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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과 불법거래 239곳 공개… 美 ‘대북제재 주의보’ 발령

    국무부 ‘선 비핵화·후 평화협정’ 천명 트럼프 “9개월간 北도발 없어 행복” 미국이 2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불법거래 의혹이 있는 239개 기업 명단을 전격 공개하고 거래 금지를 권고하는 ‘대북제재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최대의 경제적 압박을 지속하겠다는 미 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북한과 밀무역에 나서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경고’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이민세관단속국(ICE)과 함께 17쪽 분량의 ‘북한 제재 및 단속 조치 주의보’를 발표했다. 이번 주의보는 북한의 불법적 무역거래와 노동자 해외 송출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북한이 중국 등 제3국 기업을 이용해 북한산 광물, 수산물, 의류 등의 원산지를 둔갑시켜 무역거래를 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농업, 애니메이션, 제지, 정보기술(IT), 부동산 개발 등 37개 분야에 걸친 북한의 합작기업 239개 명단을 발표했다. 태화와 평매합작사, 청송 등이 제재 주의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국무부는 “대북 제재를 위반한 경우 거래 금액의 2배, 아니면 위반 1건당 29만 5141달러(약 33억원)의 벌금형이 내려질 수 있으며 형사법으로 기소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무부는 또 북한의 외화벌이 수단인 노동자 해외 송출 사례를 제시하고, 중국·러시아 등 관련 42개국 명단도 공개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미국이 새 제재를 부과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과 거래하거나 북한 노동자를 고용하는 국가들을 상대로 기존 제재 위반 가능성에 대한 주의를 환기시킨 것”이라고 평했다. 국무부는 또 이날 ‘선 비핵화, 후 평화협정’을 분명히 밝히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압박했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의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요구에 대해 “이미 밝힌 대로 우리는 북한이 비핵화했을 때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평화체제의 구축에 전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9개월 동안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지 않았고 핵실험도 없었다”면서 “일본이 행복해하고 있으며 모든 아시아가 행복해한다”며 “그러나 ‘가짜뉴스’는 나에게 물어보지도 않은 채(항상 익명의 소식통들), 매우 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내가 화가 났다고 보도한다”면서 “틀렸다.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1일 워싱턴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는 (대북 협상이) 별다른 진척이 없자 노기를 드러내고 있다’고 보도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北, 美본토 겨냥 ICBM 포기한 것”… 9월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

    “北, 美본토 겨냥 ICBM 포기한 것”… 9월 종전선언 논의 가능성

    ‘화성 15형’ 개발지… 美위협 상징적 장소 북·미 새로운 신뢰관계 구축 첫걸음 평가 美 ‘FFVD ’ 압박 고삐는 풀지 않을 듯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정황이 포착되면서 그간 제자리걸음을 했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새로운 계기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오는 27일로 예정된 미군 유해 송환까지 더해진다면 북·미가 새로운 신뢰관계 구축의 첫걸음을 내딛게 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8노스는 23일(현지시간) 조지프 버뮤데즈 연구원이 작성한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 시작’이라는 분석 보고서에서 최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 북한이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해체에 나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동창리 발사장은 북한이 위성발사장으로 부르고 있지만,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졌다. 동창리는 2017년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실험을 진행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의 ‘상징적 장소’로 떠올랐다. 북한은 2012년 ‘은하 3호’를 시작으로, 인공위성을 실었다고 주장하는 발사체를 모두 동창리에서 발사했다. 또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화성 15형’도 이곳에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ICBM을 발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발사장은 동해 무수단리에도 있다. 하지만 무수단리 발사장은 1990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쓰인 뒤 사실상 폐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동창리 발사장 해체는 북한의 ‘ICBM 개발 포기 선언’과 같은 무게감을 갖는다는 게 상당수 전문가들의 평가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가장 규모가 크고 현대화된 동창리 발사장을 해체한다는 것은 ICBM을 포기한다는 의미”라면서 “ICBM이라는 운반수단이 없다면 사실상 북한의 핵은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른 소식통은 “북한 서해위성발사장 해체는 미국의 입장에서 큰 의미가 있는 것이, 중대한 북한의 비핵화 행보로 풀이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이번 조치가 오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될 예정인 6·25 사망 미군 유해 송환과 맞물리면서 북·미 실무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오는 9월 뉴욕 유엔총회를 계기로 한 종전선언과,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대북 인도적 행사의 일부 제재 해제’ 등의 논의도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북한이 북·미 정상 간 약속을 이행하는 성의를 보였지만 미국이 압박의 고삐를 급하게 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미 협상의 다음 단계는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를 위한 핵신고 등이 될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북·미가 서로 정상회담의 선물을 주고받으며 신뢰를 쌓았고 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비핵화 협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이 이번 북한의 동창리 발사장 해체에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이느냐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관련 행동의 속도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정전 65주년’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사진으로 본 DMZ의 모습

    ‘정전 65주년’ 변한 듯 변하지 않은 듯…사진으로 본 DMZ의 모습

    오는 27일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가운데 비무장지대(DMZ)의 현재 모습을 모아봤다. 비무장지대(DMZ)에서는 여전히 청년들이 남방한계선 철책을 따라 경계 근무를 하고 있다. 그 사이 목책은 철책으로 바뀌었고, 철책은 다시 이중으로 설치됐다. 올해 11년 만의 남북정상회담과 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개최되면서 전쟁을 끝내자는 ‘종전선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北 지나친 대남 압박, 남·북·미 관계 그르친다

    북한의 대남 압박이 귀에 거슬릴 만큼 연일 계속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2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싱가포르 렉처’ 연설 중 “국제사회 앞에서 북·미 정상이 직접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엄중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언급에 대해 ‘쓸데없는 훈시질’이라고 비난했다. 21일에는 집단 탈북 종업원 사건과 관련해서는 역시 노동신문이 나서 “여성 공민들의 송환 문제가 시급히 해결되지 않으면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은 물론 북남 관계 앞길에도 장애가 조성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의 대남 압박은 중국, 러시아 외에 남한을 끌어들여 대북 제재 완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거기에 비핵화 대가인 체제보장의 초기 조치인 종전선언을 남한의 대미 압박을 통해 이끌어 내겠다는 뜻도 있어 보인다.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어제 미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런 대남 비난은 한반도 해빙 무드가 조성되기 전인 지난해 북한의 종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남한을 ‘미국 상전의 눈치만 살핀다’고 비난하는 것은 온당하지도 않고 4·27 남북 정상회담 정신에도 맞지 않는다. 비핵화와 체제보장은 북·미에 동시에 하는 주문이다. 민족의 비원인 이산가족 상봉을 집단 탈북 종업원 사건에 연계시키는 것도 옳지 않다. 그 어떤 남북 간 현안 중 우선해야 할 이산가족 문제에 ‘조건절’을 붙여서는 안 된다. 종전선언은 우리 당국도 염원하는 사안이다. 남북 관계를 진전시키고 그 핵심인 경협을 하려면 조속한 비핵화밖에 없다. 북한의 조급함이 이해되지 않는 게 아니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다. 남북 관계 순항을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
  • [재미있는 원자력] 문화유산 지키는 방사선 기술/박해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재미있는 원자력] 문화유산 지키는 방사선 기술/박해준 한국원자력연구원 책임연구원

