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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요칼럼] 소소한 고급/황두진 건축가

    [금요칼럼] 소소한 고급/황두진 건축가

    21세기 현대인의 즐거움 중 하나가 온라인 쇼핑, 그리고 그 결과물인 택배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출입구 어귀에 놓여 있는 누런색 택배 상자를 보는 순간 가슴은 뛰기 시작한다. 스스로 욕망과 호기심을 갖춘 정상적 인간임과 동시에 구매력을 갖춘 당당한 소비자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정작 그 택배가 같은 건물의 다른 사람에게 온 것일 때 그 실망은 기대만큼이나 크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저 방대한 시스템의 어딘가에서 나의 택배가 시시각각 정확하게 나를 향해 오고 있음을 모르지는 않는다. 배송조회를 하면 언제 어디서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조물주처럼 한눈에 볼 수도 있다. 카드를 한 번 휘둘렀을 뿐인데 이런 전지전능한 느낌이라니. 최근에 부쩍 이런 즐거움을 탐닉했다. 크고 작은 택배 상자가 온 세상으로부터 나를 향해 몰려들었다. 내용물에 따라 포장한 상자의 모양도 다양했다. 통통한 것, 넓적한 것, 길쭉한 것 등등. 이들을 모두 분류해서 정확히 목적지까지 보내는 시스템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그 안에 담긴 것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일단 비싸지 않았다. 심지어 배송비가 더 들어간 경우도 있었다. 또 다른 공통점은, 그 자체로는 별 의미가 없으나 다른 물건과 결합했을 때 그 쓰임새를 아주 근사하게 해 주는 것들이었다. 그리고 이것들로 인해서 내 주변은 갑자기 고급이 되었다. 단, 내가 생각하는 고급이란 이런 것이다. 자체의 성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을 다룬 방식이 문제다. 비싼 대리석을 성의 없이 바른 벽보다는 싸구려 타일의 줄눈을 서로 끊어지지 않게 3차원적으로 구석구석 잘 마무리한 벽이 더 고급이다. 즉 사물 그 자체보다 사물과 사물 간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택배로 온 물건들은 소소했다. 예를 들자면 여러 가닥의 전선을 하나로 감아 가지런히 정리해 주는 것이 있었는데, 이 물건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았지만 뭐라고 부르는지는 몰랐다. 몇 차례의 검색을 통해 ‘헬리컬 밴드’, ‘스파이럴 튜브’같은 전문적인 이름은 물론, ‘돼지꼬리’와 같은 토속미 넘치는 이름으로도 부른다는 것을 알았다. 택배가 나를 향해 오는 과정만큼이나 내가 택배를 향해 가는 과정에도 그 나름 과정과 절차가 있었던 셈이다. TV를 바퀴 달린 스탠드에 달아 수시로 이동해가며 쓰고 있었는데 여러 가닥으로 노출된 전원선과 케이블선 등을 이것으로 감싸니 아주 보기 좋게 되었다. TV의 품격도 올라갔고 방의 분위기도 좋아졌다. 이런 일을 계속하다 보면 대부분의 물건은 그대로인데 어느 순간 전반적인 느낌은 확 달라진다. 관심을 갖고 찾아보면 세상에는 이런 물건들이 많다. 우리가 잘 쓰지 않을 뿐이다. 가로등이 도로에 고정되어 있는 부분을 유심히 관찰하면 볼트의 머리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것을 종종 보게 된다. 그 볼트 머리에 작은 플라스틱 캡을 씌우는 것만으로도 도로의 품위는 한결 올라간다. 미려한 타일로 마감한 거실 바닥이 의자에 자꾸 긁히는가? 동네 편의점에 가면 의자 다리에 붙이는 고무나 연질 플라스틱 재질의 물건이 이미 준비되어 있다. ‘스크래치 방지 의자 다리’, ‘의자 발 커버’ 등의 이름으로 불린다. 이것을 붙이면 소리도 나지 않고 바닥도 상하지 않는다. 사람과 물건 모두가 행복해진다. 우리의 삶을 보다 낫게 해 주는 것은 어쩌면 이렇게 소소한 것들인지 모른다. 아무리 좋은 물건들이 많아도 이런 작은 것들이 그 사이사이에서 제 역할을 하고 있지 않으면 그 쓸모와 의미를 다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느냐, 나는 세상을 어떻게 연결하고 있느냐,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된다. 이렇게 소소한 물건의 의미를 생각하다가 철학적 사색에 빠지기도 하는 것이다. 문득 바깥을 보니 택배가 왔다.
  • 85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 ‘경고등’

    85개월 만에 무역수지 적자 ‘경고등’

    3개월 연속 감소·무역수지 적자 가능성1월에 이어 2월 수출도 꺾였다. 무역수지가 7년여 만에 처음으로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나온다. 21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수출은 233억 달러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11.7% 감소했다. 이달 수출이 마이너스로 확정되면 지난해 12월 이후 3개월 연속 줄어들게 된다. 이는 2015년 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9개월 연속 감소한 이후 처음이다. 같은 기간 무역수지는 29억 5900만 달러 적자다. 적자 폭이 지난달 1∼20일(16억 달러)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이달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13억 4000만 달러 흑자였다. 만약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면 85개월 만이 된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미중 무역분쟁이 수출 전선에 양대 악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가 27.1% 줄어들면서 감소 폭이 가장 컸다. 반도체 수출액은 지난해 12월 27개월 만에 마이너스(-8.3%)로 돌아선 뒤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가별로는 대중 수출이 13.6% 쪼그라들면서 넉 달 연속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6.8%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현재로선 낙관하기 쉽지 않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민관 합동 실물경제 대책회의’를 열어 미중 무역분쟁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세계지역연구센터장은 회의에서 “미중 갈등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英 “화웨이 스파이 증거 없다” 무너지는 ‘글로벌 보이콧’ 전선

