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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7개국 101명의 현대미술 작가들, 예술의 본질에 귀 기울이다

    37개국 101명의 현대미술 작가들, 예술의 본질에 귀 기울이다

     아시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 축제 ‘2016광주비엔날레’가 1일 개막식에 이어 66일간의 대장정을 시작했다. 마리아 린드가 예술총감독을 맡은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를 주제로 37개국 101명의 작가 참여해 회화, 설치,영상 등 252점을 선보인다.  개막식에 앞서 1일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 열린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린드 감독은 “전세계적으로 예술의 도구화, 상업 예술시장의 팽창 등 예술제반조건의 과도한 팽창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는 시점에서 예술을 중앙 무대에 올려놓고자 하는 기획 의도를 담고 있다”며 “추상적이고 상상력이 가득한 공간에서 오늘날 동시대 예술이 어떻게 기능하는지에 대한 답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주제 ‘제 8기후대’는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에 대해 무언가를 행할 수 있는 예술의 능력과 역할에 대한 탐구와 기대를 강조하는 개념이다. 예술의 역할 중 ‘사회와의 매개성’ 철학에 입각해 기획된 만큼 지역주민과의 소통, 사회적 실천 가능성을 부각시킨 것이 이번 비엔날레의 특징이다. 키고 있다. 전시장소를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이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의재미술관, 무등현대미술관, 우제길미술관, 5·18민주화운동기록관, 서구문화센터 앞 전광판 등 8곳의 외부 전시장으로 확대한 것도 이런 배경이다. 외부 전시공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상상력으로 충만한 ‘제 8기후대’를 완성한다는 것이 기획의도다. 전시 외에 프로그램도 오프닝 퍼포먼스와 포럼, 시민 참여 프로그램, 광주비엔날레 특별전과 기념전, 포트폴리오 리뷰 프로그램 등 다양하다.  올해 전시에는 권역별로 유럽 18개국에서 44 작가, 아시아 11개국에서 32 작가를 비롯해 북미, 남미, 오세아니아, 아프리카에서 국제 미술계의 스타작가부터 신진작가까지 참여해 현대미술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지난 해 부터 작가들이 광주를 방문하면서 현지 주민들과 지역 밀착형 현장 프로젝트를 진행했으며 그 결과물들을 전시에 반영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 전시관 1전시관에서는 41명의 작가들의 다양한 장르 작품들이 파티션없이 전시돼 만화경적인 풍경과 ‘카오스’적인 풍경을 만들었다. 입구에 들어서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주요거점이자 토론의 장이었던 광주시 계림동 녹두서점을 재현한 도라 가르시아의 신작 ‘녹두서점-산자와 죽은자, 우리 모두를 위한’을 만날 수 있다. 가벽 설치를 최소화하면서 비디오, 프로젝션 등 영상작품만을 배치해 공간에 대한 몰입도를 높인 2전시실에서는 필립 파레노의 드로잉을 LED조명과 사운드로 발전시킨 작품 ‘삶에 존재하는 힘을 넘어설 수 있는 율동적 본능을 가지고’가 설치됐다. 3전시실은 독립적인 영역을 만들면서도 열린 공간에 작품들을 설치했다. 장난감 레고블럭으로 독일 군용탱크기판을 실사이즈로 확대한 나타샤 사드르 하기기안의 작품, 광주에 머물며 지역학생들과 함께 작업한 미하엘 보이틀러의 작품 ‘대인 소시지가게’를 만날 수 있다. 4전시실은 테헤란에서 활동하는 모니르 샤루디 팔만팔마이언의 섬세한 거울공예 작품이 걸렸다. 5전시실은 성과 페미니즘 논의에 기반한 여성 퀴어문화를 주요 주제로 다뤄온 폴린 부드리와 레나테 로렌스의 영상 및 LED 조명작품이 중앙에 설치됐다.  외부 전시공간 중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는 사스키아 누어 판 임호프는 무등산 자락에 위치한 우제길 미술관에서 작품 ‘# +26.00’을 선보이며 뉘른베르크와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베른 크라우스는 광주시민과 등산객, 여행자 등이 참여할 수 있는 ‘이름없는 정원’을 무등현대미술관에서 제작했다. 무등산 국립공원내 의재미술관에서는 스톡홀름에서 활동하고 있는 구닐라 클링버그가 한국의 풍수지리와 오행, 산 등을 연결해 작품화한 ‘고요함이 쌓이면 움직임이 생긴다’을 전시하고 있다.  광주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하반기 취업박람회 챙기세요

    하반기 취업박람회 챙기세요

    선선해진 날씨와 함께 본격적인 하반기 공채 시즌에 접어들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올 하반기에 기업에서 주최하는 취업 및 채용설명회 정보를 모았다. 채용설명회를 듣고도 여전히 자기소개서와 면접에 대한 고민이 남는 구직자들이라면 참고할만 하다. 우선 금융권 입사 희망자를 위한 ‘금융개혁 창업·일자리 박람회’다. IBK기업은행, KDB산업은행, NH농협은행 등에서 금융개혁 창업·일자리 박람회를 개최한다. 다음달 21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B1홀에서 진행된다. 이번 박람회는 대기업과 우수 중소중견기업의 채용과 구직자의 일자리 및 성공적인 창업지원을 위해 개최된다. 박람회 현장에서는 기업 인사담당자가 현장면접 후 채용을 결정하며 전문 취업컨설턴트가 구직자를 대상으로 1:1 매칭 컨설팅도 제공한다. 또한 이력서 사진 무료촬영, 보이스 컨설팅 등 다양한 부대행사도 함께 진행된다. 고용노동부에서 개최하는 ‘2016 대한민국 취업박람회’ 도 있다. 같은 달 2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국회 잔디마당에서 진행된다. 이번 박람회는 채용 수요가 있는 우수 기업 150여곳과 취업을 희망하는 모든 구직자가 참여할 수 있으며 현장채용관, 취업/채용지원관, 컨설팅관, 홍보관, 취업특강, 부대행사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있다. 무료로 이력서 증명사진을 찍는 것은 물론 이력서와 자기소개서 컨설팅, 면접메이크업 컨설팅, 면접복장 컨설팅 등을 받을 수 있다. 건설분야에 관심있는 구직자들을 위한 ‘국토교통 7대 신산업 전시회 및 건설인재 채용설명회’도 있다. 한국건설협회에서 마련했다. 9월 29일에서 30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무역전시관(SETEC) 제3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사전등록은 9월 28일까지이며 현장등록도 가능하나 사전등록자를 우대한다. 국내 대표 건설사가 참여하여 채용설명회를 진행하며,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취업특강 및 취업컨설팅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건설사에 취업하고자 하는 개성 있고 유능한 예비건설인들을 위해 마련된 행사로서 설명회 행사장 내에서는 입사서류, 면접컨설팅 및 이미지컨설팅을 무료로 지원한다. 한국에서 일하고 싶은 외국인이라면? ‘2016 외국인 유학생 채용박람회’ 를 눈여겨볼만하다.KOTRA에서 마련했다. 10월 6일에서 7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3층 C4홀에서 진행된다. 사전면접을 신청할 경우 9월 18일 오후 6시까지 KOTRA 홈페이지를 통해 이력서를 작성하고 채용공고를 확인하면 면접일정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현장면접신청자도 희망하는 기업과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번 박람회는 우수 외국인 전문인력을 채용하고자 하는 국내 기업 100개사와 국내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외국인 구직자를 위해 마련되었다. 외국인 투자기업에 관심이 있는 구직자들을 위한 ‘2016 외국인 투자기업 채용박람회’ 도 있다. 역시 KOTRA에서 개최한다. 10월 17일에서 18일까지,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COEX) 신관 3층 C2홀에서 진행된다. 박람회는 채용정보와 인사담당자와의 면담을 제공하는 채용관, 외투기업 채용정보를 소개하는 채용설명회, 구직자 취업 노하우를 공유하는 취업특강, 입사서류와 면접컨설팅을 하는 컨설팅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번 박람회는 우수 인재를 채용하고자 하는 외국인 투자기업 100개사와 외국인 투자기업에 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를 위해 마련되었다. 한편, 인크루트는 오는 31일 숭실대학교에서 채용설명회를 진행한다. KB국민은행/CJ/네이버/한국전력공사 인사담당자들과의 토크콘서트가 마련된 이번 행사는 한경직기념관에서 오후 2시부터 진행된다. 미처 신청 못한 취준생을 위해 유료자료인 필수자소서 100제를 무료로 신청자 전원에게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중이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소재·에너지 벤처 육성 창업생태계 기반 다진다

