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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건망증 퇴치약 어디 없나요”

    주부 김모씨(39·서울 서초구 서초동)는 최근 열린 여고동창회의 기억이 아직도 찜찜하다.김씨는 지난번 모임때 동창생들의 옷차림에 기가 꺽여 애써 화려하게 차려입고 나갔다.자기가 봐도 멋진 정장이었다.반지,목걸이를 고르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리는 등 치장에 완벽을 기했다. 그러나 친구로부터 “얘,너 머리 손질안했니”라는 지적을 받고는“아차,그걸 빠뜨렸구나.내가 왜이러지”하고는 낙담했다. 회사원 Y씨(43)도 건망증이 보통 심한 게 아니다.얼마전 같은 부서사람들과 회식을 하고난 뒤 귀가해서야 식당에 휴대폰과 가방을 놓고온 사실을 알았다. 다행히 다음날 아침 찾았지만 Y씨는 이같은 일이종종 발생해 걱정스럽기만 하다. 각 병의원 신경·정신과 의사들은 요즘 건망증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한다. 건망증이 있는 사람들은 전화번호나 물건 등을 기억하지 못하거나친구와 만날 약속 등을 깜박잊을 경우 이를 나이나 바쁜 생활 탓으로돌린다.그러나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 은근히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원인 한림의대강남성심병원 이중서 교수(정신과)는 “기억능력은10대 후반∼20대 초반에 최고에 달한 뒤 점차 쇠퇴해,40∼50대가 되면 기억력 저하가 두드러지게 된다”고 말한다. 그는 “건망증은 복잡하고 바쁜 생활에 시달리거나 심리적 갈등이심한 경우에 곧잘 발생한다”면서 “완벽하고 꼼꼼한 성격에 건망증이 잘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연세의대 전우택 교수(정신과)는 “건망증은 유전과는 무관하며 남성보다는 여성에게서,지적수준이 다소 떨어지는 사람들에게서 많이나타난다”고 밝혔다. 전교수는 “특히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긴장은 뇌세포의 피로를 촉진시켜 건망증을 증가시킨다”면서 “우울,초조 등의 심리적인 요인도지각력을 떨어뜨려 건망증을 심화시킨다”고 말했다. ?예방 및 퇴치 건망증을 퇴치하려면 두뇌도 신체처럼 운동을 해야한다.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 나덕렬 교수(신경과)는 “하루 1시간쯤 독서나 바둑,장기,컴퓨터 게임 등 두뇌의 신경세포를 자극하는 운동을하면 기억력 감퇴를 줄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지적인 자극을 가하면 뇌신경세포의 회로가 두꺼워지고 넓어져 뇌의 용량이 커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건망증이 심하다고 생각되면 메모 습관을 갖는 것이 좋다.메모를 하는 동안 집중할 수 있으며 기억이 희미해질 때 메모를 보면 기억을되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을 겹쳐 하지 않는 것이 건망증 예방을 위해 좋다.요리를 하면서 TV를 보고 전화를 하면서 물건을 정리하는 등 한꺼번에 여러 일을 하면 집중력이 떨어져 기억활동에 방해가 된다. 을지병원 배희준 교수(신경과)는 “손발을 열심히 사용하는 것도 건망증을 퇴치할 수있는 좋은 방법”이라면서 “손가락 발가락의 말초신경이 자극되면 뇌신경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중풍환자들이 물리치료 등을 통해 마비된 손발을 열심히 움직이는 것도 같은이치라고 그는 설명한다. 또 건망증 예방을 위해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라도 반복훈련을통해 기억을 재저장해야 한다. 음악을 듣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등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통해 두뇌활동에 좋은 뇌파의 ‘알파파’를 증가시켜도 건망증 예방에효과가있다.유연하고 긍정적인 사고도 뇌신경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유상덕기자 youni@. *건망증은 치매 초기증상?. ‘아무 생각없이 전화기를 냉장고에 집어넣고,속옷차림에 코트를 입고 외출하고…’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런 증세들은 단순한 건망증인가.아니면 치매인가. 전문가들은 건망증은 단기기억장애나 뇌의 일시적 검색능력장애로보지만 치매는 단기기억뿐 아니라 기억력 전체가 심각하게 손상됨은물론 판단력과 언어능력,작업능력도 떨어진 것으로 진단한다. 뇌기능 영상사진을 찍어봐도 치매환자의 뇌세포는 상당히 죽어있는반면 건망증은 뇌손상이 없는 정상으로 나타난다. 실생활에서 나타나는 증상만 보면 건망증이 있는 사람은 생활에 큰불편을 느끼지 않아도 될 정도이지만 치매의 경우 중증환자는 혼자옷을 입지 못하고 심한 환각 및 의심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치매 초기에 단기기억의 감퇴현상만 주로 나타나는 경우에는건망증과의 구분이 어렵다. 삼성서울병원의 나덕렬 교수(신경과)는 “특히 알콜중독 등으로 뇌세포활동에 일시적장애가 생겨 발생하는 건망증은 단어가 순간 떠오르지 않는 언어장애,시간·장소의 혼돈과 판단력 장애 등 치매 초기에 나타나는 증상과 비슷하다”면서 ”건망증이 치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치매로 진행될까봐 고민할 필요는 없다”고전한다. 유상덕기자
  • 박세리 LPGA 개막전 우승

    박세리(아스트라)가 1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 그랜드사이프러스리조트에서 끝난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 유어라이프바이타민스클래식(총상금 100만달러)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다.박세리는 이날 코스레코드 타이인 8언더파 64타를 쳐합계 13언더파 203타로 4타차의 역전우승을 일궈냈다. 이로써 박세리는 99년 11월 페이지넷 투어챔피언십 이후 꼭 1년2개월만에 LPGA 통산 9승째를 거두며 상금 15만달러를 거머 쥐었다. 올랜도 AP 연합
  • 세리·미현 “느낌이 좋다”

