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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료대란/ 집단 폐업 3일째 표정

    병·의원 집단 폐업 사흘째인 22일 응급실과 입원실을 지키던 전국 의과대교수들도 23일부터 폐업에 동참할 것을 잇따라 선언,환자와 가족들은 ‘공황’(panic) 상태에 빠졌다.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환자들이 잇따라 숨지는 등 ‘의료재앙’이 계속되는 가운데 의사들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진료를 계속하고 있는 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에서 일하는 의료진들도 평소보다 몇 배 많은 환자들의 진료에 지쳐 체력이 탈진되는 등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신촌세브란스병원에 위궤양으로 입원하고 있는 성길두(成吉斗·61)씨는 “전쟁터에서도 의사들은 적·아군을 가리지 않고 인명을 구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면서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사직서를 제출하는 교수들의 위선적인 모습에 분노한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담석증으로 서울중앙병원 응급실을 찾은 김선화(金善化·49·여)씨는 “지난 20일 오후 응급실에 왔으나 제대로 치료도 해주지 않으면서 사회적 비난을 의식해서인지 집에도 못가게 한다”면서 한숨을 쉬었다.직장암으로 한달전부터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유재필(柳載必·67)씨는 대변을 보지 못하는 등 증세가 악화돼 지난 15일부터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등을 돌며 입원을 호소했으나 허사였다.22일 다시 서울대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순서가 밀려있으니 연락을 주겠다”는 말만 들었다는 부인 김필순씨(67)는 “남편이 잘못될까 두렵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국립의료원,경찰병원,보훈병원,서울대병원 응급실도 밀려드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뤘다.국립의료원 응급의학과장 황정선(30)씨는 “3일 동안 2시간 밖에 자지 못했다”면서 “23일 교수들의 폐업 동참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게 되면 중환자들이 국립의료원으로 몰릴텐데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교수 17명이 24시간씩 교대로 비상근무에 임하고 있는 서울대 응급실의 의과대 교수들은 지친 모습이 역력했다.응급의학과 이중의(48) 교수는 “피로누적으로 평소처럼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가 힘든 상태”라고 털어놨다. 보건소에도 평소보다 2배 가량 많은 환자들이 몰렸다.광진구보건소 간호사백난영(白蘭榮·28)씨는 “병원 응급실이 문을 닫는다면 보건소를 찾는 환자가 훨씬 늘어날 텐데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박상증 참여연대 공동대표와 지은희 여성단체 연합 공동대표,법현 스님 등 시민·종교단체 대표들은 22일 오후 서울대학병원을 방문,의대 교수들의 폐업 동참 자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의대교수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호소문에서 “의약분업을 둘러싼이견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풀어야하며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잡아서는 안된다”면서 “응급실마저 폐쇄된다면 의료계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은 극에 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오늘 전국 장마권

    22일부터 전국에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다.기상청은 “남해상에서 북상하는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22일 남부와 제주지방은 흐리고 한두차례 비가 오겠으며 충청지역은 오전부터,서울·경기 지역은 오후 늦게부터 비가 내리는등 전국이 장마권에 들겠다”고 예보했다. 25∼26일은 장마 전선이 일시적으로 후퇴해 소강 상태를 보이다가 27일부터다시 장마전선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2일 자정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남부지방 10∼40㎜(많은 곳은 60㎜ 이상),충청지방은 5∼20㎜다. 전영우기자
  • 폐업 이틀째 이모저모

    의사들의 집단폐업 이틀째인 21일 각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응급실·중환자실 등은 의료진 부족으로 의료공백이 한층 심화됐다.비상진료를 하고 있는국·공립병원과 보건소 등도 의료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20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동 앵글공장에서 일하다 오른쪽 엄지발가락이절단된 박모씨(56)는 인근 K대 의료원과 U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지 못하다오전 11시45분쯤에야 신촌세브란스병원에 도착,수술을 받았다. 이대 목동병원은 교수 4명이 상주,응급환자를 맡고 있지만 140여명의 환자를 맡기에는 역부족이었다.병세가 심하지 않은 환자들을 중심으로 퇴원을 종용,입원환자 수가 354명으로 평소보다 200여명 줄었다. 서울대병원은 어린이병동 응급실과 일반병동 응급실을 통합 운영했지만 의료진 부족으로 진료에 차질이 빚어졌다.삼성서울병원은 병상 가동률 50%에그쳤다. 한양대 병원은 310명의 전공의들이 모두 자리를 비워 24개과 130여명의 교수들만 진료에 나섰다. ●전공의 150여명이 빠져나간 국립의료원은 초진환자 수가 평소의 2∼3배에달하는 등 환자 수가 늘어 진료 대기시간이 2시간을 넘었다. 한국보훈병원은 평소 전문의 1명,전공의 4명으로 운영되던 응급실에 전문의1명만이 상주하고 있으며 국립경찰병원도 전문의 2명만이 진료를 하고 있다. 각 지역 보건소에는 평상시보다 2배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려들어 북새통을이뤘다. ●한방병원과 한의원은 대학병원과 개인병원 등에서 진료를 받던 환자들이몰려 환자가 평소보다 30% 정도 늘어났다. ●삭발로 의료계 투쟁의 앞장섰던 여의사 윤민경(尹珉景·32)씨가 환자진료를 위해 21일 고향인 제주도로 돌아갔다. 윤씨는 지난 2월 의사들의 여의도집회때 여의사로는 유일하게 삭발 대열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었다. 윤씨는 “의약분업 시행안의 개선 필요성에는 동감하지만 이번 사태처럼 환자진료를 포기한 강경투쟁에는 반대한다”면서 “갈등과 고민 끝에 환자 곁에 돌아가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의료대란/ 소아암·화상병동 르포

