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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5’, 핸드메이드 축제 즐겨요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5’, 핸드메이드 축제 즐겨요

    간단한 주얼리부터 생활 속 가구에 이르기까지, 핸드메이드의 산업적 가치가 끊임없이 높아지고 있다. 1인 창작자는 물론 다수의 기업도 핸드메이드 산업에 뛰어들고 있어 앞으로도 그 규모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사회적기업 일상예술창작센터와 ㈜한국국제전시는 지속 가능한 삶의 한 방식으로 핸드메이드를 제시하며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2015’를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한다. 서울시와 서울문화재단,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서울산업진흥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후원하는 본 행사는 ‘핸드메이드_세계를 움직이는 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핸드메이드 전시와 ‘핸드메이드가 만드는 사회적경제의 성장과 미래’에 대해 다루는 국제포럼을 진행한다. 더불어 빅이슈코리아와 일상예술창작센터가 함께 선보이는 ‘빅판아저씨들 생활가구 제작하기’, 서울산업진흥원이 선보이는 ‘서울시사회적경제관’, 서울문화재단이 선보이는 ‘신당아케이드 참여작가관’ 등 핸드메이드의 모든 것을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전시관을 관람할 수 있다. 영국과 홍콩의 핸드메이드 사회적기업 대표인 ‘COCKPIT ARTS’와 ‘PMQ’도 이번 행사에 참여해 참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총 20개국 해외업체와 작가가 참여하며 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 간 700여 부스 규모로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다양한 이벤트 행사에도 참여할 수 있다. 전시와 판매는 물론이고 국제포럼과 워크샵, 인디뮤지션 공연까지 고품격 핸드메이드 작품과 공연을 함께 즐길 수 있다. 본 행사를 주최하는 일상예술창작센터는 홍대 앞 예술시장 프리마켓을 처음 만들어 14년 째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디자인, 공예 등 1인 창작자들의 활동기반을 만들고, 그들의 지속가능한 작업과 생활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행사에 대한 보다 더 자세한 사항은 서울국제핸드메이드페어 홈페이지(www.seoulhandmadefair.com)에서 확인 가능하며, 소셜커머스와 인터넷 예매사이트를 이용해 전시회 입장권을 구매하면 30%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80세 노작가의 끝나지 않은 실험정신

    80세 노작가의 끝나지 않은 실험정신

    캔버스 뒷면에서 물감을 밀어내는 고유의 회화 기법으로 유명한 단색화 1세대 작가 하종현(80)의 50년 화업을 보여 주는 전시회가 서울 종로구 삼청로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970년대 이후 발표했던 대형 회화 작품과 올여름 무더위와 싸우며 완성한 신작들로 구성됐다. 굵고 거친 삼실로 짠 마대를 캔버스로 사용하는 그는 마대 뒷면에서 앞면으로 물감을 밀어내는 독특한 방식으로 1974년 ‘접합’ 연작을 시작하면서 캔버스 양면을 활용하는 실험적인 작업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구해 왔다. 단색화 특유의 질감이 돋보이는, 단조롭지만 강렬한 이미지의 회화 작품들은 마대 조직 틈을 통해 뒷면에서 바깥쪽으로 스며 나오면서 앞면에 입체적인 표현을 이루어 낸 것들이다. 미국 미시간대 미술사 교수 조앤 기는 그의 작업 방식과 작품에 대해 ‘작가가 추구하는 신체성이 자아내는 고유한 회화 어법과 표면의 질감, 마대에 따른 색면은 단색화를 회화의 경향이기보다 그 자체를 물질로서 다루며, 완성된 작품의 이미지는 이 움직임이 반영된 회화적 결과로 존재한다’고 평한 바 있다. 40여년간 흙색이나 검은색, 짙은 올리브색 등 무채색 계열과 씨름했던 그는 단색화와의 결별을 선언하고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에서 화려한 색깔을 사용한 ‘접합 이후’ 연작을 선보였다. 그가 이번 개인전에선 연기(그을음)를 씌우는 새 기법이 더해진 단색화 신작을 내놓았다. 전시 개막에 즈음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그는 “팔순의 나이에 실험적인 것이 무엇이 있을까. 한 곳에 머물지 않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행위와 물질이 조우하는 표현 방식은 기존의 작업과 같지만 이번에는 캔버스 위에 흰색 물감을 칠하고 물감이 마르기 전 그 위에 그을음을 덧입히고 다시 그것을 긁어 내거나 붓으로 밀어내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렇게 하면 그을음이 밀려나면서 밑에 있던 물감이 다시 표면으로 올라오기도 하면서 연기는 자연스럽게 색채의 일부가 된다. “우리가 생활 속에서 흔히 접하는 대상을 색으로 활용하며 작품의 어휘로 치환하는 과정을 작업의 중요한 지점으로 삼고 있다”는 그는 “물감 위에 그을음을 씌운 작품에는 인공적으로 형성할 수 없는 또 다른 자연의 색깔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렇게 마대와 물감, 그리고 작가의 행위가 하나가 됐을 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1959년 홍익대를 졸업한 하종현은 1990년부터 1994년까지 홍익대 예술대학 학장을 지냈고,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시립미술관 관장으로 재직했다. 1961년 파리비엔날레, 1967년과 1977년 상파울루비엔날레, 1995년 베니스비엔날레, 2009년 프라하비엔날레 등 해외 주요 전시에 한국 대표 작가로 참가했다. 단색화가 재조명을 받으면서 2014년 뉴욕 소재 블럼앤드포 갤러리에서 전시를 가졌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극히 희귀한 ‘검은 여우’ 선명한 모습 포착 화제

    극히 희귀한 ‘검은 여우’ 선명한 모습 포착 화제

    매우 드물게 목격되는 ‘검은 여우’의 모습을 선명하게 포착한 사진이 공개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사진은 영국 웨스트요크셔 지방에 살고 있는 사진작가인 로버트 풀러가 촬영한 것이다. 풀러는 친구인 로버트 번즈가 자신의 집 인근에서 촬영한 검은 여우의 흐릿한 영상을 본 후 이 여우를 촬영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지 3개월 만에 사진으로 담아냈다. 풀러는 “번즈가 내게 전화를 걸어 집 근처에서 검은 여우를 발견했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그런 여우가 존재하는지도 모르고 있었다”며 “그 이후로 이 검은 여우를 몹시 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시회 준비로 바빴던 풀러는 검은 여우를 촬영하러 나설 시간을 도통 마련하지 못했다. 그런 그를 위해 번즈는 검은 여우를 계속 살피며 그 근황을 풀러에게 알려줬다. 번즈에 따르면 이 검은 여우는 피부병에 걸린 적도 있었고 다른 수컷 여우의 공격 때문에 해당 지역을 떠나갈 뻔했던 적도 있었다. 그러던 끝에 비로소 9월에 접어들어서야 시간을 낸 풀러는 전문 장비를 가지고 번즈의 집을 찾아 마당에 먹이를 뿌린 뒤 검은 여우가 나타나길 기다렸다. 이윽고 밤 11시경 검은 여우는 마당에 잠시 모습을 드러냈고 풀러는 성공적으로 그 순간을 잡아냈다. 검은 여우는 사실 별도의 종이 아니며 보통 여우에게 유전자 이상이 발생했을 경우에 생긴다. 원래 여우들은 어린 시절 검은 색을 띠다가 이후 짙은 붉은빛 털로 털갈이를 하는데, 간혹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성체가 되도록 검은 털빛이 계속 유지되는 개체가 있는 것. 영국 ‘국립 여우 보호협회’의 마틴 해밍턴은 “검은 여우는 정말로 희귀한 개체로, 영국에서 목격된 사례는 5회 정도에 불과하다”며 "이번 사진을 보았을 때는 (매우 놀라) 거의 의자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고 전했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시습 테마전

