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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조선 1조 3000억 규모 드릴십 수주

    대우조선해양이 총수주액 1조 3000억원에 이르는 첨단 드릴십 2척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자체 모델인 ‘DSME e-스마트 드릴십’ 2척을 12억 4000만 달러(1조 3232억원)에 수주했다고 15일 밝혔다. 성능과 안전성 면에서 최고 사양으로 건조될 예정이어서 척당 6억 2000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이 드릴십에는 최대 수심 3.6㎞의 심해에서 최대 12㎞ 아래까지 시추할 수 있는 설계와 장비가 탑재된다. 시추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각각 1400t, 1250t인 2개의 시추 타워가 설치된다. 하나의 시추 타워는 해저에 시추공을 파고 나머지 하나는 시추파이프를 조립하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시추 타워가 1개일 때보다 작업 시간을 25% 이상 줄일 수 있다. 또 통상적으로 1개를 설치하는 폭발 차단 안전장치(BOP)를 2개 설치해 작업 안전성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올 들어 총 6척의 드릴십을 수주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높은 선가에 걸맞은 최고의 드릴십을 건조해 선주사로부터 신뢰를 얻겠다”고 말했다. 김경운 기자 kkwoon@seoul.co.kr
  • 한·미·일 ‘중국 포위전략’ 현실화 우려

    중국은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가 동북아시아 특히 한반도에 구축되는 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지지하고, 일본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재무장 수순에 착수한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 MD 체계는 중국 포위 전략의 핵심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종말단계 고(高)고도지역 방어(THAAD) 체계는 한반도를 향하는 미사일을 중·상층 고도인 40~150㎞에서 요격하며 기존 패트리엇3(PAC3)와 함께 ‘다층 방어체계’를 구성하는 첨단 전력이다. 한국은 미국의 MD 체계가 아닌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 구축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정보·지휘 등 전술 운용에서 사실상 두 체계가 연동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도 지난 2일 방한 후 기자회견을 통해 KAMD와 MD의 상호운용성을 강조한 바 있다. 중국으로서는 한국의 THAAD 도입을, 자국을 겨냥한 한·미·일 3각 군사체제가 본격화되는 수순으로 해석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중국은 미국의 MD 구축을 자국을 사정권으로 두는 공격형 체계로 보고 있다. MD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지상 혹은 해상에서 요격하는 방어 시스템이지만, 역으로 적을 정밀 공격하는 타격 시스템으로도 전환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중국도 이미 자체 MD 구축에 나선 상태이다. 중국 전문가인 김흥규 성신여대 교수는 “상층 방어체계인 미국의 MD는 북한을 겨냥하기보다는 중국의 군사적 능력을 제어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더 강하다”며 “중국은 MD에 편입하는 한국을 자국을 위협하는 전초기지로 인식하고, 한국에 대해 적대적 태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 괌, 하와이를 모두 묶어 ‘단일 전장권’으로 하는 군사 전략을 펴고 있다. 결국 한반도의 MD 편입은 사실상 MD를 매개로 한·미·일 3각 군사동맹이 구축되는 전략적 효과가 파생된다. 우리로서는 일본이나 괌으로 향하는 미사일 정보를 자위대와 공유하게 되며, 이를 요격할 경우 한국은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우려하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 동참하는 셈이 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4호선 복구 예상보다 늦어져… “10시 40분쯤에는 완료될 것”

    4호선 복구 예상보다 늦어져… “10시 40분쯤에는 완료될 것”

    지하철 4호선 복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어 시민들의 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코레일은 오전 10시 13분 트위터에 “4호선 복구가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복구예정시간은 10시 40분입니다. 현재 산본-안산간은 하나의 선로로 상,하행 양방향 열차를 운행합니다. 이로 인한 열차의 지연운행이 예상됩니다. 복구가 완료되는 대로 트위터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앞서 코레일은 “6시 28분쯤 4호선 반월역에서 발생한 서울메트로 소속 전동열차 차량고장으로 현재 산본-안산간 하나의 선로로 양방향 열차가 운행되고 있습니다. 현재 긴급 복구 중이며 열차가 지연운행되고 있으니 이용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라고 밝혔다. 이날 사고는 오이도행 전동차가 4호선 반월역으로 진입하던 중 집전장치(전동차 윗부분에 연결된 전기선)가 고장 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레일 측은 사고 수습을 위해 인근 역의 전력 공급을 차단했고, 산본역부터 안산역 구간 하행선 운행이 중단됐다. 또한 사고 발생 직후 반월역 상행선을 이용해 하행선 운행도 함께 했지만 전동차 출발이 오랜 시간 지연됐다. 당초 코레일은 “오전 9시 30분쯤 복구될 예정”이라고 밝혔으나 이미 한시간 이상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코레일 측은 “지연증명서는 가까운 전철역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또 이번에 고장난 열차가 코레일 소속이 아닌 서울메트로 소속 열차임을 거듭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명인·명물을 찾아서] “기관사 부주의로 인한 사고 많아 무인자동운전이 오히려 더 안전”

    [명인·명물을 찾아서] “기관사 부주의로 인한 사고 많아 무인자동운전이 오히려 더 안전”

    “대구도시철도 3호선은 완벽한 안전 운행시스템을 갖췄습니다.” 안용모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13일 지상철인 3호선의 안전에 대해 전혀 문제될 게 없다고 확신했다. 그는 일부에서 제기하는 무인운전의 위험성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인운전은 차량제어기술이 발달돼 이미 보편화 추세에 있다. 국내에선 부산 4호선, 용인경전철, 의정부, 부산~김해, 서울 신분당선에서, 해외에선 두바이 팜아일랜드, 일본 마이하마, 미국 라스베이거스 노선에서 무인운전 시스템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안 본부장은 오히려 무인운전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해결책이라고 본다. 2007~2011년 발생한 철도 분야 안전사고 260건 중 관제사, 기관사 부주의로 인한 사고가 전체 사고의 45%인 118건에 이른다는 것이다. 그는 “기관사가 승차해도 주된 역할이 전방주시, 출입문 닫음, 출발버튼 조작 정도이다. 이는 시스템으로 충분히 대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같은 안전장치에도 안전요원을 1편성마다 배치키로 해 만일의 경우에 대비했다고 말했다. 철도운전자격을 갖춘 정규직 직원인 안전요원들은 차량 내 질서유지는 물론 비상장비 작동 등을 점검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철저한 시운전으로 안전하다고 판단될 때 개통할 계획이다. 안 본부장은 “시운전은 차량뿐만 아니라 전기, 신호, 통신, 스크린도어 등 모든 시스템이 종합적으로 완벽한 연계동작을 하는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정부에서 지정한 성능시험기관인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입회검사를 받아 성능, 안정성은 물론 비상상황 대처 여부 등도 점검하게 된다”고 밝혔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저자와의 차 한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펴낸 노명우 교수

