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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우스·술잔 든 두손 이젠 책을 들게 하라

    마우스·술잔 든 두손 이젠 책을 들게 하라

    요즘 대학가에 ‘독서 비상령’이 떨어졌다. 대학 곳곳에서 ‘책 읽는 대학생’을 만들기 위해 독서와 관련된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가 하면 학교측이 정한 독서 규정을 지키지 않을 경우 유급시키는 대학도 있다. 일부는 독후감을 제출하면 학점을 주겠다고 밝혔다. 책 안 읽는 학생들 때문이다. 과도한 인터넷 문화와 잦은 술자리 탓이기도 하지만 최근엔 일찍부터 취업 준비에 몰두하느라 그렇지 않아도 낮은 독서율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적인 위기라고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대학생 47% “한달 독서 두 권 이하” 취업포털사이트 ‘알바몬’이 지난해 9월 대학생 13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독서실태 결과를 보면 응답 학생의 절반 수준인 665명(47.9%)이 책을 한 달에 두 권 이하로 읽는다고 답했고, 142명(10.2%)은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답했다.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17년째 서점을 운영 중인 은종복(44)씨는 “요즘은 어학, 공무원 수험서 등이 매출의 50%를 차지하고 수업 관련 서적이 3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예비 사회인으로서 대학생들이 받는 평가도 부정적이다. 한 기업 인사담당자는 “상대적으로 우수한 인재를 선발했지만 사고와 표현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교육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면서 “대학생들이 영어점수와 학점만 높다. 취업 준비에만 빠져 있는 것 같다.”며 불만을 털어놓았다. 독서 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일선 대학들은 대학생들의 독서를 권장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경희대 한의학대학은 이번 학기부터 고전 100권 중 20권을 읽지 않은 학생은 유급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예과(豫科)학생들은 2년 동안 매학기 독서노트를 작성해 평가받고 이 심사를 통과해야만 본과에 진학할 수 있다. 최승훈 한의학대학장은 “입시위주의 교육 때문인지 신입생들이 입학 성적은 우수하지만 책을 읽지 않아 기본적인 소양이 많이 부족한 것을 느꼈다.”며 도입 배경을 설명했다. ●“취업준비에 매몰… 논리·설득력 부족” 부산 부경대 인문사회대는 일정한 권수 이상의 책을 읽으면 학점을 주는 교과도 생겼다. ‘교양도서 100권 읽기’라는 수업을 개설해 이번 학기부터 운영 중이다. 교수가 추천한 교양도서 100권 중 최소 50권 이상을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면 1학점을 주는 제도다. 남송우 인문사회대 학장은 “학생들이 취업에 매몰돼 어학과 자격증 관련 책만 본다. 논리력이 부족해 학점이라는 인센티브까지 제공하며 책 읽기를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인문학 독서토론’, ‘논리와 추론’ 등 6개의 교양과목을 신설해 독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힘쓰고 있다. 고려대와 이화여대도 ‘독서토론’, ‘고전문학의 이해’ 등의 강좌를 마련했다. 성균관대는 예비 대학생 때부터 독서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수시모집 합격생을 대상으로 교양 고전 독후감쓰기 이벤트를 진행했다. 책읽는 사회만들기 국민운동 대표인 경희대 도정일 명예교수는 “입시와 취업 중심의 교육체계로 학생들의 능력이 훼손되고 있다.”면서 “지금처럼 학생들이 좁은 세계관을 갖고 있다면 사회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걱정했다.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다른기사 보러가기] 장자연 자살 한달, 경찰 “말 못한다” 답변만 30차례 불황기 인재의 조건 ‘판매력’ “한푼 두푼 모아…” 적금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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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세기 괴짜선비 이옥을 아시나요

