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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명리조트 변산’ 3일 착공식

    대명리조트(사장 조현철)는 오는 3일 전북 부안의 변산에 국제적 휴양 리조트인 ‘대명리조트 변산´ 착공식을 한다. `대명리조트 변산´은 그리스 전설의 아틀란티스를 주제로 설계, 오는 2008년 6월 완공된다.
  •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여보의 두字엔 사연도 많아

    『두 여보 모시고 보름씩 10년』-69년 3월 16일자 「선데이서울」특종기사가 영화화되었다. 『여보』(신봉승(辛奉承)각본·유현목(兪賢穆)감독)란 작품. 한 여자가 두 남편을 모시고 보름씩 10년을 살아온 기구한 여인의 실화인데 이 영화가 개봉되기까지엔 이야기 못지않게 기구한 역정을 겪어야 해서 또한 화제. 우선 「시나리오」심의에서 다섯 차례나 반려를 당했다. 영화 검열에서도 재고(再考) 삼고(三考)끝 다섯차례의 검열을 받았다. 영화 한편 개봉하는데 이처럼 곤란을 받기는 방화사상 기록. 가위질은 심히 받지 않았다고는 해도 어지간히 검열관을 주저케 만든 작품이다. 그만큼 제작자쪽도 속을 태웠다. 2월 28일 개봉날짜까지 이 영화는 상영허가가 나오지 않아서 개봉관에서는 큰 소동이 벌어졌다. 「필름」이 나오지 않아서 다급해진 극장쪽은 몰려든 관객에게 일일이 고개를 숙여야했다.무엇이 이 영화를 이렇게 고경(苦境)에 빠뜨렸나? 이 작품의 문젯점은? 한 여자가 두 남자와 동서(同棲)한다는 점에서 윤이문제가 크게 논의된 것같다. 한 남자가 두 여자와 동서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란 점에서 색다른 문젯거리가 된 것 같다. 사실상 『여보』란 제목부터가 가위질을 당한 삭제작품이다. 제작자 쪽은 당초 「선데이 서울」의 기사제목을 그대로 옮긴 『두 여보』로 영화 제목을 삼았다. 『여보』와 『두 여보』의 「이미지」는 사뭇 딴판인 것이지만 「두」자 하나를 떼어버리면 불륜(不倫)이 배제되는 편리함이 있다. 극히 상식적인 판단이다. 『이런일이 현실 속에서 가능할까?』 작품을 상식적인 기준에서 판단하려는 사고방식이다. 일부이처(一夫二妻)의 소재라면 존재할 수 있지만 일처이부(一妻二夫)는 용납 안된다는 한국적 현실에 바탕을 둔 사고방식. 전자라면 방화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세운 『미워도 다시한번』등 전형적인 「멜로·드라머」가 있고 검열관들도 신경을 쓰지 않을만큼 대범하게 받아들여졌다. 이 문제를 사회적 측면으로 따져 본다면 한국은 아직도 남성본위(男性本位)의 봉건사상에 젖어있다는 증거도 됭 수 있다. 그러나 『여보』 의 소재를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가더라도 실존하고 있는 실화다.영화속에서는 현존하고있는 얘기가 아니라 반세기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일종의 전설처럼 그 배경을 바꿔놓았다. 상식 또는 현실성(現實性)이 문제가 되자 슬쩍 시대 배경을 바꿔 도피의 길을 만든 것 같다. 『두 여보』의 주인공 김춘자(金春子)씨(가명 35·영화속에서는 문 희(文 姬))는 경남(慶南)통영(統營)군의 어느 산간마을에서 10년동안 두 남편을 섬겨왔고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내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를 부도덕하다고 욕할 것이 뻔하다. 그러나 그녀는 두사람의 남편을 섬겨야 하는 사랑과 동정심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두 사람의 남편도 똑같이 김여인을 소유할 권리와 자격이 부여돼 있다. 이 희귀한 얘기를 좀더 상세히 살펴보자. 두 남자는 41세의 朴모씨(영화속에서는 김진규(金振奎))와 38세의 崔모씨(김성옥(金聲玉) 분(扮)). 직업이 뱀잡이, 즉 땅꾼이다. 김여인의 아버지가 땅꾼이 었고 두 사나이는 김여인의 아버지를 따라 다니면서 뱀잡이를 배운 「제자」 들이다. 김여인은 20게 때 두 사람중 나이가 위인 박씨에게 시집을 갔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결혼생활이 1년. 1년이 지난 뒤 기구한 운명의 씨가 뿌려졌다. 박씨는 얼굴이 일그러지고 손가락이 굽어지는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됐고 난치병이란 굴레가 씌워졌다. 그래서 박씨는 말없이 집을 떠났고 3년이 지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남편의 행방이 묘연해지자 김여인은 최씨와 재혼을 했다. 최씨 역시 남몰래 김여인을 사랑했던 터 두사람 사이엔 2년 동안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 2년후에 옛 남편이 돌아왔다. 집을 나간지 5년동안 외딴 섬에서 병을 고치고 그리운 아내를 찾아 집에 돌아온 것. 여기서 복잡한 문제가 일어났다. 김여인은 돌아온 남편을 버릴 수 없다고 나섰고 최씨 또한 김여인을 양보할 수 없다고 버티었다. 공서(共棲)생활이 결정된 건 김여인의 아버지가 주재한 가족회의에서다. 어느 쪽도 배반 할 수 없는 의리와 사랑. 그래서 한 남자가 보름씩 김여인과 교대 근무한다는 결정이 내려졌고 이 약속은 10년니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 세상의 이목이 두려운 이들의 공서(共棲)생활은 인적이 드문 외딴 산골짜기에서 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이들은 그들의 얘기가 영화화 했다는 소식에 자못 진지한 표정을 짓더라는 것. 제작사쪽은 『쌀가마니라도 보태 줘야겠다』고 선심을 보이기도 했다. 문명사회에서는 자칫 추악한 애기로 타락할 소재다. 그러나 그들의 생활 그대로 원시적인 생활 무대위에 설정 된 영화는 신비감마저 준다는 것. 남녀의 애정에관한 자세가 차라리 순수성을 보여준다는 평판이다. 「뱀잡이」를 산삼 캐는 사람들로 바꿔놓은 것도 큰 작용을 하는 것 같다. 영화속의 두 남자는 영감(靈感)에 의해 생활하는 자연의 일부분이다. 아버지(황해(黃海))는 두 사위에게 과욕(寡慾)을 가르친다. 욕심은 멸망을 낳는다는 교훈. 욕심이 없기 때문에 두 남자가 한 여자를 공정하게 공유(共有)할 수 있는지 모른다. 어쨌든 추악, 부도덕한 얘기가 될 것 같은 소재가 신비감마저 풍기는 문제작으로 등장했다. [선데이서울 70년 3월 8일호 제3권 10호 통권 제 75호]
  •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5) 루 게릭병

