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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영숙 칼럼] ‘나무를 심은 사람2’

    천리포 수목원은 지금 천국이다.앙증맞은 복수초와 노루귀 얼레지 삼지구엽초가 수줍게 꽃망울을 피운 한편에서 수선화와 크로커스 헬레보러스 등 이국적인 초화류가 군락을 이루며 자태를 뽐낸다.한국에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미선나무와 히어리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가 각기 다른 농도의 노란색 꽃과 향기로 봄날을 더욱 따스하게 만들고 후박나무 너른 잎새에서는 햇빛이 미끄러져 내린다. 무엇보다 눈부신 것은 꽃등처럼 빛나는 목련이다.백목련 자목련은 물론이고 연분홍 꽃분홍 노란색 목련도 보인다.400여종에 이른다는 각양각색의 목련이 피어나려고 꽃봉오리를 한껏 부풀리며 4월의 수목원을 꿈의 정원으로 만들고 있다. 이 수목원을 설립한 민병갈(미국이름 칼 페리스 밀러·1921∼2002)씨는 장 지오노의 소설 ‘나무를 심은 사람’의 주인공 엘제아르 부피에에 비유되기도 한다.부피에가 프로방스 지방의 황량한 산에 혼자 묵묵히 나무를 심어서 온갖 새와 짐승과 사람이 깃들어 사는 낙원으로 변하게 했듯이 민씨도 천리포의 척박한 야산 18만평을 홀로꿈의 정원으로 일구어 냈기 때문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웨스트피츠턴에서 태어나 2차대전 때 미군장교로 한국에 온 그는 57년동안 이땅에 살며 한국사랑과 나무사랑에 헌신했다.그가 일군 천리포 수목원에는 1만종에 가까운 나무들이 아름답게 자라고 있다.특히 외국에서 들여 온 수종은 국립임업시험연구원의 보유 규모를 훨씬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국제수목협회로부터 지난 2000년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이라는 인증패를 받기도 했는데 아시아 최초,세계 12번째의 인증패였다.세계 최다 목련 수집 수목원으로서 세계목련학회,호랑가시나무학회,국제수목협회 총회가 이곳에서 열리기도 했다. 스스로 ‘전생에 한국인이었다.’고 믿었던 그는 1979년 한국인으로 귀화했다.김치 없이는 밥을 못 먹을 정도였고 밤참으로 라면을 안주 삼아 소주를 마시면서 수입품인 커피는 너무 비싸다고 자주 마시지 않았다.개발연대에 헐리는 한옥들이 아까워 수목원으로 옮겨 오기도 했다.독신이었던 그는 한국은행과 증권사 등에서 일하며 평생 번 돈을 쏟아부어 만든 수목원을 공익법인화하고 자신이 살던 집을 포함한 개인재산을 모두 수목원에 기증한다는 유언을 남기고 지난해 봄 타계했다. 엊그제 8일은 그의 1주기였다.수목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는 국내외에서 100여명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루었다.추모객들은 그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토로했다.또 이날 제막된 묘비의 묘비명처럼 “푸른 눈의 영원한 한국인 민병갈이 남긴 천리포 수목원은 앞으로 천년을 더 푸르러 갈 것이다.”라고 믿으며 그렇게 되도록 뒷받침할 것을 한마음으로 다짐했다. 몇번의 기회가 있었음에도 생전의 그를 만나지 못하고 뒤늦게 천리포 수목원을 찾은 나는 이곳에서 장 지오노의 소설이 현실화됐음을 느꼈다.공교롭게도 소설속의 주인공 부피에 노인처럼 천리포의 ‘나무 할아버지’도 꼬박 32년 동안 나무를 심고 가꾸었다.30년이란 세월동안 한 인간이 얼마나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가를 이 수목원도 눈부시게 보여준다. 마음이 스산해질 때 나는 ‘나무를 심은 사람’을 읽었다.세상 돌아가는 게 너무 어지러울 때,알 수 없는 무력감에 빠져들 때도 이 책을 집어 들었다.그러나 이제는 천리포 수목원,‘나무를 심은 사람 2’를 찾으면 될 듯싶다. ‘나무를 심은 사람’을 애니메이션 영화로 만들어 아카데미상 단편상을 받은 프레데릭 바크는 이렇게 말했다.“나는 자신을 바쳐 일하는 모든 사람에게 이 영화를 바칩니다.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나 절망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큰 격려가 되기를 바랍니다.” 천리포 수목원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고단한 삶에 지친 영혼을 위로 받고 새로운 활력과 희망을 찾아가게 될 것 같다. 미디어연구소장 ysi@
  • 문학 책꽂이/ 술의 나라 외

    ●술의 나라(모옌 지음,박명예 옮김)‘붉은 수수밭’의 작가가 인간의 본능과 현실의 충돌에 주목한 소설.아이를 잡아먹는 주궈(酒國)시를 소재로,그 도시에서 박사논문을 준비하는 학생과 가상의 모옌이 주고 받는 편지 등의 이야기를 환상적으로 그렸다.1·2권 각 6900원. ●그러니 내가 어찌 나를 용서할 수 있겠는가(김연경 지음)도발적인 형식 실험으로 주목받는 신인 작가의 첫 전작 소설.사적인 이야기들과 메타소설의 혼재,복수의 이야기선 등이 눈길을 끈다.‘자살 미수’만 꿈꾸는 화자가 늘어놓는 이야기와 그가 썼다는 소설이 뒤죽박죽 섞이며 전개.문학과지성사 7000원. ●미궁(구광본 지음)‘날개’의 작가 이상을 소재로 한 포스트모던 경향의 소설.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여러 장소와 텍스트가 얽힌 세상을 무대로 현실복귀를 위한 방황과 탐색을 하는 가운데 존재의 비밀을 깨달아가는 과정을 그렸다.92년 발표한 작품을 보완한 것.행복한책읽기 1만 2500원. ●소설 仙(문화영 지음)토정 이지함의 3대에 걸친 구도기가 소재.우주를 무대로 전생에서의 신비한 수련과정을 보여준 뒤,선화공이라는 독특한 수련법을 통해 우주의 비밀을 밝히고 자신을 찾아가는 내용을 다룸.“판타지의 구성으로 선의 참모습을 재발굴한다.”는게 기획 의도.1·2·3권 각 8500원. ●이광수 소설의 이야기와 담론(홍혜원 지음)박사논문을 보완한 것.이광수의 작품세계를 사건의 결합방식,구체적 서술상황,서술태도와 작품의 의미구조와의 관련성 등을 중심으로 분석.이광수 작품의 의미 구조를 계몽성·낭만성으로 정리한 뒤 이것이 춘원이 인식한 근대성의 정체라고 결론내린다.이화여자대학교출판부 1만원.
  • 재난·재해업무 통합 급물살/재난관리청 신설·소방청 독립등 추진 기본법 제정해 조직·업무 일원화 시급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21일 대형 재난의 예방과 사후수습을 위해 정부 재난관리 조직을 재정비하겠다고 밝히면서 현재 13개 부처로 분산돼 혼선을 빚고 있는 재난·재해 업무의 통합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대형 참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부 차원의 통합관리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는 데다 외국의 경우도 복합 재난에 대처하기 위해 재난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지난 대선에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각각 재난관리청 신설과 소방청 독립을 공약,다소 차이를 보이고는 있지만 정부 차원의 재난·재해 통합관리 필요성에는 공감했다. ●검토 중인 통합안은 정부와 각계 전문가들이 생각하고 있는 통합 방안은 ▲재난관리청 신설 ▲소방청 독립 ▲대통령 직속의 국민안전위원회 신설 등 3가지로 모아진다. 재난관리청 신설안은 독립청을 신설해 수해를 비롯한 화재·가스·전기사고,산업재해 등의 모든 재난·재해에 대한 사전 예방과 사후 대책을 총괄하도록 하는 방안이다.지난 20일 국회 재해대책특위에서 ‘재난관리청’ 신설을 촉구하는 특별결의안을 채택해 더욱 힘을 얻고 있다. 소방청 독립안은 소방기능을 중심으로 재난관련 조직과 업무를 일원화하자는 것으로 이는 기존의 행자부 소방국을 독립시키는 방안이며,위원회 신설안은 비상설 한시조직으로 운영중인 국무총리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상시켜 안전분야를 총괄 조정하는 상설 기구화 방안이다. ●외국의 재난관리 시스템 미국은 대통령 직속으로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피해 경감국과 예방 훈련국,수습 복구국,보험국,소방국,정보지원국 등을 둬 통합관리하고 있으며 전국에 10개 지방청을 설치해 50개 주를 10개 광역권으로 묶어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있다. 독일은 내무부 산하의 ‘연방민방위청’에서 자연재난과 인위재난을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투자기관인 연방기술위험구조단에서 7만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을 운영,적은 예산으로도 효율적인 방재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일본은 내각부 ‘중앙방재회의’에서 방재담당대신과 정책 총괄관,5명의 참사관(총괄,예방,응급대책,복구·부흥,지진·화재) 등을 두고 있으며 지방조직으로 지방방재회의가 있다. ●전문가 제언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정재희(鄭載喜) 사무총장은 “현재 13개 소관부처별로 70여개에 이르고 있는 재난·재해 관련 법령이 개별적으로 시행돼 효율적인 안전관리 추진이 곤란한 만큼 ‘재난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조직과 업무를 통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원철(趙元喆) 연세대교수는 “국방문제를 제외한 모든 안전 업무를 전문적으로 총괄하는 방재안전관리처(가칭)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시민단체 공청회/국가 재난·재해 통합관리 안전 총괄기구 설치 시급

