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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이미혜의 발길따라 그림따라] 저 하늘 높이 날아올라

    올 초 중국에서 맨 처음 코로나가 감지됐을 때 이것이 전 세계로 퍼지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봄에 유럽과 미국으로 퍼졌을 때도 여름 정도 지나면 수그러들겠거니 생각했다. 계절이 한 바퀴 돌아 다시 겨울이 됐지만, 코로나는 잠잠해지기는커녕 더욱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염병은 인명을 앗아가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문명화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인류의 자부심을 산산조각으로 만들었다. 과거에는 전쟁, 전염병 등으로 도시가 폐쇄되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일이 더 흔했다. 요즘은 인터넷이 있어서 멀리 있는 사람과 안부를 주고받고 강의와 회의도 하지만 전신, 전화도 없던 시절에는 어떻게 했을까? 전신, 전화는 19세기 말에야 등장했다. 영국의 사업가 폴 로이터는 1850년 주가를 파악하는 데 비둘기를 이용했다. 마흔다섯 마리의 통신용 비둘기는 기차보다 빨리 브뤼셀과 아헨을 오가며 주가를 전달했다. 성서에도 대홍수를 견딘 노아가 물이 빠졌는지 알아보려고 방주 밖으로 비둘기를 날리는 얘기가 나오지만, 비둘기를 조직적으로 통신에 이용한 사람은 로이터가 처음이었다. 로이터는 이 성공을 바탕으로 1865년 로이터 통신회사를 설립했다. 1859년 마이크로 사진이 발명되면서 비둘기는 더 많은 정보를 운반할 수 있었다. 프랑스 사람 르네 다그롱이 발명한 마이크로 사진은 보불전쟁으로 파리가 포위됐을 때 구실을 톡톡히 했다. 투르에 있던 임시정부는 전단을 마이크로 사진으로 축소해 비둘기의 다리에 매달았다. 비둘기는 프로이센군이 훈련한 매의 공격을 뚫고 파리로 돌아가 소식을 전했다. 배고픔, 두려움과 싸우던 파리 시민들은 큰 용기를 얻었다. 포위된 파리에 남아 있던 마네가 남프랑스로 피란 간 아내에게 소식을 전할 수 있었던 것도 비둘기 덕분이었다. 1870년 11월 마네는 아내에게 “여기는 말고기 말고는 먹을 게 없구려”라고 하소연하는 편지를 썼다. 피뷔 드 샤반은 파리 시민에게 자유와 희망의 상징이었던 비둘기를 화폭에 담았다. 원경에 성벽으로 둘러쳐진 파리 시내가 보인다. 검은 옷의 여인은 안고 있는 비둘기를 맹금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팔을 뻗고 있다. 미술평론가
  •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코로나 팬데믹 위기 딛고 바이든 당선·백신 성공 ‘희망가’

    2020년은 초유의 전염병 사태로 전 세계가 고통받았다. 국제사회 공조가 어느 때보다 절실했으나 홍콩보안법 통과와 화웨이 제재 등으로 미중 갈등은 계속됐다. 미국에선 조 바이든 시대가 열리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미 우선주의 체제도 바뀔지 주목된다. 다음은 서울신문이 꼽은 올해의 10대 국제 뉴스다. 조 바이든 美 대통령 당선인트럼프식 우선·고립주의 마침표조 바이든(78)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역대 대선 최다표로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 및 고립주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반트럼프 여론으로 이겼다는 꼬리표도 있지만, 코로나19 방역을 강조하고 흑인 시위에 공감하면서 차별화에 성공한 게 주효했다. 전례 없는 트럼프 측의 불복 소송전에도 차분하게 정권이양 작업을 진행해 ‘정계의 백전노장’임을 재확인했다. 다만 코로나19 근절, 인종차별 해소, 기후변화 대응, 다자주의 복원, 국민화합, 미중 간 경쟁 등 어려운 숙제들이 기다리고 있어 “미국이 돌아왔다”는 당선 일성을 실현할지 이목이 쏠린다. 바이오엔테크 의사 부부세계 최초로 코로나 백신 성공코로나19 사태 종식의 서막을 알린 첫 백신은 터키계 이민자 가정 출신인 우구르 사힌(55) 바이오엔테크 최고경영자(CEO)와 외즐렘 튀레지(53) 박사 부부의 손에서 탄생했다. 미 제약사 화이자와의 협업으로 10개월 만에 개발한 백신은 이들 부부가 30년간 암 치료에 매진하며 연구한 ‘메신저 리보핵산’(mRNA)이 활용됐다. 백신 개발 후 이들은 이민자라는 성장 배경보다 과학 자체에 초점을 맞춰 달라고 당부했다. 인류로서는 혼인신고 후 곧바로 실험실로 돌아와 연구에 매진했다는 한 과학자 부부의 열정에 빚을 지게 된 셈이다. 아베 신조 前 일본 총리지병 악화로 돌연 장기집권 끝내2012년 말 두 번째 집권에 성공한 이후 7년 8개월에 걸쳐 일본 역대 최장기 재임 기록을 세웠던 아베 신조(66) 전 총리가 9월 16일 물러났다. ‘아베 1강’으로 불린 안정된 권력 기반을 바탕으로 ‘안전보장법제 성립’, ‘자위대 명기 개헌 추진’ 등 거침없는 우경화 행보를 계속해 온 그였지만, 올 초 코로나19 사태 이후 계속된 리더십 위기와 ‘아베노마스크’로 대표되는 부실·무능 대응의 난맥상 속에 국민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칠쳤다. 결국 1차 집권(2006~2007년) 때와 마찬가지로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악화를 이유로 8월 28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앤서니 파우치 美전염병연구소장타임지가 뽑은 ‘올해의 수호자’‘올해의 가디언(수호자)’. 시사주간 타임이 앤서니 파우치(80)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에게 붙여 준 타이틀이다. 코로나19 미 정부 대응 과정에서 상징적 인물로 떠오른 파우치 소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정보 유포에 맞서며 대중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의 인물’로 뽑은 피플지로부터 ‘2020년에 미국이 필요로 했던 의사’라는 찬사를 듣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그를 유임시키며 대통령 수석 의료보좌관 역할을 맡겼다.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선정한 ‘2020년 과학 분야 화제의 인물 10인’에도 선정됐다. 저신자 아던 뉴질랜드 총리강단의 리더십으로 코로나 방역·재선 성공주요국 정상들이 리더십 위기를 겪은 올해 저신다 아던(40) 뉴질랜드 총리는 차별화된 행보로 전 세계의 찬사를 받고 재집권에도 성공했다. 아던 총리는 코로나19 초기 ‘강하게 일찍 (방역)’ 슬로건을 내걸고 국경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그 결과 뉴질랜드의 올해 확진자 수는 1800명이 채 안 된다. 지난해 크라이스트처치 이슬람사원 테러 때 히잡을 쓰고 유족을 위로한 뒤 총기·혐오발언 규제 대책을 빠르게 추진한 장면은 ‘공감’과 ‘강단’의 리더십을 동시에 갖춘 아던 총리의 면모를 보여 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과잉진압에 목숨 잃은 조지 플로이드전 세계 ‘인종차별반대 시위’ 거센 바람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비무장 상태인 흑인 용의자 조지 플로이드(47)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8분 46초간 목이 눌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과잉 진압과 인종차별에 분노한 시민들은 길거리로 나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Black Lives Matter)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는 전 세계로 확산돼 인종차별과 관련한 역사 속 인물의 동상이 훼손되는 일이 잇따랐고, 영국 런던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 동상도 ‘BLM’ 팻말에 묶이는 수모를 당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민간 우주여행 현실로 만든 괴짜일론 머스크(49)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민간 우주선 ‘크루 드래건’ 캡슐이 지난 8월 지구로 무사 귀환하며 ‘민간 우주여행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열겠다는 ‘괴짜 억만장자’ 머스크의 호언장담이 몽상이 아닌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테슬라 주가가 뛰며 머스크는 세계 두 번째 부자 순위에 이름을 올렸고,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머스크는 “6년 안에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며 화성 여행을 다음 목표로 삼고 있다. 조슈아 웡 홍콩 민주화운동 상징, 실형 선고홍콩 민주화운동의 상징인 조슈아 웡(24)이 12월 3일 불법집회 조직·선동 혐의로 징역 13.5개월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6월 21일 완차이 지역 경찰 본부 앞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조직·가담·선동한 혐의다. 웡은 15세 때인 2011년 학생 단체 ‘학민사조’를 설립해 민주주의 활동을 시작했다. 2014년에는 홍콩 수반인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하는 ‘우산혁명’을 이끌어 미국 타임지가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웡은 2건의 재판에 추가 기소될 수 있어 홍콩 민주 진영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 긴즈버그 美 최고령 대법관9월 하늘로 떠난 ‘진보의 아이콘’양성평등과 장애인, 환경문제 등과 관련해 기존 구조를 강화하는 판례가 시도될 때마다 ‘나는 반대한다’며 소수의견을 썼던 미국 연방 대법원의 87세 최고령 대법관이자 ‘진보의 상징’이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올해 9월 별세했다. 1993년 미국의 두 번째 여성 대법관이 된 뒤 남성 생도 입학만 허용하던 버지니아 군사학교에 여성 입교를 허용하는 판결, 남녀 임금 차별 금지 판결, 동성결혼 합법화 판결을 남겼다. 그의 사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보수 대법관을 지명, 9명의 미 연방 대법원의 진보 대법관 수는 4명에서 3명으로 줄었다.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美 표적공습에 사망한 군부영웅가셈 솔레이마니(63) 이란군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정예군) 사령관은 1월 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승인 아래 이뤄진 미군의 ‘표적 공습’에 사망했다. 군부 최고 실세인 그는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신임을 듬뿍 받아 ‘숙적’ 미국과의 공식·비공식적 채널을 가진 군부 인사로 꼽혔다.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에서 혁혁한 성과를 올려 국민적 존경을 받는 솔레이마니의 죽음에 보복을 선언한 이란이 이라크 미군 기지에 공격을 가하면서 연초 중동 전운이 고조됐다.
  • 英 하루 확진자 5만명 넘어, 병상 모자라 앰뷸런스에서 환자 치료