    소재·에너지 벤처 육성 창업생태계 기반 다진다

    순천대 산학협력단과 MOU 체결 창업 초청강연 주민에게 개방도 1년 만에 AR 기업 등 6곳 입주 ‘대통령상 수상’ 라온닉스 모델로 포스코 광양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벤처와 강소기업 지원을 통해 전남 광양을 창조경제 허브로 육성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문을 연 광양센터는 소재·부품, 에너지·환경 분야를 중심으로 아이디어 창업 지원 허브를 구축하고, 강소기업을 육성하며 지역 일자리를 창출하고,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프로그램과 연계한 우수 벤처창업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센터는 지난해 1월 포스코가 설립한 포항 창조경제혁신센터와 마찬가지로 민간자율형 센터이다. 인구 15만여명인 소도시를 기반으로 한 광양센터의 입주기업은 1년여 만에 6곳으로 늘었다. 증강현실(AR) 기업인 리코드, 장비개발 기업인 유찬과 에너텍글로벌, 자원 재활용 기업인 파인앤크린, 의료장비 개발 기업인 MHL, 의료정보시스템인 소프트웨어 융합연구소 등이다. 모두 창업한 지 3년이 안됐지만 기술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입지를 다져 나가는 기업들이다. 입주기업들은 광양센터가 구성한 기술지원단으로부터 기술적 문제에 관한 조언을 듣거나 연구·개발(R&D) 과제 발굴 관련 도움을 받는다. 연면적 792㎡인 광양센터엔 사무공간, 모형제품 전시실, 컨설팅룸, 세미나실 등이 마련되어 있다. 광양센터는 지역 연구단과 창업생태계 기반구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순천대 산학협력단과 창업생태계 기반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게 대표적인 활동이다. 광양센터와 순천대 산학협력단은 우수창업자를 발굴, 사업화를 지원하고 인력양성을 위한 교류를 지속하기로 했다. 지난 3월 광양센터는 광양만권 경제자유구역청과 업무협약을 맺기도 했다. 두 기관의 지원으로 성장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협력업체가 광양만권에 투자를 확대할 수 있도록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내용의 협약으로 지역 창업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의 일환이다. 지역민 대상 초청강연회와 같은 행사도 자주 열린다. 광양센터 관계자는 “여름에 자동차부품연구원의 김문식 차량무인화기술연구팀장을 초청해 ‘자율주행자동차’를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면서 “주요국가와 기업들의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개발 동향, 관련 법과 제도, 정책 현안 등을 설명해 참석자들의 호응이 컸다”고 말했다. 지난 2월에는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이 지역 기업인과 주민을 대상으로 벤처 창업 관련 강의를 했다. 광양 지역 전반의 창업·혁신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기에 강의를 주민에게 개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광양센터보다 8개월 먼저 개소한 포항센터에서는 이미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기 시작했다. 지난해 8월 열린 ‘창조경제혁신센터 페스티벌’에서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수상한 라온닉스가 그렇다. 라온닉스는 ‘투명 전도성 순간 발열체’를 이용해 순간 온수기를 만들었다. 온수탱크가 없이 코팅된 발열체에 전기를 공급하면 몇 초 만에 즉각적인 발열이 일어나는 장치로 기존 온수기보다 열효율이 높고 내구성이 뛰어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라온닉스의 순간 온수기는 소액 투자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모의 크라우드펀딩’에서도 가장 높은 관심을 받았다. 라온닉스 박근주 대표는 “투명 토스트기, 인덕션 전기레인지 등 생활가전이나 난방기기, 스팀을 이용한 여러 산업분야에 관련 기술을 폭넓게 적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대통령상 수상을 계기로 라온닉스는 포스코와 8억 7000만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광양센터와 포항센터 입주기업들은 ‘제2의 라온닉스’를 꿈꾸고 있다. 김영근 광양센터장은 “지역경제 활성화 및 기업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발굴, 추진 중에 있다”면서 “특히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작가 300명의 작품, 한 번에 본다

    작가 300명의 작품, 한 번에 본다

    국내 유일의 국립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은 1969년 경복궁에서 개관해 1973년 덕수궁 석조전으로 이전했다. 1986년 지금의 과천관으로 옮겨 관람객을 맞기 시작했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현재 누적 전시 횟수 316회, 누적 관람객 수는 약 1901만명을 기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과천 30주년을 기념해 야심 차게 특별기획전을 마련했다. 전시 제목은 ‘달은, 차고, 이지러진다’. 그동안의 주요 성과인 소장품을 중심으로 작품을 하나의 생명주기를 가진 생명체로 보고 마치 달을 탐사하듯 예술의 기원과 해석, 생애와 운명의 비밀을 좇아가는 경로를 보여 주겠다는 게 기획 의도다. 그러나 주제가 지나치게 현학적인데다 전시가 논문 구성처럼 복잡하게 나열돼 있고 출품작과 작가가 방대한 탓에 공간은 산만하다. 의욕적으로 펼쳐 보였으나 관람객들이 제대로 기획 의도를 이해하고 작품 감상을 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특별전답게 이번 전시에는 과천관 전관이 전시공간으로 활용된다. 일부가 아닌 8개 전시실과 중앙홀, 회랑 등 미술관의 모든 공간이 한 전시를 위해 사용되기는 처음이다. 한국 현대미술의 지형을 구성하는 주요 작가 300명의 작품과 자료, 신작 등 전시 작품 수만도 총 560여점에 이른다.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은 7840점으로 과천으로 신축 이전한 후 수집한 작품은 전체 소장품의 74%에 해당하는 5834점이다. 강승완 학예실장은 “작품을 중심축에 두고 작가, 미술계, 제도, 관람객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예술의 전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이 탄생한 시대적 배경, 제작, 유통, 소장, 활용, 보존, 소멸, 재탄생의 생명주기와 작품의 운명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자 기획된 이번 전시는 크게 ‘해석’, ‘순환’, ‘발견’의 3가지 주제로 나뉜다. ‘해석’은 다시 1부 ‘확장’과 2부 ‘관계’로 구성된다. 서로 다른 분야의 작가, 기획자, 연구자가 협업을 통해 소장품을 둘러싼 다층적인 소통을 시도한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미디어 아트의 선구자 백남준의 ‘다다익선’ 주위에 밧줄이 얼기설기 둘러쳐진 것은 이승택 작가의 신작 ‘떫은 밧줄’이다. 작품들은 1층부터 3층까지 분산 전시돼 있다. 2부 ‘관계’는 미술관의 소장품 16쌍을 일대일로 비교전시해 놓은 공간이다. 막달레나 아바카노비치의 ‘안드로진과 수레바퀴’와 임응식의 ‘노점수레’, 베른트&힐라 베허의 ‘벽과 배관’ 사진 시리즈와 노순택의 ‘얄읏한 공’, 데이비드 호크니의 사진 콜라주 작품 ‘레일이 있는 그랜드 캐년 남쪽 끝’과 황인기의 ‘몽유-몽유’ 등이 나란히 전시돼 있다. 두 번째 대주제 ‘순환’은 1부 ‘이면’과 2부 ‘이후’로 구성된다. 이면에서는 소장작품의 탄생과 그 이후의 궤적을 다루면서 작품들의 이면을 조망한다. 박서보의 ‘원형질 1-62’, 정상화의 ‘무제’를 벽에 걸어 두지 않고 전시 공간 한가운데 세워 놓아 관람객들이 캔버스 뒷면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후’에서는 전체를 4개의 영역으로 나눠 미술작품이 완성된 이후 새롭게 탄생되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미술의 개념을 다룬다. 비누로 조각을 만들어 놓고 실제 화장실에 비치해 사용하도록 하는 신미경의 ‘화장실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3층을 구성하는 주제는 ‘발견’이다. 미술관 소장품 가운데 여러 가지 사유로 그동안 전시되지 못한 작품을 재조명한다. 주로 설치, 영상, 사진 등의 작품들로 과거의 작품을 기반으로 새로운 작품을 제작한 이기봉,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 김미현과 사진작가 고낙범은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비교해 작품세계가 어떤 형태로 변화했는지를 보여준다. 이 밖에도 2층에서는 ‘아카이브 프로젝트: 기억의 공존’전을 통해 국립현대미술관의 과천 이전 배경과 건축 과정, 개관 특별전, 조각공원의 조성, ‘다다익선’의 설치와 역대 전시 등 30년간의 주요 사건과 활동을 보여 준다. 3층 통로에서는 과천관 내·외부 공간을 무대 삼아 국내외 건축가 30팀이 만들어 낸 새로운 미술관 이미지를 통해 과천관의 현대적 가치를 제고하는 공간 변형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전시는 내년 2월 12일까지 계속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시로… 음악으로… 윤동주 기억하는 종로