    [희귀 난치병 정복과 도전] (5) 루 게릭병

    루게릭병.1930년대에 이 병을 앓았던 스포츠 스타 ‘Lou Gehrig’의 이름을 따 이렇게 부르지만 의학적 병명은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이다. 임상적으로는 근육 위축에서 비롯되는 근력 약화를 특징으로 하는 퇴행성 신경계 병변이다. 좀 더 들여다 보자면, 대뇌와 척수의 운동신경원이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이른바 ‘운동신경원 질환’이다. # 진행억제 약조차 없어 아직 원인이 드러나지 않고 있을 뿐 아니라 아직은 효율적으로 병증의 진행을 억제하는 약제조차도 나와있지 않다. 김광국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런 루게릭병을 두고 “정말 무서운 병”이라고 말한다.“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질환인가 하면 의료계에서는 ‘만약 증상이 좋아진다면 그것은 루게릭병이 아니라 다른 질환을 루게릭병으로 오진한 것이다.’라고 할 정도입니다.” 운동성이 제약을 받는 병증의 특성상 환자들이 눈에 잘 띄지 않을 뿐 유병률이 그렇게 낮은 것도 아니다.“나라간 유병률 차이는 없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 10만명당 0.4∼2명의 새로운 환자가 매년 발생하며, 전체적으로는 10만명당 3∼8명이나 됩니다. 특히 중년 이후 연령대가 이 병에 더 취약해 전체 환자의 60% 이상이 40∼50대이며,74세를 기준으로 인구 2000명당 1명꼴로 이 병을 갖고 있으니 간단치 않죠.” 이 병의 원인과 발병 기전은 아직 미궁이다. 김 교수의 설명을 듣자.“가설로 제시된 원인을 보면 가장 유력한 설이 글루타민산 과잉설입니다. 손발을 움직이는 전기신호는 뇌에서 신경을 통해 근육으로 전달되는데, 글루타민산은 이 신호를 전달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런 글루타민산의 양이 지나치게 많으면 역으로 신경조직인 뉴런을 파괴해 버린다는 것이죠. 글루타민산 과잉설 외에도 환경인자의 영향 때문이라는 환경설, 신경영양인자 결핍설,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유전설 등도 가설로 제시돼 있습니다만 아직 정설은 없습니다.” 원인이 규명되지 않으니 발병 기전도 정형이 없다. 전체 환자의 10% 정도는 유전성을 보이지만 대부분은 산발적인 발병 기전을 드러낸다.“이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많습니다. 흥분성 독성물질설이라든가 자가면역설, 신경영양인자 결핍설 등이 있습니다만 아직 정형화된 기전은 없다고 봐야 합니다.” # 운동·호흡 장애로 나타나 증상은 크게 근력약화에 따른 운동기능 장애와 호흡 장애로 나타난다. 호흡 장애도 따지고 보면 근력 약화와 연결된 증상이다. 운동신경 장애도 무섭지만 환자들이 보이는 구마비 증상도 심각하다.“구마비란 뇌간의 운동신경세포가 파괴되어 발음장애, 음식을 삼키지 못하는 연하장애, 혀의 위축 등으로 나타나는데, 이 때문에 침을 못 삼키거나 사래 때문에 음식물이 기도로 유입돼 폐렴을 부르기도 하지요.” 운동장애는 크게 상지 장애와 하지 장애, 상·하지 장애로 구분한다. 상지 장애는 양 손을 못쓰는 것에서 시작돼 주변부로 확산되며, 하지 장애는 상지 장애 이후에 오는 장애로, 걷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이른다. 진단을 위해서는 환자의 병력 청취와 신경학적 검사, 근조직검사, 혈액검사 등을 시도하는데, 일반적으로는 병력과 안구운동, 감각, 방광 및 항문기능 등 신경학적 이상을 확인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는 파악이 가능하다.“이런 검사를 통해 이상 소견이 나오면 확진 절차에 들어가게 되는데, 사실 확진을 위한 특이적인 검사는 없다고 보는 게 옳습니다. 우선은 ALS의 단서를 찾기 위해 근조직검사를 실시하고, 이어 비슷한 임상 양상을 보이는 다른 질환의 문제인지를 규명하기 위한 검사를 시도하지요. 많지는 않지만 척수의 운동신경세포 손상으로도 근력 약화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치료 방법을 두고 얘기하는 동안 김 교수의 얼굴에는 안타까운 기색이 역력했다.“아직 근본적인 치료법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줄기세포가 각광을 받았던 얼마 전까지만 해도 희망적인 동물실험 결과가 없지 않았지만 이후 별다른 성과가 보고되고 있지는 않습니다. 위안이라면 치료제 개발을 위한 연구가 조금씩 진전돼 해외 임상에서 ALS의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된 ‘리루졸’이라는 약제가 나와 있는데 이 약제는 과잉 글루타민산을 억제하는 약리기전을 가진 것입니다.” # 수영·걷기 등 규칙적 운동을 약물 치료의 성과가 제한적인 가운데 환자가 보이는 증상에 따라 이를 완화시키는 대증요법이 사용되기도 한다. 환자들이 느끼는 가장 어려운 문제인 근력 약화에 대응해서는 보장구 등 보조기를 사용하도록 하거나 부목 등으로 근력의 약화를 보완하는 치료법을 채택하고 있다. 수영과 걷기 등 규칙적인 운동도 보조적으로 적용하는 치료법이다. 김 교수는 “ALS는 자체적으로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나 근력 약화로 관절에 압박이 가해질 경우 통증이 초래되기도 하는데, 이 때는 진통제를 처방해 치료하며, 역시 문제가 되는 영양상의 문제는 비타민 E·C 등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거의 모든 환자들이 겪는 호흡장애. 이에 대해 김 교수는 “ALS가 진행되면 호흡장애가 초래될 때, 특히 폐렴이 나타날 경우에는 항생제를 투여하며, 산소 분압이 낮을 때는 인공으로 산소를 투여해 줘야 한다.”면서 “호흡 장애로 폐부전이 초래되면 의료진이 인공호흡 적용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정한 치료 약제가 없는 만큼 재활치료 의존도도 높은 편이다.“ALS는 진행성 질환으로 신체는 물론 심리, 직업상의 문제를 동반하기 때문에 이의 최소화를 위해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라면서 “일반재활과 호흡재활로 구분되는 재활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생명 연장까지 도모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최근에는 이 질환에 대한 정부 지원이 강화됐을 뿐 아니라 한국ALS협회에서 간병인 지원도 시작, 환자들이 느끼는 부담은 많이 해소됐다는 김 교수는 “그러나 아직은 정부 지원이 더 확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광주도 ‘솔라시티 프로젝트’ 2011년까지 산업기반 구축

    광주도 ‘솔라시티 프로젝트’ 2011년까지 산업기반 구축

    “고유가 시대엔 신·재생 에너지가 곧 돈이다.” ‘빛고을’ 광주가 태양광과 열 등을 이용한 신·재생 에너지 산업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광주시는 25일 일사량이 전국 평균보다 21%가량 높은 지역적 특성을 이용해 ‘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는 ‘솔라시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4년 전국 최초로 태양에너지 도시 지원조례를 제정한 데 이어 최근 특허청에 ‘태양에너지도시’ 상표 출원을 내기도 했다. ●솔라시티 광주프로젝트 시는 2002∼2011년 모두 1939억원을 들여 태양광 에너지 설비와 수소연료 전지 등 신·재생 에너지 산업기반을 구축한다. 2011년에 이산화탄소 배출량(현재 226만 1000TC)을 10%,2020년 20% 줄여 나간다. 시는 올초 한국중부발전㈜과 4300㎾/h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 등을 건설하는 투자양해각서(MOU)를 교환하고, 용역에 착수했다. 내년쯤 제1하수종말처리장과 광주도시철도공사 옥동차량기지,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 동구위생매립장 등지에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다. 특히 내년 초 착공 예정인 동구 소태동 위생매립장에는 메탄가스를 이용한 250㎾ 규모의 가스터빈 발전시설과 유리온실이 설치된다. 연말에는 제2하수종말처리장에 포스코가 지원하는 250㎾급 수소연료전지 발전시설을 설치, 생산된 전기는 처리장이 사용하고 90도 이상의 온수는 혐기성 소화조를 운영하는 데 이용된다. ●시설마다 벤치마킹 줄이어 광주시에는 모두 90여곳의 태양광 발전시설과 6000여곳의 태양열 발전시설이 가동 중이다. 시청사 주차장에는 100㎾짜리 발전설비가 설치돼 매월 50만㎾/h의 2%인 1만㎾/h를 충당하고 있다. 서구문화센터 태양열 냉·난방시설과 조선대 기숙사 태양에너지이용 시범주택 110가구(그린 빌리지), 남구 신효천마을 등의 발전시설도 다른 자치단체나 환경단체의 단골 벤치마킹 대상으로 자리잡을 정도다. 그동안 푸른경기실천협의회, 녹색기자단, 제주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학교,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3000여명이 견학을 다녀갔다. ●세계로 홍보 시는 신에너지산업 중심도시의 위상을 알리고 관련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다음달 23∼26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국제 규모의 ‘2006 하늘 바람 땅 에너지전’을 개최한다. 한국 미국 독일 일본 등 국내외 대기업이 대거 참여, 관련 기술 및 정보를 교류하고 바이어들의 구매상담 등이 이뤄진다. 시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앞으로 어느 수준까지 발전할지 아무도 모르는 오션블루”라며 “이를 미래경제를 이끌어갈 기간산업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가족과 떠난 가을섬 승봉도