    [저자와의 차 한잔]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 펴낸 노명우 교수

    “혼자 사는 사람은 우리도 모르게 전 연령대에서 소리 소문 없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단지 그들이 조용히 살고 있기에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입니다.” ‘혼자 산다는 것에 대하여’를 펴낸 노명우(47·사회학) 아주대 교수는 혼자 사는 사람은 핵가족으로 진입하지 못한 사람(미혼)이나 핵가족이 해체된 사람(이혼 또는 사별)뿐만 아니라 기러기 아빠 등 핵가족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나타나는 등 다양한 모습을 띠고 있다고 말한다. “1인 가구의 증가에 대해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여성의 지위 향상, 개인의 부상, 도시 성장, 통신기술의 발달, 수명 연장 등 1인 가구 증가의 원인이 되는 사회적 변화들이 역진(逆進)될 가능성이 별로 없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따라서 ‘혼자 산다’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고 우리가 그 변화를 좋아하든 걱정하든 상관없이 현재와 미래의 문제라는 것이다. 통계청 조사를 보면 우리 사회의 1인 가구 비율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30여년 전인 1980년 1인 가구의 비율은 전체 인구에서 불과 4.8%에 지나지 않았으나 2012년에는 25.3%로 가구원수별 구성 비율이 가장 높다. 2인 가구는 25.2%, 3인 가구는 21.3%, 4인 가구는 20.9%, 5인 이상 가구는 7.2%에 불과하다. 2035년에는 1인 가구의 비율이 34.3%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혼인 저자는 1인 가구는 다인 가구에 비해 어울릴 가족 구성원이 없기 때문에 친구들을 사귀기 위해 더 사교적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젊은이든 중년이든 노인이든 싱글은 직업 외 취미활동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합니다. 거기서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심화해야 본인에게 득이 되니까요.” 가족 속에 있는 사람들은 가정 중심성 때문에 사회적 교제의 범위가 직장과 가정으로 양분되지만 혼자 사는 사람은 자기 보호를 위해서라도 이질적인 집단의 사람들과의 교류가 필수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1인 가구의 문제는 롤 모델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교육은 항상 가정이 중심에 있어서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 등이 분명한데 이들은 자신이 어떤 인물이 돼야 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싱글이든 아니든 혼자서 해야만 하는 것과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것, 이 두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은 만족스러울 것입니다.” “혼자서 해야만 하는 게 뭐냐”는 물음에 “자신의 삶을 성찰하거나 상처 등을 치유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는 있지만 남이 그것들을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런 것들이 혼자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현재 스웨덴의 1인 가구는 전체 인구 중 47%로 세계에서 가장 높습니다. 싱글 비율이 높지만 그들은 고립되어 있거나 폐쇄적이지 않고 평균적인 사교 활동 경향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 개인의 복지 문제에서 가족의 의존도를 감소시키는 정책을 도입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한다. 개인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갖췄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이대로 가면 무연사(無緣死)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한 일본처럼 될 겁니다. 1인 가구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그런 문제가 사회적 병폐가 되지 않는 스웨덴과 일본의 중간쯤에는 위치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유상덕 선임기자 youni@seoul.co.kr
  • 김태훈, 나이스 티샷

    김태훈, 나이스 티샷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6년째를 보내고 있는 김태훈(28)이 통산 2승째에 도전장을 던졌다. 김태훈은 10일 경기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골프장(파72·7266야드)에서 열린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6개를 뽑아내 6언더파 66타를 쳤다. 짙은 안개로 경기 시작이 2시간 40분가량 늦어지는 바람에 13번홀까지 끝낸 태국의 키라덱 아피바른나트가 7언더파를 몰아쳐 1위에 오른 가운데 1타차 2위가 된 김태훈은 이로써 지난 8월 보성CC클래식에 이어 시즌 2승, 통산 2승째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10번홀에서 출발한 김태훈은 12번홀(파5)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거뜬히 떨궈 첫 버디를 잡아낸 뒤 후반 마지막홀인 9번홀(파4)까지 3m 안팎의 쉽지 않은 퍼트를 쏙쏙 집어넣어 무보기 플레이를 완성했다. 지난주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도 8강에 올랐던 김태훈은 “드라이버가 좋아진 것이 요즘 잘 맞는 이유인 것 같다”면서 “오늘만큼의 샷감을 유지한다면 좋은 성적을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고 말했다. 120명의 출전 선수 가운데 절반인 60명이 1라운드 경기를 끝내지 못한 가운데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최경주(43·SK텔레콤)는 13번홀까지 버디와 더블보기 1개씩을 묶어 1오버파에 그쳤다. 잔여 경기는 11일 오전 7시에 재개된다. 최병규 기자 cbk91065@seoul.co.kr
  • 미군,슈퍼갑옷 ‘타로스’ 개발… ‘아이언맨’서 영감

    미군,슈퍼갑옷 ‘타로스’ 개발… ‘아이언맨’서 영감

    아이 뿐 아니라 어른들 사이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영화 ‘아이언맨’의 최첨단 슈트가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통합 특수 작전 사령부(SOCOM·Special Operation Command) 측은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언맨 슈트에서 영감을 받은 ‘타로스’(Talos·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를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타로스’는 어둠 속에서도 전방확보가 쉽고 상상을 초월하는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으며 총격을 막을 수 있는 첨단 기술 등이 결합돼 미국의 차세대 전투 갑옷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슈트는 컴퓨터 시스템 하에 센서를 통해 착용자(군인)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전장에서 전투에 가장 적합한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게 돕는다. 미 해군 사령관인 밀 맥라벤은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등 위험지역에 있는 군인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군인들이 전쟁터에서 입고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도록 가볍고 편한 첨단 슈트가 될 것”이라면서 “이것은 마치 사람들의 상상에서 튀어나온 듯한 무기 중 하나로 군인들을 보호하는데 쓰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언맨 슈트 개발에는 학계와 기업, 사설 연구단체 등이 합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최근 화제가 된 구글 안경 역시 이 기술을 현실화 하는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연구를 이끌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가레스 맥킨리 박사는 “모든 ‘선한’ 슈퍼히어로들처럼 ‘타로스’에도 약점은 있다. 바로 배터리와 무거운 수압장치 등이다. 이는 우리가 아직까지 아이언맨 슈퍼파워의 원천(영화 속 아크로원자)를 갖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실화 된 아이언맨 슈트는 2~3년 내에 대중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美육군, ‘아이언맨’ 갑옷 개발중…3년내 상용화 계획

    美육군, ‘아이언맨’ 갑옷 개발중…3년내 상용화 계획

    미국 육군이 ‘아이언맨’ 갑옷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BBC 방송은 11일 미국 육군이 병사들에게 “초인적 힘을 부여할 혁명적이고 스마트한 갑옷”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육군이 개발하고 있는 아이언맨 갑옷은 로봇처럼 단단한 외형에 각종 최첨단 통신·측정 기술이 더해질 예정이다. 이 아이언맨 갑옷의 정식 명칭은 ‘전략공격경량작전복’(Tactical Assault Light Operator Suit·TALOS)이다. 보도에 따르면 TALOS는 유압식 장비를 사용, 팔과 다리 등 신체의 일부에 착용하면 완력이 증강하게끔 설계됐다. 이는 인기 할리우드 영화 ‘아이언맨’(Iron Man·2008)의 주인공이 악의 무리에 맞서 ‘변신’할 때 입는 로봇 옷과 똑 닮았다. 미 육군 당국은 TALOS에 광역 통신망은 물론 구글이 내놓은 스마트안경인 ‘구글 글래스’와 같이 착용 가능한 컴퓨터 장비도 탑재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병사의 체온과 심박동 수, 체수분량 등의 신체 상태를 수시로 측정할 각종 센서 장비도 필수로 갖춰야 한다고 군 당국은 덧붙였다. 미 육군 연구개발공병 사령부 소속 칼 보르지스 중령은 TALOS에 대해 “혁신적 갑옷을 장착한 외골격에 전력과 건강상태를 모니터하고 무기로서의 성능까지 갖춘 종합 전투복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TALOS의 개발 성공을 위해 정부와 군 연구기관은 물론 민간 업계와 학계의 전문가들까지 총동원될 전망이다. 군 당국은 한발 앞서 차세대 방탄복을 연구해온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진도 TALOS 프로젝트에 동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개러스 매캔리 MIT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진은 현재 액체형 방탄복을 개발 중이다. 액상 형태의 물질에 자기장이나 전류를 가하면 고체화하는 방식이다. 군 당국은 3년 내 TALOS를 전장에서 상용화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우리가”

    생산유발효과만 1조원이 넘는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유치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뜨겁다. 8일 대구시 등 지자체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4일 제3정부통합전산센터 유치 제안서 작성 및 제출을 마감한 결과 대구, 부산, 경남, 강원, 제주 등 5곳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통합전산센터는 정부 전산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제1센터는 대전, 제2센터는 광주에 있다. 정부는 제3센터에서 포화 상태의 제1, 2 정부통합전산센터 및 외부 중앙부처 정보시스템들을 통합 관리할 계획이다. 안전행정부는 조만간 제안서를 제출한 5개 지자체로부터 제안설명을 듣고 현장실사를 벌인 뒤 이달 말까지 입지를 선정한다. 2015년 착공, 2017년부터 가동한다는 구상이다. 제3센터가 유치되면 생산유발효과만 1조여원, 고용유발효과는 4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대구시는 제3센터 유치로 다양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대구 동구 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정보화진흥원과 교육학술 정보원 등과 연계할 수 있어서다. 또 대선공약으로 수성의료지구에 조성하는 소프트웨어(SW) 융합단지 등도 연계해 유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도 내세운다. 여기에다 기존 대전, 광주의 1, 2센터와 연계해 삼각 트라이 앵글을 구축,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2005년 제2센터 유치에 나섰다가 고배를 마셨던 대구는 올해 초 대통령직 인수위 시절부터 제3센터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보고하는 등 유치전에서 한발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부산시는 유리한 입지 조건에 기대를 건다. 부산 강서구 미음산단 ‘국가 클라우드데이터센터 시범단지’가 운영 중인 만큼 전산센터 유치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주의 경우 최남단 후방지역에 있는 안전성 등을 내세우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대구는 통합전산센터의 제1 입지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재해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다”면서 “오래전부터 제3센터 유치를 위해 노력해 온 만큼 이번만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英 해리 왕자 공격 표적 1호였다”

