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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스쿨 탐방] 설립인가 당시 교수 업적평가 1위… 재판연구원 배출도 3년 연속 최다

    [로스쿨 탐방] 설립인가 당시 교수 업적평가 1위… 재판연구원 배출도 3년 연속 최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은 ‘플러스(+)형 법률 전문가’ 양성이란 교육이념 아래 법률지식과 실무역량, 법조윤리를 모두 갖춘 법조인 배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성화 분야는 ‘기업법무’다. 자체적으로 ‘기업법무특성화위원회’를 운영하며 164개 교과목 중 59개 과목을 기업법무 과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특성화 교과목 중 24학점을 이수하면 특성화 분야 교육 과정 이수 인증서를 교부한다. 특히 재계 1위 그룹 삼성과의 연대는 학생들에게 큰 매력으로 다가가고 있다. 성대 로스쿨은 삼성그룹 법무실에 가장 많은 학생을 보내는 학교다. 삼성에서는 매년 25명씩 성대 로스쿨생만을 위한 하계 실무수습(인턴십)도 실시하고 있다. 실무 중심의 우수한 교수진 역시 성대가 내세우는 장점이다. 성대 로스쿨은 설립인가 과정에서 25개 로스쿨 가운데 교수 업적평가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박광민 원장은 “교수 중 법률 실무가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학교가 성대 로스쿨”이라면서 “다른 학교보다 판사 출신 교수가 많고 열성적인 강의 덕분인지 3년 연속 재판연구원(로클럭) 배출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성대 로스쿨은 2012년 9명, 지난해 6명, 올해 5명으로 그동안 총 20명의 최다 로클럭 합격자를 배출했다. 로클럭 준비반과 검사 준비반을 각각 꾸려 담당 교수의 지도 아래 체계적인 판검사 임용 준비를 지원하고 있다. 성대 로스쿨은 국제화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학교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동안 총 16명의 공동학위 과정생과 8명의 교환학생을 외국 대학에 파견했고, 7명의 미국 변호사를 배출하기도 했다. 이 중 6명이 국내 변호사 시험에도 동시에 합격했다. 그러나 법조인으로서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성대 로스쿨은 시험 성적만으로 졸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신언서판(身言書判) 제도를 따로 운영 중이다. 몸과 말씨, 글씨, 판단력에 있어 자격 요건을 갖췄는지 평가하는 제도다. 그 일환으로 덕망이 높은 법조인 등을 외부강사로 초빙해 강연을 듣거나 교양도서를 선정, 독후감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졸업 요건에 법률봉사 24시간, 근로봉사 16시간을 포함시켜 사회 봉사정신 함양에 힘쓰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로스쿨 탐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 탐방]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서울신문이 더 나은 법조인 양성을 기대하며 마련한 ‘로스쿨 탐방’ 5회는 고려·조선 1000년을 이끈 인재들을 배출한 최고 고등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의 전통을 이어받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다. 박광민 원장은 수기치인(修己治人·스스로 수양하고 세상을 다스린다)의 품성을 갖춘 ‘플러스형 법률 전문가’ 양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유교적 덕성을 중시하는 게 독특한데. -성균관대는 고려와 조선의 국립고등교육기관이었던 성균관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옛 선비들은 끊임없이 인(仁)을 실천해 자아를 완성하고 완성된 자아를 주변으로 확대해 나가는, 곧 ‘수기치인’의 기본 품성을 갖춘 사람이라야 나라를 이끌어 갈 자격이 있다고 봤다. 그런 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운영하는 것이 ‘신언서판’(身言書判) 제도다. 법조윤리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법률가의 역할과 책임이라는 2학점짜리 과목을 운영하고 교양도서를 선정해 30권가량 서평을 제출하도록 하는 게 신(信)이다. 이는 국민에게 신뢰받는 법률가가 돼야 한다는 취지다. 언(言)은 어학 능력이고, 서(書)는 법률가에게 필요한 문장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판(判)은 사례와 실무수습을 통해 법률가로서 판단력을 기르도록 한다. →기본 목표로 세운 ‘플러스형 법률 전문가’란 무엇인가. -과거엔 법률 지식만 갖춘 법조인을 양성하는 한계가 있었다면 이제는 지식과 실무, 법조윤리, 바람직한 가치관까지 융합한 법조인을 필요로 한다는 의미에서 ‘플러스’라는 말을 쓴다. 국내를 뛰어넘어 사회와 국가, 세계에 기여하는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만들어 보겠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로스쿨이라는 제도를 통해 ‘시험을 통한 법조인 선발’에서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으로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었다. 성대 로스쿨은 그런 취지에 가장 부합하는 표준적인 로스쿨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 단계는 어느 정도 목표에 근접했다고 보나. -지금까진 성공적으로 추진 중이다. 예전부터 법학과는 성대를 대표하는 학과 가운데 하나였다. 전국 최고 수준의 실무교수를 보유하고 경험과 현장역량을 학생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세계무대에서 활약하기 위한 국제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공동학위 과정은 4개, 교류협정은 31개 학교와 진행 중이다. 특히 미국에서 학점교류로 로스쿨 과정을 이수하고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뒤 돌아와 국내 변호사시험에 합격하는 학생도 매년 두세 명씩 배출하고 있다. →기업법무를 특성화로 선택한 이유는. -전체 164개 교과목 중 59개를 기업법무 과목으로 구성했다. 이 중 24학점 이상을 이수하면 기업법무 특성화 이수 인증서를 교부하고 성적표에도 명기해 준다. 한국 법조계가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려면 가장 시급한 분야가 바로 기업법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세계무대에 더 많이 진출해야 하는 건 한국인 모두에게 숙명이라고 할 수 있다. 세계시장에선 무역과 특허 등 셀 수 없이 많은 분쟁이 발생한다. 사전에 분쟁을 예방하고 합리적인 기준 안에서 상호 간 최대 이익을 얻으려면 법률가가 더 많은 구실을 해 줘야 한다.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높은 등록금 수준 때문에 진학을 주저하는 학생도 많다. -등록금 부담이 크다는 점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학교 입장에선 적자를 감수하며 로스쿨을 운영 중이란 점은 감안해 줬으면 좋겠다. 등록금 총액 대비 장학금 규모가 약 37%인데 성적 장학금은 거의 없고 83%가량을 사회적 취약계층 학생에게 지급한다. 거기에 교수 인건비까지 감안하면 그것만으로도 로스쿨이 비싼 등록금으로 대단한 수익을 거두는 게 아니란 점이 분명해진다. 높은 등록금 문제에 대해 정부가 일정한 역할을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법조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람을 아는, 사람과 사회와 국가를 이해하는 그런 법률가가 되길 바란다. 법에만 매몰돼 인간성을 상실한 사람들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법률가가 결코 아니다. 사회와 국가와 세계 속에서 조화롭게 세계관을 갖추고 인류에 봉사해야 한다. 이걸 위해선 사법시험보다는 그에 걸맞은 목표를 갖춘 로스쿨에서 교육을 받은 법조인이 나와야 한다. 법률가가 특권을 가진 직업이라고 인식해선 안 된다는 걸 후배들에게 강조하고 싶다. 강국진 기자 betulo@seoul.co.kr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박광민 원장은 ▲성균관대 법학사·박사 ▲서울고검 항고심사회 위원 ▲한국피해자학회 회장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해양경찰청 인권수호위원회 위원장
  • [로스쿨 탐방] 작년 졸업생 64.5%가 로펌·기업 취업

