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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김응교 교수 작가의 탄생] 죽음에서 살아남았고 살기 위해 죽음을 썼다

    베트남에서 온 작가는 한국의 해물탕을 좋아한다. 이유는 국토 한 면이 바다에 접한 나라 사람이라서 그렇다고 했다. 어제 병원까지 다녀왔던 분이라 뵐 수 없겠지 했는데 다행히 시간을 내주셨다. 서태지가 나왔던 1991년 현재, 16개국 언어로 번역됐고 노벨문학상 후보로 언급되는 그의 장편소설 ‘전쟁의 슬픔’은 제목만치 서글프다. 그를 만난 아침은 소설의 첫 장면처럼 축축한 습기로 가득했다. 소설 주인공 끼엔은 열일곱 살 때 북베트남 정규군에 입대한다. 당시 조국의 독립과 통일을 위해 베트남의 젊은이들은 많이 자원입대했다. 온기가 남아 있는 적병의 몸에 못을 박듯 한 발 한 발 방아쇠를 당겼던 끼엔은 전쟁 후 살아남은 단 열 명의 병사 중 한 명이었다. 전사자 유해발굴단으로 끼엔은 부대원이 몰살당한 지역을 찾아간다. 가는 곳마다 끼엔은 생시를 구별할 수 없는 혼령을 목격하곤 한다. 머리가 잘려나간 한 무리의 흑인 병사가 산기슭으로 행군하는 것을 보았다는 이들도 있었다. 전쟁이 갈라놓은 첫사랑 프엉도 찾아온다. 정신적인 트라우마를 겪은 끼엔에게 프엉만은 확실한 존재였다. 하지만 전쟁은 프엉과의 추억을 앗아갔다. 전쟁은 그녀를 변화시키고, 두 사람 사이에 균열을 만들었다. 죽지 않기 위해 끼엔은 글을 쓴다. 악몽과 현실 사이에서 버티고자 끼엔이 할 수 있는 일은 죽음을 쓰는 일이었다.“신짜오(안녕하세요).” 중얼거리며 외웠는데 금방 잊은 인사말, 통역해 주시는 하재홍 선생께서 가르쳐 주셔서 인사할 수 있었다. 하 선생은 천호동에 있는 한 모텔에 머물고 있는 그를 모시고 내려왔다. 그는 담배를 맘대로 태울 수 있는 모텔이 호텔보다 좋다고 한다. 홍마초의 뿌리와 이파리, 꽃잎을 담뱃잎에 섞어 말아 피워 물고 환각에 들어가곤 했다던 북베트남 병사들이 떠올랐다. 꼬박 밤을 새운 나보다 더 초췌한 그를 만나 가까운 해물탕집으로 가려 할 때 비가 스멀스멀 내리기 시작했다. 전쟁 얘기를 시작할 때 마치 정글에 비 내리듯 한꺼번에 빗물이 쏟아졌다. 장딴지까지 차오른 핏물 속을 행군했다는 구절이 떠올랐다. 벌건 내장을 드러낸 해물탕이 나왔다. ‘전쟁의 슬픔’은 시간의 흐름대로 쓴 톨스토이식 소설이 아니다. 끔찍한 비극의 찌끼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청년이 의식과 무의식, 현실과 기억, 지금과 과거를 오가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다. 그렇다고 도스토옙스키의 글쓰기와도 달랐다. “그래요. 맞아요. 의식의 흐름대로 쓴 소설이에요. 처음부터 그렇게 쓰자 해서 쓴 소설이 아니라 쓰다 보니 이렇게 됐어요. 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소설과 비슷하다는 데 베트남어판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번역이 이상한지 읽기 어려웠어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의 고독’이 1988년 베트남말로 번역됐는데 참 좋았어요.” 그가 ‘백년의 고독’을 읽었다는 말에 멈칫했지만, 단순히 마르케스의 영향으로는 읽히지 않았다. 신화나 전설을 차용했던 마르케스의 신화적 상상력과 달리, ‘전쟁의 슬픔’은 비극적 사실과 고통스러운 기억 자체를 신화적 상상력으로 끌어 쓰고 있었다.소설에서 2375회나 이름이 등장하는 끼엔은 1969년에 고등학교를 마치고 입대해 북베트남 보병사단의 병사로 서부고원 전선에서 싸웠던 작가의 이력과 유사하다. 다만 이 소설의 주인공은 내가 보기에 끼엔이 아니다. 숨은 주인공이 있다. 끼엔이 외면적 주인공이라면, 950회 이름이 나오는 프엉은 내면적 주인공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작가들, 도스토옙스키나 카프카 같은 이들은 여러 인물에 자신의 내면을 투영해 넣는다. “어떻게 아셨어요? 맞아요. 끼엔은 베트남 전쟁을 겪은 베트남 병사의 일반적인 정서를 가진 인물이고요. 프엉은 내면의 제 자신입니다.” 마르케스와 다른 그의 글쓰기에는 베트남 특유의 상상력이 있었을 것이다. 죽은 혼령들은 왜 이리 많이 나오는지. 끼엔이 찾아가는 곳은 사람들이 많이 죽은 ‘고이 혼’이라는 지역이다. 우리말로 하면 ‘혼을 부른다’는 초혼(招魂) 지역이랄까. 거기서 끼엔은 죽은 자를 두 눈으로 자주 본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으스러진 육신을 끌고 다니는 귀신들이 지천에 널려 있는 곳이다. 정신병이 아니라 해질녘 나무들이 바람결에 내는 신음이 귀신의 노랫소리로 들린다. 소설에는 귀신 72회, 유령 24회, 혼령 18회, 망령이 4회 등장한다. 모두 죽은 이의 영혼들이다.“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상상력이 아니에요. 동남아 사람들은 육신이 사라져도 혼령이 일상에 함께한다고 믿지요. 내 작품에서 영혼, 귀신, 죽은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은 일반 사람들의 정서 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는 것을 그대로 쓴 거예요. 억울하게 죽은 귀신들, 전쟁에서 총에 맞아 죽어도 혼령으로 떠돌죠. 문화권이 다르면 이해하기 힘들겠죠. 공산주의 유물론의 관점에서는 유령이 뭐냐 하지요. 가톨릭 신도들은 영혼이 위로 간다 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위가 아니라 혼령은 영원히 우리 주변에 있다고 믿어요.” 작가로서 그는 죽은 자와 산 자를 소통시키는 영매(靈媒)다. 죽은 자 중에 호아라는 여성 병사 얘기가 가장 마음 아팠다. 호아라는 이름은 이 소설에서 98회 등장한다. 이 소설에서 세 번째로 많이 등장하는 이름이다. 호아는 부대원의 길을 인도하는 선도병이었는데 길을 잘못 들어 미군이 있는 곳으로 부대원을 인도했다. 그들을 포위한 미군이 다가오자 부대원을 남기고 호아가 미군에게 뛰어든다. 풀밭에 쓰러진 호아 위로 알몸의 미군들이 숨을 헐떡이며 먼저 차지하려고 으르렁댔다. 집단 강간당하는 장면을 숨어서 보면서도 끼엔은 수류탄을 던지지 못한다. 수류탄을 던지면 위치가 발각돼 죽을까 봐. 수류탄을 던지지 못했던 비겁함은 살아남은 끼엔에게 가장 아픈 트라우마로 남는다. “내가 경험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전쟁 때 여군들이 생포되면 전부는 아니더라도 미군에게 강간당한다는 얘기가 많았어요. 그 얘기를 쓴 거죠.” 영화 ‘지옥의 묵시록’, ‘디어헌터’, ‘택시 드라이버’, ‘람보’, ‘플래툰’ 등은 베트남 전쟁을 주제로 한 미국 영화다. 지금까지 베트남 전쟁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는 미국의 시각을 통한 것이었다. 우리는 우리가 오리엔탈이면서 오리엔탈리즘 시각에서 베트남을 소비해 왔다. 이 영화들은 전쟁에 참여했던 미국인들이 겪는 내면의 싸움이며, 자가치유 방식이다. 미국인이 겪는 베트남전 트라우마가 이 영화들이 주제다. 그나마 박영한의 ‘머나먼 쏭바강’, 안정효의 ‘하얀전쟁’,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은 우리의 입장에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을 그리고 있다. 한편 ‘전쟁의 슬픔’에는 영웅이 없다. 도박과 환각에 빠진 베트남 병사들이 등장한다. 짐승으로 오인해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도 나오기에, 베트남 정부로서는 지금도 꺼림칙한 소설이다. 승리한 전쟁을 ‘슬픔’으로 표현했다며 처음엔 제목이 ‘사랑과 숙명’으로 바뀌어 나왔다. 1995년 런던 인디펜던츠 번역 문학상, 1997년 덴마크 ALOA 외국문학상, 2011년 일본경제신문 아시아 문학상 등을 받았지만, 정작 베트남 정부로서는 감추고 싶은 금서(禁書)였다. 베트남 국내에서 학생들은 지금도 이 소설을 잘 모른다. 한국에 온 베트남 유학생에게 물어 보면 외국에서 이 소설이 유명하다는 사실을 한국에 와서 알았다는 학생도 있다.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주인공 끼엔처럼 그는 아직도 악몽에서 괴로워하는 걸까. 이만큼 끔찍한 소설을 쓴 사람이 정상인으로 살 수 있을까. 베트남 파병을 다녀와서 매일 군인 수통에 소주를 넣어 마시고, 군용 단도를 차고 다니면서 주변 사람을 위협하는 등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다가 돌아가신 한국인 얘기를 전했다. “많이 회복됐어요. 글을 쓰는 창작 활동이 치료에 도움이 되지요. 그래요. 그럴 거예요. 전쟁 후 베트남 사람들은 그래도 주변에서 대화도 하고 함께 울어 주고 그러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더 심하게 트라우마를 겪었을 거예요. 미군이나 한국군은 낯선 타국에서 전쟁의 비극을 겪은 것이죠. 베트남 군인은 함께 전쟁을 겪은 베트남 사람들이 위로해 주고 풀 수 있었는데, 미군이나 한국군은 아무도 공감해 주지 않았을 거예요. 대화 상대도 없으니 몸부림치다가 죽어갔을 거예요.” 이제 가장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베트남 전쟁이 끝난 1975년 4월 30일, 제27청년여단 소년병 500명 가운데 살아남은 열 명 중 한 명이었다. 전쟁의 트라우마로 방황하던 그는 어떻게 작가의 길을 선택했을까. “어렸을 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어요. 교수였던 아버지는 작가 친구들이 많이 있었어요. 그분들은 전쟁 무용담이나 문학 작품 얘기를 많이 했죠. 군에 입대하고 6년 동안 전쟁터에 있느라 글을 잊었지요. 전쟁 끝나고 돈 벌러 다녔는데, 아버지 친구들이 글재주 있다며 기억해 주셔서 문예창작학과에 들어간 거죠. 처음엔 전쟁 중 청년들의 연애 이야기를 쓰려고 했는데 가장 깊은 체험이 전쟁이었기에 전쟁 소설을 쓴 겁니다.” 그에게 글쓰기는 슬픔을 극복하는 생존 방식이었다. 통일을 경험한 베트남 작가로 한국인에게 전할 말씀을 부탁드렸다. “베트남은 무력통일이었기에 승자 북베트남과 베트콩이 남베트남 체제를 완전히 바꿔 놓았어요. 통일 후 갈등이 컸어요. 남베트남 사람 중 재산을 빼앗긴 사람들은 보트피플로 망명했어요. 전쟁을 통한 통일은 가짜 통일이에요. 진짜 통일은 평화를 통한, 대화를 통한 통일이에요. 기다리는 시간이 중요해요. 하나씩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인내가 필요해요.” 현재 한국의 교역국 1위는 중국, 2위는 미국, 3위는 베트남이다. 문재인 정부가 베트남과의 교역을 중요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소설과 베트남 문학은 이제 우리가 주목해야 할 텍스트다. 내년에 베트남 문학과 교류를 추진을 위해 베트남에 가볼 요량이라고 말씀을 드렸다. “2000년에 소설가 이문구 선생이 작가회의 회장이었을 때 베트남 작가협회와 결연을 했어요. 이후 경제협력은 많이 하는데 문학 쪽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죠. 가와바타 야스나리, 오에 겐자부로, 무라카미 하루키 등 일본 문학이 많이 번역되는데 한국 문학 번역은 고은, 방현석, 김영하 외에 뜸해요.” “깜언깜언(정말 감사합니다).” 배운 표현을 이제야 써 봤다. 기회 있을 때마다 조금씩 베트남 말을 써 봐야겠다. 해물탕이 많이 남았는데 더는 먹을 수 없었다. 위장이 아니라 마음이 쓰렸다. 아차, 지금까지 그의 이름을 쓰지 않았다. 그의 필명은 사람 이름이 아니라 땅의 이름이다. 개울물도 낮은 신음소리를 내며 흐르는 베트남의 지명이다. 그는 국제적인 인물로 적지 않은 인세를 받아 서방으로 이민 갈 수도 있었을 텐데, 전쟁 중 정글에서 자던 병사처럼 지금도 허름한 곳에서 노숙인처럼 살아야 편하다는 그의 선조가 견디며 살던 땅의 이름이다. 1952년생 바오닌. 시인·숙명여대 교수
  • 北, 평양-인천 직항노선 개설 요청

