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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종석 ‘화학적 거세’ 청구키로

    고종석 ‘화학적 거세’ 청구키로

    검찰이 나주 초등학생 성폭행범 고종석(23)씨에 대해 전자 위치추적 장치(전자발찌) 부착과 성충동 약물치료(화학적 거세)를 청구하기로 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광주지검 형사 2부(전강진 부장검사)는 재범 위험성과 성도착증 성향 등을 고려해 화학적 거세 적용 여부 등을 판단하기 위해 사전 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또 1차 구속기간(10일)이 14일 만료됨에 따라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고씨의 범행 경위와 성향 등을 분석하기로 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고씨를 송치받은 뒤 신경정신과 전문의, 범죄심리학 교수, 대검찰청 진술분석 전문가 등과 차례로 면담 조사를 했다. 고씨는 지난달 30일 오전 1시 45분쯤 나주시 영산길 집에서 잠자고 있던 A(7)양을 이불째 납치해 인근 다리 아래에서 성폭행하고 목을 졸라 살해하려 한 혐의로 구속됐다. 광주 최종필기자 choijp@seoul.co.kr
  • 청주 경찰지구대 옆 주택서 20대女 살해 유력 용의자도 옆집 아저씨

    지난 11일 충북 청주의 경찰지구대 옆 주택가에서 피살된 20대 여성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이웃집 40대 남성이 지목됐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충북 청주 상당경찰서는 13일 “숨진 A(26)씨의 이웃집에 사는 곽모(46)씨가 동거 중인 내연녀를 만나 ‘내가 목을 졸라 여자를 죽였다’고 말한 뒤 잠적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2차 부검을 통해 A씨 시신에서 성폭행당한 흔적과 저항하는 과정에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상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곽씨의 집에서 피가 묻어 있는 옷을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을 의뢰했다. 곽씨가 살았던 건물은 3층으로 1·2층은 상가고 3층에 원룸형 2가구가 있다. 곽씨와 A씨는 3층에 각각 살았던 이웃이었다. 이 건물은 5m 정도 폭의 이면도로를 사이에 두고 지구대 바로 옆에 위치해 있다. 곽씨는 2004년 친딸 등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복역한 인물로 당시는 위치추적장치 제도가 없어 전자발찌 착용 명령은 선고되지 않았다. 그러나 출소 직후 성범죄 우범자로 지정돼 경찰의 관리를 받아 왔다. 청주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중곡동 주부살해’ 못 막은 경찰 직무유기

    지난달 20일 서울 중곡동에서 전자발찌를 찬 채 30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서모(42)씨를 경찰이 범행 전 충분히 잡을 수 있었는 데도 놓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여준 치안당국의 대응과 공조체계는 총체적으로 안이하고 허술했다. 서씨는 지난달 7일에도 면목동의 가정집에서 30대 주부를 성폭행했다. 하지만 사건을 맡은 중랑경찰서는 16일 후인 23일에야 법무부 보호관찰소에 전자발찌 착용자 목록을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중곡동 살인이 터진 지 사흘 뒤였다. 면목동 사건이 터진 직후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적을 기민하게 추적했더라면 서씨를 잡을 수 있었고 결국 중곡동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서씨를 관리하던 서울동부보호관찰소 관계자는 “범행시간과 장소가 정확하면 당시 부근에 있었던 전자발찌 부착자를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찰청 관계자는 “전자발찌 착용자의 수신(위치) 자료를 열람·조회하려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씨의 첫 범행(면목동)부터 두 번째 범행(중곡동)까지 13일의 시간은 충분히 영장발부 절차를 밟을 수 있었던 시간이다. 이전에도 경찰의 전자발찌 착용 확인요청은 미미했다. 2008년부터 올해까지 일선 경찰에서 법무부 위치추적센터에 범죄자의 사건 현장 주변에 그 사람이 있었는지 위치정보를 조회한 건수는 고작 46건이었다. 검찰과 경찰이 우범자의 DNA 정보를 따로 관리하는 것도 수사를 어렵게 했다. 면목동 성폭행 당시 중랑서는 피해자의 몸에 남은 체액을 체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했지만 ‘동일 유전자정보 없음’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나 성폭행 전과가 있던 서씨의 DNA정보는 대검찰청 데이터베이스(DB)에 있었다. 2010년 시행된 DNA법에 따라 흉악범죄로 형을 선고받거나 보호관찰명령 등을 받은 사람의 DNA를 채취할 수 있는데 법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수형자 정보는 검찰이, 구속 피의자 정보는 국과수가 관리하다 보니 공유가 쉽지 않았다. 한편,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석동현)는 이날 서씨를 구속기소하고 전자발찌 부착명령을 청구했다. 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안철수측 폭로’에 화들짝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안철수측 폭로’에 화들짝

    여야를 비롯한 정치권뿐 아니라 인터넷 세상도 화들짝 놀랐다. 안철수 기자회견이 검색어 1위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측 금태섭 변호사가 지난 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대선기획단의 정준길 공보위원이 대선 불출마를 종용한 사실을 밝혔다. 박인숙 물리적 거세도 논란을 일으켰다. 지난 5일 새누리당 박인숙 의원이 ‘물리적 거세’를 주된 내용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자의 외과적 치료에 관한 법’ 제정안을 발의한 것. 박 의원은 “성범죄에 경종을 울리려면 거세와 같은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3위는 소개팅녀 성폭행 사망 지난 5일 수원 남부경찰서는 8월 28일 회사 아르바이트생 A(21)씨에게 소개팅을 시켜 주겠다며 술자리를 마련해 취하게 한 뒤 성폭행하고 숨지게 한 고모(27)씨와 신모(24)씨를 검거했다. 티아라 홍콩이란 알 듯 모를 듯한 검색어가 4위를 차지했다. 왕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걸그룹 티아라가 오는 18일 홍콩 구룡지역 완차이에 위치한 스타홀에서 3000석 규모의 쇼케이스를 개최한다는 내용이다. 대학교 내 전면 금주 소식도 관심을 끌었다. 지난 5일 보건복지부는 이르면 내년 4월부터 대학 내에서도 술 판매와 음주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6위는 임신부 성폭행 사건이다. 지난 2일 인천지방경찰청은 8월 12일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임신 8개월인 20대 주부 A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최모(31)씨를 구속했다. 최씨는 성폭행 전력이 3차례나 됐지만 2008년 이전에 형이 확정돼 전자발찌 착용이나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는 아니었다. 7위는 통일교의 문선명 (총재) 별세 소식. 지난 3일 오전 1시 54분쯤 경기도 가평 청심국제병원에서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강호동 복귀작이 뒤를 이었다. 9월 가을개편을 맞아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으로 복귀를 준비 중이라는 한 스포츠신문의 단독보도로 관심이 집중됐다. 9위는 싸이 (유튜브) 1억 뷰 달성, 10위는 김기덕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이 차지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화학적 거세 성범죄 대책 될까