    “英 해리 왕자 공격 표적 1호였다”

    아프가니스탄 무장조직 탈레반의 지도자가 지난해 9월 아프간 전투부대에 배치됐던 영국 해리 왕자를 암살하거나 납치하기 위해 수차례 모의를 시도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해리 왕자가 공격 대상이라는 소문이 돌긴 했지만 탈레반을 통해 직접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는 아프간 쿠나르주 탈레반 사령관인 카리 나스룰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해리 왕자가 아프간에 도착한 순간부터 탈레반 전사들의 ‘1호 표적물’이 됐으며 그를 암살하거나 납치하기 위한 탈레반의 계획이 많이 시도됐다고 전했다. 나스룰라 사령관은 “반군 지도자들이 서방 세계에 타격을 주는 방법으로 해리 왕자를 표적으로 삼았다”며 아프간 탈레반 세력의 암살 추진 사실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나스룰라 사령관은 “공격 계획이 많았는데도 해리 왕자가 아프간을 무사히 빠져나간 것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며 “해리 왕자가 아프간에 들어와 아파치 헬기를 타고 무자헤딘(이슬람 전사)을 포격한 행위는 탈레반으로서도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전장에서 싸우는 무자헤딘들에게 해리 왕자의 존재는 미국을 위해 싸우는 일개 병사에 불과했다”고 덧붙였다. 해리 왕자는 지난해 9월 아프간 전투부대에 배치돼 4개월간 근무하면서 탈레반 무장세력의 표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파병 직후에는 배속된 헬만드주 나토군 기지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미군 2명과 무장대원 15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해리 왕자는 2007년 말에도 10주간의 일정으로 아프간 전투에 참여했으나 임무 수행 중 파병 사실이 언론에 공개돼 안전상의 이유로 조기에 철수한 바 있다. 김미경 기자 chaplin7@seoul.co.kr
  • [위클리 포커스] 탈레반 피격 소녀 ‘노벨상 꽃’으로 피어날까

    [위클리 포커스] 탈레반 피격 소녀 ‘노벨상 꽃’으로 피어날까

    올해로 112회를 맞는 노벨상 시즌이 막을 올린다. 지난 한 해 인류의 복지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상은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동시에 안겨주는 명실상부 최고 권위의 상이다. 이런 명성에 걸맞게 노벨상은 수상 당사자도 발표 30분 전에야 알 수 있을 정도로 모든 정보는 철저한 보안에 부쳐진다. 하지만 호사가들은 벌써 분야별 주요 후보를 정해놓고 베팅(도박)을 하면서 노벨상의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리고 있다. 노벨상은 7일(현지시간)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평화상, 경제학상 순서로 발표된다. 문학상은 관례대로 일정이 별도로 공개된다. ‘노벨상의 꽃’이라 불리는 평화상에는 올해 총 259명의 후보가 등록해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다. 특히 최연소 후보 기록을 갈아치운 탈레반 피격 소녀 말랄라 유사프자이(16)의 수상 여부가 세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파키스탄에서 여성의 교육권을 주장하다 머리에 총격을 받고 극적으로 살아난 유사프자이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영향력 있는 인물 100인’에 선정됐으며, 지난 7월에는 유엔 총회에서 기념 연설도 했다. 지난해 중국 모옌(莫言)의 수상으로 더 큰 관심을 받고 있는 노벨 문학상 후보 1순위는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다. 세계 최대 베팅업체로부터 유력 후보로 꼽힌 하루키가 문학상을 받으면 첫 2년 연속 아시아권 수상자를 내게 된다. 문학상 단골 후보로 꼽히는 한국 고은 시인은 올해 이 분야 4위를 기록 중이다. 경제학상에는 ‘펠츠만 효과’(자동차 안전장치가 오히려 사고를 늘린다는 이론)로 유명한 샘 펠츠만과 법경제학자인 리처드 포스너 미 시카고대 교수가 손꼽힌다. 경제학상은 1969년 첫 제정 이후 수상자 70%가 미국에서 나왔다. 물리학상은 이론상으로만 존재해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의 존재를 예언한 영국의 이론물리학자 피터 힉스 교수가 유력하다고 학술 정보 업체 톰슨 로이터가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화학상에서는 ‘클릭 화학’(두 분자 간의 특정 결합 반응)을 개발한 미국의 과학자 MG 핀과 발레리 포킨, 배리 샤플리스의 이름이 올랐다. 생리의학상에서는 ‘DNA 메틸화’ 과정을 연구한 영국의 에이드리언 버드와 이스라엘의 하워드 시더와 함께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교수와 미즈시마 노보루 도쿄대 교수도 후보로 올라 일본의 이 분야 2연속 수상 여부가 주목된다. 한편 노벨상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알프레드 베르나르도 노벨(1833~1896)이 유언에 따라 1901년부터 시작됐다. 전통에 따라 물리·화학·경제는 스웨덴 학술원, 의학은 스웨덴 카롤린의학연구소, 문학은 스웨덴 예술원에서 각각 선정하며,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 위원회가 직접 맡는다. 지난해 세계 경제위기에 따른 기금 부족으로 상금은 1000만 크로나에서 800만 크로나(약 13억 4700만원)로 줄었다.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12월 10일에 개최된다. 최재헌 기자 goseoul@seoul.co.kr
  • [프로야구] 삼성 3연속 통합우승이냐 서울 삼총사 반란이냐

    마지막 날까지 손에 땀을 쥐게 했던 2013프로야구 정규리그가 짜릿한 역전극으로 2~4위 다툼을 끝내고 막을 내렸다. 경기 전까지 2위였던 넥센이 5일 대전구장에서 한화 선발 바티스타에게 눌려 1-2로 무릎을 꿇었다. 11년 만에 포스트시즌(PS) 무대에 서는 LG는 잠실에서 두산에 5-2 역전승을 거둬 2위로 올라서며 플레이오프(PO)에 진출했다. 넥센은 3위로 추락, 4위로 시즌을 마감한 두산과 8일 목동구장에서 준PO(3선승)를 벌이면서 ‘가을야구’가 막을 올린다. 준PO에서 이긴 팀은 16일부터 LG와 PO(3선승)를 치르고, PO에서 이긴 팀이 삼성과 24일부터 대망의 한국시리즈(KS·4선승)를 벌인다. 9개 구단 체제로 치른 첫 정규리그는 역시 처음으로 서울을 연고로 하는 세 팀의 PS 동반 진출이란 결과를 낳았다. LG나 두산이 KS에 진출하면 1·2, 6·7차전은 대구에서, 3∼5차전은 잠실에서 열린다. 넥센이 오르면 1·2차전은 대구, 3·4차전은 목동, 5∼7차전은 중립구장인 잠실에서 열린다. 이번 가을야구는 정규리그 및 KS 3연패를 넘보는 삼성의 새 역사 도전을 서울 팀들이 저지하는 모양새로 진행된다. 서울을 연고로 한 팀이 KS 우승컵을 안은 것은 2001년 두산이 마지막이다. 그런데 문제는 정규리그 마지막 날까지 전력을 기울이느라 세 팀이 지칠 대로 지친 상태라는 것. 2002년 KS 준우승 이후 11년 만에 저주를 풀고 가을야구를 즐기게 된 LG는 단일리그 출범 후 16년 만에 정규리그를 2위로 마친 자신감을 자산으로 1990년과 1994년에 이어 세 번째 KS 제패에 도전장을 내민다. 2008년 창단 이후 처음 가을야구에 나서는 넥센, 2년 연속 준 PO부터 치르는 두산은 지친 심신을 얼마나 추스르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넥센은 PS에 진출한 세 팀을 상대로 정규리그 전적에서 모두 앞선 것을 큰 밑천으로 삼는다. 두산에는 9승7패로 조금 앞섰다. LG는 PO에 두산이 올라오길 내심 바랄 것이다. 5승11패로 열세인 넥센보다 8승8패로 균형을 맞춘 두산과 더 해 볼만하다고 판단할 것이기 때문이다. 넥센이 올라오면 ‘엘넥라시코’가 처음으로 가을에 연출되고, 두산이 올라오면 2000년 PO 이후 13년 만에 잠실 더그아웃 시리즈가 재연된다. LG가 KS에 오르면 지난해까지 3년 내리 SK와 대결했던 삼성은 2002년 이후 11년 만에 KS에서 LG와 만나게 된다. 전신 현대 시절을 포함하면 히어로즈와의 KS 대결은 2004년 ‘빗속의 9차전 명승부’ 이후 9년 만이다. 두산과 포스트시즌에서 격돌하는 것도 2010년 다섯 경기 내내 1점 차로 명암이 갈린 PO 이래 3년 만이다. 삼성은 두산에 9승7패로 앞섰으나 LG(7승9패), 넥센(7승1무8패)에 모두 밀렸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칼을 쥔 노예’ 그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칼을 쥔 노예’ 그들의 일상은 어땠을까

