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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코 에너지사업 본격화

    포스코가 국내 최대의 민자발전회사인 포스코 파워의 지분을 전량 보유, 에너지사업을 본격화한다. 포스코는 최근 코리아전력투자(KPIC)가 보유한 한국에너지투자(KEIL)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에 따라 포스코는 KEIL이 보유하고 있는 포스코파워의 지분 50%를 추가로 갖게 돼 포스코파워 지분 전량을 확보하게 됐다. 포스코는 24일 KEIL에 대한 인수대금 지급 및 주식 인수를 거쳐 거래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포스코와 KPIC는 지난해 7월 한국종합에너지의 지분 50%씩을 한화와 엘 파소로부터 각각 인수했으며 이후 사명을 포스코파워로 변경했다. 포스코는 포스코파워의 지분 전량을 보유하게 됨으로써 지난 1월 산업자원부에 제출한 2000㎿ 규모의 발전소 증설 프로젝트를 더욱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보유하고 있는 LNG터미널과 자가발전설비 등에 포스코파워의 1800㎿ 상업용 발전기를 연계함으로써 에너지 분야에서 성장 발판을 공고히 해나갈 방침이다.포스코파워는 1800㎿의 복합화력 발전설비를 갖춘 국내 최대의 민자발전회사로, 수도권 지역 발전용량의 12%, 전국 발전용량의 3%를 담당하고 있다.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무슬림=테러’ 편견 날리는 KO펀치

    파키스탄계 무슬림 복싱선수 아미르 칸(19)이 영국 복싱 챔피언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이 20일 보도했다. 영국 볼턴에서 태어난 칸은 8살때 권투를 시작해 16살에 미국에서 열린 주니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다.18살이 되어야만 올림픽에 나갈 수 있지만, 파키스탄 대표로 나가겠다며 영국 아마추어 복싱 협회를 위협해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한다. 여기서 세번이나 세계 챔피언을 지낸 쿠바 대표와 붙어 아깝게 은메달을 따면서 일약 영국 무슬림의 아이콘이 된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한 칸은 21살 생일에 세계챔피언에 올라 백만장자가 되는 것이 목표다. 프로 무대에서 지금까지 6전 전승을 기록중이다. 칸이 출전하는 경기장에도 젊은 무슬림들이 영국기 유니온 잭과 파키스탄 국기를 같이 꿰맨 깃발을 흔들며 응원한다. 그는 현재 영국에서 다문화주의의 가장 중요한 역할 모델이다. 아직 젊은 칸은 본인에게 주어진 이러한 중압감을 부담스러워 하는 눈치다.“어느 누구의 대변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매일 꼬박꼬박 무슬림 사원에 가서 기도를 올리고 술과 마약은 하지 않으며, 소녀들과 어울리지도 않는 건전한 청년인 칸은 전설적인 미국 복싱선수 슈거 레이 레너드와 같은 영광을 누릴 자질이 충분하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칸이 영국 최초의 성공한 무슬림 복싱선수가 될 수 있을지 전 영국인이 주목하고 있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바르톨리, 그녀가 온다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인 메조소프라노 체칠리아 바르톨리(40)가 처음으로 한국 무대에 선다.30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의 피아노 반주로 독창회를 연다. 바르톨리는 세계 성악계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슈퍼 스타. 전설적인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이후 최고의 디바라는 찬사를 듣고 있다. 1966년 로마에서 태어난 바르톨리는 성악가인 부모 밑에서 발성의 기초를 배운 뒤 산타 체칠리아 음악원에서 본격적인 성악 수업을 받았다. 그가 음악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19세 때인 1985년 이탈리아의 한 TV쇼에 출연하면서부터. 이를 계기로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가 그를 라 스칼라 극장 오디션에 초청했고 카라얀, 바렌보임, 아르농쿠르 등 유명 지휘자들도 그에게 잇따라 작업을 제의하는 등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1996년엔 모차르트 오페라 ‘코지 판 투테’의 데스피나 역으로 뉴욕 메트 무대에 성공적으로 데뷔했다. 바르톨리는 세계적인 음반사 데카의 전속 연주자로 지금까지 열 장이 넘는 오페라·솔로 음반을 냈다.특히 ‘비발디 앨범’(1999)은 대중에게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안토니오 비발디의 오페라를 세계에 널리 알린 음반으로 화제를 모았다. 바르톨리 하면 떠오르는 레퍼토리는 단연 모차르트와 로시니. 하지만 글룩, 비발디 등 바로크와 르네상스 시대 고음악들을 발굴해 노래하는 데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17∼18세기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에 대해 만만찮은 학구적 열정을 보이는 그는 스스로 “나는 18세기에서 온 사람““고악기 같은 목소리”라고 말한다. 세 옥타브 반을 오르내리는 폭넓은 음역을 갖고 있는 바르톨리는 편의상 메조소프라노로 구분될 뿐, 모든 음역을 다 소화할 수 있는 가수로 평가받는다. 이번 공연에서는 그의 장기인 모차르트와 로시니뿐만 아니라 베토벤, 슈베르트, 비아르도, 벨리니, 들리브 등 18∼19세기 민요풍의 소박한 곡들과 벨칸토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이탈리아·프랑스 예술가곡들을 들려준다. 모차르트 ‘너희 새들은 늘 그렇듯이’, 베토벤 ‘가장 잔인한 순간’, 슈베르트 ‘양치기 소녀’, 비아르도 ‘하바네즈’, 들리브 ‘카디스의 딸들’, 벨리니 ‘우울함, 너 부드러운 님프여’, 로시니 ‘티롤의 고아소녀’ 등이 대표적인 곡들이다. 바르톨리는 그동안 다니엘 바렌보임, 정명훈, 제임스 레바인, 안드라스 쉬프, 장 이브 티보데 등 일류 피아니스트들과 함께 무대를 꾸며왔다. 이번에는 정명훈이 피아노 반주자로 나서 또 다른 관심을 모은다.“바르톨리는 내가 평생 처음으로 성악반주를 하고 싶도록 만든 성악가였다.”는 게 정명훈의 말. 두 사람은 이미 해외에서 여러 차례 음반과 무대를 통해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입장권은 7만∼30만원.(02)518-7343.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두산그룹

    [대우건설 인수 누가 뛰나] 두산그룹

    두산그룹은 기업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켰거나 인수한 기업에 근무했던 경험자들이 전면에 나섰다. 한국중공업(현 두산중공업)과 대우종합기계(현 두산인프라코어) 인수합병 과정에서 M&A 성공 노하우도 쌓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대우건설 M&A 전략과 집중력이 다른 경쟁자보다 뛰어나다. 두산은 대우건설을 인수, 플랜트설계(두산중공업)-건설(대우건설)-중장비(두산인프라코어)로 이어지는 중공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지난달 사내인사로 전열 정비 두산그룹이 지난달 말 단행한 대폭적인 사장단 인사에는 대우건설 인수에 대한 의지가 그대로 담겨 있다. 정지택 전 ㈜두산 사장을 두산산업개발사장으로, 이남두 전 두산엔진 사장을 두산중공업 사장으로 발령냈다. 정 사장은 행시 17회 출신으로 기획예산처 예산관리국장을 거친 엘리트 관료출신이다. 공직생활을 마감하고 2001년 매킨지와 두산이 합자한 컨설팅업체인 네오플럭스의 사장을 맡으면서 두산그룹과 인연을 맺었다. 네오플럭스는 박용만 부회장이 OB맥주를 1조원 가량에 외국기업에 매각한 뒤 성장엔진 발굴을 위한 M&A를 체계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부산상고 출신의 이 사장은 1976년 한국중공업에 입사, 두산엔진 부사장과 두산엔진 사장을 역임하는 등 중공업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대우건설의 장점인 토목·플랜트 등 대규모 사업을 겨냥한 인사라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전략개발과 측면지원은 트라이C팀이 주도 인적 네트워크가 풍부한 정 사장과 이 사장이 대외적인 업무를 맡는다면 전략개발 등 내부적인 업무는 그룹 전력기획담당 이상하 상무가 담당한다. 이 상무는 M&A 전담 ‘트라이C팀’을 이끌고 있다. 매킨지 출신들로 이뤄진 트라이C팀은 올 초 대우건설 예비심사 때도 인수가격 산정과 자금조달 계획 등 인수제안서 작성과 전반적인 전략면에서 세련된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대우종기 인수전을 진두지휘했던 김대중 두산중공업 부회장은 지난달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경영일선에서는 물러났지만 대우건설 인수에 측면지원을 할 계획이다. ●종합 중공업 그룹으로 성장 두산그룹 관계자는 “단순히 건설사를 인수한다는 전략에서 대우건설 M&A를 추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공업 수직계열화를 완성한다는 M&A에 따른 전략을 갖고 접근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두산산업개발은 주택사업에만 집중돼 있어 토목과 플랜트 사업에는 약점이 있다. 두산중공업은 담수 플랜트와 발전설비에 특화돼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건설장비 및 기계 부문에 강점이 있다. 결국 두산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하게 되면 중공업 계열사들이 연합해 일관 수주가 가능해지며 플랜트설계-건설-중장비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두산그룹도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 오너 일가의 도덕성 문제다. 이에 대해 두산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통해 도덕성 논란을 없앨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B사이드 스토리] 봄여름가을겨울 노래의 맛