    [Weekly Health Issue] 화학적 거세 성범죄 대책 될까

    전자발찌의 성범죄 억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화학적 거세가 유효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재범이 우려되는 성범죄자의 체내에 약물을 강제 주입해 성적 충동을 억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이런 화학적 거세는 성호르몬의 생성과 분비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효력을 유지하는 기간이 짧아 주기적으로 약물을 반복 투여해야 하며, 여기에 적지 않은 관리비용 등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또 사람마다 거세효과가 다를 뿐 아니라 생리적 요인이 아닌 습관화된 성범죄까지 억제하기가 어렵다는 등의 한계도 있다. 이런 화학적 거세를 두고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와 대화했다. ●거세의 의학적 의미를 설명해 달라. 물리적, 화학적 방법으로 남성호르몬의 생성과 역할을 억제하는 조치를 뜻한다. 남성호르몬 생성과 기능을 억제하면 성욕과 발기기능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화학적 거세 개념이 없었던 예전 궁중에서는 양쪽 고환을 떼어내는 방식으로 거세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호르몬을 조절해 거세를 하며, 이 방법은 비단 거세뿐 아니라 전립선암 등을 치료하는 데도 이용되고 있다. ●거세의 유형과 각각의 특성을 짚어 달라. 먼저, 수술적 방법이 있다. 수술을 통해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95%를 생성하는 고환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과거에 많이 사용한 이 방식은 24시간 내에 체내 남성호르몬의 90%가 감소할 정도로 효과가 빠르다. 하지만 수술적 방법이어서 환자의 신체를 훼손한다는 점과 수술에 따르는 출혈, 감염 등의 부작용을 겪을 수도 있다. 이와 달리 화학적 방법은 약물을 이용해 남성호르몬의 수치를 낮추거나 남성호르몬이 작용하기 전에 거쳐야 하는 수용체 결합을 차단하는 방법이다. 주로 경구용 약물이나 주사제를 통해 이뤄지는 화학적 거세는 약물이 호르몬을 생성하는 과정 중의 한 단계를 차단함으로써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원천적으로 억제하거나, 남성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거나, 황체 형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화학적 거세는 대부분 수술적인 방법과 유사한 효과를 나타내며, 거세에 이르는 기간 역시 2주에서 1달 이내로 짧은 편이나 심혈관계에 이상이 생기거나 소화기계 이상, 간독성 등이 나타날 수도 있다. ●이 중에서 특히 화학적 거세를 거론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수술적 방법의 경우 침습적인 데다 수술에 따르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또 한번 수술을 시행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반면 화학적 거세의 경우 약물 투여를 중단하면 다시 성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법리적 판단이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경우 다시 이전 상태로 회복시키기가 용이하다. 특히 최근에는 의약 기술이 발전해 효과는 수술과 비슷하면서도 수술에 따르는 부작용이나 거부감을 갖지 않아도 되는 약물이 많은 것도 한 요인일 것이다. ●화학적 거세란 어떤 약물을 이용하며, 어떤 약리성을 갖는가. 화학적 거세의 원리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남성호르몬의 생성을 억제하는 방법이다. 투여한 약물이 호르몬 생성 과정 중의 한 단계를 억제하도록 만들어져 있다. 남성호르몬은 대부분 고환에서 생성되지만 일부는 부신이라는 기관에서도 만들어진다. 현재 사용하는 약물들은 부신에서 생성되는 남성호르몬은 물론 코티졸 등 다른 호르몬의 생성까지 억제하기 때문에 이를 보충해줘야 하는 단점이 있다. 다음은 남성호르몬이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게 해 성기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여기에 사용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성과 비스테로이드성으로 나뉘는데, 전반적인 약리성에는 큰 차이가 없고, 약제도 무척 다양하다. 마지막으로 황체 형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방법이 있다. 황체 형성 호르몬의 분비를 담당하는 호르몬의 작용을 인위적으로 제어해 성기능을 떨어뜨리는 방법이다. 특히 이 방법 중 황체호르몬 작용제를 투여하는 방식이 있는데, 이 경우 초기에는 약물이 뇌하수체에 작용해 남성호르몬이 일시적으로 늘지만 곧 뇌하수체 수용체에 변화를 끌어내 2주 정도면 거세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화학적 거세는 어떤 질환에 적용하며, 어떤 효과를 기대하는가. 체내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 전립선 상피세포가 위축되어 암의 진행을 막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현재도 전립선암 치료에 폭넓게 이용되고 있다. 따라서 거세가 아니라도 이런 치료를 받으면 보편적으로 발기력이 감소할 뿐 아니라 성욕을 유발하는 핵심 인자인 남성호르몬이 감소해 성욕까지 감퇴하게 된다. 물론 극히 일부에서는 화학적 거세에도 불구하고 발기가 유지돼 성생활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기도 하다. ●화학적 거세의 한계는 무엇이며, 적용에 따른 문제는 없는가. 약물을 장기적으로 투여할 경우 골밀도가 감소해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또 호르몬 변화로 남성의 가슴이 여성처럼 커지는 유방비대증이나 유방 통증이 나타나는가 하면 갱년기 여성이 겪는 안면홍조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현될 수도 있다. 체성분에도 변화가 생겨 일반적으로 체지방이 증가해 비만해지는 반면 근육량은 감소하게 되며, 기력감퇴, 혈액 검사상의 수치 이상 등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물론 약물을 제대로 복용하지 않으면 거세 효과가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화학적 거세를 시행하는 동안에는 주기적 관찰과 관리가 필요한 것도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화학적 거세가 유효한 성범죄 대책이 될 수 있다고 보는가. 지속적, 정기적으로 경구용 제제나 주사제를 투여하면서 대상자를 추적 관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혈액검사를 통해 언제든 남성호르몬 수치를 확인할 수 있으며, 복용 여부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또 수술에 비해 물리적인 인체 손상이 없고,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면서 용량이나 주기를 조절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어 충분히 유효하다고 본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성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화학적 거세가 재범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보고되고 있다. 그렇지만 본질적으로 화학적 거세는 치료 조치이지 처벌은 아니다. 이 점을 간과하면 안 될 것이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저자와 차 한 잔] ‘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 펴낸 김용언