    가족과 떠난 가을섬 승봉도

    아침저녁으로 부는 쌀쌀한 바람에 단풍잎이 뒹구는 10월도 며칠 남지 않았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에 마음이 들뜨기는 하나 ‘산’이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런 이들을 위해 가을 섬을 추천한다. 철 지난 가을 섬은 한적해 사색의 계절을 느끼기에 그만이다. 또 날씨도 좋고, 먹을 거리도 풍부해 가을 여행지로 좋다. 특히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 그저 세상 시름을 잠시 접어두고 하루를 편안하게 쉬다 오기에 ‘딱’이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배로 1시간 남짓 걸리는 승봉도에 다녀왔다. 아무도 살지 않는 사승봉도, 저녁노을이 곱게 지는 이일레 해수욕장, 낚싯바늘을 던지기만 하면 딸려오는 물고기 등 그저 1박2일 동안 가족들과 즐기기에 좋은 섬이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혹시 아무도 살지 않는 무인도에서 문명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자연과 벗하며 살고 싶다는 꿈을 꾸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승봉도에서 배로 10분 거리인 사승봉도에 한번 가보세요. 진정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 은빛 모래밭의 무인도, 사승봉도 승봉도에서 조그만 통통배로 5분정도 시원스레 달리자 눈앞에 광활한 은빛 모래밭이 펼쳐진다. 바로 여기가 무인도인 사승봉도이다.‘모래의 섬’ 사도(沙島)로도 불리는 이곳은 썰물 때면 동북쪽으로 길이 2㎞, 서북쪽으로 길이 2.5㎞의 드넓은 백사장이 가을 햇살을 받아 눈이 부실 지경이다. 배가 제대로 접안할 부두 시설도 없어 사다리를 이용해서 바다와 백사장이 맞닿는 곳에 내린다. 물론 깊이가 무릎 정도라 안전하다. 바지를 걷고 바다를 걸어 사승봉도의 넓은 모래사장에 발을 디뎠다. 썰물 때만 드러나 바닷물결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드넓은 모래밭에서 한가롭게 먹이를 찾던 갈매기들이 낯선 인기척에 놀란 듯 하나둘씩 자리를 내어준다. 백사장 뒷산에는 곰솔(해송)과 참나무, 오리나무, 칡덩굴 등이 무성하게 숲을 이룬다. 단풍이 들만도 한데 소나무가 많아서일까 아직도 푸른 기운이 넘쳐난다. 한낮이라도 가을인데 의외로 맨발로 걷는 바닷물과 모래밭은 따뜻함을 간직하고 있다. 모래밭 발자국 소리에 놀라 제 집으로 찾아들어간 게와 그 녀석들이 가지고 놀던 조그만 모래 공(?)이 여기저기 빼곡하다. “바다 생태계의 환경이 바뀌어서인지 골뱅이가 많아요. 원래는 바다에서 잡히던 것인데 지난해부터는 이곳 백사장으로 올라와요. 저기요 저렇게 조금 솟아오른 작은 구멍 보이죠. 저런 곳에 골뱅이가 있어요.”라고 민경용(38)선장이 일러준다. ‘에이 무슨 골뱅이야’ 반신반의하며 손으로 파보았다. 아니 파는 것이 아니라 살짝 모래를 걷어내자 진짜 골뱅이가 나온다. 참 신기하다. 갯벌에서 여러 가지를 잡아 보았어도 갓난쟁이 주먹만한 골뱅이는 처음이다. 넓은 모래밭에는 ‘물 반 골뱅이 반’이다. 그냥 땅위에 나와 있는 녀석들만 주워도 비닐봉지 하나가 너끈히 채워진다. 경기도 평촌에서 온 아줌마들은 난리다.“어머 자연산 골뱅이야. 오늘 저녁에 안주하면 되겠네.”라며 사승봉도의 아름다움보다 골뱅이 잡는 매력에 ‘푹’빠져버렸다. 서북쪽 모래밭 끝 갯바위 틈을 들척이자 갯고둥과 소라가 잔뜩 들러붙어있고 놀란 달랑게와 방게가 몸을 감춘다. 역시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라서 그런지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었다. 두 시간을 돌아다니다 바위 그늘에 앉아 잠시 쉬었다. 파도 소리와 파란 하늘, 적막함이 감도는 섬의 모습에 마치 원시인이 된 기분이다. 사승봉도에는 두 군데 우물이 있어 간단하게 몸을 씻을 수 있다. 정기적으로 배가 다니지 않았는데 올해부터 왕복 1만원을 내면 사승봉도까지 태워주는 통통배가 생겼다. 피서철에는 섬 관리비로 1인당 3000원을 내야 하는데 요즘은 받지 않는다. 만약 텐트를 가지고 무인도에서 하룻밤을 지낼 수도 있다. # 매력 덩어리 승봉도 승봉도는 인천광역시 옹진군 자월면에 속한 4개의 유인도 중 하나로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뱃길로 1시간20분, 대부도 방아머리선착장에선 50분 걸린다. 승봉도는 ‘봉황이 나는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지금 승봉도에는 80가구 160여명이 선착장을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사는 자그마한 섬이다. 느린 걸음으로 2∼3시간이면 섬 한 바퀴를 돌 수 있지만 섬이 갖춰야 할 최적의 조건은 다 갖췄다. 기암괴석과 바다낚시, 해수욕장뿐 아니라 소라따기, 낙지잡기, 바지락 캐기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체험거리가 가득하다. 섬에는 버스나 택시 등 대중교통이 없다. 민박집에서 제공하는 차량을 이용해야 하는데 걸어 다니며 때 묻지 않은 자연과 정겨운 인심, 호젓한 마을풍경을 직접 체험하는 맛도 쏠쏠하다. 섬 남쪽 이일레해수욕장은 승봉도의 대표 해변. 폭 40m, 길이 1.3㎞의 아담한 백사장은 경사가 완만하고 썰물 때도 갯벌이 드러나지 않는다. 물이 빠지면 바로 옆 장골해수욕장과 이어져 해안선 산책코스로 제격이고, 해변에서 바라보는 낙조 또한 장관이며 해수욕장 뒤편 해송 숲은 걸으며 사색에 잠기기에 아주 좋다. 선착장에서 5분 거리인 동양콘도 뒤편 모래해변은 바다학습장이다. 물 빠진 갯벌에서 조개를 캐거나 낙지를 잡을 수 있어 도시 아이들에게 ‘딱’이다. 남동쪽 끄트머리에 있는 부두치는 모래와 자갈, 조개껍데기가 그림처럼 어우러진 곳이며 삼각형 모양의 독특한 목섬은 썰물 때 모래톱으로 연결돼 걸어서 들어가는 체험도 재미나다. 이밖에 구멍으로 연인 사이가 통과하면 사랑이 이뤄진다는 전설이 깃든 남대문 혹은 코끼리바위도 볼 만하다. # 물 반 고기 반인 승봉도 앞바다 승봉도는 바다낚시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진 곳이다. 이맘때면 씨알 굵은 우럭, 놀래미, 광어 등이 낚싯바늘을 집어넣으면 바로 물고 올라온다.1인당 3만 5000원만 내면 바다에서 4시간 정도 낚시를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해준다. 배로 20여분 나가서 금도, 공경도, 사승봉도 앞에서 낚시를 하는데 배에서 회로 먹고 저녁에도 안주를 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잡는다. 물론 자연산으로 말이다. 아이들과 재미 삼아 즐기면 손맛도 입맛도 즐길 수 있어 1석2조가 따로 없다. ■ 인천 연안부두~승봉도 쾌속정 70~100분 소요 # 여행정보 승봉도 선창휴게소(032-831-3983,www.isunchang.com)는 사승봉도와 낚시투어를 주인이 직접 운영하고 있으며 깨끗한 민박뿐 아니라 직접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로 끓여주는 매운탕과 회도 일품이다. 또 승봉도에서 인심 좋기로 소문난 일도네민박(032-831-8942,user.chol.com/~jkp1119/)도 추천한다. 좀 나은 숙소를 원한다면 승봉도 선착장 부근에 150실 규모의 동양콘도미니엄(www.dycondo.com,02-2604-6060)을 권한다. 방에서 내려다보는 서해 바다의 풍경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섬 풍경을 그대로 간직한 콘도로 동남아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인천 연안부두에서 승봉도로 가는 배는 우리고속페리(www.wk.co.kr,032-887-2891~5) 소속 쾌속정 파라다이스(1일 2회)로 1시간10분, 대부해운(www.daebuhw.com,032-887-6669)과 진도운수(www.jindotr.co.kr,032-888-9600) 소속 카페리호(1일 1회)로 1시간40분 걸린다.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서도 대부해운(032-886-7813) 소속 카페리호(1일 1회)로 1시간20분쯤 걸린다.
  • [이종현의 나이스샷] 한국 골프의 산증인 ‘한장상’

    서비스 이론에 ‘대우를 받으려면 상대방을 먼저 대우하라.’는 말이 있다. 한국 골프가 발전하고 세계화를 이루려면 먼저 골프 원로를 칭송하고 그의 업적을 늘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국내골프는 원로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했다. 괄시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국 골프의 산증인 한장상(66) 프로는 마땅히 미국의 아널드 파머나 잭 니클로스 이상의 칭호와 대우를 받아야 하는 한국 최고의 원로다. 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골프장에서 열린 LIG-KPGA선수권대회에는 한장상 프로가 어김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메이저타이틀이 걸린 이 대회에 49년 동안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출전을 해온 것이다. 비록 컷오프로 대회를 마쳤지만 한장상 프로에게 김종덕을 비롯한 후배 30명은 ‘존경의 꽃다발’을 선사했다. 국내에 이렇게 훌륭한 골프 역사를 안고 있는 인물이 있었냐는 찬사도 도처에서 쏟아졌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와 브리티시오픈 등에 노익장을 과시하며 출전한 파머나 니클로스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또 박수를 쳐 왔다. 눈앞에 살아있는 우리의 골프 역사를 외면하고 무관심으로 일관해 온 것이다. 모두의 잘못이다. 사실 한장상 프로는 한국의 척박한 골프 불모지를 개척한 살아있는 전설이다. 지난 1972년 일본오픈에서 우승한 뒤 이듬해엔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꿈의 무대’ 마스터스에도 출전했다. 몇 차례나 비행기를 갈아타고 수십 시간 이상을 날아간 뒤 잉글랜드와 미국 등지의 그린에 태극기를 알렸다. 내년이면 그는 KPGA선수권대회에서 50년 출전이란 전무후무한 대기록을 만들게 된다. 그때에는 꽃다발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 골프 역사를 기리고, 또 그의 이름 석 자를 코스 어딘가에 남겨야 한다. 그날만큼은 국내 최대의 골프축제로 승화돼야 한다. 그가 후배 양성을 위해 뛰는 모습을 한쪽에선 그리 고운 시선으로 보지 않았다. 단순히 먹고 살기 위해서 ‘한물간’ 프로골퍼로 폄하해 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한장상’이라는 이름은 이제 한국 골프에서 빠져서도 안 되고, 외면해서는 더욱 안될 이름이다.그러나 그의 이름은 이제 겨우 파머와 니클로스에 견줄 만한 상황이다. 한국남자골프가 발전하기 위해선 그들처럼 ‘영웅 만들기’에 나서는 것도 과히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지나친 것일까.레저신문 편집국장 huskylee1226@yahoo.co.kr
  • ‘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 박수칠 때 떠났다

    2006시즌 포뮬라1(F1)의 대미를 장식하는 브라질 그랑프리가 열린 23일 상파울루는 지난 10년간 ‘전설’ 혹은 ‘황제’로 불린 한 남자를 떠나보내는 자리였다. 1991년 F1에 데뷔한 뒤,7개 시즌 우승과 91차례의 레이스 우승 등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레이싱 황제’ 미하엘 슈마허(37·독일)는 예고했던 대로 이날 마지막 레이싱에 나섰다. 결과는 2위에 올라 8점을 보탠 페르난도 알론소(25·스페인)가 총 134점으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고, 슈마허는 5점을 보탠 총 121점으로 2위에 머물렀다. 레이싱을 끝낸 슈마허는 “오늘로 나의 자동차경주 인생이 끝났다. 내겐 특별한 순간이며 훌륭한 사람들이 주위에서 나를 도와줬던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어울리는 단어를 찾지 못하겠다. 항상 뒤에서 응원해준 팬들이 그리울 것”이라며 북받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명승’ 문화재로 보존한다

