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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린 증시] (11.끝)전문가 좌담

    10차례에 걸쳐 ‘클린증시’ 기획을 실어 온 대한매일은마지막회로 증시의 불공정거래행위 근절을 위한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금융감독원 김영록(金永祿) 조사1국장,한국증권업협회 김형곤(金亨坤) 상무,리젠트증권 김경신(金鏡信) 상무가 자리를 같이했다.이들은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일반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풍토를 조성해야 할 것”이라면서 “일반투자자의 무분별한 한탕주의도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신 상무=시장이 공정하고 건전하면 불공정거래행위가 발붙이기 어렵습니다만,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거래소·코스닥시장에는 1,400여개의 종목이 상장·등록돼 있습니다. 기업의 내용을 정확히 알고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죠.거래소만 하더라도 680여개 종목 가운데 20%가량이 관리종목으로 분류돼 있습니다.그런데도 일반투자자는 여기서 뭔가 건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손을 댑니다.정말 거래소에는 건전한 종목이 들어와야 합니다.코스닥시장도 마찬가집니다.불성실공시가 많습니다.전체의 10%가량이 불성실공시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그러다 보니 코스닥업체의 경영자나 대주주는 규정위반에 대해 무감각합니다.퇴출제도가 있긴 하지만 피하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이같은 허점을 먼저 고쳐야 합니다. ◇김영록 국장=거래소와 코스닥시장의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불공정거래 행위도 지능화·다양화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특히 사이버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죠.그래서 최근에는 제도를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여러가지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제도적으로 조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게 그중의 하나입니다.자율규제기관인 거래소·한국증권업협회 등과 업무역할을 분담하고 공조관계를 강화시킬 계획입니다.금융감독원과 자율규제기관이 합동으로 가칭 ‘불공정거래대책협의회’를 구성하기로 했죠. 적발되면 처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최대한 단축시킬 생각입니다.과거에는 거래소나 협회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추적해 감리하는 데 2개월가량,금융감독원이 이를 이첩받아처리하는 데 추가로 3개월가량 걸렸습니다. 앞으로는 감리가 끝나지 않아도 중요사건은 곧바로 조사에 착수합니다.물론 거래소나 협회가 금감원에 이첩하는 기존 방법은 그대로 활용하되,사회적 파장을 몰고 오는 사건들은 철저히 조사하겠다는 것입니다.금감원이 검찰에 통보하는 기준도 상향조정해 금전적 제재 외에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김형곤 상무=코스닥시장의 경우에도 시장특성상 불공정거래행위가 적지 않은 게 사실입니다.자본금이 적고 가격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장난을 칠 개연성은 상존합니다.이같은 일을 막기 위해 지난 5월 도입된 사전경고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습니다.매매거래가 집중편중되는 곳에는 직접 전화를 걸어 확인하기도 합니다.뉴스풍문 자동검색시스템도 사전예방조치로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최근에는허수성 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주가단위를 기존의 5단계에서 10단계로 늘렸습니다. ◇김경신 상무=코스닥의 S업체가 등록된 지 한달만에 2만원이 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급등한 것도 아닌데 조사설이 나오니까 하락하더라구요.그렇다면 5,000원짜리 주식이 2만원으로 올라오는 데돈을 쏟아부은 일반투자자의 손실은 누가 보상해야 합니까.미리 미리 체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주가급등에 대한 조사가 효율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깁니다.주가가 오른 뒤에 확인되니까 피해는 일반투자자만 보게 됩니다. 불성실공시에 대해서는 과징금 도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H기업 주식을 샀다가 10원에 상장폐지되는 바람에 손해를 본 투자자가 있습니다.단말기에는 관리종목만 표시돼 있고,‘정리매매중’이라는 표시는 안돼 있기 때문이죠.시세변동표에 모든 공시도 함께 포함돼야 합다고 봅니다. ◇김국장=좋은 얘깁니다.그런데 애널리스트들의 불공정거래행위도 심각한 수준입니다.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주가조작에 개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미국의 증권법에는특정 기업이 기업내용을 공개할 때 일반인보다 애널리스트들에게 먼저 알려주지 못하도록 돼 있습니다.문화의 차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우리나라 애널리스트들도 본받아야할 대목입니다. ◇김경신 상무=기업에서 정보를 공개할 때 몇몇 증권사들에게만 먼저 알려주고,그곳에 온 사람들만특정 정보를 갖는 예가 허다합니다.기업이 정보를 제공할 때 대중성이 없다는 말입니다.반대로 같은 자료를 제공받고도 분석할 때애널리스트들의 성향에 따라 상반된 견해가 나오기도 합니다.증권시장에서 펀드매니저는 ‘자산운용전문인력’이란시험을 통과해야만 펀드매니저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반면애널리스트들에게는 그런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도적으로 보완돼야 할 부분입니다. 특히 요즘에는 사이버거래쪽의 비중이 커지다보니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정체불명의 사이버 애널리스트들이 득실거립니다.특정 증권관련사이트에 가명으로 이름을 걸고 증권분석가로 행세하다가,자신의 분석이 맞지 않으면,또다른이름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증권소설가나 다름없죠. ◇김국장=현재 시중에는 증권관련 인터넷사이트가 1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시장감시팀에서 사이트를들여다 보고,문제가 있는 사이트는 삭제를 요구하기도 합니다.그러나 자신들끼리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은 접근이불가능합니다.그곳에서 각종 사이버작전이 모의되기도 한다고 합니다.이럴 경우 불공정거래행위로 단정짓는 단서를 찾아내기기 어렵습니다. ◇김형곤 상무=얘기가 조금 다릅니다만,불공정거래행위에대한 정보교환이 부족한 게 아쉽습니다.조사를 해서 금감원에 이첩하면 통보를 받지 못합니다.이첩하면 그만인 셈이죠.앞으로는 조사한 내용을 다시 협회에 알려주는 피드백(순환)제도가 활성화돼야 합니다.특히 기존의 솜방망이식 처벌로는 불공정거래행위를 근절하는데 한계가 있습니다.최근에 처벌수위를 강화한다고 하지만,정말 엄격한 법적용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김국장=고쳐나가야 할 점이 한두가지는 아니지만,필요한 것은 투자자들의 마음자세입니다.확인되지도 않은 남의말을 듣고 매수하는 ‘묻지마투자’는 자제돼야 합니다.‘보물선 발견’같은 확인 안된 소문으로 특정 주가가 폭등하다 가라앉지 않았습니까. ◇김경신 상무=맞습니다.일반투자자들이 시장을 보는 시각은 투기에 가까운 투자입니다.저축에 가까운 투자로 바뀌어야 합니다.주식투자가 재테크수단임에는 틀림없지만, 대박터뜨리기로 접근해서는안되죠. ◇김형곤 상무=10명의 경찰이 1명의 도둑을 잡기가 쉽지않습니다.기업은 투명한 경영과 신속한 공시를,투자자는장기저축이란 시각으로 접근해야 합니다.‘정리매매단계’에 있는 주식을 ‘값이 싸고 이름이 좋아 샀다’는 식은곤란합니다.증권관련 사이트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특정기업에 대한 각종 공시와 정보 등이 있습니다. 적어도 자신의 투자하는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투자할만한 가치가 있는 지 등을 살펴봐야 합니다.무분별한 투자는손해만 초래할 뿐입니다.앞에서도 지적했지만,투기가 아닌 투자,특히 장기저축이란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이들이 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일은 여기 모인 분들의 몫이죠. 정리=주병철기자 bcjoo@
  • [의약분업 대수술하라] (3-2)의약분업 개선책을 듣는다

    ***전문가 5인 e메일 인터뷰 “의약담합 근절이 성패 관건”. 의약분업을 통한 의료체계의 올바른 정착과 건강보험의 건실한 운영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로부터 문제점과 개선방안에대해 들어본다.대한매일이 ‘의약분업 대수술하라’는 제하로 마련한 이메일 좌담내용을 정리한다.보건복지부 문경태(文敬太)연금보험국장,대한의사협회 주수호(朱秀虎)이사,대한약사회 박석동(朴錫東)이사,한국노총 조천복(趙千福)사무총장,건강연대 강창구(姜昌求)정책실장이 참석했다. ■의약분업 시행 1년여가 지났지만 의사·약사·국민 모두불편과 불만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현재 실상에 대한 평가와 문제점,해결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는지. ▲강 실장= 아직도 병·의원의 항생제 남용이 크게 줄어들지 않고 있고 의료기관과 약국간 담합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약국의 서비스 개선도 시급한 것으로 드러나 개선할 부분도적잖은 게 사실이다.따라서 의약분업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이와 같은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다. ▲문 국장= 점차 의약분업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아직 여러가지 불편한 점도 있지만 정부는 의약분업의 성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국민불편을 해소하려고 노력하고 있다.특히 안정적정착을 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처방형태 변화와 항생제 사용량 변화추이 점검 등 의약서비스의 질적 향상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 ▲주 이사= 불법진료를 근절하는 게 오·남용 근절의 가장 실질적인 방법이다.현행 의약분업은 비용이 많이 들면서도 약물오·남용도 막지 못하고 있다.불편하기만 한 이런 정책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박 이사= 현재 의약분업의 문제는 경제적 접근방법이 무시되고 법과 제도의 안정성이 상실됐다는 점이다.특정집단의 이권이 국민편익보다 우선됐다는 점도 들 수 있다. ▲조 총장= 제도시행에 앞서 충분한 검토와 준비없이 출발하다보니 여러가지 문제점만 안은 채 표류하고 있다. 대선공약에 쫓겨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업적쌓기와 윗사람 눈치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사회적 인프라 구축이 안된 상황에서 성급히 강행했기 때문이다. ■의약분업을 효과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가장 절실히 요청되는 것은. ▲조 총장= 의약분업 전반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가벼운 질병에 걸린 사람까지 병원을 거치도록 돼 있는데,이런 환자들은 약국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강 실장= 의·약간 담합행위 근절과 환자 알권리 확보를 위한 처방전 2장 발급에 대한 행정지도를 강화해야 한다.의사 처방행태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피드백,진료비 가감지급,임상진료지침 개발·시행 등의 조치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박 이사= 보험재정을 절감하는 방안과 연계돼야 한다.일반약품 분류를 확대하고 성분명으로 처방토록 해야 하며 동일성분에 대해 대체조제도 활성화해야 한다. ▲주 이사= 아무런 편견없이 초심으로 돌아가 의약분업이 무엇을 위해 정말 필요한 제도인지 처음부터 재검토가 필요하다. ▲문 국장= 의약분업의 가장 큰 목적은 불필요한 약 사용을 줄여 국민건강을 지키는 데 있다.그런데 의료기관과 약국이 담합하면 약물 오·남용을 방지할 수 없고 안정적인 정착에 장애요인으로 작용한다.이런 담합을 없애기 위해 정부는 ‘의약분업특별감시단’을 상설 운영,약사법령에 담합유형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단속을 강화하고 있다. ■건강보험의 재정 통합과 분리론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데 통합과 분리 주장의 근거는. ▲강 실장= 세대간의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통합은 필요하다.건강보험은 개인의 부담과 급여가 특정기간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생애기간에 걸친 세대간 재분배를 통해 이뤄진다.지난 1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국민중 18.8%인 862만명이 직장과 지역간 자격이 변동돼 직장근로자와 지역자영업자 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이런 현실에서 지역과 직장간 재정을 나눈다는 것은 불필요한 업무유발과 국민 불편만을 초래할 뿐이어서 재정통합의 시급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조 총장= 한국노총의 입장은 재정분리이며 근거는 다음과 같다.재정이 통합되면 국민이 동시에 동률의 보험료를 인상할수밖에 없으나 국민저항과 선거철 유권자 표를 의식,보험료의 적기 인상이 어려워진다.재정이 통합되면 집단간(직장·지역) 갈등을 유발하고,지속적인 분쟁으로 보험료 인상이 더욱 어려워진다.결국 통합되면 징수율 저하로 나타나 보험재정 악화는 더욱 심화된다. ▲박 이사= 분리된 건강보험은 낭비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에 따라 통합하는 것이다.그러나 지역가입자의 소득에 따른적정한 보험료 부과,국고지원 확대,통합조직의 건전화를 전제로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건강보험 재정적자를 줄이는 것이 향후 최대의 관건이다. 재정안정 대책과 남은 과제는. ▲문 국장= 정부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내년 1월부터 직장과 지역보험 재정을 통합운영할 계획이다.지역보험료 부과체계 마련 등 관련 하위법령을 준비 중이다.다만 재정분리에 관한 법률이 국회에 제출돼 심의중에 있어 재정통합이 연기되거나 재정이 분리될 경우를 대비해 관련 사항을 검토 중이다. ▲조 총장= 총선과 대선이라는 정치행사를 통해 정치권은 표를의식,선심정책으로 보험급여를 확대해 매년 급여비가 약 30% 이상 증가했다.반면 보험료 수입증가는 약 14%에 지나지 않아 의료보험이 수지균형을 맞출 수없게 됐다.당장 모든 것을 고칠 수 없더라도 우선 내년에 예정된 직장과 지역의 재정통합을 완전히 분리해야 한다. ▲강 실장= 재정을 통합하느냐 분리하느냐는 재정파탄의 원인도 아닐 뿐더러 재정안정의 해결책도 될 수 없다.즉 건강보험의 재정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건강보험의재정안정을 위해 먼저 지난해 과도하게 인상된 보험수가를인하해야 한다.아울러 세계적으로 유례가 드문 고비용 구조의 상업적 의료체계를 개선하고,진료비 지불제도를 바꾸지않으면 건강보험의 재정건전화는 해결될 수 없다. ■특수질환에 대해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이에 대한 장단점은. ▲주 이사= 규제 일변도인 현재의 건강보험제도로는 다양한 국민의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없으며 건전한 의료계의 발전도 도모할 수 없다.따라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건강권이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 아래 민간보험의 도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 이사= 건강보험제도의 질적 저하와 사회적 위화감 조성이우려된다.그러나 현실적으로 의료수혜가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건강보험에서 제외되고 있는 중증질환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민간보험 도입은 필요하다. ▲조 총장= 정부는 건강보험은 기본적인 의료행위를 담당하고민간보험은 건강보험 혜택에서 제외된 비보험 진료나 건보본인부담금 등을 처리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공보험인 건강보험은 더이상 급여확대가 이뤄질 수 없다.장기적으로 민간보험이 급여의 대부분을 담당하게 돼 공보험은 유명무실한 제도가 되고 만다. 또한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초래해 돈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간 위화감이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강 실장= 민간의료보험 도입이 현재의 재정위기를 해결할 수있는 방안도 아닐 뿐더러 그나마 어렵게 발전시켜온 건강보험마저 붕괴시키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우리나라 현실에서 민간의료보험을 도입해서는 안되는 이유는 도입이 필연적으로 의료이용에 있어 계층간의 위화감을 조성시킨다는 점이다.경제적 능력에 따라 의료이용에 차별이 생긴다는 것이다. ■의약분업 및 건강보험 문제에 대해 이해 당사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은. ▲문 국장= 의약분업은 오랜기간 수많은 논의와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 의약계·소비자·시민단체 등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유지하면서 추진됐으며 과정상 많은 어려운 일도 겪었다. 제도정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의약분업은 우리뿐만 아니라 후세들을 의약품 오·남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진의약제도다.정부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심해 발전시켜야 한다. ▲강 실장= 의약분업은 국민의 불편과 많은 사회적 비용을 치르면서 어렵게 정착돼 가고 있다.국민건강을 위해 언젠가 반드시 시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제도다.아직 효과가 미흡한 것은 사실이나 그렇다고 다시금 이를 되돌리자는 주장은 무책임한 것이며 국민건강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국민들이건강보험에 대해 느끼는 불만은 혜택은 적은데 부담만 크다는 데 있다.따라서 보험혜택을 늘리고,국민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가인하 등 의료비 지출구조를 개선해야 한다.쟁점이 되고 있는 재정분리 논쟁은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뿐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정부는 건강보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모으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 ▲주 이사= 정부는 의약분업이 실패한 정책임을 인정하고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자세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정부가 책임질 대상과 영역은 어디까지인지 밝히고 민간보험이 도입되면 국민들의 부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를 밝혀야 한다. 정리=유진상 박록삼기자 jsr@
  • [중국 WTO가입 13억시장 대변혁] 현지 전문가 좌담