    시로… 음악으로… 윤동주 기억하는 종로

    수상작 윤동주문학관 공연… 청소년 시화공모전도 개최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가면 시인 윤동주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기 위해 오르내렸던 언덕길에 아주 특별한 윤동주문학관이 있다. 2012년 7월 버려진 물탱크와 가압장을 원형 그대로 활용해 문학 공간으로 재탄생한 이곳은 건축가인 김영종 종로구청장의 아이디어가 살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한줄기 가느다란 빛만이 들어오는 물탱크 전시실에서는 시인에 대한 영상을 감상하면서 일본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했던 윤동주의 마지막을 느낄 수 있다. ‘마음에 자극을 주는 영혼의 가압장’이 바로 윤동주문학관이다. 김 구청장은 4일 “윤동주 시인의 삶과 문학 그리고 민족정신을 기리고자 창작음악제와 시화공모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종로구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가사로 하는 자유 창작곡 경연대회인 ‘제2회 전국 윤동주 창작음악제’를 연다. 시인의 시를 널리 알리기 위해 시작된 창작음악제에 참가하려면 31일까지 창작곡의 음원 또는 연주 동영상과 악보를 이메일(yoondongju@jfac.or.kr)로 보내면 된다. 본선은 10월 1일 윤동주문학관 시인의 언덕에서 열린다. 상금은 대상 500만원, 금상 200만원, 은상 100만원, 동상 50만원으로 윤동주문학관에서 공연할 기회도 얻게 된다. 전국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제3회 전국 청소년 윤동주 시화공모전’도 개최한다. 시인의 시를 주제로 한 시화를 오는 30일까지 종로문화재단(02-6203-1162)에 우편 또는 방문해 제출하면 된다. 대상은 서울시장상으로 수상자 15명에게 340만원의 상금을 나누어 지급한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모방에서 예술로… 조선시대 도자 제기의 모든 것

    모방에서 예술로… 조선시대 도자 제기의 모든 것

    도자로 만든 조선시대 제기(祭器)를 총체적으로 조명하는 테마전 ‘흙으로 빚은 조선의 제기’가 2일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1층 테마전시실에서 개막했다. 국립중앙박물관 측은 “도자 제기를 주제로 조선시대 제작된 도자 제기 118점을 한데 모은 전시는 처음”이라며 “이번 전시를 통해 유교문화 확산과 함께 도자 제기 사용층이 왕실에서 향교, 사대부까지 넓어지면서 도자 제기가 어떤 식으로 변모해 가는지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제기는 제례에 사용되는 그릇이다. 예부터 금속, 나무, 도자 등 다양한 재료로 제작됐다. 조선시대 들어 금속 부족으로 도자 제기가 많이 만들어지면서 도자 제기는 조선의 예(禮)의 상징이자 예술품으로 자리잡게 됐다. 전시는 3부로 이뤄졌으며, 조선의 도자 제기를 연대순으로 전기(15∼16세기 중반), 중기(16세기 후반∼17세기), 후기(18∼19세기)로 나눠 보여준다. 처음에는 금속 제기나 목제 제기를 본떠 만들어졌던 도자 제기가 점차 독특한 양식으로 발전해 가는 양상을 조명한다. 1부는 도자 제기가 금속 제기를 대체하는 과정을 소개한다. 제기 제작 교본인 제기도설(祭器圖說)에 나오는 금속 제기를 모방해 만든 상감분청사기 제기와 백자 제기 등이 전시됐다. 특히 15세기 전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황금눈(黃目) 구름무늬 준(尊·술이나 물을 담는 그릇) 모양 제기’와 ‘연꽃무늬 조(俎·고기를 얹는 그릇)’는 일반에 최초로 공개됐다. 2부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향촌 사회에서 제사가 성행하면서 제작된 백자 제기에 초점을 맞춘다. 당시 백자 제기는 장식이 과감하게 생략되고 문양이 점차 단순해졌으며, 삼각형이나 반타원형 무늬를 파낸 굽과 세로 톱니무늬 장식이 특징이다. 3부에선 비례가 아름답고 정결한 백색을 띠는 백자 제기들을 만날 수 있다. 이 시기 제기들은 굽이 높은 점이 특색으로, 청화(靑花) 기법으로 ‘제’(祭)자를 새겨 넣기도 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조선의 도자 제기는 모방에서 출발해 점차 독창적인 면모를 띠다가 새로운 형태의 예술품이 됐다”며 “도자 제기는 연구가 부족한 상황인데, 이번 전시를 계기로 심도 있는 연구가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10월 23일까지 이어진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무더위, 마술쇼로 날리자

    “뜨거운 여름, 화려한 마술쇼로 날리세요.” 부산시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영화의 전당에서 제11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연다고 1일 밝혔다. 먼저 4일 영화의 전당에서는 2018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마술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리셉션을 개최한다. 이어 영화의 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이트갈라쇼가 펼쳐지면서 마술쇼의 막이 오른다. 올해 매직페스티벌은 세계 유명 마술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부산국제마술대회’와 올해 신설된 ‘국제실버마술대회’, ‘어린이 마술올림픽’, ‘월드 키즈매직쇼’로 구성된다. 마술공연으로는 스토리텔링 매직 ‘조선마술사’, 매직컬 아트쇼 ‘박물관이 살아 있다’, 성인들을 위한 ‘비주얼 매직쇼’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세계마술도구 체험존’, ‘고대마법 유물전’, ‘한국 원로마술사 특별전’ 등이 영화의 전당 1층 로비와 6층 전시실에서 무료로 열린다. 문의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조직위원회(051-626-7002).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세계 마술사들 부산에 온다…4일 국제매직페스티벌 개막

    “뜨거운 여름, 화려한 마술쇼로 날리세요.” 부산시는 오는 4일부터 7일까지 영화의 전당에서 제11회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을 연다고 1일 밝혔다. 먼저 4일 영화의 전당에서는 2018년 부산에서 열릴 예정인 세계마술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는 리셉션을 개최한다. 이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개막식을 시작으로 나이트갈라쇼가 펼쳐지면서 마술쇼의 막이 오른다. 올해 매직페스티벌은 세계 유명 마술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부산국제마술대회’와 올해 신설된 ‘국제실버마술대회’, ‘어린이 마술올림픽’, ‘월드 키즈매직쇼’로 구성된다. 마술공연으로는 스토리텔링 매직 ‘조선마술사’, 매직컬 아트쇼 ‘박물관이 살아있다’, 성인들을 위한 ‘비주얼 매직쇼’ 등이 관람객의 눈길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부대행사로는 ‘세계마술도구 체험존’, ‘고대마법 유물전’, ‘한국 원로마술사 특별전’ 등이 영화의전당 1층 로비와 6층 전시실에서 무료로 열린다. 문의는 부산국제매직페스티벌조직위원회(051-626-7002).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 모난 마음, 다듬고 싶다면