    나주 성폭행 피해 어린이가 ‘당한’ 정황이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된 신문 기사를 읽는 당신, 현장 검증에 나선 범인에게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내뱉는 이웃들의 사진과 동영상을 확인하는 당신, 전자발찌나 화학적 거세-심지어 물리적 거세까지 주장하는 목소리들을 듣는 당신. 열흘 사이 나타난 이 뜨거운 관심과 우려, 지탄과 자조, 법률과 제도의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한데 뒤섞인 현실은 어느 정도 ‘인간의 등 뒤에서 일어나는 어두운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동공이 확대되는 우리네 자화상이 아닐까. 이 모습들은 아르센 뤼팽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에 시선을 파묻던 우리의 어린 시절과 닮지 않았는가.‘범죄소설 그 기원과 매혹’(도서출판 강 펴냄)을 쓴 김용언(36)도 그랬다. 초등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온 셜록 홈스를 밤새 읽고 동네 책방에 선 채로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다 읽어낸 소녀. 부모는 ‘너 커서 뭐가 되려고 그러느냐.’고 뜯어말렸지만 그럴수록 추리나 미스터리, 탐정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연세대 영어영문학과와 10여년 이름있는 영화잡지사에 다닐 때에도, 같은 학교 대학원을 다닐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가을볕이 좋았던 6일 낮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용언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좋아했던 것들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를 탐정처럼 찾아보고 싶었다.”고 했다. 홈스로 대표되는 19세기 부르주아지 탐정, 점잖고 범죄와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수집가이자 산책자, 과학적인 기계로서의 탐정이 20년도 안 되는 사이 미국으로 건너가 하드보일드 형사(또는 탐정)로 변신하는 과정과 이유를 탐구하고 싶었다. 그런데 책을 들춰보니 깊이가 간단치 않다. 범죄소설의 이데올로기를 파헤친 에르네스트 만델과 프랑코 모레티, 기호학으로 뜯어본 움베르토 에코, 독자들이 이들 장르에 빠져드는 과정을 펄프픽션과 다임노블(‘소설공장’에서 만들어진 값싼 엔터테인먼트 소설)을 통해 톺아본 애런 스미스와 마이클 데닝, 법의학과의 연관성을 짚은 로널드 토머스 등이 등장해 ‘누가 살인을 저질렀는가’(추리소설)에서 ‘왜 살인이 벌어졌는가’(하드보일드소설)로 독자들의 궁금증이 전이되는 과정, 사회가, 도시가, 나아가 자본주의가 변화하는 과정을 돌아본다. “6년 전 그 일을 처음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우리 글로 번역된 것들이 전혀 없어 외국 문헌을 뒤졌다. 엄청난 양의 자료가 쏟아졌다. 3~4개월 정도 웹을 뒤지고 도서관을 찾아가 아무도 빌려 보지 않은 것이 분명한 책장을 들춰 가닥을 잡았다.” 2년 전에야 책을 내보겠다는 생각을 했고 “원래 양의 두 배로 늘리고 부록(연표와 국내에 많이 소개됐으면 하고 바라마지 않는, 대실 해밋과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 소개) 등을 보완해 지금 내놓았다.” 김용언은 ‘터프가이’로 통하는 하드보일드 탐정들이 홈스와 달리, 부패된 사회구조 속에서 허우적대고 몸부림치는 것을 엔트로피(열역학 제2법칙)로 해석하는 뜻밖의 시도를 했다. 그는 “19세기의 비관적인 엔트로피 법칙이 20세기에 들어와 변증법적으로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 이론적 토대를 닦았던 것처럼, 그들도 자본주의 대도시에서의 범죄가 빚어내는 혼돈으로부터 삶의 의미를 찾아내고 형상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라고 대변했다. 인터뷰 말미에 우리 사회의 범죄 관련 논의들을 꺼내 보았다. “사람들은 인과관계를 찾으려고 한다. 너무 당연한 일인데 어느 한 요소만 갖고 전체의 그림을 그려선 안 된다.”며 무라카미 하루키를 예로 들었다. “무라카미는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을 인터뷰해 ‘언더그라운드’를 낸 1년 뒤, 가해자들과 만나 속편을 낸 적이 있다. 마땅히 지탄받아야 할 범죄의 뒤안에도 인간이란 존재가 있다. 그렇기에 전체의 얘기를 들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영화잡지에서 일했기 때문에, 영화를 보고 나서 그 영화에 대한 해설과 배경 같은 걸 설명해주는 글 찾아보고 읽는 걸 워낙 좋아했다. 당연히 추리물도 좋아했고. 이런 것들을 읽다보면 여기에 대해 집중적으로 분석해주는 글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국문으로 된 논문과 단행본을 찾아봤는데 전혀 없었다. 그나마 번역된 세 권 정도가 있었는데 전권이 이런 분석에 바쳐진 책은 아니었고 어떤 주제를 갖고 여러 학자가 쓴 것 중에 한 챕터 정도 들어간 것밖에 없었다. 답답해서 영어권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더니, 검색을 하자마자 몇 백 권이 뜨고 논문은 말도 못하게 많았고요. 깜짝 놀라서 일단 유명한 학자들 것 위주로 읽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그래서 이런 걸 나만 알기는 아깝고, 추리소설 팬들도 많고 하니까 나누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혹시 주변이나 추리소설 동호인으로부터의 반응 같은 건 있었나. -아직 책이 나온 지 얼마 안돼 이렇다할 반응은 없다. 인터넷 서점 같은 데 가봐도 리뷰는 없고. 추리소설 동호회 중 유명한 ‘하우 미스터리’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인데도 자료가 잘 정리돼 있고 게시판을 많이들 이용하는데 거기 운영자가 이런 책이 나온다며 기대된다고 써놓았더라. 다음 주나 돼야 후기가 올라올 것 같다. →국내 애호가들은 어느 정도로 추산되는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장르는 그 안에서도 굉장히 호, 불호가 강하게 나뉘고 많이 갈린다. 추리소설만 읽는 쪽이 있고 하드보일드 쪽만 읽는 친구들이 있고 또 셜록티언이라고, 셜록 홈즈 골수팬들이 있다. 요즘은 판매량이 좀 떨어졌다고 하는데, 한때는 일본 책들이 엄청 많이 팔릴 때도 있었다. 그런데 그 쪽이 다 한 묶음으로 묶이지도 않는 편이고. →책을 읽어보니 에드먼드 윌슨 얘기가 곧잘 나온다. 주석에 ‘와, 세상에’란 표현이 나오는데 그건 본인이 쓴 것인지. -굉장히 고급예술에 관심 있는, 고급지성계 독자들을 대상으로 글을 쓰는 평론가다. 그 글을 읽어보니 굉장히 심하게 욕을 했더라. ‘당신들이 추천해 이것도 읽었고 저것도 읽었는데 정말 시간 낭비고,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당신들은 나한테 편지를 쓰면서 항의하겠지만. 그것도 너희들이 속물이고 내용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에 내미는 방어기제일 뿐이라고 말하면서 현실을 직시하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하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내 책의 추천사를 ‘7년의 밤’을 쓴 정유정 작가가 써줬는데 그 책을 처음 읽었을 때 굉장히 좋았다. 미스터리 스릴러란 장르를 가져온 한국 소설 가운데 이만큼 재미있게 읽은 책이 있었던가 생각하면서 읽을 정도로 굉장히 재미있게, 몰입해서 읽었다. 그런데 문단에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하거나, 제대로 된 평가를 저어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는 했다. 그 옛날에 썼던 (윌슨의) 글이 아직도 되풀이된다는 생각에 속 상했다. →2006년에 쓰기 시작해 3~4개월 만에 가닥을 잡았다고 했는데 출간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사실 초고를 썼는데 생각밖으로 반응이 좋았다. 전혀 그 쪽에 관심없던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보고 재미있다고 했다. 출판사를 알아본다, 어쩐다 했는데 취직도 하고 정신이 없어 그냥 넘어갔다. 2년 뒤 완성했는데 대학원을 휴학하고 다시 취업하고 하면서 또 정신없이 보냈다. (책을 낸) 강 출판사의 전 편집장과 출간에 합의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미루고만 있었다. 그러다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정을 시작한 것이 작년 가을이었다. 양이 너무 적어 2배로 늘리고, 내용도 다시 읽어보니 엉성하게 쓴 부분들이 많아서 보충하고 내용 늘리느라 작년 말에야 정리가 다 됐다. →그런데도 8개월이 더 소요됐다. -출판사에서도 출간 일정이 있었으니까. 2년 동안 아무 말 안 하다가 갑자기 하겠다고 해서 많은 걸 조정해야 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풍부한 레퍼런스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가. -이 책을 보고 관심있는 분들이 그 문헌을 직접 찾아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영국 비평가가 쓴 책 ‘블러디 머더’가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 굉장히 쉽게 쓰고 백과사전처럼 연대기를 서술한 책인데, 이 책은 감춰두고 내가 써먹어야지 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번역돼 나왔다. →독자들이 이런 점을 즐겼으면 좋겠다, 뭐 그런 내용들이 있을 것 같은데.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해외에서 나온 이론서들을 살펴보면 한 시점에 한 주제에 대해 다룬 것들은 조금씩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분석한 글들은 찾기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셜록 홈즈 시절에 대해서만 집중 분석을 하거나 미국의 하드보일드만 다루거나 했다. 그래서 난 이 둘의 갈라진 지점과 모이는 지점을 분석해보려 했던 것이다. 그 둘의 결합 지점을 관심있게 보시고 이런 생각을 갖고 볼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책 제목을 보면서 많은 고심을 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실 책을 쓴 이유 중에 하나로 이 장르가 소멸되지 않고 계속 만들어지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 그 이유를 밝혀보자는 취지로 엔트로피 이론을, 문학계에서 과학 이론을 가져다 적용해보는 시도가 있는데 엔트로피 이론을 여기에 적용시키면 좀 말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을 검증받거나 하지는 않았는지. -정유정 작가와는 두 번밖에 만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얘기를 나눌 만한 처지가 아니었다. 그리고 초고를 쓸 때도 이런 쪽에 관심을 갖는 친구들이 없었다. 동호회 활동을 열심히 한 편도 아니었고, 가입만 해놓고 안 가는 식이어서, 그 쪽 친구들도 없고. 순전히 혼자서 그 생각을 했고 사실 걱정을 했다. 나 혼자서 이런 거라서 ‘다른 사람들에게 재미나 있을까’ 그런 의구심이 있었는데 전혀 이런 거에 관심 없는 영문과 교수님들이 읽어봐주시고, 재미있다 해서 용기가 생겼던 것 같다. 팬들에게도 정보가 되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겠다 싶어서, 리뷰가 올라오면 그런 확인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혹시 국내 추리소설이 어떻게 도입돼 지금에 이르게 됐는지를 연구할 필요는 있지 않은지. 예를 들어 책 제목을 보면서도 많이 고심했고 우리 추리문학이 처한 위치와 지위 때문에 많이 두려워하면서 붙인 제목을 알 수 있었다. -책이 인쇄돼 나오기 3~4일 전에야 겨우 출판사와 책 제목을 합의할 정도로 많이 싸웠다. 난 조금 추상적인 제목을 원했다. 예를 들어 서구에서는 워낙 장르가 탄탄하다보니까 추상적이거나 은유적인 표현이 들어간 제목을 붙여도 독자들이 딱 알아듣는다. 예를 들어 ‘Figure on the Carpet’이란 표현이 있다. 카펫 위의 형상, 다시 말해 시신을 가리키는데 서구에서나 그 제목만 써도 아 시신에 관한 얘기구나 아는데 한국에서야 그런 걸 해봐야 누가 알겠나. 굉장히 설명적인 제목이 필요했고, 그런데 또 난처한 것이 19세기 셜록 홈즈랑 하드보일드 두 개를 다 다루다 보니까 둘을 아우르는 제목을 놓고 계속 출판사와 실랑이를 했다. 출판사 쪽에서는 범죄소설이란 말이 잘 안 쓰이는 말이니까, 그냥 추리소설이다, 하드보일드다 이렇게 쓰니까 이 용어 자체도 낯설지 않겠느냐는 얘기가 많았는데 이것만은 지켰으면 좋겠다고 읍소를 해서 겨우 이런 제목이 나왔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 향후 포부가 있다면. -말씀하신 대로, 제가 전혀 한국 쪽 얘기를 안 다뤘다. 그런데 최근 국문학 쪽에서 그런 얘기들을 다루기 시작했으니까. 그런 것을 읽어보면서 만약 그것들과는 다른 얘기를 다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한번 해보고 싶다. 한국의 작가 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문제는 있지만 80년대 들어와서 김성종 등 이름 있는 작가들이 많이 배출되지 못했다. 이상우 도 김성종을 뛰어넘지는 못하는 것 같고. 정유정 작가는 ‘이건 추리소설이야’라고 표방하고 나온 건 아니지만 장르에 익숙한 작가가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겠다고 생각해 좋았다. 얇은 층 내에서도 한번 엮어볼 수 있다면 해보고 싶다. 그 다음으로 관심있는 건 북유럽 쪽 도서들이 요즘 번역이 많이 되고 있다. 이들의 문학은 영국이나 미국의 것과 또 다르다. 60년대부터 형성된 그들만의 고유한 전통이 있는데 그들의 콘텍스트, 예를 들어 심각한 인종차별 문제를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쪽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자료가 없어서 해외 자료를 공부하고 역사도 배워야 한다. 사실 그들의 언어로 읽는 것이 가장 좋을 텐데, 차마 그런 능력은 안돼서 영어로 번역된 자료를 찾고 공부하는 중이다. 북유럽 소설의 영문 번역판은 물론이고, 그들의 소설의 특성에 대해 서술한 자료들도 방대하다. →하필 아동 성폭행범이 잡힌 다음날 책이 출간됐다. -때가 안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조심스러운 얘기인데, 그 범인도 게임 중독이다, 술을 마셨다, 음란물을 즐겨 봤다, 이런 이유들로 그가 악마였다는 해석을 늘어놓더라. 나주 성폭행범 이전도 그랬고, 무슨 흉악범죄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은 범죄자를 그렇게 만든 원인에 집중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게임 중독, 알코올 중독 등의 원인이 있다. 세상이 이렇게 흉흉한데 이렇게 배부른 소리를 하느냐, 이런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범죄자가 추리소설을 많이 읽고 범죄에 대한 환상이 생겼다는 인과관계를 도출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나부터도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고 자랐다.. 왜 그런 책들만 읽느냐고, 범죄자가 되고 싶은 것이냐고 야단을 치셨거든요. 그런 인과관계를 생각하는 게 사실 쉽고 간편하니까.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 중에 옴진리교 가스테러 피해자들과 가해자들을 인터뷰한 것을 담은 책이 있다. 특히 옴진리교에 몸 담은 이들의 인터뷰를 읽어보면 대단히 평범한 사람이 왜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에 빨려 들어가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들이 왜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알게 된다. 사람들은 결과만 따져 ‘쳐죽일 놈들’ 하고 만다. 그 앞의 얘기를 들어보지 않으면 전체적으로 쉽게 결론내리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무라카미 같은 대단한 작가가 자신을 ‘죽이고’(가치 재단을 최대한 자제) 인터뷰만으로 책을 썼다는 것은 그 당시 선정적인 언론 보도보다 훨씬 더 가치있는 작업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옴진리교 사건이 95년 일어났는데 1년이 조금 안됐을 무렵, 1권이 나왔고 그로부터 딱 1년 뒤 옴진리교쪽 사람들 만나 들은 얘기를 쓴 것인데 2권은 작년에야 국내 번역돼 나왔다. 상당히 유의미한 책이라고 본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독자의 소리] 잔혹 성범죄, 해법 달리해야/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최근 경악과 함께 두려움을 갖게 만든 잔혹한 성범죄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하느냐가 중요하다. 성범죄자는 정신적 장애자로 봐야 한다. 높은 재범률에서 보듯 자신을 제어할 능력이 없는 무능력자들이다. 얼마 전 서울 중곡동 사건에서 입증된 것처럼 전자발찌와 같은 기계장치에 의한 사후적 조치로는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게다가 전자발찌 착용자는 심리적으로 스스로 인생을 포기, 악화될 수밖에 없다. 정신과적 치료가 최선이다. 억지력의 심리기제가 발동될 수 있도록 격리된 상태에서 심리치료를 의무화시켜야 한다. 성범죄에 대한 가벼운 처벌이 피해를 확대시킨 측면도 없지 않다. 또 경찰력 배치보다 치료전문 상담사를 양성, 배치하는 것이 보다 미래지향적 처방일 수 있다. 가해자들의 사회생활을 분석해 보면 한결같이 이른바 ‘사회적 왕따’에 해당한다. 당연히 평범한 가정을 이루지 못하고 이웃이나 친구와 연대 없이 홀로 생활한다. 범행은 사회와 연결고리가 없이 본능만 발달해 있는 상태에서 빚어진 결과의 하나일 뿐이다.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최성오
  • “13세미만 아동 성폭행범 3명중 1명은 40대”