    한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돼 유명해진 크로아티아는 아드리아해 연안에 있는 아름다운 나라다. 고대 도시국가와 로마시대를 거쳐 근대 합스부르크 왕조 지배 시절까지 찬란한 문화유산을 많이 갖고 있다.최근 이 나라 수도 자그레브에서 유럽 문화재 보존 전문가들이 모였다. 유럽 내 문화재 보존을 위한 기술정보를 교류하고 실무를 협의하기 위한 연례 모임이었다. 특별히 한국을 포함한 다른 지역의 연구자들도 초청받았다. 유럽의 문화재라고 하면 거대한 성이나 성당 등 건축물을 떠올리지만 나무, 종이, 직물, 가죽 재질의 문화유산들도 많다. 이 때문에 유럽 연구자들은 벌레나 곰팡이 등에 의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많은 문화재들은 방사선 기술로 보존되고 있다. 마치 병원에서 환자에게 엑스선이나 컴퓨터 단층촬영(CT)하듯 문화재에 방사선을 쪼여 벌레나 곰팡이를 제거하고 손상된 내부를 방사선 경화 소재로 보강하는 것이다. 유물 보관 수장고에 훈증 소독제를 사용해 몇 달 동안 문화재 근처에도 못 가는 한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럽에서는 1970년대부터 방사선 보존 기술을 개발해 널리 사용해 왔다. 이집트 람세스 3세 미라와 최근 시베리아 동토에서 발견된 아기 매머드는 물론 근대기록영화 필름까지도 방사선 처리로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다. ‘방사선’과 ‘방사성 물질’은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해외에서는 이를 명확히 구분해 사용한다. 일상 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각종 전자제품의 반도체 부품, 전선, 타이어, 의료기구 등은 방사선 처리해 최종 제품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것들은 방사성 물질이 아니기 때문에 방사선이 나오지 않는다. 회의 종료 무렵 유럽지역 문화재의 표준 매뉴얼 가이드라인을 만들자는 의제가 나왔다. 문화유산은 인류 전체 자산이므로 국적을 떠나 힘을 합쳐 보존해야 한다는 생각에 참가자들은 향후 계획을 논의하고 한국의 동참도 요청했다. 과학기술 선도국으로 인정받은 것이 기쁘기도 했지만 이 분야에서 우리 현실은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우리도 방사선을 이용한 문화재 보존처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인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최전선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곽병찬의 역사 앞에서 묻다] 1945년 ‘소련 신탁통치 주장’ 가짜뉴스에 통일정부 수립 물거품

    “나는 지금 우리나라의 파쇼 정체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반파쇼의 위원장이 되고, 나는 총동원 조직을 마음에 합당하게 여기지 않는 사람인데 성명 석 자가 위원회의 상무가 되어 있다. 이만 정도는 참을 수 있지만….”대하소설 ‘임꺽정’의 저자 벽초 홍명희는 1946년 1월 5일자 서울신문에 개인 명의의 성명을 발표했다. 모스크바 3상회의가 결의한 신탁통치 문제를 놓고 극우와 극좌 진영이 벌인 헤게모니 싸움에서 양쪽이 그의 이름을 멋대로 도용하고 있는 것에 대한 하소연이었다. 홍명희는 당시 서울신문 고문이었다. 당시 한민당과 이승만이 주도하던 극우 진영은 김구의 임시정부를 앞세워 ‘반탁’ 대중운동에 총력전을 펴고 있었다. 임시정부는 1945년 12월 28일 신탁통치반대국민총동원위원회(이하 총동원)를 결성해 대중운동으로 미군정 권력을 이양받으려 했다. 공산당, 인민당 등 좌익도 30일 반파쇼공동투쟁위원회(이하 반파쇼)를 결성해 ‘반탁’의 주도권 다툼에 뛰어들었다. 양쪽에 일제 병탄기 항일 민족통일전선을 추구한 신간회를 주도했던 홍명희는 명분 확보와 외연 확장에 꼭 필요한 인물이었다. 해가 바뀌면서 반파쇼 측은 돌연 반탁의 기치를 ‘모스크바 3국 외상회의 결정 지지’(찬탁)로 바꿨다. 반파쇼는 1월 3일 개최한 ‘민족통일자주독립촉성시민대회’를 애초 공지한 것과 달리 외상회의 결정 지지 행사로 진행했다. 본의 아니게 ‘반탁’과 ‘찬탁’에 양다리를 걸치게 된 홍명희로서는 묵과할 수 없었다. 그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탁통치는 빵을 달라고 하는데 돌을 던지는 것과 같다”고 밝힌 바 있었다. 좌익의 시민대회 이후 국론은 돌이킬 수 없는 분열의 길로 들어섰다. 정국 주도권은 극좌와 극우의 손으로 넘어갔다. 해방 후 가장 강력했던 여운형, 김규식 등 중도 혹은 좌우합작 추진 세력은 민주통일전선 기치를 꺼내기조차 힘들었다. 이들은 우선 통일된 임시정부를 세운 뒤 신탁통치를 거부해도 늦지 않다고 설득했지만, 흥분한 대중들에게 먹혀들 리 만무였다. 한민당의 공식 입장과 달리 ‘반탁 운동’에 회의적이었던 수석총무 송진우가 12월 30일 암살당한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국론 분열에 이어 분단, 나아가 골육상잔의 길로 내몬 찬탁·반탁의 충돌은 어이없게도 한 토막 ‘가짜뉴스’에서 비롯됐다. 1945년 12월 27일 석간신문들은 합동통신을 받아 미국 번스 국무장관이 정부로부터 받았다는 훈령 한 토막을 보도했다. “번스가 (3국 외상회담) 출발 당시 소련의 신탁통치안에 반대하여 즉시 독립을 주장하도록 훈령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이것을 “소련은 신탁통치 주장, 미국은 즉시 독립 주장, 소련의 구실은 38선 분할점령”이라는 제목의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소련이 한반도 38도선 이북을 집어삼키기 위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것이었다. 조선일보는 “조선의 자주독립은 어디로, 독립·신탁론 대립” “미국은 즉시 독립을 주장”, 서울신문은 “아(조선) 독립 문제 표면화” “미, 즉시 실현 주장”이라는 제목 아래 훈령 내용이라고 전해진 것만 간단히 보도했다. 출처도 애매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의 ‘한국민족문화대백과’에 따르면 이 기사는 미군 태평양사령부가 발행하는 태평양판 성조지에 보도된 것을 합동통신이 전재한 것으로 취재원도 없었다. 훈령 내용 역시 그동안 미 국무부가 밝힌 입장과 전혀 달랐다. 소련이 신탁통치를 주장한다는 내용도 알려진 것과 정반대였다. 그러나 아무도 확인하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28일자에서 1면 전부를 ‘탁치’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채웠다. 29일 미 군정청에서 외상회의 결정문을 발표했다. ‘한국에 민주주의 임시정부를 수립하며, 최장 5년간 신탁통치를 하되 미국과 소련 대표로 구성되는 공동회의가 임시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신탁통치만 앞세워 간단히 처리했고, 나머지 지면은 ‘반탁 운동’으로 채웠다. “한국은 신탁통치를 받게 되겠지만 임시정부가 수립되고 그 기간은 최장 5년”이라고 보도한 서울신문과 대조를 이뤘다. 신탁통치를 한사코 밀어붙인 것은 미국이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2년 전후 식민지 신탁통치 구상을 처음 밝힌 이래 1943년 영국의 앤서니 이든 총리와의 워싱턴 회담에 이어 11월 스탈린과의 테헤란 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신탁통치안을 공식화했다. 1945년 2월 얄타회담에선 ‘신탁통치 20년’ 안을 제시했다. 루스벨트에 이은 트루먼 행정부도 마찬가지였다. 10월 20일 존 카트 빈센트 미 국무부 극동국장은 외교정책협의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조선은 자치를 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 미국은 따라서 우선 신탁관리제를 실시할 것을 제안한다.” 조선에서 반탁 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퍼지자 빈센트는 1월 16일 “조선 임시정부가 통일적인 통치와 치안의 능력을 보여 줄 때에는 탁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국뿐만 아니라 연합 3국의 공통된 의견”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그날 동아일보는 소련이 조선을 속국으로 만들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소련이 한국에서 ‘신탁통치의 원흉’으로 악마화되자 스탈린은 1월 23일 윌리엄 해리먼 주소련 미국대사를 불러 ‘회담 과정을 공개하겠다’고 통보했다. 24일 관영 타스통신은 회담 과정을 소상히 보도했다. 그러자 동아일보는 다짜고짜 “근거 없는 타스통신 보도”라고 비난했다(1월 26일자). 27일 미 국무부는 “타스통신 보도가 맞다”고 확인했다. 가짜뉴스임이 드러났지만, 이미 화살은 시위를 떠난 뒤였다. 한민당을 중심으로 한 친일파들은 즉각 독립을 추구하는 민족세력의 일원이 됐고,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친일 매판의 과거를 세탁하고 ‘민족지’로 분식했다. 통일정부 수립이라는 민족적 염원은 분단 정부 건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고, 이승만과 한민당의 꿈은 성큼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런 대성공은 이후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가 됐다. 그 대상이 소련과 좌익에서 북한과 민주세력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북한 관련 뉴스는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학 교수의 말마따나 “백지수표”처럼 이용됐다. 아무렇게나 쓰고 말해도 되는 대상이었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 때 조선일보 25일자 사설엔 이런 대목이 있다. “(남파 간첩들이) 민심을 흉흉케 함으로써 사태를 격화시켰으리라는 것도 십분 짐작이 가기도 한다….” 남파간첩 배후설이다. 1986년 11월 16일자엔 ‘세계적 특종’이라며 1면 톱으로 김일성 주석 암살 의혹을 보도했다. 김 주석은 다음날 조선중앙TV에 나타났다. 이후 성혜림 망명설,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신병설, 평양 계엄령 선포설, 조명록 전 군총정치국장 쿠데타설 등 ‘아니면 말고’ 식의 가짜 기사가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2010년 천안함 사건 때는 북한의 인간어뢰설을 제기해 세계적인 비웃음을 사더니, 2012년엔 김정남이 일본 도쿄신문 고미 요지 편집위원과 주고받은 이메일을 통해 “천안함 사건은 북한의 필요로 이루어졌다”고 밝혔다는 기사를 창작했다. 2018년 1월 북한 공연단을 이끌고 남쪽을 방문한 현송월은 이 신문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음란물 제작 취급 혐의로 공개 총살’당한 인물이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할 때 방문 취재기자들에게 1인당 1만 달러를 요구했다는 가짜뉴스에 청와대 대변인이 발끈했지만, 이런 전례를 생각하면 특별한 ‘가짜’도 아니었다. ‘해방일기’의 저자 김기협 교수의 1945년 12월 27일 ‘일기’ 중에는 이런 내용이 있다. “동아일보가 아직 살아 있는 신문이라면 해마다 12월 27일에는 1945년 12월 27일 내보낸 이 기사에 대한 사과문과 반성문을 실어야 한다. 언론이 사회에 해악을 끼친 사례로 이 기사는 한국 언론사에서 가장 극악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가짜뉴스의 거대한 뿌리는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한다. 가짜뉴스를 잘 활용해 최고의 영향력을 구가하는 매체가 달라졌을 뿐이다. 혹자는 법적 처벌을 주장하기도 하지만, 북한 관련 오보는 처벌이 불가능하다. 오로지 눈 밝은 시민들의 양심과 판단에 기댈 수밖에 없다는 게 현실이다. 논설고문
  • “한반도 3.5배 미얀마는 석유·가스 보고… 베트남보다 급성장할 것”

