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아보고 싶은 뉴스가 있다면, 검색
검색
최근검색어
  • 전리품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신해철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TV 공연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국방대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 방송인
    2026-03-05
    검색기록 지우기
저장된 검색어가 없습니다.
검색어 저장 기능이 꺼져 있습니다.
검색어 저장 끄기
전체삭제
532
  • [세종로의 아침] 밸런타인과 CJ컵/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세종로의 아침] 밸런타인과 CJ컵/최병규 체육부 전문기자

    CJ그룹이 내년 10월 한국에서 처음으로 개최하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대회 ‘CJ컵@나인브릿지’의 총상금은 925만 달러(약 105억원)에 달한다. 이 대회는 향후 10년 동안 계속된다. 매년 소요되는 비용은 얼추 300억원 이상이다. 보통 국내외를 막론하고 1개 투어 대회당 소요되는 총상금에다 대회 운영비, 대회 코스 사용료, 대행사 수수료, 기타 비용 등을 합쳐 ‘액면가’인 총상금의 3배가량으로 추산된다. CJ컵@나인브릿지의 경우 총상금 105억원의 세 곱절인 300억원 남짓의 거액이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회는 ‘대충 하려면 아예 시작도 말고,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그룹 최고경영자의 의지에 따라 유치 전담팀을 꾸려 1년 이상 공을 들인 결과물이란 게 CJ 측의 설명이다. 보통 3~5년인 개최 계약 기간을 10년으로 대폭 늘리고 통상 600만 달러(일반 투어대회 기준) 안팎인 총상금 역시 메이저대회에 버금가는 925만 달러로 늘려 대회 개최에 ‘베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J그룹은 2001년에도 미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CJ나인브릿지’ 대회를 성사시켰다. 이 대회는 그 몇 해 전 박세리의 ‘맨발샷’에 꿈틀거리던 국내 골프의 잠재 수요를 가시화시켰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우승의 ‘전리품’인 전 경기 출전권(풀시드)을 받아들고 ‘꿈의 무대’ LPGA 투어에 무혈 입성한 국내 선수도 여럿이다. LPGA에 이어 15년 만에 PGA 투어 대회를 성사시킨 CJ의 발표는 현재 안팎의 상황 변화로 한겨울 못지않게 시련을 겪고 있는 국내 골프계에 또 다른 모멘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잔치판의 걸인 보듯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쉬움은 왜일까. 여러 해가 바뀌도록 침체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는 국내 남자 골프 때문이다. 2008년 남자 골프계는 국내에서 처음 열린 유러피언프로골프(EPGA) 투어 밸런타인 챔피언십 개최에 반색했다. 여자 골프에 치여 자꾸만 좁아져만 가는 입지를 조금이나마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실낱같은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8년이 지나도록 나아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되레 대회 수는 더 줄었다. CJ는 ‘이번 대회 유치를 통해 국내 남자 골퍼들에게 ‘빅리그’의 꿈을 심어 주고 국내 남자 골프계의 부흥에 기여할 수 있을 것’라고 했지만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은 PGA 측과 아직 ‘협상중’으로 전해진다. CJ는 출전 선수 78명 가운데 PGA 상금 랭킹 60명을 제외한 18명 중 10명 이상을 국내 선수로 채우겠다고 장담한다. 남자 선수도 ‘신데렐라’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능한 한 넓히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스폰서라고 해서 출전 선수 짜임새와 규모를 마음대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수혜 당사자가 될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역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국내 첫 300억원짜리 골프대회가 어떡하면 국내 남자 골프계에 도움이 될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왕 할 거면 제대로 하라’라는 말은 이제 이 대회를 개최하는 그룹 최고경영자의 지시가 아니라 국내 남자 골프를 아끼는 수많은 골프팬들의 요구다. cbk91065@seoul.co.kr
  • 쪽지예산 ‘위법’ 아직 결론 못 내…내년도 예산안 심사 혼선 우려

    기재부 “금지” 권익위 “부정청탁 아니다” 대선 치르는 해 쪽지예산 규모 2배 ‘비상’ 국회 “각 주체, 개념 통일부터 서둘러야”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민원성 예산을 슬쩍 끼워 넣는 이른바 ‘쪽지예산’이 28일부터 시행되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에 어긋나는지 여부를 놓고 부처 간 해석이 엇갈리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서울신문 8월 1일자 1면> 기획재정부는 23일 “적법한 예산 심사를 거쳐 만든 예산서에 담기지 않은 모든 예산을 ‘쪽지예산’으로 간주하고 금지한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밝혔다. ‘삭감한 세출 예산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의 국회법 84조 5항을 근거로 제시했다. 쪽지예산이 국회법에 위배되기 때문에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다. 다만 기재부는 쪽지예산이 김영란법에 저촉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했다. 권익위의 ‘쪽지 예산은 합법’이라는 유권해석을 의식해 부처 간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김영란법으로 인해 쪽지예산을 거부할 명분이 더 강화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쪽지예산을 사실상 ‘부정청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쪽지예산이 예산 전쟁의 전리품이 아니라 의원들의 팔목에 쇠고랑을 채울 ‘독약’이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쪽지예산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항목의 금액을 늘리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는 “쪽지예산은 부정청탁이 아니다”라는 기존의 유권해석을 고수했다. 김영란법이 규정하는 부정청탁 행위 14가지에 예산 심사 행위는 포함돼 있지 않고, 쪽지예산에 공익적 측면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의원들도 권익위의 판단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소속 이진복 국회 정무위원장은 김영란법 간편사례집에서 쪽지예산을 ‘의원의 입법 행위’이자 ‘공익 목적의 제3자 고충 민원을 전달하는 행위’로 규정하며 부정청탁이 아니라고 밝혔다. 형사처벌 여부를 최종 결정할 사법 당국은 뚜렷한 입장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법원 관계자는 “쪽지예산이 공익에 부합하는지 내용을 따져 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 다를 것”이라면서 “선례가 없기 때문에 아직 말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변호사들은 주로 권익위의 유권해석에 힘을 실었다. 대법원은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선이 치러질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 적지 않은 혼선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선이 없는 해의 쪽지예산 규모는 약 7000억원대로 집계된 반면 대선이 치러진 2012년에는 1조 7000억원을 상회했다. 기재부와 권익위가 쪽지예산의 개념을 서로 다르게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김영란법 위반 여부에 대한 판단이 제각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재부는 공식적인 예산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예산을, 권익위는 예결위원 로비를 통해 반영한 지역구 사업 예산을 각각 ‘쪽지예산’으로 판단했다.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인과응보? 사필귀정? 호세프 탄핵 주도 브라질 前하원의장도 부패 혐의로 낙마

    인과응보? 사필귀정? 호세프 탄핵 주도 브라질 前하원의장도 부패 혐의로 낙마

     지우마 호세프 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에두아르두 쿠냐 전 하원의장도 부패 스캔들로 낙마하게 됐다.  브라질 하원은 12일(현지시간) 쿠냐 전 하원의장의 의원직 박탈을 놓고 표결을 벌여 찬성 450대 반대 10으로 통과시켰다. 쿠냐 전 의장이 스위스 비밀계좌 소유 여부를 놓고 거짓말한 것이 의원직 박탈의 사유다. 제1당인 브라질 민주운동당(PMDB) 소속의 쿠냐 전 의장은 호세프 탄핵 이후 대통령직을 승계한 미셰우 테메우의 측근으로 테메우 대통령과 함께 호세프 탄핵을 주도했다.  그러나 호세프 전 대통령의 탄핵 사유 가운데 하나인 부패혐의에서 자신도 자유롭지 못해 4000만 달러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아왔다. 뇌물수수와 돈세탁 등의 의혹으로 의회 윤리위원회에도 회부됐다.  사법당국의 수사 칼끝이 자신을 향하자 쿠냐 전 의장은 지난 7월 혼란을 끝내기 위해 의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으며, 이어 이날 하원의원직마저 잃게 됐다.  쿠냐 전 의장은 이번 의원직 박탈 결정이 자신이 탄핵을 주도한 데 따른 “정치적 과정”이라며 “그들은 전리품을 원하는 것”이라고 테메르 대통령과 집권당을 비난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쓸데없이 목숨 건다 vs 가치있는 인생 경험…‘전쟁관광’ 논란