    대한매일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13억 시장대변혁’ 시리즈를 끝내며 ‘WTO시대를 맞은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해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가졌다.15일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주중 한국대사관 이준규(李俊揆) 경제공사참사관,한국 무역협회 고광석(高光奭) 베이징 지부장,LG전자 중국지주회사 최만복(崔萬福) 상무가 참석했다. ◆이준규 공사참사=중국의 WTO 가입은 세계 7위의 경제력을 가졌으면서도 제도권 밖에 있던 중국이 세계경제 질서속에 편입돼 하나의 거대한 경제주체로 등장했다는 것을의미합니다.이제 중국은 WTO 룰에 맞춰 경제 법령과 제도를 개정하게 돼 산업구조의 큰 틀이 재편될 것입니다. ◆고광석 지부장=WTO 가입으로 중국 경제는 또 한번 역동적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지난해 국내총생산(GDP) 1조달러를 돌파하며 세계 7대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습니다. 중국 연구기관들은 WTO 가입으로 중국의 GDP가 해마다 0.5∼3%씩 추가성장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최만복 상무=중국이 WTO 가입을 열렬히 환영하는 이유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이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시장이나중국시장에서 외국기업들과 맞붙어도 크게 밀리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죠.컬러TV·냉장고·세탁기 등 가전품의 경우 중국 제품은 세계시장에서 점유율 1∼2위를다투고 있고 내수시장 점유율은 70∼80%를 차지합니다.창훙(長虹)·하이얼(海爾) 등 중국 브랜드의 인지도가 완벽하게 구축돼 외제품이 밀려와도 어려움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공사참사=중국 관리들을 만나보면 WTO 가입을 ‘양날의 칼’로 보고 신중한 자세를 취하고 있습니다.생활의 질을 높이고 세계시장 진출이 쉬워져 경쟁력을 강화하는 ‘좋은 칼’과 외국산 제품에 시장이 잠식될 수 있는 ‘나쁜 칼’이 함께 붙어 있다는 것이죠.외국자본이 몰려들어 섬유·철강·석유화학·전기전자 등의 업종에는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반면 자동차·금융·농업 분야는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고 지부장=WTO 가입으로 가장 우려되는 산업은 농업보다 금융으로보고 있습니다.금융 부문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부실채권입니다.금융기관들이 천문학적 숫자의 부실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시한폭탄을 껴안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죠.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의 부실채권 규모가 우리 돈으로 최소 400조원,최고 1,000조원에 이른다는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중국에 금융위기가 온다면 아시아권은 또다시 금융위기의 폭풍속으로 빨려들어갈 가능성이높습니다. ◆최 상무=중국은 경제분야에서 각종 규제철폐·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외자기업들은 그간 중국 부품업체로부터 부품을 사도록 강요당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피해를 입었습니다.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어질 공산이 큰 탓에 부품업체들의 중국 진출 길이 넓어지는 등 한국 기업에는 좋은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 공사참사=중국의 WTO 가입으로 한국 기업 역시 무한한 기회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봅니다.중국 경제나 주요 산업의 투명성이 높아지면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지는 반면,세계시장에서 저임을 바탕으로 한 중국 제품과 경쟁을하게 되면 한국 기업들이 힘들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하지만 거대한 경제주체인 중국 대륙이 우리 옆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기회가 많다는 얘기도 됩니다. ◆최 상무=앞으로 중국에 진출하는 데 이른바 ‘입장료’가 비싸질 것으로 예상됩니다.중국 시장의 경쟁이 그만큼치열해져 돈을 들여도 성과를 거두기가 힘들어지는 탓이죠.한국 기업으로서는 경쟁체질을 강화시키는 게 급선무입니다.중국 시장을 얕잡아 보고 한국에서 퇴출된 기술을 가지고 중국에 들어와 봐야 아무 것도 건질 수 없는 것입니다. 중국 시장에서 생존하려면 한국에서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들여와 그 경쟁력을 중국 시장에서 지속시켜야 성공할 수있습니다. ◆고 지부장=중국의 WTO 가입은 한국에 득이 많다고 봅니다.중국에 진출하려는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해 성공한 기업들을 본받고 실패한 기업을 보고는 교훈을 삼아야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13억 시장,한반도 44배의광대한 땅만 보고 주먹구구식으로 들어왔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습니다.파이가 크면 큰 파이를먹기 위해필요한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최 상무=미국의 모토롤라나 루슨트 테크놀로지 등의 경우 이미 중국 현지 연구소를 설립,면밀히 연구하고 있습니다.그러나 한국 기업들의 중국 현지 연구는 아직 미미한수준입니다.중국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중국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면서 한국적 현실을 바탕으로 중국 연구를 본격적으로 서둘러야 합니다. ◆이 공사참사=중국을 단순히 물건을 파는 시장이라고만생각하면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어렵습니다.한국과 중국 대륙을 묶어 여기에 어떤 기술,어떤 판매 방법 등이 적절한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사전 준비가 필요합니다.따라서중국진출 기업들은 철저한 중국 현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그러지 않으면 세계적 다국적 기업들과 경쟁하기가 어렵습니다. ◆고 지부장=현지화 전략을 짤 때 중국 대륙을 정복한 원나라와 청나라의 통치방법을 참고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원나라는 한족을 철저히 배제하는 바람에 단명했고,청나라는 한족을 보듬어 안은 결과 훨씬 오랜 기간동안 중국을통치할 수있었습니다. ◆최 상무=WTO 가입으로 한·중간의 통상마찰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하지만 분쟁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서도현지인의 채용을 늘리는 등 현지화 전략이 필요합니다.특히 앞으로는 중국의 노동시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됩니다.물론 2008년 올림픽 때까지는 중국 정부가 앞장서서 막겠지만,그래도 내부적으로는 중국인들의 욕구불만이쌓여 효율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고 지부장=중국의 위치 변화도 다시 한번 짚어봐야 합니다.중국도 이제 과거처럼 단순히 임가공을 통해 외국에 수출하는 생산기지 역할에 그치지는 않을 것입니다.중국은이제 글로벌 시장입니다.중국 내수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김규환 베이징특파원 khkim@
  • [월세대란] (4.끝) 전문가 대담

    ***””월세전환때 일정기간 임대료 통제를””. 내년 봄에는 전세물량의 60% 이상이 월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사상 최악의 ‘월세대란’이 예고됨에 따라3일 오전 대한매일 편집국 회의실에서 관련 전문가와 세입자,정부 당국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좌담을 갖고 문제점과 대책을 짚어봤다.참석자들은 과도한 월세 부담을 제어할수 있는 가격통제정책과 정부 지원 강화 등을 촉구했다.좌담회에는 시민단체 대표로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회 부위원장(변호사),학계 대표로 이정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교수,세입자 대표로 이승우 ㈜해픈 대표,정부 당국자로 최재덕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국장이 참석했다. [이정우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현재 우리나라의 주택시장은 전세제도에서 월세로 전환되는 시점에 있다.IMF 이후 저금리기조가 지속되고 은행 대출이 수월해지면서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해 이득을 창출하는 시장상황이 경제상황과 맞아떨어진 것이다. 급격한 월세시장으로의 재편은 소득이 주거비 부담을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다.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률이 갑작스럽게 높아진 결과 저소득층에게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월세대란의 첫번째 원인은 초저금리,다음으로는 소형 주택의 공급 책임을 진 정부의 오판으로 요약할 수 있다.소형 주택의 공급물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가격의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주택공급정책이 소득 계층별로 마련돼야 했으나 시장경제논리에만 얽매이다 보니 이렇게 된 셈이다. [김남근 변호사] 시민단체의 시각에서 본다면 정부의 오판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헌법에 보장된 주거복지권에 대한정부의 철학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태우 정부는 주거문제로 인한 사회 불안이 우려되자 주택 200만호를 지었다.당시에는 수도권지역에 영구 임대아파트를 건설했으나 다음 정부 들어서는 완전히 손을 놓았다.주거복지권이라는 기본 철학이 후퇴하고 민간 공급에의존하면서 시장원리로만 해석됐다.이 때문에 수익성 높은아파트만 공급되고 영세민을 위한 소형 임대아파트는 충분히 공급되지 못했다. 소형 임대아파트는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고 개입하면서조절해야 하는 부분이다.지금의 정부도 나름대로 도시영세민을 위한 장기 임대정책을 펴고 있으나 공약대로 이뤄지지 않았다.이 때문에 전·월세 대란이 일어난 것이다. 정부 스스로가 공공 임대주택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야 저소득층의 주거문제가 해결되는데 5∼6년이 지나면 민간 기업에 위탁해 버린다.주거예산 확충없이는 해결이 어렵다. 올해 6,000억원의 주거분야 예산은 전체 국가예산의 0.6%에 불과하다. 물론 장기적으로 보면 월세전환은 바람직한 측면이 있다. 문제는 전월세 임대차 과정에서 보증금 인상에 대한 적절한 규제책이 없다는 점이다.법에서는 인상률을 5% 이하로묶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전세에서월세로 전환할 경우 단기적으로 가격통제 장치가 반드시필요하다. [이승우씨] 현재 왕십리에서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주고 살고 있다.세입자로서는 정부가 어떤 정책을갖고 있는지,주택시장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등은 잘 모른다.지난 98년 창동에 있는 15평 아파트를 전세 3,000만원에 살았다.당시 월세로는 20만원을 달라고 했다.그후 물가는 5∼6% 가량 오른 것 같은데 집값은 30% 이상 올랐다. 소득의 증가 속도보다 집값 상승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매우 고통스럽다.200만호 건설이니,공급 물량 대폭 확대니 하는 정책 발표는 한마디로 ‘남의 얘기’다.아파트를 새로 짓는다고 집없는 서민들에게 돌아온다는 보장이 있는가.임대사업자들의 배만 불릴 것이다.정부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서 집값을 통제해 줬으면 좋겠다. [최재덕 건교부] 주택정책국장 전·월세 파동이 왜 일어났는지 원인부터 짚어봐야 할 것 같다.첫번째는 주택공급이부족하다는 데 있다.98년 34만호,99년 40만호의 건설을 사업승인했다.사업승인 후 2∼3년이 지나야 입주가 가능한데지난해 사업승인 물량이 부족해 주택난이 생겼다. 두번째로는 저금리 문제다.은행에 맡겨도 연간 이자율이4∼5%밖에 안되니 전세를 놓는 입장에서는 월세로 전환할수밖에 없다. IMF 이후 실직자가 많아지면서 주택구매력이 떨어지고 난개발에 대한 우려로 주택건설이 상당히 위축된 측면이 있다.서울시는 용적률을 낮추는쪽으로 돌아섰고 경기도는택지개발을 못하게 했다. 시민단체에서는 주택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하지만 분명히 일관성은 있다.첫째가 양적 확대다.주택보급률이 10년만에 12∼13%포인트 늘어난 것은 외국에서는 유례가 없다. 상황에 맞춰서 조정할 뿐이지 오락가락하지는 않는다. 전·월세의 근본적인 해결책은 임대주택의 확대다.임대주택 재고량은 75만호쯤 된다.이중 35만호는 5년 후 파는 만큼 정부가 보유한 임대주택은 40만호라고 볼 수 있다.또주택건설 관련 예산도 6,000억원에서 내년에는 9,000억원정도로 늘어난다.김 변호사의 지적처럼 주택예산이 전체예산의 3∼4%로 늘어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이 기회에 어려움도 말하고 싶다.정부는 임대주택을 계속 확대할 방침이지만 땅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주택가격상승을 얘기하는데 IMF 거치면서 주택가격이 20∼30% 폭락했다.전년도와 단순 비교하면 상승률이 매우 높지만 97년이전과 비교하면 거의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가격 통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두가지 측면에서현실성이 떨어진다.첫째,임대시장에서 가격규제를 하면 시장이 왜곡되는 동시에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둘째,전·월세 가격 결정은 계약자들간의 사사로운 행위이기 때문에규제는 법논리에 맞지 않는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급 확대다.특히 심각한 곳은수도권,특히 주택보급률이 70%인 서울이다. [이 교수] 서울 시내에는 집을 지을 공간이 없다.좁은 국토에서 서울로만 인구가 몰려드니 방법이 없는 것이다.결국 용적률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지 않나 생각된다. 주택정책은 지자체에만 맡길 게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용적률 통제는 건교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한다.아파트를 지으려면 용도변경을 해야 하는 등 각종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서울 도심도 마찬가지다.종로지역에 아파트를못짓게 하고 빌딩만 건축하게 한 결과 도시공동화 현상을가속화시킨 것이다. 택지문제도 관건이다.도시개발법이 있지만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은 아직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법만 만들어놓고 실천하지 않는 것이다.난개발이라는 이유로 통제만하니 택지가 부족한 것은 당연하다. 이는 토지정책과 주택정책이 이원화돼 있기 때문이다. 부처별로 제각기 정책을 집행하다보니 정책 혼선이 계속되는것으로 볼 수 있다. 대부분의 공공임대주택은 아파트다.그러나 아파트에 살려면 기본적인 소득이 있어야 한다.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다가구주택에 대한 재정지원도 필요하다.임대차 등록제도는 우리나라 형편에서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차라리신고제도가 적절하다. [최 국장] 공급을 확대하려면 용적률도 높이고 재원 확보도 필요하다는 주장 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하지만지자체,환경단체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김 변호사] 주택 물량 공급에 대한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5만호를 짓겠다고 했다가 금방 공급물량을 15만호로늘리겠다고 하는 등 시류에 따라 왔다갔다하고 있다. 주택공급을 민간 공급에 초점을 맞추면 안된다.대표적으로 실패한 정책이 민간 임대아파트 정책이다.재정이 열악한 중소건설회사들이 무이자에 가까운 국민주택기금과 세입자들의 보증금으로 집을 짓겠다고 뛰어들었다가 부도를내고 서민들에게도 피해를 줬다.이에 대한 실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국민주택기금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 부실해져도 책임을 회피한 채 세입자에게만 미루고 있다. 임대료 통제정책은 영국과 미국 등 선진국들도 70년대까지 운용했으며 지금도 일부 대도시는 운용하고 있다.선진국들이 임대료 통제정책을 30년 이상 유지한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건교부는 지난 5월 권장 임대료를 조사해 발표하겠다고했다가 보류했다.권장 임대료를 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임대차 분쟁을 조정했다면 세입자의 고통을 한결 덜 수 있었을 것이다.임대차 등록제도는 당장은 힘들겠지만 앞으로중·장기적으로 반드시 도입돼야 할 제도다. 용적률을 높여야 한다는 데는 반대다.환경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이 교수] 임대아파트 건축정책을 광역단위로 추진하면 서울과 수도권,민간 아파트와 임대아파트 거주자 사이에 계층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민간이 짓는 아파트에 대해서도소형 건축비율을 높여야 한다. [이승우씨] 집값이 폭락했을 때 임금도 같이 떨어졌다.그뒤집값은 올랐지만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주택정책은 보다 구체적인 타깃이 필요하다.단순히 양적으로 늘리겠다,이런 제도와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식이 아니라 서민들에게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최 국장] 정부는 주택문제에 대해 두 가지 해결 방안을갖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공급물량의 확대다.지난 5월 주택경기활성화대책을 발표하면서 양도소득세 등 세제 혜택을 줬다.이에 따라 주택경기가 활성화되고 있다. 두번째로 시장논리를 지켜가면서 금융 지원을 통해 주택문제를 해결해 나가려고 한다.최초 입주자를 대상으로 장기 저리자금을 1년 거치 19년 분할상환으로 지원하고 있다.최고 7,000만원까지 지원한다.전세가격이 2,500만원 이하인 영세민들에게는 연리 3%의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다가구,다세대주택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부족하다고 볼수 있다.하지만 주차문제 등 파생되는 사회문제도 적지 않다.주택 공급에 있어 일부 일관성이 없었음은 인정한다.시민단체와 학계에서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해주면 정부로서도 많은 보탬이 될 것이다.가격통제정책에 대해서는 계속 검토해보겠다.국민임대주택 20만호 건설 다음 단계로 영구임대주택 건설을 추진할계획이다. [김 변호사] 시민단체에서는 현재의 전·월세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나 학계의 경우 거시적으로 보다 보니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 같다.소득대비 주거비용이30∼40%나 돼 서민에게는 큰 고통이다. 주택건설촉진법이 주택법으로 개정되면서 최저주거기준도포함된 만큼 이 법은 반드시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내년 봄에는 월세대란이 더욱 심각할텐데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정리 박록삼 안동환기자
  • 본지 편집자문위원 좌담회

    대한매일의 기사및 편집 방향 등을 자문하고 있는 편집자문위원 간담회가 1일 낮 열렸다.대한매일의 민영화 작업이 막바지인상황에서 열린 이날 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명실상부하게 권력과 금력으로부터 자유로운 공익정론지로 거듭태어나 달라”고 당부했다.간담회에는 최홍운 대한매일 편집국장과 8명의 위원중 6명이 참석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 사무총장=인권위의 출범을 앞두고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기구 구성문제도 그렇고 앞으로의 역할이나 위상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은 게 사실이다.민간이나 재야쪽의 목소리도 충분히 수렴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싶은 데 어려움이 많다.새롭게 태어나는 대한매일이 적극 도와주길 바란다. ◆최재훈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사무국장=새로운 지면 배치와 관련,행정뉴스를 섹션 개념으로 가운데 면에 중점 배치한것은 잘 한일이다.사실 젊은 층은 정권 나팔수,관변신문이라는‘서울신문 이미지’가 뿌리 깊지 않다.그런데도 관변신문 이미지가 강한 것은 행정뉴스가 신문으 가장 뒷면에 배치한 영향도크다고 본다.독립언론으로 다시 태어나려는 마당에 행정뉴스면의 위치를 조정한 것은 시의 적절했다.하지만 정부나 관변 사이드의 뉴스보도는 더욱 심층적이고 다양해야 할 것이다.그런면에서 행정뉴스 첫 페이지에 공무원 동호인 모임 얘기를 배치하는것이 적절한지 검토하길 바란다.새로운 뉴스가 중심이 돼야지공무원 풍속도를 소개하는 식의 지면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홍운 편집국장=공공분야 근무자와 이들이 생산하는 정책을필요로 하는 국민들이 찾는 지면을 꾸미려 한다.지켜봐달라. ◆홍의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 대표=튀는 지면은 한시적으로 운영하면 된다.상식적으로 면을 꾸며야 한다.대한매일이 민영화를 앞두고 지면의 컨셉에 대한 논란도 많고 재정적으로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안다.구성원이 하나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구한 말 대한매일신보를 만들었던 선배들의 자세를 되새기면서 독립언론을 가꿔나가려 노력을 기울여간다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고 기대한다.후배는 선배를 신뢰하고,선배는 후배들의 자발적 노력을 유도하고 잘살려 주려는 노력을 배가해야한다. ◆김정탁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장=국가소유 신문이 민영화되는 것은 세계 언론사상 유례없는 일이다.대한매일의 이번 실험을 언론학자들도 유심히 관찰하고 있으니 진정한 공익정론으로거듭나 언론사(言論史)를 새로 써주길 기대한다.아울러 철저한자기 반성도 함께 해나가길 바란다.잘못이 있을땐 통렬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나간다면 독자들도 애정을 가질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영철 동국대강사=북한문제를 전공하는 입장에서 공공의 개념을 강화하고 특화한다면 통일뉴스 비중이 좀 적은 것이 아닌가하는 느낌이 든다.남북관계 보도의 비중을 늘리면 좋겠다.국내 신문중 통일 관련 보도는 중앙일보가 제일 낫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대한매일도 북한과 관련한 광범위한 정보수집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대부분 신문의 북한면,통일면 구성은 천편일률적이다.북한의 대학입시는 어떨까,또는 북한 이모저모는 이런것이다는 식이다.인터넷에 들어가면 얼마든지 접할 수 있는 내용으론 독자의 눈길을 끌 수 없다.최근상황을 예로들면 냉각된남북관계를 깊이있고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박명재 국가고충처리위 사무처장=공공뉴스 특화에대해서는 어려가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공공 정책이나 이슈에 대한 리서치 기능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예컨데 공무원노조문제가 쟁점이 됐을땐 공무원,기업인,근로자,학자,전문가들의의견을 폭 넓게 수렴하기 위한 설문조사 등이 필요하다.아직까지 그러한 노력은 미흡했던 것 같다.행정 전문기자,행정대기자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본다.일반행정은 한국행정연구원의 전문가를,경제행정은 한국개발연구원 박사를,노동행정은 노동과학연구소 박사를 전문기자로 위촉하는 등의 방법이다.장기적인 면에서보면 행정뉴스 특화는 ‘행정뉴스체제 인프라 구축’부터라는 개념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최 국장=그동안 뉴스공급자의 측면에서 지면제작을 해온 측면이 적지않다.대한매일은 내년 1월부터는 완전히 소유구조가 바뀐다.정부와 시민이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지면을 꾸려나갈 예정이다.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충분히 다뤄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고,정책이 입안되면 다시 이들의 반응을 살피는 등 쌍방향 신문을 만들 것이다.시민단체를 주제별로 나눠10개정도 분야에 자를 전담시킬 예정이다. ◆홍 대표=새로운 지면의 콘텐츠를 개발하면서 살려나갈 것은계속살려나가야 한다.‘길섶에서’와 백무현 만평이 그런 것이라고 본다.좀더 발전시켜나갔으면 좋겠다. ◆최 사무국장=신문의 객관성,공정성,독립성은 당연한 얘기지만 객관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다.있는 사실을 줄줄이 나열한다고 객관적이 되는건 아니다.대한매일은 자기 관점을 세워 보도해야한다.NGO가 뜨니까 무조건 면을 만드는 식은 곤란하다.노동자,빈민층을 위한 면을 만들든지,국제 NGO에 대해서도 입장을명확히 한뒤 지면을 만들어야 한다.좀 방향은 다르지만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관련,대한매일 특파원이 북부동맹군 점령지역 깊숙히 들어가 현장보도를 충실히 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본다.특파원이 한정된 지역밖에 취재할 수밖에 없지만현장감있는 기사는 외신에 의존하는 타지에 비해 훨씬 가독성이 높다.이런 사소한 노력과 열의가 대한매일을 찾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정리 류길상기자 ukelvin@
  • ‘한일정상회담’ 전문가 좌담