    ‘개막전 우승 멀지 않다’-.박세리(아스트라)와 김미현(ⓝ016)이올시즌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인 유어라이프바이타민스클래식 골프대회(총상금 100만달러)에서 공동 3위로 뛰어올라 역전우승을 노리는 등 시즌 초반부터 화끈한 활약을 예고했다. 심한 목감기로 고전하며 첫날 공동 14위에 그쳤던 박세리는 14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그랜드사이프러스리조트(파72·6,220야드)에서 계속된 대회 2라운드에서 버디 6개 보기 2개로 4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5언더파 139타를 기록했다.이날 생일을 맞은 김미현도 버디 6개 보기1개로 5언더파를 몰아쳐 박세리와 함께 공동 3위가 됐다. 박세리와 김미현은 7언더파 137타로 단독 선두인 카린 코크에 불과2타 뒤져 있어 15일 마지막라운드에서 역전을 바라보게 됐다. 1번홀(파4)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는 바람에 보기를 범해 불안했던 박세리는 3번홀(파4)에서 2m짜리 버디퍼팅으로 만회한뒤 6번홀(파5)에서도 버디퍼팅을 성공시켰다.후반들어 11번(파5) 13번(파4) 15번홀(파5)에서 징검다리 버디행진을펼치며 타수를 줄여나가던 박세리는 16번홀(파4)에서 드라이브샷이 오른쪽 숲에 빠지면서 3m짜리파퍼팅을 놓쳐 순위를 높일 기회를 날렸다. 인코스(10번홀)에서 티샷한 김미현도 11번홀(파5)에서 티샷이 워터해저드에 빠져 보기를 범하는 등 출발은 좋지 않았다.그러나 12번(파3) 18번홀(파4)에서 거푸 버디를 잡아 상승세로 돌아선 뒤 후반 첫홀(1번홀)부터 연속 3홀 버디행진을 펼쳐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첫날 공동 6위였던 박지은은 4번·15번홀에서 더블보기를 기록하는등 컨디션 난조 끝에 4오버파 76타를 쳐 합계 1오버파 145타로 공동37위로 추락했고 장정(지누스)은 146타로 캐리 웹(호주)과 공동 47위,박희정(21)은 149타로 공동 80위에 머물렀다. 펄신(합계 10오버파 154타)과 하난경(합계 20오버파 164타)은 컷오프 탈락했다. 곽영완기자 kwyoung@
  • 경기 해병전우회 보조금 유용

    민간단체에 지원되는 민간단체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소문이현실로 나타났다. 경기도해병대전우회가 최근 3년간 국·도비로 지원받은 보조금 가운데 4,000여만원을 유용 또는 전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는 경기도해병대전우회(회장 한성섭)의 보조금 사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97년부터 최근까지 8차례에 걸쳐 4,680만원을 다른 곳에쓴 것으로 확인돼 17일까지 자진반납하라고 통보했다고 5일 밝혔다. 도는 전·유용한 보조금을 개인이 착복하지는 않아 형사고발은 하지않기로 했다. 해병전우회는 97년 수중인명구조장비 구입비용으로 지원받은 국비 3,680만원 가운데 500만원을 회원의 빚을 갚는데 사용했다.또 인명구조단 장비 구입비 825만원중 490만원과 방범순찰활동비 1,371만원 가운데 731만원을 직원급여와 관리비로 사용하는 등 3차례에 걸쳐 1,721만원을 유용했다. 98년에는 수해복구활동비로 지원된 국·도비 2,228만원 가운데 1,869만원과 인명구조활동비 2,000만원중 350만원을 직원급여 및 장비운영비 등으로 쓰는 등 3차례에 걸쳐 2,219만원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했다.99년에도 제2 건국질서운동에 필요한 장비구입 비용으로 지원된 도비 300만원과 방범순찰활동비 440만원을 직원급여와 관리비 등으로 사용했다. 이에 대해 한성섭 회장은 “채무변제에 사용한 500만원은 과거 회원들이 자비로 사들인 장비대금을 지불한 것이고,사무실관리비와 장비운영비는 별도 지원이 없어 장비구입비를 아껴 사용한 것”이라며 “단 한푼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도 관계자는 “민간단체가 자체적으로 작성한 지출내역서와 첨부된영수증 액수가 일치하면 목적대로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며 “수십여곳이 넘는 민간단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데 관련 업무를 맡는 공무원이 고작 1∼3명에 불과해 마음먹기에 따라 보조금을 다른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지난해 ‘해병전우회가 보조금을 유용했다’는 진정이 감사원에 접수됨에 따라 지난해 말 조사에 나서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
  • 언론단체, 올 사흘에 한번꼴 ‘성명서’

    언론단체의 ‘성명서’로 본 2000년도 한국언론계는 어떤 모습일까. 한마디로 요약하면 사주,경영자에 대한 비판이 주종을 이룬 것으로나타났다. 한국언론재단이 발행하는 언론전문지 ‘신문과 방송’(12월호)측이언론단체에 자료협조를 의뢰한 결과 올해 언론단체의 성명서는 모두114건(결의문,논평 포함)으로 집계됐다.단체별로는 한국신문협회 2건,한국기자협회 13건,PD연합회 7건,언론노련 43건,언개연 28건,민언련 21건이다.한국방송협회와 한국언론학회는 올해 성명서를 내지않았다.성명서의 내용별로는 CBS사태를 다룬 것이 16건으로 제일 많았고,방송위원회(14건),국민일보(10건),위성방송(8건) 관련 내용이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대한민국 고엽제 후유의증 전우회의 한겨레신문 난입사건’은 가장 많은 5개 단체가,방송위원회 정책·인사와 관련된 내용이나 연합뉴스의 사장 선임에 대해서는 모두 4개 단체가 각각 성명서를 발표한 것으로 조사됐다.전체적으로는 전·현직 언론사 소유주나경영자에 대한 문제점을 비판한 것이 주종을 이뤘다. 그밖에 KBS의 ‘추적60분 불방’과 인사문제,중앙일보 산하 중앙기업 폐업,동아일보 김병관 회장의 고대앞 추태사건,전남일보 사주의 총선 출마,민영미디어렙 등과 관련된 내용이 주요 이슈로 거론됐다. 이에 대해 언론노련과 언개연은 언론사 경영,언론자유,노동문제 등다양한 쟁점에 대해 고르게 입장표명을 했으나 신문협회·기자협회·PD연합회 등은 관련사안에 대해서만 성명서를 내는 소극적인 반응을보였다. ‘신문과 방송’측은 “성명서 내용자체가 모두 옳다고 공감할 수 있는 것도 있는 반면,때로는 사실관계가 밝혀지지 않거나 납득하기 어려운 내용도 더러 있었지만 당사자들은 각계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운현기자
  • [황석영의 맛따라 추억따라](25)유배지의 한 끼니