    지난 4일(현지시간) 영국인 8명, 미국인 3명, 독일인 1명으로 구성된 관광객 일행이 아프가니스탄 서부 고대 유적지를 여행하다가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7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났다. 탈레반의 잔악무도한 테러 행위에 대한 비난과 별개로, 수천 명 주민이 유혈사태를 피해 탈출하는 아프간으로 누가 왜 목숨 걸고 관광을 떠나는지 의구심 담은 눈길이 쏠렸다. AFP통신에 따르면 도전정신으로 무장한 ‘전쟁 관광객(war tourist)’들이 납치와 폭탄테러 가능성에 대한 경고에도 해마다 아프간으로 향해 오염되지 않은 자연 그 자체인 산악지대와 장엄한 고대 유적지를 둘러보고 있다. 올해 6월 아프간으로 ‘휴가’를 다녀온 미국인 배낭여행가 존 밀턴(46) 씨도 그중 하나다. 과거 북한과 소말리아에도 다녀온 밀턴 씨는 AFP에 “분쟁지역이나 인적이 드문 지역을 가보면 평범한 관광지를 여행할 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 친지들은 그런 위험을 무릅쓰는 나를 바보라고 생각하지만, 남다른 것을 감수할 의지가 없다면 평범한 것에 만족하며 살아야 한다”며 “흉터 하나 없이 죽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일은 아프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2013년 일본인 무역상 후지모토 도시후미 씨는 ‘단조로운 일’이 지겨웠던 나머지 2011년부터 심각한 내전 상태인 시리아 알레포를 잠시나마 다녀왔다. 그는 역시 분쟁 상태인 예멘에도 다녀왔다고 AFP에 말했다. 관광객들은 분명히 자신의 의지로 분쟁지역을 찾고 있으나 이들의 ‘모험’에 대한 시선은 곱지 않다. 지난 4일 탈레반 공격을 받은 서양 관광객들은 당시 아프간군의 호위를 받고 있었으며 부상자 중에는 아프간 현지인 운전기사가 포함됐다. 이번 여행객을 모집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 여행사의 대표도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서방 대사관 대부분이 위험 지역 여행을 자제하라고 자국민에 경고하는 가운데 관광객들이 무모하게 위험을 감수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위험지역 여행을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는 ‘훈장’과도 같이 여기고 소중한 인명을 위험에 노출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관광객들이 단지 스릴을 즐기러 이런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아니라는 항변도 만만치 않다. 아프간, 소말리아 등지의 관광 상품을 취급하는 영국 여행사 ‘언테임드 보더스’(Untamed Borders)의 제임스 윌콕스 대표는 “사람들은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장소를 보고 싶어 우리 여행에 참여한다”며 “그곳이 위험해서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전리품’을 위해 이런 여행에 나서는 사람은 극소수”라며 “대부분 사람들은 누가 아프간에 다녀왔다고 해서 감탄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아일랜드 배낭여행객 조니 블레어(36) 씨도 “아프간에 관해 남은 것은 (북부) 사망간 주의 불교사원에서 아이들과 축구를 했던 기억, 마자리샤리프에서 밤에 물담배를 피우고 차 한잔을 마셨던 기억”이라며 “위험을 감수할 가치가 완전히 있다”고 말했다. 분쟁과 테러에 피폐한 국가 역시 관광객을 유치하고자 하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아프간 상당 부분이 무장조직에 장악됐지만, 항공편으로 진입 가능한 지역과 평화가 비교적 잘 유지되는 지역이 일부 있다는 것이다. 아프간 문화부 대변인 하룬 하키미는 작년에만 2만 명이 카불을 방문했다면서 “아프간은 간절히 외국인 관광객이 필요하다. 경제가 비틀거리고 있어 이것(외국인 관광객 유치)이 중요한 수입원”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In&Out] 수수한 일과 화려한 일/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In&Out] 수수한 일과 화려한 일/전휘수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자력본부장

    로마인들은 국토가 확장될 때마다 로마 가도를 건설했다. 로마인들은 공격의 능률뿐만 아니라 인력 왕래와 물자 교역의 효과를 우선시해 가도를 건설했으나, 마음만 먹으면 역시 가도를 만들 수 있었던 중국인들은 방어와 차단을 위한 장성을 쌓는 데 주력했다. 이 생각의 차이와 한계가 로마와 중국, 서양과 동양이 서로 다른 역사와 문명의 길을 걷게 했다고까지 해석하는 사람도 있다. 가도 건설을 담당한 로마의 엔지니어들은 적어도 100년 동안은 수리할 필요가 없는 길을 만들었다고 호언장담했다는데 실제로 6세기에 비잔틴 제국의 한 관리는 800년이 지나서도 완벽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아피아 가도를 보고 경탄해 마지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초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관리가 필요했다. 가도 표면에 식물이 뿌리를 내리고 자라면 마름돌을 파괴하고 표면의 마름돌이 마모되어 빈틈이 생기면 말이 부상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국의 경영을 위해서는 필수적인 기반시설이지만 시민들의 관심을 끌지는 못했던 이런 일을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수수한 일’이라고 불렀다. 로마 시민들에게 현대 도시의 시민들과 거의 같은 양의 급수가 가능하게 했던 수도교 관리도 또 다른 ‘수수한 일’이었다. 반면 외적과의 전투에서 대승을 거둔 총사령관의 개선식은 시민들로부터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한껏 고양된 조국에 대한 애국심은 물론 대중들에게 베풀어지는 전리품의 분배나 은전 때문이기도 했을 것이다. 유력자가 사재를 들여 제공하는 전차 경주나 검투사 경기도 로마 시민들이 열광했던 또 다른 ‘화려한 일’이었다. 올여름도 한반도에는 일찍부터 더위가 찾아왔다. 지난 6월 17일 폭염주의보가 처음 발령된 이후 7월 19일부터는 폭염주의보와 경보가 지속되고 있다. 연일 지속되는 폭염과 열대야 속에 8월 8일에는 최대 전력수요가 8370만㎾까지 치솟아 겨울철을 포함한 최대 전력수요 기록을 경신했다. 통상 10%의 전력예비율을 안정적인 전력공급이 가능한 최소 기준으로 삼고 있으나 10%의 전력예비율은 예측되지 않은 갑작스러운 수요 증가나 공급 감소가 발생하면 바로 전력수급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을 피할 수 없는 수준이기도 하다. 매년 여름이나 겨울이면 정부와 전력산업계의 비상근무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원전의 고장정지는 큰 뉴스가 되지만 무더위 속에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발전소 현장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직원들은 큰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하계 전력수급대책 기간이 아니어도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을 하루라도 더 빨리 가동하기 위해 애를 쓰는 직원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올여름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공장에서, 거리에서 수수한 일을 하는 이들이 있다. 원전의 안정적인 운전이 최우선인 대용량 발전소의 직원들도 여기에 해당된다. 비록 지금은 묵묵히 ‘수수한 일’을 하고 있지만 로마 시대의 가도와 수도교 못지않은 국가 기간산업인 전력생산의 현장을 지키고 있는 종사자들의 노고에 대해 합당한 평가와 격려가 이루어지는 날이 속히 오기를 소망해 본다.
  • 세계는 왜 ‘포켓몬 고’에 집착하나, 심리학적 이유는?

    세계는 왜 ‘포켓몬 고’에 집착하나, 심리학적 이유는?

    ‘포켓몬 고’의 인기가 뜨겁다. 일본 닌텐도와 손잡고 포켓폰 고를 개발한 미국 게임업체 나이앤틱은 아직 이 게임의 다운로드 건수를 공표하지 않았지만, 출시 하루 만에 전 세계에서 1억 건을 넘었으며 서비스 불가 지역인 국내에서도 지난 15일까지 78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 게임을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온라인 트래픽 분석업체 ‘시밀러웹’의 분석에 따르면, 포켓몬 고 사용자의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약 33분. 이는 왓츠앱(30분), 페이스북(22분), 스냅챗(18분), 트위터(17분)를 넘어선 것이다. - 왜 이리 인기가 높을까 포켓몬은 무려 2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을 만큼 열렬한 팬층을 거느린 것도 이유가 된다. 포켓몬 고는 이미 성공한 가상 세계에 현실 세계와의 상호 작용이라는 것을 추가한 것이다. 사람들이 게임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롤플레잉(RPG) 게임을 좋아하거나 1인칭 슈팅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다양한 유형의 사람이 게임을 하는 동기(원인)와 그 게임에 몰입하고 흥미를 느끼는 요소는 무엇인지 이미 여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심리학자 제이미 마디간 박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웹사이트 ‘비디오게임의 심리학’(PsychologyofGames.com)에서 밝히고 있다. - 행동·사회 경험·숙달·몰입·창의성·달성 경험 이런 요소를 게임 분석 컨설턴트 기업 콴틱 파운드리는 6가지 핵심 동기로 분류했다. 행동·사회 경험·숙달·몰입·창의성·달성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달성 경험은 분명히 중요하다. 지난해 국제 학술지 ‘인간행동과 컴퓨터’(Computers in Human Behavior)에 발표됐던 한 연구에 따르면, 같은 게임 애플리케이션(이하 앱)도 사용자들은 ‘트로피’(전리품이나 보수)가 없는 앱보다 이런 요소가 있는 앱에 더 진지하게 임할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달성의 매력은 매우 강하다. ‘렙벨 업’의 중독은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rld of Warcraft)와 같은 게임의 인기를 높인 커다란 이유일 것이다. 이런 게임의 효과를 일상에 활용한 ‘게임화’(Gamification)도 진행되고 있다. 예를 들어, 1만 걸음을 걸을 때마다 나오는 손목에 착용한 피트니스 트래커의 알림음에 기분이 좋아지는 것은 바로 이런 효과에 의한 것이다. 이런 ‘달성’이라는 요소는 포켓몬 세계에서 핵심이 되는 게임 메커니즘이다. 이에 대해 마디간 박사도 “포켓몬을 더 획득하면 자신의 포켓몬 도감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이미 보유한 포켓몬을 훈련해 레벨 업을 위한 경험치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 인류의 역사와 증강현실(AR) 하지만 포켓몬 고가 독특하고 아마도 유례없을 만큼 중독되기 쉬운 이유는 이 게임 앱이 현실 세계와 상호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은 일반 상점과 레스토랑에서의 홍보 전략이나, 전혀 새로운 게임 시장을 위한 열쇠가 될 수 있다. 인간은 오랜 역사에서 돌아다니며 목적을 달성하는 데 집착해왔다. 도시에서 걷거나 뛰며 묘기를 부리는 파쿠르만이 아니라 조류 관찰이나 프리스비 골프, 곤충 채집에 열중하는 친구들도 있다. ‘포켓 몬스터’ 시리즈의 창조자인 다지리 사토시(현 게임 프리크 대표이사)는 어린 시절에 좋아한 취미인 곤충 채집과 표본 만들기로부터 포켓몬의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GPS를 이용한 보물찾기 게임인 지오캐싱 역시 인간의 이런 본질적인 성향을 살린 게임이라고 한다. 진정한 증강현실(AR)은 당신의 스마트폰 화면으로 표시되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신의 주머니로 느껴지는 ‘감각’이다. 포켓몬 고는 GPS로 연결돼 있어 포켓몬이 근처에 있거나 체육관, 포캐스탑(PokéStop)을 지날 때 스마트폰이 진동해 정보를 알려준다. 마디간 박사는 “이후 당신은 새로운 포켓몬이나 아이템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는 매우 기본적인 심리적 조건화”라고 말했다. 포켓몬 고 때문에 이미 여러 문제가 생겼고 앞으로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수도 있지만, 집에만 있기보다 일어나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장점만 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게임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사설] ‘한국판 엔론’ 대우조선 비리, 회계법인 처벌해야