    대한매일은 15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간 한일정상회담이 끝난 뒤 국민대 사회과학대 이원덕(李元德) 교수와 세종연구소 이면우(李勉雨) 부소장을 초청,긴급 좌담회를 갖고 정상회담의 의미 및성과 등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한일관계를 전망했다. [이원덕 교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색된 한일관계가복원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경색국면이 일정 부분 풀리는계기가 될 것이다.관계경색은 양국 모두에 좋을 게 없다.관광·무역·투자 등에 손실이 크다.한일관계가 계속 과거사에 얽매이면 우리의 국익에도 손해다.남북관계에 있어서도 일본의 협조가 중요하다.구체적인 성과가 미흡하다고 정상회담 의미를 무조건 평가절하하는 것은 문제다. [이면우 부소장] 양국관계가 경색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는 데 동의한다.서대문독립공원(구 서대문형무소)방문은 고이즈미 총리가 성의를 다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서둘러 정상회담을 했지만 예상했던 대로 별 성과가 없어 굳이 했어야 했느냐는 의문도 있다.고이즈미의 정치페이스를 도와주는 측면이 있다.그러나 도와주려면 제대로 도와줘야 우리도 얻을 것이 있는데 그렇게 하지도 못했다. [이 교수] 고이즈미 방한은 반테러 공조체제 구축을 위한 것으로 급작스럽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일본의 경우 테러방지특별법 추진 등 일본의 군사적 역할확대를 위해 주변국의 도움이 절실한 것이 직접 원인이라고 본다.고이즈미 방한이 일본 언론의 톱뉴스가 아니라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이즈미는 지금 한일문제보다 테러방지특별법이 주 관심사이다. 고이즈미의 경우 세력기반이 약하기 때문에 대중적 어필면에서 외교적 성과만큼 좋은 것이 없다.일본 내에서 자위대파병 반대의 주요 근거는 한국·중국의 여론이다.물론 역사교과서 문제,신사참배 문제,꽁치 문제 등과 관련,대한 관계를 개선해야 하는 시급함도 고려됐다. [이 부소장] 우리측의 입장에서도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정상회담이 다음 주말 중국에서 열린다.중국도 이런 이유에서 고이즈미의 지난 8일 방중을 받아들였다.외교적차원에서 본다면 이번에방한을 수용않았으면 APEC 정상회담에서 경색된 관계를 풀 수 없어 소원한 관계가 오래 지속될것이다. [이 교수] 과거사 문제에 대해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발언이라든지,98년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의 틀을 넘기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틀리지 않았다.몇가지 표현을 달리했을 뿐이다. 중국 방문 때보다 진전된 것으로 평가된다.서대문 독립공원을 방문하는 등 고이즈미로서는 최대한 성의표시를 하려고했다.‘오와비’라는 표현은 ‘사죄’보다는 가벼운 느낌을준다.전통적으로 사과할 때 쓰는 외교적 수사이다.굳이 의미부여를 할 필요는 없다.98년에도 ‘오와비’라는 표현을 썼고 우리는 ‘사죄’로 번역했다. [이 부소장] 일본의 우경적 정치인들의 역사인식을 드러낸것으로 본다.호소카와는 ‘침략전쟁’ 등의 직접적 언급으로 반향을 일으켰는데 고이즈미는 여기에 미치지 못했다. [이 교수] 일본 교과서 문제도 예상됐던 결과다.이 문제는국가간에,그것도 단기적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특히 교과서 인증에 대해 우리와 일본은 체계가 다르다.앞으로 국제사회나 일본의 시민단체 등 보편적인 사고에 호소해야 한다. 양국이 역사연구 공동기구를 설치하기로 했는데 비슷한 기구가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 때도 만들어졌으나 효과가 없었다.그러나 우리와 중국의 반대로 역사교과서를 채택한 학교가 거의 없다는 것은 우리의 결실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소장] 일본은 반성의 말은 있지만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다.그렇지만 김대중 대통령의 입장표명에도 한계가 있을수밖에 없다.특히 역사교과서 문제는 과거와 다르다.우익적사고를 가진 회사가 만든 교과서를 정부가 통과시킨 것이 문제다.신사참배는 정치 초년병 때부터 계속 해왔던 일이다.중국과 한국의 반응을 예측 못한 측면이 강하다.A급 전범을 따로 분리하면 지금처럼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 교수] 꽁치문제는 역사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러시아와 일본의 합의는 국제법상 문제가 없다.우리 정서상 비판은가능하지만 지나치게 정치적으로 다루는 것은 문제다.일본이나 러시아가 다른 대체어장을 내준다면 어업 기득권에서 별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정부 당국은 보다 치밀하게 대응해야 한다.앞으로가 중요하다. [이 부소장] 우리의 한일관계 대응이 잘된 것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꽁치조업이 문제가 된 것은 지난 6월부터로 남쿠릴조업이 이슈가 됐다.일본이 이미 러시아에 항의하면서 문제가 크게 확대됐다.정부는 이같은 사태를 미리 예측하고 대비했어야 하는데 아쉽다. [이 교수] 일본 자위대를 ‘일본군’으로 표현하는 등 일본의 우경화를 우려하고 있지만 자위대 파병과 그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다.전투행위를 배제하고,수송 등 지원업무를 한다는 차원이다.앞으로 법이 바뀌어 군사적 행위가 일어난다면모를까 현재로선 현행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은 것이다. [이 부소장] 한일관계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여러 시나리오를 가지고 대응해야 한다.과거사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없이 방한을 수용한 이번 방문이 잘못된 전례가 될 수 있다는우려도 있다. [이 교수] 재일본 동포의 참정권문제,비자 문제 등은 고이즈미 총리가 결단을 내리면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다.이에 대해 명확한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정리=강동형 박상숙기자 yunbin@
  • 美 아프간 공격/ 전문가 대담

    “전쟁의 진행방향을 제대로 진단하기가 학자 입장에서도참으로 난감하다.” “전쟁이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는 불투명하다.”사상 유례없는 동시다발 테러와 이에 대한 응징을큰 그림으로 한 21세기 첫 전쟁은 전문가들의 전망마저 어렵게 하는 것일까.미국의 아프가니스탄 공습 나흘째인 10일대한매일이 마련한 좌담에서 남주홍(南柱洪)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와 허찬국(許贊國) 한국경제연구원 거시경제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전쟁의 ‘마지막 장면’을 그리기를조심스러워 했다. 적과 전선이 불분명한 테러전(戰) 특유의성격에다, 이슬람과 서방세계의 갈등구조까지 겹친 이 생소하고 복잡다단한 전쟁을 고전적 방식으로 분석하기가 어쩌면 무리일 수 있다.현재 아프간 전선에서 미국의 우세는 압도적인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오사마 빈 라덴으로 대표되는 테러세력이 끝내 잡히지 않는다면?’ ‘게다가 미국의심장부에서 추가로 테러가 발생한다면?’ 바로 이런 변수들을 아무런 경험적 토대 없이 분석해내야 하는 ‘불운’을오늘날의 전문가 집단은 타고 났는지도 모른다. 정치팀 김인철(金仁哲) 차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에서 두 전문가는 이번 전쟁으로 북·미간,남·북간 관계가 부정적으로흐를 것으로 우려했다.또 세계경제와 우리경제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아프간 공격에 대한 성격을 규정해달라. 일각에서는 서방 패권주의의 산물이라는 지적도 있는데. [남주홍 교수]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응징 보복전으로 봐야한다. 미 국민의 분노의 발로다.미국 패권주의 등 이념적·체제적 접근은 아직 이르다.이것이 우리 사회에서 반미·반전운동으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테러는 문명에대한 도전으로,이를 응징하는 것은 정당성을 지닌다. 미국의 공격이 광범위한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전개 양상으로 보면 상당히 조심스럽고 제한적이다.강력한 제재를 가하기 위해 전쟁이라는 형식을 계산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허찬국 소장] 동감한다.앞으로 어떻게 확산될 것인가는 불투명하지만,미국이 지금까지는 조심스럽게 외과적인 접근으로 테러행위에 대해 직접적 응징을 취하는시기다.회교국가들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상당히 두드러진다. ■ 미국이 지상전을 감행할 것으로 보나. [남 교수] 미국이 제공권을 장악하긴 했지만,전면 지상전은가급적 회피하면서 아프간 반군을 내세워 내전 형식으로 유도할 것으로 본다.대신 미군은 특공작전,즉 소규모 특수부대가 들어가 ‘찾아가 부수고’ ‘때리고 빠지는’ 유격작전을 펼 가능성이 높다.겨울이 시작되기 전 이달말쯤 반군을 주축으로 한 강력한 지상작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허 소장] 이번에 미국의 의지가 상당히 강하다.단순히 크루즈 미사일 몇개 쏘고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미국 고위관리들에게서 과거 수십년을 끌어온 냉전식 구도도 불사하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미국은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까지를포함, 테러조직의 축출을 달성하기 위해 끝까지 작전을 펼것이다. ■이번 전쟁이 이라크 등 제3국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어떻게 보나. [남 교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아프간만 때려서 테러를 발본색원할 수는 없다.테러 지원국가까지 응징하겠다는것이 ‘부시 독트린’이다.그것은 이라크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하지만 전선을 확대한다면,전쟁이 장기화해 최소한 올해 말을 넘길 가능성이 있다.이것이 미국의 딜레마다. ■전쟁이 확대될 경우 아랍권 전체의 반미 목소리가 분출되면서 이른 바 ‘문명 충돌’이 빚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허 소장] 그건 너무 센세이셔널한(선정적인) 시각이다.빈라덴은 그런 시나리오를 바라겠지만,아랍국이라도 나라마다이해관계가 천차만별이다.문제가 그리 간단치 않다. [남 교수] 이번 전쟁의 뿌리는 팔레스타인 문제다.문명 충돌로 연결시키는 것은 지나친 레토릭이다. ■이번 전쟁이 세계질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가. [남 교수] 이번 전쟁으로 세계는 앞으로 이념이 아니라 테러,오일,인권 등 국제적 현안을 중심으로 그때그때 재편될것이다.항구적인 적과 우군이 불분명해지는 것이다.지금처럼 테러에 대해 미국이 러시아 등과 단결한 적이 과거에 있었는가.또 급속한 정보화로 앞으로는 모든 지역분쟁이 곧바로 국제분쟁화하는 현상이 빚어질 것이다. [허 소장] 미국의위력행사가 더욱 과감해지면서 약소국가들이 피곤해질 것으로 보인다.그동안 미국 내에서 민주적절차에 따라 미국의 힘을 자제하자는 목소리가 상당부분 힘을 얻었다.70년대 중반 이후 CIA(중앙정보국)의 요인 암살등이 미국의 국내법으로 규제받아온 것이 대표적인 예다.그런데 이번 테러로 이런 법치국가로서의 ‘안전핀’이 빠졌다.지금 당장은 회교국에 대한 자극을 삼가고 있지만,시간이 지나면서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자기 의지대로 행동할것이다. ■아프간에서는 맹공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작 미국 내에서는 생화학 테러 등 추가 테러 공포에 떨고 있는데. [남 교수] 그것이 이번 전쟁이 어려운 이유다.보이지 않는전선에서 무차별적으로 생화학 테러를 가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이것은 미국뿐 아니라,영국과 프랑스 등 지원국에도 해당되는 우려다.물론 우리나라 역시 예외일 수 없다.추가테러가 발생할 경우 끝이 없는 보복의 악순환이 빚어질것이다.아주 심각하다. ■추가 테러가 발생하면 전쟁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남 교수] 만일 추가 테러를저지른 해당국은 가차없는 강력한 응징을 받을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이다.전장(戰場)이 확대되고,미국 내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전쟁양상이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 미묘한일이 벌어질 것이다.학자 입장에서도 예측하기가 난감하다. ■미국이 우리에게 전투병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나. [남 교수] 만일 지상전이 장기화되고 미군의 피해가 속출하면,미국이 전투병 지원을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하지만,우리가 먼저 파병 가능성을 열어놓을 필요는 없다.파병은 미국이 요청이 있을 때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요청에 응해야 하나. [남 교수] 최소한 과거 걸프전때 다국적군 형태의 국제사회의 참여가 있는 상황에서만 응해야 한다.또 참전하더라도월남전 때처럼 전방작전을 맡으면 안된다.PKO(평화유지군)처럼 후방작전을 지원하는 형식이 돼야 한다. ■이번 사태가 세계경제는 물론 우리 경제에 직접적인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허 소장] 일단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 같다.무엇보다소비 및 투자심리가위축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가뜩이나미국과 EU(유럽연합), 일본 등 선진국이 테러 이전부터 경기가 안 좋았는데,더욱 안 좋아진다면 큰 낭패가 아닐 수없다.이렇게 되면 우리 경제의 관건이 수출이 타격을 받을것이다.특히 지금이 수출을 대체할 내수투자가 이뤄지지 않는 취약한 상태라 경제회복 속도가 더욱 늦춰질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유가는 당초 우려보다는 괜찮은 편이지만,만일 전쟁이 이라크로 확대된다면 불안정해질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라크가 큰 산유국인데다,중동 산유국들이 결속할 공산이크기 때문이다. ■테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됐는데, 경제적 여파는 어떻게나타났는가. [허 소장] 테러 직후에 주가가 폭락했었지만, 지금은 테러이전 수준으로 회복됐다.환율도 진정된 상태다.대규모 자금이동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미국은 대규모 금리인하와 재정추가지출의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도 발빠르게 금리인하와 추경을 논의하고 있다.결론적으로,지수상 금융지표는 테러 이전과 큰 차이 없다. ■이번 사태가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등 한반도 주변 정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남 교수] 북·미관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적어도 전쟁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대화를 재개하기는 어렵다.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북한을 곱게 볼 리 없다.부시의 대북 이미지는아주 안 좋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도 불확실해졌다.김대중(金大中)정부는북·미관계가 개선돼야 남북관계가 호전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상황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우리가 지난번 장관급회담때 북한에 반(反)테러선언을 제안했는데, 북한은 이에 화답은커녕 오히려 어제 미국을 비난하고 나섰다. 우리 입장이아주 곤란해졌다. ■일본이 이번에 자위대를 파병하고 나섰는데. [남 교수] 이를 계기로 우리는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앞으로 우리 언론과 학계는 ‘자위대’가 아니라,‘일본군’으로 불러야 한다.일본군의 국방예산은 현재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다. 정리 김상연 김미경기자 carlos@
  • 美 테러전쟁/ 전문가 대담 “”한국, 테러응징 동참해야””