    사이버센터장 “美우려 확인 못했다” 英정부 ‘안보리스크’ 보고서에 반박 獨·伊·뉴질랜드·헝가리 등 동맹국 발빼 화웨이“中 요구해도 간첩활동 안 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의 중국 화웨이 퇴출에 대한 동맹국들 사이의 불만과 제동이 확산되고 있다. 미 맹방인 영국 정부 사이버보안센터 책임자는 공개적으로 미국의 우려를 확인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던졌다. 영국 국립 사이버보안센터(NCSC) 시아란 마틴 센터장은 20일(현지시간) “화웨이 장비가 악의적 스파이 행위에 사용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미국의 화웨이에 대한 ‘글로벌 보이콧’에 찬물을 끼얹는 취지의 발언이다. 그는 이날 벨기에 브뤼셀 사이버안보 콘퍼런스에서 이같이 밝혔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영국 정부의 화웨이에 대한 공식 입장과는 별개이지만 NCSC 위상으로 볼 때 트럼프 정부에 딴지를 거는 모습이다. NCSC는 도·감청 전문 정보기관 정부통신본부(GCHQ) 내 조직으로, 사이버보안을 총괄한다. 마틴 센터장은 또 영국 정부의 지난해 7월 “화웨이 장비가 영국 이동통신 네트워크에 새 안보 리스크를 노출시킨다”는 보고서에 대해서도 “사이버 안보 기준에 대한 문제로, 중국의 적대적 행위를 뜻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화웨이가 약속한 사이버안보 문제 해결에는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문제 개선의 명확한 증거가 있기 전까지 이를 해결했다고 선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독일도 화웨이의 5G 사업 참여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이탈리아, 뉴질랜드, 헝가리 등이 화웨이 보이콧 전선에서 발을 빼고 있다. 이처럼 미국 주도의 화웨이에 대한 연합전선에 금이 가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는 런정페이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법이 강제하더라도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여론전을 시작했다. 런정페이 CEO는 이날 미 CBS 인터뷰에서 “우리는 결코 스파이 행위를 하지 않고 있고 임직원들이 그와 같은 행위를 하도록 허용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18일 BBC 인터뷰에서 “미국이 우리를 무너뜨릴 방법은 없다. 우리가 앞서 나가고 있어 세계가 우리를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이석우 선임기자 jun88@seoul.co.kr
  • 美 “EU 협상 실패 시 車관세 강행”… 무역전쟁 확전 움직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에 자동차 관세 폭탄을 경고하고 나섰다. 이는 중국에 이어 EU까지 무역전쟁의 전선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와의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EU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합의하지 못한다면 (자동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면서 “EU와 합의하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들과 오랜 기간, 여러 해 동안 매우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은 (EU와) 합의에 이르지 않는다면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부터 유럽산 수입 자동차가 미국의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어 유럽산 차와 부품에 25%의 관세를 매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미 상무부는 지난 17일 ‘무역확장법 232조’를 토대로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했다. 보고서 내용은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외국산 자동차 수입을 제한하기 위한 관세 등 다양한 수입 규제를 권고했을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 총구가 한미 자유무역협정과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중국에 이어 이제는 EU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이번 보고서 목적이 EU를 겨냥하는 것인 만큼 한국산 자동차는 관세 대상에서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21~22일 미 워싱턴DC에서 고위급 협상을 재개하는 미중 무역협상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분위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미중이 무역협상 핵심 쟁점인 중국 구조개혁에 대한 6건의 양해각서(MOU) 초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6개 부문은 기술이전 강요·사이버 절도와 지식재산권, 서비스, 농업, 환율, 비관세 무역장벽 등이다. 미중의 핵심 갈등을 모두 아우르는 셈이다. 로이터는 “미중 양해각서 초안 작성은 7개월에 걸친 무역전쟁에서 나타난 큰 진전”이라면서 “고위급 회담에 이은 3월 미중 정상회담에서 무역전쟁의 종전 선언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 소식통은 “방미한 류허 중국 부총리가 22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21일 “미국이 중국의 환율 시스템에 대해 이중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위안화가 상승하면 시장의 법칙에 따라야 한다 하고,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중국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이는 중국이 무역전쟁을 이유로 환율을 고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따라서 환율 문제 등이 MOU에 어떻게 담길 것인지 주목된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트럼프·김정은, 27일 만찬 회동·28일 본회담 가능성

    트럼프·김정은, 27일 만찬 회동·28일 본회담 가능성

    트럼프 “김 위원장과 이틀에 걸쳐 만날 것” 27일 각각 베트남 회담 뒤 북미 만날 수도 金, 열차 방문땐 회담 후 경제시찰 가능성 비건·김혁철 첫 대좌… 4시간 반 실무협상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 정상회담 본회담은 28일 열리고, 앞서 27일 만찬 등 사전 만남이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김 위원장과 이틀에 걸쳐 만남을 가질 것이고 우리는 많은 걸 이뤄 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는 종전과 같은 입장이다. 그런데 베트남 하노이 현지에서는 본회담은 28일에 열린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돌고 있다. 베트남 일간지 뚜오이째는 “27일 일정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함께 만찬 회동을 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가 맞다면 27일 만찬 회동, 28일 본회담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1차 회담 전에 ‘햄버거 회동’을 언급했던 것을 감안하면 비핵화 담판 전에 파격적인 방식으로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26일 밤 도착해 이튿날 낮에 베트남 정부 수뇌부와 회담을 한 뒤 저녁에 김 위원장과 만찬을 하는 스케줄이다. 이 경우 김 위원장도 27일 베트남 정부 수뇌부와 회담을 한 뒤 트럼프 대통령과 만찬을 하는 일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5일이나 26일 하노이에 도착해 경제개발 현장이나 관광지 등을 둘러볼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두 정상은 본회담이 끝나는 28일 저녁 하노이를 떠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이번에는 싱가포르 회담과는 달리 공동기자회견을 할 가능성도 있다. 김 위원장이 항공기가 아닌 열차로 방문하면 3월 1일에도 경제시찰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와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21일 하노이에서 첫 실무협상을 가졌다. 김 특별대표는 오후 1시 17분(현지시간)쯤 숙소인 베트남 정부 게스트하우스(영빈관)를 떠났다. 전날 오후 도착한 뒤 약 18시간 만이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동승했다. 김 특별대표 일행이 탄 차량은 ‘뒤 파르크’ 호텔로 이동했고, 곧바로 호텔 4층 협상장으로 올라갔다. 여기에는 전날 도착한 비건 특별대표가 기다리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오후 6시까지 4시간 30분가량 실무협상을 이어 갔다. 협상 2시간여 만에 김성혜 실장이 영빈관에 돌아왔다 협상장으로 복귀하는 모습도 목격됐다. 북측은 첫 실무협상을 마친 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호텔에서 나와 숙소로 돌아갔다. 비건 특별대표도 비슷한 시각 호텔 주차장에서 차량에 탑승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다만 비건 특별대표는 협상 진행 상황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이날 회동은 지난 6∼8일 평양 회동 이후 약 2주 만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사설] 미, 문 대통령의 ‘남북 경협 활용‘제안 수용해야

    문재인 대통령이 그제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한 상응조치로 한국 정부를 활용해 달라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남북의 도로와 철도 연결부터 남북 경제협력 사업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면 그 역할을 떠맡을 각오가 돼 있다고도 했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임박한 가운데 미국이 남북 경협을 지렛대 삼아 북한의 비핵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한과 미국이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두고 의제를 최종 조율하는 시점에서 더 생산적인 합의를 도출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매우 시의적절한 제안이라고 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통화 후 기자들에게 “오늘 아침 문 대통령과 북미 회담의 모든 측면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좋은 대화였다”고 전했다.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서두를 게 없다”면서 속도조절론을 거듭 확인했지만, “(문 대통령과의 통화가) 매우 유익했다”고 표현했다는 점에서 남북 경협 활용에 대한 기대감이 읽힌다.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은 사실 미국이 북한에 제시할 상응조치의 부담을 한국이 나눠 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어서 미국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다. 북미 실무협상팀은 다음주 열리는 정상회담의 합의문 도출을 위해 막바지 조율에 매달리고 있다. 미국의 스티븐 비건 대북 특별대표와 북한의 김혁철 대미 특별대표가 오늘 하노이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상응조치의 조합을 맞출 전망이다. 북한은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 미국은 종전선언과 연락사무소 개설을 각각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상수로 두고 플러스 알파를 논의하는 분위기다. 회담이 ‘빅딜’에 가까운 성과를 내려면 북한의 핵·미사일 신고, 미국의 제재 완화 등 플러스 알파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미국이 남북 경협 사업을 상응조치에 포함시킨다면 일정 부분 플러스 알파 역할을 해낼 것으로 본다. 남북 경협 사업은 남북 정상 간 상당 부분 공감대를 이루었음에도 국제사회의 촘촘한 대북 제재에 막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했다. 문 대통령의 제안대로 2차 북미 회담에서 상응조치의 일환으로 활용된다면 남북 관계 진전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만하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한다면 역할을 떠맡겠다”고 한 문 대통령의 수사는 아쉬움이 크다. ‘요구를 부탁하는’, 어색한 표현인 데다 지나치게 자세를 낮춘 듯해서다. 차라리 “미국의 상응조치에 남북 경협 사업도 포함시켜 달라, 그게 북미 합의 도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당당히 요구하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 “세입자 주방 후드서 난 불은 집주인 책임”[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세입자 주방 후드서 난 불은 집주인 책임”[소똑소톡-소액재판의 소소한 이야기]

