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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상서 길어올린 ‘깨달음의 미소’

    ‘넝쿨장미가 담을 넘고 있다/현행범이다/활짝 웃는다/아무도 잡을 생각 않고 따라 웃는다/왜 꽃의 월담은 죄가 아닌가?’(‘웃음의 힘’) ‘가슴 속에 시인과 도둑이 함께 살아/담을 넘다가도/달빛 시나 짓고 온다/탈탈 털어봐야/이슬 장물 몇 점’(‘박꽃’) 짧다. 쉽다. 그런데 여운은 길다. 입가에 빙그레 미소도 절로 떠오른다. 반칠환의 시집 ‘웃음의 힘’(시와시학사)이 보여주는 ‘시의 힘’이다.199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시인은 ‘뜰채로 죽은 별을 건지는 사랑’ 이후 내놓은 두번째 시집에서 극도로 시적 수사를 절제한 간명한 시 70편을 선보인다.‘속도의 시대에 현대인에게 가장 적합한 장르가 시’라는 평소 지론이 짧은 시구들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의 눈에 ‘낮달’은 ‘울 어매 얇게 빗썰어놓은/무 한장’이고,‘발각’은 ‘달의 목덜미에/젖은 달맞이꽃잎 붙은 날’로 보인다. 단 2행으로 사물의 핵심을 간파한 통찰력이 놀랍다. 일상을 느긋이 응시하는 자만이 얻을 수 있는 깨달음이다. 삶을 지속시키는 무기로서 웃음의 유희성과 가벼움을 역설한 시들도 눈에 띈다.‘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사람이 노래하자/제초제가 씨익 웃는다’(‘공범’)거나 ‘큰 생선은 머리 떼고, 비늘 떼고, 내장 발라내고, 지느러미 떼면서 멸치를 통째로 먹는 건 모독이다 어찌 체구가 작다고 염을 생략하랴 멸치에 대한 예의를 갖추자’(‘멸치에 대한 예의’) 등은 전염병처럼 웃음을 전파한다. 바쁜 현대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일상의 변화에서 우주의 기운을 읽어내는 시들은 가만가만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봄이 꽃나무를 열어젖힌 게 아니라/두근거리는 가슴이 봄을 열어젖혔구나//봄바람 불고 또 불어도/삭정이 가슴에서 꽃을 꺼낼 수 없는 건/두근거림이 없기 때문//두근거려보니 알겠다’(‘두근거려보니 알겠다’).7000원.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조류독감 ‘제2의 스페인독감’ 되나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인 스페인독감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일으킨 것이며,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의 바이러스(H5N1)와 유사점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머잖아 현재의 조류독감이 사람 대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고 예상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20세기 최악의 전염병’인 스페인독감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일으킨 것이며, 현재 유행하는 조류독감의 바이러스(H5N1)와 유사점이 많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머잖아 현재의 조류독감이 사람 대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고 예상보다 훨씬 치명적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군병리학연구소의 제프리 타우벤거거 박사 연구팀은 9년 동안의 연구 끝에 1918∼1919년 전세계를 휩쓸며 최대 5000만명의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바이러스(H1N1)의 유전자 배열을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고 6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시나이 의대 연구팀은 타우벤거거 박사팀의 자료를 이용,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는 논문을 과학지 사이언스에 실었다. 이로써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스페인독감 바이러스의 실체가 드러났다. 연구 결과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인체에 적응된 조류독감 바이러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8개 유전자가 각각 4∼6차례의 변이를 거쳐 인체에 직접 감염되는 바이러스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특히 이 바이러스에서 발견된 유전자 변이의 일부가 현재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H5N1 바이러스에서도 발견됐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와 달리 H5N1 바이러스가 인간독감 바이러스와 결합하지 않고 바로 사람에게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는 보통 독감바이러스와 달리 폐 깊숙이 침투할 능력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런 특징 때문에 스페인독감이 엄청난 사망자를 냈던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CDC 연구팀이 재생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를 쥐에 주입한 결과 폐 깊숙이 염증과 출혈이 나타나면서 3일 만에 죽었다. 연구팀은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변이과정과 치명적인 폐 질환을 일으키는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단백질을 규명했기 때문에 치료약과 백신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류독감에 대한 지구촌의 대응이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이 주최하는 국제조류독감회의가 65개국과 국제기구의 보건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6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열린다. 오는 31일에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아시아-태평양 조류독감 방역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한편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재생된 스페인독감 바이러스가 연구실에서 유출돼 테러에 이용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CDC는 현재 엄격한 조건 아래 바이러스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미 대부분의 사람이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조류독감 확산땐 군 투입 하겠다” ‘오버’하는 부시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미숙하게 대응한 대가를 톡톡히 치렀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조류 독감이 번지면 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혀 ‘비정상적 강경대책’이란 비난을 사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4일 넉달만에 열린 백악관 정식 기자회견에서 조류독감이 퍼지면 주와 지방정부의 대응 역량이 부족할 것이라며 의회에 군 소집권을 요청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미 대규모 자연재해나 테러 대응시 군 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이러한 제안에 대해 미 국방부에서조차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어윈 레드러너 국립방재센터장은 병력 투입은 “비정상적 강경 대책”이라며, 정부가 백신 생산을 늘리고 타미플루와 같은 항바이러스 약품 공급을 충분히 하면 필요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조류독감에 대한 갑작스러운 관심은 “카트리나 후폭풍”일 뿐이라고 힐난했다. 부시 대통령은 “미국 국민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하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며 조류 독감을 심각하게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클 리빗 미 보건장관은 조류독감 발생을 준비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리빗 장관은 조류독감이 미국에서 10만∼200만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며, 다음주 조류독감 발생지인 태국·베트남·라오스 등을 방문하여 전염병 대응 협력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넉달만의 기자회견에서 한 시간 가까이 국정 전반에 대해 열심히 설명한 부시 대통령은 대안 제시보다는 갖가지 해명만을 늘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씨줄날줄] 헬리코박터균/육철수 논설위원

    육안으로 식별하기 어려운 물체의 길이는 대략 0.1㎜ 이하, 면적은 0.03㎟ 이하로 알려져 있다. 세균의 크기는 대개 ㎛(마이크로미터:1㎛는 100만분의 1m) 단위여서 현미경을 통해 보지 않고는 있는지 없는지조차 모른다. 우리 몸에는 입안에 300여종, 대·소장에 500여종 등 무려 100조 마리의 세균이 산다고 한다. 손과 발, 겨드랑이 등 인체 외부에 붙어있는 세균까지 합치면 사람은 몸 자체가 세균 덩어리인 셈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발견한 호주의 배리 마셜(53) 박사와 로빈 워런(67) 박사가 올해의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은 위(胃)의 아래쪽 유문(파일로리) 근처에 사는 나선형(헬리코) 균(박터)을 일컫는다. 한국야쿠르트가 몇해전 이 균의 번식을 억제하는 기능성 발효유 ‘윌’을 만들어 잘 알려진 세균이다. 특히 마셜 박사는 윌의 TV광고 모델로 활동 중이어서 한국인들에겐 친숙한 인물이다. 위 속에는 무쇠도 녹일 만한 강산성의 위액 때문에 세균이 살지 못할 ‘청정구역’일 거라는 통설을 깨고 1979년 워런 박사는 위궤양 등의 원인균인 헬리코박터균을 발견했다. 또한 마셜 박사는 진단법과 치료법 개발을 위해 이 균을 일부러 먹어 위궤양에 걸리면서까지 균 배양에 성공했다니 그 정신이 놀랍다. 위에만 기생하는 헬리코박터균은 위액의 역류로 감염될 수 있으며 특히 술잔 돌리기, 음식물 씹어 먹이기, 연인끼리의 키스 등으로 전염될 우려가 크다고 한다. 그렇다고 남녀간 사랑도 현미경 갖고 다니면서 조심스럽게 나눠야 할 정도로 위험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한국 성인의 60∼70%는 헬리코박터균을 갖고 있는 등 인체의 세균 중에는 병원균이 많지만 몸에 유익한 유산균이 훨씬 더 많다니 다행이다. 무균질 인간보다 유균 인간의 저항력이 더 강하다는 점은 이미 동물실험으로 밝혀졌으니 세균을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게 속 편한 일일 것이다. 어쨌거나 미생물의 세계는 우주처럼 무궁무진해서 과학자들의 무한한 호기심의 대상이다. 세균 하나 제대로 발견하면 이처럼 노벨상도 거뜬하니 수많은 과학자들이 오늘도 현미경을 뚫어져라 들여다보며 인생을 거는 게 아닌가 싶다. 육철수 논설위원 ycs@seoul.co.kr
  • “브루셀라 감염 의심소 시중 유통”

