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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견 가전업체들, 삼성·LG에 도전장

    중견 가전업체들, 삼성·LG에 도전장

    동부대우전자와 위니아만도 등 국내 중견 가전업체들이 공격경영을 선언하며 가전업계 ‘골리앗’인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도전장에 내밀었다. 특히 경쟁력 있는 자체 브랜드 육성을 통해 두 업체에 맞서는 것은 물론 글로벌 기업으로까지 발돋움하겠다는 포석이다. 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동부대우전자는 최근 미국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와 계약을 맺고 전자레인지 50만대를 공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동부대우전자의 올해 미국 전자레인지 판매량은 지난해(25만대)보다 2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우선 공급한 20ℓ급 전자레인지 5만대는 미국 전역 4000여개 월마트 매장에서 출시 직후 매진됐다. 동부대우전자는 내년까지 미국 내 전자레인지 판매량을 80만대 이상으로 늘려 미 전자레인지 시장에서 ‘톱 3’에 진입한다는 각오를 세웠다. 앞서 동부대우전자는 국내 최초로 근거리 통신기술(NFC)을 적용한 3도어 스마트 냉장고 ‘클라쎄 큐브’를 선보이기도 했다. 동부대우전자는 지속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강화해 2017년까지 매출 5조원, 영업이익 3000억원을 달성할 계획이다. 2020년까지 세계 10대 종합가전회사로 올라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김치냉장고 ‘딤채’로 유명한 위니아만도도 최근 프리미엄 양문형 냉장고 신제품 ‘프라우드’를 공개하고 글로벌 가전기업으로의 도약을 선언했다. 이 제품은 세계 최대 용량인 920ℓ 제품으로, 다양한 저장실을 원하는 대로 냉장, 냉동, 특냉, 생동 기능으로 전환해 쓸 수 있다. 위니아만도는 김치냉장고에서 쌓은 연구·개발 노하우를 토대로 다양한 신규 아이템을 발굴해 2017년까지 매출 1조원,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가전업계에서는 동부대우전자와 위니아만도의 움직임을 하나의 ‘승부수’로 보고 있다. 삼성과 LG가 에어워셔나 침구청소기 등을 내놓고 틈새 시장까지 공략하고 나서자 독자 브랜드 육성이 시급하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니아만도의 경우 딤채가 김치냉장고 시장에서 약 35~40%의 점유율로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삼성과 LG의 협공으로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줄었다. 가전제품의 부품, 조립 등 국내 전자산업의 배후 여건이 좋다는 점도 이들의 도전을 부추기고 있다. 이재형 동부대우전자 부회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일본만 해도 30여개의 글로벌 가전 브랜드가 활동하고 있는데 우리는 삼성, LG 두 곳밖에 없다”면서 “이제 국내에서도 제3, 제4의 글로벌 브랜드가 나와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섹시하다 꼰 다리 처량하다 휠 허리

    섹시하다 꼰 다리 처량하다 휠 허리

    의자나 소파에만 앉으면 다리부터 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다리를 꼬고 앉는 자세는 근골격의 좌우 균형을 무너뜨려 부정렬증후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부정렬증후군이란 척추·골반·사지의 비대칭 정렬로 인해 만성적인 근골격의 통증이나 감각 이상을 나타내는 것을 말한다. 인체는 사람에 따라 약간씩 비대칭하지만 이런 부정렬증후군이 나타날 정도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골반이 어그러지는 변위나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척추와 무릎관절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나중에는 만성통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의자에 앉을 때 한쪽으로 다리를 꼬거나, 가방을 한쪽 어깨로만 메거나, 한쪽 다리로만 체중을 지탱하고 서는 자세가 부정렬증후군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습관들이다. 이런 자세는 척추의 부정렬과 골반 변위로 이어지게 된다. 이 때 등뼈가 비틀어지면 중추신경이 영향을 받아 소화불량, 여성의 하체 비만은 물론 자궁과 난소 압박으로 생리통이 심해지기도 한다. 부정렬이 다양한 근골격계 질환을 유발하는 것은 부족한 부분을 메우려는 인체의 보상작용 때문이다. 예컨대 한쪽 어께로 메는 크로스백을 오래 사용할 경우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척추도 함께 휘는데, 요통과 척추디스크, 척추관 협착증 등이 여기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한쪽 다리로만 몸을 지탱하며 서는 자세가 척추측만증의 원인이 되는 것도 같은 원리다. 전문의들은 “신체의 한쪽 근육과 인대만 지나치게 사용하면 근막통 증후군·점액낭염·건염 등 근육과 인대 및 연부조직에 문제가 빈발하게 된다”며 “이를 방치하면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면서 만성화해 원인도 모르는 통증이 곳곳에서 생기게 되고, 이 때문에 병원을 전전하며 고생을 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약 자신의 신발굽이 한쪽만 지나치게 닳는다면 신체 불균형일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신체 불균형이 원인인 부정렬증후군은 신발에 넣어 사용하는 발 보조기나 경골역회전장치, ‘O’자 또는 ‘X’자형 다리교정장치, 도수교정치료 등 물리치료로 교정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최선의 치료는 잘못된 자세와 생활습관을 바꾸는 것이다. 한쪽 어깨만 사용해 척추에 부담을 주는 크로스백은 양쪽 어깨로 메는 백팩으로 바꾸면 된다. 다리 꼬는 습관도 바꿔야 하지만 고치기 어렵다면 양쪽 다리를 교대로 꼬아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한쪽 다리에만 체중을 싣고 서거나 한쪽으로 기대 서는 습관은 무릎 연골연화증의 원인이 되므로 바로 서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한 곳에서 오래 서있어야 한다면 화단턱 등에 번갈아 발을 올려주는 것이 좋다. 보행자세도 중요하다. 특히 팔자걸음은 무릎관절에도 나쁜 영향을 끼치므로 바로잡는 게 좋다. 헬스나 요가를 배울 때도 무의식 중에 신체 균형이 흐트러질 수 있으므로 전문가의 지도를 받아 처음부터 바른 자세를 익히는 게 중요하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다르거나 체중이 한쪽으로만 쏠리며, 근력이나 근육량이 비대칭이라면 부정렬 증후군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이 ▲허리를 숙일 때 양쪽 어깨의 높낮이나 골반의 위치가 다르다 ▲좌우로 숙였을 때 숙여지는 정도나 당기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신발 좌우 뒤축의 닳는 양상이 다르다 ▲서 있을 때 ‘O’나 ‘X’형 다리가 된다면 부정렬증후군일 가능성이 높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도움말 을지대병원 김재형 교수
  • “한·중 견제”… 日조선업계 빅딜