    “한반도 3.5배 미얀마는 석유·가스 보고… 베트남보다 급성장할 것”

    국가 평균연령 28.3세… 가장 젊은 나라 개방 시행착오 끝나… 투자 유인책 기대 中정부와 협력 양곤~쿤밍 간 철도 건설“2012년만 해도 휴대전화 하나 개통하는 데 2000~3000달러가량이 들었지만, 이제는 100달러 정도면 된다.”미얀마 양곤에서 무역 일을 하는 교민 정재일씨는 최근 기자와 만나 “현지 젊은이 대부분은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사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50년 동안 시간이 멈춘 나라’ 미얀마도 쏜살같이 달라지고 있다. 2010년 1.2%에 불과했던 휴대전화 사용률은 2017년 96.7%를 찍었고, 올해는 99.9%에 이를 전망이다. 평균연령 28.3세(한국은 40.8세), 지구촌에서 가장 젊은 나라 중 하나다. 다음달 1일 시행되는 ‘개정 회사법’ 등 최근 달라지는 법령 및 정책 방향에 해외 투자자들의 시선과 태도도 달라졌다. 지난 2년 동안 주춤했던 개혁·개방 정책이 다시 속도를 낼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아웅산 수치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동안 군부 통치 시대의 주요 프로젝트와 정책들을 재검토하느라 생겼던 투자 심리 위축 등 과도기가 지나고 전방위적인 투자 유인책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란 기대다.투자 심리도 꿈틀거리고 있다. 다음달 개정 회사법이 시행되면 외국인 지분율이 35%까지인 합작기업도 국내 기업과 동일하게 토지 취득, 매각, 주식거래가 가능하게 된다. 앞서 지난해 4월 시행된 신투자법, 12월 시행된 콘도미니엄법 등과 함께 투자 활성화의 견인차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곤증권거래소(YSX)도 외국인 투자자에게 개방되는 등 현지 기업의 자금 조달도 한층 수월해질 것이란 기대도 있다. 법무법인 지평의 장 성 미얀마 법인장은 “국내 산업 육성을 위한 법규 개정과 함께 각종 규제가 풀리면서 올해와 내년에는 변화가 보다 확연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대적인 인프라 정비사업들도 힘을 얻고 있다. 미얀마 상공부의 초테무 부국장은 “전기,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우선순위를 둔 개발계획을 짜 놓고 있다”면서 “5년 안에 기존 전력 생산량을 2배 이상 늘리고, 양곤 등 주요 거점을 잇는 도로 및 철도 등 물류망 확충에 시동을 걸었다”고 설명했다. 양곤에서 중국 쿤밍까지의 도로·철도 건설사업은 중국 정부와 긴밀한 협의 아래 추진되고 있다. 미얀마 투자청의 한 고위당국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 사이에 관련 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진행한다는 공감대가 있었고, 두 정부 간 양해각서(MOU) 체결 등 빠른 진전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으로 이를 진행 중이고, 미얀마 정부는 이 사업에 한국 등의 참여도 기대하고 있다. 양곤에서 차퓨까지의 도로 건설이나, 농촌지역인 양곤 서남쪽 지역을 제1의 도심으로 만들어 나가는 ‘신(新)양곤 개발 프로젝트’, 양곤 도심 재생 사업 등도 중요 개발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일본은 민관이 손을 잡고 양곤시를 가로지는 고속·고가도로, 양곤시 순환 도시철도 부설사업, 도시재생 프로젝트 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오는 11월 미얀마 틸라와 특별경제특구에서 공장을 여는 LS전선의 손태원 법인장은 “베트남도 개혁·개방 초기 10년 동안은 시행착오를 겪은 뒤 2008년부터서야 급성장했다”면서 “미얀마는 베트남보다 짧은 기간 내에 더 빠르게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선규 대우아마라 대표는 “한반도 3.5배 크기의 영토에 가스, 석유, 옥, 진주, 티크 등의 보고들은 제대로 탐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을 정도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투자한 뒤 뒷심 있게 기다릴 수 있는 대기업에 비해 고려할 점도 많다. 이희상 코트라 양곤무역관장은 “(사업을) 현지 정부 및 파트너들에게 이해시키고 협력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면서 긴 소요 시간 및 초기 투자 비용에 대한 준비를 당부했다. 세계 최하위권인 비즈니스 환경 및 인프라, 50년 동안의 군부 통치 시절 교육 붕괴로 인한 인적 자원의 해외 이탈 등도 걸림돌이다. 그러나 양곤에서 성공한 한국음식점 체인으로 꼽히는 서라벌의 김주환 대표는 “열악한 투자환경을 오히려 기회로 봤다”면서 “투자 환경이 정비되면 경쟁도 치열해지고 설 자리도 그만큼 찾기 힘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인프라 상황을 고려해 다른 나라에서는 없었을 의외의 추가 비용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990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의 미얀마 투자는 모두 889건에 30억 4905만 달러. 1990년 대우전자의 가전 투자를 비롯해 의류 봉제업 및 신발 가공 등이 진출해 있다. 그 가운데 포스코대우의 쉐·미야 해상 가스전 개발은 2017년 2724억원의 영업이익을 가져다주는 등 앞으로 해마다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예상할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한국의 전체적인 미얀마 투자는 중국과 싱가포르, 태국, 홍콩, 일본 등에 이어 6~7위 수준이지만, 문재인 정부의 신남방정책을 통해 크게 신장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글 사진 양곤·틸라와(미얀마)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CNN “北, 美에 비핵화 협상 전제로 평화협정 요구”