    [로스쿨 탐방] 작년 졸업생 64.5%가 로펌·기업 취업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으로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졸업생들의 주된 취업 기관 역시 다른 대학 로스쿨과 마찬가지로 법무법인과 민간 기업이다. 14일 성균관대에 따르면 2012년 변호사시험에 합격한 성대 로스쿨 학생 97명 전원이 취업한 가운데 이 중 가장 많은 36명(37.1%)이 김&장, 태평양, 광장 등을 비롯한 법무법인에 들어갔다. 두 번째로 많은 25명(25.8%)은 삼성을 포함한 민간 기업에 취업했다. 지난해 성대 로스쿨 출신의 변호사시험 합격자 역시 같은 취업 양상을 보였다. 합격자 100명 중 90명이 취업을 했는데 이 중 32명(35.6%)이 법무법인에, 26명(28.9%)이 민간 기업에 진출했다. 재학생들의 대회 수상 실적도 다양하다. 2009년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주최한 ‘제8회 모의 공정거래위원회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듬해 열린 경연대회에서도 성대 로스쿨이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밖에도 대법원에서 학생들의 법정변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매년 열고 있는 가인법정변론 경연대회에서 성대 로스쿨 학생들은 2010년엔 형사부문, 2011년에는 민사부문에서 각각 최우수상을 받았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연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함께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에 대학교수도 동참했다.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131명(외국인 교수 15명 포함)은 이날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처,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해서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는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스승의 날을 맞이해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연세대학교 교수들의 성명’은 김왕배(사회학과)·김종철(법학전문대학원)·김호기(사회학과)·방연상(연합신학대학원)·윤혜준(영문학과)·이종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교육자로서의 입장을 밝히자는 뜻을 나누면서 준비했다. 이들은 성명서 국문본과 영문본을 완성한 후 연세대 전체 교수들과 공유해 참여 교수들의 서명을 받았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직업교육·훈련 이수하면 자격증 준다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충실하게 이수하면 자격증을 딸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된다. 고용노동부는 정부가 지정한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기반의 직업교육·훈련 과정을 마치면 자격을 부여하는 과정평가형 국가기술자격 제도를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기술자격법 일부 개정안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NCS를 기반으로 직업교육·훈련을 할 수 있는 기관에서 시행되며, 고용부는 특성화고, 전문대, 직업능력개발훈련기관 등을 대상으로 인증 기관을 선정할 예정이다. 고용부는 우선 금형, 사출 등 기계분야 15개 자격증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고용부는 또 과정평가형 자격제도가 도입되면 자격증이 남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해 훈련과정에 내부 평가 외에 외부평가도 도입해 자격 능력 검증이 엄격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시험으로 자격을 부여하는 기존 검정형 자격제도는 과정평가형 자격제도와 함께 시행된다. 나영돈 고용부 직업능력정책관은 “과정평가형 자격제도는 암기 위주의 시험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해 현장에서 일을 잘할 수 있는 인재를 기르는 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전문 포함)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 반성하고 참회”(전문 포함)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 ‘연대 교수 시국선언’ 세월호 참사에 대한 추모의 마음과 함께 정부의 책임 있는 대책을 촉구하는 성명 발표에 대학교수도 동참했다. 연세대학교 교수들은 스승의 날 하루 전인 14일 “스승답지 못한 우리 모습을 돌아보며 겸허히 반성하고 참회하고자 한다”며 이 같은 성명을 발표했다. 연세대학교 교수 131명(외국인 교수 15명 포함)은 이날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다”면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이라며 “세월호 침몰 원인과 대처,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세월호 참사와 함께 국민과 유가족들에게 참담함을 안겨준 우리 언론의 보도행태와 관련해서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켰다”며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이들은 “우리는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한다”며 “스승의 날을 맞이해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번 ‘세월호 참사를 대하는 연세대학교 교수들의 성명’은 김왕배(사회학과)·김종철(법학전문대학원)·김호기(사회학과)·방연상(연합신학대학원)·윤혜준(영문학과)·이종수(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교육자로서의 입장을 밝히자는 뜻을 나누면서 준비했다. 이들은 성명서 국문본과 영문본을 완성한 후 연세대 전체 교수들과 공유해 참여 교수들의 서명을 받았다. 다음은 연세대 교수 시국선언문 전문. “슬픔을 안고 공동체 회복의 실천으로”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들의 명복을 빌며 우리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은 비탄한 심정으로 참회하고 성찰하는 마음을 같이 나누고자 합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로서 꽃다운 나이에 어른들의 구조를 믿고 기다리다가 숨을 거둔 단원고등학교 학생들, 이들과 함께 끝까지 곁에 있다가 유명을 달리한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참담함과 비통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아들딸의 시신을 붙들고 통곡하는 부모님들, 아직 시신조차 만나보지 못한 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부모님들의 처참한 심정에 가슴깊이 동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는 분명한 인재였다는 점에서 특별한 반성을 우리 모두에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본분을 망각하고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도록 방치한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을 포함한 청해진해운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사고 발생 후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의 난맥상을 보여 온 해경을 포함한 정부당국의 책임도 결코 이에 못지않게 엄중할 것입니다.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가족을 잃은 이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일부 언론의 태도와, 무기력하게 대처 과정을 지켜보기만 했던 정치권의 태도는 전 국민의 분노를 일으켜 왔습니다.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우리가 동시에 목격한 것은 국가라는 제도의 침몰과 책임의식이라는 윤리와 양심의 침몰이었습니다.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대처 및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은 한 치의 의구심도 남김없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져야 하고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합니다. 특히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정부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이번 참사를 철저히 파헤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저희들이 보기에,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은 물질적 탐욕에 젖은 나머지 생명의 가치를 내팽개친 황금만능주의, 편법과 탈법의 관행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여 온 결과중심주의에 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범적으로 이루어 왔다고 자부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삶과 생명에 대한 철학 및 성찰이 빈곤한 반인간적 사회인지를 여실히 증거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기력한 국가와 황폐해진 사회의 실상이 여지없이 드러난 세월호의 비극을 전국민적인 참회와 반성의 계기로 삼기를 제안합니다. 먼저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문을 탐구하는 우리 교수들부터 진지하고 겸허하게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자 합니다. 과정과 원칙을 무시한 채 결과만을 중시하고 비리와 이권으로 뒤엉켜있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고 개혁하기는커녕, 오히려 이를 방조하며 이에 편승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자성합니다.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의 스승답지 못한 모습을 뒤돌아보며 가슴 속 깊이 뉘우치고자 합니다. 나아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갈 책임을 진 모든 이들도 우리의 반성과 참회에 동참하기를 바랍니다. 국민의 안전·자유·행복의 보장에 소홀했던 현 정부를 포함한 정치권은 스스로 철저히 반성하면서 원인규명과 대책마련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아야 합니다. 기업들 또한 공정경쟁을 왜곡하고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신들을 돌아보고 정경유착이라는 낡고 잘못된 관행과 결별해야 합니다. 언론은 갑갑한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신문고의 역할을 제대로 담당해왔는지 겸허하게 자성하면서 불법과 탈법을 적극적으로 고발하고 민주주의를 위한 권력 감시를 올바로 수행해야 합니다. 침몰한 세월호 안에서 구조의 희망을 버리지 않고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서로의 손을 붙잡고 격려하던 어린 학생들은 엄중한 역사적 숙제를 안기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이들의 죽음 앞에 대한민국의 모든 어른들은 근본적인 참회와 성찰에 기초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으로 응답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탐욕과 비리, 생명경시 풍조가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석에서 말끔히 제거될 때까지, 그리하여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 모두가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나눌 수 있을 때까지 반성과 개혁의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것임을 이들에게 엄숙하게 약속해야 할 것입니다. 어린 아들딸을 잃은 유가족 여러분들의 아픔과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고인들의 명복을 다시 한 번 간절히 빕니다. 2014. 5. 14 연세대학교 교수 일동 강상현, 강승혜, 강정한, 고광윤, 권수영, 권영준, 기하서, 김갑성, 김경모, 김도형, 김동노, 김동현, 김동환, 김명섭, 김성보, 김성태, 김세익, 김시호, 김영희, 김왕배, 김용민, 김용준, 김종철, 김준일, 김준환, 김철, 김충선, 김태환, 김택중, 김학진, 김학철, 김현미, 김현숙, 김혜림, 김호기, 나윤경, Linda Kilpatrick-Lee, Michael Michael, 마광수, Mandel Cabrera, 문상영, 문정인, 문창옥, 박경수, 박상영, 박상용, 박애경, 박준성, 박찬웅, 방연상, 백경선, 서상규, 서현석, 서홍원, 설혜심, 손영종, 손창완, 손호현, 송인한, 송현주, 신동빈, Anthony C. Adler, 안춘수, 양재진, 양혁승, 여인환, 오홍석, 원재연, William L. Ashline, 유현주, 윤대희, 윤태진, 윤혜준, 이경원, 이덕연, 이동귀, 이삼열, 이상길, 이원용, 이윤석, 이윤영, 이재원, 이종수(법전원), 이지현, 이진호, 이태정, 이태호, 이한주, 이희경, 장원섭, 전광민, 전수진, 전지연, 전현식, 정석환, 정애리, 정의철, 정종락, 정종열, 정종훈, 정희모, Jen Hui Bon Hoa, 조문영, 조용수, 조재국, 조현수, John M. Frankl, Joseph Hwang, 차혜원, 최건영, 최우영, 최윤오, 최종건, 최종철, 최준호, Carl Sobocinski, Krys Lee, Tae Lee, Terence Murphy, Pearl Kim Pang, Paul Tonks, 하연섭, Hans Schattle, 한균희, 한승헌, 한웅, 허대식, 현승준, 홍길표, 황금중 (외국인교수 15명을 포함한 총 131명)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관피아 방지법’개정-논의와 쟁점] 부정청탁금지법