    평창올림픽 개막 전 2월쯤 요구 대북 제재 등 개설 가능성은 낮아 남북 하늘길이 열릴까. 로이터통신이 4일(현지시간) 유엔 산하 전문기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고위 관계자들이 다음주 북한을 방문해 인천과 평양을 잇는 항공노선 개설 여부를 논의한다고 보도했다. ICAO 측은 “한국행 항공노선을 열어 달라는 북한의 요청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ICAO 측은 “이번 방북 기간 동안 공중항법과 안전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런 미시라 아시아·태평양 국장, 스티븐 크미러 공중항법 국장이 방북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는 북한이 ICAO에 남북 직항노선 개설을 요청한 시기는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인 지난 2월이라고 전했다. 당시 북측은 인천과 평양 간 항공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서신을 ICAO에 보냈다. 이번 논의가 당장 항공노선 개설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한국 정부는 2010년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 국적기의 북한 영공 통과를 금지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2321호는 북한에서 출발한 모든 항공기의 화물 검색을 의무화한다. 이와 별도로 북한 국영 고려항공은 한국과 미국의 독자 제재 리스트에 포함돼 있다. 현재 고려항공은 북한과 수교한 중국, 러시아로만 운항한다. 따라서 남북 직항로를 개설하려면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와 관련된 실질적 성과가 나와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직항로가 열리면 휴전선 상공을 바로 넘는 게 아니라 서해로 나간 다음 다시 평양으로 들어가는 ‘서해 직항로’가 정기노선이 될 확률이 높다. 직선거리로는 휴전선을 통과하는 것이 가깝지만, 비무장지대 상공이 비행제한구역이기 때문이다. 서해 직항로는 2000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임시로 만들어졌다. 지난달 초 남북 정상회담의 사전 행사로 평양 공연을 한 우리 예술단도 서해 직항로를 이용했다. ICAO는 민간항공 기준을 제정하는 정부 간 전문기구로,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부를 두고 있다. 전 세계 19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으며, 북한도 회원국이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마음의 눈으로 마음껏 뛸래요