    모난 마음, 다듬고 싶다면

    국립현대미술관 현대차 시리즈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작가에게 대규모 신작을 실현할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됐다. 현대자동차에서 매년 9억원을 지원하는 국내 최대의 작가지원 프로그램이다. 세 번째를 맞은 올해의 주인공은 세계를 무대로 맹활약 중인 현대미술 작가 김수자(59)다. 1990년대 초 ‘보따리’라는 개념을 물질과 비물질을 감싸는 방법론으로 풀이해 주목을 끌기 시작한 그는 독자적인 작품세계로 광주, 이스탄불, 베니스, 리옹 등 각종 비엔날레에 잇따라 초대받고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대표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밴쿠버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프랑스 메츠퐁피두센터에서 개인전을 갖는 등 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김수자는 자아와 타자, 물질과 비물질, 이동성과 부동성 등의 상반된 개념에 집중하는 한편 이민과 망명, 폭력과 정치, 환경 같은 사회적 이슈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 왔다. 회화, 드로잉, 조각뿐 아니라 소리, 빛, 이불보 등을 이용한 장소특정적 설치와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등의 개념적이고 구조적인 창작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을 개척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국내 미술관에서 20년 만에 갖는 대규모 개인전으로 사운드, 영상, 설치, 퍼포먼스, 조각 등 9점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인다. 초기 작업부터 지속된 신체와 기하학에 대한 작가의 관심을 보다 공간감 있게 보여 주는 신작들이다. 전시의 제목이기도 한 ‘마음의 기하학’은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 자체에 대한 작가의 사유가 깔려 있는 작품으로 관람객이 직접 작품에 개입하는 참여형 워크숍으로 진행된다. 작가는 캔버스의 기능을 겸하는 19m 길이의 타원형 나무 탁자 위에 관람객이 찰흙 덩어리를 동그랗게 만들어 놓도록 요청한다. 작가는 “두 손을 마주 비벼 가며 찰흙으로 공을 만드는 행위를 하면서 마음의 모서리가 둥글게 다듬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양손을 미는 힘과 중력이 찰흙에 가해지면서 물질과 비물질의 차원이 교차되는 경험을 관람객들과 나누고자 한다”고 작품의 의미를 설명했다. 관람객들이 찰흙을 빚는 동안 테이블 아래 설치된 16개의 스피커에선 32가지의 소리가 흘러나온다. 이 소리 또한 ‘구의 궤적’이라는 이름이 붙은 하나의 예술 작품이다. 테이블 위에는 폐쇄회로 TV가 설치돼 테이블 위에 새롭게 놓이는 찰흙 덩어리들이 만드는 형상을 실시간으로 보여 준다. 작가는 “흙을 만지는 손의 움직임은 결국 보따리나 이불보를 싸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관객이 사운드를 들으며 만든 찰흙 덩어리를 테이블 위에 얹을 때 비로소 작품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마음의 기하학’이 설치된 공간 바로 옆 전시실 벽에는 ‘몸의 기하학’이 내걸렸다. 2006년부터 작가가 사용했던 요가 매트로 작가의 손과 발이 닿은 흔적들로 이뤄진 작품이다. 영상작품 ‘실의 궤적’은 작가가 2010년 이후 전 세계를 무대로 진행 중인 영상작품 시리즈로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 나바호족과 호피족이 거주지에서 촬영한 챕터5를 처음 공개한다. 이 밖에 1980년대 초 작가가 신체, 평면, 공간의 역학 구조에 대한 실험으로 진행한 퍼포먼스를 실크스크린으로 제작한 ‘몸의 연구’, 호흡의 음파 그래픽을 자수로 수놓아 표현한 ‘숨’, 작가의 두 팔을 캐스팅해 테이블에 올려놓은 ‘연역적 오브제’도 선보인다. 전시마당 한가운데에는 ‘우주의 알’로 알려진 인도 브라만다의 검은 돌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연역적 오브제’가 있다. 브라만다의 형태를 보따리로 형상화한 것으로 오방색 띠를 두른 타원형의 오브제가 거울 위에 놓여 있다. 거울평면은 대각선의 중심에서 타원형 오브제를 지지하는 플랫폼이자 물질과 비물질의 경계로 기능한다. 전시마당을 둘러싼 유리창에는 특수필름을 이용한 장소특정적 설치작품 ‘호흡’ 2016년 버전이 설치됐다. 2006년 스페인 마드리드의 레이나소피아미술관에서 ‘거울여인’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발표한 후 2013년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에서 선보인 바 있는 작품으로 공간의 허공성을 건축물의 표면으로 확장하고 보따리의 개념을 빛의 언어로 비물질화한 것이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포토] ‘먹고 싶으면 어쩌지?’… 美 아이스크림 박물관 개관

    [포토] ‘먹고 싶으면 어쩌지?’… 美 아이스크림 박물관 개관

    2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아이스크림 박물관 개관 전날 언론공개회에서 전시된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작품.이 박물관은 6개의 전시실에 아이스크림을 주제로한 다양한 미술작품을 선보이며 29일 오픈해 8월 31일까지 운영된다.AP 연합뉴스
  • 우리 살던 고향 어떻게 변했나… 세종시를 돌아보다

    우리 살던 고향 어떻게 변했나… 세종시를 돌아보다

    2012년 출범한 세종특별자치시의 개발 전후 모습, 과거와 현재의 민속을 비교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세종 민속문화의 해’를 맞아 국립민속박물관과 세종특별자치시, 대통령기록관이 공동으로 27일부터 10월 17일까지 국립민속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우리 살던 고향은-세종시 2005 그리고 2015’다. 이번 전시는 국립민속박물관이 2005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한 민속조사 성과를 토대로 꾸며졌다. 박물관은 2005년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에 있는 33개 마을에 상주하면서 조사를 진행했고, 지난해엔 고향을 떠나 여러 곳에 흩어져 사는 반곡리 마을 주민을 추적 조사해 생활환경 변화와 공동체 문화의 흔적을 기록·수집했다. 전시는 3부로 구성됐다. 국립민속박물관이 민속조사를 통해 수집하거나 기증받은 자료를 비롯해 마을 주민들이 소중히 보관하고 있는 고향 물건 등 세종시의 전통과 현재를 보여주는 유물 300여점이 전시된다. 제1부 ‘고향(故鄕)-대대로 살아오다’에선 고대부터 2005년까지의 세종시 전통 문화를 소개한다. 조선 후기 마을 수구(水口) 정비와 식목 활동에 대해 기록한 책인 ‘반곡식목서’(盤谷植木序), 마을 평안을 지켜준 석상인 ‘갈운리 할머니 미륵’, 여러 대를 이어온 가신신앙 유물인 ‘터주단지’ 등을 볼 수 있다. 제2부 ‘이향(離鄕)-흩어지다’에선 2005년 이후 세종시 주민들이 보상을 받고 마을을 떠나 타지로 이주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해 1977년 추진된 행정수도 이전에 대한 최초 계획인 ‘백지계획’과 백지계획 모형, 세종시에서 사라진 마을회관 간판과 가옥 명패, 묘지 이장 과정에서 출토된 ‘부안 임씨 명기(明器·무덤에 함께 묻는 그릇)’와 ‘진양 하씨 묘지(墓誌)’ 등이 공개된다. 제3부 ‘회향(回鄕)-다시 모이다’에선 세종시에 돌아온 원주민들이 도시인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조명한다. 고향 집에서 떼어 온 상량문(上樑文), 몇 대를 이어온 쌀바가지, 흔적 없이 사라진 고향 집 마루를 배경으로 찍은 가족사진 등을 통해 고향을 추억하는 원주민들의 모습을 접할 수 있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속담이 실감 날 만큼 세종시의 모습은 많이 달라졌다”며 “관람객들에게 고향의 의미를 묻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11월 8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세종시에 있는 대통령기록관에서도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最古 시조집 ‘청구영언’ 원본 찾았다

    最古 시조집 ‘청구영언’ 원본 찾았다

    소장 개인 미공개로 연구 못하다 한글박물관 구입·전시 뒷북 확인 조선후기 가객 김천택이 1728년 편찬한 우리나라 최고(最古) 시조집인 ‘청구영언’ 원본이 국립한글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글박물관 추진 태스크포스(TF)가 2013년 9월 개인에게서 청구영언을 구입해 2014년 10월 박물관 개관 이후 상설전시실에서 중요 자료로 전시해 왔다”며 “구매 전 외부 심사위원 6명의 세 차례 평가회의에서 원본임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보통 보물급 책들은 최소 7000만원에서 최대 2억원 사이에 거래되는데, 박물관도 이 사이 금액대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구영언은 윤선도, 정철 등 개인 문집에 수록돼 있거나 구비 전승되던 시조 580수를 모아 주제별·인물별로 펴낸 책으로, 해동가요, 가곡원류와 함께 우리나라 3대 시조집으로 꼽힌다. 조선 건국 전 정몽주와 이방원이 읊었다는 ‘단심가’와 ‘하여가’가 한글로 처음 기록돼 있는 서적이기도 하다. 김천택이 청구영언을 편찬한 이후 19세기 말까지 170여종의 시조집이 간행됐는데 모두 다 ‘청구영언’을 저본으로 삼았으며, 내용이 전혀 다른데도 같은 제목을 단 책도 있다. 청구영언은 1948년 조선진서간행회(朝鮮珍書刊行會)가 활자본으로 출간한 바 있으며, 학계에선 동명의 다른 책과 구분하기 위해 조선진서간행회의 ‘진’(珍) 자를 따서 ‘청구영언 진본(珍本)’이라고 불렀다. 박준호 한글박물관 자료관리팀 학예연구사는 “박물관 전시 전까지 청구영언이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다. 청구영언 존재는 일제강점기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그동안 소장자가 공개를 하지 않았다. 연구자들도 원본을 보지 못해 제대로 된 연구를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물관 측은 전시 2년이 다 되도록 청구영언의 입수 경위 및 가치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것과 관련해선 “올 연말에 영인본 발간, 학술대회 등을 계획하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 핫 플레이스] 궁산 소악루에 올라 선비의 지조·절개 정선 예술혼 만나다