    북한 매체들이 오는 27일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앞두고 미국 등과의 ‘종전선언’ 채택에 한국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 줄 것을 거듭 촉구하고 있다. 북한의 대남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최근 미국이 입장을 돌변하여 종전선언을 거부해 나서고 있다”며 “판문점 선언의 조항들을 이행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는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북한의 대외선전용 매체 ‘메아리’도 이날 “현재 미국이 조(북)·미 공동성명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 나오며 종전선언 채택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남조선 당국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고 했다. 북한 매체들의 이 같은 주장은 지난 6~7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협의를 계기로 북한이 선제적 비핵화 조치에 앞서 종전선언 체결을 강조하고 있는 흐름 속에 나왔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결국 종전선언 문제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나서 미국을 설득해 달라는 우회적 요구로 해석된다. 이날 북한이 비핵화 후속협상의 전제조건으로 미국에 국제법적 효력을 지닌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고 미 CNN방송이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이 북한과 법적 구속력이 있는 이 협정을 체결하려면 상원의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미국 내에서는 6·12 싱가포르 회담 이후 북·미 간 대화가 겉돌면서 대북 강경론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날 “가짜 언론들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내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뜻대로 진전되지 않는다고) 화났다고 말한다. 그것은 잘못됐다. 나는 북한이 지난 9개월 동안 로켓을 발사하지 않은 데 대해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강윤혁 기자 yes@seoul.co.kr
  • 북 “미국, 종전선언 거부…남측도 수수방관 안돼”

    북 “미국, 종전선언 거부…남측도 수수방관 안돼”

    북한 매체들이 한반도 종전선언을 위해 남측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23일 ‘종전선언 문제,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발표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최근 입장을 바꿔 종전선언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판문점 선언 조항을 이행할 의무를 지닌 남조선 당국도 종전선언 문제를 결코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매체는 “조선반도에서 항구적이며 공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북남관계의 획기적인 개선과 발전,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안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대외 선전용 매체 ‘메아리’도 이날 ‘남조선 당국은 종전선언 채택을 위해 할 바를 다해야 한다’는 제목의 글에서 판문점 선언 및 싱가포르 북미공동성명 이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조미(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배치되게 일방적인 비핵화 요구만을 들고나오며 종전선언채택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남조선 당국 역시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는 “미국이 종전선언을 거부한다고 하여 남조선당국이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든가, 노력하는듯한 생색이나 낸다면 조선반도의 평화는 언제 가도 찾아오지 않을 것이며 역사적인 판문점 수뇌 상봉의 의의도 빛을 잃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초만원 피서열차/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초만원 피서열차/손성진 논설고문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인천 송도, 충남 대천과 만리포, 경포대, 해운대 등은 여름철만 되면 피서객들로 붐볐다. 1950~60년대에는 기차가 피서지로 가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피서철이 되면 한 달가량 피서열차가 운행됐다. 서울~대천 임시 피서열차는 전쟁 직후인 1954년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피서열차는 부산~좌천, 대구~포항, 서울~경포대, 서울~춘천 등으로 점차 늘어났다. 서울에서 대천까지는 완행열차를 거의 다섯 시간 동안 타고 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30분쯤 더 가야 하는, 지금과 달리 먼 길이었다. 피서열차는 늘 북새통이었고 연착, 연발, 정원 초과는 비일비재했다. 열차 지붕 위에도 사람들이 올라앉아 가는 위험천만한 곡예 운행을 했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원로 사진작가 김복만씨의 1961년 사진을 보면 증기기관차가 끄는 피서열차의 지붕은 물론이고 기관차의 앞부분과 출입문에 사람들이 올라타거나 간신히 매달린 채로 운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 이런 모습은 열차가 붐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릴을 즐기고 바람을 쐬려는 승객들 탓도 있었다. 완행열차여서 매달려 갈 수는 있었겠지만 사고가 없을 수 없었다. 매달린 승객들은 차단기에 몸이 부딪히거나 열차에서 떨어지는 변을 당하기도 했다. 부산진역을 출발한 동해남부선 열차 위에 올라타 있던 피서객 2명이 선로 위 전선에 걸려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동아일보 1958년 8월 5일자). 객차 안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서울역에는 철도공안원들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암표상이 날뛰었다. 대천발 피서열차에서는 2등석, 3등석 할 것 없이 개찰도 하기 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승객들이 타면 돈을 받고 자리를 파는 불법행위가 판을 쳤다(경향신문 1958년 7월 29일자). 생활이 나아지면서 피서객은 급증했다. 피서열차를 증편해도 늘어나는 피서객을 감당하지 못했다. 승객을 너무 많이 태워 열차가 ‘주저앉는’ 일도 발생했다. 강원도 춘천을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던 마지막 피서열차에 승객들이 한꺼번에 올라 열차가 멈춰 버렸다. 초만원을 이룬 객실 안에서 승객들은 진땀을 흘렸고 화물열차에 이끌려 서울에 겨우 도착한 뒤 승객들은 철도청장 집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동아일보 1969년 8월 18일자). 비슷한 사고가 또 있었다. 춘천발 임시열차가 정원보다 3배나 많은 승객을 태워 차축이 내려앉은 것이다. 승객들은 새벽에야 청량리역에 도착, 통금에 걸려 400여명이 대합실과 광장에서 밤을 새웠다(경향신문 1975년 8월 18일자). sonsj@seoul.co.kr
  • “트럼프, 北 인권 언급 없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 실수”

    “트럼프, 北 인권 언급 없이 ‘한반도 비핵화’ 약속 실수”

    탈북자 출신 시인이자 북한 전문매체 ‘뉴포커스’를 운영하고 있는 장진성(47)씨는 21일(현지시간) 보도된 미국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겠다는 바람이 있다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는 것뿐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도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6·12 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한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향해 노력한다고 약속한 것은 실수”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핵과 인권 문제를 분리하려 하지만 이 둘은 똑같은 동기로 움직이기 때문에 (분리해서 생각하기) 불가능하다”면서 “둘 다 모든 면에서 김정은(북한 국무위원장)을 우선시하는 정치체계를 지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인권 탄압을 자행하는 것은 주민을 통제하고 내부 저항을 막기 위해서”라며 “북한은 (핵)폭탄을 필요로 하는 체계이자 근본적으로 인간성에 어긋나는 죄를 짓고 있는 체계”라고 규정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19일 호주 인권단체 워크프리재단(WFF)이 발표한 ‘2018 세계노예지수’ 발표 이후 이뤄졌다. 보고서는 북한 주민 260만여명이 ‘현대판 노예’ 생활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장씨는 북한의 ‘공포정치’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장씨는 북한 노동당 중앙위 내 대남공작기구인 통일전선부에서 대남 심리전 및 방첩 활동을 하다 2004년 탈북했다. 그는 북한 시장에서 굶주린 어머니가 자신의 딸을 100원에 내놓는 상황을 목격하고 2008년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라는 시를 발표한 바 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文, 비핵화 시간표·종전선언 ‘중재외교’ 다시 나섰다