    2009년부터 2014년까지 대우조선해양이 저지른 분식회계 규모는 10조원대에 육박하는 것으로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남상태 전 사장을 구속한 데 이어 후임인 고재호 전 사장을 어제 소환해 조사했다.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대우조선해양은 경영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고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만 29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분식회계의 문제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가짜 회계장부로 수십조원의 사기 대출을 받아 금융기관, 나아가 국가 전체에 엄청난 손실을 입혔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도 2013년부터 2조 6000억원을 대우조선에 빌려줬다. 이런 배경에서 분식회계에 가담한 회계법인과 자회사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산은의 책임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7대 기업 중 하나였던 엔론은 실적을 뻥튀기하다가 2004년 공중분해됐는데 엔론의 분식을 묵인했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도 엄한 처벌을 받아 결국 파산하고 말았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는 어제 이런 일을 상기시키며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한국판 엔론 사태’로 규정, 관련 인물과 기관을 엄중히 처벌하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개인의 능력보다 마치 권력의 전리품 같은 인사에서 나온 결과가 아닌가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의 실세였던 강만수 산은 회장, 이번 정부의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의 낙하산 인사가 대우조선 사태를 악화시켰다고 주장한 것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조금도 틀림이 없이 맞는 말이다. 그의 말대로 대우조선해양 사태는 산은과 수출입은행, 회계법인, 신용평가사, 금융감독기관 등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해당 회사의 경영진은 물론이고 회계법인 대표와 감독을 게을리하고 수조원을 빌려준 홍 전 산은 회장 등 또한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비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한 비공개 거시경제정책협의체인 이른바 ‘서별관회의’의 실체와 회의 내용도 밝혀져야 한다. 더민주 홍익표 의원은 같은 날 정부가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정상화 지원 방안을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주장에 즉각 반박했지만 밀실에서 이뤄진 결정 과정은 앞으로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참석한 당정 인사들도 정치적·법적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앞으로 국회와 검찰이 해야 할 일이다.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47] 우유, 먹을수록 좋다 vs 먹어서 좋을게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우유와 함께 하는 세상이 됐다. 한 사람의 생애, 즉 ‘요람에서 무덤까지’ 줄곧 함께 하는 것은 부모형제도 아니고, 밥도 아니다. 우유뿐이다. 밥과 숭늉의 자리, 젖의 자리, 간식과 놀이의 자리에 우유가 빠지지 않는다. 이처럼 우유의 지배력이 ‘결정적’으로 확대된 배경에는 장기지속적인 ‘계몽’과 ‘설득’이 압도적인 영향을 끼쳤다.우유는 완전식품이라는 ‘명백한 허위 사실’에서 시작해 분유와 이유식 등 엄밀하게 말해 ‘인간을 위한 식품’이라기보다는 ‘기업을 위한 식품’이 모유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광고를 쏟아낸 덕분에 많은 사람들은 민낯이 아니라 화장으로 가려진 우유의 가면에 현혹되기 시작했다. 일반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털어 감당하는 우윳값에 천문학적인 광고비가 덤터기로 얹어진다는 사실은 알려고도 하지 않았다. 뒤집어 말하면, 서민들이 주머니를 털어 우유 회사, 분유회사와 유제품 회사의 광고를 대신 해 준 셈이다. 하기야 ‘돈이 돈을 먹고,승자가 모든 전리품을 독식하는’ 왜곡된 자본주의 체제에서 거의 모든 상품이 이렇게 과장과 기만의 광고 전략을 구사하므로 이에 대해서는 우유만이 문제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먹고 사는 것과 관련한 우유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더 엄정한 평가가 필요하고, 더 가혹한 비판을 받아야 한다. ●쌀보다 우유 거듭 강조하지만, 지금 우유만큼 강력하게 우리의 생활을 장악하고 있는 식품은 없다. 정확한 통계가 없고, 단순하게 비교할 기준이 애매할 뿐 이미 쌀과 밀가루의 영향력을 넘어섰다고 봐도 큰 무리가 없다. 많은 사람들의 ‘삼시세끼’가 된 빵과 커피류는 물론 거의 모든 가공식품류와 과자류, 젊은 세대들이 매일 입에 달고 사는 감자칩과 감자튀김, 파스타도 우유와 버무려지고, 햄이나 소시지 같은 돼지고기 가공품, 햄버거, 사탕, 탄산수, 맥주에도 우유가 섞이거나 락토오스가 들어간다. 단순하게 밥과 떡, 일부 면류와 가공식품류에 들어가는 쌀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활용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우유를 통해서 무엇을 얻을까. 어림으로라도 다 아는 문제일 테니 간단하게 개략만 하겠다. 현재 일선 중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우유의 좋을 점을 살펴봤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단백질과 칼슘이 많이 들어있어 성장을 촉진하고, 치아의 발육을 돕는다. △혈압을 내려 뇌졸중이나 혈관질환을 막아준다. △두뇌를 발육시켜 머리를 좋게 한다. △피부노화를 방지한다. △꾸준히 장기 복용하면 장수 효과가 크다. △위암을 예방한다. △소화기능을 촉진한다. 맞는 말도 있고, 황당한 내용도 있다. ●우유의 빛과 그림자 우유 속에 단백질과 칼슘이 많으며 활용 가지가 높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마빈 해리스는 “척추동물 중에서 포유류 진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젖을 먹음으로써 최상의 칼슘 공급원을 활용하게 된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문제는 우유가 사람이 아니라 송아지를 위해 만들어진다는 점이다.100g 기준으로 모유에는 1.1g이 들어있는 단백질이 가공 전의 우유에는 3.5g이나 들어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사람과 소는 소화 기능과 소화력에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을 제쳐 두더라도 소와 사람은 생애 주기가 다르고, 당연히 성장 속도도 다르다. 그런데 소의 성장주기를 유지하도록 구성된 우유를 사람에게 먹이면 결과가 어떨 지는 물을 필요도 없다. 단백질의 유형도 따져볼 문제이다.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유청단백질과 소화 흡수가 어려운 카제인단백질의 함량이 모유는 6대 4 정도이나 우유는 2대 8 정도나 된다. 아무리 먹어도 소화 흡수에 문제가 있다면 헛물만 켜는 일이다. 혈압을 내려준다는 점도 일정 부분 근거가 있다. 우유속의 트립토판에서 만들어진 세로토닌은 정상 혈압을 유지하도록 돕는 기능을 하는데, 우유 100g에 이런 트립토판이 40∼50mg 가량 들어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필수아미노산의 일종이다. 두뇌의 물리적 발육은 충분한 단백질 섭취 등 포괄적인 영양의 문제이니 따로 거론할 필요가 없지만, 두뇌 발육이 단순한 뇌의 용적 확대가 아니라 포괄적인 뇌 기능의 문제를 말하는 것이라면 이는 단정할 수 없는 문제이다. 뇌의 경우 최소한의 발육 기준만 충족시킨다면 우유 섭취와 뇌 기능의 인과성은 다른 식품과 비교해 별다른 특이점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우유를 많이 마신 1950년대 미국인이 우유를 거의 모르고 살았던 당시의 우리보다 머리가 좋았던 것이 아니듯이. 몇몇 메타분석을 통해 우유가 위암을 예방해 준다는 주장과 가설이 제시됐지만, 일부 의학자들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우유를 즐겨 마시는 서구와 우유를 즐기지 않았던 한국에서의 위암 발생률 차이를 우유 때문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비약이며, 오히려 양 권역의 대장암 발생률에 주목한다면 우유는 권장의 대상이 아니라 경계의 대상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우유를 모르고 살았던 시절에는 한국에서 위암은 흔한 반면 대장암은 희귀암에 속했으나 이후 우유와 빵 중심의 서구형 식생활이 확산되면서부터 대장암 유병률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우유에 포함된 지방이나 엄청난 양의 항생제, 그리고 성장촉진을 위해 투여하는 각종 호르몬 제제 등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정보가 세상에 나와 있지만, 그런 우유에 모성의 정서가 담겨있지 않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건강한 모유는 아기가 필요로 할 때에만 만들어진다. 가임 여성이라도 출산한 임산부가 아니면 아무 때나 젖을 생산하지 않는다. 인체가 가진 신비로운 현상이지만, 우유를 생산하는 소도 이런 점에서는 사람과 다르지 않다. 원래 소는 젖을 먹여야 할 송아지가 곁에 없으면 체내에서 우유를 만들지 않는다. 소가 가진 고유한 특성이다.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장 드니 비뉴에 따르면, 어린 송아지가 어미 소 곁에 머무르며 이따끔 주둥이로 어미소의 유방을 툭툭 건드리는 것은 어미의 모성을 자극해 체내에서 우유를 생산하게 중요한 행동이다. 장 드니 비뉴는 “모든 전통적인 암소들은 새끼 송아지를 핥아야 젖이 나오며, 이는 어미의 혀와 새끼의 털이 접촉하면서 활성화되는 반사작용”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이어 “그러나 지금은 대부분의 소들이 이런 특성과 무관하게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발된 것들이다.”고 덧붙였다. 다시 말해 지금 마시는 우유는 암소가 송아지를 낳고 기르기 위해 생산한 모성의 산물이 아니라 연령만 되면 언제든지 우유를 생산하도록 품종이 개량된 소가 생산하는 ‘공산품’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래도 마시고 싶다 필자는 우유를 거의 마시지 않는다. 마시지 않는 게 아니라 마시지 못한다. 마시면 어떤 형태로든 탈이 나고 만다. 초등학교 시절에 학교에서 급식으로 공급한 끓인 탈지면 이후 우유와는 친해질 수가 없었다. 고등학교 때 운동장에서 신나게 축구를 하고 난 뒤 친구가 건넨 팩우유를 들이켰다가 난리가 났던 경험은 트라우마가 되었다. 이런 체질 덕분에 그 맛있다는 카페라떼 등 라떼류와 카푸치노, 카페모카, 카라멜 마키아또 등 우유를 섞은 커피는 아예 마실 엄두를 내지 못한다. 허구헌 날 마시는 게 아메리카노이다. 그래서인지 시도 때도 없이 우유를 마셔대고, 그러고도 탈이 나기는커녕 더 없느냐는 듯 입맛을 다셔대는 작은 딸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필자의 체격은 보통 수준이다. 키 172cm에 체중이 61∼62kg이니 체질량지수(BMI)가 20∼21쯤 된다. 덩치가 압도적인 요즘 사람들과 비교하면 상당히 가냘픈 편이지만, 운동을 즐기는 덕분에 휘청거리지는 않는다. 한 때는 체중을 3∼4kg쯤 늘려보고 싶은 바람이 있었다. 술은 술대로 즐기는 데다 떡볶이 라면 순대 등 간식 등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운동도 뼈빠지게 했다. 그래서 얻은 게 고작 체중 1kg 정도였는데, 그나마 오래 가지 못했다. 그래서 우유를 생각했다. 비단 체중 문제만이 아니라 먹어서 나쁠 일이야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휴일날 집에서 바나나우유, 딸기우유부터 마셨다. 달달한 게 맛있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종일 속이 부글거렸고, 가스가 찼다. 결국 내린 결론은 몸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먹지 말자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필자가 유제품을 전혀 안 먹는 것은 아니다. 요즘도 매일 아침에 집에서 만든 요거트에 바나나나 블루베리, 볶은 아마가루를 섞어서 반 홉쯤 먹고 출근을 한다. 그 뿐이 아니다. 치즈를 얹거나 버터 바른 빵도 먹고, 우유가 든 과자류나 아이스크림도 잘 먹는다. 물론 우유와 달리 특별한 부작용도 없다. 그러니 우유에 대해 맹목적인 적대감을 가질 일도 없다. 우유를 직접 먹지는 않지만 소비에는 일조를 하며 산다. 그러지 않을 방도가 없는 세상이니 도리가 없다. 필자는 우유가 ‘나쁜 식품’이라는데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우유가 완전식품이라거나 건강상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는 식품이라고도 믿지 않는다. 우유에 들어있는 단백질과 칼슘이 성장기나 노화기의 사람들에게 좋은 보충제 역할을 해줄 것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건 우유를 먹어서 탈이 없는 사람의 얘기다. 유당 분해효소인 락타제를 가지지 않았거나 양이 부족한 사람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운 일이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자주 우유를 마시다보면 효소 분비량이 늘어난다는 보고가 있지만 적응 효과는 제한적이다. 그러니 우유를 마실 수 있으면 마시되 그럴 수 없다면 기꺼이 포기하고 살아도 된다는 뜻이다. 단백질이나 칼슘 등 우유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은 육류와 콩 건어물 해조류 등에서 얼마든지 얻을 수 있다. 또다른 문제는, 요즘 생산되는 우유는 옛적 왕가에서 타락죽을 끓일 때 사용하던, 소의 모성이 담긴 건강한 우유가 아니라는 점이다. 소도 그 때의 소가 아니고, 소가 우유를 생산한 조건도 너무나 다르다. 소에게 투여한 성장촉진제가 인체의 호르몬 체계를 어떻게 교란할지도 겁나고, 항생제가 내 몸에 2차 축적되는 일도 두렵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문의들 중에는 특히 아이들에게 모유 대신 우유를 먹이는 일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대병원 소아과 이근 교수는 “갓 나은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는 건 아주 나쁜 선택”이라고 단언한다. 모유 수유 전도사이기도 한 그는 “아무리 홍보를 하고, 광고를 해도 모유를 우유와 비교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난 의사라 잘 안다. 병을 달고 사는 애들 모두 분유 먹고 자란 애들이다. 감기, 아토피피부염, 정서장애 등등 셀 수도 없다. 국민건강도 문제지만 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은 계산도 안 되고 있다. 또 소젖 먹고 자란 애들, 엄마젖 먹인 애들보다 IQ가 10쯤 낮은 것도 사실이다. 우리나라, 소젖 먹인지 40년 만에 국민지능 많이 낮아졌지 않나. 애들 안경 쓰는 것, 왕따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분유 먹고 자란 세대의 특성이 나타난 것이다. 걔들은 따뜻한 사랑이나 깊은 배려를 잘 모른다.”고 지적했다. 이근 교수가 필자에게 들려준 이 말은 울림이 컸다. 그가 지적한 분유는 우유를 가공한 것이고, 유아기를 벗어나면 거의 먹을 일이 없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우유 없이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맹신론에서 몇 걸음 물러서서 냉정하게 우유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먹어서 나쁠 게 없다. 그러니 먹을 수 있으면 먹는 게 낫다.’는 것과 ‘먹어서 좋을 게 없다. 그러므로 애써 먹지 않아도 잃을 게 별로 없다.’는 전제는 확실히 다르다. 필자는 전자 쪽이지만, 요즘 부쩍 자주 듣게 되는 후자 쪽 주장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의 언론학 석좌교수인 마이클 폴란이 출간한 푸드룰(Food Rules)은 우유를 비롯한 모든 식품에 대한 평가를 간명한 법칙으로 정리해 눈길을 끈다. 마이클 폴란이 제시한 법칙 중에는 재미있는 항목들이 많다. ‘증조할머니가 음식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어떤 식품도 먹지 않는다.’는 그는 이름에 ‘저칼로리’라든가 ‘저지방’, ‘무지방’이라는 신조어가 붙은 식품을 피하라고 권한다. 그런 식품을 먹어서 얻을 것이라고 믿는 아무 것도 얻을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살 찌는 사람, 병 드는 사람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어 ‘텔레비전 광고에서 본 음식을 피한다.’는 룰도 내놨다. 그냥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거들떠보지도 말라고 말한다. 그 뿐이 아니라 ‘공장에서 만든 음식’, ‘자동차 창문으로 전달되는 식품’도 그의 경계 목록에 들어있다. 끝으로 마이클 폴란은 중국의 속담을 거론하면서 자신이 정한 먹거리와 식품의 룰을 정리한다. ‘네 다리(포유류)로 서 있는 것보다 두 다리(가금류)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고, 그보다는 다리 하나(채소와 과일)로 서 있는 것을 먹는 게 좋다.’ 그럼 우유는 어떤가. jeshim@seoul.co.kr
  •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은 다시 쪼개는 것은 답 아냐… 지금은 구조조정 집중할 때”