    ‘사람들은 모두 변하나봐’‘어떤 이의 꿈’‘Bravo,My Life’. 한국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들이다. 필자는 중학생 시절 이들의 음악을 처음 접했다. 예전에 느낄 수 없었던 흥취와 만났고,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축으로 그들의 음악이 자리잡았다. ‘20년 동안 한국 가요계를 이끌어온 한국 밴드의 자존심’,‘국내 밴드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등 여러 타이틀로 불리는 이들의 라이브는 매번 다른 느낌이다. 몰입하다 보면 관객은 어느새 묵직한 소리를 내는 드러머가, 화끈한 기타리스트가, 걸걸한 목소리를 뽑아내는 보컬이 된다. 그냥 소리만 고래고래 지르며 따라하기엔 아쉬움이 있다. 손으로 드럼 치는 동작을 해야 하고, 발로 장단을 맞춰야 맛이 난다. 최근 14년 만에 라이브 앨범 ‘I am SSaw dizzy’를 내놓은 봄여름가을겨울은 최근 한 달에 걸친 전국 클럽 투어를 성황리에 끝냈다. 앞서 필자는 이들의 연습현장에 취재를 나간 적이 있다. 인터뷰를 끝낸 뒤 연습하는 풍경을 찍으려고 기다렸지만 4시간이 지나도록 계속 기타 줄만 맞추는 것이 아닌가. 간신히 시작한 연습도 노래 반, 대화 반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에 끝난 노래가 없어서 편집하는데 애를 먹었을 정도이다. 대개 봄여름가을겨울의 노래는 10분 내에 끝나는 것이 없다. 그럼에도 결코 지루해지지 않는 이유는 한 곡, 한 곡에 담겨져 있는 끝없는 노력 때문일 것이다. 이들은 현장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거나 현란한 연주를 위한 노력이 아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힘은 관객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위해 흘린 피와 땀에 있다. 그렇기에 이들의 라이브 앨범에는 무대에서 나오는 소리보다 큰 관객들 환호성이 함께 담겨져 있다. 필자를 포함한 수많은 팬들이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자! 오늘 봄여름가을겨울의 라이브 앨범을 틀어놓고 공연장의 주인공이 되자! 책상을 두드리며 베게로 기타치고 노래를 부르며 허공에 숟가락을 던져보자! 앨범 속 관객들이 당신의 노래를 받아줄 것이다. 정정훈 음악전문채널 KM PD jjh09533@cj.net
  • “언어는 호흡 예술”… 출연대본 3000편 소장

    “같은 말을 하더라도 언제, 어느 정도 ‘pause(쉼)’를 주느냐에 따라 감정이나 의사전달에 많은 차이가 납니다. 그래서 언어를 호흡의 예술이라고 하지요.” 경희대 교양학부 국어화법 시간. 올해로 성우(聲優)인생 40년을 맞은 김용식(58) 방송아카데미 원장의 화법 강의가 한창이다. 새내기 대학생들의 호기심 가득한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베테랑 성우는 더없이 행복한 표정이다.●`은하철도 999´ `전설의 고향´ 등 해설자김 원장은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나 ‘전설의 고향’ 등의 해설자로 잘 알려진 성우. 나직한 회색톤의 목소리가 인상적이었다. 직장인 같으면 정년퇴직하고 쉴 나이에 최근 박사 학위를 받아 새로운 인생을 시작했다. 강의 시간 외에는 서울 충무로 사무실에서 일한다. 문을 열자 자개로 제작된 ‘달마도’가 눈에 들어온다.1979년 방송된 MBC라디오 드라마 법창야화 ‘모정불심’편 주인공이었던 한 사형수의 선물이라고 했다.11남매 중 막내였던 사형수를 살리기 위한 어머니의 헌신적인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로 인해 무기형으로 감형됐고,20년을 복역한 뒤 출소했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70년대 라디오 드라마의 인기는 하늘을 찌를 듯했다.”며 화려했던 지난 시절을 반추라도 하듯, 목소리엔 진한 향수가 묻어 있다. 라디오 전파를 타고 인기를 얻은 드라마가 TV연속극이나 영화로 제작됐고 대본은 소설로 출간돼 날개돋친 듯 팔리기도 했단다.성우들의 인기도 덩달아 ‘상한가’. 김 원장은 요즘에도 간혹 회자(膾炙)되는 영화 ‘별들의 고향’의 명대사,“경아∼오랜만에 함께 누워보는군.”의 주인공 이창환씨나, 남성우씨 등과 함께 그야말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 김 원장이 지금껏 3000여편에 달하는 대본을 소장하고 있는 것은 성우들 사이에서 유명한 전설로 통한다.●음성연기 연구… 성우출신 박사1호그는 최근 성우출신 박사 1호라는 명함을 새로 얻었다. 지난 2월 ‘국어 매체 언어의 음성연기 연구’란 논문으로 경희대학교에서 문학박사학위를 받은 것. 성우의 음성연기를 체계적으로 연구해온 7년간의 결실이다. “방송언어는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죠. 그 중심에 성우들이 있고요. 그런 만큼 성우들의 음성연기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했어요.” 만학의 열정을 불태우게 된 동기였다. 음성연기가 오로지 시청취율을 높이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방송제작 현실을 바꿔보고도 싶었다. 국어 본연의 표준발음과 화법이 왜곡되는 것은 물론, 일부 오락프로그램에서는 신조어를 남발하는 등 표준언어를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원장은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세세한 부분까지 꼼꼼히 챙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최근 출연하고 있는 MBC 라디오 ‘격동 50년’에 얽힌 일화 한토막. 고(故) 정주영 현대명예회장 역을 맡은 그에게 한 현대측 인사가 정 명예회장의 독특한 말버릇 몇가지를 알려주었다.‘때문에’를 ‘때민에’로 발음하고, 흥분된 상태에서 상대방을 부를 때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봐요, 이봐’하며 목소리를 높인다는 것 등. 여러 곳을 수소문해 얻은 정 명예회장의 비디오 테이프와 육성테이프를 안고 살다시피하며 ‘정회장 따라하기’를 반복했다. 청취자들의 반응은 놀라울 만큼 뜨거웠다. 이 프로그램이 방송되던 98년에 정 명예회장의 ‘성대모사’는 항간의 화제였을 정도.얼마전 대권주자 중 한 사람이 호소력있는 연설 방법을 물어와 ‘거울보고 말하기’를 전수해주기도 했다. 충청북도 옥천 출신으로 동갑내기 부인 송규옥씨와의 사이에 1남1녀를 두었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부족한 2%에 3040이 취했다

    부족한 2%에 3040이 취했다

    “어라? 비틀스다! 퀸이네∼!” 전설적인 슈퍼밴드 비틀스와 퀸이 한꺼번에 서울 종로에 떴다. 지난해 말부터 격주마다 ‘I want to hold your hand’‘Here comes the sun’‘We will rock you’‘We are the champion’ 등 주옥 같은 명곡이 종로통을 울리고 있다. 지난 11일 오후 소문의 진원지인 시네코아 채플린홀에서는 비틀스와 퀸의 트리뷰트 밴드인 ‘더 애플스(The Apples)’와 ‘영부인밴드(vueen Band)’의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무대에 오른 이들을 자세히 뜯어 보니 겉모습으로도, 음악으로도 2% 부족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비틀스가 세운 레코드 회사에서 이름을 따온 더 애플스는 노래 한 곡을 마칠 때마다 허리 굽혀 인사했다. 왜 그럴까? 비틀스가 그랬기 때문이다. 기타의 김준홍(45·건설업)씨는 “원래 건방진 것은 아니에요.”라면서도 연신 껌을 씹으며 노래를 부른다. 그 까닭은? 존 레넌을 따라해서이다. 폴 매카트니가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의 베이스를 둘러메고 약간 촌스런 가발을 쓴 표진인(40·정신과 전문의)씨는 “악기도 비틀스 멤버들이 썼던 모델이고요, 복장도 검증해서 맞춘 거예요.”라고 설명한다.“음∼, 가발은 검증 못했네요.”라고 이내 이어지는 농담에 소극장을 가득 메운 300명의 관객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실수도 있는 모양이다.“조금 버벅거렸는데 눈치 못챘죠?”라는 고백에 공연장엔 오히려 엔돌핀이 샘솟았다. 1시간이 넘게 걸린 더 애플스의 공연이 끝나자, 이번엔 프레디 머큐리가 마이크 스탠드를 휘두르며 무대에 올랐다. 프레디의 트레이드 마크인 짧고 노란 재킷을 입고, 콧수염까지 그럴듯하게 붙인 신창엽(32·반도체 엔지니어)씨는 목소리가 프레디와 닮았다. 폭발적인 무대 매너도 비슷하다. 뽀글뽀글 파마 머리 가발을 뒤집어 쓴 김종호(38·은행원)씨는 다름아닌 브라이언 메이. 뜨거운 공연 열기에 연신 흘러내리는 땀을 훔치며 연주에 몰두했다.‘Somebody to love’,‘Radio ga ga’ 등을 관객들도 무대 위에 뒤지지 않게 크게 열창한다. 간간이 눈에 띄는 외국인들도 같은 모습이다. 더 애플스나 영부인이나 프로 밴드는 아니다. 경력은 4∼5년이 됐다. 비틀스가 너무 좋아서, 퀸이 죽도록 좋아서 의기투합했다. 주중에는 각자 일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주말엔 무대에서 ‘방방 뜨는’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이들이 마련한 공연의 주인공은 그러나 관객이다. 열혈 팬이라면 지금은 직접 만나볼 수 없는 비틀스나 퀸 때문에 조금 일찍 태어났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느꼈을 수도 있을 터이다. 바로 그런 섭섭함을 날려버리는 순간이다.20대도 눈에 띄지만 30∼40대가 주류. 요즘 들어 딱히 가볼 만한 콘서트를 찾기 힘든 세대들이다. 마흔 중반에 비틀스와 퀸의 광팬이라고만 밝힌 남성은 “인터넷에서 보고 우연히 찾아 왔는데 생각보다 잘한다.”며 연신 어깨를 들썩였다. 여자친구와 함께 찾아온 이상화(32)씨는 공연이 끝난 뒤 상기된 표정으로 “비틀스나 퀸의 노래를 라이브 공연에서 함께, 이렇게 크게 따라 부르게 될지 상상도 못했다.”면서 “언제라도 다시 찾고 싶다.”고 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트리뷰트 밴드 특정 밴드를 흠모하는 뜻에서 만들어지는 밴드다. 커버 밴드라고도 한다. 좋아하는 밴드의 노래 한두 곡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음악, 패션과 무대 매너까지 가깝게 모방하며 숭배의 뜻을 드러낸다. 영국의 헤비메탈 그룹 주다스프리스트는 보컬 롭 핼포드가 탈퇴하자 자신들의 트리뷰트 밴드 보컬을 영입하기도 하는 등 해외에서는 하나의 문화이다.
  • [씨줄날줄] 바람의 아들/염주영 수석논설위원