    英 하루 확진자 5만명 넘어, 병상 모자라 앰뷸런스에서 환자 치료

    영국의 코로나19 하루 신규 확진자가 5만명을 넘는 등 확산세가 갈수록 빨라져 심각한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영국 정부는 29일(현지시간)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가 5만 3135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선언 이후 일일 기준 최대 규모다. 지난 23일 3만 9237명은 물론, 전날 4만 1385명에 이어 하루 만에 1만명 이상 급증했다. 누적 확진자는 238만 2865명으로 늘어났다. 하루에만 414명이 사망해 누적 사망자는 7만 1567명으로 불어났다. 24시간 동안 입원한 환자는 2322명이 늘어났다. 지난 일주일 평균 신규 환자 수는 3만 8936명이다. 성탄절 연휴에 발생한 환자 수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이러니 정말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국민건강보험(NHS) 간부들은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감염 증가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기존 대비 전파력이 70% 더 큰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 때문이다. 이 때문에 수도 런던을 포함해 잉글랜드 전체 인구의 43%인 2400만명이 가장 엄격한 제한 조치를 적용하는 코로나19 4단계 지역에 살고 있다. 유럽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세계 수십개국이 영국발 입국을 제한하거나 금지하고 있다. 런던의 병상 수가 크게 모자라 퀸스 병원에 실려온 환자 일부는 앰뷸런스 안에서 치료를 받는 상황이라고 BBC는 전했다. 물론 영국 전역에서도 크게 상황은 다르지 않다. 영국 정부는 확진자 증가 속도가 가팔라지자 이날 저녁 보리스 존슨 총리 주재로 코로나19 대응 위원회 회의를 개최한다. 이날 회의 결과를 토대로 맷 행콕 보건장관은 30일 오후 하원에 출석, 지역별 코로나19 대응 단계 조정을 발표할 예정이다. 행콕 장관은 이스트 미들랜즈 등을 3단계에서 4단계로 격상하는 등 잉글랜드 내 상당 지역의 대응 단계를 높일 것으로 전해졌다.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병원에 입원한 환자 수가 12만명을 넘어서며 또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편 미국 병원도 포화 상태가 되면서 일부 병원은 회의실이나 예배실, 또는 야외에 설치한 텐트에 환자를 받고 있고, 어떤 병원에서는 산소 공급장치 문제로 병원을 찾은 환자를 되돌려 보냈다. CNN 방송은 ‘코로나19 추적 프로젝트’를 인용해 28일 기준 미 전역에서 코로나19로 입원한 환자가 12만 1235명으로 집계됐다고 29일 보도했다. 조지워싱턴대학 의학 교수 조너선 라이너 박사는 “수용 능력을 초과한 병원의 내과의사와 생명윤리학자들은 어떤 환자를 살릴 수 있고, 어떤 환자가 그렇지 않은지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헌팅턴 메모리얼 병원의 전염병 전문가 킴벌리 슈라이너 박사는 때가 되면 제한된 물자·인력·장비를 어떻게 분배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인공호흡기, 환자를 돌볼 간호사들, 중환자실(ICU) 병상이 없다면 우리는 가족들과 이 끔찍한 논의를 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LA카운티 보건서비스국장 크리스티나 갤리는 어떤 병원에서는 환자를 앰뷸런스에 탄 채로 진료하기도 한다며 “그 환자들은 앰뷸런스가 마치 응급실의 일부인 것처럼 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확진자의 증가세는 다소 주춤한 상황이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집계에 따르면 28일 신규 감염자는 16만 8817명으로 20만명을 밑돌았다. 한때 3000명을 넘었던 하루 사망자도 28일에는 1718명으로 집계됐다. 최근 일주일의 하루 평균 신규 환자와 사망자 수도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새해 1월에는 감염자 급증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전후해 수백만명이 항공편을 이용했기 때문이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 소장은 “내년 1월에는 12월보다 (확산세가) 더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의대는 29일 미국의 누적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1934만여명, 누적 사망자 수를 33만 5000여명으로 집계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김봉현 ‘기피 신청’ 기각한 법원 “불공정 재판 염려 없다”

    김봉현 ‘기피 신청’ 기각한 법원 “불공정 재판 염려 없다”

    김봉현(46·구속 기소)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고 있다면서 본인이 기소된 사건을 심리하는 재판부에 대해 기피 신청을 했지만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 이환승)는 김 전 회장의 기피 신청 사건을 기각했다고 29일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2018년 10월~지난해 1월 경기 버스업체 수원여객운수 회사자금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5월 수원지법에 구속 기소됐다. 이후 김 전 회장은 재향군인회상조회 보유자산 377억원과 자신이 실소유한 스타모빌리티 회사자금 4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지난 8월 서울남부지법에 추가 기소됐다. 이후 지난 9월 김 전 회장의 토지관할 병합심리 신청을 대법원이 받아들여 수원지법 사건이 서울남부지법에 이송됐다.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토지관할을 달리하는 여러 관련사건이 각각 다른 법원에서 진행될 때에는 공통되는 상급법원이 검사 또는 피고인의 신청에 의해 법원 한 곳에서 병합심리하도록 할 수 있다. 최근까지 김 전 회장이 기소된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은 재판부가 불공정한 재판을 할 염려가 있다면서 지난 10일 법원에 재판부에 대한 기피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전 회장은 “본안 사건의 재판장은 피고인이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토지관할 병합 신청을 했다는 부정적인 견해를 표시하고, 피고인과 변호인이 코로나19 전염 우려로 접견이 어려운 상황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매주 오전, 오후 증인신문 기일을 지정하는 등 무리하게 절차를 진행함으로써 피고인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은 또 “피고인은 도주할 우려가 없고 피해자들과의 합의를 위해 불구속 재판이 필요하며, 전자장치부착 조건부 보석이 가능한데도 본안 사건의 담당 재판부는 합리적 이유 없이 피고인의 보석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회장은 석방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싶다면서 지난달 6일 전자보석을 청구했다. 김 전 회장의 변호인은 “피고인은 도피 생활을 하다가 체포된 이후 도망의 무효함을 알게 됐다”면서 “피고인은 그동안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했다.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형사합의13부는 지난 7일 김 전 회장의 보석 청구를 기각했다. 김 전 회장이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기각 사유였다. 김 전 회장의 기피 신청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김 전 회장의 주장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 재판부는 “재판장의 공판기일 지정은 원칙적으로 법관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면서 “피고인의 본안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조사한 참고인이 다수인데, 공동 피고인인 김모(58·구속 기소)씨가 참고인들의 진술증거를 대부분 부동의하면서 법정에서 신문이 필요한 증인이 88명에 이르는 등 집중심리를 위해서는 증인신문기일을 일괄적으로 근접하여 지정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재판부는 이어 “서울남부구치소 교도관의 코로나19 감염으로 피고인 등의 출석이 어려워지자 본안 사건의 재판장은 공판기일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했다. 재판장이 전염병 확산 상황에도 불구하고 재판 절차를 강행했다고 볼 수 없다”면서 “본안 사건 재판장이 피고인의 토지관할 병합 신청과 관련하여 한 발언은 이 신청으로 인해 공판 진행이 중단된 사실을 언급하고 집중심리를 위해 매주 기일 진행이 불가피함을 설명하는 취지로 보일 뿐, 피고인이 절차를 지연시켰다는 취지로 비난하거나 유죄를 예단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특히 피고인은 검찰 수사를 받게 되자 지난해 12월 도피하여 은신처에서 숨어 지내던 중 올해 4월 경찰에 체포됐는데, 이와 같은 피고인의 도피 행각 및 범행 이후의 정황, 본안 사건 공소사실 내용, 향후 공판에서 예상되는 증거조사 규모 등에 비춰 피고인에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판단한 본안 사건 재판부의 결정이 합리성을 결여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백신에 희망 걸었는데… WHO “코로나 계속 변이, 집단면역 어렵다”