    최근 들어 브루셀라병에 감염된 소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그 중 일부가 시중에 유통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완 의원은 30일 “2003년 3월 브루셀라 감염 의심소 3마리가 도살된 뒤 전북 정읍에서 출하, 유통됐다.”면서 “전국적으로 정확히 몇 마리의 브루셀라 감염 의심소가 유통됐는지 알 수 없으나 상당수의 브루셀라 감염 의심소가 시장에 출하, 유통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셀라병 감염 소는 임신 말기 유산이나 불임 등의 증세를 보이고 사람에게 전염되면 두통과 발열 등 감기 증세를 보이다 관절염으로 발전되는 2종 법정 전염병이다. 브루셀라병 감염소는 2003년 1088마리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383마리로 급증했고, 올들어 8월까지 1만 2721마리를 기록하며 이미 지난해 전체 감염 건수를 넘어섰다. 브루셀라병 감염소는 도살해 땅에 묻도록 돼 있지만 브루셀라병 감염 의심소는 고기를 유통시킬 수 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20년미만 근속자도 유족연금

    앞으로 산불 진화나 대간첩작전 등 위험한 업무를 수행하다 사망한 공무원의 유족에게는 순직유족연금과 순직유족보상금이 신설돼 지급된다. 정부는 27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위험직무 관련 순직공무원보상특례법’을 확정,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키로 했다. 순직유족연금은 사망 당시 공무원의 보수월액을 기준으로,20년 미만 재직자는 55%,20년 이상 재직자는 65%를 지급토록 했다. 순직유족보상금은 대간첩작전 수행 중 사망한 경찰공무원에 한해 지급되며 총경 10호봉 보수월액의 72배가 나온다. 수사관, 대테러작전 수행 공무원, 경호원, 산불진화공무원, 사스 등 법정 전염병 치료 공무원 등 경찰·소방·교정공무원과 위험직무 요건을 충족하는 공무원 전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서울 송파구 인애가 한방병원 김덕호 이사장

    서울 송파구 인애가 한방병원 김덕호 이사장

    “그동안 의료봉사 활동을 얼마나 했냐고요? 글쎄요…. 일전에 연인원으로 따져보니 30년간 약 15만명을 돌본 셈이더군요.”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워낙 좋지 않다 보니 ‘병원 경기’도 예전만 못하다는 말이 나도는 요즘이다. 하지만 인애가 한방병원 이사장 김덕호(52) 박사는 자기 병원을 돌보는 것만큼이나 무료 의료봉사에도 정성을 쏟고 있다. 경북 영주가 고향인 김 박사는 할아버지 대부터 3대째 이어오는 한의사 집안에서 자랐다. 가풍의 영향으로 경희대 한의예과에 진학, 본과 1학년 때인 지난 1974년에 지금의 서울 송파구 삼전동 일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생 때부터 30년간 도시빈민 무료 진료 “당시 삼전동·거여동에는 청계천이나 종로 등지에서 진행되던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밀려난 도시 빈민들이 한둘씩 모여들고 있었지요. 삼전동 근처 삼촌댁을 방문하다가 우연히 목격한 그들의 궁핍한 삶이 내내 잊히지 않았습니다.” 그 길로 김 박사는 학교 친구들과 선후배들을 이끌고 이 일대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시험 기간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 주말 동사무소나 교회 등에서 무료 진료활동을 펼쳤다. “요즘에는 무료 진료를 해도 대개 퇴행성 관절질환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지금만큼 위생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감기·폐렴·피부병 등 전염성 질환을 만성으로 앓는 이들이 많아 진료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답례로 가져온 삶은 달걀 ‘감동 무상´ 그가 봉사활동을 평생토록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한 환자가 가져온 계란 한 바구니 때문이었다. “졸업 직전이었습니다. 지금의 올림픽공원 자리에는 양계장과 목장 등이 있었지요. 그 곳의 한 양계장에서 일하던 일꾼 중 한 분을 치료해 드렸더니 삶은 계란 한 바구니를 가져오셨더군요. 보답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라던 그분의 말씀이 평생 봉사활동을 채근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1977년 경희대 한의예과를 수석 졸업하고 80년 교수로 임용된 뒤로도 그의 봉사활동은 계속됐다. 자신의 수업을 듣는 학생과 동료 교수들까지 죄다 동원해 의료봉사 활동을 이어나갔다. 삼전동·거여동뿐만 아니라 천호동·난지도 쓰레기매립장 등 가난한 이들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마다않고 침통을 들고 달려갔다. 그에게는 의료봉사가 또 하나의 연구 활동이기도 했다. 비록 봉사활동이었지만 마치 종합병원에서 하듯 진료 내용을 꼼꼼히 기록, 진료와 연구에도 활용했다. “봉사활동을 기록으로 남기면서 봉사를 하는 것이 제게는 또 하나의 연구활동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덕분에 논문 20여편을 발표할 수 있었고 전문 의학서적도 8권이나 펴낼 수 있었습니다.” ●소외된 노인 의료복지 향상에 전념할터 1992년 학교를 퇴직한 뒤 개인 병원을 운영하게 되면서 봉사활동의 폭을 보다 넓혀갔다. 그가 경영하고 있는 의료법인 내 여섯개 병원의 의료진과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 지난 6월에는 병원 식구들과 세계 4대 빈민촌의 하나로 손꼽히는 필리핀 바세코 지역에 한방 의료봉사를 하러 다녀오기도 했다. 게다가 2003년부터 새마을협의회 송파구지회장을 맡아 또 다른 봉사에도 앞장서고 있다. 한편 김 박사는 앞으로 노인들의 의료복지 향상에 남은 일생을 바칠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가 워낙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국가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노인들이 급속하게 증가할 것입니다. 앞으로의 봉사활동은 법과 제도가 미치지 못하는 어르신들 돌보기에 주안을 둘 생각입니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이런 춤바람이라면 OK