    [‘관피아 방지법’개정-논의와 쟁점]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이하 부정청탁금지법)이 다음달부터 국회에서 본격적인 세부 논의에 들어간다. 12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 제정과 관련, 정부안과 새정치민주연합의 김영주·이상민·김기식 의원안 등 총 4개 안을 놓고 6월에 있을 2차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구체적 협의가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쟁점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입장 차를 보이고 있어 진통이 예상된다. 지난해 8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은 9개월여 동안 표류하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공직개혁 요구가 높아지자 지난달 25일 처음으로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가 이뤄졌다. 그러나 1차 논의에서는 공직자의 정의 및 공공기관의 범위 등 기본 내용에 대해서만 50여분간 얘기가 오가는 데 그쳤다. 법안은 크게 공직자의 ▲부정청탁 ▲금품수수 ▲사적 이해관계와 충돌되는 직무수행 등 세 가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우선 부정청탁 처벌과 관련, 정부안은 부정청탁의 행위 주체에 따라 최대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제3자를 통한 청탁이나 이해당사자의 직접 청탁에 대해 무조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명시해 형벌적용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금품수수 처벌과 관련, ‘직무관련성’이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야당은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100만원 초과 금품수수는 형사처벌토록 규정했다. 반면 정부안은 직무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만 금액과 관계없이 형사처벌하자는 입장이다. 직무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는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된다며 과태료만 부과해 원안보다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그 밖에 이해충돌 방지와 관련해선 18개 위반 행위에 대해 구체적인 제재 수위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과태료 부과 주체를 놓고도 정부는 과태료 재판의 관할 법원을, 이 의원 및 김 의원은 각각 공공기관의 장과 국민권익위원장이 맡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법안소위에서 합의를 거쳐 최종안이 만들어지면 국회 정무위 안으로서 의결을 거쳐 법제사법위로 넘어가고 이후 전체회의에 상정된다. 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으나, 일부 개정이 아니라 새로 법을 만들어야 하는 데다 구체적 내용마다 합의가 필요해 법안 통과 후 실질적 시행이 있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야당 측은 “정부안은 여러 부처의 이해관계를 반영해 수정하다 보니 누더기가 된 상태”라며 원안대로 갈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제정 초기인 만큼 실행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우선 완화된 안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권익위 관계자는 “그동안 법안의 취지를 모르고 막연히 비판하는 분들이 있어 설득에 애를 써 왔다”며 “조속한 법안 통과로 공직자의 부패 개입을 사전에 예방할 길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전문가 의견] “법안 조속히 통과돼야 ‘참사’ 막는다” 법학 전문가들은 세월호 참사와 더불어 불거진 공직사회 문제의 재발을 막으려면 ‘부정청탁금지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이들은 이번 참사의 본질조차 모르는 것”이라며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담보로 한 부정부패로 인해 안전 문제가 발생하는 것인데, 현장만 잡는다고 될 일이 아니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그는 “공직사회가 투명해지고 깨끗해지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면서 “민감한 법안일수록 해당 공직자들의 눈치를 볼 게 아니라 국민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직무관련성을 불문하고 형사처벌하는 원안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점차 수법은 교묘해지는데 대가관계가 인정되지 않아 모두 법망을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직무관련성이 과거의 처벌 기준이었다면 이제 공무원이라는 신분 자체가 어떤 경우에도 거래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회 곳곳이 무너져 있는 이유는 부정부패 풍토 때문”이라면서 “이에 대한 방지법을 만들어 강력히 시행하는 것이 참사의 재발을 막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한 교수는 “현재 대립하는 쟁점들은 입법적 기술로 얼마든지 절충이 가능한 것”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했다. 이어 “법안이 실질적 효력을 가지려면 ‘내부 고발자 제도’를 활성화시켜 공직사회 내부에서 자기 정화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권위자엑 듣는 판례 재구성]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