    백신에 희망 걸었는데… WHO “코로나 계속 변이, 집단면역 어렵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8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출시됐지만 집단면역은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는 바이러스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데이비드 헤이먼 WHO 전략·기술 자문위원장은 “세계는 충분한 사람들이 면역을 얻으면 전염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보고, 집단면역 달성을 희망해 왔지만 이는 집단면역 개념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헤이먼 위원장은 “코로나19 병원균인 SARS-CoV-2의 운명은 다른 4개의 코로나바이러스처럼 풍토병이 될 것이며, 코로나19는 인간 세포에서 번식하면서 계속 변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백신 효과 지켜봐야… 접종해도 마스크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도 “백신이 얼마나 효과적일지,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백신은 아무리 예방효과가 높더라도 전염병을 없애거나 퇴치를 보장해주지 않는다”라며 이에 동의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수석과학자 역시 “백신의 첫 번째 역할은 바이러스의 증상과 심각한 질병, 사망을 예방하는 데 있다. 이 백신이 감염을 줄이거나 사람 간 전파를 막을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도 마스크 착용 등 방역 수칙을 계속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간에게 전염되는 코로나바이러스는 SARS-CoV와 MERS-CoV, 229E, NL63, OC43, HKU-1 등 7가지가 있다. 이 중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는 없어졌지만 나머지 4개 바이러스는 계절성 바이러스로 매년 유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HKU-1의의 경우, 미국 중증 폐렴 발생 원인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이런 계절성 바이러스가 돼 인간과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헤이즈 위원장의 설명이다. 현재까지 코로나19 백신은 미국·영국·캐나다·독일·중국·러시아 등 세계 16개국에서 승인을 받고 460만명이 접종받았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사스나 메르스처럼 아예 다른 ‘변종’으로 진화할 경우 새로운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유민 기자 planet@seoul.co.kr
  • 변이 바이러스에 긴장한 北...“한 순간도 방심 안 돼”

    변이 바이러스에 긴장한 北...“한 순간도 방심 안 돼”

    북한, 당대회 앞두고 방역 강화소독 늘리고 비상 방역망 구축정 총리 “방역 협력 호응 기대”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확산하자 북한이 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현재 유행하는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1.7배 더 높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북한도 잔뜩 긴장하는 모양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악성 바이러스 전염병의 전파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속에 세계적인 보건 위기 상황이 계속 악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보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감염력이 매우 강한 새로운 변종의 악성 바이러스가 발생해 세계 여러 나라에 전파되고 있는 것”이라면서 “어느 한 순간도 방심하면 안 된다”고 주문했다. 다음달 제8차 당대회를 앞두고 방역 단계를 ‘초특급’으로 올린 북한은 지역마다 소독 횟수를 늘리거나 이중·삼중으로 비상 방역망을 구축하고 있다. 신문은 평남 평원군과 황남 송화군 농장의 방역 노력을 소개하며 간부들이 감시초소를 강화하고 식수 위생 보장에 면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외교안보 계간지 한미저널에 기고한 ‘바이든 시대 한미관계 특별 제언’에서 “코로나19 방역은 우리 민족을 넘어 지역 및 국제사회의 생명과 안전의 문제인 만큼 북한이 한미와 국제사회의 협력 제의에 전향적으로 호응해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생명·안전공동체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협력의 축적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 [기고] 그린뉴딜은 국민 마라톤이다/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기고] 그린뉴딜은 국민 마라톤이다/임춘택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장

    2020년은 코로나19로 시작하여 그린뉴딜로 마감된 역사적인 해다. 한국도 유럽, 미국, 중국, 일본에 이어 탄소중립을 공식 선언했다. 그린뉴딜의 지향점은 온실가스 감축이다. 세계 정상들이 탈탄소에 나선 배경은 무엇인가. 동물 서식지 파괴가 대유행 전염병의 한 원인이기 때문이다. 유례없는 홍수·폭염·한파·태풍 등 기후 위기도 이유다. 세계 경제위기로 인한 내수 확대와 일자리 창출도 배경이다. 이로 인해 거대한 산업전환도 일어나는데, 여기서 뒤처지면 주도권을 상실한다. 하지만 탄소에너지에 중독된 현대문명에 탄소중립은 고통스러운 주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의하면 2019년 세계적으로 2080조원이 에너지 분야에 투자되었는데 화석 에너지가 1075조원, 재생에너지와 전력망이 689조원, 원전이 43조원, 에너지효율이 274조원이다. 아직 화석에너지가 절반 정도나 되는 것이다. 신규 설치 발전용량(GW)은 72%가 재생에너지로 화력발전이나 원전의 투자 규모를 압도했다. 세계 발전원별 비중에서 재생에너지는 27%로서, 아직 화석에너지 62%에는 못 미치지만 원전 10%보다는 훨씬 큰 규모로 성장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노르웨이 98%, 브라질 82%, 독일 43%, 중국 27%, 미국 18%이나 한국은 5% 수준이다. 지난 10년간 석유·석탄·원전의 비중이 감소하고 재생에너지·가스발전의 비중이 커졌다. 원전의 경우 한때 18%였지만 10%로 급감했다. 핵폐기물을 제외하고는 미세먼지와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 비중이 축소된 이유는 악화한 경제성 때문이다. 특히 2011년 후쿠시마 사고로 안전기준이 강화돼 원전 건설단가가 크게 올랐다. 반면에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에 의하면 지난 9년간 태양광발전은 82%, 육상 풍력발전은 38%나 단가가 떨어졌다. 최근에는 킬로와트시(kWh)당 20원 이하까지 떨어져 태양광발전이 가장 싼 전기가 되고 있다. 국내 설치 태양광발전소가 원전보다 5배나 건설비가 많다는 비판은 이런 추세를 간과한 것이다. 발전 분야 외에도 온실가스 감축이 필요하다. 수송 분야에서는 전기차와 전철·고속철을 늘리고 내연기관차 생산과 운행을 줄여야 한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온실가스를 더 배출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발전원의 친환경화와 전기차 성능향상으로 설 땅을 잃게 됐다. 연간 3030조원의 세계 자동차 시장이 전기차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는 이유다. 산업 분야에서는 철강, 시멘트, 석유·화학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데, 그린수소와 전기에너지로 바꾸어야 한다. 건물 분야는 단열재와 열교환 환기로 손실을 줄이고 건물 태양광과 히트펌프·지열로 효율을 높여야 한다. 2050년 탄소중립은 가능한가. 하나의 시나리오는 에너지 효율 향상으로 최종 에너지 소비의 50%를 감축하고, 수송·건물·산업분야 에너지 수요의 80%를 전기화하는 것이다. 태양광발전 400GW, 풍력발전 100GW면 90% 이상 충당 가능하다. 설치면적은 각각 국토의 3% 내외로, 국토의 16%가 농경지, 25%가 해상 공유지이므로 충분하다. 경제성을 중시하던 중진국이 환경·안전을 도모하는 에너지 안보·사회 가치 선도국이 되려면 30년은 꾸준히 가야 한다. 미래세대를 위한 포용국가를 만드는 국민 마라톤이 돼야 하는 이유다.
  • [안도현의 꽃차례] 초간정 가는 길