    산업은행이 다시 ‘문제’다. 정책금융을 떼냈다가 다시 붙인 지 1년 반 만의 일이다. 구조조정 고비 때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 온 산은이지만 대우조선해양의 수조원대 분식과 STX조선의 법정관리행 등으로 역할 한계론에 부딪힌 것이다. 현 정부의 대표적인 ‘낙하산’인 홍기택 전 산은 회장이 “우리는 (정부와 정치권의) 들러리”라고 누워서 침 뱉기 식 내부고발을 한 것도 수술론에 다시 불을 댕겼다. 산업은행 재편론은 크게 두 줄기로 나뉜다. “정책금융공사(정금공)와 산은을 다시 쪼개야 한다”는 주장과 “(정금공과 산은으로 되돌아가는) 도돌이표는 정답이 아니다”라는 주장이다. 산은을 수술하는 것은 정책금융 재편과 근본적으로 맞물려 있는 만큼 당장은 ‘급한 불’(구조조정)을 끄는 데 집중하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구조조정 실무기구로서의 제 기능을 회복한 뒤 중장기적으로 정책금융기관 재편을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은의 투자은행(IB) 업무 가운데 회사채 발행 주관이나 인수·합병(M&A) 자문, 사모투자펀드(PEF) 업무 등 민간 영역과 겹치는 부분은 축소해야 한다는 데엔 크게 이견이 없다. 이는 궁극적으로 정책금융을 분리해 산은을 민영화하는 것과 맞닿아 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 교수는 “정권이 바뀌며 도로 원위치 됐지만 (경제상황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가정했을 때) 이명박 정부에서 추진했던 정금공·산은 분리 후 산은 민영화 방안이 가장 이상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렇다고 이제 와 정금공을 단순히 다시 떼내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라며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무역보험공사, 중소기업진흥공단 등 업무와 기능이 중복되는 정책금융기관 전체를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시기가 문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금은 조선·해운·철강 등 전방위 업종에 걸쳐 부실기업에 긴급처방이 필요한 비상상황”이라며 “역할 재편론을 섣불리 제기하며 산은의 힘을 뺄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전문인력과 경험이 가장 많은 산은이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역량을 집중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백용호 이화여대 교수도 “구조조정 흐름이나 속도가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와 산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외환위기 때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등 굵직한 대기업 구조조정을 책임졌던 이연수 당시 외환은행 부행장은 “조선·철강·건설 등 우리 경제를 이끌던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요동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기업 M&A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상업논리가 우선인) 민간이 섣불리 책임지기 어려운 영역에서는 산은이 ‘산업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창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도 “단기간 자본 차익을 목표로 기업을 사고파는 사모펀드가 구조조정 기능을 수행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 교수는 “정책금융 재편이 필요하다는 데엔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정권 말기에 누가 총대를 메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렇다고 산은을 이대로 내버려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성 교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입된 자금의 용처를 밝히고 타임테이블에 따라 구조조정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반드시 점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전직 산은 임원은 “청와대 서별관회의에서 산은 발언권을 보장해 주고 회의 내용은 모두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며 “어디까지 면책이 인정되는지 등 책임 소재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을 정권 전리품처럼 여기는 구태부터 끊어내야 한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낙하산 수장’이 내려오다 보니 산은의 경쟁력이 더 약해졌다는 것이다. 산은 무용론도 여전하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는 “(산은이 주요 역할을 했던) 개발금융시대는 이미 지났다”며 “구조조정은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장과 금융지주 회장을 지낸 금융권 고위 인사는 “시장의 역량과 준비가 덜 된 것은 사실이지만 고통스럽더라도 이번 기회에 산은을 없애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산은이라는 큰 버팀목이 없어지면 죽으나 사나 시장에서 할 수밖에 없다”면서 “이 틈을 타 외국계가 시장을 잠식하고 혼란이 있겠지만 감내해야 할 과도기”라고 말했다. 이명박 정권의 산은 민영화가 실패한 것은 방향이 아니라 방법론이 잘못됐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는 “정책금융공사를 만들어 놓고는 사장에 정책금융 경험이 약한 관료(진웅섭)를, 철저히 상업화하겠다던 산은에는 뼛속까지 관료(강만수)를 보냈으니 잘 될 리가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유미 기자 yium@seoul.co.kr 신융아 기자 yashin@seoul.co.kr
  • 동료 죽인 ‘트로피 사냥꾼’에 복수하는 사자