    ‘명승’ 문화재로 보존한다

    서울신문이 지난 4월24일자부터 10월23일자까지 인기리에 연재한 ‘다시 걷는 옛길’ 영남대로가 국가지정문화재로 선정돼 체계적으로 보존·관리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우리 선조들의 생활사적 측면에서 보존가치가 높은 전국 각지의 ‘옛길’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지정, 관리키로 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를 위해 문화재청은 최근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대동지지정리고 및 세종실록지리지, 증보문헌비고 등 옛 지도상에 나타난 옛길 가운데 보존상태가 양호하거나 전설·유래를 간직한 구간에 대한 자료를 추천 의뢰했다. 문화재청은 올해 말까지 지자체를 통해 추천된 옛길을 데이터화한 뒤 내년 상반기 지적 및 천연기념물 관련전문가들로 위원회를 구성, 자료분석과 함께 실증·고증작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해당지자체와 문헌·현지조사를 실시하고, 대학교수 등 옛길 관련 전문가와 동호회, 향토사학가, 시민을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이를 바탕으로 내년 10월쯤 지정 대상을 선정한 뒤 문화재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연말쯤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옛길이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되면 복원과 보수·정비 등에 국비 지원이 가능해져 체계적으로 유지·관리될 전망이다. 또한 옛길이 새로운 관광자원인 명승지로 개발돼 관광활성화에 따른 지역홍보 및 세수증대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위수 문화재청 천연기념물 과장은 “옛길은 우리 선조들의 소중한 얼과 문화, 유무형의 유적들이 산재된 민족문화유산”이라며 “때늦은 감이 있지만, 서울신문의 옛길 재조명을 계기로 이를 국가문화재로 지정,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대구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월드시리즈] 마흔두살 로저스 “어흥”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케니 로저스(42)는 한화 송진우(40)와 닮은꼴이다. 나란히 1989년 프로에 데뷔(로저스는 빅리그 진입)했고 올시즌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인통산 200승을 돌파했다. 좌완인 둘은 타자를 윽박지르는 강속구는 없지만 스트라이크존에 걸치는 핀포인트컨트롤과 노련한 수싸움으로 상대를 농락한다. 또 제6의 내야수로 빼어난 수비와 클럽하우스의 리더 역할을 하는 것도 비슷하다. 하지만 한국시리즈에서 2승을 거둔 송진우와 달리 로저스는 월드시리즈와 인연이 없었다. 뉴욕 양키스에서 뛰던 96년 애틀랜타와의 월드시리즈에 등판했지만 2이닝 5실점으로 방어율 22.50을 기록하는 데 그친 것. 23일 코메리카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 세인트루이스의 월드시리즈(7전4선승제) 2차전. 불혹을 훌쩍 넘긴 로저스가 1차전 패배로 벼랑에 몰린 팀을 구하기 위해 선발로 나섰다. 1회 크레이그 먼로의 선제홈런과 카를로스 기옌의 2루타로 2점을 선취하자 노장의 어깨는 한결 가벼워졌다. 섭씨 6도의 쌀쌀한 날씨 탓에 연신 입김을 불어넣으면서도 전날 7점을 몰아친 세인트루이스 타선을 8회까지 삼진 5개를 솎아내며 2안타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결국 디트로이트가 세인트루이스를 3-1로 꺾고 월드시리즈를 원점으로 돌렸다.1968년을 기억하는 올드팬이라면 통산 5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의 희망을 부풀리기에 충분한 전조인 셈. 승리의 일등공신 로저스는 뉴욕 양키스와의 아메리칸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이후 포스트시즌에서 23이닝 연속 무실점(역대 2위)을 이어가며 3연승을 달렸다. 또 월드시리즈에서 선발승을 따낸 최고령 투수로 102년 역사에 남게 됐다. 물론 시리즈가 6차전까지 이어진다면 로저스는 또 한번 자신의 기록에 도전한다. 공격에선 2번타자 먼로가 돋보였다.1회 말 기선을 제압하는 1점포를 뿜어낸 먼로는 올 포스트시즌에서만 5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전설의 타자 행크 그린버그에 이은 프랜차이즈 타이 기록. 세인트루이스는 9회 로저스의 뒤를 이은 마무리 토드 존스에게 1점을 뽑은 뒤 2사 만루의 찬스를 잡았지만 후속타 불발로 무릎을 꿇었다.3차전은 25일 부시스타디움으로 옮겨 네이트 로버트슨(디트로이트)과 크리스 카펜터(세인트루이스)의 선발 맞대결로 치러진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남성편력 화려했던 페기의 삶

    하루에 한점씩 그림을 사는 것으로 유명했던 페기 구겐하임.20세기 현대 미술계의 대표적인 후원가이자 컬렉터였던 페기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립자 솔로몬 구겐하임의 조카딸로, 그녀의 화려했던 삶은 곧 20세기 서양미술의 살아있는 역사라 할 수 있다.‘페기 구겐하임-모더니즘의 여왕’(메리 디어본 지음, 최일성 옮김, 을유문화사 펴냄)은 전설적인 컬렉터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다룬 평전이다. 페기는 “엄청난 재산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들 사이에서 보헤미안 같은 삶을 사는, 죄악에 가깝도록 문란한 여인”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열살 이상 연하였던 극작가 새뮤얼 베케트, 독일 화가 막스 에른스트, 프랑스 출신 화가 이브 탕기, 그리고 20년 이상 친구로 지내다 성관계까지 맺은 마르셀 뒤샹에 이르기까지 그의 남성편력은 지루하다 못해 숨이 찰 정도다. 페기의 삶이 크게 달라진 건 마흔살을 기점으로 해서다. 풍요의 바다에서 뒹굴던 말괄량이 페기는 1938년 런던에 갤러리 ‘구겐하임 죄느’를 개관하고 1942년 뉴욕 웨스트사이드에 ‘금세기 예술갤러리’를 열면서 작품 수집과 전시에 매달리게 된다.2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스포츠 라운지] 탤런트 출신 전자랜드 장내 아나운서 함석훈

    “뜨리! 뜨리! 뜨리! 뜨리∼ 포인트.” 부천체육관을 처음 찾은 팬은 전자랜드 선수가 3점슛을 터뜨렸을 때 우렁찬 목소리에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내 이 사내의 목소리에 빠져든다. 달콤하거나 중후한 멋은 없지만 흐름을 꿰뚫고 조곤조곤 설명해 주는 덕에 팬들은 경기를 120% 즐긴다. 프로 출범 이후 11시즌,10년 내내 개근한 전자랜드의 장내아나운서 함석훈(39)씨다.“지난 시즌 전자랜드가 바닥을 긴 탓에 너무 힘들었어요. 홧김에 술 먹다가 살만 쪘죠. 하지만 올시즌에는 플레이오프까지 오를 겁니다.” ●“본업은 탤런트랍니다” 그는 중앙대 연극영화과에서 연기를 전공한 뒤 KBS 탤런트 공채 14기로 뽑힌 엄연한 직업 배우다. 동기 이병헌과 김호진, 손현주처럼 뜨진 못했지만 1991년 ‘TV 손자병법’을 시작으로 15년째 드라마와 영화판을 오가며 조연 및 단역으로 열연중이다. 동양 레슬링 챔피언 역할로 사랑받았던 ‘야인시대’ 이후 뜸했지만 지난해 성공을 거둔 ‘부활’에서 개성있는 연기를 뽐냈다. 탤런트인 그가 어쩌다가 농구판에 뛰어들었을까. 끼가 넘쳤던 그는 큰 형님뻘 대학동기인 개그맨 이홍렬과 사회를 자주 봤다. 그 모습을 눈여겨 본 지인이 프로농구가 생기니 장내아나운서를 해보라고 제의했던 것. 데뷔무대는 프로출범을 앞두고 열린 96년 코리안리그. 장내아나운서의 원로 격인 염철호(72)씨가 메인을 맡고 조금씩 자투리 시간을 얻어 마이크를 잡았다. 농구로 치면 식스맨으로 데뷔한 셈.“학생여러분, 장내가 혼란스러우니 자리를 지켜 주세요. 질서를 지키세요.”라는 꼬장꼬장한 멘트로 유명한 염철호씨 밑에서 기본을 배웠다. 선수 교체를 소개할 때 ‘서브스티튜션(substitution)’이 아니라 무심코 ‘멤버 체인지’라는 콩글리시를 썼다가 혼줄이 났다. ●“목소리가 나올 때까지 마이크를 잡고 싶다” 프로 원년인 97년, 나래 시절은 고생도 많이 했지만 보람도 컸다. 연기자로 입지를 굳히지 못한 그가 장내 아나운서를 하기 위해 빠져 나가는 것을 PD들과 선배들은 못마땅해했다. 게다가 스포츠 불모지 원주에서 무명 선수들이 모인 나래의 분위기를 띄우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나 다름없었던 것. 하지만 나래는 그해 챔피언결정전까지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고, 정인교는 그가 붙여준 ‘사랑의 3점슈터’란 별명에 걸맞은 스타로 우뚝 섰다.“원주 시민의 사랑, 정말 대단했죠. 덩달아 저도 유명해져서 술값 한 번 내본 적 없어요.”라며 그 때를 떠올렸다. 11번째 시즌을 맞은 그의 감회는 남다르다.“선수들의 기량은 좋아졌는데 팬의 열기는 조금 식은 것 같아 아쉽죠. 그리고 다들 승패만을 좇는 것 같아요. 코트 밖에서 뛰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내려 주셨으면 좋겠어요.”라고 털어 놓았다. 농구 장내아나운서 모임을 직접 만들어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후배들의 실수를 따끔하게 지적하는 엄한 선배지만, 신참들이 그의 아나운싱을 연구할 만큼 존경받고 있다. 그는 “뜨는 것보다 주현 선배처럼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죠. 장내 아나운서로는 목소리가 나오는 순간까지 계속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라고 말했다. 두 마리 토끼를 몰고 있는 그가 간절히 원하던 배역의 촬영과 전자랜드 홈경기가 겹친다면 어떻게 할까.“농구는 대본이 없기 때문에 짜릿함이란 말로 표현 못해요. 당연히 마이크를 잡아야죠.”라고 즉답했다. 글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사진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출생:1967년 10월5일 서울생 ●학력:반포초-반포중-서울고-중앙대·대학원 ●가족:아내 김소은(35)씨와 아들 승호(9) ●취미:골프 ●주량·흡연량:소주 2병·담배 1갑 ●출연작:TV손자병법-딸부자집-야망의 전설-야인시대-무인시대-불멸의 이순신-부활-대조영 ●장내아나운서 경력:나래-KBL-신세기-SK-전자랜드
  • 전통 고택에서 하루 운치있는 가을 만끽