    [안도현의 꽃차례] 초간정 가는 길

    우리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북 예천 용문면 죽림리에 초간정이라는 정자가 있다. 나는 멀리서 벗들이 올 때마다 금당실이나 초간정으로 산책을 나선다. 초간정은 내가 아는 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고 기품 있는 정자다. 이 정자는 모양새가 아주 단출한데 그 주위에 수백 년 된 소나무와 참나무가 근사한 원림을 형성하고 있다. 용문사 쪽에서 내려오는 계곡물이 초간정을 감고 흐르는 풍경은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처마 아래에는 원래 이름 초간정사(草澗精舍) 나무 편액이 걸려 있다. 그걸 볼 때마다 그 고졸한 멋에 빠져든다.이곳은 한가하게 풍류를 즐기기 위해 지은 정자가 아니다. 초간정은 조선 선조 때의 문인 권문해의 별서(別墅)다. 권문해가 관직을 그만두고 귀향해 풍광이 뛰어난 곳에 따로 지은 별채 공부방이었다. 그는 학봉 김성일, 서애 류성룡 등과 함께 퇴계 이황의 문하에서 공부했고 우리나라 최초의 백과사전 ‘대동운부군옥’의 집필자다. 이 책은 모두 20권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서 임진왜란 이전 우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회사에 대한 총괄 보고서다. 초간정을 돌아보다가 문득 기록들을 모아 분류하고 저잣거리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수집한 권문해의 노고를 생각해 본다. 기록은 기록하는 사람이 있어야만 기록된다. 그의 손끝을 떠올리면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권문해는 당시 우리 학자들이 학문을 대하는 태도가 사대주의적 경향을 띠는 데 대해 매우 비판적이었다. 그는 “선비들이 중국의 일을 이야기할 때는 역대의 흥망을 어제 일처럼 환하게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일은 수천 년 동안의 역사를 마치 태고의 일처럼 아득하게 여기고 있다. 이는 눈앞에 있는 것은 보지 않고 천리 밖에 있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했다. 우리의 자주성에 바탕을 둔 저작 ‘대동운부군옥’은 보물 제878호로 지정돼 있다. 이와 함께 권문해의 자필일기 ‘초간일기’도 보물 제879호다. 이 책은 1580년부터 1591년까지 12년간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을 소상하게 기록한 일기다. ‘초간일기’는 ‘대동운부군옥’ 집필을 준비하기 위한 기초자료를 기록한 노트라고 할 수 있다. 1582년 2월 15일 일기에는 역병이 번지기 시작해 차례를 지내지 못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나온다. 나라 전체에 전염병이 번져 제사를 지내지 못하는 일은 유림으로서 식음을 전폐하는 일과 다름없었으리라. 1587년 10월 27일 일기에서도 당시 유행하던 역병 이야기를 거론한다. 그 무렵 그는 ‘대동운부군옥’의 편찬을 마무리할 때였는데 아들이 역병에 걸려 세상을 뜨는 일이 벌어지고 만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그도 일찍부터 경험했을까. 올겨울에 나는 밖으로 나돌아다니지 않고 방에 틀어박혀 그 국역본을 읽어 볼 생각이다. 초간정에서 예천 권씨 종택이 있는 마을까지 나 있는 농로를 나는 아직 걸어 보지 못했다. 그 길을 지금보다 품위 있게 보수한다면 16세기 권문해가 걷던 길을 우리도 따라 걸을 수 있을 것이다. 초간종택은 경북 북부지방 종가의 형태를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가옥이다. 이곳에 있는 백승각에는 ‘초간일기’와 ‘대동운부군옥’ 판목 수백 점이 보관돼 있다. 봄날, 서고에 쌓여 있던 고서들을 꺼내 바람을 쐬고 햇볕에 말리고 먼지를 떠는 일은 이 집안 대대로 장손이 맡았다. 이 일을 포쇄(曝?)라고 한다. 500년 동안 이어진 이 좋은 습관이 이 집안의 전통이 됐다고 들었다. 그 일을 도맡아 하던 13대 종손 권영기 어르신이 올해 2월에 별세했다. 선비 집안의 종손으로 예를 갖추어 손님을 맞이하고 국가의 보물들을 극진하게 다루던 분이다. 그분이 떠나시던 때는 나라에 역병이 창궐하기 시작하던 때라 신문 지상 어디에 한 줄도 소개되지 않았다. 얼마 전 찾아가 본 초간종택은 여전히 상중(喪中)이었다. 사랑채 툇마루로 올라가는 입구는 짚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벽에는 상복이 걸려 있었다. 장례 때 소임을 맡은 이들의 이름을 종이에 적어 대청 벽에 길게 붙여 놓고 있었다. 몇 백년 전의 시간이 아직 거기 머무르고 있었다.
  • 콘서트장 청중 다닥다닥인데… 中 “우한 6개월째 코로나 0명”

    콘서트장 청중 다닥다닥인데… 中 “우한 6개월째 코로나 0명”

    전 세계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지 1년이 됐다. 화난수산물도매시장에서 ‘원인불명 폐렴’이 처음 보고된 후베이성 우한은 지난 1월 23일부터 4월 7일까지 76일간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극단적 조치로 확산세에 제동을 걸고 일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4000명 가까이 숨지며 ‘세계 첫 집단 발병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주민들의 정서적 고통 역시 치유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우한을 직접 둘러보고 실태를 확인했다. ●70일간 봉쇄… 5~6월 시민 1000만명 전수검사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우한 도심 쇼핑몰 ‘위위예리’에 수천명의 인파가 넘실거렸다. 주민들을 위한 무료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더이상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는 듯 다닥다닥 붙어 앉아 행사를 즐겼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인 한제에도 25일 수만명이 운집했다. 대형 백화점 ‘완다플라자’에도 코로나19 발생 전과 다름없이 많은 고객이 찾아왔다. 왕훙(인플루언서)이 소개한 맛집마다 수십m씩 장사진을 이뤘다. 거리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감염병 걱정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는 우한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보였다.시민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착용했지만 일부는 답답한 듯 얼굴 밑으로 마스크를 내려 코나 입을 드러냈다. 한커우역에서 만난 택시기사 위안위예진(61)은 “코로나19 통제가 잘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눈에 띄어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바이러스가 유행 중인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놀라운 모습이지만 우한 시민들은 대체로 중국 정부의 성과를 신뢰하고 방역 지침을 순조롭게 따르는 듯했다. 앞서 우한시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일까지 시민 1000만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300여명의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낸 뒤로 더이상 확진환자는 나오지 않고 있다. 기자가 만난 우한 시민들은 “손씻기 등 정부의 방역 지침만 잘 따르면 감염병이 다시 퍼져도 큰 문제없이 이겨낼 수 있다”고 낙관했다. 김윤희 코트라 우한무역관장은 “우한에서는 6개월가량 추가 감염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동향만 본다면 지금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당국의 주장은 틀린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의사 리원량(1986∼2020)이 일하던 우한중심병원을 찾아갔다. 그는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공안에 끌려가 반성문 격인 ‘훈계서’에 서명했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이를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안과 의사인 리원량은 화난수산물시장 도매시장에서 온 환자를 돌보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병원 1층 복도에 병원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코너가 있었지만 리원량에 관한 전시물은 붙어 있지 않았다. 그가 사망한 뒤 중국 정부가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인물에게 부여되는 최고 등급 명예인 ‘열사’ 칭호를 부여했지만, 병원 어디에도 그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았다. 우한중심병원 바로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왕시핑(45)은 ‘전 세계가 리원량을 기억하고 있다’는 말에 놀라며 “그는 분명 훌륭한 일을 한 영웅이다. 다만 나는 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코로나 알린 시민기자 장잔에 징역 4년형 선고 익명을 요구한 우한 교민은 “리원량은 의도치 않게 국가 시스템의 치부를 드러냈다. 정부와 병원 측에서 그를 기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이 그를 억지로 지우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를 부각시키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서서히 잊혀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감염병 사태 당시 중국 당국에 ‘호루라기’를 분 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날 상하이 인민법원은 전직 변호사 겸 시민기자인 장잔(37)에게 공공질서를 어지럽힌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올해 2월 우한을 찾은 그는 유튜브를 통해 바이러스 확산의 심각성을 외부에 알리다가 체포됐다. 기자는 리원량의 아내 푸쉐제와 우한 여성활동가 궈징, ‘우한일기’ 저자 팡팡 등에게 수차례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우한이 감염병 발원지’라고 시민들 안 믿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전염병 확산 상황을 외부에 숨기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이례적으로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는 글이 넘쳐 났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우한에서 모두 3869명이 숨졌다. 중국 전체 사망자(4634명)의 83%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코로나 환자가 속출하자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세계에서 방역 성과가 가장 좋은 국가’가 됐다. 이제는 바이러스가 중국 밖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며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올해 3월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이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 군인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도시 봉쇄 당시 우한의 실태를 고발한 작가 팡팡에 대한 평가도 크게 바뀌었다. 사태 초기만 해도 찬반양론이 대립했지만 지금은 대부분 비판 일색이다. 작가가 그렇게 비난하던 중국 정부가 세계 최고의 방역 성과를 거뒀는데 여기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이유다. 실제로 그의 웨이보에는 “미국에서 하루에 코로나19 사망자가 3000명이 넘는다. ‘우한일기’는 쓰면서 ‘뉴욕일기’, ‘런던일기’는 왜 안 쓰냐”는 비아냥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확인된 지 1년이 지났지만 우한 시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진 공포의 기억은 사라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최초 발견지로 알려진 화난시장은 지금도 출입금지 구역으로 남아 있다. 상점들은 가림막과 외벽으로 격리돼 대부분 폐쇄됐다. 안내판과 간판마저 모두 사라져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될 코로나19가 처음 퍼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었다.감염병의 숙주로 알려진 박쥐나 천산갑 등을 팔던 곳들도 모두 사라졌다. 당시 이런 동물을 조리해 먹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도 큰 충격이었다. ‘우리가 왜 저런 음식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자성론이 거셌다. 우한에서 활동하는 한국 교민은 “남자들이 ‘이런 (희한한) 음식도 먹어 봤다’는 사실을 과시하고자 야생동물을 맛본 뒤 이를 자랑하곤 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원시적 식습관에 대한 질타가 상당했다. 최소한 우한에서 그런 음식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전했다.한커우 짱한취의 국제광장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6개월 넘게 우한에서 단 한 사람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다’는 뉴스에 대해 “정부 발표로는 그렇지만…”이라며 쑥스럽게 웃었다. 우한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중국 공산당의 주장을 100% 신뢰하는 것은 아니라는 속내다. 한 교민은 “봉쇄 해제 뒤로 상당수 주민이 폐소공포증을 호소한다. 70일 넘게 집안에 갇혀 지내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는 지나가는 앰뷸런스나 방역복을 입은 의료진만 봐도 ‘감염병이 또 퍼지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공포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중국 언론에 일절 보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콘서트장 청중 다닥다닥인데… 中 “우한 6개월째 코로나 0명”

    콘서트장 청중 다닥다닥인데… 中 “우한 6개월째 코로나 0명”