    일본 조선·중장비 분야 2위 업체인 가와사키 중공업과 5위 업체인 미쓰이 조선이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에 맞서기 위해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2일 보도했다. 두 업체가 내년 중 합병하면 미쓰비시 중공업(연 매출액 약 3조엔)이 차지하고 있는 업계의 독보적 1위 자리에 도전장을 내밀게 된다. 2013년 3월기(2012년 4월∼2013년 3월) 가와사키 중공업의 연결 매출은 1조 3000억엔(약 14조 7000억원), 미쓰이 조선은 5770억엔(약 6조 5000억원)을 각각 기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 조선업계에서 흔치 않은 ‘빅딜’이 논의되는 것은 한국과 중국 조선업체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가와사키 중공업과 미쓰이 조선이 합쳐도 세계 조선시장에서 점유율은 3% 미만이다. 미쓰이 조선은 지난해 최종 손익이 11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내년 이후에는 일본 내 조선소의 가동률이 한층 감소할 전망이다. 양사가 합병하면 세계적인 수요가 확대되고 있는 에너지 관련 플랜트 사업 등에서 공세를 펼칠 수 있다. 미쓰이 조선은 유전·가스전 등의 해상 개발에 강점을 지니고 있고, 가와사키 중공업은 해외 사업 실적이 많다. 여기에 최근 대대적인 금융 완화로 실체를 드러낸 ‘아베노믹스’의 영향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랜 엔고가 엔저로 돌아서면서 일본 기업들의 체감 경기가 개선돼 공격적인 경영에 나설 토양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앞으로도 일본 산업계의 합종연횡이 가속화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러시아 미녀들, 비키니 입고 스키 타기 기네스 도전

    러시아 미녀들, 비키니 입고 스키 타기 기네스 도전

    시베리아 미녀들이 아찔한 차림으로 기네스기록에 도전했다. 시베리아 서부 케메로보에서 속옷 입고 스키-스노우보드 타기 이벤트가 열렸다고 알티통신 등 외신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하 15~17도의 추위 속에 열린 이번 이벤트에는 눈을 사랑하는 남녀 스키인과 스노우보더 700여 명이 참가했다. 주최 측이 예상한 참가인원은 500명 정도였다. 여자들은 대부분 비키니를 입고 참가했다. 남자들은 수영복 팬티나 반바지를 입고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탔다. 강추위에 옷을 벗어던진 남녀 스키인-스노우보더들이 기네스에 도전장을 내민 종목은 동시에 슬로프 내려오기. 남녀 참가자는 700m 길이의 슬로프를 한꺼번에 미끄러져 내려오면서 비공인 세계기록을 세웠다. 주최 측은 700명이 수영복 차림으로 줄지어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 비디오를 기네스에 발송, 공인을 요청할 예정이다. 기네스가 기록을 공인하고 등재를 받아들이는 데는 약 1달이 걸릴 전망이다. 사진=유튜브 캡처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씨줄날줄] 무명의 헌신/서동철 논설위원

    솔직히 고백하건대, 인천 강화경찰서의 정옥성 경감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큰 안타까움을 느낀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3월 1일 강화도 외포리 선착장에서 자살하려고 바다에 뛰어든 시민을 구조하려다 파도에 휩쓸렸다고 했다. 이럴 때 흔히 쓰는 문구가 살신성인(殺身成仁)일 것이다. 하지만 미안하게도 당시에는 한 경찰관이 목숨을 바쳤다고 생각하기보다 ‘그럴 만한 상황이었겠지’하는 느낌이었다.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여러 날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소식이 들렸음에도 여전히 마음의 울림은 크지 않았다. 그런데 TV 뉴스에서 정 경감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어떻게 이럴 지경으로 무딘 마음의 소유자가 되었을까’하고 자책했다. 화면 속의 정 경감은 자살하겠다고 바다로 뛰어드는 사람을 필사적으로 뒤쫓아 물에 잠긴 선착장 경사로 끝에서 가까스로 소맷부리를 잡은 듯했다. 하지만 거칠게 뿌리치는 듯 물보라가 일면서 두 사람은 더욱 깊은 곳으로 밀려갔다. 내가 그였다면 저렇게 아무 주저함도 없이 곧바로 바다에 뛰어들 수 있었을까. 결론은 ‘그렇게 못했을 것’이었다. 순찰차의 블랙박스에 잡혔다는 영상은 어떤 감동적인 드라마도 범접하지 못할 감동을 담고 있었다. 사실 경찰관이 관련된 비위 사건은 사흘이 멀다하고 신문의 지면을 장식한다. 경찰청이 밝힌 지난해 말 현재 경찰 규모는 전경과 의경을 제외하고 10만 2386명. 어떤 조직이든 숫자가 많다 보면 별별 사람이 다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의의 화신을 기대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의 법질서를 유지하는 책무를 가진 경찰이기에 아쉬움도 큰 것이다. 그럴수록 정 경감처럼 제 할 일을 충실히 하는 경찰관은 드러나지 않는다. 그를 보면서 이런 이름 없는 사람들이 사회 곳곳을 지키고 있기에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우리나라가 결국은 다시 일어서곤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마움이 생겼다. 정 경감의 의거가 그저 한순간의 칭찬과 위로로 끝나서는 안 된다. 뒤에 남는 가족은 어떻게 살라고 안전장치도 없이 바다에 뛰어들었느냐고 그를 책망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가족을 돌볼 수 없었던 항일영웅의 후손이 아버지와 어머니의 독립운동을 원망하는 일이 되풀이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정 경감의 부인은 “남편은 다시 태어나도 경찰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부인의 이런 신념이 변치 않도록, 또 정 경감을 ‘아바마마’라고 부르는 어린 딸을 비롯한 삼남매가 먼 훗날에도 아버지를 존경할 수 있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의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동철 논설위원 dcsuh@seoul.co.kr
  •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도입 추진

    새누리당이 정치 쇄신 차원에서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당의 정치쇄신특위 위원장인 박재창 숙명여대 교수는 1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민이 주도하는 정치를 위해 국민소환제 도입을 심각하게 검토하려 한다”고 밝혔다. 국민소환제는 일반적으로 부정이나 비리를 저지른 의원을 대상으로 투표를 통해 파면하는 제도이다. 새누리당은 한발 더 나아가 여야의 극한 대립에 따른 정국 경색 등에 대해서도 의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생각이다. 박 위원장은 “내각제에서는 내각 수반인 총리에게 의회해산권이 있다는 점을 참고하면, 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국민소환제를 도입해 ‘정국 경색에 대한 안전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또 정치 쇄신을 위한 세부 검토 과제로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 의원의 친·인척 보좌진 채용 금지 등을 제시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명사가 걸어온 길] 평생을 민중의 아이콘으로 살다 백기완(상)

    [명사가 걸어온 길] 평생을 민중의 아이콘으로 살다 백기완(상)