    “장애는 얻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달려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시각장애인 박준호(31)씨는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애능중앙교회 옆 카페에서 만나 마라톤 사랑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창립 10년에 회원이 80명인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VMK) 클럽 회원 6명과 나란히 오는 19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선다. 올해 첫날 서울신문 해피뉴런에도 뛰었지만 이번 대회와는 첫 인연이다.시각장애인 신도가 90%인 교회에서 서로를 보듬는 VMK 회원 이민규(34)씨도 카페에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시신경 위축증으로 스무살 무렵 시력을 잃었다. 흐릿한 윤곽이 보이는 정도다. 휴대전화를 눈에 가까이 대면 글자나 사진을 볼 수 있다.이씨는 3년 전 아내가 에쓰오일 ‘감동의 마라톤’에 출전하자고 해 입문했다. 그리스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혹해서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17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경험한다. 장애를 입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씨는 국내에 2명뿐인 시각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을 해 보고 싶어 수영을 4~5년 한 뒤 마라톤 익히기에 한창이다. 10차례 대회를 뛰었다. 지난주 제주 구좌읍에서 열린 텐덤 사이클(둘이 페달을 밟는 자전거) 대회도 함께 다녀왔다.박씨는 “건물과 도로의 형태는 보이지만 별 같은 게 많이 보이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별이 더 크게 보여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걸을 땐 2~3m 앞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리면 1m 정도로 좁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마라톤을 하면서 밝아지고 긍정적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마라톤에 출전하며 가이드러너를 어렵게 찾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박씨는 “안전하게 주행하려면 저와 속도가 비슷한 가이드러너를 만나야 하는데 쉽지 않아 어떤 땐 출전선수 4명에게 한 가이드를 따라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주최 측에 문의하면 10곳 중 9곳은 스스로 구하라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에도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맹인 마라토너가 음료 공급대에서 지체하면 시각장애인 조끼를 보면서도 빨리 비키라고 뒤에서 소리 지르는 이도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대회 땐 기념품을 나눠 주는 텐트 한쪽에서 시각장애인끼리 도시락을 먹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핀잔을 들은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요즘은 사원 복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고용하는 기업들이 늘어 두 사람 모두 일하고 있다. 평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주말 지방 대회에도 출전하고, 해외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은데 가이드러너의 도움이 절실하다.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면 VMK 카페를 검색하거나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남산 순환길 케이블카 주차장 근처 목멱산방 앞에 가면 된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늘 훈련을 진행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②①①스무살 무렵 시신경 위축증을 앓아 시력을 잃다시피 한 박준호(왼쪽)씨와 이민규씨가 한 대회에서 함께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②이민규(앉은 사람 오른쪽)씨와 박준호(오른쪽 세 번째)씨가 VMK 클럽의 크루(함께 어울리는 이들)들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박준호씨 제공
  • 마음의 눈으로 마음껏 뛸래요

    마음의 눈으로 마음껏 뛸래요

    VMK클럽 박준호·이민규씨“장애는 얻었지만 좋은 사람들과 함께 달려 더 단단해지는 것 같아요.” 시각장애인 박준호(31)씨는 6일 서울 마포구 망원동 애능중앙교회 옆 카페에서 만나 마라톤 사랑에 빠진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창립 10년에 회원이 80명인 한국시각장애인마라톤(VMK) 클럽 회원 6명과 나란히 오는 19일 서울신문 하프마라톤 대회에 나선다. 올해 첫날 서울신문 해피뉴런에도 뛰었지만 이번 대회와는 첫 인연이다. 시각장애인 신도가 90%인 교회에서 서로를 보듬는 VMK 회원 이민규(34)씨도 카페에 자리를 함께했다. 두 사람 모두 시신경 위축증으로 스무살 무렵 시력을 잃었다. 흐릿한 윤곽이 보이는 정도다. 휴대전화를 눈에 가까이 대면 글자나 사진을 볼 수 있다. 이씨는 3년 전 아내가 에쓰오일 ‘감동의 마라톤’에 출전하자고 해 입문했다. 그리스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얘기에 혹해서였다. 그렇게 지금까지 17차례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두 번째 하프마라톤을 경험한다. 장애를 입기 전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이씨는 국내에 2명뿐인 시각장애인 트라이애슬론을 해 보고 싶어 수영을 4~5년 한 뒤 마라톤 익히기에 한창이다. 10차례 대회를 뛰었다. 지난주 제주 구좌읍에서 열린 텐덤 사이클(둘이 페달을 밟는 자전거) 대회도 함께 다녀왔다. 박씨는 “건물과 도로의 형태는 보이지만 별 같은 게 많이 보이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추면 별이 더 크게 보여 힘들다”고 했다. 이씨는 “걸을 땐 2~3m 앞 형체가 흐릿하게 보이지만 달리면 1m 정도로 좁혀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두 “마라톤을 하면서 밝아지고 긍정적이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마라톤에 출전하며 가이드러너를 어렵게 찾는 점이 가장 안타깝다. 박씨는 “안전하게 주행하려면 저와 속도가 비슷한 가이드러너를 만나야 하는데 쉽지 않아 어떤 땐 출전선수 4명에게 한 가이드를 따라 붙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주최 측에 문의하면 10곳 중 9곳은 스스로 구하라고 한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시각장애인 마라토너를 바라보는 비장애인의 인식에도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전맹인 마라토너가 음료 공급대에서 지체하면 시각장애인 조끼를 보면서도 빨리 비키라고 뒤에서 소리 지르는 이도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대회 땐 기념품을 나눠 주는 텐트 한쪽에서 시각장애인끼리 도시락을 먹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가 핀잔을 들은 일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요즘은 사원 복지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을 안마사로 고용하는 기업들이 늘어 두 사람 모두 일하고 있다. 평일 쌓인 스트레스를 풀고 주말 지방 대회에도 출전하고, 해외 대회에도 참가하고 싶은데 가이드러너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들과 함께 달리고 싶다면 VMK 카페를 검색하거나 매주 토요일 오전 9시 남산 순환길 케이블카 주차장 근처 목멱산방 앞에 가면 된다. 특별한 일만 없으면 늘 훈련을 진행한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中 종전선언부터 참여 가능성…4자구도 땐 속도저하 우려도

    中 종전선언부터 참여 가능성…4자구도 땐 속도저하 우려도

    방북 왕이·김정은 회동 ‘친선관계’ 확인 미·중 갈등 속 트럼프 동의 여부 미지수 현행 3자 구도로 빠른 비핵화 주장도4일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화로 최근 불거진 ‘중국 패싱(소외현상)’ 논란이 일단락됐다. 특히 양 정상이 종전선언 및 평화협정 과정에서 소통하고 협력키로 하면서, 중국이 종전선언부터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빠른 비핵화 논의 속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한 시점임을 고려할 때, 당분간 현행 ‘3자 구도’(남·북·미)가 유지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분석도 나온다.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두 정상이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중 두 나라가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통령은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정착 과정에서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기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 북한에 대한 영향력, 대북 제재 효과 유지, 북한 비핵화 이행단계 실행력 담보 등을 감안하면 중국은 중요한 파트너다. 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5월 3일 우리나라를 방문한 왕이(王毅·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동지를 접견했다”며 “조·중 사이의 단결과 전통적인 친선·협조 관계를 전면적으로 계승하고 심화·발전시킬 데 대해, 조선반도 정세 흐름의 발전 방향과 전망을 비롯한 호상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한 폭넓고 깊이 있는 의견 교환이 있었다”고 전했다. 이런 중국의 활발한 외교 활동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논의에 적극 참여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사실 중국이 남·북·미와 함께 한반도 평화 문제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무엇보다 중국은 1953년 정전협정의 당사자다. 문제는 현재의 3자 구도를 4자 구도로 전환하는 시점이다. 아직 중국을 포함한 4자 구도를 형성하지 않는 이유는 현재 ‘빠른 논의 속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3자 구도는 한국이 북·미 간 신뢰의 골을 좁혀 비핵화 로드맵 담판을 짓도록 중재하고, 중·일·러 등 주변국이 지지해 주는 식이다. 남북, 북·미 등 2번의 정상회담으로 비핵화 로드맵이 결정되는 틀도 3자 구도여서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너무 이른 4자 구도가 형성되면 미국이 한국의 후견국이 되고 중국이 북한의 후견국이 되면서 냉전 구도가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미·중 갈등을 감안할 때 미국이 동의할지가 미지수다. 2003년 시작된 6자회담에서 각국의 입장을 조율하기도 힘들었고 조율 속도도 상당히 느렸다는 점에서, 4자 구도로 전환했을 때 논의 속도가 현재보다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도 중국의 참여에 대해 명확하게 확답을 주지 않았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이 왕 위원에게 ‘4자(남·북·미·중) 회담’ 체제를 수용한다고 밝혔느냐는 질문에 “아직 구체적인 소식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 ‘균형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동북아 군사 패권을 견제하는 중국 입장에서 이달 하순에 열릴 북·미 정상회담에서 주한미군 주둔이나 한·미 연합훈련 및 미 전략자산 전개를 북이 인정한다면 난처할 수밖에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종전선언은 적대 해소를 위한 ‘정치적 선언’이기 때문에 이미 남·북·미와 모두 관계 정상화를 이룬 중국의 포함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며 “반면 법적·제도적 합의인 평화협정의 경우, 평화 행동에 대한 남북 간 합의를 미·중이 인증하는 형태의 부속협정서가 포함되기 때문에 중국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한·중, 평화협정 전환 긴밀 협력한다