    전 세계를 ‘전염병과의 전쟁’으로 몰아넣은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견된 지 1년이 됐다. 감염자를 처음 보고한 후베이성 우한은 극단적인 통제로 확산세에 제동을 걸고 빠르게 일상을 회복했다. 하지만 바이러스로 4000명 가까이 숨지며 ‘세계 첫 집단 발병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70일이 넘는 도시 봉쇄로 인한 주민들의 정서적 고통 역시 치유해야 할 과제로 보인다. 서울신문은 우한을 둘러보고 실태를 직접 확인했다. ●70일간 봉쇄… 5~6월 시민 1000만명 전수검사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우한 도심 쇼핑몰 ‘위위예리’에 수천명의 인파가 넘실거렸다. 주민들을 위한 무료 콘서트가 열리고 있었다. 이들은 더이상 코로나19가 걱정되지 않는 듯 다닥다닥 붙어 앉아 행사를 즐겼다. 서울의 명동과 같은 번화가인 한제에도 25일 수만명이 운집했다. 대형 백화점 ‘완다플라자’에도 코로나19 발생 전과 다름없이 많은 고객이 찾아왔다. 왕훙(인플루언서)이 소개한 맛집마다 수십m씩 장사진을 이뤘다. 거리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감염병 걱정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도시는 우한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시민들은 대체로 마스크를 잘 쓰고 있었지만 일부는 답답한 듯 얼굴 밑으로 마스크를 내려 코나 입을 드러냈다. 택시기사 위안위예진(61)은 “코로나19 통제가 잘되고 있기는 하지만 최근 마스크를 쓰지 않는 젊은이들이 하나둘 눈에 띄어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바이러스가 유행 중인 다른 나라에서 볼 때는 놀라운 모습이지만 우한 시민들은 대체로 중국 정부를 믿고 있는 듯했다. 앞서 우한시는 지난 5월 15일부터 6월 1일까지 시민 1000만명을 상대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실시했다. 여기서 300여명의 무증상 감염자를 찾아낸 뒤로 더이상 확진환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세계 어느 대도시에서도 우한과 같은 전수 검사가 이뤄진 적이 없기에 대부분 우한 시민들은 이곳이 다른 어느 곳보다 안전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기자가 만난 우한 시민들은 “손씻기 등 정부의 방역 지침만 잘 따르면 감염병이 다시 퍼져도 큰 문제없이 이겨낼 수 있다”고 자신했다. 김윤희 코트라 우한무역관장은 “우한에서는 6개월가량 감염자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최소한 중국 정부의 공식 발표로만 본다면 지금 이곳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코로나 알린 리원량 열사 칭호에도 흔적 없어 의사 리원량(1986∼2020)이 일하던 우한중심병원을 찾아갔다. 그는 코로나19의 존재를 세상에 처음으로 알렸다가 공안에 끌려가 반성문인 ‘훈계서’에 서명한 인물이다. 감염병 발생 초기에 이를 은폐·축소하려던 중국 당국의 어두운 모습을 드러낸 상징적 인물로 평가받는다. 안과 의사인 리원량은 화난수산물시장 도매시장에서 온 환자를 돌보다가 바이러스에 감염돼 세상을 떠났다.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병원 1층 복도에 병원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 코너가 있었지만 리원량에 관한 전시물은 붙어 있지 않았다. 사후 그에게 국가와 사회를 위해 목숨을 잃은 인물에게 부여되는 최고 등급 명예인 ‘열사’ 칭호가 부여됐음에도 우한중심병원 어디에도 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익명을 요구한 우한 교민은 “중국 정부가 리원량을 열사로 지정했지만 국가 시스템의 치부를 드러낸 인물이기에 기념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당국이 그를 억지로 지우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그를 의도적으로 부각시키지 않음으로써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기를 원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우한중심병원 바로 옆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왕시핑(45)은 ‘전 세계가 리원량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며 “그는 분명 훌륭한 일을 한 영웅이다. 다만 나는 그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했다. 기자는 리원량의 아내 푸쉐제, 도시 봉쇄 당시 우한의 실상을 폭로한 ‘우한일기’의 저자 팡팡 등에게 인터뷰를 요청했지만 어떤 대답도 듣지 못했다. 감염병 사태 당시 정부 대응에 ‘호루라기’를 분 이들이기에 공식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우한이 감염병 발원지’라고 시민들 안 믿어 중국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만 해도 전염병 확산 상황을 숨기다가 사태를 키웠다는 비난을 받았다. 웨이보(중국판 트위터) 등에는 정부를 대놓고 비판하는 글이 넘쳐 났다. 갑작스러운 봉쇄 선포로 우한에서는 많은 환자가 병원 문턱을 가 보지도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우한에서 모두 3869명이 숨졌다. 이는 중국 전체 사망자(4634명)의 83%에 달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바뀌었다. 중국은 아이러니하게도 ‘세계에서 방역 성과가 가장 좋은 국가’라는 점을 내세워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중국은 올해 초부터 꾸준히 바이러스가 중국 밖에서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중국 기원설을 인정하지 않는다. 지난 3월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해 10월 우한에서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에 참가한 미국 군인이 바이러스를 퍼뜨렸다”고 주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작가 팡팡에 대한 내부 평가도 크게 바뀌었다. 과거에는 찬반양론이 대립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비난 일색이다. 작가가 그렇게 비난하던 중국 정부가 세계 최고의 방역 성과를 냈음에도 여기에는 왜 침묵하느냐는 이유다. 실제로 그의 웨이보에는 “미국에서 하루에 코로나19 사망자가 3000명이 넘는다. ‘우한일기’는 쓰면서 ‘뉴욕일기’, ‘런던일기’는 왜 안 쓰냐”는 비아냥이 쏟아진다. 완다플라자에서 만난 30대 시민은 “지금도 수입 냉동식품 포장지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다고 들었다”면서 “(우한이 감염병 발원지라는 주장은) 아직 확인된 사실이 아니다. 외국에서 퍼트린 거짓 소문을 무조건 믿지 말라”고 했다. 코로나19 발생 1년이 지났지만 우한 시민들의 가슴 깊은 곳에 새겨진 트라우마는 지워지지 않았다. 바이러스의 최초 발견지로 알려진 화난수산시장은 지금도 출입금지 구역으로 남아 있다. 상점들은 가림막과 외벽으로 격리돼 대부분 폐쇄됐다. 안내판과 간판마저 모두 사라져 21세기 최악의 전염병으로 기록될 코로나19가 시작된 곳이라는 것을 알기 힘들었다. 박쥐나 천산갑 등 야생동물을 팔던 가게도 모두 사라졌다. 당시 이런 동물을 조리해 먹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은 중국에서도 큰 충격이었다. ‘우리가 왜 저런 음식까지 먹어야 하느냐’는 자성론이 일었다. 우한에서 활동 중인 한승훈 둥하이연구소 연구원은 “이곳 남자들이 ‘이런 (희한한) 음식도 먹어 봤다’는 사실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맛보곤 했다”면서 “코로나19 사태로 이곳 주민들도 충격이 컸다. 최소한 우한에서는 그런 음식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고 말했다. 우한에서 만난 30대 여성은 6개월 넘게 이곳에서 단 한 사람의 확진자도 나오지 않았지만 중국 정부의 발표에 대해 “정부 발표로는 그렇지만…”이라며 말을 아꼈다. 우한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공산당의 주장을 100% 신뢰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한 교민은 “상당수 중국인이 봉쇄 해제 뒤로 폐소공포증을 호소한다. 70일 넘게 집안에 갇혀 지내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일부는 앰뷸런스만 봐도 ‘감염병이 또 퍼지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공포를 드러낸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중국 언론에 일절 보도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글 사진 우한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제약사·정부에 불신 깊은 佛… 1호 접종 생중계 없이 진행

    “백신은 무료로 접종할 수 있고, 의무가 아닙니다. 우리 연구자와 의사를 신뢰합시다.”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가 회복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의 일부다. 이날부터 프랑스를 포함한 유럽 전역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전염병과의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희망이 커져 가지만, 프랑스만은 예외다. 전 세계에서 코로나19 피해가 손꼽힐 정도로 큰 데도 백신의 효능과 정부에 대한 깊은 불신 탓이다. AP통신은 이날 “유럽 전역에서 이번 주 ‘팡파르’를 울리며 대대적으로 접종 계획을 알렸지만, 백신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한 프랑스에선 정부가 보다 저자세로 접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선 수도권 일드프랑스 센생드니주의 병원 산하 장기 요양시설에 사는 모리세트(78)를 시작으로 고령층에게 백신을 접종했지만, 다른 국가와 달리 접종 첫날 모습을 생중계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현장에는 정부 고위 관료도 나오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6만명을 넘었는데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건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함께 백신이 거대 제약사의 돈벌이 수단이라는 편견이 깊어서다. 프랑스에선 2010년 무렵부터 백신을 비롯한 항생제, 우울증 등 의약품 부작용을 거대 제약사가 은폐하고,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실제 지난달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와 세계경제포럼이 백신을 맞을 의향이 있는 사람의 비율을 조사한 결과 프랑스는 절반을 겨우 넘는 54%에 불과했다. AP는 “극좌와 극우 정치인들이 백신 우려에 기름을 부었지만, 최근 국가 보건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온건 성향의 유권자 사이에서도 이 같은 회의론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은 접종 첫날 “우리는 계몽주의의 국가이자 백신의 선구자 파스퇴르의 국가”라고 하면서도 백신 접종이 의무가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해 자연스럽게 불신이 해소되길 바라는 자세를 취했다. 한편 4억 5000만명 국민을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시작한 EU 27개국은 집단면역을 위해 인구의 70%까지 접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접종은 방역 최전선의 의료 종사자와 고령자, 요양원 거주자 등에게 우선 이뤄지며, 일반 시민은 내년 봄이나 여름부터 접종을 받을 전망이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에 따르면 EU 27개국에서는 12월 중순 기준 누적 확진자 1400만명, 사망자 33만 6000명가량을 기록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제니퍼 애니스톤, ‘우리 첫 팬데믹’ 크리스마스 장식…“공감 능력 없어” 비난