    동료 죽인 ‘트로피 사냥꾼’에 복수하는 사자

    사자 한 마리가 동료를 죽인 사냥꾼들을 덮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공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7일 유튜브에는 제이든 테너라는 이름의 한 남성이 ‘트로피 사냥’을 중단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 영상을 공개했다. 트로피 사냥은 거액의 돈을 내는 사람에 한해서 사냥을 허용하고 그 전리품을 가져갈 수 있게 하는 것을 말한다. 공개된 영상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촬영된 것으로, 사자를 사냥한 한 쌍의 남녀가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보여준다. 총을 든 여성은 죽은 사자 옆에 앉고 이어 남성도 그 옆에 앉아 함께 자세를 잡는다. 이후 남성이 화면 쪽으로 다가와 카메라를 조작하는 사이 갑자기 다른 사자 한 마리가 두 사람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와 화면 밖으로 도망친 이들을 향해 달려든다. 이어 여성의 비명과 함께 두 발의 총성이 이어진다. 이에 대해 영상을 공개한 남성은 “두 달 전 아프리카에서 이 영상을 입수했다. 한 사냥꾼이 내게 보여줬는데 재미있다고 생각했었다”면서 “이 영상은 세계가 봐야 하는 비참한 상황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또 “매년 아프리카에서 야생동물 수천 마리가 트로피 사냥꾼들에게 죽고 있으며, 이는 밀렵과 함께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멸종위기종의 생존에 심각한 위협을 제기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트로피 사냥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자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3만5000달러(한화 약 4000만 원)라는 거액을 내는 이들이 많아 오직 사냥을 목적으로 길러지는 동물이 많다”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런 영상을 올린 제이든을 보는 일부 네티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은 해당 영상이 인기를 끌어 광고 수익을 올리기 위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두 남녀에 반응하는 사자의 움직임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사진=유튜브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동료 죽인 사냥꾼 응징하는 사자

    동료 죽인 사냥꾼 응징하는 사자

    남녀 사냥꾼이 사냥한 사자를 두고 기념사진을 찍습니다.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밀림의 제왕 사자를 잡은 기쁨을 만끽하는데요. 바로 그때 이들의 모습을 담던 카메라 렌즈에 끔찍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어디선가 또 다른 사자가 나타나 죽은 동료의 복수를 하듯 사냥꾼에게 맹렬하게 달려든 것입니다. 사냥꾼들은 화면 밖으로 황급히 달아나고, 영상은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끝이 납니다. 해당 영상은 지난 7일 제이든 터너(Jayden Tanner)라는 유튜버가 올린 것으로, 그는 해당 영상을 올리며 ‘트로피 사냥’을 중지하라(#stoptrophyhunting)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트로피 사냥이란 재미와 만족감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그 전리품을 가져오는 것을 말합니다. 제이든 터너는 또 “몇 달 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이 영상을 얻게 됐다”며 “영상에는 사람들이 꼭 봐야만 하는 비참한 상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트로피 사냥을 하다가는 언제든 이런 비참한 상황에 맞닥뜨릴 수 있다는 게 요지입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제이든 터너의 뜻과 다르게 “조작이다”, “연출이 티가 난다”라는 댓글이 달리며 영상의 진위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분위기입니다. 사진·영상=Jayden Tanner/유튜브 영상팀 seoultv@seoul.co.kr
  • [고전으로 여는 아침] 균등한 보상과 공평한 보상

    페르시아제국의 창업자 키루스 2세(BC 585?~529)는 현 이란의 서남부에 위치한 작은 부족 국가 페르시아의 왕자로 태어났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으로 강군을 만들어 자국보다 수십 배 큰 나라인 메디아와 리디아를 정복하고 바빌로니아, 박트리아, 인도의 일부까지 지배하는 페르시아제국을 건설했다. 아테네의 장군이자 역사가인 크세노폰(BC 430?~355?)은 키루스의 성공 스토리를 ‘키로파에디아’로 전해 준다. 키루스가 세계 최초로 대제국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던 요인은 여럿이 있다. 그 가운데 가장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 것 하나를 꼽자면, 전리품의 공정한 분배를 들 수 있다. 정복 전쟁에서 무언가를 쟁취한 병사들은 그 물건을 공동의 재산으로 여겨 이를 똑같이 나눠 갖고 싶어 했고, 귀족들은 자신들이 더 많은 보상을 받기를 원했다. 한 장수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무엇이든 간에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 균등한 몫을 받는 것보다 불공평한 것은 없다고 믿습니다.” 그러자 키루스는 성공에 대한 보상을 모두에게 균등하게 나눠 줘야 할지, 아니면 각 병사의 노력을 고려해 그에 합당한 만큼 더 줘야 할지를 공개 토론에 부쳤다. 귀족이든 평민이든 차별 없이 공적에 따라 나누자는 제안이 나왔다. 모든 일에서 가장 큰 몫을 얻으려 최선을 다하지만 정작 힘든 일에서는 누구보다 적은 몫을 맡으려는 병사들이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키루스는 그런 부류의 병사는 그 지위에서 제거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귀족이든 병사든 구분 없이 공적의 경쟁에서 동등한 기회를 주고 이룩한 공적에 따라 보상해 주겠다고 했다. 키루스는 전투마다 공정한 심판관이 돼 장졸들에게 성과에 합당한 차등적인 보상을 집행했다. 특히 그는 먼저 정복한 나라의 군대와 함께 전쟁을 수행할 때는 획득한 전리품의 배분 권한을 페르시아 군대가 아닌 다른 나라의 지휘관들에게 맡겼다. 키루스는 균등한 보상 대신 공평한 보상으로 부하들이 서로 용맹을 다투게 했고, 자발적 복종을 얻어낼 수 있었다. 키루스는 합리적 차등 보상의 힘을 누구보다도 정확히 간파했다. 그는 자신의 소임을 소홀히 하면서 성과 배분에서는 무임승차하려는 나태한 병사는 용납하지 않았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2500여 년 전 페르시아의 영웅 키루스가 시행했던 합리적 신상필벌의 지혜를 주목하자. 박경귀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통합기획단장 kipeceo@gmail.com
  • 바람맞은 총선인사 정피아로 내려오나