    #원고 vs 피고 A화재보험사 vs 임차인 B씨 A사는 서울 동대문의 3층짜리 건물 주인인 C씨와 화재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2월 C씨 건물 2층에서 월세를 살던 B씨의 집 주방 레인지후드 주변에서 불이 나 가재도구와 건물 일부가 타는 등 2304만여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A사는 C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후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임차인 탓에 불이 났다며 B씨를 상대로 2304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B씨는 후드의 관리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고 화재로 키우던 고양이 2마리가 죽고 가재도구가 탔다며 재산상 손해에 위자료 1000만원을 더해 1796만여원을 배상하라며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사 “화재, 임차인 탓일 가능성 있어” 화재는 후드 내부 연결전선의 절연피복이 약해진 것 등이 원인이 돼 방전되고 불이 붙었다가 주변으로 번진 것이었는데요. 법원은 후드는 임대인이 설치한 것으로, C씨의 지배·관리 영역에 속한다고 봤습니다. 1심은 “A사가 B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A사는 항소했습니다. A사는 다양한 가능성을 들며 B씨의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후드 아래 전기레인지(인덕션)가 있었는데 이걸 고양이들이 건드려 불이 붙었을 가능성,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해 제3자가 집에 들어와 불을 붙였을 가능성 등입니다. ●법원 “고양이 잃은 임차인 위자료 지급”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부(부장 박영호) 역시 C씨에게 후드 관리 책임이 있다면서 “오히려 B씨는 고양이 때문에 전기레인지 전원 코드를 빼놓았고, 누군가 굳이 후드에 불을 붙여 방화를 한다는 건 지나친 추측”이라며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발화원인이 된 레인지후드는 임대차목적물에 부착돼 있는 시설인 점 ▲B씨가 임차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화재가 발생한 점 ▲B씨로서는 레인지후드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레인지후드를 분해해 내부에 위치한 전선 상태를 확인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점 ▲오히려 임대인이 임대 전에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수선·교체의 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C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1심과 같이 A사가 B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만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B씨가 정확한 손해액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장 생활에 불편을 겪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고양이 2마리의 죽음으로 상실감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혁철 하노이 도착…비건과 오늘 회담

    김혁철 하노이 도착…비건과 오늘 회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막판 실무회담이 21일쯤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 담판뿐 아니라 미군 유해 송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 팔라디노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19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가 하노이를 향해 가고 있다. 비건 대표는 다음주 열리는 2차 정상회담 준비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직무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도 20일 오후 하노이에 도착해 김창선 국무위 부장이 머물고 있는 영빈관을 찾았다. 이들은 지난 19일 베이징에 도착해 주중 북한대사관에서 머물렀다. 양측은 21일부터 의제 및 하노이 선언의 문구를 조율할 실무협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유해를 송환하는 문제도 논의될 전망이다. 전쟁포로와 실종자 가족연합회의 도나 녹스 국장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지난달 31일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 관계자에게서 북미 정상이 두 번째 회담에서도 유해 송환 문제를 의제로 다룰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미군 유해 5300여구가 북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의전·경호 준비가 계속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베트남 정부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열차 방문을 대비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또 정상회담 장소는 하노이의 정부 영빈관이 선호된다고 전했다. 다만 영빈관 맞은편에 위치한 소피텔 레전드 메트로폴 하노이 호텔이 회담장으로 유력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창선 부장은 5일째 메트로폴 호텔을 찾았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통장 쪼개기·풍차 돌리기로 새내기 직장인 ‘짠테크’

    통장 쪼개기·풍차 돌리기로 새내기 직장인 ‘짠테크’

    용도별로 통장 관리… 충동구매 줄여야 금감원 앱으로 ‘내 계좌 한눈에’ 관리를 매달 1년짜리 정기예금·정기적금 가입 만기땐 다시 적금에… 금리인상기 적합 입출금 자유로운 ‘파킹 통장’ 이자 쏠쏠직장인 김모(30)씨는 오랜 취업 준비생 시절을 마감하고 얼마 전 취업했다. 아르바이트비를 받아 알뜰살뜰 나눠 쓰던 시절보다 씀씀이가 커진 탓에 통장에 남는 돈은 많지 않다. 김씨는 “취업이 늦었다는 생각에 빨리 목돈을 마련하고 싶지만 정작 방법이 마땅찮아 고민”이라고 말했다. 김씨처럼 치열한 취업 전선을 뚫은 새내기 직장인들은 월급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주식이나 펀드 등 투자 위험이 있는 금융상품에 여윳돈을 투자하더라도 당장은 목돈을 만드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삼는 게 효과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회 초년생들의 재테크 기본 원칙으로는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기 위한 ‘통장 쪼개기’와 푼돈을 목돈으로 키울 수 있는 ‘적금 풍차 돌리기’가 꼽힌다. 이 중 ‘통장 쪼개기’는 충동구매를 줄이고 지출을 관리하는 방법 중 하나다. 월급 통장에 급여가 들어오면 생활비 통장, 관리비 통장, 비상금 통장 등 용도별 통장에 나눠서 관리하는 식이다. 통장 하나를 두고 쓰면 씀씀이를 쉽게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에 유용하다. 본인의 소비 스타일에 따라 더 세분화해서 관리해도 좋다. 초보자들은 종종 통장 잔고를 제때 확인하지 않아 자동이체되는 교통비 등이 연체된 사실을 뒤늦게 알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여러 은행에 여러 통장을 만들어도 모든 계좌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 통장 관리도 쉬워졌다. 금융감독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홈페이지 ‘내 계좌 한눈에’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어카운트 인포’ 등이 대표적이다. 자동이체 내역이나 카드 이용대금 등도 확인할 수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앱인 뱅크샐러드와 토스에서도 공인인증서를 등록하면 계좌 조회가 가능하다. 지출 계획을 세웠다면 여윳돈은 적금에 넣어 보자. 적금이 익숙지 않다면 우선 ‘풍차 돌리기’를 통해 저축액을 차근차근 늘리고 중도 해지 부담도 줄일 수 있다. 적금 풍차 돌리기는 매달 1년짜리 정기예금이나 정기적금에 가입하는 방법을 뜻한다. 1년 뒤부터 매달 만기가 돌아오면 목돈을 다시 예·적금으로 불릴 수 있어 금리 인상기에도 적합하다. 적금을 고를 때는 은행연합회에서 적금 상품의 금리를 비교할 수 있다. 사회 초년생 맞춤 적금이나 주거래 은행의 우대금리도 확인해야 한다. 우리은행는 만 30세 이하에 ‘스무살 우리적금’을, KEB하나은행은 만 35세 이하를 위한 ‘Young하나 적금’을 각각 판매하고 있다. 제2금융권을 선택해도 좋다. 5000만원까지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 단위로 비슷한 효과를 내는 적금 상품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1000원부터 최대 1만원까지 소액을 정해 주 단위로 저축액이 늘어나는 ‘26주 적금’을 운영하고 있다. 목표를 정해 돈을 모으는 데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우리은행은 여행 자금을 모으는 고객들에게 연 1.8~6.0% 금리를 주는 ‘우리 여행적금’을, NH농협은행은 금연이나 다이어트 등 목표를 정하고 매일 저금하면 우대금리를 주는 ‘NH올원해봄적금’을 각각 운영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에는 걸음수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도전 365적금’도 있다. 입출금이 상대적으로 자유로우면서 적금 못지않은 이자를 받을 수 있는 ‘파킹 통장’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하루만 맡겨도 1%대 이자가 붙어 금리 인상기에 많이 쓰는 통장으로 여윳돈을 예치할 때도 유용하다. 증권사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대표적이었는데 비슷한 기능을 담은 통장이 늘었다. 카카오뱅크는 1000만원까지 보관할 수 있는 ‘세이프박스’(연 1.2%)를 운영한다. 케이뱅크의 ‘듀얼 K 입출금 통장’은 한 달 단위로 ‘남길 금액’를 1억원까지 설정하면 최고 연1.5% 금리를 준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주방 후드서 난 불, 관리책임은 세입자? 집주인?

