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문 특파원이 진단하는 98년의 지구촌 정세:Ⅱ
◎남미/개혁·개방 가속… 21세기 공영의 기반 구축/브라질 등 대선 잇따라… 긴축정책 지속
【로스앤젤레스〓황덕준 특파원】 중남미의 올 한해는 ‘경기 침체’‘정치 활성화’로 대변될 것이다.대대적인 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브라질의 경제기조가 이 지역의 경제를 침체시키는 가운데 대통령 선거일정이 잇따라 정치 분위기만은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경제적으로는 아시아 금융위기의 산물인 브라질의 긴축정책이 중남미의 경제 색깔을 좌지우지할 것이다.지금까지 브라질의 성장위주 정책으로 반사이익을 본 아르헨티나 등 인근 국가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수반할 것이 확실하다.우선적으로 인근 국가의 수출이 영향을 받을 것이다.수출품의 상당량을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는 아르헨티나·칠레 등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다.
경제 성장률도 크게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브라질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3.2%(추정)에서 올해 0.8%로 급격히 줄어들며,아르헨티나는 7.1%(추정)에서 3.8%로 내려갈 것으로 보인다.멕시코 등 이 지역의 다른국가들도비슷한 양상을 나타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고용감소 현상도 두드러질 것 같다.고용증가율이 6%에서 4%로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아르헨티나의 경우 새 일자리 15만개가 없어진다.
정치분야에서는 올해와 내년에 선거가 줄을 이을 예정이어서 바쁘게 돌아갈 것이다.브라질·콜롬비아·베네수엘라가 올해 대통령선거를 치른다.아르헨티나와 칠레는 내년에,멕시코와 페루는 2000년에 대통령을 새로 뽑기 때문에 오랜만에 정치적 활황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브라질에서는 개헌과 ‘레알 계획’으로 초인플레를 잡는데 성공한 페르난도 카르도소 대통령의 재선도전이 관심사다.반정부 게릴라의 활동으로 국가안위가 위태로운 콜롬비아의 경우 정치권이 반군과 어떻게 평화를 이룩하느냐가 숙제로 남아 있다.
이같은 상황속에서 우리나라와 이들 국가들과의 관계는 특히 경제면에서 한걸음 더 발전될 것이다.산업연구원이 최근 중남미에 진출한 110개 한국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향후 5년간의 매출전망에 대해 응답업체의 3분의 1이 연평균 20∼29%씩 매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원화가치 하락으로 올해가 매출 신장세를 높이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한편으로는 사회간접자본 부족,불안정한 환율,임금인상,이직률 상승 등이 우리진출 기업들을 괴롭힐 수 있다.
◎일본/저성장속 금융빅뱅 부담/경기회복 여부 최대 관심
【도쿄=강석진 특파원】 거품경제 붕괴의 후유증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일본은 올해는 새로운 변화로의 구체적인 답을 내놓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일본 정국은 여름에 치러지는 참의원 선거를 둘러싸고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우선 변화를 시작한 것은 야당쪽이다.신진당을 이끌어 온 오자와이치로 당수는 12월 말 해당을 선언하고 100명 규모의 작지만 ‘순수한’ 보수신당을 창당했다.자민당내 보수·보수연립파와의 제휴를 염두에 둔 결행이었다.참의원 선거에서 사민당의 부진이 예상되고 있고 군소 야당들은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자민당이 더 이상 사민당과의 연립이 필요하지 않게 되거나 오자와의 신당과 손을 잡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예측들이 나오고 있다.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97년도에 마련된 행정개혁 보고서를 구체화하기 위한 법안들을 국회에 제출하게 된다.현재 1부 21부처를 1부 12부처로 재편한다는 것이 행정개혁의 주요 내용이다.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에 따라 관련 법안들도 손질하게 된다.
미·일 관계는 안보협력 강화라는 순풍과 대미 무역흑자 증대로 인한 역풍이 함께 불어 오겠지만 미국의 호경기로 비교적 미·일관계는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본은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교섭을 재개하는 등 북한과의 접촉을 늘려 나갈 것으로 보이며 순탄하지 못했던 한·일 관계는 한국의 새 정부 출범을 맞아 정상궤도에 올려 놓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어업협정 개정문제가 암초로 등장할 우려도 있다.