    국가 재난·재해를 통합 관리할 범정부 차원의 안전총괄기구 설치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3일 시민단체인 안전연대(사무처장 許億)와 손해보험협회 주최로 서울 삼성화재 회의실에서 열린 ‘새정부의 안전정책 추진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전문가들은 “매년 교통사고와 산업재해 등 재난·재해로 사회적 손실비용이 20조원에 달하고 있지만 재난·재해 관리업무가 9개 부처에 60개 법률이 개별적으로 시행됨으로써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재희(鄭載喜)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의 국토안보부가 인위·자연재해를 총괄 관리하고 있으며,유형별 분산관리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이나 독일도 통합 관리방식으로 전환을 추진중에 있다.”면서 “부처간 업무 및 조직을 정책적으로 조율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안전총괄기구의 설치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고 밝혔다. 정 총장은 이를 위해 “오는 12월까지 한시조직으로 운영중인 국무총리 안전관리개선기획단을 ‘국민안전위원회’로 격상시켜 상설화하거나 대통령 직속으로 재난·재해,산업재해,가스·전기사고,화재사고 등 안전분야를 총괄·조정하는 ‘국민안전위원회’를 설치하고 국무총리실 산하에 ‘교통안전대책위원회’의 설치가 필요하다.”면서 “재난·재해의 효과적 예방을 위해 행정자치부 민방위재난본부장을 차관급으로 격을 높여 안전관리본부로 확대개편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조현석기자 hyun68@
  • 고시안테나/국립수목원 외

    ●국립수목원 연구직 공무원 6명을 특별채용한다.식물분류,보전생태,종자생리 등 3개분야 2명씩이다. 원서는 국립수목원 관리과에서 교부하며 2월17일부터 21일까지 접수한다. 제출서류는 응시원서,이력서,자기소개서,최종학력증명서,석·박사학위 증명서,학위논문 요약서,최근 5년간 대외발표논문 요약서,주민등록초본 각 1부이며,반명함판 사진 4장 등이다. 응시원서는 국립수목원 홈페이지(www.foa.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문의는 국립수목원 관리과 (031)540-1013. ●통계청 지방통계사무소에서 통계조사원으로 근무할 계약직 공무원 75명을 모집한다.채용기간은 3년이며 응시자격은 만 18∼33세. 원서는 20∼25일까지 통계청 총무과와 각 지방통계사무소 서무과에서 교부,통계청 총무과에서 접수한다. 제출서류는 응시원서,최종학력졸업증명서,주민등록초본 각 1부이다.해당자는 경력증명서나 자격증사본을 제출하면 된다.응시원서는 통계청 홈페이지(www.nso.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문의는 통계청 총무과 인사계 (042)481-2005∼2008.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업무를 담당할 전문계약직 공무원 1명을 모집한다.담당분야는 외신 논조분석 및 기타매체분석 등이다. 원서는 11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문화관광부 6층에 위치한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 기획과에 제출하면 된다. 제출서류는 국문 이력서,영문 자기소개서,경력증명서,자격증 사본,학위증명서 사본 각 1부이다.문의는 국정홍보처 해외홍보원 기획과 (02)3981-827. ●우정사업본부 우표 디자이너 1명을 채용한다.원서는 8일까지 우정사업본부 우편사업단 우표실에서 교부·접수한다. 제출서류는 응시원서,이력서,자기소개서,최종학력증명서,학위증 사본,전학년 성적증명서,주민등록초본 각 1부이다.해당자는 자격증 또는 경력증명서를 제출하면 된다. 응시원서는 우정사업본부 홈페이지(www.koreapost.go.kr)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문의는 우정사업본부 총무과 인사계 (02)2195-1425 또는 우편사업단 우표실 (02)2195-1251∼4.
  • 책꽂이

    ●성공하는 사람들의 아름다운 습관…나눔(박원순 지음,중앙M&B 펴냄) ‘1%나눔 운동’을 벌이는 ‘아름다운 재단’의 상임이사 박원순 변호사가 돈버는 방법이 아닌 돈쓰는 방법을 제시했다.저자는 이 책에서 ‘나눔의 바다’로 들어서기까지,그리고 이후 ‘나눔의 전도사ㆍ희망의 중개인’을 자임하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잔잔하게 이야기한다.8000원. ●한나 아렌트 정치판단 이론-우리 시대의 소통과 정치윤리(김선욱 지음,푸른숲 펴냄) 여자·유태인·망명자라는 ‘3중의 주변인’으로 겪은 체험을 정치사상으로 승화시킨 한나 아렌트(1906∼1975)의 사상을 다뤘다.우리는 왜정치를 혐오하면서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가.이는 마치 우리가 먹지 않으면 생명을 어어갈 수 없듯이 정치가 인간 삶의 근본조건이기 때문이다.저자는 정치는 근본적으로 문화이고 삶임을 아렌트의 정치이론을 통해 해명한다.1만 2000원. ●한영불교사전(서광 엮음,불광출판부 펴냄) 미국 보스턴 서운사에서 수행정진하며 영성심리학을 공부하는 저자가 10여년의 자료정리 끝에 펴냈다.산스크리트어와 팔리어 등도 함께 표기했다.3만 5000원. ●개인주의의 등장(아론 구레비치 지음,이현주 옮김,새물결 펴냄) 개인주의는 민주주의와 함께 유럽 근대문화의 뿌리를 이룬다.서구의 개인주의는 이제 전세계적으로 공유하는 문화가 되어간다.개인과 인간은 중세의 어둠을 뚫고 르네상스기에 이탈리아에서 비로소 ‘발견됐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이다.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단선적 역사관을 단호하게 거부한다.다원주의적이고 역사주의적인 접근방법을 택하는 저자는 북유럽의 영웅신화로부터 중세기사들의 다혈질적인 기질로 이어지는 게르만족의 정서를 추적한다.1만 5000원. ●세계를 변화시킨 기업 33(하워드 로스먼 지음,고정아 옮김,명진출판 펴냄) 세계적인 기업들의 탄생과 발전의 역사.세계 최고(最古)의 국제통신사 AFP,세계 최초의 대규모 소매 유통망 ‘시어스 로벅’,여성친화적 작업환경 구현의 선구자 ‘에이본’등을 소개한다.9500원. ●인연 이야기(법정 지음,동쪽나라 펴냄) 불교설화의 줄기는 크게 ‘자타카’와 ‘아바다나’로 나뉜다.자타카는 부처님의 전생 이야기로 본생담이라하고,아바다나는 출가한 부처님 제자나 독실한 재가(在家)신자에 대한 이야기로,비유라고 한다.이런 비유나 인연설화는 물론 불교만의 독창적인 것은아니다.불타 전기 비유문학의 정수인 ‘현우경’‘잡보장경’,법구의 비유와 그것이 생겨난 인연을 다룬 ‘법구비유경’등에서 귀감이 될 만한 이야기를 골라 실었다.9000원. ●두 배로 벌면 열 배는 즐겁다(허시명 지음,오늘의책 펴냄)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조각이나 그림뿐 아니라 기계공학에도 능한 과학자였으다.미켈란젤로는 건축가이자 시인·조각가였으며,‘셜록 홈스’의 작가 아서 코난도일은 의사였다.기업체의 오너들 역시 하는 일에 경계가 없다.이들은 시쳇말로 ‘투 잡스(two jobs)족’이라 할 수 있다.투잡스 전문가로 통하는 저자는 이 책에서 성공적인 투잡스족 생활의 지혜를 들려준다.9000원. ●전통 장신구(장숙환 지음,대원사 펴냄) 시대별로 살펴본 장신구의 역사.구석기 시대의 장신구는 주술적인 의미가 강했다.그러던 것이 삼국시대를 거쳐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부와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일종의 권력의 상징이 됐다.4800원. ●클라시커 50 성서(크리스티안 에클 지음,오화영 옮김,해냄 펴냄) ‘인식의 나무’열매를 먹고 선악을 분별하게 된 아담과 하와.동생 아벨을 미워해 결국에는 혈육을 죽이고 만 카인.아버지를 속이고 형이 가진 장자로서의 권한을 가로챈 야곱….성서 속에는 기쁨과 슬픔,분노와 고뇌,사랑과 증오,갈등과 화해 등 인간의 모든 모습이 담겨 있다.이처럼 인간의 원형이 살아 숨쉬는책임에도 비기독교인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는 까닭은 종교적인 분위기와 감동,그리고 특유의 언어 때문이다.이 책은 그리스 로마 신화처럼 종교 이야기라는 부담을 갖지 않고 성서를 접할 수 있도록 꾸민 것이 장점이다.1만5000원. ●마음고요(정목 지음,학고재 펴냄) ‘마음고요선방’을 이끄는 저자가 그동안 맺은 인연들을 돌아보며 쓴 편지글 모음.‘달마의 눈꺼풀’‘침묵의 향기’‘부드러움의 힘’‘눈물의 미학’등 30여편을 실었다.저자는 “진리의 길엔 승과 속이 따로 없으며,마음먹기에 따라 하루에도 수십번 승과 속을 넘나들 수 있다.”고 말한다.8500원. ●한국사진과 리얼리즘(김한용·손규문·안종칠·이형록·정범태 사진,눈빛펴냄) 한국전쟁을 전후해 활동한 사진계 원로 5명의 리얼리즘 사진작품 70여점을 골라 실었다.해방 이후 한국사진은 크게 모더니즘 계열의 사진과 리얼리즘 계열의 사진으로 양분돼 왔다.전자가 풍경과 정물을 주제로 했다면,후자는 인간과 그들의 생활상에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김한용을 제외한 4명은 모두 1950년대말 결성된 리얼리즘 사진 연구단체 ‘신선회’출신이다.2만 5000원.
  • 29일 개봉 ‘피아니스트’, 중년 독산녀 광기의 사랑게임