    주방 후드서 난 불, 관리책임은 세입자? 집주인?

    #원고 vs 피고 A화재보험사 vs 임차인 B씨 A사는 서울 동대문의 3층짜리 건물 주인인 C씨와 화재보험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런데 2017년 2월 C씨 건물 2층에서 월세를 살던 B씨의 집 주방 레인지후드 주변에서 불이 나 가재도구와 건물 일부가 타는 등 2304만여원의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습니다. A사는 C씨에게 보험금을 지급한 뒤 후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임차인 탓에 불이 났다며 B씨를 상대로 2304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습니다. 그러자 B씨는 후드의 관리 책임은 집주인에게 있고 화재로 키우던 고양이 2마리가 죽고 가재도구가 탔다며 재산상 손해에 위자료 1000만원을 더해 1796만여원을 배상하라며 맞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보험사 “화재, 임차인 탓일 가능성 있어” 화재는 후드 내부 연결전선의 절연피복이 약해진 것 등이 원인이 돼 방전되고 불이 붙었다가 주변으로 번진 것이었는데요. 법원은 후드는 임대인이 설치한 것으로, C씨의 지배·관리 영역에 속한다고 봤습니다. 1심은 “A사가 B씨에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고, A사는 항소했습니다. A사는 다양한 가능성을 들며 B씨의 책임을 주장했습니다. 후드 아래 전기레인지(인덕션)가 있었는데 이걸 고양이들이 건드려 불이 붙었을 가능성, 화재 원인이 될 만한 물건을 방치했을 가능성, 현관문을 잠그지 않고 외출해 제3자가 집에 들어와 불을 붙였을 가능성 등입니다. ●법원 “고양이 잃은 임차인에 위자료 지급” 그러나 항소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2부(부장 박영호) 역시 C씨에게 후드 관리 책임이 있다면서 “오히려 B씨는 고양이 때문에 전기레인지 전원 코드를 빼놓았고, 누군가 굳이 후드에 불을 붙여 방화를 한다는 건 지나친 추측”이라며 A사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또 ▲발화원인이 된 레인지후드는 임대차목적물에 부착돼 있는 시설인 점 ▲B씨가 임차한 지 불과 5개월여 만에 화재가 발생한 점 ▲B씨로서는 레인지후드에 특별한 이상 징후가 보이는 등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레인지후드를 분해해 내부에 위치한 전선 상태를 확인할 이유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점 ▲오히려 임대인이 임대 전에 노후화된 시설에 대한 수선·교체의 책임이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C씨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1심과 같이 A사가 B씨에게 500만원의 위자료만 주라고 판결했습니다. B씨가 정확한 손해액을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당장 생활에 불편을 겪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고 고양이 2마리의 죽음으로 상실감 역시 클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김생환 부의장, SH공사 창립30주년 축사 통해 공공디벨로퍼 강조

    서울특별시의회 김생환 부의장(더불어민주당, 노원4)은 2월 20일 오전 서울시 중구에 소재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 창립30주년 新비전선포식’에 참석해 공공디벨로퍼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날 비전선포식은 SH공사가 태동한지 30주년을 맞아 ‘도시공간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라는 미션과 ‘스마트 시민기업’이라는 비전을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 200여명의 각계각층 외부인사와 시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김생환 서울시의회 부의장과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 이인영 국회의원도 참석해 성황리에 개최됐다. 김생환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SH공사는 지난 30년간 어떤 모습으로 시민의 삶을 주거공간에 담아낼 것인가 고민해왔고 그 결과 도시재생과 주거복지를 선도하며 서울시민의 주거 패러다임을 바꾸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 부의장은 “공공디벨로퍼로서 서울의 미래를 준비하는 SH공사의 비전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서울시의회도 함께 고민하고 행동해나가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김 부의장이 강조한 ‘공공디벨로퍼’란 공익과 공공성을 추구하는 부동산 개발자라는 뜻으로서, 30년의 경험과 서울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지속가능한 도시발전을 위해 SH공사가 더욱 노력해줄 것을 강조한 것이다. 행사는 30주년 히스토리 영상 오프닝을 시작으로 SH공사 사장의 인사말 및 주요 귀빈 축사, 비전선포 퍼포먼스, 비전 메이킹 등의 프로그램이 순서대로 진행됐다. SH비전 퍼포먼스에서는 SH공사의 비전 블록쌓기로 구성하여 비전 핵심가치 키워드 블록을 차례대로 쌓아올리고 핵심메시지를 지붕에 담아 올림으로 집이 완성되는 퍼포먼스로 꾸며져 눈길을 끌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미 연합군 ‘적전 분열’…영국, 뉴질랜드 이어 독일도 5G 화웨이 참여 검토

    미 연합군 ‘적전 분열’…영국, 뉴질랜드 이어 독일도 5G 화웨이 참여 검토

    미국의 ‘화웨이 차세대 이동통신 5G 장비 배제 연합군’ 전선에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이 연합군의 기밀 유출 가능성을 경고하며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견제하는데 힘을 보태던 주요 우방인 영국과 뉴질랜드에 이어 독일도 이탈 가능성이 감지되고 있다.19일(현지시간) CNBC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국가초고속 인터넷 인프라시설 구축에서 화웨이의 5G 장비를 배제하지 않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다. 2주 전 소규모의 관계부처 그룹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예비 합의에 도달했으며 의회와 최종적인 정부 승인을 받는 절차를 남겨 놓고 있다는 것이 WSJ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영국과 뉴질랜드에 이어 독일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정책적으로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인 만큼 연합군에 화웨이 압박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해온 미국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뵈른 그륀벨더 독일 연방내무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보안이슈 등) 새로운 잠재 위험들에 대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면서도 “5G 장비에서 특별히 한 업체만을 배제하는 것은 법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며 계획하고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독일은 화웨이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정보보안 강화를 위해 통신법을 손질 중인데 이 과정에서 어느 한 업체가 타깃이 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 정부는 화웨이 장비에 도청·정보 유출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백도어(backdoor)’가 있을 수 있다고 안보위협 이슈를 제기하며 연합군에 보이콧 동참을 요구해왔다. 이에 따라 호주와 뉴질랜드는 화웨이 장비를 배제키로 했고, 일본 역시 정부조달 입찰에서 화웨이를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독일의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정부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영국 국가사이버보안센터(NCSC)도 앞서 17일 화웨이 통신장비를 사용해도 위험 완화의 방안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뉴질랜드도 “화웨이 장비를 완전히 배제하도록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혀 미국의 요청에 대해 한 발짝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전문가들은 영국과 뉴질랜드, 독일이 연합군 이탈 조짐은 보이는 것은 화웨이를 배제하고 5G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규 사업자를 지정할 때 드는 추가 비용, 화웨이 장비 이용이 곧 정보 노출로 이어진다는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우선 꼽았다. 중국의 보복도 우려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뉴질랜드에 대해 중국인 관광 금지, 무역 보복 등 다양한 조치를 내비쳤다. 특히 동유럽 국가의 경우에는 ‘큰손 투자자’로 활동해 오던 중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만큼 화웨이에 반기를 들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영국의 국방싱크탱크 왕립연합서비스연구소는 19일 보고서를 통해 “영국이 미래 5G 이동통신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토록 허용하는 것은 순진하고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지적해 영국 내부에서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최종 결정하기까지 진통이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은 18일 BBC 인터뷰에서 “세계는 가장 진보적 기술력을 갖고 있는 우리를 버릴 수 없다”며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일시적으로 많은 나라를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부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김혁철 베트남행, 김정은 기차타고 베트남가나