    [서울 핫 플레이스] 궁산 소악루에 올라 선비의 지조·절개 정선 예술혼 만나다

    서울 강서구가 새로운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마곡지구에 LG·롯데·이랜드 등 50여개 중소·대기업을 유치하며 첨단 연구·개발(R&D) 산업단지를 마련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해 12월 의료관광 특구로 지정된 것을 계기로 관광종합안내센터 건립 등 의료관광 기반 마련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강서구에는 ‘미래’뿐 아니라 ‘과거’ 역사 유산도 많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향교인 양천향교부터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인 겸재 정선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소악루, 겸재 정선 미술관까지 한꺼번에 둘러볼 수 있으니 말이다. ●서울 유일의 600년 전통 양천향교 강서구 가양동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에 내려 궁산 근린공원 방향으로 10분 정도 걸으니 단청(목조건물에 여러 가지 빛깔로 무늬를 그린 것)을 입힌 여러 채의 건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서울에서 단 하나뿐인 향교, 양천향교다. 태종 12년인 1411년에 창건돼 지방 향리들의 자제를 교육하고, 유교의 창시자인 공자를 비롯한 성현들의 제사를 모시는 문묘행사를 담당했다. 수세기 동안 황폐화됐던 양천향교는 1981년 전면 복원됐고, 1990년에는 전통적 가치를 인정받아 서울시 문화재기념물 제8호로 지정됐다. 향교 입구에는 붉은색을 칠한 홍살문이 자리하고 있다. 기둥 사이에는 화살 모양의 뾰족한 나무를 나란히 박아 연결했다. 붉은색은 악귀를 물리치고 화살은 나쁜 액운을 화살로 공격한다는 의미다. 홍살문을 지나니 송덕비들이 눈길을 끈다. 노현송 강서구청장은 “송덕비는 관아나 향교 근처에 현령들의 공덕을 칭송하기 위해 세운 비석들”이라고 설명했다. 외삼문과 내삼문을 지나 대성전·명륜당·전사청·동재·서재까지 둘러보니 조선시대 양천현아(현 강서구 가양동)의 현령이라도 된 듯싶다. 양천향교의 명륜당과 대성전은 구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 중이다. 명륜당에서는 지역주민과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한문과 서예, 사군자 등을 가르친다. 한문교실을 거쳐간 학생 수만 2000여명에 달한다. 봄가을에는 대성전에서 공자의 위패를 모시고 덕을 기리는 행사로 석전제를 개최해 전통문화 계승에 전력을 쏟고 있다. 석전제는 1986년 중요무형문화제 제85호로 지정됐다. ●겸재 정선의 기분을 느껴보자, 소악루 양천향교를 나와 뒷산인 궁산으로 향했다. 조금은 가파른 언덕배기라 숨이 차오른다. 10분 정도 올라가니 고풍스러운 정자 소악루가 자리하고 있다. 소악루에 올라 내려다보는 한강의 풍광이 시원하다. 바람과 함께 그간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듯하다. 소악루는 조선시대 진경산수화의 대가 겸재 정선이 양천 현령으로 부임해 그림을 그렸던 장소로 소악후월, 안현석봉 등의 작품이 유명하다. 아쉽게도 겸재 정선의 손길이 닿아 있는 조선 시대 원 건물은 오래전 화재로 소실된 상태다. 1994년 복원된 현재의 소악루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만 복원된 위치는 한강의 조망을 고려하다보니 강서구 가양동 일명 세숫대바위 근처에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조선시대 소악루와 조금 달라졌다. 그럼에도 소악루에 올라 오늘의 강서구 일대와 200년 전을 비교해 보며 겸재 정선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는 건 놓칠 수 없는 재미 포인트다. ●삼국시대 석성(石城) 양천고성지 내친걸음으로 궁산 정산까지 올라가 봤다. 풀밭으로 변해버린 양천고성지가 보인다. 2만 9370여㎡ 넓이의 옛 성터로 1992년 국가사적 제372호로 지정됐다. 동국여지승람, 대동여지도 등 문헌기록에도 등장하는 곳이다. 양천고성은 행주산성, 오두산성과 더불어 삼국시대부터 한강 어귀를 지키는 주요한 군사 요충지라 중요한 역사적 가치가 있다. 아직 성의 정확한 축조 시기와 형태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다만 2013년부터 강서구가 한얼문화유산연구원과 함께 3차 시굴 조사(시험적으로 파보는 것)까지 진행해 성곽의 주요 구조물인 치성부(성벽 바깥으로 돌출한 부분), 통일신라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태선문(굵은 금무늬) 기와 조각들을 발굴했다. 새해 첫날에는 많은 주민이 해맞이를 보기 위해 모여들어 소원을 빌기도 한다. ●탐방길의 끝, 겸재정선미술관 탐방을 마치고 돌아가려다 보니 궁산 중턱에 하나의 건물이 눈에 띄었다. 바로 겸재정선미술관이다. 이곳에선 소악후월, 안현석봉, 소악루와 같은 작품을 볼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모형도로 재현해 낸 양천현의 모습도 만나 볼 수 있다. 겸재 정선의 생애를 연대별로 정리한 전시물을 보고 싶다면 겸재전시실을 방문하면 된다. 지적 호기심이 채워지지 않는 방문객들은 미술관에서 진행하는 현장탐방 프로그램을 신청해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겸재가 걸었던 발자취를 따라가 보는 것도 좋다. 노 구청장은 “겸재 정선 선생 화풍을 체험할 수 있는 겸재정선미술관과 우리의 전통 예절과 멋을 느낄 수 있는 양천향교 등 궁산 일대의 각종 문화유산은 우리 구의 대표적 문화 상품”이라면서 “많은 분들이 이곳을 방문해 역사의 숨결을 느껴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 옹기종기 김기수 경기 보던 밤… 50년 전 한국의 풍경