    판례의 재구성 7회에서는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 파기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처음 밝힌 ‘2003. 4. 11. 선고 2001다53059’ 판결을 소개한다. 판례의 의미와 해설을 민법 분야의 권위자인 엄동섭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한국무역협회는 1996년 1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 무역센터 부지에 수출 1000억 달러 달성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건립하기로 하고, 5명의 작가에게 조형물의 시안 제작을 의뢰했다. 이 중 최종적으로 1개의 시안을 선정해 해당 작가와 조형물의 제작 및 납품, 설치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조형물의 제작비, 제작시기, 설치장소 등은 통보하지 않았다. 공모에 응한 A씨는 이후 같은 해 8월 자신의 시안이 당선작으로 선정됐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러나 무역협회는 내부 사정과 경제적 여건 등을 이유로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있다가, 약 3년이 지난 1999년 6월에야 A씨에게 조형물 설치를 취소키로 했다고 통보했다. 이에 A씨는 계약교섭의 부당한 중도파기를 주장하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인 무역협회가 원고 A씨와 계약을 체결할 의사를 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의 명시가 없었으므로 시안 제작 의뢰만으로는 계약의 청약 및 승낙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당선사실을 통보받은 원고가 계약이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와 신뢰를 가졌음에도 피고가 자신의 사정만 내세워 3년 뒤 건립사업 철회를 선언한 것은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대법은 원고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원고가 주장한 창작비 3억원의 손해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적법한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계약의 이행을 청구할 수 없고, ‘신뢰손해’의 범위에 속한다고도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동시에 신뢰손해에는 경쟁입찰에 참가하기 위해 지출한 제안서, 견적서 작성비용 등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예를 들었다. 이는 판결로는 처음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경우의 구체적인 손해배상 범위를 적시한 것이다. 아울러 신뢰 형성 전에 지출한 투자비용 등은 배상 대상이 아님을 명시해 이후의 다양한 계약교섭 파기 사건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용어 클릭] ■신뢰손해 계약 성립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상당의 손해를 말한다.
  • [권위자엑 듣는 판례 재구성] 계약 체결에 신뢰 없을 때 쓴 비용은 배상서 제외… 부당 파기 시 손해배상의 구체적 범위 적시해 줘

    [권위자엑 듣는 판례 재구성] 계약 체결에 신뢰 없을 때 쓴 비용은 배상서 제외… 부당 파기 시 손해배상의 구체적 범위 적시해 줘

    계약은 청약과 승낙에 해당하는 두 개의 확정적 의사표시의 합치에 의해 성립한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많은 계약은 이런 의사표시의 합치에 도달하기 전에 계약교섭 단계를 거치게 되며, 중요하거나 복잡한 내용의 계약일수록 교섭 단계가 장기간에 걸치게 된다. 여기서 계약교섭의 결과 당사자 일방이 계약의 성립에 대해 정당한 신뢰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이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체결을 거부함(계약교섭 부당파기)으로 인해 손해를 입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종래 국내 학설은 독일의 계약체결상 과실 이론의 영향을 받아 원시적 불능에 관한 민법 제535조를 이 문제에 유추적용함으로써, 계약교섭 부당파기자에게 일종의 (준)계약책임으로 신뢰이익 배상책임을 인정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판례는 ‘대판 1993.9.10. 92다42897’ 이래 이 문제를 계약교섭 부당파기자의 불법행위책임으로 다루고 있다. 다만 이 판결은 부당파기자의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만 판시할 뿐, 더 이상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불법행위로 판단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에 관해 설시하지는 않았다. 그 뒤 ‘대판 2001.6.15. 99다40418’(광안대로 사건)에서 비로소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불법행위로 인정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에 관한 설시가 이뤄졌다. 이 판결은 “어느 일방이 교섭단계에서 계약이 확실히 체결되리라는 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를 부여해 상대방이 그 신뢰에 따라 행동했음에도 상당한 이유 없이 계약 체결을 거부해 손해를 입혔다면, 이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비춰 계약자유 원칙의 한계를 넘는 위법한 행위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라고 판시했다. 이로써 1)정당한 기대 내지 신뢰의 부여, 2)그 기대 내지 신뢰에 따른 상대방의 행동, 3)상당한 이유 없는 계약체결의 거부가 민법 제750조(불법행위)의 위법성 판단 요건임을 밝히고 있다. 우리 민법은 독일 민법과는 달리 제750조에서 불법행위를 포괄적, 일반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굳이 독일의 계약체결상 과실 법리를 차용하거나 민법 제535조를 유추적용하지 않고, 불법행위의 법리에 따라 계약교섭 부당파기를 취급하는 국내 판례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생각된다. 대상 판결은 이런 종래 판례의 기본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할 경우 손해배상의 구체적인 범위까지 판단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우선 원·피고 사이에서 아직 구체적, 확정적인 의사표시의 합치가 없었기 때문에 계약은 성립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계약성립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행이익(원고가 받게 될 보수, 이 사건의 경우 창작비에 해당하는 금액)의 배상 청구를 기각했다. 이어 ‘대판 2001.6.15. 99다40418’이 설시한 위법성 판단의 구체적인 요건에 비춰 피고의 계약교섭 파기행위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 경우 손해배상은 계약체결을 신뢰한 상대방이 계약이 유효하게 체결된다고 믿었던 것에 의해 입었던 손해, 즉 ‘신뢰손해’에 한정된다고 봤다. 신뢰손해는 예컨대 그 계약의 성립을 기대하고 지출한 계약준비 비용처럼, 그런 신뢰가 없었더라면 통상 지출하지 않았을 비용 상당의 손해다. 대상판결은 아직 계약체결에 확고한 신뢰가 부여되기 전 상태에서 계약교섭의 당사자가 계약체결이 좌절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지출한 비용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시하면서, 원고가 피고의 공모에 응해 시안작성을 위해 지출한 비용 관련 청구도 기각하고 오직 피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위자료)만을 인정했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계약교섭 부당파기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경우 손해배상은 ‘신뢰이익의 배상’에 한정되며, 계약체결에 관한 신뢰가 형성되기 전에 지출한 비용, 특히 이른바 ‘투기적 비용’은 배상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밝혔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그 뒤 ‘대판 2004.5.28. 2002다32301’(국방연구소 사건)은 계약교섭의 부당파기가 불법행위를 구성하는 경우, 계약교섭 단계에서는 아직 계약이 성립된 것이 아니므로 설령 이행에 착수했더라도 이는 자기의 위험 판단과 책임에 의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만일 이행의 착수가 상대방의 적극적인 요구에 따른 것이고 이와 같은 이행에 들인 비용의 지급에 관해 이미 계약교섭이 진행되고 있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에는 당사자 중 일방이 계약 성립을 기대하고 이행을 위해 지출한 비용 상당의 손해도 배상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물론 이행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이 손해배상의 범위에 포함되는 것은 이 판결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만 인정된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 적은 것처럼 현대사회의 많은 계약은 복잡하고도 장기간에 걸친 교섭단계를 거치게 되며, 이에 따라 계약교섭 부당파기 사례도 계속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따라서 이 분야 판례의 집적과 아울러 향후 다양한 부당파기 유형에 따른 보다 심도 있는 학문적 연구가 요청된다. ■ 엄동섭 교수는 ▲1955년 대구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대학원 법학박사 ▲미국 코넬대 로스쿨 방문교수 ▲법무부 민법개정위원회 불법행위분과 위원장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민사법학회 차기(2015년) 회장 선출
  • ‘해킹으로 전과목 A+’ 연대 로스쿨생 기소