    文, 비핵화 시간표·종전선언 ‘중재외교’ 다시 나섰다

    鄭 “북·미협상 속도낼 여러 방안 협의” 볼턴 만나 연내 종전선언 논의 관측도 9월 유엔서 남·북·미 정상회담 가능성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중재 행보에 다시 나선 형국이다. 지난 20일 강경화 장관이 미국을 방문해 카운터파트인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났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0~21일 미국 워싱턴을 찾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특히 정 실장의 방미는 문 대통령이 소강 국면에 접어든 북·미 협상을 추동하고자 직접 행동에 나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 실장은 22일 귀국 직후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에게 “(볼턴 보좌관과) 남북 관계 발전을 위한 노력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선순환적으로, 가급적 빠른 속도로 추진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종전선언 논의 여부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정 실장과 볼턴 보좌관의 협의에 대해 “종전선언이나 남·북·미 정상회담 관련 논의는 의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이행의 모멘텀을 살릴 방안을 논의했다는 얘기로 해석된다. 하지만 최근 북한이 종전선언 미이행에 대해 불만을 표출했다는 점에서 정 실장의 방미 때 종전선언에 관해 논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종전선언이 논의됐다면 문 대통령이 미국의 비핵화 시간표와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절충안을 제시했을 가능성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2일 싱가포르 ‘더스트레이츠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판문점 선언에서 합의한 대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는 게 우리 정부의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에선 이를 위해 문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총회 계기 남·북·미 정상회담을 타진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하고, 정상 간 ‘톱다운’식 합의로 비핵화 로드맵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 장관도 지난 18일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에 대해 “예단하기 어렵지만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그때의 사회면] 1960~70년대 초만원 피서열차 / 손성진 논설고문

    [그때의 사회면] 1960~70년대 초만원 피서열차 / 손성진 논설고문

    먹고살기 힘든 시절에도 인천 송도, 충남 대천과 만리포, 경포대, 해운대 등은 여름철만 되면 피서객들로 붐볐다. 1950~60년대에는 기차가 피서지로 가는 거의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피서철이 되면 한 달가량 피서열차가 운행됐다. 서울~대천 임시 피서열차는 전쟁 직후인 1954년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했다. 피서열차는 부산~좌천, 대구~포항, 서울~경포대, 서울~춘천 등으로 점차 늘어났다. 서울에서 대천까지는 완행열차를 거의 다섯 시간 동안 타고 가 다시 버스로 갈아타고 30분쯤 더 가야 하는, 지금과 달리 먼 길이었다. 피서열차는 늘 북새통이었고 연착, 연발, 정원 초과는 비일비재했다. 열차 지붕 위에도 사람들이 올라앉아 가는 위험천만한 곡예 운행을 했다. 부산 지역에서 활동한 원로 사진작가 김복만씨의 1961년 사진을 보면 증기기관차가 끄는 피서열차의 지붕은 물론이고 기관차의 앞부분과 출입문에 사람들이 올라타거나 간신히 매달린 채로 운행되는 모습을 볼 수 있다(사진). 이런 모습은 열차가 붐볐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스릴을 즐기고 바람을 쐬려는 승객들 탓도 있었다. 완행열차여서 매달려 갈 수는 있었겠지만 사고가 없을 수 없었다. 매달린 승객들은 차단기에 몸이 부딪히거나 열차에서 떨어지는 변을 당하기도 했다. 부산진역을 출발한 동해남부선 열차 위에 올라타 있던 피서객 2명이 선로 위 전선에 걸려 사망한 사고도 있었다(동아일보 1958년 8월 5일자). 객차 안은 그야말로 콩나물시루였다. 서울역에는 철도공안원들도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암표상이 날뛰었다. 대천발 피서열차에서는 2등석, 3등석 할 것 없이 개찰도 하기 전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가 승객들이 타면 돈을 받고 자리를 파는 불법행위가 판을 쳤다(경향신문 1958년 7월 29일자). 생활이 나아지면서 피서객은 급증했다. 피서열차를 증편해도 늘어나는 피서객을 감당하지 못했다. 승객을 너무 많이 태워 열차가 ‘주저앉는’ 일도 발생했다. 강원도 춘천을 출발해 서울로 돌아오던 마지막 피서열차에 승객들이 한꺼번에 올라 열차가 멈춰 버렸다. 초만원을 이룬 객실 안에서 승객들은 진땀을 흘렸고 화물열차에 이끌려 서울에 겨우 도착한 뒤 승객들은 철도청장 집에 항의 전화를 하는 등 소동을 벌였다(동아일보 1969년 8월 18일자). 비슷한 사고가 또 있었다. 춘천발 임시열차가 정원보다 3배나 많은 승객을 태워 차축이 내려앉은 것이다. 승객들은 새벽에야 청량리역에 도착, 통금에 걸려 400여명이 대합실과 광장에서 밤을 새웠다(경향신문 1975년 8월 18일자). 손성진 논설고문 sonsj@seoul.co.kr
  • ‘광양의봄 프리미엄2차’ 20일 모델하우스 오픈, 임대신청접수 중

    ‘광양의봄 프리미엄2차’ 20일 모델하우스 오픈, 임대신청접수 중

    ‘광양의봄 프리미엄2차’가 20일 견본주택을 오픈하고 4일간 신청 접수를 받고 있다. 청약 통장 및 주택 소유 여부 상관없이 19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하다는 점이 알려지며 모델하우스 오픈 첫날부터 현재까지 소비자들의 대기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직주근접을 원하는 직장인, 신혼부부 등 다양한 실수요층의 방문이 주를 이루었다. ‘광양의봄 프리미엄2차’는 지하 2층, 지상 16층~25층 10개동 규모이며, 공급물량은 총 924세대(59㎡A·B(164세대), 74㎡(281세대), 84㎡(479세대))이다. 특히 4-BAY 특화설계 및 알파룸, 펜트리 등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으며 커뮤니티광장, 어린이놀이터, 보육시설, 도시숲, 허브원길, 체력단련시설 등 단지 내 시설을 갖췄다는 점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분양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 강화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실거주를 원하는 문의와 신청접수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며 “아무래도 각종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취득세,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 없어 8년 간 거주할 수 있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 같다고”고 전했다. 교통 편의 수준도 높다. 가야로, 강변로, 남해고속도로 옥곡IC 및 순천완주고속도로, 전라선 복선전철화, 경전선 복선화 등으로 인근 지역으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인근으로 하나로마트 광양점, CGV, 광양커뮤니티센터의 편의시설이 위치하며 와우생태호수공원과 백운그린랜드공원 등이 녹지환경도 풍부하다. 가야초, 광영초, 광영중, 광영고 등 초·중·고교 등 우수 학군도 형성돼 있다. 여기에 현재 진행 중인 의암지구 도시개발사업이 ‘광양의봄 프리미엄2’의 프리미엄을 높인다. 개발 완료 시 총 2,500여 세대 6,800여 명이 상주하는 미니신도시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정주기반 구축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 인근 신금산단 활성화 등의 미래가치가 예상된다. 한편 주택건설의 날 산업포장, 매경살기좋은아파트 우수상, 기획재정부 장관표창 등 다수의 수상 경력을 보유한 덕진종합건설㈜이 시공을 맡아 안정성을 높인다. 견본주택은 전라남도 광양시 공영로에 위치하고 있으며 신청접수는 20일 오픈 일부터 나흘간 진행된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폼페이오, ‘北 비핵화 못믿어’ 지적에 “지레짐작 마!” 일갈했지만…北 묵묵부답

    폼페이오, ‘北 비핵화 못믿어’ 지적에 “지레짐작 마!” 일갈했지만…北 묵묵부답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조야에서 제기되는 북한 비핵화 회의론에 대해 “나만큼 북한을 가본 사람이 없는데 모두 지레짐작만 한다”고 일갈했다. 하지만 폼페이오 장관이 지난 6~7일 방북 당시 북한에 핵 프로그램 전체 리스트와 시간표를 요구했지만 북한은 체제보장 조치가 선행돼야한다고 맞섰던 사실이 드러났다.폼페이오 장관은 19일(현지시간) 방송된 ‘폭스뉴스 앳 나이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 사람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한 역사적 정상회담에서 이룬 합의에 대한 의지를 지속적으로 재확인했다”면서 “나만큼 (북한에) 가깝게 가 본 사람은 없다. 모두들 그저 추측만 할 뿐이다. 나는 거기(북한)에 있었다”고 일각에서 제기된 북한 비핵화 회의론에 불만을 표시했다. 또 “아무도 몇 시간 또는 며칠내에 (북한 비핵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혼돈하지는 않는다. 결과를 성취하려는데는 시간이 걸린다. 만약 김 위원장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한다면, 북한 국민들은 더 밝은 미래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스티븐 멀 미 국무부 정무차관보 대행은 이날 국무부에서 방미 중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면담한 자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한 자리에서 핵·탄도미사일 소재지를 포함한 북한 핵프로그램 전체 리스트, 비핵화 시간표, 싱가포르에서 약속한 사항의 이행 등 3대 사항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측은 “체제보장에 대한 신뢰할만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면서 “그것이 선행돼야만 답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고 멀 차관보 대행은 전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싱가포르에서 약속했으나 이행되지 않은 사항은 동창리 미사일 엔진시험장의 폐쇄 조치를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은 이를 포함한 비핵화 3대 어젠다를 던졌으나 북한은 신뢰에 대한 조치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것은 종전선언”이라고 말했다. 멀 차관보 대행은 비핵화 로드맵을 둘러싼 북·미 간 입장차에도 불구하고 폼페이오 장관과 김영철 부위원장의 고위급 회담에 대해 “생산적인 회담을 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가 전했다. 지난 1990년대 북핵 업무를 실무적으로 다룬 적이 있는 존 루드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에 대해 과거와는 다른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고 홍영표 원내대표가 밝혔다. 홍 대표는 “비핵화의 성과가 있기 전까지는 유엔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미국의 입장이었고 우리도 그에 공감한다는 뜻을 전달했다”면서 “다만 앞으로 북·미간의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 산에서 온 새/정지용