    만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행범 가운데 40대가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지선 형사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5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인권포럼·입법조사처 주최 ‘아동 대상 성범죄 및 방임아동 실태와 대책’ 간담회에서 연령별 성범죄자 현황을 공개했다. 연령별로는 40대가 전체 아동 성폭행범의 32.9%를 차지했다. 아동 성범죄자 3명 가운데 1명은 40대인 셈이다. 이어 30대와 10대가 각각 20.3%, 50대와 20대가 각각 10.1%, 60대가 6.3%를 기록했다. 아동 강제추행에서도 40대가 25.8%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성폭행과 강제추행을 포함한 아동 대상 성범죄자의 평균연령은 43.7세로 집계됐다. 김 연구위원은 “통상 강력범죄에서 20대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아동 대상 성범죄에서는 가해자의 연령층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성폭력 범죄 건수도 2007년 857건에서 2008년 1203건, 2009년 1359건, 2010년 1922건, 2011년 2054건 등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연구위원은 “엄벌주의만으로 아동 대상 성폭력 범죄를 줄이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범죄자 치료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신상공개제도를 전면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성년 범죄자의 경우 현재 성인 범죄자에게 활용하고 있는 신상공개제도와 전자발찌 부착 등 사후 관리체계에서 제외돼 있어 이들에 대한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토론자로 나선 성태숙 지역아동센터협회 정책위원장은 “아동 성폭행 피해자·가해자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정비도 시급하다.”면서 “등하교 시 동선 도우미 제도를 확충해 기존 ‘학교 지킴이’의 사각지대를 메우는 한편 보호자 모니터링제를 도입해 장기간에 걸친 근친 폭행 사례를 막고 사회복지사 상담과 연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여성가족부·보건복지부·교육과학기술부 등 부처별로 흩어진 방과 후 돌봄체계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동 성폭력 위험에 상대적으로 더 노출된 취약계층·맞벌이 가정 아이들에 대한 사회 서비스를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성범죄자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복역 중 교화 프로그램 역시 전면 재정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참석자들은 법무부 등 관계 당국의 비협조로 성범죄자 관련 통계 수집 및 사례 연구가 어려운 현실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③ 실천 없는 대책