일본 경제는 98년 1∼2%의 저성장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4월부터는 외환거래 자유화 등 금융 빅뱅이 실시된다.21세기 도쿄금융시장을 세계기준에 뒤떨어지지 않는 국제금융시장으로 키워나가는 첫 해가 되는 셈이다.일본 국민이 보유하고 있는1천2백조엔의 개인 자산을 둘러싸고 국제적으로 치열한 유치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금융 불안을 극복하고 경기회복에 들어설지가 최대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가운데 97년 하반기에 몰아닥친 한국 등 동아시아의 금융대란이 일본 경제 회복에도 부담을 줄 전망이다.엔 경제권으로도 불리는 동남아시아는 자본재·중간재 산업의 취약성과 금융자유화의 지체 등으로 인해 경제 회복에 상당한 고통과 시간이 걸릴 전망이며 정정 불안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개방 부작용 해소 역점/한·중 정상회담 등 추진
【북경=정종석 특파원】 새해 중국은 21세기 초강대국을 향해 강한 ‘용틀임’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등소평 사망후 열린 제15차 전국공산당 대표자대회에서 당총서기직에 오른 강택민은 3월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계기로 권력기반을 보다 강화할 전망이다.종전의 중국 권력구조가 집단지도체제의 성격이었다면 새해에는 강의 1인 집권체제로 권력기반을 다져 정권안정을 꾀할 것으로 관측된다.현재로서는 신임 전인대 상무위원장(우리나라의 국회의장격)에 이붕 현 국무원총리,총리에는 주용기 현 부총리의 기용이 확실시 되고 있다.말하자면 당·정·군을 모두 강의 휘하에 두고 물갈이를 단행,‘주식회사 중국’을 ‘강택민 대표이사 겸 회장’의 친정체제로 명실공히 굳히겠다는 포석인 셈이다.
국가정책 면에서는 등소평의 유지대로 개혁개방정책을 계속하면서 종전과 마찬가지로 물질문명과 함께 ‘정신문명’건설을 주창,개혁개방과정의 부작용을 해소하는데 주안점을 둘 것이다.특히 당면한 경제정책 현안인 국유기업 개혁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과거 중국의 경제발전을 가로막은 ‘철밥통’의 상징이던 1만6천여개의 국유기업중 철강·전기 등 국가기간산업의 큰 국유기업 500여개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합병 또는 정리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는 김대중 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양국의 기존 친선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중국외교부 당국자는 한국대선이 끝난 직후 이미 “중국은 한국대선 이후에도 평화공존 5개원칙에 따라 양국의 우호관계가 한층 더 발전하기를 희망한다”면서 기존 한반도정책에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임을 밝혔다.
한반도 주변에는 현재 4자회담 성사로 다소간의 평화무드가 조성되는 등 주변강대국들이 여유를 갖고 실리를 챙기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김정일이 북한 노동당비서에 취임한 데 이어 한국에서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중국 정상과 남·북한 정상 간의 상호방문회담이 각각 이뤄질 것이 확실시된다.
따라서 새해의 한·중 정상회담은 남·북한 관계 또는 동북아 주변정세에도 상당히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지 모른다는게 중국내 외교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러시아/경제회생 위해 중동·CIS와 관계 강화
【모스크바〓유민 특파원】 러시아는 최근 97년 한햇동안의 외교력과 외교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외교기조를 공개했다.러시아의 ‘G8’진입,아태경제협의체인 APEC에의 가입결정,유럽연합과의 협력협정체결 등을 커다란 외교적 성과로 평가했다.
러시아가 공개한 외교기조는 첫째 서방국과 대결구도를 만들지 않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일이고 둘째는 외교정책에 대해 국내의 사회·정치세력으로부터 지지를 얻어내는 일이었다. 셋째는 유럽·아시아국가 등과 외교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일이고 마지막은 외교역량 강화를 국내 경제문제 해결로 연결짓는 일이었다.
분석가들은 98년에도 러시아의 이같은 기조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본다.특히 러시아는 ‘러시아의 참여 없이 지구촌의 중요한 이슈가 해결될 수 없다’는 국제적인 여론을 확산시키는데 외교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새해 러시아가 가장 역점을 둘 외교목표는 중동 및 독립국가연합(CIS)과의 관계강화다.이들 지역은 상대적으로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가 소원한 곳이다.러시아가 이들에게 눈길을 돌리는 이유는 이들 국가와의 에너지·군수산업관계를 복원,러시아 경제를 되살리려는 데 있다.옛소련 영향권과 중동지역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하면 강대국의 지위를 다소나마 되찾을 수 있다는 계산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APEC에의 진입,일본과의 평화협정체결 등을 선언함으로써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아시아외교에 역점을 둔 듯하나 정책우선 순위에서는 대아시아권 외교가 밀릴 것으로 관측된다.러시아경제의 최대지원국인 미국과의 관계나 유럽연합,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의 관계는 러시아 경제·안보에 사활이 걸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다만 한국에 새 정권이 들어선 것을 계기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서는 자신들의 발언권 강화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조심스레 나온다.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발언권 강화는 김대중 대통령당선자가 기존의 ‘4자회담’을 어떻게 끌고 나갈 것인지와 밀접하게 관련된다.김당선자가 4자회담 기조를 이전과 같이 끌고 나간다면 한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입지는 크게 변화하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대한관계는 두나라의 국내경제 상황으로 보아 ‘현상유지’에 머믈 전망이다.러시아가 남·북한 등거리외교를 공개적으로 펴고 있고 당분간 러시아가 목타게 기대하는 한국의 러시아 투자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