    김혁철 베트남행, 김정은 기차타고 베트남가나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 특별대표와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직무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베트남에서 열리는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의제 협의를 위해 20일 오후 베이징에서 하노이로 출발했다. 김혁철 특별대표 일행은 지난 19일 경유지인 베이징에 도착한 뒤 주중 북한대사관에 머물다가 이날 오후 3시쯤(현지시간)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서 하노이행 베트남항공편에 탑승했다. 베이징 공항은 이날 몰려든 한국과 일본의 취재진에 대해 삼엄한 통제를 펼쳤으며 북한 대표단 일행은 4대의 차량으로 귀빈용 주차장에 도착한 뒤 따로 수속없이 곧바로 탑승구로 향했다. 한편 베트남 정부는 오는 27∼28일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오는 것에 대비해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로는 국립컨벤션센터가 북한 측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정부 영빈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특별열차로 평양에서 베트남 국경도시 동당역까지 이동할 경우 이틀 반인 약 60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만약 베트남 정부와의 양자회담을 위해 25일까지 하노이에 도착한다면 이번 주말에 김 위원장은 평양을 출발해야 한다. 북중 국경도시 단둥에서 중국과 베트남의 국경도시 난닝까지는 시속 300㎞가 넘는 고속철로도 30시간 가까이 소요된다. 최고속도가 시속 180㎞지만 안전을 위해 시속 60㎞ 정도로 달리는 북한 특별열차로는 2배가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동당역에서 하노이까지는 시속 170㎞의 차량으로 이동할 전망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중국 신화통신은 전날 평양의 중국대사관에서 리진쥔 주북한 중국대사가 박봉주 북한 내각 총리 등을 초청해 정월대보름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리 대사는 연설에서 “중국과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 관계는 양국의 지도자들에 의해 정성껏 키워졌으며 양측이 공유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말했다. 리 대사는 이어 올해는 북중 수교 70주년인 만큼 중국은 양국 지도자의 중요 합의에 따라 북한과 협력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박 총리와 리길성 북한 외무성 부상은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벽두부터 중국을 방문해 양국 최고 지도자간의 정을 더욱 돈독히 하는 등 북중의 전통적 우호관계가 전례없이 발전했다”며 “북한은 중국과 힘을 합쳐 올해 양국 관계 발전을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총리 등 북한 관료들은 정월대보름 행사에서 중국 지린성 문화대표단의 공연과 중국대사관의 사진전을 감상했다. 글·사진 베이징 윤창수 특파원 geo@seoul.co.kr
  • 반도체 7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수출물가 석 달째 하락

    반도체 7년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수출물가 석 달째 하락

    지난달 D램 14.9%·플래시메모리 5.3%↓ 中스마트폰 수요 부진·IT 재고 조정 영향 이주열 “제조업 환경 변화 대응전략 필요”주력 수출 품목인 반도체의 지난달 수출 물가가 7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 비중이 21% 정도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수출 전선에 경고음이 켜진 셈이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월 수출입물가지수(2010=100·원화 기준)는 82.95로 한 달 전보다 1.0% 하락했다. 수출 물가는 3개월 연속 떨어져 2016년 10월(80.68) 이후 2년 3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과거보다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D램 수출 물가는 14.9%나 급락했다. D램 수출 물가 하락폭은 2011년 8월(21.3%) 이후 최대였다. D램 수출 물가는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연속 하락세를 나타냈다. 또 다른 반도체 제품인 플래시메모리 수출 물가도 5.3% 떨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의 스마트폰 수요 부진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체의 재고 조정에 따른 것”이라며 “반도체 경기가 호황이었을 때와 비교해 약간 조정되는 국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경제 동향 간담회에서 “제조업의 경쟁력을 제고해 나가는 것은 이제 우리 경제의 생존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제조업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최근 제조업 경쟁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에 우호적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나 적절한 대응 전략을 통해 우리 제조업이 재도약하는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는 일반적으로 경제학계 전문가들과의 만남이었으나 이날은 산업계 인사들이 자리했다. 서광현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상근부회장, 최형기 한국기계산업진흥회 상근부회장, 임승윤 한국석유화학협회 상근부회장, 김태년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장윤종 포스코경영연구원장, 염용섭 SK경제경영연구소장 등 주력 산업을 대표하는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2시간여 동안 이뤄진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제조업 환경 변화에 맞춰 규제를 신속하게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장세훈 기자 shjang@seoul.co.kr
  • “美연락관팀 구성 등 세부안 마련”… 종착역은 북미 국교 정상화

    “美연락관팀 구성 등 세부안 마련”… 종착역은 북미 국교 정상화

    美언론“한국어 가능 고위 공무원 인솔 사무소 설치 위해 조만간 북한 파견” 1994년에도 합의 했지만 北반대로 좌초 “北, 상응조치로 생각 않을 가능성 높아 제재 완화 등 구체적 요구할 것”관측도북미가 2차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연락사무소 설치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국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통해 대사관 설치 등 국교 정상화까지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CNN은 18일(현지시간) 북미가 연락사무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하며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미국에서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고위급 외무공무원의 인솔하에 여러 명의 연락관이 북한에 사무소 설치를 위해 파견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연락사무소 설치에 합의하는 데 대비해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북한과 의견 조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북미는 이미 1994년 제네바합의에서 양국의 수도에 연락사무소를 설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북미는 북한 비핵화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는 한편 관심 사항의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당시 양국은 각각 7명 이하의 연락관을 교환하기로 하고 상대국 수도 내에 연락사무소 부지까지 물색했다. 미국은 장소 계약까지 하고 북한도 워싱턴 내 가능한 부지를 알아봤다. 하지만 1994년 말에 발생한 북한의 미군 헬기 격추 등에 따른 북미 간 긴장 조성으로 북한이 이듬해 말 관련 계획 전체를 취소하면서 무산됐다. 북미 간 연락사무소 설치는 양국 정상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1975년 베트남전쟁 종전 이후 국교를 단절했던 미국과 베트남은 1991년 국교 정상화 협상에 나섰고 이듬해 임시 연락사무소를 개소하면서 관계 정상화에 급물살을 탔다. 미국은 1993~1994년 베트남 경제 제재를 해제했고 양국은 1995년 수교를 맺었다. 다만 북한이 연락사무소 설치를 북한 비핵화 조치에 따른 미국의 ‘합당한’ 상응조치로 생각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연락사무소 설치는 1994년 실패한 적이 있고 이번에는 실현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북미 관계 정상화의 시그널로서는 부족하다고 판단할 것”이라며 “연락관이나 연락사무소는 철수하면 그만이기에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제재완화와 같은 더 구체적인 조치를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연락사무소 설치만 가지고 북한으로부터 영변 핵시설 동결·폐기를 이끌어내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미국의 북한 체제보장 패키지 중 하나로 연락사무소 설치가 유력하게 들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석 기자 kisukpark@seoul.co.kr
  • 북미, 이르면 내일 하노이서 의제 협상 재개