    의사들의 집단 폐업 첫날인 20일 낮 어린이 백혈병전문 여의도성모병원. 소아 골수이식 병동에 입원해 있는 ‘어린이 암환자’ 52명은 천진난만하게 만화책이나 동화책을 보며 놀고 있었다.그러나 부모들은 불안감을 감추지못했다. 전공의들이 모두 파업에 들어가 교수 4명이 24시간 비상근무체제로 들어갔기 때문이다.19일까지는 전공의 6∼7명과 전문의와 임상교수 4명 등 10여명이 치료를 맡아왔다. 2년 전 백혈병 판정을 받은 7살난 아들의 골수 이식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김모씨(39)는 “폐업 전에는 주치의 선생님이 최소한 하루 4∼5차례 아들을찾아보고 증상을 점검했는데 오늘부터는 의사 선생님들이 거의 병동을 돌지못하고 있다”면서 “아들의 치료가 잘못될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최고의 화상 전문병원 가운데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 한강성심병원에서도 전공의들이 모두 파업에 참여해 전문의 1명이 43명의 중환자를 모두 맡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3개 층에 걸쳐 있는 중환자실 가운데 2층 중환자실에만 전공의6명과 전문의 1명이 24시간 교대로 근무해왔다.한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일반 병실에 있는 환자를 담당할 인력이 없다”면서 “2∼3일은 어떻게 버텨보겠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어떻게 될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남편이 중환자실에 입원하고 있는 신모씨(51·여)는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23일부터는 교수들도 파업에 동참한다는데 행여 남편이 잘못되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현장] ‘히포크라테스 선서’ 잊었나

    “쌍둥이를 가진 아내가 양수가 터진 지 3일이나 됐는데 아이를 낳지 못하고 있습니다.받아주는 병원이 아무데도 없으니 어떻게 하나요” 19일 오전 서울 양천구 이화여대의료원 목동병원 분만실 앞.이모씨(34·공무원)는 만삭인 아내를 부여안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이씨는 아내의 출산 예정일이 다음달 2일이었으나 조산을 하게 돼 병원을찾았다.그러나 병원에서는 “20일부터는 미숙아를 돌볼 의료진이 없다”며분만억제제만 놓아주고 있다. “주변 병원과 의원에 전화를 해봤으나 아무 곳에서도 받으려 하지 않습니다” 이씨는 “아내와 아이들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다”며 하얗게 질린 얼굴로 여기저기 연신 전화를 걸어댔다. 김모씨(40·경기도 안양시 비산동)는 지난 16일 새벽 교통사고로 광대뼈가함몰되는 중상을 입어 서울 강남구 도곡동 영동세브란스병원에 입원했다.그러나 하루 뒤인 지난 17일 병원측으로부터 ‘1주일 정도 지나서 수술을 해야 하지만 파업 때문에 수술할 수 없으니 다른 병원을 찾아보라’는 얘기를 듣고 앞이 캄캄했다.부서진 뼈조각이 굳으면 수술조차 불가능해 평생을 불구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이씨는 “전국 모든 병원이 다 파업에 돌입한다는데어디서 수술을 받느냐”고 분개했다. 의사들의 파업을 하루 앞둔 19일 전국 병원에서는 대혼란이 빚어졌다.일부병원에서는 평소의 4배가 넘는 외래환자들이 몰려 병원 로비가 발디딜 틈이없을 정도였다.의료사고를 우려,병원측이 중환자를 제외한 다른 입원환자들을 퇴원시키는 진풍경도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다.의사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환자와 가족들의 모습도 보였다. 간호사들은 “진료 업무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던 전공의들이 파업에들어가면 제대로 병원 업무가 이뤄지지 않아 의료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크다”며 걱정했다. 한 환자 가족은 “정부의 의약분업안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어떤 상황일지라도 의사가 환자를 외면해서는 안된다”면서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가 왜 2,000년 넘게 의료진의 귀감이 돼었는지를 한번 되짚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우 사회팀기자 ywchun@
  • 영천 37.3도…올 최고

    19일 낮 경북 영천의 수은주가 37.3도까지 급상승,올들어 가장 높은 기온을기록했다.지난 58년 6월26일 대구의 38도에 이어 두번째로 높았다. 또 밀양 35.7도,의성 35.6도,안동 35.1도,춘천 35도,홍천 34.5도,양평 34.4도,서울 33.3도 등을 기록했다. 한편 서울시는 19일 오후 2시를 기해 양천·강서·구로구 등 남서지역 7개구에 이틀째 오존주의보를 발령했다. 전영우기자
  • 서울대 총학생회 “北유적 답사”