    이런 춤바람이라면 OK

    “바람이 났지 뭐예요. 춤바람요. 멋진 바람 아닌가…. 덕분에 부부끼리 붙어다니는 시간이 늘었답니다.” 부부들끼리 즐기는 춤바람은 해도해도 무죄다. 전국 방방곡곡에 부부 댄스스포츠 열기가 가득 차오르고 있다. 실력을 떠나 ‘잉꼬 사랑’을 키울 수 있고, 전신운동이어서 건강도 챙길 수 있어서다. 열심히 일한 당신, 춤바람 여행을 떠나보시라. 건전한 취미인 동시에 운동이기도 하다. 조금씩 실력이 붙으면서 더 높은 단계에 이르자는 욕심도 붙어 성취욕도 못잖게 생긴다. 이따금 스포츠댄스가 맞지 않느냐는 물음이 쏟아지기도 하지만, 이름 그대로 댄스 모양을 한 스포츠이다. 요즈음 마라톤 열풍도 대단하지만 신체 특징에 따라 무리가 갈 가능성이 있는 반면, 댄스스포츠의 경우 평생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인기를 누린다. 댄스스포츠는 우선 크게 모던 볼룸댄스(Modern Ballroom Dance)와 라틴 댄스(Latin Dance), 두 종류로 나눠진다. 각각 5개 소종목이 있다. 모던에는 왈츠, 비엔나 왈츠, 탱고, 폭스트롯, 퀵스텝이 있다. 라틴에는 룸바, 차차차, 자이브, 삼바, 파소도블레이가 각각 있다. ●알콩달콩, 깨가 쏟아져요 가을을 재촉하는 여우비가 흩뿌린 21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북구 수유동 ‘가오리길 82’ 강북구민회관 지하1층 생활체육실에서는 춤바람 난 부부들 여남은 쌍이 손에 손을 맞잡고 춤에 빠져들고 있었다. 더러 뒤늦게 찾아온 부부들은 들어서자마자 “여보, 우리도 어서 옷 갈아입어야지.”라며 활짝 웃었다. 춤바람 난 부부 동아리의 이름은 ‘위드 댄서클’(With Dance Circle). 드러내놓고 함께, 그것도 부부가 춤을 즐기자는 뜻이 담겼다. 모두 15개 팀,30명으로 이뤄진 모임에는 도봉구 전 생활복지국장과 강북구 행정관리국장 등 전·현직 공무원도 끼어 있다. 체면치레에 점잖빼기(?) 좋아하는 공무원 부부도 춤바람에서 빠지지 않는 셈이다. 아무래도 일반 직장인과 자영업자가 많지만 교사, 장학사로 일하는 회원도 보인다. “서로 나이를 묻지 않아요. 집안을 오가며 친해지면 다르지만…. 뭐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어떻게 사는가가 문제죠. 춤 추는 것에 대해 숨기곤 하던 옛날 사고방식도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에게는 오늘 모습이 중요하지….” 2002년 첫 발을 떼 이제 3년 남짓한 동아리에는 막내 30대 부부부터 60대의 황금기 부부까지 연령층이 다양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다음달 29일 서울시민예술축제 무대에 오르기 위해 비지땀을 쏟고 있다. 수·목요일 정례 연습에는 보통 오후 6시쯤 모여 3∼4시간씩 땀을 뺀다. 앞서 같은 달 20일에는 서울시내 부부 댄스스포츠팀을 총망라하는 연합 파티도 준비 중이다. “강북지역에서는 우리 따라올 팀이 거의 없을걸요, 아마. 호호호….” 지난 5월29일 한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강북구청장배 우승 등 성적이 빼어나단다. 아이디 ‘백합’이라는 한 중년여성은 웃음 가득한 표정으로 이같이 귀띔했다. 대회만 나갔다 하면 입상 이상의 성적을 낸다고 덧붙였다. 나이를 묻지 말라는 춤바람꾼들 말대로 이곳에서는 별명으로 통한다. 부부 회원들에게 쌍쌍이 서로 걸맞은 별명을 갖고 있다. 짝끼리 이름이 딱 맞아떨어지는 별명에 놀랄 만하다. ‘햇살’과 ‘노을’ ‘로미’와 ‘줄리’ ‘나무꾼’과 ‘선녀’ ‘담쟁이’와 ‘넝쿨’ 등등….‘백합’ 또한 남편의 아이디는 ‘청솔’이다. ●“사랑은 전염 빨라요” 요즘 잘나간다는 남성 3인조 SG워너비의 ‘살다가’와 왁스의 ‘욕하지마요’ 등 가요에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 록그룹 퀸의 명곡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Love of my life) 등 동서고금을 아우르는 노래들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음악에 맞춰 서로 부둥켜안은 부부들은 서로 손을 들어올려 몸을 돌리고, 마룻바닥을 미끄러지듯 파트너 몸 사이로 멋지게 빠져나가고는 했다.40평 남짓한 연습실은 나비 넥타이에 검은 바지차림을 한 남성과 분홍 원피스 등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춤바람꾼들이 뿜어내는 열기로 금방 물들었다. 바로 옆에서는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의 춤바람에 덩달아 신바람이 난듯 매트를 뒹굴고 다녔다. 자이브에 심혈을 기울이던 ‘백합’은 “4분의4 박자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무아지경에 빠진다.”면서 “오늘 낮 부부싸움으로 서로 얼굴을 붉혔다가도 오늘 밤에는 흠뻑 빠져들기 때문에 숨겨진 ‘금실비법’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음악의 빠르기와 비트에 따라 동작이 다르고, 다른 댄스와 달리 운동반경이 넓어 살을 빼는 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한다. 한 회원은 “한시간에 600∼700㎉의 열량이 소모된다.”며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여성 지도강사인 ‘아프로디테’는 “이 때만큼은 부부로 생각하지 말고 파트너로 여겨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스포츠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댄스이기 때문에 서로 예의가 중요하며, 따라서 존중해줘야 한단다. 집안 일로 연장돼 “그것도 못하냐.”“당신 동작이 잘못”이라는 등의 핀잔을 주기라도 하면 전체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어서다. 처음 동호회에 나오면 짐짓 동료끼리 데면데면해지기 마련이어서 신입생 환영회와 같은 모임을 만들어 분위기를 이끈다고 뽐냈다. 대회나 발표회 때는 서로 무대용 화장을 해주고 반짝이를 붙여주는 등 오붓하기 그지없다고 회원들은 말한다. 댄스스포츠 구두를 신을 때 끈을 매주고 하면서 사랑은 절로 커진다. ‘아프로디테’의 발길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갔다. 초급반 격인 ‘쉘 위 댄스’(Shall We Dance) 동호회가 연습 중이라고 했다. 동명의 영화에서 이름을 따왔다. 모두 22개 팀,44명이 회원이다. 위드댄서클과 달리 옷차림이 평상복 그대로인 게 사뭇 흥미로웠다. 남편 ‘소주’와 함께 나들이한 ‘맥주’는 “댄스스포츠를 하게 되면서 부부사랑이 쏟아진다.”며 수줍게 웃었다. 이들 역시 회원들 별명이 ‘견우’와 ‘직녀’나 ‘청실’과 ‘홍실’ ‘일편’과 ‘단심’ 등으로 짝을 맞춰 지어 부르고 있다. 각각 64세와 62세로 최고 연장자라는 회원의 별명은 공교롭게도 ‘소년’과 ‘소녀’여서 웃음을 자아낸다. ‘홍실’은 “지난 6월25일 경기도 청평에서 야유회를 가졌는데 가족 등 32명이나 모였다.”며 “길바닥에서 춤을 추니 여행객들이 박수를 보내 흐뭇해한 적 있다.”고 귀띔했다. 오후 2시에 시작해 새벽 2시까지 춤을 춰 서로 놀랐다는 말도 곁들였다. “단체로 데이트를 하니 20대 연애하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셈이어서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새록새록 솟아요. 밥도 술도 안먹고 춤만 추고 왔지 뭐예요.” 최근 도봉구 생활복지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정년퇴임한 강석태(60) 도봉문화센터 관장은 “시작한 지 1년 조금 지났는데 차차차와 자이브 2개 종목을 뗐다.”면서 “3년은 돼야 어디에 내놓을 실력이 쌓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춤도 춤이지만 이를 매개로 회원끼리 집안 대소사를 챙겨주는 등 이웃사랑도 커진다고 한다. 연습 때면 각자 집안에서 새로 담근 김치 등 먹을거리를 사들고 와 나눠 먹는다. 덕분에 언젠가는 구경하기도 힘들다는 산삼을 ‘공짜’로 먹기도 했다며 또 웃었다. 이날 역시 연습 중간중간에 추석 때의 제사음식과 식혜 등으로 간단한 파티를 열었다. 글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사진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부부 댄스스포츠 동아리에서는 춤으로 가정의 어려움을 극복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이들 가운데 ‘바람소리’는 아내에게 역경을 이긴 과정을 글로 남겨 화제가 되고 있다.‘바람소리’는 6년 전 안방살림을 하는 아내의 병환과 가정 경제의 어려움으로 힘든 날들을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를 ‘춤’을 통해 꿋꿋이 이겨냈다고 한다. 언제든 불행을 맞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는 우리들 모두에게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일 수도 있다. 부부가 함께하는 생활체육의 힘이 느껴지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춥던 6년 전당신에게 병이 찾아왔을 때나는 매일 운동장을 달리며 기도했다오.…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숨이 턱에 차서더 이상 뛸 수 없을 때에도끊임없이 기도 드리는 그 한마디는…아내를 불쌍히 여기소서.당신의 건강은 회복되어 갔지만우리 가정은 또 다른 한파에얼마나 어려움이 많았습니까?세상이 다 싫어질 그 위기에우리는 함께 춤을 추었지요.우리의 눈물이 마르고한숨을 희망으로 바뀌도록우리는 함께 맴을 돌았지요.모든 어려움도춤과 함께 날아가고춤처럼 기쁘고 건강한 날이 돌아왔지요.이번 아내의 날에는우리 함께 왈츠를 춥시다.앞으로도항상 맑고 밝고 고운 가정이 되도록 비는 마음으로우리 함께 왈츠를 춥시다.그날 나는 당신에게이런 말을 전해 주리다.내 오른쪽에 있는 당신내 왼쪽에도 있는 당신당신은 나의 평화입니다.
  • 에이즈환자가 가정집서 ‘동성애 도박판’