    오스트리아 출신 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La Pianiste·29일개봉)는 지난해 칸 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었다.외신들이 ‘핵폭탄’‘프로이트의 잃어버린 파일에서 발견한 이야기’등으로 떠들 만큼 논쟁의 여지가 많은 심리드라마였기 때문이다.이 영화는 끝내 그랑프리와 남녀주연상을 거머쥐었다. 명망 있는 음악학교의 피아노 교수인 에리카(이자벨 위페르)는 도도하고 냉철한 중년의 독신녀.늙은 어머니와 사소한 일로 옥신각신하는 모습에 스크린 밖의 관객은 어리둥절해진다. 하지만 수업이 끝나고 혼자 들른 섹스숍에서 포르노비디오를 보며 성적 만족을 얻는 대목에 이르면 비로소 범상찮은 심리드라마의 전조를 읽어낼 수 있다. 연주회에서 만난 공대생 클레메(브누아 마지멜)는 건조하고 완벽한 연주를 하는 에리카에게 첫눈에 호감을 느낀다.열렬히 구애하는 클레메를 차갑게 따돌리면서도 에리카의 속마음은 조금씩 열린다. 얼핏 영화는 중년 독신녀와 젊은 제자의 불온한 사랑을 그린 멜로물 같다.하지만 그렇게 단순한 얼개에만 머물지않는다.우아한 외피에 숨은 에리카의 야성적 본능이 드러나는가 싶더니 이내 영화는 마조히즘으로 얼룩진 성적 일탈을 펼쳐 보인다. 충동적 본능에 기대 클레메의 사랑을 받아들이는 에리카의 모습은 때로 인상을 찌푸리게 할 만큼 불쾌하고 음란하다.온전한 사랑의 방식을 거부하는 에리카가 클레메에게 변태적인 성행위를 강요하고 스스로 성기를 훼손해 오르가즘을 느끼는 장면 등은 그 자체가 도발이다.이유없는 폭력의 광기를 드러낸 감독의 전작 ‘퍼니 게임’의 충격이 고스란히 되살아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영화는 고집스럽게 감성에 기대 다가서는 청년과,마조히즘의 광기와 냉혹한 이성의 꼭지점을 불안하게 오가는 중년 여성의 사랑게임에 초점을 맞췄다.평이하지 않은 치정극의 구성에 자칫 불편해질 관객에게 영화가 던지는 ‘보너스’는 음악.남녀 심리변화의 떨림을 재현하는 레슨실에서 혹은 살롱 연주회에서 흐르는 피아노 음률이 영화의 격조를 책임진다.피아노 소나타 제10번,겨울나그네 등 슈베르트의 곡들을 감상하는 즐거움만으로도 영화는‘본전생각’나지 않게 해줄 것 같다.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아 프랑스 간판배우로 떠오른 브누아 마지멜은 줄리엣 비노쉬의 남편.지난해 국내 개봉한 제라르 코르비오 감독의 ‘왕의 춤’에서도 열연했다. 황수정기자 sjh@ 알고봅시다 “대체 이건 어떤 ‘피아니스트’야?” 똑같은 제목의 ‘피아니스트’두 편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미하일 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와 내년 1월3일 개봉할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원제도 같다.하네케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프랑스어로 ‘La Pianiste’.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폴란스키 감독의 ‘피아니스트’는 영어로 ‘The Pianist’다. 현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기준에 똑같은 제목에 대한 제재 항목은 없다.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민감한 작품이 아니라면 동명의 제목은 가능하다는 것.결국 영화팬들이 주의할 수밖에! 하네케의 작품은 18세, 폴란스키 작품은 15세이상 관람가.
  • [2002 길섶에서] 인연

    인연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역시 피천득 선생이 쓴 인연이라는 수필이 아닐는지….‘맨 마지막은 만나지 말았어야 했다.’는 피천득 선생의 가슴아린 첫사랑 얘기는 한 편의 슬픈 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고전(古典)’이다.진솔한 표현이 주는 수채화 같은 작은 감동이랄까. 오늘 길거리에서 옷깃을 한번 스치려고 해도 전생에 3000번 이상을 만나야한다는 불가의 가르침도 세상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지나치듯 옷깃을 한번 스치는 사람이 전생에 10년을 같이 산 사람이라니 그건 예사로 대할 일이 아니다.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면 말하는 게 덧없다. 그러나 세상사를 보면 인연이라는 것도 매양 아름다운 것만은 아닌 듯싶다. 고인이 되신 외할머니는 외숙들이 먼저 세상을 뜨자 ‘무슨 인연이 이리 모진고.’를 늘 입버릇처럼 되뇌셨다.또 주위를 둘러보거나 신문의 뉴스를 보면 아예 처음부터 만나지 말았어야 할 사이도 적지 않으니 ‘악연이로고,악연이로고.’라는 드라마의 대사가 허구가 아니다.최근의 ‘정몽준’‘이익치’도 그 중하나일 터. 양승현 논설위원
  • 고은시인, 시·산문·소설등으로 구성한 전집 38권 출간 “내게있어 문학과 역사는 한몸”

