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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대통령 측 “탄핵, 연좌제 금지 원칙 위배”

    朴대통령 측 “탄핵, 연좌제 금지 원칙 위배”

    박근혜 대통령 측은 국회가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사유를 인정할 자료들이 없고 증거가 있더라도 파면을 정당화할 중대한 법 위반이 없다”고 반박한 것으로 18일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청구인 국회 측과 피청구인 박 대통령 측 사이의 ‘법리 공방’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국회 측 탄핵심판소추위원단은 이날 국회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지난 16일 헌재에 제출한 답변서 요지를 공개했다. 박 대통령 측은 답변서에서 “(탄핵소추안은) 검증되지 않은 의혹을 기정사실로 단정해 무죄 추정 원칙을 위반했다”면서 “최순실의 행위 책임을 피청구인의 헌법상 책임으로 구성하는 것은 헌법 제13조 제3항에 따른 연좌제 금지의 정신과 자기 책임 원칙을 위배했다”며 청구 각하 또는 기각을 주장했다. 연좌제는 범죄자는 물론 친족에게도 연대 책임을 묻는 것으로, 헌법에서 규정하는 연좌제 금지는 특정인이 저지른 범죄로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받거나 처벌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쓰인다. 최씨의 국정개입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고 입증된 바 없다”고, 특혜 의혹에 대해서는 “사익 추구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 모금 의혹은 “자발적 기금 모집”으로, 연설문 유출에 따른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대해서는 “지인의 의견을 청취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뇌물죄 등은 최씨 등에 대한 1심 형사재판 절차에서 충분한 심리를 거친 후 결정돼야 할 것”이라고 요청했다. 19일 시작되는 최씨 등에 대한 1심 결과가 나온 뒤 헌재 결정이 내려져야 한다는 논리다. 박 대통령 측이 탄핵소추안을 사실상 전면 부인함에 따라 국회 측도 반박의견서를 오는 22일까지 헌재에 제출키로 했다. 소추위원단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검찰·특검이 헌재의 수사기록 송부 요청에 응하지 않은데 대해 “수사기록을 즉각 송부하지 않으면 인증등본 송부촉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야권은 박 대통령 측의 답변서에 대해 “가증스럽다”며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유체이탈’ 화법이 변호인들에게 전염된 모양이다. 혼이 비정상”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양순필 부대변인은 “핵심은 연좌제 금지 위배란 건데 무식해서 용감한 것인지 오만해서 뻔뻔한 것인지, 망측한 논리”라고 비판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무조건 해롭다?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무조건 해롭다?

    박테리아/베른하르트 케겔 지음/권상희 옮김/다른세상/360쪽/1만 8000원 30억년과 500만년. 우리가 흔히 세균이라고 부르는 박테리아와 인간의 역사다. 박테리아는 지구의 주인을 자처하는 인간보다 훨씬 오래전에 태어났고,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자면 조상 격이다. 그런 박테리아를 인간은 박멸의 대상으로 본다.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국의 승리로 이끈 숨은 공로자로 평가받는 ‘페니실린’은 박테리아가 일으키는 감염병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됐다. 살균제, 세정제 등도 박테리아를 없애 ‘멸균’ 상태를 만들기 위한 것들이다. 문제는 최근 들어 박테리아들이 인간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항생제로도 죽이지 못하는 슈퍼박테리아 등장이 대표적이다. 지구에서 30억년 이상 살아남은 것은 ‘적응’이라는 그들만의 특별한 생존 전략 덕분이다. 대학에서 화학과 생물학을 공부하고 독일에서 과학전문 작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박테리아의 모든 것을 파헤치면서, 박테리아가 없었더라면 현재의 인류는 물론 지구는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구 최초의 생물체이자 첫 번째 박테리아인 남세균이 독성물질을 흡수하고 산소를 만들어 내 다세포 생물이 나올 수 있고 인류가 탄생할 환경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당장 우리 피부에만 박테리아가 수십억개 살고 있다. 몸속에 사는 것까지 포함하면 100조개에 이른다. 이 중에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골고루 흡수시키고 병원균과 기생충으로부터 보호하는 착한 박테리아도 상당수 있다. 장내 박테리아의 종류와 숫자에 변화가 생기면 각종 염증질환은 물론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대인의 골칫거리인 비만과 당뇨, 천식, 각종 알레르기 질환, 아토피 등도 모두 ‘멸균’과 ‘살균’의 결과로 나타난 신종 질환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해를 주기도 하지만 실제론 신약 개발, 신재생에너지 개발 등에 활용되면서 좋은 일을 많이 한다. 해면동물 몸속에 사는 박테리아로 에이즈 치료용 항바이러스제 ‘아지도티미딘’을 개발했다. 모기 몸속 월바키아 박테리아로 뎅기열 바이러스의 독성과 전염성을 낮출 수 있다는 연구도 있다. 이런 상황에도 박테리아의 일부분인 병원균만 보고 무조건 세균은 다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까.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 아는 만큼 보인다. 문화재나 예술작품에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다. 이 책으로써 박테리아를, 더 나아가면 자연과 과학을 알게 된 만큼 달리 보이고 사랑하게 될 것이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 AI ‘심각’ 격상…위기 경보 최고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는 조류인플루엔자(AI)의 위기 경보가 이르면 16일 가장 높은 단계로 상향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15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AI 위기 수준을 전체에서 가장 높은 ‘심각’으로 올리기로 했다. 김경규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격상 시점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방역당국이 AI 때문에 가축 전염병 위기 경보를 ‘심각’으로 올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제역이 창궐한 2010년 위기 경보를 최고 단계로 올린 바 있다. 그만큼 올해 AI 확산세가 빠르고 심각하다는 뜻이다. ‘AI 청정지대’로 남아 있던 영남권 농가에서도 올해 첫 AI 의심 신고가 접수됐다. 지난달 16일 AI가 발생한 지 한 달 만에 양성 확진 판정을 받은 가금 농가가 157곳에 이르고 살처분 대상 닭·오리는 1543만 9000마리에 달해 역대 최대인 2014년(195일간 1396만 1000마리)의 기록을 넘어섰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성동구 “전문성 갖춘 인재 찾습니다”