    겸재 정선 미술관에서 열리는 김시습 테마전

    ‘매월당 김시습, 겸재 정선을 만나다’ 전시회가 30일까지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있는 겸재정선미술관에서 열린다. 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회장 소종섭)가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김시습 선생 탄생 580주년과 기념사업회 창립 4주년을 기념한다. 절의의 상징으로 역사 속에 상징화 된 김시습 선생은 1435년 태어났다. ‘금오신화’(金鰲新話)의 지은이이기도 한 선생은 사상가, 철학가, 종교인, 문학가, 여행가 등 어느 하나로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실로 다양한 면모를 남겼다. 유교에 바탕을 두었으면서도 불교에 정통했다. 조선 초기에 그만큼 수준 높은 불교 관련 저술을 남긴 이도 없다. ‘설잠’이라는 법명으로 승속을 넘나든 선생은 1493년 부여 무량사에서 승려로 생을 마쳤다. 그는 전국을 유람하면서 수많은 시를 썼는데 전하는 것만 2200수가 넘는다. 이번 전시회에는 역사화가로 널리 알려진 서용선 전 서울대 미대 교수의 회화 20여 점과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강선구 작가의 서예 6점, 김내혜 선생으로부터 전각을 사사한 심산 작가의 전각 20여 점 등 50점 남짓한 작품이 전시된다. 장르는 다르지만 모든 작품은 김시습을 그렸거나 김시습이 쓴 시를 작품화한 것이다. 이밖에 기념사업회 회원들이 김시습 선생의 흔적을 찾아 답사하면서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소종섭 매월당김시습기념사업회장은 “조선 초기 국토를 기행하면서 백성의 고통과 함께 우리 산천의 아름다움과 문화유산의 소중함을 인식하고 글로 남겼던 김시습의 정신은 겸재 정선의 진경산수와도 맥이 닿는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dcsuh@seoul.co.kr
  • 실뜨기처럼 얽힌 우리네 인간관계

    실뜨기처럼 얽힌 우리네 인간관계

    “이번엔 당신 차례예요. 얼른 이 실을 가져가 멋진 모양을 만들어 보세요.” 어릿광대 분장을 한 남자가 손가락에 실을 걸고 마주 보고 있는 이에게 큰 눈을 껌벅이며 말을 건다.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실을 뜨는 게임을 영어로 ‘Cat´s Cradle’이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고양이의 요람’이다. 둥글게 엮은 실로 여러 가지 패턴을 만들어 가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맛볼 수 있는 게임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자신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러나 독특한 형태와 색감으로 그려내는 화가 문형태(39)가 인사동 선화랑에서 ‘Cat´s Cradle’이라는 제목으로 서른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얽혀 있는 복잡한 관계에 비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차라리 쉽다는 그는 마치 다이어리를 펼쳐보이듯 그런 관계들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을 담은 회화 및 오브제 작품 7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작업실을 벗어나 미국 뉴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삶의 모습들도 담겨 있다. 종이박스, 봉투, 끈 등으로 만들어진 오브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즐겁지만 아슬아슬한 실뜨기 게임처럼 인간 관계는 복잡한 삶을 교환하는 일이고,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며 “정리되지 못한 관계를 모두 꺼내 버리듯이 작품을 풀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이자 상징적인 기호의 연속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작품은 얼핏 보면 샤갈이나 피카소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고양이든 사람이든 형태는 평면적이고 유아적이지만, 강렬한 색상들이 어우러진 화면은 묘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화가를 꿈꿨던 아버지와 함께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형태는 잘 그릴 자신이 있었지만 색깔을 쓰는 것은 항상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리기 자체를 좋아해서 그림에만 매달렸습니다. 많이 그리니까 실력도 늘더라구요. 그림 그리는 것 말고는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전시회마다 완판을 기록한다는 블루칩 작가, 그에게 비결을 묻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새달 2~4일 ‘이병주 문학제’ 열려… 전상국 문학상·추선진 연구상 수상

    새달 2~4일 ‘이병주 문학제’ 열려… 전상국 문학상·추선진 연구상 수상

    소설가 이병주(1921~1992) 선생의 문학 정신을 기리고 문학 세계를 재조명하는 ‘2015 이병주 하동국제문학제’가 다음달 2~4일 서울 경희대와 경남 하동군 북천면 이병주문학관에서 열린다. ‘문학과 역사의 경계’가 올해 주제다. 첫날 경희대에서 국내외 문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문학 강연과 국제문학심포지엄이 마련된다. 심포지엄에는 김윤식·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와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임헌영 문학평론가, 고이케 마사오(일본), 에바 라티파(인도네시아), 오설리번(미국), 훌리오 마르티네스(스페인), 시몬 킴(프랑스) 등이 참가한다. 3일에는 이병주 문학관에서 23주기 추모식과 문학상 및 연구상 시상식, 전국학생백일장 시상식 등이 이어진다. 이병주 소장 도서 특별전을 비롯한 여러 전시회도 열린다. 올해 이병주 국제문학상 수상자로는 전상국(왼쪽·75) 소설가가 선정됐다. 전 소설가는 어린 시절 경험한 6·25전쟁을 소재로 전쟁의 폭력성과 고통받는 가족사, 분단 현실의 모순, 이산가족 문제 등을 조명해 분단소설의 문학사적 의미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올해 신설된 제1회 이병주 문학연구상은 이병주 문학 연구에 많은 기여를 한 소설비평 분야 연구자인 추선진(오른쪽) 박사가 선정됐다. 하동 강원식 기자 kws@seoul.co.kr
  • 朴대통령, 덴마크·파키스탄 정상과 경협 논의

    朴대통령, 덴마크·파키스탄 정상과 경협 논의

    박근혜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미국 뉴욕 방문에서 유엔 개발정상회의, 유엔 평화활동정상회의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파키스탄, 덴마크 등 2~3개국 정상들과도 양자회담을 갖고 경제협력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23일 밝혔다. 박 대통령은 첫 일정으로 26일 오전 유엔 개발정상회의 본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오후에도 글로벌교육우선구상(GEFI) 고위급 회의에서 기조연설을 한다. 이어 새마을운동 고위급 특별 행사를 갖는다. 정부는 유엔개발계획(UNDP)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공동으로 이번 행사를 열고 새마을운동이 국제적 차원의 개발 프로그램으로 발전되는 계기를 마련하려 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는 UNDP 및 OECD 수장과 새마을운동을 성공적으로 도입한 국가들의 정상들도 참석한다. 저녁에는 미국의 외교 관련 주요 협회 및 연구기관 대표들과 간담회를 하고 우리의 핵심 외교·안보정책 및 한반도·동북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27일 오전에 박 대통령은 이번 개발정상회의의 6개 상호대화 세션 가운데 ‘지속 가능 개발 달성을 위한 효과적이고 책임 있는 포용적 제도 구축’ 세션을 칠레의 여성 대통령인 미첼 바첼레트 대통령과 공동으로 주재한다.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주최하는 ‘기후변화 주요국 정상 오찬’에 참석한다. 주 수석은 “박 대통령은 이번 뉴욕 방문 기간에 반 총장과 공식·비공식으로 여러 차례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28일 유엔 총회에서는 기조연설을 한 뒤 오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반 총장이 공동 주재하는 유엔 평화활동정상회의에 참석한다. 오후에는 주뉴욕 한국문화원을 방문, 국가 브랜드 전시회와 케이컬처 체험관 개관 행사 등에 참석한다. 이지운 기자 jj@seoul.co.kr
  • 노숙인 문화제...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선포하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총무 김영주 목사)는 다음달 10일 오후1시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홈리스 문화제’를 마련한다. 지난해 개최했던 제1회 노숙인 창작음악제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노래하다’에 이어,올해는 ‘거리의 아빠들, 희망을 선포하다’라는 슬로건아래 더욱 확장해 연다고 NCCK는 밝혔다.  특히 지난 해 단순히 ‘음악’ 만을 매개로 진행한 것과는 달리 올해 문화제는 ‘극’과 ‘전시’가 어우러진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전 부산 등 지방에서도 함께 참여해 미니콘서트와 노숙인들의 이야기, 목회자및 봉사자들과의 대화 등으로 꾸민다. 대전에서는 노숙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마당극 형식으로 풀어낸 ‘보석 같은 남자들이 만드는 마당극’(벧엘의 집·원용철 목사)을 준비하며 부산은 부산 NCC 노숙인사회복귀위원회에서 부산 밥퍼를 중심으로 꾸린 합창단이 참여한다.  이에앞서 NCCK 홈리스대책위원회(위원장 함동근 목사)는 지난 18∼19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팀비전센터에서 참여 노숙인들과 스태프들이 함께 모여 팀워크를 다졌다. 이번 문화제의 모든 준비과정은 영화 ‘괴물’의 조감독으로 참여했던 김경모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제작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NCCK는 노숙인에 대한 인식 개선 차원에서 10월 첫째 주간을 ‘홈리스 주간’으로 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NCCK는 이에따라 전국의 회원교회에 공동기도문과 예배문, 설교자료들을 보내 사회적 약자인 홈리스들에 대한 교회의 관심을 고양시킨다는 계획이다.문의 (02)742-8981. 김성호 선임기자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 [옴부즈맨 칼럼] 신문에서 텔레비전 보는 재미/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옴부즈맨 칼럼] 신문에서 텔레비전 보는 재미/최연순 사회평론 편집이사