    서울대 총학생회가 북한의 발해와 고구려 유적 답사를 추진하는 등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대학가에 북한과의 교류사업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허민(許民·23·응용화학부 4년)씨는 19일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계기로 남북간 문화적 교류의 물꼬를 틀 때가 왔다고 판단,오는 8월 북한에 있는 발해와 고구려 유적을 답사하고 김일성대를 방문해 한 겨레로서 유대를 강화하려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지난 9일 통일부에 북한주민접촉 신청서를 냈다.이번주 안에 통일부로부터 승인을 받는 대로 다음달 중국 등 제3국에서 북한측 관계자들과 만나 방북 절차와 답사 일정 등을 협의할 계획이다. 성균관대도 북한의 고려성균관대와의 공동 학술회의 개최나 교수 및 학생교류 등의 자매결연사업을 구체화하기 위해 고려성균관대 총장의 방문을 추진중이다. 이화여대 박준영(朴俊英) 교수도 이 대학 대학원 북한학과 석사과정 10여명과 함께 오는 10월 김일성대학을 방문,학생들과 토론회 등을 갖기로 하고 지난 13일 통일부로부터 북한주민접촉승인을 받았다. 전영우기자 ywchun@
  • ‘집단폐업’ 하루전날 표정

    집단폐업을 하루 앞둔 19일 주요 종합병원은 폐업이 장기화될 것 등을 우려해 미리 진료를 받거나 약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적댔다. 서울의 권위있는 병원에서 진료받기 위해 지방에서 상경하거나,교통사고를당한 중환자 진료를 거절해 실랑이를 벌이는 모습도 목격됐다.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경우 의사의 처방전은 평소의 2,200∼2,300건보다 30∼40%나 늘었다.조제과장 이병구씨(여)는 “환자들이 최대 3개월치까지 조제해가기 때문에 평소 20명 정도였던 약사를 30명으로 늘렸다”고 말했다. 평소 1,450여명이 이용하던 입원실은 19일에만 350여명이 빠져나가 썰렁했다. ■신촌 세브란스병원도 평소보다 15% 이상 많은 환자들이 몰렸다.병원측은입원환자 중 경미한 환자와 수술이 급하지 않아 집에서 요양이 가능한 환자들에게 퇴원을 종용했다. 척추질환 치료를 받고 있는 이한주(李漢柱·65·경기도 광명시 광명3동)씨는 “의약분업이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언젠가는 해야하는 것이므로 미진한 부분이 있더라도 정부가 추진하는 방향대로 밀고 나가야 한다”고말했다. ■계단에서 굴러 두 다리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민경란(閔京蘭·38·여·경북 상주시 낙양동)씨는 상주병원에서 “여기서 수술을 받으면 완쾌되기 힘드니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라”고 해 자동차로 5시간 이상 달려 밤 11시쯤서울대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으나,“환자를 받을 수 없으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는 병원 관계자와 새벽까지 말씨름을 벌였다. 서울 서부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들은 19일 밤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임장택씨(56·서울 서대문구 남가좌동)를 싣고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향했지만,“앞으로 환자를 받을 수 없으니 데려오지 마라”는 말을듣고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임씨 부인은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전영우기자 ywchun@
  • 이산가족찾기 접수창구 직원 강은희씨