    제니퍼 애니스톤, ‘우리 첫 팬데믹’ 크리스마스 장식…“공감 능력 없어” 비난

    할리우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크리스마스트리 장식을 공개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애니스톤은 코로나19를 가볍게 여기는 듯한 크리스마스 장식을 SNS에 올렸다가 누리꾼들의 비난을 샀다고 폭스 뉴스 등 외신은 보도했다. 크리스마스인 지난 25일(현지시간) 애니스톤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우리 첫 팬데믹 2020’(our first pandemic 2020)이라고 적힌 동그란 나무 장식을 찍어 공개했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코로나19는 기념할 일도, 축하할 일도 아니다”라며 “무고한 생명이 전염병으로 희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자신과 상관없는 듯 가볍게 여기는 태도는 공감과 이해도가 떨어지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이것은 매우 이상한 크리스마스 장식”이라며 해당 크리스마스 장식을 택한 애니스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각에서는 애니스톤을 옹호하는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들은 애니스톤이 이전에 코로나19로 고통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지지하고, 사람들에게 마스크를 꼭 착용하라고 권고했던 일을 언급했다. 또 애니스톤은 지난 7월에 코로나19 치료를 받던 친구 케빈의 사진을 올리면서 “내 친구 케빈이다. 이게 코로나19다”라며 경각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를 종식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마스크를 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경민 콘텐츠 에디터 maryann425@seoul.co.kr
  • 美 코로나감염 곧 2000만명… 파우치 “아직 최악 아냐”

    美 코로나감염 곧 2000만명… 파우치 “아직 최악 아냐”

    파우치 “아주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연말연초 지난 뒤 확산세 재연 가능성미국 52일간 매일 10만명 이상 확진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195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이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고 경고했다. 파우치 소장은 27일(현지시간) CNN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에 있어 아직 최악이 오지 않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성탄절과 내년초를 지난 뒤 다시 확산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우리는 정말 아주 중대한 시점에 와 있다”고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22일 “우리의 가장 어두운 시절은 아직 오지 않았다. 지나간 게 아니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우치 소장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접종으로 일반인들이 백신에 대한 불신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 셈이다. 영국에서 처음 발견된 변종 바이러스와 관련해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현재 미국에서 접종 중인 백신의 효능 범위에 들지 못할 거라는 우려에 대해 “영국 동료들에 따르면 그렇진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변종이 있을 때마다 우려가 생긴다”며 “하지만 이건 리보핵산(RNA) 바이러스이고 계속해서 변이되는 것임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부분 변이는 기능적 중요성이 없다”고 했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미국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957만 3847명으로 2000만명도 넘어설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11월 4일부터 이달 26일까지 52일간 매일 10만명 이상씩 확진자가 늘었다. 미국 내 누적 사망자는 34만 1138명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 파우치 “美 코로나19 상황, 연말 지나고 악화될 수도” 경고

    파우치 “美 코로나19 상황, 연말 지나고 악화될 수도” 경고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 대해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연말 연휴가 지난 뒤 더 악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파우치 소장은 CNN과의 인터뷰를 통해 연말 연휴를 맞은 시민들의 이동으로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나라가 “임계점”(critical point)에 도달하고 있다며 최악의 팬데믹(대유행)은 아직 오지 않았을 수 있다고 밝혔다. 파우치 소장은 “앞으로 몇 주 뒤 상황이 더 나빠질 수도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우려에 공감한다”고도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파우치 소장은 미국의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대해 “가장 어두운 날은 우리 뒤가 아닌 앞에 놓여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말 연휴에 미국인들의 국내 이동량은 예년보다는 감소했으나 여전히 상당한 규모로 추정된다. 미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지난주 6일 연속 하루 이동 인구가 100만명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추수감사절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한 바 있다. 매일 20만명 이상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으며, 3000명 이상 목숨을 잃는 날도 있었다. 미 정부는 현재 보건 관계자, 노인 등 감염 취약계층을 우선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진행 중이다. 다만 지금까지 접종받은 미국민 수는 200만명 정도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연말까지 목표했던 2000만명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파우치 소장은 “당연한 수순”이라며 “대규모 접종 프로그램을 진행할 땐 처음엔 느리다가 시간이 갈수록 탄력이 붙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년 4월쯤이면 우선 순위자들이 백신 접종을 다 받고 일반 국민들도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中 ‘최후의 보루’ 베이징 뚫려… 한인 밀집 순이구는 전시상태

    中 ‘최후의 보루’ 베이징 뚫려… 한인 밀집 순이구는 전시상태

    중국에서도 겨울이 되자 코로나19가 재유행하고 있다. 특히 ‘최후의 보루’인 수도 베이징에서 감염병 확진자가 속출하자 한국인이 많이 사는 차오양구 왕징과 순이구 일대에서 전수검사가 시행되는 등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7일 “전날 본토에서 랴오닝성 7명, 베이징 5명 등 모두 12명의 확진환자(해외유입 제외)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공식 집계에 포함하지 않는 무증상 감염자도 4명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은 지난 14일 차오양구 왕징 인근 한 호텔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뒤로 그와 접촉한 만두가게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추가 감염 사례가 나오고 있다. 전날에도 순이 지역에서 확진자(5명)와 무증상 감염자(1명)가 발생했다. 차오양구에는 북경현대차와 포스코 등 한국 기업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 왕징은 베이징 내 대표적인 한인 밀집 지역으로, 지금도 2만명 가까이 거주한다. 순이에는 국제학교가 많아 한국인들의 정착이 크게 늘었다. 베이징시는 산발적 확진 사례가 이어지자 100만명 넘는 주민을 상대로 전수 검사에 돌입했다. 베이징일보에 따르면 순이구는 전날 “전시상태 돌입”을 선언했다. 주택단지를 봉쇄하고 지역 주민 80만명을 상대로 핵산검사를 시작했다. 순이에 사는 20대 감염자가 왕징에서 일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왕징에서도 아파트 단지별로 바이러스 검사에 들어갔다. 순이구와 왕징만 합쳐도 핵산검사 인원이 100만명을 넘는다. 베이징 위건위는 주민들에게 “현재 전염병 상황이 심각하고 복잡하다”면서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개인위생 관리 등을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인 밀집지역에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자 교민 사회의 타격도 우려된다. 베이징 보건당국이 음식점과 소매시장, 슈퍼마켓 등에 대한 규제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때 베이징 한인 상권은 매출이 90% 이상 감소하는 등 큰 피해를 입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중국 보건당국 발표를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계정 등을 통해 실시간 공유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 어느새 1년… 코로나 최전방엔 평범한 그들이 있었다