    1990년대 프랑스에서 유학할 때다. 토요일이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신문 가판대에서 신문과 함께 자주 사던 잡지가 있었다. 말이 좋아 잡지이지 손바닥만 한 노트 크기에 갱지 같은 매우 질 나쁜 종이로 만들어진 정보지로 일주일치 TV 프로그램과 파리의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 시간표, 공연 중인 연극 리스트가 실려 있었다. 지면을 빼곡히 채운 영화 연극 프로그램 사이사이에 아주 짧게 소개글이 실려 있었는데 어떤 때는 그걸 읽으려고 샀던 적도 있다. 이런 추억 속의 잡지가 떠오른 건 신문을 뒤적이다 문득 TV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지면에 눈길이 멈추어서였다. 평소에는 별 관심 없이 이 지면을 무시하고 지나갔었다. 사실을 고백하자면 그 밑에 있는 ‘오늘의 운세’에는 가끔 눈길이 멈추기는 했는데, 그 지면의 대부분이 프로그램 소개인 건 몰랐다. 그날은 ‘다문화 청소년, 그들만의 진짜 속내를 드러내다’라는(아이가 있어서인지 청소년들의 사고나 행동양식, 열린 마음이나 인간관계 등 청소년 관련 기사는 일단 읽는다) 제목이 달린 소개글이 눈에 들어와서 이 지면의 존재를 새삼 깨달았다. 처음에는 ‘어! 아직도 TV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지면이 있었네’ 하며 새삼 신기해하며 기사를 읽었다. 그러면서 모든 매체에 대한 프로그램을 소개하던 유학시절의 잡지도 생각났고, 한국에서는 신문이 그 역할을 모두 도맡아 했었다는 생각도 떠올랐다. 아니, 신문이 비단 영화, 연극, 전시회, TV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TV 프로그램 지면은 인터넷이 없던 시절에는 신문에서 맨 처음 펼쳐 보던 매우 중요한 지면이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추석이나 설날 연휴 바로 전날 발행되는 신문에서는 그 중요성이 엄청났다. TV 프로그램이 소개된 면이나 그 앞뒷면 광고비가 제일 비쌌던 기억도 났다. 신문을 나물 다듬는 데 쓰거나, 전을 부칠 때 기름흡수용으로 썼지만 TV 프로그램 지면은 다른 용도로 쓰거나 버리지 않고 연휴 내내 간직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광고비가 지금도 그런가는 모르겠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 지면들이 명절에도 인기가 시들해지고 일부러 챙기지 않게 되어 버렸다. 아무튼 그날을 계기로 나는 이 지면도 그냥 넘기지 않고 한번쯤 눈길을 주게 되었다. 평소 TV 볼 시간이 없고 될 수 있는 대로 보지 않으려 하지만, 제주 한라산을 촬영한 다큐멘터리나 파독 간호사로 독일 시골마을에 정착해 사는 ‘경상도 아지매’ 사연, 캄보디아의 산모와 영아를 살리기 위해 애쓰는 한국 의료진을 소개하는 기사 등 특색 있고 봐야 할 프로그램을 쏙쏙 뽑아서 소개해 주는 글을 읽는 데 재미를 붙였다. 상영관에서 내린 지나간 영화라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챙겨 봐야 할 수많은 영화 중에 이번 주말에는 봐 주어야 할 ‘주말영화’ 코너도 챙긴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올라와서 “뭔데” 하고 보는 것보다 “왜 소개했지” 한번쯤 생각해 보며 굳이 그 시간을 맞추어 보기도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 지면에 지상파와 웬만한 케이블, 위성방송 편성표가 한눈에 확 들어오도록 편집을 해 놓아 볼만한 프로그램을 찾느라 이리저리 헛되이 리모컨만 고생시키는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번 추석 연휴에는 TV 프로그램 지면을 꼭 챙겨야겠다. 특히 권유하거나 소개해 주는 프로그램을 전을 부치거나 음식을 준비하는 그 길고 고단한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데 이용해 봐야겠다.
  • 소소한 일상을 그릴뿐인데... 문형태 완판의 비결은?

    소소한 일상을 그릴뿐인데... 문형태 완판의 비결은?

     “이번엔 당신 차례예요. 얼른 이 실을 가져가 멋진 모양을 만들어 보세요.”  어릿광대 분장을 한 남자가 손가락에 실을 걸고 마주 보고 있는 이에게 큰 눈을 껌벅이며 말을 건다.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실을 뜨는 게임을 영어로 ‘Cat´s Cradle’이라고 한다. 직역하자면 ‘고양이의 요람’이다. 혼자가 아닌 두 사람 혹은 여러 사람이 돌아가며 여러 가지 패턴을 만들어 가는 단순한 게임이지만 아슬아슬한 긴장감도 맛볼 수 있는 게임에 어울리는 이름이다.  자신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러나 독특한 형태와 색감으로 그려내는 화가 문형태(39)가 인사동 선화랑에서 ‘Cat´s Cradle’(사진)이라는 제목으로 서른 번째 개인전을 갖고 있다. 얽혀 있는 복잡한 관계에 비하면 그림을 그리는 것이 차라리 쉽다는 그는 마치 다이어리를 펼쳐보이듯 그런 관계들에서 파생된 이미지들을 담은 회화 및 오브제 작품 7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한국의 작업실을 벗어나 미국 뉴욕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삶의 모습들도 담겨 있다. 종이박스, 봉투, 끈 등으로 만들어진 오브제 작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즐겁지만 아슬아슬한 실뜨기 게임처럼 인간 관계는 복잡한 삶을 교환하는 일이고, 그래서 힘들고 어려운 것 같다”며 “정리되지 못한 관계를 모두 꺼내 버리듯이 작품을 풀어 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일상을 기록하는 일기이자 상징적인 기호의 연속이라고 표현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회화작품은 얼핏 보면 샤갈이나 피카소의 작품을 연상하게 한다. 고양이든 사람이든 형태는 평면적이고 유아적이지만, 강렬한 색상들이 어우러진 화면은 묘하게 시선을 붙잡는다.  “화가를 꿈꿨던 아버지와 함께 어릴 때부터 그림을 그렸습니다. 형태는 잘 그릴 자신이 있었지만 색깔을 쓰는 것은 항상 어려웠어요. 그래도 그리기 자체를 좋아해서 그림에만 매달렸습니다. 많이 그리니까 실력도 늘더라구요. 그림 그리는 것 말고는 하는 게 거의 없어요.” 전시회마다 완판을 기록한다는 블루칩 작가, 그에게 비결을 묻는 것은 무의미해 보였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꽃그림 화가’ 성숙온 30일부터 인사동 이즈 갤러리서 개인전