    “할아버지 여기다 이름을 쓰셔야 해요.할머니는 주소를 정확히 써 주세요. (전화벨 소리에)예,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입니다”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의 이산가족찾기 신청접수창구에서 일하는 강은희(康銀熙·27·여·서울 종로구 신문로)씨는 요즘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남북 정상회담에서 올 광복절을 즈음해 이산가족들이 상봉하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듣고 몰려드는 실향민들과 폭주하는 문의전화에 입에서 단내가 날 정도다. 강씨는 17일은 격주로 쉬는 토요일이었지만 휴무를 자진 반납하고 출근했다.그렇지만 실향민 2세인 강씨는 오히려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보내고 있다. 강씨의 아버지는 황해도 연백이 고향으로,1·4 후퇴때 국군과 인민군이 번갈아 고향땅을 점령하는 혼란을 피해 누님 두명과 잠시 남쪽으로 피신했다가 이산가족 신세가 됐다.북한에는 할아버지·할머니,남동생 3명,여동생 1명이 있지만 생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지난해 5월 이북5도청에 취직한 강씨는 가장 먼저 아버지의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아버지의 심정을 잘 알고 있는 강씨는 신청서에 적힌 실향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을 보다가 눈시울을 붉힌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그래서 ‘이번에는 북에 두고온 가족을 만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갖고 몰려드는 실향민할아버지,할머니들이 오히려 반갑기만 하다. 강씨는 “이산가족 상봉은 단순히 남북문제가 아니라 천륜·인륜의 문제”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이 통일에 무관심하다는 말을 들으면 화가 난다”고말했다.또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다”면서“이산가족 상봉이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집중취재/ 남북화해시대- 국가보안법 어떻게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의 개정·폐기에 대해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폐지론자들은 현행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 생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6·15 공동선언문’을 통해 합의한 통일,이산가족과 장기수 문제,경제협력 원칙 등을 이행하는데 국보법이 장애가 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인권실천시민연대 오창익(吳昌翼·34) 사무국장은 “국보법이 반국가단체의수괴로 규정한 김정일이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고,태극기와 인공기가 어우러진 모습이 언론에 연일 보도되는 상황에서 냉전시대의 산물을 유지하는 것은무의미하다”면서 “유엔인권위원회와 미국 등이 악법으로 규정한 국보법은남북 화해·협력 국면이라는 시대 상황에 맞춰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국보법이 국가안보를 위한 마지막 보루임을 강조하며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대남 적화통일 전략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는 것은 그들의 전략·전술에 휘말리는 것”이라면서“일부 독소조항을 보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전면 개폐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국보법 개정은 시대적 추세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원위원장 임영화(林榮和) 변호사는 “대결구도의 이념적 체제를 전제로 한 국보법의 찬양고무죄,불고지죄 등 독소 조항부터 단계적으로 고쳐나가야 한다”면서 “그러나 국보법의 폐지는 최종적인상호 신뢰 완결에 필수적인 만큼 남북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결국 폐지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 *국보법 무엇이 문제인가. 인권단체들은 98년 12월1일 ‘국가보안법 장례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했다. 당시 내세운 슬로건은 ‘국보법 50년이면 충분하다’였다.인권단체들은 당시“법제정 50주년을 맞은 국보법이 이제 더 이상 인권침해의 도구로 악용돼서는 안된다”며 개·폐를 강력히 주장했다. 인권단체들은 국보법 조항의 표현 양식이 추상적이고 애매하기때문에 죄형법정주의에 위배되고 법집행기관이 자의적으로 해석해 오·남용을 불러왔다고 주장하고 있다.인권침해도 여기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들이 꼽는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7조(찬양·고무)와 10조(불고지).특히 반국가단체를 찬양·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토록 한 7조는 98년 12월 유엔인권위로부터도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조항으로 지적받았다. 인권침해 논란도 7조에 집중됐다.반국가단체를 찬양·고무·동조하는 행위(1항)나 그런 혐의가 있는 표현물을 만들거나 배포하거나 갖고 있는 행위(5항) 등을 처벌토록 하고 있지만 이들 조항으로 기소된 공안사범의 실형선고율(10%)은 일반 형사범(30%)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무리한 법적용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간첩임을 알면서도 수사기관에 알리지 않은 자를 처벌하도록 한 10조도 문제다.친족일 때에는 경감하도록 하고 있지만 단지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처벌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특히 2조에 규정된 ‘반국가단체’의 개념에 대해 반론이 많다.‘정부를 참칭(僭稱)하거나 국가의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의 결사 또는 단체’는북한을 ‘교류와 협력의 대상’으로 본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과 모순되고 법적 통일성도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인권단체들은 역시 법적 통일성이 없는 8조(회합·통신),국보법위반사범의 구속기간을 일반 형사사범보다 연장할 수 있도록 한 19조(구속기간의 연장),보안사범 수사를 독려하는 21조(포상금 지급)도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홍환기자 stinger@. *개정작업 어디까지. 국가보안법 개·폐 논란은 80년대 중반 이후 시작됐다.‘통일운동’을 주도해온 재야·학생운동권은 국보법 철폐를 이슈로 삼았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가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보법 철폐 주장은 ‘외로운 메아리’일 뿐이었다. 그러다가 98년 국민의 정부 출범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야당 시절부터 국보법의 대체 입법을 주장해온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등장으로 새로운 전기를 맞은 것이다. 해외의 ‘지원’도 잇따랐다.유엔인권위는 98년 12월 ‘국보법 7조(찬양·고무 등)가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우리 정부에 권고했다. 정부 차원의 국보법 개정 움직임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미국을 순방 중이던 김대통령은 “현행법에 독소조항이 있는 만큼 대폭 개정하거나 독소조항이 없는 다른 법으로 대체하는 준비 작업을 추진하고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의 언급으로 힘을 얻은 여당은 곧바로 국보법 개·폐 논의에 들어가 당론을 확정했다. 반국가단체의 개념(2조)에서 ‘정부 참칭’문구를 삭제하고 7조를 개정하는한편 10조(불고지죄)는 폐지하는 것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국민회의의 개정안에 소극적이어서 15대 국회에서는 처리되지 못했다. 박홍환기자. *시민단체들 시각. 보수 성향의 단체들은 국보법 철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국자유총연맹 배성문(輩成文·42)교육부장은 “아직 자유로이 왕래가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현실적으로 국군과 인민군이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상황에서 국보법을 철폐해서는 안된다”고 ‘상황논리’를 폈다. 하지만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국보법의 논리대로라면 김대중대통령은 반국가단체의 수괴와 회담을 하고 합의서에 서명했다는 모순에 빠진다는 지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참여연대,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상대적으로 진보적 성향의 단체들은 ‘남북 공동선언과 모순 관계에 있는 국보법을 철폐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 이석태(李錫兌·47) 변호사는 “국가보안법이 남북 화해와 협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최소한 북한을 반국가단체의 지위가 아닌 별개의 특수한 존재로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이 변호사는 “국보법은 독재체제에서 민주 인사를 정치적으로 탄압하는 권력의 도구로 쓰여왔다”면서 “고무·찬양,잠입·탈출 등의 규정은 모호하고 추상적이어서 법이론적으로도 문제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경실련 통일협회 차승렬(車承烈·31) 부장은 “북한을 국보법에서는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지만 남북교류협력법에서는 공존의 대상으로 보고 있다”면서 “특히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해도 대통령이 하면 남북교류와 평화통일을위한 통치행위가 되고 대학생이 하면 이적행위가 되는 것은 모순”이라고꼬집었다.그는 “국보법은 객관적인 행위에 대해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신분에 따라 처벌 여부를 결정하는 셈”이라면서 “합리적이지 못한 전근대적인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박원순(朴元順·45) 상임고문은 “국보법은 남북관계가 진전될수록 점점 사문화될 것”이라면서 “당연히 폐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ywchun@
  • 초읽기 들어간 의료대란