    *'별사탕'과 함께 나온 건빵 최고의 간식거리로. 훈련병 시절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간사병이 된 이후에도 교육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데 보통 때에는 군대의 세 끼니를 지겨워하던 녀석들도 꼭 피교육자 신세가 되면 두 가지 병이 돋힌다.하나는 앉으면저절로 눈이 감기는 조름병이요 둘은 주는 대로 먹기는 했지만 식사를 하자마자 시작되는 허기증과 배고픈 병이다.이 허기증은 먹어도먹어도 끝이 없어 교육 기간이 끝날 때까지 뭘 배워야할 내용은 들어오지 않고 온통 먹을 것 생각만 하다가 끝난다.전쟁을 다룬 소설이나영화에서도 먹는 타령은 세계 공통이다. 대개 훈련병 시절이나 재교육 기간이나 기다려지는 게 주말의 면회시간인데,모두들 잔뜩 벼르다가 식구나 친지를 만나는 자리라 우선반가운 인사는 대충 치워 버리고 그들이 들고 온 보퉁이에만 정신을판다.갈비며 불고기는 초창기의 일이고 몇 차례 거듭되다 보면 가족들도 눈치가 있어서 허드레일지언정 부피 많고 양 많은 것으로 싸오기 마련이다.시루떡 인절미 같은 떡에서 전붙이와 호빵 만두 김밥 심지어는 찐고구마 등속인데 이런 것들을 잔뜩 먹고나서 허리춤에 싸들고 들어온다.숨겨 들여오는 음식을 전우들에게 나누어 주는 경우도있겠지만 대부분은 침상 밑에 감추어 두고 혼자서 배고플 때 야금야금 먹어 치우려는 속셈에서다. 교육 기관의 하사관들도 모두 이런 사실을 알고 있어서 몇 가지 기합으로 통과의례를 준비해 둔다.우선 내무반에 들어서자마자 신고도 받지 않고 ‘쪼그려 뛰기’부터 실시한다.몇번 뛰지 않아서 허리춤에차고 온 먹거리들이 툭툭 떨어지고 즉각 압수 처리된다.전우애를 발휘시켜 주기 위하여 다른 소대원들에게 분배되는 건 물론이다.그리고면회자는 거의 절반 정도가 이튿날 배탈이 나거나 설사로 훈련에 지장을 주기가 십상이고 그대로 취침 시켰다가는 위경련이나 급체로 위생실에 실려가는 사고도 발생하기 마련이라 특별한 기합이 준비되어있다.즉 ‘침상 배치 붙어’라는 동작이 실시된다.이층 침대의 끝에다리를 대고 물구나무 서기를 시키는 것이다.아까 면회실에서 열을맞추어 귀대할 때부터 벌써 허리띠를 제대로 채운 놈이 하나도 없고모두들 목구멍에까지 음식물이 차오른 느낌으로 헐떡거리며 바지는배꼽 아래 간신히 걸려있는 판인데 아! 거꾸로 서라니,용코로 걸린셈이다.참지못한 어느 병사가 먼저 꾸역꾸역 토해내면 그 냄새와 전염으로 참고있던 녀석들도 줄줄이 내놓아 버린다.물론 일어선 다음에 귀잡고 뺑뺑이로 마지막까지 반납하고 나서야 통과의례는 끝난다.즉각 내무실을 청소하고 일주일 동안 화장실 청소까지 전담해야만 했던 것이다. 군에서는 가끔 발생하는 일이지만 내가 훈련 받을 때에도 과식 사고가 있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에는 일주일에 한번씩 비상식량으로 건빵이 나왔는데 별사탕이 섞여있고 아삭아삭하게 구운 것이 밥 보다더 맛이 있었다.이것을 기간사병들에게 돈 주고 사거나 지급 받은 물품과 바꿔 먹기도 하였다.어느 훈련병이 무려 다섯 봉지를 구해다가낮에는 다른 녀석들 시선 때문에 먹지를 못하고 취침 시간에 개인 침낭 안에다 몽땅 털어 넣고 오물오물 먹기 시작했다. 그런 짓은 나도 가끔 해보았고 나중에 사회에 나와서도광주에서 10. 26 직후에 계엄법 위반으로 상무대 감방에 갇혀 있을 때에 겪은 적이있었다.내 독자라는 헌병이 가끔씩 요기 하라고 건빵 한봉지 씩을 주었는데 주위에 몇 알씩 나눠 주고나서 담요를 둘러쓰고 건빵을 한알씩 넣고 천천히 씹어 먹었다.아무리 조용하게 먹으려 해도 와삭거리는 소리가 어찌나 요란한지 마치 천둥 소리 같았다. 그 병사도 남들이 모두 깊이 잠들기를 기다렸다가 먹기 시작했음에틀림없을 것이다.하여튼 와사삭 와사삭 씹어서 그 건빵 다섯 봉지를새벽녘에 모두 해치웠건만 취침 시간에 화장실을 가도 신고를 해야되는 터에 물을 마실 재간은 없었나 보다.건빵이 비상 식량인 것은뱃속에 들어가면 몇배로 불어나기 때문이기도 하다.위장은커녕 식도가 꽉 막힐 수 밖에.그래서 한 젊은 병사는 행복하게 숨을 거두었다. 나의 유년 시절은 전쟁 기간이었다.아니 태어나서 얼마 후에 해방이되어 미군이 들어왔으니 미제 먹을 것에 대한 선망과 추억이 어린 나를 온통 사로잡고 있었다.환상적인 갖가지 색깔의 드로프스가 그렇고묘한 향내나는 젤리에 형용할 수 없이 혀끝을 사로잡던 초코렛이며츄잉껌이 그랬다.그리고 무엇 보다도 이 모든 것들이 골고루 들어있던 시레이션은 천국의 선물이었다. 전쟁 직후에 농촌에서는 먹을 것이 없어 보리 개떡에 밀기울이 고작이었건만 그래도 도회지에는 미군부대가 있어서 아무리 양식이 떨어져도 학교에 가면 우유죽도 나오고 옥수수죽도 배급했다.시장 모퉁이에서는 ‘꿀꿀이 죽’이 언제나 끓고 있었다.미군 부대에 청소원으로 나가는 이들이 음식 쓰레기를 내다가 파는데 성한 고깃덩이나 빵이나 통조림 음식은 좀 더 값을 쳐서 팔고 이것 저것 합쳐서 내버린 음식 찌꺼기들을 한데 몰아서 무조건 끓이는 것이었다.이게 단돈 십원이었다.시장 장사치에서부터 지게꾼이며 아주머니며 아이들까지 균일하게 십원 한 장이면 한 그릇씩 퍼 주었다. 형편없는 콩나물 소금국만 마시다가 월남 파병에 끼어 배를 타자마자미군의 급식을 받게 되면서 저 황홀함이 되살아나던 것이다. 스테이크에서 포오크며 닭과 칠면조에 이르기까지 온갖 고깃덩이와 케이크후식으로 주던 캘리포니아 도장 박힌 오렌지의 맛은 전쟁터로 간다는두려움을 대번에 날려 보낼 정도였다.야전에 나가서는 시레이션이 나왔는데 우리가 먹던 것은 이차대전 때의 보급 전형이고 당시는 개량형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나중에는 모두가 질려서 김치 생각만 하게 되었고 이 틈을 탄 군납업자들이 케이 레이션이란 국산 야전식을보급하게 되었다.고추장,멸치볶음,김조림,꽁치와 고등어,김치 등속의깡통이었는데 이것들과 미제 레이션 깡통의 프랑크푸르트 소시지 햄등속을 넣어 찌개를 끓여서 탄약 통에 밥을 해먹었다.나중에 베트남전쟁이 끝난 지 얼마 뒤부터 경기도의 기지촌 부근에서부터 처음에는 미국 대통령 이름을 딴 ‘존슨탕’이네 ‘카터탕’이네 하면서 미제 깡통 고기와 김치며 면을 넣은 찌개가 나와 돌더니 아예 ‘부대찌개’라는 어엿한 이름을 달고 일종의 퓨전요리로 정착하게 되었다. 이 찌개는 일찍이 내 목숨을 살린 적이 있어서 요새도 소주 반주하며 즐겨 먹는다.바탄간반도 작전이라는 데를 끌려 갔는데 우리는 운좋게 해안방어 소대라상륙부대의 후미에서 베이스캠프만 지키고 있었다.가끔씩 밤에는 적의 박격포나 로켓포가 날아들었지만 낮에는 평온한 해수욕장 같은 곳이라 단독무장도 풀고 아주 기합이 빠져서 벙커에서 그야말로 ‘해골만 굴리고’ 있었다.취사당번이 내 차례였는데밥과 찌개를 실탄 통에 담아서 불을 지펴 놓고 뒤가 무둑해서 야전삽을 들고 볼일을 보러 모래언덕 위로 갔다.그곳은 우리네 벙커 보다지대가 높아서 나쁜 냄새가 해풍에 불려 날아가는 지점이라 소대원들이 정해 놓은 장소였다.자리를 잡고 먼 바다를 내다보며 느긋하게 볼일을 보는데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돌아보니 찌개가 넘치고있는 중이었다.실탄 통은 처음에만 뚜껑을 닫고 일단 끓기 시작하면얼른 열어 주어야 하고,만약 그대로 두었다가는 고무 바킹이 열리면서 찌개가 사방으로 터져 나가던 것이다.아뿔싸,저걸 열어야겠구나. 나는 얼른 바지를 올리고 바삐 모래언덕에서 뛰어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귓가에 쌔액!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나는 야전에서의 본능대로 얼른 아래로 미끄러져 슬라이딩을 하면서 엎드렸다.꽝,하는 폭음과 함께 화약 연기와 모래가 나를 덮어 씌웠다.한참이나 엎드려 있다가 말짱하게 일어나서 돌아보니 모래 언덕은 없어지고 거기 엄청난 구덩이가 패었다.해상에 떠 있던 함정에서 밀림으로의 지원사격이랍시고 함포를 오폭해버린 것이다.물론 구원 받지 못한 찌개도 뒤이어 터져 버렸다. 황석영
  • 박지은 공동 18위 ‘허무한 추락’