    40대 에이즈(AIDS·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가 도심 주택가에 아지트를 마련하고 인터넷 등에서 사람들을 끌어 모아 동성연애를 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동성애 상대방들은 이 사람이 에이즈 환자인지 전혀 몰랐다. 특히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 집행이 정지된 환자인데도 보건당국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었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밤마다 큰 도박판이 벌어진다는 시민의 제보를 받고 지난 7일 밤 11시30분 관내 2층 한옥집을 급습했다. 경찰은 2층에서 ‘고스톱’ 화투를 치고 있던 A씨(42·무직) 등 7명을 도박 및 도박개장 등 혐의로 입건했다. 하지만 판돈이 1000만원으로 비교적 적은 데다 검거 당시 정황에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경찰은 이들을 추궁, 밤마다 모인 이유가 도박보다는 동성애를 위한 것임을 밝혀냈다. 특히 한옥 주인 A씨는 에이즈 감염자로 면역기능이 떨어져 지금은 결핵까지 앓고 있는 중증 환자인 것으로 드러났다.1999년 절도 혐의로 구속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2002년 에이즈 감염 때문에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던 사실도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올 초 친구 명의로 보증금 2000만원, 월세 100만원에 한옥집을 빌린 뒤 인터넷 등을 통해 동성애자들을 모아 2층 도박장 옆 작은 방에서 애정행각을 벌여왔다. A씨와 성관계를 맺은 나머지 동성애자 6명 중에는 결혼을 한 사람도 있었다. 또 공기를 타고 전파되는 결핵균의 특성상 이들 중 일부는 A씨로부터 결핵이 전염됐을 가능성도 우려된다. 그러나 경찰은 6명에게 A씨가 에이즈에 감염됐다는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인의 에이즈 감염사실을 다른 사람에게 알리는 것은 위법이어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에이즈 감염자 관리소홀에 대한 지적과 관련, 질병관리본부측은 “에이즈 치료를 받을지 여부는 환자 개인이 결정하는 것으로 국가가 강제로 치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A씨처럼 자기가 환자임을 숨기고 동성애 등 감염위험이 높은 행위를 할 경우 막을 방법이 없는 셈이다. 대검 공판송무과 관계자는 “에이즈 등 수감생활을 할 수 없는 사유가 발생하면 형집행이 정지돼 석방되며 이 경우 한달에 한번씩 관리규정에 따라 경찰이나 검찰의 점검을 받는다.”면서 “하지만 개인이 에이즈 등을 퍼뜨리는 것을 막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문제점을 인정했다. 이효연기자 belle@seoul.co.kr
  • 기혼여성 36% 임신중절 경험

    기혼여성 36% 임신중절 경험

    우리나라 기혼 여성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임신중절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간 임신중절 시술건수가 35만 590건에 달하지만 대부분이 불법이어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려대학교가 최근 보건복지부 용역을 받아 실시한 ‘전국 인공 임신중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임신중절 수술 가운데 기혼여성이 20만 3230건, 미혼여성이 14만 7360건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의료기관 대상 조사에서 연간 가임기 여성 1000명당 임신중절 수술은 미혼여성이 12.9명, 기혼여성이 17.8명으로 조사됐다. 전체 중절수술 가운데 기혼이 차지하는 비율이 58%, 미혼이 42%인 셈이다. 조사는 전국 의료기관 200여곳과 가임기 여성 4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지난 5∼8월 이뤄졌다. 인공중절 수술과 관련한 전국적인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연령별로는 20∼34세 사이가 68.5%를 차지했는데, 미혼여성은 20∼24세, 기혼여성은 30∼34세 연령층의 시술이 가장 많았다. 시술 당시 임신기간은 12주 미만이 96%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10대 여성의 경우 12주 이후 시술 비율이 12%에 달했다. 이는 나이가 어릴수록 임신 사실을 숨기다 뒤늦게 낙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시술 이유는 미혼여성의 경우 ‘미혼이어서’,‘미성년자여서’,‘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등의 사회ㆍ경제적 이유가 95%나 됐다. 이에 반해 기혼 여성은 ‘자녀를 원치 않아’,‘자녀간 터울 조절을 위해’ 등 가족계획 때문이라는 응답이 75%로 가장 많았으며 경제적 어려움이 17.6%로 뒤를 이었다. 하지만 모자보건법상에는 유전학적 질환이나 전염성 질환, 강간에 의한 임신, 가임여성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칠 경우 등에 의해서만 임신중절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조사에 응한 산부인과 개설 병·의원 가운데 80%가 임신중절 시술을 한다고 밝혔다. 중절수술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일반여성의 85.1%, 법조계 인사 96.6%, 여성계 인사의 96.6%가 ‘허용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나 종교계 인사의 경우 절반에 훨씬 못 미치는 40.9%에 그쳤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전염병 시대/폴 W 이왈드 지음

    ‘성생활이 문란하면 성병 균이 독해진다.’는 가설은 적어도 의학계에서는 정설이다. 그러나 그 이유가 병원균의 적응력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성생활이 문란해 섹스 파트너를 자주 바꾸는 사람이 전파하는 세균은 인체의 면역시스템에 걸려들 확률이 높다. 이런 사실을 아는 세균은 단 한번의 성 접촉을 통해 상대에게 옮아가기 위해 비상 수단을 강구한다. 스스로를 변화시켜 면역시스템을 무력화하고 새 환경에 놀랍도록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응하는 변종이 그것이다. 이처럼 병원체의 변종진화는 질병을 통제하지 못하게 하는 가장 심각한 장애물이지만 이를 역이용해 질병 통제전략을 세우는 것은 물론 난치병도 치료할 수 있다는 새로운 병균이론 ‘신질병 매균설’을 담은 책 ‘전염병시대’(이충 옮김 도서출판 소소)가 출간됐다. 이론의학의 세계적 권위자로 ‘진화의학’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던 저자 폴 W 이왈드는 ‘전염이 어떻게 암과 심장질환 같은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하는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이충 역,1만 5000원.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이번엔 ‘말라리아 혈액’ 수혈

    말라리아 등 전염병에 감염된 적이 있는 사람의 헌혈 혈액이 수혈용으로 유통돼 대량으로 다른 사람에게 수혈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에이즈 감염자의 혈액이 수혈용으로 사용된 사실이 최근 알려진 데 이어 전염병 감염자의 혈액도 여과 없이 유통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혈액관리 시스템이 근본적인 허점을 드러냈다. 9일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가 전재희(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적십자사가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법정전염병 감염자 명단을 넘겨받아 13만명의 헌혈 경력을 조회한 결과,2003년부터 올해 6월까지 말라리아 등 법정전염병에 감염된 경력이 있는 549명이 헌혈에 참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헌혈한 혈액량은 모두 1890유닛(1유닛은 1명분)이었으며, 이 가운데 1206유닛이 수혈됐다. 전염병별로는 치료 후 3년간 헌혈이 금지된 말라리아 감염자 38명이 헌혈했고, 이중 22유닛이 수혈용으로 공급됐다. 또 결핵 환자 270명, 유행성이하선염 198명, 쓰쓰가무시증 22명, 세균성 이질 7명, 신증후군출혈열 4명, 뎅기열 3명, 장티푸스 2명, 렙토스피라증 환자가 헌혈에 참가했으며 브루셀라증, 수막구균성수막염, 파라티푸스, 홍역 감염자도 각각 1명씩 헌혈했다. 혈액관리법 제7조 채혈금지대상자 규정은 결핵, 말라리아, 세균성 이질 등 법정전염병 진단을 받았거나 치료 후 일정기간이 경과하지 않은 사람을 헌혈에서 배제하고 있다. 혈액관리본부는 말라리아 등 전염병 환자의 혈액이 수혈용으로 공급된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역학조사를 통해 2차 감염 여부를 확인하고 있으나 수혈에 의한 말라리아 감염은 2001년 이후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07일 TV 하이라이트]

    ●다큐극장-맞수(EBS 오후 9시30분) 2000년 우리나라에 모터사이클 경주가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한눈 팔지 않고 레이싱을 함께한 유일한 선수 최동관과 조항대. 지난 8월14∼15일 강원도 태백 서킷에서 열린 2005 슈퍼바이크 모토원 챔피언십 제4전에서 맞붙은 두 선수.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돌발상황 속에서 펼쳐진 경기의 결과는….   ●루루공주(SBS 오후 9시55분) 영주로부터 자신의 품평회를 망치게 한 장본인이 고선임을 알게 된 희수는 고선을 보자 두려워한다. 고선은 찬호가 희수를 보호하려고 하자 우진이가 희수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희수를 감싸고 도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빈정댄다. 희수는 장 회장으로부터 다시는 찾아오지 말라는 면박을 당한다.   ●박주현의 시사 업 클로스(YTN 오후 3시5분) 8·31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꼭 일주일이 지났다.‘이제 부동산 투기는 끝났다.’라고 정부는 공언했지만 8·31부동산 대책을 두고 아직 말들이 많고, 평가도 엇갈리고 있다.8·31부동산 대책이 가져온 시장의 변화와 함께 더 추가돼야 할 후속 대책은 무엇인지 전문가와 함께 짚어본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강력한 전염성을 지닌 눈병에 걸린 민우. 논씨네 멤버들은 어쩔 수 없이 민우를 격리시킨다. 외로움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민우는 정린에게 이런 저런 심부름을 시킨다. 민우에게 경준이를 좋아한다는 약점을 잡힌 정린은 꼼짝없이 심부름꾼 역할을 하게 된다. 한편, 진우는 이정과 혜선이 사귄다는 것을 확신하는데….   ●TV문화지대-낭독의 발견(KBS1 오후 11시35분)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불러온 지 올해로 13년째. 최근의 새 음반까지 10장의 앨범을 내면서 김건모는 ‘국민가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건모는 먼저 2집에 실린 김창환씨의 작품 ‘핑계’를 피아노의 멜로디에 맞춰 낭독한다. 그리고 김소월 시인의 짧은 작품 ‘먼 후일’을 읽는다.   ●장밋빛 인생(KBS2 오후 9시55분) 순이는 영이의 도움으로 겨우 정신을 차린다. 정신없이 살다보니 만날 친구 하나 없는 자기 신세가 처량하다. 점집에도 가보고 버텨보려 안간힘 쓰는 그 시간, 남편 반성문은 춘천에서 미자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편 정도의 홈쇼핑사에서 방송편성건을 따낸 영이는 회사에서 축하를 받는다.
  • [미 남부 카트리나 대재앙] “교도소 한곳에 시신 2000구 수습”