    바람맞은 총선인사 정피아로 내려오나

    4·13 총선 이후 3개월 이내에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이 21명이다. 기관장이 총선 출마(비례대표 포함) 등으로 임기 도중 하차해 공석인 공공기관 7곳까지 합하면 28곳의 공공기관장이 비어 있다. 총선이 끝난 뒤 낙선자, 공천 탈락자 등 정치권 인사들이 대거 공공기관 수장에 ‘낙하산’으로 내려가는 ‘정피아’(정치권 출신과 마피아의 합성어)가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신청을 위해 임기 이전에 그만둔 기관장은 13명이다. 이 중 5곳이 비어 있다. 이외에 외유성 출장 논란이 일었던 아리랑TV 사장, 지난해 말 임기가 끝난 한국보육진흥원장도 공석이다. 오는 7월까지 한국국제교류재단, 장학재단, 에너지공단, 환경공단 등 21곳의 기관장 임기가 끝난다. 이 중 한국개발연구원(KDI), 산업연구원(KIET), 농촌경제연구원(KERI) 등 국책연구기관장 임기는 다음달에 끝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일형 원장이 최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 추천돼 오는 20일 전 사표를 낸다. 정부의 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하는 국책연구기관장에는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학자나 관료 출신 등이 갈 가능성이 높다. 공모 절차에 들어간 곳은 지식재산연구원, 기상산업진흥원, 도박문제관리센터 정도다. 법률구조공단 이사장 자리는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전 이사장이 대구 중·남구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사퇴한 이후 5개월째 비어 있다. 19대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한 뒤 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갔던 김성회 전 사장은 임기를 1년 넘게 남겨 두고 또다시 총선 출마(경기 화성병)를 위해 사표를 던졌지만 공천을 받지 못했다. 지역난방공사는 지난 2월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들어갔으나 적합한 인물이 없다며 재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5번)로 선정된 최연혜 전 코레일 사장이 지난달 사임한 이후 코레일은 사장 공모 절차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표준과학기술원은 신용현 전 원장이 국민의당 비례대표(1번)로 선정되면서 신임 원장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자리에 임명되는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를 막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공기관장 자리가 전문성이나 헌신성이 아닌 임용권자에 대한 충성도와 공헌도에 따라 전리품처럼 나눠지고 있다”며 “당내 경선에 참가해 몸값을 키워 놔야 공공기관의 낙하산 자리를 얻는다는 발상으로 정치권을 기웃대는 고위 공직자나 공공기관장들의 행태를 미리 봉쇄할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노린다, 마스터스행 마지막 열차

    2003~2014년 개근했던 최경주 휴스턴 우승으로 출전권 노려 열흘 남짓 뒤면 골프의 ‘명인열전’ 마스터스 토너먼트가 열린다. 올 시즌 첫 메이저 골프대회이기도 한 마스터스는 그러나 이미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1일 밤(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골프클럽(파72·7442야드)에서 나흘 동안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셸 휴스턴 오픈은 ‘마스터스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다. 이 대회 우승자에게는 마스터스 출전권이 전리품처럼 부상으로 수여된다. 때문에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 마스터스 출전 자격을 충족시킨 한국 선수는 안병훈(25·CJ그룹)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해 마지막 주 세계랭킹에서 50위 이내에 들어 일찌감치 티켓을 가져갔다. 최경주(46·SK텔레콤)를 비롯해 노승열(25·나이키골프), 김시우(21·CJ오쇼핑), 김민휘(24) 등은 휴스턴 오픈을 통해 마스터스 티켓을 노린다. 특히 2003년부터 2014년까지 마스터스에 개근했던 최경주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마스터스에 나가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세계랭킹을 끌어올렸지만 지난 28일자 이번 주 랭킹은 97위다. 더욱이 난다 긴다 하는 톱랭커들이 지난주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델 매치플레이 출전 뒤 휴식 없이 대거 이 대회에 나서 우승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실전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랭킹 2위로 밀려난 조던 스피스(미국), 베테랑 필 미컬슨(미국), 유럽의 강호 헨리크 스텐손(스웨덴), 리키 파울러(미국) 등이 줄줄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셸 휴스턴 오픈은 2008년부터 우승자에게 마스터스 출전권을 줬다. 그러나 이미 마스터스 출전권을 가진 선수가 우승하더라도 차순위인 준우승자가 ‘전리품’을 물려받는 건 아니다. 이 대회 우승으로 마스터스에 출전한 선수는 맷 존스(2014년), D A 포인츠(2013년), 존스 와그너(2008년) 등 3명뿐이다. 한편 올해 마스터스에서 커리어 그랜드슬램에 도전하는 매킬로이는 29일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마스터스 본 경기에 집중하기 위해 올해는 ‘파3 콘테스트’에 출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병규 전문기자 cbk91065@seoul.co.kr
  • 北, 억류 美 대학생 15년 노동교화형 선고

    北, 억류 美 대학생 15년 노동교화형 선고

    북한은 억류 중인 미국인 대학생 프레드릭 오토 웜비어가 국가전복음모죄를 지어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피소자(웜비어)는 미국 정부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에 추종해 조선 민주주의 인민공화국에 관광의 명목으로 입국해 엄중한 반공화국 적대행위를 감행한 자기의 죄과를 인정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북한 당국에 의해 체제 전복 혐의로 기소된 웜비어는 이날 오전 한 시간 가까이 열린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AP통신은 웜비어가 재판에서 훔친 선전물을 친구 어머니에게 “전리품”으로 주려고 했다고 증언했다고 전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웜비어가 지난달 29일 회견에서 ‘범죄행위’를 사죄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버지니아대학교 학생인 웜비어는 중국 시안(西安)에 본사를 둔 북한 전문 여행사를 통해 북한에 여행을 갔다가 지난 1월 2일 출국 과정에서 구금됐다. 웜비어는 현재 북한에 수감 중인 미국 국적자 3명 중 한 명이다. 한국계 캐나다인인 임현수 큰빛교회 목사가 지난해 12월 ‘특대형 국가전복음모행위’ 혐의로 북한 최고재판소에서 무기노동교화형(종신노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62세의 귀화 미국인인 김동철씨도 간첩 혐의로 북한에서 체포돼 감옥에 갇혀 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열린세상] 도널드 트럼프의 만리장성 그리고 흉노/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열린세상] 도널드 트럼프의 만리장성 그리고 흉노/강인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최근 미국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는 멕시코 불법이민을 막기 위해 국경에 담벼락을 세우겠다는 황당한 공약을 했다. 정작 유권자들은 그의 연설에 열렬한 환호를 보냈고, 트럼프의 지지율은 떨어질 줄 모른다. 아마 그를 포함한 많은 미국인이 만리장성이 중국을 대표하는 위대한 건축물이라는 홍보를 믿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만리장성을 쌓은 진나라는 국력을 소진해서 멸망했고, 흉노를 몰아낸 것은 한나라였다. 흉노를 계승한 훈족이 유럽사를 바꿀 정도로 흉노의 군사력은 당시 유라시아 최강이었다. 그런데 한나라가 그렇게 무시무시한 흉노를 몰아낸 원인은 흉노에 맞서는 강력한 군사력이 아니라 외교와 경제력에 있었다. 한나라도 처음에는 진시황처럼 무력으로 흉노를 꺾으려 했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기원전 200년에 흉노 토벌에 나섰지만, 반대로 백등산에서 포위되어 죽을 처지에 놓였다. 이에 유방은 흉노에 맞서서 포위망을 돌파하는 대신에 뇌물을 바치는 회유책을 썼다. 중국의 명품에 반한 흉노 선우의 왕비 알씨는 선우에게 부탁해 포위망을 풀어 주었다. 지금 중국 군대를 다 무찔러 버리면 앞으로 조공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나라의 정책은 바뀌었다. 거대한 만리장성 대신에 매년 정월에 엄청난 양의 비단·칠기 등 사치품은 물론 중국의 4대 미인으로 꼽히는 왕소군을 비롯한 공녀들을 바쳤다. 한나라 조정이 받은 경제적 타격은 컸지만 반대로 조공품의 공세에 흉노의 풍습도 바뀌었다. 원래 봄과 가을에만 모이던 흉노의 부족장들은 중국으로부터 받은 공물을 나누기 위해 한겨울인 정월에도 모였다. 따로 집이 없는 유목민족이기 때문에 땅이나 곡식이 아니라 전쟁으로 얻은 전리품을 부하들에게 나눠 주는 것이 중요한 통치수단이었다. 그런데 중국의 조공품이 매년 들어오게 되니 흉노로서도 굳이 주변 지역을 정복할 동기가 사라졌고, 점차 그 세력이 약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흉노는 분열되어 남흉노는 중국에 귀의하여 중국식 생활을 채택하였고 북흉노는 계속 중국과 대립하여 유목생활을 유지하다가 서기 1세기 중반에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고고학자들이 흉노 고분을 발굴해 보니 재밌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에 편입되기를 거부하고 유목생활을 했던 북흉노의 무덤에서 중국제 유물이 줄기는커녕 망하기 직전까지도 그 양이 계속 늘었다. 겉으로는 유목생활을 유지한 북흉노였지만 이미 중국 사치품을 좋아하는 풍습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뜻이다. 흉노인들의 마음을 빼앗아버린 중국의 외교와 전략의 결과였다. 중국은 조공품을 매년 주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흉노의 힘을 약화하기 위해서 경제와 외교적인 작업에 착수했다. 흉노를 이간시켜 남흉노를 중국으로 귀의시켰고 서역의 여러 나라들과 연합하여 흉노의 경제적 기반을 차단하기 시작했다. 실크로드가 등장한 것이다. 실크로드 이전에는 흉노가 장악했던 유라시아 북방의 초원지대를 관통하는 초원루트가 있었다. 이에 중국은 흉노의 힘이 미치지 않는 중앙아시아 사막지대를 통한 새로운 길을 뚫어서 서역과 연계했다. 새롭게 형성된 교역루트에 기반을 두어 외교적으로는 흉노에 복속되었던 집단들을 점차 분리시켰다. 이렇듯 실크로드의 탄생은 흉노를 꺾기 위한 중국의 수백 년에 걸친 노력의 결과였다. 최근 중국이 일대일로를 내세우며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등지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강력한 무력 대신에 상대방의 이해를 간파하고 지역 간 네트워크로 경쟁 세력을 누르고 패권을 잡았던 한나라의 실크로드에 대한 역사적 기억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의 발언은 거대한 건축물과 무기가 있으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현대인의 오해를 잘 보여 준다. 어디 미국뿐인가. 시리아에서, 우크라이나에서, 휴전선을 사이에 둔 우리나라에서까지 군사적인 충돌과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2000년 전 유라시아의 최대 군사강국이었던 흉노를 무너뜨린 것은 만리장성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간파하고 흔들었던 중국의 사치품들이었다. 그리고 사막을 뚫고 일구어낸 실크로드라는 문화적·경제적 네트워크는 이후 당나라에 이르러 최고의 문화융성으로 이어졌다. 2000년 전의 흉노와 중국의 남북 관계가 결코 역사 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듯하다.
  • 관료주의는 왜 독창적 사고 외면하나