    박지은이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치와이어리스챔피언십(총상금 100만달러) 마지막 라운드에서 최악의 스코어를 기록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박지은은 20일 미국 플로리다주 데이토나비치의 LPGA인터내셔널리젠드코스(파72·6,497야드)에서 열린 4라운드에서 버디 2개만 기록한채 보기 7개 더블보기 2개로 9오버파 81타라는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전날까지 단독 3위를 달린 박지은은 이로써 합계 3오버파 291타로박세리 (아스트라) 캐리 웹(호주) 등과 공동 18위로 떨어져 역전우승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박지은은 첫홀에서 버디를 낚아 기분좋게 출발했으나 우승에 대한욕심이 과한 탓인지 3·5·6번홀에서 연속 보기를 범한 뒤 급격한 하락세를 보여 미숙한 경기운영 능력을 드러냈다. 3라운드까지 연속된 부진으로 일찌감치 우승권에서 탈락한 지난해챔피언 박세리는 모처럼 3언더파 69타로 선전했으나 초반 부진의 부담을 털지 못하고 중위권에 그쳤다.특히 98년 LPGA 데뷔 이후 2년연속 4승씩을 거둔 박세리는 3년째인 올시즌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시즌을 마감했다. 한편 전날 2위 도티 페퍼는 9언더파 279타로 2위 레이첼 헤더링턴을3타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승(통산 17승)의 감격을 누렸고 시즌 6승에 도전한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은 4오버파 76타로 부진,합계 5언더파 283타로 리타 린들리와 공동 3위로 밀려났다. 곽영완기자 kwyoung@
  • “전우를 찾아 줍니다”