    그는 기원전 1125년 방랑시인으로 출생해 한때는 디오니소스의 친구이기도 했으며, 1302년에는 시베리아 예니세이 유역의 아기 무당으로 태어나기도 했다.또 모르는 어느 곳에서는 술집 주모,중앙아시아 사마르칸트에서는 행상,내몽고에서는 목동이기도 했으며,1689년 삼지연 어름에서는 피리부는 화전민이기도 했다. 올해로 고희를 맞은 한국문학의 큰 기둥 고은 시인이 이달말 출간되는 38권짜리 방대한 전집(김영사)의 연보에서 밝힌 자신의 전생(前生)이다. 지금까지 그의 문학세계를 총망라한 전집은 준비 기간만 3년이 걸렸으며 100여명의 편집위원이 나서 편집에만 2년이 걸렸다. 이렇게 출간되는 전집은 200자 원고지 12만장,책으로는 2만 3000쪽 분량으로 시 14권,산문 7권,자전 3권,소설 7권,기행 1권,평론과 연구 5권과 머리책 1권 등으로 구성돼 500질 한정판으로 출판됐다.출판을 맡은 김영사측이 “우리 출판계의 기념비적 사업”이라고 말할 만한 방대한 작업이다. 이렇게 ‘기념비적’이라는 수사로 운위되는 시인 고은,그는 누구인가.그는 문학적으로는 이른바 모국어를 모국어답게 지키고 가꿔온 지킴이였고,역사적으로는 압제에 온몸으로 맞서 싸운 전사였다. 일제하에서 국민학교 1학년 때 다카바야시 도라스케(高林虎助)로 창씨개명을 했다는 그는 “언어가 인간의 주체기호라는 사실은 식민지에서의 모국어가 어떻게 모독당하는가를 말해 주는 것과 함께 언어가 인간 존재의 고향이라는 사유도 함께 요구하고 있다.”고 당시의 체험을 회고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 전까지 정치·사회문제가 범접할 수 없었던 그의 시세계로 ‘현실’이 들어와 자리잡게 된 70년대의 격렬한 저항 상황에 대해서는 “문학이 현실과 도저히 절연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이런 70년대가 없었다면 내 문학은 어느 한 쪽 골짜기에서 피 한 방울 없이 피울음을 우는 소쩍새의 밤이었다가 말았을 것”이라고 돌이켰다.지금도 ‘문학과 역사는 한 몸’이라는 그다. 그러나 시대가 그를 문학 밖으로 이끌었을지라도 문학의 순정을 향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그는 “행여 내 문학이 정치 현실이나 이데올로기의 하부구조로 봉사하는 사태가 일어난다면 나는 그것과 싸워야 한다.”고 단호하게 선언한다. 그는 문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철저한 자유주의적 성향을 드러내 왔다.어떤 종속적 필요나 강제도 그를 굴복시킬 수 없었다.이런 그의 문학사상은 고은을 시인의 범주에만 묶어둘 수 없었다.그는 실제로 시뿐 아니라 소설,평론,산문 등 생각이 미치는 모든 영역의 문학을 두루 섭렵하는 재능을 보여 왔다.올해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다는 사실이 그의 문학적 잠재력을 과대평가한 결과가 아님을 말해 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어렸을 적에 ‘마을의 어느 머슴’으로부터 언문을 깨우쳤다는 그가 자신의 시를 평하는 진단에서 그의 자유롭고 역사의식적 사고법이 명료하게 드러난다.“나의 시는 그러므로 흐름”이라거나 “나의 시는 그러므로 울림”이라는 그는 시를 ‘역사의 음악’이라고 규정해 시의 음악성을 역사성보다 우위에 두고자 했다. 그러면서도 한사코 시를 정의하기를 주저한다.“시는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고,그 누구도 얼마든지 정의할 수 있는 무한 생명체”라는 것이 시에 대한 그의 정의이다. 승려에서 환속해 굴곡진 세속의 삶을 살았으면서도 그의 내면에 자리한 고뇌는 오히려 탈속 때보다 더했다.지난 90년대 초 폐결핵 진단을 받았을 때는 “드디어 내 허구와 사실이 어떤 차이도 없었다는 문학적 자기동일성을 확인했다.”고 토로했는가 하면 네번이나 자살을 시도하는 치열한 자기성찰의 삶을 살아온 그다. “전생이 이따끔 보였다.많은 전생들 가운데 몇 번인가는 시인이었다.”는 그는 “평생 언어의 일부를 혹사함으로써 나는 시인이리라.이 사실은 희망이기도 하지만 자주 절망이었다.언어는 절망인지도 모른다.”는 말로 그의 심경을 대신했다. 심재억기자 jeshim@
  • 물리학상 日 고시바교수 ‘인간승리’/ 대학 꼴찌 노벨상 받다

    (도쿄 황성기특파원) 소아마비로 좌절된 어릴 적 꿈을 물리학으로 대신 이뤘다. 노벨물리학상 공동수상자인 일본인 고시바 마사토시(小柴昌俊·76) 도쿄대 명예교수는 어릴 적 아버지처럼 군인이 되기를 바랐다.육군 유년학교 수험준비를 하던 중학생 때 불현듯 소아마비가 찾아왔다.오른팔에 후유증이 남았다.군인의 꿈을 접은 것은 물론 두번째 꿈이었던 음악가의 길마저 포기했다.물리학과의 만남은 소아마비를 앓던 병상에서였다.담임 선생님이 가져다 준 아인슈타인의 ‘물리학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한 권의 책이었다. 학창시절은 고난의 연속이었다.아버지 대신 가정교사나 미군 부대의 하역작업 장부작성 같은 아르바이트로 가족의 생계를 꾸렸다. 고교시절의 성적은 중간정도.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 기숙사의 목욕탕에서 들려온 교사의 “고시바는 물리가 안되니까 물리학과 진학은 어렵다.”는 말에 자극받았다.이를 악물고 공부해 도쿄대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올해 봄 그가 초대받은 모교 도쿄대의 졸업식장.그는 “나는 물리학과를 꼴찌로 졸업했다.”고 축사를 시작하면서 성적증명서를 대형 스크린에 비췄다.‘수우미양가’의 성적중 ‘우’는 실험의 2개뿐 나머지 ‘양’이 10개,가가 4개였다.미국 체스터 대학 유학을 위한 추천장에 스스로 “성적은 좋지 않지만 그렇게 바보는 아니다.”고 써넣을 정도였다. “인생은 졸업 후부터”라는 말 그대로 그는 미국 유학을 시작하면서 연구생활에 전념했다.그리고 전생애를 통한 연구 결과가 노벨상으로 결실을 맺었다.76세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정정한 그의 건강비결은 40년을 지켜온 일과.자기 전 목욕하는 일본인과 달리 그는 아침에 목욕을 하고 저녁은 반드시 집에서 먹은 뒤 오후 8시면 잠자리에 든다. 10년 전부터 매년 빠지지 않고 노벨상 후보에 올랐다.“수상 명단에서 빠질 때마다 마치 시험에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는 그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와 고교 선후배 사이이다. 고시바 교수의 물리학상 수상에 이어 9일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43) 시마즈 제작소 분석계측사업부 연구소 주임이 노벨 화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됐다.한 해 두 명의 노벨상 수상자 배출이라는 신기원을 이룬 데다 화학상의 경우 2000년부터 3년 연속 노벨상을 거머줘 장기불황에 위축된 일본 열도는 모처럼 터진 기초과학 분야에서의 쾌거로 축제분위기에 휩싸여 있다. marry01@
  • [2002 길섶에서] 배내똥

    갓난 아이가 태어나서 먹은 것 없이 배설한 것을 배내똥이라고 한다.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 탯줄을 통해 흡수했던 영양분의 찌꺼기인데 아이는 이 태변(胎便)을 배설하기 전에는 젖을 먹지 않는다.산모도 마찬가지여서 분만후 만 24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젖이 돌기 시작한다. 한의학에서는 어머니 뱃속에 있을 때를 전생(前生),태어난 후의 삶을 금생(今生)이라고 한다.그런데 한의학에서는 전생과 금생의 경계를 고고의 성을 터트리는 순간이 아니라 태변을 배설하는 순간으로 잡는다.태중에 있을 때 섭취한 것을 비우고 자기 입으로 젖을 빠는 시점을 생의 진정한 출발로 보는 것이다. 전생의 찌꺼기를 비워야 온전한 탄생이 되는 이치,이것은 몸에만 적용되는 것일까.환골탈태는 감히 엄두를 못 내더라도 한번쯤 자기를 비워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삶이 향기롭다.그런 사람과 마주 앉으면 저절로 편안해진다. 호두껍데기 같은 아집에 갇혀 사는 사람은 항상 전전긍긍한다.이런 사람과 마주하면 이쪽도 덩달아 불안해진다. 김재성 논설위원
  • 태풍 ‘루사’강타/ 물관리 문제점 - ‘콘크리트하천’ 재앙 불렀다