    전문수당 지급·교육 우선권 부여 서울 성동구가 적재적소와 전문화 등을 목표로 새로운 인사시스템을 도입해 눈길을 끈다. 그동안 서울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는 단체장의 제왕적 인사권 행사로 각종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그래서 성동구가 주요 업무뿐 아니라 전문성이 요구되는 각종 직위 등에 폭넓은 ‘인사 공모제’를 하기로 한 것이다. 성동구는 내년 1월에 있을 2017년 상반기 인사부터 감사·인사·예산 등의 업무 담당자를 공모로 뽑는 ‘주요업무 직위공모제’와 전문 지식을 요구하는 직무를 미리 정하는 ‘전문직위 지정제도’를 도입한다고 14일 밝혔다. 특히 복지사례관리와 통합조사관리, 재난안전관리, 전염병 관리 업무 등에 전문 지식과 연속성 등으로 행정 전문가를 양성하는 제도다. 전문관으로 지정된 공무원에게는 전문직위 수당을 별도로 지급하고 국내외 교육훈련 우선권 등을 주기로 했다. 이번 인사제도 개선안은 지난 10월 직원 토론회와 노사 실무 협의 4회, 구청장과 면담을 거쳐 최종안이 마련됐다. 또 인사에 대한 자유로운 의견 개진과 토론, 인사에 대한 직원들의 궁금증을 속 시원히 해결하기 위한 ‘인사만사’ 코너를 내부 행정시스템에 운영 중이다. 구 관계자는 “복지와 전염병 관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직위 직원의 잦은 이동은 행정력 낭비뿐 아니라 업무 미숙으로 인한 손실을 가져온다”면서 “직위에 걸맞은 사명감과 관심이 있는 직원 등 적재적소 배치를 할 수 있는 게 직위공모제”라고 강조했다. 또 구는 급변하는 행정 환경과 주민들의 높은 요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 직원들의 재교육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매달 간부들에게 자신을 가다듬는 좋은 기회를 제공하는 ‘혁신리더 성동포럼’이 2014년부터 19회 열렸다. 매년 두 번씩 열리는 신규임용 직원교육과 팀장급 공무원들의 실무교육도 알차게 진행된다. 내년부터는 행정현장에서 실제 업무를 체험해 보는 등 교육 내용도 추가할 예정이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구 직원이 행복하고 업무 전문성이 높아야 주민의 행정만족도가 높아진다”면서 “직원들이 공부하며 행복한 성동구로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한준규 기자 hihi@seoul.co.kr
  • [서울광장] 대한민국 개조, 국민의 명령이다/오일만 논설위원

    [서울광장] 대한민국 개조, 국민의 명령이다/오일만 논설위원

    2016년 8월 11일 청와대 오찬장은 웃음소리가 가득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충복’ 이정현 신임 새누리당 대표의 당선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4·13 총선 참패로 퇴출 직전에 몰렸던 친박 세력들이 ‘우주의 기운’을 받은 듯 다시 당권을 쥐었다. 그 기쁨이 얼마나 크겠나. 이날 오찬장에는 세계 3대 진미로 ‘땅속의 다이아몬드’로 불리는 송로버섯을 비롯해 철갑상어, 거위간, 상어 지느러미(샥스핀), 능성어 등 최고급 음식이 메뉴에 올랐다. 그들이 오찬장에서 달콤한 권력의 맛을 음미하는 그 시각, 국민은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 리모컨을 만지작거리며 최악의 찜통더위와 싸우고 있었다. 국민은 춘향전의 명장면, 변사또의 생일 축하연을 떠올렸다. 사또 주변에서 온갖 아첨으로 권력의 단맛을 빨아먹는 아전의 무리와 그 권력에 줄을 대 배를 채우는 토호들의 잔치였다. 암행어사 이몽룡이 읊은 시 한 수가 정곡을 찌른다. “황금 술잔에 담긴 맛 좋은 술은 천명 백성의 피요. 옥 쟁반에 담긴 맛난 고기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피눈물이 떨어지고, 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드높아진다.” ‘권력은 국민에게 나온다’는 민주공화국, 21세기 대한민국의 현주소는 어떤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드러난 민낯은 참담하다. 국정 농단의 공범으로 지목된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말 한마디만 떨어지면 청와대 엘리트들은 납작 엎드렸고 집권 세력인 친박계 의원들은 앞다퉈 거수기 노릇을 자처했다. 최순실·정유라 모녀가 벌인 ‘특혜 놀음’은 공정과 정직의 가치를 믿는 국민의 삶의 의욕을 꺾어 버렸다. 중고생은 물론 초등학생들마저 ‘이게 나라냐’고 외치는 지경이다. 박근혜 정권 출범 초기부터 실패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강력한 국가주의를 기반으로 한 유신체제 방식의 개발 패러다임은 4차 혁명이 진행되는, 변화의 물결을 거슬렀고 시대착오였다. 권력의 사익 추구를 일신의 영달로 거래한 일부 청와대·관료 엘리트들은 유신 체제를 뒷받침했던 육법당(육사·법조계)을 연상케 한다. 박 대통령 집권 3년 10개월 동안 활개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을 앞세운 공안 통치 방식도 이런 맥락이다. 기로에 서 있는 대한민국은 지금 근본적 변화를 요구한다. 10월 29일 1차 촛불집회 이후 광장의 울림은 1차적으로 박 대통령 하야와 퇴진을 겨냥한 것이지만 대한민국 사회에 들러붙어 있는 온갖 기득권층의 부정과 부패, 부조리를 향한 것이다. 춘향전의 무대가 됐던 조선 말기 세도 권력들의 악랄한 부패구조와 별반 다를 바 없다. 대한민국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지 않는 한 늘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정치 권력은 늘 그랬던 것처럼 광장의 분노가 사그라지기를 기다렸다가 당파적 이익에 이용할 궁리로 머리가 바쁘다. 4·19, 6·29 민주항쟁이 어떤 결과로 이어졌는가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기존 패러다임의 변화에서 시작돼야 한다. 지금까지 정치 권력을 장악해 온 이념과 진영의 논리를 뛰어넘는 길을 찾아야 한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한마음으로 부조리에 저항했던 광장의 에너지는 이제 새로운 정치권력을 만드는 데 사용돼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이분법적 분열을 조장하면서 그 구도 속에서 웃음 짓던 세력들을 선별하고 이들이 다시는 국민을 상대로 장난치지 못하도록 단죄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 권력의 패러다임 변화다. 재벌 등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수출과 투자의 투 톱 성장 모델은 이미 시효가 지났다. 이명박(MB) 정권과 현 정권의 성장 제일주의는 ‘누구를 위한 성장인가’라는 근본적 의문에 봉착해 있다. 성장의 과실을 재벌과 대기업이 독점하고 빈부격차는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 가난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현실에 속수무책이다. 국가 경제의 허리인 중산층의 몰락이 가속화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국정 시스템 개혁은 시대정신이자 국민의 지상명령이다. 박근혜·최순실 비리로 확인된 사회 전반에 대한 과감한 개혁만이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 어린 자녀들을 이끌고 광장에 나선 국민은 외친다. 절망의 고통 대물림 대신 희망의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oilman@seoul.co.kr
  • 세종시 ‘AI 확진’ 농장, 신고 직전 닭·달걀 출하