    어느새 1년… 코로나 최전방엔 평범한 그들이 있었다

    ■노숙인 돌보던 의사 “취약층 의료 공백 걱정” 서울시립동부병원 박신웅 응급실장박신웅(37) 서울시립동부병원 응급실장은 코로나19 의료 최전선에 있으면서도 2주 전 퇴원해야 했던 이들을 걱정했다. 동부병원은 서울 내 노숙인과 외국인 노동자, 저소득층 등 민간병원에 가기 어려운 취약계층이 이용하던 공공병원이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지난 7일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지정되면서 이 병원에 입원하고 있던 이들은 어쩔 수 없이 퇴원해야 했다. 박 실장은 “공공병원이 전염병 대처를 하는 게 맞다”면서도 “우리 병원까지 전담병원이 되면서 취약계층의 의료 공백에 관심을 두는 곳이 없어졌다”며 걱정했다. 동부병원은 코로나19와 전쟁 중이다. 4, 5, 6층 병동 각층에 이동형 음압기 27개 병상을 마련했다. 총 81개 병상에 의료진 3개 팀이 주야간 10시간, 14시간씩 3교대 순환으로 근무한다. 병원에 있는 모든 의사가 진료과목과 상관없이 밤을 새운다. 박 실장은 “대학병원 인턴 때 이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한겨울에도 땀이 뻘뻘 나는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진료를 하면 숨쉬기가 답답하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찬다”고 말했다. 환자 상태가 악화하면 구급차를 함께 타고 인공호흡기를 이용할 수 있는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이동시키는 일도 박 실장의 업무다. 그는 “병상이 부족해져 전원 요청을 해도 하루이틀 기다려야 하는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 실장은 ‘코로나 영웅’으로 동료를 꼽았다. 그는 “올 한 해 최일선에서 코로나와 싸운 모든 의료진에게 수고하셨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주말 없는 역학조사관 “확진자 거짓말, 가장 힘들어”서울시 서초구 최영조 역학조사관코로나19 방역 ‘최전방 공격수’는 역학조사관이다.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치료하며 코로나19와 맞선다면 역학조사관들은 이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감염될 지점을 포착해 확산을 막는다. 서울 서초구의 최영조 역학조사관은 “밀접접촉자를 분류하고 자가격리를 통보할 때, 또 그 접촉자가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받을 때 큰 보람을 느낀다”며 “병이 더 퍼지지 않도록 확산을 저지할 수 있었다는 생각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는 서울 내 다른 지역보다 유동인구 밀집 지역이 많다.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강남역 사거리가 있고, 대형 백화점도 여럿 있다. 최 조사관은 “서초구에선 역학조사관 3명과 그 밖의 지원 인력 100명이 함께 근무한다”며 “확진자 수가 폭증하면서 평일·주말 구분 없이 밤 10~11시가 돼야 퇴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확진자 동선 추적이 어려울 때 가장 힘이 빠진다”며 “확진자가 얘기한 최초 동선과 폐쇄회로(CC)TV 확인 결과가 맞지 않을 때 애를 많이 먹는다”고 밝혔다. 최 조사관은 코로나 영웅으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구청 동료들을 꼽았다. 그는 “구청에서 차출돼 보건소에 온 일반행정 직원들은 평소 업무가 아니어서 힘들 텐데도 자기 일처럼 열심히 한다”며 “모두 힘을 모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선별검사소에 핫팩 전달한 시민 “의료진 헌신 기억”의료진에 핫팩 기부한 정서희씨경기 군포시에 사는 정서희(33)씨는 지난 21일 동네 주차장에 새로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검사소 천막 한쪽 면이 펄럭이며 찬 공기가 안으로 들어갔다. 정씨는 주변을 살폈다. 방호복을 입은 의료진이 몸을 녹일 난방기구 하나 보이지 않았다. 정씨는 검사소를 나오는 직원에게 미리 준비한 핫팩(손난로)과 한 입 크기의 초콜릿이 가득 든 봉지를 건넸다. 검사소 직원은 “어떻게 이런 걸 다 준비하셨느냐”면서 “감사하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씨는 “작은 호의였지만 기쁘게 생각해 주시는 모습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고 했다. 얼마 전 검사소에서 자원봉사를 한 사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글이 정씨의 마음을 움직였다. “의료진이 핫팩으로 손이 아닌 볼펜 잉크를 녹이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또 잦은 손소독제 사용으로 의료진 손이 건조하다고 해서…. 겨울이라 피부가 갈라질 수 있으니까 핫팩을 전달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기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정씨. 그는 “어려운 시국에 발 벗고 나선 의료진 그리고 뒤에서 의료진을 돕는 공무원들에게 정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국민들은 이분들의 헌신을 꼭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씨가 생각하는 코로나 영웅은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었다. 정씨는 “정 청장은 어려운 시기에 꾸준히 브리핑을 하면서 코로나19 대응 상황을 지휘하고 있다”며 “오랜 기간 성실하게 일하는 모습은 국민 모두에게 본보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씨는 코로나19로 어려울 때일수록 취약계층에게 우리 사회가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목욕탕을 계속 운영하도록 하는 이유가 집에 따뜻한 물이 나오지 못하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서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식당도 집에서 제대로 된 식사를 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영업을 허용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지금보다 좀 더 세밀한 복지가 필요합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임관 앞당긴 간호장교 “환자 감사 쪽지에 피로 싹”성남 국군수도병원 이해인 소위“음압병실에서 한 환자가 퇴원하며 작은 쪽지를 건네줬어요. 작은 글씨로 ‘지금까지 감사했어요’라고 적혀 있었는데 그동안의 고생이 싹 잊히는 듯했습니다.”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간호장교 이해인(23) 소위는 지난 3월 코로나19 의료 지원을 위해 국군대구병원에서 근무했을 때 가장 보람을 느꼈던 순간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19가 확산하던 지난 3월 국군대구병원에 약 한 달간 파견돼 의료 지원 임무를 수행했다. 정부는 부족한 병상을 마련하기 위해 국군대구병원을 국가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하고 국군간호사관학교 60기 신임 장교 75명을 파견했다. 이들은 급박한 상황 때문에 졸업 및 임관식도 6일을 앞당겨 치른 뒤 곧바로 대구로 향했다. 이 소위는 “임상 경험이 없어 환자나 의료진에게 오히려 폐를 끼치게 될까 걱정했지만 주변에서 많은 응원을 보내 힘이 됐다”고 회상했다. 국군대구병원에 도착한 이 소위는 첫날부터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무겁고 땀이 차는 방호복은 갑갑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더 고생하는 환자들을 생각하면 방호복이 가벼운 전투복처럼 느껴졌다. 아직 생도 신분인 간호사관학교 62기 후배들도 지난 18일 생활치료센터 지원에 투입됐다. 이 소위는 “한창 공부해야 할 때 어려운 환경으로 파견을 가게 돼 안타깝고 미안하다”며 “배운 대로 임한다면 선배들보다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들을 응원했다. 코로나 영웅을 묻는 말에 이 소위는 “불편을 감수하면서 방역지침을 잘 따르는 모든 국민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주원 기자 starjuwon@seoul.co.kr ■근무 중 감염 공무원 “혈장 공여·후유증 연구 참여”성남시청 선명희 주무관코로나19에 감염돼 치료를 받던 성남시청 주무관 선명희(39)씨는 확진된 지 일주일이 되던 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에 빠졌다. 의료진의 응급처치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선씨는 코로나19가 얼마나 무서운 병인지 깨달았다. 완치 후 다음 중환자들을 위해 선뜻 혈장을 내놓은 이유다. 지난 3월 보건소에서 근무하던 선씨는 역학조사를 나갔다가 다른 동료 직원 4명과 함께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보건소에서는 역학조사관이 본격적인 조사에 나가기에 앞서 ‘선조치’를 취한다. 확진자의 기초 동선을 확보하고, 확진자가 방문한 병원·회사·학교 등에 알려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37일 만에 완치된 선씨는 동료 직원들과 함께 혈장을 공여하기로 결심했다. 혈장 공여 과정은 쉽지 않았다. 혈장 공여를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인 고려대 안산병원은 보건소와 1시간 거리였다. 철분 수치 등 부적격으로 공여가 어려운 사람도 있었다. 그럼에도 선씨와 동료들은 직접 철분제를 사서 먹고, 개인 연가를 쓰면서 혈장 공여를 마쳤다. 코로나19 치료제가 없는 지금은 완치자들의 혈액을 채취한 혈장치료제가 절실하다. 선씨는 확진 중 호흡곤란이 왔던 때를 떠올리며 “이게 다 치료제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내가 받은 의료 혜택만큼 다음 환자들이 빨리 완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코로나19 후유증 연구에도 참여 중이다. 연구도 연가를 사용해 나가고 있다. 선씨는 “코로나19 해결을 위해 이 한몸 바쳐 보겠다”면서 “보건소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이 코로나 영웅”이라며 웃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지하철 청소노동자 “방역복 입고 청소하면 땀이 줄줄”지하철 방역 최전선 황춘자·임윤미씨지하철역에 들어설 때 손이 닿는 에스컬레이터의 손잡이부터 개찰구, 승강장의 전광판, 화장실 수도꼭지, 열차 의자와 손잡이까지. 지하철 청소노동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소독약을 뿌리고 닦는다. 수많은 이용객의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서다. 수서고속열차(SRT)와 3호선이 교차하는 수서역에서 역사 청소를 맡은 황춘자(64)씨와 전동차 기지에서 일하는 임윤미(53)씨는 “코로나19 때문에 업무량이 배로 늘었지만 우리 모두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사명감으로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는 “여름에는 방역복을 입고 열차를 청소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는데, 겨울은 따뜻해져서 낫다”며 웃었다. 두 사람은 지난 9월 신도림역에서 청소노동자 8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땐 겁이 더럭 났다고 했다. 대부분의 청소노동자는 좁은 휴게실에서 싸 온 도시락을 함께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금은 나란히 앉아 식사하고 대화를 하지 않는다. 최근 청소노동자 전원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는데, 방역수칙을 지켰던 황씨와 임씨도 지난 20~21일 음성 판정을 받았다. 하루를 시작하기 전 함께 외치는 구호도 바뀌었다. 황씨는 “우리 역은 원래 ‘너도 안전, 나도 안전, 고객 안전 지키자’가 구호였다”면서 “지금은 ‘개인위생 철저히 해서 아프지 말고 퇴직하자’고 외친다”고 말했다. “감사하다”는 한마디는 언제나 큰 힘이 된다. 황씨는 “‘지하철 화장실이 호텔보다 깨끗하다’는 감사 인사도 듣는다”며 “코로나19 이후 우리 일의 중요성을 더 많은 사람이 알게 돼 보람도 커졌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모든 청소노동자가 코로나 영웅”이라고 답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코로나 1년… 당신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코로나 1년… 당신들이 있어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확진자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발생한 이후 우리 곁엔 영웅들이 있었다. 현실의 영웅은 특별하지 않았다. 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조금 손해 보더라도 기꺼이 그 일을 하고, 바위처럼 제자리에서 하루하루를 버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최악의 전염병 확산 속에서 영웅들의 존재감은 더없이 컸다. 서울신문은 27일 평범한 코로나19 영웅 일곱 명을 인터뷰했다. 이들에게 코로나19 영웅이 누구냐고 물었더니 자신을 꼽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사진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백신을 맞읍시다” 주사기 항로 그린 조종사