    北김혁철·최강일 협상팀 베이징 도착 美도 베트남행…남측, 美와 회동 조율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실무협상이 이르면 21일쯤 현지에서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실무진들이 하노이 여정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 국장 직무대행,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 등은 19일 평양에서 고려항공편으로 출발해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오전 10시쯤 도착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이날 김 특별대표 등이 평양을 출발해 베이징을 경유한 뒤 하노이로 향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도 의제 실무협상팀 가운데 알렉스 웡 국무부 부차관보 등이 1차로 지난 17일(현지시간) 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웡 부차관보는 대북제재 분야를 맡고 있으며 한미 워킹그룹의 책임도 겸하는 주요 인물이다.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 특별대표 간의 실무협상 전에 북미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비건 특별대표는 20일쯤 출발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대로라면 북미 실무회담은 22일 하노이에서 개최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비건 특별대표가 김 특별대표의 행보에 따라 일정을 다소 앞당긴다면 21일 개최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북미 실무회담은 2박 3일 평양 담판에서 양측이 확인한 12개 이상의 의제를 토대로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 조치를 주고받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또 정상회담 후 도출될 수 있는 ‘하노이 선언’ 문구를 조율하는 작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한편,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비건 특별대표는 하노이에서 회동하기로 하고 현재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러·일관계의 미래와 쿠릴 열도 영토분쟁