    조류인플루엔자(AI) 확진 판정을 받은 세종시의 한 산란계 농장이 신고 직전 닭과 달걀을 전국에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고의성 여부와 함께 긴급 역학 조사에 나섰다. 농식품부는 13일 이 양계 농장이 AI 신고 전날 경기 파주와 전남 여수로 닭 10만여 마리를 출하한 것을 뒤늦게 파악해 실태 파악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 농장은 차량 30여 대를 이용해 감염됐을 수 있는 닭을 옮기는 바람에 바이러스 전파를 부추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달걀 200여만 개를 대형 상점 등을 통해 전국에 유통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이 농장은 지난달 26일 닭 2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며 AI 의심 신고를 했고, 결국 확진 판정이 나면서 70만 마리를 모두 매몰 처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고의성 여부가 확인되면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릴 수 있다”며 “정확한 유통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유통된 닭과 달걀은 조리해 먹으면 인체에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굿바이 반기문… 기후변화 체결 ‘호평’ 콜레라 대응 ‘혹평’

    굿바이 반기문… 기후변화 체결 ‘호평’ 콜레라 대응 ‘혹평’

    “한국민에게 가장 진심 어린 감사” 귀국 전 향후 거취 입장도 밝힐 듯 포린폴리시 ‘세계 사상가 100인’에 ‘기후변화·인권 정책은 성과, 방북 무산·콜레라 대응 미흡은 아쉬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지난 10년간 활동을 정리한다면 이렇게 요약된다. 오는 31일(현지시간) 한국인 최초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임기를 마무리하는 반 총장은 12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고별연설’을 했다. 이날 미 외교·안보 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반 총장을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국제조약으로 성사시킨 공로로 ‘2016 세계의 사상가’ 100인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의 가장 큰 업적은 파리협정의 발효에 필요한 55개국에 대한 집중적인 설득을 통해 협정 체결 1년도 안 돼 지난달 파리협정을 공식 발효시키는 등 기후변화 정책에 앞장선 것이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합심해 중국 등을 끌어들이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포린폴리시는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도널드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돼 협정 비준을 막을 수 있다는 공포가 있었는데, 반 총장이 다행히 트럼프보다 빨리 움직여 지구를 구했다”며 “미 대선 4일 전 파리협정이 발효했다”고 평가했다. 반 총장은 또 여성과 성소수자(LGBT)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였다. 여성 권익 신장을 위해 건립된 유엔기구 ‘유엔 위민’(UN Women)과 ‘LGBT 고위급 핵심그룹’ 등을 통해 소수자 권익 보호 방안을 적극 모색했다. 특히 북한 인권 문제에도 큰 관심을 기울여 가장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유엔 북한인권보고서를 발표하는 데 역할을 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강도를 높인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채택에도 주도적으로 기여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적지 않다. 우선 첫 한국인 총장으로서 임기 하반기 중 야심차게 추진했던 북한 방문이 무산되면서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해 역할을 하려던 그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또 전염병·대량파괴무기 등의 확산을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2010년 창궐한 아이티 콜레라 사태에 대한 유엔의 책임을 인정하고 최근 공식 사과하는 등 오점을 남겼다. 반 총장은 최근 아랍권 위성채널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5년간 이어진 시리아 내전과 아이티 콜레라 창궐, 남수단 내전, 유엔 평화유지군의 현지인 대상 성범죄 등 유엔의 실패가 부끄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매우 유감스럽다”며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정책으로 즉시 조처했다”고 답했다. 반 총장은 이날 고별연설에서 “나는 떠날 준비를 하고 있지만 내 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그랬던 것처럼 이곳 유엔과 함께 머물러 있을 것”이라며 “특히 고국인 한국 정부와 국민에게 가장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하고 싶다. 지난 10년간 그들의 전폭적 지원은 세계 평화와 개발, 인권을 위해 자랑스럽게 일하는 데 격려해 준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반 총장은 이날 퇴임 후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내년 1월 중순 귀국에 앞서 기자회견 등을 통해 향후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힐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 이야기] ‘헌혈 휴가’ 공기관 확대 검토

    [공무원이 말하는 정책 이야기] ‘헌혈 휴가’ 공기관 확대 검토

    여름과 겨울철 대한적십자사는 혈액 부족으로 비상에 걸린다. 전체 헌혈자의 77%를 차지하는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 헌혈이 눈에 띄게 감소하기 때문이다. 헌혈자는 2011년 261만 7000명에서 지난해 308만 3000명으로 17.8% 증가했지만, 10~20대 학생들의 헌혈에 의존하는 편중된 구조로 안정적인 혈액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출산율 저하로 최근 5년간(2012~2016년) 10대 헌혈 가능 인구가 매년 평균 6만 8000명씩 감소해 이대로 가다간 혈액 보유량이 만성적으로 부족해질 것으로 우려된다. 보건복지부는 중장년층의 헌혈을 유도해 안정적으로 혈액을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에게 혈액 수급 대책에 대해 들었다. 우리나라의 헌혈률은 지난해 기준 6.1%로 다른 나라보다 낮은 편은 아닙니다. 일본(4.0%), 미국(5.1%), 프랑스(4.4%), 영국(3.4%)보다 높고 독일(8.9%)보다는 낮은 수준입니다. 헌혈률이 5%는 돼야 자급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는 국민의 자발적 헌혈로 혈액 자급이 가능한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학생과 군인에게 혈액 수급의 상당량을 의존하고 있어 혈액 부족 사태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는 게 문제입니다. 혈액 재고량이 지역별 하루 평균 소요 혈액량을 기준으로 3일치 미만으로 떨어져 ‘주의’ 단계로 들어선 날이 올해 들어 11월까지 모두 52일이었습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전체 헌혈률은 낮지만 10~20대가 24%, 30~40대가 50%, 50~60대가 26%로 중장년층의 헌혈률이 높습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체 헌혈자 중 10~20대가 77%, 30~40대가 20%, 50~60대가 3%를 차지합니다. 학생과 군인이 헌혈의 주축을 이루고 있지요. 저출산으로 젊은 인구가 이대로 계속 감소한다면 안정적 혈액 수급을 장담할 수 없게 됩니다. 그래서 복지부는 30대와 40대 청장년층과 50대 이후 중년층의 헌혈을 유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중앙정부가 혈액 수급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도 나서 권역 내 혈액 수급을 책임지도록 민·관·군 협력체계를 만들어 나갈 계획입니다. 최근 17개 시·도에 각각 헌혈추진협의회 구성을 제안했고, 시·도별로 시도지사를 협의회장으로 하는 협의체가 꾸려지고 있습니다. 헌혈을 하고선 하루 또는 반나절이라도 휴가를 내서 쉴 수 있도록 ‘헌혈 휴가’ 제도를 공공기관으로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공공기관에 안착하면 민간기업으로까지 확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직장인이 퇴근 후 헌혈할 수 있도록 국고를 지원하는 한마음 혈액원 17곳과 적십자 헌혈의 집 80곳은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열고 주말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헌혈한 혈액은 혈액제제 제조와 검사 과정을 거쳐 수혈용은 병원으로, 의약품 제조를 위한 분획용 혈장은 제약업체에 공급합니다. 부족한 혈장은 미국 등에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혈용 혈액은 감염 우려 때문에 수입하지 않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혈액을 통한 국가 간 질병 전염을 방지하고자 자발적인 무상 헌혈을 통한 국내 혈액의 자급자족을 권고합니다. 중장년층이 적극적으로 헌혈에 동참해야 매년 발생하는 혈액 부족 사태를 막을 수 있습니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한 달 새 세 번째 이동중지… 일부 농가 ‘AI 불감증’ 잡힐까

