소식을 모른 채 전쟁 직전 오빠를 찾기 위해 서울로 내려 왔다가 북쪽에 사는 부모님과도 연락이 끊겼다.혼자 남은 김씨는 해주 동공립중학에서 배운 영어실력을 밑천으로 미국정보기관에 일자리를 얻었다.전쟁이 끝난 뒤에는 줄곧 서울시청 공무원으로 일했다. 지난 89년 정년 퇴임한 이후 척추골절과 관절염 등으로 고생하고 있는 김씨는 “후배들이 오빠의 뜻을 기려 열심히 공부한다면 지난 50년 동안 가족에 대한 그리움으로 뭉친 한이 눈녹듯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동국대 12억 기증 할머니 별세

    1994년 동국대학교에 12억원에 이르는 전재산을 기증했던 장내순 할머니가지난 25일 노환으로 별세했다.78세. 동국대는 장할머니의 장례식과 49제 등을 학교 주관으로 치르기로 했다. 장할머니는 지난 94년 당시 홀몸으로 외동딸을 키우며 30여년간 보따리 행상과 폐비닐 수집 등으로 모은 12억원 상당의 임야 4000평을 동국대에 기증했었다. 동국대는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장할머니에 대해 학교 부속병원에서건강진단과 치료 등을 실시,예우를 해왔다.발인은 27일 오전 8시 경기 성남시 수정구 수진동 소망 장례예식장.(031)751-0878.
  • “2004년 10개국에 100만弗 수출 계획”

    조선시대 3대 명주로 알려진 ‘전주 이강주’를 제조하는 인간문화재 조정형(趙鼎衡·61)씨가 15일 석탑산업훈장을 받는다. 조씨는 지난 91년 6대째 내려오던 가양주인 이강주를 상품화하고 해외시장까지 개척하는 데 성공해 농림부 추천으로 석탑산업훈장을 받게 됐다. 배,생강,울금,계피를 넣어 만든 이강주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색깔도 고와 우리나라 민속주 가운데 최고의 술로 인정받고 있다.특히 전통민속주로서는 드물게 일본,미국,러시아 등지로 수출돼 연간 60억원의 매출과 40만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리고 있다. 64년 전북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조씨는 25년간 주류회사에 근무하면서 80년대 초부터 우리의 전통술을 재현하고 상품화하는 데 눈을 돌렸다.그는 제주도에서 강원도에 이르기까지 전국을 돌며 민속주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제조방법을 연구했다.전재산을 민속주 개발에 투자하고 11차례나 전셋집을 전전했다.그의 민속주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노력은 헛되지 않아 87년 향토술담기 무형문화재로,96년에는 전통식품 제조 명인으로 지정됐다.국내 민속주 200여종을 직접 빚어본 경험을 담은 ‘다시 찾아야 할 우리의 술’이라는 책도 펴냈다.이 때문에 조씨에게는 ‘술빚기에 미친 사람’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조씨는 “2004년에는 10개국에 100만달러의 수출을 계획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모아온 자료를 바탕으로 주조역사박물관과 주조 전문대학,장학재단 등을 설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
  • 김경임할머니 가톨릭대에 15억 기부

    “평생 땀흘려 모은 돈을 젊은이들에게 배움의 길을 터주는데 쓰렵니다.” 가톨릭대는 김경임(71) 할머니가 평생 모은 전재산인 시가 15억원짜리 건물을 학교측에 기부키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김 할머니는 30대 중반에 단돈 200원을 가지고 고향인 전남 고흥을 떠나 상경,파출부·시장 심부름꾼 등 온갖 궂은 일로 생계를 꾸려가며 한푼두푼 돈을 모았다.김 할머니는 어릴 적 가난으로 평생 가슴 속에 맺힌 ‘배움’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고자 일부러 신촌 대학가에서 10년 넘게 하숙을 치며 돈을 모았다고 한다.항상 마루에서 자고 누룽지만 먹으며 검소한 생활을 해왔다는 김 할머니는 마음이 흔들릴까봐 처음엔 가족들에게 기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어릴 적 가난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한 것이 두고두고 아쉬웠다.”면서 “내 뜻을 이해하고 지지해준 큰 아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영표기자 tomcat@
  • [씨줄날줄] 나눔의 미학

    국내 자원봉사단체의 모임인 한국자원봉사단체협의회는 지난 6·13 지방선거를 한달 앞둔 5월쯤 출마자들에게 다소 이색적인 질문을 던져 눈길을 모았다.16개항으로 된 질문 내용은 이랬다.‘학창시절에 자원봉사 활동을 한 적이 있는가.’‘지도층은 왜 자원봉사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가.’‘어떻게 해야 지도층이 자원봉사 활동에 적극적이 될 수 있을까.’ 후보자들은 질문에 답하느라 한동안 땀을 빼야만 했다. 이런 질문을 낸 이유는 단순했다.출마자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의식수준을 엿보기 위한 것이었다.그러나 바탕에는 부자나 지도층이 봉사와 나눔에 소홀하다는 인식이 깔려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지도층에서 나눔의 실천에 대해 인식이 깊어진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올초 전경련의 주도로 유산 1%기증 운동이 전개되는 등 비로소 사회기여 의식이 태동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사랑은 평범한 사람들의 가슴 속에 더욱 풍부하게 자리잡고 있다.지난 8월 고성원 목사의 신장 기증 소식에 감동받은 시민 14명은 선뜻 자신의 장기 기증을 약속했다. 또 수원교차로를 경영하는 황필상 박사는 한 TV 프로그램에 나와 회사주식 등 270억원을 장학금으로 내놓았다.이들은 자신의 행위에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피하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나보다 못한 사람을 도와야 한다.” 최근 타계한 이순덕 할머니의 ‘나눔의 실천’은 더욱 아름답다.가족도 없이 혼자 살던 할머니는 20여년전 전재산을 털어 무료양로원을 짓고는 자신보다 더 불우한 노인을 돌보다 세상을 떠났다.불행을 행복으로 바꾼 삶을 보여준 것이다. 이기주의와 배금주의가 판을 치는 요즘,이들이 들려주는 나눔의 한평생은 답답한 가슴을 뻥 뚫리게 하는 한줄기 청량제임이 분명하다.이들 덕분에 우리 사회가 아직 희망이 있음을 실감하는 것이다. 곧 연말이 다가온다.올해도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가 펼쳐질 것이다.우리 모두 나눔의 미학을 실천함으로써 얼마 남지 않은 한해를 보람으로 채울 수 있게 되기를 기원한다. 박재범 논설위원 jaebum@
  • 강원 안타까운 사연들/ ‘눈덩이 빚’ 수재민 두번 운다