    태풍 ‘루사’가 휩쓸고 간 자리는 폐허였다.하천이 범람하고 산사태가 속출,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까지 컸다. 전문가들은 태풍 루사의 엄청난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을 피하고 예방에 좀더 힘썼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난방재 시스템의 문제점과 대책을 알아본다. ◇문제점- 시민단체들은 마구잡이 개발로 피해가 커졌다고 한목소리를 냈다.녹색연합 김제남(39) 사무처장은 “정부나 지자체 모두 대규모 개발에만 신경을 썼지 재해예방 인프라는 뒷전이었다.”면서 “낙동강의 경우도 습지가거의 사라지면서 빗물을 머금고 내뱉던 기능이 상실돼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했다. 댐 건설 정책도 문제라고 지적했다.김 처장은 “댐으로 인해 물길이 인위적으로 조작되면서 자연의 자정능력과 조절능력이 사라졌다.”면서 “댐 건설처럼 눈에 보이는 미봉책에 급급하다 보면 내년에도 똑같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선화된 하천과 콘크리트 제방이 화를 크게 불렀다는 지적도 있었다.환경운동연합 강·하천 담당 이철재(31) 간사는 “지자체가 이권에 따라 마구잡이로 건축허가를 내주면서 홍수피해가 이전보다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다.그는 또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강원도의 경우 하천제방을 보면 전부 콘크리트로 돼 있다.”면서 “이 제방들은 나무나 풀처럼 완충역할을 해주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물에 대한 각종 통계,즉 수문(水文) 데이터 자체가 체계적으로 시스템화돼 있지 않고,기초적인 하천우량의 변화 등을 무시한 채 도로와 교량 등을 개발하다 보니 큰 물난리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경남 한림의 경우만 해도 강우량에 따른 하천의 변화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개발하는 바람에 도시 전체가 물에 잠기는 현상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건설교통부 서동기 하천관리과장은 “하천별 수문 데이터를 체계화하지 못한 원인도 있지만 강우량·하천우량 등 예견되는 수위상태를 감안한 뒤에 도로 등 각종 공사가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도로관리에만 연간 6000억∼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반면 하천관리에는 전혀 지원되지 않고 있다.”고 하천관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이상기후가 계속되는 것을 고려할 때 도로·하천 등 방재시설물의 설계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 이규원 행정실장은 “반복되는 수해 속에 재난 복구시스템은 주먹구구인 부분이 있다.”면서 신속한 재해 복구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석 박사는 “60년대에는 도로와 하천시설투자 비중이 비슷했지만 현재는 하천의 비중이 20분의 1에 불과하다.”면서 “이상 기후로 수해가 반복된다면 경제성을 고려한 상태에서 현재 방재시설물들의 설계 기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문 유영규 황장석기자 km@ ■정부 수해대책/ 중·고교 학비 면제·입영 연기 정부는 태풍 ‘루사’ 등으로 인한 수해 복구를 위해 추경예산을 검토하는 등 범정부적 지원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추경예산 추진- 2일 김진표(金振杓)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중앙행정기관 기획관리실장·차장회의에서는 먼저 재해대책예비비 1조 2400억원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판단 아래 추경예산을 편성하기로 했다. 이근식(李根植) 행정자치부장관도 이날 오전 국회의장실에서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 주재로 열린 수해대책마련을 위한 국회·정부 간담회에서 “현재 남아 있는 재해대책예비비가 지난달초 집중호우의 피해복구에 모두 소진되는 만큼,이번 태풍 루사로 인한 피해복구에 최소한 2조원 이상,최대 3조원가량의 추경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나 장승우(張丞玗) 기획예산처장관은 “정확한 피해실태 집계가 나와 봐야 추경예산 소요액 규모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수해 및 복구 지원대책- 정부는 민·관·군 합동으로 피해지역마다 담당지역을 할당,가용인력과 장비 및 생필품 지원에 나섰다.서울과 수도권은 강릉지역,대전·충남은 영동지역을 지원하고,광주·전남·부산·대구는 경북 김천시를 지원하도록 했다.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공무원·군인·경찰 등 5만 216명과 굴삭기·덤프트럭 등 장비 4927대를 동원해 도로,철도,교량,농업용 댐,저수지 등 공공시설 복구작업을 펼쳤다. 피해지역에 물탱크차 63대를 동원해 식수 1866t을 지원하는 한편 2만 7474명의 이재민들에게 양곡 7180㎏,라면 2332상자,의류 1649점 등을 지원했다.또 119구조대 등 소방인력 3786명이 구조활동을 펼쳤다. 정부는 이밖에 피해지역 초·중·고교 학생들의 학비면제,각종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해 주고,징수·상환유예 등 각종 금융지원을 제공하기로 했다.또 병무청은 수해지역의 현역병 입영대상자 및 예비군동원훈련 소집대상자에 대해 입영기일을 연기해 주기로 했다. ◇특별재해지구 지정- 정부는 피해극심지역인 강릉을 비롯해 전남 고흥과 경북 김천,충북 영동 등에 지난달 28일 국회를 통과한 재해대책법을 적용해 특별재해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 최광숙 이종락기자 bori@
  • 한반도 기상이변 왜 오나/ 온난화로 생긴 中대륙 고온기단탓