    인터넷 동창찾기에 이어 인터넷 전우찾기 사이트가 개발돼 네티즌들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 위치한 대불창업보육센터에 입주중인 인터넷벤처기업 ㈜인터넷노크 닷컴은 우리나라 최초로 인터넷상에서 전우를 찾아주는 사이트인 파인드 전우 닷컴(www.findjeonwoo.com)을 운영중인데 사이트를 오픈한지 2주만에 1,000여명이 넘는 회원들이 등록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26일 밝혔다.육·해·공군,해병대,월남전 참전전우회,경찰,여군,공익,카투사,군무원 등 군대시절 전우를 찾아주는 이 사이트는 서비스 이용과 회원가입이 무료다. 이 사이트는 또 군대에 간 애인에게 사랑의 편지를 보내는 코너 등다양한 코너가 마련돼 여성들로부터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회사관계자는 “이 사이트는 전우찾기 이외에 군입대에 대한 궁금증이나 입영날짜 조회 등 군관련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어 입영을 앞둔 신세대는 물론 여성들로부터도 폭넓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6개월내에 등록회원이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본다” 밝혔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굄돌] 표현의 자유 ‘수난시대’

    올해는 유독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수난을 당한 한 해로 기록될 듯싶다.올 초 영화 ‘거짓말’이 음란물 시비에 휘말리면서 ‘음대협’(음란성조장매체대책시민협의회)으로부터 고발을 당했는가하면,이현세 만화 ‘천국의 신화’ 소년판이 미성년자보호법 위반으로 300만원의 벌금을 받았다.최근에는 영화 ‘공동경비구역’이 JSA 전우회로부터 각각 사실을 왜곡하고 부대의 명예와 사기를 저하했다는 이유로혹독한 대가를 치루었고,9월 29일에 있을 예정이었던 페미니즘 아티스트 그룹 ‘입김’의 ‘종묘점거 프로젝트 전시회’가 이씨 종친회와 유림단체들의 항의에 전시 자체가 무산되고 말았다.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는 진보적인 문화계와 그것의 현실 왜곡과 파급효과를 우려하는 반문화적 보수 집단과의 갈등은 겉으로 보기엔 아주 간단한 문제처럼 보인다.음대협은 청소년보호가 표현의 자유보다우선시되어야 한다고 보며,JSA전우회는 자신의 마크와 복장을 그대로도용하여 현실에도 없는 일들을 사실처럼 묘사했다고 실력행사를 했고,이씨 종친회는 성스러운종묘를 방자한 여성들이 유린했다고 역정을 냈다.이들은 서로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지만,문화적 표현물이 갖는 허구적 특수성에 대해서는 일관되게 인정하지 않는다.말하자면 그들은 사실과 허구의 경계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문화적인 무지를 떠나서 그동안 별다른 제지없이 자신들의 이념과 윤리관을 유지할 수 있었던 전근대적 지배집단의 공포심과 위기의식을 반영하는 것이다.성적 표현물이 청소년들을 망치게할지도 모른다는 공포심,한반도의 분단체제가 급속도로 해체되어 자신들의 반공이념과 기득권이 무너질지도 모른다는 공포심,가부장제에대한 여성들의 도전이 갈수록 거세져 님성사회 체제를 혼란에 빠뜨릴지 모른다는 공포심 등이 문화적 표현물들을 단순히 허구물로 보지못하게 만든다. 문화적 표현의 소재들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상황에서 이런 갈등은앞으로도 계속될 소지가 많다.유사한 사건이 터질때마다 폭력과 폭언이 난무하고,고소와 고발이 잇달아야하는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중요한 것은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인합의이다.문화적 표현물에대한 성숙한 시민사회의 이해와 문화적 관용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이동연 문화평론가
  • 주요기업 3·4분기 반도체업체 수출증가 힘입어 실적 호조