    전통 고택에서 하루 운치있는 가을 만끽

    고래등 같은 기와지붕, 아름드리 기둥과 멋스럽게 흘러내린 추녀, 마당에 피고 지는 우리꽃, 햇살이 내리쬐는 장독대…. 시멘트 숲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에게 한옥은 추억의 공간이다. 단아하면서도 소박하고 친근한 우리의 전통가옥 한옥은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접하기 힘들게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전북에 오면 전통한옥의 참맛을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들이 전통한옥을 누구나 머물고 갈 수 있는 관광자원으로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의 한옥 자랑 ‘맛과 멋의 고장’ 전주시 한옥마을에는 아담하면서 깔끔한 한옥 숙박시설이 5곳이나 있다. 전주시가 건립한 한옥 생활체험관에서는 장작불로 구들장을 덮히는 전통방식의 한옥을 맛볼 수 있다. 따뜻한 아랫목에 두툼한 요를 깔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피로가 개운하게 가시고 힘이 절로 솟는다. 아침에는 정갈하면서 맛깔스러운 오첩반상이 제공된다. 다실에 앉아 작은 마당을 내려다보면서 향기 그윽한 차를 마시면 마음은 어느덧 조선시대 양반이 돼 있다. 윷놀이, 굴렁쇠, 투호 등 전통놀이는 누구나 쉽게 즐겨볼 수 있다. 밤이 되면 타닥타닥 불 지피는 소리를 들으며 고구마와 밤을 구워 먹고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지만들기, 매듭공예, 향음주례, 국악공연, 비빔밥만들기 등 색다른 체험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기전대학이 운영하는 동락원, 향교 소유의 양사제, 전통예절을 가르치는 설예원, 황손 이석이 살고 있는 승광제 등도 모두 체험이 가능한 전통한옥 숙박시설이다. 아침이 포함된 숙박비는 2인 기준 일반실은 6만원, 특실은 10만∼12만원으로 비싼 편이 아니다. ●전원미 만끽 보다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면서 한옥에 머물고 싶을 경우 정읍시, 김제시, 부안군 등에 있는 전통고택을 찾으면 된다.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 김동수 가옥은 99칸의 대저택이다. 지네 형상의 명당자리에 이 집을 짓고 거부가 됐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청하산을 배경으로 ㄷ자 형태의 안채,ㅁ자 형태의 중문간채, 별당채, 사랑채가 배치된 전통가옥의 특징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1784년에 건립됐으며 일반에 공개하기 위해 최근 지붕, 화장실, 대청, 주방 등을 보수했다. 부안군 간재사당, 김제시 박태순 고택, 부안군 이병훈 고택 등도 손님맞이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전주 한옥생활체험관 노선미 행정실장은 19일 “한옥체험은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어린이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라며 “단순한 숙박의 개념을 벗어나 유교와 전통놀이, 발효식품으로 구성된 한식 등 색다른 맛을 만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 임송학기자 shlim@seoul.co.kr
  • 멕시코 선인장 엑기스 ‘아가베 시럽’

    멕시코 선인장 엑기스 ‘아가베 시럽’

    천연 유기농 선인장 엑기스인 ‘아가베 시럽’이 국내에 상륙했다. 아가베 시럽은 설탕보다 당도가 30%가량 높지만 혈당상승지수(GI)는 설탕의 3분의1에 불과한 감미료다.GI란 빈속에 음식을 먹은 다음 30분뒤 혈당치의 상승률을 산출한 수치.50g의 포도당을 100으로 잡고 있다. 혈당수치가 낮은 음식은 천천히 소화 흡수된다. 그 결과 인슐린 분비가 적어 당뇨병 발병 위험이 줄어든다. 정제된 설탕은 GI가 68인 반면 아가베 시럽은 11∼19다. 장동민 하늘땅 한의원장은 “아가베 시럽은 당뇨병을 비롯해 혈당수치가 높아 고민하는 사람에게 이상적인 감미료”라고 말했다. 설탕과 벌꿀 대용으로 제격이라는 말도 있다. 과당과 함께 철분·칼슘·마그네슘과 같은 미네랄도 풍부하다. 아가베는 ‘선인장의 나라’ 멕시코에서만 생산되고 있다. 선인장 가운데 잎새가 용의 혀와 닮았다는 용설란(아가베)의 밑둥에 달린 열매에서 짠 액체. 커다란 수박 크기의 열매는 파인애플처럼 생긴 껍질에 쌓여있다. 수액은 약간의 갈색을 띠며 매우 달콤하다. 수액에 열을 가해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것이 아가베 시럽이다. 아가베 시럽을 고온에서 발효해 만든 것이 멕시코의 대표적인 술 ‘테킬라(Tequila)’이다. 멕시코 전통 감미료 아가베 시럽이 일반에서 시판된 지는 얼마되지 않았다.1990년대 초반 멕시코의 이데아(IDEA)가 처음으로 대량 생산기술을 개발했다.2000년대 미국에 수출되면서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으로 알려졌다. 장수국가 일본에 알려진 것은 2004년. 혈당지수가 높지 않아 일본에선 성황리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선 ㈜B.A.M.K가 지난달 처음 들여왔다. 아가베 시럽은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가정에선 설탕 대용으로 많이 사용된다. 커피나 홍차 등에도 설탕 대신 타서 먹는다. 특히 아가베 시럽은 찬물에도 잘 녹는다. 일본의 과자 제조회사들도 아가베 시럽을 감미료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요리전문가들 사이에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리연구가 우영희씨는 “아가베 시럽은 메이플시럽과 용도가 거의 비슷하다.”며 “음식에 사용해봤더니 음식의 신맛과 짠 맛을 없애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가베 시럽은 향이 없어 음식 고유의 맛과 향을 한층 더 살려줬다.”고 설명했다. ‘2000원으로 밥상차리기’의 저자 김용환씨는 “아가베 시럽은 물에 잘 녹아 커피나 요구르트 등에 써도 좋고, 적당한 점도(粘度)가 있어 조림요리에 좋다.”고 예찬했다. 그는 “꿀은 향이 강해 음식 고유의 맛을 살리지 못하지만 아가베 시럽은 요리에 사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아가베 시럽은 롯데와 신세계백화점, 삼성플라자 분당점을 비롯해 유기농 전문 매장인 올가, 이팜 등에서 살 수 있다. 옥션, 인터파크,GS쇼핑 등 인터넷에서 구입할 수 있다.277g짜리 한 병에 1만 6500원이다. 한편 중남미가 원산지인 용설란은 멕시코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식물이다. 오랜 옛날 400개의 가슴을 가진 여신 마게이가 지상으로 내려와 인간에게 기쁨을 주자 그녀의 할머니신이 그녀를 죽여버렸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이에 창조의 신 케찰코아틀(깃털달린 뱀)이 죽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뼈를 땅에 묻자 아가베가 자라났다. 원주민들은 이 나무의 수액을 마시며 나무를 신성시했다고 한다. 이기철기자 chuli@seoul.co.kr
  • 가을, 억새에 눕다