    관료주의는 왜 독창적 사고 외면하나

    관료제 유토피아/데이비드 그레이버 지음/김영배 옮김/메디치미디어/360쪽/1만 9000원 #1. “난 2016년부터 주립대학교의 등록금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좋아요, 버니. 하지만 그 공짜 혜택에 대한 비용은 어디서 조달하죠?’ 난 그들에게 대답합니다. 월스트리트의 투기 행위에 대해 세금을 물릴 것이라고요.” (버니 샌더스 민주당 상원의원의 아이오와주 코커스 연설 중에서) #2. 제임스 갈브레이스 텍사스대 교수 등 170명의 미국 경제학자들은 지난 19일(현지시간) “우리 경제학자들은 버니 샌더스 후보의 월스트리트 해체 공약이 ‘대마불사’(Too big to fail) 은행들이 불러올 또 다른 경제위기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샌더스 후보 지지를 공식 선언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개혁은 대선판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꿈일 뿐 아니라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거침없이 얘기하는 정책으로 응원받고 있다. 샌더스 의원은 1999년 폐지된 금융 규제법인 ‘글래스-스티걸법’의 부활을 주장하며 사실상 월스트리트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는 미국의 중산층을 무너뜨린 주범으로 월스트리트의 대형 금융회사를 지목한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는 미 정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돈주머니로 선거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유 시장을 모토로 한 월스트리트는 역설적으로 미국 관료주의와 밀월 관계를 가진 공범으로 꼽힌다. 이 책의 저자이자 인류학자인 데이비드 그레이버 런던정경대(LSE) 교수가 현대 사회에 착근된 ‘뿌리 깊은 관료화’ 현상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자유주의는 그 태생부터 19세기 이후 우리 머릿속에 새겨진 일종의 환상 같다. 자유로운 시장이라는 개념이 역사적으로는 군부대의 이동이나 공물 절취, 전리품 처리 등을 위한 정부 정책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자유로운 시장 거래를 유지하기 위해 생긴 법원 서기 등 관청 공무원과 공증인, 경찰의 숫자가 끊임없이 늘어났으며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 금융기관, 학교 등 사회 모든 영역에서 프랑스 루이 14세의 절대왕정 때보다 ‘1000배’나 많은 서류 작업이 이뤄져야 할 정도로 세상은 지독하게 관료화됐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인류가 조직화되면서 출현한 관료주의로 인한 서류 작업량은 1970년대 이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자유주의가 심화될수록 나타나는 관료화의 역설인 셈이다. 관료주의는 스스로 몸집을 불리기 위해 살아가는 조직처럼 보인다. 이는 정부나 대학에서 나타나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인 ‘너무 많은 위원회들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 창설 같은 것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관료제와 결합하면서 이윤의 형태로 ‘부’(富)를 뽑아내기 위해 온갖 종류의 규제들을 마구 생산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그렇다고 ‘규제 철폐’에 대해 호의적이지도 않다. 관료주의적 간섭을 덜어내고, 각종 규칙을 줄여주는 의미의 규제 철폐가 아니라 실제로는 기업이나 정부 정책자들이 ‘자기 입맛에 맞는 방식’으로 규제의 구조 자체를 유리하게 바꾸는 눈속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저자의 관료주의에 대한 시각은 냉소적이다. 관료주의가 왜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경계하고 외면하는지를 파헤치면서, 나아가 우리 스스로가 관료주의에 매료되고 동조하는 조력자가 됐다고 분석한다. 갈수록 몸집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관료주의에 대한 저자의 대안은 무엇일까. 관료주의를 혁신할 더 나은 세상에 대한 우리들의 더 나은 상상력을 답으로 제시한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이슈&논쟁] 장관·공공기관장 총선 출마 제한