    ‘꽃그림 화가’ 성숙온 30일부터 인사동 이즈 갤러리서 개인전

    ‘자연의 생명을 머금은 꽃그림’ 유난히 꽃을 화폭에 많이 담아 ‘꽃그림 화가’로 알려진 성숙온 작가가 오는 30일부터 내달 6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Flowers Open(꽃이 피다)’이란 제목으로 개인작품전을 연다. 이번에 선보이는 꽃그림은 28작품으로 성 작가가 지난 2년 동안 자연과 꽃에서 신비로움을 찾고 그 아름다운 생명력을 캔버스 안에 오롯이 담은 최신작들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장미, 코스모스, 엉겅퀴, 들국화, 제비꽃, 연꽃 외에도 이름모를 소박한 꽃들의 아름다운 형상을 캔버스에 옮겼다. 꽃들은 자연 속에서 빈 공간을 배경으로 다른 풀들과 어우러졌다. 캔버스에 아크릴로 그린 데다 독특한 질감을 내기 위해 테라코타까지 사용했지만, 동양화의 은근한 여백미가 느껴진다. 성 작가는 “꽃을 보면 즐겁고 마음이 한없이 순수해지는 것 같다”라며 “꽃을 통하여 추출된 오묘한 아름다움과 삶의 진리를 고독한 현대인의 삶 속에 전달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성균관대학교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한 성 작가는 2010년 12월 대한민국 미술대전 특선 등 수많은 수상과 홍콩 모던아트페어(2010), 상하이 아트페어(2012), 마이애미 아트페어(2012) 등 국내외에서 다수의 개인전을 연 대표적인 중견급 화가다. 미술평론가이자 ‘미술과 비평’ 주간인 장준석씨는 “성숙온 작가는 각별히 좋아하는 꽃을 화려하거나 여리거나 선명하게 이미지화하는데 남다른 감성을 갖고 있다”라며 “단순하게 꽃을 그리는 차원이 아닌, 꽃의 이미지를 압축하여 표현하는 듯한 그림을 그려 미적 에너지가 캔버스 안에 투영되어 은은한 아름다움으로 드러난다”라고 평가했다. (문의 : 갤러리 이즈 02)736-6669)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이경형 칼럼] 캠프 그리브스의 ‘선무’

    캠프 그리브스의 실내 체육관은 숙연했다. ‘DMZ국제다큐영화제’(9월 17~24일)의 개막식은 DMZ 남방 민간통제선 안에 있는 미군 철수 기지에서 열렸다. 지난 17일 저녁 개봉된 개막작은 ‘나는 선무다’였다. ‘선무’(線無)는 얼굴 모습 없이 실루엣으로만 등장하는 주인공 탈북 화가의 예명으로 ‘경계선이 없다’는 뜻이다. 선무는 김일성·김정일·김정은을 패러디하기도 하고, 남북 아이들이 함께 어울리는 모습을 그리는 등 팝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에서 미술을 전공한 선무는 인민군 복무 중 북한 체제 선전물을 주로 그렸다. 1998년 북한을 탈출한 그는 중국을 거쳐 2002년 한국에 와서 다시 그림을 배웠다. 지난해 베이징에서 전시회를 열었으나, 개관 당일 북측의 항의를 받은 중국 공안에 의해 봉쇄됐다. 이번 개막작은 바로 베이징 전시회를 열기까지 4주간에 걸쳐 그가 부딪쳤던 현실을 미국 영화감독 애덤 쇼버그가 담아낸 것이다. 남북 이념 대결의 엄혹한 현실을 절감한 그는 북한 세습체제의 풍자화를 그릴 때는 지금도 누군가 등 뒤에서 칼을 겨누고 있는 환상에 빠진다고 말한다. 그는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면서도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고 있다. 남한에 살고 있는 2만 8000여명의 새터민들도 북에 두고 온 혈육으로 인해 선무와 비슷한 고통을 겪고 있을 것이다. 한·미 동맹의 최전방 부대였던 미 2사단 9연대 2대대는 임진강 북안 언덕 위의 캠프 그리브스에 주둔했다. 휴전협정 체결 직전인 1953년 7월부터 2004년 8월 이라크의 미군강습사단으로 흡수, 이동되기 전까지 51년간 주둔했다. 북한이 남침할 경우 미군이 자동 개입하는 ‘인계철선’ 역할을 하는 상징적인 부대였다. 1976년 북한의 ‘8·18 판문점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캠프 그리브스는 미군 피살자 후송 및 후속 작전 수행의 전방 기지로 임무를 수행했다. 2년 뒤인 1978년 8월 당시 지미 카터 미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단계적인 철수 방침을 밝혔을 때, 가장 먼저 철수할 부대로 철책선에 인접한 이곳의 대대병력 800여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광복·분단 70년을 맞은 올해 개막작이 던지는 탈북 화가의 고뇌에 찬 메시지는 700여 관객을 뛰어넘어 DMZ를 끼고 사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마구 흔들었다. 다큐멘터리 ‘선무’가 주는 감동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자 주둔했던 미군 철수 기지라는 상영 장소와 맞물려 여운이 길었다. 영내 농구시합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미군 병사들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 듯한 낡은 체육관은 결코 전쟁의 상흔을 반추하는 장소가 아니었다. DMZ와 함께 일상을 살고 있는 대성동, 통일촌, 해마루촌 사람들의 평화와 남북 소통을 간구하는 염원이 장내를 메웠다. 남북 간에 새로운 희망의 신호를 기다리는 ‘DMZ 사람들’에게는 DMZ가 더이상 남과 북을 갈라 놓는 경계선이 아니다. DMZ의 생태는 이미 남북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의 거대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정치군사적 분단은 어느덧 70년을 넘어가고 있지만, 숲의 생태는 이미 통일을 이룬 탓이다. 다음달 하순에는 남북의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예정돼 있다.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도 코앞에 다가왔다. 북에 고향을 둔 실향민들의 마음을 더욱 설레게 한다. 핵·경제 병진 노선을 고집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북한이 이산상봉 이전에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지만, 남북 관계를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뤄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통일로 가려면 먼저 분단의 평화적 관리라는 좁고 울퉁불퉁한 길을 거치지 않으면 안 된다. 캠프 그리브스는 주한미군이 2007년 이후 한국 측에 반환한 40여개의 기지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이 보존된 미군 철수 기지다. 박근혜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의 후방 지원시설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기지의 절반은 이미 국군 보병사단 예하 대대가 사용하고 있지만, 절반만이라도 원형을 잘 보존해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 한국 현대사의 안보문화유산으로 가꿔 가야 한다. 주필
  • 그림인 듯 설치인 듯… 문학인 듯 건축인 듯