    1990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제14회 월드컵의 브라질·아르헨티나전은 축구사 최고의 명장면을 연출한다. 아르헨티나는 브라질의 위세에 눌려 단 한번도 슈팅다운 슈팅을 날려보지도 못하고 89분을 허비한다. 마지막 1분. 마라도나는 공을 잡자마자 브라질 골문을 향해 길게 내찬다. 바로 거기에 무명의 10대 선수 카니자가 바람처럼 나타나 기적같은 한 골을 선사한다. 이어 휘슬이 울리고 경기는 1:0 아르헨티나의 승리로 끝난다. 브라질 선수들은 “우리가 왜 졌는지 모르겠다.”며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으로 퇴장한다. 카니자는 이 한 골로 세계축구팬들로부터 ‘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얻게 된다. 이후 마라도나와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아르헨티나 축구의 새로운 신동으로 떠오른다.‘바람의 아들’이란 별명을 가진 스포츠 스타가 한둘이 아니지만 카니자의 스피드는 올림픽 단거리 육상선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빠른 발은 속도를 중시하는 축구 경기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병기다. 어디선가 바람처럼 나타나 빠른 발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골문을 향해 돌진할 때의 짜릿한 흥분은 축구경기 관전의 진수다. 그런 순간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에게 ‘바람의 아들’이라는 칭호가 붙여지곤 한다. 기동력을 중시하는 야구에서도 ‘바람의 아들’이 있다. 엊그제 온 국민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 넣은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한·일전.0대0의 팽팽한 투수전으로 맞서던 8회 원아웃에 주자를 2·3루에 두고 이종범이 타석에 들어섰다. 파울 타구에 발목을 맞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그의 방망이가 거침없이 허공을 갈랐다.4강 진출을 확정짓는 주자 일소 2타점 2루타가 작렬했다.‘바람의 아들’이 진가를 여지없이 발휘하는 순간이었다. 이종범은 공격, 수비, 주루 3박자를 완벽하게 갖췄다. 그중에도 7시리즈를 뛰면서 352개의 도루를 해내는 주루플레이는 신의 경지에 도달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한국야구의 전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4강전 세번째 일본대첩을 앞두고 있다. 한국야구가 세계야구의 본산인 미국에서 새로운 전설을 이어가기를 기대해 본다. 월드컵에서도,WBC에서도 꿈은 이루어진다. 염주영 수석논설위원 yeomjs@seoul.co.kr
  • 도시가 가라앉는다

    도시가 가라앉는다

    도시가 가라앉는다. 전설의 대륙 애틀란티스 얘기가 아니다.21세기 지구촌 대도시들이 맞닥뜨린 엄연한 현실이다. 미국의 뉴올리언스는 지난 130년 사이 4m 넘게 지표면이 내려앉았다. 물의 도시 베니스, 사막의 낙원 라스베이거스도 마찬가지다. 1년새 적게는 손가락 한마디에서 많게는 손바닥 한뼘 깊이까지 땅이 꺼졌다. 지질운동에 따른 침하나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 거시적 요인도 있지만 직접적 원인은 무른 지형에 무리하게 지어올린 대규모 건축물과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이 꼽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급속한 도시화에 따른 난개발과 지하수 사용이 세계 곳곳에서 심각한 지반침하를 낳고 있다고 17일 보도했다. 신문이 꼽은 대표적 도시는 인구 2200만명의 ‘초거대도시’ 멕시코시티. 소칼로광장의 대성당은 문제의 심각성을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식민지시대에 지어진 이 유서 깊은 건축물은 현재 강철로 만든 지지대에 의존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바닥과 지붕은 기괴한 각도로 어긋난 채 기울어져 있다. 몇 군데는 다른 부분보다 2m 넘게 가라앉아 있다. 시 당국에 따르면 매년 시 전역에서 평균 15㎝씩 지반이 내려앉고 있다. 지반이 약한 공항 인근은 지난해 무려 38㎝가 낮아졌다.100년 사이 무려 9.1m가 가라앉은 곳도 있다. 문제는 그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호수를 매립해 만들어진 도시인 까닭에 지형이 무른 점토질로 이뤄진 데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로 지반을 지탱하던 지하수층이 빠른 속도로 공동화(空洞化)돼 가는 탓이다. 현재 멕시코시티로 새로 유입되는 인구는 하루 평균 1000명이 넘는다. 하지만 강수량은 턱 없이 부족해 시는 초당 1만ℓ의 지하수를 퍼올려 물 수요를 충당하고 있다. 고질적인 지반 침하는 멕시코에 원치 않는 선물도 안겨줬다. 무너지는 건축물을 지지하는 기술은 세계에서 멕시코를 따라올 나라가 없다. 이탈리아의 피사의 사탑을 살린 것도 멕시코 기술진이다. 중국의 창장(長江) 하류지역도 심각한 지반침하를 겪고 있다. 지난해 중국 난징(南京) 지질광산연구소 발표에 따르면 상하이 등 50곳이 넘는 창장삼각주 지역에서 지반침하가 나타나고 있다. 경제적 손실만도 3150억위안(약 40조원)이나 된다. 상하이의 경우 황푸강 주변 지역을 중심으로 매년 지반이 12∼15㎜씩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전남 무안에서는 13년 전부터 땅이 꺼지는 현상이 19차례나 나타났다. 지난 2000년에는 방앗간 건물이 19m 아래로 내려앉기도 했다. 당시 조사단은 지하수 고갈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엔 청계천 인공양수를 위해 사용되는 지하수가 주변지역의 침하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를 두고 학계와 서울시가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주말탐구-폭탄주] 평생 쌓아온 명예 ‘한잔’에 날리기도

    폭탄주의 유혹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사람들 사이의 서먹한 감정을 한 방에 사라지게 할 만큼 강렬하지만 때론 평생 쌓아온 명예와 맞바꿀 정도로 치명적이다. 최근 회식자리에서 여기자를 성추행해 당에서 쫓겨난 최연희 전 한나라당 의원과 지난해 대구 고·지검 국정감사 뒤풀이 자리에서 ‘막말파문’으로 물의를 빚은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의 불운도 한 잔의 폭탄주에서 흘러나왔다. 권력층이 폭탄주에 빠져 구설수에 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1986년 3월 여야 의원 10여명과 군 수뇌부 8명이 고급요정에 모여 폭탄주를 연거푸 마신 뒤 말다툼 끝에 폭력 사태를 벌인 이른바 ‘국방위 회식사건’은 폭탄주의 악명을 널리 알렸다. 이로 인해 12·12사태 주역인 박희도 참모총장 등 전두환·노태우의 최측근 ‘별’들이 좌천되거나 예편하는 등 ‘파편’을 맞았다. 2000년 10월 이정빈 당시 외교통상부 장관은 폭탄주를 마시고 “방송토론에 나가 졸릴 때마다 여성방청객의 스커트 속을 봤다.”는 등의 망언을 한 뒤 옷을 벗어야 했다. 또 지난해 인권위의 고위간부는 ‘폭탄주 골프’ 찬양론을 펼쳤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지난 1월 천정배 법무부 장관 역시 폭탄주를 마시고 노무현 대통령에 비판적인 언론 등을 향해 내뱉은 욕설 등을 주워담느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표적인 ‘주화’(酒禍)의 주인공은 진형구 전 대검공안부장. 그는 99년 대낮에 폭탄주를 마신 뒤 ‘조폐공사 파업유도’라는 폭탄발언을 해 곧바로 검찰을 폭격했다. 사안의 중대성뿐 아니라 일과시간에도 음주를 즐긴다는 사실이 탄로나 도덕적으로 치명타를 입은 검찰은 이후 ‘금주령’을 내렸고 지금까지 불문율로 여겨지고 있다.아마도 과거 폭탄주 문화가 가장 확산돼 있던 조직이 검찰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주로 공안부, 특수부 검사중에 소문난 ‘주당’이 많았다. 이 사람들 중에는 앉은 자리에서 20잔을 넘게 마신다는 ‘전설적인’ 얘기도 있다.P변호사는 양주와 맥주를 철철 넘치게 따라(보통은 70% 정도만 따른다) ‘바크만주’(자신의 이름에서 따 붙인 말)라는 이름을 유행시켰다. 양주와 맥주 등을 대야에 섞어 돌려 마시는 폭탄주인 ‘충성주’가 한때 관가에서 유행하기도 했다. 모 관청의 L차장은 돌리던 충성주가 자신의 차례에 이르자 마지막 남은 것을 마셔야 할 조직의 장인 ‘좌장’을 위해 대야를 머리에 뒤집어써 주위를 ‘썰렁하게’한 일화가 있다.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 [책꽂이]