    시험지를 빼내려고 교수 연구실 컴퓨터를 해킹하다 적발된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학생이 법정에 서게 됐다. 서울서부지검 형사1부(부장 조남관)는 11일 전 연세대 로스쿨 1학년생 최모(25)씨를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차석으로 졸업한 최씨는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앞둔 지난해 12월 교수 연구실에 들어가 컴퓨터에 해킹 프로그램을 깔고 시험지를 빼내려다 적발되는 등 네 차례에 걸쳐 교수들의 컴퓨터를 해킹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덕분에 최씨는 1학기에 전 과목 4.3 만점으로 장학금까지 받았지만, 지난해 말 범행이 발각돼 학교에서 영구제적 처분을 받았다. 학교 측의 ‘자체 처분’으로 그치는가 싶었던 사건은 서울지방변호사회 산하 ‘법조인력양성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가 최씨를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로 이어졌다. 법원은 이달 말 최씨에 대한 선고를 내릴 예정이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농축산업은 생명산업… 발전 계속해야”

    “농축산업은 생명산업… 발전 계속해야”

    1995년까지 LG그룹을 25년간 이끈 구자경 명예회장은 교사 출신이다. 그는 5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면서 제자들에게 기술입국(技術立國)의 꿈을 심어주고자 했다. “나라의 힘이 강해지려면 기술자가 많이 나와야 한다.” 구자경 교사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기술에 대한 애착은 구 명예회장은 회사 경영에 뛰어들면서 구체화했다. 회장을 맡고 3년 뒤인 1973년 인재양성을 위해 학교법인 연암학원을 설립했다. 이듬해 5월 우리나라 유일의 농업계 사립전문대학인 천안연암대학을 설립해 교육사업을 본격화하고, 10년 뒤인 1984년 5월 연암공업대학을 세웠다. 천안연암대학과 연암공업대학이 7일과 9일 각각 개교 40주년과 30주년을 맞았다. 현재 천안연암대학은 농축산분야에서 국내 최고 실습시설을 갖춘 대학으로, 연암공업대학은 전국 1위 취업률(지난해 기준 84.6%)을 자랑하는 기술 전문대학으로 발돋움했다. 지난 7일 천안연암대학의 개교 40주년 행사에 참석한 구 명예회장은 “농축산은 생명산업으로 아주 중요한데 여러 가지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 우리 대학이 창학 이념에 따라 농축산 분야의 발전에 계속 기여할 수 있도록 교직원과 학생이 함께 노력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seoul.co.kr
  •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에 계원예술대학교 선정

    교육부 산학협력선도대학에 계원예술대학교 선정

    교육부가 지난 5월 8일 연간 2000억 원대의 지원금이 걸린 2단계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의 주인공을 발표했다. 4년제 대학 15개교(기술혁신형 3개교, 현장밀착형 12개교), 전문대학 6개교(산학협력선도형 2개교, 현장실습집중형 공학 3개교, 비공학 1개교)가 신규진입에 성공하였다. 이 중에서도 특히 전문대학의 현장실습집중형이 매우 치열하게 경쟁한 결과 공학계열 17개교와 비공학계열 13개교가 신규로 신청하여 그 중 공학계 3개교, 비공학계 1개교가 최종 선정되었다. 이번 산학협력선도대학(LINC)육성사업에 비공학계 1개교에 계원예술대학교가 이름을 올려 그 우수함을 알렸다. 계원예술대학교는 ‘CREATIVE EPICENTER KAYWON 창조적 예술디자인 교육의 진앙지’라는 VISION 2020을 선포하고, ‘대학 특성화 전략 3S’와 ‘인재상 3H-Heart, Head, Hands’를 수립하였다. 디자인 기반 혁신 산학협력 대학으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을 위하여 ‘D-innovator(디노베이터: 디자인 혁신가) 양성’ 사업을 특성화 분야로 선정, NCS 기반 현장중심 디자인 교육을 통하여 80%+α 취업•창업을 달성하고, 지역 중소/중견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여 디자인 기반 혁신 산학협력 거점대학이 되고자 하는 전 구성원의 의지를 담고 있다. 창의역량과 실무역량 배양을 위하여 5개 군 53개 전공 트랙제도를 구조 조정하여 산업수요 중심의 5계열 16개 학과로 개편하였고, 산학협력 중심 교육을 위한 스튜디오 공간을 개선하였다. 또한, 창업 및 산학협력 플랫폼을 구축을 위해 100억원 예산을 투입하여 CREATIVE EPICENTER(창업 및 산학협력센터)를 건립 중에 있다. 세계적인 산학협력 교육의 선도 주자인 핀란드 Aalto University의 Design Factory(ADF) MOU를 맺고 국제적인 협업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계원예술대학교가 위치한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은 2008년 제2차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디지털콘텐츠, SW, 디자인, 전시컨벤션 등의 산업을 집중적으로 강화하는 지역으로 선정된 바 있다. 경기도는 디자인 산업의 육성을 통해 지역의 성장을 선도하겠다는 목표 하에 ‘경기도 디자인 산업 발전을 위한 6대 전략’으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나라 대표 혁신 벤처기업의 총 집결지역인 경기 혁신 트라이앵글(판교-안양/의왕-흥덕 벤처밸리)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계원예술대학교는 판교/안양/흥덕 벤처밸리, 과천/구로 디지털단지 등 120여 개 산업체 및 가족회사와 협약을 맺고 산‧관‧학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창의 디자인 컨설팅, 창업 및 산학협력센터 내 기업 입주, 그리고 현장실습형 주문식 교육 등을 통하여 지역의 중소/중견 기업의 디자인 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디자인 기반 혁신 산학협력 거점 대학’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국가안전처 신설 앞서 신뢰 회복부터”

    “국가안전처 신설 앞서 신뢰 회복부터”

    “미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사태를 계기로 재난관리 시스템을 개선했습니다. 한국도 세월호 참사에서 교훈을 얻어 재난 방지와 대응 측면에서 체계적인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랜들 그리핀 미국 조지타운대 비상사태·재난관리 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현지시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재난관리 경험을 바탕으로 세월호 사태에 대해 조언했다. 그리핀 교수는 미 소방국·연방재난관리청 전문가로 활동했으며 국토안보부와 국방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 정부의 부실한 대응이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인재’가 발생하는 원인은.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홍수 빈번 지역이나 산불 다발 지역 등 위험을 감수하는 상황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재해가 발생했을 때 우리는 생명과 재산 손실을 줄이기 위한 대응 기능에 의존하게 된다.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아주 복잡하고 수많은 도전으로 가득 차 있다. 하나의 기관이나 국가, 조직이 (위기를 해결할) 모든 자원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책임 있는 기관과 조직의 조정과 협업이 필요하다. 세월호 사고는 이런 조정력 측면에서 문제를 노출했다. →미국은 2001년 9·11테러, 2005년 카트리나 사태 등 대형 사건·사고에 어떻게 대처했나. -미국의 비상사태 관리는 진화해 왔지만 불행히도 카트리나 사태에 대한 부실 대응 등 수많은 실수를 겪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들이 결과적으로 비상사태 관리 시스템의 개선과 정립을 가져왔다. 카트리나 사태의 경우 당시 뉴올리언스 당국은 허리케인 상륙 전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일을 어느 정도 잘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 남는 것을 선택했다. 이렇게 대중의 기대를 다루는 문제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무엇을 기대한다는 점에서 모든 정부를 힘들게 한다. 카트리나 사태는 미 정부의 재난관리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됐다. 특히 대형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주정부 및 지방정부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책임질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하도록 만들었다. 상황은 좀 다르지만 2009년 뉴욕 허드슨강 비행기 불시착 사고는 기장과 승무원들의 기지가 가장 유효했지만 2001년 9·11테러로 인해 갖춰진 초동 대응과 시민들의 자발적인 지원으로 성공한 대응 사례로 평가받는다. →미국은 연방재난관리청(FEMA)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의 현 재난관리에 대한 평가는. -연방제에 기초한 미국의 통치 시스템은 대부분의 위기 통제를 정부의 가장 낮은 조직 수준에 맡기고 있다. 이는 장점도 있지만 대형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데 있어 엄청난 도전과 복잡성을 야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FEMA는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기관으로서 대형 사건·사고에 대응하는 주정부를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카트리나 사태 이후 FEMA의 대응과 준비는 대중을 해결책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 정부가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 이에 대한 조언은. -세월호 사고는 한국 정부가 참사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뿐 아니라 이를 사전에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그리고 완전히 막을 수 없다면 생명과 재산 손실을 어떻게 최소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다시 논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동시에, 조직 신설 등을 유일한 해결책으로 시도하는 것에는 신중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그것은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이고, ‘정부가 과연 어디에서나 어느 때나 나타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할 것이다. 우선 국민의 신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기회에 한국 정부가 충격으로부터 회복력을 갖출 수 있다면 국민들도 정부와 함께 사건·사고에 대응하고 준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고 이는 결국 국가 능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다. 워싱턴 김미경 특파원 chaplin7@seoul.co.kr
  • [공직사회 철밥통을 깨자] 폐쇄·관행적 문화