    [이슈&논쟁] 장관·공공기관장 총선 출마 제한

    4·13총선을 앞두고 공공기관장 9명이 국회의원 배지를 달겠다며 임기 중에 줄줄이 사퇴했다. 정창수·박완수 전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모두 임기를 채우지 않고 선출직에 새롭게 도전하기 위해 사표를 던졌다. 김석기 전 한국공항공사 사장이나 김성회 전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출신 장관이 총선 출마를 위해 무더기로 사퇴하는 것을 놓고도 시선이 곱지 않다. 장관직을 경력 관리용으로 활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는다. 공공 개혁 차질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이 중요한 공공기관장 등은 임기 내 총선 출마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반면 정치 참여는 개인의 자유에 해당되는 사안이므로 법으로 규제할 일이 아니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양쪽의 주장을 들어 본다. 세종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贊]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선거철 공공행정·공기업 경영 파행 선거망국론이 되살아날 판이다. 이승만 독재 체제가 내세웠던 선거망국론은 선거공영제라는 명목으로 관권선거를 은폐하던 ‘허위의 논법’이었다. 하지만 숱한 공직자, 공공기관장들이 그 직을 내팽개치고 선거판에 뛰어드는 최근의 ‘철새 정피아’ 현상은 또 다른 선거망국론을 상기시킨다. 가뜩이나 정치 과잉인 나라에서 공공행정과 공기업 경영이 선거정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파행과 부실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선만 해도 그렇다. 벌써 9명의 공공기관장과 두 명의 부총리를 비롯한 7명의 장관들, 그리고 같은 수의 청와대 비서진이 사퇴했다. 입신양명을 위해 혹은 다수 의석을 확보해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해 나랏일 정도는 가볍게 내치는 행태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의 정부와 공기업은 엽관의 폐해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당내 경선에 참가해 몸값을 키워 놔야’ 나중에 공공기관에 낙하산 자리 하나 얻게 된다는 당찬 발언이 이를 증명한다. 고위 공직이 전문성과 헌신성이 아니라 임용권자의 정치적 책략에 따라 혹은 자신에 대한 충성도와 공헌도에 따라 마치 전리품처럼 나눠지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에서 보듯 한없이 무능하고도 무책임한 정부 행태나 최근 보안 체계에 구멍이 뻥뻥 뚫린 공항공사의 사례는 이런 파행적인 인사에서 연유한다. 애초부터 고위 공직이 자신의 정치적 경력을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거나 자기 사람을 키워 정치세력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그 업무의 효율성이나 경영상의 합리성 혹은 국민 전체의 이익과 같은 본연의 직무 목표는 아예 기대 난망인 채로 방치돼 버리고 마는 것이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고위 공직을 자의적으로 운용할 수는 없다. 우리 헌법이 대통령과 행정각부를 분리하고, 각종 법률이 정부와 공기업을 나눠 둔 것은 공공행정 및 공적 서비스에서의 권력분립 이념을 관철시키고자 함이다. 행정각부가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의 보장을 받는 직업공무원으로 구성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공적 서비스들을 정부가 아닌 시민사회나 시장에 분산시켜 놓음으로써 권력의 집중으로부터 나오는 폐해들을 예방하고자 하는 것이다. 요컨대 선거공학적 관점에서 장관직이나 공기업 임원직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은 이런 헌법 명령에 어긋난다. 정파적인 선거 전략에 따라 장관직이 좌우되고 공직사회가 뒤흔들리며 공기업의 경영과 관리 자체가 파행화되는 것은 입헌민주주의의 틀 자체를 위협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장관직 혹은 공기업 임원들에 대해 피선거권을 제한하는 조치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선거와 의회정치의 영역과 행정 및 공적 서비스의 영역을 분리시킴으로써 후자를 전자의 영향력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당내 경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에 참여한 자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장관이나 공기업 임원의 직에 취임할 수 없게 하는 한편 장관이나 공기업 임원직에 있던 사람은 그 직을 사퇴하거나 그 임기가 종료한 후 1, 2년 정도는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장관의 의원직 겸직도 금지해야 한다. 정치판을 기웃거리던 사람이 전문성에 관계없이 고위 공직이라는 전리품을 획득한다거나 혹은 장관이나 공기업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정치권을 기웃거리는 그간의 행태를 사전에 봉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통제 장치를 통해 공공행정과 공공서비스 체계의 중립성과 합리성, 책임성을 최적의 수준으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미국의 연방헌법에는 민주주의라는 말은 없어도 법의 적정 절차로 표현되는 법치의 이념은 누차 반복된다. 다수의 권력이 자행할지도 모르는 폐단들을 법의 이름으로 예방하거나 교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엽관제라는 미국식 제도는 이런 장치에 의해 순치된다. 우리의 행정조직 혹은 공기업제도는 이 경험들로부터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그 자리들은 대통령과 같은 다수자 권력의 전유물이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의 것이기 때문이다. [反] 김철수 서울대 헌법학 명예교수 공직 헌신했다고 출마 막으면 위헌 이제 국회의원 선거일도 두달 남았다. 벌써 각 정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전직 공직자가 줄을 서고 있고 심지어 전직 청와대 비서관까지 야당 의원으로 입후보하려 한다. 교수 중에도 강의는 팽개치고 예비후보 등록을 해 선거전에 돌입한 사람도 있다. 고위 공무원이 재취업하려면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심사를 받아야 하지만 국회의원 입후보는 재심사를 받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를 개정해 공무원 퇴직자의 국회의원 입후보를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간부들은 행정부 요원으로 발탁돼 일부는 국회 청문회까지 거친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국회의원으로 입후보한다. 이것이 국력 낭비이기 때문에 임기가 끝날 때까지 국회의원 입후보를 위한 사임을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러나 피선거권은 민주 국민에게 가장 중요한 권리이기 때문에 함부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 좋은 직장을 사임하고 국회의원이 되려는 고위 공무원, 장관, 공기업의 사장 등은 국회가 경제 발전, 국가 안전 등에는 관심이 없고 의원 개인의 이익 챙기기에만 열중하고 있어 현재의 국회를 개혁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할지 모르기 때문에 고생길인 선거를 치르면서까지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진심이라면 새겨들어야 한다. 사실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자로 군림하면서 무노동·무임금 원칙이 적용되지 않고 세비를 받을 수 있다. 지역구 관리만 잘하면 4선, 5선을 해 20여년간 장·차관급의 월급과 많은 특권을 누릴 수 있다. 이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임기가 보장되지 않는 장관직을 내놓고 입후보하는 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우리나라는 공무원이 직권을 이용해 선거운동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 입후보 시 3개월(90일) 전에 사직하도록 법률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의원내각제 국가에서는 장관직을 가지면서도 국회의원에 입후보할 수 있고 장관직을 겸직할 수도 있다. 국회의원은 장·차관보다도 높은 국정 요직이다.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들은 혹독한 검증 절차를 거치지만 국회의원이 될 때는 검증 절차가 미흡하다. 언어·신체 폭력을 잘 쓰거나 폭력 전과가 있는 사람이 정당 공천을 받아 당선돼 동물 국회로 만드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보다는 국회에서 청문회를 통과한 장관 출신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 훨씬 바람직하다.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목적은 직능대표를 국회에 보내려는 면도 있으나 정책 입안과 정책 집행, 정책 감사에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와 전문 지식을 발휘할 수 있게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교수들에게 정치 활동의 자유를 보장했고 국회의원 겸직도 허용했지만 당선되면 4년간 국회 일에 전념하라는 이유로 교직에서 사직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자격은 우선 피선거권이 있어야 한다. 공직선거법은 국회의원의 피선거권이 없는 사람은 ①금치산 선고를 받은 사람, ②선거사범, 정치자금사범 등으로 유죄선고를 받았거나 1000만원 이상의 벌금형 선고를 받았던 사람, ③법원 판결 또는 다른 법률에 의해 피선거권이 상실된 자, ④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이 실효되지 아니한 자 등이다. 전과자들이 사면을 받거나 형이 실효돼 피선거권을 회복, 입후보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의원의 자격 심사는 정당의 공천 기관이 하지만 국민이 국회의원 자격을 심사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공천 과정과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후보자들의 자격 검증을 해야 한다. 국회의원의 질을 높이고 정책 개발과 정책 감사에 적합한 공무원들이 국회의원이 되는 길을 열어 줘야 한다. 반대로 공직자로서 국가 발전에 공헌을 많이 한 사람의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기본권 제한의 비례성에 위배돼 위헌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전직 공직자는 공직자윤리법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전직에서의 비밀을 지키고, 정당의 이익을 위해 이를 악용해서는 안 된다. 전직 공직자의 입후보 제한은 현행 법 규정만 잘 지키면 충분하기에 이들의 입후보 여부는 공직자의 윤리에 맡겨야 할 것이다.
  • [민생은 안중에도 없는 국회] ‘속수무책’ 새누리당

    새누리당이 10일부터 임시국회를 단독 소집했지만 여야가 의사일정을 합의하지 못해 첫날부터 ‘개점휴업’에 들어갔다.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 개혁 5대 법안 등 쟁점 법안이 산적해 있는데도 새누리당은 야당에 대한 비판만 쏟아 낼 뿐 속수무책이다. 여야가 정기국회 내에 ‘합의한 후 처리’하기로 했다가 못한 법안은 총 6개로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서비스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사회적경제기본법,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이다. 서비스법과 사회적경제기본법은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의 문턱도 넘지 못했다. 원샷법과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도 소관 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에서 심의 일정조차 잡지 못했다. 노동 개혁 5대 법안의 경우 새누리당은 패키지로 통과시킬 것을, 새정치민주연합은 기간제법과 파견법을 제외하고 처리할 것을 주장한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합의한 후 처리’하기로 한 쟁점 법안들이 정기국회에서 하나도 통과되지 못한 것과 관련, 일제히 야당을 성토했다. 김무성 대표는 “(법안은) 인질도, 협상과 흥정의 대상도, 전리품도 아니다”라면서 “법안 처리의 기준은 오로지 국민과 국가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가 돼야 하는데, 현재 야당은 법안의 알맹이와는 무관하게 대통령의 관심 법안이라는 이유만으로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 탓을 하는 새누리당 지도부 역시 박근혜 대통령에게 기댈 뿐 집권여당으로서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인제 최고위원이 “국회선진화법은 위헌”이라며 제도 탓을 했지만 정부·여당이 야당을 압박하기만 할 뿐 제대로 된 정치력과 협상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여야 의원들이 내년 총선을 겨냥한 지역구 챙기기에 매몰돼 있어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곰이 트렁크에?…사냥 전리품 ‘기념사진’ 논란

    곰이 트렁크에?…사냥 전리품 ‘기념사진’ 논란

    한 남성이 고객에게 전달할 ‘사냥 전리품’을 SNS에 자랑했다가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제가 된 사진의 주인공은 올해 24살인 애론 홀스테드다. 그는 최근 자신의 SNS에 곰이 차 트렁크에 ‘널브러져’ 있는 모습, 자신이 기린의 등에 타고 있는 모습, 머리에 ‘사자 모자’를 쓴 모습 등을 올렸다. 사진에 등장하는 소품들은 그가 사냥을 통해 획득한 일종의 사냥 전리품으로 만든 박제품이다. 특히 일부 사진에서는 북극곰이나 코끼리 등 멸종위기동물의 신체 일부도 볼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당 사진을 접한 사람들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일정 기간 홀스테드의 SNS계정을 조사한 끝에 그가 잉글랜드 북서부의 번리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경찰이 그를 체포하기 위해 집을 찾았을 때 그의 집에서는 엄청난 양의 박제동물 전시품을 찾아냈다. 대부분은 합법적인 것이었지만 향유고래의 이빨과 치타와 돌고래의 머리뼈 등은 불법에 해당됐다. 또 당국의 적법한 절차 없이 박제된 흰올빼미를 판매하려 한 혐의도 찾아냈다. 역설적이게도 그는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 World Wildlife Foundation)에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후원자 중 한명이라는 사실과, 2011년에도 박제한 멸종위기조류를 판매하다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은 사실이 밝혀졌다. 현지 경찰은 “홀스테드는 박제사가 아닌 중개상이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동물들을 박제하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그는 이미 멸종위기동물의 ‘사냥전리품’을 사들였으며, 이 같은 이유로 실형 등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해당 사건은 법원으로 넘겨졌으며 곧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위로