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전쟁을 말하지 말자/6ㆍ25 40주년에(사설)
한반도를 둘러싸고 새로운 국제기류가 조성되고 있는 가운데 6ㆍ25동족전쟁 발발 40주년을 맞는다. 40년전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40년후 오늘은 월요일이다. 같은 민족끼리 벌였던 열전의 포성은 멎어있지만 지금 한반도에서 전쟁의 그림자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40년전 그들은 남쪽에 대고 포탄을 퍼부으면서도 그들의 대남스피커는 평화와 민족과 해방만을 선전했다. 지금 상황이 그때와 크게 다를 바 없다.
동서 양대진영간의 해빙과 군축추세에도 불구하고 분단 45년,전쟁발발 4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남북한간의 불신과 긴장은 이렇듯 끝없이 지속되고 있다.
○왜 전쟁은 일어났는가
진실은 하나다. 결코 둘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민족사 최대의 비극인 6ㆍ25를 놓고 전통적인 남침설에 대항하는 북침설에 남침유도설까지 나돌면서 진실이 가려지려할 때가 있었다. 따라서 6ㆍ25동족전쟁에 관한 한 누가 왜 전쟁을 일으켰는가,그리고 전쟁의 결과는 어떠했는가,우리는 그것을 문제로 삼아야 한다.
역사는 바로 봐야 한다. 6ㆍ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는 문제는 이제 논쟁거리조차 될 수 없는 역사의 사실로 확정되었다. 6ㆍ25남침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와 사실들은 결과적으로 그 남침을 부추겼고 무력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소련 내부로부터 걷잡을 수 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 북한에서는 「6ㆍ25」를 전후하여 갖가지 조직적 사업을 통해 주민들에 대한 대한ㆍ대미 선전선동과 적개심 고취가 한창이라고 들린다. 북한 당국자들에게 있어 6ㆍ25는 지금껏 북침 전쟁이다. 그 한국이 지금 자기들의 가장 큰 지원자였던 소련과 관계를 개선하고 정식 수교마저 눈앞에 두고 있다. 소련으로부터는 남침 전쟁도발이래 유일독재체제를 유지해온 김일성의 정체가 폭로되고 있고 남침의 움직일 수 없는 증거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가 전쟁을 통해 확보하고 유지했던 유일체제가 흔들리는 것을 아마 김일성은 두려워하고 있을 것이다.
6ㆍ25전쟁의 비극이 누구에 의해서 비롯됐는가는 전세계가 다 알고 있다. 그 원흉은 김일성이며 북한 공산주의자들은 그 공범자들이다. 부질없는 논쟁은 그만두고 동족전쟁의 책임자는 이제 역사와 민족앞에 사죄해야 한다.
○전쟁의 결과는 무엇인가
생각하면 부모형제가 총부리를 겨눠야 했던 40년전 6ㆍ25의 상흔은 아직도 우리 가슴에 선명하게 남아있다. 3년1개월동안 치러진 그 전쟁은 이 민족 모두를 희생자로 만들었다. 전쟁이래 40여년간 지속돼온 동족간의 첨예한 군사적 대결은 서로의 장벽을 보다 높이 쌓아올렸고 의식의 골마저 깊게 패어져 역사상 경험한 바 없던 동족간의 심각한 이질화 현상마저 초래하기에 이르렀다.
전쟁은 참혹했다. 조상이 물려준 한 땅덩어리에서 사생결단으로 총부리를 겨눈끝에 국군과 유엔군의 병력손실만 사망ㆍ실종ㆍ부상 등을 합쳐 1백15만에 달했다. 민간인 피해는 1백만명,전재민 4백만명,전쟁미망인 30만명,전쟁고아 6만명이라는 엄청난 인명피해를 남겼다. 재산피해는 또 어떠했는가.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전쟁의 실체들은 전체국민의 30%남짓한 전쟁체험세대들에겐 아직도 여러 모습으로 남아 있다. 휴전선과 판문점,국립묘지의 묘비들이 그것이고 40년만에 이 땅을 다시 찾아 전쟁의참혹성을 증언하는 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전쟁의 실체인 것이다.
직접적인 전쟁의 상흔이나 실체 이외에 6ㆍ25가 우리에게 남긴 더 큰 상처는 분단의 굴레를 우리민족 가슴속에 깊이 내면화시켰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더하여 전쟁에 대한 위기적 인식을 생활화시켰다는 점이다. 국민의 76%가 북한의 재침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으며 6ㆍ25에 대한 인식도와 관련하여 국민의 45%가 또다른 6ㆍ25의 재발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굴레를 벗어버리지 않으면 안된다.
○북한,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6ㆍ25전쟁 40년이 지난 뒤에도 그 전쟁의 도발자는 살아있다. 그러나 그 북한의 김일성은 아직껏 단 한번도 전쟁도발의 과오와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동족전쟁 그 자체가 그의 한반도 무력적화통일 전략에서 비롯된 민족자해행위였음이 명백한데도 그는 아직도 평화를 원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 남한은 아직 해방되지 않은 남반부이며 분단상태의 해결수단은 무력이외에 다른것이 아닌 것이다. 즉 정확히 말해 김일성은 아직도 전쟁적 방법으로 한반도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기에 대비해야 한다.
세계는 지금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국가들의 자유개방물결은 기존의 국제질서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미소의 화해는 동서양진영의 긴장과 군사적 대립의 상징이었던 나토및 바르샤바조약기구의 근본적인 변질을 가져왔다. 강대국의 팽창주의는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40년전 6ㆍ25 그날에 그들은 조국의 통일,민족의 해방을 외치면서 소련제 탱크,전투기와 막강한 기계화부대를 앞세워 38선을 돌파했다. 40년의 세월이 흐른 오늘에도 그들은 엄청난 병력과 화력의 70%이상을 휴전선 일대에 전진 배치하고 있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고 그들의 관심이 온통 한반도에 쏠려있는 오늘 북한은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이제는 평화를,그리고 통일을 얘기해야 한다. 40년전 전쟁의 아픔을 잊는 길은 그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