    백기완(80)은 거리에 있었다. 1973년 유신헌법 개정 투쟁 때도,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때도 그는 늘 대오의 맨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지금도 거리에 있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서울 중구청이 대한문 앞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의 분향소를 철거할 때도 백발의 백기완은 새벽같이 나와 천막을 지켰다. “피눈물 흘리는 사람들의 몸부림이 있는 곳이 나의 삶터”라고 말하는 백기완. 스스로 “늙었다”고 말하면서도 세상에 호통치고 노래 부르기를 멈추지 않는 그는 여전히 젊다. 백기완의 삶과 예술을 두 차례에 나눠 싣는다. 백기완을 거리로 이끈 것은 가난과 분단이었다. 1933년 황해도 은율 산자락에서 태어났다. 땅 한 뼘 갖지 못한 아버지는 돈이 없었다. 배가 고팠다. “돼지기름 덩어리 한 조박(조각의 황해도 사투리)을 날로 먹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고 회고할 정도다. 일제의 잔학한 수탈이 계속되던 때였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왜놈들이 집에 와서 놋그릇을 뺏어갔어요. 쌀도 뺏고 밥그릇도 뺏고, 나도 울고 엄마도 울고. 그런데 엄마가 그만 울래요. ‘사내 새끼가 자꾸 울면 키가 안 큰다. 어서 커서 엄마 원수를 꼭 갚아 달라’고. 그때부터 민족의식이 싹 텄던 것 같아요.” 1946년 백기완은 아버지를 따라 맨발로 서울에 왔다. 도시는 냉정했다. 설렁탕 집에서 일을 하다가 “식은 밥을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쫓겨났다. 그에게 서울은 “주먹으로도 안 되고 참아도 안 되고 울어도 안 되는 곳”이었다. 가진 게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저항심리가 그에게 민중 의식을 심어줬다고 했다. 축구 선수가 되고 싶었지만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다. 학교는 꿈도 못 꿨다. 충무로 책방에서 주인 몰래 영어 사전을 외우다 쫓겨나기를 거듭했다. 그의 할아버지(백태주)에게서 항일투쟁 때 도움을 받았던 백범 김구(1876~1949)와 임시정부의 외무부장을 지낸 조소앙(1887~1958) 선생이 학교에 보내겠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마다했다. 아버지는 “백범에게 밥을 얻어먹으면 백범 같은 사람밖에 안 된다. 깡패가 되든 거지가 되든 혁명가가 되든 혼자서 크라”고 했다. 1950년 전쟁으로 나라가 찢어졌다. 어머니는 여전히 은율에 있었다. 남쪽에서 참전한 작은형은 “북쪽에 계시는 어머니를 겨냥해서는 단 한 방도 쏠 수가 없다. 그래서 하늘에 대고만 빵빵 쏜다”는 편지를 남기고 전장에서 숨졌다. 형의 유해를 찾으러 강원도에 갔다가 사격을 당해 죽기 살기로 뛰었다. 뛰면서 다짐했다. 언젠가 나라의 허리를 내 손으로 잇겠다고. 전쟁이 끝났다. 국토는 폐허였다. 백기완은 ‘나라가 온통 퇴폐와 이기주의에 빠져 있다’고 여겼다. “우리 생명을 심자”며 젊은 날을 나무심기와 농민운동에 바치기로 했다. 1953년부터 꼬박 7년. 그때는 불덩어리 같았다고 했다. 젊은이들의 주머니를 털어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다. 뜨거운 청춘이 되살아나는 듯 백기완은 인터뷰를 멈추고 거친 목소리로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불렀다. “바라보라 붉은 산 햇빛에 탄다/ 저 산을 푸르게 마음도 푸르게/ 저 산을 푸르게 조국도 푸르게/ 영치기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치기 영차차 영치기 영차차 우리는 선봉이다 자진녹화대” 100만 그루의 나무는 이 땅에 생명이 되었을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승만 독재가 강화되면서 그는 본격적인 싸움을 시작했다. 싸움은 반 세기 넘게 이어졌다. 그는 ‘가대기 형(兄)’ 이야기를 했다. “가대기 형은 서울역에서 막일하던 지게꾼이었어요. 이름도 제대로 모르고 그냥 가대기 형이라고 불렀어요. 싸움을 잘했지만 주먹쟁이는 아니었어요. 내가 가난한 친구들이랑 주먹다짐을 하고 나면 이렇게 얘기했죠. ‘싸움은 있는 놈, 나쁜 놈들이랑 하는 거야. 없는 놈들끼리 싸워봤자 서로 코만 터져’ 그 말이 내 인생의 길라잡이가 됐어요.” 이승만 전 대통령은 백기완에게 ‘나라를 반으로 가른 미국의 앞잡이’였다. 정권을 바꿔가며 30년 넘게 이어진 독재의 시작이기도 했다. 그는 “길이 없으면 길을 찾아가고 그래도 길이 없으면 새 길을 내자”며 4·19 혁명에 참여했다. 이승만 정권은 무너졌다. 그러나 이듬해 5·16 군사 반란이 터졌다. 그가 “독재자의 야욕과 자본주의의 폭악이 결합된 극악한 체제”라고 부르는 ‘박정희 18년’의 시작이었다. 1972년 유신헌법이 나왔다. 1974년 1월에는 긴급조치 1호가 나왔다. 1973년부터 ‘유신헌법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던 백기완과 고 장준하(1918~1975) 선생은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5년형을 선고받았다. 2년 뒤 풀려났다. 그는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그때를 꼽았다. 유신은 그에게 ‘반통일, 반평화, 반균등, 반자유, 반문화, 반예술, 반역사, 반진보’였다. “유신 타파 운동을 하다 집에 들어와서 잠시 눈을 붙이고 있었어요. 탕탕탕, 누가 현관문을 부수고 구둣발로 들어와 이불을 확 베끼더라고. ‘너희 집 안방에 강도가 구두를 신고 들어와서 이불을 벗기면 좋겠어. 빗자루로 쓸어 이 새끼야’ 그랬더니 나를 짓이기며 질질 끌고 가요. 기가 막혔습니다. 내 생각대로 목숨을 걸고 떳떳하게 살았는데 그렇게 끌고 가면 되겠어요. 온몸이 노여움으로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그는 끌려가면서 아내에게 “여보, 나 기다리지 마. 훗날 내 무덤에 이름 모를 꽃이 피면 그게 해방 통일의 꽃일 거야”라고 외쳤다. “지금 들으면 어쭙잖은 얘기처럼 생각되기도 하는데, 그때는 죽기 살기로 싸울 때였으니 진지했어요. 거의 반 죽어서 감옥에 있는데 아내에게 편지가 왔어요. 