    그림인 듯 설치인 듯… 문학인 듯 건축인 듯

    조각가는 나무, 돌 같은 재료를 깎고 파거나 점토, 납 등의 재료로 틀을 만들어 브론즈 작품을 만든다. 이런 정형성을 탈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두 조각가가 있다. 이들의 색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한계 없는 공간, 이승택 개인전 ‘드로잉’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현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승택(83)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드로잉’. 드로잉이라고 하면 통상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그려진 단순하고 예비적인 그림을 가리키지만 이승택의 드로잉은 공간에 노끈으로 선과 매듭을 이뤄 가며 형태를 창출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본인의 표현대로 하면 ‘손재주가 좋아서’ 안중근, 맥아더 장군 등 유명인의 동상 작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그는 1950년 중반 이후 줄곧 전통적이고 관념적인 조각 방법에서 탈피해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왔다. 돗자리 짜는 데 사용하는 고드랫돌에서 노끈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1957년 돌멩이를 묶어서 각목에 매달거나 노끈으로 다양한 종류의 일상적 오브제를 묶는 작업을 선보였다. 벽에 늘어뜨린 노끈과 벽에 비친 그림자에서 평면 공간에 표현된 3차원 드로잉의 영감을 받고는 노끈을 화판 혹은 캔버스에 붙여 가는 입체적인 선 드로잉을 시도하고, 좀더 스케일을 넓혀 2m가 넘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풀어헤친 노끈을 붙여 가며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한 손에 노끈, 다른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공간에 직접 드로잉을 하는 작업 등 그의 작업은 거침이 없이 이어진다. 1969년에는 한계없는 공간개념과 자연현상을 작품에 동참시킨 ‘바람’ 시리즈를 통해 형체없는 조각을 시도했다. ‘설치’나 ‘퍼포먼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술계의 이단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뿐이었다.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이 주류를 이뤘던 한국화단에서 외면받았던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유럽의 평단이었다. 79세였던 2009년 세계 유명 큐레이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뒤늦게 조명받기 시작해 국제적인 작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작가는 “미술이란 새로움을 만들어 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평생 기존 미술과 다른 것을 어떻게 표형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정상보다는 비정상, 미술보다는 비미술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양식의 드로잉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드랫돌 설치를 위한 연필 드로잉부터 노끈 드로잉작품, 확장된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벽 설치 드로잉, 붉은 천을 이용한 바람 시리즈를 위한 드로잉, 자신의 음모를 이용한 드로잉도 소개된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경계 없는 미술, 안규철 ‘안보이는… ‘ 展 조각가 안규철(60)은 미술전문지 기자를 거쳐 1980년대 중반 부조리한 사회와 미술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형조각으로 비교적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개념적인 오브제와 텍스트작업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건축적 규모의 설치작업과 공공미술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미술의 대안적 기능을 일관되게 모색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회에서 그는 8점의 장르 융합적인 신작을 통해 이 시대와 미술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은 마종기 시인의 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인용한 것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시장의 상품이 되고 물신적 사물이 되는 미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른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면서 “고립과 격리는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고, 극복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미술의 경계를 넘어 문학, 건축, 음악, 영상, 퍼포먼스, 출판을 포괄한다. ‘아홉 마리 금붕어’는 아홉 마리의 금붕어가 9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품이다. 금붕어들은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구획된 각자의 공간 속에 고립되어 있다. 무심한 아름다움과 절대적 고독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모빌 작품처럼 공중에 매달아 놓은 ‘식물의 시간’, 영상작업 ‘사물의 뒷모습’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사유를 이끌어 낸다. ‘64개의 방’과 ‘침묵의 방’은 관람객의 신체적, 감각적 영역을 확장해 고립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1000명의 책’은 5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국내외 문학작품을 연이어 필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필경(筆耕) 프로젝트다.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참가자들은 필경사의 방에 마련된 책상에서 각자 한 시간 동안 주어진 책을 필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채워넣어야 할 빈칸들로 가득하다”며 “‘1000명의 책’과 ‘기억의 벽’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개인들이 공동의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향해 가는 상징적인 여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대한민국 통신 130년 특별전시회 개막

    대한민국 통신 130년 특별전시회 개막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동아시아 여성미술 페미니즘을 논하다

    동아시아 여성미술 페미니즘을 논하다

    유교적 영향 아래 가부장적인 전통이라는 유사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아시아 국가의 다양한 여성미술이 한자리에 모였다. ‘동아시아 페미니즘: 판타시아’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에서 한창인 이번 전시에선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인도 등 7개국 작가 14명의 작품 50여점이 소개된다. 이들은 퍼포먼스, 비디오, 멀티미디어, 사진, 페인팅, 조각 등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각자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을 펼쳐 놓는다. 중견작가 강애란은 일본군위안부 피해 할머니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고 이를 주제로 한 신작을 선보였다. 피해 할머니의 증언과 다큐멘터리 영상, 사운드 등을 한곳에 모은 영상설치작품이다. 강애란은 “나이가 들면서 다시 여성성에 관심을 갖게 됐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공감각적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작품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함경아는 북한에서 만들어진 자수작품 ‘모나리자’와 나란히 탈북자들의 모습을 고속카메라로 담은 인터뷰영상을 배치한 ‘입체적 모나리자’를 발표했다. 정금형은 여성에게 금기시돼 온 주체적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한 퍼포먼스와 설치로 구성한 ‘피트니스 가이드’와 애니메이션 영상작업 ‘문방구’를 선보인다. 비정형적 실로 엮은 현장 설치작업으로 잘 알려진 일본 작가 치하루 시오타는 이번에는 검은색 실로 백색의 드레스를 거미줄처럼 감싼 작품 ‘에프터 더 드림’ 을 보여준다. 10명이 동원돼 100시간을 들여 완성된 작품으로, 작가는 여성의 부재와 억압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국 작가인 시우젼은 재활용 의상이나 버려진 천, 비행기 바퀴 등을 활용한 작품을 통해 글로벌리즘과 세계적 획일화 현상, 도시발전과 개인적 상실감, 그에 따른 현대사회의 명암을 비판적으로 짚어본다. 참여작가 중 유일한 남성인 싱가포르 출신 밍웡은 여장을 한 채 아름다움의 의미를 물은 사진과 영상으로 관람객을 만난다. 2011년 홍콩아트페어에서 퍼포먼스로 선보였던 ‘홍콩다이어리’는 작가 자신이 홍콩에서 여장을 한 채 유머러스한 태도로 정형화된 미의 개념에 도전한 작품이다. ‘비지디바’와 ‘이스탄불 다이어리’는 터키의 트랜스젠더 가수의 삶을 기록한 것이다. 제목의 ‘판타시아’는 ‘판타지’(fantasy)와 ‘아시아’(Asia)의 합성어다. 페미니즘을 화두로 삼은 이유에 대해 서울시립미술관은 “1970년대가 여성주권을 높이자는 운동이었다면 현재는 가부장사회의 구조적 모순이 내포하는 젠더 문제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페미니즘 시각에서 동아시아 여성미술의 현재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번 전시 참여작가 중 7명은 연말 중국 광둥미술관에서 열리는 제1회 아시아 비엔날레에 참여할 예정이다. 전시는 11월 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정형성 탈피... 눈길 끄는 두 조각가의 색다른 행보