    양성반응 농가 38곳 중 28곳 방역복도 안 입고 축사 들어가 “반복 감염 농장 별도 관리해야” 사상 최악의 조류인플루엔자(AI) 우려에 정부가 전국 모든 가금류와 종사자의 이동을 48시간 금지하는 초강력 조치를 한 달 새 세 번째 내렸다. 그러나 방역의 최전선인 닭·오리 농장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지 않으면 AI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1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AI 관계장관회의에서 “AI가 영남과 제주를 제외한 전국에서 빠르고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전국 단위의 일시이동중지(스탠드스틸) 명령을 발동해 일제소독을 다시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농림축산식품부 내에서만 운영하던 AI 방역대책본부도 관계 부처 인력을 투입해 확대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본부 내에는 국민안전처, 행정자치부,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등 관계 부처의 인력으로 구성된 범정부 지원반이 추가로 설치된다. 농식품부는 12일 밤 12시부터 14일 밤 12시까지 48시간 동안 전국 가금류 관련 차량, 사람, 물품 이동을 중지할 계획이다. 적용 대상은 농장, 도축장, 사료공장 등 8만 9000곳이다. 이동중지 명령을 위반하면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 정부가 지난달 19일과 26일에 이어 세 번째 이동중지 명령을 내린 까닭은 AI 확산세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12일 기준 AI 확진 및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가금류는 887만 8000마리이며 앞으로 154만 1000만리가 추가 살처분될 예정이다. 지금 추세라면 역대 최단기간 최대 피해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2014년에 AI로 195일 동안 1396만 마리가 살처분된 바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AI 차단에 집중하고 있지만 일부 농가에서는 기본적인 방역 수칙조차 지키지 않아 AI 발생을 자초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방역당국이 산란계 양성농장을 분석한 결과 38개 농가 가운데 28개 농가 주민은 소독된 방역복을 입지 않고 축사에 들어가 철새 분변 등에 묻은 AI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조사됐다. 송창선 건국대 수의학과 교수는 “해마다 AI가 재발하는 가금농장은 ‘블랙리스트’로 철저히 관리하고 재발이 3번 반복되면 축산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 ‘삼진아웃제’, 겨울철에는 가금 사육을 쉬게 하는 ‘휴업보상제’ 등 근본적인 대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척추에 구멍 뚫린 ‘뱀파이어 유골’ 폴란드서 발굴

    폴란드 서부에 위치한 고르즈챠라는 이름의 마을에서 특이한 유골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계와 언론에서 이 유골에 붙인 이름은 바로 '뱀파이어 유골'이다. 최근 폴란드 포르트레스 고스츤 박물관 연구팀은 13~14세기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 구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유골에 뱀파이어라는 으스스한 이름이 붙은 것인 특이한 매장 방식 때문이다. 먼저 이중 남자와 여자의 유골은 날카로운 도구로 목이 잘리고 시신 곳곳이 훼손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한 각각의 척추에는 못질을 한 것 같은 구멍이 뚫려있으며 시신은 반듯이 누워 있지 않고 바닥으로 엎드린 채로 매장됐다. 특히 여성은 무릎이 부러져 있었으며 생전에 소위 꼽추라 부르는 척주 후만증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한 구의 남성 유골은 30~35세로 추정되며 역시 척추에는 구멍이, 머리 양 사이에는 커다란 돌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당시 주민들은 이같은 잔인한 방식으로 시체를 매장한 것일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13~17세기 사이 지금의 폴란드를 비롯 불가리아 등지의 주민들은 뱀파이어로 여겨진 인물을 이와 같은 특이한 방식으로 매장했다. 심장이나 척추 부위를 못으로 박아 신체를 바닥에 고정시켜 뱀파이어가 다시 무덤에서 부활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의미다.    발굴에 참여한 크지슈토프 소샤 박사는 "유골이 발견된 지역 인근에는 과거 주교의 거주지와 성당이 있었다"면서 "여성의 경우 척주 후만증으로 인한 특이한 외모 때문에 주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의 의문은 더 남아있다. 과연 잔인하게 매장된 이들이 진짜 뱀파이어 같은 존재였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로 뱀파이어의 정체를 추정하고 있다. 첫 번째로 뱀파이어로 여겨져 묻힌 이들은 대부분 지식인, 귀족, 성직자등 특권층이라는 사실이다. 치열한 권력 암투에 밀린 희생양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해당 시기 유럽은 흑사병이나 콜레라 등 전염병이 만연했는데 특정인을 뱀파이어로 몰고 병균의 원인으로 지목해 살해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다. 종합해보면, 과거 실존했던 뱀파이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흡혈귀가 아닌 역사적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척추에 구멍 뚫린 ‘뱀파이어 유골’ 폴란드서 발굴

    폴란드 서부에 위치한 고르즈챠라는 이름의 마을에서 특이한 유골이 발견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학계와 언론에서 이 유골에 붙인 이름은 바로 '뱀파이어 유골'이다. 최근 폴란드 포르트레스 고스츤 박물관 연구팀은 13~14세기에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세 구의 유골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유골에 뱀파이어라는 으스스한 이름이 붙은 것인 특이한 매장 방식 때문이다. 먼저 이중 남자와 여자의 유골은 날카로운 도구로 목이 잘리고 시신 곳곳이 훼손된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또한 각각의 척추에는 못질을 한 것 같은 구멍이 뚫려있으며 시신은 반듯이 누워 있지 않고 바닥으로 엎드린 채로 매장됐다. 특히 여성은 무릎이 부러져 있었으며 생전에 소위 꼽추라 부르는 척주 후만증을 앓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한 구의 남성 유골은 30~35세로 추정되며 역시 척추에는 구멍이, 머리 양 사이에는 커다란 돌이 붙어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왜 당시 주민들은 이같은 잔인한 방식으로 시체를 매장한 것일까? 역사학자들에 따르면 13~17세기 사이 지금의 폴란드를 비롯 불가리아 등지의 주민들은 뱀파이어로 여겨진 인물을 이와 같은 특이한 방식으로 매장했다. 심장이나 척추 부위를 못으로 박아 신체를 바닥에 고정시켜 뱀파이어가 다시 무덤에서 부활할 수 없도록 한다는 의미다.    발굴에 참여한 크지슈토프 소샤 박사는 "유골이 발견된 지역 인근에는 과거 주교의 거주지와 성당이 있었다"면서 "여성의 경우 척주 후만증으로 인한 특이한 외모 때문에 주민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하나의 의문은 더 남아있다. 과연 잔인하게 매장된 이들이 진짜 뱀파이어 같은 존재였냐는 점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가지로 뱀파이어의 정체를 추정하고 있다. 첫 번째로 뱀파이어로 여겨져 묻힌 이들은 대부분 지식인, 귀족, 성직자등 특권층이라는 사실이다. 치열한 권력 암투에 밀린 희생양이라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해당 시기 유럽은 흑사병이나 콜레라 등 전염병이 만연했는데 특정인을 뱀파이어로 몰고 병균의 원인으로 지목해 살해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잠재우려는 의도였다는 분석이다. 종합해보면, 과거 실존했던 뱀파이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무시무시한 흡혈귀가 아닌 역사적 흐름에서 불가피하게 희생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춘천 조리원 신생아 폐렴 확산 조짐