    러·일관계의 미래와 쿠릴 열도 영토분쟁

    동아시아 국가 중에 러시아가 가장 특별한 관계를 가진 나라는 일본이다. 중국과 한국 등 동아시아 국가와 달리, 러시아와 일본은 2~3번이나 전쟁을 치렀고 그로 인해 영토 문제를 비롯한 서로 아프고 아직까지 완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많이 생겼다. 현재 러일관계 개선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되어 있는 것은 쿠릴 열도 문제이다. 이번에는 그 문제의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쿠릴 열도는 캄차카 반도와 홋카이도 사이에 걸쳐 있으며 오호츠크해와 태평양을 가르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약 56개의 섬이다. 여기에 러시아인들이 처음에 들어온 시기는 1640~1641년이다. 러시아 기록에 따르면 1639년 이반 모스크비틴을 수장으로 한 카자흐 원정대가 오호츠크 해에 진출하였으며 쿠릴 열도에 상륙했고 원주민들과 교역을 하였다고 한다. 당시 기록에 의하면 쿠릴 열도의 인구는 주로 아이누족을 비롯한 여러 원주민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국가가 따로 없었다. 1708년 표트르 1세가 일본으로 가는 길을 찾는 탐험가에게 쿠릴 열도의 원주민들을 러시아의 국적에 편입시키라는 명령을 내렸다. 쿠릴 열도의 러시아 개척이 시작되었으나 18세기 중엽에 이르러서야 성과를 거두기 시작하였다. 18세기 후반, 일본인들도 홋카이도 북부와 쿠릴 열도 남부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해 러시아와 충돌하였다. 전쟁을 피하려던 러시아 외상 고르챠코프와 일본의 특명전권대사 에노모토가 상트페테르부르그 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일본은 사할린 섬을 러시아령으로 인정하고, 러시아는 쿠릴 열도 전체가 일본의 영토임을 인정하였다.그러나 1904년 러일전쟁 후 새로 체결한 포츠머스 조약은 일본에 의한 한국 식민화의 길을 열어주었다. 더불어 일본은 사할린 섬의 남부를 얻어 상트페테르부르그 조약을 사실상 파기되었다. 10월 혁명 발생으로 1918년 내전 중인 러시아의 상황을 이용해 일본은 1918년 4월 5일에 블라디보스토크에 파병해 러시아 내전에 개입하는데 붉은 군대와 한인(韓人)의 항일부대 등의 저항으로 1922년에 철수했다. 일본군의 지원을 받았던 백위파 정권은 무너졌다. 또한 일본은 1920년 ‘노령 거주 일본인들의 생명과 그 재산의 보호’라는 구실을 내세워 사할린 섬의 북부를 점령했다가 1925년에 이르러 러시아에 반환하였다.1930년대부터 일본은 쿠릴 열도를 소련 캄차카나 미군 기지를 공격할 수 있는 거점으로 만들기 위하여 비행장과 해군 기지 등 시설을 건설했다. 1941년 12월 7일 미국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 함대는 쿠릴 열도 남부에 위치한 이투루프 섬에서 출발했다. 진주만 공격 다음날인 1941년 12월 8일 미국 대통령 루즈벨트가 소련 대사를 만나 대일전쟁에 참전할 것을 요구한 근거이기도 하다. 12월 11일, 소련은 2차 대전 참전을 검토하기 시작하였고 미국측도 그 요구를 계속 반복하였다.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간 독일도 1942년 7월 10일 일본 정부에 독소전쟁 참전을 요구했으나 태평양전쟁에서 피해를 당하는 일본은 이를 거부할 수밖에 없었다.소련 대일전쟁 참전은 결국 1943년 12월에 열린 테헤란 회담에서 약속되었다. 이 회담에서 미국과 영국은 유럽에서 공격할 것을 약속하였고 소련은 대일참전의 조건으로 일본이 러일전쟁에서 빼앗은 사할린 남부, 그리고 쿠릴 열도를 요구하였다. 독일 패전 직전 1945년 2월 4일에 얄타 회담이 열렸다. 이 회담에서 소련은 대일참전의 계획을 재확인하였고 독일 패전 2~3개월 이내 대일참전해 달라는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그 대가로 소련은 러일전쟁에서 일본에 빼앗긴 영토 회복과 별도로 쿠릴 열도가 소련에 양도될 것을 요청하였다. 미영 양국은 그 조건을 받아들였으며 독일을 패배시킨 소련은 유럽에서 부대를 극동지역으로 빨리 옮기고 약속대로 1945년 8월 9일 일본에 선전포고했다.쿠릴 상륙 작전은 만주 공격, 한반도 해방과 남사할린 작전 다음으로 개시되었다. 1945년 8월 15일, 제2극동전선군 참모부가 캄차카 방어구 사령관에게 일본이 항복할 예정이기 때문에 슘슈를 비롯한 쿠릴 열도 북쪽에 있는 여러 섬을 점령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소련군이 쿠릴 열도 주둔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 준비하고 8월 18일 소련군 부대들이 쿠릴 열도 북단에 위치한 슘슈 섬에 상륙했다. 쿠릴 열도 주둔 일본군 제91사단장인 츠츠미 후사키 중장은 8월 15일 항복 명령을 받았음에도 그 휘하에 있는 부대들에게 항복하라는 명령을 내리지 않고 상륙한 소련군 부대들을 공격했다. 슘슈 전투는 제2차 세계 대전의 마지막 큰 전투였으며 이에 소련군은 약 1500명, 일본은 약 1000명의 사상자를 냈다. 8월 19일 ‘자위 행동이라도 중단하라’는 명령을 받은 츠츠미 중장은 시간을 벌기 위해 항복이 아닌 정전(停戰)을 제안하였으나 소련군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츠츠미 중장은 결국 8월 20일에 항복하려고 했지만, 일본군이 저항을 포기하지 않았다. 슘슈를 점령하고 다음 섬인 파라무시르 섬으로 넘어가려던 소련군은 상륙을 시도했으나 일본군의 기습 폭격으로 큰 피해를 입었고 일본군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소련군 공격으로 일본군 방어선이 완전히 무너졌고 8월 21일 츠츠미 중장으로부터 쿠릴 열도 북부에 주둔한 일본 부대들이 투항한다는 연락이 왔다. 8월 22일 오후 2시부터 일본군이 모든 저항을 포기하고 무기를 내려놓기 시작하였다. 8월 29일 쿠릴 열도 북부가 소련군에 의해 점령되었다. 이와 함께 홋카이도 상륙 작전을 준비 중이었던 태평양함대 사령부가 모스크바로부터 홋카이도 상륙작전을 취소하고 쿠릴 열도 남부를 점령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8월 28일 오전 3시 15분 청진 상륙 작전에 참여한 레오노프 해군대좌가 이끄는 부대가 쿠릴 열도 남부에 있는 이투루프 섬에 상륙하여 일본군 무장해제에 착수하였으며 9월 5일까지 쿠릴 열도 전체가 소련에 의해 점령되었다. 소련군의 이러한 전투 행동과 동시에 미국과 소련 간에 ‘일반 명령 제1호’의 내용을 둘러싼 논쟁이 진행되고 있었다. 만주와 한반도에서 일본군을 패배시키고 급속도로 남하하는 소련을 막고자 트루먼 미 대통령은 8월 15일 소련 최고사령관인 스탈린에게 일본 항복 절차를 규정한 ‘일반 명령 제1호’의 초안을 보냈다. 이 명령의 내용을 검토한 스탈린은 미국이 제안한 한반도 분할 점령 등 조건을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트루먼에게 소련군 책임 지대에 홋카이도 북부와 모든 쿠릴 열도를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트루먼은 8월 18일에 보낸 답변에서 모든 쿠릴 열도를 소련군 책임 지대에 포함하는 것에 동의했으나 홋카이도를 비롯한 일본 본토에 속한 모든 섬들의 점령은 맥아더 장군이 담당할 것이라고 하였다. 미국 대답을 받은 스탈린은 미국측의 동의를 재확인한 후 8월 22일 홋카이도 상륙 작전 준비를 중단하고 쿠릴 열도 남부에 진출하라는 명령을 보냈다. 일반 명령 제1호는 항복문서에 서명한 일본 지도부에게 전달되었으며 대본영에 의해 공식적으로 발표되었다. 1951년 9월 8일 일본은 연합국과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에 서명함으로써 ‘쿠릴 열도에 대한 … 일체의 권리와 소유권 및 청구권’을 포기하였다. 중국이 초대받지 못한 점, 일본 재군사화를 막을 장치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를 들어 조약에 서명하는 것을 거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국회는 쿠릴 열도의 남부도 얄타 협정에 언급한 쿠릴 열도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1956년 2월에 의견을 바꾸고 쿠릴 열도 남부에 있는 군도(群島)가 쿠릴 열도가 아니라 홋카이도의 일부라고 주장하기 시작하였다. 스탈린 사망 후 외교노선을 바꾼 소련은 일본과의 별도의 평화조약 협상에 들어갔으며 일본을 미국 영향권에서 부분적으로라도 탈피시키기 위해 조약의 대가로 시코탄 섬과 하보마이 섬을 양도할 것을 제안하였으며 소일 양국은 1956년 10월 19일 공동선언을 선포함으로써 양국 국교가 회복되었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일본은 다시 쿠릴 열도 전부를 요구하기 시작하였고 소일 평화 조약의 협상이 결렬되고 말았다. 러시아와 일본은 현재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으나 최근 러시아와 일본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하였다. 2016년 푸틴이 일본을 방문하면서 아베 총리와 만나서 쿠릴 열도 남부에서 공동경제활동을 추진하기로 하였다. 일본 방문단이 2017년 6월에서 2018년 10월에 걸쳐 3번이나 쿠릴 열도를 방문하였으며 러일 무역 규모도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또한 양국 정부는 2018~2019년을 ‘러시아에서 일본 해’, ‘일본에서 러시아 해’로 지정했으며 러일 간의 문화 교류가 전대미문의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북방영토’가 빨리 돌려받을 수 있다는 일본 매체가 조성한 일본 국내 분위기 속에서 아베 총리가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블라디미르 푸틴과 만났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했을 뿐더러 오히려 러시아인에게 반일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러일 평화 조약을 협상하기 전에 일본은 반드시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인정해야 한다고 일본 측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일본인들로 하여금 큰 실망을 느끼게 하였다. 쿠릴 열도 남부를 포함한 쿠릴 열도의 전체가 러시아 영토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상황도 변한다는 것도 객관적 사실이다. 미국 경제 제재로 러시아의 경제가 발전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러시아 정부가 그 대책으로 연금을 받는 연령을 높이는 연금 제도 개혁 등 수단을 택한 것에 대해 국민의 불만이 높이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정부에서도 영토를 양도하고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경제를 살리자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러시아가 일본에 ‘북방열도’를 돌려줄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발전되고 러시아의 경제 발전 속도가 계속 느려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러한 가능성이 전무하다고는 할 수 없다고 저자는 생각한다. 글 사진: 바실리 V 레베데프(고려대 사학과 석사)
  • CNN “북미, 연락관 교환 검토”…외교 정상화 출발점

    CNN “북미, 연락관 교환 검토”…외교 정상화 출발점

    비핵화-체제보장 논의 탄력 주목북한과 미국이 상호 간에 연락관을 교환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 중이며, 이러한 조치는 공식적 외교 관계 수립을 향한 점진적 조치가 될 것이라고 미국 CNN이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은 소식통 2명의 말은 인용해 이같이 분석했다. 연락관 교환은 북미 간 평화프로세스의 마지막 단계로 거론돼온 국교 정상화의 ‘입구’로, 오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에 대한 진전이 이뤄진다면 비핵화 논의와 함께 체제 보장 등을 담은 평화프로세스 논의도 급물살을 탈 수 있어 주목된다. 미국 측에서 여러 명의 연락관이 북한 내 사무소 설치 준비를 위해 파견될 것이라며, 관련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이 팀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고위급 외교관이 이끌게 될 것이라고 이들은 전했다. 상호 연락관 교환 문제는 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채택한 공동성명에 담긴 ‘북미간 새로운 관계 수립’과 관련된 사안이다. 연락관 교환은 통상 국교 정상화의 출발점으로 간주된다. 국교 정상화는 보통 이익대표부 설치 ->연락사무소 설치 -> 상주 대사관 설치 등의 수순으로 이뤄진다. CNN은 북미 간에 이와 유사한 합의가 1994년 제네바 기본 합의 때 이뤄진 바 있다고 보도했다. 당시 제네바 기본합의문에서 비핵화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는 한편, 관심 사항의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실행에 옮기지는 못했다. 당시 양측은 각각 ‘7명 이하’로 출발해 상호 연락관을 교환하기로 하고, 상호 상대국 내에 부지까지 물색했다. 미국은 장소 계약까지 하고 북한도 워싱턴DC 내 가능한 부지들을 알아봤지만, 그해 말에 발생한 미군 헬기 격추 등에 따른 북미 간 긴장 조성으로 북한이 이듬해 말 관련 계획 전체를 취소하면서 무산됐다고 CNN은 전했다. 그러나 북미간 상호 연락관 교환이 북한의 추가 비핵화 실행조치를 견인할 충분한 상응 조치가 될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한 외교소식통은 “북한은 종전선언이나 연락사무소 설치 자체를 영변 핵 폐기와 맞바꿀 수 있는 ‘등가‘의 상응 조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CNN은 예비 단계이긴 하지만 이러한 논의는 북미 간 협상 과정에서 중요한 조치로 기록되겠지만 비핵화를 위한 북한의 핵심 조치 없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은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고 미국에 대한 격한 레토릭을 누그러뜨린 상태이지만,지난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후에도 핵심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확장하고 관련 활동을 지속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모델 출신 멜라니아, 가수 출신 리설주 이번엔 만날까