    ●햇빛 찬란한 나날(조선희 지음, 실천문학사 펴냄) 오랜 기자 생활을 접고 6년 전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가 장편소설 ‘열정과 불안’, 에세이집에 이어 내놓은 첫번째 소설집. 묵직한 주제의식을 날렵한 문체로 풀어낸 단편 11편이 실렸다.9800원. ●문학의 목소리(김치수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문학과지성’을 창단한 이른바 ‘4K’의 멤버로 지난달 이화여대 불문과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저자의 평론집.1960년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학의 흐름을 꼼꼼하게 진단했다.1만 5000원.●지옥처럼 낯선(하종오 지음, 랜덤하우스중앙 펴냄)2004년 출간한 ‘반대쪽 천국’과 짝을 이루는 시집으로 지옥처럼 낯설지만 때론 천국처럼 익숙한 우리네 삶을 담담한 목소리로 진솔하게 그려냈다. 자본주의적인 삶을 비판적으로 검토한 ‘마케팅 에피소드’연작이 눈길을 끈다.6000원.●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정호승 지음, 비채 펴냄)저자가 시작노트에 적어놓은 67개의 보약같은 말들을 책으로 묶었다.‘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신은 우리가 견딜 수 있을 정도의 고통만 허락하신다’ 등 개인적 체험에서 우러난 짧은 글들을 통해 삶의 희망을 전한다.1만 500원.●아쿠아마린(캐럴 앤셔 지음, 양은주 옮김, 민음in펴냄)올림픽에 출전한 동성 라이벌선수 마티에게 사랑을 느낀 17세 소녀 제시.20년 후 순종적인 가정주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가난한 이혼녀라는 세가지 길을 걷는 제시의 모습을 통해 동성애 문제와 페미니즘을 동시에 보여준다.1만원.●도선비기(박혜강 지음, 이룸 펴냄)의상, 원효와 더불어 3대 고승으로 꼽히는 선승이자 풍수지리학의 대가인 도선국사의 일대기. 저자는 5년 전 운주사 천불천탑의 전설과 신비를 그린 대하소설 ‘운주’를 펴낸 바 있다.9000원.
  • [음반단신] 자니 캐시 ‘앙코르 OST’로 부활

    영화 ‘앙코르’는 미국 컨트리 음악계 전설 자니 캐시(1932∼2003)의 사랑과 인생을 다룬다. 가장 미국적인 장르라는 컨트리에 익숙하지 않은 국내에서는 크게 알려져 있지 않은 뮤지션. 그러나 1968년 출시된 앨범 ‘폴섬 감옥 라이브 콘서트’는 같은 해 나온 비틀스 앨범보다 더 많이 팔렸다. 그 명성은 엘비스 프레슬리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 캐시 역의 호아킨 피닉스와 캐시의 필생 연인이자 컨트리 뮤지션인 준 카터 역의 리즈 위더스푼이 영화 속 노래를 모두 자신의 음성으로 소화해 화제가 됐다.100명 이상 뮤지션이 리메이크했다는 ‘(I) Walk the Line’ 등 16곡이 실렸다. 영화에선 볼 수 없는 ‘Rock’n Roll Baby’ 등 영상도 담겼다.
  • 해송의 노래…고흥반도 해안

    해송의 노래…고흥반도 해안

    # 쪽빛 봄바다에 빠져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고흥반도의 봄은 숲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바다에서도 느껴진다. 쉼 없이 파도를 가르며 만선의 깃발을 날리는 어선이나 퍼득거리는 생선이 가득한 수산물 공판장, 경관이 수려한 바닷가의 풍경에도 어김없이 봄의 빛깔이 묻어난다. 외나로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해상관광에 나섰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외나로도 해안은 육지서 보는 것과 전혀 다른 풍경이다.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갖가지 모양의 조그만 무인도, 애틋한 전설을 간직한 바위들이 즐비하다. 나로도항에서 출발해 섬을 왼쪽으로 끼고 돌아 다시 나로도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2시간 걸린다. 제일 먼저 기다리는 곳이 꼭두여라는 무인도.2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으며 불쑥 솟은 바위와 벌렁 드러누운 바위의 조화가 절묘하다. 옛날 곡식을 갈던 맷돌 손잡이 꼭두처럼 생겼다. 개인 섬으로 유명한 낚시터였으나 워낙 훼손이 심해 이젠 사람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카멜레온의 모습을 꼭 닮은 카멜레온바위, 달리는 사자의 모양을 한 사자바위. 눈, 코, 입 등이 너무 사자와 흡사해 자연의 신비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을 가진 용굴과 거대한 짐승의 콧구멍 같은 쌍굴, 남근바위, 부처님이 두 손을 모으고 합장하는 모습의 부처바위 등 해안절경이 줄지어 나타난다. 편안하게 배에 앉아서 유람을 할 수도 있고 3층에 마련된 옥외전망대에서 시원한 바닷 바람을 맞으며 비경을 감상할 수 있다. 금어호(061-833-6905), 우주스타호(061-833-6524)등 2척의 유람선이 운항한다. 어른기준 1만 4000원. # 이곳도 들러보세요 ‘작지만 아름다운 섬’ 소록도는 고흥의 대표적인 관광지. 고흥 녹동항에서 600m 떨어져 있다. 섬 전체가 한센병 환자를 위한 병원지역으로 지정돼 있어 과거엔 외부인들의 출입을 막았다.1988년부터 일반인에게 개방되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록도는 작은 사슴이 누워 있는 모습을 하고 있어 붙은 이름이다. 대표적인 명소는 한센병 환자들이 피땀 흘려 세운 중앙공원과 울창한 송림으로 이뤄진 해수욕장이다. 1916년 조선총독부는 소록도에 병원을 세우면서 신사참배를 강요했고, 환자들이 자녀를 갖지 못하게 강제로 수술도 시켰다. 그때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감금실과 검시실, 단종수술대 등이 중앙공원 앞에 남아 있어 소록도의 슬픈 역사를 말해준다. 중앙공원은 환자들이 세운 정원으로 정말 예쁘다. 마치 유럽의 어느 성에 잘 꾸며진 정원을 걷는 기분이 든다.7000여평의 대지에 치자나무, 편백나무, 팔손이나무 등 각종 관상수가 유럽의 화원처럼 단아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공원에는 ‘나병을 구하는 탑’이라는 뜻의 ‘구라탑’과 ‘문둥병 시인’ 한하운의 시비가 있다. 소록도의 크기는 여의도의 1.5배 정도. 섬을 돌아보는 데 걸어서 2시간이면 족하다. 녹동항에서 오전 7시부터 15분 간격으로 배가 출항한다. 소록도에서 녹동항으로 나오는 마지막 배가 오후 6시에 있다. 도선료는 왕복 1000원. 승용차는 1만원. 또 예내리를 지나 외나로도 서쪽으로 향하면 해넘이의 명소 염포해수욕장이 나온다. 파도에 울어대는 검은 자갈과 해송 숲 바람소리가 어우러져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밖에 영남면 양사리에 있는 용바위와 능가사도 빼놓으면 아쉽다. # 여행메모 맛집은 나로도해수욕장 입구 봉래초등학교에서 왼쪽으로 직진하면 봉래면 신금리의 나로도항 수협위판장(061-834-8102)이 있는데 나로도여행에서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 산낙지, 꽃게, 활어, 조개류 등 싱싱한 해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나로도 연안에서 잡아 올린 생선만 취급한다. 목포나 외지에서 사오면 비용이 더 들기 때문에 나로도에서 나는 해산물은 모두 자연산. 봄에는 낙지, 서대, 양태, 돔, 꽃게가 많이 나고 여름은 역시 일본에 수출하는 참장어(하모), 가을은 삼치와 새우, 겨울은 잡어가 주로 많다. 봉래면 신금리 나로도선착장옆 서울식당(061-835-5111)은 자연산회가 저렴하다. 전화로 미리 주문하면 당일 많이 잡힌 생선으로 알아서 준비해준다. 내나로도에서 제2나로대교 건너기 직전 동일면 봉영리의 서구식 펜션풍 ‘하얀노을’(061-833-83112)이 전망이 좋다. 고흥 가는 길은 서울에서 호남고속도로나 대전·통영고속도로를 이용해 남해안 고속도로로 갈아 탄 후 순천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17번 국도와 2번 국도를 이용해 벌교를 거쳐 고흥으로 들어오면 된다. 항공편은 여수공항 또는 사천공항. 고흥군 문화관광과(061)830-5224.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넥스트, 꽉 찬 울림…자유로워졌다