    [로마 검투사의 일생] 배은숙 지음/글항아리/588쪽/2만 5000원 검투사 경기만큼 오랜 세월 로마인들 사이에 인기를 누린 것도 없다. 검투사 경기가 언제 시작됐는지 확실치는 않지만 기원전 6~4세기부터 기원 440년까지 이어졌으니 최소한 800년 넘게 인기몰이를 해 온 것은 분명하다. 로마사를 연구해 온 배은숙 계명대 외래교수가 ‘로마 검투사의 일생’을 통해 검투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 준다. 지은이는 경기의 잔인성, 기독교도 처형 등 검투사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걷어내고 검투사와 로마인들의 시각과 삶으로 검투사를 보려고 한다. 연극, 전차 경주, 검투사 경기는 로마인들이 즐긴 대표적인 오락물이었지만 그 가운데 압권은 단연 검투사 경기였다. “콜리사이우스(콜로세움)가 존재하는 한 로마는 존재하고 콜리사이우스가 무너지는 날 로마는 망한다”는 말처럼 콜로세움에서 열린 검투사 경기는 로마의 상징이자 로마인들의 생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렇게 된 것은 재미와 즐거움, 돈, 쾌락 등 온갖 흥행 요소가 검투사 경기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높은 인기를 배경으로 검투사 경기는 통치수단으로도 적절히 활용됐다. 근육질의 검투사들이 벌이는 생명을 건 혈투, 팽팽한 긴장감과 스릴, 경기에 빨려들어가는 관중의 흥분과 환호 등은 연극, 전차 경주를 압도해 기원전 165년에는 검투사 경기가 열린다는 소문이 나돌자 연극이 상연될 극장이 텅 비는 일이 일어날 정도였다. 검투사 경기를 혐오하던 예비 신학생 알리피우스는 동료들의 손에 이끌려 경기장을 찾았다가 열성 팬이 되고 말았다. 이런 중독성으로 검투사 경기는 검투사인 스파르타쿠스가 난을 일으켜 로마를 3년 가까이 위협했는데도 폐지되지 않았다. 검투사 경기를 보면 요즘의 프로스포츠가 연상된다. 관중에게 음식 등 선물을 제공하고 여자 검투사와 난쟁이 남자가 성대결을 벌이는 일도 있었다. 경기의 승자에겐 생존이 최고의 선물이지만 출신 성분에 따라 임대료의 일정 부분이 상금으로 주어졌다. 검투사의 강인함과 뛰어난 외모는 여성들을 가슴 설레게 해 마르크스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부인 파우스티나는 검투사에 대한 상사병을 남편에게 고백하기도 했다. 권력자들이 검투사 경기를 그냥 둘 리 없다. 황제들은 검투사 경기로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형성하고 국가적인 구경거리를 제공해 시민들의 마음을 샀다. 검투사 경기를 보면서 시민들은 제국의 번영과 팽창에 대해 자부심을 느꼈으며 황제와 시민들은 함께 흥분하며 하나가 됐다. 그러나 검투사 경기는 기독교가 국교로 공인되면서 서서히 반대에 부딪히고 로마의 국력이 쇠퇴하면서 440년 이전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은이는 “로마 시대는 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남자들이 전장에서 사람을 죽이던 시절”이라면서 “사람을 죽이는 일도, 죽이는 것을 본 일도 없는 오늘날의 잣대로 검투사 경기의 잔인성을 논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한다. 임태순 선임기자 stslim@seoul.co.kr
  • 길, 마음을 채우다