    [아동 성범죄 무방비 도시] ③ 실천 없는 대책

    지난달 30일 A(7)양을 처음 본 전남 나주병원 외과의사는 깜짝 놀랐다. 분명 복막염이라고 들었는데 아이는 한눈에 봐도 그게 아니었다. 왼쪽 뺨엔 물린 자국이 있었고, 등과 목에 붉게 긁힌 자국이 선명했다. 하혈도 많이 한 상태였다. 의사는 전남대병원으로 옮기자고 권유했지만, 딸이 당한 범죄에 놀라 있던 부모는 불안해서 움직일 수 없다고 버텼다. 어른들 간에 고성이 오가는 사이 A양은 진통제도 없이 고통에 떨었다. 아동 성폭력 전문기관인 전남해바라기센터에서 나온 상담원은 불안에 떨고 있는 A양과 가족을 보호할 노하우가 부족했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피해 아동에 대한 초기 대응 차원에서 소아정신과 의사를 불러야 했다는 지적에도, 어머니를 왜 진정시키지 않았느냐는 질타에도 상담원은 아무렇지 않게 “왜요?”라고만 했다. 4년 전 조두순 사건 때 ‘나영이’(가명·당시 8세)를 치료했던 신의진(소아정신과 전문의) 새누리당 의원이 전한 나주 성폭행 피해 아동의 초기 치료상황이다. 국내 대표적인 아동성폭력 전문센터조차 이럴진대 다른 곳은 오죽할까 싶은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해바라기센터는 2008년 경기 안양 초등생 살인 사건이 터진 뒤 80억원을 들여 기존 3곳에서 전국 15곳(해바라기여성·아동센터 포함)으로 확대됐다. 그러나 겉만 번지르르했지 알맹이는 빈약했다. 신 의원은 “정부에서 전문성을 갖추지 않고 보여 주기식으로 만들다 보니 서비스 수준이 하향평준화됐고 결국 이런 사태가 왔다.”고 지적했다. 잔혹한 범죄로 여론이 들끓을 때마다 정부는 발빠르게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해바라기센터의 사례가 말해 주듯 실천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장기적인 안목의 종합대책보다는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려 전시형으로 일관해 온 탓이다. ‘나주 고종석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경찰은 지난 3일 성폭력·강력범죄 종합대책을 내놨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찰청을 기습 방문했기 때문에 이뤄진 조치라는 시각이 많다. 새달 3일까지 전국 경찰관서에 성폭력 예방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우범자 전담관리 인력 793명도 충원하는 게 골자다. 아동포르노대책팀, 성폭력수사 특별팀도 새로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근무 강도만 높였을 뿐 인력 증원이나 예산배정 등 근본적인 조치가 없다는 것이다. 경찰이 자율방범대·아동안전지킴이·학교보안관 등 협조 가능한 단체들과 합동 순찰에 나서는 것이나 지하철역·아파트 등 자체 방범시스템을 둔 곳과 비상연락망을 구축하기로 한 것도 현장 인력이 부족한 데서 나온 고육책이라는 지적이 많다. 올 들어서 이미 학교폭력전담팀, 주폭(酒暴·음주폭력)전담팀이 생긴 마당에 성폭력 전담팀까지 만든다는 계획에 일선 경찰의 불만은 폭발 직전이다. 한 일선 형사는 “추가적인 인력·예산 지원 없이 내놓은 ‘묻지마 대응책’ 때문에 다른 부분에서 치안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렇게 된 데에는 여야 정치권의 책임도 크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성폭력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경찰관직무집행법 등 민생치안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개정 법률안들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전자발찌 부착자의 신상을 경찰과 보호관찰소가 긴밀히 공유해 우범자를 철저히 관리하겠다는 계획도 국회 때문에 실천에 옮겨지지 못하고 있다. 김정은·조은지기자 zone4@seoul.co.kr
  • [나주성폭행 이후] “성폭행범 고종석, 美선 최고 종신형 선고”

    [나주성폭행 이후] “성폭행범 고종석, 美선 최고 종신형 선고”

    “미국에서는 12세 이하 아동 성범죄에 대해 징역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합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지방검찰청 박향헌(49·여) 검사는 ‘나주 고종석 사건’이 만약 미국에서 일어났다면 범인 고종석(23)에게 최소 25년, 경우에 따라서는 종신형까지도 선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 검사는 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방문해 기자 간담회를 갖고 최근 잇따라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 언급하며 강력한 처벌과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19년간 검사 생활을 하면서 아동·청소년 성범죄 사건을 주로 다뤄온 전문가다. 박 검사는 “미국에선 아동 성범죄의 경우 납치, 상해가 동반되면 초범이라도 25년에서 종신형까지 선고된다.”면서 “삼진아웃법을 도입해 성범죄를 세 번 이상 저질러도 25년~종신형 양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형을 마친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평생 자신의 주거지나 직업 등을 경찰에 등록해야 한다.”면서 “보호관찰은 물론이고 전자발찌도 착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성범죄로 형량이 정해지면 무조건 형기의 85%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검사는 “미국은 성폭행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직접 물질적·정신적 피해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가장 효과적인 예방책은 제보인데 미국에서는 아무리 작은 성범죄라 하더라도 경찰에게 알려 어떻게든 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가해자의 범행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이후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박 검사는 “성폭행 사건은 가해자의 잘못된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이 알려질까 두려워 대응하지 못하면 더 큰 범죄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묻지마 범죄와 남의 탓 합리화/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옴부즈맨 칼럼] 묻지마 범죄와 남의 탓 합리화/나은영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신문을 펼치기가 겁난다. 묻지마 살인, 전자발찌 전과자의 성폭행 살인에 아르바이트 여대생과 아동 성폭력에 이르기까지 온갖 좋지 않은 일들이 모여 있어서다. 특히 여의도 칼부림사건 이후 8월 23일부터 연속 사흘간 서울신문 사회면 톱기사는 마치 묻지마 범죄를 합리화하는 듯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선 넘으면 멈출 수 없는 될 대로 되라 범죄’에 이어 ‘실적 탓 사표→생활고 빚더미→신용불량자→묻지마 범행’이라고 친절하게 화살표까지 동원하며 필연적 인과관계가 있는 듯 유도한 기사, ‘경쟁사회 낙오자, 분노 좌절 절망 살인으로 표출’이란 기사가 연달아 실렸다.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한다 해도 사흘 연속 반복해서 독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아쉬움이 든다. 이런 일이 발생할 때 기사를 내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보다 더 일반화된 사건처럼 보도한다는 점, 그리고 좋지 않은 유사사건이 2회 이상 발생하면 거의 매번 ‘상황 탓’ 또는 ‘남의 탓’으로 돌리는 기사로 지면을 채운다는 점이다. 한 매체에서 어떤 사건을 사회 탓으로 몰아가면 다른 매체도 덩달아 따라간다. 매체가 너무 많아 계속 확대 재생산된다. 트위터와 같은 SNS도 마찬가지다. 필자의 최근 조사자료를 보면 우리 사회에서 범죄로 희생될 확률을 남성은 14.8%, 여성은 24.2%로 추정하여 여성이 10% 가까이 높다고 본다. 또한 트위터를 하루 80분 이상 이용하는 사람은 범죄희생 확률을 22%로, 20분 이하 이용하는 사람은 16%로 추정해 트위터 이용도에 따른 차이도 있다. 대체로 SNS상에 우리 사회에 대한 부정적 내용이 더 많이 떠돌아다니고, 이것이 리트위트 등을 통해 중복 전달되면서 실제보다 더 과도하게 지각되는 경향이 있다. 한 지역의 이야기가 나라 전체의 이야기로, 한 사람의 이야기가 국민 전체의 이야기로 확대 해석될 뿐 아니라, 인구 100만명당 1명 있을 법한 범인의 이야기도 이렇게 자주 반복해서 접하다 보면 마치 인구 100명당 1명꼴로 ‘악마’가 있는 사회에 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서울신문이 선견지명이 있었을까. 8월 18일 자 ‘킬링 사회, 힐링 갈구하다’라는 특집은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일견 옳게 짚은 측면이 있다. 무한경쟁에 지쳐 ‘나도 아프다.’며 치유열풍이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모두가 ‘나 좀 힐링해 다오.’ 하면 누가 힐링을 해 주는가. 힐링 리더들이 우리 모두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 있는가. 예컨대 2면에 힐링 리더로 예시한 홍명보, 유재석 등은 과연 경쟁사회에서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는가. 유사한 경쟁사회 속에서 왜 누구는 힐링을 하는 사람이 되고, 누구는 힐링을 받아야 할 사람이 되는가. 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개인의 책임을 너무 경시하는 경향을 지적하고 싶은 거다. 미국이나 노르웨이 등에서도 묻지마 범죄와 유사한 범죄가 발생하지만, 특히 집단주의 성향이 강한 문화권에서 상황 탓, 집단 탓을 많이 하며 개인의 책임을 약화시킨다. 평소 우리가 상황의 힘을 강하게 느끼고 집단의 압력을 거부하기 어려웠던 경험이 많다 보니,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도 ‘사회가 오죽 그를 괴롭혔으면….’ 하는 방향으로 개인의 책임을 희석시킨다. 이렇게 걸핏하면 상황 탓으로 모는 문화적 성향과 그에 부응하여 더욱 과장하는 언론이 오히려 개인의 책임 있는 행동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좋지 않은 것을 모두 상대 탓, 외부집단 탓, 사회 전체 탓으로 돌린다면 언제까지나 추상적인 대책밖에 나올 수 없다. 무고한 타인들을 희생시켜서라도 본인의 분노나 성욕을 발산하려는 행동은 치료를 받아야 할 개인의 질환이자 중범죄다. 9월 1일 자 사설에서 “피해자 보호에 앞선 가해자 인권보호 요구는 공허할 따름”이며 “특히 아동대상 성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올바른 지적이다.
  • 성폭행범 화학적 거세 크게 늘린다