    넥스트, 꽉 찬 울림…자유로워졌다

    록 팬들이라면 눈치챘을 것이다. 넥스트 5.5집 재킷이 전설적인 영국 밴드 퀸의 2집 컨셉트를 그대로 빌려왔다는 사실을. 넥스트는 “재미있잖아요.”라며 위트와 오마주로 설명한다. ‘다시 놀아볼까.’라고도 해석해봄 직한 앨범 제목(Regame) 밑에는 ‘두 번째 팬 서비스’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신곡 한 개를 포함,11개 트랙으로 이뤄진 이번 셀프 리메이크 음반은, 그러나 밴드 자체로도 팬들에게도 재미 이상의 의미를 담았다. 1992년 등장한 이후 한국 록 음악계에 큰 획을 그었던 황금기 라인업에다가 플러스알파 멤버를 보강해 6인조 체제로 내놓은 첫 앨범이다. 지난해 연말 김세황(기타)과 이수용(드럼), 김영석(베이스)이 1997년 이후 8년 만에 차례로 돌아왔고,5기 멤버 데빈 리(기타)와 탤런트 지현우의 형인 지현수가 새 멤버이자 키보디스트로 합류했다. 물론 사운드의 중심에는 ‘교주’ 신해철(보컬·프로그래밍)이 똬리를 틀고 있다. 키보드가 레귤러로 참여하고 첫 트윈 기타 시스템을 도입한 것을 두고 신해철은 “꽉 찬 라인업”이라면서 “우리가 가진 실험적인 상상력을 제대로 발휘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포맷”이라고 자신했다. 워낙 기존 호흡이 탄탄했기에 단 3주 만에 새 앨범 작업을 마칠 정도였다. 6집의 징검다리를 놓은 5.5집이지만 대부분 리메이크를 했다는 점에서 목마름을 느끼는 팬들도 있을 것이다. 밴드 풀 네임이 ‘뉴 익스페리먼트 팀(New EXperiment Team)’이 아닌가. 교주 말을 빌리자면 이번 앨범은 “인생의 오점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마디로 ‘후진’ 사운드를 창작 당시 구상대로 복원하는 작업”이었다. 세월을 이겨내며 인기를 끌었지만 대부분 ‘미디’로 만들어져 완성도가 떨어졌다는 것.“복수할 기회를 노리고 있었고, 원한 맺힌 곡은 꼭 하게 된다.”고 나지막이 웃음을 터뜨리는 신해철의 설명대로 트랙 하나하나가 옛것과는 다른 꽉 찬 울림을 뿜어내고 있다. 게다가 60인조 체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으로 뭇 리메이크 앨범과는 품격을 달리한다. 윤도현, 채연, 먼데이키즈가 각각 ‘날아라 병아리’(하모니카),‘눈동자’(보컬),‘인형의 기사’(보컬)에 참여해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김세황은 “해철 형이 만들었지만 넥스트가 연주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넥스트화(化)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크롬으로 솔로를, 비트겐슈타인으로 밴드를 꾸렸던 신해철이 다시 ‘밴드 넥스트’를 고집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그는 “밴드는 습관이고 생활”이라면서 “넥스트를 결성하며 음악에 있어서 자유스러워졌기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김세황 등도 “음악 생활을 오래하다 보면 황금기 또는 전성기를 함께했던 생각들이 그리워진다.”면서 “세대를 뛰어넘는 밴드가 되고 싶다.”며 컴백 배경을 털어놓았다. 90년대에 그었던 획을 다시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타오르고 있는 넥스트. 월드컵 응원가 작업으로, 유럽 일본 진출 모색으로 바쁘다.6인조 6기 멤버로 선보일 6집 앨범 타이틀이 ‘666’이라고 귀띔했다.6월6일 발매하고 싶다는 바람도 농담처럼 곁들인다. 스스로도 ‘다음’을 상상할 수 없다는 넥스트의 이후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씨줄날줄] 피핑 톰/진경호 논설위원

    런던에서 북서쪽으로 120㎞쯤 떨어진 곳에 코벤트리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고디바 백작부인의 전설이 깃든 곳이자, 관음증 환자를 뜻하는 피핑 톰(peeping Tom)의 ‘고향’이다.11세기 남편인 코벤트리 영주 레오프릭 3세의 세금 착취를 알몸시위로 막은 여인. 거절할 것으로 생각하고 내건 남편의 조건을 받아들여 고디바는 알몸으로 말에 올라 성 안을 한바퀴 돌았고, 결국 마을주민들을 세금 착취로부터 벗어나게 했다. 고디바의 따뜻한 마음에 주민들은 그녀의 알몸을 절대 보지 말자고 약속했으나 단 한 명, 톰이 이를 어기고 몰래 그녀를 훔쳐보다 눈이 멀게 됐다는 전설이다. 천년이 지난 지금 코벤트리는 숭고하면서도 에로틱한 이 고디바의 동상으로 적지 않은 관광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녀를 훔쳐본 톰은 한술 더 떠 관음증의 대명사로, 수많은 영화와 문학, 미술의 단골 소재가 돼 왔다. 세계의 유명 향락지마다 낮밤을 가리지 않는 수많은 ‘톰’들이 구멍 속을 들여다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근 음란 화상채팅 사이트를 운영하면서 7개월 만에 10억원대의 수입을 올린 30대 운영자가 경찰에 검거됐다. 회원으로 가입해 알몸을 보여주고 돈을 번 여성만 5000여명이고, 이들과 채팅한 남성들은 수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경찰은 음란화상채팅 사이트만도 국내에 1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회원들은 결코 특별하지 않다. 우리의 주위사람들이다. 사무실 옆자리 동료일수도 있고, 동네 비디오가게 주인, 심지어 다니는 병원의 의사·간호사일 수도 있다는 얘기다.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수사 경험상 성인 3명중 1명은 음란화상채팅 경험이 있다고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중세유럽의 톰에게 21세기 한국은 천국이다. 성적 담론을 거북해 하는 전통 유교문화에 카메라폰과 초고속 인터넷망, 가정마다 보급된 PC 등 첨단기술이 결합돼 수많은 ‘피핑 톰’들을 쏟아내고 있다. 인간 본능에 대한 해답없는 질문일지 모르나 이제라도 사이버 섹스에 대한 토론을 시작할 때가 아닌지 모르겠다. 실제적인 오프라인 성범죄의 온상인가, 아니면 대리만족의 배출구인가. 진경호 논설위원 jade@seoul.co.kr
  •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2006 재계 인맥·혼맥 대탐구] 삼환그룹-최종환 명예회장家