    “백신을 맞읍시다” 주사기 항로 그린 조종사

    독일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고 이틀째인 27일(현지시간) 한 조종사가 독일 남부 지도 위에 그린 주사기 모양 항로가 공개됐다. 스무살의 조종사 새미 크래머가 프리드리히샤펜과 울름 사이 200㎞ 거리를 날아 그린 항로는 항로추적 사이트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eradar24)가 포착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크래머는 지난 24일 독일 남부 콘스탄스 호수 근처 비행을 앞두고 GPS 장치를 활용해 경로를 정했다. 그는 로이터TV와의 인터뷰에서 “예방접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다”면서 “비행으로 그들에게 백신에 대해 생각하고, 백신 접종을 독려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항공 산업이 전염병 때문에 꽤 큰 타격을 입었다”고 상기시킨 뒤 “기다렸던 백신 접종이 시작된데 따른 기쁨 또한 비행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독일은 여름까지 코로나19 방역 모범국으로 평가받아 왔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 바이러스 통제에 실패, 이번달 들어 하루 2만명 안팎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지난 16일부터 비필수 상점과 학교가 문을 닫고 연말까지 봉쇄에 들어갔다. 27일 오전 10시(한국시간) 현재 독일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62만 7103명, 사망자는 2만 9422명이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英여왕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교황 “모든 이에게 백신을” 트럼프 이틀째 골프

    英여왕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교황 “모든 이에게 백신을” 트럼프 이틀째 골프

    엘리자베스 2세(94) 영국 여왕은 성탄을 맞아 “가장 어두운 밤에도 새로운 여명에 대한 희망이 있다”고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함께 극복하자는 의지를 다졌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모든 사람들이 백신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예산안 서명을 미뤄 연방정부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 빠질 우려가 높아지는 데 아랑곳 않고 이틀째 골프를 즐겼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25일(현지시간) BBC 방송 등을 통해 전파된 연례 성탄 메시지를 통해 “놀랍게도 어쩔 수 없이 사람들을 떨어져 있게 한 올해가 여러 면에서 우리를 더 가깝게 했다”면서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를 펼치는 사람들에게 매우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크리스마스에 원했던 것은 단지 포옹이나 손을 맞잡는 것뿐이었지만 어떤 이들은 가까운 이들을 잃어 슬퍼하고, 다른 이들은 친구나 가족들과 떨어져 그리워한다”면서 “당신이 그들 중 한 명이라도 혼자가 아니다. 나의 생각과 기도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왕의 대국민 연설 중계는 올해 들어 세 번째로 아주 이례적인데 지난 4월 코로나 1차 확산 당시 여왕은 연설에서 영국이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음달 2차대전 전승기념일(Victory in Europe Day·VE Day) 75주년을 맞아 코로나19 봉쇄조치로 거리에 인적이 드문 것과 관련해 “우리의 거리는 텅비지 않았다. 서로를 위한 사랑과 보살핌으로 가득차 있다”고 말했다. 여왕은 윈저성에서 조용한 성탄절을 보내고 있다. 여왕은 보통 잉글랜드 노퍽주 샌드링엄 영지에서 가족들과 함께 성탄절을 보냈으나 올해 연말연시는 남편 필립(99) 공과 함께 윈저성에 머물며 왕실끼리 서로 방문하지 않는다. 군중과 거리를 두고자 교회 방문도 생략하고 개인적으로 예배를 마쳤다.프란치스코 교황은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에서 발표한 성탄 메시지 및 강복 ‘우르비 에트 오르비’(Urbi et Orbi·‘로마와 온 세계에‘란 뜻의 라틴어)를 통해 “백신은 인류 모두에게 제공될 때 희망의 빛이 될 수 있다”며 시장 논리와 백신 특허 관련 법이 인간 위에 있을 수 없다며 가장 취약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특별한 배려를 촉구했다. 또 폐쇄적인 국가주의가 진정한 가족으로 함께 살아가려는 인류의 뜻을 방해하게 내버려 둬선 안 된다면서 경쟁 대신 협력을 통해 모두를 위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보통 성탄 메시지 낭독과 강복은 성베드로대성당 2층 중앙에 있는 ‘강복의 발코니’에서 이뤄졌는데 이날은 성당 안에서 이뤄졌다. 광장에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날 광장은 잔뜩 찌푸린 날씨 속에 찾는 사람이 많지 않아 휑했다. 지난 23일 별장이 있는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 코스를 방문했다. 코로나19의 심각한 재확산 속에 의회가 어렵사리 마련한 예산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거론되는 와중에 이틀째 골프를 즐겼다. 그가 예산안에 서명하지 않으면 연방정부 자금이 28일 고갈되기 때문에 다음날부터 셧다운이 시작될 것이라고 우려된다. 또 코로나19 대책으로 마련한 현금 지급과 실업급여 추가 지급, 강제퇴거 보호 조치 등이 중단된다.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국방수권법(NDAA)을 재의결하기 위해 하원이 28일, 상원이 29일 회의를 각각 소집해 놨지만, 이후 회의 일정은 잡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선거에서 뽑힌 의원들이 내년 1월 3일 임기를 시작하면 새 의회가 출범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때까지 서명하지 않으면 의회가 합의한 예산안이 자동 폐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불만을 표시하긴 했지만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는 언급하지 않아 막판에 서명할 가능성은 있다. 그가 예산안 서명을 미룬 것은 의회의 법안 타결 과정에 자신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과 함께 공화당이 대선 불복 운동을 적극 돕지 않는다는 불만도 작용했다는 해석을 낳는다. AP 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염병 대유행의 와중에 정부 셧다운을 위협하는 수류탄을 던져놓고 플로리다에서 이틀이나 골프를 치며 보냈다고 꼬집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 기대보다 느리네…미국, 연내 2천만명 접종 불확실(종합)

    기대보다 느리네…미국, 연내 2천만명 접종 불확실(종합)

    전체 배포 물량의 10%만 접종 집계‘초고속작전’팀도 접종속도 지체 인정냉동보관 등 어려움에 인력부족 겹쳐일반인 접종 “내년 4월” vs “초가을”크리스마스 연휴 앞두고 악화 우려↑ 미국에서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섰지만 계획보다 속도가 느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3일(현지시간) 오전 9시 기준 전국적으로 100만 8025회분의 백신을 접종했다고 CNN 방송 등이 보도했다. 투여된 백신량은 지난 14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만 해당하고, 21일부터 접종에 들어간 모더나 백신은 통계에 포함되지 않았다. 모더나 백신이 빠진 것은 지역 보건당국이 접종 현황을 집계해 CDC에 보고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미국 연방정부가 각 주 정부에 배포한 백신 물량은 모두 946만 5725회분으로 집계됐다. 배포 물량에는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이 모두 포함됐다.그러나 외신들은 미국의 백신 접종 속도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체 배포 물량의 10%만 소화한데다 이런 속도로 진행될 경우 연내 2000만명 접종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기대만큼 접종 진척 속도가 느린 것은 첫 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 백신이 초저온 냉동고 보관을 해야 하는 등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접종 현장 인력이 부족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로이터통신은 “연말까지 2000만명을 접종하려면 크리스마스를 포함해 매일 200만명 이상이 백신을 맞아야만 가능하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백신 접종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수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백신 보급을 총괄하는 ‘초고속 작전’팀은 백신 접종 현황 집계에 시간이 걸려 실제 접종분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을 수 있다면서도 예상보다 접종이 지체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초고속 작전’팀을 이끄는 몬세프 슬라위 최고 책임자는 브리핑에서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접종 속도가) 느리다”고 말했다.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백신 접종이 진척을 보이면서 내년 1분기에는 1억명, 2분기에는 2억명 접종을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일반인까지 접종을 확대해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있는 시기에 대해선 미국 당국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온라인 의학뉴스 사이트 ‘웹엠디’ 인터뷰에서 “내년 4월에 일반인 누구나 백신을 맞을 수 있는 시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백신 접종을) 제대로 잘한다면 내년 여름 중반 또는 여름 후반께까지 인구의 70∼85%가 백신을 맞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서 보건복지부 의무총감 겸 공중보건서비스단장을 맡게 될 비베크 머시 박사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내년 한여름이나 초가을이 일반인 접종을 시작하게 되는 현실적인 시간표라고 밝혔다. 클레이 해넌 예방접종관리자협회 전무이사는 CNN 방송에 “사람들은 인내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백신을 맞을 때까지) 바이러스 감염을 경계하고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미국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지금 당장 감염 상황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겨울철 3차 대유행에다 지난달 말 추수감사절 여행과 모임의 여파가 본격적으로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기준 입원 환자는 11만 7077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하루 사망자는 3401명으로 코로나 사태 이후 두 번째로 많았다. 더 큰 파고가 오지 않았다는 우려도 크다. 크리스마스 연휴를 코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안전청(TSA)에 따르면 크리스마스 일주일 전인 18일부터 나흘 동안 400만여명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해 여행길에 올랐다. 파우치 소장은 “꽤 걱정스러운 상황”이라며 “미국인들이 코로나 확산세를 무시하고 연휴 여행에 나선다면 내년 1월은 매우 어려운 시기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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