    강원 춘천의 한 산후조리원 신생아에게 발병한 폐렴이 확산 조짐을 보여 보건당국이 방역 강화에 나섰다. 6일 춘천시 보건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춘천 산후조리원 신생아실에 입원한 한 신생아의 호흡기 이상 증상이 폐렴으로 확진 받은 이후 같은 조리원에 있었던 신생아 15명에게서 감기 증상이 나타났다. 이 가운데 인근 대학병원에 입원한 2명은 모세기관지염 양성 반응을 보였다. 모세기관지염은 방치하면 폐렴으로 악화하는 증상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시보건소는 해당 산후조리원 자체 폐쇄와 별도로 보호자 출입통제 및 출입구 소독을 강화하고 추가 발생자 파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폐렴이 법정전염병보다 낮은 정도의 유행성으로 분류한 지정 전염병이어서 감염 경로 역학 조사는 벌이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산모 측은 현실과 동떨어진 소극적인 조치라며 반발하고 있다. 신생아는 면역력이 약해 유행 위험성이 높은 만큼 발병 원인을 파악하는 역학 조사를 해 추가 발병 소지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산모 A 씨는 “꼭 법정전염병이 아니어도 확산 가능성이 보이면 전염 경로 등을 적극적으로 파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시 관계자는 “그동안 법정전염병이 아니면 역학 조사를 하지 않았다”며 “별도 역학 조사를 하려면 관련법을 개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 닭·오리 대규모 사육에… 인간도 조류독감 ‘먹이’ 됐다

    닭·오리 대규모 사육에… 인간도 조류독감 ‘먹이’ 됐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18~1919년 참전 군인들은 알 수 없는 독감(인플루엔자)으로 시름시름 앓다 쓰러졌다. 독한 감기 증상을 보이다 곧바로 폐렴으로 번져 5000만명이 숨졌다. 흑사병과 함께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간 감염병으로 기록된 스페인 독감의 실체는 2005년에 와서야 밝혀졌다. 미국 연구팀은 알래스카에 묻힌 스페인 독감 사망자의 폐 조직에서 독감 바이러스를 채취해 재생시켰고, 연구 결과 이 바이러스가 지금의 조류독감과 같은 종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조류독감은 말 그대로 닭과 오리, 철새 등 조류가 걸리는 독감이다. 원래 사람에게선 병을 잘 일으키지 않는데, 이른바 ‘종(種)간 장벽’이 무너지면서 일부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인류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2003년 태국 깐짜나부리 주 파트룩이란 마을에서 처음 발생한 H5N1형 조류독감은 삽시간에 퍼져 현재까지 동남아와 중동 등 16개국에서 856명의 환자와 452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홍콩, 대만, 말레이시아, 캐나다에 유입된 H7N9형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800명을 감염시켰고, 이 중 320명이 사망했다. 한번 걸리면 10명 가운데 5, 6명은 사망할 정도로 치명률이 높다. 현재 국내에서 유행하는 H5N6형 조류독감에 우리 국민이 감염된 사례는 없으나, 중국에선 16명이 걸려 10명이 숨졌다. 16명 모두 조류에게서 직접 감염된 사례로, 아직 사람 간 전파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사육시설 규모가 커지고, 사람과 조류와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조류 독감이 사람에게 옮겨 오고 있다고 본다. 김기순 질병관리본부 인플루엔자바이러스 과장은 “예전에는 닭을 이렇게 많이 키운 적이 없었는데, 사육시설이 대규모화되면서 바이러스 입장에선 먹이가 매우 늘었다”며 “생태계도 달라져 철새가 근처 농장으로 와 병을 옮기는 일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농장 환경이 열악해 가축에게서 조류독감이 금방 퍼지는데다 우리가 애완견을 기르는 것처럼 닭, 오리와 한집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사람도 조류독감에 취약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장 종사자와 살처분자 등 방역요원은 H5N6형 조류 독감에 감염될 위험이 크지만, 일반 국민이 병에 걸린 닭과 오리와 접촉할 일은 거의 없어 일단 감염 위험이 크지는 않다. 다만 언제든 치명률도 높고 사람 간에도 잘 전파되는 조류 독감 바이러스가 유입될 가능성은 있다. 조류독감 바이러스의 종류를 표기할 때 쓰는 ‘H’는 헤마글로티닌(hemagglutinin)의 약자이며, ‘N’은 뉴라미니다아제(neuraminidase)를 의미한다. 헤마글로티닌과 뉴라미니다아제는 쉽게 말해 바이러스를 구성하는 주요 단백질이다. 자연계에는 H라는 단백질이 16개, N이라는 단백질이 9개 존재하며, 이론적으로 ‘H’단백질과 ‘N’단백질이 결합해 144개의 새로운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 H5N6형 바이러스라는 건 H5와 N6이 결합한 형태라는 의미다. H1, H2, H3 형은 이미 조류뿐만 아니라 사람과 돼지를 모두 숙주로 삼았고, H5, H7, H9, H10은 최근 조류에게서 사람으로 넘어오기 시작했다. H5N1, H5N6, H7N7, H7N9, H9N2, H10N8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근래 들어 사람을 숙주로 삼기 시작한 신종 바이러스들은 치명률이 매우 높다. H5N6의 사람 치명률은 62.5%에 이른다. 바이러스도 얼떨결에 사람의 몸으로 들어온지라 살아남고자 면역체계와 맹렬하게 싸우며 숙주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숙주의 죽음은 바이러스의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사람과 오래 교감한 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긴 해도 숙주를 죽음으로까지 몰고 가지는 않는다. 중세 유럽 인구 3분의1의 목숨을 앗아간 페스트는 196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고, 지금은 항생제로 치료할 수 있을 정도로 치명률이 낮아졌다. 결핵도 애초 사람의 병이 아니라 소의 병이었는데, 소를 가축화하면서 소의 결핵균이 사람으로 옮겨 왔고, 오랜 세월 인간과 상호작용하며 치명률이 떨어졌다. 문제는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조류독감 바이러스는 변이를 일으키기 쉬운 구조여서, 우리 몸의 면역체계와 맹렬히 싸우려 드는 새로운 형태의 바이러스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면역이 바이러스에 적응해 진화하기도 전에 강력한 형태로 변이한 조류독감 바이러스를 만나게 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치명률에 전파력까지 갖춘 바이러스가 등장해 ‘판데믹’(전염병 대유행)이 발생할 가능성을 가장 우려한다.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인천공항 AI 검역현장 점검