    [공직사회 철밥통을 깨자] 폐쇄·관행적 문화

    폐쇄주의, 보신주의, 무사안일주의. ‘고립된 섬’이라고까지 불리는 공직 사회의 만연한 풍토다. 관료화된 공직사회에서 행정 업무는 기계적으로 돌아간다. 위계질서와 절차에 얽매이다 보니 모든 일은 관행과 선례에 따라서만 처리된다. 업무 처리의 기준도 국민이 아닌 윗사람이다. 주어진 일과만 처리하고 ‘칼퇴근’하는 모습이 이제 ‘공무원’이라는 직업의 장점으로 꼽힐 정도다. 기계적 행태와 무책임이 위기 상황에서 사건을 키워왔다. 공무원의 관행적 업무 근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 보고서 작성이다. ‘보고서는 공무원의 얼굴’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업무의 핵심이 되고 있다. 까다로운 형식에 맞춰 사안마다 보고서를 작성해 올려야 하고 이에 따라 상급자의 평가가 나뉘다 보니, 실질적인 처리보다는 절차에만 치중하는 게 현실이다. 이런 관행은 업무 효율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일선 공무원들은 사고 현장을 챙기기보다는 상급자에게 올릴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청와대를 비롯한 고위 공직자들 역시 올라온 보고서에만 의존해 현장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중앙부처의 한 공무원은 “보고서 작성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보고서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윗사람의 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성근 한국행정연구원 박사는 “알맹이가 아닌 형식에 치우쳐 작성방식 등에 대해 공공연한 내부 지침을 만들고, 이에 따르는 관행은 조직 차원에서 바꿔나가야 한다”며 “의사소통 및 결정 체계를 지금보다 단순화, 간소화하지 않으면 위기 상황마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정된 업무만 처리하는 복지부동의 자세와 상호 유기적 소통이 안 되는 점은 공직사회의 뿌리깊은 병폐 중 하나다. 여기에는 ‘괜히 나섰다가 공연한 일을 만들 필요 없다’는 의식이 깔려 있다. 행정연구원의 지난해 ‘행정에 관한 공무원 인식조사’에 따르면 공무원 무사안일과 복지부동의 원인에 대해 조사 공무원의 35.4%가 ‘잘못되면 책임져야 해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윗사람에게 밉보이지만 않으면 무사할 수 있다는 ‘보신주의’ 때문에 다른 부처 간에는 물론 같은 부처 내에서도 자신이 맡은 업무와 조금만 성격이 다르면 ‘모르쇠’로 회피하는 모습이 번번이 드러났다. 한상희 참여연대 운영위원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규정과 매뉴얼만 따지며 정해지지 않은 것은 안 해도 된다는 태도가 공무원의 전형적 모습”이라고 꼬집으며 “잘못에 대한 소극적 감사만 할 게 아니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시민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는 공무원이 있는지, 또 그에 대한 적절한 포상이 이뤄지고 있는지도 평가하는 ‘적극적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행적 업무에만 매달리는 공무원을 양산하는 근본 원인은 우리 공직사회의 지나친 권위주의와 위계질서에 있다. 전문가들은 조직 상부층부터 기존의 틀을 깨는 솔선수범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3년여간 공직에 몸을 담았던 한 학계 관계자는 “공직사회의 갇혀 있는 사고를 변화시키려면 외부 전문가를 많이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요식행위처럼 한두 명의 외부 전문가가 들어와 봤자 기존 문화에 젖게 되거나 따돌림만 당하게 된다”며 “상급자들부터 해외 선진국의 사례를 연구하고 개방적으로 외부 전문가를 확대 영입해 창의적·능동적인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순은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장관들이 아무도 반대의견을 내지 못하는 모습에서 볼 수 있듯 현 공직사회에는 토론 문화가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지도자부터 말을 아끼고 귀를 열어 아랫사람들의 의견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 위원장도 “능동적으로 책임을 지고, 물어야 하는데 말로만 개혁을 외쳐봤자 아무도 움직이지 않는다”며 “규제개혁을 위해 끝장 토론을 했듯 공무원 쇄신도 대통령부터 행동으로 단호한 의지를 보여주면 차례로 따라올 것”이라고 제언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전문대 특별전형 7개로 간소화

    올해 고등학교 2학년이 대학에 들어가는 2016학년도부터 전문대학의 정원 내 특별전형이 7개 유형으로 간소화된다. 기존 농어촌 출신과 저소득층 외에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재난지역 피해 학교 출신도 전문대학의 사회·지역 배려 대상자 전형에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전문대학입학전형위원회 심의를 거쳐 30일 ‘2016학년도 전문대학 입학전형 기본사항’을 발표했다. 전문대교협은 교육부의 간소화 방침에 따라 그동안 50여개였던 특별전형 개수를 줄이고, 명칭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단순화시킨다고 설명했다. 특별전형은 2016학년도부터 ▲일반(고교) 과정 졸업자 ▲전문(직업) 과정 졸업자 ▲연계교육 대상자 ▲추천자 ▲특기자 ▲관련 경력자 ▲사회·지역 배려 대상자 등 최대 7가지 유형으로 간소화된다. 이 가운데 사회·지역 배려 대상자 전형에서 국가재난지역 피해 학교 출신자를 배려하도록 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전문대, 지방대보다 취업률·초봉 높아