    18세기 괴짜선비 이옥을 아시나요

    18세기 ‘괴짜 선비’ 이옥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옥은 1760년에 태어나 1815년에 돌아간 문인으로 연암 박지원과 같은 시대를 산 선비다. 정조가 그를 두고 ‘글의 문체가 패관소설체로 순정하지 않다.’고 4차례나 지목하는 바람에 조선실록에 불명예스럽게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이옥은 즉시 ‘반성문’을 쓰긴 했으나 끝내 자신의 문체를 버리지 않아 과거시험에 1등으로 합격하고도 꼴찌로 강등된다. 나아가 과거시험 응시 자격을 아예 박탈당한 것은 물론 군적에 편입돼 신분이 추락하는 수모를 겪는다. 그런 탓에 이옥은 왕명이 지엄한 봉건시대에 자기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문제적 문인’이자, 조선시대에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은 거의 유일한 사례로 꼽힌다. ‘완역 이옥전집’(이옥 지음, 실시학사 고전문학연구회 옮기고 엮음, 휴머니스트 펴냄, 전5권)은 이런 ‘괴이하고 불경스러운 언어’로 저잣거리의 인정과 풍물을 진솔하게 그려낸 괴짜 선비를 21세기에 끄집어 낸 책이다. 이옥이 살았던 18~19세기 조선은 정치가 비교적 안정을 찾은 가운데 상업과 수공업이 발달함에 따라 소품 문학, 요즘 식으로 하면 단편소설, 에세이 등이 유행한다. 유교경전에 기반한 낡은 사유와 천편일률적인 글쓰기에서 벗어나 선비들이 관심사를 여성, 중인, 상인, 평민, 물고기, 새, 담배, 요설, 민담, 음담패설 등으로 확대한 것이다. 내용 또한 계몽적이고 교훈적인 데서 벗어나 자신의 마음을 따라가는 내면의 흐름을 보여준다. 소품 문학의 문체는 연암 박지원의 허생전, 양반전, 호질 등을 떠올리면 된다. 문제는 정조가 이런 문체를 싫어했다는 것이다. 그는 선비들에게 ‘순정한 문체’를 유지할 것을 강요했다. 고전에 능한 정조의 개인적 취향이라기보다는 조선왕조의 체제 유지와 관계가 있었다. 상공업의 발달로 중세 사회가 해체되는 상황에서 실학이 흥하고 있었다. 특권 귀족층을 억누르며 왕권 강화에 그 나름대로 성공했던 정조는 사대부들이 정통 성리학과 당송의 시와 문장 등으로 교화되길 희망했다. 중세의 지배체제의 유지를 위해서 자유로운 의식의 흐름이 나타나는 패관문학식의 글쓰기를 방관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에 실학이 본격적으로 성리학의 공리공론을 비판하고 개혁을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에 위기감은 강화됐다. 자유로움을 무기로 하는 소품 문학이 백성들에게 대중화될 경우 걷잡을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정조는 더욱 엄격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조는 소품 문학을 억압하는 ‘문체반정’을 시행하면서 신분과 처지에 따라 문책을 달리했다. 남공철과 같은 주요 집안의 자제는 직접 불러서 엄하게 훈계하고 문체를 고치게 했다. 박지원의 경우에는 남공철을 통해 ‘문체를 고치면 홍문관과 같은 청화한 관직을 주마.’라며 당근 정책을 썼다. 그런데 이옥처럼 양반이기는 하지만 한미한 무반계 출신에게는 가차없는 처벌을 내려 시범케이스로 삼았다. 당색도 이미 오래 전에 권력기반을 잃은 북인계였기 때문에 이옥에 대한 징계를 두고 크게 고려할 것도 없었다. ‘유권무죄,무권유죄’의 시절이었다. 결국 권력의 회유정책에 굴복해 박지원은 자신의 문체를 버린다. 하지만 이옥은 정조의 요구를 시종일관 거부한다. 그리고 평생을 소품 문학에 자신을 바친다. 문체 때문에 정조 23년 삼가현으로 귀양까지 갔던 그는 유배에서 해제된 뒤에는 경기도 남양에 칩거해 글을 지으며 여생을 보낸다. 이번에 나온 전집은 성균관 시절부터 절친했던 벗 김려가 나중에 그의 글을 수습해 ‘담정총서’로 한데 모은 것이 주요한 근거가 됐다. 이언, 동상기, 백운필, 연경 등 그의 글을 수집했다. 김형섭 실시학사고문연구회 회장은 “지식인이란 권력이 원하는 대로 따라가기 마련이고, 글쓰기조차 자신의 감정을 속이기 쉽다. 그러나 이옥은 글쓰기를 통해 권력뿐만 아니라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여 나간 것으로 보인다. ”면서 “근대문학과 현대문학을 연결시켜 주는 고리로서 이옥의 글이 문학사에서 중요하지만, 그의 외곬적인 기질도 현시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한다. 역자는 서울대 고려대 성균관대 등의 전현직 연구원이나 교수들이다. 각권 2만5000원~.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그래픽 김선영기자 ksy@seoul.co.kr
  • 강북구 신흥대와 위탁교육 협약