    사상 유례없는 동시다발 테러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군사적 움직임으로 중동지역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우리 정부도 테러 근절을 위한 국제연대에 적극 동참할 방침이어서향후 추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이에 대한매일은 20일 긴급 좌담을 마련,대테러 전쟁의 성격과 파장,국내외 정세에미칠 영향을 진단했다.좌담에는 최영진(崔英鎭)외교통상부외교정책실장과 남주홍(南柱洪)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가 참석했다. ◆ 이번 테러의 성격은. ◆최영진 외교통상부 외교정책실장=미국은 이번 사건을 단순한 테러가 아니고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다.기존의 국가간 전쟁과는 다른 새로운 형태의 전쟁이라는 것이다.특히 민간인을 무차별 살상한다는 점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입장이다.혹자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국제적 일방주의가테러를 초래했다고 말하지만,이번 테러는 이미 빌 클린턴전 대통령 때부터 준비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남주홍 경기대 통일안보대학원 교수=특이한 점은 종래 테러가 특정지역에 한정된 지엽적인 돌출행위였지만 이번 사건은 국제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무차별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서구 문명권의 기본 가치체계에 대한 정면 도전인 것이다.하지만 미국의 지나친 친 이스라엘 정책과 이에따른 아랍권의 소외가 반미·반서방 운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은 자성할 필요가 있다. ◆ 테러 응징에 동참하는 정부의 움직임이 더욱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 있다. ◆최 실장=우리와 상호방위조약을 맺고 있는 미국이 새로운 형태의 전쟁에 봉착해 있다.이 경우 확실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 명분과 실리에 부합한다.현재 중국의 급부상과 러시아의 내부결속 강화 등으로 동북아 지역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있다.만일의 경우 우리에게 절대적인 도움을 줄 수있는 나라는 미국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남 교수=한·미 연합작전 체제에서 이제까지 우리 정부의 대응은 옳다고 본다.과거 테러를 많이 당한 우리의 쓰라린 기억을 되살려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그러나 어떤 방법으로 미국을 지원하고,국제연대에 참여할지는 속단해서는 안된다.테러를 응징하는 것이 목적이지 아프가니스탄을 분쇄하는 작전이 아니기 때문이다. ◆ 정부는 지상군 파병 등 구체적인 지원 시나리오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최 실장=성급하게 지상군 파병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이번 사태의 후속대책은 최소한 2단계로 펼쳐질 것이다.첫째단계는 이번 미국내 테러에 대한 군사작전이며,두번째는 전세계적인 테러 네트워크를 근절하는 것이다.두번째 단계는수년,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미국도 처음 겪는 일로 아직구체적인 작전이나 전략 등을 완벽하게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우리가 성급하게 전투병 파병 등 구체적인 지원책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남 교수=일부 네티즌들 사이에 이번 사태와 우리 정부의움직임을 둘러싸고 냉소적인 표현이 나돌고 있다.자칫 반미주의와 연계돼 우리의 대테러 근절 지원정신을 훼손할 수있다.정부는 국제사회가 중지를 모으는 과정을 지켜보고,내부적으로는 국민적 동의를 얻어야 할 것이다. ◆ 아랍과의 마찰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최 실장=원유 수입이나 건설업 침체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있지만,어떤 경우에도 아랍이나 이슬람권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군사작전이나 보복 전쟁으로 확산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원칙이다.미국도 사우디아라비아·요르단·이집트·쿠웨이트·오만 등 테러 대상이 되고 있는 ‘온건한’ 아랍 국가까지 반대편으로 몰아세우는 시나리오는 피할 것이다. ◆남 교수=이번 사건은 국제 테러리즘에 대한 지구촌의 전쟁이다.이슬람 문화권의 탄압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판이다. ◆ 문명의 충돌로 접근하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지. ◆남 교수=‘문명의 충돌’ 저자인 새뮤얼 헌팅튼 교수도이번 사태를 문명간 충돌로 볼 수 없다고 했다.문명의 충돌은 정신문화의 갈등을 얘기한 것이지 전쟁과 평화의 개념이 아니다. ◆최 실장=이번 사태를 이슬람 대 서구문명의 충돌로 보는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해석이다.아랍권 내에서도 테러와 반테러를 놓고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이번 테러는 자유에 대한 공격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미국의 공격이 늦춰지고 있는데. ◆최 실장=미국이 공격문제를 신중하게 다룬다는 것을 의미한다.아랍권 내부 동향이나 아프가니스탄 현지 지형 등을고려해 작전을 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남 교수=미국의 전략구조로 봤을 때 이번 전쟁은 반드시수행한다.이미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 향후 전쟁의 양상에 따른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대책은. ◆남 교수=전쟁이 장기화하고,이라크 등 아프가니스탄 이외 지역에서 동시다발 양상으로 전쟁이 진행될 경우를 상정해 볼 수 있다.정부는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정치·군사·경제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최 실장=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매주 두 차례 이상 열어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하기로 했다. 특히 오늘부터 총리 주재로 정치·군사·경제적 대책을 점검하는 작업에 착수했다.파키스탄 현지 공관은 어떤 경우에도 교민의 안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 이번 사건이 남북관계나 북·미 관계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최 실장=북한에 달려 있다.테러문제에 관한 한 미국은 반테러 국가와 테러를 돕는 국가로 구분하고 있다.북한은 지난 10년간 테러를 한 적이없다는 점에서 반테러 국가로 분류될 준비가 돼 있다.북한이 한걸음 더 나아가느냐,후퇴하느냐가 중요하다. ◆남 교수=당분간 북·미 관계는 시행착오를 겪을 것이며,남북관계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이번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북한이 선뜻 테러 공동선언을 내놓기 어려웠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가 장관급회담의 주제를 성급하게 판단한 측면이 있다.북한은 테러 지원국의 오명을 벗기 위해 남북한 신뢰구축 조치를 가시화하는 자세를보여야 한다. ◆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어떤 교훈을 주고 있나. ◆남 교수=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유사 테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사회간접자본(SOC)의 안전도를 점검하고 민·군·관 합동으로 체계적인 테러 대책을 갖춰야 한다. ◆최 실장=지구촌은 정규전도,비정규전도 아닌 ‘제3의 전쟁’에 직면해 있다.테러 근절을 위한 ‘제3의 전쟁’은 수십년이 걸릴 수 있다.기존의 제한적인 반테러 조약으로는한계가 있는 만큼 새로운 테러 대비태세를 갖춰 나가야 한다. 정리 박찬구 김재천기자 ckpark@
  • 남북장관급회담 전문가 대담

    제5차 남북장관급 회담이 18일로 3박4일간 일정을 끝냈다. 비록 전대미문의 미국 테러사태로 다소 빛이 바랬지만 내용면에서 과거 어느 때보다 북측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자세가 돋보였다는 평가다.통일연구원 허문영(許文寧) 선임연구위원과 동국대 고유환(高有煥·북한학과) 교수의 긴급좌담을 통해 5차 장관급회담의 성과를 평가하고 향후 남북관계를 전망해 보았다. [고유환 교수] 5차 장관급회담은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여러 사정으로 연기됐던 남북회담이 재개됐다는 측면에서남북관계 발전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전체적으로 보면특별한 새로운 의제를 제시했다기보다는 기존에 제기됐던남북간 현안을 되짚어보고 이행방안을 협의한 회담으로 규정할 수 있다. [허문영 위원] 남북은 민족문제를 더이상 지연시킬 수 없다는 상호 필요성을 바탕으로 괄목할 합의를 도출한 것으로 본다.무엇보다 한반도문제를 민족적 차원에서 풀어 가겠다는 쌍방 당국의 의지를 읽을 수 있었다. [고 교수] 그동안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정되기를기다리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한편 북·미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의 의사를 타진했다.그러나 미국은 북한 등 불량 국가의 미사일개발 계획을 빌미로미사일방어(MD) 계획을 강행, 북한·중국·러시아간 공동전선을 펴게 했다. 이번 회담에는 부시 행정부가 유지되는동안 남북관계의 진전을 통해서 경제난을 해결해야 한다는 북한의 현실인식도 반영됐다.북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없다. [허 위원] 남북회담사를 돌이켜 볼 때 북측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때는 언제나 두가지 배경이 작용했다.첫째는 경제난 해소 등 내부 요인이고,둘째는 미 행정부의 강경책등 국제적 요인이다.이 두가지가 맞아 떨어진데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일관성있는 대북정책에 대해 신뢰감이 쌓인 것도 회담이 잘 풀린 한 요인이다. [고 교수] 5개항의 공동발표문을 보면 그동안 남북간에 합의됐으나 이행하지 못한 부분에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남북간의 기본자세가 같았기 때문에 합의 도출도 쉬웠다. 비전향장기수 송환, 전력지원 문제 등 민감한 부분들은 피해나갔다.서로 상대방의입장을 배려, 우선 이행가능한 것부터 합의하고 국내적으로 국회처리 절차나 여론수렴 절차등을 거쳐야 하는 부분은 뒤로 미룬 것이다. 그러나 세부적 부분은 향후 실무회담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대화를지속할 수 있는 여러 채널을 다시 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허 위원] 고 교수의 분석에 동의한다.장관급회담이 지금까지 5차례 진행되는 동안 작은 것부터 시작,논의의 범위를 차츰 확대·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만남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신뢰구축의 폭과 깊이가 넓고 깊어지고 있다. [고 교수] 우리 정부가 그동안 주력해 온 이산가족문제를제도화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서신교환,면회소 설치 등을통한 제도화가 정부의 기본 입장이었으나 이를 합의하지못하고 4차 이산가족 교환에서 합의가 이뤄졌다.북한은 이산가족들의 잦은 왕래가 체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고려,시범사업으로만 유지하려는 뜻을 보이고 있다. [허 위원] 체제유지에 위협을 느낀 북한 당국이 2∼3차례지속하다가 중단할 것이라는 우려와는 달리 4차 교환방문을 합의한 것도 큰 소득이다.물론 향후 과제는 제도화이다. [고 교수] 합의내용을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남북 경협도과거의 ‘시혜적 경협’에서 ‘호혜적 경협’으로 바뀌는것 같다. 북한도 일방적으로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남북공동의 이해추구를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한것 같다. [허 위원] 그렇다.우리측이 제도화를 요구한 이산가족방문이 4차 교환방문으로 합의된 점이나 북측의 동해어장 공동어로와 북한상선의 영해통과,개성공단과 금강산육로관광,경의선과 가스관 연결 문제 등에서 남북은 서로 주고받는양상을 보였다. [고 교수]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답방이 관심사였지만 불발에 그치고 말았다.남북한의기본 입장은 장관급 회담을 공식대화 창구로, 임동원-김용순 라인을 비공식 대화 창구로 이용하면서 비공식라인에서김 위원장 답방 문제를 다룬다는 것이다.답방에 앞서 경의선 철도 연결이 선행과제라는 분석도 있다. [허 위원] 이 부분에서는 고 교수와 일부 생각을 달리한다.이번에 합의된 남북관계 달력으로 미뤄볼 때 10월2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6차 장관급회담에서 답방문제가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10월 중순까지 금강산육로관광,이산가족교환방문, 경협 등이 연이어 진행되고 같은달 20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회의에 부시 미대통령이 참석,한미정상회담을 개최한 뒤 6차 평양 회담에서 답방일정 논의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돌출변수가없다면 연말이나 내년초 답방이 실행될지도 모른다. [고 교수] 미국내 연쇄 테러사태가 회담에 영향을 미친 점이 여러 곳에서 감지된다.미 정부는 원래 북·미대화를 지연시킬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북한을 MD구축의 명분으로삼고 있기 때문에 북·미대화 조기재개 의지가 없었다.게다가 테러사태가 발생하자 미국은 향후 국내 문제에 전념할 수밖에 없고 북·미대화의 진전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가 적극적이었던 것도 이런 미국의 사정을 충분히 감안한 결과로 보여진다.미 테러사태가 오히려 남북대화를 촉진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크다. [허 위원] 일부 학자들은 미 테러사태가 미국의 MD를 더욱강화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역으로 미국 강경 대외정책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미국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제거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타협을 통해개선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정리=노주석 이동미기자 joo@
  • [클린 사이버 2001] (20.끝) 전문가 대담

    ■네티즌 윤리 정규과목으로 교육을. 지난 6월18일부터 기획시리즈 ‘클린 사이버 2001’을 연재해 온 대한매일은 마지막회로 깨끗한 사이버 공간의 대안마련을 위한 전문가 좌담을 마련했다.정보통신부 변재일(卞在一) 정보화기획실장,학부모정보감시단 주혜경(朱惠璟)단장,인터넷포털기업 네띠앙 홍윤선(洪允善)사장이 자리를 했다.이들은 인터넷공간을 ‘사이버토피아’로 가꾸기위해서는 현실사회의 기능을 정상화하고 가정과 사회가 한마음이 돼 범국가적인 사이버 정화캠페인에 나서야 한다고강조했다. [변재일 실장] 인터넷이 우리 생활을 엄청난 속도로 바꿔가고 있습니다.하지만 그 속도만큼이나 빠르게 여기에서비롯된 역기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어느 사회나 새로운변화가 나타나면 처음에는 순기능보다는 역기능적 측면이훨씬 두드러지게 마련입니다. 그러다가 서서히 사회적인 합의를 통해 변화가 다듬어지면순기능이 커지고 역기능은 점차 줄게 되지요. 최근 일본의한 주간지는 ‘일본과 미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잡지같고,한국의 인터넷 사이트는 (동영상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때문에) TV같다’고 보도하며 우리나라를 최고 수준의 인터넷 선진국으로 평가했습니다.뒤집어 보면 부작용 또한 상당히 다양하고 고도화돼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포르노물 폭력 청소년성매매(원조교제) 음란채팅 등 다른나라에는 거의 없는 이런 부작용에 대해 우리가 잘 대처하면 세계적인 모범사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홍윤선 사장] 인터넷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포괄적으로 확장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혹은 바람직하지 않은 관계도 크게 늘고 있습니다.최근 새로 인터넷을 접하는 계층의 60∼70%가 18세 미만의 청소년이며,이들은 주로 또래를 통해 인터넷 상에서의 가치기준을 답습하고 있습니다.채팅을 예로 들면 본질적인 커뮤니케이션 속성으로 볼때 유용한 점이 많은데도 실제로는 피상적인 재미만 강조되고 있습니다.적절한 교육이 필요한대목입니다.물론 인터넷사업자들이 돈을 벌기 위해 주로엔터테인먼트적인 접근을 하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요. [주혜경 단장] 과거에는 불량배들이나 쓰던 욕을 요즘은여학생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하는 현실입니다.오프라인 공간에서도 그러니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야 오죽하겠습니까.현재 우리의 인터넷문화는 10대를 중심으로매우 인성파괴적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성 의식의 왜곡도 심각합니다.이대로라면 정부에서 강조하는 정보통신 대국이라는 말은 무의미합니다.사이버세상이 현실세계와 동떨어진 별개의 곳이 아니고,표현의 자유 역시 남의인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도에서 유효하다는 인식을 네티즌들에게 심어주어야 합니다. [변 실장]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서로 밀접한 영향을 미칩니다.정부가 정보통신강국의 캐치프레이즈로 ‘사이버 코리아’를 내걸었다가 올들어 온라인-오프라인 통합개념인‘e코리아’로 바꾼 것도 이 때문입니다.통상 개인들은 오프라인에서는 얼굴을 드러내고 살지만 온라인에서는 익명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합니다.때문에 청소년들의 경우,오프라인에서는 부모 세대의 윤리의식대로 생활하다가 온라인에서는 자신들만의 윤리기준에 따라 행동하게 되지요.인터넷이90년대 후반들어 급속하게 확산되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간 괴리가 너무 커져 버렸습니다. [주 단장] 일부에서는 무턱대고 자녀를 감시해야 한다고주장하지만 이는 옳지 않다고 봅니다.아무리 가족이라도아내가 남편의,또는 어머니가 아들의 인터넷 이용행태를뒤져보는 식이어서는 곤란합니다. 사생활 침해 이전에 가족간 신뢰를 허무는 일이기 때문입니다.부모가 맑은 정신으로 세상을 살고 자녀에게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행동으로 가르쳐 주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자녀의 인성을 풍부하게 해 줌으로써 자연스럽게 지혜로운인생의 가치를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몸이 건강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돼도 병에 걸리지 않는 것처럼 나쁜 인터넷 사이트에 대해 별다른 욕구나 충동을 느끼지 않도록 만든다면 이런 사이트들은 문제될 게 없을 것입니다. [홍 사장] 과중한 학업과 과외 등으로 시달리는 우리나라청소년들에게 사이버 공간은 건전한 배설구 역할을 할 수있습니다.그러나 자연스런 통제의 테두리가 있는 현실공간과 달리 인터넷 공간은 자녀들에게 무방비로 노출돼 있습니다.중요한 것은 부모나 교사들의 역할입니다.이럴 때는이렇게,저럴 때는 저렇게 해야 한다고 시의적절하게 지도를 해 주어야 합니다.함께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자녀들이 나쁜 길로 빠지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이런 과정을 무시한 채 무조건적으로 규제를 해서는 오히려 다른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주 단장] 가장 나쁜 것이 ‘철학이 없는 기술’입니다.요즘 아이들은 철학을 배우지 못한 채 성급하게 인터넷을 접하다보니 인터넷을 자신과 시간을 죽이는 도구로 쓰고 있습니다.많은 청소년들이 인터넷의 존재이유를 단지 즐기는것,즉 재미와 욕구배설의 통로로만 인식하고 있습니다. 성인들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인터넷사업자나 컴퓨터제조업체,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성인에 대한 인터넷 교육을하지만 대개 ‘이거 클릭하면 이렇게 된다’정도의 피상적인 교육에 그치고 있습니다.예를 들어 채팅을 하다 외도를하게 되는 주부들도 이런 잘못된 교육의 영향이 큽니다. 평생 남편과 아이들에게 매달려오다 갑자기 재미있는 신천지가 전개되니까 그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잘못된 길로빠지게 되는 것이지요. 어떤 목적으로 어떤 교육을 받느냐가 인터넷 이용행태를 천양지차로 달라지게 만듭니다. [홍 사장] 두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제 조카는 인터넷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지만 음란물이나폭력물같은 것은 일절 접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삼촌인제가 자기보다 인터넷을 훨씬 잘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부모가 많이 아는 것만큼 좋은 예방책도 없다고 봅니다.또 하나는 얼마전 있었던 상담사례입니다.한 50대 아버지가 자기 아들이 초고속인터넷을 깐뒤 밤새 포르노사이트를돌아다니는 것같다는 고민을 전해왔습니다. 저는 아들에게e메일을 보내 터놓고 이야기를 해보라고 권했습니다. 덕분에 그 아들은 음란물을 완전히 끊을 수 있었습니다.용기를갖고 직접 대화를 해야 부모와 자식간에 신뢰가 쌓일 수있습니다. [변 실장] 유해매체물을 차단하는 소프트웨어가 충분히 공급되고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고 있습니다.학부모가 이를 다룰 수 있는능력을 기르는 게 급선무입니다.학교에서 인터넷상의 윤리와 사회적 책임을 정규과목으로 만들어 가르치는 것도 필요합니다.인터넷을 통한청소년성매매(원조교제)에 탐닉하는 남편,인터넷교육을 받은 뒤 외도하는 주부 등 성인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도 심각한 고민이 필요합니다.한 외국 방송사에서 한국을 ‘인터넷상에서 가장 빠르게 섹스파트너를 구할 수 있는 나라’라고 보도한 적이 있었습니다.억울한 면도 있지만 이를 완전히 부인하기도 어렵다고 봅니다.성인들의 인터넷에 대한 접근속도와 방향을 우리 사회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홍 사장] 유해 정보에 대한 지속적인 차단 노력도 중요합니다.게임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요즘 게임은 대부분 인터넷 상에서 겨루는 네트워크 게임이기 때문에 시중에 나오는 시점부터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합니다.게이머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추기 위해 사업자들이 갈수록 중독성이 강하고 자극적인 방향으로 업그레이드를 하는 것이지요.때문에 정부 심의를통과한 게임이라도 1년쯤 지나면전혀 다른 게임이 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연속성을 가지고 유해성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이 뒤따라야 할 것입니다. [변 실장] 명예훼손과 개인정보 침해의 문제도 심각합니다.‘인터넷에서 죽어간 사람’이 한두사람이 아닙니다.인터넷상 명예훼손의 경우 가해자를 처벌한다 해도 피해자의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습니다.이제는 이런 범죄행위에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 강력히 규제해야 합니다.해커를 영웅에서 범죄자로 인식 전환시키는데 얼마나 오랜시간이 걸렸습니까.그것은 강한 처벌이 이뤄졌기 때문에가능했습니다.인터넷이 표현의 자유만을 강조하는 무책임한 공간이 아니라,책임의식이 필요한 생활터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주 단장] 최근들어 긍정적인 현상이 많이 나타나고 있습니다.얼마전까지만 해도 음란물 등 유해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 제조회사들은 거의 돈을 벌지 못했지만 요즘은 사정이 많이 나아졌다고 합니다.학부모들이 관심을 갖고 구입하니까 그런 것이겠죠.학부모들이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지는 못해도 ‘가랑비에 옷 젖는 식’으로 조금씩 인식이변화하고 있습니다. [변 실장] 인터넷이 대중화되기 전에도 청소년 포르노나매춘 등의 문제는 분명히 존재했습니다.그러나 이런 기존의 역기능들이 인터넷을 통해 봇물 터지듯이 확대되고 있다는 게 문제겠지요.해결책은 어른들이 인터넷의 주도권을쥐는 것입니다. 또 지속적인 교육과 캠페인을 해나가야 합니다.우리나라 사이버문화가 긍정적인 방향에서 꽃필 수있도록 정부 시민단체 언론 사업자 등이 힘을 합해야 할것입니다. [홍 사장] 요즘들어 사회 전반적으로 지나치게 상대적인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치관을 불분명하게 만드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연예인 하리수같은 트랜스젠더에 대한 상업적인 접근과 미화가 한 예가 될 것입니다.오프라인 공간에서 무너진 절대가치가 온라인을 타고 중복되면서 더욱심하게 바뀌고 있는 것이지요.아이들은 성인을 보면서 배운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주 단장] 부모들의 인식전환이 절실합니다.어떤 부모들은아이들이 컴퓨터를 다루고 인터넷을 이용하면공부도 잘하고 착실해지는 줄로 착각하고 있습니다.하지만 부모가 모르는 사이 아이들의 머릿속이 황폐해질 수 있음을 알아야합니다.집 안에 사창가가 들어와 있고 안방에 폭탄이 떨어져 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정리 박대출 김태균기자 dcpark@
  • 8·15특집 한일관계 갈등을 넘어/ 전문가 대담