    옹기종기 김기수 경기 보던 밤… 50년 전 한국의 풍경

    1966년 6월 25일 밤, 수많은 사람이 라디오와 TV 앞에 모였다. 한국 복싱 사상 최초로 김기수 선수가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경기의 중계방송을 듣거나 보기 위해서다. 손에 땀을 쥐는 경기가 이어졌다. 15라운드가 모두 끝났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심판 판정에 귀를 기울였다.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졌다. 1대1 상황에서 세 번째 심판의 점수가 불렸다. “벤베누티 68, 김기수 74.” “우와~.” 전국이 함성으로 들끓었다. 김기수 선수가 한국 최초로 세계 챔피언에 오른, 1966년 한여름 밤의 모습이다. 1960년대 한복판의 한국 사회상을 통해 50년 전 우리나라 사람들이 경험했던 도전과 환희, 일하고자 했던 열정, 그 속에서의 시련과 희망을 되새겨보는 전시가 마련됐다. 19일부터 다음달 28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일하는 해 1966’ 특별전이다. 전시는 1960년대 정치, 사회, 경제, 교육 등 7가지 주제로 이뤄졌다. 김기수 선수가 WBA 주니어미들급 세계 챔피언인 이탈리아 니노 벤베누티 선수를 누르고 세계 챔피언이 됐을 때 사용한 글러브를 비롯해 국내 최초 흑백 텔레비전인 ‘금성 텔레비전 VD191’, 1966년 8월 31일 출판된 ‘수학의 정석’, 베트남 추가 파경 때 한·미 양국 정부가 주고받은 ‘브라운 각서’, 1967년 야당인 신민당이 발행한 6·8 부정선거 백서, 만화 ‘호피와 차돌바위’ 포스터 등 관련 자료 500여점과 음원·영상자료 100여점으로 꾸며진다. ‘냉전 속의 열전’에선 미국과 소련의 냉전 대치 아래 진행된 베트남 전쟁, 북한의 무력도발 증가 등 우리나라를 둘러싼 세계사를 확인할 수 있다. ‘고도성장의 궤도진입’에선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마지막 해였던 1966년의 경제적 성과와 ‘일하는 해’라는 구호와 함께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월남에 간 김상사’에선 베트남전에 참가했던 군인들과 기술자들의 이야기를, ‘선택 1967’에선 1967년 대통령 선거,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각 당의 활동과 선거 과정 및 결과를, ‘변화하는 사회’에선 인구 증가, 도시 집중현상, 가족계획 등 당시 사회상이 소개돼 있다. ‘국민교육’에선 콩나물 교실과 3부제 수업에서도 열심히 공부했던 학생들, 정부가 교육을 통해 새로운 국민상을 제시하려고 했던 모습을, ‘쇼쇼쇼’에선 1960년대 당시 대중문화를 접할 수 있다. 오승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김기수의 세계 챔피언 등극 이야기로 시작해 7개 주제로 구성돼 있다”며 “각각의 주제가 독립돼 있어 자유롭게 감상하며 관람객마다 다른 1966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용직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은 “1966년은 ‘일하는 해’라는 기치 아래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로 오늘날 대한민국의 초석을 다진 해”라며 “이번 전시는 50년 전 한국과 한국인들의 삶을 경험하고 지금의 우리나라를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건축·전시·풍경 빼어난 제주의 숨은 진주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 건축·전시·풍경 빼어난 제주의 숨은 진주

    제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검은 돌과 짙푸른 바다를 보고, 드넓은 초지와 이름 모를 오름을 오르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을 걷다가 싱싱한 특산물을 즐기는 일정을 떠올린다. 요즘은 여기에 문화가 보태졌다. 제주도 곳곳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이 들어서 여행 중 전시와 공연,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수준을 따지자면 천차만별이다. 왜 이런 아름다운 곳에 이런 흉한 것들을 들여놓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부터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곳까지 천차만별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록남로에 위치한 본태박물관은 후자의 경우다. ●40여년간 모은 골동품이 수준 높은 박물관으로 본태박물관은 2012년 11월 개관해 이제 겨우 4년이 채 안 되는 박물관이지만 소장품의 수준이나 건축물, 전시, 교육 등 운영 면에서 제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으로 빚어낸 수준 높은 전시,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풍경 등 3박자가 어우러진 빼어난 문화공간은 제주의 숨은 진주 같은 곳이다. ‘우리 생활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인과 나누고,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을 통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이 박물관의 콘셉트다. 전통과 현대라는 사뭇 다른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비결은 ‘본태’(本態)라는 이 박물관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 본래의 모습이 지닌 아름다움에 주목하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된다. 본태박물관의 설립은 40여년 전부터 시작된 이행자(73) 본태박물관 고문의 골동품 수집에서 시작됐다.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현대가의 며느리로 쉽지 않은 삶을 살았던 이 고문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장안평이나 인사동에 나가 옛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제는 박물관이 그에게 삶의 전부나 다름없다. ●세계적 건축가 안도 다다오, 자연과 조화 고민해 설계 본태박물관이 짧은 시간에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건축된 박물관 건물의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안도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로 ‘예술의 섬’ 일본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와 지추미술관(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 컨템퍼러리뮤지엄(2007년) 등 전 세계에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본태박물관에는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환경에 대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고문은 “나오시마 지추미술관을 방문했을 때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에 큰 감명을 받았고 언젠가 박물관을 짓는다면 제주도에 안도의 설계로 짓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고 말했다. 몇 차례 만나 의견을 나누다가 외환위기 때문에 중단된 후에도 박물관 건립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던 차에 안도는 이 고문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 리뉴얼 오프닝에 초대했다. 푼타 델라 도가나는 300년 전에 지어진 베네치아의 세관 건물로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현대미술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이 고문의 푼타 델라 도가나 방문을 계기로 박물관 설립 계획은 급물살을 탔다. 안도는 본태박물관 설계를 하면서 제주의 대지에 순응하고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박물관은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 마당을 가진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두 개의 ‘L’자형 건물은 동질감을 가지면서 단의 높이 차를 두고 만나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일월석(日月石) 담이 두 개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단정함·파격 동시에 보여주는 수공예품 전시 박물관은 1~4 전시실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구성된다. 1관에는 전통 한옥 공간에서 사용됐던 조선시대의 공예품이 고르게 전시돼 있다. 소반과 목가구의 소박함과 단정함, 파격을 동시에 보여 주는 우리 수공예품에 담긴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현대미술 컬렉션을 전시한 2관 1층에는 안소니 카로의 ‘물결’,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이브 클라인의 ‘블루 YBK’ 등이 전시돼 있다. 2층에는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안도의 특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창호문으로 사방을 장식하고 맞은편 벽면에는 한국의 모시 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한 ‘명상의 방’으로 이어진다. 3관에선 구사마 야요이의 시그니처 작품 노란 호박 외에 특수 거울과 조명이 설치된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 환상적인 예술적 체험을 맛보게 한다. 4관에서는 선조들이 피안으로 가는 길에 동반했던 꽃상여와 꼭두 등 우리 옛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통 장례 관련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글 사진 lotus@seoul.co.kr
  • 회화로 본 베토벤

    회화로 본 베토벤

    베토벤의 음악을 회화로 옮긴다면 어떤 모습일까. 바로크와 고전, 낭만주의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대에 걸친 클래식 작곡가들의 곡을 ‘음악에 바치는 송시’라는 제목의 회화 시리즈로 발표해 온 중견화가 백순실(65)이 답을 내놓았다. 차에 관한 송가 ‘동다송’(東茶頌) 연작으로 잘 알려진 백순실은 지난 15년간 다양한 음색과 정서, 철학, 이야기를 담은 여러 작곡가의 클래식 곡을 색과 선, 면, 글자 등의 조형언어로 평면에 담아왔다. 그가 베토벤의 명곡들을 재해석한 대형 신작들을 들고 고려대학교 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영혼의 울림, 베토벤과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베토벤의 곡을 주제 삼아 귀를 울리던 음악을 작가의 시각적인 해석으로 새롭게 변주해 보여준다. 베토벤은 모차르트의 다음 세대로 학구적이고 탐구적인 음악가였다. 음 하나하나를 연구하듯 써내려간 베토벤의 곡에 담긴 지적 깊이와 인간적인 면모, 그리고 고전과 낭만이 녹아 있는 독창적인 음악세계를 작가는 2차원의 평면에서 다양한 색상과 선, 면으로 시각화했다. 대중에게 친숙한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을 비롯해 작가는 교향곡을 200호의 큰 화면에 풀어냈다. 또 바이올린 협주곡과 ‘황제’를 비롯한 피아노 협주곡 등 베토벤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시각화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많은 작곡가 중 베토벤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작가는 “자신에게 닥친 혹독한 시련을 껴안으면서 궁극적으로 인간 본성과 삶을 예찬한 인간적인 면이 영혼에 강한 울림을 주기 때문”이라며 “음악에 통째로 몰입하며 음악세계를 시각화했다”고 말했다. 전시에서는 베토벤 외에도 랄로, 윤이상, 칼 닐센, 비에니아프스키, 비외탕, 브루크너, 차이콥스키, 말러, 시벨리우스, 쇼팽의 주제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는 8월 28일까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아름다움의 본질에 다가서다…제주 문화 명소 본태박물관