    정부는 ‘성충동 약물치료’(일명 화학적 거세)를 받는 성범죄자 대상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현행 법률은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 대해서 약물치료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19세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것이다. 권재진 법무부 장관은 4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제37회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보고했다. 권 장관은 최근 잇따른 성폭력 예방 대책으로 “19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에게까지 약물을 사용해 치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한 참석자가 전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약물치료 및 전자발찌 착용 확대, 형량 상향 등 성범죄 예방과 처벌을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본적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또 성범죄자 신원 공개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성범죄자의 최신 사진을 게재하는 것은 물론, 집 주소와 지번까지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전자발찌 착용 제도가 생기기 전 발생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소급해 부착해 나갈 방침이다. 또 전자발찌 착용 대상자에 대해서는 월 4회 보호관찰관 등의 직접 면담을 통해 성범죄 재발을 막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 재탕…삼탕…결국 허탕? 아동포르노 대책팀·성폭력 전담반·1개월 비상령…터졌다 하면 나오는 단골메뉴 총출동

    아동 포르노 등 인터넷 음란물에 대한 검찰의 단속과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전국 경찰관서에 성폭력 범죄 예방 전담부서가 설치되고, 여성이나 어린이가 실종되면 즉각 수사 전담반이 꾸려진다. 잔인한 성폭행·살인과 ‘묻지 마’ 식 칼부림 등 강력범죄가 계속되자 정부가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놓았다. 과거 ‘범죄와의 전쟁’을 연상시키는 정부의 이번 대응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 주목된다. 법무부는 대검찰청 사이버범죄수사단을 중심으로 음란물 유포 사이트와 유포자를 집중 단속하고 유관기관과 협조해 해당 사이트를 폐쇄하기로 했다고 3일 밝혔다. 이에 따라 ‘음란의 바다’로 불리는 인터넷 ‘파일공유’(P2P) 사이트들에 대한 대규모 수사와 사법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또 국제공조를 통해 아동 포르노를 비롯한 인터넷 음란물 단속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유럽연합(EU) 등이 참여하는 국가 간 협의체인 ‘인터넷상 아동 성범죄 해결을 위한 국제연대’에 가입하기로 했다. 경찰은 이날 김기용 경찰청장 주재로 지휘부 회의를 열고 ▲특별 방범 비상근무 체제 돌입 ▲방범시설 설치 확대 ▲아동 포르노 대책팀 설치 ▲성폭력 수사 특별팀 구성 ▲불심검문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성폭력·강력범죄 총력대응을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경찰은 앞으로 1개월 동안 방범 비상령을 내리고 동원 가능한 경찰 인력과 장비를 성폭력 범죄 예방 등 민생치안 활동에 투입하기로 했다. 성폭력 발생 우려가 있는 지역에 대해선 정밀 방범 진단을 실시하고 가로등, 폐쇄회로(CC) TV 등 방범시설을 대폭 보강하기로 했다. 성폭력 수사에 경찰·의료진·상담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특별팀을 구성하고, 아동·여성 실종사건은 사건 초기부터 수사 전담반을 편성, 강력사건 수준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전국 경찰관서에 성폭력 범죄 예방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우범자 전담관리 인력 793명을 충원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제97차 라디오연설에서 “성폭력 범죄는 재범 가능성이 높아 적극적으로 성범죄자 신상공개를 해 나가겠다.”면서 “전자발찌의 실효성도 높이고 그것만으로 부족하면 약물치료를 포함해 가능한 모든 대책을 적극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정치권도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 범죄를 막기 위해 국회 차원의 특별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아동·여성 성폭력대책특위와 민주통합당 여성·아동 성범죄근절대책특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성범죄 문제만큼은 범국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혜훈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아동 성범죄자의 형벌 감경사유인 피해자 합의, 공탁금, 만취를 비롯한 심신 미약 등 세 가지 기준에 대해 사법부의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김경두·김정은·홍인기기자 kimje@seoul.co.kr
  •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시론] 실효성 있는 성범죄 대책 마련하려면/이웅혁 경찰대 범죄심리학 교수

    혜진이, 예슬이, 지승이, 윤지, 유리, 그리고 최근 통영의 아름이까지…. 모두 집 근처 이웃 어른에게 성폭행당하고 잔인하게 살해된 우리의 딸들이다. 며칠 전에는 밤에 자고 있던 7세 여아가 이불째 납치되어 참혹하게 성폭행당한 후 길거리에 버려지는 사건도 생겼다. 왜 이런 일이 끊이지 않고 전국에 걸쳐 반복해 발생하는 것일까. 근본적 이유는 범죄문제를 국가의 중장기 정책 이슈로 삼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가정과 사회를 불안하게 만드는 비슷한 유형의 성범죄는 오래 전부터 계속돼 왔다. 정부는 발생 직후에만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이내 잊어 버리기를 반복해 왔다. 국가적 차원의 상세한 실태조사도 없었고, 정부대책이 과연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시도조차 없었다. 인력과 예산의 과감한 투자 대신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미봉책만 있었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민생을 위한다는 미사여구는 넘쳐났지만 정작 민생의 기초가 되는 범죄로부터의 국민 안전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그랬고, 얼마 전 4·11 총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금도 성범죄 대책을 포함한 특단의 치안 공약을 제시하는 대권후보는 보이지 않는다. 끔찍한 성폭행사건이 발생하면 정치인은 경쟁하듯 일단 법부터 급조해 놓는다. 실효성 확보를 위한 사전 검증과 사후 제도적 지원은 거의 없다. 결국 현재 성범죄 대책은 ‘속 빈 강정’이 되고 말았다. 예를 들어 신상공개제도는 제도 도입 이전에 유죄판결을 받은 자들이 대상에서 빠진 탓에 성범죄자의 수 자체가 너무 적다. 재범성향이 강한 이들 중 대다수가 세상에 알려져 있지 않은 사회 곳곳에 숨어 있는 꼴이다. 소급효(遡及效) 인정을 통한 대상의 확대가 실효성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 전자발찌 제도도 마찬가지다. 장치를 부착한 채 성폭행을 하는 경우가 생겨나고 있다. 현재의 보호관찰관 인원으로는 그들을 24시간 관리할 수 없다. 충분한 인력 증원이 있어야 실효성이 있다. 출소자들의 자발적 갱생의지를 북돋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함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 접근 금지, 음란물 시청 금지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긴 것으로 판명되면 다시 구금을 강제하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영국과 미국에서 효과를 보았다. 화학적 거세 역시 일단 해놓고 보자는 식보다는 효과에 대한 검증이 선행돼야 한다. 또다시 무늬만 있고 실효성은 없는 것으로 끝낼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형사사법기관 역시 길거리 안전 확보에 정성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나 국가적 경호경비에는 면밀한 분석과 사전준비를 하면서 여성과 아이 등 국민의 안전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받고 있다. 검찰도 조직에 주어진 제도상의 막강하고 다양한 권력을 성범죄 억제 등 국민의 체감안전을 위해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 같다. 법원 역시 국민 눈높이나 정서와는 동떨어져 있었다. 성 범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양형은 국민을 자주 불안하게 했었다. 성범죄 억제의 실효성은 형사사법기관의 업무 우선순위에 달려 있다. 형사사법기관의 촉수가 임명권자를 향해 있으면 안 된다. 방향을 바꿔 국민의 일상을 향해 놓여야 한다. 그래야 성범죄로부터 국민이 안전해진다. 성범죄 대책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기초는 성에 대한 건강한 사회인식에 있다. 현재 성범죄의 싹을 발아시키는 사회 토양을 개토(開土)하여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 성범죄에는 경악하면서 소위 ‘걸그룹’이라고 불리는 어린 10대 소녀의 허벅지를 ‘꿀벅지’라 칭하며 환호하는 이중적 사회태도는 지양되어야 한다. 여성의 몸이 숭고한 인격체가 아니라 상품화되고 선정적으로 물화(物化)돼서는 안 된다. 만연해 있는 음란물에 대한 정화도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검거된 아동 성범죄자들이 수백편의 아동 음란물을 탐닉했고, 아동 성범죄자들 3명 중 1명이 성폭행 직전 음란물을 시청했다는 연구결과는 이러한 필요성을 더해준다.
  • 만삭의 임신부를… 잔혹한 성범죄 잇따라