    대한매일은 8·15광복 56주년을 맞아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의 신사참배 등으로 야기된 한일간 첨예한 갈등을 해소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모색하기 위한 전문가 좌담을 가졌다.좌담에는 정부의일본 역사교과서 왜곡대책반 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성무(李成茂) 국사편찬위원장과 일본 정치 전문가인 박한규(朴漢圭) 경희대 교수가 참석했다.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로 한일간 위기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습니다. ▲박 교수: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역사교과서 왜곡과 같은 맥락으로 이해됩니다.아시아 침략과 식민지배를 미화하고 정당화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죠.야스쿠니(靖國)신사는 A급 전범들이 안치된 군국주의의 상징이라는 점에서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강행은 일본 정치의 극우보수화 경향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이는 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장기 침체,개혁 실패,정치 불신 등 정체성 위기가 극우세력의 입지를 넓힌 결과이기도 합니다. ▲이 위원장:과거 중동과 아시아를 두 축으로 여긴 ‘윈-윈전략’과는달리 동아시아를 중시하는 미국의 새로운 외교정책에 주목해야 합니다.최근 급부상하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은 과거 점령국이었던 일본을 동반자로 삼고 있습니다.그러다 보니 일본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됐습니다.또일본 국내에서 자민당이 실패하자 그 자리를 극우세력이 파고 들었습니다.극우세력 중심의 극단적 생각은 일본 국민의인식과도 연계돼 있습니다. 과거 패전국이라는 멍에 때문에경제대국에 걸맞은 대접을 못받고 있다는 것이죠. 이제 자존심을 회복해야 한다고 나선 것입니다.여론몰이에 나서는고이즈미 총리도 이런 정서를 대변하고 있습니다. ■고이즈미 총리가 신사참배와 함께 이웃 국가의 이해를 구하는 담화를 발표했는데요. ▲박 교수:두가지 측면으로 해석됩니다. 우선 ‘외교 음치’고이즈미 총리도 외교관계를 최악의 상태로 몰고 가길 바라지는 않는다는 신중함을 보인 것입니다.한·일,일·중 관계가 회복될 여지를 남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하지만 총리 대신의 자격으로 참배를 강행,군국주의부활이라는 우려를 야기시킨 점은 유감입니다. ▲이 위원장:총리는 개인적 자리가 아닙니다.강경 행보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느낄 것입니다.그런 점에서 고이즈미총리의 담화 발표가 단순히 요식행위로 보이진 않습니다.‘개인 고이즈미’가 아닌 ‘총리 고이즈미’는 그렇게 나갈수밖에 없죠.어쨌든 일본은 자위대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동아시아에서 일본과 미국의 이익이 합치돼 일본이 독선적 방향으로 간다면 우려할 상황이발생할 수 있습니다.우리는 추이를 예의주시하면서 사전 예방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여러가지 악재가 겹쳐 한일관계가 최악의 시나리오로 치닫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 위원장:고이즈미 총리가 보수 우경화 정책으로 정치적소득은 어느 정도 챙겼다고 봅니다.그러나 문제는 고이즈미총리가 진정으로 위대한 정치인이 되기 위해서는 일본이 세계속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입니다.일본 국내에도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문제 등을 감안, 고이즈미 총리의 우익행동을 반대하는사람들이 많습니다. ▲박 교수:2002년 월드컵 공동개최,대북정책 공조, 경제협력문제 등을 고려할 때 악화된 관계가 지속돼선 안된다는 것을 양국이 잘 알고 있습니다.외교적 마찰이 오래 지속되면양국 모두 손해를 입는 셈이죠. ■일본의 근본 인식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인데요. ▲이 위원장:일본에서는 제국주의 시대부터 아시아와 차별화하겠다는 탈아론(脫亞論)이 형성됐습니다.그러나 현재 세계적 추세는 유럽연합(EU),북대서양 자유무역지역(NAFTA) 등블록경제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아시아도 단결할 때입니다.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한·일,일·중이 허심탄회하게얘기를 나누지 못하고 있습니다.일본이 스스로 위상을 자각해야 합니다. ▲박 교수:일본은 과거사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국제사회의 지도국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과거사 문제를 해결,아시아 국가들의 지지를 얻은 뒤 비로소 국제사회에서 지도자 구실을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이 위원장:극단적인 보수 우경화 현상은 일본 국익에도 맞지 않죠.일본 정부나 여론이 그런 사실을 알고 노력하길 기대합니다. ■향후 한일관계의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합니까. ▲박 교수: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직후 우리 정부가 미온적 반응을 보였다는 여론도 있습니다.그러나 역사인식 문제는 우리가 항의한다고 풀릴 문제가 아닙니다.일본이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우리로서는 정부와 비정부·민간 등 다양한 차원에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단기적으로는 중국,대만,동남아 국가들과 공동 대응해야 합니다. 과거사 문제는 아시아 전체의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것이죠.역사학자와 전문가간 교류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장기적으로는 미래의 양국관계를 이끌어 나갈 청소년과 민간차원의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위원장:우리 정부는 일본이 지난 98년 ‘21세기 한·일파트너십 공동선언’의 정신을 어기고 있다는 인식에 따라강경 대응으로 나가고 있습니다.다만 주의할 점은 교과서문제 등 한일간의 문제를 풀어 나가는 과정에서는 정치·외교적 대응뿐 아니라 학문적·논리적 접근도 중요합니다.따질 것은 따지되 흥분하거나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안된다는것입니다. ■우리가 반성할 점을 짚는다면. ▲박 교수:정부가 과거사 문제의 대응책을 군사·안보·문화영역까지 확산시킨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과거사 문제와는 별도로 관계개선의 여지와 채널은 유지해야합니다. ▲이 위원장:아쉬운 점은 한국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가 한국보다 일본에 더 많다는 것입니다.또 교과과정이나 국가고시에서 한국사를 등한시하다 보니 한국 역사를 제대로 모르는지도층 인사가 많습니다. 역사의식을 스스로 시들게 한 셈이죠.범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인 국가 운영논리를 구축하고,이에 합당한 역사교육 강화 프로젝트를 정책적으로 실천해나가야 합니다. ▲박 교수:동감입니다.그것은 극일(克日)의 문제와도 연결됩니다.실질적 극일은 군사,경제 등 경성(硬性)국력이 아니라문화, 이념,제도 등 연성(軟性)국력(soft power) 차원에서모색해야 합니다.이는 평화와 협력이라는 시대정신에도 부합합니다. ▲이 위원장:우리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창의력과 비전을바탕으로 전통과 현대를 연결하는 문화 콘텐츠를 개발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하겠죠.최근 중국,대만,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 일고 있는 한류(韓流)열풍을 주목해야 합니다. 정리 박찬구 이송하 기자 ckpark@
  • 신문 달라져야 한다/ (하)전문가 좌담

    대한매일은 ‘신문 달라져야 한다’ 시리즈의 마지막회로바람직한 언론의 모습과 대한매일의 소유구조개편에 대한방향을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들의 좌담회를 마련했다.6일서울 태평로 대한매일 6층 회의실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최문순(崔文洵)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주동황(朱東晃) 광운대 미디어 영상학부 교수,김영욱(金永旭) 한국언론재단선임연구원 등 3명이 참석했다. ■최 위원장= 대한매일 문제가 신문개혁의 예각이 됐습니다. 신문개혁이 ‘언론개혁이냐 장악이냐’를 재보는 바로미터가 된 것이라 할 수 있죠.언론개혁하려면 정부가 대주주인대한매일부터 하라는 게 언론노조 등의 주장이었습니다.정부가 뒤늦게나마 대한매일의 독립성 확보를 위한 조치에 착수한 것을 환영합니다. ■주 교수= 세무조사를 통해 나타난 언론의 문제점은 투명하지 못한 경영,불공정한 시장경제,언론사주의 부도덕성 등이었습니다.독자들이 느끼는 신문에 대한 감정은 불신입니다. 그 이전부터 쌓여온 것이지만 자사이기주의의 속성 때문에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이를 극복하려면 언론이 구미에 맞는 기사만 쓸게 아니라 공적기능을 회복해야 합니다.신문의자본의존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신문사주의역할을 커지게 하고 언론인의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등 신문의 위상을 흔들리게 한 결정적 요인입니다. ■김 연구원= 세무조사 과정의 정점을 이룬 게 언론사 검찰고발이었는데,이 사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합니다.언론개혁은 짧은 기간에 되는 게 아닙니다.30∼40년짜리 프로젝트로생각해야 합니다. 정치권력과 조선·중앙·동아일보 등 이른바 ‘빅3’가 대립하고 있는 것은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마주달리는 기관차라고본 소설가가 있는데,사이좋게 지내는 게 더 문제이지요.정부가 정치적 의도로 후퇴하게 된다면 지금까지의 노력들을5∼10년 되돌리는 결과가 됩니다. ■최 위원장= 정점은 ‘고발’이 아니라 ‘구속’이 아닌가요(일동 웃음).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세무조사를 통해 언론을 장악할 의도가 있다고 봅니다.하지만 입증하기는 대단히힘듭니다. 중요한 것은 나중에 결과가 말해줄 수밖에 없을것입니다.예견되는 사주구속을 둘러싸고 보수인 한나라당이말이 많은데, 여당이 가진 정치적 의도를 견제하는 게 야당의 의무이지만 선을 넘고 있습니다.색깔론,지역감정,신문과방송의 대립, 족벌신문과 개혁신문의 대결구도로 몰아가는등 이번 세무조사와 관련된 의사결정구조의 결함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습니다.패거리 이념대결로 물타기해서 결국 싸움박질을 하고 있습니다.세무조사에 색깔론,사상론이왜 나옵니까.이 문제의 성격은 부패와 반부패,경영투명성확보의 문제,언론사내의 민주화 문제,일인 집중된 편집권의하부로의 이동 여부 문제 등입니다.황제권력도 탈세하고 법을 어기면 교도소로 가야 합니다. ■주 교수= 독자들의 시각은 양면성이 있습니다.탄압의도에대해서는 ‘있다’ ‘없다’가 반반 정도이지만 ‘구속·처벌해야 한다’에 대해서는 압도적으로 ‘찬성’이 많습니다.언론은 난공불락의 성역이라는 환상이 깨지고 있습니다.탄압의도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정당하게 세금추징했다”는태도로 전환되느냐 여부는 정부가 앞으로 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김 연구원= 여야가 정치적 의도를 갖고 있다는 것 자체는비난할 수는 없습니다.그보다는 그런 의도를 어떤 과정으로얼마나 도덕적으로 처리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언론개혁의 장기적 완성을 위해 일부언론은 적극 육성하고 보호해야합니다. 예를 들면 지방지와 주간매체들이 그런 것들이라고할 수 있습니다. 또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앞으로 방송 문제에도 지속적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주 교수= 세무조사가 소유구조 변화를 이끄는 계기가 될듯합니다.중앙지의 절반 이상이 비족벌적 소유형태를 가질수도 있을 겁니다. ■최 위원장= 그런 의미에서 대한매일은 민영화란 말보다 소유구조개편이란 용어를 써야 합니다.프랑스의 ‘르 피가로’처럼 소유와 경영을 완전 분리할 건지,‘르 몽드’처럼사원이 주주로 참여할 것인지,독일의 ‘프랑크푸르트 알게마이네 차이퉁’처럼 비영리재단을 택할 것인지 독립 언론의 유형을 선택해야 합니다.재벌신문들의 무한 시장경쟁,정글자본주의를 바로 잡는 것도 소유구조개편못지않게 중요합니다.신문공동배달 등과 같은 제도의 도입도 소유구조문제와 양대축으로 진행돼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김 연구원= 국가란 시장의 폐해를 바로잡는 기능을 해야합니다.이를 위해 시장을 어지럽히는 것을 바로잡는 네거티브 전략과 긍정적 지원을 하는 포지티브 전략을 적절히 구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 위원장= 우리나라 신문은 모두가 대중지(매스 페이퍼)뿐입니다.뉴욕타임즈 발행인이 “우리 신문을 사는 사람은세상살이의 지침을 사는 것”이라고 했듯이 발행부수를 개의치 않는 ‘권위지’가 있었으면 합니다. ■주 교수= 이념적 폐쇄성도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그러면자연스럽게 신문시장이 넓어질 것입니다.발행부수가 적더라도 독특한 취향을 가진다면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 ■최 위원장= 대한매일의 앞길은 험난할 것입니다.그러나 이미 물러설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습니다.개혁신문의 표상이되기를 바랍니다. ■주 교수= 대한매일은 98년 제호변경 당시 사시에서 공익정론으로 방향성을 제시했었지만 이런 정신이 지금까지 현실화되지 못한 것은 소유구조가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편집국장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변화를 이끌기에는 미흡한 제도입니다. ■김 연구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소유구조 개편의 원칙을 천명했는데 늦은감이 있습니다.정부가 대한매일 민영화를 빨리 수락하지 않음으로써,언론장악 등 의혹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어느정도의 속도로 진지하게 이 문제를 접근하느냐하는 정부의 향후 자세가 주목됩니다.대한매일의 예상되는어려움은 소유구조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한국시장전체가 어렵고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독자규모에 비해 신문이 너무 많습니다.대한매일이 대형신문을 추구해서는 곤란합니다.중·소형 신문으로서 비어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봅니다. 정리 허윤주 황수정기자 rara@
  • 대한매일 편집자문위원 좌담회 지상중계