    최근 몇년간 한반도에는 장마기간에 비가 거의 오지 않다가 장마가 끝난 뒤 국지성 호우가 내리는 ‘2차 장마’현상이 뚜렷하다.올해에는 장마기간 강수량의 1.6배가 넘는 비가 ‘2차 장마’기간에 쏟아졌다.‘가을 장마’라고도 불리는 ‘2차 장마’는 최근 심화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 때문에 발생한다는 분석이다.일부 기상학자는 ‘장마 이후 호우’ 현상이 자주 발생하자 아예 ‘장마’라는 용어 대신 ‘여름 우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을장마 원인과 대책 ◆2차 장마 원인- 기상청은 98년 이후 강화되고 있는 ‘2차 장마’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중국 내륙지역의 지면온도 상승’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7월 이후 지면이 가열되면서 몽골을 중심으로 중국 북부내륙 지역에 형성된 상층 고압대가 기류의 동서 이동을 억제하고 남북간 열교환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 고압대는 남쪽의 더운 공기를 북쪽으로 옮기고,북쪽의 차가운 공기를 고기압의 동쪽에 위치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강하게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중국 내륙의 고온경향이 지속되면서 장마기간에는 중국에서 접근하는 따뜻하고 건조한 대륙 기단의 영향으로 장맛비가 소강상태를 보인다. 그러나 북태평양 고기압의 확장으로 수증기의 양이 늘어나는 7월 하순 이후에는 북쪽에서 찬공기가 내려와 우리나라 부근의 기층이 불안정해지면서 국지성 호우가 자주 내린다는 것이다. 기상청은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장마 뒤 호우가 발생하는 여름철 기후 형태가 앞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피해와 여파- 중앙재해대책본부에 따르면 올여름 장기간의 호우로 16명이 숨지거나 실종되고 8172억 3500만원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계속되는 비로 전국 대부분의 유명 피서지는 ‘개점 휴업’상태였고,일사량 부족 등으로 농작물 피해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빙과 등 여름상품을 판매하는 업체도 울상이었다.하지만 비 때문에 외출을 삼가는 시민들로 백화점 매출액은 다소 줄어든 반면 홈쇼핑 업체나 습기제거제 등 장마 관련 상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상대적으로 호황을 누렸다. ◆2차 장마 대책-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의 최인영(63) 부대표는 “건축할 때 환경 및 교통영향평가와 함께 재난영향평가도 반드시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습침수지역에서 건축을 하거나 신도시를 개발할 때는 우선 재해방지시설부터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상습 침수지역이었던 서울 영등포구 목동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배수펌프시설을 제대로 갖추게 돼 수해가 사라졌다.”면서“개인이 배수시설을 다 갖출 수는 없으므로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한다.”고말했다. 집중호우로 인해 쉽사리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취약지역을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재해위험구역으로 지정하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현재 재해위험구역은 전국적으로 경기도 시흥 1곳에 지나지 않는다.재해위험구역에서는 지하에 건축을 할 수 없고,벽돌 대신 반드시 콘크리트를 사용해야 하는데 지역주민들이 이러한 건축물 규제에 심하게 반발하기 때문이다. ◆업계 동향- 산업계는 8월 들어 무더위 대신 집중 호우가 계속되자 가을 신상품을 앞당겨 출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LG패션측은 “최근 들어 8월초 가을 신제품을 내놓고 시장 분위기를 파악한 뒤 8월 중순부터 물량을 집중적으로 풀고 있다.”면서 “올해에는 신제품 출하시기가 더욱 빨라졌다.”고 밝혔다. 빙과업체는 여름철 기온이 예년보다 내려가면서 시원한 청량제품보다 유지방이 많은 맛 위주의 고급 아이스크림을 예년보다 일찍 내놓고 있다. 기업들은 기상이변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장기 기상을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 때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상청은 “일기예보의 예측기간이 일주일 이상 늘어나면 실제와 상당히 달라지며,2주일 이상 내다보는 날씨 예상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기상청 예보관실의 이우진 박사는 “기상이변 시대에는 예보의 불확실성을 정량적으로 산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능력이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창수기자 geo@ ■지구촌 곳곳 기상재해/ 中 三峽댐 건설 기상이변 부추겨 과거 20년동안 엘니뇨다 라니냐다말들은 많았지만 올 여름만큼 기상이변이 집중적으로 지구촌을 할퀴고 상처를 낸 적은 일찍이 없었다. 2주일 이상 계속 퍼부은 호우로 다뉴브강과 엘베강이 범람,프라하와 드레스덴 등 중세 문화유적을 간직한 도시들이 잇따라 침수됐고 화학공장의 침수로 독성물질 오염 우려가 유럽에 만연돼 있다. 4개국 정상과 유럽연합 집행위가 힘을 합쳐 홍수방지 기금 창설을 논의할 정도로 이번 홍수는 유럽 대륙에 충격을 던졌다. 싼샤(三峽)댐 건설로 양쯔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려던 중국 당국의 원대한 계획은 오히려 기상이변을 재촉해 중국 2대 담수호인 둥팅(洞庭)호의 범람 위기로 후베이(湖北)성과 후난(湖南)성 주민 수천만명이 피난 짐을 풀지 못하고 있다. 인도와 방글라데시,네팔 역시 홍수와 산사태 등으로 피해를 입어 동남아시아에서만 이달들어 1000명 가까이 희생됐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 서남아시아에는 가뭄으로 200만마리 이상의 가축이 폐사했다. BBC방송은 최근 남아시아에 폭우와 가뭄 등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시아의 갈색구름’때문이라고 보도했다.갖가지 오염물질이 뒤섞여 있는 이 구름은 목재나 가축 배설물을 사용하는 난방,산불,매연 등에 의해 생긴 것으로 기상학자들은 보고 있다.사하라 사막 이남 남아프리카 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350만명이 굶주릴 위기에 처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있다. 올 초 모스크바에는 때아닌 겨울비가 내렸고 서남부 흑해 연안에는 홍수와 해일이 덮쳐 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남반구도 예외는 아니어서 칠레는 이달 초 엄청난 한파와 폭설로 인해 도로가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이같은 기상이변으로 인해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향후 100년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1.5∼6도 상승,해수면은 지금보다 14∼80㎝ 올라갈 것으로 우려했다. 임병선기자 bsnim@ ■권원태 기상청 기후연구실장/ “온실가스등 감축 온난화 방지해야” “내년 여름에도 비가 많이 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하지만 앞으로 10년 뒤평균 기온이 오를 것은 확실합니다.” 기상청에서 여성 ‘장마 박사’로 통하는 권원태(47·사진) 기후연구실장은 최근 몇년간의 날씨 경향이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예단하기는 힘들다고 강조했다.기후변화 시나리오 등을 연구하고 있는 권 실장은 “앞으로 수년동안 강수량 추이는 기후 예측 모델마다 다르게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이같은 기후예측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최근 세계적인 기상재해와 이에 따른 피해의 주범으로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가 지목되는 것만은 명확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1950∼60년대에는 열흘씩 계속 비가 오는 전형적인 장마날씨가 뚜렷해 빨래를 말리기 힘들 정도였는데 요즘 장마기간에는 비가 예전처럼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와 엘니뇨간 상관관계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한다.페루 앞바다의 수온이 높아지는 엘니뇨 현상은 16세기부터 발생한 자연 현상인 반면 지구온난화는 인간에 의한 대기오염 등이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권 실장은 지구온난화로 인해 기온이 계속 상승하고 있으며,이에 따른 기상이변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루에서는 엘니뇨가 발생해 비가 많이 오자 건조한 날씨에서 자라는 목화 대신 밭벼를 심어 농작물 생산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유엔 산하 기후변화 정부간 회의(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이산화탄소농도가 높아지면 집중호우가 잦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규정한 기후변화협약의 실천지침인 교토의정서가 곧 정식으로 발효되면 우리나라도 적극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는 아직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할 의무가 없지만,기업들은 ‘선진형 온실가스 감축경영’으로 전환하는 등 미리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창수기자
  • 장마 끝난이후 더 큰 비 雨期 패턴변화 연례화/ 수해방지 근본대책 필요

    우리나라 여름날씨가 기상청 분석결과 장마기간이 끝난 뒤 오히려 비가 더 많이 오는 경향으로 바뀌고 있어 정부 및 민간차원의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재 기준의 재설정과 레저산업 등 산업계의 대처가 요구되며 학교·기관·직장 등에서의 휴가철 개념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기상청 박정규(朴正圭) 기후예측과장은 “98년 이후 6월말에서 7월 중순사이의 장마가 끝난 뒤 비가 많이 오는 ‘2차 장마’ 현상이 강화되고 있다.”면서 “지난 30년 평년값 기준으로는 6월말에서 7월중순 사이에 강수량이 많으나 앞으로는 7월말에서 8월초에 집중호우가 더 많이 쏟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93년부터 지난해까지 장마기간에는 평균 300.8㎜의 비가 내렸으나 장마가 끝난 뒤부터 8월말까지 평균 372.5㎜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재해대책본부가 집계한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은 연평균 6800억원에 이르며,특히 장마 뒤 땅이 젖어있을 때 내리는 비는 도로유실,산사태 등 더 큰 피해를 낳고 있다. 지난 9일 오전 6∼7시 부산 영도에는 비록 무인기상자동관측장비(AWS) 측정치이나 기상관측사상 최고수치인 160㎜가 쏟아지기도 했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상습침수지역은 골프장,신도시 등 대규모 개발공사때만 이뤄지는 재해영향평가를 실시해서 수해영향을 평가하고 토지이용을 재검토해야 한다.”면서 “한꺼번에 내리는 비의 양이 늘어남에 따라 재난연수 기준도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기술연구원 우효석(49) 박사도 “한강은 200년,지방 하천은 50∼100년 홍수 빈도 기준으로 제방이 설계됐지만 최근의 기상변화에 따라 재난연수를 상향조정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재해방지시설을 재조정하기 위해선 천문학적인 비용이 드는 만큼 네덜란드 등에서 이용하고 있는 ‘홍수와 더불어 사는 사회’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즉 “인공적으로 가로막은 하천의 범람원,배후습지 등의 홍수터를 원래 하천에 돌려줘서 자연이홍수 조절 능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것이다. 산업계는 달라지는 기후 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조사부터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계절상품인 빙과를 생산하고 있는 ㈜빙그레 관계자는 “그동안 장마 뒤 호우를 일시적 현상으로 여겼지만 연례화될 경우 마케팅의 변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기상청은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기상이변으로 인한 피해가 날로 늘고 있다.”면서 “연평균 호우피해액이 1조원이 넘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국민적인 인식도 변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수기자 geo@
  • 장편소설 ‘괴물’ 작가 이외수/ “빌어먹을 리얼리티 제겐 환상이 현실이죠”

    “고정독자 30만∼40만명이라는 건 군대식으로 말하면 30만 대군을 이끄는 별 4개짜리 대장이고,종교적으로는 교주죠.” 최근 장편소설 ‘괴물 1·2’를 펴낸 작가 이외수(58)는 ‘신도’급 독자 덕분에 초판 10만부,재판 4만부를 일주일만에 찍어냈다고 의기양양이다.‘황금비늘’이후 5년만에 낸 이번 책에서 그는 ‘대박’을 기대한다. 그에게 악수를 청하며 평생에 서너번 씻었다는 얼굴과 손,머리카락을 뜯어봤는데 흰색 옷을 입은 모습이 말끔하고 청량해 보여 한동안 잡은 손을 놓지 않은 채 인사를 나눴다. ‘괴물’의 주된 줄기는 억울하게 죽은 전생을 기억해 낸 전진출의 이야기다.그는 인터넷으로 ‘살인 바이러스’가 염사된 스팸메일을 네크로필리아(시체·살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보내 살인을 충동질,현세에서 복수극을 벌인다. 그러나 이 소설을 읽는 진짜 묘미는 줄기 주변의 ‘잔가지 인생’들이다.황진이가 환생했다는 천재적인 기생 윤나연,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서정시인 한기서,복숭아 나무와 대화하는 초개선생,전통무예를 익힌 소년송을태,브레이크댄스의 달인으로 중국집 배달원들의 신화가 된 박경태,러브호텔 카운터를 보는 여류화가 강은채,그녀를 사랑하는 범죄심리학자 이필우 등이다.‘주인공을 누구로 삼는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입체소설’이기 때문에 생기는 재미라는 것이 그의 해석이다. 소설은 뒤틀린 인간의 욕망과 사기,강간,음란물 제작,살인 등 있을 법한 모든 범죄를 취급해 지극히 현실적인 토대에 뿌리박고 있다.그런데 책을 덮고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눈에 보이는 세상이 현실인지 아닌지 헷갈리게 된다. “빌어먹을 ‘리얼리티’는 그만 좀 강조하라고 해요.리얼리티 하려면 옆집 아저씨 열심히 사는 모습 보고 감동 받으면 되지.난 소설의 본래 기능이 리얼리티가 아니라,현실에서 체험할 수 없는 세상을 경험케 하고 감동을 주는 거라고 봅니다.” 그는 “다른 사람에게는 환상일지 모르지만,나에게는 환상이 현실이다.난 그 세계와 조우했으니까”라고 덧붙인다. 그는 육안(肉眼)뇌안(腦眼)과 같은 육체적인 눈이 아니라 심안(心眼)영안(靈眼)과같은 정신적인 눈으로 세상을 돌아 봐야 제대로 된 세상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그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력을 보여주는 대목 한가지. “애국가 1절에 등장하는 군인의 관등성명을 대보세요.”“이름은 이보우,계급은 하사예요.(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문소영기자 symun@
  • 행사/‘전통음식 체험 한마당’ 열어/‘승강기식 주차설비 안전’ 토론회