    강북구가 평생학습도시 조성을 위해 첫발을 내디뎠다. 강북구는 구민의 다양한 학습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신흥대학과 위탁교육과정 협력계약을 체결, 교육에 들어갔다고 17일 밝혔다. 앞서 구는 지난 2일 구청에서 교육장 개장식을 갖고 학사일정을 시작했다. 현재 관심 있는 직원, 구민 등 18명이 도시환경관리과 전문학사(2년) 과정을 수강하고 있다. 한 학기 수강료가 240여만원에 달하지만 구민과 직원에게는 30%의 감액 헤택이 주어진다. 교육은 2년제 과정으로, 주 3~4회씩 강의가 이뤄진다.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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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고] 향가 연구가 황패강 교수 별세

    신라향가와 한국 신화, 설화 연구에 독보적인 업적을 남긴 일영(日榮) 황패강 단국대 명예교수가 6일 별세했다. 80세. 평양에서 태어난 고인은 1949년 평양사범대 국문과를 나와 평양제일고급중, 숭의여고 등에서 중·고교 교사로 활동하다 1967년 단국대 국어국문학과 교수가 됐다. 한국고전문학연구회 회장과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단국대 천안캠퍼스 부총장, 동아시아고대학회 회장 등을 지냈다. ‘한국서사문학연구’, ‘신라불교설화연구’, ‘임진왜란과 실기문학’, ‘일연(一然) 작품집’ 등 많은 저서를 남겼다. 2001년에 출간한 단행본 ‘향가문학의 이론과 해석’은 40년간의 신라향가 연구를 집대성한 성과물로 평가된다.유족으로는 성호(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교수), 철호(단국대 교수)씨 등 2남2녀가 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9일 오전 9시. (02)3010-2295.
  • [新 귀거래사] ‘가문학 권위자’ 이수봉 충북대 명예교수