    ‘의료대란’이 초읽기에 들어갔다.대한의사협회가 회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20일부터 집단폐업을 강행키로 한 가운데 정부와의 대화를 중단,사상 초유의 진료공백 사태가 예상된다. 이에따라 하루 평균 130만여명에 이르는 병원 이용자들이 큰 고통을 겪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최선을 다해 의료계를 설득하기로 했으며,의료계도 정부가전향적인 자세로 나올 경우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어서 폐업을 전후해 극적인 타협안을 이끌어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요일인 18일 전국 병원에는 폐업을 알리는 대한의사협회 명의의 대자보가붙는 등 ‘폭풍전야’를 연상케 했다.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의 본관 1층 로비 등에는 “환자들에게는 유감이지만 20일 사표를 제출하고 전면파업에 나서겠다”는 전공의협의회 명의의 대자보가 걸려 어수선한 분위기였다.이 병원 전공의와 수련의 700명은 전원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으며,전임의와 교수 200여명도 파업에 찬성하고 있어 병원 운영이 완전 마비될 위기에 놓였다.이 병원은 20일 이후 일정이 잡힌 수술을 모두 연기했다.외래진료와 입원 환자도 받지 않기로 해 환자들이크게 반발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수서동 삼성서울병원도 20일 이후 예약된 외래진료 환자들의일정을 다음달 10일 이후로 미뤘다.입원환자들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할 것을 걱정해 퇴원했다.이 병원 전공의와 수련의 430명은 20일부터 파업에 참여하기로 했다.전문의 220명도 파업에 동참할 조짐이다. 부인이 이 병원에 입원해 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김성현(金聖賢·42·대구시 달서구 수성동)씨는 “의사들은 26일 수술하자고 했으나 파업으로 불가능하게 됐다”고 걱정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연합회 소속 35개 의대 교수 대표들은 이날 서울의대에서 모임을 갖고 병·의원의 폐업과 전공의들의 사퇴를 지지하기로 했다. 이들은 22일까지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가 없으면 교수직을 사임하고,의사들을 사법처리하면 진료를 거부하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병원 간호사와 행정·기능직 노조인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이날명동성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의료사고 대비책조차 없는 파업과 휴진은명분이 없다”면서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폐업·휴진 방침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대한병원협회도 폐업으로 의료사고가 생기는 일이 없도록준비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전국 병원에 협조를 요청했다. 송한수 전영우기자 ywchun@. *의사 폐업때 대처 요령. 의료계가 20일 집단 폐업에 돌입하면 진료대란이 불가피하다.비상시에 대비해 응급환자정보센터(전화 1399 또는 지역번호+1399)와 정상 진료하는 병·의원을 미리 알아두어야 한다.보건복지부 홈페이지(www.mohw.go.kr),각 시·도 비상진료대책본부에서도 정상 진료하는 병·의원을 소개한다. ■정상 진료 병·의원 국립의료원·보라매병원 등 국·공립 병원 60곳을 비롯해 전국의 보건소 243곳,보건지소 1,272곳,보건진료소 1,932곳은 24시간비상진료체계를 가동한다.7,700여개 병상을 갖고 있는 전국 21개 군(軍)병원도 24시간 민간인에게 개방된다. 전공의가 없는 중소규모 병원 800여곳 중 상당수도 정상 진료를 할 전망이다.전국 280개의 대형 병원을 포함한 414개 응급의료기관도응급실은 정상가동한다.전국 115개 한방병원과 6,500여개 한의원,1만9,000여개 약국은 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긴급환자 진료 응급환자,중환자,분만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일단 응급환자정보센터의 안내를 받은 뒤 인근 병원으로 옮기는 것이 좋다.병원급 이상 대형 병원들은 응급실이 평소와 마찬가지로 운영되기 때문에 응급실을 이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 ■일반환자 진료 감기·두통 등 가벼운 질병은 가까운 보건소·약국·한의원을 이용하면 된다.소화제·진통제 등 간단한 상비약은 준비하는 것이 좋다. 약을 계속 복용해야 하는 고혈압·당뇨병 등 지병 환자는 한달치 정도의 약을 미리 확보해야 한다. 유상덕기자 youni@
  • 장마전선 남해안 상륙