    길, 마음을 채우다

    경남 합천에 간다 했습니다. 대개는 해인사 가느냐고 묻더군요. 물론 해인사도 볼 거라 했습니다. 다만 이번엔 해인사로 향하는 ‘길’에 방점을 뒀다는 게 이전과 달랐습니다. 바로 소리길과 기도길입니다. 두 길은 일반인 출입금지 지역이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 밖엔 사뭇 다릅니다. 예컨대 소리길엔 빼어난 풍경이 흐릅니다. 이에 견줘 기도길은 평이합니다. 볼품없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기도길엔 천년을 넘나드는 세월 동안 오갔던 수많은 스님들의 숨결과 상념이 켜켜이 쌓여 있습니다. 그 길 끝에 1200년 전 마애불상이 서 있습니다. 마애불은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이 열리는 기간에만 사람들의 발걸음을 허락했지요. 서두르지 않으면 마애불로 향한 기도길은 닫히고 말 겁니다. 소리길은 야천리 각사교에서 해인사에 이르는 6.3㎞짜리 산책로를 일컫는다. 들머리에 선 표지석은 ‘우주 만물과 소통하고 자연과 교감하는 생명의 소리, 우리가 추구하는 완성된 세계를 향하여 가는 깨달음의 길’이라 적고 있다. 어려운 화두다. 범부의 귀엔 그 아래 문장이 훨씬 정감 있게 다가온다. ‘계곡의 물소리, 숲의 바람소리, 지저귀는 새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끊임없이 들리는 길’이란다. 소리길은 줄곧 홍류동 계곡을 따라간다. 단풍이 드는 가을이면 계곡물조차 붉게 변한다는 계곡이다. 발걸음 내디딜 때마다 계곡물 소리와 산새 삐중대며 날아가는 소리가 귓전을 울린다. 높지거니 솟은 나무들 사이로는 적당한 양의 햇살이 쏟아진다. 이제 막 10월인데 성미 급한 나무는 벌써 노랗게 변했다. 절집에 드는 길이 이렇게 화려해도 되는 걸까. 늘그막에 해인사에 은거했던 신라 최치원이 가야산의 절경을 19경으로 나눴는데, 그 가운데 16개가 홍류동계곡에 몰려 있다. 달이 잠긴 연못 제월담, 별 일곱개가 떨어졌다는 칠성대 등 이름에 걸맞은 고졸한 풍경들이 줄곧 이어진다. 낙화담은 그중 첫손 꼽을 만하다. 선 굵은 바위들과 깊은 연못, 그리고 짙은 숲그늘이 멋들어지게 어울렸다. 소리길을 돌아봐야 하는 이유 하나 더. 해인사 경내와 소리길 등에서 오는 11월 10일까지 펼쳐지는 ‘해인아트프로젝트 2013’이다. 같은 기간 열리는 대장경세계문화축전의 일환으로 국내외 작가 30개 팀의 설치미술 작품 70여점을 전시했다. 전시 주제는 ‘마음’이다. 팔만대장경 경판 8만 1258장에 새겨진 약 5200만개 글자를 압축하면 결국 ‘마음 심’(心) 한 단어로 수렴된다는 뜻을 담았다. 소리길 들머리에서 몇 발짝 걷다 보면 바닥에 박힌 검은 돌판이 눈에 띈다. 자세히 보면 깨알 같은 글씨가 적혀 있다. ‘나의 내면을 듣는다’ 등 법화경을 해석한 구절들이다. 인도 작가 쉴파 굽타(37)의 작품이다. 이처럼 소리길 위에 박아 놓은 돌판의 수는 100개에 달한다. 승속을 가르는 일주문 곁엔 높이 6.5m짜리 조형물 ‘내가 아닌 나’가 서 있다. 고개 숙인 사람 형태의 조형물이다. 대나무 소재의 조형물 안엔 또 하나의 조형물이 있다. ‘남이 보는 나’와 ‘내가 보는 나’ 사이에서 ‘참 나’는 ‘참 나’의 의미를 묻고 있다. 소리길엔 이 같은 설치미술 작품들이 즐비하다. 소리길은 3개 구간으로 나뉜다. 들머리인 멱도원(야천리 각사교 인근)에서 4교량까지가 1구간(3.9㎞), 홍류문에서 길상암까지 2구간(1.5㎞), 길상암에서 6교량까지가 3구간(0.9㎞)이다. 어린아이도 걸을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유순한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 구간을 돌아보길 권한다. 설렁설렁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장애인도 미륵불상에서 3코스로 이어지는 목재 데크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소리길에서 나와 해인사를 휘휘 돌아본 뒤 기도길로 향한다. 기도길 들머리는 학사대다. 스님들이 공부하는 공간이다. 학사대 옆으로 난 길은 대장경축전 기간 동안만 한시적으로 열린다. 이후엔 다시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된다. 기도길은 스님들이 기도를 위해 ‘마애불입상’(보물 222호)까지 오갔던 길이다. 해인사 개창 이래 성철 스님 같은 큰스님부터 갓 불가에 귀의한 학승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스님들이 이 길을 오갔을 터다. 수많은 깨달음은 나무 위에 맺혔고, 번뇌는 발아래 깔린 듯하다. 학사대에서 마애불상까지 거리는 2.7㎞다. 풍경은 평이하다. 길도 유순한 편. 왕복 2시간이면 넉넉히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만만히 봐서는 안 된다. 1000m 고지까지 오르는 도중에 몇 차례 된비알이 이어진다. 기도길 끝에 마애불상이 서 있다. 길은 남향인데, 불상은 동쪽을 바라보고 있다. 해인사와 대장경을 굽어보는 모양새다. 대장경축전 조직위원회에서 낸 자료는 마애불상의 높이를 7.5m라 적고 있다. 이는 기단까지 포함한 높이고, 순수 불상의 높이는 5.8m다. 안내판에 따르면 제작 시기는 9세기 통일신라시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슴의 매듭 등에서 드러나는 형식화 경향이 경주 백률사의 금동약사여래입상(국보 제 28호)과 닮았다는 게 이유다. 이를 근거로 마애불의 종류 또한 당연히 약사여래불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최근 아미타불이란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마애불상의 수인(手印)이 약사여래불보다 아미타불의 ‘아미타 구품인’에 가깝다는 것이다. 마애불상은 근엄하다. 입가에 보일 듯 말 듯 미소도 머금었다. 목엔 삼도(三道)가 뚜렷하고 어깨는 당당하다. 나라 안 어디서든 쉬이 보기 어려운 풍모다. 이처럼 ‘잘 생긴’ 마애불이 왜 여태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을까. 대장경축전 조직위는 “1200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불상”이라 했지만, 이는 과장 섞인 표현이다. 마애불로 향하는 가야산 등산로가 폐쇄되면서 사람들의 시선에서 멀어졌다고 보는 게 온당하다. 하지만 가지 못하고 보지 못한다고 없는 건 아닐 터. 마애불은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세상에 불법을 전하고 있었던 거다. 합천에 갔다면 ‘당연히’ 오도산(1134m)에 올라야 한다. 이만 한 풍경 전망대 찾기가 쉽지 않다. 차로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니 더 좋다. 묘산면 소재지 끝에 오르는 길이 있다. 이리저리 굽은 길을 차로 20분쯤 오른다. 길은 좁지만 도로 곳곳에 교행할 수 있는 공간이 자주 나와 어렵지 않게 오를 수 있다. 오도산은 해돋이 풍경이 빼어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한데 ‘아침형 인간’이 아니라면 저물녘에 오르는 것도 좋다. 해돋이 장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서정적인 풍경이 펼쳐진다. 글 사진 합천 손원천 여행전문기자 angler@seoul.co.kr ■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수도권에서 승용차로 갈 경우 중부내륙 고속도로 성주 나들목으로 나가는 게 낫다. 33번 국도를 따라 가야산을 에둘러 가는 맛이 각별하다. 대장경세계문화축전(www.tripitaka-festival.com) 입장권은 어른 1만원, 청소년 8000원, 어린이 6000원이다. 이 입장권으로 해인사와 영상테마파크 등 관광지를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대장경축전장과 해인사를 하루 수차례 셔틀버스가 오간다. 소리길과 기도길을 돌아본 뒤 셔틀버스를 이용해 원점으로 회귀할 수 있다. →맛집:합천은 한우로 유명한 곳. 삼사면 일대에 목장을 운영하며 도축하는 고깃집들이 많다. 해인사 앞에도 산채정식을 내놓는 집들이 즐비하다. 합천의 특산물 가운데 하나가 고랭지 파프리카다. 해인사 위 자락의 마장마을에 대규모 파프리카 재배농가들이 몰려 있다. 고원분지 특유의 풍경을 구경할 겸 둘러보는 것도 좋겠다. →잘 곳:해인사 초입에 해인사관광호텔(933-2000)이 있다. 이른 아침 오도산에 오를 계획이라면 오도산자연휴양림(930-3733)이 좋다.
  • ‘사비-인혜’ 안부러운 아스날의 ‘램지-외질’라인

    ‘사비-인혜’ 안부러운 아스날의 ‘램지-외질’라인

    ‘축구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라는 타이틀과 기록을 만들어가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가 클럽 팀이 아닌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에서 부진할 때마다 듣는 말이 있다. 그의 골 기록은 ‘사비-인혜’ 덕분이기 때문에 그 둘이 없을 땐 활약이 떨어진다는 비판이다. 수년간 최고의 중앙, 공격 미드필더 조합으로 추앙 받은 바르셀로나의 사비와 이니에스타 라인에 아스날의 새로운 조합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번 시즌,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는 램지-외질 라인이 그것이다. 시즌 개막 후 내내 상대팀을 쩔쩔매게 하던 두 사람의 조합은 지난 2일 새벽 벌어진 아스날 대 나폴리 경기에서 다시 한 번 빛을 발했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최고의 ‘죽음의 조’인 F조에서의 중요한 결전. 양 팀 중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만한 강 팀 간의 대결이었다. 모두가 팽팽한 승부를 예상하고 있던 전반 8분 램지와 외질은 눈부신 콤비플레이로 손쉽게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램지가 오른쪽 측면으로 돌아나가는 플레이로 공간을 만들어낸 뒤 2선에서 뛰어들던 외질에게 정확한 패스를 내줬고 외질은 주저없이 정확한 슈팅으로 아스날 데뷔골을 만들어냈다. 간결하고, 정확하며, 상대방이 압박할 틈조차 주지 않는 최고의 콤비플레이였다. 이날 경기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한 외질은 유사한 포지션에서 뛰는 이니에스타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다는 평가다. 개인기나 드리블 능력에 있어는 이니에스타에 외질이 못 미치지만, 같은 팀 선수들의 골을 돕는 능력은 외질이 확연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외질은 최근 5년간 유럽을 통틀어 가장 많은 어시스트를 기록해 공식적으로 ‘유럽 도움왕’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프리미어리그 데뷔 2경기 만에 3도움을 기록, 어시스트 선두로 올라서며 그 진가를 입증하고 있다. 오랜 기간 최고의 중앙미드필더로 군림한 사비와 램지의 비교는 시기상조일 수도 있다. ‘패스마스터’라는 별명을 가진 사비는 바르셀로나 ‘티키타카’ 축구의 핵심이다. 그러나 이번 시즌 램지의 놀라운 성장과 기록을 보면 램지가 사비수준의 선수로 성장하지 못 할 까닭이 없어보인다. 현재까지 8골을 기록하고 있는 램지는 단순히 골을 많이 넣고 있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EPL에서 가장 많은 태클을 성공시킨 선수다. 스완지전까지 33개의 태클을 시도해, 이 중 88%를 성공시켜 리그 내 어떤 선수들에 비해서도 독보적으로 앞선 태클기록을 선보이고 있다. 공격적으로, 수비적으로 완벽한 중앙미드필더로서의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원래 중앙미드필더가 본 포지션인 램지는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지휘 아래 수비에서 공격까지 경기장의 모든 곳을 누비는 왕성한 활동량과 전체적인 축구 감각이 꽃을 피운 모습이다. 특히 이 날 경기 첫 골 상황에서 보여준 측면을 돌아가서 중앙으로 패스를 내준 플레이는 지난 시즌 벵거 감독이 램지를 심지어 측면 수비로까지 뛰게 했던 과정에서 나온 능력으로 중앙만이 아닌 측면에서도 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결국 아스날은 중요한 결전에서 2 대 0 승리를 거두며 승점 6점 조 선두로 올라서며 리그에서의 성공적인 출발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어갔다. 개막전 아스톤빌라 전에서 패배 후 10연승의 파죽지세에는 분명 ‘램지-외질’ 라인의 눈부신 활약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성모 스포츠 통신원 london_2015@naver.com
  •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새 영화] ‘어떤 여인의 고백’