    국내 주요기업들의 올 3·4분기 영업실적이 호조세를 유지한 것으로나타났다. 12일 SK증권이 시가총액 500억원 이상인 거래소 176개,코스닥 101개종목(워크아웃,관리대상,결산기변경,금융, 보험사 제외)을 대상으로3·4분기 영업실적을 조사한 결과,영업이익은 2·4분기보다 8.3% 증가한 27조7,293억원,순이익은 21.3%가 증가한 15조6,545억원으로 추정됐다.경상이익도 16.5%(20조3,001억원)가 증가했다. 반면 전체 매출액은 320조784억원으로 2·4분기보다 1.6% 감소했다. SK증권 전우종 연구원은 “여름 비수기임에도 불구하고 8월 수출이사상최대를 기록한 반도체 업체들과 정보통신(IT)업체 등의 실적호전에 힘입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연구원은 그러나 “조사대상 기업들의 4·4분기 영업이익은 수출비중이 높은 반도체 가격 하락과 올들어 설비투자를 확대한 기업들의감가상각비 증가 등으로 3·4분기보다 4.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특히 전체 영업이익의 29%를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4·4분기 영업이익은 D램 반도체 가격의 하락으로 16% 감소할것으로 전망됐다. 조현석기자
  • 李총리·보수단체 대표 간담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는 6일 대한민국건국회,대한참전단체연합회,월남참전전우회,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실향민중앙협의회,전쟁방지협의회,군경유자녀회 등 보수단체 회장 32명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모임은 이 총리가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보수계 대표들에게 정부의대북정책을 설명,보수 단체들의 이해를 구하고 이들의 의견을 듣기위해 마련했다. 이 총리는 우선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간의 여러 후속조치들을 소개한 뒤 “언론에 보도된 것보다 더 실질적인 성과가 있었으며전쟁억제와 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된 많은 대화와 결실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설명이 끝나자 류기남(柳基南) 대한참전단체연합회장은 “한국전쟁참전 군인들의 명예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고 최근 민주화유공자 등과의 형평성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명철(黃明哲) 월남참전전우회장은 “물질적 보상보다는 명예로운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월남전 참전군인들에게 국가유공증서를수여해달라”고 건의했다.손진 대한민국건국회장은 현행 상훈법 체계의 문제점을 거론했다.최근 일고 있는 미군 철수주장과 국가보안법폐지주장이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지운기자 jj@
  • 판문점전우회 “영화 ‘공동경비구역’ 명예훼손”제작사에 항의

    판문점전우회(회장 경성엽) 회원 10여명은 26일 오후 3시쯤 “영화‘공동경비구역 JSA’가 왜곡된 묘사로 판문점 전우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제작사인 서울 종로구 명륜동 ㈜명필름을 방문,사무실 집기류를 던지는 등 3시간여 동안 거칠게 항의했다. 전우회측은 “공동경비구역(JSA) 부근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이 북한군들의 초소로 찾아가 닭싸움을 하는 등 이 영화가 사실과 다르게 묘사함으로써 판문점 근처에서 복무한 전우들의 명예를 심하게 훼손했다”면서 제작사측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 9일 개봉된 ‘공동경비구역 JSA’는 판문점에서 발생한 총격사건을 축으로 판문점 근무 남북한 병사들의 우정과 분단의 비극을 다룬 영화로 국내 영화사상 최단기록인 개봉 15일만에 관객 100만명을넘어섰다. 송한수기자 onekor@
  • 내일 현판식 첫 민간인 국방홍보원장 김종구씨

    “국방일보(전우신문의 전신)으로 낯익은 국군홍보관리소가 앞으로최고 수준의 국방전문 종합미디어센터로 거듭나게 될 것 입니다” 국방홍보원으로 기관명칭이 바뀐 뒤 8일 현판식을 갖는 김종구(金鐘久·45) 국방홍보원장은 국방부 1호 책임운영기관장이자 첫 민간인기관장답게 청사진을 자신있게 펼쳐보였다. 김원장은 “민과 군은 따로 구분될 수 없는 하나의 유기체”라고 전제한 뒤 “민과 군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의 틀을 깨는데 국방홍보의초점을 맞출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군 일변도 홍보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국방일보의 일반뉴스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등 매체혁신을 꾀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국방홍보원은 국방일보를 비롯,월간 국방저널,연간 국방화보 등 활자매체와 국군방송,국군영화 등을 제작·운영하고 있다. 그는 “내년부터 인터넷상에 독자적인 홈페이지를 구축하는 한편 국방일보의 전자신문화와 무궁화위성을 활용한 군전용 위성TV 방송도계획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원장은 국민일보 등에서 15년동안 기자생활을 한 언론인 출신이다. 노주석기자 joo@
  • 한국선발팀 단체전 우승…제주니어골프선수권

    한국선발팀이 스포츠서울 주최 제2회 문화관광부장관배 스포츠컴 국제주니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1진격인 한국대표팀을 제치고 역전우승했다. 선발팀은 1일 경기도 광주 뉴서울CC(파72·6,758야드)에서 계속된마지막 4라운드에서 1오버파로 선전,합계 11오버파 875타로 전날 선두인 대표팀(877타)를 2타차로 따돌렸다.지난해 대표팀에 이어 올해선발팀이 우승을 차지해 대회 2연패에 성공한 한국은 3위를 차지한태국과 함께 내년 일본에서 열리는 월드주니어골프팀챔피언십 출전권을 따냈다. 2타 뒤진 2위로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 선발팀은 정지호(대전체고)가2언더파로 분전하고 최진호(대전체고)·성시우(신성고)가 이븐파,3오버파로 뒤를 받쳐 합계 4오버파로 부진한 대표팀에 짜릿한 역전승을거뒀다. 남자 개인전에서는 최진호가 합계 2오버파 290타로 우승을 차지했고여자부의 김나리(장안중)는 연장전에서 최혜정(서문여고)을 누르고8오버파 296타로 정상에 올랐다. 류길상기자
  • 마지막날 아쉬움속 또 이별