    정형성 탈피... 눈길 끄는 두 조각가의 색다른 행보

     조각가는 나무, 돌 같은 재료를 깎고 파거나 점토, 납 등의 재료로 틀을 만들어 브론즈 작품을 만든다. 이런 정형성을 탈피하고자 부단히 노력해 온 두 조각가가 있다. 이들의 색다른 행보를 보여 주는 전시가 나란히 열려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갤러리 현대에서는 한국 실험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승택(83)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드로잉’. 드로잉이라고 하면 통상 종이에 붓이나 연필로 그려진 단순하고 예비적인 그림을 가리키지만 이승택의 드로잉은 공간에 노끈으로 선과 매듭을 이뤄 가며 형태를 창출해 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본인의 표현대로 하면 ‘손재주가 좋아서’ 안중근, 맥아더 장군 등 유명인의 동상 작업으로 안정적인 수입원을 확보한 그는 1950년 중반 이후 줄곧 전통적이고 관념적인 조각 방법에서 탈피해 다양한 재료를 시험하며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탐구해 왔다.  돗자리 짜는 데 사용하는 고드랫돌에서 노끈의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한 그는 1957년 돌멩이를 묶어서 각목에 매달거나 노끈으로 다양한 종류의 일상적 오브제를 묶는 작업을 선보였다. 벽에 늘어뜨린 노끈과 벽에 비친 그림자에서 평면 공간에 표현된 3차원 드로잉의 영감을 받고는 노끈을 화판 혹은 캔버스에 붙여 가는 입체적인 선 드로잉을 시도하고, 좀더 스케일을 넓혀 2m가 넘는 큰 사이즈의 캔버스에 풀어헤친 노끈을 붙여 가며 한바탕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한 손에 노끈, 다른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공간에 직접 드로잉을 하는 작업 등 그의 작업은 거침이 없이 이어진다. 1969년에는 한계없는 공간개념과 자연현상을 작품에 동참시킨 ‘바람’ 시리즈를 통해 형체없는 조각을 시도했다.  ‘설치’나 ‘퍼포먼스’라는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였지만 그에게 돌아온 것은 ‘미술계의 이단아’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뿐이었다. 단색조 회화와 민중미술이 주류를 이뤘던 한국화단에서 외면받았던 그의 진가를 먼저 알아본 것은 유럽의 평단이었다. 79세였던 2009년 세계 유명 큐레이터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백남준아트센터 국제예술상 제1회 수상자로 선정되면서 뒤늦게 조명받기 시작해 국제적인 작가로 뒤늦게 명성을 날리고 있다. 작가는 “미술이란 새로움을 만들어 냈을 때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라며 “평생 기존 미술과 다른 것을 어떻게 표형할 수 있을까만 생각했다. 정상보다는 비정상, 미술보다는 비미술을 추구해 왔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다양한 양식의 드로잉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고드랫돌 설치를 위한 연필 드로잉부터 노끈 드로잉작품, 확장된 공간에서의 입체적인 벽 설치 드로잉, 붉은 천을 이용한 바람시리즈를 위한 드로잉, 자신의 음모를 이용한 드로잉도 소개된다. 전시는 10월 18일까지.  조각가 안규철(60)은 미술전문지 기자를 거쳐 1980년대 중반 부조리한 사회와 미술의 관습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형조각으로 비교적 늦게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개념적인 오브제와 텍스트작업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건축적 규모의 설치작업과 공공미술로 작업의 영역을 확장하면서 비판적 사유를 기반으로 미술의 대안적 기능을 일관되게 모색해 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는 ‘현대차 시리즈 2015: 안규철-안보이는 사랑의 나라’ 전시회에서 그는 8점의 장르 융합적인 신작을 통해 이 시대와 미술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전시 제목은 마종기 시인의 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인용한 것으로 ‘지금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 것들의 빈자리를 의도적으로 드러내고 그 의미를 되새기려는 작가의 의도를 담고 있다. 작가는 “시장의 상품이 되고 물신적 사물이 되는 미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다른 미술의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했다”면서 “고립과 격리는 현대인이 마주하고 있고, 극복해야 하는 상황으로 이번 전시의 중심 주제”라고 설명했다. 전시를 구성하는 작품은 미술의 경계를 넘어 문학, 건축, 음악, 영상, 퍼포먼스, 출판을 포괄한다.  ‘아홉 마리 금붕어’는 아홉 마리의 금붕어가 9개의 동심원으로 이뤄진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작품이다. 금붕어들은 자유롭게 헤엄치는 것 같지만 결국은 구획된 각자의 공간 속에 고립되어 있다. 무심한 아름다움과 절대적 고독이 교차하는 역설적인 풍경이다. 식물이 자라는 화분을 모빌 작품처럼 공중에 매달아 놓은 ‘식물의 시간’, 영상작업 ‘사물의 뒷모습’은 평범한 일상의 사물을 통해 사유를 이끌어 낸다. ‘64개의 방’과 ‘침묵의 방’은 관람객의 신체적, 감각적 영역을 확장해 고립감을 극대화시킨 작품이다.  ‘1000명의 책’은 5개월의 전시 기간 동안 1000명의 관객이 국내외 문학작품을 연이어 필사하면서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필경(筆耕) 프로젝트다. 웹사이트를 통해 예약한 참가자들은 필경사의 방에 마련된 책상에서 각자 한 시간 동안 주어진 책을 필사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는 관객이 채워넣어야 할 빈칸들로 가득하다”며 “‘1000명의 책’과 ‘기억의 벽’은 서로를 모르는 익명의 개인들이 공동의 작업에 참여함으로써 보이지 않는 공동체를 이루는 것으로 ‘안보이는 사랑의 나라’를 향해 가는 상징적인 여정”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내년 2월 14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亞 최대 문화 콘텐츠 시장 ‘2015 광주 에이스 페어’

    아시아 최대 문화 콘텐츠 시장이 열린다. 40개 나라 문화 콘텐츠 관계자들이 몰려 서로 다른 문화 사이의 협력과 생산, 투자 촉진의 방법을 찾아 간다. 문화 콘텐츠 마켓 종합 전시회인 ‘2015 광주 에이스 페어’가 17일부터 나흘 동안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방송, 영상,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에듀테인먼트 등 40개국의 문화 콘텐츠 관련 기업 400개사와 해외 바이어 200여명이 참가하는 가운데 문화 콘텐츠 신기술을 공개하고 해외 수출, 투자 협력을 모색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첨단 문화산업과 생활 속 융합 콘텐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비롯해 미국, 영국, 폴란드, 중국 등의 해외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문화 콘텐츠 시장 개척에 나선다. 또한 인도 애니메이션협회, 튀니지 문화기술협회, 폴란드 게임협회 등 각국 협회들의 공동관이 별도로 구성된다. 이 밖에 전국 청소년 방송콘텐츠 경연대회, 웹툰 만화 특별전, 유명 캐릭터 인형 퍼레이드, 캐릭터 종이 모형 제작 체험전, 보드게임 체험전, 전국 스피드스택스대회, 완구 로봇 체험전, 코스튬플레이(코스프레) 페스티벌 등이 동시에 열린다. 박록삼 기자 youngtan@seoul.co.kr
  • [독박(讀博) 육아일기](26) 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독박(讀博) 육아일기](26) 가끔은 그냥 ‘나’이고 싶다