    4년제 지방대 졸업자의 취업률과 초봉이 전문대학 졸업자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대학보다 4년제 대학을 무작정 선호하는 경향에 의문을 제기하는 조사 결과다. 단 이번 조사는 초봉에 대해서만 이뤄졌을 뿐 생애 전 과정 임금 수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실시된 적이 없다. 채창균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은 29일 ‘4년제 대졸과 전문대졸의 초기 노동시장 성과 비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고용정보원의 ‘2011년 대졸자 직업이동경로조사’를 바탕으로 한 연구다. 대학 유형별 취업률을 보면 4년제는 84.0%, 전문대는 85.9%로 집계됐다. 4년제 대학 취업률은 수도권 85.2%, 지방대 82.9%로 지역별 격차를 보였다. 반면 전문대 취업률은 수도권 86.9%, 지방 85.2%로 차이가 미미했다. 4년제 대졸과 전문대졸의 초봉 차이는 크지 않았다. 4년제 대졸자의 월평균 소득은 202만 7000원으로 202만원인 전문대졸자보다 높았다. 그러나 4년제 지방대졸자의 월평균 소득은 196만 7000원으로 전문대졸자보다 낮았다. 채 연구위원은 “4년제 대학생이 전문대 학생보다 2년 동안 추가 교육을 받는 데 따르는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적어도 초기 노동시장에서는 지방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것보다 전문대학에 진학하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4년제 대졸자의 취업률과 임금 수준이 낮은 이유에 대해 채 연구위원은 “수요에 비해 4년제 대졸자가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문대학의 4년제 대학 전환이 확대되는 추세이지만,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졸업생 취업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해피아·모피아 막는 공직자윤리법 ‘구멍’

    해피아·모피아 막는 공직자윤리법 ‘구멍’

    정부가 ‘해양수산부 마피아’(해피아)처럼 퇴직 공무원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이 이뤄지지 않는 것을 막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퇴직 공직자의 전관예우를 통한 권한 남용을 막겠다는 공직자윤리법의 취업 제한 제도는 구멍이 숭숭한 그물에 불과하다. 우선 해수부 공무원들이 업무 관련성이 있는 한국해운조합이나 한국선급에 재취업하는 것을 막는 취업 제한 기간은 퇴직 후 2년간이다. 2년 뒤에는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자유롭게 어디든 가서 일할 수 있다. 고위 공무원들은 취업 제한 기간인 2년 동안 주로 대학의 겸임교수로 지내며 책을 쓰고 강의하면서 경력을 한 단계 더 높인다. 산하 기관장이나 사외이사로 갈 수 있는 ‘경력 세탁’도 된 셈이다. 그 2년 동안 공무원연금을 받는 것은 물론이며 대학은 겸임교수 연봉을 4000만원 이하로 잘라 줘서 연금에는 손실이 없도록 특별히 배려한다. 공무원연금 외의 소득이 연봉 4000만원을 넘으면 연금 액수가 50% 미만으로 줄기 때문이다. 퇴직 전 5년간 업무와 관련 있는 업체로의 취업 제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감사원은 50대 초·중반의 퇴직을 앞둔 관료에 대해서는 ‘커리어 관리’를 해 준다. 주요 요직을 맡는 등의 승진 가능성이 없다면 감사교육원 등으로 빼줘서 업무 관련성 심사에 걸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업무 관련성을 심사하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온정적인 판단도 문제다. 공직자윤리위가 재취업 심사에서 취업을 제한한 건수는 지난해 22건에 불과했다. 2013년 취업 제한 건수는 전체 요청 310건에 22건, 2012년 205건에 6건, 2011년 164건에 17건에 그쳤다. 공무원이 취업 심사를 요청하면 거의 자동으로 승인해 주고 그나마 취업을 제한하는 비율도 평균 10% 미만이다. 취업 심사를 받지 않고 재취업을 하더라도 과태료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친다. 공직자윤리위가 2012년 이후 직무 관련성 심사를 받지 않아 과태료 부과를 결정한 재취업 공무원 79명 가운데 62%만 실제 법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부과된 과태료는 최고가 500만원으로 대기업이나 로펌 고문으로 받는 수억원의 연봉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변호사, 회계사, 세무사 등의 자격증이 있다면 해당 업체로 취업할 때는 취업 심사를 받지 않는다. 최근 안전행정부는 판사와 검사가 로펌으로 옮길 때 차관급 이상만 받던 취업 심사를 1급 이상으로 강화하고자 법무부, 대검찰청, 대법원에 업무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검찰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반발했고 법원은 아예 협조 요청을 무시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전관예우라는 말은 공무원 선후배들이 권력을 사유화해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을 순화한 용어인데 이를 ‘전관 유착 범죄’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동안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공무원들이 업무와 관련성 있는 영리업체에 취업하는 것만 금지해 세월호 참사처럼 비영리법인에 재취업해 감시와 견제가 이뤄지지 않는 것은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창수 기자 geo@seoul.co.kr
  • 높은 취업률에 늘어나는 ‘전문대 유턴’

    2014학년도에 4년제 대학을 졸업한 뒤 전문대학에 재입학하는 이른바 ‘유턴 입학생’은 1283명으로 집계됐다. 116개 대학에서 4984명이 지원해 4명에 1명꼴로 합격했다. 전년도에 비해 지원자는 184명(3.8%), 입학생은 30명(2.4%) 늘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유턴 입학’이 활성화되고 있는 셈이다. 교육부와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는 올해 전문대학 137개교의 입시 결과를 27일 이같이 밝혔다. 평균 경쟁률은 7.7대1, 평균 등록률은 97.9%를 기록했다. 전년도 경쟁률(7.5대1)과 등록률(97.6%)보다 소폭 상승했다. 수도권 평균 경쟁률은 11.2대1, 지방 평균 경쟁률은 5.2대1로 수도권 지역 전문대학에 학생이 쏠렸다. 수도권 대학의 평균 등록률은 100%를 기록했다. ‘유턴 입학생’이 늘어나는 이유로 전문대교협 관계자는 “전문대학이 현장 중심 직업교육과 산학협력을 통한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해 높은 취업률을 달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직 고교 교사인 이화신씨는 퇴직한 뒤 사회봉사를 하기 위해 전북과학대 사회복지계열에 입학했다. 과학고를 나와 수도권 지역 한의학과를 졸업한 한의사 정아름씨는 음악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잊지 않고 서울예술대 입시를 통과했다. 국립대에서 성악을 전공한 황소희씨는 멀티직업인을 꿈꾸며 대경대 분장예술과 새내기 학생이 됐다. 같은 진로를 꿈꾸며 지인들이 함께 전문대학에 진학한 사례도 있다. 세 쌍둥이 형제인 유기룡, 기창, 기원 형제는 직업군인을 꿈꾸며 원광보건대 특전부사관과에 동반 진학했다. 임상병리사가 되려는 동갑내기 부부 김세용, 김미숙씨는 대경대 임상병리과에서 꿈을 키우고 있다. 함께 대경대 자동차딜러과를 다니는 남매 조영주, 민지씨는 졸업 뒤 선의의 경쟁을 약속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14학년도 전문대학 입시에서는 기업 브랜드를 그대로 사용해 맞춤식 교육을 하는 ‘준오헤어디자인과’, 조리 관련 군특성화 학과인 ‘조리부사관과’, 말조련과 말축산경영을 전문 교육하는 ‘마축자원학과’ 등 이색학과가 탄생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인터넷 실명제 위헌판결