    장마가 시작됐다. 기상청은 16일 “일본 규슈(九州)지방 남해상에 머물러 있는 장마전선이 일시적으로 북상,16일 오후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지방에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비는 18일까지 계속 내릴 전망이다.17일 제주도와 남해안의 예상 강수량은각각 10∼40㎜(많은 곳 60㎜ 이상),5∼20㎜이다. 올 장마는 예년보다 4∼5일 이른 것이지만 본격적인 장마는 평년과 비슷한22∼23일에 시작될 것 같다. 기상청은 “장마전선은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21일쯤 다시 북상,제주도에 비를 뿌리겠다”면서 “22일은 남부,23일은 중부지방까지 비구름대의 영향을받아 23일 전국적으로 흐린 가운데 비가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상청은 “이번 장마는 예년에 비해 1주일 가량 이른 7월 전반기(1∼15일)에 끝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장마 시작 이후 대기 불안정과 태풍 등에 의한간헐적이고 국지적인 집중호우가 우려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박정규 장기예보과장은 “최근 30년동안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의 영향으로장마전선의 이동속도가 빨라지고 운동방향도불규칙한 특징을 나타내고 있다”면서 “며칠 동안 계속 비를 뿌리는 전통적인 장마 형태가 바뀌어 올 장마도 기습폭우 등 ‘게릴라적 속성’을 많이 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영우기자
  • 건국대, 고교생과 함께하는 특별활동교실 운영

    ‘대학생 형,누나들과 함께 재미있는 특별활동을 하세요’ 건국대는 지난 4월부터 매주 토요일 대학생과 고교생이 함께하는 특별활동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개설과목은 항공기의 원리 및 제작원리에 대해 배우는 ‘글라이더 및 무선조종 항공기 설계·제작·시험비행’,식물 재배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원예치료의 이해’,영화동아리와 함께 하는 ‘시네마 천국’,고전음악에 대해체계적이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클래식음악 친해지기’ 등 4개. 대학생 동아리 회원들이 서울 영훈고,영동여고 등에서 오는 600여명의 학생들을 지도한다.학생들은 한달에 한번씩 토요일에 건국대 캠퍼스를 찾아 대학생 형,누나,언니,오빠와 함께 즐거운 특별활동에 참여한다. 전영우기자 ywchun@
  • 남북 화해시대/ ‘이산가족찾기 신청’밀물

    “오마니,제가 갑네다,조금만 기다리시라요.” 16일 서울 종로구 구기동 이북5도청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와 서울 중구 남산동 대한적십자사 본사는 몰려드는 실향민들과 쉴틈없이 걸려오는 문의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었다.직원들은 실향민들에게 “인터넷이나 동사무소·구청 등에서도 가족 찾기 신청이 가능하다”고 설명하느라 진땀을 뺐다. 이산가족정보통합센터 1층 로비는 오전 9시 업무가 시작되자마자 몰려든 300여명의 실향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직원 4명으로는 실향민들과 문의 전화를 감당할 수 없어 이북5도청 사무국 직원 6명이 긴급 지원에 나섰다. 실향민들은 이산가족 찾기 신청서 접수를 위해 몇 시간씩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도 밝은 표정들이었다.처음 보는 사이인데도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고향에 대해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몰랐다.글을 모르거나 눈이 어두운노인들을 자발적으로 돕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황해도 송화가 고향인 김순희(金順姬·76)·명희(明姬·73) 할머니 자매는“50년에 우리 둘만 월남해 남동생과 여동생이 북한에 있다”면서 “그동안남쪽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동생들이 고생할까 두려워 찾지도 못했는데 이제 우리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됐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전남 여수가 고향인 신장연(申長連·69·서울시 광진구 구의동)씨는 “6·25때 이화여전에 다니다 간호사로 징발돼 북한으로 간 3살 위 누님을 찾고 있다”면서 “그동안 어떻게 찾을까 막막했는데 김대중 대통령이 길을 열어줘희망이 보인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대한적십자사 이산가족대책본부는 업무시작 전부터 실향민들이 몰려들자 상주 직원 10명 외에 자원봉사자 3명을 추가 배치했다.12개 전화선은 폭주하는문의 전화로 마비됐으며 실향민들도 150명 이상 몰렸다.17일부터는 자원봉사자를 더 늘릴 계획이다. 사업운영팀장 박성은(朴誠恩·44)씨는 “98년 9월 이산가족대책본부가 발족한 뒤 가장 많은 실향민들이 찾아왔다”면서 “예전에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모습이었는데 이번에는 대부분 희망적이고 진지한 표정으로 신청서를 또박또박 정성들여 작성했다”고말했다. 한국복지재단 실종가족상담팀이 운영하는 인터넷 이산가족찾기 사이트에도16일에만 평소의 10배 가까운 50여건의 신청이 쇄도했다. 사회복지사 송지현(宋智賢·24·여)씨는 “평소 20∼30통이던 문의 전화가 100통 이상 폭주해 정상 업무가 불가능할 지경이었다”며 땀을 닦았다. 전영우기자 yw
  • 남북 화해시대/ 金新朝목사의 벅찬 감회