    올해로 건설 외길 60주년을 맞는 삼환기업은 현재 남아 있는 유일한 1세대 건설기업이다. 대림산업·삼환기업·삼부토건 3개사만 명맥을 잇고 있지만 창업주가 살아 있는 곳은 삼환뿐이다. 대부분의 건설기업은 90년대 말 IMF 외환위기 전후에 부도가 나 좌초됐다. 삼환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70∼80년대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빌딩을 지은 주인공이자 중동에 처음 진출해 중동 붐을 일으킨 기업이지만, 최근엔 80년대에 비해 해외 수주액이 급감하는 등 예전보다 인지도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부침이 심한 건설업계에서 꾸준한 수익성을 유지하며 ‘환갑’의 값진 전통을 이어간다는 데 이견이 없다. 삼환은 올해 창업 60년을 맞아 국내외로 외형을 확장, 건설 명가로서 제2의 도약을 꾀하고 있다. ●창업 60년 맞아 제2의 르네상스 꿈꾸는 삼환 삼환기업은 올해를 제2 해외 르네상스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공항 확장공사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 1순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계약을 협의 중이다. 건축비가 지난해 삼환기업 해외 매출(600억원)의 4배 규모인 2500억원이다. 해외유전 사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연 100억원대 수익을 올린 마리브 유전 투자에 이어, 지분투자(4.9%)로 참여한 베트남 가스전 개발사업이 올해 하반기부터 수익을 낸다. 이밖에 지분투자(1.6%)를 한 예멘 마리브 LNG 개발사업도 오는 2009년부터 수익을 낼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3조원대 규모의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참여, 건설기업 전통 명맥을 잇기 위해 전력을 쏟고 있다. 창립자인 최종환(82) 삼환그룹 명예회장은 1924년 12월29일 최상림씨와 김림자씨의 5남2녀 중 4남으로 서울 종로에서 태어났다. 종로의 종(鍾)자에 돌림자인 환(煥)자를 붙여 지은 이름이다. 양반이 광화문 중심에서 사대문 밖으로 쫓겨나 사는 것을 몰락으로 여기던 시절이었다. 사대부 출신인 그의 집안은 가세가 기울면서 광화문 중심에서 다동으로, 이어 효자동, 종로4·5가 등으로 밀려났고 그는 종로 4가에서 태어났다.‘종환’이란 이름에는 사대문 안은 벗어나지 않았다는 안도의 뜻이 담겨 있다는 회고다. 훗날(1980년) 창덕궁이 내려다 보이는 종로구 운니동에 20층 규모의 삼환사옥을 세운 것을 두고 그가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제 점령기에 초등학교(어의보통학교·현 효제초등학교)를 다닌 그는 글재주가 뛰어나 졸업할 때까지 각종 작문 대회에서 1등을 휩쓸었지만 학업에 뜻을 두진 못했다. 열 살이 되던 해에 궁핍한 살림에 아버지마저 사망하자 일찌감치 생업 전선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건설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그의 형들과의 연관이 깊다. 큰 형인 고 명환씨와 둘째 형인 고 영환씨가 졸업 이후 수도·난방공사 자재를 생산·시공하는 스기야마 제작소에 들어갔는 데 회사에서 쓰다 남은 자투리 파이프를 집에 가져와 가공, 다시 납품하는 식으로 돈을 벌면서 1933년 경동기계제작소를 설립했다. 그는 어의보통학교에 이어 2년제 경성직업학교 기계과를 졸업한 뒤 18세가 되던 1940년 형들의 회사인 경동에 합류했다. ●약관의 나이에 창업…미군 공사로 국내 기반 삼환은 설립 이후 60년대 초반까지 줄곧 주한미군에서 수주한 공사에 전념했다.1945년 해방과 함께 미국 공병대에서 크고 작은 공사를 발주했는데 토목·수도·난방 등 업종별로 공사를 따로 주지 않고 한 업체에 모든 공사를 맡기는 식이었다. 그는 경동기계제작소안에 공사부를 설립해 영업부장으로 뛰며 미군 공사를 수주했다. 한발 더 나아가 하청업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물 한 살이던 1946년 3월15일 오늘의 삼환그룹 효시인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했다. 큰 형과 둘째 형, 그리고 최 명예회장 삼형제가 합심해 만든 회사란 뜻에서 지은 이름이지만 실질적인 소유주나 최고경영자는 최 명예회장이다. 회사 설립후 8개월 동안 이룬 공사실적만 총 26건 130만원이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액수다.1948년 가을 을지로 2가 119번지 53호를 매입해 신사옥도 마련했다. 1949년에 착공한 강원도 영월 등 7개 광산지역의 미국인 광산기술자용 주택공사는 당시 업계의 부러움을 산 초대형 공사였다.1950년 6·25로 공사는 중단됐고 건물은 불에 타버렸지만 이 공사는 훗날 새옹지마격으로 그에게 전쟁 이후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계기가 됐다. 서울 수복후 미군 공사 관계자는 그를 반도호텔(현 롯데호텔)로 불러내 큰 궤짝 하나를 내놓았는데 그 속에는 당시 2000만원이 들어 있었다. 불에 타버려 흔적조차 사라진 건물의 공사비를 뒤늦게 받은 것이다. 주식회사로 전환한 것은 전란 이후 1952년 9월의 일이다. 서울 수복후 전후 복구공사에 힙입어 사세를 키워나가던 중 삼환은 당시 주주 10명이 총 주식 2만주를 발행하면서 주식회사가 됐다. 그 중 최 회장이 1만주, 둘째 형 영환씨가 5000주, 큰 형 명환씨가 500주를 가졌다. ●국내 ‘중동 붐’ 조성…횃불신화로 국제 명성 쌓아 1961년 ‘5·16’은 새 전기를 가져왔다. 수의계약으로 이뤄지던 관급공사가 경제개발계획과 함께 신문에 종종 입찰공고가 나는 일이 생겼고 삼환은 국내 주요 공사를 맡는 ‘건설 명가’로 부상하기 시작했다.5·16 이후 삼환이 따낸 최초의 관급 공사는 1962년 발주한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이다. 이어 경부·호남·영동·남해·동해고속도로 등 각종 토목 공사에 참여했고, 국립극장, 삼일빌딩, 조선·프라자·신라 호텔, 지금은 사라진 남산외인아파트, 여의도 전경련 회관, 국립묘지 현충탑, 포항제철(현 포스코) 공장 등을 지으며 주택·오피스빌딩·토목·플랜트 등 각 분야에서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삼환은 국내사업에 만족하지 않았다. 해외진출 가능성을 계속 탐색하던 최 명예회장은 1963년 월남 사이공(호찌민)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첫 해외 진출을 시도했다. 정국 혼란으로 4개월 만에 철수했지만 이후 1968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한국 업체 최초로 지사를 설립한 데 이어 1973년 국내 업계 최초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에 진출했다. 삼환은 사우디에서 네번 연거푸 고배를 마신 뒤 다섯번째 카이바∼알울라고속도로(175㎞) 입찰에서 2400만달러 규모의 공사를 따내며 국내 중동 진출 1호 기업이 됐다. 완공 때까지 3년간 자재 공급난, 종교 문제 등 시행 착오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이어 사우디 최대 규모인 제다시(市) 전체를 뜯어고치는 미화사업을 맡으면서 행운을 잡았다. 미화공사를 메카순례기간 전까지 끝내기로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횃불을 켜놓고 야간공사를 강행하던 것을 파이잘 국왕이 보고 감동을 받은 것이다. 이를 계기로 삼환은 6000만달러 규모의 대형 공사를 수의계약하게 됐고 ‘횃불신화’라는 말을 남기며 국내 건설업체의 중동 진출 붐을 조성하는 등 명성을 널리 알리는 개가를 올렸다. ●해외 프론티어의 꿈…정체된 90년대 80년대 들어서는 해외시장에 더 집중했다.1978년 미수교국이던 예맨에 진출했고 이를 계기로 1984년 북예맨 마리브 유전개발에 참여하면서 원유사업을 시작했다. 이어 요르단, 파푸아 뉴기니아, 알래스카, 방글라데시, 사할린 등 시장을 개척했다. 국내 기술을 해외에 알리기 위해 국제 모임에 적극 참여,1982년 아시아 서태평양 건설연합회인 아이포카(IFAWPCA) 5대 회장에 추대됐고 재임시절 세계건설인대회도 제창했다.1990년대 들어서는 회사 일 보다 민간 외교에 시간을 쏟았다.1992년 한·소 경제협력회 2대 회장으로 선임됐고 재차 연임됐다. 러시아의 정치·경제 여건이 성숙되지 않아 성과를 이루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회한으로 남아 있다. 이런 탓에 90년대 들어 삼환의 해외 실적은 급감했다. 건설협회에 따르면 삼환의 해외공사 수주액은 1982년 당시 5억 8834만 8000달러(한화 6000억원)였지만 10년 후인 1992년에는 10분의1 수준인 624만 4000달러에 그쳤다. 국내 건설 업계의 주요 테마인 아파트 실적도 많지 않다.90년대 후반부터 업계가 경쟁적으로 환상을 담은 아파트 브랜드와 광고에 집중하며 수주전에 열을 올릴 때에도 삼환은 아파트 광고를 하지 않았다. 최 명예회장은 오히려 당시 시류에 대해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없이’를 통해 “안쓰럽다.”는 평을 내놓았을 뿐이다. 한 때 9개에 달하던 계열사는 현재 6개로 정리됐다. 키친아트로 유명한 양식기 제조업체 경동산업(60년)과 코카콜라 등 청량음료 제조업체인 우성식품(69년)은 모두 1990년대 말 정리됐다. 태양관광(관광·77년)은 삼환엔지니어링(기술용역·76년)에 통합돼 삼환기술개발이 됐지만 설계 업무는 거의 하지 않고 관광업도 계열사 직원 출장을 위한 발권 업무 정도만 한다. 이밖에 우성개발(67년), 삼환까뮤(78년), 삼환종합기계(79년), 신민상호신용금고(78년), 회현상사(78년) 등은 명맥을 잇고 있다. 그러나 건설 명가로서의 국내 입지와 안정적인 매출은 줄곧 유지하고 있다. 건설 계열사를 가진 한화그룹의 1000억원대 대한생명 리모델링 공사를 지난해 수주했고,2007년 준공되는 건축비 595억원 규모의 팬택계열 서울 상암동 R&D센터도 짓고 있다. 삼환기업은 2005년 기준 매출 6612억원, 당기순이익 500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종합 수주액은 1조 5000억원 규모다. 삼환그릅 기준 2005년 매출은 1조 1000억원, 당기순익은 650억원이다. ●교사 부인과 1남1녀의 단촐한 가정 1947년 봄. 삼환기업공사의 30대 청년 사장으로 뛰면서 당시 숙명여학교 교사이던 고 채광영 여사와 2년여 열애 끝에 1949년 4월 결혼했다. 최 명예회장은 부인을 만났을 당시 “‘아!이 여자다.’라는 느낌이 퍼뜩 들어 프러포즈를 했다.”고 언론을 통해 회고한 바 있다. 부인 채씨는 그를 홀로 남겨둔 채 1999년 노환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부인과의 사이에 1남1녀를 두고 있다. 가업을 승계한 외아들 최용권(56) 회장은 동갑내기로 고 한정대 전 대한페인트잉크(DPI) 회장의 3녀인 봉주(56)씨와 1974년 결혼해 슬하에 2남2녀를 두고 있다. 경기고를 졸업하고 미 보스턴대를 나온 용권씨는 미 유학중 같은 유학생 신분이던 봉주씨를 만나 결혼했다.1975년 삼환기업 기획조정실장으로 입사해 8년 만인 1982년 32세 나이에 삼환기업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삼환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1996년 9월 회장으로 등극,2세 경영 체제를 굳혔다. 선친인 최종환 명예회장은 ‘바늘로 찌를 구멍’은 있어 보였던 데 비해 최용권 회장은 ‘찌를 구멍’조차 없는 사람이란 평이 임원들 사이에서 나온다. 최 명예회장의 손녀이자 최용권 회장의 장녀 영윤(31)씨는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의 며느리가 됐다. 이 회장의 3남 해창(35)씨와 1999년 3월 결혼하면서 국내 두 전통 건설기업은 사돈관계를 맺게 된 것. 대림의 창업주인 고 이재준 선대 회장과 최 명예회장은 건설 1세대로 각별한 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해창씨는 현재 대림산업 계열사인 종합물류회사 대림H&L의 이사로 재직 중이다. 아는 사람 소개로 만나 2년여 교제끝에 결혼했다. 다른 손녀·손자들은 아직 모두 학생이다. 장손주 최제욱(29)씨는 예일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뒤 컬럼비아대에서 MBA 과정을 밟고 있고, 최지연(26)씨는 세계 최고의 미술대학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RSID에서 공부 중이다. 막내 최동욱(22)씨도 콜롬비아대에서 학부 과정을 밟고 있다. ●형제들과의 인연…삼환에 친인척 1명도 남아 있지 않아 삼환은 인척들의 경영 참여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없었던 것을 자랑스럽게 내세우지만 친·인척이 맡았던 경동산업과 우성식품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그리고 지금은 친·인척 중 단 한 명도 삼환에 적을 두는 이가 없다. 맏형 고 최명환씨는 6·25 당시 자신이 설립한 삼환기업의 모체인 경동기계가 잿더미로 변하자 동생 최 회장과 함께 삼환기업공사를 설립한 뒤 주주와 이사로 활동했다. 그의 아들인 동국대 출신의 용근(67)씨는 계열사인 우성식품 이사, 삼환기업 사장 등을 맡다가 1996년 삼환까뮤 사장직을 끝으로 삼환을 떠났다. 둘째 형인 고 최영환씨는 국내 최초 강관회사인 한국강관의 3인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삼환을 떠났는데 한국강관의 부회장까지 맡은 바 있다. 이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의 차녀 계자(64)씨는 18대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권숙일씨와 결혼했다. 장남 용재(56)씨는 1993년 삼환의 계열사로 지금은 사라진 키친아트 등 양식기를 제조했던 경동산업의 사장을 맡은 바 있다. 차남 용진(53)씨는 ㈜유창 사장으로 삼환과는 무관한 사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형 고 최경환씨는 1958년 삼환의 관계사로 설립된 양식기 제조업체인 경동산업의 대표이사 회장을 지냈다. 이 회사가 정리되기 직전인 1999년까지 재직했다. 그의 아들 최용철(60)씨도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을 지냈다. 경동산업은 인건비 상승과 경쟁 심화로 자금난을 겪다 94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0년 다시 법정관리 퇴출 명령을 받으면서 정리됐다. 그의 장녀 최형인(57)씨는 한양대 인문과학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고 최경환씨의 사위이자 최형인씨의 남편이 삼성의 반도체 신화를 이끌어온 이윤우(60) 삼성전자 기술총괄부회장이다. 막내 동생인 최정환(73)씨는 삼환이 코카콜라 부산·경남지역 판매권을 가진 우성식품을 1969년 창립하면서 이 회사 사장으로 취임했다. 연간 매출 1300억원대로 한 때 부산지역 대표 식품회사로 명성이 높았지만 방만경영과 과다 부채를 이유로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최정환씨는 형인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1997년 4월 경질됐다. 이 회사는 1997년 코카콜라 부문을 매각한 뒤 같은해 말 부도처리됐다. 최정환 전 회장은 서울대 상대, 산업은행을 거쳐 1968년 삼환에 입사했다. 이 회사 사장을 지낸 최정환 회장의 장남 최용석(47)씨는 회사가 문을 닫은 뒤 새천년민주당 창당발기인으로 활동하는 등 한 때 정치에 뜻을 두기도 했지만 지금은 정리하고 지성산업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장녀 영혜(45)씨는 건설부 장관, 상공부 장관을 지낸 고 장예준씨의 차남 동욱(48)씨와 결혼했다. jhj@seoul.co.kr ■ 故 정주영 명예회장과 ‘형님-아우’ “아, 이리도 황망히 가셨습니까? 아직도 회장님이 하셔야할 일이 많이 남아있는 데 무얼 그리 급히 가셨습니까? 여든 여섯의 춘추가 적은 것은 아니지만 우리 경제의 영원한 등불로 언제나 함께하시기를 기도했는데 이리 가시니 이별의 안타까움과 아픔이 너무도 시리게 느껴집니다. 정주영 회장님.” 최종환 명예회장은 2001년 3월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이 타계한 직후 당시 서울신문을 통해 이같은 조사를 남긴 바 있다. 두 사람은 생시에 형님-동생으로 서로를 부르며 경쟁보다는 조언을 구하고, 돕고 의지하는 형님과 아우로서의 정이 돈독했다. 그는 건설 1세대 중에서도 특히 고 정 명예회장, 고 이재준 대림산업 명예회장, 그리고 조정구 삼부토건 명예회장을 존경하면서도 가깝게 지낸 인물로 꼽았다. 자서전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없이’에서 고 정 명예회장에 대해 “타고난 능력과 자질 이외에 뛰어난 판단력과 결단력, 저돌적인 돌파력에 감탄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고 평했다. 고 정 명예회장은 전경련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최 명예회장에게 부회장을 역임토록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을 최 명예회장에게 처음 소개시켜준 사람도 고 정 명예회장이라고 덧붙였다. 고 조정구 삼부토건 회장에 대해서는 “나는 상대방의 잘못이 보이면 즉석에서 쏘아대는 성격이지만 그 분은 어떤 경우에도 참고 있다가 나중에 조용한 목소리로 상대방이 스스로 깨닫도록 설명해 주는 등 깊은 인내의 미덕을 갖춘 분”이라고 회고했다. 고 조 회장이 건설협회 회장을 맡을 때 최 명예회장은 이사로 그를 도왔다. 최 명예회장은 이들과 함께 황무지나 다름없던 이 땅에서 건설업을 일궈냈다. 그러나 지금은 마지막 남은 건설 1세대로 원로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가회동 자택에서 지내고 있으며, 건강이 예전같지 않다. 수십년간 매일 30분씩 해온 ‘대나무 밟기’를 건강 비결로 소개했던 그였지만 요즘은 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1996년 아들에게 모든 경영을 물려주고도 일주일에 최소한 사흘은 회사에 나왔지만 올들어선 일주일에 병원가는 날 하루 정도만 오전에 회사에 들른다. 평상시처럼 직원들과 지하 구내 식당을 찾는 등 검소한 모습은 그대로라는 평이다. ■ ’60년전통’ 삼환을 만든 사람들 삼환이 60년 건설 명가의 전통을 지켜올 수 있었던 데에는 전문경영인들의 공이 컸다는 평이다. 최종환 명예회장이 꼽는 최고의 CEO는 경성공업학교(현 경기공고) 출신의 고 이창호 사장이다. 부사장직으로 순직한 뒤 사장으로 추서됐고, 최 명예회장으로부터 ‘고락을 함께한 벗’으로 불리기도 했다. 최 명예회장은 지난 1977년 회사장으로 치러진 고 이 사장의 영결식 조사에서 “지금 내 오른팔이 떨어져 피가 흐르고 여며드는 것만 같은 아픔이 밀어 닥치는군요. 그러나 당신의 유지를 받들어 나는 기어코 우리 삼환을 세계 속의 삼환으로 만들고야 말겠습니다.”라며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격무로 일관하다 신병을 갖게 되어 휴양을 하다가도 중동 현장으로 달려가는 등 투철한 사명감은 지금도 귀감이 되고 있다. 그가 사망한 이듬해에는 ‘회사를 위해 노력한 사원에게는 응분의 보상이 꼭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연금제도와 사원주택단지조성사업이 시작되기도 했다. 전동진(74) 사장도 삼환에서는 전설로 불리는 CEO중 한 사람이다.1975년 월남이 패망할 당시 월남지사장으로 근무하던 중 하청업자 공사대금 지불 등 잔무 처리를 위해 남아 있다 8개월간 공산 치하에 억류된 일화는 두고두고 회자된다. 육군사관학교 출신으로 1968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뒤 삼환기업 중기부 과장으로 입사한 이후 1996년까지 삼환기업·삼환엔지니어링·삼환까뮤 등 계열사 사장을 두루 역임했다. 지금은 삼환의 육영재단인 우성문화재단에서 이사로 재직중이다. 행정고시 출신의 최석원(75) 고문은 내무부 치안본부장, 노동청장, 부산시장, 건설부 차관 등을 역임한 뒤 삼환의 해외사업이 꽃을 피우던 1982년 사장대우 상임고문으로 영입됐다. 지금도 우성문화재단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노년까지 삼환과의 인연을 지키고 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특별취재반 산업부 박건승 부장(반장) 정기홍·류찬희·최용규 차장 이기철·강충식·주현진·류길상·김경두·서재희 기자
  • [이주일의 어린이책] 우리 옛 이야기 들어봐 신날거야…