새벽녘 추위가 더 매서운 법이니 견디어 내시라고.” 그러나 1975년 기다리던 아침이 오는 대신 믿고 따르던 장준하가 죽었다. 장준하는 그에게 “모든 통일은 좋다. 제국주의와 독점자본주의의 틀을 뒤집는 첫 걸음이 통일이다”고 알려준 스승이었다. 그는 “야비한 학살”이라고 했다. 여섯 달을 내리 울었다. 지난달 26일 장준하 선생 사인 진상조사 공동위원회가 “머리에 둔기를 맞고 숨졌다”는 사인을 발표할 때 백기완은 다시 울었다. 1979년 유신 체제가 끝난 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또 다른 군사 정권이었다. ‘반동분자’ 백기완은 다시 끌려갔다. 모질게 맞았다. 손톱이 뽑혔다. 정신을 잃으면 물바가지가 날아왔다. 독재는 짐승만도 못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죽기 살기로 시를 쓰며 버텼다. 그때 쓴 ‘묏비나리’는 ‘임을 위한 행진곡’으로 작곡돼 대표적인 민중가요가 됐다.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 (중략)/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싸움은 용감했어도 깃발은 찢어져/ 세월은 흘러가도 구비치는 강물은 안다/ 벗이여 새날이 올 때까지 흔들리지 말라/ 갈대마저 일어나 소리치는 끝없는 함성/ 일어나라 일어나라/ 소리치는 피맺힌 함성/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산자여 따르라 1987년 6월 민주화 항쟁 이후 백기완은 민중후보로 대통령 후보에 추대됐다. 야권에서는 김영삼, 김대중, 백기완이 단일화를 모색했다. 하지만 민주화는 눈앞의 신기루였다. 백기완이 선거 이틀 전 단일화를 외치며 후보를 포기했지만 ‘양김’은 끝내 각자의 길을 갔다. 노태우 후보가 당선됐다. 그는 “민중을 위해 싸운 100여년을 승리로 매듭지을 기회를 날렸다. 피눈물이 그치지 않았다”고 했다. 1992년 말 다시 민중후보로 대통령 선거에 나섰지만 낙선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문민’(文民)의 간판을 내걸고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총칼을 앞세운 독재는 사라졌지만 백기완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이명박 정부를 거치는 사이 독재의 폭력은 신자유주의로 횡포로 바뀌고 있었다. 노동 현장을 찾아다녔다. 자본의 낯은 겉으로만 번지르르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는 가장 극악하게 노동을 탄압한 정권”이라고 했다. 정도는 달랐지만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도 사정은 비슷했다. 그는 “사람의 마음까지도 상품으로 만들어 돈으로 환산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를 근본적으로 없애야 한다. 신자유주의에서 민중이 해방되는 것이 역사적 과제”라고 했다. “젊은이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요. 비바람과 가뭄을 견디지 못하고 여름 한때 없이 떨어지는 가랑잎을 ‘개죽’이라고 합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본주의의 모순을 깨뜨릴 생각은 않고 그 속에서 출세, 돈벌이, 명예, 행복만 좇다가 개죽이 되어가는 것 같아요. 젊은이들이여, 개죽이 되지는 마시오. 개죽으로 사느니 마음껏 자라다가 거름이라도 되는 게 나아요.” 그가 이번 정부에 가장 우선해 요구하는 것이 노동 문제다. “지난해 한진중공업 노조에서 최강서라는 젊은이가 서른넷에 목숨을 끊었어요. 유서에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 박근혜가 대통령이 된 5년을 더 기다릴 수 없다. 돈이 전부인 세상에 없어서 더 힘들다’고 적었어요. 사실상 학살이나 다름없었어요. 장례식에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들이 ‘아빠 왜 안 오냐’면서 사탕을 먹고 있어요. 울었어요. 집으로 돌아오는데 앞이 안 보입디다. 하지만 나는 앞이 안 보인다고 주저앉지는 않아요. 그대로 주저앉는 건 자본주의에 져서 인간성을 포기하는 겁니다.” 백기완은 박근혜 대통령을 두고 ‘유신 잔재’라는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유신에 대한 거부와 비판이 한마디도 없다”고도 했다. 그는 다시 ‘장산곶매’ 이야기를 했다. “장산곶매는 일찍이 애미 애비를 잃고 너무나 배가 고팠습니다. 올빼미와 까마귀를 찾아가 밥 한 술을 빌다가 부리와 발톱을 빼앗겼죠. 땅 속으로 가면 쥐들이 쫓아오고, 바깥으로 가면 사람들이 보약이라며 달려들고. 그렇게 벼랑까지 쫓기다 보니 앞에는 끝도 없는 바다, 뒤에는 사람과 쥐새끼예요. 장산곶매는 벼랑 끝에서 넓은 바다와 하늘을 보며 깨친 바가 있어 힘이 약한 짐승은 잡아먹지 않고 일년에 두 번 나쁜 놈 하고만 싸우기로 합니다. 장산곶매가 싸움을 떠나는 날 밤이면 숲에서 ‘딱, 딱’ 하는 소리가 나요. 부리질로 제 둥지를 ‘딱, 딱’ 까부수는 소리. 집에 집착하면 온몸으로 싸울 수가 없어요. 싸움을 할 때는 목숨을 걸어야 돼요.” 2009년 백기완은 “한평생 하는 일들이 죄다 실패였다. 다시 실패의 어두움 속으로 반딧불이를 찾아 뛰어드는 느낌”이라고 했다. 어둠 속에 뛰어드는 그는 싸움을 멈출 생각이 없다. 백기완은 둥지가 없다. 백기완은 여전히 거리에 있다(하편에 계속).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백기완은 ▲1933년 황해도 은율 출생 ▲1953년 농민운동 시작 ▲1965년 한·일협정 반대 운동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으로 15년형 ▲1979년 YMCA 위장결혼 사건으로 징역형, 1981년 3·1절 특사로 석방 ▲1987년 민중후보로 대선 출마 뒤 단일화 주장하며 사퇴 ▲1988년 통일문제연구소 개소 ▲1992년 민중후보로 다시 대선 출마, 낙선 ▲1999년 계간 ‘노나메기’ 창간 ▲2002년 대한축구협회 요청으로 월드컵대표팀에게 강연, 히딩크 감독과 인연 ■주요 저서 항일 민족론(1986) 장산곶매 이야기(1994) 백기완의 통일이야기(2003) 사랑도 이름도 명예도 남김없이(2009) 시집 이제 때는 왔다(1985), 젊은 날(1990) 극본 대륙(1998)
  • 日자동차 340만대 ‘에어백 결함’ 리콜