    모델 출신 멜라니아, 가수 출신 리설주 이번엔 만날까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이 약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 정상이 부부 동반외교를 선보일 지 관심이 쏠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오는 27일부터 1박 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한다. 최소 1회 이상의 만찬이 예상되는 만큼 퍼스트 레이디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와 리설주 여사의 만남이 성사될 지 주목된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센토사섬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는 퍼스트 레이디가 동행하지 않았다. 멜라니아 여사는 신장 질환 수술을 받은 뒤 백악관에 머물렀다 리 여사의 불참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상대국에 맞추는 의전 관례상 동행하지 않은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이번에는 1차 때와는 달리 일정이 당일치기에서 1박 2일로 늘어나 만찬 등 공식일정이 준비될 가능성이 크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부부동반으로 회담이 진행될 수 있다. 패션모델 출신의 멜라니아 여사와 가수 출신의 리설주 여사가 서로의 매력을 주고받으며 정상회담 무대를 돋보이게 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퍼스트레이디 외교는 다소 딱딱하게 흘러갈 수 있는 정상회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정상외교의 또 다른 축으로 꼽힌다. 양국 수장이 협상을 벌일 때, 여기에 함께하지 않는 배우자들은 별도 일정을 소화하면서 각자 원하는 메시지를 던지기도 한다. 리 여사가 본격적으로 국제무대에서 존재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김 위원장의 첫 방중에 함께하면서부터다.이후 리 여사는 1·3차 남북정상회담, 3·4차 북중정상회담에 함께하며 자신의 ‘카운터 파트’ 김정숙 여사, 펑리위안 여사를 만났다. 리 여사는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3차 남북정상회담에서는 공식 환영·환송 행사 때는 물론이거니와 문 대통령 부부와 백두산 정상을 함께 밟으며 퍼스트레이디로서 손님을 맞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리 여사는 김정숙 여사가 옥류아동병원과 김원균명칭음악종합대학 등을 참관할 때 동행하며 말동무가 되어줬으며, 두 사람이 같은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둘만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를 놓고 김정은 체제에 들어 선대와 달리 다른 나라와 동일한 관례에 따라 외교를 펼치는 ‘정상국가’ 면모를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한편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보좌관의 만남도 성사될 지 관심을 모은다. 김 부부장은 지난 남북·북미·북중정상회담에 김 위원장을 가장 가깝게 보좌하며 사실상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했다. 이방카 보좌관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신뢰하는 최측근 참모다. 두 사람이 하노이 회담에 동행할 경우 북미 여성 실세의 친교도 기대할 수 있다.두 사람은 지난해 2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국을 방문했지만 만난 적은 없다. 당시 올림픽 개막식에는 김 부부장이, 폐막식에는 이방카 선임보좌관이 각각 참석했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데스크 시각] ‘톱다운’ 북핵 협상과 외교관 ‘수난시대’/김미경 국제부장

    [데스크 시각] ‘톱다운’ 북핵 협상과 외교관 ‘수난시대’/김미경 국제부장

    이쯤 하면 ‘외교관 수난시대’라 할 만하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북한 비핵화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북한, 한국의 협상 라인에 그동안 북핵·북미 협상을 맡아 온 정통 외교관들이 ‘실종’됐다. 소위 북핵 전문 외교관 출신들이 “소외됐다”는 씁쓸한 소리가 들린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으로 시작한 비핵화 협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역사상 첫 정상회담으로 이어졌고 오는 27~28일 2차 회담을 앞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국 정상들의 ‘톱다운’ 협상 방식이다. 2003년부터 6년간 이어졌던 6자회담은 수석대표가 차관·차관보급이었고, 특히 북한 대표는 윗선의 ‘훈령’을 받기 위해 오랜 시간이 걸렸다. 또 한미는 정권이 바뀌면서 ‘6자회담 무용론’까지 등장하는 등 실무급 협상은 동력을 잃게 됐다. 톱다운 방식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그동안 북핵 협상에 관여했던 외교관들이 사라진 것이다. 미국은 정치인 출신으로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역임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전면에서 뛰고 있다. 지난해 혜성같이 나타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백악관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지만 직전까지 포드자동차 부사장이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것이다. 오랫동안 북한을 다룬 조셉 윤 전 특별대표는 비건에게 자리를 내줬고 대북 전문가 성 김 필리핀 대사도 보이지 않는다. 폼페이오·비건 라인과 협상장에서 얼굴을 맞대는 북한 인사는 정보 당국 수장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지난달 역시 혜성처럼 등장한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다. 김 전 대사는 외교관 출신이지만 핵 문제나 북미 관계를 다루지 않았고, 현재 한국의 청와대와 같은 국무위원회 소속이다. 그동안 미측과 협상을 벌였던 최선희 외무성 부상은 존재감이 없어졌고, 북한 내 최고 미국통으로 평가받은 한성렬 외무성 부상과 유엔 북한대표부 대사를 지냈던 박길연 부상은 지난해 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남·북·미 비핵화 협상을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등 북핵 라인보다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라인이 주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비고시’ 다자외교 전문가인 강경화 외교장관이 측면 지원하고 있다. 톱다운 방식과 정통 외교관들의 실종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수십년간 ‘실패’했던 북핵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상들과 ‘비정통’ 협상가들이 나서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북한의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미국의 ‘CVIG’(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체제보장)를 맞바꾸는 창의적인 단계적 로드맵을 만들어 제대로 이행하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누구는 그렇게 하지 않았냐”는 전직 정통 외교관들의 푸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북한을 믿을 수 없다. 더이상 속지 말자”, “어차피 ‘빅딜’이 아니라 ‘스몰딜’이다”, “‘나쁜 협상’은 하지 말자” 등 훈계와 비판은 현 상황에서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북미 2차 정상회담 이후 디테일은 어떻게 채워 나갈지, 국제사회와의 공조는 어떻게 강화해야 할지 등에 대해 청와대가 귀 기울이도록 건설적인 조언에 나서야 한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주역인 로버트 갈루치 전 미 국무부 북핵특사는 이렇게 말했다. “20여년 전 북한의 핵사찰 수용을 믿은 사람은 없었다. 우리는 여전히 북한을 잘 모른다.” 한반도 명운이 걸린 ‘가보지 못한 길’에서 정부와 여야, 전문가 모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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