    [함혜리 기자의 미술관 기행]아름다움의 본질에 다가서다…제주 문화 명소 본태박물관

      제주를 여행한다는 것은 검은 돌과 짙푸른 바다를 보고, 드넓은 초지와 이름모를 오름을 오르고, 울창한 나무가 우거진 숲을 걷다가 싱싱한 특산물을 즐기는 일정을 떠올린다. 요즘은 여기에 문화가 보태졌다. 제주도 곳곳에 다양한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장이 들어서 여행 중 전시와 공연, 축제를 즐길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수준을 따지자면 천차만별이다. 왜 이런 아름다운 곳에 이런 흉한 것들을 들여 놓았는지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곳부터 어디에 내 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곳까지 천차만별이다.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천리 산록남로에 위치한 본태박물관은 후자의 경우이다.  본태박물관은 2012년 11월 개관해 이제 겨우 4년이 채 안되는 박물관이지만 소장품의 수준이나 건축물, 전시, 교육 등 운영면에서 제주를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박물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건축,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으로 빚어낸 수준 높은 전시, 제주도의 수려한 자연풍경 등 3박자가 어우러진 빼어난 문화공간은 제주의 숨은 진주같은 곳이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이곳에서는 산방산과 남쪽 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지만 중산간지역인지라 잦은 안개 때문에 탁 트인 풍경을 보는 것은 쉽지않다. 이것 또한 본태박물관의 아름다움을 한층 더한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우리 생활문화의 아름다움을 세계인과 나누고, 전통 공예와 현대 미술을 통해 새로운 미래 가치를 창출한다’는 게 이 박물관의 컨셉이다. 전통과 현대라는 사뭇 다른 이미지가 한데 어우러질 수 있는 비결은 ‘본태(本態)’라는 이 박물관의 이름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물 본래의 모습이 지닌 아름다움에 주목하다 보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게 된다.  본태박물관의 설립은 40여년전부터 시작된 이행자(73) 본태박물관 고문의 골동품 수집에서 시작됐다. 고(故)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부인이자 세 아이의 어머니로, 현대가의 며느리로 쉽지않은 삶을 살았던 이 고문은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장안평이나 인사동에 나가 옛 사람들의 손때가 묻은 골동품의 아름다움을 마주하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이제는 박물관이 그에게 삶의 전부가 됐다.  “처음엔 장롱과 목가구를 모으기 시작하다가 모아둘 공간이 부족해서 소반을 모으기 시작했어요. 모양도 아름답고 크기별로 모아서 겹쳐서 보관하면 큰 공간을 차지하지 않아서 하나둘씩 모았죠. 그 후엔 붉은 자수공예품과 장신구, 소박한 보자기도 모으게 됐지요. 민속 공예품을 수집하는 덕분에 힘든 세월을 견딜 수 있었어요.”  본태박물관이 짧은 시간에 유명세를 탈 수 있었던 비결은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타다오(1941~)의 설계로 건축된 박물관 건물의 아름다움을 들 수 있다. 안도 타다오는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로 ‘예술의 섬’ 일본 나오시마의 베네세 하우스와 지추미술관(200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푼타 델라 도가나 컨템퍼러리뮤지엄(2007년) 등 전 세계에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켰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노출 콘크리트를 주로 사용하는 그의 건축은 순수 기하학적인 형태의 건물에 빛과 물을 건축 요소로 끌어들여 자연과의 통합을 꾀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태박물관에는 제주의 자연과 조화를 고려하는 건축환경에 대한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제주에 박물관을 만들고, 안도에게 설계를 맡기는 것은 순전히 이 고문의 생각이었다. 이 고문은 “나오시마에 지추미술관이 생기고 얼마 안 돼서 그곳을 방문했을 때 안도의 노출 콘크리트 건축물에 큰 감명을 받았고 언젠가 박물관을 짓는다면 제주도에 안도의 설계로 짓겠다는 생각을 품게 됐다”고 회고했다. 몇차례 만나 의견을 나누다가 IMF 때문에 중단된 후에도 박물관 건립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하게 바라면 이뤄진다고 했던가. 안도는 이 고문을 베네치아의 푼타델라도가나 오프닝에 초대했다. 푼타델라도가나는 300년전에 지어진 베네치아의 세관 건물로 세계적인 미술품 컬렉터 프랑수아 피노 회장의 현대미술 소장품을 전시하기 위해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리모델링 프로젝트를 맡은 안도는 고풍스러운 건물의 외관과 목재로 이뤄진 천정은 그대로 둔채 노출 콘크리트로 전시공간을 멋지게 만들어냈다. 이 고문의 푼타델라도가나 방문을 계기로 박물관 설계가 급물살을 탔다.  안도는 본태박물관 설계를 하면서 제주의 대지에 순응하면서 한국의 전통과 현대를 담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박물관은 경사진 대지의 성격을 거스르지 않고 공간적인 조화를 이루기 위해 서로 다른 높이에서 만나는 삼각과 긴 사각 마당을 가진 두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두 개의 ‘L’자형 건물은 동질감을 가지면서 단의 높이 차를 두고 만나 다양한 공간감을 연출한다.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담은 일월석(日月石) 담이 두개의 공간을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박물관은 원래 고급 주택단지인 비오토피아의 생태공원 내 연못 옆에 지을 계획이었지만 단지 주민들의 반대로 바깥 쪽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 고문은 “반대가 극심해서 그때는 정말 힘들었지만 일반인의 접근이 용이해 지고 자연과 더 가까워 지면서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가 됐다”면서 “좀 더 많은 학생들이 박물관을 찾아서 선조들이 살아온 문화를 보고 배우면 더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은 1~4 전시실과 야외 조각공원으로 구성된다. 1관에는 전통 한옥 공간에서 사용됐던 조선시대의 공예품이 고르게 전시돼 있다. 2층부터 1층까지 이어지는 개방된 공간에 장식미술의 결정체인 목가구, 다양한 소반, 옛 여인들이 한땀한땀 정성들여 놓은 자수와 장신구, 보자기 등 전통 수공예품, 담백한 도자기, 전통복식 등 삶을 이루고 풍요롭게 했던 아름다운 옛 물건들이 차례로 펼쳐진다. 소박함과 화려함, 단정함과 파격을 동시에 보여주는 우리 수공예품에 담긴 다채로운 아름다움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2관의 현대미술 컬렉션도 수준급이다. 1층에는 20세기 현대조각의 새 장을 연 안소니 카로의 ‘물결’, 대담한 색상과 특유의 컷아웃 기법으로 유명한 팝아트 조각가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불타는 입술’, 이브 클라인의 ‘블루 YBK’, 페르낭 레제의 ‘건설 노동자’, 살바도르 달리의 ‘늘어진 시계’ 등ㅇ이 소장품이다. 2층에는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과 본태박물관을 설계한 건축가 안도 타다오의 특별공간이 마련돼 있다. 그 다음으로 복도를 따라 들어가면 창호문으로 사방을 장식하고 맞은 편 벽면에는 한국의 모시조각보를 형상화한 스테인드글래스를 설치한 ‘명상의 방’으로 이어진다. 3관은 점으로 유명한 일본 출신의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상설전을 볼 수 있는 공간이다. 쿠사마의 시그니쳐 작품 노란 호박 외에 특수 거울과 조명이 설치된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이 환상적인 예술적 체험을 맛보게 한다. 4관에서는 선조들이 피안으로 가는 길에 동반했던 꽃상여와 꼭두 등 우리 옛 문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전통 장례관련 유물을 살펴볼 수 있다. 제주의 나무로 가꿔진 조각공원에는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유포리아(희열)’, 자우메 플렌사의 ‘어린아이의 영혼’, 로트르 클라인-모콰이의 ‘집시’가 설치돼 있다.  제주 글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당선작 신형철 ‘템플’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건축가’ 당선작 신형철 ‘템플’