    *** “軍관련 보도 객관성 유지 돋보였다”. 대한매일 편집자문위원단 간담회가 지난26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 음식점에서 최홍운 편집국장과 자문위원 5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각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단은 간담회에서 최근 북한 상선과 어선의 NLL(북방한계선)침범,언론사 세무조사,대한항공·서울대 병원 파업사태 등에 대한 대한매일의 보도 내용과 방향,다른 언론과의 차이점 등을 평가 분석했다.간담회 내용을 정리한다. ■최홍운 편집국장 지난주는 유난히 군(軍)관련 기사가 많았다.대한매일이 그 와중에 나름대로 사실에 바탕을 둔 객관적인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다고 자평한다. ■차영구 국방부정책기획국장 (육군소장) 최근 한미 국방장관 회담이나 북한 상선과 어선의 NLL침범과 관련,일부 언론사의 보도 내용을 보면 사실을 제대로 알리기보다 자사 입장에 맞는 사실만을 취사 선택해 보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객관적인 사실과 정황을 전달하고,전문적인 내용을 풀이해독자들에게 전달하는 것보다는,여론몰이로 몰고가는 분위기가 적지않았다.일부 언론의 이런 보도태도는 언론전반에 대한 엄청난 신뢰 상실을 초래할 것으로 본다.우리 언론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최 국장 한미 국방장관회담의 실무자로서 일부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 다소 불만이 있는 것 같다.남북주도의 재래식무기 감축논의 합의기사를 보면 신문마다 내용이 들쭉날쭉했던 게 사실이다. ■차 국장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3대 요구사항 중 하나가재래식 무기를 제거하라는 것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위협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일방적으로 전방에서 후방으로빼라면 북측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할 것이다. 북측은 무장해제로 받아들인다.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이다.미국이 북한측에 재래식 무기제거를 요구하면 주한미군 철수를 들고 나올 수밖에 없다.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북주도로 재래식 무기감축 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브리핑하니까 워싱턴의 한국 특파원들은일단 의심부터 하더라. 미국에서 우리나라 신문을 구해 보니 대한매일을 제외한대부분의 신문이 ‘아전인수,의혹,우리의 바람일 뿐’등의제목으로 부정적인 내용 일색으로 보도한 것을 보고 너무놀라고 실망했다. 럼즈펠드 국방장관과 합동 기자회견때도 합의내용을 밝혔지만 우리 언론은 믿지 않았다. 정부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인 것과 사실을 보도하는 것은구분해야 하는 것 아닌가.국익을 생각하지 않는 보도태도라는 생각이 들었다.보도가 나간 다음날 우리 국방장관과 체니 미국 부통령간의 40분간 면담이 있은 뒤,두 사람이 있는자리에서 한미간 합의사항을 다시 설명하자 그제서야 미흡하나마 보도를 해주더라. 뉴스는 뉴스로 다뤄주는 언론이 바람직하다.편견을 배제하고 국익과 공정성에 맞게 보도해야한다.논란이 되고 있는합참의장 등 군간부의 골프관련 기사도 마찬가지다.군 골프장은 영내 대기하면서 찾게되는 체력단련시설이다.국민정서에 어긋나는 부분을 지적할 수도 있지만 군의 특수성을 감안해줘야 한다. 또 북한어선의 NLL 침범과 관련, 앞서 상선에 대해서는 사격을 하지않다가 왜 뒤늦게 사격했느냐고 따지는데 상선과어선은 다르다.어선은 유해선이고 우리측에 순응을 안했기에 경고사격을 했지만 상선은 국제적으로 무해통항권이 있다. 언론이 너무 한쪽으로 몰고가는 느낌이다.자기목적에 맞춰보도하다보니 공정성,신뢰성을 상실하게 된다. 대한매일이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노력한 부분을 높이 평가한다. ■김정탁 성균관대언론정보대학원장 최근 여러 사안의 보도를 비교하면 대한매일이 객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많은 국민들은 대한매일과 다른 언론의 보도 내용에 차이가 있을 땐 객관적인 사실을 검증하려는 노력보다는대한매일은 친여(親與)신문이기 때문에 시각이 다르지 않겠느냐고 단정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정부 정책을 객관적으로 보도하면 정부를 두둔하는것처럼 보이는 것이 현실이다.그래서 나름대로 중심을 잡는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최재훈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연대 간사 언론이 특정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해서 오보를 쓰기보다 자사 입장에맞춰 쓰다보니 의도적인 오보가 양산되는 것 같다.그런 보도에 대해서는 대한매일이 사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줘야 한다. ■김 원장 그런 맥락에서 보면 대한매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환경보전이냐 개발이냐의 논쟁을 예로 들어보자.환경파괴를 통한 개발이 주민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최소한의 환경파괴는 감수해야 한다. 이는 선택의 문제다.하지만 일부 언론은 시민단체나 운동권의 논리를 내세워 환경보전이 절대목표인 것처럼 강조하고 있다. 한때 환경론자를 개발시대의 걸림돌처럼 부각시키다 이제와서 환경론자의 시각이 진선진미인 것처럼, 일관된회사입장인 양 강조한다.여론을 끌고나가고,또 유도된 언론에 함몰되기보다는 중심을 잡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조선·중앙·동아일보가 권위적,계몽적이라는 주장에 앞서시민단체도 지나치게 상대를 꾸짖으려고만 하는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 언론개혁과 관련해서도 ‘조중동'이 물량공세,부당행위로만오늘날 위치에 오른 게 아니라 신문사 나름의 노력이 있었는데 이 부분은 인정해줘야 한다.무조건 부도덕한 언론,탈세 언론으로 매도하면 곤란하다. ■홍의 언론지키기천주교모임대표 이른바 조선·중앙·동아등 거대 신문이 오늘날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많은 노력을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문제는 그렇게 해서 얻은 기득권에 도취돼 언론 본연의 영역을 벗어나는 것이다. ■정영철 동국대 강사 대한매일은 북한 상선 침범,언론사세무조사 등에서 그나마 객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사실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수도 있겠지만 국민들에게 진실을 알릴 것은 알리고 때론계몽하고 선도해야한다. ■최 간사 이런저런 눈치 보지말고 대한매일이 옳다고 판단한 사안에 대해서는 소신을 갖고 밀어붙여야 한다. ■정 강사 국민들이 다 알고 있는 것 같아도 언론이 보도안해주면 모르는 사실이 많다.NLL,무해통항권 등에 대해 알고있던 국민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따라서 언론이 사실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할 책임이 더 커진다. ■김 원장 수구세력이 무섭다는 건 그들이 다른 세력보다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며칠전 어느 방송의 TV토론때 보니까 한 참석자는 “북한 상선은 준 무장선으로통상적인 상선과 개념이 다르다”고 주장했다.많은 사람들이 “어,그렇다면 상선은 무해통항권이 있다는 주장은 북한에 적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군의 대응에 의혹을 가질수 있다고 본다. ■최 간사 합참이 NLL경비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작전예규를바꾸는 걸 고려했다고 들었다. 하지만 언론의 눈치를 보느라 시행을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몇몇 언론은 여론전달 수준을 넘어서 잘못된 여론을 만드는 역할까지 수행한다.이럴 경우 전후맥락을 확실하게 밝히고 방향을 잡아주는 게 용기있는 언론의 태도다.어중간하게서서 양시양비에 빠지면 안된다. ■정 강사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에 대해 거의 모든 언론이가뭄때 파업한다는 식으로 보도했다.대한매일도 그런 분위기를 전달했다. ■김 원장 모든 언론이 틀리다고 보도할 때 대한매일은 맞다고 보도할 수 있어야 한다.때론 다른 언론과 달리 튀어야한다. ■최 국장 언론사 세무조사는 어떤가.우리는 나름대로 중립적인 보도를 했다고 자부한다.그러나 주변에서는 ‘국세청이 일부 언론을 손보기 위해 대한매일을 (거액의 추징금부과 대상에)끼워넣었다’는 식으로 보는 것 같아 아쉽다.대한매일은 세무조사 결과가 통보되는 대로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사과할 부분은 분명히 사과하고 자성의 노력을 기울일것이다. ■김 원장 중소기업 규모인 언론사에 대해 수백억 수십억원의 추징금을 매기는 건 문닫으라는 소리 아니냐는 시각도있다.차라리 이번 세무조사 결과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앞으로 이런 식의 탈세에 대해선 일벌백계로 처벌하겠다는 뜻을밝히고 해당 언론사에 서약서를 받는게 바람직하지 않았나싶다. 언론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이런 식으로 갈등이심화된다면 결국 다음번에 두고보자는 식의 반발이 나오게된다. ■홍 대표 대한매일 소유구조 개편과 관련해서 혼자 싸우기보다 연대하는 게 나을 것 같다.연합뉴스도 같은 입장이고대안은 한겨레나 경향이 될 수 있다.이들 언론과 함께 싸워라. ■김 원장 소유구조 개편을 사건보도식으로 1면톱,3면해설식으로 쓰지 말고 왜 소유구조 개편을 하려 하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솔직하게 다가서야 독자들의 이해를 구할 수있다. ■정 강사 그동안신문과 노보 등을 통해 꾸준히 관심을 갖고 봤는데 왜 이시점에서 대한매일이 민영화되어야 하는지뚜렷하게 와 닿지 않는다.민영화의 필요성,원하는 방향,진행상황,방법 등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해줘야 한다. ■최 국장 ‘왜 소유구조 개편인가’를 주제로 상·중·하시리즈 기사를 준비중이다. ■홍 대표 언론학자 107인이 언론개혁을 촉구하는 선언은의미가 있었다.현재 언론이 권력의 맛에 빠져들어 스스로는못 깨어나니까 학자들이 나서줘야 한다. ■김 원장 전국의 언론학자가 1,000명이 넘는데 그중 107명만 참가했다는데도 주목해야 한다.침묵하는 다수가 침묵할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최 국장 정도를 가는 사람에게는 호응이 따를 것이다.우리는 정부의 일이라 해도 옳은 건 옳다고 보도할 것이다.앞으로도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주저없이 지적해 주길 바란다.잘못된 부분은 바로 고쳐서 지면에 반영하겠다. 정리 류길상·이송하기자ukelvin@
  • IFJ 서울 총회 결산 특별 좌담

    지난 11일부터 닷새간 일정으로 열린 국제기자연맹(IFJ)서울총회는 새천년 첫 총회이자,정보화시대라는 문명사적전환기에 개최된 ‘언론인 올림픽’이라는 점에서 국내외언론계의 관심을 끌었다.폐회를 하루 앞둔 14일 IFJ는 총회에서 ‘한국언론 발전을 위한 결의문’‘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서울선언’등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고 사실상 공식일정을 마무리했다.대한매일은 이날 저녁 고건 서울시장 주최 만찬이 끝난 후 크리스토퍼 워런 IFJ회장,카브랄 블레이아미히어 IFJ집행위원(가나 ‘더 인디펜던트’ 편집위원,서아프리카기자협회장),하타 슈(畑 衆)일본신문노련 중앙집행위원장(아사히신문 편집미술 담당)과 서울총회의 총평,신문의 미래,한국의 언론상황 등을 주제로 단독 특별좌담을 마련했다.김영모 한국기자협회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좌담은 오후 10시30분부터 두시간 가량 영어·일어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진행됐다. ◇이번 서울총회를 자평한다면.또 특별한 성과·의의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워런 회장)언론인의 ‘평등’문제를 주요의제로 끌어올리고,언론노동운동을 새롭게 재조명하는 자리가 됐다는 점에서 큰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이번 총회에는 여성회원이 전체의 40%에 이를 정도로 많이 참여했다.한국 언론노동자들의 투쟁정신을 세계 언론동지들이 어떻게 계승해 나갈 것인가가 향후 과제라고 본다. (카브랄 집행위원)예년 총회와 달리 이번 총회에서 다룬 주제가 다양하고 폭넓어서 상당히 인상적이고 고무적이었다. 총회 기간동안 한국언론노조가 보여준 ‘구체적 행동’은 IFJ의 국제적 연대를 보여준 좋은 기회였다고 본다. (하타 일본신문노련 집행위원장)이번 서울총회에 일본신문노련에서는 여성회원이 22명이나 참여했다.총회 사상 가장많은 숫자다.‘평등’문제를 의제로 다룬 것이 실감이 난다.현재 일본은 저널리즘의 ‘질적 저하’로 인한 위기감이팽배해 있다.이번 총회를 통해 젊은 회원들을 중심으로 위기의식을 고조시킨 점이 가장 큰 성과다. ◇이번 서울총회의 주제인 ‘정보화 시대의 언론’에 대해참가자들은 어떤 의견을 모았나?(워런)현재 전세계적으로 언론계가 불확실한 상황이다.젊은 기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열정을 보이면서 이를 ‘새로운기회’로 받아들이기도 하지만 아직 무엇 하나 확실한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다.6개월 뒤면 뒤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카브랄)아프리카출신인 나로서는 이번 주제가 참으로 유익했다고 본다.우선 ‘디지털’로 상징되는 신문명이 아프리카와 유럽을 경계로 어느 쪽에는 있고 다른 한 쪽에는 거의 없다.이런 상황에서 문명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번 총회가 아주 유익했다고 본다.비록 디지털 문명의 빈부 격차는 있으나 신기술은 전세계 언론인을 하나로 묶는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하타)신기술 혁신으로 일본 언론계도 순식간에 정보화·세계화 물결에 휩싸여 있다.그러나 세계화로 인해 저널리즘의 질 저하와 노동자 권리문제가 발생하고 있어 신문노련 차원에서 한창 논의 중이다. 인터넷시대를 맞아 신문의 생존·발전전략을 무엇이라고 보는가?(워런)‘신문의 죽음’에 대한 논의는 신문의 역사 만큼이나 오래 됐을 정도로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인간생활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신문은 살아남아 계속될 것이다. (카브랄)인류의 문명이 시작될 때부터 ‘문자’가 있었다. 뉴미디어시대에도 문자기록은 살아남을 것이다. (하타)일본에서는 의외로 신문의 장래문제가 심각하다.현재 일본에서 발행되는 일간지의 총부수는 5,400만부 정도다. 점차 부수가 감소하고 있어 언론경영자와 노동자 모두가 걱정이다. ◇오늘 총회에서 ‘한국 언론발전을 위한 결의문’등 3건의 결의문을 채택했는데 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한 국제언론계의 이해 정도는 어떤가?(워런)총회의 ‘결의문’채택과정에서 의외로 참가자들이한국의 언론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사건의 경우 아시아지역 회원들만 이해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의외로 모두 잘 알고 있었다.특히한국의 언론개혁문제는 ‘현장교육’을 통해 각국 대표들이 체감했을 것으로 안다. (카브랄)우선 총회에서 3개 결의문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킨점이 인상적이었다.서로 배경과 관심이 다른 각국의 언론인들이지만 이들을 묶는 하나의 고리는 ‘기자’라는 공통의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이 때문에 서로에 대한 이해도 의외로 빠르다고 본다. (하타)한국에서의 신문개혁운동은 언론노동자들이 독자의입장에서 시작한 운동으로 알고 있다.오늘(14일)한국 언론노동자들이 보여준 행동(‘6월투쟁’선포식 및 가두시위 등)은 일본의 동지들이 배워야 한다.돌아가 보도를 통해 널리 알리겠다. ◇현재 한국의 언론개혁 논쟁은 여당-야당,신문-방송,신문-신문,신문경영진-현장언론인 등 이해당사자간에 매우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해결책이 뭐라고 보나?(워런)이 문제는 언론의 영구적 우려사항이다.한국은 언론사가 재벌의 일부여서 더욱 문제라고 본다.언론사가 독립적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 아니다.게다가 신문사가 커지면언론인에 대한 압력이 점차 커져 언론의 독립을 해치는 것이 문제다.언론노조의 단결과 투쟁만이 이를 해소할 수 있다. (카브랄)정도 차이는 있지만 모든 국가에서 비슷한 현상이라고 본다.아프리카에서는 사주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언론을 이용하고 있으며,특히 정부의 언론 독점도 큰 문제다. (하타)일본은 법적으로 신문사 사주가 주식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세습경영을 하고 있다.그러나 재벌 수준은아니다.대표적으로 무라야마계(村山系)와 우에노계(上野系)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서는 몇몇 족벌사주가 언론사의 경영과 편집권을장악,매체를 사적 이익을 위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이같은 사례는 국제언론계에서 더러 있는 일인가?(워런)갈등은 세계 어디서나 존재하며 대체로 직업·문화·산업적 갈등의 형태일 것이다.그러나 신문업에서는 경영주와 언론노조간에 공통점도 마땅히 존재한다고 본다.그러나지난 10년간 신문사들은 회사 이익 추구에만 급급한 나머지 언론자유를 무시해 왔다.특히 신문사 중간 간부들이 언론자유 쟁취보다는 회사의 이익 추구 세력에 편입돼 활동해왔다.이제 그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할 때라고 본다. (카브랄)CBS노조가 만든 비디오를 보고 언론사 최고경영자가 정치권력자에게 ‘충성편지’를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놀랐다.언론인이 그럴 수는 없다.한국에서의 언론개혁은 언론인이 중심이 돼 시민·NGO는 물론 IFJ의 정신까지 되살려 추진해야 한다고 본다. (하타)산별노조로 전환한 한국 언론조의 경우 중간 관리직을 좀더 많이 끌어들이는 일이 시급하다. ◇한국언론계에도 ‘전문기자제’가 점차 도입,정착돼 가고 있다.국제 언론사회에서 전문기자에 대한 필요성 정도는,또 전문화가 필요한 분야는?(워런)전세계적으로 증가추세다.갈수록 정보유통이 많아지면서 전문분야의 한계가 없어지고 있다.그러나 이럴수록 독자의 관심분야가 어디인지를 정확히 알아야 한다.여론조사를 해보면 독자들은 정치보다는 의외로 교육·건강·사회문제 등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브랄·하타)워런 회장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하나 덧붙인다면,‘국제적 식견’을 갖춘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를 하나로 만든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언론인들은 고용불안,신변위협 등 각종 위협에 직면해 있다.언론인들의 가장 큰 ‘적’은 무엇이라고 보는가?(워런·카브랄)지난 20년간 전세계적으로 언론인들을 위협해 온 것은 독재 정치권력이었다.그러나 그동안지구 곳곳에서 민주화의 진전으로 이같은 상황은 많이 변해 있다.아직도 정치권력의 위협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이제는 고용주로 상징되는 거대자본이 가장 큰 위협요소로 부상했다.IFJ는 이를 중점사항으로 파악하고 언론노조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하타)좀 수준낮은 얘기가 될지 모르겠으나 일본의 경우 ‘돈’이 가장 큰 위협이 되고 있다.일본의 경영자들은 디지털화 추세가 진전되면서 돈벌이에 급급하다.이는 거대신문의 경영자,편집국장들도 마찬가지다.신문의 질보다는 돈에모든 것을 건 인상이다. ◇남북문제를 놓고 한국의 신문간에 의견대립이 있듯이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아사히·마이니치신문-산케이·요미우리신문간의 의견 대립이 인상적이다.일본독자들의 이에 대한 반응과 평가는?(하타)우선 이같은 대립현상은 최근 들어서는 드문 일이다. 나 자신이 아시히신문에 속해 있지만 이같은 현상은 일본사회의 심각성을 반영한 것으로 미디어의 책임이 크다고 본다.일반 독자들의 관심도는 82년 당시의 ‘교과서 왜곡사건’보다는 떨어지는 것이 분명하다.아사히의 논조를 지지하는독자 가운데는 아사히가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을 반대하면서도 산케이의 주장을 정면으로 비판하지 않는데 대해 불만을 가질 것으로 본다.산케이나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자세는 ‘일본인끼리만 뭉쳐 살자’는 식의 편협한 역사관이다.앞서 언급한 국제적 식견이 부족한 탓이라고 본다. ◇한국방문 소감이나 인상적인 일 하나씩을 소개한다면. (워런)한국 언론노조의 투쟁성이 가장 인상적이었다.오랫동안 언론노조에서 활동한 한 언론인도 내게 그런 말을 했다. 오늘 저녁 CBS노조와의 ‘직접적 연대활동’도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이같은 노조활동이 한국사회를 바꿔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으로 본다. (카브랄)첫 방한이어서 감회가 깊다.한국이 아려운 여건속에서도 수십년간 민주화운동을 해온 국가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이에 경의를 표한다.개인적으로는 지난해 정부군으로부터 습격을 받았을 때 내가 몰고가던 차가 ‘티코’여서 한국에 대한 기억이 새롭다.한국인의 친절,언론노조의단결된 투쟁이 인상적이었다. (하타)작년 11월에 이어 세번째로 방문했다.최근 한·일 양국은 모두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한국은 10여년에 걸친 민주화운동으로 평화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이상을찾은 반면,일본은 새로운 비전을 찾지 못해 안타깝다.양국의 긴밀한 협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정리 정운현기자 jwh59@. [참석자]◇크리스토퍼 워런(IFJ 회장,호주 언론노조연합 위원장)◇카브랄 블레이 아미히어(IFJ 집행위원,가나 ‘더 인디펜던트’편집위원)◇하타 슈(畑 衆,일본 신문노련 중앙집행위원장,아사히신문 편집미술 담당)◇ 사회 김영모(한국기자협회 회장)
  • 6·15 1주년/ 전문가 대담