    [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 · 산에서 온 새/정지용

    원형상(源型象)-무시(無始)/이종상69×60㎝, 동판에 유약 2014년 대한민국예술원 미술분과 회장. 서울대 동양화과 명예교수 산에서 온 새/정지용 새삼나무 싹이 튼 담 우에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산엣 새는 파랑치마 입고 산엣 새는 빨강모자 쓰고 눈에 아름아름 보고 지고 발 벗고 간 누이 보고 지고 따순 봄날 이른 아침부터 산에서 온 새가 울음 운다 나는 새삼나무를 모른다. 새삼나무에 핀 꽃이 무슨 색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길 걷다 어디에선가 꼭 이 나무를 만났을 것 같다. 만났는데 이름도 모르고 그냥 스쳐 지나간 것 같다. 새삼나무에서 우는 새. 이 새의 울음소리도 길 어디에선가 꼭 만났을 것 같다. 무슨 연유인가? 발 벗고 간 누이. 누이라는 말에는 우리 민족 고유의 정서가 스미어 있다. 울 밑의 봉숭아나 과꽃을 보는 느낌이 있는 것이다. 일제강점기 전선으로 끌려간 누이들 생각이 나고 폭압의 시절 세상 떠난 귀정이나 승희 같은 누이들 생각이 난다. 세상에는 지금도 슬픈 누이들 많다. 이른 아침 모르는 새소리를 듣거든 잠시 그 누이들 생각을 하자. 곽재구 시인
  • 아빠는 고속철 타고 서울~개성 출퇴근…아들 軍복무는 딱 6개월

    아빠는 고속철 타고 서울~개성 출퇴근…아들 軍복무는 딱 6개월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선언’을 발표하면서 분단 73년째인 남북 관계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았다. 문 대통령이 “연내 종전선언이 목표”라고 밝히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평화협정 체결에 대한 기대감도 나온다. 이런 훈풍이 20년간 계속되면 한반도는 어떻게 변할까. 남과 북이 하나의 국가가 될 것이라고 단언하긴 어렵지만, 휴전선을 허물고 자유롭게 오가며 평화롭게 공존한다고 상상할 수 있지는 않을까. 20년 후인 2038년 한반도의 모습을 각종 보고서와 북한 전문가 인터뷰로 재구성했다.삼성전자 입사 3년차 김정훈(34)씨는 서울에서 개성으로 출퇴근한다. 삼성전자는 2034년 개성공단 가동 30주년을 맞아 이곳에 국내 10번째 사업장을 설치했다. 개성은 서울과 가깝고 수출 창구인 인천과도 인접해 국내 주요 대기업 대다수가 생산기지를 세웠다. 서울에서 개성까지는 약 50㎞의 만만치 않은 거리지만 웬만한 수도권과 출퇴근 시간이 비슷하다. 시속 350㎞의 고속철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개성, 평양, 신의주로 달리는 고속열차는 2030년부터 운행됐다. 2018년 판문점 선언을 계기로 남과 북이 손잡고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과거 두만강역에서 평양역까지 900㎞를 이동하는 데 무려 27시간이 걸리던 북한은 ‘철도강국’으로 탈바꿈했다.부산에 사는 나상진(45)씨는 여름휴가로 평양 여행을 계획 중이다. 부산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면 평양 순안공항까지 1시간이다. 첫날은 을밀대, 부벽루, 영명사 등 평양 8경과 주체사상탑,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만수대, 개선문 등을 둘러본 뒤 저녁에 대동강 맥주축제를 찾을 계획이다. 대동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야경과 함께 7가지 맥주를 즐기는 이 축제는 2016년 첫 개최 당시 외국인 5000명 등 4만 5000명이 참가할 정도로 눈길을 끌었다. 이후 매년 7월 말~8월 초에 열리는 한반도 최대 맥주 축제로 자리잡았다.숙소는 평양의 랜드마크인 류경호텔을 골랐다. 지하 4층, 지상 101층 규모의 이 호텔은 삼각뿔 형태로 객실만 3700개에 달한다. 이 호텔은 원래 김일성 주석 80회 생일(1992년)에 맞춰 개장하려 했으나 경제난으로 완공식을 미루다 2019년 마침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먹거리 1순위는 옥류관 평양냉면이다. 1960년 문을 열어 어느덧 8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옥류관은 1·2층 면적이 1만 2800㎡로 한번에 2000명이 식사할 수 있지만, 수백명이 줄 서서 차례를 기다려야 한다. 평양 관광을 마치면 함흥 마전해수욕장에서 서핑 강습을 받을 예정이다. 마전해수욕장은 유달리 맑고 푸른 바다에 백사장이 6㎞나 뻗어 있어 이국적인 경치를 뽐낸다. 북한을 찾는 관광객 수는 2016년 10만명에 불과했으나 현재 2000만명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대학생 김진수(20)씨는 지난달 입대했다. 남과 북은 사실상 하나가 됐지만 병역의 의무는 아직 그대로다. 1989년 베를린 장벽을 허문 독일도 지난 2011년까지 22년간 징병제를 유지했다. 군생활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 휴전선 사이로 북한과 총부리를 맞댔다는 건 교과서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양측 정부는 남북 연합훈련의 정례화를 논의 중이다. 이를 두고 일본도 중국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군의 주요 임무는 동북아 평화 유지다. 비상상황에 대비해 중국 접경지대에 배치된 북한 병사는 중국어를, 경상도와 전라도 남한 병사는 복무기간 동안 일본어를 의무적으로 배워야 한다. 남과 북을 합쳐 한때 185만명에 달했던 병력은 50만명으로 줄었다. 복무기간은 6개월이다. 정부는 30년 이내에 모병제 전환을 완료하고, 전체 병력도 20만명까지 줄인다는 계획이다. 역사부터 언어, 교육, 의료 등 각 분야마다 남북 통합을 위한 공동 기구들이 생겨나고 있다. 남북한이 하나의 체제로 통일됐을 때 사회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특히 의료분야의 경우 발 빠르게 움직여 ‘남북 보건의료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으로 북한이 국제적 수준의 보건의료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남북 공동기구가 설치됐다. A대 병원 정신의학과 김정현(55) 교수는 10년째 이 기구에 참여해 북한 의료진에 선진 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실제 2012년 남한의 7배에 달하던 북한 산모 사망률은 절반으로 감소해 그 격차가 줄어들었다. 북한 영아와 아동 사망의 주요 원인이던 조산, 감염성 질환도 50%나 급감했다. 하지만 이주민들의 경력 인정을 놓고 빚어지는 갈등도 있다. 북한에서 의과대학을 나와 20년간 외과 의사로 활동해 온 류경진(45)씨는 얼마 전 서울로 이주했지만 의료 활동을 하려면 국가고시를 봐야 한다. 남북 정부는 미래 통일 대한민국 일자리 기구를 만들어 서로 다른 시스템 속에서 양성된 전문가들의 경력을 어떻게 통합해 나갈지에 대한 연구와 논의를 지속 중이다.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도움 주신 분 고경빈 남북하나재단 이사장, 전우택 통일보건의료학회 이사장(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김병욱 북한개발연구소장
  •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인터뷰 플러스] “北과 합자회사 설립해 송배전 자재 생산기술 전수해줄 것”