    [新 귀거래사] ‘가문학 권위자’ 이수봉 충북대 명예교수

    우리나라 근대화의 전초 기지인 울산. 바다를 낀 작은 도시였던 울산은 1997년 광역시로 초고속성장했다. 1962년 시로 승격한 지 35년 만이었다. 경향 각지에서 산업 일꾼들이 모여들면서 인구가 110만명에 이르지만 여전히 잠재력이 큰 도시다. 이 과정에서 울산은 대한민국의 ‘산업수도’라는 명성을 얻었다. 정체성의 혼란이란 ‘성장통(成長痛)’도 적잖이 겪고 있다. 현재 울산 인구의 80%가량이 외지 출신이다. 이런 가운데 울산의 정체성을 찾아 들려주는 여든의 노교수가 있다. 5일 울산 울주군 두동면 치술령 아래 작은마을 이전리를 찾았다. 신라 충신 박제상의 유적을 간직한 마을에는 이수봉(80) 충북대 명예교수가 15년 전 정착했다. 그는 국문학사에 ‘가문소설(家門小說)’이라는 한 장르를 발굴·정립한 ‘가문학’의 권위자다. 그는 “울산은 30~40년 된 운좋은 산업도시가 아니라 천년이 넘는 역사와 문화를 지닌 전통도시”라고 자랑했다. ●94년 정년퇴임 후 고향 위한 일 힘쏟기로 그는 1994년 정년퇴임 이후 충북·서울·울산을 오가는 분주한 삶을 보내던 중 고향을 위한 일에 마지막 힘을 쏟기로 결심했다. 첫 시작은 도산서원 원장을 지낸 울산 출신 한학자 박용진(1902~1989년)의 서적을 정리해 알린 것. 그는 울산 북구 박용진의 서가에서 유목(글씨), 간찰(편지), 저서 등 1500종에 달하는 방대한 서적을 다시 정리해 국사편찬위원회에 소개했다. “우리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뭔지 압니까. 바로 ‘뿌리’ 입니다. 뿌리는 오늘의 나를 있게 했고, 내일의 나를 만드는 근본입니다. 그런데 요즘엔 뿌리를 잊고 사는 이들이 많아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울산의 정체성 찾기 운동은 38년간의 교직생활을 통해 쌓은 전문성이 큰 힘이 됐다. 고전문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에서 내내 ‘가문’을 가르쳤다. 이런 까닭으로 우리나라의 여러 문중에 대해 해박하다. ●지역 일간지에 연재·요가·등산도 즐겨 2000년부터 지역 일간지에 ‘울산 옛 이야기’와 ‘철 따라 살펴보는 세시순례’ 등을 잇따라 연재하고 있다. 울산 박씨 종가의 서가를 열람하다 ‘부북일기(赴北日記)’를 발견했다. 이는 조선 선조때 울산 출신 무관 부자(父子)의 함경도 회령지역 생활상을 소상히 기록한 일기다. 대한광복회 총사령을 지낸 울산출신의 독립운동가 고헌 박상진(1884~1921년)의 한문 편지도 번역했다. 그가 고향으로 돌아오지 않았으면 쉬 드러나지 않았을 귀중한 사료들이다. “이유야 어떻든 울산 땅에 발을 딛고 사는 사람들은 모두 한 가족입니다. 그러나 상당수가 울산을 제대로 모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울산을 알리기 위해 명문가를 찾고, 서고에 쌓아둔 자료를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교통사고로 다친 부인을 간호하고 있다. 마을 노인들과 요가를 배우거나 등산을 즐긴다. 또 짬짬이 텃밭에서 상추와 고추·깨·마늘 등을 심고 가꾸는 재미도 붙였다. 날씨가 풀리면 그동안 생각해 왔던 울산 토박이 12개 성씨의 문집을 만들 계획이다. 자료 수집은 거의 끝났다. 그에 따르면 울산에는 학성 이씨와 송정 박씨, 달성(다전) 서씨 등 12개 성씨가 정착해 번성했다. 그는 서재에 놓인 상패 중 하나를 꺼내 보이면서 “울산시가 별로 한 것도 없는 늙은이에게 문화상까지 줬다.”면서 “남은 힘으로 울산의 뿌리를 더욱 파고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ㆍ사진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이수봉 충북대 명예교수 약력 -1928년 11월25일생 -홍익대 국문과 졸업(1956년) -동아대 대학원 문학박사(1978년) -경북산업대 부교수(1968년) -충북대 사범대 교수(1976년) -충북대 박물관장(1979년) -호서문화연구소 소장(1990년) -문화교육부 문화재감정위원(1993년) -동아시아 고대학회 고문(1999년) -울산시 문화상 수상(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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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新귀거래사] 추리 소설계 거장 김성종씨