    일상에서도 글밭에서도 깊은 울림의 소리가 사라지고 없는 시대. 미려하되 정갈한 글맛으로 후배 소설가들의 습작에 거울이 돼온 중견작가 오정희가 창작동화집을 냈다.‘접동새 이야기’(원혜영 그림, 이가서 펴냄)는 춘천에 조용히 깃들어 사는 작가가, 강원도 설화를 상상의 갖은 양념으로 조물조물 무쳐낸 동화묶음이다. 구수한 입담으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운 작가 이청준도 동화집을 냈다. 중편 2편이 묶인 ‘이야기 서리꾼’(김중석 그림, 파랑새어린이 펴냄). 이미 단행본에서 선보인 적이 있으나, 초등 교과서에 실렸을 만큼 탄탄한 서사가 돋보인다. “이야기에도 생명이 있다.”는 작가의 지론이 생생한 숨결로 전해지는 책이 ‘접동새 이야기’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우고, 구렁이가 허물을 벗어 사람이 되는 전설같은 이야기에 아이들 눈이 연방 반짝거리겠다. 새 어머니의 손에 죽은 어린딸이 접동새가 된 줄거리의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7편이 실렸다. “어? 어디서 들어본 것같은데?” “요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어디서 나왔을까?” 아이들의 반응이 즐겁게 엇갈릴 이야깃감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죽은 동생을 살리려고 구렁이가 되고만 누나(‘구렁이가 된 누나’), 구렁이 남편을 찾아 물속 나라로 떠난 처녀(‘구렁이와 결혼한 처녀’), 마을 도적떼를 소탕하고 부인을 얻게 된 김응하 장군(‘김응하 장군’) 등 빛나는 상상력에 서사의 원형이 결합한 글들이 조상의 지혜와 민족 고유정서까지 두루두루 일깨워준다. 서사 자체의 재미도 크거니와 작가가 부리는 단아한 글맛을 음미하는 즐거움 또한 그 이상이다. 판화가 원혜영의 채색삽화가 설화의 신비감을 곱절로 끌어올린다. 행간의 유머와 여유를 찾는다면 ‘이야기 서리꾼’이 제격이다. 아흔이 넘어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억하는 동화 ‘할미꽃은 봄을 세는 술래란다’와, 할아버지가 그 옛적 수박서리의 기억을 손자에게 들려주는 표제작 등 중편 2편이 묶였다. 초등 5학년 1학기 교과서에 실린 ‘할미꽃은’은 직설화법의 가르침이 선명해서 더 좋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귀찮은 어른이 아니라 지혜를 나눠주는 고마운 존재임을 설득력있게 이야기한다. 글 이면의 은유를 짚어보는 유익함도 크다. 할아버지의 어릴 적 수박서리 기억이 이렇게 멋진 이야기로 빚어질 수 있다고? 작은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한 글감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사소한 일상이 훌륭한 문학으로 키가 커질 수 있음을 뚱겨주는 글이 ‘이야기 서리꾼’이다. 두 권 모두 초등3년 이상의 눈높이에 잘 맞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김위현 교수가 읽은 ‘동북공정 고구려사’