    인천공항 AI 검역현장 점검

    김재수(왼쪽 세 번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 3일 인천국제공항을 찾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구제역 등 가축 전염병 유입 방지를 위한 국경 검역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뒷다리 없어도 명랑한 ‘행복 전도사’ 견공

    뒷다리 없어도 명랑한 ‘행복 전도사’ 견공

    심각한 뒷다리 장애 때문에 앞다리만으로 살아가야 하지만 명랑한 삶을 살고 있는 견공 ‘던컨’의 사연이 감동을 주고 있다. 던컨은 미국 콜로라도 주의 한 도시에서 떠돌이 개로 처음 발견됐다. 던컨의 뒷다리는 기형 증상으로 인해 몸 안에서 서로 뭉쳐 전혀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고, 이로 인해 의학적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던컨을 처음 발견한 사람들은 장애동물 전문 구호소인 ‘판다 퍼즈 레스큐’에 연락해 던컨을 보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요청은 받아들여졌고 던컨은 구호소가 위치한 워싱턴 주로 이송됐다. 던컨은 원래 이송 직후 한 가정에 입양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호소 대표인 게리 월터스와 아만다 월터스 부부는 던컨을 보자마자 깊은 애정을 느꼈고 입양 예정이었던 가족의 양해를 얻어 던컨을 직접 기르게 됐다. 구호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게리 월터스는 처음엔 여건상 던컨을 키울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아내와 던컨 사이에 형성된 특별한 유대감을 확인한 뒤에는 생각을 바꾸게 됐다. 그는 “어느 날 밤중에 일어나 보니 아만다가 의자에 앉아 던컨에게 ‘네가 특별한 존재인 이유’를 말해주며 울고 있었다”며 “아내는 던컨이 끝까지 우리 집에서 살아야만 할 것 같다고 말했고 나는 수긍했다”고 전했다. 던컨의 뒷다리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척추에 심각한 통증만을 유발하고 있었고 부부는 고심 끝에 던컨의 뒷다리를 완전히 제거하는 수술을 감행했다. 그러나 던컨은 뒷다리가 사라졌다는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않은 채 다른 견공들과 똑같이 활달한 삶을 누리는 중이다. 종종 뒷다리가 없는 네발 짐승들이 휠체어 등 보조기구를 사용하는 사례가 보도되고 있지만 던컨은 아무런 기구 없이 오로지 앞다리만으로 모든 활동을 해낸다.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물론이고 계단을 오르내리는가 하면 점프를 뛰거나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도 한다. 부부는 던컨이 자신에게 뒷다리가 없다는 사실을 아예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던컨의 건강에 우려할 점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복서’ 종인 던컨은 그와 같은 품종이 쉽게 걸리는 심장질환 중 하나인 이른바 ‘복서 심근증’(boxer cardiomyopathy)으로 인해 심정지 상태를 두 번이나 경험했다.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질병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부부는 던컨의 건강관리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렇게 던컨이 부부 덕분에 새 삶을 얻었듯이 부부 또한 던컨으로 인해 전에 없던 행복을 누리고 있다. 게리 월터스는 “던컨의 밝은 성격과 삶에 대한 의지는 주변에 전염된다”며 “SNS를 통해 그의 소식을 접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도 던컨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는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독감 노인 4명 중 1명 입원… 2월 최다 발생

    독감 노인 4명 중 1명 입원… 2월 최다 발생

    지난해 독감(인플루엔자)에 걸린 65세 노인 환자 4명 중 1명이 입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영유아(0~9세) 환자는 5명 중 1명이 입원실 신세를 졌다. 건강한 성인은 1~2주 정도 앓고 지나가지만 영유아와 노인 등 고위험 환자에게는 독감이 생명까지 위협하는 질환이 될 수 있다. 1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최근 5년간(2011~2015년) 독감 환자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독감 환자는 2월에 가장 많이 발생했으며, 지난해 전체 환자의 13.0%가 입원 진료를 받았고 노인 환자는 23.1%가, 영유아는 17.0%가 상태가 악화해 입원했다. 심평원은 “노인, 영유아, 임산부, 만성 내과질환자는 인플루엔자 고위험군에 속하며 중증합병증과 사망 위험이 커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독감이 가장 많이 발생한 연령대는 10세 미만으로 전체의 42.2%를 차지했다. 10대 17.3%, 30대 10.1%, 40대 8.6%, 50대 7.5%, 20대 5.0%, 60대 4.6%, 70대 3.2% 등의 순이었다. 평균 입원일은 5.3일, 입원 환자 1인당 평균 진료비는 63만 7000원이었다. 현재 독감 의사환자(유사증상환자) 수는 외래환자 1000명당 11월 둘째 주 4.5명, 셋째 주 5.9명, 넷째 주 7.5명으로 유행주의보 발령 기준 8.9명에 근접하고 있다. 독감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매년 독감 유행주의보가 발령되고 있으며 신종플루가 유행한 2009년 당시 독감 환자는 184만명이었다. 하상미 심평원 상근심사위원은 “독감 고위험군은 폐렴 등 합병증 발생 위험이 커 독감이 유행하기 전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문화마당] 사람들이 왜 당신을 가리킬까요?/김민정 시인