    오늘은 남편의 생일이다. 전날 밤, 놀아달라고 달라붙는 아이를 다그쳐가며 노트북을 부여잡고 마감이 임박한 글을 써대다 결국 접었다. 밤 11시 미역국을 끓이기 위해 미역을 불리고 밥을 새로 짓기 위해 쌀을 씻었다. 그 사이 아이는 거실 바닥에 과자 한 봉지를 쏟아부었다. 부스러기를 열심히 손으로 문질렀다. “하지마!” 소리를 치다가 곧 ‘아, 두 살짜리 애한테 지금 뭐하는 건가’ 한숨을 쉬었다. 남편은 밤 11시 40분이 넘어 들어왔다. 이 달 들어 10시 이전에 들어온 날이 없다. 지난 주말은 이틀 내내 출근했다. 술을 먹는 것도, 놀다 들어온 것도 아니고 단지 일을 하다 늦게 들어온 것인데 점점 화가 난다. 자정이 되자 미리 사둔 케이크에 대충 초를 꽂아 아이의 입을 빌려 노래를 불러주었다. 다시 노트북을 붙잡고 끄적이다가 새벽 2시에 미역국을 끓여놓고 잤다. 새벽 6시, 남편이 다행히 한 그릇을 후루룩 먹고 출근했다. 9일 전에는 나의 생일이었다. 나만의 무언가를 기념하는 날은 1년 중에 딱 생일 하루 뿐이라는 생각에, 괜히 생일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그날 자정에도 남편이 숨겨뒀던 케이크를 꺼내 축하를 해주었다. 아이와 함께 촛불을 끄고 곧바로 각자 돌아섰다. 남편은 아이를 재우고 나는 밀린 설거지를 했다. 아침부터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고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반나절을 보냈다. 남편은 또 일이 늦어져 밤 11시에 들어왔다. 아이와 둘이 마트에서 장을 봐온 뒤 먹고 싶었던 스파게티를 만들었다. 늦게 들어온 남편과 아주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친정엄마는 으레 인사말로 “미역국은 먹었느냐”고 물었지만, 새벽 6시에 집을 나서는 남편에게 미역국을 기대하는 건 가혹했다. 그나마 12시가 끝나기 전에 함께 밥이라도 먹었으니 충분했다. 연애할 때는 생일날 함께하지 못하면 마치 큰 일이라도 나는 듯 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날이라 여겼다. 그런데 결혼을 하자마자 첫 생일은 시댁 가족들과 저녁식사를 했고, 두 번째 해에는 눈치 없이 아무 계획도 잡지 않은 남편과 다툰 뒤 집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세 번째인 지난해에는 추석 당일이었다. 새벽 같이 일어나 성묘를 가고 시댁 가족들과 점심을 먹었다. 그나마 ‘1년 중 364일 다 잘해도 생일 하루 소홀히 하면 큰일난다’는 것을 깨달은 남편이 아주 어렵게 시부모님의 눈치를 봐가며 오후에는 따로 시간을 보냈다. 분위기가 근사한 곳에 유모차를 한쪽 벽에 세우고 밥을 먹었고 그 중 반은 서서 아기를 안고 흔들어가며 먹었다. 지난해 아이가 태어난 뒤부터는 100일부터 지난달 600일까지 빠짐없이 챙겨주고 있다. 작은 조각 케익이라도 사와서 아기와 사진을 찍는 간단한 의식을 해왔다. 돌잔치는 결혼 준비보다 더 고심하며 했고, 형편 없는 컴퓨터 실력으로 몇 날 며칠을 밤새가며 1년 동안 자라온 모습을 담은 10분 짜리 성장 동영상도 직접 만들었다. 우리의 기념일 사진에는 아기가 가운데였고, 아기가 촛불을 껐다. 케이크를 보며 즐거워하는 아기의 모습에 더 행복해했다. 그렇게 맞이한 이번 생일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에게까지 축하를 많이 받았고, 정말 기뻤다. 내가 존재할 수 있음을 축하해주는 것이 새삼 고마웠고 감격스럽기까지 했다. 특히 누군가 “오늘만큼은 너만 생각하고, 이기적으로 행복하라”고 말해주었는데 순간 울컥했다. ‘그래도 될까’하는 생각이 먼저 스쳤다. 여전히 몸은 회사에 머물러 있고, 저녁에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야근까지 했지만 그 날 하루 자유시간을 받은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이기적인 생각을 해도 된다는, 나만 생각해도 된다는 해방감이 들었다. 아이는 나에게 상상할 수도 없는 행복과 기쁨을 주는 존재이고, 함께하면서 즐거운 순간이 훨씬 더 많지만 때로는 나를 점점 더 감싸는 이 ‘엄마’라는 굴레가 낯설기도 하다. 나는 아직도 아이처럼 모르는 것 투성이고 소녀처럼 마음이 쉽게 다칠 때도 많다. 하지만 이제 오롯이 아이만 생각하고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누구보다 강해져야 하는 게 당연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다. 이번 생일도 손꼽아 기다렸으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 나이에 애 엄마가, 그깟 생일이 뭐라고’하는 생각들을 계속 되새겼다. 유난을 떠는 것이 오히려 이상하다는 느낌이 스스로를 덮쳤다. 나의 무언가를 기념한다는 것이 불과 1년 반 만에 어색한 일이 되어버렸다. 엄마라는 사람이 ‘나’를 생각한다는 것이 마치 금기인 것처럼 여겨지고 있다. 엄마는 아이만 생각하고, 이기적이어선 안 되는 사람으로 만들어져 있다. 내 생일은 안중에도 없이 남편과 아이, 가족들의 생일상을 차리는 데 더 열중해야 하고, 남편과 아이의 옷은 좋은 것을 고르면서도 내 옷은 세일하는 매대에서 고르는 게 더 자연스럽다. 아이를 안기 편한 옷, 아이 피부에 닿기 좋은 옷을 골라 입어야 하고 아이가 먹기 좋은 메뉴를 골라 밥을 차려야 한다. 여가 시간에 차로 이동할 때에는 아이가 좋아하는 동요를 틀어주고, 잠이 들면 그제서야 좋아하는 가요 몇 곡을 잽싸게 듣는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발이 아파도 굽 높은 구두를 신고 다니며 소소하게나마 멋 부리기를 좋아했는데, 지금은 신발장 속에 먼지 쌓인 구두를 보기만 할 뿐이다. 어쩌다 중요한 약속이 있을 때 한 두번 꺼내 신었는데 분명히 내 발에 맞던 구두인데도 왠지 내 것이 아닌 것 같다. 엄마니까, 나도 내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희생할 각오가 되어있지만, 엄마이기 전에 그냥 나이고 싶을 때도 있다. 나만의 시간이 간절하고 나만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그립다. 회사를 다니며 일을 하는 게 오히려 감사한 것은, 이 시간 동안에는 누구의 엄마가 아닌 나 자체로 평가받을 수 있어서다. 물론 회사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이의 안부를 가장 먼저 묻고, 일을 하는 동안 개인적인 시간은 별로 없다. 하지만 그냥 여러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는 자체만으로도 좋다. 그나마 아이를 맡기고 나와 일을 하면서 겨우 나만의 시간을 조금 갖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아무런 약속이 없을 때 한 시간 가까이 운동을 하는 것과 지하철 출퇴근길에서 ‘멍 때리기’를 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순간이 주는 즐거움이 의외로 크다. 그동안 나는 항상 무언가를 생각해야만 했다. 학생일 때에는 공부를 안 하고 멍하니 TV를 보면서 죄책감을 갖고 불안했다. 놀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일을 할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취재원들과 아무런 저녁약속도 없이 혼자 일찍 퇴근한 날에는 마치 내가 뒤쳐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내일 누구를 만나고, 무슨 이야기를 나눠야할지 생각해야했다. 아기가 태어난 뒤로는 더 많은 생각을 강요당했다. 아기를 보고 있는 와중에도 잘 크고 있는 걸까, 어디 아픈 건 아닐까, 어떻게 하면 더 웃게 해줄까. 모든 순간이 고민의 연속이었다. 일주일에 두 세 번 정도는 출퇴근길에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1시간씩 좋아하는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며 그냥 멍하게 서있는데 거기서 이상한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육아의 가장 큰 적이 외로움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지하철 속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 온전히 혼자가 되어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는 찰나의 시간이 나를 달래주기도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까지 모두 아이와 함께, 아이에게 초점을 맞추며 생활한 지 2년째. 그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이미 익숙해졌지만 문득 지나가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림 볼 줄은 몰라도 보는 것은 좋아해 전시회 티켓들을 여러 장 고이 모셔놓았는데, 얼마 전에 보니 모두 기한이 지나 있었다. 좋아하는 작가의 전시회라고 몇 달 전부터 광고를 보며 꼭 가기로 다짐했던 것들도 이미 기간이 끝났다. 주말마다 아이와의 일정이 있고, 나와 남편 지인들의 경조사를 챙기다 보니 정작 우리 만의 시간을 갖기도 쉽지가 않다. 이제 엄마가 되었으니, 정해진 대로 모든 것을 아이와 가족에 맞춰 지내고 있지만 이미 지나버린 전시회 표를 볼 때처럼 섭섭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엄마가 되어간다는 것이 점점 나를 뒤로 밀리게 하는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아직은 욕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아마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고 싶다는 욕심은 줄어들 테고, 거기에 나는 더 익숙해져있을 것이다. 몇 년 뒤쯤에는 누군가 나의 생일을 축하하는 자체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아주 가끔씩은 이기적인 시간들이 주어지면 좋겠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들을 마음껏 생각해도 그것이 큰 잘못은 아니라고, 때로는 그렇게 해도 된다고 허락받고 싶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이 기사의 관련기사 (20)엄마가 되어 뒤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21)아줌마가 되게 해줘서 고마워 (22)외식에 집착하는 외로운 아기엄마의 항변 (23)엄마의 책임감도 아이와 함께 자란다 (24)깜깜한 초보엄마를 깨워줄 길잡이가 필요하다 (25)아들 딸 구별 말자던 세상, 정말 달라졌을까 ▶1회부터 19회까지는 여기서 보실 수 있습니다. ☞허백윤 기자의 독박 육아일기 / ☞블로그
  • 수상한 ‘ㄴ’ 춤추는 ‘ㅂ’ 달콤한 ‘ㅈ’… 한글, 재미있네