    부산 해운대 달맞이 언덕에 있는 국내 유일의 추리문학관을 찾아가는 길은 그리 어렵지 않다. 해운대 옛 도로인 송정으로 넘어가는 달맞이길을 따라 자동차로 5분쯤 가다 왼쪽으로 핸들을 돌리면 ‘달맞이집’ 쪽이다. 여기서 2분여 달리면 언덕배기에 5층짜리 건물, 추리문학관이 나온다. ●‘여명의 눈동자’ 등 베스트셀러 문학관 입구에 서서 앞을 바라보면 시원한 동해가 한눈에 잡힐 듯 들어온다. 창작을 업으로 삼는 이들이 동경할 만한 곳이다. 추리문학관장이자 작가 김성종(68)씨를 7년여만에 다시 만났다. 그는 여전히 도수 높은 뿔테 안경을 끼고, 덥수룩한 곱슬머리에 캐주얼 차림이었다. 근엄한 표정이 예나 지금이나 한결같다. 일흔이 가까운 탓인지 얼굴에는 또 다른 연륜이 느껴졌다. 건강은 여전히 좋단다.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한국 추리소설계의 거장이다. 그가 부산에 둥지를 튼 지는 강산이 세번이나 변했다. 중·장년층이라면 1970, 80년대 최고 반열에 올랐던 그를 들추어내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여명의 눈동자’, ‘최후의 증인’, ‘나는 살고 싶다’ 등 수많은 작품이 그의 베스트 셀러였다. ‘여명의 눈동자’는 TV드라마로 제작돼 당시 공전의 히트를 쳤다. 작가가 처음부터 해운대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아니다. 1989년엔 남천동에 터를 잡고 창작활동을 하다 1992년 이곳에 지하 1층, 지상 5층짜리 추리문학관을 개관했다. 그의 고향은 지리산 자락인 전남 구례다. 그가 왜 부산을 ‘제2의 고향’으로 택했을까. 작가는 “당시(80년대) 왕성한 집필활동을 하던 시절이었는데 문득 번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었다. 그때만 하더라도 고향은 교통과 통신수단이 대도시에 한참 뒤떨어졌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가끔 머리를 식히러 찾던 부산 바다가 떠올랐다. 문화와 통신수단도 흡족해 부산에 자리잡았다.”고 설명했다. 서울 생활이 그립지 않으냐는 물음에 노() 작가는 “이 애물단지(추리문학관)만 없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 이젠 체념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문학관엔 책 4만여권 빼곡히 추리문학 전문 문학관은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기 어렵다. 이곳에는 국내·외 추리소설 6000여권을 포함해 모두 4만여권의 책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세계 문호들의 사진 100여점도 걸려 있다. 해운대 주민을 넘어 부산시민이 추리문학관에 대해 강한 자부심을 느낀다. 김성배 해성출판사 대표는 “부산에 추리문학관과 추리 소설계의 거장이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랑거리”라고 말했다. 작가는 창작 외에도 후진양성과 지역 문화발전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고 있다. 10여년 전부터 운영해온 추리소설 창작교실 수강생이 30명에 이른다. 추리소설 이해, 추리소설 걸작읽기, 추리소설 작법, 추리영화 보기 등을 강의한다. 최근에는 그의 지도를 받은 3명이 추리작가로 등단,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13년째 ‘달맞이 축제’ 이끌어 또 부산시 소설가협회장 등을 지내면서 10명 안팎이던 회원을 60여명으로 끌어올렸다. 해운대 지역 문화계 인사와 인근 화랑·카페·레스토랑 등 업주들과 함께 ‘달맞이 축제’를 만들었다. 13년째 접어든다. 몇년 전부터 축제 이름을 ‘달맞이 철학 축제’로 바꿨다. 여름밤에 철학과 사랑을 가지고 달을 바라보며 토론을 해보자는 뜻이라고 했다. 축제에는 전시회와 재즈공연, 문화공연 등도 곁들여진다. 작가는 “여생을 제2의 고향인 부산 문화발전에 힘쓰겠다.”며 말을 맺었다. 글ㆍ사진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김성종 작가 약력 -1941년 12월31일생 -조선일보 신춘문예, 한국일보 ‘최후의 증인’ 당선(1969년) -한국추리문학대상 수상(1986년) -부산으로 이주(1989년) -추리문학관 개관(1992년) -한국추리작가협회 부회장, 봉생문화상 수상(2001년) -제17회 평화문학상 수상(2002년)
  • [그의 삶 그의 꿈] 지금도 살아계시는100살의 옛가수 이애리수