    미 정부 고위 당국자가 4일(현지시간)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사망자가 수천명이 될 것이라고 처음 공식 확인한 가운데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이재민을 다른 주에 분산 수용하는 문제가 연방정부의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뉴올리언스 곳곳에 흩어져 있는 생존자를 찾기 위해 1800여명의 인력이 휴식 없이 수색 중이지만 피로 누적, 장비 부족 등으로 악전고투하고 있으며 한 책임자는 “모든 고립된 이재민을 구조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마이클 처토프 국토안보부 장관은 정부 각료로는 처음으로 뉴올리언스를 완전 소개한 뒤 도시 자체를 옮겨 건설할 가능성을 거론해 논란에 불을 다시 지폈다. ●“모든 이재민 구할 수는 없지 않으냐” 카트리나 내습 일주일 만인 이날 미시시피주 당국은 시신 수습에 착수, 오후 5시 현재 152명의 사망을 확인했고 뉴올리언스에선 59구의 시신을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리빗 보건장관은 CNN에 출연,“이번 재해로 인한 정확한 사망자 수를 확인할 순 없지만 수천명 선이라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연방 관리가 이 정도 사망자 수를 언급한 것 역시 처음 있는 일이다. 크레이그 밴더웨건 해군 소장도 “한 감옥의 시체 공시소에만 1000∼2000구의 시신이 수습돼 있다.”고 말해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해안구조대장 브루스 존스는 현장에 다녀온 생존자 수색대원들의 말을 인용,“한 집에선 노인 세명이 침대에 누운 채 죽어가고 있었다.”며 “구조대원들이 많이 지쳐 시 전역에 흩어진 이재민들을 모두 구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많은 이들이 구조대가 도착하기 전에 숨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희생자는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또 다른 허리케인 비껴갈 것 같아 다행 USA 투데이는 “이재민들이 빠져 나간 뉴올리언스 곳곳에 시신들이 나뒹굴고 있다.”며 “물이 빠져나간 주택의 다락방과 구겨진 휠체어, 아직도 허리까지 차오르는 물속, 고속도로 주변에 시신들이 널려 있다.”고 참혹한 현장 모습을 전했다. BBC는 뉴올리언스의 상징 슈퍼돔에서 이재민들이 겪었던 악몽의 순간을 되살렸다. 피로와 허기에 지친 이재민들은 강간, 살인, 자살 등의 음산한 소문에 시달려야 했고 한 의료팀이 산모의 출산을 돕고 있는 곳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지점에 인분이 보였으며 깨끗한 물도 부족했다. 리빗 장관은 “미시시피주 빌럭시에서 이질 발생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CNN 등은 “피해지역에서 깨끗한 물이 부족하고 물에 잠겨 있는 시신들이 처리되지 않아 웨스트나일 바이러스와 E콜리 박테리아 등 전염병이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또 경찰과 주방위군이 신원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무고한 이를 사살했다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특히 한 여성은 화장실에서 성폭행당한 뒤 살해됐으며 강간범은 사람들에게 구타당해 죽었다는 목격담까지 등장했다. CBS와 CNN 등 주요 방송사는 뉴올리언스 북쪽에 위치한 폰차트레인 호수와 미시시피강을 연결하는 덴지거 다리 위에서 이날 오전 경찰이 약탈자로 보이는 8명에게 총격을 가해 4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경찰 간부는 “이들이 먼저 경찰에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뉴올리언스 상공을 비행하던 민간 헬기 1대가 추락했으나 총격에 의해 추락하지는 않았으며 탑승했던 2명도 찰과상만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많은 우려를 낳았던 다섯번째 허리케인 ‘마리아’는 해안지대로 비껴갈 것으로 예보돼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처토프 장관 “아예 옮기자” 뉴올리언스 시민 48만여명 중 수천명으로 추정되는 사망자를 제외하고 대부분 이재민이 된 만큼 이들을 한두 지역에서 전담할 수 없어 분산 수용이 과제로 떠올랐다. 4일 현재 25만여명이 텍사스주 구조센터 등에 수용돼 있는데 릭 페리 주지사는 이날 일부를 다른 지역으로 옮겨줄 것을 요청했다. 현재 웨스트버지니아, 유타, 오클라호마, 미시간, 아이오와, 뉴욕, 펜실베이니아주 등이 수용 의사를 밝힌 상태다. 처토프 장관은 루이지애나주 매터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식량과 식수 공급이 재개될 것이란 희망를 갖고 도시를 재건하는 동안 사람들이 뉴올리언스 집에서 몇주, 몇달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다.”며 “그것은 위생과 건강 문제가 있어 합리적 대안이 아니다. 추가로 희생자가 발생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뉴올리언스를 미국의 다른 쪽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라며 “몇 군데가 될지 말할 수 없으나 우리 조국은 앞으로의 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임병선기자 외신 bsnim@seoul.co.kr
  • 부시 때문에…

    |워싱턴 이도운특파원|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해 미국 남부 3개 주가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에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참사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바람에 빚어진 인재라는 주장이 제기됐다.●“부시, 뉴올리언스 수해방지 연구 무시” 빌 클린턴 대통령 시절 보좌관을 지낸 시드니 블루멘털은 이날 독일 주간 슈피겔 인터넷판에 올린 기고문에서 “미 연방비상관리청은 지난 2001년 허리케인의 뉴올리언스 내습을 뉴욕 테러 등과 함께 ‘발생 가능성 높은 3대 재앙’이라는 보고서를 냈다.”면서 “그런데도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에 많은 예산을 투입하며 전국적으로 홍수 통제 기금을 줄여 뉴올리언스의 경우 홍수 기금이 2001년보다 44%나 깎였다.”고 지적했다.그는 “폰차트레인 호수 물을 80% 이상 빼기 위해 육군 공병대가 신청한 자금도 삭감됐으며, 공병대가 1년 전 건의한 뉴올리언스 수해 방지책 연구도 무시됐다.”고 주장했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2일 카트리나 피해 지역을 방문하기로 했으며, 아버지인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구호기금 모금 책임자로 임명했다.●뉴올리언스 사실상 도시 기능 상실 레이 내긴 뉴올리언스 시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물이 빠지는 데만 2∼3개월이 걸릴 것”이라며 둑이 완전히 복구된 후에 펌프를 가동시켜 물을 빼낼 예정이어서 상당 기간 도시를 비워두는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긴 시장은 허리케인 내습 이후 처음으로 사망자 수를 언급하며 “최소 수백명, 많으면 수천명”이라고 말했다. 콜레라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가능성을 우려해 연방정부는 멕시코만 일대에 위생경보를 내렸다. 시는 슈퍼돔 근처에 있던 2만여명을 다른 지역에서 동원된 475대의 버스에 태워 560㎞ 떨어진 텍사스주 휴스턴 애스트로돔으로 이동시켰다. 텍사스주는 이재민 자녀들을 위해 공립학교를 개방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내긴 시장은 사망자 발굴이나 인양, 생존자 구조에 매달렸던 경찰과 주 방위군에게 약탈 저지와 치안 유지에 매달리라고 명령했다. 그러나 이날 슈퍼돔 근처에서 방위군 한 명이 총격을 당하고, 군 헬기에서도 총이 발사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도시의 80%가 침수된 상태에서 계속 물이 차올라 주민들을 공포에 떨게 했던 폰차트레인 호수쪽 제방 두 곳은 주 방위군 등이 모래주머니들을 쌓아 일단 급한 불은 껐다.●교민 상당수 대피 안해 희생 우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생존자들은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당시의 참상을 전했다. 한 생존자는 ‘언어팔러제틱닷컴’에 “누가 뉴올리언스에서 재기하려 하겠느냐. 경제·편의시설이 사라진 유령의 도시에서….”라고 탄식했다. 휴스턴 총영사관과 뉴올리언스 교민 등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카트리나가 급습했을 때 상당수 한인들이 대피 경고를 무시한 채 집이나 사업장을 지키기 위해 남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교민회는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된 교민 수는 전체의 10%가량인 300명에 불과하다고 밝혔다.dawn@seoul.co.kr
  • 조류독감 북유럽 확산