    한·중, 평화협정 전환 긴밀 협력한다

    文대통령·시진핑, 남북회담 후 첫 통화 종전선언 中 소외 논란 사실상 해소 文 “中 기여 중요” 4강 정상 통화 마쳐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종전선언 주체를 남·북·미 등 3자로 할지, 중국까지 포함한 4자로 할지를 놓고 벌어진 ‘차이나 패싱(배제)’ 논란 등을 사실상 정리했다. 통일부가 지난 3일 “중국 의사에 따라 3자 또는 4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5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시 주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조치들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4강(미·중·일·러) 정상’과의 통화를 모두 마쳤다. 시 주석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의지를 다시 천명했다”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적 역사를 끝내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관건인 만큼 공조를 유지·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등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중국 정부의 기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1월 11일 통화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빈 방중 때 시 주석과 합의한 ‘핫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국가 없는 곳’ 파고든 나치즘

    ‘국가 없는 곳’ 파고든 나치즘

    블랙 어스/티머시 스나이더 지음/조행복 옮김/열린책들/616쪽/2만 8000원 히틀러의 매니저들/귀도 크노프 지음/신철식 옮김/울력/512쪽/2만 4000원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600만명의 유대인 대학살을 일컫는 ‘홀로코스트’. 우리는 이 유례없는 비극에 관해 미치광이 히틀러와 이를 추종한 부역자, 전체주의에 휘둘린 독일 국민, 그리고 ‘가스실’로 상징화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떠올린다.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자. 군수 공장을 돌리기 위한 강제 노동 수용소는 독일 곳곳에 있었지만, 유대인들을 죽이려 만든 나치의 ‘절멸’ 수용소는 독일에 없었다. 이들 절멸 수용소가 독일과 소련의 중간지대에 있는 폴란드와 같은 동유럽 국가들에 자리한 점을 특히 주목하자. 유대인이 그토록 미워 모두 죽이려 했다면 굳이 이들을 기차에 태워 대륙을 가로질러 동유럽에 실어 나른 다음 죽일 필요가 있었을까.‘블랙 어스’의 저자 티머시 스나이더는 ‘이중 점령’과 ‘국가 없는 상태’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홀로코스트를 재해석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히틀러는 독일을 다시 풍요롭게 만드는 길을 생각했다. 유대인들을 추방하고 게르만족 대제국을 건설하겠다는 구상을 실현하는 방법은 다른 국가를 침략하고 땅을 뺏고 파괴하는 일이었다. 집권하자마자 독일 공산주의 세력에 대한 탄압을 시작한 히틀러는 불가침 동맹을 파기하고 1941년 소련을 침공한다. 전선은 바로 2년 전 소련에 점령당했던 리투아니아와 라트비아에 그어졌다. 스탈린이 잔혹하게 파괴했던 이곳은 독일에 의해 재차 파괴된다. 이를 뜻하는 게 바로 ‘이중 점령’이다. 히틀러는 이 지역에 관해 “국가가 존재한 적이 없다”며 국가의 흔적을 없애기 시작했다. 여기에 히틀러의 유대인에 관한 혐오가 합쳐지며 독일의 특수임무단이 잔혹한 학살을 시작했다.스나이더는 누가 어디에서 죽었는지를 따졌다. 독일에 굴복했지만, 국가 제도가 남아 있던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프랑스 등에서 유대인은 함부로 체포되거나 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중 점령당한 ‘국가 없는 곳’들의 유대인은 야만인 취급을 받았다. 스나이더는 이런 점에서 “홀로코스트는 혐오 감정 하나만으로 유대인을 학살한 광란의 파티가 아니었다”면서 “국가가 부재한 상황에서 비국민으로 분류된 이들에 대한 체계적 학살”이라고 주장한다.이 과정에서 히틀러를 도왔던 이들도 눈여겨보자. 독일 저널리즘 학자이자 독일 공영방송 ZDF 현대사 편집국장을 지낸 귀도 크노프의 ‘히틀러의 매니저들’은 부역자 6명의 이야기를 다뤘다. 알베르트 슈페어, 베른헤어 폰 브라운, 알프레트 요들, 크룹 가의 구스타프 크룹(과 알프리트 크룹), 페르디난트 포르셰, 히얄마르 샤흐트다. 이들은 설계사, 엔지니어, 군인, 기업가, 은행가로서 빼어난 능력을 보였던 사람들이다. 크노프는 이들이 히틀러와 어떻게 연결돼 전쟁 범죄에 가담케 됐는지 설명한다. 특이한 점은 이들이 초반부터 히틀러에게 맹목적으로 충성한 사람들은 아니었다는 것. 예컨대 독일의 국민차 폭스바겐을 개발한 페르디난트 포르셰는 자금난에 막혀 자동차 개발에 어려움을 겪자 히틀러에게 접근했다.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던 이 기술자는 히틀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서 결국 군수 무기까지 만들었다. 크노프는 이들이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점에 주목했다. 성공에 매몰되면서 자신들의 행위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곱씹을 수 없었다. 실제로 이들 대부분은 전쟁이 끝난 뒤 자신들의 행위에 대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책은 그들의 삶을 좇으면서 어떻게 그들의 삶과 행위가 악의 형상으로 변모돼 가는지 보여 준다. 2차 세계대전에서 히틀러의 끔찍한 범죄가 벌어지게 된 이유를 살펴본 ‘블랙 어스’와 히틀러를 돕는 이들을 추적한 ‘히틀러의 매니저들’은 우리에게 인간성이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국가의 광기 앞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 묻는다. 스나이더는 “우리가 1930~1940년대 유럽인보다 윤리적으로 우월하다 자신할 수 있느냐”고, 크노프는 “범죄 국가에서 정의와 불의 사이에 쳐진 울타리가 허물어진다면 도덕적으로 판단할 수 있느냐”고 질문한다. 위기가 다가온다면 홀로코스트는 언제든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권의 책은 과거를 이야기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미래를 묻는 책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그 뒤 이어진 독재정권을 건너온 우리야말로 이 물음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한·중, 평화협정 전환 긴밀 협력한다

    한·중, 평화협정 전환 긴밀 협력한다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4일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다짐했다. 두 정상은 이날 종전선언 주체를 남·북·미 등 3자로 할지, 중국까지 포함한 4자로 할지를 놓고 벌어진 ‘차이나 패싱(배제)’ 논란 등을 사실상 정리했다. 통일부가 지난 3일 “중국 의사에 따라 3자 또는 4자가 참여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재확인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부터 35분간 이어진 통화에서 시 주석과 항구적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후속조치들을 논의했다. 문 대통령은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4강(미·중·일·러) 정상’과의 통화를 모두 마쳤다. 시 주석은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왕이 외교부장을 만나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비핵화 의지를 다시 천명했다”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한반도의 적대적 역사를 끝내려는 의지를 강력하게 밝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북·미 정상회담의 성패가 관건인 만큼 공조를 유지·강화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 등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뤄 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 중국 정부의 기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 1월 11일 통화 이후 넉 달 만에 다시 이뤄진 이번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국빈 방중 때 시 주석과 합의한 ‘핫라인’이 본격 가동되는 것 같아 든든하다”고 말했다.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 문 대통령, 시진핑과 35분 통화…“평화협정 공조”