    강원도 영동지역 수재민들이 가족과 전재산을 잃어버린 데 이어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걱정도 태산같아 두번 울고 있다. 농민들은 “집과 논밭을 잃고 남은 것은 영농 부채뿐”이라고 한숨짓고 어민들은 “은행 대출로 마련한 배가 부서지고 가라앉아 출어를 포기하고 있다.”고 걱정이다.소상인들도 “추석을 앞두고 물건을 산더미처럼 확보했는데 모두 쓸려나가 거래처에 갚을 돈은 고사하고 다시 물건을 확보할 여력조차 없다.”고 울상이다.수재민 생계 안정 대책 마련이 절실한 실정이다. 임산물 가공업을 하는 이모(54·고성군)씨는 11일 “산불로 송이 채취가 어렵게 돼 2년 전 농협 등에서 대출받아 표고와 느타리 버섯 농장을 차렸는데 몽땅 물속에 쓸려 보냈다.”면서 “집도 없이 빚더미에 올라앉아 살 길이 막막하다.”고 푸념했다. 지하상가와 1층이 완전 침수된 강릉 중앙재래시장 200여개 점포 및 좌판 소상인들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중앙시장 영림상회 강영순(56·여)씨는 “상가마다 추석 소요량의 90%이상을 확보했다가 피해를 봤는데,이게모두 빚”이라며 “거래처 돈도 못갚고 다시 외상으로 물건을 달라고 손을 내밀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강릉시 강동면 모전2리 이상춘(39)씨는 “아내가 10년 이상 파출부를 하고 겨울에 포장마차를 해서 번 돈에 은행 대출금을 보태 새 집을 지었는데 1년반만에 모두 모래더미 속에 묻어버렸다.”면서 “남은 것은 4000만원의 빚뿐”이라고 울먹였다. 초등학교 3학년인 장애인 아들과 함께 월셋방에서 살다 가옥이 모두 급류에 쓸려간 서영숙(39·여)씨는 “남은 건 맨몸밖에 없는데 우리같은 셋방살이 주민들은 어떻게 다시 일어서야 하느냐.”고 넋을 놓았다. 수해를 입은 열악한 중소기업들도 더이상 재기할 엄두를 못내고 망연자실하기는 마찬가지다. 강릉시 주문진에서 조미오징어 가공업을 해온 대양유통㈜은 이번 수해로 공장과 사무실이 완전 파손되고 제품과 원자재도 침수 또는 유실되면서 20억원 가량 수해를 입었다. 이같이 수해를 입은 강원도내 중소기업은 모두 210여개.피해액만 452억원을 넘어섰지만 얼마나 재기할지는 미지수다. 영동지역 주민들은 “농민,어민,소상인,기업인 할 것 없이 수재민들 대부분이 빚쟁이가 됐다.”면서 “차라리 빈손이라면 새출발이라도 할 텐데 걱정이 앞선다.”며 고개를 떨궜다. 강릉 조한종기자 bell21@
  • [사설] 기부문화 제도적 뒷받침을

    지난주 팔순의 실향민 강태원옹이 전재산 270억원을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쾌척한 데 이어 역시 팔순인 이전우옹이 20여년간 남모르게 꾸준히 장학금을 지원한 사실이 밝혀져 뜨거운 감동을 주고 있다.평생 자전거를 타고 다닐만큼 근검절약하며 돈을 모아,장학금을 내놓은 이옹은 수혜자 100여명이 20주년 행사를 갖는 바람에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고 한다.‘나와 가족’만을 위하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이런 ‘아름다운 기부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구나 하고 박수를 보내게 된다. 그러나 많은 사회봉사단체들에 따르면 이런 기부행위는 개인이건 기업이건 대체로 자신들의 도덕적 판단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미국이나 영국 등 서구사회처럼 기부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제도가 미비돼 있다는 지적인 것이다.따라서 한푼두푼 어렵게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이즈음,기부문화 정착을 위한 제도적 뒷받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보건복지부가 기부자에 대한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복지부는 기부할 때 법인세 5%,개인 소득세 10%를 감면해주게 돼있는 것을 각각 10,20%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차제에 미국의 소득세 50%나 일본의 25%에 못지않게 실질적인 세제혜택이 될수 있도록 감면폭을 더욱 늘려야 한다고 본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서면 개인이나 기업들이 사회공헌에 크게 관심을 쏟게 된다고 한다.올해 말이면 우리의 국민소득은 다시 1만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따라서 서둘러 기부문화와 관련된 제도를 손질해 놓아야 한다.건전한 기부문화가 뿌리내릴 때 우리 사회의 미래는 따뜻한 온기가 감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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