    |헬싱키 |조류 독감이 북유럽까지 확산된 것으로 우려되는 사례가 발생했다. 핀란드 농림부는 26일 헬싱키에서 북쪽으로 600㎞ 떨어진 오울루시에서 조류 독감에 걸린 것으로 의심되는 갈매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종류가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발견됐던 것과 같은지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최종 결과는 3주 뒤에 나올 예정이다.만약 바이러스의 종류가 인간에게 전염가능성이 있는, 아시아 지역을 초토화시킨 H5N1로 확인되면, 이는 유럽 최초의 조류독감 사례가 된다.
  • “조류독감 올라” 유럽 비상

    아시아와 러시아를 거쳐 서서히 서진(西進)하고 있는 조류독감의 공포에 유럽이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2일(현지시간) 닭, 오리, 거위 등 모든 가금류의 방목을 금지하고 농장의 실내에서만 키우라고 농가에 지시했다. 네덜란드에서 방목하고 있는 가금류는 550만마리에 달한다. 네덜란드가 조류독감 예방조치를 서두르고 있는 것은 지난 2003년 조류독감이 발생해 전체 가금류의 4분의1에 해당하는 2500만마리를 살처분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도 다음달 중순부터 네덜란드 정부와 비슷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이 문제가 다음달 18일 실시되는 총선의 이슈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이탈리아는 지난주 수입품들에 대한 통관절차와 검역을 강화하고 조류독감 백신 생산을 늘리겠다는 조치를 발표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시베리아에서 조류독감 발생이 확인된 이후 유럽에서도 조류독감으로 양계업이 치명적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고 사람에게도 전염될 수 있다는 공포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조류독감 확산을 막기 위해 지금까지 12만마리의 가금류를 살처분했다. 유럽연합(EU) 차원에서는 지난 12일부터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가금류를 수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어 25일 EU 소속 25개국의 수의학 전문가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조류독감 예방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영국 더 타임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철새가 남서쪽으로 이동하는 가을이 되면 조류독감이 흑해와 남유럽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주 정부는 조류독감이 창궐할 경우에 대비해 항공기와 선박의 출입을 금지하는 ‘국가 봉쇄 계획’까지 세워놓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편 일본 농림수산성은 22일 도쿄 인근 이바라키(茨城)현의 한 농가에서 조류독감 감염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 [길섶에서] ‘귀찮니즘’/이상일 논설위원

    대기업 일선에서 물러난 부회장을 오랜만에 만났다. 그는 대뜸 이렇게 말을 꺼냈다.“요즘은 일하기 싫어. 모든 게 귀찮아.” 60대까지 열심히 일한 그가 일에서 싫증을 내는 것은 충분히 이해함직하다. 그러고 보니 귀찮다는 말을 얼마전 다른 데서도 들었던 기억이 난다.40대의 중견 사업가도 그랬다.“장사하기가 싫다. 돈 버는 것도 귀찮다.”고 했다. 그는 “매제에게 사장을 맡겼다. 완전히 손떼고 놀기만 했으면 좋겠다.”고 머리를 가로저었다. 이어 그는 자신의 친구인 사업가 역시 사업을 귀찮아하며 벗어나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열심히 일만 하던 사람들이 놀겠다는 것을 보면 돈을 많이 벌어놓은 모양이어서 부러운 구석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들이 왜 이렇게 만사를 귀찮아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초등학교 6학년 꼬마 역시 방학인데도 학원 다니는 게 “귀찮다.”며 “그저 매일 놀았으면-”싶어한다. 그러면서 ‘귀찮니즘’이라고 자신의 증상을 표현했다. 이어 꼬마는 귀찮니즘은 원래 “고등학생인 큰누나로부터 오염된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귀찮니즘은 떠돌아다니는 이 시대의 전염병이며 공통된 증상인가.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儒林 속 한자이야기](85) 豚蹄一酒(돈제일주)

    儒林 (395)에는 ‘豚蹄一酒’(돼지 돈/발굽 제/한 일/술 주)란 成語(성어)가 나온다. 이 말은 ‘돼지발굽과 술 한 잔’이란 말로 ‘작은 물건으로 많은 成果(성과)를 얻으려는 어리석음’을 나타낸다. ‘豚’자는 會意字(회의자)로 ‘살찐 새끼 돼지’를 뜻한다.用例(용례)에는 ‘豚犬(돈견:돼지와 개, 자기 자식의 謙稱),豚舍(돈사:돼지우리) 등이 있다. ‘蹄’자는 意符(의부)인 ‘足’(발 족)과 音符(음부)인 ‘帝’(임금 제)가 결합한 形聲字(형성자)인데, 소나 말, 돼지 등의 ‘발굽’을 나타내기 위하여 만든 글자이다.用例에는 口蹄疫(구제역:소나 돼지 따위의 동물이 잘 걸리는 전염병으로, 구강 점막이나 발톱 사이의 피부에 물집이 생겨 짓무름),蹄筌(제전:토끼 올무와 물고기를 잡는 통발. 목적을 이루고 나면 소용이 없는 물건이라는 데에서 ‘방편´의 뜻으로 쓰임),蹄鐵(제철:말굽에 박는 편자)이 있다. ‘一’자는 가로획 하나로 ‘하나’라는 의미를 나타내기 위해서 考案(고안)되었다. 수의 첫째라는 데에서 ‘처음, 근본’의 뜻이, 하나라는 뜻에서 ‘같다, 오로지’가, 둘 이상으로 나뉘지 않고 합쳐져 있는 ‘전체’의 뜻이 派生(파생)하였다. ‘酒’자의 本字(본자)는 술동이의 상형인 ‘酉’(유)였으나 발음이 ‘유’로 바뀌어 干支(간지)의 하나로 쓰이자 水(= )를 더한 ‘酒’가 되었다.酒客(주객:술을 좋아하는 사람, 또는 술을 먹는 사람),酒黨(주당:술을 즐기고 잘 마시는 무리),酒池肉林(주지육림:술로 연못을 이루고 고기로 숲을 이룬다는 뜻으로, 호사스러운 술잔치를 이르는 말) 등에 쓰인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그에 相應(상응)하는 投資(투자)와 努力(노력)이 隨伴(수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豚蹄一酒’가 될 公算(공산)이 크다.‘豚蹄一酒’의 故事(고사)는 史記(사기) 滑稽列傳(골계열전)에 실려있다. 순우곤은 齊(제)나라 사람으로 익살스럽고 辨說(변설)에 능하였다.威王(위왕) 8년에 楚(초)나라가 크게 군대를 일으켜 제나라를 侵攻(침공)하였다.威王은 趙(조)나라에 援軍(원군)을 요청하기 위해 순우곤을 派遣(파견)하면서, 황금 백 근과 수레 열 대를 禮物(예물)로 가져가게 하였다. 이에 순우곤은 하늘을 향해 갓끈이 끊어질 만큼 크게 웃었다. 왕이 그 까닭을 묻자 이렇게 대답을 하였다.“얼마전 제가 동쪽으로부터 오다가 길가에서 豊作(풍작)을 기원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돼지 발굽 하나와 술 한 잔을 차려놓고 ‘操一豚蹄 酒一盂:조일돈제 주일우’(높은 밭에서는 채롱에 가득, 낮은 밭에서는 수레에 가득, 오곡이여! 풍성하게 익어서 집안에 가득 넘치게 하소서)라고 빌고 있었습니다. 제가 웃은 것은 차린 것은 보잘 것 없으면서 바람은 사치스러웠던 일이 생각났기 때문입니다.” 순우곤의 말뜻을 알아차린 위왕은 처음에 제시했던 禮物(예물)보다 열 배 가량을 持參(지참)하여 보냈다. 순우곤이 조나라에 當塗(당도)하자 조나라 왕은 精銳軍(정예군) 10만과 가죽으로 장식한 수레 천 輛(량)을 支援(지원)하였다. 이 소식을 들은 초나라는 한밤중에 撤收(철수)하고 말았다. 김석제 경기 군포교육청 장학사(철학박사)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2)남사고와 ‘정감록’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32)남사고와 ‘정감록’