    수상한 ‘ㄴ’ 춤추는 ‘ㅂ’ 달콤한 ‘ㅈ’… 한글, 재미있네

    다양한 옷을 입은 한글이 춤을 추고 이야기를 한다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린가 할 것이다. 한글이 창제된 지 올해로 572년이 됐지만 그런 일은 아직 없었기 때문이다. 한글날을 앞두고 한글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이색적인 전시가 대림미술관의 프로젝트 스페이스 구슬모아당구장에서 한창이다. ‘말랑말랑한 기역, 수상한 니은, 긴장하는 디귿, 담배 피우는 리을, 수영하는 미음, 춤추는 비읍, 사라지는 시옷, 흘러내리는 이응, 달콤한 지읒, 추위에 떠는 치읓, 가려운 티읕, 출렁이는 피읖, 펑 터지는 히읗….’ 한글로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주인공은 조규형(40).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디자이너 겸 스토리텔러다. 기존의 발상을 뒤집는 따뜻하고 섬세한 감성의 디자인으로 2013년, 2015년 영 스웨디시 디자인 어워드에 연속 노미네이트됐을 정도로 스웨덴에서 주목받는 젊은 디자이너로 입지를 다져 왔다. 그가 한국에서 가진 첫 번째 개인전 ‘조규형: 그림 서체-키보드 장단에 변신하는 한글’에서 그는 다양한 성격과 이야기를 담은 한글 그림 서체 100종을 선보였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주택가에 위치한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한글은 24개의 자모로 수천개의 조합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라틴 알파벳에 비해 더 큰 성장 가능성을 지녔다”면서 “국내에서 하는 첫 전시회라는 의미도 있고, 동시대 디자이너로서 한글의 성장에 도움을 줘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두 달 넘게 밤샘 작업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국대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스톡홀름 콘스트파크(예술대학)에서 이야기를 만들고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스토리텔링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작품이자 대표 프로젝트인 그림 서체(픽토그래프 폰트)는 2012년 영국의 디자인 잡지 월페이퍼의 표지에 소개됐을 정도로 독창성을 인정받았다. 그는 “모든 사물에 영혼이 있다고 보고 그 사물과 협업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이야기가 있는 그림 형태의 글꼴인 그림 서체를 개발하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2011년 대학원 졸업 작품으로 발표한 라틴 알파벳 그림 서체 시스템의 개념을 한글 서체에 녹여 낸 것”이라고 소개했다. “한글 문자를 행위자로 보고 그들이 사용자와 함께 폭넓은 퍼포먼스를 할 수 있도록 의상도 입히고 소품과 무대를 제공하고자 했다”는 그는 “이 프로젝트가 한글 성장에 보탬이 되고 시각디자이너들에게는 한글 프로젝트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작은 영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스토리와 타이포그래피를 결합한 그의 독창적인 그림 서체는 컴퓨터 프로그램과 연결돼 긴 문장도 쉽게 만들어낼 수 있다. 컴퓨터 자판에 글자를 입력하는 동시에 수직, 수평, 자간, 행간의 규칙이 적용되는 기존 타이포그래피의 배열 방식이 아닌 새로운 구조를 스스로 구성하고 패턴을 만들어 낸다. 문자에 색을 입히면 근사한 패턴이 된다. 이를 옷, 커튼, 벽지와 같은 다양한 일상 소품에 적용함으로써 이야기를 담는 도구로서의 서체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는 100개의 스토리를 담은 100권의 한글 서체 표본집 외에 2011년 발표한 로만 알파벳 그림 서체를 이용해 만든 프린트 작업들, 사진 작업, 2012년 이후 작업해 온 가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영상들이 소개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조규형과 신진 작가, 학생들의 포트폴리오 리뷰, 디자인 워크숍, 오픈 스튜디오, 라운드테이블 등도 마련됐다. 전시는 10월 4일까지. (02)3785-0667.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교육수준 높으면 ‘예술 활동’ 확률↑…계층·재산과는 상관없어

    교육수준 높으면 ‘예술 활동’ 확률↑…계층·재산과는 상관없어

    예술에 관련된 취미생활은 재산이 많거나 지위가 안정된 사람들이 더 많이 즐기는 활동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과 다른 연구결과가 최근 발표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사회학과 연구팀은 악기연주, 그림그리기 등 예술에 ‘몸소 참여하는’ 취미에 매진할 가능성은 교육수준이 높은 사람일수록 커지며, 지위나 재산 등의 요소는 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7만8011명의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알아낸 것으로 전한다. 다만 연구팀은 이러한 경향이 연극 관람이나 전시회 방문 등 예술을 ‘소비’하는 취미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연봉 3만 파운드(약 5500만 원)를 받는 사람들을 그보다 적은 연봉을 받는 사람들과 상호 비교해본 결과, 더 많이 버는 사람들일수록 오히려 예술 활동에 참여할 확률이 더 낮게 나타났다. 또한 통념상 보다 ‘대우 받는’ 직업에 속하는 사람과 비교적 대우를 덜 받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상호 비교했을 때는 예술 활동 참여도가 거의 다르지 않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경향은 가정환경이라는 요소를 감안하더라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유사한 가정환경 하에 놓인 사람들 중에서도 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해 회화, 사진촬영, 악기연주 등에 매진할 확률이 4배 더 높으며 춤, 공예에 빠질 확률은 5배 더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를 이끈 옥스퍼드대학 사회학자 아론 리브스는 연구결과에 대해 “정보 처리능력이 뛰어난 사람일수록 예술 활동 등 문화 활동에 투자할 여력이 더 많기 때문일 수 있다”며 “다시 말해 교육적 성취가 더 높은 사람들의 경우 예술의 소비는 물론 참여까지 겸할 만큼 문화적 재량이 보다 풍부하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영국의 교육특성상 대학입시에 수험생들의 학창시절 문화 활동 내역이 반영된다는 점도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연구팀은 덧붙였다. 이들은 “즉 대학 진학자들의 경우 문화 활동에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된 사람들일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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