    “이제 헤어지면 또 언제 만나나…”“통일돼서 꼭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오빠” “오마니,몸 건강히 오래오래 사시라우요…” 17일 낮 서울과 평양의 이산가족 방문단 오찬장은 사흘 전 첫 상봉때와 같은 오열과 탄식의 바다를 이뤘다.사흘간의 상봉중 마지막인이날 오찬은 50년 전 한맺힌 이산에 이은 또 한번의 눈물어린 생이별의 장이 됐다.너무나 짧은 만남과 감격어린 상봉의 기쁨도 잠시,어머니와 아들,남편과 아내,오빠와 누이는 기약없는 재회를 약속하고 하루 뒤면 남과 북으로 흩어질 혈육의 어깨를 부여잡은 손을 끝내 놓지못했다. 서울에서 북한의 인민화가 정창모씨(68)는 여동생 춘희씨(60·경기군포)를 끌어안고 이별의 슬픔을 달랬다.북한의 수학자 조주경씨(68·김일성대 교수)도 숙소에서 어머니 신재순씨(88)를 만나 생이별의슬픔을 나누며 재회를 약속했다. 평양에서는 북에 각각 처자식과 아들을 두고 내려와 남에서 결혼한이선행(李善行·81·서울 망우동)·이송자(李松子·82) 부부가 이씨의 북쪽 부인 홍경옥씨(76·평북 구장군)와 만났다. 대한적십자사 지원요원으로 방북한 소설가 이호철(李浩哲·68)씨와방북단 의료진인 고 장기려 박사의 차남 가용(家鏞·65·서울의대교수)씨도 북측이 별도로 마련한 장소에서 가족을 비공개리에 만났다. 앞서 류미영(柳美英·78) 북측 단장은 16일 오후 23년만에 서울의 둘째아들 인국씨(53)와 막내딸 순애씨(48),손자 등 가족을 만났다. 남과 북의 방문단 200명은 이날 모든 공식일정을 끝내고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과 평양 고려호텔에서 고향땅에서의 마지막 밤을 뜬 눈으로 지새우며 분단의 아픔을 다시 한번 뼈저리게 느꼈다. 북측 방문단은 전날과 같이 두 팀으로 나뉘어 숙소인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가족들과 개별상봉했으며 창덕궁(비원)을 둘러봤다.남측 방문단도 고려호텔에서 개별상봉한 뒤 북한 가극 춘향전을 관람했다. 남북 방문단은 가족 공동오찬에 이어 저녁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박재규(朴在圭) 통일부장관 주최 환송만찬,평양 옥류관에서 평양시 인민위원회 주최 환송연회를 끝으로 3박4일의 방문중 공식일정을 모두마쳤다. 18일 오전우리측 대한항공기가 북측 방문단을 태우고 김포공항을출발,남북직항로를 통해 평양 순안공항에 이들을 내려놓은 뒤 남측방문단을 태워 서울로 귀환한다. 한편 15년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남북 각 100명의 인원과짧은 시간으로 제한된 데 대해 남북 당국이 하루빨리 면회소 설치,상봉 정례화 등을 통해 많은 이산가족들이 상봉할 수 있도록 해야 할것으로 지적됐다. 98년 남북 차관급회담 수석대표로 참가했던 정세현(丁世鉉) 통일부전 차관은 “상설 면회소를 만들어 이산가족들에게 많은 상봉기회를줘야 한다”면서 “중간단계인 면회소 상봉을 거쳐 중국·대만,동서독처럼 상대방 지역을 방문할 수 있도록 하고 병문·조문의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얼마든지 허용하는 근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인영(全寅永) 서울대교수도 “이산가족문제는 남과 북 어느 당국도 사상과 체제를 초월하는 강력한 이슈임을 이번에 생생히 확인했다”면서 “북한의 경우 절대적 지도자가 마음먹으면 면회소 설치 등은어렵지 않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말했다. 특별취재단
  • [외언내언] 경의선과 지뢰

    전역을 앞둔 대대장과 후임자가 수색정찰 임무를 인수인계하는 도중 지뢰를 밟아 각기 두 무릎 아래와 발목을 잃었다.지난 6월 서부전선에서 일어난 사고다.사고 과정에서 보여준 두 장교의 뜨거운 전우애와 희생정신은 우리 사회의 귀감이 될 것으로 당시 화제가 됐다.하지만 피해 당사자들의 고통과 절망감,그리고 졸지에 가장(家長)의 사고 소식을 접한 가족들의 황망함이란 어떠했을까. [내가 내 스스로를/장악하지 못하고/내가 내 스스로에게/삼엄하지 못할 때/나는 내 발목을 자른다] 이산하 시인의 시 ‘지뢰밭’의 일부다.시인의 치열한 시심을 어떻게 느끼느냐는 읽는 이의 마음에 달려 있을 것이다.다만 필자는 시를 통해 이 땅에서 남북간 반목이 이어지는 한 두 중령의 경우와 같은 비극은 계속될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읽는다.민족 스스로 평화를 가꾸지 못하고,외세에 휘둘릴때 애꿎은 희생양은 생기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남북이 끊어진 경의선 연결에 합의했다는 소식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청량제였다.더욱이 그 합의를 실천하려면 총칼을 겨누고 있는 남북의 군대가 불가피하게 힘을 합쳐야 한다는 점에서 보이지 않은 ‘섭리’마저 느껴진다.정부는 경의선 복구 지역의 지뢰 제거작업을 특수야전 공병부대에 맡길 것으로 알려졌다.북한도 업무 자체의 특성상 이 일을 인민군에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2억9,000여만평에 이른다는 비무장지대에는 남북에 걸쳐 100만∼200만개로추정되는 엄청난 수의 대인·대전차지뢰가 매설돼 있다고 한다.그중 경의선복구로 당장 지뢰를 제거해야 할 지역은 7만3,000여평이라고 한다.토목공학적으로 보면 남한이 문산∼장단 12㎞ 구간을,북한이 장단∼봉동간 8㎞ 구간을 맡으면 된다. 그러나 지뢰 제거는 고도의 기술적인 어려움과 예기치 않는 불상사가 뒤따를 개연성이 큰 작업이다.이처럼 ‘인화성’ 강한 작업을 위해서는 양쪽 군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허심탄회하게 그 방법을 논의해야 할 것이다. 양측이 경의선 복원을 위해 군사 협의 채널을 통해 질서 있게 지뢰를 제거해 나간다면 상호 신뢰도 또한 크게 축적될 것이다.따라서 경의선 철로변지뢰가 분단의 상징에서 남북 군축 협상을 앞당기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남북이 휴전선에 집중시킨 화력을 후방으로 물러앉히는 일이 셀리그 해리슨(미 우드로 윌슨연구소 수석연구원)과 같은 학자들의논문에서가 아니라 ‘실제상황’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는가. 구본영 논설위원.
  • 해병대전우회 재통합…초대총재에 오윤진씨