    문 대통령, 시진핑과 35분 통화…“평화협정 공조”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한반도 종전선언과 정전협정의 전환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나가기로 했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4일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과 시 주석이 오후 5시부터 35분간 통화하며 이런 이야기를 나눴다고 밝혔다. 통화에서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이뤄 나가는 과정에서 시 주석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 주석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을 축하하고 이후 양국이 긴밀히 소통하고 공조를 유지·강화하자”고 답했다. 두 정상이 통화한 것은 지난 1월 11일 이후 넉 달 만이며, 문 대통령 취임 후 세번째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비핵화·평화체제 구축, 중국 역할 주목한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이틀간의 평양 방문을 마치고 어제 베이징으로 돌아갔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초청으로 이뤄진 것이라지만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는 자리였다면 11년 만의 중국 외교부장 방북이 되는 왕이 부장의 평양행보다는 리 외무상의 중국 방문이 순리였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북한 방문 협의가 의제의 하나라는 형식논리도 있지만, 왕이 같은 거물이 평양에 간 것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와 무관하지 않은 이례적인 움직임이다. 즉 비핵화 프로세스와 평화체제 구축에 중국을 빼놓아서 안 된다는 뜻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전하고, 우리와 미국에도 쐐기를 박겠다는 행보인 것이다. 중국의 뜻은 중국 관영매체들의 보도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중국은 ‘4·27 판문점 선언’에 명기된 종전 선언과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ㆍ북·미 3자 혹은 남ㆍ북·미·중 4자회담 추진’ 중 ‘3자’ 조항이 중국을 소외시킬 수 있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차이나 패싱(중국 배제)이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중국 주변화론’은 완전히 비상식적인 주장”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면서 다른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의 참여가 없다면 한반도 비핵화와 영구적인 평화 달성의 일괄적 합의는 생각할 수 없다”며 중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지난해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을 전후로 단행된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고강도 대북 제재에 북·중 혈맹 관계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참여한 것을 높이 평가해 왔다. 북한 수출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의 대북 제재가 없었더라면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남북 정상회담은 물론 북·미 정상회담이 이렇게 조속히 개최되는 일은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비핵화라는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중국은 제재가 흐트러지지 않게 일관성을 유지하고 비핵화 이후의 대북 경제협력 약속으로 북한에 지속적인 자극을 줄 필요가 있다. 또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도 중국의 의지가 분명하다면 참가하면 좋을 것이다. 정전협정에 서명한 당사국으로서 중국은 참가 자격이 있다. 중국 일각에서는 우리가 정전협정에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당사자는 북한과 미·중이라고 주장하지만 당시 한국군이 유엔 연합군에 소속돼 싸웠기 때문에 당치도 않은 소리다. 한 가지 중국이 비핵화 등의 프로세스를 미국을 견제하려는 지렛대로 삼기 위해 한반도 영향력을 증대하려는 속셈이 있지 않은가 우려된다. 주한미군 철수 주장도 중국 측에서 머지않아 제기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미 동맹에 기반을 둔 주한미군은 중국이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 우리 외교 당국도 각별히 유의해 한·중 관계를 관리해야 한다. 중국은 조급증을 내지 말고 비핵화와 평화체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데 대국다운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 폼페이오 “北 영구적 비핵화”…핵무기 개발 시도 원천 봉쇄

    폼페이오 “北 영구적 비핵화”…핵무기 개발 시도 원천 봉쇄

    “北, 억류 미국인 3명 석방 임박” 美방송 “핵실험장 철거 시작” “북·미 최소 1년 북핵 논의” 분석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을 낙관하게 하는 긍정적인 신호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언급한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 얘기가 대표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 주목하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이와 관련한 보도들은 미국과 북한이 충분한 시간과 기회를 갖고 정상회담을 준비해 왔음을 추론케 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부활절 주말(3월 30일~4월 1일) 평양을 극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에게 “아무 때나 풀어 주겠다”고 확약했다고 보도했고, 미국 CNN은 “두 달 전에 결정됐다”고 전했다. 앞서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발표한 것도 확실한 긍정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과 미국이 미 중앙정보국(CIA)을 통해 접촉해 북핵 문제를 본격 논의한 것이 최소 1년이 넘는다”면서 “탐색 기간까지 거치면 최초 접촉 시기는 그보다 훨씬 이전”이라고 말했다. 일부 정보 전문가들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CIA 국장 신분으로 북한에 가서 김 위원장을 만난 것 자체가 협상이 마무리 단계였음을 의미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에서는 북의 핵실험 등의 중지 발표도 트럼프·김정은 간 충분한 사전 교감의 결과로 해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남북 정상이 판문점 회담에서 경협 관련 문제에 집중했던 것도 북·미 간 충분한 사전 협상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철거에 들어갔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이날 CBS방송은 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들에서 전선 철거를 시작했다고 미 정보기관을 인용해 전했다. CBS는 북한의 이 같은 행보를 “핵실험장 갱도들의 폐쇄를 향한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이제는 이 문제(북핵)를 완전히 해결해야 할 때”라면서 북한 비핵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아사히신문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협의에서 미국이 요구하는 방법으로 핵을 전면 폐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북·미 관계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서울발로 전했다. 아사히는 “CIA 당국자와 핵 전문가 등 3명이 지난달 하순부터 1주일 남짓 방북했다”면서 “북·미 양측의 사전 협의에서 북한은 핵무기 사찰에도 응하고 ICBM도 폐기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북·미 협의 결과는 정상회담 합의문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우리는 북한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방식으로 폐기’(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ing)하도록 전념하고 있다”며 북한의 ‘완전한’(complete) 비핵화(CVID)에서 한발 더 나간 ‘영구적’ 비핵화를 강조했다. 영구적 비핵화란 북한이 현재 가진 핵무기의 폐기뿐 아니라 핵물질과 핵개발 시설·장비 등을 사용 불능 상태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즉 북한이 다시는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지 못하게 만들겠다는 것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지향하는 북한 비핵화의 방향’을 분명히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대량살상무기는 핵과 ICBM뿐 아니라 생화학무기를 포함하는 만큼 고강도 사찰과 검증을 예고했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CVID’와 ‘PVID’에는 용어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뜻의 차이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지체 없이 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면서 신속한 비핵화 시간표도 제시했다. 이어 그는 “우리는 한반도 역사의 진로를 바꿀 전례 없는 기회를 잡았다”면서 “우리는 시작 단계에 있고 결과는 아직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기회’라는 말을 강조하고 싶다”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를 표명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서울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판문점 선언 돋보기] “김정은 핵실험장 폐쇄·공개 선언 카드 비핵화 의지 표출이자 대미협상 전략”