    엔저로 제2의 호황기를 맞고 있는 토요타와 혼다 등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또다시 ‘리콜’이라는 복병을 만났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토요타와 닛산, 혼다 등이 생산한 일본 자동차 340만대가 에어백이 정상 작동되지 않는 문제로 리콜한다. 이번 리콜은 일본의 에어백 납품업체 타카타사 제품 결합으로 알려졌다. 최근 발생한 현대·기아차의 178만대보다 큰 규모이며 안전장치인 에어백에 관한 사안이어서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요타 173만대, 혼다 114만대, 닛산 48만대, 마쓰다 4만 5500대 등 모두 339만 5000대가 대상이다. 리콜되는 에어백은 제때 부풀어 오르지 않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타카타사의 히시가와 대변인은 “에어백 결함으로 아직 부상이나 사망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에 정식 수입된 차종 가운데는 리콜에 해당하는 차가 많지 않을 전망이다. 일본차가 정식수입되기 전인 2004년 생산 차종인 데다 수입된 물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황제는, 그린재킷 입는 자

    황제는, 그린재킷 입는 자

    이제야말로 진짜 승부다. 남자골프 세계 랭킹 1, 2위 타이거 우즈(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얘기다.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골프클럽에서 11일 밤(이하 한국시간) 막을 올리는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대회. 올해는 파밸류 72에 전장 7435야드로 세팅됐다. 올해 상금은 관례에 따라 개막 하루 전 발표된다. 지난해 총상금은 800만 달러, 우승 상금은 144만 달러였다. 올해로 77회째인 이 대회는 ‘골프 황제’에 복귀한 우즈와 다시 그 자리를 노리는 ‘신성’ 매킬로이가 숙명의 대결을 벌이는 무대다. 최근 둘의 운명이 묘하게 바뀌었다. 우즈는 4년 전 성추문에 이어진 슬럼프를 완전히 딛고 지존에 복귀했다. 반면 그동안 세계 1위를 지키고 있던 매킬로이는 클럽 교체에 따른 슬럼프로 최근 미프로골프(PGA) 투어 4개 대회에서 한 차례 컷 탈락을 비롯해 30~40위권을 맴돌다가 지난 8일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준우승, 마스터스 정복을 위한 발판을 닦았다. 재기한 두 황제의 자웅 가리기. ‘명인 열전’이라 불리는 마스터스의 올해 관전 포인트다. 10년 넘게 왕좌를 지킨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정상에 오른 뒤 메이저대회 승수가 14승에 머물렀다. 마스터스 우승은 모두 4차례. 그러나 2005년을 끝으로 대회 챔피언의 상징인 ‘그린 재킷’을 걸치지 못했다. 최다 우승자는 6차례 우승한 잭 니클라우스다. 우즈는 아널드 파머(이상 미국)와 나란히 뒤를 쫓고 있다. 올 시즌 벌써 3승을 올려 황제의 위상을 되찾은 우즈는 특히 전성기 시절의 퍼트 기량을 완전히 되찾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즈는 거리별 퍼트 지수(거리별 성공률에 매기는 가중치)에서 1.476을 기록,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따라서 그린 스피드가 유난히 빨라 ‘유리 그린’이란 악명이 붙은 오거스타 내셔널골프장에서 그의 퍼트가 이번에도 또 빛을 발할지가 우승의 잣대다. 매킬로이는 2011년 US오픈, 지난해 PGA챔피언십 등 두 개의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며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올해 초 나이키와 거액의 후원 계약을 맺고 클럽까지 나이키로 바꿔 든 뒤 시즌 초반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아부다비대회에서 컷탈락하는 등 2주 전 셸휴스턴대회까지 40위권을 넘나드는 수치스러운 성적표를 작성했다. 그러나 매킬로이는 마스터스 개막 일주일을 앞두고 열린 발레로 텍사스오픈에서 준우승, 마치 마스터스 출전에 신체 사이클을 맞춘 듯 샷 감각을 끌어올렸다. 한편, 우즈는 지난 8일 대회 최연소 출전을 세울 것으로 예상되는 관톈랑(중국), 더스틴 존슨(미국)과 9개홀 연습라운드를 가져 눈길을 끌었다. 1라운드를 예정대로 티오프할 경우 14세5개월17일의 나이로 출전 기록을 세우게 되는 관톈랑은 “우즈와 함께할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솟아난다”며 “그가 많은 조언을 해줬다. 즐거웠다”고 기뻐했다. 9일에도 메이저대회 8승의 노장 톰 왓슨(미국)과 연습 라운드를 가진 관톈랑은 10일에는 닉 팔도와 파3 토너먼트를 치를 예정이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北 영변 흑연감속로, 핵폭탄보다 더 위험

    북한이 5㎿급 흑연감속로를 비롯한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해 플루토늄 생산을 시작하겠다고 밝히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핵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외신들도 연일 북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원자력계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장보다 원자로 재가동 자체가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사고 위험성 때문에 전 세계 어느 나라도 사용하지 않는 흑연감속로가 북한에서 재가동될 경우 핵폭탄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정부와 원자력계는 북한의 원자로에 대한 구체적인 제원이나 가동 방식, 운용능력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대응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은철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8일 “영변 흑연감속로는 1986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체르노빌 원전과 같은 구조”라며 “감속재인 흑연에 운전 중에 발생한 열이 축적돼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냉각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거나 작동을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보통 원전의 수명을 25년으로 보는데, 영변은 이미 지났다”면서 “특히 오랫동안 멈춰 있던 원자로를 급격히 재가동할 경우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흑연감속로는 1940년대 후반 설계된 최초의 원자로 중 하나다. 사용후 연료에서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을 쉽게 얻을 수 있다. 1950년대 중반 이후 영국과 미국 등에서 사고가 이어지면서 퇴출됐고, 옛 소련만 비용 절감을 위해 사용하다 체르노빌 사고로 이어진 뒤 역시 폐기됐다.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에 따라 경수로 2기를 받는 조건으로 영변 핵시설 가동을 1994년 무렵 중단했다가 2003년 재가동, 2007년 불능화 조치를 반복했다. 원전 폐쇄와 재가동이 원자로에 상당한 충격을 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미 위험 상황일 가능성도 높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20년 넘게 핵시설을 운영하면서 큰 사고가 없었지만, 위성사진을 볼 때 영변 원자로는 격납시설 같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는 시설”이라고 지적했다. 2005년 영국 군사 컨설팅업체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은 “영변에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주민 12만명이 방사능 오염의 직접 피해를 받고, 북한 서부지역 주민 1200만명과 한국, 일본, 중국 등 인근 국가에 피해 확산이 예상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열린세상] 박근혜정부 위기관리 잘하고 있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열린세상] 박근혜정부 위기관리 잘하고 있나/허만형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