    지난 97년 이후 내분을 겪어온 해병대전우회 중앙회가 재통합됐다.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는 29일 서울 해군회관에서 전국 시·도 연합회장들과지회장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임시총회를 열어 오윤진(吳允晉·해간7기) 예비역 소장을 신임총재로 선출했다.신임 오 총재는 취임사를 통해 “하나로 뭉친 전우회를 이끌어 갈 책무에 어깨가 무겁다”면서 “인화단결과 조직정비,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전우회,국가안보와 대민봉사에 앞장서는 조직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지난 88년 창설된 해병대전우회 중앙회는 97년 7월 해병대 원상회복운동을 계기로 다수파와 소수파로 분열,서로 법적 소송까지 벌이는 등 갈등을 빚었다.그러나 99년 12월 서울지법으로부터총재권한대행으로 지명된 신현준(申鉉俊) 초대사령관이 지난 4월 전우회 통합을 위한 ‘9인 특별위원회’를 구성,3개월에 걸친 토론과 협의 끝에 통합이 성사됐다. 노주석기자
  • 경기 북부 자원봉사단 용인 복구현장 구슬땀

    파주·의정부 등 98년과 99년 연달아 수해를 입었던 경기북부지역 주민들이지난 22∼23일의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용인지역에서 ‘보은(報恩)의 자원봉사활동’에 나섰다. 파주적십자사 부녀봉사회와 새마을지도자협의회·파주사랑자원봉사단원 등80여명은 25일 오전 6시 파주시청에서 제공한 버스 2대에 분승,각자 준비한목장갑과 도시락을 휴대하고 용인시 포곡면으로 달려갔다. 이들은 35가구 150여명의 수재민이 발생한 포곡면 삼계리에서 폭우에 찢기고 날아간 농사용 비닐하우스를 복구하고 하우스내 상추·쑥갓 등 채소에 쌓인 흙탕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했다. 의정부시 적십자부녀회·해병전우회·새마을지회 등의 회원 100여명도 이날용인지역에서 수해복구 자원봉사에 나섰고 지난해 물난리를 겪은 연천·동두천 주민들도 관내 사회봉사단체가 중심이 돼 용인지역 수재민 돕기에 속속 동참할 계획이다. 파주·의정부 한만교기자 mghann@
  • 청소년 유해환경 뿌리 뽑는다

    서울 강남 압구정동 로데오 거리,돈암동 성신여대 입구 등 청소년들이 자주출입·통행하는 서울시내 37개 지역이 ‘청소년 그린벨트’로 선정돼 유해환경에 대한 집중적인 단속을 받게 된다. 청소년 그린벨트는 서울시내 구별로 청소년 출입이 빈번하면서 우선적으로 정화가 필요한 1∼2개 지역이 선정됐다. 서울지검 소년부(부장 李俊甫)는 13일 서울시와 합동으로 식품위생 명예감시원,유해환경감시단원 150개조 856명과 구청 공무원이 참여하는 합동단속반을 편성,청소년을 고용하거나 주류를 제공하는 등 유해업소에 대한 단속을강화하기로 했다.검찰은 서울지구 청년회의소,해병전우회 등과 협의해 자원봉사자 수를 올해 말까지 2,0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검찰과 서울시는 단속공무원 실명제를 도입하는 한편,명예감시원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지도·단속권한을 부여하기로 했다. 합동단속반은 이번 달부터 1개월 동안 계도 위주로 활동하지만 이후에는 단속 중심 체제로 전환할 계획이다. 검찰은 합동 단속반이 고발 또는 수사의뢰하는 악질 업주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청소년을 유해업소로부터 보호하려면 단속보다 자율정화가선행돼야 하지만 유해업소 업주에게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사법조치하는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종락기자 jrlee@
  • 박세리 역전우승 대시

    5언더파 208타의 공동 8위.선두와는 5타차.그러나 아직 3연패의 희망을 버리기에는 이르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총상금100만달러) 3연패를 노리는 박세리(23·아스트라)가 9일 새벽 미국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의 하이랜드 메도우GC(파 71·6,319야드)에서 끝난 3라운드에서 버디 4,보기 1개로 3언더파 68타를 쳐 합계 5언더파 208타를 기록하며 전날 공동 13위에서 공동 8위로 뛰어올랐다.박세리는 9일 밤 11시28분 마지막라운드에 돌입,선두 추격에 나섰다. 3라운드에서 5언더파를 보태 합계 10언더파 203타로 단독선두를 달린 애니카 소렌스탐(스웨덴)과는 5타차.베스 다니엘,제인 크래프터 등 6명의 공동 2위권과는 불과 한타차로 큰 의미가 없어 박세리로서는 대회 3연패의 관건이마지막라운드에서 선두 소렌스탐을 얼마나 따라 붙느냐에 달려있는 셈이다. 물론 부담스런 타수차이긴 하나 마지막라운드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차이이기도 하다.지난해에도 마지막라운드에서 17번홀까지 선두권에 2타나 뒤지다 마지막홀에서 동타를 이룬 뒤 최강 캐리 웹 등 6명이 겨룬연장전에서 역전우승을 차지한 경험이 있는 박세리다. 2번홀(파3)에서 버디를 낚아 순조롭게 출발한 박세리는 9번홀(파4)에서 세컨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하고 3온-2퍼트로 보기를 범해 주춤했으나 13번홀(파4)에서 4.5m 버디퍼팅을 성공시키면서 다시 상승세를 타기 시작,15번홀(파4),17번홀(파5)에서도 버디를 추가했다. 한편 장정(20)은 버디 5,보기 3개로 2언더파 69타를 기록,합계 2언더파 211타로 낸시 로페즈 등과 공동 21위로 올라섰고 박희정(20)은 2오버파 215타로 공동 49위를 달렸다.또 펄신(33)은 3오버파 216타로 공동 63위,제니스 박(28)은 4오버파 217타로 공동 69위에 그쳤다. 곽영완기자 kw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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