    한번은 영조 임금이 대신들에게 “도대체 남사고가 누구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살아생전 그는 미관말직에 종사한 하급관리에 불과했다. 하지만 사후 200여년 뒤 조정에서 그 학식과 인품을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한 큰 인물이었다. 격암(格菴) 남사고(南師古·1509∼1571)는 선조 초기 천문 교수로 발탁됐다. 보통 천문을 비롯한 잡학(雜學)의 교수는 중인 출신이 많았다. 하지만 남사고의 경우는 달랐다. 그는 유학자이면서도 당대 최고의 천문지리가로 평가를 받았다.‘정감록’의 핵심개념인 이른바 십승지설(十勝地·최고의 피란지에 관한 주장)도 그 한 뿌리가 남사고에 닿아 있다. 남사고는 예언서의 저자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지었다는 ‘남사고비결’이란 책이 18세기 이후 크게 유행했다. 구한말엔 ‘격암유록’이란 예언서도 추가로 발굴됐다. 남사고처럼 이름난 예언가는 역사에 드물다. 그런 비상한 재주에도 불구하고 실상 그는 늘 곤궁했고 박복했다. 몸에 병이 많아 늘 죽음과 직면할 정도로 큰 고통을 겪었고, 한겨울엔 몸에 걸칠 외출복이 없어 친구 집에 문상조차 못 갔다. 너무도 불우했던 남사고는 굽이굽이 용틀임하며 달려가는 산줄기를 그리워했고, 밤하늘 별자리를 바라보며 외로운 마음을 달랬을 것이다. ●남사고와 불영사 남사고는 경북 울진 출신이다. 그는 어렸을 때 자주 불영사(不影寺)를 찾아갔다. 이 절은 산자수명하여 부처를 비춘다는 불영계곡 안에 있다. 전설에 따르면, 소년 남사고는 절간에서 한 노승을 만났는데 그는 소년이 남다른 인물이 될 줄로 짐작해 3권의 비결을 내주었다. 천편(天編)은 별자리의 운행과 그 운세 등 천문에 관한 모든 사항을 항목별로 적어 놓았다. 지편(地編)은 산천의 지세와 명당 등 풍수를 자세히 논한 것이었다. 마지막 인편(人編)은 한번만 사람 얼굴을 쳐다보면 그 명운(命運)을 알아맞히는 방법을 기록한 비밀스러운 책이었다. 노승은 이 책들을 건네주며 신신당부했다. 아무쪼록 덕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뒤 어느 날 노승은 남사고의 공부를 점검하러 집으로 찾아갔다. 당연히 제1권인 천편부터 차례로 공부하고 있으리라 짐작했으나, 남사고는 인편에 실린 각종 비술에 빠진 나머지 천편은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었다. 노승은 남사고가 비결을 사리사욕을 채우는 데 쓸까 염려한 나머지 남사고의 집에 불을 질러 책을 모두 태워 버렸다. 그러고는 불영사를 떠나 어디론가 사라졌다. ●남사고의 지리 공부 졸지에 비결을 빼앗긴 남사고는 새 각오로 삼천리강산을 두루 유람하였다. 그제야 지리 공부의 요체를 파악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명당을 얻더라도 결국 덕을 많이 쌓는 사람만이 진정한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진리를 깨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남사고가 아버지 무덤을 아홉 차례나 이장했다는 전설이 남아 있다. 그는 지리를 완전히 터득한 고수였던 지라 가장 좋은 자리를 택해 아버지의 묘를 썼다. 그런데 써놓고 보면 더 좋은 자리가 문득 눈에 띄곤 해 옮겨 쓰기를 되풀이하였다. 그러다 마지막으로 비룡승천(飛龍昇天·용이 하늘로 날아가는 모양)형의 명당을 얻어 다시 이장을 하였다. 그때 지나가던 한 술사가 이런 노래를 불렀다. “구천십장(九遷十葬·아홉 번 묘를 옮겨 열번 장사를 지냄) 남사고야, 비룡승천을 좋아 마라. 고사괘수(枯蛇掛樹·말라 죽은 뱀을 나뭇가지에 걸친 모양)가 아닌가?” 남사고는 깜짝 놀라 산세를 다시 살폈다. 죽은 용이 분명했다. 그 술사를 만나 한 수 배우려 했으나 이미 자취를 감춘 다음이었다. 생각 끝에 남사고는 지각유주(地各有主)라, 명당도 저마다 임자가 따로 있어 인력으로 바꿀 도리가 없다는 깨침을 얻었다. 그는 별로 하자가 없어 보이는 평범한 묘 자리를 구해 아버지의 유해를 평안히 모셨다. 요컨대 사리사욕에 사로잡히면 눈이 멀어 명당을 제대로 알아볼 수 없고, 설사 요행히 명당을 차지하더라도 발복(發福·복이 나타남)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남사고의 실패를 약간 달리 해석한다. 조상이 지은 죄가 워낙 많아 남사고가 일껏 명당을 잡더라도 쓸모없게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이른바 구천통곡(九遷痛哭·아홉 번 옮기고 통곡함)을 통해 남사고는 덕을 쌓는 것이 최우선이란 고승의 가르침을 확인했다 한다. 앞의 이야기는 한낱 설화에 불과하지만 지관 남사고의 면모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남사고의 명예언 지리 공부를 마친 남사고는 서울에 놀러 갔다. 그는 권판서를 비롯해 당대의 석학들과 두루 사귀었다. 그는 이미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터득했기 때문에 서울 친구들에게 몇 가지 예언을 들려주었다. 첫째, 곧 조정에 당파가 생겨날 테니 조심하란 것이었다. 둘째, 왜적이 난리를 일으키는데 만일 용(辰) 해에 전쟁이 일어나면 나라를 구할 수 있으나 뱀(巳) 해에 전란이 시작되면 나라는 영영 망하고 만다. 셋째, 지금 사직동을 둘러보니 왕기(王氣)가 서려 있어 거기서 임금이 나올 것이다. 넷째, 태릉이 들어설 곳을 가리키며 장차 태산에 봉해진다고 하였다. 첫째 예언은 선조 8년(1575)부터 동인과 서인의 분당이 일어나 사실로 입증됐다. 둘째 예언 역시 용 해인 임진년(선조 25)에 왜적이 쳐들어와 꼭 맞아떨어졌다. 셋째도 사직동에 살던 선조가 뜻밖에 대통을 이어 1567년 등극함으로써 적중했고, 넷째는 명종의 모후(母后)인 문정왕후가 죽은 뒤 태릉에 묻혀 기정사실이 됐다. 이처럼 남사고의 예언 능력은 신기에 가까웠다. 그러다 보니 많은 일화가 전해지고 있다. 한번은 그가 하늘 별자리를 유심히 바라보았더니 자미성(紫微星·어진 사람의 운명을 관장하는 별)이 빛을 잃어버리는 참이었다. 아마 자기가 죽을 날이 다 된 모양이라며 남사고는 서울을 떠나 귀향길을 서둘렀다. 죽어도 집에 가서 죽자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도중에 남명 조식이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다시 하늘을 바라보니 자미성은 회복세에 있었다. 그제야 남사고는 자미성의 변화가 남명의 죽음을 예고했다는 점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 그는 끊임없이 수련을 쌓았고 그 결과 자신이 죽을 날을 알아 맞힐 정도가 됐다. 천문 교수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었다. 하늘에는 태사성(太史星·천문 담당 벼슬을 상징하는 별)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이 현상을 목격한 남사고의 상관은 자기가 세상 떠날 날이 되었다고 지레 짐작해, 동료들을 모아놓고 작별인사를 고했다. 그러자 남사고는 크게 웃으며 “죽을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며칠 뒤 남사고는 태연한 표정으로 세상을 떠났다. ●남사고와 퇴계 이황의 만남 남사고는 도술에도 능했다 하는데 흥미로운 설화가 전한다. 그가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을 방문했을 때였다. 마침 점심식사 시간이었다. 퇴계 집안은 검약하기 그지없어 밥상에는 보리밥과 고추장밖에 다른 반찬이 없었다. 남사고는 도술을 부려 잉어회를 만들었다. 그러자 퇴계는 손사래를 치며 남의 잉어를 빼앗아 먹을 수 없다며 한 점도 먹지 않았다. 설화 속의 퇴계는 실상 남사고보다 예언과 도술에 능통하다. 귀신에게 홀린 제자를 구해 주기도 하고,9대 자손에게 닥칠 위기를 미리 예견한다. 퇴계는 일찍이 여우의 구슬을 삼킨 적이 있어 축지법도 쓸 줄 알았다고 한다. 설화의 세계에서 보는 퇴계는 만능인간, 초월적 존재다. 이는 물론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다르다. 민중은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가 자기들의 편에 서서 따뜻한 보호자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에 퇴계를 만능의 인간으로 형상화했다. 