    [문화마당] 사람들이 왜 당신을 가리킬까요?/김민정 시인

     12월 하고도 첫날. 올해의 남은 날들이 참으로 쉽게 세어져 차분해지는 오늘입니다. 그럼에도 당신의 남은 날들은 참으로 쉽게 셀 수가 없어 답답해지는 오늘입니다. 남은 한 장의 달력을 놓고 보자니 세상에나 그 예쁘고 그 귀한 우리들의 가을이 다 어디로 가 버렸나 싶습니다. 주말마다 단풍 구경 못 가서 꽃나무 못 봤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주말마다 결혼식 못 가서 뷔페 못 먹었다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어쩌면 저마다의 분주한 일상을 핑계로 못 만났을 사람들과 주말마다 광장에서 만날 수 있었으니, 덕분에 그 인연의 손과 손을 맞잡은 채로 함께 울고 함께 웃으면서 함께 걸을 수 있었으니, 우리들 가을이 우리들 온몸의 교집합임을 잘 알면서도 어서 돌려 달라고 그만 물어내라고 생떼를 쓰고만 싶어지는 이유, 아마도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 비단 이즈음의 한 계절만은 아니란 사실을 시시각각 깨닫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잠에서 깨어 다시 잠에 들기까지 어딜 가나 죄다 당신 얘기뿐입니다. 피로해서 아주 죽겠습니다. 이게 사는 건가 싶습니다. 그럼에도 순대 옆구리 터질 듯이 밀어 넣고 또 밀어 넣어 주는 뉴스에 뉴스를 꾸역꾸역 삼키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모르면 큰코다친다는데 사실 당신 때문에 더 베일 코도 남아 있지 않기도 하거니와 그러다가 혹여 눈이나 귀가 다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 초조의 심장병이 우리들 사이에 전염병처럼 퍼져 있는 것도 일견 사실인 까닭입니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의 인구가 약 5992만 4172명이라 할 때 거기서 단 한 사람, 당신을 뺀 5992만 4171명이 지금 당신 때문에 지극히 아픈 상황인데 자괴감이 드는 당신 말고 죄책감이 드는 당신은 정말이지 만날 수가 없는 걸까요. 다수결의 원칙으로만 보더라도 지극히 상식적인 수준으로 지금 당신에게 묻고 있습니다만. 하루하루가 물음 주머니를 주렁주렁 차고 다니는 삶 그 자체라 답이 곤궁해지면 펼치곤 하는 책(‘무엇이든 대답해 주는 질문상자’, 이레, 2008)이 하나 있습니다. 일본을 대표하는 시인 다니카와 슌타로에게 독자들이 무엇이든 묻고 그는 무엇이든 답을 하는 것이 그 책의 기본 구성인데요,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런 물음과 이런 답에서 그만 무릎을 치게 됐습니다. 24세의 한 독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처럼 즐겁게 대화할 수 있을까요?” 대화의 기술은, 그 대화가 주는 즐거움은 당신이 우리에게 선사해 줘야 할 덕목 가운데 하나였음에도 지금껏 그 재미 한 번을 못 본 것이 우리들이기에 귀를 아주 쫑긋이 하고서 그들의 대화를 엿봤습니다. 다니카와 슌타로의 답은 이랬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상대의 말을 무시하지 말고 경청하며, 상대에게 인간적인 호기심을 가지고, 관심이 없는 대화라도 그 자리의 분위기를 즐깁니다. 대화나 잡담은 의미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쓸데없는 말을 하면서도 서로의 마음이 통하기도 하지요.” 대화를 하다 보면 쓸데없는 말의 진정한 쓸 데 있음을 여실히 느끼고는 합니다. 대화의 팽팽한 그 간격이 아름답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참말을 쓰고 거짓말을 삼가야 하는 것 정도가 기본이라 할 때 그 기본기는 갖춘 채 자꾸만 마이크 앞에 서는 건지 일단 당신에게 묻고 싶어집니다. 억울하다 하겠지만 이 나라에 억울함으로 치자면 기네스북에 오를 사람 너무 많고요, 복수하고 싶겠지만 이 나라에 복수심으로 치자면 에베레스트에 오를 사람 너무 많으니 자꾸만 뒤 거기 뒤 같은 데 둘러보지 마시고요, 우리들이 가리키는 그 지점을 봐 달라는 얘기입니다. 우리들 모두가 왜 당신을 가리킬까요? 그만 내려오라고!
  • 치료율 90% 넘었는데 편견 때문에 더 아픈 병

    치료율 90% 넘었는데 편견 때문에 더 아픈 병

    12월 1일은 1988년 1월 세계보건장관회의에서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이다. 불치병으로 여겨졌던 당시와 달리 현재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의 치료율은 90% 이상으로 높아졌다. 에이즈 확산 방지와 치료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동성애 등으로 감염되고 감염이 곧 사망이라는 오해와 편견은 여전하다. ●실명 등록 꺼려 본인 부담 치료 많아 29일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및 에이즈 발생 신고 건수는 1152명(내국인 1018명, 외국인 134명)이었다. HIV는 에이즈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바이러스이고 에이즈는 이로 인해 발병된 증상을 뜻한다. 1152명은 전년 1191명보다 소폭 줄어든 숫자이지만 2011년 959명에 비해서는 늘어난 수치다. HIV 및 에이즈 발생 신고는 2012년 953명, 2013년 1114명 등 꾸준히 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가 33.3%(383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30대(24.1%), 40대(18.8%) 순이었다. 전 세계의 HIV·에이즈 환자는 감소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5년 세계 HIV·에이즈 신규 감염 환자는 2000년에 비해 35% 감소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국내의 HIV 감염자 및 에이즈 환자가 늘고 있긴 하지만 진료비 지원 등을 통해 2011년 이후에는 생존 감염인 중 치료율이 90% 이상”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역 보건소에 실명으로 등록된 HIV 감염인에 대해 검사비용 및 치료를 유지할 수 있는 요양 급여의 본인부담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HIV·에이즈 진료비 관련 예산은 약 26억 2600만원으로 전년(26억 2300만원)과 별 차이가 없다. 국내 HIV·에이즈 환자가 늘어나고 있지만 예산액 변화가 크지 않은 것은 보건소에 실명으로 등록해야만 치료를 지원해 주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HIV·에이즈 확산 방지를 위해 국가 차원에서 치료를 지원하고 있지만 에이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여전해 실명 등록을 하지 않고 본인 부담으로 치료를 받는 환자들도 많이 있다”고 말했다. ●불치병 아닌 치료 가능한 ‘만성질환’ 불치병으로 인식됐던 과거와 달리 현재 에이즈는 약물로 치료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 돼 가고 있다. 에이즈 치료약은 1987년 3월 미국에서 HIV를 직접 공격하는 지도부딘(AZT)이 처음 허가를 받은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 이어 1996년 칵테일 요법으로 하루 20알 이상 복용하던 시대를 지나 2007년 이단일정복합제(STR)가 개발된 이후 하루 한 알 복용으로 치료할 수 있게 됐다. 국내에서는 다국적 제약사인 길리어드의 ‘스트리빌드’와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트리멕’ 등이 대표적인 에이즈 치료약으로 판매되고 있다. 국내 최초의 단일정복합 HIV 치료약인 스트리빌드는 2013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 이후 국내 에이즈 치료약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GSK의 트리멕 역시 하루 한 알만 복용하면 되는 에이즈 치료제로 지난해 6월 식약처 허가를 받아 국내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다. 최근에는 다국적 제약사들을 중심으로 한 달 혹은 분기에 한 번 접종하는 주사 치료제도 임상시험 중이다. ●“막연한 공포심과 편견이 검사 막아” 그럼에도 여전히 에이즈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과 불안감, 또 편견 등으로 의료계와 보건 당국은 HIV·에이즈 확산 방지 노력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HIV와 에이즈는 특성상 대부분 성 접촉을 통한 감염으로 발생하는 만큼 감염자나 감염 의심자가 스스로 검사를 통해 관리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럼에도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검사를 기피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거나 감염을 확산시키는 경우가 여전히 발생하고 있다. 최재필 서울의료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치료제의 발달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일상적 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질병”이라면서 “그럼에도 사회적 편견 등으로 검사를 받지 않고 혹 양성 판정을 받아도 치료를 받지 않아 후기에 발견돼 사망하는 사람들이 매년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현재 통계에 잡히지 않은 더 많은 HIV 감염자들이 검사와 치료를 받는다면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 수는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혈액제제(사람의 혈액을 원료로 만드는 의약품)는 1995년, 수혈로 인한 감염은 2006년 이후 보고 사례가 없음에도 병원 내에서 HIV 감염자들에 대한 막연한 감염 공포도 여전하다. 최 교수는 “똑같이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B형 간염의 경우 전염률이 30%지만 HIV는 0.3%에 불과하다”면서 “병원에서는 환자들의 모든 체액을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는 ‘표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면서 병원에서의 HIV 감염에 대해 과도한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질병관리본부 산하 대한에이즈예방협회는 12월 1일 제29회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서울역 광장 일대에서 에이즈 예방 및 감염인 편견·차별 해소를 위한 행사를 연다. 또 지난 21일부터 오는 12월 11일까지 온라인을 통한 에이즈 바로 알기 캠페인도 전개한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 AI 전파 속도 못 잡는 방역당국 늑장 대책