    [판문점 선언 돋보기] “김정은 핵실험장 폐쇄·공개 선언 카드 비핵화 의지 표출이자 대미협상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실험을 중단하겠다더니 핵실험장 폐쇄 및 공개도 선언했습니다. 미국인 억류자 석방 가능성도 나와요. (북한이) 중요한 협상 카드를 소진한 게 아닙니다. 비핵화 의지를 의심하니 보여 주는 거죠. 동시에 상대가 원하는 것을 먼저 내주고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시작됐습니다.”이관세(66)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장은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연구소장실에서 서울신문과 가진 인터뷰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의 해법은 결국 “신뢰”라고 했다. 한국 정부의 중재 노력이나 비핵화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 등은 북·미 간 불신의 골을 좁히려는 노력으로 봤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된다면 뒤따를 북핵 사찰·검증 과정에서 ‘디테일에 숨어 있는 악마’를 넘어서는 비결도 ‘신뢰’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 위원장이 북·미 간 주요 협상 카드인 핵실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을 지난달 먼저 선언했다. -북한이 지난해 말까지 핵·미사일 고도화를 해 왔으니 비핵화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는 걸 그들도 안다. 이를 불식시키려는 신뢰 조치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을 전격적, 선제적으로 선언했다고 본다.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봐야 미국도 진지하게 협상에 임한다. 또 북·미 정상회담을 주도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도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들어줘 자신이 원하는 최대의 이익을 상대가 들어줄 수밖에 없도록 하는 협상 전략의 한 부분이란 의미다. →북·미 간 ‘비핵화’ 정의에 차이가 있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쟁점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남·북·미 간 비핵화 개념 차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의 비핵화가 ‘이미 완성해 둔 핵’(과거 핵)을 제외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용어가 비핵화든, 완전한 비핵화든 ‘가진 모든 핵과 관련 시설을 폐기하는 것’이다. 핵심 쟁점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인정하는 완전한 비핵화 시한을 언제로 잡을 것인지, 이에 대해 북한이 받을 보상이 무엇인지 등이 될 것이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로드맵이 타결돼도 실행 단계에서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합의는 잘해 두고 이행 검증 단계에서 이견으로 난항을 겪을 수 있다. 그 고비를 넘을 수 있는 건 결국 ‘신뢰’다. 1998년 미국에서 북한 금창리 지하 시설에 또 다른 핵시설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면서 50만t의 식량을 제공하고 조사했지만 핵시설이 아니었다. 의심하자면 끝이 없다. 이미 과거 경험이 있으니 이번에는 남·북·미와 주변국들이 자세하게 준비하고 논의할 것으로 기대한다. →‘판문점 선언’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이 언급됐다. 어떻게 진행해야 할까.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주체와 시기에 대한 윤곽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정치적 선언은 한반도 안정과 평화협정 논의의 신호탄이자 모멘텀(추진력)이다. 평화협정의 경우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비핵화 종결 시점)보다 앞에, 미국은 그 후에 체결하고 싶을 것이다. 평화협정은 군사뿐 아니라 정치·경제적 내용도 포함되는 포괄적인 것이어야 한다. 군사적 긴장 완화뿐 아니라 경제공동체나 경제협력도 잘돼야 평화가 보장되지 않겠나. →대북 경제제재 완화 시점은 언제가 될까. -판문점 선언 1조 6항(동해선 및 경의선 철도·도로 연결)이나 북한이 평양시를 서울시에 맞춘 것도 향후 남북 협력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보상 없는 선제적 조치를 했기 때문에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이 방북하는 시점에 경제제재 완화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또 올해 11월 미 중간선거 이전에 북한이 불능화 조치를 시작한다면 제재 해제 문제가 본격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통일부 차관이었던 2007년 남북 정상회담과 비교해 제언한다면. -당시는 화해·협력 분위기가 지속됐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전쟁 위기설에서 정세가 급격히 변하는 과정에서 열렸다. 당시는 남북 관계 진전이 주된 의제였지만 지금은 비핵화, 군사적 긴장 완화를 포함한 평화체제 정착 등도 제시됐다. 북한의 핵능력이 고도화했고, 북·미 정상회담이 이어 열리는 것도 차이점이다. 하지만 한반도 평화 정착 및 북핵 해결 의지는 늘 같았다. 정권 말에 열린 2007년 정상회담이 정권 교체로 이행되지 못했다면 집권 초에 열린 이번 회담은 후속 조치가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이관세 소장 2007년 8월부터 17대 통일부 차관으로 재임하며 2007년 남북 정상회담 준비접촉 수석대표를 맡았고, 정상회담 준비 선발대 단장으로 방북해 일정, 동선, 행사 등을 북측과 협의했다. 1981년 통일부 사무관으로 입부해 28년간 근무하며 대변인, 정세분석국장, 남북회담본부장, 통일정책실장 등을 거쳤다. 또 경남대 북한대학원(현 북한대학원대)의 북한학 박사 1호다. 퇴임 이후 10여년간 대학원 석·박사 과정을 강의하는 등 학계에 몸담고 있으며, 지난 3월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소장으로 취임했다.
  • 4·27이행·핵폐기 절차·다자 협력틀…숨가쁜 5월 시작됐다

    4·27이행·핵폐기 절차·다자 협력틀…숨가쁜 5월 시작됐다

    2007년의 남북 이행 중단은 없다 DMZ 평화지대화 등 실행 속도전 北 풍계리 핵실험장 이달 중 폐기 냉각탑 폭파처럼 생중계할지 주목 “金, 북·미회담서 비핵화 구체화”지난달 27일 남북 정상회담에서 성공적으로 ‘판문점 선언’을 도출한 후 한반도 평화 로드맵의 방향을 결정지을 ‘운명의 5월’이 시작됐다. 이달 하순 비핵화 로드맵 담판을 지을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공개로 비핵화 의지를 증명할 계획이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 국면을 지지해 줄 다자 협력구도를 마련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비핵화 국면에 따라 남북 관계를 진전시킬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에서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에 나섰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포럼 기조 발제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겠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소개했다. 그는 남북 정상의 회담인 만큼 남북 관계 발전이 먼저 들어갔고,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북·미 정상회담이 곧 있을 예정이어서 목표와 방향만 압축해 넣은 것이라고 전했다. 조 장관은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에 길잡이, 디딤돌이 되는 회담이라는 인식으로 남북 정상회담에 임했다”며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비핵화 표현은 현 단계에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의 내용이 담겼다”고 강조했다.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 전문가와 언론에 공개하기로 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절차도 이달 중에 실시된다.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 의지를 가졌는지 알아볼 테스트 무대다. 2008년 6월 북한이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할 때와 달리 전 세계에 생방송을 허용할지가 관건이다. 당시에는 5개국 언론사 기자들이 참관했고 생중계가 예정됐지만, 북한이 동의하지 않아 녹화본으로 공개됐다. 이달 중 개최에 합의한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에서는 비무장지대(DMZ)를 실질적 평화지대로 조성하는 방안,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평화수역 등 군사적 긴장 완화 방안이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달 중순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통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설치와 산림협력 연구 등 대북 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분야부터 협의해 나갈 계획이다. 비핵화 과정과 남북 관계 진전 모두 ‘속도’가 관건이다. 충분히 준비가 끝난 상황인 데다, 정권 1년차부터 몰아치지 않으면 동력이 분산된다는 것을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다. 남북은 2007년 10·4 정상선언에서 3자 또는 4자 종전선언 추진에 합의했다. 하지만 노무현 전 대통령 임기 말에 이뤄졌던 남북 간 합의는 정권 교체 및 북핵 문제 악화로 추가 논의가 중단됐다. 정부가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올해 7월 27일을 계기로 종전 선언을 추진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 과정에 발맞춰 평화협정 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확성기 시설 철거에 들어갔고, 이날 판문점선언이행추진위원회 개편을 통해 범정부 차원의 후속 조치 준비에도 돌입했다. 오는 9일 일본에서 열리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특별성명도 추진한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남북 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가 정착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며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고 공동 번영하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판문점 선언에 평화협정 주체로 명시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문구는 논란이 될 전망이다. 이는 10·4 정상선언에서도 논란이 됐다. 종전 선언의 주체로 ‘직접 관련된 3자 또는 4자 정상’이라고 표기했는데 송민순 전 외교부 장관은 저서 ‘빙하는 움직인다’에서 “김정일(북한 국방위원장)이 북한 협상팀에 지시한 사항이라서 변경의 여지가 없다고 하여 수용했다”며 “북한이 사정에 따라서 중국이나 한국은 빼겠다는 전술을 구사할 여지를 갖겠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10·4 선언 당시 미국과 달리 중국은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 우선 3자로도 할 수 있다는 역사적인 유례가 있는 표현”이라며 “하지만 평화체제 논의에 중국이 당연히 함께 참여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종전선언은 남·북·미가, 중국은 평화협정에서 주요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이경주 기자 dlrudwn@seoul.co.kr
  • “김정은 ‘비핵화 구체내용 북미정상회담서 논의’ 밝혔다”