    “남북 정상회담을 필두로 북미 정상회담, 한러 정상회담에 따른 경제협력 사업의 성과적인 추진을 위해 철도와 함께 전기부문도 당국자들 간 협의가 활발히 논의되는 만큼, 기회가 주어진다면 북한과 합자회사를 설립해 전기 송배전 기자재 생산기술의 교육과 공동생산으로 기술을 전수해 주고 싶습니다. 이를 통해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되는 현재의 송배전 기자재 유통경로를 바꿔 거꾸로 북한에서 중국을 비롯한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로 수출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이게 실질적인 경제협력이 아니겠습니까.” 정종규(60) 성화전기주식회사 대표는 경기도 김포의 제1공장 대표실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전기전력은 경제발전의 기간산업으로 북한이 경제개발을 본격화하자면 송배전 부문의 발전도 필수적인 만큼,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경제협력이 본격화되면 성화전기가 보유한 생산기술을 북한에 전수해 주겠다는 다짐을 오래전부터 해 왔고, 그 기회가 오고 있어 기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지난 1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본지 2018년 1월 16일 자 보도)에서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듯이 남북전기도 열려야 할 것 아니냐”며 “직원들과 부푼 꿈을 나눈다”고 밝힌 바 있다. 성화전기는 1989년 3월 창사 이래 우리나라 전력산업 송배전·지중화 자재 생산 분야의 외길을 걸어온 30년 기업이다. 한국경제가 그동안 급격한 산업화와 고도성장기를 거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과 세계 경제 10위권에 진입한 과정에서 ‘전기 송배전·지중화’ 자재생산을 통한 경제성장의 중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성화전기는 국내외적으로 다변화하는 시장환경 속에서 다양한 기술개발로 발전을 거듭해 왔다. 성화전기는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와 한국전력공사에 금구류 자재납품을 시작으로, 1993년 한국철도청 가동 브래킷 납품, 1997년 한국통신공업협동조합 업체등록, 2001년 한국 철도청과 한국전력공사에 업체등록을 비롯해 전자사업부 발족(2002년), CE 규격 인증획득(2003년), 전기안전형식 인증획득(2003년), KSA 14001/ISO 14001 인증획득(2004년), 벤처기업 인증획득(2006년)을 거쳐 제2공장(2007년)·제3공장(2008년)·제4공장(2010년)·기업부설연구소(2010년)·서울연구지부(2014년)를 차례로 설립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에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부터 ‘기술혁신형 중소기업(Inno-Biz)’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처럼 성화전기가 걸어온 30년에는 우리나라 전기전력 정책의 변천 과정, 생산기술과 공급과정 등이 그대로 투영돼 있다. 성화전기의 송배전·지중화 기자재 생산품은 금구류 45종, 지중 자재 24종과 철탑 및 전주 등이며, 신개발품으로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전자식 전력량계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원형 합성수지 파형관은 지중 배전선로에서 전력용 케이블이나 통신용 케이블의 보호와 케이블 교체작업이 쉽도록 사용되는데, 지하매설물의 장애로 인해 선로에 굴곡된 곳이 많고 지반이 연약해 부등침하가 우려되는 곳에 꼭 사용하는 지중 자재다. 편집자 주→성화전기는 한국전력공사가 발주하는 공사에 기자재를 주로 납품해 왔습니다. -1989년 기업을 창업할 당시에는 중공업으로 시작했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할 때 사용되는 파이프 서포터라는 클램프를 제조해 납품했습니다. 1991년 구미 열병합 발전소 건설 참여가 대표적입니다. 발전소 공사에 참여하다 보니 그해 자연스럽게 한전의 배전공사에 금구류 등 기자재 납품도 하게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한전에 송전·배전·지중자재의 제조와 납품으로 범위가 확대돼 27년째 납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화전기는 철도청이 발주하는 공사에도 기자재 납품 업체로 참여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1993년 철도청이 전철 일산 구간 공사를 위해 발주한 사업에서 전선을 잡아주는 ‘가동 브래킷’ 등 기자재를 납품했습니다. 이때 많은 기술을 터득했고, 배웠습니다. 그 결과 철도 하면 레일과 전선을 제외한 철탑·전주와 브래킷, 볼트 등 자재생산이 가능한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남북철도를 비롯한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건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참여하실 의향은 있으십니까. -성화전기는 이미 철도청이 발주한 자재납품에 참여한 경험이 있잖습니까. 철도 건설에 관련된 잡자재 납품이 100% 가능합니다. 특히 성화전기가 납품하는 기자재는 100% 국산제품입니다. 중국산은 전혀 사용하고 있지 않습니다.→한반도에 전운이 감돌던 올해 1월, 대표께서는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자. 남북철도 열리는데, 남북전기도 함께 열려야 할 것 아닌가”라고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주장하셨는데요. 남북관계의 해빙기가 찾아올 것을 미리 예견하신 겁니까. -평화를 바라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남북한을 비롯한 온 겨레의 염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하고, 개성공단이 열리는 것을 보면서 성화전기도 북한에 진출하겠다고 다짐해 왔습니다.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이후 특히 문재인 정부의 출범은 ‘북한에 진출하겠다’는 저의 다짐을 굳은 결심으로 만들었습니다. 저와 성화전기가 갖고 있었던 평소의 꿈과 희망을 인터뷰에서 밝힌 것뿐입니다. →‘철탑 세우러 북으로 가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이유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기업가 입장에서 북한으로 가면 세계시장 진출이 쉽습니다. 북한이란 시장도 새로운 시장으로 매력이지만, 그 배후에 세계시장이 자리한 겁니다. 한국 제품보다 가격 싼 중국산에 확실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한국 기술력과 결합된 북한제품으로 중국은 물론 미얀마·라오스·태국 등 동남아 시장을 공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러시아도 경제협력이 무르익으면 시베리아 횡단철도(TSR)를 타고 유럽 시장으로도 진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한 핏줄의 동포애입니다. 남북은 한 형제잖습니까. 성화전기가 30년 동안 쌓아 온 기술과 인력으로 북한에 도움을 주겠다는 거죠. 함께 잘 살 수 있다면 응당 그렇게 해야 됩니다. 북한의 전기전력 사정은 어렵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전력은 기간산업에 해당하는 만큼 북한의 경제개발과 발전이 된다면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설계와 생산기술, 시공’에 이르기까지 성화전기가 보유하고 있는 노하우를 전수해 줄 수 있습니다. 남북한 공동번영의 길이라면 시대와 민족이 요구하는 평화와 함께 나눔과 베풂의 길을 가겠습니다. →단순한 철탑이 아니네요. 북한이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까지 제공, 전수하겠다는 거군요. -저는 남북이 함께 번영하려면 북한도 생산력과 기술력을 갖춘 시장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관계 법령과 정부 정책, 기술기준과 시공기준의 표준화 과정이 선행조건이 되겠다는 생각입니다만, 성화전기는 북한이 참여한 ‘합자회사’를 세우는 것이 목표입니다. 성화전기는 송배전·지중자재와 관련된 기술과 인력을 보유한 만큼 북한 현지에 생산공장을 세우고, 교육을 통한 기술전수 등 협력과 협업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면 북한도 생산과 시공현장에서 기술을 직접 배울 수 있고, 그러면 자부심도 갖게 되고, 직접 생산공장을 설립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기간산업이 보다 빠르게 자립할 수 있습니다. →성화전기의 재무구조 등을 살펴볼 때 북한에 직접 생산공장을 건립하는 것이 가능합니까. -중소기업이다 보니 다소 어려움은 있습니다. 다만 정책적 지원과 여건이 뒷받침되면 할 수 있습니다. 철탑은 기술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오는 맨파워의 노하우가 결합되어야 합니다. →생산공장 현지화에 특별히 희망하는 지역은 있습니까. -북한의 기간산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개성이든 신의주, 함흥이든 관계없습니다. →북한이 기술과 생산에서 자립을 이룬다면 경쟁상대가 되어 위협할 수도 있을 텐데요. -제품 가격은 저렴해지지 않겠습니까. 그러면 성화전기는 그걸 갖고 제3국으로 갈 수도 있죠. 북한에서 생산하지만 그 품질 수준은 대한민국 수준일 테니까요. →현재는 희망 사항으로 보이는데요. 만일 북한 진출이 현실화된다면 어떻게 진행할 구상이신가요. -한국폴리텍대학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기초부터 기술교육을 거친 후 직원으로 채용해 왔습니다. 이 경험을 살려 ‘북한 철탑건설 사업단’을 모집해 조직하면 청년 일자리 마련뿐 아니라 보람도 함께 나눌 수 있다고 봅니다. 또 전국에 흩어져 있는 기술인력을 파악 중에 있습니다. 언제든지 합류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자재의 제작과 생산뿐 아니라 설계 인원과 시공팀에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논점을 바꿔서요. 앞서 2006년 이후 개성공단을 여러 차례 다녀온 후 결심을 굳혔다고 말씀하셨는데요. 그에 얽힌 에피소드가 있습니까. -여러 차례 다녀오는 길에 ‘철탑’이 세워져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국내 모 대기업이 세운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철탑의 경우는 중소기업도 기술자격을 모두 갖추고 있는 분야입니다. 부분적으로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술력도 보유하고 있죠. 그렇다 보니 개성공단 가는 길에 철탑을 세웠던 모 대기업도 이 분야에서 현재 사업을 철수한 상태입니다. 몇몇 대기업이 철탑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도태되었습니다. 다만, 대기업은 영업력에서 우위다 보니 해외 영업으로 수주를 하면 해외업체 등에 하청을 줍니다. 뿐만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을 사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부와 관계기관 등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한국의 기술기준은 중국보다 높습니다. 이 기준에 의하면 국내 사업에는 중국산이 발붙일 수 없습니다.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보호할 목적인 거죠. 그렇다면 그 목적에 맞게, 정부와 기관이 사용하는 기준에 맞게 ‘제품 성적서’ 등을 잘 관리해서 국내 제품이 사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입찰 기준을 엄격히 관리하고, 검수 절차도 기준대로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서원호 객원기자 guil@seoul.co.kr
  • [사설] 비핵화 속도 조절 언급한 트럼프, 대북 기조 바꾸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일 비핵화 속도 조절을 언급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얼마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훌륭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운 그는 16일(현지시간) 미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김 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해 빨리 움직이고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정말로 서두르지 않는다”고 밝혔다. 17일에는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한 걸음 더 나가 “시간 제한도, 속도 제한도 없다”면서 “그저 프로세스를 밟아 갈 뿐”이라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평양 방문에서 ‘종전선언을 하자’는 북한과 ‘비핵화가 먼저’라는 미국의 이견으로 싱가포르 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워킹그룹(실무협의팀) 구성만 하기로 한 북·미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7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의 비핵화 요구에 대해 “강도적”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 가며 미국을 비난했다. 미국이 워킹그룹을 만들어 놓고도 북한의 호응이 없어 회담을 열지 못해 미사일 엔진시험장 폐기를 비롯한 다음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착 상태에 대한 미국 내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트럼프 대통령이 ‘시간표 없는 비핵화론’을 들고나온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조차 든다. 비핵화 협상의 주도권을 북한에 빼앗긴 듯한 무력감조차 느껴진다. 이렇게 하다가는 천재일우의 비핵화 기회가 물 건너갈 수 있다. 북한이 요구한 것이 체제보장의 초기 조치인 종전선언이고, 이 문제가 결렬돼 북·미 관계가 정체돼 있다면 미국은 남북이 바라는 종전선언을 통해 동력을 살려 나가야 한다. 평화협정을 체결하자는 것도 아니고 정치적 선언에 불과한 종전선언에 인색해 비핵화를 망칠 수는 없다. 미군 유해 송환이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인 27일에 이뤄진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의 대북 기조가 후퇴했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서라도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결단을 바란다.
  •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경기 하강기 사실상 인정…3%대 성장 복원 위해 곳간 연다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경기 하강기 사실상 인정…3%대 성장 복원 위해 곳간 연다