남사고가 밥상에 올린 잉어회를 퇴계가 거절했다는 이야기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민중은 물론 남사고와 같은 예언가를 기꺼이 믿고 의지한다. 하지만 학덕이 높은 퇴계에게는 그 이상을 요구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사고가 익힌 지리와 천문이 한낱 기술이라면, 퇴계의 학문은 그보다 한 차원 더 높은 삶의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민중의 인식을 본다. ●십승지는 남사고의 작품인가 그렇다 해도 많은 사람들은 남사고의 특별한 지식과 능력에 희망을 걸고 있었다.‘정감록’의 중심개념인 십승지설이 ‘남사고산수십승보길지지(南師古山水十勝保吉之地)’에서 발견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민중은 남사고 같은 예언가라면 당연히 훌륭한 피란지를 점지해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남사고’는 ‘정감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여러 산들 중에서 소백산(小白山)이 으뜸이요, 지리산(智異山)이 다음이다.”라고 했듯, 길지는 주로 소백산에서 지리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큰 마디에 몰려 있다. 이를 지역별로 나눠 보면 경상도가 4개, 전라도 3개, 충청도 2개, 강원도 1개다. ‘남사고’의 이런 길지는 ‘정감록’외 다른 예언서에 나오는 한국 최고의 길지들과 대동소이하다.‘정감록’에 언급된 길지를 출현 빈도순으로 정리해보면, 경북 풍기, 충남 공주, 경남 가야산이 각 10회로 으뜸이다. 다음은 경북 안동으로 9회이며, 경북 예천과 전북 운봉은 각 7회, 태백산·소백산 및 충북 보은은 6회, 경북 개령·봉화, 강원 영월, 충청 단양, 전북 무주 및 부안이 각 5회로 각기 정상급 길지로 손꼽힐 만하다. 그밖에 충북 진천도 4회나 된다. 십승지를 비롯한 전국의 주요 길지는 해안선이나 큰길에서 떨어진 곳에 있다. 길지를 선정하게 된 이유가 전쟁, 전염병 및 흉년의 세 가지 피해(三災)를 벗어나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해안지방은 고려 말부터 조선 초까지 왜구의 침입이 잦았던 데다 조선후기엔 이양선의 출몰이 잦았고, 임진왜란이나 정묘호란 때 외적은 큰길을 따라 진군해 왔다. 그렇기 때문에 대로변과 해안은 길지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흉년이 들지 않는 장소를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참 어려웠다. 그런데 최고의 길지 가운데는 전북 부안처럼 해안 고을도 있었다. 부안이 십승지로 부각된 것은 물론 다른 이유에서였다. 신라 말 민중적 미륵불교를 창시한 진표 스님이 미륵보살로부터 간자(簡子)를 받은 곳이 바로 부안이었다. 그때 이후 부안은 세상을 구할 진인이 출현할 땅으로 민중의 가슴속에 길이 기억됐다. 공주는 충청감영(忠淸監營)의 소재지로 조선시대엔 가장 큰 대로변에 위치했다. 그럼에도 계룡산이란 풍수상의 일대명산을 거느리고 있어, 길지 중의 길지로 손꼽혔다.‘정감록’은 계룡산 사상 즉 진인이 계룡산에 도읍해 새 세상을 연다는 예언이 핵심이다. 따라서 공주를 빼놓은 길지란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이쯤에서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위에서 열거한 여러 길지들, 특히 그 대표가 되는 십승지는 과연 남사고가 창안했을까? 이중환의 ‘택리지’를 보면 남사고가 전국을 유람하며 길지를 점지한 것은 사실이었다. 남사고는 전국의 지세를 하나의 유기체로 파악했다.‘산수비경’에서 “한반도는 백두산 호랑이가 앞발로 만주 땅을 할퀴는 형상이다. 백두산은 호랑이 코, 호미곶은 호랑이 꼬리에 해당한다.”고 했다. 경북 포항의 영일만 동쪽에 있는 호미곶은 우리나라의 동쪽 끝 땅이다. 우리 땅을 용맹스러운 호랑이로 보고 그 꼬리라는 뜻에서 호미(虎尾)라 부른 남사고였다. 그는 전국의 여러 명당 가운데서도 유독 소백산을 중시했다.“이 산은 사람을 살리는 산(活人山)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남사고’를 보면, 소백산 주변에 십승지의 상당수가 집중적으로 분포돼 있다. 이런 점에서 십승지설은 남사고의 뜻을 상당부분 반영한 것으로 믿어도 좋겠다. 그런데 사실 조선시대의 지관(地官)들은 누구나 전국의 길지를 논했다. 그들에겐 공통된 의견도 있었다. 태백산 이남에 길지가 많다는 것인데, 특히 소백산, 작성상(황장산), 주흘산, 희양산, 청화산, 속리산, 황악산, 덕유산,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 남쪽 구간에 명당이 많다 했다. 십승지를 비롯한 전국의 길지는 남사고 한 사람이 모두 찾아낸 것은 아니었다. 남사고는 선배 지관들이 앞서 제기한 논의를 일단 종합했던 것이다. 이것이 다시 후배들에게 이어지면서 길지에 관한 논의는 더욱 풍부해졌다.‘남사고’는 한 사람의 단독 저술로 간주되기 곤란하다. 그것은 18∼19세기 조선의 지관들이 선배들의 다양한 의견을 참작해 만든 공동저작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후배들은 전설적인 지관이며 명예언가인 남사고의 이름을 빌렸던 것이다. ‘남사고비결’도 여러 번 다시 쓰였다 영조 9년(1733)에 적발된 ‘정감록’ 사건엔 ‘남사고비결’이 등장한다. 무신년에는 피가 흘러 내(川)를 이룬다는 등 흉흉한 내용이 나와 있었다(실록·영조 9년8월18일 병인). 마침 영조 4년(1728) 무신년에 대규모 반란이 일어나 남부지방을 휩쓸었던 터여서 조정은 이 ‘비결’의 등장에 경악했다. 이 ‘비결’과 제목이 똑같은 예언서는 현재도 남아 있다. 당연히 ‘정감록’에 포함돼 있다. 그러면 현존하는 ‘비결’은 영조 때 발각된 것과 같은 내용의 예언서일까? “무신·기유(戊申己酉)년: 제갈량(諸葛亮·제갈공명)이 이미 죽었으니 어느 성 한쪽 금성(錦城)이 피폐하도다. 경시(更始·개혁의 시작)는 자리를 긁고 범증(范增)은 등창이 나는구나.”라고 하였다. 책사(策士)로 유명한 제갈공명과 범증이 이미 죽거나 병들었다 했다. 나라에는 제대로 일을 도모할 만한 신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 판국이라 개혁은 제자리를 맴돈다고 했다. 그렇다면 전쟁 또는 반란을 예언했다는 영조 때의 ‘비결’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 비록 예언서의 명칭은 ‘남사고비결’이라 했지만 알고 보니 그 내용은 전혀 달랐다. 세상은 날로 바뀌기 마련이다. 따라서 후배 술사들은 새로운 내용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들은 새 예언서가 이미 알려진 예언서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때로 새 술도 헌 부대에 넣으면 값비싼 명품으로 둔갑된다. 이것이 시장의 논리다. ●남사고의 ‘격암유록’과 신종교 남사고는 예언계 최고의 브랜드였고, 그래서 끊임없이 이용됐다.19세기 말엔 ‘격암유록’이란 낯선 예언서가 등장했다.‘정감록’을 상당부분 모방하고, 그 무렵에 태동하고 있던 신종교의 선교에 도움이 될 내용을 덧붙인 것이었다.‘격암유록’은 뒷날 증산교의 종교적 입지를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일부 기독교 계통의 신종교 단체는 남사고가 지었다는 ‘궁을가’를 기꺼이 인용한다. 이 역시 위작(僞作)임에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들은 “궁궁을을”에 전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궁궁”도 십자가,“을을” 역시 십자가라는 것이다. 역사상 남사고는 궁핍한 예언가였다. 하지만 후세의 사람들 중엔 그 이름을 팔아 기름진 음식과 호사를 누리려는 이들이 적지 않다. 민중이 남사고에게 걸었던 희망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었을 텐데 말이다. (푸른역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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