    “이제야 통일의 새 아침을 맞게 됐습니다.” 지난 32년 동안 남모를 한을 가슴에 품고 살아온 충남 예산 성락교회 김신조(金新朝·58)목사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느끼는 감회는 남다르다.그는 지난 13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평양 순안공항에서 두손을 맞잡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터질 듯한 감격에 부인 최정화(崔正化·55)씨를 얼싸안고 목놓아 울었다. “박정희 목아지 따러 왔쉐다.” 삭풍이 살을 에이던 지난 68년 1월21일 북한의 특수부대 124군단 소속으로박정희 대통령을 암살하기 위해 청와대를 습격했던 ‘냉전시대의 전사(戰士)’.그는 이제 고향인 함북 청진에서 복음을 전하는 ‘통일시대의 목자’를꿈꾸고 있다. 68년 당시 김씨의 투항으로 청진에서 직업동맹위원장을 지낼 정도로 ‘독실한 공산주의자’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처형당했다.인민군 소좌였던 매형을 비롯,6남매 가족과 공군 장성을 지낸 작은아버지 등 친척도 모두 숙청당해소식이 끊겼다. 70년 4월 삼부토건에 취직한 뒤 반공강연 등으로 살았지만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부모님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죄책감이 엄습할 때면 자녀들이 학교에서 ‘공비 자식’이라고 놀림받을 때면 술에 빠져들었다.그러다가 81년 아내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나가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97년 1월에는 서울영등포구 신길동 성락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목회자의 길로 접어들었다. 김씨는 “나는 전쟁의 불씨를 지고 남쪽에 왔던 사람”이라면서 “김정일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한다면 전쟁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단언했다.또 김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북한의 변화도 훨씬 빨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오랜만에 고향 말투를 들으니 반가웠다는 김씨는 “북한 사람들은 배가 고파도 내색을 하지 않을 만큼 자존심이 몹시 강하다”면서 “김위원장이 김대통령을 공항에서 직접 영접하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환영하는 것 같아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와서 과거를 따지는 것은 상처를 덧나게 할 뿐”이라면서 “서로를 이해하려면 지금까지보다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친구들이 금강산 관광을 같이 가자고 했지만 행여 북측을 자극할까봐 사양했다는 김씨는 “이제 때가 된 것 같다”면서 “고향에 가서 나 때문에 고통받은 형제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부모님 묘소라도 찾아보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영우기자 ywchun@
  • 남북 화해시대/ 연도 환영 스케치

    2박3일의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15일 오후 서울로 돌아온 김대중 대통령은 서울공항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가에 나온 수많은 시민들의 박수와 환호를 받았다. 오후 6시10분쯤 ‘대국민 보고’를 한 뒤 서울공항을 나선 김대통령은 공항을 나오다가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환영나온 시민,어린이들과 손을 맞잡고기쁨을 함께 했다.‘대통령 할아버지 사랑해요’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나온 어린이들은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대통령 일행의 차량이 양재 네거리,강남대로 등을 지날 때도 시민들은 활짝웃으며 대통령에게 손을 흔들었다.서울시청 앞에서도 퇴근길의 시민,직장인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대통령 일행에게 환호를 보냈다.육교와 건물에서도 직장인들이 창문 너머로 혹은 옥상에서 대통령 행렬을 환영했고,건너편 차선으로 달리던 차량 운전자들도 차를 세워 박수를 보냈다.김대통령 부부는 달리는 차창 너머로 환영인파에 화답했다. 길가에는 ‘햇볕정책,통일의 서곡입니다’ ‘햇볕정책의 결실,한반도에 평화가 찾아왔다’ 등이적힌 축하 현수막들이 내걸렸다.대표적 우익단체인 자유총연맹이 내건 ‘축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현수막도 눈에 띄었다. 김대통령은 오후 7시5분쯤 서울시청앞 광장에서 차량에서 내려 5분 가량 시청앞 분수대를 돌며 손을 흔들어 대통령 이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수많은 환영 인파에 답례했다.일부 시민들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 노래를 부르며열광했다.이 때 분단 55년에 365일을 곱한 숫자인 2만75개의 5색 풍선과 비둘기가 하늘로 날아올라 환영분위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이창우(李昌雨·서울 도봉구 창동)씨는 “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은 감동을누를 길이 없어 시청 앞까지 일부러 나왔다”면서 “남북공동선언이 잘 실행돼 하루빨리 통일의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버스를 세내 시청 앞으로 나온 유순덕(柳順德·62·여)씨 등 실향민 45명은 “장한 일을 하신 대통령을 환영하고파 함께 나왔다”면서 “어서 고향에 가고 싶다”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대통령은 광화문 4거리 교보문고 앞에서도 차량에서내려 이희호 여사와함께 100여m를 걸어가며 환영인파에 화답했고,오후 7시35분쯤 효자동을 거쳐청와대로 들어가 남북 정상회담의 여정을 마쳤다. 전영우기자 ywchun@
  • 日취업자에 야쿠자 동원 폭력