    ▲‘전통음식 체험 한마당' 열어 대한영양사협회(회장 梁一仙)는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회장 允智熙)와 함께 13일 오전 9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내 올림픽플라자 A,C동에서‘전통음식 체험 한마당’을 연다.(02)842-2466. ▲‘승강기식 주차설비 안전' 토론회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공동대표 宋梓 崔秉烈 金春江)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삼성화재 국제회의실에서 ‘승강기식 주차설비의 안전성 확보’를 주제로 토론회를 연다.(02)3477-8591.
  • 문학사상 7월호 ‘월드컵 축시’ 퍼레이드

    ‘달마는 왜 동쪽으로 왔는가,전생의하멜처럼/히딩크는 머나먼 서쪽에서 온달마/그의 눈길이 머무는 찰나 우리들의 심장 붉게 열리고/그의 손끝이 향하는 곳 승리에 굶주린 전사들이 돌진한다/골문을 향해 대포알처럼 날아간포탄이 터질 때마다/용장의 주먹은 하늘 깊은 곳을 꿰뚫는다’(최동호 시인의 ‘공놀이하는 달마의 붉은 심장’중에서) 문예월간지 ‘문학사상’은 7월호에 우리나라의 월드컵 4강 진출을 축하하는 시작 특집을 마련하고 중견 시인들의 축시 11편을 실었다. 지난달 22일 광주에서 우리 대표팀이 스페인을 꺾고 4강 진출을 확정하자 최동호씨를 비롯해 유경환 김후란 유안진 이가림 오세영 신달자 송수권 문정희 노향림 나태주씨 등 11명의 중진과 소월시문학상 수상 시인들이 태극전사들에게 보내는 축시를 모아 실은 것. 유경환 시인은 ‘그들은’이라는 시에서 ‘오오,진정 빛나는 깨달음이여/눈물지운 영광/청산으로 구비칠 백두대간 힘줄이여/다시 한번 우리 서로 껴안아볼/새 역사의 투혼을 얻었노라’고 적었다. 김후란 시인도 ‘우리는뛰었다 그리고 이겼다’에서 ‘광대한 녹색 그라운드에/꿈꾸던 용이 일어서고/동양의 심장이 힘있게 뛰었다/쏟아지는 빗줄기도/폭발하는 태양도/두렵지 않았다’고 감격의 순간을 기렸다. 그런가 하면 송수권 시인은 ‘반세기의 레드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서구열강의 콤플렉스도 떨쳐버리고/질곡의 역사도 활활 벗어던지고/내친 걸음 한달음에 가자/민주화의 성지,광주에서 또 한 번/황금이마와 거미손 지칠 줄모르는/황금의 두 발로 새로 쓴 4강 신화’라고 감격의 격정을 토로했으며 유안진 시인은 ‘멋지다 눈부시다 황홀하다’에서 ‘지축도 흔들렸다 뻗치는 승리 승리의 환희로/태극전사 발끝에서 놀아라 공이여 지구(地球)여!/우리의 발(足)로 쓰자 새 역사를,세계사를/우리가 창조해낸 기적(奇蹟)으로 신화(神話)로/이 땅의 붉은 열기 전 세계를 달구어/이제 대한민국은 아시아의 자존심’이라며 각별한 시심으로 우리 대표팀의 투혼과 위업을 기록했다. 심재억기자
  • [정부대전청사 출범4년] (하)공무원들의 삶 명과 암

    정부 대전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의 명암은 삶의 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청사 입주 4년만에 3978명의 공무원 가운데 72.3%인 2820명이 대전에 둥지를 틀었다.98년 50% 수준에 비하면 20% 포인트 이상이 거주지를 옮긴 셈이다.이들은 대전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그러나 나머지 980명은 여전히 부인과 자녀를 서울에 둔 ‘기러기 아빠’로 ‘견우와 직녀 생활’을 하고 있다.서울을 포함,인근 지역에서 대전을 오가며 매일 출·퇴근하는 공무원도 100여명이나 된다. 각 부처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기러기 아빠’와 ‘원거리 출퇴근 공무원’들을 우선적으로 연고지 지사(支社) 등에 배치하고 있다.그러나 아직은 공급보다 수요가 휠씬 많다. ●대전생활에 만족한다= 대전에는 ‘3자’라는 말이 있다.우리나라에서 ‘놀자,먹자,자자.’ 등 ‘3자’를 만족시키는 도시로는 대전이 최고라는 뜻이다. 대전은 교통의 요충지다.서해안고속도로,대전∼진주간 대진고속도로가 개통되면서 전국 어느 곳이든 2시간이면 갈 수 있다.대전 시민은 물론,대전청사공무원들이 가장 흡족해하는 대목이다.왕복 5시간이면 가족과 진주로 가 ‘장어’를 먹고,3시간이면 전주에서 ‘전주비빔밥’을 즐길 수 있다.겨울이면 무주나 용평에서 당일치기 스키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지방이 고향인 공무원들은 명절 때마다 겪던 귀성전쟁에서 벗어났다고 만족해 한다. 물론 대중교통수단이 불편해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고 불만을 털어놓는 공무원도 10명 중 9명꼴이다.그러나 이는 큰 문제가 아니다. 철도청의 한 간부는 “같은 비용으로 서울과 대전에서 같은 메뉴의 식사를 할 때 양과 질,서비스 등 모든 면에서 만족도는 대전이 50% 이상 높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근무할 때 가족들이 품었던 ‘시간없는 아빠’에 대한 불만도 크게 해소됐다. 대전청사 인근 아파트에 살고 있는 특허청 박모 과장은 “집에서부터 사무실까지 걸어서 12분 걸린다.”면서 “우리나라 어느 대도시에서 이처럼 여유있게 출·퇴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때문에 자가용은 아내들의 차지로 자녀들의 등·하교용,주말과 휴일 레저용으로 주로 이용된다.서울에서는 생각에만 그쳤던 일들이다. 한 공무원은 “대전으로 집을 이사해야 하느냐,혼자 내려와야 하느냐 고민하다 가족이 모두 이주했다.”면서 “지금은 이사를 반대했던 아내가 서울에는 다시 안 가겠다고 한다.”고 소개했다. ●그래도 서울이 그립다= 정부대전청사 9개 기관 국·과장급 이상 간부들은 대부분 홀로 대전에서 생활한다.자녀들의 교육문제로 가족들과 떨어져 사는 것을 감수하고 있는 것. 특허청의 한 간부는 “아이들이 아프거나,가족의 생일 때에는 마음이 안 좋다.”면서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이들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토로했다. 이들은 생활이 단조로운 데다가 외로움과 금전적인 문제 등 2중·3중고를 겪고 있다.이들은 대부분 원룸이나 각 청에서 제공하는 직원아파트에서 생활한다.세끼 식사는 밖에서 해결하고,저녁 시간은 학원에 다니거나 운동을 하며 보낸다.이주 초기에는 직원들끼리 술자리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금전적인 이유’로 크게 줄었다. 휴일이면 가족들을 만난다는 기대감에 설레지만급한 업무가 생기면 연기되기 일쑤다.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기껏해야 한달에 4∼5일에 불과하다. 조달청 나모 서기관은 “결혼 20여년만에 가족과 떨어져 처음 생활할 때는 자유를 만끽한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는 지쳤다.”고 말했다. 출·퇴근도 고역이다.정부대전청사 관리소는 매주 월요일 서울부터 대전청사까지 운행하는 출근버스 8대와 금·토요일 서울행 버스 각 4대씩을 운행하고 있다.또 매일 청사∼신탄진역간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1년간 서울에서 출·퇴근했다는 철도청의 한 관계자는 “직장에서는 동료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지면서 힘들었고 서둘러 귀가하더라도 아이들 얼굴을 보는 날이 거의 없어 고민 끝에 아예 이사했다.”고 말했다. 청사가 대전으로 이전한 98년부터 매일 대전과 서울을 오가는 특허청 조모(43·여) 사무관은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데다 남편의 직장,아이들의 교육문제로 선택의 여지가 없다.”면서 “매일 아침 6시15분 열차를 타고 대전으로 내려오고 저녁에 다시 올라가는 과정이 번거롭지만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
  • [굄돌] 스님과 ‘붉은악마’