    “김정은 ‘비핵화 구체내용 북미정상회담서 논의’ 밝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오전 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 내용은 북미정상회담에서 논의하겠다, 그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일 소개했다.조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포럼 기조발제에서 남북 간 정상의 회담인 만큼 판문점 선언에 남북관계 발전이 먼저 들어갔고 한반도 비핵화 부분은 북미정상회담이 곧 있을 예정이어서 목표와 방향만 압축해 넣은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북미정상회담에 길잡이, 디딤돌이 되는 회담이라는 인식으로 남북정상회담에 임했다”면서 “판문점 선언에 들어간 비핵화 표현은 현 단계에서 남북 정상 간에 합의할 수 있는 최대치의 내용이 담겼다고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에 대해 “평화로 가는 새로운 시작을 했다”며 “남북이 주변국들과 함께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로 가고 공동번영하는 과정을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의 선순환 구도가 정착되는 토대를 마련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임기 1년 내에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판문점 선언을 도출해 합의를 이행할 충분한 시간을 확보한 것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아울러 “종전선언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의 핵심 당사자는 남과 북이 될 것이고 여기에 정전협정에 참여했고 한미동맹을 갖고 있는 미국과, 또 정전협정의 또 다른 참여국인 중국도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참여하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통일부 당국자는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에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한다는 것이 정부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또 남북이 5월 중 장성급 군사회담 개최에 합의한 것을 거론하면서 “국방장관회담도 남북 간 여러 협의를 위해서 가까운 시일 내 개최하는 쪽으로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 연결 및 현대화 합의를 거론하면서 “경의선·동해선도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여건이 조성되면 추진해 나간다는 것을 설명드린다”고 말하기도 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따뜻한 곳 찾아 오븐 속 숨어든 뱀

    따뜻한 곳 찾아 오븐 속 숨어든 뱀

    뱀이란 녀석 틈만 보이면 들어간다. 태국에선 가정집 벽틈새로 파고들어 그 안에 숨고, 미국에선 자동차 보닛 속에도 숨는다. 그 외에도 밖에서 잘 안 보이고 따스하며 안락한 곳이라 생각되면 어디든 찾아가 숨는다. 호주 한 가정집. 오븐 속에 살림 한 번 꾸리려다 들켜 뱀 자루 속으로 들어가게 됐다. 지난 2일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이 ‘뱀 포획’ 현장을 보도했다. 한 남성이 오븐 뒷면 철판을 드라이버로 열기 시작한다. 철판을 열고 서치라이트를 비추자 중간 정도 크기의 뱀 한 마리가 오븐 속 전선 뭉치와 뒤섞여 있는 모습이다. 남성은 뱀 잡이용 도구를 이용해 쉽게 뱀을 빼내더니 뱀자루 속으로 넣는다. 잘 작동됐던 오븐이 ‘먹통’ 된 이유가 밝혀진 셈이다.사진 영상=The Bunny547/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 지금 무슨 일이?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 지금 무슨 일이?

    정보당국 “‘그동안 식별되지 않던 징후’ 발견”페쇄 공개 사전조치인듯 .. 미국 CBS “전선 철거 시작”한미 군과 정보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폐쇄(폐기)와 이를 대외에 공개하기 위한 사전조치를 시작한 징후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당국의 한 소식통은 3일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3번 갱도 쪽에서 그동안 식별되지 않은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남북 정상회담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대외에 공개하기로 합의한 것을 이행하기 위한 조치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핵실험장의 남쪽에 굴착한 3번 갱도는 언제든 핵실험을 할 수 있는 기술적인 준비가 갖춰진 것으로 한미 군 당국은 평가해 왔다. 다른 소식통은 “3번 갱도 안으로 들어가 있던 케이블(전선)이 제거되고, 입구에 작업을 위한 인력과 시설들이 식별되고 있다”면서 “자세한 작업 움직임은 정보에 관한 사항이어서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유의미한 변화로 판단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남북정상회담 직후부터 징후가 포착되어 북한이 핵실험장 폐기 선언을 속도감 있기 이행하려는 조치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당국은 평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CBS 방송은 2일(현지시간) 북한이 폐쇄를 약속한 풍계리 핵실험장의 갱도들에서 전선 철거를 시작했다면서 이는 “핵실험장 폐쇄를 향한 첫 번째 조치”라고 평가했다. 소식통은 “3번 갱도 쪽에서 케이블(전선)이 제거되고 있는 것은 맞다”고 전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장을 폐쇄할 때 대외에 공개하자는 데 합의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북부 핵실험장 폐쇄를 5월 중에 실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이를 국제사회에 투명하게 공개하기 위해 한미 전문가와 언론인을 북으로 초청하겠다고 말했다. 국방부와 합참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움직임에 대해 “한미는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그 지역에 대해서는 한미가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말씀드리기에는 제한이 있다”고 답했다.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씨줄날줄] ‘도보다리 친교’ 시즌/박건승 논설위원

    [씨줄날줄] ‘도보다리 친교’ 시즌/박건승 논설위원

    ‘미러링 효과’(mirroring effect)는 호감이 가는 사람의 행동을 거울 속에 비친 것처럼 무의식적으로 따라한다는 심리학 용어다. 예컨대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나도 팔짱을 끼고, 상대가 벽에 기대는 행동을 하면 나도 따라서 벽에 기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심리학자들은 상대방과 똑같은 동작을 취하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 미러링을 잘 활용만 해도 상대로부터 50% 동의를 얻고, 흥미를 이끌어 내는 기회가 두 배로 늘어난다는 게 심리학계의 정설이다.지난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 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도보다리 회담’을 미러링 효과로 해석하는 이들이 많다. 영화 ‘미션임파서블’ 시리즈에서 톰 크루즈가 상대방 입술만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채는 독화까지 덩달아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두 정상이 판문점 습지 위에 만든 도보다리에서 수행원 없이 의자에 마주 앉아 30분간 친교(親交)를 가진 것은 전혀 예기치 못한 일이었다. 취재진을 물려 들리는 것이라고는 판문점의 새 소리와 바람 소리였을 뿐이다.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로 김 위원장이 묻고 문 대통령이 답했다. 다리 끝 벤치에 단둘이 남은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로 박자와 조화, 리듬을 맞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문 대통령이 도보다리 벤치에 앉은 지 5분여 뒤 오른손으로 안경을 올리자 김 위원장도 오른손으로 안경을 추켜올렸다. 주로 문 대통령이 먼저 하고 김 위원장이 나중에 따라했다. 두 정상 간의 스텝이 맞지 않다가도 나중엔 걸음 속도가 같아지고, 오른발과 왼발이 같이 나가기도 했다. 무의식중에 따라 하는 이런 미러링 현상은 협상이 잘 풀리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였으리라. 이번 남북 정상회담의 백미는 단연 도보다리였음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두 정상은 평화로운 도보다리에서 북ㆍ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비핵화를 위해 서로를 설득하는 모습을 세계에 보여 주고 싶었을 것이다. 유엔군사령부는 푸른색을 칠한 다리라는 의미에서 ‘블루 브리지’(Blue Bridge), 즉 희망을 상징하는 ‘푸른색 다리’로 부르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 도보다리가 있는 판문점 남측 지역이 북ㆍ미 정상회담 개최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트위터에 평화의집 등을 직접 언급하면서다. 물론 그때에도 도보다리는 북ㆍ미 정상의 흉금을 털어놓는 공간이 될 것이다. 북ㆍ미 정상이 완전 핵폐기를 선언하고, 문 대통령이 함께 종전선언을 한다면 도보다리는 21세기 최고의 역사 현장으로 남지 않겠는가. ksp@seoul.co.kr
  • 조명균 “평화협정은 비핵화 마지막 단계”… 올해는 종전선언