    [그의 삶 그의 꿈] 지금도 살아계시는100살의 옛가수 이애리수

    “황성옛터가 뭐예요?” “이애리수가 누구예요?” 어떤 젊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했다. 기가 막힐 일이다. 누가 누구를 탓하랴? 여기서 잘못은, 그런 질문을 하는 젊은이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질문을 받는 어른들에게 있다. ‘문화의 단절’을 만들어 놓은 사람은 어른들이기 때문이다. 문화의 단절은 비극이다. 수준 높은 나라라고 자랑하는 우리의 문화, 특히 대중문화의 현실을 바로 보는 것 같아서 씁쓸하다. 나는 2008년 10월 28일자 《한국일보》에 “황성옛터의 가수 이애리수 98세로 생존 확인”이라는 내용의 특종 기사가 실린 날 공교롭게도 중국 여행을 갔다. 신문에 기사가 나가고 나서 문화계는 발칵 뒤집어졌다. 우선 모든 신문들과 방송, 그리고 통신들과 인터넷 등에서 이 기사를 그대로 인용 보도를 했다. 이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언론계의 관례상 한 신문에 실린 기사를 다른 신문이 그 다음날 받아서 쓴다는 것은 아주 드물기 때문이다. 더구나 통신이 신문의 뒤를 이어서 보도하는 일은 자주 보기 어려운 경우이다. 마치 내가 기사를 써 놓고 의도적으로 도피한 것처럼 보였는데 사실은 중국 여행이 오래 전에 계획된 일이라서 그건 오해다. 하지만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의 직원들이 고생을 많이 했다. 나를 찾는 전화가 하루에 100여 통씩 오니까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신문 방송에서 어째서 나를 찾았느냐하면 이애리수 여사의 가족들과 사진을 찍은 배정환 씨는 무슨 전화가 오든 나한테 연락하라고 밀어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대중가요 1호를 연예기자 1호가 취재한다는 것 말고도, 이번 특종 기사 속에는 몇 가지의 의미가 있다. 우선, 거의 대부분의 매체에서 ‘이애리수가 사망’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나이로 99세가 된 그녀가 건강하게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일은 매우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또한 23살의 나이로 결혼한 이후 단 한 번도 언론 매체나 일반에 얼굴을 내밀지 않은 분을 내가 처음 만났다는 것이 행복이다. 이애리수 여사의 본명도 일부 언론에서 ‘이보전’이라고 보도가 되었다. 그것은 잘못이다. ‘이음전(李音全)’이 본명이다. 아마도 한자로 ‘음’자가 ‘보(普)’자와 비슷해서 생긴 해프닝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애리수라는 예명은 서양이름인 앨리스(Alice)를 한국식으로 쓴 것이다. 그녀의 모교인 호수돈(Holston) 여학교가 미국인이 설립한 학교라서 서양이름이 자연스럽게 붙여진 것으로 보인다. 그녀는 경기도 개성에 있던 명문 ‘호수돈 여학교’에 다닐 때, 공부를 잘하고 키가 큰 미인인데다 리더십이 있어서 줄곧 반장을 했다고 한다. 어릴 적에 외삼촌의 영향으로 연극을 했고 여학교 졸업 후에 배우와 가수 생활을 했다. 19살 때 그녀는 운명의 단성사 극장 무대에 서게 된다. 바로 <황성옛터>를 처음으로 부르게 되기 때문이다.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객석에 있는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서 함께 따라 불렀고, 네다섯 번 연거푸 합창을 하며 나라 잃은 슬픔 속에 엉엉 울었다고 한다. 일본경찰들이 와서 공연을 중단시키고 관계자들을 경찰서로 연행해 가기도 했는데, 이 사건 이후 이애리수는 일약 스타가 된다. 그러나 가수생활은 그리 길지 못했다. 연희전문학교(현 연세대학교) 재학생인 두 살 아래 멋쟁이 부잣집 외아들 배동필 씨를 만나 사랑에 빠졌기 때문. 이때부터 그녀는 견디기 힘든 시련을 겪게 된다. 배 씨의 아버지 배상호 선생이 두 사람의 결혼을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다. “우리 집안에 연예인이 며느리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이다. 지금 표현으로 ‘연예인’이지 그때는 그렇게 부드러운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강하다. 두 사람은, 사랑을 이루지 못할 바에야 목숨을 버리자는 결심으로 함께 동맥을 끊었다. 다행히 배 씨의 여동생이 이를 발견하고 병원에 옮겨 치료를 받았다. 결국 배 씨의 아버지는 혼인을 승낙하면서 몇 가지 강력한 조건을 제시한다. 첫째, 혼인은 하되 결혼식은 올리지 말 것, 둘째, 가수와 배우를 했다는 이야기는 평생 발설하지 말 것, 이 일은 가족들도 모르게 할 것, 셋째, 신문·잡지는 물론 연예계 관계자들과 연락하지 말 것 등이다. 여자로서, 면사포를 쓰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하지만 이음전 씨는 그 약속을 철저하게 지켰다. 시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에 남편 배동필 씨가 “이제라도 결혼식을 올리자”고 제안했으나, “그 분이 안 계시더라도 약속은 약속이다”면서 그 제안을 거절했다는 것이다. 연예인 출신이라는 것을 아무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조건도 완벽할 정도로 지키며 살아왔다. 심지어는 1937년생인 큰아들조차도 대학교(연세대) 3학년 때에 가서야 자기 어머니가 <황성옛터>를 부른 가수였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언론이나 연예계 사람들과의 연락은 아예 두절을 했다. 오죽하면 모든 언론매체에서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으로 기록하고 있었을까. 하지만 나는 그녀가 생존해 있다는 것을 알고 직·간접으로 꾸준히 접촉을 해오고 있었다. 그 세월이 40년이다. 1968년에 나는 그녀를 인터뷰하려 했다. 그러나 그녀와 가족들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그 후 40년이 지나서야 나는 그녀를 만날 수 있었다. 어찌 보면 나도 끈질긴 면이 있는 모양이다. 큰아들 배두영 씨와 함께 일산에 있는 한 아파트에 들어설 때, 이음전 여사는 간병사의 도움을 받아 죽과 여러 가지 반찬을 곁들여 점심을 들고 계셨다. 젊은 시절 예뻤을 얼굴에 주름살이 깊게 패 있고, 편안한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커다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이음전 할머니를 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했다. 이제는 해가 바뀌어서 우리 나이로 100세가 되었다. 큰아들 말로는 어머니의 머리가 완전 백발이었는데 얼마 전부터 검은머리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한다. 별로 말 수가 적은 편이라고 하는데, “편찮은 데는 없으세요?”라고 질문을 하자, “괜찮아, 괜찮아”라며 입을 오물오물 하고 계셨다. 사진을 찍느라고 플래시를 계속 터뜨릴 때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1928년, 단성사 극장 무대에 서 있었을 때를 회상했을까? 9남매(2남 7녀)를 낳고, 기르던 파란만장하던 그 시절을 생각했을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꼬박꼬박 동네를 산책했는데 그때마다 반드시 한복을 곱게 차려 입고 집을 나섰다고 한다. 그래서 동네에선 ‘한복 할머니’로 통했다. 그러나 이 할머니가 <황성옛터>의 가수라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백년 인생 속에서 이음전이 아닌 ‘이애리수’라는 이름으로 산 세월이래야 겨우 5~6년간이다. 그 짧은 세월 때문에 그녀가 겪었을 시련과 아픔은, 목숨을 바칠 정도로 사랑한 남편과의 행복한 삶으로 치유가 되었을 터이고, 9남매를 품에 안고 살며 그 속에서 기쁨을 찾았을 것이다. 한 시간쯤 되는 만남을 끝내고 나오면서 내가,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세요”라고 말하자, 이음전 할머니는 내 손을 잡고 고개를 끄덕끄덕 했다.
  • ‘천재소년’ 송유근 학점은행제로 학사모