    *北 ‘평화 화답’ 없인 경협 한계. 대한매일은 14일 남북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강성윤(姜聲允)동국대 교수(북한연구학회 회장)와 박영규(朴英圭)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초빙,지난 1년간 남북관계의 진전을 평가하고 향후 과제와 전망 등을 들어봤다.좌담 내용을 간추린다. ◆지난 1년 남북관계를 평가하면. [강성윤 교수] 지난해 남북정상회담은 분단 55년 만에 새로운 이정표를 기록했다는 평가에 걸맞게 남북간 다양한 채널의 대화가 열리는 계기가 됐다.특사·장관급·국방장관·군사실무자·경제·적십자회담 등 6개 차원의 회담이 이뤄졌고,가시적 성과도 있었다.이산가족 교환방문과 비전향 장기수송환 등 인적 교류와 왕래가 이뤄진 것은 동질성 회복 차원에서 평가할 만하다. [박영규 연구위원] 남북 당국간 대화가 재개됐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경협과 관련,투자보장과 이중과세방지등 4개항의 합의는 앞으로 남북간 경제협력을 제도화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지난 3월 이후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들어갔지만 화해와 협력의 계기가 마련된것은 틀림없다. ◆남북관계가 소강국면에 빠진 국내외적 요인은. [강 교수] 한반도문제는 북·미,한·미 관계 속에서 처리될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부시 미 행정부의 등장은 남북관계에 브레이크를 걸었다.북한을 상대로 엄격한 상호주의와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면서 북·미 관계가 틀어졌고 남북관계에도 걸림돌이 생겼다. [박 위원] 북한이 지난해 정상회담을 수용한 근본원인 중 하나가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베를린선언’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그런 시각에서 볼 때 최근한국 경제가 침체상태에 들어갔고,김 대통령의 대북 포용정책을 둘러싼 국민 지지도가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서두를 이유가 있는지 생각해 볼 만하다. [강 교수] 거꾸로 생각할 수도 있다.경제적 지원이 목적이라면 당국간 회담이면 충분했다.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위험을무릅쓰고 직접 대화에 나선 의미를 분석해야 한다.통일문제에 관한 합의 등 김 위원장이 대화 전면에 나섬으로써 얻은정치적 효과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의 답방 가능성은.[강 교수] 2차 정상회담을 했을 때 김 위원장이 정치·경제적으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를 따져봐야 한다. [박 위원] 북·미 대화가 재개되고 금강산 문제가 해결국면으로 들어간 점 등을 감안하면 김 위원장이 금년내 답방할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그러나 북·미 대화가 순탄하게 진전될 가능성이 적고,경제난으로 대북지원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금년 답방이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김 위원장 답방시 효과는. [박 위원] 김 위원장이 답방한다면 우리가 북한에 요구할 게 더 많을 것이다.화해와 교류협력의 기반은 지난해 정상회담을 계기로 만들어졌지만 불가침 분야에서는 전혀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군사적 긴장완화와 관련,김 위원장의 양해를 얻어내야 대북 포용정책의 국민 신뢰감을 회복할 수 있을것이다. [강 교수] 그동안 남북은 경제적인 ‘공영’문제는 다뤘지만 군사·평화적인 ‘공존’측면에서는 가시적 성과를 이끌지못했다.김 위원장 답방시 우리가 해결할 과제다.덧붙인다면2차 회담은 예측이 가능하도록 공개적으로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북·미 대화 재개의 의미는. [강 교수] 부시 대통령이 대화재개를 발표하고 경제제재 완화와 대북지원 등 몇가지 당근을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당초 강경자세에서 큰 변화가 없다. [박 위원] 대화재개를 선언했지만 사실은 조건이 붙어 있다. 북한이 먼저 성의있는 조치를 취해야 당근을 주겠다는 것이다.2차 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할 우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북미·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우리의 역할과 해법은. [강 교수] 실질적 한·미 공조를 위한 역할분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예를 들어 대북 대량살상 무기협상은 미국이,재래식 무기 협상은 한국이 맡는 식으로 나가야 한다.‘제로섬 게임’이 아니라 ‘윈윈 전략’ 차원에서 차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모두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인식시켜야 한다. [박 위원] 남·북·미 3자 회담을 다시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상황과 부시 대통령이 대북 협상의제에 재래식 무기 문제를 포함시킨 점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 남북간 군사협상이 없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의 대북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회복하기 위한 방안은. [강 교수] 새로운 합의를 양산하기보다 기존 합의를 이행·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남북대화에서 회담 일정의 불예측성,합의의 불이행,남북한 합의문의 불일치 등 ‘3불(不)현상’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또 통일문제를 정치문제와 분리해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아야 한다. [박 위원]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경제협력을 대가로 안보협력을 받아내는 문제를 국민에게 꾸준히 인식시켜야 한다.동시에 정책의 목적과 수단을 혼용해서는 안된다.예를 들면 경협 자체를 목적으로 인식하면 ‘일방적 퍼주기’라는 강박관념에 얽매이게 된다.2차 정상회담도 공존 공영을 위한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향후 남북관계의 전망과 과제는. [강 교수]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접촉 재개를 계기로 남북관계가 어떤 형태로든 진전될 것이다.또 금강산 육로관광 합의를 실천하는 과정에서 남북 당국간 회담이 열릴 수밖에 없다. 그런 점들이 남북대화 재개를 희망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요인이다.부시행정부와의 의견조율이 앞으로의 주요 과제다. [박 위원] 정부가 그동안 대북관련 정책과 평가를 너무 장밋빛으로 홍보하는 바람에 역효과를 가져온 측면이 있다.정치권은 이분법적 시각과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진보가 보수를냉전주의자로,보수가 진보를 용공주의자로 몰아붙이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좋은 대북정책도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 정리 박찬구 홍원상기자 ckpark@
  • 韓·日 교과서 갈등 해법 전문가 좌담

    일본의 왜곡 역사교과서를 둘러싸고 야기된 한·일간 갈등과 감정의 앙금이 좀처럼 해소될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있다.대한매일은 16일 ‘가깝지만 먼 이웃’ 한·일 두 나라 사이에 야기된 이 어려운 숙제를 풀고 바람직한 선린의길을 모색하기 위해 긴급 좌담을 마련했다.좌담에는 일본교과서 왜곡 대책반 부반장인 임성준(任晟準)외교통상부차관보,일본정치 전문가인 박한규(朴漢圭)경희대 교수,기시 도시로(岸俊郞) 전 NHK 서울지국장 등이 참석했다.참석자들은 다양한 갈등해소책을 제시했으나 과거사에 대한 진정한 반성 없이 일본이 21세기의 진정한 세계의 지도적 국가가 될 수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임성준 차관보 일본 정부의 교과서 검정결과가 발표되기전부터 우리 정부는 왜곡된 기술이 포함될 수 있음을 예상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현재 정부차원의 교과서왜곡 대책반이 구성돼 정밀분석중입니다. 초기 정부대응이미온적이라는 일부 지적이 있는데 정부는 이 문제가 나올때부터 역사인식의 문제는 한·일관계의 근본에 대한 문제라 생각, 대단히 중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해왔습니다. ■박한규 교수 정부의 초기대응이 미온적이었습니다.지난98년의 파트너십 공동선언에서 근거해 미온적으로 대처한것입니다.기본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21세기 진정한 동반자 관계는 없습니다.처음에 강경한 대응을 하지 못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우를 범한 것 같습니다. ■기시 도시로 전 지국장 한국측이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한국 정부가 목표를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에는 세가지 논점이 필요합니다.첫째,교과서 어느부분이 왜곡됐는지가 명백해야 합니다. 어느 것이 왜곡이고 삭제·축소인지 밝혀주십시오.두번째,일본 정부를 상대로 할 것인가 아니면 ‘새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하 ‘새 모임’) 등 우익집단,아니면 일반 일본인들을 상대로 할 것인지 분명히 해야 합니다. ■임 차관보 5∼6명의 전문가들이 분석한 결과가 20일쯤나오면 왜곡내용을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정부는 이를 국내 역사학계와 ‘역사편찬위원회’ 등의 재평가를 거치도록 해 객관성과 합리성을 부여할 방침입니다. ‘새 모임’의 교과서는 일제의 아시아 침략을 ‘진출’로 바꿨습니다.기업들이 해외에 영업망을 넓히는 것을 진출이라 하는데 제국주의 진출을 기업의 해외진출과 같이쓸 수는 없습니다.반면 ‘침략’이란 단어는 새 교과서에없습니다.군대 위안부 문제는 여성의 존엄성을 짓밟고 인격을 파멸시킨 중대한 문제입니다.이에 대해서는 검정을통과한 8개 교과서 중 5개가 언급이 없습니다.과거에 있었는데 이번에 없으므로 명백한 ‘삭제’입니다. ■박 교수 민간학자들은 문제의 교과서가 일제의 침략과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미화했다고 봅니다. 첫째,한·일합방에 대해 찬성하는 조선 내의 일부 목소리가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당시 이완용 일파의 처신을 확대과장,한·일합방에 대해 양국이 합의한 것처럼 해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두번째 식민지 개발론입니다.철도를 놓고 관개시설을 정비하고 토지조사를 했다고 하는데이는 개발이 아니라 경제수탈을 위해서였습니다.세번째 군대위안부 문제입니다.이는 역사적 문제이면서인도주의적문제입니다.일본이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태평양 전쟁 당시 수많은 고통과 피해 속에서 살아온 위안부의 실체를 없애는 것입니다. ■기시 전지국장 진보파의 대표적 학자인 와다 하루키 교수가 한 기고문에서 ‘새 모임’의 교과서가 137곳을 수정당한 것은 ‘새 모임’의 패배라고 지적했습니다.문제의교과서가 검정을 거쳐 많은 수정을 받았음을 알아야 합니다.상당부분 개선된 교과서에 대해서 아직도 시정해야겠다고 주장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합니다. ■임 차관보 역사가 왜곡된 교과서를 정부가 인정했다는점에서 일본 정부가 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우리는 교과서 왜곡에 있어서 82년과 86년,두 차례 뼈아픈 경험이 있습니다.당시에는 사회당과 교원노조 등 일본 내 진보세력이 상당히 있었습니다.이념은 달랐지만 교과서 문제에서뜻을 같이해 일본 내에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아시아 여러나라가 힘을 합쳐 수정했습니다.이들이 힘을 잃어가면서일본의 전후처리과정에 의문을 품은 보수우파세력이 힘을얻고 있습니다. ■기시 전지국장90년대는 일본인에게 ‘잃어버린 10년’입니다.경제적 침체와 정치적 혼란 사이에서 목적을 잃고떠돌고 있습니다. 일본 내에서는 좌·우파가 양립했습니다.전후 미국의 정책은 좌파가 힘을 얻게 되어있지만 천황의 존재를 인정,우파의 존재도 가능해졌습니다.미국의 모순된 정책 때문에좌·우파가 양립하면서 일본이 왜 아시아를 침략할 수 밖에 없었고 책임은 누가 져야하는가에 대한 ‘사고 정지’가 50년간 계속됐습니다. 좌·우파는 각각 10%에 불과합니다.80% 일반 일본인들은‘잃어버린 10년’ 사이에 일본과 일본인의 정체성에 대한의문과 모색을 시작했습니다.이 가운데 우파의 주장이 호감을 얻었습니다.우리가 과거 역사에 잘못은 있지만 죄인같은 비판을 받아야 하는가죠.한국이 도덕적인 공격을 계속하면 일반 국민들이 오히려 새 모임의 주장에 경도되지나 않을까 우려됩니다. ■임 차관보 일본의 보수우경화는 세계평화에 지장을 초래하지만 않는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간섭할 사항이 아닙니다.일본 내에 양식있고 건전한 국민들이 있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일본의 우경화와 관련,자민당의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정조회장이 “주한미군이 공격받으면 한반도에 자위대를파병한다”는 위험한 발언이 대단히 경솔하고 유감스러운발언이지만 일단 지켜보고 있습니다. ■박 교수 교과서 왜곡이나 일본 군사대국화 등 우익 주장이 또다시 아시아에서의 안정과 평화를 깨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임 차관보 어느 나라든지 자존심이 있고 자국의 역사는자국이 만들어가는 겁니다.단 객관적인 역사를 왜곡하는것은 미래지향에 걸림돌이 됩니다.미래를 담당할 젊은 세대들의 교과서에 그런 문제가 담기는 것이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시 전지국장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의 재수정을 요구해서 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질까요.검정이란 행정행위는 일단끝났습니다.2003년에 쓰일 내년도의 교과서 검정에 이번결과를 충분히 반영하라고 하는 것은 가능합니다.검정을다시 요구할 법률적 근거가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임 차관보 검정을 통과한 뒤 사실의 오류가 있거나 사정의 변경에 있어서 문부대신이 집필자에게 수정을 권고하는조항이 있습니다. 침략을 진출이라 쓴 것은 명백한 오류입니다.이를 근거로 수정을 요구할 것입니다. ■기시 전지국장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재수정 여지가 없다고 하고 자민당 총재 후보 4명도 같은 입장이라 양국간의 접점이 보이지 않습니다.어떤 경우든 이 문제가 외교문제로 비화돼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교수 동감입니다.양국간에는 2002년 월드컵,대북 문제등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 많습니다.이를 위해서 올바른 역사인식이 필요합니다.일본 정부가 재수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우리는 항의할 권리가 있습니다.반면 교과서 문제를 다른 외교수단과 연계하는 것은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시 전지국장 98년 파트너십 이후 양국의 민간교류가급속도로 늘고 있습니다.전후 세대는 한국을 동반자로 인식하고 있습니다.한국을 친구로 인식한 뒤 위안부 문제 등과거사를 생각하게 됩니다. 한국사람의 감정과 아픔을 알게되면 일본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임 차관보 한국은 피해자로서 아픔의 깊이가 다릅니다. 현재 양국이 미래를 향해 나가는데 교과서 문제가 나와 우리 국민의 상심과 분노가 큽니다.‘과거사에 대한 반성을잊지 않고 있다’는 일본 정부의 행동이 필요합니다. 정리 진경호 전경하기자 lark3@
  • “日정부, 재수정 권고 권한 있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관련,임성준(任晟準)외교통상부차관보는 16일 “검정을 통과한 뒤에도 사실의 오류가 있으면 일본 문부과학성이 집필자에게 수정을 권고한다는 조항이 있으므로 일본 정부는 문제의 교과서를 재수정할 의무가있다”고 밝혔다. 임 차관보는 이날 대한매일이 마련한 좌담회에 참석,이같이 말하고 우리 정부의 교과서 재수정 요구에 일본 정부가성의 있는 조치를 취해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임 차관보는 예를 들어 일제의 아시아 ‘침략’이 ‘진출’로 교과서에 기술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기 때문에 “일본정부가 재수정을 추진하는 데 행정적인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후속 조치와 관련,임 차관보는 “일본 정부의 성의있는 조치가 나오기까지 우리 정부는 각종 외교적 수단을동원,일본 정부를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오는 20일쯤 전문가들의 분석 결과가 나오면객관성 확보를 위해 이를 다시 역사편찬위원회 등 국내 역사학계의 재평가작업을 거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하기자 lark3@
  • 韓·美 정상회담 성과와 과제… 전문가 긴급좌담