    전남 나주의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만삭의 임신부가 성폭행을 당하는 등 파렴치한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인천경찰청은 2일 다세대 주택에 몰래 들어가 만삭의 임신부를 성폭행한 A(31)씨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A씨는 지난달 12일 오후 2시 30분쯤 인천의 한 다세대주택에 침입해 20대 주부 B씨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이었던 B씨는 3살배기 아들과 함께 낮잠을 자던 중 A씨가 성폭행하려 하자 “임신했다. 제발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만 흉기로 위협한 뒤 성폭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용직 노동자인 A씨는 B씨의 집에서 50m 떨어진 곳에 사는 이웃이었다. 성폭행 전과 등 전과 6범인 A씨는 2008년 이전에 성범죄 형이 확정돼 전자발찌 착용이나 성범죄 신상정보 공개 대상자는 아니었다. 광주서부경찰서는 이날 술에 취해 30대 여성을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북부경찰서 소속 C(30)경사를 불구속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C경사는 지난 1일 오전 2시 40분쯤 광주 서구 쌍촌동 한 건물 1층 화장실에서 D(39·여)씨를 성추행하려다 D씨의 비명소리를 듣고 쫓아간 일행에 의해 경찰에 인계됐다. C경사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던 중 화장실에 갔는데 화장실 문을 두드리는 순간 D씨가 깜짝 놀라 문을 열고 나오며 비명을 지르자 당황스러워 손으로 입을 막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D씨는 “화장실 문을 나오려는 순간 C경사가 화장실 안으로 들어와 신체를 접촉하는 등 성추행하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이들의 진술이 엇갈리는 만큼 정확한 사실을 조사하고 있다. 천안동남경찰서는 이날 천안의 모 고등학교 1학년인 E(17)군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군은 스마트폰 메신저를 통해 알게 된 중학교 2학년 F(16)양을 지난 1일 오후 3시쯤 천안 서북구 백석동의 한 식당 인근으로 불러내 근처 남자화장실에서 성폭행하고 달아났다. 이어 2시간 뒤인 오후 5시쯤에도 메신저로 알게 된 초등학교 6학년 G(11)양을 동남구 목천읍의 한 은행 건물 옥상으로 불러내 성폭행했다. 경기 동두천경찰서는 2일 평소 알고 지내던 집에 침입해 혼자 있던 20대 딸을 성폭행하려 한 H(45)씨에 대해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일용직 근로자인 H씨는 지난 1일 오전 8시 25분 동두천시내 한 연립주택에서 혼자 있던 지인의 딸 I(21)씨를 성폭행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H씨는 사건 당일 오전 8시 10분 막노동을 하며 알고 지내던 지인의 집을 찾아갔다가 I씨 혼자만 집에 있다는 것을 알고 10분 뒤 다시 찾아와 성폭행을 시도했다. H씨는 비명 소리를 들은 이웃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광주 최치봉·천안 이천열·인천 김학준기자 cbchoi@seoul.co.kr
  • [사설] 나주 성폭력범은 정부 대책을 비웃었다

    지옥이 따로 없다. 그제 전남 나주에서 집에서 잠자던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가 납치돼 성폭행당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거실에서 가족과 함께 잠을 자던 중 이불에 싸인 채 납치됐다니 말문이 막힌다. 전자발찌를 찬 40대가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이 일어난 게 불과 며칠 전이다.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하루가 멀다하고 벌어지는 잔혹한 성범죄에 국민은 신경쇠약증에 걸릴 지경이다. 어제 경찰청이 공개한 ‘2011 범죄통계’에 따르면 강간·강제추행 등 성폭력 범죄는 살인·강도·폭력·절도 등 다른 5대 범죄에 비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성범죄 공화국’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됐으면 국가는 성범죄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한다. 사회 구성원 모두 성범죄를 막는 전사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우리의 성범죄 대책은 여전히 ‘대책을 위한 대책’ 수준을 맴돌고 있다. 벌써 실천에 들어갔어야 할 조치들이 실효성 논란 혹은 인권의 덫에 걸려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화학적 거세(성충동 억제 약물치료)만 해도 그렇다. 현행법은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 재범 위험성, 성도착증 환자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시켜야만 화학적 거세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처벌 대상이 이토록 제한적이니 제대로 된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그제 당정청협의회를 갖고 성범죄 대책의 하나로 화학적 거세의 적용 대상과 요건을 완화하는 데 원칙적 합의를 본 것은 다행한 일이다. 성인 대상 범죄자에게도 약물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지만 구체적인 범위와 시행 시기에는 이견이 있어 실질적인 대책이 나오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의 성범죄가 엽기적이라 할 만큼 갈 데까지 갔는데도 ‘인권침해’ 운운하며 화학적 거세 확대를 망설인다면 어느 국민이 선뜻 동의하겠는가. 피해자의 육신과 정신을 온전히 파괴하는 성폭행은 그야말로 살지무석(殺之無惜)의 반인륜범죄다. 죽음으로 다스려도 부족한, 죄질이 극악한 범죄라는 게 다수 여론이다. 피해자 보호에 앞선 가해자 인권보호 요구는 공허할 따름이다. 특히 아동 대상 성범죄에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전자발찌, 신상공개 등 모든 성범죄 대책은 마땅히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강화 쪽으로 모아져야 할 것이다.
  • 당정, 성범죄자 화학적 거세 확대키로

    정부와 새누리당은 30일 성범죄 근절을 위해 성폭행범에 대한 성충동 억제 약물 치료(화학적 거세)를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당정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고위당정청 협의회’를 갖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고 새누리당 신의진 원내대변인과 육동한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밝혔다. 그러나 당정은 약물 치료 확대 범위 등 민생 치안의 구체적인 방안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당은 성범죄 재범 가능성이 높은 모든 성범죄자에게 전면 확대할 것을 요구했지만 정부는 확대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효과와 해외 사례를 검토한 뒤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이어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은 ▲16세 미만 대상 성범죄 ▲재범 위험성 ▲성도착증 환자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만 약물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김황식 총리는 이에 대해 “성충동 약물 치료가 16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에만 한정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현행법 개정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민생 치안 확보를 위한 경찰력 확대 요청에 정부는 현재 경찰 역량을 최대한 동원해 적극 대응하고 인력 재배치 및 증원 등을 통해 경찰력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당의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기 위한 양형 강화 요청에 정부는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은 성범죄자 신상 공개 대상을 2000년 이후로 소급 적용하고 성범죄자의 취업 제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도 강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전자발찌 실효성 제고와 관리 인력 확충, 폐쇄회로(CC)TV 확대, 자살 예방·긴급 복지 사업, 성폭력 피해자 지원, 취약 계층 아동·청소년 방과 후 돌봄 사업, 경찰의 우범자 첩보 수집 예산 등을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다. 육 차장은 “당정이 계속해서 논의해 온 사항”이라며 “당의 아동·여성 성범죄 근절특위와 계속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회의에는 김 총리와 관계 부처 장·차관, 하금열 대통령실장과 청와대 관계 수석 비서관,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와 이한구 원내대표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사회적 약자 상담 통해 묻지마 범죄 예방”

    “사회적 약자 상담 통해 묻지마 범죄 예방”

    “애초에 신호 지킬 생각이 없는 사람들인데 신호등만 늘려 놓으면 뭐합니까.” ●연쇄살인범 등 1200명 만나 연쇄살인범 등 1200여명의 범죄자를 만난 한국 범죄심리 분야의 개척자 강덕지(61)씨의 눈에 비친 요즘 우리 사회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그는 국내 최고의 베테랑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로 이름을 날리다 올 초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범죄심리과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나왔다. 강씨는 29일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의 강력범죄 대책에 대해 “범행을 사전에 막는 것이 중요한데 요즘 대책은 온통 사후 조치뿐”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강씨는 2008년 자기가 심리분석을 했던 A(당시 29세)씨 사례를 들었다. A씨는 그해 11월 경북 상주에서 전자발찌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발찌를 찬 상태에서 성폭행을 했다가 붙잡힌 인물이다. “발찌를 차고 있으면서 왜 그랬냐고 묻자 범행을 하려고 마음먹으니까 그걸 차고 있다는 생각 자체가 안 들더라고 하더군요. 전자발찌와 같은 우범자 감시 대책은 ‘죄를 지으면 쉽게 잡히겠구나.’ 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는 사람에게 효과를 내겠지만 그렇지 않은 흉악범들에게는 먹혀들지 않지요.” 강씨는 자신이 만났던 ‘묻지마 범죄’나 성폭행 범죄자들은 대부분 심리적으로 나약한 사람들이었다고 말했다. “상당수가 어린 시절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으로 인해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안은 채 열등감과 병적 피해망상에 젖어 살아온 사람들이지요. 그러다 보니 소심하고 스트레스 푸는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자기를 괴롭힌 사람은 ‘센 놈’이어서 직접 대항하기 어려우니 결국 여성, 아동, 노인 등 사회약자에 보복하려는 심리가 발동하는 것이지요.” ●“묻지마 범죄자 상당수 열등감·피해망상” 그는 범죄를 사전에 막아내려면 그들을 치유하는 장치가 필수적이라고 했다. 지역 주민센터에서 사회적 약자를 돕는 상담사 등이 나서 소외감에 허우적대는 사람들을 상담하면 들어주는 것만으로 증오심이 풀려 묻지마 범죄는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한국형 전자발찌 모델이 필요하다/정윤기 행정안전부 정보기반정책관