    서울 서초경찰서는 15일 일본 호스트바에 취업하려던 20대를 야쿠자들을 동원,일본 현지에서 감금 폭행해 1,000여만원을 빼앗은 이모씨(36) 등 2명에대해 인질강도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씨 등은 지난 3월30일 일본 도쿄 나리타공항 대합실에서 자신들이 호스트바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데려간 최모씨(26)가 몰래 출국하려 하자 야쿠자 4명을 동원,폭행하고 최씨의 가족들로부터 1,100여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인기 댄스그룹 ‘룰라’의 매니저로 일했던 이씨는 지난 3월13일 최씨 등 4명을 호스트바에 취업시켜 주겠다며 일본으로 데려간 것으로밝혀졌다. 전영우기자
  • 15일 서울·평양 쾌청

    남북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15일 평양의 날씨는 대체로 맑겠다. 기상청은 “15일 평양은 구름이 조금 끼겠으나 대체로 맑은 날씨를 보이겠다”면서 “아침 최저기온은 18도,낮 최고기온은 30도로 전날보다 조금 덥겠다”고 14일 예보했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도 대체로 맑겠으며,아침 최저기온은 14∼19도,낮 최고기온은 28∼33도로 무덥겠다. 전영우기자 ywchun@
  • 남북 정상회담/ ‘합의 서명’각계 표정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15일 이산가족 상봉 등 5개항에 걸쳐 합의를 이끌어내고 합의서에 서명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다시 한번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시민들은 밤 늦게까지 TV를 통해 속속 전해지는 남북정상회담소식을 접하며 설렘으로 밤을 새웠다. 탈북자 정남(鄭男·28·연세대 신방과 1년)씨는 “TV를 통해 평양 거리와사람들을 보니 왈칵 울음이 쏟아져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면서 “김대중대통령이 평양에 가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만 해도 정상회담의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구체적인 성과까지 나와 감격스럽기 이를 데 없다”고 감동을 감추지 못했다. 제일슈퍼 주인 김봉제(金鳳濟·58·서울 양천구 목동)씨는 “5개항 합의 소식을 들으니 앞으로 세금을 많이 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하지만 통일만 된다면 세금을 더 내는 것은 조금도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김씨는 또“남북 정상이 5개항에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은 통일의 기틀을 닦은 것이나 다름없다”고 흥분했다. 상지대 김정란(金正蘭·여·시인) 교수는 “남북이 합의한 5개항은 국민들의 바람을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이며 구체적인 실행에 들어가기까지는 조정해야 할 문제들이 많겠지만 원칙적인 합의를 이끌어낸 데 큰 의미가 있다”고평가했다. 스포츠 칼럼니스트 고두현(高斗炫·65)씨는 “사상과 체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도 정서적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사회·문화·스포츠 교류가 우선 확대돼야 한다”면서 “특히 축구·탁구 등의 종목에서 국제대회에 단일팀을 구성해 출전한다면 성적 향상은 물론,남북의 이질감을 해소하는데 큰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출판문화협회장 나춘호(羅春浩)씨는 “남북한 사이에 놓여있던 큰 걸림돌이 해소된 듯한 느낌이며 앞으로 남북간 교류가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그러나 너무 조급하게 서두르기보다는 긴 안목에서 추진해야하며, 특히 기술·농업을 비롯한 전문 분야 서적이나 공연 등 이념 문제가적은 부문부터 교류를 늘려가야 한다”고 말했다.강원도 통천이 고향인 실향민 김덕환(金德煥·66·서울 동작구 신대방 1동)씨는 “남북 정상이 머리를 맞대고 민족화해를 논의하는 장면을 50여년 동안기다렸으며,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는 것을 보고 한핏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고 말했다.김씨는 이어이산가족 상봉 합의 소식에 “부모님들은 나이가 많으셔서 돌아가셨겠지만누이들이라도 만날 수 있다면 여한이 없다”면서 “지금이라도 당장 고향마을로 뛰어가고 싶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월드컵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이무용(李武容·33·서울 관악구 봉천동)씨는 “서울에 올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기다려진다”면서 “평양에서도 월드컵이 열려 체육 방면의 물꼬가 우선 트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이씨는 이어 “중·고교생이나 대학생들의 교류도 통일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영우 이창구기자 ywchun@
  • 평양 오늘 구름 많고 아침 안개

    14일 평양은 구름이 많이 끼는 흐린 날씨를 보이겠다. 기상청은 13일 “북한지역을 지나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평양은 흐리고 아침에는 안개 끼는 곳이 많겠다”면서 “기온은 17∼29도로 평년보다 조금 높을것”이라고 예보했다. 기상청은 “그러나 정상회담 마지막 날인 15일 평양은 구름이 조금끼는 대체로 맑은 날씨가 될 것”이라면서 “기온은 18∼30도의 분포를 보이겠다”고 내다봤다. 전영우기자 ywch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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