    가을, 억새에 눕다

    석양이 걸린 억새밭에 스쳐간 날들이 일어서서 하늘 향해 손사래 치며 웅웅거린다. 더러는 아쉬움으로 더러는 애잔함으로 눈우물 가득 고이는 하늘을 품고 미련 한 자락 감아 안는다. 먼길 걸어 다리 풀고 앉는 억새꽃 숲에 흰머리 너풀대는 세월들이 서걱서걱 소리 내며 허리를 푼다. 세월의 징검다리 함께 건너던 당신은 석양빛에 눈시울 물들고 억새꽃 핀 머리카락만 바람에 날린다. 발끝에 떨어지는 석양빛 밟으며 걷는 길 등 두드리며 위로하는 바람 타고 지난날들이 절름거리며 다가선다. -시인 이시은의 ‘억새꽃’. 가을 산행에는 두 가지 특별한 맛이 있다. 하나는 이탈리아 음식처럼 화려한 단풍이요, 또 다른 하나는 우리 음식처럼 담백하고 정갈한 억새다. 지금 전국의 산에는 억새꽃이 한창 피어 우리를 기다린다. 도심을 떠나 은빛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의 바다로 떠나자. 준비물도 필요없다. 조그만 배낭에 일상의 시름을 꾸겨 넣고 맘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서면 그만이다. 쉬엄쉬엄 콧노래를 불러가며 억새에 나부끼는 가을냄새를 맡아보자. 미처 느껴보지 못한 가을의 싱그러움이 있다. 오붓하게 가족끼리, 연인끼리 근처 멀지 않은 곳에서 손짓한다. 요즘 억새가 절정이라는 경기도 포천 명성산을 다녀왔다. 글 사진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포천 명성산 억새밭 단풍과 함께 가을 산을 수채화처럼 물들이고 있는 억새꽃이 지천에 가득하다. 단풍이 마지막 생명을 뜨거운 불꽃으로 피운다면 억새꽃은 봄부터 숨죽여 키워왔던 정열을 화려한 빛으로 뿜어낸다. 또 단풍이 울긋불긋한 색깔로 화려함을 상징한다면 억새꽃은 은빛으로 가을의 쓸쓸함을 나타낸다. 억새꽃에도 은억새·금억새란 것이 있다.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부터 정오까지 햇살을 정면이나 역광으로 받는 억새꽃은 눈처럼 하얗다 못해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답다. 그래서 이맘때 억새를 마치 ‘은’같다 해서 은억새라 부른다. 또 해질녘 숨죽인 햇볕이 억새꽃 목덜미와 몸에 닿으면 어느새 누런 황금빛 가을 춤꾼으로 변한다. 그래서 금억새라 불린다. 억새로 유명한 산은 많다. 수도권에서 가깝고 먹거리 볼거리가 풍부한 경기도 포천 명성산의 억새는 산행과 여행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최적지이다. # 파란 하늘과 은빛 물결 서울에서 동북쪽으로 84㎞에 위치한 명성산(鳴聲山·해발 922.6m)은 산자락에 산정호수를 끼고 있어 등산과 호수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좋은 곳이다. 또 명성산은 애잔한 아픔이 간직하고 있어 특이하게 ‘울보산’이란 애칭으로 불린다. 전설은 신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신라의 마지막 왕자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가슴에 품고 금강산으로 향했다. 도중에 들른 곳이 이 산. 왕자가 목을 놓아 울자 산도 함께 울었다. 그래서 울보산이 됐다. 궁예의 이야기도 있다. 왕건에게 왕의 자리를 내주고 패주가 되어 도망치던 궁예도 이 곳에서 산과 함께 울었다고 한다. 패주골, 왕건의 군사가 쫓아오는지 망을 보던 망무봉 등 인근의 지명이 아픔을 대신하고 있다. 명성산 산행은 그런 아픔이 고여 호수를 이룬 산정호수에서 시작한다. 명성산은 정면에서 보면 기가 탁 질린다. 몇 개의 거대한 바위가 우뚝 솟아있는 형상이다. 암벽 등반 전문가가 아니면 도저히 오르지 못하겠다 싶을 정도의 기세로 우리를 압도하지만 길은 있다. 오르는 길은 크게 두 가지. 자인사 코스와 등룡폭포 코스이다. 자인사 코스는 바위산 사이로 난 거친 너덜지대(바위지대)를 거의 직선으로 올라 가깝지만 길이 험해 피하는 편이 좋다. 또 다른 길은 등룡폭포 코스로 돌봉우리를 우회하는 평탄한 계곡길이 이어져 아이들도 쉽게 오를 수 있어 좋다. 등룡폭포 주변의 계곡은 긴 가을 가뭄에 물은 완전히 마르지 않았지만 수량이 적어 물이 탁해 보인다. 계곡을 따라 난 등산로는 단풍이 터널처럼 이어진다. 사방을 둘러보아도 모두 빨간색이다. 약 2시간 정도 산보하듯 걸으면 숲이 엷어지면서 평탄한 분지가 눈에 들어온다. 봄과 여름에는 온갖 야생화가 만개하는 이 분지는 가을이 깊어지면 완전히 억새의 차지이다. 눈앞이 환해지며 출렁이는 은빛 물결에 모두가 ‘와’하는 탄성을 지른다. 바로 여기가 명성산의 8부 능선에 있는 억새밭이다. 벌써 억새가 80%정도 만개해 눈이 부실 지경이다. # 발아래 억새밭 모든 잡념 날아가 바람 부는 대로 춤추는 억새 사이로 난 길을 걸었다. 어른 키보다 큰 억새 춤에 저절로 따라 흔들린다.‘벌써 가을이 깊어가는구나.’ 가을이 몸과 마음 속으로 다가온다. 억새밭 사이로 난 길을 걸으며 위쪽 팔각정에 올라섰다. 발 아래로 펼쳐지는 억새의 장관이 머릿속의 모든 잡념을 날려 보낸다. 정말 아름답다. 명성산 정상에 오르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을 거쳐 왕복 4시간 정도 더 올라야한다. 가벼운 트레킹을 원했다면 억새밭에서 삼각봉으로 향하는 길목의 암릉까지 약 20분 정도 더 올랐다가 내려가는 것이 좋다. 암릉을 고집하는 것은 발아래 펼쳐지는 산정호수를 보기 위해서다. 단풍이 붉게 물든 봉우리 사이로 거울 같은 호수가 한 폭의 동양화다. 하산길은 자인사 코스를 택해 봄직하다. 길은 거대한 두 개의 바위봉우리 사이로 나 있다. 사람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부서진 돌이 쏟아져 내리는 돌길이다. 네 발로 기어야 할 만큼 가파르다. 게다가 놓여진 돌들을 잘못 밟으면 미끄러지기 일쑤이다. 그래도 하산 시간도 짧고 오르는 것보단 편하다.1시간30분이면 충분하다. 시간이 있으면 해질녘 황금빛의 억새를 감상하고 오는 것이 좋다. ■ 억새산행 여기도 좋아요 # 충남 홍성 오서산 ‘서해 바다의 등대’로 불리는 오서산(烏棲山·790.7m)은 주능선 일대에 형성된 억새밭의 풍광이 뛰어난 산행지다. 장항선 철도와 서해안 고속도로가 지척에 있어 접근이 용이한 것도 장점이다. 오서산 억새밭은 정상에서 북쪽의 740m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 곳곳에 산재해 있다. # 강원도 정선 민둥산 민둥산(1117.8m)은 억새 산행으로 강원도에서 가장 알려진 산이다. 또한 산 정상부에 형성된 억새밭은 전국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훌륭한 풍광을 자랑한다. 산행시간도 짧고 광활한 억새밭이 이어져 가을 한철 이색적인 여행지로도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망대, 조망 데크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다. # 전남 장흥 천관산 우리나라에서 가장 빨리 억새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천관산은 기기묘묘한 모양의 수석 같은 바위들과 은빛 억새의 춤사위뿐 아니라 쪽빛 바다위에 크고 작은 섬들이 보석처럼 반짝이는 산이다. 전체적인 모양이 팔각의 정자와 비슷한 산세를 갖춘 천관산의 억새밭은 동쪽 연대봉과 서쪽 환희대 간 약 1㎞ 주능선에 펼쳐져 있다 장천재∼장안사∼등잔암∼연대봉∼환희대∼대세봉∼장천재의 원점회귀 산행이 억새 탐승에는 최적격이다. # 경남 창녕 화왕산 거대한 장벽처럼 창녕을 감싸고 있는 화왕산은 진달래와 더불어 가을 억새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한 산이다. 특히 정상부의 십리 억새밭은 다른 산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모양과 광활한 억새평원으로 전국적으로 으뜸이다. 또 억새밭 주변 산릉에는 긴 산성이 만들어져 있어 성벽을 따라 걷는 맛이 재미나다. # 여행정보 포천에는 유명한 먹을거리가 많다. 하지만 그중 ‘두부요리’가 소문나 있다. 26년 역사를 자랑하는 파주골 손두부(031-532-6590)에서 두부를 먹어보지 않고서 어찌 ‘두부’를 논하랴. 직접 수확한 우리 콩으로 만든 순두부를 만들며 조미료를 전혀 쓰지 않고 재래간장과 파·마늘로 만든 양념장으로 간을 맞춰 전통 두부의 담백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 보리밥과 콩나물·상추·고추장·김치·양념장에 부드러운 순두부가 어우러지는 상차림은 정말 어머님의 손맛을 느끼게 한다.4000원. 또한 커다란 모두부, 직접 담근 동동주 맛도 일품이다.5000원. 산행을 마치고 산정호수가에 자리 잡고 있는 한화리조트의 온천 또한 별미다. 알카리성 중탄산 나트륨천으로 지하 700m에서 솟아오르는 천연 온천수를 이용해 피로를 풀기에 그만이다. 대인 7000원, 소인 5000원. 경락요법을 이용한 아로마 테라피를 즐길 수도 있다. 또한 오는 30일까지 객실을 30% 할인하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다.(031)534-5500. 이밖에 허브향이 가득한 허브아일랜드(031-535-6497), 국내 최대의 아프리카 박물관(031-543-3600) 등도 아이들과 들러볼 만하다. 우린 보통 억새와 갈대를 많이 혼동한다. 가장 편하게 구별을 할 수 있는 것은 서식지이다. 억새는 대부분 산이나 들에 피지만 갈대는 습지나 냇가에 자란다. 또 억새꽃(씨)은 흰색을 띠며 매끈한데 반해, 갈대는 짙은 갈색을 띠며 부풀부풀 지저분한 느낌을 준다. 잎은 억새가 더 억세며 날카롭고 갈대는 좀 넓으며 억새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이다.
  • 이번엔 ‘에비타’와 함께 묻힐는지…