    8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우리의 대북(對北) 포용정책과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부시 행정부가 지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한·미 정상회담의 성과와 이를 바탕으로 펼쳐질 한반도 정세,또 우리 정부의 과제를 전문가 대담을 통해 점검한다. 좌담에는 동국대 강성윤(姜聲允) 교수,외교통상부 임성준(任晟準) 차관보,고려대 함성득(咸成得) 교수가 참여했다.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보다 구체적 성과가 도출되는 것이 향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 주요관건이라는 것이 일치된 의견이다. ■임성준 차관보 양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통해 5개항의 합의사항을 채택했다.우선 양국의 안보동맹이 중요하다는 점을재확인하고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더욱 심화,발전시킬 것을 다짐했다.부시 대통령이대북 포용정책에 대한 확실한 지지의사를 표명했고,한반도문제에 있어서 김 대통령의 주도적 역할을 지지했다.두 정상은 또 94년미국과 북한의 제네바 합의를 계속 유지시켜 나간다는 데도 뜻을 같이 했다.NMD(국가미사일방어)체제와 관련해 잘못 알려졌던 정부의 입장도 정리했다.한·미 통상관계도 부시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경제개혁을 지지했고 새로운 세계무역질서,즉 뉴라운드의 조기출범에도 합의했다. ■함성득 교수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는 어느 정도 예견됐던 것이다.아시아에서 한국 대통령이 처음 방문,정상이 직접대면해서 의견을 나눴다는 것이 중요하다.또 양국 행정부의주요인사들이 고루 만났다는 점도 의미있다.그러나 양국 정상의 공동발표문을 보면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이는 총론에는 동의하지만 각론에서는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아직 미국은 대북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오는 10월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총회에 참석하는 길에 일본과 한국을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미국은 이 때까지는 한반도 정책을수립할 것이다. 그 전까지는 여러 의견을 모으는 정보수집단계다.이번에는 구체적 입장이정리되지 않아 김 대통령의정책을 지지하는 선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강성윤 교수 이번 회담의 중심의제는 대북 정책공조,NMD문제,통상문제 등 세가지로 정리된다.공동발표문을 보면 예상대로 총론적 측면에서는 합의를 이루고 공조를 과시했으나엄격한 상호주의와 철저한 검증원칙이 미국의 기본기조임을읽을 수 있다.각론에서 양국의 차이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과 이를 두 정상이 확인했다는 점이 이번 회담의 의미다. ■함 교수 각론의 차이를 확인한 만큼 앞으로 실무적 차원의 양국 협의가 더욱 중요시돼야 한다.실무방문(Working Visit)임에도 불구하고 김 대통령이 대단히 대우받은 것은 한국의정책을 지지하는 뜻 외에 우리의 차기 전투기사업과 관련,미 보잉사의 F-15K 한국 판매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으로 우리 정부가 신중히 접근해야 할 대목이다. ■임 차관보 두 정상이 조기에 회담하게 된 것은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보다 진전된 긴장완화·화해협력 조치가 이뤄져야 하므로 이를 앞두고 한·미 정상간 대화가 빨리 이뤄지는것이 좋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대북정책을 입안하는 데있어서 한국의 의견을 먼저 듣겠다는 차원이다.따라서 각론이 논의되지 않았다는 차원보다는 조기회담을 통해 우리의대북 포용정책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는 데 회담의 의미가있다.정부로서는 이번 회담이 매우 성공적이었고,미국으로부터 끌어낼 것은 다 끌어냈다고 본다. ■함 교수 이제 2차 남북정상회담이 중요하다.이 결과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신뢰도와 한·미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미국이 중시하는 문제는 안보다.단기적으로는 휴전선병력의 후방 배치와 지뢰 제거,중기적으로 재래식 무기 감축,장기적으로 미사일·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내용의 논의가이뤄져야 실질적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이다.부시 대통령이기자회견을 통해 북한 지도부에 대한 회의감을 언급한 것도앞으로 안보문제가 주요현안이 될 것임을 의미한다.나아가부시 대통령이 안보문제에 있어서 한·미·일 3국 관계와 특히 일본의 경제적 역할을 강조한 점을 중시해야 한다. ■강 교수 공동발표문의 행간을 보면 부시 대통령은 한반도평화보장을 위한 검증과 한·미·일의 역할분담 문제를 제기했다.이는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있어서 족쇄가 될수도 있다.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서울 답방에서 한반도 문제의 자주성 문제를 제기할 경우 우리의 행보가 좁아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임 차관보 함 교수께서는 오는 9월쯤 미국의 대북정책이틀을 갖출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그렇게 늦지는 않을 것으로본다.우리 정부도 기다릴 여유가 없다.조만간 한·미,한·일간 고위급 실무협의를 개시,대북정책을 조율해 나갈 것이다. 검증이나 상호주의에 있어서 한·미의 견해가 그렇게 다르지않다. 우리도 대북관계에 있어서 신축적이고 전략적인 상호주의를 적용하고 있다.김 대통령도 검증의 필요성에 공감을표시한 바 있다.대북정책에 있어서 양국이 갈등을 빚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함 교수 부시 행정부의 당면현안은 세금감면 문제다.4월중에 이 문제가 해결돼야 대북정책 등 다른 쪽에 신경을 쓸수가 있다.우리에게 좋은 기회다.부시 행정부는 김 대통령을통해 충분한 정보를 갖게됐고,우리는 미국의 관심이 안보임을 확인했다.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안보문제에 긍정적인 답변을 준다면 북·미관계와 한·미관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임 차관보 정부도 그런 목표 아래 대북화해협력과 긴장완화의 두 축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2차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이 원칙이 적용될 것이다.안보문제가 폭넓게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다만 모든 것은 일시에 합의될 수 없고 남북 신뢰속에 쉬운 것부터 점진적으로 쌓아 나가야 한다. ■강 교수 북한이 남북문제에 어떻게 접근하느냐가 중요하다. 과거처럼 통일문제는 남한과,평화체제 구축문제는 미국과논의하는 식으로 접근하면 진통을 겪을 것이다.북한이 안보나 군사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신뢰할 만한 조치를 취한다면북미관계는 상당히 진전될 것이다.부시 행정부의 성향에 비춰 미국은 확신이 생기기만 하면 대북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함 교수 한·미 정상회담은 앞으로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김정일 위원장이 안보문제를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환경을 마련해 줬다고 본다.겉치레식 평화선언보다 알맹이가있는 합의가 도출될 가능성이 높다.이를 위해 한·미·일 3국공조에 외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러시아 및 중국과의 관계 역시 외교당국의 주요과제다. ■임 차관보 북·미간 제네바합의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한·미·일 3국 협조 외에 특히 일본의 적극적 참여가 중요하다. 러시아와 중국의 역할도 중요한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최근 방한해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전폭 지지한 것은 고무적인 일로,러시아의 건설적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중국 역시 4자회담에 참여하는 등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한반도 주변환경이 호의적으로 전개되고 있으므로 미국과 공조를더욱 강화해 대북 포용정책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 교수 한·미·일 공조의 범위가 문제다.보다 명쾌히 할 필요가 있다.북한은 계속 자주성 문제를 지적한다.한·미간공조를 파기하라는 것이 북한의 기본논리다.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도 문제다.지금은 미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요하지만 앞으로는 공조문제도 조금 다듬어야 한다. ■임차관보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서울 특별선언 이후EU가 대북관계 정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15개 회원국 가운데 이제 미수교국은 세 나라만 남았다.아일랜드와 그리스도곧 수교가 예상된다.북한을 국제사회로 끌어내는 것은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문제에 시너지 효과를 얻게 한다.미국과일본이 대북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북한 포용정책을 가속화할 수 있다. ■함 교수 미국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경제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미국이 주일본대사를 가장 먼저 임명한 것도 일본 중시정책 때문이다.그만큼 남북관계에있어서 한·일간 공조가 중요하다.김 대통령은 현재 클린턴행정부와 부시 행정부간의 다리역할을 하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김 대통령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한·일 정상회담도 조속히 개최,자주적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다룰 수있어야 한다. ■강 교수 지난해 남북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문제의 중심축이 과거 북·미에서 이제 남북으로 옮겨 왔다.2차 남북정상회담은 남북이 한반도 문제의 확고한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느냐를 가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따라서 미국 및 일본과의관계를 개선하도록 북한을 설득해야 한다. ■함 교수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끌려면 국내적으로여야 관계가 원만해야 한다.김 대통령이 귀국후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에게 회담결과를 설명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이바람직하다.경제적으로 우리가 북한에 무엇을 줄 수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남북관계를 정략적으로 이용하지 말아야하며,내부의 컨센서스를 형성하는 것이 대미·대북관계에 앞서 중요하다. ■임 차관보 이번 회담은 양국 정상이 합의할 것은 합의하고 차이점은 그대로 느끼는 기회가 됐다.특히 동맹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을 뿐 아니라 신뢰를 바탕으로 수시 대화체제를 구축하게 됐다는 점이 중요하다. ■함 교수 동맹관계 재확인은 분명 의미가 있으나 이를 일방적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동맹관계라는 언급에 F-15K 판매문제가 담겨 있지 않나 우려된다. ■강 교수 결론적으로 이번 회담은 서로 국익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견을 조율하는 계기가 됐다.다양한 채널을 동원,미국에 우리의 대북정책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2차 남북정상회담에 있어서는 무엇보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회담을추진,국민적인 공감대와 지지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정리 진경호 이동미기자 jade@
  • 신간 맛보기

    ◆새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김용준 지음,열화당 펴냄) 화가이자 미술사학자,미술평론가인 근원(近園)김용준(1904∼67)의 문화예술론이집약된 글모음집.5권으로 기획된 ‘김용준 전집’중 먼저 1·2권이나왔다. ‘새 근원수필’에는 1948년 출판된 ‘근원수필’에 수록된 글들을비롯,근원의 첫 수필인 ‘서울사람 시골사람’,월북 몇달 전인 50년발표된 ‘십삼급(級)기인(碁人)산필(散筆)’등 53편의 글이 실렸다. ‘조선미술대요’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국권상실기 조선미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미술의 아름다움을 비교미술사학의 관점에서 기술한 인문교양서다.각권 1만5,000원◆미국은 우리에게 무엇인가(임길진 등 13명 지음,백의 펴냄) 굴절된한미관계사와 미국에 대한 한국의 종속현상을 분석. 1부는 한미관계사와 한국의 미국적 가치를,2부는 우리 교육을 둘러싼미국주의를 다뤘다.제너럴 셔먼호 사건과 관련,미국의 침략행위를 은폐하는 등 미국 찬양과 반공주의의 논리가 횡행하는 고등학교 교과서내용을 비판했다.3부는 일본과 북한,러시아의 미국관,또 미국의 일본관을 짚었다.4부는 미국 중심의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배경을 주제로 전문가 좌담을 실었다.미국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게 해준다.1만3,000원◆미녀와 야수,그리고 인간(김용석 지음,푸른숲 펴냄) 미국 디즈니의애니메이션(저자는 만화영화가 아니라 魂畵·얼그림이라고 표현)작품4편을 철학적으로 분석.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의 마법을 푸는 통상적 스토리와 달리,마법에 걸린 왕자 스스로가 사랑을 배우고 실행해서 여자의 사랑을 받아야 마법이 풀리도록 돼있는 ‘미녀와 야수’의 차별성을 진단. 여주인공의 머리색깔 등 세세한 부분까지도 관찰.‘자유와 진리’를주제로 한 ‘알라딘’,햄릿과 유사하다는 ‘라이언 킹’,원작을 해피엔딩으로 수정한 ‘인어공주’도 다양한 각도로 해부.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면서 컨텐츠가 부족한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이 참고할 만 하다.1만5,000원◆차라리 아이를 굶겨라(다음을 지키는 엄마 모임 지음,시공사 펴냄)제목이 너무 도발적이다 싶다가도 페이지를 넘길수록 정말 그렇게라도 해야 할듯한 위기감에휩싸이게 하는 책.‘…엄마 모임’은 경실련 환경개발센터에서 떨어져나온 ‘환경정의시민연대’의 주부 모임. 아이들 안전한 먹거리를 찾아헤매다 거꾸로 식탁오염이 얼마나 치명적인지만 확인했다.책은 이들이 울리는 절박한 사이렌.라면,냉동식품은 물론 믿고 먹던 우유 콩 생선 등도 식품첨가물에 환경호르몬 범벅이라는 주장.믿고싶지 않은 현실에 넋두리만 늘어놓는게 아니라 이모저모 대안을 챙겨본 점이 돋보인다.8,500원
  • 金大中대통령 노벨평화상/ 전문가 특별좌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향후 남북관계와 국내정치는 물론 국제외교 및 세계 인권·민주화 분야 등에 큰 영향을 미칠전망이다. 대한매일은 15일 특별 좌담을 마련,평화상 수상의 의의를조명하고 국내외적인 영향을 점검했다.좌담에는 유장희(柳莊熙)이화여대 국제대학원장,유승남(柳勝男)국민대 행정학과 교수,손봉숙(孫鳳淑)한국여성정치연구소 이사장이 참석했다. ◈ 노벨평화상 수상 의의. ■손 이사장 세계 어느 지역보다 무력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유일한분단국가라는 특수 상황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상을 받은 것은 한반도의 앞날을 생각할 때 의미있는 일입니다.특히 한반도가 민주주의를숭상하고 인권을 존중하며 평화를 원하는 나라로 대접 받고 책임과의무를 다하는 과제를 부여받는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유 원장 그동안 노벨평화상이 주로 서방국가에 집중됐다는 부정적평가도 있었지만 이제 동양권으로 시선이 돌려졌습니다.한국이 고통의 역사를 승화시켜 세계평화와 인권증진을 위해 새롭게 등장하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됩니다. ■유 교수 이번 수상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과거 한국과 아시아지역의 민주화와 인권신장에 기울인 노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대통령 취임후 전 세계 마지막 남은 냉전지역에서 민족 공존공영체 실현과 한민족 발전을 위한 획기적 업적을 인정하는영광스런 수상이지요. ◈ 남북관계. ■손 이사장 이번 수상은 남북관계 개선에 굉장히 기여할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동북아 평화구도 정착에 탄력이 붙을 것입니다.미국·일본·중국·러시아 등 4강 관계에서 외교 발언권을 강화하는 계기를마련했고,북한의 개방을 이끌기 위한 국제적 협조와 지원을 얻는데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국내적으로는 이번 수상이 장기적·지속적으로 국민 합의의 바탕 위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는 계기가 돼야합니다.임기내 ‘통일 대통령’보다는 통일의 기반을 놓는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길 바랍니다. ■유 교수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광범위한 국민 지지를 획득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그동안 대북정책에서 발목을 잡는다는 느낌을 준 야당과 기득권층에서 ‘통일대통령’ 논의 등 정치적 화두를 꺼내는 것은 통일이 1,2년내 단시일 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 등에서성급합니다.아직까지 냉전 이데올로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층이적지 않습니다.그러나 노벨평화상 수상을 계기로 햇볕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6·15 남북정상회담의 합의사항인 인권부문 개선작업을 확대해 나가는데 사회 저변에 큰 저항이 없을 것입니다.권력구조논의나 인도적 식량지원 문제 등에서는 광범위한 국민 동의를 창출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합니다. ■유 원장 이번 수상이 남북 관계의 중요한 전기가 될 것입니다.노벨평화상이 워낙 권위가 있어 수상 자체가 세계적으로 우리의 대북정책이 인정을 받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대북정책의 국제적 인정이라는 측면에서 북한의 경제 회생을 위해 세계은행(IBRD)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국제금융기금(IMF)의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밑거름이 됐습니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김 대통령이 세계의 ‘큰 어른’이 됐다고 해도과언이 아닙니다.이제 여유를 갖고 대북정책을 수립할 수 있게 됐다.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도 김 대통령의 수상에 자극을 받아 남북평화에 초석을 쌓고 새로운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하는 등 남북관계에서 분발하는 쪽으로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 국제외교. ■손 이사장 향후 다자외교 측면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키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습니다.특히 오는 20,21일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 채택될 한반도 평화에 대한 서울선언이 김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맞물려 우리 나라의 국제적 지위를 높일것입니다. ■유 교수 국제신인도도 증대될 것이 분명합니다.국내 해외자본 유치나 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 등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이번 ASEM과 11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의체(APEC) 회의에서도아시아 인권과 민주화 영역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유 원장 외교 무대에 코리아의 시대가 왔습니다.무엇보다 이번 ASEM에서는 우리가 의장국이며,김 대통령은 의장이면서 노벨평화상 수상자입니다.개회식에서 한바탕 축제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이런 여건에 힘입어 정보통신망 구축을 통한 아시아와 유럽의 정보통신 교환과 21세기 실크로드로 불리는 유라시아 철도 시스템 구축 등 아시아와 유럽의 협력관계를 구체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의제들을 우리가앞장서서 제안하고 이끌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11월 브루나이에서열리는 APEC 정상회담을 통해 김 대통령이 제시할 역내 선진국·개도국간 지식공유 사업 활성화 구상,여성이 참여하는 APEC 활동 방향의구체적 방안 등에도 큰 힘이 실릴 것입니다. ◈ 국내외 인권·민주화. ■손 이사장 김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은 우리나라가 인권을 중시하는 선진국 대열에 오르는 계기가 됐습니다.대통령은 이미 인권사각지대인 동티모르에 한국군을 파병함으로써 우리가 인권을 이슈로 외국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는 나라라는 점을 보여 줬습니다.여성 노동자 등의 인권문제도 대통령이 꾸준히 개선시켜 나갈 과제입니다. ■유 교수 이번 수상의 배경에는 인권신장 등 대통령의 과거 업적이크게 평가됐습니다.이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리기위해서는 국내적으로남녀간 성차별 문제,소외계층 인권 문제를 개선해야 합니다. 국가보안법도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정해야 합니다. ■유 원장 김 대통령은 미얀마,동티모르 등 세계적 인권문제에 직간접으로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이제는 대북문제에서도 노벨수상자로서 인권문제에 대해 발언할 때가 됐습니다.국내에서는 지역갈등,소외계층 인권 문제를 적극 해결해 나가야 합니다. ◈ 정치·경제적 효과. ■손 이사장 이번 수상 발표 직후 ‘대통령이 이제 내정에 신경을 쓰면 좋겠다’는 얘기가 많습니다.‘초당적 입장이 되어 달라’며 여당총재직을 버리라는 주문도 있지만 거기까지는 못가더라도 이제는 국제적인 지도자로서 ‘큰 정치’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입니다.남남문제도 해결이 안되는 데 어떻게 남북문제,나아가 국제문제를 해결하겠습니까.2년 남짓 임기동안 대통령이 너무 정권재창출에 매달리지 않아야 큰 정치가 가능합니다. ■유 교수 ‘이제 내치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는 기본 전제가 잘못됐습니다.지금까지는 국내정치는 방치하고 외교만 했다는 얘기입니까.‘큰 정치’가 필요하다는 원론에 반대할 사람은 없겠으나편가르기식의 대립정치를 벗어나지 못한 정치현실이 문제입니다.야당은 남북정상회담 이후 대북정책의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 원칙없이 시비만 걸었습니다.국회가 정쟁으로 일관하는 바람에 대안모색의 정책활동도 이뤄지지 못했습니다.정치문화 발전을 위해서는 관용과 포용의 정치,정책으로 경쟁하는 정치 등의 풍토조성이 먼저 이뤄져야 합니다. ■유 원장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은 단기적으로 국가 신인도가 올라가는데 일조할 것입니다.공장이나 주식을 팔고 우리나라를 떠나던 외국투자가들 사이에 ‘한국 경제를 걱정하는 시각이 지나친 기우’ 라는심리적 변화가 생길 것입니다.중장기적으로는 원칙을 중시하는 대통령의 이미지가 부각되면서 ‘집권 후반기에 개혁정책이 느슨해 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던 국내 기업을 상대로 4대부문 개혁 조치를다시 한번 밀어붙일 수 있는 활력을 얻게 됐습니다. ◈ 결론. ■손 이사장 노벨평화상에는 앞으로도민주화와 인권신장 등을 지속적으로 끌고 나가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해 달라는 주문이 들어 있습니다.대통령은 국제적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과의무가 막중해졌습니다.국제적으로 우리보다 위상이 낮은 나라에 관심을 더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국내 정치 측면에서는 대통령이 권력을 분산하면서 큰 틀에서 정국을 풀어 나가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유 교수 정부 차원에서 노벨평화상 수상에 걸맞게 인권과 민주주의신장을 공고히 하기 위한 국정 운영을 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앙 정부나 정당에서 권력 집중화 현상을 줄여 탈권위주의 정치를지향하는 노력도 필요합니다.남북간 공존공영 체제나 화해 움직임은긍정적으로 진전될 것으로 보입니다.국민화합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남남갈등,동서갈등 등 특정정당 지지가 지역별 분할체제로 짜여져 있는 것은 국가발전에 저해됩니다.이는 균형적 인사정책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엘리트 층의 광범위한 동의로 지역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대협약을 이루는 노력이필요합니다.정당이 정책으로 대결하는 체제로 재편되면 지역주의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무엇보다 각종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고양되어야 합니다. ■유 원장 지난 100년간 노벨평화상 수상자 83명 가운데 47명은 미국,영국,프랑스,스웨덴,독일 출신이었습니다.세계 평화와 인권을 위한세계적 인물이 이들 나라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나머지 수상자는 비극과 고통의 현장에서 나타난 투사입니다. 김 대통령은 세계 평화에 기여한 지도자이면서 동시에 투사이기도한 점이 특이합니다.우리나라는 전 세계 인권국가 틈에 끼면서도 그렇지 못한 나라에도 끼여 있는,즉 세계 평화를 위한 징검다리 구실을할 수 있습니다.국정지표를 좀더 착실히 이행해 나가기 위한 국내외적인 분위기도 성숙됐습니다.따라서 앞으로는 4대개혁이 더욱 힘을얻을 전망입니다. 정리 박찬구 주현진기자 ck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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