    냉전기간 중 가장 위험한 핵 전쟁의 순간은 1962년의 쿠바 미사일 사건이었다. 이 사건은 그해 10월 22일부터 11월 2일까지 11일 만에 종결되었지만 파장은 역사에 남을 정도로 대단했다. 당시 구소련이 핵탄도미사일을 쿠바에 배치하려 하자 미국이 반발하면서 양국이 대치해 핵 전쟁 발발 직전까지 갔다. 군사 전문가들은 지금 한반도 상황이 쿠바 사건 이후 가장 위험한 핵 전쟁의 위기라고 말한다. 올 2월 12일 북한의 핵 실험과 3월 8일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추가제재 결의 이후 고조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반도 남쪽에 둥지를 튼 우리는 지금 핵 전쟁의 위험지대에 있다.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지만 전쟁의 공포를 억누르며 떨고 있는데, 박근혜 정부는 이 땅의 5000만 국민 안위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중대한 안보 위기 상황이고, 강도는 준전시 수준이다. 환율 급등, 주가 급락, 외국인 투자 감소에 이어 외국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는 등 경제적 피해도 심상치 않다. 국지전이라도 발발하면 전장은 우리의 땅일 텐데도 미국과 북한의 장군 멍군만 있을 뿐 대한민국의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북한은 3월 26일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3월 27일 남북한 군 통신선 단절, 3월 30일 전시상황 선언에 이르기까지 협박 수위를 높였다. 개성공단으로 가는 길도 반은 막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마치 숨어 있는 그림자 같았다. 동맹국이라고 미국이 대신 북한의 위협에 맞섰다. 3월 31일 B52 핵 폭격기와 B2 스텔스 폭격기, F22 전투기 등 첨단 무기를 한반도에 보냈고, 이를 공개했다. 각 언론에서는 레이더에 잡히지 않아 북한 주석궁 등 전략 목표 타격이 가능한 전투기라고 소개했다. 4월 1일에는 탄도미사일 탐지 전용인 X밴드 레이더를 한반도 쪽으로 이동·배치했다. 그제야 우리 군은 북한의 핵무기 사용이 임박해 있다면 미사일로 선제 타격도 가능하다고 발표했다. 국가의 안보 주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묻고 싶을 정도였다. 안보위기 관리의 핵심은 평화이고, 전쟁의 공포로부터 해방과 국민의 생존권 보장이 최우선이다. 세계가 지켜보는데 정부의 역할은 독립변수가 아니라 종속변수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을 안심시키는 브리핑조차도 찾기 어렵다. 다만 3월 27일 장관 14명을 대동하고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에 간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의 변화를 촉구하는 정도의 행동만 보였다. 4월 3일에는 북한의 개성공단 출경 금지를 놓고 국방장관은 만약의 사태가 발생하면 군사조치가 가능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바로 다음 날 “오늘 아니면 내일 전쟁”이라는 북한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북한이 핵 실험을 한 2월 12일은 이명박 정부 말기이자 박근혜 정부로의 정권 교체기였다. 당시 주가는 올랐지만 지금은 폭락하고 있다. 미국 다우 및 일본 닛케이 지수는 호황인데 우리 코스피 지수는 곤두박질이다. 오늘 아니면 내일 전쟁이라고 위협하던 4월 4일 주가는 23.77포인트 떨어진 1959.45, 평양의 외국 대사들에게 철수 고려를 운운한 4월 5일 종가는 32.22포인트 추락한 1927.23이었다. 환율은 3월 초 1달러에 1090원선이었지만 4월 5일에는 1135원으로 치솟았다. 이는 북한의 전과이고, 우리의 위기 관리 실패의 증거이다. 이건희 삼성 회장의 귀국에 누리꾼들의 일성이 “이젠 전쟁 걱정 접자”라고 했다니 곱씹어 보아야 할 말이다. 정부의 믿을 만한 행동이 얼마나 간절했으면 그랬을까. 안보위기 관리의 핵심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의 최소화이다. 그래서 전쟁을 하면서도 성역은 건드리지 않고, 전쟁 중에도 대화는 끊지 않는다. 현재 남북한 관계의 성역은 무엇이며, 이 성역에 대한 대화가 있어야 한다. 남북 당사자가 그런 행동을 보여야 국제문제 중개인이 나설 수 있다. 한반도의 긴장이 얼마나 컸으면 쿠바 미사일 사건의 한 축이었던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국가평의회 의장까지 나서 북한의 자제를 촉구했을까,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긴장이 길어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짊어져야 한다. 현재의 치킨 게임을 중재할 인사의 암중모색을 기대한다.
  • 세계맥주 격전장 홍콩 1위 메이드 인 코리아 ‘블루걸’

    세계맥주 격전장 홍콩 1위 메이드 인 코리아 ‘블루걸’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의 명함에는 카스·OB골든라거 등 국내 브랜드뿐 아니라 호가든·버드와이저 등 해외 브랜드까지 찍혀 있다. 국내에 판매되는 호가든과 버드와이저는 각각 2008년, 1998년부터 국내 공장에서 생산되는 어엿한 ‘국산 오비맥주’이기 때문이다. ‘블루걸’(Blue Girl)도 이 가운데 하나다. 1988년 수입·유통전문 기업인 젭센그룹과 계약을 맺고 제조업자설계개발생산(ODM·제조업자가 제품을 개발·공급하고 주문자가 이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오비맥주 광주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다. 2007년부터 줄곧 홍콩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만큼 돋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이를 기념해 두 회사는 지난 4일 홍콩 현지에서 ‘블루 수출 25주년 행사’를 열었다. 7일 주류업계 등에 따르면 블루걸은 지난해 홍콩에서 8220만병(500㎖기준)이 팔렸다. 홍콩 맥주시장 점유율(금액 기준)은 33.8%에 이른다. 2위 칼스버스(덴마크·8.9%)와의 점유율 격차도 20% 포인트 이상 벌어졌다. 산미구엘(필리핀·8.7%), 칭다오(중국·6.6%), 하이네켄(네덜란드·4.5%) 같은 해외 유명 브랜드와 경쟁해 거둔 성과다. 특히 이번 1등으로 최근 벌어진 ‘맛 논란’으로 상처받은 국산 맥주의 자존심도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오비맥주 측은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해외 한 주간지는 ‘한국 맥주가 대동강 맥주(북한산)보다 맛없다’는 혹평을 내놓은 바 있다. 최수만 오비맥주 전무는 “수입 맥주 비중이 78%인 홍콩맥주 시장은 세계 맥주의 격전장”이라면서 “맛없는 맥주를 갖고는 여기서 1등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이클 글로버 젭센그룹 음료사업부문 대표이사도 “블루걸이 홍콩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오비맥주가 신선하고 좋은 맥주를 공급해 줬기 때문”이라면서 “앞으로 상호협력 관계를 더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오비맥주는 홍콩 시장에서의 성공을 계기로 카스·OB골든라거 등 자체 브랜드 수출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블루걸의 한국 출시도 검토하고 있다. 홍콩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대학생 ‘탈북자 애니메이션’ 세계무대 도전장

    대학생 ‘탈북자 애니메이션’ 세계무대 도전장

    대학생들이 탈북자를 소재로 만화영화를 만들어 세계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건국대 예술디자인대 영상학부 성준수(28), 손노걸(28), 김재연(23·여), 윤해진(22·여), 박나영(21·여)씨가 만든 애니메이션 ‘해금니’(그림)가 오는 6월 열리는 ‘2013 안시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학생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안시페스티벌은 ‘애니메이션계의 칸’이란 별칭을 가진 권위 있는 행사로 전 세계 50여편만 학생 경쟁부문 초청장을 받았다. 흙과 유기물이 썩어 생기는 냄새나는 찌꺼기를 뜻하는 ‘해금니’는 영화제 출품 목적이 아니라 지난해 1학기 영상제작 수업 과제로 만든 작품이었다. 탈북자인 김영순(77) 북한민주화위원회 부위원장의 삶을 조명했다. 북한 내 개인의 처절한 일상을 애니메이션을 이용해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냈다. 조은지 기자 zone4@seoul.co.kr
  • 박근혜 vs 反박근혜… 노원병이 요동친다