    AI 전파 속도 못 잡는 방역당국 늑장 대책

    방역망 뚫린 뒤 이동중지 명령 살처분 가금류 160만마리 넘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정부가 지난 주말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금농장에 ‘이동중지 명령’(스탠드 스틸)을 내렸음에도 오리와 산란계 농장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다. AI 확산을 막으려고 살처분한 가금류는 160만 마리를 넘어섰다. 철새와 직접 접촉이 아닌, 사람과 차량 이동에 따른 2차 전파 의심 사례도 경기 이천에서 보고되면서 ‘AI 팬데믹’(전염병 대유행)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방역대책이 한 박자씩 늦는 바람에 AI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전남 해남과 충북 음성을 시작으로 총 23건의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13건이 병원성이 높은 H5N6형 AI로 확진됐고, 검사가 진행되고 있는 나머지 10건도 고병원성 AI로 확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이에 따라 예방적 처분을 포함해 66개 농가에서 168만 7000마리의 오리가 살처분됐다. 앞으로 13개 농장 111만 마리를 추가로 살처분할 예정이다. 지금과 같은 확산 속도가 유지된다면 이번 주 내 살처분 마릿수가 500만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올해 우리나라에 처음 유입된 H5N6형 AI 바이러스는 가금류 간 감염 속도가 매우 빠른 것이 특징이다. 기존 국내에서 창궐한 H5N1형과 H5N8형은 잠복기가 길었지만 올가을 철새들이 국내에 옮긴 H5N6형은 상대적으로 잠복기가 짧고 ‘걸리면 즉사’라 할 정도로 폐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당국의 한발 앞선 방역대책이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AI 바이러스를 처음 발견한 주체는 민간이었다. 지난달 28일 건국대 연구진이 충남 천안 봉강천에서 야생 원앙의 분변을 채취해 AI를 확인하고 이달 10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시료를 넘길 때까지 정부는 까마득히 몰랐다. 해마다 농식품부와 환경부가 철새 5000마리, 분변 8만건 등 38만건을 검사해 AI를 감시한다는 정부 측 설명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달 말 조기 예찰을 통해 AI의 국내 유입을 확인했더라면 빠른 초동 대처가 가능했을 것이다. 위기경보 격상과 두 차례의 일시 이동중지 명령도 이미 방역망이 뚫린 뒤 내놓은 사후약방문식 대처라는 비판을 받는다. 지난 17일 해남과 음성의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되자 정부는 다른 지역 전파를 막기 위해 이 지역에 19일 0시부터 36시간 이동중지 명령을 내렸다. 결과적으론 실패였다. 23일 경기 포천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들어오자 정부는 부랴부랴 AI 위기 경보를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한다. 그러면서도 전국 단위의 이동중지 명령에는 머뭇거리다 25일에야 발동했다. “먼저 농가를 소독한 뒤 이동을 중지시켜야 방역 효과가 크다”는 농식품부의 설명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동중지 명령이 해제되자마자 지난 28일과 29일 각각 5건과 1건의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이천일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농장 간 2차 전염을 막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오리 도축장 출입차량의 24시간 소독, 가금 농장 밖으로 분뇨 반출 금지 등 추가 방역조치에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알쏭달쏭+] 비행기 탑승게이트 앞 줄 서는 이유

    [알쏭달쏭+] 비행기 탑승게이트 앞 줄 서는 이유

    공항에 가면 비행기 탑승 1시간 전부터 게이트 앞에서 대기하며 줄을 서는 승객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좌석은 당연히 지정돼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내에 가장 먼저 ‘입장’하려는 사람들로 긴 줄이 늘어서지기 일쑤다. 실제 탑승 시간보다 훨씬 미리 도착해서 줄까지 서 있으려는 사람들은 어떤 심리를 가지고 있을까? 최근 영국의 행동학 전문가 주디 제임스는 현지 일간지 데일리메일을 통해 이런 사람들의 행동에 숨은 의미를 분석했다.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 일명 FOMO, Fear of Missing Out의 줄임말로, 모임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으며 모임이나 행사 초청을 절대 거절하려 하지도 않는 등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리를 뜻한다. 미리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자신도 그 기회를 차지하고픈 마음이 생기면서 함께 줄을 서게 된다는 것. 제임스 박사는 “줄을 서는 사람들의 심리는 전염되기 마련이다. 언제 어디서나 줄을 선 사람들을 보면 흥미를 보이며 대열에 동참하는 것과 같다”면서 “당신의 뇌가 ‘미리 줄을 서나 마지막에 들어가나 별 차이 없다’라고 말해도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줄을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목적이 있을 때 시간은 더 빨리 흐른다 약속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시간의 속도가 다르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예컨대 비행기 탑승 시간이 정해진 날이면 1시간이 5분처럼 빠르게 흐른다고 느낀다는 것. 제임스 박사는 “탑승 게이트에 있을 때가 라운지를 배회할 때보다 시간이 더 빠르게 간다고 느끼면서 조급한 마음에 줄을 서게 된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텃세(세력권)가 강한 동물이다 사람들이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는 공통의 이유는 일부 비행기의 기내 수하물 공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즉 늦게 탑승하게 되면 머리 위 선반에 자신의 여행 가방을 올려놓을 자리가 없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제임스 박사는 “사람들은 머리 위 선반의 공간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의 머리 위에 타인의 짐이 보관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가능한 빨리 탑승해 짐을 올리려 한다”면서 “일부는 머리 위 선반뿐만 아니라 옆 좌석의 사람과 함께 사용하는 팔걸이를 독차지하기 위해 줄을 서가며 빨리 탑승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자신의 세력을 매우 중시한다. 만약 예상했던 충분한 공간이 주어지지 않을 경우, 자신의 세력이나 기회 등을 빼앗겼다고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퍼스트클래스 심리’를 가진 사람이 있다 줄을 서면서까지 가장 먼저 탑승하거나 혹은 가장 마지막에 탑승하려는 사람들에게서는 공통적으로 ‘퍼스트 클래스’ 심리를 찾을 수 있다. 스스로를 가장 먼저 탑승할 만한 사람 혹은 가장 마지막에 탑승해도 가치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제임스 박사는 “일종의 집단적 본능에서 나오는 현상”이라면서 “맨 앞 혹은 맨 뒤의 위치가 적에게 공격받을 위험이 가장 높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에게 자신있는 동물들은 가장 먼저, 혹은 가장 나중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취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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