    조명균 “평화협정은 비핵화 마지막 단계”… 올해는 종전선언

    남북·미 정상 리더십 과거와 달라 판문점 선언 실행 가능성 매우 커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2일 ‘판문점 선언’에 담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목표는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정전협정 65주년인 7월 27일을 계기로 남북 간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구체적인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체제 구축 논의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진전 여부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는 의미다. 조 장관은 서울 종로구 삼청동 남북회담본부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평화협정 체결은 거의 비핵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설정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다”며 “다만 이것이 시간적으로 동시에 거의 딱 이루어질 것인지는 앞으로 협의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왜냐하면 평화협정을 체결하고 평화협정에 따른 또 다른 후속 조치들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평화협정과 완전한 비핵화를 어떻게 맞춰 나가는 것이 좋을지는 여러 가지 변수들이 있어 딱 하나로 설정하기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남북 정상이 지난달 27일 합의한 판문점 선언에는 ‘남과 북은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에 종전을 선언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며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당국자는 “판문점 선언에서 목표로 둔 것은 종전선언을 올해 안에 한다는 것”이라며 “종전선언이라든가 평화협정을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 간에 논의한다는 거와 연결시키기 위해서 문장을 만든 것”이라고 부연했다. 조 장관은 “판문점 선언의 가장 큰 특징은 과거의 정상회담 합의들보다 제대로 이행될 가능성이, 확률이 대단히 높다는 것”이라며 이는 남북과 미국 등 관련국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과거와 다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 장관은 또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에 대해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바로 이행할 수 있는 사안, 북한과 협의를 거쳐서 이행할 사안, 한반도 비핵화 진전에 맞춰서 이행할 사안으로 구분해서 준비해 나가겠다”며 “바로 이행할 것들은 이미 어제부터 비무장지대 확성기 장비 철거가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 고위당국자는 핵사찰·검증에 대한 북한의 입장에 대해 “핵무기 없는 북한, 한반도로 가자면 사찰, 검증이라는 조치 없이 가는 것은 상식적이라 할 수 없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 미국뿐 아니라 국제사회 전문가, 언론이 지켜보는 가운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는 것도 사찰, 검증에 있어 적극적인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남북 간 경제협력 쪽은 비핵화가 진전된 다음에 가능한 분야”라며 “그것을 위한 사전 준비, 조사, 공동 연구는 미리 할 수 있겠지만 본격적으로 시행해 가는 건 비핵화가 진전된 다음에 맞춰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美 ‘한국 방어’ 재확인… 中 ‘최대 위협’ 간주

    美 ‘한국 방어’ 재확인… 中 ‘최대 위협’ 간주

    트럼프는 해외 주둔에 부정적 北, 中 견제… 철수 원치 않아 中, 쌍중단 카드로 美 견제할 듯주한미군은 한·미 동맹의 근간이자 미국의 동북아 패권 전략을 위한 전초기지다. 미국과 패권 경쟁을 벌이는 중국 입장에선 꼭 철수시켜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주한미군 문제는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 휘발성 강한 의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에 부정적이다. 지난달 30일 백악관에서 나이지리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세계의 경찰이기를 점점 더 원하지 않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의 우선순위가 돼서는 안 된다”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워싱턴 외교가와 정치권에선 주한미군 철수를 아직 먼 얘기로 보는 분위기다. 미 인터넷 매체 ‘매클래치 워싱턴 뷰로’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가 거듭 2만 5000명 이상의 병력을 한국에서 철수한다는 아이디어를 제기했지만, 이번 주말 군 지도자들은 한국을 방어한다는 미국의 ‘철통같은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일부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역할과 지위를 수정하려 들 가능성이 거론된다.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는 2일 “평화유지군으로서 충분히 주한미군에 새로운 임무 설정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대(對)중국 견제를 고려할 때 미국도 주한미군을 쉽게 포기하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도 대외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하고자 미군 철수를 원치 않는다는 게 정설이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로 보아 반도의 평화를 유지하자면 미군이 와 있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달 19일 언론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북한이 비핵화의 전제로) 주한미군 철수라든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확인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날 세종연구소 주최 포럼에서 “북한은 이미 1991년 소련이 멸망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을 사실상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반면 중국은 미군이 한반도에 있는 것 자체를 최대의 위협으로 여긴다. 평화협정 체결 단계에서 중국이 본격적으로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중국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한미군을 포함한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에서 물러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실성이 없어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쌍중단’(북한 핵개발과 한·미 연합훈련 동시 중단) 카드로 미국의 한반도 군사안보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는 방안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주한미군은 현재 8군사령부와 제7공군사령부, 해군사령부 등에 2만 8500명이 배치돼 있다. 핵심 병력인 미8군의 경우 제2보병사단, 제19원정지원사령부, 제35방공포병여단, 501정보여단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In&Out] 보호무역 기조 장기화, 홍수 대비 심정으로/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In&Out] 보호무역 기조 장기화, 홍수 대비 심정으로/한진현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

    풍년이 계속되면 홍수 대비는 소홀해지기 마련이다. 큰비로 강둑을 넘친 물이 논밭을 덮치고 축사를 쓸어가면 그때서야 구멍 뚫린 하늘을 원망한다. 부족한 대비는 결국 흉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요즘 글로벌 경제라는 상공을 쳐다보면 큰비를 잔뜩 머금은 먹구름뿐이다.  그간 세계경제는 정보기술(IT) 버블 붕괴와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자유무역 확산과 글로벌 밸류체인을 활용한 생산성 증가의 혜택을 누리며 지속 성장해 왔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일방적인 수입 규제 조치들을 취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보호무역주의 기운이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 1위 무역국으로 첨단기술 산업의 리더로 급부상하는 중국의 도전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조치로 표출되는 것 같다. 중국산 수입품을 규제하겠다는 미국의 법적 장치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기간에 마련됐지만 실제 집행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의 궁극적 목표가 중국이라고 해서 남의 집 불구경하듯 팔짱 끼고 볼 일만은 아니다. 중국과 유사한 수출 구조를 갖고 미국 시장에 제품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들에 불똥이 마구 튀고 있다. 미국의 수입 규제 절차법인 ‘이용 가능한 정보’(AFA)와 ‘특별시장상황’(PMS) 등을 적용한 고율 관세가 우리 기업들에 직접 피해를 주고 있다. 미국이 전통적으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빈번하게 활용하는 반덤핑·상계 관세뿐만 아니라 그동안 좀처럼 사용하지 않던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와 안보 위협을 근거로 수입을 규제하는 1962년 무역확장법 카드까지 꺼내 들면서 미국발 보호무역주의는 갈수록 기세를 떨치고 있다. 반덤핑·상계 관세의 소나기를 막느라 전전긍긍하는데 예상치 못한 우박까지 들이치는 격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조치들이 일회성 우환으로 그칠 것 같지 않다는 점이다.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과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이 반복되면서 보호무역 기조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나라로서는 주도면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우선 수출 최전선에서 수입 규제 조치에 직면한 기업들과 유관기관, 정부 사이에 긴밀한 협조와 대응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민간과 정부가 힘을 합쳐 한·미 협력 네트워크를 공고히 해야 한다.  한국무역협회가 주도한 대미 통상사절단은 지난달 15~19일 미국을 방문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성과를 공유하고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포스코, 만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과 업종별 단체로 구성된 사절단은 미 의회를 비롯해 싱크탱크, 미 무역대표부(USTR) 등 행정부를 방문해 보호무역 조치에 우려를 전달했다. 미 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한·미산업 연대포럼’을 열어 한국 기업이 미국의 에너지 개발에 공동 참여하는 등 여러 분야에서의 협력이 양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음을 널리 알렸다. 한국 기업과 거래하는 미국 기업들도 나서서 미 행정부의 수입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민간 차원의 대미 교류 활동이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내기는 쉽지 않다. 정부가 힘을 보탰더라면 보다 입체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 가능했을 것이란 아쉬움도 남는다. 분명한 사실은 평소 제방을 두둑이 쌓고 수로를 깊게 파는 노력이 폭우가 쏟아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하듯 일상적으로 대미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부터라도 민관이 합심해 대미 아웃리치(접촉)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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