    지난 1974년 사망한 후안 도밍고 페론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묘가 17일 사후 세번째로 이장됐다. 외신들은 이번 이장이 ‘에비타’라는 애칭으로 더 알려진 전설적 퍼스트레이디 에바 페론과의 합장으로 이어질지가 최대의 관심사라고 전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차카리타 묘지에 자리잡았던 페론 전 대통령의 묘는 이날 부에노스아이레스 남서쪽 45㎞ 떨어진 산 비센테 지역으로 이장됐다. 이사벨 페론 대통령 시절 대통령 궁으로 옮겨졌던 에바 페론의 시신은 1976년 이래 부에노스아이레스 교외 레콜레타 공동묘지의 가족 묘역에 안치돼 있다. 페론 지지자들은 언젠가 에비타가 남편 곁에 묻히기를 기원하고 있다. 페론 후손들은 에비타와의 합장을 염두에 두고 여러 개의 관을 수용할 능묘 규모로 꾸민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에비타 직계가족 중 일부가 반대하고 있고 ‘페론주의자’ 일부 시민들도 합장에는 반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헨티나 현대 정치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후안 페론은 1946년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1951년 재선됐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전설적인 퍼스트레이디 에바가 있었다. 에바 페론은 국가의 퍼스트레이디로서 수많은 노동자, 빈민, 여성들을 만났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 경제 상황 악화로 더이상 소외계층의 근본 모순을 해결할 수 없었고 노동자들의 불만을 막을 수 없는 상황에 이르고 만다. 이런 악조건 아래서 고군분투하다 1952년 척수백혈병과 자궁암으로 사망했다. 이때 그녀의 나이 33세였고, 후안 페론을 만난 지 10년만의 일이었다. 에바 페론의 장례식은 아르헨티나 역사상 가장 큰 국장으로 한달 간 성대히 치러졌다. 이후 후안 페론은 1955년 군부 쿠데타로 실각, 스페인 망명길에 올랐다가 귀국해 73년에 다시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이듬해 78세 나이로 사망했다. 죽는 날까지 함께 하기를 맹세했던 두 사람의 시신은 1976년 군부 쿠데타로 서로 다른 묘지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살아서 우여곡절을 겪었던 두 사람이 이제라도 평온히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이 지지자들의 바람이다.함혜리기자 lotus@seoul.co.kr
  •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한승원 토굴살이] 꼬마 나폴리 연안 이야기

    ㄹ형, 제 토굴 앞에 0자를 가로 눕혀 놓은 듯한 바다가 펼쳐져 있습니다. 서울을 버리고 온 날부터 ‘연꽃 바다’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그 제목으로 장편소설 한 편을 썼습니다. 호수 같은 바다 남쪽에는 고흥반도 산봉우리들이 뻗어나가고, 남서쪽에는 완도의 섬들이 첩첩 떠 있고, 서북쪽에는 장흥과 보성의 산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저는 어머니 콤플렉스가 많은 글쟁이입니다. 그것을 자궁 콤플렉스, 혹은 고향 콤플렉스라고 말할 수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40년 동안 바다 이야기를 써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다 쓰지 못했다 싶어 고향 바닷가로 돌아왔고,‘멍텅구리 배’,‘물보라’,‘바닷가 학교’,‘검은댕기두루미’에 이어, 이 바다에서 생산되는 ‘키조개’ 이야기를 장편으로 쓰고 있습니다. 여성의 음부처럼 생긴 키조개를 통해 우주 시원의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침저녁으로 마을 앞 연안을 산책하곤 하는 저의 사전 한 구석에는, 그 연안이 꼬마 나폴리라고 적혀 있습니다. 무지개처럼 휘움한 그 연안 동쪽에는, 사자산 엉덩이에 붙어 있는 삼비산에서 흘러온 냇물로 인해 형성된 거무스레한 모래 잔등이 질펀하게 뻗어나가 있습니다. 거기에는 갈매기 청둥오리 해오라기 물떼새들이 찾아오고, 황새와 검은댕기두루미도 한 발로 서 있다가 돌아가곤 합니다. 이사 오던 첫해 한여름에 저는 아침마다 그 연안바다 모래밭을 혼자서 땀 뻘뻘 흘리면서 청소했습니다. 그 모래밭에는 밀려온 쓰레기들이 해전으로 죽어 늘어진 시체들처럼 볼썽사납게 쌓여 있곤 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가끔 울력을 하여 그것들을 치우곤 하지만, 다음날 곧바로 불어댄 동남풍으로 인해 쓰레기들은 다시 쌓이곤 합니다. 스티로폼 부표, 헌 그물자락, 페트병, 통발들, 수초들…. 그것들을 제가 혼자서 하루아침에 십m씩 치우곤 한 것입니다. 저혼자서 그 바다를 관리하겠다는 영웅심에서 그런 것도 아니고, 저의 환경 사랑 의지를 만방에 선전하려는 만용이나 허세도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유배살이를 자청하고, 스스로를 토굴 속에 가둔 저의 고독과 슬픔과 나약해지는 마음을 다잡고, 제 가슴속에 ‘이것은 내 바다’라는 확신을 심고 싶었습니다. 그 바다 한복판에 저의 뿌리를 내리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비지땀 흘리며 하는 저의 도로(徒勞) 같은 몸짓이 보기에 민망했던지 당시의 김면장이 그해 가을부터 공익 요원들을 투입하였고, 이후로 그 바다는 계속 깨끗함을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환갑을 두 해 앞둔 때였습니다. 저는 소설 쓰는 틈틈이 저와, 바다와 씨름하며 사는 마을 사람들과 거기에 서식하는 물고기 물새 바람 해 달 별 이슬을 시편에 담았습니다. 그것들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세 번째 시집 ‘노을 아래 파도를 줍다’로 펴내 주었습니다. 그 시들은, 토굴에 저를 가두고 기르는 제 자신과 바닷가를 산책할 때마다 저를 늘 환희심에 젖어들게 하는 마을 사람들의 삶과 앞바다와 하늘에 바치는 헌사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새로 부임한 젊은 조면장이 그 여닫이 연안 모래 언덕 위쪽의 아스팔트길 가장자리 숲에 600m쯤의 소로를 내고 20m 간격으로 저의 시비 30기를 세워 놓았습니다. 저의 시와 짧은 동화와 소설 한 대목들을 새긴 그 비석들은 각기 7t 무게의 바위와 보조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야 할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저의 육중한 흔적들을 그 연안바다 모래 언덕길에 놓아두도록 허락한 것은 저의 허망하고 미련스러운 탐욕이 아닌지, 그 탐욕으로 인해서 나라는 인간이 하나의 상업적인 싸구려가 되고 있지 않은지, 자못 두렵고 부끄럽습니다. 그것을 두려워하고 면목 없어하는 저에게 젊은 면장은 말을 합니다.“이것은 억지로 하고자 하여 된 일이 아닙니다. 선생님의 한 발짝 한 몸짓의 일상이 이 연안 바다 모래밭의 전설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소설가
  • 공동주택 관리비 내년부터 의무공개

    20가구 이상 공동주택 입주자의 권익이 한층 커진다. 건설교통부는 내년 상반기부터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관리비 부과내역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주요 하자보수 책임기간을 1년 연장키로 했다. 건교부는 이같은 내용의 주택법시행령 개정안을 마련, 이달 말쯤 입법예고한 뒤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16일 밝혔다.관리비 부과 공개는 관리의 투명성을 높이고 입주자간 분쟁을 막기 위한 것이다. 앞으로 세부 내역을 아파트 단지 인터넷이나 게시판에 게재해야 한다. 대단지는 현재 대부분 관리비 사용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그러나 임의조항이어서 규모가 작은 주택 단지에서는 아예 공개되지 않아 주민들간 분쟁이 많다. 공개 내용은 입주자 대표회의의 소집 및 의결사항, 관리비 부과내역, 관리규약·장기수선계획·안전관리계획, 입주민 건의사항 조치내역, 주요 업무 추진상황 등이다. 현재 하자담보 기간이 1년인 사소한 하자(창문틀 및 문짝, 지붕, 방수, 타일, 조경, 온돌 등 18개 세부공사)에 대해서는 앞으로 시공사가 2년간 잘못된 부분을 보수해 줘야 한다. 온돌, 변전설비 하자 담보는 3년으로, 지붕, 홈통, 방수 공사 등은 4년으로 각각 연장됐다. 또 유리·금속공사(하자담보 1년), 단열 및 옥내 가구공사(2년) 등 20개 세부공사도 하자보수 항목에 포함됐다.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경영평가 1등 한국전기안전공사 송인회 사장