    ‘어떤 여인의 고백’은 한 편의 연극 같은 영화다. 무대는 전쟁의 포화로 폐허가 된 아프가니스탄의 작은 마을이다. 이곳에서 죽음은 일상화됐다. 프레임 바깥에서는 시종일관 총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은 폭격으로 불에 탄 자동차를 장난감으로 여긴다. 이웃이 “괜찮냐”고 안부를 물어오면 “살아 있다”는 대답을 돌려준다. 여인(골쉬프테 파라하니)은 어떤 남자를 돌보고 있다. 여인보다 훨씬 나이 들어 보이는 이 남자는 전장에서 총을 맞고 식물인간이 된 여인의 남편(하미드 드자바당)이다. 여인은 의식을 잃은 남편에게 그동안 쌓아왔던 속마음을 조금씩 풀어놓는다. 그런데 여인의 모놀로그에 담긴 감정은 사랑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오랜 차별과 폭력의 세월에 짓눌려 있던 여인의 이야기는 점차 한탄과 증오로 변해간다. 마을을 점령한 군인과 관계를 가지면서 여인은 성적으로도 각성하기 시작한다. 여인의 비밀이 담긴 이야기는 서서히 되돌릴 수 없는 파국의 지점으로 나아간다. ‘어떤 여인의 고백’은 2008년 프랑스에서 공쿠르상을 받은 소설 ‘인내의 돌’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소설의 원작자이자 감독인 아틱 라히미는 1962년 아프간 카불에서 태어나 소련의 침공 뒤인 1984년 프랑스로 망명했다. 감독은 여인의 고백을 통해 그동안 말해지지 못했던 이슬람 여성의 억압과 고독을 고발한다. 여인의 고백에서 드러나는 아프간은 여성이 물건처럼 거래되고 극단적인 정조(貞操)를 요구받는 반인권적인 사회다. 시아버지는 아무렇지 않게 며느리를 범하고, 생리는 불결한 것으로 치부된다. 차도르를 뒤집어 쓴 여인의 모습은 남성중심적인 이슬람 사회의 폐쇄성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영화가 현실을 과장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주연을 맡은 파라하니는 프랑스 패션 잡지에서 누드 사진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모국인 이란에서 입국 금지 통보를 받았다. 감독은 ‘천일야화’의 세헤라자데를 차용해 이야기의 주체를 전복시킨다. 이야기를 듣는 남편이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닌 상태에 있고, 여인은 재미있는 이야기 대신 고통의 역사를 서술한다는 점이 다르다. 남편은 ‘인내의 돌’이 된다. 감독은 이모의 대사를 통해 페르시아의 전설에 등장한다는 ‘인내의 돌’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고통과 비밀을 말하렴. 다른 누구에게도 말 못한 비밀을 들어주지. 그러다 어느 날 돌이 산산조각난단다. 그 순간 네 모든 고통이 사라질거야.” ‘인내의 돌’을 은유하는 영화의 시적인 결말은 오랫동안 여운이 남는다. 102분. 3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자원 영토’ 분쟁 중인 북극

    [조한종 기자의 ‘新 해양 실크로드’ 북극 항로를 가다] ‘자원 영토’ 분쟁 중인 북극

    망망대해의 총성 없는 전쟁터에 들어왔다. 26일(현지시간) 북위 75도를 지나 자원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북극 바렌츠해를 지났다. 이곳은 노르웨이령 스발바르제도와 러시아령 노바야제믈랴제도 사이의 바다로, 해저 석유와 어족 자원을 놓고 두 나라가 으르렁대던 곳이다. 배는 발트해에서 급유를 위해 잠시 멈춘 뒤 쉼 없이 북으로 올라왔다. 이후 노르웨이 끝자락에서 북동진해 러시아 쪽 영해로 이동했다. 아직 9월이지만 밤에는 오로라가 보인다. 아침 기온이 섭씨 0도를 오르내린다. 북극에 왔다는 것이 실감 났다. ■북위 75도, 아침 기온 섭씨 0도 전날 북극의 얼음 바다를 안내할 ‘아이스 파일럿’을 태우기 위해 러시아 무르만스크를 지척에 둔 노르웨이 시르케네스 외항에 들렀다. 북극 바다의 풍랑이 심해 인근 바르도섬 앞바다에서 파일럿을 태우려던 계획을 바꿔 안전하게 시르케네스항까지 찾은 것이다. 이곳은 북극해 연안에 위치한 노르웨이 유일의 항으로 수년 전 중국에서 북동 항로를 따라 철광석을 실어 갔던 항구다. 이곳에서부터 파일럿의 판단에 따라 배의 운항 방향이 바뀐다. 북동 항로를 따라 북위 78도인 카라해~로모노소프해령~랍테프해~동시베리아해~척치해를 거쳐 베링해로 곧장 나갈지, 카라해에서 빙산지대가 있는 북위 83도 부근까지 올라간 다음 베링해로 나갈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위성사진을 통해 올여름에는 북동 항로의 길목인 카라해와 랍테프해를 가르는 로모노소프해령 세베르나야제믈랴섬 입구에 덩치 큰 빙산이 버티고 있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길목을 막은 빙산을 피해 북극점 쪽으로 더 올라갔다가 베링해로 나갈 공산이 크다. ■바렌츠해 자원 놓고 ‘40년 분쟁’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이는 이곳 북극은 사실 보이지 않는 전쟁터다.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갈등이 가장 치열하다. 북동 항로가 놓인 바렌츠해의 자원을 놓고 노르웨이와 러시아는 40년간 다퉜다. 노르웨이령인 스발바르제도와 러시아령인 노바야제믈랴제도 사이 바렌츠 해저에는 무진장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고 세계적인 어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어선들이 노르웨이 경비정에 쫓겨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외교적 마찰까지 겪었다. 러시아는 이 지역에 군 항공기를 수시로 보내 감시하며 군사적 충돌 일보 직전까지 간 적도 있다. 급기야 두 나라는 지난해 해저 중간선에 경계선을 긋는 데 합의하고 서로 자원 개발에 나서고 있다. 노르웨이는 기존의 북해 석유 자원이 고갈돼 감에 따라, 러시아는 빨리 자원을 개발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에서 합의를 하게 됐다. 경계선 결정 이후 노르웨이는 발 빠르게 바렌츠해 경계선에 석유와 천연가스 시추선을 올리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자본과 기술력이 떨어지는 러시아도 이 지역에 외국 자본을 끌어들여 개발하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2007년 8월 소형 심해 잠수정을 이용해 로모노소프해령을 따라간 북극점 바로 밑 해저 4000m에 티타늄 러시아 깃발을 꽂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러시아는 자국 깃발을 해저에 꽂는 장면을 전 세계에 생중계까지하며 북극 해저가 자국 영토임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미국, 캐나다, 유럽 등 세계 각국은 ‘15세기의 이벤트’라며 평가절하했지만 북극해 주변 강대국들 사이에 자원 전쟁을 일으키는 기폭제가 된 것만은 분명하다. 북극해의 가장 넓은 지역을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는 이후 꾸준히 자원 전쟁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노력을 해 오고 있다. 북극 항로를 오갈 쇄빙선도 노후된 것은 과감하게 폐기시키고 원자력을 동력으로 사용하는 폭넓고 연중 사용 가능한 배로 교체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아이슬란드 강대국 속 줄타기 그린란드의 국방·외교권을 갖고 있는 덴마크는 캐나다와 조그마한 돌섬인 한스섬을 놓고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그린란드와 캐나다 중간에 있는 한스섬은 북극의 얼음이 녹으면서 나타난 것으로, 주변 자원은 물론 북서 항로 관문에 위치해 있어 각축장이 되고 있다. 두 나라는 지금까지 서로 자기네 땅이라고 국기를 번갈아 꽂아 가며 갈등을 빚고 있다. 알래스카를 소유한 미국과 북극권에 맞닿아 있는 캐나다의 갈등도 만만찮다. 미국과 캐나다의 북서 항로에 있는 보퍼트해 대륙붕의 자원을 놓고 해양 경계선 갈등이 치열하다. 캐나다는 알래스카 육상 자오선의 연장선에 해양경계선을 그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국은 육상 경계를 벗어나 해안선을 기준으로 바다 영토를 나누면 캐나다 영해 쪽으로 경계선이 더 넘어간다며 다투고 있다. 보퍼트해 대륙붕에 많은 석유와 천연가스가 묻혀 있기 때문이다. 이곳 분쟁 지역은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재정위기를 맞은 아이슬란드는 유럽연합(EU)의 정식 회원국 편입을 뿌리치고 국채를 빌려주기로 한 러시아에 미군 기지를 내준다고 발표해 유럽을 놀라게 했다. 아이슬란드는 또 중국 자본을 끌어들여 경제를 일으키려는 목적에서 국토의 일부를 중국에 빌려주기로 약속하면서 강대국들의 각축장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북극으로 이어지는 항구가 절실한 중국에 아이슬란드는 북극 항로 전초기지로서의 이용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동토 아이슬란드 주변의 자원과 교역 길목을 노린 강대국들의 힘겨루기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일본도 북극 개발 도전장 북극해와 맞닿아 있지 않은 나라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중국이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모습이다. 중국은 러시아에서 만든 쇄빙선을 들여와 개조해 쉐룽호로 이름 붙인 뒤 일찌감치 북극을 수차례 들락거렸다. 지난해에는 북극 항로를 왕복 운항하는 데도 성공했다. 올 8월에는 중국 다롄에서 1만 9000t급 컨테이너선 융성호가 출발해 네덜란드 로테르담항에서 컨테이너를 적재한 뒤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고 있다. 북동 항로에는 아직 컨테이너선이 운항한 적이 없어 의미가 크다. 이처럼 북극과 동떨어진 중국이 북극 항로에 정성을 쏟는 이유는 빠른 교역에도 있지만 미국 등 서방 세계의 수에즈운하와 말라카해협에 대한 감시와 눈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미도 있다. 우리나라와 일본도 우수한 과학 기술과 조선 기술을 바탕으로 북극 개발에 도전장을 내고 있다. 동승한 이승헌 수석 항해사는 “러시아, 캐나다, 미국, 덴마크, 노르웨이 등 북극을 접하고 있는 5개국이 북극해 자원과 항로 선점을 두고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북극해는 세계 5대 분쟁 지역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면서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자료를 축적하고 개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북극 바렌츠해상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상위 10% 하버드생들은 행복했을까