    판례의 재구성 6회에서는 인터넷상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비판을 받아 온 ‘본인 확인제’(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으로 판단해 사회적 화두가 됐던 ‘2010헌마47, 252(병합)’ 판결을 소개한다. 판례의 의미와 해설을 헌법 분야의 권위자인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부터 듣는다. 악성 댓글 등에 따른 폐해를 막고자 2007년 7월 도입된 이른바 ‘인터넷 실명제’. 그러나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야만 인터넷 게시판을 이용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사회적 비난 여론이 제기됐다. 게시판 이용자와 정보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은 각각 표현의 자유와 언론의 자유 침해를 이유로 헌법소원을 냈고 도입 5년 만인 2012년 8월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위헌 결정을 내렸다. 인터넷 실명제는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처음 추진됐으나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로 철회됐다. 그러나 이후 ‘연예인 X파일 사건’을 비롯, 악플 등 사이버 폭력 문제가 심각해지며 다시 주요한 전기가 마련됐다. 2006년 공직선거법상 실명제가, 2007년 정보통신망법상 본인확인제가 각각 시행됐고, 2009년에는 실명제 의무화 대상 사이트가 153개까지 확대됐다. 실질적으로 국민이 손쉽게 접근하는 거의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본인 확인이 강제된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법령의 목적이 정당함을 인정했지만, ‘법익 균형성’과 ‘침해의 최소성’에 위배돼 과잉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표현의 자유를 사전에 제한하려면 공익의 효과가 명확해야 하는데 제도 시행으로 인한 긍정적 효과보다 오히려 역효과가 많다는 점도 지적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헌재의 위헌 결정을 환영하며 인터넷 포털의 신상정보 수집과 유출 중단을 촉구했다. 이 결정으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핵심은 국민의 기본권 수호에 있음이 다시 한번 강조됐고, 인터넷 이용자들은 표현의 자유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보장받게 됐다. 그러나 익명 뒤에 숨은 무분별한 악성 댓글이 끊임없이 양산돼,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대한 논란은 아직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최지숙 기자 truth173@seoul.co.kr
  •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실명제 공익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 강조…‘명백한 위험성’ 원칙 언급 안 한 점은 한계

    [권위자에게 듣는 판례 재구성] 실명제 공익보다 표현의 자유 보장 강조…‘명백한 위험성’ 원칙 언급 안 한 점은 한계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영역에 자리한다. 그것은 진리 발견의 수단이거나 ‘자기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토대를 이루기도 하며, 자유로운 인간 정신이 발현되는 통로이기도 하다. 그래서 표현의 자유는 한 사회의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평가하는 지표가 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지난해 ‘국경 없는 기자회’가 정한 언론자유 지표에서 50위에 머물렀고, 2011년에는 프리덤 하우스에 의해 ‘부분적으로 자유로운’ 나라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인터넷 실명제를 위헌이라 판단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이러한 점에서 ‘올해의 판결’로 선정되는 등 시민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국가의 존립에 필수 불가결한 기본권으로, 설령 그 부작용이 있더라도 사회질서의 요청보다 먼저 보장돼야 하는 것임을 명확히 짚어 냈기 때문이다. 인터넷 실명제는 언어폭력이나 명예훼손, 불법 정보의 유통 등 인터넷의 역기능을 막기 위한 제도다. 실명을 쓰게 되면 이런 비행을 자제할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동시에 가해자를 쉽게 추적해 손해배상이나 형사처벌 같은 제재를 가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익명 표현의 자유가 이런 목적보다 더 중요하다고 봤다. 익명이나 가명은 외부 압력을 의식하지 않고 자유롭게 말할 수 있게 하며, 이를 통해 사회·정치적 약자도 국가권력을 비판하거나 정책결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인터넷에서의 익명 표현은 계층이나 지위, 나이, 성 등을 넘어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 있게 한다. 민주주의를 향한 전자적 아고라(e-agora)는 여기서 구축된다. 그에 비해 실명제로 얻게 되는 공익은 불명확하다. 우선 외국 사이트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본인 확인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 또 실명제로 인터넷 문화가 더 건전해졌다는 증거도 없다. 오히려 실명제 때문에 게시판 이용자들이 아예 입을 닫거나 실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의 우회로를 찾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런 새로운 매체에 고객을 빼앗겨 인터넷을 통해 여론을 이끌고자 하는 언론의 자유를 크게 침해당하게 된다. 요컨대 ‘법익 균형성’이 인정될 수 없는 것이다. ‘침해의 최소성’도 마찬가지다. 실명제가 아니더라도 인터넷의 역기능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적지 않다. 가해자 추적은 일반적인 수사기법으로도 충분하며, 불법 정보의 유통이나 확산을 막기 위한 장치들은 정보통신망법 등에 널려 있다. 그럼에도 실명제는 게시판 이용자들을 불법 정보를 퍼뜨리는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면서 과도하게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 나아가 단순히 게시판 열람만 하려는 사람들에게도 적용됨으로써 지나치게 광범위한 규제를 하고 있다. 여기에 헌법재판소는 본인 확인을 위해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문제까지 지적한다. 게시글이 남아 있는 한 사실상 무기한으로 개인정보를 보관할 수 있게끔 허용한 것은 과잉침해이며, 그러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 등 외부에 유출할 수 있는 위험에 봉착하게 만든 것은 법익의 균형성을 저버린 것이 된다. 이 결정은 ‘한 사람이라도 의견 발표에 억압을 받는다면 그것은 전 인류의 행복을 빼앗는 것이 된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에 충실하고자 한다. 어쩌면 공직선거법상의 실명제나 공공기관에서의 게시판 실명제에 대한 위헌결정의 예고편이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결정은 몇 가지 한계를 지닌다. 첫째 실명제는 표현의 내용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고 한 부분은 재고돼야 한다. ‘실명이냐 익명이냐’는 같은 말이라도 누가 했는지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만큼 표현에서 매우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 그래서 미국 연방대법원도 선거운동의 실명제에 대해 엄격한 심사를 실시해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둘째 인터넷 실명제는 온라인상의 표현만 규제한다. 즉 표현 매체가 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에 따라 다른 취급을 하고 있지만 헌법재판소는 이를 실명제의 부수효과에 불과하다며 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명제의 도입에 실제 영향을 미친 것은 인터넷에서의 정보유통이 초고속·대량으로 이뤄진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특성들은 정보통신망법 등 인터넷을 규제하는 무수한 법령의 입법 이유가 된다. 향후 논란을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의 표현 차이를 정리했어야 했다. 셋째 가장 치명적인 것은 ‘명백한 위험성’의 원칙을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국가보안법이나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과 관련해 명백한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만 표현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인터넷에서의 익명 표현이 어떤 명백한 위험성을 야기하는가는 이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판단 부분이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같은 한계는 본 결정의 확장성을 심하게 제약한다. 표현의 자유를 보다 널리 보장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을 발전시키는 디딤돌이 되기에는 역부족인 셈이다. 헌법재판소의 더 전향적인 헌법 해석이 새삼 아쉽다. 물론 사회 진보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니라 이를 새로이 읽어 내는 우리의 몫이지만 말이다. 한상희 교수는 ▲1959년 부산 ▲서울대 법학과 ▲서울대 법학 박사 ▲전 경성대 법학과 교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한국입법학회 고문 ▲한국법과사회이론학회 고문 ▲참여연대 운영위원장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협의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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