    박근혜 vs 反박근혜… 노원병이 요동친다

    4·24 재·보궐 선거가 4일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특히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지는 서울 노원병과 부산 영도, 충남 부여·청양 등 세 곳의 결과에 따라 여야 모두 권력 지형이 요동칠 수 있다는 점에서 명운을 건 한판 승부를 예고하고 있다. 이 중 최대 관심 지역은 새누리당 허준영, 통합진보당 정태흥, 진보정의당 김지선,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나선 노원병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허 후보의 상계동 선거사무실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었다. 황우여 대표는 “노원병은 새누리당과 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하는 국민행복국가의 중심적 시험대”라면서 교통 문제 해결 등 지역 공약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김 후보는 “노회찬보다 더 노회찬처럼 서민을 위한 민생 정치의 길을 가겠다”고, 정 후보는 “박근혜 불통 정권에 확실히 맞서겠다”고 각각 출마의 변을 밝혔다. 안 후보도 “국민과 함께 권력의 독선과 독단에 경종을 울리겠다”면서 “박근혜 정부가 스스로 혁신하고 거듭나지 못하면 국민과 함께 새 정치의 이름으로 견제하고 바로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안 후보 지원에 나설지도 관심거리다. 민주당은 오는 8일 영도, 10일 부여·청양에서 각각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표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초반 판세는 노원병의 경우 안 후보가 우세하다는 게 중론이다. 반면 영도와 부여·청양에서는 각각 새누리당의 김무성, 이완구 후보가 앞선 것으로 평가된다. 영도에서는 민주당 김비오, 통진당 민병렬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부여·청양에서는 민주당 황인석, 통진당 천성인 후보가 일전을 벼르고 있다.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현안 해결 능력에 초점을 맞춘 ‘지역 일꾼론’을, 민주당 등 야권은 최근 인사 파행 논란을 고리로 한 ‘정권 경종론’을 각각 앞세운다는 전략이다. 한편 안 후보는 이날 후보 등록을 통해 1171억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안 후보는 지난해 대선 당시 후보 등록을 앞두고 중도 사퇴했기 때문에 그의 재산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전체 재산의 90%인 1056억원은 안철수연구소 보유 주식에 대한 평가액이다. 당초 안 후보가 보유하던 안랩 주식은 372만주(37.1%)였으나 지난해 2월 ‘안철수재단’(현 ‘동그라미재단’) 발족을 위해 보유 주식의 절반인 186만주를 출연한 바 있다. 나머지 재산은 예금 102억원과 용산 주상복합아파트 전세권 12억원 등 현금성 자산이다. 소유 부동산이 없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사설] 개성공단 남측 인원 신변안전에 만전 기하길

    대남 군사적 위협 수위를 높여 가던 북한이 개성공단의 폐쇄 가능성을 언급했다. 핵실험에 따른 유엔 대북제재 결의와 한·미 군사훈련을 트집 잡아 북한이 연일 위협의 강도를 높였지만 개성공단만은 정상적으로 운영돼 왔다. 그러나 엊그제 북한은 개성공단을 관장하는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담화에서 “괴뢰 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는 것에 대해 나발질(헛소리)을 하며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가차없이 차단·폐쇄해 버릴 것”이라고 했다. 극도의 남북 경색 국면에서 우려했던 바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사롭지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이번 담화는 북한이 지난 27일 개성공단의 출·입경을 통보하는 군 통신선을 단절하고, 사흘 뒤 ‘1호 전투근무태세’를 선언한 날 나온 것이어서 단순한 위협 차원을 넘었다고 본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했지만, 개성공단은 한쪽의 의지만으로 유지하기는 어렵다. 북한은 “개성공업지구 사업에 남반부(한국) 중소기업의 생계가 달렸고, 이들이 파산하고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를 고려해 (폐쇄를)자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우리의 대응 태세를 언제든 문제 삼아 무슨 조치든 취하겠다는 협박과 다름없다. 따라서 정부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개성공단에 체류 중인 우리 인원의 신변 안전에 만전을 기하는 등 비상대응계획의 가동까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개성공단은 지난 10년 동안 남북 경제협력과 평화유지에 일정 부분 기여했다. 남북 간 대화와 긴장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도 양쪽의 노력으로 유지돼 왔다. 덕분에 현재 123개 우리 기업이 5만 3000여명의 북한 근로자를 고용해 연간 5억 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노동 경쟁력을 바탕으로 연간 성장률도 20%가 넘는다. 우리 기업의 수익뿐만 아니라 북한의 외화벌이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럼에도 북한이 ‘전면 전쟁’ 운운하며 개성공단을 볼모로 삼는 것은 유감이다. 북한은 남북이 함께 개성공단을 만든 취지를 되새기고 남북합의를 엄히 지켜야 한다. 정부는 남북 위기 때마다 북한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개성공단의 근본적인 취약성을 개선해야 한다. 외국 기업을 유치해 국제화하겠다는 방안은 결실이 빠를수록 좋다. 애초에 경제 외적인 변수에 흔들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못하는 바람에 걸핏하면 위기를 부르는 것 아닌가.
  • 車실내 고풍스런 느낌 주행성능은 ‘스포츠카’

    車실내 고풍스런 느낌 주행성능은 ‘스포츠카’

    최근 재규어의 돌풍이 심상치 않다.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BMW와 벤츠가 흔해지자 ‘남들과 다른 것’을 즐기는 부유층에게 1억원을 훌쩍 넘는 재규어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올해 재규어가 좀 더 많은 고객을 끌어안기 위해 선보인 차종이 바로 XF 2.0이다. 일단 가격을 6590만원대로 낮추면서 BMW와 벤츠 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특유의 디자인과 고급스러운 실내 인테리어로 승부하는 재규어 XF 2.0을 타 보았다. 운전석에 앉자 가장 먼저 영국 귀족 문화가 느껴진다. 수작업을 통해 가죽과 원목으로 마감 처리한 실내가 고급스러운 느낌을 더해준다. 마치 고풍스러운 성의 응접실 분위기다. 시동을 걸었지만 엔진 소음은 거의 들리지 않았다. 스티어링 휠(핸들)은 약간 묵직한 느낌이다. 가속 페달을 밟자 큰 덩치에 맞게 묵직하게 움직인다. 하지만 가속력은 탁월했다. 앞차를 추월하기 위해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았다. 마치 웅크린 재규어가 치고 나가듯 ‘부웅~’ 포효를 내며 가볍게 튀어 나간다. XF 2.0 모델은 6기통에서 4기통 엔진으로 다운사이징을 했지만 성능에서는 손색이 없었다. 8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한 데다 가속력의 척도인 최대 토크가 2000~4000rpm 영역에서 34.7㎏·m로 높아 가속 성능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7.9초에 불과하다. 최고 안전 속도도 시속 210㎞에 달한다. 거의 스포츠카 수준이다. 고속도로에서 주행 능력은 유감없이 발휘됐다. 순식간에 시속 180㎞까지 치고 올라갔다. 다만, 아쉬운 점은 시속 100㎞ 이상에서 바람소리(풍절음)가 생각보다 크게 들렸다. 음악을 듣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쉬웠다. 또 단단한 서스펜션이 코너링에는 만족감을 주지만 과속방지턱이나 요철 등에서는 노면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차량 성능에 재규어의 품격을 더한다면 6500만원대 XF 2.0은 비싸다고만 할 순 없을 듯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대화창구 끊은 北… 군사 긴장 극대화 노려