    지난 4일 폴란드를 완파해 전국이 흥분의 도가니로 변했을 때 우리 산사도 예외가 아니었다.나는 세상 사람들과 좀 거리가 가까워서,‘붉은 악마’응원복을 입은 600여 청년불자들과 함께 조계사 대웅전 앞에 특별히 설치한 멀티비전으로 월드컵 중계를 보며 어울렸다.그러나 깊은 산중에 사는 스님들에게도,건국이래 최초의 큰 잔치이며 우리 생애 또 있을지 모르는 행사이기도 하고,우리의 16강 진출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있어 모두들 텔레비전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런데,두 가지 해프닝이 생겼다.이 기간이 하안거 결제 중인데 결제는 전통적인 용맹정진 수행기간이라서 그 기율이 자못 엄격하다.그래서 예전에는 결제 중에 돌아 다니는 승려는 죽여도 괜찮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을만큼 엄격히 출입을 제한하고,신문이나 TV는 물론이고 경전을 보는 것마저 금할 정도다.그런 선방의 수좌들이 축구경기 시청을 허용한 사건이 그 하나이다.두번째는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축구경기를 보던 수많은 대중,특히 스님들이 골인할 때와 2대0으로 승리가결정되었을 때 청년불자들과 어울려 덩실덩실 춤을 춘 것이다. 사실 우리가 행자생활을 마치고 승려가 되는 첫 관문인 사미계를 받을 때 반드시 지키겠다는 맹서를 하고 받는 사미10계 중의 하나가 춤추고 노래하는 데는 구경도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그런데 구경이 아니라 직접 춤까지 추었으니 어떠했겠는가.너무나 좋아서 같이 뛴 사람들은 그러지 않았지만,세상 사람들이 다 같은 것이 아니어서 조용히 관전하다시피한 응원객 중에는 스님들이 좀 가볍지 않은가 하는 반응을 하는 이가 있었다. 부처님 당시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부처님께서 영취산에서 설법을 하시자 하늘에 사는 음악의 신인 건달바가 멋진 선율로 탄주를 하였다.다들 그윽히 음악에 취해있는데 부처님보다도 나이가 많은,그래서 무게를 잡아야 했던 사리불이라는 제자가 갑자기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춘 것이었다.사람들이 나이값도,수행값도 못한다고 수군대자 부처님께서는 건달바의 음성공양에 맞춰 사리불은 춤공양을 한 것이며,전생에 악사를 한 경험이 있어서 그런 것이라고 이야기해서 대중을 진정시켰다. 나도 건달바의 음악과 사리불의 춤이 신심과 정진 의지를 북돋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또,부처님께서는 아함경에서 기쁠 때 껄껄 웃고 슬플 때 꺼이꺼이 우는 것이 바람직한 삶이라고 하셨다.아쉽게 비긴 미국과의 경기에 이어 포르투갈과의 경기도 대중과 어울려 경기를 보고 이기면 신나게 춤을 추어야겠다.아예 ‘붉은 악마’티셔츠도 입고 할까? 법현 스님/ 불교종단협 사무국장
  • [임영숙 칼럼] 우측통행이 합리적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기초질서를 바로잡자는 운동이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그 운동의 하나로 보행자의 좌측 통행을강조하는 목소리도 들린다.길을 걸을 때 질서있게 왼쪽으로 걷자는 이야기다.그러나 우리가 오랫동안 교육받고 길들여진 ‘사람은 왼쪽,차는 오른쪽’이라는 원칙을 월드컵을 계기로 재검토해 보아야 할 듯싶다.이 통행 방식은 월드컵 기간 중 한국의 이미지를 무질서하게 보이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 자동차 통행방식에는 세계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자동차가 도로의 오른쪽을 이용하는 우측 통행 방식과 왼쪽을 이용하는 좌측 통행 방식이다.미국과 유럽 대륙은 우측 통행 방식을,영국과 일본 등은 좌측 통행 방식을 사용한다. 자동차가 우측 통행이면 사람도 우측 통행이고 자동차가좌측 통행이면 사람도 좌측 통행하는 것이 세계적인 관행이다. 빌딩의 회전문,에스컬레이터,공항의 무빙 트랙 등을 미국에서는 오른쪽,일본에서는 왼쪽을 사용한다.북한에서도 사람과 자동차 모두 우측 통행을 한다.이처럼 통행 방식이통일돼야 무질서를 초래하는 동선의 교차를 방지하고 통행 속도를 높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좌측 통행과 우측 통행이 뒤섞여 있다.차는 오른쪽,사람은 왼쪽으로 다닌다는 기본 원칙부터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른 데다 서울 지하철의 경우 1호선은 좌측 통행이고 2∼8호선은 우측 통행이다.사람의 좌측 보행원칙은 일제시대인 1921년 만들어진 것이고,자동차의 우측 통행은 미 군정청에 의해 1946년 결정됐다.서울 지하철 1호선이 좌측 통행인 것은 구한말 일본 방식으로 시작된 철도의 방향에 따른 것이고,2호선부터는 미국식을 따른 것이다.또 빌딩의 회전문이나 에스컬레이터는 미국식을 따라오른쪽으로 통행하도록 돼 있다.지난 1999년부터 전국의횡단보도에는 오른쪽 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가 표시되고있기도 하다. 이처럼 좌·우측 통행이 뒤섞여 있다 보니 보행 질서가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지하철 통로는 보행자로 뒤엉켜혼잡하고 서로 몸을 부딪치는 것은 예사로 여겨질 정도다.이런 모습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일본과 극명하게 대비돼 한국의 이미지를 추락시키는 요인이 될지도 모른다.우리는 무심코 보아 넘기는 일이지만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뒤섞인 좌·우 통행 방식의 문제점을 자주 지적한다. 통행 방식의 통일은 사고 위험을 방지하는 효과도 있다.횡단보도를 건널 때 왼쪽으로 걸으면 달려 오는 차와 곧바로 마주치게 되지만 오른쪽으로 걸으면 차량 정지선과 보행자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져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 경찰청이 횡단보도에 오른쪽 통행을 유도하는 화살표를표시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그 효과를 바란 것이다.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어린이들에게 횡단보도에서의 우측통행교육을 시킨 결과 어린이 교통사고가 현저히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어린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 중 사망자가 약 70%에 이르는데 2000년 518명에서 2001년에는 439명으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세계인이 몰려드는 월드컵에 앞서 우리 교통질서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추어야 한다.자동차와 기차의 통행방향을 일치시키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보행자의 우측통행은 시민운동 차원에서 정착시킬 수 있다.몇십년 몸에 밴 습관을바꾸기 어렵다는 저항이 있을지도 모르나 우리나라의 전통적 통행방식은 우측 문으로 들어가 우측 문으로 나오는 것이라고 한다. 당국은 횡단 보도에 우측 통행 화살표만 그려넣는 소극적 방식에서 벗어나 더욱 적극적으로 우측 보행이 확산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무엇보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어린이교통질서 교육 내용이 ‘사람은 왼쪽,차는 오른쪽’에서벗어나는 것이 급선무다. 교육부와 행정자치부,지방자치단체 등이 우측보행 원칙을세우기 위한 공동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성숙한 사회는 기초질서를 지키는 사회고,기초질서 지키기는 합리적인 시스템의 뒷받침에서 시작된다. 임영숙 공공정책연구소장 y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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