    성범죄자가 또다시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였고, 그중 한 명은 가정주부를 살해하기까지 했다. 온 국민의 공분을 일으킨 사건들이다 보니 성범죄 대책 전반에 대한 논의는 물론 전자발찌 무용론,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 소급 적용의 위헌론, 전자발찌의 인권침해론 등 갖가지 주장과 제안들이 언론매체를 채웠다. 특히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이 눈에 띄었는데, 모순돼 보이는 두 의견에 독자들은 혼란스러울 것 같았다. 피의자 중 전자발찌를 차지 않았던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소급·확대 적용론을, 전자발찌를 찬 채로 범죄를 저지른 다른 한 명에게는 전자발찌 무용론으로 입장이 쏠린 탓인데 두 입장을 비교정리한 언론보도는 없었던 것 같다. 서울신문은 일련의 기사를 통해 단순한 전자발찌 효과보다는 성범죄자 이웃 주민의 알 권리에서부터 전자발찌 관리대책 등 성범죄 관리정책 전반의 문제로 접근, 수준 높은 기사를 선보였다. 그러나 전자발찌 확대적용론과 무용론 사이에서는 적절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고, 8월 23일 자 지면의 ‘장신구로 전락한 전자발찌’라는 기사는 형사사법체계 속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하는 역할에 대한 분석 없이 결론을 내린 듯해 다소 아쉬웠다. 전자발찌가 성범죄를 막는 데에 정말로 도움 되는지 여부를 알려면 전자발찌가 형사사법체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전자발찌가 제대로 활용될 수 있는 여건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법원의 명령으로 행동반경이 일정구역 이내로 제한된 수많은 범죄자를 사람이 일일이 감시할 수 없기 때문에 위치추적기를 채워 대상자의 소재지를 감시하는 장치가 전자발찌이다. 정해진 구역을 벗어날 경우에 즉각 출동해서 제지하는 것은 전자발찌가 아닌 사람의 몫이다. 전자발찌는 발목에 찬 것만으로도 당사자의 심리를 위축시켜 범죄 재발을 방지하는 예방수단으로도 사용되고 있는데, 전자발찌 착용자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는 언론매체가 다룬 적도 있고 전자발찌 도입 이후에 성범죄자의 재범률이 14.8%에서 1.67%로 줄어들었다고 하니, 전자발찌가 소용없다고 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전자발찌는 심리억제 외에도 위치추적을 통해 법집행 인력의 조기출동을 돕고 범죄자의 행동을 막을 기회도 높여줄 수 있다. 다음으로는 전자발찌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인데, 전자발찌를 적극 활용하는 미국에서는 도시계획에 의해 주거구역이 다른 구역과 잘 분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이 비교적 명확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교통 대신 집과 사무실 바로 앞까지 승용차를 운전해 간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와 마주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주거지와 상가·학교·유흥가가 혼재돼 있어 전자발찌 착용자의 출입제한 구역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대중교통 이용인구가 많고 늦은 퇴근과 야간의 모임 등으로 버스 정류장에서 집까지 밤늦게 어두운 골목길을 걷는 경우가 태반이다. 즉, 전자발찌 착용자의 행동반경 제약이나 인근 주민에 대한 경보 효과가 미국보다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발찌는 미국과는 다른 진화의 길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스마트 기기를 범죄자 몰래 터치하거나 버턴을 누르면 자동으로 경찰신고와 위치추적이 되는 행정안전부의 SOS 안심서비스 등 정보기술(IT)을 활용하는 다른 수단과 결합되면 더 효과적일 것이다. 미국에선 전자발찌가 진화해 상습 음주자의 음주 여부도 측정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전자발찌가 담당할 역할이 현실에 맞게 변화했으면 한다. 전자발찌는 발달한 IT 기반시설과 기술을 필요로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의 IT 인프라를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장점을 이용하여 위치만 추적하는 전자발찌를 넘어 착용자의 인권침해 논쟁 여지가 적고 더 효과적이며 신규서비스도 가능한 한국형 기기와 제도가 속히 탄생하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열린세상] 알함브라의 추억/김다은 추계예대 교수·소설가

    [열린세상] 알함브라의 추억/김다은 추계예대 교수·소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성희롱, 성추행, 강간 사건들을 접해 왔다. 그런데 직장 사장의 아르바이트 여대생 성폭행과 학교 교장의 여교사 성폭행 소식을 접하고는 뜬금없이 스페인의 알함브라 궁전을 떠올렸다. 섬세하고 정교한 아라베스크 무늬, 사이프러스 나무들이 만들어 내던 아름다운 그늘, 시에라 네바다 산에서 흘러내린 물이 뿜어져 나오던 수많은 분수 정원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세상에서 둘째라면 서러워할 만큼 아름다운 궁전과 성폭력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다고 여긴 것일까. 알함브라 궁전(La Alhambra)은 붉은 성이라는 뜻으로, 이슬람 왕조인 무함마드 1세가 13세기 후반에 건축하기 시작하여 여러 차례 증축과 개수를 거쳐 완성한 이슬람교의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기억의 발길은 그라나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 왕궁에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라이온의 정원으로 향했다. 라이온의 정원은 왕의 여자들이 살았다는 하렘이다. 무함마드 5세 시절에는 하렘에 약 100명의 후궁이 있었고, 제왕과 환관 외에는 출입이 통제되었다. 진실인지 각색된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하렘에 꼭 들어가야만 하는 안마사나 악공들은 눈을 뽑아 버렸다고 한다. 예쁜 후궁들을 보려고 왕의 이복형제들이나 병사가 숨어들었다가 목이 잘려 떼죽음을 당하는 날이면, 피가 분수대 수압을 타고 공중으로 치솟았다고 들었다. 학교 교장과 직장 사장의 성폭행 기사를 접하면서 알함브라 궁전을 떠올린 것은 권력적 욕망의 속성 때문일 것이다. 제왕을 둘러싼 절대적인 수직관계와 우리 사회의 갑을(甲乙) 관계에서 일어난 폭력에는 공통점이 있다. 즉, 육체적 강자가 약자에게(남성이 여성에게 혹은 어른이 아동에게) 가하는 원시적인 폭력과, 사회적인 계급을 통해 가하는 제도적인 폭력의 이중적인 성격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사회적 약자에 의해 발생한 우연적이고 상황적인 사건이 아니다. 사회적 지도자나 강자에 의해 미리 준비되고 의도된 권력적 성폭력은 왕조시대와 다름없이 현대에도 여전하다. 한데, 알함브라 궁전의 기억과 함께 은은하게 들려오는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스페인의 유명한 기타 연주가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0)가 작곡한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타레가는 자신의 여제자를 짝사랑했고 알함브라 궁전을 같이 산책하면서 그 마음을 고백했으나, 당시 유부녀였던 콘차부인은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레가는 이룰 수 없는 사랑에 고통스러워하다가 알함브라 궁전의 분수 옆에서 사랑의 아픔을 달래는 노래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가슴에 그리움의 물방울이 방울방울 떨어져 분수를 이루는 듯한, 그 유명한 트레몰로 주법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다. 인간은 누구나 어쩔 수 없이 욕망을 지니지만,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욕망을 채우려는 권력적 욕망도 있지만,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승화시키는 타레가의 예술가적 사랑도 있다. 타레가는 자신보다 약자인 제자의 사랑을 강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욕망을 외부의 폭력이 아니라 내부의 영감으로 탈바꿈시켰다. 인간에게는 이처럼 추악과 숭고의 양면성이 있는 모양이다. 핏물이 넘치는 분수대도 있지만 감동과 영감을 주는 음악의 분수대도 있는 것이다. 요즘 알함브라 궁전은 하루에 7860명으로 입장객을 제한할 만큼 세계 최대의 관광지가 되었다. 그 아름다움에 대한 찬사로, 세상에서 받은 가장 잔인한 벌이 알함브라 궁전 앞에서 눈이 멀고 마는 것이라고 한다(하렘의 눈먼 안마사나 악공들에서 연유한 듯하다). 눈이 머는 형벌 외에, 세상에서 잔인한 또 다른 형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자신이 가진 권력이나 힘을 이용하여 약자를 폭행하는 야만적이고 전근대적인 행위를 계속하면 결국 언젠가는 가장 현대적인 ‘전자발찌’를 차고 만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 인간의 내면에 제왕적 욕망을 잠재울 타레가적 음악이 은은히 흐르고 있음에도, 그 음악 앞에서 귀먹은 형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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