    [행복의 비밀] 조지 베일런트 지음/최원석 옮김/21세기북스 펴냄/528쪽/2만 1000원 1937년 미국 하버드대에선 흥미로운 연구의 밑그림이 그려졌다. 공중위생학부 교수인 앨런 V 복 박사가 총장에게 제안한 이 연구에는 인간의 선천적·후천적 요인을 아울러 미래의 성격과 건강을 예측하고, 직업 선택에 미치는 영향까지 파악하자는 의도가 담겼다. 이듬해 복 박사는 하버드 홀리요크가의 붉은 벽돌 건물에서 인류학자, 심리학자, 내과·정신과 의사로 구성된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그랜트 연구’로 알려진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오래된 인간의 삶에 관한 연구로 알려져 있다. ‘버클리 앤드 오클랜드 성장연구’(1930), ‘프레이밍엄 연구’(1946) 등과 더불어 미국의 대표적인 종단 연구로 불린다. 프로젝트는 복 박사의 친구이자 후원자였던 거부 월리엄 T 그랜트의 이름을 땄다. ‘성인발달연구’로도 불리며 초기 연구는 인간의 체형이 삶을 결정짓는다는, 오늘날의 관점으로는 도통 이해할 수 없는 가설에서 비롯됐다. 그렇게 연구가설은 시대에 따라 세 차례나 바뀌었다. 연구 대상은 18~19세의 건장한 백인 청년들. 이들은 전체 하버드대생 가운데 수학능력시험(SAT), 건강상태, 가정환경 등을 감안해 추려낸 268명의 상위 ‘10%’ 그룹이었다. 비슷한 신체·정신적 건강상태와 피부색, 교육 수준, 지능 등을 지녔고, 1939~1944년 차례로 하버드대를 졸업해 사회적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이 우월해 보이는 백인 남성들은 스스로 ‘실험용 쥐’라 부르며 그리 행복한 삶을 살지 못했다. 75년간 무려 세 차례나 바뀐 연구팀은 거의 매년 대면 혹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를 통해 피실험자들의 정신건강과 신체변화, 사회적 지위, 만족감 등을 측정했다. 일종의 10점 척도인 ‘10종 경기 점수’에선 피실험자의 3분의1이 2~3점을 받았다. 상·하위 3분의1은 각각 4점 이상, 2점 이하를 기록했다. 이들은 1919~1922년 출생해 사춘기 때 대공황을 겪었고, 대학 졸업과 함께 2차 세계대전의 전장에 내몰렸다. 직업적 안정을 찾아갈 중년 무렵에는 다시 베트남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행복의 비밀’은 1972~2004년 연구팀을 이끌었던 저자가 독특한 시각에서 그랜트 연구를 재해석한 책이다. 주로 심리적 요인에 집중해 “인간은 평생 변하고 성장하는 존재”라며 “인생에서 중요한 단 하나는 다른 사람과 맺는 인간관계”라고 결론내린다. 미국 중하위층 가정에서 태어난 애덤 뉴먼(가명)의 경우 포악한 어머니 밑에서 성장했다. 방어기제로 극도로 절제된 행동을 보인 그는 외형상 완벽한 엘리트였다. 게르만계의 중배엽형 체격과 영민한 두뇌의 소유자였지만 심리검사에선 항상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만사에 무관심했던 그는 의학자와 공학자, 사회학자의 범주를 오가며 변화무쌍하게 살았다. 72세에 암으로 볼품없이 숨지기 전 가진 마지막 면담에서 연구원은 놀랍게도 “그에게 매료됐다”는 의외의 보고서를 작성했다. 뉴먼이 앞서 연구원에게 “살아 있어 행복하다”는 편지를 남겼던 것이다. 상류층에서 태어났지만 위선적 부모 밑에서 자란 고드프리 카미유(가명)는 의사였다. 32세에 자살을 시도한 뒤 55세 때 폐결핵으로 병원에 입원하기 전까지 절망적인 삶을 살았다. 병원에서 영적 체험을 했다는 카미유는 82세로 죽을 때까지 30년간 영적으로 무섭게 성장했다. 추도사를 읊은 목사는 “늘 베풀며 성인처럼 살았다”고 증언했다. 책은 어린 시절의 경험과 유전적·환경적 요인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런 조건을 뛰어넘는 인간의 변화 의지, 성장의 방향이 행복에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행복의 조건은 학벌, 재산, 지위가 아닌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내적) 능력이었던 것이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주말 영화]