    경영평가 1등 한국전기안전공사 송인회 사장

    ‘낙하산’으로 내려온 송인회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이 능력을 인정받은 최고경영자(CEO)로 우뚝 섰다.2년 전 삭발까지 하며 ‘타도! 송인회’를 외쳤던 노조위원장도 이젠 송 사장의 든든한 후원자다. 송 사장은 끊임없는 혁신을 바탕으로 고객 만족도와 청렴도 부문에서 산업자원부 산하기관 중 최우수기관으로 끌어올렸다. 송 사장을 곽태헌 산업부장이 16일 만났다. ▶국민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전기안전공사에서 하는 일을 설명해 주시지요. -전기 설비에는 3가지가 있습니다. 사업용·자가용·일반용 설비입니다. 이 모든 설비를 사용 전에 검사하는 일을 합니다. 준공 뒤에는 1∼3년 단위로 검사하고요. 최근에 들어선 아파트는 수전반까지 검사해 주고 옛날 아파트와 단독주택은 가구별 관리까지 공사가 맡습니다. ▶‘낙하산 인사’라면서 노조의 반발이 거셌을 것 같은데요. -노조위원장이 삭발까지 하며 반대투쟁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정부산하기관 관리기본법에 의한 사장추천위원회를 통과한 첫 번째 케이스입니다. 노조위원장에게 ‘내 인생의 궤적을 보라. 반노동적인 인물 같으냐. 이력 한 줄 더하려고 온 것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외부에서 오면 낙하산으로 보는데요. -노조위원장에게 ‘사장이 밖에서 오면 다 낙하산이냐. 석사학위는 재난관리 연구, 박사학위는 공기업 경영평가로 받았을 만큼 전문지식을 갖췄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부조리 비리로 지탄받는 것을 같이 고치자고 설득했지요. ▶독특한 공기업 경영론을 펼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설립 목적에 맞는 경영이 중요합니다. 공기업은 공익성과 기업성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경영은 통할 수가 없습니다. 공공기관은 공익을 추구하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야 존립 근거가 있는 것 아닙니까. ▶직원들의 협조가 필수적이었을 텐데요. -그렇습니다. 자꾸 노동자, 사용자 얘기를 하는데 우리 노사의 진정한 사용자는 누군지를 노조위원장에 먼저 물었지요. 노조위원장이 “국민”이라고 대답했어요. 맞습니다. 국민이 진정한 사용자이고, 국민이 투표로 뽑은 정부가 임명한 사장은 경영자라고 강조했습니다. 따라서 노사관계를 노경관계, 노경문화로 바꿔 나가자고 역설했고 직원들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공사 경영혁신을 본격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청렴도 꼴찌 기관에서 1등 기관으로 탈바꿈했는데요. -취임 한 달 전인 2004년 5월 국가청렴위원회(당시는 부패방지위원회)가 발표한 것에 따르면 비슷한 기관 70여개 중 청렴도가 사실상 꼴찌였습니다. 하지만 2년 만에 최우수 기관이 됐습니다. 지난 6월 87개 정부산하기관을 유형별로 나눠 기획예산처가 발표한 종합경영평가에서 1등을 했습니다. ▶소위 ‘급행료’가 있다는 말이 있었는데요. -합격·불합격 판정을 하는 검사기관이다 보니까 완장문화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이를 척결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는 물론 공사 존립 근거, 생계 터전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윗물맑기운동, 명절 선물 주고받지 않기 운동, 각종 정신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직원들의 협조로 이런 것을 한 효과가 나타나 ‘깨끗한’ 기관으로 거듭난 것이지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습니까. -형벌이 엄하다고 범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읍참마속의 자세로 돈 10만원 받은 직원을 해임했어요. 직장생활을 20년 정도 해서 자식들 교육비 등으로 돈이 많이 들어가는 직원이었습니다. 자를 때 마음이 편했겠습니까. 하지만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청렴을 위해 노력하다 보니 1년이 지나서 중간단계에 올라섰고,2년 지나서 올해에 최상위 기관이 됐습니다. ▶비리와 부정부패를 없애는 게 쉽지는 않은데요. -그렇지요. 부정부패·비리·부조리는 마치 독버섯과 같아 습기가 있거나 그늘이 지거나 음습하면 바로 되살아납니다.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점을 오늘 간부회의에서도 강조했습니다. 물론 위에서 잘해야지요. 윗사람이 (뇌물을) 안 먹으면 아래에서도 먹지 않습니다. ▶인사혁신은 어떤 식으로 했나요. -취임하자마자 경영혁신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너무 복잡해서요. 책임지지 않으려고 결재를 위로 올리는 식이지요.6∼8단계 결재구조를 3단계(팀장-임원-사장)로 줄였어요. 사장에게 올라오는 148개 결재사항도 48개만 남기고 권한을 하부에 이양했습니다. ▶개혁에 따라 직원들이 다소 불편해했을 것 같은데요. -자긍심을 갖고, 보람을 갖고 일을 하자는 것을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임금 가이드라인 때문에 (마음대로) 월급을 올려줄 수는 없지만 평가에서 1등을 하면 500% 상여금이란 인센티브를 받게 됩니다. ▶자랑할 만한 제도를 소개해 주시지요 -국내 서비스기관 최초로 검사업무 리콜제도를 도입했습니다. 검사기준, 검사원에 관해 불만을 제기하면 다른 검사원이 나가 무료로 검사를 다시 해줍니다. 환불도 해주고요. 검사원들의 자세가 많이 달라졌어요. ▶여성과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가 남다른데요. -여성 점검원을 지난해 2명, 올해 7명 뽑았습니다. 올해에는 여성채용할당제를 도입했습니다. 일반적으로 낮에 집을 방문하면 주부 혼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우 여성이 찾아가는 게 더 효과가 있어요. 장애인 의무고용도 57명인데 61명을 고용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사회가 돼야지요. ▶끝으로 하실 말씀은. -공공기관의 변화와 혁신은 지속가능한 혁신이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화가 필수적입니다. 혁신은 인류, 국가, 기업의 생존·발전을 위해 항상 필요합니다. 사업형 설비 중 배전설비에 대한 검사제도를 도입하는 게 시급합니다. 정리 최용규기자 ykchoi@seoul.co.kr 사진 이호정기자 hojeong@seoul.co.kr ■ 송인회 사장은 ▲나이 54세 ▲1971년 보성고 졸업 ▲1978년 고려대 법대 졸업 ▲1995년 고려대 정책대학원 졸업(행정학 석사) ▲2000년 서울시립대 대학원 졸업(행정학 박사) ▲1978∼1998년 범양상선 호주 시드니 지사장, 본사 기획실장 ▲1992∼1998년 하나로문화 대표, 월간 AUTO 발행인 ▲1996∼1997년 민주당 강동을 지구당 위원장 ▲2003∼2004년 수원대 법정대 객원교수, 열린우리당 정책위원회 부의장 ▲2004년 6월∼ 한국전기안전공사 사장
  • 의정부 낙양동 CNG충전소 주민 반발로 전면 백지화

    주민들의 반대로 논란을 빚어온 의정부시 낙양동 압축천연가스(CNG)충전소 설치 계획이 백지화되고 새 부지 선정이 추진된다. 시는 지난 2002년 낙양동 일대 3000여평 부지에 55억원을 들여 버스 54대가 주차할 수 있는 공영차고지와 함께 CNG 충전소를 설치키로 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충전소 예정부지와 200여m 거리에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가, 바로 옆에 변전소가 있고 위로는 고압송전선이 지나가 대형사고가 우려된다며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에 따라 당초 9월말 완공 예정이었던 공영차고지와 CNG충전소 건립이 지연돼 왔으며 결국 시는 지난 12일 시공사에 공영차고지를 제외한 CNG충전소 설치 불허 통보를 했다. 시는 “지난 7월 의정부전력소내 전기제어장치 폭발사고와 최근 과천 송전설비 화재사고 등 고공을 횡단하는 전력설비 아래 충전소를 설치할 경우 시민의 안전사고가 우려된다.”고 불허 이유를 밝혔다. 시 관계자는 “시민들의 안전을 100%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 낙양동 일대 충전소 건립을 불허키로 했다.”며 “향후 담당부서와 시공사가 협의해 보다 안전한 부지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의정부 한만교기자mghann@seoul.co.kr
  • 아널드 파머 “아듀! 그린”

    ‘골프의 전설’ 아널드 파머(77)가 필드를 떠났다. 파머는 지난 14일 미국남자프로골프(PGA) 시니어 대회인 챔피언스 투어의 ‘스몰 비즈니스’ 1라운드를 시작한 뒤 4번째 홀에서 공 2개를 연달아 물에 빠뜨리자 포기 의사를 밝혔다. 그는 이어 “더 이상 골프대회에 출전하지 않겠다.”며 눈물을 글썽이면서 공식 은퇴를 선언했다고 미국 언론이 전했다. 파머는 이 홀에서 대회 포기를 밝힌 뒤 이후 18번홀까지 스코어를 적지 않은 채 플레이를 계속, 은퇴 결심을 확실하게 나타냈다. 최근 허리 통증을 줄곧 호소하던 그는 올시즌 2번째 대회에 출전, 고별경기를 마친 뒤 “팬들은 모두 다 내가 멋진 샷을 보여주기를 원하지만 이제는 그런 샷을 보여줄 수 없는 때가 됐다.”며 은퇴의 변을 밝혔다.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 기자와의 인터뷰에서는 허리 통증이 은퇴의 직접적인 이유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앞으로 자선대회에는 몇 차례 출전하겠지만 정식 토너먼트에는 출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1929년 펜실베이니아주 영스타운에서 출생한 파머는 웨이크포레스트대학교를 졸업한 뒤 1954년 US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 프로로 전향했다.4년 뒤 첫 마스터스 우승으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이후 53년 동안 마스터스 4회,US오픈 1회, 브리티시오픈 2회 등 메이저 7승을 포함,PGA 통산 62승을 달성했다. 남자 골프의 ‘대부’로 우뚝 선 파머는 또 전문 방송 ‘더 골프 채널’을 만드는 등 골프의 대중화에도 앞장섰으며, 그의 이름을 딴 용품 브랜드 ‘아널드 파머’도 익숙하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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