    ‘쉼’ 휴식이 됐다… 즉흥적 손질로 탄생한 건축 작품·열린 공간‘배’ 확 뒤집었다… 35년 된 보물 같은 폐선박, 해체 뒤 재조립 경복궁 옆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앞마당에 녹슨 폐선박이 거꾸로 박혔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다가가 한 바퀴 둘러보고는 둥근 구멍을 통해 안으로 들어간다. 붉게 녹슨 외부와는 대조적으로 내부는 흰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고, 나무도 몇 그루 세워져 있다. 나선형 계단을 올라가 본다. 둥글게 뚫린 창을 보는 순간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창 너머로 경복궁이 보이고, 저 멀리 있던 인왕산이 성큼 다가온다. 도심의 폐선 설치가 던져주는 의외성에 “아!”하고 탄성이 나왔다. 설치된 폐선은 국립현대미술관과 뉴욕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는 신예 건축가 발굴·전시 프로그램인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AP) 2016’의 당선작 ‘템플’(Temp’L)이다. 뜨거운 여름 한시적으로 제공되는 명상의 공간이자 휴식을 제공하는 파빌리온 형태로 건축가 신형철(프랑스 그르노블대학 건축과 교수)이 이끄는 신스랩 아키텍처의 작품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건조된 지 35년 된 폐선박의 선수 부분을 잘라내 땅에 세우는 방식으로 만들어진 재활용 건축물이다. 신형철 건축가는 “르 코르뷔지에가 ‘건축을 향하여’라는 책에서 산업화 시대가 만들어낸 결과물도 고전적인 건축물 못지않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대형 여객선 이미지를 제시해 놓은 것이 아이디어의 시작이었다”며 “산업시대에 만들어진 가장 큰 구조물로 예술적이면서 건축적인 가치를 지닌 선박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1년에 1300여척의 선박이 수명을 다하고 해체되는데 그 과정에서 나오는 폐기물이 바다에 마구 버려진다는 얘기를 듣고 환경을 생각하는 태도를 건축에 담아보고 싶었다”면서 “미술관에서 하는 건축물 전시인 만큼 순수미술과 건축의 관계 설정에 특히 주목했다”고 덧붙였다. “레디메이드된 변기가 화장실에 있으면 소변기이고 미술관으로 옮겨오면 작품이라는 사실을 일깨웠던 마르셀 뒤샹, 폐품으로 조각작품을 만든 파블로 피카소, 대형 망원경을 뒤집어 놓은 클래스 올덴버그, 철판을 이용해 건축 같은 조각을 하는 리처드 세라 등의 작품을 보면서 작품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시켰습니다. ” 폐선박을 뒤집으면 훌륭한 건축작품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폐기된 선박 그 자체에서 공간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개념에 딱 맞는 폐선박을 찾는 것은 보물찾기나 다름없었다.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중국 등지에서 폐선을 수소문했지만 결국 전남 목포에서 보물을 찾았다. 2주 동안 체계적인 해체작업을 거쳐 환경오염을 줄이고 해체된 선박으로부터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을 기술적으로 분리해 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 다음 배의 머리 부분인 선수 부분만 19조각으로 분해해 서울로 옮겨와 한 달 동안 재조립했다(설치된 작품은 원래 선박의 8분의1 정도다).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창도 내고 안에는 흰색 페인트를 칠했다. 나무 몇 그루와 테이블을 설치해 도심 속 작은 휴게소로 만들었다. 한쪽이 열린 공간이다 보니 야외음악당같기도 하다. 그는 “처음부터 콘셉트를 잡고 설계를 한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즉흥적으로 손질했다”고 설명했다. 조형물의 제목 ‘템플’도 모든 설계를 마친 다음 설계도를 보면서 떠오른 이름이라고 덧붙였다. ‘템플’은 각각 ‘임시’와 ‘신전’이라는 뜻의 영어단어 ‘템포러리’와 ‘템플’을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신 소장은 화가인 아버지(고 신성희 작가)를 따라 5살에 프랑스로 건너가 국립베르사유건축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현재는 그르노블대학 교수로 일하고 있다. 그는 건축물이 세월호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에 대해 “세월호 사건으로 당시 충격을 받았고 잊을 수 없는 사건이지만 이 작품과는 무관하다”면서 “작품을 보고 세월호를 떠올리거나 위로받고, 명상하고, 휴식하는 것은 관람객의 몫”이라고 말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이며, 이 기간 중 서울관 제8전시실에서는 ‘템플’을 비롯해 YAP 후보작에 오른 작품을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글 사진 함혜리 선임기자 lotus@seoul.co.kr
  • 아프가니스탄에도 신라 금관 닮은 보물이 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도 신라 금관 닮은 보물이 있습니다

    2000년간 잠들어 있던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와 역사를 국내 최초로 조명하는 전시가 마련됐다. 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개막하는 특별전 ‘아프가니스탄의 황금문화’다. 전시는 기원전 2000년부터 기원후 1세기까지의 역사를 네 곳 유적지를 중심으로 보여 주며, 국립아프가니스탄박물관 소장품 1412점이 선보인다. 이영훈 국립중앙박물관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고대 아프가니스탄의 역사와 문화를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새롭게 담아내는 뜻깊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1부에선 기원전 2000년쯤 청동기시대 유적인 ‘테페 푸롤’을 소개한다. 이곳에서 출토된 황금잔의 기하학 무늬나 동물 표현 등에서 메소포타미아 문명이나 인더스 문명과의 교류를 짐작해 볼 수 있다. 2부에선 기원전 4세기 마케도니아 군주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 이후 세워진 ‘아이 하눔’ 유적을 살펴본다. 전시 백미는 ‘황금의 언덕’을 뜻하는 ‘틸리야 테페’ 유적을 다룬 3부다. 1978년 소련의 고고학자 빅토르 사리아니디의 발굴로 세상에 드러났다. 1세기쯤 조성된 6기의 무덤에서 ‘박트리아의 황금’이라 불리는 화려한 금제 부장품들이 출토됐다. 특히 6호분에서 발굴된 금관은 신라 금관과 유사해 오래전부터 학계의 관심을 받았다. 4부에선 쿠샨 왕조의 여름 수도였던 ‘베그람 유적’을 조명한다. 1세기쯤 조성된 이곳 궁전 터에선 유리나 청동, 철로 제작된 물품들이 나왔다. ‘아프가니스탄 특별전’은 2006년 파리 기메박물관을 시작으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런던 영국박물관 등 10년간 11개국 18개 기관에서 개최됐다. 아프가니스탄은 유럽과 중국, 인도를 잇는 문명 교차로이자 실크로드 요충지였다. 토착 요소와 외래 요소가 융합해 탄생한 아프가니스탄 고대 문화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전시는 9월 4일까지 이어지며, 9월 27일부터 11월 27일까지 국립경주박물관에서도 열린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일왕 밤늦게 찾은 두 미소… 한·일 반가사유상 1400년 만에 조우

    일왕 밤늦게 찾은 두 미소… 한·일 반가사유상 1400년 만에 조우

    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기념해 특별 전시 중인 한·일 두 나라의 반가사유상 두 점을 보기 위해 4일 밤늦게 도쿄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아키히토 일왕 내외는 이날 일반 관람시간이 끝난 뒤 저녁 8시부터 미야타 료헤이 일본 문화청장, 도쿄국립박물관 관계자 등의 영접을 받으며 1층에 마련된 특별 전시실을 돌아봤다. ‘미소 짓는 부처님:두 반가사유상’이란 제목의 특별전에는 6세기 작품인 한국의 국보 제78호 금동 반가사유상과 7세기 작품으로 일본 국보인 나라(良)의 주구지 소장 목조 반가사유상이 서로 마주 보게 전시돼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50여분간 박물관에 머물면서 관계자들로부터 전시회 설명을 듣고 특별전 추진위원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 주일 한국대사관 이희섭 대사대리 등과 환담을 했다. 특히 10여분 동안 두 불상을 자세히 살피고 비교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양국 수교 50주년을 기념한 불상 전시는 지난달 한국국립중앙박물관에서 먼저 열렸다. 이어 많은 일본인의 관심 속에서 지난달 21일부터 이곳에서 열린 전시회는 다음달 10일까지 계속된다. 일본 언론들은 ‘1400년 만의 조우’란 표현을 쓰면서 이 전시회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도쿄의 외교가에서는 일왕 부부의 특별전 행차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만 82세의 고령인 아키히토 일왕과 81세인 왕비가 밤늦게 일반 전시가 끝난 뒤 찾은 것에서 한국에 대한 우호의 메시지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위안부 합의 전까지 최악의 상태로 흔들리던 두 나라 관계가 회복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평소 한국과의 친근감을 여러 차례 피력해 왔다. 지난달 이임 인사차 황거를 찾은 유흥수 당시 주일 한국대사에게 “내 몸에는 한반도의 혈통이 흐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아키히토 일왕은 2001년 12월 18일 기자회견에서는 “간무(桓武) 천황(제50대 일왕)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에 기록돼 있다”며 “한국과의 깊은 연을 느낀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또 2004년 8월에는 당숙인 아사카노미야를 충남 공주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올리게 한 적도 있다. 도쿄 이석우 특파원 jun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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