    대화창구 끊은 北… 군사 긴장 극대화 노려

    압박과 대화를 앞세운 남북 간 대결이 극단적인 ‘치킨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북한이 27일 마지막 남은 당국 간 대화 채널인 서해지구 군 통신선마저 차단하면서 남북은 서해상에서의 군사 충돌 시 이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잃고 물리적 대결 국면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현재 남북을 연결하는 수단으로는 당국 간 대화와 관계없는 항공관제통신망, 개성공단을 오가는 인편,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채널만 남게 됐다. 판문점 남북연락사무소(적십자채널) 간 직통 전화는 지난 11일 차단됐다. 북한은 이날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 정부에 보내면서 “조·미(북·미), 북·남 사이에는 아무런 대화 통로도, 통신 수단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최고사령부 성명을 통해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효한 데 이어 군사적 긴장을 극대화하기 위한 실제적인 행동 조치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남한과 대화를 안 하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며 “통신선 단절은 교전이나 충돌전을 할 수 있는 최고 수위의 긴장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 간 ‘완충지대’ 역할을 했던 개성공단은 정상 가동되고 있지만 북한이 추가 조치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 채널까지 차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한층 더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통일부 당국자는 “개성공단 출입경 절차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군 통신선을 이용해 온 것일 뿐 개성공단 출입경과 군 통신선은 별개의 문제”라며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개성공단을 오가는 인편을 통해 북한에 통행 계획을 주면 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남북관리구역을 연결하는 군 통신선에는 서해지구 3회선과 동해지구 3회선 등 6회선이 있으며 이 중 동해지구 통신선은 2011년 5월 북한에 의해 차단됐다. 서해지구 통신선은 2009년 3월 차단됐다가 20여일 만에 복구됐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자전거 타기도 車 운전과 똑같아요

    “자전거를 타는 건 아빠가 자동차를 모는 것과 똑같은 ‘운전’이라는 걸 잊지 마세요.” 동대문구는 다음 달부터 유치원, 초중고교, 경로당, 복지관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자전거 안전교실을 운영한다고 26일 밝혔다. 자전거 이용 인구는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가 도로교통법 적용을 받는 ‘차’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점에 착안한 교육이다. 자전거 시민강사가 직접 신청기관을 방문해 진행하는 이번 교육은 ▲자전거의 구조와 역할 ▲자전거를 타기 위한 복장과 안전장구 착용 방법 ▲자전거 고장 시 대처 요령 ▲사고 시 응급처치 방법 등 자전거를 안전하게 이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한다. 교육을 희망하는 기관이나 단체는 다음 달 1일부터 교통행정과(2127-4888) 혹은 구청 홈페이지(www.ddm.go.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유덕열 구청장은 “독일은 초등학교 필수과목으로 자전거 타기 수업이 있으며 교통법규도 철저히 가르친다”면서 “자전거도 교통법규를 지켜야 하는 교통수단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많은 단체가 교육에 참여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 日 “한류, 붙어보자” 도전장

    日 “한류, 붙어보자” 도전장

    일본이 한류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드라마와 J팝 등 일본 대중문화 수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국이 정부 부처의 체계적인 계획과 지원에 힘입어 한류의 성공을 거둔 것처럼 일본 정부도 일본 방송 프로그램 수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은 최근 방송 콘텐츠 유통의 촉진 방안에 관한 검토회를 설치해 TV 프로그램의 수출 증대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170억엔(약 2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해 프로그램 자막 제작 비용이나 홍보활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일본 드라마는 아시아에서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국내 시장이 커 해외시장 개척에 소홀히 해 일본 드라마 인기는 금세 수그러들었다. 일본은 지금까지는 방송사별로 수출에 나섰지만 올해부터는 정부와 관민 합동으로 나서는 것이 특징이다. TV 드라마와 영화 등 영상작품으로 일본의 라이프 스타일을 전파해 음식과 패션, 관광 등의 흥미를 유발시켜 다른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쿨 재팬전략’의 일환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에서는 지난달 25일 일본의 방송프로그램 전문 채널인 ‘헬로! 재팬’의 방송을 시작했다. 일본의 광고회사, 방송사, 출판사 등이 투자해 설립했지만 정부의 지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등 10개국에서 비슷한 채널을 운영할 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드라마 수출뿐만 아니라 ‘K팝 한류(韓流)’를 본뜬 ‘J팝 일류(日流)’ 붐 조성에도 나서고 있다. 경제산업성은 2010년부터 ‘도쿄국제뮤직마켓’의 개최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 레코드협회는 2008년 ‘재팬 뮤직 엔터테인먼트’라는 사이트를 개설했으며, 지난해부터는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에 사이트 접속을 유도하는 광고를 게재하고 있다. 도쿄 이종락 특파원 jrlee@seoul.co.kr
  •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포스코 교육나눔 연간 장학금만 20억 이상 지원

    [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를] 포스코 교육나눔 연간 장학금만 20억 이상 지원

    포스코는 ‘교육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각종 장학금과 교육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북 포항시와 전남 광양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공동으로 운영하는 지역 장학금 지원제도 외에도 연간 20억원 이상의 교육 지원금을 사용하고 있다. 이는 고 박태준 창업 회장이 “쇠 만드는 공장도 오래가지만 사람을 만드는 공장은 더 오래 남는다”고 말하면서 ‘제철보국’과 함께 ‘교육보국’의 실현을 강조한 점과 무관하지 않다. 샛별장학금은 포항과 광양의 36개 고등학교에서 2학년으로 진학하는 상위 4% 이내 학생 중 추천과 면접을 거친 60명에게 연간 150만원씩 2년간 지급된다. 명문 대학에 입학하면 특별격려금 500만원이 추가로 지원된다. 지방의 열악한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지역 장학금 중에서는 파격적인 수준이다. 비전장학금은 포항과 광양의 고교 3학년생 중 빈곤·취약 계층 자녀에게 대학 4년간 매년 400만원을 지원한다. 포스코는 이와 함께 연간 150여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철강 과학 캠프’를 열고 있다. 어린 학생들에게 제철산업과 환경 문제 등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게 하고 과학 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기 위해서다. 특히 주니어 공학기술교실 프로그램은 전문 과학기술을 보유한 포스코 임직원이 직접 과학 실험 교육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 주고 있다. 국내 첫 다문화가정 자녀를 위한 정규 대안학교인 ‘지구촌학교’는 포스코가 매년 과학과 교육 분야 등에서 공이 큰 인물들에게 주는 청암상을 2010년 김해성 목사가 받으면서 그 상금 2억원이 전액 학교 건립에 투자된 교육 나눔의 현장이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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