    김위현 교수가 읽은 ‘동북공정 고구려사’

    1980년도부터 시작된 중국의 고구려역사 탈취 작업이 지금은 완성단계에 와 있다. 흔히들 동북공정(원명은 동북변경의 역사와 현황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 프로젝트)이라 하여 중국 역사학계 일부 학자들의 주장인 양 알고 있다. 그러나 그 실상은 중국사회과학원과 요령성, 길림성, 흑룡강성이 함께 진행하는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한 국가적인 프로그램이다. 우리가 대응하려면 정확한 그들의 속내를 알고 우리의 주장을 펴야 할 것이다.‘동북공정 고구려사’(마다정 등 지음, 서길수 옮김, 사계절 펴냄)는 근년 고구려사연구에 전심하는 사람이 많은 이때 중국인의 이론적 바탕을 알 수 있는 심화된 ‘고대 중국 고구려 역사 속론’을 완역한 것이어서 학자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의 중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머리말에 ‘역사문제를 현실화하고 학술문제를 정치화하는 경향과 방법에 반대한다.’라고 전제하여 놓은 이 책은 전체가 그 선언적인 글과 정반대의 내용이라 할 수 있다. 예컨대 ‘통일신라가 한반도의 통일정권’이라든가 ‘고구려를 중국사의 영역에서 빠뜨린 것은 우리 학계의 실수’라는 대목을 들 수 있다. 다른 나라의 학자의 주장이 자기 뜻에 맞지 않는다 하여 ‘반동적 주장’‘한반도 남북학계의 비학술적 연구 경향을 주목’ 등의 정치적인 발언만 늘어 놓았다. 이론 편에서는 고대 중국의 번속이란 장절에서 ‘개념문제’‘오복제(五服制)’‘이화관(夷華觀)’ 등을 자기중심적으로 설명하면서 고구려를 계승했다는 고려에 대한 송인들의 기록이 일부 실수라 평하고 있다. 역사편(상)에서는 고구려가 중원국가에 신속관계를 유지했기에 700년이나 존립이 가능하였고 경제, 문화도 중원문화의 영향으로 민족특색 있는 문화창조가 가능하였다고 하였다. 역사편(하)에서는 고구려는 한사군의 하나인 현토군에서 탄생했다는 종래의 주장을 거듭하였고 주몽설화를 ‘아주 치밀하게 개조된 중화전설이다.’라고 하였고 고구려가 멸망한 후에 유민들은 1,2차 이민을 통하여 하남과 룡우로, 또는 신라와 돌궐, 말갈로 흩어져서 모두 그 나라에 융화되고 없다고 주장한다. 연구편에서는 강역이론연구를 강화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주장하면서 외국학자의 잘못된 관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하였다. 끝에 오대(五代)에서 명(明)까지 중국정사에서 고구려가 왕씨 고구려전·조선전에 포함되어서 쓰여진 원인에 대한 분석을 내어 놓았다. 이 책에서의 전반적인 문제는 대략 다음과 같은 것들이라 하겠다. 첫째, 논지를 전개함에 있어서 이론이 부족하고 사료취사에 있어서도 필요한 사료만 인용하였다. 둘째, 원론적인 이론만 전개하였다. 예컨대 조공의 성질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또 실제 행하여진 것을 계량적으로 분석하여 설명하지 못했다. 셋째 불리한 원문은 ‘실수’‘착오’로 치부해 버리는 사료접근 방법이 문제였다. 넷째, 그간에 연구된 자국 내지 제3국인의 연구성과는 아랑곳하지 않고 일방적인 서술로 일관하였다. 역사에 대하여 이런 말이 있다. 국가가멸 사불가멸(國家可滅,史不可滅), 즉 나라는 멸망시킬 수 있어도 그 역사는 없앨 수 없다, 또는 땅은 빼앗아 갈 수 있어도 역사는 빼앗을 수 없다는 뜻이다. 중국 학자들은 이런 자국 선학들의 명언도 참고했으면 한다. <명지대 사학과 명예교수>
  • ‘오스카’ 누구 손 들어줄까

    ‘이안 감독,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을 수 있을까.’ 해마다 세계 영화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로 78회째다. 이번에 감독상과 작품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작품의 면면을 살펴보면 예년에 비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작들이 많다.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브로크백 마운틴’은 남성미만 물씬 풍길 것 같은 카우보이들 사이에서 이뤄진 동성애를 소재로 했다. 특히 블록버스터 ‘헐크’의 실패를 딛고 이 영화의 메가폰을 잡은 이안 감독은 아시아인 최초로 아카데미 감독상과 작품상을 거머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카시 광풍에 맞섰던 미국 언론인 에드워드 머로를 그리고 있는 ‘굿나잇앤 굿럭’은 미남 배우 조지 클루니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해 화제를 모았다. 조지 클루니가 클린트 이스트우드에 이어 배우 출신 명감독으로 등극할지도 관심거리이다. 미국 사회 인종 갈등을 그린 ‘크래쉬’(폴 해기스 감독), 뮌헨올림픽 테러 사건을 화두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민감한 관계를 담은 ‘뮌헨’(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원작자로 유명한 게이 작가 트루먼 카포테의 전기 영화 ‘카포테’(베넷 밀러 감독)도 작품상과 감독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남우주연상은 국내에서는 각종 할리우드 영화에서 조연으로 익숙한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카포테)과 ‘기사 윌리엄’,‘그림 형제’ 등을 통해 떠오르고 있는 스타 히스 레저(브로크백 마운틴)가 다툴 것으로 보인다. 두 명 모두 영화 속에서 동성애자를 연기했다. 미국의 전설적인 컨트리 가수 자니 캐시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앙코르)도 다크호스. 여우주연상으로는 2년전 ‘몬스터’로 오스카를 거머쥐었던 샤를리즈 테론(노스 컨트리)과 원로배우 주디 덴치(미세스 핸더슨 프리젠츠), 리즈 위더스푼(앙코르) 등이 유력하다. 미국 할리우드 코닥 시어터에서 6일 오전 8시(한국시간)부터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전문채널 OCN에서 생중계한다.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경제플러스] 현대重 태양광 발전설비 스페인 수출

    현대중공업은 최근 스페인의 태양광 발전업체에 182∼200W급 모듈 1만개를 1000만달러에 공급하기로 했다고 1일 밝혔다. 현대중공업이 이번에 수출하는 모듈은 태양전지와 함께 태양광 발전설비의 핵심부품으로 태양전지에서 나오는 출력을 한 곳에 모으는 역할을 한다. 현대중공업은 태양광 발전설비를 국내 최초로 주문자상표부착(OEM) 방식이 아닌 자체 브랜드로 수출해 신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기술을 보유했음을 입증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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