    ■검은 수선화(EBS 일요일 오후 2시 30분) 스코틀랜드 출신의 클로다 수녀는 히말라야의 오지 마을 모푸로 선교활동을 떠난다. 그곳에는 ‘마리아의 종’ 수녀원의 분원에 이어 학교와 병원이 세워지고, 클로다 수녀는 최연소 분원장으로 임명된다. 클로다 수녀는 오지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이상한 기운을 느끼고, 주민들의 경계심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한편 장군의 대리인으로 마을 사람들과 동화되어 사는 백인 남자 딘은 클로다 수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도와주지만,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 주민들에게 수녀원은 필요하지 않다며 빨리 떠나는 게 좋다고 충고한다. 장군의 조카인 젊은 장군도 와서 수업을 듣고, 수녀원이 운영하는 학교와 병원이 자리를 잡아갈 즈음 딘이 데려온 거리의 여인 켄차와 젊은 장군이 눈이 맞아 수녀원을 떠나는데…. ■디트로이트 메털시티(OBS 일요일 밤 10시 15분) 스위트팝을 사랑하는 네기시는 멋진 뮤지션이 되려고 상경한다. 하지만 악마 같은 여사장에게 속아 데쓰메털 밴드 ‘디트로이트 메털 시티’(DMC)로 데뷔하게 된다. 러브 발라드를 좋아하는 네기시지만, 무대에만 오르면 거침없는 카리스마를 내뿜는 DMC의 크라우저로 돌변하여 팬들을 광분의 도가니에 몰아넣으며 전 세계 데쓰메털계의 교주로 추앙받는다. 한편 자신의 러브송을 좋아했던 첫사랑 소녀 유리와 우연히 만난 네기시는 DMC를 싫어한다는 그녀에게 차마 자신이 DMC라고 말하지 못한다. 그렇게 밴드와 그녀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며 갈등하던 중 세계 메털계의 거장 잭일 다크에게서 살벌한 대결의 도전장이 날아온다. ■독립영화관-두개의 선(KBS1 토요일 밤 1시 5분) 지민과 철은 대학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한 지 10년되는 사이로, 룸메이트이자 연인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소위 결혼 적령기에 접어든 그들에게 ‘언제 결혼할 거냐’, ‘왜 결혼을 하지 않느냐’는 질문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도대체 결혼은 왜 하는 거냐고 되묻곤 했었다. 이대로 함께여도 충분히 행복한 생활. 법과 제도, 다른 관계들 속에 억지로 포함되고 싶지 않았다. 이따금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상상해 보기도 했지만, 늘 그렇게만 지나쳤다.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여자와 시간강사로 뛰어다니는 남자에게 그것은 아주 먼 나라의 얘기였다. 영화는 결혼에 대한 맹목적인 핑크빛 환상에 물음표를 던지며, 결혼과 육아에 대한 생생한 현실을 돌아보게 만든다.
  • [구미 불산 누출사고 1년] 불산 악몽 벌써 잊었습니까

    [구미 불산 누출사고 1년] 불산 악몽 벌써 잊었습니까

    경북 구미에서 불산사고가 일어난 지 27일로 1년이 됐다. 이 사고는 23명의 사상자와 500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낸 초유의 화학물질 누출 사고였다. 작업자가 발을 헛디뎌 밸브를 밟는 작은 실수에서 비롯된 사고였지만 피해는 엄청나게 컸다. 사고 당시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는 안전 불감증이 만연해 있는 사업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화학물질 안전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도 화학물질 취급 업체에 대한 관리 책임 강화와 처벌 조항을 담은 관련 법을 만들고, 화학물질 사고를 전담하는 안전원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사고 1년이 지난 지금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관련법의 각종 규제 조항은 산업계의 반발로 누더기가 됐다. 제대로 이행될지조차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구미 불산사고 이후 화학물질 사고에 대비한 정부의 대책을 점검해 본다. 지난해 9월 27일 발생한 구미 불산사고는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인재(人災)였다. 이날 현장에서 사망한 작업자들은 보호장구조차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했다. 압력을 가하는 밸브와 불산이 이송되는 밸브가 열린 상태에서 작업자 한 명이 미끄러지면서 밸브를 건드렸고, 일자형 막대 밸브는 힘없이 열렸다.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한 대응 인력들도 공장과 시설의 구조를 몰라 6시간이 넘는 사투 끝에 겨우 밸브를 찾아 잠갔다. 그렇게 뿜어 나온 불산 가스는 마을 일대 가축과 농지를 덮어버렸다. 26일 환경부에 따르면 구미 불산사고 이후 최근까지 발생한 각종 화학물질 사고는 60여건에 달한다. 정부의 각종 안전대책 발표가 이어지는 가운데도 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구미 불산사고 수습 당시 산업 현장의 안전 점검과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던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다. 사고 발생 시 출동하게 될 특수 화학물질 분석 차량은 여전히 1대에 불과하고, 관련법과 세부 시행령도 초기 긴장감은 사라진 채 세월만 보내고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올해 6월 화학물질 관리의 두 개 축인 화학물질의 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을 마련했다. 화평법과 화관법에는 사고를 낸 사업장에 매출액 대비 5%의 과징금을 물리고, 연속해서 사고가 발생한 업체에 대해 삼진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처벌 조항이 포함됐었다. 그럼에도 국회에서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를 받고 법안이 통과됐다. 법안은 2015년부터 시행되지만 산업계는 기업 부담을 이유로 화학물질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화평법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용 물질과 소량 물질 등록에 따르는 기업의 부담과 영업 비밀 공개가, 화관법에 대해서는 매출액 대비 5%의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최근 환경부는 기업을 달래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나정균 환경부 보건정책관은 “화평법에 명시된 소량 화학물질의 의무등록제에 대해 연구개발용 물질은 등록을 면제하고, 기업의 영업 비밀은 철저히 지키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겠다”면서 “화관법에 대해서도 매출액 5% 수준의 과징금은 반사회적인 기업에 매우 예외적으로나 부과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현장의 안전 불감증을 질타하며, 안전관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1년 새 뒤바뀐 사회 분위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산업계와 정부가 계속 명분 쌓기 싸움만 하는 것처럼 비치기 때문이다. 정부는 기업의 우려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하위법령을 만들겠다고 달래고 있지만, 산업계는 계속 유사한 우려를 되풀이하며 정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급기야 정부는 하위법령을 같이 만들자며 산업계와 협의체를 구성했다. 이는 과거 전례가 없던 일이다. 그럼에도 산업계는 지속적으로 우려를 제기하고, 일부 언론을 통해 이미 공포된 법률의 내용과 국회 심의 과정이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산업계의 요구에 밀려 화평법과 화관법을 후퇴시키면, 박근혜 정부는 기초노령연금 등 복지 정책의 후퇴에 이어 국민안전 정책을 후퇴시키는 꼴이 된다”면서 “각종 화학물질 사고 예방의 최소 가이드라인인 화평법과 화관법은 유지 또는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홍영표 민주당 의원도 “구미 불산사고에서 얻은 교훈 중 하나가 화학물질 정보를 노동자와 지역 주민 등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는 점”이라면서 “사고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지만 개선된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성토했다. 산업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안전을 소홀히 할 수 없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10만명 중 10명이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있다. 독일의 6배, 이웃 일본의 5배에 이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평균보다도 2배 이상 많다. 산재를 반으로 줄여도 OECD 평균보다 높은 것이 우리 산업현장의 현주소다. 산재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 한 해 18조원이 넘는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안전·환경을 강화하는 것이 기업에 경제적 부담만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늦은 감은 있지만 정부가 화학물질 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전담기관으로 ‘화학물질안전원’과 ‘화학재난합동방재센터’를 설립하기로 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올 말까지 전문인력을 구성해 안전원을 발족시킨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아직은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안전원을 설립할 장소 확보와 인력과 장비를 어떻게 운용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안전원을 발족해도 체계가 잡히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화학물질 분석 차량도 올해 안에 4대 확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40억원의 예산을 확보했지만 아직까지 별 진전이 없다. 구미 불산사고를 계기로 환경부가 화평법과 화관법을 제정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산업계가 여전히 반발하고 있어 자칫 법안이 유명무실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당장 불편할 것 같다는 이유로 사고의 아픔을 벌써 망각한 채 안전장치를 적절한 선에서 타협으로 일관해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빈번한 화학물질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관리 체계를 강화하고 보다 강력한 규제가 따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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