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방위 “한국군 주도” 촉진/평시작전통제권 환수의미와 배경
◎이양시기 명시…「민주국방」 계획 구체화/유사시 7함대 자동개입 “안전판” 확보
3일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한미군사위원회의(MCM)에서 한·미양국이 오는 94년 12월1일까지 미군이 행사해 오던 한국군 평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겨주기로 합의한 것은 한반도방위에 있어서 한국군 주도권을 앞당기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평시작전통제권 문제는 지난해 워싱턴에서의 제24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94년말까지 한국군에 이양키로 합의했었으나 그동안 구체적인 이양시기 및 이양에 따른 한국군 및 주한미군의 역할변경 등에 대한 세부실천사항이 마련되지 않아 한국군 「자력방위계획」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했던 한·미간 군사현안이었다.
미국측이 이번 회의에서 기존의 합의원칙을 존중,이양시기를 못박았다는 것은 한미간의 우호적인 군사협력관계를 재확인하는 상징성 못지않게 냉전체제에서 만들어진 한미연합방위체제가 탈냉전시대에 맞게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한 급변하는 한반도 주변정세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한국국민의 자주적 정서에도 부응하기 위해서는 한국군의 주도적 역할담당이 필수적 이라는 인식도 작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군의 평시작전권 환수는 지난 1950년 6·25 발발 직후인 7월14일부터 주한미군사령관(한미연합사령관)이 행사해 온 한국군 작전통제권이 비록 평시에 한한 것이지만 44년만에 우리측에 넘어오게 됐다는 점에서 군사적인 면과 함께 정치·외교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는 지적이다.
평시작전통제권이 한국군에 이양될 경우 한국 합참의장이 한국군의 평시부대이동 및 배치권한을 가지며 팀스피리트훈련 등 한미연합훈련을 한국군 주도로 실시하게돼 실제적인 전술통제권을 행사하게 된다.또 전시에 대비한 작전계획수립에도 한국군의 의견이 크게 반영돼 장차 한반도방위는 한국군이 1차적으로 책임지고 미군은 지원군 성격으로 변모,「한국방위의 한국화」를 촉진시키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앞으로의 한반도 방위전략개념도 과거와 달라지고 주한미군의 역할도 단계적으로 변경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전·평시작전통제권을 주둔미군에 위임하고 있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경우 평시는 유럽 각 국이,전시는 NATO사령관이 각각 행사하고 있으며 일본도 전·평시 구분없이 자위대와 주일미군이 병립체제를 유지,작전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다.
미국의 한반도 전쟁조짐 발견시 공군 및 해군전력 위주의 신속전개 억제전력(FDO)투입 재확인조치는 한국군의 평시작전통제권 환수로 인한 전력의 공백을 염두에 둔 사전예방조치로 받아들여진다.특히 미해군사령관에 속했던 미태평양사령부 예하 제7함대의 전시작전통제권을 한미연합사령관에 귀속시키기로 한 것은 이같은 점을 의식,한반도 전쟁발발시 미군의 즉각적이고도 능률적인 군사지원약속을 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이와함께 제24차 SCM에서 미국측이 제의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의 경비책임을 93년 6월까지 한국군에 완전 인수한다는 방침을 변경,미군이 계속 맡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자동개입을 겨냥한 조치라 할 수 있다.
아무튼 한국군에 평시작전통제권이 이양됨으로써 한국군은 앞으로 독자적인 전략개발은 물론 통합적인 전쟁기획,미래 지향적인 전력배치비율조정,군인력및 장비의 전문화·현대화라는 무거운 짐을 떠맡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