    고용쇼크·무역장벽· 수출악화 3중고 민간 기관 잇단 하향 조정도 부담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 5.7→7.7%로 일각선 “반쪽짜리 재정 확대” 지적도 사실상 단기 해결책…체질 개선 의문정부가 올해와 내년의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한 것은 경기가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일자리 정부’를 내세웠지만 ‘고용 없는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전쟁의 파고가 거세지면서 그나마 선방하던 수출 전선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재정 확대 카드를 뒤늦게 꺼내들었지만 사실상 대증요법에 불과해 한국 경제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도 제기된다.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8일 경제관계장관회의 후 열린 브리핑에서 “미·중 통상마찰, 글로벌 통화정책 정상화 등으로 불안이 확산되고 시장과 기업의 경제 마인드가 살아나지 않으면 경제 상황이 더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면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고, 고용이나 소득분배 부진도 단기간에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부가 성장률 전망을 낮춘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실제 올해 들어 우리 경제에는 소득분배 악화, 고용 절벽 등 악재가 속출했다. 정부가 지난해 예상했던 올해 취업자 증가 폭은 32만명이다. 그러나 지난 상반기 실제 취업자 증가 폭은 14만 2000명에 불과했다. 정부는 지난 4월 3조 9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백약이 무효’처럼 비쳐졌다. 그런데도 정부는 “인구 감소가 취업자 수 감소의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해명해 상황 판단이 안이하다는 비판도 쏟아졌다.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를 목표로 한 정부로서는 상반기 소득분배지표가 악화된 것도 뼈아픈 대목이다. 지난 1분기 소득 하위 20%(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8% 감소한 반면 상위 20%(5분위)의 소득은 9.3% 증가한 것이다. 소득주도성장의 상징이 된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속도 조절론’이 제기되는 원인으로도 작용했다. 그나마 우리 경제를 받쳐 주는 것은 수출이었다. 하지만 반도체 호황에 따른 ‘착시 효과’라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1~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6.6% 증가했지만 반도체를 제외하면 제자리걸음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무역전쟁 등으로 수출에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역시 가계부채 증가세에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 논쟁’마저 불거졌다. 민간기관들은 최근 우리 경제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며 잇따라 성장률 전망치를 낮췄다. 반면 정부는 이달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8개월 연속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판단을 이어 갔다. 하지만 이번 ‘하반기 이후 경제 여건 및 정책 방향’에서 결국 3% 성장률 목표가 ‘장밋빛 전망’이었음을 스스로 자인한 꼴이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기 하강에 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만 재정 지출을 3조 8000억원 이상 늘리고, 내년 재정 지출 증가율도 당초 계획했던 5.7%에서 2% 포인트 정도 끌어올리기로 했다. 김 부총리는 “사회 안전망 확충과 동시에 고용 창출력과 인구·산업구조 변화 재점검 등을 토대로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재정을 확 풀어 체감경기부터 되살리겠다는 의도로 보이지만 ‘반쪽짜리 재정 확대’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올해 이미 소득세와 법인세를 인상한 데 이어 내년부터는 부동산 보유세도 올릴 예정이어서 조세 정책과 엇박자가 나기 때문이다. 세금 부담이 느는 데다 대출 금리마저 오를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국민들이 꽉 닫힌 지갑을 열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재정 확대 방안은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한 구조 개혁과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민간에 돈을 푼다는 것은 임시방편은 될 수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소득주도성장과 함께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세 바퀴 축으로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부총리는 “입지·공유경제 등 핵심 규제 개선을 추진하겠다”며 “기업 프로젝트는 투자가 이뤄지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혁신성장에 대한 구체적인 방향과 내용은 이번 대책에서 눈에 띄지 않는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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