    ‘천재소년’ 송유근 학점은행제로 학사모

    ‘천재소년’ 송유근(13)군 등 2만 8000여명이 학점은행제와 독학학위제로 학사학위를 받았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평생교육진흥원은 23일 오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주호 차관과 박인주 평생교육진흥원장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학점은행제 및 독학학위제 학위수여식을 열었다. 학점은행제 학사 1만 9315명, 전문학사 8708명, 독학학위제 학사 679명 등 총 2만 8702명이 학사모를 썼다. 교과부 장관이 수여하는 성적최우수상은 김주연(22·여·경영학 전공)씨 등 3명, 우수상은 오슬기(23·여·방송영상학 전공)씨 등 3명에게 돌아갔다. 성적우수자에는 재소자로 수감생활 중 독학으로 학위를 취득한 박순철(41·가명)씨도 포함됐다. 박씨는 독학학위제로 2006년 2월 경영학 학위를 딴 데 이어 또다시 공부에 도전해 이번엔 독학학위 취득자 679명 가운데 전체 수석이라는 뛰어난 성적으로 국어국문학 학위를 취득했다. ‘천재소년’으로 널리 알려진 송유근군도 이날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이 주는 특별상을 받았다. 송군은 2005년 국내 최연소 대학생으로 인하대에 입학해 공부하던 중 지난해 학점은행제에 등록, 학사 인정에 필요한 학위를 모두 따고 바로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정했다. 송군은 다음 달 한국천문연구원 천문우주공학전공 석사과정 입학을 앞두고 있으며 이곳에서 국내 최연소 박사학위에 도전할 계획이다. 박현갑기자 eagledu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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